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내 동네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 6억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 애완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 코드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9,020
  • 하정우 “장혁과 첫 호흡 느낌이 있었다”

    하정우 “장혁과 첫 호흡 느낌이 있었다”

    ‘추격자’의 연쇄살인범에서 ‘황해’의 살인청부업자까지 출연작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하정우(33)가 이번엔 말끔한 엘리트 변호사로 변신했다. 그는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의뢰인’에서 아내를 죽인 혐의로 기소된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변호사 역을 맡아 지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지난 2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하정우를 만났다. →주로 범인 역할을 맡다가 변호사가 됐는데. -전작인 ‘황해’와 비교해 변화의 폭이 크고 역할이 너무 달라서 재미있었다. 캐릭터의 반전에서 느끼는 의아함 또한 관객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도 도시적인 느낌이 있는데, 한동안 잃어버린 나를 찾는 느낌이었다(웃음). →‘황해’ 촬영이 끝나자마자 ‘의뢰인’에 합류해 변신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황해’를 찍을 때는 고립되고 감정이 밑바닥까지 처절하게 떨어져 내 자신을 위해서라도 기분을 좀 업(UP)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황해’가 끝나자마자 분위기를 바꾸려고 변호사들처럼 슈트(양복 정장)를 입고 다녔다. 동네 마실 나갈 때도 정장을 입고 갔더니 이상하게 보더라. 영화 촬영장에 갈 때도 마치 출근하는 느낌으로 갔다. →극 중 강성희는 자유분방하고 잘난 척하지만, 인간미가 있고 정의로운 면도 있다. 전형적인 변호사 캐릭터와는 다른 면이 많은데. -진지함에 빠져서 무겁게 가기보다는 강성희의 솔직하고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려고 했다. 영화 촬영 전에 검사 생활을 오래 하다가 최근 개업한 50대 초반의 변호사를 만났는데, 처음에는 이미지도 무겁고 재미도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그 이면의 사람다운 매력과 숨겨진 자연스러움에 호감을 갖게 됐다. 그래서 위트도 있고 장난 섞인 기운이 숨겨진 변호사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일상적이면서 현실적으로 보이도록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 →법정 장면이 많아 연기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웠을 것 같다. -독백이 많아 마치 연극을 준비하듯이 동선의 합을 맞췄다. 대사를 할 때는 강약과 속도를 조절해 경쾌하고 리듬감 있게 전달하려고 했다. 자칫 법정 장면이 지루해질 수도 있어 손짓과 표정 등을 유기적으로 움직여 동적인 면을 표현하려고 했다. →시신은 사라지고 물증도 없는 상황에서 의뢰인의 무죄를 입증하는 과정이 긴장감 있게 전개되는데. -실제 비슷한 사례도 있어 이야기 자체는 진부하게 다가갈 수도 있다. 하지만 사건은 2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그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의 리액션(반응)이다. 사건을 통해서 밝혀지는 인물들의 숨겨진 진실과 그들이 변해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다. 시체 없는 살인사건의 재판 기록과 자료를 검토하면서 변호사의 감정이 얼마나 사건에 개입되는지도 궁금했다. 사건과 변호사의 거리에 강성희 개인의 트라우마를 연결시켜 그의 심리적인 변화를 표현하고 싶었다. →한철민의 유죄를 굳게 믿고 있는 안민호(박희순) 검사와 팽팽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속을 잘 알 수 없는 의뢰인 한철민(장혁)도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셋 다 연기파 배우들인데, 경쟁은 없었나. -그런 것은 별로 없었다. 사실 연기 대결이란 것이 무의미하기도 하고, 서로의 앙상블이 잘 맞아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캐릭터를 잘 소화하는 것이 극의 긴장감을 살리는 길이다. 혁이 형(장혁은 하정우보다 두 살 위다)과 처음 연기를 같이 했는데, 느낌이 있었다(하정우에게 느낌은 각별한 단어다. 그의 수필집 제목도 ‘하정우, 느낌 있다’이다). →2005년 ‘용서받지 못한 자’를 시작으로 ‘추격자’ ‘국가대표’ 등을 거쳐 영화배우로 승승장구했지만 ‘황해’는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슬럼프에 빠지지 않았나. -인생 참 다이내믹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천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정공법으로 부딪치고 건강하게 고민하려고 노력했다. ‘황해’의 성적표에도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제가 영화에 참여한 것도 당장은 아니지만 나중에 평가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시회도 열고, 수필집도 출간하는 등 다재다능한 것 같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생존을 위해서다. 경제적인 의미의 생존이 아니라 내 자신을 바로잡고 배우로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뜻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공허감이 느껴졌고, 배우는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내 자신의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을 그리면 일단 시간이 잘 가고, 잡생각이 들지 않는다. 또한 불안함에서 벗어나 마음이 차분해진다. 내가 욕심이 좀 많긴 하다(웃음). →작품마다 역할에 꼭 맞게 변신한다는 평이 많다. -호기심이 원천이 아닐까 싶다. 변호사 역을 맡으면 그들의 월급은 얼마인지, 출신 지역은 어디인지, 부모님은 어떤 분들인지 궁금하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과 인터넷을 총동원해 정보를 수집한다. 최근 촬영을 마친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부산 건달로 나오는데, 부산 음식과 억양에 큰 호기심이 생겼다. 지금 찍고 있는 ‘러브 픽션’은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어 촬영장에서 끊임없이 질문한다. 하정우는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예전에는 개봉을 앞두고 재밌는 영화로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앞섰지만, 이제는 배우로서 현장을 받아들이고 그릇을 넓혀 가고 싶다.”고 말했다.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인간과 자연 현상을 이해하고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하정우. 그가 작품마다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는 비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딸의 애인 밀고한 장물마담

    딸의 애인 밀고한 장물마담

     <말씀해 주신 분>  왼쪽부터 용산경찰서 현석각 형사4반장,진주철 형사, 김병국 330대장, 김윤호 형사1반장, 마희섭 형사  [제1화] 여대생을 사랑하다 징역살이 1년 한 똘만이  A=지난 주 잡혀온 서(徐)마담(49)에 얽힌 얘긴데-.  B=그의 딸을 사랑했던 똘만이 영철(永喆·가명·24)의 이야기군요.  A=서(徐)마담은 똘만이 서너명을 거느리고 있는 장물아비인데 그 중의 하나가 영철(永喆)이었거든. 마담에게는 H대학에 다니는 20살짜리 딸이 있었어요.  홍(洪)모양이라고 얼굴도 예쁘고 사근사근한 그 아가씨를 영철(永喆)이가 좋아했던 모양이라, 마담이 눈치를 챘어요···. 비록 자기는 도둑질 일지라도 대학까지 보낸 귀여운 딸을 일자무식이요 고아에다 도둑인 영철(永喆)에게 주고 싶지 않은 모정이 둘의 사이를 떼어 놓을 방법을 생각했는데 이게 좀 악질적이었다고 할까요.  C= 그래서 지난 해 영철(永喆)이를 밀고했었군요.  A=그랬어요. 아예 교도소에 보내 버리려고 그의 죄를 경찰에 밀고했었어요. 그래서 그는 특수절도 혐의로 1년을 살고 지난 주 나왔어요. 물론 자기를 마담이 밀고 한 줄은 꿈에도 모르고 나오는 길로 마담을 찾아갔지요. 그러나 마담은 그렇게 반기는 눈치도 아니고 또 마담이 자기를 고발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 기회에 아예 도둑질에서 손을 떼겠다고 역 정보를 갖고 나에게 찾아왔어요.『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바로 그날 서(徐)마담이 다른 장물건으로 경찰에 잡혀와 있었거든요. 둘은 만났죠.  그 자리서 영철(永喆)이가 그러더군요.『언제고 홍(洪)양은 내가 정복할 테니 그리 알라』고.  D=그러니까···?  A=어림없는 소리 말라는 게 서(徐)마담의 맞장구였죠.  영철(永喆)의 말이 걸작이야.『홍(洪)양의 등록금도 사실은 내가 댄 것이나 다름없다』는 겁니다. 때문에 홍(洪)양을 자기 와이프로 삼을 자격이 있다는 식의 주장이었어요.   [제2화] 포장준비까지 하고 신출귀몰한 유엔 빌리지 단골 도둑  D=외국인의 집을 골라 전자제품만을 털어온 전과 8범 안(安·51)모 이야기나 할까요.  E=안(安) 사장님 말씀이군요, 하하.  D=이태원 유엔 빌리지에 사흘이 멀다 하고 도둑이 들어 TV세트 등 고급 전자제품이 없어지는 통에 한동안 혼났읍(습)니다. 수법으로 봐서 3,4인조 절도단의 소행으로 보고 아무리 추적해 봐도 허탕이었어요. 잡고 보니 안(安)의 단독 범행이었는데 그 배짱 한번 좋더군요. 대부분 외국인들이 응접실에 귀중품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안(安)은 새벽에 담을 넘어 응접실에 있는 전자제품을 하나 하나 마당에 내어 놓고 미리 준비한 S상가 포장지와 노끈으로 차곡차곡 포장을 한답니다.  그리고 나서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 장충동 자기집으로 싣고 가는 겁니다. 만약 도중에 검문에 걸려도 그는 그 의젓한 정장차림과 신사다운 자세로 유유히 빠져나갔다는 거예요.  집엘 가 봤더니 무지무지한 호화 주택에 피아노를 비롯 없는 것이 없이 다 갖춰 놓고 살고 있었어요. 동네에선 안(安) 사장으로 통하고요. 이렇게 훔친 물건을 일단 집 응접실에 진열해 뒀다가 며칠 뒤 장사꾼을 집으로 불러 싯가(시가)대로 다 받고 팔아 넘겼다는 겁니다.  그의 말을 빌면(빌리면) 아내에게는 밀수를 한다고 거짓말을 했다나요. 경찰에 잡히고 나서 한다는 말씀이『나도 애국자입니다, 외국인 것만 털어 외화를 벌어들인 공도 좀 생각해 주셔야죠』하고 능청을 떨기까지 하더라니까요.   [제3화] 차삯 80원 들여 못받은 거스름돈 1원 찾아간 중학생  C=이건 새생활신고센터에 들어온 얘긴데요. W중학 2학년생인 박(朴·13·서울 영등포구(현 동작구) 흑석동)모군이 친구와 함께 학교 옆 H분식센터에서 콩국수를 먹었는데 거스름돈 1원을 안 주더라는 내용의 신고였어요.  A=1백원짜리부터 세금이 붙으니 세금을 안 내려는 장사아치의 얕은 수작이지요.  C=그래 식당 주인을 불러 조서를 받았더니 지금까지 늘 1원을 거슬러 주었는데 그날 따라 잔돈이 없었다는 겁니다. 그래 각서를 받은 뒤 훈방하고 말았는데 그 학생에게 미불한 1원을 받아 두고 학생에게 연락을 했죠.  그랬더니 버스를 두번 바꿔타고 왔다면서 1원을 찾아갔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학생은『1원이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1원 때문에 우는 일이 생기며 자그마한 일이 귀찮다고 자기의 권리를 포기하는 건 민주시민으로 살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고 어른 같은 말을 하며 기분좋게 가더군요.   [제4화] 정력이 유죄라 9번 교도소 신세진 초정력파  B=이건 좀 치사한 얘긴데 해도 괜찮을 지 모르겠습니다.  C=무슨 얘긴데?  B=초정력파 홍(洪)모씨의 이야기인데 그는 하룻밤도 여자없이 못사는 사람인 모양이더군요. 그런데 꼭 어린애들을 건드리려고 들어 탈이란 말입니다.  이 친구 어느 정도로 정력적이고 그 방면에서 기교가 있는가 하면 물론 본인의 말을 빈 이야깁니다만 밤거리 아가씨에게 일금 2천원을 지불하고 하룻밤 묵고 나오면 이튿날 아침 그 아가씨가 엊저녁 지불한 돈 2천원에 담배 1보루를 더 얹어 돌려주면서『다음 기회에 한번만 더 와 줄 수 없느냐』고 애원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꼭 어린애를 건드리기를 좋아했단 말입니다.  지난 주에도 16살 난 어느 여직공이 귀가하는 길목을 지키다가 덮쳐 국부 파열상을 입혔지요.  그래서 미성년자 강제 추행 및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또다시 교도소로 가게 된 것이지요. 지금까지 8번이나 이와 비슷한 죄명으로 교도소 생활을 한 그였거든. 이번에 넘어가면서는『이번에 살고 나오면 다시 그러지 않겠다』고 맹세를 합디다만 글쎄요, 믿을 수 있어야죠.  <정리 유창하(柳昌夏) 기자> [선데이서울 73년 7월29일 제6권 30호 통권 제250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8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당시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 [독거노인 사랑잇기] 독거노인 복지제도 ① 8개월 성과와 향후 과제

    [독거노인 사랑잇기] 독거노인 복지제도 ① 8개월 성과와 향후 과제

    올해 본격적으로 첫발을 디딘 보건복지부의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이 알찬 결실을 맺고 있다. 민관이 합심한다는 취지에 맞게 지원기업 및 기관이 40곳으로 늘어났고, 3만명이 넘는 독거노인이 주 2회 따뜻한 ‘사랑의 전화’를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 복지부가 독거노인 지원정책을 시도한 지 불과 4년의 기간이 지났을 뿐이지만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과 돌봄 서비스를 연계해 체계적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우리 사회의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전국 곳곳에 미치고 있다.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의 성과와 미래, 우리나라 독거노인 정책의 과제를 조명한다. “아이구, 독거노인 돕는 그분들.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일면식도 없는 나한테 친딸처럼 대하더니 아프니까 병원까지 데리고 갔어. 너무 대견해.” 최근 대구에 사는 곽모(74) 할머니는 시력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만성질환으로 동네의원에서 대학병원 검진을 권유받았지만 접수는커녕 병원으로 가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에 참여한 교보생명 직원이 할머니의 안부를 묻는 과정에서 이 사실을 알고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로 알렸고, 센터에서는 자원봉사센터에 연계해 자원봉사자 및 차량 이동을 지원했다. 다행히 검사 결과 약만 먹으면 치료가 가능한 것으로 나왔다. 곽 할머니는 “우리 같이 누가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노인에게 직접 사람과 차를 보내줘 너무 감사하다.”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일가족 일대일 결연사업 추진 복지부가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한 지 8개월이 지났다. 사업 시작 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눈에 띄게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독거노인 사업을 주관하는 복지부 산하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집계 결과 지난 7월말 기준으로 복지부와 협약을 맺은 41개 기관 콜센터가 노인 1인당 주 2회 정기적으로 연락하는 ‘사랑의 전화’를 받은 노인만 3만 4629명. 전화 연락이 3일 이상 안 돼 안전확인을 위해 긴급출동한 사례만 592건에 달한다. 사랑의 전화는 주변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기 어려운 노인의 고독사를 방지하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도입한 핵심 서비스다. 독거노인 사랑잇기 서비스는 노인들의 든든한 손발이 되기도 했다. 1대1 결연을 맺어 규칙적으로 찾아가는 ‘마음 잇는 봉사’ 서비스를 받는 노인도 2만 7000명에 달한다. 식료품, 난방용품 등의 물품을 후원한 사례도 6209건이나 됐다. 후원 기업이나 기관의 콜센터가 아닌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가 직접 노인의 서비스 동의를 구하거나 긴급출동, 자원봉사 및 후원자 연계 등의 목적으로 상담 전화를 한 건수도 3만 6000건에 도달했다. 일부 노인은 “나한테 돈 떼먹으려고 연락한 것 아니냐.”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다수 노인이 도움을 받은 뒤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노인 520여명은 직접 독거노인 서비스를 받기 위해 상담 전화(166 1-2129)를 하기도 했다. 기업들의 후원 문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 7월까지 70 00여건의 후원 문의가 전달됐다. 김현미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실장은 “기업 뿐만 아니라 지원센터 직원들도 모두 부모님을 돕는 마음으로 안부만 묻기보다 적극적으로 독거노인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직접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와 지원센터는 앞으로 부모와 초·중·고 학생이 하나의 팀을 구성해 독거노인과 결연하는 ‘일가족 일대일 결연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가족이 전화로 노인에게 정기적으로 안부를 묻고 한 달에 한 번 가정을 직접 방문해 보살피는 방식이다. 기업과 정부 주도의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을 민간과 가정으로 확대하기 위한 방편이다. 전국 노인복지관에 있는 ‘노인자원봉사단’과 연계하는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400여명의 노인자원봉사단이 있는데 여기에 100명을 추가로 모집해 봉사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밖에 대한변호사협회와 공동으로 독거노인의 갑작스러운 사망이나 사기피해 예방을 위한 지원 및 후견사업을 추진한다. ●인건비 제외한 사업 예산 전무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이 점차 속도를 내고 있지만 독거노인을 돕는 여러 정책 가운데 보완해야 할 사항도 많이 있다. 현재 복지부는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과 별개로 ‘독거노인 돌봄 기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국 248개 복지기관에서 255명의 관리자와 현장에서 활동하는 노인돌보미 5549명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15만명의 노인이 이 서비스 혜택을 받고 있다. 이들을 조사한 결과 서비스를 받은 노인의 92%가 고독감이 감소했다고 밝혔고, 사고나 긴급상황 등 위기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줄었다고 답한 노인도 83%에 달했다. 노인복지와 관련된 정보를 습득하고 지역의 자원을 연계해 복지혜택이 늘었다고 답한 노인도 73% 수준이었다. 노인 돌봄 기본 서비스 이용 후 이웃과의 교류가 늘어났다고 한 응답자도 50%였다. 노인 돌봄 기본 서비스 이용 이후 질병 치료와 간호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노인은 44%, 경제적 지원이 늘고 주거환경이 개선됐다는 노인은 28%에 그쳤다. 노인돌보미의 서비스가 부실했다기보다는 인건비를 제외하면 사업 자체의 서비스 예산이 전무한 상황에서 지역사회의 민간지원에만 의존하다 보니 빚어진 문제다. 또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과 노인 돌봄 서비스 등 각종 서비스의 연계와 역할분담에 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노인복지법을 개정하고 각 서비스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상세한 시행규칙 제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 실장은 “노인돌보미들을 관리하는 관리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모든 정책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커버스토리-한가위] “일일 소식통·마사지사… 명절 앞두면 마음이 더 바빠집니다”

    [커버스토리-한가위] “일일 소식통·마사지사… 명절 앞두면 마음이 더 바빠집니다”

    부패 공무원들의 뉴스가 눈살을 찌푸리게 할 때도 있지만 전국 곳곳에는 우리 사회에 온기를 불어넣는 공무원들이 많다. 특히 사람 사이의 소식을 전하는 집배원들은 직업 특성상 어떤 지역의 불우이웃 사정에 훤해 자연스럽게 ‘사랑의 전도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 ‘칭찬합니다’ 코너만 보더라도 전국 집배원들의 선행 소식으로 가득하다. 2008년 1934건, 2009년 2481건, 2010년 2448건, 2011년 1662건(8월 현재) 등 월 평균 200여건의 칭찬 글이 올라 있다. 추석을 사흘 앞둔 9일 ‘지역 그루터기’로 지역민들에게 인정을 전하는 집배원들을 만나 그들의 ‘이웃사랑 이야기’를 들어봤다. ●독거노인들의 싹싹한 아들 우편배달 3년차인 임대호(31) 화성우체국 집배원은 독거노인들의 아들로 통한다. 어린 시절 부모를 모두 여읜 아픔이 노인들을 각별하게 챙기게 된 동기다. “어르신들을 보면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가 떠오릅니다. 살아 계셨으면 저 정도 연세가 되셨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눈시울이 붉어질 때가 종종 있어요.” 그는 비오는 날이면 편지가 비에 젖지 않도록 비닐로 꼭꼭 싸서 배달할 정도로 세심하다. 특히 노인들을 만나면 자신의 부모님에게 하듯 “요즘 어떻게 지내시느냐.”, “농사는 어떠냐.”는 등 안부인사를 빼놓지 않는다. 음료수나 먹을거리를 챙겨드릴 정도로 싹싹하다. “부모님이 없는 저에게 이분들 모두 부모님인 셈”이라며 “한 분 한 분이 다 소중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홀로 지내던 한 할아버지의 목숨도 구했다. 지난 6월 우편물을 배달하던 중이었다. “살려주세요.” 어디선가 절박한 목소리가 들렸다. 곧장 오토바이의 방향을 틀었다. 김모(80·화성시 황계동) 할아버지가 아궁이에 몸이 낀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중풍에 걸려 거동을 제대로 못 하는 김씨는 자녀들에게 버림받고 홀로 살고 있었다. “어르신은 발을 잘못 디뎌 아궁이에 낀 채로 이틀 동안 움직이지도 먹지도 못하셨더라고요.” 당시를 회고하는 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김씨를 아궁이에서 꺼낸 그는 즉각 119에 신고했다. 할아버지의 집은 군사구역이어서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는 오지. 임 집배원은 구조대와 계속 연락하다 오토바이까지 타고 나가 앰뷸런스를 인도해 왔다. ●“세상사 얘기만한 선물 없죠” 정인흥(41) 초계우체국(경남 합천) 집배원은 합천군 쌍책면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손자보다 더 기다리는 사람이다. 정 집배원을 만나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다. 그는 노인들의 말벗이 돼주며 ‘일일 소식통’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어느 집 누가 시집을 간다, 어느 면 누가 돌아가셨다 등등 그날그날 쌍책면과 인근 마을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들려드립니다. 외출이 쉽지 않은 어르신들에게 세상사 이야기만 한 선물이 없는 것 같아요.” 그는 노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잔심부름꾼이기도 하다. 쌀이나 반찬 등 필요한 것들도 사다 드리고, 각종 공과금도 대신 내준다. 어르신들의 손·발톱까지 정성스럽게 깎아 드린다. 군말 없이 즐겁게 이 모든 걸 해내는 그는 노인들에게 친자식 이상이다. “명절이 다가오면 어르신들은 자녀들이 올 날만 기다리는데, 바쁘다고 찾지 않는 이들도 있어요. 연휴 뒤 그분들의 풀 죽은 모습을 보면 정말 가슴이 아파요. 이번 추석에는 꼭 고향의 부모님을 찾았으면 합니다.” ●“어르신들 마음까지 어루만지죠” 김재열(41) 부산진우체국 집배원은 부산 부전동·범천동 일대 독거노인들에게 ‘약손 마사지사’로 통한다. 결리거나 쑤신 곳에 그의 손이 닿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금세 시원해진다고 해서 붙여진 애칭이다. 범천동에는 13~14명의 독거노인이 살고 있다. 그는 틈틈이 노인정을 찾거나 집에 들러 할머니·할아버지들의 허리나 다리를 주물러 준다. 그의 손길은 노인들의 외로운 마음까지 달래주는 ‘효험’을 발휘한다. 김 집배원은 마라톤동호회 회원 14명과 함께 봉사활동도 한다. 2006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범천동 달동네의 독거노인들을 찾는다. 집도 청소하고, 생활필수품도 챙겨준다. 올해로 집배원 생활 15년차인 그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간 주민의 편지까지 전해줄 정도로 책임감도 투철하다. “부전동에는 판잣집이 꽤 많아 거주민들의 이주가 잦아요. 옮겨간 주소를 찾아 그분들에게 우편물을 전해주면 너무나 좋아들하십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단골 동네의원 가면 더 싸진다

    내년 1월부터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체계적인 관리와 1차 의료기관의 활성화를 위한 ‘선택의원제’가 시행된다. 선택의원제는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가 동네의원을 지정해 지속적으로 관리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또 선택의원제를 활용하는 환자의 경우 본인 부담이 현행 30%에서 20%로 10% 포인트 줄어드는 혜택을 받는다. 보건복지부는 8일 이 같은 내용의 선택의원제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검증된 질환인 고혈압과 당뇨병을 대상으로 우선 선택의원제를 시행한 뒤 평가를 거쳐 대상 질환을 넓혀갈 계획이다. 이동욱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와 관련,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적절하게 관리되지 않아 합병증 환자와 중증·입원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결국 엄청난 의료비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조치이자 동네의원의 의료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증세 악화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실제 고령화에 따른 고혈압과 당뇨병 등이 유발하는 심뇌혈관질환 등 합병증은 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사망 원인이다. 국내의 고혈압 유병률은 지난 2001년 28.6%에서 2009년 30.3%, 당뇨병은 같은 기간 8.6%에서 9.6%로 크게 늘었다. 고혈압·당뇨병 진료비는 2009년 현재 3조 1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선택의원제가 시행되면 현재 고혈압·당뇨병 환자가 동네의원에서 처음 진찰을 받을 경우 총진찰료 1만 2500원 가운데 30%인 3750원을 부담하던 것을 2500원만 내면 된다. 재진 때는 본인 부담금이 총진찰료 9000원의 30%인 2700원에서 20%인 1800원으로 더 낮아진다. 예컨대 고혈압·당뇨병 환자가 연간 12차례 선택의원제를 이용하면 모두 1만 1150원의 진료비를 절감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내년 기준으로 고혈압이나 당뇨병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인 동네의원을 찾을 예상 환자가 연간 509만명, 병원급 의료기관 환자까지 포함하면 636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이들 가운데 90%가 선택의원제에 참여하면 대략 연간 431억원의 진료비를 경감받게 되는 셈이다. 다만 총진찰료가 1만 5000원 이하일 때 본인 부담금을 1500원만 내는 65세 이상 노인은 선택의원제에 따른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선택의원제를 활용하는 환자들은 건강보험공단 지사와 지역 보건소의 건강정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선택의원제에 참여하려면 다음 달 중순부터 연말까지 건보공단 지사를 방문하거나 우편·인터넷·팩스 등으로 신청서를 내면 된다. 그러나 문제도 없지 않다. 대한의사협회를 주축으로 한 의료계는 “내과·가정의학과 등 일부 진료과에만 환자가 몰리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차단할 방법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2009년 6월부터 계속돼 온 복지부와의 협의를 지난달 전격 중단했다. 때문에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할지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환자 1인당 진료비 혜택이 고작 1만원 안팎인 탓에 체감도가 낮다는 비판도 있다. 일각에서는 동네의원에 고정 수입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주치의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전 단계로 선택의원제를 강행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복지부 측은 “동네의원의 진료의 질이 개선돼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도 완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MACAU-축제예감, 마카오 산책

    MACAU-축제예감, 마카오 산책

    축제예감, 마카오 산책 마카오가 좋았던 건 오랜 세월, 정치와 종교와 문화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뒤섞였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불뚝거리지 않고 조화롭게 자리잡은 그 흔적들이 유독 돋보였기 때문이다. 미묘한 세월의 색감으로 채색된 마카오의 길 위에서 고집스럽게 내 것만을 고집하던 강퍅한 마음이 여유로운 축제 예감에 절로 들썩거렸다. 글·사진 한윤경 기자 취재협조 마카오정부관광청 kr.macautourism.gov.mo 2, 3 마카오 콜로안섬은 바다와 어우러진 파스텔톤의 길과 건물들이 밤낮으로 아름다운 감흥을 자아낸다. 콜로안의 거리 풍경은 채색 그림동화, 그 자체다 4 마카오의 파란 하늘 위로 축제의 흥을 돋우는 색색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5 세나도 광장 맞은편에는 중국풍 느낌이 물씬한 ‘펠리시다데 거리’가 자리한다. 일명 ‘행복 거리’인 이곳은 과거 홍등가였던 것을 특별한 관광명소로 재구성하였다. 현재는 음식점과 숍 등이 들어와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street 걸어서 만나는 즐거움 마카오는 유독 즐길거리가 많기로 유명한 여행지다. 여러 나라의 음식문화가 유입되어 특유의 맛으로 더욱 맛깔나게 업그레이드되었다는 먹거리에, 하룻밤 대박을 꿈꾸게 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휘황한 카지노, 갖가지 테마로 치장한 화려한 호텔과 다채로운 쇼까지, 힘들이지 않고 여행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대표 관광지로 자리잡은 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마카오의 진수를 맛보려면 먼저 편한 신발을 신고 거리로 나서 보아야 한다. 어수선한 듯 묵직하게 자리한 오래된 거리 속을 여유롭게 걸어서 돌아다녀 보자. 천천히 걸어 다니며 감흥을 얻기에 이만한 도시가 없다. 마카오 거리로 나서면 먼저 시간이 스며든 회색톤의 건물들과 물결치는 광장 위로 쏟아지는 뜨거운 태양을 만날 수 있다. 무채색 건물 위로 밝게 떠오르는 희고 노란 파스텔톤의 색감과 종종 강렬함을 드러내는 원색의 배치는 그림인 듯 어우러지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크고 작은 호텔들 주변의 길 한 켠에는 어김없이 전당포들이 즐비하고 복닥복닥 어둑한 어느 골목으로 스며들면 먹고 사는 풍경과 소리만으로도 신명나는 재래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 거리에 현지인들이 바쁘게 오가고 호기심 어린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켜켜이 가볍게 섞여든다. 마카오가 포르투갈의 통치에서 벗어나 중화인민공화국 마카오특별행정구로 도시 형태를 바꾼 것이 1999년. 포르투갈이 동양 진출의 교두보로 마카오에 진출한 지 400여 년 만의 일이다. 홍콩을 통해 서양문물이 들어오기 전까지 서양문화가 들어오는 통로 역할을 한 마카오는 서양의 문물과 문화가 요동치듯 뒤섞이고 들썩거리는 현장이었을 것. 그 결과, 오늘의 마카오 거리는 유럽 속의 동양인 듯, 동양 속의 유럽인 듯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1 아름다운 색감과 동화 같은 구성이 매력적인 <자이아> 2, 6, 8 파티마 성모 축제의 행렬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카오 구석구석에 자리한 문화유산들을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이 함께 염원하는 지향에 귀기울이는 기회도 갖게 된다 3, 7 콜로안섬의 탐쿵 축제는 탐쿵신을 기리는 행사로 동네 단합과 화합의 장이 된다 4 빗속의 공중곡예뿐 아니라 고난이도 다이빙에 오토바이 묘기까지 <더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는 관람 내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5 세나도 광장은 아침부터 술 취한 용의 축제 참가자들이 품어대는 술 세례에 취기가 가득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festival 흥겹게 함께 어우러지는 순간 지역에 따라 모양새를 달리할지언정 축제를 준비하고 참여하는 마음의 바탕은 대동소이하다. 매일매일이 똑같아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고 싶을 때도, 힘든 노동의 결과로 즐거움을 맞았을 때도, 미약하고 어려운 시작에 도움을 청하고 마음을 다잡을 때도, 심지어 죽은 이를 보내는 순간이나 믿음을 고백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또 ‘축제’를 준비한다. 이채로운 축제를 엿볼 때면 흥미롭고 신나는 한편, 그들 또한 내가 품고 있는 그 바람을 품고, 내가 사는 바로 그 일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어찌 보면 거리를 걷다가 반가운 사람을 만나는 그 순간도, 오래 벼르던 공연을 관람하며 색다른 기쁨을 맛보는 그 순간도 실은 축제의 씨앗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일상의 발걸음 속에 고비고비 축제의 순간들을 끼워 넣으며 잠시 잠깐씩 호흡을 고르는 것일 터이다. 따지고 보면 축제는 하루하루의 삶과 다름 아니다. 가을로 접어드는 마카오에는 봄 축제만큼이나 다채로운 계절 축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9월의 국제불꽃놀이대회와 10월의 마카오 음악축제부터, 11월의 마카오그랑프리, 12월의 국제마라톤대회까지 연중 다양한 축제로 들썩이는 마카오를 만날 수 있다. 술 취한 용의 축제 세나도 광장 분수대 주변은 아침 일찍부터 축제의 설렘이 그득하다. 골목 안 콴 타이 사원에서는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매캐하게 향을 태워 올리며 신 앞에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한편 벌써부터 얼굴이 불콰해진 축제 참가자들은 나무로 만든 용을 들고 한껏 흥을 돋운다. 입에 머금었다 뿜어대는 술 세례에 용도 취하고 넋 놓고 구경하던 빳빳했던 일상들도 함께 취해 돌아간다. 광장에서 시작된 행렬은 부두로 이어지며 늦게까지 마시고 취해 거나한 저녁으로 마무리된다. 애초에 용에게 술을 올리며 바라 마지않던 고기잡이 뱃사람들의 안녕과 수확, 그리고 역병 퇴치의 염원은 굽이굽이 흥겨운 몸짓으로 휘청휘청 완성되어 간다. 부처님 오신 날 열린다. 탐쿵 축제 콜로안섬 골목 안쪽에서는 잘 익은 통돼지 한 마리를 바닥에 놓고 사람들이 수런거린다. 알록달록 퍼레이드 옷을 맞춰 입은 동네 아주머니들은 깃발을 흔들며 흥을 내고 2층 높이의 건물 사이에 쳐놓은 줄에는 지나갈 용을 위해 간식으로 걸어놓은 배추쪼가리가 앞뒤로 흔들거린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사자 한 마리가 에그타르트로 유명한 로드 스토우 가게 안으로 꿈틀꿈틀 머리를 들이밀며 축복을 해주고 곱게 차려입은 어린아이 둘이 가마에 기웃하니 올라서서 행진을 준비한다. 콜로안섬에서는 병자를 치유해 주고 날씨를 관장한다는 아기 신 ‘탐쿵’의 탄생을 기념해 해마다 5월8일이면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축제를 벌인다. 이 기간 중 밤이면 탐쿵 사원에서는 경극도 올리고 각종 전통놀이와 폭죽놀이 등도 펼쳐 뱃사람들의 수호신 탐쿵신을 기리는 축제에 신명을 다한다. 파티마 성모 축제 성도미니크성당 주변은 미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인파로 번잡하다. 저녁 6시 무렵 성당을 나와 거리로 나선 행렬의 맨 앞에는 깨끗하게 차려입은 화동 세 명이 붉은 꽃을 뿌리며 길을 열고 흰 옷에 미사포를 쓴 여인들이 옮기는 꽃가마 위에 성모님이 자리했다. 그리고 그 뒤를 사제와 신자들이 줄지어 따라간다. 촛불을 손에 든 행렬은 기도를 올리며 마카오대성당을 지나 약 2km에 이르는 거리를 1시간30분가량 행진하는데 펜하 성당에 이르러 다시 미사를 올리고 마무리하게 된다. 파티마 성모 축제는, 가톨릭이 동양에 들어올 때 그 출발지가 되었던 마카오에서 종교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축제로 자리잡았다. 포르투갈의 파티마에서 세 명의 어린아이들에게 발현했다는 성모의 기적을 기념하는 축제로 해마다 5월13일에 열린다. 환호로 함께하는 축제, 서커스 서커스를 보는 마음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들쭉날쭉이다. 급격하게 흥분되고 짜릿하다가도 애잔한 감성으로 뚝 떨어지는 것이, 짧은 시간에 다양한 빛깔의 감흥을 체험할 수 있기에 더욱 흥미롭다. 보고 있는 순간만큼은 100% ‘몰아의 순간’을 체험할 수 있다. 대형 서커스 공연으로 유명한 마카오에서 대표적인 공연을 꼽으라면 역시 <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The House of Dancing Water>와 <자이아ZAIA>일 것. 그동안 베네치안 마카오의 세계적인 서커스 <자이아>가 몽환적이고 동화 같은 스토리와 구성으로 큰 평가를 받았다면 지난해 시티 오브 드림즈가 새롭게 선보인 <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는 무대를 구성하는 놀라운 규모와 박진감으로 관람객을 사로잡는다. 특히 맨바닥 무대 위로 장대비가 쏟아지다가 한순간에 10여 미터 높이에서 다이빙을 선보이는 등, 다이내믹한 무대에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 관람요금 | VIP석 HKD1,380 A석 어른 HKD880, 어린이 HKD620 B석 어른 HKD680, 어린이 HKD480 C석 어른 HKD480, 어린이 HKD340 문의 | 시티 오브 드림즈 853-8868-6688 www.thehouseofdancingwater.com 자이아 | 관람요금 | VIP석 HKD1,288 일반석 어른 HKD388~788 어린이 HKD194~394 문의 | 베네치안 마카오 853-2882-8818 www.venetianmacao.com 나차 사원과 성 바오로 성당 유적은 오랜 세월 서로 사이좋게 이웃해 있다. 나차 사원 안에서 바라본 성 바오로 성당 유적 heritages 평화로운 공존의 가치 마카오에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 30곳에 이른다. 하나하나의 장소를 떠나 동서양 문화교류의 흔적을 가장 넓은 지역에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시 자체가 그 가치를 그대로 인정받고 있다. 그에 더해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혼재되어 이루어진 사회임에도 오랜 시간 서로 대립하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해 온 그 조화로움이 큰 점수를 얻은 것. 내 것 아닌 것, 나와 다른 것에 유난히 배타적인 우리네와 비교해 보면 이상할 정도의 관대함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다양한 축제의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문화유산들은 축제의 감흥까지 얹어져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더구나 대부분의 문화유산들이 마카오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자리해 있어 하루 정도면 걸어서 돌아볼 만하니 환상의 도보여행 코스라 할 만하다. 01 성 바오로 성당 유적 1580년 지어진 성 바오로 성당은 1835년 화재로 모두 불타고 정문과 정면계단, 건물 토대만 남았다. 전면부의 조각과 건축 양식 등에 동서양의 문화가 조화롭게 드러나 있어 마카오에서만 볼 수 있는 소중한 유적으로 손꼽히고 있다. 마카오의 대표 이미지. 02 기아 요새 마카오에서 가장 높은 송산松山에 자리한 기아 요새는 1622년에 건축되었다. 요새에는 기아 등대와 예배당이 자리하고 있으며 동서양의 양식이 혼재된 건축 양식과 은은한 색감의 예배당 프레스코 벽화가 유명하다. 개방시간 | 요새 오전 9시~오후 5시30분, 예배당 오전 10시~오후 5시(등대는 내부 관람 불가) 03 아마사원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유교, 도교, 불교뿐 아니라 토착 신앙의 흔적도 발견할 수 있는 사원. 마카오라는 이름도 이 사원 이름에서 나왔다고. 개방시간 | 오전 7시~오후 6시 04 나차 사원+구시가지 성벽 1888년 전염병을 막기 위해 나차신에게 바쳐진 사원으로 작지만 우아하고 섬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불어 나차 사원 옆에 자리한 구시가지 성벽은 1569년부터 포르투갈인들이 쌓은 성벽으로 현재는 성벽 잔해 일부만 남아 있다. 개방시간 | 오전 8시~오후 5시 05 마카오대성당 1622년 건축된 가톨릭 성당으로 제단 아래 16, 17세기 주교의 유품들이 매장되어 있다. 마카오 반환 전까지 새로 부임하는 마카오 총독은 이 대성당 성모 마리아 앞에서 의식을 치루는 것이 전통이었다. 개방시간 | 오전 7시30분~오후 6시30분 06 만다린하우스 1869년 건축물로 중국의 사상가 정관잉의 고택이었다. 창과 지붕 등 중국 전통방식으로 설계되었으며, 인도풍의 천장과 문틀 등, 이국적 건축양식이 혼합되어 눈길을 끈다. 개방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화, 수요일 휴관) 07 성도미니크성당 1587년 도미니크회 사제들이 지은 성당으로 중국에 지어진 첫 번째 성당. 성당 내부는 화려하고 바로크풍 제단이 아름답다. 성당 앞 광장은 볼거리 많은 세나도 광장으로 이어진다. 개방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 08 릴 세나도 빌딩+세나도 광장 릴 세나도 빌딩은 1784년 마카오 정부청사로 건축된 신고전주의 건축양식의 건물로 고가구로 장식한 도서관이 들어서 있다. 포르투갈풍의 도기 타일 ‘아줄레조Ajulejo’로 꾸민 인테리어와 내부 정원이 눈에 띈다. 릴 세나도 빌딩에서 내려다보면 세나도 광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광장 주변으로 19~20세기에 지어진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특유의 물결무늬 광장은 1993년 조성한 것. 개방시간 | 전시관 오전 9시~오후 9시(월요일 휴관), 정원 오전 9시~오후 9시 09 무어리시배럭 1874년 건축된 건물로 무굴제국의 영향을 받은 디자인이 돋보인다. 마카오 치안을 맡았던 인도인 용병들을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지금은 마카오 해상행정국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개방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 T clip. 마카오 가는 길 인천과 마카오를 에어마카오가 매일, 진에어가 주 3회 운항하고 있다. 비행시간 3시간30분 정도. 홍콩을 거쳐 페리로 들어갈 수도 있다. 화폐 마카오 공식 화폐는 파타카MOP로 1파타카는 150원 정도. 파타카와 더불어 홍콩달러가 통용된다. 시차 한국보다 1시간 늦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우즈, 스캔들 터진 날 들이받은 나무 베어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자신의 섹스 스캔들이 대중에게 알려진 날 교통사고를 냈던 집앞의 나무가 베어내져 소각된 것으로 밝혀져 호사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6일 미국 연예전문 사이트인 TMZ를 인용해 재작년 우즈가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로 들이받았던 오크나무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이 나무가 그의 스캔들의 예기치 않은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였다. 우즈는 그해 11월 27일 새벽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아일워스골프클럽 내 자택 앞길에서 자신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운전하다 소화전과 가로수를 잇따라 들이받는 사고를 낸 바 있다. 우즈는 당시 이 오크나무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낸 뒤 뉴욕 호스테스 출신의 레이첼 우치텔에서부터 동네 팬케이크 가게 종업원에 이르기까지 무려 14명의 여성과의 추문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곤혹스런 처지로 내몰렸다. 당시 TMZ는 우즈의 불륜설이 교통사고의 원인이라고 보도했었다. 즉 이 문제로 부인 옐린 노르데그렌과 심하게 다툰 우즈가 차를 타고 달아나려고 하자 뒤따라온 옐린이 골프채로 차를 몇차례 내리쳤고, 그 과정에서 주의가 산만해진 우즈가 가로수를 들이받았다는 것이다. TMZ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문제의 오크나무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현장 사진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오크나무를 베어낸 건설회사 관계자를 인용해 오크나무가 있던 자리에 간이 화장실이 세워졌다고 덧붙였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길섶에서] 낯빛/최용규 논설위원

    술이 해코지를 한 걸까. 집에서 혼자 술 마시는 사람을 이해 못하던 내가 언제부터인가 ‘이해 못할 사람’이 되어 있었다. 열흘 전쯤일 게다. 잠도 안 오고 해서 맥주 세 깡통을 단숨에 비우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뱃속이 전과 같지 않았다. ‘그거 아세요? 병원 갈 정도는 아닌데 왠지 찝찝하고 기분 나쁘게 아프다는 거.’ 딱 그런 상태였다. 곧 좋아지겠지 했는데 하루, 이틀…1주일째 이어진다.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남들은 “얼굴 좋아졌어.”라는데 정반대다. 거울에 비친 낯빛이 별로다. 원인은 물어볼 필요조차 없다. 술? 아니다. 절제력 부족이 술보다 나빴다. 저녁에 자주 찾는 대형마트, 동네 슈퍼에 가서도 막걸리, 맥주를 애써 외면한다. 이해 못할 사람의 함정에서 빠져나와야겠다. 신경써야 할 일은 섭생도 마찬가지다. 한동안 차를 갖고 다닐 수 없게 됐지만 전철역까지 걷기로 했다. 출근길 월계역까지 걷는 10여분간 간간이 불어오는 서늘바람을 맞는다. 모레가 백로. 한낮 노염(炎)을 비키면 걷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최용규 논설위원 ykchoi@seoul.co.kr
  • [Weekend inside] 농산물 폭등의 진범 국제금융자본 투기

    [Weekend inside] 농산물 폭등의 진범 국제금융자본 투기

    #장면1 27년째 농산물 선물거래 일을 하는 앨런 넉맨에게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는 “자본주의의 가장 순수한 형태를 간직한 곳”이다. “백만장자를 만들어내는” 이곳에서 그는 “구할 수 있고 빨리 팔아치울 수 있는 모든 것을 거래”한다. 그의 눈에는 최근 몇 년에 걸친 농산물 가격 급등이란 그저 “언제나 옳은 시장”에서 벌어지는 수요와 공급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장면2 두 아이를 둔 주부 할리마 아부바라크(25)는 오늘도 저녁엔 뭘 먹나 고민에 빠졌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 사는 아부바라크 가족은 교도소 경비원으로 일하는 남편이 벌어오는 월급 150유로(약 22만원) 덕분에 동네에서 비교적 풍족한 편이었다. 하지만 몇 달 만에 모든 게 달라졌다. 5개월 만에 주식인 옥수수는 두 배, 감자는 세 배가 넘게 값이 뛰었다. 이제 그녀는 자식들을 위해 가끔 점심을 굶는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 4월 세계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빈곤화를 경고했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4400만명이 곡물 가격 상승 때문에 하루 생활비가 1.25달러가 안 되는 빈곤선 이하로 떨어졌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곡물 가격이 10% 오르면 전 세계 1000만명이 빈곤선 이하로 생활 수준이 추락한다. 흔히 기후변화, 바이오연료 확대, 석유 가격 상승 등을 원인으로 거론한다. 하지만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1일(현지시간) 농산물 가격 폭등과 전 세계 식량 위기 뒤에는 농산물 거래를 돈 버는 기회로 삼는 국제금융자본의 투기가 있다고 고발했다. 올리비에 드 슈테 유엔 식량권 특별보고관은 바이오연료 확산이나 흉작, 수출장벽 같은 공급 부족은 최근 곡물 가격 폭등에 미미한 영향을 미쳤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최근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곡물 시장에 거대한 투기거품이 끼어 있다.”며 국제투기자본을 식료품 가격 폭등의 진범으로 지목했다. 각국 정부가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구제금융을 공급하면서 시장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게 됐다. 넉넉한 자금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던 국제금융자본이 주목한 것은 곡물 선물거래였다. 지난해 4분기 곡물에 투입된 자금은 전년 동기 대비 세 배나 늘었다. UNCTAD 수석경제학자인 하이너 플라스벡은 2008년 이후 환율과 상품, 국채, 주식 가격 상황을 비교 분석한 결과 “금융화된 상품 시장에서 가격결정이 실물경제와 갈수록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선물거래 트레이더들이 곡물을 오로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해 수급을 좌지우지하면서 투기 거품이 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오늘날 곡물 관련 선물거래에서 실제 농산물 거래는 2%뿐이다. 나머지 98%는 오로지 발 빠르게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투자자들이 벌이는 머니게임에 불과하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男400m] “조국을 대표해 달린게 金보다 값져”

    [男400m] “조국을 대표해 달린게 金보다 값져”

    열아홉살 청년을 달리게 한 것은 애국심이었다. 우승후보를 가장 예측하기 어려웠던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에서 극적인 막판 역전 레이스로 금메달을 딴 키라니 제임스(그레나다) 얘기다. 2일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조국을 대표해 달릴 수 있었다는 게 내겐 어떤 세계기록이나 금메달보다 값지다.”고 했다. ●육상시작 1년만에 세계新 달성 결승전이 열렸던 지난달 30일로 돌아가 보자. 관중들의 눈은 5번 레인의 제임스보다 바로 옆에 있던 2009년 대회 우승자 라숀 메릿(25·미국)에게 쏠려 있었다. 약물 파동으로 인한 21개월의 공백을 깨고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할지 모두가 궁금해했다. 기대에 부응하듯 메릿이 경기를 주도했다. 결승선 직전까지 그랬다. 40초를 넘어갈 즈음 제임스가 치고 올라왔다. 무서운 막판 스퍼트였다. 44초 60으로 제임스가 가장 먼저 들어왔다. 메릿과 불과 0.03초 차이였다. 그렇게 메릿을 이기고 싶었느냐고 물어봤다. 예상과는 다른 답이 돌아왔다. “메릿을 비롯해 쟁쟁한 선수들이 많았지만 그들을 의식하진 않았다. 조국을 대표해 이곳에 왔으니 무조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렇게 조국에 사상 첫 번째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안겨 주고 나서 제임스는 고향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어머니는 울고 있었다. 인구 9만명의 섬나라, 그 안에서도 서쪽의 작은 어촌인 구야브가 그의 고향이다. 아들에게 “네가 자랑스럽다.”고 말해 주고 나서 어머니는 집 바깥에 커다란 국기를 내걸었다. 총리와 체육부 장관을 비롯해 집을 찾아온 손님들과 일일이 포옹을 했다. 그날만큼은 제임스의 날, 아니 그레나다의 날이라고 해도 좋았다. 베네수엘라에서 160㎞ 떨어진 그레나다는 강화도보다 크고 진도보다는 작은 나라다. 프랑스와 영국의 식민지배를 거쳐 1974년 독립했지만 1983년 친미 노선을 걷지 않은 인민혁명정부 때문에 미국의 침공을 받기도 한 힘 없는 나라이기도 하다. 제임스는 “이번 금메달로 한국인들에게 그레나다를 알릴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고 했다. 지난달 6일 런던 다이아몬드리그 대회에서 44초 61로 우승하며 성인무대 신고식을 치른 제임스는 사실 육상 천재다. 좀 늦은 나이인 13살 동네 육상 클럽에 가입하며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제임스는 불과 1년 뒤 14세 기록으로는 세계 최고(47초 86)를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09년 세계유스챔피언십대회 금메달, 지난해 세계 주니어챔피언대회 금메달 등 각종 기록을 휩쓸었다. 2년 전부터는 미국 앨라배마대학에 체육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서 살며 훈련을 하고 있다. ●“다음 목표는 아닌 기록 단축” 다음 목표는 무조건 내년 런던올림픽일 거라고 생각하고 각오를 물어봤더니 또다시 예상 밖의 대답이 돌아온다. “나의 마음은 런던에 있는 게 아니라 앨라배마에 있다.”는 거다. “내 목표는 금메달을 따는 게 아니라 내가 뛰는 레이스마다 조금씩 기록을 단축시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라이벌이 누구냐고 물으니 “400m를 뛰는 선수들은 모두 훌륭하다. 심지어 5살짜리 어린애라도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진지하게 덧붙인다. 소년티도 채 벗지 못한 얼굴로 제임스는 그렇게 말했다. 그와 조국에 메이저대회 첫 금메달을 안겨준 대구가 특별하지 않을 수 없다. 제임스는 “대구 사람들이 육상을 이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다.”면서 “이곳에서의 환대와 금메달의 추억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우리도 제임스라는 영웅의 탄생을 지켜본 만큼, 그를 잊지 못할 것 같다. 대구 김민희·윤샘이나기자 haru@seoul.co.kr
  • [교육특강·미술제·역사포럼… 區마다 ‘문화 바람’] 안철수·박경철이 말하는 ‘우리 아이 교육’

    [교육특강·미술제·역사포럼… 區마다 ‘문화 바람’] 안철수·박경철이 말하는 ‘우리 아이 교육’

    ‘우리 시대의 멘토’이자 ‘대한민국 대표 롤모델’로 손꼽히는 안철수(왼쪽·49)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칼럼니스트인 ‘시골의사’ 박경철(오른쪽·47)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의 ‘듀엣 강연’을 동네에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서대문구는 2일 구청 6층 대강당에서 안 교수와 박 원장이 강사로 나서는 교육특강을 개최한다고 31일 밝혔다. ‘내 아이 건강하게 키우는 교육’이란 주제로 2시간 동안 이어지는 이번 강연은 안 교수와 박 원장의 대담 형식으로 이뤄진다. 둘은 올바른 아이 교육법을 위한 각자의 해법을 제시하며, 강의 뒤에는 참가자들과 자녀 교육 및 부모의 고민에 대한 자유로운 질의응답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안 교수와 박 원장은 지난 1월 ‘MBC스페셜 신년특집 안철수, 박경철’에 출연해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이후 평화재단과 함께 ‘청춘 콘서트’라는 제목으로 전국 순회 강연을 하고 있다. 이번 행사도 청춘 콘서트의 일환으로 열린다. 구 관계자는 “다시 한 번 현장에서 생생한 자녀교육 해법을 구민들과 나누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문석진 구청장은 “우리 사회의 훌륭한 멘토인 두 분의 강의가 자녀교육에 도움이 됨은 물론 현대인에게 삶의 지표를 되돌아보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가비는 받지 않는다. 학부모는 누구나 선착순으로 참여 가능하다. 문의는 평화재단 청춘콘서트 담당자(010-3119-9814), 구 문화과(330-1003)로 전화하거나 다음 카페(cafe.daum.net/chungcon)에서 하면 된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파주 BOOK 소리’ 울린다

    경기도와 파주시가 주최하는 ‘파주북(BOOK)소리 2011’이 10월 1일부터 9일까지 열린다. 올해 주제는 ‘책 읽는 사람, 쓰는 사람, 만드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만드는 지식의 축제’. 200여개 출판사와 1000여명의 저자들이 참여한다. 행사 고문을 맡은 고은(78) 시인은 30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보고회에서 “북소리는 책소리이기도 하고 큰북을 울리는 소리이기도 하다.”며 “책과 북이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의 소리가 세계 책의 문화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내 인생의 후반은 책의 무덤 속에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 시인은 “도저히 책을 떠날 수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어제는 천문학을 읽었고 조금 뒤에는 지리서를 읽을 것”이라고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동석한 이어령(77) 전 문화부 장관은 “예전에는 책을 소리 내서 읽었는데 요즘은 묵독이 이뤄진다.”며 “소리, 의미, 문자의 세계가 하나가 될 때 생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책을 헐값에 파는 획일적인 기존 도서 행사에서 벗어나 출판문화를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와 강연, 공연, 체험행사 등을 선보인다. 물론 할인판매 행사도 있다. 파주 출판도시 입주단체들이 함께 꾸미는 ‘동네 북데이’도 눈길을 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굿모닝 닥터] 물 주머니 없애기

    어느 날 외래로 50대 남성이 방문했다. 이 남성은 걸어 다니기도, 앉아 있기도 불편하다고 했다. 어떤 일로 왔는지 물었더니 1년 전에 왼쪽 고환이 커진 것을 발견했고 처음에는 급한 마음에 동네 의원을 찾았다고 한다. 그 당시 고환을 검진한 의사가 ‘음낭수종’이라는 얘기를 했고, 간단하게 바늘로 고환 안쪽의 물을 빨아들이는 시술을 받았다. 고환의 크기가 이전처럼 돌아가자 아무런 걱정 없이 지냈는데 웬일인지 6개월 전부터 다시 왼쪽의 고환이 점점 커졌다고 한다. ‘이번에도 음낭수종이구나’하고 별 생각 없이 그냥 지냈는데 어느 날 샤워를 하다 거울을 보니 왼쪽 고환이 자신의 주먹만한 크기로 자라있는 것을 발견한 그는 크게 놀랐다. 실제로 내가 만져보니 성인 주먹만한 크기로 커져 있었고 한정된 공간에 물이 많이 차서인지 마치 공기가 꽉 들어있는 풍선을 만지는 것처럼 고환이 탱탱하게 만져졌다. 음낭 초음파를 시행했고 그 결과 역시 음낭 내에 물이 차 있는 증상이 관찰됐다. 가벼운 음낭수종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목욕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그러다 심하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축구공만한 크기까지 키운 뒤에 병원을 찾는 이도 있다. 음낭수종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음낭수종 절제술’을 받아야 한다. 음낭을 약간 절개한 뒤 안에 가득찬 물을 빼고 물 주머니를 제거하는 것이다. 위험하거나 어렵고 큰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겁 낼 필요는 없다. 1시간이면 수술이 끝난다. 불편한데도 참고 있다면 즉시 비뇨기과를 찾아 진찰부터 받아보자. 굳이 불필요한 것을 참아가며 달고 다닐 필요는 없다. 이형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 윤고은·김혜나·전석순 문학계 기대주 3인 ‘우리 시대 청춘을 말하다’

    윤고은·김혜나·전석순 문학계 기대주 3인 ‘우리 시대 청춘을 말하다’

    누구에게나 가슴이 뛰는 단어이자 신록처럼 눈이 시린 ‘청춘’을 요즘에는 ‘88만원 세대’라 부른다. 1980년대에 태어나 20대에 문학으로 이름을 얻은 세 명의 젊은 작가가 지리산 자락 아래에 모였다. 청춘을 이야기하려고. 인터넷서점 예스24는 지난 25일 독자 200명과 함께 사흘 일정의 지리산 문학캠프를 시작했다. 캠프에는 ‘1인용 식탁’의 윤고은(사진 위 오른쪽·31), ‘제리’의 김혜나(29), ‘철수사용설명서’의 전석순(28) 작가가 참여해 독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윤씨는 한겨레문학상과 이효석문학상을, 김씨와 전씨는 오늘의작가상을 받은 한국 문학의 기대주들이다. 우선 이들에게 청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소설 ‘제리’에서 여대생인 ‘나’와 노래바나 호스트바에서 선수로 뛰는 ‘제리’의 섹스를 자세하지만 감정 없이 묘사했던 김혜나는 낮에는 글을 쓰고, 밤에는 요가 강사로 일한다. 김씨는 “예전의 청춘은 주류에서 비주류로 나아가려고 했지만, 요즘 청춘은 주류 세계로의 진입을 포기했다.”며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지우고 자기 나름의 세계를 찾아가는 모습을 소설을 통해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윤고은의 ‘1인용 식탁’은 직장에서 왕따를 당하는 20대 여성이 혼자 밥 먹는 법을 가르쳐 주는 학원에 다닌다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단편이다. 윤씨는 “모두가 주목하고 완결된 것처럼 보이는 삶은 텔레비전이나 신문 기사에서 많이 본다. 그 뒤의 한 줄로도 요약되지 않는, 주목받지 못하고 구겨진 삶을 소설이 써야 되지 않을까.”라며 “88만원 세대란 말 자체는 거기 맞춰서 살라고 부추기는 듯해 옥죄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청춘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청춘은 나이에 상관없다. 주변 사람의 일이 고유명사가 아니라 나에게도 적용된다고 생각하면 삶이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철수사용설명서’는 대한민국의 보통 청년인 ‘백수’ 철수의 삶을 사용설명서란 특이한 형식으로 풀어낸 장편 소설. 전석순은 “가장 민감하게 사회적 환경을 받아들이는 계층이 청춘”이라며 “‘철수’에서 흔히 청춘을 루저(loser)라고 부르는 것을 꺾어 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이들 3명의 젊은 작가는 모두 국문과나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지만 대학 졸업 후에 쉽게 소설가가 된 것은 아니다. 윤씨는 대학교 4학년 때 운 좋게 등단했지만 이후 4년간 아무런 글도 쓰지 않고 과외, 사보 기자 등으로 일하며 소위 프리터(Freeter·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로 살았다. 그는 “공백기 동안 왜 작가를 하고 싶나 고민했다. 잠복해 있던 문학 바이러스가 4년 만에 살아나더라.”라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년을 ‘제리’의 주인공들처럼 술 마시고 비틀거리다 아무런 재능도, 능력도 없는 상태에서 소설이 떠올랐다고 한다. 국문과에 진학해 4년간 고치고 또 고친 소설이 ‘제리’다. “현실은 가식과 허위로 가득 차 있는데 소설은 허구지만 진짜 삶이 그 속에 있었어요. 진짜 세계를 찾으려고 소설을 파고들었는지도 모르겠어요.”라며 소설이 자신의 전부라고 강조했다. 젊은 작가들은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에도 단호한 자세를 보였다. 전석순은 “경험 자체가 큰 재료가 되지만 그 양보다는 경험을 바라보는 입장, 시선, 해석에 비중을 둬야 한다.”며 “20대 작가들은 시선을 제시하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글 쓰는 습관과 장소도 다양하다. 김혜나는 3개월간 머물 수 있는 연희문학창착촌에서 다음 달까지 지낸다. 전석순은 고향인 강원 춘천에 집필실을 마련했다. 한때 도서관을 오가며 장편 창작에 몰두하던 그에게 동네 어른은 “왜 넌 노력하지 않니?”라고 물었다. 백화점 화장실에서 소설을 쓰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단편을 쓰기도 했던 윤고은은 카페에서 일하는 게 가장 능률이 오른다고 밝혔다. 연희창작촌은 토지문화관처럼 식사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불만에 ‘작가에게도 무상급식을 허용하라.’는 농담이 나와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문학캠프에는 소설 쓰기를 꿈꾸는 고등학생부터 확고한 문학관을 갖춘 50대 독자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여했다. 이들은 작가와 함께 지리산 둘레길을 걷고 소설 ‘토지’의 무대였던 최참판댁을 둘러보았으며 최명희의 혼불문학관을 관람했다. 26일에는 ‘지리산 행복학교’의 작가 공지영과 함께 진정 행복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방황하는 취업준비생이라는 김미희(25)씨는 “사람과 세상에 지칠 때 책은 위로가 되는 유일한 친구”라며 “아프니까 청춘이라지만 문학 캠프를 통해 두근두근 내 인생이길 바라는 의지가 강해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남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시민들 ‘식판정쟁’에 냉정했다] 정치 1번지 종로, 전체 투표율과 ‘동행’

    24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는 최종 투표율뿐 아니라 시간대별 투표율까지 전체 투표율과 궤적을 같이한 4개 구가 눈길을 모았다. 종로와 양천, 동작, 도봉이다. ●11시부터 7시까지 0.1%P 오차 이 가운데서도 종로는 오전 6시 투표 시작부터 오후 8시 투표 마감 때까지 전체 투표율과 거의 동일한 흐름을 보여 대한민국 ‘정치 1번지’의 면모를 과시했다. 종로의 표심이 곧 서울의 표심인 셈이다. 종로는 오전 7시 투표율에서 1.6%로 전체 투표율보다 0.1% 모자란 수치로 출발한 뒤 11시 11.4%(전체 투표율 11.5%), 낮 12시 13.3%(전체 13.4%), 오후 1시 15.7%(전체 15.8%)를 기록하며 전체 투표율과 0.1% 포인트 차를 유지했다. 이어 오후 2시에는 17.1%로 전체 투표율과 일치하더니 3시에도 18.4%로 같은 흐름을 이어 갔다. 이후 4시와 6시에도 0.1% 포인트 차를 유지하더니 7시에는 다시 23.5%로 전체 투표율과 같은 수치를 기록했다. 종로는 그러나 마지막 최종 투표율에서는 25.1%로, 전체 투표율에 0.6% 포인트 못 미치는 선에서 투표를 마감했다. 종로 말고도 양천·동작·도봉구도 ‘서울의 평균’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동작의 경우 낮 12시 13.4%, 오후 4시 19.6%, 5시 20.8%로 전체 투표율과 일치했다. 다른 시간대에서도 오전 11시를 제외하고는 0.1% 포인트 차를 벗어나지 않아 거의 완벽한 ‘싱크로’율을 기록했다. 최종 투표율에서도 25.6%로 25개 구 가운데 평균 투표율에 가장 근접했다. ●양천·동작·도봉도 평균치 근접 양천은 오후 1시 15.8%, 2시 17.1%, 3시 18.4%로 평균 투표율과 일치했다. 최종 투표율은 26.3%. 양천은 부촌과 서민 동네가 어우러진 곳으로 사실상 강남·북으로 대비되는 서울의 ‘축소판’으로 평가된다. 도봉 또한 시간대별로 전체 투표율과 0.3% 포인트 내의 궤적을 기록하며 강북 지역의 ‘평균적 서울’로 자리매김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소설이다” “아니다” 논란 속 문예지 ‘김애란 조명’ 잇따라

    “소설이다” “아니다” 논란 속 문예지 ‘김애란 조명’ 잇따라

    올해 한국 문단의 최고 수확은 단연 김애란(31)이다. 신예 김애란의 첫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창비 펴냄)은 발간 두 달여 만에 판매량 10만부를 기록했다. 지난주에는 급기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2위에 올랐다. 밀리언셀러(100만부)에 등극한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수필 ‘아프니까 청춘이다’ 바로 다음 순위다. ●‘두근두근’ 두달여만에 판매 10만부 돌파 하지만 ‘두근두근’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쏟아지는 찬사만큼이나 “엉거주춤한 글쓰기”(김윤식 문학평론가), “서사에 결격 사유가 있다.”(한기욱 창비 편집위원) 등의 비판이 뒤따르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최신 문학 계간지 가을호들은 앞다투어 김애란을 조명했다. 문학평론가 차미령씨는 ‘문학동네’에 실린 평론에서 “‘두근두근’은 조로증의 경과에 따라 서사가 짜인 것처럼 보인다. 종래 보아 왔던 서사와 사뭇 다른 길을 가고 있는데, ‘두근두근’을 능동적인 것으로 만드는 다른 무언가가 거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인 서사가 아니라고 해서 일각의 비판처럼 서사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황석영 “전형적 이야기꾼 탄생” ‘문학동네’는 이야기꾼의 숙명에 대해 김애란과 황석영이 나눈 대담도 함께 실었다. 황석영은 “김애란이 쌍둥이 자매라는 얘길 듣고 시치미를 떼는 이야기꾼의 ‘능청스러움의 연원’을 눈치챘다. 꼬마 때부터 항상 또 다른 자아와 함께하는 삶이란 자기가 객관화되는 ‘거울체험’을 일찍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애란의 아버지가 이발소, 어머니가 손칼국수 집을 오래 했다는 이야기에 전형적인 이야기꾼의 탄생이라며 무릎을 친다. 서양에서는 ‘바버 앤드 덴티스트’라며 입심 센 이발소 주인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주 많다는 것이 황석영의 설명이다. 낯선 손님들이 매일 오는 환경은 김애란이 이야기꾼이 되기에 아주 좋은 조건이었다는 것. ‘창작과비평’은 김애란을 인터뷰해 실었다. 인터뷰에서 김애란은 글쓰기의 가치에 대해 “이제 서른을 조금 넘겼는데 세상에 대해 얼마나 알겠나. 하지만 그냥 헛손질, 제가 ‘당신’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만지려고 허우적거렸던 손짓을 계속하고 싶다.”고 밝혔다. ‘두근두근’의 주인공은 조로증에 걸린 열일곱 살 소년 아름이다. 아름이는 소설 속에서 자신의 근원에 대한 소설을 쓴다. 김애란은 “작정하고 메타소설을 쓸 생각은 없었다. 이건 연애 이야기이기도 하고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코리아 갓 탤런트 최종 우승 주민정·준우승 최성봉

    코리아 갓 탤런트 최종 우승 주민정·준우승 최성봉

    ‘팝핀 여제’ 주민정(17)이 ‘한국의 폴 포츠’ 최성봉(22)을 제치고 tvN의 오디션 프로그램 ‘코리아 갓 탤런트’에서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 20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주민정은 황금색 의상을 입고 나와 파워풀하면서도 절도 있는 댄스를 선보여 심사위원들로부터 극찬을 받았고, 최성봉은 지역 예선을 통과했던 ‘넬라 판타지아’를 멋드러지게 불러 감동을 선사했다. 100% 시청자 문자투표로 진행된 결승전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주민정은 우승 직후 “하고 싶은 것을 하러 나왔는데 이렇게 우승해서 기쁘다. 부모님과 춤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께 감사 드린다.”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눈앞에서 우승을 놓친 최성봉은 “지금까지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면서 “앞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춤과 노래로 한국 최고의 재주꾼에 오른 두 사람의 경연 소감을 들어 봤다. ■주민정 “기억에 남을 무대 보여주고 싶어, 댄스학교 설립이 꿈” 큰 키에 작은 얼굴, 가녀린 여고생의 몸에서 아무도 이처럼 절도 있는 팝핀 댄스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주민정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당당함과 카리스마로 좌중을 압도하며 ‘코리아 갓 탤런트’의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이 결정된 뒤 기자들과 만난 주민정은 “이번 계기를 발판 삼아 여러분들께 평생 기억이 될 수 있는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고, 댄스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여성으로서 팝핀 댄스에 도전한 것도 특이하지만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여성이 우승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는 “항상 춤을 추면서 내가 여자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남자들보다 잘하기 위해 배로 열심히 해야 했기 때문에 부단히 노력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기는 했지만 주민정의 최종 우승은 방송가의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한국의 폴 포츠’로 불리며 줄곧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혀 온 최성봉을 제쳤기 때문이다. “저도 (최)성봉 오빠가 우승을 할 줄 알았어요. 며칠 전 기자간담회에서도 많은 분들이 오빠를 우승 후보로 지목했거든요. 그 전에 TV에서 본 모습도 있고, 동네 오빠같이 친근해서 많이 친해졌어요. 앞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서 언젠가 같이 무대에서 만나고 싶어요.” 주민정이 ‘코리아 갓 탤런트’의 결승전 무대를 위해 준비한 시간은 2주. 그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작진이 무대를 멋지게 만들어 줘 굉장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결승전에서 감각적인 팝핀 댄스와 침착한 카리스마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 박칼린은 “혼자 그런 독무대에서 그 정도의 당당함을 갖고 있는 것이 너무 예쁘다.”면서 우승 후보로 지목했다. 화려하고 절도 있는 팝핀 퍼포먼스로 ‘춤의 황제’라 불리는 가수 장우혁도 극찬과 함께 댄스 지도를 하는 등 지원 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코갓탤’은 제가 처음으로 출연한 방송이자 평생에 있어 단 한번밖에 없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경연을 준비하면서 매일 새벽 5시까지 연습을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장우혁씨가 응원을 해줘서 제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팬으로서 응원하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주민정은 우승 상금 3억원은 어떻게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승할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면서 “앞으로 내 재능을 계속 보여드릴 수 있게끔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주민정이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뭘까. “휴가를 못 갔는데, 방학도 다 보내버렸어요. 어디든 휴가도 가고 싶고, 잠도 많이 자고 싶어요. 일단 집에 가고 싶어요.” 지금 사귀는 남자 친구는 없다고 수줍게 밝힌 주민정. 댄스 가수로 데뷔할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노래는 별로 잘한다고 생각을 안 해봐서 댄스 가수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다양한 장르의 댄스를 배워보고 싶어요. 앞으로 제 꿈은 거창하지만 댄스학교를 세우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께 감동을 드릴 수 있는 무대,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최성봉 “응원하는 사람들 있어 행복 이젠, 밝은 세상서 살고싶어요” 최성봉은 파이널 무대에 오르기 전 “태어나 한번도 1등을 해본 적이 없다. 누군가와 경쟁해 본 경험마저 없었기에 도전해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지만 우승도 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단순히 오디션 프로에서의 1등보다 삶에 있어 처음으로 정상에 서 보고 싶었던 최성봉. 비록 1등은 놓쳤지만 처음으로 세상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돼 행복하단다. 제아무리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지만, 2등 최성봉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성봉은 예선 때부터 한국의 폴 포츠로 불렸다. 고난의 연속이었던 인생 이력 때문이다. 세 살 때 부모에게 버림받아 대전 고아원에 맡겨졌다가 다섯 살 때 구타를 피해 탈출했다. 또래들이 초·중학교에 다닐 때 나이트클럽에서 껌과 음료를 팔았고 10년 동안 건물 계단, 공용 화장실 등에서 지냈다.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으나 검정고시를 거쳐 예술고등학교 성악과를 다녔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야’, ‘너’로 불렀고, 본인도 자신의 이름을 몰랐다. 그러다 시장통에서 유난히 그를 예뻐했던 포장마차 아주머니가 지성이라는 이름을 지어줬고, “학교는 마쳐야 한다.”며 검정고시 공부를 하도록 끊임없이 독려해 줬다. 최성봉이란 본명은 검정고시 응시를 위해 주민등록 정보와 고아원 기록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찾게 됐다. 힘든 유년시절을 보내서인지 얼굴에 표정이 별로 없다. 하지만 일단 노래를 시작하면 소리의 울림이 크고, 여느 성악가 못지않은 노래 솜씨를 뽐낸다. 노래에 절로 감동이 묻어난다. 그의 공연 장면과 인생사를 담은 동영상은 지난달 21일 미국 CNN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랐고, CNN과 ABC 뉴스에서도 ‘수전 보일의 인기를 넘어섰다.’며 최성봉 이야기를 다뤘다. 유튜브 동영상은 조회수만 1000만건이 넘는다. “집에 TV가 없어서 제가 나왔던 첫 방송을 보지 못했어요. 나중에 인터넷 등에서 제가 화제가 되고 있고, 기사도 많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됐죠. 처음 받아보는 관심에 혼란을 느꼈던 게 사실이에요. 너무 어두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너무 밝은 곳으로 나온 듯한 기분을 혹시 아세요? ” “어릴 때 친구가 없었어요. 껌 같은 걸 팔며 그냥 혼자 살아가던 아이였죠. 유일하게 외로움을 달래준 게 노래예요. 그런 노래가 나 같은 아이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게 해줬습니다.” 예심에서 밝힌 고단한 삶의 이야기가 감동을 이끌어냈고, ‘희망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기에 충분했다는 말에 그는 처음으로 활짝 웃었다. “나쁜 짓을 상상 이상으로 많이 해봤어요. 그런 제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뻐요. 사람들이 인정해 준다면 더 바랄 게 없거든요. 많은 사람들에게 제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요. 그리고 이젠 밝은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열린세상] 무형문화재에 대한 사회적 예우/이세섭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

    [열린세상] 무형문화재에 대한 사회적 예우/이세섭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제공하는 ‘무형문화재 이야기’가 18일부터 한 포털 사이트에 게재되어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첫 문을 연 주인공은 중요무형문화재 제22호 매듭장 기능보유자였던 고(故) 최은순 선생 이야기다. 매듭에 관한 기록과 장인의 세계를 다양한 시각으로 조망하여 보여주고 있다. 용도에 따라 매듭의 종류를 사진작가가 촬영한 화려한 사진과 함께 보여주고, 최 선생이 직접 사용했던 작업도구와 사진을 이력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매듭이 갖는 미학적 가치와 한국문화에서 갖는 의미, 매듭에 관한 오랜 기록에 대한 소개도 알차게 들어 있다. 이를테면 최 선생과 매듭에 대한 사이버 박물관인 셈이다. 최 선생의 매듭 인생은 역시 중요무형문화재 매듭장 기능보유자였던 남편 정연수 선생과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1917년생인 최 선생은 서울 아현동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부모를 따라 인천으로 이사하여 그곳에서 자랐다. 21세 때 13살이나 많은 서른네 살의 매듭장 정연수 선생과 결혼하면서 매듭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단순한 생업 때문이었다. 시댁은 매듭장들이 많이 사는 서울 광희동에서 4대째 살아왔으나 세습적인 매듭장인은 아니었다. 또 시집 올 당시에는 남편 정씨가 광희동 옆 동네인 신당동에 살았는데, 신당동에서 매듭 일을 하는 집은 정연수 선생 댁뿐이었다고 전해진다. 최 선생은 이곳에서 생업을 위해 남편에게서 매듭을 배우게 되어 자연스레 ‘매듭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1960년대 말까지는 주로 유소와 술을 많이 제작하였고, 1974년 정 선생이 타계한 이후부터는 노리개 종류의 매듭을 주로 하였다. 1976년에는 남편에 이어 최 선생도 기능보유자로 인정되어 뒤를 잇게 된다. 부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매듭장 기능보유자가 된 것이다. 2009년 노환으로 별세하기까지 90세가 넘도록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한·중·일 3국 국제매듭전,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작품전 등 활발한 활동으로 우리 매듭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렸다. 최 선생이 작고한 뒤로는 딸 정봉섭 선생이 전수받아 2006년 보유자로 인정되었고, 외손녀인 박선경 선생이 대를 이어 전수하고 있다. 이러한 내력의 최 선생 이야기가 포털 사이트에 게재되자 우리의 매듭에 대한 미적 가치와 유래 및 용도 등에 대한 새삼스러운 관심으로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게재 첫날 하루 동안 수십개의 댓글이 달리고 조회 수가 1만여건에 달하고 있다. 이 포털 코너에서 소개한 여느 인기 콘텐츠 못지않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그 내용도 다양하다.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내용에서부터 외국인에게 보여주고 싶다거나 백화점의 명품보다 더 명품이란 찬사가 줄을 잇고 있다. 실을 염색하여 풀고 짜고 엮으며 섬세한 솜씨로 결실을 거두어 내는 매듭 예술을 장인의 이야기와 함께 사진을 곁들여 보니 할머니나 어머니가 차고 있거나, 할머니 방에 걸려 있던 예전의 매듭과는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평생을 전통문화의 전승을 위해 간난의 길을 걸어온 장인들의 작품이나 작품도구, 재료 등을 전시하고 연구하는 변변한 박물관 하나 없는 현실에서 ‘사이버 박물관’을 통해 만난 장인과 이들의 작품, 작품도구에 대한 ‘관람객’(독자)의 감동은 어쩌면 당연한지 모르겠다. 하지만 무형유산에 대한 현실은 어떤가? 장인이 만든 전통공예품보다는 백화점의 명품이 더 수요가 높고, 명인들의 소리와 몸짓보다는 현대 오페라나 뮤지컬 소비가 더 큰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까? 이러한 독자들의 반응들이 모아져서 이분들의 예술세계와 삶의 내력, 장인정신을 조망하고 기리며 예우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들이 좀 더 세심한 배려 속에 형성되어 갔으면 한다. 한 시대 최고의 예술가들이었지만 살아생전 단 한번의 전시회도 갖지 못한, 이미 고인이 된 이분들의 삶의 모습을 담은 소박한 박물관이나, 자유로운 창작과 판매를 위한 공방촌이라도 하나씩 세워 나간다면 이분들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게 될 것이며, 그 재능과 삶은 문화자원이자 관광자원으로 더욱 풍성해지지 않을까 싶다.
  • [길섶에서] 연비(燃比) /최용규 논설위원

    “이번에는 평균 10㎞가 나오게 해야지.” 동네 셀프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동부간선도로에 진입한다. 직전에 계산했을 때는 ℓ당 9.1㎞의 연비가 나왔다. ‘중계동 집~동부간선도로~역삼동~남산도로~회사’. 이제 일상화된 출근 코스다. 역삼동 학원에 다니는 재수생 딸 덕(?)이다. rpm(분당 엔진회전수)이 2000을 넘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운다. 계기판에 자주 눈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조금 넘었다 싶으면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살짝 뗀다. 브레이크에 발이 자주 가는 상습 정체구간이 몇 군데 있다. 급정거, 급출발을 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시내로 접어들면 신호등을 비롯, 기름 잡아먹을 요소가 한둘이 아니다. 며칠 후 계기판의 주행거리 숫자를 바라보지만 별로 흡족하지 않다. 휴대전화에 내장된 계산기로 두드려 본다. 10㎞!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내 차의 공인연비는 ℓ당 12.6㎞다. 차가 낡아서 그러려니 했다. 기름값이 올라 연비 좋은 차가 인기다. 그런데 공인연비가 뻥튀기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씁쓸할 따름이다. 최용규 논설위원 ykchoi@seoul.co.kr
  • [비 때문에…] 일감 끊긴 일용직 노동자의 죽음

    [비 때문에…] 일감 끊긴 일용직 노동자의 죽음

    지난 15일 오전 7시쯤 서울 관악구 봉천동 다가구주택 옥탑방에서 신모(50)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집주인 김모(80·여)씨가 발견했다. 신씨의 방에서 나온 자필로 쓴 유서에는 ‘아들이 잘 자라줘서 고맙고 형제들에게 죄송하다.’ 등 과거 어려웠던 시절 형제들과 함께 고생했던 일 등 추억이 담겨 있었다. ●50대男 목매 자살… 2~3일만에 발견 주인 김씨는 오전 7시쯤 옥상 텃밭에 있는 고추를 따러 올라갔다가 옥탑방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을 보고 들여다보니 신씨가 숨져 있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조사 결과 신씨는 발견 당시 숨진 지 이미 2~3일 정도 지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3년부터 세 들어 살던 신씨는 신문배달과 일용직 노동을 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오다 4개월 전부터 신문배달 일도 나가지 않았다고 김씨와 동네 주민들은 전했다. 신씨는 4개월치 월세와 기존에 내지 못한 방값을 합쳐 200만원가량의 방세가 밀린 상태였다. 김씨는 “신씨가 요즘 살이 많이 빠져 수척해 보였다.”면서 “일이 끊긴 뒤 신씨가 가끔 오후에 일거리를 찾으러 나가곤 했지만 마땅한 일거리를 찾지 못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비가 내리는 날이 잦아지면서 일거리 구하기가 더 힘겨워졌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방값 200만원 밀려 생활고 비관 경찰은 옥탑방의 내부 온도가 높아 대부분 문을 열고 생활하기 때문에 문이 열려진 점과 타살 가능성 사이에 큰 연관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신씨는 생활 형편 탓에 부인이 집을 나간 뒤 중학생 아들을 형에게 맡겼으며, 신문배달을 같이하던 동료와 이따금씩 어울렸을 뿐 가족들과는 30년 가까이 왕래를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