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내 동네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모자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신호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호시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화산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9,021
  • “지독한 통증에 오만 버리고 타인 숨소리에 겸손 배웠죠”

    “지독한 통증에 오만 버리고 타인 숨소리에 겸손 배웠죠”

    “나를 낮추면 세상이 아름다워집니다.” 수경(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스님과 문규현·전종훈(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가 정부의 종교 편향을 계기로 오체투지(五體投地) 전국 순례에 들어간 지 53일째이자 마지막 날인 26일, 서울신문 두 기자가 순례단에 합류했다. 오체투지는 양 무릎과 팔꿈치, 이마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을 땅에 붙이면서 순례하는 불교식 수행법이다. 수경 스님 등은 지난달 4일 지리산 노고단에서 계룡산 중악단까지 200㎞가 넘는 대장정을 펼쳐왔고, 내년 3월 파주 임진각을 거쳐 묘향산까지 2차 순례에 들어갈 예정이다. 오전 8시 출발지인 충남 논산시 상월면 상도교회 인근의 ‘새동네’에 도착했다. 출발에 앞서 ‘사람·생명·평화의 길’이라는 문구가 적힌 조끼와 무릎 보호대를 받았다.8시35분쯤 60여명이 순례에 나섰다. 한 구간(120m)을 이동한 뒤 5분 정도 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관 스님의 징 소리에 맞춰 절을 하고, 몸을 일으켰다.5~7걸음 정도에 한 번씩 오체투지를 했다. 종착지인 계룡산 중악단까지 2.8㎞를 가는 동안 참가자들은 600여명으로 불어났다. ●생사 넘나드는 고통 끝에 얻은 평온함 징소리에 맞춰 무릎, 팔꿈치, 이마를 땅에 댔다. 쌀쌀한 날씨 탓에 아스팔트 바닥이 차가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온몸에 땀이 배고, 어느새 도로도 후끈 달아올랐다.3구간이 넘어가며 무릎이 욱신욱신 아파왔다. 생사를 넘나드는 듯한 통증과의 싸움이 이어졌다. 하지만 마지막 구간이 가까워지면서는 오히려 평온함이 느껴졌다. 세상의 온갖 소음이 사라지고 사람들과의 갈등과 대립을 넘어 자연과 하나되는 경지를 맛보는 듯했다. 울산에서 올라온 고재식(48)씨는 “물질 중심의 사회에서 사람들과 티격태격 싸워온 나를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첫 구간에서는 몸을 파고드는 통증으로 주위의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내 속에서 내뱉는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 마지막 구간에 접어들어서야 다른 순례자들의 발소리나 숨소리가 들렸다. 오만한 나를 버리고, 비로소 겸손한 나와, 나의 이웃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이 순례는 자기만의 생각과 감정에 몰입해 욕심대로 살아가는 자신을 반성하고 생명 간 소통을 가능케 해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출발 전 지관 스님의 화두가 거친 호흡을 가라앉히며 온 몸에 번졌다. ●자신 돌아보고 더불어 살아가는 법 배워 화계사 청년회에서 왔다는 한주희(29)씨는 “하심(下心), 나를 낮춤으로써 세상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수경 스님은 쉬는 시간 틈틈이 퉁퉁 부은 무릎에 얼음찜질을 하거나 스프레이를 뿌렸다. 문규현 신부에게 “몸은 어떠시냐.”고 물었더니 “괜찮아.”라고 말하며 손을 꼭 잡아줬다.53일간 이들 곁을 지킨 명계환 불교환경연대 조직팀장은 “세 분은 건강이 좋지 않다.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수경 스님은 “‘생명의 실상’을 바로 보고, 만물동체라는 ‘평화의 길’을 찾아가는 ‘사람의 길’이 한 뼘이라도 넓혀졌길 간절히 발원한다.”고 말했다. 2시50분쯤 종점인 계룡산 중악단에 도착했다. 무릎은 발갛게 부었고, 무릎 보호대는 헤져 있었다.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높일 법도 했지만, 다섯 시간 넘게 자신과 사투를 벌인 일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을 탓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돌아 보려는 듯 그저 웃고만 있었다. 하종훈 김영롱기자 artg@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영원한 테너 안형일 서울대 명예교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영원한 테너 안형일 서울대 명예교수

    푸치니가 토스카니니보다 나이가 아홉살 위였지만 둘은 아주 절친한 친구사이였다. 그만큼 서로 싸우기도 자주했다. 어느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둘은 무척 삐쳐 있었다. 푸치니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빵을 보냈다. 그런데 실수로 토스카니니에게도 빵을 보냈던 것. 이 사실을 뒤늦게 안 푸치니가 토스카니니에게 서둘러 전보를 쳤다.‘크리스마스 빵 잘못 알고 보냈음, 지아코모 푸치니’ 며칠 후 토스카니니한테 전보가 왔다.‘크리스마스 빵 잘못 알고 먹었음,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푸치니가 출세한 것은 어쩌면 토스카니니 덕분이다. 푸치니가 37세때 만든 ‘라보엠’이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1896년 토리노에서 초연되면서 명성을 얻었으니 말이다. 잠시 감상해보자. 어스름한 달빛 2층 가난한 시인 로돌프의 어둡고 침침한 방, 아래층에 사는 아가씨 미미가 들어온다. 미미는 폐결핵 환자. 둘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미미가 나가려는데 열쇠를 떨어뜨려 잃어버린다. 둘은 방바닥을 더듬거린다. 로돌프가 열쇠를 찾지만 재빨리 감춘다. 계속 찾는 척하던 로돌프는 미미의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른다. ‘그대의 찬 손, 내손으로 따뜻하게 덥혀 주리다. 지금은 어두워서 열쇠를 찾기 어렵지요, 다행히 조금 있으면 밝은 달님이 떠오를 거예요.(나가려던 미미를 제지하며)잠깐만 기다려줘요, 아가씨. 그 동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사는지, 내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나는 시인이지요. 가난하지만 글을 쓰는 기쁨으로 산답니다. 당신이 저 문으로 들어오는 순간, 나의 선율 이야기의 보석을 당신의 아름다운 두 눈이 모두 훔쳐가버렸어요.’ ‘라보엠’에 나오는 아리아 ‘그대의 찬 손’(Che gelida Manina)이다. 음역이 ‘하이C’까지 올라가는 어려운 노래로 테너의 절정감을 만끽할 수 있다. 푸치니의 천재성과 음악적 특징이 잘 조화를 이루면서 그의 오페라 중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꼽는다. 이 노래에 대한 화답으로 ‘나의 이름은 미미’라는 아리아도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1959년 10월 서울오페라단에 의해 국립극장에서 초연됐다. ●60년동안 1000여회 무대에… ‘라보엠´과 깊은 인연 우리나라 테너계의 대부격인 안형일 서울대명예교수.1926년생이니 올해 83세인 셈. 전설의 테너 라우리 볼피(Giacomo Lauri-Volpi,1892~1979) 이후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쩌렁쩌렁한 혼의 목소리로 무대를 휘어잡는 현역은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 그래서 안 교수를 ‘한국의 볼피’라고 부른다. 안 교수는 ‘라보엠’과 유독 인연이 깊다. 한국에서 초연됐던 1959년에 처음 주역을 맡은 이후 10여차례 ‘라보엠’의 로돌프 역할을 했다. 또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토스카’‘투란도트’ 등에도 단골로 주역을 도맡았다. 이래저래 서울대 재학때부터 지금까지 60년동안 무대에 선 것만 1000여회에 이르러 이 방면에도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가 이 가을을 맞아 아름다운 선율로 또한번 노익장을 과시한다. 내일(28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영원한 테너 안형일 교수와 제자들-골든 보이스, 가곡과 오페라의 밤’이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라보엠’의 ‘그대의 찬 손’과 한국가곡 등 모두 다섯 곡을 부를 예정이다. 모스틀릭필하모닉오케스트라 연주로 박상현·김홍식씨가 지휘하며 박성원 나승서 손성래 황건식 등 유명 테너 10여명이 출연한다. 서울 관악구 낙성대 인근의 자택에서 안 교수를 만났다. 피아노 건반을 누르며 목청을 가다듬는 모습이 나이보다는 20살 정도는 젊어 보였다. 그런 까닭을 묻자 “그냥 매일 집에서 노래를 부르고 시간 나면 동네 헬스장에 나가고, 집식구와 둘이 오붓하게 지내고…”라고 하면서 웃는다. ●윗몸일으키기 자주 하며 꾸준히 노래 연습 ▶80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노래를 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대학 때부터 (노래를)했으니 세월이 많이 흘렀네요. 성악가는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무대에 서든 안서든 늘 연습을 해야지요. 거의 빠지지 않고 하루에 한번 몇곡씩 부르는 것이 습관이 됐습니다. 앞으로도 몇년은 더 노래할 자신 있습니다. ▶무대에 선 지 어느덧 60년 가까이 됐습니다. -대학 졸업은 1953년이고 대학재학시절부터 노래를 불렀으니 그럭저럭 60년이 됐지요. 오페라에서 처음 주역을 맡은 것은 1957년입니다. 그러니까 31세때 베르디의 ‘리골레토’에 출연했지요. 당시 서울오페라단 단장이기도 했던 음악가 현제명씨가 ‘안형일은 목소리가 좋은데 왜 주역을 안 시키느냐.’고 해 주역을 맡게 됐지요. 이후 ‘춘희’‘춘향전’ 등을 거쳐1959년부터 ‘라보엠’의 주역을 맡았지요.‘라보엠’은 음색도 맞고 해서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합니다. 안 교수는 잠시 그림을 그리듯 회상에 젖는다. 시인 로돌포, 화가 마르첼로, 철학자 코르리네, 음악가 쇼나르 등 보헤미안 기질을 가진 네 사람이 모인 2층 다락방, 그들의 방랑생활과 우정, 비련의 사랑… ●28일 제자들과 ‘골든 보이스´의 밤 ▶이번 무대는 제자들이 마련한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2년 전 제자들이 황금빛 목소리라는 ‘골든 보이스’ 라는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작년에도 같은 제목으로 공연을 가졌지요. 앞으로는 제자뿐만 아니라 우리 성악계가 참여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힐 생각입니다. ▶그 동안 길러낸 제자만 해도 아주 많을 텐데요. -한국의 테너는 대부분 제자라고 보면 맞을 겁니다. 대학교수만 50~60명은 됩니다. 제자 중에 73세도 있고, 또 제자의 제자도 대학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 등에서 이름을 떨치는 제자도 많지요. 이번 무대에 같이 오르는 제자들이 그렇습니다. ●음악학교 들어가려 혼자 월남… 가족과 생이별 ▶실향민인 것으로 압니다. -우리 마을에는 예술가들이 많이 태어났습니다. 백남준, 함석헌, 김소월, 이승훈 등이 평북 정주 출신이지요. 중 3때 최용린 음악선생의 권유로 레슨을 받았습니다. 당시 아버지는 부농이셨는데 레슨비용을 돈대신 쌀로 지불했습니다. 그렇게 3년을 공부하고 음악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서울로 혼자 월남했지요. 안 교수는 이 부분에 이르자 가족 생각이 난 듯 “누가 6·25가 터질 줄 알았나. 생이별이 됐지 뭐. 나중에 누이가 살아 있다는 걸 알고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는데 6·25 전에 월남했다는 이유로 북한에서 받아주지 않았다.”면서 눈시울을 적신다. 1946년 본격적인 음악공부를 위해 해주에서 밀선을 타고 서울에 도착한 그는 허름한 판잣집 단칸방에 살면서 남대문 시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다가 미군 대령집 ‘하우스보이’ 생활을 했다. 어느날 몰래 노래 연습을 했는데, 이를 들은 미군 대령이 칭찬을 하며 매주말 미군 장교 정기모임 때 노래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음악공부를 할 수 있도록 잘 도와주겠다고도 했다. 이후 서울대음대 테너 이상준 교수의 문하에서 성악공부에 전념했다.6·25가 발발하자 해군정훈음악대 합창단에 들어가 유엔 참전국 부대를 방문해 위문공연을 다녔다. 전쟁이 끝나면서 제대를 한 그는 정신여고와 숙명여고에서 잠시 교편을 잡았다. 그러다가 현제명씨와 김연준 한양대총장의 권유로 한양대 음대 창설멤버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6년 후에는 김성태 선생의 거듭된 요청에 모교인 서울대교수로 옮겼다. 그가 많은 제자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은 인생살이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이겨낸 경험을 바탕으로 언제나 부드럽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편안하게 해주는 성품 덕분이다. 지금도 대학교수 제자들이 자주 찾아와 한수 지도를 받는다. 그의 자녀들은 모두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남 종선씨는 테너, 차남 종덕씨는 작곡가(상명대교수), 맏며느리 임희정씨는 피아니스트, 둘째며느리 박선하씨는 소프라노 등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으며 딸 종숙씨도 연세대 성악과를 졸업했다. 서울 동대문·광장시장 등지에서 40년 넘게 포목상을 하면서 아이들을 교육시킨 부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 성악 수준은 세계적입니다. 국제 콩쿠르를 거의 휩쓸다시피해서 한국사람들을 못나오게 할 정도입니다. 앞으로 10년후면 이탈리아나 독일 사람들이 한국으로 유학오게 될 것입니다. 음악학교도 가장 많고요. 일본의 경우 뉴욕 메트로폴리탄 무대에 선 사람이 아직까지 못나오고 있지요.” 그는 평소 윗몸일으키기 운동을 자주한다. 소리를 잘 내려면 복부 횡격막 근육을 긴장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두차례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앞으로 4~5회정도의 독창회도 자신있다고 강조한다. 노(老)성악가의 아름다움은 끊임없는 노력에서 우러나왔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안형일은 누구 ▲1926년 평북 정주 출생 ▲1945년 정주고등학교 졸업 ▲1953년 서울대 음대 졸업 ▲1960년 한양대 음대 조교수 ▲1966년 서울대 음대 교수 ▲1974년 이탈리아 로마산타체칠리아국립음악원 졸업 ▲1983년 이탈리아 가곡연구회 회장 역임 ▲1983년 국립오페라단장 역임 ▲1992년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 ▲1995년 추계예술학교 대우교수 ▲1996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1997년 국립오페라단 자문위원장 #상훈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서울시문화상, 한국음악대상, 대한민국예술원상, 국민훈장 목련장, 예총예술문화상 등. #주요공연 카르멘, 춘희, 리골레토, 춘향전, 라보엠, 루치아, 토스카, 아이다, 파우스트, 나비부인,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라조콘다, 노르마 등. 이밖에 KBS 교향악단, 서울시립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 서울아카데미심포니 등 다수 협연. 일본교향악단 협연. 일본, 미국, 태국, 독일, 네팔, 타이완 등 각국 순회공연. 국내외 각종 연주회 1000여 회 출연. #저서 이태리가곡집 전8권, 중·고등학교 음악교과서 등.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42) 조선의 대표술집, 선술집과 색주가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42) 조선의 대표술집, 선술집과 색주가

    술은 유쾌한 것이다. 아마 인류의 발명품 중 최대의 발명품을 꼽으라면, 술이 반드시 들어갈 것이다. 이런 술이니만큼 술에 대한 문헌은 적지 않다. 한데 여기에도 구멍은 있다. 술은 집에서도 마시지만, 대개는 술집에서 마신다. 술집은 오로지 술 마시는 데 집중하기 위한 음주의 전용공간인 것이다. 술집에 대한 문헌은 참으로 드물다. 우리가 만약 고려시대의 술집이나 조선시대의 술집에 대해 무언가 알고자 한다면, 막막함을 느낄 것이다. 그러니 신윤복의 ‘선술집’(그림1)과 같은 눈으로 술집을 보여주는 그림이야말로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조선시대 술집 그림으로 단 하나 남은 것이니, 그만큼 소중한 것이다. 어디 그림을 감상해 보자. 그림의 정중앙의 붉은 옷에다 노란 초립을 쓴 사내는 젓가락을 들고 무언가를 집으려 하고 있다. 이 사람은 별감이다. 별감은 전에 설명한 바 있는데, 액정서란 관청에 소속되어 궁중의 열쇠, 임금의 심부름 따위를 맡는 사람이다. 이들이 조선후기 기방의 운영자인 기부(妓夫)가 되고, 또 서울의 연예인과 유흥계를 장악한 사람이라는 것도 말한 바 있다. 별감이 술집에 나타난 것도 그들이 먹고 마시고 놀고 하는 계통을 장악한 축이기 때문이다. 별감 옆에 사내 둘이 있는데, 이들의 복색만으로는 어떤 사람인지 알 길이 없다. 그림 맨 오른쪽의 사내는 약간 별스러운 옷을 입고 있는데, 이 사람은 의금부 나장이다. 이 사내가 걸치고 있는 검은 색 옷은 까치등거리 또는 더그레라고 하고, 쓰고 있는 뾰족한 모자는 깔때기라고 한다. 더그레와 깔때기는 오직 의금부 나장만이 입는 옷이다. 의금부는 왕명을 받아 형장(刑杖)을 써서 국사범을 문초하는 권력기관이었다. 나장은 다른 관청에도 물론 있지만, 의금부가 원래 권세 있는 곳이라, 의금부 나장만은 특별한 대우를 받았던 것이다. 별감을 위시한 다섯 사내는 모두 술을 마시러 온 술꾼들이다. 그런데 그림 맨 왼쪽의 맨상투 차림의 총각은 술꾼이 아니다. ‘중노미’라 부르는 술집에서 일하는 젊은 남자다. 술잔을 나르거나 아궁이에 불을 때거나 하는 허드렛일을 한다. ●조선 정조시대 금주령 풀리자 술집 번창 이 술집 그림에서 희한한 것은 술을 따르는 주모만 앉아 있을 뿐, 아무도 앉아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서서 마시는 집을 선술집이라고 한다. 요즘 선술집이라면, 대개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싼 술집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선술집에서는 모두 서서 마시기에 선술집인 것이다. 조선시대 문화에 대해 해박했던 김화진 선생은 ‘한국의 풍토와 인물’이란 책에서 선술집에 대해 소상하게 언급하고 있는데, 이에 의하면 선술집에서는 백 잔을 마셔도 꼭 서서 마시고 앉지 못하였다고 한다. 만약 앉아서 마시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술꾼들이 “점잖은 여러 손님이 서서 마시는데, 버르장머리 없이 주저앉았담. 그 발칙한 놈을 집어내라.”고 시비를 걸었고, 큰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까닭에 위 그림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다. 선술집에서는 술 한 잔을 사면 안주 하나를 끼워준다. 요사이 술집은 술과 안주를 각각 셈하지만 조선시대 선술집은 술값에 안주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해가 서산에 기울면 술꾼들은 목이 마르다. 선술집을 찾아 들면서 젓가락 통에서 젓가락을 집어 들고 너비아니·날돼지고기·삶은 돼지고기·편육 따위의 진안주를 집어 석쇠 위에 놓고 주모가 앉아 있는 목로 앞으로 와서 ‘두 잔 주어’ 하면, 주모는 술단지에서 국이(국자 비슷하게 생긴 것)로 잔수대로 떠서 양푼에 붓는다. 그리고 그 양푼을 물이 끓고 있는 솥에 넣어 찬기운을 없앤다. 냉기를 사라지게 한다고 하여 이것을 ‘거냉(去冷)’이라고 한다. 술값 계산은 술꾼이 잔을 입에서 뗄 때에 중노미가 안주접시를 목로에 놓으면서, “몇 잔 안주요.” 하고 잔 수를 계산해 준다. 이런 술집이 생긴 것은 조선조 정조 때부터다. 그 이전에도 술집이 없었던 것이 아닌데, 정조 때부터 생겼다고 하는 것은 왜인가. 정조 바로 앞의 임금인 영조는 1724년에 즉위하여 1776년까지 무려 53년 동안 왕위에 있었다. 올해가 2008년이니까 1956년부터 왕위에 있었다고 생각해 보라. 장구한 세월이 아닌가. 한데 반세기를 넘도록 영조가 양보 없이 지켜온 정책이 금주정책이었다. 아무도 반세기 동안 술을 마실 수 없었고, 술집은 모두 문을 닫아야했다. 이 혹독한 금주령은 정조가 왕이 되면서 비로소 풀렸고, 서울 시내에 술집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것이니, 선술집 역시 정조 시대 이후 번창하게 된 것이다. 정조가 믿고 의지했던 좌의정 채제공은 이 술집의 번창에 대해 이렇게 증언했다. 비록 수십 년 전의 일을 말하더라도, 술집의 술안주는 김치와 자반에 불과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근래에 백성의 습속이 점차 교묘해지면서, 현방(懸房)의 쇠고기나 시전(市廛)의 생선은 태반이 술안주로 소비됩니다. 맛난 안주와 국이 술단지 사이에 어지러이 널려 있으니,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젊은 사람도 안주를 탐하느라, 삼삼오오 어울려 술을 사서 마시니, 이 때문에 빚을 지고 자신을 망치는 자가 부지기수입니다. 시전의 반찬거리의 값이 날이 갈수록 뛰어오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술집에서 안주를 경쟁하듯 개발하여 내 놓는 바람에 시전에서 파는 쇠고기와 생선의 태반이 술안주가 되고, 술안주를 탐하느라 젊은이들이 빚을 지는 경우까지 있다고 하니, 정조 시대 술집의 성황을 알 만하다. 술집은 선술집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외주점이란 것도 있었다. 이 술집은 술손님이 찾아가면 주인 여자는 손님을 직접 만나지 않고, 말로 주문을 하고 술상을 내보내고 하여 주인과 손님이 내외를 하기에 ‘내외주점’이란 이름이 붙은 것이다. 선술집보다는 조금 고급한 집이다. ●색주가는 손님들에게 바가지 씌우기 일쑤 이보다 낮은 수준의 술집이 있는데, 색주가(色酒家)가 그것이다. 색주가는 여자가 나와서 노래를 하고 아양을 떨고 술을 파는 곳이다. 그림(2)는 김준근의 ‘색주가 모양’이다. 술상 앞에 짧은 갓을 쓴 남자 셋이 앉아 있고, 젊은 여자가 잔에 술을 따르고 있다. 이 그림만으로는 색주가의 특징이 드러나지 않는다. 아마 그림에 ‘색주가 모양’이라는 제목이 없다면 색주가인지 아닌지 모를 것이다. 색주가의 여자는 기생이 아니다. 기생은 기방에 있는 법이고, 기방은 제일 고급 술집이었다. 기생은 가곡이나 시조를 부르지만, 색주가의 여자는 오직 잡가만 부른다. 색주가는 여자가 있다 뿐이지 안주도 술도 맛없는 곳으로 손님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기 일쑤였다고 한다. 색주가는 홍제원에 집단적으로 있었고, 뒤에 이것을 본떠 남대문 밖 잰배(紫巖)와 서울 파고다 공원 뒤와 동구안(授恩洞) 서편 뒷골목에 집단으로 있었다고 한다. 물론 잰배 등의 곳은 언제 생겼는지는 미상이다. 김화진에 의하면, 색주가는 밖에서 보면 금방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색주가의 문 앞에는 술을 거르는 도구인 용수에 갓모(비가 올 때 갓 위에 걸어 쓰는 모자)를 씌워 긴 나무에 꽂아 세우고, 그 옆에 자그마한 등을 달아놓는다. 낮에는 나무에 용수 씌운 것으로 표시를 한다. 집집이 긴 나무를 세운 것과 등불을 꽂아두었으니, 색주가가 있는 동네는 밤이 되면 반짝반짝 빛이 나는 독특한 분위기의 동네가 되었던 것이다. 해가 지고 거리에 등불이 하나 둘 켜지면 화장을 짙게 한 여자들이 나와서 잡가를 부르면서 지나는 행인을 붙잡는다. “이 집은 술맛도 좋고 색시도 예쁘니 한 잔 잡숫고 가시지요.” 하기도 하고, 혹 손을 끌어 잡기도 하였다. 술을 좋아하는 분들은 알리라. 이 풍경은 불과 십 수 년 전까지 서울과 부산 대구 등 대도시의 밤에도 볼 수 있었다는 것을. 없어져서 아쉽냐고? 아니, 그 여성들의 신산(辛酸)했을 삶을 생각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반토막 난 주식, 두토막 난 가정

    반토막 난 주식, 두토막 난 가정

    이모(46·서울 강북구 미아동)씨는 남편 김모(48)씨와 이혼 소송 중이다. 남편이 노후 자금을 모두 날리고도 주식에서 손을 떼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 부장인 김씨는 지난해 말 5억원을 2~3개 주식에 분산 투자했다. 올 들어 주가가 급락하면서 원금 대부분을 잃었다. 김씨는 본전 생각에 발을 빼지 못했다. 집까지 담보로 잡히고, 처가에도 손을 벌려 계속 쏟아부었다. 이씨가 말려도 소용없었다. 이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이달 초 법원에 이혼신청을 했다. 이씨는 “주변에서 주가가 떨어지면서 이혼하는 부부들의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우리 가정이 그렇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본전 생각에 집담보 대출받아 ‘올인’ 주가 폭락으로 가정불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000선 밑으로 무너지고, 코스닥지수도 300선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등 주식 시장이 공황상태에 빠지면서 가정불화를 넘어 파탄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유모(56·강남구 삼성동)씨는 30년간 꼬박꼬박 모은 남편 월급 1억여원을 지난해 6월 주식과 펀드 등에 투자했다. 검사와 오는 12월 결혼을 앞둔 딸에게 넉넉한 혼수를 마련해주기 위해서였다. 주가지수가 2000선을 향해 치닫던 당시에 비하면 지금 주가는 반 토막이 났다. 이익은커녕 원금도 못 건질 판이다. 유씨는 남편에게 들킬까봐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며칠 전 딸 혼수 문제가 불거지며 들통이 났다. 결혼 28년만에 처음으로 남편과 심하게 싸웠다. 이후 남편은 유씨를 거들떠도 안 보고 각 방을 사용하고 있다. 유씨는 “남편이 이혼하자고 할까봐 불안하다. 딸에게 엄마로서 면목도 없고, 죽고 싶은 심정이다.”고 토로했다. 최모(29·강남구 개포동)씨는 올 1월 증권사에 다니는 지인의 권유로 대기업 주식을 8000만원어치 를 구입했다.“곧 초등학교에 들어갈 아들 교육비 마련을 위해 꼭 해야 한다.”며 말리는 부인을 설득했다. 최근 들어 주가 대폭락을 맞아 4500만원을 잃었다. 연일 부인과 다퉜다. 며칠 전 동네 주점 앞에서 부인과 또 주식 문제로 설전을 벌이다 서로 치고받는 상황으로까지 번져 경찰에 입건되기까지 했다. 직장인 장모(40·마포구 염리동)씨도 요즘 아내와 매일 다툰다. 부인이 증권사에 다니는 처형의 말만 듣고 지난해 10월 작은 평수의 아파트를 처분한 돈을 주식과 펀드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네탓” 부부싸움 속출… 이혼신청까지 장씨는 “투자금액의 절반도 남지 않았다.”면서 “몇개월만 주식과 펀드에 굴려서 수익을 붙인 뒤 큰 평수로 이사가려고 했는데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장씨는 “아내를 탓하지 말자고 하루에도 몇번씩 다짐해도 막상 퇴근 후에 아내 얼굴을 보면 짜증이 난다.”고 하소연했다. 가족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은 “10월 현재까지 부부불화 상담 건수가 월평균 334건 정도 되는데, 이 중 주가급락 등에 따른 불화로 상담을 받은 이들이 60~70%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주식폭락으로 부부관계가 사랑의 관계가 아닌 돈을 중심으로 한 거래관계로 변질되는 사례가 많아 안타깝다.”면서 “대다수 투자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만큼 부부간에 상처를 주기보다는 서로 위로하며 힘든 시기를 이겨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승훈 황비웅기자 hunnam@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어찌 사나…” 돈 걱정 가득 인터넷카페 ‘카더라’ 육아법 피해 속출 [금융위기→실물위기 악순환] 지갑엔 꺼내 쓸돈 없다 유진 “팜므파탈 연기도 도전하고 싶어요”
  • “사랑 나눔에 종교가 따로 있나요”

    “사랑 나눔에 종교가 따로 있나요”

    불교, 개신교, 천주교 신자들이 한데 모여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바자회가 열린다. 서울 성북동 길상사(주지 덕조 스님)와 덕수교회(담임 손인웅 목사), 성북동성당(주임 여인영 신부)은 25일 성북초등학교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사랑나눔 연합 바자회’를 공동으로 개최한다. 바자회에서는 농수산물 등 직거래장터, 각종 재활용품이 나오는 벼룩시장, 먹거리장터, 잔치마당, 놀이마당 등이 마련된다. 수익금은 3개 종교단체 이름으로 성북동 내 어려운 형편의 이웃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이 행사는 20년 이상 이웃돕기 바자회를 해온 덕수교회 손 목사가 지난 9월 길상사와 성북동성당에 연합 바자회를 제안해 성사됐다. 손 목사는 “최근 몇달간 종교 간의 대립이 고조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면서 “종교간의 벽을 넘어 지역 주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의미에서 덕조 스님과 여인영 신부님의 의견을 듣고 함께 뜻을 모으게 됐다.”고 말했다. 손 목사는 “이번 행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매년 가을마다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길상사 신도 모임인 ‘맑고 향기롭게 모임’ 의 김지경 기획실장도 “바자회를 통해 지역 내 다른 종교 신도들과 교류함으로써 종교간 벽을 넘어 지역 공동체 일원으로 화합할 수 있길 기대한다.”말했다. 이번 바자회는 어느 때보다 종교간 화합이 요청되는 시점에서 한 동네에 있는 종교 단체들이 ‘사랑의 실천’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공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주최측은 종교 단별 판매부스를 따로 두지 않고 공동으로 물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또 봉사활동을 자처한 신도들도 종교색이 드러나지 않도록 흰색 상의를 통일해 입을 예정이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동네 명소 공원화’ 區·民합작 결실

    ‘동네 명소 공원화’ 區·民합작 결실

    서대문구가 추진하고 있는 내실있고 독특한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서대문구에 따르면 충현동과 홍제3동이 최근 막을 내린 ‘제8회 전국 주민자치박람회’에서 각각 프로그램 분야 우수상과 종합분야 장려상을 수상했다. 전국의 주민자치센터가 내놓은 우수사례 244개 중 유일하게 한 자치구에서 두 개 동이 수상하는 쾌거였다. 앞서 구는 서울시가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한 ‘2008년도 주민자치센터 평가’에서 프로그램 분야 우수구로 선정되며 주민자치센터 운영에 좋은 결실을 맺고 있다. ●주민 발굴 명소·우물공원 조성 단연 돋보이는 프로그램은 마을을 대표하는 자원을 발굴하는 ‘우리동네 보물찾기-테마가 있는 마을 만들기 추진’이다. 생활을 개선하는 동네 가꾸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고유의 자연경관, 전통문화, 역사유적 등 다른 마을과 차별화된 요소를 주민이 직접 찾아내고 가꾸어 나가기 위해 마련한 테마형 프로그램이다. 구는 지난 5월 ‘보물찾기를 통한 참 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 주민 리더 설명회’를 시작으로 꾸준히 발굴 작업에 나섰다. 총 3차의 주민공모를 통해 상반기에는 8개 동 11개 사업을 찾아냈고,‘우리동네 보물찾기 우수사업 계획 선정 심의회’를 열어 6개 동 7개 우수 사업을 정했다. 충현동 ‘우리가 하나되는 참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를 비롯해 ▲북아현동 ‘잊혀진 두께우물 복원’ ▲연희동 ‘연희궁터 옛우물(장희빈 우물) 가꾸기’ ▲홍제3동 ‘홍제천 자연체험학습장을 통한 이웃사랑 실천’ ▲홍은1동 ‘호박골 야생화 동산 조성과 시낭송의 밤’ ▲홍은2동 ‘전통과 미래가 있는 꽃마을 만들기’ 사업 등이다. 구는 이 중 연희동과 북아현동의 우물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해 공원을 만드는 계획으로 발전시키기도 했다. ●소외계층 찾아가는 음악회·기타강습 호응 충현동은 체계적인 자원봉사활동, 지역기관과 네트워크 형성, 주민자치센터 야간 개방, 가족단위 프로그램 운영, 노숙자를 위한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 등의 다채롭고 알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역 자원을 활용하고 이웃에 대한 봉사를 실천하는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한 자원봉사 분야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역내 소외계층에게 문화를 전달하는 ‘찾아가는 작은 음악회’과 시설에 있는 노숙인을 찾아 인문학과 기타 연주를 가르치는 ‘인문학과 기타연주 강습’이 대표적이다. 찾아가는 작은 음악회는 가족자원봉사자와 주민자치센터 동호회 등이 복지시설을 찾아 음악회를 열고 기부와 나눔을 실천하는 정기적인 활동이다. 서대문구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 활동으로 폭넓은 문화 네트워크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충현동 주민자치위원회는 노숙인들에게 매주 화요일마다 인문학과 기타를 가르치는 자리를 제공한다. 현동훈 구청장은 “지역내 모든 자치센터가 다양한 계층의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누리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민·관·학이 함께 지역문제를 고민하면서 모두가 살기 좋은 지역공동체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한국인의 질병] (56) 임신중독증

    [한국인의 질병] (56) 임신중독증

    일반적으로 ‘임신중독증’이라고 하면 흔한 감염질환의 일종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임신중독증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보다 혈압, 당뇨, 비만과 더 관련성이 높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산모의 경련과 발작을 유발한다고 해서 주로 ‘자간전증’(子癎前症)이나 ‘자간증’(子癎症)이라고 부른다. 심하면 뇌출혈, 심부전, 폐부종 등으로 진행돼 산모의 생명을 빼앗을 수도 있는 위험한 질환.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고위험임신클리닉 신종철(54) 교수를 만나 임신중독증 대처법에 대해 알아봤다. “해외 학계에서는 산모에게 임신중독증이 생길 확률을 4~8 % 정도로 보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5~6% 정도로 보고 있죠. 대략 산모 20명 중에 1명 정도는 이 병에 걸린다는 뜻입니다. 발병 확률이 비교적 높은 편이어서 주의해야 합니다.” ●산모 20명중 1명꼴 임신중독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임신중독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인슐린 저항성(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 당뇨병이 발병하기 쉬운 상태), 흡연 등을 원인으로 꼽는 전문가도 있지만 명확하게 규명된 것은 아니다. 임신중독증이 생기고 난 뒤 발생하는 고혈압, 부종, 단백뇨 등의 증상을 보고 병을 짐작할 뿐이다. 자간전증이라고 불리는 초기임신중독증의 전형적인 증상은 고혈압이다. 이완기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수축기 혈압이 90㎜Hg 이상이면 자간전증을 의심할 수 있다. 소변에 단백질이 다량 함유된 단백뇨 증상도 자간전증 척도로 꼽힌다.24시간 내 소변에 함유된 단백질이 300㎎이상이면 자간전증을 의심해야 한다. 부종은 몸이 붓는 증상인데 체액이 혈관을 빠져나와 몸의 곳곳으로 침투하는 것을 말한다. 증세가 심하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심하면 시력이 저하되거나 복부 위쪽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폐에 체액이 차는 폐부종과 뇌가 붓는 뇌부종, 두통 등도 전형적인 임신중독증의 증상이다. 생명과 직결되는 장기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산모의 생명이 위험해진다. 때에 따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이나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이 생길 수도 있다. 혈액 응고장애가 생겨 극단적인 상황에는 출혈을 막을 수 없는 혈종이 전신에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고혈압·단백뇨·간질 겹치면 ‘자간증´ 만약 고혈압, 부종, 단백뇨와 더불어 경련을 일으키는 간질이 겹치면 자간증으로 본다. 이미 증상이 많이 진행돼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므로 즉각 아기를 분만하지 않으면 병을 치료할 수 없다. “일단 자간증까지 오면 태아보다 산모의 생명을 더 우선시하게 됩니다. 시간을 지체하면 산모가 사망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죠.34주 이후에 유도분만을 통해 출산하면 아기를 살릴 가능성도 높아요. 중요한 것은 시간을 끌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임신중독증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비만과 당뇨병,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은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의해야 한다. ●건강식품 복용땐 전문의와 상담을 단백뇨와 고혈압이 동반되면 혈압을 떨어뜨리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혈압만 떨어뜨리기 위해 ‘이뇨제’를 처방해서는 안 된다. 이뇨제는 소변량을 늘려 혈압을 낮추는 기능을 하지만 소변량이 적은 임신중독증 환자에게 사용하면 오히려 역기능을 일으킬 수 있다. 이뇨제를 잘못 사용하면 혈류량이 갑자기 감소해 태아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 임신중독증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진료경험이 있는 의사를 만나 논의를 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간혹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을 복용하는 산모도 있는데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임신 중에는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다만 혈관의 산화를 방지하는 항산화제, 비타민C, 비타민E 등은 도움이 된다. 도움이 된다고 해서 마구 복용하라는 뜻은 아니다. 반드시 의사와 상담한 뒤에 몸에 무리를 일으키지 않는 한도에서 복용해야 한다. “가까운 동네병원도 좋지만 만약 경미하게라도 임신중독증 증상이 나타난다면 태아와 산모의 상태를 정밀하게 판단할 수 있는 대형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의사의 경험이 산모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죠. 출산할 시기를 잘못 판단하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갈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임신중독증 환자에게 소금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이지 말아야 한다는 학계 보고가 있었다. 고혈압을 더 악화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임신중독증이 꼭 고혈압을 통해서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최근에는 짠 음식을 꼭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의사는 많지 않다. ●유전적 요인·재발 가능성 커 정기검진 필수 임신 후 34주가 되면 바로 태아를 분만시켜야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경우는 상황을 더 지켜볼 수도 있다. 태아의 생명도 중요하기 때문이다.34주 이전에 태아를 분만하면 생존확률이 일반 아기보다 40% 이하로 낮아진다. 따라서 병원에 입원해 약물치료와 산모 및 태아의 상태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태아의 성숙을 하루라도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임신중독증 증상의 조절이 어려운 경우 산모와 태아가 모두 위험한 상황이 되기 전에 태아가 아주 미숙하더라도 분만을 결정해야 한다. 임신중독증에 걸린 산모는 다음 출산에도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유전적인 요인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번이라도 임신중독증을 경험했다면 산전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임신중독증은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방법밖에는 대책이 없어요. 시간이 될 때마다 병원을 찾아 임신중독증 위험이 있는지 체크해 봐야 합니다. 정기적인 검진이 태아와 산모의 생명을 살린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임신 34주때 갑자기 고열 제왕절개 통해 ‘무사 분만’ 36세 산모의 악몽 같았던 순간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에서 만난 김희정(가명·36)씨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자신이 임신중독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꿈에도 알지 못했다. 임신한 지 20주가 지나자 몸이 심하게 부어올랐지만 ‘많이 먹어서 그러려니….’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문제가 생긴 것은 임신한 지 34주가 지나 만삭이 됐을 때였다. 김씨는 “갑자기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하면서 큰 이상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아챘다.”면서 “아기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새벽 2시에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병원을 찾았다.”고 급박했던 당시를 설명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의사는 분만을 권했다. 뚜렷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혈압은 수축기 160㎜Hg, 이완기 110㎜Hg로 이미 임신중독증 기준을 훨씬 넘어선 위험한 상황이었다. 김씨도 병원에서 검진을 받을 때마다 혈압을 재봤지만 임신중독증이 혈압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몰랐다. 하루만 더 늦춰달라고 의사에게 호소했지만 의사는 냉정한 표정으로 “시간을 끌면 끌수록 산모와 아기 모두 위험해진다.”고 말했다.‘아기가 제대로 태어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자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악몽같은 순간이었다. 머리를 감싸쥔 남편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분만을 권했다. 한 시간이 흐른 뒤 김씨도 결국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병원측은 제왕절개를 통해 아기를 분만시킨 뒤 산모의 혈압을 낮추는 데 주력했다. 다행히 규모가 큰 병원이어서 고위험임신클리닉 담당 의사는 물론 신경과, 신생아 전문의 등이 총력을 기울여 김씨와 아기를 모두 살려냈다. 의사는 “아기가 34주를 넘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당시 경험에서 가장 중요하게 깨달은 점이 무엇인지 묻자 김씨는 “미리 대비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당장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면서 “정기 검진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닫게 됐다.”고 강조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고령 임신부 발병률 2배이상 높다 산전 체중·혈압관리 중요 임신중독증을 일으키는 위험요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 고령임신이다. 나이가 들어 임신하면 임신중독증 위험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뜻이다. 학계는 일반적으로 35세 이상의 고령임신이 35세 미만 임신보다 임신중독증을 일으킬 확률이 2배 이상 높다고 보고 있다. 고령임신 상태에서 비만이 동반되면 발병 확률은 2배 이상 더 높아진다. 고령산모라면 과거 임신중독증 병력이 없다고 해도 반드시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임신 후 28주까지는 1개월에 1회,36주까지는 2주에 1회, 출산 1개월 전에는 1주일에 1회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다만 임신중독증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의 간격은 줄이고 횟수는 2배로 늘려야 한다. 40세 이상 고령산모는 고혈압, 당뇨병, 비만, 심장병 등과 같은 성인병을 이미 갖고 있는 사례가 많다. 고혈압은 젊은 임신부에 비해 2~4배 증가하며 산전 출혈 가능성도 높다. 이런 환자가 임신중독증에 노출되면 미숙아나 발육부진 태아를 출산하기 쉽고 심지어는 태아 사망을 초래할 수도 있다. 당뇨병도 임신중독증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적어도 임신 24~28주에는 당뇨검사를 해서 임신성 당뇨병이나 임신중독증 관리에 나서야 한다. 고령산모는 비만 위험도 높다. 비만도 임신중독증과 직결되는 위험요소다. 따라서 임신전 미리 체중을 관리해야 한다. 임신 후 1~3㎏ 수준의 체중 증가는 크게 주의하지 않아도 되지만 만약 10~15㎏가량 증가했다면 의사의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서대문 ‘책읽는 마을’ 변신

    서대문 ‘책읽는 마을’ 변신

    책 한 권 읽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책을 들추게 되는 가을이다. 이런 가을을 만끽하러 가까운 주민문고를 찾아 갔는데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없을 때면 맥이 탁 풀린다. 주변 도서관의 소장 도서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검색사이트만 있으면 미리 확인을 하고 움직여 발품 팔지 않고 손쉽게 찾을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13일 서대문구에 따르면 구는 제각기 운영되던 지역내 14개 주민문고를 하나로 묶어 통합전자도서관을 만들고, 지난달부터 서비스에 들어갔다.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이 서비스에 대한 주민들의 호응이 크다. 현동훈 구청장은 “많은 구민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책 읽는 마을´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목표”라면서 “앞으로 주민문고를 아동, 컴퓨터, 어학도서 등 분야별로 특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5만 7000권 인터넷 검색 가능 지역내 주민문고를 통합한 전자도서관 ‘두루두루 책마을´(book.sdm.seoul.kr)은 사는 지역에 관계없이 서대문구 주민이면 누구나 인터넷으로 책을 검색해 도서를 가지고 있는 주민문고에 책을 신청해 빌려 보고 반납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전자도서관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면 14개 주민문고에 있는 5만 7000여권의 서적의 보유, 대출 현황을 모두 검색할 수 있다. 동네 도서관의 도서 보유량이 1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두루두루 책마을 회원인 박경숙(39·홍제동)씨는 “직접 가서 책을 고를 땐 시간이 많이 걸리고 보고 싶은 책이 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전자도서관이 생긴 뒤로는 도서 대출이 너무 편리해 단골이 됐다.”면서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 한달만에 벌써 12권을 읽었고 또 다시 책을 선정 중”이라면서 뿌듯해했다. ●도서관서 매주 문화행사 열어 지역의 대표적인 도서관인 현저동 이진아기념도서관은 ‘책 읽는 공간´으로 역할 뿐만 아니라 주민에게 정보와 문화의 산실로 자리잡고 있다. 개관한 지 6년 동안 6만 5000여권의 책을 보유하고,1만 8600여명에 이르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32만 2200명이 이곳을 찾았고, 올해 벌써 25만 7900명이 방문했다. 어린이 열람실,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자 열람실, 종합자료실, 전자정보열람실, 멀티문화감상실 등 환경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 오후 2시에 진행하는 좋은 영화 상영회는 인기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다음달에는 9일과 23일에 각각 ‘어거스트러쉬´,‘앨빈과 슈퍼밴드´를 상영할 예정이다. ●자녀 함께하는 동화구연 인기 이외에도 상설 프로그램으로 ‘책 읽어주는 할머니의 스토리텔링´을 열어 매주 수요일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구수한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행복한 이야기 엄마의 동화구연´도 어린이와 어머니가 함께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책 읽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진아기념도서관 이정수 관장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사회의 문화를 창조하고 열린 학습을 위한 샘터가 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한가족이 77명

    한가족이 77명

    상주(尙州) 박(朴)씨 중형(重衡)영감님하면 전남승주(全南昇州)군내에서 그 기록적인 다산성(多産性) 가문의 장노(長老)로 명망이 높다. 75년전 외톨박이 독자로 태어난 박옹은 56년전 첫아이를 본후로 1년에 1명이상씩 무성하게 자손을 퍼뜨리고도 그 자손을 대부분을 한 부락안에서 살게끔한 부족사회적「리더십」을 훌륭히 발휘한 것. 즐거운 새해 세배 가족을 찾아가 보면-. 구랍 22일 밤늦게 박옹은 논산(論山)에 살고 있는 4남 남석(湳錫)씨(46)로부터「아들출산」이란 반가운 전보를 받았다. 박옹은 서둘러 가족부난에 적어넣고, 새끼를 꼬아 대문앞에 금줄을 달아 걸었다. 자손들이 출산할 때마다 대문에 금줄을 거는 것이 박옹의 최대의 행사이자 기쁨이다. 『이번 금줄이 예순번째여라우. 아직도 10번쯤은 내 손으로 걸 수 있을 것이오』 믿을 수 없게 건강한 박옹은 찬바람을 맞받으며 씽긋 웃는다. 새해를 맞으면 박옹은 걱정스런 행복에 잠긴다고도 했다. 20살이하의 어린 자손들만 30명(외손은 제외)이니 세뱃돈을 작년엔 1백원균일로 하고서도 3천원. 금년에는 15살이상된 아이들에겐 인상해줄 작정이라했다. 『그러니께 내가 14살에 장가들었는디 첫애가 올해 쉰여섯이지요잉. 19살에 아들을 보았것지 않았소? 그 뒤로 지금까지 예순녀석이 태어난 셈이라우. 여기다 외손허고 외손손까지 합하면 77명이 될것이오』 「외손손」이 뭐냐고 물었더니 허허 웃고 난 박옹은「외증손」을 뜻한다고 대답. 까닭인즉 그의 3대조 할아버지 이름에 증(曾)자가 들어 있어서「증손」「외증손」의 증자는 기자(忌字)로 간주, 증자를 사용하지 않고 외손손·손손으로 표기한다는 설명이다. 세뱃돈 올릴 행복한 걱정 박옹 일가가 살고 있는 곳은 전남 승주군 상사(上沙)면쌍지(雙之)리부락. 순천(順天)시에서「택시」로만 1시간20분. 궁벽하기 짝없는 노령산맥 휘어지는 산골동네다. 박옹 선조대대 2백년전부터 자리잡아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 그래서 쌍지리부락 52호 가운데 40여호가 박씨문중이다. 이중에서 박옹의 가족만 8호. 박옹의 자손을 보면 1남 창석(昌錫)씨(56), 2남 동석(東錫)씨(54), 3남 민석(玟錫)씨(49), 4남 남석(湳錫)씨(46), 5남 종석(宗錫)씨(35), 장녀 순심(順心)씨(39). 모두 5남1녀로 돼있다. 2대 3대 4대 이르는 동안 별표와 같이 늘어나 박옹의 자녀가 5남1녀, 손자가 13남15녀, 증손이 10남6녀로 모두 59명(며느리·손부9명·본인제외)이 된것. 이들의 거주지를 보면 고향을 떠나 있는 가족은 박옹의 4남 남석씨가 논산에서 농업을, 5남 종석씨가 인근부락인 낙안(樂安)동국민학교 직원으로 2남 동석씨의 두아들과 딸1명이 서울에서, 장증손인 현모(玄模)군(18)이 역시 서울에서 각각 직장을 다니고 있고, 창석씨의 4남 홍용(烘龍)씨와 5남 홍춘(洪春)군(19)이 현재 군에 복무중이어서 총18명이 객지로 나가 있다. 『지금까지 한 녀석도 세상에 태어나 병을 앓거나 죽어본 일이 없는 것이 자랑이면 자랑이지요. 작년에 마누라(양낙유(梁洛囿)여사)를 먼저보낸일 외에는 아직까지 제 후손의 장례는 한번도 치르지않았지라우』 작년 6월6일 박씨 가문의 장로인 양여사가 노환으로 사망하자 그 장례식이 화젯거리가 됐다. 직계자손은 물론 사위와 손자사위까지 동원돼 실로 70여명의 대가족이 장례행렬을 이루었고 어른들만 입은 삼베옷이 자그마치 50필(4백50m). 그 삼베옷을 만들기 위해 2일동안「미싱」5대를 10사람이 밤낮으로 돌려서야 간신히 끝냈다는 것. 막걸리만 70말, 소주가 2상자, 쌀이 10여가마 축났다는 것이니 시골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대사였다. “적령 20살전”의 조혼가풍(早婚家風) 며느리 환갑잔치 베풀고 40살에 증조부(曾祖父) 소리들어 『금년 2월에 며느리(창석씨 부인 신선업(申善業)여사 환갑잔치를 했당게요. 아마 며느리 환갑을 보는 것도 드물 것이오』이토록 이해할수 없는 신기록 수립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그건 간단하다. 조혼을 가풍으로 존중해온 덕. 박옹 자녀들의 결혼적령기는 20살전으로 돼있다. 창석씨가 15살에, 동석씨가 17살에, 민석씨가 18살에, 남석씨 역시 18살, 종석씨가 19살. 다음 창석씨의 자녀들 가운데 홍기(洪基)씩 17살에, 홍난(洪爛)씨가 20살에, 홍민(洪玟)씨가 역시 20살, 홍용(洪龍)씨도 20살. 이렇게 조혼을 하다보니 갖가지 웃기는 사건도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즉 박옹의 장증손인 현모군이 3살때 종석씨는 19살. 종석씨는 말하자면 총각할아버지가 된셈인데, 그때 종석씨는 현모군이『할아버지』하면 창피하다고 도망치기 일쑤였다는 것. 『내 손으로 고손자녀석 금줄을 달아 볼라우. 이렇게 건강하니 5년은 충분히 살것지 않것소?』 박옹의 말하는 품으로 미루어 보면 18살인 현모군을 20살까지도 기다릴 필요없이 장가보낼 심산인듯 하다. 박옹의 가족들에 대한「리더십」은 거의 절대적이다. 모든 수입·지출이 박옹의 명령에 따른다. 40~59대 아들들도 절대로 박옹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 박옹이 새벽 5시에 일어나 농사일을 돌아보고 설치는 통에 가족중 아무도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다. 박옹은 이곳에서 상당한 부농, 25마지기 정도의 논을 가지고 있으니까 자식을 얼마든지 낳아도 먹이고 키우는데는 걱정이없다. 장수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고개를 흔든다. 『잘먹고 열심히 일하는 것뿐이지요. 담배·술 모두 다하고, 고기도 잘 먹지요. 못먹는 것이 없어라우』 박옹의 생일이 1월 하순께. 그래서 이집의 가장 큰 잔치는 설맞이를 미뤘다가 그날에 한다. 76살 기념잔치를 위해 흩어진 가족들까지 다 모이면 흔한말로「민박」이라도 해야할 판이다. <순천에서 박안식(朴安植)·오정묵(吳亭默)기자> [선데이서울 72년 1월 2일호 제5권 1호 통권 제 169호]
  • 관악구 동명 개정 신사동·삼성동 현장 가보니…

    관악구 동명 개정 신사동·삼성동 현장 가보니…

    서울 관악구에도 신사동과 삼성동이 생겼다. 서울 시내 대표적인 달동네 중 한 곳인 관악구 신림동이 재개발 호재를 타고 동네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강남식’으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달 1일 행정동 통폐합에 따라 신림본동부터 12동까지 새로운 동명을 부여했고, 신림 4동은 신사동으로, 신림 6·10동은 삼성동으로 변경했다. 12일 찾은 관악구 신사동·삼성동에서는 동주민센터와 교통 표지판이 신사동과 삼성동으로 변경돼 있다. 신사동 거리에는 ‘주민 뜻에 따라 9월1일부터 동 명칭이 신사동(新士洞)으로 바뀝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주민 조모(77)씨는 “신림동 하면 ‘가난´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이것부터 해소해야 한다.”면서 “명품을 모방한 ‘짝퉁´도 명품 덕을 보듯 주민들은 강남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모(52)씨는 “삼성이라는 명칭은 삼성산 아파트 사람들의 요구로 바뀌었다.”면서 “관악구에서 잘사는 ‘상위 1%’만을 위한 개명”이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신림동 일대는 재개발지역”이라면서 “2억 5000만원 정도인 83㎡ 아파트의 경우 2∼3년 뒤부터는 ‘재개발과 변경 동명’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4억원 이상으로 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서는 2015년까지 지상 4∼33층 아파트 등 4545가구가 들어서는 ‘신림뉴타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강남구는 관악구의 동명 변경에 반대하며 최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글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통일둥이’ 통해 본 사회적 현상은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통일둥이’ 통해 본 사회적 현상은

    2048년 한국은 과연 어떤 사회적 문제를 안고 살아갈까? 대학생 김유진씨의 2048년 10월13일 가상의 하루 생활을 통해 40년 뒤 우리사회가 맞닥뜨릴 상황들을 미리 짚어본다. 이 기사는 통계청과 한국미래학연구원, 농업과학기술원 등에서 발표한 자료와 미래학 관련 논문, 서적들을 토대로 구성한 것이다. ●4㎞ 높이의 아파트 내 이름은 김유진.2025년에 태어난 이른바 ‘통일둥이’다. 내가 사는 곳은 서울 여의도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120층이다. 이 정도면 요즘 높은 편도 아니다. 강남쪽에 곧 높이 4㎞짜리 아파트가 올라간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정원이 딸린 주택에서 살아보고 싶다. 오늘 점심에는 인도 친구를, 저녁에는 중국 친구와 만날 계획이다. 두 친구는 내가 다니는 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한다. 지난 2007년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예상했던대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 2025년에 미국과 영국에 이어 3위를 기록한 뒤 최근 몇년 사이에 영국마저 따라잡았다. 앞으로 미국을 따라잡느냐는 인도, 중국 시장에 달렸다. 인구가 16억명이 넘는 인도는 10년째 14억 인구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 인구 국가가 됐다. ●우주청소부가 인기 직업 나는 가정용 로봇 디자이너가 되려고 한다. 요즘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가운데 하나다. 로봇과 사이보그(cyborg·생물과 기계장치의 결합체)들이 우리 생활에 파고든 지 오래다. 인공지능을 개발해 인간의 기억이 이 사람 머릿속에서 저 사람 머릿속으로 옮겨진다. 정보를 업로드하듯이 사람들의 기억을 업로드하는 저장소도 생겨났다. 일부 국가에서는 ‘섹스 로봇’이 논쟁이 되고 있다. 섹스용 로봇을 만들어 매춘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밖에 최근 인기있는 직업들은 첨단 기술공학 전문가, 로봇공학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개발자, 의료·건강분야 전문가, 해양·항공 전문가, 생물학 전문가, 건축 설계 및 디자인 전문가, 안전기술공학 전문가, 에코(생태)산업 전문가, 박물관 경영 전문가, 각종 컨설턴트 및 카운슬러 등이다. 보통 사람들이 하기 싫어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3D 업종도 일부층에서는 인기다. 각국의 우주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업종들도 생겨났다. 우주에 이상이 있나를 살펴보는 우주관리사, 우주에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를 청소하는 우주미화원, 로봇을 고안하고 만드는 로봇 제조·설계사, 우주에 도시를 세워 살기 좋게 꾸미는 우주도시 건설사 등이다. 우주 끝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우주탐험가들도 나타나고 있다.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공룡 등 이미 사라진 동물을 다시 비슷하게 만들어내는 생명공학사와 아예 생명을 복제하는 생명복제사까지 등장했다. 물속에 도시를 건설하고 살기 좋게 꾸미는 수중 도시 건설사와 사라진 오존층을 복구하는 기술자들도 각광받고 있다. ●영생을 도모하는 사람들 컴퓨터 기능이 합체된 페이퍼TV를 켜자 나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편집된 맞춤형 뉴스가 화면에 뜬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1504만명으로 32%를 차지한다고 한다.15세에서 64세까지가 57%인 2652만명이며,15세 미만 인구는 10%인 480만명밖에 안된다. 인구 분포가 역피라미드 꼴이 된지 오래다.40년 전인 2008년과 비교하면 15세 미만 인구는 18%에서 10%로 8%포인트나 줄었다. 반면에 65세 이상 인구는 10%에서 32%로 22%포인트나 늘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26년부터 65세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Post-aged Society)가 됐다.100세를 넘긴 사람들이 수두룩하지만 아예 진시황처럼 ‘영생’을 도모하는 이들도 있다. 할아버지의 친구 가운데는 늙거나 병들어 별세하는 분보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분들이 많다는 말도 나온다. 부자들이 모여사는 동네에서는 부모의 우수한 유전형질만 골라서 아기를 만드는 병원들이 번성하고 있다. 아예 외모가 뛰어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머리가 좋은 사람들의 유전자를 사들여 아기를 만드는 이른바 ‘유전자 귀족’들도 생겨난다. 친구 어머니는 3년 전에 친구의 동생을 낳으셨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여성은 이론적으로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동물에 이식시킨 자궁을 통해 임신을 한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어머니가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한국의 교육열은 여전히 뜨겁다.2025년 통일 이후 국방예산의 상당부분이 교육에 투자되면서 교육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수는 25만명 정도로 2005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21세기 초반에 비해 대학교 수가 줄어들고 실업 교육이 강화됐다. 이도운기자 dawn@seoul.co.kr
  • 에바는 유건의 스토커? “뒷집 산다 술 한잔하자”

    에바는 유건의 스토커? “뒷집 산다 술 한잔하자”

    영국 미녀 에바 포피엘이 유건의 뒷집에 산다고 깜짝 고백해 유건을 당혹케 했다. 13일 방영되는 KBS 2TV ‘미녀들의 수다’(연출 이기원)에서 에바는 게스트로 초대된 영화배우 유건에게 “집이 어딘지 알고있다.”고 선포해 주변인들로부터 스토커의 의심을 샀다. 미녀들의 환영 속 유건이 등장하자 브로닌은 유건에게 여자친구가 있냐고 질문했고 없다는 대답에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해 졌다. 이에 브로닌은 “에바도 남자친구가 없다.” 며 에바와 유건의 즉석 미팅을 주선했다. 에바는 기다렸다는 듯이 유건에게 “혹시 주유소 뒤에 살지 않냐?” 고 엉뚱한 질문을 던졌고 이에 유건은 크게 놀라며 “어떻게 알았냐?”고 되물었다. 에바가 “사실 내가 유건씨 뒷집에 산다.”고 폭로하자 스튜디오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주변 미녀들은 “에바가 유건의 스토커가 아니냐.”고 장난 섞인 의심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이에 에바는 아무렇지 않은 듯 유건에게 “언제 동네에서 만나 술한잔 하자.” 고 당당하게 제안하기도 했다.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p.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2009 안방극장 흥행코드 ‘천재’들의 항연

    2009 안방극장 흥행코드 ‘천재’들의 항연

    요즘 안방 극장에는 단연 천재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호랑이를 쫓아다니는 등 기행을 일삼는 천재화가 김홍도부터 세상이 다 인정하는 스승 앞에서도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신윤복, 독선적인 태도로 주위에서 혀를 내두르는 강마에까지 다양한 천재들이 브라운관에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평범치 않은 행동으로 평범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드라마 속 각양각색의 천재들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드라마 속 천재들은 남다른 재능은 있지만 그 재주로 인해 본의 아니게 역경에 부딪히며 순탄치 않은 삶을 산다. SBS 수목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신윤복(문근영 분)은 형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돌로 자신의 손을 찧고 그림을 포기하려 한다. MBC 수목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세계적인 지휘자 강마에(김명민 분)는 천부적인 자질로 대중들에게 더 높이 평가 받는 정명환 때문에 떠돌이 지휘자 생활을 계속하며 천재 콤플렉스 속에 살아온 아픔이 있다. 내년 상반기 MBC에서 방영 예정인 ‘2009 외인구단’의 오혜성(윤태영 분) 또한 어린 시절 던지기를 잘해 동네 불량배들에게 끌려 다니며 소매치기를 도와줘야 했으며, 부상당한 몸으로 무리한 투구를 하다가 어깨부상으로 야구를 포기해야 하는 좌절을 맛보게 된다. 하지만 천재들은 진흙 속에 묻힌 진주를 알아보는 현명한 스승 덕에 본격적인 천재의 행보를 걷게 된다. 신윤복의 스승인 김홍도(박신양 분)는 본인의 스승이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제자인 신윤복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림을 그려야 하는 이유를 몸소 깨닫게 해준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는 ‘절대 음감’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소중함을 모르는 제자 강건우(장근석 분)가 생업을 위해 음악을 포기하자 “꿈을 한번 꿔보기라도 하라.”며 설득해 음악의 길로 돌아오게 만든다. ‘2009 외인구단’의 손병호 또한 부상으로 인해 야구를 포기한 오혜성의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보고 지옥 훈련을 통해 투수가 아닌 타자로 거듭나게 도와준다. 그렇다고 드라마 속 천재들이 천부적 재능만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천재들 또한 1%의 재능을 바탕으로 99%의 노력을 함으로써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었던 것.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의 평생 라이벌이자 천재 지휘자로 알려진 정명환은 지나치게 꼿꼿한 자세로 항상 주변의 미움을 받는 괴팍한 강마에보다 항상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정명환 또한 강마에를 이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했지만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코피는 들이마시고, 누렇게 뜬 얼굴은 화장으로 가리는 감추어진 노력형 천재인 것으로 드러났다. ‘바람의 화원’의 남장여자 신윤복은 다시 여자로 변장하는 위험을 무릎 쓰고 여자들이 그네 타는 곳을 찾아가는 등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발로 뛰는 노력을 서슴지 않았다. ‘2009 외인구단’의 오혜성 또한 견디기 어려운 지옥훈련에서 벗어날 기회가 있지만 스스로 복귀해 훈련에 임할 만큼 지독한 의지와 노력을 통해 재활에 성공했다. 이처럼 안방극장을 사로잡는 천재들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여, 보는 이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신문NTN 서미연 기자 miyoun@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08일 TV 하이라이트]

    ●뉴스추적〈경찰과 싸우는 사람들〉(SBS 오후 11시15분) 우리나라 범죄 피해자 10명 중 8명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꺼릴 만큼 경찰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의 부실하고 불공정한 수사로 인해 가해자로 몰린 피해자들의 사연을 추적하고, 억울한 피해를 막을 방법은 없는지 대책을 모색해 본다. ●산 너머 남촌에는(KBS1 오후 7시30분) 스쿠터를 산 인수는 매일 아침 종갓집 대문 앞까지 종아를 데리러 오고, 방문진료를 갈 때도 함께 스쿠터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연애를 한다. 그렇게 사람들 눈에 띄는 종아와 인수의 행동에 영곤은 걱정이 늘고, 설상가상으로 늦은 귀가에 대문 앞에서 뽀뽀를 하는 장면까지 목격하게 된다. ●흔들리지마(MBC 오전 7시50분) 강필은 소희정에게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는 민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소희정의 소원대로 사장 자리에 오르면 자신의 소원인 수현과의 이혼을 허락해 달라고 한다. 소희정은 누구보다도 수현이에게 잘 해줘야 한다고 말하지만 강필은 그렇다면 아들인 자신을 먼저 버려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데…. ●클로즈업(YTN 낮 12시35분) 18대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국정감사는 원래 여당이 방어하고, 야당이 공격하는 형태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공세로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좌파정권 10년’을, 민주당은 ‘이명박정권 8개월’을 심판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국정감사에 임하는 여야의 입장을 들어본다. ●건군 60주년 특집 강군시대-DMZ 사람들(EBS 오후 10시40분) 국방의 최전선인 DMZ 내 GOP 장병들의 철통 같은 경비 상황을 조명한다. 그들이 병영에서 생활하며 느끼는 희로애락과 소초 안의 전우애도 살펴본다. 사람들이 잊기 쉬운 국방의 중요성과 그것을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는 25사 GOP 장병들의 모습을 소개한다. ●인간극장(KBS2 오후 8시20분) 공사현장에서 시멘트 먼지를 마셔가며 일하는 광배씨는 집에 와서도 낮 동안 고생했을 아내를 대신해 우는 세쌍둥이를 안고 어른다. 젖병 소독에 큰딸 교복 다림질까지 도맡아 하는 자상한 남편이다. 이렇게 힘든 하루지만, 퇴근할 때마다 열렬히 맞아주는 딸들이 있어 광배씨는 세상 어느 부자도 부럽지 않다.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日 위기의 국민연금 대안 공동체 ‘마을펀드’서 찾다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日 위기의 국민연금 대안 공동체 ‘마을펀드’서 찾다

    |도쿄(일본)·새너제이(미 캘리포니아) 특별취재팀|“‘오사카 엄마들의 펀드’,‘고마워요 감사해요 펀드’…. 투자상품 이름 치고는 상당히 소박하고 서민적이지 않나요?그래도 일본 굴지의 자산운용사들이 내놓은 펀드와 비교해 수익률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도요타 자동차, 캐논, 호야 등 일본 내 초우량기업에 장기투자를 해 온 덕분에 누적 수익률도 상당하고 운용 수수료 등으로 새는 돈도 거의 없기 때문이죠.” 도쿄 사와카미 투신 대표 사와카미 아스토(61) 회장은 자금 고갈로 위기를 맞고 있는 일본 공적 연금의 대안으로 각 지자체 주민들이 펼치는 마을펀드 운동을 소개했다. 양복 웃도리를 벗고 화이트 보드 앞에 서서 각종 그래프와 숫자를 써서 설명하는 그의 눈에 예리함이 번뜩였다. 전 세계가 자본주의의 근본적 난제들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사회 고령화로 연금이 점차 바닥나 미래 세대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신자유주의와 자동화의 영향으로 질좋은 일자리가 줄면서 ‘노동의 종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비정규직 증가로 근로자·서민들의 삶의 질이 열악해지고 있다는 비판에도 각국 정부는 시장원리를 해친다는 이유로 적극적 개입을 꺼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국가나 정부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사회의 위기를 희망으로 바꾸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부 의지 않고 주민들 직접 노후 챙겨 “일본에서는 현재 성장부진, 고령화 등으로 국민연금의 미래가 불투명합니다.‘우리동네 투신’‘△△마을펀드’등은 개인들이 직접 노후를 적극적으로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죠. 일반 펀드처럼 일정 금액을 의무적으로 납입할 필요도 없어요. 한달에 1000∼2000엔씩이라도 푼돈이 수십년간 쌓이면 노후를 위한 큰 힘이 되거든요,” 마을펀드 아이디어를 처음 주창한 사와카미 회장은 미래를 위한 지역주민 스스로의 노력을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은 강제적 징수방안이 없어 국민연금 납부율이 60%대에 불과하다. 연금 고갈 우려에 대비해 개인들 자신이 직접 만든 펀드로 미래를 준비하려 팔을 걷어붙였다. 펀드의 운용 주체는 노후를 고민하는 이웃, 직장 동료 등 같은 지역에 사는 서민들. 사와카미 회장 역시 각 지역 마을펀드의 성공적 운용을 위해 대가 없이 돕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각지에서 도쿄, 오사카, 삿포로 등에 7개의 펀드가 생겨났다. 현재 설립을 추진 중인 지역만 해도 20개가 넘는다. ●이베이 등 신기업 ‘노동의 미래’실험 전세계 30여개국에 지사를 둔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 이베이(eBAY)의 미국 캘리포니아주 본사.5각형의 벌집을 잘라놓은 듯한 구조의 사무공간에서는 모든 직원들이 동등한 면적의 책상을 사용한다. 임원이나 사장이라도 책상을 한 두 개 더 쓸 수 있을 뿐이다. 일하다 말고 회사 자랑에 여념이 없는 한 직원의 설명이 인상적이다. “사무실을 ‘모두가 함께하는 평등한 공간’으로 규정하는 회사의 노사혁신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남녀노소·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에서만큼은 노사 모두가 평등해야 신생기업 성장의 추진력을 찾을 수 있죠. 창의적 노사관계 정립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통해 ‘노동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어요.” 미국의 닷컴·왓컴기업 등 신성장 업체들은 기존 공룡기업들을 뛰어넘을 경쟁력의 원천을 새로운 노사문화에서 찾고 있다. 시가총액 1500억달러(180조원)로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이끄는 ‘구글’ 역시 놀이터 수준의 사무환경을 제공하기로 유명하다. 직원들의 휴식을 위해 한국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한 개인수영 훈련장비 ‘스위밍 트레이드밀’도 구비하고 있다. ●주주 우선 자본주의 약점 보완 ‘GWP운동´ 이들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유는 ‘직원에게 쓰는 돈은 비용이다.’는 기존 노사 관련 패러다임을 깬 덕분이다. 직원의 사기가 결국 기업의 실적과 직결된다는 믿음 하에 그동안 주주만을 우선시하던 주주자본주의의 약점을 보안하려는 ‘일하기 좋은 직장’(GWP:Great Work Place)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실제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매년 발표하는 ‘미국에서 일하기 좋은 기업 100’에 이름을 올리는 기업들은 평균 투자 수익률이 일반 기업(S&P 500기업)의 2∼3배에 달한다. 특히 GWP 운동은 한국이 강한 분야인 가진 IT, 자동차, 섬유 등에서 더욱 큰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 역시 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superryu@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9) 봄꽃놀이와 단풍놀이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9) 봄꽃놀이와 단풍놀이

    계절이 바뀌면 어떤 일이 가장 먼저 하고 싶은가? 가을이 되었다 하면 변한 계절을 확인하고 싶다. 일상을 벗어나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싶은 법이다. 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일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동일하게 반복되는 일상을 저만치 두고 빠져나오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평소 보지 못한 풍경을 보고 감탄하면서 일상의 괴로움을 잠시나마 잊으려 한다. 이건 지금이나 옛날이나 다를 바 없다. 이제 신윤복의 ‘젊은이들의 봄꽃놀이’(그림1)를 보자. 그림 왼쪽 위의 바위에 진달래가 피었다. 봄인 것이다. 그림의 상단부에는 젊은 청년 둘이 좌우로 배치되어 있고, 중간에 말을 탄 젊은 아가씨가 둘이 있다. 하단부에는 젊은 아가씨가 말을 타고 오고 있다. 봄바람에 장옷이 나부낀다. 뒤에는 역시 잘생긴 청년이 바람을 맞으며 따르고 있다. 남자는 이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하단부의 말은 아직 어린 티가 물씬 나는 사내아이가 말을 끌고 있고, 상단부의 왼쪽 끝에는 채찍을 든 말구종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따르고 있다. ●기생에게 꽃 꺾어주고 담뱃불 붙여주고 상단부의 젊은이 둘과 하단부의 젊은이들이 서로 만나기로 한 사이인지는 알 길이 없다. 진달래가 피는 봄이 되니, 마음이 울렁거려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평소 알고 지내는 기생들과 약속을 하여 야외로 나온 것이다. 야외에 나와 보니 진달래는 피어 있고, 아가씨는 한없이 어여쁘다. 진달래 핀 언덕을 지나니, 아가씨들이 꽃을 꺾어 달란다. 그래서 꺾어 아가씨 머리 위에 꽂아 주었다. 앞에 선 아가씨가 담배를 피우자, 뒤의 아가씨도 자기 짝에게 담배를 달란다. 그래서 뒤의 젊은이는 담뱃불을 붙여 건넨다. 기생에게 담뱃불을 붙여 주다니,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하지만 청춘 남녀가 좋아하면 모든 사회적 금제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시대를 초월해서 꼭 같은 법이다. 앞의 젊은이는 또 어떤가? 이 젊은이가 쓰고 있는 모자를 유심히 보라. 이건 벙거지다. 원래 벙거지는 하인배들이나 쓰는 물건이다. 그림의 오른쪽을 보면, 맨상투 바람의 얼굴이 시커먼 시무룩한 표정의 사내가 따라오고 있는데, 이 사내가 원래 말을 끌고 다니는 말구종이다. 봄날 주인 양반이 아가씨를 태우고 봄놀이를 나와 흥이 오른 끝에 이렇게 말한다.“이봐, 오늘은 내가 말구종을 할 터이니, 너는 뒤에 그냥 따라만 오면 되겠어.” 그러고는 말구종의 벙거지를 낚아채고 자기 갓을 넘겨준다. 말구종 주제에 어떻게 양반의 큰 갓을 쓰겠는가? 그러니 손에 들고 따를 수밖에. 갓은 처치 곤란이고, 말을 끄는 일은 양반이 대신하고 있고,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 얼굴이 시커먼 것은 원래 말구종 노릇 하느라고 햇볕에 그을려 그런 것이지만, 시무룩한 것은 난처한 처지 때문이다. 어쨌거나 젊은이들의 봄날 유쾌한 정취를 절묘하게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그림(2) 역시 신윤복의 ‘단풍놀이’다. 이 그림은 가을의 단풍놀이를 그린 것이다. 어떻게 아느냐고? 뒤쪽 가마꾼의 뒷덜미에 단풍잎이 꽂혀 있지 않은가? 바람에 흔들리는 갓을 잡고 있는, 잘생긴 젊은 남자는 돈깨나 있는 양반집 자제임이 분명하다. 바람이 선뜻 불어와 옷깃이 휘날리는데, 속을 보니 누비배자를 입고 있다. 여자는 여염집의 규수가 아니라, 기생이나 첩이다. 아니면 남편 앞에 담뱃대를 물 수가 없다. 또 여자가 타고 있는 것을 가마바탕이라 하는데, 이것은 기생과 같은 천한 여자의 나들이용이다. 뚜껑이 있는 가마, 즉 유옥교는 양반의 부녀자만 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덧붙여 말하자면, 가마꾼들의 어깨를 유심히 보면 끈이 보일 것이다. 이렇게 끈을 묶어 어깨에 메고 이 끈으로 가마의 무게를 받는다. 손에는 무게를 받지 않는다. 뒤 가마꾼이 두 손을 놓고 있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서울 시전(市廛)에는 이런 가마바탕이나 가마를 빌려주는 가게가 있었고, 가마꾼도 살 수 있었다. 지금으로 치면 택시인 셈이다. 이 그림들은 대개 서울의 유산풍속을 그린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의 서울은 공해에 찌들고 콘크리트에 덮인, 자연이라고는 거의 찾을 수 없는 도시가 되었지만, 신윤복이 살던 그 시대는 자연이 그대로 살아 있는 도시였다. 인구도 적었다. 지금 서울 인구는 1000만명을 넘지만, 조선시대 서울은 인구 20만명 내외의 작고 아담한 도시였다. 인왕산 낙산 남산과 곳곳의 숲이 어우러진 도시였다. 어디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 찾아가 놀 수 있는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조선전기 성종 때의 관료였던 성현(成俔)의 말을 들어보자. 서울 성중에 아름다운 경치가 적기는 하지만, 그중 놀 만한 곳은 삼청동이 가장 좋고, 인왕동이 그 다음이며, 쌍계동(雙溪洞)·백운동(白雲洞)·청학동(靑鶴洞)이 그 다음이다. 그러고는 다시 동네를 하나하나 소개하는데 다 들을 것은 없고 삼청동만 들어보자. 삼청동은 소격서 동쪽에 있다. 계림제에서 북쪽은 맑은 샘물이 어지러이 서 있는 소나무 사이에서 쏟아져 나온다.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면 산은 높고 나무들은 조밀한데, 깊숙한 바위 골짜기를 몇 리 못 가서 바위가 끊어지고 낭떠러지를 이룬다. 그 밑은 물이 괴어 깊은 웅덩이를 이루고, 그 언저리는 평평하고 넓어서 수십 명이 앉을 만한데, 키 큰 소나무가 엉기어 그늘을 이룬다. 그 위의 바위를 에워싸고 있는 것은 모두 두견과 단풍잎이니 봄과 가을에는 붉은 그림자가 비쳐 벼슬아치들이 많이 와서 논다. 그 위로 몇 보를 가면 넓은 굴이 있다. ●서울 성중에 삼청동이 가장 놀기 좋은곳 어떤가. 삼청동만 들었지만, 이런 장소는 곳곳에 있었다. 성현은 도성 밖의 아름다운 산수로 장의사 앞 시내, 홍제원 일대, 모화관 일대, 남산 앞쪽의 이태원 들판, 서쪽의 진관·중흥·서산의 골짜기, 그리고 북쪽의 청량·속개 등의 골짜기와 동쪽 풍양과 남쪽의 안양사 같은 곳을 놀기 좋은 곳으로 꼽았다. 알 만한 지명도 있고, 아닌 것도 있지만 모두 지금의 서울 안에 있는 곳이다. 조선후기에도 서울 시내 곳곳이 꽃놀이를 하는 곳으로 손꼽혔다. 유득공의 ‘경도잡지’에 의하면, 필운대의 살구꽃, 북둔(北屯)의 복사꽃, 동대문 밖의 버들, 천연정(天然亭)의 연꽃, 삼청동·탕춘대(蕩春臺)의 수석(水石)에는 꽃과 산수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몰렸다고 한다. 특히 서울 성의 주위 40리를 하루 동안에 두루 돌아다니고 성 내외의 꽃과 버들을 다 본 사람을 제일로 꼽았으므로, 꼭두새벽에 출발하여 해질 무렵에 정해진 곳을 다 도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홍석모의 ‘동국세시기’에는 3월이면 필운대의 살구꽃, 북둔의 복사꽃, 흥인문 밖의 버들이 가장 좋은 곳이고, 여기에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고 하였다. 이런 경치 좋은 곳에는 당연히 정자가 있었다.19세기 중반에 쓰인 ‘한양가’를 보면 수많은 놀이처와 정자, 누대를 소개하고 있다.“각색 놀음 벌어지니 방방곡곡 놀이처다/ 놀이처 어디맨고 누대 강산 좋을시고/ 조양루 석양루며 명설루 춘수루와/ 홍엽정 노인정과 송석원 생화정과/ 영파정 춘초정과 장유헌 몽답정과/ 필운대 상선대와 옥유동 도화동과/ 창의문 밖 내달아서 탕춘대 세검정과/ 족한정 탁영정과 별영 안 읍영룰다.” 여기 등장하는 허다한 정자는 모두 실제 서울에 있던 것들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서울, 걸어서 다닐 수 있었던 서울은 이제 모두 사라졌다. 봄과 가을 꽃놀이, 단풍놀이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놀이 자체가 이미 의식화, 의무화되어 있기 때문에 마치 숙제하듯 해치워야 한다. 비용을 생각하면 장소를 정하고 숙소를 구하는 것도 간단치 않다. 장소와 숙소가 결정되면 승용차를 몰고 고속도로에 오른다. 한없는 인내심으로 차량의 바다를 항해한 끝에 목적지에 도착하면 이제 단풍나무보다 사람의 검은 머리로 채워진 더 큰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고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갖고자 했던 휴식은 증발한 지 오래다. 우리의 삶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멜로영화, 가을 극장가 물들이다

    멜로영화, 가을 극장가 물들이다

    본격적인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10월. 다양한 색깔의 멜로영화가 극장가를 물들인다. 이달 상영되는 국내 멜로물은 줄잡아 6∼7편.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세배 가까이 늘었다. 올가을엔 어떤 멜로 영화들이 일상에 지친 우리의 감성을 적셔줄까. ●눈물샘 자극하는 최루성 멜로 거의 사라져 올해 멜로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너는 내 운명’(2005),‘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행복’(2007) 등 그동안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해온 최루성 멜로가 사라지고 ‘생활형’ 멜로물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 돈 때문에 재회한 연인들의 불편한 하루를 그린 ‘멋진 하루’나 7년을 사귄 남자친구에게 7초 만에 차인 한 여자(문소리)의 사랑과 이별을 사실적으로 그린 ‘사과’(16일 개봉) 등은 사랑을 과대 포장하는 대신 담백한 시선으로 일상 속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런 만큼 이 작품들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감정을 최대한 자제하고 현실적이고 담담하게 상황을 그린다.‘멋진 하루’의 전도연은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뒤로하고 절제된 연기로 오히려 상대역(하정우)을 돋보이게 했고, 생활밀착형 로맨스를 표방한 ‘사과’의 강이관 감독도 평범한 남녀 커플 50쌍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남녀의 말과 행동, 생각의 차이를 짚어냈다. ●‘비몽’ 등 신비감 강조한 판타지 로맨스도 인기 이와는 반대로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판타지성 멜로물도 눈길을 끈다. 한일 톱스타인 이나영과 오다기리 죠가 호흡을 맞춘 김기덕 감독의 신작 ‘비몽’(9일 개봉)은 꿈으로 이어진 남녀의 슬픈 사랑을 몽환적으로 그린다. 옛사랑의 과거를 잊으려는 여자와 꿈속에서도 연인을 그리워하는 남자가 결국은 한 사람이라는 설정은 한편의 시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김 감독은 이 작품에서 남과 여, 꿈과 현실, 삶과 죽음 등을 대칭적인 시각으로 표현했다. 청춘스타 이동욱·유진 주연의 ‘그 남자의 책 198쪽’(23일 개봉)은 미스터리 멜로에 방점이 찍혔다. 헤어진 연인이 남긴 쪽지에 적힌 198쪽의 비밀을 찾기 위해 매일 도서관을 찾는 정체불명의 남자와 주요 도서의 198쪽만 없어지는 사실을 알게 된 사서의 사랑 이야기다. 영화 ‘동감’‘바보’에 이어 또 한편의 멜로물에 도전한 김정권 감독은 “과도한 음악이나 과장된 행동으로 억지 미스터리를 그려내기보다는 여행을 하면서 의문점들이 풀리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설의 상상력 스크린 속으로 한편 올가을엔 소설의 상상력을 영상으로 옮긴 작품들이 많아 원작과 비교해 보며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1937년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철없는 모던보이(박해일)와 비밀스러운 매력을 지닌 모던걸(김혜수)의 사랑을 그린 영화 ‘모던보이’는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한 이지형의 소설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2000)가 원작. 영화에서는 원작의 스토리에 다소 변화를 줘 당대의 분위기를 살리고 감정선을 부각시켰다. 김주혁·손예진 주연의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23일 개봉)도 이중 결혼을 소재로 한 소설의 상상력에 기댄 경우. 제2회 세계문학상 당선작으로 4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라는 명제에 대한 남녀의 서로 다른 입장 차를 통해 기존 결혼제도의 통념을 뒤집는다. 이 밖에 일본 작가 다이라 아즈코의 소설을 영화화한 ‘멋진 하루’와 윤성희의 단편소설이 원작인 ‘그 남자의 책 198쪽’도 소설적 감수성을 영화에 녹였다. 영화 ‘모던보이’를 제작한 KnJ엔터테인먼트의 곽신애 이사는 “감독이나 제작자들은 원작 소설의 캐릭터와 참신한 시각에 이끌려 영화화를 결정한다.”면서 “영화는 소설과 달리 제작비와 시간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원작에 대한 선입견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식품이력추적제 ‘헛바퀴’

    정부가 위해식품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한 ‘식품이력추적제도’가 제기능을 전혀 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식품사고가 터져도 준비부족으로 시스템 가동이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3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식품이력추적제도는 지난해 12월 식품위생법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올 들어 시스템 작동을 위한 준비작업이 전혀 진척을 보지 못했다. 식품이력추적제도는 식품에 ‘전자식별태그’(RFID)를 부착해 생산정보와 제품 입·출고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만약 RFID가 부착된 식품에 문제가 생기면 식약청이 운영하는 식품안전정보센터에서 위치를 파악해 즉시 회수할 수 있다.물론 정확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와 소매점, 대형마트 등 판매업소에도 이런 사실이 통보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과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4월 식품안전관리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오는 12월까지 ‘이유식’에 대해 식품이력추적제도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9월까지 시스템 정착을 위한 정보화 사업을 마무리한다는 것이 식약청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RFID 개발 사업자 선정만 겨우 완료된 데다 식품업계의 외면으로 시스템의 현장 적용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분유 원료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자 본격적으로 이유식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지만 식약청의 식품이력추적시스템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이유식에 대한 식약청의 정보 취합 움직임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수작업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유식에 대한 실시간 유통정보를 얻지 못하고 매일 한 차례씩 나오는 식약청의 공식 발표나 언론보도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멜라민이 함유된 과자를 회수하는 와중에도 동네 상점에서는 과자가 버젓이 팔리고 있지 않으냐.”면서 “문제가 생겨도 이른 시일 내에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로 식품이력추적제도를 전면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품이력추적제도는 2012년까지 식품업계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고,2013년부터는 단계적으로 모든 식품에 의무 적용된다. 그러나 시스템 개발 비용이 만만치 않아 자발적 참여 기간 동안 영세업체들이 제도 정착에 적극적으로 동참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식약청 관계자는 “당장 식품에 대한 이력추적제도를 전면 시행하기는 어렵다.”면서 “4년 뒤에 본격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캐릭터뷰] ‘막돼먹은 영애씨’,그를 만나다

    [캐릭터뷰] ‘막돼먹은 영애씨’,그를 만나다

    어느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저 작품 속 주인공의 심정은 어떨까?” ‘캐릭터뷰’는 이런 사소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코너로,작품 속 캐릭터들을 만나보는 아직은 생소한 기획물입니다.앞으로 캐릭터뷰에서는 영화·드라마·만화·소설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볼 예정입니다. 그 첫 얘기는 국내 시즌제 드라마의 ‘본좌’인 ‘막돼먹은 영애씨’의 이영애씨를 만나 풀어봤습니다.‘영애’라는 이름이 본명보다 더 친숙한 배우 김현숙(31)을 만나 영애씨로서 현숙씨로서 대화를 나눴습니다. ●“당연한 응징을 했을 뿐 막돼먹은 게 아니다” 영애씨를 만나기로 한 25일 저녁 여의도의 한 음식점.그를 기다리면서 들었던 가장 큰 걱정은 ‘혹시 중간에 멱살이라도 잡히면 어떡하지?’였다.가뜩이나 막돼먹은 그는 최근 애인에게서 이별을 통보받고,대기업 출신 신임 과장에게 업무적인 면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당신은 막돼먹은 사람인가.”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에도 영애씨는 “변태·소매치기 등 벌 받아 마땅한 사람들을 응징한 것이지 막돼먹은 게 아니다.”고 항변했을 뿐 밥상을 뒤엎지는 않았다.. 이날 영애씨는 ‘까칠하지’ 않았다.오히려 사랑에 치이고 일에 지쳐,조금은 보기 안쓰러운 모습이었다. ●“원준씨에 집착했던 내 자신이 후회스러워….어느 정도 체념한 상태” 요새 몰라보게 살이 빠져 더 안쓰럽게 보였다.영애씨는 ‘애인에게 여자로서 더 이뻐 보이고 싶어서’ 다이어트를 강행했다고 한다. 영애씨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외모를 지닌 연하 훈남 최원준씨와 사내 커플로 알콩달콜 사랑을 만들어 나갔다.하지만 상대적으로 자신이 초라해보였기 때문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둘이 길을 가다 보면 “여자가 남자한테 돈 빌려줬나봐.”라는 소리를 듣기까지도 했다.이렇게 생긴 자격지심은 그의 매력인 당당함을 잃게 만들었고 결국은 이별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함께 갔던 장소,같이 찍은 사진,처음 본 영화의 티켓 등 추억이 쌓인 것들만 봐도 눈물이 절로 난다.”는 그는 “왜 그렇게 사소한 것에 집착했을까.”라고 후회했다.하지만 “이성적으로는 ‘또 하나 힘든 산을 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이별이라는 상황을 어느 정도 담담히 맞이하고 있다는 뜻이다. ●“장동건 과장 질책에 자극…매너리즘 벗어날 것” 영애씨는 그동안 원준씨 때문에 회사일에 소홀히 한 측면도 있다고 털어놨다.하지만 이제는 일에 대한 의지를 불태울 것이라고 전했다. 얼마전 새로 부임한 장동건 과장이 “동네 사소한 간판이라도 최선을 다해야 프로”라고 따끔한 일침을 가한 것도 자극제가 됐다고 말했다.영애씨는 “6년을 근무한 자신도 평사원에 머물러 있는데,갑자기 굴러들어온 돌이 ‘과장’ 직함을 달고와 장 과장에 적대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지만,충고는 잘 새겨듣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영애씨는 현재 광고회사에서 상점 간판 등을 디자인하는 일을 맡고 있다.그의 꿈은 ‘이영애’라는 이름 석자만으로도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에는 한 ‘귀인’의 도움으로 재테크에도 눈을 떴다고 한다.그 방법으로 재개발 예정지의 연립주택을 ‘전세끼고’ 사놨다고 은근히 자랑했다.하지만 5년은 기다려야 한다고,그동안 쫄쫄 굶고 살아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못 생겨도 좀 살아보겠다는 데 왜?” 이처럼 새 삶을 살겠다는 영애씨.그에게 대한민국에서 서른 한살 노처녀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영애씨는 이 질문에 대해 한마디로 “외모가 빼어난 사람들에게 조금은 편한 세상”이라고 말했다.외모가 곧 능력이라고 인식하는 사회의 통념에 가하는 일침이었다. 그래도 그는 당당하게 기죽지 않고 살 것이라며 ‘정당하게 막돼먹은’ 또다른 삶에 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주민·면사무소 직원이 빚은 ‘축제 신화’

    1년내 조용하기만 했던 지리산 자락의 작은 농촌마을이 최근 외지인들의 수발을 드느라 시끌시끌해졌다. 28일 오후 경남 하동군 북천면 직전리 농촌마을. 평소 같으면 하잘것없는 시골 동네에 10만여명의 관광객이 북적였다. 요즘 정취인 ‘가을 분위기’를 맛보려는 인파다. 이곳에는 북천면과 주민들이 수년간 정성스레 만든 코스모스와 메밀꽃 단지가 있다. ●국내 최대 꽃단지 입소문 전국에서 가장 큰 꽃밭이란 소문에 지난해부터 인근 진주·사천·순천·광양·여수는 물론 부산과 광주, 서울 등지에서 많이 찾았다.9월 중순부터 이날까지 평일 3만여명, 휴일에는 10만명이 몰려들었다. 주민들은 시쳇말로 ‘난리가 났다.’고들 말한다. 가을꽃 잔치는 북천면 직전리 마을 앞 33만여㎡에 만든 메밀꽃과 코스모스꽃 단지에서 펼쳐지고 있다. 공식 행사는 19∼28일 끝났지만 꽃이 피어있는 다음달까지 꽃밭은 계속 개방한다. 축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주민 등 민간(북천면 꽃축제추진위원회·위원장 이은우)이 주도하지만 하동군과 북천면이 후원을 한다. 꽃단지는 단일 지역으로 전국 최대 면적이다. 경전선 기찻길과 국도 2호선 옆에 위치해 교통도 편리하다. 코스모스를 비롯해 눈꽃처럼 하얗게 피어 끝없이 펼쳐친 메일꽃밭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축제가 시작되면서 전국에서 관광객이 기차와 자가용, 관광버스 등을 이용해 몰려들고 있다. ●임시 열차까지 편성 공식 축제기간에 부산∼북천∼순천을 오가는 경전선 열차는 북천 꽃축제를 찾는 관광객으로 입석까지 매진을 기록했다. 철도공사는 행사기간 주말과 공휴일에 꽃축제 임시열차 1편을 투입했다. 단체 관광객은 아예 전세 열차를 이용한다. 이곳의 특징은 꽃길을 거닐며 꽃향기를 느끼고 체험하는 것. 꽃단지 중간에 조성된 수세미와 조롱박이 늘어진 긴 덩굴터널은 사진촬영 장소로 인기를 끈다. 꽃밭에서 재배한 메밀로 만든 메밀묵도 맛보고 하동 솔잎한우를 비롯해 하동 특산물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축제 추진위는 다음달 꽃이 질 때까지 모두 100만명이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에는 50여만명이 찾았다. 북천면 홍준채 부면장은 “꽃밭을 조성하면 주변 산세와 어우러져 경관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처럼 짧은 시간에 관광명소로 부각돼 대박이 터지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경관직불제 사업이 계기 외지 관광객의 발길이 뜸했던 시골지역이 전국적인 명소로 뜬 것은 지난해부터. 꽃단지 조성은 경관직불제 사업이 계기가 됐다. 하동군과 북천면은 2006년 국도와 경전선 철길이 지나는 북천면 직전리앞 논에 경관직불사업으로 꽃밭을 조성했다. 이 제도는 경관을 좋게 하기 위해 토지 소유자들에게 벼농사 대신 화초를 심고 1만여㎡당 700여만원의 소득을 지원해 주는 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 50여명의 논 주인들은 벼농사 대신 꽃을 재배했다. 조유행 군수는 “축제에 따른 지역 경제 효과는 70여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꽃단지와 500여m 떨어져 있는 북천역도 꽃축제 덕분에 관광역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평상시에는 직원 1명이 근무하며 하루 이용객이 10여명에 지나지 않는 평범한 시골 역이다. 그러나 축제기간에 하루 2000∼4000여명이 이용해 진주역에서 7∼8명의 직원이 파견돼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북천역은 북천면 코스모스 축제가 전국으로 알려짐에 따라 역 이름을 아예 북천 코스모스역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동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