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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 일 없어서 CCTV 보냐 개XX야”…아파트 관리소장에 갑질한 동대표

    “할 일 없어서 CCTV 보냐 개XX야”…아파트 관리소장에 갑질한 동대표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욕설을 하는 등 모욕감을 준 60대 동대표가 검찰에 송치됐다. 관리소장은 ‘엘리베이터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주의를 줬지만 동대표는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남양주경찰서는 18일 모욕 혐의로 A(68)씨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남양주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인 B(54)씨는 지난 8월 25일 ‘엘리베이터에서 누가 자꾸 담배를 피워 냄새가 난다’는 민원을 접수했다. B씨는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검색해 아파트 동대표 A씨가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포착했다. 평소 A씨를 알고 있던 B씨는 인근 노인정에 있던 A씨를 찾아가 “잠깐 이야기 좀 하자”며 관리사무소로 데려와 “아파트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이에 격분한 A씨는 관리실 직원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야 이 XX야, 관리소장이 할 일이 없어 CCTV나 검색하느냐 개XX야”라고 욕설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한 모욕감을 느낀 B씨는 고민하다 최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사건 경위를 조사한 후 여러 사람이 모인 장소에서 상대를 모욕하는 ‘공연성’ 등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해 A씨를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동대표라는 우월한 지위로 아파트 관리소장을 모욕한 ‘갑질’ 범죄로 판단했다”며 “아파트에서 이와 같은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노천카페·야외 테라스에서 커피 마시고 식사… 중구, 관광특구 내 옥외영업 첫 허용

    “규제 풀어 지역 경제 살릴 것” 서울 관광 1번지인 명동이나 동대문패션타운의 카페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나 식사를 즐기는 풍경을 볼 수 있게 됐다. 서울 중구는 관광특구 내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에서 옥외영업을 허가하는 ‘중구 식품접객업 옥외영업 시설 기준 적용 특례’를 지난달 30일 고시했다고 17일 밝혔다. 명동과 무교동, 다동, 북창동, 남대문시장, 동대문패션타운 등지에서 노천카페나 옥외 테라스 영업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길이 열린 셈이다. 가게 앞에 간단한 식탁과 의자, 파라솔을 놓고 하는 영업이 가능해졌다. 이번 조치는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특구 내 옥외영업 시설 기준을 마련한 전국 첫 사례다. 관광명소를 띄우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규제 완화 차원이라고 구 관계자는 설명했다. 특히 이번 특례에는 관내 관광호텔 78곳이 포함돼 호텔 1층 빈터에서 음식점이나 카페 옥외영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옥외영업은 영업장이 있는 건물 대지 내 지상 빈터에서 가능하고, 신고된 영업장의 면적 범위를 넘을 수 없다. 또 영업장 내에서 조리·가공한 음식만 야외에서 제공할 수 있다. 보행 및 공용 공간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차양, 파라솔, 식탁, 의자 등 간단한 이동식 편의시설만 설치할 수 있다. 이들 시설은 영업시간에만 설치할 수 있고, 건축법·도로법·도로교통법 등 다른 법령에 위반되지 않아야 한다. 시설물 색상은 ‘청계천 물빛색’ 등 중구 대표색을 쓰도록 했다. 소음·냄새 등으로 민원이 발생할 경우 시정되지 않으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과도한 규제를 풀어 관광특구만의 옥외영업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며 “관광특구에 걸맞은 관광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In&Out] 먹는 물 안전과 수돗물/신동천 수돗물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In&Out] 먹는 물 안전과 수돗물/신동천 수돗물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시민들의 수돗물 외면이 심각하다. 특히 ‘먹는 물’과 관련해서 그렇다. 왜일까.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바람직한 것일까. 수돗물시민네트워크를 비롯한 몇몇 시민단체가 연구 조사해 봤다. 수돗물을 못 믿는 이유는 다양했다. 냄새, 녹물, 물탱크, 낡은 수도관 등을 꼽는 이들이 많았다. 과거 낙동강 페놀사건 등도 거론되었다. 무엇보다 큰 원인은 ‘수돗물이라면 왠지 믿음이 안 간다’는 막연한 불신이었다. 이러한 ‘과학적 근거에 기초하지 않은 수돗물 불신’은 뜻밖에 미디어의 영향이 컸다. 지난 6, 7월에 방영된 공중파, 종편채널, 케이블 TV의 드라마, 예능, 요리, 건강 프로그램 61편을 모니터링한 결과 생수, 정수기 등에 대한 간접광고가 수백 회나 방영됐다. 이처럼 수돗물이 음용수가 아니라는 편향된 인식을 심어 주는 데 미디어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렇다면 수돗물의 실제 품질은 어떠할까. 유엔이 발표한 국가별 수돗물 수질지수에서 우리나라 수돗물은 122개국 중 8위에 선정됐다. 전 세계가 우리 수돗물의 품질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먹는 물에 대한 불안감은 최근 들어 최고조에 이른 느낌이다. 유명 정수기 등에서 이물질과 중금속이 잇따라 검출된 영향이 큰 듯하다. 정수기의 수질 문제는 과거 보건환경연구원과 시민단체 등의 조사를 통해서도 무수히 발견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수기 수질 문제가 이어지고 수돗물의 품질이 증명되어도, 시민들이 수돗물보다는 정수기나 생수를 찾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어떤 물을 먹느냐’는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의 영역에 속한다. 문제는 수돗물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시민들이 생수나 정수기 구입 등을 위해 들이는 비용은 한 해 약 2조 25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생수, 정수기 등의 제조와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와 자원의 낭비, 폐기물 처리비 등을 고려하면 수돗물 불신이 야기하는 사회적 비용의 규모는 더욱 커진다. 무조건 수돗물 음용만이 정답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는 노후관 교체 등을 위한 투자를 망설이고, 시민들은 수돗물 대신 정수기나 생수를 선택하는 현재의 악순환을 끊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의 경기 파주시의 사례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파주시는 수돗물의 생산에서 최종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친 철저한 품질 관리와 실시간 수질 정보 제공 등 ‘스마트 물 관리’를 통해 수돗물 직접 음용률을 25%까지 끌어올렸다. 100명 중 1명만 직접 마시던 수돗물을 4명 가운데 1명이 마시도록 만든 것이다. 이러한 ‘스마트 물 관리 환경’을 온 나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먹는 물의 안전’이 현대 시민의 보편적인 복지이자 권리인 까닭이다. 또 하나 반가운 소식이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12년 동안 노후 상수도시설 개량에 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필요성에 비해 투자가 미흡했던 수도 분야에 발 벗고 나선 정부당국에 큰 박수를 보낸다. 낡고 오래된 수도관 개량은 수돗물에 대한 불신 해소뿐만 아니라 수돗물 누수를 줄이는 근본대책이 된다. 나아가 지자체의 재정 건전화에도 도움이 된다. 옥내 노후관 개량 등으로도 투자가 확대돼 수돗물을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는 더욱 좋은 물로 만들어 주기 바란다. 시민사회단체 또한 정부와 관계당국의 이러한 노력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음 놓고 마시는 일은 인간의 기본권과 보편적인 복지 등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들도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을 바탕으로 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견제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수돗물 공급환경 개선 등에 대한 정부와 수도사업자의 지속적인 노력을 촉구한다. 동시에 시민들도 수돗물에 대한 막연한 불신을 걷어내고 냉철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때다.
  • AI·퀀텀닷… ‘삼성 수능’ 미래 먹거리 질문 많았다

    AI·퀀텀닷… ‘삼성 수능’ 미래 먹거리 질문 많았다

    “알파고에 적용된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퀀텀닷(양자점)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어떻게 다른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과 위화도 회군 등 다음 사건의 시기를 순서대로 나열하라.” ‘취업 수능’으로 불리는 삼성그룹의 직무적성검사(GSAT)가 16일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5개 주요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삼성 본사 근무를 희망하는 지원자에 한해 시험이 치러졌다. 직무적성검사는 서류 전형인 직무적합성평가를 통과한 지원자들의 ‘2차 관문’이다. 시험은 언어논리, 수리논리, 추리, 시각적 사고, 직무상식 등 총 5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140분 동안 160개 문항(5지 선다형)에 답하는 구조다. 하반기 대졸 신입 공채에 나선 19개 삼성 계열사 중 제일기획은 광고 기획사답게 주관식 문제를 출제했다. 지원자의 표현력, 창의력 등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소프트웨어(SW) 직군은 직무적성검사 대신 3시간에 걸쳐 SW 역량 테스트를 봤다. 고사장에서 PC를 사용해 실제 프로그램을 코딩하는 방식이다. 삼성이 정확한 인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5만명가량이 시험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서류 전형 없이 치러진 SSAT에서는 이보다 두 배 많은 10만명이 응시했다. 직무적성검사의 특징은 질문에 삼성 사업부서의 고민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언어논리 영역에서 출제된 실패학 관련 문제가 대표적이다. 삼성은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실패한 발명품(냄새 없는 담배, 투명한 무색 콜라 등)을 전시하는 ‘실패 박물관’을 언급하면서 실패의 효과를 물었다. 사실상 갤럭시노트7의 실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지난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이후 급부상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듯 상반기에 이어 이번에도 ‘딥러닝’(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과정)에 대해 물어봤다. 각 계열사에서 신기술로 밀고 있는 퀀텀닷, 바이오시밀러, 증강현실(AR), 생체인식, 핀테크, 5세대(5G) 통신 등에 대한 질문도 빼놓지 않았다. 또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살펴본 뒤 모바일에서 쇼핑하는 ‘모루밍(morooming)족’ 등 신조어를 묻거나 ‘역사적 사건을 순서대로 나열하라’는 단순 역사 문제도 출제됐다. 서울 강남구 단대부속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본 한국외대 4학년 김모(25)씨는 “직무상식은 삼성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문제였다”면서 “당락은 상식보다 추리와 시각적 사고 영역에서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은 직무적성검사 합격자를 대상으로 이달 하순부터 다음달까지 세 차례에 걸친 면접을 본다. 면접은 임원 면접, 직무역량 면접, 창의성 면접 등으로 각 30분씩 진행된다. 임원 면접에서는 지원자들이 서류 전형 때 기술한 내용을 기반으로 질문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왜 이 사건을 최근 사회 이슈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성장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과 인물을 꼽은 배경은 무엇인지 등이다. 창의성 면접은 지원자가 제시된 과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발표하면 면접 위원이 추가 질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물 샐 틈 없는 논리 전개가 핵심이다. 면접을 통과하더라도 마지막 전형인 건강검진에 합격해야 ‘삼성맨’이 될 수 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뉴스 뜯어보기]두 남편 이어 친딸까지 노린 ‘죽음의 농약’, 목적은 보험사기

    [뉴스 뜯어보기]두 남편 이어 친딸까지 노린 ‘죽음의 농약’, 목적은 보험사기

    주변인물 노린 잔혹 보험사기극 급증갈수록 조직화 흉포화…당국, 처벌 강화 2013년 8월 여름 언저리. 포천에 살던 44세 주부 노모씨가 얼큰하게 끓인 김치찌개를 숟가락으로 휘휘 저었다. 언뜻보면 이상한 점은 없었다. 그녀가 무표정한 얼굴로 ‘죽음의 농약’으로 불리던 ‘그라목손’을 한 방울, 한 방울 떨어뜨린 것 빼고는 …. 맹독성 제초제인 그라목손은 생선 썩은 듯한 퀘퀘한 냄새가 난다. 거기다 눈에 띄게 초록색빛이다. 냄새와 색깔을 감추기엔 김치찌개만한 게 없다. 이미 전 남편과 시어머니, 두 명이나 그라목손으로 살해한 그녀다. 사람을 자꾸 죽이다보니 ‘기술’이 느는 걸까. 노씨는 이번엔 그라목손 양을 줄였다. ‘한 방’이 아니라, ‘시간차’를 택했다. 그라목손은 한번에 마시면 식도까지 화상을 입을 정도다.하지만 소량씩 섭취하면 장기가 조금씩 망가진다. 노씨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서서히 남편을 죽여갔다. 그러기를 수 주. 같은 달 16일, 두번째 남편인 이모(사망당시 43세) 쓰러졌다. 결국 남편은 비특이성 폐렴으로 사망한 것으로 처리됐다. 노씨가 눈물을 짜냈다. 3개 보험사가 속아넘어갔다. 이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한살배기 아들이 보험수익자라 그녀가 대리 수령했다. 5억 3000만원이란 사망보험금이 ‘턱’ 계좌에 꽂혔다. 노씨의 ‘세번째 살인’이었다. 노씨의 첫 살인은 2011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 결혼한 남편 김모(사망당시 45세)씨가 무능하다는 이유로 2008년 갈라섰다. 이혼 후 “돈 좀 구해달라”며 연락하던 에 “오냐, 너를 죽여서 돈을 마련하겠다”고 살의를 품었다. 노씨는 2011년 5월 2일 김씨를 찾아갔다. 마실 것 좀 사왔다며 ‘알로에’ 음료수 병에 그라목손을 섞어 냉장고에 넣어뒀다. 제초제 넣은 티를 숨기려고 같은 녹색빛깔병의 음료수를 고를만큼 치밀했다. 일주일이 지났다. 술이 덜깬 김씨는 음료수로 착각하고 이 죽음의 음료수를 들이켰다가 얼마 뒤 사망했다. 사인은 폐렴이었다. 노씨는 김씨의 핏줄인 미성년자인 아들을 대리해 4억 5000만원을 챙겼다. 두번째 살인은 재혼한 이씨의 모친이었다. 보험금이 아닌 감정적 이유였다. 처음부터 자신을 무시해 거슬렸던 게 살인의 이유였다. 이씨를 죽이기 7개월 전인 2013년 1월, 그라목손이 든 박카스를 시어머니에게 권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첫 남편인 김씨의 모친도 노렸으나 불발로 돌아갔다. 2011년, 2013년 세 명을 죽인 노씨의 다음 범행 대상은 제 친딸이었다. 첫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갓 스무살짜리였다. 2014년 7월 그라목손을 음식물에 섞어 딸을 세번이나 쓰러지게 만들었다. 입원보험금으로 700만원을 받아챙겼다. 두 남편과 시어머니를 죽이고 딸을 죽일 뻔해서 번 돈은 10억원. 백화점 쇼핑에, 스키에, 2000만원짜리 고급 자전거를 싸는데 썼다. 그러다 꼬리를 잡혔다. 피해자 지인이 “이 여자와 결혼하면 가족들이 죽는다”고 경찰에 제보했다. 제초제에 대한 전문가의 소견, 보험금 납입현황, 주거지 압수수색을 통해 마침내 지난해 범행이 드러났다. 그라목손은 쌀가루에 섞인 유리용기에 담겨있었다. 검찰은 1심에서 사형을 구형했고 법원은 무기징역형을 내렸다. 노씨는 “과하다”며 항소했다. 올 1월, 2심 항소심에서도 노씨는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한때 ‘가족’이라 불리던 사람 다섯 중 세 명을 죽인 그녀. 이 연쇄살인범은 “형량이 무겁다”고 볼멘소리를 할만큼 제 목숨. 제 인생 귀한지는 알고 있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포천 제초제 살인사건’이다. 보험사기 사건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보험금을 노린 범죄 가운데에는 이처럼 영화보다 더 잔혹한 ‘실제상황’이 많다. 때마침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최근 본격 시행됐다. 법안에 따라 상습 보험 사기범은 3년 이상 징역형에 사기금액이 50억원을 넘으면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처벌이 강화됐다. 기존엔 보험사기를 일반사기와 동일한 법 조항으로 처벌할만큼 형벌이 약했다. 하지만 지금도 수위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사기 건수와 피해 규모는 엄청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는 ▲2013년 5190건 ▲2014년 5997건 ▲2015년 6549건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또 올해 상반기에만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은 3천 480억원에 달해 올해도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드라마를 방불케 한 ‘기상천외’한 보험사기 사건은 이뿐이 아니다. 올 1월엔 ‘가공인물’을 만들어 보험금을 타내려던 50대 남성 강모씨가 붙잡혔다. 사업에 실패한 강씨는 2013년 10월 목포시에서 중국으로 밀항했다. 현지 브로커에게 돈을 쥐어주고 허위로 중국 국적 ‘A’라는 인물을 만들었다. 중국 선양영사관에서 A 이름으로 된 비자를 발급받아 국내로 입국한 그는 9개 보험사의 고액 생명보험에 가입했다. 같은 얼굴이지만 세상에 강씨와 A, 두 명이 존재했던 것이다. 32세인 딸과 딸의 연인인 보험설계사 정모(34)씨가 옆에서 보험금 타내는 법을 ‘코치’했다. 다시 중국으로 건너 간 이들 일행은 중국 현지에서 사망을 위장하기 위해 중국 의사와 목격자, 구급차, 장례식장 등을 ‘섭외’했다. 이후 그럴듯한 사망신고 서류를 받아낸 뒤 보험사에 16억 5000만원이라는 사망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 자체 조사과정 중 실제 존재하지 않는 허위 사망임이 드러나 쇠고랑을 찼다. ‘한 건물, 두 병원’으로 수익을 올린 병원장과 이에 공조한 환자들도 있다. 서울 모처에서 정형외과를 운영 중인 한 병원장은 다른 층에 비의료시설인 ‘자세교정치료센터’를 동시에 열었다. 병원 사무장은 장기 입원 환자들에게 친근감을 표시하며 접근했다. 같은 건물 안에 자세교정치료센터가 있는데 비급여인 ‘운동치료’를 받아도 실손의료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꾀었다. 진료 영수증을 같은 건물 정형외과로 발급해준다고 한 것이다. 교정치료센터의 대표는 심지어 의사면허도 없었다. 손님을 끌어모으던 이 사무장이 병원장 대리 행세를 했던 것이다. 공짜 치료를 받으려던 환자도, 환자 한명당 두번 진료비 청구로 ‘일타 쌍피’를 노렸던 병원 관계자도, 철창 신세가 됐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사기 방지를 위해 처벌 수위를 크게 높인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제정까지 나선 것은 보험사기가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보험료를 상승시키고, 추가 범죄를 유발하는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가입자들의 인식 전환과 사회적 경감심이 더 강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3년 5189억원에서 2014년 5997억원으로 늘어난 후 지난해 역대 최고 규모인 6549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3480억원으로 전년동기(3105억원) 대비 12.1% 증가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보험사기로 다른 보험 가입자들이 더 내야 하는 보험료는 가구당 20만원 가량이나 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알쏭달쏭+] 아이들이 편식하는 이유는 유전탓? 부모탓?

    [알쏭달쏭+] 아이들이 편식하는 이유는 유전탓? 부모탓?

    편식이 심한 아이를 둔 부모라면 더이상 아이를 꾸짖거나 억지로 먹이려 무작정 채근할 일만은 아니다. 차라리 ‘조상 탓’을 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팀은 편식과 처음보는 음식에 대한 아이의 거부감은 선천적인 특성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많은 아이들이 갖고 있는 나쁜 식습관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시작됐다. 곧 처음 보는 음식에 대한 아이의 거부감 혹은 공포감, 특정 음식을 먹지않는 습관이 부모의 잘못된 교육 탓인지 아니면 선천적인 원인인지를 알아본 것. 이를 위해 연구팀은 16개월 된 일란성·이란성 쌍둥이 1900쌍을 조사대상으로 삼았다. 쌍둥이의 경우 적어도 50% 이상의 유전자가 같고 똑같은 가정환경과 교육을 받는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그 결과 아이들의 처음보는 음식에 대한 기피증은 58%, 편식의 경우 46%가 유전자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곧 아이들의 절반 정도는 본능적으로 특정 음식을 거부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연구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연구를 이끈 안드레아 스미스 박사는 "아이들의 나쁜 식습관을 형성하는데 유전적인 이유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도 "반대로 가정환경과 교육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은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유전자 속에 숨겨진 이같은 특징도 반복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몸무게가 바뀌듯 변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아이들의 나쁜 식습관을 바꾸는 요령으로 음식을 억지로 먹이거나 '반대급부성 보상'을 주는 것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스미스 박사는 "성장단계의 많은 아이들이 처음보는 음식을 기피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라면서 "그 음식 먹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만져보게 하고, 냄새 맡게 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길섶에서] 가을 본색/황수정 논설위원

    재채기와 웃음만 속일 수 없는 게 아니다. 계절이 곰삭는 냄새도 숨길 재간이 없다. 연두에서 진초록까지 잎사귀 색의 변화에 시력을 맞추다 보면 봄여름은 가고 없다. 그 자리에 문득 단단한 열매로 남는 것이 가을 냄새다. 시력도 미각도 맹추인 내게 용한 재주는 하나 있다. 이맘때 저녁 공기의 정체는 눈을 감고도 귀신처럼 알아챌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아파트 화단 언저리에만 서 있어도 코끝에서 시월은 속속들이 낚인다. 어느 집에서 내다 널었는지 근 보름 돗자리에서 바짝 약 올랐던 홍고추는 어느새 가랑잎 소리를 낸다. 가을볕이 어떻게 구슬렸으면 짚불 타는 냄새로 순해졌는지. 콩 비린내에 벼 이삭 패는 냄새 비슷한 것은 해바라기. 밤 공기에 들기름 냄새를 설핏 뿌리는 것은 네댓 포기 심겨진 들깨. 누군가는 재미로 심었겠지만 재미 삼아 자란 게 아니었다고, 누우런 꼬투리로 항변하는 중이다. 가을은 오색단풍으로 먼저 온 적이 없다. 생명 있는 것들 죄다 발 동동 구르며 속살을 마저 태우는 냄새로 온다. 너는 지금 안간힘으로 무얼 태우고 있느냐고 묻는 것도 같은, 호미로 가래로 댐으로도 못 막을 가을 본색.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다·함·께 차·차·차

    다·함·께 차·차·차

    “커피하고 차요? 음… 커피가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잠시 잊게 하는 마취제라면 차 한잔은 삶의 밸런스를 맞추는 마나(초자연적 힘)라고 할까요?” 도심의 거리에 다향(茶香)이 진해지기 시작했다. 커피에 중독된 젊은층에도 차(茶)가 은밀하고도 조심스럽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다향을 좇아 나선 취재길에 만난 직장인 김모(28·여)씨는 “바쁜 직장인들에게 커피가 ‘긴장’을 상징한다면 차는 ‘여유’를 의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차 열풍이 한국에 상륙했다. 한때는 커피의 대용품으로 취급받으며 생존을 걱정했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일반인들이 전문 티 소믈리에 과정에 참여하고 대기업들도 앞다퉈 차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전통차와 선을 긋는 변신도 활발하다. 전 세계에 있는 차나무의 종류만 500가지가 넘으니 블렌딩해서 만들 수 있는 차의 종류는 셀 수도 없이 많다. 쌀쌀해지는 날씨와 더 어울리는 차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중국 재료인 기문홍차와 운남홍차를 비교해 보죠. 일단 건조된 차의 향부터 맡아 보세요. 어떻게 다르죠?” 지난 13일 오후 1시 30분쯤 서울 성동구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서울숲센터에서 김원전(50) 교육이사가 티 블렌딩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에게 물었다. 한 수강생이 “운남차는 솔향기가 느껴진다. 기문차는 풀 비린내 비슷한 게 나는데 먹 냄새나 진한 나무향 같은 게 있다”고 답했다. 이날은 홍차 블렌딩 수업에 모두 24명이 참여했다. 수강생 대부분이 여성이었지만 남성도 4명 있었다. 4명으로 이뤄진 조마다 다르질링, 아삼, 수마트라 등 11가지 종류의 차가 담긴 유리병과 테이스팅 컵, 보온병 등이 제공됐다. 티 블렌딩은 차를 적절히 섞어 새로운 맛과 향, 효능을 가진 차를 개발하는 작업이다. 간혹 차 외에 식물의 뿌리, 껍질, 잎, 과일, 에센스오일(착향료) 등을 섞기도 한다. 저마다 자신만의 차를 개발하는 데 열중했다. 티 블렌딩을 취미로 하는 이도 있었고, 새로운 직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도 있었다. ●젊은층, 다도보다 ‘자신만의 편한 방식’으로 즐겨 7살 딸을 둔 엄마 이윤주(38)씨는 친구를 따라왔다가 차 섞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했다. “차 마시는 걸 좋아했는데 알고 마시는 것과 그냥 마시는 게 다를 것 같아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차도 와인같이 재료에 얽힌 문화나 역사를 알면 다양한 방식으로 음미할 수 있더군요.” 직장인 강한결(37·여)씨는 “대학 다닐 때 전공이 원예였는데, 꽃과 차는 공통점이 많아 좋아한다”며 “지금은 일반 사무직에 근무하지만 취미로라도 나만의 꽃향기가 나는 차를 만들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한희수(23)씨는 “지난해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티 블렌더라는 직업을 처음 알게 됐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상대적으로 차 문화가 덜 보급돼 블루오션이라는 생각을 하고 진로를 이쪽으로 정했다”고 소개했다. 김 이사는 “차의 종류나 즐기는 방법이 워낙 다양해 일반인은 외려 차 문화를 어렵게 느끼기도 한다”며 “하지만 집에서도 얼마든지 블렌딩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집에 선물받은 차가 있다면 같은 타입의 차끼리 배합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혹은 티백끼리 겹쳐 우려서 새로운 맛을 탄생시킬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 맞는 향과 맛을 찾아가다 보면 차를 즐기는 시간이 훨씬 다채로워질 겁니다.” 기존에는 다도(茶道)를 중요시하는 녹차 문화가 명맥을 잇고 있었다면 최근 번화가에는 자신만의 편한 방식으로 홍차를 즐기는 문화가 등장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홍차 전문점 ‘오후의 작은 선물’을 운영하는 박혜정씨는 “3년 전부터 1주일에 한 번씩 6명이 모여 차 수업을 진행하는데, 50대 남성들도 참여할 정도로 홍차를 즐기는 사람이 늘었다”면서 “요즘에는 아예 차 전문점을 차리겠다며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차 문화의 유행에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차 관련 상품을 파는 ‘부티끄살롱’의 김영아 대표는 “애프터눈 티세트(오후 3~4시 무렵 간식과 함께 차를 즐기는 것)가 SNS에서 인기를 끌면서 차 문화가 급격히 퍼졌고, 이에 따라 차를 테마로 하는 여행 상품도 등장했다”고 말했다. 1박 2일간 충북 제천에 있는 펜션 등에서 녹차, 백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 등을 시음하고, 차를 접목한 술이나 음료를 마시며 식사를 하거나 영화를 보는 식이다. 큰 기업도 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스타벅스는 지난달 초 차 전문 브랜드 ‘티바나’를 선보인 뒤 이번 달 13일까지 270만잔을 판매했다. 업체 관계자는 “그간 차 음료 판매 비중은 5%에 불과했지만 차 브랜드를 내놓은 이후 커피 비중이 80%에서 70%로 줄고 차 음료가 14%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동서식품은 프리미엄 홍차 타라(Tara)를 내놓았다. 아모레퍼시픽이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오설록 티뮤지엄’은 2001년 개관 당시 방문객이 연간 3만 1000명이었지만 매년 20%씩 늘어 지난해엔 160만명을 넘어섰다. 서울 명동, 대학로, 인사동 등 도심에서도 찻집을 운영 중이다. ●인스타그램 등 SNS서 ‘붐’… 茶 테마 여행 상품도 음료업계는 국내의 사교 음료 시장이 커피에서 주스로 옮겨갔고, 지금은 차로 이전되는 과정이라고 분석한다. 건강과 여유를 동시에 충족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커피의 카페인과 주스의 당분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차 열풍 역시 주된 배경의 하나다. 원광디지털대 차문화경영학과 곽재명 교수는 “차는 원래 다도라는 이름으로 어렵고 고루하게 느껴졌지만, 전 세계 75% 국가에서 즐기는 홍차와 허브차가 들어오면서 젊은이들이 차를 마시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차에도 커피처럼 정신을 각성시키는 카페인이 있지만 그 양이 상대적으로 적고, 차의 테아닌 성분이 카페인과 반대로 이완시켜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을 준다”고 덧붙였다. 같은 학과 변청자 교수도 “스타벅스가 커피로 다른 브랜드와 구별되는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냈듯, 차를 즐기는 것도 또 다른 구별 짓기 문화로 정착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손쉬운 ‘티 블렌딩 홈 레시피’ 재료 : 티 4.5g ·물 400㎖ (온도 95도) 홍차(케냐) + 말린 우엉 (비율 7:3) 케냐 홍차 특유의 볶은 땅콩 같은 달짝지근하고 고소한 맛에 우엉의 달달함이 어우러져 떫은맛을 잡는다. 홍차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우엉에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이 풍부해 혈액순환을 도와 환절기에 특히 좋다. 홍차(스리랑카 누와라엘리야) + 말린 도라지 (비율 8:2) ‘실론차의 샴페인’이라 불리는 누와라엘리야 홍차는 맛이 깔끔하다. 여기에 쓴맛을 제거해 달달한 도라지차를 섞으면 부드러운 밤꿀맛이 난다. 도라지는 밝은 오렌지빛의 홍차색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감기, 기침 등 호흡기 질환에도 좋다. 홍차 + 커피 (비율 6:4) 홍차와 커피는 각각의 풍미와 향을 가지고 있어서 보통 단독으로 즐기지만 둘의 만남도 의외의 궁합을 자랑한다. 커피의 강한 향 속에 은은하게 감도는 홍차의 고소함과 달콤함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제공
  • “아이들 편식과 처음 보는 음식 기피는 유전자 탓”

    “아이들 편식과 처음 보는 음식 기피는 유전자 탓”

    편식이 심한 아이를 둔 부모라면 더이상 아이를 꾸짖거나 억지로 먹이려 무작정 채근할 일만은 아니다. 차라리 ‘조상 탓’을 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팀은 편식과 처음보는 음식에 대한 아이의 거부감은 선천적인 특성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많은 아이들이 갖고 있는 나쁜 식습관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시작됐다. 곧 처음 보는 음식에 대한 아이의 거부감 혹은 공포감, 특정 음식을 먹지않는 습관이 부모의 잘못된 교육 탓인지 아니면 선천적인 원인인지를 알아본 것. 이를 위해 연구팀은 16개월 된 일란성·이란성 쌍둥이 1900쌍을 조사대상으로 삼았다. 쌍둥이의 경우 적어도 50% 이상의 유전자가 같고 똑같은 가정환경과 교육을 받는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그 결과 아이들의 처음보는 음식에 대한 기피증은 58%, 편식의 경우 46%가 유전자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곧 아이들의 절반 정도는 본능적으로 특정 음식을 거부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연구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연구를 이끈 안드레아 스미스 박사는 "아이들의 나쁜 식습관을 형성하는데 유전적인 이유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도 "반대로 가정환경과 교육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은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유전자 속에 숨겨진 이같은 특징도 반복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몸무게가 바뀌듯 변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아이들의 나쁜 식습관을 바꾸는 요령으로 음식을 억지로 먹이거나 '반대급부성 보상'을 주는 것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스미스 박사는 "성장단계의 많은 아이들이 처음보는 음식을 기피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라면서 "그 음식 먹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만져보게 하고, 냄새 맡게 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삼시세끼 에릭·이서진·나영석·윤균상… 최고의 커플은 누구? [종합]

    삼시세끼 에릭·이서진·나영석·윤균상… 최고의 커플은 누구? [종합]

    tvN 새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어촌편3’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는 애정이 넘쳤다. ‘스태프와 출연진이 모두 행복한 프로그램을 잘 되기 마련이다’라는 나영석 PD의 말이 통한 것일까? 13일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에서 열린 제작발표회 현장에 참석한 이들은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는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자연스럽게 올리는 동시에 서로간의 호흡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했다. 1. 이서진, 나영석 이서진과 나영석은 tvN ‘꽃보다 할배’부터 여섯 번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나영석은 이서진을 발굴해 낸 장본인이다. 두 사람의 친분은 나영석이 1박 2일을 연출하던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대형’이라는 별명을 가진 게스트가 이제는 ‘제빵왕 서지니’, ‘설거지니’ 등 다양한 별명까지 갖춘 나영석의 남자가 됐다. 투덜거리면서도 서로를 생각하는 두 사람의 애정행각은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했다. 서로가 서로를 끌어주는 두 사람의 호흡이 이번에도 어떻게 빛을 발할지 기대가 된다. 2. 이서진, 에릭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요?” MBC 드라마 ‘불새’ 명대사다. 두 사람은 ‘불새’에 함께 출연한 인연이 있다. 안면이 없는 사람에게 낯을 가리는 에릭에게 이서진은 낯을 가릴 이유가 없는 사람이다. 덕분에 그는 신화 데뷔 18년 만에 최초로 단독 예능 프로그램 고정 출연을 결심했다. 신화 멤버들 또한 응원해줬다고 하니 축하할 일이다. 이서진이 에릭에게 대선배인만큼 두 사람의 상하관게는 명확해 보였다. 하지만 선공개된 예고 동영상에서는 “그거 왜 안 하세요, 형?”이라며 오히려 에릭이 이서진을 조종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상과는 다른 두 사람의 케미가 방송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관심이 쏠린다. 3. 에릭, 윤균상 막내 윤균상은 의욕이 넘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고 알려졌다. 이에 누구에게든 애교를 부리는 막내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유독 에릭과의 케미가 기대되는 이유는 윤균상이 그의 요리실력에 반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윤균상은 밥과 간장만 먹을 줄 알았던 어촌 식탁에 봉골레 파스타와 같은 화려한 요리를 올려준 장본인에게 “반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브로맨스가 방송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tvN 새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어촌편3’는 오는 14일 오후 9시 15분에 첫 방송된다. 사진=CJ E&M 제공 임효진 인턴기자 3a5a7a6a@seoul.co.kr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가을의 시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가을의 시

    연시감이 맛있는 계절, 가을이다. 가을에 대한 시를 골라 보려고 머릿속을 뒤지고 책장을 뒤지고 인터넷을 뒤졌는데, 괜찮은 시가 없다. 가을을 제목으로 삼은 최고의 시는 릴케의 ‘가을날’인데, 그 시는 이미 내가 해냄출판사에서 펴낸 책 ‘내가 사랑하는 시’에 실렸다. 겨울을 노래한 영시는 많은데, 가을을 노래한 시는 드물고 수준도 떨어진다. 왜일까? 우중충하고 비가 잦고 으스스한 영국의 가을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아서, 시심이 발동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처럼 높고 푸른 하늘이 아니라, 낮에도 해를 보기 힘드니 보통사람도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데 시인들은 더욱 견디기 힘들었을 게다. 우리말로 가을을 노래한 시는? 수두룩 많지만, 최승자 선생의 치명적인 첫 행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개 같은 가을이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기억의 廢水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최승자 시집 ‘이 時代의 사랑’에서 서른 살 무렵에 그이의 시를 처음 읽고 나는 휘청거렸다. 함께 대학원을 다니던 H와 최승자를 이야기하다 우리는 친해졌다. 이런 시가 있었네 우리나라에.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며 페미니즘 세례를 받았던 우리는 여전사처럼 피투성이인 그녀를 사랑했다. 나의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뒤표지에 들어갈 추천사를 어떤 여성시인에게 받을까? 나는 고민하지 않았다. 최승자 선생님의 시처럼 멋진 촌평을 받고 나는 뛸 듯이 기뻤다. 나중에 내가 만난 최승자 시인은 ‘피투성이 여전사’라는 내 머리에 박힌 이미지와는 다른, 여리고 조용한 분이었다. 내가 쓴 시를 나보다 더 잘 알고, 넓고 깊은 통찰과 살뜰한 언어로 새로운 시인의 탄생을 축하해 준 최 선생님에게 그동안 고마움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해 아쉬웠다. 부디 건강하시기를 멀리서 빈다. 그렇게 강렬한 맛은 없지만,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73도 가을에 읽을 만하다. 찬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위에 노란 잎사귀들이 몇 개 매달린, 혹은 잎이 다 떨어진 계절을 그대는 내게서 본다. 사랑스러운 새들이 노래하던 성가대는 폐허가 되었지. 해가 서쪽으로 진 뒤에 희미해진 석양을 그대는 내게서 본다. 모든 것을 덮어 잠들게 하는 죽음의 분신(分身)인 검은 밤이 야금야금 황혼을 몰아내고, 불이 꺼져 죽을 침대 위에서 그를 키워준 나무에 잡아먹히는 장작불처럼, 젊음이 타다 남은 재 위에 누워 빛나는 불꽃을 그대는 내게서 본다 이걸 알게 된 그대는, 사랑이 더 강렬해지지. 머지않아 그대가 떠나보내야 할 사람을 깊이 사랑하게 되지 That time of year thou may’st in me behold When yellow leaves, or none, or few, do hang Upon those boughs which shake against the cold, Bare ruin’d choirs, where late the sweet birds sang. In me thou see’st the twilight of such day, As after sunset fadeth in the west, Which by-and-by black night doth take away, Death’s second self, that seals up all in rest. In me thou see‘st the glowing of such fire That on the ashes of his youth doth lie, As the death-bed whereon it must expire Consum’d with that which it was nourish’d by. This thou perceivest, which makes thy love more strong, To love that well which thou must leave ere long. * 나는 젊음의 죽어가는 불꽃 위에 누운, 타다 남은 장작불 같다는 시인의 고백이 쓸쓸하다. 그보다 나이가 한참 아래인 청년을 가까이했기에, 하루하루 늙어가는 자신을 분명히 티 나게 인식했을 터. 신문연재를 시작한 이래 제일 어려운 번역이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73번이었다. 뭘 지칭하는지 애매한 대명사들 때문에 고생했다. 7행의 ‘검은 밤 black night’은 죽음의 은유이다. 12행이 제일 난해한데, 20세기 초에 어느 학자가 다음과 같은 해석을 내놓았다. “As the fire goes out when the wood which has been feeding it is consumed, so is life extinguished when the strength of youth is past.” (불을 먹여살리던 나무가 다 소진되면 불이 꺼지듯이, 젊음의 힘이 사라지면 삶도 소멸한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해석하느라 며칠, 내 젊음의 불이 꽤나 소진되었다. 14행을 어떻게 풀이할지,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다. 시인의 대화 상대인 젊은 그대가 머지않아 (포기하고) 떠나야 할 것을 ‘젊음’으로 번역하려다 ‘사람’으로 바꾸었다. 사랑의 대상을 지금 젊은 그대가 곧 잃어버릴 ‘젊음’으로 봐도 좋다. 시는 이쯤 내려두고…. 달고 떫은 단감을 먹으며, 개 같은 가을을 통과해야겠다.
  • [新전원일기] 부부 인생에 구구절절 핀 구절초… 삶이 꽃같네

    [新전원일기] 부부 인생에 구구절절 핀 구절초… 삶이 꽃같네

    계절이 깊어 간다. 하늘은 높고 푸르고, 들판은 황금빛 물결이다. 산야의 가을꽃들이 만개해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간다. 가을꽃으로는 단연 노랗고 하얀 국화가 으뜸이다. 전국에서 국화꽃 축제 소식이 들려온다. 외래종에 밀려 우리의 토종 야생화들은 언제부터인가 보기 드물어졌는데, 일부러 옮겨 심어 가꾼 야생화 축제 소식도 반갑다. 멕시코가 원산지인 코스모스에 자리를 내주었던 우리 꽃 구절초도 산에서 내려와 길가까지 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강원도 홍천군 남면의 푸른 산자락을 병풍처럼 두르고 조성된 6000여평의 ‘구절초 피는 마을 하립골’에도 밤새 함박눈이 내려 쌓인 듯 하얀 구절초 꽃이 만개해 뒤덮였다. ‘꽃차 연구소’ 건물 뒤편에 자리한 야생화 정원의 꽃들도 선비정, 삿갓정 등 양끝으로 단아하게 서 있는 정자를 사이에 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알록달록 피어난다. 정자에 올라앉아 달콤한 한과를 한입 깨물어 먹고 향긋하게 우린 차를 마시며, 끝도 없이 펼쳐진 하얀 구절초 밭을 내려다보고 산자락에 걸린 구름을 올려다본다. 꽃길 위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 따스하고, 부는 바람마다 꽃 내음이 실려 있다. 잠시 나를 잊고 세상 시름도 잊고, 먼 곳의 국도를 달리는 차들의 행렬이 가엾다. 저리 바삐 어디로들 달려가는 것일까. # 처음엔 한 귀퉁이에 심어… 틈틈이 야생화 공부 ‘구절초 피는 마을 하립골’의 용금옥(57·여) 대표와 신용성(59)씨 부부가 처음 이 터전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6년의 일이었다. 당시 부부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중이었고, 인근 마을의 주민인 이모의 권유로 44번 국도에서 바로 보이는 삿갓봉 아래의 땅 1500평을 구입했다. 길도 없는 맹지였지만 살던 아파트를 팔아서라도 꼭 갖고 싶은 땅이었다. 어쩐지 놓치면 안 될 것만 같았던 그 간절한 바람. “그런데, 팔았던 아파트가 1년 만에 두 배로 뛰더라고요. 아깝기는 했지만 그래도 후회하지 않았어요. 그만큼 이 땅이 너무 좋았거든요.” 태어나서 자란 고장의 흙냄새와 풍광이 그리웠던 것이리라. 용 대표의 고향 역시 이곳 홍천이었다. 땅을 사 놓고 밭을 일구기 위해 주말마다 오르내렸다. 고된 직장 생활의 와중이었지만 힘든 줄도 몰랐다. 몇 년 뒤 바로 옆의 땅을 더 구입해 한 귀퉁이에 그 무렵부터 알아 가기 시작한 각종 야생화를 심었다. 2002년에는 지금 집터가 있는 땅을 구입하고, 2004년에 자그마한 농가 주택을 한 채 지었다. 길가에 있는 밭을 조금씩 구입하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인근 땅의 주인들을 찾아다니며 허락을 받아 길을 냈다. 그 길을 내는 과정만으로도 소설책으로 한 권이란다. 그때마다 비용은 적금을 찾기도 하고 대출을 받기도 하여 충당했다. # 퇴직 후 건국대 꽃차 소믈리에 과정 수료·자격증 처음에는 관상용으로만 심었던 구절초 군락이 점차 넓어지며 일대를 뒤덮었다. 보고만 말기에는 아까워 찾아보니 예로부터 약재로도 쓰이던 것이었다. 양이 두 번 겹친다는 중양절(重陽節), 음력 9월 9일에 그 꽃이 만개해 아홉 번 꺾는다는 구절초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어 위장병을 비롯해 월경 불순, 자궁 냉증 등의 부인병 약재로 널리 쓰여 왔다. 중금속이나 니코틴 등 몸의 독소를 배출시키고, 혈관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씻어내 면역력을 높이고, 살균 작용도 해 기관지염과 감기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용 대표는 틈틈이 야생화 공부를 하며 꽃을 따서 차로 만들어 먹고, 비누로도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써보니 좋아서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더러 팔라는 사람들이 있어 약간의 비용만 받고 만들어주기도 했다. 이른 퇴직 후 본격적으로 꽃차 연구를 시작해 2012년 건국대에 꽃차 소믈리에 과정이 생겼을 때에는 1기로 수료하고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직접 가꾸는 야생화만 해도 30여종이 되었고, 뒷산에는 각종 야생화와 야생초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 딸·아들 이름서 한 자씩 따서 지은 ‘하립골’ ‘하립골’이라는 이름은 딸 제하씨와 아들 경립씨의 이름에서 한 자씩 따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2012년 상표 등록을 하고 제조 허가를 받았다. 농협에서 30여년간 근무한 남편 신씨가 정년 퇴임하며, 용 대표가 혼자 하던 꽃차 연구소의 일이 급격히 커지기 시작했다. “사실 저는 이곳에 내려와 살 생각이 없었습니다. 내게는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작은 농가 주택이었던 것을 꽃차 공방으로 사용하기 위해 리모델링해 넓히고, 꽃차 체험 오시는 분들을 위해 묵을 방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해 한쪽에 미니 이층으로 별채를 짓게 되었는데, 이층을 서재로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에 혹해서는 그만….” 신씨는 2007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소설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소설가다. 2015년 작품집 ‘거인의 내력’을 출간한 바 있다. 전업 작가로서 퇴직 이후의 삶을 나름 설계하고 있었으리라. “그런데 사실, 퇴직 후의 현실적인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 안정적으로 작품을 쓰기 위해서라도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였죠. 그런데 새로 집을 짓고, 주변 정리를 하면서 정원을 꾸미고 하는 일들이 매일 시행착오였습니다. 농사고 집 짓는 일이고, 뭐 아는 게 하나도 없으니까. 구절초 밭도 야생화라고는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그냥 다 풀밭이 되거든요. 매일 풀과의 전쟁이죠. 또 꽃을 수확해서 쪄서 말리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깨끗이 씻어서 감초 우린 증기에 찌고, 먼지 앉지 말라고, 저기 보이는 저 대형 비닐하우스 안에서 하나하나 일일이 베 보자기에 펴서 말리고, 이 포장 디자인이며 아내가 직접 다 한 거랍니다. 일체의 공정이 다 수작업이에요. 아내에게 미안해 책상 앞에만 앉아 있을 수가 있어야죠. 그래서 돕다 보니… 사실, 일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 2013년 매출 2500만원… 작년엔 6000만원 ‘껑충’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얼굴 가득 뿌듯한 미소가 번진다. 이야기가 있는 마을, 구절초가 있는 마을 하립골을 지방의 작은 문학 공간으로도 꿈꾸는 그의 바람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너른 잔디 마당에서 음악이 있는 문학제를 개최하고, 달빛 아래 낭독회도 꿈꾼다. 작가들을 초청해 독자와의 만남도 갖고, 작은 독서 모임도 꾸릴 수 있으리라. 그리하여 꽃길 하나, 물길 하나, 물레방아 놓을 자리, 야생화 정원의 침목 하나, 주차장의 자갈 하나에도 그의 고민과 손길이 가지 않은 것이 없다. 그는 일주일에 두 번은 꼭 손의 흙을 털고 춘천으로 향한다. 현재 강원대에서 문예창작학으로 박사과정을 공부 중이기 때문이다. 현관 입구 쪽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낯선 차가 저 아래 꽃길 사이의 언덕을 올라온다. 지나다가 예쁜 정경에 반해 들어오게 됐다며 구경해도 좋으냐고 묻는다. 부부는 반갑게 일어나 맞으며 얼마든지 둘러보시라고 말한다. 사진기를 꺼내 든 일행이 저 아래 허리춤까지 올라오는 하얀 꽃길로 앞다투어 사라진다. 지난해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시행하는 공모전에 제출한 사업계획서가 채택돼 보조금 2500만원을 받았다. 대출금이 아니라 순수 지원금이었다. 건물 뒤편의 야산을 정리해 야생화 정원을 조성하고 정자를 세웠다. 홍천 농업기술센터에서도 포장재 등의 비용에 대한 보조금이 지원됐다. 지인들과 꽃차 협회 회원 등이 주로 방문해 체험하던 공방이 블러그(http://blog.naver.com/ssp154)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며 논산, 영월, 제주도 등지에서 단체로 벤치마킹을 왔다. 전국 각지의 박람회에서 초청장이 날아들었다. 올봄에는 미시령 꽃길 조성을 위해 속초시에서 구절초 싹을 대량으로 구매해 갔다. 경남 삼랑진에서도 강둑길 조성을 위해 구매해 가고, 마을 단위로 몇 십 박스씩 주문이 들어왔다. 가을이면 생화 판매가 급증한다. 겨울이면 대궁을 잘라 즙을 짜서 포장하고, 먹기 좋게 환으로 만들어 판다. 2013년 2500만원 정도 하던 매출이 2년 만인 지난해는 600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박람회를 다녀 봐도 그렇고, 오시는 분들 말씀을 들어 봐도 그렇고, 여기 꽃이 유난히 품질이 좋더라고요. 선별해 채취를 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토양과 환경이 특별하기 때문인 듯해요. 워낙 청정 지역인데다, 보시다시피 하루 종일 햇빛이 너무 잘 들잖아요.” 농장 규모로는 얼마든지 대량 생산도 가능하다. 그러나 용 대표는 철저하게 수작업만을 고집한다. 신선한 최고의 품질로 본인이 직접 만드는 꽃차에 대한 자부심이기도 하고,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인 꽃차 시장에 대한 일종의 차별화 전력이기도 하다. “지금도 문의가 많이 들어와요. 건강에 대한 관심들도 커지고, 현재 커피 시장은 포화 상태잖아요. 그래서 커피 전문점 등에서 특히나 많이 들어오는데, 더욱 전문화되고 대중화되어갈 거라고 보고 있어요.” 거기에 야생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며 봄이면 새싹 분양 문의가 폭주한다. 튼튼한 모체에서 생산된 싹이 어느 토양에나 잘 적응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 2일에는 하립골 잔디 마당에서 딸 제하씨의 결혼식이 있었다. 사돈들이 중국에서 건너오고, 전국 각지의 친지들이 꽃놀이 삼아 하객으로 참석했다. 하얀 구절초 밭을 배경으로 전통 혼례를 올리고 피로연까지 모두 이곳에서 열었다. “10여 년 전부터 이곳을 가꿔 가며 꾼 꿈이 있었어요. 첫째는 하립골을 세상에 알리는 것, 둘째는 이곳에서 아이들의 야외결혼식을 하는 것, 셋째는 손녀, 손자들이 하얀 구절초 밭 사이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 이미 두 가지를 이뤘네요.” 꽃과 문학과 자연과 함께 하는 인생의 제2막. 이 부부가 20여년 전 살던 아파트를 줄여 삿갓봉 아래 처음 이 터전을 마련하고, 차근차근 준비해 온 세월에 대한 결실일 것이다. 돌아오는 길, 한 아름 꺾어 온 가을의 향기가 차 안 가득 석양을 맞는다. ■글쓴이 - 소설가 서진연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2013년 ‘괴산’으로 EBS 라디오 문학상 수상. 저서로는 소설집 ‘붉은 나무젓가락’, 장편소설 ‘수목원’ 등이 있다.
  •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6. 그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6. 그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

    ◆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 대학 다닐 때 종이 냄새(약간의 곰팡내)가 나는 학교 도서관 서가를 걸어다니는 걸 좋아했다. 문학 서가를 지날 때였다.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는 책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 남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꾸준히 집까지 바래다 주는 ‘호구’ 여성이 나오는 소설이었다. 누가 봐도 호구인데, 여자는 그 행위에 혼신의 힘을 다 했고 스스로 너무 즐거워했다. 되레 결혼할 여자와 이 바보같은 여자 사이에서 일말의 죄책감 정도는 느꼈을 남자보다 ‘호구녀’가 훨씬 행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내며 작가는 ‘일시적 루저(Loser)’들로 가득 찬 세계를 그렸다고 했지만, 이 경우 누가 루저이며 누가 위너(Winner)인가. 가늠하기 어려워 뵌다.   ◆ “요즘 남자들은 여자한테 돈 쓰기 보다 시간 쓰기를 아까워하더라” “정말?” 최근 일주일에 한 번은 보는 ‘여사친’ 합정스테파니(30·여)는 말했다. “요즘 남자들은 여자한테 돈 보다 시간 쓰기를 더 아까워하더라. 더치(페이)가 문제가 아냐.” “그래?” “그래.” 그런가 싶게 일련 솔깃해졌다. 그러면서 스테파니는 “나한테 돈을 잘 쓰는 남자보다는 집에 바래다 주는 것처럼 조금이라도 나랑 더 같이 있고 싶어하는 남자가 좋더라” 라는 말을 남겼다. 그 한 마디에 기대 ‘바래다 준다’는 행위를 반추해 보았다. 나의 전 남친들은 다들 데려다 주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줄 아는 고루한(?) 이들이었다. 여자친구는 꼭 데려다줘야 한다는 무지막지한 컴플렉스에 시달린 이들일 수도 있고(내가 강제한 것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겠다는 마음씀씀이었을 수도 있다. 또 하필 그때는 시간이 공기처럼 남아 돌던 학생 때이기도 했고, 그래서 뚜벅뚜벅 우리집까지 잘도 같이 갔다. 가끔 막차 끊길 시간이 임박해 데려다주지 못할 때는 얼굴 가득 난감한 기색을 띠며 황망해하는 그들(?)이었다. 많은 남성들이 연인을 집에 바래다 주는 행위에 대한 피로도를 호소하는 게 현실이지만 나의 지인들은 의외의 ‘순애보’를 발휘했다. 아는 이들 사이에서 가장 지고지순한 연애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수지좌파(30·남) 또한 힘들어도 바래다 주는 게 좋단다. “혼자 돌아가면서 잔잔하게 그 사람 생각하는 것도 좋고. 뭐 상대가 자취생이면 찬스(?)도 생길 수 있고.” 방점은 후자에 있는 것 같지만 아무튼 그렇단다. 김뷰티(33·남)는 ‘바래다 주는 일’의 ‘효용론’을 펼쳤다. 노력은 한 20 정도 드는데 반해 효과가 100에 가까운, 투자 대비 효용이 좋은 일이라는 것. 꽤나 귀여운 지인들이다. 그러나 ‘친구같은 연애’를 지향하는 김복실(28·여)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복실에게 “남자친구가 너 데려다 주니?” 라고 묻자“중간지점에서 만나서 밥먹고 데이트하고 중간 지점 승강장에서 빠이~ 하고 가”라는 답이 돌아왔다. 복실은 남자친구가 바래다 주고, 데리러 오는 등의 행위가 ‘남자친구=보호자’로 보는 것 같아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물론 복실에게도 한때 바래다 주는 남친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하고 데이트할 땐 무의식적으로 ‘여자다워야 하는데’ 라는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아. 난 운동화 신고 평상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상태가 좋은데 그런 데이트 방식에선 풀 메이크업에 구두 신고 ‘차려 입은’ 느낌을 줘야 할 것 같은 그런거?.” 이 외 ‘바래다 주다’ 라는 행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자가용의 유무라고 다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보통은 차를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데려다주는 식이다. 가령 운전 경력 3년차 베스트 드라이버인 O양(29·여)은 무면허 남친의 O기사다. 일상적으로 자가용을 이용할 때면 자연스럽게 O양이 남친을 데려다주는 일이 계속 됐는데, O양도 사람인지라 하루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바야흐로 O양이 남자 친구와 강릉으로 새해 맞이 일출 여행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매번 데려다주는 데다 이번에도 운전 독박을 쓰는게 억울했던 O양은 경기 분당 언저리에 사는 남친에게 “우리 집(서울 강남의 모처)에 데려다 줄테니 거기서 지하철 타고 가” 했단다. “근데 하필 고속도로로 돌아오는 길에 오빠네 집이 보이더라구. 그냥 지나치기도 뭣해서 넌지시 ‘여기서 내려줄까?’ 했더니 ‘정말?’ 이라는 거야. 거절도 안하더라.” O양은 ‘쩝쩝’ 입맛을 다셨다. ◆ 나를 얼마나 자주 바래다 주는가 = 애정의 척도? 나를 얼마나 자주 바래다 주는가 = 애정의 척도나에게 돈을 얼마나 쓰는가 = 애정의 척도 우리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단순 척도는 위와 같다. 그렇다면 과연 남자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대답은 한결 같다. 물론 저 공식을 아예 부정할 순 없지만 감정이 불 뿜는 연애 초기와 그 이후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는 것. 등락이 있는 연애의 바이오리듬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하긴 연인 사이에 신뢰가 형성돼 있지 않은 연애 초기에야 그 심리적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무엇인들 못할까. 그래서 남자들 사이에서 금과옥조처럼 “처음에 너무 잘 해주면 안돼~ 나중에 실망해”라고 말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최근 단식하다 쓰러진 모 정치인의 말이 이럴 때는 맞다 싶다. ‘당청 관계가 수직적’이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울로 달아봤나, 삼각자로 재봤나” 좀 더 응용하면 “애정의 척도? 저울로 달아봤나, 삼각자로 재봤나” 수시로 저울에 달고, 삼각자로 재는 연애는 피차 피로를 부른다. 이미 각자가 가진 피로만으로도 충분한 데 말이다. 그 피로에 지쳐 여자나, 남자나 연애에서 또 한 뼘 멀어져 간다. (그러나 당청 관계는 수시로 저울이나 삼각자로 재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건 공적인 관계니까!)   ◆ “오늘은 내가 바래다 줄게” “정말?”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에 고무된 나는 남자친구에게 꼭 그걸 실천해 봐야지, 했었다. 소설 속 호구 여성이 느낀 그 설렘, 그 감촉, 그 느낌을 꼭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촌에서 잘 놀았던 날, 영등포 어드메에 사는 남자친구에게 “바래다 주겠다”고 말했다. (내가 살던 곳은 고려대 앞이었다.) 남자친구는 의아해 했지만, 내 고집이 완강해 꺾지 못했다. 남자친구네 집은 지하철역에서 내려 걸어서 15분 거리였다. 그 길을 보통 걸어간다는 남자친구를 따라 손잡고 걸었다. 매연이 차오르는 대로변을 지나 아파트 단지 안으로 진입했다. 여기가 아침잠이 많은 남친이 매번 헐레벌떡 뛰어가는 그 길이구나, 저 편의점에서 매번 소화가 안 될 때마다 들이켜는 사이다를 사겠구나, 등등의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집 앞에 이르러, 굿나잇 뽀뽀를 할 때는 혹시 남친의 가족들이 보지나 않을까 마음 졸이기도 했다. 바래다 주는 일은 정말이지 뷰티의 말처럼 들인 노력 대비 효용이 높아서 남자친구는 그 일을 두고두고 얘기하며 고마워했다. 상대가 먼저 ‘바래다 주겠다’고 하면 고마워할 일이다. 아니면 말고.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스무 살, 갓 상경한 꼬맹이는 십여 년 전 나온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연애를 배웠다. 드라마 속 ‘캐리’처럼 프라다 VIP가 된다거나, 마놀로 블라닉은 못 신고 살지만 뉴욕 맨하튼이나 서울이나 사람 사는 모양새가 별 반 다르지 않다는 것만은 알게 되었다. 서른 즈음에 쓰는 좌충우돌 여자 이야기, ‘러브 앤 더 시티’다.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 한강도 공원인데… 한강은 하천인데…시민공원 금연구역 지정 찬반 논란

    한강시민공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서울시 조례안이 통과된 지 21개월이 지났지만 팽팽한 찬반 논란이 이어지면서 시행시기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 10일 서울시 관계자는 “2014년 12월에 한강공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조례 개정안이 시의회에서 통과됐지만 워낙 규모가 크고 흡연자 반발도 거세 시행시기, 금연구역 범위, 단속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012년 6월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도시공원법상 모든 공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지만, 한강시민공원은 도시공원법이 아닌 하천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별도 조례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흡연자들의 반대가 거세 조례 개정 2년이 되는 연말까지 금연구역 지정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원래 서울시는 3개월의 계도 기간을 둔 뒤 지난달부터 여의도·이촌한강공원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었다. 또 총 12개의 한강공원 중에 나머지 9곳은 내년부터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방침이었다. 선유도공원은 이미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흡연자 안모(48)씨는 “이렇게 넓은 공원을 전부 다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강바람이 불어서 담배 냄새가 금방 사라지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모(32)씨는 “실내 공간이나 지하철역 출입구와는 달리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담배를 피우면 간접흡연의 피해가 없다”며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 흡연구역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금연구역 지정을 찬성하는 박모(42)씨는 “지방에서도 하천 주변은 금연구역으로 알고 있다”며 “서울의 대표적인 휴식 공간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부산 온천천 주변 산책로(약 16㎞)는 지난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고, 울산 남구 여천천(6.5㎞), 무거천(2.6㎞)도 금연구역이다. 전문가들은 넓은 면적의 실외 공간에 대한 금연구역 지정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위원은 “간접흡연 피해 정도, 흡연에 대한 인식 전환 가능성, 흡연율 감소 등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한강은 공원? 하천?…시민공원 금연구역 지정 찬반 논란

    한강은 공원? 하천?…시민공원 금연구역 지정 찬반 논란

    한강시민공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서울시 조례안이 통과된 지 21개월이 지났지만 팽팽한 찬반 논란이 이어지면서 시행시기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 10일 서울시 관계자는 “2014년 12월에 한강공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조례 개정안이 시의회에서 통과됐지만 워낙 규모가 크고 흡연자 반발도 거세 시행시기, 금연구역 범위, 단속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012년 6월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도시공원법상 모든 공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지만, 한강시민공원은 도시공원법이 아닌 하천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별도 조례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흡연자들의 반대가 거세 조례 개정 2년이 되는 연말까지 금연구역 지정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원래 서울시는 3개월의 계도 기간을 둔 뒤 지난달부터 여의도·이촌한강공원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었다. 또 총 12개의 한강공원 중에 나머지 9곳은 내년부터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방침이었다. 선유도공원은 이미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흡연자 안모(48)씨는 “이렇게 넓은 공원을 전부 다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강바람이 불어서 담배 냄새가 금방 사라지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모(32)씨는 “실내 공간이나 지하철역 출입구와는 달리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담배를 피우면 간접흡연의 피해가 없다”며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 흡연구역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금연구역 지정을 찬성하는 박모(42)씨는 “지방에서도 하천 주변은 금연구역으로 알고 있다”며 “서울의 대표적인 휴식 공간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부산 온천천 주변 산책로(약 16㎞)는 지난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고, 울산 남구 여천천(6.5㎞), 무거천(2.6㎞)도 금연구역이다. 전문가들은 넓은 면적의 실외 공간에 대한 금연구역 지정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위원은 “간접흡연 피해 정도, 흡연에 대한 인식 전환 가능성, 흡연율 감소 등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코에 든 보험금이 69억원...그녀의 직업은?

    코에 든 보험금이 69억원...그녀의 직업은?

    코는 사람마다 모양이 다르지만 두 콧구멍을 통해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누구나 같다. 그런데 영국에 사는 48세 여성 다이앤 콕스의 코는 그 어떤 사람의 코보다 훨씬 더 가치가 크다. 영국 데일리메일 일요판 ‘메일 온 선데이’의 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다이앤 콕스의 코에는 무려 50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68억 8000만 원이 넘는 보험금이 걸려 있다. 이는 그녀가 다니고 있는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이 바로 그녀의 코에 걸려있기 때문. 이 같은 이유로 회사는 매월 약 2만 5000파운드(약 3440만 원)의 보험료를 내야 하는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콕스의 코는 어떤 일에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 임무는 바로 덜 숙성된 체더치즈의 냄새를 맡고 적정 숙성 기간이 됐을 때 그 풍미가 최고 등급이 되는 것을 예측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체더치즈는 그 숙성도에 따라 5단계로 구분된다. 여기에는 마일드(3개월), 미디엄 머처(mediaum mature·5~6개월), 머처(9개월), 엑스트라 머처(15개월), 빈티지(18개월 이상)가 있다. 그녀는 덜 숙성된 치즈 블록의 냄새를 맡고 “이것은 빈티지가 될 것” 또는 “이것은 머처가 될 것”이라고 정확하게 판별한다는 것이다. 이는 아무리 치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좀처럼 할 수 없는 일이 분명하다. 실제로 그녀가 일하고 있는 회사는 서머싯주(州)에 있는 ‘위키팜’(Wyke Farm)이라는 155년 전통의 유명 치즈 제조사로, 이 지역을 포함해 데본과 도싯, 콘월까지 총 네 개 주(州)에서 생산되는 치즈는 ‘웨스트 컨트리 팜하우스 체더치즈’라고 불린다. 이는 독자적인 전통적 제조법으로 만들어진 체더치즈를 의미한다. 치즈 냄새를 맡고 구분하는 일이 그것뿐이냐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콕스는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던 후각 능력으로 숙성도의 미묘한 차이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평소 후각 능력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날것을 취급하는 업무이므로 감기에 걸리기라도 하면 업무에 지장이 생기는 것이다. 콕스는 직업상 영국의 평균 여성이 먹는 치즈의 7배나 되는 양을 먹고 있다. 그렇지만 영국인답게 치즈를 시식하는 것을 매우 좋아해 그야말로 천직이라고 한다. 그녀는 “체더치즈도 좋지만, 블루 치즈나 해외의 다른 치즈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사진=위키팜 / 핀터레스트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한국, 이란 원정길 최대 적수는 ‘8만 관중’…“담배+레이저, 돌도 던져”

    한국, 이란 원정길 최대 적수는 ‘8만 관중’…“담배+레이저, 돌도 던져”

    한국 축구대표팀이 이란 대표팀과 오는 11일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 원정경기에서 맞붙는다. 이란 아자디 스타디움은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린다. 우리 대표팀도 이란 원정은 항상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란은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에서 한국(47위)보다 앞선다. 이란은 최종예선 A조에서 1위를 달리고 있어, 2위인 한국보다 앞선다. 이런 것보다 더 힘겨운 것은 현지 적응이다. 한국에서 이동 시간만 15시간이 넘고, 도착해서도 피로가 가기 전에 며칠 내에 적응해야 하는 애로가 있다. 테헤란이 고지대라는 점, 공기도 좋지 않다는 점, 훈련장으로 이동하려면 족히 1시간 이상 걸리는 교통 체증 또한 싸워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선수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무엇보다 경기장 내 관중이다. 보수 공사로 2만 석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자디 스타디움을 가득 메우는 이란 관중들은 상대 팀 못지않게 가장 극복해야 하는 상대다. 10만 명 가까이 되는 관중이 한꺼번에 내뱉는 함성, 그것도 남자만 꽉 들어차 지르는 일방적인 응원은 상대 팀을 주눅들게 한다. 처음 이란 원정에 온 이재성은 “형들에게 들었을 때는 경기장 분위기가 가장 큰 부담인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 관중들이 지르는 소리가 얼마나 큰지 경기 중 선수들끼리 주고받는 얘기가 들리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경기장 내에서 선수들 간 소통은 매우 중요한 데 그것이 막히는 셈이다. 여기에 관중들의 공격성은 선수들을 더욱 뒷걸음치게 한다. 단순히 응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 선수에게 직접 공격을 가하기도 한다. 이청용은 이번이 이란 원정 4번째다. 그러나 그는 매번 그다지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이란과 경기를 이틀 앞둔 9일 테헤란 숙소에서 만난 이청용은 “경기장에서 관중들의 함성은 선수들끼리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안 드릴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담배 냄새가 찌들어있고, 레이저 빛이나 물병, 심지어 돌을 던지는 경우도 많다”고 지난 원정들을 돌아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개는 ‘냄새’로 시간의 변화를 감지한다 (연구)

    개는 ‘냄새’로 시간의 변화를 감지한다 (연구)

    개가 인간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후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후각을 이용해 심지어 시간의 흐름까지 감지한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를 통해 밝혀져 화제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버나드칼리지의 개 인지능력 연구소장이자 동물 심리학자인 알렉산드라 호로비치 박사에 따르면, 개는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공기 속 냄새를 맡고 이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인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이 주로 시각적 변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인지한다면, 개는 시각이 아닌 후각적 변화를 감지해 시간을 알아챈다는 것. 물론 인간도 후각을 이용해 시간을 인지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향긋하게 퍼져나가는 커피 향기를 맡으면 아침이라고 인지하거나 아침 시간을 떠올리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아침과 저녁은 기온 차이 때문에 공기의 냄새가 미묘하게 다를 수 있는데, 후각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아침 공기와 저녁 공기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개의 경우 이러한 능력이 더욱 강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외부가 아닌 실내 공간에 머무를 때에도, 아침과 점심, 저녁에 따라 기온이 각각 다른 공기가 벽을 타고 흐르면, 기온 차에 따라 달리 느껴지는 냄새를 맡고 현재 시간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 호로비치 박사의 주장이다. 이러한 전문가의 주장은 개가 어떻게 일상생활을 이어가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특수 훈련 즉 폭탄이나 암세포 등을 찾는 등의 능력을 높이는 훈련을 시키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호로비츠 박사는 과거 연구를 통해 개가 소변을 누는 ‘마킹’행위가 단순히 영역표시를 하는 것 이상으로, 다른 개들에게 소변을 본 당사자가 누구이고, 그 지점을 얼마나 자주 지나다니며, 짝짓기에 관한 선호도 등의 정보를 보여주는 증표에 가깝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글로벌 시대] 음식 문화와 외교/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前 주인도네시아 대사

    [글로벌 시대] 음식 문화와 외교/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前 주인도네시아 대사

    ‘좋은 식당을 찾아라.’ 외교관들이 해외 근무지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하는 일 가운데 하나다. 국익을 챙기는 외교는 사무실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긴밀한 이야기는 사무실보다 오히려 식사를 하며 나누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술이라도 한잔 곁들이면 이야기의 심도는 더욱 깊어지게 마련이다. “우리 두 사람만의 이야기인데…”, “여기에서만 하는 이야기이지만…” 하는 식의 표현이 이를 잘 나타내 준다. 요즈음은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 한식당을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한식당만 고집할 수도 없다. 과거 1980년대 중반 우리 외교관이 레바논에서 피랍됐을 때 미국 국무부 직원과 워싱턴DC 15번가의 한 팔레스타인 식당에서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던 기억이 새롭다. ‘셰프를 잡아라.’ 해외 대사로 발령받게 되면 업무 파악도 중요하지만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훌륭한 셰프를 빨리 확보하는 것이다. 대사관저에서의 오만찬은 외교의 주요 수단으로서 외교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나라의 사회나 문화를 이해하는 데 음식처럼 접근하기 쉽고 효과적인 것은 없다. 음식이 그 나라의 역사와 관습, 생활, 그리고 문화적 교류를 보여 줘서다. 국민성과 정신까지도 엿볼 수 있다. 세계화 시대에 인적 교류가 긴밀해지면서 음식 문화의 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 K푸드의 열기로 김치와 불고기는 이제 더이상 한국의 식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음식 문화가 국가나 국민의 호감도에 미치는 영향 또한 작지 않다. 과거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을 마늘 냄새 때문에 비하해 불렀던 적이 있다. 일본인들이 지금은 어떤가. 김치를 비롯해 마늘이 들어간 한국 요리를 좋아하고 마늘의 효력에 매료되기까지 했다. 다진 마늘을 듬뿍 얹은 라면을 ‘스태미나 라면’이라 부르며 즐기는가 하면 급기야 마늘 전용 식당이 서울보다 도쿄에서 먼저 등장했다. 우리는 어떤가. 일식이 건강에 좋다고 해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이러한 음식 문화는 서로의 호감도를 높임으로써 한·일 양국 관계가 가까워지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음식 문화에는 정치·외교적인 긴장이나 역사 문제의 민감성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좁아 서로 간의 우호관계를 단단히 받쳐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은 다름 아닌 아세안 지역이다. 한류와 K푸드는 동남아 지역에서 크게 환영받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이들의 문화와 음식을 알고 이해하고 있을까. 다음달 초 한·아세안센터가 아세안 10개국의 식품산업박람회와 아울러 푸드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태국의 블루엘리펀트와 싱가포르의 위남키 레스토랑 마스터 셰프 등 아세안 10개국의 스타 셰프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국을 대표하는 요리 세 가지씩을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와 같은 쌀 문화권인 동남아 국가들이 끊임없는 교류 속에 어떤 음식을 발전시켜 왔는지, 그리고 이러한 음식이 사회와 문화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그 공통점과 차이점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유익한 자리가 될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지 않고는 서로를 사랑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얼마 전 베트남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분짜’(베트남의 서민 음식) 외교가 크게 호응을 받은 것도 베트남 문화를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도 우리 문화와 음식이 해외에서 사랑받는 것만큼 이들 문화와 음식에 가까이 다가갈 때 서로를 이해하고 친근하게 느끼는 진정한 우호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식의 진정한 세계화도 다양한 음식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 “세 감독의 ‘예리바라기’… 이 순간이 춘몽”

    “세 감독의 ‘예리바라기’… 이 순간이 춘몽”

    인생의 좋은 시절을 봄날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때 꾸는 꿈은 얼마나 나른하고 또 달콤할까. 한예리(32)는 요즘 봄날의 꿈을 꾸고 있다.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며 또 큰 선물을 받고 있네요. 얼마 전 개봉한 ‘최악의 하루’ 관객이 8만명을 넘었어요. 기대 못했는데 너무 좋아요. ‘춘몽’도 수월하게 극장에 걸릴 것 같지는 않아 영화제에서 상이라도 받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 됐네요.” 시네아티스트 장률 감독이 빚어낸 ‘춘몽’은 준비되지 않은 표정들을 만날 수 있는 동네, 사람 냄새 나는 수색을 배경으로 저마다의 결핍이 있는 인물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쉽게는 하류 인생 로맨스이면서 어렵게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재미있는 것은 ‘최악의 하루’에서처럼 ‘예리바라기’가 펼쳐진다는 점이다. 한예리는 영화 속 캐릭터이면서 동시에 춘몽 그 자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한예리의 연기를 하나 더 만날 수 있다. ‘최악의 하루’ 김종관 감독과 함께한 ‘더 테이블’이다. 한예리와 임수정, 정유미, 정은채 등 여배우 네 명이 각자 에피소드에서 열연한다. ‘춘몽’이 주목받는 또 다른 까닭은 감독인 양익준, 박정범, 윤종빈이 배우로 출연한다는 점이다. 장률 감독은 이들이 연출하고 주연했던 ‘똥파리’, ‘무산일기’,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의 캐릭터들을 빌려 와 한예리 곁에 배치했다. “감독님들이 너무 연기를 잘하셔서 배우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제가 오히려 해가 되거나 못 미칠 것 같아 걱정이 많았죠. 배우보다 더 연구하고 더 고민하는 모습이 제게 좋은 에너지를 줬어요.” 딱 까놓고 이야기하면 전통적인 미인은 아니다. 은근한 매력이 넘치는 배우다. 감독들도 반한다. 장률 감독은 “우리 고향 정서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스스로는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사람이 사람에게 애정을 쏟고 관심을 가지려면 자주 보여 주고 자주 봐도 질리지 않아야 해요. 옆집에 사는 사람 같아야 마음이 가는데 제가 그런 부분이 있지 않나 싶어요.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게 하는 것. 그게 저의 힘이 아닐까요?” 그런데 한예리는 자신이 보여 줬던 매력은 캐릭터의 것이라며 감독들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어떤 연기를 한 뒤 다른 색깔 역할이 주어졌을 때 편하게 받아들여지는 게 중요하잖아요. 저라는 베이스 자체가 워낙 평범해서 그런 게 가능하지 않나 싶어요. 감독님들이 그리는 그림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죠. 예쁜 사람이 맡아야 하는 역할 말고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역할을 만들어 주셔서 정말 좋아요.” 상업 영화 여주인공을 꿰찰 정도로 성장했지만, 저예산 독립영화 출연 비중이 많다. 영리하게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는 느낌인데,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재미가 참 여러 가지더라고요. 어떤 작품은 촬영이, 어떤 작품은 미술이 궁금해요. 어떨 때는 의상이나 시나리오, 감독님이나 상대 배우가 될 수 있죠. 그런 호기심, 궁금증이 생기면 하게 돼요. ‘춘몽’은 감독님 때문에 선택했어요. ‘필름 시대의 사랑’이 감독님과의 첫 작품이었는데 첫 촬영 때 저를 불러 모니터를 보여 준 뒤 제 연기에 대해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러고는 (연기를) 거짓말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는데 어쩐 일인지 그때부터 마음이 경쾌해져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이분과 한 번 더 작업을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됐습니다.” 실제 삶에서 예리바라기를 경험해 본 적은 없을까. “영화에서라도 그럴 수 있어서 다행이죠. 호호호. 그래서 영화를 찍을 때 좀더 재미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전 잔잔한 삶을 살고 있는데 영화에서는 다채로운 삶을 사는 거니까요.” 최근 1년간은 숨돌릴 틈도 없이 상업 영화에서 예술 영화를 넘나들며, 또 TV와 영화를 오가며 변화무쌍한 연기를 이어 왔다. 벌써부터 내년이 걱정이라며 푸념이다. “영화는 보통 올해 찍으면 내년에 개봉하고 그래요. 그런데 올해 저는 곧장 개봉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농사지어 놓은 밑천이 떨어져 내년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요. 이제야 연기의 재미를 찾은 부분이 있거든요. 그 감정을 잊어버리기 전에, 이 에너지를 잃기 전에 끊이지 않고 연기해야 한다는 마음 뿐이에요.” 무용을 공부하다가 연기자의 길을 가게 된 지 이제 8년째. 배우로서 그리는 자신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매번 주어진 것에 지금처럼 충실했으면 해요. 나태해지지 말아야죠. 늘 좋은 배우를 꿈꿔요. 너무 막연하고 포괄적인가요? 기자분들이 우리나라 배우 10명을 꼽을 때 그 안에 들어가는 그런 배우를 꿈꾼답니다.” 글 사진 부산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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