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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지난해 3월 28일 오전 10시 대전 대덕산업단지의 북쪽 끝 2차선 도로. 일요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마트로 향하던 외국인 노동자 자하드의 눈에 이상한 물체가 들어왔다.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듯 했다. 자전거를 세우고 건물 한쪽 벽면을 살펴보니 젊은 여성이 대형 트럭과 담벼락 사이에 잠자듯 누워 있었다. “술에 취한 여자인가?” 급하게 여성에게 다가간 자하드. 소스라치게 놀랐다. 죽어 있는 게 아닌가. 양쪽 발목이 흰색 노끈으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누군가 이 가련한 젊은 여성의 목숨을 끊은 뒤 이곳에 버린 것이었다. ●입만 막은 여성이 질식사하다? 시신은 깨끗했다. 앳된 얼굴의 피살자는 줄무늬 블라우스에 베스트, 검은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반듯한 옷매무새가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사회 초년생의 느낌. 코에는 핏자국이 있었다. 광대뼈와 왼쪽 턱에도 작은 상처가 있었다. 하지만 모두 치명상은 아니었다. 혈흔도 찾을 수 없었다. 여성 피살자들에게 통상 발견되는 목졸림의 흔적 또한 없었다(부검의들에 따르면 살해당한 여성의 90%가 목 졸려 죽는다. 힘이 약한 여성에게 쓰기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형사들은 범행 현장이 여기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여성은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 있었다. 하지만 시반(屍斑·시신의 피부에 나타나는 자주색 반점)은 몸 앞쪽에 나 있었다. 엎드려 있는 상태에서 죽음을 맞았다는 얘기. 정액반응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가슴에서 남성의 타액이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비구(鼻口) 폐쇄성 질식사였다. 입가에 테이프 자국이 있는 걸 봐서는 이것이 죽음의 원인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테이프가 코는 빼고 입만 막고 있었는데 왜 질식사를 한 걸까. 해답은 사망 당시의 자세에 있었다. 사람을 납치하면 범인들은 보통 끈을 풀지 못하도록 손을 등 뒤로 묶고 소리가 새어나오지 못하게 입을 막는다. 때론 팔을 묶은 끈으로 다리까지 묶기도 한다. 팔이 뒤로 꺾인 자세가 오래 지속되면 심장박동이 크게 떨어진다. 법의학자들은 이 자세로 오래 방치할 경우 코나 입 어느 하나만으로 숨쉬는 것이 어려워 질식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피해 여성은 코에서 난 피가 비강을 막은 게 분명했다. 지문조회 결과 사망자는 충북 청주에 사는 24세 A씨였다. 가족들은 그녀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가출신고를 한 상태였다. A씨가 죽은 채 발견되기 이틀 전인 26일(금요일) 저녁 청주 남문로에서 회식을 한 뒤 택시를 탄 게 화근이었다. 대학 졸업 후 무수한 입사 도전 끝에 직장에 취직하기 된 그녀였다. 그리고 그녀의 출근 첫째주 휴일을 앞두고 마련된 그녀를 위한 환영 회식이었다. 범인은 그렇게 막 피어나던 꽃망울을 무참하게 꺾어 버렸다. ●범인, 과실치사 적용받으려 술수 형사들은 시신 발견 지점 주변의 폐쇄회로(CC)TV 확인에 나섰다. 먼저 확보한 것은 A씨가 버려진 빌딩 담 위쪽에 설치된 CCTV 화면. 발견 전날인 27일 토요일 저녁 녹화분부터 확인했다. 후미진 곳이긴 해도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인데 시신이 며칠 동안이나 방치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성과 없이 이어지는 CCTV 화면 탐색에 형사들이 조금씩 지쳐갈 즈음이었다. 모니터의 시간이 오전 1시 30분을 가리키는 순간, 퉁퉁한 체격의 남자가 화면에 등장했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트렁크를 열었다. 뭔가를 급히 꺼냈다. 이미 숨져 있는 A씨였다. 남자는 트럭 옆에 A씨를 버린 뒤 황급히 차를 몰고 떠났다. 화면이 너무 흐려 차량번호는커녕 범인의 이목구비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차종이 흰색 NF쏘나타임은 분명했다. 더 큰 수확은 차 지붕에 택시표지가 붙어 있다는 점이었다. 경찰은 A씨가 회식을 마치고 탑승한 택시에 대한 수배에 나섰다. 경찰은 CCTV 속 범인이 시신을 유기한 후 다시 청주로 돌아갔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 과정에 반드시 거쳐 갈 수 밖에 없는 노루목을 찾아야 했다. 경찰이 짚은 지점은 현도교. 대전 대덕단지에서 신탄진 나들목(IC)을 거쳐 청주로 넘어가려면 어쩔 수 없이 거치는 곳이었다. 게다가 그곳에는 CCTV도 설치돼 있었다. 범행 당일 오전 1시 30분 이후 다리를 지나간 택시의 수는 모두 67대였다. 경찰은 이중 유독 수상해 보이는 1대에 주목했다. 차 번호를 숨기려 번호판에 반사테이프를 붙인 택시였다. 게다가 앞서 화면에서 본 것과 같은 흰색 NF쏘나타였다. CCTV 화면을 정밀 분석해 알아낸 차량번호는 충북××바××××. 경찰은 청주의 한 택시회사로 형사들을 급파했다. “CCTV에 다 찍혀 있다.” 형사들의 말에 택시기사 안모(41)씨는 순순히 자기 집에서 수갑을 받았다. 자하드의 112 신고가 접수된 지 12시간 만이었다. 택시 운전석 문짝에서는 식칼이, 트렁크 매트에서는 혈흔이 나왔다. 혈흔은 숨진 A씨의 것과 일치했다. A씨를 위협해 빼앗은 7000원도 함께 나왔다. 범인은 “테이프로 입만 막았기 때문에 A씨가 숨은 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성폭행 등 성범죄는 저지르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미 2000년에 감금 및 성폭력 혐의로 3년형을 받고 복역했던 그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놓고도 어떻게 하면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만 적용받을까 갖은 술수를 쓰고 있었다. ●잔혹한 살인자… 살기 위해 몸부림치다 “연기군 조천변 살인사건 있잖아요. 이번에 나온 DNA가 그 사건 용의자와 일치해요.” 수사팀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화가 걸려 왔다. 안씨의 과거 범행이 칡넝쿨처럼 이어져 나왔다. 택시기사를 하며 6년간 살해한 여성이 3명이나 됐다. 2004년 10월 충남 연기군 전동면 조천변 도로에서 발견된 B(당시 23세)씨도, 2009년 9월 청주시 무심천 장평교 아래 하천가에 숨져 있던 C(당시 41세)씨도 그의 손에 희생된 것으로 밝혀졌다. 출소 후 안씨는 그렇게 늦은 밤 택시에 탄 여성을 상대로 살인과 강간, 강도 등의 범행을 이어갔다. 대부분 몸집이 작거나 술을 마신 사람들이었다. 지난해 10월 대전지법 형사합의11부는 안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고의성을 부인하고, 끊임없이 진술을 번복하는 등 진지하게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면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겪은 고통 등을 고려해 극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 설치된 CCTV는 총 274만대로 추정된다. 공공용 24만대, 민간용 250만대다. 현재 CCTV는 인권침해와 범죄예방 효과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사건에서는 CCTV가 자칫 미제사건으로 묻힐 뻔 했던 억울한 죽음들의 한을 풀어준 것과 동시에 추가적인 희생자를 막는 효과를 냈다. 우리사회의 ‘은밀한 감시자’인 CCTV에 대해 어떻게들 생각하시는가.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느끼한 색소폰·방구쟁이 튜바… ‘인간 악기’와 떠나는 모험

    느끼한 색소폰·방구쟁이 튜바… ‘인간 악기’와 떠나는 모험

    게임을 제일 좋아하는 동훈이는 게임 캐릭터인 ‘크크크 대마왕’에게 납치된 엄마를 구하려고 게임 속 소리마을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느끼한 색소폰, 새침데기 클라리넷, 방구쟁이 튜바, 잘난 척하는 트럼펫, 귀염둥이 호른, 의젓한 트롬본과 함께 엄마를 구출하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다음 달 11~21일(16·17일 제외) 서울 필동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내 첫 창작 어린이 오페레타(Opereta) ‘부니부니’의 얼개다. 오페레타란 희극적 요소와 연극적 요소가 도드라진 ‘작은 오페라’를 뜻한다. 뮤지컬 ‘마리아마리아’와 연극 ‘친정엄마’의 제작사가 만든 작품으로 지난해 12월 예술의전당 초연 당시 90%의 객석점유율을 뽐냈다. 대부분의 어린이오페라가 성인용 작품을 각색한 것이었던 반면, ‘부니부니’는 제작 단계부터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꾸몄다. 아이들이 클래식과 친해지기 쉽도록 트럼펫, 색소폰, 튜바 등 악기를 의인화한 것도 애니메이션과 친한 아이들을 배려한 설정. 오는 9월 대구에서 열리는 국제오페라페스티벌에 초청된 작품이니 ‘애들이나 보는’ 작품쯤으로 여길 일은 아니다. 바리톤 장철유·최경훈, 소프라노 강현수·주혜림 등이 출연한다. 공연 1시간 전부터 관악기 체험교육 등이 마련된다. 4만~5만원. 다음 달 1일까지 예매한 가족관객에게는 최대 40% 할인해준다. (02)324-5551.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15)여성만 노린 연쇄살인택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15)여성만 노린 연쇄살인택시

     지난해 3월 28일 오전 10시 대전 대덕산업단지의 북쪽 끝 2차선 도로. 일요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마트로 향하던 외국인 노동자 자하드의 눈에 이상한 물체가 들어왔다. 언뜻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듯한 느낌.  자전거를 세우고 건물 한쪽 벽면을 살펴보니 젊은 여성이 대형 트럭과 담벼락 사이에 잠자듯 누워 있었다. “술에 취한 여자인가?”  급하게 여성에게 다가간 자하드.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죽어 있는 게 아닌가. 양쪽 발목이 흰색 노끈으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누군가 이 가련한 젊은 여성의 목숨을 끊은 뒤 이곳에 버린 것이었다.   ●입만 막은 여성이 질식사하다  시신은 깨끗했다. 앳된 얼굴의 피살자는 줄무늬 블라우스에 베스트, 검은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반듯한 옷매무새가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사회 초년생의 느낌.  코에는 핏자국이 있었다. 광대뼈와 왼쪽 턱에도 작은 상처가 있었다. 하지만 모두 치명상은 아니었다. 혈흔도 찾을 수 없었다. 여성 피살자들에게 통상 발견되는 목졸림의 흔적 또한 없었다(부검의들에 따르면 살해당한 여성의 90%가 목 졸려 죽는다. 힘이 약한 여성에게 쓰기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형사들은 범행 현장이 여기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여성은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 있었다. 하지만 시반(屍斑·시신의 피부에 나타나는 자주색 반점)은 몸 앞쪽에 나 있었다. 엎드려 있는 상태에서 죽음을 맞았다는 얘기. 정액반응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가슴에서 남성의 타액이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비구(鼻口) 폐쇄성 질식사였다. 입가에 테이프 자국이 있는 걸 봐서는 이것이 죽음의 원인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테이프가 코는 빼고 입만 막고 있었는데 왜 질식사를 한 걸까. 해답은 사망 당시의 자세에 있었다. 사람을 납치하면 범인들은 보통 끈을 풀지 못하도록 손을 등 뒤로 묶고 소리가 새어나오지 못하게 입을 막는다. 때론 팔을 묶은 끈으로 다리까지 묶기도 한다.  팔이 뒤로 꺾인 자세가 오래 지속되면 심장박동이 크게 떨어진다. 법의학자들은 이 자세로 오래 방치할 경우 코나 입 어느 하나만으로 숨쉬는 것이 어려워 질식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피해 여성은 코에서 난 피가 비강을 막은 게 분명했다.  지문조회 결과 사망자는 충북 청주에 사는 24세 A씨였다. 가족들은 그녀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가출신고를 한 상태였다. A씨가 죽은 채 발견되기 이틀 전인 26일(금요일) 저녁 청주 남문로에서 회식을 한 뒤 택시를 탄 게 화근이었다. 대학 졸업 후 무수한 입사 도전 끝에 직장에 취직하기 된 그녀였다. 그리고 그녀의 출근 첫째주 휴일을 앞두고 마련된 그녀를 위한 환영 회식이었다. 범인은 그렇게 막 피어나던 꽃망울을 무참하게 꺾어 버렸다.  ●274만개의 눈…CCTV는 범인을 지켜봤다  형사들은 시신 발견 지점 주변의 폐쇄회로(CC)TV 확인에 나섰다. 먼저 확보한 것은 A씨가 버려진 빌딩 담 위쪽에 설치된 CCTV 화면. 발견 전날인 27일 토요일 저녁 녹화분부터 확인했다. 후미진 곳이긴 해도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인데 시신이 며칠 동안이나 방치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성과 없이 이어지는 CCTV 화면 탐색에 형사들이 조금씩 지쳐갈 즈음이었다. 모니터의 시간이 오전 1시 30분을 가리키는 순간, 퉁퉁한 체격의 남자가 화면에 등장했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트렁크를 열었다. 뭔가를 급히 꺼냈다. 이미 숨져 있는 A씨였다. 남자는 트럭 옆에 A씨를 버린 뒤 황급히 차를 몰고 떠났다.  화면이 너무 흐려 차량번호는커녕 범인의 이목구비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차종이 흰색 NF쏘나타임은 분명했다. 더 큰 수확은 차 지붕에 택시표지가 붙어 있다는 점이었다. 경찰은 A씨가 회식을 마치고 탑승한 택시에 대한 수배에 나섰다.  경찰은 CCTV 속 범인이 시신을 유기한 후 다시 청주로 돌아갔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 과정에 반드시 거쳐 갈 수 밖에 없는 노루목을 찾아야 했다. 경찰이 짚은 지점은 현도교. 대전 대덕단지에서 신탄진 나들목(IC)을 거쳐 청주로 넘어가려면 어쩔 수 없이 거치는 곳이었다. 게다가 그곳에는 CCTV도 설치돼 있었다.  범행 당일 오전 1시 30분 이후 다리를 지나간 택시의 수는 모두 67대였다. 경찰은 이중 유독 수상해 보이는 1대에 주목했다. 차 번호를 숨기려 번호판에 반사테이프를 붙인 택시였다. 게다가 앞서 화면에서 본 것과 같은 흰색 NF쏘나타였다. CCTV 화면을 정밀 분석해 알아낸 차량번호는 충북××바××××. 경찰은 청주의 한 택시회사로 형사들을 급파했다.  “CCTV에 다 찍혀 있다.”  형사들의 말에 택시기사 안모(41)씨는 순순히 자기 집에서 수갑을 받았다. 자하드의 112 신고가 접수된 지 12시간 만이었다. 택시 운전석 문짝에서는 식칼이, 트렁크 매트에서는 혈흔이 나왔다. 혈흔은 숨진 A씨의 것과 일치했다. A씨를 위협해 빼앗은 7000원도 함께 나왔다.  범인은 “테이프로 입만 막았기 때문에 A씨가 숨은 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성폭행 등 성범죄는 저지르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미 2000년에 감금 및 성폭력 혐의로 3년형을 받고 복역했던 그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놓고도 어떻게 하면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만 적용받을까 갖은 술수를 쓰고 있었다.   ●잔혹한 살인자…살기 위해 몸부림치다  “연기군 조천변 살인사건 있잖아요. 이번에 나온 DNA가 그 사건 용의자와 일치해요.”  수사팀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화가 걸려 왔다.  안씨의 과거 범행이 칡넝쿨처럼 이어져 나왔다. 택시기사를 하며 6년간 살해한 여성이 3명이나 됐다. 2004년 10월 충남 연기군 전동면 조천변 도로에서 발견된 B(당시 23세)씨도, 2009년 9월 청주시 무심천 장평교 아래 하천가에 숨져 있던 C(당시 41세)씨도 그의 손에 희생된 것으로 밝혀졌다. 출소 후 안씨는 그렇게 늦은 밤 택시에 탄 여성을 상대로 살인과 강간, 강도 등의 범행을 이어갔다. 대부분 몸집이 작거나 술을 마신 사람들이었다.  지난해 10월 대전지법 형사합의11부는 안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고의성을 부인하고, 끊임없이 진술을 번복하는 등 진지하게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면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겪은 고통 등을 고려해 극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 설치된 CCTV는 총 274만대로 추정된다. 공공용 24만대, 민간용 250만대다. 현재 CCTV는 인권침해와 범죄예방 효과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사건에서는 CCTV가 자칫 미제사건으로 묻힐 뻔 했던 억울한 죽음들의 한을 풀어준 것과 동시에 추가적인 희생자를 막는 효과를 냈다. 우리사회의 ‘은밀한 감시자’인 CCTV에 대해 어떻게들 생각하시는가.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큰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게재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 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할 땐 미제사건 2) 죽음의 성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 직전의 성적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오열했던 남편 부인을 독살하다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목 졸려 죽은 시신의 ‘마지막 증언’ 운전석 아내 목졸라 살해하고 차는 낭떠러지로… 5) 강간 후 살해된 성전환 여성 恨풀다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대변 속 100억분의 1g DNA 난관 속 사건 푼 ‘최후의 단서’ 7) 정관수술한 지능적인 연쇄성폭행범 ‘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8)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혈흔 속 性염색체로 ‘악마의 姓’ 찾아내다 9)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10) 급성 수분중독으로인한 사망사건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호흡이 지목한 범인은 그의 아들이었다-화재사 속에 숨은 타살의 흔적찾기 13) 車운전석 그녀의 주먹쥔 양팔-‘에어컨은 억울했다’ 14) 피해자·범인 찾아낸 성형수술 자국 광대뼈 축소술 흔적…동거男에 목 졸린 백골의 한 풀어주다 15) 여성만 노린 연쇄살인택시 여성 전문 살인범, 274만개의 눈 CCTV가 잡다
  • 日, 새달 北과 납치자·핵문제 협의 검토

    일본이 다음 달 북한과 일본인 납치자 문제와 핵 문제 등을 협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간 나오토 총리가 납치 문제 재조사와 대화 재개를 북한 측에 요구하라는 납치 피해자 가족의 요청을 받아들여 8월 중 북한과의 협의를 검토하도록 관계 각료에게 지시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간 총리 등 정부 고위 관료의 방북설은 부정하고 있지만 대화 추진설 자체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간 총리가 다음 달 퇴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정권의 구심력과 리더십이 약화된 상태여서 북한이 일본의 대화 제의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북한과 일본은 후쿠다 야스오 자민당 정권 당시인 2008년 8월 실무자협의에서 일본인 납치자 문제 재조사를 조속히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그해 9월 후쿠다 총리가 퇴진하고 2009년 9월 민주당 정권으로 바뀌면서 북한이 재조사에 나서지 않아 양측의 대화가 중단됐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지난 23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외교장관 회담에서 남북 대화가 진전된 후 미국과 북한, 일본과 북한의 협의를 거쳐 6자 회담을 재개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한반도 안보지형 급변] “간 총리 방북 검토”

    간 나오토 총리가 북한 방문을 검토하는 등 일본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산케이신문은 26일 간 총리의 지시를 받은 민주당 의원 나카이 히로시 전 납치문제담당상이 지난 21일과 22일 중국 창춘에서 북한의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담당대사와 극비리에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은 지난봄부터 여러 차례 제3국에서 극비 교섭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나카이 의원이 북한에 납치자 문제 해결의 진전을 요구한 데 대해 북측은 상응하는 보상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특히 북한은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기존의 주장을 번복해 요도호 사건의 범인을 인도하고 일본인 처를 귀국시킬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간 총리는 퇴진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8월 초를 목표로 북한 측과의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 10%대로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고 자리를 연명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하지만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총리와 외무상, 납치문제담당상에게 모두 확인했으나 누구도 방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가나서 韓여대생 사망

    학술 연구차 아프리카 가나를 방문한 한국인 여대생이 이동 중이던 택시에서 뛰어내려 숨졌다고 외교통상부가 25일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24일 오후 1시 30분(현지시간)쯤 가나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이동하던 여대생 윤모(21)씨가 차량에서 뛰어내리면서 머리를 다쳐 숨졌다.”면서 “다른 일행 1명과 택시 뒷좌석에 탔던 윤씨는 택시 기사가 조수석에 타려던 일행 1명을 태우지 않고 출발하자 납치를 의심, 차량에서 뛰어내린 것 같다.”고 밝혔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북·일] “北·日, 21·22일 中서 회동”… 대화 시동?

    인도네시아 발리에서의 남북 대화에 이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이번 주말 미국을 방문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북·미 대화를 갖기로 함에 따라 이 여세를 몰아 북·일 협의가 이뤄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북한의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 담당 대사와 나카이 히로시 일본 전 납치문제담당상이 지난 21, 22일 중국 창춘(長春) 시내의 한 호텔에서 회담했다고 교도통신이 25일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양측이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을 둘러싼 교섭을 재개하기 위해 의견 조정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1년 7개월 만에 북·미 대화가 재개되는 데 맞춰 북·일 간의 물밑 절충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 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가 방북했을 때 일본인 납치를 인정하고 7명을 일본으로 돌려보냈지만, 일본은 추가 소재 파악과 귀환을 요구했다. 산케이신문도 이날 한국 정부가 지금까지 일본에 자제를 요구했던 북·일 대화 재개를 인정할 방침이어서 북·일 협의 재개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도 대북 교섭 추진에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북한이 북·일 대화를 위해 어떤 전략과 전술로 임해올지 일본 측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美·中·日 한반도 전문가 긴급진단

    美·中·日 한반도 전문가 긴급진단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남북한 비핵화 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에 해빙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발리 남북 접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서는 신중했다. 중국 전문가들이 “동력이 생겼다.”며 의미를 부여했지만, 미국과 일본 전문가들은 6자회담 재개까지 이어질지는 시기상조라며 온도 차를 보였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장 →6자회담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번 만남은 3단계 6자회담 재개 방안의 첫 단계를 의미한다. 이것이 3단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전보다는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았나. -낙관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북한은 6자회담보다는 미국과의 1대1 협상을 선호해 왔다. 6자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는 정치적 조건들이 현재는 성숙돼 있지 않다. →남북 수석대표가 2년 7개월 만에 만난 동기는. -양측이 긴장이 더이상 고조돼서는 안 된다는 압력을 국제사회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다. →남북이 두어 차례 더 만난 뒤 바로 북·미 대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런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6자회담 재개 위한 장애물은. -아직 공통 의제조차 도출하지 못한 것이다. →대화 무드를 타고 이명박 정부 임기 안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나. -회의적이다. →미국이 대북 식량을 지원할까. -그럴 것이다. ●브루스 벡톨 미 안젤로 주립대 교수 →6자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돼야 할 사안들이 있다. 분명하게 비핵화 과정에 들어서야 하고 천안함 사건 등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미국이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지 않는 한 6자회담이 곧 열릴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는다. →남북 대표가 만난 동기는. -아마도 북한이 일시적으로 도발보다는 외교를 택한 것 같다. →남북이 두어 차례 더 만난 뒤 북·미 대화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와 도발 중단 의지를 보여 주지 않는다면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한·미가 6자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핵사찰 수용과 핵실험 중단 등을 북한이 수용할까. -수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례를 보면 북한은 핵시설을 완전하고 투명하게 공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명박 정부 임기 안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까. -가능하다. 북한은 많은 경제적·정치적 양보를 기대할 것이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6자회담이 곧 재개될까.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동력이 생겼으니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공전돼 당사국들의 재개 욕구가 크다는 점에서 이번 접촉으로 변화의 기운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6자회담이 재개되면 일단 대화가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각국의 자제와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의 역할은. -지금까지도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의장국으로서 각 국을 상대로 재개조건 마련을 위해 노력하자고 주장해 왔다. 이번 남북 접촉을 계기로 중국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북·미 대화 가능성은. -일단 남북 대화가 시작됐으니 조만간 움직임이 있지 않겠는가. 북·미 대화는 북한이 더 적극적인 만큼 미국이 수용하면 곧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관건은 한국 정부의 입장인데 한국으로서도 일단 남북 대화가 시작돼 순차적 대화 명분을 살린 만큼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장롄구이 중국 중앙당교 교수 →6자회담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6자회담 재개는 중요하지 않다. 북한의 목적은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에 대화가 재개돼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 6자회담 재개 이후의 성과가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재개했을 때의 안건이 관건이 될 것이다. 북한의 행태로 봤을 때 북한의 비핵화가 과연 안건으로 채택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북한이 이미 6자회담 재개에 동의했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의 합의에 따라서는 곧 재개 수순에 돌입할 수도 있다. →북한은 아직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을 사과하지 않았는데. -북한은 끝까지 사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한국이 전제조건을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한국 정부 역시 부담 때문에 거둬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고집을 받아들일지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다. →북·미 대화 전망은.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전제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를 받아들이겠는가. 미국의 결단이 중요하다.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양측의 불신이 너무 깊기 때문이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6자회담 재개 전망은. -남북 대화와 6자회담은 내년 2~4월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북한은 내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강성대국 대문을 여는 해를 기념하는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6자회담을 재개하려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3월 핵안보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런 큰 행사만으로도 볼 때 내년에는 남북 간에 대화 국면이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 →6자회담 재개하는 데 걸림돌은. -남북한은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을 계기로 수면하에서 논의를 본격화할 것이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 여부가 걸림돌이 될 것이지만 오히려 이런 과제가 놓여 있어 남북한이 정치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남북한의 대화 국면이 지속되면 이명박 정권에서 남북 정상회담도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북·일 관계는 어떻게 될까. -북·일 관계는 납치 문제로 인해 당분간 답보 상태에 빠질 것이다. 일본 정부가 먼저 나서서 북한에 대화를 제기하기에는 힘들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6자회담과 남북회담에서 커다란 진전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일본과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베이징 박홍환·도쿄 이종락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치정사건으로 회칼들고 싸우던 두 남자는…

    치정사건으로 회칼들고 싸우던 두 남자는…

    불편하지만 눈치 보지 않는 이야기로 만만찮은 독자층을 확보한 소설가 백가흠(37)이 새 소설집 ‘힌트는 도련님’(문학과지성사 펴냄)에서는 꽤 재미있어졌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신문사에서 만난 작가는 “‘문학’이라는 압박을 벗어나 소설이 편해졌다.”고 털어놓았다.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광어’로 당선된 백씨는 그동안 소설집 ‘귀뚜라미가 온다’ ‘조대리의 트렁크’를 펴냈다. ●“예전엔 사회적 불화·이젠 내맘속 불화 소설로” 4년 만에 나온 소설집인 ‘힌트는’의 주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그동안 그가 집중적으로 다루었던 남성적 폭력성과 불편한 진실, 주변부적 고통 등을 그렸다. 다른 하나는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소설 쓰기의 괴로움을 다뤘다. 등단 10년을 맞은 백씨가 ‘소설가 소설’을 쓴 것은 처음이다. 작가는 “쓸 거리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전에는 사회적인 불화가 소설로 옮아갔다면 이제는 내 마음속의 불화가 소설이 됐다.”고 설명했다. 박태원(1909~1986)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비롯해 소설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은 소설가들이 자주 쓰는 기법이기도 하다. 표제작인 ‘힌트는 도련님’의 주인공은 “점점 늘어가는 자괴감에 이제 글쓰기를 그만두려는” 노총각 소설가다. 이 소설 속의 소설가는 백가흠의 데뷔작 ‘광어’가 떠오르는, 횟집에서 일하는 ‘나’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고 있다. 소설가는 완성하지 못한 소설에 대해 “나도 메타소설이나 써볼까 하다가 그게 시간이 지나면서 횟집 이야기로 바뀌었는데, 알레고리가 안 만들어지고, 아이러니도 없고, 마음에 들지는 않고…”라고 변명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이 소설 속의 완성되지 못한 소설이 배꼽 잡도록 웃긴다. 치정 사건 때문에 회칼을 들고 싸우던 두 남자는 “여자 것과 가장 닮은 이걸 회 치자.”며 전복으로 화해를 시도한다. 오해받은 남자는 성체를 나눠주는 신부처럼 싸우던 남자 입에 전복을 넣어주고, 오해한 남자는 전복을 입에 물고 달아난다. ●폭력 주제 단편들 전작보다 읽기 편해져 백가흠이 여전히 신문 사회면에 실리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진실에서 관심을 돌린 것은 아니다. 납치되어 살해된 의사 부인과 사라진 탈북 여성을 다룬 ‘그리고 소문은 단련된다’, 행복해지려 몸부림치다 결국 자살하는 베트남 처녀 이야기 ‘쁘이거나 쯔이거나’, 베트남전 고엽제 피해자의 비참한 삶을 그린 ‘통(痛)’ 등은 폭력을 주제로 삼았다. 하지만 전작들보다 훨씬 부드럽고 읽기도 편해졌다. 박사과정 수업을 듣고, 강의도 하는 백가흠은 이번 봄학기에 7개나 강의를 했다. 주로 소설창작론. 강의도 소설 쓰기와 마찬가지로 이젠 “러닝머신 뛰듯” 생활처럼 느껴진단다. 그가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통해서 보는 한국 문학의 미래는 ‘리얼리즘’이다. ●노동·생존문제 다루는 정통소설 다시 올 것 “노동이나 생존의 문제를 다루는 정통소설의 시대가 다시 도래한다고 봅니다. 학생들도 더는 가볍고 소비적인 주제를 소설로 다루지 않아요. 외환위기를 겪으며 지금의 청년 세대는 경제관념과 정치의식이 이전 세대보다 더 성장했지요. 사회적 사실주의는 문학의 근원입니다.” 작가의 문학 근원에 대한 고민은 단편 소설 ‘그런, 근원’에서도 드러난다. 때밀이에서 트로트 가수 매니저로 이직한 ‘근원’이란 인물이 죽어가는 어머니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단편 ‘그래서’는 무서운 독서 편력을 가진 늙은 문학평론가가 주인공이다. 백가흠은 “관조와 소멸성과 생명력이 함축된 ‘노인’이란 대상은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소설 주제”라고 말했다. 10년간 백가흠의 단편을 통해 소설의 정석을 맛본 독자들은 이제 그의 장편소설을 기다린다. 올해 말 또는 내년에 나올 예정이다. 소설집을 내고 몸도 마음도 가벼워 보이는 백가흠은 앞으로 성실하게 다양한 주제의 책을 내놓을 작정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18년 납치 성폭행 딛고 베스트셀러 작가로 ‘우뚝’

    18년 납치 성폭행 딛고 베스트셀러 작가로 ‘우뚝’

    18년간 납치 감금 성폭행도 그녀의 꿈을 막지 못했다. 어린 시절 성도착증 부부에 납치돼 18년 간 끔찍한 감금생활을 했던 미국여성이 상처를 털어내고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 미국 사회에 새로운 희망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모처에 가족과 함께 기거하고 있는 납치 피해자 제이시 두가드(32)는 자신의 굴곡진 인생과 역경에 대해 털어놓고 희망을 이야기한 자서전 ‘도둑맞은 삶’(A Stolen Life)을 지난 6월 12일(현지시간) 펴냈다. 출판을 담당한 사이먼 앤 슈스터(Simon & Schuster)에 따르면 이 책은 출간 첫날에만 17만 5000권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와 함께 오디오북과 e북도 10만권이 팔려 사이먼 앤 슈스터 역대 하루 최다 판매량을 돌파했다. 현재 이 책은 5쇄 약 42만 5000권이 팔린 상태다. 이 책은 두가드가 2009년 구조되기 전까지 겪었던 18년의 끔찍했던 기억을 고스란히 담았다. 두가드는 11세 어린 나이에 필립(60)과 낸시 가리도(55) 부부에 납치된 뒤 그들의 비밀 창고에서 감금돼 가진 수모를 당했다. 소녀는 수차례 강간을 당했으며, 그 과정에서 딸 2명을 낳아 길렀다. 소녀의 인생을 짓밟은 필립과 낸시 부부는 각각 종신형과 36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또 캘리포니아 주는 범죄피해자 보상금으로 2000만 달러(한화 211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두가드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딛고 어머니와 두 딸을 데리고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TV프로그램에 출연해 밝은 모습을 보여준 두가드는 어린이를 겨냥한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알리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인생을 펼쳐나가고 있다. 출판사는 “두가드의 강인함과 놀라운 회복력이 독자들을 마음을 움직인 것”이라고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기발한 그림·기호·종교·인물 창조 판타지 버무린 잘 만든 영화 보는 듯

    기발한 그림·기호·종교·인물 창조 판타지 버무린 잘 만든 영화 보는 듯

    김중혁(40)의 서사(敍事)는 활자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2000년 등단한 그의 엉뚱하고 유쾌한 상상력은 활자의 틀 안에 머무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그림, 기호, 표 등이 다양하게 동원되어 이야기에 녹아들거나 이야기를 끌고 간다. 지난해 낸 첫 장편소설 ‘좀비들’도, 지난해 제1회 젊은작가상대상을 안겨준 단편 ‘1F/B1’도, 2009년 계간지 문학과사회에 발표한 단편 ‘C1+y=:[8]:’ 등까지도 모두 마찬가지다. 국가, 현실, 과학, 자연, 이성 등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재기발랄한 입담을 펼치고자 하는 그에게 고정된 소설의 형식은 갑갑하기만 하다. 두 번째 장편소설 ‘미스터 모노레일’(문학동네 펴냄) 또한 유쾌하고 발랄한 아이디어들을 곳곳에 깔아놓았다. 그럴싸한 종교와 교리, 인물 등을 만들어내고, 주사위를 굴리는 보드게임을 개발하고, 분식집 메뉴판, 미장원 요금표, 벨기에 섬유회사 ‘하이-파이버·High-fib(v)er’ 마크 등 기발한 것들이 이어진다. 직접 그린 그림과 표가 곳곳에 등장함은 물론이다. 여기에 쫓고 쫓기는 대추격전, 유럽 도시 곳곳을 누비는 모험, 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 같은 판타지 등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버무려져 있다. 소설 속에서 스물일곱살 ‘모노’는 문득 ‘헬로, 모노레일’이라는 보드게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주일 만에 게임을 개발해낸다. 그리고 수천개 이상의 변수를 가진 복잡하고도 흥미진진한 이 게임은 전 세계 사람들을 휘어잡고 그와 동업자 친구 ‘고우창’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안겨준다. 그러던 어느 날 고우창의 아버지이자 평생 무위도식하던 지식 룸펜 ‘고갑수’가 회사 돈 5억원을 들고 사라진다. 알고 보니 그는 ‘볼스 무브먼트’라는, 동그란 구(球)로 우주를 관장하는 ‘우주자’의 힘을 믿는 사이비 종교의 핵심 간부 ‘핀볼 성자’였다. 그가 ‘볼교’의 본산인 벨기에로 떠난 것이다. 한편 ‘모노레일’ 게임 마니아들인 모노와 그의 친구들은 고갑수를 구하기 위해, 혹은 인생을 즐기기 위해, 서로 다른 이유로 유럽 여러 도시를 스펙터클하게 헤맨다. 이들은 정체를 쉬 드러내지 않는 우연과 운명의 갈림길마다 어김없이 정해진 길이 아닌 낯선 선택을 하며 운명 속에 자신을 내던진다. 운명을 얘기하지만 자유로운 영혼들은 마치 게임을 하듯 순간의 삶을 즐긴다. ‘처음부터 자신의 선택이란 별로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 주사위를 던지고, 자신은 던져진 주사위의 숫자만큼 이동하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주사위가 게임 속 멋진 지름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168쪽) 하지만 김중혁은 소설 속 누군가의 입을 빌려 사뭇 진지하게 말한다. ‘우주자는 우주를 우연에 맡겨두지 않는다. 우리 역시 볼스 무브먼트를 우연의 힘에 맡겨둘 수는 없다.’(222쪽)라고. 그리고 그들은 종교 개혁-을 가장한 박진감 넘치는 어드벤처-를 감행한다. 권태로움 그 자체였던 고갑수가 난데없이 그 중심에서 볼교의 최고 지도자 ‘유니볼 성자’를 납치하는 초절정 영웅적 행위를 선보이고, 우여곡절 끝에 고갑수는 순교하고 다른 친구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작품은 이렇듯 잘 만들어진 오락영화를 연상시킨다. ‘볼스 무브먼트’, ‘헬로 모노레일’, 볼교 예언서를 썼다는 ‘크리스티나 보네티로 교수’ 등의 단어를 검색해봤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충분히 황당한 소설임에도 군데군데 각주까지 달아가며 볼교 교리, 모노레일 게임 방법 등을 너무 천연덕스럽게 설명하고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든 작가 탓이라고 우겨 본다. 김중혁은 책 끝장에 ‘모두 다 그럴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런던아이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 외의 소설 속 모든 이야기는 허구다.’라고 사족 같은 말을 남겼다. 그렇다면 작가 로버트 그레이브스가 남겼다는 “승부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이 이긴다는 것이 주사위 게임의 기본 법칙”이라는 말(65쪽)도 가짜인가. 확인할 길이 없다. 뻔한 허구임에도 솔깃하게 만드는 젊은 이야기꾼의 능청스러운 입담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소말리아 해적 “생포 동료 5명 석방하라”

    한국인 4명이 탑승한 싱가포르 선적 화학물질 운반선 ‘제미니’(MT GEMINI)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들이 몸값과 함께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다가 우리 군에 생포돼 재판 중인 해적 5명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미니호를 납치한 해적 하산 아브디는 15일 “지난 2월 한국 특공대가 배(삼호주얼리호)를 공격할 때 사살된 8명의 형제에 대한 보상을 바란다. 한국에 있는 형제들도 석방되길 원한다.”고 밝혔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정부 당국자는 “제미니호와 함께 납치된 한국인 4명의 몸값과 아덴만 작전 과정에서 사망한 해적 8명의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면서도 “생포된 해적들을 석방하라는 요구는 아직 우리에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해적과의 몸값 협상은 있을 수 없고, 생포된 해적들을 풀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미니호는 지난 4월 30일 케냐 해역을 지나던 중 몸바사항 남동쪽 약 310㎞ 해상에서 납치됐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납치 18년만에 풀려난 여성, 베스트셀러 작가 변신

    납치 18년만에 풀려난 여성, 베스트셀러 작가 변신

    어린 시절 성도착증 부부에 납치돼 18년 간 끔찍한 감금생활을 했던 미국여성이 상처를 털어내고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 미국 사회에 새로운 희망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모처에 가족과 함께 기거하고 있는 납치 피해자 제이시 두가드(32)는 자신의 굴곡진 인생과 역경에 대해 털어놓고 희망을 이야기한 자서전 ‘도둑맞은 삶’(A Stolen Life)을 지난 6월 12일(현지시간) 펴냈다. 출판을 담당한 사이먼 앤 슈스터(Simon & Schuster)에 따르면 이 책은 출간 첫날에만 17만 5000권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와 함께 오디오북과 e북도 10만권이 팔려 사이먼 앤 슈스터 역대 하루 최다 판매량을 돌파했다. 현재 이 책은 5쇄 약 42만 5000권이 팔린 상태다. 이 책은 두가드가 2009년 구조되기 전까지 겪었던 18년의 끔찍했던 기억을 고스란히 담았다. 두가드는 11세 어린 나이에 필립(60)과 낸시 가리도(55) 부부에 납치된 뒤 그들의 비밀 창고에서 감금돼 가진 수모를 당했다. 소녀는 수차례 강간을 당했으며, 그 과정에서 딸 2명을 낳아 길렀다. 소녀의 인생을 짓밟은 필립과 낸시 부부는 각각 종신형과 36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또 캘리포니아 주는 범죄피해자 보상금으로 2000만 달러(한화 211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두가드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딛고 어머니와 두 딸을 데리고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TV프로그램에 출연해 밝은 모습을 보여준 두가드는 어린이를 겨냥한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알리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인생을 펼쳐나가고 있다. 출판사는 “두가드의 강인함과 놀라운 회복력이 독자들을 마음을 움직인 것”이라고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수상한 전화 받으면 그냥 끊어버리세요”

    “수상한 전화 받으면 그냥 끊어버리세요”

    “현금인출기 앞에서 통화하지 않기, 긴 발신번호 안 받기, 이 두 가지만 기억하셔도 전화 금융사기(보이스피싱)는 피할 수 있습니다.”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구립 경로당에서 노인 대상 ‘보이스피싱 사기 방지’ 강연을 맡은 영등포경찰서 이승환(40) 경사는 이렇게 강조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18%가 60세 이상일 정도로 노인들의 보이스피싱 피해가 많다. 하지만 노인들에게는 단어 자체도 생소하다. 이날 강연에서 이 경사는 “보이스피싱이라고 들어보신 분 계시냐.”고 묻자 경로당에 모인 50여명의 노인들은 눈만 꿈벅거렸다. 그가 “모르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서 ‘우체국 직원이다’ ‘경찰이다’ 하면서 계좌번호 묻고 돈을 입금하게 하는 게 보이스피싱”이라고 설명하자 노인들은 그제서야 “나도 그런 전화 받은 적이 있다.”면서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 경사는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금융거래를 하는 사람은 모두 이런 전화에 속아 수천만~수억원을 입금할 수 있다. 모르면 속을 수밖에 없는 것이 전화사기”라면서 “예방법만 알면 쉽게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어렵게 홀로 살던 한 노인이 직장인인 아들이 납치됐다는 소리를 들고 수천만원을 잃었다는 사연을 전하자 노인들은 “저런 나쁜 놈.”하고 공분하며 강의에 빠져들었다. 그는 “보통 세 가지 방법으로 전화가 온다. 돌려받을 돈이 있다는 것,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하는 것, 자녀가 납치됐다고 협박하는 것인데, 그런 전화를 받으면 열이면 열 모두 사기전화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전화를 받으면 고함을 칠 필요도 없이 그냥 끊어버리면 된다. 전화기를 붙들고 있으면 속게 된다.”고 예방법을 설명했다. 강의를 들은 김막내(68) 할머니는 “강사가 재밌게 강의해서 사기전화가 온다고 해도 걱정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경사는 “젊은층에서는 보이스피싱 범죄 방식이 잘 알려져 피해가 줄어들고 있지만 노인층 피해는 줄지 않고 있다.”면서 “간단한 예방교육만으로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만큼 노인 대상 교육이 늘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6자회담 전문가 김숙 신임 주유엔대사 인터뷰

    6자회담 전문가 김숙 신임 주유엔대사 인터뷰

    대미·북핵 전문가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역임했던 김숙 외교통상부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전 국정원 제1차장)이 신임 주유엔대표부 대사로 임명돼 ‘다자외교의 꽃’인 유엔 무대로 자리를 옮긴다. 오는 15일 출국을 앞둔 김 신임 대사를 8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인근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대사는 올해로 20년을 맞은 대유엔 외교와 북핵문제, 남북관계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김 대사와의 일문일답. 1 유엔 가입 20주년 위상-반기문 효과 톡톡 →한국의 유엔 가입이 올해로 20주년이 됐다. 중요한 시기에 주유엔 대사로 임명된 소감은. -우리가 유엔 가입 5년이 됐을 때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 됐고, 10년 됐을 때 총회 의장을 했고, 15년 차에 반기문 사무총장을 배출했고, 20년 차에 사무총장 연임이 결정됐다. 5년마다 굵직한 일들이 있었는데 25년에는 뭐가 될까 궁금하다. 20년을 사람으로 치면 아직 청년인데, 반 총장 연임에 맞춰 더욱 자신감을 갖고 간다. →한국의 대유엔 외교에 대한 평가와 향후 계획은. -기후변화·환경·국제테러·빈곤퇴치 등 초국가적 의제들이 많아졌다. 반 총장이 이 문제들을 적극 추진해 왔고, 한국도 적극 지원해 국제사회에서 주도적이고 책임 있는 역할을 해 나가겠다. 특히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평화유지군(PKO)·공적개발원조(ODA)·국제기구에 대한 재정적 기여도 확대할 것이다. 2 北우라늄 농축 해법-재논의 주도할 것 →북핵 전문가로서 유엔 무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북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해결 복안은. -북한 UEP 문제는 중국·러시아가 안보리 장에서 토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 계류, 동결돼 있다. 토의가 동결돼 있다고 해도 의제로 남아 있고, 오히려 북한이 계속 우라늄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안보리가 이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역할을 소화해 내거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부임 후 이 문제에 대해 다시 정리해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다. 다만 이상적인 것은 이 문제들이 한반도 운명의 주인인 남북 간에 해결되고, 너무 국제화되지 않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기 때문에 양자적, 다자적, 그 사이에서 독특한 구조인 6자회담 차원을 모두 포괄해서 검토해 나가겠다. →6자회담이 수석대표 시절인 2008년 말을 끝으로 멈췄다. 회담에 대한 평가와 전망은. -6자회담이 열리지 않아 여러 사람들이 답답해하고 실망하고 있지만, 회담 경험을 비춰보면 2008년 12월 회담이 끝난 뒤 마음이 상당히 무거워졌다. 북한으로부터 비핵화의 진정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떤 회담을 열더라도 결국은 근본적인 태도와 입장의 진정성으로 귀결된다. 북한의 비핵화든, 남북관계 개선이든, 북·미관계 정상화든, 북·일 간 납치문제든 줄거리는 여러 가지이지만 뿌리는 하나다.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풀릴 수 있다. 비핵화와 남북관계를 분리해서 한다고 하지만, 기술적으로 분리가 되는지 모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결국 진정성이 마지막 관문이 될 것이다. 천안함·연평도 입장 표명을 북한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이 있으면 해결할 수 있다. 6자회담 무용론도 일부 제기되는데, 아무리 어려운 문제이고 당장 해결이 안 된다고 해서 문을 닫아버리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모멘텀이 때마다 달라질 것이니 대화 채널을 열어놔야 장래에 해결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3 향후 남북관계 전망-군사적 긴장 막아야 →국정원 제1차장 시절 북한과 접촉하는 등 남북문제에도 관여한 것으로 안다. 향후 남북관계 전망은. -서양에서 흔히 ‘It’s not over until it’s over’,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한다. 완전히 문을 닫는 것은 올바른 생각이 아니다. 역사상 전쟁 속에서도 대화는 했다. 지난해 북한의 도발에 의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어떻게 관리해 확산되지 않도록 하느냐가 중요하고, 그런 와중에 민간 교류 등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는, 북한이 당분간 내부의 중요한 의제들 때문에 바깥에 현명한 전략을 쓰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낙관은 못한다. 북한이 폭로·비방 등 비생산적인 흥분상태에서 벗어나야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양자외교에서 다자외교로 새롭게 옮겨 가는 각오는. -외교는 접근방식이나 주제에 따라 양자와 다자, 안보와 경제 등으로 분류되지만 국익을 보호하고 창출하는 활동이라는 본질은 하나라고 본다. 다자외교 경험이 별로 없지만 우리나라가 지향하고 있는 국가의 목표를 치열하게 추구하는 데는 양자외교든 다자외교든 넘지 못할 장애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 글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11일 TV 하이라이트]

    ●과학카페(KBS1 밤 11시 40분) 작년 3월 부산 여중생 납치 사건의 범인 김길태가 공개 수배 8일 만에 체포됐다. 명확한 범행 증거가 드러난 상황에서도 김길태는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곤 했는데…. 이에 경찰은 김길태에게 ‘P300’(뇌파탐지검사법)을 시도해 보기로 한다. 과연 그의 뇌도 거짓말을 할 수 있었을까. ●KBS 월화 드라마 스파이 명월(KBS2 밤 9시 55분) 한류 단속반으로 일하는 명월은 특수공작원이 되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뭔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비밀 경호 임무를 받고 싱가포르에 도착한 명월은 쇼케이스차 방문한 한류 스타 강우와 만나게 된다. 강우와 엮이면서 상황이 꼬여가던 중 명월은 뜻하지 않게 중요한 작전을 망치게 된다. ●일일시트콤 몽땅 내 사랑(MBC 밤 7시 45분) 혜옥은 김 집사가 혼자 밥먹는 모습에 속상하기만 하다. 혜옥은 김 원장에게 앞으로 밥 먹을 때 김 집사도 함께 먹자고 한다. 그러자 김 원장은 혜옥의 변화를 의심스럽게 생각한다. 한편 한영의 할아버지와 소개팅하게 된 영옥. 소개팅 자리에서 자신보다 훨씬 키가 큰 한영의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당신이 국가대표입니다(MBC 오후 6시 50분) 페루에 한류 스타가 나타났다. 젊은 한국인들의 길거리 공연에 페루인 100여 명이 쫓아다니며 구경을 한다. 미국 공연 중 경찰의 제지를 받게 되자 현지인들이 그들의 공연 연장을 부탁할 정도다. 이들은 소녀시대도, 빅뱅도 아닌 바로 ‘독도레이서’ 팀이다. 6명의 한국인 대학생들이 전 세계에 독도를 알리기 위해 나섰다. ●직업의 세계-일인자(EBS 밤 10시 40분) 김규흔은 2005년 전통식품 한과 명인 지정 한과 제작에 최초로 자동화 공정을 도입했다. 그리고 포장법을 개발해 한과의 유통기한을 늘린 주역이다. 한과의 대중화, 세계화를 이끌어가는 그의 한과 인생은 어느새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번듯한 기업 최고경영자지만 그는 여전히 작업복을 입고 공장에서 하루를 보낸다. ●경찰 25시(OBS 밤 11시) 새벽 4시경, 전남 보성에서 잔인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에는 피 흘린 채 싸늘하게 죽어 있는 시체만 있었다. 원정 도박으로 수천만 원을 탕진한 아들이 이를 해결하려고 아버지의 재산을 노린 범행을 저지른 것이었다. 더구나 아들은 자기 아버지를 살해하는 이 끔찍한 범행 계획에 친구까지 가담시켰다고 하는데….
  • 보이스피싱 협박은 사건접수 외면?

    보이스피싱 협박은 사건접수 외면?

    “당신 남편이 나한테 납치됐다. 당장 돈을 가져와라.” 지난 6일 오전 서울에 사는 홍민경(32·여·가명)씨는 ‘010’으로 시작되는 번호로 자신의 휴대전화에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한 남성이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부르며 “당신 남편이 맞아서 머리를 다쳤다. 돈 1000만원을 주지 않으면 남편의 손가락을 자르겠다.”면서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집으로 찾아가겠다.”고 협박했다. 수화기 너머로 다른 남성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이 같은 수법의 전화 금융 사기(보이스피싱)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홍씨는 이것이 전형적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 사실이 없어 혐의 적용이 어렵다.”며 접수조차 받지 않았다. 보이스피싱 범죄단의 협박 전화를 받고 걱정이 돼 경찰을 찾아가도, “피해를 보지 않았다면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신고 접수조차 받지 않는 일부 경찰의 대응에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청 훈령인 ‘범죄수사규칙 제50조’에는 ‘경찰관은 범죄에 의한 피해 신고를 하는 자가 있을 때에는 관할 구역 안의 사건 여부를 불문하고 이를 접수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날 홍씨는 서울의 관할 경찰서 지능팀을 방문해 자신이 당한 일을 설명하고 사건 접수를 요청했다. 하지만 홍씨가 만난 수사관은 “피해자가 속지 않아 사기 미수죄 성립도 어렵다.”면서 “전 국민의 신상정보가 다 털렸다. 그냥 전화 한 통 받았다고 생각하라.”며 홍씨를 돌려보냈다. 홍씨는 “내가 남편이 있는지는 어떻게 알았고, 휴대전화 번호나 집 주소는 어떻게 알았는지 걱정되는데 신고 접수도 안 된다니 이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경찰들은 보이스피싱 미수 사건 수사에 애로가 있음을 들먹인다. 서울 한 경찰서의 지능팀 수사관은 “원칙적으로 사건 접수는 할 수 있다.”면서도 “‘통신 사실 허가서’를 발급받으려면 영장을 신청해야 하는데 피해가 없어 대부분 법원에서 기각되고, 설사 영장이 나와 기간 통신사 3곳과 별정통신사 21곳 등 24곳의 통신사에 서류를 보내 발신지 추적에 성공해도 발신지가 대부분 중국 등 국외라서 사실상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곽대경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도 “경찰은 한 해 200만 건 이상의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데, 그 수사력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현재의 경찰 시스템에서는 가해자를 지정하기 힘든 보이스피싱 미수 사건까지 수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곽 교수는 “피해자가 협박을 받아 경찰을 찾아갔을 때 수사관이 더 세심하게 배려해 피해 예방 방법 등을 설명하고 안심시켰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수사의 애로 사항은 이해하지만 접수 자체를 받지 않은 것은 해당 수사관이 잘못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영화프리뷰] ‘포인트 블랭크’

    간호조무사 사무엘(질 를루슈)은 만삭의 아내 손에 물 한 방울도 안 묻게 하려는 사랑스러운 가장이다. 어느 날 괴한이 집에 침입해 사무엘을 기절시킨다. 눈을 떠 보니 아내는 사라졌다. 잠시 뒤 전화를 걸어온 괴한은 사무엘이 일하는 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의식 불명의 환자 위고(로시디 젬)를 빼내라고 명령한다. 간신히 병원을 빠져나와 아내와 위고를 교환하려던 찰나, 정체불명의 사내들이 나타난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위고의 아지트로 몸을 피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패트릭(제라르 랑뱅) 반장이 이끄는 경찰들이 그곳에 들이닥친다. 뒤이어 파브르(미레이유 페리에) 형사반장도 들어온다. 그리고 한 발의 총성.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꼬인다. 프랑스 영화의 저력은 예술영화는 물론, 상업영화, 특히 액션영화에서도 곧잘 ‘재주’를 부린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괜찮은 액션영화로 꼽히는 ‘13구역’(2006) ‘테이큰’(2008) ‘프롬 파리 위드 러브’(2010)의 피에르 모렐 감독과 더불어 주목해야 할 인물은 프레드 카바예다. 러셀 크로가 모함을 당한 아내를 탈옥시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쓰리데이즈’(2010)의 각본가로 이름을 알렸다. ‘쓰리데이즈’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른 작품이 ‘포인트블랭크’(오는 14일 개봉)다. ‘평범한 사내가 위기에 직면한다면?’이라는 가정을 단 하루 동안 벌어지는 추격전의 틀에 넣었다. 마침 공동 각본가 귀욤 르망의 아내가 임신 중이었던 데서 착안해 만삭의 아내가 납치된다는 설정을 보탰다. 프랑스만큼 영화에 부패 경찰·관료들을 악역으로 즐겨 쓰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이 영화에서도 살인청부는 물론, 임산부를 고층건물에서 내던지려는 악질 경찰에 맞서는 것은 평범한 간호조무사와 금고털이 ‘연합군’이다. 평면적인 선악 구도를 전복시키는 설정이 예전만큼 신선하지는 않다. 그래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두들겨 부수는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보다 쏠쏠한 재미가 있다. 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처럼 꽉 짜인 액션 구도와 보는 사람을 움찔움찔하게 하는 근접 격투 기술은 등장하지 않는다. 간호조무사와 금고털이인 만큼 뒤엉켜 싸우는 막싸움에 가깝다. 그래서 사실적이다. 프랑스 특유의 속도감도 제법이다. 액션영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연기파 배우들의 호흡도 괜찮다. 사무엘 역의 질 를루슈는 지난해 뤽 베송 감독의 ‘블랑섹의 기이한 모험’에서 주연을 맡은 프랑스 톱클래스 배우다. 위고 역의 로시디 젬은 2006년 ‘영광의 날들’로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연기파다. 1980~90년대 마니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레오 카락스 감독의 ‘소년 소녀를 만나다’(1984)의 여주인공 미레이유 페리에나 ‘타인의 취향’(1999)으로 친숙한 제라르 랑뱅 등 베테랑의 존재감도 든든하다. 86분. 18세 관람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美 7세 여아의 恨 54년만에 풀렸다

    美 7세 여아의 恨 54년만에 풀렸다

    1957년 12월 3일 미국 일리노이주. 이곳 시카모어 지역에 살던 금발의 소녀 마리아 리덜프(당시 7세)가 집 앞에서 친구와 놀던 중 한 소년의 어깨 위에 올라탄 채 어디론가 사라졌다. 리덜프는 5개월 뒤 인근 야산에서 발견됐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범인을 쫓을 단서는 리덜프가 자신을 목말 태운 소년을 ‘조니’라고 불렀다는 친구의 어렴풋한 기억뿐이었다. 54년간 미궁에 빠져 영구미제로 남을 뻔한 ‘살인의 추억’이 경찰의 집념 어린 추적 끝에 풀렸다. ●납치·살해 후 경찰로 근무 미국 일리노이주 디캘브 카운티 검찰은 1일(현지시간) 리덜프를 납치, 살해한 혐의로 잭 대니얼 매컬러프(71·사건 당시 이름은 존 테시어)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리덜프의 집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살던 매컬러프는 친구와 놀던 리덜프를 유인해 죽였다. 경찰은 친구의 증언에 따라 ‘조니’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그는 “납치 사건이 일어난 시간에 시카고행 기차를 타고 있었다.”고 말했고 이 때문에 경찰의 용의선상에서 빠졌다. 그는 혹시 계속될지 모를 경찰의 수사를 피하려고 군에 입대한 뒤 이름도 ‘존 테시어’에서 ‘잭 대니얼 매컬러프’로 바꾸는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였다. 군 전역 후에는 결혼을 하고 경찰에 투신해 워싱턴주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익명의 제보 바탕으로 다시 탐문수사 완전범죄로 끝날 듯했던 매컬러프의 살인극은 그를 쫓던 일리노이주 경찰이 알리바이상의 허점을 발견하면서 발각됐다. 50년이 지났지만 경찰은 이 사건 수사를 포기하지 않았고, ‘매컬러프가 범인’이라는 익명의 제보를 바탕으로 다시 탐문수사를 본격화한 끝에 지난해 매컬러프의 전 여자 친구로부터 결정적인 진술을 이끌어냈다. 그녀가 “(무혐의의 결정적 증거로 작용했던) 열차표를 우연히 봤는데 검표도장이 찍히지 않은 미사용 티켓이었다.”고 말한 것이다. 이 진술을 바탕으로 경찰은 잊혀졌던 매컬러프의 행적을 다시 집요하게 추적, 마침내 시애틀의 자택에서 그를 체포하는 것으로 54년 만에 리덜프의 한을 풀게 됐다. 마리아 리덜프의 오빠인 찰스 리덜프는 범인의 체포 소식을 듣고 “(동생이 숨진 뒤) 모든 것이 평소처럼 계속됐지만, 동생의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면서 “그는 정말 똑똑한 소녀였고 (살아있었다면) 정말 뭔가 될 아이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나와 통일] (22) 이소자키 아쓰히토 게이오대 교수

    [나와 통일] (22) 이소자키 아쓰히토 게이오대 교수

    21세기에 들어서 일본에서는 ‘한류’로 인해 한국을 가깝게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편으로는 납치, 핵, 미사일, 후계자 문제 때문에 북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내가 처음 한반도에 관심을 가진 20여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1984년 4월 처음으로 방송됐던 NHK 교육 텔레비전의 ‘한글 강좌’를 봤던 나는 한글의 독특한 형태에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주변에 재일 한국인도 없었고, 부모님은 해외와는 연고가 없었기 때문에 채널을 맞닥뜨린 것은 완전히 우연이었다. 중학생이 되면서 나는 한국 가요에 빠졌다.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방송된 후지TV의 심야프로그램 ‘Seoul soul’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한국 MBC의 인기가요 프로그램인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에 일본어 자막을 입힌 방송이었는데, 가수 정수라와 전영록을 좋아했다. 고교 진학 후에는 여러번 시모노세키나 하카타에서 배를 타고 부산으로 건너가 한국을 여행하곤 했다. ●신상옥 감독 책 보고 北에 관심 그러던 중 관심은 한국가요에서 정치로, 남에서 북으로 이동해 있었다. 여배우 최은희씨와 영화감독 신상옥씨의 책 ‘어둠으로부터의 메아리’(한국 발간 제목은 ‘김정일 왕국’)에서 받은 충격 때문이었다고 기억된다. 대학생이 되어서부터는 연구자의 길을 생각했고, 서울 유학과 베이징 대사관 근무를 거쳐 대학에서 자리를 얻게 되었다. 나는 현재 게이오대학에서 북한 현대사를 다루는 수업과 연구회를 이끌고 있다. 남북통일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는 높지만 정확한 지식이 널리 보급되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한국 국민의 여론이 통일에 미치는 중요한 맥(脈)이며, 그 배후에 막대한 통일비용이 상정되어 있다는 것, 일본이 경제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대북 무역액을 늘리고 있다는 것, 반세기 전에는 일본에서도 북한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는 점 등을 얘기할 때 특히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 또 일본에서는 ‘북한=무서운 나라’라는 이미지가 완전히 정착해 버렸기 때문에 그 체제하에서 사는 일반인들도 피해자라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북통일은 남북한의 주민들이 희구하는 한 언젠가는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짜 의미에서의 통일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본다. 남한은 북한 주도하의 통일을 인정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고, 현재 상황에서는 북한체제의 동요를 일으킬 만한 요소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이른바 ‘급변사태’가 발생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통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남북한의 현저한 경제격차에 비춰볼 때 형식적, 표면적, 이념적인 통일이 선언된다고 해도 사람들의 왕래의 자유는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北 주민 ‘이등국민’ 취급받아선 안돼” 통일이 되면 일본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통일의 형식은 한반도의 사람들이 정해야 할 일이지만, 바로 옆에 사는 일본인으로서 정세의 안정화를 바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납치 피해자는 물론이고 1959년 이후 북한으로 건너간 일본인 배우자와 그 손자들의 안전이 확실히 확보되는지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또 한국 주도하에서 통일이 실현됐을 경우 북한의 일반사람들이 ‘이등국민’ 취급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동유럽의 우등생’이었던 구 동독의 시민조차 통일이 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저소득과 고실업률에 고통받고 있다는 현실은 너무나 무거운 교훈이다. 나는 취미를 일로 전환할 수 있었던 행복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일상사에 쫓겨 사는 평범한 일상이다. 통일이 되어 북한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해진다면 새로운 문헌을 입수, 검증해서 각계각층 사람들의 솔직한 의견을 듣고 싶다. 그래서 정치사의 중요한 전환점의 배경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밝히고 싶다. 연구자로서는 작은 알갱이에 지나지 않아 너무나도 미력하지만 언젠가 통일이 될 때, 북한의 일반주민들에게 감사는 고사하고 원망은 듣지 않을 연구자세를 지키고 싶다. 정리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약력 ▲북조선 정치·사회 연구 ▲서울대 박사과정 유학 ▲주중 일본대사관 근무 ▲게이오대 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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