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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미 구멍이 둑 터뜨린다”… 해빙기 안전 챙기는 용산

    “개미 구멍이 둑 터뜨린다”… 해빙기 안전 챙기는 용산

    비탈면 얼었다 녹으면서 붕괴 가능성 區, 3억 7000만원 들여 70곳 점검 의뢰 4월부터 보수 공사… 위험 수목도 정리 “주민들도 사고 예방 위해 주변 점검을”“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를 대비하면서 ‘과잉 대응이 늑장 대응보다 낫다’고 하잖아요. 해빙기 점검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사 불여튼튼’이라는 말도 있듯 미리 점검해 두면 나중에 사고 날 일이 없어요.” 서울에 함박눈이 내린 지난 17일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해빙기 급경사지 점검에 나섰다. 축대, 옹벽 등 비탈면이 겨울에 얼었다가 늦겨울이나 초봄에 녹으면서 무너지지 않게 미리 점검했다. 지난겨울이 춥지 않아 예년보다는 사고 가능성이 낮지만, 만일을 대비해 점검에 나섰다. 성 구청장은 옹벽 중 보수가 필요한 용산2가동의 이면도로를 찾았다. 구는 지난해 예산 3억 7000만원을 들여 지역의 급경사지, 교량 등 70곳을 전문기관에 의뢰해 점검했고 모두 A(우수)·B(양호)등급을 받았다. 이날 방문한 해방촌의 옹벽은 B등급을 받았는데, 벽면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지고 작은 균열이 일부 관찰돼 보수하라는 진단이 나왔다. 구는 올해 1억 5000만원을 투입해 4월부터 7월까지 보수 공사를 한다. 함께 점검에 나선 신승화 도로과장의 설명을 들은 성 구청장은 직접 옹벽을 손으로 만져 보고 두들겨 보면서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간 부분을 검사했다. 성 구청장은 “남산에 자리한 해방촌이나 이태원동은 급경사지 옹벽이나 축대가 많아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며 “구가 소유하지 않은 곳이라도 주도적으로 점검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는 다음달 말까지 급경사지 점검에 이어 위험 수목 점검도 나선다. 용산2가동과 보광동에 주로 몰려 있는 위험 수목을 제거하고 가지치기 공사를 한다. 또한 건설공사장, 노후주택 등 시설물을 대상으로 해빙기 일제점검 및 안전교육을 한다. 청파동이나 후암동에는 노후 주택이 많다. 개인이 소유한 주택이지만 축대가 높은 곳도 있다. 구는 시설물에 문제가 있는 경우 소유주에게 보수·보강을 요청할 예정이다. 공무원이 육안으로 살피는 것에서 나아가 위험요인이 커 보일 경우 구조기술사, 토지기술사, 안전기술사 등 민간 전문가가 함께 나와 위험도를 평가할 계획이다. 신 과장은 “도로과뿐만 아니라 건축과, 주택과, 공원녹지과 등이 함께 관내 시설 300여곳을 공동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 구청장은 “작은 개미구멍에서 저수지 둑이 터진다”며 “주민들도 사고예방을 위해 주변을 점검해 보고 구에서 방문하면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與 반대에도 靑 지원 사격… 고강도 부동산규제 총대 멘 홍남기

    與 반대에도 靑 지원 사격… 고강도 부동산규제 총대 멘 홍남기

    총선 앞두고 민주당 ‘명분 없는 반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시그널 감지 홍, 좌고우면 지적에 강한 드라이브4월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규제 강화에 반대하고 있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강력한 추가 대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책 수준도 당초 ‘수용성’(수원·용인·성남)을 ‘규제 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으로 묶는 것을 넘어 수도권과 대전 일부 지역도 포함해 훨씬 강해졌다는 평가다. 18일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날 ‘수용성’을 포함해 경기권 풍선효과 발생지를 규제 지역으로 묶는 내용의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서면 회의 자료를 배포했다. 정부는 주정심 위원들의 의견을 종합해 20일 규제 지역 확대와 상향 조정, 대출 규제 강화 등을 발표한다. 정부 관계자는 “수용성을 중심으로 보지만 다른 수도권의 주택가격 급등 지역도 살펴보고 있다”면서 “일단 서울을 뺐지만 시장 상황이 바뀌면 다른 규제 방법을 고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주 수원이 전반적으로 2%대 상승률을 보이면서 이들 지역에 대한 규제만 이야기를 하는데,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수도권 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그대로 놔둬선 안 된다는 시각이 있다”면서 “단순히 ‘수용성’만 잡아선 다른 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규제 지역으로 묶이거나 규제가 강화되는 지역이 대폭 늘어난다. 이번 대책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들의 추가 주택 구매의 돈줄을 막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 서울을 포함해 규제 지역의 주택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비규제 지역의 주택을 살 땐 대출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여기에 조정대상지역에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60%와 총부채상환비율(DTI) 50%도 너무 느슨하다고 보고, LTV를 50%로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DTI에 대해서도 투기과열지구와 동일한 40%로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중에서도 금융 대책이 가장 즉각적인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여당의 반대에도 홍 부총리가 부동산 규제 강화에 드라이브를 건 것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한 청와대의 시그널을 감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여당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 같아 반대하고 있지만 사실 명분이 없는 반대”라면서 “대통령과 청와대 주요 인사들이 부동산 문제에 여당과 입장이 다른 것도 홍 부총리가 부동산 규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세종청사 부처 관계자는 “시간을 끌다가 타이밍을 놓치면 결국 모든 책임은 홍 부총리를 비롯한 정책 당국자가 지게 된다”면서 “좌고우면한다는 지적을 받아 온 홍 부총리로서는 부동산 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16→4시간만 도움… 65세 생일이 원망스러운 중증장애인

    16→4시간만 도움… 65세 생일이 원망스러운 중증장애인

    “저 같은 중증장애인은 활동지원사 없이는 물 한 잔도 못 마셔요. 하루 16시간 동안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다가 갑자기 하루 4시간밖에 안 된다고 하면 어떻게 살라는 건지….” 이번 주 65번째 생일을 맞는 박선자씨는 다가오는 생일이 전혀 기쁘지 않다. 만 65세가 돼 법적으로 노인으로 분류되면 하루 24시간 중 20시간을 타인의 도움 없이 홀로 버텨야만 하기 때문이다. 당장 낼모레지만 방법도 없다. “이럴 바엔 죽는 게 낫다”라는 박씨의 말은 그의 간절함을 대변한다. 장애인활동법에 따르면 장애인이 만 65세가 되는 생일 다음달까지만 활동지원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후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적용되는데 집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장기요양급여 중 하루 최대 4시간으로 제한된 방문요양지원을 받는다. 지원의 범위도 줄어든다. 장애인활동지원은 외출까지 도와주지만 방문요양의 범위는 집 안 일상으로 제한되는 탓이다. 중증장애로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가 시행된 지 올해로 9년이 지났다. 4년여간의 시범사업 기간을 거쳐 2011년 10월부터 제도화됐다. 해당 제도는 ‘활동지원급여’라는 이름의 서비스로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생활을 지원한다. ▲활동보조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의 서비스가 있다. 만 6세 이상~만 65세 미만 중증장애인에게 신청 자격이 있다. 박씨는 현재 중증지체장애인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67년 10월 산으로 소풍을 갔다가 친구가 등을 밀어 약 3m 높이의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추락 사고 이후로 머리와 허리가 아팠지만 견딜 만했다. 후유증은 뒤늦게 다가 왔다. 50세가 가까워지면서 박씨는 길을 걷다가 갑자기 맥이 탁 풀려 갑자기 넘어지는 일이 많아졌다. 정신은 멀쩡했지만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박씨를 진료한 대학병원 의사는 “지금까지 걸어다니는 게 기적”이라면서 “목 신경이 이미 70%나 죽어 있다”고 말했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 결과 1번 경추는 이미 탈골돼 있었다. 박씨는 48세에 목 수술을 받고 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장애는 갈수록 더 심해졌다. 1번에 이어 3~5번 경추에도 이상이 생겼다. 허리 통증도 심해져 6년 전에는 허리 수술도 받았다. 결국 혼자서는 걷지도 서지도 못하는 중증장애인이 된 박씨는 2008년부터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활동지원사가 매일 아침 6시에 집으로 와요. 몸이 굳지 않도록 주물러 주고, 씻겨 주고, 청소하고, 식사도 차려 주고, 밥도 먹여 주고, 대소변 처리도 도와주고, 또 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안 되니까 앉았다 일어나는 일도 도와주고…. 부모 형제가 있는 것도, 남편과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활동지원사가 없으면 전 아무것도 못 해요.” 활동지원급여 지원 금액(월 한도액)은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결과 산출된 종합점수에 따라 1~15구간으로 구분해 산정한다. 1구간에 가까울수록 서비스 이용 가능 시간이 많아지는 구조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본인 부담금이 면제고, 차상위계층의 본인 부담금은 정액 2만원이다. 차상위 초과 계층은 소득수준에 따라 월 한도액의 4~10%를 부담한다. 활동지원급여 중 활동보조 서비스는 정부 지원으로 하루 최대 20시간(월 480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지원에 따라 하루 24시간(월 720시간) 이용도 가능하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19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은 2014년 6만 4906명에서 2018년 9만 4496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65세가 넘으면 ‘노인’으로 분류돼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가 종료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서도 물론 요양보호사, 간호사 등이 수급자의 가정을 방문하는 요양·목욕·간호 등의 ‘장기요양급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시간이 급격히 준다. 방문요양(요양보호사가 가정 등을 방문해 수급자의 신체 활동 및 가사일 등을 지원)의 경우 이용 가능한 시간은 최대 4시간이다. 중증 뇌병변장애인인 한상철(66)씨는 지난해 11월 19일 이래로 만 65세를 넘었다. 나이 때문에 자동으로 장기요양급여 신청 대상자로 전환됐고, 장기요양 등급(1~5등급)에서 가장 높은 1등급(일상생활에서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판정을 받았다. 등급 판정을 받은 수급자는 장기요양기관을 선택해 계약을 맺고 본인 부담금을 납부해야 장기요양급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본인 부담금이 면제고, 다른 수급자는 장기요양 등급별로 정부가 지원하는 월 한도액의 15~20%를 부담한다. 만 65세를 넘어도 장기요양등급 판정에서 1~5등급이 아닌 ‘등급 외’ 판정을 받으면 기존의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등급 외 판정을 받는 일은 드물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등급 판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통틀어서 장기요양급여를 신청한 사람 111만 9838명 중 등급 외 판정을 받은 비율은 13.9%(15만 5915명)다. 한씨는 2007년부터 하루 약 20시간(월 492시간)의 활동보조 서비스를 이용해 왔다. 배우자인 장모(61)씨는 “남편은 아침에 일어나서 목욕하고, 화장실 가고, 밥 먹고, 옷 갈아입고, 외출하는 등 모든 일상생활을 누군가의 지원 없이 혼자서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체·시각장애인인 장씨도 현재 활동지원사의 지원을 받고 있다. 연령 제한으로 더는 활동보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되자 한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폐렴 증상이 나타났고, 천공이 동반된 위궤양까지 발생해 지난해 12월 응급 수술을 받았다. 한씨는 “원래 평소에도 음식을 적게 먹어서 위가 안 좋은 건 아니었는데, 지금은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소화가 안 돼서 위장약을 달고 산다”고 말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11일 보건복지부 등 관계 기관에 긴급구제 조치(제도 개선)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중증장애인이 65세에 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활동지원 서비스를 축소하는 현 제도는 중증장애인의 기본적인 생리욕구 해결을 불가능하게 하고 노인의 질식사나 욕창, 저체온증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불합리한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노인 중증장애인의 인권 침해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장단기 개선책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면서 “조만간 단기 개선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지부가 검토 중인 장기 개선책에는 법률 개정도 포함돼 있지만 입법 사항이므로 국회가 움직여야 한다. 또 65세가 넘은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볼 것이냐, ‘노인’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도 있다. 중증장애인이 65세가 넘어도 장애인 활동지원급여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면 65세 이후에 중증장애를 갖게 된 노인도 장애인 활동지원급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애인복지 지출 비중(0.61%)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험료가 아닌 조세로 운영되는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 예산을 늘리기란 쉽지 않다. 김선우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증장애인이 65세를 넘었다고 해서 곧바로 활동지원급여를 중단할 것이 아니라 65세가 된 해로부터 2~3년 동안 점진적으로 활동지원급여 이용 시간을 줄여 나가면서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 단기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현재 너무 낮은 장기요양급여의 서비스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정부가 조속히 지역사회 통합 돌봄 방안을 마련해 노인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계속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16→4시간만 도움… 65세 생일이 원망스러운 중증장애인

    16→4시간만 도움… 65세 생일이 원망스러운 중증장애인

    “저 같은 중증장애인은 활동지원사 없이는 물 한 잔도 못 마셔요. 하루 16시간 동안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다가 갑자기 하루 4시간밖에 안 된다고 하면 어떻게 살라는 건지….” 이번 주 65번째 생일을 맞는 박선자씨는 다가오는 생일이 전혀 기쁘지 않다. 만 65세가 돼 법적으로 노인으로 분류되면 하루 24시간 중 20시간을 타인의 도움 없이 홀로 버텨야만 하기 때문이다. 당장 낼모레지만 방법도 없다. “이럴 바엔 죽는 게 낫다”라는 박씨의 말은 그의 간절함을 대변한다. 장애인활동법에 따르면 장애인이 만 65세가 되는 생일 다음달까지만 활동지원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후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적용되는데 집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장기요양급여 중 하루 최대 4시간으로 제한된 방문요양지원을 받는다. 지원의 범위도 줄어든다. 장애인활동지원은 외출까지 도와주지만 방문요양의 범위는 집 안 일상으로 제한되는 탓이다. 중증장애로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가 시행된 지 올해로 9년이 지났다. 4년여간의 시범사업 기간을 거쳐 2011년 10월부터 제도화됐다. 해당 제도는 ‘활동지원급여’라는 이름의 서비스로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생활을 지원한다. ▲활동보조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의 서비스가 있다. 만 6세 이상~만 65세 미만 중증장애인에게 신청 자격이 있다. 박씨는 현재 중증지체장애인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67년 10월 산으로 소풍을 갔다가 친구가 등을 밀어 약 3m 높이의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추락 사고 이후로 머리와 허리가 아팠지만 견딜 만했다. 후유증은 뒤늦게 다가 왔다. 50세가 가까워지면서 박씨는 길을 걷다가 갑자기 맥이 탁 풀려 갑자기 넘어지는 일이 많아졌다. 정신은 멀쩡했지만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박씨를 진료한 대학병원 의사는 “지금까지 걸어다니는 게 기적”이라면서 “목 신경이 이미 70%나 죽어 있다”고 말했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 결과 1번 경추는 이미 탈골돼 있었다. 박씨는 48세에 목 수술을 받고 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장애는 갈수록 더 심해졌다. 1번에 이어 3~5번 경추에도 이상이 생겼다. 허리 통증도 심해져 6년 전에는 허리 수술도 받았다. 결국 혼자서는 걷지도 서지도 못하는 중증장애인이 된 박씨는 2008년부터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활동지원사가 매일 아침 6시에 집으로 와요. 몸이 굳지 않도록 주물러 주고, 씻겨 주고, 청소하고, 식사도 차려 주고, 밥도 먹여 주고, 대소변 처리도 도와주고, 또 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안 되니까 앉았다 일어나는 일도 도와주고…. 부모 형제가 있는 것도, 남편과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활동지원사가 없으면 전 아무것도 못 해요.” 활동지원급여 지원 금액(월 한도액)은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결과 산출된 종합점수에 따라 1~15구간으로 구분해 산정한다. 1구간에 가까울수록 서비스 이용 가능 시간이 많아지는 구조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본인 부담금이 면제고, 차상위계층의 본인 부담금은 정액 2만원이다. 차상위 초과 계층은 소득수준에 따라 월 한도액의 4~10%를 부담한다. 활동지원급여 중 활동보조 서비스는 정부 지원으로 하루 최대 20시간(월 480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지원에 따라 하루 24시간(월 720시간) 이용도 가능하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19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은 2014년 6만 4906명에서 2018년 9만 4496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65세가 넘으면 ‘노인’으로 분류돼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가 종료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서도 물론 요양보호사, 간호사 등이 수급자의 가정을 방문하는 요양·목욕·간호 등의 ‘장기요양급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시간이 급격히 준다. 방문요양(요양보호사가 가정 등을 방문해 수급자의 신체 활동 및 가사일 등을 지원)의 경우 이용 가능한 시간은 최대 4시간이다. 중증 뇌병변장애인인 한상철(66)씨는 지난해 11월 19일 이래로 만 65세를 넘었다. 나이 때문에 자동으로 장기요양급여 신청 대상자로 전환됐고, 장기요양 등급(1~5등급)에서 가장 높은 1등급(일상생활에서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판정을 받았다. 등급 판정을 받은 수급자는 장기요양기관을 선택해 계약을 맺고 본인 부담금을 납부해야 장기요양급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본인 부담금이 면제고, 다른 수급자는 장기요양 등급별로 정부가 지원하는 월 한도액의 15~20%를 부담한다. 만 65세를 넘어도 장기요양등급 판정에서 1~5등급이 아닌 ‘등급 외’ 판정을 받으면 기존의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등급 외 판정을 받는 일은 드물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등급 판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통틀어서 장기요양급여를 신청한 사람 111만 9838명 중 등급 외 판정을 받은 비율은 13.9%(15만 5915명)다. 한씨는 2007년부터 하루 약 20시간(월 492시간)의 활동보조 서비스를 이용해 왔다. 배우자인 장모(61)씨는 “남편은 아침에 일어나서 목욕하고, 화장실 가고, 밥 먹고, 옷 갈아입고, 외출하는 등 모든 일상생활을 누군가의 지원 없이 혼자서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체·시각장애인인 장씨도 현재 활동지원사의 지원을 받고 있다. 연령 제한으로 더는 활동보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되자 한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폐렴 증상이 나타났고, 천공이 동반된 위궤양까지 발생해 지난해 12월 응급 수술을 받았다. 한씨는 “원래 평소에도 음식을 적게 먹어서 위가 안 좋은 건 아니었는데, 지금은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소화가 안 돼서 위장약을 달고 산다”고 말했다.앞서 인권위는 지난 11일 보건복지부 등 관계 기관에 긴급구제 조치(제도 개선)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중증장애인이 65세에 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활동지원 서비스를 축소하는 현 제도는 중증장애인의 기본적인 생리욕구 해결을 불가능하게 하고 노인의 질식사나 욕창, 저체온증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불합리한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노인 중증장애인의 인권 침해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장단기 개선책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면서 “조만간 단기 개선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지부가 검토 중인 장기 개선책에는 법률 개정도 포함돼 있지만 입법 사항이므로 국회가 움직여야 한다. 또 65세가 넘은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볼 것이냐, ‘노인’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도 있다. 중증장애인이 65세가 넘어도 장애인 활동지원급여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면 65세 이후에 중증장애를 갖게 된 노인도 장애인 활동지원급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애인복지 지출 비중(0.61%)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험료가 아닌 조세로 운영되는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 예산을 늘리기란 쉽지 않다. 김선우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증장애인이 65세를 넘었다고 해서 곧바로 활동지원급여를 중단할 것이 아니라 65세가 된 해로부터 2~3년 동안 점진적으로 활동지원급여 이용 시간을 줄여 나가면서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 단기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현재 너무 낮은 장기요양급여의 서비스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정부가 조속히 지역사회 통합 돌봄 방안을 마련해 노인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계속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잘나가는 ‘형님 예능’ 설곳없는 ‘언니 예능’

    잘나가는 ‘형님 예능’ 설곳없는 ‘언니 예능’

    “쉬고 싶어서 쉰 게 아니고 (방송국에서) 쉬라고 해서 쉰 거죠.” 지난 6일 방송된 KBS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4’에서 코미디언 박미선은 “왜 요즘 방송에 안 나오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KBS ‘거리의 만찬’에서 양희은, 이지혜 등 다른 여성 진행자들과 함께 ‘잘린’ 박미선은 “일이 없는 여성 후배들과 모여서 일을 해보려고 공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최근 몇몇 여성 예능인들이 연예대상에서 수상하는 등 주목받고 있지만,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형님 예능’은 꾸준히 새로 제작되고 시즌을 거듭하고 있다. 방송가에서 ‘언니 예능’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주 진행자, 남성이 여성의 3배… 여전히 고정된 성역할 박나래, 김숙, 이영자, 송은이, 팽현숙. 요즘 방송 중인 지상파와 케이블의 주요 예능 프로그램 속 메인 여성 진행자다. 40여개의 지상파 예능 중 메인 진행을 꿰찬 여성 연예인은 손에 꼽는다. 서울YWCA가 2019년 8월 지상파와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의 예능·오락 프로그램 18개를 조사한 결과 고정 출연자 총 133명 중 남성은 72.9%로 여성 27.1%의 2.7배였다. 주 진행자 비율은 남성 75%, 여성은 25%로 3배 차이였다. 새로운 프로그램은 쏟아지지만 여성을 앞세운 것은 드물다. 여성 진행자로만 구성됐던 KBS ‘거리의 만찬’은 김용민 시사평론가로 진행자를 교체하려다 여론의 역풍을 맞고 시즌2 재검토에 들어갔다. 반면 지난달 시작한 MBC 주말 버라이어티 ‘끼리끼리’에는 남성 연예인 10명이 등장한다. KBS의 대표 예능 ‘1박 2일 시즌4’와 ‘해피투게더4’, SBS ‘집사부일체’, jtbc ‘아는 형님’과 ‘뭉쳐야 찬다’ 등은 대부분 예능은 남성 집단 진행자 체제를 수년간 유지 중이다.숫자도 적지만 여성들은 고정된 성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 MBC ‘언니네 쌀롱’은 패션과 화장 등 뷰티 해결책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자 6명 중 5명이 여성이다. 스포츠 예능은 반대다. 씨름을 재조명해 인기를 얻은 KBS ‘씨름의 희열’은 선수와 진행자 세 명 모두 남성이다. SBS 농구 예능 ‘핸섬타이거즈’에는 남성 13명과 1명의 여성 매니저가 출연한다. 매니저로 나오는 걸그룹 레드벨벳의 조이는 선수들의 ‘멘탈 관리’와 분위기 메이킹을 책임진다. 지난해 12월 시즌이 끝난 TV조선 ‘연애의 맛’은 남성이 여성을 안고 미션을 수행하는 장면 등을 방송했다. 여러 프로그램에서 몸을 쓰거나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것은 남성의 역할, 꾸밈이나 ‘멘탈 관리’ 등 돌봄의 영역은 여성의 역할로 나뉘어 있는 셈이다. 서울YWCA 모니터링 보고서는 “18개 프로그램 속 외모 비하 등 성차별적 내용이 35건 등장했으며, 여성에게 주어진 자리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도전자나 홍일점 진행자로 제한적”이라며 성차별적 요소를 지적했다. ●리얼·야생·관찰 버라이어티 확대… PD “누가 모험 택하겠나” 여성이 주도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힘든 데 대해 방송 관계자들은 우선 그동안 만들어 온 ‘웃음 공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점을 꼽는다. 치열해지는 경쟁 속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는 리얼, 야생, 관찰 버라이어티 등 점점 자극적이고 몸을 사리지 않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포맷에서 웃음을 주기에는 남성이 더 편하고 수월하다는 것이다. 지상파의 한 예능 PD는 “잘 망가지고 한 번에 캐릭터를 잡을 수 있는 남성 연기자를 섭외하면 더 쉽고 편하게 갈 수 있다”며 “매주 시청률 성적표를 받는 상황에서 모험을 하는 것보다는 이미 성공해 본 진행자와 검증된 방식을 택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PD들은 ‘여성 PD로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 이 위험을 더욱 감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여성은 뚱뚱하거나 외모로 망가지는 여성만 등장하는데, 여기서 탈피하면서 건강한 재미를 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믿고 맡길 만한 여성 출연자 자체가 적다는 의견도 있다. 출연 기회가 적으니 꾸준히 성장하지 못하고, 인력 자체도 많지 않은 악순환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한 케이블 방송의 예능 PD는 “여성 출연자 풀 자체가 적기 때문에 단독으로 메인 진행을 맡길 만한 사람도 적다”면서 “특별한 콘셉트를 가지고 가는 프로그램이 아니면 특별히 여성이기 때문에 출연시켜야 한다는 고려를 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여성 제작진의 절대적 숫자 자체가 남성보다 적다는 점도 꼽힌다. 2018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산업 통계에 따르면 방송사 중 여성 정규직 비율은 18.3%였다. 사람들을 통솔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방송계 특성상 남성 특유의 ‘형님문화’가 형성되고, 여기에서 여성들은 배제된다는 지적이다. 한 지상파 여성 PD는 “출연진, 제작진, 매니저들이 대부분 남성이고 이들은 형님과 아우 관계로 막역해지면 서로 같이 성장하고 캐스팅할 확률도 높아진다”면서 “여성 출연자에 비해 남성 출연자들은 ‘형’을 믿고 가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상급자 중 여성이 없다는 점도 장벽이다. 지상파의 한 중견 여성 PD는 “15년 전만 해도 여성 상급자는 없었고 신입 여성은 1~2명이 전부였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 기피 현상이 있었다”며 “인정받기 위해 더 남성처럼 일하고 밤도 더 새웠는데, 여성 동료가 많았다면 일부러 남성처럼 보이려는 분위기는 덜했을 것 같다”고 했다.●“여성 상급자·제작진 늘려야 성차별적 콘텐츠 줄어들 것” TV에서 밀려난 여성 연예인들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1년 넘게 불러 주는 방송국이 없었던 송은이와 김숙은 2015년 방구석에서 시작한 팟캐스트 ‘비밀보장’을 시작했고, 4년 만에 콘텐츠 제작 및 매니지먼트 기업으로 성장했다. 방송에서 보기 힘든 박미선은 최근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방송인 김나영 등 출산 이후 유튜브를 통해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연예인도 많다. 박나래는 넷플릭스에서 원톱 스탠드업 코미디쇼 ‘농염주의보’를 선보인 데 이어 KBS 코미디 프로그램 ‘스탠드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스탠드업’을 연출하는 김상미 PD는 “박나래씨가 인기가 많은 것도 고려됐지만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여성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기획 취지와도 맞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핑클 멤버들이 출연했던 jtbc ‘캠핑클럽’, 여성 아이돌 그룹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은 엠넷 ‘컴백전쟁 퀸덤’, tvN ‘삼시세끼 산촌편’ 등 갈등이나 자극 대신 소소한 재미와 파격을 준 예능도 주목받았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시도를 위해서는 조직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일단 여성 제작진의 수가 늘어야 장기적으로 성차별적 콘텐츠가 줄고 방송의 질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심미선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송 제작진과 방송통신위원회·방송심의위원회 위원의 여성 비율이 매우 낮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쿼터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리 천장이 깨져야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담아내고 성차별적 요소를 개선해 갈 수 있다”면서 “잠재적 능력을 가진 여성들이 미디어에 출연할 기회도 넓혀야 한다”고 했다. ●英BBC, 출연자 성비 ‘50대50 프로젝트’로 유리천장 없애 영국 공영방송 BBC의 경우 2018년 출연자 남녀 성비를 동일하게 맞추는 ‘50대50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결과 1년 만에 여성 출연자 50% 이상을 달성한 프로그램은 27%에서 74%로 급증했고, 여성 출연자가 40% 미만인 방송은 41%에서 8%로 줄었다. 리더십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한 케이블 방송국의 책임프로듀서는 “요즘은 여성이라고 채용하지 않는 분위기는 없다. 다만 PD의 역할이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리더이기 때문에 일종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의사 결정권자에 여성들이 많이 배치되고, 동시에 자신만의 리더십 방식을 만들어 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한 지상파의 여성 예능 PD는 “방송 제작진들은 시청자 반응을 민감하게 생각하고, 내부에서 변화를 만들려고 해도 시청자 의견이라는 근거가 있어야 힘을 받는다”며 “성차별적 내용 등 불편한 방송에 대한 시청자 감시와 변화를 원하는 수요가 있어야 제작진들도 발맞춘 콘텐츠를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하루 16→4시간만 지원”…65세 생일이 두려운 중증장애인

    “하루 16→4시간만 지원”…65세 생일이 두려운 중증장애인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 올해로 9년째장애인 자신의 삶 결정할 권리 보장만 65세부터 노인…활동지원 종료 위기“저 같은 중증장애인은 활동지원사 없이는 물 한 잔도 못 마셔요. 하루 16시간 동안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다가 갑자기 하루 4시간밖에 안 된다고 하면 어떻게 살라는 건지….” 오는 19일 65번째 생일을 맞는 박선자씨는 다가오는 생일이 전혀 기쁘지 않다. 만 65세가 돼 법적으로 노인으로 분류되면 하루 24시간 중 20시간을 타인의 도움 없이 홀로 버텨야만 하기 때문이다. 당장 낼모레지만 방법도 없다. “이럴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다”라는 박씨의 말은 그의 간절함을 대변한다. 장애인활동법에 따르면 장애인이 만 65세가 되는 생일 다음달까지만 활동지원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후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적용되는데 집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장기요양급여 중 하루 최대 4시간으로 제한된 방문요양 지원을 받는다. 지원 범위도 줄어든다. 장애인활동지원은 외출까지 도와주지만 방문요양의 범위는 집 안 일상으로 제한되는 탓이다. 중증장애로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가 시행된 지 올해로 9년이 지났다. 4년여간의 시범사업 기간을 거쳐 2011년 10월부터 제도화됐다. 이 제도는 ‘활동지원급여’라는 이름의 서비스로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생활을 지원한다. △활동보조(활동지원사가 가정을 방문해 장애인의 신체 활동, 가사일 등을 지원) △방문목욕(활동지원사가 목욕설비를 갖춘 장비를 갖고 가정을 방문해 장애인의 목욕을 지원) △방문간호(간호사, 치위생사, 간호조무사가 가정을 방문해 의사의 지시서에 따라 간호, 진료 보조, 구강위생 확인 등을 함) 등의 서비스가 있다. 만 6세 이상~만 65세 미만 중증장애인에게 신청 자격이 있다. 박씨는 현재 중증지체장애인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67년 10월 산으로 소풍을 갔다가 친구가 등을 밀어 약 3m 높이의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추락 사고 이후로 머리와 허리가 아팠지만 견딜 만했다. 후유증은 뒤늦게 다가 왔다. 50세가 가까워지면서 박씨는 길을 걷다가 갑자기 맥이 탁 풀려 갑자기 넘어지는 일이 많아졌다. 정신은 멀쩡했지만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박씨를 진료한 대학병원 의사는 “지금까지 걸어다니는 게 기적”이라면서 “목 신경이 이미 70%나 죽어 있다”고 말했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 결과 1번 경추는 이미 탈골돼 있었다. “혼자 물도 못 마시는데…살게 해주세요” 박씨는 48세에 목 수술을 받고 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장애는 갈수록 더 심해졌다. 1번에 이어 3~5번 경추에도 이상이 생겼다. 허리 통증도 심해져 6년 전에는 허리 수술도 받았다. 혼자서는 걷지도 서지도 못하는 중증장애인이 된 박씨는 2008년부터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활동지원사가 매일 아침 6시에 집으로 와요. 몸이 굳지 않도록 주물러 주고, 씻겨 주고, 청소하고, 식사도 차려 주고, 밥도 먹여 주고, 대소변 처리도 도와주고, 또 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안 되니까 앉았다 일어나는 일도 도와주고…. 부모 형제가 있는 것도, 남편과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활동지원사가 없으면 전 아무것도 못 해요.” 활동지원급여 지원 금액(월 한도액)은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결과 산출된 종합점수에 따라 1~15구간으로 구분해 산정한다. 1구간에 가까울수록 서비스 이용 가능 시간이 많아지는 구조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본인 부담금이 면제고, 차상위계층의 본인 부담금은 정액 2만원이다. 차상위 초과 계층은 소득수준에 따라 월 한도액의 4~10%를 부담한다. 활동지원급여 중 활동보조 서비스는 정부 지원으로 하루 최대 20시간(월 480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지원에 따라 하루 24시간(월 720시간) 이용도 가능하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19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은 2014년 6만 4906명에서 2018년 9만 4496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65세가 넘으면 ‘노인’으로 분류돼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가 종료된다.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서도 물론 요양보호사, 간호사 등이 수급자의 가정을 방문하는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의 ‘장기요양급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시간이 급격히 준다. 방문요양(요양보호사가 가정 등을 방문해 수급자의 신체 활동 및 가사일 등을 지원)의 경우 이용 가능한 시간은 최대 4시간이다. 중증 뇌병변장애인인 한상철(66)씨는 지난해 11월 19일 이래로 만 65세를 넘었다. 나이 때문에 자동으로 장기요양급여 신청 대상자로 전환됐고, 장기요양 등급(1~5등급)에서 가장 높은 1등급(일상생활에서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판정을 받았다. 등급 판정을 받은 수급자는 장기요양기관을 선택해 계약을 맺고 본인 부담금을 납부해야 장기요양급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본인 부담금이 면제고, 다른 수급자는 장기요양 등급별로 정부가 지원하는 월 한도액의 15~20%를 부담한다. 만 65세를 넘어도 장기요양등급 판정에서 1~5등급이 아닌 ‘등급 외’ 판정을 받으면 기존의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등급 외 판정을 받는 일은 드물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등급 판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통틀어서 장기요양급여를 신청한 사람 111만 9838명 중 등급 외 판정을 받은 비율은 13.9%(15만 5915명)다. 한씨는 2007년부터 하루 약 20시간(월 492시간)의 활동보조 서비스를 이용해 왔다. 배우자인 장모(61)씨는 “남편은 아침에 일어나서 목욕하고, 화장실 가고, 밥 먹고, 옷 갈아입고, 외출하는 등 모든 일상생활을 누군가의 지원 없이 혼자서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체·시각장애인인 장씨도 현재 활동지원사의 지원을 받고 있다. 연령 제한으로 더는 활동보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되자 한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폐렴 증상이 나타났고, 천공이 동반된 위궤양까지 발생해 지난해 12월 응급 수술을 받았다. 한씨는 “원래 평소에도 음식을 적게 먹어서 위가 안 좋은 건 아니었는데, 지금은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소화가 안 돼서 위장약을 달고 산다”고 말했다. “국회와 정부가 빨리 나섰으면” 앞서 인권위는 만 65세가 되거나 만 65세에 가까워져서 기존의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 12명의 긴급구제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11일 보건복지부와 국무총리 소속 사회보장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긴급구제 조치(제도 개선)를 권고했다.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는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때 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 하고, 복지부 장관과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회보장위원회가 이를 조정한다. 즉 복지부와 사회보장위원회가 협의·조정하지 않으면 정부와 지자체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사회보장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구조다. 인권위는 “중증장애인이 65세에 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활동지원 서비스를 (장기요양급여로 전환해) 하루 3~4시간으로 급격히 축소하는 현 제도는 중증장애인의 기본적인 생리욕구 해결을 불가능하게 하고 욕창, 저체온증, 질식사 등 건강권과 생명권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이런 불합리한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향후에도 65세가 되는 중증장애인들은 동일한 인권 침해에 계속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9일 MBC에서 열린 ‘국민과의 대화’에서 “장애인 활동지원을 받는 분들이 65세가 되면 활동지원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그 문제도 빠른 시일 내에 해법을 찾아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장단기 개선책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면서 “조만간 단기 개선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지부가 검토 중인 장기 개선책에는 법률 개정도 포함돼 있지만 입법 사항이므로 국회가 움직여야 한다. 또 65세가 넘은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볼 것이냐, ‘노인’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도 있다. 중증장애인이 65세가 넘어도 장애인 활동지원급여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면 65세 이후에 중증장애를 갖게 된 노인도 장애인 활동지원급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애인복지 지출 비중(0.61%)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험료가 아닌 조세로 운영되는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 예산을 늘리기란 쉽지 않다. 김선우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증장애인이 65세를 넘었다고 해서 곧바로 활동지원급여를 중단할 것이 아니라 65세가 된 해로부터 2~3년 동안 점진적으로 활동지원급여 이용 시간을 줄여 나가면서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 단기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현재 너무 낮은 장기요양급여의 서비스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정부가 조속히 지역사회 통합 돌봄 방안을 마련해 노인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계속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저 임신했어요” 이실직고하면 여배우에게 생기는 일

    “저 임신했어요” 이실직고하면 여배우에게 생기는 일

    미국 드라마 ‘홈랜드’의 여주인공 클레어 데인즈는 시즌 2 도중 자신의 모습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수정하는 수모를 겪었다. 영국 BBC 원 채널의 ‘나이트 매니저’에 출연한 올리비아 콜먼은 커다란 스웨터를 걸쳐 배꼽 주위의 노출을 막아야 했다. 미드 ‘엑스파일’의 여주인공 질리언 앤더슨은 외계인에게 납치됐다며 갑자기 시리즈에서 사라졌다. 모두 임신했다는 이유로 벌어진 웃지 못할 촌극이었다. 영화나 드라마, 광고에 출연하는 여성이 임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분량이나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관객은 물론, 함께 작업하는 동료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임신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성공할 때도 있지만 들켜서 쫓겨나는 일도 적지 않다. 워낙 경쟁도 치열해 꼼짝 없이 당해야 한다. 몇몇은 아주 임신이나 여성의 가치를 짓밟히는 일을 당하기도 한다. 연예 산업에 종사하는 세 여성이 익명을 전제로 BBC와 인터뷰를 했는데 모두 임신한 사실이 발각돼 일자리와 면접에서 쫓겨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사라(가명)는 날품팔이(jobbing) 여배우라고 자신을 소개했는데 영화나 TV에서 주로 일하는데 광고에 출연해서는 임금을 제대로 못 받아서라고 했다. 임신 초기에 매니저가 광고 오디션을 보기로 약속을 잡았는데 매니저에게 임신했다고 알리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2015년 제정된 평등법이란 게 있어서 오디션을 보기로 한 날보다 15주 전에 임신했으면 굳이 알려야 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몸을 움직여야 하면 대역을 쓰도록 권하도록 보호하는 조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같은 배역을 원하는 여배우와 함께 오디션을 보는데 임신했다고 하자 배역 책임자가 화를 버럭 냈다. “대본을 읽어봤잖나? 그러고도 어떻게 오늘 여기에 올 생각을 한단 말이냐? 당신이 여기 온 이유를 당최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게 나쁜 생각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사라는 모욕감에 온몸이 얼어붙었다.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었다며 배역 책임자와 오디션을 함께 본 여배우에게 사과했더니 배역 책임자는 “당신이 나가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거리에 나가 펑펑 울었다. 다른 여배우는 BBC에 임신 사실을 털어놓았다간 “딱 잘라 거절”을 당하기 때문에 아예 언급을 하지 않고 일을 계속한다고 했다. “에이전트에게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아요. 내가 일을 하는 데 얼마나 부담이 될지 감당이 안된다.” 2주 전에도 영화를 촬영했는데 체중이 늘어난 것을 눈치 채고 제작진이 ‘뭔 일 있어’라고 묻자 그녀는 손을 내저으며 ‘응, 뭐 나도 궁금해’라고 대꾸해 넘어갔다고 했다.나아가 자신에게 어떤 권리가 주어지는지 알지 못하며 배우들은 “아주 쉽게 대체할 수 있어” 아무 말 안하고 지내는 게 훨씬 낫다고 설명했다. 용기를 내는 게 그렇게 힘드냐고 방송 기자가 떠보자 “처음에는 머리가 많이 아팠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가 없었다. 나 역시 혹시 뭔가 잘못될까봐 걱정되긴 한다”고 답했다. 세 번째 여배우 역시 동의했다. “배우로서 우리는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다. 소중한 존재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아크로리버파크와 반지하/김동현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아크로리버파크와 반지하/김동현 경제부 차장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하면서, 주인공들이 살았던 ‘반지하 주택’에 외신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BBC는 반지하 주택을 분단의 산물이라고 소개했지만, 사실 1970년대 산업화로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발생한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확산된 측면이 크다.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중 하나인 반지하는 겨울철에는 난방비가 덜 든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름철에는 습기로 벽면에 곰팡이가 생기는 일이 다반사다. 또 길가에서 들어오는 먼지와 암막 커튼을 치지 않아도 낮잠을 잘 수 있는 어두컴컴한 방은 기본 옵션이다. 때문에 반지하 주택은 주거 빈곤의 상징으로 통한다. 2015년 기준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가구는 총 36만 3896가구로 전체 가구의 1.9% 수준이다. 하지만 반지하 주택이 대도시에 집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 중 반지하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훨씬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반지하 주택이 주거 빈곤의 상징이라면 지난해 3.3㎡당 1억원에 거래가 이뤄진 서울 서초구의 ‘아크로리버파크’는 부의 상징으로 통한다.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고, 지하철과 고속버스터미널, 대형종합병원 등 각종 편의시설이 주변에 다 모여 있다. 좋은 것만 다 모아 놓으니 가격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높다. 이 아파트는 KB시세 기준 전용면적 84㎡가 2018년 1월 24억원이었는데, 지금은 31억 5000만원이다. 불과 2년 만에 30% 가까이 급등하면서 아크로리버파크는 부의 상징을 넘어 똘똘한 재테크 수단이 됐고, 그 결과 가격이 다시 뛰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강남 아파트는 서민들이 갈 수 없는, 그들만의 섬이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토교통부의 주택정책 중심은 서울, 특히 강남을 중심으로 뛰는 아파트값을 잡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집값 급등으로 정권을 잃었다는 기억 때문인지 일단 주택시장 안정에 쏟는 정부의 노력은 결과를 떠나 박수를 쳐줄 만하다. 문 정부 출범 이후 공급 확대, 대출 규제, 세제 강화 등 전방위 규제 대책이 18차례나 나왔고, 이상 거래의 경우 세무조사까지 진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부자에게 꼭 가져야 하는 아이템(MUST HAVE)이 된 강남 아파트의 가격을 잡아 상대적 박탈감을 해결하는 데 어느 정권보다 열심히 노력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세력을 잡으면 통쾌하겠지만, 국민들의 주거 환경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2018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고시원과 여관, 판잣집, 비닐하우스, PC방 등 비주택에서 살고 있는 가구가 전국에 36만 9501가구나 된다. 반지하 주택 36만 3896가구와 합치면 73만이 넘는 가구가 제대로 된 집에서 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부터 경제부총리, 국토부 장관 등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수차례 선포했지만, 국민들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비전을 보여 주지는 않는다. 통쾌한 활극 같은 부동산 정책은 표가 되지만, 시민을 위한 임대아파트를 더 짓는 것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2018년 우리나라의 임대주택 재고율은 7.1%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네덜란드(34%)나 오스트리아(27%)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진정 지·옥·고에 사는 청년들과 서민을 위한다면 30개월 동안 잡지 못한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요란하게 떠들 것이 아니라 착실하게 임대주택을 늘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moses@seoul.co.kr
  • 보이스피싱 압박에 극단적 선택…아버지, 아들 유서 공개

    보이스피싱 압박에 극단적 선택…아버지, 아들 유서 공개

    피해자 아버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보이스피싱인 줄 모르고 수사 압박에 괴로움”보이스피싱 예방책 및 가해자 처벌 강화 촉구 보이스피싱 조직의 거짓 수사 압박에 극단적 선택을 한 20대 청년의 아버지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보이스피싱에 대한 예방책과 가해자 처벌을 강화해 달라”고 촉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지난 12일 “내 아들을 죽인 얼굴 없는 검사 김민수 잡을 수 있을까요?”라는 글이 게시됐다. 글을 작성한 A씨는 지난달 20일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뒤 이틀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B씨(28)의 아버지다. A씨는 “저는 얼마 전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입니다. 이 원통하고 억울한 일을 국민여러분께 나누고, 아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청원합니다”며 “부디 한 번만 시간을 내어 읽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청원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B씨는 한 남성에게 전화를 받았다. 이 남성은 검사라 사칭하며 “금융사기단 계좌에서 B씨의 통장으로부터 수백만원이 인출된 사실이 발견됐다. B씨가 이번 사건의 가담자인지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B씨에게 “이에 불응하거나 중간에 통화를 중단할 시에는 공무집행방해죄로 2년 이하의 징역 및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전국에 지명수배령도 내려진다”라고 협박했다. 또 실시간으로 B씨의 휴대전화가 끊길까봐 “지금 배터리 몇 퍼센트 남았냐”, “그럼 이제 충전기를 꽂아라”라면서 배터리 용량을 확인하고 “똑바로 들어라.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한다”고 협박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B씨는 실수로 전화가 끊어졌다. 이후 이 남성과 연락이 되지 않자 자신이 공무집행방해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고민에 빠졌고 지난 달 22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B씨는 극단적인 선택 전에 유서를 남겼다. B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에도 자신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것을 알지 못했다. B씨는 유서에 “저는 서울지방검찰청 수사를 고의로 방해한 게 아니며 억울하고 선량한 피해자다”라면서 “소극적이고 조심성 없는 성격이라 긴장하면 인지와 이해를 잘못해 협조조사 중 본의 아닌 실수를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또 “한순간에 저는 공무집행방해죄로 공개수배에 오르게 됐다”면서 “제가 유서를 쓰는 목적은 공무집행방해죄를 얻게 된 이러한 상황이 있었고 고의가 아니며, 수사에 협조하려 했던 선량한 피해자였단 것을 알리고 싶어서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유서에서도 B씨는 보이스피싱 사기단의 지시를 본인이 제대로 따르지 못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해명하며 자신의 실수 때문이라고 자책했다. B씨는 대학 때 다리가 불편한 친구의 휠체어를 끌고 4년 동안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며 도운 선행으로 대학신문에 실린 적이 있을 정도로 품성이 바른 청년이었다. 아버지 A씨는 “아들은 행여라도 수사에 누가 될까 담당검사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고 전했다. A씨는 아들이 당한 보이스피싱을 누구나 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씨는 “보통 이런 경우 어리숙했다고만 쉽게들 판단하지만 통계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1년에 약 2만여명에 달한다”면서 “이 사람들을 모두 그저 운이 없었다. 어리석었다 말할 수 있는 걸까요?”라고 했다. A씨는 아들 같이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구체적인 대책과 보이스피싱 관련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요구했다. 이를 위해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매뉴얼과 사례집을 각 가정과 학교에 보급 ▲직장과 학교를 대상으로 예방교육 실시 ▲보이스피싱 관련자 처벌 강화 등을 요구했다. A씨는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를 보고도 이 사회가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이런 피해 사실을 널리 알리고 가까운 이웃과 가족들이 다시는 이런 분통한 죽음을 겪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음은 아버지가 공개한 아들의 유서 저는 억울한 피해자입니다. 저는 서울지방검찰청에서 연락받은 최민경 일당 금융범죄 공모단 수사를 고의로 방해한 게 아니며 억울하고 선량한 피해자입니다. 소극적이고 조심성 없는 성격이라 긴장하면 인지와 이해를 잘 못해 협조조사 중 본의아닌 실수를 했습니다. 특히 조사 과정 중 육체적, 정신적 긴장 및 피로와 압박감을 느껴 더 그렇게 됐습니다. 제가 피해 입게 된 주의사항은 ‘제가 통화 중 전화를 끊어두고 검사님의 3번의 연락을 못 받아’ 공무집행방해죄를 받은 것입니다. 이 경우 본인이 사건의 피해자일지라도 수사의 진행을 방해하였다는 이유입니다. 마지막 전화통화 과정 중 휴대폰 위치추적으로 범인을 잡고 나서 원래대로 망에 맞게 돌려놓기 위해 제 휴대폰 전원을 끄고 지시한 시간에 켜야 하는 내용인데 거기서 제가 먼저 통화를 끊은 겁니다. “전화 끄세요!”라는 검사님의 마지막 말을 듣고 통화 중 바로 전원을 끄는 것이라고 이해해 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지시했던 시간에 전원을 켰습니다. 이건 녹취를 자세히 듣고나서 전화종료 후 끄라는 것에 대해서 언급한게 있었다는 걸 알았지만 당시엔 그 부분이 명확히 안 들렸고 마지막 말의 지시를 그대로 이행했으며, 통화종료가 아닌 통화 중이라도 내용이 끝나면 제가 전원을 꺼놓아도 되는 걸로 알았습니다. 주의사항은 조사 중 통화에 대해서 조사자는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것 ‘조사자가 통화를 끊을시 검사님이 3번의 전화를 하고 그걸 받는 것’ 인데 제가 진행해야 하는 내용에 초점을 잡고 집중하느라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전원을 끈 상태로 14분간 유지하는 거라 그 사이에 3번의 연락을 받지 못 했습니다. 한 순간에 전 공무집행방해죄로 2년 이하 징역과 3천만원의 벌금을 내야하고 공개수배에 등록되게 되었습니다. 본인이 사건 피해자라는 사실이 밝혀져도 동일하다고 합니다. 이런 리스크가 있는 사항 때문에 혹여 정신없는 상황에서 경험 없고 강제로 온 선량한 협조조사자들이 순간 잘못하여 제2의 큰 피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해자, 피해자 구분을 피해자 본인이 직접 증명하는 과정에서 주의사항도 많고 행동제약 등 부담이 매우 크기도 하며, 조사방식에 압수수색영장 발령을 통한 것과 임의협조조사가 있어 고를 수 있다지만 둘 다 국민을 너무 강제하고 힘들게 하며, 범죄자를 가리는 도구로 쓰는 것 같습니다 저와 같은 선량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랍니다. 그 날 저는 계속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에 도움을 주었고 또 도움이 되었으나 결국 이런 피해를 입고 말았습니다. 지극히 평범할 줄 알았던 인생이 한 순간 실수로 이렇게 되네요. 제가 사건의 관련자가 아니었다면 평범히 살았을 텐데요... 제가 유서를 쓰는 본 목적은 공무집행방해죄를 얻게 된 이러한 상황이 있었고 고의가 아니며, 범죄를 옹호하지 않고 협조하려 했던 선량한 피해자 였단 걸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엄마 아빠 미안해요. 동생 ○○아, 잘 있어. 나 없는 건 크게 생각하지 마요. 원래대로 행복하게 사세요. 그래야 제가 편할 것 같아요. 당장은 슬프겠지만 한 순간 지나가는 거라고 여기면 좋을 것 같아요. 된다면 제가 꿈에 나올게요. 이러면 낫겠죠? 장례식은 간소하게 해주세요. 이런 일로 불편드리고 싶지 않아요. 다가오는 설날에 이런 소식이라 너무 죄송하네요. 주위 주민분들 죄송하고 지인 가족 친척 친구분들 미안하고, 우울해하지 말고 원래처럼 일상생활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억울하게 또는 선량하지만 어떠한 계기로 불행을 얻지 않길 바랍니다. 저의 휴대폰에 조사 통화녹취기록이 3개 ***-***-*** 번호로 있습니다. 길이는 각각 07:10:45, 00:37:31, 03:06:17이며 서울지방검찰청에도 녹취기록이 있습니다 제 물품은 마포구(○○동) 주민센터입구 오른쪽에 여성안심보관함 24번에 있습니다. 혹시나 제가 잡힐까 하는 두려움에 가져오지 못했는데 챙겨올걸 그랬네요....
  • [씨줄날줄] 탈북자 지역구 출마 1호 태영호/이지운 논설위원

    [씨줄날줄] 탈북자 지역구 출마 1호 태영호/이지운 논설위원

    “일 없다”는 북한 말은 ‘괜찮다’는 중국말 표현, ‘메이스’(沒事)를 옮긴 것이다. 우리는 이해(理解)하지만, 북한은 료해(了解)한다. 료해 역시 중국말을 쓴 것이다. 해방 이후 남한 말은 영어와 일본어 등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북한 말은 중국, 러시아말과 많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북한의 고유한 사투리에, ‘사회주의’적 언어습관까지 더해져 남북 간 언어는 많이 달라져 있다.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였던 태영호씨가 “지역구 인민들의 선택을 받겠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21대 국회의원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다. 그는 ‘주민’이라는 표현도 썼지만, ‘인민’이 튀어나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태씨를 사석에서 만난 뒤 깜짝 놀란 점을 전해들은 적이 있다. 태씨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호’의 번호와 연도, 내용을 정확히 외우고 있을 뿐 아니라 전후 사건과 국제사회의 흐름까지 꿰고 있더라는 것이다. “협상 당사자도 아닌데, 저렇게 외울 수 있는 외교관이 남쪽에 있을까” 하는 생각들을 했다고 한다. 태씨에 대해 “그가 갖고 있는 북한 관련 지식과 정보가 권위를 갖게 됨으로써, 얼치기 정보와 분석은 앞으로 발붙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태씨의 지역구 출마에 반응이 엇갈린다. 그를 “남파 간첩”으로 규정한 한 울트라 극우인사는 지금도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일부 극좌 인사들은 “북의 배신자”라며 극혐을 표현한다. 우파 중에서는 “정파성이 충돌하는 현장보다는 본인 이름이 갖는 브랜드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일을 하는 게 낫다”고도 한다. 탈북자 가운데 첫 국회의원은 조명철 전 통일교육원장으로 2012년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태씨는 유권자들과 만나 일일이 악수하는 지역구에 출마한다. 경찰은 그래서 울상이라고 한다. 태씨는 신변 보호 ‘가급’으로 24시간 경호를 받는다. 불과 10년 전인 2010년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암살 미수 사건을 겪은 경찰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북한 정찰총국 소속의 암살조 2명이 일반 탈북자들에 섞여 입국했다가 국정원에 적발됐다. 그해 7월 징역 10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일거수일투족이 대중 앞에 그대로 공개되는 만큼 “정당인으로든, 지역구 주민으로든 장기 남파 간첩 가운데 하나가 얼마든 그의 주변에 다가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걱정하는 소리도 들린다. 탈북자가 3만명을 넘어선 게 3년 전이다. 서울에서 탈북자 모자가 굶어 죽는 일도 생겼다. 사회복지망으로든, 북한이탈주민 지원 체계로든 큰 ‘구멍’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태씨가 ‘출사표’에서 이들 탈북자를 대표하고, 통일도 준비하겠다는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jj@seoul.co.kr
  • 日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日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日정부 최종결정… 시점은 명시 안 돼 그린피스 “국제사회 합의원칙 등 위배”한국의 반대에도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에 보관 중인 오염수 약 120만t을 바다에 방류키로 결론을 내렸다. 12일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 오염수처리대책 전문가 소위원회는 지난 10일 일본 정부에 오염수 처리에 대한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는 후쿠시마 원전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기 방출보다는 해양 방류가 비용 절감 차원 등에서 낫다는 제안을 한 것이다. 보고서에 일본 정부의 최종 결정 시점은 명시되지 않았다. 그린피스 측은 그간 일본 정부가 경제산업성과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제안을 수용해 왔다며 이번 권고로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류 방침이 확실시됐다고 해석했다. 실제 경제산업성 소위원회와 도쿄전력은 지난달 31일부터 소위원회 회의와 설명회 등을 열고 해양 방류가 합리적 대안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그린피스 일본사무소 관계자는 “장기 저장이란 대안이 있는 데도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합의한 사전 예방 원칙 등을 위배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2022년이면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저장 부지가 포화된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연안 어민들로부터 동의를 얻은 뒤 최종 처분방안을 승인하면 도쿄전력이 이를 이행하게 된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잠시 슈퍼 갈 땐 ‘마스크’ 쓸 필요 없어…착용 전 손 닦아야”

    “잠시 슈퍼 갈 땐 ‘마스크’ 쓸 필요 없어…착용 전 손 닦아야”

    “마스크 착용하고 손으로 만지지 마라”“일반 마스크도 안 쓰는 것보단 낫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전문가들이 혼잡하지 않은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고 권고했다. 대한의사협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사항을 참고해 지역사회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개인이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있는 경우와 사용법 등을 담은 권고사항을 12일 제시했다. 권고사항에 따르면 보건용 마스크(KF80 이상) 착용이 필요한 사람은 기침·재채기·가래·콧물·목 아픔 등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건강한 사람이 감염 의심자를 돌보는 경우, 의료기관 방문자, 감염·전파 위험이 높은 직업군 종사자 등이다. 대중교통 운전기사, 판매원, 역무원, 우체국 집배원, 택배기사, 대형건물 관리원, 고객을 직접 응대해야 하는 직업종사자 등이 해당한다. 하지만 혼잡하지 않은 야외나 개별공간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지 않다고 의협은 강조했다. 다만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때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버스나 지하철 등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지 가장 궁금해하는데,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이런 대중교통 수단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지만, 문화적 차이로 일률적으로 우리나라에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12일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지역사회에 코로나19 확진자는 없는 상황에서 집에 있다가 잠시 장을 보러 슈퍼마켓에 가면서까지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코로나19 환자의 이동 동선에서 동일 시간과 동일 장소에 있었던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환자가 다녀간 지 2~3일 지나서 방역 소독이 끝났다면, 그런 경우에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마스크를 사용할 때는 착용 전에 손을 비누와 물로 씻거나 알코올 손 소독제로 닦고, 착용할 때는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마스크를 사용하는 동안에는 마스크를 만지지 말아야 하고 마스크를 만졌다면 손을 비누와 물로 씻거나 알코올 손 소독제로 닦아야 한다고 의협은 당부했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마스크에는 보건용 마스크와 일반 공산품 마스크 등이 있다. 보건용 마스크 제품에는 ‘KF80’, ‘KF94’, ‘KF99’가 적혀있는데, 숫자는 입자차단 성능을 뜻한다. ‘KF80’은 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해 황사·미세먼지 같은 입자성 유해물질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할 수 있다. ‘KF94’, ‘KF99’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94%, 99% 이상 각각 막아서 황사, 미세먼지 같은 입자성 유해물질과 신종플루 등 감염원으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할 수 있다. 박 대변인은 “어떤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 궁금해하는데, KF80 이상을 권유하지만 구할 수 없을 때는 일반 마스크라도 방한용으로 쓰는 게 안 쓰는 것보다는 낫다는 게 일반적 지침이자 권고”라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약잘알] 약사에게 물어봤다 “마스크 여러 번 사용해도 되나요?”

    [약잘알] 약사에게 물어봤다 “마스크 여러 번 사용해도 되나요?”

    “마스크 재활용해도 되나요?”“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공용비누가 너무 찝찝한데 사용해도 되는 건지 궁금해요”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국민적 불안이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 감염증 예방을 위한 마스크, 손 소독제 등의 품절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어쩌다 마스크 쓰는 것을 잊어버리고 외출하는 날은 마음이 불안하고 주변 사람들 눈치까지 보인다. 또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 보니 여러 번 재사용하는데 ‘안 쓰는 것보다 낫겠지’라는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찜찜하다. 사회 전체의 보건 안전을 위해서도 현재 가장 중요한 건 개인위생.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수칙은 무엇인지 ‘약잘알’ 약사에게 물어봤다.글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영상 박홍규 문성호 김민지 gophk@seoul.co.kr
  • ‘아침마당’ 이광기, 아들 사망 보험금 아이티에 전액기부 “어떻게 쓰냐”

    ‘아침마당’ 이광기, 아들 사망 보험금 아이티에 전액기부 “어떻게 쓰냐”

    배우 이광기가 아들의 사망 이후 선물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고백했다. 11일 방송된 KBS1 ‘아침마당’의 ‘화요초대석’에는 배우 이광기가 출연해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을 언급했다. 이광기의 아들 석규 군은 7살이던 2009년 신종플루로 세상을 떠났다. 이광기는 이날 “아픈 가족사가 있다. 그러다 보니 항상 날 표현할 때 꽃으로 표현했다. 그 계기를 통해 신앙을 갖게 됐고, 기도가 나올 때마다 어떤 이야기를 했느냐면 ‘다시 제가 아름다운 꽃으로 필 수 있을까요’, ‘우리 가족이 시들어가는데 아름다운 꽃이 될 수 있을까요’를 항상 물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픔이 있고 나서 신앙을 갖게 됐고, 주변 신앙인들과 신앙을 가지고 있는 동료들과 함께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 이광기는 아들을 보낸 후 아이티로 봉사활동을 다녀왔음을 전하며 “그때가 2010년 1월이었는데 아이티에 진도 7.0 대지진이 일어났다. 그때 나도 아프고 힘들 때인데 어떠한 계기가 돼서 아이의 보험금을 아이티에 기부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 매체에 보도가 되니 ‘사랑의 리퀘스트’ PD님이 아이티 모금 방송을 할 예정인데 함께 가자고 제안하셨다. 내가 너무 힘들어서 가겠다는 말을 못하겠더라. ‘기도해볼게요’라고 간접적으로 거절했는데 정말로 기도가 나오고 마음이 아이티를 향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광기는 “어떻게 보면 아이가 제 곁을 떠난 후부터 그 아이가 제게 남겨준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선물처럼 모든 것이 다가왔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하고,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 안에 쏙쏙 들어왔다. 그것들이 너무 신비롭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앞서 이광기는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에서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것에 대해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아들을 떠나보내고 나니까 아내와 나는 죄짓는 느낌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사고를 당한 것도 아니고 전날까지 멀쩡하던 아이가 시름시름 앓았다. 병원에 가니 신종플루라고 해서 ‘치료하면 낫겠지’ 했는데 심폐소생술 하는 모습을 내 눈앞에서 봤다. 아내와 나는 죄를 진 느낌이었다. 갑작스럽게 아이를 떠나보냈다. 내 눈앞에서. 나도 모르게 주저앉았다. 병원에서 한없이 울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어렵게 주민등록 말소를 하고 아들의 보험금이 통장에 들어왔다. 통장을 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 돈을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부단체에 아들 보험금을 전액기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광기는 현재 사진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쑥스러운데 어떻게 하다 보니 사진작가로 활동하게 됐다. 2016년에 그룹전을 하고 2017년 3월에 첫 개인전을 열었으니 4년 정도 된 것 같다”면서도 “연기를 너무 하고 싶다.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이 연기 준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연기에 대한 갈증도 드러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피닉스·젤위거, 이변없는 남녀주연상 ‘기생충’에 밀린 ‘1917’은 3관왕 그쳐

    피닉스·젤위거, 이변없는 남녀주연상 ‘기생충’에 밀린 ‘1917’은 3관왕 그쳐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은 큰 이변 없이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와 ‘주디’의 러네이 젤위거에게 각각 돌아갔다. 반면 ‘기생충’의 강력한 맞수로 꼽힌 ‘1917’은 3개의 오스카를 가져가는 데 그쳤다.호아킨 피닉스는 ‘조커’에서 절대 악이 탄생하는 과정을 신들린 연기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시상식에서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이 영화가 표현한 방식을 사랑한다. 이 영화는 내 삶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연과 떨어져 있으면서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다. 우리가 사랑과 동정심을 가지고 있다면 변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사회적인 메시지도 던졌다. 또 아역 배우로 연기 활동을 함께 시작한 형 리버 피닉스에 관해 언급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러네이 젤위거는 ‘결혼 이야기’의 스칼릿 조핸슨, ‘해리엇’의 신시아 에리보 등을 제치고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젤위거는 ‘주디’에서 사망하기 40일 전의 주디 갈란드를 연기했다. 고통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무대에 섰던 갈란드를 연기하며 “주디 갈란드 그 자체”라는 호평을 받았다. 젤위거는 “갈란드의 유산은 예외적인 전설이고 포용이다. 모든 사람의 마음에 와 닿을 수 있었다. 우리의 영웅이었던 갈란드에 이 상을 바치고 싶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피닉스와 젤위거는 지난달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에서 남녀 주연상을 받으면서 일찌감치 수상이 예견됐다. 남우조연상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에서 스턴트 배우인 클리프 부스를 연기한 브래드 피트에게 돌아갔다. 여우조연상은 영화 ‘결혼 이야기’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이혼 전문 변호사를 맡은 로라 던이 받았다. 두 조연상 수상자 역시 지난달 골든글로브 수상자들이다. 반면, 골든글로브에서 최고상인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쥔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은 촬영상, 시각효과상, 음향효과상을 받는 데에 그쳤다. 3관왕이긴 하지만, 주요 부문에서 ‘기생충’에 모두 밀린 셈이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가 좋아하는 미국 전쟁 영화인 데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제작 참여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혔다. ‘기생충’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편집상은 ‘포드 V 페라리’, 미술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에 각각 돌아갔다.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 당시 고증을 충실히 했다는 평가를 받은 ‘작은 아씨들’은 의상상의 주인공이 됐다.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세월호 다큐 ‘부재의 기억’으로 단편 다큐 부문 후보에 오른 이승준 감독이 세월호 유족인 단원고 장준형군 어머니 오현주씨, 김건우군 어머니 김미나씨와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아프간 난민 소녀 숨미아 토라, 로즈 장학생 뽑히기까지

    아프간 난민 소녀 숨미아 토라, 로즈 장학생 뽑히기까지

    파키스탄의 아프가니스탄 난민촌에서 네 가족이 침대 하나를 나눠 쓰며 살았다. 파키스탄 북서부 페샤와르가 멀지 않아 허구헌날 드론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지냈다. 그녀 가족은 1990년대 탈레반이 기승을 부리자 조국을 탈출했다. 미소가 아름다운 숨미아 토라(23)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 세계 유수 대학 학부를 졸업한 이들 가운데 선발하는 로즈 장학생으로 뽑힌 첫 아프가니스탄 출신 학생이다. 그녀는 “이런 폭력적인 상황은 그냥 살아진다. 주어진 상황이고, 내가 달리 어찌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두 번 폭격이 벌어질 때도 있었다. 어느 순간 사람들이 말을 멈추면 포탄이 떨어진다. 그러면 모두 어딘가로 흩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프간보다 훨씬 낫다고 스스로도 생각했는데 적어도 학교에 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영국 BBC에 털어놓았다.미군이 침공한 직후인 2002년 카불에 돌아갔을 때 여섯 살이었는데 소년처럼 분장해 학교에 갔던 날이 선명히 떠오른다고 했다. 그녀는 당시 교육을 진지하게 받겠다고 맹세했는데 이제 18년이 흘러 오는 10월 그는 세계 각국에서 난다긴다하는 인재들을 102명만 선발하는 로즈 장학생의 영예를 누린다. 먼저 미국 인디애나 주립대 문예창작 얼험 칼리지 과정의 졸업반을 마쳐야 한다. 그녀는 하도 밝고 해맑아 도저히 난민 생활을 했다고 짐작도 못하게 한다. 사실 아프간에서 교육 받은 여성이란 것 자체가 희귀하다. 오늘날에도 이 나라 여성 문자해독률은 17% 밖에 안된다. 못잖게 가난한 파키스탄도 여성 문자해독률이 45%나 된다. 아프간에서는 돈이 있다고 해도 함부로 학교에 다닐 수 없었다. 2014년 숨미아가 페샤와르를 떠났을 때 무장세력의 폭격으로 139명의 학생이 몰살해 이 나라 최악의 학교 살육극이 벌어졌다. 해서 배움은 탈출의 방편이었다. 난민으로서 가족은 제한된 권리 밖에 누리지 못해 아버지는 운전면허를 따지도 못해 학교에 다닐 방편은 막막하기만 했다.그래서 온라인 검색을 통해 전 세계에 캠퍼스를 두고 있는 연합세계대학(UWC) 부속의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고교를 찾아냈다. 2014년 3월 카불의 한 호텔에서 그가 입학 시험을 치른 다음날 탈레반 무장세력이 점거해 선발 위원장 겸 캐나다 의사 로샨 토머스를 비롯해 9명이 숨지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사실 로즈 장학생 제도를 만든 세실 로즈는 지독한 백인우월주의자였다. 늘 문호는 미국과 독일, 영연방 제도 출신 학생들에게만 열려 있었다. 아예 설립 목적에 “온 세상을 영국의 통치 아래“ 두게 하겠다는 비전을 못박았다. 유색인종이나 여성의 참여를 원치 않는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숨미아 역시 응모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선발됐다는 통보를 받고 뿌리치는 것보다 “받아들이는 게 더 어려우며 그의 유업을 승계하는 부담을 떠안고 세상의 뭔가를 바꾸는 일이 진짜 책임이라고 느끼게 됐다. 식민지 역사를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달아나지 않고 로즈의 유산을 바꿀 필요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고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난민과 이민 운동을 전공한 뒤 가족들이 함께 빠져나온 조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가 아는 아프간은 텅 빈 거리와 폭격당한 건물들 뿐인데 전쟁이 나기 전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말을 떠올린다고 했다. “난 늘 계곡과 산, 강, 아름다운 집들, 그리고 멋진 건축들을 상상해왔다. 말린 과일과 호두들, 신선한 과일이 길가에 넘쳐나고 아주 현대적인 아프간을 꿈꿔왔다. ”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끝난 줄 알았는데 작품상까지” 아카데미 4관왕 봉준호 ‘기생충’[종합]

    “끝난 줄 알았는데 작품상까지” 아카데미 4관왕 봉준호 ‘기생충’[종합]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의 영예를 안았다. 각본상, 국제영화상, 각본상까지 무려 4관왕에 올랐다. 9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진행됐다. 이날 최고 영예인 작품상 후보에는 ‘기생충’, ‘포드V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결혼 이야기’가 이름을 올린 가운데 “PARASITE(기생충)”가 호명됐다. 시상식에 참석한 제작자와 배우들 모두 기립박수를 쏟아냈고 배우 송강호, 조여정, 이선균,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박명훈, 최우식 등이 무대에 올라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의 곽신애 대표는 “할 말을 잃었다.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니 너무 기쁘다. 지금 이 순간이 굉장히 의미 있고 상징적이고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여진 기분이다. 이러한 결정을 해주신 아카데미 관계자분들에게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투자자 이미경 CJ 그룹 부회장은 “난 봉준호의 모든 것이 좋다. 그의 웃음, 독특한 머리스타일, 걸음걸이와 패션 모두 좋다. 그가 연출하는 모든 것들, 그중에서도 특히 그의 유머 감각을 좋아한다”면서 “‘기생충’을 후원해주시고, 사랑해주신 사람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한국 영화를 봐주신 모든 관객분께도 감사드린다. 여러분의 의견 덕분에 우리가 안주하지 않을 수 있었고, 계속해서 감독과 창작자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작품, 각본, 편집, 미술, 국제영화 등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기생충’은 각본상에서 ‘나이브스 아웃’, ‘결혼 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후보 가운데 첫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기생충’을 공동집필한 봉준호 감독과 한진원 작가가 무대에 올랐고,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은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상이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 상이다”라면서 “언제나 많은 영감을 주는 아내에게 감사하고 대사를 멋지게 표현해주는 ‘기생충’ 배우들에게도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많은 이들이 ‘기생충’의 수상을 예상했던 국제영화 부문에서 이변은 없었다. ‘기생충’은 ‘문신을 한 신부님’(폴란드), ‘허니랜드’(마케도니아 구 유고슬라비아공화국), ‘레미제라블’(프랑스), ‘페인 앤 글로리’(스페인) 등 작품을 제치고 국제영화상을 수상했다. 이어진 감독상의 주인공도 ‘기생충’이었다. ‘아이리시맨’ 마틴 스콜세지, ‘조커’ 토드 필립스, ‘1917’ 샘 멘데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쿠엔틴 타란티노와 함께 후보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봉준호 감독이 수상했다. 봉준호 감독은 ‘브로크백 마운틴’과 ‘라이프 오브 파이’를 연출한 대만 출신 이안 감독 이후 아시아서 두 번째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한국 감독으로서는 최초다. 감독상 트로피를 받은 봉준호 감독은 “좀 전에 국제영화상을 수상하고 오늘 할 일은 다 끝났다고 생각해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감사하다”면서 “어렸을 적 영화 공부를 할 때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이었다. 이 말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한 말이었다”면서 함께 후보에 올랐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언급했다. 카메라가 마틴 스코세이지를 비추자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를 보내며 ‘브라보’를 외쳤다. 봉준호 감독은 “제가 마틴 영화를 보면서 공부를 했던 사람인데, 같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상을 받을 줄 몰랐다. 제 영화를 아직 미국 관객들이 모를 때 항상 제 영화를 리스트에 뽑고, 좋아하셨던 쿠엔틴 타란티노도 계신데 너무 사랑하고 감사하다. 쿠엔틴 ‘아이 러브 유’”라고 외쳤다. 봉준호 감독은 끝으로 “같이 후보에 오른 토드 필립스나 샘 멘데스 등 다 제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감독님”이라며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5등분 해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해 큰 웃음을 끌어냈다. 이날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은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와 ‘주디’의 르네 젤위거에게 돌아갔다. 호아킨 피닉스는 ‘페인 앤 글로리’ 안토니오 반데라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결혼이야기’ 아담 드라이버, ‘두 교황’의 조나단 프라이스와 경합을 벌였다. 호아킨 피닉스는 “정말 감사하다. 다른 후보들보다 내가 더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라면서 “이 영화가 표현한 방식이 내 삶에 많은 의미를 부여해줬다. 영화가 없다면 내 인생은 어찌됐을지도 모른다. 또 목소리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을 대변해줄 수 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고통의 문제가 있으며 우리는 여러 가지 대의를 응원한다. 서로 서로를 지원하고, 과거의 실수를 통해 서로를 무시하기 보다는 교육을 하고 다시 두 번째 기회를 주는 게 바로 인류애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르네 젤위거는 ‘해리엇’의 신시아 에리보, ‘결혼이야기’의 스칼렛 요한슨, ‘작은 아씨들’의 시얼샤 로넌, ‘밤쉘’의 샤를리즈 테론과 함께 경합을 벌였다. 영화 ‘주디’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르네 젤위거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특별하고 의미있는 경험을 했던 영화 덕분에 이 자리에 오게 됐다”면서 “함께 후보에 오른 배우들과 함께 해 영광이었다. 이 아름다운 영화에 함께 할 수 있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감격을 표했다. 남우조연상과 여우조연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브래드 피트와 ‘결혼이야기’의 로라 던이 수상했다. 톰 행크스, 알 파치노, 조 페시, 안소니 홉킨스와 함께 후보에 올라 수상한 브래드 피트는 “감사하다.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카데미 측에게 이 영광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면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덕분에 영화를 제대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독창적이고 영화산업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함께 호흡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 대해 “덕분에 함께 하게 됐다. 나는 뒤를 잘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지만 이제는 돌아보게 됐다. 여기서 나간 뒤 또 돌아보게 될 것 같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기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덕분이다. 내 아이들에게도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케시 베이츠, 스칼렛 요한슨, 플로렌스 퓨, 마고 로비를 제치고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로라 던은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동료들, 후보자들, 넷플릭스에 감사드린다. 노아 바움백 감독에게 감사드린다. 노아 바움백 감독은 사랑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고 가족을 보여줬다. 우리가 그런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면서 “어떤 사람들은 살면서 ‘영웅’을 만나지 못한다고 하는데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정말 축복 받았으면 당신의 영웅들은 바로 부모님이다’라고 말이다. 이제까지 받은 생일 선물 중 최고의 선물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아카데미상은 ‘오스카상’이라고도 하며,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이다. 이날 국내에서는 오전 10시부터 TV조선을 통해 생중계 되며 많은 이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불러모았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자(작) 명단 △작품상 : ‘기생충’ △남우주연상 : 호아킨 피닉스(‘조커’) △여우주연상 : 르네 젤위거(‘주디’) △남우조연상 : 브래드 피트(‘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여우조연상 : 로라 던(‘결혼 이야기’) △감독상 : ‘기생충’ △각본상 : ‘기생충’ △각색상 : ‘조조 래빗’ △촬영상 : ‘1917’ △편집상 : ‘포드 V 페라리’ △미술상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의상상 : ‘작은 아씨들’ △분장상 : ‘밤쉘’ △음악상 : ‘조커’ △주제가상 : ‘로켓맨’ △음향편집상 : ‘포드 V 페라리’ △음향효과상 : ‘1917’ △시각효과상 : ‘1917’ △국제장편영화상 : ‘기생충’ △장편애니메이션작품상 : ‘토이 스토리4’ △단편애니메이션작품상 : ‘헤어 러브’ △단편영화상 : ‘더 네이버스 윈도우’ △장편다큐멘터리상 : ‘아메리칸 팩토리’ △단편다큐멘터리상 : ‘러닝 투 스케이트보드 인 어 워존’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강민석 신임 청와대 대변인 “대통령 마음까지 전달할 것”

    강민석 신임 청와대 대변인 “대통령 마음까지 전달할 것”

    대통령이 전한 키워드는 ‘신뢰’강민석 신임 청와대 대변인이 10일 “신임 대변인으로서 대통령의 말뿐 아니라 마음까지 전달하고 싶은 것이 각오이며 목표”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한 대변인직의 키워드는 ‘신뢰’라고 전했다. 강 신임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첫 브리핑을 갖고 “보통 대변인은 대통령의 입이라고 한다”며 일성을 밝혔다. 강 대변인은 “어제 문 대통령을 처음 수행해 충남 아산, 충북 진천 지역을 다녀왔다. 현장에서 국민을 사랑하고 섬기려 하는 대통령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며 “그런 마음까지 여러분을 통해 국민에 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부국장 출신인 강 대변인은 사직서 수리 후 3일 만에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되면서 ‘언론인의 공직 직행’ 논란이 일었다. 이런 비판에 대해 강 대변인은 “거의 모든 언론이 지적해주신 그 부분을 제가 달게, 아프게 받아들이고 감내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허리숙여 인사했다. 그러면서도 “저는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성공한 정부를 갖는 것이라 생각한다. 성공한 정부야말로 국민의 성공 아닐까 하는 게 제 생각”이라며 “성공한 정부로 가는 여정에 저도 동참하고 싶었다”고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 능력 크기는 보잘 것 없지만,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생각에 헌신해 보고 싶었다”며 “헌신의 결과로 여러분에게 논란에 대한 답을 드리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강 대변인은 “대변인직을 수행함에 있어서 어떤 대변인 되어야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대통령이 제게 준 키워드는 신뢰”라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대변인직을 수락한 배경에 대해서는 “축구도 전반전보다 후반전이 중요하듯, 후반전이야말로 경기 승패가 좌우되는 시점”이라며 “더 헌신할게 많다고 생각해서 들어오게 됐다”고 답했다. 향후 정치권 진출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네 글자로 말씀드리겠다”며 “없습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박원순 “메르스 때 박근혜 정부 무능, 누구보다 낱낱이 증언 가능”

    박원순 “메르스 때 박근혜 정부 무능, 누구보다 낱낱이 증언 가능”

    박원순 서울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처하는 현 정부가 과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응한 박근혜 정부보다 훨씬 낫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시장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님과 성동구의 선별 진료소를 방문했다”면서 “그 자리에서 저는 ‘메르스 때 학습 효과가 있어서 훨씬 더 잘하고 있다, 과거 정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사실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당시 박근혜 정부가 얼마나 무능했는지 누구보다도 낱낱이 증언할 수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메르스 사태에서 큰 교훈을 얻었다”면서 “5년 만에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에 직면했을 때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신속하고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며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원순 시장은 특히 “메르스 때보다 잘한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감염병을 앞에 두고 정치한다’고 비판한 한 언론의 사설을 언급하며 “그때는 온 국민이 함께 국난을 극복하자더니 지금은 왜 그런 기사를 안 쓰나. 누가 더 감염병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싶은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이어 “불안과 공포를 자극해 혐오를 부추기고 정쟁에만 관심을 쏟는 일부 야당과 언론의 태도는 사회를 분열시키기만 한다”면서 “감염병 확산 방지에 진보와 보수, 중앙과 지방정부가 따로 있겠나”라고 물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정종수의 풍속 엿보기] 복숭아와 김치 그리고 제사상

    [정종수의 풍속 엿보기] 복숭아와 김치 그리고 제사상

    분주했던 설과 정월 대보름이 지나니 왠지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명절이 되면 가장 말도 많고 준비도 어려운 것이 차례 음식 준비이다. 차례 방식도 팔도 따라, 집안 따라 다르다. 하나 공통적인 것은 차례상에는 복숭아를 비롯해 마늘·후추·고춧가루·파와 같은 향신료와 ‘치’자가 들어가는 생선은 올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일까. 복숭아는 여름 과일의 여왕이라 불린다. 색과 질감이 부드럽고 영양이 풍부해 여름철 보양식품으로 알려져 왔다. 재배 역사도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530년에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복숭아는 고려 말과 조선 전기의 과일 중의 하나로 소개돼 있다. 하지만 복숭아나무는 귀신과 잡귀를 쫓는다고 믿었다. 홍만선은 ‘산림경제’에서 복숭아나무가 백 가지 귀신을 물리친다고 해 선목이라 했다. 명나라 이시진의 ‘본초강목’에도 “옛날에 귀신의 우두머리가 복숭아나무로 맞아 죽은 뒤로, 귀신은 복숭아나무를 무서워한다”고 기록했다. 심지어 복숭아나무 가지, 뿌리, 열매, 복숭아나무로 만든 말뚝도 귀신을 물리친다고 했다. 왜 귀신은 복숭아나무를 무서워할까. 특히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 가지는 가장 힘이 세다고 했다. 동은 해가 솟는 곳으로 반복적으로 해가 뜨고 지기 때문에 양기가 가장 강하다고 여겼다. 동쪽은 오행상 봄으로 만물을 소생시키는 원동력이다. 복사꽃은 붉은색으로 귀신이 가장 무서워하는 불을 상징한다. 꽃은 이른 봄 찬 기운이 가시기 전에 일찍 꽃이 피고, 잎이 나기 전 꽃이 먼저 피는 양기의 꽃으로 음기를 구축하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벽사 기능 때문에 복숭아는 귀신을 쫓는다 해 제사상에 올리는 것을 금기시했다. 공자는 ‘공자가어’에서 복숭아(桃ㆍ도)와 잉어(鯉ㆍ리)는 여근을 상징하기 때문에 제사에 쓰지 않는 것이라 했다. 복숭아를 외형상 여자의 여음과 가장 닮았다고 본 것이다. 복숭아씨를 도핵, 여음을 음핵이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의 설화 가운데 복숭아를 먹고 임신했다는 이야기에서는 복숭아가 새 생명을 의미한다. 남녀의 관계 운을 도화운이라 하고, 남녀의 치정을 도화안이라 한 것도 여기서 비롯됐다. 특히 잉어는 두 마리를 포개 놓으면 여음과 매우 닮았다고 한다. 고려 때 이제현은 ‘익제난고’에서 복숭아나무 가지로 두들겨 패 나쁜 기운을 물리쳤다고 했다. 조선 전기 때 성현도 ‘용제총화’에서 복숭아나무 가지로 빗자루를 만들어 연말에 잡귀를 몰아내고 새해를 맞이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정신병자를 동도지로 때리면 낫는다는 속신이 생기기도 했다. 한편 복숭아는 귀신을 쫓는 벽사 기능과 함께 장수를 상징한다. 중국에서 한나라 이후 복숭아는 귀신을 물리치거나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쓰였다. 복숭아 꽃밭은 무릉도원, 복숭아는 불로장생 과일이란 말도 천상세계와 하늘의 과일, 천도를 상징하는 것으로 모두 장수를 의미한다. 제수 음식 중 ‘치’자가 들어가는 것도 금기시했다. 김치는 고춧가루를 넣기 때문이다. 고추는 붉은색으로 양이며, 방위는 남쪽으로 양을 상징한다. 양은 음을 이기기 때문에 양의 색 붉은 고추는 음의 결정체로 이루어진 귀신과 부정을 물리치고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또 남방은 불을 상징한다. 적(赤) 자를 풀면 큰 불(大火)이 된다. 귀신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불이다. 그래서 붉은색도 귀신을 쫓을 수 있다고 여겼다. 또한 귀신도 사람과 성향이 비슷해 사람이 싫어하는 파, 마늘과 같은 냄새를 싫어할 것이라 믿었다. 생선 중 ‘치’자가 들어가는 갈치, 꽁치, 넙치 등을 제수로 쓰지 않는 것은 ‘치’자가 어리석다, 하찮다 등 부정적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치, 저치, 양아치 등의 하대 호칭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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