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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만여명 ‘씽씽’… 새 겨울명소로

    시민들에게 겨울의 낭만과 추억을 되새겨줬던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이 28일 폐장됐다. 지난 크리스마스 전날에 개장해 볼거리가 부족한 겨울철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사랑받은 지 꼭 67일만이다. 프랑스 파리시청 앞 스케이트장을 벤치마킹해 서울광장 동쪽 360여평(30m×40m) 규모로 설치된 스케이트장은 서울광장 잔디훼손, 전시행정 등과 관련해 찬반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개장 기간동안 하루 평균 2000여명씩 모두 13만여명이 즐길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개장 첫날에는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줄이 광장 둘레를 따라 이어지고 인근 패스트푸드점의 매출이 증가하는 등 ‘스케이트장 특수’도 생겼다. 저녁시간에는 연인들의 다정한 모습과 함께 경기·인천 등 타 지역 주민들이나 외국인들도 전체 입장객의 30%를 차지했다. 서울시는 이같은 폭발적인 인기에 따라 오는 겨울(12월)에는 스케이트장 크기를 국제규격(30m×60m, 약 545평)으로 넓히고 대기장소 등 편의시설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스케이트장 설치 및 운영을 담당했던 최정수 시 체육진흥팀장은 “일본이나 동남아 관광객들을 겨냥해 주요 관광지나 관광안내 책자에 스케이트장 광고를 실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알려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안방극장 ‘봄빛 드라마’ 몰려온다

    안방극장 ‘봄빛 드라마’ 몰려온다

    봄 기운이 밀려오는 3월 안방극장이 한여름처럼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지상파 방송 3사가 겨울 동안 야심차게 준비한 새 드라마들을 대거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시선 붙잡기에 나섰다. 한결같이 튀는 소재와 줄거리, 스타 연기자·작가·PD를 내세운 화제작이라 흥행 판세를 점치기가 쉽지 않다. 다만, 겨울 안방극장이 눈물 코드로 무장한 독한 멜로물들로 도배됐다면, 올 봄엔 경쾌한 청춘·로맨틱·코믹물들이 러시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인기 만화·인터넷 소설 바탕으로 더 재밌게 ‘쾌걸춘향’ 후속으로 7일 첫 전파를 타는 KBS2TV 새 월화 드라마 ‘열여덟 스물아홉’은 인터넷 소설 특유의 상상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작품. 지수현의 인기 인터넷 소설 ‘당신과 나의 4321일’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사고를 당해 기억력이 열여덟 살로 퇴행한 여주인공(박선영)과 남편(류수영)이 겪는 좌충우돌 현실 극복기를 코믹하면서도 낭만적으로 그려나간다. 21일 첫 방송되는 ‘세잎 클로버 ’ 후속 SBS 새 월화드라마 ‘불량주부일기’는 한 무료 일간지에 연재 중인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작가 강은정과 영화 ‘마들렌’의 작가 설준석이 공동 집필했다. 실직해 전업주부로 눌러앉은 남자(손창민)의 고뇌와 남편을 대신해 직장에 나가는 열혈 주부(신애라)의 이야기를 휴먼 코미디로 풀어낸다. ●젊은 트렌드로 공략 MBC가 ‘영웅시대’ 후속으로 7일 첫 전파를 내보내는 새 월화드라마 ‘원더풀 라이프’와 ‘슬픈 연가’ 후속으로 23일부터 방송하는 MBC 새 수목드라마 ‘신입사원’은 젊은 트렌드를 파고든 작품. 젊은이들의 주된 관심사인 성·결혼문제와 취업문제를 각각 소재로 삼고 있다. 특히 10∼20대에 인기가 많은 가수 출신 스타 연기자 에릭과 유진을 각각 주인공으로 내세워 시청률 확보에 나선다. ‘원더풀 라이프’는 대학 2학년 남녀 주인공(김재원·유진)이 여행지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낸 뒤 예상치 못한 임신으로 학생부부가 돼 겪는 알콩달콩 육아일기. 드라마 ‘불새’ 이후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에릭과 연정훈과의 결혼발표로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한가인이 주연을 맡은 ‘신입사원’은 전산착오로 대기업에 수석 입사하게 된 백수건달 주인공의 일과 사랑, 열정을 코믹하게 풀어간다. ●그래도 무게가 있어야 역시 드라마는 진중한 맛이 있어야 제맛. 새달 19일 동시에 첫 전파를 타는 SBS 주말 드라마 ‘그린로즈’와 MBC 새 시대극 ‘제5공화국’은 장대한 스케일이 볼거리다. 악역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한 고수와 이다해가 주인공으로 나서는 ‘그린로즈’는 중국에서 해외 촬영되는 작품. 드라마 ‘태양의 남쪽’을 연출한 김수룡 PD와 유현미·김두삼 작가가 다시 손을 잡은 기대작이다. 사랑하는 여자의 아버지를 살해하려 한 범인으로 몰려 도망자가 된 남자 주인공이 자신의 인생을 파멸시킨 자들에게 처절하게 복수를 하는 과정을 담았다. 방영 전부터 정치 외압설에 시달리고 있는 ‘제5공화국’은 전두환 대통령 시절의 정치사를 생생하게 묘사할 예정이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손목위에 꽃한송이 남녀용 시계 캔디컬러

    휴대전화가 시계를 대체했다니까 오히려 남과 다른 멋을 추구하는 이들은 시계로 또다른 멋을 연출하고 있다. 그래서 시계의 본래 기능에 주목하기보다 액세서리로서의 기능이 강조됐다. 색상은 핑크·오렌지·옐로·그린 등 사랑스럽고 낭만적인 캔디 컬러, 과장된 크기의 자판으로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 올 봄의 시계 트렌드이다. 패션 소품이 아니라 당당한 패션의 주역이 됐다. 지난해 유행이었던 보석 장식의 화려한 시계와 핑크 계열 스타일에 올해는 색상이 더 다양해졌다. 파스텔톤의 밝고 화사한 가죽 스트랩이 핵심이다. 또 남녀 모두 착용할 수 있는 심플하면서도 캐주얼한 디자인이 많다. 여성들에게만 국한되던 생기 넘치는 컬러 코디네이션이나 섬세한 디자인의 시계가 남성에게도 인기다. 메트로섹슈얼 열기가 손목에도 연장됐다. ●손목 위의 달콤한 캔디 하나 단정한 정장뿐 아니라 미니 스커트의 소녀 같은 걸리시룩, 헐렁하고 약간은 허름한 빈티지 스타일까지 어느 모습에나 쉽게 잘 어울리는 시계를 선택하는 것이 포인트.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플라워 스트랩 시계는 시계의 다이얼 판과 스트랩 부분이 모두 핑크 컬러로 되어 있어 손목 위에 멋스러움을 더한다. 스트랩 위로 귀여운 플라워 라운드가 도드라져 벌써 봄이 느껴진다. 펜디의 스틸 커버 시계는 핑크 가죽 밴드와 시계 케이스가 세련미를 더한다. 펜디 로고가 새겨진 스테인리스 스틸 커버를 닫으면 캐주얼한 팔찌의 모습으로 변신해 깔끔한 정장과 스포티 룩 등 어떤 스타일에나 어울리는 아이템. 베젤과 밴드가 자연스럽게 연결된 CK의 듀얼 워치는 연한 레몬 컬러의 가죽 밴드가 심플한 디자인의 사각틀과 잘 어우러져 맵시있다. ●시계도 남녀평등? 이른바 ‘여성은 작게, 남성은 크게’라는 구분은 촌스러워졌다.MBC드라마 ‘한강수타령’에서 잡지사 기자 가영역을 맡은 김혜수가 과장되지 않은 단정한 옷차림에 커다란 시계를 포인트로 차고 나온 모습이 좋은 예. 오메가가 내놓은 빅 사이즈 레일마스터 시계는 문자판 크기가 보통의 남성 시계보다도 1㎝ 정도 커져 5㎝에 이른다. 시계 뒷면이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돼 있어 화려함을 추구하는 남녀 모두에게 어울린다. 개성과 자유로움이 돋보이는 D&G 시계는 튀는 오렌지 컬러의 가죽 밴드와 함께 큰 사각의 시계 다이얼로, 패션 포인트로 활용하기 좋은 아이템이다. 빅토리녹스 스위스 아미의 시계 역시 가볍고 깔끔한 디자인과 스포티한 느낌으로 가벼운 세미 정장이나 활동적인 의상과 매치해도 좋다. 갤러리어클락의 김현정 차장은 “화려한 보석 시계는 한물 가고 화사한 밴드 컬러와 남녀 누구나 착용할 수 있는 스포티한 디자인이 어느 스타일에나 어울려 인기를 모은다.”고 설명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데스크시각] 극단은 피해야 한다/손성진 사회부 차장

    한국인들이 유별난 것 중의 하나가 극단(極端)을 따르고 극단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에 오르는 자살이라는 마지막 선택을 한 이들의 사연은 읽기도 언짢다.10년 만에 자살률은 두 배로 높아져 45분에 한 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 끔찍한 세상이 됐다. 지도층의 자살이 잇따르자 국회의원에게서 자살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는, 해외토픽감의 웃지 못할 캠페인도 벌어진다. 이혼도 부부임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이혼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몇 번째 안에 든 자살률보다도 더 부끄러운 세계 최고 기록이다. 연 증가율이 15%에 이를 정도로 초고속으로 늘어나는 이혼이 사회 기반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단식투쟁은 뜻을 이루기 위해 가장 손쉽게 선택하는 수단이 됐다. 정치인들의 저항 수단으로 인식되던 단식이 노조위원장이나 시민운동가에서 고위 공무원, 학생에게까지 전염병처럼 번졌다. 천성산을 살려야 한다는 지율 스님의 뜻에는 찬동하더라도 죽음을 담보로 한 단식투쟁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방송대 이필렬 교수가 환경 운동가들의 극단적인 투쟁 방식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그런 연유다. 그렇게 해서 목적을 이룰지는 모르나 멀리 보면 환경 운동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이 교수는 경고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 교수의 말처럼 부안 핵폐기장, 새만금, 천성산, 사패산 등의 환경 문제에서 운동가나 주민들은 모두 극단적인 방법으로 원하는 바를 얻어냈다. 그러나 이런 투쟁방식은 환경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민들까지 점점 외면하도록 만든다. 실제로 환경단체의 회원 수는 최근 들어 줄고 있다고 한다. 극단, 또는 극의 추구는 환경보다는 이념 문제에서 더 심각하다. 반대 정파에게도 따뜻한 박수를 보내고 격려하는 모습을 우리 정치인들에게서 볼 수 없는 것은 서글픈 현실이다. 관용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이념논쟁가나 정치인들은 이기심으로만 똘똘 뭉쳐진 아귀 같다. 극단을 혐오하는 사람들은 중도적인 단체로 돌파구를 찾아 침묵하는 다수의 대변체가 되려 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시변(市辯)’이 생겼고 중도 성향의 ‘바른 교육권 실천행동’이 출범했다.‘신중도 포럼’‘자유지식인선언그룹’ 등의 단체들도 극단에 반감을 표시한다. 극단을 외치는 건 최소한이라도 얻으려면 최대한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 때문인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얻으려면 무리한 요구라도 해야 한다는 그릇된 욕심 탓인가. 그렇지 않다면 자살을 하고, 단식투쟁을 벌이고, 좌우 이념에 지나치게 집착하도록 저들을 내모는 잘못된 사회구조 때문인가. 극단적인 선택과 양보 없는 충돌은 정이 메말라 버린 사회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가난했던 시절에는 정이라는 끈으로 서로를 보듬었던 우리들이 아니던가. 그 시절의 낭만과 정을 그리워하는 것은 춥고 건조해진 마음에서 나오는 반작용이다.50,60년대 시인들의 낭만적 생활을 극화한 EBS ‘명동백작’에 보낸 남녀노소의 박수는 아직도 가슴은 뜨거움을 보여준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들에게 언제든 십시일반의 위력을 보여줄 준비가 우리는 돼 있다. 극단을 피하고, 피하게 할 따스함이 우리 피부 속에, 살 속에 스며 있는 것이다. 대화와 타협, 양보가 있는 곳에서는 극단이 존재하기 어렵다. 극단을 피하려면 사회 안전장치의 확대와 제도 개선을 통한 병인(病因) 치유가 급하다. 그보다 더 급한, 정과 낭만이 넘쳐 나는 사회는 언제쯤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손성진 사회부 차장 sonsj@seoul.co.kr
  • [그 영화 어때?]새영화 ‘독일, 창백한 어머니’

    전쟁의 광기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에게도 부메랑처럼 돌아와 치유할 수 없는 외상을 남긴다. 독일 여성감독 헬마 잔더스 브람스의 ‘독일, 창백한 어머니(18일 개봉·Germany pale mother)’는 이를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영화는 2차 대전 당시 감독 자신과 그녀의 어머니에게 일어났던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하고 있다. 전쟁이 임박한 독일,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는 리네(에바 마테스)는 파티에서 낭만적인 평화주의자 한스(에른스트 야코비)를 만나 결혼한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자 한스는 나치당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징집되고, 리네는 홀로 힘겨운 산고끝에 딸 안나를 낳는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용광로같은 전쟁의 소용돌이속에서 리네와 한스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변모한다. 소박한 행복을 꿈꾸던 나약한 리네는 폭격을 피해 딸과 함께 폐허가 된 도시를 헤매면서 강인한 어머니로 단련된다. 반면 한스는 예전의 낭만과 이상을 잃어버린 채 잔인한 파시스트로 퇴락한다. 전쟁은 끝났지만 다시 재회한 두사람 앞에는 더 지독한 전쟁이 놓여있다. 감독의 내레이션, 다큐멘터리 필름과 라디오 사운드 등 비극성을 환기시키는 다양한 영화적 기법들도 눈여겨볼 만하다.15세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더 늦기 전에…눈의 나라 무주로

    더 늦기 전에…눈의 나라 무주로

    ■ 곤돌라 타고 내려다볼까 입춘이 지나니 계절보다 마음이 오히려 먼저 봄을 향해 달려나간다. 저만치 온 봄을 향해 달려가다 보니 겨울이 주춤주춤 뒤따라섰다. 해마다, 철마다 이별이라지만 그래도 언제나 이별은 힘겹다. 아쉬운 겨울과의 마지막 포옹은 역시 무주가 최고다.2월의 설국, 무주는 아직도 겨울나라다. 더욱이 새봄을 새 마음으로 맞으려면 깨끗한 순백의 나라를 한번쯤은 다녀오는 것이 좋다. 덕유산 적성산이 빚어낸 눈꽃, 북유럽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무주리조트, 천년고찰인 백련사와 안국사, 어죽…. 겨울의 끝자락에서 떠난 여행지 무주는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옆집 마을가듯 올랐다 만난 절경 덕(德)을 품은 거대한 덕유산은 눈천지다. 웅대하고 넓게 펼쳐진 산 전체가 하얗게 바뀌었고 매서운 겨울 바람을 맞선 1000년 고목 위의 눈꽃이 장관이다. 특히 덕유산의 정상인 1614m의 향적봉은 세찬 바람과 차가운 공기가 만들어내는 설화, 빙화, 상고대(서리꽃)로 불리는 세 가지 눈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멀지도 않다. 딱 30분만 걸으면 만날 수 있다. 먼저 향적봉으로 향했다. 아침 9시 무주리조트 설천하우스에서 곤돌라를 탔다. 왕복 1만원. 어렸을 때, 케이블카의 재미가 그대로 느껴졌다. 위로는 파란 하늘, 아래로는 하얀 슬로프가 눈에 들어온다. 소리없이 정상을 향해 미끄러지듯 올라가는 곤돌라, 눈덮인 설천호수, 눈꽃이 피어있는 나무들….15분만에 설천봉에 이르렀다. 설국 가운데 내려선 사람들은 탄성을 터뜨렸다. 가만히 발을 내디뎌본다. 뽀드득 뽀드득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눈 밟는 소리. 기분이 좋아진다. 또한 신선한 공기가 가슴 깊숙이 파고든다. 눈덮인 고풍스러운 팔각정이 파란 하늘 밑에 당당히 서있다. 휴게소에서 커피를 한잔 사서 전망대로 나왔다. 향긋한 커피향을 맡으며 발아래를 굽어보니 그야말로 장관이다. 시원스레 펼쳐지는 하얀 봉우리들.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간다. 눈밭에서 구르고, 눈사람을 만드는 사람들. 영화 ‘러브스토리’가 곳곳에서 재연됐다. 모두 행복하고 즐겁다. 행복이 전염된다. 초입부터 미끄러운 둔턱. 옆에 밧줄이 있어 잡고 올라갈 수 있다.‘아이젠을 하고 올걸.’후회가 든다. 미끌미끌 3개의 작은 둔턱을 지나니 눈꽃터널이 이어진다. 황홀하다. 하얀 케이크조각같은 눈꽃들에 햇살이 부서졌다. 등산로 옆에는 무릎까지 눈에 빠진다. 정말 아이스크림 동산에 올라온 것 같다.20분을 걸으니 계단이 있다. 바로 위가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 땀 한번 흘리지 않고 덕유산을 정복한 것이다. 투명한 하늘, 발아래로 깎아지른 듯한 봉우리들, 눈을 잔뜩 머리와 팔에 이고 서 있는 나무들, 죽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고사목, 아름답다…. 정상에서 보는 하늘은 어찌나 파란지. 순백의 설원과 대비를 이뤄 더욱 선명하다. 잠깐 감상하고 정상 아래있는 산장으로 내려왔다. 눈꽃 트레킹의 하이라이트 구간은 여기서 중봉까지. 주목에 맺힌 눈꽃 군락은 햇빛을 받아 형형색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열대 바다속 산호 군락을 보는 착각이 든다. 설천에서 중봉까지 1시간 30분 가량 걸렸다.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는 내내 덕유산의 아름다움이 가슴속을 떠나지 않았다. ■ 寺~알짝 뽀드득 무주 적성산에 있는 유일한 사찰인 안국사까지 이르는 길은 대한민국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덕유산 국립공원 적상분소(063-322-4174)로 향했다. 붉은 글씨 ‘차량통제’가 길을 막는다. 이게 웬 날벼락인가. 관리소 직원은 “눈이 많이 쌓여 안국사까지 빨리 갔다 와도 왕복 3시간이나 걸린다.”라고 말렸다. 일단 안국사에 전화로 도움을 청했다. 친절하게도 이규평사무장이 4륜구동차에 체인까지 끼고 마중나왔다. 굽이굽이 눈 덮인 고갯길을 올라간다. 엔진소리가 거칠어지며 바퀴가 헛돌기 시작했다. 연이어 내린 눈 때문이다. 미끌어지며 올라가길 15분. 갑자기 눈을 의심하게된다. 어찌 이런 첩첩산중에 저렇게 커다란 호수가 있을까. 이게 적성호구나. 하얗게 변해버린 적성호와 주변 노송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그대로 한폭의 동양화였다. 여기서 차로 5분 거리에는 안국사. 고려 충렬왕 때 만들어진 사찰로 알려져있으며 원래는 적성호 자리에 있던 것이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눈길을 헤치고 도착한 안국사. 잠깐 말을 잊고 둘러봐야만 했다. 처마를 휘감은 눈꽃…. 꼬리를 흔들며 나온 개 한마리가 욕심 가득한 마음을 탓하듯 컹컹 짖어댔다. 들어서면 누구든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사찰, 동네 뒷산에 있었던 것 같은 절이 안국사다. 백련사는 유명한 무주구천동 33경을 즐길 수 있는 사찰이다. 신라 신문왕 때 백련선사가 머물던 곳인데, 하얀 연꽃이 솟아 나왔다 하여 절을 짓고 백련암이라 했다고 한다. 매표소가 있는 삼공리 덕유산 입구부터는 왕복 3시간을 잡으면 넉넉하다. 계곡도 나무도 바위도 하얀 눈으로 덮인 구천동 계곡을 따라 1시간이 넘게 걸린다. 달빛 아래서야 제빛을 드러낸다는 월하탄 구경하고 인월담, 사자담, 다연대와 속세와 인연을 끊는다는 이속대(離俗臺)를지나면 백련사(322-3395) 풍경 소리에 마음까지 정갈해진다. 절보다는 백련사까지 오가는 길에 만나는 겨울계곡 정취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 씽씽 쌩쌩 雪雪 달릴까 ●북유럽의 정취를 느끼는 무주리조트 무주리조트(322-9000)는 겨울 낭만적인 데이트를 즐기기에 안성맞춤. 오스트리아풍의 티롤호텔, 산자락 곳곳에 자리잡은 산장형 가족호텔, 오스트리아 거리를 축소해 놓은 카니발 스트리트 등의 이국적인 풍경은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 자주 등장할 정도로 아름답다. 특히 지난해 인기 있었던 KBS드라마 ‘여름향기’의 주무대였던 카니발 스트리트은 주인공들이 사랑이 키웠던 장소. 야외 카페 ‘팔라’는 노란 장미가 천장 전체에 매달려 있는 예쁜 방으로 손예진이 극중에서 꾸민 그대로 있어 차 한잔 마시면서 나도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된다. 또한 무주리조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매력적인 스키장의 하나다. 짧은 슬로프에 사람 바글바글한 리프트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사람이라면 당장 무주로 가라. 등산 시작 지점인 설천봉에서부터 산 아래까지 지루할 정도로 길게 이어지는 초·중급자 코스 ‘실크로드’는 길이 6.2㎞로 국내 최장거리. 이밖에도 무주리조트에는 최상급자 코스를 포함해 20여개의 다양한 슬로프가 뻗어 있다. 리프트 이용료는 어른 주간권 기준 5만 3000원.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눈썰매장은 150m로 성인과 유아코스로 나뉘어져 있다. 어른 8000원, 어린이 7000원. ‘부아∼앙’굉음을 내며 설원을 질주하는 스노모빌은 스키를 타지 못하는 어린이나 어르신들에게 좋다. 어른 7500원, 어린이 6500원. 또한 전문 보육사가 아이들을 돌보아주는 ‘유아방’은 잠시 아이들 맡기고 부부만의 시간을 갖게 해준다.4시간 기준 1만 8000원. ●눈밭에서 즐기는 노천온천 무주리조트 세솔동에 있는 노천온천은 자연천이 아니며 뜨거운 물에 온천제를 섞은 것이다. 진짜든 가짜든 하루종일 지친 몸을 뜨거운 물에 담그고 눈밭을 가르는 스키어들을 본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피로가 싹 풀린다. 자연석이 군데군데 놓인 탕과 연두색 온천수가 부글부글 기포를 쏘아 올리는 광천수탕, 약간 미지근한 정도의 온천풀장 3개가 있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 실망이다. 하지만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 그런 마음은 사라진다. 하늘에 쏟아질 듯 많은 별을 바라보며 즐기는 스키장의 온천은 색다르다. 어른 1만3000원, 어린이 9000원 ●아름다운 얼음나라 리조트내 특설 에어돔에서 하고 있는 ‘얼음조각 건축전’은 세계의 유명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얼음 1만장을 중국 기술자 30여명이 한 달간 조각했다. 입구부터 눈길을 잡는다. 얼어버린 강시인형 조각들이 줄지어 서있고 뒤로는 루브르 박물관, 피사의 사탑, 만리장성, 아부심벨 대신전 등 정교한 조각들이 이어진다. 조각마다 전등을 설치해 노랑, 빨강, 파랑 등 천연색이 은은하게 비춰져 환상적이다. ■ 꼭 알고 가세요 강원도권 스키장에 비해 무주는 왠지 멀게만 느껴지는 곳이었다. 어김없는 고속도로 정체와 국도를 갈아 타고도 한참이나 들어가는 지리적 약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의 개통과 국도의 정비로 오히려 강원도권 스키장보다 더 가까워졌다.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무주 IC에서 나오면 바로 무주. 약 30분. 무주리조트는 19번 국도→49번 지방도로→37번 국도에서 우회전하여 조금만 가면 무주리조트. 무주IC에서 20분 걸린다. 무주리조트내 티롤호텔(320-7200)은 오스트리아 서부 티롤 지방의 리조트 호텔을 그대로 옮겨온 특급 호텔이다. 유럽풍의 아름다운 발코니를 비롯해, 따뜻한 벽난로, 폭신한 침대와 티롤 현지의 소품을 그대로 사용해 유럽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딜럭스 기준으로 24만원(주중),34만원(주말). 민박보다 저렴한 국민호텔도 있다.7만 5000원. 공동 취사장을 이용해야 한다. 무주의 별미는 어죽이다. 유명한 집이 여럿있지만 내도리 큰손식당(322-3605)이 잘한다. 남편이 금강 상류에서 직접 잡은 자가미(빠가사리)를 푹 곤 다음 뼈를 발라내고 고추장, 된장, 수제비와 쌀을 넣고 끓여낸다. 어죽과 함께 서비스로 나오는 빙어튀김은 소주와 어울린다. 어죽 1인분 4000원. 자가미탕(2만원)도 맛있다. 명동갈비(320-6928)는 무주리조트 안에 있는 맛집. 꼬리전골이 유명하다. 쇠꼬리에 녹각, 인삼 등의 약재와 각종 야채를 듬뿍 넣어 얼큰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꼬리전골 3만원. 된장뚝배기 7000원도 괜찮다. 돼지고기를 먹고 싶다면 명가(322-0909)로 가면 된다. 지리산에서 방목을 해 키운 흑돼지를 쓴다. 바로 숯불에 굽는 것이 아니고 황토굴에서 참나무 숯으로 초벌구이를 해서 돼지 특유의 냄새를 없앴다.1인분 8000원. 맛있는 김치에 돼지등뼈를 넣고 끓이는 김치전골도 놓치면 아깝다.1인분 7000원.
  • [오일만특파원 베이징은 지금] 밸런타인데이 콘돔·비아그라 불티

    베이징의 칭런제(情人節·밸런타인데이)는 세계 어느 곳보다도 뜨겁다. 급속히 유입된 서방 문화에다가 과감한 성개방 풍조까지 더해진 탓이다. 특히 올 칭런제는 춘제(春節·설날) 휴가와 이어지면서 중국 젊은이들은 어느 때보다 더욱 극성스러운 밸런타인데이를 보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비아그라와 콘돔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점. 베이징(北京)의 한 약국 주인은 “작년보다 판매량이 40∼50%가 늘어났다.”며 “밸런타인데이는 우리에게 황금 시즌”이라고 즐거워했다. 베이징사범대학 심리학과 쉬옌(許燕) 교수는 “편안한 분위기가 남녀간의 생리적인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들은 ‘연인의 날 만찬(情人盛宴)’ 메뉴를 선보이며 고객 잡기에 한창이다. 장쑤(江蘇)성 성도 난징(南京)의 5성급 호텔 좡위안러우(狀元樓)는 1인당 2999위안(40만원)짜리 만찬을 내놓았다. ‘천상인간(天上人間)’이란 이름의 이 만찬은 바다가재, 프랑스 거위간 요리 등 별미 요리와 함께 낭만적이고 감미로운 분위기가 압권이다. 일부에서는 의미있는 애정공세도 펼쳤다. 광저우(廣州)에서는 2만여명의 연인들이 ‘백년 애정나무(百年情人樹)’를 심고 연인의 이름을 돌에 새기는 이벤트가 펼쳐졌다. 독신 남녀들의 인터넷을 통한 공개 연인 찾기도 붐을 이뤘다. 신랑(新浪),21스지(世紀), 첸룽(千龍) 등 웬만한 대형 인터넷 사이트마다 ‘독신파티’라는 제목 아래 자신의 신상 명세서를 올린다.‘칭런제 저녁 뜨거운 정열을 불태우자.’는 유혹이 쇄도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나를 가져가세요. 당신의 칭런제를 따뜻하게 보내세요.”라는 대담한 문구로 유혹의 손길을 내뻗고 있다. oilman@seoul.co.kr
  • 수억원 넘는 사진미학의 정수

    토마스 스트루스(51)와 안드레아스 거스키(50). 현대 사진계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두 독일 작가의 작품이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전시 중이다. 모두 수억원이 넘는 대작들로 현대 사진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독일 뒤셀도르프 아카데미에서 게르하르트 리히터로부터 회화를, 베른트 베커로부터 사진을 배운 스트루스는 1980년대 거리와 도시풍경, 열대우림, 초상사진으로 주목받은 작가. 이번 전시에는 열대우림을 찍은 대표작 ‘파라다이스’ 시리즈와 ‘미술관’ 시리즈가 나와 있다. 도쿄 국립미술관에 전시된 들라크루아의 회화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감상하는 관람객과 그림이 어우러진 모습을 담은 ‘도쿄 국립미술관’은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 빛의 효과를 최대한 활용한 색채와 명암의 대조가 렘브란트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또 이탈리아 밀라노의 두오모 대성당 내부를 찍은 작품은 화려한 대리석 열주와 스테인드글라스, 벽에 걸린 성화, 이들을 지탱하고 있는 와이어까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보여준다. 관람객들이 미처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천장이나 구석진 곳까지 섬세하게 포착한 솜씨가 장인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거스키는 경기장이나 증권거래소, 명품 진열장 등의 풍경에 렌즈를 들이댄다. 이번에 선보인 ‘복싱경기장’‘홍콩증권거래소’‘99센트Ⅱ’‘프라다Ⅲ’ 등은 현대사회의 단면들을 풍성한 색감과 스펙터클한 파노라마 형식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현대인의 부와 소비에 대한 욕망, 끝없는 경쟁심리를 사실주의 혹은 낭만주의적 시선으로 잡아냈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사진작품이 왜 웬만한 대가들의 그림보다 비싼가를 짐작하게 하는 전시다.25일까지.(02)734-6111.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콘스탄틴’ 8일 개봉 키아누 리브스 홍콩 인터뷰

    ‘콘스탄틴’ 8일 개봉 키아누 리브스 홍콩 인터뷰

    |홍콩 이순녀특파원? ‘매트릭스’의 고독한 영웅 ‘네오’가 이번엔 지상의 악마를 물리치는 퇴마사로 돌아왔다. 코믹북 ‘존 콘스탄틴, 헬 블레이저’를 영화화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콘스탄틴’의 주역 키아누 리브스(41). 미국 개봉(18일)에 앞서 오는 8일 한국, 홍콩, 싱가포르에서 먼저 개봉하는 영화의 아시아 지역 홍보차 홍콩을 방문한 그를 3일 오전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만났다. 영화속 주인공 ‘콘스탄틴’처럼 검은색 캐주얼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여느 헐리우드 배우들처럼 재치있는 농담으로 좌중을 휘어잡는 스타로서의 면모보다는 그가 연기한 배역들과 마찬가지로 갈등하고 회의하는 아웃사이더로서의 인상을 더 강하게 풍겼다. 영화의 배경은 인간의 형상을 한 천사와 악마가 지상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세상. 천성적으로 선악을 구분하는 능력을 타고난 콘스탄틴은 저주의 운명을 탓하며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한 뒤 세상의 악을 처치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콘스탄틴은 낭만적이면서 허무주의적이고 또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세상을 구하려는 사명감을 지닌 매력적인 인물이에요.‘네오’나 ‘콘스탄틴’ 모두 단순한 영웅이 아니라 구원자로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깊이있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배우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역할입니다.” 그는 기획 단계부터 캐릭터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만화에서 가져온 기본 캐릭터에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접목시켰고, 진짜 퇴마사들을 만나 손동작 등을 익혔다고 했다. 자신의 배역뿐 아니라 영화 전반에 걸쳐 감독, 프로듀서와도 많은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은 “촬영에 들어가기 훨씬 전부터 우린 긴밀한 공동 작업을 했다.”면서 남다른 팀워크를 자랑했다. 극중 콘스탄틴은 폐암을 앓으면서도 줄담배를 피워댄다.“하도 담배를 피워서 가끔은 대사를 까먹기도 하고, 속이 울렁거린 적도 있어요. 감독이 내가 맘에 안들 때는 일부러 흡연 장면을 더 많이 찍는 것 같더군요.(웃음)” 3월부터 샌드라 불럭과 함께 한국 영화 ‘시월애’를 리메이크한 ‘일 마레’를 촬영할 예정인 그는 “원작은 못 봤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에 마음이 끌렸다.”면서 “원작을 보고 싶다. 하지만 ‘일 마레’가 원작과는 다른 색깔을 지닌 독특한 영화로 만들어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coral@seoul.co.kr
  • 75세 아널드 파머 재혼

    살아있는 ‘골프 전설’ 아널드 파머(미국)가 75세의 나이에 낭만적인 결혼식을 올렸다. 지난 27일 하와이 해변 터틀베이리조트의 아널드파머코스 근처 별장에서 목사와 신랑, 신부만 참여한 채 깜짝 결혼식을 올린 파머는 “스물다섯살로 돌아간 기분”이라면서 “생의 마지막날까지 신혼으로 살아갈 것”이라며 즐거워했다. 지난 99년 상처한 파머는 이번이 두번째 결혼. 신부는 파머와 오래전부터 친분을 쌓아온 캐슬린 가스롭이다. 가스롭의 나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두 사람을 맺어준 전 US오픈 챔피언 헤일 어윈과 콜로라도대학 동창인 사실로 미뤄 50대 중반으로 전해졌다. 파머는 딸 둘, 손자·손녀 일곱을 두고 있으며, 역시 재혼인 가스롭에게는 3명의 자녀와 5명의 손자·손녀가 있다. 파머는 “가스롭은 정말 훌륭한 숙녀”라면서 “우리는 이미 수년전에 미래를 약속했는데 주위에서 눈치를 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방외지사(方外之士)의 멋 1,2,3/원철 스님 조계종 포교원 신도국장

    눈이 많이도 내렸다. 무릉계곡은 흐르는 물이 그대로 얼어붙어 시간까지 정지시켜 버린 듯하다. 어귀의 금란정 누각에는 길손마저도 내리는 눈을 피하지 않았는지 발자국조차 없이 텅 비어있다.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니 화강암 다리 저편 골짜기 절에는 다행히도 처마 위로 기와를 올리는 일꾼들의 모닥불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 적막한 산중에 그나마 인기척을 느끼게 해준다. 눈바람에 목을 움츠린 채 종종걸음으로 서둘렀다. 황토온돌방에 놓여있는 투박하면서도 기품있는 찻상 앞에 물끓는 소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1. 고려말엽 송광사에 머물고 있던 진각혜심선사는 참으로 멋을 아는 차인이기도 했다. 오늘 같이 눈이 가득 내린 날 인적마저 완전히 끊어진 암자에서 화로에 불을 붙이고 소반 가득히 눈을 담아와 그 녹인 물로 차를 끓였다.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솔가지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마시는 차 한잔에 세속 바깥에서 사는 멋을 혼자서 음미하곤 했다. 그야말로 방외지사(方外之士)의 모습 그 자체였다. 2. 어느 노스님은 지금도 거의 차를 드시지 않는다. 젊을 때부터 그랬다고 한다. 다반사(茶飯事)라고 했는데…. 언젠가 궁금해서 그 까닭을 여쭌 적이 있다. “예전에 수행한다고 한참 애를 쓰고 있던 시절, 또래 나이의 도반들이 툇마루에 앉아서 공부는 뒷전이고 차나 마시면서 잡담하고 있는 게 너무 보기싫어서 그랬지.” 하루는 젊은 우리끼리 차를 마시고 있는데 심심하셨는지 가까이 다가와 옆에 앉으시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차를 한잔 올렸다. 그 날은 드셨다. 그러고는 이어 한마디 하신다. “근데 요즈음은 잠이 안 와서 더는 못 먹어.” 3. 젊은 학인제자 100여명과 함께 지내는 어느 칼칼한 강사스님은 경전 연구하는 시간을 빼앗기는 게 싫어 아예 찻상을 치워버렸다. 심지어 어여쁜 제자들 간식거리를 잔뜩 가져다준 후원자들까지 맨입으로 돌려 보냈더니 어느 날부터 대중들 먹을거리마저 팍팍해졌다. 할 수 없이 지금은 일본 유학시절 익힌 말차 달이는 솜씨를 한껏 발휘하여 성의를 다해 손목이 아프도록 거품을 내어 대접을 한다. 그 차 마시러 일부러 나도 몇 번 들렀었다. 섣달에 내린 눈을 녹인 물을 납설수라고 부른다. 눈을 녹여 차를 끓여마시는 그런 낭만은 이제 이 강원도 첩첩 골짜기라고 해도 공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어려울 것 같다. 제대로 끓이지 못한 물을 맹탕(萌湯)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사람도 설익은 놈을 맹탕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번뇌란 근본적으로 뜨겁다. 출세나 명예 그리고 부를 향해 치달리는 세간은 늘 마음이 들끓기 마련이다. 그 뜨거운 번뇌를 한잔 뜨거운 차로 잠시 식힐 수 있다면 참으로 좋은 일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차를 제대로 마시고자 하는 이는 좋은 물과 차를 얻고자 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그것도 또 하나의 번뇌이긴 하지만. 하지만 번뇌로 번뇌를 제거한다고나 할까. 덧붙여 차의 나뭇가지는 가늘고 작다고 할지라도 열매가 맺힌다고 하는 의미인 ‘명가유실리(茗柯有實理)’는 설사 외형은 허술할지라도 그 내면은 충실해야만 살 수 있는 이즈음 세태에 가장 가슴에 새겨두어야 할 금언이 아닌가 한다. 원철 스님 조계종 포교원 신도국장
  • [내 인생의 등대] 서울시의회 심재옥의원

    [내 인생의 등대] 서울시의회 심재옥의원

    “야학에서 만난 노동자들 덕분에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그들이 제 삶의 첫 ‘등대’가 됐던 셈이죠.” 서울시의회 심재옥 의원의 수첩은 이미 4분의1가량이 메모와 일정으로 채워졌다. 회의만도 하루 4∼5회가 기본이다.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노숙자문제, 부실도시락 문제 등 분야도 다양하다. 지난해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 ‘최우수 서울시 의원’으로 선정된 것만 봐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심 의원에게는 의원보다는 노동운동가라는 직함이 더 어울린다. 경제단체노조협의회와 전국공익·사회서비스노동조합연맹 등에서 조직담당 간부를 지낸 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연맹에서 여성국장과 정치국장을 역임하는 등 십수년 동안 노동운동의 최일선에 있었다. 의회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지난 2002년 진출했다. 오늘의 그가 있기까지는 1988년 몸담았던 ‘울림야학’과 ‘노동자종합학교’의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86년 한양여대(당시 한양여전)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심 의원은 도시락 회사의 영양사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바쁜 날은 하루종일 서서 일을 해야 했다. 얼마 못 가 다리 관절의 통증 때문에 그만두고 6개월을 ‘백조’로 지냈다. 이후 초등학교에서 ‘잡급직 과학실험보조원’으로 일하기도 했다.‘세상에 혼자 버려졌다.’는 절망감을 갖기도 한 시절이었다. 결국 ‘일하는 게 왜 이리 힘들까. 일하면서 행복할 수 없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대학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사회과학서적을 집어 들었다. 이후 다른 이들을 도우며 의문을 풀겠다는 생각에 구로동 야학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러나 그곳에는 심 의원이 책으로 이해했던 ‘이론’을 압도하는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삶의 ‘현실’이 있었다. 심 의원은 문학, 한문, 풍물 등 다양한 과목을 가르쳤지만 오히려 노동자들이 심 의원의 삶의 스승이 됐다. “많은 노동자들이 야학에 나와 매일 졸면서도 결석은 안 하는 거예요. 그러면서도 그렇게 희망에 차 있을 수 없어요.‘나보다 더 절박한 삶을 사는 사람이 많구나. 내 고민은 낭만적이었구나.’하는 반성에 정신이 확 들더라고요. 사회적 모순에 눈을 뜨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이후 심 의원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그런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화두에 매달렸다. 학교를 그만두고 직업 노동운동가로 나선 것도, 진보정당의 유일한 의원으로 시의회에 진출한 것도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서다. 심 의원은 “‘사회운동이나 시의회 활동을 때려치울까.’ 하는 회의가 들 때마다 ‘아직 문제를 풀지 못했다.’고 채찍질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땀흘려 일하는 노동자들과 사회운동가들이 인생의 등대”라고 말했다. 글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기차 타고 떠나는 겨울 하루여행

    기차 타고 떠나는 겨울 하루여행

    하얗다. 하·얗·다. 황량하던 겨울 풍경이 눈을 만나 새로워졌다. 머리에 눈을 인 겨울풍경은 어디나 둥글둥글, 모가 없어 좋다. 아득하게 내달리는 백두대간의 얼굴도, 충주의 아름다운 호수의 모습도, 지나쳐가는 조그마한 간이역도 더욱 정겹다. 겨울의 낭만을 흠뻑 느끼려면 기차로 떠나라.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밟으며 사랑을 약속한다면, 그 사랑은 더 오랫동안 가슴에 남으리. 그 약속은 눈위의 발자국처럼 선명하게 남으리니…. ●새벽에 떠난 여행 아직 어둠이 채 가시도 전, 아침 7시에 청량리역에 도착했다. 오랜만의 기차여행은 ‘아저씨’인 나마저도 들뜨게 했다. 게다가 눈을 보러 떠나는 여행이라 더 기대감이 컸다. 붉게 물든 동녘을 배경으로 기차가 미끄러지듯 청량리역을 빠져나갔다.7시45분. 연인, 친구, 가족…. 눈꽃을 맞으러 가는 들뜬 마음을 품은 사람들이라 여행이 더 즐겁다. 환상선 눈꽃순환기차는 편안했다. 자동차 처럼 막힐 것을 염려할 필요도 없다. 의자를 살짝 젖히자 일상이 까마득하게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새 떠오른 햇빛이 눈을 간지럽혀 커튼을 쳤다. 달리는 기차소리가 자장가로 들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침햇살에 눈부신 팔당호가 눈에 들어온다. 푸른 물이 넘실대던 아름다운 팔당호가 잠깐 숨을 참는 것처럼 보였다. 하얀눈을 덮은 팔당호에선 태곳적 적막감마저 느껴졌다. 풍경의 아름다움에서 깨어나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카메라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무심한 기차는 팔당호를 지나 양평으로 향한다.‘아, 자동차라면 세울 수 있는데‘잠깐 기차여행의 아쉬움을 느꼈다. 카메라에는 담지 못해 함께할 수 없는 것이 마냥 아쉽다. 흐르는 올드팝과 잔잔한 가요가 삭막하기만 겨울풍경과 어우러졌다. ●얼어붙은 단양팔경, 넉넉한 시골인심 10시 45분.“단양역에서 약 30분간 정차를 하겠습니다. 주민들이 마련한 먹을거리와 얼어붙은 남한강 상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시고 11시20분까지 기차로 돌아와 주십시오.”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쏴∼한 바람을 맞으며 단양역에 내렸다. 지역단체에서 우동, 떡볶이, 국밥 등을 판다. 마치 기차역에서 우동을 허겁지겁 먹고 기차에 오르듯 추운 날씨에 그냥 서서 우동이며 국밥을 먹는다. 역시 우동은 서서 먹는 것이 꿀맛이다. 육개장 4000원, 우동 3000원. 식당 옆에서는 손마디가 굵은 할머니들이 앉아 나물 더덕 마늘을 판다.“이게 단양 6쪽 마늘인데 사가면 돈 버는 거야. 단양은 마늘이 최고야.”하며 시선을 끈다.“좀 싸게 주세요.”하자 “내 남는 것도 없다. 기분이다 1000원 빼준다.” 할머니의 눈매가 선하다. 시장의 훈훈한 인심까지 맛보니 금상첨화. 길을 건너 남한강쪽으로 갔다. 얼어버린 충주호. 여름의 화려함은 사라지고 앙상하게 몸을 드러낸 바위와 차디찬 얼음바닥이 멋스럽다. 다시 기차에 올랐다. 관광버스처럼 출발전에 인원을 체크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낭패겠다.’혼잣말이 나왔다. ●순수의 오지마을로 기차가 달려 온지 4시간. 기차는 소백산 자락으로 들어선다. 아이들과 여성들의 감탄사가 정겹다.“정말 아름답다!!”. 차창밖으론 순백의 세계가 펼쳐졌다. 뛰어내려 눈밭에 뒹굴고 싶어졌다. 대강터널로 기차가 들어갔다.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터널을 돌아 나왔지만 똑같은 풍경이 또 펼쳐졌기 때문이다. 대강터널은 똬리굴, 열차가 오르기 힘든 가파른 곳을 뱀이 똬리 틀듯 한바퀴 돌려 뚫은 똬리굴, 즉 루프식 터널이다. 신기하고 재미있다. 어느새 기차는 백두대간을 통과해 영주 땅으로 들어선다. 영주에서 중앙선을 벗어나 영동선으로 들어선 열차는 머리를 돌려 북진한다. 멀리 서쪽으론 흰눈으로 뒤덮인 백두대간의 소백산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꽁꽁 얼어붙은 낙동강을 거슬러 오르던 열차가 숨을 고르며 멈추는 곳은 경북 봉화땅의 승부역.“하늘도 세 평, 땅도 세 평, 마당도 세 평”이라고 하는 승부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기차에서 내리자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은 흰백의 눈밭.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도시에선 좀체 들을 수 없도록 청아하다. 발목까지 눈에 빠진다. 아이부터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까지 동심으로 돌아간 듯 목소리가 높아졌다. 발그레 물든 얼굴들이 모두 행복해 보였다. 눈싸움을 하고 눈밭에 뒹굴기도 하는 사람이 보였다. 간이역은 오랜만에 눈을 만난 도시인들로 잔치분위기였다. 승부마을은 1998년에 환상선 순환열차가 운행되면서 일반인들에게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열차가 아니면 오기 어렵다는 낙동강 상류의 깊은 산골마을이다. 이 마을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친필로 쓰여진 ‘영암선 개통기념비’가 서있다. 영암선은 경북 영주에서 강원도 철암간(87㎞)의 철도를 이르던 이름이다.1955년 태백의 석탄 등을 수송하기 위해 순수한 우리 기술로 험준한 산줄기를 뚫어 33개의 터널을 만들고 험한 강에 55개의 다리를 놓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가장 높은 기차역 아쉬운 10분이 금세 지나간다. 다시 기차에 올라 승부역을 떠났다. 열차가 낙동강 상류를 거슬러 오르며 태백 철암으로 들어선다. 산처럼 쌓인 검은 석탄과 그 주변을 덮은 하얀 눈이 빚은 흑백의 절묘한 조화가 펼쳐진다. 태백을 지난 열차는 몇 개의 터널을 통과하며 언덕을 힘겹게 오르는 듯하더니 추전역으로 들어선다. 오후 2시30분. 해발 855m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열차역인 추전역은 한여름에도 밤이면 난로를 피워야 할 정도로 기온이 낮다. 찬바람을 맞으며 역사 한쪽의 눈밭을 거니니 발아래 하얀 눈모자를 쓴 백두대간이 눈에 들어온다.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기찻길 옆 펑퍼짐한 언덕은 자연 눈썰매장이다. 비닐포대를 타고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아이들의 환호성이 어른들을 미소짓게 한다. 나도 한번 빌려 탔다. 엉덩이만 아프고 별 재미가 없다. 한쪽에는 얼음썰매장이 있다. 모두 썰매를 타며 시간을 보냈다. 역 한 쪽에 마련된 간이음식점에서 부침개와 막걸리를 시켰다. 서서 혼자 마시려니 좀 허전했다. 그러나 할머니가 부쳐주시는 부침개는 고소했다. 추전역에서 10분거리에 있는 용연동굴까지 셔틀버스가 운행한다. 입장료를 포함 4000원. 한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열차가 다시 출발신호를 울린다. ●돌아오는 길도 감미로워 추전역을 벗어난 열차는 이내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정암터널(4.5㎞)로 진입했다. 이 터널은 난공사로 여겨지던 태백선 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공사구간으로 꼽혔다. 방송에선 열차가 굴을 벗어나는 데 5분이 걸린다는 설명이 곁들여진다. 정암터널을 벗어난 열차가 탄광의 도시 고한, 사북을 지날 무렵 잿빛 하늘에서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소리 없이 눈도 내리고, 어둠도 내려앉기 시작한다. 기차의 네번째 칸에서는 라이브 무대가 펼쳐진다.“저 어둔 밤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릴 짓누르고 간 아침…”정태춘의 ‘북한강에서’가 한껏 기분을 돋운다. 공연은 1시간정도 이어졌다. 13시간의 눈꽃여행이 끝나간다. 허리가 아프고 좀 답답했다. 사랑하는 이는커녕, 말상대도 없이 혼자 떠난 여행이라 그럴까. 저녁 8시40분, 기차가 청량리에 멈춰섰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이렇게 가세요 환상선 눈꽃열차는 아침 7시45분, 청량리역을 출발해 단양역(10:50∼11:30)에 잠시 정차한 후 승부역(오후 1시부터 오후 1시10분), 추전역(오후 2시20분부터 오후 3시50분까지)에 들른 뒤 밤 8시45분 청량리역으로 되돌아온다. 2월27일까지 운행.(단 2월5일부터 12일까지는 운행하지 않는다.)요금은 청량리역 출발(어른 1인)기준으로 3만 1900원이다. 주말 표는 늦어도 일주일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다. 자세한 정보는 철도청 홈페이지에 있다.www.korail.go.kr,1544-7788.
  • 儒林(273)-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儒林(273)-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다른 성리학자들이 공자의 사상을 다만 학문으로만 연구하고 발전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조광조는 공자의 사상을 현실정치에 접목시키려고 애를 쓰다 목숨을 잃었던 순교자였다. 격랑의 역사를 온몸으로 부딪쳐 유가의 도를 실현하려다 산화한 순교자였던 것이다. 종착역이던 안동역까지의 소요시간은 무려 6시간, 아침을 거르고 나온 나는 열차를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파는 승무원에게 도시락을 샀다. 도시락으로 아침을 때우면서 나는 격세지감을 느꼈다. 열차의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예전 그대로의 산야였고, 어쩌다 스쳐가는 강과 계곡은 의구하였지만 피란기차와도 같았던 열차의 내부는 마치 위생적인 병원의 복도처럼 정갈하였고 승무원이 파는 도시락 역시 훌륭하였다. 아침을 먹고 나서 뜨거운 물을 마시며 나는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평일이었으므로 승객들은 만원이 아니었지만 마침 봄이라 드문드문 등산객과 관광객 차림의 사람들이 서로 마주보도록 의자의 방향을 바꾸어 앉아서 즐겁게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철도노선에는 소백산이나 태백산, 치악산 같은 명산들이 있어 산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아직 조춘(早春)이라 산야에는 벚꽃들이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먼저 피는 진달래나 개나리와 같은 성미 급한 봄꽃들이 홍역을 앓는 어린아이의 몸에 돋아난 붉은 발진처럼 울긋불긋 피어나 있어 그런대로 신열(身熱)이 오른 나른한 봄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내가 일부러 중앙선열차를 타고 단양까지 가고 있는 것은 참혹했던 청춘의 옛 추억을 반추해 보려는 낭만적인 생각보다는 지난 1년 동안의 역사추적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정리해 보고 싶은 생각 때문이라는 사실이 느껴졌다. 그렇다. 나는 소리를 내어 중얼거렸다. 조광조로부터 시작된 역사추적은 2500년 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공자로까지 이어졌었다. 조광조가 그토록 실현하고 싶어 했었던 공자의 유교식 개혁정치, 즉 왕도정치가 무엇인가를 나는 공자의 생애를 더듬어봄으로서 살펴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작업을 통해 나는 마침내 깨달을 수 있었다. 조광조가 유가사상을 현실정치에 접목시키려고 애를 쓰다 실패하였던 정치가라면 공자역시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현실정치에 접목시키려고 무려 13년 동안이나 주유천하를 하였지만 마침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빈손으로 고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실패한 사상가였던 것이다. 두 사람은 실패한 정치가란 점에서는 한 개의 수정란에서 태어난 일란성 쌍생아처럼 닮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광조는 어째서 공자의 정치적 주유천하가 실패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고려시대 때부터 내려오는 조선시대의 낡은 풍습과 사상을 공자의 유교식으로 바꾸어 놓으려는 개혁정치를 펼치다 역시 실패하여 비참하게 목숨을 잃었던 것일까. 어째서 조광조는 이미 실패로 끝난 공자의 왕도정치의 철학을 개혁정치의 신 이데올로기로 맞아들인 것일까. 그렇다면 조광조의 유교적 개혁정치는 처음부터 실패로 끝날 것임이 예정되어 있음이 아닐 것인가. 공자의 왕도정치. 그것은 우선 군주와 힘을 가진 권력자들의 높은 윤리의식과 엄격한 도덕주의가 요구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듯이 절대 권력자들이 인·의·예·지의 유교적 이념을 철저히 실천하여 군자가 되는 것이 바로 공자의 지치주의인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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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랑 코코펀이랑 할인쿠폰 [클릭]

    방학을 맞아 재미있는 쇼핑과 맛있는 식사를 계획하고 계십니까. 그렇다면 친구나 가족과 함께 쇼핑과 먹을거리, 젊음이 어우러진 명동에 가보세요. 명동은 하루 150만∼200만명의 내·외국인이 찾는 첨단 유행문화의 거리로 70년대 통기타와 청바지 문화를 일으켰던 낭만의 거리이기도 합니다. 서울신문 주말매거진 We와 쿠폰 전문업체 코코펀(www.cocofun.co.kr)은 겨울의 활기를 느낄 수 있는 명동 일대 식당과 카페의 할인 쿠폰을 준비했습니다. 쿠폰을 이용해 명동의 재미를 만끽하고, 할인도 받으세요. 문의는 080-567-4232
  • 귀고리에 브로치에 눈꽃 한송이

    귀고리에 브로치에 눈꽃 한송이

    춥다고 껴입다 보면 겨울철 패션에선 귀여움이 상실된다. 그러나 겨울의 낭만과 멋을 한껏 느끼려면 액세서리에 포인트를 주는 것이 좋다. 그중 권할 만한 아이템은 눈 결정체다. 미니골드는 눈꽃 디자인의 펜던트, 귀고리, 브로치 등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스노 주얼리를 내놓아 겨울 멋쟁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골드 귀고리는 6만 5000원선, 백금으로 만든 목걸이와 반지는 각각 22만원선,32만원선이다. 아가타는 유색 크리스털 펜던트와 양가죽 끈을 이용한 목걸이(6만 9000∼7만 9000원)를, 주얼버튼은 사파이어·다이아몬드·화이트골드로 만든 눈꽃모양의 브로치를 선보였다. 이밖에 제이 에스티나, 스와로브스키 등도 눈꽃 모양 주얼리를 내놓았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청계천 바라보며 생맥주 한잔…

    청계천 바라보며 생맥주 한잔…

    청계천이 시작되는 지점과 끝나는 지점에 노천카페가 들어서 시민들이 야외에서 커피와 생맥주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오는 5월 1단계로 청계천 복원공사의 마지막 지점인 성동구 마장동 공단 사옥앞 주차장에 150평 규모의 시민 쉼터를 조성한 뒤 청계천 복원공사가 완료되는 10월 노천카페를 개장한다고 18일 밝혔다. 김순직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유럽도시들의 낭만적인 노천카페처럼 청계천변 노천카페를 만들어 서울의 명물로 만들 계획”이라면서 “1단계로 공단앞에 조성한 뒤 시민들에게 노천카페가 문화로 자리잡으면 여러 곳으로 점차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청계천의 시발점인 동아일보 앞 광장에도 노천카페가 들어선다. 이 광장은 청계천 복원공사가 완료되면 시민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상징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로마의 ‘트레비 분수’를 연상케 하는 분수, 공연장을 함께 지어 청계천의 심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설치작품에 투영된 고독한 현대인

    ‘달빛 아래 서성이다’. 젊은 작가 천성명(35)이 서울 인사동 갤러리상에서 열고 있는 설치작품전의 제목이다. 사뭇 낭만적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전시는 처연하기까지 하다. 산다는 건 꿈 꾸는 것. 꿈이 없는 인생은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꿈을 꿔야 한다. 희망의 날갯짓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비록 이카루스의 꿈처럼 치명적인 것일지라도…. 천성명은 꿈을 꾸지만 결코 그 꿈에 도달하지 못하는 인간 실존의 한계를 독백처럼 들려준다. 전시장 한 켠에 놓인 ‘달빛 아래 서성이다-달의 그림자에 서다’는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전시장을 훤히 비추는 건 조명이 아니라 작가가 설치한 ‘달’이다. 작가에게 달은 미지의 꿈의 상징물. 달 그림자가 비치는 수조 위에 어릿광대 복장을 한 인물이 자신의 모습을 보고 눈물 흘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눈물의 의미는? 작가는 달, 곧 꿈의 언저리에서 절망과 희망을 오가는 고독한 현대인의 자화상을 이같은 모노드라마적 상황을 통해 보여준다. 전시의 또 한 축은 대나무 숲이다. 장난감 말을 타고 대나무 숲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인물, 등뒤에 날개를 달고 대숲에 추락한 비행사, 숲 한켠의 작은 방에서 재봉틀을 돌리며 천으로 열심히 날개를 만드는 인물 등이 등장한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삶이지만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선 끊임없이 꿈의 날개를 퍼덕여야 한다는 전언이 담겼다. 회색톤으로 꾸며진 작품과 전시공간이 비장미를 더해준다. 삶의 부조리를 이야기하는 우화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작품들이 우리를 가없는 명상의 바다로 이끈다.2월 4일까지.(02)730-0030.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이시대의 어머니상 탤런트 고두심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이시대의 어머니상 탤런트 고두심

    누가 18세를 낭랑(朗朗)이라고 했나. 한 여인이 그때 시집갔다. 꽃다운 나이였다. 결혼은 지독한 외로움에서 시작했다. 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살았다. 산고의 울부짖음 속에 직접 탯줄을 끊고 목욕시키며 첫 아이를 출산했다. 그렇게 자식 열둘을 낳았다. 그중 다섯은 어머니보다 일찍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어찌하랴. 나머지 자식들이 있으니 견딜 수밖에. 모진 세월, 그렇게 온몸으로 아픔을 이겨냈다. 일자무식이었지만 자식을 억척스럽게 꼭꼭 보듬었다. 어머니는 그렇게 살다가 떠났다. 하지만 지금은 거울이 되어 늘 곁에 있다. “엄마, 지금도 TV에 나오는 걸 보나? 나, 상 탔거든. 엄마가 그랬지, 편지가 따로 있냐,TV가 편지지라고. 난 엄마를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어. 엄마의 마지막 모습은 세상을 한꺼풀 벗긴 해탈의 모습이었거든. 어머니…,50년 동안 묻어두고 못한 말을 이제야 합니다. 어머니는 이 세상에서 가장 닮고 싶은 거울이지요.” 인기 탤런트 고두심(54). 올해를 이렇게 시작했다.4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겨준 거울을 부둥켜안고 50년 동안 가슴에 묻어둔 고백을 했다. 또한 스스로 ‘이 시대의 어머니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어머니처럼 살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는 2004년 KBS·MBC 양 방송사에서 연기대상을 받았다.TV 시청자들은 고두심에게 어떤 이미지를 느낄까. 한 여론조사가 눈길을 끈다. 청와대 안주인 1순위,2002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과 가장 잘 어울리는 여인…. ●질곡의 어머니·한많은 어머니 그는 연기생활 33년 동안 처녀 역할은 한번도 안해봤다. 천의 얼굴을 가진 탤런트라고 하지만 대부분 어머니 역이었다. 질곡의 어머니, 바보같은 어머니, 한많은 어머니. 목욕탕의 때밀이 등을 맡느라 뒤도 돌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고두심’ 하면 두개의 이미지, 즉 ‘어머니’와 ‘제주도’로 귀결된다. 지난 주 서울 여의도 MBC방송국 녹화장과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서울갤러리에서 연달아 만났다. 방송국에서는 밤을 샌 초췌한 얼굴이었고, 갤러리에선 자신에 찬 모습이었다. 방송국에서 만날 때였다. 전남 남원에서 올라왔다는 주부 김모(45)씨. 그는 고씨를 보자마자 달려오면서 “일부러 (사인받으려고)올라왔어요. 정말, 요즘의 어머니인 것 같아요.”라고 했다. 시청자 김씨가 보는 눈에는 많은 함축이 담겨 있었다. 순간, 속으로 ‘아, 이 정도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치를 챘는지 고씨가 이렇게 얘기한다.“나 있잖아, 지나가다 보면 아기 업은 엄마들이 손을 덥석 잡으며 고맙다는 얘기를 자주해. 어떻게 그렇게 잘 (어려운 어머니 역할을)대신해 주냐고.”. 수줍게 피식 웃는다. 더 이상 질문하지 말라는 표정이기도 했고, 요즘 ‘나 이렇게 살아.’하는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었다.TV 속의 어머니가 아니라 요즘을 살아가는 어머니의 ‘표준’이 생각났다. 고씨 또한 각박한 시대에 20대 아들과 딸을 둔 그런 어머니였다. 고씨는 지난 9일 제주 출향 인사들이 베푼 만찬에 참석했다. 장소는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 고교 때 은사였던 김원치 전 검사장을 비롯,50여명이 고씨를 위한 축하의 자리를 열었다. 그가 그저 인기 탤런트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제주를 무척 사랑하는, 인간적으로 친근함을 주는 사람임을 입증해 주는 상징적 자리이기도 했다. 고씨는 평소 자주 ‘제주는 어머니’라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어머니는 무엇일까. 불쑥 질문을 던지자 거침없이 말문을 연다.“어머니를 사랑합니다. 우리 어머니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사랑하고 우리 어머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욱 사랑합니다. 또 어머니가 사랑하는 제주, 어머니같은 제주를 사랑합니다. 지금까지는 언제나 나에 대해서만 말해왔지요. 하지만 이제는 어머니 얘기를 하면서 남은 인생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50대중반에 찾은 해답도 어머니 그는 불혹의 나이 때부터 심각하게 고민을 해왔다. 의혹투성이의 삶을 풀기 위해 자신의 뿌리, 태어나기 이전, 어머니와 아버지의 시대, 그때를 알아야 실체를 그나마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지금 5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해답을 찾았단다. 바로 ‘어머니’였다. 지난 연말 연기대상을 받았을 때 수상 소감으로 ‘어머니’라는 외침을 여섯번이나 했다. 식당에서 돈가스로 점심 식사를 하면서, 어머니 얘기가 나오자 그는 “IMF 이전에는 아버지였으나 이제는 어머니가 희망이 아니냐.’고 했다. 어머니는 무수한 세월이 흘러도, 또 변해도 ‘삶의 본질’ 자체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제주의 어머니들은 바다에 옥죄어 살아야 했지요. 한뙈기의 논도 없는 제주에서 가난으로 인한 박대도 많았지만 어머니들은 자식을 온몸으로 감싸안았습니다.” 고씨의 집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다. 앞마당에 어머니(홍정의·84살에 작고)는 앉아 있고 자신은 선 채로 대화하는 모습의 그런 동상이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결코 어머니를 보내지 않았다. 안방에 없으면 마당에 계시고 마당에 안 계시면 제주 오빠네 집에 가 계시다.”며 웃는다. 또 야외촬영을 갈 때 흐트러진 모습을 고치기 위해 어김없이 생전의 어머니가 남겨준 거울을 꺼내본다고 했다. ●다섯째로 태어나 23살때 연기자의 길 1938년 결혼 직후 아버지와 어머니는 남태평양 사이판 서남쪽 부근 ‘얍’이라는 미개척섬에서 인생의 보따리를 풀었다.10년의 세월 동안 일본과 얍을 오가며 장사를 했다. 어머니는 해녀는 아니지만 제주 여인들이 누구나 그랬듯이 바다에서 자맥질을 자주했다. 해방후 삶의 무대를 제주로 옮겼다.1948년 4·3사태가 생기면서 삶이 어지러웠다. 그래도 어머니는 늘 온화하고 인자한 모습이었다. 고씨는 3년후 다섯째로, 어머니의 외모를 빼닮으면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고씨는 여객선 3등선에 의지해 육지로 나왔다. 서울에 사는 오빠에게 밥을 해줘야 한다는 ‘명분’으로 어머니를 설득했다. 서울에서 처음 한 일은 무역회사의 사무원.1년이 조금 안돼 MBC공채 5기에 뽑혀 탤런트가 됐다. 스물셋에 연기자가 됐지만 불행(?)하게도 처녀 역할은 한번도 오지 않았다. 처음부터 아줌마나 어머니, 아니면 할머니역이었다. 결혼 적령기에 무뚝뚝하지만 매력있는 부산 남자를 만나 뜨겁게 사랑했다. 부산으로 내려가는 밤열차를 타고 그의 품에 안기는 낭만은 ‘그만’이었다. 꿈같은 신혼시절은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20년 결혼생활, 그는 어머니한테 ‘이혼’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를 보듬어 안았다. 이유도 묻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제가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지요. 어머니는 촬영장에 따라가시려고 주머니 속에 항상 양말을 숨겨 놓으셨지요. 전원일기 촬영장인 경기도 양수리를 가시는 것을 무척 좋아했어요.” 그는 어머니란, 설명이 많을수록 감동이 없다고 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시대는 어머니가 희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고씨는 현재 평창동에서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아들과 딸 두 자녀는 미국에서 지낸다. 일요일이면 여섯시간이나 걸려 북한산을 종주할 만큼 체력을 관리한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51년 5월 제주 출생 ▲70년 제주여고 졸업 ▲72년 MBC 공채 5기 탤런트 ▲72년 드라마 ‘갈대’로 데뷔 ▲95년 극단 로뎀 단원, 서울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 위촉 ▲99년 축산을 사랑하는 시민의 모임 공동대표. ▲2002년 제4회 광주비엔날레 명예홍보대사 ▲수상경력=1990년 KBS·MBC연기대상,91년 백상예술대상·MBC연기대상.97년 제주도문화상.2000년 SBS연기대상.2004년 KBS·MBC연기대상 ▲연극 ‘투우사의 왈츠’ 등 6편, 영화 ‘질투’ 등 8편, 드라마 ‘한강수타령’외 50여편 출연.
  • [안동환기자의 현장+] 등대지기 지원 45명의 사연

    [안동환기자의 현장+] 등대지기 지원 45명의 사연

    “망망대해의 섬에서 어떻게 외로움을 극복하겠느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지원자들은 낚시나 스킨스쿠버를 하겠다느니, 인터넷 채팅으로 충분하다느니 갖가지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무인도에서 가족과 떨어져 평생을 근무해야 한다. 낭만이나 환상을 갖고 지원한 것 아니냐.”는 ‘추궁’이 이어지자, 시험장에는 이내 침묵이 흘렀다. 13일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별관 대회의실. 말단 기능직 등대원 1명을 채용하는 면접 시험장에는 응시자가 무려 45명이나 몰렸다.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28.5대1의 경쟁률을 가뿐히 넘어선 것이다.1999년 2명 채용에 2명이 지원하고,2001년 1명 모집에 5명이 지원했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달라진 풍경이다. 전국에서 고루 찾아온 20∼30대 지원자들은 학력도 높았다. 고졸이 17명, 전문대졸 19명, 대학 재학 2명, 대졸 7명 등 이공계 출신의 고학력자가 62%에 이르렀다. 전원이 무선설비, 전기공사 등 기능사 자격증 소지자들이다. 면접관으로 나선 강모(50) 사무관은 섬생활을 쉽게 생각하거나 취업난에 쫓긴 지원자가 많은 것 같다.”면서 “학력보다는 인성과 적성을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면접은 75평 크기의 면접 시험장에 마련된 3개의 테이블에서 3명의 면접관이 지원자 4명씩 모두 12명을 1시간 동안 차례로 만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 면접관은 등대원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즉석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근무조건 등 사전지식이 없는 지원자가 너무 많았던 탓이다.‘등대원 업무를 등대의 불만 켜고 끄는 일’로 생각한 지원자부터 사무직으로 착각한 지원자, 심지어는 섬에서 근무하는 것조차 모르는 지원자도 많았다. 인천해양수산청이 관할하는 섬은 모두 100개. 이 가운데 무인도가 75개다. 이날 뽑힌 등대원은 주민이 살지 않는 팔미도, 부도, 선미도 등 3곳의 무인도 유인등대나 어민들이 있는 소청도 가운데 한 곳에 배치된다. “3호봉으로 시작하는 등대원은 군 제대자라도 대우는 연봉과 수당을 합쳐 1500만원에 불과합니다. 한 달에 육지에 나올 수 있는 날은 4∼5일 정도이고요.”이쯤에서 ‘일단 붙고 보자.’던 ‘거품족’은 ‘이게 아닌데….’하고 마음을 고쳐 먹게 마련이다. 한 20대 지원자는 면접 도중 “자신이 없다.”며 뛰쳐 나갔다. 다음달 전문대를 졸업하는 김모(24)씨는 취업 갈망형. 김씨는 “고졸 출신을 뽑는 데는 전문대 졸업자가 몰리고, 전문대 출신을 뽑는 데는 대졸자가 몰려 번번이 낙방했다.”면서 “생산직에도 대졸자가 몰리는 판국에 노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었다.”고 너무도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아 면접관을 당황케 했다. 최고령 지원자 김모(40)씨는 “음파표지와 전파표지를 비교해 설명하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19년 만에 치르는 시험에 긴장한 탓이다. 김씨는 15년 경력의 전직 공무원. 새로 뛰어든 사업이 절단나자 등대원을 지원했다. 김씨는 “등대원은 내 나이에도 지원자격을 주는 희귀한 자리”라면서 “섬에서 산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지만 찬밥 더운밥을 가리겠느냐.”고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물론 전자정보를 전공한다는 대학 재학생 강모(26)씨처럼 “등대원을 다룬 소설을 읽고 지원을 결심했다.”면서 “험한 세상을 벗어나 마음 편히 살고 싶다.”고 낭만적인 지원 동기를 밝힌 사람도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취업난에 기고, 가족이나 주위의 눈길에 기는 초조한 표정의 응시자들을 돌아보면서, 등대지기를 더 이상 ‘휴머니스트’로 그릴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른 바다를 보며 삶을 관조하고, 고독의 풍미를 즐기는 등대지기란 과거형이지 절대로 현재형은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인천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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