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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리아군 7일부터 철수

    레바논 주둔 시리아군이 7일부터 동부 베카계곡으로 철수를 시작할 것이라고 레바논 국방장관이 6일 밝혔다. 이같은 주장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지난 5일 시리아군의 2단계 철군 계획을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압둘 라힘 무라드 레바논 국방장관은 7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열리는 양국 지도부 회의가 끝나면 곧바로 마운트 레바논과 북부지역 주둔 시리아군이 동부 베카계곡 쪽으로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라드장관은 이같은 철군이 2∼3일안에 완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에밀 라후드 레바논 대통령을 비롯한 양국 고위 관리들은 다마스쿠스 회담에서 철군 관련 세부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다. 아사드 대통령은 앞서 5일 의회 연설을 통해 시리아군이 2단계 재배치를 통해 시리아 국경 내로 철수할 것이며 양국 관계자들이 이번주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사드 대통령은 시리아군이 철수하더라도 레바논에서의 시리아 역할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영국과 유럽연합(EU), 러시아 등은 아사드 대통령의 철군 발표에 대해 “일단 긍정적”이라며 조심스러운 환영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 등은 곧바로 불만과 실망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보안요원들을 포함한 즉각적인 완전철군이 이뤄져야 한다며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레바논에서도 반응이 엇갈렸다. 기독교계 대표적 야당지도자 왈리드 줌블라트는 “긍정적 출발이 될 수 있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아민 게마옐 전 대통령은 완전철군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고 했고 망명지도자 미셸 아운은 “유엔 결의안을 회피하려는 (아사드의) 숨은 뜻을 잘 파악해야 한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한편 베이루트에서는 이날 친시리아, 반시리아 시위대간에 충돌이 일어나 총격전까지 발생, 기독교계와 이슬람계간 대립이 다시 내전으로 비화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부추겼다. 유세진기자 yujin@seoul.co.kr
  • 이재오의원 “박대표 중심 당 추슬러야”

    “당은 대표를 중심으로 새로운 계기로 출발해야 하지 않느냐.” 행정도시특별법 무효화 투쟁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주도하고 있는 한나라당 ‘4인방’의 일원인 이재오 의원은 4일 김덕룡 원내대표의 사퇴 선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경험있는 김 원내대표가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당을 다시 화합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지도부를 겨냥한 행보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표의 사퇴도 요구하나. -이번은 원내전략의 부재이기 때문에 대표 책임을 제기할 생각은 없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따로 나눈 이유가 책임 소재를 나누자는 것이니까 이것을 대표에게까지 가져가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향후 당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이 기회에 당이 환골탈태하기 위해서도 당 대표를 제외한 모든 당직자들이 일단 총사퇴 의사를 보이고, 대표는 당을 새롭게 추스르는 것으로 한번 중간평가의 계기로 삼는 모습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당에 있어서의 잘못이 있을 때 책임의 소재를 핵심적으로 최소화시키는 것이 관례다. 박세일 정책위원장이 사퇴하고 정조위원장도, 전략기획위원장·공천심사위원장도 내놨다. 기존 당직자가 총사퇴하는 것이 국민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것이다. 총사퇴는 개인 의견이다. 향후 비대위의 투쟁은. -행정수도 지키기는 당 내분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비대위는 수도 이전을 막기 위해 출범한 것이니까 앞으로도 회의를 통해서 계속 논의할 것이다. 당장 해체할 일은 없다고 본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긴급진단] 혼미의 레바논 정국

    레바논을 어떻게 할 것인가? 중동 불안의 최일선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영토 분쟁이 있지만 이·팔 분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게 바로 레바논의 복잡한 사정이다. 이스라엘의 이웃 국가로서 팔레스타인에 동조해야 한다는 감정이 레바논 내에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는 반면 팔레스타인의 무력 도발을 규제하기 위해 레바논 내 친팔레스타인계 세력을 억제하는 게 급선무라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피크 하리리 총리 암살 이후 계속된 레바논 야당측의 시위로 오마르 카라미 총리 내각이 총사퇴했지만 차기 내각 구성 문제를 논의할 야당측이 시리아군의 완전 철군이 보장되기 전에는 정부구성 협상을 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것도 레바논 내 친팔레스타인계 헤즈볼라 그룹에 대한 시리아의 영향력을 의식한 때문이다. 결국 레바논을 사이에 두고 시리아와 이스라엘간에 간접적인 힘의 대결이 중동 평화구도를 결정짓는 중대 변수로 작용해 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같은 힘의 균형이 지난달 14일 하리리 전 총리의 암살을 계기로 무너졌다. 시리아의 지원을 받아온 정부에 대해 불만을 가져온 레바논 야당은 이 기회에 시리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이스라엘과의 독자적 관계를 모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레바논 내에 거점을 두고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투쟁을 주도해온 대표적 무장단체인 헤즈볼라의 무력화를 희망하는 미국 등은 당연히 레바논에서 시리아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독자 세력으로 성장한 헤즈볼라 등 반(反)이스라엘 무장저항단체가 시리아의 철군이 이뤄지더라도 무력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시리아군의 철군에서 느끼는 위기감으로 인해 대이스라엘 무력투쟁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중동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가까스로 정국 안정을 유지해온 레바논이 국내정국 안정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쳐온 시리아의 철군으로 정국 불안에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지 모른다는 데 있다. 레바논에서는 안정을 희구하는 세력과 아랍민족주의에 기초한 강경투쟁파가 공존하고 있다. 권력 안정을 지탱해온 시리아의 철군은 이 두 세력간 힘의 균형을 무너뜨려 레바논을 내전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유세진기자 yujin@seoul.co.kr
  • 펄펄 끓는 한나라 ‘행정도시 갈등’

    펄펄 끓는 한나라 ‘행정도시 갈등’

    여야간 행정도시 합의안의 추인을 둘러싸고 한나라당의 갈등이 확산 일로를 걷고 있다. 수도권 의원들에 이어 비례대표 의원들까지 반대 움직임에 가세, 당내 갈등의 향배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여야 합의와 원내전략을 주도한 김덕룡 원내대표의 사퇴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지도부는 ‘원칙 고수’ 아래 재의결 요구를 일축하고 있어 2일 의원총회는 지도부와 반대파간에 날선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의결 거부땐 의원직 사퇴”압박 비례대표 의원모임인 ‘21세기 네트워크’(회장 김애실)는 지난 27일 밤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마라톤회의를 갖고 합의안 재의결을 위한 조기 의원총회를 요구키로 했다. 이들 의원은 행정수도 도시 부처 이전은 중대한 문제인 만큼 1일 의총을 열어 재의결하고,2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이같은 내용을 28일 김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 이 회동에서 일부 비례대표는 재의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의원직 사퇴도 불사해야 한다는 강경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원내전략사령탑으로서 여야 합의를 주도한 김 원내대표의 사퇴론도 거론되는 등 ‘지도부 책임론’이 대세를 이뤘다. 앞서 박세일 정책위의장은 지난 25일 밤 농성파의 리더인 이재오 의원을 만나 행정도시 합의안에 대한 재의결을 요구키로 하는 등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서 엿새째 농성중인 이재오 의원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지도부의 거취 등을 거론할 수밖에 없으며, 일차적 책임은 김 원내대표가 져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지도부, 원칙 고수하며 재의결 요구 일축 지도부는 그러나 “표결을 통해 의원들 스스로 결정한 사안에 재의결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반대파의 재의결 요구를 일축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임운영위 회의에서는 재의결 요구의 부당성에 대한 지적이 주를 이뤘다. 일각에서는 “농성파가 과연 순수한 의도로 여야 합의에 반대하는지 의심스럽다.”며 특정 대선 주자와의 연대 의혹을 제기했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반대파의 재의결 요구에 대해 “당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면서 “다른 사람도 아닌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비례대표들이 집단적으로 의견을 내고, 당론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법사위 행정수도 위헌 논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행정도시 특별법 제정안을 논의했지만 법안의 위헌 여부를 둘러싼 논란으로 진통을 겪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특별법이 국회 특위와 건교위에서 충분히 논의된 만큼 지체없이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특별법의 위헌 소지를 지적하며 법안심사소위에 회부하자고 맞섰다. 열린우리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대체토론에서 “정부는 정책적 고려를 통해 정부조직을 분산 배치할 수 있다.”는 헌재 결정문을 근거로 “막연하게 위헌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추상적 공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특별법안에 대해 또다시 위헌 결정이 난다면 정부가 존속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된다.”며 심도 있는 법안 검토를 요구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무장日軍 학교 난입… 무차별 고문…

    러시아 혁명 이후 연해주에 진주한 일본군이 당초 출병목적은 외면한 채 한인의 독립운동을 짓밟는 데 혈안이 됐었다는 내용을 담은 미군의 정보문서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일본군은 1918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볼셰비키 혁명군인 적군(赤軍)과 차르의 백군(白軍) 사이에 내전이 벌어지자 ‘국제간섭군’이라는 명분으로 미국, 프랑스와 함께 출병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최근 입수한 ‘미국 시베리아 원정군 정보장교 문서’를 27일 공개했다. 이 문서는 1919년 3·1운동을 전후한 시기 시베리아와 연해주에서 한인 항일독립운동을 일제가 어떻게 탄압했는지를 담고 있다. ‘일본이 시베리아의 한국인들에게 가한 야만적 가혹행위’라는 부제를 단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군은 1918년 10월부터 1919년 8월까지 에브게네프카, 하바로프스크, 니코리스크, 베리노 등에서 활동하던 한인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일본군은 한인 독립운동가들을 무차별 체포해 감금과 고문을 일삼았으며, 한인 학교에 무장한 채로 들어가 교과서를 불태우거나 책상 등의 집기를 부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1919년 3월15일 하바로프스크에서는 미군 병사들에게 영문 독립선언서를 배포하던 한인 2명을 체포해 사슬로 묶은 뒤 감옥에 2주 동안 감금하며 고문을 자행하기도 했다. 일본군은 또 항일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한국인을 매수해 동료들을 고발케 하거나 러시아 경찰에게 금품을 대가로 조선인 탄압에 앞장서도록 하기도 했다고 문서는 전하고 있다. 국사편찬위 이상일 박사는 “이번에 공개된 문서는 러시아나 일본의 기록에 의존하던 3·1운동 전후 연해주 지역 독립운동사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일제의 만행에 대한 경각심과 독립 운동에 목숨을 바친 선열의 뜻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시리아 “레바논서 철군”

    시리아가 레바논 주둔 병력을 철수시키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마침내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라피크 하리리 레바논 전 총리 암살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각국으로부터 레바논 주둔 1만 5000명의 병력을 철수하라는 압력에 직면한 지 10일만이다. 시리아 외무부는 24일(현지시간) “중요한 철군은 완료됐다. 타이프협정에 입각해 레바논 정부와 합의를 거쳐 추가철군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압델 라힘 무라드 레바논 국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시리아군이 6차 철수를 단행하기로 했다.”며 “몇 시간후 철군이 시작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시리아군은 90년 4만명에서 지난해 9월까지 5단계로 나눠 1만 5000명까지 레바논 주둔 병력을 줄여왔다. 지난 21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아무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을 통해 전달한 “철군 용의”보다 한단계 진전된 조치다. 하지만 레바논에 대한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계산을 깔고 있다. 국제사회의 압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레바논내 베카계곡으로 병력을 후퇴시킨 뒤 추후 국제협상을 통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왈리드 알 무알렘 시리아 외무차관이 갑작스러운 철군은 레바논에 힘의 공백을 불러와 지역안정을 해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그렇게 쉽게 전면 철군은 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철군 일정 및 단계별 규모를 밝히지 않은 것도 유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안보리 결의안 개정 움직임을 계산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는 결의안 1559호에서 레바논에 주둔중인 모든 외국 군대의 즉각적인 철수를 규정한 바 있다. 그동안 시리아는 안보리 결의안을 거부하고 타이프 협정을 빌미삼아 레바논 철군을 거부해 왔었다. 타이프협정은 지난 89년 사우디아라비아 타이프에서 체결된 것으로 75년부터 15년간 계속된 레바논 내전을 종식시키고 91년까지 시리아군의 베카계곡 철수를 골자로 하고 있다. 시리아군이 아예 자국으로 귀환하는 시기도 레바논과 합의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4월말까지 철군을 완료하지 않으면 안보리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는데 시한까지 못박은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시리아대통령 “레바논서 철군 용의”

    |카이로 연합|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레바논에 주둔하고 있는 자국군을 이른 시일 안에 철수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아무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이 21일 밝혔다. 다마스쿠스에서 아사드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무사 총장은 현지 언론과의 회견에서 “아사드 대통령이 지난 89년 체결된 타이프 협정에 따라 가까운 시일 안에 철수를 단행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타이프에서 체결된 타이프 협정은 치안회복을 구실로 레바논에 진주한 시리아군이 내전 종식 2년 안에 시리아측 국경 부근 베카계곡으로 철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시리아는 미국과 유엔의 압력에 따라 레바논에서 몇 차례에 걸쳐 부분적 철수를 단행했으나 아직 1만 5000여 병력을 레바논에 주둔시키고 있다.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통신혁명’ 중국이 바뀐다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통신혁명’ 중국이 바뀐다

    중국에서 광범위한 ‘통신혁명’이 일어나고 있다.3억 3000만대의 휴대폰과 1억대의 컴퓨터 보급 등으로 빠른 시일내에 정보화 사회로 진입한 중국에서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은 이제 필수적인 통신수단으로 자리잡았다.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 중심의 정보화 사회 진입은 공산당 일당체제의 언론통제와 폐쇄적인 행정시스템을 급격히 허물어뜨리면서 중국 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 춘절 연휴기간 문자전송 100억건 돌파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 현대사의 풍운아 자오쯔양(趙紫陽)의 사망이 처음 외부로 알려진 것은 휴대폰의 문자메시지를 통해서였다. 지난달 17일 자오쯔양의 사망 직후 딸 왕옌난은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아버지가 오늘 아침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채 아주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 그는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됐다.”며 친구들에게 짤막한 소식을 전한 것이다.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자오의 사망 소식을 감추기 위해 극도의 보안을 취했던 중국 당국도 문자 메시지 ‘한방’에 ‘KO패’를 당한 셈이다. 2003년 초 광저우(廣州)에서 임시 거주증을 휴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안(公安·경찰)에게 맞아 죽은 ‘쑨즈강(孫志剛) 사건’은 중국 언론들의 침묵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이 폭로해 진실이 밝혀진 사례다. 결국 중국 당국은 그해 ‘무의탁 도시 유랑자와 구걸자 구호 관리법’이라는 새로운 법을 제정, 중국 인권보호의 기폭제가 됐다. 이외에도 지난해 헤이룽장(黑龍江)성 고위관리의 며느리가 고의로 사람을 치어 죽였던 ‘BMW 사건’도 네티즌들의 거센 항의로 경찰의 은폐 의혹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최근 베이징내 대학생들이 당국의 감시를 피해 오는 4월 5일 청명(淸明)절을 맞아 자오쯔양 추모대회 소집을 공고할 수 있었던 것도 익명성을 보장한 컴퓨터 온라인의 힘이었다. ●사회 변혁 이끄는 엄지족(拇指族) 엄지족의 출현은 중국 사회의 광범위한 변혁을 알리는 신호탄이다.‘엄지족’은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가 주요 통신수단인 사람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올 춘제(春節·설) 연휴 7일 동안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발송이 100억건을 돌파했다. 엄지족들은 문자 메시지로 중국대륙의 친지들에게 새해 건강과 다복(多福)을 기원하는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처럼 문자 메시지가 급증한 이유는 값싼 발송료 때문이다. 중국은 휴대전화로 시내전화를 걸 경우 전화료가 0.25∼0.5위안이지만 문자 메시지는 건당 0.1위안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은 지난해 말 휴대전화 서비스 가입자가 3억 3000만명을 돌파했고, 문자 메시지는 총 2177억건이 발송됐다. 중국에서 문자 메시지 발송은 2000년 10억건에 불과했으나,4년새 217배나 늘었다. 베이징 이공대학에 재학중인 왕강(王剛·21)은 이번 춘제 기간 100여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전화비보다 5배나 싸고 일일이 연하장을 보내는 수고도 필요없는 문자 메시지가 젊은이들에게 인기 짱”이라고 말했다. 산시(山西)대학 싱웬(邢媛·사회학) 교수는 “문자 메시지가 중국인들의 생활속에 자리잡은 것은 현대인들의 활동 범위 확대와 빠른 생활 리듬이 휴대폰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년 전부터 문자 메시지를 이용했다는 직장인 루하오(盧浩·24)는 “이메일보다 기동성이나 편리성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며 “전화로 하기에는 쑥스러운 이야기도 문자 메시지를 통하면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어 좋다.”고 예찬론을 늘어 놓았다. ●‘유머·위트’ 활력 불어넣는 통신혁명 ‘회색적인 중국사회’에 유머와 위트를 불어 넣어 활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간결함을 추구하는 문자 메시지 속성상 ‘취추취징(去粗取精·찌꺼기를 버리고 정수만 취득함) 문화’가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동음어’를 이용한 유머나 동물을 비유한 장난이 유행이다.‘너에게 복권을 터우주(投注·사다)하지 말라고 했는데…, 너는 정말 구제할 수 없는 터우주(頭猪·돼지 한마리)’ 등이 대표적이다. 또 ‘당신의 초롱초롱(水靈)한 두 눈, 내 심장을 멎게 하는 개구리(靑蛙) 눈’과 같은 표현이다. 중산(中山)대 리정민(李正民·문학) 교수는 “메시지 통신방식이 점차 성숙해짐에 따라 독특한 언어감각을 이용한 언어 전달방식이 유행하고 있으며 이는 일종의 신흥 ‘캐주얼 문화’”라고 지적했다. 문자 메시지 문화는 다양한 광고수단으로 활용돼 최근에는 ‘엄지경제’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하지만 점차 대중적인 광고보다 은밀하고 탈법적인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면서 중국 당국의 새로운 골칫덩어리가 되고 있다. ‘가짜 증서, 가짜 인민폐 바꾸기, 고리대, 이상 수요자들은 13220808661로 전화 주세요. 장쥔(張軍)’,‘본사는 최단기간내 가짜 증서를 만드는 회사임. 각종 신분증과 자동차 허가증, 도장, 기타 증서 가능. 리(李娟) 전화 13786184918’ 등이다. 지난해 6월 7일에 실시된 중국 대학입시에서 문자메시지와 디지털 카메라 등 첨단기기를 동원한 부정행위가 발각돼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중국 동북부의 산둥(山東)성과 중부의 후베이(湖北)성, 허난(河南)성 등에서 광범위한 부정이 확인됐다. 가라오케 등 술집 광고는 물론 매춘 광고도 쏟아지고 있어 단속에 애를 먹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신용사회 선도하는 휴대폰 결제 ‘현금 지상주의’ 중국에서 휴대폰 결제 서비스가 급증하는 것도 새로운 풍속도다. 지난해 초부터 ‘스마트페이’,‘루이페이’ 등 간단한 문자 메시지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휴대폰 결제 서비스가 선보이면서 각광을 받고 있다. 스마트페이는 중국건설은행 등 7개 은행 계좌와 연동되는 휴대폰 결제를 5개 성(省)에 제공, 지난해까지 1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또 ‘차이나 모바일’과 ‘차이나 유니콤’은 각각 1억 9400만명과 1억 7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 지난해 9월부터 휴대폰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페이 공동창업자인 데릭 설거는 “중국에 휴대폰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차가 1대도 안 다니는 곳에 거대한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과 같지만 수요자들이 서서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루이페이는 음성인식 기술과 결합된 휴대폰 결제서비스를 차이나유니콤과 협력해 오는 5월부터 제공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사회가 현금을 워낙 선호하는 만큼 휴대폰 결제의 성공 가능성에 부정적이지만 통신 컨설팅업체인 BDA차이나 관계자는 “중소업체들이 휴대폰 결제서비스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어 향후 전망은 무척 밝다.”고 내다봤다. 문자 메시지의 폭발적인 증가는 IT업체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휴대폰 업체인 모바일과 옌통(聯通) 텔레콤 등은 차이링(彩鈴·음악소리), 언어메시지, 휴대폰 온라인 등 다양한 서비스 개발로 호황을 맞고 있다. 중국에선 구매 패턴도 온라인 쇼핑으로 바뀌는 중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3분의 1이 온라인 쇼핑을 경험했으며 매일 300만명 이상이 3만 5000여개의 물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oilman@seoul.co.kr ■ 중국의 정보화 어디까지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의 정보화 사회 진입 속도는 가히 폭발적이다. 중국 신식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휴대전화 가입자는 3억 3000만명으로 전년보다 6600여만명이 늘었다. 한달 평균 550만명이 신규 가입하고 있으며 중국인 100명 중 24.8명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셈이다. 휴대전화 보급 확대에 따라 문자메시지 이용 건수도 급증했다. 지난 10개월 동안 1760억 6000만건이 보내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나 늘었다. 같은 기간 일반 유선전화 신규 가입도 4794만건이 늘어나 전체 가입 대수는 3억 1000만대이다. 휴대전화 가입자 수보다 약간 적다. 인터넷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입자 수는 9400만명이다. 올해안에 1억 1000만명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인터넷 접속 컴퓨터 수는 4160만대이며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6% 늘었다. 등록 도메인과 웹사이트 수는 각각 43만개와 67만개로 조사됐다. 인터넷의 폭발적 증가는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의 정보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이유로는 ‘(일반)정보를 얻기 위해’가 29.3%로 가장 많았고,‘구인·구직정보를 얻기 위해’가 24.2%, 교육 활용이 13.8%를 차지했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이메일, 검색엔진, 인터넷뱅킹, 온라인 쇼핑, 인터넷 광고, 네트워크 뉴스, 온라인 게임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발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메일은 가장 활용도가 높은 분야이다. 중국사회조사소(SSIC)의 최근 조사(복수 응답 인정)에 따르면 올 춘제(설) 축하 인사 방법에서 79%의 응답자가 전화를 이용했고,61%의 응답자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사용했다.47%가 직접 방문이었고 22%가 우편물 또는 비디오 방식이었다. SSIC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이용이 전화 통신과 맞먹을 정도로 급성장했다.”며 “휴대전화의 급속한 보급속도에 비춰볼 때 머지않아 문자메시지가 중국의 주류 통신수단으로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oilman@seoul.co.kr
  • [22일 TV 하이라이트]

    ●어여쁜 당신(KBS1 오후 8시25분) 스키장에서 돌아온 기준은 인영에게 스키장에서 찍은 사진을 휴대전화로 보내며 들떠한다. 그런 가운데 기준이 자꾸 희주를 따돌린다는 사실에 조바심이 난 기준 엄마는 아들의 약혼을 닥달하고, 인철의 집으로 들이닥친 미정은 식구들 앞에서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김용만 신동엽의 즐겨찾기(SBS 오후 11시5분) 웃찾사 무대 뒤에 숨겨진 비밀을 폭로하는 ‘스타투표 눌러눌러’. 김용만과 신동엽이 김신영을 등에 업고 격렬하게 몸부림을 치는 그녀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김신영 바가지 머리의 비밀, 귀염둥이 이종규 아버지의 사연, 김형은의 얼짱 사진 등을 공개한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40분) 정부측 민병대와 저항군이 싸우면서 애꿎은 국민들만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곳. 휴전을 했어도 오히려 총격전은 그 전보다 3배 이상 늘었다.42년간의 영국 식민지 때부터 남북간 갈등이 계속돼 독립된 지금까지 남부 저항군과 북부 정부군 사이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아프리카 수단을 찾아간다. ●문화센터(EBS 오전 11시) 가족 구성원들의 조그마한 노력으로 웃음과 행복이 넘치는 가정을 만들어보자. 다양한 율동과 함께 할 수 있는 간단한 동요를 배우는 것으로 문을 연다. 이밖에도 철사옷걸이와 헌스타킹 등의 폐품을 이용해 멋진 놀이 도구도 만들 수 있다. 철사옷걸이 라켓을 만들어 공 던지기 대결을 펼쳐본다. ●굳세어라 금순아(MBC 오후 8시20분) 정완의 일로 몸져 누워 있던 정심은 노 소장이 정완을 호되게 패자 속상해한다. 금순 역시 정완으로부터 연락이 없자 밤새 뒤척거린다. 정완을 불러앉혀 놓은 노 소장은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묻고, 정완은 금순이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을 거라고 말한다. ●용서(KBS2 오전 9시) 형우의 만류도 듣지 않고 수민의 집으로 향하던 순복은 길에서 수형이와 마주친다. 꿈에도 그리던 친손자를 다시 찾은 기쁨에 수형이를 껴안고 눈물을 흘리던 순복은 그대로 수형이를 데리고 택시를 탄다. 뒤늦게 쫓아 온 수민은 간발의 차로 순복과 수형이가 탄 택시를 놓치는데….
  • [월드이슈-생명위협받는 분쟁지역 취재] 지구촌 곳곳 작년 69명 사망

    [월드이슈-생명위협받는 분쟁지역 취재] 지구촌 곳곳 작년 69명 사망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현장에서 활동하는 기자들의 안전이 극도로 위협받고 있다.2년째 내전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에서는 기자가 저항세력에 의해 살해당하기도 했으며 납치되는 경우도 빈번해지고 있다. 저항세력의 무차별 공격과 납치는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위협하는 절대적인 위험 요소가 되는 것은 물론 기자들의 안전을 우려한 소속국가 정부와 언론사간에 분쟁지역 취재 허가를 둘러싼 논란도 가열시키고 있다. |파리 함혜리특파원| 국경없는 기자회(RSF)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최소 69명의 기자가 분쟁지역 취재 중 숨지거나 기사내용과 관련해 목숨을 잃었다.65명이 숨졌던 지난 95년 이래 최대 규모다. 이 단체가 최근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전후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에서만 지난해 기자 19명과 통역 등 보조원 12명이 희생돼 이라크는 2년 연속 기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취재지역’으로 분류됐다. 이라크 외에 필리핀에서 13명, 방글라데시에서 5명, 멕시코에서 5명이 각각 숨졌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분쟁지역 이외의 지역에서 살해된 기자들 대부분은 부패 및 범죄 조직 관련 기사와 취재활동이 빌미가 돼 암살당했다고 밝혔다. 이라크에서 희생자가 가장 많았던 이유는 전례없는 대규모 취재가 이뤄지고 있는데다, 시도 때도 없이 저항세력이 테러를 감행하기 때문이다.RSF에 따르면 이라크 주둔 미군이 지난해 3월 아랍에미리트연합 소재 알 아라비야 방송사 직원 2명을,4월엔 미국 자금으로 설립된 알 이라키야 방송사 직원 2명을 각각 저항세력으로 오인해 사살했다. ●저항세력, 미디어 관심 끌려고 12명 납치 무엇보다도 기자들의 취재활동을 제약하는 가장 큰 위험요인은 저항세력에 의한 납치다. 기자들을 납치할 경우 민간인에 비해 미디어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자들, 특히 외국 기자들은 납치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저항세력은 지난해 12명의 기자를 납치했으며 이 가운데 이탈리아 기자 1명은 무참하게 살해당했다. 이탈리아의 좌파 일간지인 ‘일 마니페스토’의 바그다드 특파원 줄리아나 스그레나(56·여) 기자는 지난 4일 바그다드 대학 앞에서 인터뷰 도중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됐다. 이슬라믹 지하드 산하의 납치단체는 이탈리아군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르 피가로의 조르주 말브뤼노(41) 기자와 RFI 라디오의 크리스티앙 셰노(37) 기자가 지난 해 8월 20일 나자프로 향하던 도중 무장단체 ‘이라크 이슬람군’에 의해 납치됐다 4개월 만에 풀려난 데 이어 좌파 일간 리베라시옹의 바그다드 특파원 플로랑스 오브나(44·여) 기자가 지난 1월5일 이후 실종된 상태다. 지난해 12월16일 바그다드에 파견된 그녀는 총선을 앞둔 이라크의 현지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던 중 호텔 앞에서 이라크인 통역 후세인 하눈 알 사디와 함께 사라졌다. 또 지난 1월22일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콜롬비아에서 격월간지 ‘우라바 호이’의 사진기자 에르난 에제베리 아르볼레라(64·남)가 게릴라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에 의해 납치됐다. 이에 대해 마쓰우라 고이치로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언론인을 겨냥한 공격은 언론의 정보 수집 및 전달 능력에 대부분을 의존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지금 언론인들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한 상황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인을 겨냥한 공격은 세계인권선언에서 보장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경영진 취재 중단에 기자들 “언론자유 침해” 프랑스 기자 2명이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됐다 풀려난 지 10여일 만에 리베라시옹의 여성 특파원이 또 실종되자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이라크 취재 중단을 권고했다. 방송사와 신문사 경영진도 기자들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극단적인 위험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판단에서 파견 계획을 보류하거나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말브뤼노 기자의 납치사건 이후 르피가로는 이라크 취재를 포기했다. 르몽드도 현지에 취재기자를 파견하지 않고 있다.RTL 방송은 바그다드에 있는 기자들이 호텔방에만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라면 기자들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LCI는 리비아에서 한때 납치된 적이 있는 프리랜스 기자 로제 오크를 통해 이라크 뉴스를 커버하고 있다. 유럽-1 방송은 1월 중 파견하려던 계획을 일단 미루고 있다. 유럽-1의 위그 뒤로셰 국장은 “알 자지라가 보내는 소식만 일방적으로 받을 수는 없지만 기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면서까지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텔레비전의 경우 공영방송인 프랑스-2와 FR-3 텔레비전의 모회사인 프랑스 텔레비지옹의 마크 테시에 회장은 기자들의 파견계획을 모두 취소했다. 하지만 언론사의 편집국장·보도국장과 기자들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취재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오브나 기자 구하기’ 공동노력 프랑스의 주요 신문사·통신사·방송사 국장들은 지난달 25일 오브나 기자가 소속된 리베라시옹에 모여 오브나 기자의 구명운동에 함께 노력하기로 하고 아울러 기자들의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성명도 채택했다. AFP,AP, 아르테방송(채널 5), 카파, 유럽-1,TF-1, 프랑스-2, 프랑스-3, 헤럴드 트리뷴, 르 피가로, 르몽드, 르 파리지앵, 레제코 등 주요 언론사 국장들은 성명에서 “기자들의 자유는 기본적인 권리다. 언론 보도의 자유가 없는 곳에 자유는 없다. 취재의 자유와 기자들의 안전은 모든 나라에서 모든 권력, 정치권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2 및 프랑스-3 채널의 기자들도 지난달 27일 경영진에게 기자들이 개인적 판단에 따라 이라크 취재를 갈 수 있게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두 방송국 기자들이 소속된 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납치 및 테러 위험에도 불구, 이라크로 갈 준비가 돼 있는 자원자들이 있다. 이런 위험은 기자들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그들은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베라시옹의 세르주 쥘리 사장은 지난 14일 파리의 올랭피아 극장에서 열린 납치기자 구명촉구를 위한 콘서트에서 “이라크가 ‘맹인’의 나라로 남아 있지 않도록 외부세계에 소식을 전달하는 것은 현장 취재기자들의 역할”이라며 “보도의 자유 없이는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lotus@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이라크 총리 유력 알 자파리

    이라크 새 민주정부의 총리로 이슬람다와당 당수이자 임시정부 부통령인 이브라힘 알 자파리(58)가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이 지지하는 아메드 찰라비가 총리직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던 아델 압둘 마흐디 재무장관이 분열 방지를 위해 총리직에 뜻이 없음을 밝히면서 최대 정파인 시아파의 지지를 받는 자파리의 총리 취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소수 수니파의 정치과정 참여 및 쿠르드족의 분리독립 움직임 차단이 최대 과제로 떠오른 이라크의 새 총리로 그가 유력시되는 것은 자신을 낮추고 외교와 대화를 앞세우는 성품이 시아파와 수니파간 분쟁 등 종파적인 분열 치유가 시급한 이라크를 이끄는 데 적임자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평소 이라크가 내전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위해 치안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자파리는 미군 및 연합군의 철수는 이라크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미군 등의 조기철수에 반대한다고 밝혀왔다. 이 때문에 이란과 같은 신정국가 탄생을 우려해온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남부 카르발라에서 태어난 자파리는 모술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으며 1966년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이슬람다와당에 입당했다.1980년 다와당에 대한 후세인 정권의 박해가 심해지면서 이란으로 망명한 뒤 영국으로 거처를 옮겨 가족들은 아직도 영국에 거주하고 있다. 이라크전쟁으로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자 곧바로 귀국, 다와당 재건에 나선 뒤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시위를 주도해 시아파 최고지도자 알 시스타니와 무장투쟁을 이끈 무크타다 알 사드르에 이어 가장 영향력있는 이라크 지도자 3위에 오를 만큼 영향력을 키웠다. 자파리는 결국 미국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정치에서의 흑백논리를 배제하는 신중함으로 분열과 대립을 치유할 대안으로 총리 취임을 눈앞에 두게 됐다. 유세진기자 yujin@seoul.co.kr
  • 시리아 배후설… 레바논 ‘요동’

    라피크 하리리 레바논 전 총리가 14일(현지시간) 베이루트에서 강력한 폭탄 공격으로 사망함에 따라 그동안 내정 간여 시비를 불러왔던 시리아가 배후로 지목되는 등 레바논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암살로 오랜 내전 끝에 이룩한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공존이 깨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리리 전 총리는 이날 승용차로 베이루트 해안을 달리던 중, 세인트조지 호텔 앞에서 폭탄 공격을 받고 경호원 등 13명과 함께 즉사했다. 차량 20대가 불타고 120여명이 다쳤으며 호텔 발코니가 날아갈 정도로 엄청난 위력이었다. ●스러진 전후 재건의 ‘희망’ 억만장자 기업인 출신인 하리리 전 총리는 2000년에 취임, 전후 재건을 진두지휘해오다 지난해 10월 사임한 뒤 시리아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야당에 가세하면서 친시리아 성향인 에밀 라후드 대통령의 정적으로 부각됐다. 시리아는 1975년 레바논 내전이 발발하자 이듬해부터 군대를 파견, 현재 1만 5000명이 주둔하고 있다. 중동의 경제 요충인 레바논은 각 국에서 박해받은 기독교도와 수니파·시아파 무슬림, 드루즈파(과격 시아파) 등이 모여들어 종파간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내전이 시작되자 이스라엘과 시리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자신들의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레바논을 전장으로 삼았다. 하리리 전 총리는 15년을 끈 내전의 상처를 복구하고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 줄 상징으로 부각됐기에 그의 희생은 곧 종파 분쟁의 조정자이자 국제사회에 레바논의 재건을 호소할 중심축이 사라졌음을 뜻한다. ●내전 재연 우려 레바논 보안군은 이날 오후 팔레스타인인 아흐메드 아부 아다스의 베이루트 집을 급습, 컴퓨터와 서류 등을 압수했다. 아다스는 암살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레반트의 지지와 성전을 위한 단체’가 알자지라 방송에 보낸 비디오에 등장한 인물이다. 이 단체는 하리리 전 총리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앞잡이라며 “이 공격은 사우디 보안군에 살해당한 순교자들에 대한 복수”라고 밝혔다.UPI는 이 단체가 알카에다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은 이번 공격에 350㎏의 폭약이 사용된 데다 하리리가 탑승한 차량의 기폭 감지장비를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서 시리아의 정보기관 등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야당 지도자들은 레바논과 시리아가 책임져야 한다며 5월 총선 전 시리아군 철수와 내각 사퇴, 국제사회 조사 및 중재를 요구했다. 술레이만 프란지에 내무장관은 15일 “하리리 전 총리가 자살 차량폭탄으로 숨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또 오는 5월 레바논 총선은 예정대로 실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중국을 변화시킨 거인 장쩌민/로렌스 쿤 지음

    자연인으로서, 지도자로서의 장쩌민(江澤民)의 생애는 80여 년에 이르는 중국 근세사의 격동기와 동의어다. 일본의 침략,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 대약진 운동, 문화혁명, 톈안먼 사태, 그리고 오늘날 놀라울 정도의 경제성장, 타이완과의 긴장관계, 중·미관계에의 기회와 대립 등의 역사가 그러하다. ‘중국을 변화시킨 거인 장쩌민’(로버트 로렌스 쿤 지음, 박범수 등 옮김, 랜덤하우스중앙 펴냄)은 오랜 세월 중국 전문가로 활동해온 저자가 장쩌민이라는 렌즈를 통해 중국의 전쟁, 혁명, 정치혼란, 사회 대변동, 경제개혁, 국가의 변신, 그리고 국제무대에서의 부활을 광대하게 조망한 역사적 서술이다. 서술에 앞서 지은이는 서문에서 ‘처음부터 장쩌민을 회의적으로 본 사람들이 오히려 그를 제대로 판단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마오쩌둥이 중국을 통일했고, 덩샤오핑이 중국을 개혁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장쩌민의 성취는 취약해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쩌민이 집권했던 10년간 중국이 미국 다음의 경제강국으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오늘날, 그리고 앞으로의 중국의 도전을 이해하기 위해선 장쩌민이 남긴 것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장쩌민은 1926년 장쑤성 양저우시에서 태어나 일본군 점령기에 초등 및 중등학교를 다녔다. 문학과 과학을 좋아했던 그는 대학에서 전기 및 전력 공학을 전공한 이후 기나긴 테크노크라트의 경력을 쌓게 된다.60년대 후반엔 엄격한 정치적 조사를 받고 후난성 보아이 농장의 핵심당원 교화학교에서 정치적 재교육을 받는 등 문화혁명의 악몽을 겪기도 했다. 마오쩌둥 사망후 1980년 덩샤오핑의 개혁과 개방시대가 열리면서 장쩌민은 핵심 정치가로서의 인생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개혁·개방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신설된 국가수출입관리위원회 및 국가투자관리위원회 부주임(부주석급)으로 발탁되고, 전국인민위원회 위원으로 당선된다. 이어 1985년부터 상하이 시장과 당 부서기로 재직하면서 상하이시를 재건하고 성장과 투자 진흥에 그의 진면모를 보여줌으로써 덩샤오핑을 이을 수 있는 후계자로 낙점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다.89년 중국공산당 총서기 및 중앙군사위 주석으로 선출되고,94년 국가 주석으로 선출됨으로써 확고한 1인자로 자리잡게 된다. 필자는 장쩌민이 10대 시절 겪었던 일본의 중국 침략이 그의 전 생애와 정신세계에 어떤 흔적을 남겼으며, 어떻게 해서 그가 공산주의자가 되었고, 수십년후 어떻게 혹평속에서도 당을 개혁하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통찰한다. 온정주의적이긴 하나 흔들리지 않는 비전, 일생을 통해 변하지 않았던 중국문명에 대한 사랑, 천부적인 협상 능력 등의 정치술과 오랜 테크노크라트로서의 경력에서 나온 경제적 식견 등을 통해 중국사회를 새로운 세계질서 속에서 급부상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했다. 책 출간을 위해 중국이 이례적으로 장쩌민 최측근 및 고위 관리들의 인터뷰를 허락했다고 한다. 그래서 보기 드물게 내밀하면서도 포괄적으로 다가오는 장쩌민의 생애를 통해 중국 역사는 물론 오늘의 중국과 그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2만 3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5년간 교통·교육비 인상폭 물가상승률의 3~4배

    지난 5년간 지하철·버스요금 등 교통비와 유치원·대학 납입금 등 교육비가 급등했다. 밀가루·라면·우유·스낵과자 등은 크게 오른 반면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쌀은 소폭 올랐다. 시내·이동전화료는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큰 폭으로 내렸다.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의 소비자물가는 지난 2000년보다는 16.2% 올랐다. 체감물가인 생활물가는 19.9% 올랐다. ●작년 학원산업 마이너스 성장 지하철 요금은 2000년보다 61.5%나 급등했다. 시내버스의 학생요금은 55.7%, 일반요금은 48.3% 각각 뛰었다. 시외버스는 28.2%, 고속버스는 23.9%, 택시는 16.9%씩 각각 올랐다. 교육분야의 어려움도 컸다. 유치원 납입금은 5년 전보다 41.6%나 뛰었다. 사립대와 전문대의 납입금도 각각 30.1%,32.8% 올랐다. 종합 입시학원 27.2%, 미술학원 20.7%, 단과 입시학원 19.9% 등의 오름폭을 나타냈다. 반면 지난해 학원산업은 관련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학원업은 통계가 작성된 2000년부터 2003년까지는 꾸준히 성장했다. 경기침체에 학원비마저 오르자 많은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학원등록을 포기한 셈이다. 한편 저출산율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아동양말은 1.1% 내렸다. 남성 미용실 ‘블루클럽’의 돌풍으로 남성이발료는 0.2% 내렸다. ●한쪽은 올리고 한쪽은 내리고 통신료는 대상별로 가격 등락이 달랐다. 기본전화료는 48.0%나 올랐고 공중전화료(40.0%), 시외전화료(7.5%)도 올랐다. 그러나 시내전화료는 13.3%, 이동전화료는 19.8% 각각 내렸다. 밥 대신 빵을 먹는 경우가 늘면서 밀가루는 44.3%나 올랐다. 라면(30.6%), 배달우유(30.2%), 국수(24.7%) 등 쌀 대체품은 크게 오른 반면 쌀은 5년 동안 0.6% 오르는데 그쳤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레바논식·연방제등 검토

    이라크 제헌의회가 오는 8월15일까지 새 헌법안을 제정할 예정인 가운데 헌법안에 담길 이라크 통치 모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구의 60%가량인 다수 시아파가 집권할 것이 확실하지만 수니파와 쿠르드계까지 아우르는 모델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레바논식과 미국식 연방제 등 다양한 모델이 제시되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31일 보도했다. 레바논식은 종교 분포에 따라 권력을 분할하는 모델. 하지만 레바논이 15년 동안 내전을 치른 데다 이라크 지도자들이 종교·인종 차이를 부각한 체제를 꺼린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레바논식의 대안으로는 지역별 자치를 강조하는 미국식 연방제 모델이 있다. 미국식은 인구 수에 관계없이 지역별로 동일한 수의 상원 의석을 배분해 작은 주(州)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식이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수니파 포용 실패땐 내전 위험

    이라크 총선이 무사히 끝났다고 해서 이라크의 민주화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오랜 기득권을 빼앗기게 된 소수 수니파를 어떻게 끌어안느냐는 것.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바그다드 인근 아자미야에서는 4개 투표소가 아예 문조차 열지 못하는 등 일부 수니파 주거지역에서는 투표율이 극히 저조했다. 수니파의 원로정치인 아드난 파차치는 “새 헌법 제정에서 수니파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게 이라크 화합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전제, 그렇지 못할 경우 이라크 치안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헌의회가 마련할 새 헌법과 이에 따라 구성될 새 정부가 수니파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수니파가 느끼게 된다면 이라크 새 정부에 격렬한 저항을 할 것이며 이는 곧 저항세력의 테러를 키우는 온상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자칫 시아파와 수니파간 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새로 집권할 시아파가 외국군 철수를 약속했지만 이라크군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철군 일정을 밝힐 수 없다는 미국 등의 입장도 불씨가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알 자르카위로 대표되는 저항세력도 테러 공격 계속을 다짐하고 있어 적잖은 불안요인이다. 투표일인 30일 하루에만 44명이 사망하는 등 테러는 날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라크군이 치안을 유지할 능력을 갖출 때까지 연합군의 주둔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미군 등 연합군을 점령군으로 인식하면서 극심한 반감을 드러내는 이라크 국민들의 정서는 미군을 포함한 외국군대의 철수 등과 관련해 새 정부와 국민들간의 마찰 요인으로 떠오를 게 분명하다. 이처럼 여러가지 불안 요인들을 극복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설령 이를 모두 극복하고 새 정부가 이라크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다고 가정하더라도 또다른 장애 요인이 남는다. 새 정부가 미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얼마나 독자적인 정책을 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대립 등 자신들이 추구하는 중동정책에서 이라크가 벗어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만일 이라크 새 정부가 미국의 중동정책에 반하는 노선을 걸으려 한다면 미국이 개입하게 될 것이고 새 정부가 이라크 국민들이 느끼는 정서에 반해 미국에 휘둘린다고 생각한다면 미국에 대한 반감이 새 정부에 돌아갈 공산이 크다. 유세진기자 yujin@seoul.co.kr
  • [월드 이슈-총선 D-9 이라크 미래는] ‘반쪽선거’ 시비땐 내전 치달을듯

    [월드 이슈-총선 D-9 이라크 미래는] ‘반쪽선거’ 시비땐 내전 치달을듯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 내세운 이유는 테러 위협이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가졌고 테러세력과 연계됐다고 했다. 후세인 정권을 제거하면 국제사회는 더 안전해지고 선거를 통해 중동에 ‘민주주의의 꽃’을 피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오는 30일 이라크에선 총선이 치러진다. 그렇다면 미국의 시나리오는 과연 성공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미 국가정보위원회(NIC)는 테러리즘이 줄어들기보다는 과거 아프가니스탄처럼 미군 치하의 이라크가 테러리스트를 양성하는 ‘훈련소’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거는 내전으로 가는 길? NIC는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오사마 빈 라덴과 연계된 이슬람 무장세력들이 이라크 민족주의자들과 새로운 관계를 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라크 인구의 20%로 후세인 정권을 뒷받침했던 수니파들이다. 수니파는 인구 60%를 차지하고 있는 시아파에 승산이 없다고 판단, 선거를 보이콧했다. 시아파는 미국의 지원에다 이라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란의 도움도 받고 있다. 백악관도 이번 선거가 불완전하게 치러질 것임을 시인한 상태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무부 정보국도 선거 이후 폭력사태가 더 확산되고 시아파와 수니파간의 ‘내전’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미 일간 ‘나이트라이더’가 19일 보도했다. 특히 부시 행정부가 주창한 이라크와 테러세력의 연계가 이라크 침공 이전이 아니라 그 이후에 형성된 점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美 일방적 짜맞추기로 기형적 선거 초래 이번 총선은 이라크 현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부시 행정부의 일방적인 ‘짜맞추기’ 결과다. 유권자를 파악할 인구조사를 실시하거나 선거구역을 정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러다보니 이라크 전역을 단일 선거구로 하는 ‘기형적 선거’형태를 초래했다. 이는 지역기반이 약한 해외 망명세력이 의도한 바이기도 하다. 반면 소수인 수니파나 지역에서만 알려진 인사들은 당선될 가능성이 적어졌다. 저항세력이 통제하는 3∼4개 주에서는 아예 투표 자체가 봉쇄돼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수니파가 10% 이상 득표하기란 힘들고 이를 계기로 수니파와 시아파의 반목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시아파 망명세력들을 지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수니파의 득표율이 5∼6%에 그치는 점을 가장 우려하는 것은 아이로니컬하다. 유엔과 미국 관리들은 선거 이후 정통성 시비가 최대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선거 후유증을 예상,275석의 제헌 의회와 새로 수립될 정부 각료에 수니파의 몫을 배정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라크 임시정부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총선 연기는 시아파의 반발을 부르고 저항 세력에는 자칫 미국의 패배로 비춰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민주정부 수립까지는 가시밭길 제헌의회는 8월15일까지 헌법을 제정하고 12월15일 이전에 총선을 다시 실시한다. 하지만 선거의 정통성 시비가 불거지고 저항세력의 공격이 거세지면 제헌 과정 역시 순조로울 것 같지 않다. 중동지역의 왕정국가들도 선거로 수립되는 이라크 정부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이들은 ‘선거의 도미노’를 우려해 경계심을 강화하고 그 결과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에다 초점을 맞춘 외교력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들도 집권이 예상되는 통일이라크연맹(UIA)이 정통성 확보와 지지기반 확충을 위해 미군의 철수 일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미군이 군사작전의 전권을 이라크에 넘길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종파간 갈등에다 폭력사태의 악순환, 이란 등 주변국과의 미묘한 외교적 관계 등으로 미국이 바라는 민주정부 수립은 원점에서만 맴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책잔치 코앞인데 출판계는 내전중

    ‘2005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참가,‘2007년 유네스코 서울 책의 수도’ 행사 등 굵직한 국내외 도서 행사를 치러야 하는 출판계가 갈수록 내홍의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우리 출판계가 내부 갈등을 빚으면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해온 가운데, 특히 오는 2월 중순 치러지는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 회장 선거를 앞두고 고질적인 구태가 표면화하고 있다. 김경희 지식산업사 사장과 한철희 돌베개 대표는 18일 기자회견을 갖고 현 출협 집행부가 지도력 부재로 분열된 출판계 통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두 사람은 정진숙 을유문화사 회장, 민영빈 시사영어사 회장 등 출협회장을 지낸 출판 원로와 김언호 한길사 사장, 박맹호 민음사 회장, 김혜경 푸른숲 사장 등 중견출판인 43명이 이름을 올린 ‘2005년 한국출판인선언’이란 성명에서 “출협은 출판계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강도 높은 자기개혁 작업에 나서야 한다. 새로운 리더십 창출을 위해 용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며 사실상 현 집행부의 차기 출마 포기를 요구했다. 이들은 여론 수렴을 거쳐 출협의 새로운 탄생을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이정일(일진사 대표) 출협 회장은 “출판계 일부의 의견 차원에서 받아들이겠다. 그러나 사전에 제대로 된 의견 교환도 없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회장은 또 “분열된 출판계 통합과 발전을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나섰다면 언제든지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출협 선거와 관련 모종의 의도가 개입됐을 가능성을 간접 시사했다. 현재 한국 출판계는 교과서와 참고서, 전집류를 주로 발간하는 출판사들이 가입한 58년 역사의 대한출판문화협회와 단행본 위주로 책을 내는 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로 갈라져 적지 않은 갈등을 빚어왔다. 두 단체 어느 곳에도 가입하지 않은 한 출판인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출판계가 갈라져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출판단체들은 친목단체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출판계가 극심한 불황으로 허덕이고,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같은 국가적 대사를 앞둔 상태에서도 패거리를 지어 눈 앞의 이익만 좇는 것 같아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집행위원장으로서 위상이 한층 강화될 출협회장 자리를 놓고 벌이는 ‘감투싸움’이라는 곱지 않은 시각도 적지 않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4) 가고시마에서 만난 마지막 사무라이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4) 가고시마에서 만난 마지막 사무라이

    온천욕을 즐기고, 골프 치는 곳으로 우리에게 제법 알려진 일본 규슈의 최남단 가고시마. 지난해 12월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가진 장소로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정작 노 대통령이 바라보던 가고시마 해변이 일본 근대사는 물론이고 한·일 관계사의 엄청난 비밀을 안고 있음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와 도공의 가업을 이어온 심수관은 인구에 회자되지만, 정작 한반도 식민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한 사나이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모른 척한다. 오늘도 검푸른 바다로 요동치는 현해탄 언저리 규슈 곳곳에는 바다를 통한 한반도 침략의 징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오늘의 바다 이야기는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1827∼1877)라는 가고시마 출신의 한 근대 인물에 할애하고자 한다. ●메이지유신 기념해 만든 ‘레이메이칸’ 가고시마 시내의 야트마한 언덕 같은 시로야마(城山)를 오르면 지금도 뿜어져 나오는 활화산 ‘사쿠라지마’가 한눈에 들어온다. 참으로 웅장한 화산섬. 시로야마는 사이고가 마지막으로 자결한 ‘신성한’ 곳으로 널리 알려져 그가 최후를 맞이한 동굴은 흡사 성지처럼 순례하러 찾아오는 일본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시로야마 바로 밑은 이 일대의 문화 중심지. 데루쿠니 신사를 비롯하여 현립 박물관, 도서관, 미술관이 모여 있다. 사이고의 동상과 그가 속했던 사쓰마번의 번주들 동상이 서 있고, 그 인근에 심상치 않은 건물이 하나 있으니, 바로 레이메이칸(黎明館)이다. 역사 자료센터인 레이메이칸은 메이지 100년에 해당하는 1968년을 기념하여 1983년에 개관한 종합박물관이다. 여명이 밝아오듯 일본 메이지유신의 첫 장이 열렸음을 기념하는 곳이다. 정원에 세워진 ‘죽마고우들’ 동상에서 범상치 않은 인물군을 만나게 된다. 사이고는 물론이고 오쿠보 도시미치(大久保利通) 같은 메이지유신의 주역들이 한데 어울려 있다. 사이고는 사쓰마번 출신으로 메이지유신의 1등 공신이다. 어떤 의미에서 1868년의 유신혁명은 사이고의 혁명이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일본의 오늘은 메이지유신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니, 일본 근·현대사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상은 가히 절대적이다. 명문이 아닌 하급 무사 출신이었던 사이고를 알려면 먼저 사쓰마번을 이해해야 한다. 사쓰마는 번주인 시마즈씨(島津氏)의 개화 조치로 일찍부터 외래 문물을 받아들여 부국강병을 모색했다. 막부의 쇄국에도 불구하고 오키나와를 창구로 해상활동을 하고, 부단히 해외정보를 접하였다. 종자도 등을 통하여 포르투갈의 선진 무기들이 들어오는 등 각종 문물이 쉼없이 유입됐다. 중앙 정부가 요구해 오는 재정지출과 부역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번의 재정개혁을 성공시켰으며, 에도 말기에는 진보적인 의식을 가진 군주가 등장, 유신을 향한 에너지를 축적했다. 사이고 같은 인물은 이같은 현명한 군주들을 만남으로써 뜻을 펼 수 있었다. 메이지유신에서 사이고나 오쿠보 등 가고시마 출신 인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이런 배경을 갖는다. ●한반도를 정복하라 ‘정한론’ 대두 유신혁명사에서 결정적인 의미를 지닌 것은 그 유명한 사초(薩長)연합이다. 오늘의 가고시마를 지배했던 사쓰마번과 시모노세키 근처의 조슈번이 극적인 연합을 이뤄낸 것이다. 사초연합군이 붕괴에 직면한 막부정권을 타도하기 위한 조서를 손에 쥔 바로 그 날, 쇼군이 자진해서 3세기에 걸쳐 이어온 정권을 포기한다. 이로써 일본에서 봉건적 막부체제가 종언을 고하고, 근대의 시작인 메이지시대가 열리게 된다. 그런데 한반도 정벌을 둘러싼 인식차이로 인하여 심각한 내전이 발생한다. 일찍이 정한론을 제창한 이는 기도 다카요시(木戶孝允). 그는 조슈번의 명문으로 비밀리에 사쓰마번과 막부 타도의 밀약을 맺은 자로, 사이고·오쿠보와 더불어 ‘유신 3걸’로 불린다. 그는 한말 대원군 시절, 조선 정부에 사절을 파견한 뒤 냉담했던 조선정부의 반응에 격분해 “실로 하늘을 함께 할 수 없는 도적들이다. 반드시 이들을 처버려야 한다.”고 선언한다.“기선 군함도 필요없고 다만 무사들이 가벼운 배를 타고 해협을 횡단하도록 허락하기만 하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이 주창한 한국 침략론은 드디어 사이고가 이끈 대사파견론, 즉 자신이 한반도 사절로 가서 최후의 담판을 짓겠노라는 정한론으로 발전하고, 이 정한론은 정부 수뇌부들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을 일으킨다. 결말은 사이고를 비롯하여 그를 지지하는 친구 이타키가 다시스케(板垣退助) 등 여러 사람들의 사직으로 일단락되거니와 그 여파는 사가(佐賀), 구마모토(熊本), 하기(萩)의 반란, 그리고 사이고가 주동이 된 세이난(西南戰爭·1877년)으로 발화되었다. 정한론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막부 체제가 끝나면서 일거리가 없어진 무사출신 낭인집단들의 반발을 해외로 돌리려는 의도에서 나왔다. 외압이 강해지는 조건에서 일본과 가장 가깝고, 열강의 입김이 아직 충분히 미치지 않는 한국은 누가 보더라도 입맛 당기는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은 그들의 눈에 오로지 침략의 대상으로만 비쳤을 뿐이었다. ●日역사의 위대한 2명, 도요토미와 사이고 정한론을 주장한 사이고 일파는 이와쿠라 도모미, 오쿠보 도시미치 등의 반대론에 패하여 하야했으나, 반대파들도 정한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었으니 그들의 생각이 사이고 등의 정한론과 근본적으로 대립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시기나 방법, 또 정한 주도권에 대한 반대에 불과했다. 오쿠보는 그의 유신혁명 동지이며 사이고의 출생지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 태어난 친구이자 동지였음을 기억하자. 사이고 등의 하야 후 약 반년이 지난 1874년 4월, 일본은 타이완에 출병했으며, 곧이어 1876년에는 강화도 수호조약이 체결되어 한국은 일본에 개항하게 되며, 이로써 구멍 뚫린 댐처럼 식민화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정한론 반대를 둘러싼 논쟁이 어디까지나 내부 시기조율에 불과했음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삿포로 농학교를 나와 미국 신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지식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한국 무교회주의자 김교신과 함석헌도 감화를 받은 우치무라 간조(內村鑑三)의 영문판 인물일본사(1894년 간행)를 펴보면 첫 장을 사이고가 장식한다.“일본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2명을 고르라고 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사이고의 이름을 들 것이다. 둘 다 대륙 방면에 야망을 품고, 세계를 활동무대로 여겼다.” 그는 이어 “가장 위대한 인물이 세상을 떠났다. 그가 마지막 사무라이지 않을까.”라고까지 했다. 오늘도 수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들이닥치는 규슈에서 ‘사이고’를 생각함은 매우 지난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히 일본 메이지유신의 시작과 완결은 모두 가고시마라는, 변방 중의 변방 바닷가에서 이루어졌다. 레이메이칸 전시실에는 재미있는 그림이 하나 걸려 있으니 정한회의도, 즉 ‘한반도 침략대책회의’란 그림이 그것이다. 앞에서 거론한 인물은 물론이고 이토 히로부미도 함께 그려져 있으니, 그도 한반도에서 가까운 조슈번 출신이다. ●사이고, 日선 영웅이나 우리에겐… 규슈는 본디 왜구들의 본거지였다. 왜구는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오키나와 일대를 무대로 활약하던 일군의 해상세력이었으니, 그들의 후손이 결국은 메이지유신도 성공시켰고, 끝내는 한반도 침략도 해치운 셈이다. 그들은 뿌리깊은 해상세력이었다. 중세의 국제 무역항이었던 하카다(博多)가 있는 후쿠오카에서 흑룡회 같은 대륙 낭인집단을 결성, 조선 일대와 만주 벌판을 누볐으며, 끝내 명성황후를 무참하게 난도질하고 시간(屍姦)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이 섬이라면, 규슈는 섬 중의 또 다른 섬이다. 여말선초의 왜구로부터 임진왜란, 근세의 한반도 침략에 이르기까지 규슈 곳곳이 연관되지 않은 곳이 없다. 지금도 가고시마 시내의 유신기념관인 후루사토칸의 복판에 늠름하게 서 있는 이도 사이고다. 도쿄에 있는 우에노공원의 개를 끌고 서있는 동상도 바로 사이고다.1898년 동상이 세워질 당시, 제막식에는 전국 각지에서 사이고의 덕을 기리려는 사람들이 무리지어 모여들었다고 한다. 가고시마 시내에는 사쓰마 번주의 그림 같은 정원이 나오고, 슈우세이칸(集成館)이 세워져 있어 해외로부터 바다를 통한 근대를 모색했던 그들의 온갖 ‘실험’들이 형상화되거나 유물로 전시돼 있다. 가고시마 해변을 따라서 조금만 내려가면 지란(知覽)이 나오고 250여년 전에 조성된 무사마을을 만나게 된다. 이 마을은 일찍이 오키나와와 해상교역을 하던 출구였다. 지란에는 일제시대에 오키나와 바다로 출격했던 가미카제들의 흔적이 밴 곳이다. 가고시마현의 기리시마에 오르면 가라쿠니다케(韓國岳)가 있다. 정상에서 바다 건너 멀리 한반도가 보일 정도로 높다고 하여 한국악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한반도 바다의 관해겠지만, 달리보면 한반도 침략의 대망을 키운 곳 아니겠는가. ●고통스럽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가고시마 해변에서 마지막 사무라이를 떠올리면서 한반도와 일본 간의 바닷길에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고통스럽지만 정작 정한론의 고장인 가고시마를 미워할 수만은 없음은 웬일일까. 일찍이 바다를 통한 부국강병의 길을 찾아내 이를 실천한 변방 사람들의 선진적 해양관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어서일 것이다. 게다가 가고시마 남방 60㎞ 지점에 떠있는 야쿠시마처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천혜의 비경을 훼손없이 간직한 그들의 바다자연을 아끼는 의지에도 또한 예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취재협조:한국학술진흥재단 21세기 민중생활사연구단
  • ‘마더 데레사’ 21일 개봉

    “저는 그분 손안의 작고 보잘 것 없는 몽당연필일 뿐입니다. 쓰시는 분은 그분이십니다.” 1997년9월5일, 평생을 헌신과 사랑으로 가난한 자들과 함께 한 마더 데레사의 영면에 전세계는 슬픔에 잠겼다. 그로부터 8년, 만인의 어머니이자 빈자의 성녀인 데레사 수녀의 삶을 조명한 영화 ‘마더 데레사’(Mother Teresa·21일 개봉)가 세상에 나왔다. 영화는 데레사 수녀가 ‘사랑의 선교회’를 설립하기 이전인 1940년대 말부터 87세로 선종하기 직전까지 40여년간의 삶을 서사적으로 그리고 있다.‘로레토 성모수녀회’의 일원으로 인도 콜카타에서 20년간 교육과 선교사업에 헌신하던 데레사 수녀는 내전과 종교갈등에 희생돼 비참하게 죽어가는 빈민들을 보며 자신이 있을 곳은 수녀원이 아니라 콜카타 거리임을 깨닫는다. 한방울 한방울의 물이 모여 대양을 이루듯 데레사 수녀의 사랑은 수많은 이들에게 전파돼 전세계 곳곳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사랑의 선교회’가 세워진다. 하지만 한편에선 그녀의 명성을 악용한 ‘로건 스캔들’과 ‘아동매매의혹’ 등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선교회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힘든 상황에서 그녀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이는 다름아닌 거리의 병자다. 한때 뭇 남성들을 설레게 했던 ‘줄리엣’의 눈부신 청순함 대신 사려 깊은 눈매, 주름진 손에서 한없는 온화함과 연륜이 묻어나는 올리비아 허시의 열연이 반갑다. 이 아름다운 여배우는 “사람들은 내가 그 역할을 해내기에 너무 예쁜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갖지만 난 데레사 수녀가 가진 내면의 아름다움을 과연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전체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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