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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운 드리운 정국 3대쟁점/ ‘實權’한나라 ‘失權’민주당 충돌

    장대환(張大煥) 전 국무총리서리 인준안이 부결되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간 대치정국은 더욱더 꽁꽁 얼어붙고 있다.양당은 김정길(金正吉) 법무장관해임건의안 처리를 놓고 또 한차례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게 불가피하다.병풍(兵風) 공방도 더욱 가열되고 있다.양당간 쟁점을 총리 임명동의안 부결 책임론,병풍 논란, 법무장관 해임안 처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살펴본다. 1. 인준부결 책임론 29일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와 민주당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 분위기는 대조적이었다.장대환(張大煥) 전 국무총리 서리 인준안이 부결된 이후 국민들의 반응이 대체로 긍정적으로 흐르자,한나라당 당직자들은 매우 고무된 것 같았다.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측에 부결에 따른 책임을 떠넘기면서,단합을 부쩍 강조했다.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철저한 사전 인사검증이 되지 않은 것은 ‘동네 사람들’이라고 검증을 하지 않았거나 허위보고를 했기 때문”이라며 인사검증 시스템의 문제를 제기했다.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인준부결을 격려하는 전화가 쇄도해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면서 “시중에는 실질적인 대통령은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는 말이 있다.”고 박실장을 겨냥했다. 이상배(李相培) 정책위의장은 “정부조직법에 따라 총리 대행을 지명해야한다.”면서 “또다시 오기로 총리 서리를 지명하면 국민들은 나이든 대통령이 고집 부리는 것으로 오해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반면 민주당의 회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한화갑(韓和甲) 대표는 “한나라당이 인준안을 부결시킨 것은 오직 권력밖에 모르는 오기정치 탓”이라고 비난했다.그는 “당에서 파악해 보니 이탈한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고 강조했다.민주당 지도부가 표결에서 이탈이 없었다는 점을 유난스러울 정도로 강조하는 것은 김정길(金正吉) 법무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막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단합이 절실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내에도 이번 인준안 부결사태와 관련해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데 대한 불만도 있다.정장선(鄭長善) 의원은 “인준안 부결은 전적으로 한나라당 책임이지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검증했는지,국정을 어떻게 보좌했는지 책임지거나 문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곽태헌기자 tiger@ 2. 兵風 진실게임 격화 ‘병풍(兵風)’을 둘러싼 여야간 진실게임이 격렬해지면서 양측의 공방 수위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은 29일 김정길(金正吉) 법무부장관에 대한 해임안 관철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역공에 총력을 모았다.지난 28일 법사위에서 일부 증인들이 ‘2000만원’이라는 뇌물의 구체적인 액수까지 밝힌 상황에서 자칫 검찰 수사에 당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밀어붙여야 한다.’는 강공 기류도 팽배해 있다.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민주당이 병풍 조작으로 일진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우리도 이젠 선전포고를 할 때”라면서 “그 1단계가 김 장관 해임안 처리”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정치공작진상조사단은 “김대업(金大業)이 수감 중이던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인터넷 골프동호인 모임인 SBS골프닷컴에 7차례나 실명으로 글을 남겼다.”면서“이는 검찰이 수감자인 김을 비호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수사 기밀을 유출시켜 이회창(李會昌) 후보를 떨어뜨리려한 혐의로 박영관 서울지검 특수1부장에 대해 공무상 비밀누설과 선거법위반 등의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민주당도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를 직접 겨냥,검찰 자진 출두를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여갔다.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이날 상임고문·최고위원 연석회의에서 “이 후보는 후보직을 내놓고 부인 한인옥씨와 두 아들을 데리고 검찰에 자진출두해 조사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이 법무장관 해임안을 하루에 1000번 낸다고 해도 진실은 숨길 수 없고,악(惡)은 악의 연속이 돼 부메랑으로 이 후보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우리는 끝까지 이 후보를 검증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신기남(辛基南) 최고위원은 “증언자마다 2000만원이라는 금액까지 일치하는 등 이 후보 아들이 돈을 주고 면제받았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인만큼 이 후보는 ‘비리가 드러나면 사퇴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켜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 3. 법무장관 해임안 한나라당이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아들 병역비리 의혹 수사 책임자 인사문제로 제기한 김정길(金正吉) 법무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동파(凍破)정국의 핵심 뇌관으로 급부상했다. 한나라당은 병풍(兵風)수사가 기획수사임을 입증하기 위해 해임안을 ‘반드시’관철시키겠다며 벼르고 있다.반대로 민주당은 김 장관 해임건의안 자체가 ‘국법질서 파괴행위’라며 총력저지하겠다고 나서 해임안의 국회본회의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로 남아 있다. 이처럼 양당이 험악하게 대치중인 해임안의 운명은 한나라당 출신으로 해임안 직권상정권이 있는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의 손에 달려 있는 셈이다. 박 의장은 29일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 등을 개별·단체로 불러 “해임안은 본회의 보고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처리토록 돼 있다.”면서 “72시간이 돼도 합의가 안되면 국회법에 따라 (다수결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합의를 종용했다. 국회법상 의사일정은 총무간에 협의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엔 의장이 결정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날까지 양당은 살벌한 대치를 계속,극적 반전이 없는 한 합의처리는 불가능해 보인다.한나라당은 “병풍공작 주범인 김 장관 해임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며 강경하다.이규택 총무는 이날 박 의장을 방문,해임안처리를 위한 30일 본회의 사회를 요청하고 당소속 의원들에게는 31일 오후까지 ‘서울 대기령’을 전달했다. 반면 민주당은 처리시한인 31일 오후 2시30분까지 국회의원과 보좌관,지구당간부 등이 합쳐 본회의 소집을 저지,해임건의안을 자동폐기시키겠다는 전략이다.이날은 상임고문·최고위원 연석회의,확대원내대책회의,의원총회 등을 잇달아 연 뒤 본회의장,예결위 회의장,국회의장실 등에 대한 저지조를 본격 가동하며 총력 저지에 나섰다. 자민련도 “해임요구는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방자한 처사”라며 한나라당을 비난하고 있어 현재로선 해임안의 자동폐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춘규기자 taein@
  • 제2롯데월드 고층화 배경/ 세계적 관광그룹 도약 ‘꿈’

    롯데가 세계 최고(最高)의 건물 건립을 통해 ‘제2 도약’을 꿈꾸고 있다.제2 롯데월드를 세워 세계적인 관광유통그룹으로 발돋움하는 동시에 한국의 대외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롯데가 국가경제에 큰 보탬이 되지 못하는 ‘소비성 재벌’이란 지적도 없지 않다. ◇어떻게 건립되나- 제2 롯데월드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29 일대 2만 6600평의 부지에 조성된다.설계변경이 받아들여질 경우 제1 롯데월드 옆에 지하 4층,지상 112층 규모로 건립된다.파리 에펠탑을 본뜬 모양으로 건물 높이는 524m이며 첨탑을 포함하면 무려 555m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미국 시카고 시어스타워와 중국 상하이 월드파이낸셜센터(94층,460m)보다 높아 서울의 ‘랜드마크’를 지향하고 있다.연면적도 국내 건축물 가운데 가장 넓은 16만 9300평 규모다. 제2 롯데월드는 800실규모의 특급호텔과 서구풍의 고급백화점,쇼핑몰,석촌호수와 연계된 수변공간,테마거리 등으로 구성된다.완공시 월 10만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기대된다. ◇설계변경추진 배경- 롯데는 지난 82년 6월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쇼핑타운 조성을 위해 롯데물산을 설립했다.이어 88년 1월 잠실롯데월드 부지와 함께 제2롯데월드 부지를 매입했다. 당시 롯데의 중장기 사업구상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 부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몰을 짓는다는 계획아래 지금까지 아껴뒀던 땅이다.현재 터파기 공사를 벌이고 있다.롯데측은 최근 비행고도 제한에 대한 법적 검토 등을 거쳐 설계변경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교통체증 등 주변환경 악화에 대비해 지역주민 설득작업도 병행하고 있다.최근 강남구 도곡동 삼성타운을 당초대로 102층으로 건립했어야 했다는 주민들의 지적도 힘이 되고 있다. ◇건축비 1조 5000억원- 롯데 고위관계자는 “제2롯데월드 건립계획은 이 건물을 롯데의 상징물이자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조성하겠다는 창업주의 의지를 담은 것”이라면서 “지난 80년대부터 추진해온 사업이기 때문에 건축비 등 재원조달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특히 신격호 회장이 애착을 갖고 추진해 후계구도 구축과는 무관한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는 지난 82년 롯데물산을 설립할 당시 일본 롯데 등으로부터 5000억원의 외자를 유치했었다.이번 사업을 위해 1조원 정도는 이미 마련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나머지 5000억원은 계열사 출자로 마련할 계획이어서 재원 마련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롯데측의 설명이다. 설계변경 절차를 거쳐 내년 봄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오는 2006년 완공할 계획이다. 전광삼기자 hisam@ ■설계변경 문제는 없나/ 교통영향평가·고도제한등 허가까진 최소1년이상 걸려 롯데가 세계 최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을지는 군당국의 협조 여부에 달렸다.롯데는 당초 100층이상 초고층 건물을 지으려 했으나 군당국은 98년 인근공군비행장과 연계,건축가능 고도를 164.5m로 제한했었다. 서울 송파구 관계자는 “롯데측이 112층으로 설계 변경하겠다고 한 것은 나름대로 군당국과 교감이 이뤄졌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면서 군의 협조만 있으면 허가해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공군은 이날 “원래 입장과 변함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혀순탄치 않을 것 같다. 서울시 관계자는 “군이 협조하더라도 제2롯데월드 부근에 재건축을 하려는 5층짜리 주공아파트 단지가 있어 교통영향평가를 다시 하는 등 간단치 않은 절차들이 많이 남았다.”고 밝혔다. 삼성그룹도 강남구 도곡2동에 102층짜리 업무용 사옥을 지으려 했으나 인근주민들이 교통난을 이유로 반대해 층수를 대폭 낮춰야 했다.하지만 낮은 건물이 여러 채 들어서 동네가 더 어수선해 졌다는 도곡동 주민들의 ‘후회’도 있고,롯데의 설계 변경안이 층수는 높여도 연건평은 오히려 줄이는 것이어서 낙관론도 나온다. 행정절차는 롯데물산이 송파구에 신청서를 내면 구 및 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과 구·시 건축심의를 거쳐 구청장이 결정한다.21층이상 건물 신축은 시장권한 사항이나 이미 건축허가가 난 건물의 설계 변경은 구청장 권한이다.별도로 교통영향평가와 군당국과의 협의도 필수적이다.이런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는 데는 최소 1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에 100층 이상의 고층건물이 하나도 없는 만큼 정책적판단도 필요해 실제 설계변경허가가 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CEO 칼럼] 뜨거웠던 여름,그 이후

    “우리 큰아이가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는데,그 아이 졸업에 맞춰 나라경제가 결딴나버릴 게 뭐예요.”IMF 경제위기로 어려운 시절이었던 지난 98년 여름,마침 고향을 다녀오던 길에 듣게 된 동네 아낙의 푸념이었다.애써 키운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변변히 취직도 못하고 있었으니 어머니로서 얼마나 안타까웠을까.그 속마음을 헤아리긴 어렵지 않았다. 그때 나라의 경제상황이 이름없는 한 촌부에게까지도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가 새삼 절감하게 되었다.그해 여름은 유난히 날도 뜨거웠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가을은 다가오고 있다.그동안 전국 각지를 할퀴었던 수마(水魔)도 잦아들고 산과 들이 농염하게 무르익는 풍요로운 결실의 날들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수확을 앞둔 가을의 길목에서 창 밖을 바라보던 나는 문득 두 가지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다. 몇년 전에 들은 시골 아낙의 그 안타까운 푸념과 한·중수교가 10주년을 맞게 되었다는 점이 마음 속에서 교직(交織)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올해 2·4분기 실질GDP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3%,상반기 평균 6.1% 증가했다.이는 한은의 당초 전망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이지만,생산과 지출면에서 고른 성장을 보여 하반기에도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분석에 의하면 설비투자와 수출 증가세가 확대되어 이같은 성장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수출시장 가운데 두번째로 큰 시장이 바로 중국이다. 지난해 양국의 교역규모가 314억 9000만달러에 이르고 우리나라의 총 수출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12.3%나 된다.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한국과 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한 것이다. 중국을 주력시장으로 보고 일찍부터 그 거대시장에 플랜트 건설 수출을 독려해 왔던 경영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아울러 수출신장이 경제성장을 주도한 데 대해 내가 느끼는 기쁨도 적지 않다. ‘구름은 깨끗한데 요사스러운 별이 떨어지고(雲淨妖星落),가을 하늘이 높으니 변방의 말이 살찌는구나(秋高塞馬肥).’ 당나라의 시인 두심언(杜審言)이지은 시의 한 구절이다.그는 북방 변경을 지키던 친구가 하루빨리 장안(長安)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이 시를 지었다.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라는 구절은 당나라 군대의 승리를 가을 날에 비유한 것이다.그러나 한편으로 이 말은 중국 북방 변경의 농경지대를 넘나들던 흉노족이 활동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그래서 북방의 중국인들은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가을만 되면 언제 흉노의 침입이 있을지 몰라 전전긍긍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이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의 뜻이 바뀌어 누구나 활동하기 좋은 계절을 이르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물론 우리에게는 ‘천고마비(天高馬肥)’라는 말이 더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는 어두운 IMF의 터널을 지나 얼마 전에는 세계가 깜짝 놀랄 만큼 월드컵도 훌륭히 치러냈다.월드컵 4강을 경제 4강으로 이어가자는 말도 있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계절의 길목에서,다시 한번 팔을 걷어붙이고 우리들 마음의 고삐도 바짝 조일 일이다. 다가오는 가을 밤에 대풍(大豊)의 결실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말이다.그리고 그 동네의 촌부에게도 풍요로움과 그로 인해 더 크고 더 많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아직은 땀을 닦을 때가 아니다. 양인모 /삼성엔지니어링(주) 사장
  • [강남특구 대해부] (2)대치동 학원가 르포

    22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변 사거리.수십대의 승용차와 소형 버스들이 속속 도착하며 인도쪽 한개 차로를 점령하고 있었다.그속에서 학교 수업을 마친 원색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우르르 인도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소위 ‘강남교육특구’,‘대한민국 교육1번지’라 불리는 대치동.이곳 학원가에는 대규모 대입 종합학원부터 소규모 고액학원,과외방까지 150여개의 학원들이 몰려 있다.교육청에 등록할 필요가 없는 학생 9명 미만의 학원까지 포함하면 학원 수는 총 400여개에 이른다.사정이 이렇다보니 대로변은 물론 골목길까지 온통 학원뿐이다. 가방을 서너개씩 들고 잰 걸음을 재촉하는 학생들의 뒤를 따라가 본 한 국어학원 강의실에는 남녀 학생 10명이 몸을 숙이고 뭔가를 열심히 받아 적고 있었다.감색 정장에 은빛 안경,그리고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강사는 “같은 사건을 보더라도 다른 각도에서 봐야한다.1∼2점을 더 받고 못받는 것은 그런 차이다.”며 ‘논술답안의 창의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이곳 학생들은 보통 4∼5개 학원을 다닌다.과외는 기본이다.박진형(17·K고 2학년)군은 4시 학교 수업을 마치고 5시부터 새벽 2시까지 영어,수학,국어,사회탐구,과학탐구 등 5개의 학원 수업을 듣는다.저녁은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주로 햄버거로 때운다.박군은 “학원공부에 지치다보니 모자라는 잠과 학원 숙제를 모두 학교 수업중에 해결한다.”고 말했다.1년전 경기 분당에서 이곳으로 W고로 전학해 왔다는 황모(17·2학년)군은 “1년간은 분당의 학교를 마치면 이곳 대치동 학원으로 직행해 6개의 수업을 들었다.”면서 “교통이 막혀 학원 수업에 지각을 자주하자 어머니가 아예 학교를 이곳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이곳 학원가 학생들 중 상당수는 타지역에서 온 학생들이다.지방에서 ‘원정’온 학생들도 있다.일선 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학원가 바로 옆에 위치해 ‘전입생 선호도 1위 학교’라 불리는 D고의 경우 한반에 5∼6명은 전학온 학생들이다.윤모(47·고3담임)교사는 “이곳 학원가의 명성이 입소문으로 퍼지자 최근 전국 각지,심지어 외국에서도 학생들이 전입해 온다.”면서 “특목고와 같은 8학군내에 있는 학교를 자퇴하고 전입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어수룩한 차림의 강사를 찾아보기도 어렵다.머리염색과 향수,깔끔한 정장 차림은 기본이다.경력 10년의 J학원 강사 이모(40)씨는 “주름살 제거수술을 받기도 하고 머리를 심기도 한다.”면서 “실력도 실력이지만 아이들에게 호감을 주지 못하면 인정받지 못한다.”고 했다.I학원 정모(48) 원장은 “프로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약육강식의 정글”이라고 표현했다.또 “강남 엄마들은 돈 걱정은 안하지만 성적이 떨어지면 다시는 그 학원에 애들을 안보낸다.”면서 “일부 학부모들은 단시간에 성적을 올린다고 소문난 ‘족집게강사’에겐 한시간에 수백만원씩 지불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대치동엔 수험생 가족 대상 찜질방도 성업 중이다.아이들을 학원에 데려다주고 새벽에 끝날 때까지 찜질방에서 쉬며 학부모들끼리 학원에 관련된 정보를 교환한다.고3학년인 딸이 학원에 다닌다는 김모(46·여·강남구 도곡동)씨는 “‘지난 달 학원을 옮겼는데 아이 성적이 올랐다.’거나 ‘어느 과목은 어느 학원이 최고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전학온 학생 엄마들이 가장 먼저 찾는다.”고 말했다.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우아한 이탈리아나 프랑스 음식점은 대치동에서 찾아보기 어렵다.그 자리를 고기집이 대신하고 있다.대치1동에서 H고기집을 운영하는 심모(47)씨는 “못먹어서 고기집에 가는 것이 아니라 애들 체력이 떨어질까봐 걱정해서 간다.”고 말했다. 이영표 황장석기자 tomcat@ ■“맘에 드는 학원 다닐수 있어 좋아요” “학교는 어디나 비슷해요.하지만 학원이 많아 저한테 맞는 선생님을 찾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른 곳에서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학교로 전학온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강남이 아닌 서울의 유명 외국어고에서 1학년 2학기때 이곳으로 전학왔다는 3학년 안호정(18·서초구 우면동)군은 “공부하는 분위기는 외국어고 학생들도 이곳 못지 않다.”면서도 “누가 공부를 도와주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안군은 지금 다니는 학교로 전학오면서부터 학원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같은 반 친구들 중에 학원에 다니지 않는 사람이 없어 떠밀리듯 학원을 찾았다고 한다. 안군은 “이전 학교에서는 학교수업이 전부였는데 여기에선 학원수업이 더 중요하다고들 한다.”면서 “학원에서는 인터넷 등을 뒤져 최신 자료를 찾아주고 어려운 도표 같은 것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준다.”고 말했다.안군은 지금 대치동 일대 학원 4곳을 다니고 있다. 같은 강남이지만 다른 지역 학교를 다니다 1학년을 마치고 대치동의 한 학교로 전학왔다는 3학년 최형진(18)군은 “전학 오기 전부터 학원은 이곳으로 다녔다.”면서 “가까운 곳에서 다니게 됐다는 것만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전에 다니던 S고등학교 친구들 중에 그 동네 근처 학원을 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한다.최군은 “학교 선생님들 중에는 수업시간에 성의없이 자습서만 들고 와서 읽는 분도 있다.”면서 “학원에서 그랬다가는 학생들이 금세 다른 학원으로 옮겨 버린다.”고 전했다. 강남을 찾아 밀려드는 학생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지난 10일 현재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강남8학군으로 옮긴 고등학생은 모두 927명으로 지난해 1년간 1493명의 62%를 넘어섰다. 2000년에는 모두 1216명이 강남으로 옮겼다.이런 추세라면 올해도 지난해 수치를 넘어설 전망이다. 반면 강남에서 다른 학군으로 옮긴 학생 수는 올 들어 170명이며,지난해에는 1년간 282명에 불과했다. 황장석기자 surono@ ■강남학생 공부 잘하는 건 사실 강남의 아이들이 강북 아이들보다 공부를 더 잘한다는 말은 사실일까. 평준화된 일반계 고등학교와 달리 치열한 경쟁을 거치는 특수목적고 학생들을 분석하면 이는 대체적으로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와 명문대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신명문’인 2개의 과학고와 6개의 외국어고,국악고를 제외한 4개 예체능고교가 모두 강북에 있다.서울시내 고교생은 200개교에 31만 6000여명이다.그중 강남구와 서초구의 고교생은 27개교 3만 7000명에 채 못미친다.강동구와 송파구까지 확대해도 그 숫자는 7만 5000명에 불과하다.이는 강북152개교 24만명과 비교하면 3분의1에도 훨씬 못 미친다. 그러나 특수목적고 학생들은 강남권의 학생들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울시교육청 통계에 따르면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서울과학고의 경우 강남의 학생이 30%에 이르고,광진구 중곡동의 대원외고는 45% 정도로 집계됐다. [표 참조] 그러나 교사들은 “입학 당시 거주지 기준으로 하면 강남권 학생들이 거의 50∼60%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한 외국어고교 교사는 “학교 때문에 강남에서 강북으로 이사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집값 때문인지 학교 근처로 이사온 가족들도 입시가 끝나면 대부분 강남으로 되돌아 간다.”고 말했다. 허남주기자 yukyung@ ■강북 속 '강남' 경복고/ “교사에 대한 믿음이 명문 낳았죠” 대부분의 구 명문교들이 강남으로 옮겨갔지만 경복고는 여전히 강북을 지키고 있다.이 학교는 그러나 요즘에도 많은 학생들을 세칭 명문대에 진학시켜‘강북의 강남’으로 불리고 있다.강북의 재벌가와 명문가 자녀들이 경복고에 많은 것도이런 것과 무관치 않다.학교에 ‘안전하게’ 배정받기 위해 거주지를 불법으로 옮기는 일도 있다. 평준화된 고교에서 우수한 학생을 골라 입학시키거나,좋은 교사를 선택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또 이 학교 학생들도 과외와 학원에 밤늦게 다니면서 입시준비에 매달려야 하는 것은 여느 학생과 마찬가지다. 지난해 서울대에 22명을 입학시켰고,상위권대에 꾸준히 진학시키는 것이 명문의 요소이지만 이 학교의 평가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강남의 한 중학교 교장은 “경복고에는 수업중 조는 아이가 없다는데 무슨 비결이 있는지 좀 배우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학원에서 공부하고 학교에서는 잔다.’는 말도 경복고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교사들이 밝히는 비결은 ‘전통’과 ‘신뢰’다.엄청난 기대에는 못미치지만 ‘학교의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큰 힘으로 작용한다.아침 7시부터 밤 9시 넘어서까지 학교에서 지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교장 이하 교사들의 열성이 한 예다. 임동원 교감은 “수업중 조는 학생들을 교사가 종아리 몇 대 때렸다고 해서 항의하는 학생이나 부모가 없다.”면서 “교사에 대한 이런 완벽한 신뢰가 교사를 신명나게 하고 연구·노력하게 한다.”고 밝혔다.그는 또 “공부에 관심없는 학생은 다른 학교와 같이 50% 정도 된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입시뿐 아니라 바른 삶의 가치관도 가르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물론 주위환경도 장점으로 꼽힌다.학부모 최진화씨는 “서울 시내에서 이런 자연환경을 가진 학교는 흔하지 않다.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울창한 교내 숲이 해소해 주고 학교 주변에 유흥업소도 없어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다른 곳보다 쉽다.”고 말했다. 입시만을 위해 아이들을 내모는 것이 결코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경복고는 ‘명문’이란 단어의 뜻을 새롭게,정확하게 보여준다. 허남주기자
  • 삶,사랑,그 영원한 화두/시인 김승희 ‘33세의 팡세’, 소설가 전혜성 ‘트루스의 젖가슴’

    두명의 여류문인이 눈길을 끈다.한 사람은 죽음에 비견되는 자전 에세이로,또 한 사람은 아주 독특한 소설을 들고 오랜만에 우리 곁을 찾았다.시인 김승희와 소설가 전혜성이 그들이다. ●33세의 팡세=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일 수 있도록 삶과 시를 지순하게 믿어 보고 싶다.’는 ‘숙명의 시인’김승희(50)씨가 펴낸 자전적 에세이집(문학사상사).책을 읽는 순간 무엇인가 아주 짧고 질긴 것,이를 테면 투명한 낚싯줄같은 것이 맘먹고 땡기는 듯한 전율을 느끼게 된다.그것은 일반적으로 산문이 줄 수 있는 감동이나 ‘눈끌기’를 뛰어넘는 무엇이다. 김승희,약관 20세에 시로 신춘문예에 당선된 뒤 6권의 시집을 잇따라 냈으며,다시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된 뒤 장편소설과 평론,연구서를 펴낸 대학교수다. 글을 읽다가 언뜻 스쳐가는 ‘광기’를 두고 ‘어쩌면 그의 내면에 감춰진 열정이거나 순결일 것’이라고 여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내 생은 영원한 자살수첩’‘태초에 상처가 있었다’‘청춘이여,헛된 매춘이여’등의 글에는 확실히 진실에만 깃드는 광성(狂性)이 있고 ‘자살의 처절함으로 빚은 반야의 꽃같은 언어’가 파닥이며 살아 있다.8500원. ●트루스의 젖가슴= “댁들도 내 젖을 먹고 싶으시오?” 소설 ‘마요네즈’로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한 작가 전혜성(43)이 5년만에 새로 낸 장편소설(문이당).‘주제에 대한 진지함과 연극 현장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가 뛰어나다.’는 평단의 평가와 함께 올해 대산창작기금 수혜작으로 선정돼 일찌감치 관심을 모은 작품. 한 편의 희곡을 둘러싸고 기획·연출가와 배우 등 각기 다른 이력과 열정을 가진 3명의 여성이 엮어내는 ‘관계’를 개성있는 시각으로 그렸다. 작중 희곡 ‘트루스의 젖가슴’은 ‘소저너 트루스’라는 실존 인물의 구술 자서전 ‘소저너 트루스의 이야기’(1850)에 담긴 내용 중 일부를 작가가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작품.연극을 위해 모인 세 여자는 ‘무대’를 정점으로 스스로의 꿈과 의지를 투영해 가면서 갈등과 결말을 이끈다. 작가는 19세기 미국의 노예 출신 흑인 여성 인권운동가 소저너 트루스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의 영성,파워와 자유,존엄을 얘기한다.‘트루스의 젖가슴’에서 소저너 트루스는 그녀가 남자일 거라고 억지 주장을 펴는 자들을 향해 자신의 검은 젖가슴을 드러내 보이며 말한다.“댁들도 내 젖을 먹고 싶으시오?” 개인사,개인사라기보다는 모든 사람이 언제든 경험할 수 있는 ‘아픔’이 선연하게 개입하면서,‘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여기에 뿌리내린 ‘예기치 못한 생의 진실’이 반전으로 얽혀 작품의 묘미를 더한다.8500원. 심재억기자
  • 파주 당동아파트 ‘자축 음악회’

    “3년째 비피해를 겪지 않고 새 아파트에 입주하니 살 것 같습니다.” 지난 96년과 99년 시가지 전체가 침수되는 최악의 물난리를 겪었던 경기도파주시 당동리 당동 주공아파트 주민들이 입주를 자축하고 수해 안전을 기원하는 동네 음악회를 열기로 해 화제다. 오는 25일 오후 7∼9시 1단지 내 주차장 특설무대에서 입주민 2000여명이참석,‘당동 아파트 입주 환영 작은 열린 음악회’를 연다. 음악회에는 테너 박인수(서울대 교수)씨와 서울대 성악과 학생 16명,극동방송 어린이중창단과 파주시 실버합창단이 무료 출연,동네 음악회치곤 꽤 화려하다.교자상 100개도 선물로 마련돼 있다. 지난 7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당동 주공아파트 입주민들은 대부분 96년과 99년 수해때 침수피해로 거처를 잃은 문산1·4·5리 주민들.이들은 지난 99년12월 아파트가 착공된 이후 최근까지 인근 동네에 셋방신세를 져야 했던 수재민들이다. 이들이 수해복구사업으로 지난 99년 11월 착공된 16평∼22평형 982세대의‘꿈과 희망의 아파트’에 32개월만에 입주,내집 마련의 기쁨과 함께 수해의 공포에서도 벗어나게 된 것을 계기로 음악회가 마련됐다. 이번 음악회는 문산침례교회 김백현(50) 목사가 사비와 교인들의 도음으로 마련했다.김 목사 자신도 99년 교회가 침수돼 4개월 동안 천막생활을 했었다. 홍승배(56) 문산읍장은 “문산은 99년 이후 계속된 수방사업으로 400㎜ 가까운 폭우가 쏟아진 올 장마에도 피해가 없을 정도로 수해 안전지대로 변해가고 있다.”며 이들의 음악회를 축하했다. 파주 한만교기자 mghann@
  • 270억 ‘사랑의 기부’/팔순 실향민 강태원옹, TV 이웃돕기에 전재산 쾌척

    “자식에게 돈을 남겨주는 것은 자식을 그릇되게 만드는 일이오.선친도 평양에서 알아주는 지주였지만 ‘네 몫은 없다.’고 항상 말씀하셨지.” 현금 200억원과 70억원 상당의 부동산 등 총 270여억원의 전재산을 16일 KBS에 기탁한 팔순의 실향민 강태원(康泰元·83·제주도 서귀포시 중문동)옹은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강옹이 KBS에 거액을 기탁하기로 마음먹은 까닭은 성금을 모아 불우이웃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인 KBS1TV ‘사랑의 리퀘스트’가 이웃사랑을 실천하기에 적합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름 없는 시민들이 한푼 두푼 모아가는 과정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강옹이 이웃을 위해 거액을 쾌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지난해에는 사회복지시설인 꽃동네에 1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증한 것을 비롯해 그동안 기회 닿는 대로 각종 복지시설에 상당한 액수의 돈을 보냈다고 주위에서는 귀띔했다.그런데도 막상 강옹은 “뭐 큰 일을 했다고….”라며 정확한 액수를 밝히기를 거절했다.강옹은 평양에서도 대지주의 2남 중 둘째아들로 태어났으나 해방 후 홀로 월남해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돈을 모았다.“젊어서는 먹지도 입지도 않았지만 힘든 줄 몰랐다.”고 회상하는 강옹은 저축한 돈을 바탕으로 포목상과 운수사업을 해 큰 돈을 벌었다. “장사로 모은 돈으로 서울 강남지역 땅을 샀지요.지금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들어선 곳이오.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내 땅을 사서 현대건설이 성공했다고 죽기 전에 사과 한 상자를 보내더군.” 강옹은 수백억원에 이르는 재산을 모으고도 돈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그러나 이웃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썼다.그 바탕에는 이산가족의 아픔이 짙게 깔려 있다. “이북에 아내도 있고,아들도 있어.돈 열심히 벌면 언젠가 데리고 올 수 있으려니 했는데 한번 38선이 갈리자 다시 못 볼 줄 뉘 알았나.고향에 남은 처자를 누군가 나 대신 도와주리라고 믿으면서 나도 남들을 도우는 거요.” 자식들에게서 구두쇠 아버지라는 소리깨나 들었다는 강옹은 “5남매를 대학까지 공부시키고 결혼할 때 집 한채씩 사줬으니 내 할 도리는 다 한 것 아닌가?”라고 되물으면서,전재산을 기탁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자식도 있지만 나중에는 내 뜻을 알아줄 것이라고 말했다.강옹은 이어 “다른 돈 있는 이들도 나를 본받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한편 KBS는 이날 오후 본관 3층 귀빈실에서 박권상(朴權相)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부금 기증식을 갖고 강옹의 쾌척을 치하했다.KBS는 이 기금으로 복지문화재단을 설립하는 한편 ‘사랑의 리퀘스트’프로에 ‘강태원 후원금’이라는 고정 코너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송하기자 songha@
  • ‘동네 파출소’ 달라진다/ 주5일 근무시대… 치안 업그레이드

    경찰청이 최근 ‘중심 파출소 시행’과 관련,일선 경찰서와 파출소 등을 상대로 여론수렴중에 있다.이달말까지 의견을 모아 전면 또는 부분실시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또 오는 10월과 내년 상반기중에는 외근경찰(파출소 근무) 320명이 각각 신규 채용된다.경찰 창설 이래 치안의 최일선 부대인 ‘파출소의 운영시스템’이 대폭 달라진다는 점에서 ‘중심 파출소제’는 커다란 반향과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새 시스템 ‘중심파출소' 운영 어떻게 ◇늘어나는 치안수요와 파출소의 대응능력- 서울 영등포의 역전파출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쁜 파출소중 하나다.근무인원은 파출소장을 포함 22명으로7명씩 3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2,3명은 파출소 내근,2명은 패트롤카 순찰,나머지 2명은 도보 순찰에 나선다.이들은 하루 평균 10여건의 폭력사건과 10분이 멀다 하고 생겨나는 노숙자와 취객들의 행패 등을 감당해야 한다.게다가 요즘 주5일 근무제도 시행으로 빈집털이 사건이 많아져 직원들의 발걸음은 더욱 바빠졌다. 관내 유동인구만 30만명에이른다.김택상(54)파출소장은 “직원들이 취객에게 멱살잡히는 일이 한두번이 아닐 정도로 갈수록 주민들과의 관계가 멀어져 안타깝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경기 용인의 양지파출소도 최근 바빠진 농촌 파출소중 한 곳이다.직원은 모두 10명이다.내근 1명,패트롤카 순찰 2명 등 3명씩 3부제로 근무한다.관내인구 1만 3000여명,면적 57㎢를 관장하다 보니 112신고를 받고 달려가도 20분 이상 걸리는 곳이 많다.하루 평균 5∼6건의 112신고와 타기관 민원을 해결하느라 일손이 턱없이 모자란다. 도보순찰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최근에는 산속 구석구석에 새로 생긴 주말형 전원 주택이 많아져 순찰 범위는 더욱 넓어졌다.송의현 경장은 “주말에 찾는 외지인들이 많아 교통사고와 절도 등 치안수요가 2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경찰청 검토방안- 파출소 운영시스템의 변화는 지난해 4월 ‘파출소 3교대제’를 전면 실시하면서 논의되기 시작했다.무리하게 3교대제를 실시하다 보니 인력부족 등으로 운영상 적지 않은 어려움이 뒤따랐다. 최근 경찰청이 내놓은‘중심 파출소제’는 지방 읍면의 소규모 파출소 3∼4곳의 인력과 총기,순찰차 등을 한 곳에 집중시키는 대신 나머지 파출소에 1∼2명의 근무자만 둬 인력 재배치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10인 미만의 파출소는 전체의 32.7%인 957곳이다.”면서 “인력부족으로 1인 순찰하는 경우가 많아 효율적인 범죄진압이 어렵고 경찰관 피습 및 총기탈취 위험이 상존해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안 문제점은 없나- 경찰청은 지난 2000년 6월부터 중심 파출소제와 비슷한 파출소 분소제도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당시 5,6인 단위의 파출소를 통폐합,경찰관 1인이 직장과 주거를 함께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이는 일본의 주재소와 비슷한 개념이다. 일본은 현재 8000여개의 분소(주재소)를 운영중이다.경찰관(남편)이 순찰을 나가면 부인이 전화도 받고 찾아오는 주민과 얘기도 나누며 위급상황시 이웃 마을의 중심 파출소로 연락을 취하기도 한다.분소에 근무하는 부인은 월 30만원가량의 수당을 받는다. 이에 대해 찬반 등 의견이엇갈린다.우선 분소 주재 경찰관이 주민과 밤낮으로 동고동락하며 관내 치안상황을 24시간 점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면단위에 면사무소가 있듯이 파출소 하나 없으면 말이 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특히 경찰관 1인이 근무하는 분소가 불의의 습격을 받을 경우 이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지 않느냐 하는 경찰내부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방범시스템의 문제점- 우리나라의 방범 순찰제도는 파출소를 중심단위로 하고 있다.미국,영국,독일,스위스 등은 파출소 대신 파출소와 경찰서의 중간 개념인 지구 경찰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또 선진국의 경우 4,5부제의 근무개념을 시행하고 있다.독일 5부제(주당 33.6시간),스위스 5부제(41시간 15분),영국 4부제(42시간),미국 4부제(40시간),일본 4부제(40시간) 등이며 한국은 3부제(56시간)이다.그러나 말이 3부제이지 3조 2교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2부제와 3부제의 중간 형태를 띠고 있다.효율적인 측면에서 선진국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울러 선진국의 방범활동은 주로 ‘도보형태’로 주민들과 항상 가까이 있는 반면,우리나라 경찰은 인력이 부족해 ‘패트롤카 순찰’에 의존,주민들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파출소 경찰관 1인당 치안담당 인구는 1208명으로 일본의 1116명에 비해 92명 많다. 경찰 조직 내부에서 일선 외근경찰 보직을 기피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주요 국가의 외근경찰 배치실태를 살펴보면 미국 65%,캐나다 64%,영국 56%,호주 54% 등이나 한국은 43.6%에 불과하다.게다가 7월15일 현재파출소 근무자는 정원 4만1694명보다 2172명이 모자란 3만9522명이다. 외근경찰 보직을 꺼리는 이유는 진급 우선 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지난해 11월 이팔호(李八浩) 경찰청장이 취임한 이후 방범경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경무관 1명과 총경 7명 등을 진급시켰다.이는 경찰 진급사상 거의 유례가 없는 파격이었다. 전직 경찰청 고위 간부는 “형사,수사,정보,인사,공보 등에서는 매년 진급자가 계속 나오는 반면 상대적으로 방범 부서만 소외돼 왔다.”면서 “방범부서는 다른 보직의 진급자들이 의례적으로 거치는 ‘정거장 보직’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임준태(40) 교수는 “한국 방범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일반 시민들은 방범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경찰 내부에서는 터부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문기자 km@ ■배성수 경찰청 방법국장/ “읍면단위 10인 미만지역 우선 적용” “은행 등 금융기관이 주 이틀을 쉬게 되면 그만큼 방범시스템의 운용방식도 달라지게 됩니다.” 배성수(裵星洙·55)경찰청 방범국장은 주 5일제 근무는 범죄발생의 장소와 유형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줄 것으로 예측했다.대다수 범죄가 현금을 노린다고 할 때 주5일 근무 실시로 ▲은행을 대신할 현금 자동지급기 설치장소가 더욱 늘어날 것이며 ▲주말과 휴일 등에도 현금을 소지한 사람이 많아지고▲늘어난 여가활동의 시간으로 빈집이 더 늘어나며 ▲산이나 강,유원지 등을 찾는 행락객도 많아져 방범활동의 범위도 전방위적으로 넓어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배 국장은따라서 “금융기관들은 더 이상 경찰의 방범활동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자체 방범능력과 보안시스템을 새롭게 강화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배 국장은 또 인력난과 시대적 여건 등을 고려해 내부 공청회 등을 거쳐 ‘중심 파출소제’의 운영을 생각하게 됐다면서 ▲경찰서와 파출소간의 유기적인 방범시스템을 운용하며 ▲아울러 근무여건이 열악한 10인 미만의 읍면단위 파출소부터 우선 적용할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김문기자 ■기고/ “민관합동 범죄예방 공동생산개념 필요” 주5일제 근무로 대표되는 최근의 달라진 사회분위기는 우리 삶의 방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범죄 양상 역시 변화하고 있고 국민의 안전에 대한 욕구는 다양해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전통적인 동네 파출소 시스템으로는 감당해 낼 수 없는 방범환경이 도래한 것이다.사실 파출소 제도의 문제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 왔다.늦은 밤 파출소에 취객 1∼2명만 들이닥치면 통제불능의 아수라장이 되는 모습은 이미 저녁 뉴스의 단골메뉴가 된 지 오래다. 각종 공문처리와 지시사항 수행 등 잡무에 지친 파출소 순경들은 순찰하는 발걸음이 천근같고,도둑맞은 주민의 신고를 친절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할 힘과 의지를 잃어가고 있다.가정폭력이나 이웃 간의 분쟁 등 고도의 인간관계기술이 필요한 갈등상황이야 오죽하겠는가. 영국이나 미국 등 소위 ‘경찰 선진국’은 물론이고 우리와 가장 유사한 파출소(고반)제도를 운영해 온 일본마저도 여러 차례의 개혁과정을 거쳐 우리와 많이 다른 방범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범세계적으로 ‘방범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이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우선 ‘범죄예방은 (경찰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사회적 공감대의 형성이 시급하다.금융기관과 상가 등은 자체 역량을 동원해 최대한의 방범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주민들은 자율방범대 등을 통해 경찰과 협력체제를 유지하는 등 적극적인 자율방범에 나서야 한다.범죄예방에 있어서의 ‘공동생산(co-production)’개념의 도입이다. 둘째로는 경찰 방범시스템의 획기적 개혁이다.현대사회의 달라진 치안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도 못하면서 청사 유지관리에 엄청난 인원과 자원이 소요되는 파출소제도를 변혁해야 한다. 이제는 근본적 변화를 통해 우리 경찰도 유능한 ‘지역사회담당경찰관’을양성 배치해 다양한 주민의 치안수요를 해결하고,경찰의 기동순찰 역량을 집중관리해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배치 및 대응을 하게 함으로써 ‘주민의 안전욕구 충족’과 ‘급변하는 범죄현실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표창원 경찰대학 교수
  • 임차보호법 시행령 반응/ “”보호대상 늘려야”” 상인 반발

    법무부 등이 마련한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령 확정안은 영세임차상인 보호의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그러나 법 적용 범위를 하위 80%에 해당하는 1억 6000만원대(서울시 경우)로 제한해 “산술적인 평균치만 따지는 바람에 현실감이 떨어졌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시행령 마련 과정- 지난해 12월 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시행령 마련을 위해 법무부는 전국을 ‘수도권,광역시,기타지역’으로 3등분해 임차료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왔다.법무부는 이 3등분법이 수도권 지역의 땅값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게 되자 수도권을 다시 서울시와 수도권과밀억제권역으로 나눴다.이 과정에서 서울시 기준액은 2000만원이 오르고수도권 지역 기준액은 2000만원이 하향 조정됐다.그러나 임차상인 보호비율을 하위 80%로 정한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 ◆상인들 반발- 상인들은 이같은 정부안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상가임대차보호공동운동본부는 아예 오는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비난 집회를 열 계획이다.이들은 한결같이 보호대상이 지나치게 좁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서 보증금 1억 1000만원에 월 800만원을 물고 있는 조모씨는“이 일대 상인들은 비슷한 수준의 임차료를 내고 있다.”면서 “정부는 현실에 맞게 보호금액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민주노동당 임동현(林東炫) 정책부장 역시 “산술적인 평균치만 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임차 상인들의 구체적인 피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수도권 일대 임차상인들의 보호금액을 당초보다 줄인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설명- 법무부는 보호범위에 대한 반발을 의식한 듯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영세임차상인을 위한 특별법이란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법무부 관계자는 “이 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은 동네 골목마다 조그만 가게를 열고 있는 임차상인들”이라면서 “보증금이 2억∼3억원대에 이르는 상인을 영세하다고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산술적인 평균치에 의존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법무부의 실태 파악은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임차상가 전체를 모집단으로 조사한 것인 만큼 자료의 신뢰성이나 공정성 등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태성 김경두기자 cho1904@
  • 경북 울진 왕피천 오지트레킹/ 탈출 꿈꾸는 당신 “”떠나라 오지로!””

    가끔 도시 탈출을 꿈꾼다.아무도 없는 곳,나만의 휴식처를 찾아서.그러나 탈출에 성공했다고 믿는 순간,그 곳엔 또다른 도망자들이 우글거린다. 경북 울진의 왕피천은 그나마 다른 도피자들과 마주치기 쉽지 않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오지.성류굴 남서쪽인 영양군 수비면에서 발원해 약 20㎞를 뻗어나가다가 불영천과 합류해 동해로 흘러든다. 왕피천에서는,끊어질 듯 험한 산길로 인해 중·하류에서만 억척스러운 피서객들과 낚시꾼들이 드문드문 눈에 띌 뿐 상류에선 좀처럼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때문에 왕피천 상류는 오지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이 주로 찾는다.코스는 근남면 구산3리(구고동)에서 왕피리 속사마을까지 6㎞ 정도.출발은 상류 위쪽인 속사마을에서 내려오든,아래쪽인 구고동에서 올라가든 상관 없다. 말이 트레킹이지 어차피 사람의 흔적이 남은 길은 없다.계곡 가득히 늘어선 바위들과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모래밭,그리고 때묻지 않은 강물이 바로 길이고 발 닿는 곳이다. 바위를 건너뛰다가 모래 위를 걷기도 하고 배낭을 머리에 이고 가슴까지 차오르는 계곡물을 건너기도 한다.물이 너무 깊어 그마저도 어려우면 천변 벼랑을 아슬아슬하게 타거나 산길로 우회해야 한다. 따라서 등산화와 함께 스포츠샌들을 준비해 상황에 따라 바꿔 신으면 편리하다.그래도 워낙 코스가 험해 잠깐 방심하면 이끼 낀 바위를 밟아 미끄러져 넘어지고,나무 등걸에 걸려 다리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왕피천 상류엔 바위가 많은 만큼 소(沼)도 많다.허벅지 정도로 얕은 곳이 대부분이지만 가슴 또는 키를 넘길 만큼 깊은 곳도 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소에 뛰어들어 흠뻑 땀에 전 몸을 씻어내는 것도 강변트레킹의 묘미. 물 속엔 은어 피라미 쏘가리는 물론 각종 이름 모를 민물고기가 산다.유리처럼 투명한 물 속에 얼굴을 담그고 눈을 뜬 채 둥둥 떠내려가다 보면 사람구경 처음하는 겁없는 물고기들이 달려들어 다리를 톡톡 쪼아대기도 한다. 왕피천 상류코스를 종주하는 데는 강행군을 한다고 해도 서너 시간은 족히 걸린다.트레킹을 시작하는 구고동이나 속사마을까지 가는 길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것이 좋다.또 강변 트레킹이라고는 하나 먹을 물찾기가 어렵고 음식점은커녕 가게도 하나 없기 때문에 마을 출발 전 물과 요깃거리를 준비해야 한다. 울진 임창용기자 sdragon@ ■여행 가이드 ◆가는 길 - 36번 국도를 타고 경북 봉화에서 울진 방향으로 가다 보면 삼근리에서 왕피리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온다.이곳에서 우회전해 박달재 고개를 넘어 굴곡이 심한 비포장길을 1시간 가량 가야 속사마을이 나온다. 구고동으로 가려면 울진에서 7번 해안도로를 타고 삼척 방향으로 가다가 구산 2·3·4리 표지판을 보고 우회전해야 한다.포장·비포장 길이 섞인 산길을 30분 정도 가면 왕피천이 나오고 다리를 건너면 구고동이다.길이 험하고 좁아 승용차보다는 지프 등 사륜구동차가 편하다. ◆인근 명소 - 기암괴석이 볼 만한 불영계곡,비구니들의 도량인 불영사,망양해수욕장,성류굴 등이 찾아볼 만하다. ◆잠잘 곳 - 울진 읍내와 해안도로,해수욕장 인근에 여관·민박집이 많다.민박집은 시설 면에서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예약을 하거나시간을 넉넉히 갖고 깨끗한 집을 찾는 게 좋다.문의 구산리 민박안내소(054-788-3811).좀 더 깨끗한 곳을 원하면 온정면 백암온천 인근에 있는 백암한화콘도(787-7001)백암스프링스호텔(787-3771)등을 찾으면 된다. ■오지트레킹 여기도 좋아요 - “”세상에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사네”” 울진 왕피천 일대 말고도 우리나라엔 ‘하늘 아래 첫 동네’로 꼽히는 오지가 적지 않다. ◆경북 청송 내원동 마을 - 주왕산 자락에 꼭꼭 숨은 오지마을.주왕산 국립공원 매표소에서 마을까지는 4㎞ 산길.매표소 옆 대전사를 거쳐 이어지는 숲길은 낙옆이 푹신하게 깔린 흙길로 산책하듯 올라갈 수 있다. 숲길 옆으로 주왕천계곡이 흘러내려 운치가 그만이다.매표소에서 30분 정도 올라가면 제1폭포가 나온다.이 일대는 바위와 협곡이 요새처럼 하늘을 가리고 펼쳐져 있다.‘기암절벽이 병풍같다.’고 해 붙은 주왕산의 또 다른 이름 석병(石屛)산이 실감나는 곳이다. 여기서부터 제2,제3폭포에 이르기까지는 그야말로 모두가 ‘수석전시장’.제3폭포를 지나면 ‘전기 없는 마을내원동 가는 길’이란 입간판이 보인다.울창한 송림 사이 오솔길을 10분 정도 더 올라가면 내원동이다.한전에서 전기를 공급받지 못할 뿐 태양열 발전기 등을 통해 집집마다 전기는 물론 전화도 가능하다.민박문의는 내원동 반장 김희걸(054-873-6860)씨에게 하면 된다. ◆정선 내도전마을과 도전천 -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내도전마을에 가다보면 ‘도대체 마을은 어디에 있는 거야?’란 말이 절로 나온다.42번 국도변에서 외도전마을을 지나 도전천을 끼고 지칠 만큼(실제로 5㎞라는데 체감거리는 그보다 휠씬 멀길다.)걷다 보면 ‘현재 위치 내도전,괘병산 정상 180분,등산로 입구 60분’이란 말뚝을 만난다.여기서부터 옥수수밭 감자밭 사이사이로민가들이 띄엄띄엄 모습을 드러낸다. 임계천의 지류인 도전천은 충봉산 괘병산 등 백두대간 봉우리에서 발원,계곡 곳곳에 모래톱과 소를 만들었다.등산과 계곡피서,트레킹을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민박 문의 (033)563-2595. ◆삼척 덕풍계곡과 용소골 -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에 있다.응봉산 자락에 위치한덕풍계곡은 계곡 입구에서 덕풍마을까지를 말하고,마을에서 산속으로 들어가야 용소골이 나온다. 덕풍마을에서 용소골을 끼고 응봉산까지 이르는 트레킹 거리는 6㎞.계곡을 따라 기암절벽과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시커먼 용소(龍沼),폭포들로 이루어져 계곡 트레킹과 등산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마을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인 제1용소까지는 길이 험하지 않아 피서객이 많지만 2,3용소는 위험한 곳이 많아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덕풍마을에 덕풍산장(033-572-7378)등 민박집이 10여곳 있다. 임창용기자
  • 여의도여고 모녀 봉사활동 현장/ “어머니와 함께 봉사하며 삶 배워요”

    “다른 사람을 위해 조금만 시간을 내 봉사하면 결국 내가 행복해져요.”지난 5일,서울 여의도여고 학생들은 보충수업이 끝난 낮 12시30분부터 한시간동안 한강둔치에서 쓰레기를 주웠다.지난 3일 오후,여의도역에서 ‘지하철 질서지키기’ 계몽활동을 한지 이틀만에 나선 봉사활동이지만 학생 70여명이 참여했다.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학생봉사활동 학부모지도단’ 어머니들도 15명이나 참여했다. 무거운 가방을 맨 아이들은 안쓰러워보이기도 했지만 비닐봉투와 나무젓가락을 들고 둔치를 누비는 발걸음은 가벼웠다.금세 봉투를 가득 채우고는 어머니들에게 새 봉투를 받아 쓰레기를 주워 담으며 땀을 뻘뻘 흘렸다. “오늘로 몇 시간째 봉사했어요?”방학 과제로 부담스럽게 생각하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넌지시 물어보았다.그러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모르겠어요.저희는 시간에 신경 안써요.한 100시간은 넘었겠지만….”3학년 권혜진양은 “난 많이 한 축에도 못든다.”고 쑥스러워했다. 같은 학년 우선혜양은 300시간을 넘긴 봉사왕이다.‘단 하루라도 봉사하지 않으면 몸살이 난다.’는 학생이다.“저는 디자이너가 목표예요.봉사는 제가 좋아서 한 일인데 봉사활동 점수로 대학을 택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괜히 제가 찾아갔던 시립아동병원의 꼬마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라고 웃었다. “새벽 한강둔치 청소는 봉사활동이라기보다 아침운동으로 제격”이라는 1학년 박지민양,“집에서는 해본적도 없지만 봉사활동하다 ‘설겆이 박사’가됐다.”는 같은 학년 남궁민영양의 얼굴이 해맑다. 여의도여고 학생들이 가장 감동받은 곳은 충북 음성 꽃동네봉사.“올해는 지난해와 다른 병동이 배당됐어요.하루 일을 마치고 지난해 만나뵈었던 할아버지들을 만나러 들렀더니 그렇게 반가워하셨거든요.자주 가지 못하는 게 죄송했어요.”아나운서가 꿈이라는 2학년 이세라양은 “웬만큼 말솜씨는 있는 편인데도 봉사하는 기쁨을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겠다.”고 웃었다. 학교 봉사활동에 대해 인성교육과 공동체 의식 육성이라는 교육적 목적은 퇴색했다는 비난이 있지만 여의도여고 학생들이 참뜻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들이 주축이 된 학부모지도단의 역할이 컸다.2000년부터 학교에서는 60명으로 구성된 학부모지도단을 운영,학교와 학부모,지역사회의 ‘삼위일체’ 지원방식의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학교에서는 지정 과제로 학년 초에 자원봉사자 기초교육과 선진시민의식 교육을 한데 이어 학생들에게 거리질서 캠페인을 하고 여의도공원이나 한강둔치 등에서 환경정화 운동을 펼치도록 했다.그리고 소감문을 쓰도록 해 봉사활동을 되새기고 반성하도록 했다.또 선택과제로 매월 서너개의 활동 영역을 정해두고 희망자에 한해 봉사를 하도록 했다. 고아원,정신지체 부자유자 시설,노인복지시설을 방문해 봉사하는 것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은 처음에는 ‘시키니까 한다.’는 것이었다.그러나 봉사를 하면서 전에 몰랐던 인정과 보람을 느껴 학생들은 자신들을 기다릴 고아원생이나 노인들의 ‘눈빛이 생각나’ 스스로 다시 찾아 봉사한다고 했다. 입시준비에 바쁜 3학년도 봉사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은 여느 학교와 다른점이다.어머니봉사단장 권영자(46)씨는 “봉사활동 후 공부하면 머리가 맑아져서 더 잘 된다.”며 3학년 학생들을 봉사 현장으로 이끌고 있다.이혜경(41)씨는 “‘공주처럼’ 자라서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을 잘 모르는 아이들을 다른 엄마들도 함께 봉사하며 행동으로 가르치니 아이들이 달라졌다.”고 말했다.이용자(44)씨는 “입시준비에 짜증내던 아이가 봉사활동을 한 뒤 짜증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점수를 따기 위해 하는 학생 봉사활동 제도는 문제가 많다고 하지만 이 학교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다르다.“보람을 느끼면하지 말라고 해도 봉사활동이 하고 싶어진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여의도여고처럼 학부모 봉사활동지도단이 결성된 곳은 서울시내에만 152개교에 이른다.그러나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부모들의 역할은 미흡한 것으로 알려져있다.여의도여고 정재량 교장은 “부모들이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아이들에게 서로 돕는 삶의 자세를 키워줄 수 있다.”고 말했다. 허남주기자 yukyung@ ■현황과 문제점/ 자원봉사 할곳 전국 1400여곳 뿐 봉사활동은 입시위주의 교육에 대한 대안이자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의 하나로 지난 96년 도입됐다. 건전한 인격 형성에 도움을 주고,공동체 의식을 키울 뿐 아니라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고 진로를 선택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교육효과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그러나 봉사활동을 할 곳을 찾기도 어렵고,일에 서투른 아이들을 귀찮아하는 곳도 적지 않다.그러다보니 중·고생봉사활동 평가제가 겉돌고 허위 확인서를 제출하는 등의 부작용도 커져 아이들에게 편법만을 가르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 봉사활동 얼마나 해야하나?=고입 내신성적에 8%를 반영하거나,대학입시에서도 대학별로 선발 자료로 쓰며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은 봉사활동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부담을 준다는 것이 학생들과 학부모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제7차 교육과정은 봉사활동을 정규 수업시간에 편성,1년에 10시간 이상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봉사활동은 고입 내신성적에도 반영된다.중3의 경우 봉사활동 점수가 연간 15시간 이상은 8점,10∼14시간은 7점,10시간 미만은 6점이다.중학교 1·2학년은 연간 18시간은 8점,15∼17시간은 7점,15시간미만을 6점으로 하고 있다.고교생은 연간 20시간 이상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봉사활동 점수를 반영하는 대학도 많다. ◆ 자원봉사활동 어디서 하나?=자원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곳에 대한 정보는 청소년자원봉사센터나 시·도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다.서울시도 홈페이지를 통해 수시로 청소년에게 봉사활동을 할수 있는 곳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전국적으로 1400여곳에 불과한 것은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일할 손을 구하는 곳과 봉사활동할 곳을 찾는 아이들을 쉽게 연결해줄 수 있는 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민간기구로 봉사활동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미국의 ‘촛불재단’이 한예가 될 것이다. ◆ 학부모가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라=16개 시·도 청소년자원봉사센터를 다녀간 학생 숫자가 한해 53만명에 이르고,이들 중 71%가 어른이 돼서도 봉사할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설문조사로 미뤄보면 봉사활동의 교육적 효과를 폄하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서울시교육청 이준순 장학사는 “완전한 자발성과 지속성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의 봉사활동은 ‘봉사학습’으로 이해돼야한다.”고 지적,현재 152개교에나 창단되어 있는 학부모봉사활동지도단이 활성화된다면 봉사활동의 교육적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학생들이 궂은일을 꺼리고 쉬운 일만 찾고,‘시간 때우기’식 봉사활동을 해 교육효과가 흐려지는 것을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풀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허남주기자
  • [新농정 현장을 가다] (10.끝)영동화훼조합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동덕1리 영동화훼영농조합.3000여평 규모의 초대형 유리온실 앞에 일본으로 수출될 장미꽃 상자가 수북하다.그 옆 창고에서는백합꽃을 담아내는 손길이 분주하다.지난해 매출 6억원 가운데 3억원을 수출로 올렸다는 얘기가 실감난다. 영동화훼조합은 ‘수출영농’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곳이다.3년여전만 해도 수출을 위해 사방으로 수소문을 해야 했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앉아서 손님들을 맞는다.그 비결은 강원도에서 처음으로 시작했던 ‘양액(養液)재배’다.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최명식(崔明植·46)씨 등 동네 화훼농민 5명이 조합을 결성한 것은 1995년.단지(團地)를 만들어 규모화 하지 않고서는 미래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재산을 탈탈 털고 농협 융자까지 받아 각자 2억원씩 출자,6000여평 규모의 화훼단지를 차렸다. 장미 국화 백합 글라디올러스 유색칼라 등 10여가지 꽃을 정성껏 길러냈지만 기대만큼의 ‘시너지효과’는 나오지 않았다.꽃의 질이 수출할 정도가 안된 탓이었다.일본 등 해외시장 공략이 안되다보니 규모가 뻔한 국내시장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그런 와중에 맞은 97년 말 외환위기.국내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꽃값은 바닥으로 떨어졌고,수입에 의존하던 종자값은 하늘로 치솟았다.융자금 이자까지 나날이 불어나면서 사업을 계속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최씨 등이 마지막 승부수로 띄운 것이 ‘양액재배’ 농법이었다.지금은 전국 화훼농가의 50% 가량이 양액재배를 하고 있지만 당시 98년초만 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대모험이었다.흙을 모두 퍼내고 양액설비를 갖추는 데 다시 어마어마한 돈이 들었다.몇몇 농가는 강하게 반대했다. 이렇게 시작된 강원도내 첫 양액재배는 상상 외의 성공을 가져왔다.흙이 없으니 병균이나 해충이 들끓지 않아 꽃의 상태가 깨끗했고,알짜배기 영양분만 흡수하다보니 싱싱함과 화려함을 갖출 수 있었다.토양재배 때에는 전체 수확량의 10% 밖에 수출하지 못했지만 양액재배 이후에는 60% 수준으로 뛰었다. 수출은 여전히 늘고 있다.지난해 5만송이였던 장미 수출은 올해 10만송이를 넘길 것으로예상된다.하지만 아직 어려운 점은 있다.종자와 양액을 절반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원가 부담이 높은 편이다.정부기관 등의 효율적인 화훼수출 지원도 아쉽다.최 대표는 “물류비용이 높은데다 수출이 규모화·체계화되지 못한 상태”라면서 “정부 등이 종합지원 시스템을 갖춰준다면 일본·중국을 벗어나 미주·유럽으로도 수출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릉 김태균기자 windsea@
  • 경기도 양평-충남 공주 지역문화 손 잡았다

    경기도 양평과 충남 공주의 지역문화가 손을 잡았다.모자라는 부분을 서로 보충해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다.정책 차원이 아니라,필요성을 느낀 민간 차원의 자발적 결연이라는 데서 뜻이 깊다. 한강을 낀 양평군은 휴양형 전원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예술가와 문화계종사자들이 많이 찾아들고,미술관과 카페가 최근 이곳의 상징이 되고 있듯 감각은 도회적이다. 금강이 돌아드는 공주시는 백제의 고도이자 교육도시지만 아직은 농촌의 전통적 민속이 살아 있다.민속학자 심우성과 명창 박동진이 민속극박물관과 판소리전수관을 다투어 이곳에 세운 것도 이런 이유였을 것이다. 양평군의 문화중심은 이제 양평읍내가 아니라,북한강을 낀 새로운 주거단지로 각광받는 서종면으로 바뀌어 간다.군내 유일한 ‘문화의 집’도 이곳에 세웠다. 서종면에는 지난 2000년 1월 ‘서종사람들’이라는 자생적인 주민모임이 생겨났다.이곳에 새롭게 터잡은 문화예술인들이 중심이 됐지만 토박이도 상당수 참여했다. 지역민들에게 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주어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한편 이곳을 지역문화 거점으로 키워 가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한다. 한국페스티벌앙상블과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등을 초청하여 ‘우리동네 음악회’를 23차례,기획전시회도 3차례 가졌다.화가인이 모임의 민정기회장은 동네 초등학교에서 미술특강을 갖기도 했다. 공주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모임의 부회장인 이철순 전국문예회관연합회 사무국장이 공주에서 이길재 시인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다.‘백제문화제’의 기획·연출가인 지역문화통이다.공주지역 토속민요를 채집하는 작업도 한 그를 초청하여 ‘매우 특별한 사람,이길재의 우리 음악회’를 지난해 11월24일 가질 수 있었다. ‘서종사람들’에게 부족한 것을 공주사람들이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이 이 음악회에서 증명됐다.화가만 600여명이 모여산다는 양평의 잠재력과 ‘서종사람들’의 적극성이 공주 문화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도 있었다. ‘서종사람들’이 ‘8월의 북한강,그곳에 가고 싶다’라는 주제로 준비하는‘북한강 주말 음악축제’는두 지역이 마음을 튼 뒤 첫번째 결실이다. 공주에서 대규모 예술단이 방문하여 3일 오후7시30분 서종면 문화체육공원에서 한바탕 놀이마당을 펼친다.권재덕의 사방고사를 시작으로,‘바늘과 실’공연과 극단 ‘파고’의 퍼포먼스,이국도의 대금에 문영현의 춤,놀이패 ‘풍장’의 뒷풀이까지 ‘공주 전통문화의 모든 것’을 펼친다. 양평이 공주에 줄 수 있는 것으로는 무엇보다 미술전시회가 있다.각급 학교를 순회하는 미술특강을 당장 시작할 수 있다.‘우리동네 음악회’를 양평과 공주에서 잇따라 여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이번 축제는 두 고장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자리가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양평군과 경기문화재단,공주문화원이 후원하는 ‘북한강 주말 음악축제’는 10일엔 체코의 프라하 브라스 앙상블,17일엔 김광원이 이끄는 타악기그룹 ‘리드미코’가 출연한다.다른 지역 사람들도 물론 환영한다.일반인 1000원,초중고생 500원. 서동철기자 dcsuh@
  • 영월 ‘별마로 천문대’르포/ 밤하늘 비경에 빠져 우주속 ‘나’를 찾는다

    칸트의 심오한 철학은 별이 빛나는 한여름 밤의 ‘깊이’에서 비롯됐다.칸트는 또 ‘실천이성 비판’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마지막 화룡점정을 다음과 같이 찍었다. “조용하게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더 새롭게 고조되는 감탄과 숭엄한 감정으로 마음을 채우는 두 가지가 있다.하나는 우리 위에 있는 하늘의 별이며,다른 하나는 우리 안에 있는 도덕률이다.” 평소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뉴튼을 좋아했고,별을 너무나 사랑했던 칸트는 세상을 떠나면서 이 글귀를 자신의 묘비에 써 달라고 유언까지 할 정도였다. 지난 23일 저녁 8시.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영흥리 산 59번지 ‘별마로 천문대’.부모와 자녀,선생님과 제자 등으로 구성된 20여명의 입장객이 천문대옥상에 설치된 보조 관측소 안으로 막 들어섰다.입장객들은 칠흑같은 어둠이 깔린 보조 관측소에 무슨 일이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숨소리조차 내지않았다. 이윽고 천문대 안내자가 “자,밤 하늘의 문이 확 열립니다.놀라지 마십시요.”라면서 어둠의 적막을 깼다.이와 동시에 8×14m 크기의 슬라이딩돔 형태의 보조 관측소 천장문이 ‘드르륵’하고 열렸다.순간 영롱하게 빛나는 밤하늘의 별들이 슬라이딩돔 안으로 한꺼번에 ‘사르르’쏟아져 내렸다.여기저기에서 “와,별이다 별!”“별을 줍자!”는 탄성이 들렸다. ▲안내자=“자,진정하고,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밤 하늘의 별은 모두 몇개일까요.” ▲중학생1=“440개요.” ▲안내자=“어째서요?” ▲중학생1=“사방으로 빽빽(100,100)하게,가운데에는 스물스물(20,20),합치면 440개잖아요.” (다들 웃음) ▲안내자 “우리가 볼 수 있는 여름 밤하늘의 별은 모두 3000개 정도입니다.그러나 이 관측소의 망원경은 수만개의 별도 거뜬히 찾아냅니다.자,그럼 무슨별을 먼저 찾아볼까요.” ▲어른1=“견우와 직녀요” 안내자가 손에 든 지시버튼을 누르자 돔안의 망원경 8대가 기다렸다는 듯이 견우와 직녀성 자리를 찾아 저절로 움직였다.입장객들은 망원경을 통해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견우와 직녀성을 관찰하며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듣는가하면,거문고와 백곰자리 등 밤 하늘의 온갖 비경을 관측하느라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안내자=“오는 8월15일(음력 칠월칠석)은 이들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번 만나는 날입니다.이처럼 우리는 별들을 보며 사랑도 하고 이별의 아픔을 노래합니다.또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수많은 지혜가 담긴 곳이 바로 별들의 세계입니다.칸트나 뉴턴,갈릴레이 등 천문학자들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다가 위대한 발견을 했지요.” 이어 입장객들은 보조 관측소 바로 옆방에 있는 주 관측소로 자리를 옮겼다.이곳에는 국내에서 두번째로 큰 구경 80㎝의 반사망원경이 밤하늘 구석구석을 열심히 살피고 있었다.1000㎞ 떨어진 자동차 불빛도 척척 찾아낼 정도로 성능이 우수하다는 안내자의 설명에 입장객들은 또 한번 고개를 끄덕거렸다.특히 이 망원경이 촬영한 토성이 달 뒤에 숨었다가 살짝 나타나는 광경이 느린 화면으로 펼쳐지자 어린이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경기도 안산공고 황인호(40),강근호(30)교사는 “자연∼강∼하늘로 이어지는 테마 수학여행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 사전 답사차 왔다.”면서 “무한한 우주를 안다는 것은 생활의 지혜를 터득하는 첫걸음으로 체험 천문대라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매우 유익할 것 같다.”고 소감을 피력했다.수원에서 동네 친구와 함께 왔다는 주부 안옥자(34)·남은정(35)씨는 “밤하늘의 별만큼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은 없다.”면서 “이번 여름방학에는 아이와 함께 별자리를 공부하면서 뉴튼과 코페루니쿠스 등 유명한 천문학자의 생애도 되새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별마로 천문대장 이시우(66) 천문학박사는 “영국의 철학자 러셀은 ‘인간중심의 철학은 한결같이 자기를 과시하는데서 생겨나는 것이요,이것을 교정하는 최상의 방법은 천문학을 약간 공부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한번쯤 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의미있게 말했다. 별마로(별+정상이란 뜻)천문대는 지난해 10월 정부 보조금과 영월군 예산을 합쳐 세운 국내 최초의 시민 천문대로 800m의 봉래산 정상에 있으며 망원경등 10여대의 첨단 관측장비를 갖추고 있다.또 지하 1층에 전천후 천체투영실을 설치,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주의 비경을 완벽하게 재현한다.평일에는 우주여행 비디오 감상을 비롯해 태양,별,달,행성,성단,은하 등을 관측하며 주말과 휴일에는 평일 프로그램에 ‘SF영화’‘별과 인간의 일생 특강’등이 추가된다. 관람시간은 평일·공휴일 오후 2시∼10시이며 월요일은 쉰다.입장료는 청소년(6∼18세) 개인 4000원,30인이상 단체 3000원이다.성인은 개인 5000원,30인이상 단체는 4000원이다.단,영월군 거주자와 장애인,65세이상 노인 등은 50% 할인해준다.문의 (033)-374-7460,홈페이지 www.yao.or.kr. 영월 김문기자 km@ ■영월지역에 가보니/ 책·민화·곤충…박물관의 고장 강원도 영월은 동강의 래프팅으로 유명해졌지만 알고 보면 문화적 정취가 가득한 곳이다. 영월군에는 곤충박물관과 책박물관,민화박물관,미술관,천문대 등 각종 문화관련 시설과 박물관이 줄지어 들어선 데 이어 사진박물관도 곧 착공될 예정이어서 전국에서 보기드문 ‘박물관 고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99년 4월 개관한 ‘책박물관’에는 6000여권의 책자가 전시돼 있고 연간 3만여명의 관람객이 전국 각지에서 찾아든다.2000년 7월 개관한 ‘민화박물관’에는 각종 민화와 장롱 등 고 가구류가 전시돼 있다.또 지난 5월 북면 문곡리의 폐교를 개조해 만든 ‘곤충박물관’에는 동강유역에서 서식하는 곤충등 3000여점의 곤충박제가 전시돼 있다. 이밖에 동강유역인 영월읍 삼옥리의 예술인촌에 조성된 국제현대미술관에는 유명 조각가의 작품 200여점이 전시돼 있으며,특히 이곳에 유배된 단종이 쓸쓸하게 노닐다(청령포)가 묻힌 묘(장릉)도 눈길을 끌게 한다.아울러 애주가들이 좋아하는 다슬기의 고장이기도 하다. 영월 김문기자
  • “우리는 영화보러 동사무소로 간다”양천구,매주 토.일 상영

    양천구 신월3동사무소(동장 진천송)에서는 방학을 맞아 매주 토·일요일 오후 2시부터 3층 다목적 홀에서 고전 명작과 다큐멘터리,가족 영화 등을 상영해 동네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자치구에서 종종 영화 감상 기회를 마련하지만 동사무소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신월3동 주민들은 시간과 돈을 따로 내 영화를 감상할 여유가 별로 없는 영세민 밀집지역이다.동사무소는 이런 주민을 위해 지난해 7월 대형(43인치)고품질TV를 장만,한달에 2차례 영화를 상영했다.주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동사무소는 이번 여름방학을 맞아 일주일에 두번으로 상영 횟수를 늘리게 된것.지난 5월에는 200인치 대형스크린과 LCD 프로젝트,DVD시스템까지 갖춰 극장이나 다름없는 생동감으로 찾는 주민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박현갑기자
  • [우리區 청사진] 김충용 종로구청장/풍성한 문화자산 보호위주 육성

    “서울의 첫 동네 종로를 1등 동네로 만들 생각입니다.” ‘재수’끝에 종로구청에 입성한 김충용(金忠勇·63) 구청장은 25일 ‘준비된 구청장’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구정 운영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구청장이 30년간 살아온 종로는 ‘서울의 1번지’였다.그러나 이 간판을 슬그머니 강남구에 넘겨주고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그가 80년대 초 종로예식장 입구에서 약국을 운영할 때만해도 주변에 민정당사와 유명학원 등 굵직한 상징 건물들이 많았지만 모두 종로를 등졌다.또 경기·휘문·서울·숙명등 명문고들도 잇따라 강남으로 떠나면서 ‘교육특구’의 위상도 추락했다. 김 구청장은 “종로는 600년 전통의 목조문화가 살아 숨쉬고 정부기관·언론사·대기업본사 등 주요 기관이 모여있기 때문에 잘만 이끈다면 충분히 과거의 영화를 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키워준 조부모에게 효도 한번 못해본 게 평생의 한이라는 그는 관내 노인들의 여가,건강관리 등을 책임질 노인종합복지회관 건립을 서두르고 있다. 평생의 꿈이었던 장학재단설립도 임기내에 꼭 이루고 싶은 사업이다.대학시절 영월 탄광에서 석탄을 캐고 기차에서 껌·연필 등을 팔아 등록금을 마련했던 터라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을 두고 볼 수 없다고 한다. 숭인동 주변에 아파트형 공장을 세워 영세 의류업체들의 자활을 돕고 주변주거 환경도 개선할 계획이다.공장에는 육아방을 마련,아이때문에 일을 못하는 부모들의 고민을 해결할 생각이다.육아 문제로 발을 동동 구르는 주위 맞벌이 부부들을 보고 진작부터 육아시설 확충에 관심이 많았단다. 인사동,북촌 한옥마을 등 종로구가 갖고 있는 풍성한 문화 자산은 개발보다 보호 위주로 육성할 계획이다.인사동은 문화지구로 지정된 만큼 취지를 살리고 가급적 4대문 안쪽은 과거의 냄새를 지우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이를위해 해체됐던 문화관광국을 신설할 복안이다.환경이 파괴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북한산 자락에 고급 주택가를 만드는 것도 고려중이다. 김 구청장이 구상하고 있는 종로구의 모습은 전통이 살아 숨쉬는 중심가,아파트형 공장 등으로 활력이 넘치는동대문 일대,쾌적한 주거 환경의 북한산자락으로 나눠진다.그는 “임기내에 모든 것을 이루겠다는 욕심보다는 주민들이 더 잘 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수만 있다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제가 주변에서 느낀 불편함이 곧 구민들의 불편함일 겁니다.구민들을 편하게 해주라고 구청이 있는 것 아닙니까.”김 구청장의 소박한 ‘행정 철학’이다. 류길상기자 ukelvin@
  • “경찰관 밴드 만들어 활동하는게 꿈”

    “내가 만든 ‘포돌이 포순이 송’은 핑클이,‘이태원 블루스’는 설운도씨가 부르면 제격이죠.” 서울 강남경찰서 역삼2파출소 부소장 박준철(朴埈徹·54) 경사는 최근 첫옴니버스 음반을 발표한뒤 ‘경찰 작곡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정년을 5년 남짓 앞둔 박 경사는 “전문가수가 내 노래를 불러주는 것과 근사한 경찰관 밴드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1975년 경찰에 몸담은 박 경사는 어릴 때부터 좋아한 음악을 계속 하고 싶어 86년 경찰악대에 지원한뒤 99년까지 튜바(큰 나팔)를 불며 활발히 활동했다.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악기 하나 살 수 없었고,체계적인 음악 공부도 꿈꾸지 못했던 박 경사에게 작곡가는 힘든 길이었다.어릴 때는 동네 교회에서풍금을 익혔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음악선생님에게서 틈틈이 피아노를 배웠다.결국 머리가 희끗해진 나이에 ‘내 곁에 있어줘요’‘이태원 블루스’ 등의 창작곡으로 한국 연예협회의 정식 회원에 등록됐다.박 경사는 경찰의 공식캐릭터였던 ‘포돌이 포순이 송’도 직접 만들어 음반을 내는 등 천직으로 여기는 바쁜 경찰업무 속에서 ‘음악의 꿈’을 일궈가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
  • “”무원칙한 개발 내고장 파괴 안된다”” ‘환경 지킴이’ 운동 확산

    ‘우리 동네는 내가 지킨다.’내고장의 환경 훼손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발벗고 나섰다.주민들은 개발논리에 밀려 삶의 터전을 빼앗길 수 없다며 ‘환경지킴이’로서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혐오시설 설치를 반대하는 지역 이기주의와는 다른 차원의 시민운동이다. 서울 마포구의 생활협동조합 등 10여개 주민단체로 구성된 ‘성미산을 지키는 주민연대’는 성미산 일대에 배수지를 건립하려는 서울시의 계획을 백지화하자는 운동을 펴고 있다. 93년부터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시내 29곳에 배수지를 설치하는 작업을 추진해온 서울시는 성미산 배수지의 경우 주민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어오다 다음 달 공사를 강행할 계획이다.주민들은 “배수지 위에 나무를 심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이라고 하지만 같은 방법으로 지은 남산 배수지 근처에서는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며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공사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김종호(36) 공동대표는 “한 해 2시간에 불과한 단수를 막는다는 이유로 계획을 강행하려는 것은 실효성 없는 행정 편의주의”라고 지적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건강한 도림천을 살리는 주민모임’회원 150여명은서울시가 강남외곽순환도로를 건설하면서 관악산을 관통하는 4.53㎞ 길이의 터널을 뚫고 서울대 정문 앞에 6차로의 인터체인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항의집회와 서명작업을 벌이고 있다.“교통난을 해소한다는 논리로 시민의 휴식처인 관악산을 해쳐서는 안된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지난 96년 신림동 일대 도로 확대와 도림천 복개에 반대하는 소모임에서 출발한 주민들은 지역 전체의 환경 문제로 관심권을 넓히고 있다.유정희(40·관악구의원)씨는 “도로가 개통되면 남부순환로까지 교통체증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면서 “교통량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수단을 확대하는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서울 노원·도봉구 일대 12개 주민단체들은 국립공원인 북한산에 서울외곽순환도로의 일부를 짓겠다는 서울시의 교통대책 계획에 맞서 ‘북한산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을 결성했다.서울 동북여성민우회 김인숙(43)부회장은 “외곽순환도로가 생기면 하루 14만여대의 차량이 몰려 대기오염과 교통문제가 심각해진다.”면서 “교통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회노선을 만드는 등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덕수궁 주변 등 정동 일대 문화유산을 지키는데 앞장서 ‘정동 지킴이’로 알려진 김정동(54·목원대 건축학과) 교수는 “원칙없는 개발 논리를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민간 주도의 ‘지킴이 운동’에 귀를 기울이고 법과 제도로 지원하는 것이 상생(相生)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구혜영 박지연기자 koohy@
  • 의약분업 시행 2년 빛과 그림자/ ‘藥’ ‘毒’ 엇갈린 평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의·약분업이 시행된 지 만 2년이 지났다.의·약분업 제도는 의사와 약사의 역할분담을 통해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하고 국민건강을 증진시킨다는 명분 아래 지난 2000년 7월1일을 기해 시행됐지만 의료계와 약계의 갈등,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증가, 건강보험 재정의 파탄 등 갖가지 문제점이 불거졌다.이 때문에 시행 초기의 분업 형태에도 여러차례 손질이 가해졌지만 문제점은 여전히 잠복해 있다.시행 2주년을 맞은 의·약분업의 현주소를 점검,결산해 본다. ◆엇갈리는 평가:의·약분업 실시 2년의 성과를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보는 시각과 입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다소의 국민불편은 따랐지만 의·약분업 이전 연간 1억 7000만건으로 추정되던 약국의 임의조제가 금지되고 약국에 의존하던 환자들이의사의 전문적인 진료를 받게 됨에 따라 분업 전에는 알지 못했던 질병이 발견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복지부는 ‘의·약분업 2주년의 성과’라는 자료를 통해 오ㆍ남용 약제인 항생제와 주사제,스테로이드제의 사용이 의·약분업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의원의 보험급여 청구건당 항생제 품목수는 분업 이전(2000년 5월) 0.9개에서 올 3월 0.7개로 22.2% 감소했고,의원 총 청구건수에 대한 항생제포함건수 비율도 54.7%에서 49.66%로 5.04%포인트 낮아졌다고 밝혔다. 주사제의 경우 청구건당 주사제 품목수가 분업 이전 0.77개에서 올 3월 0.58개로 24.7% 줄었고,의원 총 청구건수에 대한 주사제포함건수 비율은 60.82%에서 46.51%로 14.31%포인트 떨어졌다는 것이다.또 의원 청구건당 스테로이드제 품목수는 분업 이전 0.19개에서 지난 3월 0.16개로 15.8% 감소했다는수치를 내세우며 의·약분업의 성과를 홍보했다. 이와 함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면접 및 전화조사한 결과 의료기관 진료만족도는 2001년 5월의 25.5%에서 2002년 5월에는 32.9%로,같은 시기 약국이용 만족도도 35.2%에서 50.7%로 각각 높아졌다는 만족도 조사보고서도 나왔다.하지만 이같은 수치는 복지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국책연구소인보건사회연구원이 자체조사한 것이어서 객관성이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복지부 이용흥 보건정책국장은 “의·약분업 시행으로 약국의 임의조제가 금지되고 의사의 전문적인 진료를 받게 됨에 따라 분업 전에 발견치 못했던 질병이 새로 발견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며 “현 의약분업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가 평가하는 의·약분업은 ‘효과는 적고 부담은 늘고’로 요약된다.의·약분업이 국민 의료비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가져왔을 뿐 항생제나 주사제 등 의약품 사용량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실패한 의약분업 강행 2주년을 맞아’라는 성명을 통해“의약분업은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소수의 독선에 의해 자행된 현 정권 최대의 실책”이라고 질책했다. 의협은 ▲약제비 비율은 오히려 증가했고 ▲약물의 오·남용 감소로 건강권이 향상됐다는 자료는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으며 ▲분업 이후 국민이 부담하는 국민의료비는 대폭 인상됐고 ▲보험재정은 거덜났다며 의·약분업 2년의 성적을 ‘F’학점으로 평가했다. ◆시행착오로 점철된 2년:정부는 ‘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들더라도 약물 오·남용을 줄인다.’는 취지에 따라 주사제를 분업대상에 포함시켰으나 시행 1년여가 지난 지난해 11월 ‘병원과 약국을 오가는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겠다.’며 대상에서 슬그머니 제외했다. 또 병원 진료시 내는 환자 본인부담금을 환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줄였다가 보험재정 적자가 너무 커진다며 다시 늘리는 등 수시로 정책을 바꿨다.오락가락하는 정책 탓에 국민들의 혼란이 가중된 것은 물론이다. 정부는 의약분업으로 국민의료비가 절감될 것으로 예측하고 국민들에게 자랑했지만 결과는 빗나갔다. 그동안 약값을 인하했으나 처방전 종이까지 의약분업 손실분으로 계산해 건보수가를 네 차례나 잇달아 인상했다.의료기관에서는 처방전이 공개되면서‘싼 약’ 대신 고가의 오리지널 약을 대거 처방,건강보험 약제비는 분업 전에 비해 줄지 않았다. 하지만 건강연대 조경애 사무국장은“약국에서 항생제 등 전문의약품을 구매해 사용하는 대신 전문지식을 가진 의사로부터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하게된 것이 큰 변화”라면서 “이 과정에서 처방전이 공개됨으로써 환자의 알권리도 많이 확보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의·약계의 갈등으로 갈 길 먼 의·약분업:의료계를 비롯,일각에서는 현행의·약분업 제도의 폐지 또는 선택분업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하지만 의약분업 시행에 이미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원점으로 돌릴 경우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지출되고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특히 현행 의약분업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분업의 주체인 의사와 약사간 갈등이다.의·약분업을 연착륙시키기 위한 여러 보완장치는 의료계와 약계의 협조가 전제조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사의 임의조제를 적발하기 위해 의협이 전직 경찰관을 고용하자 약사회는 일간지 광고내용을 문제삼아 의협 집행부를 형사고발할 방침을 발표하는 등 양측의 갈등 양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정부 당국은 ‘먼산보기'로 일관하고 있는 형편이다. ◆의·약분업의 연착륙을 위한 보완책은:분업 시행후 복병으로 등장한 것이고가약 처방.분업 시행 전에는 의약품 유통과정에서 처방전의 공개로 저질의약품이 퇴출되고 양질의 의약품이 유통될 것으로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고가약 처방 증가로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된 것이다.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고가약 비율은 의약분업 실시전 36.24%(2000년 5월)에서 분업후인 지난해 1월 53.48%로 크게 늘어났고 올해 3월에도 50.85%로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고가약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동일 성분과 함량,단위를 가진 의약품을 대상으로 대체조제를 활성화하고 동일 효능군별로 정해진 기준가격까지만 건보재정에서 약가를 부담하고 기준가격 초과분은 환자 본인이 부담토록 하는 참조가격제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병의원 주변약국에 집중되는 처방전이 동네약국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단골의원과 단골약국제도를 활성화해 환자들이 처방전을들고 거리를 헤매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이 경우 병원과 약국을 상대적으로 많이 방문하는 노약자들에 대한 중복투약 방지와 약력관리 등 양수겸장의 효과가 기대된다. 또 의·약분업의 근본적인 취지를 훼손하는 병원과 약국간 담합행위에 대한보다 철저한 단속과 함께 위반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정부의 ‘강력한 채찍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노주석기자 joo@ ■건보재정 ‘밑빠진 독' 지난해 적자 2조 4088억원 의·약분업 연착륙의 최대 걸림돌은 거덜난 건강보험 재정문제다. 의·약분업의 효과가 미미하고 부작용과 불만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건강보험 당기 적자는 무려 2조 4088억원에 달했다.올해의 당기 적자 목표는 7600억원이다. 복지부는 올 들어 진료수가 2.9% 인하,감기약 등 일반약의 보험제외,보험약가 인하 등 의·약분업의 기조를 흔드는 극약처방을 내놓았지만 ‘약발’이듣지 않았다.이대로라면 오는 2005년까지 매년 8∼9%씩의 건강보험료 추가인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보건당국은 당초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건보재정 적자도 늘지 않고 국민의료비도 절감된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의료수가는 해마다 인상됐고 약제비용 역시 증가했다.지난 2년간 네 차례에 걸친 의료수가 인상률은 50%에 달할 정도였다.무엇보다 건강보험 청구금액의 4분의1에 이르는 4조 2000억원이 약품비로 나갈 만큼 고가약 처방이 기승을 부렸다. 복지부는 건보재정의 악화는 기본적으로 선진국보다 낮은 건강보험률(외국은 월급 평균 10%선,한국은 3.64%)에 기인하며 여기에 고가약 처방급증,처방품목수 과다,의료기관의 환자방문 횟수 늘리기,노인 의료비 지출 증가,신규개설 요양기관의 증가 등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한다.실제 올 들어 전년 동기 대비 가입 인구는 1%,의원급 의료기관도 7.7% 늘어나는 등 의료 수요자와공급자가 자연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보험은 올 상반기 1600억원의 흑자를 냈다.국고와 담배부담금 등 2조 1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 결과다.하반기에는 국고지원이 5000억원으로 대폭줄어 적자규모가 얼마나 될지 예측불가다. 건보재정을 2006년까지 안정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건강보험료를 8∼9% 인상하고 국고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하지만 국민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정부는 보험재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급여비 지출을 강력 억제하는 방안밖에 없다는 입장이다.복지부·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으로 재정안정 태스크포스팀을 구성,급여비 상승을 유발하는 과잉·편법 진료행위를 철저히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노주석기자
  • [월드컵을 넘어서] (4)길거리응원을 사회통합 힘으로

    ■광장응원 열기 ‘사회융합' 용광로로 ‘2002년 6월’은 우리에게 실로 충격,그 자체로 다가왔다. 연인원 2500만여명,한국 인구의 절반이 넘는 인파들이 전국의 길거리로 나와 ‘대∼한민국’,‘필승 코리아’를 소리높여 외치는 전대미문의 일대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우리 역사상 세대·지역·이념·성별 등 모든 갈등을 뛰어넘어 오직 공동체에 대한 사랑과 신명,열정이 표출된 한판 축제는 이번이 처음이다.아무도 예측 못한 거대한 ‘붉은 해일(海溢)’이 한반도,아니 전세계를 강타했다. 역사가들은 ‘6월 월드컵’을 3·1운동,4·19의거,5·17민주화 운동,6·10항쟁 등 우리 역사의 분수령을 이어갈 ‘쾌거’로 기록할 것이 확실하다. 주체할 수 없는 숭고한 열정과 감동이 우리를 ‘하나’로 묶었던 이번 월드컵 체험은 분명 남북,동서,학연,지연으로 갈리고 찢긴 민족에 새로운 ‘공동체 건설’의 모티브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많다. ◇새로운 공동체의식 형성= 우리 국민들의 열광적 환호는 단지 축구를 향한 열정만이 아니다.세계 일류와 맞설 수 있다는,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경쟁력과 당당한 자신감의 발로인 것이다. 애초 길거리 응원은 정치·경제·사회적 스트레스,IMF 이후 억압된 욕망과 좌절,욕구를 해소하는 자발적 ‘카니발’로 시작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리가 남이가.’라는 표현에 농축된 강렬한 집단주의의 긍정적 표현으로 발전했다.불의에 저항하는 4·19의거,6·10항쟁 등으로 이어지는 길거리 투쟁의 훌륭한 유산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뉴욕타임스가 최근 “한 세대 전 군부독재와 맞서 50만명이 시위를 벌였던 시청 앞 광장에서 붉은 셔츠 차림의 젊은이 100만명이 국민적 메시지를 갖고 새로운 슬로건을 외쳤다.”고 전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황익주 서울대(인류학과) 교수는 “평소 소외되고 단절된 생활을 하던 현대인이 모처럼 월드컵을 계기로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일체감을 느끼는 등 공동체 의식이 확산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전제,“일시적 욕망 해소의 수단이 아니라 단절되고 갈라진 우리 사회가 통합의 길로 나가는 에너지로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서 통합과 열린 세계와의 접목= 월드컵 응원 열기는 동양 특유의 강한 집단주의와 민족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일부 인권·시민 단체에서는 “붉은악마(길거리 응원)가 국가주의와 맹목적 애국심을 부추겨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우려보다는 긍정적 가능성이 더 크다.정해진 목표를 향해 강도 높은 민족주의의 모습을 각인시켰지만 과거와 다른 점은 방어적·패쇄적이 아니라 ‘개방적’,열린 민족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 가치 희생을 전제로 한 과거 문화와 달리 집단적이되 수평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모습으로 탈바꿈됐다는 지적이 많다. 수직적 공동체주의가 서구 문화에 익숙한 90년대 신세대들의 수평적 개인주의와 결합,‘개인주의적 집단주의’라는 새로운 문화,동·서 통합적 문화를 창출한 것이다. 붉은악마들의 열광적 응원과 질서정연함이 조화된 응원 문화는 러시아가 일본에 패한 뒤 2명의 사상자를 낸 모스크바 난동과 좋은 대조를 보였다. 유럽의 악명높은 ‘훌리건 문화’는 감히 근접도 못할 수준이다.이 때문에 영국의 BBC는 “한마디로 믿을 수 없는 분위기”라고 했고,로이터 통신은 “72년 월드컵 역사에 새로운 경향을 제시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사회통합의 과제= 우리 국민들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모처럼 이땅에 산다는 사실에 신바람 나 있다.우리 특성 중 하나가 바로 신바람이 나면 아무리 어려운 역경도 극복해 내는 것이다. 이 신바람과 기운을 잘 살려 갈등과 대립,분열을 누그러뜨리고 사회통합을 촉진,‘코리아’전체 수준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 에너지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만길(姜萬吉) 상지대 총장은 “3·1운동은 친일파가,4·19의거와 6·10항쟁은 군부·독재정권이 참여하지 않았지만 6월 월드컵은 전국민이 합세한 역사적 사건”이라며 “여기서 분출된 에너지를 민주화와 사회통합,발전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요한 전제는 강제적 획일성이 아니고 자유롭고 자발적인 균형과 통합이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일이다.축구의 역동성과 생명력,탈문명적요소가 공동체 문화의 복원과 민족·사회통합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겉으로 사회통합을 이야기하면서 실제 행동에선 학연 지연 등 패거리문화에 의존하는 우리 문화 특유의 ‘이중성’에 대한 철저한 반성없이 사회통합의 길이 요원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오일만기자 oilman@ ■축구강국 100년 대계/ 저변 확대 꾸준히… 프로리그 활기차게 ‘이제는 소프트웨어다.’ 한국은 2002월드컵에서 4강신화를 창조하면서 당당히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하지만 자칫 방심하다가는 신화의 효과는 일회성으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따라서 명실상부한 축구 강국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남달리 전력 강화에 힘썼던 대회 개막 이전의 마음가짐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과거에 견줘 한국 축구의 인프라는 상당히 개선됐다.대표적인 예가 세계적 수준의 10개 경기장 신설이다.더구나 이중 7개는 축구계의 희망에 따라 전용구장으로 지어졌다. 이밖에 천연잔디 구장 6개면과 인조잔디 1개면,특급호텔에 버금가는 숙박시설을 갖춰 각급 대표팀 훈련 및 심판·지도자 강습장으로 두루 활용될 파주트레이닝센터의 준공 등도 월드컵 개최가 가져다 준 부산물이다. 결국 한국은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하드웨어에서는 상당한 기틀을 갖춘 셈이다. 문제는 소프트웨어다.남은 과제는 이같은 훌륭한 인프라를 활용해 100년 대계를 세우는 작업이다.그 내용은 크게 저변확대,과학적이고 통일된 커리큘럼에 의한 인재 육성과 지도자 양성,프로리그 활성화 등으로 요약된다. 저변 확대는 4강 신화의 효과를 지속해 나가기 위해 장기적으로 실천해야할 과제다.현재 한국의 축구 저변은 월드컵 4강 진입이 기적으로 비쳐질 만큼 열악하다.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등록선수.우리나라에서 현재 활동중인 등록선수는 1만 8000명.세계 1,2위를 다투는 프랑스와 브라질이 각각 180만,150만 이상의 등록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견주면 그야말로‘조족지혈’의 수준이다. 유능한 인재를 발굴·육성하는데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20세 미만의 선수 재목과 지도자 후보를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 엄선해 해외 유명클럽이나 교육기관에 위탁해 교육받게 한다거나 프로팀 산하에 유소년 팀을 운영해 체계적으로 꿈나무를 육성하는 일 등이 그것이다. 아직 통일된 틀이 없는 지도자 육성 과정도 하루 속히 완성해야 할 숙제다.이웃 일본이 우리보다 10년이나 늦은 93년 프로리그를 출범시키고도 ‘100년 프로젝트’아래 유소년팀,청소년팀,성인팀 별로 통합 과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것은 귀감이 될 만하다. 프로리그의 활성화 역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이는 10개 월드컵경기장의 효과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절실하다.가장 시급한 문제는 수원 부산 울산 대전 외에 월드컵 개최 6개 도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구단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안양 부천 성남 포항 광양 등을 연고로 하는 기존 프로구단의 연고지를 월드컵 개최도시로 이전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함께 국가대표팀의 근간이 되는 프로축구단을 유소년,청소년,성인팀등을 모두 갖춘 클럽시스템으로 바꾼 뒤 마케팅을 강화하도록 하는 일도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필수과제다. 그러나 이 모든 작업들이 순탄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축구협회뿐 아니라 정부와 축구인,축구팬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중지를 모으고 이를 관철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해옥기자 hop@ ■전문가 제언/ '길거리 응원문화'살려 아파트 공동체 운동으로 이제 7월이다.들떴던 축제의 장에서 차분히 일상으로 돌아올 때다. 지난 한달 동안 국민 모두를 축구마니아로 만들며 밤잠을 설치게 했던 월드컵 경기가 끝나면서 축구의 금단(禁斷)현상이나 심리적 공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월드컵에 대한 전 국민적 참여열기와 주최국의 브랜드 가치 상승분위기를 국운상승의 기회로 바꾸자는 움직임 또한 분주하다.정부가 직접 나서서 기념일을 제정하고,관련부처가 모여 아이디어를 짜내고 보고 대회를 갖는 등 월드컵의 불씨를 살리려는 징후가 역력하다. 문제는 이런 묘안들이 과연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이다.과거에 경험했던 것처럼 소비적인 일회성 행사나 동기부여가 약한 전시행정에 국민들을 반강제적으로 끌어 모으는 일이 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드러내서 일을 하는 것보다는 그저 일상의 차원에서 생활문화의 격조를 높이는 방법이 궁리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월드컵과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그렇지만 너무도 일상적인 문제인 동시에 우리 시대의 과제이자 더불어 사는 사회를 구현하는 화두로서 아파트 공동체 운동을 떠올려 본다. 우리는 한국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약속이라도 한 듯 단지내 주차장으로,놀이터로,학교운동장으로 나가 한번도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는 이웃과 손을 마주쳤다.한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치기도 했다.마주 보이는 집에서는 태극기가 보기 좋게 휘날렸고 동네 슈퍼와 길거리 과일장수 아저씨는 반짝 세일로 우리를 즐겁게 했다. 이렇듯 다정한 이웃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그리고 서로 몰랐던 이웃과 억지웃음으로 대했던 단지내 주민들이 어떻게 이렇게 친근한 이웃으로다가올 수 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네거리 등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장소에는 온통 붉은색의 물결이 일렁였다.우리 스스로가 놀랐을 정도로 충만한 에너지가 지난 한달 동안 한반도에서 발산된 것이다. 아울러 더불어 만들어가는 사회의 가능성을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었으며,아파트단지에서의 공동체 활동에도 적지 않은 시사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길거리 응원에서 비롯된 국민적 참여와 그 결과로 빚어진 공동체 문화의 아름다움에는 몇 가지 성립조건이 있다. 우선 더불어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나 장소가 있어야 한다.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에 경찰에 의해 보호되는 곳이 아니라 언제나 준비된 공간이어야 한다.이웃과 언제나 정담을 나누거나 더불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파트에 충분히 확보되어야 함이 바로 이런 까닭이다. 두번째는 그 공간에 담길 콘텐츠 확보이다.월드컵 경기에서 한국이 이겼으면 하는 바람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품었던 소망이다.이 소망에는 집단이나 세대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으며,사회적 지위나 소득의 차이와 같은 갈등의 요인이 끼여들 여지가 없다. 아파트 주민들 모두의 소망이 무엇인가를 알아보되 주민들 개개인의 의견이 서로 충돌하지 않는 것부터 찾아 나선다면 분명 지금과는 다른 아파트 생활이 보장될 수 있다. 세번째는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길거리 응원을 이끌었던 붉은악마는 우리 모두였다.어느 누군가가 강요하거나 강제해서 이루어진 응원이 아니었다.붉은악마의 활동가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묵묵히 일반 대중들의 축제를 도와주었을 뿐이다. 그동안 여러 곳에서 활발하게 전개했던 아파트 공동체 운동이 혹시 한 두사람이 이끈,그래서 대다수 주민은 멀뚱하게 바라본 일은 아니었을까를 반성해야 할 것이다.이제라도 그 운영의 틀을 재고해 봐야 할 때다. 박철수/ 주공 주택도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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