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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민주당, 미얀마에 길을 물어라/구본영 논설실장

    [서울광장] 민주당, 미얀마에 길을 물어라/구본영 논설실장

    미얀마(버마) 민주화의 ‘아이콘’ 아웅산 수치여사.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참석차 이달초까지 한국에 머문 그의 행보는 퍽 뜻밖이었다. 야당투사답지 않게 교민들을 만났을 때조차 자국의 민주화 구상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대신 어느 곳에서나 미얀마의 경제 발전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는 서울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으면서 “한국은 민주화와 경제성장 모두를 이뤄낸 국가”라고 부러워했다. 의례적 공치사는 아닌 듯했다. 197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의 형편이 미얀마와 별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회택·차범근이 최고인 줄 알았던 축구 팬들은 이따금 한국팀이 버마팀에 속절없이 무너지던 장면을 지켜보지 않았는가. 미얀마의 내리막길은 1962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부가 버마식 사회주의와 폐쇄정책을 고수하면서 비롯됐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수치가 이끈 민주화 운동으로 맞은 짧은 ‘양곤의 봄’은 친위 쿠데타로 끝났다. 이후 국제적 고립의 심화로 미얀마는 아시아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그러던 미얀마는 2011년 역사적 전기를 맞는다. 군 출신이지만 선거로 집권한 테인 세인 대통령이 확실한 개혁·개방의 깃발을 들면서다. 그는 정치범 석방을 단행하고 노조를 인정했다. 특히 “수치의 집권 기회를 차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의 가택 연금도 해제했다. 한국을 찾은 수치가 굳이 민주화 일정을 입에 올릴 까닭도 없었던 셈이다. 대선 패배 후 민주통합당이 ‘멘붕’(멘털 붕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선 “친노 후보인 문재인의 한계 때문이라느니, 안철수가 흔쾌히 도와주지 않은 탓이라느니”하는, ‘네 탓’ 공방만 무성하다. 하지만 대선 패배의 원인을 둘러싼 ‘친노 대 비노’의 공방은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고 있는 느낌이다.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변양균의 진단이 외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는 “민주당이 이념의 틀에 갇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용주의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추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해군기지 프로젝트를 뒤엎어 다수 국민을 실망시켰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 전부터 한·미 FTA 발효 중단에 당운을 걸었다. 지도부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와 함께 우르르 미국 대사관 앞으로 몰려가 종주먹을 들이대기도 했다. 총선 후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민주당의 이런 행태가 패인임을 정확히 꼬집었다. 즉, “민주당이 총선에서 패배한 것은 (국민들이) ‘당신들은 반대하는 것 잘하니 야당이나 하라’고 한 것 아니겠느냐”는 힐난이었다. 민주당은 최 교수의 쓴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집권하려면 민주 대 반민주 구호에만 기대지 말고 대안정부로서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충정에 공감했어야 했다. 설마 우리의 민주화 수준이 미얀마보다 낮다고 착각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얼마 전 수치는 김대중도서관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자국 교민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집권 후) 미얀마도 (한국처럼)경제 발전을 이룩하면서 고유 문화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한 대목에서였다. 쇄국으로 인한 미얀마의 ‘잃어버린 50년’에 대한 깊은 성찰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하기야 멀리 볼 것도 없다. 우리의 반쪽인 북한도 미얀마처럼 문을 닫아 걸어 주민의 삶을 도탄에 빠뜨리지 않았는가. 개방 이후 아연 활기를 띠고 있는 미얀마 경제를 보면 한·미 FTA 등 우리가 선택한 세계화 노선에 대해 회의를 품어야 할 이유는 없다. 민주당이 ‘불임(不姙)정당’의 처지에서 벗어나려면 가야 할 길은 자명하다. 우선 자아도취적인 선악 이분법에 매몰돼 습관적 반대는 일삼지 말아야 한다. 자원은 없고 사람은 넘쳐나는 대한민국의 활로를 열 진취적 대안도 보여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민주당은 5년 후에도 ‘제2의 안철수’에게 기대는 신세일는지도 모르겠다. kby7@seoul.co.kr
  • 올해 출시 신차들 누가 웃고 누가 울었나

    올해 출시 신차들 누가 웃고 누가 울었나

    올해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업계는 ‘신차 기근’으로 판매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9월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로 내수가 늘기는 했으나 기대치 이하였다. 2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내수시장을 견인한 신차로는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차 K3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차종은 구형 싼타페, 동급인 포르테보다 판매량이 3~4배 증가했다. 신형 싼타페는 7년 만에 엔진과 디자인을 바꾸며 뛰어난 성능과 첨단 편의사양, 적당한 가격 등으로 인기를 끌었다. 첫선을 보인 지난 5월에 7809대가 팔렸고, 6월엔 1만 423대로 국내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다. 또 지난달에 8122대가 팔리며 ‘신차 효과’를 7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K3도 나오자마자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 수요층이 가장 두껍고 경쟁이 치열한 중소형급 K3는 처음에 현대차의 아반떼에 밀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과는 달랐다. 포르테는 월 판매량이 2000대에 머물렀으나, K3는 7000대 이상으로 급증했다. 지난달 7575대가 팔리며 아반떼를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월 5000대 판매 목표를 세웠는데 현재 20% 이상 목표를 넘어섰다.”면서 “내년에는 해치백과 쿠페 등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의 출시와 해외 수출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에서 45만대 이상 팔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신차도 있다. 대표적인 게 기아차 K9. 4년 동안 5200억원을 쏟아부으며 기아차의 대표 세단으로 출시된 K9은 높은 가격대로 고전하고 있다. 디자인과 성능, 편의사항 등은 BMW와 벤츠, 아우디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도 있지만 6000만원이 넘는 가격이 판매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K9은 지난 5월 출시 첫 달 1500대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돌풍을 일으키는가 싶더니 8월에 800대, 지난달 405대로 급감하고 있다. 박스카형 경차인 레이도 출시 3개월 만인 지난 3월 5672대를 정점으로 매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달 판매는 2856대로 정점 대비 반토막에 그쳤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명암도 엇갈렸다. 지난 3월과 9월에 각각 나온 르노삼성차의 SM7과 SM3는 판매고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다만 11월에 선보인 SM5는 출시 첫 달에 10월(2710대)보다 25% 늘어난 3383대가 팔렸다. 또 쌍용차의 코란도스포츠 페이스리프트 모델도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정치입문부터 ‘15년 동지’ 朴캠프 SNS 등 홍보 챙겨

    정치입문부터 ‘15년 동지’ 朴캠프 SNS 등 홍보 챙겨

    2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유세 수행 도중 불의의 사고로 숨진 이춘상(47) 보좌관은 이재만(46) 보좌관, 정호성(43)·안봉근(46) 비서관 등과 함께 박 후보의 ‘보좌진 4인방’으로 통한다. 박 후보가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로 첫 금배지를 달았을 때부터 계속 함께 일했다. 보좌진 교체가 잦은 국회에서는 드문 일이다. ●일행차와 추돌뒤 지주대 들이받아 이 보좌관은 박 후보의 온라인 홍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 팬클럽 관리 등을 담당했다. 박 후보가 국회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미니홈피를 만든 것도 이 보좌관의 작품이다. 지난 4·11 총선 때 보수 논객을 SNS상에서 결집시키는 데도 이 보좌관의 공이 컸다. 이번 대선에서도 SNS와 TV토론 등 미디어 관련 선거운동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 보좌관은 또 박 후보가 송사와 재산 신고, 세금 처리 등의 개인적인 일은 물론 박정희·육영수 기념사업회 업무를 맡길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보좌진 4인방에 대한 박 후보의 절대적인 신뢰로 당 안팎에서 ‘문고리 권력’이라는 비판과 견제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 보좌관은 통상 박 후보의 유세 현장에 동행하지 않지만 이날은 박 후보가 강원 강릉시청에서 검찰 개혁안을 발표하기로 하자 서울에서 프롬프터와 관련 자료를 직접 챙겨 현장에 들른 뒤 이를 춘천 유세장으로 옮기던 중 사고를 당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번 참변이 ‘살인적인’ 대선 유세 일정 때문에 벌어진 예견된 사고라고 지적했다. 사고는 2일 낮 12시 10분쯤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자은리 44번 국도 서울 방향 두촌휴게소 인근 내리막길 왕복 4차선 도로에서 일어났다. 임모(36)씨가 몰던 카니발 승합차가 차선을 바꾸다 일행의 또 다른 카니발 앞부분 왼쪽 범퍼에 부딪히면서 중심을 잃고 오른쪽 과속단속카메라 지주대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이 보좌관이 숨지고 동승한 김우동(42) 홍보팀장이 크게 다쳐 원주 기독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운전사 임씨와 다른 동승자 등 4명은 중경상을 입고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文, 비서실장 보내 조문 이번 사고는 대선 후보들의 숨 가쁜 유세 일정 탓에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27일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시·군을 넘나들며 30분~1시간 단위로 이동하면서 하루 10여개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4·11 총선 때도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 후보는 12일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 동안 5310㎞를 돌며 유세했다. 하루 평균 서울~부산 간 거리(경부고속도로 기준 약 425㎞)를 웃도는 442㎞를 이동한 셈이다. 한편 문 후보는 노영민 후보 비서실장을 빈소에 보내 고인의 명복을 빌고 박 후보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홍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1000만 2편·400만이상 7편… 한국영화 ‘억소리’ 흥행

    1000만 2편·400만이상 7편… 한국영화 ‘억소리’ 흥행

    한국영화 관객 1억명 시대가 열렸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0일 “19일까지 올 들어 한국영화를 극장에서 본 관객 수는 9980만 6634명이다. 한국영화의 평일 관객이 20만명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오늘 밤 1억명 돌파가 무난하다.”고 밝혔다. 지금껏 최고 기록이던 2006년(9174만명)을 뛰어넘는 한국영화 90년 사상 최다 관객이다. 2006년에는 전년도 12월 말에 개봉한 ‘왕의 남자’(1230만 2831명)와 ‘괴물’(1301만 9740명)이 6개월 간격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던 해다. 한편 19일 현재 한국영화 점유율은 59.0%로 나타났다. 2006년의 63.6%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다.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말하는 까닭이다. 1억명을 돌파한 힘은 1000만명 ‘대박’ 영화와 더불어 400만명 이상의 ‘중박’ 영화들이 쏟아진 데서 찾을 수 있다. 올 초부터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469만명), ‘부러진 화살’(343만명), ‘건축학개론’(410만명) 등 중저예산 영화들이 극장가를 장악했다. 7월 개봉한 ‘도둑들’이 한국영화 최고 기록(1303만명·영진위 집계 1298만명)을 갈아치운 데 이어 비수기인 9월에 개봉한 ‘광해, 왕이 된 남자’도 1000만명을 돌파했다. 1000만 영화 두 편을 포함, 400만명을 돌파한 영화가 한 해에 무려 9편이나 나온 것 또한 처음이다. 2006년 호황 덕에 눈먼 돈이 영화판에 몰려들고 부실 기획들이 남발되면서 한국영화는 2007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7~2010년 점유율이 40%대를 맴돌았다. 글로벌 경제 위기까지 겹쳐 투자가 얼어붙었지만, 역설적으로 그 덕에 거품이 빠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종병기 활’ ‘도가니’ ‘완득이’ 등 다양한 장르의 완성도 높은 영화가 쏟아져 나오면서 한국영화는 관객의 신뢰를 회복했다. 관객의 무게중심도 10~20대에서 30~40대로 이동하면서 저변이 확대됐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는 불쑥 찾아온 게 아니다. 지난해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지난해 한국 시장은 전 세계 흥행수익 10위(11억 1000만 달러·약 1조 2243억원), 관객 수 8위(1억 5972만여명), 제작편수 7위(216편)였다.”면서 “탄탄해진 산업 토대에서 1억명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마냥 샴페인을 터뜨릴 일은 아니다. 대기업의 수직 계열화와 스크린 독과점, 현장 스태프의 열악한 처우, 양극화 심화 등 영화산업의 그림자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돈줄과 극장을 장악한 대기업들이 투자·배급은 물론 아예 기획 단계부터 제작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영화제작사들이 파트너가 아닌 하청업자로 전락할 우려마저 제기된다. 최근 멀티플렉스의 ‘퐁당퐁당’(오전·새벽 시간대에만 상영)에 반발해 종영을 선언한 영화 ‘터치’의 사례에서 보듯 대기업 투자·배급사 작품이 스크린의 80%를 싹쓸이하는 독과점은 여전하고, 저예산·독립영화는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경제포커스-현대車 연비 파문 확산] 글로벌 견제·성장통 해석 분분… 품질경영이 신뢰회복 관건

    [경제포커스-현대車 연비 파문 확산] 글로벌 견제·성장통 해석 분분… 품질경영이 신뢰회복 관건

    현대기아차가 미국 내 연비 과장 논란으로 사면초가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최근 현대기아차의 연비가 실제보다 높게 발표됐다는 소비자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연비를 평균 3% 낮추도록 권고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EPA 권고를 받아들여 바로 연비 라벨을 교체했을 뿐 아니라 발 빠르게 사과문을 게재하고 소비자 포상 프로그램 등으로 미국 소비자의 신뢰 회복에 나섰다. 보상 차량 대수는 미국 90여만대와 캐나다 17만 2000여대 등 107만대를 넘어섰고, 보상금액도 1000여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미국에서 7억 7500만 달러(8439억여원) 규모 집단 소송이 제기됐고 캐나다에서도 소비자 소송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또 국내 소비자들도 연비 관련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쌓아온 현대차에 대한 신뢰에 흠집이 난 것은 물론이다. 이를 두고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처럼 북새통을 떠는 것은 부쩍 커버린 현대차에 대한 글로벌 견제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현대차의 연비에 대한 의문은 가시지 않고 있고, 현대기아차가 이번 사태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여기에 고속 성장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곁들여진다. 현대기아차 연비 과장과 관련된 의문점을 짚어봤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연비 측정의 ‘저항계수값’이다. 연비는 도로 상태와 공차 중량, 온도 등 다양한 조건값, 저항계수에 좌우된다. 주행 저항 측정은 어떤 업체든 미국공업협회의 규정에 따른다. 이 규정의 애매모호한 문구가 논란의 원인이다. 규정에 따르면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혹은 그에 따르는 수준의 표면에서 테스트한다.’고 적혀 있다. 따라서 현대차는 그동안 주행저항 측정을 남양 연구소 주행 시험시설 아스팔트 도로에서 했다. 그런데 이번에 EPA가 그 점을 문제 삼았다. 규정상의 ‘아스팔트’는 ‘미국의 아스팔트’라는 것이다. 미국 도로 대부분은 국내와는 달리 시멘트 도로로 구름저항(바퀴가 돌 때의 저항)이 크다. 따라서 이번 테스트 결과 평균 3% 연비가 하락했다. 현대기아차가 이를 인정하고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은 맞지만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26일 현대차 연구·개발(R&D) 부문의 사장 인사를 단행할 때 이미 EPA 결과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지난 2일(현지시간) EPA 발표 전에 먼저 보상계획을 발표하는 등 수습에 나섰더라면 지금처럼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미 연비사태가 현대기아차에 대한 글로벌 견제의 일환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번 연비사태를 주도한 미국 소비자단체인 워치독은 미국인의 세금이 많이 들어간 GM 차를 사는 게 소비자에게 이익이라는 식의 보수적인 주장을 펼치는 극우성향 단체이다. 이들은 최근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에 대해 2000여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워치독 등 미국 내 보수성향 단체들은 신차 판매 10대 중 1대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하는 현대기아차가 GM 등 자국 업체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보고 있다. 따라서 현대기아차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는 적지 않았고, 현대기아차도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현대차의 전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대기아차가 세밀한 전략을 세우지 않는다면 언제든 제2의 연비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과 수입 규제 조치 등에 대한 정보 수집과 분석,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가 현대기아차 고속성장의 부작용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100만대 판매를 2년 연속 돌파하고, 중국과 브라질 등에 연이어 공장을 준공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급성장 뒤에는 반드시 ‘성장통’이 따르기 마련. 정몽구 회장이 지난해부터 품질경영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미연에 막지 못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그랜저 배기가스 유입으로 국내에서 한 차례 소동을 겪었고 기아차 레이의 시동 꺼짐현상 등 크고 작은 결함이 발견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연비 효율 말고도 벨로스터 선루프 파손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해마다 수십종의 신차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이고 판매 차량이 많아질수록 차량 결함이 늘고 있다. 2009~2010년 가속페달 문제로 내리막길을 걸은 토요타의 전철을 밟을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권위 있는 소비자 전문기관인 ‘컨슈머리포트’는 최근 현대차의 품질 신뢰성이 지난해 대비 6단계 하락한 17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품질과 고객 서비스에 대한 좀 더 엄격한 진단과 대응으로 얼마나 빨리 성장통을 극복하느냐에 현대기아차의 미래가 달렸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삼성 크게 웃고 애플 울상 짓다

    삼성 크게 웃고 애플 울상 짓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같은 날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양사의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다. 삼성전자는 사상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8조원’ 시대를 열며 승승장구했지만, 애플은 3분기 연속 영업이익과 순익이 감소를 겪으며 ‘아이폰5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26일 3분기에 매출 52조 1800억원, 영업이익 8조 12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매출이 50조원, 영업이익이 8조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2분기에 세웠던 사상 최대 실적도 갈아치운 것으로,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9.6%, 영업이익은 20.8% 늘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26.4%, 영업이익은 91.0% 증가했다. 이날 공시된 실적은 3주 전 발표했던 잠정실적(매출 52조원, 영업이익 8조 1000억원)보다도 소폭 늘어난 것이다. 무엇보다 ‘갤럭시S3’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 호조에 힘입어 정보기술·모바일(IM) 부문의 실적이 크게 신장한 효과를 봤다. 삼성전자 IM 부문은 3분기에 5조 6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전 분기보다 무려 1조 5000억원가량 늘어났다. 지난 5월 발표한 갤럭시S3가 출시 50일 만에 1000만대, 100일 만에 2000만대 판매를 돌파한 덕분이다. 올해 안에 3000만대 판매가 무난할 것으로 전망돼 IM 부문의 선전은 4분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반면, 애플은 세 분기 연속 순익이 감소하는 등 ‘아이폰5’를 내놓고도 반등의 기회를 마련하지 못했다. 애플은 4분기 실적에서 매출 359억 6600만 달러, 영업이익 109억 4400만 달러, 순익 82억 2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과 순익이 모두 지난해 10~12월에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내리막길이다. 새 아이폰 출시에도 불구하고 전체 판매는 3000만대 문턱을 넘지 못한 채 2690만대로 만족해야 했다. 공급 부족과 배송 지연 등이 맞물리면서 아이폰5의 판매량이 기대보다 저조했던 탓이다. 실제로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에서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아이폰5를 65만대가량 판매했다고 밝혔다. 목표치는 100만대였다. 태블릿PC ‘아이패드’ 판매량도 기대에 못 미친 1400만대 판매에 머물렀다. 애플이 주춤하는 사이 삼성전자는 3분기 전 세계에서 563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판매량 1위 자리를 지켰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점유율 23.7%를 차지했고, 노키아가 18.7%로 뒤를 쫓았다. 애플은 시장 점유율 15%로 3위에 그쳤다. 그럼에도 애플은 여전히 고효율 경영을 이어갔다. 애플의 7~9월 영업이익률은 30.27%로 제조업체로서는 가히 경이적이라 할 만하다. 삼성전자 영업이익률(15.57%)의 두 배다. 실적이 좋다고 삼성전자가 마냥 웃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이번 분기에도 스마트폰 사업에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점이 과제로 지적됐다. 3분기 삼성전자 IM 부문의 영업익은 5조 6300억원으로, 전체(8조 1200억원)의 69%에 달한다. 한편, 이명진 삼성전자 IR팀 전무는 3분기 실적발표 뒤 가진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애플과의 소송 배상액에 대한 충당금을 소송 결과가 나오는 대로 즉시 설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원 판결이 나오는 대로 반영하는 것이 회계 원칙이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바로 반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양사 특허소송을 담당하는 미국 북부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 지원의 배심원단은 지난 8월 삼성이 애플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특허를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10억 5185만달러(약 1조 2000억원)의 배상 평결을 내렸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프로야구] 확률 6.7%, 부시의 어깨가 무겁다

    [프로야구] 확률 6.7%, 부시의 어깨가 무겁다

    데이브 부시(33·SK)가 6.7%의 확률을 살리기 위해 출격한다. 이만수 SK 감독은 27일 오후 2시 인천 문학구장에서 속개되는 한국시리즈 3차전 선발로 부시를 예고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배영수(31)를 내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2차전과 마찬가지로 3차전에서도 SK 용병과 삼성 토종 선발투수의 격돌이 이어진다. 이 감독의 선택은 약간 의외다. 부시는 9월 4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11.00으로 부진했고 플레이오프(PO)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지난 6월 로페즈의 대체 선수로 한국 땅을 밟았지만 4승6패 평균자책점 4.43에 그치며 그다지 활약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광현과 송은범의 몸 상태가 모두 좋지 않아 이 감독이 고육책을 꺼내든 것으로 알려졌다. 2연패의 SK는 벼랑 끝에 몰려 있다. 2연패한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확률은 6.7%. 15번 중 딱 한 차례, 2007년 SK가 두산에 2연패를 당한 뒤 4경기를 내리 이겨 시리즈를 가져갔다. ‘어게인 2007’을 기대하는 SK는 부시에게 사실상 운명을 맡긴 셈. SK로선 부시의 역투 말고도 클린업트리오의 부활이 절실하다. 1~2차전 10개의 안타를 쳤는데 3~5번 타자가 날린 것은 3개에 그쳤다. 1차전 5번, 2차전 6번으로 출전한 ‘가을 사나이’ 박정권은 7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3번 최정은 8타수 1안타에 그쳤고 PO부터 타격감이 좋지 않았던 4번 이호준은 2차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정근우(7타수 4안타 1홈런)를 빼고는 ‘미친’ 선수가 나오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 반면 삼성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3차전을 내주면 SK의 ‘가을 DNA’가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 배영수는 그동안 한국시리즈에서 눈부셨다. 2004년 10이닝 노히트노런의 진기록을 세우는 등 통산 19경기에 나와 4승5패1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2.42를 기록했다. 2007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올 시즌 12승(8패)을 거두며 부활했다. 삼성은 내친 김에 한국시리즈 팀 평균자책점 신기록까지 노린다. 1~2차전 18이닝 동안 4점을 허용했지만 자책점은 1점에 그쳐 평균자책점이 0.50에 불과하다. 자신들이 2005년 세운 1.15를 경신할 태세다. 삼성은 당시 두산에 4연승을 거두면서 39이닝 동안 5자책점만 기록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대한민국은 우울한 축제공화국] 인천세계도시축전 왜 실패했나

    [대한민국은 우울한 축제공화국] 인천세계도시축전 왜 실패했나

    2009년 8~10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열린 ‘인천세계도시축전’은 대표적인 실패 축제로 간주된다. 이 축제는 대전엑스포 이후 최고인 391만명이 찾았음에도 각종 문제가 드러나 감사원 감사를 받는 등 수모를 당했다. 일각에서는 인천시가 내리막길을 걷게 된 계기가 됐다는 말까지 나왔다. 출발에서부터 문제를 일으킨 행사였다. 인천시는 국제박람회기구(BIE)의 공인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인천세계도시엑스포’를 개최한다고 홍보했다가 국제박람회기구의 강력한 항의를 받은 뒤 개최를 몇 달 앞두고 ‘인천세계도시축전’으로 명칭을 바꿨다. 행사 뒤에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 사업 실적 부풀리기와 예산 낭비,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분식 회계 등이 있었음이 밝혀졌다. 인천시는 152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는데도 회계 조작을 통해 이를 18억원의 흑자로 둔갑시켰다. 실제 적자는 수백억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당초 엑스포를 목표로 추진했으나 국제박람회기구의 승인을 받지 못해 사업 계획을 대폭 변경하는 바람에 설계용역비 121억원을 날려 버렸다. 또 안상수 전 시장은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 허위 작성 등을 통해 5억여원을 임의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8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월미은하레일도 문제가 됐다. 도시축전 개최 시기에 맞춰 완공을 서두른 나머지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미흡해 시운전 과정에서 계속 사고를 일으켰고 아직까지 개통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 재정난이 이때부터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유치 효과도 과장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는 행사 기간 중 1조원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했다고 홍보했지만 겉치레 양해각서(MOU) 수준이었고 실제 성과는 거의 없었다. 인천세계도시축전이 실패한 요인으로는 우선 기술적인 문제를 들 수 있다. 시는 도시 개발의 모델을 제시하고 인천을 세계 10대 명품 도시로 발돋움시킨다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워 80일 동안 다양한 전시, 페스티벌, 학술심포지엄을 열었다. 하지만 주제별로 설치된 전시관은 콘텐츠가 부실했고 국제회의도 도시재생국제콘퍼런스, 세계환경포럼, 아태지역환경정책포럼, 세계도시물포럼 등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근본적인 실패 요인은 인천세계도시축전이 단체장 치적 쌓기용 행사의 성격이 강했다는 점이다. 이는 인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현상이기도 하다. 민선 단체장은 다음 선거에서 효과적으로 표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데 여기에 부합되는 것이 대형 축제나 국제 행사 유치다. 한번 카드를 꺼내면 최소한 1∼2년은 이슈화시킬 수 있기에 효용 측면에서도 나무랄 데가 없다.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축제와 국제 행사에 뛰어드는 이유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과 교수는 “축제에 소요되는 비용이나 행사로 얻을 수 있는 편익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검토가 선행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미주통신] 미국에서 가장 빈곤한 도시는 어딜까?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의 하나인 미국, 하지만 최근 잇단 경제 버블의 붕괴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미국에서 그중에서도 가장 빈곤한 도시는 어디일까? 미국 통계조사국(Census Bureau) 발표에 따르면 미국 뉴저지주 남서부에 위치한 ‘캠던’이 가장 못사는 빈곤한 도시로 조사되었다고 영국 데일리 메일이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캠던은 전체 인구 7만 7000 명 중 거의 반에 해당하는 3만 3000명 이상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실업률 또한 뉴저지주의 평균 실업률이 9.9%인 것에 비해 무려 19%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5명 중 1명은 실직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범죄 발생률에서도 올해에만 벌써 48건의 살인사건이 보고되는 등 빈곤으로 말미암은 범죄율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60∼70년대의 경제 번화기 시절에 대규모 공장들이 입주했던 이 도시는 경제가 내리막길을 겪으면서 빈집이 속출하는 등 급속히 빈곤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고 언론은 전했다. 한편, 이전 조사에서 늘 꼴찌를 기록하여 빈곤한 도시의 대표로 알려졌던 필라델피아 주에 있는 ‘리딩’ 시는 가계 수입 등이 조금 상승을 보여 가장 빈곤한 도시 분류에서 6위를 자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니엘 김 미국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항구 부산의 ‘가을이야기’

    항구 부산의 ‘가을이야기’

    5년 전이었습니다. 당시 ‘부산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습니다. 이젠 부산의 아이콘이 된 광안대교의 경관 조명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야경 크루즈 등 부산의 밤 풍경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하던 때였지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부산의 외모는 줄곧 변화하고 있습니다. 해운대에 국내 가장 높은 건물이 들어섰고, 남항대교가 새 빛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걸음마 단계였던 부산 세계불꽃축제는 ‘폭풍성장’을 거듭해 이제 세계인의 축제로 발돋움했지요. 부산의 밤 풍경이 빼어난 건 여백과 반영 때문일 겁니다. 바다와 육지가 서로의 크기만큼 어우러져 있고, 바다는 뭍의 마천루들이 뿜어내는 빛을 고스란히 비춰 냅니다. 부산에서 건물들로만 빽빽한 여느 대도시와 사뭇 다른 느낌을 갖게 되는 것도 그런 까닭일 겁니다. 해운대 바닷가. 한여름의 열기도, 한가위의 번잡함도 가뭇없이 사라졌다. 이럴 땐 가수 송창식의 ‘철 지난 바닷가’가 제격이다. 파도는 소리 죽여 울고 달빛은 모래 위에 가득하다. 어깨 위로 쌓이는 당신의 손길이 없다 한들 어떠랴. 불어오는 바람은 싱그럽기만 하다. 부산 밤 풍경의 주역은 광안대교다. 부산의 야경을 감상한다는 건 사실상 이 다리를 어디서 볼 거냐는 말과 맥이 통한다. 부산 야경 감상의 ‘고전’은 황령산과 금련산이다. 특히 황령산은 부산의 야경을 즐기며 걷는 야간산행 코스로 유명하다. 이웃한 금련산 또한 야경의 보고여서 부산의 ‘필수 관광코스’로 꼽힌다. 차로 오를 수 있어 야간 데이트를 즐기려는 커플들이 많이 찾는다. 해운대 뒤편의 장산은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광안대교와 마천루가 늘어선 해운대 일대 등 부산 시내가 ‘기막히게’ 펼쳐진다. 다만 높이가 해발 634m나 돼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달맞이 언덕과 동백삼거리 일대는 야경의 주인공이자 유명한 야경 감상 포인트다. 달맞이 언덕은 정상부의 해월정이나 미포 선착장 뒤, 공용주차장 부근이 감상 포인트다. 1.5㎞ 길이의 ‘문탠로드’ 중간쯤에 있는 바다전망대도 좋다. 들머리에서 도보로 20분이면 닿는다. 밤 11시까지 조명을 밝힌다. 동백섬 누리마루 주차장은 ‘센텀시티’ ‘마린시티’ 등의 마천루들이 펼쳐 내는 화려한 야경이 압권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80층짜리 아파트도 이곳에 있다. 특히 바람 잔 날 물에 투영되는 마천루들의 모습은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바다에서 보는 야경도 색다르다. 해운대 동백섬 들머리에서 ‘티파니21호’가 매일 저녁 운항한다. 식사와 라이브 공연이 제공되는 3층짜리 크루즈선이다. 해운대와 광안대교, 광안리해변 등을 돌아본다. 야경 감상에 나서기 전 불꽃축제 일정을 확인해 두는 것도 좋겠다.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가 주최하고 한국방문의해위원회가 후원하는 행사로, 오는 26일과 27일 이틀 동안 열린다. 26일 K팝 콘서트에 이어 27일 오후 8시부터 50분 동안 광안대교 1.2㎞ 구간에서 모두 8만발의 불꽃이 쏘아 올려진다. 500m까지 치솟은 후 직경 400m나 퍼지는 ‘대통령 불꽃’과 광안대교를 따라 바다로 떨어지는 ‘나이아가라 불꽃’이 장관이다. 홈페이지(www.bff.or.kr)에 자세한 일정과 이벤트들이 나와 있다.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오래된 풍경들을 찾으려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아진다. 감천동 태극도 마을, 보수동 책방 골목 등 빈티지풍의 부산 여행지들이 각광받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송도 해수욕장도 그런 경우다. 송도 해수욕장은 근 100년 전인 1913년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공설 해수욕장이다. 한때 최고의 피서지로 꼽힐 만큼 사람들이 즐겨 찾았다. 그러다 1990년대 대도시 부산의 오폐수들이 밀려들면서 해수욕장으로서의 의미를 잃기 시작했다. 2008년 남항대교가 들어서고, 바다 한가운데 거대한 고래 조형물을 세우는 등 힘겨운 노력이 이어진 끝에 점차 낡은 여행지란 관념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다. 최근 이곳에 ‘송도해안볼레길’이 조성됐다. 송도 해수욕장에서 암남공원 입구까지의 해안 절벽을 철제 난간으로 이었다. 길이는 불과 1.2㎞. 걷기를 즐기는 사람에겐 성에 차지 않을 거리다. 하지만 축약된 풍광만큼은 일품이다. 송도 해수욕장 중간, 그러니까 볼레길 들머리 어름에 덕성관이 있다. 1940년대에 세워진 숙박 업소다. 이희경 문화해설사에 따르면 “박정희 대통령이 즐겨 찾으며 군사정권을 꿈꿨던 곳”이다. 덕성관을 지나면 볼레길이 시작된다. 해안선을 따라 들려오는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정겹다. 인구 360만명의 대도시에서 해녀를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볼레길 풍경은 평화롭다. 갯바위에선 낚시꾼들이 세월을 낚고, 맞은편에는 고층빌딩이 즐비하다. 갯바위 돌 틈 위에 세운 구조물이 아니었다면 엿보지 못했을 풍경들이다. 멀리 부산항 묘박지(배 정박지)에 뜬 거대한 배들과 동행하며 두 개의 흔들다리를 건너고 나면 암남공원이다. 해운대 해변 끝자락의 미포는 작은 어촌 마을이다. 영화 ‘해운대’(2009)를 통해 알려지기 전까지는 부산 사람들에게조차 적잖이 생경한 마을이었다. 미포의 매력은 철도 건널목에 있다. 미포 오거리에서 철길 너머의 바다를 향해 내달리는 짧은 내리막길은 퍽 인상적이다. 동해남부선 철도가 길을 가로지르고, 멀리로는 오륙도가 아스라하다. 영화 ‘해운대’의 포스터를 떠올리면 알기 쉽다. 거대한 쓰나미가 건물과 철길,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덮치는 장면 말이다. 하지만 영화 포스터와 달리 철길 너머 바다는 마치 장판을 깐 듯 잔잔하다. 기차가 지난 뒤 바리케이드가 올라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을 되찾는다. 해가 뜨고 질 무렵 찾으면 한층 서정적인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이런 넉넉한 풍경도 올겨울이면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다. 미포 건널목의 한 철도원은 “동해남부선 복선화 공사가 끝나면 기차는 더 이상 미포 건널목을 오가지 않는다.”고 했다. 올해 말 완공되는 해운대 위쪽의 장산터널을 통해 기차가 오가기 때문이다. 부산 지하철 2호선 중동역 7번 출구에서 미포오거리 방향으로 걸어서 10분이면 닿는다. 글 사진 부산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1) 맛집: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BIFF 광장 맞은편의 자갈치어시장에 생선구이집 10군데가 나란히 줄지어 있다. 볼락 등 6종 모둠구이는 1만 7000~3만 5000원. 제일횟집(246-6442)이 이름났다. BIFF 광장에선 해바라기씨 등이 들어간 ‘씨앗호떡’을 맛봐야 한다. KBS ‘1박2일’의 이승기 덕에 유명해졌지만, 현지인들은 그 탓에 가격이 700원에서 900원으로 ‘폭등’했다며 볼멘소리다. BIFF 광장 인근에 부평동 족발골목이 있다. 여러 업소 중에서도 이혼한 아내와 남편이 10m 거리에서 각각 운영하는 업소가 가장 유명하다니 손맛과 애정은 별개인 듯하다. 족발골목에서 한 블록 떨어진 부평시장은 ‘맛의 보고’다. 거인통닭, 미도어묵 등 부산에서 ‘원조’ 소리 듣는 집은 죄다 몰려 있다. 그중 세정한치모밀(241-5216)은 현지인이 ‘강추’하는 맛집이다. 한치를 살짝 얼려 메밀국수와 함께 낸다. 일종의 술안주여서 오후 5시 이후에나 맛볼 수 있다. 주변 관광지:해운대 센텀시티의 마담투소는 밀랍인형 전시관이다. 영화배우 조니 뎁, 니콜 키드먼, 한류스타 송승헌 등 ‘유명 인사’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인형 하나가 무려 2억원가량 된다고. 가발, 수염 등 소품을 이용해 함께 사진을 찍고 다양한 상황도 연출할 수 있다. 입장료 9000원. 745-1519. ‘뚜껑 없는 버스’로 불리는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알짜배기 시내 일주를 즐겨도 좋겠다. 해운대와 태종대를 기점으로 도는 순환형과 역사문화 탐방, 야경 등을 둘러보는 테마형 등 두 종류다. 테마형은 예약을 하는 게 좋다. 어른 1만원, 청소년 5000원. www.citytourbusan.com, 464-9898.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20) 인천 배다리와 우각로

    [길을 품은 우리 동네] (20) 인천 배다리와 우각로

    인천 배다리와 쇠뿔고개길(우각로)은 개항기와 일제강점기 근대사 전면에서 밀려나 주변부를 형성했던 조선 사람들의 공간이었다. 일제 침략이 진행되면서 인천 개항장에 일본인들이 밀려들어와 번화한 상업 중심지와 주택가를 차지했다. 조선 사람들은 외곽으로 떠밀려났다. 배다리는 일본인과 조선 사람들의 영역을 나누는 경계가 됐다. 개항장에서 배다리 사거리까지는 은행과 관공서, 호텔과 상점가, 병원과 일본인 주택가들로 메워졌다. 배다리를 넘어서 조선인들의 집거지와 공간이 형성됐다. 1899년 개통된 경인선은 번화한 개항장과 주변부인 배다리 마을, 쇠뿔고개길을 갈라놓았다. 당시 언론들은 배다리 안과 밖을 서울의 강남과 강북을 나누듯 확연하게 구분했다. 예전에는 배다리 사거리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고 하나 찾아볼 길 없다. 배를 맞대어 임시 다리로 만들어놓은 곳이란 뜻으로 배다리라 불렸다. 경인선 도원역과 동인천역 사이의 배다리 사거리 일대는 해방직후 한동안 노천 장터로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경인선은 사거리 위에 세워진 철교를 지나 인천 방향으로 향한다. 사거리 헌책방 거리 옆으로는 성냥공장, 간장공장 등 조선인 노동자들의 애환이 스며있는 노동현장과 도축장, 도쿄대학 전염병시험소 등이 있었다. 헌책방 거리 서쪽편으로는 2차선 도로가 경인철도와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나 있는데 이 길이 쇠뿔고개길로 불리는 우각로다. 우각로는 개항장에서 소와 말을 타거나 걸어서 서울로 가던 경인가로였다. 개항과 함께 북적였고, 개항의 변천과 함께 굴곡을 겪는다. 1920년대 중반 경인철도를 따라 신작로가 생기기 전까지 이 길은 개항장에서 서울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개항장과 신흥동 등 신흥 개발지역 신작로들은 곧게 뻗어있지만, 이곳은 자연발생적인 길 그대로의 구불구불함도 함께 지녔다. 쇠뿔고개길을 따라 조선인 집거지역으로 형성된 이 일대는 우각동으로 불리다 일제 강점기때 일본식 이름인 창영정(昌榮町)으로 바뀌었다. 해방후 창영동으로 불리다 지금은 행정안전부의 새 주소 사업으로 우각로란 이름을 되찾았다. 고갯길을 향해 길을 재촉하다 골목길에서 쏟아져나오는 어린이들을 만났다. 1907년 인천 최초로 문을 연 인천공립보통학교 후신 창영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들이었다. 우각로 15번길 16. 1922년 지어진 빨간 벽돌 본관은 반아치형 현관과 1층 창문, 2층 수평아치의 초기 근대건물로 시 유형문화재 16호다. 배다리 안쪽 인천공립심상고등소학교(현 신흥초등학교)가 일본인 학교였는데 비해, 이곳은 조선인들의 배움의 요람이었다. 인천에서 3·1 만세운동이 제일 먼저 일어난 곳임을 일깨워주는 비석과 건학 100주년 기념비가 본관 앞에 서 있다. 미술사학자 고유섭, 경제학자 신태환 전 서울대총장, 조진만 전 대법원장, 수류탄을 몸을 던져 막아 중대원들의 생명을 구하고 산화한 강재구 소령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개항시대 연륜을 보여주는 이정표적인 건물들이 쇠뿔고개길을 따라 이어졌다. 창영학교에서 담 하나 건너자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초등학교인 영화초등학교와 영화관광경영고가 나왔다. 우각로 39번지. 미국 감리회 선교사 G.H 존스가 1893년 세웠다. 1910년에 세워진 3층 건물은 시 유형문화재지만 지금도 쓰이고 있었다. 운동장에선 초가을 투명한 햇살아래 고사리 손의 초등학생들이 금발의 외국인 교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릴레이를 하며 즐거운 함성과 웃음을 쏟아냈다. 한국 여성교육의 선구자 김활란, 서은숙 전 이화학당 이사장, 영화배우 황정순 등이 이곳 출신이다. 학교 옆으로 1938년에 자리를 잡은 창영감리교회가 나란히 서 있었다. 우각로 43번지. 에즈베리 동산으로 불리는 교회 뒤쪽 언덕에는 감리교 여선교사 기숙사가 감춰져 있다. 지금은 주말 청소년 교육장으로 쓰이는 북유럽 르네상스식 건물. 파란색 지붕에 빨간 벽돌, 흰색 창문과 현관문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자태를 뽐냈다. 언덕 위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감리교 남자 기숙사 건물터엔 인천세무서가 들어서 있었다. 세무서를 지나면 쇠뿔고개길은 가파라지고, 쇠락해진 모습도 확연했다. 빈 가게들, 조그마한 미장원과 분식집, 우유 대리점, 점집, 문닫은 목욕탕, 열쇠로 잠겨진 대문, 길가 평상 위에서 느긋한 오후를 보내고 있는 어르신들…. 1990년대 중반부터 인접한 개항장 지역에 있던 시청 등 주요시설들이 남동구의 신도심으로 빠져나가면서 우각로의 조락도 더 역력해졌다. 세무서에서 쇠뿔고개길을 10여분 오르다 보면 언뜻 체육관처럼 보이는 퇴락한 대형 건물이 길을 가로막는다. 고종황제의 어의로 광혜원을 세운 미국인 선교사 호러스 알렌의 별장터다. 1950~60년대 한 기독교 종파가 예루살렘교회란 이름으로 운영하다 떠나, 지금은 지역주민들과 구청 측이 우각로 문화마을 만들기의 거점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금도 전도관으로 불리는데 남쪽으로 인천항이 보이고, 날씨 좋은 날에는 동쪽으로 관악산도 눈에 들어올 정도로 전망이 빼어나다. 알렌 별장터에서 내리막길로 10분가량 가다보면 서울로 이어지는 신작로인 새천년로가 우각로 진행을 동서로 갈라놓았다. 배다리 헌책방 거리가 끝난 지점에서 시작해 2㎞ 남짓 이어진 뒤 우각로란 지명은 숭의동 진로아파트 직전에 막을 내리지만 개항기 우각로는 조선인들에게 한양길로 이어지는 길이란 의미로 마음속에 새겨져 왔다. 글 사진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도움말 배성수 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과장 ●21회는 전남 목표시 영산로를 소개합니다
  • [미주통신] 아뿔싸! 하필이면 사슴한테 받히다니…

    [미주통신] 아뿔싸! 하필이면 사슴한테 받히다니…

    산림이 울창한 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애물단지 사슴이 갑자기 뛰어나와 심장을 쓸어내린 경험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때로는 심각한 충돌로 말미암아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로로 뛰쳐나온 사슴이 하필이면 스케이트보드를 들이받아 함께 나뒹구는 웃지 못할 장면이 유튜브에 올라와 화제가 되고 있다고 영국 데일리 메일이 1일(표준시각) 보도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에는 일단의 스케이트보더들이 내리막길을 다소 속도를 줄이면서 내려가는 장면이 나오고 이내 갑자기 사슴 한 마리가 도로로 뛰어든다. 내리막길의 가속도로 이 스케이트보더는 사슴을 미처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충돌하여 도로 옆으로 내동댕이 쳐진다. 현재 유튜브에 ‘thepapdog’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와 있는 이 동영상은 6만여 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해당 동영상을 올린 이에 따르면 사슴은 충돌 직후 잽싸게 도망가 다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스케이트보더의 부상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니엘 김 미국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내리막길 ‘해적산업’

    악명 높았던 소말리아의 해적산업이 국제적인 해적 소탕 노력과 해운사들의 자체 방어력 확보 덕분에 사양길로 접어들었다고 AP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연합(EU) 해군은 소말리아 해적이 납치한 선박은 2009년 46척, 2010년 47척에서 2011년 25척으로 급감했으며, 올 상반기에는 5척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재클린 셰리프 EU 해군 대변인은 “소말리아 해적의 급감은 EU와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 등 국제적인 공조 덕분”이라면서 “EU 해군이 최근 소말리아에 상륙해 해적들의 무기와 배, 연료를 파괴하고, 일본 항공기가 해적들의 동향을 주변 군함에 전달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해운사의 자구노력도 해적 감소의 원인 중 하나다. 아덴만을 통과하는 상선들은 해적을 발견하는 즉시 주변을 순찰하는 해군에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특히 무장 보안요원을 배에 태우거나 배 주위에 철조망을 두르고, 물대포, 대피실 등을 설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 때문에 해적들의 선박 납치 성공률이 과거에 비해 낮아지면서 납치 시도 횟수도 줄고 있다. 국제해사기구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적의 공격 건수는 6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3건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유엔은 현재 1045명의 소말리아 해적들이 미국과 이탈리아 등 21개 국가에 구금돼 있으며, 이보다 많은 숫자가 해양 사고나 기상 악화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국 해상보험사인 로이드의 피터 돕스는 “전체적인 해적의 납치 횟수는 줄고 있지만 반대로 피랍된 선원들의 몸값은 더 올라가는 추세”라면서 “해적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긴 이르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4월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된 싱가포르 선박 ‘제미니호’의 한국인 선원 4명은 아직도 풀려나지 못한 채 510일 넘게 억류중이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저출산 여파에 초등생수 첫 300만명 이하로 뚝

    저출산 여파에 초등생수 첫 300만명 이하로 뚝

    국내 초등학생수가 10년 연속 감소해 사상 처음으로 3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지속적인 저출산의 여파로 1980년의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매년 증가하던 대학원생과 외국인 유학생은 올해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고 고교 졸업자의 취업률은 크게 높아졌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한국교육개발원에 위탁해 11일 발표한 ‘2012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1일 기준, 전국 초등학생수는 295만 1995명으로 지난해보다 5.8%(18만 482명) 줄었다. 초등생수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이후 10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학생수는 지난해보다 3.2%, 고등학생수는 1.2% 줄었다. 전체 초·중·고 재학생수는 677만 1039명으로 지난해보다 3.8% 감소했다. 반면 만5세 대상 누리과정이 도입되고 유아교육비 지원 확대 등 복지정책의 영향으로 유치원생은 지난해보다 8.7% 늘어난 61만 3749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반대학과 전문·교육·산업대·대학원 등을 포함한 전체 고등교육기관 재적학생수는 372만 8802명으로 지난해보다 0.2% 줄었다. 2006년 이후 6년 만의 감소세다. 특히 대학원은 재적학생수 32만 9544명으로 지난해보다 0.1% 줄어드는 등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전문대의 감소폭이 4.3%로 가장 컸다. 매년 증가해 온 외국인 유학생수도 올해 처음 3.0% 줄었다. 지난해 사회적 현상으로 떠오른 고졸채용 열풍으로 인해 고교 졸업자의 취업률은 지난해보다 6.0% 포인트 오른 29.3%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했다. 특히 특성화고 졸업자의 취업자 비율은 38.4%로 1년 만에 12.5% 포인트나 올랐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EU 신용전망 ‘부정적’ 강등… 한국 수출 ‘빨간불’

    EU 신용전망 ‘부정적’ 강등… 한국 수출 ‘빨간불’

    한동안 잠잠하던 유럽연합(EU)발 경기 암초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EU의 신용등급 전망을 내려 잡았다. 올해 EU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유럽의 위기가 중국으로 전이되면서 가뜩이나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우리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4일 정부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무디스는 3일(현지시간) EU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부정적은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신용등급은 ‘Aaa’다. 무디스는 EU 예산의 45%를 차지하는 독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 4개국의 부정적 등급 전망을 언급하면서 “EU의 신용도는 핵심 회원국의 신용도를 따라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유로존 위기는 지난 7월 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공언하면서 회복의 실마리를 찾는 듯했다. 그러나 EU의 ‘마지막 희망’인 독일 중앙은행이 ECB의 유로존 국채 매입 방침에 반발하면서 다시 균열에 빠졌다. 6일 열리는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실효성 있는 대안이 나올지도 불투명하다. 올해 EU권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년 만에 마이너스(-0.4%)를 기록할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수출 중 EU의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0.0%다. 무엇보다 EU는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EU에 대한 직접적인 수출 감소에 더해 우리의 대중국 수출을 위축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여지가 높다는 뜻이다. 정책금융공사 분석에 따르면 올해 EU 성장률이 2% 포인트 감소하면 우리나라 수출은 약 308억 달러 줄어든다. 이는 올해 우리나라 총 수출 예상치 5670억 달러의 5.4%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유로존 위기로) 외환시장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수출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 문제는 충분히 대응 가능하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시스템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창선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유로존 위기 장기화에 따른 수출 하락뿐 아니라 환율 급변, 외국에서의 국내 투자자금 회수 등 다양한 위험 요인에 대해 정책 당국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문했다. 경제포럼 참석차 방한한 호 에 코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 부국장은 이날 한국 기자들과 만나 “(3.5%로 잡은) 올해 한국의 성장 전망치를 3%로 수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아마도 3% 미만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수정 전망치는 10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두걸·김양진기자 douzirl@seoul.co.kr
  • [일본통신] ‘타격 주춤’ 이대호 부진 원인은?

    [일본통신] ‘타격 주춤’ 이대호 부진 원인은?

    일본 진출 후 짝수 달의 부진을 홀수 달에 만회를 하던 이대호가 9월 들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호(30. 오릭스 버팔로스)는 2일 일본 미야기현 클리넥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라쿠텐 골든이글스와의 방문경기에서 상대 선발 타나카 마사히로(24)의 호투에 밀리며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어느새 타율은 .286(426타수 122안타)로 떨어졌고 타격 순위는 퍼시픽리그 10위로 하락했다. 상대 선발 타나카는 연장 10회까지 던지며 무실점을 기록했는데 지난 8월 26일 지바 롯데 전에서 10이닝 무실점에 이어 2경기 연속 10이닝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이날 양팀은 연장 11회까지 점수를 뽑지 못하며 0-0으로 비겼다. 최근 5경기에서 20타수 3안타(1할 5푼)를 기록 중인 이대호는 최근 부진으로 인해 각 부문 공격 지표 선두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미 나카무라 타케야(세이부)에게 홈런 선두를 내준 이대호는 출루율도 .373으로 4위로 내려 앉았고 5할 장타율을 넘나들던 장타율도 .488(3위)까지 떨어졌다. 이날 라쿠텐을 상대로 두번의 득점권 찬스에서 무안타를 기록하는 바람에 한때 .340가 넘었던 득점권 타율 역시 정확히 3할로 하락했다. 현재 이대호가 공격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건 타점으로 77타점을 유지, 2위 나카무라(65타점)에 앞서 있다. 올해 이대호는 유달리 짤수 달에 부진하고 홀수 달엔 거짓말처럼 타격 페이스가 상승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적응기였던 4월을 걱정으로 보낸 이대호는 5월 들어 활화산처럼 폭발하는 불방망이를 과시하며 일본 진출 후 첫 ‘월간 MVP’에 올랐다. 하지만 6월 들어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더니 다시 7월에는 5월과 같은 타격 상승세를 보이며 또 다시 ‘월간 MVP’에 올라 건재를 과시했다. 지금까지 일본에 진출했던 한국인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월간 MVP를 두차례나 수상하는 선수가 된 것도 큰 의미가 있지만 이대호 개인으로서는 그만큼 일본야구에 완벽하게 적응했다는 걸 간접적으로 보여준게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8월에 접어 들며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더니 8월 한달을 3홈런 15타점에 그쳤고 8월 월간 타율 역시 .234에 그쳤다. 시즌 전체적으로 봤을때 페이스를 끌어 올려야 할 8월에 상대적으로 부진했던게 공격 부문 각종 타이틀 선두를 다른 선수에게 넘겨준 원인이 된 셈이다. 최근 이대호의 부진 원인은 이렇다 할만한게 없어 보인다. 올 시즌 지금까지 다소 부침이 있는 성적을 보이며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동시에 보여줬었지만 슬럼프 기간의 간격을 줄이며 반등했던 걸 감안하면 최근 부진 역시 대수롭지 않을수 있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금방 치고 올라갔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릭스 팀 구성원을 보면 이대호 역시 체력적인 면에서 지쳐 있지 않냐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올 시즌 지금까지(9월 2일 기준) 오릭스 야수들 가운데 전 경기를 소화 한 타자는 이대호가 유일하다. 117경기를 치른 오릭스는 이대호 이외에 116경기를 뛴 외국인 타자 아롬 발디리스, 그리고 올해 ‘근심 덩어리’로 변신한 주장 고토 미츠타카(111경기), 오비키 케이지(103경기)를 제외하면 100경기 이상 출전 한 선수가 없다. 이것은 그만큼 전력이 떨어져 1군과 2군을 오르내리는 선수들이 많았다는 걸 증명하고 또한 감독이 꾸준히 믿고 맡길만한 선수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오릭스에서 이대호를 대신해 1루 자리를 맡을수 있는 선수는 많다. 주포 T-오카다는 원래 외야와 1루를 번갈아 맡을수 있는 선수이며 타카하시 신지 역시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에는 1루수가 주 포지션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타카하시 타격을 보면 절대로 1루 자리를 맡을수 없는 수준이며 T-오카다 역시 팀 사정상 외야수로 나설수 밖에 없다. 즉, 이대호를 대신해 선발 1루수로 경기에 나설만한 선수가 없었다고 보면 된다. 물론 이대호는 승패와 상관 없는 경기 후반에 대주자로 교체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경기를 쉬며 몸과 마음을 추스릴수 있는 시기가 없었다. 체력은 몸의 휴식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정신적인 휴식도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자신이 아니면 해결 할 선수가 없는 것과 자신이 아니면 팀이 패한다는 강박관념 역시 이대호를 힘들게 했던 시즌이다. 오릭스의 성적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이대호가 해 온것 역시 박수를 받아도 모자름이 없다. 지금 이대호가 주춤하고 있는게 실제로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과 맞물렸다고는 하지만 한국에서 뛸 때 이대호는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오히려 타격이 지닌 사이클, 즉 오르막길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길이 있는 것처럼 지금 이대호는 잠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한 일본 프로야구 경기 일정상 휴식없이 9연전을 치르고 있는 오릭스의 경기 일정 역시 이대호에겐 부담으로 작용했을수도 있다. 오릭스는 8월 28일부터 9월 5일까지 휴식 없이 경기를 치른다. 3일(월요일)에는 다른 팀 모두 휴식일이지만 이날 오릭스는 라쿠텐과의 경기가 예정 돼 있다. 오릭스는 앞으로 27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이미 포스트 시즌 진출은 물 건너 갔기에 지금 시점에선 어떻게 리그 꼴찌에서 탈출하느냐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 큰 포부를 안고 시작한 오릭스이기에 지금의 성적은 구단이나 팬들 역시 납득하기 힘들다. 다만 외국인 선수 이대호는 올해만 뛰는게 아니기에 내년을 위해 유종의 미는 반드시 거둬야 한다. 어차피 시즌이 끝나면 남는게 개인 성적이기 때문이다. 항상 홀수 달이 되면 뜨거웠던 이대호의 방망이가 9월에도 불을 뿜을지 그리고 잠시 멀어진 개인 타이틀 역시 원래 위치로 되돌려 놓을지 궁금하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하나·외환銀 실적 상반기 무승부

    하나·외환銀 실적 상반기 무승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하나금융지주라는 한 지붕 아래 두 은행으로 지난 6개월간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해왔다. 노사 합의에 따라 5년 뒤 살림을 합치는 두 은행은 경쟁력이 입증된 쪽의 조직체계로 통합될 예정이다. 통합 주도권을 잡으려면 5년간 성적표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10분의1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평가한 두 은행의 성적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 사실상 무승부다. 22일 하나금융의 2분기 실적자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올 상반기 4470억원을 벌어들였다. 4230억원을 번 하나은행보다 240억원 많은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1, 2분기로 나눠 보면 하나은행이 상승세다. 1분기에는 하이닉스 매각이익으로 외환은행이 하나은행보다 480억원 많은 2950억원을 벌었다. 2분기에는 하나은행이 1760억원으로 외환은행(1520억원)을 추월했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운용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뒤 자산으로 나눈 수치)을 보면, 2분기 외환은행이 2.43%로 하나은행(1.79%)을 앞섰다. 분기별로 뜯어보면 하나은행의 NIM이 1분기 1.72%에서 소폭 올라간 반면, 외환은행은 지난해 4분기(2.52%)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두 은행을 이끄는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두 은행 간 ‘시너지’를 강조하면서도 영업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두 행장은 성과에 중점 둔 ‘원샷 통합인사’를 단행하고, ‘토크콘서트’ ‘영 리더 조직’ 구성 등 비슷한 행보를 보여왔다 하반기에는 더 치열한 ‘선의의 경쟁’이 예상된다. 외환은행은 출시 2개월 만에 20만장 이상 팔린 ‘2X카드’와 특판예금 등 소매금융상품으로 영업기반을 넓힐 계획이다. 하나은행도 특화된 PB(부자고객) 사업을 확대하고, 은행 경쟁력의 밑바탕이 되는 저금리성 수신을 적극 유치할 작정이다. 공동 상품 개발, 체크카드 결제계좌 교차 가입 허용 등 시너지 효과도 추구한다는 구상이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날개 꺾인 미녀새… 이신바예바 장대높이뛰기 銅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30·러시아)가 마지막까지 더 높은 곳을 향해 날갯짓을 했으나 4m70을 날아오르는 데 그쳤다. 이신바예바가 7일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끝난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4m70에 머물러 올림픽 3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육상 여자 개인종목 사상 3개의 금메달을 딴 첫 선수가 될 기회를 놓쳤다. 그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4m91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땄고 2005년 6월 22일에는 5m 벽을 돌파하는 등 이 종목 세계기록을 28차례나 갈아치웠다. 그러나 4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 5m5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한 뒤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그런 그가 지난 5월엔 왼쪽 허벅지 근육이 훈련량을 버티지 못하고 상처가 나면서 올림픽 개막 열흘 전까지 훈련도 하지 못했다. 이날 1차시기에서 4m55를 뛰어넘는 데 실패했던 이신바예바는 2차에서 4m70을 뛰어넘는 데 성공하면서 마법이 되살아나는가 싶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두 차례 4m75를 넘지 못하자 과감하게 승부수로 던진 4m80마저 넘지 못하면서 주저앉았다.새로운 장대 여왕은 4m75를 뛰어넘은 제니퍼 수어(미국). 야리슬레이 실바(쿠바) 역시 같은 높이를 넘었지만 시도 횟수가 적은 슈어가 순위표 맨 위를 차지했다. 이신바예바는 경기 직후 “동메달만 따고 은퇴할 수는 없어요.”라며 “4년 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은퇴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그의 나이 서른넷이 되는 시점에 과연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한편 테니스 골든 슬램을 노렸으나 실패한 로저 페더러(세계랭킹 1위·스위스) 역시 은퇴를 4년 뒤로 미뤘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저장성 쑤이창현…때묻지 않은 풍경 그리고 사람

    저장성 쑤이창현…때묻지 않은 풍경 그리고 사람

    오감만 만족해도 즐거울 터에 마음까지 행복해지는 여행은 그리 흔치 않습니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갔던 중국 저장(浙江)성 쑤이창(遂昌)현 여행은 그런 점에서 행운이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닝보(寧波) 공항을 떠날 때의 느낌은 한마디로 ‘마음까지 부자가 된 듯한 여행’이었습니다. 중국의 여행지들은 우리에게 웬만한 국내 여행지보다 가까워져 있지요. 하지만 쑤이창현은 몸과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동양화 한 폭을 보는 듯한 풍광과 아직 외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산골 오지 마을 사람들의 순수함은 그동안 잊고 살았던 바쁜 일상들을 뒤돌아보게 해준 고마운 선물이었습니다. ●대나무와 원시림의 심산유곡 셴룽구 저장성 리수(麗水)시 쑤이창현. 해발 1000m가 넘는 700여개의 산에 둘러싸여 있다. 산악지대가 전체 면적의 88%나 된단다. 산 속에 있지만 역사는 깊다. 춘추시대엔 월나라, 삼국시대엔 손권의 오나라에 속했다. 1927년엔 홍군(紅軍)이 일제에 대항해 3년간 유격전을 벌였던 공산혁명의 성지이기도 하다. 집안 신을 모시는 제단에 마오쩌둥(毛澤東) 사진을 걸어둔 주민이 많은 것도 그런 까닭이겠다. 가장 먼저 발걸음한 셴룽구는 대나무와 원시림으로 가득한 보물창고였다. 초록의 숲과 싱그러운 나무 향기, 그리고 계곡의 물소리가 눈과 코와 귀를 즐겁게 해준다. 무엇보다 셴룽(神龍)폭포의 모습이 장관이다. 물이 만든 운무를 헤집고 승천하는 듯한 용의모습을 하고 있다는 폭포다. 위 아래의 낙차는 무려 300m. 중국 내 최고다. 가까이 다가가니 세 개의 폭포가 이어져 쉬지 않고 물을 쏟아내고 있다. 산허리를 따라 트레킹 코스가 조성돼 있다. 숲그늘은 짙어도, 위압감을 줄 만큼 커다란 나무는 없다. 대신 조화롭게 자란 키 작은 관목들이 즐비하다. 멀리서 보는 셴룽폭포는 물줄기가 더욱 길어 보인다. 명나라의 극작가이자 시인이었던 탕현조(湯顯祖)는 이곳을 배경삼아 ‘모란정’이라는 사랑 이야기를 썼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명작에 등장하는 무대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난젠옌에서 바라보는 다랑논과 운무 난젠옌은 기묘한 봉우리와 계단식 논, 이른바 제전(梯田)으로 유명한 명승지다. 이른 아침, 고원지대의 마을 끝자락에서 발아래를 내려다보자니 계곡을 타고 피어오르는 운무가 다랑논을 휘감았다. 운무는 초록빛 바다 위에 흰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천천히 번져 나갔다. 난젠옌 풍경구는 유네스코와 중국 민속촬영협회가 지정한 ‘국제 민속 촬영 창작기지’로 등록되어 있을 정도로 사진작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험한 산등성이에 물을 가둬 벼농사를 짓고 있는 오지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 이젠 외지인들을 불러들이는 관광자원이 된 셈이다. 모르긴 몰라도 쌀값으로 버는 돈보다는 관광수입이 월등할 것이다. 해발 1000m의 난젠옌에서 300m의 반링춘(半嶺村)까지 걷는 트레킹 코스는 가벼웠다. 거리는 짧지 않지만 대부분이 내리막길이고 가파른 지형은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비교적 수월했다. 트레킹 내내 대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땀을 식히기에 충분했고 물결치듯 흔들리며 사각거리는 소리는 감미로운 음악처럼 귓가를 맴돌았다. ●풍광보다 사람이 아름다운 반링춘 대나무 숲 트레킹이 끝날 무렵 후끈한 열기와 습기가 엄습했다. 마치 사우나에 들어온 것과 같은 더운 느낌이 온몸을 감쌌다. 갈증을 풀어줄 찬물을 찾는 순간 낯설지 않은 촌락이 눈에 들어왔다. 난젠옌에서 계곡을 따라 바로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 반링춘이다. 반링춘은 난젠옌에서 내려다보이는 다랑논의 한가운데 있는 마을이다. 약 50 가구에 200여명이 거주한다. 원래 사람이 거의 찾지 않는 마을이었으나 난젠옌 풍경구가 사진촬영의 명소로 떠오르면서 이름이 나기 시작했다. 트레킹을 막 마치고 내려온 나그네에게 기꺼이 녹차를 우려 주던 마을 아낙의 친절이 고맙다. 갈증이 해소될 즈음에야 반링춘의 모습이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집집마다 대문이 활짝 열려 있다. 낯선 이방인들이 집안을 기웃거리며 구경하는데도 주민들은 거부감이 없었다. 적어도 이 마을에서만큼은 도둑이란 단어가 없는 듯하다. 점심 때가 되자 집집마다 밥 짓는 연기가 피어 올랐다. 주인이건 객들이건, 너나없이 함께 식탁에 앉았다. 푸짐하게 내오는 돼지고기 요리마다 주민들의 넉넉한 인심이 배어 있는 듯하다. 종류도 다양해서, 중국에서 맛볼 수 있는 돼지고지 요리는 모두 다 올라온 것 같다. 중국에서는 손님을 대접을 할 때 푸짐하게 차려내는 것이 예절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식사를 마치고 마을을 떠나는 객들의 손마다 유기농 찻봉지와 말린 고구마가 들려 있다. 순수하고 친절한 사람들의 여운이 아직도 아른거린다. ●또 다른 중국, 황니링 유기농과 훙싱핑 온천 숲과 계곡, 그리고 다랑논을 지나니 어느덧 여정의 마지막이다. 우시강(烏溪江)댐을 지나서 황니링으로 가는 뱃길. 더없이 상쾌한 강바람이 귓불을 스친다. 황니링은 유기농 마을로 유명하다. 농약 가득한 과일이나 화학비료투성이의 채소로 대표되는 중국의 이미지는 마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주민들은 벌레를 잡기 위해 농약대신 고추 삶은 물을 쓰고, 비료 대신 가축 배설물을 발효시킨 액체비료를 사용한다고 했다. 황니링은 이를테면 친환경 유기농의 종합 센터다. 주민들은 전통 농서에 기록된 농법을 스스로 실천할 뿐 아니라 개발하고 전파하는 몫을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자신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대도시의 고급 식탁에 오른다는 자부심 또한 대단했다. 뱃머리를 돌려서 훙싱핑 온천으로 향했다. 훙싱핑은 원래 은광을 개발하려는 광산업자와 개발에 반대하는 원주민 간의 갈등이 심한 곳이었다. 한데 은광을 개발하려다 온천을 발견했고, 온천의 지분을 지방정부와 광산업자가 나눠 갖는 대신 은광 개발을 포기하는 것으로 사태가 수습됐다. 개발을 능사로 아는 우리와 사뭇 다른 모습. 섭씨 41도의 순수 온천수보다 담백한 그들의 개발 스토리가 외려 더 감동적이다. 글 사진 쑤이창현(중국)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여행수첩 →진에어가 2013년 6월까지 인천공항과 닝보공항을 잇는 전세기를 운항한다. 월·금요일 출발. →쑤이창현은 열대 기후대에 속해 여름철엔 무척 습하고 덥다. 여행시 물을 항상 소지해야 한다. →연중 200일 이상 비가 내리기 때문에 우산과 비옷을 준비하는 게 좋다. →원시삼림과 대나무 숲 트레킹 때 산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몸에 뿌리는 모기약도 준비해야 한다. →중국 오지 전문여행사 레드팡닷컴(www.redpang.com)에서 난젠옌과 첸포산(千佛山) 등을 돌아보는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02)6925-2569.
  • [런던올림픽] 악 ~ 男사이클 도로 박성백, 산악구간서 체인 끊겨 결국 기권

    [런던올림픽] 악 ~ 男사이클 도로 박성백, 산악구간서 체인 끊겨 결국 기권

    런던답지 않게 맑은 하늘이 버킹엄궁을 내려다보는 28일 오후(현지시간). 그곳에서는 남자 사이클 도로 경기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알렉산드르 비노크로프(카자흐스탄)가 5시간45분57초로 피니시라인을 가장 먼저 끊으며 깜짝 우승을 했고, 그 뒤를 따라 250㎞를 숨차게 달려온 선수들이 참았던 탄식을 내뱉었다. 그 너머에 박성백(27·국민체육진흥공단)이 있었다. 레이스 중간에 자전거 체인이 끊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기권을 하고 주최 측이 제공하는 차로 돌아왔다. 끊어진 것은 체인만이 아니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88위를 기록하고서 4년 뒤에는 50위권 안을 노려보겠다던 간절한 꿈도 함께 끊어졌다. ●선두 그룹과 내리막길 레이스 중 불운 경기가 끝나고 그를 만났다. 새까만 흙먼지가 그대로 달라붙어 있는 얼굴에선 표정이 사라져 있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해 달라고 하자 박성백은 한숨부터 쉬었다. “레이스 중반, 박스힐이라는 원형 산악 구간을 9바퀴 돌아야 한다. 선두 12명 그룹 안에 든 채 박스힐에 들어갔는데 얼핏 내려다보니 체인이 조금 튀어나와 있더라. 조심해서 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내리막길에 접어들자 갑자기 체인이 툭 끊어졌다. 하필이면 산악구간을 탈 때라 길이 좁아서 스페어 자전거를 가져올 수 없었다. 이러는 사이 뒤를 따라오던 후미그룹과도 10분 이상 격차가 났다. 주최 측이 제공한 자전거를 타고 달려봤지만 너무 기록 차이가 나서 기권할 수밖에 없었다.” 운이 없었다. 이번 경기에서 체인이 끊어진 것은 박성백이 유일했다. 한국 사이클 대표팀의 역사상으로도 처음이었다. 물론 경기 전 자전거는 철저하게 점검했다. 체인이 끊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더 가슴아픈 것은 그의 불행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가장 빨리 들어왔지만 의문의 실격처리로 금메달을 빼앗겼다. 속상하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제가 더 잘해야죠.”란 대답이 돌아온다. 박성백은 3구간까지만 해도 2시간 초중반대의 기록을 유지하면서 12위로 선두 그룹에 끼어 있었다. “어차피 잃을 게 없으니 초반에 확 치고 나가서 내로라하는 선수들과 실력을 겨뤄보고 싶었다.” 느낌이 좋아서 목표로 했던 50위권에 충분히 들겠다는 생각에 박성백은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그런데 체인이 끊어지는 순간, 그동안 죽을 듯 힘들었던 훈련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갔다. “오늘 하루를 바라보고 3일에 250㎞를 달리는 혹독한 훈련을 견뎌냈는데…” 박성백은 눈길을 떨궜다. ●“韓선수 출전 늘었으면… 혼자 외롭다” 이제 4년 뒤를 기약해야 하는 그에게 목표를 묻자 “한국 선수들이 많이 올림픽 출전권을 땄으면 좋겠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다른 나라 선수들을 견제해 주는 팀플레이가 요구되는 사이클 종목에서 혼자 외롭게 달리는 것이 힘에 부쳤다고 한다. “부모님과 여자친구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4년간 또 올림픽 메달이라는 숙제가 생겼다. 내가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박성백은 경기장을 떠났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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