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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광장] 청탁문화와 부패방지법

    뇌물과 리베이트,브로커와 로비스트,전관예우와 패거리문화,모두 우리사회의 청탁문화와 관련된 현상들이다.‘부정부패’라고 단정할 수있는 노골적인 것에서부터,‘인지상정’이나 ‘부탁’의 정도로서관행으로 퍼져 있는 것에 이르기까지 청탁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청탁이 만연한 사회에서 신청서 한 장 달랑 내놓고 손놓고 기다리는 사람은 무능하거나 게으른 사람으로 취급되기도 한다.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통사정할 수 있는 연줄이 닿지 않는 사람은 추풍낙엽 신세가되기 쉽다. 청탁문화와 연줄사회가 어떻게 관련되는지에 대한 일담이 있다.어느대학교에서 북한에서 귀순한 대학생들에 대한 간담회가 있었는데, 한교수가 폐쇄적인 공산주의사회에서 살다가 경쟁위주의 자본주의 사회에 오니 적응하기 어렵지 않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그런데 귀순대학생이 하는 말이 “이기적인 것이 인간의 본성인데 자본주의에 적응하기가 무에 어렵겠는가.그런데 남한사회는 자본주의사회가 아닌 것 같다.무엇이든 줄이 닿아야 일이 되는 사회인데,우리는 지연도 혈연도학연도 없어서 적응하기가 어렵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줄사회에서 사람들은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줄을 서야 하고,그러다 보니 출세지향적인 인간이 되기 쉽다.청탁을 하지 않으면뭔가 손해를 볼 것 같아서 여기저기 구걸하듯 청탁을 해야 할 때 출세의 욕구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그렇다고 출세한 사람은 마냥 행복한 사회인가 하면 그렇지만도 않다.일단 패거리문화가 형성되면 출세한 사람도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패거리 내의 이런저런 청탁에시달리기 일쑤이고 양심에 따라 청탁을 거절했다가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매도되기 십상이다.결국 청탁문화 속에서는 청탁하는 사람도,청탁을 받는 사람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기는 어렵게 되어 있다. 이러한 청탁문화가 사회의 수준을 끌어내리고 국제사회에서 손가락질 받는 요인이 되고 있다.사실 서열을 중시하고 소집단을 중요시하는 동양적인 유교문화에서 참으로 없애기 어려운 문제가 청탁이기도하다.군사독재가 기승을 부리고 동시에 경제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던 80년대에 청탁문화가 최고점에달하다가 사회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이러한 청탁문화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고 있고 노골적인 부분들은 어느 정도 개선되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아직 그 뿌리는 여전히 남아있는데다 청탁문화의 속성상 사회적인 각성과 질책이어느 정도 누그러지면 또다시 극성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요즘 대출청탁 압력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아쉬운 것은 이 문제가정쟁의 울타리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청탁문화의 문제를 정권타도와정권방어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공격자나 방어자 어느 쪽도 청탁문화를 없애는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공격자 자신이 청탁문화를 만들어낸 당사자임에도 별다른 반성이나 변화 없이 그저 정쟁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지금 진정필요한 것은 청탁문화 자체에 대한 반성이다.청탁문화를없애가는 과정에서 수면 위로 드러난 부정한 청탁에 대해서는 시민사회의 가차없는 비판이 필요하며,그러한 청탁관행을 없앨 수 있는 제도 마련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지난 5일38개의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부패방지법을 입법청원하였다.낮잠자던 15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된 후 새로이 보강하여 제출한 법안이다.여당은 요즘 일어나는 대출청탁 의혹에 대해 책임을 지는 모습으로 부패방지법의 통과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고,야당은 거리에나가서 구두선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본분을 되찾아 국회에 들어와서 부패방지법의 통과에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국민은 각 정당이 정쟁차원에서 헛말을 하는 것인지,진정 부패방지의 의지가 있는것인지를 ‘부패방지법의 통과여부’를 두고 판단할 것이다. 박주현 변호사
  • 지자체基金 금고속‘낮잠’

    지방자치단체들이 조성한 각종 기금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전국 일선 시·도는 어려운 재정여건에도 불구하고 수백억,수천억원씩의 기금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으나 중소기업육성자금 등 일부 기금 외에는 금융기관에 예치된 채 잠자고 있어 활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처럼 각종 기금의 활용도가 낮은 것은 자치단체들이 대부분 기금을 항구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원금은 손대지 못하고 이자 범위 안에서만 사용토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반회계 등에서 매년 일정액을 떼어 기금을 조성토록 못박아 기금액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사용대상과 목적 등이 지나치게 엄격하게제한돼 있어 ‘전시성 기금’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다가 기금에 관한 통일된 형식이나 절차를 정한 법령이나 규정이미흡한데다 필요할 때마다 산발적으로 유사기금이 설치돼 운영상 혼선이 빚어지기도 한다. 서울시에는 현재 융자성 기금 4종,사업관리기금 8종,적립성 기금 1종 등 모두 13종의 기금이 있으며 올해 조성규모는 3조908억원,운용목표는 1조4,957억원이다. 시는 특히 96년부터 신청사 건립기금을 조성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1,261억원을 마련했으나 현재 청사이전은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어 불확실한 예측을 근거로 한 ‘전시성 기금’의 표본이라는 지적을 받고있다. 또다른 문제는 유사기금의 난립.재해구호기금과 재해대책기금,재난관리기금이 여기에 속한다.이는 기금을 관리하는 중앙부처가 각각 다른데서 빚어진 결과다.실제로 재해구호기금은 보건복지부가,재난관리기금은 건설교통부가,재해대책기금은 행정자치부가 관할하고 있으며설치 근거가 되는 법령도 재해구호법,자연재해대책법,재난관리법으로 각각 다르다. 이들 유사기금의 경우 기금별로 적립비율이 의무화돼 있어 시 재정에 상당한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북도에는 15종류 2,915억원의 기금을 있다. 그러나 이중 농수산물 유통 및 1지역 1명품 육성기금 등 6개 기금은 당초 목적대로 활용되고 있으나 나머지 9개 기금은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89년부터 과태료 등으로 조성한 식품진흥기금은 현재 61억원이나 확보됐으나 실제 지원된 실적은 시설자금 4억2,000만원 명예감시원 수당 7,000만원에 불과하다.청소년육성기금도 5억7,000만원이 조성됐으나 2,500만원만 사용됐다.지원신청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여성발전기금은 97년부터 2006년까지 매년 6억원씩 60억원을 적립할 계획이나도비 출연이 부진해 올해까지 13억5,000만원만 조성됐으며 그나마 활용실적은 극히 미미하다. 제주도에는 15종류 705억원의 기금이 있으나 주민참여개발사업지원금 등 9개 이외 나머지 6개 기금은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농축산물직판장운영기금의 경우 2억원이 마련됐으나 시설보수비로 200만원을 쓰는데 그쳤다.특히 노인복지기금 10억2,400만원,장애인복지기금 9억9,600만원,여성발전기금 2억원,선도농업인 육성기금 10억원,재해대책기금 16억8,700만원 등은 단 한푼도 쓰이지 않고 있다. 경북도도 18종의 기금을 조성해놓고 있으나 중소기업육성기금 등 5개 기금만 적극 활용될 뿐 나머지 13개 기금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못하고 있다. 도는 이에 따라 활용실적이 부진한 생활보호기금과 저소득주민자녀장학기금 등을 사회복지기금으로,농수산유통 및 1지역 1명품 육성기금과 농수산물직판장운영기금은 농어촌진흥기금으로 통합했다.또 근로청소년장학기금은 청소년육성기금에 흡수됐으며 공무원교육시상기금은 일반회계로 편입됐다. 도는 앞으로 운영실적이 부진하거나 성격이 비슷한 기금을 통합해기금운영을 효율적으로 해 나갈 계획이다. 충남도는 16개 종류 2,475억원의 기금이 있으나 올해 15.6%인 387억원만 사용할 계획이다.그나마 생활보호기금,여성발전기금 등은 활용계획조차 없다. 인천시는 지난해 7월 기존 모자복지기금을 여성발전기금으로 통합,16억5,000만원의 기금을 조성했으나 당초의 명칭과 달리 여성지원사업은 전혀 손대지 못한채 모자가정 지원사업만 일부 펼치고 있다.그나마 지출 규모는 이자 수익으로 제한돼 있어 올해의 경우 사업비 1억원 가운데 4,500만원을 1,500가구의 모자가정에 공과금·의료비지원명목으로 지출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자치단체 예산 관계자들은 “자치단체의 어려운 재정여건을 해소해주는 차원에서 각종기금의 지원대상 폭과 액수를 늘리고유사기금을 통폐합하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전국종합 shlim@
  • [외언내언] 金술

    금(金)이 약재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대략 기원전 4세기이다.이 때중국에서는 불로불사(不老不死)의 묘약을 만들려는 연단술이 발달했는데,그 재료로 사용된 것이 수은 화합물과 금가루였다.당시 중국의연단술과 약물학적 지식을 담은 의학서인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은 금가루와 인삼을 장수의 비약으로 지목해 “금 한근을 먹으면천지(天地)와 같은 길이의 수명을 얻고,반근이면 2,000년,다섯냥을먹으면 1,200살까지 산다”고 했다.동의보감(東醫寶鑑)도 “금박은마음이 안절부절 못하며 심장이 급히 뛰고 매우 놀랐을 때,그리고 정신이 오락가락할 때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힘이 있다”고 적고 있다. 금의 약효에 관한 기록은 동양에만 있는 게 아니다.기원 1세기 로마박물학자인 대플리니우스는 금(金)이 피부궤양을 고치는데 효험이 있다고 설파했다.중세의 연금술사나 의사들은 물약에 금가루를 넣어 노화방지약으로 썼다.현대의학에서 금이 쓰인 것은 1890년대부터다. 독일의 세균학자인 로베르트코흐는 금 화합물에 결핵균의 증식억제작용이 있다고 했다.1920년대 유럽 내과의사들은 류머티스성 관절염치료에 금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의학에서는 금의 약효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의학자들은 금을 먹을 때 인체에 좋다는 얘기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으며,체내에 누적되면 오히려 신경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경고한다. 그런데도 ‘황금바람’은 여전히 잠들 줄 모르고 있다.화장품에 순금가루를 넣는 것은 이미 오래 전 얘기다.김밥에 금가루나 금박을 넣고,참치회에 금가루를 뿌려 먹는가 하면 금가루를 입힌 콘돔과 팬티까지 나왔다.호텔에서는 금가루 커피와 ‘금가루를 넣은 진한 쇠고기 국물 스프’를 팔고 금가루 와인을 경품으로 내놓고 있다.먹고,바르고,입고,마시고….새 천년은 가히 금가루 세상인 것같다. 납을 넣은 중국산 수산물 파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북한에서 들여온’금(金)술’ 7,000여병이 유해성 논란에 휘말려 3개월째 보세창고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고 한다.이 술은 금을 콜로이드 용액화해 첨가한것으로 경인지방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식품첨가물 사용기준 부적합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금술의 약효 논란을 접어두고서라도 황금바람이 춤을 추는 세상이고 보니 금술만 탓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그런 술을 찾는 사람이 있기에 그런 술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진정으로 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금술이 무슨 필요가있으며,한 병에 200만원을 웃돈다는 ‘루이 13세’ 코냑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농주(農酒) 한사발을 놓고도 정겨운 사람과 정담(情談)을 나눌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술이 어디 있겠는가. 박건승 논설위원 ksp@
  • 국회는 일손놓고 은행은 딴죽걸고 정부는 뒷짐

    국회의 ‘직무유기’와 채권단간의 이해관계,정부의 방관 등이 갈길바쁜 기업구조조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다음달 1일로 예정됐던 (주)대우와 대우중공업의 회사분할이 국회 공백에 따른 관련법 처리지연으로 연기가 불가피해졌다.또 같은날로 예정된 르노의 삼성자동차 자산인수도 삼성차처리문제에 관한 한 채권은행의 항고로 무기연기됐다.르노측은 소송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자산인수를 할 수 없다고 밝혀 삼성차 매각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국회 원망하는 대우 (주)대우 채권단 관계자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중인 기업이 합병 또는 분할할 경우 한시적으로 조세감면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이달말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는것을 전제로 회사분할일정 및 실무작업까지 마쳤으나 국회가 열리지않는 바람에 관계법안이 낮잠을 자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측은 “현행법에 따라 회사를 분할하게 되면 (주)대우 3,362억,대우중공업 2,360억 등 무려 5,722억원의 세금을 물어내야할 판”이라면서 따라서 법안 통과때까지 회사분할 연기는 불가피하다고 털어놓았다.채권단은 기업구조조정을 독려해야 하는 국회가 오히려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정치권을 원망했다. ■주택은행 딴지,삼성차매각 급제동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던 삼성차매각도 주택은행의 ‘딴지’로 교착상태에 빠졌다. 주택은행은 삼성차에 대한 부산고등법원의 회사정리절차개시 결정에 불복,지난 8일항고장을 제출했다.은행 관계자는 “삼성차에 대한 주택은행의 정리담보채권 34억원은 국민주택기금 대출금으로서,정부 예탁금 및 각종출연기금을 위탁받아 관리한 국가채권이자 변제조건 변경 등이 불가능한 공익채권”이라고 주장했다.기금감면 및 채권의 출자전환이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사실을 안 르노는 25일 채권단에 “소송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삼성차를 인수할 수 없다”고 통보해왔다.주 채권은행인 한빛은행 관계자는 “한보철강 정리때도 주택은행이 이와 유사한 이유를 내세워항고했다가 올 1월 패소판결을 받은 바 있다”며 반박했다. 그러자 주택은행측은 한발 물러나 “주택은행은어디까지나 위탁관리자인 만큼 소송을 취하할 권한이 없으며 이는 위탁자인 건설교통부가 결정할 문제”라며 건교부에 책임을 떠넘겼다.그러나 건교부는 “주택은행이 알아서 할 문제”라며 팔짱만 끼고 있다. ■구조조정 지연은 경착륙 초래할 수도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부담은고스란히 국가경제 및 국민에게로 돌아온다.해외언론들은 연일 ‘한국이 구조조정을 서둘러 매듭짓지 않으면 경기가 급강하,경착륙할 수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대외신인도 하락과 영업손실도 필연적이다.대우의 분할지연으로 20만명에 이르는 소액주주들은 보이지 않는 손해를 보게 됐으며,삼성차 매각지연으로 삼성차와 채권단은 9월 한달에만 150억원의 손실을보게 된다. 안미현기자 hyun@
  • [오늘의 눈] 뇌사상태 국회

    국회의 ‘뇌사(腦死)상태’가 지나칠 정도로 계속되고 있다. 지금 상황으론 8월 임시국회는 허송세월이 될 게 뻔하다.9월 정기국회마저 제대로 운영될지 불투명한 실정이다.입만 열면 국민을 위한다는 여야 정당이 정작 가장 기초적인 문제는 등한시한 채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볼썽사나운 모습만 연출하고 있다. 국회가 긴 낮잠에 빠져 있는 사이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은 50년 만에 만나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이제는 헤어지지 말자’는 눈물겨운 혈육의 정은 아직도 온 국민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이 뿐인가.의료계 재폐업에 따른 의료대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시급한 민생현안인 금융지주회사법이나 추가경정예산안,산불 및 구제역에 대한 피해보상법은 또 어떤가.이들 법안은 그야말로 국민의아픈 곳을 치료해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국리민복’에 꼭 필요한 것들이다. 또 경제·교육부총리 직제를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도여전히 낮잠을 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강건너 불보듯 구경만 하고 있다.여야가 머리를 맞대도 신통치 않을 판에 정치가 나라의 발목을 잡고 있는셈이다. 더 큰 문제는 여야 모두 국회를 조기 정상화할 의지가 별로없다는 데 있다. 민주당은 당초 ‘항명 3인방’의 출국으로 국회법 개정안의 단독처리가 어려워지자 이들이 돌아오는 이달 20일쯤 민생을 위한 단독국회를 다시 열겠다고 공언했었다.그러나 오는 30일 최고위원 경선에 당력이 집중돼 있어 국회 운영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15명의 최고위원후보 가운데 14명이 현역의원인 만큼 의결정족수를 채우기도 어렵다. 한나라당도 국회법 개정안의 변칙처리 사과 원칙에서 꿈쩍도 않고있다.마치 이 문제가 국가의 존립이라도 위협한다는 듯한 자세다. “실패보다 더 무서운 것이 포기”라는 말이 있다. 국민들이 정말 정치권을 포기하는 사태까지는 이르지 않아야 한다.정치권의 대오각성을 기도하는 심정으로 촉구해 본다. [주현진 정치팀기자 jhj@]
  • 北 노동자 매일 1시간 낮잠 보장

    “노동자에게는 매일 1시간씩 낮잠이 보장되고,국가 공휴일·민속명절 외에도 연간 14일간 정기 유급휴가를 갖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국내외 연구소 등지에서 수집해 14일 발간한 책자 ‘북한의 노동법제’에 담긴 북한노동자들 휴가규정의 일부다. 경총은 남한기업들의 대북투자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이 책에서북한 노동자들의 휴가일수,급여,고용 및 해고 등의 규정을 상세히 싣고 해설도 곁들였다. 이 책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들은 아침 8시에 출근해 낮 12시까지 오전근무,12시부터 1시간동안 점심식사,오후 1시부터 2시까지 낮잠을자며 2시부터 6시까지 오후근무에 들어간다.또 매주 하루의 휴일과연간 18일인 국가명절·민속명절 이외에 연간 14일의 정기 유급휴가와 7∼21일의 보충휴가를 얻을 수 있다. 임산부에게는 산전 60일,산후 90일 등 모두 150일의 유급휴가가 보장된다.남한의 직장여성들(60일)보다 후한 대접을 받는 셈이다. 북한의 여성이나 소년 근로자들은 법의 보호를 받는다.여성에게는힘들고 건강에 해로운 작업을 시킬 수 없으며,젖먹이 아이를 가졌거나 임신한 여성근로자에게는 야간근로를 금지하고 있다. 북한의 시간외 근로는 직업동맹조직과 합의해 탄력적으로 운영된다. 월단위의 탄력시간근무제(변형근로제)도 남한과 마찬가지로 허용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100∼150원.공식환율(북한돈 2.15원=1달러)을 적용할 때 우리 돈으로 5만∼7만5,000원 정도가 된다. 북한내 외국투자기업의 종업원 임금은 종전에는 ‘220원(한화 11만원)보다 낮지 말아야 한다’고 최저임금을 명시했으나 지난해 노동규정 개정때 ‘중앙노동기관이 정한다’로 바꿨다.또 외국기업은 임금을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할 수 없고 노동력 알선기관을 통해 줘야 한다. 육철수기자 ycs@
  • 국회 파행정국 어디까지

    국회에 ‘한랭전선’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국회법 개정안 처리문제를 둘러싼 여야 대치상황은 1일 상임위 파행으로 치달았다.한나라당은 계류법안의여당 단독처리에 대비, 오는 3일까지 외유 중인 소속 의원 10여명 전원에게귀국령을 내렸다. ■상임위는 개점 휴업중 예결위와 운영위,교육위,보건복지위 등 4개 상임위가 야당의 실력 저지로 원천봉쇄됐다.때문에 추경예산안과 남녀차별금지법개정안,특례노령연금의 조기지급 문제를 다룬 국민연금법 개정안 등 민생현안이 낮잠을 자야 했다. 오전 10시 예결위 회의장에는 김문수(金文洙)신영국(申榮國)정인봉(鄭寅鳳)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 30여명이 위원장석 주변과 회의장 통로를 점거한 채 장재식(張在植·민주당)예결특위장의 회의 진행을 막았다. 운영위 회의장에도 김무성(金武星)수석부총무 등 한나라당 의원 20여명이저지조로 배치됐다.야당의 회의 봉쇄가 계속되자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자민련 오장섭(吳長燮)총무 등 공동여당 총무단은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돌파구는 없는가 이날 한나라당 지도부가 총재단회의와 소속의원 만찬 등을 통해 초강경 기조를 확인함에 따라 국회 파행은 장기화될 조짐이다.이회창(李會昌)총재가 당내 여론과 장기 정국구상을 감안,대여 강경노선을 쉽게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일각에서 한나라당의 국회법 개정안 원천무효 주장 철회 등을 전제조건으로 국회법 단독처리에 대한 서영훈(徐英勳) 대표의 ‘유감 표명’방안을 검토중이어서 대치정국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한나라당내에서도 지루한 강경대치에 반대하는 협상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점증하고 있는 비판여론과 어우러질 경우 국회 정상화가 ‘난제(難題)’만은아니라는 분석이다. ■JP골프로 본회의 시간조정 지난달 31일 여당이 단독으로 열었던 국회 본회의 시간이 김종필(金鍾泌)자민련 명예총재의 골프약속때문에 오락가락했던것으로 확인됐다.민주당은 오후 6시 본회의를 열 예정이었으나 JP쪽의 요청으로 5시30분으로 당겼다.JP가 1일 오전 나카소네 전 총리와의 골프약속을지키기위해 오후 6시40분 일본행 비행기를 타야된다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박찬구 주현진기자 ckpark@
  • 국회 계류 주요법안 현황 점검

    정치권의 당리당략 때문에 민생(民生)이 멍들고 있다.지난 25일 끝난 제 213회 임시국회에서 추경안과 약사법·정부조직법·금융지주회사법 등을 처리하지 못함에 따라 국민들이 그 피해를 입고 있다.산불 및 구제역 피해지역에서는 제때 지원을 받지 못해 아우성이다.금융권의 구조조정 역시 흔들거리고있다.발목잡힌 민생 현안들을 살펴본다. ■약사법. 의료계 집단폐업 사태까지 불러왔던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8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의약분업도 법적인 근거가 미흡한 상태로 첫발을 내딛게 됐다. 특히 의료계와 약계간에 논란을 빚고 있는 대체조제의 경우 약효 동등성이인정되면 대체조제를 허용하는 현행 조제체계가 당분간 그대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진찰과 처방은 의사가,조제는 약사가’라는 의약분업의 근본취지가 법적인 뒷받침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개정안은 대체조제와 관련, 상용처방약 목록을 의약협력위원회에서 정하고의사가 목록내에서 처방하는 경우 약사는 대체조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의사가 특별한 소견을 기재하면 약사는 이를 존중토록 규정하고 있다. 의사들이 이같은 개정안에 대해서도 진료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대제조제를 허용하고 있는 현행법이 그대로 지속될 경우 반발의 강도는 훨씬 더 높아질 것이 뻔하다.결국 의약분업에 따른 진통도 보다길어질 수밖에 없다. 의약분업의 또다른 핵심인 의약협력위원회의 구성도 개정안 통과가 늦어지는 만큼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의약협력위원회는 의사,약사,공익단체 대표등이 참가해 상용처방약 목록을 정하고 의약분업시 발생되는 문제들에 대해의·약사가 상호 협력,해결하도록 한 기구이다. 다만 임의조제 문제는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늦어지더라도 별다른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개정안에서는 약사의 임의조제를 허용하고 있는39조2호를 삭제했지만 올해 말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내년 1월부터 시행키로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회사법. 금융개혁 관련법안을 처리하지 못함으로써 ‘금융개혁’도 상당한 차질을빚게됐다.금융개혁 차질은 가뜩이나 불안한금융시장의 자금난을 부추길 가능성이 커 우려된다. 정부 관계자는 26일 “금융지주회사법 등의 금융개혁법안 처리는 하루가 급한데 늦춰져 걱정”이라며 “처리가 늦춰지는 만큼 금융구조조정도 지연될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금융지주회사법 제정을 예상,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려던 일부 금융기관들은 계획을 당분간 접어둘 수밖에 없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을 금융지주회사로 통합하려는 정부 계획도 시기수정이 불가피하다.기업구조조정 투자회사(CRV)는 기아의 부실채권을 정리할수 있는 유효한 수단으로 기대됐으나 법안이 처리되지 않는 바람에 대우를비롯한 기업 구조조정도 그 만큼 시기가 늦춰지게 됐다. 특히 투신권에 비과세신탁 상품을 허용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자금시장의 불안이 예상된다.투신사 상품에 미리 예약했던 2조원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정부 관계자는 “현대건설로 불안한 금융시장에 또다른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산·서민층이 파행국회로 겪어야할 재산적인 피해와 고통도 적지 않다.우선 서민들이 25.7평 미만의 주택을 저당잡혀 빌린 자금의 이자에 대해 주려던 300만원 한도의 세제혜택도 다음 임시국회에서나 가능해졌다. 추경대상 사업도 전혀 손을 못대고 있다.추경예산 2조4,000억원 가운데 1조원에 가까운 중산·서민층 예산은 집행이 시급한 데도 금고에서 낮잠을 자고있는 상황이다. ■정부조직법. 26일 세종로와 과천 관가(官街)의 관심은 온통 두가지에 쏠렸다.정부조직법개정안 처리는 어떻게 되는가,후속 개각은 언제 이뤄지느냐다. 당초 관가에서는 7월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이 개정되고,다음달 초쯤 개각이이뤄질 것으로 봤다.그러나 국회 파행으로 이 구도가 흐트러졌다.관가의 동요도 한층 증폭되는 양상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일단 여야가 8월 임시국회 개최에 합의하면 큰 무리없이 처리될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한나라당이 교육부총리제 신설에 부정적이지만,무게가 실린 것은 아니라는 것이 여권의 분석이다. 문제는 개각이다.‘7월 법개정,8월 개각’의 구도가 깨지면서개각여부 자체가 최대 관심사가 된 것이다.8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이 처리되면 8월중순이나 하순 개각이 가능하다. 그러나 법처리가 정기국회로 넘어가면 문제는 복잡해진다.그럴 경우 “개각이 연말로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일단 현 내각으로 전반기 개혁을 마무리하고 정기국회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하지만 여권 전반의 기류는 여전히 8월 개각설에 기울어 있다. 정부조직법 처리여부에 상관없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임기가 절반을 넘어서는 다음달 25일을 기점으로 집권후반기 국정운영의 새 틀을 짤 필요성이주된 이유다. 사회의 ‘개혁 피로감’을 일신할 필요성과 다음달 30일의 민주당 지도체제 개편도 요인이다. 여권 핵심부는 일단 개각을 단행한 뒤 이후 정부조직법이 개정되면 이에 맞춰 내각을 정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개정 이후 해당장관을 경제·교육부총리,여성부장관으로 승격시키면 된다는 구상이다. 진경호기자 jade@
  • [유형준의 노화학 교실](9)잠과 노화

    잠에 붙여진 여러가지 우리말처럼 멋지고 마뜩한 것도 드물다.자다 깨다,자다 깨다 하는 설익은 잠을 가리키는 노루잠,틈 날 때에 잠깐씩 자는 토막잠,….이처럼 자그마한 차이에도 꼭 맞는 명칭들을 지어준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잠,수면에 관한 생각들이 많았나 보다.이렇게 좋은 명칭들이 있음에도정녕 설익은 현학적 흉내로 잠을 수면이라 부르고 하는 것을 못내 탓하면서노인의 잠을 따져 본다. 사람이 사는 동안 잠을 자는데만 24년을 보낸다.결국 살면서 가장 많이 쓰는 시간이 잠자는 시간이다. 신생아 땐 하루의 반 이상을 잠을 자면서 보내다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잠이 줄어든다.결국 노인이 되면 잠이 꽤 줄어든다고 한다.그저 노인은 젊은이처럼 깊은 잠을 자기가 쉽지 않다고 믿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여러 연구 결과에 의하면 평균적인 노인의 잠 시간은 하루 9시간 정도이다.다만 저녁에 일찍 자기 때문에 아침에 빨리 일어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또한 노인의 경우 낮잠을 자는 시간이 평균 1시간 20분 정도임을 감안하면 밤잠이 그리 많지않은 것도 이해된다. 그러나 노인의 잠은 질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잠이 얕게 들기 때문이다.질병,사회활동 감소,스트레스,소음을 비롯한 환경 요인,약물(특히 신경 정신계통 약물) 등은 그러한 현상을 더 심하게 한다. 그러면 잠이 얕아지는 것은 몇 살부터 시작되며 남자와 여자 사이에 어떤차이가 있는가. 학자에 따라 주장이 다소 다르지만 대개 20세부터 잠의 깊이가 얕아지기 시작한다고 본다.여자보다 남자에게서 더 빨리 깊은 잠이 줄어든다.종합하면노인에게선 잠자는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잠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면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노인이 잘 자는 요령은 무엇일까.규칙적인 운동을 한다.조용한 분위기에서 잔다.카페인이 든 음료는 피한다.잠자기 3시간 이전엔 술을 마시지않는다.수면제 복용은 반드시 전문의와 의논한 뒤 시작한다.자기 전에 몸과마음을 풀기 위해 목욕,운동,음악 감상,독서,대화,즐거운 생각하기 등 중에서 알맞는 것을 골라서 한다. 유형준 한림대의대부속 한강성심병원. 내과학.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7)잃어버린 먹거리

    최초의 도시락은 아마도 주먹밥이었을 것이다. 집 부근의 논이나 밭에 나가 일하는 동안에 아낙네들이 대광주리나 채반에 밥과 반찬을 얹어 나르던 일은 오래된 행사였을 터이다.조선 시대의 민화에보면 들밥 먹는 그림이 심심찮게 나온다.춘향전에도 걸인 차림의 어사또가들밥을 얻어 먹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나도 예전에 남도를 방랑하던 청소년 시절에 들밥을 종종 얻어먹은 적이 있었다.당시에는 아직도 농촌이 별로넉넉하지 않던 시절이라 여름철에는 대개가 푹 삶아 퍼진 보리밥을 먹었다. 깡보리도 있고 이밥에 보리를 나우 섞은 밥도 있었다.지금 생각해 보아도 호박나물이나 알감자 조림 또는 가지나물 등속의 맛이라든가 상추며 깻잎이며데친 호박 잎에 장을 쳐서 풋고추 툭 부러뜨려서 싸먹던 기억이 새롭다. 들밥은 품앗이나 두레로 이루어진 공동 노동의 산물이기도 하였다.한 마을에서 집집이 돌아가면서 여럿의 농사 일을 협동하여 서로 해주는데 이 때에 새참이나 끼니도 공동으로 해결하였다.비록 햇보리밥에 제철 푸성귀 뿐이었지만 인심은 풍성하여 일하는 남정네는 물론이고 부엌 일을 거드는 노약자나집에서 놀던 어린 것들까지 손목 잡혀 나와서 함께 먹었다.그뿐인가,지나는나그네라도 보이면 서로 손짓하여,들밥 좀 같이 자시고 쉬어서 가시라고 불러대는 것이었다.들밥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막걸리인데 대광주리에는 식반찬과 함께 닷되들이 술병이 들어있다.밥 먹으랴 서로 권커니 잣커니 하는 밥주발의 막걸리 마시랴 하다보면,식곤증으로 축 늘어져서 제각기 땡볕을 피하여 나무 그늘을 찾아가 짧은 낮잠 한 숨을 부치게 된다.담배 한 두어 죽 피울만치 오침을 하고나서 다시 일을 시작하면 아침처럼 새로운 기운이 부쩍난다. 덧붙여 말하자면,이제 이러한 들밥은 사라져 버렸다.요즈음은 농촌에서도 일손 구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하루 일당 노임이 전국적으로 또박 또박 정해져 있고 서로 나누는 인심 따위는 없어졌다.들에서 일하다가 핸드폰으로 짜장면 시켜 먹고 커피까지 배달해다 먹는다.새참이라고 하여도 대광주리로 이어나르는 일은 없고 빵이나 우유나 코카콜라 음료수가 나온다. 집 근처에서는 식구와 동네 사람들이 들밥을 어울려 먹었지만 혼자서 깊은산에 나무나 약초를 하러 간다든가 먼길을 떠날 적에는 주먹밥이나 떡이나곡물가루 같은 비상식량을 해가지고 다녔다.옛날 전쟁 기록에서도 그렇고 구한말 동학사 같은 데서 보자면 병정들도 마찬가지였다.밥을 주먹만하게 뭉쳐서 가운데에다 장을 찍어 바르거나 소금을 적당히 풀어 놓은 물에 두 손을담궜다가 간간하게 밥을 뭉쳐서 주먹밥을 만들었다.육이오 때에는 나도 그런 주먹밥을 먹은 기억이 있고 전선의 군인들도 고지 위로 보급 되어 올라온돌처럼 얼어붙은 주먹밥을 으깨어 먹었다고 기록되어 있다.동양에서는 봉건시대의 전형으로 알려진 일본에서 오래전부터 그리고 최근까지도 주먹밥 문화가 생생하게 남아있는 편이다. 주먹밥과 다꾸앙은 사무라이의 야전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김밥이나 각종스시의 원형도 그러할 것이다. 주먹밥에서 시작하여 가랑잎,연잎,파초잎,호박잎 같이 넓적한 나뭇잎에 밥을 싸서 간수하는 데서부터 베보자기나 헝겊에 싸기도 하다가 도시락이 탄생한다. 도시락은 대나무나 왕골이나 덩굴 줄기로 작은 고리 상자를 짜서 만들었다. 이것을 허릿춤 또는 지게 모퉁이에 매달기도 하고 일터에 가서는 바람이 잘통하는 서늘한 나뭇가지에 걸어 놓기도 하고 옹달샘에 담궈 두었다. 하여튼 입맛이란,여럿이 함께 먹는 음식과 노동을 한 뒤의 것이 훨씬 맛있고풍성한 자연 속에서는 더욱 살아나기 마련이다. 우리 기억 속에 ‘도시락’은 우리말 가꾸기로 나중에 바뀐 말일뿐 그 맛과함께 남아있는 말은 일본 말인 ‘벤또’였다.근대를 일제의 식민지로 치뤄낸 우리의 점심 문화는 벤또로 시작했던 것이다.즉 직장이며 학교며 근대적 의미에서의 일터란 모두 일제가 가져온 것들이었다.알미늄으로 만든 그릇들을총칭해서 양은 그릇이라고 했는데 어른들은 아르마이또 라고 불렀다.아낙네들은 일터에 나가는 가장에게 알미늄으로 만든 깊숙하고 네모난 벤또를 작은 손수건만한 보자기에 싸서 주었고 남정네는 제 점심을 자전거 화물칸 위에얹고 출발했다.퇴근 길에는 빈 벤또 속에서 젓가락이 부딪치는 소리가 딸그락거렸다. 나는 소학교 시절부터 장성해서까지 오랫동안 이 벤또를 ‘까먹고’ 하루를보냈다.겨울날 조개탄 난로 위에 이것을 층층이 올려놓고 식은 밥과 김치를데워 먹던 생각이 난다. 도시락 반찬의 변천사도 만만치 않다.반찬 칸이 밥과 함께 있던 터라 뭔가양이 적으면서도 짭짤한 것이 필요했다.김치가 도시락 반찬의 대종을 이루었지만 때로는 멸치볶음이니 콩자반이니 각종 건어조림이나 어포 볶음 등이 많았고 해방 뒤에 무슨 서양요리처럼 등장한 계란 프라이는 밥 위에 그대로 얹어서 부잣집 반찬 행세를 했다.그러나 어디 우리네 전래의 장아찌에 비길만한 도시락 반찬이 있을 건가!철철이 나오는 채소와 해물을 뒷뜰의 장독대에 있는 간장 된장 고추장을 덜어내어 담궈 두기만 하면 되었다.대개는 한 해만 묵히면 깊은 맛에 쫄깃하고 아삭거리는 장과를 만들 수 있었다.채소를 일단 소금에 절여서 풀을 죽이거나 수분을 줄이고 간이 배게 한 다음에 장에 박거나 담근다.가장 기초적인것이 무나 마늘이나 오이를 된장 고추장 그리고 간장에 담그는 것이다.특히된장과 고추장에박은 무는 노랗고 발갛게 색깔이 서로 다르고 맛도 다르다. 소금에 절이기만한 오이와 무도 담백한데 참기름과 고춧가루를 쳐서 무치기도 한다.마늘과 마늘쫑은 각각 간장과 고추장에 담근 것이 맛이 다르다.더덕은 고추장에 담근 것이 맛있고 풋고추와 깻잎은 간장에 담근 것이 맛이 있다.감이나 오이 참외 가지 등속은 된장에 담그면 아삭거리고 깊은 맛이 든다. 무말랭이는 간장에 담았다가 무칠 때에 고춧가루 등속을 쓴다.김이며 미역다시마 등속은 고추장에 담근 것이 맛있다. 작년에 제주도에 갔던 일이 생각난다.망명과 투옥으로 십여년 이상이나 국내여행을 못했다가 오랜만에 찾아가니 친구들이 반겨주었다.하루는 나를 바닷가의 사라봉으로 점심 초대를 하길래 따라 나섰다.몇집에서 그날 먹으려던음식들을 제각기 싸가지고 나왔는데 모두 싱싱한 푸성귀에 짭쪼롬한 밑반찬종류였다.콩잎에 멸치 젓을 넣어 밥을 싸먹기도 하고 잘게 토막쳐서 양념에버무린 자리돔을 상추에 싸먹기도 하였는데 특히 입맛을 돋구었던 것은 된장에 버무려 담은 제주도식의 갓김치였다. 하여튼 돌아온 뒤에도 그런 소박한 반찬을 싸들고 집 부근으로 나가서 점심이나 저녁을 먹는 취미가 생겼다.또 달랑 제 식구만 나가는 게 아니라 이웃이나 친구 가족도 불러서 함께 갔다.어떤 날은 옛날식 양은 도시락에 짭짤한 밑반찬과 밥을 싸서 하다못해 동네 공원에 나가서 먹기도 했다. 언제부턴가 아이들은 정체도 모를 미국식 패스트푸드로 점심을 때우고 어른들도 야외에만 나가면 그저 고기를 떡 벌어지게 지글지글 구어서 독주에다실컷 마시고 쿵쾅거리는 가라오케 기계 틀어놓고 법석댄다. 장아찌는 장독대가 사라지면서 백화점의 반찬가게로 옮겨갔고,서로 담 넘어로 장을 빌리거나 찬을 나누고 들밥을 함께 먹던 문화는 식구끼리의 외식문화로 바뀌었지만 실천에 따라서는 회복하지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황석영
  • 한여름밤 불면증 규칙적 생활·운동으로 해결을

    무더위에 잠을 못이루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병원에는 식욕부진이나 소화불량 등 불면증으로 인한 몸 이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적지않다.전문가들은이런 불면증이 지속되면 몸의 저항력과 체력이 약해져 다른 질병에 감염되거나 지병이 악화될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여름철 불면 상태가 계속되면 더위가 끝난 뒤에도 만성피로 증후군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불면증의 원인은 스트레스나 코골이,수면 무호흡증,다리 저림증,우울증,약물중독,호흡기 질환,통증 등 다양하지만 아무래도 여름철 불면증의 가장 큰 원인은 높은 온도와 습도로 인한 인체의 불균형이다. 따라서 밤잠을 제대로 자기위한 수면관리는 여름철 건강유지에 필수다.불면증을 앓는 이들은 대부분 쉽게 잠들 수 없고 잠이 들어도 자주 깰 뿐 아니라 깊은 잠에 이르지 못해 오래 자더라도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뻐근한 느낌을 갖게된다.따라서 낮시간에는 당연히 졸립고 무기력한 상태에서 능률과 활동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면이같은 더위속에 잠을 제대로 자기위한 수면위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전문가들은 숙면에 도움이 되는 생활태도를 철저히 지키는 게 확실한처방이라고 말한다.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수면위생법은 낮시간 동안의 규칙적인 생활과 잠자는 시간의 철저한 관리,적절한 운동과 음식조절로 모아진다. 우선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게 중요하다.잠을 설쳤다고 늦잠을 자면 불면의 악순환을 가져오기 쉽다.또 졸릴 때만 잠을 청하고 낮잠을 피하는 등 취침시간 외엔 자리에 눕지 않는다.잠자리에 들어 15분내에 잠이 오지 않으면 잘 자리를 벗어나 몸을 식힌 뒤 다시 잠을 청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체력에 맞는 규칙적 운동도 도움이 된다.이밖에 식사시간을 일정하게 맞추며 저녁 시간엔 되도록 흥분하지 않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의해야 할 점도 적지않다.우선 온도의 관리다.더위를벗어나려고 무리하게 온도를 낮추려 애쓰지만 이는 위험천만이다.실내온도는 18∼22도 내외로 유지하는 게 좋다.에어컨을 오랜시간 튼 채 환기시키지 않으면 오히려 냉방병이 생길 수 있다.갑작스런 체온저하와 혈액순환 장애로피로감이나 두통이 생길 뿐만 아니라 심하면 신경통과 소화장애도 나타난다. 특히 자기 전 수박 등 과일이나 음료수를 많이 섭취하면 자주 깰 수 있고늦은 밤 공포영화 감상도 자극으로 인해 잠들기 어렵게 한다. 또 잠자기 1∼2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목욕이나 샤워를 하면 잠을 청하는데도움이 되지만 잠들기 직전 목욕은 오히려 잠을 방해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수면을 방해하는 약물이나 술도 삼간다.특히 술을 마시면 잠이 잘 오지만효과는 잠깐 뿐,오히려 자주 깨게 되므로 좋지 않다는 것이다.카페인이 든커피나 홍차,초콜릿,콜라,담배는 수면을 방해하므로 피한다. 서울대병원 정도언교수(신경정신과)는 “긴장한 가운데 잠을 이루려 애를쓰다보면 오히려 불면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밤시간 억지로 잠을 자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평소 생체리듬을 깨지않고 자연스럽게 잠을 잘수 있도록 몸과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주차장 예산 1,500억 ‘낮잠’

    서울시내 일선 자치구들이 주차장 건립계획을 치밀하게 세우지 못해 1,549억원의 주차장 건립비용이 낮잠을 자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참여연대의 예산감시 시민모임인 ‘나라 곳간을 지키는 사람들’은 17일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참여연대가 지난해 말부터 서울시내 14개 구를 대상으로 98년 주차장 특별회계 예·결산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조사한 결과 예산 2,228억원중집행액은 30.4%인 679억원에 불과했다. 종로구의 경우 69억원을 주차장 토지매입비 및 시설비로 편성했으나 실제 집행액은 6억8,000만원에 그쳤다.은평구도 68억원중 7억5,000만원만 집행했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예산을 편성할때 각 지역별로 주차장건립 가능부지와 소요액 산정 등에 대한 세밀한 사전준비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실제로 구체적인 소요금액을 조사하지 않고 예산을 편성했다가 토지가격이 올라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참여연대는 또 주차장특별회계 예산 2,228억원중 아예 집행하지 않기로 한예비비가 761억원에 달해각 구의 사업수행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아울러 대부분의 구에서 예산중 경상경비 지출액이 사업비로 지출된 금액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송한수기자 onekor@
  • 佛대사, 낮잠장소…도서관열람실등 12곳 열거

    미사일,의약품,가뭄,개발원조 등 이세상 모든 일을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는유엔 외교관들도 당해내지 못하는 것이 있다.그것은 바로 밀려오는 졸음이다. 주 유엔 프랑스 대사인 알랭 데자메는 최근 ‘유엔에서 잠자기’란 보고서를 통해 외교관들이 종종 낮잠을 즐기는 12곳을 열거한 뒤 피곤에 지친 외교관들의 애로사항을 공개토론에 부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자메 대사는 불빛은 어둡고 소음이 적고,방문자가 적은 곳을 기준으로 유엔에서 잠자기 좋은 장소의 등급을 매겼다.그중 대표적인 곳이 유엔 도서관열람실.도서관 열람실은 쿠션 좋은 팔걸이 의자와 소파는 물론 알맞게 조절된 조명 때문에 상당수 외교관을 이곳을 이용한다.지하창고처럼 어슴프레한명상룸도 마찬가지.또 모든 외교관들에게 해당되지는 않지만 안보리 근처에있는 개인 사무실도 낮잠자기에는 손꼽히는 곳이다. 이처럼 외교관들이 낮잠을 피할 수 없는 이유는 시차 때문이다.예를들어 뉴욕과 6시간의 시차가 나는 베를린 외교관이 유엔에서 산적한 문제들에 대해격론을 벌이다보면 시차로 인한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하지만 데자메가 이 문제를 공론에 부치기도 전에 뉴욕타임즈가 데자메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하면서 도서관 열람실이나 명상룸에서는 더이상 낮잠자는 외교관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權禧老씨 부인 수배 후원금 5,800만원 갖고 잠적

    부산 동래경찰서는 26일 수천만원을 가지고 잠적한 권희로(權禧老·72·부산시 동래구 거제동)씨 부인 돈모씨(52)를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 혐의로 수배했다. 일본 야쿠자를 살해해 31년간 일본에서 형무소생활을 하다 지난해 영구귀국한 권씨는 과거 일본에서 후원금을 갖고 달아났던 돈씨가 25일 또 돈을 갖고잠적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권씨는 경찰에서 “2개월 전부터 재결합해 살던 아내가 이날 오후 낮잠을자고있는 사이 안방 장롱속에 있던 현금 1,200만원과 4,600만원이 든 예금통장·도장을 가지고 집을 나간뒤 부근 은행에서 모두 인출해갔다”고 밝혔다. 돈씨는 지난 83년 권씨와 옥중결혼해 화제가 되기도 했으나 출소후 90년 일본에서 권씨의 옥바라지를 하다 거액의 후원금을 갖고 사라져 권씨의 마음에큰 상처를 남겼다. 부산 이기철기자 chuli@
  • 봄철 건강‘피부관리 이렇게

    - 비타민 섭취 늘리고 가벼운 운동을. 봄이 오고 있다.잔뜩 웅크렸던 몸도 이제 따뜻한 봄기운을 받으며 서서히 기지개를 켠다.하지만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있다.춘곤증과 꽃가루 알레르기가 대표적.만물이 생동하는 봄이지만 피부에는 별로좋은 계절이 아니다. ●춘곤증 앉기만 하면 졸립다.입맛이 없고 소화도 잘 안된다.가끔 어지럽기도 하다.춘곤증의 대표적인 증상들이다.가장 큰 이유는 계절이 바뀌면서 생체리듬이 변하기 때문.이 과정에서 우리 몸이 환경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못해 생기는 것이 춘곤증이다. 이런 증상에서 빨리 벗어나려면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먼저 식생활.한림대의대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노용균교수는 “봄철엔 신진대사가 왕성해지면서 비타민 소모량이 3∼5배 증가하므로 비타민 섭취를 충분히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쌀밥보다는 현미나 보리 콩 등을 섞은 잡곡밥으로 비타민B를 보충해야 한다. 또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해야 비타민C를 보충할 수 있다.제철음식인 냉이 달래 쑥갓 미나리 씀바귀 등은 입맛을 돋우고 비타민을 보충하는 데제격이다.아침에 굶고 점심때 과식하면 춘곤증이 심해지므로 아침식사는 꼭챙겨야 한다. 밤이 짧아지면서 수면시간도 줄기 쉽다.밤잠이 부족하면 낮잠을 20분 정도자는 게 도움이 되며 과로나 과음은 피해야 한다.휴일에 잠을 몰아서 자면오히려 다음날 더 심한 피로를 느낄 수 있다. 가벼운 운동도 중요하다.아침엔 가벼운 조깅이나 맨손체조가 좋고 직장에서도 수시로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준다.점심식사 후에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피부관리 봄이 되면 기온이 높아지면서 피부가 건조해지고 피부분비물도많아진다.또 꽃가루 접촉이 잦아지면서 피부염 등 피부트러블의 원인이 된다.햇빛의 자외선도 강해져 피부를 위협한다.따라서 충분히 대비해야만 건강한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먼저 피부건조를 막기 위해서 잦은 목욕은 금물이다.목욕도 탕욕보다는 간단한 샤워 정도가 좋고 물은 몸 온도보다 약간 낮은미지근한 정도라야 한다.수시로 수분을 함유한 보습제 등을 발라 피부,특히각질층의 수분증발을 막는 것이 피부보호에 효과적이다. 피부분비물이나 먼지에 의한 피부트러블을 막으려면 피부청결에도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하지만 비누 등 알칼리성 피부 청결제는 표피 투과성이 높아피부에 자극을 주기 쉬우므로 피부에 남지 않도록 깨끗이 닦아내는 습관이중요하다. 자외선이 기미 주근깨 피부주름 등 피부노화의 주범이란 것은 널리 알려진사실.외출할 때는 가급적 모자나 양산을 사용하고,자외선차단제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 ●꽃가루알레르기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기관지 천식등의 원인이 되는 꽃가루 하면 흔히 벚나무 개나리 진달래 백합 등 아름답고 향기 있는 꽃을 연상하기 쉽다.서울대병원 알레르기클리닉 민경업교수는그러나 “이런 꽃은 충매화이므로 공기 중에 잘 날리지도 않고 알레르기도일으키지 않는다”고 말한다.원인이 되는 것은 오리나무 소나무 버드나무 참나무 삼나무 등에서 나오는 꽃가루. 꽃가루 알레르기를 피하려면 먼저 원인이 되는 꽃가루를 정확히 확인한 뒤그 꽃을 피하는 게 상책이다.그 꽃이 피는 시기에는 가능한한 외출을 피하고부득이한 경우 특수필터를 장착한 꽃가루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또 실내에 꽃가루가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은 잘 닫아놓아야 한다.그러나 회피만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요즘엔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은 약물을 대증요법으로 많이 쓴다. 임창용기자 sdragon@
  • 국무회의

    ◆ 金대통령 “1인2표제 무산 안타까워” 15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올해 7회 국무회의에서는 법률공포안 6건,차관회의를 통과한 각종 의결안건 6건,즉석안건 1건,보고 2건 등 모두 15개 안건이 처리됐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 등 정치개혁과 관련한 6개 법안 공포안을 의결하기에 앞서 “선거법이 1인2표 제도를 채택하지않은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로 헌법정신에도 부합하지 않아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하고 “그러나 개선된 부분도 있고 시간상 공포를 하지 않을 수가없으니 정치가 진일보했다는 생각으로 의결해 달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대 등 3개 국립대학 총장 임명안을 처리하면서 교수 출신인 김성훈(金成勳)농림수산부장관은 “세계적으로 국립대는 물론 사립대도 총장을 교수들이 직접 선출하는 나라가 없다”면서 “국립대부터 총장 직선제를 재검토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역시 교수 출신인 문용린(文龍鱗)교육부장관은 “개선을 위해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은최근 여행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과 관련,“한국은행 발표에는 유학경비가 포함돼 있다”면서 “유학경비를 빼면 200만 달러 흑자가 된다”고 설명했다.박장관은 “외국인들은 연초에 Y2K(컴퓨터 2000년 인식 오류) 우려 때문에 관광을 덜 했는데 우리 국민은 용감하게외국에 더 나간 것도 주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차흥봉(車興奉)보건복지부장관은 “17일 의사들이 의료보험수가와 관련해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전하고 “전국 시·도 복지국장 회의,차관회의 등을 통해 오는 7월1일 의약분업 실시 후 의사들의 수익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중”이라고 보고했다. 박태준(朴泰俊)국무총리는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올들어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됐다는 사실을 관계부처 장관들이 다시 한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회의 시작에 앞서 안병엽(安炳燁)정보통신부장관은 “국가 정보화에 노력하겠다”고 신임인사를 했으며 최선정(崔善政)노동부장관도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이도운기자 dawn@. ◆ '맞춤형 공연'관객몰이 성공. 1,000원에 클래식을 들으며 낮잠을 즐기는 ‘낮잠 음악회’,점심시간에 2,000원을 내고 발레와 창극을 보는 ‘정오의 예술무대’,고객이 원하는 곳으로공연을 ‘배달’하는 ‘맞춤공연’…. 문화관광부 산하 공공법인인 정동극장의 달라진 모습이다.무턱대고 관객을기다리며 시민들의 문화의식을 탄식하는 다른 공연장과 달리 관객을 찾아다니고 최대한 그들에게 다가선다. 지난 95년 국립중앙극장 분관으로 문을 연 정동극장이 예의 공연장에서 이처럼 탈바꿈한 때는 97년 민간에 위탁되면서부터다.정부가 운영경비의 일부만 보조하고 나머지는 수익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정동극장은 관객에게 한층 다가서기 위해 다채로운 공연행사들을 강구해 냈다. 전통예술 상설무대를 마련,일본 여행사들에 패키지 관광상품으로 판매하는가 하면 ‘주부음악회’‘돌담길 추억이 있는 음악회’ 등으로 사각지대에놓인 주부나 40∼50대 장년층을 끌어들였다.극장 안에 탁아소와 미니갤러리,장애인리프트를 설치하고 외국어 예약 및 안내 서비스,좌석을 한눈에 알아볼수 있는 열린 매표소,관객과 사진찍기 등 적극적인 서비스 마케팅도 펼쳤다. 이런 노력으로 정동극장은 지난해 17억원의 수입을 올려 95년 9,000만원의19배에 이르는 성장을 일궈냈다.재정 자립도도 74%로 국내 주요 공연장 평균인 15%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기획예산처는 정동극장의 이같은 경영혁신을 ‘공공부문 경영혁신 우수사례’로 선정,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보고했다.“과거 공공기관이 민간기업에서 배우던 것과는 반대로 대기업들이 정동극장을 벤치마킹할 정도”라는 것이 예산처의 설명이다. 진경호기자 jade@
  • 대한매일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II)

    ◆이슬털기-편혜영고양이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니.그는 짧은 대답을 마치고 운동화의 끈을 여덟 개 구멍에 천천히 넣어 X 자 모양으로 만든 후에 이제 모든 준비가 다 끝났다는 듯이 현관에서 발을 몇 번 굴렀다.오랫동안 물청소를 하지 않은현관에서 뿌옇게 잔먼지가 일었다.남편이 먼지를 없애기 위해 손사래를 치면서 현관을 나섰다. 남편이 아파트 단지까지 산책을 갔다가 돌아오는 것을 실은 한 번도 본 적이없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의 츄리닝 바지춤에서 부석거리는 잔모래가 떨어지거나,바지 끝에 풀섶 이슬이 묻어 있거나,저 아파트 앞으로는 8차선 도로공사를 하고 있어,라거나,아파트 외벽이 이만큼이나 높아졌어,팔을 벌리며설명하는 것을 듣고는 짐작했을 뿐이었다. 산책을 나가지 않고 집에 있을 때도 남편은 곧잘 베란다 창을 통해 새로 시공 중인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았다.남편은 지은 지 20년이 다 되어 간다는,좁은 마당에 쥐가 들끓어 고양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 아파트 단지를끔찍하게 여겼다. 베란다 창문을 뚫고 들여오는쥐며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남편은 쥐새끼는 소리라도 안 내는데 저 놈의 도둑 고양이 새끼가 질러대는 소리는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다고 투덜거렸다. 고양이들은 아파트 마당을 소리없이서성여 대다가, 발정기가 되면 길고 끊이지 않는 소리로 암컷을 불러 대곤했다.그 소리는 부쩍 떨어진 기온으로 잔뜩 냉랭해진 아스팔트 위로 길게 솟구쳐 올랐다.야생에 사는 쥐는 스스로 독초를 먹는다는 거야,부엉이나 올빼미가 얼씬하지 못하도록 내성을 기르는 거지.아파트 마당에다가 먹고 죽지 않을 정도로 쥐약을 뿌려야겠어,결국 쥐약을 먹은 쥐를 잡아먹다가 고양이가 죽게 될꺼야,그러면 저 지겨운 소리를 안 들어도 될테지,남편은 시선을 이제 반 너머 지어지고 있는 길 건너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남편이 시선을 거둘 줄 모르는 아파트는 최신 설계에 따라 시공 중이며 아파트 내부는 입주자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고 했다.높은 층에 살꺼야,베란다를 아주 넓게 하고,창은 아무 소리도 새어들지 않게 5mm 유리를 두장 쯤달겠어.남편은 밤이면 철근 뼈대가 그대로 드러나 보여 괴괴하기 짝이 없는 아파트 단지를 보며 꿈에 부푼 아이처럼 유리에 입김을 불어 조감도를 그리기도 했다.저 아파트 말이야,35평 분양가가 1억 4천이라는 거야,어디 급전쓸 데 없을까? 그는 꼭 내게라고 할 것 없이 베란다 유리창에 바짝 붙어 서서 시선을 여전히 주공 아파트 단지에 고정한 채 말했다.나는 그 말에는 대꾸하지 않고 몸 속에 켜켜이 쌓이는 독약을 어쩌지 못하고 자꾸 쓴 침만 삼켜대는 쥐를,그 쥐를 먹고 고통스러워 할 고양이를 상상하며 몸서리쳤다. 그러나 아파트 공사는 중단된 지 두 달이나 되었다.남편은 그것을 모르는 걸까.산책을 나갔다 오면 어김없이 저 아파트 말이야,마치 그쪽으로 산책을 나갔다 온 사람처럼 얘기를 했다.오늘은 저기 뒷동의 외벽이 유난히 높아 보이는 거야,어쩐지 퇴근 무렵에 인부들이 유난히 몰려 있더라고.현장 사람들이그러는 데 석달 정도면 외관 공사는 마무리 될 것 같다는군,석달이면 말이야. 나는 이미 8층에 사는 반장 여자를 통해,저 아파트 공사장에서 인부가 하나떨어져 죽었는데,회사측에서 보상액을 턱없이 낮게 책정하는 바람에 임금 노동자들이 반발하고,노동쟁의까지 일으키는 바람에 일손을 놓고 있다고,게다가 회사 간부가 계약자들한테 받은 착수금을 갖고 해외로 도망쳐서 회사측에서는 더할 수 없이 자금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들어 알고 있었다.그런데도,나는 남편의 말에 간혹 대거리까지 해가며 짐짓 그 사실을 모른 척 했다. 수정이 나를 부르러 왔다.마당에 상청이 다 마련되었다고 했다.울었는지 수정의 눈이 잔뜩 충혈되어 있었다. 병풍을 친 마당에는 조상상과 망자를 위한 상이 따로 놓여 있었다.무녀는 도사중의 영력으로 임신하여 ┌欲屛? 제석님네 맏딸아기가 아들을 낳아 남편을 찾아간다는 내용의 소리를 하고 있었다.맏딸아기가 찾아가자 곧 제석이 중노릇을 파하고 큰 법당은 헐어내어 몸채 팔간을 짓고 큰 장삼은 뜯어내어 홑이불이 제격이며 목탁은 쪼개내어 장종지로 쓰고 장죽장은 분질러서 부지깽이로 쓰시어어,하는 긴 소리의 사설이 이어졌다.소리가 끝나자 무녀가 관중과고인을 상대로 재담을하기 시작했다.주발 뚜껑을 땡땡 치면서 염불도 하고,업도 불러들이고,바라춤을 추기도 했다.마당에 둥굴게 모여 구경을 하던 마을 사람들도 무녀와 하나가 되어 신나게 춤을 추었다.고인들도 아까의 오열을 잊고 일어나 어느 샌지 흐흐 웃음을 흘리며 덩더쿵,사람들과 함께 춤을추었다.수정도 박수로 박자를 돕고 있었다.나도 어색하게 두리번거리다가 수정을 따라 박수를 쳤다.춤은 사람들의 웃음 속에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춤을 추고 난 후에 무녀가 천막을 친 기둥에 무명 한 끝으로 쌀 담은 주발을 묶어 맨 후 나머지 헝겁에 일곱 개의 매듭을 만들었다.무녀는 신칼을 들고 서서 고풀이 무가를 잠시 불렀다.불쌍하신 최씨망제,최씨망제가 새앵전에 매애치인하안으을 고오로로 푸우러러 가시오오,축원한 후 고를 들고 춤을 추며 너울지게 흔들어서 하나씩 매듭을 풀어갔다.왠일인지 고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이승에서 풀지 못하고 저승까지 가져간 한을 뜻한다는 고를 풀기 위해 애쓰는 무녀를 보자,아직 예 남아 있는 그의 영혼이 저 고를 놓지 않는가 보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은이도 왔구나. 누군가 어깨를 툭,치며 알은 체를 했다.강호 선배였다.나는 반가운 마음보다 강호 선배가 왔으면 은미도 오지 않았을까 싶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가까이에 은미는 보이지 않았다. 예정일이 언제니,배가 많이 나왔다,은미도 임신해서 못왔어. 강호 선배는 내가 왜 두리번거렸는지를 알아채고 말했다.은미와 강호선배는 작년에 결혼을 했다. 강호 선배 어디 있었어요?수정이 다가왔다.아까 수정이 그의 방 문앞에서 만난 사람이 강호 선배였던듯,수정과 강호 선배는 오랜만일텐데도 안부 인사가 없었다.아직도 무녀가 쩔쩔매며 풀리지 않는 매듭을 잡고 있자,그의 큰 누이가 나가 고를 푸는 것을 도왔다.드디어 첫 번째 고가 풀렸다.사람들이 와아,길게 환호성을 질렀다. 첫번째가 풀리니 나머지는 쉬웠다.무녀가 모두 풀어진 고를 든 채 염불로 망자의 극락왕생을 빌고 식구들을 축원해 주었다. 드디어 고가 풀렸다고,정말로 그가 생전에 한이라도 남기고 갔으면,다 풀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덩달아 박수를 쳐대다가 나는 다시 배를 잡고 허리를 구부렸다.뭔가가 뭉클,아랫도리로 쏟아지는 느낌이 났다. 나는 다시 그의 방으로 왔다.수정은 강호선배를 내보내고,마당에서 아까 나를 부축했던 아주머니를 찾아 데리고 왔다.아주머니는 내게 밑에 뭐시 묻었소? 라고 물었다. 나는 축축한 팬티를 벗어 보았다.피가 섞인 끈적끈적하고 맑은 점액 덩어리가 묻어 있었다. 이슬이라요,이것이.아가 나오기 전에 자궁이 벗개지면서 쪼께 피가 나는 것이요,배 많이 아프요? 곧 아가 나올 수도 있겠어라요.나는 몸을 활처럼 휘고 잠깐 누워 있었다.마당에서 다소 느린 흘림 장단이 들려왔다.나는 이미 사라져버린 진통을 털고 문을 열었다.수정이 바람도 찬데,나오지 말라고 두꺼운 이불을 꺼내어 덮어 주려고 하였으나,나는 마당으로 나갔다.영혼으로라도 그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싶었다. 그가 갑작스럽게 며칠 전,그는 잔뜩 신이 나서 임신 4개월 밖에 안 된 주제에 아기의 배냇저고리를 사겠다고 남대문 시장을 돌아 다녔다.나는 아기를 가졌다는 말 이후로 몰라보게 달라진 그가 환멸스러워서 모든 것이시큰둥해 있었다.그게 그거인 좁은 시장통을 몇 바퀴 도는 동안 너무 지쳐 버려서 세 시간쯤이 되자 아무 옷이나 사 버렸다.커다란 테디 베어가 조악하게 프린트된 옷이었다.순면도 아니어서,갓난아기에게는 도무지 입힐 수가 없는 것이었다. 신세계 백화점 앞에서 나는 아기의 배냇 저고리가 담긴 비닐 봉투를 그의 손에 쥐어주고,아기 지울꺼야,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마침 도착한 좌석 버스를 탔다.그가 버스를 타려는 나를 잡았으나 있는 힘껏 그의 팔을 뿌리치고 재빨리 뒷좌석에 몸을 파묻고 눈을 감았다.버스는 바로 출발했다.눈을 떴을 때 그가 지하보도로 느릿느릿 걸어들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점점 어두운 구멍 속으로 빠져 드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너 때문에 충분히 불행하다 ,네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나쁜 공기처럼 늘 우리 곁을 떠돌게 마련인 죽음의 신에게 음울하고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리고는 곧 병원으로 가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정말 그가 죽어 버렸다.횡단보도에서 유아들을 태운 12인승 미니 버스에 치이던 날 같이 있던 성우선배는 이상하다고,건너 편에 선 나를 보고 길을 건너던 기환이가,갑자기 판화처럼 멈추어 서더라고,그리고는 가깝게 다가오는 노란색 버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고,신호등도 없는 횡단보도여서 사람들은 기환의 곁을 빠르게 걸어 지나갔다고,그런데도 기환은 조금도 움직이려 들지 않았다고 그의 학생증 사진을 확대해서 만든 영정 사진 앞에서 울먹이며 말했다. 그가 죽자 없던 입덧이 생겨났다.입덧이라니.터무니없었다.이미 내 자궁은 내게 음식 냄새를 거부할 만한 어떤 것도 담고 있지 않았다. 수술은 봄날의 낮잠처럼 짧고도 평온한 것이었다.얇은 가운만을 걸친 채 벌린 다리가 수술대의 차가운 난간에 가끔씩 부딪쳤다.그럴 때마다 나는 언젠가 과학잡지에서 보았던,혈관이 그대로 드러날 정도의 얇은 살갗을 가진 16주된 태아가 씨앗같은 눈을 감고 있는 사진을 떠올리며 몽롱하게 마취되어 갔다.4개월 된 태아의 죽음에는 암울한 흑백 사진도,값싸고 아린 만수향내도 나지 않았다.눈물도 아까울 만큼 수술은 금방 끝났다. 나는 우욱,먹은 것을 토해내고 질질 침을 흘렸다.대학 병원 전체가 장례식장인 듯 어딜가나 전을 지지는 기름내와 비릿한 육계장 냄새,만수향내가 났다. 포르말린 냄새가 지독해서 물도 마시지 못하다가 그의 하관식 날,나는 정신을 잃었다. 굿을 시작하면서 안방의 병풍에 걸려 있던 그의 한 벌뿐인 양복을 내려 마치 산 사람이 입은 것과 꼭 같이 만들어서 가마니 위에 펼쳐 놓고 이를 말아 일곱 매듭을 묶어 세웠다.그 위에 술을 만드는 누룩을 놓고 다시 사람 모양으로 오린 넋을 놋쇠 주발 속에 넣어 뚜껑을 덮은 다음 그 위에 바가지를 덮었다. 무녀가 신칼로 솥뚜껑을 두드렸다.저승문을 두들겨 여는 것이라고 했다. 선배가 가려나 보다. 나직하게 한숨짓는 목소리로 수정이 말했다. 나는 그가 가는 길은 어딘가,혹 그가 죽은 후,마음 속으로 그의 무덤 곁에묻었던 우리의 4개월 된 아이와 함께 가는 것은 아닌가,아득하게 눈을 돌려 영혼이 올라간다는 바닷길이 있는 쪽을 보았다가,먼 하늘에 돛대도 없는 쪽배인 듯 조금 차 오른 상현달을 보았다.무녀가 그의 옷을 넣어 만든 영돈을 쑥물,향물,청계수 순서로 빗자루에 묻히어 머리로부터 아래로 씻겨가기 시작했다.진양조의 긴 소리가 이어졌다.나야아 시러어어어 에에 헤이이이히로오 넋이로오오고나아아아 넋이이로오고나아.장구와 징만으로 된 진양조의 가닥이 슬프게 들리는지 그의 작은 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그의 어머니가 손을 맞대고 빌면서,부디 이승에서 맺힌 원한풀고 맑은 물로 깨끗이 씻겨 극락왕생하소서 기구하는 짧은 소리를 했다.망자는 마르고 깨끗해야 환생할 수 있는데 망자의 원한이 이슬이 되어 젖어 있기 때문에 이를 씻겨 주어야만 극락왕생할 수 있다고 해서 이슬털기라고 한다는,씻김이 지나가고 있었다. 사람들 꿈에 선배가 나타난대,그의 어머니도 여러 번 꿈을 꾼 모양이야,아무래도 선배가 떠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굿할 날을 받았다는 거야,실은 우리가 떠나보내지 못한 걸텐데 말이야.수정이 잠깐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나도 선배의 꿈을 꾼 적이 있어,꿈에 선배가 얼마나 인상을 쓰고 있던지 무서워서 잠이 깼어,그 눈이 얼마나 무서운지,아직도 가끔 생각이 난다.나도 딱한 번,꿈 속에서 그를 만났다.꿈 속의 그는 나를 등지고 서서 어디론가 걸어 가고 있었다.뒷모습에 불과한 남자의 영상을 그라고 생각한 것은,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사내가 멈칫 걸음을 멈추고,이내 서서히 돌아섰기 때문이었다.나는 돌아서는 남자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잠이 깨었다.지은아,가자,난선배 넋도 풀고,빚진 것 같은 내 마음도 풀고 와야겠다.너한테 수술하라고 다그친 게 내가 아니니.아무래도,선배가 그것 때문에 넋을 놓고 죽어 버린것 같아서 말이야.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수정의 목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무녀가 솥뚜껑을 연 후에 신칼로 바가지를 쳐서 독에 담긴 물 위로 떨어지게 하였다. 넋이 담긴 주발을 다시 한 번 쑥물 향물 비누 맑은 물로 씻기고 바가지 위에 얹어 놓았다.바가지는 배가 되고 독안의 물은 저승으로 가는 강이 된 것이다.망자는 쪽박 배를 타고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가는 것이다.천천히 무녀가 신칼로 바가지를 돌리자 무녀를 돕던 다른 무녀가 아,배삯을 내야 저승으로 가지,하고 소리를 질렀다.그의 누이와구경꾼 몇이 바가지 속에 돈을 놓으니 쪽배는 금방 속력을 내어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저승으로 가버렸다.그는잠깐이라도 들렀던가,다시 빠른 속도로 떠나 버렸다. 진통은 언제라도 내게 닥칠 수 있다는 기미를 팬티에 흘려 놓고 사라져 버렸다.사방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처럼 때없이 닥치는 진통으로 나는 미처 내게닥친 진통이 몇 분 간격인가를 헤아리지 못하다가,진통은 20분이 채 못되는시간꼴로 한 번씩 오는 것을 깨달았다.만약 여기서 아기를 낳는다면…나는갑자기 두려워져서 가만히 방으로 들어가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이미 새벽세 시가 가까워오고 있었고,긴 산책 후 돌아와서는 깊은 잠에 골아 떨어지는 남편은 전화도 받지 않았다.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주지 않는 남편을 잠깐원망하며 나는 어두운 방에 오도카니 앉아 치마 아래로 이슬이 비친 팬티를 벗어 버리고 몽골한 새 팬티로 갈아 입었다.그 때,진동으로 해두었던 핸드폰이 울렸다.남편이었다.자다 깬 듯 졸려운 목소리였다. 이왕 간 거니 어쩔 수 없쟎아,조심해서 있다 오라구. 굿이 끝나는 대로 출발할 생각이예요. 재촉하려는 뜻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도 나는 지레 그렇게 대답했다.아니야,한숨도 못자고 운전하는 당신 친구도 생각하라구.다만 몇 시간이라도 좀 자 둬. 나 때문에 깬 거예요?미안해 할 필요 없어,산책을 안갔다 와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있었어.당신,산책을 안 나갔어요?좀 의심스럽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래,고양이 죽이는 일도 지겨워,사방에 쥐약 뿌리는 짓을 몇 번 했더니 어제는 드디어 죽은 고양이를 네 마리나 보았어,당신 생각대로 신축 아파트 공사장 따위는 가지도 않았다구.애기가 저 고양이 소리를 안 듣게 되서 기분이 좋아.난 좀 자야겠어,당신도 좀 자두지 그래.남편이 선하품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나는 밤이슬 젖은 풀섶을 뒤적이며 쥐는 죽지 않을 만큼,종내는 고양이가 죽을 만큼의 쥐약을 흩뿌리고 있었을 남편을 떠올려 보았다.어이없고 황당한 마음 한켠으로 고양이 소리 따위에 마음 속에서 확확 불길이 치솟는 그의 마음을 몰랐던 것 같아 안쓰러워지기도했다. 무녀가 대바구니 속에 쌀이며 망자의 옷,넋을 담고 지전으로 장식한 넋상자를 다리 위에 올려 놓고 쌀을 천 위로 뿌리면서 신칼을 들고 소리를 했다.안방에서는 그의 작은 누이가 무명천으로 만든 질베의 한 끝을 잡고 마당에서는 동네 아주머니가 한 끝을 잡고 있었다.무녀가 신칼과 넋상자를 다리 위로 조금씩 움직여 닦으면서 염불을 했다. 가족에게 하직 인사를 하고 저승 고개를 넘어가는 것이라고 했다.넋상자를 질베 밑으로 넣어 한 바퀴 돌린 후 망자가 편히 저승에 갈 수 있도록 길을 닦은 후 마당 쪽에서부터 베를 걷어 안방에서 들고 가족들 축원을 잠깐 했다.이제 망자는 극락으로 천도했고,자손들 발복하게 축원도 했으니 한 번 놀고 가자면서 무녀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동네 사람들도 덩달아 장단을 맞추며 춤을 추었다. 춤은 오랫동안 계속 되었다.수정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선배며 후배들을 만나고 있는 모양이었다.사람들이 하도 많아서이기도 했지만,사람들마다 춤사위가 워낙 커서 나는 점점 뒤로 밀리고 있었다.옆에 서 있던 아주머니 한 분이 발을 구르고 크게 팔을 내두르는 손짓에 슬쩍배가 맞았다.팽팽한 고무줄처럼 바짝 조여 있던 배가 약하게 떨려 왔다.무녀가 굿상의 음식을 조금씩떼어 바가지에 담고 있었다.왼손에 바가지 오른손에는 빗자루에 손대를 들고 마당에 서서 굿에 따라든 잡귀에게 풀러 먹인 후 대문을 활짝 열고 바깥에다 버렸다.나는 가늘게 밑에서부터 거슬러 올라오는 통증에 잠깐 휘청였다. 마당 가운데 그의 옷 넋을 태우기 위한 불꽃이 길게 퍼져 올랐다.벌써 저편으로 연하게 동이 터 오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가 불꽃 속에 그의 옷가지며 책들을 던져 넣었다.그의 누이가 누런색 곰인형을 들고 나오더니 거리낌없이 불길 속에 던져 버렸다.인형은 솟아오르는 불기둥 근처에 떨어져 타박타박,날라오는 불씨에 조금씩 타고 있었다.나는 허적이며 인형을 향해 손을 뻗쳤다.인형은 태우지 마세요,말은 입속에서만 크게 울렸다.사람들 몇이 춤을 추다 말고 나를 쳐다보았다.그 때,몸이 찢겨지는 듯한 통증이 다시 아래로부터 솟아올랐다.진통은 아까보다 더 지독한 것이었다.나는 휘청거리는 것으로는 막지 못하고 바닥에 스러져버렸다.초겨울 바람에 잔뜩 얼어 있던 땅이 임부복을 입고 있는 내 몸에 닿자,나는 진통 때문인지 추위 때문인지 다시 한번 몸을 웅크렸다.아슴하게 사람들이 서서히 내게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진통은 멈추지 않았다.누런 곰인형은 여전히 날아드는 불씨에 조금씩 타 올라 이제는 불꽃을 내뿜는 전설 속의 용처럼 온통 붉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아랫도리로 뭔가가 뭉텅,빠져나오는 느낌이 들면서 원피스가 따뜻하게 젖어갔다.왠일인지 흙바닥이 더이상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다리 사이에서는 뜨거운 액체가 연신 흘러나오고 있었다.나는 따뜻하게 젖어가는 땅 위에서 혼몽하게 정신을 놓칠 것만 같아서,이를 꽉 물고 내게로 다급하게 모여드는 사람들을 쳐다 보았다.누군가,어째야 쓰까나,양수가 터져 버렸네,크게 소리를질렀다.자꾸만 감기는 눈을 똑바로 뜨고 나를 안아 일으키려는 얼굴을 바라보려고 미간을 찌푸렸다. 누군지,그 사람의 얼굴 뒤로 보이는 달은 아까보다 조금 더 차오른,상현이다.
  • 개혁·민생 10여개법안 표류

    각종 개혁·민생법안이 겉돌고 있다. 국회의 늑장 심사와 총선을 의식한 눈치보기 입법행태,이익단체의 로비 등으로 산적한 개혁·민생법안의 회기내 처리가 불투명하다. 정치개혁입법 협상 등 정치현안과 맞물려 법정처리 시한을 넘긴 새해 예산안도 계수조정 과정에서 여야간 진통을 겪고 있어 조속한 합의 처리가 어려울 전망이다. 국회는 법정 정기국회 폐회일(12월18일)을 닷새 남긴 13일 본회의를 열어지난 7일 의결정족수 미달로 처리하지 못한 10개 안건을 비롯,영화진흥법,건설산업기본법 등 30여개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공공개혁과 각종 인권·민생관련 법안 등은 의원들의 무성의한 입법행태로 낮잠을 자고 있다. 특히 공기업 구조조정의 상징인 한국전력의 분할·민영화를 위한 전력산업구조개편법안이 노조원의 반발을 의식한 여야의 미온적인 태도로 외면을 받고 있는 등 공공개혁관련 법안이 난항을 겪고 있다. 국가보안법과 인권법 등도 여야간 엇갈린 이해관계 때문에 당초의 입법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회에서발목이 잡힌 대표적인 개혁·민생법안은 다음과 같다.▲전력산업 구조개편촉진법 ▲증권거래법 개정안 ▲선물거래법 개정안 ▲관세법 개정안 ▲증권업법 개정안 ▲체육시설설치이용법 개정안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안 ▲전기사업법 개정안 ▲발전소주변지역 지원법 개정안 ▲인권법 ▲부패방지법 ▲결함제조물책임법 ▲공인회계사법 개정안 ▲민법개정안 ▲국가보안법 개정안 등박찬구기자 ckpark@
  • [김삼웅 칼럼] 정례 여야 총재회담을

    왕대비의 3년상(喪)이냐 1년상이냐,제상 과일 순서가 청동백서(靑東白西)냐 그 반대냐 따위로 피투성이 싸움을 벌인 조선왕조의 정쟁을 두고 일본 관학자 호소이 하지메는 “조선인 혈맥에 특이한 검푸른 피가 섞여 있어서” 당쟁이 여러 대(代)에 걸쳐 계속되고 결코 고칠 수 없다는 ‘체질론’을 폈다. ‘당쟁’이란 용어도 대한제국의 학정참여관을 지낸 시데하라(幣原坦)가 1907년에 처음으로 이 용어를 쓰면서 조선시대를 당쟁사로 규정했다. 이들의 주장대로 우리(민족)는 체질적으로 정쟁이 심한,고칠 수 없는 고질인가.어느 나라든 정쟁은 있기 마련이다.우리보다 심한 나라도 있고 덜한 나라도 있다.그런데도 일인들이 유독 한국인을 당쟁이 심한 민족으로 폄하하면서 체질론을 편 것은 열등민족으로 만들어 저들의 지배를 합리화하려는 음모가 깃들였다. 이같은 사력(史歷)에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 정치판을 보면 정쟁이 심해도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국민은 정치불신이 정치혐오감으로 번지는데 여의도에서는 뜻 있는 소수의 작은 ‘자성(自省)’의 목소리뿐이다.우리정치는 정책대결이나 새 밀레니엄 준비,국민통합 등 본연의 아젠다는 증발한 지 오래이고 폭로와 독설과 변칙과 파행으로 세월을 보낸다.사사건건 대결이고 원색적인 욕설 아니면 상대방 뒤통수 치기다. 지금 국회에는 민생과 직결된 법안,시급한 세법개정안,개혁입법 등 584건이낮잠을 자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의 2001년 시행을 내용으로 하는 소득세법개정안,비위공무원의 관련업체 취업금지를 위한 부패방지 기본법,불고지죄 등을 삭제하는 국가보안법개정안,방송법,통신비밀보호법 등 시급히 고치거나 제정해야 할 법안들이 산적해 있다.사고가 터지고 문제가 일어나면 법률과 제도를 고쳐서라도 시정하고 개선토록 하는 것이 국회의 본분이다.그런데 이런 노력은 하지않고 정치투쟁으로만 소일하니 나라꼴은 엉망이 되고 국회는 존재가치를 잃어가고 있지 않은가. 국정이 표류하고 국회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정치가 혐오받는 데는 일차적으로 거짓과 폭로와 폭언으로 국회의원의 품위와 기능을 망가뜨린 ‘망둥이’들에게 책임이따르지만 결과적으로는 3당 총재에게 귀책된다.순자(荀子)의 치사(治事)편에 “나라의 치평(治平)은 군자가 낳고 나라의 혼란은 소인이 낳는다”고 했다.비록 소인들이 혼란을 만들었지만 ‘군자’들이 이를 수습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3당 총재는 한 달에 한번 또는 두 달에 한번씩이라도 정례 총재회담을 열어 국정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따질 것은 따지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면서 정치의 패턴을 바꿨으면 한다.여당 총재는 대통령이니까 국정의 1차적 책임이 있고,공동여당 대표도 ‘집권당’의 위치에서 책임이 크지만 야당총재도 ‘원내 제1당’의 책임이 적다고 하기 어렵다.우리는 정당정치를 기본으로 하는 정치체제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원내정당의 책임은 국정에서 면탈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에서 3당 총재는 권위와 당파심과 이해득실을 넘어서 정례 총재회담을 갖고 국사를 사심없이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대통령은 포용력있는 지도자로서 국정의 파트너인 야당 총재에게 필요한 정보와 현안을 알리고 야당 총재는 미래를 내다보는안목으로 국정에 협력과 비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흔히 오늘의 ‘정치부재’의 원인은 여당의 경우 “위만 바라보는 ‘비서정치’적 사고, 1인 중심의 의사결정구조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과 야당의 경우 “집권경험이 있는 정당다운 신중함과 국가이익을 생각하는 긴 안목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한국일보,신효섭 기자) 이제 3당 총재가 정치력을 발휘할 때가 되었다.11월 한달 동안 평균 23%나오른 국제원유값은 올해안에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설지 모른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2년에 급한 불은 어느정도 껐지만 위기는 도처에 남아있다.빈부격차,실업자,절대빈곤인구,지역갈등,각종 사회병리가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지도자들이 아집과 독선과 파당심리에서 정치개혁과국정협력을 외면한다면 국민의 심판은 매서울 것이다.3당 총재 회담을 정례화하여 얽힌 실타래를 풀고 밝고 희망찬 정치로 21세기를 맞기를 촉구한다. ‘당쟁’이 심한 민족이라는 멸시도 떨쳐버리고. [주필 kimsu@]
  • [국회의원 입법활동] 2. 겉도는 개혁입법

    정치개혁이 겉돌고 있다.대한매일이 한국유권자운동연합과 공동조사한 ‘정치개혁입법 실태조사’는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구태정치 청산을 목표로 출범한 국회 정치개혁입법특위가 지금까지 처리한정치개혁관련 의원발의 법률안은 총 44건중 고작 6건이다.처리율은 13.6%다. 15대 국회의 의원발의 법률안 처리율 64.5%의 5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개혁입법 법률안 44건을 종류별로 보면 정당법 4건,정치자금법 8건,선거법18건,국회법 10건,국정감사·조사법 2건,선관위법 2건 등이다. 유권자운동연합측이 법안 내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치개혁 관련이 26건,당리당략적 내용이 5건,기타 13건이다.후원회 모금 한도를 높인 정치자금법개정안이 당리당략에 따른 의원입법의 대표격이라고 지적했다.‘여야담합’이라는 비판이다. 진정한 정치개혁 관련 법률안으로 평가되는 26건의 처리 상황은 개혁과는거리가 먼 정치권의 실상을 단적으로 나타내준다.26건 중에서 유급 선거사무원수 축소와 정당연설회 축소를 내용으로 하는 선거법개정안 1건만 가결처리됐기 때문이다. 정당법에서는 ▲검찰총장,경찰청장의 퇴임후 일정기간 정당당적 취득금지▲유급직원 제한 및 처벌제도 강화 ▲특별시·광역시 부시장 및 도 부지사의 정당발기인 및 당원 허용 ▲연합공천 금지 등 4건이 모두 계류 중이다.이가운데 연합공천 금지는 한나라당이 공동여당의 연합공천을 원천봉쇄하려는심산에서 제출한 것으로,당리당략적 내용으로 분류된다. 정치자금법은 ▲후원회제도 활성화 및 정치자금 후원자에 대한 수사기관의수사요건 제한 ▲노조의 정치활동제한 규정 삭제 ▲정당보조금 배분 비율조정 ▲선관위에 기탁금 명문화 등의 입법안이 역시 계류중이다.선관위를 통한 정치자금 기탁 조항과 지정기탁금제 폐지 및 무소속 의원의 후원회 허용 조항은 폐기됐다. 선거법에서는 ▲보궐선거 투표일 공휴일화 ▲당적변경 제한 ▲공무원 입후보 제한 완화 ▲출구조사 허용 등이 계류중이다.국회법에서도 ▲예결위 상설화 및 소위원회 활성화 ▲소위 회의록 공개 등이 언제 빛을 볼지 모르는 상황이다. 반면 행정위 등 다른 위원회의 정치개혁관련 법률안은 8건중 7건이 가결처리돼 건수는 적지만 처리율은 87.5%에 달한다.국회 정치개혁특위는 ‘낮잠자는 위원회’라는 비아냥을 들을 만하다. 한종태기자 jthan@ *법안발의 하위20명 대한매일과 한국유권자운동연합의 조사결과 15대 국회 개원 이후 올 상반기까지 38개월동안 의원발의 법안이 3건 이하인 국회의원이 20명이었다. 특히 ‘하위 20인’의 상당수는 정치거물이나 중진,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는 의원이어서 현실정치와 입법활동의 괴리(乖離)를 실감케 했다. 이들은 그러나 “발의 건수만으로 의원활동을 계량화하는 것은 무리”라고항변했다.한나라당 이한동(李漢東)의원쪽은 “지역구에 수해도 있고 정치적으로 바빠 국회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같은 당 서청원(徐淸源)의원쪽은 “집단민원과 선심성 발의 법안이 많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건수보다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자민련 이택석(李澤錫)의원쪽도 “비록 1건이지만,서민 고통을 덜기 위해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곧 처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통일외교통상위의 자민련 박철언(朴哲彦)·무소속 정몽준(鄭夢準)의원 등은 “상임위 성격상 개인의 법안 발의가 힘들다”며 단순비교에 이의를 제기했다. 반면 중진일수록 개인의 정치행보나 소속 상임위에 상관없이 국정경험과 경륜을 의원입법 활동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비판도 만만찮다.어떤 이유로든 입법활동을 소홀히 하는 것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에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이번 ‘하위 20인’ 조사에서는 1년 이하 의정활동 의원은 제외했다.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 김태랑(金太郞),자민련 김의재(金義在) 송업교(宋業敎),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안상수(安相洙) 이형배(李炯培)의원 등은 발의 법안이 1건 이하였지만 의정활동기간이 1∼12개월로,다른 의원과 비교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다. 박찬구 주현진기자 ckpark@ **이기주의 판치는 국회 국회도 ‘이익집단’.껄끄러운 것은 외면하고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철저히챙기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대한매일과 한국유권자운동연합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15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접수된 의원징계건과 심사건은 모두 51건(의원징계 41건,윤리위 심사 10건).이 가운데 21건(원안 가결 1건,부결 6건,폐기 14건)이 처리되고 30건이 미처리됐다. 의원징계건 41건중 처리된 것은 12건.이마저도 모두 ‘폐기’로 마무리됐다.대부분이 사건발생 5일 이내에 윤리특위에 접수해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5일 이후에 접수됐기 때문에 자동 폐기됐다.실제로 의원을 징계하겠다는 것보다는 당리당략적 정치공세에 치중했음을 보여준다. 윤리위에 접수된 10건 가운데 9건은 처리됐으나 1건을 제외하고는 부결되거나 폐기됐다.원안 가결된 것은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의원이 ‘사정,사정하는데…’라면서 대통령을 비난한 사안이 유일하다.그나마 의원으로서 부적합한 표현을 삼가라는 경고를 하는데 그쳤다.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의원의 ‘미싱 발언 파문’건은 아직도 미결상태로 남아있다. 윤리특위가 제역할을 못함에 따라 시민 사회단체 등에서는 ‘국민소환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의원 이기주의’의 또다른 예는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에서도 나타난다.15대 국회에서 모두 10건이 접수돼 서상목(徐相穆)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을 빼고 9건이 처리되지 않았다.국회의원들이 회기중 불체포특권을남용,법 위에 서려 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특히 야당은 사법처리대상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거듭 임시국회를 소집,‘방탄국회’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이익추구에는 적극적이다.4급 상당 별정직비서관 1인을 증원하는 안건을 97년 10월31일 운영위원장 명의로 상정한 뒤곧바로 처리했다.의정활동보고서 우편요금 인상안,국회의원 상조연금 법안,3급 이상 별정직 수석보좌관제 신설 등의 안건은 소리 소문 없이 입법을 시도하고 있다. 강동형기자 yun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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