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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이번엔 ‘허풍 폭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언론에서 회자되는 김명철 조미평화센터 소장이 12일 북측의 추가 핵실험을 언급하면서 수소폭탄 실험 가능성까지 거론해 이목을 끌었다. 재일 교포인 김 소장은 이날 KBS·MBC 라디오에 국제전화로 잇따라 출연해 유엔 안보리의 제재가 결의되면 뉴욕과 도쿄는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수소폭탄은 1세대 핵폭탄인 우라늄·플루토늄 핵폭탄과 3세대인 중성자탄의 중간단계인 2세대 핵폭탄으로 분류된다. 북한이 주장하는 지난 9일의 핵실험 성공 주장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수소폭탄 실험 언급에 전문가들은 “허풍”이라고 지적한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서 “신빙성이나 신뢰성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국방연구원 김태우 박사는 “터무니없는 얘기”라면서 “북한은 수소폭탄을 만들 능력이 없다.”고 일축했다.김 소장은 이어 “만일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해, 우리를 제재와 봉쇄로 대하면 그것은 전쟁으로 본다.”면서 “한반도의 운명이 일주일 이내에 다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선제공격 시 북한이 남한에 핵폭탄을 터뜨릴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형편으로는 우린 하지 않는다.”면서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국이 중립을 지키고 주한 미군의 군사행동을 막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北 핵실험 파장] 북핵 충격이 낳은 궁금증 Q&A

    “우리는 이제 어떤 세상에 살게 되는 건지….” 북한의 핵실험 사태가 가져올 군사적 파장이 관심사로 대두했다. 군사전문가들의 견해를 토대로 문답형식으로 알아본다. Q 핵 앞에서 재래식 무기는 무용지물인가? A “적이 핵을 보유할 경우 아군 재래식무기의 위력은 ‘0’으로 전락한다.”는 속설이 있다. 그만큼 핵의 파괴력이 엄청나다는 말이다. 하지만 수준이 급성장한 첨단무기로 핵무기 시스템을 사전 제압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정부 군사당국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된다. ‘재래식’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무기 수준이 첨단화됐다는 것이다. 각종 위성과 공중조기경보기(E-X), 고고도 및 중고도 무인정찰기(UAV) 등으로 북한군의 동향을 사전 포착한 뒤 F15전투기, 스텔스기 같은 가공할 무기로 적의 핵기지와 지휘부를 사전에 괴멸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하 핵실험과 달리 미사일 발사나 항공기를 통한 핵공격 징후는 바로 포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아무리 첨단무기라도 핵기지를 100% 제압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상존하다. 특히 북이 만일 폭발 규모 1kt(TNT 1000t급 폭발력) 이하의 소형 핵탄두를 개발해 휴전선에 산재한 야포 등에 배치한다면 선제 제압이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 수천개의 대포 중 단 몇 발만 발사에 성공해도 수도권은 쑥대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북한이 소형 핵탄두를 개발할 기술이 안 된다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미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에는 티타늄과 같은 가벼운 신소재 개발로 과거에 비해 소형화가 쉬워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Q 북한은 남한에 핵을 쏠까? A 만일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미국보다는 남한이 우선적인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미국과는 직접 맞붙을 기술이 안 되고 거리도 먼 반면, 인접한 남한에 대해서는 미사일이 아니더라도 하다못해 핵배낭이나 방사능물질 살포로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핵은 ‘너 죽고 나 죽고’식의 마지막 자위수단이라는 점에서 북의 선제 핵 도발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이 일본에 원폭을 투하한 이후 수많은 격랑을 거치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한번도 핵무기 사용이 없었다는 점이 예시된다. 미국으로부터 직접 공격을 받아 생존이 경각에 달린 경우가 아니라면 자멸을 수반하는 핵도발을 감행할 리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자체 정변으로 핵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을 때가 사실은 더 위험하다. 옛 소련 붕괴시 서방 국가들이 우발적인 핵 사용을 가장 우려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Q 남한도 핵을 가질 수 있을까? A 북 핵실험 사태 후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반대할 게 뻔하고, 우리한테도 득이 될 게 없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남한한테마저 핵을 허용할 경우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핵 확산을 통제할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에 결코 허용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대세다. 남한으로서도 미국의 첨단 핵우산 아래에 있는 게 오히려 더 안전하다는 지적이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北 핵실험 파장] “금강산 관광객 인질될수도”

    [北 핵실험 파장] “금강산 관광객 인질될수도”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11일 “(최악의 경우)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또는 평양에 있는 한국인이 인질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날 국회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만나 이같이 말하고 “금강산에서 남한 국회의원이 북한 병사에게 아이스크림을 준 것도 문제가 됐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개성 625명, 금강산 1448명, 평양을 포함한 기타지역 122명 등 모두 2195명이다. 버시바우 대사는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사업과 관련,“(한국 정부에) 특별한 권고나 충고는 하지 않겠지만, 한국이나 중국으로부터 금융자원이 유입되는 것은 중단돼야 한다.”며 “북한이 큰 실수를 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국 정부가 현재 유엔이 마련하고 있는 제재 이외의 별도 제재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호주와 일본의 조치가 한국 정부의 모델 케이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특히 “한국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하는 것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여야 지도자와 전직 대통령을 만나 대북 포용정책을 수정하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어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북한이 한국과 논의하고 싶어하는 것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北 핵실험 파장] 美제공 핵우산은 충분할까?

    미국이 남한에 제공하는 핵우산은 과연 충분한가. 북한의 핵실험 사태로 새삼 제기되는 의문이다. 미군의 핵이 현재 남한 내에 배치돼 있지 않은 ‘역외(off-shore) 핵우산’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전하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현재 미군의 핵전력은 인근 일본의 요코스카, 오키나와 등 미군기지와 괌 등에 인접해 있어 북의 핵도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한 일각에서는 “미군이 철수시켰던 전술핵이 다시 배치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윤광웅 국방장관은 9일 국회에서 “미국으로부터 현재는 그럴 필요를 못 느끼고 있다는 반응을 받았다.”고 밝혔다. 핵무기는 크게 전략핵과 전술핵으로 나뉜다. 장거리·대규모 살상용인 전략핵과 달리 전술핵은 야포나 크루즈미사일 등을 이용한 단거리·국지전용이라 할 수 있다.1958년 주한미군에 첫 배치된 전술핵은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으로 전면 철수됐다. 당시까지 주한미군에는 1720여개의 전술핵무기가 비치돼 있었다고 한다. 1991년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전술핵 철수를 선언한 지 15년만에 다시 주한미군에 전술핵을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미군의 전세계적 핵전략을 다시 짜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술핵 재배치는 역설적으로 북을 핵클럽 국가로 인정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군사적으로도, 전술핵 재배치는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밀도가 높은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 개발로 이지스함, 로스앤젤레스급 공격용 잠수함, 전폭기 등을 이용해 해상·공중에서도 충분히 전술핵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상 전술핵 배치의 필요성이 줄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거듭 실시하는 등 위기가 가속화되는 경우에는 심리적인 안보 측면에서도 전술핵을 재배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데스크시각] ‘동질감 마케팅’ 글로벌 전략이다/정기홍 산업부 부장급

    지난달 말 베트남 통신시장을 둘러봤을 때 현지 이동통신업체 한 임원은 다음의 말을 전했다. 이 임원은 “(시장 공략이) 힘들다. 현지의 국가기간통신망을 기반으로 한 통신 서비스여서 더 그렇다.”며 답답함을 말했다. 하지만 베트남 시장은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베트남 시장에 대한 국내 통신업체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투자 성공 여부도 관심사로 등장했다.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투자 리스크(위험) 또한 만만찮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이런 베트남이 왜 투자 매력 대상국인가? 베트남이 ‘새벽녘 동이 트는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한의 두배 정도인 8500만 인구를 가졌고 최근 몇년간 통신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어 여건이 좋다. 이동통신시장은 연평균 7∼8% 성장 중이고, 이동전화 보급률도 2004년 5.8%에서 지난해에는 12%로 확대됐다. 또한 베트남은 지리적으로 ‘동남아 벨트’를 넘어 거대한 인도시장까지 파고 들 수 있는 중심이다. 베트남은 캄보디아, 라오스 등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정치·경제 중심지 역할도 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이 달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 통신시장이 개방돼 투자 여건도 나아졌다. 베트남 시장에는 KT와 SK텔레콤이 90년대 말부터 투자를 시작했다.KT는 베트남의 통신 현대화사업으로,SK텔레콤은 현지에 SLD텔레콤을 설립,‘S폰’ 브랜드로 시장을 공략 중이다.S폰은 론칭된 이후 3년3개월만에 사업 성공 가능성이 엿보인 100만 가입자(시장 점유율 5.3%)를 최근 돌파했다.SLD텔레콤은 오는 2008년에 800만 가입자로 시장 점유율 20%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 임원의 말처럼 베트남 시장은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어 리스크를 감내하며 투자에 나서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베트남 통신시장은 국영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특수성도 갖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과 정서적, 환경적으로 많이 닮은 베트남인의 정서를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현지화, 즉 동질화 전략을 마케팅에 접목하자는 것이다. 베트남은 우리와 비슷한 가족중심의 생활 문화를 갖고 있다. 한국인과 결혼해 단란하게 사는 가족 사진 한장만큼 친밀도를 높일 마케팅 전략이 어디 있겠는가. 한국의 ‘젓가락 문화’와 ‘빨리빨리 문화’도 많이 닮았다. 베트남 국민들은 손재주가 좋은 편이다. 손재주가 좋다는 것은 손으로 하는 일을 즐겨한다는 말과 상통한다. 휴대전화 단말기 보드를 놓고 손가락을 쉼없이 움직이는 한국의 ‘엄지족’을 연상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도 오토바이로 신속하게 움직이는 베트남인과 아주 흡사하다. 바로 ‘속도’다. 단말기와 오토바이를 연상시키는 마케팅 전단지도 좋은 전략일 수 있다. 중기적으론 프리미엄 서비스 전략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베트남에선 하얀 피부를 가진 여성을 제일의 미인으로 친다고 한다. 거리에서는 따가운 햇살을 막기 위해 온통 얼굴을 가리고 오토바이를 타는 여성 행렬을 볼 수 있다. 베트남에서 부는 ‘명품 바람’을 통신 마케팅에 접목하자는 것이다. 이와는 다르지만 정부의 ‘세일즈 외교’도 사업 성공의 필수 요소다. 국내 기업의 베트남 통신사업은 본래 기업이 주도한 것이 아니었다. 몇년 전 정보통신부가 추진한 환(環)태평양권에 대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벨트’ 구상에 따른 프로젝트였다. 정부의 ‘부지런한’ 지원이 이같은 현지화 전략과 함께 작동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베트남 통신시장은 투자기업 입장에선 아직 ‘개척과 불안’이 교차하는 현장이다. 베트남 시장의 성공은 이같은 전략들이 맞아떨어질 때 성공의 길을 열 수 있다. 정기홍 산업부 부장급 hong@seoul.co.kr
  • [北 핵실험 파장] 北 核실험 한반도 안보에 긍정적?

    북한의 핵실험이 오히려 안보 위기를 누그러뜨려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이 핵을 가짐으로써 미국의 군사적 선택 가능성이 되레 줄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경제 칼럼니스트 앤디 머키리어는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북한이 체제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계산된 도박을 했다.”면서 “북한의 핵보유는 한국 내 투자자들에게 오히려 선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핵실험이 북한 정권을 군사적으로 전복하려는 미국의 대안을 영원히 배제시킬 것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핵 실험에 국제사회가 군사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머키리어는 지적했다. 그렇다고 김 위원장이 비이성적으로 남한에 핵폭탄을 터뜨릴 가능성도 핵실험 이전보다 높아지지는 않았으며,‘사실상의’ 핵국가에서 공식 핵보유국이 됐다고 해서 한국 등 이웃나라의 안보 위험이 더 커진 것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북한 체제의 갑작스러운 붕괴를 원치 않는 한국과 중국은 김 위원장이 좀더 ‘시장지향적인 독재자’로 머물기 바라며, 그 대가로 연간 수십억달러의 통치자금 거래를 허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는 괴상한 균형이지만 한국 투자자들이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균형이기도 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파이낸셜 타임스(FT)도 10일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에서 얻은 교훈은 핵무기가 없으면 공격받지만 핵무기가 있으면 공격받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WMD) 제거를 명분으로 이라크를 쳤지만 WMD는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WMD가 없었기에 침공이 가능했다는 해석이고, 이를 잘 아는 북한이 핵을 가짐으로써 미국의 공격을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권 제거를 목표로 한 금융 옥죄기가 북한을 벼랑끝으로 몰았고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총체적으로 실패한 걸까. 인도 정책연구센터의 브라마 첼라니 박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마지막 카드인 핵을 지금 당장 사용하지 않으면 사담 후세인과 같은 운명이 된다고 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北 핵실험 파장] 남한 방사능 오염 가능성 희박

    북한 핵 실험에도 불구하고 서울 등 남한지역의 방사능 오염 우려는 일단 별로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9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따르면 북한에서 TNT 800t 규모의 핵 실험이 이뤄졌고 주변지역이 완전히 방사능에 오염됐다고 가정할 경우, 방사성 물질이 서울에 도달하기까지는 2∼3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부근 지역의 최대 풍속이 초속 1∼3m인 점을 감안해 추산해낸 수치라고 KINS는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해당지역의 풍향이 남서풍이어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더라도 두만강 쪽으로 향할 것으로 KINS는 내다봤다. KINS측은 핵 실험이 이뤄진 북한 함경북도 화대지역으로부터 서울은 440㎞, 강릉은 350㎞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고, 풍향이 바뀌었을 경우를 가정해 계산하면 이같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이 경우 서울에서 측정되는 방사선량도 원자력법상 자연방사선의 연간 허용선량인 0.1밀리시버트(mSv)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측됐다.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북 핵실험 이후] (1) 달라질 안보지형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일 북한의 핵실험 예고 직후에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의 9일 핵실험 강행은 북한의 ‘다른 세상’일 뿐 아니라, 우리 민족 전체의 ‘다른 세상’을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 핵실험 이후 펼쳐질 한반도 상황에 대해 1950년대 한국 전쟁 이후 최대의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정부 당국자들도 같은 진단을 내놓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핵실험 성공을 자랑하며 ‘민족적 사변’이라고 했다. 역설적이지만, 같은 말이다. 1차적으로 우리 민족, 특히 한국의 다른 세상은 우리가 핵무기에 여지없이 노출됐다는 상황을 이야기한다. 남북한은 지난 1991년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했고, 미국은 남한에서 전술핵무기를 철거했다.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 정권에 꼼짝없이 인질로 끌려다니는 상황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비대칭 전력으로서의 핵무기는 남한의 재래식 무기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핵의 논리는 남북한의 경제·정치적 논리에 우선한다. 북한이 실험에 성공했다는 핵탄두의 규모·성능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남한을 사정거리에 두는 노동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탄두 중량 1t 미만의 전략 핵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현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한 번 터지면’ 적어도 수십만명이 사망할 수도 있는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이 한반도 북쪽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재앙’이다. 핵 실험 충격파가 이날 한국 증시에 드러났듯, 이후 펼쳐질 상황은 때에 따라 한국이 전후 60년간 이룩해놓은 번영의 틀을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동북아의 ‘핵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경우 이 지역이 ‘핵 지역(Nuclear Zone)’으로 변해버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더욱 큰 상황 변화는 우리 정부 영향력, 주도권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 안보를 넘어선 국제사회 핵비확산 체제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압박 등은 한국의 논리보다는 국제사회 힘의 논리로 치달을 수 있고 우리의 주도권은 사실상 축소될 수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날 “상황에 의해서 거역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상황은 한국의 역할이 축소되는 쪽으로, 자율성이 많이 축소되는 쪽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럼즈펠드 장관이 얘기한 ‘북한의 다른 세상’은 완전히 고립된, 결국 고사될 수밖에 없는 북한 체제 붕괴로 이어지는 세상을 이야기한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도 국가로서 존재하지 않게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 핵실험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썼지만, 그 카드는 오래 가지 못할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권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 정부가 결코 원치 않는 상황이다. 지난 94년 1차 핵위기 때 북·미가 전격 합의한 것과 같은 돌파구가 나오지 않는 이상, 한반도는 핵의 먹구름 아래서 힘겨워할 수밖에 상황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만장일치 총회에 추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만장일치 총회에 추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9일 저녁 유엔사무총장 ‘내정자’자격으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가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날 밤 10시30분께(현지시간 9일 오전 9시30분) 뉴욕에서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안보리 공식 투표에서 반 장관을 만장일치로 총회로 추천하고, 곧바로 대북 제재 문제를 논의하러 들어간 직후다.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반 장관은 이같은 아이러니한 상황을 모두 발언에서 가감없이 표현했다. 반 장관은 “영광되고 기뻐야 할 순간에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치된 경고를 무시하고 핵실험을 강행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북한의 핵실험에 따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의 전화협의, 한·미·일 3자 외무장관 전화협의, 한·미·일·중·러 5자 외무장관 전화협의를 갖는 등 하루 종일 긴박하고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반 장관은 북핵 문제를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질문에 “사무총장에게 주어진 권한과 권능을 이용, 필요한 주도권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외교장관으로서뿐 아니라 유엔 사무총장 후보 지명자로서 이번 사태를 엄중히 받아들이며 앞으로 국제평화·안전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는 계기를 삼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앞으로 사무총장에 임명되면 유엔 헌장상의 책무를 바탕으로 북핵문제는 물론 국제평화를 위협하는 모든 문제의 해결에 기여토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반 장관은 특히 “이번 안보리의 결정은 본인에 대한 신뢰뿐 아니라 한국의 역량과 경험에 대한 기대도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은 국가적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분쟁 해결, 개도국의 개발지원, 세계적인 인권 및 민주주의 신장 등에 기여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존 볼턴 유엔주재 미 대사는 안보리 회의 직후 반 장관의 사무총장 총회 추천사실을 밝히고 “지난 60년 한반도의 분단을 거쳐 남한에서는 유엔사무총장이 탄생하고, 북한에선 핵실험으로 심각한 불행이 초래된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반 장관은 이날 오전 동작동 국립현충원 아웅산 순국외교사절 묘역을 찾아 23년전 미얀마(구 버마) 아웅산 폭탄테러로 순국한 희생자 17명에 대한 묵념을 올렸다. 해마다 10월9일 외교부 고위 당국자들은 묘역을 참배하지만 이 날은 감회가 남다른 모습이었다. 묘역에는 반 장관이 보좌관 시절 모셨던 이범석 전 장관도 잠들어 있다. 한편 반 장관은 당초 10일 뉴욕으로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북한의 핵실험으로 12일에야 뉴욕으로 출발해 13일께 열릴 총회를 지켜본 뒤 귀국할 계획이다. 유엔총회는 안보리가 반 장관을 차기 총장 단일후보로 공식지명함에 따라 박수로 추인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북핵실험-전문가진단] “北, 핵보유국돼야 對美협상 유리 판단”

    [북핵실험-전문가진단] “北, 핵보유국돼야 對美협상 유리 판단”

    북한이 9일 ‘핵실험 성공’을 발표한 것에 대해 대북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한반도 주변의 심각한 안보 불안을 우려했다. 북한이 공식 핵보유국이 됨으로써 향후 국제사회의 질서 재편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보다 강력한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설 경우, 우리 정부도 기존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정부가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외교적인 해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문도 내놓았다. ●왜 했나…북한의 득실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김영수 교수는 “국제적인 비난이 큰데도 핵실험을 감행한 것은 대내적인 이유 때문”이라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의 교통사고 보도에 음모설이 대두되는 것만 봐도 북한 권력층이 불안하다는 얘기이며, 동시에 인민의 사기를 진작하고 김정일 위원장의 위신을 과시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김연철 연구교수는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맞아 내부 역량을 동원하는 국내 정치적 필요성이 있었고, 두번째로는 북한이 핵실험 계획을 발표한 이후에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살폈지만 금융 제재 해제에 대한 대답이 없고 미국이 오히려 강력한 제재를 알리는 상황에서 ‘핵 보유국’으로 협상에 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 북한학과 남성욱 교수는 “(우발적이 아니라)이미 핵 실험 날짜를 잡아놓고 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의 ‘마이웨이’,‘자기 일정’을 우리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평가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정부는 정책 실패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국제사회의 대응은 외교안보연구원 최강 교수는 “국제사회 분위기가 강경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과 일본의 입장에서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이상 가는 대북 결의안을 유엔에 상정해 대북 제재를 본격화하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같은 군사적 봉쇄조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 교수는 “북한이 핵을 가진 상황을 인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협상의 여지는 열어두겠지만 북한의 핵위협에 양보하는 모양새는 절대로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연구원 전성훈 연구위원은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지난번 결의안을 위배했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제재 결의안이 다음에 채택될 것”이라고 지적했고, 남성욱 교수도 “미국은 일단 북한의 핵이 가공할 만한 것인지, 초보적인 수준인지 파악하는 등 기술적인 부분을 분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미국은 이후 유엔 안보리에 북핵 문제로 군사적 조치까지 단행하도록 할 것이며,PSI에 따라 해상 봉쇄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김영수 교수는 “앞으로 한·미·일 3국의 공조, 유엔 제재는 국제공조의 형식을 취하겠지만 실천은 (각국의)각자 입장이 달라 군사제재까지 택하긴 어렵다.”면서 “(군사제재는)한반도의 긴장을 야기하는데 이는 우리도, 중국도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남북관계연구실장도 “대화와 협상밖에 방법이 없다.”면서 “미국은 겉으로는 물리적 제재로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지만 동시에 현실적으로 북한을 핵국가로 인정하고 지역의 군비경쟁으로 흐르지 않도록 협상하려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백 실장은 이어 “미국이 대북 정책조정관을 임명해서 대북 정책을 주도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북한은 앞으로… 전문가들은 미국 등 국제사회가 협상 국면을 마련하지 않으면 북한이 추가 핵위협에 나설 수 있다는 데는 대체적으로 동의했으나, 핵 탑재 미사일 시험 발사 등 초강경 시나리오의 실현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백학순 연구실장은 “북한은 일단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고 기다린다는 입장을 보일 것”이라면서 “북한은 이미 (미국과 핵 대립에서)이긴 게임이라고 생각할 것이며, 미국이 핵 국가를 공격할 수 없는 상태에서 군사적 최소 안보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김연철 연구교수는 “북한은 일단 핵보유국의 지위를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반응을 살필 것”이라면서 “만약 협상 국면이 나타나지 않으면 추가적인 위협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성훈 연구위원도 “북한의 다음 카드는 핵 기술 추출이나 핵 탑재 미사일 발사 시험 등이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핵 능력을 보여줬고, 앞으로는 개발한 핵을 쓰는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김영수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이 예상하지 못한 것은 추가 군비부담”이라면서 “상식적으로 핵을 가지면 재래식 군사력은 없어도 된다고 보지만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더 증강해야 한다. 북한의 군사력 증강은 국가 붕괴로 갈 것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핵실험이라는 마지막 강력 카드를 썼는데 이는 오래가지 못할 카드”라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전문가들은 대북 정책 기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성훈 연구위원은 “그동안 ‘핵이 없는 북한’이나 ‘핵 개발을 막을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설정됐던 남한의 대북정책에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대화는 계속해야겠지만 앞으로의 대북정책은 국제사회의 규범에 철저하게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중국도 북한의 손을 못 들어주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규범을 지키지 않으면 남한까지 오해를 사게 된다.”면서 “국내에서 ‘우리도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지만 결코 그런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되며, 이런 때일수록 비핵(非核) 정책을 견지, 안보에 대한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강 교수는 “대북정책 방향을 전환할 수밖에 없는데 그동안 해왔던 개입정책보다는 안보 태세에 주안점이 맞춰져야 한다.”면서 “우리 정부가 더 이상 북한의 입장을 (편)들어줄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협상을 통한 해결의 여지는 남겨야 하기 때문에 ‘잠정 중단’이나 ‘유예’라는 단어는 쓰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연철 교수는 “대북 제재는 중장기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남한의 경제, 외교에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는 북한이 금지선을 넘은 데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외교적인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핵 문제가 국내 정치권으로 불통이 튈 가능성도 거론됐다. 김영수 교수는 “참여정부는 ‘북핵불용’ 원칙을 고수했는데 결국 북한 핵을 허용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정부 인사들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고,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는 결국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나 김승규 국정원장이 아닌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수 세력의)공격이 갈 것이고 대통령의 힘은 더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논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남성욱 교수는 “전작권 환수 논의와 한반도 비핵화 논리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강 교수는 “우리 정부로서는 한·미 동맹 조정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생겼고, 미국의 입장에서도 한반도 방위 조약을 확고히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이미 미국이 전작권과 핵실험은 별개의 문제라고 천명한 만큼 우리 정부로서는 전작권 환수 시기를 2012년쪽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 김수정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기고] ‘北 핵실험’카드 대처할 한·미협력체 만들때/허문영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이번에는 추석인가? 묘하게도 최근 북한은 충격적인 대외활동을 남한과 미국의 국경일에 전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7월5일 새벽 북한은 7발의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미국시간으로 7월4일 한낮으로 미 독립기념일이었다. 지난해 2월10일 북한은 핵보유 선언을 했는데, 이날은 우리 민족명절인 설연휴 마지막 날이었다. 북한은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북한은 김정일정권과 사회주의체제 유지를 위해 북·미 양자협상을 원하고 있다. 양자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위적 전쟁억제력 강화’ 차원에서 핵실험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 주체는 군이 아닌 ‘과학연구부문’에서, 시기는 당장이 아닌 ‘앞으로’, 방법은 ‘안정성이 철저히 담보된’ 상태에서 핵실험을 하려는 것임을 밝혀, 일단 국제적 비난에 대해 나름대로 방어벽을 쳤다. 과연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까? 현재로선 강행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북 미사일 발사(7·5)와 유엔안보리결의안 채택(7·15) 이후 미국은 대화에 응하기보다는 금융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북한 인권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북한은 대미 관계개선이 지연되면서 경제난이 심화되는 등 정권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북한은 핵실험을 통해 핵개발 도상국가 지위가 아닌 핵무기 보유국가 지위를 확보해 체제유지 기반을 공고히 하고, 나아가 대미협상에서 유리한 우위를 점하려고 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은 어떤 전략에 기초한 것일까? 1998년 9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은 제한적이나마 개혁·개방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2002년 7·1경제관리 개선조치, 북·일 정상회담 개최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2003년 1월 NPT탈퇴,2005년 2월 핵보유 선언 등 핵위기 수위를 높여 왔다. 결국 북한은 체제유지를 위해 경제난 해결을 통한 유효성 제고와 대미·대일 관계정상화를 통한 연대성 강화를 추진해 왔으나, 이것이 어렵게 되자 다시 통제적 장치와 이데올로기적 정통성을 강화하는 정책으로 돌아서는 양상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북한은 어떻게 되겠는가? 북한의 의도와 달리, 국제적으로 엄청난 압박과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먼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유엔안보리에서 강경한 대북제재결의가 이뤄질 것이다. 중국·러시아와 한국도 이에 반대하기 어렵다. 특히 한국과 중국의 대북지원과 경협이 상당한 정도로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 그 결과 김정일정권은 사면초가 상황에서 경제난 심화와 민심이반으로 붕괴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한반도 위기상황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 그러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당연히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첫째,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원칙을 강조하되, 상황 악화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의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핵실험 진행과정 징조가 포착되면 정부성명 등을 통해 단호하게 중단을 촉구하고, 남북 경제교류협력과 인도적 지원마저 제약받을 수 있음을 분명히 한다. 둘째, 유관국과 협력체제를 작동한다. 특히 미국과의 정책 협력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보공유 및 신속대응협력채널(가칭 한·미 위기대처협력단)을 구성·운영한다. 또한 북한의 핵보유가 중국의 ‘화평발전’ 국가전략에도 어긋나는 만큼, 강력한 대북 지렛대를 가진 중국과 유기적 공조체제를 구축해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촉구한다. 셋째,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을 경우 야기될 수 있는 다양한 사태에 대해서도 대응정책을 준비한다. 북한의 핵실험은 국제적 차원에서는 대북 경제제재 실행과 군사적 조치 논의를, 남북관계에선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의 무효화와 협력적 공존관계의 와해를, 우리 사회 내부에서는 평화번영정책의 실패논란과 국론분열 심화를 각각 불러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냉정하면서도 단호한 입장을 갖고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주변4국과 북핵 해법을 적극 모색하는 한편, 국가전략을 재점검할 때이다. 허문영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국경넘기보다 힘든 새터민 새가정 꾸리기

    국경넘기보다 힘든 새터민 새가정 꾸리기

    전국이 모처럼 보름달 같은 행복을 맛본 한가위였지만 ‘새터민’ 조모(35·여)씨의 추석은 찾아오는 이 없는 외로운 날일 뿐이었다. 조씨는 2001년 7월 한밤에 남편과 식구들을 두고 혈혈단신으로 고향집을 떠나 두만강을 건넌 뒤 낯선 중국땅을 헤매다 올 8월 남녘 땅을 밟았다. ●가족 생각에 마음 아프지만 조씨는 한국 땅을 밟자마자 법원에 이혼소송을 냈다. 북녘땅에 두고 온 남편에게는 미안했지만 이곳에 정착하자면 어쩔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조씨에게 돌아온 것은 “아직 관련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이혼이 언제 마무리될지 모른다.”는 답변뿐이었다. 조씨는 “중국에서 나를 도와준 그 사람과 새가정을 꾸리고 싶지만 언제가 될지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혼 원하는 새터민 증가 정부당국은 2003년부터 북한에 남아 있던 가족들이 추가로 탈북하는 사례가 늘자 탈북주민들을 대상으로 혼인·가족관계 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탈북한 뒤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사례가 늘면서 북한에서의 결혼사실이 정착생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중복결혼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에서 결혼한 새터민들은 이혼하지 않는 한 이곳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릴 수 없다. 이 때문에 북녘에 두고 온 배우자와 이혼하려는 북한이탈주민이 늘고 있는 추세다.8일 서울 가정법원에 따르면 이혼신청 건수는 귀순심사과정에서 결혼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한 2003년 6명에서 2004년 146명으로 늘었다. 지난 8월 현재까지 225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처리된 사건은 고작 8건.2004년 오모씨의 이혼소송 한건만 받아들여졌을 뿐, 나머지 7건은 소송이 취하됐다. 나머지 217건은 재판일정조차 잡히지 않아 당사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조씨는 “이럴 줄 알았다면 심사과정에서 결혼사실을 숨길 걸 그랬다. 호의로 모든 사실을 털어놨는데 오히려 지금은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법적 근거 없어 사실상 방치 2004년 당시 서울가정법원 정상규 판사는 우리 민법의 이혼사유를 인용해 “남편의 생사 확인이 어렵게 된 지 3년을 경과했고 남북의 자유로운 왕래가 조만간 가능하지 않으며 혼인파탄의 책임을 원고에게 묻기 어렵다.”며 오씨의 이혼을 인정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법적 근거없이 법관의 개별적인 판단에 맡겨 재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혼책임이 있는 사람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새터민은 이혼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가리기 힘들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소송이 불가능하다. 서울가정법원 박종택 공보담당 판사는 “이혼책임문제뿐 아니라 배우자에게 이혼 의사를 물을 수 없기 때문에 현재 법체계로는 처리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남한에서 호적을 얻은 뒤 3년이 지나고 배우자가 대한민국에 거주하는지 여부가 불명확하면 재판을 통해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조항을 포함한 ‘북한이탈주민 보호·정착지원법 개정안’이 2004년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입법기관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차일피일 미루는 동안 이탈주민들의 안정된 삶이 멀어지고 있다.”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 고 은 시인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 고 은 시인

    불현듯 부질없는 상상을 해본다. 언어가 없는 인간세상을 말이다. 우선 ‘사랑한다’고 못하겠지. 또 ‘미안하다’는 말을 못해 엉뚱한 싸움판도 벌어지겠지. 이래저래 오해와 진실이 마구 뒤엉켜 결국은 멸망? 지구상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과연 몇개나 될까. 학자들에 따르면 6000여개는 족히 넘는다. 또 2주에 걸쳐 하나씩 소멸된다고 한다. 이는 지구 생태계 또는 작은 부족의 멸종과 비례한다는 뜻이다.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민족의 상처와 영혼을 켜켜이 담으며 살아온 우리 언어. 남북 분단 60여년, 겨레의 언어 역시 그 세월만큼 간격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몇가지 예를 들어 보자. 남쪽에서 사용하는 ‘전업주부’를 ‘가두녀성’으로,‘도넛’을 ‘가락지빵’으로,‘반딧불이’를 ‘에디벌레’로 각각 다르게 사용한다. 또 계산기 하면 남쪽에서는 전자계산기를 연상하지만 북한에서는 컴퓨터로 통한다. 아울러 ‘해커’를 ‘헤살꾼’으로 ‘스파게티’를 ‘구멍국수’ 등으로 사용하며, 전문·학술용어의 경우 그 차이의 정도는 훨씬 심각하다. 만약 남북 의사가 같이 수술대에 있다면 시술이 불가능할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마 제주도에서 함경도의 방언까지 몽땅 비교한다면? 쉽게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지난 1970년대초였다.7·4 공동 성명과 적십자 회담 등을 위해 6·25이후 남북 당국자가 처음으로 만났다. 남측 요원이 회담장에서 서비스를 하던 북한 여성에게 “아가씨”라고 했더니 정색을 하며 “접대부로 불러주세요.”라고 당황케 했던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남과 북이 분단된 후 언어차이를 처음으로 실감케 한 사례였다. ●겨레말은 남한 표준어·북한 문화어·방언 합친 말 1989년 3월이었다. 문익환 목사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일성 주석을 만나 남북 언어의 이질감을 얘기하면서 ‘통일대사전’을 공동으로 편찬하자고 했다. 이후 논의가 중단되다가 2004년 12월 13일 금강산에서 남북 편찬위원들이 만나 결성식을 가짐으로써 본격적인 출발을 하게 됐다. 이후 지난해 2월 편찬위 1차정기회의(금강산)를 시작으로 그동안 7차례에 걸친 실무접촉을 가졌고 오는 2012년까지 30만여 어휘를 담은 남북한 단일사전, 즉 ‘겨레말큰사전’을 펴내기로 했다.‘겨레말’은 남한의 표준어, 북한의 문화어, 그리고 남북의 방언을 합친다는 뜻이다. 현재 남측과 북측은 각각 방언조사 등 편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글날을 앞두고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고은(73) 시인을 만났다. 장소는 서울 마포에 위치한 편찬사업회 사무실. 지난달 말 제7차 편찬위 평양회의에 다녀온 직후였다. 어느 정도 진척이 됐을까. 그는 “현재 ‘ㄱ’과 ‘ㄴ’ 부분을 끝냈다면서 남북 모두 관심이 높기 때문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ㄱ’의 경우만 하더라도 올림말이 6만 9000여개에 달했단다. 남쪽은 10여군데에 대한 방언조사를 끝냈고 북측도 다섯군데를 조사해 서로 CD로 자료를 교환했다. ●우리말은 세계 10위권 유지하는 민족어 남과 북에서는 현재 ‘표준국어대사전’(50만 9000여 어휘 수록)과 ‘조선말대사전’(33만여 어휘)이 주로 쓰이고 있지만 이 사전들은 현장조사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다. 이 두 사전에서 공통적인 것과 다른 것 20만개를 뽑고, 이들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10만개를 새로 추가시키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최근 조사된 호복이(전북지방, 흠씬 익도록 삶거나 끓이는 모양), 큰아베(경북, 할아버지), 쪼시락허다(전남, 하찮다) 등이 될 수 있다. “언어란 세월이 지나면서 소멸 또는 변질되지요. 우리 근대사 이후 겨레 언어가 여러 지역으로 흩어졌습니다. 연해주, 중앙아시아, 만주 일대는 물론 60년대 이후 미국으로 가지고 간 언어도 조사해야 합니다.” 아울러 “얼마전 사할린 징용자 위령제에 다녀왔다.”면서 30년대 후반부터 우리 동포가 약 15만명이 이주했는데 현재는 3만명밖에 안된다고 했다. 그만큼 우리 순수 언어도 줄어들거나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남과 북 각 지역의 방언과 향토어 속에 우리 말을 찾아내는 작업도 병행된다고 부연했다. 따라서 훈민정음 창제 이후 최초로 우리 겨레말을 집대성하는 일이며, 우리 후손들이 만나야 할 ‘대사전’이라고 의미부여를 했다. 때문에 2012년 이후에도 계속 보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작업에 참여하는 남측 편찬위원들은 학자나 교수들이 대부분이지만 북한의 경우 사회과학원 소속 연구원에서 직접 관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글은 세계 문자 역사상 가장 경이로운 문자입니다. 또 한국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프랑스어보다 많은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갑니다. 러시아어도 푸슈킨 이후 주목을 받았고 독일어는 괴테의 ‘파우스트’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지요.” 우리말도 근대문학 이후 표현력이 아주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그 이전의 양반들은 주로 한문 중심이었다는 것. 예를 들어 편지를 쓸 때에도 ‘기체후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하시옵고….’라는 식이었다. 결국 활발한 신문학 운동은 모국어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대국어들이 횡행하는 오늘날에 우리말이 세계 10위권을 유지하게 된 것도 대단한 민족어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고 이사장은 이런 우리글이 다음 세대에 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많다. 인터넷상에 계속 퍼지는 언어와 영어 등의 영향으로 우리 언어가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겨레말 큰사전을 통해 방향타를 잡고 또 자국어 보존을 위한 정책도 꾸준히 펼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아울러 “말이란 한 시대가 지나면 사라진다.6·25 이후만 보더라도 우리말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고대시와 지금이 다르듯이 현재 사용되는 우리말이 나중에 고어로 남게 되고 일부는 공중에 흩어져 소멸된다고 했다. ●남북, 문화행위로써 우선 동질성 회복해야 훈민정음 창제와 관련,“당시 세종대왕은 몽골과 여진 지역에도 학자를 파견했다. 또 티베트어 연구는 물론 산스크리스트어를 사용하는 승려도 참여시키는 등 세계적 언어로 만들려고 애를 썼다.”고 했다. 실제로 몽골에 가면 당시 사신이 다녀갔다는 자료가 현재 남아 있다는 얘기를 몽골학자한테 전해들었다고 귀띔했다. 또 세종은 여진과 말갈족들을 끌어들이는 등 이주정책을 펼쳤는데 놀랍게도 아직까지 함경도 지방에 경상도 사투리가 남아 있단다. “아마 당시 한글창제 작업은 중국 몰래 했겠지요. 한자(漢字)와 다른 문자를 따로 만든다는 것은 천자(天子)를 자처하는 입장에서 볼 때 불온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서 공표도 조심스럽게, 즉 보다 쉽게 민중에게 뜻을 전달하기 위한 글이라는 식으로 중국을 달랬지요. 또 비로소 한자 지배의 구속에서 벗어나 최초로 민중문자와 민족언어를 가졌다는 역사적 의미도 있습니다.” 칠순을 넘긴 나이에 겨레말 편찬사업에 남다른 열정을 쏟는 고 이사장. 세상에 놀러오지는 않았다고 강조하는 그는 “남북은 정치·군사적 문제만이 아닌 먼저 문화행위로써 서로 동질성을 회복하고 스며들다 보면 통일도 가능해진다.”고 역설했다. 이어 “겨레말에 의탁하여 살아온 지난 역정을 바쳐 ‘이젠 죽을 수 있다. 이제 죽어도 된다.’라는 몇년 뒤의 궁극적 감회를 예감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km@seoul.co.kr ■ 고은이 걸어온 길 ▲1933년 군산 출생(본명 고은태), 군산고 중퇴 ▲52년 입산,10년간 승려생활(법명 일초) ▲58년 조지훈 등의 천거로 ‘현대시’에 ‘폐결핵’ 발표로 등단 ▲60년 첫 시집 ‘피안감성’ ▲62년 환속, 재야 운동가로 활동 ▲74년 시집 ‘문의 마을에 가서’ 출간. 제1회 한국문학상 ▲86년 ‘세계의 문학’에 ‘만인보’ 연재 ▲89년 제3회 만해문학상 ▲90년 민족문학작가회장 ▲99년 미 하버드대 연구교수. 버클리대 초빙교수 ▲2004년 제4회 베를린문학페스티벌 자문위원 ▲05년∼현재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
  • 멸종위기 야생 사향노루 인공증식·복원뒤 방사추진

    정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1급 야생동물인 사향노루 1마리가 인공증식ㆍ복원연구를 위해 특별 방사장에서 적응해 가고 있는 모습이 국내에서 처음 공개됐다. 4일 환경부에 따르면 1987년 이후 남한에서 목격되지 않았던 사향노루는 20년 만인 지난해 9월 강원 양구에서 수컷 1마리가 포획됐다. 이 사향노루의 나이는 포획 당시 15개월로 추정됐으며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최근 지정된 사단법인 한국 산양ㆍ사향노루 종보존회(회장 정창수) 방사장에서 격리, 보호받고 있다. 사향노루는 전남 목포에서 백두산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 고루 분포하고 있었으나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고가의 한약재인 사향을 얻기 위한 밀렵 등으로 1960년대를 기점으로 남부 지역에서 거의 사라졌다.1987년 오대산 소금강 삼산4리에서 1마리를 포획한 뒤 방사했던 기록을 마지막으로 실체가 확인된 적은 없으나 학계에서는 현재 분변과 발자국 등 흔적을 통해 강원과, 전북, 경북 등 산악 지대에 30여마리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사향노루 암컷 1마리를 추가로 포획, 인공 증식작업을 벌인 뒤 이들을 원래 서식지로 돌려 보낸다는 계획이다. 생물체계상 우제목 사향노루과에 속하는 사향노루는 1968년 천연기념물 216호로 지정(문화재청)됐으며 몸체가 65∼87㎝, 체중 7∼17㎏가량으로 고라니와 비슷하면서 조금 작고 수컷은 특이하게 5㎝가량의 긴 송곳니가 발달, 사슴 종류 중 가장 원시적인 형태를 갖고 있다. 바위가 많은 1000m 이상의 높은 산악지대가 주요 서식지로 먹이는 이끼, 연한 풀, 나무의 어린 순, 열매 등이고 시각과 청각이 매우 예민하다. 한약재인 사향은 수컷의 배와 배꼽의 뒤쪽 피부 아래에 있는 향낭(香囊) 속에 있고 생식기에 딸려 있다. 같은 방사장에는 멸종위기 1급 야생동물로 최근 부상하거나 탈진상태서 구조된 산양 3마리와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2세 4마리 등 7마리가 인공 증식을 위해 역시 보호를 받고 있다. 정부는 강원 양구군 동면 임당리에 위치한 산양ㆍ사향노루 종보존회와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수목원(가시연꽃, 노랑붓꽃, 망개나무, 매화마름, 미선나무)을 포유류와 내륙 수목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지정했다.연합뉴스
  • [사설] 산 깎고 강 메울 때 공무원은 뭐했나

    경기도 양평군 일대 한강 상수원보호구역에 불법으로 고급 전원주택 단지를 조성한 지역 유지와 부동산업자, 의사, 중소기업 대표 등 75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 중 지역신문사를 운영하는 안모씨는 야산을 깎아내고 하천을 메워 남한강 폭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는 화약을 동원한 발파작업까지 했다. 언제까지 수도권 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야만적인 범죄를 보아야 하는지 기가 찬다. 지난해 11월에도 양평과 광주 일대 상수원보호구역을 훼손한 부동산업자와 대학교수, 시의원, 변호사 부인, 연예인 등 60여명이 적발된 바 있다. 이번 범죄 수법도 그때와 같다. 주민 이름을 빌려 임야에 집과 공장 등을 지을 수 있도록 산지전용 허가를 받거나 아예 허가도 받지 않은 채 2만여평을 택지로 조성했다. 택지가 조성되면 곧바로 2∼3배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수원을 오염시켜서라도 제 배만 불리려는 지역 유지와 부유층의 몰염치는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관할 공무원들은 그들이 산을 깎고 강을 메울 때 무얼 했는지 묻고 싶다. 상수원보호구역 훼손은 그들의 묵인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아마 뻔히 보았을 것이다. 참여정부 들어 지방정부의 개발비리와 토착비리가 더 심해졌다는 지적에 머리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관련 공무원 명단을 지방자치단체 등에 통보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안 된다. 상수원을 오염시키는 것은 수도권 시민 전체에 대한 범죄다. 관련 공무원들의 뇌물수수 및 직무유기 여부를 수사해 토착 비리를 뿌리뽑아야 한다.
  • 남북군사실무회담 ‘소득없는 공방’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북한의 갑작스러운 제의로 5개월만에 재개된 남북 군사당국간 접촉이 별다른 성과없이 끝났다. 남측 수석대표인 문성묵 대령과 북측 단장대리인 박기용 상좌는 2일 오전 10시 판문점 북측지역인 통일각에서 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 접촉을 가졌으나, 북측의 일방적인 대남 비난이 이어진 가운데 2시간여만인 낮 12시10분쯤 끝났다. 북측은 남측의 일부 탈북 관련 단체들이 북한의 최고 지도자와 체제를 비방하는 유인물을 풍선을 이용해 뿌린 것을 항의하면서, 이는 2004년 6월 남북이 군사분계선(MDL)상에서의 상대를 비방하는 선전활동을 중단하기로 한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시정을 요구했다고 국방부가 전했다. 북측은 또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금강산 방문 도중 북한측 초병과 불필요한 접촉을 한 사실을 항의했다. 북측은 아울러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 등을 드나드는 남측 인사들이 휴대전화를 휴대하고 물품 수송차량에 위성항법장치(GPS)를 부착하는 등 북측의 민간인과 군인을 자극하는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선전활동 중단 합의사항을 위반했다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남측은 재발방지 노력을 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한편으로 남한 사회의 다양성에 대해 북측이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의원의 북측 초병 접촉 논란에 대해서는 “이미 매듭지어진 일인 만큼 더 이상 거론하지 말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측은 남북간 합의했던 경의·동해선 철도운행을 위한 군사보장 조치 등의 이행을 촉구하고, 군사적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 진전 문제 등 계류 중인 안건으로 화제를 돌렸다. 그러나 북측은 “군사적 보장에 대한 의지는 변함이 없지만 이를 위한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고 일축,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남북통일말사전/관정종환교육재단 엮음

    “이쪽으로 돌아누웠다 저쪽으로 돌아누웠다 하여도 잠은 여전히 오지 않았다. 어느덧 유리창으로 달빛이 교교하게 비쳐들면서 눈이 더욱 마롱마롱해왔다.” 북한 작가 황건의 소설 ‘새로운 항로’의 한 대목이다. 남한 사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마롱마롱이란 도대체 무슨 뜻인가. 작은 눈알이 생기 있는 모양을 북한에서는 마롱마롱 또는 마록마록이라고 한다. 우리말로 치면 말똥말똥 정도의 표현으로 바꿀 수 있다. 북한에서 소꿉동무를 송아지동무라고 한다든가, 초조할 때 손톱을 물어뜯는 것을 손톱여물 썬다고 말한다든가 하는 것도 우리에게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일. 북한에서 흔히 쓰는 매생이 같은 말도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매생이는 노로 젓도록 돼 있는 작은 배를 가리킨다. 요컨대 더이상의 남북 언어 이질화를 막고 민족어의 풍요로운 미래를 위해서도 남북 말의 통합 내지 통일 작업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관정(冠廷)이종환교육재단에서 엮어 낸 ‘남북통일말사전’(두산동아)은 그런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 남북말사전과 북남말사전 편으로 나눠 각각 5000 단어씩 모두 1만개의 낱말을 싣고 해설을 붙였다. 그동안에도 남북의 서로 다른 말들을 단편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풀이한 책들이 출간된 적은 있지만, 이처럼 방대한 어휘를 체계적으로 소개한 사전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 설립된 관정교육재단은 출연재산이 5000억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장학재단. 우리 겨레가 하나 되기 위한 교육·문화사업의 일환으로 수년간의 작업 끝에 이 남북통일말사전을 펴냈다. 관정교육재단 이종환 이사장이 편찬인으로 나섰고 심재기 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가 대표집필자로, 이청수(전 KBS해설위원장) 재단 고문이 편집 실무자로 참여했다. 심재기 교수는 “남북의 말이 완전히 하나로 통일되는 사전이 나오려면 분단사 이상의 기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는 만큼 먼저 남북이 서로 다른 말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남북통일말사전은 북녘 땅에도 전달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청수 고문은 “이 겨레말사전은 체제와 이념성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서도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에 무상 제공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2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주말탐구] 한국 호랑이 3대

    [주말탐구] 한국 호랑이 3대

    내 이름은 코아예요. 한국 호랑이 1세대 서열 1위인 백두가 기력이 쇠잔, “전시 불가 판정”받고 내실로 퇴장하자 후계자로 지목받고 있죠. 저희 족보를 보면 88올림픽때 신격호 롯데회장이 시베리아호랑이 5마리를 서울대공원에 기증하면서 시작됐다더군요. 역이민세대서 태어나서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신 분이 바로 백두시죠. 저는 그때 같이 태어난 어머니 홍아와 北에선 건너온 라일이란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야말로 통일둥이죠. 여동생 리아와 전 공모를 통해 이름이 지어져 매우 뜻깊죠. 지난 6월 제 새끼들이 3마리 태어났어요. 축하해 주세요. 그리고 빨리 통일이 되어 아버지 고향에도 가보고 싶은 게 꿈이에요. 29일 오후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맹수사 뒤쪽. 널따란 전시 우리와 분리된 내실에 힘없이 누워 있는 덩치 큰 수컷 호랑이의 모습이 보인다. 식사시간이 돼 닭고기가 나오자 먹이 쪽으로 다가가지만 함께 있는 암컷이 사납게 으르렁거리자 주춤주춤 뒤로 물러선다. 조용히 뒤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수컷은 암컷이 식사를 끝낸 뒤 겨우 먹이에 입을 댈 수 있었다. 약육강식의 법칙만이 통하는 맹수계에서 자기 몸집의 절반밖에 안 되는 암컷 호랑이에게 수모를 당하고 있는 이 호랑이는 놀랍게도 바로 몇달 전까지만 해도 무리의 서열 1위였던 ‘백두’이다. 민족얼을 상징하는 한국 호랑이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1세대 한국 호랑이의 대표주자였던 백두도 자식 세대에 왕좌를 물려주고 쓸쓸한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 백두를 끝으로 1세대 한국 호랑이들은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노환, 폐사…호돌이+호순이 낳은 한국 호랑이 1세대 퇴장 현재 서울대공원 맹수사에는 모두 19마리의 시베리아 호랑이가 무리를 이루고 있다. 동북아 지역에 서식하는 시베리아 호랑이가 바로 한국 호랑이. 북한과 중국에서 발견되는 백두산 호랑이 역시 시베리아 호랑이다. 한국 호랑이는 일제 강점기 무분별한 포획이 자행되면서 모습을 감췄다. 하지만 ‘88 서울올림픽’을 2년 앞둔 1986년 롯데그룹의 신격호 회장이 미국 동물원에 건너가 있던 시베리아 호랑이 5마리를 서울대공원에 기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때 들여온 호랑이가 바로 올림픽 마스코트로 유명한 ‘호돌이’ ‘호순이’이다. 함께 들여온 수컷 한 마리에게는 ‘고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조국에 돌아온 호랑이 5마리는 ‘역이민 세대’로 한국 호랑이 일가의 원조 역할을 했다. 고려와 호순이 사이에서 89년 태어난 수컷 호랑이가 바로 백두이다. 이어 호돌이와 호순이 사이에서는 홍아(♀·90년생)와 태백(♂·93년생)이 태어났다. 이 세 마리가 바로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한국 호랑이 1세대로 족보를 장식하게 된다. 백두는 무리의 우두머리로 3마리의 암컷과 짝짓기를 해 7마리의 자식을 봤다. 홍아도 2마리의 수컷과 4마리의 새끼를 낳았다.10만분의1 확률로 태어난다는 백호인 백운(♀·2000년생)도 홍아가 낳았다. 태백은 새끼 2마리를 낳은 뒤 남북 동물교류로 북한으로 건너갔다. 호랑이의 평균수명은 20살 정도. 올해 17살이던 홍아는 이달 초 노환으로 끝내 세상을 뜨고 말았다. 올해 18살로 국내 최장수 호랑이인 백두 역시 기력이 쇠해 석 달 전쯤 ‘전시 불가’ 판정을 받고 무리에서 떨어져 내실에서 쉬고 있다. 털갈이도 제대로 끝마치지 못해 듬성듬성한 옆구리는 백두의 시대가 끝났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백두의 퇴장으로 1세대 한국 호랑이의 시대는 이별을 고했다. ●통일둥이 ‘코아’ ‘리아’ 2세대 한국 호랑이 전면으로 대공원에 있는 19마리 가운데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2세대 한국 호랑이는 15마리다. 이중 전성기를 맞은 2000∼2002년생 호랑이와 2003∼2004년생 호랑이가 각각 5마리이다. 지난해에도 수컷 한 마리와 암컷 네 마리가 태어나 새 식구가 됐다. 백두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꼽히는 것은 홍아의 새끼인 코아(♂·2002년생)다. 코아와 리아(♀·2002년생)는 홍아와 북한에서 건너온 수컷 호랑이 라일(95년생) 사이에서 태어난 남매로 새끼 때부터 남·북 호랑이 사이에서 탄생한 ‘통일둥이’로 주목을 받았다. 코아와 리아도 ‘코리아’에서 두 자씩 따온 이름으로 공모를 거쳐 선정된 것이다. 백두가 없는 무리에서 단연 돋보이는 호순이의 외손자 코아는 지난 6월 청주(♀·99년생)와 건강한 새끼 3마리를 낳았다. 무리에 합류할 날만 기다리며 인공포육실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이 새끼 호랑이들이 바로 한국 호랑이의 첫 3세대인 셈이다. 하지만 아직 어린 백두의 새끼들도 그 위세가 만만치 않다. 지난해 태어난 한동(♂)이만 하더라도 또래보다 눈에 띄게 풍채가 좋다.150㎏까지 나갔던 백두의 피를 이어받은 데다 어미 품에서 자라 야생성도 두드러진다. 1세대 한국 호랑이의 빈자리를 메울 2세대 스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공원 관계자는 “역이민 세대로 시작된 한국 호랑이 일가가 3세대까지 안정되게 뿌리를 내리며 혈통이 견고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한국 호랑이 대부 엄기용 사육사 “나도 백두랑 홍아 따라 퇴장해야지. 유능한 후배들이 얼마나 많은데.” 서울대공원 맹수사의 호랑이 19마리의 아버지는 엄기용(53) 사육사다. 정년퇴임을 1년여 남겨둔 엄 사육사는 1986년부터 지금까지 호랑이만 돌본 ‘한국 호랑이의 대부’이다. 서울대공원의 호랑이는 물론 다른 동물원으로 교환된 호랑이들까지 치면 엄 사육사의 손을 거친 호랑이가 30여마리는 족히 된다. 지난 2004년 남한 호랑이를 평양 중앙동물원으로 보낼 때 자식과 떨어지기라도 하듯 서럽게 울어 보는 이들의 코끝을 찡하게 했던 반백의 사육사가 바로 엄 사육사다. 그 사나운 호랑이가 엄 사육사 옆에 가면 강아지처럼 얼굴을 비비며 좋아하니, 과연 대부라는 명성을 얻을 만하다. 엄 사육사는 “처음에는 무서운 마음부터 든 것이 사실이지만, 어미에게 버림받은 새끼들에게 직접 우유를 먹이면서 키우다 보니 담뿍 정이 들었다.”며 “드러누워 낮잠을 자던 녀석들도 내 목소리가 들리면 벌떡 일어나고 얼굴도 알아본다.”고 웃었다. 호랑이들만 엄 사육사의 얼굴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다. 그냥 보기엔 다 매섭게 생긴 호랑이일 뿐인데 엄 사육사는 얼굴만 슬쩍 봐도 19마리를 모두 분간해 낸다. 그는 “같은 시베리아 호랑이라도 눈매, 입매, 얼굴형, 털길이가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새끼 때부터 기른 호랑이가 건강한 새끼를 낳을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는 엄 사육사. 그도 이제 뒤를 이을 젊은 후배들을 찾고 있다. “아직도 큰 호랑이 어디 갔냐고 백두를 찾는 관람객들이 있어. 기억해 주니 고마울 뿐이야. 나도 퇴임이 얼마 안 남았는데 나 대신 이 녀석들을 잘 돌봐줄 부지런한 사람을 찾아야지.” 청춘을 바쳐 호랑이들에게 아낌 없는 사랑을 쏟아부은 엄 사육사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글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북에서 온 호랑이 어떻게… 남북 관계가 화해 모드로 접어들면서 ‘평화대사’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 바로 호랑이였다. 모두 2마리가 건너왔지만, 북한 호랑이들의 남한에서의 삶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1999년 1월 남한에 온 ‘낭림(♀)’은 새끼 때인 93년 낭림군에서 붙잡혀 평양 중앙동물원에서 지내며 백두산 호랑이로 주목을 받았다. 황우석 서울대 전 교수가 복제를 시도했던 백두산 호랑이가 바로 낭림이다. 하지만 낭림은 워낙 사납고 날카로운 성격 탓에 외롭게 지내야 했다. 발정기가 돼도 짝짓기를 위한 암컷 특유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번번이 실패했다. 백두산 호랑이인 낭림의 혈통을 이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호랑이에게 짝짓기 요령을 가르쳐 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사육사들이 속만 태웠다. 다른 수컷들에게는 쌀쌀맞게 굴면서도 무리의 우두머리인 백두(♂·89년생)와는 사이가 좋아 기대도 해봤지만 끝내 짝짓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낭림은 백두가 석 달 전 기력이 떨어져 내실로 이동한 지 얼마 안돼 백두의 뒤를 따랐다.93년생이면 아직 중년밖에 되지 않은 나이인데 벌써 송곳니가 뭉툭해지고 털이 윤기를 잃는 등 노쇠 기미를 보인 것이다. 사육사의 배려로 바로 옆 우리에서 지내고 있는 낭림이와 백두는 아직도 철창 사이로 서로 애정을 표현하곤 한다. 다른 한 마리는 호돌이와 호순이의 딸인 홍아(♀·90년생)와 연을 맺은 ‘라일(♂·95년생)’이다.2001년에 남한에 온 라일은 처음부터 낭림과 비교될 정도로 무던한 성격을 보였다. 이듬해에는 코아와 리아 남매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라일도 2004년 4월 질병으로 폐사하고 말았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앞발 하나는 내딛지도 못하고 고생하던 터였다. 이로써 1세대 남북 호랑이 결합의 산물은 코아와 리아에서 그치게 됐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김규식 선생 차남등 임정요인 유가족 26명 분단이후 첫 北국립묘지 성묘간다

    남북 분단 이후 처음으로 임시정부 요인 유가족이 추석을 맞아 북한의 국립묘지에 안치된 조상들을 성묘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다고 통일부와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가 28일 밝혔다. 항일 독립운동을 해온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의 유가족 등 50여명은 자신들의 조상이 안치돼 있는 북한 애국열사릉과 재북인사릉을 방문하기 위해 30일 방북해 다음달 4일 귀국한다. 애국열사릉은 김일성 주석의 가계인물과 ‘항일 빨치산’ 1세대가 묻혀 있는 혁명열사릉과 함께 북한의 ‘국립묘지’로 분류되고 있으며, 재북인사릉은 납북 인사들이 안치돼 있는 곳이다. 재북인사릉은 방문에 별다른 제한이 따르지 않지만 애국열사릉은 남한 당국이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기념궁전, 혁명열사릉 등과 아울러 ‘참관·참배 금지’ 리스트에 올라 있다. 북한은 장관급 회담 등을 통해 ‘상대측 지역을 방문하는 자기 측 인원에 대해 참관지 자유방문을 허용하라.’고 요구해 왔다. 지난해 8·15 행사 참석차 서울을 방문했을 때는 북측 당국. 민간 대표단이 우리측이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기도 했다. 따라서 임시정부 요인들의 남한 유가족이 남북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한에 안치된 조상을 성묘하면서 이산가족들의 방북 성묘와 남북 간 참관지 논의에 새 전기가 될 전망이다. 임정요인 유가족 성묘단은 이런 점을 감안해 애국열사릉에 모셔진 인사의 가족들은 집단적으로 묘역 제단에 참배를 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해당 조상묘를 찾아 성묘하기로 하고 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임시정부 요인들의 독립정신을 추모하고 후손들이 조상의 묘소를 찾는 순수한 의미를 고려해 방북을 승인했다.”면서 “성묘 이외의 단체 참배 등 행위가 이뤄지지 않도록 각별히 강조했다.”고 밝혔다. 성묘 대상은 김규식 부주석, 김상덕 문화부장, 김의한 외교위원, 안재홍 청년외교단 총무, 윤기섭 군사위원장, 장현식 자금조달, 조소앙 외교부장, 조완구 내무부장, 최동오 법무부장 등 임정에서 요직을 맡았던 9명이다. 이들은 모두 정부가 독립장, 애국장, 대통령장 등 훈·포장을 주고 조국의 독립을 위한 공적을 기리고 있는 인물이다. 이번 성묘단에는 김규식 선생의 차남인 진세(78·미국 거주)씨를 비롯해 26명의 유가족들이 참가한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지역특산물 명성 되찾는다”

    “지역특산물 명성 되찾는다”

    ‘양주 밤과 파주 인삼에서 포천 구절초’까지….’ 경기북부 지자체들이 잊혀져 가던 지역특산물의 명맥 잇기와 명성 되찾기에 발벗고 나섰다. 명품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한 상품개발은 물론, 관외반출 금지까지도 추진 중이다. 27일 양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960년대 이후 병충해와 인력난 등으로 명맥이 단절된 양주밤 품종 되살리기에 착수했다. 전래 수목도감(樹木圖鑑) 등은 견고하고 단맛이 강한 양주밤은 임금 진상품이었으나 지금은 양주시 전체에서 자가소비용으로 50㏊ 정도만 재배되고 있다. 시는 대단위 조림지를 조성, 양주밤을 브랜드화하기로 하고 율정·마전·매곡·신암리 등 밤나무 자생지역을 대상으로 내년도 파종을 위한 종자목 선정작업을 펴고 있다. 내년 봄 5000립(粒) 정도를 심고, 매년 2㏊씩 조림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풀베기, 병충해 방제 등을 통해 ㏊당 1t 미만의 현재 생산량을 2t 이상으로 늘리고 병충해에 강한 품종도 육성할 예정이다. 파주시는 민통선 북방 장단반도 등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6년근 인삼을 ‘파주개성인삼’으로 브랜드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시는 조선조 말 문헌 ‘삼정요람(蔘政要籃)’에 남한지역에선 장단면 일대가 유일하게 고려 개성인삼의 본원지임을 밝히고 있다며 파주개성인삼축제와 마케팅전문법인 설립, 직거래판매장 운영 등을 추진 중이다. 파주시는 지난해 포천시와 개성인삼 원조논쟁을 벌였다. 포천은 6·25 전쟁 직후 개성인삼조합의 구성원들이 월남해 재배 노하우를 포천에 들여왔고, 장단면 못지않은 토양에서 6년근 인삼을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파주시는 장단면 지역의 모래참흙 토양과 일교차가 큰 기온 등이 고품질 인삼재배 최적지라고 주장한다. 포천시는 ‘포천 구절초’ 브랜드화에 집중하고 있다. 다른 지역 구절초와 달리 한탄강 지역에서 자생하는 구절초는 향이 진하고, 연하고 독특한 잎 모양을 갖춘 신종으로 입증됐다며 다양한 브랜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2004년 구절초를 시화(市花)로 정하고 지난해엔 한탄강변과 운악산 기슭에 각각 200평, 농업기술센터에 400평의 구절초 포장을 만들어 삽목을 통해 품종 보급에 나섰다. 부인병·위장병 등에 효과가 있다는 구절초의 약리작용을 식품연구기관 등에서 증명받고, 구절초 차(茶)와 술·비누와 함께 염료의 원료도 추출해내 의류의 천연 염색 원료로 상품화하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포천 구절초는 생육 환경이 바뀌면 고유의 특성을 상실한다.”며 “포천 특산의 명맥과 고유의 특징을 간직하도록 관외반출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의정부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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