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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선언] 사랑이 움직이는 거라면

    간통죄 논란이 한창이다.페미니스트저널 이프에서 간통죄를 특집으로 다룬 이후에 신문과 방송이 간통죄 개폐문제를 놓고 논쟁중이다. 언론에서 이번 문제를 더 주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간통죄 폐지 주장이 바로 여성들,그것도 여성운동을 하는 집단으로부터 터져나왔기때문이다.게다가 얼마 전에는 어떤 여대생이 지방의 파출소장으로 근무하는 엄마를 불륜 혐의로 고발해 세상이 시끄러웠다.이 사건은 통신상에서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많은 여성네티즌들이 딸의행동을 비난하면서 엄마도 새로운 사랑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계는 간통죄 폐지를 반대했다.지난 94년 4월 열린 국회 법사위의 ‘간통죄 폐지 공청회’에서는 바로 여성계가 간통죄 온존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이다.부부관계에서 자기 몫의 재산을 확보하지 못한 수많은 조강지처들이 남편의 이혼 요구 때문에 맨몸으로 거리에 나앉게 됐던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곧잘 간통죄 폐지 주장은,‘남자들이 더 뻔뻔하게 바람피울수 있도록하자’가 되거나 ‘이제 여자들이 바람피울 수 있을 만큼여건이 마련됐으니 간통죄는 필요없다’로 인식된다.즉 ‘바람둥이남자’들이나 ‘자유부인’들의 주장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간통죄가 여성들을 제대로 보호했던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바람피우는 남편을 정신차리게 하고 싶어도 간통죄로고소하면 바로 이혼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여성에게 간통죄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그에 비하면 다른 여자가 생긴 남자들에겐 꽤유용한 수단이 됐다.아내에게 한푼의 위자료도 주지 않기 위해 남편들은 자신의 오랜 외도로 외로워진 아내의 간통현장을 추적해 이혼하는 일이 종종 일어났기 때문이다.심지어 전 세계적으로도 여성의 간통 혐의를 두고 끔찍한 가정폭력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여러가지 문제점을 접어두고라도 간통죄를 폐지하자고목청을 높인 이유가 또 있다.‘이제 여성들은 자신들의 결혼이 영원히 지켜질 것이라는 낭만적이고도 막연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하며,법이 전지전능하게 인간사의 부조리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에서도벗어나야 한다’는 말이다.결혼한 부부의 4분의 1이 이혼하는 상황에서는 부부간 재산권 문제가 결혼초부터 분명하게 합의돼야 한다.멀리서 찾지 않더라도 옛날 우리 조상들은 ‘부부는 돌아서면 남’이라는통찰력 있는 속담을 우리에게 전해주지 않았던가. 이 점에서 보자면간통죄 폐지 주장은 결혼의 현실을 제대로 보고 대처하자는 캠페인이기도 하다. 게다가 요즘 유행하는 말을 인용해보자면 ‘사랑은 움직이는 거’다.물론 그 유행어처럼 쉽게 변하는 사랑을 인정하려는 것은 아니다.결혼은 무엇보다 신중하게 결정돼야 하고 둘 사이의 약속을 쉽게 깨는요즘의 풍조도 비판받아야겠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라는 감정은 법으로 묶어둘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결혼으로 상대방이 영원히 자신의 소유가 되었다는 안일한 사고방식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부부관계도 긴장감을 가지고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은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간통죄가 폐지돼야 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인간사에서 일어날법한 불화들은 이제 당사자들이 해결하도록 국가가 개인에게 선택권을 넘겨줘야 한다.그것이 폭력이나 권력으로 인한 비인간적인 인권유린이라면 모르지만 웬만한 것들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자율성을 기르는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배우자의 배신으로 인한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어떻게 미리 예방할 것인가 정도는 당사자들에게 맡기자.문제가 생길 때마다 엄마 치맛자락을 붙잡고 우는 아이처럼 국가에 의지해 살 수는 없지 않은가. ◆ 페미니스트저널 이프 편집위원 박미라
  • [굄돌] 대우받는 민박

    본격 휴가철이다.산으로 바다로 피신하는 도시인들의 행랑이 국토의 여백을 선점하기 위해 한바탕 힘겨루기를 한다.전국 어디를 가든 여장을 푼 도시인들은 장소만 바뀌었을 뿐 사람들에게 치이기는 마찬가지다.단지 장소를 옮겨왔다는 중간경로에서의 희열과 골아픈 작업 현장에서 일탈해왔다는 도피심리로 피서지에서의 고통을 이겨낸다.나는 오늘 대부분의 피서지를 끼고 형성되어있는 숙박시설 이를테면 호텔,콘도,여관,야영장,민박 등 다중이용 시설물에 대한 다른생각을 적으련다.그가운데서도 전국 어느 곳에서든지 쉽게(보다 정확한 표현을빌리면 ‘천박하게’) 만날 수 있는 민박에 대한 것이다. 실제로 민박이라는 공간의 특성은 짧은 밤,깊은 여로를 꿈꾸는 이들에게 그 이름조차가 얼마나 낭만적인가? 비용도 만만하고,집을 떠나와 있지만마치 내 살던 기억속의 집을 피서지로 옮겨온 듯한 정감어린 숙박공간임에 틀림없다.그러나 그 공간의 비참함과 천박함이야 이루 말할수 없는 것이 우리가 즐겨 만나고 있는 민박들의 현실태다. 그런데 강원도 삼척시근덕면 덕산리 75번지에 있는 ‘재색불이’(건축가 이일훈 설계)라는 이름의 민박채는 경우가 다르다.이 민박채는 우선 여느 민박들이 그러하듯이 이미 쓰던 집의 몇 칸을 빼내고,또한 몇 칸을 덧대어 지어서 칸막이 형 숙소로 제공되는 일반형이나이름만 민박일 뿐 도시의 벌집형 여관건물과 같은 그 지방의 특별한정감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일상적 형식과는 너무 다르다. 이 민박채는 각각의 방에서 점유할 수 있는 외부공간이 따로 있다. 공동취사와 공중목욕장을 가능케 하는 별도시설과 또한 이 민박채에임시 거주하는 이들이 공유할 수 있는 잔디마당이 세 채로 나누어진민박채의 중심에 놓여 있기도 하다.물론 안채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말이다.게다가 세 채의 민박채는 시멘트 블럭과 경량 철골로 디자인된 저비용의 공법과 자재를 이용한 현대식 건축물로서 그 조형성에서도 뛰어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강원도 건축상 특별상을 이 민박채가 타기도 했다. 요약하자면 민박을 이용한다는 특별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건축이다.백문이 불여일견.올 여름 동해안을 찾으실 요량의 독자라면 바다를 끼고 있는 이 민박채에서 짧은 여정이나마 대우받는 피서를 해보시면 어떨른지. 전진삼 건축비평가
  • 휴가철 읽어볼만한 소설·시·시조 작품집 5권

    한여름 휴가철에 읽어볼만한 최근의 소설 시 시조 등 본격문학 작품집들을모아 소개해본다.특히 세 권의 소설책들은 각기 웅장한 개성의 성벽을 구축한 작품들이며 두 권의 사화집은 커다란 시차에도 불구하고 고전적인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 ◆라벤더 향기(문학동네) ‘책 읽어주는 남자’로 등단했던 서하진의 세 번째 소설집으로 10편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60년생 여성 작가는 ‘사랑과 결혼의 과정을 통해 표출되는 여성들의 일탈 욕망과 환상이 주된 관심사’라는 평(백지연)을 듣는다.두 편을 제외하고 모두 여자가 주인공이며 인물이나 이야기 주제가 기존의 궤를 허물고 직진하는 현대성을 갖고 있진 않지만단순해 보이는 이야기를 예쁘게 입체적으로 꼬아가는 솜씨가 돋보인다.소설인 만큼 주인공들의 역정이나 상황이 평범하다고 할 수 없는데 이 다소 구태의연한 소설적인 울 안으로 독자를 끌어들인 뒤 작가는 향후 수순을 아는 체하며 방심해 있는 독자의 옆구리를 보기좋게 걷어차곤 한다. 이런 독자의 각성이 ‘여성적인’ 크기에 그치는 한계가있지만 쓸데없이 튀지 않으면서 새롭게 성장(盛裝)한 여러 여성 인물들을 만날 수 있게 한다.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문학동네) 박상우의 세번째 소설집이며 환멸의시대 분위기를 특유의 낭만적 문체 속에 담아내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이후 11년만이다.표제작과 99년도 제23회 이상문학상 수상작 ‘내 마음의 옥탑방’ 등 8편의 중단편이 수록됐다.표제작 ‘사탄의 …’는 낯선 실험적인 형태의 단편으로 부조리극을 평문으로 풀어쓴 것같다.‘샤갈’이 80년대를 지나며 정치적 허무주의 때문에 괴로워하는 인간군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사탄’은 극단의 물신화·파편화로 치닫는 90년대의 광기에 주목했다는 해설이 있다.작가 혼자만의 의미쌓기로 끝날 수 있는데 같이 수록된 전통적인 작품들은 읽기 훨씬 쉽다.폐쇄적인 느낌이 들곤 하는데 평론가들이 주목하는 이런 특질들을 독자는 달리 받아들일 수 있다. ◆용병대장(문학과지성사) 서정인의 연작소설로 우리와는 큰 상관이 없는 이탈리아 르네상스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이지만 여러모로 문제작이다.소재적 측면에서 르네상스에 관해 빛에 가려졌던 어둠의 면을 끌어냈고 무엇보다 현 우리 시대의 성·권력·예술의 타락상을 효과적으로 빗대어 드러낸다.그러나 이 소설은 ‘말과 소설의 형태에 대한 질문과 성찰’에 가깝다는 의미에서 크게 주목된다.작가는 누구나 인정해온 소설이나 문장의 잉여적 반복을 과단성있게 생략해서 으레 따로 떨어져 있던 것들을 동석시킨다.소설 문체실험의 극한을 달린다는 평의 작품들은 독자로서는 공을 들여 읽어야 하나폭포수처럼 연잇는 알맹이들의 물벼락에 상쾌해지기도 한다. ◆히말라야(민음사)시인 고은이 3년전 여름 40일간 ‘떠돌았던’ 티베트 여행경험을 110여 편의 시에 담았다.시인은 ‘삶의 배경이라고만 생각했던 기존 관념을 산산이 부수는 절대자연의 힘’을 절감했다고 밝힌다. ◆조운 시조집(작가)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빼어난 시조 작품을 내놓다가 월북해 잊혀졌던 시인의 탄생100주년 기념 복간집.최근 제막될 예정이던 시비가 직권남용적 공권력 행사로 훼손돼 문단의 분노를사고 있다.그의 작품에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사람이 몇 생이나 닦아야 물이 되며 몇 겁이나 轉化해야 금강에 물이 되나!금강에 물이 되나! 샘도 강도 바다도 말고 玉流 水簾 진주담과 만폭동 다 고만 두고 구름 비눈과 서리 비로봉 새벽안개 풀끝에 이슬되어 구슬구슬 맺혔다가 연주팔담 함께 흘러 구룡연 千尺絶崖에 한번 굴러 보느냐.(사설시조 ‘구룡폭포’ 전문)김재영기자 kjykjy@
  • 피서철 동반 ‘美의 마술사들’

    TV 예술프로그램은 무용 오페라 뮤지컬 등 음악적 요소가 강한 장르를 주로 다룬다.미술도 분명 예술이긴 하지만 네모난 TV화면에 네모난 그림을 담는것은 생동감이 없어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이에 따라 작품의 생산자인 화가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다. 무더위에 시달리는 8월을 맞아 방송사들이 유명 화가들의 생애와 작품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준비했다.색다른 피서법이다. 케이블TV인 예술영화TV(채널 37)는 2일과 5일 피카소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세편 내보낸다.피카소가 아직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까닭은 히틀러의 스페인 침공을 다룬 ‘게르니카’,한국전쟁을 표현한 ‘한국에서의학살’ 등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생명의 존엄성을 끈질기게 추구했기 때문이다. 피카소의 삶과 예술을 분석하는 방법론 중 그의 여인과 작품을 연관짓는 방식이 가장 흥미롭다.피카소의 친구들이 “당신은 술탄이 되어 하렘을 거느려야 할 사람”이라고 놀려댔을 정도다.‘피카소와 여덟 여인들’(2일 밤10시)에서는 피카소가 사랑한 여인들이 그의 작품에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준다. ‘피카소와 댄스’(5일 오후4시)에서는 피카소가 극작가 장 콕도,음악가 에릭 사티,안무가 마신느와 함께 만든 전위적 발레 ‘행진’을 위해 그린 그림들이 자세히 소개된다.괴상한 모자와 짧은 치마를 입은 발레리나들이 무대위에서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행진’은 당시 낭만적 발레에 익숙했던 파리사람들을 기절초풍하게 만들었다.‘피카소와 게르니카’(5일 오후7시)에서는 20세기 최고 걸작이라 일컬어지는 게르니카의 상징과 제작배경 등을 알아본다. EBS ‘미의 세계’(금 오후8시)는 4일부터 6부작 ‘네덜란드와 플랑드르 화가들’을 방송한다.영국의 미술 프로그램 전문 제작사인 크롬웰사가 만든 시리즈 중 하나로 보쉬 브뤼겔 렘브란트 베르메르 루벤스 반다이크 등 화가 6명을 다룬다.이들이 활약한 15∼17세기는 서양 미술사상 황금기로 불리며 특히 루벤스와 렘브란트는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거장들이다. ‘미의 세계’에서는 화가들의 생애와 시대,작품을 연대순으로 보여준다.각 화가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사건이 일어난 곳을 직접 찾아가 당시 사건을 재현하고 작품에 숨겨진 상징들을 찾아낸다. 전경하기자 lark3@
  • [문화도시 문화거리](1)축제의 땅 춘천

    8월이 되면 왜 사람들은 춘천을 찾는가.어떤 이는 의암호에 비친 저녁노을을,어떤 이는 소양호 선착장과 고즈넉한 청평사의 분위기를 그 이유로 든다.어떤 이는 경춘선 열차의 낭만적 분위기와 강촌의 시원한 강바람이 생각나서,어떤 이는 삼악산에서 흘린 땀을 등선폭포에서 식히려는지도 모르겠다. 식도락가들도 춘천으로 간다.막국수를 먹어야할지,닭갈비를 택할지 고민스럽다.게다가 춘천호의 송어·향어도 사람을 유혹한다.그러나 물결이 반짝이는의암호변 카페에 누군가와 마주앉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고 남음이 있지 않을까.청평사·등선폭포는 다 무엇이며,더구나 막국수와 닭갈비라니…. 춘천은 이렇게 자연이나 생활 유산만으로도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도시라고할만하다.그렇지만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물려받은 문화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춘천인형극제가 열리는 8월,사람들이 이 도시로몰리는 것도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인형극제는 5월의 마임축제,11월의 애니메이션축제와 함께 춘천 문화예술축제의 트로이카를 이룬다.그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인형극제를 살펴보면 문화도시 춘천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인형극제는 해마다 8월 둘째주 목요일 막을 연다.올해는 8월10일부터 15일까지 열린다.국내외 65개 극단이 모두 150여차례 공연을 펼치게 된다.그러나이렇게 큰 행사에 드는 예산은 2억여원 남짓.전문가들은 다른 도시에서 이정도의 축제를 벌이려면 적어도 6억∼7억원,많으면 10억원이 들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무엇보다 공연기획가 강준혁이 이끄는 조직위원회의헌신이 있기 때문이다.하나의 도시를 이상적 문화도시로 바꾸어놓겠다는 문화운동가로서 꿈을 이루는 것이 이들이 바라는 유일한 반대급부이다.그렇다보니 이벤트업체를 참여시킬 필요가 없고 전체예산의 20∼30%에 이르는 업체의 수익금을 지출할 필요도 없다. 인형극 참여극단에는 ‘개런티’라는 개념이 없다.극단 마다 1주일 이상 춘천에 머무르지만,사례금은 ‘기름값’뿐이다.세계적인 인형극 도시를 하나만들어놓겠다는 인형극인들의 여망이 가슴뭉클하다.200명의 열성적인 자원봉사자도 중요한 경쟁력이다.대학교수·회사원·자영업자 등 20대에서 50대에이르는 다양한 계층의 이들은 수고비 한 푼 받지 않아 예산 걱정을 잊게 만든다.용달차를 운전하는 50대 자원봉사자는 인형극제가 열린 11년 동안 빠짐없이 짐을 날랐다. 자원봉사자들 가운데 대학생이 많은 것은 조직위에 인턴으로 채용되어 전문공연기획가로 클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25만명의 중소도시로는 유례가 없는 충실한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성공의 열쇠다.인형극제는 어린이회관의 대극장과 무지개인형극장·야외무대,문화예술회관의 대극장과 전시관·야외무대,강원평생정보교육관 대·소극장,춘천시민회관,강원체육회관 등에서 나뉘어 열린다.의암호반에 새로 짓는 500석짜리 인형극장은 인형극박물관과 야외무대를 갖추어 내년에는 새로운 명물로 떠오를 것이다. 8월24일에는 300석짜리 국악전용회관도 문을 연다.기존의 1,800석짜리 강원대 백령문화관,700석짜리 한림대 일송아트홀도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도시로서 춘천의 앞날이 밝은 것은 ‘화려한 축제의 중심지’라는 오늘의 위상에 도취돼 있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춘천시는 이미 2004년까지 시청을 중심으로 1만 5,000여평에 ‘문화공원’을 만드는 사업에 들어갔다.문화시설을 새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건물과 시설은 그대로 두고 용도만바꾸는 개념이다.예를 들어 기존의 교회건물은 무대만 조금 손보면 예배용긴의자를 그대로 객석으로 활용해 마임전용극장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큰공사가 필요치 않은 만큼 마임전용극장은 올해안에 문을 열 것이다.이런 식으로 마임극장과 미술관·인형극장이 들어서고,문화예술인들의 창작공간도만들 계획이다. 문화공원에는 지역예술인이 침체에 빠지면 지역문화도 몰락할 수 밖에 없는만큼 지역예술이 설 수 있는 바탕을 만들겠다는 뜻이 담겨있다.오늘의 문화도시 춘천이 있게 한 문화적 저력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 5월 마임축제에 모두 35만명의 관람객이 참여하자 한 인터넷 회사는 “마임축제를 500억원에 팔라”는제의를 진반농반으로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춘천시 관계자의 대답은 “갈수록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행사를 무엇 때문에 지금 팔겠느냐”는 것이었다.아직은 문화예술이 ‘돈벌이’에 나서기에는 어리지만 한해두해 키워가다 보면 어느 틈에 어른이 되어,돈을 벌어오지 말라고 해도 큰 돈을 벌어오는 효자가 될 것이라고 춘천사람들은 생각하고 있다. 서동철기자. [기고] “오랜 시간 정성 들여야 문화도시 결실”. 매년 춘천에서 열리는 춘천국제마임축제나 춘천인형극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이제 춘천이 갖고 있는 이미지는 호반의 도시만이 아니다.근년에는 ‘애니메이션’도 춘천의 이미지로 부각되고 있다. 21세기에서는 개성적이면서도 긍정적이고 또 분명한 이미지가 가치로서 서열 1위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사실 춘천인형극제 출범 당시 인형극단하나도 없었던 춘천에 정착하게 된 것도 이미지 덕분이었다.80년대 후반 국제적인 인형극축제를 열기에 알맞은 ‘너무 규모가 크지 않은 도시’,‘현대화의 때가 덜 묻은 도시’,‘자연경관이 아름답고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도시’ 등을 찾던 우리에게 ‘호반의 도시,춘천’은 매우 긍정적 이미지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때 오래된 나무 장농이 궁상스럽다고 철제 캐비닛으로 자랑스럽게 바꾸었고,가난의 상징 초가지붕을 걷고 슬레이트 지붕을 얹는데 열을 올리기도 하였다.문화적 이미지의 가치를 잠시 망각해버린 옛날 이야기 같지만아직도 전국 곳곳에서는 사람이 걸어 다니기 좋은 길을 차량들이 씽씽 달리는 도로로 바꾸는 일을 자랑스럽게 해 대고 있다.그러면서도 한결같이 문화도시의 이미지와 세계적 문화축제를 요구한다. 한 지역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결코 한 번의 위대한 행사로 얻어질 수는 없다.그런 의미에서 춘천에서 탄생되어 성장하고 있는 마임·인형극 그리고 애니메이션 사업 모두가 아직은 충분한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그리고 이들이 충분히 자랐을 적에 현재의 보살핌은 수천 수만 배로 불어나 춘천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탄생보다 성장이 중요하다는 것은 문화행사 뿐 아니라 문화공간에서도 마찬가지이다.춘천시가 국고의 보조를 받아 건립중인 춘천인형극장의 경우는 차후에 인형극제나 마임축제의 중심 공간이 될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들이 제작되고 보급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라나야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이제까지의 관주도형 문화공간처럼 비전문적인 관리인 몇 명으로는 결코 불가능할 것이다.국내 최초의 시립인형극단이 들어서고 또인형극인을 키워낼 수 있는 인형극학교도 함께 고려될 때 인형극장에 필요한 전문인력들이 모여 들고 공연장도 활성화 될 것이다.그러나 춘천이 문화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 어느 것 보다도 중요한 점이 있다면 이는 문화를 경제논리나 기타 논리로 다루지 말고 ‘문화논리’로 다루는 일일 것이다. 강준혁 춘천인형극제 조직위원장·추계예술대 예술경영대학원장
  • [굄돌] 남북 통합시대의 사고법

    현기영의 장편소설 가운데 ‘지상에 숟가락 하나’라는 작품이 있다.무엇보다,나는 이 작품이 제주도라는 ‘변방’을 변방이 아닌 또 하나의 ‘중심’으로 묘사할 수 있었던 데 깊은 감명을 받은 바 있다.스스로 의도했든 안 했든 현기영이라는 훌륭한 작가는 세상에 특별한 ‘중심’이란 없음을,사람 사는 모든 곳이 가치로운 삶의 터전임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요즘 남북한 간에 화해와 평화의 기운이 조성되면서 통일에 대한 기대와 낙관이 우리 사회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음을 본다. 개인적으로,나는 통일이라는 말보다는 통합이라는 말을 선호한다.통일이라는말은 낭만적, 감상적이기는 하지만,50년 동안 진행된 ‘이질화’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전제되지 않은 말이라는 생각이다.‘그들’은 ‘우리’와 삶을 공유하지 못한 채 수십 년을 저쪽에서 살았고 ‘우리’ 역시 이쪽에서 그렇게 살아왔다.냉정히 생각해 볼 때,‘우리’의 미래는 동질성을 과도히 강조하는 통일이라는 말보다는 이질성에 대한 고려가동시에 뒤따르는 통합이라는 말에 의해형성되어야 한다. 시대는 앞서 나가는데,‘우리’의 정신적 준비는 충분치 못한 듯하다.남북한이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고 살아가기 위해서는,동질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배제가 힘을 발휘하는 ‘단일공동체’적 사고보다는 이질성이 고려되는가운데 협력을 추구하는 ‘혼합공동체’적 사고가 필요하다.내 두려움은 ‘평양’의 ‘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또한 ‘서울’중심적인 사고에서헤어나오지 못한 채 통일에 매달릴 때 벌어질 수 있는 일들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이 갖지 못한 힘이 있기 때문에 그같은 과정은 더욱 위험할수가 있다. 지금 제주도는 ‘우리’에게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관광지일 뿐이다.마찬가지로 북한이 남한을 위한 관광지,휴양지,별장지로만,‘그들’이 ‘우리’에게 2급 시민,집단적 하층민으로만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인간의 삶에 ‘중심’과 ‘변방’이란 궁극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것이다. 방민호 문학평론가
  • 독자의 소리/ 바다낚시 안전장치 충분히 갖춰야

    며칠전 서해안의 한 바닷가로 낚시를 갔다.진정한 바다낚시의 묘미를 느끼기 위해 일행 몇명이 함께 낚싯배를 얻어 탄 일이 있었다.그런데 배의 크기가 작은데도 개의치 않고 많은 손님을 태웠다.더욱이 구명조끼나 튜브 등 비상시에 대비한 안전장치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가끔 마주치는 상대편 어선에선 낚시꾼들이 방금 잡은 횟감에 소주를 마시는 모습까지 보였다.바다 위에서 소주 한잔을 걸치며 무더운 여름을 낭만적으로 보내려는 낚시꾼들의 마음도 이해하고,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어민들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하지만안전을 도외시한 행동은 어떠한 경우라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다. 유재범[대전 중구 부사동]
  • 공허한 결혼생활 주부4명 자아찾기

    여성주의 연극을 꾸준히 선보여온 여성문화예술기획이 라틴댄스와 랩,힙합을 결합시킨 이색뮤지컬 ‘밥퍼? 랩퍼!’(이숙인 작,명인서 연출)를 공연한다.지방 소도시에 사는 4명의 주부가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자아를 찾고 삶의 주체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신나는 음악과 춤으로 그려냈다.의사남편을 뒀지만 결혼생활이 공허하기만한 미애,떠난 남자를 그리워하며 낭만적 사랑을 꿈꾸는 경애,연애나 가정보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예리,그리고 엄마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집을 나간 아들때문에 골치를 썩는 혜자등이 이 시대 주부들의 다양한 처지를 대변한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혜자를 돕기위해 여성전용클럽을 운영하던 이들은당국의 단속으로 문을 닫게되자 새 사업아이디어로 랩과 힙합 축제를 기획한다.아줌마들이 벌이는 뜻밖의 축제는 관객몰이에 성공하고 이를 통해 각자는 삶의 주인으로 다시 돌아온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한다.9월3일까지,대학로오늘한강마녀소극장(02)3476-0662이순녀기자 coral@
  • 색다른 맛… 화제의 평론집 2題

    그동안 수많은 저서를 펴냈던 문화및 문예비평가 이어령이 처음으로 문학이론서인 ‘공간의 기호학’(민음사)을 내놓았다. 청마 유치환의 시 총 599편을 대상으로 ‘문학 공간의 기호론적 분석’을시도한 그는 현재의 문학비평연구가 작가의 전기나 역사적 사회 상황 같은것에 초점을 맞추는 외재적 연구 중심으로 이루어 졌다고 지적하면서 내재적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예컨대 청마의 시 ‘깃발’과 관련, 대부분의 비평가들이 시에서‘기(旗)’를 전기적으로 풀이하거나 시대에 얽힌 역사적인 의미로서 파악하려고 하지만 이는 피상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공간 기호론으로 깃발을 분석했을 때 ‘기’는 하늘과 땅의 중간부분에 위치하는 사물이 되며 어떤 사물이나 이미지가 하늘과 땅의 수직구조에서 그 중간에 배치되어 있는 것이면청마의 ‘깃발’과 동일한 의미를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이론은 시만이 아니라 소설,희곡 등 모든 문학 장르와 회화,건축,그리고 무용 같은 비언어적 예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할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을 따라 남하해서 ‘지리산 유격 지대를 가다’‘바다가 보인다’ ‘우리는 이렇게 이겼다’ 등의 종군르포를 남긴 작가 김사량(1914∼1950)의 평전이 나왔다. ‘김사량 평전’(문학과지성사)은 재일동포 문학평론가 안우식(68)씨의 1972년작(이와나미 문고)을 번역(심원섭 옮김)한 것이다. 평양의 부르주아 집안 출신으로 도쿄제국대학 독문과를 나온 김사량은 1939년 일본어로 쓴 단편 ‘빛 속으로’가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에 올랐다.1945년2월 친일적인 학도병 위문단으로 중국에 파견된 길에 탈출했으며 해방후 재북 작가로 활동했으나 남한은 물론 북한에서도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평전 작가는 김사량의 ‘낭만적 정신’을 주목하면서 ‘성실한 한 명의 민족작가의 모습’을 꼼꼼한 자료를 바탕으로 그려내고 있다. 김재영기자
  • 창작물에서 브로드웨이-체코物까지 대형 뮤지컬 ‘풍성’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한동안 뜸했던 대형 뮤지컬이 7월첫주 장마비처럼 쏟아진다.토종 창작물에서 브로드웨이,체코 뮤지컬까지 종류도 다양해 입맛따라 골라보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지루한 여름밤을 춤과음악의 향연으로 날려보내는 건 어떨까. ■도솔가,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신라시대 월명이 지어 불렀다는 도솔가와 독일 철학자 니체의 명저 ‘짜라투스트라…’를 합성한 제목에서 짐작가듯 연출가 이윤택이 동서양 사상을 크로스오버해 만든 신작.해가 둘이나타난 혼돈기에 세상을 구하고 평화를 실천한 월명이야말로 니체가 강조한의지의 인간형 ‘짜라투스트라’일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짜라투스트라…’의 줄거리 구조를 따르면서 원효의 세속행,월명이 지은 도솔가의 상상력을 결합한 내용도 튀지만 전통음악,테크노,힙합을 넘나드는 음악 역시평범하진 않다. 속세를 떠나 득음에 열중하던 짜라는 어느날 누이의 소식을 듣고 산밖으로나온다.짜라는 테크노음악이 넘치는 광장에서 누이와 광대,테크노를 만나고,독재자에 대항해 혁명을 일으킨다.새로운 지도자로 부상한 테크노는 광장을이미지의 천국으로 선포하고,세상은 게임과 오락에 파묻힌다. 뮤지컬 ‘태풍’에서 음악을 맡았던 김대성이 30여곡을 썼고,중견 배우 박철호,이정화 등이 주연으로 등장한다.7월7∼22일,LG아트센터(02)2005-0114. ■드라큘라 납량물의 대명사격인 드라큘라를 소재로 한 체코 뮤지컬.체코 전통음악과 팝음악의 환상적인 조화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는 맛볼 수 없는색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작품속 드라큘라는 단순히 피에 굶주린 흡혈귀가 아니라 죽은 아내 아드리아나를 잊지 못해 몇백년을 지상에서 떠도는 애틋한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부각된다.구원의 사랑을 갈구하며 피의 향연을 벌이는 드라큘라,사랑을 위해 스스로 흡혈귀가 되기를 자처한 로레인,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는 산드라 등 극중 인물들은 인간의 영원한 안식처가 사랑임을 다시금 확인시킨다. 95년 체코 프라하에서의 초연이후 한해 200만명이 관람하는 히트 뮤지컬답게 장중한 코러스와 서정적인 솔로음악,유려한 오케스트라 선율,중세 유럽을재현한 웅장한 무대세트와 의상 등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국내에는 98년처음 소개됐으며,국립극장 50주년 특별공연으로 2년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록가수 신성우와 뮤지컬 배우 김성기가 드라큘라역으로 더블캐스팅된 것을비롯해 이소정 임유진(로레인)서정 김선경 송현정(아드리아나)등이 번갈아출연한다.7월7∼30일,국립극장 해오름극장.1588-3888. ■포기와 베스 ‘서머타임’‘베스,유 이즈 마이 우먼’등 작곡가 조지 거쉬인의 주옥같은 노래들로 유명한 30년대 브로드웨이 뮤지컬.미국 남부의 흑인빈민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탄탄한 극적 구조와 아름다운 음악들로 인해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다. 절름발이에다 동냥과 날품팔이로 연명하는 불운한 인생이지만 희망만은 잃지 않고 사는 포기.남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으면서도 술과 아편에 절어 방탕하게 지내는 베스.절망적인 현실속에서 싹트는 두 남녀의 시린 사랑이 흑인토속음악을 바탕으로 한 애절한 재즈음악에 실려 가슴을 적신다.서울시뮤지컬단의 주역배우인 김법래(포기)강효성 이혜경(베스)이 호흡을 맞춘다.7월13일까지,세종문화회관 소극장(02)399-1669. ■렌트 올해 국내 뮤지컬계의 최대 화제작으로 벌써 사전 예매율이 ‘명성황후’의 기록을 앞질러 ‘대박’ 가능성을 점치게 하고 있다.오페라 ‘라보엠’을 각색한 브로드웨이 록뮤지컬로 남경주 최정원 전수경 등 호화 출연진들로 한층 기대를 모으고 있다.7월5∼23일.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02)580-1234이순녀기자 coral@
  • 바이올리니스트 장경아 20일 귀국공연

    “여섯살때 바이올린을 시작했으니 꼬박 24년이 걸렸네요.고국에서의 첫 독주회가 너무나 떨리고 긴장됩니다” 촉망받는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장경아씨(30)가 20일 오후 7시30분 영산아트홀에서 귀국 독주회를 갖는다.대한매일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공연은 10년간의 긴 유학생활을 결산하고 한국음악계로의 귀환을 알리는 자리다. 인터뷰를 위해 만나본 장경아씨는 요즘 젊은 사람 같지않게 참한 인상이다. 차분한 음성에 조용한 미소가 그녀의 음악세계도 어림짐작케 한다. “어머니가 피아노레슨을 하며 어려운 살림에도 음악공부를 뒷바라지했어요. 그런 집안환경이 저를 조숙하고 감정이 풍부한 사람으로 만든 것 같아요”하고 웃지만 얼굴에 언뜻 만감이 스치는듯하다. 예원여중과 서울예고를 거쳐 90년 독일로 가 쾰른 국립음대서 석사,네덜란드마스트리히트 국립음대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쳤다.한국에서는 양해엽,김남윤,정준수교수 등을 사사했다. 유학생활서 느낀 점을 묻자 “독일 음악교육은 기초를 굉장히 중시합니다.기초가 탄탄해야 음악적 거목으로자랄 확률도 커집니다”라며 테크닉에 치중하는 국내 교육풍토를 꼬집는다. 남들은 그녀에게 라벨,드뷔시 등 낭만적인 ‘프랑스 음악’이 제격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녀가 관심을 쏟고 있는 건 현대음악이다.이번 공연에서도 모차르트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외에도 벨라 바르톡,비톨트 루토슬라프스키 등 근현대음악 작곡가들의 곡을 다양하게 준비했다. 앞으로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평생 노력하는 연주자로 남고 싶다는 그녀는요즘 국악이 좋아진다고 살짝 고백한다.이국땅에서 밥과 된장국이 그리웠듯이 클래식음악가에게도 역시 우리 것은 소중한가 보다. 허윤주기자
  • ‘SFAA’ ‘뉴웨이브 인 서울’ 秋冬컬렉션

    초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열리는 추동패션쇼는 좀 생뚱맞은 느낌이 있긴 하지만 패션가로서는 이맘때가 ‘월동준비’로 가장 분주하다.국내 양대 컬렉션으로 일컬어지는 SFAA(5월29일∼6월2일)와 뉴웨이브 인 서울(6월8∼9일)추동컬렉션이 나란히 막을 내렸다.이번 컬렉션에서 제안된 올 가을겨울 유행 흐름을 짚어본다. ■원시 또는 과거로의 회귀/ 컴퓨터가 지배하는 세상,숨가쁘게 돌아가는 디지털혁명시대에 대한 반감일까.SFAA 컬렉션에서는 원시적 순수와 과거에 대한향수가 유난히 두드러진다.과거 현재를 넘나들고,동서양이란 공간을 초월하려는 다양한 몸짓들은 세기말의 음울한 비장미와는 다른 생명력이 물씬하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복고풍이다.첫날 오프닝무대를 장식한 김동순의 주제는 유목시대.에스키모인을 연상시키는 모피옷과 투박한 펠트를 매치시켜 에스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진태옥은 30,40년대 광할한 초원에서 뛰노는 몽골소녀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강인한 모습을 모티브로 삼았다. 김선자는 어깨패드를 넣은 재킷,무릎길이의 플레어 스커트,판탈롱 팬츠 등으로 80년대로의 회귀를 시도했다.커다란 꽃무늬를 넣어 성글게 짠 니트 풀오버 등 추억의 옛사진을 연상케하는 아이템들이었다. 임선옥,한혜자는 풍성한 실루엣으로 여유로운 느낌과 자유분방함을 표현한다.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선,안팎이 뒤바뀌어 솔기가 겉으로 삐져나온 옷들은틀에서 벗어나고픈 현대인들의 욕구를 대변하는 듯했다. ■화려하게 여성스럽게/ 또다른 흐름은 동서양 문화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넉넉함과 동시에 화려한 여성미.SFAA의 루비나는 가죽옷에 웨스턴문양 스티치자수를 수놓는가하면 꽃무늬자수도 선보였다.스팽글등으로 장식된 원피스,광택나는 가죽 옷은 여성스러운 매력을 한껏 풍겼다.박동준은 화려한 자수로장식된 빨강 비단옷을 다양하게 선보였다.비즈를 수놓은 커다란 머플러,환상적인 컬러의 벨벳 투피스 등 오리엔탈 퓨전룩을 연출했다.반짝이,레이스,비즈,스팽글 등으로 낭만적인 액센트를 주었다. ‘뉴웨이브…’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컬렉션답게 가볍고 경쾌한 느낌이 충만했다.박윤정,양성숙씨는 스팽글과 비즈로 올 봄여름의 럭셔리패션(반짝이패션)을 이어나갔다.부부디자이너인 정재엽,정윤희는 대담하고 컬러풀한 꽃무늬프린트도 많이 선보였다.한승수는 여러 옷들을 겹쳐있는 레이어드룩으로화려함을 강조했다. ■자연주의 소재와 화사한 컬러/ 울,실크,면 등 천연소재로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렸다.가을겨울 패션의 단골품목인 모피나 가죽 등 다양한 소재들을 섞어 이질적인 것들의 대립을 통한 색다른 조화를 이루려는 시도도 활발했다. 컬러는 갈색,아이보리,검정 등 편안한 색깔들이 주류를 이루는 동시에 밝고강렬한 색깔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뉴웨이브…’이경원은 산뜻한 색깔로화사한 분위기를 발산했다.단연 눈에 띄는 포인트 컬러는 빨강.SFAA의 박윤수는 다양한 색감의 빨강을 내세워 정열적인 생명을 표현한다. 허윤주기자 rara@
  • 새 영화/ 아나키스트

    1920년대 중국 상하이는 이데올로기의 전시장이었다.민족주의 제국주의 무정부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등 온갖 사상이 숨가쁘게 소용돌이친 질풍노도의공간이자 수많은 혁명가와 창녀가 한데 모여든 모험과 환락의 땅이었다.여권이나 비자 없이 들어가 살 수 있는 세계 유일의 도시,그 화려한 땅은 조국을등진 인간들을 감싸주는 ‘망명자의 어머니’이기도 했다. 유영식 감독의 장편 데뷔작 ‘아나키스트’(29일 개봉)는 바로 이 상하이를배경으로 한 액션 느와르다.허무주의 인텔리겐차 세르게이(장동건),낭만적휴머니스트 이근(정준호),냉철한 사상가 한명곤(김상중),과격한 행동주의자돌석(이범수),소년 테러리스트 상구(김인권)등 5명의 조선인 무정부주의자가이야기를 끌어간다. 아나키스트는 ‘선장 없는 선원의 무리’란 어원의 그리스어 아나키야에서나온 말로 무정부주의자를 뜻한다.노동조합운동, 이상촌건설운동 등도 벌였지만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테러활동에 주력했다는 점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항일 테러활동의 본산인 의열단에 속해 있다.의열단은 민족주의자 공산주의자 아나키스트가 공존하던 독립운동단체로 1919년 김원봉이 중국 베이징에서 조직했다.그 사상적 지주는 단재 신채호였다.이들의공통된 적은 아시아 전체에 침략의 마수를 뻗치던 일본 제국주의자들. 아나키스트들은 실제로 항일운동에서 한몫을 담당했다.하지만 이들의 활동은 잘알려져 있지 않다.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양 진영에게서 모두 버림받은 아나키스트들의 삶,그 역사의 사각지대를 복원하고자 했다는 데 이 영화의 의의가있다. 그러나 ‘아나키스트’는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작품성이 뒷받침되지 못해아쉬움을 남긴다. 진중한 주제의식을 전하기에 시나리오는 밀도가 떨어지고,배우들의 연기엔 대의명분을 위해 목숨을 던진 열혈남아의 초상을 그려낼 만한 카리스마가 없다.댄디즘에라도 빠진 것일까.저마다 멋과 감상으로만 치달아 연기가 겉돈다.특히 비속어로 범벅이 된 이범수의 튀는 연기는 극의 원활한 흐름을 번번이 끊어놓는다. “삶은 산처럼 무거우나 죽음은 깃털처럼 가볍다.”1920년대 격랑의 역사에휩싸인 조선인무정부주의자들의 삶을 표현한 이 말은 영화 ‘아나키스트’에선 왠지 공허하게 들린다. 김종면기자
  • 김현의 비평세계 재조명한다

    타계한 문학평론가 김현(1942∼90)의 10주기를 맞아 그를 기리는 문학 심포지엄이 28∼29일 강원도 원주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이번 심포지엄은 ‘4·19 이후의 한국 문학 비평-그 평가와 전망’이란 제목으로 김현의 비평 세계를 재조명하면서 김현이 속한 4·19세대 평론가 및그 이후의 비평에 대한 비평의식과 문학사적 의미를 점검하고 한국 비평의앞날을 전망하고자 한다. ‘김현 비평의 역동성’을 다룰 1부에서는 ‘김현의 비평사적 위치’(장경렬) ‘김현 비평의 현재성’(정과리)이 발표되며 2부 ‘4·19세대 비평의 어제와 오늘’에서는 ‘4·19세대 비평의 이념과 성과’(권성우) ‘4·19세대비평의 유형학’(김동식)이 발표된다. 둘째 날의 3부 ‘새로운 세대의 비평과 비평의 미래’에는 ‘1980년 이후의비평과 새로운 열림’(박철화) ‘문학적 상황의 변화와 비평의 역할’(우찬제)이 예정되어 있다. 성민엽 박혜경 이현식 홍정선 이광호 권오룡 등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주제발표에 대해 하응백 장석주 김철 홍용희 최성실 임규찬 등이 토론에 나선다. 그리고 첫째 날 발표가 끝난 뒤 저녁시간에 최하림 김훈 황지우 유하 김상구등 동료 후배 문인들의 고인에 대한 회고담 속에서 참가자들의 술자리가 펼쳐질 예상이다. 한편 장경렬은 주제발표문에서 김현만큼 “문학작품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통해 그 작품이 갖는 정서의 풍요로움과 축제성을 낭만적으로 보여주는 평론가를 우리는 일찍이 가진 적이 없었다”면서 “한국 비평사에서 김현이 갖는무엇보다도 중요한 의미는 문학 작품에서 결코 떠나 있지 않는 비평 세계를확립했다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김재영기자
  • 올봄 거리엔 분홍빛 니트 물결

    패션은 도전이자 모험이다.도전과 모험에는 두려움이 따르지만 결과와 관계없이 설레임과 함께 의욕을 불어 넣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올 봄 새로운 패션을 경험해보자.기분전환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올해 패션은 파격적인 색깔에서부터 지난해와는 차별화된다.무채색 일변도에서 벗어나 노랑 분홍 흰색 금색 등 밝고 환하면서 화려한 색상들로 된 제품들이 많으며 하늘하늘한 천에 리본 레이스를 사용한 것까지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것들이 대부분이다.남성복도 예외는 아니다.회색이나 감색 외에도 카키색을 기본으로 한 정장이나 새로운 개념의 캐주얼 정장 비중이 높아졌다. 멋장이가 되기 위한 필수 아이템 몇가지를 소개한다.. ◆분홍색 니트세트=올해 선보인 분홍색은 일명 인디언 핑크로 불린다.구슬이나 반짝이 등으로 변화를 줘 화려하면서도 귀엽다.디자인이 다양하므로 나이와 용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흰색 프렌치 코트=일반적으로 프렌치 코트는 간절기 인기품목.흰색 프라다천을 소재로 했으며 무릎 길이가 활동적이어서 편하다.벨트가 있는H라인이기본으로 치마나 바지에 모두 잘 어울린다. ◆구슬달린 데님바지=데님에 자수나 구슬 또는 반짝이로 장식했다.검은 데님에 분홍이나 노란색 꽃자수와 구슬을 사용,화려하면서도 발랄해 보인다.가격은 일반 데님바지에 비해 20∼30% 정도 비싸다. ◆스카프=여성스러우면서 낭만적으로 보인다.사각형부터 전설적인 무용수 이사도라 던컨 스카프라 불리는 머플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카디건 위에는목을 한번 두르고 뒤로 넘기면 여성스러우면서 멋있다.앞으로 묶으면 단정하면서도 세련되어 보인다.정장과 세트로 나온 것도 많으며 같은 색깔보다는보색을 사용,화려하게 연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롱 재킷=엉덩이가 드러나던 짧은 재킷 대신 엉덩이와 허벅지 중간쯤 오는것으로 디자인은 어깨는 좁고 A라인이다.통이 좁은 9부 바지나 윈피스와 세트로 입으면 예쁘다. ◆니트 조끼=보온보다는 멋내기 목적으로 나온 것이 많다.면이나 아크릴 울을 사용했으며 카키색이나 베이지색은 기본이며 표면에 무늬를 넣은 것까지다양하다.체형을 감춰주는 흰색이나 체크셔츠,칼라가 없는 셔츠에 받쳐 입으면 잘 어울린다. ◆카키색 바지와 이지 재킷=회색이나 감색 일변도에서 벗어나 유행색으로 자리잡은 카키색 바지와 편안함을 강조한 이지 재킷은 젊음과 도전을 상징하는 품목으로 자리잡았다.바지는 형상기억 가공처리를 해 구김이 적으며 이지재킷은 면을 소재로 한 것으로 신축성이 커 편안하게 입을 수 있다. ◆자파리=남성용과 여성용에 공통적으로 많이 보이는 실용적인 품목.점퍼와사파리의 중간형태로 모자나 소매를 탈부착하여 조끼로도 변형이 가능한 것등 다양하다.길이가 엉덩이를 약간 덮을 정도로 앉을 때도 불편하지 않아 자가운전자들에게 편리하다.프라다 천으로 만들어 방수·방풍기능도 있으며 비슷한 계열의 색상끼리 받쳐입으면 세련된 느낌을 준다. 강선임기자 sunnyk@
  • 러시아 록뮤지컬 ‘아보스’ 국내 첫 선

    12일 막올리는 뮤지컬 ‘아보스’(연출 양혁철)는 여러 면에서 눈길을 끈다. 먼저 창작뮤지컬과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양립하는 우리 공연계에 드물게 선보이는 러시아 록뮤지컬이란 점.원제가 ‘유노나 이 아보스’(러시아어로 ‘어쩌면 희망이…’)인 이 작품은 지난 81년 초연후 국민뮤지컬로 찬사를 받으며 유럽과 미국에서도 호평 속에 공연되고 있다. 94년 국내에서도 한차례 공연된 적이 있으나 러시아 극단의 무대를 그대로옮기는 데 급급해 호응을 얻지 못했다.그러나 이번 공연은 원작의 시대적 배경과 장소를 현대 감각에 맞게 각색하고,음악과 춤을 대폭 보강함으로써 수준높은 공연을 예감케 한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벤처 뮤지컬’이란 점도 이채롭다.투자자들에게서일정한 자금을 모은 뒤 수익에 따라 지분을 나눠갖는 벤처 시스템을 공연에적용한 것. 당초 제작사가 자금난으로 포기한 상태에서 국민대 이혜경교수가 “작품이 아깝다”며 스스로 제작자로 나섰다.2,000만원을 선뜻 내놓은 이교수는 외부 투자자를 물색한 끝에 ㈜카맨파크,KAIST-AVM 엔젤펀드,부산 테크노엔젤클럽 등 3곳에서 1억3,000만원의 제작비를 모았다. 이들은 벤처투자 전문그룹이기는 하나 수익보다는 공연계를 활성화한다는 취지에서 이익이 나더라도 원금만을 회수키로 해 공연관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었다.출연진과 스태프 전원도 개런티 없이 작품에 참여해 나중에 일정 금액을 나눠갖기로 했다. ‘아보스’는 지구종말을 앞두고 유토피아를 찾아 우주로 떠나는 ‘고독한영웅’레자노프가,연인 콘치타의 사랑과 인류구원의 갈림길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내용을 담았다.원작은 1800년대 러시아 인민을 구하려고 신대륙으로향한 레자노프와,그를 36년간이나 기다린 콘치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연도를 알 수 없는 미래시대의 무대배경은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무대미술과 의상,조명 등으로 색다르게 표현된다. 무엇보다 작품의 매력은 음악에 있다.드라마 ‘모래시계’‘백야3.98’에 삽입돼 가슴을 울린,그 낭만적이고 애절한 러시아 민속음악이 극 전반을 가로지른다.‘알렐루야’‘사랑의 노래’등 20여 뮤지컬 넘버들은 성가곡에서부터 록,테크노 리듬을 넘나들며 오페라 못잖은 음악적 완성도를 자랑한다.연출자 양혁철은 “러시아 유학 당시 보고 음악에 반해 언젠가 무대에 올리리라고 결심한 작품”이라고 말했다.원곡 중 몇곡은 극 분위기에 맞게 편곡돼한층 풍부한 감성을 전달한다.개성있는 배우 이용근이 중년의 레자노프를 연기하고,오디션에서 뽑힌 이유진이 청순한 콘치타 역으로 데뷔한다. 한차례 좌절 끝에 천사(에인젤펀드)의 도움으로 회생한 뮤지컬 ‘아보스’가 공연계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를지 주목된다.23일까지 서울 문예회관대극장.(02)707-1133. 이순녀기자 coral@
  • [음악] 국악과 유럽 낭만주의 음악의 만남

    클래식 재즈 가요 등과 활발하게 만나온 국악이 이번엔 유럽 낭만주의 음악과 함께한다.오는 2월3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소리가 춤을 부른다’에서는 인간문화재 이생강(대금)임경주(가야금)명창 안숙선,한국무용가 정명주 등 내로라하는 국악인이 헝가리안 비르토우시 챔버오케스트라와 한무대에 선다. 비르토우시 오케스트라는 지난 89년 창단이후 30여국에서 100여회 공연을 가진 교향악단.색동어린이합창단의 동요합창과 강강술래로 무대가 열리면 이오케스트라가 브람스의 ‘헝가리무곡 제5번’,비발디의 ‘사계’중 겨울을연주한다.이어 이생강·임경주가 ‘대금과 가야금 산조’를 연주하고,명창안숙선이 판소리를 들려준다. 하이라이트는 유럽의 낭만적인 챔버 연주와 한국 춤의 첫 만남.오케스트라가 헝가리 작곡가 레오 레이너의 ‘디베르티멘토 제1번’을 연주하면 무용가정명주가 이에 맞춰 아름다운 춤사위를 펼쳐낸다.비르토우시 오케스트라는샘믈국악연주단,전자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소리꾼 장사익,대중가수 안치환과도 협연한다.(02)707-1133이순녀기자 coral@
  • 싱가포르 ‘맛’ 보면 세계 ‘맛’ 본다

    [싱가포르 강선임기자] 해외여행을 계획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듣기 원하지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욕심을 내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면 이동거리가 너무 길어 차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 한차례 여행으로 여러나라를 가본 듯한 효과를 얻고 싶으면 싱가포르를 찾는것도 괜찮겠다. 미니어처를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나라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싱가포르는 중국·인도·말레이계로 이뤄진 다민족 국가답게 각각의 전통생활을 엿볼 수 있는 지역이 그대로 남았다.인도인 생활상을 보여주는 ‘리틀인디아’를 비롯해 중국인 거리인 ‘차이나 타운’,게이랑 세라이(말레이지안 거리),페라나칸(중국과 말레이 혼혈)거리가 바로 그것. 싱가포르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대표적인 행사가 바로 ‘싱가포르 음식축제’이다.올해가 7번째로 오는 3월31일 막을 올려 4월 한달 싱가포르 전역에서 계속된다. 개막행사가 열리는 ‘부기스 정션’은 레스토랑과 카페 밀집지역.주제는 ‘최상의 음식 경험’(Foodmania-A Bite of Every ‘Best’)으로 8개 분야로나눠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축제 구성이 휠씬 다양하다.새 행사로는 향료공원인캐닝요새공원에서 영화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필름 알 프레스코’,워터프런터(보트키와 클락키 포함)와 세계무역센터에서 열리는 ‘세계맥주축제’,사자와 함께하는 점심식사,중국차 워크숍,주롱새공원에서의 아침식사와 아이스크림 뷔페,먹자골목인 H2O에서 즐기는 초콜릿축제 등이다. 싱가포르 강을 중심으로 강변에 이어지는 식당가 보트키와 클락키에서 열리는 세계맥주축제 ‘컨비비아 2000’에서는 세계각지에서 생산되는 맥주와 음식,안주 등을 맛볼 수 있다.클락키 쪽에는 강바닥터널을 뚫는 지하철 공사가진행중이어서 강물이 깨끗해 보이지는 않았다.그러나 시원한 강바람을 쐬며마시는 맥주 한잔은 더위를 식혀주기에 충분하다.신축 국회의사당과 멀라이언 공원이 어우러져 낭만적인 밤풍경을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새로 조성된 먹자골목인 H2O에서 열리는 초콜릿 패션행렬은 재미를 더해주며 유리창을 사이에두고 사자와 마주하며 식사하는 프로그램은간담을 서늘하게 하면서도 잊을 수 없는 이색체험을 제공한다.육지와 센토사섬을 연결하는 70여m 케이블카 위에서 싱가포르 야경을 바라보면서 즐기는저녁식사,주롱새공원에서 플라밍고의 춤을 감상하면서 호수가에서 먹는 저녁식사도 좋은 추억거리가 될듯. 페라나칸의 전통음식을 맛보려면 킴 티안 거리에 있는 페라나칸 식당 ‘칠리파디’가 적당하다. 전통음식과 함께 주인 졸리 위의 요리강좌를 들을 수 있다. 케이블카나 호수가의 저녁식사,사자와의 점심식사 등은 인원이 한정돼 있으므로 예약해야 한다.문의 싱가포르 관광청 서울사무소(02)399-5570. ◈싱가포르는말레이반도 남단에 위치.인구는 중국계 77%,말레이계 14%,인도계 7%,기타로나뉜다.통용어는 영어며 민족별로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를 사용한다. 영국식민지에서 말레이령으로 바뀌었다 독립한 때는 1965년.면적은 서울과비슷하며 인구는 400만에 못미치는 도시국가.적도부근에 위치,연중 평균기온이 26도로 높다. ‘깨끗한 나라’라는 이미지 외에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의 조화가 놀랍다.도시 어느곳을 둘러봐도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없다.그러면서도 인공의 냄새가 나지 않고 자연스럽다.인간과 자연의 조화,공존의 원칙을 고수해 왔음을 느낄 수 있다. ◈음식 특징싱가포르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으며 음식향이 강하다는 것이 특징이다.향신료가 강한 것은 음식맛을 내는 것말고도 방충제 구실을 하기 때문. 페라나칸 음식에 많이 사용하는 ‘판단’은 향이 특히 진하다.벌레퇴치용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택시 안에서 흔히 냄새를 맡을 수 있다.향료 탓에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면 칠리소스나 삭힌 고추같은 것을 주문,함께 먹는 것이좋다. 코피 티암(원뜻은 커피점)이라 부르는 음식백화점과 아파트 1층에는 음식점들이 즐비하다.음식값은 싼 편이다. 싱가포르 화폐로 5달러(3,500원 내외)정도면 한끼를 해결할 수 있다. sunnyk@ *싱가포르 주요 관광명소 [싱가포르 강선임기자] 싱가포르는 1년내내 축제가 열리는 나라다.방문하는시기에 따라 각각 다른 행사를 볼 수 있다. 가장 최근 열린 축제는 타이푸삼(Thaipusam).힌두교인들이 믿음을 더욱 굳히려고 30일간 수양기간을 거쳐 화살로 제 몸을 찌른채 카바디스라는 커다란 철제 아취를 등에지고 3㎞ 고행길을 걷는 것이다.2월 한달동안에는 차이나 타운에서 설을 기념하는 점등식과 함께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축제외 눈여겨 볼만한 장소를 소개한다. 주롱 새 공원에는 600여종 8,000여마리 새들이 서식한다.세계에서 가장 높은인공 폭포와 시뮬레이터를 통해 매일 정오 천둥번개가 내려치는 동남아시아조류관도 볼거리다. 나이트 사파리에서는 어둠이 깔린 야생초원에서 푸른 눈빛을 발산하는 동물들을 바라보는 짜릿함을 즐길 수 있다.동남아 우림지역,아프리카 사바나,버마 정글 등 총 8구역으로 나뉘며 110종 1,200마리의 동물들이 산다. 중국 당나라 수도 장안을 재구성한 당성도 흥미로운 장소.아시아 최대의 역사 주제공원으로 철저한 고증을 통해 당시의 궁전과 왕실,장터,숙박지 등 옛 모습을 재현했다.유령의 집에서는 3차원 환영을 통해 귀신들과 교감할수 있다. 가장 큰섬인 센토사에는 싱가포르의 상징인 멀라이언이 섬 중앙에 자리한다. 37m 높이의 멀라이언 전망대에서는 센토사 전체와 주변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센토사섬에 있는 아시아 최대규모의 해저아크릴 터널은 길이 80m에 이르는터널형 수족관.대형문어 늑대뱀장어 대형 거미게 등 250종 2,500여마리의 해양생물이 있다. 중국사원인 티안 혹 켕과 힌두교도가 불 위를 걷는 축제인 티미티가 열리는스리 마리암만 사원,회교예언가의 가계 및 계보를 볼 수 있는 압둘 가풀 사원은 서로 비교하면서 한번쯤 가볼만한 곳이다. 이밖에 리틀인디아,말레이 빌리지,차이나 타운,음식백화점인 코피 티암을 둘러보면서 그들의 아침식사인 로티브라타와 연유를 첨가한 진한 말레이 커피를 마시는 것도 싱가포르 여행중 할 수 있는 일이다.
  • [데스크칼럼] 젊은층이 나서라

    시민단체가 국회의원 낙천 대상자를 발표하자 정치권은 엄청난 긴장과 충격속에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그만큼 시민단체의 폭발력은 기성 정치구조를 바꾸어가고 있다.이같은 힘은 물론 전국민의 공감과 지원의 결과일 것은자명하다.이에 힘입어 시민단체는 낙천운동뿐 아니라 낙선운동까지 병행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양 당사자의 입장은 서로 다르지만 대세는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흐름을 타고 있다.시민단체의 정치자정운동,정치청산운동은 변화를 희구하는 시민혁명의 명제를 함의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한달전까지만 해도 감히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누가 예상했을까.두꺼운 기성 정치의 벽을 허문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며,산에서 물고기를 낚는 것만큼이나 지난한 일로 보였다.그러나 그동안 자리잡아온 어둡고일그러진 정치문화가 이같은 시민혁명을 유인해냈다고 본다.기성정치권이 시민혁명의 원인제공과 동기유발을 해준 셈이다.두말할 필요없이 이는 낡은 정치구조로는 오늘날의 정치담론을 담아낼 수 없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결과다.이는 이제 거부하려고 해도 거부될 수 없는 도도한 조류가 되었다.이런여세라면 아마도 4·13 총선은 또다른 민주주의,품질이 훨씬 향상된 정치풍토를 수확해내리라고 단정한다. 끊임없는 부정과 비리,저질발언,먼지같은 폭로전,심성만 황폐화시키는 지역감정조장,파당과 정쟁의 재연 등 정치권의 구태를 지켜본 국민들로서는 정치 허무주의를 넘어 절망감에 빠져 자포자기 상태에까지 갔었던 것이 사실이다.뜯어고칠 수 없다는 암담한 현실 때문에 국민은 더욱 좌절감을 맛보아야 했다.그런 때 뭔가 고칠 수 있다는 시민의 힘이 폭발했다. 그러나 여기서 결코 간과해선 안되는 것이 있다.전략적 측면이 보다 치밀하고 강고하지 않고는 또다시 미망의 늪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기득 정치세력은 자본과 정보를 여전히 장악하고 있으며,자기 추한 얼굴을 분식하는 치장술과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는 데 명수들이다.순진한 국민을 우롱하는 특장의 기술을 지닌 것도 보아왔다.그래서 서투른 선명경쟁이나 즉흥적 낭만적 운동,시민단체의 취약점으로 지적되는횡적 연대의 결여 등 부정적 측면을과감히 털고 다시 출발선에 서야 한다.여론조사를 해보면 많은 응답자가 오늘의 정치판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가장 지지도가 높은 사람으로기성 정치인을 뽑는 모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물론 그에 대체될 새인물이 쉽게 떠오르지 않은 결과일 수도 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정당화되는 내용이 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기성 정치인은 인지도가 높다.대중매체를 통한 활동영역의 확장으로 새 인물보다 유리한 위치에 선 것이 사실이다.거기에 먹고 살기에도 벅찬 시민들은 정치현실을 피상적이고 막연한 대상으로 인식한다.현실정치가나쁘다는 것도 구체성을 띠기보다 관념적 수사가 주조다.현실정치는 당장의이해와는 상관이 없는 장치로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그것이 구조적으로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해 생활 전반을 옭아매고,때로 독소로 작용하고 있다는것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금방 아는 것을 말이다. 거기에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정치인이 현역의원이다.결혼·부모상 등 애경사나 승진·영전 등에있어 사적(私的) 서비스를 받는 경우도 있다.이로인해 이성적 합리적 판단보다 나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조건없는 존경과 지지를 보내게 된다.인간이나 동물이나 스킨십으로부터 관계가 성립되는 단초가 마련되지만 우리의 경우 그 도가 지나치다. 지역구의 인구편차도 문제다.현재의 선거구 표준인구수는 표의 등가성 면에서 지식인·젊은이·도시민에게 상대적으로 매우 불리하다.선거구의 표준인구 수를 9만 대 35만 선으로 잡는다면 인구 편차는 1 대 4가 된다.농촌지역의 한표 가치가 도시는 그 4분의 1이 된다는 계산이다.농촌표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곳 유권자는 대부분 노년층이다.노년층은 삶의 경험은 풍부할지 모르나 현대적 민주주의의 가치,정치지향성,변화의 주체가 될 수 없다.이런 것 때문에 돈푼깨나 모은 토착세력에게 지저분한 정치무대를 제공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도시의 주요 유권자인 젊은층은 기질이나 성향이 개인주의에 익숙해있다.변화의 주체인 것만은 틀림이 없으나 이를 행동에 옮기는 데는 대단히인색하다.투표하라고 정해준 임시공휴일을 산으로 들로 나가 자기 취미활동의연장으로 활용하고 만다.현상타파의 주체,합리적 사고와 개혁의 선두에 서야 할 사람들이 공휴일을 이처럼 사적으로 사용함으로써,극단적으로 말하면 결국 부패정치의 하수인이 되고 마는 것이다.선거제도의 허점과 젊은층의 개인이기주의적 타성을 극복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그래서 답은 정해져 있다.정치정의를 바로 세우는 주체로서,선거법을 고치는 동력으로서 누가 전면에 나서야 하는가는 자명하다.이번 운동이 성공해야 민주화가 완성된다. honglee@이계홍 편집부국장
  • [화제의 책]

    * ‘철도여행의 역사' 19세기 유럽에서 탄생한 철도는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됐고,이제는 일상의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아 ‘낭만적 여행’의 대명사로 여겨진다.책은 기차의탄생이 인간 생활사에 어떤 문화충격과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살펴본 일종의문화 해설서다. 저자는 개인의 여행기록이나 당시의 문헌 등을 통해 기차를 특별한 눈으로바라본다.탄생 초기의 기차여행 풍광을 ‘지나치며 감상하는 살롱의 그림’으로 그리면서 바로 이것이 인간관계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고 설명한다.유럽과 미국의 기차를 비교하면서 계급사회가 뿌리박힌 유럽에서는 객실에 차등을 두었고,미국에서는 이와는 달리 통로형 기차가 발달됐다는 이야기를 대표적인 예로 든다. 저자는 기차의 발달사를 통해 기술이란 문화의 산물이자 문화의 창조자임을강조한다. 쉬벨부쉬 지음 궁리 1만2,000원 *'뉴스속의 뉴스…' “우리는 세상의 종말까지도 ‘생방송’으로 취재 보도할 것이다” 세계 최고의 케이블 뉴스매체인 CNN 사장 테드 터너가 지난 80년 6월 ‘CNN 왕국’을 건설하면서 공언한 말이다. 이 책은 테드 터너가 정보화시대를 맞아 뉴스 수요가 커질 것을 예견하고설립한 CNN 방송국의 비화와 성공 스토리를 흥미있게 밝힌다. 뉴스에 문외한이던 그가 1억달러란 전 재산을 투자해 거대 공룡 방송인 ABC CBS NBC와 승부수를 둔 얘기와 전세계 지도자는 물론,CIA 분석가조차도 급박한 위기상황에서 CNN 뉴스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자리를 굳힌 배경을 소상히 파헤치고 있다. 행크 휘트모어 지음 흥부네박 9,800원 *‘2500년 과학사…'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부터 왓슨과 크릭의 DNA 이중나선구조 발견까지 과학의 역사를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책은 과학자 17명의 생애에 얽힌 과학의 이야기를 소개한다.이들을 통해 세계와 인간의 본질은 무엇이며 이같은 탐구가 천문학 물리학 등의 이름을 갖게 된 배경,‘서구과학’이 어떻게 막강한 힘을 갖게 됐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예컨대 캐플러의 천문학 연구가 뛰어나지만 그것은 신의 부름에 책무를 다하려는 종교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밝힌다.개인의 생애를 중심으로 한 일반과학서와는 달리 과학적 발전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로이 포터 엮음 창작과 비평사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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