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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욕하고 때리는 치매 10년…아들은 수면제를 탔다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욕하고 때리는 치매 10년…아들은 수면제를 탔다

    잠든 어머니 코·입 막은 40대 양성준씨“저 도둑년이 우리 집 살림을 거덜 내려고 하네. 나가, 이년아.” 양성준(47·가명)씨가 출근한 뒤 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상황이 급하다는 간병인의 전화를 받고 헐레벌떡 집으로 달려오자 어머니(당시 67세)는 지팡이를 마구 휘두르며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간병인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들을 본 어머니는 그제야 안심이 된 듯 누그러졌지만 간병인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며 그 길로 짐을 쌌다. 또 일주일을 못 견뎠다. 2001년 환갑도 안 돼 뇌경색으로 쓰러진 어머니 몸에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찾아왔다. 거동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폭행과 폭언을 서슴지 않는 폭력적인 성향으로 바뀌었다. 어머니의 정신은 필라멘트가 다한 전구 같았다. 처음에는 한두 번 깜빡거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빛을 잃다가 나중에는 아주 가끔 불이 들어오는 듯했다. 밤낮 가리지 않고 소리를 지르는 통에 동네 주민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쳤다. 행동은 점점 과격해졌다. TV부터 전기밥솥, 전화기까지 살림은 남아나는 게 없었다. 자식들도 알아보지 못하고 도둑이라며 욕설을 퍼붓던 어머니는 잠깐이나마 기억이 돌아오면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때문에 네 동생이 힘들어. 죽고 싶어도 그것조차 쉽지 않구나.” 그도 잠시, 딸이 “그런 말 말고 건강하세요”라고 하면 또다시 욕설을 퍼부으며 돌변했다. 우울한 암전 시간은 점점 길어졌다. 2007년 아버지마저 간암으로 사망하자 간병은 오롯이 양씨의 몫이 됐다.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봐 암 투병 사실마저 숨겼던 아버지는 “네 엄마와 함께 가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꼭 요양원에 모셔라”고 당부하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아들은 차마 그러지 못했다. 최대한 바깥일을 줄이고 집에서 어머니를 돌보는 시간을 늘렸다. 하지만 양씨가 없으면 꼭 사달이 났다. 어머니는 혼자 집 밖으로 나가 길을 잃어버렸다. 같은 신고가 반복되자 경찰들도 짜증스러워했다. 양씨가 종일 동네를 찾아 헤매다 보면 어머니는 길가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밖에서 문을 잠그고 출근을 하면 어머니는 몇 시간씩 괴성을 질렀다. 주민들의 원성은 더 커졌다.어머니를 요양병원으로 모셨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다른 환자를 슬리퍼로 때리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반복해 하루 만에 다시 집으로 모셔 와야 했다. 다른 병원에서는 어머니의 팔다리를 침대에 묶어 놓았다. 이런 어머니가 안쓰러웠던 양씨는 잘 때만이라도 편하게 해드리자며 묶은 끈을 풀어드리고 병원에서 함께 밤을 새우고 출근하곤 했다. 잘되던 입시학원까지 접고 어머니를 돌봤지만 병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카드빚이 늘어났다. 끝을 알 수 없는 간병에 양씨도 지치기 시작했고, 고립감, 우울, 절망이 숨통을 조였다. 무엇보다 완전히 딴사람이 된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것이 괴로웠다. 아들 앞에서는 옷도 갈아입지 않을 정도로 흐트러짐 없던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한 후 혼자서는 입지도, 먹지도, 볼일을 볼 수조차 없는 지경이 됐다. 식사도 거부한 채 움직이지 못하는 다리로 병원 현관에 기어나와 매일 아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몸무게가 15㎏이나 빠져 이미 산송장 같은 모습이었다. 병원에서는 어머니에게 주사로 영양분을 억지로 공급했다. 양씨가 올 때마다 어머니는 “제발 나가게만 해줘”라고 매달렸다. ‘짜르르 짜르르….’ 매미가 자지러지게 울던 2011년 8월 초, 휴가철이니 바람이라도 쐬어 드리고 싶다며 병원에 외박 신청을 하고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왔다. 다섯 번째 병원. 옮긴 지 한 달 반 만이었다. 집에 오신 어머니는 아들이 주는 죽과 과일을 맛있게 드셨다. “어머니가 음식을 드시지 못하는 게 아니었어.” 양씨가 흐느꼈다. 어머니는 양씨가 건넨 수면제 다섯 알을 먹고 편안한 표정으로 잠들었다. 어머니 옆에 몇 시간이나 있었을까. 날이 밝아오는 것을 본 양씨는 테이프로 어머니의 입과 코를 막고는 어머니 품에 가만히 머리를 묻었다. ‘어머니 편하게 해드리고 저도 따라갈게요.’ 간병을 시작한 지 10년 만이었다. 자살에 실패한 양씨는 사흘 뒤 경찰에 자수했다. 양씨가 결혼도 하지 않은 채 혼자서 어머니를 정성껏 모시던 걸 봐왔던 이웃주민들이 먼저 나서 법원에 선처를 호소했다. 법원은 양씨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당시 양씨와 같은 구치소에 있던 수감자로부터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듣고는 양씨의 사건을 맡게 된 변호사는 “아들은 구치소에 있으면서도 자신은 죄인이라 할 말이 없다며 스스로를 변호하려 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양씨는 2016년 출소했다. 서울신문은 양씨를 직접 만나려고 수소문했으나 연락을 끊은 채 살아가는 그를 찾을 수 없었다. 양씨의 이야기는 변호사와 경찰, 주민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 재구성했다. 치매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의심과 망상, 그리고 폭력성은 치매 간병의 또 다른 고통이다. 이는 치매 환자를 간병하는 가족들에게 견디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안겨 준다. 환자의 예상치 못한 돌발 행동 때문에 늘 긴장하게 되고, 간병 기간이 길어지면 사회적 고립과 우울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간병인은 치매 환자의 폭언과 폭행에 직접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이 같은 폭력성은 간병인으로 하여금 우발적 살인이나 자살 충동을 부추기기도 했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외 3명이 2016년 발표한 ‘치매노인의 증상 정도가 부양자의 자살 생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치매 환자의 증상이 심해질수록 가족 관계가 악화될 뿐만 아니라 부양자의 자살 생각도 심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병 범죄의 절반 이상이 치매 환자 가정에서 일어난다. 서울신문이 2006년부터 최근까지 발생한 간병살인 108건을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53.7%)이 치매 환자를 간병하면서 일어났다. 33.3%(36건)는 평소 피해자가 자신을 돌봐온 가해자에게 폭력이나 언어폭력을 행사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가 근거 없이 엄마의 외도를 의심하실 때 그게 치매 초기라는 걸 미리 알았어야 했어요. 좀더 일찍 대처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후회스럽죠.” 아버지의 치매 증상으로 쓰라린 경험을 한 정진규(48·가명)씨는 기자와 만나 아픈 기억을 털어놓았다. 정씨의 어머니 이옥자(75·가명)씨는 2011년 11월 남편의 머리를 변압기로 내려쳐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남편의 의심과 폭력이 날로 심해지더니 급기야 추석 때 온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네 엄마가 다른 남자와 놀아난다”며 한바탕 소란을 피운 것이다. 이씨가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자 병원까지 찾아가 소동을 일으켰다. 폭력적인 치매 남편과 사는 건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그러다 한순간에 폭발했다. 법정에 선 이씨는 “나는 이렇게 힘든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코를 골며 자는 남편이 치가 떨리게 미웠다”며 흐느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은 이씨에게 살해의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남편을 헌신적으로 병수발해 온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사건 이후 법원과 병원의 권유에 따라 정씨와 형제들은 아버지를 국립요양원으로 모셨다.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는 어머니는 서둘러 병원에 모시고 가 약을 복용하며 관리하고 있다. “치매가 의심되면 무조건 검사를 받고 약을 드시도록 하는 게 첫 번째예요. 증상이 심해지면 요양원에 모시든 요양보호 지원을 적극적으로 받으세요. 가족이 직접 모셔야 자식 노릇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그게 최선이 아닐 수 있어요. 우리 가족이 혹독한 경험을 치르고서야 깨달은 거예요. 지금 두 분은 행복하세요.” 글 사진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손성진의 우리가 잘 모르는 독립운동가] 여성 항일투쟁의 선봉… 김원봉만큼 조국 사랑했던 그녀

    [손성진의 우리가 잘 모르는 독립운동가] 여성 항일투쟁의 선봉… 김원봉만큼 조국 사랑했던 그녀

    “사랑이여/ 그대를 위해서라면/ 내 목숨마저 바치리/ 그러나 사랑이여/ 조국의 자유를 위해서라면/ 내 그대마저 바치리”(헝가리 시인 페퇴피 산도르의 시)의열단장 김원봉은 고국이 해방되자 이역에서 숨진 아내 박차정의 유골을 가슴에 안고 귀국했다. 김원봉은 피 묻은 박차정의 속적삼을 친정 식구들에게 전하고 비통한 심정으로 고향인 경남 밀양 부북면 제대리 뒷산에 유골을 묻었다. 13년이란 짧은 세월이었지만 중국 땅에서 함께 투쟁한 동지이자 반려자였다. ●중국서 만난 김원봉과 13년간 항일독립운동 제대리에서 내려 농가를 지나 야산으로 들어가 수풀을 헤치고 올라가니 띄엄띄엄 무덤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동묘지였다는데 나무와 덤불로 뒤덮여 있었다. 100m쯤 올라가니 박차정의 묘소가 나타났다. 마른 솔잎이 봉분을 뒤덮는 바람에 풀이 자라지 않아 메말라 있었다. 피 흘리며 싸우다 숨진 여성 독립운동가의 묘소로는 너무 초라했다. ‘약산 김원봉 장군의 처, 박차정 여사의 묘’란 비문만이 묘주(墓主)가 누구인지 알려준다. 묘소에서 멀리 너른 들녘이 보이고 밀양강이 굽이쳐 흐른다. 밀양강 바로 북쪽, 해천 옆에 남편 김원봉의 생가가 있었다. 그 위쪽 부북면 신작로에는 해방 후 귀국해 고향을 방문한 김원봉을 환영하는 인파가 발 디딜 틈도 없이 들어찼었다.‘빨갱이’로 낙인찍힌 김원봉의 배우자란 딱지는 박차정의 공훈을 인정받는 데도 오랫동안 장애물이 됐다. 1995년에야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박차정의 생가는 부산 동래구 칠산동 동래고등학교 담벼락 옆 동네 안쪽에 있다. 지금은 옛날 모습대로 깔끔하게 복원돼 드문드문한 관람객의 방문을 받고 있었다. 충절의 고향 밀양에서 태어난 약산(若山) 김원봉(1898~1958)은 어릴 때부터 반일 감정이 남다른 소년이었다. 나라를 잃은 슬픔에 방황하던 김원봉은 대한광복회의 암살 활동에 충격을 받고 중국으로 가 독립운동에 몸을 던졌다. 약산은 난징 진링대학에 입학한 이듬해 터진 3·1운동의 비폭력에 실망했다. 그가 선택한 길은 암살·파괴활동이었다. 조국 독립을 위해 열혈 운동가들은 민중 속에 잠재한 폭력의 위력을 끌어내는 뇌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1919년 11월 9일 중국 지린성 반 아무개 농부의 집에 우국 청년 10명이 모였다. 밤샘 토론 끝에 김원봉을 의백(義伯·단장)으로 하는 의열단이 결성됐다. 조선 총독 이하 고관, 군부 수뇌, 친일파 거두 등을 ‘칠가살’(七可殺)로 규정, 처단의 목표로 삼았다. 단원들은 거사에 서로 가겠다고 싸울 정도로 죽음을 겁내지 않았다. 첫 거사 모의는 그만 악명 높은 조선인 경찰 김태석에게 발각돼 윤세주 등 6명이 붙잡히고 말았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박재혁의 부산경찰서 폭탄 투척, 최수봉의 밀양경찰서장 폭탄 투척, 김익상의 조선총독부 폭탄 투척, 육군 대장 다나카 기이치 암살 기도, 나석주의 동양척식회사 습격 등 잇단 의거를 감행했다. 헝가리인 마자알의 고성능 폭탄 제조법 전수와 의열단 정신을 명문화한 신채호의 ‘조선혁명선언’으로 의열단의 기세는 더욱 높아져 단원이 1000명을 헤아리게 되었다. 의열단원 김지섭은 화물선 석탄창고 속에서 열이틀을 지낸 끝에 일본에 도착해 황궁에 폭탄을 던졌다. 의열단원들의 잇단 항거는 일본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김원봉에게는 김구 선생보다 많은 100만원(현재 가치 약 320억원)이란 막대한 현상금이 붙었다. 김원봉은 잠자리를 자주 옮겨 다니고 같이 사진을 찍고 나서는 원판을 회수하는 치밀함을 보이며 일경을 따돌렸다. 신출귀몰이었다. ●신출귀몰 약산, 김구 선생보다 현상금 더 붙어 5~6년 동안 수백건의 투쟁을 했지만 자금이 바닥나자 의열단의 활동도 주춤해졌다. 장제스가 교장으로 있던 황푸군관학교에 입학했다. 졸업 후 약산은 군관학교에 다니던 조선 학생들을 가입시키면서 의열단 재건에 나섰다. 김원봉이 박차정을 만난 것은 이즈음이다. “천궁에서 내다보는 한 조각의 반월이/ 고요히 대지 위에 비칠 때(…)/ 옛 기억이 마음의 향로에서 흘러넘쳐서/ 비애의 눈물이 떨어집니다(…)” 여성 독립운동가 박차정(1910~1944)이 18세 때 모교(동래 일신여학교·현 동래여고) 교지에 발표한 시 ‘개구리 소리’다. 꿈 많은 문학소녀였던 박차정은 항일 정신으로 무장된 집안의 3남2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아버지 박용한은 일제의 침략에 비분강개해 유서를 남기고 자결했다. 여학교를 졸업하고 항일 여성운동 단체인 근우회의 중앙집행위원회 상무위원으로 선출된 박차정은 1929년 광주학생운동에 이어 1930년 1월에 서울 여학생시위사건을 배후에서 지도했다. 바로 ‘근우회 사건’이다. 두 번의 구금으로 혹독한 고문을 당해 몸은 거의 반신불수가 되었다. 병석에 누워 있던 박차정을 중국으로 부른 사람은 의열단에 몸담고 있던 둘째 오빠 박문호였다. 박차정은 곧바로 중국으로 건너가 의열단에 합류했다. 1930년 3~4월쯤이었다.●독립투쟁·문학 공통관심… 사랑으로 발전 박차정은 등단을 권유받을 만큼 문학에 조예가 깊었고 김원봉도 톨스토이와 투르게네프 등의 러시아 문학을 좋아했다. 독립투쟁과 문학이라는 공통의 목표와 관심사는 사랑으로 승화됐다. 두 사람은 1931년 3월 결혼했다. 김원봉은 난징으로 활동 무대를 옮겨 장제스의 지원으로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를 개설해 투사들을 양성했다. 이육사는 이 학교 1기 졸업생이었다. 박차정은 교관으로 힘을 보탰다. 김원봉은 일본의 침략이 격화되자 혁명세력의 통합을 위해 민족혁명당을 창당했다. 박차정은 그 산하에 난징조선부녀회를 만들어 당원 가족을 중심으로 한 여성들을 규합해 항일투쟁을 독려했다. 약산은 중일전쟁 발발 후인 1938년 10월 10일 항일 무장부대인 조선의용대를 창설했다. 약산은 의용대장이 됐고 박차정은 부녀복무단장을 맡았다. 의용대는 주로 일본군을 상대로 한 선전활동을 했고 총을 들고 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1939년 2월 박차정은 장시성 쿤륜관 전투에서 적탄에 맞아 크게 다치고 말았다. 그 후 조선의용대의 일부는 화베이지방으로 북상해 팔로군과 함께 전투에 참가했다. 김원봉은 화베이로 가지 않고 임시정부에 합류해 광복군 부사령관, 임정 군무부장에 취임했다. 군무부장 취임 직후인 1944년 5월 27일 부상의 후유증이 깊어져 아내 박차정은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했다. 김원봉은 광복을 맞아 근 30년 만에 귀국했으나 더 가혹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좌익 인사 김원봉에게 반대파의 백색테러와 암살 위협이 지속됐다. 미군정에 체포됐을 때 고문을 하고 수모를 준 경찰이 친일 앞잡이 노덕술이었다. 김원봉은 풀려난 뒤 너무나 분해서 사흘 동안 통곡했다고 한다. 김원봉이 월북한 데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북한에서는 검열상과 노동상이란 고위직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는 1958년 숙청당하고 말았다. 남북 양쪽에서 버림받은 것이다. 그는 본질적으로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 좌우를 넘나들며 독립을 염원한 민족주의자였다.●약산 생가터엔 의열기념관… 서훈은 거부 당해 밀양 내이동 김원봉의 생가터에는 의열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그 앞에 흐르는 해천변에는 항일테마거리가 조성돼 있다. 이준설 학예연구사는 “김원봉뿐만 아니라 박제혁, 최수봉, 강우규 의사 등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이라면서 “의열단에 최초로 참여한 사람은 알려진 대로 13명이 아니라 10명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약산 집안의 9남2녀 중 4형제는 6·25 때 보도연맹사건으로 총살당했다. 막내 김학봉(86)씨가 생존해 있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입원 중이다. 김원봉에 대한 유족과 밀양시민들의 서훈 신청은 번번이 거부됐다. 글 사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자치광장] 책과 함께, 탁 트이는 마음/채현일 서울 영등포구청장

    [자치광장] 책과 함께, 탁 트이는 마음/채현일 서울 영등포구청장

    “오늘날의 나를 만든 것은 동네 도서관입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더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입니다.”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립자인 빌 게이츠의 말이다. 그는 이미 초등학교 시절부터 독서에 몰입해 열 살이 되기 전 백과사전을 독파했다. 어려서부터 읽어 온 많은 책들이 그를 하버드로 진학시킨 힘이 됐다. 어찌 됐든 빌 게이츠는 하버드 졸업장보다 독서하는 습관을 소중하게 여겼다. 올해는 책의 해다. 영등포구도 책을 가까이 해 주민들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도록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우선 영등포구립도서관은 기존 5권 한도인 도서 대출 권수를 2배 늘려 총 10권까지 대출해 주는 ‘북 프리 데이’를 운영한다. 지난달 21일에는 대림정보문화도서관을 방문해 시설을 점검하고 아이들에게 직접 동화책을 읽어 주며 책에 대한 재미를 찾아 줬다. 그리고 감상을 나누며 아이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 더 다양한 책읽기 프로그램을 개발해 구민의 지식 함양을 도모하고 소통의 기회를 늘려 나갈 계획이다.  책 읽는 문화 조성 계획은 구민뿐만이 아닌 영등포구 직원들에게도 해당된다. 전 직원의 ‘책 읽기 생활화’를 위해 직원 상호 간 책 선물 릴레이, 부서 내 양서 비치 등 다양한 방안으로 조직에 지식의 향기를 불어넣고 있다.  책이 주는 즐거움을 직원들과 함께 나누고자 정례간부 회의 때 국장급 간부들에게 책을 선물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전 직원에게 독서릴레이 문화가 확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에는 3줄 정도의 간단한 서평을 적을 수 있는 독서 카드를 만들어 독서 후기를 서로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부서 내 직원들의 자율적인 도서기증을 통해 독서활동을 장려하고, 부서 간 도서 정보 공유 및 교환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행정시스템 내 ‘독서나눔방’ 게시판을 운영할 계획이다.  독서를 통해 지성과 감성을 겸비한 공무원으로 한 단계 성장하고 ‘탁 트인 영등포’에 걸맞은 열린 마음를 갖추길 기대한다. 나부터 직원들의 독서문화가 지역사회로 확산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할 것이며, 책을 매개로 소통하는 ‘책 읽는 문화도시’ 조성에 앞장서겠다.
  • [자치광장] 소확행의 삶을 위하여/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

    [자치광장] 소확행의 삶을 위하여/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

    민선 단체장이 된 후 길 위의 풀 한 포기, 벽돌 한 장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공교롭게도 임기 첫날부터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급한 마음에 지역 내 위험 시설물 이곳저곳을 돌아봤는데 허술한 옹벽, 고장 난 신호등, 깨진 보도블록이 눈에 들어왔다. 미리 점검 못한 내 책임 같았다.강물에 떨어진 돌멩이 하나가 일으킨 물결이 퍼져나가듯 이러한 생각의 고리는 결국 주민 행복까지 이어졌다. 현실은 어떤가. 사람들은 달콤한 내일만 바라보며 오늘을 희생하며 열심히 살고 있다. 눈 앞의 행복을 놓치는 중이다. 지역의 살림을 책임지는 구청장으로서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고민하게 된다. 주민들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을 삶 속에서 느끼길 바란다. 노원구는 좋은 여건들을 갖췄다. 자연환경만 해도 도시에서 드물게 수락산, 불암산, 영축산, 초안산 등 4개의 산이 있고, 중랑천과 당현천, 우이천이 도심을 흐르는 배산임수 지역이다. 불암산에는 곧 나비정원이 문을 열고 구는 산림치유센터 건립도 추진 중이다. 하천 주변은 둔치에 꽃길 산책로를 조성해 쉼터로 활용할 예정이다. 또 시내 중심가 못지않게 문화공간도 많다. 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해 북서울미술관, 서울과학관, 우주학교가 대표적이다. 지난 6월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샤갈전’은 6만여 명이 관람했다고 한다. 전시관에서 먼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접근성이 떨어진다. 지역 관람 시설에 수준 높은 볼거리와 공연을 정기적으로 유치할 계획이다. 100세 시대, 건강 역시 우리 삶의 필수요소다. 구는 안전한 산행을 위한 등산로 정비, 산허리를 둘러싸는 산책로를 겸한 둘레길 확충, 유아와 장애인들도 이용하기 편한 무장애 숲길을 조성한다. 또한 지역의 동네 근린공원 24곳도 재정비한다. 이참에 다양한 아이디어도 찾는다. 직원뿐 아니라 주민들도 자유롭게 의견을 내도록 ‘소확행 100일 아이디어 공모’를 구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하고 있다. 행복은 먼 미래의 이야기일 수 없다. 당장 주민 삶에 긍정적 변화와 기쁨을 주는 손에 잡히는 행복,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노원행복 공식을 만들어 가겠다.
  • 주인님! 우리 동네에 강한 여진이 예상됩니다

    올여름만큼이나 무더웠던 2016년 여름이 막 끝난 시점인 9월 12일 오후 8시 32분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 기상청이 계기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이자 남북한 지역을 통틀어 역대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됐다. 1년 뒤인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에는 인근 포항 지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경주 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강력한 규모였다. 집단에 새겨진 공포의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2년 연속 가을철에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국민들은 한반도가 더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끝없이 계속될 것만 같은 폭염의 기세가 누그러지고 가을이 가까워오면서 ‘올해도 큰 지진이 나는 것 아닌가’, ‘이번에는 어느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할까’라는 불안감과 함께 일기예보처럼 지진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은 없을까 하는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대 과학기술로도 지진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전 세계 모든 지역에 지진계를 빼곡하게 설치하지 않는 이상 지진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지진계가 촘촘히 설치돼 있다고 하더라도 지진계에서 지진파를 감지하는 순간 이미 지진은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예측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진은 지구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쌓여 있던 응력과 지각판이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지진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수천, 수만년 동안 쌓인 지구 내부 응력 변화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불과 200~300년 동안의 데이터밖에 갖고 있지 않다”며 지진 예측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래도 과학자들은 지진 예측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인공지능팀이 참여한 미국 산·학 공동연구팀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지진 발생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놔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지구·행성과학과, 코네티컷대 물리학과와 통합지구과학센터, 구글 공동연구팀은 AI의 딥러닝 기술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뒤 나타나는 여진의 위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30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13만 1000개의 본진과 여진 기록을 인공신경망에 입력해 지진에 대해 학습하도록 했다. 그다음 3만개의 새로운 본진 데이터를 입력한 뒤 여진 발생 위치를 예측하도록 했다. 그 결과 지진학자들이 여진의 위치를 예측하는 데 활용하는 ‘쿨롱장 응력변화 기법’보다 더 정확하게 위치를 예측했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쿨롱장 응력변화 기법은 본진이 발생한 다음 단층 형태에 따라 응력이 어떤 방향에 추가되는지를 계산하고 응력이 지진을 유발할 수 있을 정도인지 분석해 여진 위험지역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AI는 본진이 발생한 지역의 단층 형태를 비롯한 구체적인 단층 정보를 주지 않은 채 과거 발생한 대형 지진의 규모, 발생 시간과 위치, 여진 관련 정보 등 비교적 단순 데이터만으로 지진에 대해 학습하고도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위치를 예측해 낸 것이다. 피비 로빈슨 드브리스 하버드대 박사는 “이번 기술은 대형 지진이 발생한 다음 뒤따르는 여진 발생 가능 지역을 놀라운 정확도로 예측함으로써 지진학 분야에서도 AI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 줬다”며 “지진 발생 메커니즘에 대한 물리학적 이해도 역시 한층 높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지진의 예측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은 의미가 크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과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홍태경 교수는 “여진 예측에 AI가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은 좋은 시도이지만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위치를 지나치게 넓게 잡은 경향이 있다”며 “발생 가능 위치를 넓게 잡을수록 해당 지역 내에서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다음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위치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지 언제, 어떤 규모인지는 AI도 여전히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진 예측의 어려움을 보여 준 또 하나의 연구”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1년 2월 22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규모 6.3의 지진으로 6층 빌딩이 무너진 모습(오른쪽 사진). 많은 학자들은 이 지진이 2010년 9월 4일 발생한 규모 7.1의 뉴질랜드 캔터베리 지진의 여진이라고 본다.  네이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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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하버드대학 등 美 산·학 연구팀 “여진 위치 예측 성공… 정확도 98%” 시간·규모 몰라… ‘지진 분석’까진 먼 길올여름만큼이나 무더웠던 2016년 여름이 막 끝난 시점인 9월 12일 오후 8시 32분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 기상청이 계기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이자 남북한 지역을 통틀어 역대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됐다. 1년 뒤인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에는 인근 포항 지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경주 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강력한 규모였다. 집단에 새겨진 공포의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2년 연속 가을철에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국민들은 한반도가 더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끝없이 계속될 것만 같은 폭염의 기세가 누그러지고 가을이 가까워오면서 ‘올해도 큰 지진이 나는 것 아닌가’, ‘이번에는 어느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할까’라는 불안감과 함께 일기예보처럼 지진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은 없을까 하는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대 과학기술로도 지진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전 세계 모든 지역에 지진계를 빼곡하게 설치하지 않는 이상 지진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지진계가 촘촘히 설치돼 있다고 하더라도 지진계에서 지진파를 감지하는 순간 이미 지진은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예측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진은 지구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쌓여 있던 응력과 지각판이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지진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수천, 수만년 동안 쌓인 지구 내부 응력 변화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불과 200~300년 동안의 데이터밖에 갖고 있지 않다”며 지진 예측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래도 과학자들은 지진 예측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인공지능팀이 참여한 미국 산·학 공동연구팀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지진 발생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놔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지구·행성과학과, 코네티컷대 물리학과와 통합지구과학센터, 구글 공동연구팀은 AI의 딥러닝 기술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뒤 나타나는 여진의 위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30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13만 1000개의 본진과 여진 기록을 인공신경망에 입력해 지진에 대해 학습하도록 했다. 그다음 3만개의 새로운 본진 데이터를 입력한 뒤 여진 발생 위치를 예측하도록 했다. 그 결과 지진학자들이 여진의 위치를 예측하는 데 활용하는 ‘쿨롱장 응력변화 기법’보다 더 정확하게 위치를 예측했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쿨롱장 응력변화 기법은 본진이 발생한 다음 단층 형태에 따라 응력이 어떤 방향에 추가되는지를 계산하고 응력이 지진을 유발할 수 있을 정도인지 분석해 여진 위험지역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AI는 본진이 발생한 지역의 단층 형태를 비롯한 구체적인 단층 정보를 주지 않은 채 과거 발생한 대형 지진의 규모, 발생 시간과 위치, 여진 관련 정보 등 비교적 단순 데이터만으로 지진에 대해 학습하고도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위치를 예측해 낸 것이다. 피비 로빈슨 드브리스 하버드대 박사는 “이번 기술은 대형 지진이 발생한 다음 뒤따르는 여진 발생 가능 지역을 놀라운 정확도로 예측함으로써 지진학 분야에서도 AI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 줬다”며 “지진 발생 메커니즘에 대한 물리학적 이해도 역시 한층 높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지진의 예측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은 의미가 크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과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홍태경 교수는 “여진 예측에 AI가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은 좋은 시도이지만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위치를 지나치게 넓게 잡은 경향이 있다”며 “발생 가능 위치를 넓게 잡을수록 해당 지역 내에서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다음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위치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지 언제, 어떤 규모인지는 AI도 여전히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진 예측의 어려움을 보여 준 또 하나의 연구”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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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여름만큼이나 무더웠던 2016년 여름이 막 끝난 시점인 9월 12일 오후 8시 32분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 기상청이 계기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이자 남북한 지역을 통틀어 역대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됐다. 1년 뒤인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에는 인근 포항 지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경주 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강력한 규모였다. 집단에 새겨진 공포의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2년 연속 가을철에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국민들은 한반도가 더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끝없이 계속될 것만 같은 폭염의 기세가 누그러지고 가을이 가까워오면서 ‘올해도 큰 지진이 나는 것 아닌가’, ‘이번에는 어느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할까’라는 불안감과 함께 일기예보처럼 지진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은 없을까 하는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대 과학기술로도 지진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전 세계 모든 지역에 지진계를 빼곡하게 설치하지 않는 이상 지진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지진계가 촘촘히 설치돼 있다고 하더라도 지진계에서 지진파를 감지하는 순간 이미 지진은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예측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진은 지구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쌓여 있던 응력과 지각판이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지진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수천, 수만년 동안 쌓인 지구 내부 응력 변화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불과 200~300년 동안의 데이터밖에 갖고 있지 않다”며 지진 예측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래도 과학자들은 지진 예측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인공지능팀이 참여한 미국 산·학 공동연구팀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지진 발생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놔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지구·행성과학과, 코네티컷대 물리학과와 통합지구과학센터, 구글 공동연구팀은 AI의 딥러닝 기술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뒤 나타나는 여진의 위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30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13만 1000개의 본진과 여진 기록을 인공신경망에 입력해 지진에 대해 학습하도록 했다. 그다음 3만개의 새로운 본진 데이터를 입력한 뒤 여진 발생 위치를 예측하도록 했다. 그 결과 지진학자들이 여진의 위치를 예측하는 데 활용하는 ‘쿨롱장 응력변화 기법’보다 더 정확하게 위치를 예측했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쿨롱장 응력변화 기법은 본진이 발생한 다음 단층 형태에 따라 응력이 어떤 방향에 추가되는지를 계산하고 응력이 지진을 유발할 수 있을 정도인지 분석해 여진 위험지역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AI는 본진이 발생한 지역의 단층 형태를 비롯한 구체적인 단층 정보를 주지 않은 채 과거 발생한 대형 지진의 규모, 발생 시간과 위치, 여진 관련 정보 등 비교적 단순 데이터만으로 지진에 대해 학습하고도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위치를 예측해 낸 것이다. 피비 로빈슨 드브리스 하버드대 박사는 “이번 기술은 대형 지진이 발생한 다음 뒤따르는 여진 발생 가능 지역을 놀라운 정확도로 예측함으로써 지진학 분야에서도 AI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 줬다”며 “지진 발생 메커니즘에 대한 물리학적 이해도 역시 한층 높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지진의 예측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은 의미가 크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과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홍태경 교수는 “여진 예측에 AI가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은 좋은 시도이지만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위치를 지나치게 넓게 잡은 경향이 있다”며 “발생 가능 위치를 넓게 잡을수록 해당 지역 내에서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다음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위치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지 언제, 어떤 규모인지는 AI도 여전히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진 예측의 어려움을 보여 준 또 하나의 연구”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1년 2월 22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규모 6.3의 지진으로 6층 빌딩이 무너진 모습(오른쪽 사진). 많은 학자들은 이 지진이 2010년 9월 4일 발생한 규모 7.1의 뉴질랜드 캔터베리 지진의 여진이라고 본다.  네이처 제공
  • 주인님! 우리 동네에 강한 여진이 예상됩니다

    주인님! 우리 동네에 강한 여진이 예상됩니다

     올여름만큼이나 무더웠던 2016년 여름이 막 끝난 시점인 9월 12일 오후 8시 32분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 기상청이 계기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이자 남북한 지역을 통틀어 역대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됐다. 1년 뒤인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에는 인근 포항 지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경주 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강력한 규모였다. 집단에 새겨진 공포의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2년 연속 가을철에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국민들은 한반도가 더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끝없이 계속될 것만 같은 폭염의 기세가 누그러지고 가을이 가까워오면서 ‘올해도 큰 지진이 나는 것 아닌가’, ‘이번에는 어느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할까’라는 불안감과 함께 일기예보처럼 지진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은 없을까 하는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대 과학기술로도 지진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전 세계 모든 지역에 지진계를 빼곡하게 설치하지 않는 이상 지진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지진계가 촘촘히 설치돼 있다고 하더라도 지진계에서 지진파를 감지하는 순간 이미 지진은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예측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진은 지구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쌓여 있던 응력과 지각판이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지진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수천, 수만년 동안 쌓인 지구 내부 응력 변화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불과 200~300년 동안의 데이터밖에 갖고 있지 않다”며 지진 예측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래도 과학자들은 지진 예측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인공지능팀이 참여한 미국 산·학 공동연구팀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지진 발생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놔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지구·행성과학과, 코네티컷대 물리학과와 통합지구과학센터, 구글 공동연구팀은 AI의 딥러닝 기술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뒤 나타나는 여진의 위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30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13만 1000개의 본진과 여진 기록을 인공신경망에 입력해 지진에 대해 학습하도록 했다. 그다음 3만개의 새로운 본진 데이터를 입력한 뒤 여진 발생 위치를 예측하도록 했다. 그 결과 지진학자들이 여진의 위치를 예측하는 데 활용하는 ‘쿨롱장 응력변화 기법’보다 더 정확하게 위치를 예측했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쿨롱장 응력변화 기법은 본진이 발생한 다음 단층 형태에 따라 응력이 어떤 방향에 추가되는지를 계산하고 응력이 지진을 유발할 수 있을 정도인지 분석해 여진 위험지역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AI는 본진이 발생한 지역의 단층 형태를 비롯한 구체적인 단층 정보를 주지 않은 채 과거 발생한 대형 지진의 규모, 발생 시간과 위치, 여진 관련 정보 등 비교적 단순 데이터만으로 지진에 대해 학습하고도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위치를 예측해 낸 것이다.  피비 로빈슨 드브리스 하버드대 박사는 “이번 기술은 대형 지진이 발생한 다음 뒤따르는 여진 발생 가능 지역을 놀라운 정확도로 예측함으로써 지진학 분야에서도 AI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 줬다”며 “지진 발생 메커니즘에 대한 물리학적 이해도 역시 한층 높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지진의 예측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은 의미가 크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과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홍태경 교수는 “여진 예측에 AI가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은 좋은 시도이지만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위치를 지나치게 넓게 잡은 경향이 있다”며 “발생 가능 위치를 넓게 잡을수록 해당 지역 내에서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다음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위치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지 언제, 어떤 규모인지는 AI도 여전히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진 예측의 어려움을 보여 준 또 하나의 연구”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추억 속에 젖게 했던 ‘TV소설’… 22년 추억되어 사라진다

    추억 속에 젖게 했던 ‘TV소설’… 22년 추억되어 사라진다

    작품 37편… 주로 1960~70년대 배경 새 후속 드라마 ‘차달래 부인…’ 방영22년간 KBS의 평일 아침을 책임져온 TV소설이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다.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추억을 보듬으며 묵묵히 제 역할을 해왔지만 개발에 밀려 사라지는 옛 동네처럼 쓸쓸한 퇴장이다. 지난 28일 서울 영등포구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KBS2 새 아침드라마 ‘차달래 부인의 사랑’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31일 종영하는 TV소설 ‘파도야 파도야’ 후속으로 다음달 3일부터 전파를 탈 드라마다. 정성효 KBS 드라마센터장은 “TV소설이 막을 내리고 본연의 아침 드라마가 돌아왔다”며 “아침 시간대 시청자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새 드라마 제작발표회인 만큼 TV소설에 대한 언급은 더는 없었다. 22년 역사의 TV소설을 위한 자리가 따로 마련된 것도 아니다. 그저 ‘가슴 아픈 근대사 속 인물 군상들의 가슴 뜨거운 삶을 선보여왔다’고 한 줄 언급하는 것으로 종영을 알렸다.TV소설은 1996년 3월 KBS1에서 시작됐다. 첫 TV소설 ‘은하수’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삼남매가 꿋꿋하게 현실을 극복하는 모습을 그렸다. 2009년 제작비 문제로 2년간 방송을 중단했다가 2011년 ‘복희 누나’로 KBS2에서 부활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왔다. 방영된 작품은 37편에 이른다. 일일드라마인 만큼 호흡이 길다. 대부분 120부작을 넘긴다. 현재 방영 중인 ‘파도야 파도야’는 143부작이다. 긴 호흡의 전개로 소설이 주는 유장한 느낌을 내고 여러 등장인물의 삶을 구석구석 조명한다. 예전에는 문학 특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 해설자의 내레이션을 넣기도 했다. 작품 대부분은 1960~70년대를 배경 삼았다. 주 시청자인 중장년층을 고려한 결과다. 옛 골목을 재현한 드라마세트장과 등장인물들의 복장 등이 그 시절을 겪어낸 시청자들을 향수에 젖게 했다. 인터넷·모바일 등에 익숙하지 않은 고정 시청자가 많아 시청률은 나쁘지 않았다. 예전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파도야 파도야’는 늘 8~9%대 시청률을 유지했다. TV소설을 거쳐 간 스타도 여럿이다. ‘그대는 별’(2004년)에서 데뷔 이후 첫 주연을 맡았던 한혜진이 대표적이다. 오창석도 ‘사랑아 사랑아’(2012년)를 통해 주연급으로 올라섰다. ‘강이 되어 만나리’(2006년)의 이필모, ‘그래도 푸른 날에’(2014년)의 송하윤 등도 TV소설을 거쳤다.소재 고갈에 따른 비판을 받거나, ‘막장’ 요소가 가미된다는 지적을 듣기도 했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중장년층을 평온하게 끌어들이는 장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구태의연해진 측면이 있다”면서도 “어르신들이 즐길 거리가 또 하나 없어졌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몇 해 전 TV문학관이 없어지는 등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다”며 “(TV소설은) 공영방송이기에 갖고 있어야 할 것들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야간개장’ 성유리 “남편 집 자주 비워..내가 진짜 밤의 여왕”

    ‘야간개장’ 성유리 “남편 집 자주 비워..내가 진짜 밤의 여왕”

    배우 성유리가 스스로를 ‘밤의 여왕’이라고 밝혔다. 27일 밤 8시 10분 첫 방송된 SBS플러스 신규 예능 ‘당신에게 유리한 밤, 야간개장’에서는 MC 성유리의 일상이 소개됐다. 지난해 5월, 프로골퍼 안성현과 결혼한 후 신혼을 즐기고 있는 성유리는 ‘야간개장’을 통해 자신의 집과 일상을 처음으로 방송에 공개했다. 성유리의 신혼집은 심플하고 모던한 화이트톤의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남편 안성현은 일 때문에 집을 비우기가 일쑤. 대신 성유리는 밍밍, 뚜뚜, 뿌잉 반려견 3마리와 함께 일상을 보냈다. “활동 시간이 주로 밤이다. 전 진짜 밤의 여왕이다”라고 스스로에 대해 설명한 성유리는 느즈막이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그의 첫 일과는 반려견에게 리코더 불어주기. 일어나자마자 리코더를 부는 것만으로도 평범하지 않은데, 그의 집에는 크기별로 다양한 리코더가 있어 시선을 모았다. 성유리는 “초등학교 때 엄마가 리코더합주단을 했다. 저와 오빠가 했는데, 제가 리코더를 좀 잘했다. 리코더신동이라고 동네에 소문났었다”며 어릴 적부터 리코더를 즐겨 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유리는 스케줄에 나갔다. 샵에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예쁘게 받고, 서경덕 교수와 함께 하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홍보영상의 내레이션에 참여했다. 5분 정도 분량의 내레이션이었지만, 성유리는 풀세팅으로 녹음실에 갔다. 내레이션 녹음작업도 능숙하게 해냈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프로다운 성유리의 모습이 돋보였다. 이후 성유리는 골프가방을 매고 실내 골프연습장으로 향했다. 거기서 프로골퍼 조민준에게 골프강습을 받았다. “골프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다”는 성유리의 골프실력은 골프선수 남편이 있다는 게 무색할 정도로 초보수준이었다. 그런 그가 골프를 시작한 이유는 남편 때문이었다. 성유리는 “(남편이 골퍼라)그래서 시작한 것도 있다. 다들 제가 잘 치겠지 하는데, 이렇게 너무 못치면 예의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성유리가 골프를 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 자체가, 남편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성유리는 집에 돌아와 본격적인 자신만의 ‘밤 라이프’를 시작했다. 밤 12시경, 성유리가 한 일은 ‘그림 그리기’였다. 성유리는 목탄으로 흰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동그라미가 좋다”며 동그라미를 사정없이 그렸다. 그 위에 색깔도 덧입혔다. 성유리는 “제 그림을 좋아하시는 고객님이 계시다. 전 블랙&화이트가 좋은데, 색깔을 좋아하시는 고객님을 위해 색깔을 넣었다”며 자신의 그림을 전문적으로 사는 특별한 ‘고객’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림이 거의 완성되자 성유리는 그림의 사진을 찍어 누군가에게 전송했다. 이어 “팔아봅시다”, “사기 한 번 쳐봅시다”라며 그림을 팔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가 전화를 건 ‘고객’은 다름아닌 남편 안성현이었다. 성유리의 휴대폰 액정에는 ‘여보야’라는 애칭이 적혀 있었다. 성유리는 남편과의 통화에서 “고객님, 제가 좋은 그림이 있어서 사진 보내드렸는데 어떠세요”라며 운을 뗐다. 전화기 넘어 안성현은 “마음에 드는 것 같아요”라며 화답했다. 두 사람은 그림 판매자와 구매자로 상황극을 하며 알콩달콩 전화통화를 했다. ‘야간개장’의 다른 MC들은 스튜디오에서 성유리와 남편 안성현의 닭살 통화를 VCR로 지켜봤다. 특히 서장훈은 “전화해서 저걸 팔고, 얼마네 하는 게, 참 알콩달콩 하다”라며 신혼부부답게 귀여운 장난을 주고받는 성유리-안성현의 모습에 미소지었다. 이어 새벽 3시경, 성유리는 인스턴트 냉동 떡볶이를 꺼내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얼굴이 부을 까봐, 살이 찔까봐, 늦은 시간에 먹는 것을 꺼리는 보통의 여배우들과는 다른 행보였다. 요리가 간편한 인스턴트 식품인데도, 성유리는 앞치마를 착용하고 전문 요리사처럼 경건한 마음으로 요리에 돌입했다. 성유리는 “주로 인스턴트를 많이 먹게 되더라. 요리학원도 다니고 그랬는데, 그게(요리가) 잘 안되더라”며 자신의 요리실력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적힌 레시피대로 냉동 떡볶이 요리를 하던 성유리. 떡이 익는 동안 그는 갑자기 발레동작으로 스트레칭을 해서 주변의 웃음을 자아냈다. MC 서장훈은 “원래 이러는 거냐, 웃기려고 이러는 거냐”라며 성유리의 엉뚱한 행동에 웃음 지었다. 떡볶이가 완성되자 성유리는 예쁜 그릇에 담았고, 그릇에 어울리는 테이블매트를 깔았다. 그리고 세팅이 완료되자 의자 위로 올라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인스턴트 요리라도 플레이팅에 신경쓰는 이유에 대해 성유리는 “요리를 썩 잘하지 못하는데,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남편에게) 예쁘게라도 차려주자 하는 마음에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유리는 “요리사진을 (SNS에) 올렸는데, 많은 분들이 ‘요리도 하냐’, ‘예쁘게 잘 하고 드시네요’라고 댓글을 달더라. 거기에 중독된 거 같다. 예쁜 그릇에 예쁘게 플레이팅하고 먹으면 기분 좋다”라고 덧붙였다. 성유리의 말에 MC 서장훈은 “(사진을) 보시는 분들은 냉동식품인거 아나?”라고 물었다. 이에 성유리는 “(그런 내용은) 굳이 안 쓴다”라고 말해 다시 한 번 주변에 웃음을 선사했다. 드디어 취침에 드나 했더니, 이번엔 피아노에 앉아 열정적으로 피아노 연주에 나섰다. 성유리는 야간에 그림 그리고, 요리하고, 음악하고, 바쁘게 시간을 보낸 후 해가 뜰 무렵에 잠자리에 들었다. 성유리는 밤에 다양한 활동을 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는 “제가 잠을 못자는 고민이 오랫동안 있었다. 하루가 흐지부지 끝나게 되더라. 생각을 달리해서, 밤에 활동적인 뭔가를 해서 하루를 알차게 보내야겠다, 생각해서 밤에 바쁘게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밤에 일찍 자야겠단 강박관념을 없애고 나서부터, 혼자서 할 수 있는 취미를 하나씩 만들어가기 시작했다”라며 그림그리기 등과 같은 활동을 밤에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이렇게 가혹한 여름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이렇게 가혹한 여름

    평생 처음 여름이 힘들게 느껴졌다. 발이 산적 발같이(산적의 발을 본 적 없으니 정확한 비유는 아니다만) 거칠어졌다. 샌들을 신을 때 남부끄러울 지경으로 우락부락 흉한 발 꼴을 면하자고 양말과 운동화를 신고 고양이 밥을 주러 다녔는데, 발 꼴이고 뭐고 열에 들뜬 눈으로 삼선 슬리퍼에 발가락만 간신히 꿰고 나가곤 했다.혹독한 추위는 악의에 찬 듯이 느껴지는데 혹독한 더위는 가혹한 무심이 느껴진다. 이렇게 더워서야 여름이 좋다는 말도 살 만한 제 처지를 자랑하는 말이 되리라. 이제 에어컨이 생활필수품이 되려나 보다. 벽에 구멍 뚫는 게 싫어서 에어컨을 마다했는데 아무래도 내년엔 에어컨을 들여놓고 여름을 맞아야겠다. 우리 집 노령 고양이들이 날이 갈수록 더 힘들어한다. 이러다 고양이 잡겠다. 나 역시 땀범벅이 돼도 샤워 한 번 편히 못 하는 게 여간 불편하지 않고. 보일러 파이프가 기온에 달궈져 방바닥이 뜨끈뜨끈하니까 둘째 고양이 보꼬가 욕실 타일 바닥에 진을 치고 있다. 생각하면 이놈들한테 짜증이 버럭 난다. 집에 냉풍기 한 대와 서큘레이터 한 대가 있는데, 한 공간에 잘 배치하고 세숫대야에 얼린 물병들을 담아 놓으면 제법 지낼 만하다. 그런데 기껏 최상의 배치를 해 놓으면 딴 방으로 홱 가 버리는 것이다. 입 짧은 손자한테 한 술이라도 더 먹이자고 밥그릇이랑 숟가락 들고 쫓아다니는 할머니처럼 냉방기 일습을 그 방으로 옮겨 놓으면 또 자리를 뜨고. 마음대로 해. 결국 냉방기를 각 방에 나눠 놓았다. 어제 낮은 이번 여름 중에서도 가장 더웠다. 기온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내 체감온도는 그랬다. 방바닥에 누워 낮잠을 자는데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팔뚝에서도 땀이 줄줄 흘렀다. 맥을 못 추고 까무룩 잠들었다가 깨니 저녁이었다. 어쩌면 다른 날도 그만큼은 더웠는데 집에 있지 않아서 몰랐을까. 그랬다면 우리 야옹이들한테 미안하다. (에어컨) 없는 집에서 체온 하나 줄이자고 낮에는 카페에 가 있었는데, 찜통 속에 야옹이들을 두고 나 혼자 시원하게 지낸 것이다. 앞으로 더 더울 건가, 계속 더울 건가. 숨 막히는 공기 속에서 첫째 고양이 란아는 안절부절못하고 자리를 옮겨 다니며 엎드려 있고, 보꼬는 토하고. 우리 이제 어떡하지. 절망과 공포로 처량해져서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 폭우가 쏟아졌다. 비가 그친 뒤 우리 동네 고양이들 밥 주고, 아랫동네 고양이 밥을 챙기러 들어왔다가 어제 편의점에서 산 샌드위치를 당장 안 먹으면 버리게 될 거 같아서 먹고 잠깐 누웠는데 또 잠이 들었다. 눈을 뜨자마자 가슴이 철렁했다. 밥 안 주고 잠들어 버렸구나. 이럴 때 곰곰 생각해 보면 이미 준 뒤여서 곰곰 생각해 봤는데, 이번엔 처음으로 진짜 아직 안 줬다. 시계를 보니 자정이 다 됐다. 허위허위 밥을 꾸려 나갔다. 청량한 바람이 넘실거렸다. 몇 시간 사이에 계절이 바뀐 듯 몸에 닿는 공기가 서늘했다. 집에 돌아와 옥상에 내놓은 욕실용 플라스틱 낮은 의자에 앉았다. 하늘은 회청색, 구름으로 덮여 달도 안 보인다. 바람이 끝없이 불고 건너편 지붕들 너머 숲에서 풀벌레들 합창소리 들린다. 유리문 너머로 방에서는 냉풍기 돌아가는 소리. 새벽 세 시. 야옹이들은 예제서 널브러져 잠들고. 실로 오랜만에 심신이 정화되고 진정되는 좋은 밤이다. 문득 이 시간이 참으로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여기까지가 말복 새벽에 쓴 글이다. 이틀 뒤 폭염이 재개됐고 란아 몸이 나빠졌다. 단순한 열사병인 줄 알았는데, 폐에 농양이 찼단다. 항생제를 쏟아부어도 염증이 안 잡히고 더이상 치료책이 없다고 해서 이제 퇴원시키러 갈 참이다. 두 달 전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특히 옆구리에 솟은 멍울이 불길하다고 했는데, 란아 나이도 많고 하니 칼 대면 사람도 고생이고 고양이 고통도 커질 거라고, 일단 두고 보자고 했다. 내 사는 형편을 우선으로 생각한 의견일 수도 있었는데, 나 편하자고 그대로 따랐다. 아, 에어컨이라도 진작 놓아 줄걸. 란아, 란아, 란아….
  • 노래를 덜어낸 노랫말 30년…작사노트 꺼낸 윤종신

    노래를 덜어낸 노랫말 30년…작사노트 꺼낸 윤종신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우는 손님이 귀찮을텐데/달리면 사람을 잊나요/빗속을/지금 내려버리면 갈 길이 멀겠죠/아득히/달리면 아무도 모를 거야/우는지 미친 사람인지.”(‘이별택시’ 중) “좋으니 사랑해서/사랑을 시작할 때/니가 얼마나 예쁜지 모르지/그 모습을 아직도 못 잊어/헤어나오지 못해/니 소식 들린 날은 더/좋으니 그 사람/솔직히 견디기 버거워.”(‘좋니’ 중)1990년에 데뷔한 가수 윤종신이 지은 노랫말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건 그가 에두르지 않기 때문이다. 윤종신은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의 설렘이나 이별을 앞둔 남녀의 복잡한 마음, 인생에 지친 사람들의 고단함을 솔직담백하게 펼쳐낸다. “작사가는 누군가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을 순간을, 누군가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을 감정을, 누군가는 그런가 보다 하고 금세 잊어버렸을 느낌을 대신 발견하고 간직하고 재현하는 사람”이라고 말한 것처럼 그의 노래는 평범한 일상에서 길어올린 특별한 감흥을 전한다. 그의 노래가 오랜 시간 듣는 이들의 마음을 흔든 이유도 그 때문일 터다.2010년부터 ‘월간 윤종신’이라는 브랜드로 매달 새 싱글을 선보이고 있는 윤종신이 작사가로서의 이야기를 담은 첫 산문집 ‘계절은 너에게 배웠어’(문학동네)를 펴냈다. 30여년간 작사한 400여곡 중에서 특별히 아끼는 40곡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일종의 ‘작사 노트’다. 책 서문에서 그는 “길게 늘이기보다 축약하는 걸 잘하고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가사를 쓸 때마다 항상 못다 한 이야기가 남곤 했는데, 이번 기회에 그 뒷이야기를 돌아볼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전했다. 4부로 구성된 책에서 그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감정, 가사 쓰기와 노래 만들기, 중견 뮤지션이자 세 아이의 아빠로서의 삶, 예술관과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 등을 두루 들려준다. 특히 노래 탄생에 얽힌 일화나 사연은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에 새롭게 다가온다. 김연우가 부른 ‘이별택시’는 윤종신이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인 2003년에 쓴 곡이다. 이별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묘사한 노래로, 윤종신은 이 곡을 쓸 당시 여러모로 악에 받쳐 있었던 탓에 자신의 찌들었던 기분이 노래에 그대로 배어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합동공연에서 가수 정인이 부른 ‘오르막길’은 자신의 인생에서 위로가 됐던 말을 떠올리며 썼다고 한다. 고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이 했던 ‘1년 동안 죽었다고 생각하라’는 비관적인 말이 오히려 힘이 되었다고. 그는 “때로는 괜찮을 거라고 애써 못 본 척 눈을 감는 것보다는 내 앞에 들이닥친 문제를 똑바로 응시하고 그 까마득한 오르막길을 뚜벅뚜벅 걸어올라가는 게 정답일 수도 있”다고 적었다. 윤종신은 에필로그에서 자신의 말이 활자화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전하면서 “(이 책은) 지금까지의 윤종신이 이런 음악을 만들어 왔고 이런 생각을 해 왔다는 ‘중간보고’가 아닐까 싶다”면서 “활자로 담아내지 못한, 활자의 틈으로만 감지되는 앞으로의 변화를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서부산의료원 사업 가속도 낸다… 정부 BTL 추진 ‘청신호’

    서부산의료원 사업 가속도 낸다… 정부 BTL 추진 ‘청신호’

    부산 서부산권 지역 주민의 숙원사업인 서부산의료원 건립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 절차에 들어가는 등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시는 최근 보건복지부와 서부산의료원 건립에 대한 협의를 마무리하고 오는 10월 말 기획재정부에 ‘정부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추진을 위한 예비 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 신청을 한다고 27일 밝혔다.시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서부산의료원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전문용역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타당성 용역을 의뢰해 비용 대비 효과 분석인 BC가 1.01로 사업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힘입어 부산시는 지난 4월 복지부에 서부산의료원 설립협의 요청서를 제출했다. 부산시는 애초 올봄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신청을 할 계획이었으나, 복지부와의 협의가 길어져 일정이 6개월가량 늦어졌다. 파산한 침례병원의 공공병원 전환 움직임과 맞물려 부산지역에 공공병원 두 곳 설립을 동시에 추진하는 데 대해 복지부가 한때 부정적인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이후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서부산지역의 특징과 진료권 내 예상환자의 지역친화도(RI), 지역환자구성비(CI) 등을 조사한 자료를 추가 제출하면서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이라는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 부산시는 이 과정에서 중앙부처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사업계획을 협의하기 전부터 복지부를 수시로 방문해 설립 필요성과 당위성을 설명하는 등 끊이지 않고 노력을 해 왔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부산시가 제출한 용역 결과에 대해 자체 심의를 벌인 뒤 10월 서부산의료원 건립사업을 정부 BTL로 추진하기 위해 기재부에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 신청을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기재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되면 한국개발연구원이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등을 종합 평가해 사업시행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부산시는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 선정과 통과를 위해 부산발전연구원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공동으로 편익제공 방안 등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건의하는 등 노력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조규율 부산시 보건위생과 응급의료팀장은 “서부산권 의료격차 해소와 응급·재난 및 감염병 대응 등 재난 의료 거점 공공병원 확보를 위한 서부산의료원 설립 사업이 최근 복지부와의 설립협의를 거쳐 기재부에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 신청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재난 의료 거점 공공 병원 확보 부산시는 2015년 말 서부산권(사하·사상·강서구)의 의료격차 해소와 재난 의료 거점 공공병원 확보 등을 위해 부산 사하구 신평동에 서부산의료원 건립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서부산권은 필수의료기반이 부산의 타 지역에 비해 부족하고 연제구 거제동에 있는 공공의료 기관인 부산의료원까지 거리가 멀어 접근성이 떨어져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 또 서부산지역은 전체 대도시 지역 중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어 응급실 등을 갖춘 공공의료기관 확충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부산에는 상급종합병원 4곳, 종합병원 25곳, 병원 135곳이 있어 타 지역에 비해 부족하지는 않지만, 상급종합병원이 서구와 부산진구에 밀집해 있고 서부산지역인 사하구 및 강서구에는 종합병원이 없어 지역 간 의료자원이용의 불균등이 발생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부산시는 이러한 의료 시설 격차 해소를 위해 서부산의료원 건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도 민선 7기 시장에 당선된 뒤 서병수 전임 시장이 추진한 서부산의료원 조성 등 서부산 개발 사업이 동서 격차를 해소하는 데 의미가 크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이태수(64·사하구 신평동)씨는 “ 공공의료기관인 부산의료원을 이용하려면 거리가 멀어 이동시간만 한 시간 이상 소요된다”며 “이 같은 불편 해소를 위해서라도 서부산의료원이 하루빨리 건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평 지하철역 공영주차장에 2024년 완공 사하구 신평동 도시철도 1호선 신평 지하철역 공영주차장에 건립 예정인 서부산의료원은 국비와 시비 등 2187억원을 들여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지어진다. 정부 BTL로 추진된다. 부지 1만 5750㎡에 지하 1층, 지상 5층(전체면적 4만 3163㎡) 규모이다. 주요 시설로는 공공 난임센터와 응급치료센터, 감염병예방센터, 장례식장 등이 들어서며 2022년 설계 및 공사에 들어가 2024년 완공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1차 관문인 기재부 조사 대상 사업 선정이 사실상 서부산의료원 건립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체 용역 당시 BC 분석 결과가 1.01로 사업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내년 초쯤 서부산의료원 건립이 기재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개발연구원이 종합 평가하는 과정에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실질적인 조사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해 1차 관문만 통과하면 최종 승인 가능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병문 부산시 보건위생과장은 “정부 승인을 받기 위한 여러 절차가 남아 있지만, 앞으로 부산발전연구원과 진흥원 공동으로 추가 편익 제공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정부에 건의하는 등 철저한 자료준비와 대응을 통해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 선정 통과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서부산의료원 예정부지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건립 부지 선정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가능성을 자세하게 따져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이 2016년 6월 발표한 서부산의료원 설립 타당성 연구용역 결과에서도 이 같은 점을 지적했다는 것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부지 적정성 검토’ 항목에서 해당 부지가 면적이 작을뿐더러 세로로 길고 중간이 굽은 형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도심에 가까이 위치한 의료원의 적정부지는 적어도 전체면적이 4만 5000㎡ 이상 돼야 하는데도 건립부지는 전체면적이 3만여㎡에 불과해 부지가 협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밖에 주변에 레미콘 공장과 지하철역사 및 차량기지가 있어 소음 발생도 우려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은 이런 문제점 등을 내세워 ‘병원 건립을 위한 건축부지로 적합도가 상당히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당시 부산발전연구원은 현재의 신평지하철역 공영주차장을 포함해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등 7곳을 후보지로 선정해 평가작업을 벌이고 1순위 신평역세권, 2순위 에코델타시티 내, 3순위 신평동 예비군 훈련장 등 3곳을 선정했다. 부산시는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해 이 가운데 신평지하철역 공영주차장를 후보지로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사하구는 강서구와 함께 서부산권 중 종합병원이 한 곳도 없지만, 동네의원과 종합병원 사이인 ‘병원급’ 의료기관은 21곳이나 돼 부산 16개 구·군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사하구보다 의료 인프라가 더 열악한 강서구 신흥 주거지역 일대와 사상구 엄궁동 등지가 적정 부지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엄궁동은 도시철도 사상~하단선과 엄궁대교 건립이 예정돼 있어 앞으로 접근성이 좋아진다. 부산의 한 보건의료 전문가는 “사하구 관내인 하단교차로와 장림동 등지에 병원이 많아 서부산의료원이 신평역 부근에 들어서면 해당 지역은 의료시장이 과잉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성남시, 내달부터 ‘지역 전용 체크카드’로 아동수당 지급

    오는 9월 처음 지급되는 경기 성남시의 아동수당이 ‘지역 전용 체크카드’로 지급된다. 성남시의회는 27일 오전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재적 의원 35명 중 찬성 22명, 반대 13명으로 ‘아동수당 상품권 지급 및 아동수당 플러스 지원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 조례에 따라 성남시는 다음 달부터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관내 만 5세 이하 아동을 둔 모든 가정, 4만3000 여명에 매월 11만원의 아동수당을 지역사업체 전용 체크카드로 지급한다. 시의 아동수당 체크카드는 수당 첫 지급일인 9월 21일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학원,동네 병·의원,약국,키즈카페,산후조리원,중소형 상점,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지역 내 동네 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한 방법으로 현금 대신 지역화폐로 아동수당 지급을 주장했다가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사용 편의성이 높은 지역사업체 전용 체크카드 방식으로 변경했다. 시는 이번에 정부 안보다 늘어난 모든 5세 아동 가정에 월 11만원 지급하게 되어, 정부의 선택적 복지 형태 아동수당 정책을 보편적 복지’형태로 확대한 첫 기초단체가 됐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은빛자서전 프로젝트<3>] “대의는 이루지 못했지만 소신 나누며 살았습니다”

    [은빛자서전 프로젝트<3>] “대의는 이루지 못했지만 소신 나누며 살았습니다”

    정지환 감사경영연구소장은 충북 옥천신문과 손잡고 ‘은빛자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 사람의 일생은 그 자체가 역사이고 작은 박물관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80세 이상 주민의 구술(口述)을 풀어내 자서전으로 정리하는 프로젝트다(서울신문 3월 16일 자 38면 ‘인터뷰 플러스’ 참조).이번에 만난 사람은 안남면 도덕리(덕실마을)에 사는 이승우(91) 씨입니다. 어린 시절 유교 학자인 조부로부터 ‘천자문’에서 ‘논어’까지 배웠다는 그가 정한 좌우명은 ‘대의소신(大義小信)’입니다. 사람이 한 번 태어나 ‘대의’를 지키기 위해 살아야 하되, 설령 거기에 이르지 못했다 하더라도 ‘소신’ 즉 작은 믿음이나마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였을 겁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냐”고 묻자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6남매를 낳고 키우고 가르치던 시절이었다”고 답했습니다. 인생 90년을 넘길 무렵부터는 ‘상선약수(上善若水)’가 마음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상선약수는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으로, ‘노자’에 나오는 말입니다. 낮은 곳으로 흐르는 속성을 가진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습니다. 전국노인서예대전 입선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이 씨는 올봄 대문에 ‘구(龜)’와 ‘용(龍)’을 써 붙였습니다. 거북이와 용처럼 만수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박학다식 조부와 일자무식 부친 밑에서 나는 1928년 옥천군 안남면 도덕리(덕실마을)에서 태어났다. 조상들이 원래 살던 곳은 청산면 궁촌리(활골)였다. 그곳에서 안남면 도덕리로 이주하기로 결정한 분은 증조모였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었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기 전까지만 해도 청산에는 원님이 있었다. 조부(이규항)는 원님과 동문수학한 사이였다. 6·25전쟁 때까지 생존하셨던 조부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상투를 고집한 유교 학자였다. 평생 낫과 호미 한 번 손에 들지 않고 동네 아이들에게 한문을 가르쳤다. 나도 어린 시절 박학다식한 조부에게 천자문에서 논어까지 배웠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의 어둠도 짙은 법이다. 젊은 가장이 일하지 않으니 집안이 궁핍할 수밖에 없었다. 불똥은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일하지 않고 글만 읽는 조부에 실망한 증조모는 손자, 그러니까 나의 부친(이종억)에게 어떤 공부도 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부친은 일자무식이 되었다. 증조모는 남편, 그러니까 나의 증조부가 돌아가시자 곧바로 청산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마침 언니가 살고 있던 안남면 도덕리가 이주지가 되었다. 박학다식 조부와 일자무식 부친 밑에서 나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조부는 평생 글만 읽으셨고, 부친은 평생 농사만 지으셨다. 특히 과묵과 인내의 인생을 사셨던 부친은 절대 남에게 해를 끼칠 줄 몰랐던 호인(好人)이었다. ●17세 신랑 이승우와 16세 신부 주재순 나는 안남소학교를 다녔다(7기생). 모친이 조부와 부친 몰래 월사금을 내주었다. 소학교를 마치고 대전에 있는 중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월사금을 내지 못해 입학만 하고 결국 학교는 다니지 못했다. 중학교 진학에 좌절한 나는 곧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내가 15세 때였으니 1942년이었을 것이다. 대전에 있는 한 전기상회 점원으로 취업했다. 당시는 식량은 물론이고 거의 모든 생활용품까지 국가에서 배급하던 전시체제(戰時體制)였다. 전기상회에서 지내다 보니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보다 풍요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것은 상점 점원들이 서로 배급 물품을 교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17세가 되던 해에 의류를 취급하던 한 상회의 동갑내기 여성 점원과 가까워졌다. “어머니가 많이 아프시니 빨리 귀향하기 바란다.” 갑자기 고향에서 전갈이 왔다. 고향에 가보니 동네 사람들이 우리 집에 잔뜩 몰려와 있었다. 어리둥절해 하는 나에게 집안 어른들이 다짜고짜 이렇게 통보했다. “너는 내일 장가를 가야 한다.” 신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같은 마을에 살고 있던, 나보다 한 살 적은 처녀였다. 그녀는 수원 양성에서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가 정신대에 끌려가는 것을 피하려고 옥천으로 피신을 와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같은 학자였던 조부끼리 이미 우리 두 사람을 결혼시키기로 약조했다고 한다. 17세 신랑 이승우와 16세 신부 주재순은 너무 어려서 첫날밤을 치르지 못했다. 실제로 첫 아이가 태어난 것은 그로부터 5년 후였다. 그렇게 평생의 인연을 맺은 아내와 나는 73년을 해로했다. ●동양화·연필화·풍물 배우기에 푹 빠져 생존을 위해 가족을 이끌고 타지를 떠돌던 나는 회갑을 앞둔 1980년대 후반 귀향했다. 가족을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온 나는 농사를 지으며 마을과 지역을 위해 봉사했다. 새마을지도자, 선거관리위원장, 경지정리위원장, 단위농협조합장(임시) 등이 당시 맡았던 나의 주요 직책이었다. 주변에서 ‘돈 안 되는 일’만 골라 한다는 냉소 섞인 뒷말이 들려왔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나는 요즘 미술과 음악에 푹 빠져 있다. 3~4년 전부터 동양화와 풍물을 배웠다. 얼마 전부터는 연필화도 시작했다. 그림 그리고 악기 연주하기를 천하게 여기던 집안 분위기 때문에 멀리했던 것들이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다. 말리는 사람도 없으니 당분간 나의 공부는 계속될 것 같다. 나는 아내 주재순과의 슬하에 6남매(3남 3녀)를 두었다. 1녀 옥자(3남), 1남 상룡(1남 2녀), 2녀 용자(2남), 2남 상준(1남 1녀), 3남 상길(2남), 3녀 숙(2남)이 다시 14명(11남 3녀)의 손주를 낳아주었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 [표류하는 지방분권<1>] “日 재정분권 원동력은 총리의 명확한 지시…文대통령 직접 나서 관료집단 저항 맞서야”

    [표류하는 지방분권<1>] “日 재정분권 원동력은 총리의 명확한 지시…文대통령 직접 나서 관료집단 저항 맞서야”

    지자체, 여전히 국고보조금·교부세 의존 불확실한 세입 기반… 지방자치 가로막아국중호 일본 요코하마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분권 추진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관료 집단의 저항을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 교수는 2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재정분권 개혁을 추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직접 나서서 정부 부처에 명확한 지시를 내리고 한계선을 정해 줬기 때문”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국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지방재정제도를 비교한 ‘한국의 재정과 지방재정’을 저술하는 등 오랫동안 한·일 재정제도를 연구해 왔다. 국 교수는 일본 지방자치의 원동력은 지역성에 기반을 둔 탄탄한 세입, 자율성과 책임성을 살리는 재정 운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지방자치단체의 불확실한 세입 기반이 지방자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일본의 ‘삼위일체’ 개혁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본이 2000년대 초반 시행한 삼위일체 개혁은 지방세와 지방교부세, 국고보조사업을 종합 조정하는 재정분권 방식이었다. 국 교수에 따르면 삼위일체 개혁의 핵심은 중앙정부의 간섭을 줄이고 지자체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이다. 특히 국세인 소득세를 줄이는 대신 지방세인 주민세(우리나라 지방소득세에 해당) 세율을 10%로 올린 덕분에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7대3에서 6대4 비율로 개선했다. 대신 지자체는 국고보조사업 축소를 감수했다. 국 교수는 한국에서는 지방자치 실시 이후에도 지방세 비중은 늘어나지 않고 여전히 국고보조금이나 교부세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것만 봐도 지방자치가 미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재정분권은 중앙에서 지방으로 권한과 재원을 나눠 줘 지자체의 책임성과 자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라면서 “지자체가 재정을 중앙정부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주민이 아닌 중앙정부 눈치를 더 봐야 하는데 이는 제대로 된 지방자치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 교수는 “일본 지방자치에서 가장 배워야 할 것은 바로 ‘우리 동네 재정은 우리가 책임진다’는 자세”라면서 “연방제가 아니고서야 지방세 세입만으로 재정을 운용할 수 있는 지자체가 전 세계에 얼마나 되겠느냐. 중앙정부가 지자체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과 별개로 지자체 역시 재정 운용에서 책임감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일본식 삼위일체 개혁에 더해 지방교육재정을 지방재정과 통합하는 ‘사위일체’ 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차은우, ‘임수향♥’ 직진 “딴 남자에 업히지 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차은우, ‘임수향♥’ 직진 “딴 남자에 업히지 마”

    차은우가 이웃사촌이 된 임수향을 향한 거침없는 돌진을 시작한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이 전국 4.4%, 수도권 5.0%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유지했다.(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지난 24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극본 최수영, 연출 최성범)에서는 생애 첫 자취를 시작한 도경석(차은우)의 혹독한 현실 적응기와 그와 이웃사촌이 된 강미래(임수향)의 설레는 자취 라이프가 그려졌다. 또한, 캠퍼스 밖에서도 이어지는 도래 커플의 은근한 썸은 방송 말미 술에 취한 미래를 데려다 준 후, “딴 남자에게 업히지 마”라는 경석의 직구로 한층 아찔한 전개를 예고했다. 우영(곽동연)의 옥탑방 룸메이트로 미래와 같은 동네에서 자취를 시작한 경석. 예고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새로운 이웃사촌인 그가 미래의 일상을 흔들기 시작했다. 같은 동네인 만큼 수시로 마주치는 경석의 행동들이 미래를 설레게 했기 때문. 이날 평소처럼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러 나섰던 미래는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경석에 몹시 놀랐다. 무던한 표정으로 백허그를 하듯 미래 뒤에 선 경석이 그녀 너머로 분리수거를 시작한 것. 당황한 표정의 미래는 “나 버리고 있으니 기다려”라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발을 헛디뎌 삐끗한 발목을 봐주거나, “잘 가”라는 말에 “그래, 또 봐”라고 답한 경석의 별 것 아닌 인사에도 “또 봐? 매일 이렇게 봐?”라며 계속해서 그를 의식하고 있었다. 한편, 태어나 처음으로 홀로서기를 결심한 경석이 만난 현실은 혹독했다. “월세 5만원 플러스 관리비의 반. 식비는 각자, 청소는 매일”이라는 우영의 제안은 꽤 괜찮은 것이었지만, 경석은 막막했다. 빈손으로 집을 나온 경석의 지갑에는 탈탈 털어봐도 500원짜리 하나와 100원짜리 세 개 뿐.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 하나도 살 수 없는 돈이었다. 우영의 말대로 “집 나오니 현실”이라는 걸 깨달은 경석은 월세에 관리비와 식비, 그리고 교통비 등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시작했다. 이 소식을 들은 수아(조우리)는 경석에게 “내가 일하는 데 면접 보러 갈래?”라고 제안했다. “사장님 마음에 들면 보통 시급보다 더 많이도 줘”라는 수아의 말에 솔깃한 경석은 아르바이트 면접을 봤지만, 자신 때문에 기존에 있던 알바생 한 명이 잘린다는 것을 알고는 “남한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며 돌아섰다. 또한, 이날 방송에서 경석은 한층 더 강해진 질투와 직진으로 미래에게 다가갔다. 뜬금없이 미래에게 “우영이 형 좋아하냐?”라고 물어보는 것은 물론 옥탑방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 취해버린 그녀를 직접 업고 집에 데려다줬다. 그리고는 다음 날 아침, 미래에게 숙취해소제를 건네며 “앞으로 나 없을 때 세잔 이상 마시지 마. 딴 남자한테 업히지 말라고”라고 로맨틱한 직구를 던져 앞으로 펼쳐질 도래 커플의 설레는 캠퍼스 로맨스에 대한 흥미를 높였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오늘(25일) 밤 11시 제10회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이주의 어린이 책] 아빠 따라 간 대중목욕탕…금붕어 몰래 풀어 대소동

    [이주의 어린이 책] 아빠 따라 간 대중목욕탕…금붕어 몰래 풀어 대소동

    팔딱팔딱 목욕탕/전준후 글·그림/고래뱃속/48쪽/1만 3000원어린 시절 주말마다 엄마 혹은 아빠 손에 이끌려 갔던 대중 목욕탕. 뜨거운 탕에서 몸을 불리고 때를 미는 과정이 썩 즐겁진 않지만 아이들에게 목욕탕은 어쩐지 신나는 공간이다. 첨벙첨벙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냉탕이 있으니까. 아빠를 따라 목욕탕에 가게 된 준우는 냉탕을 좀더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다. 일명 ‘집 안 어항에 갇혀 있는 금붕어들을 목욕탕에 데려가기’. 준우는 아빠 몰래 검은 봉지에 담아 온 물고기를 냉탕에 슬그머니 풀어 버렸다. 물고기들과 헤엄을 치며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던 준우가 온탕에 있는 아빠를 만나러 간 사이 목욕탕이 발칵 뒤집혔다. 큰 몸집의 민머리 아저씨가 냉탕에 들어갔다가 물고기를 보고 뒤로 나자빠졌기 때문. 준우의 행동에 화를 내던 주변 아저씨들은 “다같이 물고기를 후딱 잡아 버리자”는 한 어르신의 말에 하나둘 냉탕에 모여들었다. 처음엔 시큰둥하더니 물고기를 잡기 시작하던 사람들 얼굴에 어느덧 미소가 어린다. 어린 시절 물고기 잡던 때를 추억하는 할아버지부터 마냥 신난 아이들까지 냉탕은 동네 개울가가 돼 버렸다. 다들 즐거웠는지 ‘금붕어 구하기 대작전’에 참여한 사람들은 음료수도 나눠 먹고, 한국 여행 중 목욕탕에 들렀다가 같이 물고기를 잡았던 미국인 청년과 단체 사진까지 찍는다. 남탕에서 벌어진 대소동을 재치 있게 표현한 작가의 첫 책이다. 목욕탕을 어른과 아이들 모두의 즐거운 놀이터로 그려 낸 작가는 마음을 겹겹이 감싸고 있는 겉옷을 살짝 벗는다면 마음이 팔딱팔딱 뛰는 시원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고 넌지시 일러 준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개미 6마리만 모여도 저절로 분업…인간보다 낫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개미 6마리만 모여도 저절로 분업…인간보다 낫네

    무더운 날씨지만 저녁때면 선선해진 요 며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느지막하게 동네 산책을 하곤 합니다. 가로등 옆 벤치에 잠깐 앉을라치면 아이들은 어김없이 화단 앞에 쪼그려 앉아 뭔가를 한참 관찰합니다. 어깨너머로 보니 개미떼들이 과자부스러기를 들고 줄지어 가는 모습입니다. 개미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거기서 영감을 받는 사람들도 있지요.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중 하나인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숲속을 산책하면서 개미들을 관찰하다가 영감을 받아 ‘개미’라는 작품을 써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미국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동물들의 사회 행동을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사회생물학’을 창시하게 된 것도 개미 덕분입니다. 윌슨 교수는 어려서부터 개미 관찰하기를 좋아해 대학에서도 개미들의 의사소통 방법에 대해 연구를 했습니다. 박사학위 논문에서는 개미들이 페로몬이라는 물질을 사용해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내기도 했지요. 개미들은 여왕개미를 중심으로 군집생활을 하면서 각자 주어진 역할에 따라 정확하게 움직이며 사회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사이언스’에는 개미들이 집을 짓거나 터널을 뚫을 때 막힘없이 일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은 꼭 필요한 최소의 인원만 일을 할 수 있도록 구조화돼 있기 때문이라는 미국과 독일 연구팀의 논문이 실렸습니다. 그렇다면 개미들이 이렇게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집단을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이나 원리는 뭘까요. 미국 록펠러대 사회진화·행동연구소, 프린스턴대 생태학·진화생물학과, 스위스 로잔대 생태학 및 진화학과 공동연구팀은 ‘클로널 레이더 개미’ 집단 100개를 관찰한 결과 역할 분담은 6마리 이상 모일 때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23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이 실험 대상으로 삼은 클로널 레이더 개미는 다른 개미들과 마찬가지로 군집은 이루지만, 생식에 특화되고 집단 결속력의 근원인 여왕개미 없이 모든 개미가 일을 하고 번식에 참여하는 독특한 종입니다. 연구팀은 모두 비슷해 보이는 개미들의 역할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배에 각기 다른 색깔을 칠한 뒤 움직임을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개미들은 6마리 이상만 모이면 마치 프로그램된 듯이 자연스럽게 각자의 임무를 나누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 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각각의 활동이 구체화되고 세분화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똑같은 일개미라도 개미집이 커지고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A일개미는 집의 위쪽, B일개미는 집의 아래쪽에서 일하는 식입니다. 또 이런 역할 분담은 집단 내 개체의 생존율, 생식수준(출산율), 집단의 확장 시기, 군락 형성 환경에 따라 변한다고도 합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록펠러대 다니엘 크로나우어 교수는 이에 앞서 개미들의 역할 분담이 ‘ilp2’라는 물질 때문에 생긴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달 27일자 ‘사이언스’에 발표했습니다. ilp2는 개미의 대사를 촉진하고 생식능력을 높이는 기능을 하는 일종의 호르몬 물질입니다. 이런 동물 행동학 연구결과들을 접하다 보면 최근 쏟아져 나오는 좋지 못한 뉴스들의 등장인물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자칭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이 어떻게 미물(微物)인 개미만도 못한 짓들을 하는지, 어디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edmondy@seoul.co.kr
  • 드론으로 보니 빈부 격차가 한 눈에, 사진작가 자니 밀러

    드론으로 보니 빈부 격차가 한 눈에, 사진작가 자니 밀러

    드론 사진작가 자니 밀러가 촬영한 멕시코시티의 산타페 지구 모습입니다. 그는 2016년 4월부터 ‘불평등 장면들(Unequal Scenes)’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이 불평등을 받아들이는 감수성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습니다. 남아공에서 활동하는 그는 “케이프타운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판잣집들에 둘러싸이게 된다”며 “글자 그대로 깡통 판잣집들이 공항을 에워싸고 있는데 10분 가량 달려야 지나치게 된다. 그러면 좀더 부유한 근교에 이르게 되는데 그곳에는 잘난 이들(날 포함해)이 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남아공의 케이프타운과 세계 많은 곳에서 빚어진 현상유지다. 내가 결코 행복할 수 있는 현상유지 말이다”라고 개탄했습니다. 이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불평등은 우리 시대의 가장 커다란 과제라고 규정할 수 있다”고 단언했습니다.보통 이렇게 하늘에서 내려다본 앵글을 ‘나디르 뷰(nadir view)’라고 하는데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를 담장들과 도로들, 습지들이 구분하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렇게 드론으로 촬영하기 딱 좋은 장소를 골라내려면 미리 조사할 것이 많답니다. “다양한 수단들, 센서스 자료들, 지도들, 뉴스 기사들,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사진 찍기 좋은 장소를 골라내려 한다. 일단 사진 찍을 곳을 알아내면 구글 어스로 찾아본 뒤 드론을 날릴 계획을 지도에 표시하려 한다. 항공법을 살펴보고 항공 안전과 개인 안전, 배터리 수명, 비행 범위, 날씨, 앵글, 시간대 등등 많은 다른 요소들을 고려한다”고 말했습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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