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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와 읽는 동화] 허풍쟁이와 소년/구민애

    [엄마와 읽는 동화] 허풍쟁이와 소년/구민애

    허풍쟁이바람은 심심했어요. 오늘은 누구를 골려먹을까? 아이들 중에서 골라 봐? 허풍쟁이바람이 한 아파트 단지 놀이터를 휘익 둘러봤어요. 그때 나무 의자에 드러누워 하품을 하는 소년이 보였어요. 목표물 발견! 그저 그런 얼굴, 작은 키에 마른 몸, 또 부자 같지 않은 차림새. 아주 좋아. 허풍쟁이바람은 소년이 한껏 벌렸던 입을 다물기 바로 전, 소년의 입 속으로 몸을 슝 던졌어요. 소년은 곧 입을 꾹 닫고는 잠이 들었지요. 엄청 깜깜하군. 얘는 마음도 새까만가 보네. 하긴 장난치기엔 이런 녀석이 제격이지. 신이 난 허풍쟁이바람이 괜히 숨을 헐떡이며 호들갑을 떨었어요. 어이쿠, 천재 허풍쟁이 살려! 헉헉, 최고의 허풍쟁이 살리라고! 이튿날 아침이었어요. 소년이 건너편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학교에 갔어요. 물론 허풍쟁이바람도 소년을 따라 4학년 5반 교실로 들어갔지요. 소년은 공부 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입을 다물고 얌전히 앉아 있었어요. 시시때때로 소년 옆을 지나가던 남자 아이들이 ‘어이, 얌전이!’ 또는 ‘국민약골, 오늘은 밥 먹었냐?’ 하며 머리를 툭툭 칠 따름이었어요. 어라, 얘는 왜 말을 안 하는 거야? 소년의 몸속에서 시간만 보내던 허풍쟁이바람은 심심해서 짜증이 날 지경이었어요. 점심시간이 찾아왔어요. 아이들이 급식판을 들고 점심을 받아왔어요. 소년도 줄을 서서 급식을 받고 자리로 돌아왔어요. 잡곡밥에 미역국, 김치와 새우튀김, 감자조림과 불고기가 고소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어요. 소년이 군침을 삼키며 새우튀김을 입에 넣으려 할 때였어요. “야, 국민약골! 넌 가난해서 이런 거 처음 먹어보지?” 소년 옆 모둠에 앉은 덩치 큰 아이가 젓가락으로 새우튀김을 탁 쳤어요. 새우튀김이 교실 바닥으로 톡 떨어졌어요. 순간 소년의 얼굴이 발개졌어요. “아깝지? 우리 집은 이것보다 더 큰 새우튀김 자주 먹거든. 그래서 난 이깟 것 하나도 아깝지 않은데. 히히!” 덩치 큰 아이가 그 새우튀김을 발로 밟았어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소년이 입을 열었어요. 기회를 잡은 허풍쟁이바람이 끼어들어 외쳤어요. “웃기지 마! 나도 네 팔뚝만 한 새우튀김 매일 먹는다고. 너만 잘 사는 거 아냐.” 소년은 사방으로 침이 마구 튈 정도로 목청을 높였어요. “거짓말! 이제 보니 너 거짓말 엄청 잘 한다.” 덩치 큰 아이가 소년의 볼을 손가락으로 꾹꾹 찔렀어요. 사실 소년은 그 말을 하려던 게 아니었어요. ‘먹는 걸 함부로 버리면 죄 받아. 우리 엄마가 그랬어.’ 이 말을 하고 싶었는데 엉뚱한 말이 튀어나온 것이었어요. “거짓말 아냐! 너야말로 우리 집이 얼마나 부자인지 모르지? 외국에 집이랑 땅이랑 엄청 많이 사놨다고. 흥, 알지도 못하면서.” 소년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훨씬 커져 있었어요. “웃긴다. 그렇게 부자면서 싸구려 옷을 입고 다니니?” “네 엄마, 아빠가 김밥 장사하는 거 다 알아. 그런데도 거짓말을 하냐? 얘들아, 앞으로 이 거짓말쟁이하고는 놀지 마라.” 덩치 큰 아이가 소년의 뒤통수를 짝 때리더니 밥을 먹기 시작했어요. 여기저기서 깔깔깔 웃음보가 터졌어요. ‘내가 왜 이러지? 왜 자꾸 엉뚱한 말만 하는 거야? 앞으로 아이들 얼굴을 어떻게 봐.’ 소년은 벌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썼어요. 공부고 뭐고 다 팽개치고 교실을 뛰쳐나오고 싶었지요. 허풍쟁이바람은 이런 상황이 아주 재미있었어요. 역시 허풍을 떠는 건 신나는 일이라니까. 허풍쟁이바람은 다음 날도 소년에게 장난을 걸었어요. “난 쌩쌩이 백 번도 넘게 해. 어제 집에서 연습했는데 백 오십 번이나 했다고. 내 솜씨 어떤가 볼래?” 소년이 체육 시간에 줄넘기를 하며 허풍을 떨었어요. “이 옷이 얼마짜린지 알아? 21세기 백화점 수입 코너에서 몇 십만 원 주고 산 거야. 어때, 멋지지? 역시 유명제품은 달라.” 쉬는 시간에도 소년의 허풍은 계속 이어졌지요. “국민약골, 아니 뻥쟁이. 이리 와 봐.” 남자 아이들이 소년을 화장실로 데려가서는 주먹을 내보이며 겁을 주었어요. “잘난 것 하나 없으면서 허풍만 떨어? 또 그러면 그 땐 정말 맞을 줄 알아!” 소년이 남자 아이들의 위협에 눈물만 뚝 떨어뜨리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러나 이튿날 첫 번째 쉬는 시간에 소년은 또 허풍을 늘어놓는 게 아니겠어요. “이번 토요일이 내 생일인데 올래? 특급 호텔 뷔페식당에서 잔치할 거야. 손님이 천 명쯤 오는데, 너희는 선물 없이 빈손으로 와.” 소년의 말을 들은 여자 아이들이 복도에 있던 힘센 남자 아이들에게 그 말을 그대로 옮겼어요. “우아, 그 짜식 진짜 끝내준다. 더는 못 참아!” 청소가 끝난 뒤 소년은 남자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마구 맞았어요. ‘나도 그렇게 말하려던 게 아니었어. 미안해.’ 소년은 얻어맞으면서 이렇게 소리치려 했어요. 그런데 소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이들을 더 화나게 했어요. “겨우 주먹 힘이 그것밖에 안 돼? 간지러워 죽겠다. 더 힘껏 쳐보라고!” 물론 허풍쟁이바람이 소년의 원래 말을 가로챘기 때문이었지요. 오우, 아이들도 어른들처럼 상대방의 마음을 알려고 하지는 않는군. 허풍쟁이바람은 자기의 장난에 아이들이 쉽게 장단을 맞추는 것이 신기했어요. 그래서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소년이 허풍을 떨도록 만들었지요. 소년이 사는 아파트의 은행나무들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어느 아침이었어요. “뭐하고 놀까? 하여간 학교 끝날 때까지 아무한테도 들키지만 않으면 돼.” 소년이 날다람쥐처럼 재빠르게 동네 뒷산으로 올라갔어요.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후미진 곳을 찾아 편평한 바위를 베고 드러누웠어요. 어, 이 녀석이 왜 학교를 안 가는 거야? 오늘은 아이들이 이리로 오기로 했나? 하긴 자연 속에서 노는 것도 재미나지. 허풍쟁이바람이 제 멋대로 추측을 했어요. 그러나 소년은 뜨거운 해가 하늘 한가운데 이르도록 혼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이었어요. 이 녀석이 대체 왜 이러는 거야? 학생이 학교를 빠지다니, 이건 말도 안 돼. 허풍쟁이바람은 소년의 몸속에서 혼자 부아를 내며 야단이었어요. 소년은 꿈쩍도 하지 않고 혼잣말만 할 따름이었고요. “나는 왜 몸이 약해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할까? 휴우, 이젠 모두들 나를 싫어해. 그런데 그건 당연한 거지 뭐. 내가 이상한 말만 내뱉고 있잖아.” 소년은 사흘이나 학교에 가지 않았어요. 결석한 첫날, 선생님 전화를 받은 엄마에게 야단을 맞았지만 소년은 여전히 학교에 가지 않았어요. 허풍쟁이바람만이 심심하고 지루해서 병이 날 지경이었지요. 얘, 학교 좀 가라. 제발, 응? 소년이 학교를 결석한 지 나흘째 되는 날 오후였어요. 허풍쟁이바람은 이튿날도 소년이 학교를 빠지면 소년을 떠날 생각이었어요. 며칠 즐겁게 놀았으니까 새로운 녀석을 찾아도 괜찮지 뭐. 소년이 동네 뒷산에서 빈둥거리다가 막 아파트 출입구로 들어서려 했어요. “우리가 왜 별볼 일 없는 녀석을 찾아가야 하냐, 시간 아깝게? 선생님도 웃겨.” “그러게 말이야. 그 뻥쟁이 녀석 우리 반에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는데 말이야.” “그건 아니지, 국민약골은 우리 장난감인데 없으니까 심심하기도 하잖아.” 엘리베이터 앞에 같은 반 남자 아이들이 모여 떠들고 있었어요. 출입구 쪽에 얼어붙은 듯 서 있던 소년이 황급히 몸을 돌렸어요. 한낮의 햇볕만큼이나 뜨거운 물이 소년의 눈앞을 가렸어요. 소년은 동네 뒷산 편평한 바위에 엎드렸어요. 처음엔 끄억끄억 참아가며 울음을 내뱉더니 마침내는 엉엉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어요. 허풍쟁이바람은 온 몸을 들썩거리며 울음을 터뜨리는 소년 때문에 덩달아 들썩들썩 했지요. 어휴, 얘가 뭘 잘못 먹었기에 이 난리인 거야. 울긴 왜 우냐고? 하긴 울 만도 하지. 공부도 별로이지 부자도 아니지, 게다가 비리비리 힘도 약하잖아. 허풍쟁이바람은 그동안 학교에서 소년이 당한 일들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거렸어요. 그런데 어둠 속에서 소년을 따라 들썩거리자니 머리가 어지럽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지요. 허풍쟁이바람은 한동안 눈을 감고 있기로 했어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소년의 울음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았어요. 허풍쟁이바람이 살그머니 눈을 떴지요. 아, 눈부신 햇살처럼 빛나는 소년의 심장! 허풍쟁이바람은 비로소 소년의 깨끗한 마음을 보았어요. 그리고 소년의 그 마음의 빛에 사로잡혀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요. 내가 지나치게 장난을 쳤어, 겉모습이 하찮은 아이라고 깔보고서 말이야. 얘가 이렇게까지 된 건 내 탓이야. 허풍쟁이바람이 잠이 든 소년의 몸에서 조용히 빠져나왔어요. 그 다음 날이었어요. 소년이 없는 4학년 5반 교실은 하루 종일 시장처럼 시끌시끌했어요. 서른다섯의 아이들 모두가 허풍을 늘어놓았기 때문이었지요. “수학 문제집 한 권을 삼십 분에 다 풀었다니까. 역시 난 아이큐 155의 천재다워.” “나 백만 원짜리 핸드폰 샀다. 촌스럽게 비싸다고 놀라기는. 내게 백만 원은 껌 값이라고.” “나 어제도 길거리에서 캐스팅됐어. 벌써 백 번째야. 다들 내가 예쁜 건 알아가지고. 아, 어느 기획사로 갈까 진짜 고민이야.” 서른다섯 아이들의 귓구멍과 콧구멍, 그리고 입에서 조그맣게 몸을 쪼갠 허풍쟁이바람이 씁쓸히 웃고 있었어요. 완전한 해결 방법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소년을 도와서 다행이야. ●작가의 말 우리는 가끔 우리보다 힘이 약하거나 공부를 못하는 친구를 깔보고 괴롭힐 때가 있어요. 그 친구의 마음이 어떤 빛깔인지 보지 못한 채, 혹은 알려고 애쓰지도 않은 채 그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마음의 눈을 조금만 더 크게 뜨고 친구들을 바라본다면, 그동안 찾아내지 못했던 그 친구의 좋은 점을 알게 될 거예요. 또 그 친구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싶은 마음도 생길 거예요. ●작가 약력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날아가는 항아리’가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동화를 쓰기 시작함. 2001년 ‘태양이 떠오르는 그 너머로’ 등의 작품으로 대산문화재단에서 주는 대산 창작 기금을 받은 후, 같은 작품으로 국어문화 운동본부에서 주는 ‘올해의 문장상’ 받음. 지금까지 쓴 책으로는 ‘바보 우물’, ‘그래, 넌 할 수 있어’, ‘어린이- 잘 되는 나’, ‘라마누잔’ 등이 있음.
  • [길섶에서] 刹那/김성호 논설위원

    눈깜짝할 사이다. 출근길 동네 횡단보도를 막 건너려던 순간. 오토바이가 배꼽을 스치며 무서운 속도로 내달린다. 밉다. 욕을 막 내뱉기 직전. 아뿔싸. 그 오토바이, 버스 꽁무니를 들이받더니 고꾸라지고 만다. 주섬주섬 땅에 떨어진 물건들을 챙겨 일어나는 걸 보니 다치진 않은 모양. 다행이다. 눈깜짝할 사이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 지하철로 향하던 길. 20대 여성이 갑자기 내 몸을 밀치고 냅다 뛰어 역사입구 유리 문으로 향한다. 가슴이 다시 콩닥콩닥 뛴다. 기분이 언짢다.“아가씨.” 조금 거칠게 말을 내뱉으려는데. 그 여성, 발 뒤꿈치가 유리문 틈에 끼인 채 울음을 터뜨린다. 안쓰럽다. 눈깜짝할 사이다. 이른 아침 거푸 사고를 겪다니. 일진이 안 좋다. 플랫폼에 서면서도, 또 좋지 않은 일이 생길까 두리번두리번. 굉음을 울리며 도착한 전철 안에 들고서야 마음이 놓인다. 다시 떠오르는 좀전의 횡액들. 엉겁결의 일들이 황당하기만 하다. 하마터면 싫은 소리를 심하게 내뱉을 뻔한 찰나(刹那)들. 찰나가 문제다.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폐 휴대폰 동네우체국서도 받는다

    폐 휴대폰 처리가 한결 쉬워진다.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는 폐 휴대폰을 자원화해 수익금으로 지역사회를 돕는 ‘폐 휴대폰 기부 프로젝트’에 국민들이 편리하게 동참할 수 있도록 전국의 모든 우체국으로 확대한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가까운 동네 우체국에서도 폐휴대폰을 손쉽게 기부할 수 있게 됐다.  남궁 민 본부장은 “폐 휴대폰을 가까운 동네우체국에서 기부할 수 있도록 전국으로 확대함에 따라 국민들이 보다 손쉽게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자원 재활용으로 환경오염도 막고 녹색성장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6월 서울시와 ‘폐 휴대폰 회수택배’ 업무제휴를 맺어 지난 달까지 3개월 동안 4만5000개의 폐 휴대폰을 회수했으며, 이번 확대 실시로 연말까지 10만개 이상을 회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폐 휴대폰 1대에서 추출한 유가물은 금액으로 환산하면 3500원으로 10만대를 회수할 경우 3억5000만원의 가치가 있다.  연간 폐 휴대폰은 1400만대가 발생되지만, 약 300만대만 수거되고 그 중 1100만대는 이른바 장롱폰으로 가정에 보관되거나 쓰레기로 배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휴대전화 1t에서는 금 400g을 추출할 수 있어 금광석 1t을 채굴해 금 5g을 얻어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80배 정도로 채산성이 높아 숨은 가치가 상당하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버스타고 떠나는 김포여행

    버스타고 떠나는 김포여행

    김포는 새로운 동네이거나 아주 오래 묵은 동네다. 벼 익어가는 들판 사이를 천둥벌거숭이로 뛰어다니던 아이들도 어른을 만나면 일단 멈칫한 뒤 고개를 꾸벅한다. 모르는 어른에게도 마찬가지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전형적 농경사회의 풍경을 품고 있던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삼십년 동안 온 나라를 휩쓴 산업화와 도시화의 물결이 서울 바로 곁에 있는 김포를 비켜갔을 리 만무하다. 서울과 김포를 잇는 48번 국도 양쪽은 물론 어디든 치솟아 있는 아파트가 김포가 갓 만들어진 새로운 도시임을 말해 준다. 사정이 이러하니 여전히 살고 있는 사람이건, 고향을 떠난 사람이건 어찌 회한이 남지 않았겠는가. 김포에서 나고 자란 ‘김포행 막차’의 시인 박철은 올해 초 펴낸 시집 ‘불을 지펴야겠다’에서 그곳의 지난 시절을 돌아보며 이렇게 읊조렸다. ‘70년대 말 김포행 막차는 늘 빈 차로 들판을 건넜다…마지막 승객이 되어 나는 맨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버스 안의 어린 차장이 슬며시 출입문 옆에 걸려 있던 마이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가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젯밤 꿈속에 나는 나는 날개달고…이리저리 나를 찾는 아빠의 얼굴/ 이젠 아줌마가 되어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을 그녀’(‘기록’ 중 부분) 시인처럼 ‘흔들리며 가는 김포행 막차’는 아니라도 아침 일찍 김포행 버스에 몸을 실어보자. 신촌 또는 영등포에서 올라탄 경기버스는 길어야 1시간 남짓이면 성질머리 급한 가을 앞으로 우리를 데려다 준다. 마음 넉넉한 주말 나들이로는 물론 희미하게 남은 옛 모습의 일단을 찾는 여행으로도 충분하다. 가을의 절정을 흠뻑 즐기는 것은 덤이다. ●교통 정체도 비싼 숙박비 부담도 없다 김포에서 가까운 일산과 인천 등에서는 무시로 김포행 버스가 오간다. 서울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신촌, 영등포 등에서 교통카드 한 장이면 교통비는 해결된다. 신촌이건, 영등포건 어느 곳에서 문수산을 찾아보자. 주말, 그것도 너도, 나도 자동차 시동 걸며 단풍을 찾아 나서는 절정의 가을 주말에 룰루랄라 콧노래 부르며 시내버스를 타고 말이다. 김포의 가을을 만드는 것은 들판과 산, 그리고 바다다. 서해의 첫 바람이 불어오는 한강 끄트머리에 놓인 김포는 추수를 앞두거나 한창인 평야가 맨 먼저다. 그리고 그 벼들이 뿌리박고 있는 황토흙의 빛깔을 닮은 서해바다는 가을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소곤소곤 얘기한다. 모든 것을 제쳐놓고 문수산에 올라섰다. 이곳은 능선마다 벌겋고 누런 것들이 몸을 뒤틀어대고 있다. 이달 말, 다음 달 초면 슬금슬금 산 아래로 기어내려온 단풍이 온 산을 점령할 것이다. 고작 1시간이면 정상에 다다를 수 있는 376m짜리 야트막한 문수산이지만 어떤 이들이든 모두 품을 수 있는 넉넉함을 가장 큰 미덕으로 갖고 있다. 아이와 함께라면 그만큼의 즐거움이 있다. 주차장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산림욕장부터 굴참나무, 신갈나무, 참나무, 상수리나무 등 온갖 것들이 하늘로 치솟은 것들은 치솟은 대로 누렇게, 땅에 납작 엎드린 것들은 또 그것대로 푸름 지워내며 계절의 뒤바뀜을 드러낸다. 하지만 능선과 고갯길을 아기자기하게 갖추고 있어 산 좋아하는 이도 실망할 것은 없다. 산림욕장을 지나면 왼쪽으로 퍽퍽한 계단길이 이어지고, 이어서 시시하지 않을 만큼의 꽤 가파른 능선이 나타난다. 땀이 제법 흐르는 것은 누구도 피하기 어렵다. 그 다음은 시원한 성곽길이다. 강물이 어떻게 바닷물이 되는지, 김포의 들판과 강화의 바다가 황금과 황토의 빛깔을 적당히 나눠가졌음을 똑똑히 확인하며 오르다 보면 정상이다. 내려올 때는 고막리 야영장 방향을 택하면 울울한 산림 속에서 피톤치드의 세례에 흠뻑 젖을 수 있다. 굳이 산을 오르지 않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김포 문수산 근처에 널려 있다. 김포허브랜드와 국제조각공원이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고, 15분 정도 떨어져 있는 애기봉은 북한 땅이 맨눈으로도 훤히 보인다. 태산가족공원은 넓은 공간에 작은 국화꽃과 과학 원리를 가르쳐 주는 연못의 물, 싱그러운 잔디밭, 도자기 굽기 체험 등 다양한 놀이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모두 입장료가 없다. 애기봉 전망대와 태산가족공원, 조각공원은 각각 2000원, 1000원의 주차료를 받는다. 애기봉 전망대는 해병대 부대 안에 있어 입구에서 출입 확인증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부대 안쪽으로 5분 남짓 들어가면 주차장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250m 걸어가면 애기봉 전망대다. 예전에야 반공교육의 생생한 현장이었겠지만 지금은 이곳을 찾는 많은 이들이 바다 건너 저편이 ‘또 하나의 조국’임을 느낀다. 설령 냉전의 시기를 그리워하는 누군가가 있더라도 큰 흐름 자체를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포 허브랜드(031-988-0365) 또한 별 놀이시설이 없지만 놀이공원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다양한 화훼조각물이 있는 토피어리공원과 송어잡기체험 연못, 허브농장, 허브양초 만들기, 허브비누 만들기 체험장 등이 있어 웰빙 체험이 가능하다. 게다가 다하누촌 같은 곳에서 고기를 사와서 구워먹을 수 있는 숯불구이장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니 그저 즐기면 된다. ●한우가 살려낸 ‘주말 놀이 특구’ 김포 추석이 꽤 지났음에도 한우값이 여전히 강세를 유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버스 타고 김포를 찾았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강화도 입구에 있는 곳이기에 강화로 직행하거나 김포를 들렀다가도 숙박을 감안해 강화로 건너가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곳에 지난 5월 다하누촌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의 왕래도 늘며 경기가 활성화돼 아예 서울 수도권 사람들의 ‘주말 놀이 특구’로 자리잡았다. 강남에서 차로 40분 정도면 올 수 있으니 서울 사람들이 제 동네처럼 드나들고 있다. 아낀 자동차 기름값, 숙박비만으로도 충분히 한우를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저렴한 가격에 꽤 괜찮은 품질의 한우를 맛볼 수 있는 다하누촌이 김포허브랜드, 문수산, 조각공원에 둘러싸여 있다. 근처 관광지 영수증을 보여주면 고깃값을 10% 깎아준다. 육회 한 팩(300g)과 등심, 안심, 차돌박이, 안창살 등이 고루 들어있는 모둠 한 팩(600g) 정도면 3~4명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3만원 남짓이면 충분하다. 월곶면사무소 앞에 있는 다하누촌 본점에서 고기를 산 뒤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가져가서 먹으면 된다. 야채와 반찬 등을 갖춰주는 값으로 한 사람당 3000원씩 받는다. 부족하면 까짓것 적당히 더 사먹어도 좋을 것이다. 양껏 먹어도 삼겹살 먹는 것과 진배 없으니 말이다. 운전 부담도 없으니 소주 한 잔 걸치면 주말 저녁 기분좋게 흥얼거릴 수 있다. 시인 박철과 반대로 ‘서울행 막차 운전수 양반의 흔들리는 뒷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오후 9시30분 이쪽저쪽이다. 자세한 시간은 꼭 경기도버스종합상황실(031-120)로 확인하자. 술잔 속 가을에 취해 막차를 놓치게 되면 낭패 아니겠는가. 글ㆍ사진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봉하 찾은 이희호여사 盧 전대통령 묘소 참배

    봉하 찾은 이희호여사 盧 전대통령 묘소 참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21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이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은 고 김 전 대통령 추모비 제막식이 끝난 뒤 첫 외부 행사였다. 이 여사는 마중나온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노 전 대통령의 묘역으로 걸어가 헌화하고 분향했다. 이 여사는 고개를 숙인 채 긴 묵상을 하다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이 여사와 권 여사는 손을 잡고 묘역 주변과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한 부엉이바위, 사저 쪽을 둘러보면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이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에는 민주당 정책위의장인 박지원 의원 내외를 비롯해 김대중평화센터 윤철구 사무총장, 최경환 공보실장 등이 동행했다. 박 의원은 “이 여사는 건강이 좋지 않았던 권 여사가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하고 위로를 해준 데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어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인접한 양산시 등의 재·보궐 선거를 앞둔 시기에 봉하마을을 찾은 이유에 대해 “날짜는 내가 직접 잡았고 국정감사가 없는 날을 택하다 보니 오늘로 잡힌 것”이라면서 “정치적인 의미는 전혀 없으며 두 분의 순수한 뜻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정치적인 해석을 경계했다. 김해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밀양 간 이재오위원장 영남서 지방민생 탐방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21일 경남 밀양 방문을 시작으로 지방 민생 탐방에 나섰다. 권익위에서 시행하는 지역현장 고충민원 상담제도인 ‘이동신문고’의 일환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위원장이 취임한 뒤 첫번째로 방문한 지역이 공교롭게도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지는 경남 양산과 인접한 밀양인 점을 지적하며 “선거를 의식한 행보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이날 밀양시청에 차려진 상담장에서 “민원을 직접 들어보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꼭 해결하고 차선책이라도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은 ‘관권 선거’라며 발끈했다. 김현 부대변인은 “하필이면 선거가 치러지는 양산의 옆동네 밀양에 갔다.”면서 “이 위원장의 행보는 관권 선거 의혹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칙칙했던 공단벽 산뜻해졌어요

    칙칙했던 공단벽 산뜻해졌어요

    부산 금사공단이 칙칙하고 우중충했던 분위기를 벗고 밝고 산뜻한 새 동네로 변신했다. 부산 금정구청은 공공근로와 희망근로 인력 등을 활용해 지난 4월부터 ‘금사공단 벽화사업’을 펴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도색과 벽화작업을 거친 금사공단의 변한 모습에 공단의 근로자뿐 아니라 주민들도 무척 반기고 있다. 불법벽보 부착도 없어지는 등 부수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 금사공단의 벽면 도색(기본 바탕)은 현재까지 155곳 1만 1669㎡를 완료했고, 벽화그리기(그래픽)는 124곳이 완성됐다. 당초 계획은 도색과 벽화작업을 희망한 공단 내 업체와 도로벽면 57곳 4319㎡였으나 작업 후 산뜻하게 변모된 모습을 보고 자발적인 추가신청이 지속적으로 늘어 155곳까지 확대됐다. 나머지 31곳에 대한 벽화그리기는 연말에 마칠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8월 금사공단 벽화사업을 희망근로사업의 모범사례로 선정했으며, 부산시 등 여러 곳에서 견학을 오는 등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최천식 금사동장은 “벽화 사업은 공공근로자와 희망근로자·주민 등 자원봉사자들의 땀과 정성으로 만들어진 현장”이라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비밀/박신식

    [엄마와 읽는 동화] 비밀/박신식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미희 쟨 어쩌면 큰일을 당했을지도 모른데.” “큰일? 그게 뭔데?” “바보. 성추행 같은 거…, 아니면 더 큰 일을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야.” 아이들이 미희를 보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다. 미희는 한 달 전, 한 아저씨에게 납치를 당했다. 그 아저씨는 미희의 부모에게 몸값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미희의 부모님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의 추적 끝에 미희가 갇혀 있던 자동차를 찾았다. 자신을 납치한 아저씨를 동네에서 본 적 있다는 미희의 말에 경찰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저씨를 잡을 수 있었다. 미희는 한동안 집에서 쉰 뒤 학교에 돌아왔다. 하지만 예전처럼 웃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수연아, 너 미희랑 같은 반이지? 미희가 나쁜 어른 때문에 마음의 상처가 클 거야. 주위에서 따뜻하게 감싸줘야 할 텐데…….” 엄마가 안쓰러운 듯 말하며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너도 사람 조심해. 특히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이야. 알았지?” 순간 뜨끔해서 엄마의 눈길을 살짝 피했다. 하지만 곧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꾸했다. “걱정 마세요. 웬만한 남자 아이들도 날 쉽게 못 건드리는 거 잘 아시잖아요.” 엄마는 나를 강하게 키운다며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 학원에 보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여러 대회에 나가 상도 받았고 또래 남자들과 겨루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미희가 저만치 앞서 가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미희 옆에 낯선 아저씨가 다가가고 있었다. 잰걸음으로 미희 옆에 바짝 붙었다. 미희가 나를 힐끗 보았다. 아저씨는 커다란 종이상자를 들고 있었다. 무척 무거워 보였다. 아저씨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종이상자를 툭 내려놓고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얘들아, 이 동네에 제일문방구가 있다는데 어디 있는지 아니?” 아저씨는 불안한 눈빛으로 주위를 살펴보며 물었다. 머리끝이 쭈뼛 섰다. “잘 모르겠는데요. 우리 어서 가자. 응.” 나는 톡 쏘아붙이듯 말하며 미희의 손을 잡아끌었다. 미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알면서 왜 가르쳐 주지 않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대답 대신 미희의 손을 붙잡고 그 자리에서 재빨리 벗어났다. 아저씨가 보이지 않았다. “저런 아저씨들을 조심해야 해. 처음에는 길을 물어보다가 나중에는 앞장서서 길을 알려 달라고 하지. 그리고 으쓱한 곳에 이르면 나쁜 짓을 하려고 할지도 모르거든.” “그렇게 보이지는 않던데….” 미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람은 얼굴만 봐서는 모르는 거야. 너도….” 손으로 재빨리 입을 막았지만 미희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졌다. “그래. 네 말이 맞을지도 몰라.” 미희가 고개를 숙인 채 끄덕이며 대꾸했다. 며칠 뒤, 미희가 점심을 먹고 감기약을 먹었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미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말 많은 재희가 아이들 무리에서 빠져나와 미희에게 다가갔다. “미희야, 너 그거 무슨 약이야?” 미희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재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이들에게 돌아갔다. “정말 정신병원에 다니는 게 맞나 봐. 그러니까 대답을 하지 않지.” “전염되는 건 아니겠지?” 아이들은 미희를 쳐다보며 일부러 큰 소리로 수군거렸다. 악이 올랐다. “야, 그게 무슨 소리야? 미희는 감기에 걸려서 약을 먹는 것뿐이야.” 내가 소리를 버럭 지르자 아이들이 쭈뼛쭈뼛 눈치를 보더니 흩어졌다. 미희는 아이들 말에 속상했는지 밖으로 나가 화장실로 향했다. 따라갔다. 미희는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었다. 씻고 또 씻었다. 자세히 보니 손목만 몇 번을 씻는 것이었다. 물끄러미 보기만 했다. “아까는 고마웠어.” 집에 가는 길에 미희가 먼저 말을 꺼냈다. “네가 그냥 감기약이라고 말했으면 됐을 텐데…….” “그렇지? 나 바보 같지?” 미희가 엷은 미소를 흘렸다.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수연아, 우리 한강시민공원에 가서 자전거 탈까?” 자전거라는 말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자꾸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왜? 자전거 못 타?” “응? 아니.” 숨이 턱 막혔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미희야, 오늘 집에 일이 있어서 그러니까 다음에 놀자. 알았지?” 나는 계속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집을 향해 정신없이 뛰어갔다.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다음 날, 선생님이 미희에게 수업 후에 남으라고 했다. 나는 미희에게 다가가 가지 말라고 속삭였다. “왜?” “선생님도 남자잖아. 그러니까 조심해야 해.” “뭐?” 미희가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나를 바라보았다. “늘 가까운 사람을 조심해야 해. 특히 둘만 있을 때는….” “너 지금 무슨 상상을 하는 거니? 그런데 넌 남자라면 누구든 나쁘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 바늘에 찔린 듯 뜨끔했다. “내가? 아니야.” 손사래를 치며 시치미를 뗐다. 미희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너무 간섭하지 마.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으니까.” “간섭하려는 게 아냐. 널 도와주고 싶을 뿐이지.” “날 돕겠다고? 풋. 넌 날 도와줄 수 없어.” 미희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학교 현관에서 서성서리며 미희를 기다렸다. 미희는 한참 후에 나왔다. 미희의 얼굴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미희는 내가 기다렸다는 사실에 놀란 듯 했다. 미희가 운동장 스탠드에 앉았다. 나도 따라 앉았다. “무슨 이야기 한 거야?” 머뭇거리다 물었다. 미희도 머뭇거리다 이야기를 꺼냈다. “선생님께서는 지난번 일로 내가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 같다고 걱정하셨어.” 미희는 길게 한 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난번 일을 다시 한번 어른들 앞에서 이야기해야 하는데 괜찮겠냐고 물으셨어. 내가 집에서 짜증만 부리고 대답하지 않아서 엄마가 선생님께 부탁하셨나봐.”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어?” “응. 한다고 했어. 힘들다고 조용히 덮고 넘어가면 그런 일은 계속 일어나게 될 테니까.” 미희가 어른스러워 보였다. “어차피 할 거면 부모님께 먼저 말하지 그랬어.” 내 말에 미희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아빠와 엄마에게 화가 많이 나 있었나 봐. 나는 그때 아무 일이 없었는데도 아빠와 엄마 때문에 산부인과에 가서 진찰을 받았거든.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라.” 미희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우리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래도 넌 다시 그 이야기를 말할 수 있다니 정말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용감하다는 말이 나오며 몸이 움츠러들었다. “아냐. 처음에는 얼마나 무섭고 떨렸는지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어. 아직도 그 아저씨가 내 손목을 억세게 잡고 있는 것 같아.” 그제야 미희가 손목을 자주 씻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미희가 길게 한 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무서운 게 있어.” “그게 뭔데?” “아이들이 날 힐끔힐끔 보면서 주고받는 눈짓과 웃음소리, 속삭이는 말들이야. 처음에는 전학을 가려고 했어. 하지만 너무 비겁한 것 같았지. 내가 당당하면 되는 거잖아. 그리고 내가 원해서 납치된 것도 아니고.” 미희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그 맘 알 것 같아.” “아냐, 넌 이해할 수 없어.” “알아. 사실은 나도 그런 비슷한 일을 당한 적 있으니까.” 나도 모르게 덜컥 내뱉고 말았다. 금세 가슴이 콩닥콩닥 뛰며 얼굴이 달아올랐다. 미희가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5학년 되어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야.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다가 이웃집 중학생 오빠를 만났어.” 떠올리기 싫은 순간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지만 쏟아버려야 했다. 혼자 숨기고 있었던 비밀을…. “그 오빠가 음료수를 뽑아주겠다며 공원관리소 옆으로 날 데리고 갔어. 주위에는 사람들도 돌아다니고 있어서 아무 의심도 하지 않았는데….” 심장이 쿵쿵 뛰고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그 오빠가 내 바지를 벗기는 거야. 난 온 몸이 굳은 듯 소리도 지를 수 없었고 반항도 할 수 없었지. 태권도를 오랫동안 배웠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 몸이 저절로 오그라들었다. “다행히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우리를 보고 소리치자 그 오빠가 도망쳤지. 나도 그제야 정신이 들어 재빨리 도망쳤어.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라.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어. 부모님에게도.” 미희가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아주었다. 따뜻했다. 내 눈에서는 이미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때부터 모든 남자들이 다 나쁜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 오빠가 어디선가 날 보고 있는 것 같아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게 되었지. 시원하게 털어놓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었어. 다른 사람들의 놀림거리가 될 것만 같았거든.” 정신없이 모든 것을 내뿜었다. 꼭꼭 숨겨 두었던 비밀이 빠져나가자 머리가 맑아졌다. 미희가 손등으로 내 눈물을 쓰윽 닦아주었다. 내 아픔까지도…. ●작가의 말 언론에 어린이 납치, 어린이 성추행, 어린이 성폭행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얼굴이 붉어진다. 어린이들에게 “싫어요.”, “안 돼요.” 하며 큰 소리로 자신의 뜻을 표현하라고 가르치기 전에, 부끄러움으로 고민하지 말고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가르치기 전에, 어른들을 가르쳐야 한다. ‘유엔 어린이 권리 조약’을 빌리지 않더라도 어린이는 유괴나 성적인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른들은 어린이가 유괴당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며 성적인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작가 약력 1993년 MBC 창작동화대상, 1994년 계몽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아버지의 눈물’, ‘등대지기 우리 아빠’, ‘공짜밥’, ‘찢어버린 상장’ 등의 작품집이 있으며 현재 서울천일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이다.
  • 삶에 지친 이에게 권하는 ‘희망 바이블’

    삶에 지치고,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좌절했다면, 이 두 권의 책을 권한다. 한 줄기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시각장애 시의원의 인생스토리 1급 시각장애인 송경태 전주시의원의 삶을 그린 ‘희망은 빛보다 눈부시다’(홍임정 글, 푸른나무 펴냄)는 희망제작소가 기획한 ‘희망을 여는 사람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이야기다. 송 시의원은 군복무 중 수류탄 폭발사고를 당해 두 눈의 시력을 잃었다. 공학도의 꿈, 가족의 웃음, 삶의 의지 등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고통과 좌절의 시간을 보내던 중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은 말이 그에게 희망의 빛이 됐다. 밤잠을 줄여 공부하고, 발품을 팔아 사회봉사를 했다. 2000년에는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을 개관했고, 세계 4대 극한 마라톤(사하라·고비·아타카마·남극)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2006년 전주시의원에 당선된 뒤 장애인 복지를 외치고 있다. 그의 삶은 그대로 책에 녹아 있다. 그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은 비장애인의 몫만이 아니다. 장애인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긍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만원. ●선천장애 극복한 트럼펫 소년 이야기 ‘기적의 트럼펫 소년’ 패트릭 헨리 휴스 역시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도전하라.”고 말한다. 두 눈의 안구가 없고 팔다리는 심각하게 굽은 채 태어난 패트릭은 생후 1년이 지나면서 세상이 말하는 ‘정상’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여섯 번의 수술을 했다. 수술은 더 필요했지만 대신 다른 가능성을 찾았다. 어떻게 생긴지도 모른 피아노를 배우고, 점자를 익혀 루이빌 대학에 입학한 뒤 트럼펫 연주자로 마칭밴드 단원이 됐다. 아버지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앉아 대규모 미국 대학 풋볼 경기인 오렌지볼의 수많은 관중 앞에서 멋진 연주를 한 그는 이제 장애인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 됐다. 이 이야기가 담긴 ‘나는 가능성이다’(패트릭 헨리 휴스·패트릭 존 휴스·브라이언트 스탬퍼드 지음, 이수정 옮김, 문학동네 펴냄)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삶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이고, 그렇게 믿는다면 모든 일이 좋아질 것입니다. 나를 보세요. 내가 그 완벽한 예라고요.” 1만 2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걸쭉한 입담으로 풀어쓴 반농반어의 삶

    반농반어(半農半漁)의 삶이 시가 되니 더욱 흥미롭다. 제 몸에서 비늘 털어내는 멸치떼처럼 펄떡거리는 그의 시어(詩語)들에는 욕망과 관능이 넘쳐 난다. 허나 낯 붉힐 이유도, 추하다고 고개 돌릴 일도 전혀 없다. 그저 아름답다. 200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늦깎이 시인 박형권(48)의 첫 시집이 나왔다. ‘우두커니’(실천문학사 펴냄)의 시편 곳곳에는 농사를 짓고 조개를 캐며 고기 그물을 던지고 사는 박형권의 삶과 그 주변네들의 건강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걸쭉하고 질펀한 입담은 바다에서 고기 잡으며 소설 쓰는 한창훈을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그 와중에 문득문득 내비치는 섬세하고 여린 감성은 더더욱 한창훈과 흡사하다. 흙과 바다를 모두 제 것으로 삼았으니 그의 기세는 경계를 모른다. 배꼽을 잡게 만드는 서사도, 삶의 아름다움에 대한 절대적 미학의 서정도 매양 한 가지다. 예를 들자면 ‘…/ 네가 먹고 무심코 버린 복숭아씨/ 산복숭아 되어 아비의 그늘을 만들어준다’(‘산복숭아’) 같은 생명의 순환을 노래하거나 ‘사월에는 거대한 우주의 말씀이 논물을 따라 흐른다’(‘물꼬를 트는 사월’) 같은 세계관의 초월적 도약을 보여준다. 그러다가도 2톤짜리 연안 통발선에서 ‘바다에 몸을 맡긴 점심’에는 갈매기도 한술 뜨고 가는 삶 역시 지극히 자연스럽기만 하다. 박형권과 그들은 참 재미나게 산다. ‘관계’를 보면 대동세상은 이미 그들의 일상 속에 들어와 있다. 마을 어귀 슈퍼에서 한두 명이 조개를 굽는다. 이때 지나가던 누군가가 간장, 깻잎을 들고 등장한다. 좀 있다가는 또 다른 이가 소주 몇 병 덜렁거리며 젓가락을 얹는다. 마지막으로 꼬맹이 아들 손잡은 이가 엉덩이를 비집고 앉아 대동세상의 흥겨움을 함께한다. 시를 따라 읽다보면 왁자지껄한 한판 잔치가 주욱 그려지고, 사람들이 생생하게 자기 몫을 마음껏 드러낸다. 계급론적 측면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는 이로서 민중의 건강함, 혁명의 주력군 등 책상머리 글뒤주들의 허황된 상찬은 부질없다. 어느 시 하나 내칠 게 없지만 전반부쯤에 실린 ‘포구’, ‘털 난 꼬막’, ‘장모님 앞에서 마누라 젖꼭지를 빨았다’만큼은 반드시 읽으라. 키득거리며 한참 웃다가 뱃일하는 사내들, 갯거리 나선 아낙들의 질펀한 성(性)과 건강한 해학, 그리고 가슴 깊숙한 곳에서 피어오르는 뭔지 모를 먹먹함과 그 뒤를 이어 새로운 희망이 꿈틀거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집 한 권을 일독하고 나면 절반쯤은 ‘박형권의 동네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흙의 기운과 바다의 기운 위에 서 있는 박형권의 삶이 익숙해진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국감 브리핑] ‘SSM 진출 피해 조사’ 조작 논란

    ●15일 중소기업청에 대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정부가 ‘SSM(대형슈퍼마켓)의 진출로 동네 개인소형슈퍼가 받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한 것을 두고 여론을 조작했다며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민주당 김재균 의원은 “정부가 대형마트의 SSM 진출에 따른 동네 슈퍼 등 업태별 피해를 조사하면서 한국체인스토어협회의 돈을 받은 것은 결과를 조작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진상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따졌다. 체인스토어협회는 대형마트와 SSM 사업을 하는 홈플러스가 회장사로 있는 연합체로, 다른 대형마트들도 참여하고 있다.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도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조사다. 보도자료를 내기 전에 검증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에 홍석우 중소기업청장은 “조사결과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부족했다.”면서 “SSM으로 피해를 보는 개인소형슈퍼들이 많고, SSM의 동네 진출로 인한 피해도 개인소형슈퍼가 대형마트보다 크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기고] 지역 공동체 살리는 서울디딤돌 사업/전선영 용인대 라이프디자인학과 교수

    [기고] 지역 공동체 살리는 서울디딤돌 사업/전선영 용인대 라이프디자인학과 교수

    서울시 인구 1000만명 중에서 기초생활수급자가 2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서울시 전체 인구의 약 2%가 시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생계를 꾸려가기 힘든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경제 위기가 지속되면서 수명 연장과 출산율 저하로 사회의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혹은 이혼율 증가로 모자가정·부자가정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복지 서비스의 수요 또한 급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복지 예산은 한정되어 있으며 기관 차원에서 사회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나눔과 기부에 대한 민간의 인식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 규모는 해마다 늘고 있으며,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봉사와 기부 문화가 점차 성숙해지고 있다. 문제는 민간의 기부 문화가 체계적이지 못하고 대부분 일회성에 그친다는 점이다. 민간의 기부문화를 활성화시켜 정부의 역할을 보완하게 하는 방법은 어디 있을까. 서울시가 추진하는 ‘아름다운 이웃, 서울디딤돌’(이하 서울디딤돌) 사업에서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서울디딤돌 사업은 원래 서울 노원구의 한 복지관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한 것을 지난해 8월 시 차원에서 받아들여 퍼뜨린 복지 서비스인데 지역의 복지관들이 민간 기부업체를 개발하고 이들과 저소득 시민들을 연결시켜 민간끼리 복지 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라고 한다. 사업을 주관하는 서울시복지재단에 따르면 2009년 9월 현재 식당이나 미용실, 문구점 같은 작은 상점 2000여곳이 기부에 참여하고 있으며 소년소녀 가장과 독거노인 등 저소득 소외계층 2만 3000여명이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경제적 효과는 7억 6000만원어치가 넘는다고 한다. 내가 보고 듣기에 이들 상점의 기부 규모가 대단한 것은 아니다. 한 중국집 사장님은 매주 다섯 명의 아이들에게 자장면 한 그릇씩을 내놓았고, 어느 동네의 미용실 사장님은 매월 두분의 어르신에게 무료 미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점 불씨가 광야를 불태우듯, 아주 작은 기부들이 모이고 뭉쳐서 기부의 큰 불길을 만들어 내는 법이다. 특히 서울디딤돌 사업을 보면서 감탄한 점은 현금 기부 대신 서비스 기부라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점이다. 현금 기부가 부담스러운 영세 상인들도 자신의 기능을 활용한 서비스 제공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생각할 테니까 말이다. 서울디딤돌 사업이 단순히 지역의 기부자와 저소득층을 연결해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서울디딤돌이 지역에서 지역민의 자발성에 기초하여 지역민의 복지 서비스 욕구를 해소하는 데에서 나아가 지역사회 공동체를 되살리는 것을 목표로 삼기를 바란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루소의 말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것이 바로 우리 인간이다. 남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면서 사는 것이 동물과 다른 인간만의 특성이다. 그러나 도시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인간의 삶을 자연스럽게 지탱해 주던 전통적 공동사회는 붕괴됐다. 빈부격차와 그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공동체 붕괴에 따른 폐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게다. 우리같이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이들의 궁극적 소망은 그런 폐해를 궁극적으로 지양하는 데에 있다. 그 단초를 서울디딤돌 사업에서 보았다고 한다면 지나친 기대일까. 자신의 지역사회를 사람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일이야말로 현대 공동체 운동의 올바른 모습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공동체를 복원하려는 노력에 서울디딤돌 사업이 하나의 소중한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전선영 용인대 라이프디자인학과 교수
  • [HAPPY KOREA] 테마로 다시보기 ⑩ 예술체험 부산 기장군 대룡마을

    [HAPPY KOREA] 테마로 다시보기 ⑩ 예술체험 부산 기장군 대룡마을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케도 내는 이곳 안 떠나. 동네 꽃이 확 폈제. 담장이고 어디고 안 예쁜 데가 어데 있노.” 김진규(54) 대룡마을 반장은 꽃 그림이 새겨진 담벼락을 가리키며 마을에 품은 애정을 있는 대로 드러낸다. “이게 다 반장님 덕분 아입니꺼.” 옆에 선 현직 대학교수인 정동명(39) ‘살기좋은 대룡만들기’ 추진부위원장이 공을 반장을 비롯한 주민들에게 돌리며 맑게 웃는다. 부산국제영화제로 시끌벅적한 부산 해운대에서 국도(14호)를 따라 30분만 가면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마을’, 기장군 장안읍 오리 대룡마을이 나타난다. 광역시 가운데는 유일하게 2007년 2월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시범마을로 지정됐다. 대룡마을은 사업이 진행된 지 3년 만에 마을 전체가 예술작품이라 해도 좋을 만큼 예술·농촌·체험이 어우러진 ‘오감만족’ 예·농(藝·農) 공동체로 변신했다. 실제 거리에는 주민들이 직접 이름을 적고 예술가들이 디자인한 깜찍한 문패가 집집마다 걸려 있다. 미적 감각을 살린 문체와 색상으로 조화를 이룬 안내판과 다채로운 벽화가 눈길을 끈다. 변신의 중심에는 이곳에 아예 상주하거나 작업장을 갖고 있는 젊은 예술인 16명과 대룡마을 주민들이 있다. 대룡마을에 사는 91가구(194명) 가운데 8%가 조각, 미술, 도자기, 목각, 철공예 등을 다루는 예술인이다. 30년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가 2002년 해제된 대룡마을은 지역민이 주체가 되어 경관을 개선하고, 관광상품을 개발해 지역 문화와 상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녹색관광’이 포인트다. 예술가들은 흉가로 변한 폐가에 근사한 대형 목각 소파를 설치해 시선을 묶는가 하면 옥상에 살아 있는 듯한 9마리의 흰 고양이상을 세워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정 부위원장이 건네준 동화책도 그랬다. 이곳 예술인들은 대룡마을의 설화를 어린이 동화책으로 직접 제작해 마을의 전통을 알리는 동시에 90%가 농가인 지역에 부가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지역캐릭터인 용(龍) 그림이 그려진 옷, 도자기 컵 등이 예술가의 손을 거쳐 지역 상품으로 속속 탄생했다. 특히 ‘무인(無人) 카페’는 인상적이다. 아늑한 공간에 자발적으로 돈을 내고 커피를 마시고 작품을 구경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 설치작가가 남기고 간 흔적도 곳곳에 보였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대룡마을은 사업 초창기인 2007년보다 가구 수는 30가구가량 늘었고 부산, 울산 등 도시관광객이 증가하면서 땅값도 훌쩍 뛰었다. 사업 마무리해인 올해 추진위는 농사·예술체험장, 연꽃과 허브·야생화 체험 등 다양한 자연체험장도 만들었다. 이곳에서 주말에는 예술가들과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 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예술품 전시 외에 관광객들이 숙박과 지역특산물 구매를 같이 할 수 있는 공간으로 11월 탄생할 기와집 형태의 복합전시관은 인부들의 마무리 손길로 바빴다. 하지만 당초 예술과 소득의 농촌체험마을임을 알리기 위해 3000만원을 들여 정성껏 준비한 첫 번째 지역축제(‘한마음 예농한마당’)는 신종 플루라는 악재 속에 축제 4일 전 취소, 주민과 예술가들이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당시 마련해놓은 허브 화분은 관광객이 자유롭게 들고 갈 수 있도록 했다. 송영호(54) 살기좋은 대룡만들기 추진위원장은 “관광객들이 체험하고 쉬고 갈 수 있도록 농가 11곳을 리모델링해 무료로 민박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사업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화합하고 삶의 질이 개선돼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김득용(47) 마을이장은 “사업은 연말에 끝나지만 운영위원을 다시 구성해 지속적으로 관리해나갈 계획”이라면서 “도자기 체험 등 예술체험과 배 등 지역특산물 판매를 통해 마을 수입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ㆍ사진 기장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도서대여점 폐업… 땡처리꾼 성업

    서울 양재동에 사는 진민영(31)씨는 지난 주말 집 근처 도서대여점이 폐업 정리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10년 넘게 단골이었던 진씨는 폐업 현장에 사장이 없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겼다. 현장을 지키던 한 남성은 ‘서점 폐업 전문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필요한 걸 말하면 여기 없는 물건이라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여점에서는 정가 3000원인 만화책이 권당 1500~2000원에 나왔고 평소 취급하지 않던 DVD도 가게 한구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구가하던 도서대여점이 인터넷의 발달 등으로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초 2만개가 넘던 도서대여점은 현재 전국에 3000개가 채 남지 않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 과정에서 폐업하는 도서대여 점주들을 노린 전문 ‘땡처리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점주들이 직접 나설 경우 동네 주민들과의 관계 때문에 높은 가격을 받기 힘들다는 점을 노려 ‘폐업권’을 통째로 사들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단 땡처리 업자에게 폐점권이 넘어가면 업자는 한달 정도 ‘폐업 세일’을 하게 된다. 수익은 대부분 이들이 갖는다고 한다. 폐업 세일 현장에서 불법 DVD를 함께 판매하는 등 저작권법 위반 행위는 물론 자신이 가진 물량을 매장에서 판매하는 등 불법 판매·탈세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도 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주가 폐업과정에서 사실상 손을 놓게 되면서 동네 도서대여점에서 흔히 사용하는 ‘선불식 적립금’을 그대로 떼이는 소비자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폐업한 서울 신림동의 한 점주는 12일 “가게를 내놓겠다는 광고를 생활정보지에 올리자마자 업자의 전화를 받았다.”면서 “모든 물량을 맡는 조건으로 1000만원에 넘겼다.”고 밝혔다. 강남 일대에서 폐업 전문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가게 규모나 권수에 따라 가격이 정해져 있고 업체들끼리 영역을 정해놓고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불만이 있더라도 본인이 처리할 엄두를 못 내 대부분 그대로 계약하게 된다.”고 말했다. YMCA 시민중계실 관계자는 “문 닫는 도서대여점의 물건은 교환과 환불 등 소비자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니 신중하게 구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대출 문의·상담 뚝… 휴일같은 2금융권

    대출 문의·상담 뚝… 휴일같은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가 2금융권까지 확대된 첫날, 농협 지역조합·신협·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권 대출창구는 마치 휴일을 맞은 듯 한산했다. 대출 관련 상담은 물론 전화문의까지 뚝 끊긴 모습이었다. 12일 오후 3시 서울 양재동 영동농협. 분주한 다른 창구에 비해 개인담보대출 창구에선 손님 하나 찾을 수 없다. 이날 전화를 포함한 대출 문의는 단 한 건. 그나마 DTI 규제 확대로 대출가능액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묻는 호기심 차원의 상담이었다. 지난 한 달 동안 하루 10건 이상의 상담과 대출이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다. 대출 담당자는 “가까운 분당 지역 분들이 단골손님이었는데 주말 이후 발을 끊었다.”면서 “규제 강화 소식에 그나마 나머지 대출까지 줄어들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하루 10건이상 상담했는데…” 사정은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사도 마찬가지다. 서울 명동의 한 저축은행 지점장은 “평소 저축은행은 기업대출이 주를 이뤄 DTI 규제로 인한 타격은 비교적 적을 것”이라면서도 “이제 개인대출 사업은 신용대출만을 생각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현대캐피탈 콜센터에 걸려온 전체 주택대출 관련 문의전화는 4~5건 정도에 머물렀다. 은행권 규제 강화를 한 이후 한 달여의 제2금융권 특수는 이렇게 사그라지는 분위기다. 이유섭 농협 상호금융여신단 차장은 “은행권 대출규제가 강해지다 보니 일시적이지만 수요가 비은행권으로 몰린 것은 사실”이라면서 “아무래도 수도권 조합은 대출 영업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2금융권 대출규제의 불똥이 서민에게 튈 것이란 지적도 있다. 서울의 한 신용협동조합 대출담당자는 “비은행권을 찾아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려는 사람의 80% 정도는 급한 생활자금을 그나마 싼 이자로 빌리려는 수요”라면서 “자칫 이번 규제 강화가 서민만 울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 규제 강화 속 내 집 마련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전문가들은 먼저 대출기간을 늘리라고 조언한다. 10년으로 생각했던 대출 상환기간을 15~20년 이상으로 늘려 잡는 식이다. 기간을 늘리면 매년 갚아야 하는 돈(원리금 상환액)이 줄어들어 대출금액을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배우자 합산 등 숨은 소득을 증명하는 데도 노력할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의 소득 가운데 증명이 어려운 부분은 연금이나 보험료 납부 실적, 신용카드 사용액 등 간접 자료를 이용하면 일부 증명이 가능하다. 보금자리론도 주목할 만하다. 이정걸 국민은행 금융상담센터 재테크팀장은 “다소 높아지는 금리를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이라면 주택금융공사의 장기고정금리 주택대출상품은 줄어든 대출금액을 메울 수 있는 대안”이라고 밝혔다. ●“주택구입 서둘지 말라” 조언 전문가들이 마지막으로 권하는 것은 ‘전략’이 아닌 ‘생각’을 바꾸는 방법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장은 “조만간 금리가 인상될 것이란 점은 확실하지만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를 요인이 그리 많지 않다.”면서 “지금은 스스로 대출에 보수적인 것이 안전한 재테크”라고 말했다. 현재 상황은 무리한 대출로 내 집을 마련하면 손해 보기 십상이란 이야기다. 이 팀장은 “현재는 목동과 송파 등 이른바 잘 나간다는 동네도 부동산 거래가 거의 없다.”면서 “정부의 시그널에 시장의 관심은 이미 신규 분양시장으로 돌아섰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영규 최재헌기자 whoami@seoul.co.kr
  • [도시와 산] (28) 영동 민주지산

    [도시와 산] (28) 영동 민주지산

    민주지산(岷周之山·1241.7m)은 충북 영동과 경북 김천, 전북 무주 등 3도에 걸쳐 있다. 전체의 70%가량이 영동군에 자리 잡고 있어 영동군민들의 애정이 각별하다. 동으로는 석기봉과 삼도봉, 북으로는 각호산이 우뚝 솟아 웅장한 기상을 펼치고 백두대간을 굽어본다. 훼손이 거의 없는 자연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평가받는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물한계곡, 지역주민의 대화합을 상징하는 삼도봉, 독특한 산 이름 등 볼거리와 얘깃거리도 많다. 국립공원은 아니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명산으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이름을 빼앗긴 슬픈 산? 민주지산은 산 이름이 독특하다. 그래서인지 이름을 두고 두가지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주민들은 삼도봉에서 각호봉까지 산세가 민두름(밋밋)해서 ‘민두름산’으로 부르던 것을 일제가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민주지산’으로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영동군이 1982년 발행한 ‘내 고장 전통 가꾸기’ 책자에도 이같이 쓰여 있다. 민주주의(民主主義)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하지만 백운산으로 부르던 것을 일제가 산의 격을 낮추거나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민주지산으로 개명했다는 설이 있다. 일부 학자들은 조선 성종 때 편찬된 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과 반계 유형원이 1667년에 쓴 ‘동국여지지’에 나오는 백운산을 지금의 민주지산으로 보고 있다. 산림청도 2004년 ‘우리산 이름 바로찾기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해당 시·군에 민주지산의 개명을 건의했다. 이 때문에 2007년 영동군 지명위원회가 개최되는 등 논의가 있었으나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민주지산 인근인 전북 무주군 설천면에 백운산(1010m)이 존재하고 있어 민주지산을 백운산으로 개명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 때문이다. 역사서에 나오는 백운산이 무주에 있는 백운산이라는 주장도 있다. 군 관계자는 “논의는 중단된 상태”라며 “현재로선 백운산으로 바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지산은 영동군의 보배 이름을 두고 논란은 있지만 민주지산이 영동군민들에게 매우 소중한 존재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한다. ‘민주지산을 타고’라는 시집을 낸 향토시인 성백일씨는 “민주지산은 영동군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지역민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며 “어머니와 같다.”고 말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영동군이 자랑하는 관광명소와 특산품들을 얘기하다 보면 민주지산이 따라붙는다. 군의 대표적 관광지인 물한계곡은 민주지산에 둘러싸여 있다. 물한계곡은 물이 차다는 한천마을 상류에서부터 20여㎞를 흐르는 깊은 계곡이다. 폭포와 숲이 조화를 이뤄 등산객과 피서객들로 사계절 붐빈다. 원시림을 보존하고 있어 생태관광지로 손꼽힌다. 지난해 200만명이 다녀갔다. 민주지산 기슭에서 생산되는 상촌 호두는 명품 호두로 유명하다. 민주지산으로 인해 이 지역 일교차가 커 껍질이 얇고 살이 많으며 고소하다. 호두는 피부와 모발을 윤기 있고 건강하게 가꿔주는 비타민 B1과 뇌의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노화를 막는 비타민 E가 풍부해 수험생을 둔 부모들이 많이 찾고 있다. 민주지산에서 생산되는 고로쇠 수액 역시 인기가 좋다. 해발 500m 이상에서 위생적인 방법으로 채취하는 청정 음료다. 일반 천연수보다 칼슘은 40여배, 마그네슘은 27배 정도가 많다. 위장병, 고혈압, 피로회복, 숙취해소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주민의 대화합 상징 삼도봉 민주지산이 동쪽으로 품은 삼도봉은 태종 14년에 조선을 팔도로 나누면서 충북, 경북, 전북 등 3도의 분기점이 된 이후 이렇게 불린다. 삼도봉 정상에는 돌무더기가 세 곳에 쌓여 있었다고 한다. 3도 사람이 각각 자기 동네 쪽으로 돌을 던져 돌무더기가 많이 쌓이기를 원했다고 한다. 돌이 높이 쌓인 지역이 대길한다는 전설 때문이다. 지금은 돌무더기가 사라지고 지역주민간의 대화합을 기원하는 기념탑(높이 2.6m, 무게 7.6t)이 세워졌다. 이 기념탑은 거북받침의 기단부와 영원한 발전을 상징하는 3각 용조각의 탑신부, 둥근 해와 달을 표현해 대화합을 뜻하는 원구의 상륜부로 구성됐다. 이 탑은 1989년부터 삼도봉에서 화합을 다지는 ‘만남의 날’ 행사를 갖기 시작한 영동군, 김천시, 무주군이 2회째 행사 때(1990년) 준공했다. 만남의 날 행사는 해마다 10월10일 3개 시·군 단체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자연생태계의 보고 물한계곡을 중심으로 한 민주지산 일대는 국립공원 못지않게 자연자원이 풍부하다. 군에 따르면 민주지산에는 국내 관속식물의 17%가 분포한다. 무분별한 개발정책으로 급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는 한국의 고유한 지적자산인 특산식물도 7종이 발견됐다. 식용식물은 233종, 약용식물은 218종이 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물들도 많다. 민주지산은 또 올빼미, 솔개, 참매, 털발말똥가리, 붉은배새매, 소쩍새, 원앙 등 조류 7종의 번식지 및 경유지이기도 하다. 군 관계자는 “자연생태계를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민주지산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등산로가 잘 정비된 편은 아니다. 물한계곡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정상에 오르면 2시간가량 걸린다. 영동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민주지산 안가면 후회할 곳! 해발 700m 휴양림… 숨쉬기도 큰 운동 자연휴양림은 충북 영동 민주지산의 자랑거리다. 전국의 자연휴양림은 대부분 해발 200~300m에 있다. 하지만 이곳은 700m에 자리잡고 있다. 황토로 만든 숙박시설은 750m에 있다. 단풍으로 유명한 전북 내장산 주봉인 신선봉이 763m, 충남 청양의 칠갑산은 정상이 561m다. 주변의 웬만한 산보다 휴양림이 높은 곳에 있다. 영동군이 자연휴양림의 위치를 강조하는 것은 해발 700m가 인간에게 가장 좋은 생활환경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해발 700m는 고기압과 저기압이 만나면서 인체에 가장 적합한 기압상태를 유지해 인간과 동식물의 생체리듬에 가장 좋다고 한다.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멜라토닌도 증가, 5~6시간만으로 충분한 수면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혈류공급도 잘돼 젖산과 노폐물 제거에 효과가 있어 피로회복이 고·저지대보다 2~3시간 빠르다. 노화를 지연시키는 효과도 있다. 휴양림 관계자는 “과음을 한 숙박객들이 다음날 아침 일어나 머리가 무척 가볍다고 하는 얘기들을 자주 들었다.”면서 “여기는 인간 최적의 생활환경을 갖춰 머무는 자체가 휴양”이라고 자랑했다. 군이 700m를 강조하지만 이곳에 계획적으로 휴양림을 조성한 것은 아니다. 공사하기 편한 곳을 찾은 것이지만 뒤늦게 이런 가치를 알게 됐다. 군은 부랴부랴 ‘HAPPY 700’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자연휴양림 홍보에 이용하려고 했지만 이미 강원 평창군이 ‘HAPPY 700’을 선점, 무산됐다. 군 관계자는 “철 따라 산행의 즐거움이 달라지는 등산로, 피톤치드가 풍부한 산림욕장, 13.4㎞의 산악자전거코스, 건강지압을 위한 맨발 숲길까지 있어 해마다 이용객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지난 7·8월 두달간 8000여명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군은 조만간 태양광 발전시설을 갖춘 숙박시설 1동과 찜질방을 건립할 예정이다. 하루 이용료는 6인용 표고방과 송이방이 비수기 3만 5000원, 성수기 6만 5000원이다. 영동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정부마저 등돌린 자살자 유가족 고통

    정부마저 등돌린 자살자 유가족 고통

    지난 8월4일 A(38)씨는 충북 청주시의 한 공원묘지 앞에 자신의 승용차를 세워놓고 실내에 연탄불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차 안에는 3개월 전 우울증을 앓다 목매 자살한 아내가 그립다며 함께 따라가겠다는 유서가 있었다. A씨의 동생은 “형이 ‘아내가 있는 곳에서 생을 마감한다.’는 문자를 보내와 곧장 형수가 묻힌 납골당에 가 보니 이미 숨져 있었다.”면서 “형은 형수가 숨진 뒤 매일 6시간 이상씩 납골당을 지키는 등 너무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의 장창민 과장은 11일 “죽고 싶다며 전화하는 상담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살로 가족을 잃은 경우가 많다.”면서 “제대로 된 심리치료 없이 방치된 유족들은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살예방종합대책’에서 자살자 유가족의 보호·관리를 위한 방안을 내놓았지만 1년이 다 돼 가는 데도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 당시 정부는 이들을 위해 심리치료 지원, 상담서비스 제공, 유족모임 운영 등을 제시했지만 서울·인천의 광역정신보건센터 2곳에서 유가족 자조모임을 조직한 것이 전부다. 그마저도 대상자들이 모이지 않아 개점휴업 상태라고 한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자살로 숨진 사람은 1만 2859명에 이른다. 자살자 유가족은 7만 7000여명으로 추정된다. 2000~2008년 자살 사망자가 9만 2038명인 것을 감안하면 같은 기간 발생한 유가족은 55만 2000여명에 이른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살로 1명이 사망할 경우 주변의 6명이 심리적인 충격에 빠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과장은 “유가족들은 알코올중독자, 자살미수자 등과 함께 대표적인 자살 고위험군”이라고 말했다. 유가족 자조모임을 꾸린 인천 광역정신보건센터 관계자는 “유가족 정보가 없어 접근이 어려울뿐더러 유족들도 신분노출이 부담돼 잘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한 관계자도 “올해 자살예방 관련예산이 적어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실행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전문가들은 국가 주도의 연구기관이나 전문기관 등이 관련대책을 책임있게 시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육성필 한국 자살예방연구소 소장은 “국가주도 연구기관이나 보건복지부내 전문 주무관도 없는 현실에서 대책이 실현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현재 자살자 유가족 관리를 담당하는 광역정신보건센터는 자살문제뿐 아니라 우울증 등 심리문제 전반을 다루기 때문에 자살자 유가족들의 문제만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유족들끼리 경험을 공유해 자연스러운 심리치료 효과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정신보건센터들이 교육 위주의 계도적 프로그램을 운영해 모이길 꺼려한다.”면서 “동네에서 모여 편히 얘기하며 위안을 받는 ‘치료적 공통체’ 형태로 운영돼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집집마다 태극기 휘날리니 애국심이 절로”

    “집집마다 태극기 휘날리니 애국심이 절로”

    한글날인 9일 서울 양재2동 주택가. 화창한 가을하늘 아래 집집마다 걸린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였다. 전체 8000여가구 중 2000여가구가 태극기를 내다 걸었다. 평균 네 집에 한 집꼴이다. ●두달만에 4000여가구 참여 두살배기 손녀와 함께 나들이에 나선 주민 김영선(51·여)씨는 “몇달 전만 해도 태극기를 다는 집이 드물어 국경일인 줄도 모르고 넘어갔는데 이렇게 많은 집에 태극기가 달린 모습을 보니 애국심이 절로 솟는다.”며 웃어 보였다. 양재2동이 ‘태극기 마을’이 된 까닭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 때문이다. 지난 3월1일 삼일절을 맞아 양재2동 주민센터 직원들과 통·반장들은 태극기를 내건 집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려고 동네 곳곳을 돌아봤다. 10집 가운데 1집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통장들은 주민센터에 ‘태극기 달아주기 운동’을 제안했다. 그로부터 한달 뒤, 통장 대표인 이래익(49)씨를 중심으로 22명의 통장들과 주민자치위원장, 방위협의회장 등 30여명은 ‘태극기사랑 시민추진위원회(추진위)’를 만들고 동네를 돌면서 태극기와 국기꽂이를 구매하기 위한 모금을 시작했다. 처음엔 주민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이씨는 “국경일마다 동네 모든 집이 태극기를 달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주민들을 꾸준하게 설득했고 시간이 흐르자 한 집당 1000~2000원씩 보태기 시작했다. 두 달여만에 4000여가구가 참여해 500여만원의 기금이 모였다. 영동농협을 비롯, 관내에 있는 중소기업들도 취지가 좋다면서 찬조금을 보탰다. 추진위는 이 돈으로 2000여개의 태극기와 국기꽂이를 구매했다. ●“아이들 교육효과도 커요” 8월15일 광복절, 추진위원들은 새벽 일찍 각 집에 태극기를 달았다. 처음엔 별 반응이 없던 주민들은 순식간에 ‘태극기마을’로 변한 동네 풍경을 신기해했다. 추진위는 그 후에도 국군의 날과 개천절에도 국기를 걸었다. 주민 임장호(23)씨는 “보기에도 좋고 학생들에게 교육효과도 있는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주민센터의 임동산 동장도 “주민들의 반응이 좋은 만큼 태극기 게양률이 100%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현장 행정] 성동구 ‘희망근로 자리찾기’

    [현장 행정] 성동구 ‘희망근로 자리찾기’

    “희망은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등불입니다. 저보다 더 어려운데도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살피며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았습니다.” 성동구 성수1동 ‘방과후 공부방’에서 학습지도를 하고 있는 김천근(48)씨는 희망근로 덕분에 사는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잇단 사업 실패와 실직으로 삶의 벼랑 끝에 있던 김씨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희망근로를 신청했다. 성동구는 비교적 고학력자인 김씨에게 단순한 정비사업이 아닌 동네 학생 가르치는 일을 맡겼다. 수천명에 이르는 희망근로 신청자들을 분류, 적재적소 배치 원칙을 지키고 있는 성동구의 창의행정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7일 성동구에 따르면 지난 6월1일부터 희망근로 신청자 1500여명의 적성과 소질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 가장 알맞은 일자리를 찾아주는 ‘희망근로 자리찾기’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성동구의 희망근로는 단순히 ‘시간 때우고 눈먼 돈 받기’가 아니라 보람과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는 일자리로 탈바꿈했다. ●이호조청장 “일자리가 삶의 희망” 강조 이호조 구청장은 “일자리가 바로 삶의 희망”이라면서 “스스로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삶의 보람을 느끼고 경제적으로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새로운 사업을 발굴, 주민들의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성동구는 희망근로 지원자를 UCC나 컴퓨터 강사뿐 아니라 세금체납을 전화로 알려주는 텔레서비스, 자전거를 고쳐주는 희망 자전거, 인터넷 방송국 리포터, 방과후 공부방 교사, 독서실 도우미 등 다양한 분야에 배치했다. 컴퓨터나 동영상에 익숙한 20~30대는 UCC제작 분야나 컴퓨터 강사, 인터넷 방송국 제작지원 인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동영상에 관심이 많다는 김모(29)씨는 “구의 재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을 동영상으로 담고 있다.”면서 “내가 찍은 동영상이 몇 십년 후에 소중한 지역 자료로 활용된다고 생각하니 책임감도 생기고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자격증 소지자들 공부방에 투입 대학졸업자와 교사자격증 등 각종 자격증을 소지한 신청자는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현재 17개 동에서 진행하고 있는 방과후 공부방에 투입됐다. 또 지역 학교 38곳에 190여명을 배치했다. 소질과 능력에 따라 학습준비 도우미, 통학로 안전지도, 방과후학습 보조강사 및 환경정비 등으로 일자리를 나눴다. 성수초등학교 관계자는 “그동안 부족했던 도서대출과 반환도서의 정리 등에 희망근로가 지원되면서 학교도서관이 한결 깨끗해졌다.”며 반겼다. 성동구는 각 사업부서 담당자들이 일주일에 두번씩 모여 통합회의를 한다. 이들은 고용보험 지원관계, 구인구직정보 교환 등 인터넷 정보에 취약한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전병권 사회복지과장은 “어려운 재정여건에도 올해 102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주민들에게 희망을 찾아 주고 있다.”면서 “이들이 희망근로에 머물지 않고 안정된 직장을 찾을 수 있도록 소질과 적성 개발은 물론 취업정보 제공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아동성폭력과의 전쟁] (2) 겉도는 피해자 지원책

    [아동성폭력과의 전쟁] (2) 겉도는 피해자 지원책

    4년 전 동네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지수(가명·13)는 서울의 한 성폭력상담센터에서 치료를 끝내고 학교로 복귀했다. 잘 적응하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지수 어머니는 수심에 잠겨 상담센터를 다시 찾았다. 지수가 중학교에 입학하더니 남학생들만 보면 피해 다니고 교복치마를 입기 싫다고 울고불고 한다는 것이다. 센터 측은 “성폭력의 상흔이 사춘기에 다시 나타나면서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수 있다.”면서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상담이 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당장 피해자의 1차 상담이나 치료만으로도 인력이 모자란다.”고 토로했다. 7살짜리 딸아이가 상습 성추행을 당한 뒤 서울의 다른 동네로 이사간 전모(38·여)씨. 얼마 전 동네에서 가해자와 마주친 순간 그 자리에서 얼어붙을 뻔했다. 옥살이를 하고 나온 가해자가 전씨 가족을 따라 이사를 온 것이다. 전씨는 경찰에 보호요청을 했지만 “범죄상황이 발생한 게 아니라서 출동이 불가능하다.”는 답만 돌아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원화된 수사·상담기구 마련해야 한국의 아동 성폭력피해에 대한 구제 체계는 사후약방문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관할부처인 경찰청과 여성부는 “원스톱 상담 및 치료, 법적절차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경찰·검찰 수사단계에서 피해자의 중복진술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사후 관리는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수사부터 사후관리까지 실질적으로 통합관리할 독립기구가 설치돼야 하고 상담전문가를 지속적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아동성폭력 신고 및 상담은 전국 해바라기아동센터(10곳)와 원스톱지원센터(16곳)로 분리돼 있다. 그러나 주로 해바라기아동센터가 전담하는 실정이다. 원스톱센터는 여성·가정폭력에 대한 치료를 주로 하고 있어 아동사건에만 집중할 수 없는 구조다. 원스톱센터의 경우 지난해 방문인원 1만 74명 중 13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가 1091명이었다. 원스톱센터에는 여경을 비롯해 상담사·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갖춘 간호사가 1명씩 상주한다. 그러나 이중 소아정신과와 연계되어 있는 곳은 서울 경찰병원과 보라매병원, 수원 아주대병원 등 3곳뿐이다.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신의진 교수는 “아동성폭력 면담에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일반 임상심리사로는 어림없다.”고 말했다. 피해자 진술은 경찰 여성청소년계가, 수사는 형사계가 맡고 있는 이원적 구조도 문제다. 경찰 진술단계에서부터 강압적인 진술을 강요하거나 합의 종용, 신원노출 등 2차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해바라기아동센터에 따르면 상담자 중 이런 피해를 호소한 비율은 전체 상담자 가운데 20% 정도 된다. ●경찰·법원 수사전문인력 양성도 시급 경찰과 법원의 수사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경찰은 경찰수사연수원 주관으로 1년에 6~9차례, 검찰은 법무연수원에서 1년에 한 번 관련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아동성폭력 피해자 진술의 특징과 의미, 피해아동의 특성, 효과적인 조사기술 등을 교육한다. 경찰은 피해아동의 진술능력을 입증하는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범죄심리사 1급(한국심리학회 인증) 소지자 등 대학원생 위주로 구성된 행동분석 진술전문인력 23명을 투입했다. 이들은 서울, 경기, 인천 등 5개 원스톱센터에서 활약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피해 아동들의 진술능력을 수치로 객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피해 아동과 가족에 대한 사후 심리나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의진 교수는 “피해 아동의 대부분은 극도의 불안·우울 증세를 보인다.”면서 “성폭력 피해경험이 많거나 엄마가 우울할수록 아이의 진술능력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표준화된 치료·상담 매뉴얼을 정부 관련부처가 제작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이를 통해 상담 노하우를 공유하고 상담자에 대한 재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학대아동 지원기관인 미국 콜로라도 켐프센터의 경우 기초조사 때부터 법의학 전문가와 검사가 동원된다. 사건이 종결된 후에도 관계기관의 네트워킹이 이루어져 언제 어디서든 피해자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햄버거 사려 헬기 비상 착륙한 황당 군인

    헬리콥터가 동네 야구장에 ‘불시착’한 이유는? 캐나다의 한 헬리콥터 조종사가 갑작스럽게 작은 마을 야구장에 헬리콥터를 착륙시켰다. 언뜻 보면 매우 위급한 상황 같지만, 헬기가 착륙한 진짜 이유는 황당하게도 ‘햄버거’였다. 미국 CBS 방송에 따르면 이 군인은 갑자기 햄버거가 먹고 싶어진 나머지, 야구장에 헬리콥터를 세운 채 길 건너에 있는 식당으로 걸어가 햄버거를 사들고 다시 이륙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군인에게 햄버거를 판 점원은 “군인 한 명이 들어와 햄버거 4개와 치즈 콤보 세트를 사갔다.”면서 “마치 자동차를 운전하다 멈춰서 햄버거를 테이크아웃 해가는 모습처럼 자연스러웠다.”고 증언했다. 헬리콥터가 착륙하고 군인이 지나가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이 지역의 주민은 CBS와 한 인터뷰에서 “밖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려 내다보니 헬리콥터가 착륙하고 있었다. 눈앞에서 직접 보니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매우 급박한 상황인줄 알고 긴장했지만, 조금 뒤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군인이 달랑 햄버거 한 봉지를 손에 들고 돌아가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해당 헬리콥터를 조종하고, 햄버거를 사 간 군인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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