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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9%가 ‘봄날 부상’… 그대여, 봄바람 휘날리며 달리는 건 참아요

    29%가 ‘봄날 부상’… 그대여, 봄바람 휘날리며 달리는 건 참아요

    봄은 운동의 계절, 곧 ‘부상의 계절’이라는 걸 아는가? 행정안전부에서 매년 발표하는 ‘재난연감’의 2013~2017년 5년간 생활체육 사고 평균치를 살펴보자. 3월(247.8건)부터 조금씩 늘어나다가 5월에는 1년 중 가장 높은 수치인 평균 404.6건까지 올라간다. 3~5월의 평균 생활체육 사고 발생 건수는 전체 사고의 29%를 차지한다. 등산 사고 건수도 4월(평균 574.6건)에 급증하기 시작해 5월에는 평균 781.4건까지 치솟는다. 봄철은 단풍이 드는 가을철과 더불어 등산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다. 날씨가 선선한 4~6월에는 자전거 사고도 급증한다. 이 시기의 평균 발생 건수가 1년 전체의 33.2%를 차지하고 있다. 스포츠안전재단이 2016년 3~4월에 1만 3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포츠 안전 사고 실태조사에서도 봄(27.1%)에 주요한 부상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야외 활동을 하기 좋은 가을에 전체 주요 부상의 25.6%가 발생했고, 여름(24.4%)과 겨울(22.9%)이 그 뒤를 이었다.햇살이 점점 따사로워지고 봄꽃이 봉우리를 활짝 펼치는 이 무렵 전문가들은 절대 주의, 절대 조심을 당부하고 있다. 특히 봄철 생활체육은 어느 때보다도 주의가 요구된다. 겨우내 운동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유연성과 근육량이 줄어든 상태임을 잊기 쉬워서다. 관절 기능은 약해져 있는 반면 피하지방은 축적돼 체중이 늘어나면 운동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봄기운에 취해 자신의 체력은 고려하지 않고 과도하게 의욕을 뽐내며 등산이나 자전거, 마라톤 등을 즐기다 보면 부상을 당하기 십상이다. 스포츠안전재단의 손민기 교육사업팀장은 11일 ‘쉬어가기’를 추천했다. “봄철에는 날씨가 좋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무리해서 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다. 예를 들어 배드민턴 스매싱을 20번 하면 적당한 사람이 30번까지 했다가는 어깨에 무리가 간다”면서 “이럴 때는 즉시 운동을 중지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체육시설 내에서 생활체육을 즐길 때는 비상구나 소화기, 안전요원 등의 위치를 미리 파악해 두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김원 교수는 “통증의 소리를 들으라”고 했다. 김 교수는 “통증은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라면서 “반드시 주의를 기울여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체력 수준에 맞는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통을 극복해야 체력이 한 단계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고통을 무리해서 극복하면 다치게 된다”며 “봄철에 새로운 다짐으로 운동을 하곤 하는데 통증이 심해지면 운동을 줄이거나 종목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종목별로 주의점도 다르다. 동호인들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우선 마라톤을 조심해야 한다. 평소에 충분히 체력 관리를 하지 않다가 갑자기 대회에 나섰다가 낭패를 보기 쉽다. 발이나 무릎 부위에 무리가 생기기 십상이다. 심장 혈관계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고, 탈수도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 6일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제28회 벚꽃마라톤대회에 참가했던 20대 중국인이 출발한 지 10분여 만에 쓰러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상쾌한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나는 이즈음, 미끄러지거나 물체에 걸려 넘어져 발생하는 부상도 급증한다. 무릎·손바닥 찰과상이나 손목·발목 염좌 등이 흔하다. 헬멧이나 무릎보호대 등을 착용해 사고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로 주행시에는 차량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눈에 띄는 옷을 입거나 자전거에 거울을 부착하는 것도 방법이다. 등산에 나설 때는 장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 아무리 날씨가 따뜻해졌다고 하더라도 고도가 높은 산은 아직 겨울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하다. 초봄에는 아이젠(등산화에 부착하는 미끄럼 방지 기구)이나 등산 막대, 등산화를 갖춰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랜만에 신는 등산화의 밑창 무늬가 닳아서 거의 없다면 교체해야 한다. 봄철에는 일교차도 심하기 때문에 저체온증을 예방하기 위해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어 체온 조절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체력을 생각하지 않은 무리한 코스의 산행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등산 중 입는 부상의 약 80%는 하산할 때 발생한다. 내려갈 때는 올라갈 때보다 상대적으로 주의를 덜 기울이다가 미끄러져 부상을 입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오를 때 체력의 대부분을 사용하면 하산 시에는 다리가 풀려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어느 종목이든 부상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운동 전후 실시하는 스트레칭이다. 스트레칭은 겨우내 굳어 있던 근육이나 관절을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운동 전에 발목이나 손목 같은 작은 관절부터 시작해 허리처럼 큰 관절까지 차례로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각 동작을 정확한 자세로 5~20초 동안 유지하며 3~5회 반복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기상 후에 실시할 때는 너무 갑자기 움직여서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을 모두 마친 뒤 5~10분간 가볍게 걷거나 스트레칭을 통해 마무리 운동을 하면 피로물질인 젖산의 축적을 줄이고, 근육통을 예방할 수 있다. 봄철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질 때가 많다. 일기예보를 주시하다가 관련 주의보나 경보가 발생하면 배드민턴이나 탁구, 수영 같은 실내 스포츠를 즐기는 편이 낫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사설] ‘주식부자’ 헌재 후보자, 사회통합할 수 있겠나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어제 국회에서 열렸다. 이 후보자가 임명되면 이은애, 이선애 재판관과 함께 헌재 사상 처음으로 전체 재판관 9명 중 3명이 여성인 시대가 열린다. 이 후보자는 지명됐을 당시 강원 출신에 지방대를 나온 ‘40대 여성 법관’이라는 점에서 ‘서오남’(서울대ㆍ50대ㆍ남성)으로 굳어진 헌재 구성에 변화를 가져올 인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주식 보유 과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후보자와 법관 출신 남편인 오충진 변호사의 전 재산 42억 6000만원 가운데 83%인 35억 4887만원이 주식이다. 특히 이 후보자 부부가 17억원어치를 보유한 이테크건설은 이 후보자가 맡은 재판과 연관된 기업이다. 이 때문에 인사청문회는 ‘주식 청문회’로 진행되는 듯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식 투자는 불법이 아니라면 크게 문제가 될 일은 아니다. 이 후보자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인 지난해 10월 맡은 재판은 이테크건설의 하도급 업체 과실로 생긴 정전 피해에 대해 보험회사가 하도급 업체의 배상을 요구하며 제기한 구상권 소송이었다. 이 후보자는 보험사 청구를 기각하며 하도급 업체의 손을 들어 줬다. 당시 이 후보자 부부는 이테크건설 주식 13억원어치를 보유 중이었고, 이 중 6억원어치는 이 회사가 대규모 계약 체결을 알리는 공시 직전에 매수한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해당 주식을 팔지도, 재판 회피 신청도 하지 않았다. 판결 이후에는 이 회사 주식 7000주를 추가 매입, 17억원어치를 보유 중이다. 이 후보자는 “재산 문제를 전적으로 배우자에게 맡겼다”고 해명했다. 소송 과정에서 회사 내부 정보를 알 수 없었고, 남편이 매입한 6억어치 주식도 공시 사실을 미리 알고 산 게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이 해명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테크건설은 이 후보자 남편이 2017년 4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쳐 처리한 특허분쟁 기업인 OCI의 계열사다. 이 후보자가 거듭 남편이 종목과 수량을 선정하고 자신은 관여한 바 없다고 해명하니 “별거 부부냐”, “차라리 헌법재판관이 아닌 주식 투자 전문가로 나서는 게 낫지 않나”라는 힐난이 쏟아진다. 헌재 재판관은 국가의 모든 공권력 행사가 헌법을 지키는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여부를 특정 계층의 이해관계나 이념적 편향성 없이 판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고 사회를 통합해야 한다. 재판을 이용한 주식 투자 의혹을 받는다는 사실은 사회통합과 거리가 먼 일이라 안타깝다. 주식 투자 과정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
  • 이준석vs위정현 ‘택시-카풀’ 끝장토론, 여러분의 생각은?

    이준석vs위정현 ‘택시-카풀’ 끝장토론, 여러분의 생각은?

    “택시보다 새로운 모빌리티서비스가 낫다고 생각하는 건 플라시보(위약) 효과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택시업계는 자신이 노후화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카풀은 국민 선택지로 주어져야 한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이 위원과 위 교수가 10일 서울신문 팟캐스트 ‘노정렬의 시사정렬’에서 택시와 카풀 업계 간 갈등을 놓고 끝장 토론을 했다. 최근 두 달간 직접 택시 기사로 일한 이 위원은 ‘카풀’, ‘타다’ 등 새로운 운송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의 높은 호감을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프리미엄 효과”라면서 “택시에 대한 불쾌한 경험이 일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택시 서비스의 질이 균등하게 좋아지려면 더 나은 보수를 줘야 하고 여기에는 단가 상승이 필연적”이라면서 “이를 가로막는 것이 택시 업계의 경직성”이라고 말했다. 경직된 요금제, 과도한 규제 등이 택시 업계의 변화를 근본적으로 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위원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탄력적으로 요금을 책정할 수 있게끔 요금 다변화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면서 “현 상황에서 카풀을 도입하는 것을 반대한다” 밝혔다. 반면 위 교수는 “새로운 모빌리티서비스의 출연으로 그동안 택시를 타면서 누적됐던 국민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면서 “택시 서비스가 국민을 만족시키지 못 하는 상황에서 카풀을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택시에 대한 이미지 왜곡과 갈등에 희생된 건 결국 택시 기사들이었다”면서 “택시라는 규제산업, 이권산업에서 돈을 번 건 소유자들이었다. 현 시점에서 택시 기사를 쥐어짜는 기업의 책임에 대해서도 놓치지 말고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위 교수는 “지금이 택시 업계가 카풀과 경쟁하면서 변화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택시 내부에서도 일부는 도태될 수밖에 없고 일부는 내부 변화를 통해 혁신을 이뤄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과 위 교수의 전체 토론 영상은 서울살롱(바로 가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월드피플+] 일면식도 없는 소년에게 골수 주다 세상 떠난 교장

    [월드피플+] 일면식도 없는 소년에게 골수 주다 세상 떠난 교장

    일면식도 없는 프랑스 소년을 위해 조혈모세포를 기증하려던 미국 남성이 사망했다. 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은 지난 8일(현지시간) 뉴저지주 웨스트필드고등학교 측이 이 학교 교장이었던 데릭 넬슨(44) 박사의 사망 소식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넬슨 박사는 지난 2월 뉴저지의 한 병원에서 조혈모세포 채취 중 심장마비에 걸렸으며 이후 한 달 넘게 혼수상태였다. 넬슨의 부친 윌리 넬슨(81)은 “우리는 지난 주말 아들의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가슴 아픈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넬슨 박사는 지난해 10월 골수 연결 비영리 단체 ‘비 더 매치’(Be the Match)에게서 프랑스에 있는 14세 소년과 조혈모세포가 일치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1996년 델라웨어주립대학교 학부생이던 시절 헌혈과 동시에 골수 기증에 서약한 바 있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웨스트필드고등학교 교장이 된 그에게 22년 전의 약속을 지킬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넬슨 교장은 당시 학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약간의 고통은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면서 이 소년에게 골수를 기증할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20년 이상 육군 예비군으로 복무하면서 얻은 수면 무호흡증 때문에 전신마취는 불가능했고, 넬슨은 성분헌혈 방식으로 말초혈에서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증을 위한 검진 도중 그가 '겸상 적혈구 체질’(Sickle cell trait)이라는 질환이 있음이 밝혀졌고 말초혈조혈모세포 채취 역시 어려워졌다. 겸상세포질환으로도 불리는 '겸상 적혈구 체질'은 낫 혹은 초승달 모양을 한 끈적이는 적혈구가 다른 세포와 엉켜 혈액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는 질환이다. 결국 그는 전신마취가 아닌 국소마취로 골수를 채취하기로 했고 이 과정에서 심장마비를 일으켜 혼수상태에 빠졌다. 넬슨의 부친은 “우리는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지 못한다”면서 “시술 후 아들은 그저 침대에 누워 있을 뿐이었다. 다시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들이 깨어나기를 바랐지만 결국 이렇게 떠나보내게 됐다”고 슬퍼했다. 약혼녀와의 사이에서 6살짜리 딸도 낳은 넬슨은 일면식도 없는 프랑스 소년을 도우려다 영영 가족 곁을 떠나고 말았다. 넬슨의 조혈모세포는 채취 즉시 소년에게 이식하기 위해 프랑스로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넬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학교 관계자와 학생들은 애도를 이어가고 있다. 학교 대변인은 “넬슨 박사는 친절과 연민, 성실함 그리고 끝없이 긍정적인 태도로 우리 모두를 감동시켰다”면서 “우리는 이 큰 손실을 함께 슬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학교 3학년인 마르셀라 아반스는 “훌륭하고 친근했던 교장 선생님이었다”면서 “누구 하나 선생님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아반스는 “처음에는 누군가를 도우려다 돌아가셨다는 게 마음이 아팠지만, 지역 사회는 그를 존경하고 있다”고 조의를 표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국민여러분’ 최시원 “사기 안 친다” 예상치 못한 ‘반전 엔딩’

    ‘국민여러분’ 최시원 “사기 안 친다” 예상치 못한 ‘반전 엔딩’

    ‘국민 여러분!’의 베테랑 사기꾼 최시원이 “사기 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예상치 못한 반전 엔딩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이날 방송의 시청률은 전국 7.9 %, 최고 8.4%를 기록했다.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지난 9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국민 여러분!’(극본 한정훈, 연출 김정현, 김민태, 제작 몬스터유니온, 원콘텐츠)에서는 양정국(최시원)이 다시 한 번 부동산 사기에 뛰어들었고, 남편의 정체를 모르는 김미영(이유영)이 사기꾼 일당을 잡기 위해 발로 뛰는 이야기가 긴박한 호흡으로 펼쳐졌다. 그런데 완벽했던 사기 계획의 성공을 목전에 둔 정국이 마음을 바꿨고,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전개로 궁금증을 폭발시켰다. ‘서울대 출신 양정국’이라는 가짜 신분을 꿰뚫어 본 김주명(김의성)에게 사기꾼이라고 솔직히 말한 정국. 그는 흥미로운 얼굴로 계속해보라는 주명에게 숨기는 것 하나 없이 모든 것을 털어놨다. 서울대는 근처도 가본 적 없고, 용감한 시민이 된 것은 우연이며, 국회의원에 출마한 이유는 자신과 아내가 다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그래서 주명이 어떤 결정을 내리던 무조건 출마해야 하며, 국회의원 꼭 당선돼야 하노라고. 모든 사정을 들은 김주명은 다 마음에 들지만, “사기꾼을 국회의원 만드는 건 국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정국을 돕는 것을 거절했다. 하지만 정국은 “어차피 예의 없는 사람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데가 국회 같은데 나라고 못 갈 게 뭐 있냐”라며 호기롭게 받아쳤다. 그리고는 허위사실유포로 당선 무효가 된 김주명에게 “나는 사기가 나쁜 짓이라는 거 알고 친다. 가끔은 미안하다는 생각도 한다. 그런데 당신은 허위사실 유포할 때 미안했냐”는 팩트 폭격으로 주명을 흔들었다. 어차피 필요한 게 있어서 여기 나왔으니 서로에게 필요한 것만 보고, 알량한 자격 따지지 말자는 정국의 말이 통한 것일까. 김주명은 “실력을 보겠다”면서 정국에게 부동산 사기를 요구했다. 상권이 무너지면서 가격이 떨어진 김주명 소유의 건물을 1.5배의 가격으로 팔아오라는 미션을 던진 것. 성공하면 선거 도우미로 정국의 손을 잡겠다고 했다. 오랜만에 본업으로 돌아온 정국은 작업에 착수했고, 평생 노점을 운영하다 로또를 맞아 살만한 건물을 찾던 부부가 타깃으로 걸려들었다. 그런데 계약 일자를 잡고 먼저 자리를 뜬 부부가 깜박 잊고 두고 간 모자를 돌려주기 위해 나간 정국은 이들 부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미영을 발견했고, 급하게 몸을 숨겼다. 백경 캐피탈을 조사하던 미영이 최필주(허재호)의 뒤를 쫓다 부동산 사기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됐고, 탐문 수사 중에 노점 부부를 목격한 것. 정국은 미영이 지능범죄수사팀으로 현장에 복귀했다는 것과 그녀의 주된 일은 사기꾼을 잡는 것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박후자를 찾아가 “내 뒤를 미영이가 밟고 있다. 경찰이 쫓고 있다”면서 여기서 멈추자고 제안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자신과 미영의 안위를 위해서 국회의원에 당선돼야 하고, 그러려면 김주명과 손을 잡아야 하는데, 미영에게 쫓기고 있는 진퇴양난의 상황. 정국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건물 매매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던 날. 노점 남편을 다른 곳으로 유인한 정국. 끈질긴 추격에도 그를 놓친 미영이 노점 남편을 만나 전해 들은 이야기는 놀라웠다. “이런 헐값에 팔 수 없다”면서 계약이 파기됐다는 것. 그리고는 “돈 있으면 건물 사지 말고 저금을 하세요. 그게 돈 버는 거예요”라고 했다는 정국. 10년, 20년이 지나도 월세는 올리지 않을 거라면서 “맞아봐서 알거든요. 주먹에 맞은 상처는 금방 낫지만, 돈으로 맞은 상처는 평생 낫지 않더라”는 노점 부부의 진심이 정국의 마음에 변화를 일으켰을 터. 박후자와 김주명 앞에 선 정국은 손에 든 계약서를 갈기갈기 찢으며, “못 하겠습니다. 아니 안 할래요”라고 선언했다. 국회의원 나가겠다는 놈이, 국회의원 한다는 놈이, 그런 사람들한테 사기 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부동산 사기를 제 손으로 뒤엎고 김주명의 손을 놓친 정국. 국회의원에 당선돼야만 하는 사기꾼은 과연 무사히 선거를 치를 수 있을까. ‘국민 여러분!’,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 KBS 2TV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李총리 “산불 끄는 데 큰 공 ‘특수진화대’ 정규직화 강구”

    “소방관 국가직화, 조기 진압 위해 필요” 강원에 헬기 확충·지원금 200억 투입 이낙연 국무총리는 9일 “강원 산불 진화에 특수진화대가 큰 공을 세웠는데 아직도 비정규직에 놓여 있다. 이들이 신분에 대한 불안감 없이 일에 전념하실 수 있게 정규직화를 포함해 신분을 안정화해 드리는 방법을 강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강원도 산불 관련 관계장관회의에서 관련 후속 대책을 논의하며 이렇게 밝혔다. 앞서 서울신문은 ‘비정규직 특수진화대원의 헌신’을 보도한 바 있다.<2019년 4월 8일자 3면> 이 총리는 “소방관의 국가직화는 대규모 화재의 조기 진압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 됐다”면서 “이번에 국민들께서도 많이 아셔서 이미 청원이 20만명을 순식간에 돌파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제도 보완과 관련해선 소방직의 국가직화와 함께 강원 지역 화재 예방을 위한 계획 등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 총리는 “이번에 산불의 발생, 확산, 진화 과정, 복구 과정 모든 것이 훗날 교훈이 될 것 같다”면서 “백서를 남겨 기존의 매뉴얼을 보강할 수도 있고 유사한 사태의 거버넌스를 만드는 데 좋은 모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특수진화대를 확대하고 산불 진화 헬기도 확충하기로 했다. 연내 도입할 대형 헬기가 강원도에 배치되도록 하고, 강원 지역의 소방장비 확충 요구도 내년 예산안 편성에 반영되도록 할 계획이다.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강원도 관광활성화 정책도 추진한다. 이재민에 대해 서민주택금융재단 출연금 약 20억원, 재해지원자금 100억원, 긴급경영안정자금 100억원을 투입한다. 이 총리는 “피해 조사가 이달 중순까지 갈 것으로 예상되고, 부처별 복구계획이 이달 말쯤 완료될 것”이라면서 “예비비 집행이 가능하면 예비비로 해결하고, 추경이 필요하거나 추경이 낫겠다 하는 것은 추경 반영을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특별재난지역의 노동자와 사업주의 고용·산재보험료 납부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 실업급여 수급자의 경우 피해 복구작업으로 실업 인정 날짜를 변경하지 못해도 사후에 실업 인정을 허용한다. 특별재난지역 거주자는 직업훈련 생계비 대부 대상자로 우선 선발한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도움이 필요합니다” 케어, 강원도 산불 후원 요청에 반응 엇갈려

    “도움이 필요합니다” 케어, 강원도 산불 후원 요청에 반응 엇갈려

    구조동물 안락사 논란을 빚은 동물권단체 케어가 강원도 산불 화재로 피해 입은 동물들을 구조하기 위해 후원 모금을 하고 있어 누리꾼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케어는 지난 5일부터 강원도 산불 화재 피해 현장에서 동물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다친 동물들에게 긴급 도움이 필요하다”며 후원 요청글을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와 홈페이지에 올렸다. 케어는 “15여명의 활동가와 함께 강원도 산불 재난 현장에서 긴급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구조 후 서울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화상과 유독가스를 삼켜 상태가 좋지 않은 동물들이 발견되고 있다”고 알렸다. 이어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구조하고 있다”며 “동물들의 임시보호가 시급하다. 임시보호처가 있다면, 한 마리라도 더 구조할 수 있다. 치료비도 절실하다”며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특히 케어는 화재 현장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임신한 소에 대해 “다른 소들이 쇠사슬에 묶여 비명을 지르며 불에 타 죽어가는 동안, 자신의 몸에 불이 붙어 화상의 고통을 당하면서도 필사의 탈출을 감행, 결국 쇠사슬을 끊고 기적적으로 살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불에 타 죽은 소들은 보상금이 나오고 아직 죽지 않은 소는 상품성이 없어 도축장을 보내지 않을 것이며, 도태(약물에 의한 사망)가 되어야만 보상을 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케어 측은 소를 농장주로부터 매입해 안전한 곳으로 보낸다는 계획을 밝히며 “농장주는 소를 데려가려면 뱃속 새끼까지 포함해 800만원을 요구하고 있는데, 구출에 동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누리꾼들 일부는 “고생했다”, “감사하다”는 의견과 함께 후원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보냈고, 또 다른 누리꾼들은 “이 아이들 쥐도 새도 모르게 안락사당하고 죽임당하는 것보다 밖에서 떠도는 게 낫다”, “믿음이 사라져서 모금 동참하고 싶다가도 주저하게 된다”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한편 케어 박소연 대표는 2015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동물들을 무분별하게 안락사한 뒤, 이를 단체 회원들에게 숨긴 채 지속적으로 모금활동을 벌이고 사적인 용도로 후원금을 쓴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임신 중 아이 알레르기 위험을 1.5배 높이는 음식은

    임신 중 아이 알레르기 위험을 1.5배 높이는 음식은

    임신을 한 여성이 트랜스 지방이 함유된 과자류의 간식을 많이 먹으면 출산 후 아이에게 식품알레르기가 생길 위험이 1.5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아이의 식품알레르기 발생 가능성을 낮추려면 임신 후 트랜스 지방이 많이 함유된 식품은 가급적 섭취를 줄이는 게 낫다는 게 연구진들의 판단이다. 소아의 식품알레르기는 생명까지 위협하는 알레르기성 쇼크(아나필락시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공동 연구팀(홍수종, 손명현, 김윤희)이 2007∼2015년 알레르기질환 출생 코호트(COCOA)에 등록된 영아 1628명의 엄마를 대상으로 임신 중 식이 패턴이 식품알레르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러한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코호트는 수많은 조사 대상자를 장기 추적해 질병 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정보를 비교 분석해 질병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 방식이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알레르기·임상 면역학 저널’(The 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최근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임신 26주에 식품섭취빈도조사로 임신부의 간식 식이 패턴을 전통식(채소, 해초류, 과일, 김치 등), 과자류(빵, 케이크,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 고기류(치킨, 소고기, 돼지고기 등), 가공식(패스트푸드, 라면 등), 커피·우유식의 5가지로 분류했다. 연구진은 영아의 제대혈(탯줄혈액)을 이용해 알레르기질환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단일염기다형성(SNP)을 분석했다. SNP는 사람에 따라 특정 부위의 DNA 염기서열이 변이된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질병이 있는 환자와 정상인을 비교했을 때 특정 SNP가 나타나는 빈도가 유의하게 다르다면 그 SNP는 질병과 관련된 것으로 본다. 연구진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 영아 가운데 10분의 1인 9.0%(147명)가 식품알레르기를 가진 것으로 진단됐다. 특히 임신 중 엄마가 먹은 간식 가운데 ‘과자류’가 아이의 식품알레르기 위험을 1.51배 더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반면 다른 간식들은 아이의 식품알레르기 발생과 큰 관련이 없었다. 연구팀은 과자류 간식을 먹은 여성들에게서 트랜스 지방 섭취가 많았던 점으로 미뤄 트랜스 지방이 아이의 식품알레르기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트랜스 지방은 감자칩 같은 튀긴 음식, 비스킷 등의 과자류에 주로 많이 들어있다. 서울아산병원 홍수종 교수는 “소아 식품알레르기가 점점 증가하는 건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함께 관련돼 있기 때문”이라면서 “트랜스 지방은 임신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출산 후에도 아이의 식품알레르기 발생 위험도를 높이는 만큼 임신 중 음식 섭취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비극·활극 버무린 ‘오락 영화’ 식민지 조선의 청춘을 위로하다

    비극·활극 버무린 ‘오락 영화’ 식민지 조선의 청춘을 위로하다

    ‘청춘의 십자로’(1934)는 현재 한국영상자료원에 보존된 일제강점기 조선극영화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다시 말해 공식적으로 한국에 존재하는 최고(最古)의 무성극영화이다. 이 영화는 필름의 발굴 과정에서도, 또 영화사적 의미로도 무척 흥미로운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그동안 한국영상자료원의 조선영화 발굴 작업이 2004년 이후 중국전영자료관을 통해 본격적인 성과를 보인 데 비해 이 영화는 2007년 국내 소장자를 통해 입수되었다. 또 중국에서 찾은 작품들이 ‘미몽’(1936) 등 발성영화의 프린트(상영용) 필름이었다면 ‘청춘의 십자로’는 무성영화의 네거티브(원판) 필름으로 수집되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아리랑’을 볼 수 없는 지금의 우리에게 조선 무성영화의 수준과 당시 조선인 관객에게 전달했을 영화적 에너지를 상상해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크다.●조선 무성영화의 대표작 먼저 ‘청춘의 십자로’가 등장한 1930년대 전반의 조선영화계부터 살펴보자. 1935년 ‘말하는’(talkie) 영화 ‘춘향전’의 제작 성공으로 발성영화 국면에 진입하기 직전의 시기, 조선영화는 과도기적 변화를 겪고 있었다. 나운규의 친구였던 배우 윤봉춘이 감독 데뷔작 ‘도적놈’(1930)에서 철공소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아리랑’의 정서를 이었고, 황운이 연출한 ‘딱한 사람들’(1932)은 흥남의 조선질소비료주식회사의 노동자 해고 사건을 다루며 카프(KAPF) 영화의 계급적 관점을 이었다. 두 작품 다 일제 당국의 검열로 만신창이가 되었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일본 교토의 영화스튜디오에서 견습하고 돌아온 이규환이 ‘임자없는 나룻배’(1932)로 데뷔했다. 나운규와 문예봉이 출연한 이 영화 역시 식민지 농촌의 현실을 그리는 것으로 나운규 영화의 저항성을 잇고 있지만, 표현의 수위는 전보다 낮아졌고 그 대신 조선의 로컬 컬러를 담아내는 것으로 연출 방향이 전환되었다. 이처럼 이규환을 시작으로 1930년대 중반 일본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돌아와 조선의 향토색을 담아내는 영화를 만든 이들을 2세대 영화인으로 규정할 수 있다. 한편 ‘청춘의 십자로’는 배우 출신 안종화(1902~1966)의 세 번째 연출작으로, 무성영화시기 조선에서 형성된 신파 양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이다. 즉 비극과 활극을 절묘하게 버무린 신파 화법을 기반으로 대중오락으로서의 영화라는 한 방향으로 명쾌하게 밀고 나갔다. 조선인 관객들의 평가 역시 좋았다. 1938년 11월 조선일보가 개최한 조선 최초의 영화제에서 그동안 만들어진 조선영화를 대상으로 관객들의 인기투표를 실시했는데, ‘청춘의 십자로’는 2175표를 받아 무성영화 부문 6위를 차지했다. 1위는 ‘아리랑’(4947표)이었고, 그 뒤로 ‘임자 없는 나룻배’(3783표), ‘인생항로’(3075표), ‘춘풍’(2921표), ‘먼동이 틀 때’(2810표)가 뽑혔다. 주목할 부분은 ‘청춘의 십자로’뿐만 아니라 3위를 차지한 ‘인생항로’(1937) 역시 안종화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그가 대중이 원하는 영화를 능숙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감독이었음이 입증된다. 안종화는 신파극단의 여형(女形) 배우 출신으로(초창기 신파극 무대는 여성 역도 남성 배우가 맡았다), 부산 조선키네마주식회사가 제작한 ‘해의 비곡’(1924) 등에서 주연을 맡았고, 1930년 ‘꽃장사’를 시작으로 감독의 길을 걸었다. 같은 해 두 번째 작품 ‘노래하는 시절’을 연출했고, 1934년 ‘청춘의 십자로’를 내놓으며 감독의 역량을 주목받는다. 2세대 영화인 신경균이 감독 데뷔 전 평문을 쓰던 시절 “화면의 연락(숏의 연결을 의미)의 정비와 템포, 리듬의 고조”가 잘 구축된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어서 역시 직접 각본을 쓴 ‘은하에 흐르는 정열’(1935)과 ‘조선 최초의 갱영화’인 ‘역습’(1936)을 연출했고, 1937년 ‘인생항로’를 끝으로 일제시기의 필모그래피를 마무리했다. 그는 무성영화 감독에 머물렀지만 조선영화의 무성시기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평가할 수 있다. 1930년대 중반 조선 무성영화가 가장 성숙기에 이르렀을 때 전성기를 구가한 감독이기 때문이다. 해방 후 그는 ‘수우’(1948)를 시작으로 ‘춘향전’(1958)을 거쳐 ‘견우직녀’(1960)까지 6편의 영화를 더 연출했다. 안종화는 일제시기 영화사 연구자들의 중요한 참고도서인 ‘한국영화측면비사’(1962)를 남기기도 했다. 2007년 ‘청춘의 십자로’ 필름이 한국영상자료원에 입고되었을 때 제목도 크레디트 자막도 없어 어떤 영화인지 특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안개 속의 초기 조사 단계에서 가장 기본이 된 자료가 바로 그가 기록한 ‘한국영화측면비사’였다.●식민지 청춘들의 슬픔, 분노 그리고 복수 ‘청춘의 십자로’는 그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서로 연결돼 있지만 만나지 못하고 엇갈리다 결국은 다시 조우하는 청춘들을 그리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영복(이원용)은 서울역에서 수하물 운반부로 일하고 있다. 무거운 짐을 들고 내린 한 모녀를 흔쾌히 도와준 그는 떠나온 고향 생각에 빠져든다. 성품이 우직한 영복은 봉선네 집 데릴사위로 들어가 7년 동안 뼈가 으스러지게 일했으나 결국 마을 지주의 아들 명구(양철)에게 봉선을 뺏기고 고향을 떠난 것이다. 영복의 누이동생 영옥(신일선) 역시 어머니를 잃고 오빠를 찾으러 서울에 왔다가 카페의 여급이 된다. 영복은 이를 모른 채 서울역 부근 주유소에서 일하는 계순(김연실)과 친하게 지낸다. 한편 명구 역시 서울로 올라와 모던보이 개철(박연)의 집에 머문다. 어느 날 영옥은 개철 일당의 술책에 걸려들고 결국 개철에게 몸을 더럽히고 만다. 실직한 계순 역시 개철 일당에 걸려들어 고초를 겪게 된다. 영화는 선술집의 영복이 술에 취해 사과를 발로 차는 장면과 개철 일당의 술자리에서 양복 상의가 사과를 덮는 장면(영옥의 겁탈을 암시)을 연결시키며, 서울에서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하지만 영복과 영옥 남매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또 계순의 아버지가 진 빚 때문에 개철에게 구타를 당하고 나온 영복과, 명구에 의해 개철의 집으로 끌려가다시피 하는 계순이 길에서 서로 엇갈리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분명 당시 관객들이 안타까운 탄성을 내뱉었을 장면들이다.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온 계순이 개철의 악행을 영복에게 알리고, 그는 복수를 위해 개철을 찾아간다. 개철의 집 안으로 들어간 영복이 처음 마주친 이는 다름 아닌 누이동생 영옥이었고, 그간의 사정을 나눈 둘은 끊임없이 눈물을 흘린다. 안종화의 연출이 탁월한 점은 영화의 마지막 복수 장면의 파토스를 극대화하기 위해 영복과 영옥, 계순이 고초를 당하는 장면들을 겹겹이 쌓아 놓은 것이다. 영복이 자신과 여동생과 애인을 위한 복수를 펼치는 곳은 개철과 명구가 개최한 화려한 피로연 자리이다(실제 이 클라이맥스의 격투 장면은 당시 서울 장안의 3대 요정 중 하나인 국일관에서 촬영되었다). 결국 영복은 사정없는 주먹세례를 날려 개철을 쓰러트린다. 그의 복수가 끝나고 이제 셋은 함께 살게 된다. 영복과 계순이 각자의 직장으로 향할 때 영옥이 천주교식의 십자성호를 그으며 축복하는 마지막 장면으로 그들의 새로운 출발이 암시된다.고향의 지주 아들과 서울의 모던보이로부터 주인공들이 겪은 고초와 울분, 참다 참다 폭발하는 우직한 주인공의 활극, 그리고 해피엔딩까지 ‘청춘의 십자로’는 조선인 관객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는 민초를 괴롭히는 지주, 여동생 영희(신일선)를 겁탈하려는 마름, 그를 응징하는 영진(나운규)을 등장시킨 ‘아리랑’에서 가장 대중적인 요소만 취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인 혹은 친일파를 연상시킬 수 있는 인물과 이들을 낫 혹은 주먹으로 벌하는 주인공의 구도는 무성영화에서만 가능한 것이었다. 1930년대 중후반에 들어서면 조선영화가 묘사할 수 있는 활극적 에너지는 거의 사라지게 된다.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 전도연 딸, 엄마와 닮았나?

    전도연 딸, 엄마와 닮았나?

    전도연 딸이 화제다. 8일 방송된 SBS 파워FM ‘박선영의 씨네타운’ 씨네초대석에는 영화 ‘생일’ 출연 배우 전도연, 이종언 감독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전도연은 “아이가 크면 클수록 챙겨야 할 것들이 더 생기는 것 같다. ‘알아서 하겠지’ 보다 챙겨야 할 게 더 생기더라”고 입을 열었다. 또 전도연은 “엄마의 빈자리가 안 느껴지게 잘하고 싶은데 일이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마음은 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엄마를 이해해주고 기다려줘서 오히려 딸한테 고맙다. 아이가 있기 전에는 세상의 중심이 저일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 난 후에는 아이가 중심이 됐다”고 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전도연은 “딸이 너무 예쁘다더라”는 DJ 박선영 말에 “이마랑 코가 닮았다. 저보다는 나은 것 같다. 다른 분들이 엄마보다 낫다고 하더라”며 “제가 TV에 나오거나 영화에 나오면 딸이 굉장히 좋아한다”고 전했다. 한편 배우 설경구, 전도연 등이 출연하는 ‘생일(감독 이종언)’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쥐어짜는 배앓이에 설사·변비… 초특급 예민한 대장, 포드맵 싫어해요

    쥐어짜는 배앓이에 설사·변비… 초특급 예민한 대장, 포드맵 싫어해요

    극심한 복통·시도때도 없는 배변감 동반 발병 원인 명확하지 않아 증상완화 초점 젊은층 오래 앓아도 대장암 악화 드물어 사과·수박·유제품·양파·마늘·밀·버섯 등 장내 발효돼 가스 유발하는 식품 피해야 잡곡에 섬유질 풍부한 채소군 섭취 권유직장인 이모(39)씨는 6년째 과민성 장 증후군을 앓고 있다. 술을 마시거나 맵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꼭 설사를 한다. 평소에도 장에 가스가 찬 듯 속이 불편하고, 용변을 봐도 잔변감이 들어 다시 화장실을 찾는 일이 잦다. 가장 큰 고통은 복통이다. 설사 직전에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아랫배를 쥐어짜는 듯한 배앓이를 한다. 설사를 다해야 복통이 사라지기 때문에 바쁜 업무 시간에도 화장실을 떠날 수 없다. 잠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상이 더 심하다. 예기치 않고 조절이 어려운 배변으로 2시간에 걸쳐 올라간 산을 30분 만에 뛰어내려 온 적도 있다. 병원에도 여러 번 가고 내시경도 해 봤지만 장 자체에는 이렇다 할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씨와 같은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는 전 세계 인구의 7~9%로 추정되며, 국내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국내 소화기내과 환자의 10명 중 3명이 과민성 장 증후군 진단을 받을 정도로 흔하다. 증상은 있으나 특별한 원인을 콕 집어 말하기 어렵고,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도 없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배가 아픈데 내시경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니 환자는 의사의 진단을 의심하기도 하고, 자신의 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염려와 불안을 안고 산다. 2008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 273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삶의 질 수준은 0.889로, 국민건강영양조사 제3기(2005) 자료와 비교했을 때 치질(0.925), 아토피 피부염(0.924), 위십이지장궤양(0.901)보다도 낮았다. 또 응답자의 6%는 3개월간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직장에 3일 이상 나가지 못했으며, 10.8%는 일을 하는 데 상당한 지장을 받았다고 답했다. 질환이 건강뿐 아니라 삶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설사는 단순 소화불량이나 장염으로도 올 수 있어 설사한다고 모두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진단하진 않는다. 환자 중에는 설사 대신 변비가 있는 경우도 있고, 설사를 하다 변비가 오거나 변비로 고생하다 설사를 하는 ‘혼합형’도 있다. 가장 중요한 증상은 복통으로, 배가 아프면서 설사나 변비가 발생하고 변을 보고 나면 복통이 없어지는 증상이 한 달에 3일 이상 3개월간 지속되면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장 증후군 환자의 대장은 정상인보다 예민하다. 환자의 대장에 가스를 주입하거나 풍선을 넣어 조금만 부풀리면 정상인은 반응하지 않을 적은 용량에도 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음식이나 가스가 조금만 차 있어도 장이 반응하니 ‘배에 가스가 가득 찬 것 같다’, ‘복부에 불쾌감이 느껴진다’는 증세를 호소한다. 대장의 움직임도 빨라서 보통 사람은 식사 후 50분 정도 장이 움직이고 다시 평소 움직임으로 돌아오지만, 장 증후군 환자의 장은 운동량 증가폭이 크고 50분이 지나도 계속 빠른 움직임을 보인다고 한다. 밥을 먹은 지 얼마 안 됐는데 바로 화장실에 가는 것도 이런 현상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명승재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7일 “장이 예민해지고 수축하면서 쉽게 말해 장에 쥐가 나 배가 아파지는 것”이라며 “장의 수축성이 배설물을 항문까지 전달하는 장내 운동파와 일치하면 설사가 발생하고, 운동파와 관계없이 전체적인 수축이 일어나면 배가 아프면서 변비형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장이 왜 예민해지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원인으로 스트레스, 유전적 요인, 특정 음식에 대한 과민 반응, 대장 내 유해균 증가 등을 꼽지만 명확하진 않다. 민양원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가족 중에 과민성 장 질환 환자가 있으면 과민성 장 증후군 발생 위험이 2~3배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 과민성 장 증후군에도 유전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가족 내 같은 질환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환경이 같은 영향도 있고, 과민성 장 증후군과 연관된 유전자가 뚜렷하게 확인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과거력으로는 소화궤양 질환이 가장 많고, 비뇨기과 질환과 고혈압을 동반하기도 한다. 환자 중에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 환자도 많다. 위와 장은 서로 연결돼 있고, 신호를 주고받으며 긴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장 증후군 환자는 대개 위도 좋지 않다. 또한 화장실에 오래 앉아있다 보니 치질이 생기기도 한다. 전문의들은 먼저 음식부터 조심해야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평생을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어서 완치보다는 증상 완화에 초점을 두고 치료한다. 장이 무척 예민하기 때문에 장을 자극할 수 있는 음식은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이다. 호주에서는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 치료를 위해 ‘저(低)포드맵 식단’이란 식이요법을 고안했다. ‘포드맵’은 장내에서 발효되기 쉬운 올리고당, 이당류, 단당류, 폴리올을 뜻한다. 사과·망고·아보카도·체리·수박·우유·유제품·양파·마늘·밀·버섯·과일주스 등에 많이 들었다. 우리가 먹은 음식은 위, 소장을 거쳐 대장으로 가는데 대부분의 영양소는 소장에서 흡수되고, 흡수되지 않은 음식은 대장으로 간다. 이 중 잘 발효되지 않는 음식은 변으로 배출되나, 발효가 잘되는 포드맵은 대장에서 발효되며 가스를 내뿜는다. 건강한 사람의 장에선 유산균을 비롯한 장내 유익균이 이런 발효 음식을 영양분 삼아 무럭무럭 자란다. 하지만 장 증후군 환자는 이런 음식이 내뿜는 가스에도 통증을 느낀다. 대표적인 건강식품인 포드맵이 증세가 심한 장 증후군 환자에게는 복통과 설사를 유발하는 독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포드맵이 장 증후군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완벽하게 입증되지 않은 데다 발효 음식을 과도하게 제한하면 장내 유익균이 잘 자랄 수 없어 저포드맵이 음식 선택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증세가 심할 때 당분간만 식이요법으로 활용해 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좋다고 한다. 쌀을 제외한 잡곡에도 포드맵이 많이 들어 설사가 심할 때는 잡곡보다 쌀을 먹는 게 좋다. 포드맵 가운데 평소에도 조심해야 할 것은 ‘액상 과당’으로 주로 과일 주스에 들었다. 육류나 기름진 음식, 잘 소화되지 않는 우유도 장에서 부패해 독소와 가스를 내뿜을 수 있어 되도록 적게 먹고, 육류를 먹을 때는 꼭 채소와 함께 먹어야 한다. 고섬유질 식품을 먹으면 변이 빨리 배출돼 변비형 장 증후군 환자에게 좋다. 다만 식이섬유가 가스를 유발할 수 있어 가스가 많이 찰 때는 피한다. 콩과 감자 등을 먹어도 배에 가스가 차기 때문에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하다면 당분간 피하는 게 좋다. 술은 장 증후군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범인데, 특히 맥주는 장을 자극하는 알코올인데다 성질이 차고 탄산에 맥아당까지 있어 치명적이다. 굳이 마셔야 한다면 맥주보다는 막걸리나 소주가 낫다. 설사와 복통이 오래가면 대장암으로 악화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지만, 실제 과민성 장 증후군이 대장암으로 진행되는 일은 드물다고 한다. 명 교수는 “대장암을 의심할 수 있는 경우는 50세 이상의 나이, 대변에서 피가 나오고 식사를 잘하는 데도 체중이 감소하는 증상 등”이라며 “가령 65세 환자가 복통이 있으면서 변비가 갑자기 발생했다면 대장내시경으로 대장암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지만, 20대 회사원인데 매우 힘든 프로젝트를 맡아 복통과 설사가 생겼다고 하면 대장암일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궁민남편’ 차인표 최수종, 역대급 사랑꾼 대결 “내가 더 낫다”

    ‘궁민남편’ 차인표 최수종, 역대급 사랑꾼 대결 “내가 더 낫다”

    차인표와 최수종의 역대급 사랑꾼 대결이 펼쳐진다. MBC 일밤 ‘궁민남편’ 오늘(7일) 방송에서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당대 최고의 청춘스타에서 연예계 대표 애처가가 된 차인표와 최수종의 운명적인 만남이 성사, 많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그동안 차인표는 아내 신애라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보이며 ‘궁민남편’의 공식 사랑꾼으로 활약해왔다. 그러나 그의 자리를 위협하는 또 다른 강자 최수종의 등장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또한 차인표는 과거 최수종을 보며 “내가 저 사람보다 나은데?”라고 생각했었다며 충격 고백을 감행한다. 이에 최수종 역시 “(차인표를) 되게 좋게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지금 이러고 있어?”라며 차인표에게 강력한 한 방을 던져 두 사람의 심상치 않은 기류를 예감케 한다. 특히 녹화 중 실시간으로 강남역 한복판에서 투표를 실시, 두 사람 중 누가 더 사랑꾼인지에 대한 시민들의 리얼한 의견까지 공개된다고 해 차인표와 최수종의 은근한 신경전에 더욱 불을 붙일 예정이다. 이처럼 끝을 알 수 없는 차인표와 최수종의 유쾌한 티격태격 케미스트리와 기상천외한 사랑꾼 대결은 오늘(7일) 저녁 6시 45분에 방송되는 MBC ‘궁민남편’ 본 방송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마주한 교사·입학사정관 “학종, 서로 너무 몰라”

    마주한 교사·입학사정관 “학종, 서로 너무 몰라”

    “학생들의 인성이나 적극적인 태도 등은 학생부에 기재된 ‘행동사례’에서 파악하고 변별할 수 있습니다. 어떤 궁금증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같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지방 국립 A대 입학사정관) “행동 특성 및 종합의견의 기재 분량이 1000자에서 500자로 줄었습니다. 그런 내용을 일일이 적을 수가 없으니 면접에서 확인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경기도 B고교 교사)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둘러싸고 고교 교사와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테이블에 마주 앉자 교사들은 생활기록부 기재의 어려움을, 입학사정관들은 ‘옥석’ 가리기의 고충을 쏟아냈다. 입학사정관들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된 고2 학생들을 어떻게 평가할지가 난제(難題)”라고 한숨을 쉬었고 교사들은 “모든 학생들에 대해 정성껏 기재해도 어떤 기준으로 선별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답답해했다. 4일 경기 성남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는 교육부와 한국창의재단 주최로 ‘우리 모두의 아이로 공감하는 고교·대학 간 원탁토의’가 열렸다. 학종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교사와 입학사정관이 만나 머리를 맞대고 견해차를 좁혀 가자는 취지다. 이날은 경기 지역의 고교 교사 75명과 대학 입학사정관 30명이 참석했다. 고교 교사와 대학 입학사정관이 한자리에 앉아 학종에 대해 의견을 나눈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세간의 비판과는 달리 이날 교사들과 입학사정관들은 학종을 통해 ‘학생의 성장’을 평가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교사들은 개별 학생의 잠재력과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주목하는 반면 입학사정관들은 진로를 찾아가는 역량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이상적인 취지를 실현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도 동의했다. “학종을 통해 중위권 학생들의 성장 과정을 잘 평가할 수 있다”는 입학사정관의 설명에 한 고교 교사는 “학교에서는 ‘스카이’(SKY) 대학에 아이들을 보내는 게 우선이라 중위권 학생들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 지방 사립대 입학사정관은 “고교 교과목들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알기에 한계가 있다”면서 “한 학생이 교과 과정에서 무엇을 ‘인지’하고 ‘이해’했는지라는 단편적인 차원을 넘어 보다 구체적인 노력과 성장의 과정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학종에 대한 신뢰도가 쌓이면 지금과 같은 어려움이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원탁토의는 5월 30일까지 서울과 대전, 대구, 부산, 광주로 이어진다. 하반기에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학종 설명회가 권역별로 총 13회 개최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선고유예 늘어가는 낙태죄… 헌재, 처벌 조항 ‘위헌’ 결론 내릴까

    선고유예 늘어가는 낙태죄… 헌재, 처벌 조항 ‘위헌’ 결론 내릴까

    11일 특별 선고기일에 선고 가능성 높아 진보성향 재판관 늘어 전향적 입장 관측 입법으로 초기 낙태 제한적 허용 가능성 위헌 안 내리고 헌법 불합치 결론 전망도 2017년 1심 14건 중 10건 ‘선고유예’ 받아 처벌 둘러싼 ‘사회적 논의’ 염두에 둔 판결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판단이 곧 나온다. 헌재는 오는 18일 서기석·조용호 헌법재판관의 퇴임을 앞두고 11일 특별 선고기일을 열 예정이다. 이날 낙태죄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헌재 관계자는 4일 “특별 선고기일에 낙태죄 사건이 포함될지는 8일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지난해 2월 낙태죄 처벌 조항인 형법 269조와 270조가 위헌인지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 사건을 접수해 심리해 왔다. 형법 269조 1항(자기낙태죄)은 부녀자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의료진의 낙태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270조 1항(동의낙태죄)은 의사나 한의사 등이 부녀자의 동의를 얻어 낙태 시술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에, 동의가 없었을 땐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지난해 5월 공개변론을 가졌지만 재판관들이 의견을 모으지 못했고 9월 5명의 재판관이 퇴임했다. 이후 지난해 9월과 10월 새 재판관들이 취임하면서 9명 체제가 완성됐다. 특히 진보 성향의 헌법재판관들이 늘어나 전향적인 입장이 나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남석 헌재소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최상위 기본권인 태아의 생명권이 우선 보호받아야 하지만 임신 초기 단계에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도 존중돼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은애 재판관도 “현행법의 낙태 허용 범위가 지나치게 좁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준비되지 않은 임신의 경우 출산에 선택권을 부여하되 (임신)기간이나 사유에 따라 적정한 선에서 제한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중도 보수 성향으로 꼽히는 이영진 재판관도 “외국에선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는 법이 있는 점 등을 참조해 입법정책적으로 국민 의사를 모아 결정해야 한다”는 뜻을 내놓았다. 진보 성향인 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공개적인 의견표명이 없었지만, 처벌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다수의 재판관들이 초기 낙태의 필요성을 인정하거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지는 않더라도 입법으로 초기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헌법 불합치 결론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모자보건법 14조에 명시된 임신중절수술 허용 기준을 넓히라고 주문할 수도 있다. 헌재는 2012년 8월 낙태를 도운 조산사의 헌법소원 제기에 대해 낙태죄를 합헌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심리에 참여한 8명의 입장이 합헌 4명, 위헌 4명으로 팽팽히 맞섰다. 다만 위헌 정족수(6명)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후 일선 법원에서는 낙태죄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를 염두에 둔 판결이 잇따랐다. 법원에서조차 낙태죄 처벌이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7년 낙태죄로 새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8건에 불과했다. 그해 1심 판결이 선고된 14건 가운데 10건은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이 별다른 사고 없이 지나면 형의 선고를 면제하는 것이다. 2016년에는 24건이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25건이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13명이 집행유예, 7명은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가장 최근 유죄가 확정된 것은 지난해 4월 임신 5주 만에 임신중절수술을 받은 박모(29·여)씨 사건이었다. 수원지법 형사13단독 김효연 판사는 박씨에게 벌금 100만원형을 선고유예하면서 “낙태 처벌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라 사실상 국가 형벌권의 행사를 자제해 온 상황”이라고 판시했다. 인천지법 형사항소4부(부장 김현미)도 지난해 1월 “여성의 자기 결정권 및 태아의 생명권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있다”며 임신 9주에 임신중절수술을 받은 김모(28·여)씨와 시술 의사 권모(67)씨에게 각각 벌금 100만원형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정답은, 봄이다 -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정답은, 봄이다 -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늘 보는 바다 / 바다가 그 날은 왜 그랬을까 / 뺨 부미며 나를 달래고 / 또 달래고 했다 ” <김춘수의 시, 통영읍 中에서> 다시 통영(統營)이다. 그리고 통영의 바다. 그래서 통영의 바다 위로 건너온 봄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을 강구안 바다 너머로 흔들던 통영 유약국 집 둘째 아들 청마 유치환도, 소설가 박경리 역시 <토지(土地)> 속과부 ‘모화’의 눈으로 ‘뚝지먼당’ 언덕받이 너머 호젓한 통영 바다를 바라보았다. 김춘수 시인의 말처럼 ‘푸르스름 패랭이꽃’ 같은 피를 입으로 쏟아내던 음악가 윤이상 또한 죽어서조차도 ‘고양이 울음같은 갈매기의 울음’이 온종일 퍼지는 통영 바닷가 언덕으로 기어이 돌아왔다. 통영이 고향(故鄕)이라 말하는 사람을 보면 괜스레 부럽다. 고향다운 이름을 가져서일까. 골목마다 고향 이야기 가득 품은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이다.통영의 지명 유래는 이러하다. 조선 선조 37년(1604년)에 이르러 삼도수군통제영이 이 곳으로 옮겨 오면서 통영의 이름이 시작한다. 그러다 1955년 9월 1일에는 통영읍을 충무시(忠武市)로 바꾸었고 또 다시 1995년 1월 1일에 이르러서는 옛 이름인 통영시라는 명칭을 다시금 살려낸다.570개의 섬과 617Km에 달하는 해안선을 지닌 통영은 예로부터 항구로서는 남도 최고의 터로 인정받아 왔다. 바다 앞마당에는 한산도와 거제도가 떡하니 각각 한 자리씩 잡고 있어 통영으로 몰아오는 큰 파도, 작은 바람 앞뒤에서 다 막아준다. 이 뿐만 아니라 내륙 속으로 슬쩍 바닷물 들어오는 강구안은 사시사철 삼남지방의 조운(漕運) 길목으로서, 이순신(李舜臣) 장군님 바닷길 굽어보시며 큰 칼 갈고 닦던 세병관(洗兵館)의 엄중한 자리로도 그 역할 톡톡히 하였다.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은 남해 바다가 가장 가깝고, 훤하게 보이는 세병관 동쪽에 위치한 언덕 골목길에 위치해 있다. 원래 ‘동피랑’이라는 뜻은 동쪽에 위치한 ‘비랑’, 즉 벼랑, 언덕을 뜻하는 말에서 유래하는 데, 원래 이곳은 구불구불 통영 옛 마을인 동호동, 정량동, 태평도, 중앙동이 언덕마다 옹기종기 낮은 담벼락 아래 모여 있던 낙후된 마을의 다른 이름이었다.통영시의 계획은 동피랑 마을을 철거하고 이순신(李舜臣) 장군님의 통제영(統制營)의 동포루(東砲樓)가 있던 자리로 마을을 복원하려고 하였다. 그러자 동피랑을 살리기 위해 몇몇 시민단체들이 2007년 10월에 공공미술의 도심 복원 가치를 내걸고 ‘동피랑 백일장 및 벽화그리기’, ‘마을 잔치’, ‘생태 문화지도 제작’을 추진하였고, 급기야 18개 미술팀이 동피랑 낡은 ‘비루박(통영 사투리로 벽을 뜻함)’에 그림을 그려 넣었다. 그러자 강구안에서 올려 본 벽화 그림 가득한 동피랑 마을의 풍광은 한 마디로 끝내 주었다. 온종일 절간 아랫마을같이 조용하던 동피랑 벽화 마을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지금은 골목 골목 관광객들이 넘쳐 난다. 결국 통영시는 동피랑 마을 철거 방침을 철회하였다. 그림이 시간을 이겨내었다. 통영의 봄은 이렇게 다시 찾아 왔다. 동피랑 언덕길에 철빠르게 피어오른 벚꽃은 여전히 아름답다. 정답은 봄이다. <동피랑 벽화마을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동피랑, 서피랑 두 군데 모두 가 볼 만하다. 천천히 봄을 느끼기에는 제격. 2. 누구와 함께? - 연인들을 위한 곳. 3. 가는 방법은? - 경상남도 통영시 동피랑1길 6-18(구,동호동 118-1) / 버스 101번 중앙시장 -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 따라서 강구안 주변에 주차를 하고 올라가는 편이 낫다. 4. 감탄하는 점은? - 강구안의 풍경들. 중앙시장의 먹거리. 벽화마을에서 느껴지는 옛 시간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인산인해. 주말 동피랑 벽화마을은 올라가는 관람객 반, 내려오는 관람객 반이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 강구안 풍경들. 서피랑의 설치 미술과 99계단.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알쓸신잡의 ‘분소식당’, 멍게비빔밥 ‘수정식당’, ‘대풍관’, 물회 ‘통영해물가’, 복어 ‘만성복집’, 시래기국 ‘원조시락국’, 해물뚝배기 ‘통영식도락’, 수요미식회 ‘물보라다찌’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dongpirang.org/main/main.php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통영 서피랑 99계단, 박경리 문학관, 스카이루지, 케이블카, 김춘수 전시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지금은 골목길 여행이 대세다. 동피랑 마을을 비롯하여 서울의 익선동, 동묘 벼룩시장, 삼청동길, 북촌마을, 동해 논골담길, 태백 상장동 골목, 부산 감천문화마을 등이 이름난 곳이다. 하지만, 원주민들의 생활공간에 대한 배려도 늘 염두에 두어야 여행의 의미가 더욱더 깊어질 듯.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톰 소여의 페인트칠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톰 소여의 페인트칠

    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 소여의 모험’. 톰은 밤늦도록 놀다가 창문을 통해 몰래 방으로 기어들어 가던 중 폴리 이모에게 딱 걸린다. 다음날은 휴일인 토요일. 화창한 휴일 톰은 높이 3미터에 길이 30미터나 되는 담장에 페인트칠을 하는 벌을 받는다. 한숨을 길게 내쉰 톰은 붓을 페인트통에 담갔다가 꺼내 담장에 칠한다. 한참을 칠한 다음, 방금 칠한 부분과 앞으로 새로 칠해야 할 대륙처럼 광활한 나머지 부분을 비교한다. 산다는 것이 괴롭고 팍팍하기만 하다. 톰이 낙담하고 있을 때, 멀리서 벤 로저스가 사과를 맛있게 먹으면서 온다. 저만치서 벤이 톰을 보고 놀린다. “야! 너 정말 딱하게 됐구나!” 그러나 톰은 시침 뚝 떼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 마치 화가처럼, 칠한 부분을 살펴보면서 세심하게 덧칠을 한다. 벤이 톰 옆으로 가까이 온다. 톰은 벤의 사과가 먹고 싶어 입에 침이 고였지만 꾹 참고 일에 몰두하는 척한다. 벤이 말한다. “저런, 너 지금 일해야 하는 거야?” 그제야 톰은 고개를 휙 돌리며 대꾸한다. “야, 벤이로구나! 네가 오는 걸 못 봤어.” “어때? 지금 헤엄치러 가는 중인데 함께 가고 싶지 않니? 하지만 너는 일을 해야겠지?” 톰은 잠시 벤을 빤히 쳐다보다가 말한다. “일이라니? 뭐가?” 벤은 “그럼 이게 일이 아니고 뭐야?”라고 대꾸한다. 톰은 다시 칠을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한다. “아이들에게 담장에 페인트칠할 흥미로운 기회가 날마다 있는 줄 아니?” 톰은 화가처럼 잔뜩 멋을 부려 가며 몇 발짝 뒤로 물러서 칠한 것을 지긋이 바라보고 다시 덧칠을 한다. 벤이 사과를 베어 먹던 동작을 멈춘다. 부럽다. 자기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아진다. “톰 나도 좀 해 보자.” “안 돼! 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아이는 아마 천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할걸.” “정말이니? 한번만 하게 해 줘. 이 사과 몽땅 다 줄게.” 톰은 못 이기는 척 붓을 넘겨준다. 벤이 뙤약볕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칠하는 동안, 톰은 그늘에 걸터앉아 맛있게 사과를 먹는다. ‘호지자불여락지자’(好之者不如樂之者), 공자 말씀이다. 즐기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보다 낫다는 뜻. 벤처럼 즐기며 일하는 삶이 최고 아닐까. 우석대 역사교육과 초빙교수
  • [사설] 재가동 ‘비핵화 시계’, 촉진자 문 대통령 기대한다

    지난 2월 27,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뒤 멈췄던 한반도 비핵화의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음달 11일(현지시간)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양국의 핵심 외교·안보라인이 잇따라 접촉하며 향후 비핵화 협상 정상화를 위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그제 워싱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만난 뒤 “미국도 일괄타결이라는 것보다 ‘포괄적 합의’(Comprehensive Agreement)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핵 문제 해결에서 ‘큰 그림’을 갖고 협의를 하고, 협상을 하고 나가자는 것으로 근본적 접근 방법은 우리와 같다”고 말했다. 강 장관이 말한 ‘큰 그림’은 ‘북한의 비핵화 및 대북 체제 보장·경제발전’이라는 북미의 공통된 접점이자 목표를 논의의 재출발선으로 삼자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미 협상의 재개 여부인 만큼 미국의 ‘일괄타결식 빅딜’과 북한의 ‘동시적·단계적 해법’과 같은 의제는 차후에 논의할 문제로 보인다. 북미 협상의 ‘촉진자’ 역할을 자임해 온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회담에서 북미 간 비핵화 간극을 좁혀 다시 북미를 대화의 테이블에 앉힐 만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행정부의 추가 대북 제재 철회를 지시하고, 강경파들의 대북 압박 기조에 제동을 건 것 등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의 노력에 따라 북미 간 대화가 다시 재개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북미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서로의 이견을 최대한 좁히고 공통의 인식을 넓힐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심사숙고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과감하고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내놔야 한다. 문 대통령의 ‘촉진자 외교’가 성과를 내려면 북한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한미 정상회담에 나서는 게 낫다. 문 대통령의 방미 전에 상시 가동 중인 판문점 채널 등을 통해 북의 의중을 최대한 파악해야 한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방미 전에 남북 정상이 원포인트 회담을 판문점에서 여는 방안도 추진했으면 한다.
  • 중학생 집단폭행 추락사, 10대 4명에게 10년 구형

    또래 중학생을 집단폭행해 고층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숨지게 한 10대 4명에게 검찰이 소년법상 허용된 상해치사죄의 법정 최고형을 구형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 심리로 28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상해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14)군과 B(16)양 등 10대 4명에게 장기 징역 10년∼단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A군 등은 지난해 11월 13일 오후 5시 20분쯤 인천시 연수구 15층 짜리 아파트 옥상에서 동급생 C(14)군을 집단으로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C군은 1시간 20분 가량 폭행을 당하다가 “이렇게 맞을 바에는 죽는 게 낫겠다”고 말한 뒤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A군 등은 C군을 집단폭행할 당시 그의 입과 몸에 가래침을 뱉고 바지를 벗게 하는 등 심한 수치심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C군이 가해자 중 한 명의 아버지에 대해 흉을 보고 사건 당일 “너희들과 노는 것보다 게임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는 게 집단폭행의 이유였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일일이 묘사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방법으로 폭력과 가혹행위를 했다”면서 “피해자가 사망한 점 등을 고려해 소년법이 허용한 (상해치사죄의)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 달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군은 최후 진술에서 “피해자에게 사죄한다. 저 때문에 큰일이 벌어져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B양도 “제가 한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고 남은 시간도 더 깊이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해치사 혐의를 인정한 이들과 달리 혐의를 부인한 나머지 10대 2명의 변호인은 “폭행 종료 후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에 폭행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없으며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내 손은 최첨단 의학 기구‘”…JMS 정명석 신도 성추행

    “내 손은 최첨단 의학 기구‘”…JMS 정명석 신도 성추행

    MBC ‘실화탐사대’가 여신도 성폭행 혐의로 10년간 복역한 뒤 지난해 2월 출소한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 정명석을 추적했다. 앞서 기독교복음선교회 측은 자신들의 명예가 실추될 수 있다며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관련 방송은 3월 27일 전파를 탔다. 방송은 정명석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 여성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정명석은 오랜 시간 설교를 통해 “나는 기구도 없다. 이 손이 다 내 생각에 최첨단 의학 기구다”라며 ‘건강검진’이라는 이름의 성추행을 했다. 피해를 당한 신도는 “선배 신도들은 ‘(정명석이) 만지거나 그래도 놀라지 말아라, 너 건강 체크하는 거다”라며 그의 성추행 사실을 은폐했다고 말했다. 한 여성은 피해를 당할 당시 고등학생에 불과했다. 이 여성은 정명석에 의해 이불 위에서 속옷이 벗겨졌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정명석이 ‘나니까 너를 만져준다’고 했다”며 20년이 지나도록 피해 기억이 지워지지 않아 괴롭다고 했다. 정명석은 출소 후에도 “손을 대면 병이 낫는다. 40년 경력이 있다. 6개월간 전 세계적인 치유를 제외하고 월명동(JMS 본거지) 안에서만 1800명을 고쳤다”고 주장했다. JMS 탈퇴자들은 정명석이 신체 부위마다 ‘진선미’를 정해주면서 뇌가 ‘진’이고 여성의 생식기가 ‘선’이고 가슴이 ‘미’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한 신도는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정명석이) ‘하나님 외에 누구도 사랑해선 안된다면서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라 하체까지 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기독교복음선교회는 정명석의 무죄를 주장해 왔다. 징역 10년 사건에 대한 재심 청구도 계획 중이다. JMS 탈퇴자는 “정명석의 수감 번호가 1178인데, 그것을 기도 시간이라고 해석했다. 새벽 1시, 오후 1시, 저녁 7시 하루 세 번 기도하면 팔자가 펴진다면서 기도했다”고 했다. 방송은 기독교복음선교회에 빠진 자녀들을 찾는 A씨의 사연도 소개했다. 지난 2년간 아들과 딸을 만나지 못한 A씨는 정씨의 생일 수천 명의 신자가 온다는 충남 금산군 월명동을 찾았지만 자녀들을 만날 수 없었다. 자녀들은 제작진에 종교를 반대하는 아버지를 만나고 싶지 않다며 만남을 끝내 거부했다. 기독교복음선교회 측은 가정불화는 자신들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에이스 본색… 빅리거 5인방 새벽을 깨운다

    에이스 본색… 빅리거 5인방 새벽을 깨운다

    류현진, 첫 경기 선발…시즌 20승 목표 강정호, 시범경기 7홈런 부활 신호탄 최지만, 왼손 투수 극복 땐 주전 눈도장 오승환, 4경기 연속 무실점의 ‘필승조’ 추신수, 최고참으로 동료 이끄는 ‘큰형’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2019시즌 시범경기가 27일 끝났다. 시범경기를 통해 예열을 마친 코리안 메이저리거 5인(류현진·오승환·강정호·추신수·최지만) 모두 개막 25인 로스터에 승선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가장 많은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이 29일 새벽(한국시간) 개막전부터 출전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2019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부풀고 있다. LA다저스의 류현진(32)은 팀의 개막전 선발 투수답게 시범 경기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과시했다. 총 5경기에 선발 출전해 평균자책점 3.00, 이닝당 출루허용율 0.93을 기록했다. 승리 없이 1패만 떠안았지만 투구 내용은 알찼다. 다저스 선발 투수 중 가장 안정적인 성적이다. 지난해 시범경기에 4차례 등판해 거뒀던 평균자책점(7.04)보다 올해가 훨씬 낫다. 류현진은 29일 오전 5시 10분에 열리는 애리조나와의 홈경기에 한국 선수로는 2002년 박찬호 이후 17년 만에 MLB 개막전 선발 투수로 등판해 올 시즌 목표로 삼았던 20승을 향한 힘찬 출발을 알리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음주운전 뺑소니 사건으로 2년간 공백기를 가졌던 강정호(32·피츠버그)는 시범경기 홈런 1위(7개)에 오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16경기에 나서 11타점, 타율 .250(44타수 11안타), 출루율 .340, 장타율 773을 기록했다. 팀내 주전 3루수 경쟁자인 콜린 모란(타율 .234, 출루율 315, 장타율 .319)을 압도하는 성적이다. 이전에 강정호가 MLB 시범경기에 나선 것은 2015시즌뿐인데 타율 .200, 2홈런을 기록했던 당시보다 올해의 성적이 훨씬 낫다. 시범경기 동안 18개(팀내 1위)에 달했던 삼진을 줄이고, 2할 중반의 타격감을 좀 더 끌어올리는 것이 숙제다. 수년간 여러 팀을 전전하거나 백업에 머물면서 자리를 못 잡았던 최지만(28·탬파베이)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모양새다. 7타점(팀내 공동 6위), 15안타(팀내 3위)를 기록하는 인상적 활약을 펼쳤다. 18경기에서 타율 .366을 남겼다. 왼손 투수에 약하다는 고질적인 약점만 극복하면 빅리그 데뷔 이래 첫 풀시즌 출전도 가능해 보인다. 콜로라도의 오승환(37)은 시범 경기 초반 목 담 증세로 컨디션 난조를 겪었지만 이후 4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안정감을 되찾았다.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9.72로 시범 경기를 마쳤다. 정규시즌에도 콜로라도의 마무리 투수 웨이드 데이비스에 앞서 필승조로 활약할 전망이다. 추신수(37·텍사스)는 16경기에 출전해 평균 타율 .211(38타수 8안타), 출루율 .347, 5타점, 6득점을 기록했다. 애드리안 벨트레가 은퇴하면서 팀내 최고참이 된 추신수는 텍사스의 클럽하우스에서 동료들을 함께 이끄는 큰형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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