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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바로 그때였다. 길세만의 뒤통수를 치는 생각이 있었다. 위인이 그를 수행시켜 그토록 먼 산채로 되짚어 온 까닭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짚이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산채 어딘가에는 적당이 숨겨둔 장물이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 적당을 소탕할 적에 사람 잡는 데만 골똘했던 나머지 적당이 그동안 행상인들로부터 탈취한 장물들 숨긴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두령이란 놈은 소금 상단이 놓쳐버린 것이 뭔지 꿰뚫어 보고 있었고, 이제 숨겨둔 장물들을 회수하여 도타할 궁리를 하는 것이었다. 필경 길세만으로 하여금 그 장물을 운반하게 하려는 속셈인 것이었다. 내성에서 발행하여 산채까지 회정할 동안 눈여겨본 경험으로는 단 한 발짝이라도 헛걸음을 내디딜 위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행동거지가 자로 잰 듯 여축이 없었다. 해가 진 뒤에 두 사람은 암자로 기어들어 잠을 청하였다. 그러나 짐작이 거기에 이르렀던 길세만은 시간이 흘러갈수록 잠이 저만치 달아나고 말았다. 위인은 도포를 덮고 누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코를 골았다. 길세만도 덩달아 헛코를 골았으나 잠들지는 않았다. 자정이 지난 뒤까지도 두 사람이 코 고는 소리는 숨바꿈으로 그칠 줄 몰랐다. 그때였다. 위인의 코 고는 소리가 뚝 멈추었다. 길세만은 침을 삼켰고, 위인은 가만히 상반신을 일으켜 바로 곁에서 자고 있는 길세만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나비처럼 소리 없이 일어나 법당으로 나갔다. 법당 한 모퉁이에 이르러 몸을 숙이더니 마룻장 아래에 귀를 붙이고 동정을 살폈다. 드디어 마룻장의 널빤지를 일 같잖게 들어 올렸다. 한 사람이 몸을 비집고 아래로 내려갈 만한 구멍이 생기자 위인이 지체 없이 법당 마룻장 아래로 내려갔다. 그가 마룻장 아래로 내려가서 더듬을 무렵부터 길세만은 벌써 구멍 곁에 몸을 숨기고 위인이 마룻장 위로 고개를 디밀어 올릴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아래에서 헤매던 위인이 마댓자루 하나를 어깨에 메고 마루 위로 고개를 디밀어 올렸다. 길세만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뜯어냈던 판자로 위인의 면상을 후려쳤다. 아쿠, 하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위인의 몸둥이가 마룻장 아래로 나가떨어졌다. 사이를 두지 않고 같이 뛰어내린 길세만이 혼절한 위인을 아갈잡이하고 뒷결박을 진 다음 법당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지체 없이 뜯어낸 판자를 본래대로 복구시켜 흔적을 없앤 다음 자정을 넘긴 시각을 불문하고 나귀 몰듯 재촉하여 샛재 주막에 당도한 것이었다. 아직은 자신이 저지른 일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올지갈지했던 길세만은 정한조에게 묻지도 않은 말을 길게 늘어놓았다. “처음에는 한몫을 뚝 떼어준다는 말에 솔깃하여 내성에서 한나무재까지 따라올 동안 입안에 혀같이 고분고분했습지요. 아니래도 곤경에 빠진 시생의 팔자를 고쳐주겠다는데, 화들짝 반기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암자에서 헛코를 골다가 저 혼자 숨겨둔 장물을 찾으려고 몰래 법당 아래로 내려간 것은 위인이 나를 믿지 않고 있다는 증거겠으니, 그때서야 아차 해서 모골이 송연하고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장물을 맞춤한 장소에 옮겨 놓은 뒤에는 필경 나를 척살할 심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지요.” “법당 아래로는 두 사람 근력으로는 못다 옮길 장물이 쌓여 있기도 했겠지. 임자 몰래 장물 숨겨둔 곳으로 기어든 것은 나름대로는 영악하다는 궐자가 저지르지 말았어야 할 실책이었네. 사람의 행동거지가 자로 잰 듯 정확하다 해서 잠깐 실수가 없으란 법은 없지. 임자가 위인을 믿었듯이 궐자도 임자를 믿었어야 했네. 그러나 그렇게 되었더라면, 임자와 우리는 두 번 다시 대면할 일도 없었을 터이지.” “도감 어른, 시생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시생이 발붙이고 살아갈 곳이 도대체 도감 어른 휘하 말고 또 어디 있겠습니까. 위인에게 귀가 솔깃해서 고분고분 뒤따라 다녔습니다만, 마음속으로는 자나깨나 찜찜하고 거북해서 도무지 대궁밥인들 목구멍에 넘어가지를 않고 노숙하든 숙소참에 들든 도무지 잠들 수가 없었습니다.” “임자의 처분은 반수 어른의 분부에 달렸거늘 나한테 매달려보았자, 지금은 아무 소용이 없다네. 그 암자에 숨겨둔 장물에는 손을 댄 사람이 없겠지?” “그럼요. 고스란히 있을 것입니다.” “그곳에 있는 장물은 모두 십이령을 넘나들었던 우리 상단이 목숨까지 바치면서 탈취당한 패물과 전대들이 아닌가. 이제야 그 전대들이 임자를 찾아가게 되었네. 설마 임자가 장물에 손을 대지는 않았겠다?” “아이구…도감 어른, 시생이 지은 죄가 없지 않은 터에 언감생심 그런 간특한 짓을 저질렀겠습니까. 대명천지에 날벼락 같은 말씀입니다.” 정한조는 비밀리에 천봉삼을 비롯한 행중 식구 셋을 불러 또다시 수정암으로 급주를 띄웠다. 그곳에 있는 산적들이 숨겨둔 장물들을 회수하기 위함이었다. 일변 그런 사실이 있다는 것을 안동 부중에 있는 반수 권재만에게도 통지하였다. 그러나 그 장물의 처분을 두고 접소에서는 도회가 열릴 정도로 의견들이 분분하였다.
  • [새 영화] ‘나에게서 온 편지’ 서로의 결핍을 보듬으며 점차 성숙해가는 사람들

    [새 영화] ‘나에게서 온 편지’ 서로의 결핍을 보듬으며 점차 성숙해가는 사람들

    9살 소녀 라셸(쥘리에트 공베르)은 개학 전날 가방을 미리 메고 잠자리에 들 정도로 걱정이 많다. 라셸은 의사인 엄마 콜레트(아녜스 자우이)와 부엌 수리공인 아빠 미셸(드니 포달리데), 뇌졸중을 앓았던 할머니(주디스 마그르)와 한 집에 산다. 내성적이고 말수 적은 라셸은 발랄하고 엉뚱한 발레리(아나 르마르샹)와 짝꿍이 된다. 발레리를 만나면서 라셸과 가족의 일상은 크게 달라진다. 라셸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친구가 생기고, 아빠는 발레리의 엄마 카테린(이자벨 카레)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나에게서 온 편지’의 인물들은 모두 무언가 결핍돼 있다. 라셸에게는 엄마의 관심이 필요하지만 엄마는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일에 서투르다. 콜레트와 미셸은 매일 밤 등을 돌리고 잘 만큼 애정이 식어 있다. 발레리에게는 아빠가, 카테린에게는 남편이 없다. 라셸이 동경하는 소녀 마리나 캉벨은 엄마를 잃었다. 콜레트의 환자는 암으로 시력을 잃게 될 처지다. 그러나 카린 타르디외 감독은 결핍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결핍은 이들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서로를 보듬는 계기가 된다. 라셸은 쾌활한 발레리를 통해 9살 꼬마의 사랑스러움을 되찾는다. 미셸이 카테린에게 이성의 감정을 가지면서 미셸과 콜레트는 자신들의 사랑을 되돌아본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라셸의 시점에서 전개되지만 자라나고 변화하는 건 아이들만이 아니다. 무언가 부족한 삶을 받아들이고 직시하면서 이들은 조금씩 성숙해진다. 감독은 자칫 상투적이고 관습적으로 흐를 수 있는 내용을 편집의 묘를 통해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영화는 지난해 ‘민들레’라는 제목으로 부산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작품이다. ‘타인의 취향’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감독 겸 배우 아녜스 자우이의 출연으로 주목을 받았다. 알랭 레네 감독의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에 출연했던 드니 포달리데와 잉그리드 버그먼의 딸로 잘 알려진 상담 교사 역의 이사벨라 로셀리니도 호연을 보여 준다. 하지만 이런 쟁쟁한 배우들 틈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건 6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 자리를 차지한 쥘리에트 공베르와 아나 르마르샹의 사랑스러운 연기다. 선생님 몰래 책상 밑에 숨고, 엄마의 커다란 브래지어를 입은 채 까불거리는 두 소녀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입가에 미소가 남는다. 8일 개봉. 89분. 12세 관람가.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5) 진화하는 한국의 ‘산림 치유’Ⅱ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5) 진화하는 한국의 ‘산림 치유’Ⅱ

    ‘소나무’가 한국을 상징하듯 ‘편백’은 일본과 대만을 대표하는 나무다. 일본은 조림면적의 70%가 편백이고, 대만 편백은 ‘대만의 국보’로까지 평가받는다. 피톤치드 효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편백이 산림치유 수종으로 급부상했다. 피톤치드는 심리적인 안정과 심폐기능 강화, 기관지 천식과 폐결핵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부를 소독하는 약리작용도 있다. 국내외 연구를 통해 편백 정유를 포함한 비누·로션 등이 아토피성 피부염의 가려움증 완화와 항균 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려한 자태를 뽐내는 편백이 ‘건강 전도사’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최대 난대 조림지인 전남 ‘장성 치유의 숲(축령산휴양림)’은 전체 조림면적(240㏊)의 64%인 153㏊가 편백인, 한국의 대표적인 편백 숲이다. 지난 2010년 치유의 숲으로 지정됐다. 장성 치유의 숲은 인공 시설을 최소화하고, 숲의 다양한 물리적 환경요소를 이용해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유일한 곳이다. 치유의 숲길이 4개(10.2㎞), 숲 가운데를 관통하는 임도(8.5㎞)가 조성돼 있다. 치유 프로그램은 4개 숲길 중 숲내음과 산소 숲길에서 진행된다. 현재 건강·하늘 숲길의 활용 계획을 마련 중이다. 이곳에서는 생애주기별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반인을 위한 대표적인 프로그램(해피락)을 비롯해 청소년 및 아토피 편백숲 학교(드림락), 국내 유일의 암환우 및 만성질환자 대상 프로그램(케어락) 등이 있다. 암 환자들에게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방문이 늘어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별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들이 숲속에서 쉴 수 있는 ‘환우쉼터’도 만들었다. 케어락은 환우들의 체력 등을 고려해 4시간이 아닌 100분간 진행한다. 점혈법과 기체조 및 명상(수승화강운동), 산행 30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수승화강운동은 ‘불은 내려가고 물은 올라간다’는 의미로 원을 그리듯 음양의 조화를 조율하는 산림 치유법이다. 환우들은 매일 숲을 거닐고 치유법을 반복하며 관리를 한다. 지난 6월부터는 청소년 치유교육을 시범 실시하고 있다. 인근 중학교와 협력해 15명이 매월 한 차례, 3학년(6명)과 1~2학년(9명)으로 나눠 총 6회 진행할 계획이다. 문제가 있거나 의사 치료가 필요한 청소년이 아닌, 말이 없고 내성적·소극적인 학생들로 부모와 교사 상담 및 동의를 얻어 이뤄지는 학교참여 지원 사업이다. 평일 오후 수업시간을 대신하기에 선생님이 동행한다. 아이들은 편백 숲 그늘에서 인사를 나누고 친구를 칭찬하는 마음열기 놀이와 손수건 염색 등을 수행했다. 손수건 염색은 자신이 원하는 나뭇잎이나 풀 등을 수건에 넣은 뒤 고무망치를 두드려 염색하는데, 정성과 노력이 더해지지 않으면 원하는 색상이나 모양이 나오지 않는다. 하경좌 산림치유운영요원은 “아이들이 스스로 깨닫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 위주로 진행한다”면서 “지속적인 참여가 필요하며, 고학년에서 학습 효과가 뚜렷하다”고 강조했다. 최금옥 지도교사는 “아이들이 귀찮아하지 않고 참여하는 것 자체가 변화”라면서 “특수학급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학교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사회공헌 네트워크, 소방공무원 직무스트레스 치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해 방문객 21만명, 치유 프로그램 이용자가 8000명에 달했다. 최근 주말에는 하루 3000여명이 찾는다. 방문객이 늘면서 주변 마을도 활성화됐다. 장기 치유객을 위해 숙식이 가능한 한옥민박이 생겨나고 특산품과 농산물 등을 구입할 수 있는 판매장이 들어서는 변화가 일고 있다. 그러나 지역과 연계성이 떨어지면서 요금이 과하게 비싸고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서부지방산림청 김철 주무관은 “지자체, 마을과 협의해 방문객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며 “방문객 증가에 따른 나무 스트레스를 감안해 권역별 휴식년제와 휴무일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남진’으로 유명한 전남 장흥군 장흥읍 우산리 억불산에 조성된 ‘편백숲 우드랜드’는 지난해 태풍으로 30%가 넘는 편백이 피해를 당해 지금도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억불산 120㏊에 이르는 편백 숲을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해 운영하는 유일한 치유의 숲이다. 풍부한 자연 조건을 활용해 국내 최초로 ‘누드’ 풍욕(風浴)을 계획하고, 편백소금집 등 차별화된 시설 도입을 통해 관광자원화에 성공했다. 우드랜드에서는 사방에 진동하는 편백의 향기로 목욕하는 풍욕을 만끽할 수 있다. 누드 풍욕장인 비비에코토피아(2㏊)는 풍욕을 원시 상태에서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도 했다. 바깥쪽에 대나무를 심어 외부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있다. 그러나 지역에서 반대여론이 거세자 현재는 종이옷을 입는 것으로 변경됐다. 에코토피아에는 편백이 울창한 곳에 비치의자를 비롯해 평상과 원두막, 토굴 등을 설치해 다양한 방식으로 풍욕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바닥에는 편백 톱밥을 깔아 관절환자들이 걷는 데 불편하지 않다. 걷는 것만으로 향 치유가 가능하다. 최대 100명까지 입장 가능하고, 편안한 휴식과 치유를 위해 휴대전화 반입은 제한한다. 풍욕은 피톤치드 발생이 가장 활발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40~120분 정도 진행하는 것이 효과가 가장 좋다. 억불산 정상(518m)까지 이어지는 무장애데크인 말레길(3.8㎞)과 벽체까지 소금으로 조성한 편백소금집 등 다양한 체험시설도 마련돼 있다. 지난해 방문객 69만명, 수입 15억원을 기록했다. 지역민은 무료 입장하는데 방문객 90%는 외지인이다. 문재춘 장흥군 환경산림과장은 “치유의 숲이 중요한 관광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숲치유사 채용 및 자체 인증 프로그램 도입 등 프로그램 내실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장성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항생제 안 듣는 ‘신종 슈퍼 박테리아’ 국내 63명 발견

    새로운 유형의 슈퍼 박테리아 보균 환자가 국내 13개 병원에서 63명 발견됐다. 보건당국은 환자 격리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4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립보건연구원과 함께 지난 4월부터 200병상 이상 의료기관에 대해 현장 점검을 진행하던 중 A병원 중환자실 환자 31명 가운데 23명 등 지난 1일 현재까지 모두 13개 병원, 환자 63명에게서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CRE)을 확인했다. CRE는 장내 세균류 가운데 카바페넴계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균주를 통틀어 이르는 것이다. 특히 이번 CRE의 경우 국내에서 보고된 적이 없는 종류의 ‘카바페넴계열 항생제 분해 효소 생성 장내세균(CPE)’이었다. CPE는 항생제를 직접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생성하는 것들로, 다른 균주에까지 이런 내성을 전달하는 능력이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한 내성균이다. 이는 일반 장내세균처럼 요로감염·폐렴·패혈증 등 다양한 감염 질환을 일으킨다. 몸 속에 퍼져 패혈증을 일으킬 때 치사율이 최고 50%에 이르지만, 단순 보균만으로는 병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보균이 확인된 환자 63명 모두 병을 일으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보건 당국은 인도에서 작업 중 부상을 당해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입국한 A씨가 국내 최초 전파자인 것으로 보고 있다. A씨가 처음 머물렀던 국내 병원에서도 3명의 보균사례가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주로 중환자실에 장기 입원하거나 면역체계가 떨어진 중증 환자들이 감염되기 쉽다”면서 “일반인은 옮더라도 건강상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불필요한 공포를 느끼지 말 것을 강조했다. 면역력만 정상 범위라면, 우리가 평소 장 속에 보유한 다른 수많은 종류의 장내 세균과 마찬가지로 이 내성균도 병원성을 띠지 않는다는 얘기다. 질병관리본부는 해마다 슈퍼 박테리아 보균 600여건을 확인해 관리하고 있으며 이번에 발견한 63명 역시 이런 점검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항생제내성균에 대한 감시체계를 현행 ‘표본감시’에서 모든 의료기관이 반드시 보고해야하는 ‘전수감시’ 방식으로 바꾸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네놈이 십이령길 소금 상단이 내린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주색에 빠져 지금은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라는 것을 염탐하여 알아냈다. 네놈이 상단으로 복귀하려 든다면 필경 엄중한 견책을 당해 장문으로 다스리려 들 것 아닌가. 어디 그뿐인가. 신줏단지처럼 모시는 첩지조차 빼앗기고 훼가출송 당할 것은 빤하지 않은가. 네놈도 장차 당할 치욕이 훤히 바라보였기에 이때까지 상단을 따돌리고 색주가로 뛰어들어 몸을 숨긴 것이 아닌가. 그렇게 되면 슬하에 딱 부러진 혈육도 없이 사고무친한 네놈이 마땅히 갈 곳도 없지 않은가. 지금처럼 비알진 산비탈에 발을 붙이고 살기는커녕 필경 유리걸식하며 비렁뱅이 노릇으로 연명하다가 역병에 걸려 길송장으로 숨을 거두겠지. 아니면 산 설고 물 선 먼 타관으로 흘러가 저자의 풍속을 어지럽히는 무뢰배들과 어울리며 하루하루 죽지 못해 연명하다가 그 논다니 계집이 나에게 팔아먹었던 것처럼 무고로 악명 뒤집어쓰고 쫓기는 신세 되기 십상이 아니겠나. 종국에 가서는 기찰하던 고을 군교들에게 걸려들어 결옥이 되어 짐승처럼 섬거적이나 뜯어먹고 살다가 목이 메어 뒈지고 말겠지. 고을의 군교들이 죄수가 죽으면 어떻게 처리하는지 아둔한 네놈도 익숙하게 보아온 터로 모를 턱이 있겠나. 내 말에 그름이 있느냐?” 채근해서 들었으나 듣고 보니 가슴속으로 찬바람이 불어갔다. 어렴풋이 가슴에 담아두긴 하였으나 이젠 말래 도방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신세가 되어버렸다는 말이 위인의 입에서 떨어지는 순간, 호비칼로 폐부를 후벼내듯이 아렸다. 잠시였지만 십이령길을 함께하였던 상단의 동무들과 샛재 숫막의 구월이 얼굴이 뇌리에 스쳐 저절로 눈물이 고였다. “나를 끌고 시방 어디로 갈 것입니까. 그 말대로라면 나는 댁에게도 아무 쓸모없는 무지렁이가 아닙니까.” “이놈 봐라. 속내가 해망쩍은 놈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닐세. 내가 네놈을 그 논다니에게 적지 않은 용채를 건네고 넘겨받은 까닭을 적실하게 꿰고 있구만. 바로 그것이다. 네놈이 이제 소금 상단과 평생 등지고 살아야 할 뿐만 아니라, 도방 대처에 내려앉아도 아무 쓸모없는 놈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네게는 오히려 크게 소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도 가도 못하는 네놈을 거두어줄 사람은 이제 이승에서는 나뿐이라는 것을 명심해라. 네놈이 엄장이 장대하여 힘에 겨운 부담롱을 지운다 하여도 오금을 쭉쭉 뻗으며 걸을 것이고, 가근방 지리에도 나처럼 익숙하여 영리한 나귀보다 말을 잘 듣지 않겠느냐. 이번 행보만 무사히 치르고 내 수하에서 고분고분하면 네놈의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한몫을 톡톡히 안길 것이니 내 말을 명심하거라.” “그럼 어디로 갈 작정입니까.” “아직 신지까지 알려줄 만치 네놈과 친숙하지는 않다. 그러나 종국에 가서는 알게 될 것이니, 입을 다물고 있거라.” 그때서야 위인의 정체가 산적의 두령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번쩍 뒤통수를 쳤다. 상단이 적소를 소탕하였으나, 간계에 속아 놓치고 말았다던 그 두령이었다. 그가 내성 저자에 매복하고 은신처를 찾아 헤맸던 바로 그놈이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금방 모골이 송연해지면서 등골에는 금세 식은땀이 배어나왔다. 그러나 호랑이 등에 업혀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길 도모가 있더라고, 이럴수록 내색해선 안 된다고 속으로 다짐하였다. 그런데 그의 속내를 꿰뚫고 있기라도 하듯 위인이 한마디 툭 던졌다. “왜? 말미 봐서 줄행랑이라도 놓고 싶으냐?” “도망 가도 갈 곳이 없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물색 모르고 냅뜨지 마라, 내 눈앞에서 몇 발짝 못 가서 네놈의 잔등에 비수가 박힐 것이야. 도망도 못 가고 괜한 목숨만 공중 날리게 되겠지. 그러지 않고 내게 붙임성 있게 군다면, 네놈은 살길이 트일 것이야.” 위인이 괴나리봇짐을 풀었다. 그 속에서 꽁꽁 묶어 두었던 도포 두 벌이 나왔다. 변복을 하자는 것이었다. 오가는 길목에서 길세만의 면목을 알아보는 길손들이나 원상들과 마주칠 것을 염려한 까닭이었다. 위인은 처음 계획했던 것을 단념한 눈치였다. 처음엔 낮에는 산속에 숨었다가 인적 없는 밤에만 걷기로 하였는데, 무슨 꿍심이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처음 작정을 바꾸어 낮에도 걷기로 한 모양이었다. 다급하게 처분해야 할 일이 생긴 것 같았다. 위인은 그제야 길세만의 결박을 풀고, 도포까지 입혀주었다. 난생처음 입어보는 도포였기에 거북하기 짝이 없었으나, 안면이 발각되지 않으려면 변복이 대순가 싶었다. 정한조가 이끄는 상단에 끌려 다니며 놀림가마리가 되고 갖은 고초 겪어가며 빈대 벼룩에 물어뜯기며 보잘것없는 이문을 좇아 동분서주하기보다는 위인을 주인으로 모신다면 뼈가 부러지는 듯한 등짐을 지지 않고 편안하게 살길 도모가 생길지도 몰랐다. 위인이 봇짐 속에서 무거리 떡 한 주먹을 꺼내어 내밀었다. 그리고 갈밭에서 나와 길바닥으로 내려섰다. 어엿한 행색의 두 도포짜리가 아침나절의 시원한 바람을 소매로 떨쳐가며 현동 저잣거리가 바로 코앞인 맷재를 넘어 곧은재로 들어섰다. 천만다행으로 그때까지 길손들이나 행상꾼들과는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일테면 적막강산이었다. 그 적막강산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일행과 더불어 곧은재를 넘고 있다는 자각이 들 때마다 길세만은 깜짝깜짝 놀라곤 하였다. 독자골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분천에 당도하였을 때는 해거름 녘이었으니, 두 사람의 행보는 축지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빨랐다. 나루터가 빤히 바라보이는 산기슭에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한숨 돌리고 있었다.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해가 뜰 조짐을 보이자 두 사람은 이윽고 발걸음을 멈추고 씨라리골 깊숙한 갈대숲 속으로 숨어들었다. 위인은 가근방 지리를 손금 들여다보듯 환하게 꿰고 있었고, 몇 리 상거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여축 없이 알아맞히는 눈치였다. 오밤중에 내성에서 발행하면 여명이 밝아올 무렵에 씨라리골 갈대숲에 닿게 되고, 그곳에 숨어 한나절을 보낸다면 내왕하는 길손들 눈에 발각되지 않고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자로 잰 듯 계산하고 있었다. 녹록하게 볼 위인이 아니었다. 그러나 위인의 정체를 적실하게 밝혀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굴을 뛰쳐나온 적당이 아닐까. 그러나 적당이라고 믿기는 아직 일렀다. 포흠하다 쫓겨난 관변 부스러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관변 부스러기라면 왜 하필 상단에서 쫓겨난 하찮은 신세가 된 자신을 덮쳐 인질로 삼았다는 것인가. 갈숲 속이라지만 지척이나 진배없는 숫막에서 그때 새벽닭이 목청을 길게 빼고 울었다. 어찌된 일일까. 닭 울음소리가 그치기를 기다린 것일까. 그곳까지 길을 줄여올 동안 입에서 구린내가 나도록 말이 없던 위인이 드디어 입을 열어 곡절을 물었다. “네놈이 끼고 잤던 내성 저잣거리 논다니는 행방술이 절륜하더냐?” “그 음분(淫奔)한 계집이 감창소리가 어찌나 소란하던지…… 색사를 벌일라치면 가죽방아 한 번에 삼이웃이 떠나갈 듯 소리를 질러서 창피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마치 가풀막진 된비알을 오르는 멧돼지처럼 씩씩거리며 소리를 질렀지요.” “이놈 봐라 비위짱 좋게 언사가 개차반이군…… 계집의 행요가 그토록 절륜했다면, 해우채는 섭섭지 않게 대접을 했어야지 푼돈깨나 만진다는 네놈이 인색하게 푸대접을 하였더군. 의지 없이 떠돌며 풍상을 겪는 신세는 살꽃 파는 논다니 계집이나 십이령 치받이길을 쇄골이 부러지도록 용을 쓰고 오르내리며 연명하는 네놈이나 같은 처지가 아닌가. 상부상조하라는 말을 잊었더냐?” 40리 길을 올 동안 내내 입을 닥치고 있다가 불쑥 지른다는 말이 너무나 하찮아서 못 들은 척하고 딴청을 피우는데, 위인이 눈발을 날카롭게 곤두세우며 채근을 하였다. “내 말이 말 같잖나?” “가졌던 돈을 투전판에서 거덜내기는 하였습니다만, 계집에게도 틈틈이 적잖은 해우채를 안겼습지요. 계집에 주려서 눈알이 뒤집힌 사내들이라면 그깟 해우채 몇 푼 때문에 배리다는 핀잔을 듣겠습니까. 동전만 헤아리다 백발 되면 뭣하겠습니까. 체면만 깎일 뿐이지요…… 그년이 색사를 과도하게 벌여 육탈이 된 나를 끝까지 잡아먹지 못해서 몇 푼 되지도 않는 해우채를 가지고 벌벌 떠는 자린고비로 날조를 한 것이오.” “이놈 봐라? 제법 통이 큰 척하네. 그게 거짓이 아니라면 그 논다니도 고얀 년이군. 널 나한테 팔아넘길 적엔 네놈을 눕혀놓고 물먹은 걸레 짜내듯 해도 눈물 한 방울 짜낼 것이 없는 아주 똑 떨어진 자린고비여서 달포 가까이 같이 끌어안고 농탕질하고 배꼽을 맞춰주며 육허기를 채워주었는데도 떨군 것이라곤 쇳내 등천하는 동전 몇뿐이었다고 아주 이를 갈면서 궁상을 떨더군.” “그년 소행머리를 보면 매타작을 내려 어육을 만들 년입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닳고 닳은 계집들이 바로 색주가를 떠도는 논다니들 아닙니까. 밑엣품 파는 계집치고 고쟁이도 벗기 전에 손부터 내미는 버릇이 있다는 것은 이미 고려 적부터 소문난 일이 아닙니까. 그년이라고 해서 계집편성 다를 리가 있겠습니까.” “하긴…… 청루주사(靑樓酒肆) 즐비한 저잣거리를 쏘다니다보면 농염한 미술 가진 계집을 찾지 않을 수 없겠지만, 떼 꿩에 매 놓기라고 해서 투전판에까지 물색 모르고 첨벙 뛰어들면 네놈처럼 몰골 숭한 꼴을 당하느니……” 투전이란 것은 두꺼운 종이를 작은 손가락 너비만하게 만들어 그 한편에 사람이나 짐승, 새나 벌레, 물고기 같은 그림을 그려넣어 끗수를 정하고 기름으로 절인 것이자 이 종잇조각 40장이나 60장을 가지고 끗수를 겨루는 노름이다. 그런데 이 심심풀이 오락으로 시작한 노름이 여염에 널리 퍼지면서 저자의 무뢰배와 행상꾼과 악소배와 타짜꾼들이 꾀어들어 도박하여 하루이틀 사이에 그로 말미암은 부채가 수백 관에 이르렀다. 그로써 걸핏하면 칼부림이 오가고 심지어 살인까지 서슴지 않아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멋모르고 하찮은 밑천으로 노름판에 뛰어들었다가 전문(錢文)을 빚진 뒤에 노름 돈을 대지 못하면 전문을 가진 전주가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냉큼 노름 밑천을 변통해주는데, 비록 잠시라 하더라도 필경 몇 배의 이자로 문권을 작성하였다. 그것도 모자라 하룻밤 사이에 누차 작성하여 원금과 이자가 수십 수백으로 늘어나 아주 홀딱 벗기고 말았다. 문서로 작성한 것을 관아에 내고 고발하게 되면 빚진 자의 부모처자가 대신 갚아주어야 풀려날 수 있었다. 장본인은 저지른 일이 있으니 당연히 망신을 당해도 싸지만, 나머지 식솔은 뜻하지 않게 찾아온 불상사에 또한 패가망신하는 것이었다. “사내에게 여색이란 세상의 쇠락거리다. 그래서 서로 만나기만 하면, 기필 액운이 따르기 마련이다. 또한 음욕이 자못 방자해지면, 마치 소금물을 마시는 것과 같아서 많이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이 심해지고 오직 죽고 나서야 그치게 되니 어찌 만족이 있을 수 있겠나.” 훈계인지 핀잔인지 아리송한 말을 귓가로 흘려듣는 길세만의 시선은 갈밭 너머로 아득하게 바라보이는 숫막 쪽을 향해 있었다. 단칸집의 구새먹은 통나무로 새운 굴뚝에선 아침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길세만은 문득 용기를 내어 물었다. “나를 그년으로부터 넘겨받은 까닭이 무엇입니까.”
  • 내성적인 사람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 6가지

    내성적인 사람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 6가지

     내성적인 사람은 군중을 싫어하는 사회적 외톨이라고?    내성적인 사람들은 총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격이 특징이 가장 잘못 이해되고 있는 사람들이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허핑턴포스트가 ‘조용함:결코 흘려버릴 수 없는 내향적인 사람들의 파워’라는 책의 저자인 수잔 케이를 인용해 ‘내성적인 사람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 6가지’를 31일 소개했다.    1.내성적인 사람은 모두 수줍어한다?  수줍음과 내성적 성격은 흔히 혼동되고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실은 완전히 다르다. 빌 게이츠는 내성적이지만 수줍어하지 않는다. 그는 조용하고 책을 좋아하지만 사람들이 그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 개의치 않느다.    2.내성적인 사람은 사람들은 여러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성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사람들보다 고독을 즐기기는 하지만, 이들이 반사회적이거나 다른 사람과의 어울림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는 완전한 거짓이다. 이들은 외향적인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교감을 즐길 뿐이다. 3.내성적인 사람은 훌륭한 리더나 연설가가 될 수 없다?  많은 내성적인 사람들이 리딩 역할이나 공적인 스피치을 즐기고 추진한다. 빌게이츠, 애브라함 링컨, 간디 등 역사적으로 셀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리더들이 내성적인 인간으로 분류된 사람들이다.    4.내성적인 사람은 좀 더 부정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내성적인 사람은 실제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때때로 침체되고 부정적으로 기운 성격을 갖고 있다고 인식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이런 오해는 사교활동에서 에너지를 얻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타인과 함께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할 때 슬픔을 느끼는데서 파생된 것이다.    5.내성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들보다 지적이고 창의적이다?  창의성은 내향적인 공간에서 주로 발휘된다. 하지만 내향적이라고 해서 저절로 지적이고 창의적인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외향적인 사람들중에도 창의적이고 지적인 사람이 많다. 중요한 것은 보다 사색적이고 내향적인 마음의 자세를 가질 때 창의성을 이끌어낼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6.누군가가 내성적인지, 아니면 외향적인지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많은 내성적인 사람들이 손쉽게 밖으로 나가 칵테일 파티를 즐기며, 룸에서 각각의 사람들과 이야기한다. 하지만 하루가 저물면 집에 돌아와 에너지를 재충전하기를 고대하며, 침대에서 차 한 잔과 함께 독서를 즐긴다. 우리 문화가 지나치게 외향적인 성격에 기울어있다 보니, 많은 내성적인 사람들은 양의 탈을 쓴 늑대로 인식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길세만은 초저녁에 옹골진 육공양으로 삭신을 노골노골하게 만들었던 갈보와 같이 곯아떨어졌다. 그런데 그 계집은 온데간데없고, 난데없는 사내가 그의 뱃구레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는 힐끗 지게문을 바라보았다. 시각은 축시 초쯤으로 보였다. 창호에 아직 어둠이 짙게 묻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계집의 농간에 당한 것이 분명했다. 그때였다. 궐자가 뱃구레 위에서 몸을 비틀어 빼더니 길세만의 팔을 뒤로 돌려 뒷결박을 지었다. 그사이에 궐자의 괴춤에 찔러둔 비수를 목격하였다. 그러나 이 순간 궐자에게 결박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계집에게 당한 것이 너무나 분했다. 이자는 필경 무슨 담판을 짓자고 할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무일푼이었기 때문에 이 무뢰배가 담판을 짓자고 대들어도 꺼내놓을 것은 목숨 하나뿐이었다. 그것을 익히 알고 있을 계집이 이 불한당에게 자신을 팔아넘긴 것은 악귀나 저지를 일이었다. 그러는 사이 많은 시간이 흘러간 것 같은데, 아갈잡이에 뒷결박까지 한 궐자는 도무지 말이 없었다. 그러니 온전한 눈만 부릅뜨고 궐자의 처분을 누운 채로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간이 흘러가면서 방안으로 새어드는 희미한 밤빛으로나마 궐자의 형용이 어른어른 집혀오기 시작했다. 패랭이는 쓰지 않았으나 상투가 어엿한 것을 보면 저잣거리에 횡행하는 소악패거리는 아닌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아갈잡이하고 뒷결박을 짓는 솜씨가 날렵한 것으로 보아 산골의 얼치기 무지렁이는 아니었다. 소금 상단처럼 엄장이 들썩 크지 않았으나, 눈매가 날카로운 위인이라는 것은 알아챌 만하였다. 군소리가 없는 것으로 보아 주둥이가 헤픈 위인도 아니었다. 눈치를 보아하니, 길세만을 밖으로 끌고 나갈 심산인데, 그 시각을 가늠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일단 길세만을 잡도리하고 난 뒤 게으름을 피우는 거조가 바로 적실한 시각을 재는 것이었다. 사경 축시가 되었다. 위인의 입에서 딱 한마디가 떨어졌다. “일어나 밖으로 나서. 허튼 생각 말고.” 목소리에 묵직하게 무게가 실려 있었다. 그러고는 군소리 한마디 없었다. 일어서는 길세만의 무릎에서 우두둑 하고 뼈 맞추는 소리가 들렸다. 이 위인은 도대체 누구이며 어째서 자신을 엮을 생각을 한 것일까. 밖으로 나서면 도대체 어디로 갈 작정인가. 오만가지 상념들이 뇌리에 어지러웠으나, 지금은 아무 소용없었다. 밖으로 나서자 차가운 한뎃바람이 옷깃 속으로 스며들었다. 소피가 마려웠다. 고개를 들고 위인을 쳐다보았다. 위인이 알아채고 뒷결박을 풀어주며 색주가 마당가에 있는 울바자를 턱으로 가리켰다. 울바자 틈 사이로 소피를 보는 동안 사위는 쥐죽은 듯 적막하고 먼 데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다 말았다. 하늘에는 별빛만 총총할 뿐 달은 떠 있지 않았다. 괴춤을 추스르고 돌아서는데, 다시 뒷결박을 지우고 아갈잡이한 것은 풀어주었다. 숨 쉬고 고개 돌리기가 한결 손쉬워졌다. 위인이 저잣거리 반대쪽을 가리켰다. 임소가 있는 쪽이고, 더 나아가면 여울이 있고 여울을 건너면 으악새들이 길게 이어지는 길이었다. 길세만은 수백 번을 다녀 눈감고도 걸을 수 있는 그 길로 들어섰다. 개울을 건너고, 갈밭을 지나쳤다. 그제야 멀리 두고 온 저잣거리에서 개 짖는 소리가 자지러졌다. 모래재를 지나면 몇 행보 지나지 않아 10리 상거에 있는 검은 돌 마을이 나타날 것이었다. 그곳에 이르면 위인이 어디를 겨냥하는지 얼추 짐작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 술청거리에는 사방으로 흩어지는 세 갈래 길이 있기 때문이었다. 등짐도 없는 단출한 몸이라 몇 행보하지 않아서 검은 돌 마을에 당도하였다. 그러나 위인은 조금도 주저하는 법이 없이 마을 뒤쪽 곧은재를 가리켰다. 그때까지도 한밤중이었다. 숫막 앞을 지나쳤으나 인기척이라곤 없었다. 흡사 두 사람이 무사히 지나치라고 길을 내주는 것 같았다. 좀처럼 벗지 않는 방갓에 두툼한 괴나리봇짐을 진 채 등 뒤를 바싹 따라오고 있는 이 위인은 도대체 누구일까. 관원이나 보부상도, 전대를 털려는 무뢰배도 아닌 것은 적실했다. 그런데 홀딱 벗겨보아야 먼지밖에 없는 자신을 인질 삼고 십이령길로 들어서는 이 위인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게 궁금해서 가슴이 답답하고 아렸다. 여명이 희뿜하게 밝아올 무렵이 된 것은 내성에서 산길 40리 상거에 있는 씨라리골에서였다. 씨라리골에도 딱 두 집의 숫막이 있었다. 한 집은 울진 갯마을에서 고기를 잡다가 여의치 않아 내외가 이곳에 들어와 숫막을 내었고, 한 집은 십이령을 넘나드는 원상이었는데, 겨울에 고개를 넘다가 실족하여 다리를 절게 된 이후부터 씨라리골에 정착하여 숫막을 낸 것이었다. 두 숫막 모두가 울진 소금 상단과는 정리가 돈독하여 막역하게 지내는 사이였다. 처음부터 두 숫막 모두가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개울 옆에 자리 잡았고, 그 개울 옆 개활지를 따라 길길이 자라서 사람의 키를 훌쩍 넘기는 갈대숲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가을이 되면 연둣빛 갈꽃이 피기 시작하여 개활지는 온통 은구슬을 뿌려놓은 듯 시선이 어지럽도록 빛나고 그 갈숲 사이 오솔길 속으로 보였다가 사라지는 등짐 장수들의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찬 서리가 내리는 초겨울로 접어들면 수만 갈래로 흩어진 갈꽃 송이들이 가파르기로 이름난 살피재 쪽으로 날아 멀리서 보면, 마치 부들솜들로 뭉쳐진 하얀 구름송이들이 새떼처럼 산등성이를 넘는 듯 보였다. 한겨울이 되어 북풍이 몰아치기 시작하면, 꽃은 떠나가고 겨릅처럼 혼자 남은 갈대들이 서로 비벼대며 마치 배고픈 짐승처럼 밤새워 울어대어 숫막에서 등걸잠을 자며 객고를 겪는 길손들로 하여금 눈물을 짜내게 한다. 십이령 고개를 넘나드는 행상꾼들에게 회자하는 노래에 “시그라기 우는 고개 내 고개를 언제 가노”라는 후렴이 있는 것은 바로 씨라리골의 갈대들이 모질고 혹독한 겨울바람을 안고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것을 되풀이하면서 슬피 우는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었다.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겨우 기신을 차리고 일어나긴 하였으나 주눅이 들어 시무룩하던 천봉삼의 얼굴이 일순 밝아졌다. “그렇게만 된다면 시생도 홀가분하게 누명을 벗고 다시 생업에 종사하게 될 날이 있겠습니다. 제발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궐자가 잡히면, 노형께선 매야에서 고초령을 넘는 상로에서 생업을 도모할 길을 찾게 될 것이오. 임소의 반수 어른과 도감 성님께서도 그렇게 약조가 된 듯합니다. 노형도 익히 알고 있겠지만, 우리 원상들은 동무 중에 밑천을 날린 동무가 있으면 십시일반으로 추렴하여 밑천을 만들어주는 풍속이 있지 않소. 열명길에 든 동무가 있으면 갹출하여 부의금을 전달하고, 행상길에 질병에 걸리면 반드시 구완하고, 폭리를 취하면 응징하지 않았소.” 곽개천이 걱정했던 대로, 길세만은 울진 소금 상단이 윤기호를 회칠하여 회술래를 돌릴 때 내성 색주가에 처박혀 있었다. 저잣거리에서 빈둥거리던 잡살뱅이들과 아녀자들이 구경이 생겼다 하고 길거리로 몰려나가는 북새통을 벌였으나, 길세만은 투전판을 빠져나와 색주가의 측간으로 가서 북새통이 가라앉을 때까지 숨어 앉아 있었다. 지린내와 구린내가 코를 들쑤셨으나 그 와중에 가뭇없이 숨을 곳이 있다면 측간뿐이었다. 혹간 측간에 소피를 보러 오는 갈보들도 길거리로 떼거지로 몰려나가고 없었기 때문에 그만한 은신처가 없었다. 차제에 소금 상단 동무들에게 발각된다면 지금 윤기호가 치르는 것처럼 곱다시 장문을 당해서 굴신을 못하도록 얻어맞고 상단에서 쫓겨날 것이 분명했다. 저잣거리에서 풍속을 어지럽혔다가는 지체 없이 징치를 당하였다. 장감고(場監考)가 두량을 조금이라도 농간하였다가는 임소에서 잡아들이게 되어 있었고, 술주정하는 자는 심하고 심하지 않고를 막론하고 비록 얼굴이 붉게 변하는 데 그치더라도 여축없이 잡아들였다. 서로 때리고 다투는 자는 먼저 성을 내어 구타하기 전에 비록 언쟁하는 데 그치더라도 적발되면 잡아들였다. 더욱이 잡기나 투전판을 벌여 서로 언쟁하거나 손찌검이 시작되면 원상이고 아니고를 불문하고 잡아들였다. 지금에 이르러 그 엄격함이 해이하게 된 측면도 없지는 않으나, 길세만의 경우는 색주가의 갈보들과 은근짜들에 빠져 전대를 몽땅 털리고 밑천까지 탕진하고 말았으니, 그런 행적이 낱낱이 밝혀지면 즉시 장문으로 다스려질 것이었다. 천생 숨어살며 비렁뱅이로 연명하지 않으면 살아날 가망이 없게 되었다. 구린내가 등천하는 측간에 앉아 그런 생각을 하노라니, 그만 똥통에라도 빠져 죽고 싶었다. 그러나 그마저 결기가 없어 사추리 아래 똥통을 멀거니 내려다보기만 했을 뿐 몸을 던질 수는 없었다. 그는 길거리의 소동이 얼추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가만히 측간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지금 당장 갈 곳은 투전방뿐이었다. 불똥 디디는 걸음으로 봉노로 다가갈 동안 색주가의 좁은 마당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 눈에 띄지 않았다. 문득 까닭 없는 서러움이 가슴으로 밀려와 울컥하고 울음이 터져나오려 하였으나 꿀꺽 삼켰다. 울음을 삼켰으나 그 사품에 눈물이 팍 쏟아지고 말았다. 때 묻고 해진 옷소매로 삽시간에 인중까지 흘러내린 눈물을 닦았다. 외짝 지게문을 열고 봉노로 들어갔다. 언제 돌아왔는지 윤기호의 길거리 회술래 구경 갔던 은근짜가 돌아와 있었다. 봉노 안 윗목에는 계집이 뒷물하던 소래기와 호박씨 반 접시가 휑뎅그레하게 놓여 있었다. 계집을 발견하자 와중에도 문득 반가워 한마디 던졌다. “임자…… 언제 왔나?” “구경 갔다가 금방 돌아왔어요.” 아랫녘장수 계집으로 말하면 그와는 달포 가까이 살송곳을 박아주었던 사이였다. 미천한 계집이었지만, 요분질이 어찌나 지독하고 달콤했던지 한번 희학질을 치르고 나면 한동안은 뒤통수가 찡하고 머릿속이 어찔어찔하여 걸음을 떼어놓아도 휘청휘청 뒤뚱뒤뚱하였다. 홍합* 대접이 그처럼 아주 착실하고 자별하였는데, 투전판에서 전대를 깡그리 털리고 말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난 뒤부터는 그때마다 앙칼지게 냉갈령을 쏘아붙이며 곁을 주려 하지 않았다. 이러저러한 일로 길세만은 말구멍이 막히도록 기가 질려 있었다. 그러나 길세만이 봉노로 들어섰을 때 어찌된 셈인지 계집은 보란 듯이 고쟁이만 걸친 채 씹거웃이 환하게 들여다보이도록 가랑이를 벌리고 앉아 있었다. 거북했던 길세만이 문득 고개를 돌리며 구경나갔던 저잣거리의 사정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구경할 만하던가?” 계집이 힐끗 곁눈질하더니 시큰둥하게 대꾸하였다. “내로라하던 어물 객주도 낯짝에 회칠을 하고 나니…… 찌그러진 모색이 염소 새끼나 다름없어 보기에 민망합디다. 얇은 바지에 윗도리는 발가벗은 채로 작은북을 등에 지고 두 다리를 질질 끌고 걸으면서 나는 도둑의 접주입니다. 나는 장물을 팔아 구린 돈을 챙긴 죄인입니다 하고 중얼거리면서 아이들이 던지는 돌을 그대로 맞고 걸어가는데, 혹간 목소리가 속으로 기어들면 뒤에 따라가는 사람들이 회초리로 등을 쳐서, 다시 그가 고개를 들어 나는 도둑입니다 하고 목청을 돋워 외치게 합디다. 차마 눈뜨고 못 볼 일입디다.” “눈뜨고 보고 왔으면서 못 보았다고 시치미를 떼는가. 상단 사람들도 많던가?” “어디서 몰려왔는지…… 이녁 빼고는 모두 모였습디다. 오랜만에 저잣거리에 나가보았더니…… 장꾼보다 풍각쟁이가 더 많습디다.” “그게 무슨 소린가 하면, 원상들보다 왈짜 무뢰배가 더 많다는 뜻일세.” “나야 풍각쟁이가 누군지 원상이 누군지 알 게 무어요. 전대 두둑한 사내면 그만이지……” “그런데 나도 맥을 놓고 여기서 묵새기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소동이 가라앉기를 기다려서 기동을 해봐야 하겠네.” “내키는 대로 하기요.” *홍합:여자의 하문을 빗대어 이르는 말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우리네처럼 경향의 저잣거리를 섭렵하며 살다보면 그네들은 겪지 않아도 될 봉변을 당할 때가 허다하답니다. 시전 상인들은 우리네 행상이 저잣거리에서 겪는 속 쓰린 고초는 겪지 않겠지요. 이생이란 아주 영민한 상인이 있었다고 합니다. 장안의 눈치 빠른 장사치라 한들 자기는 속이지 못하리란 것을 자부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 상인이 저잣거리 가게 앞을 지나갔더랍니다. 그 가게 앞에서 한 아이가 늙은이와 서로 입씨름하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어린 아이와 늙은이의 다툼이어서 수상하게 여기고 가만히 곁으로 가서 귀동냥으로 엿들어보니, 늙은이가 그 아이가 들고 있는 물건을 가리키며 10냥을 줄 것이니 그 물건을 팔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는 눈을 흰자투성이로 치뜨고, 이 물건이 겨우 10냥밖에 안 된단 말이오 하면서 물건을 내놓으려 하지 않더랍니다. 그러자 늙은이는 아이를 보고 이 물건은 필경 훔친 물건이 틀림없는데 어찌 여러 총중이 눈치채기 전에 냉큼 넘기지 않고 백주대로에서 감히 흥정하려 드느냐고 꾸짖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았어요. 자기가 훔치는 것을 목격하지 않았으면서 날강도같이 물건을 빼앗으려 한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대들었습니다. 흥분한 늙은이가 참지 못하고 한 대 쥐어박으려 하자, 아이는 순식간에 줄행랑을 놓으며 욕설이 입에서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구경꾼이었던 상인은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어서 아이가 가진 물건을 훔쳐보았더니 화대모가 틀림없었지요. 유리처럼 맑고, 순금처럼 빛나고, 박처럼 단단하고, 닭의 눈처럼 동그랗고, 고리 위에 오화(烏花)들이 제자리에 박혀 있었지요. 아차 했던 상인은 똥줄이 빠지게 아이를 뒤따라가서 체통이고 뭐고 생각하지 않고 아이를 등 두드리고 배 문질러서 30냥에 그 물건을 사게 되었지요. 물론 아이가 들을까 해서 대모라는 대짜 소리도 않았지요. 가까스로 물건을 사 가지고 오는 길에 가게에 들러 주인에게 물어보았더니, 하찮은 염소 뿔이라고 하더랍니다. 상인이 그 아이의 뒤를 몰래 밟아 알아보았더니, 아이는 늙은이의 아들이었고, 늙은이는 저자에서 물건을 위조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자였다고 합니다. 경강상인, 개성상인, 의주상인(혹은 灣商), 동래상인같이 내로라하는 부상대고(富商大)들도 당초부터 뒷다리를 걸자고 작심하고 접근하는 그런 철부지들에게는 곱다시 당하고 말 테지요.” 모두 그런 사기는 한두 번씩 당해본 경험들이 있는 터라, 서로 옆구리를 찔러가며 박장대소하였다. “3년 전 초겨울인가요, 날씨는 그렇게 춥지 않았지요…… 우리 상단도 무명 짐을 꾸려서 내성에서부터 십이령길을 넘어 흥부장에 무사히 도착했습지요. 회정길에 소금 짐은 언감생심 엄두조차 낼 수 없었고, 고포미역과 건어물로 물교를 해서 다시 안동으로 돌아왔는데, 험구를 넘나들며 갖은 고초를 겪었던 만치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큰 길미를 챙겼지요. 길미가 짭짤하게 돌아간다는 것에 맛들인 상단이 또다시 되짚어 십이령길에 덤벼들었습니다. 역시 무명 짐과 유기 짐이었지요. 난리는 돌아오던 길에 겪었습니다. 발행 때는 멀쩡하던 날씨가 빛내골에서부터 난데없이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밤을 새워도 멈추지를 않네요. 그럴수록 마음은 바빠져 걸음아 날 살려라 하는데 눈앞이 아득할 지경으로 내리 퍼붓는 통에 도무지 길이 불어나야 말이지요. 종국에 가서는 넓재 아래 숫막에서 갇히고 말았습니다. 며칠인지 아십니까. 일행 아홉이 그 숫막에서 굽도 떼지 못하고 곱다시 보름을 갇혀 있었지요. 지난 파수 때 얻은 이문까지 죄다 털어먹고 빈털터리로 회정하고 나니까. 머리가 하얗게 세고 말았습디다. 그 이후로 십이령 고개로는 두 번 다시는 고개도 돌리기 싫습디다.” 하소연하는데, 곁에서 턱살을 고이고 앉아 히죽이죽 웃고 있던 동무 하나가 거들었다. “그 와중에 숫막 근처에서 빈둥거리던 들병이를 물색 모르고 집적거렸다가 패가망신한 축도 없지 않았지요. 그 육실할 년이 색을 얼마나 밝히는지 동사하던 동무가 보름 동안을 끌려다니며 시달리고 나니까, 육탈이 되어 살이 서 근이나 빠져버렸어요. 그뿐만 아닙니다. 독풍을 맞았는지 젊은 놈이 입귀까지 비뚤어져서 가만 앉아 있어도 주둥이가 된비알 올라가는 당나귀 씹처럼 실룩거립디다. 김 안 나는 숭늉이 더 뜨겁더라고 나이 사십을 훌쩍 넘긴 년의 색사가 그토록 지독할 줄 누가 알았겠소. 그 동무 그 길로 돌아가서 굴신을 못 하고 꼬박 두 달포 동안 몸져누워 있었지요. 색에 미쳐 독을 마신 겝니다.” “돈 버리고 몸 버리고 신세까지 망치려면 일찌감치 계집 밝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금 전부터 술은 마시지 않고 쇄골에 모가지를 삐딱하게 꼽고 유독 천봉삼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늙은이가 한마디 툭 던졌다. “그런데 동무는 어디서 한두 번 만난 듯 외양이 낯설지 않소이다?” 천봉삼이 그 말을 척 받아서 아무렇지도 않게 얼버무렸다. “지난날 안동에도 발걸음을 한 적이 있습니다. 발 달린 짐승이 어딘들 못 가겠소.” “그런데 스님도 아닌 터에 배코는 왜 쳤소?” “숱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봉노에서 숙식하다보니, 상투에 가랑니와 서캐가 들끓어 배코를 쳐버렸더니, 그렇게 속시원합디다.” “성미 한번 급하시오. 그게 똬리로 불두덩 가리기지, 머리가 자라면 물컷들이 또다시 창궐하겠지요.” “그땐 또다시 배코를 치리다.” “동무께선 말씀 한번 시원시원하십니다.”
  • ‘고명환 여친’ 임지은, 과거 이상형 발언보니…

    ‘고명환 여친’ 임지은, 과거 이상형 발언보니…

    24일 개그맨 고명환(41)과 임지은(39)이 열애설을 인정한 가운데 과거 임지은이 이상형에 대해 밝힌 발언이 눈길을 끌고 있다. 임지은은 지난 2010년 SBS ‘배기완 최영아 조형기의 좋은아침’에 출연해 “외모가 훌륭한 남자보다는 착한 사람이 좋다”면서 “돈도 같이 벌면 된다는 주의다. 제 성격이 내성적이라, 밝고 착한 남자가 좋다”고 덧붙였다. 네티즌들은 연예계에서도 활발하고 의리있는 성격으로 유명한 고명환이 임지은의 이상형게 딱 맞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날 스포츠서울닷컴은 “고명환과 임지은이 1년 6개월째 열애 중”이라면서 교회 데이트 사진 등을 보도했다. 임지은 소속사는 “두 사람이 친구로 지내다가 신앙을 통해 연인으로 발전했다”면서 “결혼을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나이가 있는 만큼 신중하게 만나고 있다”고 밝혔다. 고명환의 소속사 역시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니 예쁘게 지켜봐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내성 없는 항암제 개발 가능성 열다

    내성 없는 항암제 개발 가능성 열다

    국내 연구진이 남극 방선균(Streptomyces sp)의 유전체 지도를 완성했다. 해양수산부는 극지연구소 박현 박사팀과 선문대 오태진 교수팀이 새로운 항생제 및 항암제를 생산할 수 있는 남극 방선균 유전체 지도를 국내 최초로 완성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과학전문학술지 ‘프로스 원’지에 24일 발표된다. 방선균은 미생물의 한 종류로 분해가 어려운 유기물을 분해하거나 항생제 등을 생산하는 데 쓰인다. 의약 분야에서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항생물질의 75%, 농업 분야에서 이용되는 항생물질의 60%가량을 생산한다. 이번 연구는 세계 두 번째로 방선균 유전자서열을 분석한 것이며, 특히 연구팀은 정확도가 떨어지는 기존 유전자 분석 방법과 달리 실시간으로 정확한 유전자 분석이 가능한 단일분자 실시간 DNA 염기 서열 분석(SMRT) 방법으로 유전체 지도를 완성했다. 남극 방선균의 유전체 지도는 항생물질의 생합성 연구와 항생제의 내성 문제를 해결한 개량항생제를 개발하는 데 쓰일 수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더 많은 생물의 유전체를 분석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배고령이 구월이에게 정분 두고 있다는 것은 이제 막 눈치챈 것이지만, 그 위인이 행중에서 여색을 밝히는 사람이라면 손위 손아래를 막론하고 꾸짖고 면박 주기를 일삼아 도덕군자로 알아왔는데, 구월이를 꼬드겨 꼭지를 따버릴 줄은 미처 눈치채지 못했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헤아리기 어렵다더니 딱 그 짝이군.” “두 사람이 정분을 둔 지가 벌써 한 해가 넘습니다.” “임자는 남의 일을 엿듣고 엿보는 일에 능숙한가?” “겉으로는 사내로 행세하지만, 속내로는 계집편성을 가졌다 보니, 자연 주위에 있는 남의 일에 눈길을 빼앗길 때가 많습니다.” “내가 눈 딱 감고 있을 테니, 어디 두 사람 가시버시 되도록 주선해 보게나. 그건 그렇구… 배고령이 걸핏하면 도덕군자 행세하려 했던 것이 얄밉군. 국량이 깊고 심성도 올곧은 사람인줄 알았더니, 얌전하다는 고양이처럼 남보다 먼저 부뚜막에 올라갈 위인일세.” 만기가 애매한 당나귀들을 들추어 발뺌했으나 속내로는 행중에서 행수로 행세하는 정한조에게 정분을 두고 은근히 따르려 한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평소에 정한조를 수발하고 위하는 행동거지를 눈여겨보노라면 그 속내가 거울 속 들여다보듯 훤하게 바라보였다. 그러나 정한조는 만기를 그런 상대로 볼 수는 없었다. 간구한 집안 살림을 견디다 못해 어린 나이에 집을 뛰쳐나와 객지를 떠돌며 유리걸식하던 계집아이가 우연히 해안가 염전으로 흘러들었다. 울릉도로 드나드는 소금 배의 선원들이나 염전에서 염간들의 떡찌끼를 얻어먹고 연명하던 계집아이가 바로 연임이었다. 그때 나이가 불과 열셋이었다. 그 측은하고 처량한 모습을 보다 못해 만기란 이름을 주고 남장을 시켜 접소로 데려와 중노미 노릇을 시킨 것이었다. 섭생이래야 조석으로 강조밥에 소금국이었지만, 떠돌며 걸식하던 고단함에서 벗어났으니 연임으로선 그런 천행이 없었다. 중노미 노릇 주선한 지 3, 4년이 지난 뒤에 마침 나귀를 들이게 되어 견마잡이로 행중에 섞여 작반하게 된 것이었다. 그로부터 세월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남장은 이제 몸에 배어 편안해졌고, 정한조만 쳐다보며 살아가는 사람이 된 것이었다. 좌정하고 앉아 생각에 잠겨 있던 정한조가 말머리를 돌렸다. “천봉삼이란 위인은 이제 기신을 차리고 일어나서 거동할 때도 되었는데?” “장독이 눈에 띄게 나아지고 있습니다. 도감 어른께서 귀한 소합환을 구해주셔서 구완하고 나서부터 차도가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행보할 만할 것입니다.” 그날로부터 열흘 뒤였다. 먼산 뻐꾸기 울고 오동 꽃이 조롱조롱 피기 시작하는 6월 초순, 곽개천은 천봉삼과 작반하여 말래 도방에서 20여 리에 상거한 매야장으로 발행하였다. 매야장에 인접한 오산 포구 근해에서는 빈한한 어부들이 조업하여 명태, 대구, 고등어, 문어, 양미리와 어물들을 잡아 올렸고 염장품도 심심찮게 거래되었다. 울진 일원의 포구와 비교해서 규모는 보잘것없었으나 염전도 있었다. 역시 보부상들은 매야장에서 어물이나 염장품을 거래하여 높을재*를 넘어 영양과 진보를 거쳐 안동 상주까지 내왕하기도 했는데, 그들 고장에서는 대개 콩과 같은 잡곡을 거래해서 돌아왔다. 그들은 해질 무렵에 매야에서 발행하면 시오리 상거에 있는 높을재 못미처인 동막에서 하룻밤을 잤다. 다시 하루해를 걸어서 높을재를 넘어 깊으내*에서 숙박하고 수비를 거쳐 진보에 당도하였다. 그러나 매야에서 꼭두새벽에 일어나 검댕이만 털고 발행하면 높을재 노루막이에 있는 숫막에 당도하여 객주를 정하고 깊으내까지 당도하여 숙소를 정할 수 있었다. 가근방에 살고 있는 부상들은 옥방에서 내성으로 가는 길을 택하여 새내*에서 하룻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매야와 영양 사이 행보도 십이령길 못지않은 첩첩산중이어서 많은 보부상들이 후미진 자드락길을 돌아설 때마다 불쑥불쑥 나타나서 넋을 빼놓는 짐승들 때문에 고초를 겪었고, 십이령길처럼 협객을 흉내내며 신출귀몰하는 화적은 없었으나, 데데한 좀도둑들이 출몰한다는 얘기는 떠돌았다. 일테면 높을재의 후미진 길목에 상복을 입은 위인이 섬거적에 시신을 둘둘 말아 짊어지고 걸어가면, 그 뒤로 역시 상복을 차려입은 상제가 서럽게 곡을 하며 뒤따른다. 가난한 상제들이 시신을 묻으러 산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 섬거적 속에는 시신이 아니라, 산협 마을에서 훔친 가축이 들어 있는 것이었다. 그들이 좀도둑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섬거적 속에 들어 있던 돼지가 땅에 떨어져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달아나는 것을 상제 두 사람이 잡으려고 허둥지둥 뒤따르는 것이 행인들에게 목격되었기 때문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좀도둑은 볼 수 없었으나 근자에 이르러 조정이 뒤숭숭하고, 여기저기서 난리가 터지고, 흉년이 거듭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좀도둑들이었다. 그래서 요즈음은 모이면 적당이 되고 헤치면 양민이란 웃지 못할 얘기까지 떠돌았다. 소금 상단이 평소 출입이 뜸했던 매야 장시와 높을재를 겨냥하고 발행한 것은 까닭이 없지 않았다. 내성의 윤기호를 장시에서 훼가출송시킨 뒤 마땅히 거래할 소금 도가를 찾지 못한 처지였고, 잠적해버린 산적들이 높을재 근처의 산속으로 숨어들었다는 적경을 매야장을 출입하는 상대들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천봉삼과 함께 작반한 것도 그런 까닭이었다. 매야장에 당도한 곽개천 일행은 허술한 숫막에 식주인을 정하고 행장을 풀었다. 곽개천이나 박원산 같은 원상들은 몇 번 찾아온 경험이 있었으나 나머지는 매야가 초행이었다. 당도해 보니 매야 장시도 대처의 장시처럼 괄시하지 못할 만치 행상인들의 출입이 번다하였다. 바다와 멀리 떨어진 내륙의 영양과 진보 안동의 행상꾼들이 높을재를 넘어 매야장까지 와서 건어물을 거래하면서 장시의 규모가 커진 것이었다. 인총이 드물고 살기가 팍팍한 곳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높을재:고초령 *깊으내:심천 *새내:신천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혹 떼러 왔다가 혹 붙인 꼴이 되었다. 육허기는 채우게 되었으나 구월이와 초례청을 차리지 않으면 큰 소동이 벌어질 것이 뻔한데 난데없는 만기가 그 길을 가로막고 있었고, 만기가 멀쩡하게 살아 있는 한 월천댁에게 무릎을 꿇고 빈다 해도 혼인을 쉽사리 허락할 리 없었다. 이튿날 새벽 말래로 발행하는 배고령의 발걸음은 그래서 천근같이 무거웠다. 세상에는 예상에 없었던 변고와 재난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사람의 일도 당장 내일조차 예측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사뭇 뒤통수를 쳤다. 그처럼 울적한 감회로 말미암아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해 오랜만에 심란하기 그지없었다. 말래 접소에 당도했으나 벌써 상대는 다시 행장을 꾸리며 내성 발행을 서둘렀다. 말래에서 해물 저자인 흥부장까지는 보통 걸음으로는 한식경이지만, 소금 짐을 진다면 내왕 행보에 꼬박 하루가 걸렸다. 뒤늦게 당도한 배고령이 상대의 걸음을 뒤따라잡기는 어려웠다. 할 수 없이 접소에서 3, 4일은 양류밥을 먹으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었다. 접소에 남아 있기로 작정한 사람 중에는 정한조도 있었다. 길세만을 찾지 못했다는 말에 정한조는 예상했던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겼다. “붙잡히면 장문을 당할 게 뻔한데, 임자하고는 막역한 사이라 할지라도 나 여기 있네 하고 쉽사리 낯짝을 내밀 것 같은가.” “허물없이 지낸 지 오래된 사이라 시생이 나서면, 필경 찾아낼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나도 사정은 알고 있었네. 하지만 이번의 일로 내성 저잣거리며 색주가의 속사정을 소상하게 기찰하지 않았나. 나중 가면 그것도 적지 않은 소득이 될 것이야.” “그럼 당분간 도감 어른을 수행해야 하겠군요.” “운수납자로 가장했다는 천봉삼 내외를 다른 숫막에 거처를 정해주고 바라보는 참일세. 근본이 원상이었으니, 나로선 설분만 할 수 없는 형편일세. 게다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 일호의 속임도 없이 실토정을 하고 처분만을 기다리는 처지라, 거칠게 대접할 수 없고 그 내자 되는 아낙네는 국량이 깊은 여인네라 언사가 순박하여 본데없이 굴지 않으니, 두고 보았다가 도타할 징조만 보이지 않는다면 백방하려는데 임자 생각은 어떤가?” “도감 어른 어취를 듣자하니 진작에 놓아줄 생각을 가졌네요. 시생도 같은 염의를 갖고 있습니다만, 그냥 놓아주는 것보다, 우리가 놓쳐버린 그 두령이란 놈을 찾으라는 분부를 내려서 놓아주면 어떻겠습니까. 궐놈의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천봉삼 아니겠습니까.” “그럴싸한 생각일세. 천봉삼이란 자가 이태 동안이나 풍상을 겪었으나 적굴놈들을 비롯해서 무뢰배들과 동고동락으로 지냈다면 그 패거리의 속사정에도 밝을 테니 추쇄를 시켜보면 두령의 행방뿐만 아니라, 어쩌면 길세만의 거처까지 밝혀낼지도 모르겠군.” “설마… 길세만이가 적굴 놈들과 결탁을 했을까요.” “그야 모르지, 사람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목숨을 부지하자면 무뢰배들과 어울려 지내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을 고쳐먹을 수도 있지 않겠나.” “내성에서 오동나무골 생달에 정처를 정하고 산다는 상단을 만나 몇 마디 나누었는데, 곧은재 아래에 있는 검은돌 마을에 그곳 붙박이 떨거지들이 진을 치고 있다가 태백이나 영월의 험구들을 넘어온 상단을 등쳐먹는다 합니다. 숫막에 앉아 술과 고기를 실컷 시켜 배를 불리고 수월찮은 식대를 상단에게 떠넘기는 것을 예사로 저지른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세가 불리한 상단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들을 접대하고 있답니다.” “우리 소금 상단은 모르는 일이 아닌가?” “우리 상단에게는 감히 덧들이지 못했겠지요.” “횡행하는 무뢰배들과도 한통속이겠구만.”
  • 팝콘 먹는법 따라 성격 파악할 수 있다

    팝콘을 먹는 방법에 따라 성격을 짐작해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11일(현지시간) 브리스톨 기반의 정신과 전문의 벤 세사 박사가 최근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성격에 따라 팝콘을 어떻게 먹는지 조사해 연구한 결과를 소개했다. 세사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자신이 내성적이라고 밝힌 참가자 중 48%는 팝콘을 한 알씩 집어먹었지만, 외향적이라고 밝힌 참가자 중 40%는 팝콘을 한 줌씩 집어먹었다. 또 완벽주의자라고 밝힌 참가자들은 먹을 때 두 방법을 섞어서 사용했다. 세사 박사는 “먹는 방법과 성격의 연관성은 이미 잘 알려졌다”고 전했다. 그의 말로는 보통 음식을 천천히 먹는 사람은 일상을 느긋이 즐기지만, 고집스럽고 타인보다 자신을 먼저 챙기려 한다. 이와 달리 음식을 빨리 먹는 사람은 자신보다 타인을 더 챙기는 경향이 있다. 세사 박사는 “팝콘을 한 알씩 집어먹는 내성적인 사람은 음식을 천천히 먹는 유형에 속할 수 있다”면서 “팝콘을 한 줌씩 집어먹는 사람은 외향적이라서 사회적 행동을 더 많이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팝콘 먹는 방법은 남녀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였다. 여성은 주로 팝콘을 한 알씩 집어먹었지만 남성은 한 번에 한 줌씩 집어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팝콘을 누군가와 먹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남녀 96%가 동의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찾고 있던 길세만의 소식은 듣지 못하고 하소연만 듣다 숫막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배고령은 하루 말미를 더 두고 그의 은신처를 찾아보려 하다가 단념하고 피륙 짐을 흥정하여 지고 말래로 떠나 버렸다. 내성을 떠날 때는 안면 있는 행상들 대여섯을 만나 동행하였으니, 중로에서 짐승을 만나 경난을 겪을 걱정은 없었다. 그러나 길세만을 찾지 못해 찜찜하였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말래까지 가는 십이령길 어디에서 그와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말래 접소에서 도감 정한조에게 면박을 듣더라도 아무런 소득이 없는 내성에 두 사람만 머물고 있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포주인 윤가의 집이 바로 코앞이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오동나무골 생달에서 왔다는 상단의 말을 곱씹어 보면, 길세만이가 이미 내성 저잣거리를 떠나고 없다는 언질을 준 것인지도 몰랐다. 겪은 사정도 그러하거니와 작반하는 일행이 차인꾼 한 사람뿐으로 단출할 때 샛재 비석거리에 당도해, 소금 상단이 눈치채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래서 내성을 떠나서 샛재까지 해가 나절가웃으로 기울 때와 아귀가 맞게 당도하도록 행보를 조절하였다. 동행한 차인꾼은 도중에 있는 숫막에 당도할 때마다 배가 맹꽁이가 되도록 술을 퍼먹었다. 길세만을 찾아내지 못하고 빈손으로 회정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 까닭이었다. 배고령은 그를 잡고 꼬드겼다. “급히 서둘러서 좋은 세 가지가 있네. 하나는 역병을 피하는 일이고, 또 다른 하나는 곤경에 처한 장소에서 달아나는 것이고, 나머지 다른 하나는 빈대, 벼룩 잡는 일이네.” “다른 것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소만, 벼룩 잡는 것은 빠를수록 좋겠지요.” “임자는 왜 그렇게 말이 많은가.” 두 사람은 예정했던 대로 내성 떠난 지 사흘째 되던 날 샛재 비석거리에 당도하였다. 중도인 밭재의 밥자리와 빛내골에서 내성길로 나선 행상들과 마주쳤으나 정한조가 행수로 있는 소금 상단은 아니었다. 샛재 숫막의 월천댁은 담꾼과 일행이 되어 회정하는 배고령을 알아보고 알은체하였으나, 마침 그 어름에 들이닥친 상단들을 수발하느라 엉덩이에 불이 붙어 있었다. 월천댁 숫막에 사처를 잡자, 동행한 차인꾼은 남의 속내도 모르고 해가 나절가웃이나 남았으니 내처 말래까지 가자고 짓조르고 들었으나 배고령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월천댁과 노닥다리 중노미가 길손들 수발에 숭어뜀을 하며 정신없이 돌아가는 틈을 타서 배고령은 정주간을 가로질러 구월이가 거처하는 방문 앞으로 다가가 속삭였다. “구월이. 나 왔네.” 방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야무진 한마디가 새어 나왔다. “알고 있었어요.” “엄니는 길손들 수발에 분주한 터에 방 안에서 무얼 하나?” “깨어진 바가지 꿰매고 있어요.” “달이 뜰 임시에 묫자리로 나오게.” “누가 보기 전에 문 앞에서 얼른 비켜나세요.” 봉노에서는 조금 전에 당도한 상단들이 모여 앉아 밥을 먼저 먹을까, 술추렴을 먼저 할까를 두고 양단간에 담판들 한답시고, 부질없이 다투고 있었다. 방바닥이 헐벗은 각설이 불알이라고 강짜를 놓아 늙은 중노미는 군불 지피느라 바쁘고, 월천댁은 조껍질로 담근 술을 거르랴 초벌 안주 마련하랴 오지랖 챙길 겨를도 없었다. 정주간에서 나온 배고령이 시치미를 잡아떼고 봉노로 돌아와 다리쉼을 하였다. 차인꾼은 밥자리나 숙소참을 만날 때마다 술을 퍼마셨으니 저녁 먹을 일이 없었고, 그는 밥 먹을 경황이 없었다. 배고령 밤이 이슥하기를 기다렸다가 구월이와 약조한 장소인 묫자리를 찾았다. 5월이지만, 산속의 야기는 아직도 차가웠다. 비석거리 왼편으로 소나무들이 울창한 산기슭을 타고 조금만 오르면 두 사람이 밀회 장소로 자주 이용하였던 무덤 하나가 나타났다. 십이령 벼랑길가에는 그 무덤 말고도 주인 없는 무덤이 여럿이었다. 모두 그 길을 내왕하며 살았던 보부상들의 무덤이었다. 후사를 두지 않았으니 명절이 되어도 무덤을 찾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만나기로 약조한 무덤은 바로 구월이를 낳아 준 아비의 무덤이었다.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곡절을 묻는 거조가 길세만의 면목을 알고 있을 것 같아 냉큼 그렇다고 대답하고 얼른 봉당으로 다가서며 환원수작 나눈 뒤 어디서 온 상단이냐고 물었다. 행수로 보이는 자가 듣고 있다가 봉당 모서리에 대고 곰방대의 담뱃재를 툭툭 털고 나서, “봉당이나마 우선 좌정하시지요. 보아하니 종일 쏘다니느라, 고단하시겠소.” 나이는 사십대 후반으로 보였고, 허우대는 부상들이 언제나 그러하듯 이목구비가 큼직큼직하였다. 역시 입성도 깔끔했다. 배고령이 다시 어디서 온 상단이냐고 물었다. “차차 아시게 되리라 믿소만, 우리도 한때는 뜨내기 행상으로 저잣거리에 당도하면 접소나 사처 잡는 숫막을 바로 고단한 몸을 누일 수 있는 집으로 여겼지 않습니까. 그러나 지난해부터 선달산 아래에 있는 오동나무골(梧田) 생달이라는 마을에 정처를 두고 살면서 옥돌봉 아래에 있는 박달령을 넘어 내성이나 현동 저자, 구룡산 아래 도래기재를 넘어 영월 태백의 물상객주로 드나들고 있지요. 여기서 150리에 상거한 충청도 단양은 풀방구리에 생쥐 드나들듯 수월하게 내왕하고 있지요.” 오동나무골 생달 마을이라면 곽개천이 지난날 포수 생활할 적에 발견한 약수터가 시오리 상거에 있는 곳이란 생각이 번쩍 들었다. 게다가 지난번 화적들에게 목숨을 잃었던 차인꾼을 옥돌봉 기슭 노루막이에 묻어준 기억도 없지 않았다. “그곳에 약수터가 있지요, 아마?” “잘 알고 계십니다그려. 우리는 약수터와 시오리 정도 떨어진 골짜기에 정처를 정해 살고 있습니다. 봉황은 오동나무에만 내려앉는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가근방에서는 그만 한 길지가 없겠다 싶어 골짜기에 띄엄띄엄 토담집을 짓고 접소로 쓰기도 하고 보행객주도 열어 그럴싸한 저잣거리를 찾아 헤매는 행상들이나 고단한 길손들이 쉬어가도록 주선하고 있습니다. 물도 귀하지 않고, 찬바람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통팔달이어서 내왕 행보가 앉아서 떡 먹기보다 손쉽지요. 강원도의 영월과 태백, 울진의 흥부장, 충청도의 단양과 영주, 경상도의 내성과 안동의 경계를 멀어야 150여 리 내외 행보에서 드나들 수 있지요. 적어도 사방 200여 리에 상거한 고장에서 나는 토산품이나 유기 같은 물화의 시세를 손금 들여다보듯 환하게 꿰뚫어 볼 수 있어 길미를 챙기기에도 가근방에서는 오동나무골 생달만 한 곳이 없지요. 그래서 시생들의 형세가 기운 적이 없답니다.” “그렇다면 모두 가솔을 거느리고 있겠군요?” “정착한 원상들이 열 안짝으로, 가솔들을 거느린 동배간도 있지만 대부분 엄지머리로 지낸답니다.” “언사가 매우 순박하십니다.” “정착하고 난 뒤 안정을 찾은 덕분이겠지요.” “오동나무골 얘기는 소문을 들어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대면하기는 처음입니다. 거래하는 물목들은 무엇이오?” “곡물과 약초와 피륙입니다.” “시생이 사람을 찾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아셨지요?” “이틀 전에 이곳 어물 도가 포주인을 회술레 돌리는 것을 보았고, 노형께서 동배간의 행방을 찾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요.” “소금 도가 포주인을 훼가출송시킨 것은 적당의 소굴을 섬멸하면서 얻은 결과입니다. 궐자뿐만 아닙니다. 십이령길 곳곳에는 신표도 갖지 않은 무뢰배가 원상 행세하며 창궐하여 장시의 풍속이 개차반된 지 오래지요. 십이령길 내왕 행보에도 그런 왈짜들이 들끓고 있지요. 이들 모두를 소탕해야 장삿길 소통이 원만해지겠지요.” “우리 행중도 얼마 전 검은돌 마을에 소금을 거래하러 갔다가 그곳에 박힌 돌 행세하는 무뢰배에게 둘러싸여 숫막의 술동이가 비도록 술을 사고 나중에는 전대까지 털려 거래는커녕 빈손으로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그처럼 크고 작은 폐해를 설혹 내성 아니라도 많이 겪고 있지요.” “용모단자는 없습니다만, 시생의 동배간은 본 적이 없으시군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사람도 발 달린 짐승이긴 마찬가지인데…. 사정이 다급하다면 꼭 내성 저잣거리에서만 머물 까닭도 없겠지요.”
  • 전문가 10명 중 7명 “4·1부동산 대책 미흡… 추가 정책 필요”

    전문가 10명 중 7명 “4·1부동산 대책 미흡… 추가 정책 필요”

    7월 들어 우려됐던 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이 현실로 나타나자, 전문가들은 정부의 4·1부동산 대책은 기간 및 효과면에서 시장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기엔 한계가 있었다며 추가 대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는 서울신문이 국내 부동산 전문가 10명에게 4·1부동산 대책에 대한 평가 및 전망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올 한 해가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시험 기간임을 강조하며 이 과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경기가 불투명한 내년 이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암울한지는 수치로 봤을 때 여과 없이 드러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주택 매매 거래량은 총 12만 9907건으로 지난해 동월 거래량(5만 6922건) 대비 128.2% 증가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2006년 12월 13만 7848건을 기록한 이후 월별 거래량으로 6년 반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6월 거래량으로는 정부가 실거래가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다 물량이다. 지난 5월(9만 136건)과 비교하면 44.1% 증가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서는 주택 거래량이 뚝 끊겼다.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의 경우 지난달 9025건이었지만 7월에는 10분의1도 안 되는 630건에 그치고 있다. 이런 현상과 관련, 전문가 10명 중 7명은 세제·금융·청약·개발부문 등 종합적인 추가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연말까지 1가구 1주택자의 9억원 이하 85㎡이하 주택 구입 시 5년간 양도세 혜택,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취득세 면제 등 대책이 남아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세제부문의 경우 취득세·양도세·보유세제(종부세·재산세) 기본세율을 영구 인하할 것을 주장했다. 또 4·1대책 가운데 국회에 계류 중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관련 법 개정안이 하루속히 처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부문의 경우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의 전면 해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청약 1, 2, 3순위제와 분양가 상한제도 폐지해야 할 대상으로 꼽았다. 임현묵 신한은행 투자자문부 부동산팀장은 “취득세·양도세 면제 기간을 늘려 정책의 장기 신뢰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금융권 대출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매매 심리도 살아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도 “돈 있는 사람이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규정을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단기 대책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은 하반기 경제가 다소 회복된다면 거래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 기초한 것이다. 김리영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20여 차례의 대책 발표가 있었지만 영향은 단기에 그치거나 시장 내성만 쌓인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단기적인 추가 대책보다는 중장기적인 측면에서의 방향을 제시하는 게 시장 안정에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중장기 로드맵에 맞춰 세부 방안과 대책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설문에 참여하신 분(가나다 순) 김리영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김성용 씨알 피플앤씨티 대표, 김세기 한국감정원 부동산분석부장,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심형석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임현묵 신한은행 투자자문부 부동산팀장,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 허강무 한국부동산연구원 연구조정실장.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배고령은 차인꾼 한 사람과 동행하여 길세만을 찾아나섰다. 정한조의 말대로 그의 성품이나 버르장머리를 속속들이 꿰고 있는 사람은 행중에서 배고령 한 사람뿐이었다. 행중 사람들이 짐작했던 것처럼 투전판보다는 색주가 갈보들에게 혼이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갈보는 그의 전대가 완전히 거덜나서 먼지가 풀썩풀썩 날 때까지는 사타구니에 끼고 뱉어내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평소 길세만은 장삿길보다는 간색에 정신이 팔려 실성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는 성품이었고, 장가도 들지 않은 형편이어서 고향에 공양할 사람도 없었다. 애틋하게 아끼는 계집사람도 없는 형편이어서 애써 번 푼돈이라도 아낄 줄 몰랐다. 필경 담벼락에 용수를 내걸고 떡 벌어진 술청을 차린 소문난 색주가보다는 고샅길 안쪽에 숨어 있는 허름한 선술집 뒷방에 계집과 함께 홀딱 벗고 누워 있을 게 분명했다. 보부상들은 자나깨나 한결같이 옷을 벗고 잠을 청한 적이 없기 때문에 물것들을 몸에 달고 살아 옷 한 번 벗고 자는 것이 평생소원이기도 했다. 일행 중에서도 길세만이 걸핏하면 옷을 벗었다. 그러나 낮 동안 윤기호의 훼가출송으로 내성 저잣거리가 발칵 뒤집힐 정도로 야단법석을 떨었는데, 그것까지 나 몰라라 하고 계집을 사타구니에 끼고 누워 있을 만치 그의 배짱이 두둑했을까. 그런 의심까지 들었으나, 배고령은 차인꾼을 데리고 색주가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번 일로 길세만이 소금 상대에서 윤기호처럼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뒤통수를 짓눌렀다. 계집을 좋아하는 병통이 있어서 곧잘 빈축을 사긴 하지만, 사람의 심덕 한 가지는 무던해서 남을 해코지하는 일은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날씨를 알아맞히는 재간은 일행보다 하루이틀이 빨랐다. 보통 비가 내릴 조짐이 있으면 지렁이가 땅 위로 올라온다든지, 고추잠자리가 낮게 난다든지, 개구리가 지악스럽게 운다든지 하는 징조가 보이지만 길세만의 한마디보다 정확하지는 않았다. “보게 배고령. 내 어깨가 결리는 것을 보니, 내일은 비가 오겠는걸.” 한마디하면 내일쯤은 반드시 비가 내렸다. 소금 섬이나 건어물과 미역 짐을 지고 다니는 소금상단에서는 언제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리는지 하루나 이틀 전에 알아맞히는 사람이 행중에 있다면, 시세를 결단하고 점락(漸)이나 안매(安賣)를 막는 데 크게 한몫을 하는 셈이었다. 그래서 정한조도 날씨가 수상해 보이거나 말래를 발행할 임시에는 반드시 길세만을 불러 어깨가 아프지 않느냐고 묻곤 했다. 이러저러한 연유로도 길세만의 은신처를 반드시 찾아내야 했다. 그러나 두 사람만 내성에 떨어뜨리고 소금을 곡물로 바꾼 상단은 다시 말래로 떠난 지가 이틀이 지났다. 이틀 동안 서캐 잡듯 내성과 현동 저자의 술청거리를 뒤졌으나 길세만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보통 울진의 흥부장 쪽에서 온 소금 상단이 떠나면 내성의 색주가는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고 7, 8일 후에 소금 상단이 다시 회정하면 색주가는 다시 초파일의 절간처럼 야단법석이 되었다. 배고령은 이틀 동안이나 길세만을 찾아 동분서주하던 끝에 어떤 허름한 숫막 봉노에서 10여 명이나 되는 상대들과 마주쳤다. 면목을 찬찬히 살펴보았으나 안면이 익숙한 사람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그들은 좁은 봉노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거동이 살얼음 밟듯 조용조용한 편이었는데, 입성들이 중구난방인 소금 상단들과 달리 매우 깨끗하고 언사도 차분했다. 그중 행수로 보이는 자가 문밖에서 궁싯거리며 숫막을 살피는 배고령을 보고 물었다. “노형께서는 사람을 찾으시오?”
  • 물 오른 여름, 물 만난 축제

    물 오른 여름, 물 만난 축제

    이른바 ‘7말 8초’가 코앞이다. 국민 대다수가 휴가를 떠나는 시기다.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피서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물축제를 준비했다. 물놀이와 축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수변 축제를 꼽았다. 먼저 ‘2013 정남진 장흥물축제’에 주목하자. 26일~8월 1일 전남 장흥 탐진강과 편백숲 우드랜드 등에서 열린다. ‘물과 숲-휴(休)’가 올해의 주제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열린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방문객이 늘고 있다. 올해 겨우 6회째지만, 한국소비자브랜드위원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브랜드 대상’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수상할 만큼 ‘인기 폭발’이다. 무엇보다 맑고 시원한 물이 인기 비결이다. 해마다 물축제 기간에만 탐진강 상류 탐진호의 수문을 여는데, 수문을 나설 때 약 16도였던 차가운 물이 햇빛을 받으며 7㎞ 정도 장흥 읍내까지 흘러가는 동안 22~23도의 시원한 온도로 바뀐다. 축제 장소도 빼놓을 수 없다. 탐진강은 은어가 뛰어놀 만큼 원형이 잘 보존된 강으로 꼽힌다. 편백숲 우드랜드는 40~50년 된 아름드리 편백나무가 100㏊에 걸쳐 군락을 이룬 곳이다. 군데군데 삼나무도 섞여 있어 ‘피톤치드의 보고’라는 상찬을 받고 있다. 축제의 핵심 프로그램은 세 가지다. ‘지상 최대 물싸움’은 악당(진행요원)과 관광객이 편을 짜서 물싸움을 벌이는 이벤트다. 물총과 물풍선, 물대포에 소방차와 헬기까지 동원된다. ‘천연 약초 힐링 풀’은 재미와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힐링 물놀이다. 편백과 표고버섯, 헛개, 석창포, 매실, 다시마 등으로 이루어진 약초 풀을 오가며 물놀이를 즐긴다. ‘맨손 물고기 잡기’도 준비됐다. 축제기간 오후 3~5시 열린다. 다양한 수상 놀이시설도 마련됐다. 슈퍼 슬라이드는 강물 위에 설치된 대형 슬라이드를 타고 물 속으로 질주하는 놀이기구다. 편백나무를 이용한 뗏목과 오리보트, 수상 자전거, 희망의 줄배 등 탈것들도 인기를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탐진강 한쪽엔 수영장과 얼음 이글루도 마련된다. 정남진 물축제추진위원회 (061)860-0828~30. 강원 화천에선 27일~8월 11일 화천쪽배축제가 열린다. 붕어섬 등 북한강변이 주무대다. 3~4인용 수상 자전거 ‘월엽편주’, 붕어섬 자전거길과 북한강 물 위를 오갈 수 있는 ‘수륙양용자전거’, 용머리를 단 ‘북한강 산천호’ 등 다양한 뱃놀이 기구들이 운영된다. 워터 슬라이드를 갖춘 ‘강변 물놀이장’과 어린이를 위한 ‘붕어섬 물놀이장’, 수생식물과 곤충을 관찰할 수 있는 ‘붕어섬 생태체험장’ 등의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캠핑마당’은 텐트를 제공하는 ‘예약 텐트촌’과 장소만 제공하는 ‘자율캠핑촌’으로 이원화됐다. 200동 규모인 예약텐트촌은 1박에 3만원이다. 이 가운데 2만원은 화천사랑상품권으로 돌려 준다. 자율캠핑촌은 1박에 2만원이다. 역시 1만원은 상품권으로 돌려준다. ‘대한민국 창작쪽배 콘테스트’도 함께 열린다. (재)나라 1688-3005. 경북 봉화 내성천에선 27일~8월 3일 봉화은어축제가 열린다. 대표 프로그램은 은어 잡기다. ‘어획량’ 늘리는 비결은 간단하다. 시작과 동시에 물의 유입구, 혹은 퇴수구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사람들에 놀란 은어가 몰리는 곳이 대부분 물이 들고 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여러 명의 참가자들이 원을 그린 뒤 점차 폭을 좁혀가며 잡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잡은 은어는 곧바로 구워먹는다. 축제장 곳곳에 굼터가 마련돼 있다. 은어잡이 입장료는 어른 1만원이다. 이 가운데 4000원은 봉화군내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봉화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봉화군청 문화관광과 (054)679-6311~6.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땀띠공원에선 8월 2~11일 ‘평창더위사냥축제’가 열린다. 땀띠물은 지하에서 솟아오르는 냉천수다. 이 물로 목욕을 하면 몸에 난 땀띠가 씻은 듯이 사라진다고 해서 이름 지어졌다. 은어·송어 맨손잡기, 대화천 반두 물고기 잡기 등 천렵 프로그램과 감자캐기, 땀띠물 족욕하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입장료는 천렵 프로그램 각각 1만 5000원, 캠핑 2만 5000원, 텐트임대캠핑 3만원이다. 이 가운데 5000원은 대화면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으로 돌려준다. 군악대 연주 등 매일 밤 다채로운 콘서트도 열린다. 평창더위사냥축제위원회 (033)334-2277.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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