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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가 인사이드] “새 정권 빨리 들어서 특단조치 있어야”… ‘동네북’ 문체부의 냉가슴

    [관가 인사이드] “새 정권 빨리 들어서 특단조치 있어야”… ‘동네북’ 문체부의 냉가슴

    “정권이 빨리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초토화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흘러나오는 속내다. 문체부가 관가의 ‘동네북’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한탄도 나온다. 복수의 고위직 인사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헌재의 탄핵 결정일인 3월 10일 정부 국무위원부터 청와대 수석들까지 전부 기각된다고 봤어요. 그런데 탄핵이 되니 보수적인 공무원 사회에서 문체부 때문에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인식이 팽배해요. 문체부 공무원들이 일 처리를 제대로 못하고, 특별검사 수사에 협조해서 대통령 탄핵의 빌미를 줬다는 따가운 시선이 많습니다. 차라리 정권이 바뀌면 이 업보가 다 정리되지 않을까 생각까지 들 정도로 흉흉합니다. 탄핵이 기각됐으면 문체부 고위직들은 다 죽었을 거라는 말까지 할 정도이니까.”하위직의 체감도는 어떨까. A씨의 말이다. “행정자치부에 (문체부 공무원들이) 단단히 찍혔다는 얘기가 파다합니다. 심지어 이런 조직(문체부)이 왜 필요하냐는 비아냥과 막말을 들었다는 얘기도 전해집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문화융성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문체부 조직이 대폭 확대된 건 사실입니다. 이제 그 모든 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거죠.” #중요 정책은 새 정부 출범 이후로 줄줄이 연기 지난해 10월 JTBC의 최순실씨 태블릿 PC 첫 보도 후 본격화된 국정농단 사태부터 지난달 10일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결정하기까지 미디어에 가장 많이 등장한 정부 부처가 문체부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로 김종덕 전 장관, 조윤선 전 장관, 정관주 전 1차관을 비롯해 김종 전 2차관까지 줄줄이 구속되며 문체부는 공무원들의 최고 인기 부처에서 기피 부처로 추락했다. 지난 1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문체부 공무원들의 트라우마는 쉽사리 극복되지 않는다. 문체부는 1월부터 감사원의 고강도 감사를 받았다. 당초 2월 말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감사는 기간이 연장돼 지난달 중순에야 마무리됐다. 문체부에 들이닥친 감사반 규모는 30여명. 특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송수근 장관 직무대행뿐 아니라 실·국장 상당수와 주요 과장부터 실무자들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감사원 감사 결과는 5월 대선이 끝난 후 새 정부 출범 때 발표될 것으로 문체부 공무원들은 전망한다. 부처 내에서는 파면, 면직, 정직 등 중징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관계자는 “국정농단이 관련된 사업뿐 아니라 매년 관행적으로 집행됐던 사업까지 모두 조사를 받고 다 뒤집어지면서 정상적인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제동이 걸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상적인 업무뿐 아니라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사안이 있는지 없는지 자기검열을 할 정도로 예민하다”며 “중요 정책 결정도 새 정부 출범 이후로 줄줄이 딜레이됐다”고 전했다. 문체부 조직의 의사 결정도 국정농단 이전과 이후로 변화가 뚜렷하다. 1·2차관의 투톱 체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일방적인 결정과 지시 문화는 대폭 사라졌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 실장급 인사는 “과거의 ‘톱 다운’ 방식보다는 실장부터 국장, 과장, 사무관까지 한자리에 모여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집단적 의사결정이 많아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정농단으로 문제가 된 국실의 경우 상당수가 검찰-특검-감사원 조사에 이어 재판 증인 출석까지 시달리며 일부 직원들은 스트레스로 공황 증상과 소화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주기적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는 과장급 B씨는 “겉으로는 쉬쉬하지만 조직 자체가 망가져 곪을 대로 곪은 상태”라며 “어떤 방식이로든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굴레와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내부 통신망에 자성·비판 글 한 건도 없어 국정농단이 불거진 이후부터 현재까지 문체부 내부 통신망의 직원 게시판에 자성이나 비판하는 내용의 글은 단 한 건도 올라오지 않았다. 겉으로 표출하지 않을 뿐 조직에 대한 극도의 냉소적 분위기는 짙다. 또 다른 과장급인 C씨는 “조 전 장관이 구속될 때도,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할 때도 고위직 중에서 문체부 직원들에게 책임지거나 참회하는 모습을 보인 인사는 아무도 없다”며 “조직이 보호해 줄 것도 아니고, 조직 내 상하 관계에서조차 누가 누구를 신뢰하고 지시를 따르겠느냐는 불신과 냉소가 팽배해 있다”고 토로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제주 고사리 좀 꺾어수과?

    제주 고사리 좀 꺾어수과?

    제주의 봄나물은 고사리다. 봄이 찾아온 제주 들판과 숲에는 요즘 야생 고사리 채취가 한창이다. 고사리를 찾아내는 눈맛과 툭툭 꺾는 손맛에다 직접 꺾은 햇고사리를 먹어 보는 고사리 삼매경에 푹 빠져 있다. 최근에는 관광보다는 고사리만 꺾으러 다니는 고사리 투어가 인기를 끌면서 육지 사람들까지 고사리 꺾기 행렬에 가세했다.고사리가 뭐길래, 4월 제주에서는 마치 수렵 채취하던 원시시대로 돌아간 듯 너도나도 들판으로 숲으로 야생 고사리를 찾아 나선다. 제주 자연이 봄이면 아낌없이 주는 노다지 야생 고사리. 제주섬은 요즘 온통 고사리앓이 중이다. ●해녀들도 잠시 물질 멈추고 바다 아닌 들판으로 “고사리 좀 꺾어수과?” 4월 제주의 봄 인사는 고사리다. 진료실의 의사도 연구실의 교수도 휴일이면 한번쯤은 고사리꾼으로 변신한다. 심지어 해녀들도 잠시 물질을 멈추고 바다가 아닌 들판으로 향한다. 노인들로 넘쳐 나던 시골 동네 병원은 갑자기 손님들이 뚝 끊기면서 비수기를 각오해야 한다. 시골동네 경로당도 마을회관도 개점휴업이다. 할망(할머니), 하르방(할아버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매일 고사리 사냥을 떠난 탓이다. 제주에서 야생 고사리를 꺾을 수 있는 시기는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딱 한 달간. 5월 하순이면 고사리 잎이 펴 버리고 줄기가 단단해져 맛도 없다. 야생 고사리는 아직 잎이 피지 않고 동그랗게 말린 새순을 꺾는다. 고사리를 잡아채 톡톡 툭툭 꺾는 손맛은 느껴 본 사람들만 안다. 들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초록색의 가늘고 긴 고사리는 백고사리, 가시덤불 등 그늘에서 자란 진한 갈색의 통통한 고사리는 흑고사리다. 고수 고사리꾼는 흑고사리만 고집해 곶자왈 가시덤불로 뛰어들고 초보 고사리꾼은 들판의 백고사리에도 만족해한다. 조상 모시기에 유별난 제주의 제사상에는 반드시 고사리가 올라간다. 집집이 그해 꺾은 햇고사리를 잘 보관했다가 정성껏 제사상에 올린다. 양진건 제주대 교수는 16일 “봄에 제사상에 올릴 고사리를 미리 충분히 꺾어 놓아 보관해 두는 게 제주사람들의 오랜 풍습”이라며 “가시덤불을 헤쳐서라도 봄에 질 좋은 고사리를 좀 꺾어 둬야만 조상들 볼 면목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야생 고사리 줄기는 꺾어도 아홉 번까지 새순이 돋아난다. 4월 중순부터 제주에는 비가 자주 내린다. 이 비는 고사리를 땅속에서 쑥쑥 키워내 ‘고사리 장마’라 부른다. 고사리 장마철이면 앞사람이 지나간 곳을 뒤따라 가도 금세 자란 새 고사리를 만날 수 있다. 제주에는 ‘고사리는 아홉 성재(형제)다’는 속담도 있다. 고사리처럼 자손들이 강하게 자라고 번성하기를 바라는 제주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고사리 꺾기 고수는 혼자, 하수들은 몰려 다녀 제주 고사리는 예로부터 ‘귈채’라 불리며 임금님께 바친 진상품으로 쫄깃하고 뛰어난 맛과 향기를 자랑한다. 곶자왈이며 오름(기생 화산) 등 제주의 청정 자연환경이 키워내 제주산 고사리는 명품 대접을 받는다. 최고의 품질답게 소고기보다도 비싸다. 1㎏ 제주 한우 등심이 7만원여원인데 잘 말린 제주 햇고사리는 12만~13만원을 호가한다.시골의 할망들은 고사리 철이면 한 달 동안 부지런히 발품 팔아 200만~300만원을 거뜬히 번다. 제주 오일장에 내다 놓으면 관광객들에게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최근에는 고사리 꺾기에 관광객도 가세했다. 관광은 뒷전이고 고사리만 꺾는 고사리 투어가 인기다. 박미정 제주올레 홍보팀장은 “봄이면 어느 올레길에 고사리가 많이 있는지 문의 전화가 온다”며 “올레길 주변을 조금만 벗어나면 고사리를 흔하게 발견할 수 있어 올레길도 즐기고 고사리도 꺾는 올레길 고사리 투어객이 부쩍 늘어났다”고 말했다. 제주 이주민들은 고사리철이면 신바람이 난다. 도시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야생 고사리 꺾기에 하루하루가 설레고 즐겁다. 이주민 김민희(52)씨는 “제주 토박이들은 어디선가 크고 굵은 고사리를 수북이 꺾어 오지만 고사리 꺾기 초보 이주민들은 작은 고사리에도 만족해한다”며 “고사리 꺾기에 푹 빠져 꿈에도 고사리 꺾는 꿈을 꾸곤 한다“고 말했다.제주 토박이에겐 나만이 알고 있는 고사리 포인트가 있다. 할망들은 며느리에게도 고사리 포인트를 안 알려준다고 한다. 야생 고사리가 많은 곳으로 유명한 서귀포시 남원읍 일대는 요즘 고사리꾼들로 넘쳐난다. 남원 토박이 김만수(53)씨는 “여행객까지 가세하면서 요즘 남원 들판에는 고사리보다 고사리꾼들이 많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며 “고사리 꺾기 고수들은 나만의 포인트를 찾아 혼자 가고 하수들은 여럿이 몰려 다닌다”고 말했다. 조선 중기 제주에서 10년간 유배생활을 했던 정온(1569~1641)은 야생 고사리를 즐겨 먹었고 인조반정으로 제주에서 풀려난 후 병자호란을 겪은 뒤 그의 은거지도 고사리를 캐는 집이라는 뜻의 채미헌(採薇軒)이라 지었다. 고사리철이 되면 119도 바짝 긴장한다. ‘길 잃음’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하고, 고사리 채취객 등을 대상으로 안전사고 예방 홍보에 발 벗고 나선다. 지난해 제주에서 발생한 길 잃음 사고 75건(89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45건(48명)이 고사리를 채취하다 숲속에서 길을 잃은 사고다. 제주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숲속에서 고사리를 꺾다 보면 나도 모르게 더 깊은 숲속으로 자꾸 들어가게 돼 자칫하면 길을 잃을 수 있고 더구나 제주 지리에 밝지 않은 관광객이나 이주민들은 주의해야 한다”며 “일행을 동반하고 휴대전화와 호루라기 등 연락 가능한 장비를 반드시 휴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9~30일 한남리서‘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 야생 고사리가 절정을 이루는 이달 말이면 제주에서는 고사리 축제가 열린다. 오는 29~30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국가태풍센터 인근)에서는 ‘생명이 움트는 남원읍, 몽클락헌(몽특한) 고사리와 함께’라는 주제로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가 펼쳐진다. 축제가 열리는 한남리 일대는 제주에서 야생 고사리가 가장 많은 곳이다. 고사리 꺾기와 고사리를 삶고 말리는 제주 고사리 풍습, 고사리를 넣은 흑돼지 소시지 등 고사리 음식 만들기, 고사리 염색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고사리 축제를 기념해 머체왓 숲길 걷기대회도 열린다. 머체왓 숲길은 남원읍 한남리 공동목장 일원에 야생화 숲길, 돌담쉼터, 머체왓 전망대, 산림욕 숲길, 목장 길, 머체왓 집터, 서중천 숲 터널 등 6.7㎞ 코스다. 머체왓 숲길 중간지점에는 40~50년 전에 마을주민들이 거주했던 머체왓 마을집터와 올레 등을 부분적으로 복원해 놓았고 방목 중인 소와 말들을 구경하면서 목장길을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 축제 기간 오토캠핑장도 운영한다. 남원읍 축제위원회 관계자는 “제주 들판에서 고사리를 꺾으면서 제주의 아름다운 봄기운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축제여서 관광객도 잠시나마 고사리 삼매경에 빠져 보면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뮤지컬 배우의 꿈’ 키워주는 성동

    ‘뮤지컬 배우의 꿈’ 키워주는 성동

    연말 학생들 연습한 작품 공연“뮤지컬 배우러 학원에 간다고요? 우리 지역에선 구에서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워 줍니다.” 서울 성동구는 청소년 뮤지컬 배우 육성 프로그램인 ‘성동 청소년 문화예술지원사업’(Jumping Up Together!)과 ‘우리동네 예술학교’ 사업을 추진한다고 13일 밝혔다. 성동 청소년 문화예술지원사업은 2017년 서울시 주민참여예산 공모사업에 선정돼 올해 처음 시작한다. 지역 내 중·고등학생 90여명을 대상으로 이달부터 오는 12월까지 금호4가동·성수2가3동 주민센터, 성동청소년문화의집 등 3곳에서 주 1회 3시간씩 교육한다. 안무, 연출, 음악, 공연제작 등 파트별 전문 강사들에게 뮤지컬 전반을 배우고 작품도 연습한다. 우리동네 예술학교는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한 뮤지컬 교육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시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지역 내 초등학생 3학년부터 6학년 30여명을 대상으로 뮤지컬을 체계적으로 지도한다. 금호4가동 주민센터에서 오는 17일 첫 수업을 시작으로 12월까지 매주 월요일 3시간씩 30여회 진행된다. 전문 강사들에게 뮤지컬 기본교육과 음악, 안무 등을 배운다. 공연 관람, 중간 발표회, 여름캠프, 자체발표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저소득층 자녀를 60% 이상 선발한다. 성동구는 교육이 끝나는 12월에는 공연예술제를 개최, 학생들이 연습한 작품을 지역 문화예술 공연 장소인 소월아트홀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청소년들이 전문 예술인의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청소년 예술교육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1970~80년 구로 노동자들의 ‘외딴방’ 기억하나요

    1970~80년 구로 노동자들의 ‘외딴방’ 기억하나요

    예술작가 8명 쪽방·벌집촌 전시… 산업화 과정 집없는 세대 이야기 “수십 년간 가리봉동은 ‘희망’과 ‘아픔’이 공존해 온 동네입니다.”이성 구로구청장은 ‘가리봉동’을 이같이 설명한다. 1970~80년대 구로공단이 대한민국의 제조업을 이끌던 시대에는 희망을 찾아 전국에서 노동자들이 모여들었지만, 공단이 디지털단지로 변모한 후에는 싼 숙소를 구하는 중국 동포와 외국인 노동자들의 거주지가 되며 쇠퇴했기 때문이다. 구로구에 따르면 지난해 7~9월 기준으로 가리봉동 1만 9000여명의 주민 중 중국교포의 비율은 40.5%에 이른다. 가리봉동 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비율도 4.7%로 서울시 평균 2.1%보다 훨씬 높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과거와 현재를 예술로 만나 볼 수 있는 기획전이 오는 28일까지 구로구민회관 1층 구루지 갤러리에서 펼쳐진다고 12일 밝혔다. 구로문화재단은 “산업화의 아픔을 간직한 가리봉동의 역사를 기억하고, 도시재생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쪽방, 벌집촌을 대변하는 ‘방’을 주제로 특별기획전 ‘낮고 높고 좁은 방’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공공미술 작가인 이민하씨가 기획을 맡았다. 이 작가는 기획전을 통해 “과거 구로공단의 가리봉 벌집, 쪽방촌과 현시대의 불안정한 주거공간이 이어지는 고리를 탐색해 보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전시회 제목 또한 ‘집 없는 세대’의 집 이야기를 담은 사회학자 정민우씨의 저서 ‘자기만의 방’에서 착안해 명명했다. 정씨는 불안정한 주거공간을 ‘낮고(반지하 방), 높고(옥탑방), 좁은(고시원)’이란 구절로 설명한 바 있다. 예술작가 8명이 참여한 전시회에는 탁본, 회화, 영상, 설치 작품 30여 점이 선보인다. 관람료는 무료다. 일요일 휴무.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현장 행정] 외국어 교육 1번지 예약한 금천구

    [현장 행정] 외국어 교육 1번지 예약한 금천구

    “그동안 외국어를 배울 마땅한 학원이나 방과 후 프로그램을 찾는 게 쉽지 않았는데, 우리 동네에 영어, 중국어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글로벌인재학당이 곧 문을 연다고 하니 정말 기대됩니다.”12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 학부모들은 한껏 고무돼 있었다. 금천구가 지난 11일 문성초등학교와 협약을 맺고 다음달 15일부터 초등학교 내에 외국어전문교습소인 ‘문성글로벌인재학당’을 운영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문성글로벌인재학당은 독산1~4동·가산동 등 독산권역의 초·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중국어 원서 동화를 통해 외국어를 가르친다. 이는 지난 5년간 시흥권역(시흥1~5동)의 ‘시흥글로벌인재학당’에서 검증된 우수 프로그램이다. 차성수 금천구청장은 “시흥권역에 이어 독산권역에도 외국어학습을 위한 거점이 구축돼 지역적인 교육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금천구 지역의 학원은 2011년 449곳에서 해마다 줄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126개로 급감했다. 학생들은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관악구나 경기 광명시 등 인근 지역의 학원을 찾아야 했다. 구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흥·독산·가산 등 세 개 권역별로 나눠 권역 내 학교와 마을 인적 자원을 활용하는 ‘마을결합형 외국어학습’ 거점을 마련하기로 했다. 2012년 서울시교육청에 위탁 운영을 맡겼던 시흥초등학교 내 시흥영어체험학습센터를 구 직영으로 전환, 시흥권역의 거점으로 새로이 출범시켰다. 지난달 시흥글로벌인재학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구 관계자는 “구에서 직접 운영하게 되면서 영어 원서 독서프로그램 등을 자체적으로 개발했고 강사들의 생활도 안정되면서 수업 질도 좋아졌다”고 전했다. 가산동·독산1동의 가산권역은 권역 내 소재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확보해 2019년 글로벌인재학당을 개관할 예정이다. 차 구청장은 “글로벌인재학당은 글로벌 시대에 부응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민·학·관이 힘을 합친 마을결합형 방과후학교”라고 했다. 글로벌인재학당은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영어·중국어 학습, 세계시민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편성 운영한다. 경력단절 여성 등 지역 사회 인적 자원들을 외국어전문 마을교사로 양성, 배치한다. 차 구청장은 “지역의 물적·교육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권역별로 글로벌인재학당을 지속적으로 구축·운영할 것”이라며 “금천구의 아동·청소년을 글로벌 인재로 키우는 요람으로 만들어 우리 구가 외국어교육 1번지로 우뚝 서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新전원일기] 찻잔에 핀 꽃 행복한 향내 농부의 마술

    [新전원일기] 찻잔에 핀 꽃 행복한 향내 농부의 마술

    여름이 오고, 깊어질 때마다 기다리는 것이 있다. ‘EBS 국제다큐영화제’(EIDF)가 그것이다. EIDF는 매년 다른 슬로건 아래 전 세계의 다큐멘터리를 감상할 수 있는 축제로, 세계 문화와 소통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에는 ‘다큐로 보는 세상’을 주제로 다양한 다큐멘터리가 소개됐는데 그중 칠레의 ‘티타임’이라는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마이테 알베르디 감독은 자신의 할머니 테레사가 고등학교 졸업 후 60년 넘게 이어 온 티타임을 카메라에 담았다. 각자의 일상과 꿈을 찾아 떠났다가 매월 정기적으로 열리는 티타임을 위해 한곳에 모이는 고교 동창들. 그들 앞에 놓인 것은 아름다운 찻주전자와 찻잔, 여러 종류의 차와 비스킷뿐이지만 정작 그들이 나누는 것은 서로의 온기고 인생이다. 따뜻한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담소를 나누는 가운데, 우정은 깊어지고 각자의 삶과 삶이 연결되며 온 생이 풍미로 가득해진다. 찻주전자에서 찻물이 흐르듯 세월은 흐르고, 흐르는 세월 속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유대감도 깊어지는 것이다. ‘농부 아트’의 김홍희(59) 대표가 꿈꾸는 삶 역시 차와 함께 나누고 이해하고 깊어지는 데 있다.#소녀 같은 얼굴에 농부의 손 경기 화성시 봉담읍 인근의 한적한 오솔길을 한동안 따라가다 보면 ‘농부 아트’라는 작은 팻말을 단 농장이 나타난다. 길이 다소 멀지만 중간중간 운치 있는 정자와 길게 울며 아는 체를 하는 소들을 만날 수 있어 먼 길이 외려 고맙게 느껴질 정도다. 농장 초입에 엉거주춤 서 있자니 커다란 밀짚모자를 쓴 김 대표가 환하게 웃으며 걸어온다. 표정도 혈색도 맑고 밝아 순간 웬 어린아이인가 싶다가, 꽃 속에서 꽃과 함께 살아서 그런가 싶어진다. ‘농부 아트’가 자리잡은 농장은 김 대표의 아버지가 소를 키우던 곳이다. 10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자리를 잇기 전까지 김 대표는 분당에 살며 중·고등학교에서 공예와 꽃꽂이, 점토 등을 가르쳤다. 김 대표는 마술사의 손이자 농부의 손을 지녔다. 무엇이든 김 대표의 손을 거치면 전혀 다른 사물로 태어났고, 꽃을 기르면서도 모든 과정을 맨손으로 해야 마음이 편하다. 소녀 같은 얼굴과 달리 거칫거칫하고 투박한 손을 지니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꽃차를 만드는 일은 새벽부터 시작된다. 벌레가 꼬이기 전에 꽃을 따야 신선하고 건강한 차를 만들 수 있어서다. 꽃을 따는 데도 보통 주의를 기울이는 게 아니다. 꽃 모양이 상하지 않아야 예쁜 꽃차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꽃을 따고 난 후에는 맑은 물에 세척하고, 꽃에 따라 감초물이나 소금물 등에 훈증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수분이 적당히 빠지면 꽃을 덖고 수분 체크를 한 뒤에 향매김을 한다. 향매김은 잠재우기라고도 하는데 자기 향이 자기 몸속에 들어갈 수 있도록 밀폐 보관하는 것을 이른다. 꽃처럼 꽃차를 만드는 과정에 사용되는 말도 예쁘고 아름답다. 향 매기는 과정이 끝나고 나면 고온에서 한 번 더 덖은 후 용기에 담아내는데, 꽃을 따서 용기에 담기까지 꼬박 이틀이 걸린다. 그동안에는 충분히 잘 수도 없고 여유를 부릴 수도 없다. “꽃을 따고 이틀 동안은 꼬박 꽃에 매달려 있어야 해요. 꼭 애기를 키우는 것 같죠. 조금이라도 한눈을 팔면 엉뚱한 짓을 하거든요. 한 송이 만들려면 손이 수십 번은 가는데 잠깐 사이 망가진 꽃을 보면 미안하기도 하고, 마음이 무너져요.” #눈의 피로엔 메리골드·소염효과 민트차 같은 꽃으로 차를 만들어도 누구의 손을 탔느냐에 따라 맛과 향과 빛깔이 다르다. 김 대표가 만든 꽃차는 빛깔부터 남다르다. 꽃색이 그대로 살아 있어 생화라고 해도 믿길 정도다. 뿐만 아니라 꽃향도 아찔하고 맛도 그윽하다. 배워서 하는 것과 경험으로 체화시켜서 하는 것이 달라서일 테다. “처음 이곳에 내려왔을 때는 소를 키웠어요. 아버지가 하시던 일을 그대로 물려받은 거죠. 그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소 값이 폭락해서 80마리를 헐값에 처분했어요. 정말 허탈하더라고요. 한동안 넋을 놓고 있다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 보자 마음먹었지요. 농장에 꽃을 심고 꽃차를 만들기 시작한 거죠. 그게 3년 전이었는데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엄청 겪었어요. 만들어 놓고 보면 색이 죽어 있고, 색이 살았나 싶으면 비린 맛이 나기 일쑤였죠.”한 해를 그렇게 보내고 나니 어느새 빛깔이 살아났고 향과 맛도 깊어졌다. 이제는 감각만으로 온도를 체크할 정도가 됐다고, 경험이 곧 선생이라고 말하는 김 대표의 얼굴에서 자신감이 배어났다.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찻잔이 비고 찻주전자도 바닥을 드러냈다. 귀는 듣고 있는데 눈은 찻물에 홀려 있고 입은 차를 음미하느라 쉴 틈이 없다. “아직 어린아이의 입맛을 갖고 계신가 봐요.” 찻주전자에 물을 채우러 일어서며 김 대표가 말했다. 아이러니컬한 일이지만 어린아이들이 차 맛을 더 잘 느낀다는 것이다. 초등학생만 돼도 아무 맛도 안 난다며 찻잔을 밀치는 데 비해 어린아이들은 맛있다고, 배가 부를 때까지 차를 마신다고 한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지지 않은 탓에 은근한 향과 맛을 더 잘 느끼는 것 아니겠냐는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찻물이 우러나기를 기다린다. “메리골드차를 드셔 보세요. 루테인 성분이 많아서 눈이 피로한 분들에게 좋거든요. 3년 동안 이 차를 꾸준히 드시고 안경을 벗었다는 할머니도 계세요.” #꽃 채취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해 투명한 주전자에서 주황빛 메리골드가 활짝 피어난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의 피로가 풀리는 듯하다. 메리골드뿐만이 아니다. 마른 꽃들이 물을 만나, 붉고 푸르고 노란 꽃들로 만개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게 웬 호사인가 싶다. 차 마시는 일은 눈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의 의미를 비로소 알 것 같다. 차 마시는 일은 기다림을 견디는 일이기도 하다. 물을 끓이고, 알맞은 온도로 식히고, 찻물이 우러날 때까지, 차를 마중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을 온전히 견뎌야 한다. 패스트푸드에 익숙해 잠깐의 시간도 참지 못했던 그간의 모습이 찻물에 떠올랐다. 메리골드차가 눈의 피로에 좋다면 목련차는 비염과 감기에 좋고, 맨드라미차는 여성에게 권할 만하다. 자궁염이나 대하증, 생리통에 큰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신경성 두통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국화차를 마시는 것도 좋겠다. 국화차는 기억력 감퇴와 불면증에도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민트차에 소염, 항균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김 대표가 만드는 꽃차는 종류를 헤아릴 수 없다. 7000평 규모의 밭에 30종 이상의 꽃을 기르는 데다가 산으로 들로 꽃 나들이를 가는 날도 많다. 갈 때마다 김 대표의 바구니는 갖가지 꽃들로 가득 찬다. “모를 때는 이건 풀이야, 꽃이야, 하고 말았는데 알고 나니 눈에 보이는 것들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더라고요. 볼 때마다 가슴이 뛰어요. 이 꽃으로 차를 만들면 얼마나 예쁠까, 이건 누구에게 주고 저건 또 누구에게 줘야지, 하는 생각에 마냥 행복해져요.”김 대표는 꽃을 채취하고 차를 만드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땡볕에서 땀을 흘리다 기진해지면 이게 다 웬 고생인가 싶을 때도 있으나 완성된 꽃차를 보면 고생 따위 한순간에 잊힌다. 자신이 만든 꽃차를 누군가가 마시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뿌듯함이 차오르고, 장기간 꽃차를 마시고 건강이 좋아졌다는 사람을 만나면 고맙기까지 하다. 천생 ‘주는 것’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인 셈이다. 김 대표가 관심을 가지는 것이 꽃차뿐은 아니다. 2013년 한국농수산대에서 약초 최고경영자(CEO) 과정을 이수한 후에는 약선차 강좌도 열고 있다.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약재와 꽃을 이용해 자신의 체질에 맞게 차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고, 함께 만들어 차 마시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약선차는 한방과 관련된 만큼 짬짬이 한의학 공부도 하고 있다. 그것이 어떤 분야이든, 시작한 이상 완벽을 기울이려는 김 대표의 노력이 엿보인다. 앞으로의 꿈도 만만치 않다. 꽃차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견과류와 꽃식초도 본격적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꽃식초는 꽃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한 알코올을 천연 발효해 만든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풍미가 좋고 해독, 피로물질 분해, 동맥경화 예방, 콜레스테롤 억제 등 여러 효능을 지니고 있어 수요가 예상된다. 견과류의 경우 꽃가루를 입혀 갖가지 색을 만들어내는데 견과류가 지닌 본래의 고소함에 더해 꽃 특유의 향이 묻어나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문화체험 공간 만들어 꽃구경 명소로 농부 아트의 진입로에 배롱나무를 심고 농장을 짜임새 있게 가꿔 체험농장도 운영할 예정이다. 체험농장의 한편에는 차와 문화가 만나는 카페도 들어선다. 김 대표는 자신의 서재를 통째로 옮겨, 차를 즐기면서 책도 읽을 수 있게 하고, 주말에는 전시회나 음악회를 열어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꽃차 생산으로 연 매출이 5000만원 정도이지만 김 대표의 사업 계획이 이뤄진다면 매출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화성에는 갈 만한 곳이 드물어요. 조용히 앉아서 사색할 곳도, 편하게 대화를 나눌 곳도 찾기 힘들죠. 문화 생활을 즐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여기 와서 꽃구경도 하고, 꽃도 따고, 차도 만들고,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무엇보다 마음 놓고 쉬었다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 대표가 꿈꾸는 공간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향기로운 꽃차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인생과 인생이 연결되는 곳, 차와 사람이 만나고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곳, 그래서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 힘을 키우게 되는 곳. 60년 넘게 매달 티타임을 가졌던 테레사의, 죽음을 앞둔 편지가 김 대표의 꿈과 겹친다. 그 꿈이 테레사의 편지와 같기를 기도하며 손에 든 찻잔에 봄이 한가득이다. ‘세상은 변한 게 없고 우리가 아름답게 나눴던 삶도 그대로 남아 있어. 슬퍼하지도 격식을 차리지도 마. 우스운 얘기를 하며 똑같이 웃어 줘. 기운 차리고 내 생각도 해 줘. 북받치는 감정, 슬픔은 필요 없어. 보이지 않는다고 내가 너희 인생에서 사라지겠어? 나는 멀리 간 게 아니야. 길만 건너갔지. 너희를 기다릴게. 슬퍼하지 마.’ ■글쓴이 소설가 진연주 200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방’(房)으로 등단. 2015년 문학동네에서 장편소설 ‘코케인’ 출간.
  • 성북 아름다운 짜장면 나눔 ‘벌써 5년’

    성북 아름다운 짜장면 나눔 ‘벌써 5년’

    “저소득층 어르신들에게 무료 짜장면을 대접합니다.”서울 성북구에는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는 ‘옛날 중국집’이 있다. 1973년 오픈해 44년째 영업 중인 이 중국집은 2012년부터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마다 지역 내 저소득층 어르신들을 초청해 짜장면을 무료로 대접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은 짜장면 나눔을 실천한 지 만 5년째 되던 날이었다. 무료 짜장면 나눔이 이뤄지는 날은 동네의 잔칫날이다. 주방에서는 오춘근 사장의 주도하에 짜장면이 만들어졌고 홀에서는 성북동부녀회 위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서빙을 도왔다. 식당 입구에서는 김영배 성북구청장과 성북동 복지협의체위원인 혜강 스님 등이 어르신들을 반갑게 맞았다. 옛날 중국집 김명숙 대표는 “지역 어르신들은 생일, 졸업식 등 특별한 날이 되면 우리 집에서 식사하셨다”면서 “그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짜장면 한 그릇과 함께 추억을 드리고자 짜장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구청장은 “어려운 경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매달 어르신을 위해 식사를 선물해 주시는 옛날 중국집에 감사드린다”면서 “이분들이 실천하는 짜장면 나눔이야말로 함께해서 함께 행복한 ‘동행’(同幸) 성북 마을공동체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사람이 좋다’ 심진화♥김원효,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양가 생활비까지 책임지는 부부’

    ‘사람이 좋다’ 심진화♥김원효,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양가 생활비까지 책임지는 부부’

    ‘사람이 좋다’ 개그맨 부부 김원효-심진화가 7년차 부부의 애정 가득한 결혼생활을 공개했다. 9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사람이 좋다’에서는 김원효-심진화 부부가 출연해 힘든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이날 심진화는 밤 늦게까지 회식을 하고 온 김원효를 위해 해장라면을 끓였다. 날이 밝자 심진화는 김원효를 깨우며 모닝뽀뽀를 퍼부었다. 심진화는 “아침에 뽀뽀를 많이 한다. 제가 모닝 뽀뽀를 좋아한다”며 애정 가득한 입맞춤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11년 김원효의 아낌없는 구애로 결혼에 성공했다. 심진화는 김원효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아직도 눈에 생생한 게, 저희가 처음 만나서 존댓말을 썼다. 서로 ‘드세요’ 이러고, 김원효 씨는 너무 부끄러워하고 제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했었다”고 말했다. 이후 과거 심진화가 살았던 자취방 근처를 방문한 두 사람. 김원효는 과거 자신이 심진화 얼굴 한 번 보고자 자취방 근처를 계속 찾아왔던 이야기를 하며 “기억나나. 내가 그렇게 너 좋아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당시는 심진화가 절친한 동료, 그리고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였다. 심진화는 “당시 환청이 많이 들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버지 환청도 들리고”라며 “병원에 있었는데 9층에서 뛰어내리려고도 하고, 정신과에 의존을 많이 했다. 눈 뜨면 바로 술을 마셨다. 그렇게 6개월을 살았다. 연탄도 집에 있었다. 최악일 때 만났다”고 전했다. 이어 “그래서 김원효 씨가 찾아와서 ‘오늘은 못 만나겠다’ 그러곤 했는데, 그러면 ‘창문으로 얼굴만 잠깐 내주시면 안 됩니까’ 그랬다. 그런 모습에 반했다. 사귀게 된 게, 원효씨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내가 32년 동안 살면서도 그랬지만 앞으로 날 이렇게 사랑해줄 사람이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며 “내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나를 사랑했다”고 전했다. 김원효는 아내에 대한 애정만큼 처가에도 정성을 다했다. 그는 멀리 떨어져 있는 처가에도 홀로 지내는 장모가 외로울까봐 일주일에 한 번은 방문했고, 세상을 떠난 심진화 아버지를 대신해 생활비까지 책임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결혼 전 처가는 물론 시댁의 살림까지 책임지자는 약속을 했다. 김원효는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다. 내가 모든 가족들을 책임져야 하니까. 심지어 아이가 없는 상황에서도 이런데, 내 자식이 생기면 한 명을 더 책임져야 하지 않나. 부담감이 있다”고 고백했다. 심진화는 “(세 집 살림을 챙기다 보면) 한 달에 1000만원이 나간다. 그런데 제가 버는 건 한 달에 100~150만원이다. 홈쇼핑 하기 전에. 아직 (홈쇼핑) 돈은 안 들어왔다”며 “그러니까 원효 씨가 하루를 안 쉰다. 정말 힘들게 일한다. 가끔 술에 취해 들어오면 자기 너무 힘들다고 한다. 너무 불쌍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렇게 빠듯한 살림에도 두 사람은 돈을 모아 김원효의 부모님에게 전셋집을 선물해드렸다. 김원효는 “(동네) 경사도 그렇고, 만날 오르막 걸어 다니는 것도 힘들고, 차를 사드렸는데 아버지가 차를 잘 안 타신다. 어르신들이 관절이 안 좋지 않나. 올라가고 내려갈 때 힘들다”고 집을 선물한 이유를 설명했고, “며느리가 다 해준 거다”고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심진화는 “처음 인사드리러 왔을 때부터 경사가 충격이었다. 그게 계속 마음에 남아 있었다. 젊은 사람이 왔다 갔다 하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심진화-김원효 부부. 하지만 두 사람에게도 큰 고민이 있었다. 바로 아이 문제. 아이를 갖고 싶어 불임시술을 받고 약도 먹었지만, 쉽게 아이를 갖지 못했던 것. 김원효는 “결혼식과 돌잔치 행사를 많이 갔는데, 돌잔치 영상을 볼 때마다 뭉클해서 ‘행사 사회를 가지 말아야 되나’ 생각도 했다”고 고백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심진화는 “다 잘 될 거라고 남편은 얘기하지만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안 될 때가 있지 않나”라며 “만에 하나 우리에게 진짜 나쁜 일이 오더라도, 처음 김원효 씨가 나에게 와서 지금 6년의 시간 동안 함께 행복했던 그 시간만으로도 어떤 어려움이 와도 이길 수 있을만큼 축적이 됐다.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같이 평생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원효 역시 “앞으로 살 날이 더 많지 않나. 개그맨 부부이다 보니 재밌게 살 수 밖에 없는데, 그런 마음이 변치 않자고 약속했기 때문에 남은 인생을 재밌게 살아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마스크없는 봄날’ vs ‘새파란 세상’

    ‘마스크없는 봄날’ vs ‘새파란 세상’

    미세먼지 오염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한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이 처음으로 제기됐을 정도로 미세먼지 확산에 따른 건강피해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선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미세먼지 공약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안 후보는 8일 “마스크 없는 봄날을 위한 제안을 하겠다”며 “미세먼지를 국가재난에 포함시켜 관리하겠다”고 공약했다.안 후보는 이날 한양대학교 기상변화센터에서 열린 기후변화대응 정책간담회에서 “안보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킨다는 점에서 환경도 안보”라고 강조하면서 모두 6가지로 구성된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했다. 그는 “우선 미세먼지를 국가재난에 포함해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면서 “1㎥당 50㎍으로 된 국내 미세먼지 기준도 외국 수준인 25㎍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미세먼지 원인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생각이 다르지만 3개의 공통된 원인이 있다”며 중국발 미세먼지·화력발전소·자동차 배기가스 및 생활먼지를 꼽았다. 그는 “일단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에 할 말은 하는 환경 외교가 필요하다”며 “두 나라 아이들의 생명권, 인권이 달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세먼지 피해에 대한 실태조사를 위해 국제협력도 추진해야 한다”며 “유엔 등 국제기구의 환경문제로 채택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화력발전소에 나오는 미세먼지를 해결하려면 신규 발전소부터는 친환경발전소로 전환해야 한다”며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11월부터 4월까지 화력발전소 가동률을 평소 대비 70% 정도로 줄이는 방안도 내놓았다. 자동차 배기가스 및 생활먼지 대책으로는 사물인터넷(IoT)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측정·예보 시스템을 제시했다. 안 후보는 “전국 단위로 구축한 사물인터넷 미세먼지 측정망에 인공지능을 연결한다면 1㎢ 내 ‘우리동네 예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마지막으로 기존의 먼지에 대해 어떻게 할 거냐는 문제가 남는다”면서 “이는 중국 베이징에서 가동 중인 ‘스모그 프리 타워’를 벤치마킹할 만하다”고 했다. 그는 “7m 정도의 탑으로 생겼는데 주변 3만㎢의 공기를 타지역 대비 60% 정도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며 “우리도 시범사업을 해서 그게 사실인지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시설의 모습을 담은 언론의 보도 사진을 직접 아이패드로 청중에게 보여주기도 했다.문재인 후보는 당내 대선후보로 확정되기 전인 지난달 28일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최소 선진국 수준, 최대 WHO 권고 수준까지 강화하겠다”며 미세먼지 관련 공약을 내놓았다. 문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준마저 없던 초미세먼지는 기준을 신설하겠다”라며 “중국 발 황사와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 한·중·일 환경협약을 체결하고 공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또 “아이를 둔 부모님이 아침에 일어나 맨 처음 살펴보는 소식이 미세먼지 농도다. 아이들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야외활동이나 체육활동을 해야 하는데, 정부는 미세먼지 가이드라인 조차 없는 실정”이라면서 “어린이를 위한 미세먼지 기준을 별도로 엄격하게 마련하는 한편 학교 내 미세먼지 알리미 제도를 도입하고, 미세먼지 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학교와 현장에서 곧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수도권 미세먼지의 3분의 1이 당진 화력발전소에서 나온다는 통계도 있다”라며 “안희정 충남지사와 협력해 신규 화력발전소 건설은 중단하고 설계수명이 다한 낡은 발전소는 가동을 중단시키겠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여 국민건강은 물론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도 만들겠다”고 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안심하고 숨 쉴 수 있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문 후보는 “저희 어머니께서 피난 내려와 처음 거제도를 보셨을 때 받았던 첫인상은 ‘온통 새파란 세상’이었다. 밭도, 산도, 바다와 하늘 모두 새파랬다. 파란 하늘 깨끗한 공기에는 오직 자유의 냄새만이 배어 있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안심하고 숨 쉴 수 있는 새로운 대한민국, 꼭 만들겠다.”고 적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안철수 “미세먼지, 국가재난 포함…‘마스크없는 봄날’ 만들겠다”

    안철수 “미세먼지, 국가재난 포함…‘마스크없는 봄날’ 만들겠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8일 ‘마스크 없는 봄날’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미세먼지를 국가재난에 포함시켜 관리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안 후보는 이날 한양대학교 기상변화센터에서 열린 기후변화대응 정책간담회에서 이와 같은 내용의 미세먼지 대책 및 공약을 내놨다. 안 후보는 “미세먼지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강연에서 “안보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킨다는 점에서 환경도 안보”라고 강조하면서 모두 6가지로 구성된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했다. 그는 “우선 미세먼지를 국가재난에 포함해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면서 “1㎥당 50㎍으로 된 국내 미세먼지 기준도 외국 수준인 25㎍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미세먼지 원인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생각이 다르지만 3개의 공통된 원인이 있다”며 중국발 미세먼지·화력발전소·자동차 배기가스 및 생활먼지를 꼽았다. 그는 “일단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에 할 말은 하는 환경 외교가 필요하다”며 “두 나라 아이들의 생명권, 인권이 달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세먼지 피해에 대한 실태조사를 위해 국제협력도 추진해야 한다”며 “유엔 등 국제기구의 환경문제로 채택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화력발전소에 나오는 미세먼지를 해결하려면 신규 발전소부터는 친환경발전소로 전환해야 한다”며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11월부터 4월까지 화력발전소 가동률을 평소 대비 70% 정도로 줄이는 방안도 내놓았다. 자동차 배기가스 및 생활먼지 대책으로는 사물인터넷(IoT)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측정·예보 시스템을 제시했다. 안 후보는 “전국 단위로 구축한 사물인터넷 미세먼지 측정망에 인공지능을 연결한다면 1㎢ 내 ‘우리동네 예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마지막으로 기존의 먼지에 대해 어떻게 할 거냐는 문제가 남는다”면서 “이는 중국 베이징에서 가동 중인 ‘스모그 프리 타워’를 벤치마킹할 만하다”고 했다. 그는 “7m 정도의 탑으로 생겼는데 주변 3만㎢의 공기를 타지역 대비 60% 정도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며 “우리도 시범사업을 해서 그게 사실인지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시설의 모습을 담은 언론의 보도 사진을 직접 아이패드로 청중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안 후보는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조폭 사진’ 논란에 대해 “저와 아까 기념사진을 찍은 학생들도 조폭으로 몰리겠네요”라며 웃었다. 이어 “국민들이 이게 검증인지 아니면 근거 없는 네거티브인지 판단하실 것”이라고 안 후보는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혜주의 포크&라이프] 미니멀 라이프 “뭣이 중헌디?”

    [김혜주의 포크&라이프] 미니멀 라이프 “뭣이 중헌디?”

    곧 평수를 줄여 이사를 한다. 몇 달 전부터 살림살이를 조금씩 정리했다. 이미 수십 벌의 옷과 수백 권의 책을 정리했는데도 여전히 옷장이며 책장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아직도 버린 만큼 더 버려야 한다. 채움은 순식간에 가능하지만 비움은 위대한 내공의 영역임을 절절히 깨닫는다. 며칠 전부터는 냉장고 파먹기, 일명 냉파에 들어갔다. 냉파는 시장에 가지 않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을 가지고 요리하는 것을 말하는 신조어다. 냉장실은 냉파를 할 만한 게 딱히 없었다. 작년 이맘때부터 대형마트에 가는 대신 동네 슈퍼와 유기농 매장에서 과일은 일주일치, 채소는 사나흘 정도 먹을 만한 분량만 구입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장 보는 비용도 줄었다. 유기농이란 단어만 들어가면 으레 두세 배쯤 비싼데 무슨 소리냐고? 대형마트에서 손쉽게 구입해 못 먹고 버리는 일을 반복하느니 차라리 유기농을 고집해야 할 식품에는 과감히 그렇게 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낫다는 게 그간의 결론이다. 혹시 ‘더티 더즌’, ‘클린 피프틴’이란 말을 들어보셨는지. 미국의 비영리 환경 단체인 EWG(Environment Working Group)가 매년 과일과 채소의 농약 잔류량을 검사해 그 결과를 발표하는데 바로 농약 잔류량 상위 12가지(더티 더즌)와 하위 15가지(클린 피프틴)를 가리킨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농산물의 검사 결과라는 점이 걸리기는 하지만 우리 농산물 검사 결과를 찾아볼 수 없으니 아쉬운 대로 참고(https://www.ewg.org/foodnews에서 전체 리스트를 볼 수 있다)하고 있다. 딸기, 사과, 포도, 복숭아, 시금치, 셀러리, 파프리카 등은 매년 더티 더즌에서 자주 보이는 것들이다. 2017년 더티 더즌에는 새롭게 서양배와 감자가 포함되었다. 대신 체리토마토와 오이가 빠졌는데 그래 봤자 13위, 14위를 기록했으니 여전히 유기농 매장에서 구입해야 할 것들로 여기고 있다. 반면 버섯류, 양배추(우리나라 양배추는 병충해에 약해 농약을 많이 사용해 키운다고 한다), 고구마, 가지, 아스파라거스, 아보카도, 그린빈 등은 클린 피프틴의 단골 아이템이다. 사실 냉파가 필요한 곳은 냉동실이었다. 칸마다 발견된 것은 각종 해산물. 워낙에 해산물을 좋아해 종종 노량진이나 가락동 수산시장을 가는데 그때마다 이것저것 사서 넣어둔 탓이다. 우리 집 냉동실은 쟁여 놓고 보자는 심리가 불철주야 작동했던 예전의 내가 아직도 머물러 있는 곳이었다. 서서히 비어 가는 냉동실을 보면서 냉파를 하고 있는 요즘과 같은 패턴을 유지한다면 작은 냉장고로도 충분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하니 살림살이 역시 그만큼 정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사실 살림하는 처지에서는 냉장고만큼은 마지막까지 양보하고 싶지 않은 품목이다. 결심이 서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친한 지인들과의 단체카톡방에 이 사실을 알렸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다 구입하기로 한 모델 사진과 함께 배송 날짜까지 알려주니 그제야 다들 ‘냉장고 커봤자 괜히 쌓아 두기만 한다’며 내 결정을 응원해 주었다. 애플에서 쫓겨났던 잡스가 복귀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오래된 서류와 장비를 모두 없앤 것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목표에 집중하고자 목표를 위한 일 외의 것들은 최소한으로 줄였다고. 아이폰의 군더더기 없이 단순한 디자인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삶에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 그 소중한 것을 위해 나머지를 줄일 줄 알고 거둘 줄 아는 지혜가 가져다 주는 효과를 나는 요즈음 톡톡히 체험하고 있다.
  • ‘초지능 AI’ 그 위험천만한 시한폭탄

    ‘초지능 AI’ 그 위험천만한 시한폭탄

    슈퍼인텔리전스/닉 보스트롬 지음/조성진 옮김/까치/548쪽/2만 5000원 지난해 7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AGI(강인공지능)·ASI(초인공지능) 국제학회. AGI 개발을 지지하는 한 과학자가 AGI 개발 중단을 촉구하는 발제에 “어떻게 일어나지도 않을 그런 바보 같은 주제를 연구할 수 있느냐”고 반박한다. 그 과학자는 “인간들이 좀더 똑똑해지면 돌아오겠다”며 학회장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미래학자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의 현장 목격담이다.인공지능(AI)이 구현할 인류의 미래 전망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같은 이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7’ 기조연설을 통해 “30년 내 인간의 뇌를 능가하는 슈퍼 인텔리전스(초인공지능)가 등장하고 인류 문명을 위협하는 감염병, 핵전쟁 등의 위험을 막는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 반대 지점에는 인류 존재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관점이 있다. 대표적 인물이 영국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장인 닉 보스트롬이다. 그가 2014년 출간한 ‘슈퍼인텔리전스-경로,위험,전략’은 AI에 대한 세계적 논의의 기폭제가 된 책으로 꼽힌다. 빌 게이츠가 AI의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꼽아 화제가 됐다.저자는 AI 중에서도 ASI 출현 이후의 미래상에 초점을 맞춘다. 당대 인류가 놀라워하는 AI는 ‘ANI’(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약인공지능)이다. 이 수준만으로도 이미 체스, 오셀로, 바둑 등 인류 고유의 두뇌 게임에서 인간을 뛰어넘었다. 과학계가 개발에 집중하는 AI는 그보다 월등한 ‘기계 두뇌’ AGI와 ASI다. 책의 관점은 인류 손으로 만든 ‘초지능’적 존재를 통제할 기회는 단 한 번뿐이며,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인류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이냐는 데 있다. 저자는 기존 학계 용어인 ‘싱귤래리티’(기술적 특이점) 개념이 아닌 ‘지능 대확산’이라는 개념으로 기계지능 혁명에 접근한다. 인류 전 개체의 지능지수 분포도에서 ‘동네 바보’와 ‘아인슈타인’의 지능 차이는 대단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진다. AI 역시 그렇다. 쥐에서 침팬지 수준으로 나아가더라도 여전히 멍청하다고 여기지만, 동네 바보와 아인슈타인 사이의 아주 좁은 간격을 넘는 순간 급작스럽게 도약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인공지능 이론가 엘리저 유드코프스)이다. 저자에 따르면 초지능의 개발 경로는 인간 뇌를 모형화하는 ‘전뇌 에뮬레이션’, 인위적으로 인간 지능 자체를 높이는 ‘반복적인 배아 선별 기술’, 인간과 기계의 결합인 ‘사이보그화’ 등 세 갈래다. 이들 방식 모두 인간을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초지능의 창조주는 단연코 인류다. 초지능의 출현은 그 속도 면에서 빠른 도약이든 중간 속도의 도약이든 차이는 있을지언정 도약 자체는 의심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대목에서 고민할 지점은 초지능이 인간 집단의 지지를 얻어 스스로 지능을 강화하든, 역으로 해킹을 통해 인류가 가두어 둔 ‘모래상자’를 탈출하든, 인류에 대해 협조적이고 윤리적이겠냐는 측면이다. 책에 예측된 복잡한 시나리오를 보면 분명한 건 ‘잠재적 위험’의 존재다. 초지능이 지구 모든 생명체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가능성, 즉 ‘존재적 재앙’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상당한 근거는 없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단순한 예를 들면 이것이다. 인간은 초지능의 최종 목표로 “인류가 행복해지도록 하라”라고 프로그래밍한다. 초지능은 “인간 뇌의 쾌락 중추에 전극을 이식해 자극한다”로 과제를 수행한다. 이는 인간이 초지능에 기대하는 최종 목표가 알고리즘상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얼마든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가리킨다. 이 밖에 하나의 초지능만 개발되는 게 아니라 여러 초지능이 동시 다발적으로 개발될 가능성, 다수의 서로 목표가 상충하는 초지능 간에 일어날 수 있는 결말도 다룬다. 저자의 우려는 극단적으로 여겨지거나 편향적이라는 공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대해 낙관하며 인류의 미래를 기계에 의존하기에는 불안한 게 사실이다. 닉 보스트롬은 “초지능은 현재 준비되지 않은, 한동안 힘겨운 목표이긴 하지만 인간은 폭탄을 가지고 노는 작은 어린아이들 같은 존재이며, 언제 폭발이 일어날지조차 거의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폭탄을 손에 쥔 아이는 한 명이 아니라 다수이며, 몇몇 바보 같은 녀석들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보려고 점화 버튼을 누를 수 있다”(456~457쪽)는 것이다. “이 책을 쓰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웠다”는 저자의 말마따나 현재의 첨단 기술과 각종 가설, 철학적 사유와 도덕률이 얽혀 읽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저자의 사유와 통찰, 그리고 기술적 관점의 신중함은 경이롭고 탁월하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빛나는 밤길… 범죄 가고 안심 찾다

    빛나는 밤길… 범죄 가고 안심 찾다

    “예전에는 어두운 골목이 무서워 밤에 밖에 잘 못 나갔어요. 그런데 어느 날 보니 폐쇄회로(CC)TV를 달아놓은 전봇대를 노랗게 칠해 눈에 띄게 바꾸고, 가로등을 달았더군요. ‘여기 CCTV가 있구나, 이렇게 밝은데 누가 마음 놓고 나쁜 짓은 못하겠구나’ 생각이 들어 요즘에는 불안감이 많이 줄었습니다.”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 삼성동에서 만난 주민 주모(39·여)씨는 “작은 환경 변화로도 안전도가 크게 높아지는 것 같아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환경 변화를 ‘범죄예방디자인’(셉테드· CPTED)이라고 부른다. 밝은 분위기의 벽화를 그리고, 외진 골목길에 담을 없애고, 가로등 조도를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범죄자의 범죄 의지를 꺾는 기법이다. 관악경찰서와 관악구청이 삼성동에 진행 중인 셉테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삼성동 전통시장은 왕복 1차로의 양편에 늘어서 있었다. 오전 10시가 훌쩍 넘었는데도 곳곳에서 취객들을 볼 수 있었다. 취객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시장을 지나자 무허가 주택 밀집지역이 있었다. 이곳 골목은 차 한 대가 드나들기도 버거울 정도로 좁았다. 이런 골목들이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었다. 경찰이 2015년 우범지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셉테드 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주민들은 동네가 음침한 것이 가장 불안하다고 설명했고 경찰은 ‘빛’을 주제로 삼성동을 바꾸기로 했다. 우선 골목 입구 벽면에 길이 150㎝, 너비 30㎝, 폭 10㎝의 노란 철제 구조물 ‘빛마루폴’을 만들었다. 개나리색 외형에 좁쌀 만한 구멍이 빼곡하게 뚫려 있는 막대형 구조물이다. 오후 7시가 지나 자동으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켜지면 작은 구멍을 통해 빛이 발산돼 골목을 밝힌다.CCTV를 설치한 전신주는 노랗게 칠하고 ‘블랙박스형 CCTV 작동 중’이라는 팻말을 붙였다. 오후 7시부터 전신주 상단에 달린 빔프로젝터가 ‘CCTV’라는 글자가 적힌 지름 1.5m의 조명을 길바닥에 쏜다. 전신주 몸통에는 비상벨과 송수신장치가 달려 있다. 비상벨을 누르면 150㏈의 경고음이 울린다. 가까이서 들으면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소리가 크다. 또 관악구 종합관제센터로 즉시 연결돼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리고, 동시에 주변 CCTV가 비상벨이 울린 전신주 주변을 찍어 종합관제센터 모니터로 송출한다. 기존 CCTV 8대를 보수하고 추가로 12대를 설치했다.골목의 한가운데 공중전화 박스처럼 생긴 안심부스도 만들었다. 내부에 설치된 비상벨을 누르면 강화유리가 닫혀 외부의 위협을 차단할 수 있다. 부스 안에는 공중전화기가 있어 112신고를 할 수 있다. 이외 비상벨과 송수신장치 세트 8개를 골목 구석구석에 부착했다. 낡은 잿빛 담장은 연두색, 노란색으로 칠해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주민 전미남(49·여)씨는 “경찰이 와서 이것저것 만든 다음부터 동네 분위기가 한결 밝아졌다. 여기저기 조명을 달고 CCTV 주변을 노랗게 칠해 눈에 띄게 하니까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오전 11시 30분, 난곡동으로 이동했다. 여성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난곡동의 셉테드 주제는 ‘안심’이었다. CCTV를 달고, 골목에 밝은 조명을 설치하는 등 기본 개념은 비슷하지만 젊은 여성들이 큰길에서 골목으로 접어들어 귀가하는 동선을 파악해 공공시설물을 배치했다. 무엇보다 주택가 주변 400m 구간에 있는 전신주 10개에 크게 번호판을 부착해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 본인의 위치를 경찰에 정확하게 알릴 수 있게 했다. 곳곳에 반사경 2개와 미러시트 7개를 붙여 뒤에서 누가 따라오는지 확인할 수 있다. 미러시트는 거울 역할을 하는 벽지다. 범죄자가 몸을 숨길 수 있는 건물 틈새를 막아 출입을 제한하는 안전가림막, ‘여성안심귀갓길’ 안내 사인 등을 포함해 총 41개의 시설물을 만들었다. 관악서에서 셉테드를 전담하는 범죄예방진담팀의 민성화 경사는 “관악구와 협의해 노후주택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셉테드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경찰과 자치구가 정기적으로 시설물을 점검하고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하려면 주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관악구에서 셉테드 사업이 시행된 지역은 삼성동, 난곡동, 행운동 등이다. 서울시 전체로 보면 중구, 용산구, 성북구, 마포구, 영등포구 등 21개 자치구에서 52개 동에 셉테드를 적용했다. 우리나라의 첫 셉테드 적용 지역은 2012년 서울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이다. 영국과 미국 등 서구권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것을 감한하면 다소 늦은 편이다. 법무부의 ‘외국 셉테드 사업 추진 사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중앙정부가 직접 셉테드를 관장하는 게 지자체가 관리하는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이다. 1998년 ‘범죄와 무질서법’이 통과되면서 셉테드가 도시계획과 설계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이 법안은 지역의 범죄 수준과 패턴을 조사해 3년 단위로 종합 전략을 세우게 했다. 영국 내각 부총리실은 2004년 ‘도시계획정책안’에 셉테드 개념을 핵심사항으로 명시하고 세부시행규칙 가이드라인을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해 반영하게 했다. 미국 애리조나의 템페에서는 1989년 한 경찰관이 셉테드 입법화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후 약 6년간에 시청, 경찰, 건축업자들 사이에 논쟁과 협상이 진행됐다. 1996년 초안이 마련됐고 1997년 시 건축 개발 및 환경관련 법규에 셉테드 관련조항이 신설됐다. 공공예술의 역할이 컸다. 버스를 기다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여성 럭비선수 여럿이 벤치에 앉아있는 사진을 크게 인쇄해 정류소에 붙였다. 실제 범죄 심리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로수가 시야를 가리지 않게 개방적으로 조성해 범죄를 저지를 만한 폐쇄적 장소를 없앴고, 화장실 내 범죄가 늘자 벽을 통유리로 바꾸었다. 또 지상 1층 상업시설과 소매점, 업무용 시설은 반드시 보행로를 바라보게 해 보행자가 자연스레 범죄를 감시할 수 있게 했다. 일본 도쿄 아다치에는 유명한 셉테드 타운이 있다. 3만 2300㎡ 면적에 206가구가 사는 이 마을의 모토는 ‘CCTV가 필요 없는 마을’이다. 우리나라가 셉테드의 핵심으로 CCTV를 꼽는 것과는 다른 방향이다. 실제 마을 입구에 단 한 대의 CCTV만 설치돼 있다. 대신 건물마다 외부에서 복도를 볼 수 있도록 복도 부분의 외벽을 통유리로 만들어 주민들의 자연감시가 가능하게 했다. 또 건물 앞 보행로에는 석조 장애물을 만들어 무단 주차를 막았다. 범죄자가 차를 건물 바로 앞에 주차하고 절도를 한 뒤 바로 도주하는 것을 방지한다. 전문가들은 비록 우리나라의 셉테드가 시작은 늦었지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용길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우리나라 셉테드는 지역적 특성과 거주자의 특성을 반영하는 식으로 진화했다”며 “최근 호주에서 우리의 셉테드를 배우고 싶다는 요청이 올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일부 지자체에서 셉테드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 없이 벤치마킹하는 식으로 적용하고 있어 정부가 주도해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도지원 ‘7일의 왕비’ 자순대비 역 확정 ‘여인천하’ 이후 독한 캐릭터 “기대”

    도지원 ‘7일의 왕비’ 자순대비 역 확정 ‘여인천하’ 이후 독한 캐릭터 “기대”

    배우 도지원이 ‘7일의 왕비’로 안방극장에 컴백한다. 소속사 나무엑터스는 7일 “도지원이 KBS 2TV 새 수목드라마 ‘7일의 왕비’(극본 최진영, 연출 이정섭)에 자순대비 역으로 출연한다”고 밝혔다. 도지원은 ‘힐러’에 이어 이정섭 PD와 재회하게 됐다. 도지원은 극 중 중종(연우진)의 친모이자 연산군(이동건)의 계모 자순대비를 연기한다. 아들을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야망 넘치는 여인으로, 두 아들 사이 휘몰아치는 갈등 속 중심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내 딸, 금사월‘ 이후 1년 만에 안방 복귀에 나선 도지원은 이번 드라마로 ‘여인천하’, ‘토지’ 이후 10여 년 만에 사극에 도전한다. 강렬한 카리스마와 관록의 연기로 전 국민을 사로잡았던 만큼, ‘7일의 왕비’에서 보여줄 새로운 연기 변신에 기대가 한껏 고조되고 있다. ‘7일의 왕비’는 단 7일, 조선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 동안 왕비의 자리에 앉았다 폐비된 비운의 여인 단경왕후 신씨를 둘러싼 중종과 연산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로맨스 사극이다. 연산군의 폭정과 중종반정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회오리 속에 가려졌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쾌도 홍길동’, ‘제빵왕 김탁구’, ‘힐러’,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연출한 이정섭 PD와 최진영 작가가 의기투합했으며, ‘추리의 여왕’ 후속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박민영 연우진 이동건, 로맨스 사극 ‘7일의 왕비’ 확정 “신드롬 예고”

    박민영 연우진 이동건, 로맨스 사극 ‘7일의 왕비’ 확정 “신드롬 예고”

    로맨스사극 ‘7일의 왕비’ 주연 캐스팅이 완성됐다. 박민영 연우진에 이어 배우 이동건이 KBS 2TV 새 수목드라마 ‘7일의 왕비’(극본 최진영, 연출 이정섭, 제작 몬스터 유니온)의 주인공 출연을 확정 지었다. 캐릭터를 깊이 있게 그려내며 극의 완성도를 높이기로 유명한 세 배우의 조합인 만큼,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7일의 왕비’는 단 7일, 조선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 동안 왕비의 자리에 앉았다 폐비된 비운의 여인 단경왕후 신씨를 둘러싼 중종과 연산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로맨스 사극이다. 연산군의 폭정과 중종반정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회오리 속에 가려졌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살아 있는 캐릭터와 애틋한 멜로라인이 돋보이는 대본, 이정섭 감독의 유려한 연출이 만나 또 한 번 안방극장 사극 신드롬을 예고하고 있다. 새롭게 합류를 확정한 이동건은 ‘7일의 왕비’를 통해 강렬한 연기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연산군’으로 기억하는 조선의 10대 왕 ‘이융’ 역을 맡은 것. 극중 ‘이융’은 만인지상 일국의 군주로 태어나 모두를 자신의 발 밑에 두었지만,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만큼은 가질 수 없었던 슬픈 왕으로 그려진다. 전작에서 보여준 반듯한 젠틀맨과는 180도 반전되는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이동건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애끓는 사랑과 집착, 광기 등을 폭 넓게 그려낼 것으로 기대된다. 연우진은 극중 조선의 왕제 ‘이역’으로 분한다. ‘이역’은 조선의 10대 왕 ‘이융(이동건 분)’의 이복동생. 아무것도 해선 안 되는 왕제의 신분으로 태어나 숨죽이며 살아야 했지만, 세상을 위해 뭐라도 하고 싶었던 열혈대군이다. 역사적으로 형인 연산군을 몰아내고 왕좌에 앉은 중종이 바로 ‘7일의 왕비’ 속 이역이다. 연우진은 ‘7일의 왕비’의 중심에서, 뜨거운 사랑과 차디찬 권력이라는 상반된 두 가지 폭풍을 이끌어가는 ‘이역’이라는 인물을 통해 남성적인 카리스마로 다시 한번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이 두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여인이자, 7일 동안 왕비의 자리에 올랐던 단경왕후 신씨 ‘신채경’ 역을 맡은 박민영이 오랜만에 사극으로 돌아온다. 목적 없이 순수한 사랑을 꿈꾸지만 최고 권세가의 딸로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가장 정치적인 사랑을 해야 했던 비운의 여인이다. 양반집 규수답지 않게 엉뚱하고 해맑던 여인이 이역(연우진 분), 이융(이동건 분) 두 형제 사이 ‘사랑’이라는 뜨거운 불덩이가 되는 극의 전개 속에서 박민영 특유의 사랑스러움과 깊은 감정 연기가 빛을 발할 예정이다. 특히 박민영은 ‘영광의 재인’, ‘힐러’에 이어 다시 한 번 이정섭 감독과 재회하며,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박민영 연우진 이동건 세 배우가 그려나갈 애틋하고 뜨거운 러브스토리 ‘7일의 왕비’는 ‘쾌도 홍길동’, ‘제빵왕 김탁구’, ‘힐러’,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연출한 이정섭 PD와 최진영 작가가 의기투합한 드라마이다. KBS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 후속으로 방송된다. 사진=문화창고, 점프엔터테인먼트, FNC엔터테인먼트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문화마당] 22년 지기 친구를 만났다/윤가은 영화감독

    [문화마당] 22년 지기 친구를 만났다/윤가은 영화감독

    현정이를 다시 만난 건 고등학교 졸업 이후 무려 7년이 지나서였다. 우리는 중학교 내내 붙어 다니며 별별 파란만장한 역사를 함께 써 나갔고, 그런 우정으로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해 같은 동아리까지 들어 또 3년을 함께 보낸 절친한 사이였다. 그런 친구와 단지 각자 사는 게 빠듯하다는 이유로 그렇게 오랫동안 못 만나게 될지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우연히 연락이 닿아 대학로 한복판에서 다시 만난 그녀는 여전히 내가 진심으로 믿고 좋아했던 단짝의 모습 그대로였다. 십대 시절 마치 세상의 주인인 양 함께 깔깔거리며 소리치다 또 아무도 모르게 소곤소곤 비밀을 나눴던 우리는, 오랜만의 해후가 무색하게 꼭 어제 만난 것처럼 웃고 떠들며 그간의 은밀한 상처들을 조용히 털어놓았다. 그리고 앞으로 아무리 바빠도 자주 연락하자고, 이렇게 우리 우정의 새로운 챕터를 다시 써 나가자고 굳게 약속하고 헤어졌다. 하지만 이후 우리는 만나지 못했고, 영화처럼 또 7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3년 전 여름 첫 장편영화 촬영을 앞둔 나는 유년 시절을 보낸 성북구의 주택가들을 종일 이리저리 배회하며 돌아다녔다. 영화의 또 다른 얼굴이 될 로케이션 헌팅은 캐스팅만큼이나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특히나 저예산 독립영화의 프로덕션에서는 감독이 직접 발로 뛰며 찾는 게 여러 모로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로 멋지게 포장했지만, 사실 속내는 그저 괴롭고 속상했기 때문이었다. 예산은 빠듯한데, 준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시나리오는 여전히 마음에 안 들었다. 오랜 시간 꿈꿔 온 일을 너무나 제한적인 상황에 맞춰 얼렁뚱땅 해치워 버리는 느낌만 들었고, 그 어떤 과정도 즐겁지 않아 더더욱 괴로운, 그래서 할 수 있는 게 오직 걷는 것밖에 없었던. 그런 시기였다. 그날도 그렇게 잡다한 상념에 사로잡혀 종일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 동네 떠나갈 듯 큰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 젖혔다. 바로 현정이었다. 작은 승용차에 너댓 살쯤 되는 딸과 친구들을 가득 실은 그녀가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언제나 밝고, 명랑하고, 기운찼던, 그 시절 내 단짝의 얼굴 그대로였다. 우리는 반갑게 인사하며 어쩐지 기묘해 보이는 각자의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고는, 금세 다시 볼 것처럼 기쁘게 헤어졌다. 이후 우리가 잠시나마 스치듯 인사할 기회를 잡았을 때는, 여러 우여곡절 끝에 내 첫 영화가 개봉한 무렵이다. 다시 영화처럼 순식간에 2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며칠 전 그런 현정이와 오랜만에 감격스러운 상봉을 했다. 제대로 약속을 하고 만나서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 건 대학로에서의 만남 이후 10년 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말의 어색함도 없이 꼭 중학생 때처럼 떡볶이와 김밥을 입속에 잔뜩 욱여넣은 채 수다를 멈추지 않았다. 이미 수십 번은 곱씹었을 그 시절 사건 사고들을 새로운 무용담처럼 늘어놓는가 하면, 또 난데없이 탄핵 인용을 축하하며 정체성을 숨긴 급진좌파로 마주해야 했던 고통스럽고 웃긴 일화들에 대해 경쟁적으로 털어놓기도 했다. 그리고 한순간 시간에 쫓겨 이젠 정말 자주 보자고, 꼭 열다섯 살 소녀들처럼 온 마음으로 활짝 웃으며 헤어졌다. 이제 우린 또 어떤 세월을 지나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될까. 아직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 먼 훗날의 만남을 고대하며, 나는 오늘 하루 또 이렇게 힘이 난다. 더 잘 살아야겠다.
  • [자치단체장 25시] 장미축제 140배 키운 행정가… ‘경제삼각벨트’ 청사진 그린다

    [자치단체장 25시] 장미축제 140배 키운 행정가… ‘경제삼각벨트’ 청사진 그린다

    ‘면목 없는 동네.’ 서울 중랑구 남부인 면목동은 한때 이렇게 불렸다. ‘말목장 앞(面牧) 동네’라는 어원과는 무관한 표현이다. 편의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은 낡은 주택가인 데다 소득 수준이 높지 않아 붙은 별칭이다. 마뜩잖은 이미지를 뒤집어쓴 건 비단 면목동뿐이 아니었다. 중랑구 전체를 봐도 딱히 인상이 밝지 않았다. ‘망우 공동묘지가 있는 곳’, ‘집값이 싸 잠시 살다 떠나는 동네’…. 그랬던 중랑구가 최근 3년 새 몰라보게 달라졌다. 서울장미축제 등 서울 전역에서 찾아오는 문화 자원이 생겼고, 6년간 표류했던 ‘면목패션(봉제)특정개발진흥지구’ 지정도 지난해 확정되는 등 경제 기반을 갖춰 가고 있다. 초선인 나진구 중랑구청장의 힘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 공무원으로 30년간 일하며 시장 대행까지 맡았던 나 구청장은 노하우를 살려 낙후했던 중랑구에 활력을 입히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구청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웃인 노원구, 동대문구를 부러워하던 우리 구민들이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찾아가고 있다. 이게 가장 달라진 점”이라면서 “자족도시로서 모양을 갖춰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노련한 행정가인 나 구청장이 지역을 바꿔 낸 비결과 그가 꿈꾸는 중랑의 미래 등을 들었다.“귀를 열었더니 도시가 변했다.” 나 구청장이 꼽은 지역 변화의 첫째 비결은 경청이다. 지방정부가 예전처럼 단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복잡한 갈등과 민원을 해결해 주는 곳이 된 까닭에 현장 의견을 잘 들어야 쾌도난마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벌써 26회째 이어 오는 ‘나·찾·소’(나진구가 찾아가는 소통현장)는 ‘경청 행정’을 상징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매달 한 번 교육, 보육, 다문화, 효(孝) 등 주제를 정해 구민들을 만난다. 찬찬히 얘기를 들으며 이들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구정 아이디어도 찾는다. 2014년 10월 교육을 주제 삼아 학부모 170여명과 처음 만난 이후 지금껏 구민 3000여명을 현장에서 만났다. 나 구청장은 “첨예한 갈등 탓에 도무지 화가 안 풀릴 것 같던 주민도 구청장이 나서서 억울함을 진득이 들어주면 마음이 누그러지더라”고 말했다. 나 구청장의 진심은 짧은 시간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었다. 나찾소를 시작한 이후 2년여 새 구에 접수되는 고충 민원과 집단·반복 민원은 52.5%나 줄었다. 해결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집단 민원도 풀렸다. ‘구리~포천 간 고속도로 소음 민원’이 대표적이다. 신내동 주민들은 왕복 6차선인 구리~포천 간 고속도로가 생기면 차량 소음 탓에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나 구청장 자신도 “고속도로 건설이 민자사업인 까닭에 처음에는 해결이 쉽지 않아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가 주민과 함께 합동협의체를 만들고 서울시·SH공사 등 관련 기관을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니자 희망이 보였다. 수차례 면담과 조율 끝에 고속도로와 아파트 사이 반터널형 방음시설을 설치하고 초등학교 주변 방음벽은 더 높게 하는 등 대안을 찾았다.●문화 콘텐츠로 입지·인프라 극복 지역 변화의 둘째 비결은 ‘컬처노믹스’(문화를 활용해 경제 가치를 만드는 것)다. 문화는 입지나 인프라의 한계를 넘어서 도시를 단박에 명소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혁신 콘텐츠다. 나 구청장은 “스페인의 작은 도시 부뇰에서 열려 하루 3만명이 다녀가는 토마토 축제를 봐라. 중랑이 한국의 부뇰이 될 수 있다”면서 “문화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킬러콘텐츠(핵심 자원)”라고 말했다. 컬처노믹스 전도사인 나 구청장의 대표작은 단연 서울장미축제다. ‘중랑천 장미문화축제’라는 이름으로 2012년 시작된 이 축제는 2015년 이름을 바꾼 뒤 급이 다른 행사가 됐다. 나 구청장은 서울시 행정1부시장 때 ‘하이서울 페스티벌’을 기획했던 경험을 살려 유명 축제 기획자인 류재현씨를 총감독으로 섭외했다. 국내에서 가장 긴 5.15㎞의 중랑천 장미터널을 만들고 축제 동안 DJ클럽 파티, 디너쇼 등 청년과 중장년 등 모든 세대가 즐길 만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세계적 이벤트인 카잔루크 장미축제가 열리는 불가리아 측과 손잡고 서울장미축제에서 불가리아의 장미 향수와 오일, 요구르트 등 특산물을 만나 볼 수 있도록 했다.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14년 5000명이 오던 동네 축제가 70만명(2016년 기준)이 찾는 서울 대표 축제로 거듭났다. 나 구청장은 “축제를 여는 데 든 돈은 1억 9000만원이 전부지만 경제효과는 9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공무원과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공이 컸다”고 말했다. 다음달 19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2017 서울장미축제’는 또 한번 진화를 예고한다. 관람객을 매혹하는 결정적 한 방은 ‘밤에 피는 장미’다. 나 구청장은 “‘밤에 즐길 만한 거리가 없어 아쉬웠다’는 의견이 많아 올해는 조명을 활용해 야간에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랑천에 발광다이오드(LED) 등꽃을 띄우고 LED 장미화단, LED 하트 터널 등 조명을 활용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행사의 끝을 알리는 이벤트로는 한국형 불꽃놀이인 ‘낙화놀이’를 기획 중이다. 지난달 문을 연 옹기테마공원도 지역성을 살린 문화 자원이다. 나 구청장은 한때 지역의 골칫거리였던 봉화산 화약고 터를 전통문화체험시설로 꾸며 지난달 옹기테마공원을 개장했다. 봉화산 자락 신내동에 유명 옹기쟁이들이 모여 살았던 점에 주목해 만들었다. ●면목패션지구 진흥계획 올해 승인 최선 나 구청장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계획을 묻자 “중랑이 자족도시로서 꼴을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핵심은 일자리 만들기다. 그는 “계획 수준이었던 중랑경제삼각벨트사업을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삼각벨트사업은 상봉·망우역 일대를 문화·유통·엔터테인먼트 복합상업단지로 조성하는 중랑코엑스사업과 과거 봉제업의 메카였던 면목·상봉동 일대를 부활시키는 ‘면목패션(봉제)특정개발진흥지구’ 사업, 신내 인터체인지(IC) 주변 첨단 산업단지 조성 등 통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나 구청장은 “중랑코엑스사업의 하나인 ‘상봉터미널 복합개발’은 상반기에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뒤 하반기 중 건축심의와 사업시행인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면목패션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된 면목동 136 일대의 진흥계획을 세워 서울시에 승인을 요청한 상태로 올해 안에 승인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계획이 승인되면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통해 봉제업 관련 권장업종 용도의 건물에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줄 수 있게 된다. 구청장이라면 누구나 짧은 임기 내 지역발전을 꾀할 여러 사업을 벌이고 싶어 한다. 문제는 돈이다. 재정자립도가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0위 수준인 중랑구 입장에서는 외부 재원을 끌어오는 일이 중요하다. 나 구청장은 지난 3년간 국·시비 등 300여억원의 외부 재원을 확보했다. 비결이 궁금했다. 그는 “시장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아 그에 맞게 전략을 짠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 예산을 다루는 경영기획실장과 행정1부시장을 지냈기에 시장이 어떤 사업에 지원해 주고 싶어 하는지 잘 안다는 얘기다. 그는 “아주 좋은 모범 사례를 만들면 서울시가 지원을 안 해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나 구청장은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할 때 ‘정치가’보다 ‘행정가’에 방점을 찍는다. 하지만 선출직 공무원으로 3년간 지역을 누비며 좋은 정치란 무엇인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다음 정치 행보만 생각하는 정치꾼이 아닌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진짜 정치인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랑이 획기적인 발전을 하려면 퀀텀점프(대약진)가 필요하다”면서 “주민들이 내년에 기회를 한번 더 주신다면 4년 더 중랑 구정을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공직체험] 집배원이라 쓰고 섬대표로 불린다

    [공직체험] 집배원이라 쓰고 섬대표로 불린다

    따뜻한 바닷바람이 봄의 시작을 알리던 지난달 27일. 목포항에서 쾌속선을 타고 3시간 가까이 파도를 헤쳐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항에 도착하자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시키는 섬마을 풍경이 펼쳐졌다. 뱃멀미로 정신이 없던 기자 앞에 얼굴이 까맣게 탄 한 남성이 마을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삼륜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다. 16년째 홍도에서 ‘1인 집배원’으로 살고 있는 정대웅(44)씨였다. 그는 배 화물칸이 열리자 익숙한 손놀림으로 뭍에서 온 편지와 비와 소포 꾸러미를 오토바이에 옮겨 실었다.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우편 주머니를 들었더니 생각보다 꽤 무거웠다. 정씨는 “초짜가 이런 일 하면 허리 다친다”고 나무란 뒤 삼륜차 화물칸에 기자를 태워 산 중턱 홍도우체국으로 올라갔다.# 220가구의 소식을 싣고… 해가 지면 섬 전체가 붉게 물든다고 해서 이름붙은 홍도(紅島)는 580여명, 220가구가 오손도손 모여 사는 작은 섬이다. 이곳의 유일한 집배원인 정씨는 육지 소식을 가장 먼저 배달하는 ‘일꾼’이자 뭍과 섬을 연결하는 ‘전령사’다. 홍도우체국은 다른 곳보다 한 시간 빠른 오전 8시에 문을 연다. 10시 30분쯤 섬으로 오는 배에 우편물을 보내려는 주민들이 아침 일찍부터 몰려들기 때문이다. 오전 내내 이곳은 마을 주민들이 보내는 택배물품을 처리하느라 북새통을 이룬다. 많을 때는 하루 접수 물량이 300개나 되는데, 대부분은 도시 주민들이 인터넷으로 주문한 해산물과 뭍에 사는 자식에게 선물로 보내는 건어물이다. 접수받은 우편물을 삼륜차에 실어 항구에 옮겨놓은 그는 목포행 쾌속선에서 가져온 우편물을 지역에 맞춰 분류해 나갔다. 매일 홍도로 오는 우편물은 편지(신문 포함) 약 150통, 택배물 50개 정도. 이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해 우편 물량은 줄고 있지만 인터넷·모바일 거래가 늘어 택배 수요는 크게 늘고 있다고 정씨는 설명했다. 점심 식사를 마친 그가 항구 건너편 발전소에 우편물을 갖다 주려 길을 나섰다. 6년 전쯤 만들어진 나무 계단을 30분 가까이 걸어 작은 산 하나를 넘는 ‘난코스’였다. 계단이 생기기 전에는 등반용 줄을 잡고 기어서 올라갔단다. 너무 숨이 차 홍도의 절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고작 이것 걷고 뭐가 힘들다고 이러냐”고 기자를 채근하는 정씨의 모습은 말 그대로 ‘상남자’(남자 중의 남자)였다.# 절해고도의 삶은 외롭지 않다 오후 2시 30분. 남은 우편물을 가방에 차곡차곡 담아 마을 곳곳을 누볐다. 정씨를 본 한 동네 할머니가 “이 잡것아. 그동안 왜 이렇게 얼굴을 안 비쳤냐”며 그의 입에 크게 썬 홍어 한 점을 밀어 넣었다. 정씨는 “지금처럼 어르신들이 음식이나 믹스 커피를 건네며 ‘애쓴다’고 말할 때 피로가 가신다”면서 웃었다. 홍도에서 나고 자란 정씨는 고교 졸업 뒤 서울과 부산 등에서 일하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고 직장을 잃었다. 도시에 대한 아픈 기억을 안고 고향인 홍도로 내려와 방황도 했다는 정씨는 시간 날 때마다 집 근처 우체국에 들러 틈틈이 일을 도운 인연으로 2001년 3월 정식 집배원(상시계약직)이 됐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2004년)이란 긴 제목의 영화를 보면 주인공 홍두식(김주혁 분)이 오지랖 넓게 동네 주민의 온갖 어려움을 샅샅이 파악해 모두 해결하는 ‘홍반장’ 역할을 한다. 이곳에선 정씨가 바로 이 마을의 홍반장이다. 마을 구성원 대다수가 칠순 이상 고령인 홍도에서 정씨는 거동이 불편한 이들의 공과금을 대신 내 주거나 보건지소에서 의약품과 구급약도 받아 준다. 섬에 딱 한 대 있는 우체국 현금지급기(ATM)에 가서 돈을 대신 찾아 주거나 반대로 돈을 부쳐 주기도 한다. 마을 주민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생수 박스가 배로 들어오면 배달도 하고, 몸이 아픈 노인을 삼륜차에 태워 보건지소에도 데려간다. 편지를 돌리다 혼자 사는 노인 집에 들러 말벗이 되고 지붕에 물이 새면 직접 고쳐 주기도 한다. 며칠간 집에 인기척이 없거나 낯선 이가 의심쩍게 주변을 어슬렁거리면 경찰에 신고도 한다. 이 모든 것은 그가 집배원이기에 아무 대가 없이 주민들을 위해 해 주는 일이다. 우편 배달길에 만난 마을 청년회장 김영재(40)씨는 “대웅이형은 단순한 집배원이 아니라 마을 전체의 물류와 안전, 복지를 책임지는 사실상의 동네 대표”라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일을 끝낸 정씨가 고샅길을 따라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갔다. 그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였다. “집배원 일이 고되지만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보람도 커 절해고도의 생활이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15년 넘게 여름휴가 못 가 홍도에 없어서는 안 될 그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이 있다. 오래전 마흔을 넘겼지만 미혼이라는 것. “요즘은 이런 섬까지 시집올 아가씨가 없다”며 고개를 흔들지만 그래도 결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진 않은 눈치다. 다만 이곳이 ‘1인 집배원 구역’이다 보니 단 하루도 섬을 비워 둘 수 없어 주말에 목포에 나가 맞선을 보는 것도 여의치 않다고. 집배원 일을 시작하고 15년 넘게 여름휴가 한번 다녀오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란다. 정씨처럼 한 지역을 홀로 책임져야 하는 ‘1인 집배원 구역’은 전국에 50여곳이나 된다. 그의 소원은 남들처럼 일 년에 한 번씩 일주일짜리 휴가를 다녀오는 것과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주말을 온전히 쉬는 것이다. 때마침 1인 집배원 현황을 살피러 홍도를 찾은 황문영 전국우정노동조합 복지국장도 “강씨의 모습이 안타깝다”고 혀를 찼다. 우정사업본부 훈령 15조에는 집배원 인력의 3.5%를 여유 인력으로 둬 병가나 휴가에 대처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우정사업본부가 우편사업에서 해마다 300억~700억원씩 적자를 내다 보니 인력 충원이 잘 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집배원의 평균 근로시간은 연간 2860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1747시간)뿐 아니라 우리나라 평균(2113시간)과 비교해도 월등히 많다. 최근 5년간 85명의 집배원이 과로사 등으로 숨졌고 올해 들어서도 두 명이 세상을 떠났다. 정씨에게 ‘휴식’과 ‘가족’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인생의 봄날’은 언제쯤 올까. 글 사진 홍도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공공보육률 50% 돌파… ‘보육특별구’ 성동

    공공보육률 50% 돌파… ‘보육특별구’ 성동

    “아이들 보육, 구에서 책임지겠습니다.” 서울 성동구가 공공보육률 50%를 돌파했다. 아이들 보육을 전적으로 도맡는 ‘공공보육 자치구’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서울 자치구 가운데 ‘공공보육률 1위’를 굳건히 지키며 ‘공공보육 100% 실현’이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성동구는 지난 29일 왕십리뉴타운 3구역 센트라스아파트에 아띠·나래·으뜸·라온 어린이집 네 곳과 하왕십리동 극동미라주아파트에 극동미라주어린이집 한 곳을 개원했다고 30일 밝혔다. 한 곳당 최소 20명에서 최대 51명까지, 전체 정원 188명의 어린이집 5곳이 동시에 문을 열면서 구 전체 어린이집 어린이 8133명 가운데 4123명이 구립어린이집을 다니게 됐다. 성동구 관계자는 “공공보육률이 50.69%에 달한다”며 “명실상부한 보육특별구로 우뚝 섰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공간정보 연계를 통한 보육서비스 인프라 적정성 분석 보고’에서도 서울에서 승용차로 20분 이내 갈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가장 많은 동네로 성동구의 행당1동·송정동·성수1가2동 등이 뽑혔다. 성동구는 민선 6기 들어 맞벌이 부부의 보육 고민을 덜고 저출산 문제도 해결하고자 구립어린이집을 지속적으로 늘려 왔다. 구립어린이집 신설 방식도 독특하다. 구는 지역 종교 시설 유휴 부지 활용, 신축 아파트 공간 무상 임대, 공동주택 내 의무설치 민간어린이집 구립 전환 등 다양한 민관 협력 방식을 통해 어린이집 확충에 드는 예산 문제를 해결했다. 어린이집 신축은 보통 규모에 따라 한 곳당 10억~25억원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번에 개원한 센트라스아파트 내 구립어린이집 네 곳은 아파트 공간을 무료로 빌려 총 9억원의 예산으로 개원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앞으로도 공동주택 연계, 기존 시설 매입 등을 통해 구립어린이집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것”이라며 “학부모들의 다양한 노동 형태를 반영해 24시간 아이들을 돌보는 어린이집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문화마당] 대통령의 독서 취향/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문화마당] 대통령의 독서 취향/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마자린 팽조가 쓴 소설에 관해 들은 건 작년 겨울 어느 술자리에서였다. 친하게 지내는 편집자가 미테랑 대통령 일화를 얘기하던 끝에 “꽤 오래전이긴 하지만 한국에도 번역돼 나온 적이 있다”고 알려 주었다. ‘첫소설’이라는 제목이다. 2002년 출간됐는데 용케 서점에서 초판을 구할 수 있었다. 판매가 영 신통치 않았나 보다. 하긴 대통령의 딸이 썼다는 이유만으로 프랑스 소설에 관심을 가질 독자가 얼마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미테랑은 상원의원이던 1962년 안 팽조와 처음 만났다. 결혼한 마흔여섯의 정치인과 열아홉 살의 미술학도는 금세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 사이에서 마자린 팽조가 태어났다. 미테랑과 팽조의 관계가 세상에 공개된 건 1994년이다. 스무 살의 마자린이 대학에 합격한 걸 축하하는 조촐한 자리를 주간지 ‘파리 마치’가 몰래 촬영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미테랑은 기사가 보도되리라는 걸 미리 알았지만 막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는 왜 언론의 폭로를 방관했을까.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미테랑은 답을 가르쳐 주었다. 떠나기 전에 마자린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미테랑의 장례식에 참석한 마자린은 “아버지는 기사가 나를 괴롭게 만들 거라 걱정했지만 나는 오히려 아버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될 테니 안심하라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비난을 받은 건 사생활을 침해한 ‘파리 마치’였다. 저자는 픽션일 뿐이라고 했지만 내가 읽은 ‘첫소설’에는 부녀지간의 애틋함이 잘 드러나 있었다. 미테랑은 마자린이 문학에 매진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했으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딸을 격려해 주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미테랑은 정치가이기 이전에 스무 권이 넘는 책을 써 낸 베테랑 작가였기 때문이다. 미테랑이 팽조를 만나서 죽기 직전까지 보낸 1218통의 러브레터조차 팽조의 동의하에 갈리마르에서 출판됐을 정도다. 그는 일생 동안 글을 썼고 집무실에서 비행기에서 별장에서 공식적인 사진을 찍어야 할 때는 서재를 배경으로 하거나 책을 들어 보이는 걸 잊지 않았다. 또한 파리 시내와 지방을 가리지 않고 출판사와 서점을 자주 방문해 담당자들의 얘기를 들었다. 출판사에서는 그에게 도서 카탈로그를 보내 주었다. 대통령이 직접 전화해 책을 주문한 뒤에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서점에 들러 주문한 책을 받아 오는 일도 종종 있었다. 다양한 매체에서 자신의 문학적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즐겼던 미테랑의 일화를 계간지 ‘라레트르’는 이렇게 소개한 바 있다. “본인이 쓴 책이 나오면 여러 작가들과 함께 방송에 출연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1978년에 ‘꿀벌과 건축가’를 출간했을 때는 ‘아포스트로프’라는 TV 독서 프로그램에서 미셸 투르니에, 파트릭 모디아노와 함께 책을 소개하고 질의응답하며 토론을 벌였다.” 미테랑이 얼마나 책을 각별히 여겼는지, 대중들이 그런 대통령을 얼마나 뿌듯해했는지에 관한 기사를 읽으며 문득 엉뚱한 상상을 해 보았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일삼는 재래시장에서의 서민 코스프레가 식상해질 대로 식상해진 오늘 차라리 동네서점에 들러 책을 사고 독자들과 만나고 ‘82년생 김지영’의 작가와 함께 한국 여성들의 고단한 삶에 관해 토론하는 모습을 누군가 보여 주면 어떨까. 본인이 감동적으로 읽은 책 얘기까지 곁들인다면 효과 만점일 것 같은데. 적어도 나는 그 후보에게 표를 던질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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