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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혜림 사건과 언론 선정주의/구본영 정치부 기자(오늘의 눈)

    북한 김정일의 전동거녀 성혜림씨 자매의 망명설은 처음부터 드라마가 갖춰야 할 극적인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었다. 비단 주역이 북한 최고권력자의 한때의 동거녀였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다.그녀가 젊은시절 미모의 여배우였다는 사실 또한 드라마의 흥미를 돋운 양념이었다. 성혜림망명극에 깔린 가장 중요한 복선이었음에도 이를 보도한 언론이 간과한 사실이 있다.그녀와 김정일사이에 태어난 아들 김정남이 평양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요컨대 그녀의 망명여부,나아가 최종 귀순지가 남한이냐 다른 서방국이냐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가 중대한 분기점을 맞을 수 있는 중대 사안으로 그만큼 신중한 접근자세가 요구됐다. 그러나 나라 안팎을 온통 떠들썩하게 했던 망명설은 결국 2류 코미디로 전락,종막으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언니 혜랑씨만 서방으로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을 뿐 주역인 혜림씨는 아직 모스크바에서 북한당국의 「보호」하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지난 82년 「귀순」,서울에 사는 아들 이한영씨를 통해 언니 혜랑씨의 탈출의사는 일찍 확인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하지만 아들이 평양에 있는 혜림씨의 망명의사는 처음부터 불분명했다는 게 관계당국의 설명이다. 지난 2월 초순 일부 언론에 성씨 일가의 탈출설이 터져 나오면서 혜림씨의 망명 가능성은 거의 물건너갔다는 것이다.이후 혜림씨 일행이 미국 등 제3국을 경유해 한국으로 들어올 시점이 임박했다는 등 갖가지 흥미위주의 과장·추측보도가 터져 나왔다.그러나 결과적으로 실체적 진실과는 무관한 것으로 판명됐다. 문제는 기구한 운명의 두 자매의 인생행로가 일부 선정적 보도로 인해 결정적으로 엇갈린 사실만이 아니다.더 한심한 일은 이한영씨의 「제보」에 장단을 맞춰 성씨 일가 탈출설을 흥미위주로 다룬 일부 보도 자세다. 이씨의 언론플레이는 어머니와 이모의 목숨을 담보로 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위험한 곡예였던 까닭이다. 이 해프닝을 지켜보면서 기자는 언론의 지켜야 할 금도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하게 됐다.흥미위주의 속보경쟁에 앞서 떠올려야 할 단어가 「공익」이나 「국익」과 같은 평범한 단어가아닌가 싶다.
  • 기습폭우… 수도권 물난리/지하철·도로 곳곳 침수… 출퇴근길 곤욕

    ◎이재민 1천6백91명 발생/중랑구 등 집 4백78채 물에 잠겨/남한강 물 불어 중고생 6명 사망·실종 26일 새벽부터 서울·경기 및 강원일부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1명이 실종되고 서울 지하철 5호선 일부 구간이 침수돼 하오 늦게까지 전동차 운행이 중단됐다.또 가옥이 침수돼 모두 4백78가구 1천6백91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곳곳에서 비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상오 9시쯤 서울 강북구 수유4동 대동천 입구에서 정양용씨(67)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하오 6시30분쯤에는 성북구 정릉4동 정릉천 다리를 건너던 강대련씨(34·성북구 정릉동 749)가 실족,역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상오 9시50분쯤에는 지하철 5호선 왕십리∼장한평∼군자역 구간 선로가 미개통 공사구간에서 빗물이 유입되면서 침수돼 하오 5시30분까지 전동차 운행이 중단됐다.지하철 건설본부는 미개통 구간인 신금호역 공사장에서 빗물이 흘러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오 9시15분쯤에는 중구 신당동 지하철 2호선 신당역 구내 선로가 침수되면서 양방향 전철운행이 50여분동안 중단됐다. 이밖에 동부간선도로 창동교∼월릉교,중랑교∼월릉교 구간도 침수돼 하오까지 교통이 두절되는 등 도로 13곳이 한때 물에 잠겼다. 가옥침수도 잇따라 서울 중랑·도봉·노원구 등에서 모두 2백53개채가 침수돼 주민 9백26명이 중랑구 중화중학교 등 3개학교에 분산 수용됐다. 경기도와 강원도지역에서도 비 피해가 속출했다. 상오 7시15분쯤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도신리 경원선 철도 노반이 3m 가량 침하되면서 유실되는 바람에 양방향 철도운행이 30여분간 중단됐다.상오 8시쯤에는 남양주시 진접읍 부평리 야산이 폭우로 무너져 진접읍과 포천군 소흘면간 314번 지방도로의 통행이 두절됐다.〈전국 종합〉
  • 교회수련회중 참변

    【충주=김동진 기자】 충북 충주시 남한강 상류로 교회 수련회를 왔던 중·고생 6명이 물에 빠져 숨지거나 실종됐다. 26일 하오 3시50분쯤 충주시 앙성면 단암리 앞 남한강대교 인근에서 물놀이를 하던 안아영(17·서울 명성여고 2년),윤미희(17·서울 성덕여상 2년),곽경진양(14·서울 명성여중 3년) 등 3명이 물에 빠져 숨졌다.또 안정영양(16)과 서진호군(19),이수현양(14) 등 3명은 실종됐다. 사고 지점은 수심 3m,폭 2백60m 가량의 강 안쪽 30m 지점으로 골재 채취로 인해 수심이 깊은데다 이날 강 상류에 내린 비로 물이 크게 불어 있었다.
  • 인제군 80대산골할머니·군수/전재산·1년봉급 장학금기탁(조약돌)

    ○…산골할머니는 평생동안 모은 전재산을,민선군수는 1년치 봉급을 나란히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26일 상오11시 강원도 인제군 인제군청 대회의실에서는 정옥순씨(81·인제군 북면 월학리)가 월남한 후 모은 5천만원상당의 논과 밭 8천㎡를 비롯,혼자 살고 있던 집을,이승호 군수(56)는 1년 봉급 1천3백78만원을 재단법인 인제군장학회에 각각 기탁했다. 정씨는 다섯살 때 할아버지에게 천자문은 익혔지만 어려원 형편으로 배움을 포기해야 한 아픈 기억 때문에 사별한 남편이 모은 올림픽주화 17개,12돈쭝짜리 금등 모든 재산을 선뜻 내놓았다. 정씨는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전재산을 내놓게 됐다』며 『한창 배울 나이에 나처럼 배움의 기회를 놓치는 학생이 없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군수(56)는 『가난한 농민이 영농자금을 받아 춘천 등지의 대학에서 공부하는 자식의 학자금으로 전부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며 『임기중에 받는 봉급을 모두 장학회에 내놓겠다』고 말했다.〈인제=조성호 기자〉
  • “북,휴전선에 화력 집중/장사정 야포가 주력 무기”

    ◎CIA 비밀보고서 【워싱턴=나윤도 특파원】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휴전선 일대에 화력을 집중시키고 있으며 아직도 평양당국은 기습남침을 위한 북한군 전력증강에 정책의 우선권을 두고 있는 것으로 미 CIA의 비밀보고서가 밝혔다고 워싱턴 타임스지가 25일 보도했다. 타임스지는 최근 수주일간 위성정찰사진을 판독해 작성된 CIA보고서가 북한은 특히 동해안일대를 비롯한 휴전선 전역에 보다 강력하고 사거리가 긴 야포를 추가시키고 있으며 앞으로 남한에 대한 최대의 위협은 탱크나 장갑차의 공격보다도 집중된 야포에 의한 공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 “배고파 죽느니 차라리 남으로…”/박철호씨

    ◎DMZ 통해 민간인으로 5번째 귀순/“대북방송 통해 남쪽사정 잘알아/2∼3일에 한번꼴 아사자 목격”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4㎞남짓 떨어진 강원도 김화군 근북면 건천리에서 농부로 일하는 북한 주민 박철호씨(41)가 24일 상오 철책선을 넘어 귀순했다.박씨는 배가 고파서 잘사는 남한으로 탈출하게 됐다고 귀순동기를 밝혔다. 국방부 윤창로 대변인은 『이날 상오 7시 42분쯤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험동석리 전방 아군 경계초소(GP)로 북한 주민 박철호씨가 귀순해 왔다』고 밝혔다. 박씨는 이날 상오 7시 35분쯤 강원도 철원군 철책선 부근에서 3사단(사단장 안충준 소장·육사 25기) 소속 이장혁상병 등 2명의 초병에게 발견돼 남쪽으로 인도됐다. 박씨는 지난 22일 밤 건천리를 출발,한탄강 상류를 건넌 뒤 북측 비무장지대와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했다. 박씨는 농사도 지으면서 김화군 식료수매조합 수매원으로 일하는 노동자로 올해 재혼한 부인 김정숙씨(39)와 자식으로는 아들 2명,딸 2명을 두고 있다.이 지역으로는 지난 86년 북한군 홍명진 중사가귀순했으며 비무장지대를 통해 민간인이 귀순한 것은 이번이 5번째이다. 박씨는 귀순 직후 3사단에서 기자들과 만나 『평소 대북방송을 듣고 남한이 잘 사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배고파 죽는 것보다 차라리 남쪽으로 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귀순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3일에 한번씩 사람이 굶어 죽는 것을 봤으며 지난 19일에도 여자 1명이 굶어 죽었다』면서 『나도 15일동안 나물밥만 먹고 살았다』고 말했다. 박씨가 살던 건천리는 우리측 대북방송이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여서 평소 북한군의 경계가 삼엄한 지역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최초 신문 직후 탈진,GP 후방에 대기하고 있던 앰뷸런스에 실려 3사단 사령부 의무실로 옮겨졌다. 국방부는 박씨가 귀순하던 당시 안개가 많이 끼어 이상병 등이 철책선 30m 전방까지 접근해 박씨를 인도하는 작전을 펼쳤으며 북한 경계병들은 이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황성기 기자〉
  • “넘어오기전 15일간 나물밥 연명…”/귀순 박철호씨 일문일답

    ◎북은 사람 못사는 땅… 6개월전 탈출 결심/식료품점 수매원으로 농사일 하며 살아 24일 새벽 한탄강 상류를 통해 귀순한 북한주민 박철호씨(41)는 『배가 고파 죽을 바에는 차라리 남쪽에 가서 죽겠다는 심정으로 귀순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날 하오 2시 30분 철원군 김화읍 백골부대 철책 경계부대에서 20여분 동안 기자회견을 갖고 귀순 동기 등을 밝혔다.기자회견장에는 귀순 당시 입었던 연한 쑥색 점퍼와 회색 작업복 바지를 그대로 입고 나왔다. ­언제 탈출을 결심했나. ▲6개월 전부터이다. ­탈출동기는. ▲너무 배가 고파 내려 왔다.식량 문제 뿐만 아니라 북한은 사람 취급하는 곳이 아니라 개나 돼지가 사는 곳과 같다.이래 저래 죽을 바에는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왔다. ­남한이 잘 산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나. ▲평소 남한과 가까운 곳에 살다보니 대북방송을 통해 익히 들었다.까맣게 속아 살아 가고 있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북한 주민이 2∼3일에 한 사람씩 굶어 죽어간다는 데 사실인가. ▲나도 15일 간이나 나물밥만 먹고 살았다.내려 오기 이틀 전에도 동네 아낙네 1명이 죽어 치워졌다. ­북한에서의 직업은. ▲식료품점 수매원으로도 일하고 주로 농사일을 많이 해왔다. ­오면서 아무 것도 먹지 않았나. ▲지난 22일 저녁 나물죽을 먹고 그 이후로는 한 끼도 못 먹었다. ­북에 있는 가족은. ▲처 김정숙(39)과 딸 용옥(15·중5년) 아들 영남(14·중3년) 딸 정실(12·중2년) 아들 정훈(9·인민학교 2년) 등 5명이다.이중 용옥과 영남은 전처 손금순(38) 사이에 난 소생이다.〈철원=박홍기·박성수 기자〉 ◎박씨 귀순 경로/22일밤 집 출발·한탄강 6시간만에 건너/남한쪽 강변 도착한뒤 남으로 계속 뛰어 □비무장지대 민간인 귀순일지 ▲74년 6월14일=공탁호(당시 34세·토목설계사) ▲82년 1월7일=김용준(당시 30세) ▲83년 6월1일=정범호(당시 44세) ▲90년 7월8일=채정(중국인·26세) ▲96년 7월24일=박철호(41세·노동자) 박씨가 집을 나선 것은 22일 밤 10시 30분쯤.한탄강을 건너기 위해 고무물주머니와 물통 1개씩을 갖고 3㎞를 걸어서 한탄강 상류에 도착했다. 그러나 건천리 남쪽은 군사분계선과 가까워서 평소 북한군의 경계가 삼엄한 지역.마침 30m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가 짙게 끼어 있어 그의 「남행」에 도움이 됐다.고무 주머니와 빈 물통에 몸을 실은 뒤 강으로 걸어들어갔다.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거의 손과 발을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강물의 흐름에 몸을 맡긴지 6시간만인 23일 상오 7시30분 남한쪽 강가에 닿았다. 이미 날이 밝은 뒤여서 박씨는 수풀에 몸을 숨기고 어두워지기만을 기다렸다. 23일 밤.비상식량이 없는 상태에서 고무물주머니에 담은 물만을 마시며 버틴 그는 북한군 경계병에 들키지 않으려고 1시간에 불과 5백m 남짓 남쪽으로 나아갔다. 북한군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곳곳에 설치된 지뢰.자신도 모르는 사이 밟은 지뢰에 개죽음을 당할 수 있었기 때문.그러나 북한군이 수시로 놓는 불에 지뢰가 많이 폭발해서인지 무사히 북방한계선을 거쳐 군사분계선을 지난 듯 했다. 24일 아침.혼신의 힘을 다해 남쪽으로 계속 뛰었다.멀리서 국군으로 보이는 초병 2명이 보였다.손을 흔들어 귀순의사를 표시했다.필사의 탈출을 시도한지 33시간만에 꿈에 그리던 남한의 품에 안긴 것이다.〈황성기 기자〉
  • “「칸수」 교수는 간첩” 동료들 경악

    ◎철저한 위장에 학생·이웃도 충격/아내조차 “필리핀인으로 알았다”/소속대학 포섭당한이 없자 안도/거침없이 활보… “안일한 반공의식에 경종” 단국대 사학과의 「무하마드 칸수」 교수가 레바논계 필리핀인으로 위장한 북한의 남파간첩 정수일로 밝혀지자 대다수 시민들은 북한의 치밀한 대남공작 수법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대학의 동료교수 및 학생들과 이웃 주민들은 『정말이냐』고 되묻는 등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검찰 송치◁ ○…정은 이날 하오 1시쯤 서울지검에서 서울의 부인이 간첩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북한에 있는 아내는 대남활동을 하고 있다는 정도는 어렴풋이 알고 있겠지만 남한의 집사람은 내가 필리핀인으로 알고 있으며 간첩활동 사실은 모른다』라고 말했다. 또 남한에서 주로 누구와 접촉했느냐는 질문에 『동료 교수 등 학계인사였다.정치인·언론계 인사들과는 별다른 접촉이 없었다』고 밝혔다.재야운동권과도 별로 접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령은 무전으로 받았고 84년 이후 모두 60여차례에 걸쳐 보고했다고 말했다. ▷정의 자택◁ ○…정이 부인(45)과 함께 92년부터 살아온 서울 광진구 자양3동 우성아파트 주민들은 『정말 간디교수가 간첩이냐』며 놀라워했다.주민들은 정을 「간디교수」라고 불렀다. 아파트 경비원은 『콧수염을 길러 외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국말을 너무 잘해 약간 이상했다』며 『1년에 한번 꼴로 40대 후반에서 50대초반의 남자 2명이 찾아오곤 했다』고 전했다. ▷단국대◁ ○…「칸수」교수가 구속된 뒤 조사위원회를 열어 교수와 학생 가운데 포섭을 당한 사람이 있는지를 조사했으나 교내에서는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안기부의 발표에서도 이와 관련해 별다른 내용이 없자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기자회견장◁ ○…수사결과를 발표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은 발표 30분 전부터 수십명의 내외신 기자들로 붐볐다. 발표회 도중 정을 체포할 당시의 상황과 신문과정을 담은 비디오가 10여분 동안 방영됐다.정은 여기서 자신의 신분 및 남파경로와 목적 등을 또렷하게 대답했다.특히 북한 무용수 출신의 귀순자 신영희씨가 정의 처로 북한 모란봉극단의 안무지도자인 박광숙을 안다고 진술하는 장면도 담겨 있었다. ▷각계 반응◁ ○…안동일 변호사는 『경악스러운 일로 사회일각에 북의 적화통일 기조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일깨워 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국사학과 최병헌 교수는 『칸수교수가 어느정도의 학문적 위치를 확보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사회 일각에선 교수사회에 간첩이 침투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그토록 허약하지는 않다』고 강조했다.〈김경운·박준석·이지운 기자〉
  • 비 등 5국 돌며 두차례 국적세탁/「정수일 사건」의 특징

    ◎6개 국어 능통… 입국 6년만에 교수로 필리핀인으로 위장,12년간 「무하마드 칸수」로 국내에서 암약해온 정수일은 대학교수와 아랍문화 전문가 등으로 행세하며 나름대로 국내에서 명성을 쌓아온 엘리트 간첩이었다. 정은 국내 상류층에 안정적으로 침투하기 위해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특이하고 대담한 수법을 썼다.그동안 북한 공작원들이 조총련의 지원 아래 일본인의 신분을 도용한 적은 있었지만 외모가 확연히 구분되는 동남아인으로 출생지와 생년월일을 조작한 것은 정이 처음이다. 이를 위해 정은 레바논·튀니지·파푸아뉴기니·말레이시아·필리핀 등을 5년간 돌며 두차례에 걸쳐 국적을 바꾸는 등 치밀한 국적세탁 과정을 거쳐 84년 필리핀 유학생 자격으로 국내에 잠입했다. 90년 단국대 사학과 교수자리를 따낸 것을 비롯,신문·잡지기고와 저술 등 다양하게 활동했다.아랍 및 중국어는 물론,영어·독어·불어 등 6개국어에 능통한데다 평양에서 교수생활까지 했던 전력을 살려 안전한 「상아탑」을 거점으로 삼았다. 정은 북한의 「대외정보 조사부」소속으로 남파됐다.드문 경우다.지난해 10월 충남 부여에서 붙잡힌 김동식처럼 대부분의 간첩은 「사회문화부」소속으로 민심동향을 수집하거나 지하당 등 대남공작거점을 마련하는 것이 주임무이다.반면 정은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정보가 아니라 북한의 대남정책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수 있는 정치·군사부문의 고급정보를 수집,중국 북경의 공작거점을 통해 평양에 보고했다. 지난 2월부터는 북의 지령에 따라 5차례나 팩스로 정보를 보내는 대담성을 발휘했다.기존의 음어통화나 암호조립,무선보고와 달리 대량의 정보를 신속하고 시의적절하게 제공할수 있었기 때문이었다.안기부는 『위험부담이 큰데도 팩스보고를 평양에서 요구한 것은 정의 보고가 매우 중요했으며,북의 대남정보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엄격한 신원확인이 요구되는 교수임용에 정이 통과하고 남한에서 12년동안이나 활동해 온 점 등 공안분야의 허술한 대목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시정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안기부의 설명처럼 정이 팩스를이용하지 않았더라면 정은 상당기간 활동을 계속하면서 교수라는 지위를 이용,갈수록 수준 높은 정보를 북으로 보고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안기부는 『상류사회에 진출한 「제2의 칸수」가 우리 사회에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들을 가려내는데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밝혔다.〈김태균 기자〉 ◎안기부의 검거작전/올 3월 단서 포착… 추적 돌입/호텔 24시간 감시… 팩스보내다 붙잡혀/철저한 신분위장에 수사초기 어려움 남파간첩 정수일의 검거작전은 마치 첩보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했다. 어눌한 우리말,완벽한 외국인 외모,교수라는 사회적 신분 등 일반인들이 간첩이라고 여길 만한 요소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었다.때문에 그를 체포한 국가안전기획부도 수사초기에는 진짜 간첩인지의 여부를 예단하지 않고 비밀작전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안기부가 국내의 정치·군사동향 등이 서울 중심지에서 팩시밀리로 중국 북경의 북한 공작거점으로 새 나가고 있다는 단서를 포착한 것은 지난 3월.정이 남한에서 간첩활동을 시작한 지 꼬박 12년만이다. 송신자의 위치와 신분을 노출하지 않고 팩시밀리를 이용할 수 있는 장소는 호텔 밖에 없다고 판단한 안기부는 국제통신망을 갖춘 시내 롯데·플라자·웨스틴 조선·프레지던트 등 4개 호텔의 비즈니스센터에 대한 24시간 감시에 들어갔다. 아울러 해당호텔 비즈니스센터 및 프런트에 폐쇄회로 TV를 설치하고 직원들을 상대로 철저한 교육을 시켰다.수상한 사람이 발견되면 즉각 신고토록 협조를 당부했다. 또 폐쇄회로 등에 찍힌 유력한 용의자의 몽타주를 작성,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이를 숙지토록 했다.마침내 정의 신분이 드러나는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왔다. 지난 3일 하오 1시20분쯤 플라자 호텔 비즈니스센터에서 수집정보를 북경으로 보내려던 정이 수신자의 번호중 한자리를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팩시밀리에 에러가 생겼다.이를 목격한 호텔 직원이 도와주겠다고 하자 송신내용을 감추려는 정의 얼굴에는 순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호텔 직원은 이를 놓치지 않고 안기부에 연락했고 정은 현장에서 곧바로 붙잡혔다. 지난 2월 북경의 북한지도원으로부터 정보의 신속,대량전달이 요구되고 있으니 암호를 이용한 국제우편,단파방송 대신 팩시밀리를 이용하라는 지시를 받은 정은 결국 수집정보의 전달방법을 바꾸는 바람에 10여년동안 감춰왔던 베일을 벗게 됐다.〈박준석 기자〉
  • “비인 위장 남파 간첩 정수일/김일성 아랍어 통역 출신”

    ◎안기부 구속 송치 국가안전기획부는 22일 아랍계 필리핀인으로 위장,단국대 교수로 재직하며 간첩활동을 해 온 북한 노동당 대외정보부 소속 공작원 정수일(62)을 간첩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검에 구속송치했다.〈관련기사 5·23면〉 안기부는 이 날 상오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의 간첩활동 내용과 암호표,독약앰플 등 압수한 증거물 81종 1백60점을 공개했다. 정은 입국 직후인 84년 6월부터 단파라디오를 이용,북한으로부터 1백61차례에 걸쳐 지령을 받아 지금까지 80여차례에 걸쳐 편지와 팩시밀리 등을 이용해 각종 군사·정치정보를 북한에 보고했다. 87년 7월부터 4차례에 걸쳐 중국과 오스트리아를 거쳐 입북,공작금과 간첩장비를 건네받았고 대남공작의 공로로 조국통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이 북한에 넘긴 정보 가운데는 「영화감독 신상옥씨 동정」,「서울­판문점간 검문소 및 방어벽 실태」,「총선 정세분석」,「K1A1전차 생산」,「군사장비 도입계획」 등 각종 고급 정보와 국내 운동권 동향 등이 포함돼 있다.정은 이날 검찰에 송치되면서 기자들과 만나 『안기부가 발표한 혐의 사실을 모두 시인한다』고 말했다. 또 『남한에서는 주로 학계·동료인사들과 만났고 정치·언론계 인사들과는 거의 접촉하지 않았으며 일간지를 이용해 국내 동향을 종합 분석했다』고 밝혔다. 정은 34년 11월 중국 연변의 북한인 가정에서 태어나 북경대 아랍어과를 졸업했으며 모로코 주재 중국대사관 2등 서기관으로 있던 63년 북한으로 귀환했다. 평양 외국어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김일성의 아랍어 통역을 맡기도 했으며 74년 탁월한 외국어 실력과 아랍인과 닮은 외모 때문에 대남공작원으로 차출됐다.〈박용현 기자〉
  • 조­소 우호원조 조약/「북­러조약」 개정 논의

    ◎한·러 외무회담 놓고 향배 촉각/새달 시효 만료… 러 대북정책 시금석/한국 「자동 군사개입조항」 폐지 요구/북측,러에 「성의있는 태도」 촉구 가능성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되는 공로명 외무장관과 프리마코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회담에서는 옐친 대통령 재선이후의 러­북관계가 중요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지난 3일 끝난 러시아의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전반적인 보수화·민족주의화 경향은 이미 러시아의 대한반도·대북정책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가까운 시일내에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나타내줄 이벤트는 아마도 기존의 「소련­조선간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을 「러시아­조선간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으로 개정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지난 61년7월 흐루시초프와 김일성이 체결한 소­북 양측간의 우호원조조약은 그동안 5년마다 자동적으로 연장돼 왔고,러시아가 91년12월 조약을 승계했다.그러나 소련연방의 해체이후 남한 우선의 대한반도 정책을 취해온 러시아는 94년 옐친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에서 『러­북간의 우호원조조약 1조가 현실에 맞지 않아 사문화됐기 때문에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우호원조조약 1조는 『체약일방이 어떠한 국가 또는 국가군으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음으로써 전쟁상태에 처하게 됐을 경우,체약 상대방은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온갖 수단을 다하여 군사적 및 기타의 원조를 제공한다』는 이른바 자동군사개입 조항이다.러시아는 이러한 방침에 따라 지난해 9월 북한에 기존조약을 폐기하고 새로운 조약을 체결하자는 입장을 전달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옐친 행정부가 새로운 조약의 제1조를 『주요 국제문제를 상호협의한다』는 정도의 상징적 문안으로 교체하기를 희망하고 있다.이는 92년 체결된 「한­러간의 기본관계에 대한 조약」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러시아가 조약개정을 요구한 이후 공식적으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북한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공산당이 다시 정권을 쟁취,기존 조약을 연장하거나 비슷한 수준의 새 조약을 체결하는 상황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그런 희망은 좌절됐다.그러나 북한이 기존조약의 시효가 만료되는 다음달 31일까지 새로운 조약을 체결하지 않아 양측간의 기본관계를 규정하는 아무런 끈이 없는 상황을 만들지는 않을 것으로 당국자들은 예상한다.특히 최근 미국과 일본·중국·러시아가 동북아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에 경쟁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농후하기 때문에 북한이 러시아의 「좀 더 성의있는 태도」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이도운 기자〉
  • 북한체제의 붕괴는 필연적

    ◎김경원 사회과학원장,미 하버드대 발행 계간지서 주장/한국 지도자들 평화스런 통일 이뤄지게 유도해야 북한체제의 붕괴는 필연적이기때문에 한국 지도자들은 예측가능한 갖가지 북한체제붕괴 형태에 대비,어떤 경우라도 평화스럽게 통일이 이뤄지도록 유도해야한다고 김경원 사회과학원장 겸 서울국제포럼 회장이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발행하는 계간지 「하버드 인터내셔날 리뷰」최신호에서 주장했다.「출구는 없다」는 제하의 그의 기고문을 요약,소개한다. 1895년 중·일전쟁이후 1백년만에 처음으로 미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모든 주요세력들이 서로 평화를 유지하고있다. 그러나 오늘날 동북아에서의 평화는 완전하게 확보된 것도 아니고 이 지역이 지난 1백년동안 분쟁과 갈등을 이끌었던 권력투쟁의 역동성으로부터 벗어났는지도 분명치않다.한반도는 중무장한 남과 북이 비무장지대를 따라 상호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여전히 긴장의 파고가 높다. 북한의 김일성이 사망한지 2년이 지났지만 20년이 넘도록 후계자 수업을 받아온 그의 아들 김정일은 아직 아버지의 자리를 물려받지 않고있다.그가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불확실하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김정일의 미래는 보장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카리스마적인 지도력으로 북한을 이끌었던 김일성과는 달리 김정일의 미래는 그가 채택하는 정책의 성패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일부 북한 관측통들은 북한이 식량부족을 타개하기위해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한 점을 들어 김정일이 외부지향적인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김은 개혁·개방노선을 공개적으로,분명하게,반복적으로 계속 거부하고 있다. 북한이 동북부의 나진·선봉지구에 경제특구를 마련,서방 및 남한의 기업들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으나 이것이 경제를 개방하고 개혁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김이 개혁정책을 쉽게 채택할 수 없는 이유는 3가지로 요약된다.먼저 북한이 시장경제로 가더라도 경제가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고, 둘째,경제적 성과를 보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리며, 셋째,실패한 주체사상을 개혁과 개방의 전략으로 대체하는 것은 북한의 존재이유 그 자체를 앗아가는 것이 된다. 북한이 경제를 개선시킬 수 있는 한 가지 선택은 남한과 거래하는 것이다.그러나 북한은 남한정부를 따돌리고 남한의 기업들과 직접 거래하려고 하고있어 남한의 기업들이 대규모로 투자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개혁도 거부하고 남한과의 거래도 거부하는 북한의 경제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이런 상황이 수년간 지속되면 김정일은 군부강경파나 개혁주의자들에 의해 축출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일 이후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가장 걱정되는 것은 북한 체제의 갑작스럽고 전면적인 붕괴이다.그럴 경우 한국은 독일보다도 훨씬 더 무거운 부담을 안아야만 한다.또 한가지 걱정은 외세의 개입을 불러들일 수도 있는 북한체제내부의 장기간에 걸친 권력투쟁이다.경제를 살릴 수도 없고 남북한간의 격차가 심화되는 것을 의식한 북한이 망해가는 국가를 구하기 위한 최후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군사적 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위협도 상존하고 있다. 한반도의 장래는 결국 남한 지도자들의 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즉 남한의 지도자들이 강력하고도 신뢰할 만한 억지력을 유지하면서 북한이 완전한 절망의 상태에 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한반도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이 현재와 같이 남아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남아있는 유일한 문제는 북한이 갑작스럽고 돌연하게 변하느냐, 아니면 서서히 점진적으로 변하느냐 하는 두가지뿐이다. 이같은 북한의 체제붕괴에 대응하는 방법이 중요하다.어떤 경우든 한국은 통일될 것이고 이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기위해 한반도 통일과정이 평화스러워야 한다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반도 통합후 미래의 한국은 강대국들이 지난 1백년동안 한반도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것과 같은 종류의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단합과 힘을 갖추어야한다.〈정리=유상덕 기자〉
  • 뉴욕 필과 시골초등학교(굄돌)

    문화현장의 유능한 행정가인 ㅇ씨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양수리 근처에 아담한 전원주택을 마련했다.그의 꿈은 마을의 폐교된 초등학교 건물에서 정기적으로 문화행사를 열어 지역주민들과 함께 즐기는 것이다.한 현대무용가는 그의 꿈에 참여하겠다고 즉석에서 약속했다. 지난 주말의 ㅇ씨 집들이에서 아름다운 이 계획을 들으며 가장 인상깊었던 연주회 하나가 떠올랐다.몇년전 뉴욕에서 본 뉴욕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공개 리허설이다.당시 뉴욕필은 연주회 직전의 총연습을 정기연주회의 10∼20% 정도의 입장료를 받고 공개했는데 그나마 공짜로 그 리허설을 구경했다.같은 링컨센터안에 있는 줄리어드 음악학교 학생들에겐 무료로 제공되는 입장권을 우연히 입수했던 것이다. 상오 10시에 열린 이 음악회의 청중은 대부분 직장을 갖지않은 여성들이었다.뉴욕필은 회원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회원들에겐 음악회 시작전에 커피 등 간단한 음료가 제공되는 티타임도 있었다.단원들은 근엄한 연미복 대신 편안한 청바지 차림으로 무대에 나왔다.귀에 거슬리는 악기소리에 대한 지휘자 주빈 메타의 단호한 지적,단원들의 작은 웅성거림,다시 이어지는 유려한 선율….음악이 피부로 느껴지는 참으로 정겨운 연주회였다.이런 분위기를 너무 즐긴 나머지 옆자리 여성은 신문을 보며 음악을 듣다가 다른 청중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최근 들어 「문화복지」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문화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문화복지사회 건설이 문화체육부의 올해 역점사업이기도 하다.그러나 아직은 「문화의 집」 설치 등 하드웨어의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채울 프로그램이 없는 문화공간은 아무 의미가 없다.그런 경우를 우리는 이미 6공시절 많이 세워진 지역문화회관에서 보고 있다. 문화복지국가는 국민의 문화감수성 향상에서 비롯되며 문화감수성은 좋은 문화프로그램을 많이 접함으로써 향상된다.그런 의미에서 폐교된 시골초등학교를 이용한 문화행사와 프로그램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순수문화를 대중들이 쉽게 접하게 해주는 뉴욕필의 공개리허설은 참고자료로 활용할만 하다.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복지국가인 스웨덴에서는 국립공연단체의 순회행사에 가장 많은 문화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 실존인물 모델 장편 「장강」 1·2 펴낸 박영한씨

    ◎“우리 현대사의 독특한 인물형 조명”/이념에 중독됐던 세대 해독제처럼 신선 『비인간적 이데올로기라면 어느편의 것이든 맞서 싸웠던 그릇 큰 한 인물을 통해 우리 현대사의 「장강」을 더듬어보려 했습니다』 작가 박영한씨(49)가 1922년생 실존인물의 파란만장한 삶을 모델로 장편 「장강」1∼2를 창공사에서 펴냈다.이두삼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주인공은 일제,해방공간의 소련점령,분단전쟁 등 질곡의 역사를 허무하다 싶을 정도의 저돌적 반항으로 통과한다.함북 회령에서의 소학교시절 벌써 만적단사건으로 일제의 간담을 서늘케하는가 하면 40년대초 일본유학당시엔 군국주의 막바지의 발악속에서도 인물과 어깨를 규합,항일결사 「혈우회」를 조직한다.해방이후엔 소련 점령군의 비인간적 통치에 대들다 5년간 시베리아 유형길에 오르기까지 한다. 『주인공은 뚜렷한 이념적 지향도 없이 항일,반공,남한비판 등을 오가다 깨지기만 하지요.하지만 맨주먹과 인간애 하나로 살아온 이 돈키호테에게서 이념으로 중독됐던 지난 연대의 해독제같은 신선함을 느꼈습니다』 특히 주인공의 소련유형생활을 그린 2권 전반부는 스탈린체제 하층부 삶의 또다른 진실을 고발한다는 점에서 한국판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라 불러볼만 하다. 박씨는 『한국현대사를 복원하는 굵직한 역사물의 매력』을 말하면서도 『먼젓번 장편 「키릴로프의 사랑」에서처럼 존재의 내면탐구도 병행해나가겠다』고 앞으로의 소설계획을 밝혔다.〈손정숙 기자〉
  • 북의 남북대화 재개 시사 저의

    ◎대화중단 책임 전가 “상투적 수법”/「8·15」 앞두고 대남교란 시도 분석 북한이 15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명의로 남북 당국자간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한의 최근까지의 행태에 견주어 볼 때 퍽 이례적인 탓이다.김일성 사후 북측이 줄곧 남한 당국 배제 전술을 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조평통은 북한 노동당의 전위기구다.북측은 이날 이 기구의 이름으로 『당국자건 민간인이건 누구에게나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천명했다. 더욱이 북측은 이날 『남조선의 현 당국자에게도 예외가 아니다』고 짐짓 대화 제스처를 쓰기도 했다.따라서 일단 당국간 대화 재개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 셈이다. 그러나 이 성명내용으로 북한당국이 종전 태도를 바꾼 것으로만 보기는 무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우선 문안 자체가 대남 비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북측은 이날 『남조선의 군사훈련과 국제공조 때문에 남북대화가 안되고 있다』고 왜곡선전하는 등 대화단절의 책임을 우리측에 전가했다. 때문에 북한특유의 이중적인 수사로 채워진 이 성명의 노림수는 다른 데 있다는 지적이 많다.통일원의 한 당국자는 이와 관련,『광복절을 앞두고 내부 선전용,구태의연한 통일전선전술 차원의 대남 교란용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해마다 8·15에 즈음해 연례행사처럼 일련의 정치 공세를 집요하게 벌여 왔다.과거 제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 개최주장이나 근래의 범민족대회 개최 등이 단적인 사례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북한은 마치 선심이라도 쓰는 듯 회담주체의 일원으로 남한정부의 참여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하지만 북한의 진의는 언제나 우리측 당국과 민간을 분열시키는데 있었다. 다수의 북한전문가들도 이번의 조평통 성명도 이를 위한 전주곡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구본영 기자〉
  • 북,남북대화 재개 시사/조평통

    ◎“당국자·민간인 누구나 문열어 놓고있다” 북한은 15일 노동당 외곽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약칭 조평통)명의의 성명을 통해 남북 당국자간 대화가능성을 시사했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조평통은 『우리는 당국자이건 민간인이건 누구에게나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며 『남조선의 현 당국자에게도 예외가 아니다』고 밝힌 것으로 북한 중앙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통일원의 한 관계자는 『광복절을 한달 앞두고 내부 선전용,또는 남한 민간인들과의 접촉을 확대하는 기존 통일전선 전술 차원의 교란용일 가능성이 있다』며 남한 당국배제 원칙을 고수해온 북한의 입장 변화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구본영 기자〉
  • 4자회담관련 질문 “봇물”/여야 의원들 북­미 잦은 접촉 우려

    ◎“적극적 대북정책 수립” 한목소리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변하고 있는가.남북한·미국·중국의 4자회담은 성사가 가능한가.16일 통일·외교·안보분야에 대한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의에 던져진 화두들이다.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미국과 북한의 접근과 4자회담의 성사가능성 및 효율성을 우려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여야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신한국당 박세환의원은 지난 4월 4자회담제의 이후 미군유해송환협상과 연락사무소 개설협의등 활발해 진 미국과 북한간 직접대화를 지적하면서 우리정부가 배제된 경위와 대책을 물었다.국민회의 김상우·양성철의원은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한·미간에 갈등이 있는지를 따졌다. 안기부장을 지낸 신한국당 김덕 의원과 자민련 김현욱 의원은 『대통령선거를 앞둔 미국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유화정책을 북한이 악용할 소지가 높다』고 우려했다.신한국당 박명환 의원도 『앤터니 레이크 미 대통령 안보담당보좌관의 방한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우리 정부에 모종의 압력을 넣기 위한 것아니냐』고 거들었다. 4자회담의 구상과 실현가능성등에 대한 지적도 쏟아졌다.신한국당 박명환 의원은 LA국제경영연구원의 분석을 들어 『미국의 4자회담 지지는 한국의 체면을 고려한 제스처일 뿐이며 북한 역시 북·미대화의 틀을 깨면서까지 남북대화에 응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하고 대책을 물었다. 민주당 이수인의원은 『4자회담 제안과정에서 북·미회담의 독자적 추진을 명시했는 데 이는 남한의 주도권 상실이자 한·미공조체제의 파괴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김덕의원은 『4자회담 성사에만 얽매이지 말라』면서 4자회담과 별도로 남북대화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한·미공조체제에 전혀 이상이 없으며 4자회담 추진에 전력을 기울일 뜻을 분명히 했다.이수성국무총리는 『4자회담 구상은 미국과의 충분한 협의와 공감을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정부는 북한의 회담수용에 대비,4개국이 모두 수용할 만한 합리적인 진행방식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오기 통일부총리는 『미국의 대북전략은 북한의 점진적 변화를 유도,한반도 평화통일의 환경을 조성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우리 정부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공로명 외무부 장관은 『최근 일련의 미·북협상은 지난 94년 제네바회담에 따른 것으로 근본적으로 4자회담 구상과 별개의 성질』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이어 『4자회담이 성사돼도 실질적 토의는 남북간에 추진되고 미국과 중국은 보조역할을 담당하는 데 그칠 것』이라며 『따라서 4자회담이 남북당사자간 해결원칙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진경호 기자〉
  • 멀어야 좋은건 아니다/수도권 명소 “즐비”(바캉스 특집)

    ○서울 근교 여름철 피서는 일반적으로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멀리 가야지만 제대로의 기분을 낼수 있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서울 근교에도 더위를 피해 가족들끼리 즐길만한 장소가 얼마든지 있다. 의외로 서울 근교는 수림이 울창한 산이나 물 맑은 계곡은 물론 바다가 있는 서해안의 섬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족들끼리 오붓하게 가볼만한 곳을 소개한다. ▷물골안계곡◁ 경기도 남양주군 수동면 북동쪽에 위치한 국민관광단지내에 있다. 축령산·주금산·상산·안마산 등에 둘러싸인 비단같은 협곡 중의 하나로 상류 비금리의 비금계곡이나 하류 금단이계곡과 함께 뛰어난 주변경관을 자랑한다.특히 물골안계곡이 울창한 숲과 어우러져 계곡미가 빼어나다. 인근에 천마산,대성리유원지 등 볼만한 구경거리도 많아 한 곳에 머물러야 하는 지루함도 덜하다. 이곳을 가려면 마석에서 북쪽으로 약 16㎞ 정도 들어가는 마석시장을 거쳐 시멘트로 다듬어진 농로를 따라 가곡리∼수동유원지 입구∼운수리∼만취대 심성정∼선돌노인정을 지나면 된다. 계곡에 들어서면 지곡서원,가양교∼방동교 사이,너래바위 등이 볼만하다. ▷제부도◁ 경기도 화성군 서해 앞바다에 떠있는 여의도 보다 조금 작은 섬으로 분위기는 그만이다. 이 섬의 트레이드마크인 시멘트포장길은 하루 여섯시간 간격으로 바닷물이 두번 열리고 닫힌다.마치 모세의 기적이 매일 두차례씩 일어나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일으킨다. 섬은 작지만 서북쪽에 매바위라는 세개의 기암이 우뚝 솟아 장관을 이루는데 날씨에 따라 모습이 시시각각으로 변해 신비함을 자아낸다.북쪽에는 알맞은 크기에 고운 백사장이 펼쳐지는 해수욕장도 있다.매바위 주변 돌밭에는 자연산 석화(굴)가 널려 있고 모래밭 위로는 초지가 이어져 야영이나 가족들의 놀이터로 알맞다.마을에서 매바위,모래사장까지는 걸어서 불과 5∼10분 거리.굴을 직접 따먹는 재미도 그만이다. 수원에서 오산쪽 지하 교차로에서 우회전해 서해안도로 쪽으로 4㎞쯤 되는 서당고개마루에서 306번 도로를 타면된다. ▷벽계구곡◁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곳 중의 하나.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벽계리에 있는 이 곳은 용문산과 유명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이 팔당호로 흘러들기에 앞서 합쳐지기 때문에 물길을 거슬러 올라오는 고기가 많아 천렵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이 곳 사람들은 벽계구곡을 물길 80리,산길 50리라 부를 만큼 맑은 물이 끝없이 이어진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덕소∼팔당댐∼양수리∼양수리 버스정류소를 낀 왼쪽길∼문호리∼수입리∼갈문리를 거쳐 벽계구곡에 닿는다.수입리에서 벽계구곡의 입구가 되는 갈문마을까지는 길가로 시골의 정취를 더해주는 개울물이 졸졸흘러 물놀이에 안성맞춤이다. 수입리 맞은편의 새터유원지에서는 모터보트나 윈드서핑을 즐길 수 있고 부근 청평호는 낚시의 천국이다. ▷지장골◁ 경기도 포천군 관인면 중리에 있는 지장봉(8백77m)을 끼고 흐르는 계곡으로 단체야영을 하기에 좋다. 일반 사람들이 올라갈 수 있는 남한 최북단의 산인 지장봉에 오르면 북녘땅이 훤히 내려다 보이고 서울의 북한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지장골의 물은 한탄강으로 흘러들고이 물은 다시 서해안으로 빠져들어간다.때문에 계곡의 물은 그냥 퍼서 마셔도 될만큼 깨끗하다.계류를 따라 큰 길은 아니지만 차가 다닐만한 길은 있고 계류를 중심으로 양 옆에 대전지,가산산성,대궐터 같은 유적지도 산재해 있다.가산산성은 보가산성이라고도 불리는데 궁예가 왕건에 쫓기면서 쌓은 성이라 전해진다. 의정부∼포천∼성동∼37번 도로∼오가∼3백25번 도로∼중리를 거쳐 계곡으로 들어갈 수 있다.〈곽영완 기자〉 ◎날씨/20일께 장마 끝… 새달초부터 불볕더위 「여름 바캉스 최적기는 7월 하순부터 8월 초순까지」 기상청은 장마가 평년보다 3∼4일 빠른 이달 20일을 전후해 끝나고 다음달초부터 찜통 더위가 시작되겠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7월 하순부터 8월초순 사이에 피서를 떠나는 것이 좋겠다는 설명이다. 이달 중순에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흐린날씨에 비 또는 소나기가 자주 오겠다. 하지만 장마가 끝나는 20일부터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에따라 맑고 더운 날이 이어진다. 다음 달에도 본격적인 북태평양 기단이 북상하면서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겠다.기단의 가장자리에 들 때는 대기가 불안정해져 집중호우가 두차례 정도 예상된다. 기상청은 7월 말부터 8월초 사이에 얼마전 나타났던 푄현상이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푄현상이 일어나면 영동지방은 대체로 흐리고 서늘한 날씨를 보이는 반면 반대편은 화창하고 덥다. 강릉·속초 등 동해안 지역은 기온이 다소 낮아져 피서에 좋은 날씨가 되겠다. 특히 동해안은 해수면 온도가 서. 남해안 보다 다소 낮기 때문에 해수욕의시기는 다른 해안보다 5일 가량 빨리 끝난다. 각 해안의 8월 최고기온은 남해안 섭씨32∼34도,동해안 33∼35도,서해안 32∼34도이다.그러나 바닷물의 최고기온은 남해 25∼27도,동해 23∼24도,서해22∼24도이다.피서지에서의 기온과 수온이 10도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기온은 평년(섭씨24∼26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겠으며 강수량은 평년(1백55∼2백94mm)과 같거나 적게 오겠다.그러나 3백mm가 넘는 지역도 있겠다. 피서지에서 기상정보를 알려면 해당지역에서국번 없이 131번을, 피서지로 떠날때는 지역번호에다 131번을 누르면 된다. ◎휴가지 문학캠프 문학의 해 조직위원회가 오는 27일부터 2박3일간 강원도 평창 둔내 유스호스텔에서 개최하는 「문학인과 독자와의 문학캠프」는 내용과 규모면에서 돋보인다.참가작가는 정현종·윤후명·이문구·채호기·이순원·김소진·은희경·김영현씨 등 40명. 도서출판 문학동네와 동해시는 「90년대 한국시의 위상」을 주제로 한 문학의 해 기념 문학세미나를 26∼27일 동해시에서 연다.문학평론가 이광호·남진우·이경호씨가 발제자로 나서고 시인 고진하·이문재·이윤학·차창룡씨 등이 토론할 예정. 우리문학사의 제3회 여름문예대학은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 생가가 있는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상안미리에서 29일∼8월1일에 펼쳐진다.
  • 과연 북한이 국가인가/장수근 국제전략연 연구위원(남풍북풍)

    「과연 북한이 국가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하는 충격적인 사례들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지난 6월 어린 남매와 함께 북한탈출에 성공,9일 기자회견을 가진 정순영씨(37)는 요즘 북한에선 먹을 것이 없어 늙은 부모를 내쫓거나 어린 아이들을 길거리에 내다버리는 일이 다반사라고 증언했다.또 11일 예성강을 건너 강화도로 헤엄쳐 탈출한 최승찬씨(29)도 개성에서 하루에 한두명씩 굶어죽는 것을 목격했으며 자신도 『배가 고파 왔다』고 말했다. 정여인은 그녀의 고향인 강원도 통천은 식량배급이 끊긴지 벌써 2년째라고 밝혔다.배급 말고는 달리 식량 구할 길이 막연한 통천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옷가지를 싸들고 두메 산골로 찾아들어 식량과 바꿔오고 있다고 한다.대개는 옷가지를 팔아 장만한 식량으로 끼니를 해결하기도 하지만 더러는 어렵게 구한 식량으로 술을 빚어 파는 방법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들도 있다는 것이다. 정여인의 이같은 증언은 지금으로부터 46년전으로 되돌아가야 이해가 되는 얘기다.한국전 당시 북한에 남아 있던 주민들은말할 것도 없고 남한으로 밀려든 피란민들 역시 요즘 북한주민들처럼 지니고 온 옷가지중 성한 것을 골라 농민들에게 주고 쌀로 바꿔 먹었다.그게 지금으로부터 46년의 일이다.그런데 북한에선 46년이 지난 오늘에도 반세기 전에 있었던 것과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여인이 살던 23구의 인민반에서 굶어죽은 집이 두집.모두 죽은지 사흘만에 발견됐는데 집안을 통틀어 뒤져봐도 옥수수 한톨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이런 판국에 당간부란 자들은 매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이자놀이를 한다고 한다.그것도 1천원을 1주일 기한으로 빌리면 이자로 5백원을 내야하는 고리채 놀이를. 망조가 들어도 단단히 들었다고 할 수 밖에 없다.그러나 안타깝게도 늘상 배곯고 허기진 것은 주민들 뿐이다.주민들의 궁핍이 이 지경인데도 북한 지배계층은 나몰라하며 김일성·김정일부자 타령만 늘어놓고 있다. 평양방송은 김일성사망 2주기에 즈음,『혁명의 성산인 백두산이 수령님을 잃은 애석함과 그리움을 이기지 못해 몸부림치며 울었다』고 나발을불어댔다.정말 평양방송이 전한대로 백두산이 울부짖었다면 김일성을 잃은 슬픔에서가 아니라 그를 원망하며 굶어 죽어가고 있는 수많은 주민들의 피맺힌 울음 때문이었을게다.
  • 국내 석탄산업/부와 침

    ◎66년­10여년 전성기 연탄파동으로 주춤/73년­12월 석유파동… 제2 부흥기 구가/88년­「합리화 정책」으로 다시 쇠락의 길로 모든 산업은 시대상황에 따라 부침을 거듭한다.석탄산업도 굴곡이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석탄이 본격적으로 개발된 것은 일제시대인 1930년대.철도로 연결된 평양인근의 사동탄광이 국내 최초로 개발되고 남한에서는 문경탄전의 개발이 시작됐다. 당시에도 장성과 도계의 삼척탄좌 매장량이 풍부한 것은 알았지만 수송수단이 없어 개발은 엄두도 못냈다.그러다 묵호∼철암간 철도와 묵호항 건설이 병행되고 일본으로 수출 길이 열리면서 이곳 탄전이 빛을 본다. 해방이후 일본인들이 물러가자 국내 탄광은 시련을 겪는다.수송수단이 충분하지 못해 장성·도계의 탄은 해상을 통해 겨우 주소비지인 경인지역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1956년 철암∼영주간 영암선이 개통되며 국내 석탄산업은 66년까지 제1의 전성기를 맞는다.10년사이 공급량은 무려 5배 늘어난다.특히 60년대 전반에는 경제개발 5개년계획과 에너지 자급자족 계획이진행되면서 석공은 당시 매출액이 국내 1·2위를 다툴 정도로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다 66년 연탄파동이 일어나면서 석탄산업은 하강국면을 맞는다.연탄수용가인 대도시에 연탄을 제때 공급하지 못해 값이 치솟는 등 파동이 일어나자 정부가 에너지정책을 석유로 전환했기 때문이다.2백여개에 이르던 광산이 50∼60여개로 줄어든다. 제2의 부흥기는 73년 12월 석유파동이 일면서 찾아왔다.유가가 폭등하면서 석탄수요가 급증,광산촌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70년대 두차례 파동을 겪은 석유가 80년대들어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88년 정부가 경제성있는 탄광만 육성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석탄산업은 다시 쇠락의 길을 걷게 돼 오늘에 이른다. 제3의 부흥기가 있을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석공은 현재 1억3천4백만t의 가채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30년정도 쓸수 있는 물량이다.현재 전세계적으로 연료로는 석유와 가스를 쓰고 있지만 30년과 50년이 지나면 소진되고 만다.인구대국인 중국과 인도에서 석유와가스사용이 보편화되면 고갈속도는 훨씬 빨라진다. 석탄은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유일의 에너지원이다.태평양전쟁은 석유공급 중단을 우려한 일본이 미국에 대해 선제공격을 가하면서 시작됐다.에너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부분이다.대체에너지가 개발되지 않으면 석탄은 다시 빛을 보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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