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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재외국민 범죄피해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재외국민이 범죄의 표적이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외교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재외국민을 노린 범죄는 2006년 3191건에서 지난해에는 3780건으로 해마다 증가한 가운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2116건에 이르렀다. 이런 추세라면 올 한해 처음으로 4000건을 넘어서게 된다. 특히 살인, 강간, 납치·감금 등 강력사건 증가세가 두드러져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 사건은 2006년 131건에서 지난해 210건으로 늘어나 증가율이 60%로 전체 범죄증가율 18.45%를 크게 웃돌았다.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것은 국제교류가 늘어나는 데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다. 영주권자, 일반체류자, 유학생 등 재외국민은 지난해 279만여명으로 30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지난해 해외출국자는 사상 최고인 1287만여명에 이르러 국민 3명 중 1명이 해외를 드나들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해외 활동반경이 넓어짐에 따라 정부도 해외 위험지역 등급구분, 영사콜센터 확대 운영, 신속대응팀 파견 등 나름대로 대응능력을 높여온 것도 사실이나 국민의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일례로 재외공관 외교인력은 1211명으로 평균 5.6명에 불과해 국력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니 해외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에 신속하게 맞춤형 대응을 하기에는 힘이 부칠 수밖에 없다. 국민의 해외생활이 일상화됨에 따라 정부의 재외국민 보호도 이에 걸맞게 정비돼야 한다. 강대국 중심으로 총영사관을 배치할 것이 아니라 범죄 발생빈도가 높은 곳에 재배치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외교부 직원들도 재외국민 보호에 각별한 관심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김선일씨 사건’ 이후 영사업무에 우수인력이 순환배치되는 등 개선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국민은 영사업무에 불신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예산당국도 위기상황에서 국민의 안위를 지켜줄 영사 전문인력이 배출될 수 있도록 뒷받침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사전 교육을 통해 범죄 대응능력을 키우는 것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소말리아 해적 항소심 무기징역 구형

    검찰이 삼호주얼리호 납치 등의 혐의로 징역 13~15년을 선고받은 소말리아 해적들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부산지검 공안부(부장 최인호)는 8일 오후 부산법원 301호 법정에서 부산고법 형사1부의 심리로 열린 소말리아 해적 5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압둘라 후세인 마카무드(20) 등 4명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아라이를 제외한 피고 4명이 1심에서 석해균 선장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공범의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범행을 저지했어야 했다.”면서 “범행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징역 13~15년은 너무 가볍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던 마카무드는 “1심에서는 당황해서 혐의를 부인했다.”면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살벌한 ‘외국살이’

    살벌한 ‘외국살이’

    해외에서 살인·강도·납치 등 강력 범죄에 노출되는 재외국민이 갈수록 늘고 있다. 2006년 3191건이었던 재외국민 대상 범죄 건수는 2007년 3484건, 2008년 3546건, 2009년 3572건, 2010년 3780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더니 올 들어서는 6월까지 벌써 2116건이나 발생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18.45%나 증가했다. 이 같은 결과는 서울신문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외교통상부로부터 단독 입수한 ‘재외국민 사건사고 현황(2006년~2011년 6월)’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가장 심각한 것은 강력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강간 사건이 5건에서 29건으로 480%나 급증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멕시코에서 발생한 것 같은 살인사건도 2006년 41건에 그쳤지만 지난해는 60건으로 46.3% 늘었다. 절도사건도 2006년 1107건에서 지난해 1503건으로 35.7% 증가했고 올해는 6월까지 1161건이나 발생했다. 납치·감금은 2006년 85건에서 지난해 121건으로 42.3% 늘었다. 재외국민이 범죄 가해자가 되는 경우는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성(性)과 관련된 범죄는 증가했다. 강간 및 강제추행 사건의 경우 2006년 12건에서 2010년 20건으로 66.7% 증가했다. 성매매도 2006년 23건에서 30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의 증가세도 문제지만 재외국민 수가 꾸준히 늘면서 재외공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현안도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외교인력은 2189명으로 재외공관당 외교인력이 13.1명에 불과하다. 국내총생산(GDP) 상위 16개국 가운데 가장 적다. 41개 대사관이 평균 4명도 안 된다. 때문에 제대로 된 영사업무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재외국민은 불안하다] 한인 피살사건 최다국 美서 日·필리핀으로… 중남미 급증세

    [재외국민은 불안하다] 한인 피살사건 최다국 美서 日·필리핀으로… 중남미 급증세

    서울신문이 정보 공개 요구를 통해 외교통상부에서 단독 입수한 재외국민 사건사고현황 자료는 2006년부터 2011년 6월까지 재외공관별 사건 발생건수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외국 여행객을 비롯해 해외에서 거주하거나 공부하는 재외국민이 늘면서 범죄 피해가 급증하고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재외국민 안전을 위한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외교통상부 자료를 토대로 재외국민 관련 범죄 피해를 분석했다. 재외국민들을 대상으로 살인과 납치, 폭행, 성범죄 등 강력범죄가 뚜렷한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강력범죄인 살인사건의 경우 재외국민이 많이 거주하는 미국과 중국, 일본에서 발생 빈도가 높았다. 미국은 2006년 13건, 2007년 10건, 2008년 9건으로 3년 연속 살인사건 최다 발생국가였으며 이어 2009년과 2010년엔 일본이 14건과 12건으로 가장 빈도가 높았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치안이 불안정한 중남미와 필리핀의 살인 사건 증가세가 눈에 띈다. 필리핀의 경우 2006년엔 재외국민 살해사건이 4건에 그쳤지만 2007년에 8건으로 두 배나 증가했다. 2008년과 2009년엔 각각 7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무려 12건으로 일본과 함께 재외국민 살인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한 국가가 됐다. 중남미에서는 살인 36건, 강도 152건, 절도 122건 등 강력범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에 살인사건이 발생한 멕시코에서도 2009년과 2010년에 살인사건이 두 건씩 발생했다. 가장 많은 재외국민이 거주하는 미국과 중국, 일본의 국가별 범죄 유형 차이도 눈에 띈다. 일본은 2006년부터 지난 6월까지 불법체류 등으로 강제추방된 경우가 무려 1150건이나 됐다. 이는 미국 652건과 중국 329건을 합한 것보다도 많다. 중국은 폭행·상해와 납치·감금 등 강력범죄에서 단일국가로는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급증하는 경제관계를 반영하듯 사기사건도 371건으로 6건에 불과한 일본과 비교해 대조를 보였다. 같은 기간 동안 강도사건은 97건, 절도사건은 321건, 납치·감금은 452건, 폭행·상해는 765건이나 되는 등 중국에서 강력 범죄율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재외국민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가 88만명이나 되지만 통계로 잡힌 범죄 피해 규모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2006년부터 지난 6월까지 5년 6개월 동안 강도 37건, 강간·강제추행 4건, 사기 41건에 불과하다. 다만 2009년부터 지난 6월까지 2년 6개월 동안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가 단 한 건도 없는 점은 다소 납득하기 힘들다. 외교통상부가 재외국민 범죄 관련 통계 작업을 부실하게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재외국민이 가해자인 범죄는 대체로 줄고 있는 추세였다. 살인사건은 2006년 91건이었지만 해마다 줄어 지난해에는 15건에 그쳤다. 전체 사건 건수도 2179건에서 지난해에는 1452건으로 줄었으며 올 들어 6월까지는 611건에 그쳤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신고 접수가 많거나 적은 것에 따라 실제 사건 건수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드라마 스페셜(KBS2 일요일 밤 11시 25분) 2011년 대한민국 현재, ‘여자를 사랑하고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 없고, 사랑엔 국경도 나이도 없다. 그런데 왜 여자는 꼭 남자에게만 가슴 설레고, 심장이 뛰어야 할까. 남들과 조금 다르기에 남들보다 조금은 힘든 그들의 삶과 사랑. 조용히 그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KBS 통일 대토론(KBS1 토요일 밤 10시 30분) 4편에서는 1~3편까지 논의된 통일의 각 분야별 토론을 토대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통일 준비의 현 상황과 통일을 위해 국가와 국민 개개인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비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 보고, 진정한 통일한국으로 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론에 대해 토론해 본다. ●체험! 삶의 현장(KBS2 토요일 오전 7시 30분)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 세계인의 축제가 시작된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 건설현장의 일일 체험 일꾼으로 탤런트 임대호와 방송인 브로닌이 떴다. 올해 완공을 목표로 열심히 공정 속도를 올리고 있는 현장. 800만 손님 맞이로 분주한 여수엑스포 건설 현장으로 함께 따라가 본다. ●주말연속극 반짝반짝 빛나는(MBC 토요일 밤 8시 40분) 납치됐다가 정신을 되찾은 정원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한다. 승준으로부터 범인이 잡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승준 어머니는 경찰서를 찾는다. 한편 갑작스레 진통을 느낀 은정은 상원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하고, 승준은 어머니에게 자수를 권유하는데…. ●도전! 1000곡(SBS 일요일 오전 8시 10분) 한층 업그레이드된 ‘도전! 1000곡‘이 시작된다. 커플 출연자로는 의리로 뭉친 탤런트 선후배 정한용·김승환, 오누이보다 더 다정한 가수 선후배 이자연·엠블랙 지오, 그리고 넘치는 끼로 똘똘 뭉친 절친 사이 홍석천·권민중 등이 출연한다. 인기 스타커플들과 상상 이상의 무대를 함께한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MBC 일요일 오전 10시 45분) 어느 날 죽은 채로 발견된 한 남자. 경찰들은 그의 죽음을 단순 자살로 결론 내리고 사건을 종결시킨다. 그런데 일각에서 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리고 그의 죽음에는 어마어마한 배후가 숨어 있다고 한다. 과연 이 남자의 죽음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SBS스페셜(SBS 일요일 밤 11시10분) 이 세상 최고의 식재료는 자신이 태어나 자란 땅에서 나는 것들이다. 국토와 고향의 의미는 그래서 진정한 생명력과 연결되어 있다. ‘독도’를 둘러싼 이웃 나라의 억지 주장이 난무하고 있는 이 여름. 방랑식객 임지호는 우리 땅을 지켜가는 소박한 이들의 행복과 함께한다
  • 류승룡 “악역전문 아녜요. 코미디도 잘해요”

    류승룡 “악역전문 아녜요. 코미디도 잘해요”

    묘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눈빛과 말투다. 가식적인 표정, 불필요한 수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도드라지려 하지 않는데도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영화 속 그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2007년 이후 16편을 찍었다. 대부분 조연이었지만 주연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풍긴다. 올 여름 100억원 안팎의 제작비가 들어간 한국영화 ‘빅4’(퀵, 고지전, 7광구, 최종병기 활) 중 두 편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리운 류승룡(42)을 두고 하는 말이다. 200만 관객을 돌파한 ‘고지전’에 이어 오는 10일 ‘최종병기 활’ 개봉을 앞둔 류승룡을 지난 3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정당성 있는 악역 만들어 극적 긴장감 고조시키죠”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 ‘최종병기 활’은 청나라에 납치당한 누이동생을 구하려는 조선 최고 신궁 남이(박해일)와 청나라 장군 주신타(류승룡)의 추격전이 뼈대를 이룬다. 굳이 가르자면 주신타는 악당이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남이의 숨통을 조인다. 그런데 미워할 수 없다. 임금에겐 맹장이요, 부하들에겐 덕장이다. 돌아보면 그가 연기한 ‘고지전’의 북한군 장교 현정윤도 비슷했다. 북쪽 사람일진대 우리 편보다 더 인간답고, 끌린다. 악역 캐릭터가 공감을 얻도록 숨결을 불어넣은 것은 류승룡이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어떤 기사에서 저를 악역의 제왕이라고 표현했던데 그건 아닌 것 같다.”고 입을 뗐다. “영화 ‘퀴즈왕’ ‘된장’ ‘7급공무원’에서 코미디를 했고, 드라마 ‘개인의 취향’에서는 남자를 사랑하는 수줍은 재벌 2세 역할도 했다.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고 자부하는데 ‘시크릿’의 조폭 보스 같은 역할이 각인된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의 긴장과 갈등을 극대화하려면 악역의 행동도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이유 없이 잔인하거나 사악한 캐릭터는 하지 않는다.”면서 “‘고지전’ ‘최종병기 활’의 인물들 역시 각자의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로는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코미디나 우연한 사건에 휘말린 소시민의 이야기에 끌린다고 했다. 앨런 파커 감독의 ‘미드나잇 익스프레스’(1978)를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그런 소시민들을 괴롭히는 역할들을 많이 했는데 역할이 뒤바뀌면 갈등을 고조시키는 악역을 누가 할지 걱정되기도 한다.”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최종병기 활’에서 류승룡의 모든 대사는 전세계를 통틀어 사용 인구가 몇십명밖에 되지 않는 사어(死語)인 만주어다. 운좋게 국내에서 전문가를 찾아 촬영 두달 전부터 ‘열공’했다. 그는 “어법, 발음, 단어 등을 하루 8시간씩 몇 차례에 걸쳐 지도받았다. 어순이 우리말과 같아 다행이었다.”면서 “독일어나 러시아어에서 들리는 ‘크흐~’ 같은 발음들이 많은 남성적인 언어라 잘 맞았다.”라고 털어놓았다. 간단한 회화는 가능한지 물었더니 “‘워이훈자파~’(산 채로 잡아라) 같은 구문들이라 만주어를 쓰는 사람을 만나도 써먹기는 곤란할 것 같다.”며 웃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작품이 없을 텐데 ‘고지전’과 ‘최종병기 활’이 극장가에서 맞붙게 됐다. 나막신 장수와 우산 장수 아들을 둔 부모의 마음과 비슷할까. 하지만 “‘퀵’과 ‘고지전’이 같은 날 개봉한 고창석(둘은 동갑내기 친구다)보다는 20여일 간격을 두고 개봉하는 내가 훨씬 낫다.”는 게 ‘쿨한’ 그의 답이다. ●“난타 1기로 전세계무대 샅샅이 훑었죠” 본격적으로 연기를 접한 건 경기 성남시 풍생고 1학년 때 연극반에 들어가면서다. ‘좀 노는 반장’이라 엇나갈 수도 있었지만, 연기가 그를 인도했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연극이 없었다면 엄청나게 방황했을 텐데 연기를 하면서 치료가 되고 교화되는 걸 느꼈다. 어린 나이였지만 이렇게 재밌고, 안 하면 미칠 것 같은 일을 평생 해야겠다는 계시를 받았다.” 영화판에 발을 디딘 건 2004년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단역 ‘강도 1’)를 통해서다. 서른 다섯 살 때였다. 꽤나 먼 길을 돌아온 셈. 서울예전(현 서울예술대) 연극과 출신인 그는 졸업 후 동랑레퍼토리극단에서 내공을 쌓았다. 인생의 첫 변곡점은 1997년 미국 뉴욕에서 만났다. 전위극 ‘두타’의 공연을 갔다가 ‘스톰프’와 ‘블루맨그룹’의 ‘튜브’ 같은 비언어극을 보고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 것. 마침 국내에서 ‘난타’ 1기 멤버를 뽑는 오디션이 진행 중이었다. 이후 5년 동안 난타의 핵심 멤버로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에든버러 등 전 세계를 샅샅이 훑었다. “국가대표 같은 보람을 느꼈다.”는 게 그의 얘기다. ●“마라톤 같은 연기생활 조급해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해도 당시 그는 연극배우일 뿐. 한국영화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한 대학동기 황정민, 정재영을 보면 부러웠을 법도 했다. 하지만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 친구들보다 10년 정도 출발이 늦었다.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를 하는 게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연기는 어차피 평생 해야 할 일이니까 마라톤처럼 가는 거다. (친구들의 성공이) 자극은 됐을지 몰라도 부럽거나 조급한 적은 없었다.” 다만 언제부터인가 말로 하는 연기가 그리웠다. 연극·영화판을 넘나들며 재주꾼으로 이름을 날리던 대학 1년 선배 장진 감독을 떠올렸다. 인생의 두번째 터닝포인트였다. 장 감독의 연극 ‘웰컴 투 동막골’ ‘택시드리벌’로 감을 되찾은 그는 장 감독의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로 뒤늦게 충무로에 입성했다. 뒤처진 진도를 따라잡는 데는 6~7년으로 족했다. 꾹꾹 밟아 다진 연기력 덕에 지난 3~4년간 1주일 이상 쉰 적이 없을 만큼 시나리오가 꼬리를 물고 들어왔다. 해마다 4~5편씩 ‘다작’을 하는 데 대한 부담은 없을까. 연극배우 출신 중에는 짧은 시간에 이미지를 소진한 뒤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성장통’을 겪는 경우도 있기 때문. 그는 “나는 가장이고, 이것저것 고를 처지가 아니었다.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목마름도 강했다. 덕분에 짧은 시간에 많은 걸 배웠다. 물론 이제는 조금 숨 고르기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40년 미제 ‘전설의 하이재커’ 베일 벗나

    40년 미제 ‘전설의 하이재커’ 베일 벗나

    미국 역대 비행기 납치 사건 중 유일하게 미제로 남은 전설의 하이재커 ‘DB 쿠퍼(그림)’ 사건의 미스터리가 40년 만에 풀릴 것인가. 미 연방수사국(FBI)은 1일(현지시간) 은퇴한 경찰 관계자로부터 10여년 전 숨진 한 남성이 DB 쿠퍼일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으며 그가 생전에 갖고 있던 소지품을 입수해 지문 감식 등 정밀 분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FBI의 분석가 샌달로 디트리히는 시애틀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DB 쿠퍼의 신원을 확인할 새로운 물증이 나와 버지니아 콴티코 기지의 연구실에서 조사하고 있다.”면서 “획기적인 진전은 아니더라도 가장 유망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FBI의 프레드 거트 대변인은 “조사 대상 인물은 FBI가 수사 중인 주요 용의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며 물증도 충분하지 않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FBI는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가 지난 주말 이 사실을 처음 보도하고 시애틀타임스가 후속 보도를 하면서 언론의 관심이 고조되자 이날 수사 상황을 공개했다. DB 쿠퍼 혹은 댄 쿠퍼로 알려진 납치범은 1971년 11월 24일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출발한 시애틀행 노스웨스트항공 여객기를 공중 납치했다. 말쑥한 양복을 차려입은 40대 중반의 이 남자는 비행기가 이륙하자 여승무원에게 ‘가방에 폭탄이 들어 있다.’는 내용의 쪽지를 건넸다. 요구 사항은 두 가지였다. 20달러 지폐를 묶은 20만 달러와 낙하산 4개였다. 비행기가 착륙하자 쿠퍼는 돈과 낙하산을 챙긴 뒤 승객을 모두 풀어주고 다시 이륙해 비행기가 워싱턴주 남부 상공에 이르렀을 때 낙하산을 타고 홀연히 사라졌다.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어디에서도 범인의 행적을 찾을 수 없었고 이후 그는 전설이 됐다. 1980년에야 범인 추적에 단서가 될 만한 흔적이 나타났다. 컬럼비아강변에서 쿠퍼가 가져간 돈의 일부로 보이는 5800달러의 돈다발이 발견된 것이다. 그러나 범인을 추적하는 데는 실패했다. 미스터리와 모험이 뒤섞인 이 사건은 지금까지 17권의 책과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명의 유력한 용의자들이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사건은 40년간 미제로 남아 있었다. 거트 대변인은 “사건 해결의 열쇠는 결국 물증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길이 2.4mㆍ88kg 괴물 알비노 메기 잡히다

    기네스북 세계 기록에 등재될 정도로 큰 알비노 메기(Catfish)가 잡혔다고 영국 데일리 메일이 보도했다. 영국 셰필드 출신의 크리스 그리머(35)는 최근 친구 3명과 함께 스페인 바르셀로나 부근 에브로(Ebro) 강에서 낚시를 하는 중 이었다. 납치로 만들어진 미끼를 강에 드리운 그리머의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졌다. 묵직한 손맛이 느껴졌고 보통크기의 놈이 아니란 것이 느껴졌다. 메기와의 사투는 30분 동안 이어졌다. 친구가 강으로 들어가 메기를 들어 올리고 연락을 받고 달려온 낚시 가이드가 도움을 주었다. 그리머는 “마치 버스를 끌어당기는 기분였다.”고 말했다. 드디어 물에서 몸을 들어낸 메기는 일반 메기가 아닌 신비한 몸색깔을 지닌 알비노 메기였다. 그 길이는 무려 2.4m에 이르렀고 몸무게는 88kg에 육박했다. 강둑에 있던 사람들이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다. 기록을 잰 후에는 샴페인으로 축배를 들기도 했다. 그리머는 “메기를 낚은 후 걷지를 못할 정도로 탈진했지만 세계기록을 경신해 기쁘다.”고 말했다. 잡은 메기는 기념촬영을 하고 다시 강으로 놓아 주었다. 그리머가 잡은 알비노 메기는 작년 10월에 시각장애 여성이 낚아 화제가 된 87kg 알비노 메기보다 1kg이 더 나가 기네스북 세계기록에 오를 예정이다. 역대 가장 큰 메기는 2005년 태국에서 잡힌 293kg의 자이언트 메콩 메기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김경태 tvbodaga@hanmail.net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지난해 3월 28일 오전 10시 대전 대덕산업단지의 북쪽 끝 2차선 도로. 일요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마트로 향하던 외국인 노동자 자하드의 눈에 이상한 물체가 들어왔다.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듯 했다. 자전거를 세우고 건물 한쪽 벽면을 살펴보니 젊은 여성이 대형 트럭과 담벼락 사이에 잠자듯 누워 있었다. “술에 취한 여자인가?” 급하게 여성에게 다가간 자하드. 소스라치게 놀랐다. 죽어 있는 게 아닌가. 양쪽 발목이 흰색 노끈으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누군가 이 가련한 젊은 여성의 목숨을 끊은 뒤 이곳에 버린 것이었다. ●입만 막은 여성이 질식사하다? 시신은 깨끗했다. 앳된 얼굴의 피살자는 줄무늬 블라우스에 베스트, 검은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반듯한 옷매무새가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사회 초년생의 느낌. 코에는 핏자국이 있었다. 광대뼈와 왼쪽 턱에도 작은 상처가 있었다. 하지만 모두 치명상은 아니었다. 혈흔도 찾을 수 없었다. 여성 피살자들에게 통상 발견되는 목졸림의 흔적 또한 없었다(부검의들에 따르면 살해당한 여성의 90%가 목 졸려 죽는다. 힘이 약한 여성에게 쓰기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형사들은 범행 현장이 여기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여성은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 있었다. 하지만 시반(屍斑·시신의 피부에 나타나는 자주색 반점)은 몸 앞쪽에 나 있었다. 엎드려 있는 상태에서 죽음을 맞았다는 얘기. 정액반응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가슴에서 남성의 타액이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비구(鼻口) 폐쇄성 질식사였다. 입가에 테이프 자국이 있는 걸 봐서는 이것이 죽음의 원인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테이프가 코는 빼고 입만 막고 있었는데 왜 질식사를 한 걸까. 해답은 사망 당시의 자세에 있었다. 사람을 납치하면 범인들은 보통 끈을 풀지 못하도록 손을 등 뒤로 묶고 소리가 새어나오지 못하게 입을 막는다. 때론 팔을 묶은 끈으로 다리까지 묶기도 한다. 팔이 뒤로 꺾인 자세가 오래 지속되면 심장박동이 크게 떨어진다. 법의학자들은 이 자세로 오래 방치할 경우 코나 입 어느 하나만으로 숨쉬는 것이 어려워 질식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피해 여성은 코에서 난 피가 비강을 막은 게 분명했다. 지문조회 결과 사망자는 충북 청주에 사는 24세 A씨였다. 가족들은 그녀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가출신고를 한 상태였다. A씨가 죽은 채 발견되기 이틀 전인 26일(금요일) 저녁 청주 남문로에서 회식을 한 뒤 택시를 탄 게 화근이었다. 대학 졸업 후 무수한 입사 도전 끝에 직장에 취직하기 된 그녀였다. 그리고 그녀의 출근 첫째주 휴일을 앞두고 마련된 그녀를 위한 환영 회식이었다. 범인은 그렇게 막 피어나던 꽃망울을 무참하게 꺾어 버렸다. ●범인, 과실치사 적용받으려 술수 형사들은 시신 발견 지점 주변의 폐쇄회로(CC)TV 확인에 나섰다. 먼저 확보한 것은 A씨가 버려진 빌딩 담 위쪽에 설치된 CCTV 화면. 발견 전날인 27일 토요일 저녁 녹화분부터 확인했다. 후미진 곳이긴 해도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인데 시신이 며칠 동안이나 방치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성과 없이 이어지는 CCTV 화면 탐색에 형사들이 조금씩 지쳐갈 즈음이었다. 모니터의 시간이 오전 1시 30분을 가리키는 순간, 퉁퉁한 체격의 남자가 화면에 등장했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트렁크를 열었다. 뭔가를 급히 꺼냈다. 이미 숨져 있는 A씨였다. 남자는 트럭 옆에 A씨를 버린 뒤 황급히 차를 몰고 떠났다. 화면이 너무 흐려 차량번호는커녕 범인의 이목구비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차종이 흰색 NF쏘나타임은 분명했다. 더 큰 수확은 차 지붕에 택시표지가 붙어 있다는 점이었다. 경찰은 A씨가 회식을 마치고 탑승한 택시에 대한 수배에 나섰다. 경찰은 CCTV 속 범인이 시신을 유기한 후 다시 청주로 돌아갔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 과정에 반드시 거쳐 갈 수 밖에 없는 노루목을 찾아야 했다. 경찰이 짚은 지점은 현도교. 대전 대덕단지에서 신탄진 나들목(IC)을 거쳐 청주로 넘어가려면 어쩔 수 없이 거치는 곳이었다. 게다가 그곳에는 CCTV도 설치돼 있었다. 범행 당일 오전 1시 30분 이후 다리를 지나간 택시의 수는 모두 67대였다. 경찰은 이중 유독 수상해 보이는 1대에 주목했다. 차 번호를 숨기려 번호판에 반사테이프를 붙인 택시였다. 게다가 앞서 화면에서 본 것과 같은 흰색 NF쏘나타였다. CCTV 화면을 정밀 분석해 알아낸 차량번호는 충북××바××××. 경찰은 청주의 한 택시회사로 형사들을 급파했다. “CCTV에 다 찍혀 있다.” 형사들의 말에 택시기사 안모(41)씨는 순순히 자기 집에서 수갑을 받았다. 자하드의 112 신고가 접수된 지 12시간 만이었다. 택시 운전석 문짝에서는 식칼이, 트렁크 매트에서는 혈흔이 나왔다. 혈흔은 숨진 A씨의 것과 일치했다. A씨를 위협해 빼앗은 7000원도 함께 나왔다. 범인은 “테이프로 입만 막았기 때문에 A씨가 숨은 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성폭행 등 성범죄는 저지르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미 2000년에 감금 및 성폭력 혐의로 3년형을 받고 복역했던 그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놓고도 어떻게 하면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만 적용받을까 갖은 술수를 쓰고 있었다. ●잔혹한 살인자… 살기 위해 몸부림치다 “연기군 조천변 살인사건 있잖아요. 이번에 나온 DNA가 그 사건 용의자와 일치해요.” 수사팀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화가 걸려 왔다. 안씨의 과거 범행이 칡넝쿨처럼 이어져 나왔다. 택시기사를 하며 6년간 살해한 여성이 3명이나 됐다. 2004년 10월 충남 연기군 전동면 조천변 도로에서 발견된 B(당시 23세)씨도, 2009년 9월 청주시 무심천 장평교 아래 하천가에 숨져 있던 C(당시 41세)씨도 그의 손에 희생된 것으로 밝혀졌다. 출소 후 안씨는 그렇게 늦은 밤 택시에 탄 여성을 상대로 살인과 강간, 강도 등의 범행을 이어갔다. 대부분 몸집이 작거나 술을 마신 사람들이었다. 지난해 10월 대전지법 형사합의11부는 안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고의성을 부인하고, 끊임없이 진술을 번복하는 등 진지하게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면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겪은 고통 등을 고려해 극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 설치된 CCTV는 총 274만대로 추정된다. 공공용 24만대, 민간용 250만대다. 현재 CCTV는 인권침해와 범죄예방 효과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사건에서는 CCTV가 자칫 미제사건으로 묻힐 뻔 했던 억울한 죽음들의 한을 풀어준 것과 동시에 추가적인 희생자를 막는 효과를 냈다. 우리사회의 ‘은밀한 감시자’인 CCTV에 대해 어떻게들 생각하시는가.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느끼한 색소폰·방구쟁이 튜바… ‘인간 악기’와 떠나는 모험

    느끼한 색소폰·방구쟁이 튜바… ‘인간 악기’와 떠나는 모험

    게임을 제일 좋아하는 동훈이는 게임 캐릭터인 ‘크크크 대마왕’에게 납치된 엄마를 구하려고 게임 속 소리마을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느끼한 색소폰, 새침데기 클라리넷, 방구쟁이 튜바, 잘난 척하는 트럼펫, 귀염둥이 호른, 의젓한 트롬본과 함께 엄마를 구출하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다음 달 11~21일(16·17일 제외) 서울 필동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내 첫 창작 어린이 오페레타(Opereta) ‘부니부니’의 얼개다. 오페레타란 희극적 요소와 연극적 요소가 도드라진 ‘작은 오페라’를 뜻한다. 뮤지컬 ‘마리아마리아’와 연극 ‘친정엄마’의 제작사가 만든 작품으로 지난해 12월 예술의전당 초연 당시 90%의 객석점유율을 뽐냈다. 대부분의 어린이오페라가 성인용 작품을 각색한 것이었던 반면, ‘부니부니’는 제작 단계부터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꾸몄다. 아이들이 클래식과 친해지기 쉽도록 트럼펫, 색소폰, 튜바 등 악기를 의인화한 것도 애니메이션과 친한 아이들을 배려한 설정. 오는 9월 대구에서 열리는 국제오페라페스티벌에 초청된 작품이니 ‘애들이나 보는’ 작품쯤으로 여길 일은 아니다. 바리톤 장철유·최경훈, 소프라노 강현수·주혜림 등이 출연한다. 공연 1시간 전부터 관악기 체험교육 등이 마련된다. 4만~5만원. 다음 달 1일까지 예매한 가족관객에게는 최대 40% 할인해준다. (02)324-5551.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15)여성만 노린 연쇄살인택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15)여성만 노린 연쇄살인택시

     지난해 3월 28일 오전 10시 대전 대덕산업단지의 북쪽 끝 2차선 도로. 일요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마트로 향하던 외국인 노동자 자하드의 눈에 이상한 물체가 들어왔다. 언뜻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듯한 느낌.  자전거를 세우고 건물 한쪽 벽면을 살펴보니 젊은 여성이 대형 트럭과 담벼락 사이에 잠자듯 누워 있었다. “술에 취한 여자인가?”  급하게 여성에게 다가간 자하드.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죽어 있는 게 아닌가. 양쪽 발목이 흰색 노끈으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누군가 이 가련한 젊은 여성의 목숨을 끊은 뒤 이곳에 버린 것이었다.   ●입만 막은 여성이 질식사하다  시신은 깨끗했다. 앳된 얼굴의 피살자는 줄무늬 블라우스에 베스트, 검은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반듯한 옷매무새가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사회 초년생의 느낌.  코에는 핏자국이 있었다. 광대뼈와 왼쪽 턱에도 작은 상처가 있었다. 하지만 모두 치명상은 아니었다. 혈흔도 찾을 수 없었다. 여성 피살자들에게 통상 발견되는 목졸림의 흔적 또한 없었다(부검의들에 따르면 살해당한 여성의 90%가 목 졸려 죽는다. 힘이 약한 여성에게 쓰기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형사들은 범행 현장이 여기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여성은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 있었다. 하지만 시반(屍斑·시신의 피부에 나타나는 자주색 반점)은 몸 앞쪽에 나 있었다. 엎드려 있는 상태에서 죽음을 맞았다는 얘기. 정액반응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가슴에서 남성의 타액이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비구(鼻口) 폐쇄성 질식사였다. 입가에 테이프 자국이 있는 걸 봐서는 이것이 죽음의 원인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테이프가 코는 빼고 입만 막고 있었는데 왜 질식사를 한 걸까. 해답은 사망 당시의 자세에 있었다. 사람을 납치하면 범인들은 보통 끈을 풀지 못하도록 손을 등 뒤로 묶고 소리가 새어나오지 못하게 입을 막는다. 때론 팔을 묶은 끈으로 다리까지 묶기도 한다.  팔이 뒤로 꺾인 자세가 오래 지속되면 심장박동이 크게 떨어진다. 법의학자들은 이 자세로 오래 방치할 경우 코나 입 어느 하나만으로 숨쉬는 것이 어려워 질식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피해 여성은 코에서 난 피가 비강을 막은 게 분명했다.  지문조회 결과 사망자는 충북 청주에 사는 24세 A씨였다. 가족들은 그녀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가출신고를 한 상태였다. A씨가 죽은 채 발견되기 이틀 전인 26일(금요일) 저녁 청주 남문로에서 회식을 한 뒤 택시를 탄 게 화근이었다. 대학 졸업 후 무수한 입사 도전 끝에 직장에 취직하기 된 그녀였다. 그리고 그녀의 출근 첫째주 휴일을 앞두고 마련된 그녀를 위한 환영 회식이었다. 범인은 그렇게 막 피어나던 꽃망울을 무참하게 꺾어 버렸다.  ●274만개의 눈…CCTV는 범인을 지켜봤다  형사들은 시신 발견 지점 주변의 폐쇄회로(CC)TV 확인에 나섰다. 먼저 확보한 것은 A씨가 버려진 빌딩 담 위쪽에 설치된 CCTV 화면. 발견 전날인 27일 토요일 저녁 녹화분부터 확인했다. 후미진 곳이긴 해도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인데 시신이 며칠 동안이나 방치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성과 없이 이어지는 CCTV 화면 탐색에 형사들이 조금씩 지쳐갈 즈음이었다. 모니터의 시간이 오전 1시 30분을 가리키는 순간, 퉁퉁한 체격의 남자가 화면에 등장했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트렁크를 열었다. 뭔가를 급히 꺼냈다. 이미 숨져 있는 A씨였다. 남자는 트럭 옆에 A씨를 버린 뒤 황급히 차를 몰고 떠났다.  화면이 너무 흐려 차량번호는커녕 범인의 이목구비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차종이 흰색 NF쏘나타임은 분명했다. 더 큰 수확은 차 지붕에 택시표지가 붙어 있다는 점이었다. 경찰은 A씨가 회식을 마치고 탑승한 택시에 대한 수배에 나섰다.  경찰은 CCTV 속 범인이 시신을 유기한 후 다시 청주로 돌아갔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 과정에 반드시 거쳐 갈 수 밖에 없는 노루목을 찾아야 했다. 경찰이 짚은 지점은 현도교. 대전 대덕단지에서 신탄진 나들목(IC)을 거쳐 청주로 넘어가려면 어쩔 수 없이 거치는 곳이었다. 게다가 그곳에는 CCTV도 설치돼 있었다.  범행 당일 오전 1시 30분 이후 다리를 지나간 택시의 수는 모두 67대였다. 경찰은 이중 유독 수상해 보이는 1대에 주목했다. 차 번호를 숨기려 번호판에 반사테이프를 붙인 택시였다. 게다가 앞서 화면에서 본 것과 같은 흰색 NF쏘나타였다. CCTV 화면을 정밀 분석해 알아낸 차량번호는 충북××바××××. 경찰은 청주의 한 택시회사로 형사들을 급파했다.  “CCTV에 다 찍혀 있다.”  형사들의 말에 택시기사 안모(41)씨는 순순히 자기 집에서 수갑을 받았다. 자하드의 112 신고가 접수된 지 12시간 만이었다. 택시 운전석 문짝에서는 식칼이, 트렁크 매트에서는 혈흔이 나왔다. 혈흔은 숨진 A씨의 것과 일치했다. A씨를 위협해 빼앗은 7000원도 함께 나왔다.  범인은 “테이프로 입만 막았기 때문에 A씨가 숨은 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성폭행 등 성범죄는 저지르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미 2000년에 감금 및 성폭력 혐의로 3년형을 받고 복역했던 그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놓고도 어떻게 하면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만 적용받을까 갖은 술수를 쓰고 있었다.   ●잔혹한 살인자…살기 위해 몸부림치다  “연기군 조천변 살인사건 있잖아요. 이번에 나온 DNA가 그 사건 용의자와 일치해요.”  수사팀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화가 걸려 왔다.  안씨의 과거 범행이 칡넝쿨처럼 이어져 나왔다. 택시기사를 하며 6년간 살해한 여성이 3명이나 됐다. 2004년 10월 충남 연기군 전동면 조천변 도로에서 발견된 B(당시 23세)씨도, 2009년 9월 청주시 무심천 장평교 아래 하천가에 숨져 있던 C(당시 41세)씨도 그의 손에 희생된 것으로 밝혀졌다. 출소 후 안씨는 그렇게 늦은 밤 택시에 탄 여성을 상대로 살인과 강간, 강도 등의 범행을 이어갔다. 대부분 몸집이 작거나 술을 마신 사람들이었다.  지난해 10월 대전지법 형사합의11부는 안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고의성을 부인하고, 끊임없이 진술을 번복하는 등 진지하게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면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겪은 고통 등을 고려해 극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 설치된 CCTV는 총 274만대로 추정된다. 공공용 24만대, 민간용 250만대다. 현재 CCTV는 인권침해와 범죄예방 효과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사건에서는 CCTV가 자칫 미제사건으로 묻힐 뻔 했던 억울한 죽음들의 한을 풀어준 것과 동시에 추가적인 희생자를 막는 효과를 냈다. 우리사회의 ‘은밀한 감시자’인 CCTV에 대해 어떻게들 생각하시는가.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큰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게재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 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할 땐 미제사건 2) 죽음의 성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 직전의 성적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오열했던 남편 부인을 독살하다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목 졸려 죽은 시신의 ‘마지막 증언’ 운전석 아내 목졸라 살해하고 차는 낭떠러지로… 5) 강간 후 살해된 성전환 여성 恨풀다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대변 속 100억분의 1g DNA 난관 속 사건 푼 ‘최후의 단서’ 7) 정관수술한 지능적인 연쇄성폭행범 ‘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8)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혈흔 속 性염색체로 ‘악마의 姓’ 찾아내다 9)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10) 급성 수분중독으로인한 사망사건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호흡이 지목한 범인은 그의 아들이었다-화재사 속에 숨은 타살의 흔적찾기 13) 車운전석 그녀의 주먹쥔 양팔-‘에어컨은 억울했다’ 14) 피해자·범인 찾아낸 성형수술 자국 광대뼈 축소술 흔적…동거男에 목 졸린 백골의 한 풀어주다 15) 여성만 노린 연쇄살인택시 여성 전문 살인범, 274만개의 눈 CCTV가 잡다
  • 日, 새달 北과 납치자·핵문제 협의 검토

    일본이 다음 달 북한과 일본인 납치자 문제와 핵 문제 등을 협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간 나오토 총리가 납치 문제 재조사와 대화 재개를 북한 측에 요구하라는 납치 피해자 가족의 요청을 받아들여 8월 중 북한과의 협의를 검토하도록 관계 각료에게 지시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간 총리 등 정부 고위 관료의 방북설은 부정하고 있지만 대화 추진설 자체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간 총리가 다음 달 퇴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정권의 구심력과 리더십이 약화된 상태여서 북한이 일본의 대화 제의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북한과 일본은 후쿠다 야스오 자민당 정권 당시인 2008년 8월 실무자협의에서 일본인 납치자 문제 재조사를 조속히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그해 9월 후쿠다 총리가 퇴진하고 2009년 9월 민주당 정권으로 바뀌면서 북한이 재조사에 나서지 않아 양측의 대화가 중단됐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지난 23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외교장관 회담에서 남북 대화가 진전된 후 미국과 북한, 일본과 북한의 협의를 거쳐 6자 회담을 재개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한반도 안보지형 급변] “간 총리 방북 검토”

    간 나오토 총리가 북한 방문을 검토하는 등 일본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산케이신문은 26일 간 총리의 지시를 받은 민주당 의원 나카이 히로시 전 납치문제담당상이 지난 21일과 22일 중국 창춘에서 북한의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담당대사와 극비리에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은 지난봄부터 여러 차례 제3국에서 극비 교섭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나카이 의원이 북한에 납치자 문제 해결의 진전을 요구한 데 대해 북측은 상응하는 보상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특히 북한은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기존의 주장을 번복해 요도호 사건의 범인을 인도하고 일본인 처를 귀국시킬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간 총리는 퇴진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8월 초를 목표로 북한 측과의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 10%대로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고 자리를 연명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하지만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총리와 외무상, 납치문제담당상에게 모두 확인했으나 누구도 방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북·일] “北·日, 21·22일 中서 회동”… 대화 시동?

    인도네시아 발리에서의 남북 대화에 이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이번 주말 미국을 방문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북·미 대화를 갖기로 함에 따라 이 여세를 몰아 북·일 협의가 이뤄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북한의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 담당 대사와 나카이 히로시 일본 전 납치문제담당상이 지난 21, 22일 중국 창춘(長春) 시내의 한 호텔에서 회담했다고 교도통신이 25일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양측이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을 둘러싼 교섭을 재개하기 위해 의견 조정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1년 7개월 만에 북·미 대화가 재개되는 데 맞춰 북·일 간의 물밑 절충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 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가 방북했을 때 일본인 납치를 인정하고 7명을 일본으로 돌려보냈지만, 일본은 추가 소재 파악과 귀환을 요구했다. 산케이신문도 이날 한국 정부가 지금까지 일본에 자제를 요구했던 북·일 대화 재개를 인정할 방침이어서 북·일 협의 재개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도 대북 교섭 추진에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북한이 북·일 대화를 위해 어떤 전략과 전술로 임해올지 일본 측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가나서 韓여대생 사망

    학술 연구차 아프리카 가나를 방문한 한국인 여대생이 이동 중이던 택시에서 뛰어내려 숨졌다고 외교통상부가 25일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24일 오후 1시 30분(현지시간)쯤 가나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이동하던 여대생 윤모(21)씨가 차량에서 뛰어내리면서 머리를 다쳐 숨졌다.”면서 “다른 일행 1명과 택시 뒷좌석에 탔던 윤씨는 택시 기사가 조수석에 타려던 일행 1명을 태우지 않고 출발하자 납치를 의심, 차량에서 뛰어내린 것 같다.”고 밝혔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美·中·日 한반도 전문가 긴급진단

    美·中·日 한반도 전문가 긴급진단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남북한 비핵화 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에 해빙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발리 남북 접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서는 신중했다. 중국 전문가들이 “동력이 생겼다.”며 의미를 부여했지만, 미국과 일본 전문가들은 6자회담 재개까지 이어질지는 시기상조라며 온도 차를 보였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장 →6자회담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번 만남은 3단계 6자회담 재개 방안의 첫 단계를 의미한다. 이것이 3단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전보다는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았나. -낙관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북한은 6자회담보다는 미국과의 1대1 협상을 선호해 왔다. 6자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는 정치적 조건들이 현재는 성숙돼 있지 않다. →남북 수석대표가 2년 7개월 만에 만난 동기는. -양측이 긴장이 더이상 고조돼서는 안 된다는 압력을 국제사회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다. →남북이 두어 차례 더 만난 뒤 바로 북·미 대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런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6자회담 재개 위한 장애물은. -아직 공통 의제조차 도출하지 못한 것이다. →대화 무드를 타고 이명박 정부 임기 안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나. -회의적이다. →미국이 대북 식량을 지원할까. -그럴 것이다. ●브루스 벡톨 미 안젤로 주립대 교수 →6자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돼야 할 사안들이 있다. 분명하게 비핵화 과정에 들어서야 하고 천안함 사건 등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미국이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지 않는 한 6자회담이 곧 열릴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는다. →남북 대표가 만난 동기는. -아마도 북한이 일시적으로 도발보다는 외교를 택한 것 같다. →남북이 두어 차례 더 만난 뒤 북·미 대화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와 도발 중단 의지를 보여 주지 않는다면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한·미가 6자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핵사찰 수용과 핵실험 중단 등을 북한이 수용할까. -수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례를 보면 북한은 핵시설을 완전하고 투명하게 공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명박 정부 임기 안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까. -가능하다. 북한은 많은 경제적·정치적 양보를 기대할 것이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6자회담이 곧 재개될까.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동력이 생겼으니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공전돼 당사국들의 재개 욕구가 크다는 점에서 이번 접촉으로 변화의 기운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6자회담이 재개되면 일단 대화가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각국의 자제와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의 역할은. -지금까지도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의장국으로서 각 국을 상대로 재개조건 마련을 위해 노력하자고 주장해 왔다. 이번 남북 접촉을 계기로 중국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북·미 대화 가능성은. -일단 남북 대화가 시작됐으니 조만간 움직임이 있지 않겠는가. 북·미 대화는 북한이 더 적극적인 만큼 미국이 수용하면 곧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관건은 한국 정부의 입장인데 한국으로서도 일단 남북 대화가 시작돼 순차적 대화 명분을 살린 만큼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장롄구이 중국 중앙당교 교수 →6자회담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6자회담 재개는 중요하지 않다. 북한의 목적은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에 대화가 재개돼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 6자회담 재개 이후의 성과가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재개했을 때의 안건이 관건이 될 것이다. 북한의 행태로 봤을 때 북한의 비핵화가 과연 안건으로 채택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북한이 이미 6자회담 재개에 동의했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의 합의에 따라서는 곧 재개 수순에 돌입할 수도 있다. →북한은 아직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을 사과하지 않았는데. -북한은 끝까지 사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한국이 전제조건을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한국 정부 역시 부담 때문에 거둬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고집을 받아들일지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다. →북·미 대화 전망은.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전제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를 받아들이겠는가. 미국의 결단이 중요하다.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양측의 불신이 너무 깊기 때문이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6자회담 재개 전망은. -남북 대화와 6자회담은 내년 2~4월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북한은 내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강성대국 대문을 여는 해를 기념하는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6자회담을 재개하려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3월 핵안보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런 큰 행사만으로도 볼 때 내년에는 남북 간에 대화 국면이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 →6자회담 재개하는 데 걸림돌은. -남북한은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을 계기로 수면하에서 논의를 본격화할 것이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 여부가 걸림돌이 될 것이지만 오히려 이런 과제가 놓여 있어 남북한이 정치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남북한의 대화 국면이 지속되면 이명박 정권에서 남북 정상회담도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북·일 관계는 어떻게 될까. -북·일 관계는 납치 문제로 인해 당분간 답보 상태에 빠질 것이다. 일본 정부가 먼저 나서서 북한에 대화를 제기하기에는 힘들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6자회담과 남북회담에서 커다란 진전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일본과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베이징 박홍환·도쿄 이종락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치정사건으로 회칼들고 싸우던 두 남자는…

    치정사건으로 회칼들고 싸우던 두 남자는…

    불편하지만 눈치 보지 않는 이야기로 만만찮은 독자층을 확보한 소설가 백가흠(37)이 새 소설집 ‘힌트는 도련님’(문학과지성사 펴냄)에서는 꽤 재미있어졌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신문사에서 만난 작가는 “‘문학’이라는 압박을 벗어나 소설이 편해졌다.”고 털어놓았다.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광어’로 당선된 백씨는 그동안 소설집 ‘귀뚜라미가 온다’ ‘조대리의 트렁크’를 펴냈다. ●“예전엔 사회적 불화·이젠 내맘속 불화 소설로” 4년 만에 나온 소설집인 ‘힌트는’의 주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그동안 그가 집중적으로 다루었던 남성적 폭력성과 불편한 진실, 주변부적 고통 등을 그렸다. 다른 하나는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소설 쓰기의 괴로움을 다뤘다. 등단 10년을 맞은 백씨가 ‘소설가 소설’을 쓴 것은 처음이다. 작가는 “쓸 거리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전에는 사회적인 불화가 소설로 옮아갔다면 이제는 내 마음속의 불화가 소설이 됐다.”고 설명했다. 박태원(1909~1986)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비롯해 소설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은 소설가들이 자주 쓰는 기법이기도 하다. 표제작인 ‘힌트는 도련님’의 주인공은 “점점 늘어가는 자괴감에 이제 글쓰기를 그만두려는” 노총각 소설가다. 이 소설 속의 소설가는 백가흠의 데뷔작 ‘광어’가 떠오르는, 횟집에서 일하는 ‘나’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고 있다. 소설가는 완성하지 못한 소설에 대해 “나도 메타소설이나 써볼까 하다가 그게 시간이 지나면서 횟집 이야기로 바뀌었는데, 알레고리가 안 만들어지고, 아이러니도 없고, 마음에 들지는 않고…”라고 변명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이 소설 속의 완성되지 못한 소설이 배꼽 잡도록 웃긴다. 치정 사건 때문에 회칼을 들고 싸우던 두 남자는 “여자 것과 가장 닮은 이걸 회 치자.”며 전복으로 화해를 시도한다. 오해받은 남자는 성체를 나눠주는 신부처럼 싸우던 남자 입에 전복을 넣어주고, 오해한 남자는 전복을 입에 물고 달아난다. ●폭력 주제 단편들 전작보다 읽기 편해져 백가흠이 여전히 신문 사회면에 실리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진실에서 관심을 돌린 것은 아니다. 납치되어 살해된 의사 부인과 사라진 탈북 여성을 다룬 ‘그리고 소문은 단련된다’, 행복해지려 몸부림치다 결국 자살하는 베트남 처녀 이야기 ‘쁘이거나 쯔이거나’, 베트남전 고엽제 피해자의 비참한 삶을 그린 ‘통(痛)’ 등은 폭력을 주제로 삼았다. 하지만 전작들보다 훨씬 부드럽고 읽기도 편해졌다. 박사과정 수업을 듣고, 강의도 하는 백가흠은 이번 봄학기에 7개나 강의를 했다. 주로 소설창작론. 강의도 소설 쓰기와 마찬가지로 이젠 “러닝머신 뛰듯” 생활처럼 느껴진단다. 그가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통해서 보는 한국 문학의 미래는 ‘리얼리즘’이다. ●노동·생존문제 다루는 정통소설 다시 올 것 “노동이나 생존의 문제를 다루는 정통소설의 시대가 다시 도래한다고 봅니다. 학생들도 더는 가볍고 소비적인 주제를 소설로 다루지 않아요. 외환위기를 겪으며 지금의 청년 세대는 경제관념과 정치의식이 이전 세대보다 더 성장했지요. 사회적 사실주의는 문학의 근원입니다.” 작가의 문학 근원에 대한 고민은 단편 소설 ‘그런, 근원’에서도 드러난다. 때밀이에서 트로트 가수 매니저로 이직한 ‘근원’이란 인물이 죽어가는 어머니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단편 ‘그래서’는 무서운 독서 편력을 가진 늙은 문학평론가가 주인공이다. 백가흠은 “관조와 소멸성과 생명력이 함축된 ‘노인’이란 대상은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소설 주제”라고 말했다. 10년간 백가흠의 단편을 통해 소설의 정석을 맛본 독자들은 이제 그의 장편소설을 기다린다. 올해 말 또는 내년에 나올 예정이다. 소설집을 내고 몸도 마음도 가벼워 보이는 백가흠은 앞으로 성실하게 다양한 주제의 책을 내놓을 작정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18년 납치 성폭행 딛고 베스트셀러 작가로 ‘우뚝’

    18년 납치 성폭행 딛고 베스트셀러 작가로 ‘우뚝’

    18년간 납치 감금 성폭행도 그녀의 꿈을 막지 못했다. 어린 시절 성도착증 부부에 납치돼 18년 간 끔찍한 감금생활을 했던 미국여성이 상처를 털어내고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 미국 사회에 새로운 희망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모처에 가족과 함께 기거하고 있는 납치 피해자 제이시 두가드(32)는 자신의 굴곡진 인생과 역경에 대해 털어놓고 희망을 이야기한 자서전 ‘도둑맞은 삶’(A Stolen Life)을 지난 6월 12일(현지시간) 펴냈다. 출판을 담당한 사이먼 앤 슈스터(Simon & Schuster)에 따르면 이 책은 출간 첫날에만 17만 5000권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와 함께 오디오북과 e북도 10만권이 팔려 사이먼 앤 슈스터 역대 하루 최다 판매량을 돌파했다. 현재 이 책은 5쇄 약 42만 5000권이 팔린 상태다. 이 책은 두가드가 2009년 구조되기 전까지 겪었던 18년의 끔찍했던 기억을 고스란히 담았다. 두가드는 11세 어린 나이에 필립(60)과 낸시 가리도(55) 부부에 납치된 뒤 그들의 비밀 창고에서 감금돼 가진 수모를 당했다. 소녀는 수차례 강간을 당했으며, 그 과정에서 딸 2명을 낳아 길렀다. 소녀의 인생을 짓밟은 필립과 낸시 부부는 각각 종신형과 36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또 캘리포니아 주는 범죄피해자 보상금으로 2000만 달러(한화 211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두가드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딛고 어머니와 두 딸을 데리고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TV프로그램에 출연해 밝은 모습을 보여준 두가드는 어린이를 겨냥한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알리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인생을 펼쳐나가고 있다. 출판사는 “두가드의 강인함과 놀라운 회복력이 독자들을 마음을 움직인 것”이라고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소말리아 해적 “생포 동료 5명 석방하라”

    한국인 4명이 탑승한 싱가포르 선적 화학물질 운반선 ‘제미니’(MT GEMINI)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들이 몸값과 함께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다가 우리 군에 생포돼 재판 중인 해적 5명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미니호를 납치한 해적 하산 아브디는 15일 “지난 2월 한국 특공대가 배(삼호주얼리호)를 공격할 때 사살된 8명의 형제에 대한 보상을 바란다. 한국에 있는 형제들도 석방되길 원한다.”고 밝혔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정부 당국자는 “제미니호와 함께 납치된 한국인 4명의 몸값과 아덴만 작전 과정에서 사망한 해적 8명의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면서도 “생포된 해적들을 석방하라는 요구는 아직 우리에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해적과의 몸값 협상은 있을 수 없고, 생포된 해적들을 풀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미니호는 지난 4월 30일 케냐 해역을 지나던 중 몸바사항 남동쪽 약 310㎞ 해상에서 납치됐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기발한 그림·기호·종교·인물 창조 판타지 버무린 잘 만든 영화 보는 듯

    기발한 그림·기호·종교·인물 창조 판타지 버무린 잘 만든 영화 보는 듯

    김중혁(40)의 서사(敍事)는 활자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2000년 등단한 그의 엉뚱하고 유쾌한 상상력은 활자의 틀 안에 머무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그림, 기호, 표 등이 다양하게 동원되어 이야기에 녹아들거나 이야기를 끌고 간다. 지난해 낸 첫 장편소설 ‘좀비들’도, 지난해 제1회 젊은작가상대상을 안겨준 단편 ‘1F/B1’도, 2009년 계간지 문학과사회에 발표한 단편 ‘C1+y=:[8]:’ 등까지도 모두 마찬가지다. 국가, 현실, 과학, 자연, 이성 등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재기발랄한 입담을 펼치고자 하는 그에게 고정된 소설의 형식은 갑갑하기만 하다. 두 번째 장편소설 ‘미스터 모노레일’(문학동네 펴냄) 또한 유쾌하고 발랄한 아이디어들을 곳곳에 깔아놓았다. 그럴싸한 종교와 교리, 인물 등을 만들어내고, 주사위를 굴리는 보드게임을 개발하고, 분식집 메뉴판, 미장원 요금표, 벨기에 섬유회사 ‘하이-파이버·High-fib(v)er’ 마크 등 기발한 것들이 이어진다. 직접 그린 그림과 표가 곳곳에 등장함은 물론이다. 여기에 쫓고 쫓기는 대추격전, 유럽 도시 곳곳을 누비는 모험, 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 같은 판타지 등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버무려져 있다. 소설 속에서 스물일곱살 ‘모노’는 문득 ‘헬로, 모노레일’이라는 보드게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주일 만에 게임을 개발해낸다. 그리고 수천개 이상의 변수를 가진 복잡하고도 흥미진진한 이 게임은 전 세계 사람들을 휘어잡고 그와 동업자 친구 ‘고우창’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안겨준다. 그러던 어느 날 고우창의 아버지이자 평생 무위도식하던 지식 룸펜 ‘고갑수’가 회사 돈 5억원을 들고 사라진다. 알고 보니 그는 ‘볼스 무브먼트’라는, 동그란 구(球)로 우주를 관장하는 ‘우주자’의 힘을 믿는 사이비 종교의 핵심 간부 ‘핀볼 성자’였다. 그가 ‘볼교’의 본산인 벨기에로 떠난 것이다. 한편 ‘모노레일’ 게임 마니아들인 모노와 그의 친구들은 고갑수를 구하기 위해, 혹은 인생을 즐기기 위해, 서로 다른 이유로 유럽 여러 도시를 스펙터클하게 헤맨다. 이들은 정체를 쉬 드러내지 않는 우연과 운명의 갈림길마다 어김없이 정해진 길이 아닌 낯선 선택을 하며 운명 속에 자신을 내던진다. 운명을 얘기하지만 자유로운 영혼들은 마치 게임을 하듯 순간의 삶을 즐긴다. ‘처음부터 자신의 선택이란 별로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 주사위를 던지고, 자신은 던져진 주사위의 숫자만큼 이동하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주사위가 게임 속 멋진 지름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168쪽) 하지만 김중혁은 소설 속 누군가의 입을 빌려 사뭇 진지하게 말한다. ‘우주자는 우주를 우연에 맡겨두지 않는다. 우리 역시 볼스 무브먼트를 우연의 힘에 맡겨둘 수는 없다.’(222쪽)라고. 그리고 그들은 종교 개혁-을 가장한 박진감 넘치는 어드벤처-를 감행한다. 권태로움 그 자체였던 고갑수가 난데없이 그 중심에서 볼교의 최고 지도자 ‘유니볼 성자’를 납치하는 초절정 영웅적 행위를 선보이고, 우여곡절 끝에 고갑수는 순교하고 다른 친구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작품은 이렇듯 잘 만들어진 오락영화를 연상시킨다. ‘볼스 무브먼트’, ‘헬로 모노레일’, 볼교 예언서를 썼다는 ‘크리스티나 보네티로 교수’ 등의 단어를 검색해봤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충분히 황당한 소설임에도 군데군데 각주까지 달아가며 볼교 교리, 모노레일 게임 방법 등을 너무 천연덕스럽게 설명하고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든 작가 탓이라고 우겨 본다. 김중혁은 책 끝장에 ‘모두 다 그럴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런던아이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 외의 소설 속 모든 이야기는 허구다.’라고 사족 같은 말을 남겼다. 그렇다면 작가 로버트 그레이브스가 남겼다는 “승부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이 이긴다는 것이 주사위 게임의 기본 법칙”이라는 말(65쪽)도 가짜인가. 확인할 길이 없다. 뻔한 허구임에도 솔깃하게 만드는 젊은 이야기꾼의 능청스러운 입담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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