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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 그만봐라” 꾸중 초등학생 목매 숨져

    ‘텔레비전을 그만 보고 공부해라.’는 부모의 꾸지람을 들은 초등학생이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22일 오후 10시20분쯤 노원구 모 아파트 1층 방에서 초등학교 5학년생 A군이 창문틀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어머니 B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군의 어머니는 경찰에서 “아들에게 텔레비전 드라마를 그만 보고 공부하라고 했더니 토라져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조용해서 아무 일도 없는 줄로만 알았는데 설거지를 끝낸 뒤 텔레비전을 보게 하려고 방에 들어갔더니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A군은 평소에도 어른들의 꾸중을 들으면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이불을 뒤집어 쓰는 등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 방심의 끝은

    ‘스트레스를 참는 것은 미덕이 아니라 병을 먹는 일이다.’현대인이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스트레스에 대해 전문의들은 이렇게 경고한다. 각종 질병의 발생과 경과, 치료 예후에 스트레스가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말이다. 이에 대해 ‘스트레스를 어떻게 파악하고, 진단할까?’하고 의아해 하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현대의학은 이런 분야에도 빼어난 과학성을 적용하고 있다. 스트레스, 어떻게 진단하며 우리 몸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 심장병 스트레스 관련 대표적인 질환이 심혈관계 질환이다. 연구결과 스트레스와 관상동맥질환, 고혈압, 혈전증 등의 심장병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많은 의사들도 스트레스, 특히 직업스트레스가 관상동맥질환과 심장발작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믿고 있다. 미국에서의 연구 결과 목표 지향적이고 높은 경쟁심을 가진 유형은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기 쉬우며, 낙천적이고 여유 있는 유형보다 심장병 발생률이 3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 비만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체중 감소를 유발하는 대사가 활발해지지만 실제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과식과 불규칙한 식사를 하게 되며, 운동 부족 등으로 비만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비만은 고혈압, 심장병, 동맥경화를 일으키며 부정맥, 간경화, 당뇨, 담석, 관절염과 각종 암 등의 발병률을 크게 높인다. # 당뇨 스트레스를 받으면 간에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되어 있는 당분이 배출되고 동시에 혈액에서 당분을 제거하는 주요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의 분비는 억제된다. 이런 반응은 달리기나 격투에는 적절하지만 일상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한 당분은 소비되지 않고 그대로 체내에 남아 당뇨병을 유발하거나 이미 발생한 당뇨병을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 피부질환 한 통계에 따르면 피부질환의 40%가 스트레스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의사들은 스트레스와 피부질환의 상관성이 이보다 더 크다고 본다. 긁어서 발생하는 피부병, 성기 주변의 가려움증 등은 스트레스가 원인이며, 많은 피부질환의 원인은 사회적 부적응에 따른 스트레스이다. # 궤양 대부분의 궤양 증가는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스트레스와 관계가 있으며, 궤양을 가진 사람은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스트레스는 궤양의 원인이면서 동시에 궤양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뿐만 아니라 민감한 반응에 따른 산의 분비로 인해 치료를 어렵게 한다. 불안, 스트레스가 위산과 펩신 분비를 높여 궤양을 유발하는데, 이는 미주신경의 활성화로 인한 위산 과다가 원인이다. 공복시의 복통, 식후의 불편감, 소화불량 등이 주요 증상이다. # 면역력 약화 스트레스로 인해 분비된 코티졸 호르몬은 흉선과 임파선의 임파구 수를 줄여 면역기능을 약화시키며, 이 때문에 각종 감염 질환은 물론 암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 # 알코올 남용 및 흡연 의존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해 술에 의존하게 된다. 신체 대사에 관한 알코올의 영향은 그 자체가 스트레스와 유사해 아드레날린과 코티졸을 증가시킨다. 이에 따라 일시적인 진정 및 긴장완화 역할을 하지만 알코올 자체가 각종 신체적 문제를 일으키며 마실수록 내성을 증가시키는가 하면 사회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 해소능력도 떨어뜨린다. 흡연은 스트레스에 대한 가장 흔하면서도 나쁜 대응이다. 흡연자들은 담배를 긴장완화의 수단으로 여기지만 흡연의 진정 효과는 일시적이며, 체내에 흡수된 니코틴은 스트레스와 같은 영향을 미친다. # 정신장애 스트레스는 뇌의 지각과 근육운동 및 행동을 조정하는 신경계에 영향을 준다. 가장 흔한 증상은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 기능장애와 관련된 우울증. 스트레스는 신경내분비계 호르몬의 이상과 우울증의 정신적인 변화를 관장하는 신체시스템의 이상을 초래, 정신병을 일으키거나 기존의 정신병 증상을 더 악화시킨다. # 불면증 스트레스로 인해 가장 빨리 나타나는 증상이 불면증이다. 스트레스가 코티졸 분비를 촉진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과다한 코티졸이 수면을 방해, 결국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크게 감소시킨다. 또 스트레스를 이기려고 약물을 남용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불행하게도 이런 약물 복용은 스트레스 자체를 해소하는 게 아니라 증상을 일시적으로 경감시킬 뿐이다. 이런 목적으로 흔히 사용하는 약물로는 마약류나 중추신경자극제, 신경안정제 등이 있다. # 성기능 스트레스는 남녀의 성기능도 크게 떨어뜨린다. 발기불능, 조루, 성적불감증과 자신감 상실 등과 같은 성기능장애는 스트레스와 직접 관련이 있다. 특히 교감신경의 과도한 자극은 발기불능과 성적인 자극에 대한 감수성 저하 같은 문제를 일으키는가 하면 남자의 경우 체내 코티졸 함량이 높아져 정자의 수가 줄고 여자는 배란이 늦어져 임신 가능성을 줄인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도움말:유범희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 흡연·폐암 연관성 7년공방 오늘 법정 결판

    흡연·폐암 연관성 7년공방 오늘 법정 결판

    국내 첫 담배 소송 판결이 18일 오후 2시에 내려진다.1999년 9월과 12월 폐암환자와 가족 등은 “담배를 피우다 폐암 등에 걸렸다.”며 담배인삼공사(현 KT&G)를 상대로 4억여원의 배상 소송을 냈다. 그동안 원고측 암환자 4명은 사망했다. 이번 소송 사건은 일반적으로 6개월을 넘기지 않는 민사 재판의 통례를 깨고 만 7년 이상 지루하게 전개돼 왔다. 선고를 앞두고 양측의 쟁점을 정리해 봤다. ●원고·피고 양측의 견해 소송의 쟁점은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 ▲니코틴의 중독성 여부 ▲흡연의 위험성에 대한 고지 ▲제조물책임법(PL법) 적용 여부 등 4가지다. 우선 원고측은 흡연자가 폐암에 걸릴 확률이 비흡연자보다 10.8배 높다는 미국 정부의 보고서를 근거로 담배가 폐암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하지만 암은 수많은 요인에 의해 발병할 수 있기 때문에 원고측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KT&G측은 주장한다. 니코틴의 중독성에 대해서 원고측은 대부분의 흡연자가 금연을 원하지만 좀체 끊지 못하는 현실을 강조했다.“흡연자의 70%가 담배를 끊고 싶어하지만 고작 2.5∼3%만이 성공한다.”는 미국의 니코틴 중독 전문가 닐 베노위츠 박사의 미국내 법정 증언을 논리의 근거로 든다. 반면 피고측은 니코틴의 내성(耐性)이 심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헤로인과 같은 약물은 투여량을 점차 늘려가야 효과를 보는 내성이 강하지만, 니코틴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원고측은 또 KT&G가 구체적인 유해성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상적으로 유해하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으로 담배 속에 4000여종의 독성물질과 40종의 발암물질이 있다고는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피고측은 “흡연의 유해성은 담배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조선시대부터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임광욱기자 limi@seoul.co.kr ■ 외국 판결은 어떻게 났나 원고측은 외국에서의 최근 판결 경향도 강조하고 있다.80년대 말까지는 흡연자의 책임을 강조해 모두 패소했지만 담배회사의 내부문건이 폭로되면서 90년대부터 양상이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담배회사가 폐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대중을 속여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겹쳐 거액의 배상금이 선고된 사례가 있다.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40년간 담배를 하루에 두 갑씩 피우다 폐암에 걸렸다며 담배회사 필립 모러스를 상대로 소송을 낸 리처드 보켄의 손을 들어주었다. 보켄은 최종적으로 5550만달러(약 520억원)를 배상받았다. 그러나 피고측은 이런 승소 사례가 아주 예외적인 것이라고 반박한다. 미국에서 현재까지 약 8000건의 흡연 관련 소송이 있었으나 2003년까지 배심 차원에서 원고가 승소한 것은 16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23건의 흡연 소송이 있었는데 모두 패소했다고 KT&G는 주장하고 있다.
  • 낙동강 마지막 주막 옛모습 되살린다

    낙동강 마지막 주막 옛모습 되살린다

    ‘낙동강 700리의 마지막 주막을 아십니까?’ 경북 예천군은 지은 지 100여년이 돼 심하게 훼손된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 삼강(三江)주막을 원형복원키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올부터 3년간 총 12억원을 들여 주막의 초가지붕 등 원형을 그대로 복원하고 주모가 있는 옛 모습까지 재현할 계획이다. 또 낙동강 물길 조성을 비롯해 나루터와 나룻배 복원, 꽃공원 조성 등을 통해 주막 일대를 관광명소화하기로 했다.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이 합류하는 강나루에 있는 8평 남짓한 삼강주막은 1900년쯤에 지은 것으로 한 평 크기의 방 두 개와 다락·부엌·툇마루 등으로 돼 있다. 그러나 지금은 건물 전체가 강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 데다 초가지붕은 슬레이트로, 황토 방바닥은 시멘트로 바뀌어 제 모습을 잃은 상태다. 1995년 10월 이 주막의 2번째 주인이자 주모였던 유옥연 할머니마저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 주막은 텅 비어 있었다. 유 할머니는 16세 때인 1932년 이 마을 배소봉(50여년전 작고)씨와 결혼해 70여년간 주막을 지켰다. 이 주막은 일제 말기까지만 해도 낙동강 하구에서 싣고 온 소금과 내륙의 쌀을 물물교환하던 상인 등을 비롯해 시인, 묵객들이 많이 찾던 곳이다. 소금배가 사라진 뒤에는 강을 건너 서울, 대구 등지로 가려는 사람들로 붐비기도 했으나 나룻배가 사라진 1970년대 들어 다리를 놓고 둑을 쌓으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삼강주막은 지난 2005년 경북도 민속자료(제304호)로 지정됐다. 예천군 관계자는 “삼강주막 복원과 함께 산 너머에 있는 회룡포 마을 등 향토유적과 연계, 관광벨트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천 김상화기자 shkim@seou..co.kr
  • 쇼트트랙 젊은 ★ 떴다

    한국 여자쇼트트랙의 ‘미래’ 양신영(17·분당고)이 처음 나선 국제대회에서 4관왕에 올랐다. 양신영은 15일 체코의 믈라다 볼레슬라프에서 막을 내린 국제빙상연맹(ISU) 세계주니어쇼트트랙선수권 여자 1000m 결승에서 1분32초394의 기록으로 대표팀 막내 박승희(서현중)를 0.113초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1500m 슈퍼파이널에서 우승한 데 이어 2000m 계주 결승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전날 1500m 우승에 이어 3개의 금메달을 잇달아 추가한 양신영은 이로써 여자부에 걸린 총 5개의 금메달 가운데 4개를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유치원 시절인 7살 때 양신영은 허약 체질을 바꾸기 위해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신었다. 어머니 김문자(45)씨는 “신영이가 출산 일주일 뒤에도 2.6㎏에 불과했고, 이후에도 몸이 약했다.”면서 “단지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스케이팅을 시켰다.”고 말했다. 2004년 분당 불곡중 시절 양신영은 종별대회 여중부 1000·3000m에서 대회신기록을 세우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이듬해 회장배대회와 동계체전에서 우승,‘될 성 부른 떡잎’으로 인정받았다.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평소 “현수 오빠나 선유 언니처럼 올림픽 메달 입상 이전에는 아무에게도 쇼트트랙을 탄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다닐 만큼 야무진 성격이다. 남자부에서는 이정수(18·광문고)와 신우철(20·한국체대)이 각각 3관왕과 2관왕에 올랐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일본 ‘잃어버린 10년’서 배우자

    일본은 1990년대초 경제를 떠받치던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잃어버린 10년’에 접어들었다. 이를 근거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면 우리 경제도 장기적인 침체에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지만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하루빨리 부동산을 안정시키는 것이 장기적인 면에서 옳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적지않다. 일본 부동산 열풍은 80년대 초 시작됐고 85년을 기점으로 광풍으로 번졌다. 당시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의 가치가 치솟자 일본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투자를 권장했다. 막대한 자본은 부동산으로 몰렸다. 도쿄, 오사카 등의 땅값이 급등해 “일본을 팔면 미국대륙을 산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일본 대도시와 상업지역의 땅값은 90년 9월에는 5년 전보다 무려 400%나 올랐다. 일본 정부는 금리정책을 통해 부동산 광풍을 잠재우려 했다.90년초 재할인금리를 2.5%에서 6%로 급격하게 올렸다. 그 결과 대출은 말랐고 부동산 거품은 꺼졌다. 하지만 부동산을 담보로 시중에 나돌던 9000조엔이 사라졌다. 일본의 사례는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우선 금융권의 무원칙적인 대출이 부동산 열풍을 불러온 점이다. 또 그 열풍을 잡기 위해 정부가 금리규제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규제정책으로 선회한 뒤 일본 경제가 장기침체됐다는 사실을 들어 부동산 대출을 옥죄려는 우리정부의 정책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본경제 전문가인 LG경제연구원의 이지평 연구위원은 “금리인상을 통한 부동산 견제는 경제적 피해가 크다.”면서 “금리 수준도 파격적이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를 소폭으로 올리면 효과는 별로 없고 기업의 설비투자를 악화시키는 등의 부작용만 낳을 수 있어 금리정책에 대한 ‘내성’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은 “한국의 거품은 일본처럼 거시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고 서울, 수도권 등 일부지역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일본의 부동산 붕괴 직전보다는 거품 형성 초기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박덕배 연구위원은 “전반적인 침체기에 거품이 시작된 한국의 상황이 더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리규제 정책은 때를 놓쳤다.”면서 “주택공급을 늘리고 장기적인 금융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정부는 거품이 빠진 뒤 부동산 거래세를 인하하고 공장부지를 상업시설로 전환하는 데 따른 규제도 완화했다. 부동산 정보공개 시스템을 정비해 거래의 투명성도 높였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겨울 이색 실내 레포츠

    겨울 이색 실내 레포츠

    겨울이면 꼼짝 않고 따뜻한 아랫목만 끼고 사는 사람들이 늘게 마련이다. 자연히 몸도 마음도 둔해지기 십상. 추위와 일조량의 감소가 누적되면 체내에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 쉽게 우울해지기도 한다. 바깥 출입을 활발히 하고 활동량을 늘리며, 겨울철 레포츠나 취미생활로 기분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추위를 특별히 많이 타거나, 별도로 시간을 내 야외로 나가기가 쉽지 않은 사람이라면, 실내 레포츠를 통해 체력을 단련하고 생활의 활력도 키우는 게 어떨까. 일본이나 영국 등의 경우처럼 초대형 실내 스노 리조트(snow resort)는 아니더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운동과 레저를 겸할 수 있는 실내 레포츠 시설은 국내에도 얼마든지 있다. 김연아 선수의 세계 제패 이후 붐이 일고 있는 겨울 스포츠의 꽃 피겨스케이팅과 빙벽등반, 그리고 사격 등 실내 레포츠를 소개한다. 글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실내빙벽 등반은 2005년 11월 서울 우이동에 복합실내등반센터인 오투월드(www.o2o2.co.kr)가 국내 최초로 실내 인공 빙벽장을 열면서 시작됐다. 산을 오르는 이들에게 산소(O) 같은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뜻에서 이름도 오투월드로 지었다는 것. 이 실내등반센터의 인공빙벽은 높이 20m,7층건물과 맞먹는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실내빙벽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기도 하다. 빙벽을 오르고 싶어하는 등반객들에게 시간과 거리의 제한을 없애준 것이 가장 큰 장점. # 24시간관리 자연빙벽보다 안전 요즘 날씨가 추워지면서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마니아들이 찾아 실내빙벽을 오르내리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업체 김규방(60) 사장은 “설악산의 토왕성 폭포 등 국내 자연 빙벽장은 12∼2월 사이에만 열려 시간상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또 많은 등반가들이 일시에 몰리면 무너질 위험도 있죠. 이에 반해 실내 인공 빙벽장은 빙벽을 24시간 관리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자연 빙벽보다 안전합니다. 또 길이가 20m나 되기 때문에 자연 빙벽에 견줄 만하죠. 항상 영하 5℃가 유지돼 자연 빙벽을 오르는 스릴을 그대로 맛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몸의 모든 부분을 이용하는 전신 운동이기 때문에 근력 발달에 더없이 좋은 효험을 안겨준다. 빠른 시간 안에 보다 높이 올라가는 레포츠이니만큼 순발력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장점은 정상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이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끈기를 길러 준다는 것이다. 방한복과 헬멧, 아이젠 등의 장비로 중무장한 채 자일을 타고 오르던 한 여성이 피켈로 빙벽을 내리찍자 이리저리 파편이 튄다. 결혼 이후 집안살림에만 매달렸던 주부 권경자(47·서울 영등포)씨. 여려 보이는 몸으로 힘차게 빙벽을 차고 올라간다. 권씨는 일주일에 두번 정도 이곳을 찾아 땀을 흘린다.“손과 발의 움직임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잡념이 모두 사라져요. 아이들 키우고 나서 할 일이 별로 없어져 우울증에 빠지는 중년 여성들이 얼마나 많아요.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추스르기에 딱 좋은 레포츠인 것 같아요.” 나도 할 수 있다는 성취감, 힘들여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쾌감이 그가 뽑는 빙벽 등반의 매력.“온 몸이 땀에 흠뻑 젖지만, 추운 줄도 몰라요. 꼭대기에 올라 매달린 종을 울리고 나면, 색다른 세계에 온 듯한 희열을 느끼죠. 평상시에도 빙벽등반을 위해 기본적인 운동은 해야 돼요. 그러다 보면 체중은 안 줄었어도, 몸은 훨씬 가벼워지고 탄탄해졌다는 것을 느끼죠.” # 쉰 넘긴 나이에도 군더더기 없는 몸매 실내 빙장은 심약한 주부 클라이머를 1년여 만에 강자로 탈바꿈시켰다. 하루 10여 차례 20m 높이의 빙벽을 오르내린 결과, 이달 말 국내 최고 높이인 설악산 토왕성 폭포 정복에 도전하게 된 것. 강원도 강촌의 구곡폭포를 맨처음 정복한 전완근(55·서울 동작)씨는 빙벽등반 경력만 35년째인 베테랑 등반가다.‘어센트 알파인 클럽(www.ascentclub.co.kr)’을 이끌며, 국내외 유명 빙벽 대부분을 정복한 산사나이.“빙벽등반은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과학적인 스포츠입니다. 자연의 웅장함 속에서 멋을 찾고, 사람들과 어우러지며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는 레포츠죠. 특히 내 뒤를 받쳐주는 동료를 믿고 빙벽을 오르다 보면 새로운 가족공동체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핵가족 시대에 또다른 가족이 생기는 셈이죠.” 쉰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군더더기 하나 없는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70세가 넘어서도 계속 빙벽을 오를 겁니다.” 회사원 나한석(34)씨는 에베레스트 등정을 목표로 삼은 4년 경력의 산악인.“육체적인 효과도 있지만,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많은 자신감을 얻는 것이 가장 큰 효과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빙벽등반에 도전할 제 아들을 위해 세살 때부터 턱걸이를 시켰어요. 지금은 자신감과 용기가 충만한 어린이가 되었지요.” 오투월드에서 만난 세 사람 모두 왜 힘들여 얼음 위를 오르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명확하게 답변을 하지 못했다. 아마도 정상에 올랐을 때의 희열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직접 체험해 보라는 뜻일 게다. # 실내빙벽을 오르려면 초보자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진행되는 4주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이 좋다.20만원. 주말반과 특별반도 운영하고 있다. 일일체험등반 요금은 5만원. 강습이 없는 시간대엔 자유이용도 가능하다.1만원. 빙장 내 온도가 영하 5℃로 유지되므로 방한복은 필수다. 빙벽화, 헬멧 등 빙벽등반에 필요한 장비 대여료는 1만 3000원. 사우나 등 부대시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문의 암빙벽팀 (02)908-8920.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권총사격 탕~ 산산이 부서지는 스트레스 베레타 권총을 든 채 표적지를 노려보는 박세나(25·경기 군포)씨의 눈매가 차가운 겨울날씨만큼이나 매섭다. 베레타는 일명 ‘주윤발 총’이라 불리는 10발들이 자동권총. 작고 가벼워 여성들에게 적합하다. 천천히 총구를 들어 지름 46㎝의 표적지를 겨냥한다. 밀린 신용카드 고지서나 직장 상사의 얼굴 위로 맥빠진 자신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탕∼ 총성과 함께 매캐한 화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 반동으로 인한 ‘치명적인 손맛’을 느낌과 동시에, 산산이 부서진 목표물이 스트레스마저 저 멀리 날려보낸다. 사격은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겨울 레포츠. 다소 섬뜩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실제 다른 레포츠보다 사고 비율이 훨씬 낮다. 스트레스 해소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총기를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여성들이 영화에서나 보았던 베레타, 루가, 글락 등의 명품 권총을 직접 쏴 보는 것은 그 자체로 짜릿한 스릴을 안겨준다. 강오석(32·서울) 사격코치는 “여성들이 사대에 서면 ‘긴장모드’가 시작되죠. 바들바들 떠는 것은 예사고, 한 발 쏘고 나서 놀라 뛰어 나오는 여성들도 있어요. 남자친구랑 왔는데도 놀라서 제 품에 안길 때는 난감하기도 해요.”라며 웃는다. 하지만 막상 사격을 끝내면 군대를 다녀온 남성보다 여성들의 점수가 더 잘 나오는 경우가 많다. 섬세함과 집중력이 뛰어나기 때문. 간혹 청바지를 표적지 삼아 쏜 다음, 구멍 뚫린 채 입고 다니는 여성들도 있단다. 한 달에 한번 정도 실내 사격장을 찾는다는 박세나씨는 “사격을 하기 위해서는 체력과 집중력 등 요구되는 것들이 많아요. 호흡조절과 고도의 정신집중도 필요하죠.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했을 때 느끼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의 정신건강에 더없이 좋은 것 같아요.”라고 사격예찬론을 펼쳤다. 박씨의 남자친구인 박재우(30·경기 안산)씨도 “두려움이나 거부감은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면 훌륭한 스포츠가 됩니다. 자기발전에도 도움이 되죠.”라고 거들었다. 권총은 작동방식과 구경(총구 안지름)에 따라 22·38·45 구경과 9㎜ 피스톨 등으로 나뉜다. 구경의 크기와 이용요금은 비례한다. 구경이 클수록 반동도 세져 그만큼 ‘치명적인 손맛’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초보자나 여성은 작은 구경의 총을 고르는 게 좋다. 작지만 예상외로 큰 반동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팔이 저릴 만큼 반동이 크고 정확도가 높은 45구경은 주로 마니아들이 애용한다.1라운드(10발)에 2만∼2만 5000원선. ■ 실내 레포츠 유의 사항 겨울엔 마음 먹은 대로 운동하기가 쉽지 않다. 추운 날씨 속에 무리한 운동을 하다 자칫 뇌졸중이나 협심증, 관절염 같은 병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긴 겨울 내내 건강을 위한 운동을 마냥 접어둘 수는 없는 일. 하늘스포츠의학 조성연 원장과 함께 ‘잘하면 보약, 잘못하면 독약’이라는 겨울철 실내운동 요령을 알아본다. # 겨울에는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하는 것이 좋은가? -외부 온도가 10℃ 이하가 되면 신체의 열손실을 증가시키므로, 가능하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자전거타기, 러닝머신에서 걷기, 조깅, 수영, 배드민턴 등의 운동이 좋다. 중요한 것은 평소의 운동량보다 20∼30% 줄어야 한다는 것. 또, 추위는 피부를 통한 체온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혈압이 높거나 혈액 순환에 장애가 있는 사람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겨울철 운동시 체온관리를 위해 모자와 장갑을 반드시 착용하여야 하며, 가능하면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 겨울 운동은 왜 위험한가? -추위는 우리 몸이 움직일 수 있는 관절의 운동범위를 제한한다. 이는 관절을 구성하는 건, 인대, 근육 등이 수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관절 주변의 인대와 근육이 손상을 입기 쉽다. 또 추위는 혈관 수축을 증가시키므로, 고혈압 환자는 뇌출혈이나 심근경색 등이 발생하기 쉽다. 고지혈증,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당뇨, 비만 환자도 이런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 다른 계절에 비해 겨울 운동의 효과와 좋은 점은? -겨울철에는 체온을 유지하는 데만도 10∼15%의 에너지가 더 소비돼, 조금만 움직여도 에너지 소모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체중 유지에 효과적이다. 신체의 움직임이 부족할수록 관절 주변의 기능은 감소하므로, 유연성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도 겨울운동이 필요하다. 또, 혈액순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겨울철 운동이 필요하다. # 겨울 운동 전 주의점은? -겨울철 운동의 핵심은 체온관리. 두꺼운 옷보다 얇은 옷을 여러 벌 입는 것이 좋다. 땀을 많이 흘릴 때를 대비해 여벌의 옷을 준비한다. 모자와 장갑은 반드시 착용할 것.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는 것도 필수다. 그리고 따뜻한 음료를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도움말:조성연 하늘스포츠의학클리닉 원장 ■ 겨울 운동 상식 O,X ●겨울에도 다른 계절과 똑같이 운동을 해야 한다?-X. 운동량을 줄여야 한다. 피로가 발생하기 쉽다. ●등산, 스키 중 술을 마시는 것은 도움이 된다?-X. 이뇨, 발한 작용으로 체온 감소를 증가시킨다. ●겨울철 운동 시 두꺼운 옷이나 땀복이 좋다?-X. 땀이 증발하는 과정에서 체온감소가 증가한다. ●겨울철 야외운동은 심장병이나 고혈압에 노출되기 쉽다?-O. ●겨울철 운동은 에너지소비량이 적다?-X. ■ 달리다보니 어! 내몸매 S라인!-피겨 스케이팅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듯 은반위를 내달리는 피겨 스케이팅. 운동효과는 물론, 예술적 감각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겨울 스포츠의 꽃이다.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초등학생부터 20대에 이르는 여성들. 피겨 스케이팅 강사 여승미(40)씨는 “김연아 선수의 세계제패 이후,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려는 초등학생들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수학능력 시험이 끝난 학생이나 시간여유가 있는 직장 여성들, 그리고 주부들의 문의전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여씨는 또 “어린이의 경우, 기초체력 향상과 지구력 강화, 그리고 앞, 뒤로 움직이며 운동을 하기 때문에 좌·우뇌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내성적인 아이는 활발해지고, 산만한 아이들은 차분해지는 성격교정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몸도 마음도 균형이 맞춰진다는 것이다. 서울 거여초등학교에 다니는 임채은(10)양은 “넉달 동안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면서 굳어진 몸이 많이 유연해지는 걸 느꼈어요. 집중력도 많이 좋아졌고요. 김연아 언니의 경기장면을 녹화해서 틈틈이 보고 있어요. 언젠가 저도 꼭 금메달을 딸 거예요.”라며 또렷하게 말했다. 체력을 기르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다리를 많이 쓰는 피겨 스케이팅은 하체 힘을 키우고 균형미를 갖추는 데 안성맞춤이다. 성인 여성의 경우 스케이팅 전후의 스트레칭으로 유연성을 기를 수 있다. 또 허리를 곧게 하는 등 자세 교정을 통해 아름답고 균형잡힌 몸매를 가꿀 수 있다. 여성 강습생들이 많이 몰리는 이유가 예술적인 분위기와 함께 이같은 운동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여씨는 “초보자들도 한시간 정도 뒤뚱거리면 얼마든지 탈 수 있다.”며 “1개월 정도만 연습하면 초보수준의 스핀이나 점프 등 기술도 구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들은 재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1개월이 채 안 걸리는 경우도 많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어디서 탈 수 있나 ●목동 아이스링크 피겨 스케이팅과 함께 쇼트 트랙 등을 전문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다. 평일 오후 2∼6시, 휴일 정오∼오후 6시. 입장료 어른 4000원, 어린이 3000원, 스케이트 대여료 기본 2시간 3000원, 초과 1시간당 1000원.(02)2649-8454.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국제 규격을 갖춘 세계 8번째 400m 실내링크. 스케이트장에서 주변 맛집으로 이어지는 태릉의 드라이브 코스는 ‘아이스링크 데이트’를 확실하게 마무리해 준다. 평일 오전 10시∼오후 7시(주말엔 7시30분). 입장료 어른 4000원, 어린이 3000원. 스케이트 대여료 3000원.(02)970-0501. ●고려대학교 아이스링크 아이스하키 전용 구장. 평일 오후 2시(휴일엔 정오)∼6시까지는 일반인도 이용 가능하다. 입장료 어른 4000원, 청소년 3500원, 어린이 3000원. 스케이트 대여료 3000원.(02)3290-4243∼4,(02)927-4195. ●광운대학교 아이스링크 빙상 경기를 유치하지 않아 개장 시간이 넉넉하다. 오전 10시∼오후 6시. 입장료 어른 4000원, 청소년, 어린이 3500원. 대여료 어른 3000원, 어린이 2500원.(02)909-3114,(02)940-5491. ●광주 실내 빙상장 광주도시공사가 운영하는 호남 유일의 실내 아이스링크. 오전 9시∼오후 6시. 입장료 어른 3500원, 어린이 2500원. 대화료 2500원.(062)600-6780. ●타워 아이스링크 대구 우방타워 2층에 위치한 전천후 실내 아이스링크. 우방 타워랜드, 두류공원 등과 가까이 있다. 오전 10시∼오후 9시. 입장료 어른 4500원, 어린이 3500원, 대화료 3000원.(053)652-5114.
  • [사설] 부작용 우려되는 획일적 대출 규제

    금융감독당국이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주택규모나 소재지에 관계없이 총부채상환비율(DTI) 40% 제한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연초부터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부동산 가격폭등의 주범인 과잉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방편으로 한국은행이 지급준비율을 높이고 외화차입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초고강도의 대책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대출 쏠림’에 이어 ‘규제 쏠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부 민간경제연구소들은 급격한 대출규제가 부동산 버블 붕괴로 귀착돼 과거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을 몰고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내외 시장참가자들이 꼽는 한국경제정책의 최대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최근의 대출규제도 마찬가지다. 부동산담보대출 급증과 과잉유동성 문제는 오래 전부터 예고됐음에도 통화당국이나 감독당국은 경기침체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애써 외면해왔다. 그러다 부동산문제가 국가경제 근간을 뒤흔들고 대통령이 집값만은 반드시 잡겠다고 하자 16년만에 지준율을 올리는가 하면 미국식 대출규제책을 황급히 도입하겠다고 난리다. 그러다 보니 시장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규제정책은 시장참가자들이 예상할 수 있도록 미리 충분한 경고음을 발하고, 시장이 내성을 키울 수 있게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경기변동 국면에서 ‘연착륙’이 정책목표로 설정되는 이유다. 따라서 금융감독당국은 획일적 돈줄 죄기가 몰고올 부작용까지 감안해 기준을 세심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운영자금을 담보대출에 의존하고 있는 영세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DTI 제한 비율을 상향조정해 숨통을 터줘야 한다.
  • [거리 미술관 속으로] (12) 리움 미술관 ‘엄마’

    결혼하고 나서 깨달은 것은 친정엄마가 태어날 때부터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엄마에게도 꿈많은 소녀, 아름다운 처녀 시절이 있었지만,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로 살아 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평범한 진리지만,30년 만에, 엄마의 일상과 닮은 삶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깊이 체감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Leeum)’ 야외조각 공원에 설치된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엄마(Maman,1999)’는 가슴에 소중한 알을 품은 암거미다. 첫 느낌은 공포다. 다리 8개를 사방으로 뻗은 거대한 몸집(9.27×8.91×10.23m) 때문에 가까이 가기에도 겁난다. 청동빛 근육을 흔들며 성큼성큼 다가와 덮칠 것만 같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다. 위태로움이 느껴진다. 그녀는 가늘고 긴 다리로 균형을 잡고 서있다. 다리 끝이 뾰족해 바닥에 간신이 뿌리를 내린 듯하다. 강풍이라도 불면 ‘휙’ 쓰러질 것만 같다. 안쓰럽다. 그녀는 자식을 처음 품은 새내기 엄마다. 흰색 알을 강철 우리(cage)에 품고, 자신의 몸처럼 보호하는데도 불안 속에서 떨고 있다. 새끼를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에 짓눌려 있는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엄마의 길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걸어간다. 루이즈 부르주아는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 조각가다.90세가 넘은 고령에도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녀는 여성의 삶에, 인간의 관계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일명 ‘거미 조각상’은 2000년 런던의 테이트 모던 갤러리의 개관전에 출품돼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총 6개 작품 중에서 삼성미술관이 4번째 엄마와 4번째 거미(Spider·1996)를 지난해 6월부터 전시하고 있다. 거미의 크기는 3.38×6.68×6.32m로 엄마보다 작다. 작가는 권위적인 아버지와 내성적인 어머니 사이에서 겪은 고통스러운 유년시절의 기억을 작품에 담았다고 한다. 그래서 고통과 불안, 연민이 쉼없이 교차한다. 강해 보이지만 상처받기 쉽고, 자식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암거미의 모습에서 친정엄마를 떠올린 이유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2006 희망 키우는 아이들] (2) 한글문화학교 몽골 어린이들

    [2006 희망 키우는 아이들] (2) 한글문화학교 몽골 어린이들

    “우∼와, 다 맞았어. 다 맞았어!” 1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정동의 한글문화학교에는 몽골 아이들의 해맑은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수학 문제집에 빨간 동그라미가 커다랗게 그려지는 순간 몽골 소녀 유정(가명·13·초등학교 4년)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수업을 맡은 정재은(26·여) 선생님이 “방학 때부터 유정이는 5학년 수학 문제집을 풀어도 되겠다.”며 머리를 쓰다듬자 유정이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퍼졌다. 수업에 지각한 춘식(14)이가 덩달아 들떠서 “선생님, 저도 채점이요!”라고 서둘다가 “넌 늦었으니 순서를 기다려야지.”라는 핀잔을 듣고 뾰루퉁한 표정을 짓는다. ●두 평 남짓한 교실에는 아이들의 희망 가득 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은 한국에 온 지 1년이 채 안된 몽골 아이들. 두 평 남짓한 교실에는 몽골 아이들 서너명이 짝을 이뤄 방과후 수업을 듣는다. 몽골인 중 경제 사정이 안 좋은 가정의 아이들이 많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생기가 넘쳤다. 유정이의 꿈은 가수가 되는 것.“한국 말을 열심히 배워서 좋은 직업을 갖고 싶어요. 아빠도 건강하게 해드리고 엄마한테 효도할 거예요. 엄마는 제가 수학을 잘 하니까 의사가 되었으면 하는데 친구 수연(가명·11·여)이랑 가수가 되기로 약속을 했어요.” 그러나 마냥 신나 보이던 수학 만점 유정이에게도 아픔은 있다. 몽골에 계신 아빠가 4살 때 말을 타다 떨어져 다리를 제대로 못 움직인다. 유정이는 돈을 벌기 위해 2000년 한국으로 와 봉제공으로 일하고 있는 엄마를 찾아 지난해 10월 왔다. 좁은 지하방이나 친구들의 놀림보다 힘든 것은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다. 옆에 있던 수연이는 아유미의 ‘큐티허니’를 잘 부른다면서 “나중에 꼭 가수가 되어서 이승기(가수)를 만날 것”이라며 깔깔거렸다. 수학을 못해 선생님에게 자주 야단맞지만 주눅드는 기색이 없다. 수학 문제를 몽골어로 중얼거리더니 “여기선 마음대로 말해도 되니까 좋아요.”라며 연신 웃음을 지었다.“일반학교에서는 한국 친구들이 하는 말을 몇 번 못 알아들었더니 애들이 말도 안 걸어주고 안 놀아줘서 친구가 없어요.” ●“한국말 열심히 배워서 효도할래요” 올 4월 한국으로 왔다는 진아(가명·11)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왜 그러냐.”는 질문에 “그런 얘기는 하기 싫다.”며 고개를 돌렸다. 진아의 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진아는 돈을 벌러 한국으로 온 부모와 3살 때 헤어지고 할머니와 살아야 했다. 한국에 와서 가장 좋았던 것이 “엄마·아빠의 얼굴을 처음으로 본 것”이란다. 엄마·아빠와 오래토록 이곳에서 살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진아는 벌써 어른이 다 된 듯했다. “좋아하는 과목이 뭐냐.”는 질문을 하자 수학, 영어, 체육, 컴퓨터를 줄줄이 꼽으며 “수학 선생님이나 어린이집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펼쳐 보였다.“학교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일은 너무 재미있고 좋을 것 같아요. 애들을 돌보면서 좋은 선생님이 될 거예요.” 정 선생님은 “처음 이곳에 올 때는 활달했던 아이들이 한국 학교에 다니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내성적으로 변한다.”면서 “커서 뭐가 될 거냐고 물으면 의사나 교수 등을 꼽던 아이들이 나중에는 ‘돈만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고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그래도 아이들이 고생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어른스럽고, 수업을 적극적으로 듣는다.”면서 “아이들이 한국에서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글문화학교는 한글문화학교는 2003년 외국인들을 위한 한글학교로 출발해 지난해 9월 ‘이주노동자 자녀들을 위한 정동한글문화학교’로 문을 열었다. 정동 제일교회가 운영하는 이 학교에는 상근 선생님 6명이 60여명의 아이들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6개월 과정으로 한글을 가르친다. 방과후 오후 6시까지 영어·수학·피아노도 배울 수 있다. 지금까지 한 해 100∼200여명의 아이들이 이 학교를 거쳐갔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영화 속 로빈 바로 내 모습

    영화 속 로빈 바로 내 모습

    ‘남극’의 빙산처럼 차가운 가슴을 가진 여자도 부드러운 미소 ‘한방’으로 녹여버릴 수 있는 남자, 다니엘 헤니가 영화 ‘Mr. 로빈꼬시기’(싸이더스FNH)로 스크린에 첫발을 내디뎠다. 하버드대 로스쿨,MBA 출신의 31세 CEO, 능력과 외모를 겸비한 ‘로빈’(다이엘 헤니)과 일은 A학점이지만 연애는 F학점인 ‘민준’(엄정화)이 좌충우돌하며 사랑을 키워가는 로맨틱 코미디다. 포도주처럼 감미로운 눈빛과 부드러운 웃음의 ‘판타지’로 뭇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로맨틱 가이, 다니엘 헤니의 첫인상은 살아 있는 ‘다비드상’이었다. 깎아지른 듯한 콧대, 깊게 파인 눈, 훤칠한 키. 가장 아름다운 동양인이라고 칭찬을 한 구치의 전 디자이너 톰 포드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 냉정하고 날카로운, 로빈 이제까지 드라마와 CF에서 보여준 그의 이미지는 때론 자상한 아버지처럼, 끝까지 상대의 아픔을 이해하고 지켜주는 부드러운 남자였다. 하지만 이번 로빈의 역할은 좀 차갑고 냉소적으로 기존의 이미지를 살짝 비켜간다. 그는 “로빈은 저와 완전히 다른 캐릭터라 도전하고 싶었어요. 성격, 여자와 일을 대하는 태도, 옷 입는 것 등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이 달라요. 그래서 재미있었어요.”라고 했다. 거울을 보면서 표정 연습과 차가운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떠올리며 영화 속에서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하지만 멋진 스타일, 여자를 바라보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눈빛, 젊고 능력 있는 리더 등은 헤니가 가진 이미지와 겹치는 부분도 많다. “그래도 드라마보단 영화가 훨씬 작업하기 편해요. 드라마는 대본이 몇 분 전에 나오는 경우가 허다해 감정의 선을 잡기가 힘들었지만 영화는 미리 시나리오가 나와 제가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어가기가 훨씬 편했어요.” # 언어는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다니엘 헤니가 우리나라에서 연기자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은 당연히 ‘말’이다. 한국말을 거의 다 알아듣지만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편한 영화 속 로빈은 지금 헤니의 현실이다. 한국말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지만 아무래도 감정을 싣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 “언어는 모든 문화의 결정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가 배어 있어 이해하고 감정을 담아야 하거든요.” 아울러 미국 할리우드 진출도 생각하고 있다는 그는 “하지만 한국은 저의 어머니의 고향이자 저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나라예요. 이렇게 ‘고마운’ 한국을 당장 떠나는 일은 없을 듯해요.”라고 한국에 대한 사랑을 드러낸다. # 내성적인 헤니의 이상형은 스스로를 아주 내성적이라고 말하는 그는 “저와 반대되는 성격을 가진 민준과 같은 여성을 좋아해요. 무슨 일이든 긍정적인 생각으로 거침없이 행동으로 옮기며 자신의 실수에 대해 웃어넘기는 밝고 자신감 넘치는 여자, 유머러스하면서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여자가 저의 이상형이죠.”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엄정화씨와 영화를 찍으며 많이 친해졌다. 힘들 때마다 옆에서 장난을 걸며 웃어준 그녀가 참 고마웠다.“제가 원래 촛불을 켜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해요. 한번은 김포쪽 세트장에서 촬영을 마치고 파김치가 되어 숙소에 돌아왔는데 제 방에 예쁜 초 3개와 ‘힘들지만 열심히 하자.’라고 쓴 카드가 있는 것 아니겠어요. 정화 선배의 마음이 얼마나 고마웠는지.”라고 하면서 오랜 친구처럼 느껴진단다. “아마 다음 작품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될 겁니다. 파트너가 예쁘고 귀여운 여자가 아닌 남자들과 함께하는 뜻있는 영화예요.”변신을 시도할 다음 작품에 대한 귀띔이다. 또한 가장 해보고 싶은 배역은 ‘007’역할이다. 가장 좋은 차, 멋진 여자, 최첨단의 무기 등 남자들이 좋아하는 것은 다 있기 때문이라며 웃는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노력해 한국의 진정한 연기자 다니엘 헤니로 남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많은 사랑과 격려로 지켜봐 주세요.” 글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사람잡는 ‘낮술’

    사람잡는 ‘낮술’

    #1지난해 12월20일 오후 5시쯤 부산시 연제구에 있는 ○○종합건설(주)이 시공하는 현장에서 미장 작업자가 오후 새참 시간에 막걸리를 마신 뒤 동료 인부들과 작업을 한 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계단으로 내려 가는 도중에 발을 헛디뎌 사망했다. #2경기도 화성군 동탄면에서는 지난 4월18일 철근 작업자가 점심때 소주 1병을 마신 뒤 작업에 나서 변을 당했다. 그는 작업반장의 귀가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하 1층 옹벽 배근 작업을 하다 오후 1시30분쯤 중심을 잃고 2.5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3경기도 용인시 구성면의 공사장에서 지난 6월 25일 오후 3시30분쯤 전기배관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2.8m 아래로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 이 근로자는 새참시간에 소주 1병 정도를 마신 상태에서 사다리에 올랐다가 사고를 당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직장인들의 술자리가 점점 잦아진다. 특히 점심시간 동료들과 나누는 3∼4잔의 반주가 그야말로 꿀 맛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직장인들의 이런 음주 습관은 사무직이나 현장 근로자 모두가 비슷하다. 문제는 출근 이후 작업장에서의 음주 습관이 각종 안전사고를 일으키는 심각한 원인이 된다는데 있다. 직장인들의 점심때 반주로 인한 사고 통계는 아직 없다. 하지만 소방방재청이 지난해 구조 출동을 한 시간대를 분석해 보면 그 심각성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소방방재청은 지난해 모두 10만 5382차례의 구조 출동을 했다. 시간대별로는 하루중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가 1만 2164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4시부터 6시까지로 1만 1609건이었다. 소방방재청 김종선 계장은 “점심 시간이나 새참시간을 이용한 반주가 주요 원인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급자의 묵인이 원인, 그래도 해고 사유는 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작업중 근로자의 음주에 상당히 관대한 편이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외국에 비해 직장 상사나 동료와의 회식, 고객 접대(business)와 같은 차원에서 비자발적인 음주가 많고 횟수도 잦은 편이다. 또 동료 또는 상하간 격의를 빨리 없앤다는 이유로 폭음 분위기(폭탄주 등을 원샷으로 마시기)가 일반화되어 있다. 한국경제경영연구원은 최근 연구자료에서 이같은 현상이 “한국의 직장 관리자(상급자)들이 부하 직원의 감정이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과도한 음주 행위를 하는 부하 직원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관대하기만 했던 직장내 음주문화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근로자의 음주 습관에 대한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적이 있어 주목된다. 노동위원회는 고속버스 운송사업에 종사하는 운전기사가 운행 전날 먹은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출근, 승차전 자체 음주 측정에서 혈중알코올 농도 0.05%가 나왔다는 이유로 해고한 회사측의 결정을 정당하다고 판정했다. 그동안 비슷한 사건에서 ‘해고 사유는 부당하다.’는 노동위원회의 판정 사례를 뒤집었다. 음주에 대한 회사의 관대함은 자칫 모든 직원들이 치명적인 부상을 입게 하는 등 각종 안전사고를 당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서울·경기·전라도 지역의 건설업과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 700명을 대상으로 ‘음주와 산업재해에 관한 실태분석’을 실시한 결과 작업장에서 음주로 인해 재해를 경험한 사람이 33.1%에 이른다. 또 전체 응답자의 16.5%는 음주로 인해 불량품을 생산하는 등 작업 실패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음주로 인해 작업 과정에서의 실패 가능성보다 산업 재해로 이어질 확률이 훨씬 높은 것을 뜻한다. 작업장에서 얼마나 음주를 하는지 알기 위해 작업중 음주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6.4%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72.6%가 작업중 음주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중 음주장소로는 식당이 47.5%로 가장 많았고 작업현장에서의 음주도 20.6%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중 음주를 하는 이유는 ‘피로를 잊기 위해서’가 52.4%로 가장 많았고 ‘스트레스 해소’ 20.8%,‘습관적으로’ 14.6% 순이었다.10명의 근로자 가운데 6명이 작업의 피로를 잊기 위해 작업장에서 음주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산중앙병원 건강관리센터 서동식 소장은 “개인차가 있지만 낮술은 뇌졸중, 심장질환을 일으킬 우려가 높다.”면서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근로자, 납, 망간 등에 노출되는 근로자는 술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음주 측정제도와 예방프로그램 갖춰야 산업현장의 음주 현상이 위험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근로자들의 알코올 남용을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부족하거나 거의 없는 실정이다. 미국·프랑스 등 선진국처럼 직장에서의 음주로 인한 재해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직장내 음주 테스트가 일반화되어야 한다. 특히 종업원 1000명 이상의 대기업이나 조선, 플랜트업 등 비교적 야외 작업이 많은 제조업과 건설업 등에서는 이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조사 결과 제조업과 건설업의 38.2% 정도만이 음주와 관련된 규제 규정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자의 음주 예방을 돕는 프로그램(EAP)을 운영하는 곳도 제조업은 11.1%, 건설업은 15.5%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등록된 대기업들의 80% 이상이 음주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작업장내 알코올의 배포나 소비가 금지돼 있다. 벨기에와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한국산업안전공단 관계자는 “소주 한잔이면 음주 운전으로 주의하면서도 정작 낮술에는 훨씬 더 위험한 작업에 나선다.”면서 “우리나라 직장에서 술로 인한 사고 발생 위험성이나 생산성이 떨어질 가능성은 세계 1위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고 심각성을 알렸다. 이동구 기자 yidonggu@seoul.co.kr ■“하루 1~2잔, 내성생겨 중독 위험” “농경문화의 산물인 반주는 잠시의 피로를 잊게 하지만 판단력과 행동을 굼뜨게 해 작업장 안전사고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산업의학전문의인 강성규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보건국장(의학박사)은 “새참때 반주를 곁들이는 오랜 풍습으로 근로자들은 요즘도 작업중 술을 마시는 것에 익숙하다.”면서 “육체 근로자나 사무직 근로자 모두가 반주로 인한 나른함으로 오후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반주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는 특히 “반주는 판단력을 떨어지게 하고 반사신경을 무디게 해 외부의 위험에 쉽게 대처하지 못하도록 한다.”면서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건설현장이나 운전작업자, 정밀기계를 사용하는 작업자 등은 소량의 음주라도 큰 사고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학적으로 알코올은 체내에서 완전히 배설된 후에도 신체 행동기능은 24∼48시간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전날 밤 늦게까지 마신 술은 다음날 오전까지 체내에서 완전히 배출되지 않는다.“면서 “또다시 반주를 즐기는 것은 하루종일 음주 상태로 근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병원 정영철 교수는 “똑같은 양이라도 낮에 먹는 술은 뇌반응의 정도가 다르다.”면서 “낮술이 훨씬 민감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에 대해 의학적인 연구결과가 밝혀진 것은 없지만 바이오리듬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같은 양의 술이라도 개인의 기분이나 분위기에 따라 취하는 정도가 달라지듯 낮술은 밤술에 비해 취하는 정도가 훨씬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교수는 “술에 대한 뇌 또는 신체 반응의 감수성이 높은 만큼 직장인들이 반주로 먹는 술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2잔 먹는 반주라도 횟수가 거듭되면 내성이 생겨 양이 늘어나게 된다.”면서 반주의 중독성을 더욱 경계했다. 이동구 기자 yidonggu@seoul.co.kr
  • 인간유전자 99.9%가 같다고?

    인간유전자 99.9%가 같다고?

    인간 유전자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서로 훨씬 많이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는 0.1%의 유전자 차이가 면역력 등 신체 조건의 차이를 불러오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0.3%, 또는 1% 이상까지 유전자가 다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어떤 이는 난치병에 걸리거나 특정 약물에 취약하지만 다른 이는 전혀 그렇지 않은 이유를 유전자 탓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하버드 의대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생거 연구소 등 13개 연구소는 백인종과 황인종, 흑인종 등 270명의 유전자 3000개를 해독한 결과, 이들 유전자의 10% 이상이 증식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23일 발간된 네이처에 발표했다. 인간 유전자는 무려 30억개의 코드를 갖고 있으므로 완벽한 해독에는 한참 더 시간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CCL3L1 같은 유전자가 흑인에게서 많이 증식되며 에이즈에 내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혈액의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는 동남아시아계에서 특히 많이 증식됐으며, 말라리아에 대한 저항력과 관련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특정 유전자의 증식 횟수와 다양성은 치매나 파킨슨씨병과도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그러나 나머지 90%의 유전자가 증식되지 않는 이유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이번 발견은 19세기 그레고어 요한 멘델의 유전법칙을 폐기해야 할 정도의 획기적인 것이라고 미국 휴스턴 배일러 의대의 제임스 럽스키 교수는 설명했다. 멘델의 법칙처럼 부모로부터 단지 2개의 유전 형질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증식된 다양한 종류의 유전자를 갖게 된다. 유전자의 증식 횟수도 사람에 따라 다르며, 이 때문에 인간은 육체적·정신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갖게 된다. 인간 유전자와 99% 동일하다고 알려졌던 침팬지도 실제로는 인간과 96%만 닮은꼴이어서 ‘한참 먼 친척’으로 밝혀졌다. 이번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에이즈, 파킨슨씨병, 치매 같은 난치병 및 다운증후군 등의 유전질환 치료에 새로운 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암에 취약한 사람의 유전자를 파악해 미리 진단할 수도 있다. 생거 연구소의 매튜 헐레스는 “연구진이 이번에 확인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수많은 질환의 유전적 원인을 찾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자녀교육 Q&A] 자녀 실패 꾸짖기보다 용기 북돋고 믿음 줘야

    ●자녀교육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드리기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궁금하신 사항을 eagleduo@seoul.co.kr로 보내주시면 성실히 답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이용 바랍니다. ▶중2 여학생 딸을 둔 엄마입니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얼마전 지방으로 전학갔습니다. 해외이민을 가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단짝 친구가 간 뒤, 우리 딸 애는 외톨이 비슷한 신세인 모양입니다. 남녀공학인 중학교에 다니는데 여자애들이 끼리끼리 어울리는지 잘 받아주지 않는 것 같아요. 애 성격도 내성적이라 쉽게 친구들이랑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고…. 어떻게 하면 좋은지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국청소년상담원에 찾아오는 내담자 중에 가장 많은 고민 유형이 친구관계입니다. 그중 친구 사귀는 것이 어려워서 찾아오는 아이들이 다수입니다. 친구 사귀는 것에 어려움을 가지는 아이들의 특성은 내향적인 심리성향을 가지며, 나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인관계에서 특별히 자신이 잘 못한 것이 없어도 다른 아이들이 자신을 싫어할 것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좋은 친구를 사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과 자존감입니다. 자녀가 긍정적인 자아감을 가지려면, 어려서 부터의 부모 역할이 중요합니다.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은 친구관계뿐만 아니라 학업 등 여러 가지 과제 수행에 있어 많은 실패를 경험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부모가 자녀의 실패를 꾸짖기보다는 격려하고 다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녀가 염려되어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지시적일 때, 아이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역량의 대부분 부모에게 맡겨 버리게 되고, 나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일을 해결할 수 없는 무기력감과 의존적인 성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려움이 있을 때, 부모는 어떻게 해보라고 먼저 지시하기보다는 자녀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고 스스로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누구에게나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은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지고 어색하기 마련입니다. 자녀가 친구 사귀는 것이 어렵다고 부모에게 자주 호소할 때, 부모는 자녀의 성격이 잘 못되어서 친구를 사귀지 못한다고 쉽게 지적하기보다는, 친구 사귀는 것이 처음에는 어렵고 힘든 과정이라는 것을 잘 설명하고, 어렵지만 계속 시도하다 보면 정말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리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도움말:한국청소년상담원 손재환 선임연구원.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아나운서 출신 가수,‘네잎클로버’의 이규항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아나운서 출신 가수,‘네잎클로버’의 이규항

    ‘네잎클로버 찾으려고/꽃 수풀 잔디에서 해 가는 줄 몰랐네/당신에게 드리고픈/네잎클로버 사랑의 선물/희망의 푸른 꿈 당신의 행운을/당신의 충성을 바치려고 하는 맘/네잎클로버 찾으려고/헤매는 마음 네잎클로버’ -‘네잎클로버(이인선 작사, 김영종 작곡)’ 한때 ‘네잎클로버’가 프러포즈용으로도 각광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기에 발표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 곡은 아나운서 출신가수 이규항(67)씨가 1968년에 발표한 노래다. ‘이규항’이라는 이름은 특히 중·장년층에게 그 이름 석자만으로도 당시 라디오시대를 추억하게 만들 정도의 스타급 아나운서.60∼70년대 최고인기였던 고교야구 붐과 더불어 그의 목소리는 듣는 이의 가슴을 뛰게 했다. 많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몰래 이어폰을 꽂고 야구중계를 듣던 교실 풍경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라디오가 최고 오락수단이자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절 아나운서들의 인기는 절대적이었다.‘아나운서 1세대’인 전영우, 장기범, 임택근, 박종세씨로 이어지는 아나운서 계보를 잇는 이규항씨는 1961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한 이후 특히 스포츠 캐스터로 명성을 날리면서 현재까지도 우리나라 최고령의 야구 캐스터로 활동하고 있다. 말품이 가장 많이 든다는 스포츠 캐스터로 근 40년간을 지켜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기 감각을 읽는 판단력과 순발력, 그리고 무엇보다 장단음을 정확히 구사해서 말의 맛을 두 배로 높이는 실력 때문. ‘언어의 마술사’로도 불릴 만큼 정확한 우리말을 구사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그는 1939년 3월13일, 서울 연지동에서 부친 이세영씨와 모친 김복순씨 사이에서 외동아들로 출생해 서울 중앙중·고, 그리고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특히 이규항씨는 명 스포츠 캐스터답게 중앙고 시절부터 대학 때까지 유도를 해온 스포츠맨으로 대한유도회 공인 6단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시절엔 지나치게 내성적인 성격으로 말이 없었고 그래서 표현력까지 부족했다. 심지어 지나치리만큼 말이 없는 것이 걱정되어 가정방문이 없던 시절임에도 담임선생이 집에 찾아와 부모와 심각히 진로문제를 상의했을 정도. 이러한 그가 아나운서의 꿈을 꾸게 된 동기는 중학생 시절, 당시 라디오 인기프로그램,‘스무고개’의 사회자 장기범 아나운서의 말씨에 반했기 때문. 당시 장기범 아나운서는 ‘스무고개’를, 그리고 양대 산맥이었던 임택근 아나운서는 ‘노래 자랑’ 사회를 봤던 시절로 이 쌍두마차는 온 국민들의 귀를 라디오에 쏠리게 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등장하자마자 인기 아나운서 대열에 합류했던 이규항씨가 노래를 취입, 가수로까지 활동하게 된 계기는 60년대 중반,‘아나운서 온 퍼레이드’라는 아나운서 장기자랑 무대에 서면서부터. 이 프로그램을 통해 펫분의 ‘I’ll Be Home’을 멋지게 부르자 주위에서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음반을 취입해도 되겠다고 부추긴 게 계기가 되었다. 결국 당시 방송 스크립터이자 작사가였던 하중희씨의 권유에 의해 ‘네잎클로버’를 취입, 히트하면서 이듬해인 1969년 당시 문화공보부가 주관했던 무궁화대상 남자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아나운서라는 신분의 바쁜 스케줄 때문에 일반무대에 나서기는 힘들었다. 인기에 비해 많은 노래를 취입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한 ‘반쪽가수’였지만 그런 와중에도 그는 소월 시에 서영은씨가 곡을 붙인 ‘가는 길’을 비롯해 ‘나비바람’,‘하늘인가 땅인가’,‘꿈의 그림자’ 등의 명곡들을 발표했다. 명아나운서의 부드럽고 중후한 목소리로 불려진 이러한 그의 노래들이 우리 가요사에 남겨져 전해진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현재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는 그는 말의 품격이 무너진 요즘 방송을 ‘언어교통사고’ 방송이라고 개탄한다. 아나운서는 ‘우리말 지킴이’로 특히 ‘춘향이와 이도령’의 말을 구사해야지,‘향단이와 방자’의 말을 써서는 안 된다며 말의 품위를 한층 강조한다. 그는 얼마 전 ‘우리나라 2대 아나운서’ 탄생의 주인공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02년 KBS 아나운서 공채로 입사한 이상협씨가 바로 이규항씨의 장남으로 ‘부전자전’의 길을 걷고 있다. sachilo@empal.com
  • [책꽂이]

    ●뎅기(박정규 지음, 멘토프레스 펴냄) 고등학교 과학교사인 저자가 쓴 신과 진화에 관한 이야기. 저자는 “천상과 지상의 법칙이 같은 것처럼 과학과 종교는 같다.”고 주장한다. 멕시코의 ‘깃털 달린 뱀’인 케찰코아틀 신화, 비라코차라 불리는 신비한 존재들에 의해 세워진 잉카문명, 키체 족의 마야문명 등을 소개하며 불가사의한 문명의 배후에 외계인이 있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뎅기는 ‘영원한 푸른 하늘’이라는 뜻의 옛 우리말.8500원.●임종국 평전(정운현 지음, 시대의 창 펴냄) 탁월한 인문학자이자 친일문제 연구가인 임종국의 삶을 다룬 평전. 스승인 조지훈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서울신문의 ‘흘러간 성좌’ 연재는 임종국이 친일 문제를 연구하게 된 단초가 됐다. 거머리가 무서워 모심기도 못한 소심한 성격, 독서회 사건으로 경성사범학교를 중퇴한 일 등의 일화가 실렸다.1만 6500원.●아이의 인생을 결정하는 36가지 습관(탕웨이훙 등 지음, 전인경 옮김, 럭스미디어 펴냄) 중국 전국시대의 시인 굴원은 창공을 바라보며 ‘천문(天問, 하늘에 묻다)’이라는 시를 썼다. 그는 천지 변화와 날씨의 변화를 물었다. 이런 물음이 철학가들의 깊은 사고를 불러왔고, 당나라 시인 유종원은 ‘천대(天對, 하늘에 대답하다)’라는 글로 화답했다. 의문을 던지기 좋아하는 사람이 큰 업적을 이룬다.“교만한 사람은 교만더미에서 자기를 망친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들려주며 겸손의 덕목도 강조한다.1만 3000원.●신기한 나라의 앨리스(루이스 캐럴 지음, 남기헌 옮김, 책세상 펴냄) 영국의 수학자이자 논리학자 동화작가인 저자의 대표작.1866년 출간 당시 2000부의 초판이 다 팔릴 정도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어린 오스카 와일드와 빅토리아 여왕도 이 책의 열렬한 독자였다. 앨리스가 꿈속에서 겪는 기이한 모험을 다룬 이 작품은 난센스, 은유, 언어유희 등 다양한 언어적 실험을 보여준다.5900원.●말이 먼저, 음악이 먼저(정준호 지음, 삼우반 펴냄) 베토벤은 실러의 시 ‘환희에게’를 평생 간직하고 있다가 최후의 교향곡인 ‘합창 교향곡’을 완성했고, 토마스 만은 베토벤의 32번 소나타에서 받은 감동을 소설 ‘파우스트 박사’로 표현했다.T S 엘리어트는 바그너의 서사극 ‘니벨룽의 반지’를 재해석해 명시 ‘황무지’를 썼으며, 스트라빈스키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음악으로 번역하고자 했다. 이렇듯 음악가들은 문학작품을 통해 영감을 얻었고, 작가들 또한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하는 음악을 동경했다. 예술 장르간의 ‘교류’를 다룬 에세이.1만 2000원.●아이의 심리학(조혜수 지음, 아울북 펴냄) 선택적 함묵증이란 게 있다. 아이가 특정한 상황에서 말을 할 수 없는 증상으로,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이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런 증상에는 인지 치료가 효과적이다.‘미운 네 살 죽이고 싶은 일곱 살’의 마음을 읽는 법,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마음의 틀을 만들어주는 상황별 대처법이 실렸다.1만원.
  • [녹색공간]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박정임 한국환경정책평가硏 책임연구원

    학회에 다녀왔다. 환경에 해로운 물질이 무엇인지, 그것이 공기·토양·물 환경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독성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학회이다. 생태계와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제는 널리 알려진 납이나 크롬 같은 중금속부터 ‘아니, 이것도 문젯거리가 된다니.’ 할 정도의 새 연구대상까지 각양각색의 문제를 놓고 일주일을 지내고 나니 도대체 이 세상에서 생명을 유지하고 사는 것이 가능한 일이기는 할까 싶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더니 우리 생활을 편리하고 윤택하게 하고자 만들어낸 물질이, 한편으로는 미처 알기도 전에 우리 몸과 우리가 살아가야 할 터전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단다. 하긴 그리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칭송되던 석면은 이제 그 처리를 두고 궁리가 이만저만이 아니고, 그 효과와 경제적 가치에 힘 입어 노벨상까지 받은 당대 최고의 물질인 디디티는 환경에 큰 재앙을 낳고 나서야 사용이 금지되었다. 지금 우리가 필요해서 사용하는 것 중에 어떤 게 석면과 디디티의 뒤를 잇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만큼 복잡하지만 우선 떠오르는 문제-잔류성 화학물질, 의약물질, 나노물질-만 얘기해 보자. 잔류성 화학물질은 물질 자체의 독성뿐 아니라 환경 중에서 쉽게 분해되지 못하여 먹이사슬 과정에서 농축되거나, 전지구적으로 장거리 이동하는 특성 탓에 더욱 문제가 되는 유해물질이다. 지금까지 잔류성 화학물질로 분류되어 특별관리를 받는 화학물질은 피시비·디디티·다이옥신을 포함하여 12종에 이른다. 내화제로 우리 생활 곳곳에 사용해온 브롬계 방염제나 치약·비누에 들어 있는 항균제 성분인 트리클로산 성분도 여기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최근 들어 힘을 얻고 있다. 잔류성 화학물질이 현재완료형의 유해물질이라면 의약물질은 최근에 인식되기 시작한 현재형 환경오염 물질이다. 병을 치료하려고 사용하는 물질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나아가 우리 몸에 해를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심정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이다. 하지만 의약물질이 몸의 병을 낫도록 하는, 즉 특별한 생물학적 효과를 나타내도록 만들어진 화학물질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 물질이 필요없는 사람이나 물고기에게 들어왔을 때 나쁜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예컨대 환경 중에 항생제가 흘러들어감에 따라 내성균이 증가한다든가 또는 호르몬 성분으로 물고기 성별이 교란된다든가 하는 우려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잔류성 화학물질만큼 그 위험이 증명되지는 않았어도 의약물질로 인한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려는 규제와 관리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것도 그 때문이다. 의약물질이 현재형 우려물질이라면 나노물질은 가까운 미래에 걱정거리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매우 작은 입자라는 특성 덕에 전기·의료·화장품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각광받는 나노물질은 바로 그 크기가 문제다. 대기 중 먼지도 크기가 작을수록 독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 중 먼지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인 마이크로미터보다 1000분의1이나 작은 나노미터 크기의 입자는 호흡뿐 아니라 피부를 통해서도 독성을 나타낼 수 있다고 한다. 담배의 위험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50년이 걸렸다. 의약물질이나 나노물질이 환경과 인체에 미칠 위험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에 관해서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아직 훨씬 많다. 그러나 환경과 건강에 관련된 문제는 범죄자를 밝혀내는 것과는 다르다. 피해의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도 우려가 된다면 일단 최선의 조치를 하는 것이 상책이다. 어떤 물질이든 세상에 나오는 순간부터 사용되고 폐기될 때까지 전과정에 걸쳐 환경과 인체에 미칠 영향에 대하여 신중하게 예측하고 평가해야 한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도 우리의 지식은 짧고, 세상엔 공짜도 없기 때문이다. 박정임 한국환경정책평가硏 책임연구원
  • [사설] 집값 망쳐놓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주택시장은 지금 극도의 혼란상태에 빠져 있다. 정부는 지난달 말 검단 신도시 발표에 이어 사흘 전 대규모 주택공급과 분양가 인하 방안을 잇따라 내놓았다. 하지만 연이은 대책 발표에도 집값은 계속 치솟고 있다. 부동산시장은 ‘10·29’ ‘8·31’ ‘3·30’ 등 큼직한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잠시 주춤했을 뿐 이제는 내성이 쌓일대로 쌓인 느낌이다.‘세금폭탄’에다 재개발이익환수, 세무조사 등 온갖 초강성 수단을 들이대도 이제는 꿈쩍도 안 한다. 왜 이렇게 됐을까. 참여정부는 예전 정권과 달리 집값 잡기에 정권의 명운을 걸다시피 했는데 결과는 너무 허망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하늘이 두 쪽 나도 투기를 잡겠다.”고 했지만 서울 강남의 집값은 지난 4년 동안 두 배 이상 오른 곳이 수두룩하고 전국의 부동산 값은 급등했다.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는 8·31 대책 이후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고 호언했고,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도 “8·31 대책은 성공했다.”며 자화자찬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땅에 떨어진 정책 신뢰와 시장혼란, 집값 폭등을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정문수 대통령 경제보좌관은 아예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다.”면서 책임회피에 급급하는 인상이다. 실무를 맡은 추 장관은 부처간 조율도 안 된 검단 신도시 발표로 시장을 혼란으로 몰아넣은 뒤에도 “주무장관의 재량권”을 강변하고 있다. 말의 성찬만 있고 책임을 느끼는 당국자는 찾을 수가 없다. 우리는 정책을 총지휘한 노 대통령부터 시장의 혼란에 대한 성의 있는 해명과 정책오류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다음으로 건교부 장관은 물론, 정책 입안자들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정책이 잘됐다며 훈·포장을 줄 때는 재빠르면서 문책은 미적거린다면 정책의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 수줍음을 너무 타서 - Q여사에게 물어보세요(62)

    [사연] 고등학교 재학중인 여학생이 고민 끝에 Q여사에게 「노크 」를 해 봅니다. 저는 성격이 내성적이라서 그런지 친구가 없읍니다. 주위의 급우들과 말을 하고 싶어도 괜히 떨리고 무서워서 두렵기만 합니다. 아주 절친한 친구는 있읍니다만 제가 원하는 친구는 그저 친하게 지내며 예사롭게 만나기도 하고 같이 놀기도 하는 친구입니다. 저의 이 무섬증은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까요. <서울 영등포 숙영> [의견] 남이 본다 생각 말것 남의 앞에 나서면 몹시 수줍어지는 것은 열등감 더하기 우월감이라고 심리학자들은 말하고 있읍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기만 쳐다보고 있는 줄 아는 어리석은 민감성(敏感性)때문에 생기는 무섬증이니 그런 설명도 무리가 아니지요. 남들이 자기를 잘못 보면 어떡하나, 사실상의 나자신보다 높게 평가해 주어야 할 텐데, 하는 욕심을 버리세요. 세상 사람들은 숙영양이나 똑 마찬가지로 자기자신의 일에 밖에는 관심이 없답니다. 친구들에게는 숙영양의 언동이 이렇든 저렇든 별 상관이 없어요. 아무도 숙영양을 누여겨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처럼 언동이 부자유스러울수는 없을 거예요. 한편 서도(書道)나 그림, 또는 다른 예능방면에서 취미와 솜씨를 키울 분야 한가지를 발견하세요. 자신을 가져도 좋을만하게 솜씨가 늘고 나면 지금 같은 무섬증은 모두 해소돼버릴거예요. <Q> [선데이서울 70년 3월 8일호 제3권 10호 통권 제 75호]
  • “아이 자신감 늘고 부모도 변화”

    “아이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해요.” 여성 속옷 가게를 운영하는 조재연(45)씨는 요즘 삶이 달라진 것을 느끼고 있다. 부모 교육을 받은 뒤부터다. 군 복무 중인 아들이 예전과는 달리 부모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감도 넘쳤다. 자신은 대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부모교육을 받은 뒤로 나부터 변화하자 아이도 달라지기 시작했다.”면서 “부모교육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군 복무 중인 아들과 매주 통화하고 있다. 군 생활에서부터 고민, 진로에 대해 수시로 얘기를 나눈다. 아들이 원래 이렇게 부모와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나누는 성격은 아니었다. 내성적이고, 주눅들어 있었다. 동생과 비교되면서 공부에 자신감도 잃었다. 걱정만 하던 조씨가 달라진 것은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가 마련한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우연히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아이와의 대화법과 자녀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배우면서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해결책도 배웠다. 아이의 눈을 들여다 보면서 얘기를 나누고, 어떤 이야기를 하든지 일단 받아줬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가 말수가 줄어들 때에는 “너 왜 그렇게 얼굴이 퉁퉁 부어 있어?”라며 다그치는 대신 “뭔가 걱정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을 안 하니까 엄마가 걱정이 많이 된다.”고 아이 입장에서 얘기했다. 아이가 말을 할 때면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준 뒤 “그래서 속상했구나.”,“무척 걱정이 되겠구나.”라는 식으로 대꾸해줬다. 이렇게 강의에서 배운 대화법을 실생활에 적용하기를 2년. 서서히 효과가 나타났다.“내가 이 세상에서 필요한 사람이 아닌 것 같다.”며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아이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학교 생활에 적응해 나가고 성격도 눈에 띄게 활달해졌다. 공부에 흥미를 잃어 점수에 맞춰 대학에 갔지만 지금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싶다.”며 다시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 전공도 컴퓨터 디자인 설계 분야로 스스로 정했다. 조씨는 “스스로 진로를 고민하고 장래까지 설계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교육의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를 대하는 방법이 달라지면서 조씨의 삶도 달라졌다. 고등학교만 졸업한 그도 책을 잡았다. 영상미디어학과에 진학해 올해 졸업장을 받았다. 최근에는 부모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협의회에서 부모교육 강사 교육도 받고 있다. 조씨는 “부모들이 자녀를 가르쳐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실제 공부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막연하게 자녀 교육을 시키기보다 고민도 나누고 바람직한 방법을 찾을 수 있는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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