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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호복 투과… 노출량 많을 땐 암·기형아 출산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전력 정상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결사대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시간뿐 아니라 감마선이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고 있다. 감마선은 방사성물질에서 ‘전파’처럼 전달되기 때문에 방사성물질에 직접 닿지 않아도 피폭될 수 있다. 많은 양의 감마선에 노출되면 암에 걸리거나 기형아를 출산하게 된다. 감마선은 투과력이 뛰어나 종이나 얇은 알루미늄처럼 얇은 금속은 바로 통과해 버린다. 일반적인 방호복은 합성수지계의 부직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감마선을 막지 못한다. 납, 아연, 텅스텐, 두꺼운 철판은 통과하지 못하지만 방호복에 이 같은 재료를 사용할 경우 작업이 어렵다. 현재 일본의 명운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결사대’가 입고 있는 방호복의 역할은 직접적인 방사성물질과의 접촉이나 방사능 가스 흡입을 막는 것이 전부다. 가볍고 통기성이 좋아 활동하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감마선은 차단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물론 감마선은 물이나 두꺼운 콘크리트는 통과하지 못하지만 건물 일부가 파괴된 상태이기 때문에 건물 밖에서 작업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작업팀은 옷에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배지 모양의 계측기를 달고 있다. 피폭량이 80m㏜(밀리시버트)를 넘어서면 경보가 울린다. 전력 복구 작업에 투입된 279명은 20명 정도가 한 팀이 돼 교대로 근무 중이다. 방위성은 “현재의 장비는 방사선을 막는 효과는 적지만 신속하게 작업을 함으로써 다량의 피폭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20일 복구단 중 6명이 100m㏜ 이상의 높은 방사능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은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태”라면서 이들이 계속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원전 근로자에게 허용되는 방사능 한계치는 50m㏜이지만 사고 발생 직후 이를 100m㏜로 상향 조정했다. 이어 지난 17일에는 복구 인력이 부족해지자 250m㏜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악마의 칩에 빠진 新도박족] 23년 교직 퇴직금받아 빚갚아… “10주 입원치료후 희망”

    [악마의 칩에 빠진 新도박족] 23년 교직 퇴직금받아 빚갚아… “10주 입원치료후 희망”

    도박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Y(51)씨가 번뜩 정신을 차린 것은 며칠 전. 집에서 훔쳐 온 여든 살 노모의 쌈짓돈을 도박판에서 모두 잃고 난 뒤였다. Y씨는 “도박에 눈이 어두워 어머니의 돈까지 탐하는 내 자신의 뻔뻔함에 치가 떨렸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는 국립 사범대학을 졸업한 뒤 대구 지역의 중·고등학교 과학교사로 23년간 재직해 온 성실한 선생님이자 가장이었다. 그러던 그가 도박에 손을 대게 된 것은 동네 성인 오락실 슬롯머신을 접하면서부터. 1시간 만에 수십만원을 따는 등 도박의 달콤한 맛을 본 그는 점점 판을 키워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1년부터는 아예 강원랜드 카지노에 출입하기 시작했다. ‘한탕’만 성공하면 그동안 쌓인 빚도 갚고 도박에서 깨끗이 손을 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한달에 15일로 묶여 있는 출입한도를 꼬박 채우면서 카지노를 들락거렸다. 카지노 한구석에 마련된 휴게실에 들러 커피를 마시면서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돈을 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피곤한 줄 몰랐다. 처음엔 동전과 천원짜리 몇개를 들고 시작했던 도박이었지만,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7억원이 넘는 빚뿐이다. 친척과 친지 등에게 돈을 빌려 일부를 갚았으나 아직도 2억원의 도박빚이 그를 옥죈다. 얼마 전 학교에 사직서를 낸 것도 퇴직금을 받아 도박빚 일부를 갚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도박에 미쳐 집을 돌보지 않으면서 아내의 마음도 돌아섰다. Y씨의 아내는 10년 전 그의 곁을 떠났다. 이후 두 자녀까지 아내를 따라 집을 나갔다. Y씨는 대구에서 농사를 짓는 노모의 집으로 이사했다. 도박을 접할 수 없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성실하게 살겠다고 노모 앞에서 다짐했다. 그러나 Y씨의 결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다시 도박판을 찾았다. 단돈 10만원이라도 손에 쥐는 날에는 머뭇거리지 않고 대구에서 강원랜드까지 달려갔다. 결국 Y씨는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 상담실의 문을 두드렸다. 도박판에서 돈을 모두 잃어 집으로 돌아갈 여비조차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았던 중독관리센터에서 Y씨는 도박 중독에 관한 영상을 처음 접했다. 영상 속에 등장한 정신과 의사가 “도박중독은 병이기 때문에 치료 받아야 한다.”고 하는 말이 가슴을 저몄다. 조심스레 상담사와 마주한 Y씨는 도박중독 치료를 위한 첫발을 뗐다. Y씨의 사연을 들으며 치료를 권하는 상담사에게 Y씨는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고, 나이도 많아서 어디 가서 일도 할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1차 상담을 마친 Y씨는 “이제껏 도박을 끊는 것은 단순히 내 의지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중독도 병이라니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센터는 Y씨에게 병원에서 10주간의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퇴원 후 대구 집으로 돌아간 그는 일주일에 한번씩 ‘단(斷)도박 모임’에 나가 자신과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Y씨는 “도박판에서 손을 씻은 뒤 새로운 목표와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때 도박에 대한 충동적인 욕구를 이기지 못해 ‘한탕’만 노리며 미래를 생각할 수 없었다는 그였다. Y씨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센터가 마련한 직업재활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도박판을 떠나니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습니다. 미래의 내 모습을 생각하면 힘이 절로 납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구리 등 비철금속 1~2% 싸게 방출

    정부가 구리, 알루미늄 등 비철금속 가격이 오르자 5개 비철금속을 1~2% 싸게 방출한다. 정부수요물자의 가격 검증도 조달청이 아닌 외부전문기관에서 하게 된다. 조달청은 11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열린 물가안정대책회의에서 이같은 방안을 보고했다. 오는 16일부터 4월 말까지 구리는 2%, 알루미늄·납·아연·니켈은 1% 낮은 가격에 공급된다. 2월 말 가격 기준으로 구리는 t당 25만원, 니켈은 37만원가량 떨어지게 된다. 임 차관은 “시세차익을 노리는 전매행위가 생기지 않도록 지식경제부와 조달청이 현장 점검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걸 그룹은 마르고 예뻐야 한다는 고정관념 깨는 피기돌스

    걸 그룹은 마르고 예뻐야 한다는 고정관념 깨는 피기돌스

    얼마 전 국내 걸 그룹의 대표주자 소녀시대의 다이어트 식단이 공개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세 끼 합쳐 900㎉의 식단. 아이돌은 마르고 예뻐야 한다는 대중의 요구에 부합하고자 대한민국 걸 그룹 멤버들은 365일 다이어트 중이다. 이런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외치는 걸 그룹이 있다. 바비인형 같은 외모만이 아이돌의 전부는 아니라고. 이름도 피기 돌스(Piggy Dolls)다. 직역하면 아기돼지 인형들. 이름이 말해주듯 세 멤버의 몸무게 합은 230㎏이다. 걸 그룹 사이에 끼어 있으면 단연 튄다. 44(여성 의류 사이즈) 대세 속에 돌출되는 77~88 사이즈이기 때문이다. 올 1월 초 세상에 나왔다. 데뷔곡 ‘트렌드’(Trend)로 인기몰이 중이다. 묵직한 외모와 당당한 주장으로 데뷔 석달 만에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피기돌스를 지난 2일 서울 태평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세 멤버 몸무게 합 230㎏… 바비인형만 아이돌 되란 법 있나 김민선(20·90㎏), 이지연(20·70㎏), 박지은(17·70㎏). 거리낌없이 몸무게를 밝히는 이들은 주문부터 남달랐다. ‘핫초코’를 힘차게 외치는 민선, 스무디 음료를 먹고 싶다는 지연. 매니저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제지한다.‘그러면 그렇지’ 하는 기자의 생각을 보기 좋게 ‘배신’하는 매니저의 한 마디. “하나로 통일 좀 하자.” “저희는 한 끼에 900㎉를 먹어요. 그런데 어디 보니까 어떤 걸 그룹은 하루에 900㎉만 먹더라고요. 얼마나 힘들겠어요.” 리더 김민선이 호탕하게 웃는다. 데뷔 전에는 큰 덩치 탓에 어딜 가나 남의 눈치 보기 급급했다는 김민선은 피기돌스 멤버가 되고 나서 성격이 당당해졌단다. “지금도 저의 외모를 비난하는 분들이 많아요. ‘교주 같다’ ‘저팔계 닮았다’ 등등…. 하지만 이 모든 게 피기돌스에 대한 관심 아니겠어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웃어넘깁니다.” 이지연이 거들고 나선다. “심지어 친척 오빠도 저희 무대를 보고 화면이 터질 것 같다, 얼굴이 꽉 찬다 하더라고요. 하지만 애써 이쁜 척하지 않고 (무대의) 힘이 남달라 멋지다고 해서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좋더라고요.” 인형같이 생긴 막내 지은은 “솔직히 데뷔하기 전에는 악플이 너무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예쁘고 마른 걸 그룹이 대세잖아요. 막상 그 대세에 반기를 드는 컨셉트를 잡긴 했지만 사람들이 너무 싫어하면 어쩌나 걱정되더라고요. 그런데 의외로 선플도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참신하고 새롭다는 반응들인데, 그런 댓글 볼 때마다 힘이 납니다.”라며 수줍게 말했다. ●‘뚱뚱한 게 자랑이냐’ 악플… 자랑이 아니라 인정하는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가장 기억나는 악플 중 하나가 ‘뚱뚱한 게 자랑이냐’는 거였어요. 걸 그룹이라면 외모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런데 저희는 뚱뚱하다고 자랑하는 게 아니에요. 그저 저희의 외모를 당당하게 인정하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외모보다 노래로 평가받겠다는 거지요.”(김민선) 8년 전 피기돌스처럼 외모보다 가창력으로 승부수를 건 77~88 사이즈 그룹 버블시스터스가 등장해 언론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들의 노래는 고정 팬을 형성하며 아직까지 사랑받고 있지만 공중파 방송에서는 좀체 모습을 보기 어렵다. ‘이게 아직은 현실 같다.’는 기자의 말에 김민선은 “저희가 꼭 잘돼서 제2의 피기돌스, 제3의 피기돌스가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단지 뚱뚱하다는 것만으로 주목받는 게 아니라 좋은 노래로 오래 가는 장수 그룹이 되겠단다. 그런데 김민선은 외모에 당당하다면서 왜 늘 선글라스를 끼고 방송에 나오는 것일까. “신비주의 전략”이라며 세 사람은 까르르 웃는다. 김민선은 케이블 채널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에 도전했다가 탈락한 사실도 아무렇지 않게 밝혔다. ‘무게’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도 많다. “음악방송을 보면 마지막에 전 출연자가 무대에 함께 올라갔다가 내려오잖아요. 그때 민선 언니가 내려오면서 나무판자를 살짝 무너뜨린 거예요. 뒤에 따라 내려오던 오렌지카라멜 선배들이 판자에 걸려 넘어질 뻔했습니다. 너무 죄송했죠.”(이지연) 김민선은 “무대에 적응하려고 연습할 때도 늘 하이힐을 신고 춤을 추는데 몸이 무거우니 구두굽이 자주 부러진다.”며 깔깔깔 웃었다. ●데뷔곡 ‘트렌드’로 인기몰이… 제2의 빅마마 수식어 감사 인터뷰 내내 피기돌스는 정말 밝고 당당했다. “남들보다 조금 많이 나가는 몸무게가 잘못은 아니지 않으냐.”며 노래로 승부를 겨루겠다고 외치는 피기돌스. 4초 가수, 비주얼 담당이라는 말이 버젓이 득세하는 가요계에 확실히 이 세명의 외침은 남다른 울림이 있다. “그런 수식어가 제 이름 앞에 붙는다면 너무 부끄러울 것 같다.”는 김민선은 “거의 얼굴로 (승부를 내려는 건)…. 그건 가수가 아니죠.”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첫 방송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인 뒤 그들에겐 ‘제2의 빅마마’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닌다. “뚱뚱하다는 컨셉트 하나만 같지, 빅마마 선배님들은 R&B, 저희는 댄스곡을 한다는 차이점이 있어요. 그래도 훌륭한 선배님들과 비교되는 건 너무 감사해요.”(김민선) “너무 과분한 수식어죠. 앞으로 더욱 발전해 나가는 모습 보여드릴게요.”(박지은)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여자친구 초주검 만든 英복싱선수 논란

    영국의 복싱선수가 여자친구에게 심각한 폭행을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비난을 받고 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웨스트 웨일스서 활동하는 복싱선수 웨인 폭스(23)가 18개월 전 여자 친구인 트라이언 루이스(19)를 납치,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최근 징역형이 결정 됐다. 사건 당일 루이스는 동성친구 1명과 집 앞에 세운 자동차 안에서 음악을 듣고 있었다. 이 장면을 본 폭스가 다짜고짜 차에 탄 뒤 두 사람을 근처 숲으로 납치했으며, 인적이 드문 숲에서 여자친구의 얼굴과 배 등을 가격했다. 루이스의 친구가 필사적으로 말렸지만, 운동으로 단련한 187cm의 폭스를 막기란 역부족이었다. 마치 복싱경기를 하듯 여자친구에게 광기어린 주먹을 휘두른 폭스는 10여 분만에야 현장을 떠났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루이스의 얼굴을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 올랐고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뇌진탕, 갈비뼈 골절증세를 보인 루이스는 한 달 넘게 의식불명에 빠졌다가 현재 회복 중이다. 하지만 정신적 충격으로 단기 기억상실증 증세를 보이고 있다. 납치와 폭력, 살인미수 혐의로 법정에 선 폭스는 여자친구를 폭행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피해망상증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자 친구를 때리라는 악마의 목소리를 듣고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정신과 전문의의 소견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법원은 폭스의 주장을 받아주지 않고 살인미수죄를 적용하기로 했다. 형량은 오는 18일 발표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트위터(http://twitter.com/newsluv)
  • 포항 구룡포의 명물 ‘대게’ 납시오

    포항 구룡포의 명물 ‘대게’ 납시오

    “(출어해서 귀항까지) 4박 5일 정도 걸렸습니다. 게가 요즘 많이 야물고 판매도 잘 돼서 많이 잡아 왔습니다.” 지난달 26일 새벽 대게를 잡고 경북 포항 구룡포항에 들어온 신석준 대현호 선장 얼굴에는 뿌듯함이 묻어났다. 4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의 ‘TV 쏙 서울신문’을 통해 영덕 강구항이나 울진의 명성에 가렸다가 최근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구룡포항을 소개한다. 구룡포항은 전국에서 대게잡이 배가 가장 많이 나가는 곳으로 경북 지역 대게 어획량의 57%를 차지한다. 지난해 대게 위판 규모는 개인 판매를 합쳐 1279톤. 돈으로 환산하면 246억원에 이른다. 일본 오키 군도(群島) 주변 400~300m 심해에서 잡는 구룡포 대게는 속이 꽉 차고 살이 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 구룡포 대게의 맛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을 타서인지 이날 대게 어판장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크고 좋은 품질의 대게를 먼저 차지하려는 상인들이 옷섶에 손가락을 감춘 채 경매가를 제시하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경매사들의 손동작은 꿈틀거리는 대게의 몸짓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엄성인 경매사는 “수입 대게의 양이 줄어 영덕이나 강구 상인들이 많이 몰려온다. 지난해보다 시세가 20% 정도 올랐는데, 하루 경매량은 2만~3만 마리다. 오늘 같은 날은 4만 마리 정도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모처럼 찾아온 구룡포항의 명성을 잇기 위해 자망통발선주협회는 싼값에 맛 좋은 대게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선주들이 직접 정찰 가격으로 판매하게 만든 것이다. 겨우내 깔깔했던 입맛을 시원하게 되찾아줄 구룡포 대게 잡이는 봄까지 계속된다. ‘TV 쏙 서울신문’에서는 또 ‘연세대 호킹’으로 불리는 신형진(28·공대 컴퓨터과학과 졸업)씨에게 입학 9년 만에 학사모를 씌운 위대한 모정을 다룬다. 척추성 근위축증이란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신씨의 어머니 이원옥(65)씨는 미국 여행 도중 급성 폐렴에 걸린 아들이 투병하느라 휴학한 2년을 제외하고 7년 동안 매일같이 서울 개포동 집에서 신촌 연세대까지 등하교시켰다. 학교 측은 지난달 28일 학위수여식에서 이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이씨 덕분에 학교의 장애인 편의시설도 많이 개선됐다고 한다. 만성적이고 격렬한 통증에 시달리던 그가 어머니와 함께 일군 오늘의 영광을 함께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눈시울이 뜨거워질 것이다. 이 밖에도 ‘북녘 꽃제비 동영상’, ‘졸음과 싸우는 여의도’, ‘사법연수생 첫 양심적 병역거부자 백종건씨’, ‘진경호 국제부장의 시사 콕’, ‘법정 스님 입적 1년’ 등이 방송된다. 글 사진 박홍규피디 gophk@seoul.co.kr
  • [피플 인 스포츠] 성시백 “자꾸 넘어지는 이유 알아내…소치 金 딸 것”

    [피플 인 스포츠] 성시백 “자꾸 넘어지는 이유 알아내…소치 金 딸 것”

    경기 시작 전부터 예감이 안 좋았다. 중국 코치는 성시백을 주시하며 작전 지시를 하고 있었다. 선수 두명도 흘끗흘끗 성시백을 바라봤다. “이상하다. 뭔가 있구나.” 작전이 들어올 거라는 건 미리 예상했다. “탕.” 출발 신호가 울렸다. 첫 바퀴째. 중국 한자량이 몸을 부딪쳐 왔다. 당황스러웠다. “아예 자기 레이스를 포기했구나….”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뒤로 처진 중국 선수는 견제하고 앞선 선수는 달리는 작전 정도로 생각했었다. 상황을 봐 가면서 견제를 뚫을 심산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한자량이 아예 성시백을 잡기 위해 나왔다. 선수 생활 내내 이런 상황은 처음 겪어 봤다. ●“동계AG 결승때 분 아직 안풀려” “어떻게 레이스를 풀어야 할까.” 계산이 복잡해졌다. 두 바퀴째. 한자량이 다시 부딪쳐 왔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빨리 대책을 세워야 했다. “일단 먼저 보내자.” 레이스 4명 가운데 제일 뒤쪽으로 빠졌다. 아예 앞 세명과 간격을 두고 처졌다. 세명을 먼저 보낸 뒤 지친 기색이 보이면 한번에 뒤집을 생각이었다. 일단 한자량을 피해야 했다. 그 상황에선 그게 최선이었다. 세 바퀴째. 한자량이 속도를 급격히 줄였다. 선두 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후미 성시백에게 다가왔다. 이미 레이스는 포기했다. 등수는 상관없이 성시백만 노렸다. 위기 상황. “이번에 부딪히면 넘어진다. 치고 나가자.” 성시백이 스피드를 최고로 올렸다. 한자량을 추월해 달아날 생각이었다. 그 순간 둘이 엉켰다. 한자량은 성시백을 안 놓쳤다. 중국 선수 가운데 가장 순발력이 좋기로 정평이 난 한자량이다. 성시백이 속도를 올리자 한 걸음 더 내디디며 몸을 부딪쳤다. 성시백은 또 넘어졌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날아갔다. 지난 2일 열린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쇼트트랙 1000m 결승 상황이었다. “아직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화가 납니다. 한동안 잠도 잘 못 잤어요.” 성시백은 아직 화가 안 풀렸다고 했다. 원래 성시백과 한자량은 친구 사이다. “외국 선수들과 안 친한데 유독 한자량과만 친했습니다.” 국제대회에서 만나면 서로 얘기도 하고 장난도 곧잘 쳤다. 그런데 하필 이날 성시백 저격수로 나선 게 한자량이었다. “그 레이스 전에 한자량이 우리 선수랑 부딪쳐서 넘어졌어요. 아마 그 복수를 하려고 들어온 것 같아요.” 성시백 표정이 씁쓸해졌다. ●“발목 부상으로 단독귀국 씁쓸해” 성시백은 그러고도 바로 다음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 내내 뒤지던 경기를 절묘한 코너워크로 한번에 뒤집었다. “당시에 많이 흥분했어요.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평소 능력 이상을 발휘한 것 같아요.” 사실 당시 성시백은 발목이 아팠다. 한자량과 부딪치면서 원래 안 좋던 발목에 더 문제가 생겼다. “아픈 줄도 몰랐어요. 경기가 끝나고 메달을 받으려 하는데 못 걷겠더라고요.” 통증은 뒤늦게 찾아왔다. 스포츠는 역시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 발목 부상이 심해 아시안게임 직후 홀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머지 선수들은 쇼트트랙 월드컵 참가를 위해 러시아로 갔다. 벌써 두 번째 단독 귀국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뒤에도 발목 부상으로 혼자 비행기를 타야 했다. “쓸쓸하더라고요. 왜 나만 자꾸 이런 일이 생기나 싶고…” ●“이제 불운은 없을 것” 자신만만 현재 발목 치료를 위해 재활 중이다. 자꾸 넘어지는 원인을 알아냈다. 수술 대신 재활 처방을 받았다. 대학원 졸업 준비에도 열심이다.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다음 목표를 위해서요.” 그럼 다음 목표가 뭘까. “가깝게는 두달 뒤 대표 선발전입니다. 궁극적으로는 2014년 소치 올림픽 금메달입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이제 불운은 더 없을 겁니다. 원인을 알았으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성시백이 웃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피플 인 스포츠] MLB 탬파베이 차세대 유망주 이학주

    [피플 인 스포츠] MLB 탬파베이 차세대 유망주 이학주

    경기장 스크린엔 스탈린 카스트로가 때린 홈런 장면이 반복해서 나오고 있었다. 카스트로의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데뷔 경기였다. 떨어지는 공을 깔끔하게 받아쳤다. 타이밍이 잘 맞았고 라인드라이브성으로 넘어갔다. 스크린 아래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던 이학주도 그 장면을 봤다.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팀의 홈 구장이었다. 경기 시작 전까지 컵스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 중이었다. ●컵스서 옮겨 주전 유격수 기회 생겨 스크린을 바라보면서 속이 부글부글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 함께 운동했던 카스트로였다. 단 한번도 그보다 못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언제든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처지가 달라졌다. 카스트로는 메이저리거가 됐고 이학주는 여전히 마이너리그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 배가 아팠다. 약이 올라 경기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지난해 5월 말이었다. 이날 이학주는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저도 모르게 방망이가 크게 돌았다. 어이없는 삼진을 두개 당했다. “아직도 그날 생각을 하면 화가 납니다. 제 실력이 모자랐으니 어쩔 수가 없는 거지만….” 이학주는 말을 흐렸다. 입술도 꽉 깨물었다. 시간이 지났지만 분한 감정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카스트로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자리를 잡았다. 125경기에 출장해 타율 .300, 홈런 3개를 기록했다. 이학주와 카스트로는 포지션이 겹친다. 둘 다 유격수다. 나이도 21세 동갑이다. 공격적인 수비와 끈질긴 타격 습관 등 스타일도 비슷하다. 컵스로선 비슷한 유형의 이학주를 더 이상 데리고 있을 필요가 없게 됐다. 그래서 지난달 초, 탬파베이와 3대5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15승 투수 맷 가르자 등 3명을 받고 이학주 등 5명을 보냈다. “솔직히 예상했습니다. 생각보다 시기가 빨리 왔지만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이학주는 괜찮다고 했다. 사실 탬파베이행은 위기이자 기회다. 트레이드의 핵심 열쇠는 이학주와 가르자였다. 컵스는 투수를 원했고 탬파베이는 주전 유격수감이 필요했다. 탬파베이 유격수 리드 브리그낙은 공·수 모두 평범한 수준이다. 2008년 드래프트 1위 팀 베컴은 좀처럼 성적이 안 나온다. “주변에서 기회가 생겼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포지션 경쟁에 가변성이 커진 것만은 사실입니다.” 이학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쉬운 일은 아니다. 아직 보완해야 할 게 많다. 이학주는 지난해 싱글A에서 타율 .282, 홈런 1개, 32도루를 기록했다. 빠른 발에 감각적인 수비력을 가졌지만 타격이 문제다. 특히 힘은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이다. 미국 스포츠채널 ESPN는 이학주에 대해 “떨어지는 파워를 빼면 4툴(타격정확도, 수비능력, 송구능력, 주루능력)을 갖춘 선수가 될 자질이 있다.”고 표현했다. 힘을 키워야 하고 타율도 더 올려야 한다. ●매월 4시간 운동으로 파워 길러 “지난해엔 손목이 안 좋아서 잘 맞질 않더라고요. 올해부터는 조 마우어처럼 좋은 타구를 많이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일단 힘을 붙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매일 웨이트장에서 4시간씩 땀을 쏟는다. “지난해까지 맞던 청바지가 2달 사이에 작아서 못 입겠더라고요.” 훈련 진행은 순조롭다. 손목 상태가 좋아지면서 타율도 더 올릴 수 있을 걸로 예상하고 있다. 이학주는 “원래 맞히는 데는 자신 있었다.”고 했다. 다음달 5일이면 이학주는 미국으로 떠난다. 탬파베이의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장에 합류한다. 포지션 경쟁자들과는 이때 처음 대면하게 된다. “이제부터 진짜 전쟁입니다. 죽을 각오로 빅리그에 도전할 겁니다. 두고 보십시오.” 역기를 드는 이학주의 팔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결혼식날 ‘납치된 신부’ 우여곡절 결혼식

    결혼식날 ‘납치된 신부’ 우여곡절 결혼식

    결혼식장 신부 납치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목걸이 등을 모두 빼앗긴 뒤 풀려난 신부는 예정보다 2시간 늦게 결혼식을 치렀다. 황당한 사건이 일어난 곳은 남미 브라질의 도시 브라질리아. 곱게 드레스를 차려입은 신부를 태우고 결혼식장인 성당에 도착한 자동차가 일단의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차에는 신부와 함께 10살 들러리, 2명 친구가 타고 있었다. 납치범들은 자동차를 몰면서 신부와 친구들로부터 목걸이, 시계, 현금 등 귀중품을 몽땅 강탈했다. “제발 결혼식에 가게 놓아달라.”고 신부가 호소했지만 범인들은 “새 신랑이 결혼하는 날 홀아비가 되게 됐다.”며 잔뜩 겁을 줬다. 범인들은 20여 분 동안 자동차를 끌고 다니며 귀중품을 모두 빼앗은 뒤 성당에서 약 10km 떨어진 곳에서 신부와 일행을 풀어줬다. 신부와 친구들은 허겁지겁 한 가정집 초인종을 눌러 신랑에게 전화를 걸어 달라고 부탁했다. “신부가 납치됐다가 방금 풀려났는데 바로 성당으로 간다고 전해주세요.” 신부 일행은 택시를 잡아타고 결혼식장을 향해 달렸다. 납치강도사건으로 엉망(?)이 됐지만 신랑신부는 이날 결혼식을 치르고 부부가 됐다. 지난달 22일 발생한 이 사건은 당시 주례를 본 신부가 최근 폭력근절 캠페인을 벌이면서 소개해 언론에 뒤늦게 보도됐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행정의 달인 29인을 말하다] (6)세무행정 분야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행정의 달인 29인을 말하다] (6)세무행정 분야

    ‘지방행정의 달인’ 시리즈가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1월 10일 행정 분야 4명 소개를 시작으로 지난 7일 전기기계 분야까지 29명의 달인 가운데 16명을 소개했다. 이번에는 세정 분야 달인 2명을 소개한다. 서울신문과 행정안전부는 3월 7일 산업 분야 달인 소개를 끝으로 그간의 개별 달인 보도에 대한 독자반응 등을 토대로 임시 등급을 부여받은 달인들에 대한 최종 등급을 확정하게 된다. >> ‘체납 세금 완전 정복’ 서울시 세무과 세무관리팀장 김태호 사무관 대여금고 은닉 재산 추적… 세 추징 완벽 뭉칫돈을 은행 금고에 꼭꼭 숨겨 놓고도 상습적으로 세금을 떼먹던 얌체족들이 언제부턴가 발붙일 틈이 없게 됐다. 체납자들의 은행 대여금고를 열어 기어이 세금을 받아낸 주인공은 김태호(48·행정5급) 서울시 세무과 세무관리팀장이다. 세정 분야에서 ‘세무행정의 달인’으로 선정된 그는 지방세제에 관한 한 최고의 아이디어 뱅크로 통한다. “세무행정이란 게 매 순간 부담을 내려놓을 수 없는 업무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사람들의 재산에 손을 대는 일이니까요. 달인이란 이름표를 달고 난 뒤부터는 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고요.” 1989년 서울시 공무원으로 임용돼 올해로 공직 생활 22년째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만 졸업하고 기능사 자격증을 딴 뒤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일하다 뒤늦게 학구열이 발동했다. 22세에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졸업과 동시에 서울시 7급 세무 공무원으로 채용된다는 조건에 앞뒤 잴 것 없이 서울시립대 세무학과에 원서를 냈다. 공직 이력에서 스스로 돌아봐도 가장 빛났던 순간은 뭐니 뭐니 해도 체납자 대여금고를 압류하는 아이디어를 낸 2009년 가을. “어느 날 점심식사 자리에서 동료 직원이 그러는 거예요. 자기 친구는 예금통장을 만들지 않고 뭐든 돈이 되는 것은 은행 대여금고에 넣어둔다고.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관련 법규를 찾아봤죠. 은행의 대여금고는 법률상 얼마든 압류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하고는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서는 금융거래를 보호하게 돼 있으나, 대여금고는 보호항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지방세법 제64조에 의거해 시중은행들에 1000만원 이상 체납자의 대여금고 보유 현황을 파악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은행권의 저항은 만만찮았다. “국세청에서도 대여금고는 건드리지 않았는데, 왜 서울시가 나서느냐며 은행연합회가 대책회의를 하고 난리였다.”는 그는 “하지만 체납자 대여금고 보유자료 제공은 금융실명법 위반이 아니라는 명백한 사실 앞에서 은행들이 결국 꼼짝없이 자료를 내줬다.”고 말했다. 이후 국세청을 비롯해 검찰청, 관세청, 지방자치단체들이 고액 체납자 단속에 앞다퉈 대여금고를 열어 실효를 거뒀다. 그의 직업의식은 시도 때도 없이 발동했다. 2009년 5월에는 자동차세를 장기 미납한 도로 위의 무법자, 이른바 ‘대포차’를 무더기로 단속하는 성과도 올렸다. 대포차 운행자들이 사고에 대비해 대부분 책임보험에 가입하므로 주소지를 파악하면 차량 소재를 파악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열흘간의 특별 단속 기간에 대포차 150대를 강제 견인해 공매하는 효과를 거뒀다. 경찰도 손대지 못했던 골칫거리가 해결되자 그의 아이디어를 발판으로 대포차 상시단속 체제가 도입됐다. 체납자들한테 날 선 잣대를 들이대는 게 일이지만, 심상찮은 민원이 들리면 부리나케 현장으로 달려가 봐야 직성이 풀린다. 2008년 자동차세를 억울하게 내게 됐다는 장애인 부부의 민원이 들어왔을 때도 그랬다. “장애인 차량 소유자는 세금 감면 혜택을 받지만, 가족이 공동 등록했다가 세대 분가를 하면 세금을 물어야 합니다. 세금을 추징하면 지하철에 불을 지르겠다고 서울시장 앞으로 협박편지를 보내오는데 어떡합니까?” 부인은 갑상선암, 남편은 몸의 반쪽이 마비된 장애인 부부를 만난 뒤 마음이 아파 세금 20만원을 대신 내줬다. 이후 지금까지도 부부는 명절마다 꼬박꼬박 감사 편지를 보내 온다. 시립대 세무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현장 실무 경험을 녹인 책도 3권이나 냈다. ‘지방세의 이론과 실무’, ‘지방세 개론’, 세무공무원 수험서인 ‘객관식 지방세법’ 등이다. “조세 정의, 납세 편의, 효율적 세무행정. 달인 이름표를 단 이상, 앞으로도 삶의 초점은 변함없이 여기에 맞춰져 있을 겁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가상계좌시스템 개발’ 부산시 부산진구 지방세무직 7급 신정길 주무관 납세자 불편 최소화… 오류·민원 0건 세정 분야 달인으로 선정된 부산 부산진구 신정길(44·지방세무직 7급 )주무관에게는 아이디어와 추진력을 겸비한 ‘창의 혁신맨·아이디어맨’이란 별칭이 따라다닌다. 그는 전국 최초로 ‘가상계좌 시스템’과 ‘ARS 가상계좌 연동 체납세 통합 안내시스템’을 개발, 납세자가 24시간 365일 편리하게 지방세를 낼 수 있도록 했다. 신씨는 2007년 가상계좌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납세자의 불편을 덜어 주자는 작은 바람이 원동력이었다. 납세자들이 고지서를 분실하거나 은행에서 장시간 기다릴 때의 불편, 인터넷 납세의 불편 등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자 가상계좌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자료 수집 및 의견 수렴을 위해 광양시, 진주시, 서울시 등지로 수십여 차례 출장을 다닌 것은 물론, 시 금고인 부산은행 전산실과 접촉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새 전자납부 제도인 가상계좌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그가 개발한 가상계좌 시스템은 전자납부제도의 하나다. 자동차세 등 각종 지방세 납부 시 직접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 가상계좌를 통해 세금을 납부하는 제도이다. 2007년 8월 부산진구청의 균등할 주민세 16만건, 9월 재산세 14만건에 대해 가상계좌를 엽서식 고지서로 만들어 발송했다. 당시 단 한건의 오류나 민원 발생 없이 가상계좌가 성공리에 운영되자 부산시 등 전국 지자체가 앞다퉈 가상계좌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큰 성과를 올렸다. 신씨는 가상계좌 시스템으로 2007년 부산시 혁신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으며, 행자부 주관 전국 혁신평가에서 부산진구가 3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데 한몫했다. 그는 “가상 프로그램 개발에 매달리다 보니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등 고생이 많았으나 가상계좌 성공 사례 발표회에서 고생했다는 격려의 말을 들었을 때와 벤치마킹 문의가 쇄도할 때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꼈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신씨는 이어 2009년 2월 전국 처음으로 ‘ARS가상계좌 연동 체납세 통합 안내 시스템’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1명이 20건을 체납할 때 20장의 독촉장을 각각 발송하는 것이 아니라 1장의 안내문에 모든 체납 내역을 표시해 통합안내문을 발송하는 것이다. 또 수신자 부담 ARS와 문자메시지를 통한 가상계좌 안내, 과·오납 환불 신청 등 3가지 시스템을 결합한 것으로 부산진구가 처음 시행한 결과 고지서 용지와 우편요금 등 연간 8000만원 상당의 예산 절감 효과를 올렸다.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연간 92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최근에는 고질 악성 체납액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방세 및 세외수입 체납 통합 조회 시스템’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06년에는 행정자치부가 주관한 지방행정혁신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자격증 가점제도 활성화에 따른 직무능력 향상 및 고객만족도 제고’란 논문이 최우수상에 선정돼 장관 표창과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이어 2008년 생활공감 정책아이디어 공모전에서도 ‘전국 공용 재래시장상품권 할인 발행 및 가맹점 확대’ 등 2건의 안을 제안해 수상하는 등 그동안 3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상을 수상했다. 이 같은 공로로 2006년~ 2008년 3년 연속 부산진구 혁신마일리지왕에 선정됐으며, 2009년에는 부산시가 주최한 ‘올해의 세정인’에 뽑히는 영예를 차지했다. 상사인 전문수(세무 6급) 세외계장은 “시스템 개발을 위해 불철주야로 연구하는 등 추진력이 뛰어나고 업무처리에는 빈틈이 없다.”며 “매년 2~4개의 표창과 상장을 받는 모범 공무원”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씨는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행정학박사에 도전할 계획이란다.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세정시책을 개발, 최고의 세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3차 협력사들도 혜택 보게 납품가 정보공유체계 추진

    3차 협력사들도 혜택 보게 납품가 정보공유체계 추진

    대기업과 협력사들이 ‘납품단가정보 공유시스템’을 만들어 납품단가의 변동 및 조정 여부 등을 상호 공유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1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15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납품단가정보 공유시스템은 대기업과 1차 협력사 간 납품단가 조정내역을 공개, 이를 2차 이하 협력사가 알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이같은 시스템을 구축, 가동 중이다. 이 제도가 전면적으로 도입될 경우 대기업과 1차 협력사 간 납품단가 조정내역을 2, 3차 협력사들도 함께 알 수 있게 된다. 원가 및 납품단가를 산정할 때 상호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부수 효과도 기대된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납품대금을 감액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는 감액을 하는 경우에도 서면으로 요청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원자재값 상승시 납품단가 조정 신청권을 협동조합에 부여하고, 납품단가의 신속한 조정을 위한 즉시조정 개시제도 등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하도급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대기업 CEO들은 외국에 비해 국내 중견기업의 수가 적다며 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 줄 것을 주문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예컨대 세제상 지원, 입찰 자격 등의 혜택이 중소기업에만 한정돼 중견기업이 될 경우 이같은 혜택이 사라지는 점 등을 지적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또 “대·중소기업 간 협력적 거래관계 구축은 법률과 제도만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대기업의 의식과 행태가 바뀌어 거래 관계 문화 자체가 변해야 거래질서가 개선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간담회에서는 삼성전자, 현대차, SK, LG전자, 롯데쇼핑, 포스코, GS 등 15대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모임을 끝으로 지난 9일부터 시작된 대기업 CEO와의 회동이 마무리됐다. 김 위원장은 이달 국회 일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중소기업 CEO들과도 만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의 잇단 대기업 CEO 회동은 공정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논란이 많았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는 재계에서 만나기 어렵다는 불만이 있었는데 이번 회동에서 서로 의견을 나눴다는 것이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재계는 공정위가 제재권을 등에 업고 과도한 시장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대결구도를 강조하는 것도 서운한 측면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국제 원자재·곡물값 폭등 지속 1월 4~7%↑… 물가불안 가중

    국제 원자재값이 계속 뛰어올라 공급 측면의 물가 불안이 우려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8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올해 1월 비철금속·곡물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전월에 이어 상승세를 보였다. 이상기후 등으로 생산량은 줄어든 반면 세계 경기 회복으로 수요는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철금속은 니켈, 구리 등에 대한 중국의 수요 증가로 수급 불안이 우려되면서 상승세를 보였다. 니켈은 전월 대비 6.2%나 뛰어올랐고, 납은 5.7% 올랐다. 구리와 주석도 각각 전월 대비 4.8% 상승했다. 국제 곡물가도 아르헨티나, 호주 등 주요 산지의 생산 차질이 우려되면서 상승세가 지속됐다. 옥수수가 전월보다 7.3% 올라갔고, 대두는 5.7% 오르는 등 대부분 품목이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급 측면의 불안이 전반적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기로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공급 측면의 물가불안이 확산되지 않도록 지난달 13일 시행한 물가안정종합대책의 추진실적을 점검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공급 부문 불안요인으로 물가가 올랐지만, 수출과 내수 등 실물 경기 회복세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소매판매는 취업자 증가에 따른 실질구매력 증가, 양호한 소비자심리 지속, 유통업 매출 등 속보지표 동향 등을 감안할 때 호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 호조세로 향후 생산 증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서비스업 생산도 소비증가, 주식시장 상승세, 수출 호조 등으로 완만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돈 공장’ 조폐公 화폐본부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돈 공장’ 조폐公 화폐본부

    설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주부들의 고민이 크다. 명절 선물과 아이들 세뱃돈까지 만만치 않은 설 비용도 큰 부담이다. 그럼에도 가족을 만나기 위해 고향을 찾는 마음은 늘 설렌다. 명절에 부모님께 드리는 가장 유용한 선물로 변함없이 현금이 꼽힌다. 해마다 명절 때면 새 돈을 바꾸려는 사람들로 시중은행은 바쁘다. 돈이 필요하고 돈에 관심이 쏠리는 게 바로 이맘때다. ●국내 유일의 화폐 제작소 찾아간 곳은 경북 경산의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 ‘가’급 보안 국가기간시설이자 대한민국의 은행권 화폐를 제조하는 국내 유일의 ‘돈 공장’이다. 그 흔한 교통표지판이나 푯말조차 없는 삭막한 회색 건물의 공장은 출입 절차부터 까다로웠다. “신고하신 카메라 말고 다른 걸 갖고 들어가시면 큰일 납니다.” 정식으로 취재협조 공문을 보냈는데도 김승옥 보안담당이 ‘국가보안법과 군형법’을 들먹이며 ‘보안서약서’를 내민다. 풀샷(full-shot) 촬영 금지, 기기명칭 촬영 금지, 모든 촬영 기록물 사전 검열. 온통 찍지 말고 안 되는 것투성이다. 어쩔 수 없이 ‘불평등 조약’에 서명을 하고 카메라 렌즈에는 스티커를 붙였다. 긴장감을 뒤로한 뒤 육중한 철문을 열고 들어선 공장에선 1000원권 생산이 한창이다. ●1% 실수 땐 100% 실패 너무도 익숙한 잉크 냄새가 와락 밀려왔다. 일명 ‘빠따라시’라고 불렸던 빠닥빠닥한 신권 지폐. “바로 이 맛이야.” 어린 시절 설날이면 친척 어른들이 손에 쥐여 주던 그립고 그리운, 바로 그 냄새였다. 작업은 우선 면 100%의 잘 찢어지지 않는 화폐 원지에다 돈의 윤곽 문양을 찍는 ‘지문인쇄’를 한다. 이후 스크린 인쇄, 홀로그램 부착, 요판 인쇄와 전지 검사, 활판 인쇄 등 공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1000원권으로 변신한다. 바탕 인쇄에서 일련번호가 찍혀 낱장으로 잘려 돈 꼴을 갖추기까지 최소 40~50일이 걸린다. 안내를 맡은 생산관리부 정청숙(31) 대리는 “위조 방지를 위한 홀로그램 부착과 불량품 방지 절차를 강화했기 때문에 조폐 기간이 길다.”고 말했다. 공장 벽면에 새겨진 ‘100-1=0’이라는 이상한 공식. 내용을 묻는 기자의 말에 정 대리는“일반 수학과 달리 여기선 1%만 실수를 해도 공치는, 즉 100% 실패라고 본다.”고 대답했다. 50억원을 호가하는 낱장 검사기가 쉴 새 없이 돌며 초당 40장을 검사하고 있었다. 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면 포장된다. 배추도 사고, 택시도 타고, 밥도 사 먹을 수 있는 귀하신 몸 ‘진짜 돈’이 탄생하는 것이다. 일련번호가 없는 주화(鑄貨·동전) 공정은 비교적 간단했다. 무늬가 없는 원료인 ‘소전’을 넣고 수를 체크한 뒤 앞뒤로 무늬를 찍는 압인 과정을 거치면 그만이다. 주화관리생산담당 박주익 차장은 “1분에 1000개 정도 찍을 수 있는 기계의 불량률이 불과 0.4% 정도”라며 특수기기의 성능을 자랑했다. 동전은 생산 즉시 유통이 가능하므로 보안은 한결 철통같다. 박 차장은 “건물 안 커피 자판기를 이용할 때도 별도 제작한 황동 코인을 사용할 정도”라고 말했다. ●“우리에게 돈은 그저 ‘제품’일 뿐” 완공부에서 전지 상태의 1000원권을 낱개로 자르는 작업을 하는 황성하씨. 비닐에 포장된 돈이 얼마냐고 묻자 아무렇지도 않은 듯 ‘1억원’이란다. 1억원씩 쌓인 돈 묶음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말 그대로 ‘돈 천지’다.화폐본부 직원들은 돈을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제품’일 뿐이다. 오히려 직원들에게는 ‘힘든 작업’의 산물일 뿐이다. 김근아 총무과장은 “과거와 달리 요즘 생산되는 새 지폐는 고도의 품질 실현이 요구된다.”며 “어렵게 만드는 돈인 만큼 ‘돈의 소중함’을 알려 달라.”고 말했다. 누구나 한번쯤 돈에 파묻혀 살아 보는 꿈을 꾼다. 신묘년 새해는 국민 모두가 ‘소중한 돈’을 ‘돈 걱정’ 없이 쓸 수 있는 한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 사진 jongwon@seoul.co.kr
  • [길섶에서] 시(詩) 배달/박홍기 논설위원

    언제부터인가 일과가 끝날 즈음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가 뜹니다. 처음엔 으레 그렇듯 확인 버튼을 눌렀답니다. 뜻밖에 시가 들어 있었습니다. 비록 발췌된 단락이었지만. 하루 동안 오가는 많은 문자 중에 짜증나는 것들도 적잖은 요즘 세상에 말입니다. 짧은 시 구절에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삶의 향수가 되살아 납니다. ‘가던 길 멈춰 서서/잠시 주위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햇빛 눈부신 한낮, 밤하늘처럼/별들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볼 틈도 없다면(가던 길 멈춰 서서),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우화의 강) 한편 한편에서 보내는 이의 정성이 묻어납니다. “누구에게든 서로 한발짝씩 다가서는 나날이 됐으면”, “세상이 밝게 웃기를” 등과 같은 희망사항도 배달합니다. 한파 속에 잠시나마 마음을 녹이는 따뜻한 시를 읽어 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몸값 규모만 2조원

    몸값 규모만 2조원

    관광객이나 선원 등을 노린 납치가 범죄조직 사이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려지면서 지구촌 곳곳에서는 ‘인질산업’(hostage industry)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납치사건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갱단이 납치극을 통해 챙기는 몸값의 규모만도 2조원에 육박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사설경비업체나 보험사, 민간 협상전문가 등도 지하산업의 번성에 기대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등 연계 산업도 몸집을 키우는 중이다. 영국의 안보관리회사 AKE 등이 최근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매년 1만 2000여명이 납치범들에게 붙잡히고, 이들을 구하기 위해 모두 10억 파운드(약 1조 7800억원)가량의 몸값이 지불되고 있다. 과거 정치·종교색을 띤 반군들이 유명 인사를 잡아들여 조직의 위상을 뽐내던 것과 달리 최근 납치범들은 철저히 돈을 노리고 관광객이나 구호요원, 현지인 등을 표적 삼아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 납치산업은 특성상 안보에 구멍이 뚫린 곳에서 횡행할 수밖에 없다. 나이지리아와 소말리아, 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 지역이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예멘 등 중동 지역에서 납치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다. 국제협상전문가 등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서는 해마다 1000건 이상의 납치극이 벌어지고 있다. 멕시코도 대표적인 납치 빈발국이다. 멕시코 정부가 2006년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범죄조직의 숨통을 조이자 갱단원들은 납치를 통한 돈벌이에 눈 돌리고 있다. 주로 이웃국가에서 건너온 이주민이 손쉬운 먹잇감이다. 매년 멕시코에서 최대 7만 5000명의 온두라스인이 납치돼 100~3000달러의 몸값을 내고 풀려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들도 만연한 국제적 납치극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2001년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코린도사 소속 한국인 직원 2명이 반군에 의해 납치, 억류됐고 2009년 9월에는 멕시코시티에 사는 우리 교민 박모(35)씨가 이민청 직원 복장을 한 괴한들에게 납치됐다가 극적으로 구출돼 가슴을 쓸어내렸다. 납치극이 횡행하다 보니 연관 산업도 번창하고 있다. 인질 몸값을 보장해 주는 보험상품이 등장하는가 하면 사설경비업체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쟁터로 변한 멕시코 시내에서는 의류상점 밀집지역에서 방탄조끼 등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또 세계적으로 납치와 관련된 보험상품의 보험료는 4억 달러(약 4486억원)에 이른다. 유대근기자 dyanamic@seoul.co.kr
  • ‘5초에 100원’ 미터기 조작 의혹

    ‘5초에 100원’ 미터기 조작 의혹

    “그날 밤 10시 30분쯤 서울 무교동에서 택시를 탔더니 미터기에는 벌써 3600원이 찍혀 있었고, 시속 10㎞ 정도로 5초만 가도 100원씩이 오르더라고요. 그렇게 삼청동까지 4분 정도를 가는데 요금이 무려 7900원이 나왔습니다.” 얼마 전 새해를 맞아 신년모임을 가진 뒤 귀가하기 위해 택시를 탄 김수영(30·서울 정릉동)씨는 ‘미친 듯이’ 오르는 미터기 요금을 보고 놀라 황급히 내렸다. 그는 “미터기가 조작된 게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19일 택시업계와 피해자들에 따르면 최근 들어 택시 이용자들 사이에서 ‘미터기 조작’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피해를 입었다며 인터넷 등에서 비슷한 경험담을 공유하는 이용자도 적지 않다. 물론 택시업계에서는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한다. 한 택시업체 관계자들은 “앞 승객이 내린 후 ‘빈차’ 버튼을 누르지 않아 그랬을 것”이라며 “공인 품질시험소에서 납으로 봉인한 미터기를 뜯어 조작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장 취재결과, 미터기는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터기를 제조하는 D업체 관계자는 직접 조작시범까지 해 보였다. 택시 미터기를 봉인한 납 부분과 연결된 철사를 니퍼로 끊자 미터기는 금방 분해됐다. 가는 철사 한 토막으로 거리 조작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는 “미터기를 봉인한 4곳 가운데 2곳을 뜯어내 차량에서 분리한 뒤 감속기 창 커버를 손으로 돌려 뺀 다음, 가는 철사를 넣어 스위치를 건드리면 기본요금 2㎞구간을 1900m 등으로 바꾸는 식으로 요금 구간을 조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조작 후 다시 봉인을 묶어두면 손님들이 눈치챌 수 없을 만큼 감쪽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택시미터기를 조작하는 행위는 운행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돼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23조 위반)에 처해지게 된다. 그러나 지자체가 1년에 2회 실시하는 점검에서 미터기 조작 여부는 자세히 살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업체 관계자들은 “미터기가 고장났을 때에만 수리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자동차생활과 관계자는 “지난해 택시 16만 1423대의 미터기를 점검한 결과, 2877대(1.78%)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는데 미터기 조작은 없었고 모두 단순 봉인 탈락이었다.”고 밝혔다. 또 적발되더라도 기사의 처벌 및 해고 여부는 업체 자율에 맡겨져 있어 행정력이 미칠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서울시 교통지도과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택시 미터기를 조작했다고 밝혀진 사례는 단 1건이었는데, 이마저도 벌금 100만원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은 “택시 업체와 지자체의 대대적인 확인 점검 및 단속이 없으면 택시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피해만 늘어날 것”이라면서 “미터기 조작이 의심되면 운송회사 이름과 택시 번호를 기억해 두었다가 다산콜센터 등을 통해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글 사진 이영준·최두희기자 dh0226@seoul.co.kr
  • 자동차세 신용카드 포인트로 납부

    “각종 신용카드 포인트로 자동차세 내세요.” 서울시는 오는 31일까지 내야 하는 2010년 2분기 자동차세를 전국 처음으로 신용카드 포인트를 쌓아 납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15일 밝혔다. 국민·신한·비씨·외환·하나SK·농협NH·씨티 등 7개 신용카드가 대상이다. 신용카드 포인트 세금납부는 인터넷상에서 신용카드로 세금결제 시 카드사의 결제창에서 납세자가 직접 자신의 포인트를 확인하고 포인트로 세금납부를 체크하면 된다. 한편 서울시는 시내 자동차 127만대에 2기분 자동차세 1766억원을 부과했다. 2기분 자동차세 과세 대상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만 6000대, 금액은 53억원 줄었다. 고지서를 갖고 금융기관을 방문해 내거나 인터넷(etax.seoul.go.kr)에 접속해서 계좌이체, 또는 신용카드로 내면 된다. 세금납부서에 인쇄된 바코드를 활용해 훼미리마트, GS25 등 편의점에서 현금과 신용카드로 낼 수도 있다. 박근수 시 세무과장은 “자동차세 납부 기한인 12월 31일을 넘기면 3% 가산금이 부과되고, 지연되는 달 수에 따라 최고 75%까지 더 내야 하기 때문에 기한을 꼭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전자쓰레기 재활용·해조류 연료… 지구촌 녹색기술 20선

    전자쓰레기 재활용·해조류 연료… 지구촌 녹색기술 20선

    환경운동가들에게 올해는 유난히 ‘우울한 해’로 기억될 듯싶다. 유엔이 데이터를 왜곡해 온난화의 심각성을 과장했다는 ‘기후 게이트’ 파문으로 신뢰에 금이 간 데다 최근 멕시코 칸쿤의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향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터진 잇단 악재에도 더 나은 친환경 기술을 내놓으려는 민간 분야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 인터넷판은 13일 앞선 기업들이 이끄는 ‘주목할 만한 녹색기술 20선’을 추려 발표했다. 우선 ‘전자쓰레기 재활용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액정표시장치(LCD) 제품은 깔끔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지만 내부는 수은과 납 등 온갖 유해 금속으로 채워졌다. 수명을 다한 첨단 전자기기가 해마다 쏟아내는 유해 금속 폐기물은 2000만~5000만t에 달한다. 그러나 일부 친환경 기업들이 유해 금속을 거둬들여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갖춰가면서 환경오염에 대한 걱정을 덜게 됐다. 타임은 “광물을 재사용하면 자원을 절약할 수 있을뿐더러 휴대전화를 분해해 구리를 얻으려는 빈곤국 아이들이 수은에 노출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조류 바이오에너지’ 사업도 부상했다. 지금껏 옥수수가 석유를 대신할 청정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았으나 먹을거리를 연료로 쓰면서 곡물 가격이 폭등했다고 비판받았다. 전문가들은 “우뭇가사리 등의 해조류는 한해 동안 4~6차례 수확할 수 있고 비료가 들어가지 않아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수조를 놓을 만한 공간만 있으면 해조류를 키울 수 있어 국토가 좁은 국가에 맞춤형 기술이다. 회색빛 콘크리트산업에 녹색 옷을 입히려는 시도 역시 높이 평가했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 가운데 5%가 콘크리트를 만들 때 발생되는 만큼 콘크리트산업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이에 따라 영국 기업인 ‘노바심’은 유해 물질을 내뿜는 석회가루 대신 규산 마그네슘을 이용한 콘크리트 제조법을 연구 중이다. 또 하이크리트사처럼 재활용할 수 있는 콘크리트를 활용,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곳도 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녹색 건축’도 주목할 만한 청정 기술로 꼽았다. 얼마나 높게 뻗었는지를 자랑으로 삼았던 미국 뉴욕의 마천루 사이에서는 최근 탄소 배출량 줄이기 경쟁이 불붙고 있다. 이 덕분에 건물 전면에 면적이 넓은 유리창을 설치해 천연광을 최대한 활용하는 등 친환경 건물들이 여럿 등장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디자인으로 G20 사로잡다

    디자인으로 G20 사로잡다

    영화 ‘사브리나’에는 와인잔과 관련된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부유한 남자 주인공이 사브리나를 꼬이려고 와인잔 두개를 바지 뒷주머니에 꽂고 말을 붙이다가 이 사실을 깜박한 채 의자에 앉아 엉덩이를 다친다. 요즘에는 와인 종류뿐 아니라 와인잔도 따지는 와인 애호가들이 많다. 프랑스 식기 브랜드 ‘셰프앤드소믈리에’의 ‘오픈업’(왼쪽)은 디자인이 특이할 뿐 아니라 쉽게 깨지지 않도록 내구성도 강화된 와인잔이다. 오픈업을 만드는 소재인 콱스는 유리와 크리스털의 장점만을 조합해서 개발해 높은 투명도, 영구적인 광채, 뛰어난 내구성을 자랑한다. 또 납이 포함되지 않은 친환경 소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오픈업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유는 잔 모양이 둥그스름한 곡선이 아니라 잔 아래 3분의1 지점이 꺾인 형태라는 것. 와인을 오픈업의 꺾인 부분까지 따르면 와인이 잔 내에서 소용돌이치며 흩어져 나가 최고의 맛을 낸다. 또, 잔 입구는 오므려진 모양이라 와인의 향이 집중된다. 오픈업은 와인을 마실 때 와인이 닿는 혀의 위치까지 고려해서 만들어졌다. 콱스 소재를 개발한 프랑스 아크 인터내셔널 측은 10일 “보통의 와인잔은 마실 때 머리가 직립 자세가 되므로 단맛을 느끼는 혀끝 부분에 와인이 닿지만, 오픈업처럼 말려들어 간 모양의 잔은 마실 때 머리가 살짝 뒤로 움직여 와인이 혀의 뒷부분으로 흘러 들어가 와인 특유의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업은 얼마 전 열린 ‘2010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프랑스, 독일, 스페인, 러시아, 말라위 5개국 정상이 만찬용으로 사용해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SPC그룹의 떡 브랜드 ‘빚은’도 G20을 통해 한국 떡의 장점을 인정받았다. 미디어센터에 한입에 먹기 편한 ‘핑거푸드’ 형태로 제공된 ‘빚은’의 떡(오른쪽)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으로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특히 보기에도 좋은 아름다운 디자인과 색깔로 브랜드 인지도를 세계적으로 높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주말 데이트] 辛卯年 맞아 ‘수궁가’ 완창하는 안숙선 명창

    [주말 데이트] 辛卯年 맞아 ‘수궁가’ 완창하는 안숙선 명창

    “토끼야 어서 간을 내놔라.”(용왕) “아따 배를 째보소. 간이 있나 없나, 우리는 보름에 한번씩 간을 넣었다 뺐다 하는데 여기 오기 전 이미 지상의 높은 나무 위에 간을 빼놓고 왔시요.”(토끼) 판소리 수궁가(水宮歌)에 나오는 대목이다. 토끼는 우리 민속에서 어떤 모습이었을까. 삼국사기의 ‘귀토지설’(兎之說)을 보면 지혜롭고 순박하며 그리고 선량하고 부지런한 모습으로 나온다. 신라의 김춘추가 고구려에 붙잡혔을 때 위기를 극복하는데 ‘귀토지설’의 지혜를 빌렸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얘기. 하여, 토끼는 우리 민화에도 자주 등장하면서 한국인의 성격과 정서에도 깊은 관계가 있다. 가는 세월을 그 누구가 잡을 수 있을까. 호랑이는 가고 새로운 토끼가 오고 있다. 신묘년(辛卯年)을 맞아 토끼에 얽힌 얘기가 자주 등장할 터. 이를 예고하듯 연말 제야의 종소리 대신 제야의 판소리 한마당이 펼쳐진다. 토끼를 주제로 말이다. ‘귀토지설’에서 시작된 판소리 다섯마당 중 ‘수궁가’를 완창하면서 한해를 마감하고 희망찬 새해를 불러들인다. 판소리 명창 안숙선(61). 그는 소띠해에 태어났다. 소처럼 우직하게 앞만 보면서 부지런하게 소리 인생을 걸어왔다. 그러면서 위기가 닥칠 때마다 토끼처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득음(得音)과 미음(美音)의 향연을 펼쳤다. 오는 31일 밤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질 때 그는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무대에서 판소리 완창을 한다. 세 시간 동안 무대에 서서 토끼와 용왕, 거북을 생생한 재미로 불러낼 판이다. 1986년 전북 남원 춘향제에서 장원을 했으니 새해에는 ‘명창 25년’이 되는 셈. 이래저래 의미가 있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세곡동 자택에서 그를 만났다. 집안에 있을 때도 그렇고 나들이할 때도 그렇듯 늘 한복을 입는 버릇이 있다. 나이가 60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젊어 보인다. 비결이 있을까. 빙그레 웃으면서 돌아오는 답변. “우리 소리는 복식호흡이며 자연의 소리입니다. 자연의 흐름처럼 편안하게 맘을 먹고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지요. 남에게 피해를 안 주고 선량하게 살면서 삶의 보람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는 연말을 맞이해 지난 7일 저녁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2010 전통나눔음악회-전통예술 송년의 밤’에서 해금의 디바 강은일, 국악 걸 그룹 ‘미지’ 등과 퓨전국악무대를 풍성하게 꾸미기도 했다. 소외계층과 다문화가정, 주한 외국대사관, 외국인 주재원 가정 등에 우리 전통예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는 보람을 새삼 느꼈던 것. 그가 제야의 완창 판소리 무대를 갖는 것은 2005년 적벽가, 2007년 흥부가에 이어 세 번째다. “제야의 종소리 대신 판소리를 들으면서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더욱 즐겁고 행복한 희망을 가져보자는 뜻에서 무대를 마련했습니다.” 특히 내년이 토끼해여서 ‘수궁가’를 선택했다는 각별한 의미도 덧붙인다. “토끼는 작은 동물이기 때문에 위기를 많이 겪으면서 살아갑니다. 3재8난의 액운이 있지요. 하지만 부지런하게 움직이면서 고난을 이겨냅니다. 우리에게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토끼처럼 극복하고 건강하고 부지런히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신만 바짝 차리면 안 될 게 없지요. 하찮은 토끼도 용왕 앞에서 육지와 수궁의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살아나거든요.” 제야의 완창무대에서는 이러한 덕담도 나누고, 따뜻한 국수를 삶아서 관객들에게 대접하는 조촐한 행사도 갖는다고 귀띔한다. “판소리 다섯마당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요.” “수궁가 부를 때가 가장 신이 납니다. 인간 세상사의 일들을 토끼라는 동물로 비유했다는 점이 흥미롭지요. 심청가는 줄거리 위주에다 극적 전환이 많은 것이 매력적입니다. 내년쯤에는 수궁가 앨범을 내볼 생각입니다.” “판소리 완창을 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할 텐데요. 목소리 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아침에 일어나면 목이 잠겼는지 밤새 감기는 안 찾아왔는지 등등 신체리듬을 챙기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런 다음 뒷산에 가서 1시간 동안 걷고 돌아와 자연식으로 아침식사를 하지요. 뒷산 텃밭에 채소 등 이것저것 심어놓기도 합니다. 또한 요즘에는 되도록 욕심을 안 부리려고 합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책도 보고 심신의 여유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리는 언제까지 할 수 있습니까.” “나이 40이 넘어 소리맛을 알았고 50에 완숙미를 느낀다고 합니다. 지금은 소리의 표현이 더 깊고 더 넓은 이치를 깨달아가고 있다고나 할까요. 앞으로는 이 시대의 소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논개전’을 작창하고, 우리 전통음악을 잘 다듬고 풀어서 국악과 실내악, 국악과 관현악을 접목시켜 재미있게 판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는 2000년도까지 개인발표회를 자주했다면 앞으로는 제자들을 앞세워 대중들에게 국악을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우리 것이 어렵다는 인식을 깨는 작업이라고 강조한다. 내년 공연계획에 대해서는 “수궁가를 국립창극단 무대에 먼저 올린 뒤 독일 등 외국 공연이 있다.”고 밝혔다. 개인적으로 좋은 일은 없느냐는 질문에 “이달에 여섯 번째 손녀가 태어난다.”며 활짝 웃었다. 안 명창은 전북 남원에서 태어났다. 대금 산조 인간문화재인 강백천이 어머니의 사촌이며, 외삼촌이 동편제 판소리 인간문화재 강도근, 이모는 가야금 명인인 강순영이다. 아홉살 때 명인 주광덕으로부터 소리의 기초를 배우고 강도근한테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 등 동편소리를 익혔다. 1997년 40대 나이로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가야금산조 및 병창)로 지정되면서 판소리를 한 단계 젊게 하는 등 우리 국악사를 다시 쓰는 길을 걷고 있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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