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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t’s Go] 부산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Let’s Go] 부산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한낮에는 볼 수 없었던 거대도시의 색다른 매력이 하나 둘 전구가 켜질 때마다 환한 속살을 드러내며 살아난다. 수없이 많은 전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과 인간이 만든 건축물들의 조형미, 그리고 바다가 빚은 유려한 해안선 등이 어우러지며 낮과는 또 다른 고혹적인 세계를 펼쳐낸다. 부산시내 어느 곳에서 보아도 화려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내년 6월 준공되는 남항대교가 경관조명을 끝내고, 부산 북항을 가로지를 북항대교가 건설되고 나면 광안대교∼북항대교∼남항대교로 이어지는 해상교량들의 화려한 야간 경관쇼가 펼쳐질 듯하다. 항도 부산의 밤풍경 속으로 풍덩 빠져보자. # 부산의 아틀리에 황령산 빼어난 조망을 자랑하는 황령산은 부산의 야경을 즐기며 걷는 야간산행 코스로 유명하다. 도심속 건물들의 반짝이는 불빛에 바다 위 광안대교의 늘씬한 조명까지 더해져 부산을 찾는 관광객의 ‘필수 관광코스’로도 여겨진다. 경부고속도로를 빠져나와 해운대 방향으로 가다 KBS부산방송총국을 200m쯤 지나면 왼쪽으로 ‘스노 캐슬’ 오르는 길과 만난다. 황령산 봉수대로 향하는 드라이브 코스가 시작되는 곳이다. 산 중턱에 마련된 전망대에 서면 해운대 등 부산 시내와 주변 바다가 한눈에 담겨진다. 내륙을 휘돌아 거침없이 달려온 불빛이 바다와 부딪치며 화려한 불꽃으로 솟구쳐 오르는 듯하다. 정상을 향해 오르다 KT중계소 앞 언덕에 서면 황령산이 안배한 또 다른 야경이 시작된다. 신선대 부두 등 항구 불빛과 멀리 오륙도 등대불빛이 봄날 아지랑이처럼 깜빡거린다. 황령산 봉수대에 오르면 풍광은 절정에 달한다. 부산시내 야경이 360도 돌아가며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동쪽으로 해운대와 광안대교, 서쪽으로 개금과 주례, 북쪽으로 서면과 동래, 남쪽으로 영도와 부산항이 이어진다. 이런 밤풍경을 즐기기 위해 부산시민들은 황령산을 낮에도 오르고, 밤에도 쉬지 않고 찾는다. 황령산 정상인 봉수대까지 아스콘 포장도로가 깔려 있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라 야간 등반도 무리가 없는 편이다. 황령산 오르는 길가의 조그만 토스트집을 기억해둘 만하다. 정식 상호는 없고, 단골손님들이 ‘황령산 토스트집’으로 부르는 곳이다. 햄 등을 넣은 토스트가 1500원.‘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나 출출할 때 그만이다. 주인장이 직접 뽑은 원두커피는 1000원을 받는다. 두부마을 맞은편에 있다. # 뭍에서 보고 바다에서 보고 부산의 대표적인 명소와 야경을 편하게 보고 싶다면 시티투어버스를 고려해볼 만하다. 야경투어는 오후 7시 부산역을 출발해 민주공원∼금련산 청소년수련원∼광안대교∼해운대∼달맞이 언덕∼해운대해수욕장∼광안대교를 둘러본다.1회 운행. 낮에는 해운대코스와 태종대코스를 12회 운행한다. 어른 1만원,KTX이용객과 단체 8000원, 청소년 5000원. 월요일은 휴무다.citytourbusan.com,(051)464-9898. 우리테마투어(wrtour.com)는 오전 7시25분 KTX로 서울역을 출발해 부산을 돌아보고 저녁에 돌아오는 당일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5만 9500원.(02)733-0882. 배를 타고 나가 야경을 감상하는 것도 별미다. 해운대를 출발해 달맞이 언덕과 광안대교, 동백섬(누리마루) 등을 도는 동안 숨막히게 이어지는 빛의 향연을 바다 위에서 감상할 수 있다.12시(4만원,2시간 운항)와 3시30분(3만원,1시간30분),7시(7만원,2시간30분),8시30분(5만 5000원,2시간) 등 오후에만 네 차례 출항한다. 부가세 10%, 봉사료 5%는 별도.coveacruise.com,743-2500. # 낭만적인 야경감상 포인트 ‘구름고개 농원’은 황령산 KT중계소 바로 아래 위치해 있어 주변 경관이 뛰어나다. 광안대교와 해운대 등의 야경을 감상하며 차를 마실 수 있다. 찻집 오른쪽으로는 신선대 부두 등이 펼쳐져 있다. 지하 300m 암반층에서 끌어 올린 암반수를 사용해 차맛이 좋다는 게 주인장의 자랑이다. 커피 등 각종 차 4500∼5000원, 커피+토스트 7000원.(051)627-8685. 마천루처럼 치솟은 아파트들이 키높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해운대에서 한화리조트 32층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클라우드32’는 적잖이 특별하다. 광안대교 등의 야경을 감상하며 낭만적인 저녁 한때를 보낼 수 있는 곳이기 때문. 커피 등의 음료는 오후 8시까지만 판매한다.8000∼9000원. 칵테일 1만 5000원. 스테이크류 3만원선. 부가세 10%는 별도다.cloud32.net,749-5320. # 그 밖의 야경 명소 누리마루APEC하우스는 떠오르는 야경 명소. 동백섬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누리마루와 해운대 해변 풍경을 감상하는 맛이 각별하다. 밤을 기다려 화사하게 조명꽃을 피우는 해운대해수욕장을 지나 송정을 향해 오르면 달맞이 언덕에 닿는다. 부산의 고전적인 야경 명소.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을 닮아 예부터 와우산이라 불렸지만, 초저녁 달을 코앞에 떠 있는 듯 가깝게 볼 수 있다고 해서 얻은 달맞이 언덕이란 이름이 더 친숙하다. 최근 다양한 갤러리가 들어서면서 문화의 거리로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다소미 공원 앞 ‘해운대 포토 스포트’에 서면 오륙도와 동백섬, 광안대교 등의 원경이 제법 근사하다. 예쁜 카페와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는 언덕길을 따라 송정해수욕장까지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겠다. 부산의 옛 향기를 보고자 한다면 영도대교와 자갈치시장 등이 제격이다. 고깃배 늘어선 항구 특유의 분위기와 멋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 가는 길 중부고속도로→호법분기점→영동고속도로→여주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김천분기점→경부고속도로→동대구분기점→신대구∼부산간고속도로→부산. 해운대 방향은 경부고속도로 부산나들목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글 사진 부산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동화같은 따뜻한 그림

    동화같은 따뜻한 그림

    휴식을 얻으러 간 전람회에서 더 난감한 마음이 되어 돌아나온 기분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난해한 정보를 쏟아내는 그림으로는 도무지 일상의 위안이 되질 않는다면, 서양화가 이수동(48)씨의 작품들이 반갑겠다. 화폭 밖으로 딱 체온 만큼의 온기가 스며나오는 그림들. 포근하고 아련하고 그래서 때론 몽롱해지는…. 온갖 낭만적 수사로 기억되는 이씨의 그림은 요즘 미술관 밖에서 더 인기가 많다.TV 인기 드라마들에 노출돼 인터넷으로 젊은 팬층을 유난히 두껍게 확보하고 있는 작가의 19번째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관훈동 노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에도 변함없는 화법이 정겹다. 꽃, 구름, 나무, 의자, 여인…. 물같고 공기같이 새로울 것도 없는 소재로 가슴 한자락에 대번 그리움의 진눈깨비를 내리게 하는 그림들이 나와 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앙상한 자작나무 숲의 연인, 끝없는 설원에서 쌍쌍이 포옹을 하고 있는 남과 여, 아득한 눈길을 걸어와 이제 막 손을 잡으려는 연인. 그의 아크릴화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듯한 서정적 풍경으로 꼭꼭 채워져 있다.“평생 그림을 그려오면서 내게 영감을 준 것은 꿈, 시, 착시”라고 말하는 작가는 “그림은 보는 사람이 있을 때에만 그 존재가치를 지닌다.”는 철학을 붙들고 산다. 어른동화의 삽화를 연상시키는 이번 전시작품들은 거의가 올해 그린 것들이다. 작가의 오늘을 있게 한 10여년 전 작품도 몇점 끼어 있다.20일까지.(02)732-3558.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여성&남성]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여성&남성]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수백만∼수천만원짜리 오디오나 자동차, 컴퓨터를 보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남자와 명품가방과 옷을 보면 ‘지름신’이 발동하는 여자는 서로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다. 굳이 굵직한 씀씀이가 아니더라도 남과 여의 씀씀이는 확연히 다르다. 지난해 7∼8월 국민카드의 사용내역을 분석한 결과,20대와 30대 남성은 각각 카드사용액의 가장 큰 부분인 17.3%와 16.3%를 일반음식점에서 사용했다. 반면 20대 여성은 사용액 중 11.9%를 전자상거래에 썼고 30대 여성은 대형할인점(16.92%)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때로는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씀씀이가 부부나 연인 사이의 갈등을 일으키거나 갈라 놓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남과 여는 서로의 소비행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들의 속마음을 살짝 들어봤다. ■ 남 ●첨단 전자제품만 보면 지름신 발동하는 남친 직장인 김모(25·여)씨는 남자친구가 새로 나온 IT제품만 보면 ‘미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자칭 ‘얼리 어답터’라는 남자친구는 용도도 알 수 없는 최신 제품이 나오는 족족 사들였던 것. 휴대전화를 사도 꼭 최신식을 고집하는 남자친구를 보면 김씨는 “저 인간 돈이 남아도나?”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고장만 안 나면 되지, 뭐하러 돈 주고 쓸데없는 기능만 잔뜩 있는 새 휴대전화를 사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남친의 ‘얼리 어답터 기질’을 이해 못하는 김씨에게도 열광하는 ‘머스트해브 아이템’은 있다. 바로 귀고리다. 귀고리를 하면 1.5배 예뻐 보인다는 속설을 믿기 때문이란다. 업무 중에도 김씨는 틈만 나면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귀엽고 특이한 귀고리를 찾는다. 얼마 전엔 구름 모양의 귀고리를 샀는데, 남자친구가 “유치하다.”는 반응을 보여 크게 싸웠다.“제가 남자친구의 최신기계 구입을 돈낭비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남자친구도 제 귀고리 수집벽이 한심한가 봐요. 서로 열광하는 분야가 다르니 어쩔 수 없지만, 속상한 건 사실이죠.” 직장인 손모(26·여)씨도 새로운 IT제품이 나오면 사족을 못쓰는 남자친구를 이해할 수 없다. 손씨의 눈에는 ‘사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신제품 광고를 보면 몸이 근질근질하대요. 본인도 돈이 많지 않으니 계속 고민을 하다가도 결국 사더라고요. 전에 쓰던 것도 괜찮은데 굳이 또 사려는 것을 보면 이해를 할 수가 없다니까요.” 손씨의 남자친구는 덕분(?)에 남들 다 한다는 재테크는 꿈도 꾸지 못한다. 손씨는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고 털어 놓았다. “원래 남자친구가 기계에 관심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남자답고 보기 좋다고 생각했는데 한창 젊은 나이에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돈을 모아야 하지 않나요?그러니 한심한 거죠.” ●애들도 아니고 게임에 왜 미치니? 직장인 김모(24·여)씨의 전 남자친구는 게임 마니아였다. 새로운 게임기가 나오거나 소프트웨어가 나오면 모조리 사야 직성이 풀렸다. 한 번은 플레이스테이션을 하다가 과부하로 텔레비전이 터져 버린 적도 있다. “다 큰 남자가 게임에 빠져 지낸다는 게 이해가 안돼요. 영화관에 놀러가도 영화관 옆에 있는 플레이스테이션존에서 영화 시작 전까지 게임을 하고 있으니 정이 붙겠어요?” 김씨가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어렵게 돈을 모은 뒤 그걸 다 게임기 사는데 써버리는 것.“나 같으면 그렇게 살진 않아요. 차라리 게임 줄이고 조금 더 풍족하게 살 텐데 그렇게 못하더라고요. 결국 헤어졌죠.” 직장인 이모(25·여)씨와 남자친구 서모(28)씨는 서로의 ‘서식지’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경우다. 이씨는 “남자친구는 내가 스타벅스에서 수다떠는 게 그렇게 싫대요. 별로 중요한 얘기도 아닌데 3시간도 넘게 노닥거리는 모습이 시간낭비 같다고요.” 반면 이씨는 남자친구가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시간이 더 아깝게 느껴진다.“오빠가 스타크래프트를 할 땐 딸깍거리는 마우스 소리조차 싫어요. 그게 그렇게 재미있어요?” 사귄 지 한 달 남짓된 ‘풋내기 커플’이지만, 데이트할 때 커피숍에 갈지 PC방에 갈지를 두고 다툰 게 한 두번이 아니다. 직장인 정모(30·여)씨는 아직도 전 남자친구의 선물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네가 첫 사랑이야.’라고 속삭였던 남자친구의 첫 생일선물은 바로 컴퓨터 ‘램(RAM)’이었던 것. “제가 노트북이 너무 느리다고 불평을 했었거든요. 남자친구가 말하길 램의 용량이 부족해서 생기는 오류라는 거예요. 생일날 깜짝 놀랄 만한 선물을 가져왔다고 기대하라고 하더군요. 선물 포장지를 뜯어보는 순간 웃음밖에 안 나왔죠.” 정씨는 첫 생일이니 이벤트까지는 아니더라도 꽃과 반지처럼 낭만적인 것을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 이하였던 것. 정씨는 계속 푸념을 늘어 놓았다.“실용적인 것이 좋다고 하더군요. 꽃 같은 선물은 아깝다는 거예요. 정말 낭만을 모르더군요. 남자들은 왜 이런 낭만에 돈을 아까워하는 거죠?” ●술값 물쓰듯… 이해못해 직장인 김모(26·여)씨는 술값으로 물쓰듯 돈을 쓰는 남자들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몸에도 좋지 않은 술에 돈다발을 쏟아 붓는 것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자들 좋은 양주 보면 미치잖아요. 술 많이 먹으면 간도 안 좋아지고, 살도 찌고 득될 게 하나도 없는데 무리를 해서 하룻밤에 수 십만원씩 쓰는 게 이해가 안 돼요.” 김씨가 더 이해할 수 없는 ‘족속’들은 비싼 양주를 맥주에 타먹는 ‘폭탄주’를 즐기는 부류다. 천천히 술 맛을 음미하며 마시는 것도 모자랄 판에, 맥주에 타 훌쩍 들이켜는 것은 ‘국력 낭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회식 때 맥주에다 비싼 양주를 타먹는 걸 볼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돼요. 외국에서 비싸게 들여오는 양주를 왜 맥주에다 타먹죠? 이러니 한국인이 ‘양주밝힘증’에 걸렸다는 말이 나오는 거 아닌가요.” 임일영 신혜원기자 argus@seoul.co.kr ■ 여 ●밥 굶어가며 명품 화장품 사는 이유가 뭘까? 누나가 둘이나 있는 직장인 이모(25)씨는 누나들의 ‘화장품’을 볼 때마다 입이 벌어진다. 화장품 양은 둘째치고,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누나들은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명품 화장품’을 고집한다. “가족 중에 누구 한 명 외국에 나가면 면세점에 가서 화장품 사기 바빠요. 제가 지난 번 외국에 다녀왔을 때 화장품만 거의 40만원어치를 샀습니다.” 그러나 이씨의 누나들은 다른 것에는 심할 정도로 돈을 아낀다. 교통비 아끼기 위해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니고, 끼니도 거를 때가 많다. “누나들은 항상 ‘화장품은 얼굴에 직접 닿는 것이니 비싼 걸 사야 한다.’고 하는데, 사실 이해할 수가 없어요. 교통비나 식비는 없어서는 안되지만, 화장품은 기호품이잖아요. 그런데 굳이 비싼 걸 사려는 것을 보면 이해를 못하겠어요.” 직장인 민모(26)씨는 하루에 두번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찾는 여자친구가 한심하다. 점심식사와 저녁식사가 끝나면 민씨의 여자친구는 항상 커피 전문점을 찾는다. 커피를 ‘밥먹듯’ 먹는 셈이다. “지난해에 ‘된장녀 논란’이 있었잖아요. 딱 제 여자친구 얘기였습니다. 한 잔에 4000원이 넘는 커피를 항상 먹는 겁니다. 쉽게 말해 하루에 책 한권씩 길에 버리는 거죠.” 솔직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여자 친구의 커피 값이 당황스럽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커피를 먹는 여자 친구의 모습에 쓴웃음밖에 안 나온다. “몸에 좋지도 않은 커피를 허구한 날 먹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여자친구는 ‘하루에 한 번 커피를 마셔야 직성이 풀린다는데 솔직히 이해가 안 돼요.” ●그 많은 잠옷·모자·구두는 어디에 쓰려고… 직장인 박모(26)씨의 여자친구는 잠옷에 유난히 집착했다. 그것도 키티나 미키마우스와 같이 유치한 캐릭터가 있는 귀여운 잠옷을 보면 꼭 사야 직성이 풀렸다. “비싼 잠옷도 서슴지 않고 사곤 했습니다. 정말 사기 싫은데 커플 잠옷을 사자고 졸라서 입지도 않을 미키마우스 커플 잠옷을 산 적도 있죠.” 박씨의 여자친구는 티셔츠만큼이나 잠옷이 많다. 봄부터 겨울까지 4계절 잠옷이 각양각색이다.“잠옷을 입고 자야 마음이 편하다고 합니다. 본인이 편하다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직장인 김모(26)씨는 패션 소품에 광적인 여자친구가 답답하다. 모자만 20개가 넘으니 옷을 헤아리는 것은 불가능할 지경이다. 아직 학생이라 부모님께 용돈을 타 쓰는 처지이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패션상품을 수집한다. “처음엔 매일 입고 나오는 옷이 달라 ‘패션감각이 뛰어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여자친구 집에 놀러 갔던 날 입을 다물 수가 없었죠. 이건 방이 아니라 옷가게를 차려도 되겠더라고요.” 김씨는 그 뒤 ‘옷값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하는 게 아니냐.’고 진심어린 충고를 했지만 ‘쇠귀에 경읽기’였다. 여자 친구의 수집행각은 멈출 줄 몰랐고, 그의 컬렉션은 끊임없이 늘어났다.“자기에게는 옷 사는 일이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래요. 그런데 주변에 이런 친구들이 많다며 ‘너는 여자를 모른다.’고 도리어 면박을 주더군요. 여자들은 대체 왜 그런가요?” 직장인 이모(28)씨는 선물로 꽃을 요구하는 여자친구에게 불만이 많다. 어차피 하루이틀 책상에 올려 뒀다가 시들면 버릴 것인데 돈주고 사달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 “꽃은 가격에 비해 효율이 낮잖아요. 보통 꽃다발 하나에 몇만원씩 하지만, 정작 값어치는 2000원도 안 될 것 같거든요. 그런데 여자친구한테 이 말을 했더니 어이없어 하더군요.” 그러나 꽃을 요구하던 여자친구의 집념(?)은 끝이 없었다. 여자친구는 직접 꽃을 사서 이씨에게 쥐어준 뒤 되돌려 받기까지 했다. 엎드려 절받는 격이다. “결국 바라던 꽃을 사주게 됐죠. 하지만 아직도 이해가 안 가요. 왜 여자들은 꽃만 보면 미치는지….” ●마른 사람이 왜 ‘경락마사지’에 돈을 쏟아 붓지? 직장인 이모(25)씨는 다이어트를 위해 돈을 쓰는 여자 친구가 때로는 한심하다. 전혀 살 뺄 이유가 없어 보이는 데도 한 번에 수만원을 호가하는 경락 마사지를 받으러 가는 것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전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에요. 우리나라에서는 유난히 여성의 외모에 대한 압박이 강하잖아요. 그런데 여자친구는 정말 마른 체형이거든요. 살빼겠다고 비싼 돈 들이면서 경락마사지 받는 것을 보면 너무하다 싶어요.” 이씨는 여자친구가 경락마사지로 팔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며칠 고생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본인이 워낙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그만 하라고 말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말한다. “본인이 절실히 원하는데 어쩌겠어요. 지금도 저는 ‘돈 낭비’로 보이지만, 여자친구가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게 더 급한 것일 수도 있겠죠.” 이경원 김정은 황비웅기자 leekw@seoul.co.kr
  • [지방시대] 명품도시 울산을 향하여/김선범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

    이 달초 울산을 다녀간 정부합동 감사반의 지적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태화루 아래 선상 카페에서 감상하는 폭포수, 수변의 오페라 하우스, 수벽 스크린으로 보는 영화, 요트장과 남산 케이블 카, 연어 이벤트, 형형색색 조명 받은 다리들….” 딱딱할 것 같은 감사반의 이런 권고에 ‘환상적인 이야기’라는 반응과 ‘발상의 전환을 위한 충고’라는 등 여러 반응이 일었다. 조금은 꿈같은 아이디어의 실현성 여부는 차치하고, 변화하는 도시 울산의 미래와 생태도시를 향한 발길에 힘을 실어준 고맙고 신선한 충고로 받아들이고 싶다. 시꺼먼 매연에 찌들어 있는 공해도시로만 생각했던 울산 한복판, 전국 수영대회가 열리고 연어가 돌아오는 태화강에서 감사반들이 얼마나 깊은 감명을 받았기에 그런 ‘낭만적’인 권고를 쏟아냈을까. 아마도 깨끗한 생태하천으로 되살아난 태화강의 변신에 감동한 나머지 그런 ‘환상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돌아갔는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런 권고가 울산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아주 높게 평가한 결과라는 사실이다. 여건도, 의욕도, 가능성도 없는 도시에 그런 권고는 무의미하다. 이제 세상이 변한 만큼 울산도 변해야 한다. 먹고살기에 급급했던 과거, 환경이야 어떻든 두 발을 뻗고 잘 수 있는 집이면 됐지만 이제는 ‘조망권’에 ‘일조권’에 ‘경관’을 따지고 삶의 질과 주거의 질을 강조하는 시대다. 이제 ‘도시 경관’은 도시생활에서 선택 아닌 필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사실 울산은 도시경관에 관한 한 선구적인 도시다. 지금은 많은 도시가 경관 관련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울산시는 1996년 건축행정과를 도시미관과로 바꾸었고 2001년 ‘도시경관 종합기본계획’을 수립해 경관의 골격과 가이드 라인을 설정했다. 나아가 2005년에는 ‘태화강변 경관계획’을 세우고 경관관리 지침까지 만들어놓은 상태다. 또 울산 남구도 내년 1월 ‘도시디자인과’를 신설해 도시경관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개선, 관리할 참이다. 울산은 국부를 창출해 온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산업 수도’이지만 그동안 공해도시의 대명사로 공장의 검은 연기를 연상시킨 도시였다. 그런 도시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태화강이 수영대회와 연어의 생태하천으로 거듭나는 모습에서 엄청난 가능성과 잠재력을 확인했다. 도시정책의 일관된 추진이 얼마나 대단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체험하고 있다. ‘울산발 인사실험’도 성공적이고,‘울산발 생태실험’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이제 ‘경관 실험’,‘디자인 실험’이 시작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공간 인식의 대전환이 전제돼야 한다. 도시경관은 어느 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 110만 시민 모두를 위한 공공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일부터 시작돼야 한다. ‘창조도시’(The Creative city)의 저자인 영국의 찰스 랜드리(Charles Landry·유럽 최고 문화컨설팅 조직회사인 코미디아 설립자로 도시혁신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는 “궁극적으로 도시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도층의 자질”이라고 했다. 또 도시 지도층의 5대 핵심 덕목의 첫째는 예지(foresight)라고도 했다. 여기에 집중력·호기심·개방성·창조성·협동성·조직력·결의까지 갖추고, 시민의 창의성을 도시의 기풍(ethos)으로 진작시키는 분위기만 살려간다면 공해도시에서 생태도시, 디자인 명품도시로 만드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이다. 김선범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
  • 강북구 곳곳에 문화가 넘친다

    강북구 곳곳에 문화가 넘친다

    우이천 산책로에서는 분위기 있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민원 서류를 떼기 위해 찾은 강북구청에서는 미술작품 감상이 가능하다.200여개의 알찬 문화강좌가 삼각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연중 열리고 있다. 강북구 곳곳에 음악이 흐르고 미술과 문화가 넘친다. ●분위기에 맞게 변화하는 음악 21일 강북구에 따르면 내년부터 우이천 쌍한교∼월계2교에 이르는 3.05㎞의 산책로와 자전거도로에서는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운동 나온 주민이 많은 이른 아침에는 신나는 대중음악이 들리고 오전이나 오후 한적한 시간에는 산책객을 위해 감미로운 경음악이 흐른다. 밤에는 낭만적인 클래식 음악이 나온다. 이를 위해 이 구간의 가로등 128개에 10W나 20W 스피커를 설치하기로 했다. 25m 간격의 스피커는 주변 주택가에 소음피해가 없도록 산책로를 향하도록 한다. 산책로 곳곳에 마련된 간이운동 장소에서도 몸을 풀면서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민원서류 떼면서 미술감상 요즘 구청 본관 현관의 갤러리에서는 아마추어 지역 작가들의 미술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구청에 민원서류를 떼러 왔다가 환한 조명을 받아 빛나는 캔버스 앞에서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 주민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어린 자녀에게 이것저것 설명해주는 주부도 있다. 현관의 작은 여유공간(25.5㎡)이 주민들을 위한 상설 갤러리로 바뀐 것이다. 갤러리는 주민들에게 바쁜 생활 속에서 예술 작품을 잠깐 감상하고, 관공서의 딱딱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아마추어 예술단체, 교양강좌 수강생, 직원동아리 등 누구나 신청만 하면 전시회를 열 수 있다. 수석전, 난 작품전, 옹기 전시회 등이 줄을 지어 전시를 기다리고 있다. 본관 현관을 나와 구청 광장 분수대 앞에서는 수시로 정기음악회가 열린다. 지난 여름밤에는 주민들에게 낭만을 선사하는 장소가 됐다. ●연중 208개 교양강좌 개설 다음달 1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삼각산문화예술회관에서는 3개월 과정의 ‘강북문화대학’이 열린다. 개설강좌는 총 208개로 다른 자치구에 비교해 많은 편이다. 특징별로 묶어서 ‘엄마랑아기랑 과정’은 아이스콜 블록, 신체발달놀이, 오감발달놀이 등 아기들의 발달을 돕는 프로그램이다.‘유아강좌’는 EQ미술심리, 뮤지컬 잉글리시, 동화구연 등 어린이 창의력 개발에 도움을 준다.‘성인강좌’에는 프레스 플라워, 피부관리, 천연비누 만들기 등이 있고,‘자격증 강좌’에는 한식조리사, 제과·제빵, 미용사 등이 있다.‘직장인을 위한 야간강좌’에는 다이어트 재즈댄스, 필라테스 요가, 벨리댄스 등이 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이종현의 나이스샷] 도박 골프와 내기 골프

    아마 한국 사람처럼 내기 좋아하는 민족도 드물 것이다. 친구나 혹은 가족 간에도 “내기 할래?”란 말을 자주 한다. 최근 A골프회원권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골퍼 85% 이상이 내기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캐디피, 식사 정도이며 내기를 통해 딴 돈을 집으로 가져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필자 역시 적당한 내기는 플레이를 좀 더 흥미롭게 하는 데 좋은 윤활제란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일부 몰상식한 골퍼들로 인해 건전한 골프가 국민들의 원성을 사는 나쁜 이미지로 각인돼 안타깝다. 얼마 전에도 자신의 골프 실력을 숨기고 재력가에게 접근해 ‘내기골프’로 2억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적발된 바 있다. 이들은 내기 골프가 아니라 사기 골프를 한 것이다. 전문가 행세를 한 이들은 골프를 구실로 문란한 섹스와 마약까지 일삼았다고 하니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음이 틀림없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 외에도 이른바 ‘골프 타짜’들이 필드를 누비고 다니고 있음은 통탄할 노릇이다. 골프장이 좋은 이유는 자연에서 맑은 공기와 밝은 햇살을 받으며 푸른 잔디를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탤런트 배용준은 “골프장 그늘집에 들러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 골프가 좋다.”고 했다. 또 가수 유익종은 “자연에 나와 바람과 나뭇잎, 빗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 골프가 좋다.”고도 말했다. 이런 골프장에 서슬퍼런 눈빛의 ‘전문 타짜’들이 나돌아 다닌다는 건 유쾌하지 않다. 내기는 재미를 벗어나서는 안될 일이다. 변호사 S씨는 “평소 내기를 안 하다가 동반 플레이어와 너무도 건조한 것 같아 식사 내기 정도를 즐긴다.”고 한다. 잘 아는 후배는 “아내와 골프 치면서 내기 조건은 내가 지면 아내에게 뽀뽀해 주고. 아내가 지면 나에게 뽀뽀해 주는 것”이라고 한다. 낭만적이다. 이젠 “얼굴 시커먼 골퍼와 웨지 3개 이상을 가지고 다니는 골퍼, 롱아이언 3개 이상 가지고 다니는 골퍼와는 내기를 하지 말라.”는 농담도 할 수 없을 것 같다.“골프장 나와 돈 따서 직원들 월급 준다.”는 1980년대 모 기업 사장의 낭만적인 조크도 이젠 함부로 할 말이 아니다. 전문화하고 조직화하는 도박 골프는 분명히 근절돼야 한다. 골프장과 골프협회, 관공서와 골퍼가 나서서 뿌리 뽑아야 할 일이다. 아내와 자식, 또는 며느리와 사위가 팀을 이뤄 따뜻한 해장국을 내기로 건 골프의 낭만이 사라질까 두렵다. 레저신문 편집국장 huskylee1226@yahoo.co.kr
  • 지방 도심하천 되살아난다

    지방 도심하천 되살아난다

    서울 청계천 복원 등의 영향으로 지방의 각 자치단체도 도심 하천 살리기에 안간힘이다.18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하천의 콘크리트 옹벽을 걷어 내고 자연형으로 되돌리는 사업을 활발히 펴고 있다. 이 때문에 10여년 전만 해도 악취를 풍기던 하천의 생태환경이 서서히 되살아 나고 있다. ●악취 옛말… 수영대회 열리는 태화강 울산의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태화강은 1991년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11.7으로 심한 악취를 풍겼다. 하지만 울산시가 10여년간 강살리기 사업에 나서면서 2005년부터 수질이 상류 0.8, 하류는 2.7을 기록하는 등 1∼2급수 수준으로 맑아졌다. 한때 사라졌던 물고기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은어·참몰개·누치·버들치·꺽지 등 많은 어종의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 하류엔 매년 청둥오리·고니·괭이갈매기·쇠백로·가마우지 등 48종 4만 2000여마리의 철새가 날아 든다. 대숲 8만 5000㎡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고 호안도 자연형으로 바꿨다. 지금은 매년 수영대회가 열릴 정도로 시민들이 즐겨 찾는 도심공원으로 변모했다. ●광주천 중류 2급수 수준 회복 무등산 계곡에서 발원한 광주천은 19.2㎞의 도심을 가로질러 영산강과 만난다. 그러나 수원 부족으로 상류의 평균 수심이 10㎝에 불과하다. 가정에서 배출하는 오폐수 등으로 한때 각종 부유물이 떠다니는 ‘죽은 강’이었다. 광주시는 2004∼2009년 모두 626억원을 들여 전 구간을 자연형 하천으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상류인 원지교∼중류인 광천 2교 4.7㎞의 호안 콘크리트를 걷어 내고 부들 등 수생식물을 심고 억새 군락지를 조성하는 등 자연형으로 복원했다. 수질은 상류가 1급수인 1.5∼1.8으로 측정됐고, 중류는 5.2에서 3.4으로 2급수 수준으로 회복됐다. 최근부터 황조롱이·새매·말똥가리·왜가리 등 62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류 역시 줄몰개·버들치·갈겨니·잉어 등 6과 13종이 살고 있다. 요즘은 낚시꾼이 간간이 눈에 띄며, 시민들이 산책코스로 애용하고 있다. ●대전 갑천선 멸종위기 조류 다수 확인 대전에는 갑천(73.8㎞), 유등천(44.4㎞), 대전천(24㎞) 등 142.2㎞의 3대 하천이 도심을 가로지른다. 몇년 전부터 이곳에는 철새가 수천 마리씩 떼지어 찾아 오는 도래지로 변했다. 최근 3대 하천의 조류를 조사한 결과 갑천만 해도 논병아리 등 여름철새 47종 및 겨울철새 53종이 관찰됐다. 천연기념물인 원앙(327호)·황조롱이(323호)·큰고니(201호)와 말똥가리·흰목물떼새·흰꼬리수리·새홀리기 등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도 눈에 띈다. 신상순(33·여·대전시 동구 삼성동)씨는 “최근 흰새 등이 하천에 날아 다니면서 몇년 전까지도 삭막하던 도시가 낭만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내년 4월 말까지 3대 하천이 만나는 한밭대교 아래 물을 대천천 상류로 끌어 올려 현재 최저 5㎝인 대전천 수심을 10∼30㎝까지 높이고, 콘크리트 호안을 자연상태로 바꿀 계획이다. ●생활하수 차단·물 끌어들여 정화 대구 도심을 가로지르는 신천 수질도 크게 개선됐다.1993년 18.2이던 BOD가 지난 7월 1.2으로 대폭 낮아졌다. 이로 인해 버들치 등 36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있으며, 쇠백로 등 23종의 조류가 생활터전으로 삼고 있다. 청정수역에서만 서식하는 천년기념물 330호 수달도 확인됐다. 대구시는 1991년 ‘페놀사건’ 이후 신천으로 유입되는 모든 생활하수를 차단하는 등 수질 개선사업을 꾸준히 추진했다. 하류의 물을 도심쪽 상류로끌어 들여 유량 부족을 해소했다.2010년까지 신천의 수질을 1급수로 끌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구 한찬규·대전 이천열·울산 강원식·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요리전문가 김수진의 계절별미 오감만족] 펄속의 산삼 가을낙지

    [요리전문가 김수진의 계절별미 오감만족] 펄속의 산삼 가을낙지

    가을하면 결실의 계절이다. 또 낭만적인 시상이나 글이 저절로 떠오른다고 하는데, 필자는 풍성한 계절을 맞이하여 어떻게 하면 맛있고 아름다운 모양의 음식을 만들까 하는 생각만 하고 있으니 자연스러운 직업 의식이 아닐까. 식물이나 동물은 여름에 잘 먹어서 가을이 되면 몸에 영양이 넘친다. 먹이사슬의 최고점에 있는 인간은 그런 음식을 잘 섭취해서 겨울나기에 대비하느라 계절 별미를 통해 체력보강을 한다. 이 풍성한 계절에 또 하나 떠오르는 말이 있다. 다름 아닌 ‘봄 조개 가을 낙지’다. 그야말로 이 가을에 영양이 넘치는 낙지의 계절이다. 낙지는 펄속의 산삼이라는 말과 같이 다산 정약용은 ‘자산어보’에 “말라빠진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만 먹여도 벌떡 일어난다.”라고 기술하였다. 낙지는 문어목 문어과의 연체동물이며 몸은 몸통, 머리, 발로 되어 있다. 몸통에는 심장, 간, 위, 장, 아가미, 생식기가 들어 있으며, 몸통과 발 사이의 머리에는 뇌가 있고 좌우에 한 쌍의 눈이 있다. 여덟개의 발은 머리에 붙어 있고 1∼2열의 흡반이 있어 바위에 붙거나, 또 게와 조개를 잡아 먹을 때 사용한다. 영양적으로는 인, 철분, 비타민, 코발트, 망간 성분이 있어 빈혈 예방과 스테미너에 좋으며 콜레스테롤을 방지하는 DHA가 함유되어 있다. 지방은 거의 없어 여성 미용에도 좋다. 낙지의 주성분은 단백질이며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많아 그 영양가가 매우 높다. 아울러 비타민B2가 함유되어 있어 허약체질인 사람에게 아주 좋다. 낙지에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이라는 것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우리 몸의 피를 맑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가끔 퀴즈에서 ‘낙지와 오징어의 발이 몇 개인가.’하는 문제가 나온다. 정말 헷갈리기 십상이다. 낙지는 영어로 이름이 Octopus minor이다.octo가 라틴어로 숫자 8이며 pus는 발이라는 뜻이다. 새 중에 뻐꾸기는 남의 집에 자기 알을 슬쩍 낳는다. 낙지 또한 게를 잡아 먹고 그것도 모자라 게집에서 버젓이 사는 뻔뻔한 동물이다. 연체동물이니 펄을 파고 집을 지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푸드앤컬처코리아 원장 ■ 연포탕 재료 및 분량 세발낙지 2마리, 모시조개 200g, 배추잎 2장, 대파 1/2대, 청·홍고추 각 1개, 무 200g, 물 4컵, 다진마늘 1큰술, 소금. 만드는 방법 1. 세발낙지는 머리에 칼집을 넣어 먹물과 내장을 빼고 소금으로 문질러 여러번 씻고 낙지가 꼬들꼬들 해지면 5㎝길이로 썬다. 2. 모시조개는 연한 소금물에 담가 해감한 뒤, 맑은 물에 헹구어 건진다. 3. 냄비에 물 4컵을 넣고 물을 끓인다. 물이 끓으면 2의 재료와 소금을 넣어 조개 입이 벌어질 정도로 삶아 불을 끄고 조개는 건져 따로 두고 국물은 면 보자기에 거른다. 4. 배추는 끓는 물에 데쳐 3㎝길이로 썰고 청·홍고추와 대파는 어슷 썬다. 5. 뜨겁게 달구어진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1의 손질한 낙지를 재빨리 볶고 뚜껑을 덮어 속까지 익힌다. 육수를 부은 다음 2와4의 재료에 다진마늘을 넣어 끓인다. 싱거우면 소금으로 간을 한다. ■ 양배추를 이용한 낙지볶음 재료 및 분량 양배추 1/2포기 , 낙지 300g (맛술 2큰술), 홍고추 1개 , 식용유 1큰술, 소금 1작은술, 들기름 1큰술 , 후추 1작은술, 녹말 1큰술, 양념장고추기름 1큰술, 고추장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간장 1작은술, 마늘즙 1큰술, 양파즙 1큰술, 낙지데친물 2큰술, 맛술 1큰술, 생강즙 1큰술, 참기름 1큰술, 물엿 1큰술, 후추1/2 작은술. 만드는 방법 1. 양배추를 곱게 채썰기 한다. 소금, 후추를 넣어 들기름에 소량씩 볶아낸다. 2. 홍고추는 동그란 모양 그대로 썬다. 3. 낙지는 7㎝길이로 썰고 맛술을 넣어 슬쩍 데쳐 물기를 제거한 후 녹말을 무쳐둔다.(낙지 손질은 연포탕과 같습니다) 4. 양념장을 팬에 졸이듯 볶다가 낙지를 넣어 슬쩍 볶아 낸 다음, 양배추 볶은 것을 소량씩 담아 낙지를 위에 올려 접시에 담아 낸다. 푸드스타일링:김경화·정다희, 사진 촬영:박준선
  • [강유정의 영화in] 비커밍 제인

    [강유정의 영화in] 비커밍 제인

    로맨틱 코미디 하면 떠오르는 영화들이 있다.‘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노팅힐’‘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등 말이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말은 결국 희극으로 끝나는 로맨스임을 그 이름에서 명명백백히 선언하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이뤄지지 않는 인연은 없다는 뜻이다. 어떤 식의 곤란을 겪는다 할지라도, 로맨틱 코미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들은 결혼을 하든, 연인이 되든 둘 중 하나의 상태에서 관객에게 결별을 고한다. 그 이후의 연애, 결혼 생활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몰라도 관객은 뿌듯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선다. 로맨틱 코미디의 원조격이라면 ‘어젯밤에 생긴일’ 등의 스크루볼 코미디라고 대답하는 것이 옳겠지만 내 생각에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이 더 적합해 보인다. 한미한 집안의 딸들이 하나같이 명망있는 재산가의 상속남들과 결혼하는 ‘오만과 편견’이나 ‘센스 앤 센서빌러티’만 해도 그렇다. 실상, 제인 오스틴이 살았던 19세기 영국에서는 노처녀들의 삶이란 가혹하기 그지없었다. 결혼하지 못한 여자들은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도 없었기에 20대를 고스란히 부모의 짐이 되거나 형편없는 임금의 가정교사로서 일생을 마쳐야 했기 때문이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을 보면 대부분 낭만적 연애 끝에 결혼에 도달하지만, 당대 현실은 정반대였다. 결혼은 낭만보다 조건, 사랑보다 금전에 따라 결정되었고 연애는 그 이후의 문제였다. 낭만이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19세기 영국의 결혼. 그런 의미에서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 나타난 낭만적 연애 서사들은 현실이라기보다 환상이자 꿈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오만과 편견’‘센스 앤 더 센서빌러티’는 낭만적 연애 결혼의 꿈을 말랑말랑하게 직조해낸 격조있는 로맨스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언 감독이 연출한 ‘센스 앤 더 센서빌러티’는 오스틴의 작품이 지닌 섬세한 매력을 싱그러운 사랑의 두근거림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격정적 사랑을 꿈꾸는 여동생과 봄날 오후의 때늦은 비처럼 감정을 다스리는 언니의 사랑, 대조적 인물들의 연애담은 섬세한 뉘앙스와 오묘한 표현으로 넘실댄다. 한편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인 워킹 타이틀사에서 만든 ‘오만과 편견’은 누군가를 발견하고, 그리워하고, 의심하다, 결국 고백하고 마는 난해한 감정의 흐름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사랑하는 여자의 집안을 모욕하는 “오만”과 남자의 주변에 떠도는 험담을 무조건 믿어버린 “편견”으로 인해 먼 우회로를 거쳐야 했던 엘리자베스와 다시는 결국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형편없는 재산과 단정치 못한 동생을 가진 엘리자베스이지만 그녀의 교양과 재치는 낭만적 사랑이라는 환상을 가능케 한다. 실제 가난하다는 이유로 결혼할 수 없었던 제인 오스틴에게 있어 낭만적 사랑은 신화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조건이나 재산을 무시한 순수한 결혼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이러한 결말은 행복한 환상을 부추기기에 충분하다. 비록, 낭만적 사랑은 영화 속에서나 찾아 볼 수 있어도 말이다. 영화평론가
  • 나는 세상을 떠도는 집/조병준

    사는 게 억울한 사람은 어떤 시를 쓸까? 그렇게 쓴 시가 그에게 혹은 이 시대에 해원(解寃)의 칼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화해의 손짓이나 용서의 포옹이 될 수 있을까. 자유기고가로, 따뜻한 산문 쓰기와 번역 일에 몰두해 온 조병준의 처녀시집 ‘나는 세상을 떠도는 집’(샨티 펴냄)은 이런 물음에 정직하게 답한다. 그는 “억울한데, 억울하니까 뭔가 세상에 대해 궁시렁궁시렁이라도 해야 살 수 있는데, 생각해 보니, 그 궁시렁궁시렁이 시가 되었나보다.”라고 말한다. 적어도 그의 삶에 있어 시는 유의미한 자기고백인 셈이다.‘아들의 머리,5월’에서 그는 아버지에게서 나에게로, 내게서 다시 아들로 이어지는 민초의 나약한 존재성을 엄혹한 시대상과 대비시켜 명징한 자기고발의 언어를 빚어내고 있다. “아버지께선 내 머리를 자르셨다/어머니와 할머니께선 마루에서 숨죽여 우셨다/아버지께선 내 귀밑머리를 남김없이 잘라내셨다/밖으로 한 발짝이라도 나가면 넌 내 아들이 아니다/어머니와 할머니께선 마루에서 소리내어 우셨다/머리 긴 젊은 것들은 다 잡아다 죽였다는구나” 이렇듯 그해 5월의 광주, 그 살벌한 척살의 두려움 속에서 아들을 지키기 위해 무력한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당대의 정체성을 함축한 머리카락를 깡그리 자르는 ‘부끄러운 부정(父情)’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아버지, 제 친구들을 찾으러 가야 해요/그 애가 죽었으면 머리카락이라도 찾아와야 해요/아버지께서 가위를 놓고 나가신 뒤/어머니께서 비를 들고 들어오셨을 때/나는 가위를 들어 내 앞머리를 잘랐다/아버지, 언젠가 이런 봄날이 또 다시 온다면/그때 저도 제 아들의 머리를 잘라주게 될까요” 시인은 이제 아버지의 ‘부끄러운 부정’이 자신의 몫이 될 것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 슬프고 억울한 대물림은 기실 우리 역사를 엮어온, 나약하면서도 결코 고사하지 않는 민족성의 근원적 동력의 유전자이기도 하다. 모든 세상의 일들을 오로지 ‘나’의 관점에서 풀어내려는 시인의 자의식은 그래서 더욱 회고적이고 쓸쓸한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나’는 근원적으로 고독하고, 그 모든 나는 어차피 회억(回憶)을 통해 미래를 읽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처럼 모든 현상의 중심에 ‘나’를 세우는 시도를 ‘자신과의 부단한 소통’이라고 설명한다.“확실히 제 시는 개인적이며, 그 때문에 비난도 많이 들었고, 어쩌면 그 주눅 때문에 이제야 시집이 나오게 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제 시에 투영된)슬픔이 아무리 개인적인 것이라고 해도, 그 슬픔의 원형은 보편적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거든요.” 스스로를 주변인으로 규정하는 시인은 자신의 삶에 대한 ‘희망없음’의 확신으로 현실을 말한다. 이를 테면 “누군가 내게 충고했다/나처럼 살아서는 희망이 없다고/절망은 아주 쉬운 일이라고/대꾸하지 못했다/혼자 또 걸으며 중얼거리기만 했다”(‘가볍고 낭만적으로’ 중). 그러나 그 ‘희망없음’이 아주 특별한 상황이라기보다 이 시대를 관류하는 가장 보편적인 의식의 집약이며, 그래서 “전동차가 서울역 지하를 빠져 나왔을 때/언제나처럼 실내등의 절반이 꺼졌을 때/한 사내가 울기 시작했다/소리 내지 않고”(‘물이 되어 흐른 사내’ 중)라는 그의 시 혹은 발언이 곧 우리들의 이야기로 들릴 밖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칙칙폭폭’ 추억의 간이역

    ‘칙칙폭폭’ 추억의 간이역

    어렸을 적 기차역은 단순히 열차를 타고 내리는 곳이 아니었다. 한 고장의 삶과 꿈이 녹아 있는 시작과 끝(始終)의 공간이었다. 보따리 한가득 장에 내다팔 것들을 실은 어머니들에게는 가족의 하루 끼니를 책임지는 중요한 출발점이었고, 고향을 떠나 상경하던 젊은이들에게는 꿈의 시작이었다. 시작하는 이들에게 그 곳은 꿈의 출발점이었고, 결과가 어찌 됐든 도착하는 이들에게는 고향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 주는 첫 풍경, 첫번째 공간이었다. 지금은 퇴락한 채 서 있는 간이역이지만, 단순히 벽돌건물 한 채의 쓸쓸함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커다란 의미가 있다. 이제 곧 한가위. 많은 이들이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향할 게다. 이번 한가위엔 옛 모습을 온전히 간직한 간이역을 찾아 옛 일들을 추억해 보는 건 어떨까. 글 사진 박준규 기차여행전문가 traintrip.kr # 영동선 하고사리역 한국의 간이역들 중에는 특이하게도 마을주민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간이역이 있다. 영동선 양원역과 하고사리역, 지금은 폐역된 경북선 미룡역이 그 주인공. 하고사리역은 도계지역 석탄자원이 개발되면서 1966년 마을주민들에 의해 현재의 역사가 세워졌다. 기차역 하나만으로 사람들이 찾는 경우는 드물지만, 하고사리역은 예외다. 우뚝 서 있는 능수버들이 역무원 하나없는 역을 지키는 풍경이 마치 그림을 그려놓은 듯하다. 시인, 화가는 물론, 별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진 곳. 철도를 주요 주제로 삼는 미술가 김지환씨는 지친 나그네가 머물 만한 쉼터로, 간이역을 노래하는 박해수 시인은 ‘물안개 피어나는 아침 물빛 영혼’으로 표현했다. 아름다운 간이역을 노래한 것이 어디 예술가뿐이랴. 철도여행 마니아들에게는 이미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지금은 열차가 정차하지 않지만, 버스 연결편이 잘 갖춰져 있다. 그림같은 간이역을 가보고 싶은 이들에게 ‘강추’. ▶가는 길 청량리역 안동행 열차→영주역 하차→강릉행 열차→도계역 하차→삼척·동해·강릉·속초행 버스. # 경북선 용궁역 이름처럼 용왕님은 없지만, 한적한 간이역의 정취를 한껏 머금은 곳. 주황색 지붕과 벽면, 의자의 아기자기한 색상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낭만적인 간이역으로 떠나려는 여행자들에겐 딱이다. 용궁역에 내려 따끈따끈한 박달식당 순대국밥을 먹는 건 용궁역 여행의 ‘기본코스’다.4000원이면 순대 한 접시와 느끼함 없는 따끈한 순대국밥을 맛볼 수 있다. 용궁면 소재지에서 택시로 10분 정도 가면 내성천 물줄기가 휘감고 도는 회룡포에 도착한다. 장안사와 회룡포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회룡대를 가는 것도 좋고, 공사장에서 쓰는 구멍뚫린 철판을 이어 놓은 ‘뿅뿅다리’를 따라 드라마 ‘가을동화’의 어린 시절 은서(송혜교)와 준서(송승헌)의 사랑이야기가 있던 회룡포를 거닐어도 좋겠다. ▶가는 길 서울역→동대구·부산·마산·진주행 열차→김천역 하차→영주행 열차 탑승→용궁역 하차.(버스의 경우 영주, 김천, 구미에서 용궁면 소재지까지 이용 가능) # 군산선 임피역 세월이 멈춰선 마을.70년 넘은 임피역이 호남평야 한 쪽에 고즈넉하게 서 있다. 한때 컸을 법한, 그러나 지금은 역무원이 철수한 소박한 간이역이다. 등록문화재가 된 덕에 갑자기 철거될 염려가 줄었으니, 낭만을 꿈꾸는 여행자들이라면 언제라도 찾으면 된다. 역전마을 안으로 접어들면 방앗간 시설물이 보이고, 조금 더 들어가면 ‘신생이용원’이라는 1970년대 간판을 만난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속으로 접어든 것 같은 느낌. 이 동네가 가장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던 1940년대에서 시간이 멈춰선 듯하다. 임피역 구내는 탁 트인 전망과 3칸짜리 통근열차의 왕래로 인해 제법 유명세를 얻었지만, 언제 가더라도 만날 수 있는 사람 수는 5명을 넘지 않는다.4월이면 커다란 벚꽃이,10월이면 노랗게 자란 은행나무 두 그루가 명물이 된다. 아름다운 경치는 어느 간이역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지만, 임피역이 지니고 있는 꾸밈없는 아름다움은 쉽게 접할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2006년 11월까지 근무했던 임피역의 ‘마지막 역무원’ 양선재씨의 말을 빌리자면 밤이면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었단다. 두 그루 은행나무가 밤새 속삭이는 사랑이야기 때문. ▶가는 길 용산, 영등포역→광주·목포·여수행 열차→익산역 하차→군산행 통근열차→임피역. # 중앙선 능내역 정차하는 열차가 없어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곳. 서울에서 가까운 데도, 도시 분위기를 완전히 벗어나 한가한 시골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다산유적지 등 역 주변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곳들도 많다. ▶가는 길 청량리역에서 2228번 버스를 타고 능내역 하차. # 동해남부선 송정역 아담한 역사 앞 마을과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인상적인 곳이다. 백사장의 곡선도 아름답고, 송정해변을 따라 달리는 기차를 타고 해운대까지 갔다오는 것도 재미있다. ▶가는 길 서울역→부전행 열차→부전역 하차→울산행 열차→송정역 하차(부산역, 부전역에서 시내버스로도 이동 가능). # 동해남부선 안강역 불국사역 역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역사를 문화공간으로 바꿨던 최해암 시인이 역장으로 있는 곳. 수시로 그림, 시 작품 전시회를 연다. 가끔 역장이 DJ로 등장해 멋진 음악들을 선사하기도 한다. 기차역의 고정관념을 확실히 깨주는 곳. ▶가는 길 서울→부산·동대구·마산·진주행 열차 탑승→동대구역 하차→포항행 열차→안강역. # 정선선 나전역 꼬마열차로 유명한 정선선의 4대 간이역 중 한 곳.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목조역사인데다, 예쁜 도깨비그림이 그려져 있어 철도마니아뿐 아니라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곳이다. ▶가는 길 청량리역→강릉행 열차→증산역 하차→아우라지행 열차→나전역. # 문경선 진남역, 불정역 진남역은 진남교반과 그 아래를 흐르는 영강의 경치가 일품인 곳.1960년대 지어진 목조 역사의 원형이 잘 유지돼 있다. 불정역은 침대차와 객차 등을 이용해 국내 최대규모의 ‘철도 펜션’으로 거듭날 계획이 추진중이다. 문경새재 등 주변 관광지와의 연계성도 좋다. ▶가는 길 서울역→부산·동대구·마산·진주행 열차→김천역 하차→영주행 열차→점촌역 하차→문경방면 시내버스→진남역(불정마을)하차.
  • KTX 승무원 강추! 칙칙폭폭 여행지 10곳

    KTX 승무원 강추! 칙칙폭폭 여행지 10곳

    기차를 타고 전국을 내집처럼 드나드는 철도공사 승무원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기차 여행지는 어딜까? 코레일투어서비스가 KTX 남녀 승무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기차 타고 가볼 만한 색다른 여행지’로 경춘선 가평역 부근 남이섬이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였던 남이섬은 메타세쿼이아 숲과 북한강의 낭만적인 풍경이 잘 어우러진 곳으로,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라는 평가다. 또 인근의 자라섬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란 것도 추천 이유. 2위는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강원도 정동진역이 차지했다. 해수욕장과 가까운 정동진역도 아름답지만, 무엇보다 해돋이가 일품이다. 동해바다는 물론, 해안도로와 기차역이 한 눈에 가득차는 정동진 조각공원은 반드시 둘러봐야 할 코스라고 덧붙였다. 3위는 강릉∼삼척을 잇는 바다열차의 몫.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넓은 창과 좌석배열, 가족룸과 프러포즈룸 등 승객을 위해 세심하게 준비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4위는 강원도 정선의 레일바이크와 MTB 열차가 선정됐다. 레일바이크는 총 연장 7.2㎞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 싱그러운 자연과 수려한 풍광을 손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맛볼 수 있다. 정선선의 아우라지역에서 내려 셔틀버스나 풍경열차를 타고 구절리역까지 가면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다.MTB열차는 특히 산악자전거 마니아에게 인기. 열차를 개조해 산악 자전거를 실을 수 있도록 했다. 5위는 부산 자갈치 시장과 용두산 전망대에서 보는 천만불짜리 야경이 꼽혔다. 동남아 최대 어시장이며 부산의 명물로 꼽히는 자갈치시장은 부산을 찾는 사람들과 외국인들에겐 해산물의 낙원. 바다내음 가득한 시장에서 싱싱한 회 한 점 입에 넣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용두산 전망대에 올라 부산 시내의 야경을 감상한다면 금상첨화. 이밖에도 영화 ‘밀양’의 촬영지인 밀양의 얼음골이 6위, 국내 하나뿐인 증기기관차가 다니는 섬진강변 전라선 곡성역이 7위, 별이 쏟아지는 대천해수욕장을 품은 장항선 대천역이 8위, 육지 속의 섬 회룡포가 있는 경북선 용궁역이 9위, 환선굴과 대금굴 등 동양 최대의 석회동굴 지대 영동선 신기역이 10위에 각각 선정됐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정한아 장편소설 ‘달의 바다’

    플로베르와 최윤, 폴 오스터를 좋아한다는 스물다섯의 작가 정한아씨가 장편 ‘달의 바다’(문학동네 펴냄)로 문단에 뛰어들었다. 2005년 제4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는 올해 ‘달의 바다’로 문학동네작가상을 탔다. 그가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방바닥을 긁던 시절 써낸 ‘달의 바다’는 우리의 밑그림을 넘어선 세상마저도 긍정하라고 빈 잔등을 쓸어준다. 이제 막 첫발을 뗀 작가는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종일관 웃음을 머금었다.“대전 시골에서 보름만에 한 호흡으로 썼어요. 쓰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밖에 나와 춤추고 다시 들어가곤 했어요. 경운기를 몰고 가던 아저씨들이 가만 쳐다보고 가더라구요.” ‘달의 바다’에서 고모가 보낸 편지와 주인공 은미의 서사는 당당한 꿈과 너절한 현실의 대비를 이루며 맞물린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가 된 고모는 달 표면을 처음 밟았을 때의 감미로운 충격을 전한다. 우주공간과 우주비행사의 현장에 대한 정교한 묘사는 전문서적을 탐독한 덕이다.‘달의 바다’를 걷고 있는 고모와 반대로 언론사 시험에 번번이 떨어지는 주인공 은미와 단짝친구 민이는 평생 원하는 삶에 다가갈 수 없다는 걸 절감한다. 그러나 소설은 작은 반전을 통해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이 거짓말임을 폭로한다. 그 거짓말이 사실보다 더 위안이 된다는 확신은 작가의 믿음이기도 하다. “거짓말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거짓말은 모든 의사소통에서 가장 인간적인 소통의 수단라고 생각하거든요.”‘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아버지’에게 어릴 적부터 거짓말을 듣고 자랐다는 작가는 거짓말 덕분에 자신이 옹졸한 사람이 되지 않았단다. 소설도 거짓말인데 소설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훨씬 아름답지 않으냐고 동그란 눈을 크게 뜬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25) 제주시 추자면 횡간도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25) 제주시 추자면 횡간도

    섬의 모습이 마치 비껴서 길게 누워 있다 해서 ‘빗갱이’라고도 한다. 제주도 북쪽 끝머리에 위치한 횡간도(橫干島). 육지와 제주의 중간 거점이며 동서로 길게 뻗어 추자도로 불어대는 엄동설한의 북풍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한단다. 목포에서 하루 한번 오가는 쾌속선을 탔다. 뱃길 곳곳에 들쑥날쑥 무인도가 나타난다. 하지만 자욱한 물안개 탓에 무려 38개나 된다는 무인도의 경관을 제대로 볼 수 없어 안타까웠다. 추자도 선착장을 거쳐 행정선으로 횡간도에 도착하자 배에서 사귄 전옥분(78) 할머니가 마을까지 동행을 하겠단다. “본래 무인도였던 이 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지는 한 200년 됐지라.” 할머니는 섬의 유래를 꽤 상세히 알고 있었다. ●달성서씨 가문 200년전 개척 조선시대 철종 때 달성서씨(達城徐氏)가 들어와 정착한 것이 시초란다. 마을까지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심하고 바위뿐이어서 행정선에 실려온 생필품을 운반하기 위한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다. 마을 집들은 대부분 키보다 높은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바람이 심한 섬에서 바람막이로 만든 것인데 구불구불 이어진 것이 마치 영화 ‘천국의 아이들’에서 애들이 뛰어 다녔던 골목길을 연상시킨다. 담장에 붙어서 소담한 생명의 미소를 함께 나누는 담쟁이넝쿨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앞을 지나서자 마을에 하나뿐인 공동 우물가에 동네 아낙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다. 주민이라야 고작 15명뿐인 마을에서 식수로 쓰는 우물이다. 하늘의 허락을 얻어야 비로소 생명수를 취할 수 있다고 했던가. 주민들에겐 고맙다 못해 함부로 훼손하기 힘든 영물임에 틀림없다. 척박한 섬에서 물은 생명줄과도 같다. 생명줄을 타고 올라오는 두레박은 아낙들의 수다를 함께 퍼담는 듯 연방 곤두박질을 한다. 내친 김에 정상까지 가보기로 했다. 대문도 문패도 없는 집들을 지나 섬에서 제일 높은 곳에 올랐다. 여기서 나고 자랐다는 김금순(77) 할머니. “예전에 학교 자리였구먼유.” ‘추자국민학교 횡간분교’라는 녹슨 입간판이 폐건물에 걸려 있다. “우리 아그들도 모두 여서 배웠당깨.” 한때는 30명이 넘는 학생들로 북쩍거리고 교사도 3명이나 있었단다. ●이웃 추자도는 ‘닭´, 횡간도는 ‘지네´ 서너평은 됨 직한 교실엔 아직도 몇 개의 책걸상이 남아 있다. 양호실로 쓰였을 작은 방엔 반창고와 약병, 체온계가 아직 그대로 놓여 있다. 정상에서 거침없이 내려다 보이는 아득한 바다. 가늠하기 어려운 거리를 재다 보니 수평선 멀리 제주의 관문인 추자항이 아물거린다. 풍수지리학상 횡간도는 ‘지네’이고 추자도는 ‘닭’으로 비유된단다. 그런 연유로 두 마을 사람들끼리 혼인을 하면 여자가 청상과부가 된다는 속설이 아직도 남아 있다. 섬은 행정구역이 전라도와 제주도로 몇 번씩 바뀌었다. 그래서인지 사투리와 풍습은 전라도와 흡사하다. 농사도 지을 수 없는 고령의 노인만 살아서인지 눈에 띄는 밭은 모두 버려져 있다. 황돔, 흑돔, 농어 등 어종이 풍부하여 연간 100여명의 낚시객이 횡간마을을 찾아온다. 배라곤 보트 2척밖에 없어서 주민들은 먼 바다까지는 나갈 엄두를 못낸다. 근해에서 잡고기와 해조류 등을 채취하는 것이 유일한 수입원이다. ●50년 장기집권(?) 이강설 이장 적막한 섬에 어둠이 밀려온다. 석양 속에서 아직도 물질을 하고 있는 해녀. 섬에서 맞이하는 초저녁 밤은 퍽이나 낭만적이다. 하루 몇 시간 발전기를 돌려 시간제로 불을 밝히는 탓에 적막하지만 멀리 고깃배들의 불빛과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들을 감상하는 것은 도시에서는 상상도 못할 체험이다. 모깃불을 피우며 야참을 내오는 이강설(72)씨는 이장일을 50년 동안 했단다. “제주 사는 아들놈이 모시고 살탱게 섬에서 나오라고 하지유.” 자식들의 권유에도 아랑곳 않고 부인과 둘만이 섬집을 지키는 이유가 있다. “부모님 산소도 돌봐야 허고….” 200년 동안 섬사람들은 평화와 생명의 고귀함을 품고 느끼며 살아 왔다. 횡간도 사람들이 지켜온 느린 시간은 이제 더 이상 ‘과거’가 아니다. 빠름에 지치고 공해에 찌든 사람들이 꿈꾸는 ‘미래’다. 사람 냄새가 그리운 절해고도(絶海孤島)이지만 인간의 여유만큼은 풍족하다. 인심 좋은 할아버지 얼굴에 배어 있는 넉넉한 웃음. 갓 잡은 소라와 함께 건네주는 막걸리 한잔. 고향의 향기가 스며나온다. 글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휴가지서 영화와 눈맞다

    휴가지서 영화와 눈맞다

    호숫바람과 바닷바람을 맞으며 쏟아지는 별빛 아래 영화와 음악을 즐기는 것만큼 낭만적인 휴가가 또 있을까. 충북 제천 청풍호 주변에서 8월9일부터 14일까지 펼쳐지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8월3일부터 5일까지 강원도 강릉 정동초등학교에서 열리는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영화광들의 꿈을 이루어줄 만한 이상적인 지역축제다. ●호숫가에서 영화와 음악을 함께 올해로 3회를 맞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www.jimff.org)는 1회 5만명,2회 8만명에 이어 이번엔 10만명의 참가자를 내다볼 만큼 내실있는 행사로 자리잡고 있다. 올해는 23개국의 영화 71편이 상영된다. 모두 음악을 소재로 삼은 작품들이다. 개막작 ‘원스(ONCE)’는 아일랜드 음악영화로 록밴드 보컬과 작곡가가 남녀 주연을 맡은 현대적 감각의 뮤지컬 영화다. 음악으로 교감하는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가 노래로 전개된다. 폐막작인 폴란드 감독 아그네츠카의 ‘카핑 베토벤’은 가상의 여성을 통해 말년의 베토벤을 새롭게 조명한 작품.‘비밀의 화원’‘토털 이클립스’ 등으로 개성있는 작품세계를 보여준 여성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인다. 한국 음악영화로는 ‘다세포소녀 감독판’‘구미호 가족’‘복면달호’‘삼거리 극장’‘라디오 스타’‘미녀는 괴로워’가 다시 상영된다. 그동안 영화제의 부대행사로 간주돼온 음악 공연을 영화와 함께 행사를 이끄는 쌍두마차로 내세운 만큼 화제의 공연도 적지 않다. 먼저 10년 만에 다시 뭉친 한국 최초의 모던 록 밴드 ‘유앤미블루’의 방준석, 이승열의 재결합이 팬들을 유혹한다. 라이브의 황제 이승환, 감성 보컬리스트 조규찬, 제천 출신 힙합 뮤지션 MC 스나이퍼 등도 호반무대를 뜨겁게 달군다. 청풍호의 한벽루에서는 대금의 이아람, 판소리 서진희, 거문고 팩토리 등 차세대 국악 유망주의 공연이 펼쳐진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저수지 의림지에서는 마당극이 무료 공연된다. ●제천음악영화제 어떻게 즐길까 청풍호의 호반무대에서 영화가 주로 상영되는 제천 시내의 TTC상영관과 제천문화회관까지는 차로 20분 정도 걸린다. 내부순환 셔틀이 제공되며, 버스를 놓쳐 택시를 여러 명이 같이 타면 50% 할인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영화제와 함께 의림지, 박달재, 월악산, 송계계곡 등 제천10경을 즐기는 것도 좋다. 영화제 사무국이 추천한 소문난 맛집으로는 청풍호 주변의 ‘잠박골 송이토종닭집(043-647-3510)’, 민물매운탕이 일품인 ‘얼음골 식당(043-641-6075)’, 비빔횟집 ‘청풍루(043-652-4200)’ 등이 있다. 제천의 별미인 메밀묵 요리 토리면을 ‘아리랑토면집(043-647-8658)’에서 맛보는 것도 기억해 둘 만하다. ●3일간의 바닷가 시네마 천국 강릉시네마테크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여는 제9회 정동진독립영화제(www.jiff.co.kr)는 정동초등학교에서 3일간 저녁 8시부터 열린다. 전세계 유일한 야외 독립영화제인 정동진영화제는 간이역을 지나는 기차소리를 들으며, 쑥모기향 냄새와 함께 맥주도 마실 수 있는 낭만적인 행사다. 영상자료원이 야외상영 설비를 제공해 모든 영화는 무료로 상영된다. 올해는 단편 17편, 장편 2작품이 상영된다. 다큐멘터리, 극영화, 애니메이션 등 장르가 다양하다. 다큐멘터리로는 KTX승무원들이 직접 만든 ‘우리는 KTX승무원입니다’와 고속도로 위 동물의 죽음을 담은 ‘어느 날 그 길에서’ 등이 눈길을 끈다. 모든 상영작은 18m×11m 크기의 에어스크린을 통해 야외 상영된다. 영화가 끝난 뒤 매일 밤 12시 학교 앞에서 강릉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21일 TV 하이라이트]

    ●걸어서 세계속으로(KBS1 오전 10시) 지상에서 가장 낭만적이고 신비로운 섬 하와이. 화산 폭발로 생겨난 하와이는 니하우·카우아이·오아후·몰로카이·라나이·마우이·카호올라웨·하와이 등 8개 섬과 100개가 넘는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2000년이 채 안 되는 역사 속에서도 바닷물에 떠내려 온 수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하와이로 떠나본다.●행복한 여자(KBS2 오후 7시55분) 병원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태섭과 지연은 담담한 척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다. 은지는 깁스를 풀고 최회장은 기분 좋게 은지를 축하하고자 가족 파티를 연다. 지연을 초대한 최회장은 준호와 지연이 재결합하기를 은근히 권유한다. 태섭은 지연과의 결별을 뒤로 하고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문희(MBC 오후 7시55분) 문희는 영철을 찾아가 한나가 아픈 것을 아느냐고 묻는다. 메시지를 들었다고만 대답하는 영철에게 문희는 병원에 갈 줄 알았다고 말한다. 영철은 그 말 하려고 보자고 했느냐며 짜증을 낸다. 문희는 문회장이 하늘이 할머니 송옥희 여사를 만났다는 소식을 전한다. 하늘이 일을 송여사가 알게 되었다는 말에 영철은 벌떡 일어난다.●작렬!정신통일(SBS 오후 6시40분) ‘초특급 리얼 버라이어티 미션 어드벤처’가 펼쳐진다. 귀신으로 변신한 스타들의 특별한 대열연. 유령선의 선장 잭 스페로의 브라이언. 처키의 신정환과 강시로 변신한 이계인, 그리고 저승사자가 되어 온 최기환 아나운서의 깜짝 등장.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스타들의 활약상을 기대한다.●스페이스-공감(EBS 오후 10시)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일상, 갈등, 걱정, 고뇌,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희망을 노래하고 싶었다는 안치환. 어느 때보다 서정적인 감성이 담백하고 정갈한 사운드에 녹아들었다. 안치환이 든든한 음악지기인 밴드 ‘자유’와 새 앨범에 수록된 노래를 위주로 몸과 마음을 다독여줄 따스한 음악을 선사한다.●월드 투데이(YTN 오후 5시30분) 전 세계적으로 미 대륙만 한 크기의 농지들이 모래투성이 땅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열대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코스타리카는 농지를 보호하겠다며 숲 보호정책을 뒤늦게 받아들였지만 이미 60% 이상의 숲이 유실됐다. 하지만 남아 있는 숲을 보존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들을 실험하고 있다.●대한민국 %(KBS1 오후 11시40분) 매일 한 집에 살다보면 가끔은 떨어져 있고 싶을 때도 있다. 부부의 솔직한 마음을 설문 조사했다. 결혼 5년 이하의 아내에게 ‘남편의 출장’을 물었다. 그 결과 ‘남편의 출장이 반갑다.’는 대답이 21%에 이르렀다. 반면 결혼 20년 이상 아내들은 ‘남편이 출장 가면 외롭다.’는 응답이 26%였다.●9회말 2아웃(MBC 오후 9시40분) 세계여행으로 인생을 돌아보고 각오를 다지고 오겠다는 형태가 일주일 만에 돌아온다. 마침 형태네 집에 놀러온 정주와 부딪치고 또다시 으르렁거린다.6개월 동안 형태네 집에서 살기로 약속한 난희는 갑자기 들이닥친 형태에게 나가라고 한다.
  • ‘대장금’ 생쥐의 꿈

    절대미각과 후각의 소유자. 빠른 손놀림. 모든 레서피를 섭렵하고 독창적인 음식을 만들어내는 응용력과 최고의 요리사를 향한 불타는 열정. 이런 모든 것을 갖췄다면 세계 최고의 요리사가 되고도 남을 법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가진 그(?)에게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쥐라는 것. 쥐가 요리사라고? 생각만해도 비위가 상할 법하지만 이런 발칙한 상상력을 맛깔나게 담아낸 영화가 있으니 바로 디즈니·픽사의 3D애니메이션 ‘라따뚜이’다. 제목 ‘라따뚜이’는 쥐를 뜻하는 ‘랫(rat)’과 ‘휘젓다(touille)’를 합친 프랑스어. 주인공 생쥐 레미를 가리킨다. 또한 프랑스 남부의 전통 요리로, 레미가 진정한 요리사로 인정받게 되는 음식을 뜻하는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윤기나는 회색털을 가진 생쥐 레미는 쥐의 관점에서 볼 때 완전 ‘개념상실’이다. 쓰레기나 먹고 사는 쥐떼들 사이에서 항상 음식의 신선도를 따지며 음식 먹는 손은 더럽히는 게 아니라며 두 발로 걷는다.TV 요리프로그램 보기가 취미인 레미의 우상은 유명 요리사 구스토.‘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구스토의 모토에 자극받아 자신의 태생적 한계를 잊고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하는 당돌한 생쥐다. 어느날 급류에 떠밀려 우연히 도착한 파리의 하수구. 운명처럼 구스토의 레스토랑에 들어가 견습생 링귀니를 만나게 된다. 링귀니는 요리엔 젬병. 그를 실직 위기에서 구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레미는 링귀니와 한팀이 돼 숨겨진 솜씨를 뽐내기 시작한다. ‘토이 스토리’‘인크레더블’‘니모를 찾아서’‘카’등 전작에서 기발한 주인공을 내세워 인간의 소중한 가치를 전파해온 디즈니·픽사. 이번엔 생쥐를 주인공으로 편견은 깨뜨리는 것이며 그런 자에게 능치 못할 꿈은 없다는 교훈적 이야기를 풍부한 영상과 재치있는 유머로 버무려 풍성한 상을 차렸다. 영화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생생한 묘사. 얼굴만 봐도 성격이 보이는 정확한 캐릭터 표현, 실사 영화 뺨칠 정도로 정밀하게 담아낸 낭만적인 파리의 풍경과 분주한 주방의 모습, 여기에 김이 모락모락 코 끝에 향긋한 냄새가 느껴질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먹음직스럽게 그려낸 갖가지 요리들이 영화의 풍미를 한껏 돋운다. 갓 구워낸 식빵의 바삭거리는 소리를 들려주는 장면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레미가 링귀니의 머리카락을 운전대처럼 잡고 링귀니를 조종해 요리를 완성하는 설정 또한 기발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쥐떼들이 주방을 점령해 걸리버 여행기의 난쟁이들처럼 합심해 음식을 만들어내는 장면은 정말이지 애니메이션이 아니면 볼 수 없을 장면이다. 한마리도 아니고 우글우글대는 쥐떼들을 이 때말고 언제 또 귀엽게 봐주겠는가.26일 개봉, 전체 관람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다시보는 선데이서울] ‘영원한 샤롯데’ 서승희

    [다시보는 선데이서울] ‘영원한 샤롯데’ 서승희

    [다시보는 선데이서울 - 표지모델편 ⑬] “나이를 까먹지 않고 제대로 먹었거든요. 엄마는 벌써 신랑감을 찾는 것 같아요” 1979년 3월 선데이서울 표지를 장식했던 기사에서 스물한 살 서승희(본명 서미경)가 처녀티가 완연하다는 말에 얼굴을 붉히며 한 말이다. 조선 정조시대의 세도정치가 홍국영과 상노 사이에 얽힌 이야기를 다룬 TBC-TV 드라마 <상노>(1978.7.10~1979.3.31)에서 용녀(龍女) 역을 맡아 한창 인기를 끌고 있던 때다. 아역 탤런트로 활동했던 서승희는 안양예고를 다니던 1977년 제1회 미스롯데로 뽑혀 국내 제일의 ‘얼짱’으로 공인 받았다. 롯데그룹은 TBC-TV와 함께 77년부터 80년대까지 탤런트 겸 자사의 CF모델을 뽑는 미스롯데 선발대회를 공동개최했는데, 뽑히기만 하면 곧바로 탤런트가 될 수 있어 경쟁률이 300대1에 이를 만큼 치열했다. 서승희 이후 원미경, 이미숙, 안문숙, 채시라, 이미연 등 80~90년대의 쟁쟁한 영상 스타들이 이 대회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했다. 미스롯데에 당선되어 광고모델과 탤런트로 활동하며 <방년 18세> <단둘이서> <협객 김두한> 등 10여 편의 영화에도 출연하면서 인기의 절정에 오른 서승희는 80년대 초 돌연 연예계를 떠났다. 76년 로맨틱 코미디 청춘 영화 <단둘이서>에서 함께 주연했던 백윤식은 최근 “서승희는 ‘70년대의 문근영’이라고 할 만큼 아이돌 스타였다.”고 회상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학 가서 공부한다.”며 종적을 감췄던 그녀가 사실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숨겨둔 연인이 됐다는 소문이 연예가를 떠돌기 시작했다. 소문으로 맴돌던 그녀의 행적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88년에 이르러서였다. 83년에 낳은 딸을 5년이나 지난 뒤에 신 회장이 자신의 호적에 입적했기 때문이다. 이후 그녀는 ‘롯데 별당마님’이란 별칭을 얻긴 했지만 사실 연예계에도 재벌가 인명록에도 공식적으로 이름이 올라있지 않은 그림자뿐인 삶이었다. 그녀가 지난 20여 년 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있다. 영화계의 몇몇 지인을 제외하고는 외부인과 전혀 접촉하지 않아 재계 일각에서 불렀던 것처럼 신 회장의 ‘영원한 샤롯데’로 지내왔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샤롯데’는 괴테의 서한체 소설 ‘베르테르의 슬픔’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이미 약혼자가 있는 ‘샤롯데’를 연모하며 금지된 사랑을 하다 결국 자살로 끝을 내리는 베르테르의 이야기를 통해 낭만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의 실체와 비극적 귀결을 그린 작품이다. 여주인공 ‘샤롯데’라는 이름에서 롯데를 따와 그룹의 브랜드로 사용할 만큼 젊은 시절의 신 회장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심취했었다고 한다. 재계에서 서승희를 ‘신격호 회장의 영원한 샤롯데’라는 애칭으로 불렀던 것 역시 그녀가 신 회장에게 ‘샤롯데’와 같은 존재라는 의미에서 붙여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재벌가의 여인 서미경으로 변신하여 지난 20여 년 동안 철저하게 베일 속의 삶을 살아 왔던 그녀가 요즘 뜻하지 않게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한때 롯데에서 근무했던 오빠와 함께, 롯데시네마의 매점을 운영하는 유원실업과 유기개발이라는 회사의 경영진으로 등재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신 회장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경영하는 회사에 롯데시네마 매점의 운영을 맡기는 것은 부당지원행위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연예계 스타에서 재벌가의 여인으로 그리고 다시 경영인으로 변신한 그녀의 삶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표지=통권 536호 (1979년 3월 4일) 박희석 전문위원 dr39306@seoul.co.kr
  • “李·朴후보 아킬레스 신드롬에 빠져 있다”

    “이명박·박근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자신의 약점은 한사코 은폐하면서 상대방의 치명적 약점을 공격하려는 비정상적 심리 상태인 ‘아킬레스 신드롬’에 빠져 있다고 생각합니다.”●李 `대세주도형´… 朴 `중성적 리더십´ 최진(고려대 연구교수)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오는 18일 오후 1시 열리는 ‘한국의 국가경영전략과 대통령 리더십’ 토론회에 앞서 13일 공개한 발표문 ‘2007 대선주자의 리더십과 대중심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토론회는 (사)21세기경제사회연구원 부설 좋은나라포럼(공동대표 장호완 서울대 교수연합회장)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2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최 소장은 발표문에서 “성과지상주의자인 이 후보 입장에서 볼 때 박 후보는 성과를 인정하지 않고 과정상의 흠집만 지적하는 답답한 사람이고, 반대로 완벽주의자인 박 후보 입장에서 볼 때 이 후보는 성과에 급급해 흠집이 많은 불안한 사람이기 때문에 서로 인정하지 못하고 싸우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후보는 ‘대세주도형 리더십’, 박 후보는 ‘중성적 리더십’,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낭만적 지사(志士)형’이라고 정의했다.●“빙산의 몸통을 잡아라” 그는 “이 후보와 박 후보의 지지도와 검증 공방 등은 바다 위에 떠있는 ‘빙산의 일각’이고, 대다수 국민들이 마음 속으로 갈구하는 경제와 안정이 ‘빙산의 몸통’이므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빙산의 몸통을 잡으려고 노력하면 지지도가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선을 좌우할 5가지 핵심 변수로는 대중심리, 안정적 경제지도자로서의 후보이미지, 주자들 간의 파트너십, 지역구도, 여성층의 표심을 꼽았다. 범여권 주자들의 낮은 지지도는 노무현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반발 심리, 대선 주자들의 리더십 각인 부족, 경제지도자로서의 기대감 형성 실패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가경영전략’을 주제로 발표하는 임양택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학장은 “대통령은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의 지도자이므로 동북아평화라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면서 “국내에서는 고통을 다독거리고 희망을 제시하는 어른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소 창립 14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학술토론회는 총 3부와 식후행사로 진행되며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식후 행사에서는 감사패·위촉장 수여와 직능단체별 3333명의 회원을 발표한다.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 in] 트리스탄과 이졸데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 너머의 사랑. 이 공식이야말로 수많은 연애 서사의 근원이다. 왕의 아내를 사랑한 신하, 적의 딸을 사랑한 병사처럼 극복할 수 없기에 그 사랑은 더 숭고해 보인다. 케빈 레이놀즈 감독의 작품 ‘트리스탄과 이졸데’ 역시 그렇다. 12세기 켈트족 신화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사랑에 관한 가장 오래된 고전 중 하나이다. 운명적 우연과 돌이킬 수 없는 정염의 소용돌이 속에 펼쳐지는 피비린내 나는 전투,‘트리스탄과 이졸데’는 격정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연애 서사시이다. 켈트족 신화 속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은 신화의 속성상 운명의 장난에 가깝다. 사랑의 묘약을 잘못 나눠 마신 두 젊은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줄거리이니 말이다.‘로미오와 줄리엣’의 원형이라고도 할 수 있을 이 신화 속에서 트리스탄은 슬픔에 빠져 죽고 이졸데도 따라 죽는다. 영화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환상적 성격이 강한 신화를 역사적 배경을 근간으로 한 연애 서사시로 각색해 냈다. 아일랜드와 영국간의 오래된 갈등이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로 전치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모를 죽인 적국의 여인을 사랑한 트리스탄과 그를 구해준 생명의 은인인 이졸데, 이 보편적이면서도 오래된 구성은 지금까지도 자유롭지 못한 두 나라의 갈등 위에서 팽팽히 진행된다. 바그너의 오페라로도 잘 알려진 이 이야기의 힘은 금지된 사랑에 대한 열망으로 압축된다. 적국의 여인이기에, 그리고 충성을 다짐한 영주의 아내이기에 열정은 더해간다. 친구의 아내를 사랑했던 바그너가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야기를 선택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윤리와 법이 금지한 사랑에 빠지는 것은 통속적이지만 가장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사건임에 틀림없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또 하나의 매력은 몸과 칼이 부딪치는 원시적 전투의 생명력이다. 특별한 기계적 도움 없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촬영된 전투 장면은 고전적 로맨스의 질감을 강화해낸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가득찬 스크린에 익숙해진 눈에 투박한 질감으로 완성된 12세기 영국 풍경은 독특한 아우라를 제공한다. 고전적 로맨스의 질감은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성적 사랑뿐만 아니라 마크 영주와 트리스탄 간에 충성과 신의로 맺어진 남성적 관계에서도 발견된다. 사랑하는 여인을 빼앗긴 안타까움만큼이나 격정적인 트리스탄의 눈빛은 두 여인을 사이에 둔 갈등보다 더 절절하게 받아들여진다. 품위 있고 격조 있는 영주 역할을 한 루퍼스 스웰 역시 마찬가지이다. 트리스탄의 죽음으로 끝나는 이 드라마에는 엄밀히 말해 새로운 이야기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오래 묵은 로맨스는 보는 이의 가슴을 들뜨게 한다. 금지된, 장애물 너머의 사랑이 인류의 영원한 서사일 수밖에 없음을 확인시켜 주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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