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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女승무원 너무 친절하다” 기내에서 난동부린 女

    “女승무원 너무 친절하다” 기내에서 난동부린 女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여성이 이집트 행 비행기 내에서 스튜어디스가 너무 친절하다는 이유로 1시간 가량 난동을 부리다 이집트 공항 경찰에 입건됐다고 현지 카발뉴스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남편과 함께 낭만적인 이집트 여행을 기대했던 이 여자의 희망은 비행기의 이륙과 함께 날아가버렸는데 이유는 너무 친절하고 젊은 이집트 여승무원 때문. 남편에게 지나치게 친절한 서비스를 한다고 느낀 여자는 질투심에 불타기 시작했고 결국 기내식을 전달하는 승무원의 손을 잡아채 그녀의 손가락을 깨물어 버렸다.   이성을 잃은 여자는 승무원의 머리채를 흔들고 난동을 부리다 동료 승무원들의 만류로 겨우 소란을 멈췄다. 그러나 이집트 공항에 착륙 후 현지 경찰에 입건되며 이들 부부의 여행은 끝이 났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한편 이 승무원은 일반적인 음료 서비스와 기내식 서비스를 한 것뿐이라며 미소로 손님을 대한 것이 이렇게 화를 부른데 대해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자료사진  해외통신원 쿠마르 redarcas@gmail.com
  • 국립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 ‘4월의 빅매치’… 그 주역들을 만나다

    국립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 ‘4월의 빅매치’… 그 주역들을 만나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은 명실공히 우리나라 최고의 발레단이다. ‘국립’과 ‘민간’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작품 수준이나 무용수 실력 등 모든 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라이벌’이다. 올해 두 발레단의 행보는 완전히 극과 극이라 더욱 재미있다. 첫 공연에서부터 유니버설발레단은 모던발레로, 국립발레단은 낭만발레로 관객을 찾았다. 두 번째 공연으로 국립발레단은 로마군에 대항한 검투사를 그린 ‘스파르타쿠스’를, 유니버설발레단은 고전발레의 대표작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택했다. ‘스파르타쿠스’는 힘이 넘치고 강렬한 남성미가 전반에 흐르는 반면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백마 탄 왕자님이 부드러운 입맞춤을 하는 아름다운 남성미가 특징이다. 대척점에 있는 남성미, 두 발레단의 주역들은 어떻게 보여줄까. ■‘스파르타쿠스’ 이영철·이동훈 “숨 고를 새도 없이 점프 점프…내면의 남성미까지 끌어낼 것”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국립발레단 연습실. 한쪽에 무용수들이 널브러져 있다. 거울 앞 의자에 누워 있다가 힘겹게 일어나더니 무대의상으로 갈아입고 나타났다.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손과 팔, 다리에 에너지가 넘친다.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이영철(34)과 이동훈(26)은 다시 지친 모습이다. “스파르타쿠스가 처음 등장해서 독백하는 장면에서 알렉 라츠콥스키 선생님이 요구하는 에너지양이 엄청나거든요. 호흡을 고를 새도 없이 점프가 이어지면서 모든 것을 다 쏟아부으니 지쳐버리죠.”(영철) “피로감으로 본다면 ‘지젤’ 2막에서 알브레히트가 춤을 추다가 쓰러지는 장면과 강도가 비슷해요. 알브레히트는 쓰러지면 좀 쉬거든요(웃음). 그런데 여기서는 지친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어요. 그만큼 강한 남성이니까요.”(동훈) 심지어 이 장면이 1막 1장이다. 그만큼 ‘스파르타쿠스’는 강렬한 남성 발레다. 2001년에 국립발레단이 국내에서 처음 공연했다. 2007년에 올린 뒤 이번이 5년 만인 데다 최근 몇 년 사이 탄탄한 실력과 높은 완성도로 찬사를 받는 국립발레단이 선보이는 것이라 기대감이 크다. →처음 공연하는 것인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영철:전막은 처음이다. 분량이 워낙 많아서 순서 외우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지도 선생님이 ‘정말 노예가 됐다고 생각하라.’고 하시는데 그런 처지를 어떻게 알겠나(웃음).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고 연구하고….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동훈:카를로스 아코스타(로열발레단)의 DVD를 보면서 이미지를 익히고 있다. 과연 내게서 스파르타쿠스 느낌이 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굉장히 얼굴이 하얗다. 노예 반란 지도자치고는. -동훈:그래서 고민이다. 거친 느낌을 내보려고 수염도 기르고 태닝도 해봤는데…. -영철:대신 동훈에게는 타고난 남성다운 힘이 있다. 점프를 볼 때면 ‘정말 높이 뛴다.’고 감탄한다. -동훈:(영철) 형은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긴 데다 신체 곡선이 우월하다. 거기에 탄력과 힘까지 갖췄으니 부러울 뿐이다. →둘 다 발레하기 전 스트리트 댄스를 했는데 도움이 됐나(이동훈은 중학생 때 비보잉을 했고 이영철은 고교 시절부터 스무살까지 방송 백댄서를 했다). -영철:확실히 뒤늦게 발레를 시작해서 몸 만들기가 어려웠는데 일단 기본을 잡으니 발레뿐만 아니라 현대무용 같은 다른 움직임이 필요할 때 동작이 자연스러운 것 같다. →이번 공연에서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모습은. -영철:스파르타쿠스는 강한 검투사이면서 여인 프리기아를 사랑하는 남자이기도 하다. 단순히 동작에 힘만 싣는 게 아니라 움직임과 얼굴 표정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동훈:돌고 뛰고 부딪히는 동작이 모두 고난도다. 끝까지 지치지 않으려면 체력 안배가 중요해 보인다. 그래야 섬세한 연기도 가능할 듯하다. 그다지 남성적이지 않은 내 스타일에 맞춰 고뇌하는 혁명가의 모습을 더욱 많이 보여주고자 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스파르타쿠스는 아람 하차투리안 작곡, 레오니드 야콥슨의 안무로 1956년 레닌그라드 오페라발레시어터에서 초연 했다. 1968년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이 이어진다. 로마군과 노예 반란군의 대결은 남성 군무의 상징. 4월 13~1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5000~10만원. (02)587-6181.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이현준·이승현 “걷는 모습·시선 처리까지 신경…새로운 왕자의 모습 보여줄 것” 지난주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백조의 호수’ 공연을 끝내고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연습에 돌입했다. 오전 10시쯤 연습실에 나와 오후 6시까지 강행군이다. 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발레단 사무실에서 만난 두 주역 이현준(27)과 이승현(26)에게는 일분일초가 아쉽다. “콩쿠르에서 비참가자(참가자의 파트너)로 이 작품의 파드되(2인무)를 한 적이 있어요. 첫 전막 공연이라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죠.”(현준) “공연일이 다가올수록 더 잘 표현해야겠다는 부담이 생겨요. 수석무용수로 승급된 뒤 처음 한국 무대에 주역으로 서는 것이니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고요.”(승현)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유니버설발레단이 1994년 창단 10주년 기념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이번 공연은 2006년 이후 6년 만이다. →둘 다 이 작품에 남다른 의미가 있을 듯하다. -현준: 2006년 관객으로서 공연을 봤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이 정말 아름다워서 잠을 못 잘 정도였다.결국 5회짜리 공연을 다 봤다. 그런 작품을 하게 되니 행복할 수밖에 없다. -승현: 지금껏 했던 공연이 대부분 내게는 초연이었다. 재미있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연습했던 것을 다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과 더 큰 박수 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지금의 피곤함도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고(웃음). →해외 공연을 끝내고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강행군이다. -현준: 무대에 많이 서는 건 감사한 일이다. 물론 힘들긴 하다. 이 공연이 끝나고 며칠 뒤 타이완으로 떠난다. 현대발레 ‘디스 이즈 모던 3’ 공연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이번 공연에 집중하고 있다. →모던발레와 고전발레를 넘나드는데 어려운 점은 . -승현: 모던발레는 움직임이 크고 자유로운데 고전발레는 상체를 마치 상자에 넣은 것처럼 고정하고 통째로 움직여야 해서 무척 어렵다. -현준: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의 왕자는 더 상체가 곧다. ‘백조의 호수’의 지그프리드는 활달한 왕자이고 ‘라 바야데르’의 솔로르는 자유로운 무사인데 데지레 왕자는 강하지만 그걸 드러내지 않는다. 상체를 꼿꼿하게 세운 채 화살을 던져 나무에 꽂는 식이다(웃음). 무용수로서는 정말 힘든 자세다. -승현: 그런 자세로 춤도 춰야 하니까(웃음). →많이들 아는 이야기를 다르게 풀어내는 것도 숙제일 듯한데. -승현: 춤이나 걷는 모습, 손가락 움직임, 시선 처리까지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지금까지 봤던 작품 속 왕자와 다른 모습을 표현하고자 한다. -현준: ‘지젤’이나 ‘백조의 호수’나 다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무용수들의 연기와 실력 때문이 아닐까. 사실 관객에게는 무용수가 얼마나 연습했고 어떤 부상과 시련을 입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그날의 공연’만이 판단 기준이다. 그렇게 배웠고 또 그렇게 해왔다. 무대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작곡가 표트르 차이콥스키와 안무가 마리우스 페티파의 ‘3대 고전발레’ 중 하나로 아카데믹 발레로 불린다. 1890년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 초연. 웅장한 왕궁, 다양한 캐릭터 등 볼거리가 많다. 4월 5~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만~10만원. (02)399-1114~6.
  • 마다가스카르섬 소년 조나의 삶과 꿈

    마다가스카르섬 소년 조나의 삶과 꿈

    얼굴에 때가 까맣게 껴 있어도, 코에 맑은 콧물을 묻히고 있어도 아이들의 눈망울에는 아프리카의 파란 하늘과 인도양의 깨끗한 바다가 담긴다. 아프리카 남동쪽에 놓인 오래된 섬, 마다가스카르. 전 세계 생물 20만종 중 75%를 볼 수 있을 만큼 ‘생태계의 보고’를 자랑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최빈국에 속할 정도로 가난하다. 이곳 아이들은 마냥 순수하게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없다. EBS는 30일 저녁 8시 50분 ‘세계의 아이들’에서 마다가스카르의 자연이 길러낸 아이들의 삶과 꿈을 조명한다. 마다가스카르는 2000여년 전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계절풍을 타고 정착해 동남아시아인과 흑인의 혼혈인 말라가시아들이 많다. 신이 거꾸로 던져 심은 나무라는 전설을 지닌 바오바브나무는 마다가스카르의 상징이다. 바오바브 거리에 서면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 속에 들어온 듯 신비롭다. 하지만 이야기에 등장한 나무를 보는 낭만에 빠지기엔 이곳 아이들의 삶은 너무 고달프다. 문맹률이 80%에 이를 정도로 학교에 가는 아이보다 가지 못하는 아이가 더 많다. 학비는 우리나라 돈으로 1년에 만원 정도이지만, 소득의 절반을 소작료로 내야 하는 소작농들에게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다. 모론다바에 사는 12살 조나도 학교에 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소작농 아빠의 농사를 돕느라 아침에는 농사꾼, 오후에는 낚시꾼, 저녁에는 사탕수수 장사에 나선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무더위 속에서 일하고 먹는 건 고작 만요크(나무뿌리) 죽. 그래도 조나는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낸다. 고달픈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조나는 목청껏 노래한다. “나는 행복하다.”고. 학교에 다니지는 못해도, 마다가스카르 자연에서 누구보다 지혜로운 소년으로 성장하는 조나. 마다가스카르의 자연을 누비는 운전사가 되는 게 꿈인 조나에게 앞으로 어떤 인생이 펼쳐질까.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30일 TV 하이라이트]

    ●피쉬와 칩스(KBS1 오후 1시 30분) 머레인은 피쉬가 육지에서 숨을 쉴 수 있도록 공기방울을 늘 만들어준다. 그런데 이 중요한 머레인이 칩스 일당에게 납치를 당한다. 칩스가 원하는 것은 피쉬의 뼈목걸이 뼈리링이다. 이로 인해 피쉬는 진화를 도와줄 행운의 부적인 뼈리링을 지키느냐, 아니면 공기방울을 만들어주는 머레인을 도와주느냐를 놓고 갈등에 빠지게 된다. ●사랑과 전쟁 2(KBS2 밤 11시 5분) 남편과 사별한 뒤 외롭게 사는 재산 많은 시어머니를 형제들은 서로 모시겠다고 쟁탈전을 벌인다. 쟁탈전 끝에 아내는 온갖 꾀와 아부로 어머니를 모시게 된다. 그러나 어머니는 보증 때문에 전 재산을 잃게 된다. 재산을 잃고 충격으로 반신불수까지 된 어머니 앞에서 남편은 변해 버린 자신의 형제들과 아내를 마주하게 된다. ●위험한 여자(MBC 오전 7시 50분) 서주와 동민은 뺑소니 사고의 운전자가 김 비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도희를 찾아간 바닷가에서 소라는 도희 품에 안겨 짧은 인사를 나눈다. 최 이사는 소라를 대신해 뺑소니 사건의 공범으로 자수하기로 한다. 시간이 흘러 2년 후, 동민과 서주는 한국으로 돌아오고, 지원은 진송그룹 회장으로 취임한다. ●세계도시여행(SBS 오후 6시 30분) 호주 시드니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멜버른으로 이동한 탤런트 박준규 부부. 오랜 세월을 품은 건물과 현대적인 고층 빌딩들이 조화를 이루는 멜버른 시내에서 마차 투어로 여행을 시작한다. 역사를 지키고, 자연을 보존하는 도시 멜버른으로 결혼 20주년을 맞이하여 떠난 중년 부부의 달콤한 낭만 여행 이야기를 엿본다. ●명의(EBS 밤 9시 50분) 인간의 간은 혈액과 함께 들어온 영양소를 저장한다. 또 인체 내 필요한 물질로 가공하거나 독성물질을 해독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이런 간은 다른 장기와 달리 피막으로 둘러싸여 별다른 통증을 느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간을 ‘침묵의 장기’라 부른다. 그래서 암이 발병해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인데…. ●올리브(OBS 밤 11시 5분) 45년차 베테랑 성우 송도순은 타고난 목소리를 과시하며, 자신만의 목 관리법과 황사철 건강관리법을 공개한다. 송도순은 대학선배 김을동을 우연히 따라가 성우시험에서 수석으로 합격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는 데뷔 이후 연예계 최고의 스타들과 호흡하며, 타고난 인복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보낸 지난날의 각종 비화를 털어놓는다.
  • 포퓰리즘… 방향만 잘 잡으면 ‘약’

    포퓰리즘… 방향만 잘 잡으면 ‘약’

    이 단어. 입 밖으로 내려면 어금니에 힘 한번 꽉 줘야 할 것 같다. 두 손을 선동가적인 제스처로 높이 쳐드는 확신에 찬 동작이나 경멸적이고도 냉소적인 표정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바로 ‘포퓰리즘’이다. 1930년대 아르헨티나의 페론주의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요즘 툭하면 나오는 ‘잘못하면 그리스 꼴 난다.’의 원래 버전은 ‘잘못하면 남미꼴 난다.’였다. 얼마나 부정적인 어감이 강하던지 한쪽에서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을 두고 ‘복지를 가장한 포퓰리즘’이라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재벌과 부자 감세야말로 더 즉흥적인 포퓰리즘’이라 맞받아치는 양상이 숱하게 벌어졌다. 찬반 진영 모두 포퓰리즘을 이 시대 악의 축으로 간주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사실 학계에서 포퓰리즘에 대한 합의된, 뚜렷한 정의가 없다. 포퓰리즘에는 분명히 부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대중의 욕구에 부응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요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반드시 배척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대중의 욕구에 부응하지 않으려면 뭣하러 선거해 가며 애써 민주주의 하겠느냐는 말이다. 이렇게 보면 대중의 욕구 분출이 문제라기보다 이를 가다듬어 구체적인 비전이나 정책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가와 관료들의 정치적 상상력과 정책 기획 집행 능력 부족이 오히려 더 큰 문제일는지 모른다. 가령 1980년 초부터 포퓰리즘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던 영국의 여성 정치학자 마거릿 캐노번은 20여 년의 연구 끝에 “포퓰리즘을 정치적, 병적인 행태로 간주해 가치가 없다고 묵살해서는 안 된다. 직접성, 자발성, 소외의 극복에 대한 낭만적인 충동이 대의제 민주주의와 충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한다.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의 적대자가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에 드리운 그림자”라는 것이다. 저자가 이쯤에서 불러내는 인물은 정치학자 에르네스토 라클라우다. 라클라우는 포퓰리즘을 “모든 정치 행위를 관통하는 근원적 특성”이라 부른다. “총족되지 않은 민주적 요구와 현상 유지 간에 놓인 정치적 경계를 관통하는 정치 영역의 이분화”가 바로 포퓰리즘의 정체성이라 보기 때문이다. 국민이 뭐라 떠들어도 정치가 꿈적하지 않을 때, 다시 말해 좌파나 일부 불순 세력의 선동 때문이 아니라 불통(不通) 정권이 포퓰리즘을 낳는다는 얘기다. 해서 “포퓰리즘을 둘러싼 혼란이야말로 제대로 된 정치적 시대의 도래”를 뜻한다. 너 나 할 것 없이 무엇이든 간에 포퓰리즘이란 단어를 철썩철썩 가져다 붙이는 지금 한국의 상황은 한국이 진정한 정치적 시대에 돌입했음을 드러내는 하나의 징후라는 것이다. ‘한국 정치를 읽는 20개의 키워드’(홍익표 지음, 오름 펴냄)는 이처럼 지금 한국을 들끓게 하는 이슈들을 되새김질해 볼 수 있는 키워드 20개를 고르고서 이에 대한 정치·사회학자들의 이론적 논의를 덧댄다. 20가지 키워드 가운데 ‘포퓰리즘’에 이어 또 하나 주목할 만한 키워드는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사법부’다. 미국의 정치학자 마틴 셰프터와 벤자민 긴즈버그는 1970년대 이후 미국이 이미 이런 길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선거로 인한 정권교체가 일상화되면서 권력을 완전히 잃거나 얻는 경우가 드물어지면서 격렬한 노선투쟁을 내건 정당 간 경쟁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경쟁의 장소가 투표장이나 유세장에서 사법부나 언론으로 옮겨졌고, 선거를 대신해 폭로-수사-기소가 정치적 투쟁의 유용한 수단으로 등장”했다는 의미다. 검찰이 흘리고 언론이 받아쓴다는 말이 한국 사회만의 얘기는 아니었던 것이다. 또 우리는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 하면 재미난 이야깃거리 정도로 취급하지만 당시 미국 학자와 언론인들이 그것을 독일 비스마르크 시대 ‘문화 투쟁’에 비유하면서 세속적 정치의 영역이 오그라들고 있다고 한탄한 배경도 짐작해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몇 년간 이런 현상은 극에 달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 혐의 기소, 광우병 파동 관련 PD수첩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기소,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2번의 기소와 무죄 판결, 수도 이전 위헌 결정과는 대비되는 미디어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애매한 결정 등 사례는 숱하게 많다. 이 외에도 ‘언론-시장에 종속된 공론장’ ‘교회-교회의 정치화’등 한국 사회의 민감한 이슈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오늘날 한국을 둘러싼 논란을 한번쯤 정리해 보고자 한다면 참고할 만하다. 2만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소리친다고 침묵한다고 민주주의가 옵니까 !

    소리친다고 침묵한다고 민주주의가 옵니까 !

    황제 법학자, 나치즘을 옹호한 극우 법학자라 불리는 카를 슈미트(1888~1985)를 ‘급진 정치사상가’로 되불러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몇 해 전 “예외상태에 대해 결정하는 사람이 주권자다”라는 명제로 상징되는 슈미트 결단주의 사상의 핵심 ‘정치신학’(그린비 펴냄)이 나온 데 이어 ‘현대 의회주의의 정신사적 상황’(카를 슈미트 지음, 나종석 옮김, 길 펴냄)이 번역되어 나왔다. 원본은 1923년 출간됐다. 경제사에 대해 언급하는 많은 책들이 이 시기를 경이롭게 다룬다. 1차세계대전 패배 이후 살인적인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독일이 신음하던 시기라서다. 물가가 어찌나 팍팍 오르는지 시장에서 빵 하나 사는데 수백억 마르크를 들고 가야 하고, 어찌나 잽싸게 오르는지 맥주집에 들어가 가격을 확인하고 맥주 한 잔 마시고 나오는데 이미 인상된 가격표가 새로 붙어 있더라는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오는 때다. 슈미트가 절망한 것은 어려운 상황 때문이 아니다. 이겨낼 수 있다는 전망이 보이지 않아서다. 이 험악한 상황 속에서도 독일 의회는 오직 공개적 토론에 의한 합의라는, 공허한 자유주의적 이상에 매달려 있어서다. 슈미트는 자유로운 토론을 아무런 결론으로,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영원한 대화”라 부르며 비웃는다. 의회에서의 자유로운 토론은 정치적 낭만주의, 무기력한 나르시시즘쯤으로 여긴다. 해서 슈미트는 책 초반부에서 당대 의회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지금 읽어봐도 간담이 서늘할 정도다. “모든 공적인 업무가 정당과 그 추종자의 강탈과 타협의 대상으로 변질되고, 정치는 엘리트가 하는 일이라고 하기에 너무나 거리가 멀고 상당히 비천한 계층의 사람들이 하는 꽤 천한 일이 되었다는 상황을 의회주의가 이미 초래했다.” “오늘날 인간의 운명이 걸려 있는 커다란 정치적 경제적 결정은 더 이상 공개 연설과 반대 연설을 통해 확보된 상이한 의견들의 균형의 결과도 아니고 의회에서의 토론의 결과도 아니다.” “정당이나 정당연합의 소위원회와 최소인원에 의한 위원회가 폐쇄된 방 뒤에서 은밀히 결정을 내리고, 대자본가 이익단체의 대표자들이 최소인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처리하는 것은 수백만명의 일상생활과 운명에 대해 아마 정치적 결정보다 훨씬 중요할 것이다.” “마침내 사회주의자가 아닌 사람들도 신문과 정당과 자본 사이의 결합을 인식하게 되었고, 정치는 단지 경제적 실제의 그림자로서만 취급하게 됐다.” 그렇다고 이 책 자체에서는 나중에 드러나게 될 나치즘에 대한 지지의 징후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자유주의적 의회를 비판한 초반부에 이어 볼셰비즘과 파시즘을 차례로 검토하는데, 오히려 파시즘을 더 가혹하게 비판한다. 슈미트는 볼셰비즘이나 파시즘 같은 어처구니없는 대안들이 활개 치도록 내버려둘 것이냐, 한가하게 토론이나 하자고 말할 때냐고 되묻는 쪽에 가깝다. 슈미트는 이후 영원한 대화에 빠져 있는 의회 대신 강력하고 권위적인 대통령제를 지지하게 된다. 그 대통령직을 총통으로 바꿔 낼름 차지한 것이 히틀러였다. 이는 바이마르공화국 헌법 기초작업에 참여한 막스 베버(1864~1920)와도 비교해 봄 직하다. 베버 역시 독일정치의 혼란상을 겪으면서 1919년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통해 카리스마적 지도자와 그 지도자를 따르는 머신(강한 결속력을 가진 당파적 추종자들)을 대안으로 내걸었다. 만약 베버가 조금 더 오래 살았더라면 히틀러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했을까. 슈미트와 같았을까, 달랐을까. 슈미트를 두고 “베버 전통을 계승한 사회철학자”라는 평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번 곱씹어 볼 문제다. 슈미트는 원래 보수주의의 대부로 꼽힌다. 나치즘에 복무한 이력 때문이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에 참여한 헌법학자 한태연·갈봉근이 슈미트주의자로 꼽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치적인 것’(the political)을 화두로 붙잡은 급진좌파 사상가들에게도 주목받고 있다. 의회에 대한 그의 강력한 비판은 정기적으로 선거해서 지도자 뽑고 있으니 우리도 어쨌든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나르시시즘을 깨부수어 주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우리와 동떨어진 얘기가 아니다. ‘여의도식 정치에 대한 환멸’을 내세운 권위주의적 대통령을 겪고 있어서다. 묘하게도 결과는 역설적이다. 정치를 혐오하는 국민들이 정치에 거리두는 대통령을 뽑았음에도 정치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버렸다. 말 그대로 ‘정치적인 것의 귀환’이다. 2만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도봉, 주민과 함께하는 ‘1박2일’ 독서여행

    오는 18일로 개관 1주년을 맞는 도봉구 도봉1동 어린이도서관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한다. ‘소중한 꿈을 안고 씩씩하게 자라가요!’를 주제로 한 기념행사는 17일 오후 2시부터 18일 오전 9시까지 진행된다. 그림자극 공연, 바이올린 연주 등이 40분간 펼쳐져 축하공연 첫머리를 장식한다.이동진 구청장이 직접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시간도 있다. 오후 3시부터는 강연을 들을 수 있다. 2시간에 걸쳐 ‘도서관에 놀러온 짱뚱어’의 작가이자 도예가인 후두둑 김창진씨와 함께 치유 활동을 하게 된다. 흙을 이용해 나만의 짱뚱어를 만들어 전시하는 활동이 참가자들의 생태 감수성을 높여준다. 오후 7시 열리는 ‘도서관에서 하룻밤 캠프’를 놓치면 후회할 수 있다. 독서골든벨, 보물찾기, 영화상영 등 프로그램이 도서관을 친숙한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한다. 캐릭터인형 전시, 우리작가 책 100선 전시, 나무목걸이 만들기 등도 즐길 수 있다.최성희 문화관광과장은 “음식반입 금지, 소란 금지 등 제약공간이었던 도서관에서 색다른 낭만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강릉 경포대~주문진 송동영춘(送冬迎春) 도보여행

    강릉 경포대~주문진 송동영춘(送冬迎春) 도보여행

    그 길은 화사했습니다. 햇빛 듬뿍 빨아들인 바다는 파란 하늘과의 경계를 허물었고, 귓불을 스치는 바람은 촉촉하고 포근했습니다. 굳이 이름 붙여 부르지 않더라도 그 길엔 낭만이 넘쳤습니다. 강원 삼척에서 속초를 잇는 ‘낭만가도’입니다. 그 가운데 강릉의 경포대에서 주문진에 이르는 ‘경포 중심 낭만가도’ 50리길을 걸었습니다. 발길 따라 봄바람 난 바다와 빼어난 풍경들이 줄곧 동행했지요. 춘분(春分·20일)이 코앞입니다.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는 송동영춘(送冬迎春)의 갈림목입니다. 겨울의 시샘이 남아 있지만, 강릉의 바다 위엔 봄기운이 펄떡이고 있었습니다. ●봄바람 난 바다, 봄바람 난 발걸음 봄바람이 난 게다. 바다가 저토록 화사한 빛깔로 치장할 수 있을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차다 못해 시린 결기가 느껴지던 바다였다. 경칩이 지난 지금은 전혀 다르다. 동해의 쪽빛 바다는 분명 봄을 잔뜩 머금었다. 해변은 흰빛으로 빛난다. 말 그대로 백사장이다. 파란 바다와 흰 모래가 부둥켜 안고 떨어지길 반복하며 희롱하고 있다. 화창한 초봄, 이런 난리가 없다. 이 길의 이름은 여럿이다. ‘해파랑길’이라고도 하고 ‘낭만가도’(漫街道)라고도 한다. ‘관동팔경길’, ‘바우길 12구간’이라고도 불린다. 제각기 나붙은 표지판을 보면 헷갈릴 지경이다. 분명한 건 없던 길을 새로 내지는 않았다는 것. 해파랑길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성하고 있는 부산 오륙도~강원 고성 간 688㎞의 탐방로를 말한다. 관동팔경길은 해파랑길의 4개 테마 가운데 하나로, 경북 울진에서 고성까지의 구간을 일컫는다. 바우길은 한 사설단체가 강릉 지역의 산과 바다를 여러 테마로 묶어 연결한 길이다. 이 길은 그 가운데 ‘12구간’에 속한다. 낭만가도는 강원도에서 삼척~속초 사이 7번 국도를 중심으로 조성 중인 길이다. 그러니 강릉에서 주문진에 이르는 길은 ‘해파랑길’이자 ‘바우길 12구간’이며 동시에 ‘낭만가도’인 셈이다. 이름은 많아도 길은 하나다. 길이 줄곧 바다를 따라갔으면 좋으련만, 중간중간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들고 나야 한다. 하지만 회색빛에 갇혀 살던 도시인에겐 그마저 더없이 ‘낭만적’이다. 경포호를 휘휘 돌아 주문진으로 난 바닷길로 방향을 잡는다. 전체 거리는 18㎞가량. 5시간은 족히 걸린다. 하지만 경포대에서 사천항까지는 다소 번잡한 7번 국도를 따라 걸어야 하는 만큼, 사천에서 주문진까지 12㎞ 구간만 걷는 사람도 많다. 순포해변, 순긋해변을 차례로 지나면 뒷불해변이다. 사천항 뒤편에 초승달 모양을 하고 있는 작고 예쁜 해변이다. 공식명칭은 사천진해변. 하지만 단순히 지명에서 따온 이름보다는 오래전부터 불려온 뒷불해변이 더 정겹고 친근하다. 해변 초입, 거대한 알 모양의 바위가 객들을 맞고 있다. 교문암(蛟門岩)이다.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할 때 바위가 두 쪽으로 쪼개졌다는 전설이 담겼다. 우리 땅 대부분의 이무기가 용 되는 꿈을 꾸다 실패담만 남긴 것에 견줘, 이 바위는 드물게 해피 엔딩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해다리 바위 가족단위 여행객에 인기 교문암에서 한 굽이 돌면 사천진해변이다. 하평해변과 합쳐져 무려 1.3㎞에 달하는 곧고 너른 해변을 형성하고 있다. 해변의 랜드마크는 해다리(海狗) 바위다. 오래전 물개들이 많이 서식해 이름지어졌다. 해변에서 해다리 바위까지는 남도의 노둣길처럼 큰 바윗돌을 쌓아 연결했다. 길 가운데는 둥글게 바위를 쌓아 작은 수영장처럼 꾸며 놓았다. 노둣길과 해다리 바위 사이엔 작은 교량도 만들어 뒀다.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해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다. 해다리 바위는 멀리서 보면 작고 볼품없다. 하지만 발을 딛고 서면 제법 크고 장쾌하다. 마주하는 바다의 크기 또한 가슴에 담기 벅차다. 이어지는 곳은 솔향 가득한 연곡해변. 해송숲으로 이름난 곳이다. 수평으로 이어진 바다만 보다가 수직의 나무 세상에 드는 맛이 각별하다. 다소 차가운 바닷바람과 숲그늘 탓에 몸은 움츠러들어도, 코를 간질이는 솔향은 더없이 풋풋하다. 솔숲을 지나면 길은 다시 바다로 이어진다. 영진해변이다. 소금강에서 흘러내린 연곡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 바다에 어둠이 찾아들면 주문진 등대 불빛과 항구의 불빛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기도 한다. 바로 이쯤부터 해변에서 유난히 많은 커피집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횟집들이 늘어선 여느 해안가 풍경과 확연히 대비된다. 특히 영진해변 초입은 거의 ‘한 집 건너 커피집’이다. 장혜실 문화관광해설사는 “중소도시 강릉에 ‘커피의 장인’들이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만 100여개나 된다.”며 “전국의 이름난 바리스타들이 강릉으로 이주하면서 생긴 독특한 지역문화”라고 설명했다. 그 가운데 가장 명성을 얻고 있는 곳이 영진해변 뒤쪽의 ‘카페 보헤미안’이다. 재일교포 출신의 바리스타가 직접 내려주는 핸드드립 커피로 이름났다. ●소돌아들바위공원의 기묘한 갯바위들 커피향을 뒤로하고 다시 바닷가로 나서면 빨간색과 하얀색의 등대가 눈길을 끈다. 주문진항이다. 강원도의 대표 수산시장.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을 이룬다. 이제껏 해변을 따라 서정과 낭만을 즈려밟고 걸었다면, 주문진항에서는 날것 그대로의 질펀한 삶과 마주할 수 있다. 주문진항에서 북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소돌아들바위공원과 만난다. 잘 가꿔진 수석전시장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해상공원이다. 공원에 들면 29세에 요절한 가수 배호(1942~1971)의 노래 ‘파도’가 은근하게 울려퍼진다. 환경 기금 조성을 위해 마련된 돌저금통에 500원짜리 동전을 던지면 노래가 나온다. 일종의 주크박스인 셈. 공원의 갯바위들은 하나같이 형태가 기묘하다. 아들바위, 코끼리바위, 소바위 등 독특한 형태의 바위들이 널려 있다. 아들바위의 기원이야 단박에 알 수 있다. 아들을 원하는 부부가 기도를 하면 소원을 성취한다는 뻔한 얘기다. 코끼리바위와 소바위는 붙어 있다. 둘은 어떻게 이런 형상이 만들어졌을까 싶을 만큼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전남 목포의 갓바위를 연상하면 알기 쉽다. 바위 표면이 마치 촛농이 흘러내리다 굳은 듯하다. 게다가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어,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다. 소돌아들바위공원에서 한 굽이 돌면 주문진해변이다. 경포 중심 낭만가도의 종착지다. 소돌아들바위공원과 주문진해변을 연결한 집라인(Zipline, 와이어를 타고 공중을 이동하는 레포츠)이 인상적이다. 집라인 탑승대에 올라서면 너른 주문진 앞바다가 한눈에 담긴다. 글 사진 강릉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강릉 나들목을 나와 경포대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하면 강릉 시내를 거치지 않고 곧장 경포대로 연결된다. 종합관광안내소 640-4414, 4531. 주문진관광안내소 640-4535. 맛집 주문진항 시장은 먹거리 천국이다. 요즘 많이 잡히는 생선은 열기. 12마리에 1만원선이다. 붉은 대게로 불리는 홍게는 큰 놈 5마리가 10만원선, 문어는 4만~12만원이다. 주문진수산물종합판매장 내 원영생선구이는 다양한 생선구이로 입소문 났다. 662-0203. 영진해변 뒤 커피숍 ‘보헤미안’은 월·화·수요일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 662-5365. 경포호 옆에 초당순두부마을이 있다. 잘 곳 영진해변 뒤편의 노벰버(662-6642), 경포대 안쪽의 비치호텔(643-6699)이 가격 대비 시설이 뛰어난 곳으로 꼽힌다. 양반들의 잠자리가 궁금하다면 선교장(646-3270) 한옥체험도 좋겠다.
  • 고인돌 가족 주택, 40억에 매물로 나와

    고인돌 가족 주택, 40억에 매물로 나와

    영화 고인돌 가족 플린스톤에 나오는 집이 실제 매물로 나왔다. 둥근 모양의 집은 대부분 대리석으로 지어졌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영화 고인돌 가족에 나오는 집과 외형이 동일하다. 화제의 주택은 미국의 유명 TV쇼 진행자 딕 클락의 소유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말리부에 위치해 있다. 말리부 언덕에 그림처럼 지어진 주택의 가격은 무려 350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40억원. 시원한 바다와 보니 산이 내다보이는 낭만적인 풍경은 덤이다. 소형 빌딩가격에 매물로 나왔지만 주택은 소형(?)이다. 잎이 무성한 식물이 아름답게 자라고 있는 15헥타르 규모의 넓은 대지 위에 지어졌지만 방은 달랑 1개뿐이다. 그래도 화장실은 2개다. 매매중개를 맡은 부동산 에이전시 트룰리아는 “세계에서 (고인돌 가족 영화에 나오는 집과 흡사한) 유일한 주택”이라면서 “마치 석기시대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들도록 디자인된 주택”이라고 매물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툴리아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 “설악권 관광객 속초로 오세요”

    강원 속초시가 도시관광 활성화를 위해 관광 야시장과 테마거리를 조성한다. 속초시는 6일 도심 외곽에 머무는 설악권 관광객을 도심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관광 야시장과 테마거리를 조성, 다양한 볼거리·즐길거리를 확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모두 229억 44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설악로데오거리 연결로 구간을 정비하고 아바이마을 특화지구 조성, 청초호 유원지 정비, 워터프런트 및 어촌풍경로 조성 등의 사업을 2014년까지 추진한다. 사업비는 국비 71억 9800만원을 비롯해 도비 31억 6300만원, 시비 73억 8300만원, 민자 52억원이다. 이 가운데 이달 착수하는 설악로데오거리 연결 도로 정비사업은 13억여원을 들여 청초호반로 등 상대적으로 낙후된 로데오거리를 대상으로 보도를 확장하는 등 보행·교통환경을 개선한다. 정비사업은 3개 권역으로 나눠 빛·젊음·낭만 등 공간별 특화된 주제를 두고 바닥에 조명을 설치하는 등 다채롭게 거리를 단장할 계획이다. 속초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화이트데이 공연 선물이 딱이죠! 달콤 ·신선한 ‘아르츠 콘서트’등 女心 매혹 ‘OK’

    화이트데이 공연 선물이 딱이죠! 달콤 ·신선한 ‘아르츠 콘서트’등 女心 매혹 ‘OK’

    2월 밸런타인데이의 보답과도 같은 화이트데이가 다가왔다. 14일 화이트데이를 더욱 빛나게 할 공연들이 눈에 띈다. ●송영훈·김정원 3개도시 순회 연주 세기의 음악가와 화가, 불멸의 연인을 명화와 명곡으로 조명한 ‘아르츠 콘서트 폴 인 쇼팽(Fall in CHOPIN)’은 스타 연주자 송영훈(첼로·왼쪽)과 김정원(피아노·오른쪽)의 만남으로 꾸몄다. 여기에 위대한 음악가 쇼팽과 소설가 상드,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를 덧대 기대감을 높였다. 송영훈과 김정원의 연주로 2개의 폴로네이즈, 4개의 프렐류드,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소나타 g단조를 듣는다. 이와 함께 미술해설가 윤운중의 해설로, 들라크루아의 낭만적 화풍에 담긴 쇼팽과 그의 연인 델피나 포투카, 마리아 보진스키 등을 만날 수 있다. 10일 부산문화회관, 11일 대구수성아트피아에 이어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3만~7만 7000원. (02)2658-3546. ●빈필 플루트 거장 발터 아우어 첫 내한 공연 빈필하모니의 플루트 수석 발터 아우어가 첫 내한공연을 연다. 크레모나 콩쿠르, 뮌헨 ARD 콩쿠르 등에서 입상하며 유럽 음악계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아우어는 여자경의 지휘로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이베르의 플루트 협주곡,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중 ‘정령들의 춤’을 협연한다. 프라임필하모닉은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등도 연주할 예정. 공연은 14일 군포문화예술회관, 17일 서울 예술의전당으로 이어진다. (031)392-6429. 탱고의 본고장 아르헨티나에서 결성된 탱고 듀오 오리엔탱고가 14일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화이트데이 콘서트’를 연다. 데뷔 후 10년동안 발표한 인기곡과 영화 ‘여인의 향기’의 주제곡 ‘간발의 차이로’(Por Una Cabeza),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의 주제곡 등 탱고 명곡을 들을 수 있다. ‘엄마야 누나야’, ‘진도 아리랑’ 등 한국 음악과 특별한 접목도 선사한다. 2만~5만원. 070-8742-4918. ●주옥같은 명곡 ‘커피콘서트’도 볼만 ‘화이트데이’ 타이틀을 걸지는 않았지만 주목할 만한 공연이 하나 더 있다. 불후의 명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만든 최영섭 작곡가와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멘토 윤학원 지휘자가 함께 꾸미는 ‘커피콘서트’이다. 14일 인천 구월동 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리는 이 공연에서는 ‘쿰바야’(아프리카), ‘소나무’(독일) 등 해외 민요와 ‘그리운 금강산’ 등 최 작곡가의 주옥같은 명곡을 듣는다. 윤 지휘자와 최 작곡가의 추억을 더듬는 시간도 마련됐다. 1만원. 1588-2341.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밀월도 가는길’ -‘교내폭력’ 주제에는 공감 하지만…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밀월도 가는길’ -‘교내폭력’ 주제에는 공감 하지만…

    동조는 인천 소재 신문의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돼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다. 애당초 인천에 길게 머물 마음은 없었다. 평소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고향 말만 나와도 버럭 화를 내는 그였다. 상을 받고 출판계 사람과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떠나려던 생각은 과거의 문턱에 걸려 바뀐다. 동조는 전학 가면서 헤어진 재호, 유진과 만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하나씩 꺼낸다. 그때마다 여지없이 불려나오는 기정이란 이름의 소년. 사실 동조가 이번에 쓴 소설은 오래전 기정, 유진과 떠난 짧은 여행에 기초한 작품이다. 무의식적으로 기정의 이야기를 창작에 반영한 동조는 그가 남긴 혼란스러운 기억을 되살린다. 머릿속에서 떨쳐내고 싶은 기억,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는 유령이 되어 동조와 마주한다. 교내폭력 문제를 소재로 선택한 몇 편의 독립영화가 근래 주목받았다. 그 밖에도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무수한 장·단편영화들이 비슷한 소재를 다뤄 오고 있다. 20~30대 감독들이 바로 앞 시절에서 건져낸 조각들을 화두로 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학창시절을 낭만적으로 그리는 상업영화와 달리, 그들은 십대 중후반이라는 시간을 어두운 기운이 지배하던 때로 기억한다. 그런데 우연인지 그들의 영화는 일정한 패턴을 따른다. 하나, 무덤덤하게 현실을 살아가던 인물 앞으로 끔찍했던 십대의 기억이 문득 찾아온다. 둘째, 방문자의 손에는 집단 따돌림과 폭력의 통증이 치유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밀월도 가는 길’도 그러하다. 운명처럼 고향으로 돌아간 인물은 지우지 못할 흔적과 싸워야 한다. 반복되는 패턴에도 십대를 다룬 독립영화들이 하나의 뭉치로 읽히지 않는 건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일군의 작품 가운데 가장 쓰라린 상처를 간직한 ‘밀월도 가는 길’은 비참한 상황에 부닥친 인간이 소망했던 무엇을 이야기하려 한다. 기정은 현실의 고통을 잊으려고 아지트를 꾸미고 미지의 세계인 웜홀에 의지하는 소년이다. 겉으로 그의 슬픔은 집단 따돌림이나 가난의 비참함에서 비롯된 듯하다. 진짜 비극은, 소년이 소망하는 바를 아무도 믿지 않음으로써 일어난다. 소년이 규정하는 ‘금지구역’의 개념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잠입자’(혹은 영화의 원작인 ‘노변의 소풍’)에서 따왔는데, 구역이란 희망을 버린 이들을 살려주는 도피처이자 기적으로 기능한다. 현재와 과거가 소설 속 이야기와 뒤섞여 전개되는 ‘밀월도 가는 길’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몇몇 장면과 대사에서 ‘잠입자’의 영향이 감지되지만 2~3분 정도는 쉽게 넘기는 타르코프스키 특유의 길게 찍기 같은 건 여기 없다. ‘밀월도 가는 길’은 때때로 빠른 편집과 현란한 움직임으로 현대 스릴러의 리듬을 취한다. 30여년 전 타르코프스키가 희망과 믿음을 잃은 사람들을 보며 느낀 절망의 속도가 현 시점으로 오면서 빨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인지 주제에 공감하면서도 선뜻 지지하기엔 망설여지는 영화다. 시야에서 사라진 인물을 불러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두 인물의 관계를 기계적으로 봉합했다는 생각이다. ‘잠입자’와 ‘밀월도 가는 길’은 서늘한 계절의 긴 한나절에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면의 이야기를 아래로 묻어둔 전자와 너무 많은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이어붙인 후자 중 과연 누가 더 진실에 접근했을까?
  • [씨줄날줄] 경춘선/임태순 논설위원

    지난 주말 문상차 춘천을 다녀왔다. 승용차로 함께 가자는 친구의 말을 뿌리치고 상봉역으로 가 혼자 전철에 올라타는 청승을 떨었다. 조금 지나니 도심을 벗어나 전원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대성리, 청평, 가평, 강촌 등을 지나자 북한강을 낀 수려한 풍광이 연이어 펼쳐져 눈을 감을 수 없었다. 동료들보다 먼저 춘천에 닿고 눈까지 호사했으니 내심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에 쾌재를 불렀다. 경춘선은 도시인들의 영원한 로망이다. 열차에 몸을 실으면 금세 혼잡한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과 마주친다. 경춘선의 탈서울 기능은 숙명이었던 것 같다. 일본 특파원 미즈시마 겐도 1939년 개통 당시 ‘경춘 철도 시승기’를 쓰면서 “나직하고 작게 멀어지는 경성의 거리, 그 거리의 하늘에 우뚝 솟아 있는 프랑스 교회의 첨탑이 묘하게 빛난다.”고 했다. 경춘선에는 또 추억과 낭만이 남아 있다. 대학생 시절 인기 MT 장소이자 연인과 떠나는 기차여행지로 사랑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경춘선에는 애틋한 마음을 갖고 있다. 경춘선이 오랫동안 남다른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차창 밖 경치도 절경이지만 도시화의 때를 덜 탄 요인도 크다. 서울·인천의 경인 축과 서울·수원의 경수 축이 도시 연담화(連擔化)로 거대도시가 된 것과 달리 경춘 축은 인구 유입이 적어 한적한 시골 모습이 많이 남아 있다. 피천득의 명수필 ‘인연’도 경춘선과의 인연이 없었으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학에 강의를 하기 위해 춘천을 자주 오가던 그는 “그리워하면서도 한번 만나고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서로 아니 만나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번 만났다.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고 토로하면서 “오는 주말에는 춘천에 갔다 오려 한다. 소양강 경치가 아름다울 것이다.”라고 했다. 경춘선에 어제부터 ‘ITX-청춘’이 추가 투입돼 기존의 전동차와 함께 복수 운행에 들어갔다. ITX-청춘은 KTX 다음으로 빠른 준고속 열차로 최고속도가 시속 180㎞에 이른다. 서울 용산과 춘천을 69분에 달려 기존의 전동차보다 운행시간이 30여분 단축된다. ITX-청춘이 투입됨으로써 경춘선은 세번째 변신을 하게 됐다. 일제시대인 1939년 사설철도로 첫출발한 경춘선은 1946년 국유화된 뒤 무궁화 열차로 운행되다 2010년부터 상봉~춘천 복선전철이 개통되면서 수도권 전철이 됐다. 피천득이 살아 있었다면 경춘선의 세번째 인연에 대해 뭐라고 했을까.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철의 여인’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철의 여인’

    실존 인물의 영화를 만드는 데 공식 같은 건 없다. 인물을 성실하게 탐구해 정전을 만들 수도 있고, 창작자로서 논평을 가해 다른 면모를 드러내는 것도 가능하다. 그 밖에 허구의 상상력을 입혀 실존 인물과 별개의 모델을 만든다 해서 탓할 사람은 없다. 단, 어떤 인물은 함부로 다룰 때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역사적 판단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인물 혹은 대중의 논란이 여전히 진행 중인 인물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마거릿 대처는 그런 인물 중 하나다. 영화 주인공으로서 그녀가 매력적인 인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녀는 단순한 정치지도자를 넘어선다. 서방세계 여성 최초로 정치지도자가 된 인물이고, 자국에서 극단의 반응을 불러일으킨 총리이며, 레이건과 함께 1980년대를 보수 색채로 물들인 장본인이다. ‘철의 여인’은 대처라는 인물에 안일하게 접근한다. 특정 시기를 비중 있게 다루기도 힘겨운 판에, 영화는 인생 전체를 엿보려 한다. 식료품 가게의 딸이 옥스퍼드에 입학하는 순간, 당돌했던 정치 초년병 시절, 총리로 재임한 11년, 치매에 걸린 노인의 현재를 모두 담으려 한다. 관객은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처럼 발자취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 외에 따로 할 일이 없다. ‘철의 여인’의 줄거리를 쓴다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대처라는 인물의 연대기를 100분짜리 영상으로 다이제스트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영화적 장면이나 사건이 없다는 것, 그것이 ‘철의 여인’의 가장 큰 문제다. 문제의 원인은 부실한 각본에 있다. 각본을 쓴 에비 모건은 흥미진진한 인물과 시대를 백과사전에 나온 항목 이상으로 표현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연출을 맡은 필리다 로이드가 죄를 면할 수는 없다. 모건의 각본이 대처를 무채색의 인물로 만든 것도 나쁘지만, 그만큼 나쁜 건 대처의 현재를 빌려 과거를 흐릿하게 지워버리려는 시도다. ‘철의 여인’은 죽은 남편의 망령에 시달리는 노쇠한 대처가 과거를 회고하는 형식을 띤다. 심신이 불편한 노인이 회고의 무대에서 힘겹게 서성이는 내내, 과거는 비정치적이고 낭만적인 대상으로 탈바꿈하면서 어떤 논란거리로도 기능하지 못한다. 현실에 책임을 느껴야 하는 인물을 추억의 여주인공으로 묘사하는 행위는 전혀 옳지 않다. 영국을 계급적, 지역적으로 양분시킨 인물을 다루면서도 영화는 한 번도 민중 쪽으로 시선을 옮기는 법이 없으며, 대처와 죽은 남편의 허망한 관계에 필요 이상으로 집착한다. 현실이 엄연한데 유령에 연연하는 꼴이다. 재미라도 있으면 참으려 했다. ‘철의 여인’은 구식 다큐멘터리보다 더 재미없다. 뻣뻣하고 심심한 이야기는 곧 견뎌야 할 고통이 된다. 영국 영화의 즐거움인 ‘냉소적인 유머’조차 전혀 없어 지루함만 꼬리를 문다. 20세기 영국을 살았던 인물을 다룬, 그리고 근래 가장 성공한 인물영화라 할 ‘더 퀸’(2007년·스티븐 프리어스 감독), ‘킹스 스피치’(2010년·토드 후퍼 감독)의 쌉쌀한 맛은 ‘철의 여인’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신임 영국 총리가 영국 여왕을 알현하는 짧은 장면 속에 수만 가지 이야기를 농축시킨 ‘더 퀸’의 힘이 ‘철의 여인’에는 없다. 뮤지컬로 재미 좀 본 연출가(로이드는 뮤지컬 ‘맘마미아’와 동명영화를 연출)가 겁 없이 달려들기엔 힘겨운 소재였다. 각별한 분장까지 해가며 열연한 메릴 스트립의 노력도 나쁜 영화를 구제하진 못했다. 23일 개봉. 영화평론가
  • 남미 기자커플, 낭만의 라디오여행 떠나 화제

    남미 기자커플, 낭만의 라디오여행 떠나 화제

    남미의 기자커플이 낭만적인 라디오여행을 떠나 부러움을 잔뜩 사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기자커플 마루(여.37)와 마르틴(30)이 17일(현지시각) 라디오여행을 위해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출발했다. 두 사람은 중남미 각국을 두루 돌면서 서서히 중미까지 북상, 미국과 가까운 멕시코의 국경도시 티후아나까지 올라갈 예정이다. 여행에 ‘라디오여행’이라는 이색적인 이름이 붙은 건 두 사람이 기획한 여행기 라디오방송 때문이다. 두 사람은 아르헨티나로부터 멕시코까지 약 1만 4000km 여정을 소화하면서 매일 라디오방송을 송출한다. 여행을 하면서 겪게되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현장에서 방문지를 소개하는 생생한 방송이다. 이를 위해 두 사람은 라디오장비를 탑재한 고물(?) 자동차를 장만한다. 1983년식 폭스바겐 콤비가 두 사람의 애마 역할을 한다. 워낙 자동차가 노령이라 두 사람은 출발날짜만 있을 뿐 귀국일정은 없는 여행을 떠나게 됐다. 두 사람은 “자동차가 얼마나 달려줄지 모르지만 급할 건 없다.”면서 “자동차 속도에 맞춰 느긋하게 여행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엔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 자동차는 싸구려 고물을 샀지만 중미까지 달리려면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입던 옷까지 내다 팔며 전 재산을 쏟아부었다. 여기자 마루는 “한번도 입던 옷을 판 적이 없지만 이번엔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옷까지 처분했다.”고 말했다. 한편 두 사람은 여행 중 2세도 은근히 바라고 있다. 마르틴은 “두 사람이 여행을 떠나지만 돌아올 때 세 명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가족들이 많다.”면서 “신의 뜻이 있다면 가족들의 바람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인포바에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문화마당] 검은 시인들을 위한 변명/주원규 소설가

    [문화마당] 검은 시인들을 위한 변명/주원규 소설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인이 배고프지 않았던 적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시를 일생의 업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에게 가난은 일종의 구도적 상징이요, 심지어 낭만이었다. 시의 언어는 그 추구 자체가 비경제적 속성을 갖고 있다. 잠시의 사유조차 진저리치는 현대인을 위한 매스미디어는 평등성의 구현이란 순기능도 있지만 속도전과 효율주의의 함정에 깊이 연루되어 있다. 이런 시대에 시가 읽히기란 여간해선 힘들다. 시는 처음부터 경제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동서고금의 진리로 자리 잡은 시의 비경제성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비경제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충분히 문제 삼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시의 비경제성을 기반으로 추구되는 모든 가능성이 부정적인 것도, 안타까운 것도 아니라는 데 있다. 시인의 가난을 심지어 찬양할 수 있는 결정적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는 비경제적이기에 오늘의 세계를 향해 마음껏 쓴소리를 할 수 있다. 적어도 시는 타협하고 눈치 보는 효율주의의 연결고리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시는 쉼 없이 자유의 극점에서 노래해 왔다. 시는 생명의 아름다움, 인간의 존엄, 풍부한 사유의 밀어들을 마음껏 쏟아내는 데 거의 독보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며 앞으로도 사회의 아픔을 위로하고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 사회에 나타난 시는 온통 검은 색깔로 도배되었다. 검은 시의 탄생은 시의 내용이나 정서가 검정이 가진 고유의 막막함과 불온함에 빚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사회의 병리현상을 지적하는 수준도, 그들만의 언어유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오늘의 시는 자진해서 검은 색으로 무장한 것이다. 시가 검다는 것은 시의 고유한 영역인 비경제성에서 본 현실에 나타난 새로운 염증을 고발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늘의 사회가 시를 더 이상 찾지 않으려 하고 심지어 시의 존재 유무조차 망각할 때 시는 검어진다. 검은 시의 탄생은 그만큼 시인의 영혼이 더 이상 자신들만의 자유 영역에서 생명의 충만을 말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혹자들은 오늘의 시인들이 난해하며 음울하기까지 한 검은 색채로 무장하고서 자신들만의 유배지에 스스로 감금된 것처럼 보인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작금의 현상을 대중과의 소통을 아예 포기한 엘리트주의로 폄훼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오늘의 사회에서 시인들이 쉼 없이 검은 시를 쏟아내는 것이 자기들만의 벽을 쌓아올리기 위함인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오늘의 시인들은 벽을 허물기 위해 필사적이다. 경쟁에서의 도태를 가난이라고 규정하는 오늘의 현실에서 가난을 아름답다고 말하고 물질의 결핍이 사상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명제를 더 이상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분명 오늘의 시인들은 스스로 검은 시인이길 원하는 것 같다. 그들은 비록 자신들이 쏟아내는 사회에 대한 독설, 여과되지 않는 거친 단어의 배설, 희망을 더 이상 그리워할 수 없음에 대한 문학적 발악으로 대표되는 검은 시가 자신들만의 언어유희에 머무를지도 모를 자폐의 위기를 감수하고서라도 검은 시작(詩作)을 주저하지 않는다. 어째서 그런가. 왜 벽을 허물고 고고한 비경제성의 성지로부터 나와 세속 도시와 뒤엉키려 하는가. 그것은 오늘의 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소통의 평등성에 대한 가능성과 그에 반하는 경제논리 창궐에 대한 적극적 저항의 표지로서 예술 활동의 절정인 시를 새롭게 자리매김하고자 함이 아닌가. 오늘 한국사회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미디어가 몰고 온 소통의 적극성으로 인해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다. 하지만 그 꿈이 또다시 계급과 힘의 논리로 줄 세우기를 반복하는 구태로의 편입을 욕망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소통의 이중 막힘에 직면할 것이 자명하다. 검은 시는 그런 이중 막힘의 최악을 경고하고 있으며 진실된 소통, 희망, 낭만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길 원하는 손짓을 계속하고 있다.
  • [기고] 고구동산에서 별을 따자/문충실 서울 동작구청장

    [기고] 고구동산에서 별을 따자/문충실 서울 동작구청장

    어린 시절 여름날의 달 밝은 밤, 마당에 모깃불을 피워 놓고 멍석 위에 드러누워 할머니의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듣던 때가 생각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할머니 얼굴의 오선지 위에 밝혀진 별빛은 아름다웠다. 총총하게 빛나는 밤하늘의 별들과 가끔 떨어지는 별똥별들은 신비스러웠다. 나는 할머니께 물었다. “할머니, 저 별은 누가 만든 거예요?” 그때 할머니는 “응, 하느님이 우리 아기 보여 주려고 만들었지.”라면서 나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그 기억도 아련하게 떠오른다. 밤하늘의 별은 이처럼 나의 어린 시절과 함께했다. 맑은 날이면 친구들과 함께 깜깜한 밤하늘에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을 가리키면서 끝없이 말을 이어 갔다. “얘야, 저 별이 누구 별인 줄 아니?” “내 별이야.” “아냐, 내 별이야.” 우리가 싸우는 줄도 모르고 계속 동네 마당을 향해 환하게 웃어 주던 어린 시절 추억 속의 별, 바로 오래도록 사귀어 온 고향 친구와도 같은 별이다. 미국에 가면 미국이 지구촌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그리피스 천문대가 있다. 그곳에 가면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과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차이나타운, 일본타운, 타이타운이 활짝 열린단다. 그만큼 시야가 끝내준다는 말로도 통한다. 아트데코 양식으로 지어진 그리피스 천문대는 유럽의 성 같은 분위기와 아주 낭만적인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에 로스앤젤레스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서울시가 로스앤젤레스 명물 중 하나인 그리피스 천문대처럼 서울천문대를 건립할 계획이다. 지난해 천문대를 짓고자 벌인 연구 용역 결과 경제적 타당성이 나온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서울시가 200억~300억원이 투입될 서울천문대를 건립하고자 막바지 검토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유력 후보지로 동작구 노량진 근린공원 고구동산과 강북 북서울 꿈의 숲, 서대문 안산도시자연공원, 종로 낙산, 송파 올림픽공원 등 다섯 곳으로 압축되고 있다. 고구동산은 지역 친화적인 공원으로 조성돼 있어 삼림욕 산책을 위해 서울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어디 이뿐인가. 한강을 중심으로 북으로는 북한산, 남으로는 관악산과 함께 동서남북을 조망할 수 있는 고지대로 전망이 좋아 서울시 우수 조망 명소로도 선정된 바 있다. 여기에다 한강을 비롯해 노량진 민자역사, 현대화 사업 중인 수산시장, 국립현충원 등 주변 관광자원과의 연계를 통한 서울 관광의 명소로 다른 후보 지역과는 비교할 수 없다. 더구나 고구동산은 해발 110여m 높이인 고지대로 주변에 고층건물이 없을 뿐만 아니라 천문 관측에 최대 장애물인 빛 간섭이 전혀 없는 곳으로 별을 관측하기에는 최적의 지역이다. 나는 이처럼 천문대 터로 적합한 고구동산에 서울시민천문대를 유치해 청소년들에게는 과학기초 교육과 함께 충효의 성지로, 어른들에게는 천문 관측과 서울 야경을 한꺼번에 전망할 수 있는 서울 관광의 명소로 개발할 계획이다. 노량진 고구동산에서 별을 보고 노량진 수산시장에 들러 생선회 한 접시로 피로를 푼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이처럼 천혜의 입지 조건이 딱 맞는 노량진 고구동산에 서울시민천문대가 유치되길 간절하게 소망해 본다.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끝) 필자 4명의 ‘쫑파티’날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끝) 필자 4명의 ‘쫑파티’날

    “토 나오는” 작업이었다 했다. 마감이 다가오면 “얼굴이 누렇게 둥둥” 떴다고 했다. 마감이 왜 ‘데드라인’이라 불리는지 알겠다 했다. 대신 다시 한번 깨달은 건 공부의 즐거움이라고 했다. 누구나 자기가 아는 만큼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고 했다. ‘고전톡톡 다시 읽기’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를 2년간 서울신문에 연재한 연구집단 남산강학원 필자들이 지난 7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필동 깨봉빌딩에 위치한 강학원 세미나실에 모였다. 파블로 네루다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등을 썼고 기획 전체 총괄 역할을 맡았던 수경(34)씨, 장 자크 루소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쓴 구윤숙(36)씨, 한유와 카를 마르크스를 쓴 홍숙연(38)씨, 버지니아 울프와 루쉰 등을 쓴 최태람(30)씨 등 4명이다. 이들은 어쩌면 세상 기준으로는 글쓰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번듯한 학위가 없기 때문. 대신 이들은 지긋하니 궁둥이를 눌러 붙이고 앉아 공부하는 쪽을 택했다. 이번 연재를 계기로 후속 출판 기획도 이어지고 있다. 연재는 끝났지만 필자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그간의 느낌을 들어봤다. →남산강학원과의 인연이 궁금하다. 어떻게 이 길로 접어들게 됐나. 최태람 교육대학원에서 논문 준비하는 게 너무 어색했어요. 정해진 틀에 맞추는 게 힘들었죠. 그런데 논문은 잘 썼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아, 내가 그럴 듯하게 잘도 속였구나.’라는 절망감이 들었어요. 그러다 학위로 나를 포장하지 않아도 되는 길을 찾았고 여기에 정착하게 됐죠. 신기한 건 논문 쓰면서 내내 아팠는데 여기서는 말끔히 나았다는 거예요. 수경 강학원 송년회 자리에 친구 따라 놀러왔다가 걸려들었어요. 여기 ‘삐끼짓’이 보통 아니거든요. 그 자리에서 밥 당번 날짜까지 배정받았어요. 참 어이없기도 한데, 처음 본 낯선 이에게도 공부를 권할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매력이자 힘이라 생각해요. 홍숙연 회사 다니다 사진, 도자기, 요리 같은 것들을 배우러 다녔어요. 금세 시들해지더라고요. 그러다 공부로 방향을 잡았아요. 평생 자기를 갈고닦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였거든요. 공부를 좋아하니까 주변에서 이곳을 추천해줬죠. 한때 제 이메일에다 역수행주(逆水行舟)라는 말을 꼭 넣었어요. 공부는 거꾸로 노저어 가는 것과 같아서 하루라도 멈추면 뒤로 밀려나는 거예요. 금세 시들해지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할 수 있는 거죠. 사실 공부 안 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건 바로 저예요. 구윤숙 처음엔 고미숙 선생님에 대한 관심이었어요. 잡지에 쓴 글을 보다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 같은 책을 사 봤고 관심이 더 커졌어요. 공동체의 소박한 삶, 적은 돈으로 이렇게 많이 즐길 수 있는 삶에 대한 동경이 있었거든요. 그 뒤 직장인 저녁 강좌를 찾아 듣다가 대중지성 프로젝트를 하게 된 거예요. 대중지성은 철학, 예술, 글쓰기 같은 것을 한데 모아 하는 작업이거든요. →멘토 시스템으로 글쓰기를 가다듬었다. 글쓰기에 어려움은 없었나. 최 낭만적인 생각만 있었어요. 글 쓰는 과정은 빼먹고 쓴 결과물만 생각한 거죠. 한달 전에 원고 쓰고 몇 번이나 퇴짜 맞고…. 저도 자꾸 방어만 하려는 거예요. 그 자체를 대면하게 해준 시간 같아요. 보고 싶지 않은, 인정하기 싫은 나 자신을 보게 된 거죠. 글을 대하는 태도, 글 쓰는 일 자체가 하나의 생각하는 훈련과정이라고 받아들여요. 수 우리로서도 신문 연재는 일종의 도전이었어요. 멘토 시스템이 토 나오는 시스템이긴 한데 글쓰기에는 큰 도움이 됐죠. 남의 글을 지적하려면 나 스스로가 글에 대해 매우 예민해져 있어야 해요. 그 부분에서 저 역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자존심으로 방어에 나선 분들의 날 선 대응 때문에 마음고생은 좀 했지만. 홍 시간과 양에 맞춘다는 게 고역이면서도 굉장히 좋은 훈련이었어요. 고미숙 선생님은 늘 누구에게나 글쓰기 본능이 있다 하는데 저는 아니라고 했거든요. 예전엔 뭔가에 대해 쓰라고 하면 A4용지 3장을 채 못 넘겼어요. 쓰고 싶은 얘기가 없는 거예요. 이번 연재 때문에 실마리가 생긴 거 같아요. 지금은 쓰다 보면 A4용지 10장도 훌쩍 넘기거든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는 것, 실마리를 잡아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 구 인터넷 글쓰기는 많이 해봤어요. 블로그나 서평이나…. 그런데 그건 소비자의 글 같아요. 내가 쓴 글 내가 책임진다는 생산자로서의 입장을 되돌아보게 된 거죠. 루소를 썼는데 사실 루소는 제가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글을 쓰기 위해 공부를 해 나간 거죠. 어쨌든 그 시간 동안에는 붙들고 쭉 가는 것, 글쓰기는 그 노력에 대한 매듭짓기라는 점에서 꼭 필요한 스텝이었어요. →본인에게 의미 있었던 인물이 있나. 최 버지니아 울프였어요. 글에 대한 막연한 호감 같은 게 있었어요. 문학은 뭔가 좀 풀어져 있어 뵈잖아요. 울프는 그렇지 않았아요. 굉장히 규칙적으로 생활했고, 글쓰기에도 성실했고, 아는 것에 대해 정직하게 썼던 사람이 울프예요. 제게는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 같아요. 수 셰익스피어를 꼽고 싶어요. 위대한 작가라 하지만 사실 기록은 없어요. 16세기 영국이 혼돈에서 질서로 나아가는 시기에 외국어와 다양한 이야기들을 영어와 작가의 언어로 정리해낸 사람이거든요. 그 뒤의 변화상에 대해 더 파고들고 싶어요. 홍 마르크스를 꼽고 싶어요. 마르크스는 혁명을 외치지만 정작 딸들을 귀족학교에 보내는 인물이거든요. 이론과 실제의 괴리가 굉장히 큰 사람이란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정말 인간적이에요. 마르크스 스스로가 “나에게 인간적이지 않은 게 없다.”고 했는데 그 말이 딱 맞아요. 경제적 무능을 비난하지만 사실 자본주의의 본질인 저축을 비속하다고 여긴 사람인 거죠. 구 다빈치예요. 너무 교과서적이겠다 싶었는데, 일탈적인 면모가 있어요. 가령 다빈치는 완성작이 드물어요. 당시 화가들은 후원자에게 물감, 안료를 일일이 허락받았거든요. 이를 거부한 거죠. 또 하나는 그가 남긴 방대한 노트예요. 마치 공부병에 걸리기라도 한 것처럼 매일매일 공부했고 그걸 노트에다 남겼어요. →공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최 진정 하고 싶은지, 하고 싶은 걸 놔두고 핑계를 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돌진할 용기를 가졌으면 해요. 수 모두가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교양이나 취미로서의 공부는 이런저런 인문학 강의가 많으니 그걸 참고해도 충분하고요. 다만 책 읽기과 강의 듣기를 넘어선 공부를 원한다면 진지하게 다음 단계를 생각해보셨으면 해요. 홍 공부는 일이에요. 취미가 아니에요. 회사의 벽도 제대로 못 넘는다면 공부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이 악물고 벽을 넘어가는 공부까지 생각하셨다면 가능하다고 봐요. 구 직장 다니면서도 할 수 있어요. 포기와 선택의 문제는 아니에요. 다만, 여기서 공부는 투정 부릴 수 있는 고3 수험생의 공부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자기의 인생을 좀 더 잘 책임지기 위한 공부를 꿈꾸셨으면 해요.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재벌들 일단 세금부터 더 내 쓸 곳도 당신들이 정하면 돼”

    “재벌들 일단 세금부터 더 내 쓸 곳도 당신들이 정하면 돼”

    저자의 제안 가운데 흥미로운 두 가지가 눈에 띈다. 하나는 ‘경쟁’ 민주주의 대신 ‘일치’(Concordare) 민주주의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경쟁 민주주의란 지금처럼 선거에서 승리한 이들이 정권을 배타적으로 차지하는 방식이다. 이에 반해 일치 민주주의는 선거 득표율에 따른 권력 분점을 뜻한다. 가령 대선에서 A후보가 60%, B후보가 40%의 지지를 얻었다면 내각의 40%를 B후보 정당에다 떼주는 것이다. 외교·국방은 A후보의 정당에서, 재정·보건은 B후보의 정당에 맡기는 방식 같은 것이다. 이런 제안을 내놓는 이유는 권력을 배타적으로 부여하다보니 정치가 극단적인 말과 이념 쇼를 통해 상대를 매도하는 소모적 공방으로 흐르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진보, 보수할 것 없이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비웃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경쟁 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다수결 사상은 정당이 지금보다 명확한 세계관과 어느 정도 서로 다른 체제사상으로 차이가 있던 시절에서 기인한 것”인데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차이를 보이는 정당이 있기는 할까 싶은 현 상황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전봇대 뽑고 비즈니스 프렌들리하겠다고 요란을 떨더니 결국 재벌때리기에 몰두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음미해볼 법하다. 또 하나는 증세에 대한 얘기다. 저자는 부자나 재벌에 대한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단, 증세하되 증가분이 어디에 쓰일지는 그들에게 맡겨두자고 제안한다. 가령 5% 증세를 해서 세수가 10조원 증액된다고 하자. 정부는 이 10조원이 쓰일 곳이 적힌 리스트를 공개한다. 무상급식이나 보육비 지원 사업, 학교폭력 예방 사업, 영어 공교육 지원 사업, 소상공인 보호 사업 하는 식이다. 그러면 A그룹 회장은 자기가 더 내는 세금 가운데 일부는 여기에, 다른 일부는 저기에 사용하도록 지정토록 하고 그에 맞게 집행한다. 이는 이익 분배가 겉으로는 경제논리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정치논리라는 점에 착안한다면 매우 흥미로운 주장이다. ‘회장님’들은 꼭 검찰청이나 법원을 드나든 뒤 사회공헌을 하겠다고 나서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 좋다는 사회공헌임에도 대개의 반응은 “일단 세금부터 똑바로 내시지.”라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저자의 제안은 기부금과 세금 사이의 타협이다. 세금이라는 국가 공식 체계를 존중하되, 납세자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오해는 말길. ‘내 행복에 꼭 타인의 희생이 필요할까’(리하르트 프레히트 지음, 한윤진 옮김, 21세기북스)는 이런 심각한 문제만 다루진 않는다. 2008년 한국에 소개된 ‘나는 누구인가’라는 교양철학서로 인기를 모았던 저자는 경제학이 상정하는 이기적 인간, 즉 호모 에코노미쿠스에 대한 반박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인간의 본성은 이타적이며, 사회제도는 이 이타성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 본성이 이기적이냐, 이타적이냐 하는 문제는 복잡하다. ‘죄수의 딜레마’의 게임이론 덕분에 철학, 뇌과학, 신경학, 심리학, 생물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과학문에까지 이 논쟁은 번졌다. 이들 학문들을 연결해 복잡계 연구라는 새로운 이름까지 나오면서 전방위로 뻗어나가고 있다. 책에도 이는 고스란히 반영됐다. 책은 모두 38장인데, 각 장마다 이런저런 이론과 실험이 최소한 2~3가지씩 등장한다. 저자에게 고마운 점은 독일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글쓰는 철학자답게 이를 매끄럽게 정리해뒀다는 사실이다. 곳곳에 위트도 넘친다. 가령 꼬리말이원숭이 실험결과를 두고 인간 본성에 정의감이 존재하는지를 탐구하다 이렇게 말한다. “아들은 다섯 살이 되면서부터 ‘아빠, 이건 옳지 않아요’라는 말로 나를 공격했다. 그 불공평의 대상은 나다. 아들은 자신이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 그때까지 즐거웠던 베개 싸움이 불공평하다고 한다. 대게 네 살에서 다섯 살의 어느 순간, 아이들에게 꼬리말이원숭이의 정신이 나타난다.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이것을 정의감이라 불렀다.” 그래서 책을 덮을 때 떠오르는 인물은 알랭 드 보통이다. 적당한 지적허영에다 이런저런 실험결과를 핵심만 추려 잘 던져주기 때문이다. 다만 저자가 독일 사람이어서인지 알랭 드 보통 특유의 섬세하고 장황한 문장 대신 간결한 문장을 구사한다. 동시에 복잡계 연구로 유명한 미국의 산타페연구소 대신, 영장류에 대한 학제간 연구로 널리 알려진 독일의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가 등장한다. 저자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도 끌어들이지만 본격적 논쟁은 진화론의 창시자 다윈에서 시작한다. 다윈의 오른편에 ‘사회적 다위니즘’을 주장한 토머스 헉슬리를, 왼편에 ‘상호부조론’을 통해 헉슬리를 강하게 비판한 러시아 아나키스트 표트르 크로포트킨을 앉힌다. 보통 아나키스트하면 ‘국가 없이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 대책 없이 낭만주의적인 공상가’를 떠올린다. 그러나 저자는 동물과 인간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각종 실험 결과들이 크로포트킨의 주장을 뒷받침해준다는 사실을 지적해나간다. 인간 본성이 이타적이냐, 이기적이냐 하는 문제는 단순한 지적유희가 아니다. 앞서 봤듯 오늘날 한국 사회에 음미할 대목이 많다. 가령 ‘감성 대 이성’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과 2001년 심리학자 조나단 화이트의 연구결과를 등장시킨다. 그 결과를 보면 ‘나꼼수’ 김어준이 지난해 내놓은 ‘닥치고 정치’(푸른숲 펴냄)에서 ‘무학의 통찰’이라는 이름으로 주장했던, 이성이란 결국 감정의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맞닿는다. 인간이 경제에 대해 윤리와 도덕을 말할 수 있는 것은 ‘배후세력의 조종’이나 ‘좌파 관점으로 덧칠된 경제·역사교과서’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인간으로서의 ‘직관’ 때문이다. 또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찬양하는 바람에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제도가 미약한 미국에 대해 저자는 “21세기임에도 여전히 19세기적 비스마르크 사회개혁입법조차 하지 못했다.”고 비웃는다. 이는 “미국이 역사가 짧아서 그렇지 결국은 유럽을 따라갈 것”이라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자 재벌개혁론자인 김종인 박사의 판단과 맥을 같이한다. 김종인 박사는 독일 유학파인데, 유학 당시 독일은 질서자유주의(책에서는 ‘신자유주의’라 표기된다)가 대세를 장악했다. 저자는 31장 ‘프라이푸르크로 돌아가는 길’에서 질서자유주의의 본산 프라이푸르크학파를 다룬다. 2만 2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KBS1 ‘남편은 낭만짠돌이’

    KBS 1TV의 ‘인간극장’은 6일부터 10일까지 오전 7시 50분, ‘내 남편은 낭만짠돌이’편을 방영한다. 반찬값이 아까워 굴비 하나를 천장에 매달아 놓고 밥 한술 뜰 때마다 쳐다보게 했다는 전설의 ‘자린고비’ 강주찬(33)씨. 세 식구 한 달 생활비가 고작 15만원이다. 칼바람 부는 겨울에도 기름 값이 무서워 보일러 한번 틀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신(新) 자린고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선이 먹고 싶은 날엔 낚싯대 메고 바다로, 쓰레기는 동네에 버려진 쓰레기봉투에다 버린다. 게다가 밤늦게 아파트 단지를 돌며 재활용품을 줍기까지. 알뜰해도 너무 알뜰해 주위에만 가도 짠 내가 솔솔 날 지경이라는 강씨의 생활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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