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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연방대법 “출마 자격 유지”… 트럼프 백악관행 탄력

    美연방대법 “출마 자격 유지”… 트럼프 백악관행 탄력

    미국 연방대법원이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한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을 뒤집고 만장일치로 자격 유지를 결정했다. 15개 주에서 공화당 경선이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5일) 전날 나온 판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격 시비를 털고 백악관행에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연방대법원은 13쪽짜리 결정문에서 “헌법은 연방 공직자·후보자의 자격 박탈 책임을 주가 아닌 의회에 부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만약 연방 공직 후보자가 동일 행위에 대해 일부 주에선 부적격 판정을 받고 다른 주에선 그렇지 않을 경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이날 판결로 슈퍼 화요일 경선을 치르는 메인주를 비롯해 일리노이주 등의 트럼프 출마 자격 박탈 결정도 무효가 됐다. 앞서 콜로라도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사기’를 주장하면서 지지자들을 선동해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를 야기했다고 보고, 수정헌법 14조 3항 ‘반란 가담 행위’를 적용해 주 경선 투표용지에서 그의 이름을 빼라고 판결했다. ‘6대3’ 보수 우위 구조인 연방대법원은 자격 여부에 대해서는 만장일치 결정을 내렸지만, 수정헌법 14조 3항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구체적인 부자격자에 대한 추가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개별 주가 내란 연계 혐의를 받고 있는 대통령 후보의 경선 자격을 박탈한 것에 대해서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대통령 후보의 자격 박탈을 제한하는 데까지 논의하는 것에는 반대했다. 아울러 1·6 사태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위가 내란죄에 해당되는지에 대해선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발 빠른 이번 결정은 대선 뒤집기 시도 관련 특검 기소에서 트럼프의 면책 특권을 느리게 심리하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연방대법원이 재검표 중단을 명령해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가 민주당 앨 고어 후보에게 승리했던 2000년 대선을 거론하며 “대법원 결정이 대선에 핵심적 역할을 한 것은 2000년 이후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곧바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미국을 위한 큰 승리”라고 자축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날 노스다코타주의 공화당 코커스(당원대회)에서도 승리, 대의원 29명 전원을 챙기며 본선행에 날개를 달았다. 물론 대선 전복 혐의를 비롯한 4건의 형사 기소, 무더기 벌금이 걸린 민사소송 등 그의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본선에서 그를 물리쳐야 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담은 한층 커지게 됐다. 고령 등으로 인한 낮은 지지율, 지지층 이탈 등 내부 악재도 극복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뉴요커 인터뷰에서 “내가 (본선에서) 또 이길 것이고, 결과가 어떻든 트럼프는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 美대법, 트럼프 출마 자격 유지…‘대권 장애물’ 사라졌다

    美대법, 트럼프 출마 자격 유지…‘대권 장애물’ 사라졌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4일(현지시간)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 유지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콜로라도주를 포함한 15개 주가 경선을 치르는 ‘슈퍼 화요일’을 하루 앞두고 나온 이날 결정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출마 자격을 둘러싼 법적 장애물을 제거하며 백악관 복귀를 위한 ‘날개’를 달게 됐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자격을 박탈한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을 만장일치로 뒤집었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헌법은 개별 주에 연방 업무에 출마하는 대선 후보의 자격 박탈권을 허락하지 않았다”면서 “이 같은 책임은 주가 아닌 의회에 귀속된다”고 밝혔다. 다만 출마 자격 박탈의 이유가 됐던 내란죄 연계 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앞서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사기’ 주장으로 지지자들을 선동해 2021년 1월 6일 의회에 난입하도록 한 것을 ‘반란 가담 행위’라고 보고 내란 가담자의 공직 출마를 제한한 수정헌법 14조 3항에 따라 공화당 경선 투표용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뺄 것을 결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불복해 연방대법원에 항소했다.美 대법 보수 6 vs 진보 3 구도…세부 결정 의견 갈려 이날 판결은 대법관 전원인 9명 모두의 찬성을 거쳐 나왔다. 미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3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을 비롯해 6대 3의 보수 우위로 재편된 상태다. 다만 대법관들은 세부 결정까지 의견의 일치를 보지는 못했다. 5명의 보수 대법관은 부대 의견에서 의회가 문제의 헌법 14조 3항과 관련해 구체적인 부자격자에 대한 추가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3명의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미래에 모든 내란 혐의자들의 공직 출마에 대해 나타날 수 있는 문제 제기까지 막으려고 시도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곧바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미국을 위한 큰 승리”(BIG WIN FOR AMERICA)라고 자축 메시지를 게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렇게 빠른 결정을 내린 대법원에 감사하다”면서 “재임 때 활동을 문제 삼아 퇴임 후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자신이 퇴임 대통령의 면책 특권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대법원을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 DC 공화당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에게 처음으로 패배했지만, 이달 중 무난히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판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유력 경선 주자로서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 [사설] 친북·괴담 세력 국회 입성 길 터준 野 위성정당

    [사설] 친북·괴담 세력 국회 입성 길 터준 野 위성정당

    더불어민주당이 그렇게도 고집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귀결은 친북·반미·괴담 세력과의 연합이다. 민주당은 그제 진보당, 새진보연합과 4월 총선용 비례 위성정당 ‘민주개혁진보연합’을 3월 3일 창당하기로 했다. 진보당은 2014년 헌법재판소가 폭력에 의해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위헌 정당이라며 해산을 명령했던 통합진보당 후신이다. 비슷한 강령, 이름을 못 쓰도록 판결했는데도 진보당이다. 새진보연합은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열린민주당으로 구성됐다. 광우병과 천안함 괴담을 만든 시민단체 인사들까지 위성정당에 참여한다. 민주당과 이들 친북·반미·괴담 세력의 의석 나눠 먹기는 노골적이다. 비례대표 후보 30명 가운데 진보당과 새진보연합이 3명씩, 좌파 시민단체 연합체인 ‘연합정치시민회의’가 4명, 민주당은 20명의 후보를 낸다. 당선권으로 보는 20위 안에 민주당 10석, 진보당·새진보연합·시민단체 10석을 배치한다. 울산 북구에서는 민주당 재선의 이상헌 의원을 내치고 진보당 후보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이 주장했던 병립형 비례대표로 회귀했다면 지역구나 비례대표 순번에서 명함도 못 내밀었을 정당, 단체들이다. 이들이 민주당이 깔아 준 준연동형제에 의해 국회로 입성한 뒤 어떤 입법 활동을 할지는 뻔하다.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통합진보당과 선거 연합이라는 미명으로 위헌 정당의 원내 진출을 도왔다. 통진당 의원 이석기가 내란 선동을 하다가 징역형을 받고 당은 해산됐다. 그 전철을 되풀이하려는 민주당의 속셈은 자명하다. 친북·반미 세력과도 손잡아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고 ‘방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22대 국회가 반국가적·반헌법적 소용돌이에 휘둘릴 것으로 우려된다. 유권자들의 엄중한 판단이 필요해졌다.
  • 검찰, 조현천 前 기무사령관 ‘내란음모’ 무혐의 처분

    검찰, 조현천 前 기무사령관 ‘내란음모’ 무혐의 처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윗선에 보고한 의혹을 받는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내란 모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받았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정훈)는 계엄령 검토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 전 사령관의 내란 예비·음모, 반란수괴예비·음모 등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은 “폭동 실행을 위한 의사 합치가 명백히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위험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라며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만으로는 조직화한 폭동의 모의나 폭동 실행을 위한 의사 합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이 탄핵 정국 당시 비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직무 범위에 벗어난 위헌적 내용을 포함한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에 대해서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이날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또 기무사의 ‘계엄 문건’과 관련해 군 간부들에게 거짓 서명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정해일 전 국방부 군사 보좌관, 최현수 전 국방부 대변인도 조 전 사령관과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기무사 계엄령 검토가 불법’이라는 발언으로 수사 지침을 제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의견 표명에 해당할 뿐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계엄령 검토 문건을 외부로 유출해 군사기밀 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고발당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철희 전 의원 역시 계엄 문건이 적법하게 생성된 군사 기밀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혐의없음’ 처분했다.
  • 검찰, 조현천 前 기무사령관 ‘내란 음모’ 무혐의 처분

    검찰, 조현천 前 기무사령관 ‘내란 음모’ 무혐의 처분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작성된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65) 전 국군기무사령관의 내란 모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정훈)는 조 전 사령관의 내란 예비·음모, 반란수괴예비·음모 등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은 “내란음모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다수의 조직화된 집단이 폭동을 모의해야 하고, 폭동 실행을 위한 의사합치가 명백히 인정돼야 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위험성이 있어야 한다”며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만으로는 조직화된 폭동의 모의나 폭동 실행을 위한 의사합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조 전 사령관이 탄핵 정국 당시 비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기무사의 직무 범위를 벗어난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에 대해서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기무사의 ‘계엄 문건’과 관련해 군 간부들에게 거짓 서명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정해일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최현수 전 국방부 대변인도 조 전 사령관과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기무사 계엄령 검토가 불법’이라는 발언으로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했다. 계엄령 검토 문건을 외부로 유출해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고발당한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과 이철희 전 의원 역시 계엄 문건이 적법하게 생성된 군사 기밀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혐의없음’ 처분됐다. 조 전 사령관은 2016년 사령관으로 복무할 당시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에서 기무사 요원들을 동원해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도록 개입하고 부하들에게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 [사설] 친북세력 위성정당 참여, 민주당에 독 될 뿐

    [사설] 친북세력 위성정당 참여, 민주당에 독 될 뿐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범야권 비례연합정당 협상 과정에서 진보당이 10곳 내외의 지역구 의석을 자신들의 몫으로 할당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진보당이 어떤 세력인가. 내란 선동죄로 징역 9년을 선고받은 이석기 전 의원 등이 주축으로 활동했고 2014년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의 해산 판결에 따라 해체된 옛 통합진보당(통진당)의 후신이다. 이들이 지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허점을 틈타 민주당의 위성정당을 통해 대거 원내 입성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진보당은 친북 세력이 주축으로 활동하는 정당으로 옛 통진당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정당이다. 진보당은 통진당 핵심이었던 이석기·이정희 전 의원이 당원이 아니라며 통진당 후신이 아니라고 변명하지만, 면면을 보면 그렇지 않다. 과거 헌재 결정으로 당이 해산되기 전까지 통진당 국회의원이었던 이상규, 김재연 전 의원이 각각 서울 관악, 경기 의정부에서 진보당원으로 출마를 준비 중이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이미 지난해 4월 전북 전주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진보당은 올해 총선 목표에 대해 단독 법안 발의가 가능한 10석 이상, 최대 원내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20석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진보당의 지역구 할당 요구에 대해 민주당은 무리한 요구라며 볼멘소리를 한다. 하지만 위성정당을 창당하기로 한 이상 진보당 등 소수정당과의 주고받기식 거래는 자업자득으로밖에 볼 수 없다. 최근에 나온 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넘어서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친북세력의 원내 입성을 대거 용인한다는 점에서 진보당과의 주고받기식 거래가 진행될수록 민주당 지지율에는 독이 될 뿐이다.
  • 美 연방대법, 8일 트럼프 대선 출마자격 구두변론…미국인 다수 “대선 전 트럼프 대선뒤집기 판결 나와야”

    美 연방대법, 8일 트럼프 대선 출마자격 구두변론…미국인 다수 “대선 전 트럼프 대선뒤집기 판결 나와야”

    미국 연방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을 결정하는 재판을 오는 8일 시작한다. 이에 따라 그를 상대로 진행 중인 다른 재판들도 중요 전기를 맞고 있다고 미 CNN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방대법원은 오는 8일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초유의 변론을 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내란 가담을 이유로 트럼프를 공화당 대선 경선 투표용지에서 제외할 것을 주 정부에 명령하며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한 데 따른 것이다. 폭스뉴스는 “구두 변론 뒤 수일에서 수주 후 신속한 판결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연방 대법원이 어떻게 판결하든 정치적 혼란 또는 폭력 사태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2021년 1·6 의회 폭동 사태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란에 가담했다고 보고 반란에 가담할 경우 공직을 금지한 수정헌법 14조 3항을 적용했다. 그러나 수정헌법 자체는 대통령직도 이 조항에 해당되는지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이 부분이 변론 핵심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연방대법원이 내릴 수 있는 결정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완전한 승리 ▲주에 그의 출마 금지 허용 ▲의회로 결정 이관 등이 있는데 어느 경우든 리스크가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판결이 트럼프의 선거 유세 및 개인적 운명은 물론 미 민주주의의 향방도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연방대법원이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을 인용할 경우 콜로라도주는 물론 메인주 등 다른 주에서도 그의 출마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출마가 허용된 다른 주에서의 득표로 대선에서 이길 수도 있다. 이 경우 의회가 인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한편 절반이 넘는 미국인이 오는 11월 대선 이전에 그의 2020년 대선 뒤집기 재판에 대한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과 여론조사기관 SSRS이 지난달 25~20일 조사한 결과(성인 1212명), 응답자의 48%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뒤집기 시도 판결이 11월 선거 이전에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16%는 ‘판결이 내려지는 쪽이 좋다’고 했다. ‘판결이 대선 이후로 미뤄져야 한다’는 답변은 전체의 11%에 불과했다. 민주당 지지층의 72%, 무당층의 52%가 대선 이전에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고 답한 반면,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38%에 불과했다. 이 사건의 첫 재판은 다음 달 4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일정은 무기한 연기됐다.
  • “4·3때 억울하게 옥살이 한 95세 생존 수형인이 여기에 또 있습니다”

    “4·3때 억울하게 옥살이 한 95세 생존 수형인이 여기에 또 있습니다”

    희생자 결정이 안된 제주4·3 생존 수형인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단장 강종헌)’은 지난 25일 1949년 7월 2일 고등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위반죄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A(95)에 대해 직권재심을 제주지방법원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A씨는 현재 희생자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4·3특별법에 의한 특별재심요건은 갖추지 못했으나 합동수행단에서 A씨의 진술을 청취하고 관련 자료 분석 등을 통해 4·3사건 당시 A씨에 대한 불법 구금 등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해 형사소송법에 의한 직권재심을 청구했다. 합동수행단은 A씨의 나이를 감안해 생존 중에 신속히 명예회복이 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에 근거해 직권재심을 청구했다. 강종헌 합동수행단장은 “현재 A씨는 부산에 거주하고 있고 눈앞이 잘 안 보여서 보호자 동반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A씨의 심신상태를 고려해 2월 6일 부산 동아대 모의법정에서 사실상 ‘출장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흔한 일은 아니지만 간혹 병원 응급실에서도 재판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희생자 미결정 생존 수형인에 대해 4·3특별법이 아닌 형사소송법에 의한 직권재심을 청구한 두번째 사례라는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합동수행단은 2022년 10월 27일 A씨처럼 희생자 결정이 없는 생존 수형인인 박화춘(1927년생) 할머니에 대해 형사소송법에 근거해 직권재심을 최초로 청구했다. 같은해 12월 6일 제주지법은 박 할머니는 무죄선고를 받아 70여년만에 명예를 회복한 바 있다. 박 할머니는 1948년 군법회의에서 내란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지만, 피해 사실을 숨기고 살다가 제주 4·3평화재단 추가 진상 조사 과정에서 생존 수형인으로 확인됐다. 제주4·3 당시 서귀포시 중문면 강정 월산마을에 살던 박 할머니는 4·3 당시 수감생활을 했던 사실이 알려지면 혹여나 자녀들이 피해를 입을까봐 70여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이 사실을 숨기고 살아왔다. 이로 인해 4·3희생자로 등록하지 않았다. 4·3 희생자 결정이 안된 수형인이 4·3특별법이 아닌 형사소송법에 따른 직권재심 청구를 통해 무죄를 받은 첫 사례였다.당시 합동수행단 소속이었던 변진환(수원지검 안산지청 부부장검사) 검사는 최후 변론에서 “할머니, 잘못한 거 어수다(없습니다). 4.3사건 때 할머니 잘못헌 것도 어신디(없는데) 사람들이 막 심엉강으네(잡아가서) 거꾸로 돌아매고 허영으네(매달리게 해서) 막 고생 많아수다(많았습니다). 제가 재판장님한티 할머니 잘못한 거 없댄 잘 고라시난예(잘못 없다고 잘 전했으니) 아무 걱정 허지 맙서예(마세요). 경허고 너미 부치로왕 안해도 되어마씨(그리고 너무 창피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할머니 잘못한거 어시난예(없어요). 할머니는 그저 마음 편안허게 가지시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면 됩니다예.”라로 말해 재판장에 있던 사람들을 울렸다. A씨 역시 박 할머니와 비슷한 이유로 70여년간 꽁꽁 자신의 수감생활을 했던 아픈 과거를 숨겼다. 자식들도 최근에야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됐을 만큼 자식들 걱정 때문에 극도로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 익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4·3은 제주사람들에게 아직도, 여전히, ‘빨갱이(레드 콤플렉스)’라는 주홍글씨같은 아픈 과거이고, 죽을 때까지 꽁꽁 숨기고 싶은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합동수행단은 1년 전부터 A씨를 만나 끊임없이 설득한 끝에 결국 직권재심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합동수행단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관련 군사재판 수형인에 대한 직권재심을 2022년 2월 10일 최초 청구한 이래 현재까지 47차에 걸쳐 총 1360명을 청구했다. 이 가운데 45차로 청구한 수형인까지 총 1300명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또한 일반재판 수형인에 대한 직권재심은 2022년 12월 28일 제주지검에서 1차로 10명을 청구하고 2023년 2월 22일 합동수행단이 그 업무를 이관받아 2023년 5월 11일부터 현재까지 총 70명을 청구하는 등 합계 80명이 청구됐으며 5차 청구 수형인까지 총 50명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합동수행단은 2월 6일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또 한번 이같은 최후변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르신 잘못한 것 어수다(없습니다). 너무 걱정허지 맙서예(걱정하지 마세요)”
  • ‘5·18 폄훼’ 인천시의장 의장직 박탈

    ‘5·18 폄훼’ 인천시의장 의장직 박탈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왜곡하는 내용이 담긴 정기간행물을 동료의원 전원에게 배포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허식(65) 인천시의회 의장이 의장직을 박탈당했다. 인천시의회는 24일 본회의를 열어 한민수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시의원 18명이 공동 발의한 ‘인천시의회 의장 불신임의 건’을 찬성 24표, 반대 7표, 기권 2표로 가결했다. 의장이 불신임으로 물러나게 된 건 1991년 인천시의회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인천시의회는 국민의힘에서 탈당해 무소속이 된 허 전 의장을 뺀 39명 중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25명,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14명이다. 허 전 의장은 5·18 폄훼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징계를 논의할 국민의힘 인천시당 윤리위원회 개최가 예고되자 지난 7일 탈당했다. 탈당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허 전 의장이 지방의원의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고 역사를 왜곡해 시의회 위상을 크게 실추시켰다며 불신임안을 발의하고 의장직 자진 사퇴를 요구해 왔다. 이날 본회의에 참석한 허 전 의장은 신상발언을 요청, 시의원 39명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의장불신임안 반대를 읍소했지만, 의원들은 대거 불신임표를 던졌다. 허 전 의장은 의장직을 잃었지만, 시의원 신분은 유지된다. 당초 시의회는 전날 불신임안을 심의·의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본회의 진행을 맡은 허 전 의장이 안건 상정을 거부해 처리하지 못했다. 허 전 의장은 앞서 지난 2일 동료 의원실에 ‘5·18 특별판’이 실린 특정 간행물을 배포했다. 총 40면으로 제작된 신문에는 ‘5·18은 DJ 세력·북한이 주도한 내란’이라거나 ‘5·18 유공자 상당수가 5·18과 관련 없는 인물’이라는 등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주장이 담겼다. 그는 과거에도 “인천 교육이 교묘히 공산주의를 교육시키고 있다”거나, “미추홀구 초등학생들은 욕을 입에 달고 다닌다”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켰다.
  •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3명 76년 만에 재심서 무죄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3명 76년 만에 재심서 무죄

    여수·순천 10·19사건(이하 여순사건) 당시 무고하게 희생당한 민간인들이 76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2019년 대법원이 여순사건 재심 개시를 결정한 이후 다섯 번째 무죄 판결이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재판장 허정훈)는 18일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고 박생규·최만수·김경렬 씨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여순사건 당시 민간인들에 대한 체포 감금이 일정한 심사나 조사 없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졌고, 조사 과정에서 비인도적인 고문이 자행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당시 혐의에 따른 증거가 제출됐더라도 불법 구금 이후에 만들어진 증거로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가 되지 않거나,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들 희생자는 1948년 여순사건 당시 14연대 군인 등에 동조해 공중치안과 통치 질서를 교란하고 폭동을 일으켰다는 혐의(내란·포고령 위반)로 군법회의에 넘겨져 처형됐다. 고 박생규씨는 1948년 12월 13일 광주호남계엄지구사령부 고등군법회의에서 내란 포고령 제2호 위반으로 무기징역 선고를 받고 대전형무소에 수감 중 법적 절차 없이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총살됐다. 희생자 최만수씨는 같은날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전주형무소에 수감됐다가 김천형무소로 이송돼 1950년 7월23일 사망했다. 고 김경렬씨는 1948년 11월 25일 포고령 제2호 위반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목포형무소에 수감 중 한국전쟁 발발 후 인근 바다에서 희생됐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여수시 신월동에 주둔하고 있던 14연대 일부 군인들이 제주 4·3사건 진압명령을 반대하며 발생한 현대사의 비극적 사건이다. 당시 민간인 등 1만 3000여명이 희생됐다.
  • ‘커튼 머리’ ‘뽀샵’ 사라진다…범죄자 동의 없어도 ‘머그샷’ 공개

    ‘커튼 머리’ ‘뽀샵’ 사라진다…범죄자 동의 없어도 ‘머그샷’ 공개

    중대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강제 촬영해 공개할 수 있도록 한 중대범죄신상공개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구체적인 공개 절차 등을 마련했다. 법무부는 16일 국무회의에서 머그샷 촬영 방법과 신상 공개 절차 등을 담은 중대범죄신상공개법 시행령 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중대범죄 신상공개법과 시행령은 오는 25일부터 시행된다. 이전에는 특정강력범죄와 성폭력범죄의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가 가능하고, 피의자의 동의 없이는 ‘머그샷’ 촬영이나 공개가 어려웠다. 오는 25일부터는 내란·외환, 폭발물사용,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 중상해·특수상해, 아동대상성범죄, 조직·마약범죄가 공개 대상 범죄에 추가된다. 재판 단계에서 공개 대상 범죄로 공소장이 변경된 경우에는 피고인도 공개 대상이 된다.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검찰과 경찰은 중대범죄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할 때 원칙적으로 30일 이내의 모습을 공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하면 피의자의 얼굴을 동의 없이 촬영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사진을 찍을 경우 피의자의 정면·왼쪽·오른쪽 얼굴 컬러사진을 촬영하여 전자기록으로 저장·보관한다. 공개 결정 전에는 피의자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제공하고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 개최일 등을 고지하도록 했다. 또 피의자가 즉시 공개에 동의하지 않으면 공개 결정 후 최소 5일의 유예기간을 두도록 정했다. 신상정보는 검찰총장이나 경찰청장이 지정한 인터넷 홈페이지에 30일간 게시하고,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는 공무원이 아닌 위원이 과반이 되도록 구성하도록 했다. 법무부는 “신상공개 제도가 정비되면 유사 범죄를 예방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서울 on] DJ 정신과 여야 상생/이범수 정치부 기자

    [서울 on] DJ 정신과 여야 상생/이범수 정치부 기자

    “싸우지 말고,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면서 안전과 평화와 번영의 나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지난 6일 김대중(DJ)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열린 행사에서 인공지능(AI) 기술로 구현한 DJ가 무대에 깜짝 등장해 언급한 말이다. DJ는 자신을 사지(死地)로 내몬 이들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전두환 신군부의 ‘내란 음모 조작 사건’으로 고문까지 받았던 DJ는 대선에서 승리한 뒤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발표했다. 정치권은 여야 가리지 않고 DJ의 정신을 기리겠다고 했지만 국회가 거듭될수록 상생의 정신은 사라져 왔다. 상대 당을 악마화하고 적으로 규정해 강성 지지자에 기대는 정치가 일상화됐다. 선거라는 게 내가 이기기 위해 상대를 쓰러뜨려야 하는 쟁투(爭鬪)적 속성이 어느 정도 있을 수밖에 없지만 국민은 적당히 좀 하라고 외치는 게 현실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등 거대 야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정치권은 전날 이태원참사특별법을 놓고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최근 만난 한 정치권 원로는 “요즘에는 여야 의원들이 밥도 술도 따로 먹고, 출장을 가도 각각 모여 논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상생과 관련해 떠오르는 장면이 없는 건 아니다. 2013년 12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김무성 의원과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박기춘 의원이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둘러싼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에 손발을 맞춰 나간 게 대표적이다. 사상 최장기 철도 파업이 해결된 데는 산파 역할을 맡은 두 의원의 돈독한 신뢰 관계가 역할을 했다는 평이 나왔다. 당시 김 의원은 “박 의원과 저는 오랜 기간 쌓은 신뢰 관계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4년 12월 국회가 새해 예산안을 법정 기한 내에 처리한 것도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다. 1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시 처음 시행된 국회 선진화법의 위력이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타협을 끌어낸 이완구·우윤근 여야 원내대표는 호평받았다. 지난 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을 계기로 의원들 사이에 자성론이 나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한 방송에서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장 결정적 징후는 상대방에 대한 관용의 정치가 실종되는 것”이라며 “자기와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을 악마화하는 데 정치인들이 앞장서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재옥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여야 모두 독버섯처럼 자라난 증오 정치가 국민께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정하고 머리를 맞대 정치 문화를 혁신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인간은 입이 하나, 귀가 둘이다. 탈무드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 더하라는 뜻”이라고 이를 풀이한다. 인간은 보통 1분에 약 150개 낱말을 말할 수 있지만 1분에 600개 정도 단어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정치권도 말하기보다 듣기에 집중하고, DJ의 말을 본받아 행동을 실천에 옮기는 건 어떨까.
  • 전두환 추징금 55억원 국고 환수 확정… 미납액 867억은 환수 불가

    전두환 추징금 55억원 국고 환수 확정… 미납액 867억은 환수 불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마지막 추징금’인 55억원의 국고 환수가 확정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땅을 관리하던 교보자산신탁이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공매대금 배분 취소 소송이 지난달 30일 원고 패소로 확정됐다. 이 소송은 전 전 대통령 일가가 교보자산신탁에 맡긴 경기 오산시 임야 5필지 가운데 3필지 땅값의 추징을 둘러싸고 제기됐는데 교보자산신탁이 상고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내란·뇌물수수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이 확정됐다. 2013년 전 전 대통령의 미납추징금을 환수하기 위해 특별팀을 꾸린 검찰은 교보자산신탁에 맡긴 경기도 오산시 임야 5필지를 차명재산으로 보고 압류했다. 교보자산신탁은 2016년 오산시 임야 5필지에 대한 압류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이의신청을, 2018년에는 압류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임야가 공매를 통해 새 주인을 찾은 뒤 매각대금 중 75억 6000만원이 추징금 몫으로 배분되자 2019년 5필지 중 3필지 몫 55억원에 대한 공매대금 배분처분 취소소송도 냈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공매대금 배분처분 취소소송이 진행 중인 3필지 외 나머지 2필지 공매대금 약 20억 5000만원을 우선 국고로 환수했다. 나머지 3필지 몫 55억원에 대해선 교보자산신탁이 공매대금 배분 취소 소송을 내 환수하지 못하고 있었다. 교보자산신탁은 재판 도중인 2021년 전 전 대통령이 사망하자 “범인이 사망한 경우 몰수나 추징을 집행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내세웠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에 이어 지난달 8일 2심에서도 패한 후 상고하지 않으면서 패소가 확정됐다. 이 돈은 전 전 대통령이 사망함에 따라 국가가 환수하는 마지막 추징금이 된다. 지금까지 1282억 2000만원을 환수했고 이 55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867억원이 남았지만 소급 입법이 없다면 환수가 불가능하다.
  • 김대중 삶 통해 미래 100년을 본다

    김대중 삶 통해 미래 100년을 본다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고향인 전남에서 김 전 대통령의 정신을 돌아보고 미래 100년을 준비하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먼저 5일 전라남도청 김대중강당에서 열리는 기념식에서는 ‘돌아보는 100년, 나아가는 100년’을 주제로 기념 영상 상영과 기념사, 전남도 범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김대중 정신 계승 퍼포먼스를 진행해 김 전 대통령의 삶을 떠올리고 미래를 향한 다짐을 할 예정이다. 또 같은 날 김 전 대통령이 유신 반대와 내란 음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는 등 갖은 고초를 겪으며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기념 다큐 영화 ‘길 위에 김대중’이 오전 10시 40분과 오후 2시 두 차례에 걸쳐 무료 상영된다. 김 전 대통령의 인동초 같은 삶도 조명한다. 전남문화재단이 온갖 역경을 이겨 내며 평화와 인권의 꽃을 피운 김 전 대통령의 삶을 조명, 기획한 국악공연 ‘인동초의 봄’(가제)이 탄생일에 맞춰 오는 6일 오후 4시 남도소리울림터에서 펼쳐질 계획이다. 또 도청 윤선도홀에서는 5일부터 일주일간 김 전 대통령의 개인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일상 사진과 함께 1980년 내란 음모 사건으로 사형을 언도받고 수감돼 쓴 옥중서신과 노벨평화상 메달 등 소장품 특별 기획·전시도 이어진다. 이 밖에 전남도가 제작한 특별 다큐가 오는 23일 방영되며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에서는 이달 중순부터 2월까지 리더십아카데미를 통해 김 전 대통령 관련 특강과 토크 콘서트를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 벼랑 위의 오리엔테이션/송천영 [서울신문 2024 신춘문예 - 희곡]

    벼랑 위의 오리엔테이션/송천영 [서울신문 2024 신춘문예 - 희곡]

    등장인물 김영수 (30대 초반) 신대리 (30대 중반) 구과장 (40대 초반) 지부장 (50대 초반) 무대 흔히 보는 산기슭, 나무 한그루. 무대 뒤편은 가파른 절벽이다. 절벽은 연극적인 약속에 의해 무대 앞쪽에 설치되어, 나뭇가지에 매달린 인물의 모습이 관객에게 보이도록 한다. 어둠 속. 서너 명이 크게 외치는 소리. 목소리 김영수! / 영수야! / 미스터 김! 밝아진다. 뒤쪽을 굽어보는 뒷모습의 신대리, 구과장, 지부장. 절벽에 떨어질 듯 매달린 김영수, 나뭇가지 하나를 잡고 있다. 구과장 괜찮아? 지부장 괜찮나? 신대리 괜찮을 리가 있어요? 김영수 괜찮습니다! 지부장, 힘이 풀린 듯 바닥에 풀썩. 신대리와 구과장, 절벽을 외면하며 돌아선다. 신대리 순발력이 정말 대단했어요. 구과장 정체절명의 위기상황에 초인적인 능력이 나온다잖아. 신대리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구과장 큰일 날 뻔했다. 신대리 바위에 부딪치기라도 했어 봐요. 지부장 머리 다 터져, 골 쏟아지고……. 신대리 (절벽을 힐끗 보며) 이게 몇 미터야. 구과장 못해도 10미터는 족히 넘겠어. 지부장 이 정도 높이면 즉사야. 신대리 영수야 일단 올라와. 김영수 제가요? 신대리 그럼 네가 올라와야지. 김영수 대리님 저 잡고 올라갈게 없습니다! 신대리, 절벽 아래로 손을 뻗어 내린다. 신대리 자, 올라와. 신대리, 아래를 힐끗하는데 어지럽다. 김영수, 신대리의 팔을 잡으려고 있는 힘껏 손을 뻗지만 닿지 않는다. 신대리 (팔을 거두며) 잠깐, 잠깐 기다려봐. (구과장에게) 과장님 팔이 아예 안 닿는데요. 구과장 에이 비켜봐. 구과장, 김영수를 향해 손을 뻗어본다. 팔을 좀 더 뻗어보려 낑낑거리지만 김영수를 잡아 올리기엔 역부족이다. 구과장, 지부장을 본다. 구과장 부장님? 지부장 에이 비켜봐. 지부장, 절벽 아래로 손을 뻗어본다. 역시 닿지 않는다. 애타게 팔을 뻗어 보는 김영수. 일동은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다. 지부장 … 구과장 쉽지 않겠는데요. 신대리 어떡하죠? 지부장 김영수 사원. 김영수 네 부장님 저 좀 올려주세요. 지부장 평소 운동 안 하지? 김영수 네? 지부장 클라이밍 그런 거 안 해봤지? 김영수 지금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지부장 응 무리지. 스스로 올라오는 건 무리야. 에이 참, 젊은 사람이 운동을 좀 하 지. 김영수 사원 잠깐 대기. 구과장 어떻게 하죠, 부장님? 지부장 끌어 올려야지. 구과장 뭘로요? 신대리 구급대 부를까요? 지부장 구급대는 안돼! 신대리 네? 지부장 우리 팀 사고 났다고 동네방네 소문낼래? 신대리 그렇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지부장 저 새끼는 왜 절벽에서 떨어져 가지고. 아, 사람 골치 아프게. 구과장 정확하게 말하면 떨어진 건 아닙니다. 신대리 구사일생으로 나뭇가지 붙잡고 있습니다. 지부장 뭐가 됐든 왜 떨어져서 이 난리냐고! 신대리 명령에 복종한 결과 아닐까요. 지부장 뭐? 신대리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누군가 내려가라고 시켰으니까요. 지부장 그러게 넌 쟤를 왜 끌어들여! 신대리 제가 언제요? 지부장 오티에 오라고 한 거 너 아냐? 신대리 네 접니다. 지부장 그니까 신대리 너 때문이지. 신대리 근데 절벽에 내려가서 보물을 찾아오라고 지시하신 건 부장님이세요. 구과장 애당초 비정규직 사원을 야외 오리엔테이션 업무에 참여시킨 것부터가 문제 의 시작이군요. 이번 보물찾기는 저희 정규직들만의 행사였습니다. 신대리 그렇다고 쟤만 어떻게 빼고 갑니까. 같은 팀인데. 구과장 (곰곰이) 쟤 보험은 되나? 신대리 비정규직은 따로 보험 등록이 안 되죠. 지부장 거 봐. 보험도 안 되는 애를 왜 오티에 오라고 해서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 구과장 일이 진짜 복잡해지겠는데요. 지부장 지겠는데요가 아니라 이미 복잡해졌어! 신대리 저는 저 친구 정규직 전환되는데 도움 되라고 부른 거죠. 그런데 부장님께 서 정규직 시켜준다고 절벽에 내려가라고 시킨 건요……. 지부장 됐어! 구과장 부장님, 지금 벌어진 이 상황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보시죠. 지부장 그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역분석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 매달린 김영수, 소리친다. 김영수 살려주세요. 대리님! 과장님! 부장님! 신대리 영수야 침착해. 침착하고 있어봐. 구과장, 김영수를 내려다보며, 구과장 김영수 사원. 김영수 구과장님! 구과장 우리가 살리려고 이러지, 죽이려고 이러겠나? 지부장 그래! 해결책이 나와야, 그 해결책이 널 살리는 거야. 구과장 부장님, 시간이 없습니다. 팀당 할당된 보물찾기가 3개입니다. 우리 팀은 단 1개도 찾지 못했습니다. 지부장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야. 신대리 맞습니다 부장님. 구과장 언제든 역전은 가능하죠. 지부장 좋아, 신발 끈 단단히 묶고 허리띠 졸라매서 이 상황 원인 분석을 해보지. 구과장, 브리핑을 하듯 자세를 잡는다. 구과장 60초 전 저 친구한테 물리적인 압력을 가한 건, 신대리입니다. 신대리 제가요? 물리적인 압력을 가해요? 구과장 신대리가 후배를 강제로 절벽에 끌고 갔잖아. 지부장 원래 한 다리 위가 제일 무섭지. 신대리 억울합니다. 부장님 뜻대로 행동한 게 죄예요? 무슨 책임이 있습니까, 일개 대리가. 지부장 쟤 안전교육은 안 시켰냐? 구과장 안전교육도 안 시키고 보물 갖고 오라고 시킨 거야? 신대리 정규직인 저도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요. 저부터 뭘 받아봤어야 시키든 하죠! 지부장 안전교육 안내방송 틀어주잖아! 화재 발생 시 비상구로 대피해라, 비상구 문은 상시 잠그지 마라, 지진 발생 시 책상 밑에 들어가라, 안내방송 틀어 줄 때 뭐했어! 신대리의 대답 대신, 김영수가 비명을 지른다. 그 소리에 등을 보이며 후다 닥 뒤쪽 절벽으로 달려가는 신대리, 구과장, 지부장. 구과장 왜 그래! 신대리 떨어졌어? 구과장 몸무게를 지탱 못해? 지부장 팔에 힘이 빠져? 구과장 해충에 물리기라도 한 거야? 김영수, 팔을 부들부들 떤다. 김영수 나무가 부러질 것 같아요! 팔에 힘도 빠지고. 아, 이놈의 모기! 얼굴이랑 겨 드랑이에 물렸는데요. 아, 가려운데 긁지도 못하고. 죽겠어요! 신대리 떨어질 거 같아 죽겠는 거야, 가려워 죽겠는 거야? 구과장, 신대리의 뒤통수를 친다. 구과장 지금 그게 문제야? 지부장 조금만 참아! 지금 구할 방법을 간구 중이야! 지부장, 절벽을 등지고 돌아선다. 뒤 따라 돌아오는 구과장과 신대리. 지부장 자, 빨리 서두르자. 저대로 뒀다간 큰일 나겠어. 지금으로서는 용단이 필요 해. 누군가 내려가서 끌고 와야 할 거 아니야. 신대리 내려가서 끌고 올라오라고요? 구과장 가장 적임자는 신대리라고 생각합니다. 자네가 제일 건장하고! 신대리 무슨 말씀이세요, 다리가 얼마나 약한데……. 구과장 해병대 출신이잖아! 신대리 해병대는 바다에서 활동한다니까요. 산은 타본 적도 없어요. 게다가 저 몸 치에요. 구과장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악으로 깡으로! 신대리 저 곧 한 아이의 아버지 될 사람입니다. 제 몸이 한 가족의 미래이자 희망, 한 가정의 전부라는 말이에요. 김영수 어……! 어! 나무가 부러질라 그런다! 팔의 힘은 더 빨리 빠진다! 지부장 시간 없어, 빨리 가서 구해! 해병대 정신으로! 신대리 고소 공포증 있습니다. 아파트도 5층 이상은 살아본 적도 없어요. 그 흔한 남산타워도 가다 말았구요. 개인 특성상 김영수를 구하는 건, 제게 적합한 일이 아닙니다. 김영수 모기가 떼로 달려든다! 눈꺼풀을 물었다. 아, 따가워! 모기한테 물린 데가 부어오른다! 그래서 더 무거워진다! 신대리 이 문제는 계급장 떼고 공정한 판단으로 선발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구과장 공정차원이라면 부장님께 한 표 드리겠습니다. 신대리 동의합니다. 김영수 누가 됐든 동의에, 동의에, 동의합니다! 지부장 조용! 이것들이 수평적인 조직 사회를 위해 오냐오냐 했더니, 내가 니들 친 구야? 내 나이가 몇이야! 혼자 서 있기도 힘들어. 나는 숨만 쉬어도 녹초 야! 이런 일은 공정 차원이 아니라, 효율적인 면을 고려해서 선발을 해야 지! 신대리 효율이라면, 아……, (태도를 바꾸어) 과장님. 제가 평소 본 과장님은 매사 차분하고 빈틈없는 완벽한 일처리!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감정의 동요가 없는 분, 맞습니까? 구과장 감정의 동요, 없으려고 노력하지. 신대리 그런 의미에서 효율적인 면을 고려했을 때, 구과장님이 적합하십니다. 저기, 저 작은 틈을 섬세하게 내려갈 수 있는 사람, 여리여리한 체형! 섬세 한 감각! 절벽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영웅적인 행위는 감정 없이 오직 이성 적인 판단으로만 해낼 수 있는 일 아닙니까. 지부장 응, 구과장이라면 나 역시 항상 믿고 맡길 수가 있어. 구과장 두 분 말씀 감사합니다. 부장님 늘 저를 믿고 맡겨주시는 점,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구과장, 벌떡 일어나서 잠시 서성이다가 구과장 그러나 부장님 기억하실 겁니다. 지난 봄, 사장님 배 사내 축구대회. 당시 영업 A팀의 박과장이 악의적인 방법으로 부장님께 걸어온 태클을! 제가 온 몸으로 막아냈던 것을요! 저 그때의 사고로 십자인대가 끊어졌습니 다. 구과장, 종아리를 걷어 올려 상처를 보인다. 구과장 보통 통계학적으로 보면 30대 이후로 십자인대가 손상되는 경우 불구가 되 는 가능성이 80프로 이상으로 아주 높다고 하는데요. 저는 운 좋아 겨우 걸 어 다닙니다. 여기서 한 번 더 삐끗 나간다,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죠. 김영수, 비명을 지른다. 김영수 이젠 환청까지 들려요! 모기들이 귓속에서 토론을 합니다! 신대리, 구과장, 지부장. 서로를 마주본다. 신대리 결국에 우리 세 명, 아무도 적합하지 않은 건가요? 구과장 이 프로젝트 실패입니까? 지부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한 바퀴를 휘 돈다. 지부장 신제품을 만드는 거야. 구과장 무슨 신제품이요? 지부장 김영수를 구할 신제품! 주변을 잘 살펴봐, 뭐가 제일 많지? 신대리 (두리번거리며) 나뭇가지입니다. 지부장 나뭇가지로 줄을 묶어서 일종의 사다리 형태를 만드는 거야. 그리고 그걸 잡고 올라오게 하는 거지! 신대리 나무에 넝쿨을 감고 고정 시켜서요? 구과장 디자인 좋습니다. 부장님! 지부장 자, 실행에 옮겨 볼까? 신대리와 구과장, 지부장의 지시에 따라, 나뭇가지에 넝쿨을 묶고 매듭을지 어 길게 사다리 형태를 만든다. 지부장 그렇지, 그쪽을 더 세게 묶어야지. 아니지! 더 꽉! 세게! 그래, 거기가 가장 힘을 많이 받는 위치야. 좋아! 지부장의 감독 하에 사다리를 만들어 나가는 신대리와 구과장. 이윽고 사다리가 만들어졌다. 구과장 완성했습니다. 지부장 시범테스트! 테스트가 굉장히 중요해. 우리 영업 B팀의 정신! 신대리 테스트가 실패율을 낮춘다! 구과장 정직과 근면성실로 고객에게 완전한 제품을 제공한다. 신대리 불량품이라는 재고가 남을 지라도! 구과장 안전을 위해 사익을 따지지 않는다! 구과장, 신대리 근면 성실 영업 B팀 야호! 지부장 제품을 늘여 뜨려! 구과장과 신대리, 사다리를 나무에 걸어 늘어뜨린다. 구과장 신대리, 자네가 김영수야. 지부장 잡고 올라오게! 신대리, 나무 밑에서 사다리를 잡고 올라오기 시작한다. 한 칸 한 칸 오르는 신대리의 모습, 긴장감이 감돌고, 신대리의 체중이 전부 실리자, 사다리가 팽팽해진다. 그때 매듭이 툭 풀리고 신대리, 엉덩방아를 찧는다. 신대리 테스트 결과, ……실패입니다. 지부장 ……이래서 테스트가 중요한 거야. 바로 실행에 옮겼어봐, 쟤는. 김영수 (비명 소리) 떨어집니다! 구과장 결과는 상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신대리 영수야! 김영수 물 좀 주세요. 목말라 죽겠어요. 신대리,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 각도를 맞춰 던져준다. 김영수, 한손으로 위태롭게 물병을 받으려는데, 물병이 영수의 머리를 맞고 떨어진다. 김영수 아……! 신대리 아씨 미안하다. 괜찮냐? 김영수 신대리님! 신대리 어 그래 영수야. 당은 안 떨어지냐? 김영수 떨어집니다! 신대리 너 여기서 당까지 떨어지면 진짜 큰일 나는 거야. 신대리, 주머니를 뒤져 초콜렛을 깐다. 신대리 손 풀지 말고 입으로 받아. 할 수 있지? 김영수 네 대리님! 신대리, 초콜렛을 던지고 김영수 받아먹으려고 한다. 한 개 두 개 실패하고 세 번째에 성공한다. 신대리 잘했다. 잘했어 영수야. 지부장, 넥타이를 풀어 헤치고 소매를 걷어 올린다.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사이. 지부장 사고의 역발상. 프로젝트 B로 넘어간다. 구과장과 신대리, 놀란 듯 서로 마주본다. 지부장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가 뭐지? 구과장 절벽에서 올라올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죠. 지부장 내려가는 거야. 구과장, 신대리 네……? (깨달은 듯, 동시에) 네! 지부장, 뒤 절벽으로 붙어 외친다. 지부장 김영수. 김영수 네. 지부장 올라올 생각을 하지 마. 김영수 네? 구과장 올라오기 힘들잖아. 신대리 그러니까 내려가래. 김영수 뭐라구요? 구과장 손에서 나뭇가지 놓고 절벽 아래로 천천히 내려가는 거지. 지부장 이게 바로 사고의 역발상! 김영수 내려갈 수 없어서 매달려 있는 거 몰라요! 신대리 저 근데 부장님, 저 아래는 계곡인데요. 김영수 내려가다 발이라도 잘못 헛디디면……! 구과장 대가리 터져 죽는 거지. 지부장 버티다 못 버텨서 떨어지면! 구과장 그것도 대가리 터져 죽는 거지. 그렇게 죽는 건, 사는 것만 못하죠. 지부장 그러니까 가장 궁극적인 해결방법은. 신대리, 두려움에 눈이 커져 구과장과 지부장을 번갈아본다. 사이. 지부장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는 거야. 올라올 수 없는 게 문제니까, 내려가는 거 지. 김영수 내려갈 수 없으면요? 지부장 해보지도 않고 포기할 건가? 구과장 그런 정신으로 정사원 되겠어? 김영수 미치겠네……! 지부장 김영수, 잘 들어. 가장 중요한 건 생각이야. 내려가면서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 뇌가 문제를 인지를 하면 인간은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어! 자, 따라해.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김영수 (이성을 잃고)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구과장 조용히 해! 누가 들으면 어쩌려구 그래? 지부장 사장이 들으면 우리 팀 사고 쳤다고 팀 점수 깎여! 그걸 바라나? 신대리 그건 안 돼, 영수야! 김영수 사람 살려요! 사람! (괴성을 지른다.) 지부장 조용히 하라니까 임마! 구과장 정말 자기 입장만 생각할 거야? 원래 이렇게 이기적이었나? 지부장 사람이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 바닥이 드러나는 거야. 김영수 지금 내가 죽게 생겼어! 신대리 진정해 영수야. 지부장 공동체 의식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놈. 구과장 구조 받을 자격도 없는 놈! 지부장, 서성거리며 심사숙고한다. 지부장 큰일이군, 정말 큰일이야. 구과장 가뜩이나 팀 실적도 안……, 지부장 이런데 와서까지 문제 일으킨 팀으로 낙인이 찍힐 거야. 구과장 낙인은 절대적으로……, 지부장 이번 오티는 사장님 직접 명령에, 직접 참석까지. 중차대한 업무연장일세. 행운의 보물찾기. 그래, 그런데 이런 불미스러운 일……, 백 프로 불이익이 야. 구과장 그럼요 이게 보통 보물찾기입니까. 신대리 각 팀의 성실도와 능력치를 판단하는 절대 테스트였죠. 구과장 다음 달 인사고과 선반영까지! 지부장 그게 이번 오티의 포인트야. 구과장 그러니 더더욱 구조요청은 안될 일입니다. 지부장 운세니 풍수지리니 사주팔자, 이런 거에 아주 민감한 사장님인데. 구과장, 신대리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김영수의 비명소리. 살겠다고 바둥바둥 한다. 지부장 잘 생각하자. 지금 상황은 물론, 모든 일에는 동기부여가 최우선이야. 신대리 그렇죠, 동기부여! 지부장 결자해지. 구과장 문제를 발생시킨 자신이 그 문제를 해결한다. 신대리 동기부여와 결자해지를 합치면! 구과장 아, 스스로 올라오면 김영수를 바로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준다, 어떻습니까? 신대리 (깨달은 듯) 아! 지부장 좋아! 세 사람, 합의한 듯 손을 하나로 모은다. 그러는 사이, 김영수는 가까스로 발을 뻗어 튀어나온 돌부리 하나에 발을 디딘다. 혁대를 풀어 제 몸과 나뭇가지를 하나로 묶는다. 그렇게 양 손이 편 해지자 알 베긴 팔을 풀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 이후 김영수는 세 사람의 대화가 길게 이어질수록 정신이 혼미해지고 힘들어하며 구역질을 하기도 한다. 지부장 그게 가장 좋지만……, 그러나 이미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된 바……. 먼 산을 바라보는 지부장, 이윽고 심오한 눈빛으로 구과장을 쳐다본다. 구과장, 그윽한 눈빛으로 응수하며 구과장 결국 손 쓸 틈도 없이……. 지부장 애석하게도……. 구과장 그 누구도 책임질 수 없었던……. 구과장, 어리둥절한 신대리의 고개를 숙이게 한다. 지부장 우리 다 같이 고개 숙여 애도의 마음으로 묵념합시다. 일동 묵념. 지부장, 구과장, 신대리. 절벽을 향해 묵념한다. 묵념을 마치고, 지부장 태도가 바뀌어서 지부장 사고 발생 시 회사차원에서 어떻게 규정되어 있는지 찾아. 구과장 (휴대전화를 꺼내 읽으며) 사내 사고 매뉴얼입니다. 사고 상황이 업무의 연장이었는지 확인한다. 사고로 인한 임직원의 건강상 태 체크 및 보험처리 가능 범위 안에 있는지 확인한다. 보험 완료 후 최소 2주에서 최장 6개월의 휴직이 가능. 그 이상의 치료가 요구될 경우 계약기 간이 자동종료, 최대 30프로의 퇴직금이 지급된다. 지부장 좋아 그렇게 처리해. 구과장 아, 그러나 김영수는 정규직이 아니라 이 경우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습니 다. 지부장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구과장 (신대리에게) 어떻게 해야 하나? 신대리 우선 오티 참석에 따른 초과근무수당 반영여부를 확인해야 하구요. 구과장 오티 참석의 강제성 여부 확인 또한 필요합니다. 신대리 사고에 따른 개인의 손해는 회사와 추후 논의를 요하죠. 구과장 그렇게 되면 회사가 손해배상을 해줘야하는데, 김영수 측에서 소송까지 걸 거고. 구과장 최악의 사태에는 팀 전체 해고로……. 지부장 (벌떡 일어나며 외친다) 안 돼! 신대리, 털썩 주저앉으며 신대리 그럼 어떡하죠? 방법이……. 지부장 신대리 다음 달에 애기 태어나잖아. 신대리 네. 지부장 자네의 비전은 아이의 미래일세. 비정규직 사고사가 알려지면 우리만의 문 제가 아니야. 자네 아이의 문제가 되는 거야. 태어나기도 전에 문제를 안고 태어나는 거야. 신대리 그럴 수가…. 구과장 문제없이 태어나도 문제투성이야. 지부장 자네, 아이, 우리 모두가 사는 건……, 신대리 네, 무슨 말씀인지 정확히 이해했습니다. 구과장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전 그래서 결혼도 안 했습니다. 앞으로도 안 할 계 획입니다. 결국 결혼이라는 것도 주제에 맞는 사람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하 기 때문에. 지부장 요즘 사람들 누가 결혼을 해. 일부러도 안 해, 안 하는 게 낫지! 마주보는 신대리와 구과장. 지부장 나 갈라섰다. 구과장 아, 결국, 신대리 사모님과 결국……, 지부장 내 뒤통수만 봐도 숨이 막힌대. 애들 얼굴이라도 보고 싶으면 양육비나 제 때 보내란다. 이 회사 아니면 어디서 애비 노릇을 하겠냐? 나부터 정신 바 짝 차려야 돼. 인생이 호락호락하지가 않아. 아직도 날마다 뭔가 배운다. 오늘이 내 제일 젊은 날이잖아. 그게 또 슬퍼. 체력이 안 되는 거야. 힘이 쭉쭉 빠져. 전기 차단기 내려가듯이 하나씩 뚝뚝. 지부장의 말을 끄덕이며 경청하고 있는 구과장과 신대리. 지부장 세상이라는 게 모든 인간은 평등한데 어떤 인간들은 다른 인간들보다 더 평 등해. 우리 같은 인간들에게 삶은 고뇌이자 투쟁이다, 그 말이야. 김영수, 이전과는 다른 소리로, 크게 괴성을 내지른다. 김영수 사람 살려! 저 미친놈들이 날 죽인다! 사람 살려! 구과장,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구과장 그래요, 견딜 수가 없습니다. 이 투쟁의 삶을 견딘다는 것. 제대로 된 줄 하 나 잡으려고, 아등바등, 썩은 동아줄인 줄도 모르고, 매달려 대롱대롱! 김영수 더 이상 힘이 안 들어가! 견딜 수가 없어! 사람 살려! 신대리 (울먹이며) 쟤나 우리나……. 구과장 (김영수에게) 넌 죽으면 그만이지! 우리는 살아야 돼. 사는 게 얼마나 괴로 운 지 알아! 우리는 임마, 하루하루가 벼랑 끝이야. 내 머리에는 태양이 비 추질 않아. 내 삶의 태양은 죽었어.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왜 때문 에! 살아가는 걸까……. 지부장 모든 게 계획적인 거야. 산 속에서 보물찾기, 이 허무맹랑한 게임. 사고발생 까지 전부. 사장은 소문이 무성해. 누구는 전직 무당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사람 속을 훤히 꿰뚫어 보는 독심술사라고 하지. 팔에 묵주를 다섯 개씩 차 고 요상한 빛깔의 색안경에, 형형색색의 부채를 손에 쥐고 폈다 접었다, 폈 다 접었다……, 마치 우리의 영혼을 다 꿰뚫어보는 듯한 차가운 눈빛. 피라 미드 꼭대기에 위치한 자의 냉엄한 시선……! 오늘 우리는 그 덫에 걸려든 거야. 지부장, 가방에서 소주를 꺼내 잔을 들어 올린다. 지부장 이리 와. 한잔 씩 해. 신대리, 구과장, 지부장. 소주잔을 부딪치고 들이킨다. 구과장 승진은 못하더라도 자리는 붙어있으셔야 됩니다. 신대리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자리는 붙어있어야 합니다. 구과장 산전수전 공중전에 돌려차기까지 하면서 버틴 자리 아닙니까. 신대리 맞습니다. 지부장 이 시점에서 비정규직인 김영수 구하려다 누가 하나 다치면 좋은데. 신대리 네? 지부장 구하려 했다는 증거 같은 느낌으로? 구과장 그 증거 느낌 좋은데요? 신대리 팀 차원 포상도 생기겠죠? 지부장 최소한 상장 하나는 받겠지. 구과장 그렇죠, 보물 따위 못 찾아도 팀워크 가산점에! 벌떡 일어나는 신대리. 신대리 그렇다면 제가 다치겠습니다. 구과장 아니야 자넨 애도 있는데, 제가 다치겠습니다! 구과장, 바닥에서 큼지막한 돌멩이를 들어 올린다. 신대리에게 건넨다. 구과장 날 때려봐. 신대리 구과장님 왜 이러세요. 구과장 (눈을 감으며) 괜찮아. 신대리 동방예의지국에서 후배가 선배를 어떻게 이런 흉기로 때립니까. 구과장 (지부장에게, 소주병을 들게 하며) 머리 한 대 세게 맞고 제가 우리 팀을 위 해 희생하겠습니다! 신대리 아뇨 부장님, 저를 때리세요. 제가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멉니다. 아들이 있어요, 저는. 구과장 애가 있으니까 몸 사려야지. 신대리 지금 사리면 제 아들의 미래는 없습니다! 구과장 저를 치세요! 신대리 (동시에) 치세요! 지부장을 향해 머리를 들이민 구과장과 신대리. 지부장 아니다, 나를 쳐라. 내가 그래도 명색이 부장인데, 어떻게 눈앞에서 너희들 다치는 걸 보고 있겠냐. 내가 대표로 머리 한 번 깨지고 유혈 낭자 한 번 하고, 구과장 그럼 이렇게 합시다. 우리 똑같은 할당량으로 다치는 겁니다. 신대리 시나리오를 짜시죠. 제가 먼저 김영수를 구하러 갔는데. 지부장 아니지, 내가 먼저 가야지. 연장자가. 구과장 상식적으로 상급자가 먼저 행동을 한다는 건 논리에 맞지 않습니다. 중간자인 제가 먼저 행동하고, 신대리 막내인 제가 제일 먼저, 그 다음 구과장님, 마지막으로 지부장님이. 지부장 그래. 신대리가 먼저 뛰어가, 그때까지 우리는 심각한 일인 줄 몰랐던 걸로. 신대리 구과장이 내가 미끄러질 것 같은 걸 보고 나선 걸로. 지부장 그 다음은? 신대리 구과장님이 저를 잡고, 그 뒤에 지부장님이 또 구과장님을! 구과장 우리가 힘을 합해서 정의롭게 막내 사원 김영수를 구하려고 한 거죠! 지부장 좋다! 근데……, 구과장 근데? 지부장 이게 사고가 아니야. 신대리 예? 지부장 우리는 김영수를 구하려고 했어. 근데 얘가, 얘가 손을……. 구과장 놓아버린……, 거죠! 신대리 (손으로 입을 가리며) 자, 자, 자……살이요? 구과장 (곰곰이) 팀 차원으로 보면 우리는 할 도리를 다 했다는 엔딩……, 좋은데 요? 지부장, 무언의 끄덕임을 한다. 신대리 ……하지만 그렇다고 영수를 이렇게. 지부장 어쩔 수 없어. 인생 각자 사는 거야. 쟤 가도 네 인생은 네가 살아야 돼. 각 자도생. 구과장 예……, 부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신대리, 구과장, 지부장. 손을 하나로 붙잡고 도원결의를 한다. 돌멩이를 하나씩 손에 쥐는 세 사람. 지부장 누구부터 갈래? 구과장, 바닥에 몸을 구른다. 흙먼지가 잔뜩 묻은 상태, 팔 다리 다 걷어 부 친다. 그 모습에 신대리와 지부장, 같은 상태로 몸을 만든다. 구과장 자, 가봅시다. 신대리, 돌멩이로 구과장의 머리를 때리려다 말고, 살포시 등짝을 치고 눈치 본다. 신대리 아프세요? 지부장 장난 치냐? 피는 나야지! 그냥 막 함부로 때려. 신대리 구과장님께 사적인 감정 전혀 없이, 사무적으로 한 대 가겠습니다. 구과장 (구호하며) 근면 성실 영업 B팀 야호! 신대리, 구과장의 머리를 향해 돌멩이로 세차게 가격. 그대로 머리 부여잡고 주저앉는 구과장. 머리를 만져서 피가 났는지 확인. 지부장 돌이랑 돌이 만나니까 흠집도 안 나네. 신대리 주먹으로 갈까요? 이게 상처가 티가 나게 남아야 할 텐데요. 구과장 그래 굴러서 다리가 까지든 뭐든. 지부장, 불시에 구과장의 머리를 세게 가격한다. 그대로 나자빠지는 구과장. 지부장 어때! 안 아팠지? 구과장, 일어나서 바닥에 쓸린 무릎을 확인. 살갗이 뜯어진 상태 확인. 구과장 너무 좋았습니다. 부장님! 지부장 그 다음은 나! 신대리, 지부장의 뒤통수를 세 게 가격. 고꾸라지는 지부장, 일부러 더 큰 액션으로 바닥을 구른다. 뿌듯해하는 신대리, 불시에 뒤통수를 가격하는 구과장. 엎어지는 신대리. 지부장과 구과장, 발로 걷어찬다. 감정상한 신대리 일어나 지부장에게 주먹을, 주먹에 얼굴 제대로 가격당한 지부장,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지부장 너 이리 와봐. 신대리 네? 지부장 얼굴 바짝 와봐. 구과장 부장님 감정 섞지 마세요. 이건 업무의 연장입니다. 신대리 전 진정 사무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부장 공평하게! 할댱량 채워! 구과장 그래 신대리, 너만 피가 안 났어. 서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순서 상관없이 마구 뒤엉켜 쥐여 패기 시작한 다. 한 대 두 대 맞다 보니, 감정이 격해진다. 서로 멱살 잡고, 헤드락 걸고, 물어뜯고 싸운다. 아수라장. 그때 소리치는 김영수. 김영수 보물이다! 지부장 뭐? 구과장 뭔, 물? 김영수 보물! 보물이 여기 있어요! 보물이! 싸움을 멈추고 절벽 뒤로 몰려가는 세 사람. 머리가 헝클어지고,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곳곳에 피가 난 상처들, 어느새 광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신대리, 구과장, 지부장. 손을 뻗어 보물을 집는 김영수. 지부장 어떻게 생겼어? 얘기 좀 해봐. 김영수 짙은 고동색의 나무 상자입니다. 지부장 고동색이면 백 퍼센트야. 사장이 똥색을 좋아하잖아! 구과장 맞다! 똥색이나 금색이나 같은 색이라고! 지부장 사장이 일부러 저런 곳에 보물을 숨겨둔 게 틀림없어! 구과장 왜죠? 왤까? 왜지? 신대리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물을 찾아라! 지부장 그렇지! 팀원 협력지수 측정이라는 부가가치까지! 구과장 역시 사장은 아무나 사장이 아니군요. 지부장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보물이었어! 신대리 팀원 누군가 희생하지 않으면 절대 찾아낼 수 없는 보물! 구과장 공동체와 희생정신을 증명해야 할 미션! 지부장 사원의 희생정신이 중요하다! 사장이 일평생 외치며 추구하던 회사의 비전 이야. 구과장 모든 게 계획되어 있었군요. 지부장, 서둘러 겉옷을 벗는다. 지부장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보물을 끌어올리고 김영수를 살려내서 우리 영업 B팀의 훌륭한 공동체 의식을 보여줄 차례야. 신대리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제 아들의 미래를 위해 이 한 몸 받쳐 미션을 성공으 로 이끌어내겠습니다. 지부장 옷들 벗어. 서로 몸을 묶어서 김영수를 끌어올리자구. 구과장 좋습니다. 세 사람, 겉옷을 벗어 밧줄처럼 서로의 몸을 묶고, 나무 밑동에 지지대를 묶 는다. 서로 손에 손을 붙잡아 인간 밧줄을 만든다. 길게 늘어선 세 사람. 신대리, 구과장, 지부장 순으로 절벽을 향해 다가간다. 신대리 김영수. 줄을 잡아! 김영수, 손을 위로 뻗어 올린다. 손에 손을 붙잡은 세 사람, 합동하여 조금씩 절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들이 내린 옷자락이 김영수의 손에 닿을락 말락한다. 지부장 잠깐만. 구과장, 신대리 네? 지부장 보물부터 올리라고 해. 구과장 네. 보물 올린 다음에, 그 다음엔요? 지부장 보물까지 들고 있으면 무거우니까 무게를 덜자고! 그래야 김영수를 올리는 일이 수월하지! 구과장 네! (신대리에게) 해봐! 신대리 보물부터 이 옷자락에 묶어! 김영수 저부터 살려주세요! 신대리 넌 그 다음에 올리래! 구과장 말 똑바로 안 전할래? 신대리 넌 그 다음에 올린대! 김영수 보물만 가져가고 난 안 살려 줄까봐 그런다! 지부장 김영수! 우리 못 믿냐? 김영수 믿고 싶어요! 구과장 보물부터 올리는 건 테스트야, 테스트! 지부장 그래! 테스트! 보물이 올라오는 과정을 시뮬레이션이라고 생각해봐! 신대리 그 다음에 올라와야 더 안전하게 올라오는 거야! 김영수 무섭다니까! 살려주세요! 살려줘! 살려내! 지부장 그냥 산다고 다 사는 거 아니야! 구과장 지금이 네가 제대로 살 수 있는 그 기회야. 신대리 우리를 믿어! 김영수 믿게 해봐! 지부장 우리가 너 살리려고 이러지, 죽이려고 이러냐? 신대리 (앵무새처럼 따라서) 우리가 너 살리려고 이러지, 죽이려고 이러냐? 구과장 김영수! 지부장 시간 없어! 김영수 시간은 내가 없어! 지부장 이 새끼가! 김영수 나 정규직 그딴 거 안 해! 다 필요 없으니까 나 살려내라고! 신대리 영수야 진정해! 일단 다 살아야지 안 그러냐? 김영수, 세 사람이 늘어뜨린 옷자락에 보물을 묶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세 사람. 김영수, 양손으로 줄을 잡고 사람들을 노려본 다. 절벽 위와 아래가 옷자락 줄로 팽팽해진다. 구과장 보물 잡은 손 놔! 지부장 손 놓으라고! 김영수 나까지 끌어올려! 신대리 야! 김영수! 지부장 손 놔! 이 새끼야! 손! 김영수 못 놔! 이 새끼야! (줄을 더 꽉 잡으며) 사람 살려! 이놈들이 사람 죽인다! 사람 살려! 지부장 조용히 하라고, 조용! 김영수 사람 살려! 사람 살려! 구과장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이래? 김영수 (더욱 더 크게) 사람 살려! 사람 살려! 구과장 진정해 이 새끼야! 지부장 이기적인 놈이 지부터 살겠다고! 김영수 올려! 올리라고 이 개새끼들아! 지부장 저, 저, 저! 바락바락 소리 지르는 거 봐! 구과장 부장님 이러다 다 놓치겠는데요? 김영수 야이 개새끼들아. 이 와중에도 니들 밥그릇만 챙기냐. 나는 그릇도 없다! 아무리, 아무리 내가 계약직이라지만 사람 목숨까지 일회용이냐! 천둥번개 치는 소리. 일동 미끄러지며 대열이 흐트러진다. 신대리 어, 어! 구과장 어, 어! 지부장 어, 어! 신대리 미, 미끄러진다. 안 돼! 지부장 야! 구과장 김영수! 신대리 영수야! 구과장 김영수! 번쩍이는 번개, 이윽고 천둥소리. 신대리, 구과장, 지부장, 일동 비명. 그 소리와 함께 어두워진다. 막.
  • “북 추종세력은 내부위협”, “이승만 혜안의 지도자” 軍 정신전력 교재 개정

    “북 추종세력은 내부위협”, “이승만 혜안의 지도자” 軍 정신전력 교재 개정

    국방부가 북한 추종 이적 세력은 ‘내부의 위협’으로 명시하고, 이승만 전 대통령은 ‘혜안의 지도자’로 묘사한 정신전력교재를 발간했다. 25일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개정 발간된 국방부 정신전력교재는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명백한 우리의 적”이라는 내용과 함께 “헌법에 반해 북한 이념과 체제 등을 추종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체제 근간을 흔들려는 세력”을 내부 위협으로 적었다. 교재는 이어 “북한의 대남적화 획책에 따라 우리 내부에는 대한민국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고, 북한 3대 세습 정권과 최악의 인권유린 실태, 극심한 경제난 등에 대해서는 침묵하며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이 존재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통일혁명당 사건, 민족민주혁명당 사건,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등이 대표적 북한의 지하당 구축 노력 사례라며 “2000년대 이후 적발된 사례로는 일심회 사건, 왕재산 간첩단 사건이 있으며 2014년에는 국회의원의 내란선동죄에 따라 정당이 해산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교재는 “최근에도 전국 곳곳에서 반국가단체를 조직하고 간첩 활동을 하는 등 국가보안법 위반 활동이 드러나 조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이러한 우리 내부의 위협세력은 북한식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며 끊임없이 주한미군 철수, 반공정권 타도 등 반미 분위기를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 정신전력교재에는 없는 내용이다. 교재는 또 이승만 전 대통령을 “혜안과 정치적 결단으로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은 지도자”로만 묘사했다. 이 전 대통령은 독립운동에 헌신하고 한반도 공산화를 저지한 공(功)이 있지만, 6·25전쟁중 한강 인도교 폭파와 3·15 부정선거, 사사오입 개헌 등 과(過)도 적지 않다. 그러나 교재에 이런 과오는 전혀 담기지 않았다. 교재는 또 근현대사를 서술하는 과정에서 문민화 이전 권위주의 정부 시기에 대해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과오도 발생했다”라고만 썼다. 개정 정신전력 교재는 이달 말까지 전군에 배포된다.
  • 트럼프 “대선 뒤집기는 대통령 공식 업무, 면책특권 있어”

    트럼프 “대선 뒤집기는 대통령 공식 업무, 면책특권 있어”

    2020년 대선 패배를 뒤집으려 한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법원에서 거듭 대통령의 면책 특권을 들먹였다. 대선을 뒤집으려했던 모든 행위가 연방 선거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대통령의 “공식 업무”였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변호인단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항소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면책 특권이 있어 기소될 수 없으니 사건을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폴리티코 등이 다음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21년 1월 6일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는 허위 주장으로 지지자들을 부추겨 의회에서 폭동을 벌이도록 한 혐의 등으로 지난 8월 기소됐다. 당시 의회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을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진행 중이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회의를 주재한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을 압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선거 결과를 바꾸려고 주(州) 선거관리 당국과 법무부 등에도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변호인단은 대통령 재임 기간의 공무가 형사 소추 대상이 되려면 먼저 하원에서 대통령을 탄핵하고, 상원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퇴임 직전 내란(의회 폭동)을 부추긴 혐의로 하원에서 탄핵당했으나 퇴임 후 진행된 상원 재판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변호인단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기소로 보복성 고발과 정치적인 동기의 기소가 반복될 위험이 있다”면서 “이는 앞으로 수십년간 우리 나라를 괴롭히고 우리 공화국의 근본인 독립적인 사법 체계에 대한 미국민의 신뢰를 깨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난 조작되고 도둑맞은 선거를 폭로하고 더 조사하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내 의무를 수행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면책 특권이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의 행위를 형사 소추로부터 면제하는가는 대선 뒤집기 재판의 핵심 쟁점이다. 법원이 면책 특권이 적용된다고 판단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란 가담 여부 등 본안에 대한 심리조차 하지 않고 사건이 기각될 수 있기에 트럼프 측은 면책 특권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달 초 1심인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타냐 처칸 판사는 “피고인이 재임 중 행한 범죄 행위에 대해 연방 수사와 기소, 유죄판결,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결정해 본안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당연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항고하면서 이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법정 절차를 모두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잭 스미스 특검은 재판이 지연될 수 있다고 보고 연방대법원이 항소법원을 거치지 않고 면책 특권 보유 여부를 바로 판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연방대법원이 지난 22일 거부하면서 항소재판이 다시 진행되게 됐다. 항소법원은 내년 1월 9일 구두변론을 시작할 예정이다.
  • 배우들 열연에 ‘심박수 챌린지’까지… ‘서울의 봄’ 1000만 흥행의 봄

    배우들 열연에 ‘심박수 챌린지’까지… ‘서울의 봄’ 1000만 흥행의 봄

    220여명이 채운 군사반란 9시간SNS 감정·정보 공유 자발적 홍보국회서 훈장 추서 논의 등 영향력 영화 ‘서울의 봄’이 24일 누적관객 수 10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지 33일차다. 올해 개봉작으로는 지난 7월 1일 1000만명을 넘은 ‘범죄도시 3’에 이어 두 번째로 ‘1000만 영화’에 등극했다. 역대 개봉작으로는 31번째, 한국 영화로는 22번째다. 코로나19 이후로 ‘범죄도시 2’(2022), ‘아바타: 물의 길’(2022), ‘범죄도시 3’에 이어 네 번째다. 이 가운데 시리즈물이 아닌 영화로는 유일하다. 배급사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서울의 봄’은 첫날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이후 ‘노량: 죽음의 바다’ 개봉 하루 전인 이달 19일까지 28일 동안 줄곧 선두를 지켰다. 흥행 요인으로는 우선 배우들의 열연이 꼽힌다. 주요 인물 70여명을 포함해 극을 채우는 배우가 모두 220여명에 이른다. 광기 어린 반란 주범 전두광 역의 배우 황정민이 근래 최고의 연기를 보여 줬고, 이에 맞서 목숨을 걸고 군인의 책임을 다하고자 했던 이태신 역의 정우성 역시 밀리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 외에도 정상호 참모총장 역을 맡은 이성민, 노태건 9사단장 역의 박해준, 분노 유발 캐릭터인 오국상 국방부 장관 역의 김의성, 특별 출연한 정만식과 정해인 등 주·조연급 배우들이 탄탄한 연기를 펼친다.독특한 소재를 긴박감 넘치게 연출한 김성수 감독의 연출력도 탁월했다는 평가다. 영화는 당시 계엄사령관이던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총소리가 나며 시작한 군사반란이 다음날 새벽 반란군의 승리로 끝날 때까지 9시간을 숨가쁘게 담아냈다. 초반 흥행몰이를 할 때 2030 관객들 사이에서 영화 관람 전후로 변화한 심박수와 스트레스지수 등을 인증하는 ‘심박수 챌린지’가 유행하기도 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반란군과 진압군의 밀고 당기기를 긴장감 있게 보여 주며 근현대사에 대한 정보를 극적으로 담아냈다. 정보에 민감한 젊은 세대가 영화를 보고 자신의 감정이나 각종 관련 정보를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면서 자발적으로 홍보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인권변호사 시절을 다룬 ‘변호인’(2013)이나 6월 민주항쟁을 그린 ‘1987’(2017) 등 현대사를 다룬 영화가 흥행하면 정치권은 이에 반응했다. ‘서울의 봄’도 지금의 정치 상황과 맞물리며 폭발력을 키웠다. 윤석열 대통령이 소위 ‘검찰 라인’으로 이뤄진 인사를 단행하고, 야당이 이를 신군부 세력인 ‘하나회’에 빗대며 공세를 이어 갔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1000만을 넘긴 영화는 영화 자체의 흥행 요소에 더해 시대적 상황과 맞물리는 다른 요인이 함께 작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12·12 군사반란은 드라마로 여러 차례 다뤄졌지만 자세한 내막은 잘 몰랐던 이들이 많았다. 관객들로선 영화를 보고 분노를 비롯해 여러 복잡한 감정이 들었을 것이고, 이런 정서가 사회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흥행을 폭발적으로 키웠다”고 했다. 여기에 ‘잊힌 역사를 배우자’는 분위기가 단체 관람에 불을 댕겼다. 여당의 공세에 보수단체가 영화를 단체관람한 학교 교장을 직권남용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최근에는 한 중학교 앞에서 단체관람을 비판하는 집단 시위까지 벌였지만, 오히려 사회적 논란을 부르며 흥행을 도운 꼴이 됐다. 일종의 ‘사회현상’이 된 동시에 사회적 영향력을 역으로 발휘하기도 한다.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당시 육군본부 벙커를 지키다 숨진 정선엽 병장에 대한 훈장 추서 문제가 주요 안건으로 등장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20일부터 군사반란죄, 내란죄로 형사 처벌을 받은 전두환·노태우에 대한 ‘무궁화대훈장 추탈 촉구 10만인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침체하던 한국 영화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평론가는 “영화산업의 측면에서 ‘서울의 봄’이 한국 영화 관객을 예전처럼 늘린다기보다는 안이한 영화 제작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영화로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봉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예매율이 25% 안팎을 유지하는 데다 20일 개봉한 ‘노량: 죽음의 바다’ 외에 딱히 경쟁작이 없어 흥행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주 내 ‘범죄도시 3’(1068만명)을 넘어 올해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크다.
  • 배우들 열연에 심박수 챌린지, 단체관람이 불붙여…‘사회현상’ 된 ‘서울의 봄’

    배우들 열연에 심박수 챌린지, 단체관람이 불붙여…‘사회현상’ 된 ‘서울의 봄’

    12·12 군사 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24일 누적 관객 수 1000만명을 돌파한 데는 영화 자체의 힘뿐 아니라 외적인 요인들도 여럿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 흥행 이유로 우선 배우들의 열연이 꼽힌다. ‘서울의 봄’은 주요 인물 70여명을 포함해 극을 채우는 배우가 모두 220여명에 이른다. 광기 어린 반란의 주범 전두광 역의 배우 황정민이 근래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고, 이에 맞서 목숨을 걸고 군인의 책임을 다하고자 했던 이태신 역의 정우성 역시 밀리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외에도 정상호 참모총장을 맡은 이성민, 노태건 9사단장 역의 박해준을 비롯해 분노 유발 캐릭터인 오국상 국방부장관 역의 김의성, 그리고 특별 출연한 정만식(공수혁 헌병대장 특전사령관 역)과 정해인(오진호 소령 역) 등 주·조연급 배우들이 탄탄한 연기를 보여줬다. 독특한 소재를 긴박감 넘치게 연출한 감독의 연출력도 흥행의 주된 요인이다. 영화는 당시 계엄사령관이던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총소리가 나며 시작한 군사 반란이 다음 날 새벽 반란군의 승리로 끝날 때까지 9시간을 숨 가쁘게 담아냈다. 고3 때 서울 용산구 한남동 집 근처에서 정승화 총장 공관에서 나던 총격전 소리를 직접 들었다는 김성수 감독은 “평생 잊을 수 없었던 충격적인 그때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영화를 연출했다”고 밝혔다.김형석 영화평론가는 “드라마로 여러 차례 다뤘지만 그동안 자세한 내막을 몰랐던 이들이 많았다. 관객들로선 영화를 보고 분노를 비롯해 여러 복잡한 감정이 들었을 것이고, 이런 정서가 사회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흥행을 폭발적으로 키웠다”고 설명했다. 영화가 초반 흥행몰이를 할 때 2030 관객들 사이에서 영화 관람 전후로 변화한 심박수와 스트레스 지수 등을 인증하는 ‘심박수 챌린지’가 유행하기도 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이를 두고 “반란군과 진압군의 밀고 당기기를 긴장감 있게 보여주며 근현대사에 대한 정보를 드라마틱하게 담아냈다. 정보에 민감한 젊은 세대가 영화를 보고 자신의 감정이나 각종 정보들 SNS에 올리면서 자발적인 홍보가 됐다”고 분석했다.노무현 전 대통령 인권변호사 시절을 다룬 ‘변호인’(2013)이나 6월 민주항쟁을 그린 ‘1987’(2017) 등 현대사를 다룬 영화가 흥행하면 정치권은 이에 반응했다. 그러나 이번 ‘서울의 봄’은 지금 정치 상황과 맞물리며 폭발력을 키웠다. 윤석열 대통령이 소위 ‘검찰 라인’으로 이뤄진 인사를 감행하고, 야당이 이를 신군부 세력인 ‘하나회’에 빗대며 공세를 이어갔다. 김 평론가는 “한국에서 천만을 넘긴 영화는 영화 자체 흥행적인 요소에 더해 시대적 상황과 맞물리는 요인이 작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 영화는 지난 사건에 대한 아쉬움이나 그로 인한 대리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게 보인다”면서 “지금의 관객들이 어떤 정서인가, 그리고 어떤 이야기를 원하는가와 맞물리며 힘을 키웠다”고 봤다.여기에 ‘잊힌 역사를 배우자’는 분위기가 단체 관람에 불을 댕겼다. 여당의 공세에 보수단체가 영화를 단체관람한 학교 교장을 직권남용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최근에는 한 중학교 앞에서 단체관람을 비판하는 집단 시위까지 벌였지만, 오히려 흥행을 도운 꼴이 됐다. 이렇듯 ‘서울의 봄’은 일종의 ‘사회현상’이 된 동시에, 역으로 사회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국회 국방위에서는 당시 육군본부 벙커를 지키다 숨진 고 정선엽 병장에 대한 훈장 추서 문제가 주요 안건으로 등장했다. 군인권센터는 20일부터 군사반란죄, 내란죄로 형사 처벌을 받은 전두환·노태우에 대한 ‘무궁화대훈장 추탈 촉구 10만인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영화가 침체하던 한국 영화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평론가는 “코로나19 이후 한국 영화가 진부한 기획으로 재탕삼탕한 영화들을 내보이며 부진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나 ‘밀수’ 같은 신선한 영화들이 올해 성공했는데 ‘서울의 봄’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산업의 측면에서 ‘서울의 봄’이 한국 영화 관객을 예전처럼 늘린다기보다는 안이한 영화 제작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영화로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원석 “선배님! 전두환 기소·선고 감사했습니다”

    이원석 “선배님! 전두환 기소·선고 감사했습니다”

    1996년 내란수괴 등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중형을 선고한 판사, 엄벌을 요구한 검사,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본 사법연수생이 한자리에 모였다. 당시 사법연수생이던 이원석(54·연수원 27기) 검찰총장이 선배 법조인을 초청하면서 이 자리가 만들어졌다. 21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이 총장은 전날 최환(80·사법시험 6회) 전 부산고검장, 김용섭(67·16기)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오찬을 가졌다. 최 전 고검장은 1995~96년 서울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12·12 내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각종 비자금 관련 수사를 총괄 지휘하고 두 전직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다. 김 전 부장판사는 1996년 서울지법 형사30부 주심 판사로서 1심 재판을 맡아 전 전 대통령에게 사형, 노 전 대통령에게 징역 2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 총장과 최 전 고검장, 김 전 부장판사는 공교롭게도 모두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이다. 당시 이 총장은 두 전직 대통령 재판이 열리자 김 전 부장판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선배님, 사법연수생인데 방청권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며 부탁했다고 한다. 이 총장은 이렇게 공판을 지켜본 뒤 1996년 8월 ‘사법연수 여름 19호’에 법정 방청기를 기고했다. 이 총장은 당시 “무력으로 군권을 찬탈하고 국헌을 문란케 해 정권을 장악한 후 민주주의의 회복을 요구하는 시민의 저항을 총칼로 짓누른 내란 세력은 반드시 처벌돼야 한다”며 “헌법을 파괴한 자는 헌법 질서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역사적 정당성의 원리가 후손에게 전해 줄 첫째 유훈”이라고 적었다. 이 총장은 지난 17일 대검 간부들과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한 뒤 두 선배가 생각나 직접 연락했다고 한다. 이 총장은 “오늘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는 국민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이룬 것”이라며 “어려운 때 법률가로서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신 두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고검장은 “과거에 있었던 일을 아들과 함께 정리해 보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고검장의 아들인 최용훈 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 대검 인권정책관 등을 지냈다. 이 총장과 연수원 동기인 인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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