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낭만
    2026-06-22
    검색기록 지우기
  • 2026-06-22
    검색기록 지우기
  • 덕담
    2026-06-22
    검색기록 지우기
  • 샤넬
    2026-06-22
    검색기록 지우기
  • 2019
    2026-06-2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404
  •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서울동물원 체험 프로그램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서울동물원 체험 프로그램

    밤만 되면 꿈틀대는 생생한 전시품들의 세계를 그린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박물관이라는 딱딱한 소재를 친근한 공간으로 변신시켜 눈길을 끈다. 그러나 전시품들이 역사 속의 모습과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들은 영화를 통해 전혀 다른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동물원 하면 코끼리, 호랑이, 사자가 우리에 갇힌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어느 학자는 말했다. 알면 사랑한다고. 동물원은 단순한 전시와 오락의 역할을 떠나 종 보전과 환경 생태 교육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 생명 존중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간, 한마디로 자연을 바라보는 창이다.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오감 체험을 선물하는 곳이다. 해마다 동물교실, 단체교실, 곤충교실, 식물교실에서 정규적인 동물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유치원생부터 초·중·고교생 및 대학생, 단체 등 생애 전 연령에 맞춘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지난해엔 38개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이 8만명을 웃돌았다. 놓치면 후회할 서울동물원만의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다문화가족 동물 해설은 외국인 대학생 인턴 3명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안수화(중국), 서울대 경제학부 나랑거 바야라(몽골), 덕성여대 국어국문학과 투이(베트남)가 주인공이다. 올해엔 몽골 출신인 서울대 학생 수미야와 베트남에서 온 경희대 학생 레티 홍탐도 동참한다. 동물교실 담당자가 멘토로 나서 방학 때 동물원 최적의 관람 코스를 선정하고 흥미로운 동물 해설과 함께 야생동물 종 보전 활동을 소개한다. 무료다. 주변 다문화가정에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 주면 어떨까. 장애인, 한부모가정, 각급 학교 특수학급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3~11월 열린다. 계층별로 특수성에 따라 맞춤식 교육을 펼친다. 정규 교육과정과 접목함으로써 동물과의 교류를 통해 감동과 희망을 주는 힐링 프로그램이다. 법무부 산하 서울남부대안교육센터와 협약을 맺고 비행청소년과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은평병원, 어린이병원과 손잡고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곁들인다. 몸과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귀한 시간이다. ‘동물원 속 쏙 들여다보기’는 외부에선 절대로 볼 수 없는 동물들의 비밀스러운 공간을 엿보는 프로그램이다. 코끼리·코뿔소가 있는 대동물관, 기린이 사는 제1아프리카관에서 동물이 이동하는 통로를 따라 맹수의 출입문을 열어 보기도 하는 백사이드 투어로 진행된다. 보다 더 가까이에서 동물을 볼 기회에다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는 시간도 주어진다. 무엇보다 사육사에게 동물 생활에 대한 생생한 얘기를 듣는 게 신 나는 점이다. 동물원에 사는 동물과 사육사가 어떤 생활을 하는지 들여다보는 이 프로그램은 여름방학에 맞춰 개설된다. 동물원 속이 궁금한 학생들은 여기 다 모여라. 서식지 탐방 프로그램인 ‘서울동물원에서 DMZ까지’는 강원 화천에서 양구까지의 야생동물 복원 현장에서 이뤄진다. ‘산양아 안녕, 수달아 놀자’라는 교육은 산양 복원에 성공한 화천군, 수달복원센터가 있는 양구에서 토종 야생동물의 복원 이야기를 듣고 체험하면서 생태계의 보고인 비무장지대(DMZ)를 둘러보는 종 보전 교육 프로그램의 대명사다. 올 8월과 12월 방학 때 열린다. ‘1박 2일 캠프, 동물원 대탐험’은 가족끼리 즐기기에 딱이다. 초등학교 3~6학년을 둔 가족만 참가할 수 있다. 주말에만 열린다.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마감돼 추가로 참가하게 해 달라고 담당자를 조르는 사람까지 나타날 만큼 인기를 뽐낸다. 물개와 낙타, 황새 전시장 사이에 친 텐트에서 사자, 호랑이, 늑대 같은 맹수의 포효를 들으며 하룻밤을 보내는 무시무시한 경험이 짜릿하지 않겠는가. 지난해엔 가을의 낭만과 스릴 넘치는 특별한 체험을 버무린 ‘동물원 사색 캠프’를 마련했다. 첫날 ‘가을동화’ 프로그램에선 여름에서 가을로 변화하는 자연환경에서 동물들의 적응 방법을 탐구하는 기회를 가졌다. 더불어 사육사들의 입으로 직접 듣는 생생한 동물들의 ‘생/로/병/사 체험담’과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동물원의 뒷얘기까지 함께할 수 있었다. 동물 전문가들을 통해 야생동물들의 생태와 습성을 듣고 직접 야생동물과 만나는 시간도 있다. 이틀째 ‘동물원 오리엔티어링’은 서울동물원에 있는 야생동물들의 행동이나 생태적 특징을 힌트로 해당 야생동물이 살고 있는 곳으로 찾아다니는 미션 활동이다. 참가자들은 미션 해결 과정에서 야생동물들의 특징을 배울 수 있다. 아울러 참가자들 스스로 동물을 찾아 이동하면서 가족끼리 대화와 소통, 화합하는 시간도 덤으로 가질 수 있게 된다. 올해는 또 어떠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지 벌써 궁금해진다. 2012년엔 국내 최초로 동물해설사를 양성하는 교육을 마련했다. 신청자는 무려 1280명이나 됐다. 서울동물원의 역사, 시설 현황 및 안전, 포유류·조류·곤충류 등 야생동물들의 생태, 교수법, 서비스 마인드 및 기본 예절, 프레젠테이션 등의 이론 교육과 실기 교육인 시연 평가 과정을 거쳐 27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44명의 동물해설사가 진행하는 동물 단체교육 프로그램도 추천할 만하다. 20여명이 단체로 동물원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사전에 신청하면 된다. 전문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동물 관람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지난해 동물해설사의 전문교육에 참가한 사람은 415회에 걸쳐 3만 955명이다. 올겨울에는 추가로 동물해설사를 양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동물원 패트롤로서 활동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초등학생들이 자라 청소년 동물해설사로도 활동을 시작했다. 동물을 좋아하고 선생님을 꿈꾸는 이들은 지원하면 좋겠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글이 떠오른다. 동물원의 모든 교육은 서울시 공공예약 사이트(yeyak.seoul.go.kr)에서 신청할 수 있다.동물원은 그 자체로 힐링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생명을 직접 보고 느끼며 오감으로 체험하는 생명 교육의 공간이다. 저마다 다른 동물의 배설물 냄새, 행동 하나하나도 살아 숨 쉬는 생명을 느끼는 교육 재료가 된다. 사람은 일생에 걸쳐 배우기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동물이 살아가는 방식에서 우리는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kbs6666@seoul.go.kr ●지금까지 동물 이야기를 애독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 [문화단신]

    낭만서점 ‘짧은 이야기 공모전’ 교보문고 북TV 팟캐스트 ‘낭만서점’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짧은 이야기 공모전’을 연다. 참가자들은 ‘서점에 갔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원고지 30매 내외의 짧은 소설을 자유롭게 써내면 된다. 응모작은 다음달 1일부터 31일까지 이메일(ytj@hanmail.net)로 받는다. 수상작은 8월에 발표하고, 북뉴스에 연재하는 동시에 낭만서점에서도 낭독한다. 상품은 1등(1명)에게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 100권, 2등(2명)에게 열린책들 베스트셀러 30권, 3등(3명)에게 미국 작가 폴 오스터의 컬렉션 15권을 준다. 새달 5일 전국고교생백일장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가 다음달 5일 오전 10시 서울 중앙대학교 아트센터에서 제20회 전국고교생백일장(17세 이상 20세 미만)을 개최한다. 접수는 오는 29일까지 작가회의 홈페이지(www.hanjak.or.kr)에서 받는다. 백일장이 끝나면 유병록 시인의 사회로 정지아 소설가와 신용목 시인이 창작의 고통, 고등학교 시절의 글쓰기와 문학적 고민 등에 관해 특강을 진행한다. 시를 노래하는 래퍼 트루베르의 공연도 이어진다. 부문은 시, 산문. 참가비 1만원. (02)313-1486.
  • 7월의 야경 이곳에서 즐겨라

    7월의 야경 이곳에서 즐겨라

    경기 광주의 남한산성이 국내 11번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로써 한국은 남북한을 통틀어 13개, 중국 동북 지역까지 포함할 경우 모두 14개의 세계유산을 갖게 됐다. 낮에 웅장했던 남한산성은 밤에 경관조명을 받아 한층 화려한 풍경을 선사한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야경 여행지로 남한산성을 꼽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관광공사가 선정한 7월의 야경 여행지들을 함께 소개한다. 남한산성은 백제에서 조선에 이르기까지 국방의 보루 역할을 한 요충지였다. 조선시대 인조는 청나라의 침략을 피해 47일 동안 남한산성에 머물며 항전하기도 했다. 남한산성은 경기 광주·하남·성남시 등에 접해 있다.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은 서문 지역이다. 서문 성곽 아래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서울 강남 일대와 경기 하남시 등이 아득하게 내려다보인다. 야경 감상은 성곽 위쪽이 한결 운치 있다. 서문까지 길이 잘 닦여 가족이 산책하듯 야경을 즐길 수 있다. ●경주역사유적지구·한양도성도 매력 만점 10여년 복원 과정을 거쳐 문을 연 행궁(사적 제 480호)은 남한산성의 새로운 상징이다. 행궁은 임금이 도성 밖에 행차할 때 임시로 머물던 곳이다. 조선 인조 때 만들어진 이후 숙종과 영조, 정조 등이 능행 길에 남한산성에서 머물렀다. 남한산성 행궁은 국내 여러 행궁 가운데 유일하게 종묘와 사직을 갖췄다. 이는 남한산성이 유사시에 임시 수도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행궁 안에는 정문이자 ‘한강 남쪽 제일의 누각’이란 뜻의 한남루와 내·외행전, 이위정 등이 복원돼 있다. 행전에서는 무료 해설이 진행된다. 주말엔 아이들을 위한 책 만들기, 부채 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행전을 둘러봤으면 남한산성 낮 투어에 나설 차례다. 야간에는 일부 유적에만 조명이 들어오기 때문에, 야경 감상 전에 산성을 둘러보는 게 낫다. 남한산성은 해발 500m의 험한 자연 지형을 따라 조성됐다. 둘레 11.76㎞ 성곽 주변에 200여개 문화재가 산재돼 있다. 산성 탐방 코스 가운데 일반인은 물론 가족 나들이객도 접근하기 수월한 코스는 북문~서문~수어장대~남문 구간이다. 성곽 안팎을 넘나들며 성곽 둘레길을 걸어볼 수도 있다. 성문 밖으로 나서면 솔숲이다. 솔향 가득한 곳에서 쉬어가기 맞춤하다. 코스의 반환점은 저 유명한 수어장대(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호)다. 남한산성의 핵심 건물로, 현재 남은 건축물 가운데 가장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수어장대는 지휘와 관측을 위한 장소다. 이름 그대로 장수가 머물며 휘하 군사를 지휘하던 곳이다. 남한산성 내에 모두 5곳의 수어장대가 있었으나 현재는 겨우 한 곳만 남아 있다. 아울러 군사를 훈련하기 위해 건립한 연무관, 병자호란 때 항복을 끝까지 반대한 삼학사를 기리는 현절사 등의 유적과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한용운 선생의 흔적이 담긴 만해기념관 등도 묶어 돌아보는 게 좋겠다. ●대구 앞산 야경·대전 문화의 거리도 강추 수어장대와 서문까지 빠르게 오르려면 숭렬전, 국청사를 거치는 숲길 코스가 낫다. 숭렬전(경기도 유형문화재 제 2호)은 백제의 시조 온조왕과 산성 축조 당시 책임자인 이서 장군을 모신 사당이다. 다만 이 단축 코스는 야간에 길을 잃을 우려가 있으니 해가 진 뒤에는 산행을 삼가야 한다. 남한산성은 밤에도 멋들어지다. 한낮에 성곽을 채우던 산행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나면 그제야 산성은 고요를 되찾는다. 북문에서 서문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탐방 코스 역시 주말 낮이면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해가 내려앉을 때쯤이면 한적한 공간으로 변신한다. 최고의 야경 감상 포인트는 서문 성곽 위다. 옛 도읍이던 서울의 건물과 한강 변에 불이 하나씩 켜지고 옅은 어둠에서 벗어난 도시가 은은한 조명으로 뒤덮인다. 청량산을 거슬러 오른 바람은 이마의 땀을 식혀준다. 남한산성도립공원 (031)743-6610. 산성 주변에 야경 투어의 여운을 즐길 만한 공간도 많다. 무기 제작을 관장하던 침괘정과 행궁 초입 종루 인근에는 허기를 달랠 식당과 차 마시며 쉴 수 있는 카페들이 늘어서 있다. 산성 남문 초입엔 닭죽마을이 조성돼 있다. 동문 방향으로는 시래기붕어찜을 맛볼 수 있는 집들이 있다. 관광공사는 남한산성과 함께 ▲도보로 즐기는 신라의 여름밤, 경주역사유적지구 야경 (경북 경주) ▲600년 전 한양도성을 따라 600년 후 서울 도심을 바라보다 (서울특별시) ▲마치 야간 비행에 나선 비행사가 된 기분, 대구 앞산 야경 (대구광역시)▲도시·섬·항구가 어우러진 바다의 야경,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경남 창원) ▲불빛으로 피어나는 삶의 근기, 목포의 야경 (전남 목포) ▲밤의 열기 가득한 도시의 야경, 대전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 (대전광역시) ▲통합 청주시의 저녁 풍경 전망대, 수암골 전망대 (충북 청주) 등을 7월에 가볼 만한 야경 여행지로 선정, 추천했다.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밀로의 비너스’ 다빈치의 ‘모나리자’ 이집트 유물도 5만점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밀로의 비너스’ 다빈치의 ‘모나리자’ 이집트 유물도 5만점

    루브르는 리슐리외관, 쉴리관, 드농관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 하나의 건물이다. 워낙 규모가 방대하고 소장품이 많아 제대로 보려면 큰맘 먹고 도전해야 한다. 이집트, 근동, 그리스·에트루리아·로마, 이슬람, 조각, 장식미술, 회화, 판화 및 소묘 등 8개의 분야로 나뉜 컬렉션에 각각 다른 색상을 부여해 구분하고 모든 방에 고유번호를 지정해 놓았다. 루브르는 특히 방대한 이집트 유물 컬렉션을 자랑한다. 기원전 4000년의 고왕국부터 기원후 4세기 비잔틴 시대에 이르는 이집트 문명 전반의 유물 5만점을 보유하고 있다. 1798년 나폴레옹의 이집트원정에 동반해 중요한 이집트 유물을 발굴하고 프랑스로 들여온 도미니크 비방 드농,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한 장 프랑수아 샹폴리옹, 카이로에서 이집트 박물관을 운영하던 오귀스트 마리에트가 이집트 유물 컬렉션의 발전에 기여했다. 이 가운데 대형 스핑크스(BC 2700~2200), 앉아 있는 서기상(BC 2500), 하토르 여신과 세티 1세(BC 1295~1186) 등이 대표적인 이집트 유물로 꼽힌다. 그리스·에트루리아·로마 유물은 루브르에서 가장 오래된 부분 중 하나이며 프랑수아 1세 때 취득한 예술품을 비롯한 왕실 소장품을 근간으로 구성됐다. 밀로의 비너스(BC 100), 사모트라케의 니케(BC 331), 아그리파 두상(BC 21) 등이 대표적이다. 또 1986년 오르세 미술관이 개장하면서 루브르의 방대한 회화작품 중 1848년 혁명 이후 작품들이 옮겨 갔음에도 루브르에는 13세기부터 1848년까지의 회화작품 6000여점이 남아 있다. 프랑수아 1세가 퐁텐블로성에 소장하며 감상하던 이탈리아 르네상스 거장들의 회화작품에서 비롯된 회화관의 대표 작품으로는 가장 오래된 초상화로 추정되는 ‘장르봉왕의 초상’(14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15세기)가 있다. 모나리자는 드농관에 있지만 언제나 사람들로 에워싸여 있어 제대로 미소를 감상하기 어렵다. 이 밖에 드라투르의 ‘사기꾼’, 앵그르의 ‘터키탕’, 얀 페르메이르의 ‘레이스 짜는 여인’, 신고전주의 대표 작가인 다비드의 ‘나폴레옹의 대관식’, 프랑스 최고의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등도 소장돼 있다. lotus@seoul.co.kr
  • [김주혁 선임기자의 가족♥男女] 부부 친밀감 높이기

    [김주혁 선임기자의 가족♥男女] 부부 친밀감 높이기

    배우자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의 의미는 다음 중 어느 것일까. ①배우자를 현재 사랑하는지 여부에 대한 이성적 판단의 결과다. 프러포즈할 때 등 이전에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있고 그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구태여 다시 할 필요가 없다. ②배우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정서적 표현의 수단이다. 몸에 유익한 비타민처럼 정신 건강에 좋은 이 말은 돈 안 들이고도 하루에도 몇 번씩 수시로 반복할 필요가 있다. ①번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답은 ②번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은 부부가 서로 평등하게 존중하고 배려하며, 존경하고 사랑하는 토대 위에서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서로 존중만 하고 목석처럼 대한다면 타인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부부간에 칭찬과 애정 표현 등을 통해 친밀감을 높여야 행복한 결혼 생활이 완성되는 것이다. 친밀감은 부부간에 당연한 욕구다. ●“사랑해” 자주 말할수록 신뢰감도 쑥쑥 친밀감은 정서적, 신체적, 영적 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정서적 친밀감은 서로를 가깝게 느끼게 만드는 각종 말과 행동 등을 통해 형성된다. 사랑한다는 말이나 하트 모양을 말과 몸짓, 문자메시지, 이메일, 손 편지 등으로 표현하면 상대방은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사랑을 표현하는 멋진 글이 눈에 띄면 저장했다가 적절한 때에 배우자에게 보내면 감동을 줄 수 있다. 칭찬하고 격려하며 감사하고 사과하는 가운데 친밀감은 성장한다. 신뢰감은 덤으로 따라온다. 영화 관람, 쇼핑, 배드민턴, 등산 등 시간을 함께하며 활동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가정생활을 지나치게 자녀 중심으로 유지하기보다 부부 중심으로 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유인묵씨는 50대에 접어든 요즘도 결혼식 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가끔 아내와 함께 틀어 보며 신혼 시절을 회상한다. 당시의 사랑의 열정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서 흐뭇하다. 결혼식 장면을 담은 비디오테이프의 화질이 해가 갈수록 떨어지는 바람에 몇 년 전에 CD로 변환해 놓았더니 여러모로 편리하다. 때때로 아내와 함께 심야영화를 보기도 한다.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에 ‘엉큼한’ 의도로 심야영화를 보자고 몇 번 말을 꺼냈다가 거절당한 ‘가슴 아픈’ 추억을 되새기며 이제는 분위기 있게 마음껏 즐긴다. 그런 날은 아내를 업고 집안을 한 바퀴 돌며 행복을 만끽하기도 한다. ●포옹·키스 등 스킨십 늘리면 친밀감 강화 신체적 친밀감은 각종 접촉을 통해 강화된다. 부부가 함께 길을 갈 때 한 사람이 3~4m 앞에서 걸으면 뒤에 가는 사람은 소외감을 느끼기 쉽다. 서로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거나, 어깨에 손을 얹고 다정하게 걸으면 이런 일을 예방할 뿐 아니라 부부가 하나 됨을 느낄 수 있다. 젊을 때뿐 아니라 중년이나 노년이 돼서도 부부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게 바람직하다. 포옹이나 키스도 좋다. 신문지를 손바닥만 해질 때까지 한 번 두 번 자꾸 접어서 부부가 그 위에 올라가는 놀이도 친밀감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최미화씨는 갱년기에 오십견으로 어깨가 아픈 상황에서 남편이 저녁에 어깨를 주물러 주고 찜질팩을 데워서 갖다 줄 때마다 ‘진짜 내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부부 치료 전문가 존 고트먼은 부부가 1주일에 5시간만 투자하면 행복한 결혼 생활이 보장된다고 말한다. 출근할 때 그날의 예정을 간단히 전하고(2분×5일=10분), 집에 돌아왔을 때 밖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20분×5일=1시간 40분), 어떤 형태로든 존경과 감사의 말을 건넨다(5분×7일=35분). 함께 있을 때 키스, 포옹, 신체 접촉 등으로 애정 표현을 하고, 잠자기 전 잊지 말고 키스해서 그날 생긴 배우자에 대한 나쁜 감정을 없앤다(5분×7일=35분). 그리고 데이트를 친밀한 결합의 기회로 삼아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2시간×1일=2시간) 만사형통이라는 것이다. 신체적 친밀감의 정점은 부부간 성적인 연합이다. 부부간 성적 연합은 나만의 쾌락을 추구하기 위한 일방적 행동이나 강요가 아니라 배우자를 즐겁게 하기 위한 섬김이어야 한다. 남녀 간 성적 특성의 차이를 이해하고 솔직한 대화를 통해 오해가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 남자는 시각에, 여자는 촉각에 민감하며, 젊어서는 남자의 성욕이 더 왕성하다. 미국의 성 전문가 마스터스와 존슨 부부에 따르면 흥분기에서 절정기까지 걸리는 성적 반응시간이 평균적으로 남성은 3분인 반면 여성은 13분이다. 부부가 함께 극치감에 도달하려면 남편이 평균 10분 이상을 아내가 좋아하는 전희(前戱) 서비스로 부드럽게 분위기를 잡고 감정을 고조시켜야 하는 셈이다. 함께 포옹하며 춤을 출 수도 있다. 여자는 서둘러 해치우는 방식이 아니라 부드럽고 낭만적인 애무를 원한다는 사실을 남편은 알아야 한다. 분위기 있는 의상 같은 시각적 자극이 위력을 발휘하고, 마지못해 기계적으로 응하거나 신경질적으로 거부하면 남자는 위협을 느낀다는 사실을 아내는 알아야 한다. 남편이 일방적으로 자기 욕심만 채운 뒤 코를 골거나, 심지어 자는 아내를 깨워 흥분하기도 전에 자기만 끝내 버리면 아내는 얼마나 허무하겠는가. 분노, 불안, 죄책감이나 피곤도 성생활의 방해 요소다. 여성이 아이들과 씨름하고 집안일로 고단해지면 성에 민감해질 수가 없다. ●같은 종교 활동도 도움… 노년까지 친밀감 유지돼야 “남편은 자기가 원하면 나는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럴수록 나는 남편에게 이용당하는 느낌이 들고 육체적으로 점점 멀어진다.” “아내가 둔하게 기계적으로 응하지 않고 좀 더 자발적으로 내 욕구를 채워 주면 좋겠는데 그러지 않아서 안타깝다.” 배려와 조정 노력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고트먼은 행복한 부부의 특징은 “섹스를 사랑과 친밀함의 표현으로 생각하고 두 사람의 취향이나 욕망의 차이를 문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서로 진심으로 대하는 부부는 애정은행에 예금을 많이 갖고 있어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완충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적인 친밀감은 부부가 같은 종교 활동을 통해 하나 될 때 누릴 수 있다. 이 같은 부부간 친밀감은 신혼뿐 아니라 중년, 노년까지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부 상담 전문가 노먼 라이트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며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이라고 말한다. happyhome@seoul.co.kr
  • [씨줄날줄] 남한산성과 문무대(文武臺)/정기홍 논설위원

    “알 수 없는 것은 조선이다. 청(淸)군사가 송파강(잠실 부근의 한강)을 건널 때 행군대열 앞에 조선군대는 한 번도 얼씬하지 않았다. 누런 개들이 낯선 행군대열을 향해 짖어댈 뿐이었다. 산성의 문을 닫아 걸고 내다보지 않으니 맞서겠다는 것인지, 돌아서겠다는 것인지….”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은 조선 인조가 10만의 청 군사가 공격해 오자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47일간의 병자호란 치욕을 이같이 기록한다. 애통한 역사 현장인 남한산성(경기 광주)이 어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1995년 석굴암·불국사 등이 처음 등재된 이래 11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요새가 그렇듯 영광보다 상처가 많은 곳이다. 인조가 삼전도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항복했던 무력감과 비참함이 버무려진 곳이기도 하다. 고립된 성 안의 민초가 양식이 부족해 굶주려 죽어간 안타까운 이면도 있다. 청에 인질로 갔다가 돌아온 효종(봉림대군)이 복수를 하기 위해 준비한 ‘북벌 운동’의 단초도 제공한 곳이다. 백제 시조인 온조왕이 이곳(하남위례성)에 도읍을 옮긴 뒤 성을 쌓고 군사훈련장과 병기·군량창고를 두었다는 기록도 있다. 지금은 대부분 이전했지만 기슭에는 육군종합행정학교와 군 체육부대, 육군교도소 등 군 교육훈련기관이 자리했다. “남한산성 간다”(영창 간다는 뜻)는 말도 교도소가 있었던 데서 유래됐다. 군 골프장 남성대도 있었다. 남한산성은 대학생과의 인연이 유독 깊은 곳이다. ‘문무대’(文武臺)라 불렸던 학생중앙군사학교가 이곳에 있었다. 1976년 들어선 이후 수도권 지역의 대학 1학년생은 5박6일(80년대 이전엔 9박10일)간의 병영훈련을 받았다. 군대 말로 ‘집체(集體)훈련’으로 불렀다. 이 과정을 이수하면 45일간의 군복무 단축 혜택이 주어졌다. 민주화 시절인 1980년대 초·중반엔 크고 작은 소동도 잦았다. 교육훈련을 거부하며 연병장을 돌면서 시위하는 일도 발생해 주동 학생에게는 어김없이 조기 징집 등의 보복이 따랐다. 하지만 엄혹하지만은 않았다. 문무대 입소 전에 여대생이 건네주는 초콜릿과 담배는 대학가의 낭만적 그림이기도 했다. 당시 대학생활의 축이었던 MT와 함께 굴곡의 지난 일들이다. 남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외세의 침략을 온몸으로 견뎠고 자연석을 이용한 방어적 축성술이 탁월하다는 것에 그 의미를 찾아야 할 듯하다. 산성 지형이 ‘고위 평탄면’으로 한양 땅을 지켜내는 천혜의 요새 역할을 했다. 유구했던 산성 안의 민간인 생활상의 가치도 결코 작지 않다. 이제는 영욕의 역사적 편린(片鱗)들을 한데 모아 서울을 찾는 세계인들이 꼭 들러야 하는 관광 루트로 만들어야 한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21세기 닥터 지바고…-45℃ 얼음대륙 달리는 병원열차

    21세기 닥터 지바고…-45℃ 얼음대륙 달리는 병원열차

    지난 1965년 개봉된 영화 ‘닥터 지바고’ 속에는 끊임없이 눈이 내리는 시베리아 벌판을 횡단하는 기차의 모습이 등장한다. 명문가 출신 의사인 지바고가 불안정한 사회적 배경에 휩쓸려 20세기 초 얼음으로 뒤덮인 설원을 누볐듯 21세기의 시베리아 철도 역시 많은 이들의 삶과 꿈을 싣고 달리는 열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낭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쪽과 서쪽이 7,000㎞, 남쪽과 북쪽이 3,500㎞, 총 면적은 650만㎢에 달하는 얼음대륙 시베리아 한 복판에 거주 중인 이들에게 열차는 생계수단이자 ‘삶의 젖줄’이며 동시에 아픈 몸을 치료하고 생명을 구하는 ‘병원’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 매거진은 21세기형 ‘닥터 지바고’를 연상시키는 시베리아 병원열차인 ‘매트베이 무드로프(Matvei Mudrov)’를 소개했다. 언뜻 보면 보통 열차처럼 보이지만, 겉보기와 달리 매트베이 무드로프는 심장 모니터링, 초음파 및 X-선 촬영 장비와 소변·혈액 샘플을 분석 할 수 있는 실험실이 있는 종합병원이다. 전문의 15명에 입원용 객실까지 구비되어 있으며 긴급한 상황에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러시아 국영 철도청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이 이동병원열차는 19세기 러시아에 임상의학기술을 정착시킨 의사에게서 이름이 유래한다. 눈 덮인 수천 킬로미터의 철로를 따라 이동하는 이 열차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힘든 시베리아 주민들의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 인구 742명의 조그만 도시 ‘카니’에 열차가 도착하자 이미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있다. 발목을 다친 환자에게는 응급 치료를 해주고 다른 내과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는 조제한 약을 건네준다. 다시 열차는 인구 4,500명 도시 ‘베르카킷’에 도착한다. 오른팔을 다친 환자가 열차를 찾고 의료진을 정성을 다해 치료해준다. 이후 열차는 러시아 극 동부 하바롭스크 지역까지 나아간다. 매트베이 무드로프가 처음 운행을 시작한 건 1970년대 말, 그때부터 지금까지 평균적으로 약 2주 동안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시베리아 내 소도시 수십 곳을 방문하며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사진=National Geographic/William Daniels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국내여행 | 제주를 걷는 새로운 방법③자연 따라 걷기-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국내여행 | 제주를 걷는 새로운 방법③자연 따라 걷기-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자연 따라 걷기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해안가를 둘러싸고 겹겹이 쌓인 지층은 세월의 흔적이었고, 밭을 매며 흥얼거리는 아지매들의 노랫소리는 현재에 충실한 삶의 모습이었다. 바다를 옆에 두고 마을 한 바퀴걷기 좋은 계절이다. 이럴 때는 시끌벅적한 도시보다는 꽃향기가 배어 있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자연의 길을 걷는 것이 좋다. 푸른 하늘과 닿을 듯 말 듯한 산에 오르는 것도 좋고 청량한 파도소리를 들으며 해안가를 걷는 것도 좋다. 좁은 골목길을 걸을 때는 담벼락 밑에 민들레 꽃 한 송이도 있어 주면 참 좋겠다. 사실 이 낭만적인 풍경은 상상 속의 그림이 아니다. 2011년 제주 고산리 수월봉 일대 지질트레일 코스가 생긴 지 3년 만에 탄생한 산방산·용머리 해안 지질트레일 코스의 모습이다. 산과 바다를 아우르는 것은 물론 사계리·덕수리·화순리의 아름다운 돌담길, 80만년의 역사를 품은 지질명소는 덤이다.사계리와 덕수리를 경유하는 A코스를 걸었다. 용머리해안 주차장에서부터 시작하는데 마을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짭쪼름한 바닷가 바람이 불어온다. 설쿰바당. 눈 속에 생긴 구멍이라는 의미의 단어 ‘설혈’이 ‘설쿰’으로 변형된 것에 바다를 뜻하는 ‘바당’이 합쳐서 생긴 해안 이름이다. 눈이 쌓여도 바람 때문에 구멍이 생겨 이러한 이름이 만들어졌고, 이렇게 설쿰 일대에 형성된 마을을 설쿰 동네라고 부른다고. 설쿰바당을 지나 사계포구에 접어들었다. 저 멀리 빨간 등대와 형제섬이 보이고 십여 대 남짓의 고깃배가 포구에 정박해 있었다. 포구를 지나 눈에 띄는 것은 다른 해안가에서 볼 수 없었던 붉은색의 퇴적암층이다. 이는 약 3,500년경 송악산에서 분출한 화산재가 파도에 깎여 나가 해안가 주변에 쌓인 것으로 ‘하모리층’이라고 말한다. 울긋불긋하고 울퉁불퉁한 지층 위에는 고운 모래가 쌓여 언덕을 이뤘다. 그렇게 걷다 보면 더 이상의 진입을 허락하지 않는 구간이 나온다. 송악산의 용암이 분출된 후 화산재가 쌓이고 그 위를 걸어 다닌 사람들의 발자국 화석뿐만 아니라 사슴·새 등 동식물의 흔적도 함께 또렷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를 보존하기 위함이다. 퇴적물이 쌓이고 쌓인 지층이 오랜 시간 동안 감추어 두다가 이제야 슬며시 꺼내 보인 옛 시간의 흔적이니 반드시 지켜 줘야만 할 것 같다.바다를 옆에 두고 걷는 길이 끝나면 A코스의 4분의 1은 걸은 셈이다. 그 후로 만나게 되는 사계리 마을은 정겨운 시골길. 한적할 것만 같은 이 길에 사실은 대형트럭이나 승용차들의 통행이 잦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기 때문에 다소 조심해야 하는 구간. 그런데 아까부터 코끝을 찌르는 냄새가 마을 전체에 진동했다. 시선을 바삐 움직여 그 근원지를 찾았더니 달달하지만 진한 향기는 마늘밭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을 전체에 끝없이 펼쳐진 마늘밭 지나는 길은 바람에 너울너울 춤을 추는 유채꽃과 할망과 할아방들의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함께해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걷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시골의 모습이었다. 단산, 강인한 남자의 모습 누군가 말했다. 때로는 힘든 길보다 쉬운 길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그러나 여행에서만큼은 고생스럽다 할지언정 한 군데라도 더 가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가 어렵다. 사계리 마늘밭을 지나 대정향교 앞에 서면 이렇게 선택의 순간과 마주한다. 왼쪽은 ‘단산’으로 올라가는 길, 오른쪽은 걷기 쉬운 돌담길이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지만 많은 이들이 단산에 오르는 수고로움을 선택하는 이유는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 때문이다.잠시 숨을 고르고 산 중턱에 있는 단산 진지동굴도 들어가 보자. 한낮에도 휴대폰의 조명을 켜지 않고는 너무나 어두워 ‘이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깊은 동굴이다. 서남부 해안으로 연합군이 상륙할 것을 대비해 일제가 구축해 놓은 군사시설로 단단한 암반을 약 70m를 뚫고 병사가 쉴 수 있는 공간과 능선을 관통한 통로를 만들었다. 스산한 분위기와 차가운 기운이 맴도는 동굴에 들어갔다 나오면 어느덧 이마에 맺혀 있던 땀방울은 사라지고 없다. 단산은 여느 산과는 달리 흙길보다 바위길이 더 많다. 때로는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해 둔 밧줄을 잡고 올라서야 할 정도로 수직에 가까운 벼랑도 있다. 특히 동쪽의 암봉이 험한데, 칼날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칼날바위’ 혹은 ‘칼코쟁이’라고 부르며 산악인들의 암벽훈련 장소로도 입소문이 난 곳이다. 그러나 그 정상에 올라서면 산방산을 비롯해, 날이 좋으면 형제섬까지도 선명하게 내려다볼 수 있다. 무, 양파, 마늘 등 다양한 채소를 일군 시골의 모습은 그림과 같다. 제주의 오름이 대부분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솟아 있는 반면 단산의 모습은 거세고 단단한 것이 남성스럽다.가파른 단산을 조심스럽게 내려오면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오른쪽 길로 가면 단축 코스로 약 1시간가량 일찍 도착점에 다다를 수 있지만 아기자기한 제주 돌담길을 포기할 순 없었다. 산방산 탄산온천을 지나 터벅터벅 걸음을 옮기니 어느 순간부터 제주도 특유의 구멍이 송송 뚫린 돌을 쌓아 올린 돌담길이 계속된다. 집집마다 심어 놓은 감귤나무 혹은 천혜향, 한라봉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 정도로 먹음직스럽다. 담벼락 위로 고개를 내민 빨간 동백꽃까지. 영락없는 제주의 모습이었다.길 옆으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면 도착지점이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해안로 끝에는 용머리 해안이 모습을 드러낸다. 화산재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용머리해안의 지층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다. 바다를 향해 뛰어드는 용의 머리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답게 그 규모와 기상은 이름 그대로였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싶다면 산책로를 걸어 보는 것도 좋다. 예전에는 산책로가 바닷물에 잠기는 일이 거의 없었으나 최근에는 바닷물에 잠기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하니 탐방 전 바다의 허락을 먼저 받는 것이 중요하겠다.글·사진 손고은 기자 취재협조 제주관광공사 www.ijto.or.kr▶지질트레일 코스A코스 총 14.5km 소요시간 약 4시간 30분~5시간용머리해안 주차장→설쿰바당→사계포구→형제해안로 전망대→해안사구와 하모리층→사계리 해안체육공원→사람발자국 화석→대정향교→세미물→단산→단축코스 분기점→산방산탄산온천→불미마당→베리돌아진밧→조면암돌담→산방산 주차장→용머리해안 주차장 A단축코스 총 10.7km 소요시간 약 3시간 30분 B코스 총 14.4km 소요시간 약 4시간 30분~5시간용머리해안 주차장→기후변화 홍보관→하멜표류비→항만대→소금막-병악 현무암지대→사근다리동산/방사탑/유반석과 무반석→하강물/엉덕물→화순금모래해변→화순리 선사유적지→황개천/명알목소→개끄리민소→수로/퍼물→곤물/곤물동→화순곶자왈→방사탑→홈밭동네 전망대→군물→베리돌아진밧→조면암 돌담→산방산 주차장→산방연대→용머리해안 주차장▶지오 푸드Geo Food, 용머리해안 지층 카스테라지오 푸드란 각 지역에서 수확한 식재료를 활용한 로컬푸드를 말한다. ‘용머리해안 지층 카스테라’는 제주 지질명소 용머리해안 지층의 특성과 문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녹차, 백년초, 감귤 파우더 등을 반죽에 섞어 구워낸 부드러운 카스테라는 음식 공모전에서 당선된 레시피로 만들어졌다. 화순리 일대의 빵집에서 먼저 선보이고 있으며 점차적으로 전 지역에 레시피를 공유할 예정이다.▶TRAVEL INFO호텔 섬오름 앞 섬과 뒷 오름 그래서 섬오름 호텔 앞에는 섬, 뒤에는 오름. 지난 3월22일에 문을 연 어느 호텔에서 바라보이는 전망이다. 그리고 이 상황은 고스란히 호텔의 이름이 됐다. 섬오름 호텔. 자신의 장점을 가장 알고 있는 이 호텔은 전 객실을 바닷가 전망으로 설계했다. 바다를 향해 반원으로 세워진 2개의 호텔동 앞으로는 야외 수영장과 유아풀, 자쿠지가 있고, 그 앞으로 레스토랑을 세워 외부에서는 수영장이 보이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호텔 앞바다의 섬은 큰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의 범섬이다. 범섬은 고려 말 ‘목호牧胡의 난’ 때 최영 장군의 마지막 승전지다. 호텔 뒤편으로 보이는 오름은 고근산이다. 맑은 날 정상에 서면 저 멀리 마라도부터 자귀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는 바로 그곳이다.자리를 잘 잡았다고 호텔이 저절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내추럴 모던스타일을 추구했다는 섬오름 호텔은 가족이나 연인이 조용히 머물다 가기에 좋다. 1층에 위치한 13개의 패밀리 객실은 전용발코니를 통해 수영장으로 바로 나가게 되어 있다. 가장 특색있는 객실은 복층형인 스위트룸이고, 취사시설이 갖춰진 파노라마 스위트 객실도 있다. 이 밖에도 1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회장과 아침부터 밤까지 운영하는 카페&레스토랑이 있어서 웨딩이나 파티를 하기에도 좋다. 서귀포시와 중문관광단지 사이에 위치해 있어서 어느 쪽으로 이동해도 거리가 멀지 않고 호텔 바로 앞 도로는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올레 제7코스다.섬오름 호텔은 시설뿐 아니라 서비스에서도 호텔을 잘 아는 프로들의 흔적이 느껴진다. 알고 보니 운영을 맡고 있는 디에스디엘(주) 덕이다. 서울의 프레이저 플레이스 센트럴과 프레이저 남대문 뿐 아니라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힐튼 호텔까지, 총 783개 객실의 호텔 34개를 운영해 온 노하우가 제주까지 내려온 것. 특급 호텔 수준의 어매니티뿐 아니라 에스프레소 머신이 각 방마다 비치되어 있어서 신선한 원두커피를 방 안에서 즐길 수 있다. 현재 섬오름 호텔의 객실수는 53개로 소규모지만 2년 후 바로 옆 부지에 60실 규모의 호텔이 추가 신축되면 호텔 규모는 2배로 커지게 된다. 상반기 중에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호텔 섬오름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법환동 1513 요금 딜럭스 오션 뷰 27만5,000원, 패밀리룸 33만원 문의 064-800-7200 www.sumorum.com● 서귀포 주요 미술관기당미술관┃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성중로 153번길 15 관람료 성인 400원개관시간 오전 9시~오후 6시(7,8,9월에는 20:00까지 연장) 문의 (064)733-1586 gidang.seogwipo.go.kr 이중섭 미술관┃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이중섭거리 87 관람료 성인 1,000원 개관시간 오전 9시~오후 6시(입장 마감 오후 5시30분) 문의 064-733-3555 jslee.seogwipo.go.kr 소암기념관┃주소 제수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소암로 15 관람료 무료 개관시간 오전 9시~오후 6시(입장 마감 5시30분) 문의 064-760-3511 soam.seogwipo.go.kr 왈종미술관┃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칠십리로 214번길 30 (동홍동) 개관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6시(입장 마감 오후 5시) 관람료 성인 5,000원, 청소년·어린이 3,000원 문의 064-763-3600▶TRAVEL INFO제주에코 스위츠 휴양펜션파란 눈을 가진 부부의 특별한 숙소 제주에코 스위츠 휴양펜션숙소를 예약하기 전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객실 컨디션이다. 보통의 숙소들은 사진에 환상을 품고 실체에 실망하지만 제주에코 스위츠 휴양펜션은 다르다. 사진은 평타 수준, 진짜 모습은 기대 그 이상이다. 사장님도 인정한 ‘사진빨’ 제대로 안 받는 곳이라니. 객실은 두 가지 타입. 주방과 거실, 욕실, 독립된 침실, 발코니가 있는 딜럭스 스위트룸과 같은 구성에 야외 자쿠지가 설치된 스파 스위트룸이 있다. 모든 객실에는 무선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며 밥솥, 전기포트, 전열 스토브 등 조리기구가 준비되어 있다. 기준 인원은 2명이지만 보통의 펜션과는 달리 추가인원이 발생할 경우에도 따로 금액을 받지 않는다. 야외 바비큐 그릴과 조식까지 무료로 제공해 준다. 겨울철에는 펜션 앞 정원에서 감귤 따기 체험도 공짜로 가능하다고 하니 정이 넘치는 곳이다. 이렇게 ‘퍼주기 식’은 왠지 나이 지긋한 시골 할머니의 인심 같지만 사실은 러시아에서 온 빅토르 랴센세브Victor Ryashentsev 대표의 운영 방식이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그는 한국에서 어학연수 시절 제주도 여행에 푹 빠졌다. 러시아 모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쳤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연세대 어학당에서 러시아어를 가르쳤다. 그러다 결국 2002년 아내와 함께 제주도에 정착해 여행사를 차렸다. 약 10년을 여행사를 운영하며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제주를 알리고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오던 부부는 지난 2012년 서귀포 중문동에 제주에코 스위츠 휴양펜션을 오픈했다. 도시보다 오지를 좋아한다는 그는 펜션의 위치를 산속에 계획했다. 총 10개의 객실을 가진 펜션은 화가인 아내 나타샤Natasha가 설계를 도왔다. 자연을 사랑하는 부부의 마음이 느껴지는 펜션은 모던하지만 친환경 소재로 디자인됐다. 이중 유리창 시스템과 바닥 단열장치는 냉난방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최대한 줄이고 소형 형광 램프를 사용해 전기를 절약한다. 또한 객실 테라스에서는 그가 정성껏 가꾼 정원을 바라보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아무런 계획 없이 가도 좋다. 제주살이 13년차 부부가 취향에 딱 맞는 여행지를 추천해 줄 테니.제주에코 스위츠 휴양펜션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문상로 207-13 가격 딜럭스 스위트룸 주중 17만원, 주말 20만원, 스파 스위트룸 주중 19만원, 주말 22만원 문의 064-738-9975 www.jejueco.com ● 지질트레일 주변 체험사계 어촌 체험마을 해녀체험┃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형제해안로 13-1 가격 1인 2만5,000원 문의 064-792-3090 sagye.seantour.com산방산 탄산온천┃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북로41번길 192 가격 성인 1만2,000원, 청소년 9,000원, 소인 6,000원, 유아 4,000원 문의 064-792-8300 www.tansanhot.com 산바다 ATV체험장┃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로 141 가격 1인용 기준, 산코스 2만5,000원, 기본코스 3만원, 산바다코스 4만원, 한라산 투어코스 10만원 문의 064-794-0117 www.sanbada.jeju.kr 산방산 사랑의 유람선┃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해안로 106번길 16 가격 성인 1만6,000원, 청소년 1만900원, 어린이 9,200원 문의 1599-1567 www.jejuyuram.co.kr☞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영화 多樂房] ‘그레이트 뷰티’ 로마를 걷는 이 남자가 묻는다…진짜 아름다움에 대해

    [영화 多樂房] ‘그레이트 뷰티’ 로마를 걷는 이 남자가 묻는다…진짜 아름다움에 대해

    ‘그레이트 뷰티’는 이탈리아 로마의 일상적 풍경을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과감한 카메라 워크로 시작한다. 서양 문명을 대표하는 도시 ‘로마’는 켜켜이 역사적 유물과 예술품들로 가득 차 있어 그 자체로 ‘그레이트 뷰티’라는 제목을 떠올리기에 손색이 없는 공간이다. 그런데 무심한 듯 오후를 보내고 있는 로마인들과 관광객들의 호기심 가득한 시선이 교차되는 가운데 탐욕스레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대던 한 동양인이 풀썩 쓰러지고 만다. 말 그대로 관광객을 질식시켜 버린 그 시각적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과연 어떤 모습이 숨어 있을까. 젭 감바르델라는 스물여섯 살에 로마에 입성해 이탈리아 문학사를 장식할 만한 위대한 소설을 쓴다. 그 후 40년 동안 그는 로마 최고의 명사이자 명철한 인터뷰어로 군림하며 수많은 예술가와 유명인을 만난다. 젭은 사교계의 왕일 뿐 아니라 곧 로마와도 같은 존재다. 불멸의 명작을 남긴 후 부귀영화를 누리지만 절필한 지 이미 오래, 수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요란한 생일을 보내는 반면, 가족도 없이 혼자 늙어 가는 젭의 인생은 로마가 가진 모순을 시사한다. 이제 66번째 생일을 맞은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은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젭과 함께 로마의 주요 관광지와 예술품을 훑어보는 여정은 얼핏 저 유명한 고전영화 ‘로마의 휴일’이나 우디 앨런의 근작 ‘로마 위드 러브’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이 영화는 훨씬 덜 낭만적인 주제에 집중한다. 도시의 외관에 기대어 본래 모습을 감춘 채 살아가는 로마 상류층의 다양한 모습을 조명하면서 젭의 고민에 관객 모두를 동참시키는 것이다. 모두가 예술가를 꿈꾸는 이 욕정의 도시는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점차 그 실체를 드러내는데, 이것은 진정한 미(美)를 찾는 과정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한편 이 영화는 한 가지 사건의 기승전결 대신 수많은 캐릭터의 등장과 퇴장으로 전개된다. 140분이나 되는 러닝타임은 현대 로마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인물의 선형적 콜라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령 초반부에 등장하는 젭과 사이비 행위예술가의 인터뷰는 미의 절대적인 기준이 사라져 버린 후 등장한 가짜 예술의 허울을 조롱한다. 또한 단골들로부터 돈을 쓸어 담는 피부과의 우스꽝스러운 풍경, 자녀의 예술적 재능을 이용해 돈을 챙기는 부모의 모습은 미와 자본이 어떻게 결탁하고 있는지 보여 주는 직설적인 예다. 무엇보다 영화의 종결부에 등장하는 성녀 마리아는 아름다움의 비밀에 대한 감독의 결론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104세의 성녀는 젭에게 ‘뿌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현재의 로마를 만든 역사와 문화, 젭의 소설을 있게 했던 첫사랑의 기억은 모두 그녀가 말한 ‘뿌리’와 연결되는 것이다. ‘일 디보’(2008)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바 있는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은 탁월한 지성과 타고난 감성을 조화시켜 동시대의 ‘로마’를 진단해 냈다. 뿌리에 대한 관심 덕분일까. 페데리코 펠리니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승화시킨 이탈리아 감독의 재능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12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호수로 쏟아지는 수천억 별빛…밤하늘 수놓은 ‘은하수’

    호수로 쏟아지는 수천억 별빛…밤하늘 수놓은 ‘은하수’

    아름다운 밤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수천억 개의 별빛이 잔잔한 호숫가를 수놓고 있다. 언뜻 보면 낭만적인 고전 소설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은하수’ 사진이 공개돼 우주와 별을 사랑하는 네티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미국 과학전문매체 라이브 사이언스닷컴은 포르투갈 리스본 출신 천문사진작가 미구엘 클레로가 지난 4월 5일 촬영한 환상적인 은하수 사진을 30일(현지시간) 공개했다. 클레로가 해당 장면을 촬영한 지역은 포르투갈령(領) 아조레스제도의 성 미구엘 섬 화산 분화구 호수다. ‘Lagoa do Fogo’ 즉, 불의 호수라는 별명처럼 마그마가 분출되는 곳에 물이 고이며 형성된 해당 호수는 남쪽 해안 마을에서 몰려오는 빛줄기와 수평선의 오렌지 색 대기가 조합되면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내고 있다. 여기에 밤하늘 가득 수놓아진 은하무리가 호수에 반사되면서 아름다움의 깊이는 더해지고 있다. 직경 약 100,000 광년, 두께 약 1,000광년에 최소 2,000~4,000억 개의 별들이 존재하는 은하수는 언제 봐도 우주의 신비가 느껴진다. 특히 이 사진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 어떤 것보다 뚜렷이 보이는 별자리 때문이다. 사진 상단 왼쪽에는 백조자리가 오른쪽 아래에는 독수리 별자리가 보이며 중앙에는 구름에 뒤덮인 궁수 자리가 있다. 여기서 바로 오른쪽 근처에는 전갈자리가 보이며 가장자리를 따라가면 아름다운 천칭자리까지 만날 수 있다. 사진=Miguel Claro/Space.com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귀스타브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귀스타브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어린 시절부터 애정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나에게는 어떤 사랑이 올까’를 꿈꾸던 숙녀가 있었다. 따분하기 만한 농장 생활을 하던 그녀에게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 사람은 당연히 꿈꾸던 미래를 만들어 줄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비록 결혼한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외지인이며 의사인 그와 흔쾌히 결혼했다. 하지만 현실은 바라던 미래가 아니었고 남편은 그저 시골 의사일 뿐이었다. 상류 사교계를 향한 그녀의 꿈은 결국 다른 남자에게서 사랑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진정하다고 믿었던 사랑은 언제나 버림받았고 결과는 엄청난 빚만 남았을 뿐이었다. 파산을 맞은 그녀는 비소를 먹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미련하게도 아내의 변화를 감지조차 못했던 남편 또한 아내가 남자들과 주고받은 연서를 읽고 충격인지 아내에 대한 그리움인지 모를 모호한 이유로 벤치에 앉아 쓸쓸히 죽는다.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마담 보바리’의 내용은 단순하다. 제목이나 내용이 주는 통속적이고 외설적인 분위기 때문에, 1857년 출간된 후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법정까지 갔다는 명성(?)을 믿고 성큼 다가선 독자들은 은밀한 내용을 희망하다 결국 허탈감만 안게 된다. 부푼 호기심은 허무감이 된다. 마담 보바리처럼. 어찌 보면 순수하고 어찌 보면 철없는 한 여인의 이야기가 어떻게 혁명과도 같은 문학적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고전소설을 문학적 가치로만 읽기에는 따분하고 재미없는 게 사실이다. 문학적 의의만으로 접근한다면 고전 문학을 읽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고전 읽기가 쉽지 않은 이유도 작품을 소개하는 입장에서 지나치게 의미를 부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모르고 읽는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해서 지루할 수 있는 ‘마담 보바리’가 왜 사실주의 문학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지 한 번쯤 알아둘 필요가 있다. 사실주의 문학의 탄생 배경은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구제도가 붕괴하면서 급격하게 떠오른 부르주아 사회, 즉 시민사회의 성장에 있다. 시민사회는 자연과학에 기초를 둔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생겨난 것이어서 자연스럽게 자연과학적 정신이 문학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이 새로운 물결을 새로운 소설 쓰기로 만들어냈다. “형식은 바로 내용 그 자체다”라는 그의 말은 그가 이 작품을 어떻게 썼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며 그것이 왜 사실주의 문학으로 연결되는지 알려 준다. 플로베르에게 소설의 소재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실제 있었던 ‘들라마르 사건’을 별다른 가미 없이 작품의 스토리로 사용한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을 번역한 김화영 교수의 말처럼 ‘스타일’이었다.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위해 문장의 리듬과 묘사를 중시했는데 한 문장에서 같은 음의 어절이 겹치지 않도록 조율할 만큼 아름다운 문장을 위해 공들였다. 엠마의 삶을 가운데 두고 남편인 샤를르를 처음과 끝에 둔 구성도 독특한 스타일의 완성에 일조했다. 플로베르는 감정이 과장되고 주관적이며 이상적 세계를 추구하는 낭만주의가 아닌, 시민사회, 자연과학적 정신이 요구하는 냉정하고 현실적인 세계를 드러내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을 완성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사건의 흐름을 중시하기보다 등장인물의 성격과 주변 환경에 대한 묘사를 집요하게 추구했고 주인공 엠마 보바리의 파멸도 그렇게 그려냈다. 자연과학자처럼 대상에 대한 냉철한 관찰과 객관적 인식을 표현해 독자가 등장인물들의 불행을 스스로 느낄 수 있게끔 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 작품을 사실주의의 대표작으로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도덕적이고 절제된 여성의 삶에서 크게 벗어난 주인공 엠마의 격정적인 사랑 타령은 그 시대에서는 파격 그 자체였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문체의 아름다움을 원서가 아닌 번역서로 느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불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 실제 프랑스 문학 작품이 어떠한지 물으면 세상 사람들이 인정하는 만큼 ‘멋지다’라고 말한다. ‘마담 보바리’만 해도 플로베르가 공들여 선택한 서술어의 변화는 미묘한 인물의 심리를 세밀하게 드러내는 데 한몫한다고 한다. 우리말 ‘까맣다’, ‘새까맣다’, ‘거무스름하다’ 등이 같은 형용사인데도 전하는 의미가 조금씩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번역된 ‘마담 보바리’에서는 얼마만큼 치열하게 객관적인 묘사를 하고 있고 단어의 차이가 어떻게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지 충분히 느끼기는 어렵다. 물론 번역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주의 완성이라는 가치를 찾기에는 어떤 번역이든 언어의 차이를 완벽하게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과 다른 시대를 이해하는 것도 다가섬을 저해한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고전을, 현재와 동떨어진 시대의 이야기를 읽어야 할까. 고전 문학은 시대를 관통하며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문학이든 해외 문학이든 고전은 인생의 깊이를 간접 경험하면서 삶의 방향을 올바르게 잡아가도록 하는 일종의 내비게이션 기능이 있다. 무엇보다 인간 본질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는 공통점이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할 이유다. ‘마담 보바리’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세월호 선장’이 우리 사회 안에 있는 것처럼 ‘엠마 보바리’ 또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자신의 세계에 갇혀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오로지 과거와 미래만 좇는 ‘보바리즘’에 빠져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모성애마저도 자신의 감정에 따르는 허약한 엠마나 쾌락을 누릴 수 있다면 도덕과 윤리는 저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엠마의 두 연인 레옹과 루돌프, 친절마저도 자신의 손익계산서로 보는 오메와 뢰르의 모습은 150여년이 흘러도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모두 한 번도 상대방을 바라보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 자신의 생각이 중요하고 그 생각으로 행동한다. 작품에서 가장 피해자일 수 있는 샤를르조차도 엠마에 대한 사랑이 일방적이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그럴 것이라 믿어버린다. 자기가 주는 사랑의 실체만을 보는 것이다. 상대방의 현실을 보지 않고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절망적인 결과가 올 수 있음을 아무도 믿지 않는다.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는 그의 책 ‘말’에서 “사람은 저항함으로써만 자신을 확정해 나갈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속속들이 불확정적인 존재였다”라고 했다. 아홉 살 때부터 ‘마담 보바리’를 읽었다는 그의 말에 비쳐 보면 플로베르는 주어진 인생을 저항해 새롭게 자신을 확정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권위적인 아버지와 냉정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늘 주눅든 어린 시절을 보냈고 일곱 살까지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집안의 골칫거리였던 그가 결국 자신과의 투쟁을 통해 위대한 작가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엠마 보바리는 불행하게도 자신의 삶에 저항하지 못한 가녀리고 ‘불확정한’ 인물의 표상일 뿐이다. 엠마가 곧 자신이라고 말한 플로베르의 말은 어떤 의미인지, 마지막 장면만 스무 번 넘게 읽었다는 사르트르의 몰두는 무엇 때문인지 이 책을 통해 느끼길 바란다. *팁:글에 제시된 <마담 보바리>는 민음사에서 출간된 제목을 따른 것이다. 출판사에 따라 제목이 ‘마담 보봐리’, ‘보바리 부인’, ‘보봐리 부인’일 수도 있다. ■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佛 사실주의 문학의 창시자… 스스로를 열성적 낭만주의로 규정 귀스타브 플로베르(1821~1890)는 시립병원 외과 의사의 아들로 프랑스 루앙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로부터 과학적 사고를 이어받으며 플로베르는 사실주의 문학의 창시자가 될 수 있었다. 사실주의는 사물과 현상의 올바른 모습을 묘사하려는 사조를 말한다. 한편으로 플로베르는 낭만주의 영향을 받았는데, 그의 작품 속 문구의 심미성에서 이런 측면이 드러난다. 플로베르 자신은 ‘마담 보바리’로 인해 사실주의 작가로 자신을 평가하는 데 거부하며 스스로를 열성적인 낭만주의로 규정했다고 한다. 플로베르는 파리대학 법학부에 다니던 중 간질과 비슷한 증세의 발작을 한 뒤 본격적으로 문학 작품을 썼다. 1957년 ‘마담 보바리’ 때문에 ‘악의 꽃’을 쓴 샤를 보들레르와 함께 풍기문란죄로 법정에 서면서부터다. 소송이 진행될수록 소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기 소설이 됐다. ‘살람보’, ‘감정교육’, ‘세 가지 이야기’ 등의 작품을 남겼다. ‘비계덩어리’, ‘목걸이’ 등을 쓴 모파상에게 영향을 끼쳤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엷고 흐릿한 몽환 빛·공기·물에 투영된 현대 중국인의 삶

    엷고 흐릿한 몽환 빛·공기·물에 투영된 현대 중국인의 삶

    “노장사상이 근간을 이루죠. 흐릿하게 버무린 빛과 공기, 물의 몽환적 모습은 선인(仙人)들의 수행과 잇닿아 있어요.” 지난해 말 상하이 모간산루 예술특구(M50)에 갤러리를 내고 중국 미술시장 공략에 나선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중국 ‘신 수묵화’의 선구자인 톈리밍(58)을 옆에 두고서다. 그는 “(상업갤러리에서 여는 전시이지만) 이번에는 단 한 점도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현대 수묵화의 경향을 한눈에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마치 빛바랜 오랜 사진처럼 엷고 흐릿한 형상, 안개 너머의 희미한 이상향을 그린 듯한 그림들은 답답함을 가져오기보다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불러온다. 전시 제목도 ‘햇빛, 공기, 물’이다. 생명을 영위하게 하는 이 세 가지 요소는 햇살과 어울려 살아가는 소박한 농촌 사람들의 모습을 맑고 투명하게 전한다. 이 중 작가는 물에 방점을 찍었다. “물은 모든 것을 포용하니 차가운 현대 도시문명조차 중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이다. ‘시골처녀’, ‘도시’, ‘수영’, ‘화조’ 등 6개의 대표 연작 33점을 내놓은 톈리밍의 국내 첫 수묵화전은 다음 달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이어진다. 베이징 중앙미술학원에서 저우스춘 등 대가들로부터 인물화를 배운 톈리밍은 1988년 ‘신 문인화’전에 참여하면서 ‘신 수묵화’의 선구자로 떠올랐다. 작품 ‘물 위의 햇빛’처럼 19세기 인상주의 회화를 떠올리게 하는 빛의 느낌은 그림에 내재된 현대적 요소라 할 수 있다. 톈리밍은 사람과 주변을 나누는 경계를 없애 전통 안료의 잔잔한 색상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재주를 지녔다. 인지난 중앙미술학원 인문학원장은 전시 서문에서 “그의 예술은 구상이며 동시에 사의적”이라면서 “빛과 색에 대한 예민함과 세심함이 마치 먹을 사용하듯 색을 사용하는 고대 몰골법(윤곽선 없는 표현)의 심오한 전통을 부활시켰다”고 말했다. 안후이성 허페이시 출신인 작가는 고향의 모습을 그대로 화폭으로 옮겼다. “현대 생활에서 받는 피로를 힐링하도록 그림을 이상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선녀 같은 두 소녀가 맑은 계곡에 비스듬히 누워 발을 담근 ‘산야’나 고요하고 움푹한 땅이 뭇 산들의 나무에 기대어 샘물을 빨아들이는 ‘샘’ 등이다. ‘도시인’, ‘도시의 소리’, ‘자동차 시대’ 등 갑갑한 도시의 모습을 담은 그림마저 서정적이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가는 “전통의 창조적 계승이야말로 가장 큰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중앙미술학원, 국가화원, 예술연구원 등에서 30년 가까이 후학을 가르쳐 온 그는 “서양화나 전통화 모두 기본이 중요한 만큼 내 수업에선 ‘명작’을 베끼는 일부터 시킨다”면서 “어려서부터 (예술과의) 교감이나 시선이 중요한데 한국 유학생들은 이 점에서 재능이 있으며, 열심히 노력도 한다”고 말했다. 톈리밍의 이번 전시는 2000년대 중반 국내 미술시장에서 거품을 일으키다 쇠퇴했던 중국 작가들의 재등장을 뜻하는 신호탄일까. 지난해부터 펑정지에 등 중국 작가들의 국내 전시가 잇따르면서 이런 흐름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갤러리 측은 문화 교류의 성격이 짙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중국 수묵화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는 가운데 시장 창출보다는 소개에 무게중심을 뒀다는 것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6·4 지방선거 D-8 강원지사 표심 르포] 최흥집 지지자 “무조건 여당, 1번” 최문순 지지자 “무능한 정부 심판”

    [6·4 지방선거 D-8 강원지사 표심 르포] 최흥집 지지자 “무조건 여당, 1번” 최문순 지지자 “무능한 정부 심판”

    “강원 ‘빅3 도시’ 간 신경전은 여전히 치열합니다. 그야말로 ‘강원 삼국지’죠.”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강릉·춘천·원주에서 만난 시민들은 애향심이 투철했다. 그런 만큼 다른 두 도시를 은근히 깎아내리는 듯한 모습도 역력했다. 지역 연고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은 6·4 지방선거 표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선거를 일주일여 앞두고 강원이 전국 광역단체장 대결 가운데 가장 초박빙의 승부처로 떠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듯했다. 강릉 중앙시장에서 만난 김지훈(45)씨는 “강원도 사투리가 진국인 강릉이 강원의 원조”라며 영서 지역에 있는 춘천과 원주를 깎아내렸다. 이어 “강릉 출신의 최흥집 새누리당 강원지사 후보를 지지한다”고 표심을 밝혔다. 춘천 중앙시장(낭만시장)에서 만난 박순례(52·여)씨는 “도청 소재지인 춘천이 강원의 중심”이라면서 “춘천 출신의 최문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지사에 당선돼야 아무래도 춘천 발전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원주에 대해선 “충북에 가까워서 충북 사람들이 술 먹으러 왔다 갔다 한다”면서 “거긴 강원이라 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원주 중앙시장에서 만난 오태경(44)씨는 “원주가 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기 때문에 도청을 원주로 옮겨 와야 한다”면서 “춘천 사람이 강릉 가려면 반드시 원주를 거쳐 가야 하지 않느냐”며 춘천에 대해 은근한 경쟁심을 내비쳤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세 도시의 인구는 원주 30만 9803명, 춘천 27만 4220명, 강릉 21만 7481명 순이다. 세 도시의 인구는 강원도민 전체(146만 3650명)의 54.8%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크다. 또한 세 도시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 정서가 비슷해 강원은 강릉·춘천·원주를 도읍으로 하는 ‘삼국지’가 형성돼 있다. 특히 원주는 춘천과 같은 영서 지역에 있지만, 강원 제1의 도시를 놓고 춘천과 견제 관계에 있다는 게 정설이다. 지역 민심을 둘러본 결과 실제로 강릉에서는 최흥집 후보를, 춘천에서는 최문순 후보를 지지한다는 시민이 대체로 많았다. 두 후보가 지난 25일 앞서거니 뒤서거니 참석한 강릉고 동문 가족 체육대회는 강릉고 출신 최흥집 후보의 ‘홈그라운드’일 수밖에 없었다. 동문들도 최흥집 후보를 ‘흥집이형’이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표한 반면, 춘천고 출신의 최문순 후보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박대’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춘천의 번화가인 명동거리에서는 지지하는 후보를 묻는 질문에 상당수가 ‘최문순’을 외쳤다. 춘천 낭만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민수(56)씨는 “최흥집 후보가 당선되면 아무래도 강릉을 더 신경 쓰겠지”라며 최문순 후보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혔다. 이런 지역세 때문에 강원에서는 선거 때마다 흥미진진한 합종연횡이 펼쳐진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원주 출신의 한나라당 이계진 전 의원과 평창 출신의 민주당 이광재 전 지사가 맞붙었을 때 강릉과 춘천 시민들은 원주 후보 대신 이 전 지사를 택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상이 좀 다르다. 영동, 영서 후보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에 원주 시민이 어느 지역 출신을 지지하느냐가 관건이 됐다. 원주 표심이 선거의 향배를 결정하는 캐스팅보트를 쥔 형국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각자 텃밭인 연고지에서 표를 결집시켜 차이를 벌린 다음 원주에서 ‘반타작’만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최흥집 후보는 아예 본캠프를 원주 무실동에 차렸다. 26일에는 새누리당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원주에서 현장 회의를 개최할 만큼 원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새정치연합도 박영선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긴급 일정으로 원주의 중심인 원일로를 직접 찾아 최문순 후보 지지 유세전을 펼쳤다. 원주 도심을 둘러보니 민심은 그야말로 백중세였다. 세대별로 20~40대는 최문순 후보를, 50대 이상은 최흥집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정경대학에 재학 중인 정모(22)씨와 그의 일행은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정부와 새누리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 반면, 자유시장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이수형(60)씨는 “원주는 여당, 무조건 1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기용품은 판매하는 김정란(53·여)씨는 “국가 안전과 안보 문제 때문에 보수 후보인 최흥집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세 도시의 공통점이라면 ‘인지도는 최문순, 당을 보면 최흥집’이었다. 최문순 후보는 ‘현직 프리미엄’ 때문인지 그를 모르는 도민이 거의 없었던 반면, 최흥집 후보에 대해서는 “누군지 잘 모른다”는 답변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표심을 물었을 때에는 막상막하였다. 춘천에서 만난 유창열(38)씨는 “별 무리 없이 도정을 펼친 최문순 후보가 지사를 한 번 더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지 정당을 묻자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잘해도 반대, 못해도 반대만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정도 사과했으면 됐지”라며 여권을 지지했다. 평창군 평창5일장(평창올림픽시장)에서 50년 동안 금은방을 운영해 온 김영찬(73)씨는 “최흥집 후보가 누군지 잘 모르는데, 김진선 강원지사 시절에 정무부지사를 했다는 것을 안다”면서 “김 전 지사가 나름 잘했기 때문에 이번에 1번을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흥집 후보가 ‘김진선 후광 효과’를 어느 정도 누리고 있다는 의미였다. 정치권을 향한 도민들의 비난도 매서웠다. 강릉에서 만난 정옥선(61·여)씨는 “나라가 어지러운데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뽑아 놨으면 밟지 마라”면서 “서로 생각은 다르겠지만 대통령이 동네 반장도 아니고 죽을 죄를 진 것도 아닌데 무조건 헐뜯고 물러나라고만 하는 것은 상식이 아니며 국민에게도 아무런 이익이 안 된다”며 야당을 겨냥했다. 이어 “남자 정치인들이 여자 대통령 하나 못 잡아 먹어 안달이다”라면서 “제발 정쟁 좀 하지 마라.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라고 꾸짖었다. 원주에서 만난 이정호(33)씨는 여권을 향해 “국회의원들은 자기 자녀들 전부 외국으로 빼돌리고, 공무원들은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면서 “일본 사람들이 나쁘다고 비난하기 전에 정치인들 스스로 나쁜 일 한 적이 없는지부터 살펴보라”고 따졌다. 춘천에서 만난 김만수(45)씨는 “선거 때만 되면 표를 얻기 위해 복지 해준다 뭐 해준다 하는데, 뽑아 주면 자기 배 불리는 데에만 신경을 쓴다”면서 “새누리당은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화살을 날렸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6·25 전쟁 이후 60년 동안 쌓인 암이 터진 것”이라고 반응했다. 선거 때마다 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는 관행에 대한 상인들의 불만도 가득했다. 강릉 중앙시장에서 건어물을 파는 최순자(64·여)씨는 “정치인들이 시장에 와도 보탬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사람이 꽉 들어차 장사만 방해한다”면서 “시장을 찾는 정치인들의 진심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허리도 못 펴는 할머니나 지나가는 아이들 붙잡고 사진 찍는 것만큼은 제발 안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상당수 도민들이 어려운 경제 사정을 호소했다.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선 체념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원주에서 만난 이혜진(40·여)씨는 “누구를 찍든 사는 것은 다 똑같다”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장사가 너무 안 되다 보니 장사 때려치우고 유병언 잡아 현상금이나 받자는 목소리가 많다”고 넋두리를 했다. 표심에서는 세대 간 이념 갈등도 적지 않게 깔려 있었다. 여권을 지지하는 주부 정숙자(68)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걸핏하면 시위를 하고 분열을 일으킨다”고 비난했고, 야권을 지지하는 대학생 한모(23·여)씨는 “정부가 무능함을 보여 주는데도 어른들은 묻지마식으로 박근혜 대통령 편들기를 한다”며 다소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강릉·춘천·원주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오늘의 눈] 세월호 참사 자치단체는 책임 없나/황경근 사회2부 차장

    [오늘의 눈] 세월호 참사 자치단체는 책임 없나/황경근 사회2부 차장

    뱃길 제주여행에서는 선상에서 불꽃놀이 등 갖가지 이벤트가 벌어진다. 선상 이벤트 비용은 제주도가 여객선사에 지원해준다. 참사를 빚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에도 제주도는 수년간 이벤트 비용을 지원했다. 뱃길을 이용해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선사 측에 선상 이벤트를 벌여 달라는 것이다. ‘바다와 함께하는 낭만이 있는 제주 뱃길 여행’이라며 뱃길 제주 관광을 홍보했다. 올해도 여객선사에 선상 이벤트 비용을 지원한다. 하지만 뱃길 관광객이 이용하는 제주 연안여객선 대부분이 건조된 지 20년이 훨씬 지난 노후 선박이라고는 아무도 말을 안 한다. 더 많은 뱃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여객선 신규 취항에도 열을 올렸다. 서귀포시는 지난해 2월 서귀포~전남 고흥군 녹동 노선에 H선사의 여객선 신규 취항을 유치했다. 서귀포항과 서귀포시 관문인 칠십리음식특화거리를 연결하는 항만도로도 완공하는 등 여객선 취항을 아낌없이 지원했다. 하지만 시험운항까지 끝낸 이 선사는 취항을 앞두고 갑자기 돌변해 연간 수십억원의 유류비 지원을 요구했다.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여객선 취항을 포기하겠다고 서귀포시를 압박했다. 서귀포시가 제주도민 할인분(20%)을 지원하겠다고 제의했으나 이 선사는 취항을 아예 취소해 버렸다. 여객선사가 취항을 미끼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등 ‘갑질’ 행세를 했지만 취항에만 목맨 서귀포시는 질질 끌려다녔다. 여객선 유치 과정에서 이 선사의 여객선 선령이나 안전성 여부를 한 번쯤 따져 봤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전국의 자치단체는 요즘 관광객 끌어모으기에 혈안이다.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만 있다면 혈세도 아끼지 않는다. 대도시 공항이며 역, 터미널 등에는 자치단체 관광홍보판이 넘쳐 난다. 사람들만 끌어모을 수만 있다면 흥청망청 먹고 마시고 노래하는 족보 없는 일회성 관광 축제에도 돈을 펑펑 쓴다. 하지만 자신들의 고장을 찾는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돈을 쓰고 있다는 자치단체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많이 와서 돈만 뿌리고 가라는 식이다. 정작 중요한 관광객 안전은 관심 밖이다. 세월호가 침몰하자 우근민 제주지사는 “제주에 오려다가 사고가 난 것이니 우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구조 구난을 지원하라고 지시했지만 뒷북이었다. 세월호 참사, 관광객을 끌어모아 호주머니 털기에만 열을 올렸지 그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던 자치단체의 책임 또한 따져 봐야 한다. kkhwang@seoul.co.kr
  • [새 영화] ‘그녀’(her)

    [새 영화] ‘그녀’(her)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 운영체제가 있다면 사랑에 빠지는 일이 가능할까. 22일 개봉한 ‘그녀’(her)는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상당히 사실적이고 낭만적인 로맨스로 그려낸 영화다. 디지털 문화 속에서 인간이 점점 고립되는 요즘 시대에 시사하는 바도 있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올해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았다. 주인공은 편지를 대신 써 주는 대필 작가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전해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 온 아내와 별거 중인 상태로 공허함에 휩싸여 있다. 그러던 중 그는 직관을 지닌 최첨단 인공지능 운영체제(OS1)의 광고를 보고 이를 구입하게 된다. 사만다(스칼렛 요한슨)라는 이름까지 가진 그녀는 형상은 없지만 테오도르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의 외로운 삶에 조금씩 숨통을 틔워 준다. 사만다를 차갑고 인공적인 컴퓨터로 생각했다가는 오산이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에게 온 이메일을 읽어 주고 그의 성공에 함께 기뻐하고 다른 여자를 만날 때는 질투를 하기도 한다. 삶이 뒤죽박죽되어 괴로워하던 테오도르는 사만다를 통해 점차 안정과 삶의 여유를 찾아간다. 어느새 테오도르는 사만다를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이고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다. 뮤직 비디오 감독으로 데뷔해 영화 ‘어댑테이션’, ‘괴물들이 사는 나라’ 등을 만들어 감각적인 연출로 주목받은 스파이크 존즈 감독은 따뜻한 색감과 자신만의 언어로 이 독특한 로맨스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이 둘의 로맨스는 낭만적으로 그려진다. 테오도르는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셔츠 앞주머니에 인공지능 기기를 넣고 다니면서 그녀와 일상을 함께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사만다의 주문에 따라 길거리에서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하는 테오도르는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남자다.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대신 자신이 작곡한 노래로 둘이 함께하는 순간을 기념하자는 사만다와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느라 갑자기 연락 불통이 된 사만다를 찾아 헤매는 테오도르. 그들의 사랑은 인간들의 사랑만큼 애절하다. 하지만 여느 연인과 다름없이 이들에게도 갈등과 아픔이 찾아온다. 미래 세계의 허무맹랑한 연애 이야기라고 치부한다면 현실성이 떨어지겠지만 충분히 또 다른 사랑의 한 형태로 볼 수도 있다. 특히 목소리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스칼렛 요한슨은 제8회 로마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상대 없이 얼굴 표정만으로 사랑의 희로애락을 표현한 호아킨 피닉스의 감정 연기 또한 볼 만하다. 청소년 관람 불가.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꿰맨 얼굴 감춘 실체 벗긴 금기

    꿰맨 얼굴 감춘 실체 벗긴 금기

    “60대 중반인 어머니는 자꾸 딸의 얼굴 사진에 재봉틀로 실이 박히는 게 싫었던지 ‘차라리 내 얼굴을 박으라’고 하시더군요. 아이들이 작품을 보고 무섭다며 울어 버리곤 해 예정된 전시가 취소되기도 했어요.” ‘어부사시사’로 알려진 조선 중기의 문신 고산 윤선도(1587~1671)는 9대조 할아버지다. 또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과 함께 ‘조선 후기의 3재’로 불린 선비화가 공재 윤두서(1668~1715)가 7대조 할아버지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선 도통 이런 옛스러움과 낭만을 찾아볼 수 없다. ‘누더기 얼굴’ 연작으로 알려진 작가 윤지선(39)의 이야기다. 제4회 일우사진상(2012년) 수상자인 작가는 수많은 색실로 자신의 얼굴 사진을 꿰매거나 누벼 본래 이미지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얼굴을 만들어 왔다. 사람의 얼굴만큼 다양한 표현이 실린 작품들이다. 오는 7월 2일까지 서울 중구 서소문동 일우스페이스에서 열리는 ‘누더기 얼굴’전에는 작가가 2007년부터 최근까지 8년에 걸쳐 만든 작품 38점을 내건다. 전시장에서 마주한 작가는 도발적이지 않은, 수수한 중년의 모습이었다. “아일랜드에서 공부할 때 현지 도서관에서 충격적인 사진 기사를 접했어요. 한 시민운동가가 체포됐는데 그의 입과 눈, 얼굴에 온통 바느질 자국이었어요. 저항에 대한 표현을 위해 스스로 얼굴을 바느질한 그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해야 하나요. 말보다 무섭다는 침묵이 각인되며 저도 모르게 신문기사를 몰래 오려 갖고 나왔어요.” 2007년부터 작가는 자신의 얼굴 사진에 재봉질을 시작했다. 인정사정없이 공업용 재봉틀로 사진에 실을 박아버렸다.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세상을 향해 말을 걸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내면에 감춘 표정과 욕망의 자화상을 표출했는데, 실과 바늘이란 도구를 통해 원래의 모습을 제거하면서 전혀 다른 얼굴이 나오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애초 학부에서 회화를 전공한 작가에게 사진에 천을 덧대고 그 위에 수없이 반복하는 재봉작업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작품 한 점을 만들기 위해 하루 15~20시간씩 55일가량을 매달렸다. 금기를 깨뜨리려는 과감한 도전의 ‘끼’는 초기 작품부터 서려 있다. 1999년 손가락으로 여성의 성기 모양을 표현한 사진 작품을 발표한 뒤 2001년에는 급기야 자신의 얼굴에 털을 붙인 사진을 내놓았다. 이어 7대조 할아버지인 윤두서의 초상화 왼쪽 눈에 수북한 털을 붙여 마치 멍든 듯한 모습을 표현했다. 작품에 사용된 털은 자신의 은밀한 부위에서 떼어낸 체모(體毛)였다. 그는 “기존 질서에 대한 회의와 질문을 도발적 방식으로 던지고 싶었다. ‘얼굴에 먹칠’이라거나 ‘주둥이를 박아버린다’는 위협적 표현들을 뒤집으려는 시도였다”고 했다. 집안의 어르신을 ‘그리 만들어’ 놨으니 가문의 반발이 크지 않았을까. “전 페미니스트는 아니에요. 다만 1남 3녀의 가부장적 집안에서 작품 활동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라고, 상상하시면 됩니다.” 이번 전시는 일우사진상 수상자의 출판 기념전 성격이 강하다. 세계적인 아트북 출판사인 독일 ‘핫체칸츠’에서 단독 작품집을 출판하는 기회도 제공됐다. 신수진 연세대 교수는 “완성된 작품 속에서 그의 얼굴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외형적 기능을 지닌 ‘페르소나’를 배제하고, 스스로 창조해낸 얼굴이 됐다”고 평가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서울의 건축 공존 무너지고 경쟁만 우뚝 서다

    서울의 건축 공존 무너지고 경쟁만 우뚝 서다

    못된 건축/이경훈 지음/푸른숲/ 376쪽/1만 5000원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내릴 때마다 여행의 설렘보다는 왠지 힘들다는 느낌이 강했다. 에스컬레이터가 있기는 하지만 비행기를 타는 것도 아닌데 짐을 이고, 지고, 끌고서 올라갔다가 내려가서 기차를 타야 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갔다. 왜 그런 건지 ‘못된 건축’을 보면 납득이 간다. 새 천년과 함께 시작된 고속철도 시대에 기술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이른바 하이테크 경향으로 새로 지은 서울역사를 저자는 못된 건축의 하나로 지목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기차여행의 역사가 긴 유럽 대도시의 시발역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기차가 머무는 플랫폼은 도시의 가로와 같은 높이에 있다. 하지만 새 서울역은 기단을 통해 모두를 한층 들어올린 후 다시 3층 출발 대합실로 안내하고 다시 기다란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두개 층 아래로 내려가서 기다리는 기차에 도달하게 한다. 실제로 5개 층을 이동하는 셈이다. 새 서울역이 복합역사로 개발됐기에 생긴 결과다. 기차역이라는 단일 기능만으로도 벅찬데 버스, 지하철에 쇼핑센터 고객을 위한 주차공간까지 갖춰야 하다 보니 역사는 기단 위로 올라가는 수밖에 없었고 주 출입구를 옆구리에 둬야 했다. 저자는 이 기묘한 조합의 결과 “역사가 비대해지면 여행자나 쇼핑하는 사람 모두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이곳에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도시는 건축이 모여서 이뤄진다. 저자는 “도시의 건축은 도시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제시한 ‘도시적’의 중심 개념은 ‘공화’(共和)다.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이 일정한 양보를 하면 공공의 선이 생겨나고, 그 혜택으로 개인은 훨씬 더 큰 행복을 누린다는 개념이다. 도시의 건축은 주변의 맥락과 도시공간, 즉 도시적인 공공 공간을 배려하고 살피는 것으로 시작된다. 책에서 언급된 서울의 건축들은 대부분 도시를 무시하거나 오해한 것이다. 자신만 내세울 뿐 도시를 위해 양보하지 않는다. 숭례문 주변의 고층빌딩들은 못됐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크기, 형태, 색상, 재료, 어느 것 하나 국보 1호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역사적인 건축물을 의식하지 않고 있다. 미스코리아처럼 포즈를 잡고 뽐내지만 과거의 역사를 존중하며 공존하는 도시적인 건축물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다. 밤이 되면 숭례문 기와는 주변 건물의 현란한 전광판 불빛 때문에 견딜 수 없이 현란하다. 저자는 “마치 우리 할아버지를 홍등가에 버려두고 온 듯 께름칙한 기분이 든다”면서 “주변 건축이 스스로를 낮추며 도시적으로 실천할 때 비로소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가 된다”고 지적한다. 새롭고 잘된 건축으로 평가받던 이화여대의 ECC 건물은 거리에 있어야 할 모든 공간을 무미건조한 지하로 구겨 넣어 캠퍼스의 낭만을 삼키고, 지역 커뮤니티와의 소통을 단절시켜 버린 사례다. 도시를 등지고 남쪽으로 돌아앉아 있는 데다 갓과 부채를 빌려와 선비 정신을 표현했다는 예술의전당과 전형적 사찰 배치 형식을 따르고 있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세상과 섞일 수 없는 존재’로 예술을 대하는 1980년대식 정서를 보여 주는 못된 건축으로 꼽혔다. 책에는 못된 건축만 있는 건 아니다. 저자는 옛 한국일보 자리에 들어선 트윈트리타워가 북에서 바라보면 동십자각을 병풍처럼 둘러싸도록 설계됐으며, 남쪽에서 바라보면 쌍둥이 건물이 만드는 시각통로가 동십자각을 선명하게 드러나게 하는 착한 건축이라고 했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우리나라 건축사상 최대의 논란거리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경우 칭찬이 지나친 측면이 있다. 국민대 교수로 DDP의 자문역으로 설계공모기획부터 완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함께했던 저자는 “DDP는 대지에 대한 면밀한 연구를 통해 그 장소에 최적화된 조형으로 탄생한 것이며, 불규칙한 대지의 경계를 중요한 모티브로 삼고 과감한 구조적 모험까지 시도하면서 도시와 주변 환경에 적극적으로 조응하고 있다. 디지털 건축 방식으로 모든 것을 형태화한 21세기 건축테크놀로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서울시민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는 서울시 신청사가 못된 건축에서 빠진 것은 독자로서 의문을 가질 법하다. 그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일원이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김하늘 리조트룩 화보, 미니드레스 차림 그윽한 눈빛

    김하늘 리조트룩 화보, 미니드레스 차림 그윽한 눈빛

    배우 김하늘 리조트 룩 화보가 7일 공개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에서 진행된 화보에서 김하늘은 가늘고 긴 각선미와 함께 깊고 그윽한 눈빛으로 여배우의 카리스마를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화보 속 김하늘은 스타일 아이콘답게 럭셔리 리조트룩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미니멀한 올 화이트 룩과 한 층 업그레이드 된 젯셋룩을 선보였다. 특히, 클래식한 트위드 오렌지빛 미니드레스와 숏 팬츠로 무결점 바디라인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휴양지의 여유가 느껴지는 스타일링으로 감각적인 홀리데이 룩을 완성했다. 최근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를 통해 스트린 복귀를 준비 중인 김하늘은 이번 화보촬영을 위해 머리를 자르고 단발 헤어스타일을 선보여 ‘역시 김하늘!’이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하이엔드여성복 브랜드 ‘라우드무트’와 함께 아름답고 평화로운 팜스프링스를 배경으로 낭만적인 모습을 선보인 김하늘 리조트룩 화보는 패션 매거진 인스타일 5월호에 게재된다. 사진 = 인스타일
  • [TV 하이라이트]

    ■장수의 비밀(EBS 밤 11시 35분) 진달래가 만발한 강화도 고려산. 수많은 산악인 중 유독 씩씩하게 걷는 한 할아버지가 있다. 산악회 활동만 30여년, 매번 정상에 도전하는 ‘장수 산악회’의 최고령자 한태영 할아버지. 등산도 등산이지만, 애처가로도 유명한 할아버지는 아내인 임금숙 할머니를 위해 깜짝 선물도 준비하고, 청계천을 거닐며 데이트도 하는 낭만적인 삶을 산다. 그의 유쾌한 일상을 따라가 본다. ■놓지마 정신줄(투니버스 밤 7시) 얼마 남지 않은 방학을 앞두고, 휴가를 떠나고 싶은 주리와 일등이. 때마침, 외따외따섬에서 커플여행권을 상품으로 준다는 ‘커플이벤트’의 TV 광고를 보고 정신줄을 놓고 참가 신청을 한다. 이벤트 현장은 엄마, 아빠를 포함해 많은 커플 참가자들로 북적이는 가운데 주최 측의 엘리스 김도 보인다. 엘리스는 정신이와 나란히 서 있는 일등이의 모습에 이성을 잃고 만다. ■몽크(FOX 밤 11시) 스토틀마이어 반장의 오랜 친구이자 경찰인 애덤 커크 경위가 위험에 빠졌다. 정보를 얻으려 함께 관람차를 탄 남자가 가슴에 칼이 찔린 채 죽었다. 반장은 어쩔 수 없이 친구인 커크를 체포하고 묵비권을 행사하라고 충고한 뒤 전직경찰 몽크를 불러 비공식적으로 사건을 수사해 달라고 청한다. 커크 경위는 경찰 사이에서도 사고뭉치로 통하는 바람에 몽크는 그가 범인이라고 믿고 있는데….
  • [영화 多樂房] 디태치먼트

    [영화 多樂房] 디태치먼트

    훌륭한 교사가 위기의 아이들을 교화시키는 데 성공하는 학원물은 언제나 흥미롭고 감동적이다. 이런 영화들은 바람직한 교육자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면서 소위 문제아로 낙인 찍힌 청소년들에게도 희망이 있음을 설파한다. 그런데 여기, 지금까지의 학원물들이 얼마나 낭만적이었는지를 고발하는 작품이 있다. 토니 케이 감독의 ‘디태치먼트’는 기본과 질서가 무너진 교육 현실의 살벌함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충격과 슬픔을 안긴다. 그러나 육두문자와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이 영화에는 뜻밖에 냉소가 아닌 온기와 애정이 흐른다. 무엇보다 이번만큼은 불우한 아이들보다도 ‘교사’라는 이름의 무기력한 어른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의도가 신선하고 고매하다. 공교육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공교육 책임론은 여기서 잠시 논외로 하자.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격려는 필요하니 말이다. 헨리 바스(애드리언 브로디)는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를 혼자 돌보며 살아가는 기간제 교사다. 유년시절부터 깊은 상처를 안고 외롭게 살아가는 그에게 학생들을 돌아볼 여력 따위는 없다. 정들기 전에 학교를 옮기는 기간제 교사의 삶이 영화의 제목처럼 ‘거리를 두고자 하는’(detachment) 그의 태도를 반영한다. 그러나 도를 넘은 십대의 탈선과 방황은 끊임없이 헨리의 관심을 요구하고, 그의 내적 갈등은 커져만 간다.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앞에 둔 의사처럼, 헨리는 윤리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그가 환자만큼 심각한 상태라는 것이다. 동료 교사들도 애처롭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교사로서의 삶을 지탱해 보려 애쓰지만 사실상 제정신으로는 어려워 보인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경악하게 되는 것은 교권이 갈기갈기 찢겨진 학교의 현실이다. 교사들을 향해 욕을 해대고, 침을 뱉고, 아예 투명인간 취급을 해버리는 십대들의 모습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일말의 죄책감도 없다. 교육자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교사들의 인권과 정서적 문제를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공교육의 씁쓸한 초상이 과연 우리의 현실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혐오와 불신이 학교를 전쟁터로 만들고 있는 것은 결코 영화 속 딴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미디어를 통해 종종 접하게 되는 교사를 상대로 한 일부 학부모들의 몰지각한 행패는 이 영화의 상황과 자연스럽게 오버랩 된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이미 신화가 된 지 오래. 한 반에서 과반수의 학생들이 교사가 되기를 꿈꿨던 필자의 경험조차 현대에는 믿기 어려운 전설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상처받은 이가 상처받은 이를 보듬는 기적은 일어난다. 학부모들이 오지 않는 학부모의 날 행사에서 교사들은 서로를 위로한다. 헨리는 또 한 번의 시련을 겪고 난 후 “달라져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스스로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자신의 도움을 기다리는 소녀에게 최선을 다해 손을 내미는 그에게서 여리고도 강한 스승의 어깨를 볼 수 있다. 또 한 번의 5월 15일을 맞는 우리들에게 많은 성찰과 상념을 불러일으킬, 강한 에너지를 가진 작품이다. 8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