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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와 산] (35) 강화도 마니산

    [도시와 산] (35) 강화도 마니산

    인천시 강화군 화도면에 있는 마니산(469m)은 산세가 아기자기하고 주변에 문화유적지가 많아 수도권 시민들이 즐겨 찾는다. 등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한번쯤은 가봤을 만한 산이다. 하지만 단순한 등산보다는 과학적으로 실체가 입증되지 않은 ‘기(氣)’라는 존재에 끌려 마니산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기를 연구하는 사람과 풍수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마니산이 남한에서 가장 기가 쎈 산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정신과학학회가 전국적으로 기가 세다고 알려진 곳을 찾아 엘로드법(L-ROD:땅에서 나오는 전자에너지를 2개의 금속막대로 측정)으로 측정한 결과 마니산 정상이 65회전으로 가장 높게 나왔다. 그 다음이 합천 해인사 독성각 46회전, 청도 운문사 죽림현 20회전, 대구 팔공산 갓바위 16회전 순이었다. 기 연구가 이재석씨는 “기가 센 곳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활력이 생기고 건강해진다.”면서 “마니산은 가장 좋은 기가 나오는 우리나라 제일의 생기처”라고 말했다. 이는 단군신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마니산 정상에는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쌓았다는 참성단(塹星壇·사적 136호)이 있다. 사람들은 이곳이 가장 기가 세기 때문에 단군이 하늘과 소통하는 장소로 정했다고 믿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금도 개천절이면 제례를 올리고 전국체육대회 성화(聖火)가 채화된다. 새해 첫날에는 이곳에서 기를 받아 산뜻한 출발을 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조선 영조 때의 학자 이종휘가 지은 ‘수산집(修山集)’에는 “참성단의 높이가 5m가 넘으며 상단이 사방 2m, 하단이 지름 4.5m인 상방하원형(上方下圓形)으로 이뤄졌다.”는 기록이 있다. 또 이 책에는 “단군이 혈구(穴口)의 바다와 마니산 언덕에 성을 쌓고 단을 만들어 제천단이라 이름하였고, 고려와 조선의 임금과 제관이 찾아가 하늘에 제사 지냈다.”고 적혀 있다. 조선 인조 17년(1639)에 개수축하였고 숙종 26년(1700)에 다시 개수축하고 비(碑)를 세웠다. 강화군은 참성단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2004년 8월부터 특별한 날이 아니면 개방하지 않고 있으며, 지금은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참성단을 둘러싼 펜스가 폐쇄형이 아니어서 가까이 가면 안을 볼 수 있다. 마니산 일대에는 참성단 말고도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다. 산 정상 동북쪽 5㎞ 지점에 있는 정족산 기슭에는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성(사적 130호)이 있고, 그 안에는 유명한 전등사가 있다. 고구려 소수림왕 때인 381년에 아도(阿道)가 창건한 전등사는 현존하는 절 가운데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녔다. 이 절에는 보물 178호인 대웅전, 보물 179호인 약사전, 보물 393호인 범종 등 귀중한 유산이 즐비해 있다. 대웅전에는 중종 39년(1544) 정수사에서 개판한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목판 104장이 보관돼 있다. 또 서남쪽 기슭에는 법당이 보물 161호인 정수사가 있고, 서북쪽 해안에는 장곶돈대(인천시기념물 29호)가 있다. 유중현(68) 강화향토사 연구소장은 “마니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단군왕검과 관련된 유적이 있는 곳”이라며 “마니산은 강화 주민들의 정신적 지주일 뿐 아니라 우리 민족 전체의 성지라는 상징성이 있다.”고 말했다. 마니산(摩尼山)의 본래 이름은 ‘마리산’이었다. ‘고려사’ ‘세종실록지리지’ ‘태종실록’ 등에는 마리산(摩利山) 또는 두악(頭嶽)으로 기록돼 있다. ‘마리’란 ‘머리’라는 뜻의 고어(古語)로 온 겨레, 전 국토의 머리 구실을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다가 일제강점기에 마니산으로 명명되면서 현재까지 그렇게 불리고 있다. 때문에 수년 전 강화 주민들 사이에 ‘마리산 지명 되찾기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는데 국토해양부 중앙지명위원회가 지도 변경 등 각종 불편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개명을 받아들이지 않아 무산됐다. 하지만 막상 마니산에 가보면 주변 음식점이나 숙박·문화시설 등은 ‘마리산’이라고 표기한 곳이 많다. 강화주민 자존심의 발로라고나 할까. 마니산은 강화도에서 가장 높은 산인 데다 산세가 수려해 등산 목적으로도 효용성이 높다. 정상에 오르면 경기만과 영종도 주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등산코스는 대략 3가지로 분류된다. 정문 격인 상방리 매표소 방향에서 오르는 계단로·단군로, 산 뒤쪽인 정수사나 함허동천 쪽에서 오르는 코스, 선수리에서 시작되는 코스 등이다. 정수사 코스는 옆으로 바다를 조망하면서 주능선에 2㎞ 가까이 이어져 있는 바위군(群)을 타고 참성단으로 가는 재미가 일품이고, 선수리 코스는 서쪽 바닷가에서 측면 능선을 타고 오르기에 3∼4시간가량 소요돼 전문 산행코스로 분류된다. 마니산 정상에서의 일출은 동해안과 달리 산 너머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장면이 주변의 산과 바다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일몰 또한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골짜기마다 종교단체 즐비 마니산은 神들의 고향? 마니산이 범상치 않은 산임을 방증이나 하듯 마니산 자락에는 종교단체들이 즐비해 있다. 한얼교는 마니산 북쪽 자락에 기도원을 두고 성지로 여기며 참성단을 정기적으로 순례한다. 한얼교는 대구에 종단 본부에 해당되는 본궁(本宮)이 있으나 1980년대 말 강화군 화도면 상방리 일대 9만 9000㎡에 기도원 성격인 ‘머리궁’을 세웠다. 명칭이 마니산의 옛 이름과 상통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신정일이 1967년 창시한 한얼교는 개교 역사를 단군 성조에 두고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지향하는, 불교군(佛敎群)과 그리스도교군 사이에 있는 독창적인 민족종교다. 한얼교 관계자는 “개교조(開敎祖)인 단군과 관련된 유적이 있는 마니산을 순례하는 데 따른 불편을 없애기 위해 이곳에 기도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무속인들도 이 산을 자주 찾는다. 기(氣)가 강한 산인 만큼 신통력이 뛰어나다는 믿음 때문이다. 단군 할아버지를 신으로 모시는 무속인들이 많은 만큼 이들이 마니산을 찾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들은 등산객들의 눈에 잘 띄이지 않은 산기슭 등에서 며칠씩 기도한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단군신앙과는 거리가 먼 개신교와 천주교도 산중턱과 산밑에 각각 기도원과 성당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향토사학자 유중현씨는 “마니산이 한국인의 정신적 지주이고, 종교의 본질이 정신세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종파를 떠나 마니산에 기도원을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한강 정비사업 본격 추진

    한강본류와 남한강 및 북한강 일부 구간에서 한강정비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경기도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27일 여주군 대시면 천서리 이포대교 둔치에서 4대강 정비사업의 하나로 추진되는 ‘한강살리기 희망선포식’을 가졌다. 한강 정비사업의 본격화를 알리는 한강살리기 희망선포식에는 정운찬 국무총리와 김문수 지사, 주민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희망선포식 이후 도내 한강 정비사업 7개 공구 가운데 3·4공구(서울지방국토관리청 시행)와 6공구(수자원공사 시행)의 공사가 본격화되며, 나머지 공구도 조만간 시공사를 선정한 뒤 순차적으로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강 정비사업은 2011년까지 총 사업비 1조 3859억원을 투입해 한강본류와 남한강 및 북한강 일부 구간에서 진행된다. 이 구간에서는 홍수피해 방지를 위한 강둑 보강(91.2㎞), 1개의 강변 저류지 조성, 용수 확보를 위한 3개의 다기능 보 설치 사업 등이 이뤄진다. 또 생태계 복원을 위한 하천 환경정비(6.67㎢), 3개의 어도 설치, 자전거 도로(173㎞) 조성 등도 추진된다. 도는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사업구간내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한강이 녹색 수변공간과 용문사·신륵사 등 관광지가 어우러진 관광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환경단체 회원 등 300여명은 희망선포식에 맞춰 인근에서 ‘한강살리기 희망선포식 반대집회’를 개최해 경찰 및 시공사측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남북한·美 북핵 외교전] 삼국지 뺨치는 두뇌싸움… 北 통미봉남 운명은

    [남북한·美 북핵 외교전] 삼국지 뺨치는 두뇌싸움… 北 통미봉남 운명은

    ■ 3국 강온전략·전망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남북한과 미국 등 3자가 고난도의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채찍과 당근으로 양수겸장하는 수준을 넘어 앞에선 주먹을 휘두르고 뒤로는 손을 내미는 삼국지 뺨치는 기법도 동원된다. 다음달 8일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이 다가오면서 이런 머리싸움은 한층 가열되는 양상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포기가 전제되지 않는 대북지원은 있을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확인했다. 서울에서 보즈워스의 방북 일정을 전격 공개함으로써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에 보란 듯이 ‘채찍’을 내보였다. 오바마는 또 보즈워스에게 방북 목적은 (북한이 원하는)1대1 담판이 아니라 6자회담 개최를 위한 사전협의로 제한하라고 못박았다. 반면 몇 시간 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이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비핵화를 추진하면 관계정상화와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 체결, 경제 지원 등을 검토할 수 있다.”며 ‘당근’을 제시했다. 앞서 지난달 그녀는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관계 정상화는 결코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었다. 북한은 어떤가. 겉으론 뻣뻣함을 유지하는 듯 보였던 북한이 알고 보니 미국 측에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넌지시 내비쳤다는 얘기가 나왔다. 남한에 대한 북한의 머리싸움은 더욱 현란하다. 지난달 서해상에서 무력 도발을 감행했던 북한은 21일 현인택 통일부장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런 그들이 지난 19일 금강산을 찾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통해 우리 정부에 금강산·개성관광 재개를 타진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완강히 거부했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관련 남측 당국자의 현장방문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북한 이종혁 조선 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현 회장에게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간 회담과 현장방문 등 (남쪽과) 무엇이든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 측은 현 회장이 금강산에서 돌아온 이후 이 같은 북측의 제의를 서면으로 통일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의 공식 제의는 없었다.”면서 짐짓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는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 정상화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비밀리에 남북 접촉에 나서는 등 남북정상회담 등에 대비한 대북 채널을 열어놓고 있다. 전반적인 구도는 한·미 협공으로 북한이 궁지에 몰린 분위기다. 예전 같으면 북·미 대화 국면에서 북한은 대남 적대 노선으로 일관하며 통미봉남 전략을 즐겼었다. 하지만 지금은 남한에 하릴없이 손을 내밀고 있다. 이런 정황으로 미뤄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시간문제라는 관측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토요 포커스] 이북5도청 무슨일을 하나요

    [토요 포커스] 이북5도청 무슨일을 하나요

    우리나라를 ‘팔도강산(八道江山)’이라고 부른다. 8도는 행정구역의 개념으로 저마다 ‘도청’을 갖고 있다. 현재 북한지역으로 행정력은 미치지 않지만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 역시 행정기관으로서 도청이 운영되고 있다. 평안도와 함경도의 경우 남·북의 별도 행정기관까지 갖춘 이북5도청이 서울의 북한산 자락인 구기동에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상당수의 국민들은 이북5도청이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 일부에서는 “실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행정구역이나 주민도 없는 곳에 웬 지사발령이냐.”며 존재 이유를 궁금해한다. 이에 대해 권영준 이북5도청 황해도 사무국장은 “한번쯤 관심을 가져준다면 이북5도청의 역할을 금방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독일 통일 20주년 행사로 베를린 장벽을 허무는 퍼포먼스가 세계적인 톱뉴스가 됐다. 이와 동시에 통일 이후 독일의 문제점도 집중 조명됐다. 특히 동독 출신 주민들의 심리적,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동독 출신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통일로 정치이념의 변화와 익숙지 않은 생활패턴으로 많은 이념적 고충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이다. 후유증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에 언론들이 주목했다. 이북5도청은 우리도 언젠가는 독일과 같은 통일이 올 것이라는 전제 하에 이런 갑작스러운 정치체제와 이념의 변화에 대비하는 것을 주요 임무로 삼고 있다. 1949년 5월23일 남한에서 이북5도청이 처음 설립할 때만 해도 영토개념을 확립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존재하는 조직이었다. 헌법 3조가 규정하는 대한민국의 영토에 해당되는 만큼 당연히 정부, 행정조직으로서 도청을 만들었던 것이다. 비록 행정구역이나 주민들에게 행정적인 서비스는 제공할 수 없더라도 상징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또 수복(통일)이 될 경우에 대비한 행정조직으로서의 역할에 한정됐다. 특히 냉전의 이념이 극에 달했던 1970년대까지는 월남 도민지원정책을 주요 업무로 삼으면서 대국민 반공홍보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후 80~90년대는 실향민의 애환을 달래주는 정신적 지주역할이나 도민을 지원하고 만남의 장소로 제공하는 곳으로 변해갔다. 하지만 2000년대 접어들면서 이북5도청은 통일에 대비하는 역량을 키워가는 행정조직으로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 ●독일 통일 이후 집중 연구 특히 이달곤 행정부 장관은 취임 후 첫 업무보고를 받을 때 “통일 이후 사회통합과정에서 이북 5도민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줄 것”을 주문했다. 물론 통일에 대비한 정부 차원의 행정기구는 통일부이지만 그동안 도민회 지원 차원의 명목상으로만 존재했던 행정조직에서 탈피해 새로운 역할을 찾으라는 책무를 부여한 셈이다.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6일로 예정된 ‘통독 사회통합과정에 대한 연수’도 같은 맥락으로 진행된다. 독일 뮌헨과 베를린을 방문해 독일연방의회 등을 방문해 통일과정에서의 역할을 모색해 볼 예정이다. 방문예정 단체 중 하나인 ‘독일 추방자 연맹’의 젤리드 박사는 “이북 5도청이나 도민들은 통일시기에 북한 주민의 생활과 이념을 바꿔주는 전도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그동안 여러 차례 우리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통일시기에 대비한 업무는 현재도 몇 가지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북한 이탈주민(새터민)의 정착지원업무를 꼽을 수 있다. 전국에 흩어져 생활하고 있는 1만 7000여명의 북한이탈 주민들에게 든든한 행정기관 역할을 해주고 있다. 남한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행정적, 재정적 지원뿐 아니라 정신적 상담에서 취미, 취업에 이르기까지 함께 고민해 준다. 지난 19일 이북5도청 1층 상담실에서 만난 70세 할머니는 “지난해 6월 함경북도에서 아들과 딸을 1명씩 데리고 남한을 찾았지만 북한에 두고온 나머지 자식들이 생각날 때마다 분당에서 이북5도청까지 전문가 상담을 받으러 온다.”고 말했다. 한국심리상담연구소 옥숙정씨는 “북에 두고온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이탈주민들이 많다.”면서 “이탈주민에겐 이북5도청이 외로움과 근심을 달래주고, 남한 생활에 적응하는 법을 일러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북5도청은 이들을 대상으로 가족결연사업도 펼쳐 2004년부터 지금까지 417쌍에게 가족의 정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지난 4월에는 400여명의 이탈주민이 이북5도청 강당에 모여 한마을 축제도 펼쳤다. 평양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하고 장기자랑으로 주민들간의 이웃사랑을 돈독히 하기도 했다. 일자리 알선도 해준다. 평양의 미생물연구기관에서 일했다는 67세의 할머니는 “석사학위에다 각종 전통음식에 대한 지식과 솜씨를 갖췄지만 실력을 발휘할 만한 곳을 못 찾았다.”며 아쉬워했다. ●도지정 문화재 11건 보존 특히 이북5도청은 올해부터 실향민 기록보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잊혀져 가고 있는 북한지역의 세시풍속과 통과의례, 민속신앙 등을 발굴해 기록으로 보존하려는 것이다. 실향민들의 구술을 바탕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만큼 발품이 만만치 않았다. 그동안 1900여명으로부터 구술녹취를 받았고 100여명은 동영상도 보관해 놓았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현재 평안도 향두계놀이, 평양검무, 서도선소리산타령 놀량 사거리, 만구대탁굿 등 11건의 도지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토요 포커스] 이북5도청 60년史

    [토요 포커스] 이북5도청 60년史

    이북5도청의 발자취는 우리 근대사의 아픔을 그대로 닮았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6개월쯤 지난 1949년 2월15일자로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이북5도 지사를 임명했다. 또 5월23일에는 이북5도청을 서울 북창동 당시 서울시경찰국 청사 4층에서 개청했다. 행정구역과 주민에 대한 행정력이 전혀 미치지 못하는 조직이지만 이북 5도가 헌법이 규정하는 대한민국 영토임을 선언한 것이다. 이후 이북5도청은 6·25때 부산으로 이동한 후 1953년 다시 서울로 옮겨졌지만 변변한 청사를 배정받지 못해 충무로의 한 보육원 2층에서 전세살이를 해야만 했다. 현재의 서울 구기동 청사를 마련할 때까지 44년 동안 무려 14번의 이사를 했다. 한 곳에서 자리잡은 후 거의 옮기지 않았던 남한지역 다른 도청들과는 대조적이다. 1993년에 신축된 구기동 청사는 1만 3833㎡ 규모의 5층짜리 건물로 전시실과 민원실, 도민회 사무실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전시실은 이북5도민들에겐 고향과 같은 곳이다. 전시실 1관에는 이북 5도에 대한 전체적인 현황을 소개하는 자료들로 꾸며졌고, 2관에는 5도가 별도의 부스를 갖추고 있다. 부스에는 출신지별 유명인사들과 주요 시설물 모형, 사진 등이 비치돼 있다. 평양고보 출신이라는 한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종종 동창회 모임도 열어 고향과 친구들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부스별로 투명한 병에 ‘고향의 흙’을 담아 놓아 실향민들의 애틋함을 느끼게 했다. 이북5도청의 행정은 ‘이북5도위원회’가 맡고 있다. 위원장은 5도지사 가운데 1명이 1년씩 윤번제로 맡는다. 현재는 민봉기(73) 황해도지사가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5명의 지사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무직 공무원으로 차관급 예우를 받는다. 주로 해당지역 출신자 가운데 경륜과 덕망을 갖춘 전직 고위관료가 임명돼 왔다. 이북5도민의 행정적·정신적 지주역할을 한다. 지사 아래에는 각각 1명씩의 사무국장과 6~7명의 행정직원이 있다. 현재 모두 37명으로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원이다. 이곳을 거쳐 간 공무원 가운데는 5명의 차관과 민선지사(이의근 전 경북지사)도 있다. 아래 시장·군수 97명과 읍·면·동장 911명은 전부 무보수 명예직이다. 예산은 기초자치단체의 마을안길 포장사업비 정도에 불과한 한해 70억원 수준으로 도민들을 위한 각종 지원사업에 사용된다. 이 같은 도정 발자취는 530쪽 분량의 ‘이북5도정 60년사’로 기록된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北, 현대 통해 금강산관광재개회담 제의

    북한이 최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통해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북측이 당국간 공식채널이 아닌 민간 채널을 통해 회담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이를 공식적인 회담 제의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북 소식통은 “현 회장이 금강산 관광 11주년 기념행사 참석 차 18일 금강산에 갔을 때 북측 이종혁 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나와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간 회담을 할 용의가 있으니 이를 남한 당국에 전해달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자신의 발언을 공식적인 회담 제의로 받아들여도 좋다면서 회담에서 금강산·개성 관광객의 신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현대 측으로부터 아직 상세한 방북 결과를 보고받지 못했다.”면서 “지금까지 우리 당국이 북한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회담 제의를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북측의 제안이 사실이라면, 최근 ‘대청해전’ 등 겉으로 드러난 강경 자세와는 달리 속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징후로 해석될 만하다. 금강산관광 등의 중단으로 외화수입이 급감함에 따라 경제난이 가중된 속사정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간 채널을 통해 의사를 타진한 것은 남측 정부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퇴짜’를 맞을지 모르는 위험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월드비전 소속 미국인 딘 R 오언씨 3박4일 북한방문記

    월드비전 소속 미국인 딘 R 오언씨 3박4일 북한방문記

    “북한 방문은, 오래전 폐업한 어떤 가게에 남아 있는 신비로운 옛날 상품들을 둘러보는 느낌이었다.” 기독교 구호단체인 월드비전 소속의 미국인 딘 R 오언이 지난 6월 북한을 4일간 방문한 소감을 15일 LA타임스에 기고했다.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통제된 이 나라를 나만큼 속속들이 본 미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미국인들은 아리랑축전이 열리는 8~10월에만 방문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축전 준비와 퇴근길 공연, 농사 장면 등 남한 언론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이 눈길을 끈다. 다음은 기고 내용 요약. 평양 순안공항에서 휴대전화는 압류됐다. 내게 감시원이 붙었고 일제 도요타 SUV 차량이 제공됐다. 도로에는 차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대부분 5~10명씩 무리지어 다니거나 자전거로 이동하고 있었다. 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청소되고 있었다. 김일성광장에는 거지는커녕 비둘기 배설물도 하나 보이지 않았다. 200여명의 시민들이 무릎걸음을 하며 손으로 거대한 광장 바닥을 닦고 있던 장면을 나는 결코 잊을 수 없다. 6시간 동안 바닥 청소를 하고 나면 그곳에서 아리랑공연 연습이 진행됐다. ●인터넷·휴대전화 일반인에 불허 시골 어디서든 집단농장을 볼 수 있었다. 근면을 권고하는 벽화가 걸려 있었다. 농부들은 황소를 이용해 땅을 갈고 쇠스랑과 삽으로 작업을 했다. 트랙터, 콤바인 같은 현대식 농기계는 보이지 않았다. 북한에서는 인터넷, 휴대전화, 위성항법장치(GPS)와 같은 것들이 일반 시민에게 허용되지 않고 있었다. ‘노동자의 천국’인 이곳의 2300만명 주민들은 완전취업과 적은 범죄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이 파라다이스에서는 아무도 알람시계가 필요없다. 매일 새벽 5시 도시든, 농촌이든 주민들은 스피커를 통해 퍼지는 애국적인 노래와 위대한 지도자를 위해 열심히 일하자는 여성의 구호 소리에 잠을 깬다. 평양의 늦은 오후엔 30여명의 고등학생들이 거리 곳곳에서 애국적인 노래를 연주한다. 공장이나 사무실, 논밭에서 일하고 귀가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다. 상상할 수 있겠는가. 미국 산타모니카로 진입하는 운전자들에게 학생들이 세레나데를 연주하는 광경을. ●매일 새벽5시 전국에 ‘기상노래’ 내가 묵은 호텔은 인터넷이 제공되지 않았다. 이메일과 국제전화를 쓰려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객실 냉장고엔 소다수와 맥주가 들어 있고 텔레비전에선 BBC 뉴스가 나왔다. 하루 숙박비 100달러엔 오믈렛과 빵, 커피 등 서양식 조찬이 포함돼 있다. 북한 방문객은 반드시 달러나 유로 같은 현금을 가져가야 한다. 신용카드는 쓸 수 없고 현금인출기(ATM)도 없다. 북한을 떠나는 날 공항에서 내 가방은 다시 검색됐다. 휴대전화를 돌려받았다. 내 북한 비자는 여권에서 삭제됐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객원칼럼] 바다를 잊지 마세요/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객원칼럼] 바다를 잊지 마세요/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정치권에 온통 세종시 논란뿐이다. 세종시로 편을 가르고, 세종시로 패를 짓고, 세종시로 잃어버린 표를 되찾으려고 안달이다. 살아있는 중달(仲達)이 죽은 공명(孔明)을 이기지 못하는가. 한국 정치가 가고 없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프레임에 빠져 있다. 한국 정치의 상상력이 내륙에 함몰되어 있다. 이 와중에 완전히 잊혀진 건 바다다. 잘나가는 나라들을 보라. 미국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중국은 베이징과 상하이, 일본은 도쿄와 오사카, 프랑스는 파리와 마르세유. 그 어느 나라도 내륙 한 곳에만 국가 경제를 집중하지 않는다. 우리 영해(領海)는 남한 면적의 71.2%인 7.1만㎢이며, 통일이 되면 25만㎢로 한반도 전체 면적(22.1만㎢)보다 넓어진다. 또 우리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은 남한 면적의 약 3.7배인 37.5만㎢이며, 통일이 되면 63만㎢로 한반도 면적의 약 3배에 이르게 된다. 우리는 이렇게 넓은 바다를 가지고 있는 해양국가임에도 고려 말 이후 해양력이 날로 쇠퇴해 왔다. 오늘날 세계 각국은 바다를 국부를 창조하는 경제영토로 인식하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많은 선진국들이 대륙붕 천연가스, 심해저 광물자원 등 해양 에너지 개발과 해양심층수, 대형위그선·해양바이오·심해무인잠수정·쇄빙선 등 해양과학 육성, 해양 관광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3면의 바다는 마치 잊혀진 원시림처럼 정책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우선 서해안은 해상 운송 및 수송망을 정비해서 옛 장보고의 해상 네트워크를 복원하고 싶어 한다. 충청남도 바다는 해상 관광산업을 크게 일으켜 국가 경제의 신성장 엔진이 되고 싶다. 남해안은 무엇보다 남해안 특별법에 목이 마르다. 각종 규제에 묶여 있는 남해안은 특별법을 통해 지역마다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난개발을 막고, 발전 잠재력이 뛰어난 지역을 거점 개발하고 싶어 한다. 영·호남에 걸친 광역 교통인프라와 관광루트를 개설해서 동서 교류를 촉진시키고 영·호남이 함께 사는 길을 도모하고 싶다. 동해안은 목이 마르다 못해 온 몸이 아프다. 해양 온난화의 피해가 강릉 인근 바다까지 강타하고 있다. 수산과학 클러스터를 조성하여 바다를 되살리고 싶다. 해양바이오 과학기지를 건설해서 해양과학의 메카가 되고 싶다. 선거를 의식하지 않으면 바다가 보인다. 세계적인 이코노미스트로 미국 UCLA대 정책학부 교수인 오마에 겐이치는 한국인도 아니고 부산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도 부산이 동아시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아시아 경제가 ‘국경 없는 체계’로 변화하면서 한·중·일 3국을 끼는 ‘허브’항을 가진 부산이 중심 역할을 해야 부산 주변의 일본 중국 지역들도 함께 발전한다는 논리다. 따라서 항만 물류기능에 대한 획기적 투자와 함께 ‘동아시아 해양경제거점도시권’을 구축할 것을 권하고 있다. 참고로 이 사람의 고향은 후쿠오카다. 그런데도 부산이 동아시아 거점도시로 더 적합하단다. 우리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내륙만 들여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특히 큰 꿈을 품은 차기 대권주자들이 눈앞의 여론만 살펴서 내륙에 파묻히는 우를 범할까 우려된다. 나는 그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단기적 표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조국의 큰 미래를 보라고. 아울러 전략적으로도 훈수하고 싶다. 한번 써먹은 수(手)는 두 번 통하지 않는다고. 큰 꿈을 품은 그대. 바다를 잊지 마세요. 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18일 11주년 맞는 금강산관광… 봄날은 오나

    18일은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 11주년이 되는 날이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89년 방북해 공동개발의정서를 체결하면서 금강산 관광의 초석이 놓이게 됐다. 1998년 6월 육로를 통한 정 명예회장의 소떼몰이 방북, 10월 정 명예회장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면담에 이어 그해 11월18일 금강산 관광선 ‘금강호’의 첫 출항이 이뤄졌다. 남북 화해 시대의 막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기 전까지 금강산을 찾은 관광객은 모두 195만 5951명. 금강산 관광은 어느새 남북 화해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2002년 4월부터는 금강산 지역에서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7월11일 남한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강산 관광은 중단됐다. 남북 화해의 상징에서 긴장의 현장으로 변했다.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현대 아산 직원 유성진씨 억류 사건 발생 등으로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지속되면서 관광 재개는 불투명하다. 남측 관광객 억류,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자살, 자연재해 등으로 관광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적이 있지만 1년 이상의 장기 중단은 처음이다. 정부는 박씨 피살사건에 대한 북측의 충분한 설명 및 책임 있는 당국자의 사과, 재발방지 약속 없이는 금강산 관광 재개는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8월 김 위원장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의 면담에서 박씨 피살 사건에 대한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금강산 관광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그 피해는 현대아산 및 협력업체 등으로 넘어가고 있다. 현대아산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약 2033억원의 매출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북한도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손해를 입는 건 마찬가지다. 금강산 관광의 경우 관광객 1인당 평균 60달러 정도의 입장료를 북측에 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 중단에 따라 약 60만명이 금강산을 찾지 못한 것으로 추산했다. 달러가 아쉬운 북한은 약 3600만달러를 날려보낸 셈이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北 지대함 미사일 레이더 한때 가동

    서해 연평도 이북 북한지역에 배치된 지대함 미사일기지의 사격통제 레이더가 15일 한때 가동돼 군이 비상경계태세에 돌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최근 위협과 관련이 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군 소식통은 이날 “오후 1시쯤 연평도 이북 북한지역에 다수 배치된 지대함 미사일기지의 사격통제 레이더가 가동되는 징후가 포착됐다.”면서 “이에 따라 군은 백령도와 연평도 등에 배치된 초계함 등을 안전구역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북한 지대함 미사일기지의 레이더는 1시간가량 가동하다가 정지했다. 그뒤 추가 가동 징후는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평도 이북 북한지역에는 사거리 46㎞의 스틱스와 사거리 83~95㎞의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이 배치돼 있다.소식통은 “북측의 징후를 포착하고 백령도 등에 배치된 고속정 2개 편대의 대응 출동을 준비하기도 했다.”면서 “오늘 상황은 해제됐지만 북한군이 지대함 미사일기지와 해안포 부대에 경계태세를 내리고 훈련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한편 14일 북한의 대내용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에 나온 대담자들은 서해교전 사건 경위에 대해 “(북한) 해군 경비정이 영해에 침입한 불명 목표를 확인하고 돌아오고 있었는데 남조선군 함선집단이 경고사격이라는 것을 다섯번이나 감행했고 이에 (북한) 경비정이 대응타격을 가하자 (남한) 해군함들이 자기측 수역으로 달아나면서 불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일 서해교전 발생 당일 북한군 최고사령부가 내놓은 보도에서 “(남한) 해군함들이 귀대하던 (북한) 경비정을 뒤따르며 발포했다.”고 주장한 것과는 다르다.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열린세상] 세종시, 수도 분할은 안 된다 /성낙인 서울대 교수·헌법학 한국법학교수회장

    [열린세상] 세종시, 수도 분할은 안 된다 /성낙인 서울대 교수·헌법학 한국법학교수회장

    취 임 첫해 촛불집회로 흔들리던 이명박 정부가 심기일전하여 지난 1년간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다. 10년만의 정권교체라 어느 정도 불안정은 예상되었다. 그런데 최근 잠복해 있던 국정 어젠다들이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다. 사교육해소, 4대강 살리기, 세종시 어느 하나 정상 궤도를 달리지 못한다. 사교육 해소를 명분으로 지난 정권 때 난데없이 서울대 폐지론까지 거론된 바 있다. 정권이 바뀌자 중구난방으로 새 교육정책이 쏟아진다. 외고가 논란의 중심이다. 같은 특목고인 과학고에 비하면 외고는 엉뚱하게 명문대 진학을 위한 징검다리로 전락한다. 설립취지에 어긋난 외고는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하지만 획일적 평등의 잣대로 교육문제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 고교평준화의 큰 틀은 지키되 학업의 수월성을 제고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대선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4대강 살리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환경단체들은 여전히 반대한다. 한반도의 젖줄인 4대강을 살리자는 데 이의가 없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5000년의 젖줄을 몽땅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 세종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2004년 헌재는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수도가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 공주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소위 세종시로 명명되어 한창 건설 중이다. 그런데 이를 둘러 싼 최근의 논란은 나라말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보기에 민망스럽다. 수도의 분할이 국가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지의 논의는 실종되고 약속 지키기 싸움과 밀어붙이기에만 골몰한다. 과천청사는 그렇다 치고, 외청을 대전으로 옮겼는데 정작 힘이 센 경찰청· 검찰청· 국세청은 서울에 남아 있다. 세종시도 마찬가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와 국회라는 국민적 정당성을 대변하는 권력의 심장부가 서울에 남아 있는 한, 세종시는 또 다른 빈 수레 정부청사가 될 뿐이다. 정 책당국이 확실한 대안제시도 없는 상태에서 여야 간· 지역 간 충돌만 계속된다. 이제 무엇이 미래한국의 청사진인지를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지금은 혁명의 시대가 아니라 정상국가의 모습을 일궈나가야 한다. 세종시 문제는 수도분할이 갖는 문제점과 통일한국의 수도라는 두 개의 명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지난 정권 때 합의한 약속과 신뢰의 정치도 중요하지만 미래세대를 위해 바람직한 세종시의 좌표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어차피 세종시는 행정수도이전 불발에 따른 사생아가 아닌가. 행정수도를 통째로 옮기든지 아니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정학적으로 세종시는 남한의 중심부는 될 수 있어도 통일한국의 한반도를 상정한다면 남쪽에 너무 치우쳐 있어 수도로 적합하지 않다. 수도분할은 세계적으로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유일한 예외가 독일이다. 동서독 통일에 따라 구 서독의 수도인 본과 원래 수도인 베를린으로 양분되어 있지만, 베를린으로 통합될 것 같다. 우리도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통일이 되면 서울과 평양이 동시에 수도가 될 것이다. 그런데 세종시까지 합치면 수도가 도대체 몇 개로 분할될지 모른다. 이래 가지고는 정치제도의 정상적인 작동이 불가능하다. 정부여당과 야당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대도(大道)를 걸어야 한다. 정부는 더 이상 세종시 문제를 적당히 타협하여 또 다른 행정수도의 일부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야당도 수도분할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세종시는 수도분할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에 입각한 자족도시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앞으로 헌법개정을 할 때에는 더 이상 국가정체성에 관한 사항이 정략적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국어, 국가, 국기와 더불어 수도도 서울임을 분명히 규정해야 한다. 수도문제를 지역균형개발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행복도시는 그대로 실천하더라도 행정수도는 서울만으로 족하다. 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한국법학교수회장
  • 아차·용마산 8개 등산코스 새단장

    아차·용마산 8개 등산코스 새단장

    요즘 등산로에는 알록달록 등산복을 입고 막바지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려는 등산객들도 발 디딜 틈이 없다. 케이블카와 팔각정, 능선마다 만원이다. 가을이 다 가기 전 붉게 흐드러진 산을 마음에 담으려는 발길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광진구는 서울을 벗어나지 않고도 시민들이 가까운 산에서 ‘저무는 가을’을 즐길 수 있도록 아차산과 용마산의 전면적인 단장을 마쳤다. ●하루평균 1만4000명 등산객 찾아 광진구는 아차산, 용마산에 대표적 등산로 8곳을 선정해 목재 데크로드와 나무벤치, 조망데크를 설치했다고 11일 밝혔다. 남한에서 고구려 유적·유물이 가장 많은 아차산과 주택가와 가까운 용마산은 우선 접근성이 뛰어나고 산세가 험하지 않아 하루평균 1만 4000여명의 등산객이 찾는 도심속 명소다. 광진구는 등산객의 편의를 위해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10억여원을 들여 해맞이길, 광개토대왕길, 팔각정길 등 총 8개 등산로를 새단장했다. 오래된 나무에서 뻗어 나온 굵은 뿌리들이 흙길 바닥에 드러나 미끄러질 위험이 있는 등산로에는 목재데크로 계단을 만들었다. 또 계단 옆길에 꽃나무와 초화류를 심어, 안전은 물론 경관까지 고려했다. 등산로 중간 중간엔 등산객이 가쁜 숨을 고르며 쉬어갈 수 있도록 나무벤치와 평상도 마련했다. 또 아차산 능선부에는 서울의 아름다운 전경을 안전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조망 데크도 설치했다. 아차산과 달리 경사가 조금 급하고 암반지역이 많은 용마산에는 폭우로 인한 토사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바닥에 원주목(껍질을 벗긴 나무)을 묻었다. ●주말생태교실 등 프로그램 운영 등산객이 가장 많이 찾는 약 3.3㎞ 코스의 아차산 정상길엔 ‘광개토대왕길’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아단성(아차산성 추정)을 함락했다는 역사기록을 되새겨 ‘고구려의 고장’으로서 자긍심을 키우고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주민공모를 통해 접수된 30건의 명칭 중 선정됐다. 광진구는 또 오랜 세월 아름답고 기품 있는 모습으로 아차산과 용마산 등산로를 지켜온 소나무 3그루를 ‘명품소나무’로 선정했다. 아차산 명품소나무 1·2호는 광개토대왕길 해맞이 광장을 지나 아차산 2보루로 가는 길에 자리한다. 용마산 명품소나무 1호는 용마산 정상길 중 용마산 팔각정과 용마산 3보루 사이에 있다. 최학열 공원녹지과장은 “산행을 하며 만나는 수많은 소나무들 중에서 명품소나무를 찾아내고, 또 멋스러움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라고 말했다. 등산객들이 산행 중에 즐길 수 있도록 아차산생태공원에 ‘생태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주말생태교실’을 비롯해 ‘가족생태공예교실’ ‘새야!새야’ ‘습지원탐험’ 등 10여개의 프로그램이 연중 운영된다. 정송학 구청장은 “산은 계절마다 그리고 여러 갈래의 길마다 각자 색다른 느낌을 전해준다.”면서 “올 가을에는 단풍으로 예쁘게 물든 아차산과 용마산을 찾아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선물을 받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현장&이슈] 광물찌꺼기로 뒤덮인 영원 폐재댐

    [현장&이슈] 광물찌꺼기로 뒤덮인 영원 폐재댐

    “주민을 위해 하루빨리 ‘폐재댐’을 처리해 주세요. 주민들은 40년가량 수백만t의 중금속 오염원 속에 살아 지긋지긋합니다.” 강원 영월 상동읍 천평리·내덕리 140가구 300여가구 주민들은 마을 앞 옥동천 옆에 산더미처럼 쌓인 광물 찌꺼기인 광미(鑛尾) 처리를 하소연하고 있다. 광물질을 골라낸 뒤 남은 자갈과 흙 등의 찌꺼기가 쌓인 폐재댐은 발암물질인 비소를 비롯한 중금속 덩어리다. 중석광업소인 대한중석이 1974년부터 층층이 댐 모양의 단을 쌓으면서 마을 앞에 쌓이기 시작한 광미는 1981년까지 7년 동안 330만t에 달했다. 광업소에서 4~5㎞ 옥동천을 따라 관로를 설치해 찌꺼기를 운반하며 높이 38m, 용적량 170만㎥에 이르는 거대한 댐을 쌓아 폐재댐으로 이름 붙였다. 중금속 오염원으로 알려지기 전인 2000년대 초까지 인근 일부 시멘트공장이 이를 시멘트 부재료로 80만t을 매입해 지금은 250만t가량 남아 있다. 시멘트공장 주변 마을 사람들은 최근엔 중금속 오염이 심한 광미 반입을 적극 반대하고 나서 시멘트공장에서 더 이상 처리할 수 없다. 광미를 이용한 벽돌공장이 운영됐지만 업체가 부도 나는 바람에 광물 찌꺼기를 처리할 길이 막혔다. 폐재댐 조성 초기인 1970년 말 집중호우로 댐의 일부가 무너져 수십만t의 광미가 옥동천과 마을 논밭을 덮쳤다. 옥동천을 거쳐 남한강과 한강을 오염시키기도 했다. 당시에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이 문제 되지는 않아 사회문제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환경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주민들은 폐재댐에서 날아 드는 비산먼지와 마을 앞 옥동천으로 흘러드는 중금속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내덕2리 김상규(50) 이장은 “농작물도 그렇지만 인근 산에서 산나물을 뜯어도 먼지가 묻어 있으면 먹기가 꺼려진다.”고 하소연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이 최근 몇년 동안 폐재댐을 모니터링한 결과 발암물질인 비소가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에는 폐재댐에 쌓인 광미에서 기준치(6)보다 20배가 넘는 125.728가 검출됐고, 댐에서 200m 떨어진 표토에서도 기준치의 3배가량인 17.044이 검출됐다. 원주지방환경청 윤효정 측정분석과 직원은 “올 상반기 조사에서 폐재댐에 쌓인 광미는 덮개로 덮여 있어 조사를 못했지만 구 폐재댐 300m 지점 농경지 표토에서 비소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7.5, 깊은 토양에서 6.86이 각각 검출돼 여전히 오염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집중호우 등에 따른 환경재앙을 예방하기 위해 영월군은 그동안 정부지원금을 받아 수차례 응급조치에 나섰다. 그동안 댐 복구작업과 비산먼지 방지, 배수구 설치 등 응급복구 작업에만 줄잡아 45억~50억원이 들어갔다. 한국광해관리공단 측이 지난달 20일 ‘상동광산 광물찌꺼기 유실방지사업’ 주민설명회를 열고 대책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재의 구 폐재댐을 산쪽으로 더 밀어붙여 사방댐 2곳과 차수벽 등을 설치하고, 흙으로 복토한 뒤 나무 등을 심어 안정화시키겠다는 복안이다. 한국광해관리공단 생태복원실 박관인(32) 대리는 “12월 말 기본설계 용역이 나오면 내년 하반기부터 공사에 들어가 2012년 상반기까지 공사를 끝내겠다는 계획”이라며 “예산만 1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그동안 숱한 대책이 나왔지만 예산부족 등으로 근본 해결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삼척 제2연화광산 광해복구사업 마무리 등으로 사업 순위에서 밀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영월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문화마당] 그들은 과연 죽어서 살았는가/장유정 극작·연출가

    [문화마당] 그들은 과연 죽어서 살았는가/장유정 극작·연출가

    뮤지컬 ‘영웅’이 지난주 막을 올렸다. 5년여간의 오랜 제작과정이 곳곳에 묻어나는 보기 드문 수작이었다. 특히 야마카시를 통해 구현한 독립군과 일본군의 추격 신은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실험적인 장면으로 무대 위에서도 사실적인 액션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하얼빈 역 거사엔 실제 사이즈의 기차가 등장했는데 영상과 조명 그리고 세트가 완벽하게 하나가 되어 그림만으로도 긴장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순국하기 직전 교수대 밑에서 마지막 아리아를 부를 때에는, 밀려오는 감동에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더러 있었다. 창작뮤지컬의 진일보를 보여준 작품이라 할 만했다. 뮤지컬 ‘남한산성’은 어제 막을 내렸다. 오픈한 날부터 끝나는 날까지 예매율 1위를 선점했던 이 작품은 김훈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것이었다. 공중에 위태롭게 매달아 놓은 말 모형과 청군의 야만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안무 등 남성적이며 파워풀한 무대연출이 돋보였다. 클라이맥스 부분인 인조가 홍타이지에게 무릎을 꿇고 항복하는 장면은 침묵 속에서 이뤄졌다. 위압적인 복장을 한 청군이 인조의 머리를 무대바닥으로 내리치는 순간, 삼전도의 치욕이 되살아나는 듯 극장 전체가 엄숙해졌다. 두 작품은 역사 속에 목숨을 내던진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다. 시종일관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를 고뇌하던 오달제와 오직 나라의 독립을 위해 온 힘을 다했던 안중근을 연기한 두 배우는 훌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중근과 오달제란 인물 그 자체는 살도 피도 없이 박제된 동상처럼 느껴졌다. 왜일까? 병자호란이나 대한제국은 고등학교 시험에 자주 나왔던 단답형 주관식의 답으로만 기억할 뿐, 깊이 있는 이해는 없다. 당연하다. 국사는 암기과목이니 단어와 그 의미만 제대로 짝짓기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 속에 스러져간 인물들은 말 그대로 이름만 남았다. 애국지사들에 대한 예우는 국기에 대한 경례 뒤에 붙는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때 몇초간 머리를 숙이는 것으로 대체된다. 요새는 그나마도 애국가와 함께 생략된다. 연습실이 약수역 근처라 필자는 요즘 매일같이 전쟁기념관 앞을 지나간다. 평일 낮에도 주말 오전에도 그 곳은 한산하다. 마치 짓다가 만 유령 아파트처럼 뭔지 모를 서늘한 느낌까지 든다. 남산에는 안중근의사 기념관이 있고 파주에는 인조왕의 장릉이 있다. 두 장소 역시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엇이 그들을 잊게 만든 것일까? 몇 해 전 러시아를 여행하던 중 연극사의 중요 인물 중 한 명인 스타니슬라프스키 기념관에 간 적이 있었는데 얼마나 방문객이 없었는지 건물 앞에 잡초가 무성했고 전기도 끊어져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먼지 낀 햇살을 의지해 그가 남긴 자료와 사진들을 보는데 왠지 남의 일이 아닌 듯했다. 뮤지컬 ‘영웅’을 보고 온 다음날, 사람 없는 안중근의사 기념관을 둘러보던 중 먼 타국의 연출가 기념관이 기억났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요즘은 목숨 걸고 지킬 명분이나 상황이 별로 없다. 어찌 보면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편안한 세상 덕에 그 가치마저도 사라지는 듯하다. 이렇게 뮤지컬 안에서나 다시 사는 그들, 과연 그들의 바람처럼 죽어서 산 것일까? 식상한 이야기일지는 모르나 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안녕도 없었을 것이다. ‘영웅’의 극중 인물 링링이 품고 죽는 제비꽃의 꽃말처럼 ‘나를 잊지 말라’는 그들의 속삭임이 들려오는 듯한 가을이다. 100년 전, 안중근이 이토를 기다리던 하얼빈 역에도 오늘처럼 싸늘한 바람이 불었을 것이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는 안중근의 유해를 생각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장유정 극작·연출가
  • 일제강점기 宮의 굴욕

    일제강점기 宮의 굴욕

    #1. 일제 강점기 일본인 거주지역이었던 남산과 그 주변에는 많은 일본계 사찰이 모여 있었다. 이중 박문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는 사찰로 일본인 및 친일파 위령제, 태평양전쟁 필승대회 등이 행해진 곳이다. 1932년 경희궁의 정문인 흥화문이 이곳으로 옮겨져 정문으로 사용됐다. 박문사는 경복궁의 선원전과 그 부속건물까지 옮겨와 사찰 건물로 삼았고, 원구단 자리에 있던 석고전까지 해체해 종각으로 사용했다. 흥화문은 1973년 신라호텔에 인수돼 정문으로 활용되다 1988년 경희궁 복원 계획에 따라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다. #2. 풍경궁은 1902년 고종이 평양에 건설한 대한제국의 이궁(離宮)이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식민 의료기관인 자혜의원으로 변모하면서 훼손되거나 철거됐다. 풍경궁의 정문인 황건문은 건축적 아름다움과 우수성으로 이름 높았는데 1925년 경성 조계사의 요청으로 수레 열한 대에 실려 230㎞를 이동해 산문으로 사용됐다. 황건문은 이후 동국대 정문으로 쓰이다 1971년 철거됐다. 남한에 남아 있던 평양 풍경궁의 유일한 건축 유산이 속절없이 사라진 것이다. #3. 경복궁의 도면인 ‘북궐도형’(1907년 제작 추정)에 나타난 경복궁 내 건물 수는 509동이다. 하지만 광복 후 남은 건물 수는 40동에 불과했다. 일제는 조선물산공진회를 준비하던 1914년 근정전 전면에 있는 흥례문과 회랑 등을 제거했다. 이때 방매된 궁궐 전각 중 상다수가 남산동, 필동, 용산에 있는 일본계 사찰과 요정, 일본인 부호의 저택으로 팔려 나갔다. 경성부 서사헌정의 남산장은 건춘문 내의 비현각을, 남산정 화월별장은 수정전 남쪽의 한 전각을 이건한 것이었다. 조선 왕조와 대한 제국기의 주요 궁궐은 지난 100년간 역사의 격랑 속에서 처참히 붕괴되거나 훼손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에 대한 학계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았다. ‘궁궐의 눈물, 백 년의 침묵’(효형출판)은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 등 서울의 주요 궁궐과 평양 풍경궁이 일제 강점기에 어떻게 훼철(毁撤)되었는지를 실증적으로 연구·분석한 결과물이다. 우동선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 등 8명의 전문가가 공동 집필했다. 1부 ‘황권 강화를 위한 근대 조선(대한제국)의 움직임’에선 대한제국과 고종황제가 추진한 조선 변혁의 움직임을 궁궐 건축의 변화상을 중심으로 펼쳐 보인다. 일본, 러시아 등 외세의 영향력 속에서 고종황제는 중국에 대한 사대의 예를 폐기하고, 근대국가로의 진입을 꾀했는데 이러한 시대적 움직임은 경복궁 중건 및 경운궁(덕수궁), 원구단 건설, 궁궐 의례의 변화로 이어졌다. 2부 ‘일제에 의한 조선 궁궐 수난사’에선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조선의 궁궐이 어떻게 훼손되어갔는지를 본격적으로 살핀다. 경복궁, 경희궁, 풍경궁의 굴욕과 더불어 창경궁이 벚나무가 심어진 종합 위락시설 ‘창경원’으로 전락한 과정을 추적한다. 3부 ‘조선의 궁에 들어선 근대건축물’은 경운궁, 창경궁, 경복궁 등지에 지어진 근대건축물의 건설 배경과 건축양식, 쓰임에 대해 파악한다. 특히 경복궁이 일제 식민지 경영의 선전장인 박람회장으로 쓰이면서 맞이한 변화상을 건축양식 측면에서 분석하면서 일제의 국력 과시 욕망과 조선인에 대한 상징 조작 행태를 들여다본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조세피난처 No.1 美 델라웨어주

    ‘스위스는 잊어라, 이제 델라웨어다.’ 조세피난처의 대명사는 단연 스위스다. 하지만 조세 회피를 반대하는 조직인 조세정의네트워크(TJN)의 조사에 따르면 최고의 조세피난처는 미국의 델라웨어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TJN이 60개 지역의 조세 관련 법률, 금융사의 영업 방식, 자금 유입 규모 등을 중심으로 평가한 결과 미 동부 연안에 자리잡은 델라웨어가 1위를 차지했다. 룩셈부르크와 스위스가 ‘명성’에 맞게 2, 3위를 차지했으며, 카리브 해의 북서쪽에 있는 케니맨 제도와 런던이 그 뒤를 이었다. 미국은 탈세를 추적하기 위해 스위스 UBS를 상대로 소송을 벌였고 최근 자국민 고객 명단을 넘겨받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스위스 은행을 탈세의 온상으로 지목하는 등 스위스를 압박해왔다. TJN의 사라 루이스는 “미국이 ‘나쁘고 사악한 스위스 은행’이라고 말해왔지만, 사실은 스위스와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출신지이자 남한 면적의 15분의1 정도로 작은 주인 델라웨어는 주 밖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페이퍼 컴퍼니’도 인정하는 등 조세 천국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상장 법인의 50%와 65만개에 달하는, 델라웨어주 주민과 비슷한 숫자의 회사가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그 결과 델라웨어에 거주하지 않는 개인이나 기업의 자금은 2001년에 1조달러에서 2007년에는 2조 6000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2위를 차지한 룩셈부르크의 경우 비거주자의 예금이 같은 기간 5000억달러에서 1조 100억달러로, 스위스는 1030억달러에서 1조 4500억달러로 증가했다. TJN은 2003년 3월 영국 하원이 발족시킨 독립 기구로, 조세와 관련 규정에 대한 심도 높은 연구를 하는 곳이다. 이번에 발표한 조사에는 1년 6개월이 소요됐으며 보고서 분량만 1800페이지에 달한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北, 88올림픽 보이콧 위해 황장엽씨 소련 급파 했었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북한이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옛 소련에 올림픽 불참 또는 남북한 공동개최를 요구했던 것으로 30일 드러났다. 또 북한은 한국과 소련의 국교수립 저지에도 나섰으나 소련은 이런 요구들을 모두 외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과 미국 우드로 윌슨센터가 공동 발굴한 옛 소련의 외교문서에 따르면, 서울 올림픽 2년 전인 1986년 5월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최측근 황장엽 당시 노동당 국제담당비서를 모스크바로 급파했다. 황 비서는 당시 고르바초프에 이어 2인자로 부상한 야코블레프 공산당 서기를 만나 올림픽을 북한이 공동 개최하도록 소련이 적극 지원해 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공동 개최가 안 될 경우 올림픽에 중대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소련이 남한에 압박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 말을 들은 야코블레프는 북한에 신중한 행동을 주문하면서 올림픽 불참은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다음해 대한항공(KAL)기 폭파 테러를 감행했다. 서울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난 직후 북한은 황장엽을 다시 소련에 급파, 이번엔 한·소 수교를 저지하고 나섰다. 야코블레프를 만난 황장엽은 “세계의 변화와 발전은 오직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노선을 따르는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소련이 남한과 신중하고 절제된 관계만을 유지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야코블레프는 “지금 세계는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사회주의 국가의 이익과 부합한다.”면서 새로운 방식,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훈계했다. kmkim@seoul.co.kr
  • “강을 건너 적진으로!”… 육군 도하훈련

    “강을 건너 적진으로!”… 육군 도하훈련

    육군은 지난 30일, ‘09 호국훈련’의 일환으로 경기 여주·이천 일대에서 남한강 도하작전을 대규모로 실시했다. 황군과 청군으로 나눠 쌍방으로 진행되는 이번 훈련에서 황군의 주력인 2사단이 도하를 성공적으로 실시함으로써 황군은 우세한 입장을 선점하게 됐다. 훈련은 어디선가 날아온 AH-1S 공격헬기들이 도하지점을 엄호하는 가운데, 거센 물보라를 일으키며 CH-47 헬기들이 메달고 온 가설단정과 리본부교(RBS)를 강에 떨어트리면서 시작됐다. 리본부교는 조립식 부교(浮橋)로, 도하작전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 장비. 가설단정은 이 부교를 조립하기 위한 소형 보트다. 가설단정이 헬기가 떨어트린 리본부교를 끌고가자 다른 CH-47 헬기가 다른 부교를 떨어트리고 날아간다. 몇차례 반복되자 어느새 강 위에는 전차를 실어나를 수 있는 넓직한 문교가 완성됐다. 문교는 부교를 완성하기 전에 신속한 도하를 위해 임시로 만든 일종의 바지선이다. 동시에 강 상류에선 또 다른 병사들이 도하지점이 적에게 노출되는 것을 막기위해 짙은 연막을 피워올렸다. 낮게 깔린 연막으로 한 치 앞을 분간하기 힘들었음에도 부교를 설치하는 병사들은 능숙하게 작업을 계속했다. 부대관계자는 “CH-47 헬기를 이용한 공중수송으로 육로수송보다 1/6수준으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면서 “신속하게 전투력을 집중케하여 전장 주도권을 확보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도하작전은 남한강 일대 곳곳에서 실시됐는데, 특히 남한강대교 인근에 설치된 부교를 통해 전차 및 장갑차 32대를 비롯해 2개 연대 규모의 주력병력이 도하에 성공했다. 황군은 이 여세를 몰아 31일, 공중강습작전을 통해 청군에게 일격을 가할 예정이다. 한편 호국훈련은 육해공군이 합동으로 펼치는 쌍방훈련으로 전차와 군함같은 장비가 실전같이 움직이며 훈련하기 때문에 그 성취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호국훈련은 29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실시된다. 여주 = 서울신문 나우뉴스 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OECD 세계포럼…석학들 발전측정의 새 패러다임을 말하다

    OECD 세계포럼…석학들 발전측정의 새 패러다임을 말하다

    히말라야 산맥의 끝자락에 위치한 왕정국가 부탄. 면적은 남한의 절반 정도인 4만 6620㎢에 인구는 60만명, 1인당 국민총생산(GDP)은 우리나라의 10분의1 정도인 2000달러(2007년) 수준에 그치는 작고 가난한 나라다. 그러나 영국 신경제재단(NEF)의 국가별 행복지수는 2006년 기준으로 세계 8위다. 올해는 순위가 17위로 떨어졌지만 68위에 그치고 있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행복한 나라’임에는 분명하다. 이는 부탄이 30년 전부터 ‘국민 행복 증진’을 목표로 한 국정을 펼친 덕분이다. 이를 위해 발전 일변도의 세계화 추세를 피하고 삶의 질을 추구하는 통제된 현대화를 진행해 왔다. 지난 27일부터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 포럼에서 세계적인 석학들이 기존의 숫자상의 증가가 아닌 실질적인 행복의 증진으로 사회발전 정도를 측정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GDP 착시현상 위기 불러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28일 OECD 세계 포럼 기조 연설 첫머리에서 “GDP는 사회발전과 시장상황 등을 잘못 측정하면서 사회 발전에 위험을 주었다.”면서 GDP에 사실상 사망 선고를 내렸다. 실제로 지난해 금융위기 발생 직전인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 경제는 GDP를 기준으로 했을 때 문제가 없이 잘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높은 성장률은 부동산과 금융 등에 낀 거품을 가렸고, 이는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더 큰 위기를 불러왔다. GDP의 ‘착시효과’는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된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980년대에 연평균 7.7%, 90년대에 6.3%, 그리고 2000년대에는 5.1%를 기록했다. 매년 7% 정도 성장을 계속하면 10년 뒤 두배만큼 성장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는 대략 1995년보다 두배가량 성장한 셈이다. 그러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가계의 실질가처분소득은 1% 남짓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경제성장이 개인의 행복과 소득 증진에 꼭 직결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행복 GDP는 현재진행형 이에 따라 이번 세계포럼에서는 스티글리츠 교수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대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다. 그는 GDP의 대안으로 이른바 ‘행복(Well-being) GDP’를 내놓았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스티글리츠 위원회를 통해 진행된 삶의 질을 평가할 새로운 지표개발 작업의 산물이다. ‘GDP로 보면 우리는 행복해야 하는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문제 의식을 갖고 연구를 계속했다. 스티글리츠 교수가 설명한 행복 GDP는 보건과 교육, 개인활동, 정치적 지배구조, 사회적 연계, 환경, 범죄·사고·재앙, 실업·병·노령 등 8가지 항목을 기초로 산출한다. 미국의 경우 지난 50년 동안 감옥에 대한 재정 지출이 대학 관련 지출보다 많았지만 모두 같은 공공분야 생산량으로 잡힌다는 맹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가계(家計) 소득 증가를 중심으로 보는 것도 행복 GDP의 중요 포인트다. 또 다른 GDP의 대안으로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HDI)가 거론되고 있다. 1인당 실질GDP와 함께 기대수명, 성인 문자해독률, 교육 관련 지표 등을 반영해 작성된다. 예술과 시민참여, 생활수준 등 8개 영역에서 삶의 질 변화를 측정하는 캐나다의 웰빙지표(CIW), 부탄의 국민총행복지수(GNH)도 대표적인 대체 지수다. 다만 행복 GDP는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골격만 만들어졌을 뿐 이를 산출하는 방식 등 구체적 방법론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GDP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프랑스의 목소리가 많이 담겼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발전지수들 역시 GDP를 대체하기에는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많다. 부산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동부전선 철책 민간인에 또 뚫렸다

    동부전선 철책 민간인에 또 뚫렸다

    거듭되는 철책경계 강화 방안에도 불구하고 남측 민간인이 강원 동부전선의 최전방 철책을 절단하고 월북한 것으로 드러나 군의 최전방 경계태세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조선중앙방송이 남한 주민인 강동림(30)씨가 지난 26일 월북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 전체 전선에 걸쳐 철책을 점검한 결과 강원 고성군 주둔 22사단의 최전방 군사분계선(MDL)에서 철책이 절단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군 당국의 조회 결과, 강씨는 철책 훼손이 드러난 해당부대에서 2001년 9월부터 2003년 11월까지 군 생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측이 방송에서 밝힌 강씨의 신상과 정확히 일치한다. 강씨는 월북 직전 폭력 혐의로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었다. 전북 진안경찰서는 강씨가 지난달 12일 자신이 일하던 진안군 진안읍의 한 돼지농장에서 주인을 둔기로 때리고 달아났다는 신고가 들어와 9월24일 강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추적 중이었다.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북한군이나 간첩의 침투를 저지하기 위해 3중 철책이 설치돼 있음에도 철책이 뚫린 것은 최전방 경계에 허점이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군이 2004~2005년 연이은 철책 월경 사건 이후 철책 근무태세 강화책을 마련, 시행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군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군은 2004년 10월 한 민간인이 강원도 철원군 전방관측소(GOP) 3중 철책을 절단해 월북하고, 이듬해 6월에는 북한군 병사 1명이 철원군 대마리 인근 최전방 철책을 뚫고 넘어온 사건이 연이어 터지자 철책 경계태세 강화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군은 이들 사건 이후 철책 경계의 사각지대를 없애도록 전 GOP 철책에 과학화 감시장비(광학센서가 부착된 그물망)를 설치키로 하고 5사단을 선정해 시험운용하기도 했다. 비록 강씨가 해당부대에서 근무한 탓에 부근 정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민간인이 민통선을 넘어 철책까지 수㎞를 접근하는 동안 군이 식별해 저지하지 못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군 당국은 최전방 철책이 절단된 사실을 해당부대에서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엄중한 지휘책임을 물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자진 월북자 대부분을 조사한 뒤 돌려보내는 방식을 취했으나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월북 하루 만에 언론매체를 통해 신속히 공개했다는 점에서 송환보다는 북측 체류를 의도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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