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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문조사 뒷돈·창립기념 시계·개업자금도

    설문조사 뒷돈·창립기념 시계·개업자금도

    약을 제조해 병원이나 약국에 파는 쪽도, 약을 구입하는 쪽도 모두 ‘뒷돈’으로 얽혀 있었다. 관행인 탓에 죄책감도 없이 노골적으로 주고, 보란 듯이 받았다. 뒷돈은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김우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은 지난 7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제약업체로부터 약을 납품받는 대가로 많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챙긴 의사·약사·병원 사무장 등 2000여명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검찰은 의사 5명과 병원 사무장 1명, 제약사 관계자 10명, 의약품 도매업자 6명, 시장조사업체 관계자 3명 등 모두 25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또는 약식기소했다. 또 의사 1644명과 약사 393명에 대해서는 리베이트 액수의 과다에 따라 2개월부터 최장 12개월까지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하도록 보건복지부에 의뢰했다. 복지부의 기준에 따르면 벌금 500만원 이하는 2개월, 500만~1000만원은 4개월, 2500만~3000만원은 12개월 면허정지되고, 금고형 이상 형을 받으면 면허취소된다. 적발된 의료인들은 약품 공급을 특정업체에 맡기는 조건으로 제약회사로부터 정기적으로 뒷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리베이트를 주는 쪽과 받는 쪽을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 시행 이후에도 리베이트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담수사반은 제약사 8곳과 도매상 3곳에 대해 부당지급된 요양급여를 환수토록 했다. J제약 영업본부장 서모(52)씨는 2008년 12월부터 지난 9월까지 전국적으로 의사 519명과 약사 315명에게 모두 10억 400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서울 강남의 K병원 사무장은 약 처방을 약속하고 제약사 3곳과 도매상 1곳으로부터 2억원을 챙겼다. 지난해 12월 경북 구미에서 내과 개원을 준비하던 의사 이모(36)씨는 Y약품 도매업자로부터 해당 회사 의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매월 15%의 리베이트를 받기로 약속하고, 선급금으로 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씨는 같은 달 진료실에서 “개업 자금이 필요하다.”며 현금 등 3000만원을 요구, 추가로 챙겼다. 경남의 한 보건소 공중보건의 한모(34)씨는 의약품 처방효과를 묻는 설문조사에 응하는 대가로 2009년 10월부터 1년간 모두 21회에 걸쳐 A제약으로부터 1500만원 상당의 현금과 현찰카드 등을 받아 불구속 기소됐다. 조사 결과, 이 설문지는 질문 5개 문항의 A4용지 한장에 불과한 데다 의사는 환자 이름과 증상만 제공했을 뿐 설문은 업체 직원이 대신했다. 또 다른 J제약 상무 신모(48)씨와 H약품 전 대표 임모(63)씨는 지난해 8~10월 인천의 G병원에 100여종의 약품을 납품하는 대가로 각각 1억원과 1억 4000만원에 달하는 병원 창립 기념시계 제작비용을 대신 내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적발된 의·약사와 제약회사 등 대부분은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전 범죄인 까닭에 아예 처벌을 받지 않거나 벌금형 또는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만 받는다. 또 현행 의료법 및 약사법도 ‘제약회사, 수입회사, 도매상’의 리베이트 행위에만 처벌규정을 적용하도록 규정, 컨설팅 업체와 판촉회사 등은 내사종결로 처리됐다. 수사팀 관계자는 “다른 재화와 달리 의약품은 의사 처방으로 환자가 복용할 약제가 결정되고, 약값 대부분이 건강보험재정에서 지급되는 등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만큼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할 강력한 단속과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2011 법조계 10대 뉴스

    2011년 법조계는 판검사와 변호사를 가리지 않고 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향판비리 등 법조비리가 쏟아졌고, 이는 전관예우금지법으로 이어졌다. 검경수사권 갈등과 법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허용 문제, 도가니로 촉발된 성범죄 양형에 대해서는 뜨거운 찬반논란이 벌어졌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와 각종 정치사건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서울신문이 올해를 뜨겁게 달군 ‘법조 10대 뉴스’를 가려뽑았다. ① 1월 전관예우금지법 시행 올초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의 사퇴를 계기로 판검사 등이 변호사 개업 시 퇴직 전 1년간 근무했던 곳의 사건을 1년간 맡을 수 없게 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전관예우금지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법조계에 만연한 전관예우 관행과 이에 따른 구조적인 비리를 근절하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② 3월 저축銀 비리 전방위 수사 올 3월부터 8개월간 계속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수사는 박연호 회장 등 76명을 기소하고 3조원대 분식회계 등 저축은행의 구조적 비리를 적발해내는 성과를 이뤘다.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수사로 정·관계 로비의혹을 파헤치기도 했으며, 제2금융권 비리 수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③ 9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구속 곽노현(57)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6·2지방선거 당시 박명기 후보에게 단일화 대가로 2억원을 건넨 혐의로 지난 9월 구속됐다. 선의로 건넨 만큼 대가성이 없다는 곽 교육감 측의 주장과, 후보단일화에 따른 대가라는 검찰의 주장이 재판에서 대립 중이다. 무상급식 찬반부터 진보진영 단일화에 대한 음해 의혹 등 무성한 논란을 일으켰다. ④ 9월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 9월 27일 취임식과 함께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양 대법원장은 재판제도와 절차, 심급구조, 인사제도, 법원조직 등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해 사법부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용훈 전임 대법원장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양 대법원장의 취임으로 사법부의 보수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⑤ 9월 ‘도가니’ 성범죄 양형 강화 지난 9월 개봉된 영화 ‘도가니’를 계기로 성범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가 되자 대법원이 성범죄 양형을 강화했다.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 양형기준이 대폭 강화됐고, 장애인 대상 성범죄 양형기준도 신설됐다. 성범죄자에 대한 집행유예가 쉽지 않도록 합의 여부를 고려하는 요건도 엄격해졌다. ⑥ 10월 한명숙 前총리 사건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우진)는 한신건영 전 대표인 한만호씨로부터 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67)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5만 달러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받은 데 이어 두 번째다. 검찰은 정치적 표적 수사를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⑦ 11월 검경 수사권 조정 국무총리실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담은 대통령령 제정안이 지난달 원안대로 차관회의를 통과했다. 경찰은 내사 권한을 보장받되 자체 종결한 내사사건도 사후에 검찰에 보고하도록 했다. 검찰의 부당한 수사 지휘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내사 과정에서 검찰 지휘 없이 할 수 있었던 체포와 계좌추적, 압수수색 등이 제한돼 경찰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⑧ 11월 법관 ‘SNS 파동’ 법관이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를 사용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 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 22일….”이라는 글로 촉발됐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법관들에게 “SNS 사용에 보다 분별력 있고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논란은 계속 되고 있다. ⑨ 12월 향판비리 선재성 사건 광주지법 파산부 재판장 시절 법정관리 사건 대리인으로 고교 동창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하는 등 ‘향판 비리’를 저질렀다는 오명을 받은 선재성 판사의 항소심 관할 법원이 지난 7일 서울고등법원으로 이전됐다. 9월 광주지법에서 무죄가 선고된 뒤 대법원이 검찰의 관할 이전신청을 받아들인 결과다. 법원의 항소심 판결에 관심이 집중된다. ⑩ 12월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는 어김없이 반복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4년차 역시 측근비리에서 시작된 검찰의 수사가 친·인척 비리로 확대되고 있다. 영부인의 사촌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사촌 처남인 김재홍 KT&G 복지재단 이사장이 구속됐고, 대통령의 손위 동서인 황태섭씨도 제일저축은행에서 수상한 돈을 받아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최재헌·이민영·안석기자 goseoul@seoul.co.kr
  • “수사권 조정안 반대” 행안위 결의안 채택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 채택을 보류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행안위는 23일 전체회의를 열어 경찰의 내사 권한을 보장하되 검찰의 사후 통제를 받도록 하는 내용으로 국무총리실이 마련한 정부 조정안이 전날 차관회의를 통과한 데 대한 반대 의사로 ‘검사의 수사 지휘에 관한 형사소송법 개정 취지에 부합하는 대통령령 제정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입건 전에 실시하는 내사는 수사가 아니므로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아야 한다고 반발하는 경찰 측 의견과 궤를 같이하는 내용이다. 정부 조정안을 담은 대통령령은 27일 국무회의에 상정된다. 국회 행안위 결의안은 “총리실이 마련한 대통령령은 경찰의 수사개시권과 진행권을 침해해 형사소송법의 개정 취지에 반한다.”면서 “대통령령 제정 보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수사가 아닌 내사 단계의 기록을 검찰에 송부하도록 해 검찰의 수사권을 강화했다.”면서 “수사권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불가능하게 하고 검경 갈등을 조장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은 “수사권 조정은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대통령령 발효를 3개월 유보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조현오 경찰청장도 “수사개시권과 진행권을 무력화하는 입건 지휘나 수사 중단 및 송치 지휘 등의 규정은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경찰 내사에 검사 개입 정당화시켜”

    “경찰 내사에 검사 개입 정당화시켜”

    국무총리실이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대통령령이 원안 그대로 22일 차관회의를 통과하자 경찰은 “13만 경찰 모두가 실망과 좌절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우려와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또 “검찰이 경찰의 범죄 정보까지 장악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항변했다. 경찰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대통령령안은 ‘검찰 개혁과 경찰 수사의 책임감 향상’이라는 형사소송법 개정 취지를 반영하지 못해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매우 유감스러운 내용”이라고 밝혔다. 또 “국회가 검찰의 권력 분산과 견제 차원에서 60여년 만에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개정해 경찰의 수사 주체성을 인정하고 검경 간 명령·복종 관계를 폐지한 입법적 결단에도 전면 배치되는 것”이라면서 “내사와 수사의 범위는 법률에 규정될 사항인데도 대통령령에서 경찰의 내사에 대한 검사의 개입을 정당화시켰다.”고 반발했다. 아울러 “27일로 예정된 국무회의에서는 정부 기관의 합의 정신과 국회의 입법적 결단 취지를 살려 입건지휘, 수사중단·송치지휘 및 내사 관련 규정이 삭제되기를 기대한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차관회의가 열리기 전 경찰청에서 진행된 총경급 보직 신고식에서 “총리실이 최근 강제 조정한 대통령령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는 검찰과 경찰 등 수뇌부가 지난 6월 청와대에서 진행한 관계기관 간 합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국가기관 간 신뢰 상실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개인적으로 거짓말을 혐오한다.”면서 “사회 통합을 위한 신뢰 회복 차원에서도 (원안 통과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규정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도 이와 관련, “선거·공안 범죄의 경우 경찰이 수사를 개시할 때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하고, 경찰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중단이나 송치를 지시할 수 있어 수사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사중단·송치명령은 그동안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경찰 사건 가로채기’로 악용돼 왔다.”고 말했다. 앞서 총리실의 강제 조정안이 입법예고되자 전국적으로 ‘수사 경과’(警科·수사전담)를 가진 경찰 2만 2000여명의 68%인 1만 5000여명이 반납 신청을 했다. 총리실도 지난 14일 입법예고를 끝낸 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를 포함한 5개 관계기관 회의 등을 열고 추가 조율 작업을 진행했으나 끝내 실패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수사권 조정 원안대로 간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당초 원안대로 국무회의에 상정된다. 정부는 2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차관회의를 갖고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에서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담은 대통령령 제정안을 원안 그대로 오는 27일 열리는 국무회의에 올리기로 했다.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총리실이 원만한 합의를 위해 양측의 이해를 감안한 대안도 제시했지만 전부 수용되지 않은 채 그냥 현행안을 유지해 달라는 말만 했다.”면서 “기존 조정안대로 법률적인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총리실은 내년 1월 1일 개정된 형사소송법 시행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현 조정안대로 입법 절차를 밟기로 방침을 정했다. 총리실은 이날 차관회의를 갖기에 앞선 지난 14일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 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 준칙에 관한 규정’의 입법예고 기한이 끝난 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를 포함한 5개 관계기관 회의 등을 갖고 추가 조율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검경 모두 내사종결 사안에 대한 통제, 송치지휘 등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한 어떤 대안도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혀 결렬됐다. 임 총리실장은 “현 상태로 더 협의해도 양측이 조금씩 양보해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면서 “검경이 국정 운영의 큰 틀에서 판단해야 할 것이며 앞으로 수사협의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도개선 협의를 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씨줄날줄] 재벌수사/최용규 논설위원

    지난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비자금 수사는 검찰에겐 정말 잊고 싶은 기억일 게다. 김 회장을 3차례나 소환했지만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받아내는 데 실패했다. 2차 소환 때는 “이건 좀 심한 것 아니냐.” 하는 김 회장의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수사를 지휘하던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은 사표를 던졌다.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은 훗날 남 검사를 잃은 데 대해 “남기춘도 가고…”라며 비통한 심경을 드러냈고, 후배 검사 J(현재 S지청장)는 소주잔을 연거푸 비우며 울분을 토했다. 당시 언론은 남 검사의 퇴장을 아날로그 수사의 종언으로 명명했다. 한화 수사는 낡은 수사 패러다임 전환의 상징으로 꼽힌다. 변화의 물꼬는 김준규의 후임 한상대 검찰총장이 텄다. 한 총장이 올 2월 서울중앙지검장 취임사에서 했던 말이다. “특수수사 패턴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시대가 변하면 수사기법과 방식도 진화해야 합니다. 사람 중심의 수사, 보물찾기식 수사는 더 이상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정보 수집에서부터 내사, 조사에 이르기까지 분석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개발해야 합니다.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매끄러운 수사를 할 때 당사자는 승복하고 국민은 찬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스마트(Smart) 검찰로 가는 길입니다.” 어디 하나 그른 말이 없다. 그 뒤 반년이 지나 그는 검찰총수에 오른다. 한 총장의 스마트 수사가 SK 수사로 시험대에 올랐다. 검찰은 지난해 8월부터 내사를 벌였다. 올 3월부터 최태원 회장 형제의 선물투자 수사가 본격화됐다. 서린동 SK그룹본사에 대한 압수수색(11월 8일)과 계열사 임원들의 줄소환이 이어졌다. 19일엔 그룹 총수인 최 회장이 소환됐다. 최재원 부회장은 22일로 세번째 소환이다. 장장 1년 4개월을 끌고 있다. 죄가 있으면 죗값을 치르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지도층인 대기업 총수라고 예외일 수 없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깔끔해 보이질 않는다. 여기저기서 “이게 스마트 수사가 맞느냐.”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3개월 전 창원지검 마산지청 개청식에 참석한 한 총장은 “고질적인 환부만을 깔끔하게 도려내는 ‘스마트 수사’를 해야만 검찰이 존경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백번 지당한 말이다. 그는 검찰총장 취임사에서 ‘오만’을 검찰 내부의 가장 큰 적으로 규정했다. “검찰의 무오류성에 집착해 검찰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고 우기거나 잘못한 것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다면 이것 또한 오만이다.” SK 수사 과정을 주목하는 이유다. 최용규 논설위원 ykchoi@seoul.co.kr
  • 광주 ‘민주의 종’ 6년전 깨진 채 납품됐다

    광주 ‘민주의 종’ 6년전 깨진 채 납품됐다

    광주의 상징물로 제작된 범종이 6년 전 깨진 채 납품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광주시는 이를 확인하고도 경위 파악을 소홀히 함으로써 주민단체 등으로부터 의혹의 눈총을 받고 있다. 광주시는 최근 관련업계의 제보를 통해 2005년 10월 범종 제작사인 ‘성종사’가 납품한 ‘민주의 종’이 하대 무궁화 문양에 15㎝가량 수직으로 금이 있으며, 외관이 청동으로 땜질된 사실을 22일 확인했다. ●무궁화 문양에 15㎝ 금 가자 땜질만 성종사는 중요무형문화재 112호인 주철장 원광식(69)씨가 대표로 있는 명문 법종 제작업체이다. 그럼에도 민주의 종은 설계와 기술감리 용역을 맡은 서울대 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마저 중대한 하자를 발견하지 못하는 등 종 제작과 납품 과정에서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 이 연구소는 당시 보고서를 통해 ‘종 표면 및 몸체에는 결함이 전혀 없고 깨끗하게 주조됐다’고 밝힌 바 있다. ●제작사 대표, 무형문화재 원광식씨 그러나 광주시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민주의 종을 다시 제작하기로 한 만큼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감리사 측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자부담으로 재감리에 나서겠다.”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 그러자 종 제작사와 더불어 발주처인 광주시와 감리사 모두가 법적 책임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사회단체인 ‘참여자치21’ 오미덕 사무처장은 “무형문화재라는 지위를 가진 분이 종이 깨진 사실을 알고도 납품한 것은 중대한 범죄 행위”라면서 “147만 광주시민을 수년간 우롱한 처사에 대해 관련자들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의 종은 광주시가 민주·인권·평화의 상징물로서 2005년 10월 옛 전남도청 앞 전남경찰청 차고지에 설치했으며, 2008년부터 인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사 때문에 잠시 다른 장소로 옮겨 보관 중이다. 문화전당이 완공되는 2014년 제자리로 복원, 설치될 예정이다. 종 제작에는 시민성금 9억 900만원과 종각 건축비 5억 6500만원 등 모두 24억원이 투입됐다. 종은 높이 4.2m, 지름 2.5m, 무게 30.5t 규모로 구리와 주석으로 만들어졌으며 몸통에 비둘기와 무등산 입석대 등의 문양, 김대중 전 대통령이 쓴 ‘민주의 종’이란 글씨가 새겨졌다. 이 종은 2005~2008년 3·1절과 5·18민주화운동기념일, 8·15 광복절, 광주 시민의 날, 제야에 각각 33차례씩 타종됐다. ●경찰, 市관계자 등 내사 착수 한편 성종사는 국내 최대 범종인 ‘세계평화의 종’(평화의 댐 공원)을 비롯해 전국 주요 거리와 사찰 등에 종 7000여개를 만들어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방경찰청은 이와 관련, “제작사와 광주시 관계자, 제보자 등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 정밀한 내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하프타임] 대한항공 탁구팀 대우증권 격파

    대한항공이 MBC 탁구 최강전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대한항공은 16일 경기 부천 송내사회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 이틀째 경기에서 대우증권을 3-1로 눌러 1승1패를 기록, 우승컵의 향배는 17일 열리는 3차전에서 결정되게 됐다.
  • [주말의 경기]

    17일(토) ■프로농구 ●KCC-KT(전주체)●전자랜드-LG(인천삼산체 이상 오후 3시)●SK-삼성(오후 5시 잠실학생체) ■프로배구 현대캐피탈-KEPCO(오후 3시 천안유관순체) ■씨름 올스타전(오후 7시 문경체) ■탁구 최강전 챔피언전(낮 12시 부천송내사회체) 18일(일) ■프로농구 ●모비스-KGC(울산동천체)●KT-동부(부산사직체 이상 오후 3시)●오리온스-전자랜드(오후 5시 고양체) ■프로배구 ●대한항공-LIG손해보험(오후 2시)●흥국생명-기업은행(오후 4시 이상 인천도원체)●상무신협-삼성화재(오후 2시)●도로공사-인삼공사(오후 4시 이상 성남체)
  • [독자의 소리] 경찰 생각조차 지휘받아야 하나/서울경찰청 홍보실 경위 이주일

    얼마 전 서울신문에서 ‘인권침해 진정 건수 검찰이 경찰의 2배’라는 기사를 보았다. 지난 10년간 검찰이 인권침해로 진정을 받은 건수가 경찰의 2배라는 것이다. 이 정도면 경찰의 공정성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올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38개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민원 만족도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 경찰청은 ‘매우 우수’ 그룹(4개 부처)에, 검찰청은 ‘보통’ 그룹(19개 부처)에 선정됐다. 경찰청이 지난해 중앙행정기관 중 최다 민원처리 부처(전체 민원 72만건 중 10만 건)라는 사실을 살피면 더욱 의미 있는 결과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처럼 검찰에 막대한 힘을 실어주는 나라는 없다. 모든 수사를 지휘하고, 기소를 독점하고, 형집행도 지휘한다. 여기에 추가로 경찰의 내사까지 지휘한다고 한다. 내사는 범죄가 되는지 아닌지를 생각하고 판단하는 단계이다. 경찰의 생각마저 타 기관에서 지휘를 받는 그런 사회는 오지 않았으면 한다. 서울경찰청 홍보실 경위 이주일
  • [오늘의 경기]

    ■프로농구 ●KGC인삼공사-오리온스(안양체)●모비스-동부(울산동천체 이상 오후 7시) ■씨름 올스타전(오후 1시 40분 문경체) ■여자농구 신세계-우리은행(오후 5시 부천체) ■탁구 최강전 챔피언전(오후 1시 부천송내사회체)
  • 檢, 내사단계 체포·압수수색 금지

    검경 수사권 갈등의 주요 쟁점인 내사와 관련해 검찰 스스로가 암묵적으로 이뤄지던 내사 관행을 바로잡기로 했다. 검찰 자체적으로 내사 관행을 개선해 내사 범위 조정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경찰을 옥죄겠다는 전략으로 비치고 있다. 이는 경찰이 검사 등 고위 공직자 비리를 담당하는 ‘범죄정보 수집 전담부서’를 설치키로 결정한 상황<서울신문 12월 15일 자 9면>과 맞물려 검경 대립이 한층 더 꼬이는 양상이다. 대검찰청 형사정책단(단장 이두식)은 실질적 수사 활동을 내사로 다루는 등 일부 부적절하게 운영돼 온 검찰의 내사를 획기적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15일 발표했다. 검찰은 우선 실제 수사 활동이 이뤄졌을 경우 ‘내사 사건’이 아닌 ‘수사 사건’으로 관리함으로써 투명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체포·구속, 주거지 압수수색 등 인권 침해 소지가 큰 수사 활동은 반드시 입건 뒤 실시하도록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대검 관계자는 “현재 입법 예고 중인 대통령령 제정안에 사법경찰관의 ‘내사’에 관한 규정은 삭제된 상태”라면서 “검찰사건사무규칙상의 ‘내사’와 관련된 규정도 정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실질적으로 수사가 진행됐지만 입건에 이르지 않은 사건은 고등검찰청이 사후 통제하기로 했다. 고검은 해당 사건 수사의 착수·진행·종료의 적정성, 인권 침해 여부 등을 집중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청은 수사 주체성 확보 차원에서 본청 수사국에 대검찰청에 상응하는 경무관급 수사기획관을 두고 범죄정보과를 신설하는 등의 조직 개편안을 확정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LG패션 회장에 구본걸씨 각자대표 사장 오규식씨

    LG패션 회장에 구본걸씨 각자대표 사장 오규식씨

    LG패션은 구본걸(55) 사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오규식(53)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각자 대표이사)으로 선임하는 등 정기 임원인사를 14일 단행했다. 구 신임 회장이 단독으로 대표이사를 맡아왔으나 이번 인사에서 오 신임 사장이 각자 대표이사를 맡게 됨에 따라 ‘투톱’ 대표이사 체제가 됐다. 구 신임 회장은 LG의 창업주인 구인회 명예회장의 차남인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장남이자 구본무 LG회장의 사촌 동생이다 LG패션은 “해외사업 부문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한 국내사업의 부문별 책임경영 및 비즈니스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서울 출신으로 연세대 경영학과와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 스쿨을 나와 미국 공인회계사로 근무하다 1990년 LG증권(현 우리투자증권) 회장실 재무팀에 입사해 기업투자팀장, LG전자 미국지사 상무 등 LG그룹을 두루 거친 뒤 2004년 LG상사 패션&어패럴 부문 부문장(부사장)직을 맡으며 패션과 인연을 맺었다. 구 회장은 2006년 말 대표이사에 오른 뒤 LG패션의 매출을 5년 만에 2배 이상 끌어올린 것은 물론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 도입과 여성복 사업 강화를 통해 LG패션을 종합 패션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변모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경찰, 검사 비리 수집부서 만든다

    검사의 구체적인 수사지휘 범위를 정하는 대통령령을 놓고 검찰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경찰이 검사 등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포함한 범죄정보 수집 전담 부서를 만든다. 검경 수사권 대통령령 입법예고안에 집단행동까지 하며 반발한 경찰이 ‘검찰 비리’에 대한 수사권만 준다면 국무총리실 조정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제안을 내놓은 터라 전·현직 검사 비리 첩보를 수집하는 전담부서 신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찰청은 14일 “그동안 경찰이 다소 취약하다고 평가받았던 ▲검사 등 공직자 비리 ▲기술 유출 관련 기업 부패비리 ▲사정 수사 ▲기업형 조직폭력배 등과 관련된 범죄정보를 수집·전달하는 ‘범죄정보과’를 오는 20일쯤 신설한다.”고 밝혔다. 범죄정보과는 과장(총경급) 1명과 팀장급 2명 등이 범죄정보 1·2계를 맡아 운영할 예정이며, 첩보를 수집해 지능범죄수사대와 특수수사과 등 각 부서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과장으로 반기수(경찰청 과학수사센터 소속) 총경 승진 예정자가 거론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무총리실의 강제조정안이 국무회의까지 통과될 경우 경찰이 형사소송법 개정 등을 통해 대통령령을 무효화하려면 우선적으로 수사력을 증명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면서 “검찰에 밀리거나 부족했던 영역을 보완해 수사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며, 단순히 검찰비리 수사에만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올여름 수사권 조정 갈등이 가시화될 때부터 논의된 사안인데다 이번 대통령령 제정 때 ‘전·현직 검사 비리 수사지휘 배제’ 조항이 삭제된 만큼 검찰 견제 방안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대통령령 자체에 ‘내사 단계의 검찰 지휘’는 물론 ‘수사 중단 검찰 송치 명령’까지 포함된 터라 실제 검찰의 비리 수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존 정보 담당 형사들은 집회 시위 위주로 첩보를 모으지만, 신설 부서에서는 순수 범죄 관련 사항만 다루므로 수사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오늘의 경기]

    ■프로농구 ●삼성-LG(잠실실내체) ●SK-KT(잠실학생체 이상 오후 7시) ■씨름 올스타전(오전 11시 문경체) ■프로배구 도로공사-흥국생명(오후 5시) 상무신협-대한항공(오후 7시 이상 성남실내체) ■여자농구 국민은행-신한은행(오후 5시 청주종합체) ■탁구 탁구 최강전 챔피언전(오후 12시 부천송내사회체)
  • ‘손 안의 은행’ 1000만명시대 온다

    ‘손 안의 은행’ 1000만명시대 온다

    직장인 최모(28)씨는 스마트폰으로 은행 업무를 해결한다. 그의 아이폰에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이 깔려 있다. 회사 보안 때문에 인터넷뱅킹을 이용할 수 없는 최씨는 월급이 들어오는 날 이 앱을 통해 카드 대금을 선결제하기도 하고 부모님 용돈도 송금한다. 그는 14일 “미리 계좌번호와 금액을 저장해 두는 ‘스피드이체’와 자금이체 후 카카오톡(스마트폰 메신저)으로 통보하는 기능이 편리하다.”고 말했다. ‘손 안의 은행’인 스마트폰(모바일)뱅킹 전성시대가 열렸다.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스마트폰뱅킹 가입자 수는 올해 9월 말 현재 812만 3000명에 이른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 말 136만 9000명보다 6배 가까이 폭증했다. 분기마다 200만명가량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에는 가입자가 1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국민은행과 농협의 스마트폰뱅킹 가입자는 각각 200만명을 넘어섰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180만명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스마트폰뱅킹이 인기 많은 이유는 편의성 때문이다.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등을 켜지 않아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24시간 계좌를 조회하고 자금이체를 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스마트폰뱅킹 이용 고객의 95%가 조회 및 이체업무를 한다.”면서 “하루 중 정오부터 은행 마감시간인 오후 5시까지 거래가 몰리지만 새벽 3~4시에 자금 이체를 하는 고객도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은 스마트폰뱅킹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돈도 모으고 게임도 즐기는 ‘펀 뱅킹’이 뜬다. 국민은행의 ‘KB스마트★폰 적금·예금’은 선택한 동물을 키우는 게임을 접목했다. 다른 고객을 추천해서 우대 금리를 받으면 먹이량 등이 늘어난다. 농협의 ‘내사랑독도’ 앱은 사이버 독도 근처에서 낚시를 하면 쌓이는 포인트로, 독도에 건물을 짓고 금리우대쿠폰 등을 받는 일종의 금융게임이다. 기업은행은 ‘앱통장’을 내놨다. 종이통장을 만들지 않고 앱으로 거래내역을 관리하고 평생 동안 보관할 수 있다. 스마트폰뱅킹 열풍은 해외에선 보기 드문 현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호주계 ANZ 등이 스마트폰뱅킹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보급 속도가 국내에 미치지 못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국내에는 금융결제원을 통한 은행 공동전산망이 갖춰져 있어 실시간으로 이체가 이뤄지지만, 해외에선 빠르면 20~30분, 늦으면 하루 이상 이체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스마트폰뱅킹 확산 속도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뱅킹의 보안성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공인인증서나 개인금융정보가 통째로 들어 있는 스마트폰을 잃어버릴 경우 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인터넷뱅킹과 마찬가지로 해킹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는 “인터넷뱅킹보다 강화된 가상키보드 등 보안장치를 마련하고, 앱 위·변조 방지 등 최신 보안기술을 개발·적용해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Estonia 발트해를 적시는 찬란한 노래

    Estonia 발트해를 적시는 찬란한 노래

    Estonia 발트해를 적시는 찬란한 노래 “에스토니아에 일주일간 여행을 간다고요? 하루면 다 보는 곳 아닌가요?”라고 에스토니아를 여행해 본 사람들이 말했다.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발트 3국 중 하나’라는 사실만 알아도 실은 에스토니아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에스토니아는 더 이상 변방이 아니다. 당신의 다음 유럽 여행지로 꼽아두어도 에스토니아가 전혀 손색이 없는 이유를 소개한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에스토니아관광청 www.visitestonia.com 핀에어 02-730-0067 www.finnair.co.kr @Tallinn탈린 재래시장에서 발견한 에스토니아 “너희들은 왜 이렇게 영어를 잘하니?” “글쎄…. 우린 작은 나라니까.” 25살, 앳된 얼굴의 가이드 카티Kati의 짧은 대답에는 많은 뜻이 함축돼 있었다. 15세기 이후, 50년 이상 독립국가로 존재해 본 적 없는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 덴마크, 스웨덴, 독일, 러시아 등 열강들에게 종속당해 온 시절을 고스란히 반영하듯, 에스토니아 곳곳에는 혼재된 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다. 여행을 하면서 ‘대체 무엇이 에스토니아의 고유한 문화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사실 에스토니아는 운명적으로 고유의 것을 창조하기보단 받아들이고 재생성하는 데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지정학적으로 교역의 거점이었고, 강대국들의 텃밭이었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세계에서 가장 적은 인구가 사용하는 자신들만의 언어, 에스토니아어를 유지해 온 나라. 그 나라 사람들은 유달리 자존심이 강했다. ‘왕년을 회상하는’ 방식의 자존심이 아니라 지금을 소중히 여김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발트 3국의 하나인 에스토니아는 문화적으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와 많이 다르며, 언어와 민족은 북녘의 핀란드와 유사하다. 젊은이들이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가진 것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와 다른 점이다. 소련에서 독립한 후, 가파르게 경제 성장을 구가해 온 에스토니아는 MSN 메신저와 스카이프Skype를 개발한 IT 강국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탈린은 물론 지방 소도시의 식당에서도 대부분 무선 인터넷을 무료로 제공할 정도다. 발트 3국 중 유일한 유로 사용국가이기도 하다. 에스토니아의 혼재된 문화는 재래시장에서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발틱역Baltic Station 맞은편에는 러시아식 재래시장이 매일 열린다. 앤티크 제품부터 채소, 과일, 생필품까지 50여 개 상점이 문을 여는데 탈린 시내와는 전혀 다른 구소련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차가운 사람들의 표정마저 시계를 20년 전으로 돌린 것만 같다. 발틱역에서 트램으로 한 정거장 거리에 자리한 옛 공장터 ‘키르부투르크Kirbuturg’에서는 매주 토요일이면 벼룩시장이 열린다. 누가 사 입을까 싶은 낡은 옷가지부터, 고장난 라디오까지 어딘가 익숙한 시장 풍경이 펼쳐진다. 여름철이면 구시가지의 시청광장에서는 민족 장터도 수시로 열린다. 탈린이 고대부터 교역의 중심지였음을 상징하듯 광장에는 주변 국가의 전통 의상을 입고, 전통 음식과 수공예품을 가지고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처럼 다채로운 전통 시장을 체험하려면 반드시 주말을 끼고 탈린을 여행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언덕에 올라 부엌을 들여다보아라” 탈, 린. 입에 감기는 발음마저 고혹적인 도시다. 어떤 합리적 연관성도 없지만 그 이름에선 묘한 여성성이 느껴진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Old Town의 풍경 또한 그러하다. 덴마크인들이 11세기에 이주해 오면서 도시의 면모를 갖춘 탈린은 13세기에 한자동맹의 중심도시로 번영을 누렸다. 거친 장사꾼들이 드나들며 만들어진 도시가 지금 이처럼 매혹적인 모습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관광지로 변모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중세시대에 탈린은 상인과 일반인들이 거주하던 저지대와 영주나 귀족들이 거주하는 고지대로 나뉘었다. 저지대에는 과거 길드 상인들의 건물들이 식당, 카페, 기념품 상점들로 용도가 바뀌어 보존되고 있으며, 고지대에는 교회와 각국 대사관을 비롯해 부유층의 집들이 있으니 그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탈린은 도시 전체가 평평한 지형으로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톰페아 언덕Tompeaa Hill이 해발 40m밖에 되지 않아 도보 여행을 즐기기에 좋다. 구시가지는 어느 입구로 들어서든 풍부한 볼거리를 만날 수 있지만 비루 성문Viru gate에서 도보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성문을 통과해 100m 즈음 들어가면 북유럽에서 유일하게 고딕 양식으로 만들어진 구시청사와 시청광장이 펼쳐진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광장 주변 노천카페에서 음식과 차를 즐기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시청광장 부근에는 1422년에 문을 열고, 10대째 내려오는 약국이 있고, 카타리나Katariina 골목은 중세 분위기를 가장 원형에 가깝게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부엌을 들여다보아라Kiek in de Koik’라는 엉뚱한 이름의 포수대에는 탈린 성곽의 역사를 알려주는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탈린 시내를 조망하기 좋은 톰페아 언덕에는 제정 러시아 시절의 역사를 반영하는 알렉산데르 네프스키 교회가 화려한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이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돔 성당도 있다. 성당 내부에는 교회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장식품들이 가득해 어수선한 느낌을 주는데 현재는 중세시대의 유물 전시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에스토니아인들은 종교에 큰 관심이 없는 까닭에 교회를 드나드는 사람들은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혹자는 구시가지를 하루에 세 번, 둘러봐야 한다고 말한다. 한가한 이른 아침, 이슬 낀 자갈길을 걸어 보고, 한낮에는 박물관, 교회 등을 들러보고, 저녁에는 화려한 조명으로 물든 야경을 감상하고, 라이브 카페와 클럽에서 젊은 탈린을 만나 봐야 한다. 구시가지에는 살 만한 기념품도 많다. 먼저 발트 지역의 명물인 호박Amber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구시가지에는 인력거에서 중세 복장을 한 아리따운 여인들이 아몬드에 다양한 향신료를 첨가해 그 자리에서 직접 볶아서 판매하는 가게를 종종 볼 수 있다.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으니 선물용으로 훌륭하다. 1 탈린 구시가지 시청광장은 만남의 장소로 유명하다. 13세기 한자 무역시대의 건축물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2 구시가지 곳곳에는 젊은 여인들이 중세 복장을 입고 에스토니아 전통 간식인 볶은 아몬드를 판매하고 있다 3 구시가지는 도보 여행에 좋다. 비루 게이트 입구에서 세그웨이Segway를 빌려 탈 수도 있다 4 탈린 구시가지에는 재치 넘치는 디자인의 간판들이 가득하다 5 구시가지는 시간대에 따라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인적이 드문 이른 아침, 이슬에 젖은 자갈길을 걸으면 중세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느껴진다 Festival 전국민이 합창을 하는 나라 노래를 사랑하는 민족들은 많지만 노래를 통해 혁명을 이룬 역사를 가진 민족은 드물 것이다. 에스토니아는 소련이 붕괴되기 전인 1988년, 혁명 기간 중 약 30만명의 시민들이 집결해 소련의 통치에 반대하며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의 일환으로 광장에 모여 노래를 불렀다. 당시 소련은 경제가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위를 진압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1991년 결국 독립을 이뤄내기까지 에스토니아는 반폭력 독립운동으로 일관했으며, 소련을 해체시키는 기반을 이뤘다. 비폭력 저항운동의 역사는 발트 3국이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1989년 3국 국민들은 탈린에서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까지 인간 띠를 만들어 소련 체제의 부당함을 전세계에 알렸고 자유를 외쳤다. 25만명이 만든 인간 띠는 ‘발트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이 사건은 유네스코에도 유산으로 등재됐다. 에스토니아인들의 노래 사랑은 역사가 꽤 깊다. 탈린에서는 1869년부터 5년에 한번씩 송페스티벌Estonian Song Festival이 개최되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에스토니아인들은 합창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탈린에서 만난 여성들에게 ‘당신도 음악을 좋아하나요?’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여성들이 ‘물론이죠. 송페스티벌에 나간 적도 있답니다’라고 답했다. 인구 40만의 작은 도시, 3만명이 합창을 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무대에 한번쯤 서 보지 않은 이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구 소련 시절, 오케스트라 지휘자였다가 이제는 탈린관광안내사무소에서 일을 하는 티나Tiina씨는 “1988년, 우리는 결코 약하지 않은 민족이라는 사실을 노래로 세계에 보여주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노래의 힘을 신봉하는 듯 느껴졌다. 올해의 유럽 문화 수도로 선정된 탈린에는 축제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9월 말, 우리보다 앞서 단풍으로 물든 탈린에서는 디자인 축제와 재즈 축제가 한창이었다. 에스토니아 재즈 밴드의 공연이 펼쳐진 한 클럽에 인파가 몰려들었다. 맥주 잔을 들고 조용히 음악을 즐기던 중년의 남성에게 별 뜻 없이 말을 걸었다. “어디에서 오셨나요? 재즈를 좋아하시나 봐요”, “저는 독일에서 온 교사입니다. 탈린에만 3일째인데 재즈 축제 때문에 왔죠. 에스토니아의 수준 높은 음악문화에 매료됐답니다.” 리듬에 맞춰 잔뜩 흥에 취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진지하게 기타리스트의 연주에 몰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1 2011 유럽의 문화수도로 선정된 탈린에는 축제가 끊이지 않는다. 에스토니아인들은 모두 노래부르길 좋아한다 2 재즈페스티벌을 관람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구시가지의 유명한 극장 본 크롤Von Krahl에서 기타 트리오의 연주가 펼쳐졌다 3 1869년부터 시작된 에스토니아 송페스티벌은 3만명이 합창을 펼치는 장관을 연출한다. 에스토니아는 구소련에 대항해 노래를 부르며 저항한 역사를 갖고 있기도 하다 4, 5 2008년 ‘올해의 유럽 박물관’에 선정된 현대미술관 쿠무KUMU는 중세 미술작품부터 최근의 미술 조류를 반영하는 작품까지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고 있다 6 제정 러시아 시절, 표트르 대제가 아내를 위해 선물한 여름 궁전, 카드리오르그 공원의 미술관에는 낭만주의 시대의 명화들이 전시되어 있다 Museum 표트르 대제가 아내에게 선사한 궁전 문화 수도 탈린에는 세계에 내놓을 만한 미술관도 있다. 18세기 제정 러시아 시절, 표트르 대제가 아내인 캐서린 1세를 위해 헌사했다는 카드리오르그 공원Kadriorg Park에는 화려한 궁전과 미술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올드타운에서 약 2km 떨어져 있는 공원 일대는 오크 나무와 라일락 나무로 울창한 숲과 호수가 조성되어 있어 시민들의 안락한 쉼터로도 이용되고 있다. 목조로 된 바로크 양식의 궁전은 공원의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으며, 지금은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는데 궁전 내부에는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러시아의 16~19세기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대형 홀에는 낭만주의 시대의 명작들이 다수 전시되어 있어 미술 애호가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공원 뒤켠에는 화려한 꽃들로 수놓여진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공간은 웨딩 촬영과 파티를 위한 공간으로도 애용된다고 한다. 카드리오르그 공원에서 얕은 언덕을 따라 오르면 석회석으로 지어진 뾰족한 외관이 인상적인 현대 미술관 쿠무KUMU를 만날 수 있다. 2006년에 문을 연 에스토니아 최대의 미술관으로, 2008년 ‘올해의 유럽 박물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주변의 자연 지형과 어우러진 디자인과 독특한 내부 설계는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 할 만하다. 7개 층에 전시된 작품은 종류도 시대도 매우 다채롭게 구성된 것이 런던의 테이트모던Tate Modern을 연상시킨다. 상설 전시관에는 18세기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에스토니아 화가들의 미술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에스토니아 화풍의 변화와 함께 민중들의 삶의 궤적까지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2차 독립(소련 붕괴) 때까지의 작품들도 별도로 전시되어 있다. 이 전시관의 작품에는 소련 체제 하에 접어들면서 공산주의 사회로의 급격한 변화가 생생하게 반영되어 있다. 60년대부터 모더니즘, 팝아트, 극사실주의 등 당시 유행하던 화풍이 에스토니아라는 특수한 현실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읽어내는 것도 흥미롭다. 이외에도 매우 실험적인 장르의 미술, 조각, 설치 예술 작품들이 곳곳에 전시돼 있어 한나절을 박물관에서 보내도 다 볼 수 없을 정도다. 1 시청광장에서 아몬드를 볶고 있는 에스토니아 소녀의 모습 2 탈린 구시가지의 교회나 성벽의 첨탑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개성을 뽐내고 있다 3 톰페아 언덕에서 내려다본 구시가지의 모습. 멀리 발틱해, 핀란드만으로 나아가기 위한 항구도 보인다 4 중세 분위기의 레스토랑 올데한자Olde Hansa는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 중 하나다 @Lahemaa National Park 라헤마 국립공원 숲, 바다, 늪, 대저택 그리고 완벽한 자연 많은 이들이 에스토니아를 하루 혹은 이틀만 여행하는 것은 ‘탈린 너머의 에스토니아’를 발견하지 못한 까닭이다. 탈린에서 출발해 러시아 방향으로 향하는 1번 도로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가면 전혀 다른 세상에 다다를 수 있다. 때묻지 않은 늪지대와 울창한 삼림, 중세시대 영주들의 호화로운 저택들이 어우러져 있는 라헤마 국립공원은 1971년 구소련이 지정한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그 화려하던 소련이, 그것도 전성기인 70년대에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는 사실만으로 왠지 그럴싸하지 않은가. 신발끈을 바짝 조이고 늪지대에서 이색 하이킹을 즐겨 보자. 조금 여유가 있다면 중세 영주의 집에서 스파를 즐기며 근사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Viru Bog Trekking 늪지대를 엉금엉금 걷는 재미 에스토니아의 6개 국립공원 중 라헤마 국립공원은 탈린에서 접근성이 가장 좋다. 바다와 숲을 동시에 즐길 수 있으며, 중세 영주들의 집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탈린과 함께 여행하면 최상의 궁합을 이룬다. 라헤마 국립공원은 대체로 평지에 가까워 가벼운 하이킹이나 자전거 타기, 바다에서의 카약이나 카누 등을 즐기기에 좋다. 하이킹의 경우, 다양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가 잘 형성되어 있어 지도만 있으면 다니기에 불편함이 없다. 해변에서부터 늪지대까지 다채로운 산책로가 있으며, 에스토니아에 서식하는 비버Beaver를 구경할 수도 있는 산책로도 있다. 국립공원에는 50여 종의 포유류가 있다고 하지만 산책 중 이들을 만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양한 산책로 중에서도 늪지대(혹은 습지) 산책로를 선택했다. 습지 하이킹으로 유명한 곳은 비루Viru Raba 지역이다. 공원에 이르자 침엽수림이 내뿜는 공기가 신선하면서도 묵직하게 폐 속으로 침투했다. 숲 속으로 몇 걸음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전신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산소의 밀도가 높았다. 그러나 비루 습지 산책로의 주인공은 침엽수림이 아니었다.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몇백 미터를 들어가자 갑자기 하늘이 뻥 뚫리고 일견 잔디처럼 보이는 평원이 훤하게 펼쳐졌다. 맨땅에 뿌리를 내린 침엽수가 20m는 족히 넘는 키를 자랑하는 데 반해 늪지대에 나 있는 나무들은 큰 것이 3m 수준이었다. 무릎 높이의 나무 한 그루도 실은 수십년을 자란 것이라고 하니, 흙과는 전혀 다른 습지의 생태가 신기하기만하다. 이곳에서는 습지 위로 걷다가 발이 잠기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고, 식물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통나무를 깔아놓은 3.5km 산책로를 걸어야만 한다. 산책길 중간중간 만날 수 있는 작은 연못은 물고기가 서식할 수 없을 정도로 맑아 수영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국립공원에는 840종에 달하는 식물군을 볼 수도 있으며, 찰스 다윈이 가장 좋아한 식물이었다는 식충식물도 곳곳에 있어 살아있는 과학교실로 활용되고 있다. Manor House 중세 독일 영주처럼 쉬어 볼까 라헤마 국립공원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재미는 중세 영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매너하우스Manor House를 구경하는 것. 개인적으로 지난 3월, 영국 코츠월드 지방의 매너하우스를 개조한 호텔에서 머문 경험이 있는 터라 매너하우스에 꽤나 매료가 된 상태였다. 유럽의 어느 나라를 여행하더라도 적어도 하룻밤 정도는 지방의 매너하우스에서 머물러 봐야 한다는 일종의 로망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만큼 높은 기대치를 갖고 찾아본 에스토니아의 매너하우스. 영국의 그것에 비해 절대 뒤쳐지지 않는 화려한 정원과 럭셔리한 분위기를 자랑했다. 특히 라헤마 국립공원의 3대 매너하우스로 불리는 팔름세Palmse, 사가디Sagadi, 비훌라Vihula는 전혀 다른 개성을 간직하고 있다. 팔름세 매너하우스는 노랑, 주황으로 채색된 바로크풍 건물이 9월의 낙엽과 어우러져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팔름세는 화려한 정원이 뒤뜰에 펼쳐져 있고, 박물관, 공방, 와인 판매점, 카페, 식당 등이 한 데 모여 있다. 특히 메인 건물에는 18세기 에스토니아 영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초상화, 낡은 피아노, 벽난로, 널찍한 테이블이 있는 살롱 등이 잘 보존되어 있어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1749년 독일 영주가 살던 사가디 매너하우스는 야생동물, 희귀식물 등 국립공원의 생태를 잘 보여주는 전시관Forest center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모던한 모습으로 재탄생한 매너하우스는 비훌라. 16세기에 지어져 오랜 역사를 자랑함에도 골프코스를 갖추고 있고, 스파, 워터파크 등의 시설은 물론 인접한 해변에서 카야킹, 말타기 체험 등 다양한 체험 스포츠가 가능하다. 에스토니아인들은 누구나 로맨틱한 매너하우스에서 웨딩 촬영을 하고 결혼식을 올리는 것을 꿈꾼다고 한다. 결혼식을 마친 후, 남편이 참나무 한 그루를 매너하우스에 기증하며 아내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뿌리와 함께 묻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참나무가 변치 않는 사랑을 상징하는 까닭이다. 1 습지의 생태는 일반적인 숲과는 전혀 다르다. 특히 이끼류의 식물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2 라헤마 국립공원은 살아있는 과학교실이다. 어린 학생들이 선생님을 좇아 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3 국립공원은 바다를 면하고 있다. 북극 빙하를 타고 온 퇴적물과 암석들로 해변 지역의 생태 또한 독특하다 4 라헤마 국립공원에는 군데군데 호수가 형성되어 있다. 물이 너무 맑아 물고기가 살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5, 6 비훌라 매너하우스Vihula Manor house는 가장 모던한 모습으로 재탄생한 중세 영주의 대저택이다. 에스토니아인들은 매너하우스에서 웨딩 촬영 및 예식을 올리는 것을 동경한다고 전해진다 @Parnu패르누 여름 수도에서 잘 먹고 잘 쉬기 에스토니아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그저 춥기만한 나라’라는 것. 스칸디나비아반도의 바로 아래 있고, 유라시아 대륙의 서북쪽 끄트머리에 있으니 그런 오해가 있을 법하다. 겨울철에는 영하 20~30도는 예사이고, 오후 3시면 어두워지는 혹독한 겨울나라의 면모를 보이지만 6~8월은 영상 30도 가량의 온화한 날씨에 밤 11시가 넘어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의 나라로 변모한다. 고로 에스토니아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철은 여름이며, 남쪽의 해변도시 패르누Parnu는 여름 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탈린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2시간을 달려 패르누에 도착했다. 거리상 129km밖에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탈린에 비해 공기가 훨씬 온화한 느낌이다. 패르누는 ‘에스토니아의 여름 수도’라는 수식어처럼 널따란 백사장이 있는 해변을 끼고 있다. 9월 말, 해변에는 산책을 나온 몇몇 사람들만 눈에 띄었을 뿐 백사장은 하얗게 비어 있었다. 그렇다고 패르누의 여행 시즌이 마감된 것은 아니었다. 패르누에는 19세기부터 스파 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해 자국민뿐 아니라 스칸디나비아와 동유럽 지역에서도 스파를 즐기기 위한 여행객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스파를 전문으로 하는 대형 리조트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고,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종류의 스파와 마사지, 트리트먼트를 받을 수 있으니 에스토니아 여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다. 패르누에서는 건강을 위한 웰니스 스파Wellness Spa와 치료 목적의 메디컬 스파Medical Spa를 모두 체험할 수 있다. 스트랜드 호텔Strand Hotel & Conference에서 진흙팩 트리트먼트를 받았다. 75분 동안 사해 머드를 온 몸에 바르고 나니 피부가 수분을 단단히 머금었고, 노폐물과 몸의 피로가 말끔히 사라진 듯했다. 유럽에서 이 정도의 서비스를 받고 39유로(약 6만2,000원)만 지불하면 된다는 사실도 새삼 놀랍다. 1시간 동안 진행되는 오일 마사지 등도 30유로 선에서 받아 볼 수 있다. 스파 에스토니아Spa Estonia와 같은 메디컬 스파 호텔에서는 각종 질병 진단을 10유로 수준에서 받아볼 수도 있다. 이외에도 중국식 마사지, 태국식 마사지부터 벌꿀 마사지까지 취향대로 마사지를 즐길 수 있다. 그로테스크한 호텔을 가득 채운 선율 패르누는 완벽한 휴양을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음식도 단순히 먹고 배부르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우리 몸에 유익한 오거닉 푸드가 어울린다. 형형색색의 목조 건물들이 아름다운 올드시티에는 문을 연 지 2년 만에 에스토니아 50대 식당으로 선정된 오가닉 카페 ‘마헤딕Mahedik’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어 찾아보았다. 탈린에서 수십년간 호텔에 종사했던 에비 큐식Evi Kuusik씨는 오가닉 푸드에 대한 관심을 갖고 고향인 패르누로 돌아와 가게를 열었다. 직접 농부들로부터 채소와 육류를 구매하고, 어부들로부터 생선을 공급받아 신선한 재료와 빼어난 맛으로 순식간에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연어 샐러드와 엘크 고기로 만든 파스타를 맛보았다. 과일주스부터 디저트로 먹은 파이까지 몸에도 좋은 것이 맛까지 훌륭했다. 큐식씨는 “사실 오가닉 푸드라는 게 대단할 게 없어요. 패르누에서 어릴 적부터 먹어 왔던 것을 되살리는 일을 한 것뿐이죠”라고 맛의 비결을 이야기했다. 이 식당의 사장은 큐식씨의 딸 에벌린Evelin Kuusik이다. 흥미롭게도 그녀는 한국에서 패션모델로 활동했다고 한다. 빼어난 미모의 모녀가 운영하는 마헤딕에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피아노, 클라리넷 등의 소박한 공연도 열린다. 흥미롭게도 이 낯선 땅, 그것도 조그만 마을에서 한국과 인연을 맺은 사람을 또 한 명 만났다는 사실을 그저 행운이라고 해야 할까? 패르누에서 가장 유서 깊은 럭셔리 호텔 아멘데 빌라Ammende Villa에서 묵는 밤. 운이 좋게도 영국의 유명 기타리스트인 제이슨 카터Jason Carter의 공연을 보게 됐다. 그는 평양에서 공연을 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음악으로 북한 사람들의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북한’을 여행한 경험을 관객들과 공유했는데, 공연이 끝나고는 ‘남한’에서 온 나와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눴다. 그리곤 이메일을 보내 왔다. 북한을 여행한 경험을 더 소상하게 얘기해 주고 싶다는 메시지와 함께…. 결국 제이슨 카터 덕분에 그의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을 뿐 아니라 패르누에서의 추억도 더욱 애틋하게 간직하게 됐다. 유명 뮤지션의 공연을 보는 것도 큰 행운이었지만 영화에서나 봤음직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대저택, 그러니까 무대 뒤편에는 뿔 달린 사슴 박제가 걸려 있고, 마룻바닥을 밟을 때마다 삐걱이는 소리가 들리는 이방의 공간에서 멜랑꼴리한 음악을 듣는 기분이란 참 기묘했다. 공연이 끝나고, 방으로 돌아왔다. 널찍한 욕조에서 반신욕을 즐기고, 자작나무 향이 짙게 풍기는 핀란드식 사우나에서 피곤을 풀었다. 에스토니아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포근하고 로맨틱하게 저물었다. 1 패르누는 ‘에스토니아의 여름 수도’라는 명성에 걸맞게 잘 먹고, 잘 쉬기 위한 모든 문화가 자리잡혀 있다. 최근에는 오가닉 푸드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2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스파를 체험할 수 있는 스트랜드 호텔 & 스파 3 가정집을 연상시키는 안락한 분위기의 카페 4 여름철이면 패르누는 전국에서 모여든 휴가객과 북유럽 여행객들로 붐빈다. 고운 백사장이 넓게 펼쳐진 해변에서는 여느 휴양지에 비해 상업적인 냄새가 덜 느껴진다 5 패르누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아멘데 빌라. 1905년 독일인 부호가 딸의 결혼식을 위해 지었으며, 이제는 사우나 달린 객실,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이 펼쳐지는 럭셔리 호텔로 변모했다 6 도심 가운데에 자리한 작은 공원에는 참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밀도 높은 산소를 내뿜고 있다 7 소박한 분위기의 카페 풍경 Travel to Estonia ▶에스토니아 여행팁 탈린 카드Tallinn Card 탈린 여행의 필수품이다. 6시간(12유로), 24시간(24유로), 48시간(32유로), 72시간용(40유로)이 있으며, 카드 한 장이면 대중교통, 박물관, 스파·사우나 입장은 물론 가이드 투어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탈린 호텔과 라헤마 국립공원 투어 등은 할인이 가능하다. 탈린관광청 웹사이트(www.tourism.tallinn.ee/fpage/tallinncard)에서 사전 구매도 가능하며, 주요 호텔 및 관광안내소에서 구매할 수 있다. 전압 우리나라와 같은 220V를 사용한다. 화폐 1유로는 약 1,601원(10월 기준). 크룬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기후 6~8월에는 최고기온 30도 정도로 따뜻하며, 11월부터 3월까지는 평균 기온이 영하로 매우 추운 편이다. 여행을 하기에는 5~9월 사이가 좋다. 무선인터넷 에스토니아는 EU 국가 중에서도 IT가 가장 발전된 나라다. 대부분의 호텔과 식당에서 WIFI를 무료로 제공한다. ▶Food 영부인이 재유행시킨 검은 빵 에스토니아는 열강들의 통치를 받은 역사가 긴 만큼 음식 문화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대통령 영부인이 흑빵을 굽는 모습이 TV에 노출되면서, 이 전통 빵이 큰 유행을 타고 있다. 어느 식당을 가든 흑빵을 먹어 볼 수 있다. 탈린 시청광장에 자리한 올데 한자Olde Hansa는 15세기 한자 시대의 분위기로 에스토니아 전통식을 제공하는 가장 유명한 식당이다. 각종 곡물과 육류, 북유럽에서 즐겨 먹는 연어의 맛도 훌륭하지만 인테리어부터 음악, 점원들의 복장까지 완전히 중세풍으로 연출해 이색 체험 차원에서도 추천할 만하다. www.oldehansa.ee 라헤마 국립공원 내에 자리한 어부들의 마을 ‘알트야Altja’에 있는 에스토니아 전통식당 알트야 코르츠Altja Korts는 앞바다에서 잡힌 청어요리가 주를 이루며, 막걸리 맛과 흡사한 러시아식 전통음료인 크바스Kvass의 맛이 훌륭하다. www.altja.ee ▶Hotel 이왕이면 핀란드식 사우나 달린 호텔 탈린에서는 올드타운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곳에 호텔을 잡는 게 편리하다. 수영장, 사우나를 무료로 제공하는 호텔이 많으니 예약 전 확인하는 게 좋다. 올드타운 비루 게이트 앞에 위치한 노르딕 호텔 포럼Nordic Hotel Forum이 가격, 접근성, 서비스 면에서 추천할 만하다. www.nordichotes.eu 패르누에서도 사우나, 스파 시설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으며, 도시의 역사를 대변하는 아멘데 빌라Ammende Villa는 아르누보풍의 웅장한 분위기 속에서 수준 높은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www.ammende.ce FINNAIR 에스토니아로 가는 가장 빠른 길 우리나라에서 에스토니아로 가는 직항은 없지만 항공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핀에어를 이용하는 게 최선이다. ‘유럽으로 가는 가장 빠른 항공사’인 핀에어는 서울과 헬싱키를 9시간 만에 연결하며, 헬싱키에서 탈린까지는 35분만에 연결된다(헬싱키에서 페리를 이용할 경우, 탈린까지 2~3시간이 소요된다). 핀에어는 설립 이후 단 한번도 안전 사고를 일으킨 적 없어 매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로 선정되고 있으며, 각종 매체로부터 ‘북유럽 최고 항공사’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항공사 TOP 5’에 꼽히기도 했다. 개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물론 개인 노트북 연결 콘센트 및 USB 연결장치를 탑재하고 있고, 비즈니스석에는 180도 젖혀지는 침대형 좌석을 도입했다. 특히 한국 승무원 탑승, 비빔밥, 불고기 등 한식 기내식 제공, 한국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등 한국 승객들을 배려한 기내 서비스는 한국 승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헬싱키 반타 공항 역시 유럽 공항에서는 최초로 한국어 표지판을 설치해 환승 및 공항 이용의 편의성을 한층 높였다. www.finnair.co.kr 02-730-0067
  • [오늘의 경기]

    ■프로농구 ●오리온스-KT(고양)●삼성-KCC(잠실 이상 오후 7시) ■탁구 최강전 2차 리그(낮 12시 부천송내사회체)
  • 일선경찰 100인 “비리검사 전담수사팀 만들자”

    일선경찰 100인 “비리검사 전담수사팀 만들자”

    국무총리실의 ‘수사권 조정안’을 놓고 검찰과 경찰이 5일 두 번째 토론회를 가졌으나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경찰은 일선 경찰관 100여명이 토론을 통해 경찰의 최종 입장을 정리, 총리실에 제출했다.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CJ그룹 인재개발원에서 한국법학교수회 주최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세미나가 열렸다. ‘내사와 수사의 본질과 한계’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는 진교훈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협의조정팀장(총경)과 이제영 검찰 형사정책단 검찰연구관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검경 관계자가 동시에 참석해 수사권 문제를 두고 토론을 벌인 것은 지난달 29일 국회 토론회 이후 두 번째다. 이 연구관은 “판례와 다수 학설에 따르면 지휘 대상인 수사의 범위는 그 실질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입건 여부라는 형식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경찰이 수사 활동을 하고 입건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성격이 지휘를 받지 않는 내사로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연구관은 “경찰이 말하는 ‘입건 전 수사활동’은 당연히 수사지휘의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진 팀장은 “범죄를 인식하기 위한 내사 활동에서 어느 정도의 강제처분을 배제한다면 내사의 존재 의의가 없게 될 수 있다.”면서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한 때나 긴급체포, 체포·구속영장을 신청한 때는 경찰도 이를 수사 행위로 보고 실무상 입건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는 ‘바람직한 대통령령 제정을 위한 전국 현장경찰관 100인 토론회’가 열렸다. 조현오 경찰청장 등 수뇌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일선 경찰들은 총리안 시행시 예상되는 실무적인 문제와 부당한 검사 지휘사례에 대해 자유토론을 벌였다. 경찰관들은 “총리실 안에 연연하지 말고 비리검사전담수사팀을 만들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 경찰관은 “총리실이 직권조정을 내세워 수사권 조정 문제를 검경의 밥그릇싸움으로 만들고 있는데, 우리는 단지 부패·비리 검찰을 수사하게 해달라는 것뿐”이라고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백민경·최재헌기자 white@seoul.co.kr
  • 경찰 “인권침해 진정건수 檢이 警 2배”

    경찰이 검찰에서 내세우는 ‘경찰의 인권침해’ 우려와 관련, 국가인권위원회에 지난 10년간 접수된 진정건수를 들어 반박하고 나섰다. 2일 인권위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2001년 11월~지난 9월 인권위에 제기된 경찰 대상 ‘누계 진정건수’는 9834건, 검찰은 1843건이었다. 이를 해당기관 공무원 정원(지난 6월 기준) 1000명당 기준으로 환산하면 10만 4986명인 경찰은 93.7건, 9793명인 검찰은 188.2건으로 검찰이 경찰에 비해 2배나 많다. 같은 기간 공무원 1000명당 ‘누적 권고 등 건수’도 경찰은 5.2건, 검찰은 6.1건으로 검찰이 1.2배나 됐다. 인권침해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되는 사안이다. 때문에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공개토론회에서 검찰 측은 “내사 단계에서도 사건 관계인의 인권 침해가 있었는지 알 수 없다. 내사를 포함한 모든 수사활동에 대한 지휘권은 검찰에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찰은 “관련 통계는 반대로 나온다.”면서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경 갈등 속에서 ‘내사 단계에서 국민인권이 침해될 수 있어 통제가 필요하다’는 검찰의 입장은 그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인권위의 통계와 관련, “단순히 전체 경찰이 아닌 수사를 담당하는 사법경찰관만으로 진정과 권고건수를 따지면 수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 보면 인권침해는 두 기관에서 모두 발생한다. 지난해 3월 무고죄 혐의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러 가던 한 남성이 “법원으로 이동하던 도중 수갑을 차고 가는 모습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돼 모멸감을 느꼈다.”며 검찰을 대상으로 진정했다. 인권위는 “헌법 제10조에 보장된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도 수사과정에서 기본권을 제한하고 피해를 준 사례가 적잖다. 지난해 절도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의 가슴을 10여 차례 때리는 등 2시간 동안 폭행·강압수사를 했던 일명 ‘양천서 가혹행위’ 사건은 경찰의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로 꼽힌다. 인권위는 수갑을 과도하게 조이게 하는 등 수갑 사용으로 인한 인권침해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경찰에 수갑 사용 규정을 마련,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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