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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행담도, 문정인, 국적포기

    행담도개발 의혹에 연루된 유력 인사들의 해명을 들으면 기가 막힌다. 국가의 정책수행 절차가 어떠해야 한다는 기본에서 시작해 공직자로서의 자세에 이르기까지 어이없는 언급이 이어지고 있다. 해명하면 할수록 도리어 의혹이 커지는 현상이 벌어진다. 행담도 파문이 단발성이 아님을 알려준다.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 여러 곳에 유사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집권 3년차 총체적 위기를 막으려면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정태인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S프로젝트가 서남해안 개발사업의 하나로 정교하며, 대규모이고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청와대를 포함한 범정부 지원이 당연하다는 논리였다.S프로젝트 자체가 나쁘다고 비판하는 게 아니다. 그렇듯 좋은 구상이라면 적법하고, 합리적으로 추진되어야 했다. 행담도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다 보니 S프로젝트 자체의 정당성이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도로공사의 불공정 계약에서 시작해서, 문정인 동북아시대 위원장이 정부 차원의 지원약속을 멋대로 한 것 등 납득되지 않은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동북아위가 사기업인 행담도개발㈜과 체결한 사업협력양해각서(MOU)도 정상적이지 않다.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은 무슨 근거로 개입했는가. 정권 실세들이 업무범위를 넘어 사기업에 편법적 특혜를 주도록 앞장서 놓고,“좋은 뜻을 이해해 달라.”고 하는데 국민이 이를 용납할 리가 없다. 문정인 위원장의 공직관은 사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배경을 대변한다. 그의 장남은 지난 1월 한국국적 상실신고를 했다.1998년 미국 시민권 취득과 함께 우리 국적을 가질 자격이 없어졌으나 신고를 뒤늦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올해초 행담도개발(주)에 취업했다. 문 위원장은 이런 과정에 법적 하자가 없다고 변명하다가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아들의 미국국적 취득, 병역 면제, 국내 유관기업 취업…. 언론의 지적이 있기까지 고위공직자로서 문제점을 못 느꼈다면 그 불감증이 대단해 보인다.
  • 동북아위 월권… S프로젝트 실체는

    행담도 개발의혹은 권력형 특혜시비를 넘어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적지 않은 법적·도덕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26일 사의를 표명한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의 ‘정부지원의향서’ 작성이나 아들의 행담도개발 취업, 동북아위와 행담도개발의 양해각서(MOU) 체결,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의 ‘중재’, 구상단계에 불과한 S프로젝트(서남해안개발계획)의 실체와 행담도개발의 관계 등이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청와대 자문기구의 직권남용(?) 문 동북아위원장은 지난해 9월 행담도개발(주)의 외자유치와 관련해 ‘정부지원의향서’를 행담도개발측에 써줬다. 정태인(당시 동북아위 기획조정실장)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차장이 실무를 맡았다.“행담도개발이 정부의 S프로젝트와 밀접히 연관돼 있어 싱가포르 등의 외자유치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 동북아위는 이에 앞서 지난해 7월 S프로젝트의 드래프트 초안 비용을 행담도개발이 부담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맺었다. 그러나 동북아위는 대통령 자문기구에 불과, 이처럼 실질적인 정책집행을 담당하는 것은 관계법상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동북아위는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보좌하거나 자문에 응하기 위해 자문위원을 둘 수 있도록 한 정부조직법에 설치근거를 두고 있다.MOU 체결은 사실상 정책집행 행위로, 자문역에 그쳐야 할 동북아위의 설치목적을 넘어선 것이어서 주목된다. 더구나 문 위원장은 의향서를 써줄 때 동북아위원회의 의결절차조차 거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특정 민간업체의 자금조달에 대한민국 정부가 지원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대통령 자문기구 위원장이 임의로 발급해준 것은 월권행위”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인사수석과 개발사업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이 행담도 개발에 간여한 것 역시 월권 내지는 직권남용으로 지적된다. 정 전 수석은 지난해 7월 캘빈 유 주한 싱가포르 대사의 요청에 따라 청와대에서 그 대사와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을 만나 S프로젝트에 대한 싱가포르측의 투자문제를 협의했다. 이어 그는 지난 3일 도로공사와 행담도개발이 임금지급 문제 등을 놓고 분쟁을 벌일 때에도 식사모임을 만들어 중재역할에 나서는 등 퇴임 이후 지금까지도 적극적인 후원인 역할을 해왔다. 정 전 수석은 논란이 일자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나 “국민 누구나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이라면 (그런 일을)해야 한다. 앞으로도 그런 일이 있다면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발사업과 무관한 청와대 인사수석이 싱가포르 외자유치와 행담도 개발 문제를 논의하고 퇴임 뒤에까지 중재를 맡고 나서는 행위는 명백한 월권행위일 뿐 아니라 청와대의 정책 시스템이 규정이나 절차가 아닌, 사람에 의해 작동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듯하다. ●S프로젝트의 실체와 행담도 개발 문 위원장이나 정 전 수석, 정태인 차장, 오점록 전 도로공사 사장 등은 한 목소리로 행담도 개발사업이 S프로젝트 외자유치를 위한 시험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S프로젝트는 몇몇 청와대 주변 인사들의 구상에 불과할 뿐 정부 차원에서 검토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사안이다. 국무총리실 김태환 재정금융심의관은 청와대측이 ‘국무총리실이 S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해 26일 “우리 직원이 몇 명인데 이를 검토하겠느냐. 총리실이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국토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주는 방안을 건교부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토연구원을 관장하는 곳이 총리실이다 보니 총리실이 검토하고 있다는 식의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내용에선 전혀 검토된 바가 없다는 얘기다. 기본계획조차 제대로 서지 않은 S프로젝트를 근거로 청와대 인사들이 행담도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나선 셈이다. ●문정인씨 아들의 취업 논란과 역할 문 위원장의 아들이 행담도개발(주)에 취업해 근무하고 있는 점 역시 법적 타당성을 떠나 도덕성 논란의 대상이다. 문 위원장은 “프린스턴대를 나온 아들이 현장경험을 쌓고 싶다고 해 김재복 사장에게 얘기하게 됐고, 김 사장 역시 인재를 얻게 됐다며 흔쾌히 채용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3개월간 무급으로 일하다 지난달에야 처음 급여를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문 위원장의 아들이 이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행담도개발의 자금·금융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는 얘기만 주변에서 나오는 정도다. 단순히 월급을 받는 조건으로 채용된 직원에 불과하더라도 김 사장에게 있어서 그는 ‘방패막이’로 비쳐지기 십상이다. 행담도개발이 막대한 개발차익을 노리고 추진된 사업이라는 점에서, 급여 외에 또다른 보상계약이 맺어져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강동석 전 건교부장관 역시 산하기관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아들을 취업시킨 이유 등으로 낙마했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문정인위원장 사의 표명

    행담도 개발사업 지원의혹을 받아온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이 26일 사의를 표명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문 위원장이 김우식 비서실장에게 사의를 전달해 왔다.”면서 “수리 여부는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 이후에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위원장은 ‘사직의 변’을 통해 “서남해안 개발사업 구상의 하나인 S프로젝트는 정치적인 사업도 아니고, 비리나 불법이 관련된 사업도 아니며 권력형 비리는 더더욱 아니다.”면서 “자신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라도 물러나는 것이 공인으로서 마땅한 도리라 생각한다.”면서 사퇴 의사를 전했다. 그는 장남(26)의 한국 국적 포기에 대해 “1998년 7월 아들이 미국 시민권을 획득함에 따라 국적법에 의거해 우리 국적은 자동 상실됐다.”며 “금년 1월에는 병역면제를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한 게 아니라 이미 상실된 국적사항을 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불길’ 청와대로…줄줄이 해명

    ‘불길’ 청와대로…줄줄이 해명

    행담도 개발사업 의혹사건의 불길이 여권 핵심부로 번지는 듯하다.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이 개입된 데 이어 25일에는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정태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차장 등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거나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와 정보통신부·건설교통부·도로공사·국가균형발전위·동북아시대위원회 등 정부 부처들도 개입됐다. 행담도 개발의혹은 ‘유전의혹’과 관련된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의 검찰 소환과 맞물려 자칫 참여정부의 위기로 번질 소지도 안고 있다. 청와대가 이날 김우식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서 행담도 엄중 문책 방침을 밝히면서 의혹의 불길이 청와대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려고 시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끝없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오버’ 정부 내에서 서남해안 개발사업 아이디어와 행담도 개발사업의 시발점은 정찬용 전 인사수석이다. 그는 “균형발전을 위해 서남해안 개발사업이 중요하고, 호남이라는 낙후된 지역개발이 정부의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전 수석이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을 만난 것은 지난해 5월 문동주 서울대 교수의 소개를 받으면서다. 문 교수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후배를 통해 알게 된 김 사장을 5월초 정 전 수석에게 소개시켰고,6월초에는 보고서 연구용역자의 회식 자리에 두 사람을 초청해 두번째 만남을 주선했다.”고 설명했다. 정 전 수석은 “행담도 개발사업이 굉장히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관부처도 아닌 인사수석으로서 서남해안 개발 아이디어를 낸 정 전 수석은 행담도 개발사업과 관련해 몇 가지 ‘오버’를 했다. 청와대에서 김재복 사장을 만났고,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에게 서남해안 개발사업을 잘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인사수석을 그만둔 한참 뒤인 지난 3일에는 손학래 도공사장과 김재복 사장 등과 함께 만나 중재에 나섰다. 특히 청와대에서 케빈 유 주한 싱가포르 대사를 만난 대목은 싱가포르 정부에 ‘청와대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소지를 보여준 것이다. 정 전 수석은 이에 대해 “(싱가포르 쪽에서)인사수석이 말하니까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균형발전위가 안 한 사업을 동북아위는 한다? 동북아시대위원회는 지난해 7월 서남해안 개발프로젝트(일명 S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행담도개발과 사업협력양해각서(MO U)를 체결했다. 행담도 개발사업을 서남해안 개발사업의 ‘파일럿 프로젝트(시범사업)’로 판단, 지원을 했다는 것이다. 행담도 개발사업의 주관부서는 지난해 6월 균형발전위에서 동북아시대위로 넘어갔다. 정 전 수석 등은 “서남해안 개발사업의 상당부분이 외자 유치였고, 외자 유치를 하려면 동북아시대위원회에서 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라 동북아위로 넘어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균형발전위는 2004년 4월 서울대 문동주 교수로부터 서남해안 개발 연구용역결과를 받고 “내용이 부실하다.”면서 사실상 폐기처분한 것으로 알려진다. 균형발전위는 서남해안개발사업, 행담도 개발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점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서울대 연구용역팀이 외자유치와 관련된 자문을 당사자인 김재복 사장에게 구한 점은 용역보고서의 신뢰성을 의심하게 하는 부분이다. ●김재복 어떻게 청와대에 선댔나 정찬용 전 수석과 정태인 차장은 당초에는 김재복 사장을 좋아하지 않다가 케빈 싱가포르 대사의 편지를 받고 신뢰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정 차장은 “김재복 사장은 행색이 꾀죄죄하고 청와대의 사업을 한다고 다니는 위험한 인물이라는 정보기관의 얘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 전 수석은 “40살이라는 젊은 나이가 마음에 걸렸고, 자유분방한 옷차림과 스타일이 신경이 쓰였다.”면서 “하지만 김 사장을 만나서 얘기해 보니 탁월한 사람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정 차장은 김 사장을 신뢰하게 된 것은 케빈 대사가 ‘김 사장을 신임하며 총리 면담도 그를 통하면 가능하다.’는 보증 편지를 보내오면서부터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담도 개발사업이 잘못되면 싱가포르와 외교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싱가포르 정부를 대리하는 김 사장이나 케빈 대사에게 나쁜 영향이 가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김재복씨 작년 靑 방문‘ 행담도’ 논의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이 케빈 유 주한 싱가포르 대사와 함께 지난해 여름 청와대를 방문해 정찬용 당시 인사수석과 싱가포르 자본의 국내 유치 방안을 의논한 것으로 25일 밝혀졌다. 정 전 수석은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에게 행담도 개발사업이 좋은 사업이므로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고, 인사수석을 그만둔 뒤인 지난 3일 분쟁을 겪는 도로공사와 행담도개발의 중재를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전 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여름 케빈 대사가 서남해안 개발사업과 관련해 면담을 요청해 왔고, 사무실에서 케빈 대사와 김 사장을 만났다.”면서 “행담도 개발사업이 어렵다는 얘기는 지난해 가을에 들었으며, 지난 5일 도공과 행담도 개발측이 참석한 가운데 분쟁 중재를 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손학래 도공사장,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 등이 참석했으며, 정 전 수석은 누가 옳은지 감사원에서 가려달라고 하자고 제안했다. 정 전 수석은 낙후된 호남발전을 위해 서남해안개발계획을 마련하도록 전문가들에게 요청했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서남해안개발 구상이 진행중인 사실을 말했으나 공식 보고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이 서남해안 개발계획을 노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자리에 배석했다. 동북아시대위원회 비서관을 지낸 정태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차장(비서관급)도 이날 기자들에게 “문정인 위원장이 1월에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를 만나 서남해안개발과 관련해 싱가포르와 협력방안을 협의했고,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의 친서가 전달됐다.”고 말했다. 친서 내용에 대해서는 “싱가포르는 동남아의 허브, 한국은 동북아의 허브를 지향하고 있고 서로 적극적으로 협력한다고 돼 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과 리셴룽 총리는 지난해 11월 라오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서남해안 개발프로젝트를 논의한 바 있다고 정 차장은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김우식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서 행담도 개발사업과 관련,“(동북아시대위원회의 행담도 개발사업) 지원 과정에서 무리함이나 실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며 “만에 하나 잘못이 있을 경우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는 아울러 서남해안 개발사업은 계속돼야 하고, 사업의 신뢰도가 손상되거나 외자유치 사업이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한편 감사원은 이날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재복 사장을 소환, 사업추진과정과 문정인 위원장 등 이번 사건에 간여한 것으로 알려진 정·관계 인사들과의 관계 등을 집중 캐물었다. 감사원은 이날 도로공사 감사를 끝내고 26일부터 문정인 위원장과 정찬용 전 수석, 정태인 차장 등 이번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난 인사들에 대한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박정현 진경호기자 jhpark@seoul.co.kr
  • ‘서남해안 개발’ 둘러싼 파워게임?

    낙후된 호남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 서남해안 개발 방안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면서 서남해안 개발을 놓고 정치권에서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서남해안 개발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서남권 지역은 무조건 약속의 땅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여권 핵심인사들의 갈등도 없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관계자는 “호남지역 개발정책을 놓고 여권 핵심 인사들간에 고성이 오가는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 파문도 호남개발을 둘러싼 여권내 갈등이 심화돼 터져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서남해안 개발사업과 관련한 방안들은 서남해안 개발 프로젝트인 S개발프로젝트,J프로젝트, 행담도 개발사업 등이다.J프로젝트는 전남도가 추진하는 사업이고 S개발프로젝트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려는 사업이다. 정태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차장은 25일 “S프로젝트는 가장 정교하고 실현성 높은 계획으로 한·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도 거론돼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S개발 프로젝트는 9000만평의 규모로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발표할 경우 땅값 폭등을 우려해 정부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행담도 개발사업도 서남해안 개발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왔지만 두 사업에는 거리가 있다.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은 “행담도 개발사업은 서남해안 개발사업과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태인 차장은 “케빈 유 싱가포르 대사와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이 토론할 때 행담도 개발사업은 서남해안 개발프로젝트라고 명확히 했다.”면서 “행담도 개발계획은 서남해안 개발계획의 200분의1 정도 규모지만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행담도에서 문제점이 나타나면 서남해안 프로젝트 추진에 원용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J프로젝트’는 전라남도 해남군 산이면과 영암군 삼호면 일대를 동북아 관광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정책이다. 전라남도가 개발주체로 나서면서 지난해부터 오는 2020년까지 추진키로 한 대규모 사업인 것으로 알려진다. 투자비 300억달러(외국인 직접투자 150억달러)에 개발면적만 2만 268평에 이른다. 전라남도측은 이 지역에 30개 코스 규모의 골프타운과 호텔·카지노 등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수상 스포츠를 할 수 있는 해양 리조트 건설, 실버타운 등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이런 지방정부의 계획을 마뜩찮게 바라보는 것 같다. 욕심이 앞선 계획이라는 얘기다. 국토개발 정책에 관여하는 한 관계자는 “서남권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복합문화관광을 지향하는 문화중심지로 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비산업화된 지역이라 전통문화예술 유산이 풍부하고 복잡한 해안선, 넓은 갯벌 등 풍부한 지리적 자원을 갖고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유기적인 연대는 물론, 특히 관련지역에서 정책을 이행할 때 지역 주민의 현실적 요구를 담을 수 있는 인사가 정책의 시행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진경호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지금 목포에선] 다도해·유적지 묶는 ‘해양 관광지’ 개발 한창

    [지금 목포에선] 다도해·유적지 묶는 ‘해양 관광지’ 개발 한창

    항구도시 전남 목포가 21세기의 성장산업인 해양문화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목포는 서남해안에 흩어진 섬과 바다, 이 곳에 깃든 역사와 문화 속에서 잉태된 남도민요(잡가)와 남종화 등으로 대표되는 남도문화의 모태이다. 예부터 뭍과 바닷길의 길목인 탓에 다양하면서도 독특한 생활양식이 뒤섞여 있는 해양문화의 진앙지로 생태적·문화적 자산이 풍부하다. 이러한 민초들의 삶과 예술혼, 민속자료, 섬과 바다의 경관 등을 묶는 테마 관광산업이 뜨고 있다. 나아가 이를 소재로 삼은 공연·만화·게임·영화 등 문화콘텐츠는 차세대 문화·오락산업(엔터테인먼트)으로 특화되고 있다.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날개를 단 격이다. ●목포권의 문화자원 목포권은 주변 7개 시·군(60여만명)의 교통 길목이면서 관광지다. 역사속의 이곳은 유배와 저항문화라는 배경을 바탕으로 의향·예향·미향 등으로 각인돼 있다. 827개 섬으로 된 신안군을 필두로,‘해신’ 열풍을 일으킨 해상왕 장보고의 완도(청해진), 씻김굿 등 토속신앙 등 민속자료의 보고인 진도, 영산강 고대문화권의 나주, 왕인박사의 영암, 초의선사의 무안, 공룡화석지인 해남 등을 아우른다. 특히 신안군은 흑산도·홍도 등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몸체로 해양문화 관광의 핵심이다. 진도 회동에는 현대판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갈라지는 바닷길이 있고, 완도 정도리의 검은 돌, 해남 땅끝 전망대, 영암 월출산 국립공원, 무안 도리포 등 발길이 닿는 곳마다 천혜의 관광지다. 예를 들면 드라마 ‘해신’의 해상왕 장보고를 해양관광산업으로 육성하면 이를 줄거리로 한 게임·영상·캐릭터 등 문화산업 콘텐츠로 상품화가 가능하다.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소 홍순일 교수는 “신안·완도·진도민요 등 섬 지역별 민속문화 자료를 전산자료로 해 캐릭터·게임·문구·음반 등으로 상품화하면 문화관광산업이 된다.”고 밝혔다. 같은 연구소 이윤선 교수도 “진도에서 토요일마다 하는 토요민속 여행이 인기를 누리는 것은 삶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고향에 대한 향수를 되살리고 잃어버린 자아를 깨닫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관·학이 힘을 합친다. 산·관·학의 결정품이 ‘다도해 문화콘텐츠사업단’이다. 이름마저 낯선 이곳에서는 다도해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자연경관과 역사문화를 융합해 해양문화관광 콘텐츠를 개발하는 문화산업 발전소 역할을 한다. 사업단은 목포대 역사문화학부와 생활과학부의 교수와 학생을 주축으로 목포시와 기업체, 시민단체, 방송국 등이 함께 참여한다. 이들은 해양문화 콘텐츠 강좌를 운영하고 홍보 및 연대사업을 펴고 있다. 첫 작품으로 지난 11∼14일 목포 벤처지원센터에서 문화콘텐츠 박람회가 열렸다. 섬과 해양문화관광의 활성화 방안을 찾는 주제로, 토론회와 함께 만화영화 제작사인 스타버스트와 투자양해각서를 맺었다. 이번 박람회는 문화상품 기획전이 돈벌이가 된다는 점에서 일반인의 고정 인식을 바꿨다. 아울러 전국 중·고 학생 컴퓨터 게임대회, 문화콘텐츠 영상제 등 이색적인 기획으로 이목을 끌었다. 목포대학 내 관광길라잡이 창업동아리인 ‘E-남도투어’는 목포권 내 완도·진도·해남 등의 역사문화 유적지에다 김치체험이나 국악체험 등을 넣은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문화산업클러스터 문화산업클러스터는 제조업과 도심 공동화의 대안으로 정보기술(IT) 이후를 책임지는 차세대 성장엔진이다. 문화콘텐츠산업 분야 선도기업을 유치해 지원·육성한다. 전남 신도청 이전지 맞은편 인근인 목포시 석현동 3만 7553㎡에 목포시가 문화산업클러스터를 만들고 있다.2003년 이곳에 47억원을 들여 문을 연 벤처지원센터(지하 1층, 지상 3층)에는 소프트웨어·문화·바이오 등 24개 관련 기업이 연구 중이다. 지난 11일에는 57억원을 들여 연건평 1000여평에 이르는 지상 3층짜리 문화산업지원센터 기공식을 가졌다. 문화벤처기업체 17개와 영상·음향 편집실 등이 입주한다. 또 내년부터 230억원으로 문화콘텐츠 개발·유통을 담당할 종합지원센터를 2010년까지 세운다. 현재 목포 입암산 갓바위 일대는 국립해양유물전시관, 목포 자연사박물관, 남농기념관, 문예회관, 무형문화재 전수관 등이 한 자리에 배치돼 집적화를 이뤘다. 목포시 투자통상과 이재현씨는 “목포권의 유·무형 문화자산을 이용해 게임·만화 등 문화산업으로 엮어내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목포권이 다도해와 남도 예향의 문화보고라지만 지역역량을 체계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따라 물적·인적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목포권역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없다는 점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무르익는 주변 여건 요즘 목포국제여객선 터미널에는 전국 중·고교 수학여행단과 일반 여행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주 5일제 근무제와 고속철도 연계손님 30% 할인혜택 등으로 금·토요일은 미어터진다. 목포∼제주항로에 취항한 씨월드고속훼리㈜의 박종엽(48) 전무이사는 “제주도에 들어가는 배편 관광객의 40%는 목포항에서 출발한다.”며 “올들어 4월까지 지난해 동기 대비 이 노선의 손님이 72.4%나 늘었다.”고 말했다. 또 오는 10월이면 전남도 신청사가 목포와 접경인 무안군 삼향면으로 이전해 목포는 거주 및 교육 장소로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국가 역점사업으로 지도를 바꿀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J-프로젝트) 건설과 산업교역형 기업도시 유력 후보지로 해남·영암·무안이 확정적이다. 신안군은 수도권 부동산업자들의 발걸음이 잦다. 목포항은 세계 최대 도시인 상하이를 잇는 국내 최단거리의 뱃길이다. 민자유치인 목포 신항만은 자동차 수출 및 석재전용 기지로 발돋움했다. 또 무안 국제공항이 2007년 개항되면 목포권은 육·해·공으로 닿을 수 있다.25일에는 2만t급 일본 크루즈 관광선이 처음으로 목포항에 입항, 해안 관광에 나섰다. 문화관광산업의 메카로 떠오르는 청신호들이다. 목포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고석규 문화콘텐츠사업단장 “섬마다 이어져 오는 이미지나 이야기, 노래·춤·미술 등 삶 속의 문화와 자연경관 등을 소재로 한 다양한 장르의 해양문화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는 게 목적입니다.” 국립 목포대학교에서 문을 연 ‘다도해문화콘텐츠 사업단’의 고석규(48·역사문화학부) 단장은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일자리 창출과 관련 인력 현장 배출 등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그는 “섬과 역사문화, 예술적 기능을 접목한 현장형 콘텐츠만이 상품 경쟁력이 있다는 점에서 목포는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강조했다. 고 단장은 목포권에서는 해양문화 지역에서 전승·발전된 온(민속자료)·오프(경관·유적)의 자산을 디지털 영상화하는 등 해양문화관광 산업화에 비중을 뒀다. 다시 말해 문화콘텐츠 프로듀서와 연출자, 디자이너, 코디네이터 등 인력 상품을 양성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강화해 기존의 산업에 문화 및 문화 콘텐츠를 활용,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해 간다는 전략이다. 이 사업은 목포대가 교육인적자원부의 누리사업(지방대혁신역량사업)으로 선정되면서 탄력이 붙었다. 사업기간은 2004∼2009년이고 사업비는 국비 50억원, 목포시 5억원, 사기업체 2억 5000만원, 목포대 1억 5000만원 등 59억원이다. 여기에는 목포대 역사문화학부와 생활과학부 교수 31명과 졸업생과 재학생 등 700여명이 참여한다. 졸업 후 학생들은 문화산업 현장으로 곧바로 투입된다. 자본금 출연자인 목포대와 목포시, 기업체뿐 아니라 지역 방송국과 시민단체 등도 참여해 홍보 첨병을 자임하고 있다. 목포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사업유망 판단…추천서 관행인줄 알아” 문정인위원장 문답

    “물의를 일으켜 국민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이 24일 오후 늦게 춘추관을 찾아와 행담도 개발사업 관련 의혹 부분에 대해 해명했다. 문 위원장은 아들의 ‘행담도 개발’ 취직에 대해 이같이 밝히고 “김재복 행담도 개발 사장의 요청으로 도와준 것인데,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추천서는 어떻게 써주게 됐나. -행담도 사업은 훌륭한 사업이어서 적극 지원하기 위해 투자유치에 활용할 수 있도록 추천서를 발급한 것이다. 동북아시대위원회의 자체 판단으로 써준 것이다. 지금도 개인적으로 행담도 사업이 유망하다고 생각한다. 추천서를 써주는 것을 관행으로 생각했고, 추천서가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정부기관이 추천서를 작성해준 게 적법했다고 보나. -적법성 문제는 감사원에서 판단할 것이다. 당시에는 무방하다고 생각했다. 추천서를 써줄 당시에 계약의 문제점은 파악했나. -도로공사와 행담도 개발간의 계약의 불공정성 문제는 전혀 몰랐고, 그 사실은 올 2월에야 알았다. 왜 중재에 나섰나. -김재복 사장이 도로공사와 계약을 맺었는데도 이행도, 파기도 하지 않아 투자유치에 어려움이 많다고 해서 행담도 개발과 도공측 사람을 불러 의견을 제시했다. 기업이 이렇게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서남해안 투자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아들은 어떻게 행담도 개발에 근무하게 됐나. -아들이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파이낸싱(금융)을 알고 영어를 잘해 김 사장이 부탁을 해와 채용 인터뷰를 했다. 한편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남해안 개발사업 추진과정에서 무리한 사업 추진이나 문제점이 있었는지는 현재 감사원에서 철저히 조사하고 있으므로 그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면서 “정부는 서남해안 개발사업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감사원, ‘행담도 개발의혹’ 문정인씨 금명 조사

    감사원, ‘행담도 개발의혹’ 문정인씨 금명 조사

    감사원은 한국도로공사의 행담도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24일 오점록 전 도로공사 사장을 조사한 데 이어 금명간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 김재복 행담도개발(주) 사장, 손학래 현 도공사장을 조사할 방침이다. 감사원은 문 동북아위원장이 지난해 9월 행담도개발의 미국시장 채권 발행을 위해 추천서를 써 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문 위원장을 불러 추천서 작성 경위 등을 캘 방침이다. 문 위원장이 추천서를 써 줄 당시 건교부 강영일 도로국장도 함께 추천서를 써 준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졌다. 감사원은 이날 경기도의 모처로 오 전 사장을 불러 ▲도로공사가 ‘불평등 계약’까지 맺어가며 행담도 개발사업에 뛰어든 배경과 ▲이사회에 허위보고하면서까지 사업을 강행한 이유 ▲김재복 사장과의 관계 ▲도로공사가 1000억원의 보증을 무리하게 선 배경 등을 중점 조사했다. 감사원은 특히 행담도개발의 지분을 10% 밖에 갖고 있지 않은 도공측이 사업에 실패할 경우 책임을 모두 지는 것으로 협약을 맺은 점을 중시, 뇌물수수 및 외압 여부를 중점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 전 사장은 지난해 1월 도공 이사회에서 행담도개발의 이익금을 부풀리면서까지 ‘불공정계약’을 강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 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당시 행담도 개발사업이 유망하고, 향후 서남해안 개발사업 추진과정에서 싱가포르 자본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추천서를 발급했다.”면서 “지금도 개인적으로는 행담도 사업이 유망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공측도 “김재복 사장의 투자회사인 EKI 주식선매 계약이나 국내 정부투자기관의 채권 매입은 모두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이뤄졌다.”면서 “EKI가 자본조달을 하지 못할 경우 계약을 해지한다는 원칙하에 외부 전문가에게 사업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EKI는 1억 4500만달러를 투자키로 했으나 실제로는 90억원을 투자하는데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특히 행담도개발의 지분을 10% 밖에 갖고 있지 않은 도공측이 사업에 실패할 경우 책임을 모두 지는 것으로 협약을 맺은 점을 중시, 뇌물수수 및 외압 여부를 중점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 전 사장은 지난해 1월 도공 이사회에서 행담도개발의 이익금을 부풀리면서까지 ‘불공정계약’을 강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 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당시 행담도 개발사업이 유망하고, 향후 서남해안 개발사업 추진과정에서 싱가포르 자본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추천서를 발급했다.”면서 “지금도 개인적으로는 행담도 사업이 유망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공측도 “김재복 사장의 투자회사인 EKI 주식선매 계약이나 국내 정부투자기관의 채권 매입은 모두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이뤄졌다.”면서 “EKI가 자본조달을 하지 못할 경우 계약을 해지한다는 원칙하에 외부 전문가에게 사업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진경호 강혜승기자 jade@seoul.co.kr
  • ‘행담도 개발’ 고비마다 文위원장 ‘도움’

    한국도로공사의 행담도 개발사업 의혹이 24일 문정인 대통령 직속 동북아시대위원장까지 간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일파만파의 파문을 낳고 있다.13%의 개발이익을 위해 손실 전액을 떠안는 부담을 마다않은 도로공사의 계약체결 과정부터 문 위원장이 행담도개발㈜의 외자유치에 추천서를 써 준 경위 등 석연치 않은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문 위원장의 아들이 행담도개발에 근무하고 있는 점도 의혹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행담도 개발사업 관련 의혹을 짚어본다. ●문정인과 김재복 커넥션?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문 위원장과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의 관계가 의문사항으로 떠올랐다. 문 위원장과 김 사장의 드러난 ‘관계’는 현재까지 세 가지 대목으로 압축된다.▲행담도개발이 지난해 9월 미국에서 8300만달러의 채권을 발행할 때 문 위원장이 추천서를 써준 것 ▲지난 2월 불공정계약 문제를 놓고 도공과 행담도개발측이 분쟁을 빚을 당시 문 위원장이 중재역할을 한 것 ▲문 위원장의 아들이 올해 1월부터 행담도개발에 근무중인 것 등이다. 문 위원장은 2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서남해안 개발계획(S프로젝트)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추천서를 써주었다.”라고 해명했다. 김 사장과는 지난해 동북아위원회가 S프로젝트를 입안할 때 그가 자문을 해주면서 알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도공과의 관계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단순히 싱가포르 자본 유치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개인사업자에 불과한 김 사장에게 추천서를 써주고 이후 도공의 새 경영진에게 사업추진을 거듭 당부한 점 등은 석연치 않다. ●도공의 불공정계약 강행 배경 도공이 행담도 개발사업을 위해 싱가포르 투자회사 에콘의 자회사인 EKI와 자본투자협약을 맺으면서 예상수익보다 훨씬 많은 위험을 감수하는 이른바 ‘풋 백 옵션’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한 배경을 밝혀내는 것이 관건이다. 도공이 지난해 1월 계약을 강행할 당시 오점록 전 사장은 이사회에서 “이번 사업과 관련해 여러가지 안전장치를 해 놓았다. 어떤 불이익도 없는 면밀한 장치를 해 놓았다.”라고 강조했다. 행담도개발측이 단 한푼의 손해도 보지 않도록 계약하고도 도공 역시 ‘불이익 차단장치’를 해 놓았다는 논리가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안전장치’의 구체적 내용 역시 밝혀져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 도공 주변에서는 김재복 사장의 투자회사 EKI가 향후 3억달러의 채권을 발행하는 동안 도공이 사업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는 신용보증계약까지 맺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진위여부도 확인해야 할 것 같다. ●고위인사 인사청탁 의혹 인사청탁 의혹도 낳고 있다. 문 위원장의 아들은 올 1월부터 행담도개발에 근무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 위원장의 아들은 미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졸업 후 미국 LA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측은 “실력이 탁월해 채용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유학파로 경력까지 갖춘 인재가 공직자인 아버지와 연관된 회사에 취업했다는 게 선뜻 납득이 안 된다는 얘기다. 더욱이 오 전 사장의 아들 역시 이 회사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오 전 사장의 아들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 회사에 근무했다. 진경호 강혜승기자 jade@seoul.co.kr
  • 섬지역까지 ‘땅투기 광풍’

    섬지역까지 ‘땅투기 광풍’

    “우선 땅을 산 뒤 (현지인 이름으로)설정만 해두고 나중에 등기하면 된다.”“수용 안된 땅 가운데 덜 오른 곳을 사두면 더 좋다.” 수용령 등으로 주춤했던 전남 서남해안 일대가 다시 달아오르면서 이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의 전화통이 불이 나고 있다. 대규모 개발기대 심리와 용이한 접근성에 편승, 수도권의 여윳돈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열풍의 진앙지 신안군 827개 섬으로 구성돼 있는 신안군은 최근 외지 고급승용차들이 줄을 잇고 있다. 육지와 가깝고 풍광이 수려한 데다 개발 계획이 진행중이거나 잡혀 있고 고속철도, 서해안고속도로도 뚫려 있다. 목포와 다리로 연결되는 압해도는 목포에 있는 신안군청 신청사 이전지로 확정되면서 탄력을 받았다. 섬 전 지역이 평당 7만∼10만원선을 웃돈다. 이곳 부동산업자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복룡리 일대 밭은 평당 12만원선인데 마침 500여평이 나왔다.”며 매입을 권했다. 또 아름다운 경치와 풍부한 수산물, 대광해수욕장,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수도권에서 차량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임자도는 기획부동산(떴다방)들이 노리는 0순위다. 수용지역 밖인 대지리·광산리는 평당 3만원을 웃돈다. 해수욕장 진입도로는 벌써 10만원까지 올랐다. 특히 민간자본 34조원이 투자될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개발계획(해남·영암)이나 선정이 유력시되는 무안군의 산업교역형 기업도시 등으로 개발 후폭풍에 따른 기대감이 비교적 땅값이 싼 신안지역 섬으로 튀었다. 여기다 섬과 섬을 잇는 연륙교가 착착 진행중이어서 머잖아 이들 섬은 국도(77호선)로 연결된다. 이들 섬에서는 대파나 병어·젓갈 등 돈이 되는 밭작물과 수산물 생산량도 풍부해 여러가지로 투자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수도권의 기획부동산들이 현지를 으면서 투기 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토지매입자는 외지인이 많아 신안군에서 올들어 4월까지 토지 거래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23%나 늘었다. 거래된 토지 777필지(100만평) 가운데 외지인이 486필지를 차지해 전체 거래량의 62.5%를 차지했다. 신안군청 관계자는 “관외로 나가는 종합토지세 납부고지서를 기준으로 외지인들의 토지소유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며 “지난해 종토세 납세고지서 3만여건 중 40%인 1만 2400여건이 외지로 발송됐다.”고 말했다. 특히 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도읍과 임자도, 비금도 등 3곳에서는 토지 거래량이 지난해 대비 각각 200% 이상 늘었다. 지도읍 345%, 비금도 288%, 임자도 272%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신안군과 가까운 완도·진도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종합토지세 관외 발송건수를 근거로 한 외지인들의 토지 소유는 진도군이 1만 8933건 중 6629건으로 35%, 완도군이 2만 385건 중 6373건으로 31%로 집계됐다. 섬은 진도군에 230개, 완도군에 201개가 있다. 이들 군청 관계자들은 “실제로 토지 매매는 음성적인 거래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외지인들의 토지거래는 장부상보다 훨씬 더 많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시·군의 단속권이 미치지 않은 기획부동산업자들의 경우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돈으로 해수욕장도 없는 신안 장산도나 암태도 땅까지 대거 사들인다는 게 현지 부동산업자들의 설명이다. 전남도는 신안·완도·진도·고흥·여수 등 서남해안 섬지역(1963개)을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어 개발에 따른 후유증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신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1분기 2.7% 성장에 그쳐…5%성장 ‘먹구름’

    정부가 올해 목표치로 제시하고 있는 5% 수준의 경제성장에 급제동이 걸렸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올 1·4분기(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7%로 추락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분기성장률이 2%대로 내려앉은 것은 2003년 3·4분기의 2.3% 이후 6분기 만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능한 미시·거시 경제정책을 동원, 당초 예정대로 5%대 수준의 성장률 달성에 주력키로 했다. 재정경제부 박병원 차관보는 정례브리핑을 통해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개발사업을 비롯한 각종 국책·민간 프로젝트가 가능한 한 빨리 시행되도록 하고, 수도권에 첨단업종의 외국인 기업이 투자하도록 하겠다.”면서 “5% 성장을 위해 추경예산 편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중립적 위치에서 추경예산과 감세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동안 성장을 주도해 왔던 수출 증가율은 8.1%를 기록,3년 만에 처음으로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주병철 전경하기자 bcjoo@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71)고군산군도의 경관적 가치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71)고군산군도의 경관적 가치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 신지도 곶리도 말도 횡경도 방축도 야미도 등이 별처럼 모여 있다. 오밀조밀하게 모여 앉은 이 섬들 때문에 고군산군도는 ‘호수에 뜬 섬들’로 불렸다. 서긍의 ‘고려도경’에는 중국 사신들이 서해를 건너오면 고려군사들이 고군산까지 영접을 나왔다고 기록돼 있다. 중국과 한반도가 뱃길로 연결되는 길목이었음은 물론이고 서남해안 쪽에서는 개경이나 한양으로 가는 중간 허리였다. 조운선과 상선, 군선이 상존했으며, 이순신이 이곳에 잠시 머물렀다는 기록도 난중일기에 보인다. 사람과 배만 그러한가. 물고기에게도 필수 코스였으니, 유명한 칠산어장의 북단이 바로 고군산이다.1906년 군도 끝자락 말도에 등대를 세워 올해로 99년째 불을 밝히고 있다. 이렇듯 이곳은 일찍부터 서해 항로의 요충지였다. 때맞춰 북상하는 조기같은 회유어종의 통로라 함은 역으로 남하하는 홍어나 대구 같은 한류어종의 통로라는 말도 된다. 그래서 군산 수협조차도 애초에는 육지가 아니라 장자도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군산진을 설치하고 서해를 경영하다가 옥구로 옮기게 된다. 왜구의 노략질이 워낙 심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중국 황당선의 ‘황당한’ 일도 자주 벌어졌다. 군산진만 육지로 떠난 것이 아니다.20세기 후반에는 물고기들이 떠나가는 일도 벌어졌다. 황금어장 칠산이 고갈되면서 섬사람들은 서울이나 군산 등지의 저잣거리로 떠나갔다. 모진 세월은 이 천혜의 섬들을 가만 두질 않았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공사용 차량들이 하루도 쉬지 않고 분진을 일으키더니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야미도와 신지도가 방조제로 이어졌고, 그 바람에 승용차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고군산 수천년 역사 속에서 ‘단군 이래 최대의 변화’가 밀어닥친 것. 약삭빠른 업자들은 관광유람선을 띄웠고 부동산업자들은 ‘새만금 새땅‘식으로 서부 개척시대를 방불케하는 거품경쟁에 나선다. 물고기가 사라진 바다에 땅장사들이 대신 몰려든 셈이다. 수산과학원 산하 갯벌연구소의 전용 조사선에 몸을 실었다. 분기별로 행하는 정기 탐사 일정이었다. 연구원들은 항해 내내 포자망으로 해파리 유체를 채취하고, 멸치 난어를 조사했다. 예전에 없던 아열대성 해파리떼가 한반도를 휩쓸어 그물 가득 해파리만 든다.20세기 초반 시인 김억이 ‘해파리의 노래’를 상재했으나 이런 ‘괴물’은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남방 해파리의 알이 고군산 근역에서 보임은 수온 상승의 반증 아니겠는가. 바다 물고기들의 동향도 수상쩍다. 조기 갈치는 물론이고 여타 고급 어종들이 대거 사라진 자리를 멸치떼가 채우고 있다. 고급 어종 비율이 1967∼69년도 39%에서 36년 만인 1999년 23%로 줄었으니 엄청난 감소다. 멸치는 1992년 군산수협 위탁량이 88t이던 것이 2002년에는 2359t으로 급증했다. 먹이사슬 상층부를 차지하는 큰물고기들이 사라지자 아래쪽 개체인 멸치떼가 극성을 부리는 것. 생태계의 적신호가 울리고 있다. 이러다가 고기가 아예 없어지는 것 아니냐며 진반농반의 걱정을 전하자 동행한 김수관 군산대 교수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동의한다.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동해안의 엄청난 인구증가와 산업화로 서해에 쏟아부어지는 오염총량을 계산할 때 서해가 죽음의 바다로 바뀌는 것은 시간 문제란다. 일제시대에 고군산 근역에서 미역 김 해삼 상어 가오리 넙치 고등어 멸치 조기 삼치 대구 도미 청어 전광어 새우 숭어 참장어 가사리 병어 민어 홍어 오징어 뱅어 갈치 등이 잡혔다니, 종다원성이 해체된 비극이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바다의 젖줄인 동진강, 만경강을 끊어 놓으니 바깥 생태계에 엄청난 부담이 가해지고 있다.”는 갯벌연구소 조영조 소장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새만금간척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반대해 온 환경운동가를 비롯, 뜻있는 많은 이들이 잠시 반성할 지점이 있다면, 바로 고군산 같은 방조제 바깥 섬들의 안위를 도외시했다는 점일 것이다. 막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바깥 바다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환경운동조차 언제나 육지 중심이었던 것이다. 현재 군산쪽이 완전히 막힌 상태에서 남쪽 일부만 트여 좁은 수로로 조류가 엄청난 속도로 드나든다. 그래서 신시도 아래쪽 무녀도와 비안도 사이는 거대한 물골이 패였으며, 이곳에서는 어떤 어업도 불가능하다. 무녀도 어민 김용문(55)씨는 “조류가 빨라 그물 설치가 불가능한 것은 물론 양식이나 조개 채취도 다 지난 얘기”라며 “방조제 안쪽은 그래도 보상이나 넉넉히 받았지만 바깥쪽은 단돈 1000만원이 고작이었다.”고 말꼬리를 흐린다. 어류가 산란을 위해 새만금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거대한 장애물이 가로막으니 애당초 어업은 결단난 것이다. 무녀도를 둘러보니 물고기 못지 않게 자연 경관의 훼손도 심하다. 왕왕 경제적 가치만으로 간척의 폐해를 계산하느라 대개 경관가치는 무시되기 일쑤다. 무녀산 중봉의 ‘삼각형’이란 곳까지 올랐다. 왼쪽으로 선유팔경이 펼쳐지고 무녀도 서두리 마을과 염전, 닭섬을 비롯한 자잘한 섬들, 그리고 비안도, 신시도 같은 섬까지 한 눈에 들어와 가히 관해의 요처답다. 선유도와 무녀도를 이어주는 현수교가 멋스럽다. 섬들은 아득한데 저 멀리 한 눈에 들어오는 방조제가 철책처럼 흉물스럽게 방벽을 두르고 있다. 무녀도가 한창 ‘잘 나갈 때’, 삼월 삼짇날이면 선남선녀들이 밥솥을 짊어지고 산정에 올라 진달래꽃 향기에 취해 놀다 갔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만 전해질 뿐이다. 고군산은 예로부터 ‘신들의 본향’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춤추는 무녀의 형상에서 따왔다는 무녀도란 섬 이름이 말해 주듯 섬마다 신들이 좌정하고 있었다. 선유도 모래사장이 끝나는 지점에 망주봉이 기암괴석으로 솟아있는데, 사람들은 대부분 그 절경만 보고 돌아올 뿐 거기에 오룡묘 신당이 있는 것은 모른다. 다섯 용을 모신 곳인 만큼 기와집이 화려한 폼새로 지어졌고, 산신각도 따로 세워져 신당의 위용을 자랑한다. 해마다 당제를 지극정성으로 모셨음은 물론 수년에 한번씩 별신제를 올릴 때면 내로라는 굿쟁이들이 몰려들어 삼현육각을 잡고 남사당패까지 몰려와 신명의 굿판으로 바다를 달구었던 서해안 최대 신당의 하나였다. 신당 형체는 여전하나 문짝은 떨어져 나가고 지붕에는 잡초가 무성할 정도로 쇠락했다. 군의관으로 고군산에 근무하면서 이 일대의 신당을 조사, 세상에 알린 서홍관씨가 80년대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섬마다 있던 신당이 주민들의 기독교 개종으로 멸시와 박해를 당해 심지어는 불태워지기도 했단다. 여기서도 종교적 극단주의의 한 정형을 본다. 고군산 신당의 파괴는 문화적 반달리즘의 명백한 증거가 아니겠는가. 장자도에도 어사대란 당집과 할머니바위가 있다. 비승비속의 당할머니가 모셨던 신당이다. 건너 횡경도에는 할아버지바위가 있어 양자간의 애틋한 전설이 전해진다. 고군산의 12섬에서 모두 신당 및 당숲이 확인되지만 당제가 남아 있는 곳은 없다. 당집이나마 문화유산으로 지정·보호하겠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즉, 오룡묘같이 역사문화적 전통이 분명한 문화유산을 방치하는 군산시의 안목이 불안하기만 하다. 고군산에는 그동안 말로만 들어온 초분도 전해진다. 분묘 대신 짚으로 엮은 초분에 시신을 안치하는 초분 전통은 진도를 비롯한 남해안의 전통으로 알려졌다. 그 초분이 고군산에도 남아 있어 남해안뿐 아니라 서해안까지도 초분문화권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무녀도 초입에는 아예 궁금해 하는 외지인을 위해 ‘관광용 초분’까지 만들어 두었다. 무녀도에는 고군산 유일의 초분이 남아 해마다 짚을 갈아주면서 정성스레 보존해 오고 있다. 이처럼 신들이 잠을 청한 안식처이자, 초분 같은 고풍스런 유산까지 전해지는 것, 난초와 모감주나무군락을 비롯한 자연유산의 보고인 고군산의 경관가치에 관해서는 아무런 고려나 계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광객들은 선유도에 잠시 들러 회를 먹고는 휘∼ 해수욕장을 한번 둘러보고 떠난다. 연육된 무녀도나 장자도는 그 관광객들이 떨구고 간 몇 푼의 푼돈 수혜도 받지 못하고 있다. 같은 고군산이지만 이곳에도 ‘남북의 문제’가 빚어지고 있다. 선유도는 관광형 어촌으로 변신하면서 인심이 살벌해졌다. 멀리 떠있는 말도처럼 불과 15호 밖에 안되는 섬에서도 어제까지 ‘형님, 아우’하던 공동체가 깡그리 해체되는 중이다. 이웃 섬 주민들이 조개를 캐가도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으나 지금은 어림도 없다. 대책없는 개발이 떠안긴 ‘인간성 파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에서 고군산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게 고군산의 예스러움이 완벽하게 소멸되는 중이니 새만금 간척지가 가져다준 반갑지 않은 ‘보너스’ 아니겠는가. 다행스러운 일은 이곳 청년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3년전부터 고군산청년연합회를 조직한 이들은 해마다 체육대회를 열어 공동체의 연대감을 지속시키고 있다. 번갈아 12섬을 돌아가면서 여는데 박영구(43) 부회장은 “단순한 운동경기가 아니다. 모처럼 12섬 젊은이들이 모여 단합도 꾀하고, 훗날을 생각하는 지혜도 모은다.”고 말한다. 대횟날이면 아침부터 각 섬에서 배를 끌고 집결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부녀회에서는 음식을 장만하여 술추렴도 하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여 ‘섬들의 바다축제’를 연출한다. 청년들은 김양식을 하며 어렵사리 버티고 있으나 김값이 폭락하면서 하나, 둘 이곳을 떠나고 있다. 무녀도에만 청년들이 20명을 넘었으나 지금은 고작 8명만이 남아 있다. 살기 힘들어 떠나는 청년들을 나무랄 일도 아니다. 다음 세대가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섬, 그런 섬을 만들지 않고서야 우리 바다의 미래가 어디에 있겠는가. 새만금의 거대 장벽은 안쪽의 갇힌 생물은 물론 이렇듯 바깥쪽 사람들의 삶까지 옥죄고 있다. 미래 세대와 해양의 종다원성을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 동해안서 마비성 독소 패류 발견

    경북 동해안 연안에 서식하는 자연산 패류 ‘진주담치’ 에서 마비성 패류 독소가 검출돼 채취가 전면 중단됐다. 지금까지 남해안에서만 발생하던 패류 독소가 동해안에서 발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5일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영덕해양수산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영덕군 영해면 연안에 서식하는 진주담치를 1주일 간격으로 채취해 국립수산과학원에 검사 의뢰한 결과, 지난 10일 의뢰한 진주담치에서 허용 기준치를 초과하는 패류 독소가 검출됐다. 이번에 검출된 진주담치 독소 함유량은 122㎍/100g으로 허용기준치 80㎍을 42㎍ 초과했다. 마비성 패류 독소를 사람이 섭취할 경우 30분 후면 입술, 혀, 안면마비 등의 증상에 이어 목, 팔 등 전신이 마비되고 심하면 호흡 마비로 사망할 수 있다고 영덕해양수산사무소 관계자가 밝혔다. 패류 독소는 주로 봄철 수온 7∼15℃에서 발생하며 수온이 18℃ 이상이면 자연 소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덕해양수산사무소 관계자는 “독소가 검출된 진주담치는 끓여 먹어도 독소가 소멸되지 않기 때문에 자연 소멸시까지 채취, 가공을 전면 금지한다.”면서 “그러나 진주담치 이외 다른 수산물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밝혔다. 영덕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니하오 光州” 중국이 온다

    “니하오 光州” 중국이 온다

    ‘중국 대륙의 악성(樂聖) 정율성(鄭律成·1914∼1976)이 고향 광주를 살릴 것인가.’중국인들이 광주로 찾아들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장관에서 교수, 문화원장, 학생 등이 대륙의 ‘우상’으로 떠받드는 악성이 태어난 생가를 보기 위해서다. 그가 16년 동안 살았던 생가는 광주 남구 양림동 79번지다. ●‘팔로군행진곡’ 작곡… 중국인들의 우상 중국인들이 국가 다음으로 즐겨 부르는 ‘팔로군행진곡’은 정씨가 작곡한 것으로 중국 인민해방군가로 지정됐다. 중국의 아리랑이라는 ‘옌안(延安)송’도 마찬가지. 때마침 광주는 아시아 문화수도로 잰걸음 중이고 핵심 문화 콘텐츠로 정씨만한 자산이 없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또 중국 관광객을 겨냥해 추진 중인 전남도의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건설사업(J-프로젝트)에도 연결고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무한한 관광자원 정씨의 생가에 온 중국인들은 녹음기에서 ‘팔로군행진곡’이 흘러나오자 합창했다. 지린성 옌지(延吉) 제3중학 진주위안(金洙元·47) 부교장은 “정 선생은 중국 내에서 대단한 평가를 받고 있는 조선족의 영웅이다. 조선족 학교에는 그의 초상화가 안 걸린 곳이 없다.”고 자랑했다. 그래서 광주 남구는 정씨와 연고가 있는 저장(浙江)성과 베이징, 옌안(산시성) 등과 자매결연하려 한다. 생가 방문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전략이다. 또 생가 정비는 물론 기념관을 건립하고 생가 부근에 중국 영사관을 유치해 관광 거점지로 만든다는 것. 관광업계에서는 “생가와 기념관 등을 묶는다면 중국 관광객을 끌어오는 좋은 테마(주제)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평화교류의 장 중국의 민족 운동과 문화발전에 공헌을 한 정율성이 중국인과 한국인을 아우르는 문화 교류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 정씨는 현재 중국 3대 작곡가의 반열에 올라 있다. 중국 국가(의용군행진곡)를 작곡한 니에( 耳·사망)는 “베토벤이 천재적인 작곡가라면 정뤼청(정율성)은 이보다 한 단계 높은 악성”이라고 적었다. 중국사회과학경제연구소 잔샤오훙(占小洪))은 “중국 13억 가운데 80%(10억명)는 그가 작곡한 노래를 1곡 이상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한중국문화원 주잉제(朱英杰) 원장은 생가를 찾아 “정율성은 한·중 양국 문화교류의 핵심 콘텐츠”라고 치켜세웠다. 또 중국 웨이하이(威海)시 마스허(馬世和) 상임부시장은 “정 선생의 생가를 한·중 젊은이들의 우호 교류의 장으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며 중국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황일봉 광주 남구청장은 “한·중을 아우르는 정율성의 우호예술 활동은 아시아 문화수도사업 추진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조명 작업 1914년 10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정씨는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항일투쟁에 나선다. 평생을 민중을 감싸는 순수 음악인으로 살았다. 2002년 중국에서는 정씨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주향태양(走向太陽)’이 만들어졌고 지난해 광주 국제영화제에서도 특별 상영됐다. 또 저장성 방송국이 정율성 다큐멘터리를 한·중 공동으로 찍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6년 8월 처음으로 정부가 정율성 추모음악회를 열었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고성&아산, 충무공 구령맞춰 야야호호

    고성&아산, 충무공 구령맞춰 야야호호

    변함없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존경받는 위인이다. 온갖 시련을 겪고 풍전등화의 조국을 구한 영웅으로, 세계 최초의 철갑선 거북선을 고안한 발명가로, 어린이들의 영원한 우상이자 어른들도 전략가로서 공의 리더십을 본받고자 한다. 독도와 역사왜곡 등 일본의 도발로 민족의 감정이 상한 요즘, 공의 나라사랑에 새삼스럽게 옷깃을 여미게 된다.28일은 충무공 탄신 460주년 기념일. 충남 아산과 경남 고성의 당항포 등 전국에서는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했다. 어린이에겐 역사체험과 한민족 자긍심을 심어주기에도 좋다. 왜적을 수장시킨 공의 발자취를 따라 아산과 당항포로 떠나보자. 고성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아산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고성 고성읍에서 14번 국도를 따라 10여분 가면 나오는 곳이 배둔. 여기서 오른쪽으로 4㎞쯤 가면 당항포가 나온다. 현지 노인들은 당항포보다 ‘속싯개’로 더 많이 부른다. 꼬불꼬불한 들길과 야트막한 산을 넘어 언뜻언뜻 파란 바다가 길게 보인다. 국민관광지란 이정표가 잘 돼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마산에서 같은 국도로 오면 30여분 걸린다. 햇살에 힘이 느껴질 만큼 봄볕이 짙다. 아지랑이처럼 흐릿한, 강인듯 싶은 좁고 긴 S자형 해안선이 따라온다. 차창을 열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청량감이 든다. 바다와 거의 같은 높이의 도로여서 찰랑거리는 물살소리도 들린다. 건너편의 거류산도 녹음이 벌써 짙어진다. 겨울철이면 ‘국민마라토너’ 이봉주가 내려와 훈련하는 곳도 보인다. 당항포 드라이브 코스가 절경이다. 4월 중순 어느날, 마침 고성 은혜어린이집 어린이 40여명이 실물 크기의 거북선에서 현장체험 학습 중이었다. 인솔 교사 황실씨가 “이게 뭐예요?”라고 묻자 어린이들은 “거북선요.”라고 일제히 답한다.“누가 만들었죠?”,“이신순장군요.” 어린이들이 거북선 안으로 들어가 노를 젓는가 하면 함포를 발사하기도 했다.“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왜 만들었죠?”라고 묻자 “나쁜 사람들 혼내주려고요, 일본을 무찌르려고요.”라고 병아리처럼 입을 모았다.“심심해서요”라는 엉뚱한 답도 나왔다. 충무공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숭충사와 함께 전승기념탑도 있다. 충무공 이순신이 이곳에서 왜적을 2차례 격파,57척을 수장시킨 곳이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엔 26척 가운데 25척을 격파했다. 왜적들이 상륙해 민간인을 해칠 것을 우려해 1척을 남겨두고 철수하는 척했다. 다음날 왜적 100여명을 싣고 철수하는 마지막 왜선마저 수장시켰다.2년 뒤인 1594년에도 도망치던 왜선 31척을 격파했다. 충무공이 유일하게 2차례 출전, 크게 이긴 대첩지이다. 당항포 해전의 승리에는 흥미로운 설화가 전한다.‘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전하는 기생 월이의 설화다. 대대적인 침공을 앞두고 일본은 밀정을 급파, 조선의 지도를 그려 오게 했다. 이를 눈치챈 무기정의 기생 월이가 밀정을 술에 곤드레만드레 취하게 한 다음 당항만이 바다로 연결되는 것처럼 지도를 조작했다는 것. 실제로 진해만쪽에서 보면 바다로 연결될 것처럼 길게 이어졌다. 이후 왜군을 속였다 해서 당항포를 ‘속싯개’로 부른다. 관과 민이 혼연일체가 된 셈이다. 해전관에는 이같은 설화와 해전 당시의 전략 등을 영상을 소개하고 있다. 또 지구의 역사와 생명의 진화, 조류 및 파충류 등의 자료 1700여점을 전시한 자연사관도 어린이들의 학습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가장 특이한 것은 국내 유일의 자연석 조각공원인 수석 전시관. 세계에서 수집한 자연석이 모두 630여점이 있지만 현재 28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이런 만큼 주민들이 먼저 기념사업회를 결성하는 등 당항포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긍지가 생길 일이 하나 더 있다. 내년 4월14일부터 6월4일까지 고성공룡엑스포가 열리기 때문이다. 당항포는 상족암만큼은 아니지만 공룡발자국 화석이 심심찮게 발견된 곳이다. 인구 5만∼6만의 조그만한 군단위에서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여 자부심이 더욱 높다. 당항포의 입장료 어른 4000원, 어린이 1000원, 주차료 별도. 고성군관광지관리사업소(055-670-2801). 이밖에도 와룡산 향로봉 중턱의 운흥사는 충무공이 승병을 지휘하던 사명대사와 수륙 양동작전 논의차 세번이나 방문하기도 했다.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055)835-8656. 경남 삼천포항에서 77번 지방도를 따라 10여분 들어가다 오른쪽으로 빠지면 상족암이다. 현지에선 ‘쌍발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당항포가 비교적 최근의 역사현장이라면 상족암은 ‘하늘이 열리’던 까마득한 선사 이전의 유적지다. 꼬불꼬불한 도로를 내려가면 바닷가 제전마을에 닿는다. 바닷가 자갈밭에 파도가 살랑거린다. 옆쪽에는 소나무 분재를 이고 있는 바위층이다. 바위층을 자세히 보니 모두 가로로 일정한 층을 이루고 있었다. 시대별로 형성된 흔적이다. 서재에 책이 켜켜이 쌓인 듯 지구의 역사를 기록한 지층이다. 공달용 공룡박물관 학예사는 “지구의 나이가 46억년인데 여기는 1억년 전의 지구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는 ‘자연사박물관’”이라고 설명했다. 나무를 만든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저게, 공룡 발자국 화석”이라며 가리켰다. 자세히 보니 돌덩이가 둥글면서 움푹 꺼졌다. 조금 더 가니 마치 두 발로 걸은 듯이 발자국 화석이 길게 늘어섰다. 서울에서 새벽에 나섰다는 김상국(강남 청탑학원장)씨가 같이 온 자녀에게 “이게 공룡 발자국이야.”라며 설명했다. 아이들은 신기한 듯 자신의 발과 맞춰보다 공룡들의 이름을 들먹이곤 했다. 상족암 일대에는 이렇게 산재한 공룡 발자국 화석이 2100여개가 있다. 대표적인 공룡은 이구아노돈과 같은 조각류(발톱이 삼지창처럼 갈라진 공룡)와 브라키오사우루스와 같이 네 발로 걷는 용각류(목이 긴 초식공룡)다.2억∼6500만년 전에 지구를 지배했던 중생대 쥐라기와 백악기 공룡들이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공룡박물관에 들어갔다. 지붕 모양이 특이해서 물어보니 가장 많이 나타났던 공룡 이구아노돈의 몸체를 본떴단다. 진품 공룡 화석 4점을 비롯해 공룡화석 복제품 41점이 있다. 또 삼엽충, 물고기, 상어이빨 등 일반화석도 55종이 전시돼 있다. 공 학예사는 “지금부터 1억년 전인 공룡시대에는 지금은 바다와 산인 이곳이 거대한 호수였으며 공룡의 수도”라고 설명했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하니 상족암의 진면목은 공룡발자국 화석도, 기암절벽도 아닌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어린이 1500원. 고성공룡박물관(www.goseong.go.kr·055-670-2825). 공룡화석지에서 40여분이면 남해안 천혜의 조망지 문수암이다. 작은 사찰이지만 1400여년 전 의상대사가 세운 고찰이다. 절집은 볼품없다. 하지만 청담 대선사가 수도했던 도량으로 청담스님 사리탑이 안치돼 있다. 꼬불꼬불 산길을 오른 진짜 이유는 조망. 고성 토박이 이경균(42)씨는 “문수암은 남해안 최고의 조망지”라고 추켜세웠다. 왼쪽으론 통영까지 이어지는 고성반도의 산들이 첩첩이 겹쳤다가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소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오른쪽은 사량도·연화도·욕지도 등 큰 섬 사이에 올망졸망한 섬들, 징검다리같다. 쪽빛 바다가 호수인양 잠잠하다. 오가는 어선들도 한가하다. 문수암(055-672-0877). 이밖에도 울창한 숲과 계곡,10여개의 산봉우리가 연이은 연화산과 옥천사(055-670-2551), 소가야 왕릉인 송학동 고분군(055-670-2221) 등이 있다. ■ 여기도 가보세요 ●부안 ‘불멸의 이순신’ 세트 전북 부안 변산반도에 있는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은 최근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전라좌수영은 궁항, 왜군진지는 성천, 명군진지는 죽막, 조선군 진지는 위도 논금해수욕장, 선박들은 격포항에 각각 자리해 있다. 바다에는 판옥선과 거북선, 왜선, 명나라함 등 6척의 배를 볼 수 있다. 부안군 홈페이지(www.buan.go.kr)에서 드라마 촬영지 안내지도를 프린트해서 갖고 다니면 야외촬영장을 놓치지 않고 둘러볼 수 있다. 부안군청 문화관광과(063-580-4449). ●통영 한산도 ‘한산섬 달밝은 밤에/수루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깊은 시름 하는 차에/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경남 통영 한산도는 충무공의 고뇌를 느낄 수 있는 곳. 충무공 유적지(사적 113호)는 제승당 일원의 15만 9000평에 조성된 건물, 비석, 문화재, 광장, 조경물이 있다. 충렬사, 제승당, 수루, 한산정을 비롯하여 유허비 2기, 한글 유허비 1기, 통제사 송덕비 7기, 비각 5동과 5개문 등이 있다. 통영시 문화관광과(055-645-0101). ●남해 ‘노량해전승첩제’ 경남 남해군에서는 매년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 승첩을 기원하고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충무공 노량해전승첩제를 연다.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남해대교 등 남해의 경치를 감상하며 충무공의 얼을 기릴 수 있다. 남해대교를 건너 노량마을로 내려오면 충무공 이순신이 관음포에서 전사한 후 시신을 잠시 모셨던 충렬사와 바로 앞 바다에 떠 있는 실물 크기의 거북선이 있다. 남해 충렬사는 이순신 장군이 3개월간 묻혔던 자리에 아직도 가묘가 남아 있다. 남해군청 문화관광과(055-860-3228). ■ 아산 ●거북선 타고 왜군 격파 현장으로 ‘둥둥둥∼’ 힘찬 북소리가 울리자 충남 아산시 현충사 앞을 흐르는 곡교천에 400여년 전 이순신 장군이 왜군 적선 70여척을 격파했던 그 거북선이 힘찬 물살을 가르며 출현했다. 크기는 길이 4.5m, 너비 2m, 높이 1.8m로 실물의 7분의1로 축소됐지만 당시와 같은 위용을 뿜어냈다. 거북등 위로 뾰족하게 솟아난 창이며, 위용 넘치는 용머리는 주변 분위기를 압도했다.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제 44회 성웅 이순신 축제’를 위해 모두 5척이 건조됐으며, 거북선에는 등에 만들어진 출입구를 통해 6명이 승선할 수 있다. 28일부터 충남중소기업센터 앞 곡교천에서 승선 체험이 가능하며, 곡교천 일대를 한 바퀴 도는 승선 체험료는 5000원이다. 축소 모형이어서 다소 비좁지만 직접 노를 저어 나아가는 승선 체험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강 주변에는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병, 왜군 장수 복장을 한 사람들이 퍼포먼스를 벌여 왜군을 무찔렀던 전란 당시로 돌아간 듯 실감나게 만든다. 오디션을 통해 선출돼 축제기간 중 이순신 장군의 역할을 맡은 김한백(26·순천향대 연극영화과 4년)씨는 “최근 독도 영유권 문제와 역사왜곡 등 시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때 거북선에 승선하면 전란 당시 승전의 쾌감을 다시 한번 맛볼 수 있다.”고 추천했다. 축제기간 저녁 7시부터 곡교천변 무대에서는 순천향대 학생들이 준비한 ‘한산섬 달밝은 밤에’라는 마당극이 열려 당시 군영 내 훈련과 순찰내용, 임진왜란 전투장면, 모함을 당하고 압송되는 광경 등이 연출된다. 인근에는 군영이 조성돼 당시 군영막사 내부를 볼 수 있으며, 거북선 조립체험과 탁본뜨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곡교천변에 조성된 수천평의 유채꽃밭이 조성돼 강변을 따라 산책을 하면 봄기운도 흠뻑 느낄 수 있다. ●충무공의 발자취를 가슴에 담고 곡교천에서 10여분쯤 걸어 올라가면 이순신 장군의 영정이 모셔진 현충사를 만나게 된다. 개나리와 벚꽃 등 봄꽃이 활짝 피어 평일에도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현충사는 충무공이 1598년 노량해전에서 순국한지 108년이 지난 숙종 32년 사당을 세우고 현충사라는 이름을 내리면서 만들어졌다. 현충사 본전에는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모시고 있으며, 유물관에는 일생기록인 십경도와 국보 76호인 난중일기, 보물 326호 장검 등이 전시돼 있으며, 활터와 정려등, 경내등을 볼 수 있다. 유치원생인 아들과 현충사를 찾은 박상원(35·서울 영등포구)씨는 “충무공의 당시 활약상을 보고 나니 일본의 망언으로 쌓인 체증이 한꺼번에 내려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람요금은 500원. 현충사 관리소(041-539-4600).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반드시 들러봐야 할 곳은 어라산에 있는 충무공 묘소(사적 112호). 현충사에서 서북쪽으로 9㎞ 거리에 있으며, 아산온천 방향으로 승용차로 10여분을 달리면 음봉면 삼거리에 위치해 있다. ■ 여기도 가보세요 아산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의 휴양을 겸한 나들이에도 손색이 없다. 세계 꽃식물원과 실내외 수영장을 갖춘 테마온천 아산 스파비스, 함상카페와 삽교호 놀이동산 등 놀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지난해 문을 연 도고면 봉농리의 세계 꽃식물원(544-0746)은 사시사철 사람들에게 환한 웃음을 선사한다. 관람요금은 어른 6000원, 초등학생 4000원. 아산은 또 온양온천과 도고온천, 아산온천 등 온천 휴양도시로 유명하다. 이 가운데 최근 개발된 온천단지 아산온천 단지 내 아산 스파비스(539-2000)는 수영장 등 실내외 온천풀, 인삼탕 등 20여종의 이벤트 탕이 있다. 인근의 삽교천에는 또다른 재미가 있다. 밤이면 환하게 불을 밝히는 서해대교와 아산방조제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최근 문을 연 함상공원(363-6960)과 놀이공원(363-4589) 등은 한껏 재미를 북돋워준다. 함상공원에는 동양최대 군함테마파크로 상륙함과 구축함, 입체영상관이 있다. 어른 5000원, 초등생 4000원이다. ●여행정보 가는 길은 경부고속도로 천안IC에서 나와 1번 국도와 21번 국도를 번갈아 타면 시내로 들어갈 수 있으며,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서평택IC에서 아산호를 건너 39번 국도를 타면 된다. 버스는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30분 간격으로 아산방면 버스가 있다. 아산시청 540-2221. 여행상품으로는 테마21(www.theme21.net)이 이순신 축제가 열리는 아산 당일 여행상품을 내놓았다.27일부터 5월1일까지 서울 덕수궁(시청 전철역 2번출구), 양재역 7번출구(서초구민회관앞)에서 매일 출발하며 도고세계꽃식물원과 아산 현충사의 행사를 관람하고, 아산 스파비스에서 온천욕을 한 후 서울로 돌아온다. 참가비 1인당 3만 9000원.549-9889.
  • 남해안도 ‘조스’공포

    봄철이면 전북과 충남 서해안을 공포로 몰아넣던 톱니 이빨의 식인상어(조스)가 전남 남해안에도 나타나 어민들에게 경계령이 내려졌다. 전남 여수해양경찰서는 25일 “24일 낮 12시쯤 여수시 남면 소리도 0.5마일 해상에서 조모(46·여수시 돌산읍)씨가 쳐놓은 정치망에 몸길이 4m, 무게 3t 가량의 백상아리 암컷 1마리가 걸려 죽은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1일에도 소리도 앞에서 조씨의 그물에 백상아리 암컷과 엇비슷한 크기의 수컷 1마리가 숨진 채 발견됐다. 남해안에서 식인상어가 나타나기는 지난 95년 이래 10년 만이다. 죽은 상어는 마리당 35만∼36만원에 팔렸다. 만약 이 정도 크기의 고래라면 2000만∼3000만원을 웃돌아 고래가 그물에 걸릴 경우 어부들은 횡재로 여긴다. 여수해경은 식인상어 출현해역에서 경비함정 순찰을 강화하고 어민들을 대상으로 패류 채취나 야간작업을 일절 금지시켰다. 여수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8)목포항 100년의 진실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8)목포항 100년의 진실

    압록강의 신의주, 대동강의 진남포, 한강의 인천, 금강의 군산, 그리고 영산강에 목포가 건설되었다. 개항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에 집중되었으니 이는 바다를 통해 들어온 해양제국들이 젖줄인 강을 따라서 식민 내륙까지 뻗어나려는 의도를 잘 보여준다.1897년 7월4일, 조선정부는 각국 사신 앞으로 동년 10월1일을 기해 목포와 진남포 두 항구를 외국통상을 위하여 개항하고 외국인 거주를 허가하는 칙령을 통보한다. ●1897년 10월 자주적으로 개항 청일전쟁 승리의 여세를 몰아서 이노우에(井上馨)영사는 1895년 1월6일 기선을 타고 인천을 떠나 약 한달반 동안 서남해안을 시찰하고 현재의 목포가 가장 합당한 지역임을 건의한다. 그러나 일본의 외압과 무관하게 개항 초기는 아직은 대한제국기로서 제한적이나마 자주성을 확보하고 있었다. 일본의 압력에 의해 개항이 서둘러지기는 했으나 상업을 확장하여 민국의 이익을 발달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칙령에 의해 자주적으로 개항한 셈이다. 목포의 출발은 매우 활기찼다. 자주적이었던 만큼 초기 건설도 일본 뜻대로 되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대한제국의 힘이 미쳤기 때문. 조계지 이외의 도시건설은 전적으로 조선인 손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러일전쟁을 거치면서 사정은 달라진다. 헌병대목포분견소가 들어서서 위압적으로 나선다. 마침내 1906년에 목포주재 일본 이사청 이사관인 와카야마(若松兎三郞)는 각국 거류지에 관한 권한을 빼앗아 간다. 이로써 목포개항장은 일본인의 수중으로 떨어지고 만다. 한일합병이 되자 일제는 가장 먼저 시가지를 33정 51구획의 일본식으로 바꾼다. 마치(町)는 일본인 거리, 한국인거리에는 동(洞)을 붙여 이름에서부터 차별한다. 즉 목포는 도시계획상의 이중성을 갖고 태어났다. 서울 북촌의 양반, 남촌의 일본인처럼 일본마을(각국공동거류지역)과 조선마을(옛 목포부)로 나뉜다.‘제국주의신도시’ 목포출신의 동반작가 박화성은 데뷔작 ‘추석전야’에서 ‘남편으로는 늘비한 일인의 긔와집이오 중앙으로는 초가와 넷 긔와집이 섯겨있고, 동북으로는 수림 중에 서양인의 집과 남녀학교와 예배당이 솟아있는 외에 몇 긔와집을 내놓고는 땅에 붙은 초가뿐이다. 다시 건너편 유달산을 보자, 집은 돌틈에 구멍만 빤히 뚫러진 도야지막같은 초막들이 산을 덮어 완전히 빈민굴이다.’고 하였다. 일본과 한국으로 분명하게 갈려진 목포시의 이중적 성격을 주목한 고석규(목포대·‘근대도시 목포의 역사 공간 문화’의 저자) 교수는 ‘일제 강점기 서울을 비롯한 식민지 근대도시는 왜곡된 근대 도시화가 만들어놓은 공간의 이중성과 식민지라는 억압구도가 낳은 대중문화의 이율배반성, 신파성을 동시에 갖는 기이한 도시’라고 압축정리한 바 있다. ●바다는 강을 잃고 강은 바다를 잃어… 목포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산강을 빼놓고는 설명이 불가하다. 그래서 영산포 북관정에서 목포하구언까지 내려가는 뱃길을 택하였다. 마침 영산강살리기운동이 한창 벌어지면서 도지사 이하 여러 기관장들이 탄 배에 동승하였다. 배는 영산강을 내려가다 영암 몽탄나루에서 잠시 쉬고 다시 유장하게 흘러가다 하구언에서 막혔다. 그쯤에서 전남도청 이전부지인 ‘남악신도시’가 강가에 보인다. 다시 말하여, 목포는 영산강이 바다와 만나는 길목에 자리잡은 요충지인데 바다는 강을 잃고, 강은 바다를 잃어 엉망이 돼버렸다. 바닷배가 오르락거리면서 바다와 직접적으로 통하는 도시였던 광주시도 바다는커녕 강물조차도 끊긴 단절의 도읍이 되고 말았다. 일찍이 이중환도 택지리에서 ‘영산강은 서쪽으로 흘러 무안 목포에 이르는데…강 건너는 큰 평야를 이뤄…풍기가 화창하고 땅은 넓고 물자도 넉넉하여 서남쪽 강과 바다는 운수의 이익을 통제하여 광주와 함께 명읍이라 일컫는다.’고 하였다. 따라서 광주를 오로지 내륙도시로만 간주함은 대단히 그릇된 시각이며, 하구언만 터진다면 충분히 해양연계도시로 되돌아갈 수 있으리라. ●일본인·조선인 마을 차별 심각 목포는 발전을 거듭했다. 전남의 현관이요 물산집합의 중심지로 조선에서는 제3위를 점할 만한 중요항이자 상업의 요지로 자리잡았다.1930년대에 인구 6만을 돌파하였다. 전남에서는 최초 최대로 근대문명의 세례를 받으며 전국 다섯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앞서 있었다. 그러나 그 세례는 사람이나 구역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내려졌던 것은 아니다. 차별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특히 일본과 조선인마을에 대한 차별은 일제강점기 목포도시화의 주요특성이라 할 정도로 심각한 것이었다.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살기 편하도록 도시를 꾸몄다. 정거장, 관청, 은행, 학교, 시장 그밖에 근대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주요기관을 자신들과 가깝고 편리한 곳에 세웠다. 상하수도, 도로포장, 교통통신, 전기, 가스, 보건, 위생 등도 예외없이 일본인 중심으로 설치되었다. 그네들 거리는 짜임새 있고 깨끗하고 편리하였다. 반면에 조선인거리는 무참하기 그지없었다. 농촌에서 패잔한 무리와 봇짐행상들이 방황하는 곳이 상업도시 목포항의 이면이었다. 청년은 생선장수·지게벌이, 여자는 덕장수·고구마장사, 소년은 겐마이빵·덴뿌라·수건양말장사, 소녀는 콩기름·나물장사 등으로 길거리에 나섰다. 이들은 교통정리를 한답시고 내쫓는 바람에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가련한 신세였다. 생활고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걸인도 무리지어 나다녔다. 엄청난 숫자의 유곽거리가 존재하여 창녀들이 득실대고 성병이 만연하였다.‘항구의 낭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비참하였다. ●목포시내는 ‘거리 박물관’ 영산강하구언에서부터 찻길을 내달리며 고 교수는 다음과 같이 재미있는 목포시 구분법을 제시하였다.“영산강변의 전남도청부지가 21세기형이라면,1980년대 매립지에 1990년대 세워진 하당신도시는 합리주의식이지요. 신식모텔들이 아파트와 공존하는 90년대식 합리주의의 거리를 벗어나면 국립해양유물전시관 같은 공공시설이 몰려있는 문화의 거리가 나오지요. 세계은행(IBRD)차관으로 만들어진 1970년대식 거리가 나오는데 보행자중심 거리를 만든다고 어정쩡하게 T자형도로를 만들어 어데서고 직진이 불가합니다. 저기에 삼학도가 보이고 유달산이 있지요. 거기가 조선인과 일본인거리가 판이하게 갈렸던 목포시내지요.” 이쯤되면 ‘거리박물관’이다. 일본식과 한국식,70년대식,80년대식,90년대식,21세기식이 병존하면서 차곡차곡 쌓여져서 항구도시를 만들어 왔다. 지난 백년사를 웅변해주는 목포답사 1번지는 오늘날 목포문화원으로 쓰이는 일본영사관이 아닐까.1900년(고종37년) 러시아건축가의 손으로 지어졌는 바, 최고급 대리석 벽난로가 설치되어 있는 등 백년 세월이 지났음에도 견고한 모습 그대로다. 이곳에서는 동척을 비롯하여 일본인 조차지역이 한눈에 굽어보인다. 권위적인 위치에 도도하게 자리매김하였다. 목포이사청, 목포부청사 등으로 쓰이다가 광복 후에는 시청, 시립도서관 등으로 이용되었다. 문화원에서 조금 내려오니 동양척식회사 석조건물이 나온다.1920년대 영산포에서 엄청 몹쓸 짓하다가 이리로 옮겨 왔다고 전해지는 바, 남도의 고혈을 빨아먹고 성장한 기관이다. 동척 목포지점은 전국 최대의 소작료를 거두어들였으며 부동산 담보 대부, 고리대 등으로 식민지 수탈의 상징이었다.1930년대 유행한 이난영의 노래 ‘목포의 눈물’은 이같은 슬픈 사연을 안고 흐르는 것이리라. 해군 소유였다가 철폐될 위기에 몰린 것을 시민들이 되살려서 문화공간으로 발돋움할 채비를 갖추고 있으니 동척 부산지점과 더불어 전국에 유일하게 남았다. 백미는 역시 이훈동정원이다.1999평이라는데 우치다니 만빼이란 사람이 1930년대에 세웠다. 광복 이후에 해양경비대가 주둔하였고, 국회의원 박기배 소유를 거쳐서 1947년에 조선내화를 설립한 이훈동(1917년 해남출신)에게 넘어갔다. 목포의 진산인 유달산 남쪽 기슭에 자리잡았으며 입구정원, 알뜰정원, 임천정원, 후원 등으로 이루어진다. 남도에서 가장 큰 정원으로 나무 종류만 113종에 이르러 난대지방식물의 보고다. 일본식 석등은 물론이고 일본식다원정, 연못, 석탑 등이 배치되어 있다. 정원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노적봉이 보인다. 이순신 장군이 적을 시험할 요량으로 위장볏가리를 두르게 하여 싸움 한번 없이 물리쳤다는 전설의 주인공이 왜식정원을 굽어보고 있다. 실로 아이로니컬한 대목이다. ●충무공 진지가 목화수탈 현장으로 노적봉에 오르니 코 앞에 고하도가 보인다. 이순신이 명량대첩 후에 1597년 10월29일 고하도로 진을 옮겨 군량미를 비축하고 전력을 재정비하였다가 이듬해 2월17일 고금도로 진을 옮길 때까지 108일 동안의 진영터다.1722년, 통제사 오중주와 충무공의 5대손 이봉상이 유허지에 이충무공 고하도유적비를 세워 오늘에 이른다. 고하도선착장에는 또 하나의 비석이 있으니 조선육지면발상지비다.1899년 일본영사가 미국산 육지면을 시험재배하기 시작하였고, 재배에 성공하면서 전국으로 육지면이 퍼졌다. 수확기에는 목포항이 온통 흰 목화로 뒤덮였으니 쌀과 더불어 남도수탈의 상징이었다. 1936년 조선총독부가 일본영사의 공적비까지 세웠으니 충무공의 진지가 목화수탈의 현장으로 뒤바뀐 또 하나의 아이러니다. 목포 100년은 이렇게 슬프게 흘러갔다. 누가 식민지근대를 이야기하는가. 그 누가 계량적 통계수치만으로 식민지축적론과 식민지개발론을 논하는가. 식민지시대의 인간군상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항구의 삶은 식민지의 자본축적이 오로지 일본인만을 위한 것이었고 그 열매는 조선인과는 무관함을 웅변한다. 목포항에 산처럼 쌓였던 쌀과 솜은 남도 백성 수탈의 상징이었다. 그러한즉, 일본의 교과서 왜곡에서 강조되고 있는 식민지근대론의 허구와 결과론적으로 맞아떨어지는 국내 일부의 탁상이론가들에게 목포항 방문을 강권하고 싶다. 목포항을 1시간만 걷는다면 근대적 개발이 오로지 민족차별 및 착취를 바탕으로 한 날조였음을 금세 느낄 수 있으리라.
  • [지금 전남에선] 닻올린 ‘J프로젝트’ 항로 잡았다

    [지금 전남에선] 닻올린 ‘J프로젝트’ 항로 잡았다

    전남도의 미래를 바꿀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건설사업(J-프로젝트)’이 닻을 올리면서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신안 다이아몬드 제도 등 서남해안 전체 개발사업의 시발점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사업의 성공여부가 천혜의 섬과 바다, 해안선을 낀 서남해안 개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단계인 2016년까지 해남과 영암 일대 간척지 등 3000여만평에 쉬면서 즐기는 별장형의 미래형 복합 정주도시(50만명)를 세우는 게 목표다.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가꿔 관광객 1000만명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정부가 이를 국책사업으로 선정해 사업비 30조원에 달하는 민간 투자유치에 불을 질렀고 국내·외 투자기업군이 화답하고 있다. 전남도는 조기투자를 유도키 위해 사회간접자본 확충, 개발토지 무상양여, 기반조성비 마련 등에 따른 세부작업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언제 시작되나 지난 11일 전남도청에서 국내·외 자본투자 18개사 관계자들이 J-프로젝트 투자협약서(MOA)에 도장을 찍었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이날 “관광레저 도시 시범사업에 국내외 유수기업이 참여함에 따라 시범사업 선정의 당위성은 물론 사업추진의 신뢰성이 확보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항로가 잡힌 셈이다. 그러나 충분한 기름을 넣어야 하고 선장과 기관장, 항해사 등을 정한 뒤 항구에 도착하려면 아직 첩첩산중이다. 전남도는 지난 14일 ‘J-프로젝트’를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시범사업으로 선정해 주도록 정부에 신청서를 냈다. 이 시범사업은 6월쯤 정부가 지역 낙후도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이후 사업 타당성 조사를 거쳐 개발계획이 승인되면 최종 참여기업군이 확정된다.9월쯤 개발을 전담할 별도 법인이나 위원회 설립도 검토중이다. 또 5월 1일부터 발효될 ‘도시개발특별법’에 따라 오는 12월 개발구역 지정·승인 등 절차를 거쳐 실시계획 승인과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늦어도 내년 초에는 개발예정지 토지구획정비 등 첫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비해 전남도는 해남·영암의 개발지 인근 주민들로부터 개발 동의서를 받아 놓을 작정이다. 국무총리실에는 태스크포스팀이 꾸려지며,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는 지난달 31일 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관광레저도시추진기획단이 발족해 지원사격에 나섰다. 전남도는 7월에 도청 레저도시 기획단을 과 단위에서 국 단위로 승격, 개발에 필요한 서류 발급과 접수, 건축, 개발 허가 등을 원스톱으로 처리해 준다. ●언제 돈이 들어오나 개발방식은 투자자들로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개발한다. 즉 투자그룹이 각자 개발플랜(제안서)을 내고 개별적으로 특성에 맞게 개발에 들어간다. 중복되거나 조정이 필요하면 전남도가 중재에 나선다. 투자 제안서를 낸 곳은 전경련 컨소시엄과 전남지역 컨소시엄, 아랍 에미리트, 일본, 미국 등 국내·외 투자자들이다. 이들 가운데는 사업비 규모를 산정해 제출한 곳도 있다. J-프로젝트가 노리는 것은 중국 관광객이다. 전남도가 공공연히 “아시아의 베가스(도박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하는 이유다. 개발예정지에서 10분거리인 목포항은 중국 최대 상업도시인 상하이와 국내 최단거리에 있다. 또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 등 굵직굵직한 행사도 개발의 호기다. 개발예정지는 L자형 관광휴양 벨트의 중심지다. 인천∼군산∼목포, 목포∼광양∼진주∼부산을 교차하는 지점. 특히 다이아몬드 제도 10개 섬은 다리로 연결돼 환상적인 다리박물관을 선보이는 등 상품화 가능성도 크다. 예정대로 갈 경우 내년 초에는 개발예정지에 대한 기반정비 사업에 들어간다. 사업비는 7조원으로 잡고 정부의 예산지원으로 충당한다. 개발예정지는 정부 땅인 간척지 2300만평과 육지쪽 사유지 700만평이다. 정부 땅의 경우 전남도는 사업추진의 지속성을 위해 소유는 국가로 하되 무상으로 임대해 달라는 입장이다. 사유지는 전남도가 기채를 발행해 보상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중이다. 전남도 양복완 경제통상실장은 “J-프로젝트는 100m 달리기로 치면 이제 0.5㎝만큼 온 셈”이라며 속내를 털어놨다. 주변에서 바라보는 성급한 눈길이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도로망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도 시급하다. 서남해안 일주도로인 국도 77호선(인천∼신안∼부산)의 확포장과 연륙·연도교 건설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또 무안 국제공항 개항(2007년)이나 고속철도 호남선 건설도 앞당겨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바람이다. ●개발예정지 투기열풍 보상을 노린 나무심기 광풍이 불고 있다. 마구 심어대면서 묘목 값도 크게 올랐다. 느닷없이 새로운 집들이 지어지고 있다. 심지어 남의 땅을 빌려 나무심기를 한 뒤 보상 후 절반씩 돈을 나누기로 했다는 소문도 있다. 주변 땅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J-프로젝트 예정지인 해남군 산이면과 영암군 삼호읍은 지난해 8월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산이면 일대는 논·밭이 지난해 초 평당 1만원에서 최근 6만원으로 올랐다. 이곳으로 연결되는 마산면 일대는 도로 주변이 평당 10만원으로 폭등했다. 부동산 중개업소도 이전보다 3배나 많은 40여곳이 문을 열었다. 또한 지난달 해남군 해남읍, 계곡·마산·황산·문내·화원·화산면, 영암군 삼호읍, 미암·서호·학산면 일대도 새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평당 2만∼3만원이 7만원으로, 무안공항 뒤편은 30만원으로 뛰었다. 모두가 개발기대심리로 부풀어 있다. 이들을 바라보는 주민들은 “잔뜩 바람만 들었다가 허탈감만 커지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입을 모은다. ■ 박준영 전남지사“전남 자산가치 국제적 인정받아”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건설사업(J-프로젝트)은 전남의 미래가 걸려 있습니다. 처음으로 전남만의 자원이자 자산이 국제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평가받은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이 사업의 의의가 있습니다.”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않은 박준영 전남지사는 곳곳에 걸림돌이 있어 어려움이 있겠지만 전남도민들이 앞장서서 협력하고 돕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J-프로젝트 성공을 서남해안 개발사업의 시금석으로 보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반드시 성공해야만 전남이 자랑하는 섬(1969개)과 리아스식 해안선(6431㎞), 세계 5대 청정갯벌 등을 살려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가꾸는 일을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투자자들의 전남도 내 사무실 설치는 현장실사에 따른 투자의지의 척도로 볼 수 있다. 박 지사는 “해외투자그룹 가운데는 조사팀을 전남도에 파견해 일할 장소를 찾은 곳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부분적으로 윤곽을 그려가는 과정으로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기대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박 지사는 “J-프로젝트 사업에 속도를 더하기 위해 투자그룹별로 컨소시엄(공동참여) 체제로 갈 것인지, 아니면 이들이 출자금을 낸 법인체제로 갈 것인지 여부는 투자적격성 검토가 끝난 뒤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돈이 들어오는 시점에 대해’ 박 지사는 “이 사업은 차분하고 안정되게 추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급하게 하다보면 일을 망칠 수도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또 “내 임기내에 뭔가를 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누가 추진하든 잘 되도록 밑그림을 튼실하게 그리는 게 더 중요하다. 안전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하되 신속하게 밀고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民資 30조원 유치 최대난제 J-프로젝트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도 만만찮다. 사업비 30조원 모두를 민간자본으로 충당해야 하고 대중국 관광객 유치를 겨냥한다는 사업 내용도 마뜩찮다. 주변여건이 전남보다 월등한 인천 송도 신도시 개발이 4년째 제자리 걸음이고 전북도가 무주 리조트에 아랍자본을 끌어들여 ‘동양의 에버랜드’를 만들겠다던 호언도 물거품이 된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남대 경제학부 송인성(59·지역개발학과) 교수는 “J-프로젝트 정보를 공개해 지역개발 전문가나 지역민들이 공감토록 하는 공론화가 선행돼야 하고 정권이나 사람이 바뀌어도 사업추진이 되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성공한다.”고 못박았다. 그는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20년이 지나도록 허허벌판인 해남 화원반도를 예로 들었다. 송 교수는 “달랑 2∼3쪽짜리 개발계획서로 투자자들과 투자협정서를 체결하는 걸 보면 회의적”이라며 “30조원 사업이라면 적어도 200쪽 분량에 사업 타당성과 세계적인 관광지로서 상품화 내용 등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광주지역 기업인들은 “무안군이 산업교역형 기업도시를 신청했고 신 도청 이전지인 남악 신도시(15만명)를 만든다면서 추가로 50만명에 달하는 관광레저도시 인구는 어디서 유입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해외투자 유치 전문가들은 “해외 투자자들은 투자가치 즉 수익성이 전제돼야만 투자를 한다.”며 “투자 전에 현지에 사무실을 내고 직원을 파견해 실사한 뒤 제공되는 정보의 질이나 투자조건 등을 꼼꼼히 따지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체들이 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데 과연 참여업체들이 막대한 자금 동원력이 있을지…”라며 의문을 표시했다. 광주지역 환경단체도 도청 앞에서 환경파괴 조장 등을 거론하며 사업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웰빙 A to Z] 토종웰빙을 찾아서-충남 서천주꾸미

    [웰빙 A to Z] 토종웰빙을 찾아서-충남 서천주꾸미

    ‘주꾸미와 낙지’ 요즘에는 주꾸미가 친숙하게 다가오지만 예전에는 낙지와 잘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았다. 짙은 밤색에다 껍질이 매끄러운 낙지에 비해 주꾸미는 흰색에 가깝고 다리가 짧은데 모양새가 거의 비슷해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 갯가 사람들은 ‘가을 낙지, 봄 주꾸미’라고 보통 얘기한다. 산란기를 앞두고 있는 3∼4월이 이른바 주꾸미 대가리에 알이 꽉 차고 살이 부드러워 맛이 최고로 좋은 시절이기 때문이다. ●동백이 어우러지는 충남 서천 지금은 전북 군산이나 충남 보령에서도 열리고 있지만 주꾸미 축제를 처음 연 곳은 충남 서천이다. 주꾸미는 우리나라 서해안은 물론 남해안에서도 잡히고 있는 연체류다. 주꾸미의 최대 생산지는 아니지만 축제를 처음 열어 가장 많이 알려진 덕에 주꾸미 하면 서천이 본고장으로 대접을 받는다. 포구 주변에는 주꾸미 요리를 하는 임시 장터가 있다.20여개 가게를 찾아오는 관광객이 주말이면 4만명을 넘을 정도로 호황이다. 이곳에는 마량포 앞바다에서 70∼80척이 갓 잡아온 싱싱한 주꾸미를 올려놓는다. 주민 김형천씨는 “마량리 앞바다에서 잡은 주꾸미는 모래와 갯벌이 섞인 바다에서 잡아 영양이 풍부하고 살이 단단해 맛이 뛰어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잡힌 주꾸미보다 도매가가 3000원 정도는 더 비싸다.”면서 “우리 주꾸미 장터에서는 순수 마량리산만 쓴다.”고 자랑한다. 장터 바로 옆에는 수령이 500년이나 되는 동백나무들이 들어찬 숲(천연기념물 169호)이 있어 운치를 더한다. 꽃망울을 요즘 한창 터뜨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구경하면서 주꾸미를 먹는 풍류는 어디서도 맛볼 수 없다. ●담백한 맛이 좋아 주꾸미는 다른 해산물처럼 회로도 많이 먹는다. 하지만 으뜸 요리는 샤부샤부. 파와 무 등을 넣어 끓인 물에 살짝 데쳐 잘라 먹는 요리다. 맛은 낙지가 구수한 반면 주꾸미는 담백하다. 또 낙지는 질기지만 주꾸미는 꼬들꼬들하다. 대가리를 통째 먹는 맛은 낙지가 더 구수하다. 주꾸미가 뜨거운 물에 데어 죽으면서 시꺼먼 먹물을 풀어 보기가 안 좋지만 한때는 이 먹물이 최고의 영양식으로 대접받았다. 주꾸미를 다 데쳐먹은 뒤 국물에 수제비, 칼국수나 라면을 넣어 끓이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또 볶음요리가 있고 육수를 넣은 전골도 있다. 파·마늘, 각종 야채와 고춧가루 등을 넣어 만든 전골은 익은 주꾸미를 꺼내 술안주 등으로 먹은 뒤 면을 넣어 끓이거나 밥을 넣어 볶아먹으면 좋아 술꾼들이 즐겨 찾고 있다. 메뉴를 불문하고 3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1㎏에 2만 8000원이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게 일어야 잘 잡힌다 주꾸미는 어떻게 잡을까. 낙지는 숨어 있는 갯벌 구멍을 삽으로 파 잡아내지만 주꾸미는 속칭 ‘소라방’과 ‘낭장망’ 등 전통적인 두 가지 방법으로 잡는다. 소라방은 소라껍데기를 줄기에서 뻗어나온 가지처럼 굵은 줄에 가는 줄로 매달아 바다 속으로 넣으면 주꾸미가 들어가 잡히는 것이다. 바람이 거세고 파도가 높게 치면 바다 밑이 흔들려 물이 혼탁해져 주꾸미가 놀라면서 소라 속에 감춰 잘 잡힌다고 한다. 마량리 어민들은 주로 소라방으로 주꾸미를 잡아 산 채로 가게로 보낸다. 주꾸미는 지방이 1%밖에 안되는 저칼로리 해산물로, 다이어트식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아미노산도 풍부하다. 마량리는 서해안고속도로 춘장대IC에서 빠져 좌회전해 군도 2호선을 타다가 지방도 607호선을 갈아타 마량리 이정표를 보고 가면 25분쯤 걸린다. 4월 말까지는 주꾸미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 서천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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