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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라면 섭취 총량제/박록삼 논설위원

    [길섶에서] 라면 섭취 총량제/박록삼 논설위원

    어머니는 엄격했다. 라면은 몸에 나쁘다는 믿음을 평생에 걸쳐 실천했다. 덕분에 집에서 라면 먹는 건 1년에 서너 번 연례행사에 가까웠다. 친구집에 놀러가 어쩌다 라면 끓여 먹은 날이면 그 짭짤매콤한 맛의 황홀한 여운 또한 오래갔다. 초등학교 졸업할 즈음 나왔던 컵라면은 신기함 그 자체였다. 냄비도, 가스불도 없이 먹을 수 있는 라면이라니. 하지만 역시 ‘라면’이었다. 집에서는 먹을 수 없는 선망의 음식이었다. 중학교에선 일찌감치 도시락 까먹은 녀석들이 플라스틱 휴대용 물통에 봉지라면 부숴 넣은 뒤 뜨거운 물 부어 컵라면처럼 만들어 먹곤 했다. 곁에서 한 젓가락씩 얻어먹는 맛은 기가 막혔다. 훗날 군대에서 ‘뽀글이’를 접했지만 무엇이 먼저인지는 지금도 잘 모른다. 요즘에는 일요일이면 거의 라면을 끓여 먹는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먹을 때도 있다. 아내가 “어렸을 때 못 먹었다더니 몰아서 먹는 거냐”고 핀잔한다. 평생 먹는 라면의 총량이 정해진 것 아닌가 싶다.
  • [나우뉴스] 코로나가 맺어 준 부부, 첫 만남서 10일간 강제 동거 “이것이 운명”

    [나우뉴스] 코로나가 맺어 준 부부, 첫 만남서 10일간 강제 동거 “이것이 운명”

    중국의 한 20대 커플이 첫 만남 당일 코로나19 격리로 10일간 동거하게 되면서 단 4개월 만에 전격 혼인 신고를 하게 된 사연을 공개했다. 사연의 주인공인 20대 남성 장 모 씨는 지난 8월 가족들의 주선으로 지금의 아내인 현 모 씨를 만나기 위해 자신의 직장이 있는 선전시에서 하이난성의 아내 집을 찾았다가 덜컥 격리 통보를 받았다. 8월 첫 만남 당일 하이난성 싼야시에 소재한 현 씨의 집에서 두 사람은 간단한 점심 식사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만남 장소였던 현 씨의 집이 포함된 구역 일대가 코로나19로 전면 봉쇄되면서 두 사람은 10일간의 강제 격리 생활을 감수했던 셈이다. 하지만 당시의 강제 격리가 이 두 사람에게는 첫 만남 직후 단 4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축복이 됐다. 격리 기간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갈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대화 중 두 사람이 사실은 같은 학교 동창생이었으며 2년 전에는 한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후 당시 격리 생활을 담은 영상은 장 씨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상 속 장 씨는 현재 자신의 아내가 된 상대방을 위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등 자상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뒤늦게 추가로 공개된 이 두 사람의 결혼 뒷이야기에 따르면, 10일간의 강제 격리 생활을 마쳤던 두 사람은 각자의 일상생활로 돌아간 뒤 서로에 대한 깊은 상실감을 느끼며 빠른 속도로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장 씨는 현 씨와 헤어진 직후 고향인 선전으로 돌아왔을 당시를 상기하며 “격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며 압도적인 상실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후 지난 10월쯤, 현 씨가 돌연 장 씨의 직장이 있는 선전으로 이주하면서 두 사람의 동거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특히 이들은 혼인을 앞두고 시작한 동거 생활의 진면모를 영상으로 촬영, SNS에 공유했는데 영상 속에 등장한 장 씨는 “기름이 튀지 않도록 냄비 가까이 오지 말고 구경만 하라”면서 아내를 살뜰히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부부는 지난 26일 선전시 혼인 등록사무소를 찾아 부부로의 인연을 공식화했다. 이들의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부부가 만나는 것은 하늘이 정한 운명이라는 말이 딱 맞는 사례”라면서 “달콤한 부부의 사랑 이야기 덕분에 고단했던 2022년 마지막 하루를 잘 마무리했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동안 연애나 결혼이 이전보다 더 어려워져서 안타까웠는데 장 씨 부부를 보면서 큰 위로를 받았다”, “역시 평생의 인연은 하늘이 정해준다는 말이 다 맞는 것 같다”는 등의 흥미로운 반응을 이어갔다. 임지연 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식빵을 사러 가는 소년/이익훈 [서울신문 2023 신춘문예 - 희곡]

    식빵을 사러 가는 소년/이익훈 [서울신문 2023 신춘문예 - 희곡]

    등장인물 : 아저씨·소년 아저씨는 드러그스토어 앞. 지금 막 나왔다. 아저씨: (횡단보도 앞에 있는 소년을 발견하고) 너 또 식빵 사러 가니? 소 년: 네. 아저씨: 오늘도 무화과 잼이랑 먹을 거니? 소 년: 어떻게 말해야 하죠? 아저씨: 왜? 소 년: 오늘은 제가 먹을 게 아니라서요. 아저씨: 그러면 누가 먹을 건데. 소 년: 엄마요. 엄마가 아저씨랑 먹을 거래요. 아저씨: 나? 소 년: 아뇨. 엄마 남자 친구요. 아저씨: 아, 지난번에 말했던 아빠 친구 말하는 거구나. 소 년: 쉿, 엄마가 그 말 하면 싫어해요. 죄책감 같은 게 느껴지나 봐요. 아저씨: 넌 이럴 때마다 참 어른스럽구나. 소 년: 아저씨, 파란불이 되었어요. 소년은 깡충깡충 횡단보도를 건넌다. 아저씨는 횡단보도 건너편 인도에 크게, 깡충, 소리를 외치며 도착한 소년의 뒷모습을 본다. 아저씨는 소년의 뒷모습을 찍고 싶다. 부끄러움이 없는 모습. 아저씨는 부끄러움이 많다. 전화기를 찾는다. 전화기가 없다. 아뿔싸. 방금 산 염색약도 없다. 지갑도 없다. 전화기와 염색약과 지갑을 찾는 동안 소년은 ‘비건식빵전문무인판매가성비갑프랜차이즈’ 매장으로 들어간다. 쉽게 누구나 쓰는 마케팅 용어가 매장 앞에 있다. 무인판매라. 아저씨는 키오스크를 사용할 때마다 뒤의 사람이 재촉할까 조급해져 미안한 마음과 짜증나는 마음 때문에 방금 자신이 사려던 게 뭔지 잊곤 했다. 대면이 좋다. 대면이 좋다라. 아저씨는 드러그스토어 안으로 들어간다.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이 길에 돌아다닌다. 비가 쏟아진다. 아저씨가 드러그스토어에서 나온다. 약속이나 한 듯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사라진다. 아저씨는 한숨을 짓고 드러그스토어 옆 건물 처마 아래 있다. 아이도 식빵 가게 처마 아래 있다. 아저씨: (소년에게) 거기도 비가 오니? 소 년: 그럼요. 거기가 비가 오는데 여기라고 안 오겠어요. 아저씨: 그렇지. 그런데 너는 이럴 때마다 도인 같다. 소 년: 아저씨야말로 사라졌다가 뽕, 나타났어요. 도인처럼. 아저씨: 내가 그랬어? 뽕! 뽕뽕뽕! 뽕뽕뽕뽕? 소 년: 그만해요. (웃으며) 재미없어요. 사이 소 년: 걱정했어요. 사라져서. 아저씨가 말이 없자 소 년: 집에 있는 책을 읽었어요. 아빠가 두고 간 책들. 묵자. 아저씨: 아빠가 철학을 했나 보다. 소 년: (못 들은 척한다) 아닌가. 노자인가. 어려워요. 아저씨: (못 들은 척한다) 식빵은 샀어? 소 년: 네, 감자가 들어 있는 식빵이에요. 맛있을 거 같아요. 요즘 감자가 제일 핫하다고 해서 샀어요. 철학보다 식빵 얘기나 낫네요. 아저씨: 감자가 요즘 유행이지. 감자튀김, 감자칩, 감자깡, 감자전, 감자프라이, 감자만두, 감자옹심이, 감자전, 영국식감자칩, 프랑스식감자오믈렛, 일본식감자돈가스, 독일식감자사우어크라우트곁들임, 감자회오리튀김, 생감자, 찐감자, 말린감자, 감자술, 감자팩, 감자보디크림, 감자립글로즈, 주식감자…. 소 년: 여기 빵 중에서 제일 비싸요. 아저씨: 너 왜 말을 끊니. 소 년: 재미없어서요. 아저씨: 내가 재미없구나. 소 년: 네. 다른 건 다 1990원인데 이것만 4990원이에요. 아저씨: 비싼 거 샀다고 엄마한테 혼날까 봐 걱정되니? 소 년: 엄마는 날 혼내지 않아요. 미안해하지. 그래서 나는 화가 나요. 아저씨: 그렇구나. 소 년: 혼내는 사람들은 안 미안해하는데 혼내지 않는 사람들은 항상 미안해해요. 미안해하니까 나는 화를 내고 싶은데 화를 못 내니까 나는 화가 다시 나요. 아니, 엄마를 이해하니까, 아니 엄마를 이해해야 하니까 화가 나는데 화가 안 나요. 그래서 결국 화가 나요. 아저씨: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 소 년: (물끄러미, 차갑게) 알아요. 아저씨는 비겁하니까. 아저씨: 미안하다. 사이 소 년: 그러나 난 아저씨도 이해해요. 아저씨, 미안해하지 마요. 미안해하면 화가 나요. 화가 나는데 화를 안 내야 하니까 내가 비참해져요. 아저씨: 그래, 더 비겁해지마. 사이 소 년: 따뜻한 걸로 골랐어요. 엄마가 아저씨랑 먹어야 하는 거라. 이거 맛있어야 해요. 아저씨: 비가 계속 온다. 괜찮아? 소 년: 여긴 맞을 만해요. 아니다. 안 맞아요. (식빵 가게 캐노픽스를 가리킨다) 아저씨는요? 아저씨: (처마를 쳐다본다. 그러나 처마라고 할 수 없는 이십 센티 정도의 콘크리트 돌출 형태라 비를 막지 못한다. 요즘 도시에선 함부로 쉽게 비를 피하기도 어렵다. 남의 영업장 앞에서 비를 피하면 장사 방해를 한다고 면박당하고 가로수의 잎은 사지 절단이 된다. 다 아는 마당에 의연할 수 없다.) 여긴 비가 많이 와. (웃으며) 다 젖었어. 소년은 아저씨가 있는 곳, 처마 밑을 바라본다. 개미들에게야 가수 싸이가 흠뻑쇼를 하는 것처럼 물이 쏟아지는 그곳이 신나는 실외 운동장처럼 보이겠지만 살이 처지고 배가 나오고 무릎이 풀리기 시작한 아저씨, 오래 고정 자세로 서 있는 것도 힘들 아저씨에게, 그 땅은 비를 피하기 좁다고 말하기 전에, 우선 처량해 보인다. 소년은 생각한다. 방금 나온 드러그스토어 안으로 다시 들어가 아까는 못 사 온 물건이 있는 것처럼 들어가 잠깐 비를 피하면 좋을 것을 왜 저러고 있는지 답답하다. 물론 안다. 드러그스토어는 아저씨 나이 때 남자가 쉽게 드나들기 편한 곳은 아니다. 소년은 자기가 있는 곳, 식빵 가게 캐노픽스를 쳐다본다. 넓다. 아저씨가 이쪽으로 오면 좋겠다. 그런데 오지 않을 것이다. 아저씨는 왜 고집스럽게 저기에 있을까. 그는 비겁하기 때문일까, 처량하기 때문일까, 어리석기 때문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캐노픽스 위로 데굴데굴 굴러가는 비를 본다. 빗소리를 듣는다. 소년은 슈만의 Op.68 No.12를 듣는다. 아저씨: 그렇게 보지 마렴. 나쁘진 않아. 남 눈에는 나쁘겠지만 나는 나쁘지 않아. (말꼬리를 흐린다. 마치 영화 ‘부기나이트’ 마지막 장면의 그 남자 같다. 두 손으로 자신 있게 붙잡고 일으켜 보지만 쓰러진 성기는 마음처럼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누가 타인의 불능을 안쓰럽게 여기겠는가. 그것도 사회적으로 희생하거나 공헌한 바 없는-오락적으로 음지의 쾌락을 준 것으로 사회적 공헌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다른-포르노 배우의 퇴직 직전을. 아저씨는 그 정도 쾌락도 못 되고 그저 처마 밑에 있을 뿐이다. 그깟 비가 뭐 대수라고. 자신감을 억지로 불러 본다. 자신감은 대답이 없다. 사이.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정말 나쁘지 않아. 그다지. (그러나 우스꽝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소 년: (슈만을 다 듣고) 곧, 끝나요, 그래 봤자. 아저씨: 뭐가, 말이니? 소 년: 비요. 비는 더 온다. 아저씨: 그럴까. 소 년: (번개가 친다) 안 그럴 수도 있겠어요. 제가 그리로 갈게요. 아저씨: 너, 우산도 없잖아. 소 년: 둘이 같이 맞아요. 그러면 덜 외로우니까. 아저씨: (혼자 맞는 거에 오래 익숙해서 이런 권유가 실은 무섭다) 그럴래. 소 년: (신호등을 보며) 파란 불이에요. 아저씨: 조심하렴. 소년은 깡충거리며 횡단보도를 건넌다. 소 년: (옷 속에서 식빵을 살짝 꺼내며) 아저씨가 궁금해할까 봐. 아저씨: 그래, 궁금했어. 소 년: 따뜻해요. 아저씨 먹을래요? 아저씨: 엄마랑 아저씨 가져다줘야 한다며. 소 년: 궁금해했잖아요. 감자튀김, 감자칩, 감자깡, 감자전, 감자프라이, 감자만두, 감자옹심이, 감자전, 영국식감자칩, 프랑스식감자오믈렛, 일본식감자돈가스, 독일식감자사우어크라우트곁들임, 감자회오리튀김, 생감자, 찐감자, 말린감자, 감자술, 감자팩, 감자보디크림, 감자립글로즈…. 블라블라 해놓고. (사이) 감자 박사님. 아저씨: 놀리지 마렴. 소 년: 딱 놀려야 좋은 타이밍인데, 놓치지 않을 거예요. 아저씨: 박사 아니야. 그냥, 예전에 글을 썼지. 글을 잘 쓰려고 감자 조사를 했지. 지금은 글도 감자도 모조리 다 실패했어. 나는 실패한 인생이야. 소 년: 알고 있어요. 아저씨는 실패한 인생. 저번에 만났을 때도 그렇게 말했어요. 그땐 양배추를 조사하고 있었는데. 아저씨: 내가? 소 년: 내가 호밀 식빵을 사러 가던 날이었는데요. 아저씨가 내게 식빵 사러 가냐고, 울면서 말 걸었어요. 울면서. 아저씨가 대낮에 울다니. 나는 너무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아저씨를 사랑스럽게 봤어요. 아저씨가 말했어요. 호밀 빵에는 사우어크라우트란다. 샌드위치 만들어 먹으렴, 기가 막혀. 낮술에 취해 있었어요. 나 참 기가 막혀서. 아저씨: 기억나. 소 년: 그때도 아저씨는, 멋있었어요. 아저씨: 내가? 소 년: 실패한 사람들은 다 멋있어요. 성공한 사람들은 다 밥맛이에요. 아저씨: 그렇구나. 사이 소 년: 왜, 라고 안 물어요? 아저씨: 인생에 왜가 어디 있어. 소 년: 알겠어요. (아저씨를 보며) 아저씨가 왜 시에 성공하지 못했는지 알겠어요. 아저씨: 왜? 소 년: 이런. 왜가 없다고 해 놓고. 아저씨: 왜? 소 년: 말 못 하겠어요. 아저씨: 왜? 소 년: 정말 말 못 해요. 아저씨: 그럼 말하지 마렴. 소 년: (소심하게) 왜가 없는 사람이니까. 아저씨: 응? 소 년: 왜를 묻지 않는 사람은 성공하지 못한다고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말하잖아요. 아저씨: 그런데? 소 년: 그런데 아저씨가 갑자기 왜냐고 물어서, 이건 뭐지, 당황했어요. 아저씨: 비가 그치는 거 같다. 사이 소 년: 여하튼, 그날부터, 사우어크라우트 샌드위치를 해 먹었어요. 맛있었어요. 소금이 처음에 짰는데 시면서도 달아진다는 게 신기했어요. 아저씨: 엄마가 해 줬니? 소 년: 내가 했어요. 그쯤은 저도 할 줄 알아요. 엄마가 음식 해 주는 사람도 아니고. 아저씨: 그렇지. 소 년: 엄마는 그럴 때도 미안해해요. 미안하다고 하면서 나를 안아요. 숨이 막혀요. 싫어요. 엄마 팔에는 온통 낙서에요. 뭘 감추려고 했는지 알 수 없어요. 엄마는 가끔 저에게도 낙서를 해요. 아저씨: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니, 너한테. 소 년: 엄마를 원망하지 않아요. 조금만 더 기다려 줘요. 아저씨: 기다리다 죽을 수도 있어. 소 년: 와우, 엄마가 자주 하는 말이다. 아저씨: 우리 엄마도 그랬는데. 우리 엄마는 결국 자기를 죽였지. 나는 엄마를 용서하지 않았어. 용서하고 싶었는데 할 수가 없었어. 내 팔에도 낙서가 있다. 내 팔 좀 볼래? 사이 소 년: 싫어요. 사이 소 년: 그런데요. 감자주식은 뭐예요? 주식감자였나. 아저씨: 그건, 그건. 소 년: 말 안 해도 돼요. 그 정도는 알아요. ‘감’ 자는 아마 감소한다는 ‘감’ 자일 거고. ‘자’는 아마 자본주의 할 때 ‘자’일 거고, 주식은 요즘 영끌한다는 주식을 말하는 거겠죠, 뭐. 아저씨: 잘 아는구나. 소 년: 나는 실패한 사람이 좋아요. 아저씨처럼. 사이 소 년: (식빵을 들이밀며) 먹어도 돼요. 여기엔 제 몫이 있어요. 따끈한 건 제 몫이에요. 그들은 차가운 걸 먹어야죠. 그게 심부름시킨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당연한 몫이에요. 안락을 누리는 사람들의 몫. 아저씨: 미안하지 않아? 소 년: (단호하게) 왜요? 그들이 미안해해야죠. 엄마는 미안해하지만 뭘 미안해하는지 모르는 거 같아요. 그런 사람들한테 미안해할 필요가 없어요. 아저씨: 나는 미안해. 소 년: 제 몫을 나눠 먹어요. 아저씨: 그래도, 좀 그래. 소 년: (채근하며) 그들은 여기 없어요. 눈치 보지 말아요. 우리 같이 먹어요.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아저씨: (소년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 그래도 미안하지. 그건 네 몫이지, 내 몫이 아냐. 소 년: 이건 우리들의 몫이에요. 아저씨, 나를 부끄럽게 만드네요. (식빵을 옷 속으로 넣으며) 나는 나한테 미안해하는 사람들이 싫어요. 미안하다고 너무 쉽게 성의 없이 점잖게 말하면서 자기만 회피의 천국으로 가요. 아저씨: 미안하게 되었구나. 소 년: (시계를 보며) 저는, 십 분 정도 늦게 들어가는 게 좋겠어요. 그때까지만 같이 있어 줘요. 아저씨. 아저씨: (처마를 보며) 비가 그치는 것 같아. 소 년: 습기를 먹어 빵이 더 폭신폭신해졌어요. (쾌활하게) 비가 오는 날은 빵 만들 때 물을 조금 덜 넣어야 해요. 비 때문에 나는 추운데 빵 때문에 나는 더 따뜻해져요. 아저씨: 정말 비가 조금, 조금 가늘어졌다. 너, 아까 곧 그칠 거라고 하더니. 소 년: 비는 굵기도 하고 가늘기도 하고 굵게 조금 오기도 하고 가늘게 많이 오기도 해요. 갑자기 내려오기도 하고 갑자기 멈추기도 해요. 그걸 몰라요? 아저씨: 너 신기가 있나 봐. 십 분 후에 비가 그칠까? 소 년: 십 분 후? 아저씨: 십 분 정도 늦게 들어가는 게 좋겠다며. 그때까지만 같이 있자며. 소 년: 아저씨? 아저씨: 응. 소 년: 정말 몰라서 그래요? 아저씨: 화났니? 소 년: 비가 와서 안 간 게 아니에요. 엄마가 아저씨랑 하는 일이 아직 안 끝났어요. 아저씨: (소년의 말이 뭘 말하는지 잘 모른다) 우산이 없는데. 소 년: 우산이 없다고 어딜 못 가요? 비가 와서 못 가요? 인생에 우산이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어요. 우산은 다들 멋으로나 쓰는 거예요. 아저씨: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나. 소 년: 이제 팔 분 남았어요. 이빨 닦고, 양말을 신고, 단추도 채우고. 아저씨: 말하고 싶은 게 있어. 내가 담근 사우어크라우트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어. 그가 죽었어. 그걸 먹어 줄 사람이 이제 없어. 소 년: 알아요. 아저씨가 술에 취해 항상 말했어요. 사이 소 년: 빵 드실래요? 아저씨: 아니. 소 년: 실은, 저도 그랬으면 했어요. 엄마한테 새걸 주고 싶었어요. 남은 건 제가 먹고요. 그 정도가 제일 괜찮아요. 아저씨: 뭐라 할 말이 없구나. 게걸스러운 이 세상에서는, 더욱. 소 년: 이제 오 분 남았어요. 집까지 가면 딱 맞아요. 갈게요. 아저씨 잘 가요. 아저씨: 그래, 비가 다 그쳤구나. 잘 가렴. 소 년: 미안해요. 다음에 제가 그거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 sauer 시큼한, kraut 양배추 / sauer에 망가진, 무기력한이라는 뜻이 있다.) 먹어 줄게요. 아저씨가 해 준 거, 같이 먹어요. 2. 오래된 아파트 단지 놀이터다. 오후, 이 시간. 보통의 아이들은 모두 학원이나 피시방에 있기 때문에 놀이터는 이제 교복 소년소녀들이 담배 피우며 잠깐 부모를 피해 돈을 피해 세상을 씹는 곳으로 바뀌었다. 그나마 이 아이들은 귀여운 구석이 있을 수도. 교복 소년소녀들은 담배를 피우면서 심심하면 시소를 타다가 그네를 타다가, 우리가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말이야, 몇 초 정도 반성하지만, 라이프 이스 고 온, 다시 담배를 피운다. 이럴 때 라이프 이스 고 온을 사용하는 게 맞는지 모르지만 영어를 사용하면, 아이들은 자신들이 약간은 공부를 하는 것 같아 혼란스러우면서 뿌듯하기도 하다. 아직 교복 소년소녀들도 없는 시간. 텅 빈, 잡초만 무성한 곳 벤치에 느긋하게 앉아 아저씨는 셀프 염색을 어느 정도 마쳤다. 이제 셀프 염색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뒷머리를 어찌할까, 언제나처럼 대충 문댈까, 그러다 아니다 싶다. 마지막은 단정하고 싶다. 소년이 놀이터로 폴짝 들어온다. 아저씨: 너구나. 소 년: 네, 저예요. 염색하나 봐요. 어제 산 걸로. 아저씨: 어제 하려다가, 비 오는 날은 염색이 잘 안 되고 흘러내려서. 그동안 비 오는 날 염색하다가 옷을 많이 버렸어. 소 년: 비 오는 날은 밖에만 비가 오는 게 아니니까요. 염색약도 축축해지고 속마음도 축축해져요. 아저씨: 빵은 폭신폭신해지고. 소 년: 재미없어요. 아저씨: 어젠 잘 갔니? 소 년: 잘 갔어요. 엄마가 좋아했어요. 아저씨가 고맙다고 했어요. 아저씨: 나 말이니? 소 년: 아뇨. 엄마 남자 친구요. 아저씨: 아저씨가 너 올 때까지 기다렸나 보다. 인사하려고. 소 년: 단추를 목까지 다 잠그고, 마치 로만 칼라처럼, 그러곤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 아저씨는 단정해요. 아저씨: 나도 단정해지려고, 염색을 했어. 소 년: 단정한 아저씨는 재수 없어요. 아저씨: 나도 재수 없니? 소 년: 아저씨 같은 사람이 단정해지면 무서워요. 그 끝을 나는 다 알아요. 사이 소 년: 싫어요. 단정해지지 말아요. 어린 내가 감당하기 어려워요. 사이 아저씨: 아저씨가 빵 먹고 가려고 했나 보다. 네가 사 온 맛있는 빵을. 소 년: 양말도 다 신고 벨트도 풀었던 흔적이 없었어요. 재킷도 다시 입은 흔적이 없었어요. 처음부터 벗지 않았나 봐요. 엄마랑 술도 마시지 않았어요. 나 혼자 별생각을 다 했어요. 그 정도는 해도 되는데. 내가 그 정도 아량은 있는데. 너무 매너가 좋았어요. 아저씨: 좋은 사람이구나. 소 년: 용돈을 주기에 받았어요. 많이 줬어요. 또 빵을 사 와야지. 아저씨랑 엄마가 편하게 쉬게 해 줘야지. 아저씨: 용돈을 받았구나. 소 년: 매너가 너무 좋아서 화가 났어요. 그를 때리고 싶었어요. 용돈을 받아서 나는 화가 났어요. 나는 나를 때리고 싶었어요. 아저씨: 그런 걸 왜 벌써 알았니? 그런 건 모르는 게 나은데. 소 년: 아저씨를 만난 다음부터, 엄마가 몸에 낙서하지 않아 나는 좋거든요. 엄마가 많이 웃어서 좋아요. 엄마가, 씻고 화장하고 몸을 예쁘게 가꿔서 나는 정말 좋아요. 엄마가 더이상 울지 않아서 좋아요. 엄마가 천장에 줄을 달지 않아서 좋아요. 베란다에 기대어 저 아래 높이를 가늠하지 않아서 좋아요. 엄마를 그렇게 만들어 준 아저씨가 너무 좋아요. 그런데, 전, 집에 들어가기 전에 빵에다 침을 뱉어요. 빵은 촉촉해져요. 그래 놓고, 그 침 뱉은 빵을 주고 용돈을 받은 거예요. 전 못된 아이예요. 사이 아저씨: 못된 아이야. 소 년: 네? 아저씨: 못된 아이야. 내 뒷머리 염색 좀 해 줄래? 사이 소 년: 싫은데요. 아저씨: 우선 비닐장갑을 끼고. 소 년: 싫어요. 아저씨: 단정해져도 네가 안다는 그 길로 안 갈게. 소 년: 싫은데. (싫다고 하면서 비닐장갑을 낀다. 포기한 걸까. 믿는 걸까) 아저씨: 냄새가 독하니까, 한 손으로는 코를 막고. 소 년: 아저씨 냄새만큼 독할까. 아저씨: 내 냄새? 소 년: 네. 아저씨: 홀아비 냄새가 나니? 아, 너 홀아비라는 낱말을 아니? 소 년: 그쯤은 알아요. 홀아비는 서 말 구슬을 꿴다! 아저씨: 홀아비가 아닐걸. 구슬이 아니거나. 소 년: 제 말은 홀아비일수록 구슬을 꿰어야 한다! 아저씨: 그럼, 냄새가 안 나겠네. 소 년: 냄새가 나요. 아저씨: 무슨 냄새가 나. 늙은 냄새가 나니? 소 년: (망설이다가) 슬픈 냄새요. 사이 소 년: 슬픈 냄새가 나요. 못 닦은 냄비의 눌어붙은 라면 냄새, 찬밥에서 나는 딱딱한 냄새, 보일러를 켜지 않은 방의 차가운 냄새, 혼자 마시는 소주 냄새, 눈알에 초점을 잃은 냄새, 가누지 못하는 오줌의 냄새, 기름기 없이 가늘어진 흰 머리의 냄새. 아저씨: 혼자 늙는 남자의 냄새구나. 소 년: 그냥 슬픈 냄새가 나요. 심심하고 할 일 없어 아무나하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외로운 냄새가 아니에요. 사랑하는 것을 모두 잃고 광야에 서 있는 남자의 냄새. 곧 자신도 잃을 것 같은, 슬픈 냄새가 나요. 사이 소 년: 그냥 빵 냄새만 맡아도 그 슬픔의 냄새가 사라질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살아요? 제가 좋아하는 명대사가 있어요. 아저씨: 명대사? 소 년: 보족세트와 비빔막국수요! 아저씨: 무슨 영화야? 소 년: 영애 누나랑 혜준이 누나랑 선영이 누나랑 홍내 형아랑 현철이 형아가 아름답고. 아저씨: 그래 그게 무슨 영화니? 소 년: 종준이 아저씨랑 해숙이 아줌마가 너무 멋진 구경이요. 자살을 결심했던 소년은 그 말을 듣고 꿀꺽 침을 삼킨 후 살아가게 됩니다. 아저씨: 명대사구나. 소 년: 그러니, 아저씨도 식빵을 먹어요. 아저씨: 그래. 식빵을 먹어야겠구나. 그럼 우선 염색을 빨리 끝내야겠구나. 멋을 부리고 싶구나. 소 년: 좋아요. 제가 어떻게 하면 되나요? 우선 장갑을 끼고. 그들은 오래 조용히 염색을 한다. 빛을 받아 머리에서 윤이 난다. 염색이 끝난다. 아저씨: 고맙다. 잠깐 기다릴래. 염색했으니 머리를 감아야 해. 창포물로. 소 년: 머리 감고 만나요. 아저씨: 그럴까. 소 년: 잘 감아요. 전, 그사이, 같이 먹을 식빵을 사 올게요. 아저씨: 무슨 빵을 사 올 거니? 소 년: 마늘이랑 양파가 들어 있는 빵을 사 올까 해요. 아저씨: 네가 그런 걸 먹을 수 있어? 매울 텐데. 소 년: 아저씨. 나, 이래 봬도, 엄마 남자 친구가 아빠 친구인 사람이에요. 인생이 이렇게 매운데, 그깟 매운 빵 정도야. 아저씨: 그렇구나. 그래 넌, 그럴 수 있겠구나. 나는 매운 인생을 견딜 수가 없는데. 너는 의젓하구나. 소 년: 아저씨, 머리 감고 나와요. 저는 빵을 사 올게요. 아저씨: 그래. 있다 보자. 아저씨는 염색약 도구를 챙기고 저벅저벅 기쁘게 집으로 향한다. 소년도 식빵을 사러 간다. 깡충깡충. 놀이터는 다시 텅 빈다. 오래. 텅 빈 놀이터. 식빵을 사러 갔던 소년이 빵을 사 온다. 소년은 언제나 그렇듯 빵을 가슴에 품고 있다. 소년은 아저씨를 기다린다. 아저씨가 오지 않는다. 어디선가, 구급차 소리. 소년은 식빵을 결국 혼자 뜯어 먹으며 화가 났다. 오랜 시간 소년을 텅 빈 놀이터에 둔 아저씨가 소년에게 온다. 소년 화가 나서 아저씨에게 달려가 아저씨를 때린다. 소 년: 아저씨. 그렇게 제멋대로 하니 자유로워요? 아저씨: 자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자유롭지 않구나. 소 년: 그럼, 내가 자유롭게 해 줄게요. 죽어 버려. 소년, 깡충 뛰며 아저씨 목을 조르려고 한다. 아저씨: 이제 안 할게. 정말이야. 자유가 뭔지 알고 싶었어. 미안해. 소년, 아저씨의 발목을 때린다. 소 년: 자유가 뭐긴 뭐예요. 자유가 자유지. 아저씨: 자유가 자유구나. 소 년: 엄마는 내게 빵 심부름시킬 때마다 미안해했어요. 미안해하지 말고, 엄마. 낙서나 하지 마. 이미 우리에겐 지울 낙서가 이만큼이야! 아저씨: 그게, 난 힘들구나. 소 년: 이거나 먹어요. 아저씨: (자기 머리를 만지며) 염색이 잘 나왔어. 고마워. 단정하게 잘 가고 싶었어. 사이, 어두워졌다가 환해진다. 다시 놀이터. 놀이터는 조용하다. 소년 혼자 빵을 먹고 있다. 여전히 조용히. 품 안에 넣었던 빵을 새 모이만큼 아주 조금 뜯어서. 다시 품 안에 넣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걸까. 그래 인생을 멀리서 보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평화롭다. 그래 인생을 가까이서 보자. 무슨 일이 계속 일어난다. 그렇다고 평화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볼 것인가. 멀리 볼 것인가. 가까이 볼 것인가. 아저씨가 놀이터로 들어온다. 아저씨 단정하다. 아저씨: 못된 아이야. 소 년: 아저씨. 오우! 몰라봤어요. 아저씨: 너 덕분이다. 나 안 갔어. 가려다 말았어. 소 년: 아저씨를 기다렸어요. 오래 기다렸어요. 그러나 올 거라고 확신했어요. (품 안에 있는 빵을 꺼내며) 이거. 아저씨: 나도, 빵을 기다렸어. 소 년: 절 기다린 거예요? 아니면 빵을 기다린 거예요. 아저씨: 빵을 기다렸지. 네가 사 오겠다고 했던 마늘 양파 빵을. 소 년: 쳇. 아저씨: 삐졌니? 소 년: 조금 먼저 먹었어요. 아저씨: 그 빵을 같이 먹을 너를 기 아저씨: 내가 너 안아 줘도 되니. 살고 싶구나. 소 년: 그럼요. 전 괜찮아요. 언제든 같이 안아요. 다렸지. 사이 아저씨: 그런데, 못된 아이야. 소 년: (소년은 아저씨를 보지 않는다) 네. 아저씨: 너는 식빵을 사러 어디까지 갔니? 소 년: 왜요? 아저씨: 나도 널 너무 오래 기다렸어. 네가 오지 않더구나. 정말 너무 많은 생각을 했어. 날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어. 식빵을 사러 어디까지 갔니? 소 년: 아저씨 같은 사람은 알 수 없는 데로요. 아저씨: 나 같은 사람? 나에 대해 알아? 소 년: (냉정하게) 잘 알아요. 당신 같은 사람들. 떠나간 사람만 그리워하는 사람. 고통 속을 떠도는 사람. 이기적인 사람들. 아저씨: 내가 그랬니? 소 년: 우리 엄마랑 똑같아요. 아저씨: 우리 엄마도 그랬는데. 소 년: 나는 아저씨처럼 안 클 거예요. 사이 소 년: 삶은 멀리 있으면 바로 앞에서 안아 줄 것처럼 오라고 하면서 정작 앞으로 가면 멀어져요. 나는 그걸 알아요. 아저씨: 너는 몰라야 하는 걸 너무 빨리 알았구나. 그래서 재밌니? 소 년: 재미가 없을 게 뭐가 있어요. 빵을 사러 갈 때 매일 달라요. 날씨가 달라요. 재밌어요. 길의 사람들이 늙어 가요. 재밌어요. 나무는 키가 자라고 도로는 파여요. 겨울이 되면 보도블록을 새로 깔아요. 자전거를 타고 가다 넘어져요. 상처가 나요. 상처가 조금씩 지워져요. 다른 상처가 생겨요. 침을 바르고 약을 바르고 안아 줘요. 몸이 커져요. 비가 오면 차분해져요. 바람 부는 날은 창밖에 화분을 내다 놔요. 아저씨: 비가 오면 비가 새고 바람 부는 날은 지붕이 날아가는 게 아니고. 소 년: 그럼요. 비가 새면 방수공사를 해야겠다, 다른 집 천장은 괜찮을까. 바람이 불면 오즈에 다녀와야겠구나, 같이 다녀와야겠다. 아저씨: 그래서 너는 식빵을 사러 어디까지 갔다 왔니? 어제 그 식빵 집? 소 년: 아뇨. 아저씨 같은 사람은 알 수 없는 데로요. 아저씨, 자꾸 나한테 그런 거 묻지 말고 차라리 빨리 죽어요. 내게 상처만 가득 주고 떠나요. 이기적이고 못된 아저씨야. 사이, 어두워졌다 다시 환해진다. 다시 놀이터. 놀이터는 텅 비어 있다. 아저씨는 자고 있다. 아저씨 옆에 봉지가 있다. 소년이 나타난다. 아저씨 일어난다. 아저씨: 너 또 식빵 사러 가니? 소 년: 네. 아뇨. 아저씨: 네? 아뇨? 소 년: 응, 아니야. 아저씨: 그거 유행하는 말이지. 부정의 긍정 같기도 하고 긍정의 긍정 같기도 하고 긍정의 부정 같기도 하고 부정의 부정 같기도 하구나. 소 년: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 아저씨: 모르겠다. 소 년: 저번에 아저씨 오래 기다렸어요. 화났어요. 아저씨: 염색하고 머리를 감고 나니까 잠이 솔솔 왔어. 그래서 아주 오래 깊은 잠에 빠졌어. 소 년: 저를 잊을 정도로요. 아저씨: 너는 안 잊지. 나를 잊고 싶었어. 잊혀지고 싶었어. 부질없는 아픔과 이별할 수 있도록 김광석의 노래 그날들 가사 중에서. 사이 소 년: 오늘 제가 사 온 빵은 뭐게요? 아저씨: 빵을 사서 오는 길이었구나. 소 년: 네. 그래서 아까 응, 아니야라고 했어요. 아저씨: 오늘은 무슨 식빵을 사 왔니? 소 년: (아저씨에게 식빵을 주며) 테두리에 설탕이 마구 뿌려진 식빵을 사 왔어요. 아저씨: 맛있구나. 소 년: 이건 조금 식어도 맛있어요. 식빵은 식으면 맛이 덜해요. 그래서 품 안에 오래 두느라 저는 좀 힘들었어요. 저번에 아저씨가 안 오기에, 그걸 다 먹었어요. 처음에는 새 모이만큼 먹었는데 결국 나 혼자 다 먹었어요. 아저씨가 안 오니까 무서워서 나중에는 화가 나서 다 먹었어요. 미안해요. 아저씨: 미안하구나. 사람들이 깨워 줘서 일어났어. 소 년: 괜찮아요. 이제라도 잠에서 깨어났으니까. 아저씨: 이거 정말 맛있구나. 꿀맛이다. 소 년: 꿀맛이라뇨. 설탕 맛이죠. 사이 아저씨: 날 좀 안아 줄래. 소 년: (망설임 없이) 기꺼이요. (안아 준다) 사이 아저씨: 이거 정말 맛있구나. 설탕 맛이 이렇게 맛있다니. 참, 이거. (봉지를 열어 보인다) 소 년: 뭐예요? 아저씨: 사우어크라우트야. 같이 먹자. 소 년: 저번에 말했던. 같이 먹어요. 아저씨: 응. 이걸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어. 같이 못 가서 항상 미안해했어. 소 년: 그 사람은 그걸 원하지 않을 거예요. (사우어크라우트를 먹으며) 맛있다. 짠맛이 단맛이 되었어. 시고 달콤하고 짜고 고소해요. 아저씨: 다행이구나. 다행이야. 이제 살아야겠어. 그만해야겠어. 사이 아저씨: 내가 너 안아 줘도 되니. 살고 싶구나. 소 년: 그럼요. 전 괜찮아요. 언제든 같이 안아요. 끝.
  • 코로나가 맺어 준 부부, 첫 만남서 10일간 강제 동거 “이것이 운명” [월드피플+]

    코로나가 맺어 준 부부, 첫 만남서 10일간 강제 동거 “이것이 운명” [월드피플+]

    중국의 한 20대 커플이 첫 만남 당일 코로나19 격리로 10일간 동거하게 되면서 단 4개월 만에 전격 혼인 신고를 하게 된 사연을 공개했다. 사연의 주인공인 20대 남성 장 모 씨는 지난 8월 가족들의 주선으로 지금의 아내인 현 모 씨를 만나기 위해 자신의 직장이 있는 선전시에서 하이난성의 아내 집을 찾았다가 덜컥 격리 통보를 받았다. 8월 첫 만남 당일 하이난성 싼야시에 소재한 현 씨의 집에서 두 사람은 간단한 점심 식사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만남 장소였던 현 씨의 집이 포함된 구역 일대가 코로나19로 전면 봉쇄되면서 두 사람은 10일간의 강제 격리 생활을 감수했던 셈이다. 하지만 당시의 강제 격리가 이 두 사람에게는 첫 만남 직후 단 4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축복이 됐다. 격리 기간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갈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대화 중 두 사람이 사실은 같은 학교 동창생이었으며 2년 전에는 한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후 당시 격리 생활을 담은 영상은 장 씨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상 속 장 씨는 현재 자신의 아내가 된 상대방을 위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등 자상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뒤늦게 추가로 공개된 이 두 사람의 결혼 뒷이야기에 따르면, 10일간의 강제 격리 생활을 마쳤던 두 사람은 각자의 일상생활로 돌아간 뒤 서로에 대한 깊은 상실감을 느끼며 빠른 속도로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장 씨는 현 씨와 헤어진 직후 고향인 선전으로 돌아왔을 당시를 상기하며 “격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며 압도적인 상실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후 지난 10월쯤, 현 씨가 돌연 장 씨의 직장이 있는 선전으로 이주하면서 두 사람의 동거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특히 이들은 혼인을 앞두고 시작한 동거 생활의 진면모를 영상으로 촬영, SNS에 공유했는데 영상 속에 등장한 장 씨는 “기름이 튀지 않도록 냄비 가까이 오지 말고 구경만 하라”면서 아내를 살뜰히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부부는 지난 26일 선전시 혼인 등록사무소를 찾아 부부로의 인연을 공식화했다. 이들의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부부가 만나는 것은 하늘이 정한 운명이라는 말이 딱 맞는 사례”라면서 “달콤한 부부의 사랑 이야기 덕분에 고단했던 2022년 마지막 하루를 잘 마무리했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동안 연애나 결혼이 이전보다 더 어려워져서 안타까웠는데 장 씨 부부를 보면서 큰 위로를 받았다”, “역시 평생의 인연은 하늘이 정해준다는 말이 다 맞는 것 같다”는 등의 흥미로운 반응을 이어갔다.
  • “쌀값 하락 걱정 없어요”… 수십억 매출 쌀 가공식품 업체들 눈길

    “쌀값 하락 걱정 없어요”… 수십억 매출 쌀 가공식품 업체들 눈길

    “설을 앞두고 현미로 만든 한과와 유과 제품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네요.” 전남 순천 풍덕동에 자리한 농업회사법인 ‘쌍지뜰’의 김해옥(62) 대표는 19일 “쌀 소비가 안 돼 6년 전부터 쌀로 만든 누룽지를 대신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데, 큰 인기를 끌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다”면서 “순천농협의 쌀만 이용하고 있어 순천 농가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며 웃음을 보였다. 끝 모를 쌀값 폭락으로 농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쌀을 원료로 독특한 가공식품을 개발해 큰 소득을 올리는 농촌 가공업체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과자나 빵, 맥주 등을 수입산 밀 대신 지역에서 생산된 쌀을 이용해 만든다. 자체 개발한 제품이 지방자치단체 대표 관광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쌀값이 워낙 싸기 때문에 원재료 구매에 부담도 없다. 지역 농민들의 쌀을 구매하고 있어 지역 농협과 농가도 크게 반긴다. 관내 농협은 제품 구매와 판로 확대 등에 도움을 주고 있어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현미와 찹쌀, 흑미를 이용해 일회용 커피처럼 언제 어디서든 물만 부어서 먹을 수 있는 스틱형 ‘오곡 누룽지차’도 개발했다”면서 “누룽지를 냄비에 끓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여행객이나 나 홀로 가구에 식사 대용으로 많이 판매돼 연간 12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년 순천농협과 농가에서 생산된 쌀 200t을 구입하고 있다. 전남 장성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쌀만 고집하며 아이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는 업체도 있다. 장성 농업회사법인 ‘올바름’의 김정광(40) 대표는 유기농 쌀이 90% 이상 함유된 양파떡뻥, 고구마떡뻥, 자일리톨 사탕 등 20종을 생산하고 있다. 한 해 13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장성 쌀 20t 이상을 구매한다. 김 대표는 “10년 전에 한 살이 된 아들이 아토피가 심해 가래떡을 뻥튀기 튀밥으로 만들어 먹인 후 건강을 찾은 게 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면서 “한 번 망했다가 1년 동안 만들어 놓은 레시피가 너무 아까워 2018년에 다시 시작했는데, 이제는 안착 단계”라고 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성공을 거두기까지는 시장 개척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 김 대표는 “축제나 큰 행사장을 찾아 제품을 알리고 있다”면서 “온라인 판매 사이트 개설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 등을 통해 꾸준히 홍보하는 것도 중요한 판로 개척 방법”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남지역에서는 30여개 업체가 쌀을 이용한 가공식품 생산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 가장 낮은 곳으로 가장 선한 손길로 칼바람에도 5시간… 국밥 한술이면 싹~[나를 살리는 밥심]

    가장 낮은 곳으로 가장 선한 손길로 칼바람에도 5시간… 국밥 한술이면 싹~[나를 살리는 밥심]

    일상에 균열이 생겨도, 예기치 못한 일로 무너져 내려도 먹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 눈물 속에서 먹던 음식이 ‘솔푸드’로 기억되기를, 살기 위해 억지로 먹은 밥이 일상을 되찾는 먼 훗날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를 막연히 기대하면서 우리는 오늘도 밥심으로 삽니다. 서울신문이 연말을 알리는 구세군 자선냄비의 첫날을 따라가 봤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해 서울 명동 거리에서 사라졌던 검은색 구세군 코트도 다시 돌아왔습니다.●돌아가며 ‘냄비’ 지켜야… 한 달여 혼밥 한파가 찾아온 지난 1일 서울 중구 시청광장 앞. 긴 검정 코트에 검정 모자를 쓴 수십명이 보였다. 모자에 쓰인 글자는 ‘구세군’(The Salvation Army). 이날부터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까지 명동, 잠실역, 삼성역에서 자선냄비를 알리는 종을 울릴 구세군사관대학원대(석사과정) 학생사관들도 무리에 섞여 있었다. 기자가 이날 동행한 학생사관 5명은 한 팀이 돼 명동을 시작으로 일주일마다 지역을 바꿔 가며 기부를 독려하는 자원봉사에 나섰다. 예전이라면 시청광장에서 장갑과 종을 나눠 주는 시종식 이후 함께 점심을 먹고 한 달간의 각오를 되새기겠지만 코로나19로 이런 자리는 없어졌다. 대신 나눠 준 샌드위치를 간식으로 남겨 놓고 따로 식사하기로 했다. 봉사를 지도하는 윤주석 구세군사관대학원대 교수는 “12월엔 기숙사 아침 식탁에도 소고기뭇국이나 곰국 같은 뜨끈한 국물이 나온다”면서 “밖에서 오랜 시간 버텨야 하다 보니 든든히 먹어야 한다”고 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식당가는 직장인들과 연말 쇼핑을 하러 온 시민들로 붐볐다. 10여분을 돌아본 뒤에야 두세 명씩 나눠 앉을 자리를 겨우 찾았다. 기자와 함께 앉은 황성혜(40)씨는 “한 팀이어도 돌아가면서 냄비를 지켜야 하다 보니 한 달 동안 ‘혼밥’을 각오해야 한다”면서 “오늘은 첫날이라 그래도 같이 먹어서 좋다”며 콩나물국에 밥을 말았다. 황씨는 고향인 부산에서도 구세군 자선냄비를 지키는 자원봉사를 했지만 서울에선 처음이라고 했다. 옷을 여러 겹 껴입고, 코트에도 따로 누비를 하며 단단히 대비했다. 밖으로 나서자 매서운 칼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12월 첫날인데도 서울 낮 최고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졌다. 명동은 지하철 역사 등 실내가 아닌 야외에 자선냄비를 설치해 고된 지역으로 꼽힌다. 윤 교수는 “두 시간씩 할 수 있을까”라며 팀원들을 돌아봤다. 이에 함보라(37)씨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승합차 트렁크에서 빨간색 강철 냄비가 든 가방을 꺼내 들더니 망설이지 않고 명동성당 앞과 명동예술극장 앞 사거리로 향했다. 함씨는 “미리 답사를 했다”고 말했다. 장비들이 꽤 묵직한 탓에 과거에는 사전 답사를 하면서 냄비를 지탱하는 삼각대를 맡길 상가를 찾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 가게에 점주가 아닌 단시간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만 있어 부탁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명동 거리는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10곳 중 1곳꼴로 가게가 공실이었다. 명동예술극장 앞 거리는 주위가 높은 건물로 둘러싸여 그늘이 졌고 바람도 더 세게 불었다. 2시간마다 교대하는 대신 1시간 30분씩 바꾸기로 했다. 첫 타자로 나선 송혁성(39)씨는 처음에는 우리은행 앞에 자리를 잡았다가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는 예술극장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송씨의 손에서 맑은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자 트리로 향했던 행인들의 눈길이 빨간색 자선냄비로 쏠리기 시작했다.●외국인 관광객들도 온정의 손길 “구세군 자선냄비입니다. 어려운 이웃을 도웁시다. 여러분의 작은 힘이 어려운 이웃에게 큰 힘이 됩니다.” 첫 기부자는 부모님과 부산에서 온 엄서진(9)양. 아버지가 쥐여 준 2000원을 들고 뛰어온 엄양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갔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친구들과 명동을 찾은 신예은(16)씨도 “호떡을 사 먹고 남은 돈”이라며 1000원짜리 지폐를 지갑에서 꺼내 냄비에 넣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오랜만에 한국 여행을 왔다가 온정의 손길을 보탰다. 일본 나라현에 사는 재일교포 3세 신준우(77)씨와 노계순(73)씨 부부도 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노씨는 “나는 ‘메이드 인 재팬’이지만 한국인”이라며 “한국 뉴스를 자주 보니까 구세군 자선냄비를 잘 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신씨는 “몇 년 사이에 한국은 완전히 카드 사회가 됐는데 남대문시장을 가기 전에 마침 환전을 해서 다행”이라며 “사람을 돕는 것 자체로 큰 행복이 아니냐”고 했다. 추억을 되새기는 이들도 있었다. 명동성당 앞에서 기부한 유모(50)씨는 “어릴 때 냄비를 봤던 생각이 나서 소액이지만 기부했다”고 말했다. 백발의 남성은 “우리가 젊었을 때부터 (자선냄비가) 있었는데 그때는 노느라 바빴다”면서 “금액이 뭐가 중요하겠냐”며 조용히 돈을 넣고 발길을 재촉했다. 인파는 점차 늘었지만 자선냄비를 찾는 이는 많지 않았다. 30분이 지나자 손발이 얼얼해졌다. 기자는 급히 수면 양말을 사서 신었지만 자원봉사자들은 계속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황씨와 함씨는 종을 들지 않은 손을 계속 접었다 피고 발을 조금씩 움직이며 몸을 녹였다. 그때 종이 가방을 든 두 명이 자선냄비 쪽으로 다가왔다. 한 명이 주머니에서 접힌 지폐 뭉치를 꺼내 세기 시작했다. 5만원 두 장, 1만원 두 장…. 1000원짜리 지폐를 찾는가 싶더니 5만원 두 장을 냄비 속에 쑥 집어넣었다. 가진 돈 12만원 중 10만원을 기부한 것이다. 이윤정(47)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돈을 벌 때부터 그 해 처음 만난 자선냄비에 가진 돈의 80~90%를 내고 있다”면서 “특히 연말에는 모두가 따뜻하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영업 방해된다는 노점상들 고함도 예기치 못한 상황도 벌어졌다. 오후 3시 30분쯤부터 노점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거리는 순식간에 붕어빵, 핫도그 등을 파는 노점으로 가득 찼다. 사전 답사를 낮에 했기에 야간에 주로 영업하는 노점을 미처 알 수 없었다. “같이 먹고살아야지 어떡하냐”며 옆자리를 내주는 상인도, “구세군에 왜 여기에 있냐”며 고함을 지르는 상인도 있었다. 결국 팀원들이 회의한 끝에 사거리 중앙에서 약 20m 떨어진 우리은행 앞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송씨는 “상인들의 생업이기 때문에 최대한 손해를 끼치면 안 된다”면서 “실내에서는 종도 더 작은 걸 쓴다”고 말했다. 연말이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던 명동은 이제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로 변했기에 자선 모금을 하기엔 녹록지 않게 됐다. 하지만 처음 자선냄비가 시작된 곳인 만큼 지난해를 빼곤 늘 검은 코트를 입은 학생사관들이 이곳을 지켰다. 최근 2년 동안 코로나19로 취약계층을 돕는 거리 모금이 위축됐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다. 2019년 27억 500만원이던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모금액은 2020년 18억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22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도 지난 13일까지 거리 모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늘었다. ●팬데믹으로 기부 위축됐다 회복 뚜렷 꼬박 5시간을 길에서 보낸 뒤 교대 시간에 명동교자에서 늦은 저녁을 먹으며 소회를 나눴다. 두툼한 현금 봉투나 금반지를 냄비에 넣었다는 일화가 세간에 회자하지만 이날 깊은 인상을 남긴 순간은 조금 달랐다. 캄보디아에서 지난 2월 한국에 왔다는 학생사관 소완메따(33)는 “긴장한 탓에 어깨도 굳고 양말에 구멍도 났지만 이렇게 힘을 보탤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라면서 “예전에는 왜 더 넉넉한 사람이 더 기부를 많이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젠 금액이 아니라 마음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한 어린이가 동전을 여러 개 꺼내더니 그중 가장 큰 500원을 골라서 냈는데 놀랍고 고마웠다”고 했다. 오후 8시까지 기부는 계속됐다. 길거리에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선하고 가세요. 추운 겨울날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을 전해 주세요. 사랑의 자선냄비입니다.”
  • 연말 알리는 구세군 자선냄비…한파는 뜨끈한 국물로 날렸다

    연말 알리는 구세군 자선냄비…한파는 뜨끈한 국물로 날렸다

    일상에 균열이 생겨도, 예기치 못한 일로 무너져 내려도 먹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 눈물 속에서 먹던 음식이 ‘솔푸드’로 기억되기를, 살기 위해 억지로 먹은 밥이 일상을 되찾는 먼 훗날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를 막연히 기대하면서 우리는 오늘도 밥심으로 삽니다. 서울신문이 연말을 알리는 구세군 자선냄비의 첫날을 따라가 봤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해 서울 명동 거리에서 사라졌던 검은색 구세군 코트도 다시 돌아왔습니다. 한파가 찾아온 지난 1일 서울 중구 시청광장 앞. 긴 검정 코트에 검정 모자를 쓴 수십명이 보였다. 모자에 쓰인 글자는 ‘구세군’(The Salvation Army). 이날부터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까지 명동, 잠실역, 삼성역에서 자선냄비를 알리는 종을 울릴 구세군사관대학원대(석사과정) 학생사관들도 무리에 섞여 있었다. 기자가 이날 동행한 학생사관 5명은 한 팀이 돼 명동을 시작으로 일주일마다 지역을 바꿔 가며 기부를 독려하는 자원봉사에 나섰다. 예전이라면 시청광장에서 장갑과 종을 나눠 주는 시종식 이후 함께 점심을 먹고 한 달간의 각오를 되새기겠지만 코로나19로 이런 자리는 없어졌다. 대신 나눠 준 샌드위치를 간식으로 남겨 놓고 따로 식사하기로 했다. 봉사를 지도하는 윤주석 구세군사관대학원대 교수는 “12월엔 기숙사 아침 식탁에도 소고기뭇국이나 곰국 같은 뜨끈한 국물이 나온다”면서 “밖에서 오랜 시간 버텨야 하다 보니 든든히 먹어야 한다”고 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식당가는 직장인들과 연말 쇼핑을 하러 온 시민들로 붐볐다. 10여분을 돌아본 뒤에야 두세 명씩 나눠 앉을 자리를 겨우 찾았다. 기자와 함께 앉은 황성혜(40)씨는 “한 팀이어도 돌아가면서 냄비를 지켜야 하다 보니 한 달 동안 ‘혼밥’을 각오해야 한다”면서 “오늘은 첫날이라 그래도 같이 먹어서 좋다”며 콩나물국에 밥을 말았다. 황씨는 고향인 부산에서도 구세군 자선냄비를 지키는 자원봉사를 했지만 서울에선 처음이라고 했다. 옷을 여러 겹 껴입고, 코트에도 따로 누비를 하며 단단히 대비했다. 밖으로 나서자 매서운 칼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12월 첫날인데도 서울 낮 최고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졌다. 명동은 지하철 역사 등 실내가 아닌 야외에 자선냄비를 설치해 고된 지역으로 꼽힌다. 윤 교수는 “두 시간씩 할 수 있을까”라며 팀원들을 돌아봤다. 이에 함보라(37)씨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승합차 트렁크에서 빨간색 강철 냄비가 든 가방을 꺼내 들더니 망설이지 않고 명동성당 앞과 명동예술극장 앞 사거리로 향했다. 함씨는 “미리 답사를 했다”고 말했다. 장비들이 꽤 묵직한 탓에 과거에는 사전 답사를 하면서 냄비를 지탱하는 삼각대를 맡길 상가를 찾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 가게에 점주가 아닌 단시간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만 있어 부탁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명동 거리는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10곳 중 1곳꼴로 가게가 공실이었다. 명동예술극장 앞 거리는 주위가 높은 건물로 둘러싸여 그늘이 졌고 바람도 더 세게 불었다. 2시간 교대 대신 1시간 30분씩 바꾸기로 했다. 첫 타자로 나선 송혁성(39)씨는 처음에는 우리은행 앞에 자리를 잡았다가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는 예술극장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송씨의 손에서 맑은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자 트리로 향했던 행인들의 눈길이 빨간색 자선냄비로 쏠리기 시작했다. “구세군 자선냄비입니다. 어려운 이웃을 도웁시다. 여러분의 작은 힘이 어려운 이웃에게 큰 힘이 됩니다.” 첫 기부자는 부모님과 부산에서 온 엄서진(9)양. 아버지가 쥐여 준 2000원을 들고 뛰어온 엄양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갔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친구들과 명동을 찾은 신예은(16)씨도 “호떡을 사 먹고 남은 돈”이라며 1000원짜리 지폐를 지갑에서 꺼내 냄비에 넣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오랜만에 한국 여행을 왔다가 온정의 손길을 보탰다. 일본 나라현에 사는 재일교포 3세 신준우(77)씨와 노계순(73)씨 부부도 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노씨는 “나는 ‘메이드 인 재팬’이지만 한국인”이라며 “한국 뉴스를 자주 보니까 구세군 자선냄비를 잘 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신씨는 “몇 년 사이에 한국은 완전히 카드 사회가 됐는데 남대문시장을 가기 전에 마침 환전을 해서 다행”이라며 “사람을 돕는 것 자체로 큰 행복이 아니냐”고 했다. 추억을 되새기는 이들도 있었다. 명동성당 앞에서 기부한 유모(50)씨는 “어릴 때 냄비를 봤던 생각이 나서 소액이지만 기부했다”고 말했다. 백발의 남성은 “우리가 젊었을 때부터 (자선냄비가) 있었는데 그때는 노느라 바빴다”면서 “금액이 뭐가 중요하겠냐”며 조용히 돈을 넣고 발길을 재촉했다. 인파는 점차 늘었지만 자선냄비를 찾는 이는 많지 않았다. 30분이 지나자 손발이 얼얼해졌다. 기자는 급히 수면 양말을 사서 신었지만 자원봉사자들은 계속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황씨와 함씨는 종을 들지 않은 손을 계속 접었다 피고 발을 조금씩 움직이며 몸을 녹였다. 그때 종이 가방을 든 두 명이 자선냄비 쪽으로 다가왔다. 한 명이 주머니에서 접힌 지폐 뭉치를 꺼내 세기 시작했다. 5만원 두 장, 1만원 두 장…. 1000원짜리 지폐를 찾는가 싶더니 5만원 두 장을 냄비 속에 쑥 집어넣었다. 가진 돈 12만원 중 10만원을 기부한 것이다. 이윤정(47)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돈을 벌 때부터 그 해 처음 만난 자선냄비에 가진 돈의 80~90%를 내고 있다”면서 “특히 연말에는 모두가 따뜻하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예기치 못한 상황도 벌어졌다. 오후 3시 30분쯤부터 노점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거리는 순식간에 붕어빵, 핫도그 등을 파는 노점으로 가득 찼다. 사전 답사를 낮에 했기에 야간에 주로 영업하는 노점을 미처 알 수 없었다. “같이 먹고살아야지 어떡하냐”며 옆자리를 내주는 상인도, “구세군에 왜 여기에 있냐”며 고함을 지르는 상인도 있었다. 결국 팀원들이 회의한 끝에 사거리 중앙에서 약 20m 떨어진 우리은행 앞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송씨는 “상인들의 생업이기 때문에 최대한 손해를 끼치면 안 된다”면서 “실내에서는 종도 더 작은 걸 쓴다”고 말했다. 연말이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던 명동은 이제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로 변했기에 자선 모금을 하기엔 녹록지 않게 됐다. 하지만 처음 자선냄비가 시작된 곳인 만큼 지난해를 빼곤 늘 검은 코트를 입은 학생사관들이 이곳을 지켰다. 최근 2년 동안 코로나19로 취약계층을 돕는 거리 모금이 위축됐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다. 2019년 27억 500만원이던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모금액은 2020년 18억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22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도 지난 13일까지 거리 모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늘었다.꼬박 5시간을 길에서 보낸 뒤 교대 시간에 명동교자에서 늦은 저녁을 먹으며 소회를 나눴다. 두툼한 현금 봉투나 금반지를 냄비에 넣었다는 일화가 세간에 회자하지만 이날 깊은 인상을 남긴 순간은 조금 달랐다. 캄보디아에서 지난 2월 한국에 왔다는 학생사관 소완메따(33)는 “긴장한 탓에 어깨도 굳고 양말에 구멍도 났지만 이렇게 힘을 보탤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라면서 “예전에는 왜 더 넉넉한 사람이 더 기부를 많이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젠 금액이 아니라 마음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한 어린이가 동전을 여러 개 꺼내더니 그중 가장 큰 500원을 골라서 냈는데 놀랍고 고마웠다”고 했다. 오후 8시까지 기부는 계속됐다. 길거리에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선하고 가세요. 추운 겨울날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을 전해 주세요. 사랑의 자선냄비입니다.”
  • 16강 간 벤투 찬양에…“한국팬 냄비근성 강해” 일침

    16강 간 벤투 찬양에…“한국팬 냄비근성 강해” 일침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지휘했던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 축구와의 4년 4개월 동행을 마무리했다. 벤투 감독은 단일 임기 기준 대표팀 최장수 사령탑 기록을 세우며 한국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올려놨다. 200여명의 팬들이 출국 3시간 전부터 공항에서 붉은 대표팀 유니폼 등을 들고 기다렸고, 벤투 감독이 나타나자 포르투갈어로 ‘오브리가두’(감사합니다), ‘따봉’(최고다) 등을 외치며 인사했다. “모두 돌변해 ‘벤버지’라고 한다” 김형범(38) 축구 해설위원은 축구분석 유튜브 ‘채널 석세스’에 출연해 “(벤투 감독의) 공로를 인정한다. 폄훼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라면서도 “(벼르던 팬들이) 모두 돌변해 ‘벤버지’라고 하고 있다. 인간적으로 벤투 감독을 믿고 지지한 분들은 인정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분들이 너무 많았다. ‘냄비 근성’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축구를 했기에 벤투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지만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안함을 보였고 분명히 우리 팬들에게 불만을 살 만한 것들이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벤투 감독을) 갑자기 너무 찬양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형범 위원은 방송에서 “위험한 얘기”라면서 벤투 감독에 대한 긍정 평가는 벤투 감독이 16강 진출이란 성적을 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만약 벤투 감독의 성적이 안 좋았으면 (벤투 감독을 향하는) 화살이 장난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전부터 벼르던 팬이 많았다는 것이다.그러면서 김형범 위원은 “선수 구성을 두고 ‘역대급’이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라면서 “벤투 감독의 급과 국내 감독의 급을 봤을 때 (국내 감독이 맡았어도) 이 정도 축구는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벤투 감독이 4년 동안 빌드업 축구를 만든 엄청난 업적을 세웠다고?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라며 “기초적인 빌드업에 대한 작업을 오래 해왔기에 우리 선수들도 어느 정도 (빌드업 축구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그 정도 수준의 빌드업 축구를) 못할 멤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김형범 위원은 울산 현대, 전북 현대, 대전 시티즌, 경남 FC에서 활약한 전 축구선수로 2015년 은퇴했다. “벤투 감독 고집 먹힐까 생각했다” 앞서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세계무대에서 빌드업 축구가 통할지, 이강인 선수가 뛸 수 있을지 등의 우려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월드컵에서 경기력이 좋았다”며 “벤투 감독의 고집이라면 고집일 텐데, 그 전략이 과연 월드컵에서 먹힐까 생각했다”고 다소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김병지 부회장은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치면서 역전승을 만들었을 땐 ‘벤투호의 뚝심이 좋았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저는 좀 아이러니하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어 “4년 전에는 팬들이 원하는 축구를 안 했다고 보이는데 이번 월드컵에는 팬들이 원하는 축구를 그대로 보여줬다.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변화했는지 저도 사실 궁금하다”고 했다.
  • “승무원 아내 월500만원 줘도 300만원 적자” 男배우 폭발

    “승무원 아내 월500만원 줘도 300만원 적자” 男배우 폭발

    배우 주우가 승무원 아내의 소비 습관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최근 방송된 MBN ‘속풀이쇼 동치미’에는 배우 주우와 그의 아내 김선희씨가 출연해 고민을 상담했다. 이날 주우는 “아내에게 한 달에 500만원씩 12년간 생활비를 줬지만, 자신이 버는 돈은 자기거 내가 주는 돈도 본인 것”이라며 “돈을 과하게 쓴다. 매달 200만~300만원씩 적자가 나고 있다”고 아내의 사치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특히 아내의 ‘택배 사랑’에 곤란해했다. 그는 “매일 온다. 문을 거의 막을 정도”라며 “대체 무슨 택배가 매일 오냐고 물어보면 다 사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옷 5벌을 주문하면 다 입어 보고 3~4벌은 반품한다더라. 신중하게 사야 한다. 본인도 양심은 있는지 택배 아저씨 드시라고 초콜릿까지 사놓더라”라고 폭로했다. 주우는 아내가 옷 외에도 과소비가 더 있다고 밝혔다. “우리 집에 청소기도 7~8대가 있다. 차량용, 이불용, 유무선 청소기 등 종류별로 다 있다. 왜 저런 게 다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운동용품도 넘쳐난다. 심지어 똑같은 훌라후프도 3개나 있다. 집에 냄비는 수십 개가 있다. 조금만 흠집이 나도 사더라. 이유를 모르겠다. 이런 생활 소비 습관이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주우는 또 “아내가 항공사 승무원이지만, 정확히 얼마를 버는지도 모른다”며 “살림에 보탬이 안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아내 김선희씨는 “남편이 일단 버리는 것을 싫어한다”고 항변했다. 이어 “버리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물건이 쌓이는 것이다. 버려야 할 물건도 못 버리게 하고 눈치가 보인다. 몰래 재활용장에 도마와 냄비를 버린 적 있는데, 남편이 가서 그걸 다시 주워오더라”라고 답답해 했다. 그러면서 생활비에 대해선 “남편에게 받는 500만원으로 나를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그 돈은 우리 세 식구의 한달 생활비, 보험료, 대출 이자 등으로 쓰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올해 나이 51세인 주우는 1999년 MBC 2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드라마 ‘에덴의 동쪽’, ‘싸인’, ‘천 번의 입맞춤’, ‘마이 리틀 베이비’ 등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새우,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셰프 겸 칼럼니스트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새우,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셰프 겸 칼럼니스트

    어떤 식재료는 너무 흔한 나머지 가치가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새우다. 새우는 온갖 음식과 어울리는 옛말로는 팔방미인, 요즘 말론 ‘인싸’인 식재료다. 특별히 몸에 이상반응을 일으키는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게 아니라면 딱히 싫어하는 이들이 많지 않고, 오히려 열렬한 팬이 많은 식재료지만 의외로 우리는 새우에 관해 깊게 생각하진 않는다. 식당에서 냄비 속 새우가 ‘오버 쿡’(과도하게 익음)이 됐다고 불만을 표하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새우는 생각보다 민감한 재료다. 불판에 새우와 고기가 같이 올라간 상황을 가정해 보자. 보통의 경우라면 온 정신이 새우보다 고기에 가 있을 확률이 높다. 고기는 기필코 웰던이 되거나 타지 않도록 신경을 쓰겠지만 새우는 왠지 덜 익으면 안 될 거 같으니 바짝 익히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한다. 해산물은 완전히 익히는 게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새우도 수분을 함유하고 있는 단백질 덩어리다. 오래 열을 가하게 되면 수분이 빠지면서 육질이 단단해진다. 미디엄으로 완벽하게 잘 익힌 새우를 한 번이라도 맛보면 새우를 바짝 익히는 것이 얼마나 큰 실수였는지 금방 깨달을 수 있다. 갑각류인 새우는 해산물 중에서도 독특한 위상의 식재료다. 바닷속 생물은 삼투압으로 인해 바닷물에 수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체내에 아미노산을 축적한다. 해산물에서 단맛이 나는 이유다. 새우는 다른 해산물보다 단맛이 더 강한데 아미노산 성분 중 글리신을 특히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우의 맛은 결국 이 단맛을 어떻게 유지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일식집에서 흔히 목격되는 단새우(일본어로 아마에비)는 단맛이 강해 붙은 이름이다. 단새우가 달긴 달지만 다른 새우도 사실 만만찮은 단맛을 지니고 있다. 다만 어떤 상태냐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새우는 바다에서 나오자마자 신선함을 급격히 잃는데 여기엔 육질의 탄력, 단맛도 포함된다. 새우의 죽음을 감지한 체내 효소가 열심히 아미노산을 분해하기에 새우의 신선함을 오래 유지하려면 효소가 저장돼 있는 머리를 즉각 제거해 주는 것이 좋다.새우 머리를 떼어내는 게 소비자에겐 최선의 처리 방법이지만, 판매자 입장에선 달갑지만은 않다. 선도가 떨어지고 있을지언정 머리가 붙어 있는 게 보기엔 좋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도매상을 거치고 난 후 소매 단위에서 선도가 매우 좋은 새우를 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수입산 새우는 대부분 냉동새우를 해동해서 판매한다. 현지에서 신선할 때 급랭 처리한 경우라 해동한 직후엔 그래도 선도가 나쁘지 않다. 문제는 이후에 빠르게 신선함을 잃어 간다는 점과, 생물 새우에 비해 풍미가 확실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생물 새우의 껍질을 벗기면 끈적하고 투명한 체액이 묻어나는데 이것이 단맛의 핵심이다. 껍질을 벗기고 새우살을 물에 씻어 버리면 풍부한 단맛도 함께 씻겨져 버린다. 신선한 생물 새우를 사서 껍질을 벗긴 후 물에 씻으면 해동한 냉동새우와 풍미 면에선 크게 다를 바가 없어지는 셈이다. 굽는다면 껍질을 벗기지 않고 구워야 단맛이 비교적 유지된다. 껍질을 까는 수고스러움이 금방 잊힐 정도로 달콤한 새우맛이 충분한 보상을 준다. 껍질을 깐 후 급랭한 탈각 새우는 새우가 가진 고유의 단맛을 포기하고 극단적으로 편리함을 좇은 제품이다. 어떻게 조리하든 새우의 단맛은 반감될 수밖에 없기에 맛의 포인트는 결국 식감에 달려 있다. 껍질이 없으니 금방 익는데 골든타임이 지나면 새우 향이 나는 거친 고무 같은 식감과 만나게 된다. 노련한 요리사라면 단맛을 잃은 탈각 새우에 소스나 향신료 등으로 맛과 향을 입히되 식감은 부드럽게 살려 조리할 가능성이 높다.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사람들도 새우라면 사족을 못 쓴다. 유럽에서 가장 비싼 새우로 손꼽히는 새우는 붉은 새우다. 스페인에선 카라비네로, 이탈리아에선 감베로 로소라고 부르는데, 랍스터 뺨칠 정도로 현존하는 새우 중에서 가장 풍미가 좋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스페인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맛봤던 새우는 우엘바 흰 새우다. 옅은 분홍빛을 띠는데 익히면 붉어지는 보통의 새우와 달리 하얗게 변한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우엘바 앞바다에서 주로 잡히는데 풍미는 카라비네로에 비해 떨어질지언정 새우에 설탕 시럽을 뿌린 것 같은 깊은 단맛이 특징이다. 살짝 굽거나 데친 후 소금과 올리브유, 레몬즙 약간이면 더 손댈 게 없다. 좋은 재료 앞에서 잔재주가 무슨 소용일까란 생각이 절로 드는 맛으로 기억한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돌아오는 건 큰 즐거움이다. 우리는 새우에 대해 좀더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
  • “자선냄비에 사랑을 가득 담아 주세요”

    “자선냄비에 사랑을 가득 담아 주세요”

    올해 마지막 달의 첫날인 1일 구세군 자선냄비와 사랑의열매 등 기부 캠페인이 일제히 시작됐다. 한국구세군이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개최한 ‘2022 구세군 자선냄비 시종식’에서 어린이합창단이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은 17개 시도 360곳에서 한 달간 진행된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이날 오후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희망 2023 나눔 캠페인’ 출범을 선언하고 17개 시도에서 운영되는 ‘사랑의 온도탑’에 불을 밝혔다.
  • [포토多이슈] 각지에서 열린 사랑의 온정

    [포토多이슈] 각지에서 열린 사랑의 온정

    [포토多이슈] 사진으로 다양한 이슈를 짚어보는 서울신문 멀티미디어부 연재물 11월 초 따뜻한 날씨를 보이며 추위 없는 연말을 기대했지만 어김없이 한파는 올해도 찾아왔다. 한파가 찾아오면 우리 주변 소외된 이웃들에게는 한기가 더 스미게 된다. 이맘때쯤 우리 이웃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건네주는 자선단체들이 활동하는 이유다.빨간 냄비로 유명한 구세군은 1891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여객선 표류로 발생한 1000여 명의 난민을 구제하기 위해 수프를 끓이는 큰 냄비에 기부를 받은 것이 시초다. 이것이 한국 구세군에 전해져 한국에서도 겨울이면 명동이나 번화가에서 으레 목격할 수 있는 일상이 됐다. 사랑의 열매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진행하는 국내 소외계층을 위한 공동모금 운동이다. 겨울이면 사랑의 온도탑을 설치하고 성금 목표액이 1% 달성될 때마다 온도탑의 온도를 1도씩 올리게 된다. 공동모금 운동과 그 운동에 참여한 사람에게는 빨간 동그라미 3개 모양의 플라스틱 장신구가 제공된다.
  • [포토] 자선모금 시작한 구세군

    [포토] 자선모금 시작한 구세군

    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구세군 관계자들이 모금을 하고 있다. 한국구세군은 이날 오전 11시 중구 서울광장에서 ‘2022 구세군 자선냄비 시종식’을 열었다. 올해 자선냄비 거리 모금은 ‘이 겨울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착한 일’을 주제로 전국 17개 시·도 360곳에서 한 달간 진행된다. 자선냄비 위치와 자원봉사 참여, 온라인 모금, QR 기부 방법 등은 구세군 자선냄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손흥민, 중국으로 귀화해라”…도넘은 中네티즌들

    “손흥민, 중국으로 귀화해라”…도넘은 中네티즌들

    中현지 매체, 한국에 비상한 관심“손흥민에 대한 비난, 적절치 않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을 향한 일부 팬들의 비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매체도 이러한 현상을 조명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의 대표팀 은퇴까지 걱정하고 나섰다. 30일 중국신문망·텐센트신문 등 중국 현지 다수 매체들은 ‘아시아 1위 축구 스타에게 한국 네티즌의 악플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인들이 패배 원인을 손흥민에게 돌리며 분노했다’ 등 한국의 분위기를 전하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이들 매체는 한국 일부 네티즌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올린 비난 게시물이나 악성 댓글 등을 그대로 번역해 전하며 “손흥민이 ‘대표팀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폭언을 그대로 감당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한 매체는 “손흥민이 없었다면 과연 한국인들이 기대하는 기적이 일어날 기회가 있었겠냐”며 “이번 월드컵에서 손흥민이 기대만큼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도 넘은 中네티즌 “손흥민, 중국으로 귀화해라” 중국 매체가 SNS상에서 부정적인 내용만 편집한 것일 수도 있지만, 캡처된 양은 상당했다. 한 댓글에는 ‘대표팀에서 나가달라’는 내용도 있었고, 손흥민의 눈물을 비꼬거나 벤투 감독의 손을 뿌리친 것에 대한 비난의 댓글도 있었다. 또 매체는 이전 스포츠 스타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매체는 “리오넬 메시도 코파 아메리카에서의 연이은 부진에 인터넷 공격을 당했고, 분노한 메시는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이번엔 손흥민이 메시의 전례를 따라 대표팀을 그만둘지도 모르겠다”라며 걱정하기도 했다.해당 기사를 전한 중국 네티즌은 “손흥민, 중국으로 귀화해라”, “중국으로 오면 부와 명예를 가질 수 있다”, “중국으로 올 수 있는 좋은 기회”, “한국인들은 모든 면에서 냄비처럼 빨리 끓어 넘치는 성품을 지녔다”등 반응을 보였다.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8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나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2-3으로 패했다. 손흥민은 안와골절 부상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풀타임으로 경기를 뛰고 있다. 손흥민은 1차전 우루과이전에 이어 이날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투혼을 벌였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분을 참지 못한 채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 中 네티즌 “손흥민, 중국으로 귀화해라”…韓 네티즌 악플에 주목

    中 네티즌 “손흥민, 중국으로 귀화해라”…韓 네티즌 악플에 주목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거두고 있는 성적과 관련해 중국이 연일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중국 매체들은 지난 28일 한국과 가나전 경기가 2대 3으로 종료된 직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점치며 한국팀의 기대 이하의 성적과 한국 매체, 네티즌들의 반응 등에 집중했다. 중국신문망(中国新闻网) 등 다수의 매체들은 30일 오전 ‘아시아 1위 축구 스타에게 한국 네티즌들의 악플이 쏟아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와 칼럼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현지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전했다. 이 매체들은 한국 네티즌들이 게재한 악성 댓글을 그대로 캡쳐, 번역해 보도하며 ‘카타르 월드컵 이후 성적이 부진했던 손흥민이 한국 네티즌들의 폭언을 그대로 감당하고 있다. 네티즌의 폭언에는 그가 대표팀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글이 다수였다’고 전했다.또 다른 중국 기관지 상관(上观)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칼럼을 게재하며 ‘손흥민이 없었다면 과연 한국인들이 기대하는 기적이 일어날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면서 조롱하는 듯한 어투의 내용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또 현지 축구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했다고 밝히며 ‘많은 전문가들의 관점에서 볼 때, 손흥민이 마스크를 착용한 것은 경기 중 시야에 큰 방해가 됐을 것’이라면서 ‘손흥민은 이번 월드컵에서 기대만큼의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한국 네티즌들이 그를 힐난하고 비난할 이유가 될 만큼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또, ‘오히려 익명의 한국 네티즌이 분석했던 것처럼 손흥민이 부상을 입고도 경기에 출전한 것 자체가 한국인들이 받아들여야 할 가장 큰 기적이었다고 보는 것이 더 올바른 평가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보도가 연일 계속되자, 손흥민 선수와 한국 네티즌들의 반응과 관련한 중국 팬들의 관심도 더욱 높아지는 양상이다. 실제로 손 선수를 겨냥한 한국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과 관련한 검색어는 이날 하루 동안 무려 439만 건 이상을 넘어섰을 정도다. 한 중국인 네티즌은 손흥민에게 “중국으로 귀화하면 더 큰 지지를 얻고 명성과 돈도 벌 수 있다”면서 “누구나 쉽게 중국으로 귀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닌데 이번이 좋은 기회다”고 회유하는 듯한 댓글을 게재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한국인들은 모든 면에서 끓는 냄비처럼 금방 끓어 넘치는 성품을 가졌다”면서 “기대만큼 잘 뛴 것은 아니지만 그가 유럽리그에서 보여준 기량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손흥민이 다치지 않았더라면 한국이 16강을 쉽게 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한국인들만의 착각일 뿐”이라고 적었다.  
  • “구세군 자선냄비로 따뜻한 마음 나누세요”

    “구세군 자선냄비로 따뜻한 마음 나누세요”

    어린이 모델들이 28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구세군 나눔카페 자선냄비 전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구세군과 휘슬러코리아는 연말까지 서울광장에서 커피와 쿠키를 무료로 나눠 주는 ‘찾아가는 나눔카페’를 운영한다.
  • “구세군 자선냄비로 따뜻한 마음 나누세요”

    “구세군 자선냄비로 따뜻한 마음 나누세요”

    어린이 모델들이 28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구세군 나눔카페 자선냄비 전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구세군과 휘슬러코리아는 연말까지 서울광장에서 커피와 쿠키를 무료로 나눠 주는 ‘찾아가는 나눔카페’를 운영한다.
  • 이집트서 ‘황금 혀’ 가진 미라 발견…죽음의 신과 대화 [핵잼 사이언스]

    이집트서 ‘황금 혀’ 가진 미라 발견…죽음의 신과 대화 [핵잼 사이언스]

    고대 이집트 유적지 무덤에서 황금으로 만들어진 혀를 가진 미라가 발굴됐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이집트 관광유물부 측은 수백 개의 고대 이집트 무덤이 있는 매장지인 퀘와이스나 네크로폴리스에서 많은 미라가 발굴됐으며 이중 일부 미라의 입 속에서 황금 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황금 혀는 실제 혀 모양으로, 미라화가 될 당시 진짜는 제거되고 그 자리에 대체된 것이다. 물론 고대 이집트인들이 황금 혀를 만든 이유는 있다.이집트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이는 사후를 위한 것이다. 고인이 사후 세계로 가는 길에 지하 세계의 신인 오시리스를 만나는데 그를 설득해 영혼에 자비를 얻기위해 황금 혀가 필요하다는 것. 이집트 신화에서 오시리스는 가장 중요한 신 중 하나로 지하세계의 왕이자 죽은 자의 심판자다. 이집트 고대유물위원회 사무총장 무스타파 와지리는 "이번에 발굴된 미라들의 보존 상태는 좋지 않다"면서 "미라 중 일부는 황금 혀를 가지고 있었고 다른 일부는 얇은 금판으로 덮혀 나무 관에 담겨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유적지에서 미라 외에도 풍뎅이와 꽃모양의 황금 공예품, 점토 냄비와 그릇 등이 다수 발견됐다"고 덧붙였다.이집트 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례처럼 고대 무덤에서 황금 혀가 종종 발굴된다. 앞서 지난해 12월 엘 바나사의 유적지에서 2500년 전 묻힌 것으로 보이는 무덤이 발견됐는데 이중 남녀 유골과 어린이에게서 황금으로 만들어진 혀가 나왔다.  
  • 겨울바다 향과 맛이 입안 가득[이미경의 슬기로운 집밥 생활]

    겨울바다 향과 맛이 입안 가득[이미경의 슬기로운 집밥 생활]

    얼마 전 미국으로 출장을 다녀온 지인이 미국의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굴 요리에 불만을 가득 드러냈다. 특별한 요리법도 아닌 생굴에 레몬즙을 곁들인 굴 요리 몇 개를 먹고 받은 영수증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그 레스토랑의 잘못이 아니라 한국 11월의 굴을 두고 미국에서 굴 요리를 먹은 지인의 잘못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동양에서는 ‘보리가 패면 굴을 먹지 않는다’ 했고 서양에서는 알파벳 ‘R’이 들어가지 않은 달인 5~8월에는 굴을 먹지 않는다.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 굴에 독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나오는 굴은 겨울철이 되면 그 맛과 향이 절정에 달한다. 그뿐만 아니라 값도 착해 굴을 접시에 가득 담아 놓고 마음껏 먹게 된다. 유럽이나 북미 등은 한국과 달리 갯벌이 거의 없어 양식이 어렵고, 잘 잡히지 않기에 굴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굴은 비싼 레스토랑에서 먹는 최고급 요리로 여겨진다. 굴은 맛도 좋지만 영양가도 매우 높은 식품이다. 칼로리와 지방 함량이 적고 칼슘이 풍부하며 굴에 함유된 아연은 성장 호르몬을 활성화시키고 스테미나 증진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를 비롯해 나폴레옹, 비스마르크 등 세계를 정복했던 많은 남성들과 고대 로마 황제들도 굴을 극성스럽게 챙겨 먹었다는 야담이 차고 넘치게 전해지는 것도 굴의 효능과 무관하지 않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굴을 좋아하지만 우리 밥상에서처럼 다양한 굴 요리법은 없을 것이다. 굴찜, 생굴회, 굴무침, 굴전, 굴튀김, 굴보쌈, 굴국, 굴떡국, 굴죽, 굴국밥, 굴밥이라는 기본 굴 요리 카테고리에 더해지는 재료에 따라, 곁들이는 양념에 따라 굴의 맛도 무한히 변신한다. 바다 향기 가득한 날것 그대로 또는 익혀서 감칠맛이 나게 하는 수많은 요리법들이 준비돼 있으니 싱싱한 굴만 장바구니에 담아 오면 된다. 오늘의 집밥은 밥과 반찬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굴밥이다. 굴은 오래 익히면 향이 사라지고 질겨질 수 있다. 밥이 뜸 들기 시작할 때 넣어야 굴이 부드러워지고 밥에 굴향이 가득 담기게 된다. 가끔 겨울철이 너무 따뜻해 굴이 폐사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 올해 겨울은 이상고온 없이 겨울다워서 싱싱한 굴을 맛있게 먹기를 기대해 본다. 요리연구가·네츄르먼트 대표 ●재료: 굴 200g, 쌀 2컵, 무(5㎝ 길이) 1토막, 참기름 약간, 양념장(송송 썬 실파 2큰술, 간장 2큰술, 참기름 1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 깨소금 2작은술) ●만드는 방법 1. 쌀은 씻어서 20분 정도 불린 후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2. 무는 일정한 두께로 썰고 굴은 옅은 소금물에 두 번 정도 흔들어 씻어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3. 돌솥이나 두꺼운 냄비에 쌀과 무를 넣고 물 2컵을 부어 뚜껑을 덮어 끓인다. 끓어오르면 중간 불로 줄여서 5분 정도 끓이다가 약한 불로 줄인 상태에서 굴을 넣고 5분 정도 뜸을 들여 골고루 섞는다. 4. 분량의 양념장 재료를 모두 섞어 곁들인다. ●레시피 한 줄 팁: 굴은 우윳빛을 띠며 탄력이 있는 것을 고르고 소금물에 살살 흔들어 씻어 굴 껍질과 불순물을 제거한 후 물기를 빼고 밥을 짓는다.
  • 대통령 전용기에 ‘문화재’ 태운 콜롬비아…밀반출 문화재 안전 운송

    대통령 전용기에 ‘문화재’ 태운 콜롬비아…밀반출 문화재 안전 운송

    해외로 밀반출됐던 콜롬비아의 문화재들이 속속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다. 콜롬비아 공군이 유럽에 있던 문화재 76점을 본국으로 옮겨왔다고 현지 언론이 16일 보도했다. 콜롬비아는 대통령전용기를 띄워 프랑스 파리에서 콜롬비아까지 안전하게 문화재를 운송했다.  남미 고대문명 문화재 76점은 15점 네덜란드, 11점 스위스, 나머지 프랑스 등 유럽 각지에 흩어져 있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경매 등으로 팔려나갈 문화재가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각국 정부와 접촉해 모든 절차를 마치고 반환을 받은 것”이라며 “나갈 때는 불법으로 나갔지만 들어올 때는 당당히 콜롬비아의 문화재로서 합법적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콜롬비아의 인류학ㆍ역사연구소는 반환된 문화재 76점을 일일이 재검증, 진품임을 확인했다. 문화재는 킴바야 문명, 타이로나 문명, 시누 문명 등 남긴 소중한 유산이었다.  AC 700년부터 1600년까지 지금의 콜롬비아 남서부에 꽃피운 킴바야 문명은 뛰어난 수공예 실력을 가진 문명이었다. 농업이 주업이던 문명이지만 세라믹 기술과 금속제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준 높은 수공예품을 유산으로 남겼다.  인류학ㆍ역사연구소는 “반환된 문화재는 컵과 냄비와 그릇, 목걸이, 물개와 사람의 조형물에 이르기까지 당시 최고의 기술로 만든 공예품들이었다”며 “킴바야 문명은 마야처럼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수공예 기술에서 만큼은 결코 고대 어떤 문명에도 뒤지지 않는 문명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구스타보 페트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콜롬비아가 고대 문화재를 되찾아온 건 벌써 두 번째다.  앞서 지난 9월 콜롬비아는 미국으로부터 고대 문화재 274점을 돌려받았다. 콜롬비아는 그때도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이던 페트로 대통령의 전용기에 문화재를 싣고 왔다.  외교부는 “해외로 몰래 빼돌린 문화재는 하나같이 국보급”이라며 “선조들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소중한 유산을 소중하게 다룬다는 의미로 문화재를 반환할 때 대통령전용기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콜롬비아가 문화재에 각별한 신경을 쓰는 건 문화재 밀반출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정부에 따르면 2001~2010년 콜롬비아에서 사라져 해외 밀반출이 의심되는 고대 문화재는 최소한 7812점에 달한다.  콜롬비아 정부는 국내에 남아 있는 문화재의 보호와 해외로 나간 문화재 반환받기 등 2중 전략을 통해 문화재 지키기에 애를 쓰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존재가 확인됐지만 아직 반환받지 못한 문화재가 약 400점에 육박한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문화재가 모두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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