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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악의 회색영역에 있는 캐릭터가 좋아”

    호주 출신의 할리우드 스타 휴 잭맨(38)이 자신이 주연한 SF액션 ‘엑스맨:최후의 전쟁’의 홍보차 내한,14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어젯밤 도착하자마자 한국과 토고의 월드컵 경기에 이어 거리축제 광경을 TV로 지켜보느라 잠을 잘 못 잤다.”고 운을 뗀 잭맨은 “히딩크 감독이 무척 기뻐했을 것이며 한국과 호주가 월드컵 우승컵을 놓고 결전을 벌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월드컵 이야기로 회견장 분위기를 띄웠다. 15일 개봉하는 ‘엑스맨’시리즈 완결편에서 그는 1,2편 때와 마찬가지로 과거를 잃어버린 떠돌이 돌연변이 ‘울버린’을 연기했다. 첫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세계적 흥행스타가 될 수 있었던 데 대해 “운이 좋았고, 울버린이 선악의 회색 영역에 있는 캐릭터란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고 말했다. 전편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에서 완결편의 감독(브렛 라트너)이 바뀐 사실에 대해서는 “감독의 감성적 면모가 추가된 점이 오히려 마지막편에 더 잘 어울렸던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울버린 캐릭터와 6년여 만에 헤어지게 된 심정이 어떻냐고 묻자 “극중에서 입던 옷이나 칼날을 집에 걸어뒀다가 울버린이 그리워지면 입어볼 것”이라며 또 한번 좌중을 웃겼다. 청바지와 재킷 차림의 잭맨은 스크린에서보다 한결 더 젊고 밝은 이미지였다. 한국영화를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한국 국민들이 자국영화를 무척 지지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데 솔직히 한국영화는 잘 모른다.”고 답한 뒤 “그러나 아버지가 20년 동안 사업차 한국을 자주 오간 덕분에 한국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으며, 어제도 비빔밥에 김치를 먹었다.”고 친근함을 표현했다. 호주 출신 배우들이 할리우드에 쉽게 입성하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잭맨은 가장 긴 대답을 내놓았다.“호주는 연기의 기준이 높은 나라”라고 전제하고 “호주 연기자들은 세상에 본격 노출되기 전에 이미 3,4년 정도 연기단련이 된 만큼 시행착오도 적은 것”이라고 풀이했다.“할리우드는 출신보다는 독창성을 중시하는 곳이며, 한국배우 김윤진이 그곳에서 주목받는 것도 독창적 면모가 돋보였기 때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1994년 TV드라마 ‘로 오브 더 랜드(Law of the Land)’로 데뷔한 잭맨은 ‘엑스맨’ 이후 ‘섬원 라이크 유’‘스워드 피쉬’‘케이트 앤 레오폴드’‘반 헬싱’ 등의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했다. 부인인 호주 여배우 데보라 리 퍼네스와 어린 아들을 기자회견장에 함께 데려와 남다른 가족애를 자랑하기도 했다.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미술 ■ 박종민 조각전 27일까지 서울 가회동. 북촌미술관박종민은 투박하면서도 거친 돌을 온화한 맛으로 살려내는 작업을 해온 작가. 흑·백·적색 등 다양한 대리석을 투박하게 처리함으로써 질박한 한국적 미감을 보여주는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을 선보인다.(02)741-2296. ■ 제14회 ‘살롱·드·쁘랭땅’ 한·일 국제회화제 18일까지 서울 태평로1가 프레스센터빌딩 1층 서울갤러리. 한·일 서양화가들이 지난 93년부터 일본 요코하마와 서울에서 매년 번갈아 열어온 교류전. 곽동효, 강석진, 구자승, 우사다 야스오, 이가라시 미치코 등 두 나라 작가 55명이 작품을 선보인다.(02)2000-9737. ■ 정대현 개인전 21일까지 서울 팔판동 갤러리 인. 시간과 공간, 순환 등의 주제를 단순하고 간결한 형태의 조각에 담아온 작가의 10번째 개인전.3m가 넘는 원추·원뿔형 스테인리스스틸 작품 등 조각 15점과 드로잉 30여점이 전시된다.(02)732-4677. ●어린이 ■ 목각인형 콘서트 7월15일까지 월∼목 오전 11시, 금 오전 11시·오후 4시, 토 오전 11시·오후 2시·4시 북촌 창우극장. 러시아에서 인형극을 공부한 김종구의 정통 유럽 마리오네트 인형극.1만 5000원.(02)926-2050. ●클래식■ 김지미·태정화 듀오 리사이틀 2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성가원’ 후원기금 마련을 위한 자선음악회.‘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K.545’등 연주. ■ ‘바이올린의 여제’ 안네 소피 무터 내한 공연 18일 오후 7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소나타 KV 376’등 모차르트 소나타곡 연주. ●연극 ■ 바보각시 7월2일까지 게릴라극장. 마을 사내들에게 자신의 살을 나누어주다 추방된 여인의 이야기인 살보시 설화를 현대적으로 되살렸다. 신도림역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바보각시의 죽음을 통해 메마른 도시에 구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연희단거리패 창단 20주년 기념작. 이윤택 작·연출, 이윤주 김소희 등 출연. 화∼금 오후 7시30분, 토 오후 4시·7시30분, 일 오후 3시·6시 1만 5000∼2만원.(02)763-1268. ■ 한여름밤의 꿈 17일 오후 7시30분,18일 오후 3시·6시 19·20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 요정은 도깨비로, 서양음악은 전통 국악기로 탈바꿈하는 등 셰익스피어의 원작에 한국적인 옷을 입혔다.27일∼7월1일 영국 런던 바비칸센터 무대에도 오른다. 양정웅 연출, 정해균 김준완 등 출연.2만∼4만원.(02)3673-1390. ■ 나생문 7월2일까지 화∼금 오후 8시, 토 오후 4시·7시, 일 오후 4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진실은 과연 존재하는 걸까. 영화 ‘라쇼몽’으로 널리 알려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 대나무숲 배경과 타악 연주가 긴장감을 더한다. 구태환 연출, 최광일 장영남 등 출연.2만∼3만원.(02)741-3934. ●뮤지컬 ■ 맘마미아 18일~9월10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2004년 국내 초연 당시 중년 관객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흥행작. 결혼을 앞두고 친아버지를 찾아나선 딸과 씩씩한 미혼모 엄마의 이야기가 전설의 그룹 아바의 음악안에 담겨진다. 박해미 이태원 이경미 등 출연. 화∼금 오후 7시30분, 토·일 오후 3시·7시30분. 3만∼13만원.1588-7890. ■ 폴 인 러브 8월27일까지 화∼금 오후 8시, 토 오후 4시·7시30분, 일 오후 3시·6시30분 연강홀. 동생의 약혼녀를 사랑하는 바람둥이 형과 결혼공포증에 시달리는 동생, 그리고 둘 사이에서 갈등하는 약혼녀의 예측불허 삼각관계. 성재준 작·연출, 이지혜 작곡, 김다현 이신성 등 출연.2만∼4만 5000원.(02)708-5001. ■ 김종욱 찾기 7월30일까지 화∼금 오후 8시, 토 오후 4시·7시, 일 오후 3시·6시 대학로 예술마당1관. 첫사랑에 관한 팬터지를 소재로 한 로맨틱 코미디뮤지컬. 해외여행에서 운명처럼 만난 첫사랑 김종욱을 찾아나선 한 여자의 좌충우돌 사랑기. 장유정 극작·김혜성 작곡, 김달중 연출, 오만석 엄기준 등 출연.4만원.(02)501-7888.
  • [20&30] 오늘은 ‘키스데이’ 달콤하게 황홀하게 ‘쪼~옥’

    14일은 사랑을 고백하고 입맞춤을 하는 ‘키스데이’다. 유래는 알 수 없지만 밸런타인데이가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라면 이날은 이른바 ‘진도’를 나가는 절호의 기회다. 수많은 ‘∼데이’가 넘쳐나는 세상에 생겨난 또 하나의 상업주의의 산물이라며 흘겨보는 사람도 물론 있다. 키스데이에 대한 2030의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봤다. 이제 여자친구와 사귄 지 두 달째인 김모(27)씨는 ‘키스데이’를 말 그대로 첫 키스 성공일로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자친구가 수줍음이 많고 연애가 처음이라 요새 연인들답지 않게 손 잡는 데만도 한 달이나 걸렸다. 키스를 할 기회는 있었지만 매번 여자친구는 부끄럽다며 고개를 돌렸다. ●키스 데이니까 키스를-원론파 김씨는 첫 키스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로 1주일 전부터 인터넷을 뒤져가며 준비했다. 그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만나기 전 여자친구 회사로 꽃바구니를 보낼 생각”이라면서 “야경이 좋은 곳에 차를 세우고 커플링을 끼워주면서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유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회사원 성모(27)씨는 며칠 전 남편에게 ‘자기야,14일이 키스데이래. 내 키스 받아. 쪼옥∼’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결혼한 지 1년이 넘어 주말 장보기가 아닌, 데이트는 한달에 한번 정도만 하고 있지만 문자를 받은 남편은 ‘그럼 그날 어디든 가야겠네. 시간 비워둬.’라고 답장했다. 성씨는 “올해 밸런타인데이랑 화이트데이도 특별한 일 없이 지나갔는데 키스데이는 왠지 기대된다.”면서 “흔히 결혼하고 1년 넘으면 신혼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날만큼은 신혼 기분일 것 같다.”고 했다. ●꿩 대신 닭-이벤트파 오는 10월 결혼하는 오모(27)씨는 남자친구에게 단단히 화가 나 있다. 결혼식장에 신혼여행지까지 이미 다 정했지만 아직 ‘제대로 된’ 프러포즈를 못 받았기 때문이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한쪽 무릎 꿇고 ‘Will you marry me?’(결혼해 주세요.)라고 해달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정식으로 청혼은 받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일주일 전부터 곧 키스데이가 온다고 남자친구에게 얘기를 했다.“엎드려 절 받기 같지만 키스데이라도 이용해야죠. 이렇게까지 했는데 아무런 이벤트도 없으면 정말로 섭섭하겠죠.” 서른 살의 회사원 유모씨는 연애도 노력이라는 것이 좌우명이다. 얼마 뒤면 여자친구와 500일을 맞게 되지만, 아직도 기념일은 물론이고 사소하더라도 뭐라고 이름이 붙은 날은 다 챙긴다. 이번 키스데이에도 여자친구를 위해 목걸이를 준비했다.“이런 날 자체가 비싸거나 큰 선물 없이도 쉽게 그녀를 감동시킬 수 있는 이벤트가 되어준답니다.” ●‘데이’라면 질렸다-시큰둥파 반면 대학원생 이모(29·여)씨는 연애를 시작한 지 아직 100일도 안 됐지만 특별히 이런 날에 신경쓰지 않는다. 괜히 남이 만든 기념일에 따라 춤추는 것 같아서다. 이씨는 “화이트데이 때 프러포즈를 받았는데, 남자친구에게 그날을 마지막으로 이날 저날 챙길 것 없다고 했다. 남자친구에게 부담주는 것도 싫고, 생일이나 둘만의 기념일이라면 모르겠지만 키스데이니 뭐니 하는 것은 괜히 상술에 휘말리는 것 같아 별로다.”라고 말했다. 결혼한 부부들에게는 이런 날이 큰 의미가 없다. 이모(32)씨는 “아내한테 밸런타인데이 때 초콜릿도 못 받았는데 듣도 보도 못한 키스데이까지 챙겨야 하느냐.”며 투덜댔다. 지난해 결혼해 임신 8개월째인 박모(27)씨는 “연애할 때야 이것저것 다 챙겼지만 이제는 무슨 무슨 데이에 별 관심이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 “아기가 태어나면 올해는 키스데이가 아니라 크리스마스도 그냥 지낼 것 같다.”고 했다. 나길회 유지혜기자 kkirina@seoul.co.kr ■ 영화속의 키스 대우 “이게 뭐예요?” 미나 “혀요. 싫어요? 빼요?” 대우 “빼지 마요, 빼지 마. 혀 너무 좋아.” 달콤한 키스의 순간, 연인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가 퍽 ‘현실적’이다. 영화 ‘달콤살벌한 연인’에서 서른 살이 넘도록 키스 한 번 해보지 못해 정신과 치료까지 받는 노총각 ‘대우’(박용우 분)는 ‘미나’(최강희 분)와의 첫 키스 뒤 오피스텔 앞 잔디밭에 누워 경비원에게 “아저씨, 키스해 봤어요? 나 오늘 키스했어요.”라고 황홀하다 못해 얼빠진 표정을 짓는다. 영화 ‘시네마천국’에서 오래된 필름에 담긴 로맨틱한 키스신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낯설기만 한 2030의 요즘 키스신이다. 수많은 연인들이 수많은 키스를 하지만 눈을 꼭 감은 그들은 정작 본인들이 키스하는 모습은 보지 못하는 법. 그래서 사람들은 영화 속 키스 장면을 보며 내가 키스하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키스데이를 맞아 영화속 명키스 장면을 다시 살펴봤다. 키스의 고전은 뭐니뭐니 해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나온다.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허리가 부러지더라도 클라크 게이블 같은 멋진 남자에게 안겨 키스하는 상상을 해봤을 만하다.‘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첫눈에 반한 두 주인공이 어항을 사이에 두고 눈빛을 주고 받다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를 배경으로 나누는 운명적인 키스신도 인상적이다.‘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수영장 수중 키스신은 어떤가. 아름답기보다는 안타까운 이 키스신은 죽음을 앞둔 마약중독자와 창녀의 사랑만큼이나 절박하다.‘쉬리’의 어항 앞 키스신도 두 주인공의 엇갈린 운명을 보여주듯 애절하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매월 14일은 이런 날이래요” 14일의 기념일이라고 하면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부터 떠올리겠지만 사실 매월 14일은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특별한 날들이다.누가 언제부터 그렇게 정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연인과 친구들은 그 날을 기념하고 서로에 대한 애정을 과시한다.매월 14일의 특별한 의미를 알아봤다. 1월14일은 ‘다이어리데이’로 1년 동안 쓸 다이어리를 연인에게 선물하는 날이다.보통 둘만의 기념일이나 생일 등을 표시해 선물하곤 한다.2월과 3월의 14일은 잘 알려진 대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릿과 사탕을 선물하는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다.4월14일은 이로 인해 슬픈 이들을 위한 ‘블랙데이’.아무 선물을 받지 못한 싱글들은 이날 자장면을 먹으면서 외로움을 달랜다.이날은 옷도 검은색으로 입고 커피도 블랙만 마신다. 계절의 여왕 5월의 14일은 ‘로즈데이’,말 그대로 연인에게 장미를 선물하는 날이다.6월의 ‘키스데이’를 지나 7월14일은 은제품 액세서리를 주고 받는 ‘실버데이’다.이 날은 부모님이나 선배 등 ‘실버’들에게 연인을 소개하는 날이라고도 한다. 8월14일은 삼림욕 등 녹음을 즐기는 ‘그린데이’이다.모 소주상표와 이름이 똑같아 싱글들이 소주 마시는 날로도 알려져 있다.9월14일은 ‘포토데이’로 연인과 사진을 찍고 친구들에게 소개하면서 둘 사이를 공식화하는 날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10월에는 ‘와인데이’가 기다리고 있다.분위기 있는 곳에서 연인과 와인을 즐기는 날.11월14일은 연인과 영화를 보는 ‘무비데이’,12월14일은 연인의 품에 안겨 추위를 녹이는 ‘허그데이’다.1년 동안 무사히(?) 사랑을 가꿔 온 것에 감사하며 서로에게 봉사하는 날이기도 하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J-퓨전’의 진수 서울서 본다

    ‘J-퓨전’의 양대산맥 카시오페아(Casi opea)와 티스퀘어(T-Square)가 잇따라 한국을 찾는다. 새 앨범 ‘시그널(Signal)’과 ‘블러드 뮤직(Blood Music)’ 발매에 이어서다. 화려하고도 정교한 연주로 정평이 난 이들의 새 앨범에서 눈에 띄는 것은 오밀조밀한 기존 J퓨전 스타일에서 조금 벗어났다는 사실. 특히 티스퀘어의 변신은 놀랍다. ●‘드럼배틀의 추억´ 카시오페아 카시오페아와 티스퀘어의 간판 드러머 아키라 짐보와 히로유키 노리타케가 결성한 트윈 드럼 밴드 ‘싱크로나이즈드디엔에이’(SyncDNA). 메탈팬이라면 메탈리카 라이브 때 드러머 라스 울리히와 기타리스트 커크 해머트가 벌인 장난끼 어린 드럼배틀을 기억할 터.J퓨전 팬에게도 2003년 두 밴드의 합동공연 때 시도된 드럼배틀은 추억이다. 그런데 이들은 정말 그 이듬해부터 따로 밴드를 만들었고, 앨범 ‘시그널’에 참가했을 뿐 아니라 28∼2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내한공연에도 함께한다. 원래 카시오페아는 말이 필요없는 연주를 선보이는 잇세이 노로(기타), 요시히로 나루세(베이스)가 주축. 여기에다 두터운 질감의 드럼이, 그것도 두 세트씩이나 어떻게 녹아들었을까. 양방향으로 펼쳐 화려한 질감을 선보일까, 아니면 한방향으로 집중해 묵직하게 한박자씩 찍어 나갈까. 큰 축은 화려한 쪽. 그러나 파워풀한 대목도 무시할 수 없다. 정확한 것은 결국 공연에서 직접 확인해볼 수밖에.(02)751-9607∼10. ●‘강력한 비트´ 티스퀘어 카시오페아와 티스퀘어의 차이점은 색소폰의 존재다. 딥퍼플이 ‘키보드’ 덕에 레드 제플린보다 폭넓은 연주를 시도할 수 있었듯, 티스퀘어도 색소폰으로 비슷한 효과를 누렸다. 특히 소프트한 곡에서 그렇다. 카시오페아가 정갈한 소품 같은 느낌에 그친다면, 티스퀘어는 훨씬 더 진한 감성을 자아냈다. 그런데 이번 앨범은 이런 이미지를 완전히 깬다. 불온한 느낌이 가득한 커버부터 무슨 하드 록 밴드 앨범 같다. 아니나 다를까. 이어폰을 꽂는 순간 ‘퓨전’이 무색한 강력한 사운드가 나온다. 특히 신참 드러머 사토시 반도는 모든 곡에서 강력한 비트를 선보일 뿐 아니라, 메탈 리프 느낌까지 묻어나는 ‘Cirrus’를 직접 작곡했다. 그 때문에 이젠 팀을 떠난 베이시스트 미쓰루 수토의 공백이 더 커보인다. 이런 헤비한 음반에서는, 특히 리드미컬한 베이스 라인이 뚜렷하게 살아있는 3번 트랙 ‘리벤지(Revenge)’에서는 더더욱 그가 그립지 않을 수 없다. 이 아쉬움을 어떻게 달래냐고? 통쾌한 공연으로 씻어내면 된다. 다음달 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내한공연 라인업에 미쓰루 수토는 ‘특별한 친구’로 포함됐다. 보너스 하나 더. 카시오페아 내한공연에 이어 또 한번 근사한 드럼배틀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히로유키 노리타케도 ‘특별한 친구’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서다. 아키라 짐보에 이어 이번 상대는 사토시 반도다.1544-1555,1588-789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바이올린의 여제’ 모차르트에 빠지다

    ‘바이올린의 여제’ 모차르트에 빠지다

    ‘바이올린의 여제(女帝)’ 안네 소피 무터가 데뷔 30주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맞아 내한 공연을 갖는다.18일 오후 7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이번 공연은 1997년 방한 독주회 이후 9년 만이다.1963년 독일에서 태어난 무터는 10대에 거장 카라얀에 의해 발탁된 이후 30여년 동안 줄곧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다섯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한 그는 열세 살 때인 1976년 루체른 페스티벌 무대를 통해 공식 데뷔했다. 이 때 지휘자 카라얀에게 발탁됐다. 무터는 1978년 도이체 그라모폰(DG)에서 카라얀과 첫 음반(모차르트 협주곡 3,5번. 베를린 필 연주)도 함께 냈다. 무터의 음반 가운데 1993년 선보인 ‘카르멘 판타지’(레바인 지휘, 빈 필 연주)는 DG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무터는 남편과 사별한 뒤 2002년 서른 네 살 연상의 지휘자 겸 작곡가, 피아니스트인 앙드레 프레빈과 전격 결혼,‘클래식계 최대 로맨스’로 불리며 화제를 낳기도 했다. 프레빈은 무터의 이름을 딴 협주곡 ‘안네 소피’를 비롯, 음악적 동료이자 아내인 무터를 위해 많은 곡들을 작곡했다. 여러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해 왔지만 무터는 특히 모차르트에 각별한 애정을 보인다. 여섯 살 때 처음 모차르트를 접한 그는 카라얀과의 데뷔 음반 녹음 때도 모차르트 협주곡을 연주했다.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인 올해 역시 이를 기념하는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무터는 “내게 모차르트는 여러 작곡가 중 한 명이 아닌, 나와 함께 자라고 내 인생의 중요한 시점에서 항상 나를 기다려 준 소중한 존재”라며 “모차르트의 음악은 우리 안에 무엇이 있는지, 무엇이 없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영혼의 엑스레이’”라고 말한다. DG의 ‘모차르트 프로젝트’ 미주·유럽·아시아 순회공연의 하나로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는 모차르트의 소나타곡만을 골라 연주한다.‘소나타 KV 376’‘소나타 KV 481’‘소나타 KV 379’‘소나타 KV 304’‘소나타 KV 454’ 등이 주요 레퍼토리다. 1988년부터 무터와 호흡을 맞춰오고 있는 피아니스트 램버트 오르키스가 이번에도 함께 연주한다.2006년 가장 기대를 모아온 클래식 무대 가운데 하나다.5만∼16만원.(02)751-9607.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미술 ■ 의식과 감각의 집 14일까지 서초동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조각가 고봉수씨가 ‘The House of Consciousness and Sensibility(의식과 감각의 집)’ 전시회를 연다. 이 전시회에서 작가는 금속판, 금박을 입힌 나무 등을 이용해 현대미와 간결미를 갖춘 집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02)2055-1192. ■ 백죽일립전 8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대치동 포스코미술관. 진정한 공예의 의미를 찾고 일상의 삶 속에서 빛나는 예술의 향기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전시에서는 실생활에서 쓰일 사발 1001개를 감상할 수 있다.(02)3457-1665. ■ 허진 개인전 7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삼청동 월전미술관. 작가는 호남 남종화 시조인 소치 허련의 고손자로, 한국화의 맥을 이으면서도 독창적 화풍을 구사해왔다. 이번 전시에선 산양과 낙타 등 야생동물을 화면 가득 배치하고 흑백의 인간군상과 휴대전화, 마이크 등 문명의 이기와 일상 소품을 등장시킨다.(02)732-3777. ●어린이 ■ 목각인형 콘서트 7월15일까지 월∼목 11시, 금 11시·4시, 토 11시·2시·4시 북촌 창우극장. 러시아에서 인형극을 공부한 김종구의 정통 유럽 마리오네트 인형극.1만 5000원.(02)926-2050. ●클래식 ■ 안트리오 내한 공연 8일 서울 세종문화화관 대극장 오후 7시30분. 루시아(피아노) 안젤라(바이올린) 마리아(첼로) 세 명으로 구성된 피아노 3중주단. 한국 출신 미국 보컬리스트 ‘수지 서’도 게스트로 출연. ■ 문수연 거문고 독주회 20일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 조선 후기 풍류방에서 사랑받았던 정악의 대표곡인 별곡, 한갑득류 거문고 산조 등 연주. ●연극 ■ 이리와,무뚜 18일까지 대학로 아룽구지소극장. 고단한 예술가의 길을 택한 삽살개 김무뚜의 우화를 통해 이 시대 예술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양주별산대, 꼭두각시놀음, 탈놀이 등 전통연희양식을 활용한 놀이극의 형식이 새롭다. 김광림 작·변정주 연출, 서민성 고기혁 등 출연. 화∼금 8시, 토 6시, 일 4시.1만 5000∼2만원.(02)762-0010. ■ 강신일의 진술 7월9일까지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4시 정보소극장. 살인 사건을 둘러싼 한 남자의 진술을 미스터리 기법으로 따라가는 모노드라마. 소설가 하일지의 원작을 무대화했다. 박광정 연출.1만 5000∼2만 5000원.(02)743-7710 ■ 나생문 10일∼7월2일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4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진실은 과연 존재하는 걸까. 영화 ‘라쇼몽’으로 널리 알려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 대나무숲 배경과 타악 연주가 긴장감을 더한다. 구태환 연출, 최광일 장영남 등 출연.2만∼3만원.(02)741-3934. ●뮤지컬 ■ 김종욱 찾기 7월30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1관. 첫사랑에 관한 판타지를 소재로 한 로맨틱 코미디뮤지컬. 예전 해외여행에서 운명처럼 만난 첫사랑 김종욱을 찾아나선 한 여자의 좌충우돌 사랑기. 장유정 극작·김혜성 작곡, 김달중 연출, 오만석 엄기준 등 출연.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3시·6시 4만원(02)501-7888. ■ 밴디트 8일∼7월17일 화∼금 8시, 토·일 4시·7시30분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여성 탈옥수 4명으로 구성된 록밴드 밴디트의 무법질주. 동명의 독일 영화를 국내 제작진이 재창작했다. 김은미 작·성천모 연출, 강효성 이영미 등 출연.3만 3000∼5만 5000원.(02)545-7302. ■ 폴 인 러브 8월27일까지 화∼금 8시, 토 4시·7시30분, 일 3시·6시30분 연강홀. 동생의 약혼녀를 사랑하는 바람둥이 형과 결혼공포증에 시달리는 동생, 그리고 둘 사이에서 갈등하는 약혼녀의 예측불허 삼각관계. 성재준 작·연출, 이지혜 작곡, 김다현 이신성 등 출연.2만∼4만 5000원.(02)708-5001.
  • [부산에서 서울까지 다시 걷는 옛길] (4) 청도길

    [부산에서 서울까지 다시 걷는 옛길] (4) 청도길

    경남 밀양과 경북 청도의 경계인 청도천을 가로질러 놓인 징검다리를 어렵게 건넌 옛길이 청도 땅을 안내한다. 청도읍 유호리 상록수회관 옆을 지나 마을 북쪽 분능산의 노루고개로 향한다. 길섶에서 만난 촌로들에게 노루고개에 얽힌 사연이 있는지를 물어 봤다. 산세가 마치 한 마리의 노루가 다리를 포개어 앉은 듯한 형상을 한 데서 노루고개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이들은 노루고개가 간직한 슬픈 사연도 들려줬다. 이 고개는 풍수지리학적으로 옛길상의 길지였으나, 일제가 철도를 개설하면서 노루의 목 부분에 해당하는 능선을 잘라 버렸다. 촌로들은 일제가 우리의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한 만행이었다고 믿고 있었다. ●전설 간직한 절벽바위 ‘동바우´ 노루고개 초입인 유호리 539 담벼락 한편엔 군수공덕비가 시멘트로 뒤범벅이 된 채 버티고 있다. 옛길의 표석이었음을 확인시켜 준다. 노루고개를 넘어선 옛길은 청도천 제방 앞을 지나 조들 한복판으로 이어진다. 들판을 지난 옛길은 국도 25호선과 만나 청도 시가지로 향한다. 약 1㎞쯤 오르면 도로 왼편에 깎아 지른 듯한 거대한 절벽바위가 버티고 있다. 이른바 ‘동바우’이다. 동행한 청도 향토사학가 이영도(63)씨가 이 바위의 유래에 대해 설명했다.“동바우는 옛날에 이 바위 인근에 동바우라는 사람이 저승사자의 눈을 피해 나이가 300살이 넘도록 오래도록 살자 옥황상제가 저승사자들에게 단단히 명을 내려 결국 동바우를 저승으로 데려갔다는 전설을 따서 지었다.”고 했다. 여기서 국도 25호선을 벗어난 옛길은 농로를 지나 새마을운동 발상지인 신도 1리앞 국도 25호선을 횡단한다. 이어 오른쪽 경부선 철로와 왼쪽 국도 사이로 2㎞쯤 가다 철도 건널목을 건너면 바로 옛날 원(院)이 있었던 청도읍 원동에 도착한다. 원은 고려·조선시대에 공적인 업무를 띠고 여행하는 관원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던 국영 여관이다. 이씨는 “원동에는 관청과 민간이 운영하는 제지시설이 성업해 양반계층의 숙박시설인 제생원과 하층민들을 상대하는 주막이 함께 번창했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주민들에게 수소문해 원터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마을에 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철저히 감추려 했다. 기자 일행이 마을 어귀에서 만난 60대 주민에게 원터를 묻자 “모르겠다.”며 연신 얼굴을 돌린 채 발길을 재촉했다. 이는 관원의 등쌀에 눌리고 하층민들을 뒤치다꺼리했던 조상들의 아픈 과거를 숨기고 싶은 심정 때문이라고 이씨가 귀띔했다. 원동교회 앞에 있던 군수공덕비가 어느 날 주민들에 의해 감쪽같이 사라진 것도 이 때문이란다. 결국 조선시대 청도를 지나는 옛길상의 첫번째 숙박시설이었던 제생원(濟生院) 터는 지금의 교회 자리로 확인됐다. ●원(院)마을 조상의 아픈 상처 원동마을 뒤로 난 ‘장등’이라는 언덕을 타고 수풀 속으로 넘어온 옛길은 다시 철로와 국도 사이로 접어든 뒤 마침내 청도읍 시가지에 도착한다. 길손들의 단골 휴식처였던 고수리 납닥바위를 지나 삼거리 육교 밑에서 경부선 철로와 갈라진 뒤 우체국 등 각종 관공서가 즐비한 청도읍 구도로로 향한다. 주민들은 아직도 이 도로를 ’구도로’라 부른다. 청도군청 앞에서 국도 20호선을 건넌 옛길은 군 농업기술센터 앞을 지나 지석묘 거리로 유명한 화양읍 범곡리로 들어선다. 이어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왼쪽으로 따라가면 조선시대 청도군 이방이었던 김응삼(金應三)을 기리는 비석과 용산의 정기를 받았다는 용정(龍井)이 있는 송북리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은 조선시대 옛길상의 대구길과 성내(청도읍성)로 갈라지는 분기점이었다. 읍성에 볼 일이 있는 길손들은 좌측 길로 에둘렀지만, 대부분은 대구로 바로 가는 우측 길을 이용했다. 일행은 두 갈래 길을 놓고 고민하다 결국 우측 길을 택했다. 합천리와 눌미리의 중간으로 난 과수원 길을 따라가다 청도천을 건넌 옛길은 어붕미들 경지정리 때 묻혀 흔적이 사라졌다. 청도읍성과 어붕미들을 지나온 옛길은 유등리 유등초교 동쪽에서 합쳐져 학교 뒤편 북쪽의 완산 비탈을 지나 연지(蓮池)까지 내닫는다. 이 못가의 옛길은 좁고 험했던 곳으로 추정된다. 주민들은 “과거길의 선비들과 장터를 가던 백성들이 못가로 난 길을 가다 빠져 죽은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슬픈 사연을 알 리 없는 강태공들이 연지에서 무심히 세월을 낚고 있었다. 청도 8경 중의 하나인 연지(2만 6000평)는 매년 8월이면 만개한 연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조선의 명물 영남 물고개 연지에서 이서면 장승박이 고개를 넘으면 숙박시설과 장터가 있었던 양원리가 나온다. 양원리는 조선시대 숙박시설인 양원(陽院)이 그대로 지명이 되었다. 특히 이 마을에 있었던 영남 물고개는 전국적으로 유명했다. 양원리 전체를 감싸고 있는 부곡산에서 흘러나온 물이 장승박이 고개를 넘어 연지까지 흘러들어가는 것을 신기하게 여긴 길손들이 이 수로를 ‘영남 물고개’라 이름 붙였다. 토박이 김봉진(86·양원리)씨는 “한국전쟁 당시 서울 피란민들이 영남물고개를 찾아 구경하기에 바빴다.”고 당시를 소개했다. 김씨는 “양원리에 보(湺)를 막아 가둔 물을 수로를 따라 장승박이 고개 너머 연지쪽으로 흘려 보냈기 때문에 마치 물이 역류하는 것처럼 보였다.”면서 “옛날의 수리기술로 보를 막아 물을 흘렸다는 것이 신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로는 현재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이서면 농산물직판장에서 지방도 911호선과 만난 옛길은 칠곡초교를 못미쳐 신촌리 앞들로 이어진다. 그러나 경지정리로 역시 흔적이 거의 사라지고, 일부만 농로로 남아 있다. 옛길은 팔조리 아래·윗마을을 지나 청도와 대구 경계지점인 팔조령(八助嶺)으로 나 있다. 팔조령이란 유래는 2가지 설로 전해진다. 하나는 산적과 큰 짐승들이 득실거려 8명이 조를 짜서 고개를 넘었다는 설과 길손들이 워낙 벅찬 오르막길의 경사도를 줄이기 위해 8개의 갈지자 굽이로 올랐다는 설이다. 팔조령으로 가는 옛길상의 팔조리 아랫마을에는 수백년 전부터 이 마을의 수호신으로 자리잡아온 성황당이 있다. 팔조령을 넘는 길손들에게 든든한 정신적 지주로 자리했다. 험난하고 산적들이 득실거리는 팔조령을 무사히 넘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었던 곳이다. 그러나 팔조리 윗마을을 지난 옛길은 지난 1998년 팔조령 터널 공사로 완전히 끊겼다. 터널을 넘어 다시 이어진 옛길은 팔조령 산장휴게소 옆을 통해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으로 들어선다. 글 사진 청도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동래~한양 오가던 길손의 ‘쉼터’ “납닥바위를 아십니까.” 옛길을 따라 동래와 한양을 오가던 길손들이 애용했던 ‘쉼터’가 있었다. 경북 청도군 청도읍 고수리 866번지에 위치한 납닥바위가 바로 그곳이다. 도주지(도주·청도군의 옛 이름)에는 ‘납닥바위는 60여명이 눕거나 앉아 쉴 수 있을 정도로 평평한 식판 모양의 큰 바위였다.’고 전하고 있다. 또 청도천의 맑은 물이 이 바위의 30척 밑을 흐르고 옆엔 수십 그루의 노송들이 들어서 쉼터로서는 ‘안성맞춤’이었다고 한다. 납닥바위는 이정표 구실도 했다. 청도군지에는 ‘납닥바위는 청·일 전쟁 당시 일본군들을 한양길로 안내하는 이정표 역할을 할 정도로 유명했다.’고 적고 있다. 납닥바위는 대구에서 걸어서 반나절, 밀양에서 반나절이 걸리는 곳으로 쉼터와 만남의 장소로 전국적으로 이름 높았다. 청도를 거쳐 가는 대부분의 길손들이 이곳에서 쉰 뒤 헤어질 때 ‘납닥바위에서 또 만나세.’라고 했던 것만 보아도 그 명성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영남의 선비들은 반드시 이 바위에서 휴식을 하고 인근의 찬물샘(冷井) 물을 마셨다고 한다. 당시 선비들 사이에는 이 물을 마셔야만 과거에 급제한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옛길의 명물 납닥바위와 냉정의 명성은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납닥바위는 일제가 지난 1905년 경부선을 부설하면서 모두 부숴버려 현재 3평남짓만 남아 있다. 청도군은 1999년 6월 청도소재지 중심도로인 역전도로 4차선 확장공사 때 이 납닥바위의 흔적을 찾아 인근에 자연석을 놓고 향토수종을 심는 등 군민의 쉼터로 조성했다.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청도 주민들이 애음(愛飮)했던 냉정의 물도 이젠 더 이상 마시는 사람이 없다. 냉정은 마을 아낙네들의 빨래터로 전락해 버렸다. 토박이 김정치(65·청도읍 고수7리)씨는 “1990년대 들어 냉정의 발원지인 남산 자락 일대가 감나무 등의 과수원으로 바뀌고, 농약이 살포되면서 지하수가 오염돼 식수로는 불가능해 졌다.”고 아쉬워했다. 청도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女談餘談] 휴가철 저가항공 탈만할까/윤창수 국제부 기자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취미가 해외여행이란 초등학생들이 있고, 올 1·4분기 신용카드 해외 사용실적이 사상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넘어선 만큼 올여름 비행기 승객 숫자는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올 휴가철 승객들은 ‘지옥 같은 비행’을 감내해야 할 것 같다. 뉴욕타임스는 올여름 비행기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붐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적자로 임금 삭감과 대량 해고를 겪은 미국의 항공사 직원 숫자는 2002년보다 7만명 이상 줄었다. 이번 여름에 비행기를 이용할 승객 숫자는 2억 700만명으로 지난해보다 200만명 이상 늘 것으로 미국항공운송협회(ATA)는 내다봤다. 모든 항공사가 고유가에 따른 적자로 고전한 것만은 아니다. 세계 최초의 저가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에서는 1971년 창립당시 입사해 이제는 백만장자가 된 직원들이 승무원으로 일하며 여전히 음료를 나르고 있다. 수익분배 프로그램에 따라 받은 자사주로 백만장자 대열에 오른 17명은 단지 ‘일하는 즐거움’ 때문에 아직도 즐겁게 승객들을 안내한다. 사우스웨스트는 올초 배럴당 20달러선에 항공유를 선물 계약해 고유가의 난(亂)도 피해갔다. 사우스웨스트 같은 저가항공이 올 휴가철 비행기 대란에서 한몫 톡톡히 할 것은 분명하다. 저가항공의 시장점유율은 세계적으로 14%대에 이른다. 북미, 유럽에서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아시아에서도 2002년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를 시작으로 저가항공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는 5일 제주항공이 첫 비행기를 띄우면서 본격적인 저가항공 시대가 개막된다. 국제 저가항공사는 국가적 진입장벽과 지리적 장애 때문에 한국에 진출하지 않고 있다. 아시아 저가항공사의 허브공항으로 자리잡은 방콕과 싱가포르에서 한국이 3000㎞이상 떨어져 중·소형 항공기가 뜨기 힘든 탓도 있다. 서유럽인들은 헝가리에서 치과치료를 받고 술값 부담없이 총각파티를 즐기려고 동유럽으로 비행기를 타고 간다. 저가항공이 진정한 유럽통합을 이룬 것이다. 한국과 아시아에서도 안전한 저가항공이 자리잡아 여름 휴가가 ‘비행 지옥’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윤창수 국제부 기자 geo@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미술 ■ 우표가 되려는 그림전 6월11일까지 서울 목동 SBS 아트리움.첨단 테크놀로지 시대에 아날로그의 따뜻함을 되찾자는 취지의 기획전. 김을 임국 노재운 정은영 이승애 백지희 박병춘 손동현 정연두 등 현대 미술작가 20명이 우표 제작을 위해 만든 작품을 원본 사이즈로 선보인다.(02)2113-3458. ■ 장원경 개인전 31일부터 6월6일까지 서울 인사동 학고재. 장신구에서 환경조형물에 이르기까지 ‘장르의 탈 영토화’를 추구하며 제작된 조각과 오브제 40여점을 전시한다. 의식과 무의식, 음과 양 등 삶의 양 극단적 요소를 조형화했다.(02)739-4937. ■ 로랑스 파보리 6월8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 유년시절의 기억에서 비롯된 대상들을 작품에 담아온 로랑스 파보리의 국내 첫 개인전. 작가 자신과 지인들이 간직해온 실제 인형을 소재로 한 회화, 조각, 사진 등을 보여준다.(02)3217-0288. ●어린이 ■ 이중섭 그림속 이야기 18일까지 화∼일 2시·4시, 수 11시·2시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 화가 이중섭의 그림이 무대에서 인형으로, 영상으로, 움직임으로 되살아난다.(02)382-5477. ●클래식 ■ 안트리오 내한 공연 8일 서울 세종문화화관 대극장 오후 7시30분. 루시아(피아노) 안젤라(바이올린) 마리아(첼로) 세 명으로 구성된 피아오 3중주단. 한국 출신 미국 보컬리스트 수지 서도 게스트로 출연. ■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공연 6월 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평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3시(6월3일)·7시30분, 일요일 오후 4시(월요일 공연없음). ●연극 ■ 악당의 조건 1일~7월9일 소극장 축제. 악당을 꿈꿀 수밖에 없었던 소시민의 좌절을 극사실주의와 판타지적 요소를 뒤섞은 독특한 감각의 드라마로 녹여낸다.‘차력사와 아코디언’으로 주목받은 극작가 장우재와 ‘웃어라 무덤아’의 연출가 김광보의 앙상블만으로도 믿음직한 작품. 윤영걸 김지성 박민규 출연. 화∼금 7시30분, 토 4시30분·7시30분, 일 3시·6시 1만 2000∼2만원.1544-1555. ■ 모래여자 2일∼7월30일 화∼금 8시, 토 4시·8시, 일 2시·6시 사다리아트센터 세모극장. 지하 20m의 모래 늪에 갇힌 사람들을 통해 일상에 대한 관념을 블랙 유머로 풀어낸다. 일본 작가 아베 고보의 소설이 원작. 고선웅 연출, 이인철 하덕성 김대희 등 출연.1만 5000∼3만원.(02)3676-7845. ■ 귀족놀이 3∼11일 화∼금 7시30분, 토 4시·7시30분, 일 4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몰리에르의 희곡 ‘귀족수업’을 국립극단이 한국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했다. 바로크 음악을 전통 악기로 연주하는 등 동서양 문화의 조화를 꾀했다. 에릭 비니에 연출, 이상직 조은경 등 출연.2만∼3만원.(02)2280-4115. ●뮤지컬 ■ 아이 러브 유 6월18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18개월간 520회 공연,25만 관객 돌파를 기념해 남경주, 정성화 등 초연 멤버들이 뭉쳤다. 남경주는 단 두번을 제외한 전 공연에 참여, 단일 공연 최장 출연 기록을 갖게 됐다.3주간의 서울 공연 이후 지방 10개 도시 투어에 들어간다. 화∼금 8시, 토 4시·7시30분, 일 3시·6시30분 2만∼4만 5000원.(02)501-7888. ■ 미스터 마우스 무기한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3시·6시 라이브극장. 천재가 된 바보는 행복할까. 현대과학의 힘으로 하루 아침에 천재가 된 인후의 삶을 통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묻는다. 이현규 연출, 서범석 박정환 등 출연.2만 5000∼3만원.(02)747-2070. ■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7월17일까지 화∼금 8시, 토·일 3시·6시 청담동 유시어터.2001년 첫 공연 이후 유료 관객 40만명을 모은 흥행작. 백설공주를 짝사랑하는 반달이의 순수한 마음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박승걸 작·연출, 최인경 구윤정 등 출연.2만 5000∼3만원.(02)515-0589.
  • 발랄하고 감각적인 안트리오를 만난다

    발랄하고 감각적인 안트리오를 만난다

    ‘정트리오’ 이래 한국이 낳은 최고의 음악자매로 꼽히는 피아노 3중주단 ‘안트리오’. 루시아(피아노), 안젤라(바이올린), 마리아(첼로) 세 명으로 구성된 안트리오의 발랄한 개성과 실험적인 연주, 감각적인 무대매너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전세계를 돌며 연간 100회 이상의 연주회를 여는 이들이 내한 공연을 갖는다.31일 성남아트센터,6월3일 노원 문화예술회관,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10일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세계적인 음반사 EMI 소속 연주자였던 이들이 그동안의 둥지를 떠나 독립 음반 레이블(L.A.M.P)을 설립하고 음반을 낸 것을 기념하는 무대다.L.A.M.P는 안트리오의 멤버인 루시아, 안젤라, 마리아의 첫 글자를 딴 프로덕션이라는 뜻. 메이저 음반사 소속으로 진취적인 음악활동에 한계를 느끼고 내린 이들의 결정은 동시에 거대 음반사의 후광효과를 포기한 것이기도 해 세간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안트리오는 이번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불면증 환자를 위한 자장가(Lullaby for My Favorite Insomniac)’라는 제목의 독립음반사 첫 음반도 내놓았다. 새 음반 출시를 통해 더욱 독창적이며 창의적인 음악세계를 선보이며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안트리오의 이번 공연에서는 ‘제2의 노라 존스’라 불리는 한국 출신 미국 보컬리스트 수지 서가 게스트로 출연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3만∼7만원.(02)598-8277.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찔레순 따먹으러 한강 가볼까

    ‘한강에서 찔레순을 따먹자.’ 한강시민공원 고덕수변 생태공원에 하얀 찔레꽃이 만발했다.3000평 규모에 찔레나무 수천그루가 햐얀 속내를 드러냈다. 어린 시절 추억을 되새기며 연한 순을 잘라 껍질을 벗겨내고 속살을 살짝 씹어 먹어 보자. 아삭아삭 달콤한 맛이 가득 퍼진다.가족이 생태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아이들은 자연을 체험하고, 부모들은 추억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어린이들이 즐겨 따먹던 찔레나무의 연한순은 예로부터 약재로 쓰였다.생태적으로 살펴보면 여름에는 새들의 은신처로, 겨울에는 새들의 먹이로 활용된다. 한강시민공원 사업소는 강변에 동물들의 먹이나 은식처가 되는 식물을 계속 심을 계획이다. 단체로 예약 참여하면 프로그램 해설자와 자원봉사자가 찔레 맛보기, 생태관찰을 안내한다. 전화문의 (02)426-0755, 인터넷예약 hangang.seoul.go.kr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한국계 체조스타 넬리 킴 25일 내한

    왕년의 여자 체조 스타 넬리 킴(49·한국명 김경숙)이 25일 한국을 다시 찾는다. 대한체조협회는 23일 넬리 킴이 오는 26일부터 한국체대에서 열리는 여자 기계체조 국제심판강습회에 강사로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다고 밝혔다. 킴은 현재 국제체조연맹(FIG) 여자 기술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옛 소련을 대표해 도마와 마루에서 10점 만점을 받으며 단체전까지 합쳐 3관왕에 올랐다. 당시 7차례나 10점 만점을 기록하며 이단평행봉, 평균대, 개인종합을 석권한 루마니아의 나디아 코마네치(미국)와 열띤 경쟁을 펼쳤다. 한국계 아버지와 카자흐스탄 타타르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킴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한 차례 한국을 방문했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프라하 오페라극장 25~28일 내한 공연

    프라하 오페라극장 25~28일 내한 공연

    이번 공연에서는 체코 최고의 성악가로 꼽히는 메조 소프라노 갈리아 이브라지모바와 프라하 오페라 무대에서 그와 쌍벽을 이루는 엘레나 샤브다로바가 나란히 카르멘 역을 맡아 연기대결을 벌일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소프라노 김인혜 서울대(미카엘라) 교수, 테너 한윤석(돈 호세), 바리톤 한경석(에스카미요) 등 한국 성악가들도 일부 참여한다. 오페라 ‘카르멘’이 체코 프라하 버전으로 선보인다. 베세토오페라단(단장 강화자)은 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체코 프라하 오페라극장(Prague State Opera) 초청 ‘카르멘’ 공연을 갖는다.1875년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에서 초연된 ‘카르멘’은 프랑스 작곡가 조르주 비제가 프로스페로 메리메의 동명 소설을 토대로 작곡한 작품. 비제 특유의 다채로운 오케스트레이션이 돋보이는 이 작품에는 ‘하바네라’‘투우사의 노래’‘꽃노래’등 유명 아리아들이 많이 들어 있어 대중적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카르멘’은 전형적인 팜므 파탈인 집시 여인 카르멘과 순진한 청년 돈 호세의 숙명적인 사랑이야기다. 무대는 스페인의 시골마을 세빌리아. 사소한 말다툼 끝에 동료 여공을 폭행한 카르멘이 군인들에 의해 붙잡힌다. 그녀의 호송을 맡은 하사관 돈 호세는 고향에 약혼녀 미카엘라가 있는 몸. 그러나 카르멘의 유혹에 빠져 그녀의 탈출을 도와줬다가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호세는 마침내 탈영, 카르멘과 함께 통나무집에 머물며 밀수업자 생활을 한다. 하지만 자신을 향한 호세의 집착에 싫증이 난 카르멘은 투우사 에스카미요를 마음에 두게 된다. 투우 축제의 막이 오르고 호세는 카르멘을 찾아 경기장으로 향하지만 카르멘의 사랑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호세는 분노에 사로잡혀 그녀를 칼로 찔러 죽인다. 그리고 자신도 목숨을 끊는다.4막에 걸친 이야기는 이처럼 음모와 질투, 애정, 연민으로 얼룩져 있다. 체코 프라하 오페라극장은 지휘자 구스타브 말러, 리하르트 스트라우스 등이 공연한 바 있는 유럽의 대표적인 오페라 레퍼토리 극장. 이번 공연에서는 체코 최고의 성악가로 꼽히는 메조 소프라노 갈리아 이브라지모바와 프라하 오페라 무대에서 그와 쌍벽을 이루는 엘레나 샤브다로바가 나란히 카르멘 역을 맡아 연기대결을 벌일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소프라노 김인혜 서울대(미카엘라) 교수, 테너 한윤석(돈 호세), 바리톤 한경석(에스카미요) 등 한국 성악가들도 일부 참여한다. 평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3시·7시30분, 일요일 오후 4시.3만∼20만원.(02)3476-6224.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제국의 후예들/정범준 지음

    외화 ‘마지막 황제’는 근대화의 소용돌이 속에 기구한 인생을 살아야 했던 청나라 황손의 이야기를 담아 감명을 준 영화다. 봉건 군주제가 무너지고 그 후손이 겪어야 했던 고난과 애환은 비단 중국만의 이야기일까? 대한제국이 일제 침탈로 무너진 뒤 그 황손들 또한 심한 부침을 겪어야 했다. 격변하는 한반도 역사의 최전선에서 온갖 질곡을 견뎌온 이들의 삶은 그 자체로 우리의 근현대사였으나 지금껏 ‘역사’로 대접받지 못한 채 풍문으로 떠돌아 다녔다. ‘제국의 후예들’(정범준 지음, 황소자리 펴냄)은 한반도 근현대사의 발화점이자 심장부인 대한제국 황실 이야기다. 망국에 대한 책임의 일차적 표적이 되었지만, 실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수 있을 만큼의 자리조차 갖지 못했던 이들의 삶을 있었던 모습 그대로 복원함으로써 한반도 근현대사의 빈 페이지를 채우자는 의도를 갖고 있다. 프리랜서 르포라이터로 활동해온 저자는 수백권의 관련서와 당대 신문, 잡지를 샅샅이 살피고 관련 인물들을 만나 취재하면서 대한제국 후예들의 삶을 복원해내고자 했다. 책에서 새롭게 조명되는 인물들은 고종황제의 아들인 영친왕 이은과 의친왕 이강, 영친왕비 이방자, 딸 덕혜옹주, 영친왕의 아들 이구 등이다. 거기에 어려서 황태자 이은의 간택단자를 받았다는 이유로 평생 수절하며 살아야 했던 민갑완도 비중있게 소개했다. 영친왕 이은은 순종 황제의 뒤를 이어 제위에 오를, 우리나라 역사상 단 하나뿐인 황태자였다. 이 때문에 역사의 풍랑이 일 때마다 가장 먼저 그 예봉을 얻어맞았다. 어려서 일본에 볼모로 끌려간 그는 일제의 속박과 친일파 황태자라는 오명 사이에서 오랫동안 고통스러운 줄타기를 해야 했다. 광복 후에도 정치 권력자들의 이해에 의해 귀국이 한없이 늦춰졌고, 결국 귀국의 기쁨을 한 마디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병이 들어서야 이 땅을 밟았다. 영친왕과 평생을 함께한 이방자 역시 시대의 모진 바람을 전 생애로 감내한 인물이다. 정략결혼이긴 했으나 부군의 조국을 자신의 나라로 받아들이려던 그녀의 구애를 조국은 모른척했고, 일본 황족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평생에 걸쳐 ‘왕비’ 이방자에 대한 의심을 낳는 빌미가 됐다. 의친왕 이강은 무수한 풍문과 논란의 진원지였다. 일부 학자들은 그를 주색으로 허송세월했다고 폄하했지만, 당시 대다수의 민중들은 그의 독립운동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고종이 고명딸로 귀여워했던 덕혜옹주는 고종 황제의 죽음, 일본인과의 정략결혼, 불행한 생활이 불러온 심리적 고통으로 오랫동안 정신분열증을 앓다가 한으로 가득한 삶을 마감했다. 영친왕의 아들 이구는 MIT를 나온, 총명하고 패기만만한 청년 건축가로 장성했지만, 조국에 돌아온 이후 끝 모를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가 매몰차게 버린 전 부인 줄리아만이 남편마저 떠난 낙선재의 정신을 오롯이 지켰다. 벽안의 황세자비 줄리아는 이 땅을 온 마음으로 사랑한 황실의 여인이었다. 저자는 책 집필을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의도에 의해 왜곡된 기록에서 과장과 거짓을 걷어내고자 했다. 일례로 1995년 한 방송사가 ‘비련의 황태자비 이방자’를 쓴 혼다 세쓰코의 말에 의지해 이방자의 ‘석녀설’을 사실인 것처럼 몰아갔으나, 저자가 직접 세쓰코와 접촉한 결과 방송이 근거없는 이야기를 확대 재생산했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광복 후 황실재산이 정부에 의해 대부분 몰수되면서 황실 후예들의 삶은 고단해졌고, 언론과 대중들은 ‘거지가 된 왕자’와 같은 선정적인 이야기에만 흥미를 가졌다. 이 때문에 많은 후손들이 세상의 이목을 멀리하고 한 사람의 시민으로 조용히 살고 있다. 저자가 우직하게 기록한 대한제국 후예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어둠 속의 공간으로 인식되어 왔던 과거 이야기가 선명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듯하다.3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MS 게임사업 책임자 셰인 김 23일 내한… 게임산업 협력 논의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스튜디오(MGS) 대표인 재미교포 2세 셰인 김(43)이 23일 한국을 방문한다. 셰인 김은 1000여명의 MS프로그래머, 디자이너, 아티스트, 제작자들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있는 MGS의 최고 책임자다.‘밴가드’,‘헤일로 2’ 등 윈도용 게임 개발도 지휘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에이지 오브 앰파이어’ 시리즈 역사상 가장 빠른 판매세를 보이고 있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3’의 제작을 이끌었다. 지난 해에는 미국 포브스닷컴이 ‘2005년 주목해야 할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공식적인 방한 목적은 25일 ‘서울디지털포럼 2006’에 참석, 게임 관련 주제 발표를 위해서다. 하지만 그는 한국내 게임업체, 정부 관계자 등과 만나 MS의 게임사업 계획과 한국 게임산업과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시대가 빨라질수록 연극은 느리고 진지해야”

    “현대인들은 점점 빨라지는 삶의 속도전에서 내가 누구인지조차 잊고 살아갑니다. 연극은 이러한 비인간적인 일상에서 사람들을 끌어내 사랑과 죽음, 희망과 절망 등 단순하지만 중요한 진리에 대해 천천히, 그리고 깊게 생각하는 법을 일러줘야 합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말리극장 예술감독 레프 도진(62)이 국내 최장 공연으로 기록될 7시간30분짜리 연극 ‘형제 자매들’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20·21일 LG아트센터에서의 두차례 공연을 위해 17일 내한한 그는 “시대가 빨라질수록 연극은 점점 더 느리고 진지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연출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은 무려 10시간에 달한다. 러시아는 물론 세계 연극계의 거장 연출가로 꼽히는 레프 도진과 그가 23년째 이끌고 있는 말리극장의 방한은 이번이 두번째다.2001년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 ‘가우데아무스’로 삶에 대한 깊은 통찰, 강렬한 에너지, 생생한 연기 앙상블 등 말리극장의 명성을 유감없이 보여준 바 있다.“4년 전 한국 관객들이 보여준 호응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그는 “관객과 자주 접촉할수록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표도르 아브라모프 원작의 ‘형제 자매들’은 ‘가우데아무스’ 보다 5년 앞선 1985년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스탈린 정권 치하의 고단한 현실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민중의 강한 생명력을 리얼리즘 기법으로 그린 연극으로, 초연 이후 20년 넘게 꾸준히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 그의 대표작이다. 작품의 배경이 된 시골마을에서 배우들과 오랫동안 체류하면서 만든 공연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초연 당시 출연했던 배우들이 대부분 같은 역할로 무대에 선다. 그는 “세계 여러 곳에서 이 작품을 공연할 때마다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다. 관객들도 그만큼 깊고 느리게 생각할 기회를 원했다는 걸 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요즘 연극은 속도가 미덕인 세태에 발맞춰 비디오클립처럼 점점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은 그는 “7시간30분의 관극 체험은 한국 관객들에게도 정신적 모험이다. 멍청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것보다 훨씬 재밌고 의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씨줄날줄] 내셔널 지오그래픽/임태순 논설위원

    중년의 사랑을 다룬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여주인공 프란체스카(메릴 스트립)는 자녀들에게 자신을 화장해 다리 위에 뿌려달라는 유서와 함께 빛바랜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를 남기고 죽는다. 프란체스카는 독신인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기자 킨케이드(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매디슨 카운티 다리에서 우연히 만나 3일간의 짧은 사랑을 나누지만, 다음 취재지인 프랑스 파리로 함께 떠나자는 킨케이드의 제안을 뿌리치고 가정으로 돌아온다. 사람들에겐 누구나 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이 있다. 지리에 관한 지식을 전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100년 넘은 유서 깊은 잡지다. 미국 지리학회인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는 1888년 워싱턴DC에서 비영리단체로 설립돼 ‘인류의 지리 지식 증진과 확산을 위해’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발간해 왔다.2대 회장은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영상시대에 접어들면서 독자가 줄었지만 현재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29개국에서 월 800만부를 발행한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한 사진을 실은 것으로 유명하다. 다큐물을 제작·송출하는 방송국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은 2000년 설립됐다. 최근 유다복음의 존재를 증명해 주는 다큐물로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회사 브라이언 스미스 수석 부사장 등이 엊그제 내한해 한국에 관한 다큐물 제작 사업설명회를 가졌다.‘세계로 가는 한국’이라는 주제로 만들 다큐물은 한국이 보는 과학기술의 관점, 현대적인 대형 건물이 건축되는 과정, 야생 동식물 세계에 관한 연구, 발전 현장의 목소리 등 4편이다. 다큐물 제작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과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 3억원씩 모두 6억원이 지원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얼마전 18∼24살 사이의 미국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지리 지식에 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90%가 북한이 지도상에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핵이니 지구촌이니 떠들지만 구미인들의 지리적 문맹은 예상외로 심각하다. 한국에 관한 다큐물이 완성되면 세계 163개국에 27가지 언어로 방송된다고 한다. 영화 ‘매디슨’처럼 우리를 세계인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다큐물이 제작되기를 기원한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미술 ■ 조춘자 17일부터 23일까지 서울 견지동 동산방갤러리. 도회적 감각의 사실풍 인물화를 지속적으로 발표해온 조춘자 개인전. 원숙한 필치와 구성으로 이지적이고 탈속한 여인상을 담은 신작들을 보여준다.(02)733-5877. ■ 폴란드 독수리-폴란드 신세대 판화전 18일부터 6월9일까지 서울 순화동 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갤러리. 막달레나 비엘레츠카, 마우고자타 야브원스카 등 폴란드의 유명 신예작가 51명이 다양한 기법으로 제작한 판화작품 90여점을 전시한다.(02)3789-5600. ■ 부남미술관 개관 및 소장품 전시회 20일까지 서울 경운동 부남미술관.‘산의 화가’로 불리는 박고석 화백의 판화들과, 노천 조갑녀 선생의 서화와 도예작품, 무형문화재 106호 각자장 보유자인 오옥진 선생의 서각작품 등을 볼 수 있다.(02)720-0369. ●어린이■ 이중섭 그림속 이야기 6월18일까지 화∼일 오후2시·4시, 수 오전11시·오후2시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 화가 이중섭의 그림이 무대에서 인형으로, 영상으로, 움직임으로 되살아난다.(02)382-5477. ■ 엄마는 안 가르쳐줘 27일까지 화∼금 오후2시·4시30분, 토·일 오후1시·3시30분 사다리아트센터 세모극장.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아이들의 눈높이로 알기 쉽게 배우는 성교육 뮤지컬.2만원.(02)744-7304. ●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 김수빈 리사이틀 27일 오후 6시 LG아트센터. 올리비에 메시앙의 실내악곡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곡’등 연주. ■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공연 27일∼6월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평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3시(6월3일)·7시30분, 일요일 오후 4시(월요일 공연없음). ●연극■ 형제 자매들 거장 연출가 레프 도진이 이끄는 러시아 말리극장의 내한공연. 스탈린 정권 아래 집단농장에서 살아가는 러시아 농민들의 삶을 그린 리얼리즘극이다. 저녁시간 1시간30분을 포함해 총 7시간30분(오후2시30분∼10시)의 국내 최장기 공연 기록으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5만∼9만원.(02)2005-0114. ■ 달의 소리 21일까지 목 오후7시30분, 금·토 오후4시·7시30분, 일 오후4시 서강대 메리홀. 가야금의 전신인 ‘고’를 연주하는 악사들의 고뇌와 사랑을 그린 서사극. 김명화 작·박정희 연출, 박웅 이연규 등 출연.2만원.(02)744-0300. ■ 넘버 18∼6월4일 화∼금 오후8시, 토·일 오후3시·6시 설치극장 정미소. 자신이 복제인간임을 알게 된 아들과 아버지의 갈등을 통해 인간복제의 비극을 경고한다. 카릴 처칠 작·이성열 연출, 이호재 권해효 출연.3만∼5만원(02)765-5475. ●뮤지컬 ■ 김용배입니다 20·21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1978년 ‘사물놀이’의 탄생을 이끌었으나 스무해전 서른 넷의 나이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상쇠 김용배의 일대기.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한 예술가의 초상을 서울예술단이 음악과 춤, 드라마가 어우러진 복합장르로 그려낸다. 한태숙 연출, 고석진 최병규 등 출연. 토 6시, 일 3시·6시 2만∼5만원.(02)523-0986. ■ 미스터 마우스 무기한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3시·6시 라이브극장. 천재가 된 바보는 행복할까. 현대과학의 힘으로 하루아침에 천재가 된 인후의 삶을 통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묻는다. 이현규 연출, 서범석 박정환 등 출연.2만5000∼3만원.(02)747-2070. ■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 7월17일까지 화∼금 8시, 토·일 3시·6시 청담동 유시어터.2001년 첫 공연 이후 유료 관객 40만명을 모은 흥행작. 백설공주를 짝사랑하는 반달이의 순수한 마음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박승걸 작·연출, 최인경 구윤정 등 출연.2만5000∼3만원.(02)515-0589.
  • [진화하는 韓流 꿈틀대는 日流] 저변 넓혀가는 일본문화

    [진화하는 韓流 꿈틀대는 日流] 저변 넓혀가는 일본문화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문화가 일본에 급속히 유입되는 동안에 일본문화도 한국에 조용히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일본 대중문화가 1차로 개방된 1998년 이후 문학과 영화, 대중음악 등을 중심으로 저변을 넓혀온 일본문화는 최근 다양한 콘텐츠를 앞세워 마니아층을 기반으로 수면 위로 떠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문학·애니메이션 등 최고 문학을 비롯한 출판분야는 문화부문에서 한·일 역조가 가장 심각하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출간된 일본 소설은 391권으로,2004년 252권,2003년 208권에 비해 급증했다. 지난 10년간 연간 집계한 종합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1996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시작으로 지난해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등 매년 2∼4권의 일본 서적이 20위권에 들었다. 올들어서도 매월 소설 베스트셀러에 3∼5권씩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본 소설 바람을 타고 ‘플라이, 대디, 플라이’(가네시로 가즈키)‘어깨 너머의 연인’(유이카와 게이) 등이 영화로 제작, 개봉될 예정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극장과 방송, 단행본으로 나뉘어 한국 만화시장을 휩쓸고 있다. 케이블·위성 애니메이션채널에서 일본 작품은 50∼60% 정도를 차지하며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80년대 후반부터 불법복제물로 유입된 단행본은 지난해 점유율이 70%에 육박했으며, 해외 번역물 중에서는 98.7%로 절대적이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올들어 전면 개방돼 본격적인 수입이 이뤄질 전망이다.2004년 개봉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전국 300만명을 넘어서며 일본영화 흥행 1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폭풍우 치는 밤에’‘개구리중사 케로로’ 등에 이어 ‘원피스’‘게도전기’ 등이 잇따라 개봉한다. ●일본문화, 조용히 확산된다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J-POP), 격투기 등도 젊은 층을 공략하는 장르다. 지난해 10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이어 올들어 관객 9만명을 돌파한 ‘메종 드 히미코’와 ‘박치기’‘스윙걸스’‘나나’ 등이 잇따라 개봉하며 호평을 받자 감독·배우들이 방한, 눈길을 끌었다.98년 이후 ‘러브레터’ 등이 화제를 모았지만 최근처럼 일본 영화에 관심이 쏠린 적은 없었다는 분석이다. 일본 드라마는 지상파까지 개방되지 않아 케이블·위성채널에서 방송되고 있지만 다양한 작품들이 들어와 잔잔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0월까지 118편이 방송됐으며,‘고쿠센’‘소년탐정 김전일’‘춤추는 대수사선’‘러브 제너레이션’‘서유기’ 등이 마니아층을 형성했지만 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은 편. 일본전문 채널J 관계자는 “최근 방송된 일본 대하드라마와 다큐멘터리 등이 고학력층에 어필하고 있다.”면서 “잠재된 마니아층이 많기 때문에 작품 수준에 따라 이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80년대부터 불법 복제음반으로 들어온 J-POP은 2004년 전면 개방 이후 마니아층 위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나카시마 미카의 ‘러브’, 희데의 ‘666’,‘하울의 움직이는 성’OST 등이 2만∼3만장 정도 팔리며 팝음반 판매 10위권을 넘봤다.2000년부터 아무로 나미에, 각트 등 스타들이 한국에서 개최한 공연이 흥행하면서 J-POP 가수들의 내한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JVC 송은아 과장은 “대형 음반사는 한달에 10개 이상의 일본 타이틀을, 작은 음반사는 인디 아티스트를 위주로 1∼2개 타이틀을 출시하고 있다.”면서 “나카시마 미카 등 한국 입맛에 맞는 발라드는 팬층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사주팔자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일본에 공급하는 드림젠 박종욱 사장은 “일본 파트너들이 역(逆)한류를 이용, 다양한 콘텐츠를 한국에 수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오랫동안 일본문화를 즐겨온 마니아층이 있기 때문에 일본문화는 계속 저변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 홍지민기자 chaplin7@seoul.co.kr ■ “반일감정 때문 日문화 성공못할것” 67% 서울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일본 속 한국문화와 한국 속 일본문화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본 문화가 한국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 같은 이유로 반일 감정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반면 한류가 일본에서 약화될 것 같은 까닭은 한류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한류가 국가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고(88.4%), 한국에 대한 일본사람의 호감을 늘렸다(86.5%)는 등 긍정적인 평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향후 일본에서의 한류 열풍 전망을 묻는 항목에서 ‘얼마간 지속되겠지만 약화될 것’(55.2%),‘10년 이상 지속’(35.2%),‘조만간 약화’(6.0%) 순으로 나타나 부정적인 전망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한류 약화 이유로는 ‘한류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아서’(32.0%) ‘반한 감정’(24.9%) 등이 꼽혔다. 한국에서의 일본 문화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류 정도의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67.7%)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 같은 이유로는 ‘반일 감정’(67.1%)이 가장 높았고,‘정치 외교상 한계’(13.3%)‘일본 문화 수준이 높지 않아’(10.3%) 순으로 나타나 한류 약화 이유를 묻는 항목과는 대비되는 결과가 나왔다. 일본 문화를 접하는 이유로 ‘별다른 이유는 없다.’(38.9%),‘참신하고 기발해서’(18.9%) 순이었다.‘일본을 이해하기 위해서’(7.8%)는 상대적으로 낮았다.‘참신하고 기발해서’는 29세 이하에서 33.4%로 집계되는 등 일본 문화의 신선함은 젊은 연령층에 매력요인이었다. 일본 문화가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가 45.7%,‘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가 50.2%로 집계됐다. 특히 능동적인 향유층인 29세 이하에서는 긍정 응답이 53.0%로 가장 많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17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고,95% 신뢰 수준에 표집오차는 ±3.1%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알찬 日영화 수입해놓고 정치적 상황 신경 곤두서” “‘일본 문화’는 ‘일본’이 아닌 ‘문화’입니다.” 조성규(37) 스폰지 대표는 일본 문화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진정한 문화 교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스폰지는 작은 규모라도 탄탄한 내용을 갖춘 유럽·일본 영화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는 중견 영화사. 특히 일본 영화 소개에 있어서는 국내에서 가장 선두에 있다.130편가량 되는 라이브러리에서 일본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편 정도. 올해만해도 이미 개봉한 작품을 포함해 15편 이상의 일본 영화를 극장에 걸게 된다. 일본 영화가 잇따라 개봉되고 감독·배우들이 한국을 찾으면서 60∼70년대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에 빗대 ‘일본의 침공(Japan Invasion)’이라는 표현도 나왔지만, 그는 호들갑이라고 봤다. 국내 영화처럼 200∼300개 이상 극장에 거는 와이드릴리스 방식을 써 일본 영화 성공을 가늠하는 리트머스지로 꼽혔던 ‘나나’와 ‘스윙걸즈’의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는 것. 한국에는 ‘일본 영화 마니아 1만명’이라는 좁은 시장만 있기 때문에 10개 미만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게 적당하다고 본다. 더구나 일본에 대한 불편한 감정은 강한 걸림돌이다. 일본 영화를 수입하면, 경쟁작보다는 일본 정치인의 망언에 더 신경이 쓰이는 판국이다. 그러니 ‘붐’이란 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조 대표는 영화든 음악이든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지만 알찬 일본 영화는 많은데 정치적 상황 때문에 묘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게 한두번이 아니어서다. 거꾸로 일상의 잔잔함을 비추는 일본 영화들을 보면, 일본 망언의 배경을 알 수 있다고 충고했다. 특히 독도,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만 나오면 일본하고는 모든 걸 다 끊자고 열내던 국내 젊은이들이, 정작 만화나 게임은 일본 것을 즐기는 이중적 태도에 비하면 이들 영화를 보는 게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또 ‘한류’라는 이름 아래 한국이 일본을 문화적으로 압도하고 있다는 생각도 좋은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일방적인 것은 반드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도호·도에이·쇼치쿠 같은 일본 3대 영화사가 한국 영화를 수입하지 않는 배경에는 ‘한국이 사지 않는 마당에 우리가 살 필요 있느냐.’라는 자존심이 깔려 있다는 설명. 그는 문화 교류는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를 통해 서로 배울 점은 배우고 고칠 점은 고치는 것이 진정한 문화 교류라고 덧붙였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12일 TV 하이라이트]

    ●사이언스+(YTN 오후 1시20분) 교통비 계산에서 영화 관람까지 이제는 생활필수품으로 굳건히 자리 잡은 교통카드.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있는 한 장의 카드 안에는 과연 어떤 과학의 원리가 숨어 있을까?건전지가 없어도 단말기와 전자기 유도 원리를 통해 요금을 처리할 수 있는 교통카드 속에 숨어 있는 과학의 비밀을 알아 본다. ●생방송60분-부모(EBS 오전 10시) 최근 TV, 잡지 등에서 독특한 스타일로 화제를 뿌리고 있는 낸시 랭. 부잣집 외동딸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랐지만 돈이 들지 않는 예술을 택해 퍼포먼스를 해야만 했다. 낸시 랭과 함께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딸이 자신의 색을 잃지 않는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게 해준 어머니를 함께 만나본다. ●신동엽의 있다!없다?(SBS 오후 7시5분) 볼록 튀어 나온 배꼽, 뚜렷한 임신선 등 남자의 임신 흔적의 진실을 알아본다. 드라마 속에 등장했던 노래 ‘똥송’처럼 아이들의 원활한 배변을 위해 만든 동요가 있는지 살펴본다. 또 우리나라에 케첩 깍두기가 있는지 없는지, 장난감처럼 알록달록 빽빽한 마을이 있는지 없는지도 알아본다.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MBC 오후 8시20분) 태경과 은민은 말싸움을 하고, 서로의 부모에게 서운한 마음을 모두 털어놓고는 결국 등을 돌리고 만다. 태경도 속이 상해 공부도 못하고, 은민도 어른들 싸움에 자신들까지 힘들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복잡하다. 한편, 태희와 아침운동을 하고 오던 기훈은 동네 버스 정류장에서 희수와 마주친다. ●사랑과 전쟁(KBS2 오후 11시5분) 택배 일을 하던 경태는 복권에 당첨돼 22억원을 받게 된다. 경태는 아내에게 ‘복권에 당첨되면 뭐 할거야?’라고 넌지시 묻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겠다.’는 말에 아내한테도 비밀로 하기로 한다. 부자가 되니 그동안 살던 세상과는 또 다른 세상. 경태는 돈 쓰는 재미에서 헤어날 줄을 모르는데….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어깨가 아프다고 오십견일까? 어깨 통증을 오십견으로 여기고 병원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 70%는 오십견이 아니라는 통계가 나왔다. 어깨 통증의 대부분은 어깨 근육 파열이나 석회성건염, 목디스크인 경우. 어깨 통증이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하기 전에 정확한 질환이 무엇인지 진단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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