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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협의체로 ‘협치’ 한 발 더… 文대통령, 탈원전·北석탄엔 조목 반박

    협의체로 ‘협치’ 한 발 더… 文대통령, 탈원전·北석탄엔 조목 반박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16일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오는 11월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헌정 사상 처음으로 가동하기로 합의하면서 말로만 그쳤던 ‘협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과 원내대표들은 다음달 평양에서 열리는 3차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에 대해 뜻을 같이했지만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 처리와 정부 규제 완화 등 세부 내용에서는 이견을 보였다.●여야 협치 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9일 5당 원내대표 회담에서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처음 제안한 지 1년이 넘어서야 협의체 구성이 급물살을 탄 데는 자유한국당의 태도 변화가 한몫을 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이 자리에 오기 전까지 여·야·정 상설협의체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지만 기꺼이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민심과 동떨어진 수구적인 생각, 색깔론적 공격으로 6·12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묻지마 식 ‘발목잡기’로는 국민들의 지지를 더는 얻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설협의체가 원만하게 굴러갈지는 미지수다. 한국당은 회동에서 탈원전 정책을 상설협의체의 첫 공식 의제로 채택해 줄 것을 요구해 향후 상설협의체가 실제 열리기까지는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규제 완화 문 대통령이 최근 추진 중인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여야 간 의견이 엇갈렸다. 김 원내대표는 “은산분리 완화는 문 대통령이 정말 잘한 판단이고 야당은 도울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혁신 성장도 자칫 잘못하면 규제 완화라는 방향으로 (갈 수 있어) 그 부분을 잘 살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은산분리 완화 외에도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규제 완화인 원격의료에 대해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은 도서 벽지에 있어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운 환자들을 원격의료 하는 것은 선한 기능”이라며 “지나치게 의료민영화로 가지 않고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원격진료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탈원전, 북한산 석탄 수입 논란 이날 논쟁이 가장 크게 붙은 안건은 한국당이 중점적으로 제기하는 북한산 석탄 수입 의혹과 탈원전 정책 반대 의견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오늘 상당 시간 제기된 문제가 원전 문제였고 문 대통령과 이견이 컸던 것도 원전 문제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김 원내대표의 문제 제기에 조목조목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내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일단 탈원전이라는 표현부터 적절하지 않다며 탈원전은 7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보다 더 스텝 바이 스텝일 순 없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이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북한산 석탄 수입 의혹에 대해 문 대통령은 “석탄이나 외교 문제에 대해 다 말하지 못해 생긴 오해”라며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북한과 왕래하는 선박이 한국에 많이 들어왔다”고 해명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은 북한산 석탄 수입 의혹에 대해 야당이 제기하는 묵인 및 늑장 대응 지적에 그렇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북한산 석탄 수입에 대해 정부가 그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식의 주장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문 대통령이 요청한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처리에 대해서 여야 간 온도차가 있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한반도의 실질적 비핵화 진전이 이뤄지고 국제사회와의 교감과 공감이 이뤄졌을 때여야 하고 지금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비핵화 문제가 지금 상당히 교착 상태에 빠져 있고 북·미 간 대화도 원활하지 못해 국회 비준에 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나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국회가 비준 추진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만 3차 회담에서 북한이 남한의 의지를 보고 실질적 협의에 나선다”고 반박했다. ●선거제도 개편 중점 언급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문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강하게 지지하면서 야 4당과 문 대통령의 의견이 일치하고 민주당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이례적인 모습도 나왔다. 장 원내대표는 “오늘 대통령이 강하게 피력하신 걸 계기로 야 4당과 대통령이 한목소리를 내니 이제 민주당만 합의하면 돼 정기국회에서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자고 제안했는데 민주당은 이 부분에 대해서 오늘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생생하게 재현한 조선시대 과거시험

    생생하게 재현한 조선시대 과거시험

    15일 경기 성남시 남한산성 행궁에서 열린 조선시대 과거시험을 재현하는 남한산성 문무과 별시 행사에서 행사 요원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 文 “평양서 종전선언·평화협정 담대한 걸음”…북·미에 진정성·속도감 있는 비핵화 협상 촉구

    “남북 관계 발전, 비핵화 촉진 동력” 강조 北 핵리스트 수용…폼페이오 방북 촉각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제73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다음달에 열릴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담대한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위한 전제 조건인 북·미 간 비핵화 대화를 촉진하겠다고 했다. 북·미 양측에 진정성 있는 대화 의지 및 속도감 있는 협상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남북과 북·미 간의 뿌리 깊은 불신이 걷힐 때 서로 간의 합의가 진정성 있게 이행될 수 있다”며 “남북 간에 더 깊은 신뢰 관계를 구축하겠다. 북·미 간의 비핵화 대화를 촉진하는 주도적인 노력도 함께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은 양 정상이 세계와 나눈 약속”이라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과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포괄적 조치가 신속하게 추진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간 미국이 주장하던 ‘핵시설 리스트’ 제출에 대해 북측이 일부 받아들일 뜻을 밝혔고 이에 따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이르면 이번 주 말쯤 방북할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양측의 적극적이고 진정성 있는 협상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 관계자들은 판문점에서 북한과 비공개 실무 협상을 꾸준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도 비핵화 리스트 완전 확보는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고 북한도 조금씩 내어 줄 마음은 있기 때문에 어디서 절충선을 마련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 발전은 북·미 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다”라며 “남북 관계의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는 동력”이라고 말했다. 최근 북측이 판문점 선언 이행에 있어 남한이 대북 제재 때문에 소극적이라고 불만을 제기하는 데 대한 답변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어 ‘동아시아철도공동체’ 등 남북 경협의 거대한 청사진과 함께 경제적 효과를 설명했는데, 이 또한 북한의 불만과 조급함을 누그러뜨리려는 뜻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돼야 본격적인 경제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며 선후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서울 용산에서 광복절 행사를 처음 개최한 의미 중 하나로 “한국전쟁 이후 용산은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 온 기반이었다. 지난 6월 주한미군사령부의 평택 이전으로 한·미 동맹은 더 굳건하게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고 한·미 동맹을 강조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김시덕의 대서울 이야기] 광복절에 한양도성의 성공과 실패를 생각한다

    [김시덕의 대서울 이야기] 광복절에 한양도성의 성공과 실패를 생각한다

    “한양도성은 오늘도 변함없이 거대도시 서울을 품고 있다.” 이 구절은 나를 당황스럽게 한다. 서울 한양도성이 중요한 문화재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1000만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서울시와 서울시 주변의 ‘서울 세력권’을 포함하는 대서울 속에서 한양도성은 극히 좁은 구역만을 담고 있다. 이런 류의 주장은 한양도성 밖으로 거대하게 성장한 현대 서울과 대한민국을 조선시대의 눈으로 ‘퉁 치는’ 시대착오적인 판단이다.한양도성의 가치를 과도하게 강조하려는 일각의 움직임에 대한 위화감은 군사학적인 관점에서도 그렇다. 성을 쌓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방어다. 조선인들은 유사시에 한양도성이 군사적인 목적을 발휘하기를 기대했다. 한양도성은 번번히 방어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내가 5년 전에 교감 번역본을 출간한 바 있는 ‘징비록’에서 류성룡이 생생하게 묘사했듯이, 일본군의 침략에 맞서 한양도성을 군사적인 방어선으로 이용하려던 뜻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남은 한양 사람을 총동원해도 다 막을 수 없을 정도로 한양도성이 넓었던 탓이다. “성안의 백성과 공노비, 사노비, 서리, 내의원·전의감·혜민서 관리들을 뽑아 성벽을 나누어 지키게 했지만, 지켜야 할 성첩은 3만여개인데 성을 지킬 인구는 겨우 7000명이었을 뿐 아니라 모두 오합지졸이어서 성벽을 넘어 달아날 생각만 했다”. 한양도성이 “현존하는 전 세계의 도성 중 가장 규모가 크다”는 것은 결코 자랑거리가 아니다. 임진왜란 때에도 방어에 적합한 견고한 산성 대신 평지의 읍성을 지키려다가 일본군에 패한 사례가 적지 않다. 물론 한양도성은 한양이라는 행정구역을 나타내기 위해서도 존재한 것은 사실이다. 조선왕조실록 중 ‘태조실록’에 보이는 “성곽은 안팎을 엄하게 하고 나라를 굳게 지키려는 것이다”라는 구절은, 한양도성의 목적이 행정구역 표시와 방어의 두 가지임을 선언한다. 그 기록에 의거해서 생각한다면, 한양도성은 조선이라는 나라의 피지배자들에게 지배집단의 권능을 보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성이 방어를 위해 존재한다는 가장 중요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한양도성은 임진왜란이라는 국제전쟁뿐 아니라, 이괄의 난뿐만 아니라 인조반정 때에도 뚫렸다. 마찬가지로 1868년의 메이지 유신이라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도쿠가와 정권을 지키지 못한 일본 도쿄의 에도성 역시 나는 높이 평가할 수 없다. 한양도성이나 에도성의 이러한 실패와 대조적으로, 남한산성은 병자호란이라는 국제전쟁에서 조선 지배층을 군사적으로 지켜냈다. 국내외의 여러 성곽과 비교해 보면 조선시대의 한양도성은 그 한계가 명확하다. 이러한 한양도성을 세계 10위권의 국가로 성장한 현대 한국의 수도인 서울의 상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조선왕조와는 질적으로 달라진 대한민국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19세기 조선왕조의 관점으로 한국과 세계를 바라보려는 것이다.
  • [글로벌 In&Out] 남북에서 모두 잊혀진 1945년 8월의 소일전쟁/바실리 레베데프 고려대 사학과 석사

    [글로벌 In&Out] 남북에서 모두 잊혀진 1945년 8월의 소일전쟁/바실리 레베데프 고려대 사학과 석사

    2018년 8월 15일은 광복 73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73년 전인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항복함으로써 한반도는 일제 식민주의의 압박으로부터 해방되었고 고통받던 한국인들은 광복의 기쁨을 실감했다. 그러나 분단과 냉전을 겪으면서 남북한은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는데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국 가운데 유일하게 한반도에서 전투하고 일본의 식민통치를 무너뜨린 소련에 대한 기억이다.남한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해방은 미국이 일본에 원폭을 투하한 것만 떠올리고 한반도 해방에서 소련의 역할 자체를 부정하거나 축소한다. 필자는 관련 학회에서 “소련이 한반도에서 전투를 한 번도 치르지 않고 ‘그냥’ 들어왔다”는 주장까지 들어 봤다. 이런 인식은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 평양의 해방탑에 소련군에 의한 해방을 기념하는 글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북한 학자들은 해방을 김일성의 조선인민혁명군의 활약으로 해석하면서 ‘신화’를 만들었다. 남북의 국가 편찬 공식 역사의 한계를 잘 보여 주는 사례다. 그 뿌리 깊은 신화를 깨뜨릴 수 있는 역사가의 유일한 무기는 사료(史料)이다. 그러면 소련군의 한반도 진출에 대해 사료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1945년 8월 9일, 소련은 일본에 선전포고하고 만주와 한반도 북부를 중심으로 ‘만주전략공세작전’을 개시하였다. 이 작전은 3가지의 하위 작전으로 구성됐는데, 그중 하나가 한반도를 포함한 하얼빈·지린성 공세작전이었다. 북한 해방 작전 수행을 위해 소련 육·해군 연합부대가 결성되었다. 메레츠코프 원수가 지휘하는 제1극동전선군 휘하 제25군의 남측부대와 유마셰프 제독 휘하 태평양 함대의 해병부대다. 소련군의 한반도 전투는 만주전략공세작전 개시와 동시에 시작되었다. 1945년 8월 9일, 공군은 함경북도 웅기읍의 일본군 시설에 대한 공습을 실시하였고 육군 부대들은 두만강을 건너 일본군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그 지역 주둔 일본군은 소련군 급습에도 치열한 전투를 벌였으나 결국 후퇴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8월 9일 밤 소련군 부대들이 경흥군을 해방시켰다. 소련 공군은 일본군 시설에 대한 공습을 지속해 많은 일본 군함과 수송선을 침몰시킴으로써 해병부대의 작전을 가능케 하였다. 메레츠코프는 8월 11일 유마셰프에게 상륙부대를 결성해서 북한 해안 지역을 해방하라는 명령을 보냈다. 해군대대와 정찰부대가 웅기에 상륙하여 전투 없이 해방한 후 마침 도착한 육군부대와 합류하여 나진시에 돌격했다. 청진에서는 항구 방어선을 회복하려는 일본군의 지속적인 공격에도 소련 선봉부대는 해병여단이 도착한 15일까지 항구를 고수했다. 15일 정오 일본 천황이 무조건 항복을 선포한 ‘옥음방송’이 울렸지만 포성이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일본 관동군 사령부는 무기를 내려놓으라는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살벌한 청진 전투는 동해 해안선을 따라 내려오는 육군사단이 전투에 들어간 16일까지 지속되었다. 청진 상륙작전의 성공과 만주에서의 소련군 승리의 소식을 들은 관동군 사령부는 지속적인 저항의 무의미함을 인정하고 19일 드디어 무기를 내려놓았다. 만주전략공세작전 중에 소련군은 3만 50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냈다. 그중 약 60%가 만주남부와 한반도를 해방시킨 제1극동전선군이었다. 육군부대들도 2000여명, 해군부대들은 100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소련 제1극동전선군의 군사작전은 한반도 북측 지역의 해방 이외에 또 한 가지의 성과를 거두었다. 조선 북부에서 일제식민통치에 치명적인 타격을 줘 일제 관료, 경찰, 군인들은 남쪽으로 도피했고, 그 식민권력의 공백을 조선인 스스로 채워 나갈 수 있게 한 것이다.
  • 광저우 독립운동가 33인… 역사마저 그들을 묻었다

    광저우 독립운동가 33인… 역사마저 그들을 묻었다

    경기 안양에 사는 김기용씨는 1988년 출판한 가문 족보에서 자신의 작은할아버지 김근제(1904~1927·추정)에 관한 기록을 발견한다. ‘독립투사, 독립군장교, 흑룡강전투에서 순국했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김씨는 어렸을 때부터 작은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길 수차례 들었다. “과묵한 성격으로 힘이 셌고, 3·1 운동 때 일본 순사를 때려눕히고 독립운동을 하러 만주로 갔다. 상하이에서 독립군 장교 교육을 받고 독립투사로 활약하다 하얼빈에서 23세의 어린 나이에 돌아가셨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확인하려 여러 종친을 찾아다니며 물어보고 250여권의 책을 뒤졌다. 그러나 어떤 증거도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 한상도 건국대 교수에게서 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중국 광저우에 사는 강정애씨가 “황푸군관학교 묘비에서 ‘김근제’라는 이름을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2013년 8월 독립기념관 중국남부지역 독립운동유적지 실태조사 일행과 함께 광저우의 황푸군관학교를 방문한다. 벅찬 마음을 억누르며 묘비를 어루만진 김씨는 준비한 태극기와 국화꽃을 묘비 옆에 세우고 한국에서 가져온 소주 한 병을 부어 참배를 올렸다. 강씨가 김근제에 관한 행적을 다수 발견했지만, 김근제 지사는 여전히 독립운동 유공자 명단에 들지 못한 상태다. 묘비가 광저우에 있지만 족보에는 순국지가 흑룡강전투라고 기록된 탓이다.중국 광저우의 역사연구가 강씨가 한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33명을 발굴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자료는 강씨가 10년 동안 중국 지역의 서적과 자료를 뒤지고 발품 팔아 찾은 것들이어서 순도가 높다. 강씨의 연구로 인해 그동안 어긋났던 사료들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들 가운데에는 공산주의자나 무정부주의자였다는 이유로 우리 학계가 외면했던 이들에 관한 행적이 다수 담겼다. 이들의 행적이 사실로 드러나면 독립운동사 관련 연구에 큰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강씨가 발굴한 33인 가운데 신해혁명에 참여한 첫 한인으로 알려진 범재 김규흥을 제외하고 32명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다. 일부는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학계의 외면을 받기도 했다. 예컨대 황푸군관학교에서 항공 비행사 교육을 받은 뒤 중국 공군에서 활동하고,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장교를 지냈던 박태하의 경우 해방 후 북한을 택하면서 남한에서 거론이 되지 않았던 사례다. 강씨는 광저우에서 입수한 자료와 1922년 조선일보 기사 등을 토대로 그의 행적을 밝혀냈다. 박태하는 1916년 12월 스물다섯의 나이로 중국으로 망명한 이후 1917년 쑨원이 광저우로 남하해 설치한 대원수부 항공처 산하의 비행기 수리공으로 취업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기도 전에 취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김복’(金復·본명 김규흥)의 주선 덕분이었다. 김복은 1908년부터 광저우에서 쑨원의 혁명 활동에 참여해 신해혁명이 성공하자 광둥성 정부의 고관이 된 인물이다. 쑨원 정부 아래에서 여러 공을 세운 박태하는 중국 국민당 정부의 지원으로 1926년 5월 옛 소련으로 유학을 간다. 소련에서 항공 교육을 마쳤지만 박태하는 중국으로도 조선으로도 귀국하지 못하고 파블로프스키 촌에 남아 공산청년회 책임서기를 지내다 광복 후 북한에서 인민군 공군 사령으로 활동했다.이름이 알려진 이라 하더라도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행적을 비롯, 학계의 논란이 될 만한 사실도 다수 확인됐다. 박태하와 마찬가지로 황푸군관학교에서 항공 비행사 교육을 받은 차정신은 강씨가 현지의 여러 중국어 사료를 대조한 결과 남한 군인 김진일로 밝혀졌다. 김진일은 우리 공군 창설의 주역으로, 당시 행적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씨의 자료 가운데 불교계 독립 운동가들로 현지에서 사망한 이들, 한국에 돌아왔으나 알려지지 않은 세 명의 승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대목에서는 ‘이육사가 광저우 중산대학에 재학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강씨가 발굴한 33명의 독립운동가에 관한 자료는 내년 초쯤 출판사 수류산방이 묶어 책으로 낼 예정이다. 심세중 수류산방 편집장은 “자료가 워낙 방대한 데다 교차 확인을 거치느라 3년 가까이 걸렸다”면서 “우리에게 알려진 상하이, 미국 등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 외에 그동안 잊혀진 독립운동가들을 구축하는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광복절에 한양도성의 성공과 실패를 생각한다

    광복절에 한양도성의 성공과 실패를 생각한다

    “한양도성은 오늘도 변함없이 거대도시 서울을 품고 있다.” 서울 한양도성에 대한 어떤 책에 실려 있는 구절이다. 이 구절은 나를 당황스럽게 한다. 서울 한양도성이 중요한 문화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오늘날 한양도성은 “변함없이 거대도시 서울을 품고 있”지 않다. 1천만의 인구가 거주하는 서울시와 서울시 주변의 “서울세력권”을 포함하는 대서울 속에서 한양도성은 극히 좁은 구역만을 담고 있다. 이런 류의 주장은 한양도성 밖으로 거대하게 성장한 현대 서울과 대한민국을 조선시대의 눈으로 “퉁 치는” 시대착오적인 판단이다. 한양도성의 가치를 과도하게 강조하려는 일각의 움직임에 대한 나의 위화감은 군사학적인 관점에서도 비롯된다. 성을 쌓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방어다. 사람들은 유사시에 한양도성이 군사적인 목적을 발휘되기를 기대했으며, 그러한 기대에도 한양도성은 번번히 본래의 방어 기능을 달성하지 못했다. 내가 5년 전에 교감 번역본을 출간한 바 있는 “징비록”에서 류성룡이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듯이, 일본군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한양도성을 군사적인 방어선으로 이용하려 한 그의 뜻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남아 있는 한양 사람을 총동원해도 다 막을 수 없을 정도로 한양도성이 넓었기 때문이다. “성안의 백성들과 공노비, 사노비, 서리, 내의원·전의감·혜민서 관리들을 뽑아 성벽을 나누어 지키게 했지만, 지켜야 할 성첩은 3만 여 개인데 성을 지킬 인구는 겨우 7000명이었을 뿐 아니라 모두 오합지졸이어서 성벽을 넘어 달아날 생각만 했다.” 한양도성이 “현존하는 전세계의 도성 중 가장 규모가 크”다는 것은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니다. 임진왜란 때에도 방어에 적합한 견고한 산성 대신 평지의 널찍한 읍성을 지키려다가 일본군에 패한 사례가 적지 않다. 물론 한양도성이 방어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한양이라는 행정구역을 나타내는 존재도 것은 사실이다. 조선왕조실록 중 태조실록에 보이는 “성곽은 안팎을 엄하게 하고 나라를 굳게 지키려는 것이다”라는 구절은, 한양도성의 목적이 행정구역 표시와 방어의 두 가지임을 선언한다. 이 말에 의거해서 생각한다면, 한양도성은 조선이라는 나라의 피지배자들에게 지배집단의 권능을 보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성이 방어를 위해 존재한다는 가장 중요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한양도성은 임진왜란이라는 국제전쟁 뿐 아니라, 이괄 및 능양군(인조)의 봉기 때에도 뚫렸다. 마찬가지로 성을 쌓느라 사람들을 고생시켰지만, 1868년의 메이지 유신이라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도쿠가와 정권을 지키지 못한 일본 도쿄의 에도성 역시 나는 높이 평가할 수 없다. 한양도성이나 에도성의 이러한 실패와는 대조적으로, 남한산성은 병자호란이라는 국제전쟁에서 조선 지배층을 군사적으로 지켜냈다. 이처럼 국내외의 여러 성곽과 비교할 때 조선시대의 한양도성은 그 한계가 명확하다. 이러한 한양도성을 세계 10위권의 국가로 성장한 현대 한국의 수도인 서울의 상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조선왕조와는 질적으로 달라진 대한민국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19세기 조선왕조 시대의 관점으로 한국과 세계를 바라보려는 시대착오적인 행동이다. 급변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이 바라는 방식으로 세상이 돌아가기를 바라는 시대착오적인 판단이 조선왕조를 망하게 했다. 8월 15일 광복절을 하루 앞둔 아침에 한양성곽을 바라보며 서울의 과거와 미래를 생각한다. 글: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 교수
  • 한반도 해방에서 사라진 장면- 1945년 8월 북한 국경에서의 소일(蘇日)전쟁

    한반도 해방에서 사라진 장면- 1945년 8월 북한 국경에서의 소일(蘇日)전쟁

    2018년 8월 15일은 광복 73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73년 전인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항복함으로써 한반도는 일제 식민주의의 압박으로부터 해방되었고 그 아래서 신음하던 한국 사람들은 광복의 기쁨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 후 한국은 분단과 전쟁, 쿠데타와 민주화 운동 등을 겪으면서 오늘의 풍요롭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번영의 출발점인 해방과 광복의 진상은 냉전시대의 정치와 극단적 좌우갈등으로 왜곡되기도 하였다.한국인의 역사적 기억에서 지워져 버린 것에는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국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을 치르고 일본의 식민통치를 무너뜨린 유일한 나라 소련의 역할이 있다. 남한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해방은 미국이 일본에 원폭을 투하한 것만 떠올리고 한반도 해방에서 소련의 역할 자체를 부정되거나 축소한다. 필자는 관련 학회에서 ‘소련이 한반도에서 전투 한 번도 치르지 않고 ‘그냥’ 들어왔다’는 주장까지 들어봤다. 이런 인식은 남한만이 아니다. 북한 평양에 있는 해방탑에 소련군에 의한 해방을 기념하는 글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북한 학자들은 해방을 김일성의 조선인민혁명군에 의한 것으로 해석하면서 ‘신화’를 만들었다. 남북의 국가 편찬 공식 역사의 한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 뿌리깊은 신화를 깨뜨릴 수 있는 역사가의 유일한 무기는 사료(史料)이다. 그러면 소련군의 한반도 진출에 대해 사료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살펴보자.소일(蘇日)전쟁과 한반도 진출 과정을 살펴보자. 1945년 8월 9일 새벽, 소련은 일본에 선전포고하고 만주와 한반도 북부를 중심으로 ‘만주전략공세작전’을 개시하였다. 물론 한국에는 잘 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만주전략공세작전은 3가지의 하위 작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반도를 포함한 하위 작전은 하얼빈-지린성 공세작전이었으며 이 작전의 주력 부대 중 하나가 추후 북한 점령을 맡은 소련의 제25군이었다. 이 작전의 주요 방향은 만주와 조선의 국경 지대였고, 북한은 보조 작전 방향으로 설정되었다. 보조 방향이지만, 한반도 군사 작전은 만주전략공세작전 성공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소련군 한반도 군사작전의 목적은 관동군의 후퇴나 보급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이 작전 수행을 위해 육해군 연합부대가 결성되었으며, 이 연합부대는 메레츠코프(K. A. Meretskov) 원수가 지휘하는 제1극동전선군 휘하 제25군의 남측부대와 유마셰프(I. S. Yumashev) 제독 휘하 태평양 함대의 해병부대로 구성되었다.소련군의 한반도 전투는 주력 부대의 만주전략공세작전 개시와 동시에 시작되었다. 1945년 8월 9일, 소련 공군은 함경북도 웅기읍의 일본군 시설에 대한 공습을 실시하였고 샤닌 (G. I. Shanin) 소장 휘하 소련육군 부대들은 두만강을 건너 일본군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그 지역 주둔 일본군은 소련군 급습에도 일본군은 치열히 반격했다가 결국 버티지 못해 후퇴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8월 9일 밤 제25군의 부대들이 경흥군을 해방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 제25군 남측 부대의 일부는 회령시 방향으로 진격을 계속하였고, 육해군 연합부대에 속한 부대는 남하를 계속하였다. 육군이 일본군과의 전투를 벌이는 동시에 소련 공군은 일본군의 해안 방어 시설에 대한 공습을 지속하였으며 일본 군함 2척, 수송선 25척을 침몰시킴으로써 해병대 부대의 작전을 가능케 하였다. 작전 개시 2일 후인 8월 11일, 메레츠코프가 태평양 함대 사령부에 상륙부대를 결성해서 청진, 웅기, 나진 등 지역을 점령하라는 명령을 보냈다. 8월 11일, 해군대대와 소련최고의 훈장인 ‘소비에트 연방 영웅’ 훈장을 받은 레오노프 (V. N. Leonov) 상위 휘하의 태평양 함대 직속 정찰부대가 웅기에 상륙하여 전투없이 해방한 후 마침 도착한 육군부대와 합류하여 나진시에 돌격했다. 다음날 아침에 나진 해방 작전이 시작되었다. 웅기읍과 달리 나진 시는 웅기를 포기한 부대의 증원을 받은 일본군이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악화된 기후조건에도 12일 나진에 상륙한 소련 해군부대와 북쪽에서 진격하는 육군부대는 일본군의 저항을 받아 피해를 입었다. 그러다가 13일에 상륙한 증원군의 지원을 받은 소련군은 일본군의 저항을 뚫고 14일에 나진의 해방을 완수하였다. 웅기읍과 나진 해방 후 소련군의 다음 목표는 청진이었다. ‘조선을 빨리 해방하라’는 메레츠코프의 명령을 완수하기 위해 180여명 밖에 안되는 해군부대가 나진 전투가 끝나기도 전에 어뢰정 6척을 타고 청진에 돌진하고 상륙했다. 뜻밖의 습격을 받은 일본 위수부대는 항구를 방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항구의 점령을 저지하지 못했으나 그 직후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일본군은 선봉부대의 완강한 저항을 감수해가며 선봉부대에 큰 피해를 입혔으나, 이를 전멸시키지는 못했다. 다음날 14일에 대대 규모의 증원군을 받은 소련군은 공격을 시도했으나, 일본군은 장갑열차를 포함한 모든 예비대를 전투에 투입시켰다. 나쁜 기후조건을 이용하고 소련 증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항구 방어선을 회복하려는 일본군의 지속적인 공격을 받으면서 커다란 피해를 입은 소련군 선봉부대들은 제13해병여단이 도착한 15일까지 항구를 고수하고 있었다. 15일 정오, 일본 천황이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선포한 ‘옥음 방송’이 울렸지만, 포성이 멈추지 않았고 관동군 사령부는 무기를 내려놓으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살벌한 청진 전투는 동해 해안선을 따라 내려오는 제393사단이 전투에 들어간 16일까지 지속되었다. 청진 상륙작전의 성공과 만주에서의 소련군 승리의 소식을 들은 관동군 사령부는 지속적인 저항의 무의미함을 인정하고 1945년 8월 19일 드디어 무기를 내려놓았다. 만주전략공세작전에 참여한 소련군은 3만 50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냈다. 그 중 약 60%가 만주 남부와 한반도를 해방시킨 제1극동전선군이었다. 한반도 해방 작전에 참여한 소련 육군 부대들은 2000여명, 태평양 함대의 부대들은 100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소련의 한반도 해방에 참여한 제1극동전선군의 군사작전은 구체적 지역의 해방 이외에 또 한 가지의 성과를 거두었다. 소련군의 성공적인 상륙작전은 조선 북부에서 일제식민통치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일제 관료, 경찰, 군인들은 남진하는 소련군을 두려워해 북쪽의 주요 도시들에서 남쪽으로 도피하게 되었다.북쪽에서 이런 ‘권력 진공’을 메운 것은 36년 동안 참정권을 박탈당했던 조선인들이었다. 그들은 각지에서 자치위원회를 만들고 새로운 조선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물론, 나중에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한반도가 다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가어가 분단되고 전쟁을 겪었으나, 이것은 소일전쟁을 평가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글: 바실리 블라디미로비치 레베데프(고려대 사학과 석사)
  • [사설] 평양 남북 정상회담, 북·미 비핵화 협상의 물꼬 터야

    남북은 어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제4차 고위급회담을 열어 3차 남북 정상회담을 9월 중 평양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11년 만의 평양 정상회담인 만큼 2000년, 2007년의 남북 정상회담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회담 날짜가 구체화되지 못했지만, 이번 평양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창해 온 남한으로서는 이번 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의 안전판 역할을 하면서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와 미국의 선 비핵화 요구를 슬기롭게 조율해 나가야 한다. 현재 북한은 핵무기 리스트 제출 등을 압박하는 미국에 맞서 제재 완화 및 체제안전 보장을 위한 종전선언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최근 북한이 유엔 제재를 교묘하게 위반하고 있다며 제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며 양측이 대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핵미사일 폐기 요구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협의해야 한다. 미국에도 주평양 미국 연락사무소 설치나 종전선언 논의 개시 등 초기 체제보장을 할 방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해 북·미 비핵화 협상의 새 추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정교한 중재안을 짜 북·미 정상을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히길 바란다. 남북 관계가 북·미 관계의 종속변수인 것처럼 보이지만, 남북 관계 개선으로 북·미 관계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유의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인 남과 북이 ‘평화’라는 관점에서 다뤄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등 합의 사항이 빨리 이행돼야 한다. 개성공단과 관련한 대북 제재의 완화 등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비핵화가 진전한다는 전제하에 개성공단과 금강산은 물론 철도 현대화 및 도로보수 등 남북 경협의 인프라 구축 방식과 시기도 거론돼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도 제도적 상봉으로 전환되고, 인터넷 상봉도 허용하도록 이번 평양 회담에서 못을 박길 바란다. 4·27 선언에서 적시했듯이 군사적 긴장완화의 후속 조치를 서두르고 군축 회담도 가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과거 두 차례의 평양 정상회담에서 우리 대통령에게 공언한 서울 답방 정상회담도 성사시키길 바란다. 자연스런 남북 정상의 ‘셔틀 외교’가 한반도 평화체제를 정착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사설] 남북 고위급, 정상회담 날짜·장소 확정에 최선 다하길

    오늘 판문점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주로 협의되는 문제는 3차 남북 정상회담의 시간과 장소, 의제다. 비핵화가 당초 예상대로 빠르게 진행됐다면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가을 평양’ 남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보다 가벼운 마음에서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체제보장의 초기 조치로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북한과 미래가 아닌 현재의 핵·미사일의 폐기를 원하는 미국이 맞서 비핵화 프로세스가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뤄지는 남북 대좌다. 6·12 정상회담 이후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의 발사대 해체 외에는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북·미다. 우리는 종전선언이 없으면 비핵화 진전은 어렵다는 북한과 선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을 설득해 북·미가 협상 테이블에 앉도록 중재해야 하는 입장이다. 아울러 북한이 우리를 통해 요구하는 대북 제재 완화도 입구 단계에 불과한 비핵화로는 돌파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북측에 강조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오늘 회담이다. 비핵화·체제보장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직전인 5월 26일 원 포인트 판문점 회담을 가진 것처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청와대도 강조했듯 장소를 반드시 평양에 국한하지 말고 판문점이나 개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만 시기는 가급적 오늘 회담에서 확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남북 정상의 대내외 일정을 감안한다면 8월 말, 9월 초가 좋을 것이다. 북한 대표단에 리 위원장 외에 철도성과 국토환경성 부상,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이 포함돼 있다. 의제에 ‘판문점 선언 이행상황 점검’이 있긴 하지만 철도 현대화 등을 논의하다가 자칫 배가 산으로 가는 회담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관영매체가 “남한이 제재에 편승해 남북 합의에 진전이 없다”고 비난하는데 올바른 자세는 아니다. 오늘 회담은 비핵화 진전을 이루는 남북 정상회담을 만들기 위한 준비에 집중해 양측이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
  • 제14호 태풍 ‘야기’ 경로 중국 상륙할 듯…한국 폭염 지속 전망

    제14호 태풍 ‘야기’ 경로 중국 상륙할 듯…한국 폭염 지속 전망

    제14호 태풍 ‘야기’ 경로가 중국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나라는 태풍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게 돼 당분간 폭염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사흘 전 발생한 ‘야기’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일본 오키나와 남쪽 140㎞ 부근 해상까지 올라왔다. 중심기압 994h㎩(헥토파스칼)로 강도는 ‘약’이고 크기는 소형인 ‘야기’는 현재 시속 27㎞로 북상 중이다. 기상청은 전날 오후 이 태풍의 진로를 놓고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어 이날 오후에는 이 가운데 2번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유희동 기상청 예보국장은 “태풍 동쪽에 자리 잡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계속 서쪽으로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야기’는 점차 서쪽으로 이동해 상하이 부근에서 중국에 상륙한 뒤 내륙으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유 국장은 “태풍 접근으로 기대됐던 비에 따른 기온 하강은 없을 것이며, 당분간 폭염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야기’는 월요일인 13일 오후 3시쯤 중국 칭다오 남쪽 360㎞ 부근 육상을 통과해 수요일인 15일 오후 3시쯤에는 칭다오 북서쪽 400㎞ 부근 육상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남해와 서해가 태풍의 영향권에 드는 12일 밤부터 14일까지는 해안가 침수에 대비해야 한다고 기상청은 당부했다. 앞서 기상청이 발표했던 1, 3번 시나리오는 ‘야기’가 북한을 통과하는 것이었다. 1번은 북한-중국 국경 부근, 3번은 남한과 가까운 북한 황해도 부근을 지나는 시나리오였다. 1번 시나리오대로라면 우리나라에 비가 내리면서 불볕더위의 기세가 수그러질 것으로 예상됐다. 3번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폭염이 약해지는 것을 넘어 태풍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미국과 일본 기상청은 3번 시나리오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한국 기상청은 전날까지 1번 시나리오 가능성을 크게 보다가 이날 오전 2번 시나리오 실현 가능성에 비중을 두는 것으로 바꿨고, 오후에 이를 공식 발표했다. ‘야기’는 일본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염소자리(별자리)를 의미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태풍 ‘야기’ 중국 상륙 가능성 커져…폭염 더 이어질 전망

    태풍 ‘야기’ 중국 상륙 가능성 커져…폭염 더 이어질 전망

    제14호 태풍 ‘야기’가 중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나라의 폭염이 더 이어질 전망도 짙어졌다.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사흘 전 발생한 ‘야기’는 이날 오전 9시 현재 일본 오키나와 동남동쪽 230㎞ 부근 해상까지 올라왔다. 중심기압 994h㎩(헥토파스칼)로 강도는 ‘약’이고 크기는 소형인 ‘야기’는 현재 시속 29㎞로 서북서 방향으로 북상 중이다. 기상청은 전날 오후 이 태풍의 진로를 놓고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기상청은 태풍이 북한-중국 국경을 지나는 1번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중국 내륙에 상륙하는 2번 시나리오의 가능성도 커졌다고 전했다. 유희동 기상청 예보국장은 “밤 사이 나온 자료들을 종합하면 시나리오가 1번에서 2번에 가깝게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면서도 “일단은 1번 기조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자료를 더 분석해보겠다”고 말했다. 1번 시나리오대로라면 ‘야기’는 중국 연안을 따라 북상한 뒤 산둥반도를 지나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북한-중국 국경 부근을 지날 전망이다. 이 경우 일요일인 12일부터 화요일인 14일까지 태풍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 제주도, 중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강한 바람이 불고 전국에 국지성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비가 내리면서 불볕더위의 기세가 다소 가라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밤 사이 한반도를 둘러싼 기압 배치가 달라지면서 ‘야기’가 아예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우리나라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비가 내릴 가능성이 낮아져 폭염과 열대야가 당분간 지속할 수 있다. 기상청이 제시한 3번째 시나리오는 태풍이 북한-중국 국경 부근이 아닌 남한과 가까운 북한 황해도 쪽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이 경우 폭염이 약해지는 것을 넘어 태풍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은 이 시나리오가 1, 2번보다 가능성이 작다고 본다. 기상청은 ‘야기’의 예상 진로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더 분석한 뒤 이날 오후 한층 구체적인 예보를 내놓을 계획이다. ‘야기’는 일본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염소자리(별자리)를 의미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어르신들 보약 드시고 폭염 이기세요’, 경남한의사회 보약전달

    ‘어르신들 보약 드시고 폭염 이기세요’, 경남한의사회 보약전달

    경남도는 10일 기록적인 폭염으로 온열환자 발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경남도한의사회(회장 조길환)가 도내 취약계층 어르신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여름보약 100제(2000만원 상당)를 최근 기증했다고 밝혔다.도는 기증받은 여름보약 100제를 (사)대한노인회 경남도연합회를 통해 도내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 전달한다. 도는 경남도한의사회가 취약계층 어르신들을 위해 기증한 여름보약은 기운을 북돋아 주고 피를 만드는 조혈능력을 높여 어른신들이 기력을 회복해 폭염을 이기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조길환 경남도한의사회 회장은 “무더운 여름에는 식욕이 없고 기운과 의욕이 떨어지면서 피곤함을 느낄 때가 많다”며 “어르신들이 한약으로 기력을 보충하고 체력을 보강해 폭염을 잘 이겨냈으면 한다”고 말했다.한경호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재난 재해가 생기면 홀로 지내는 어르신을 비롯해 사회적 약자층 피해가 많다”면서 “한의사회가 어르신 건강에 신경을 써 주어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관수세심… 짙푸른 강물 바라보며 마음을 씻다

    관수세심… 짙푸른 강물 바라보며 마음을 씻다

    북한강·남한강 물줄기 머리 맞대는 두물머리 북한강과 남한강, 두 물줄기가 머리를 맞댄다고 두물머리다. 참 정다운 이름이다. 북한강은 금강산에서, 남한강은 강원 태백의 금대봉 기슭 검룡소에서 출발한다. 시작점도 흘러온 길도 다른 두 물은 이곳에서 처음 만난다. 두물머리는 예부터 넉넉한 쉼터였다. 조선 시대 이건필과 겸재 정선은 이 수려한 경치를 그림으로 남겼다. 강원도나 충청도에서 출발한 배들은 서울로 들어서기 전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쉬어 갔다. 뱃사람들은 근처 주막집에서 목을 축이고 말에 죽을 먹이며 한숨을 돌렸으리라. 두물머리에서 제일가는 풍경은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라지만, 화창한 날에도 나름의 싱그러움이 있다. 짙푸른 강물과 연밭의 초록 잎, 영락없는 여름의 색이다. 바짝 물오른 초록빛에 마음마저 청량해진다. 오늘의 두물머리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400살 된 느티나무와 황포돛배, 액자 포토존이다. 사진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그 전에 액자 틀에 담긴 풍경을 잠시라도 바라보면 어떨까. 그 안에는 두물의 머리가 고스란히 들어앉아 있다. 내친김에 두물머리 풍광을 좀더 감상하고 싶다면 두물머리 물래길을 걷는다. 두물머리 물래길은 두물머리 일대를 한 바퀴 도는 10㎞ 걷기 길이다. 양수역에서 출발해 세미원, 두물머리, 두물경, 양수리환경생태공원, 남한강자전거길 등을 두루 들른다. 가볼 곳이 많으니 전부 걸으면 네댓 시간이 우습다. 두물머리 쪽에서 출발한다면 느티나무쉼터부터 갈대쉼터까지 다녀와도 좋다. 오솔길을 따라 한강 생태를 살펴볼 수 있을뿐더러 왕복 1시간이면 충분해 부담이 적다.두물머리 풍광을 감상하며 걷는 물래길 사람들로 북적이는 느티나무쉼터에서 조금만 걸어 나와도 사위가 조용하다. 흙길을 걷는 발소리와 순한 매미 소리가 점점 또렷하다. 좁다란 길에 쑥부쟁이, 둥굴레, 부들 등 한강 자생 식물이 오종종 자란다. 갈대쉼터의 나무 데크길 양편에는 초록 갈대가 무성하다. 갈대는 물을 정화하는 능력이 있어 한강 수질 개선에 도움을 주는 고마운 식물이다. 양수리환경생태공원까지 한편에 강물을 끼고 걸은 뒤, 공원에서 나무 데크를 올라가면 남한강자전거길이 나온다.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가 구분되어 있어 걷는 이도 안심할 수 있다. 자전거길은 560m 길이의 북한강철교를 지난다. 여기서 3시간을 달리면 서울 여의도에, 6시간이면 경인 아라뱃길에 닿는단다. 벌겋게 녹이 슨 북한강철교 위로 자전거의 레이싱이 이어진다. 강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는 이들의 발놀림이 경쾌하다. ■ 여행수첩(지역번호 031) → 가는 길 : 서울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북부간선도로를 지나고 덕소강변대교로 진입해 경강로를 따라간다. 팔당터널과 봉안터널을 지난 뒤 양수교차로에서 ‘청평, 양수리’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양수로를 따라가다 체육공원삼거리에서 ‘세미원, 양서문화체육공원’ 방면으로 좌회전하면 세미원이다. → 맛집 : 양평에서는 연을 재료로 한 요리를 쉽게 맛볼 수 있다. 세미원 정문 입구 맞은편에 있는 연칼국수(772-6724)는 연바지락칼국수를 판다. 면은 연잎가루로 반죽해 매장에서 직접 뽑아낸다. 더위에 지친 입맛을 달래고 싶다면 죽여주는동치미국수(576-4070)가 어떨까. 살얼음 동동 뜬 새콤달콤한 국물이 시원하다. 두머리부엌(070-4134-8955)에서는 유기농 농산물로 지은 제철 밥상을 차린다. 양수리 마을 사람들이 기른 친환경 농산물로 요리해 믿고 먹을 수 있다. → 잘 곳 : 이프모텔(773-2919)은 세미원에서 도보로 5분 거리라 접근성이 뛰어나다. 양수역 인근의 연꽃언덕펜션(010-7115-0452)은 숙소에서 바라보는 북한강 풍광이 볼만하다. 수영장, 워터슬라이드, 노래방 등의 부대시설도 충실히 갖췄다.
  • 트럼프·문재인·김정은, 이틀 간격 유엔 무대 오를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달 25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할지가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김 위원장의 뉴욕 방문은 남·북·미 정상이 뉴욕에서 종전선언을 할 가능성을 높이는 의미도 있지만, 북한 최고지도자의 미국 방문 자체가 사상 처음이라는 점 때문에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는 시나리오로 인식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일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에서 “9월 말 유엔총회가 종전선언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유엔총회) 전후로 상황에 잘 맞춰 종전선언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현재 유엔 총회 일정엔 다음달 29일 북한의 장관급이 네 번째 연설자로 등록돼 있다. 예년대로라면 리용호 외무상이 연설하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연설 하루 전이라도 연설자 교체는 가능하다. 만일 김 위원장이 뉴욕을 방문한다면 25일 유엔총회 첫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한 데 이어 29일 김 위원장이 연설할 가능성이 높다.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 남·북·미 정상이 한 무대에 차례로 서는 셈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그림이 현실화되면 트럼프, 김정은의 노벨평화상 구도까지 가능해진다”며 “이 경우 남한도 중재자 역할에 성공한 것이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설령 종전선언 등 현안 타결이 무산되더라도 그것과 상관없이 김 위원장이 뉴욕을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평소 파격을 즐기는 김 위원장이 정상국가 지도자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키기 위해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성장기 스위스에서 유학해 서방국 방문에 거부감이 적을 것이라는 추측도 뉴욕행 가능성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은둔의 지도자였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달리 중국이 내준 비행기를 타고 싱가포르까지 가서 사상 처음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갖는 등 예측 불허의 행보를 보인 바 있다. 반면 유엔총회는 여러 나라의 정상들이 모이는 다자 외교공간이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참석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는 사전에 치밀하게 마련된 의전과 경호를 토대로 외국 정상을 만나기 때문에 그동안 양자회담만 해왔다. 만약 김 위원장이 유엔총회장에 들어간다면 여러 정상 중 한 명으로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의전과 경호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 이런 점을 우려해 북한이 선뜻 유엔총회 참석을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북·미 간 협상이 급물살을 타 종전선언 타결이 합의된다면 김 위원장이 의전, 경호 등의 단점을 무릅쓰고 뉴욕에 갈 가능성은 급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종전선언과 핵·미사일 동결을 동시에 교환하고, 이후 핵시설 신고·사찰과 대북 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황정민 “혀로 칼 날리는 구강 액션… 뼈에 새기듯 대사 익혔죠”

    황정민 “혀로 칼 날리는 구강 액션… 뼈에 새기듯 대사 익혔죠”

    윤종빈 감독의 신작 ‘공작’(8일 개봉)은 첩보물이다. 하지만 첩보물의 전형은 잠시 잊어두시라. 피 한 방울 튀기지도, 주먹질 한 번 오가지도, 총성 한 번 울리지도 않는다. 대신 혀에 양날의 칼이 심겨 있다. 서로에 대한 의심과 견제를 팽팽하게 품고 있으면서도 상대의 마음을 사기 위해 밀도 높은 대사로 심리전을 펼치며 긴장을 한껏 끌어올린다. ‘범죄와의 전쟁’, ‘군도’의 감독 윤종빈의 연출력과 사유가 한층 더 견고해졌음을, 황정민과 이성민 등 국내 대표 배우들의 잘 벼려진 내공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국제시장’, ‘베테랑’ 등으로 ‘천만 배우’로 자리한 ‘천상 광대’ 황정민(48)에게 이번 영화는 유독 녹록하지 않았다. ‘모든 대사가 액션처럼 느껴지게 해달라’는 윤종빈 감독의 실현 불가능한 주문 때문이었다. ‘구강 액션 영화’라는 별칭, ‘말이 총보다 더 강력한 타격을 가한다’는 평(스크린 인터내셔널)이 따르는 이유다. “처음엔 대사를 모조리 외우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갔는데 ‘이렇게 가다간 큰일 나겠다’ 싶었죠. 책상 밑에서는 서로 칼을 날리며 말과 말로 다층적인 에너지와 공기를 빚어내야 하는데 힘들더라고요. 남북한 인사가 만나는 긴장 가득한 현장이다 보니 눈동자 하나 움직이는 것도 의미가 달라질까 봐 너무 어려운 거예요. 나중엔 성민이 형과 ‘너도 힘들었니’, ‘나도 힘든데’ 털어놓으며 부담을 내려놓고 모자라는 카드를 서로 채워주자 했죠. 그게 좋은 결과를 낸 것 같아요. 싸움도 않고 피도 안 나는데, 더 많은 주먹질을 본 것 같고 더 많은 피가 낭자한 것 같은 느낌을 받으실 거예요.” 영화에서 그는 정보사 소령 출신으로 안기부에 대북공작원으로 스카우트된 박석영으로 활약한다. 북핵 실체를 캐기 위해 북 고위층으로 잠입하라는 지령을 받는 그의 암호명은 ‘흑금성’. 실제 1990년대 흑금성이란 암호명으로 대북 공작 활동을 한 실존 인물(박채서씨)에서 풀어낸 이야기다. 박씨는 2010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6년간의 옥살이 뒤 2016년 출소했다. “촬영 전 박채서씨를 만났는데 눈으로 심리를 읽을 수 없는 분이었어요. 오랫동안 상대를 속이는 내공들이 쌓여선지 벽 같은 느낌이 있었죠. 상대가 읽을 수 없는 눈, 그걸 표현해내는 게 목표였죠. 언론시사회가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서 사모님께서 ‘남편과 굉장히 비슷한 얼굴이 있어서 놀랐다’고 하시더라고요.”필모그래피가 두껍게 쌓인 만큼 그에게도 ‘자기 복제’, ‘관성적 연기’에 대한 위험과 고민은 늘 뒤따른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초심을 되새겼다. “‘비슷한 연기가 반복되는 거 아니냐’는 말은 속상하지만 관성을 깨려 많이 노력했어요. 이번엔 대사 양이 특히 많아 ‘셰익스피어 연극’ 같았는데 정말 신인 때 연극 대본 보듯 작품을 익혔죠. 어릴 때 연극하는 선배님들은 ‘대사를 뼈로 외운다’는 말씀을 하셨거든요. 툭 치면 줄줄줄 나오듯이 뼈에 새기듯 대사를 익힌다는 건데 그 정도로 노력했죠.” 영화 ‘공작’에서 그의 마음을 훔친 장면은 박석영이 북핵 실체를 캐기 위해 징검다리로 활용하던 리명운 처장(이성민)이 박석영이 선물한 시계를 들어 올리는 결말이다. 조국을 위해, 각자의 목표를 위해 살얼음판처럼 위태로운 관계로 시작된 북한 정치인, 남한 사업가(공작원) 간의 진한 유대가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장면이다. “리 처장이 시계 올리는 모습, 그거 하나로 (영화가) 달려온 거니까요. ‘공작’은 결국 두 사람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고 크게는 남과 북에 대한 이야기죠. 그러니 4·27 남북 정상회담 당시 심정이 어땠겠어요. 두 정상이 구름다리를 건너는 장면을 부감하는 뉴스를 보니 그 장면과 겹쳐져서 말로 표현 못할 만큼 놀라웠고 뭉클했죠.”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옥류관 기술 책임자가 말하는 평양냉면 맛의 비결

    옥류관 기술 책임자가 말하는 평양냉면 맛의 비결

    “육수 서서히 식혀야···국수에 식초 친 뒤 먹어야 제맛” 4·2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한에서도 평양냉면의 인기가 높아진 가운데, 그 ‘원조’ 격인 평양 옥류관의 기술 책임자가 북한 매체에 냉면 맛의 비결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북한의 대외선전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이달 4일자 신문에 ‘평양냉면, 남녘 손님들을 기다린다’는 제목으로 라숙경 옥류관 기사장(기술 책임자)과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라 기사장은 ‘옥류관의 평양냉면은 그 특유한 맛으로 유명한데 그 비결은 무엇인가’라는 통일신보 기자의 질문에 “무엇보다 국수 원료가 좋아야 한다”며 “순 메밀가루로 만들어야 구수하고 제맛이 난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그는 “육수를 끓였다 인차(이내) 식히면 맛이 푹 떨어진다”며 옥류관에서는 육수를 ‘서서히’ 식혀서 차갑게 한 뒤 국수를 만다고 덧붙였다. 라 기사장은 평양냉면을 더 맛있게 먹는 비법도 귀띔했다. “식초를 국수발에 친 다음 육수에 말아 먹어야 제 맛”이며 “냉면에 양념장을 치면 마늘과 파 냄새밖에 나지 않으므로 간장과 식초만 쳐야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옥류관에서 ‘과학적’ 토대를 갖춘 냉면 조리법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요리사들이 ‘수많은 발명 및 창의 고안증서’들을 받았다고도 소개했다.기자가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라 기사장은 “남녘 동포들이 너도나도 풍치 좋은 이곳 옥류관에 와서 대동강의 경치를 부감하며(내려다보며) 평양냉면을 마음껏 들게 될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옥류관은 1961년 평양 대동강 기슭에 문을 연 대표적 고급 음식점으로, 북한을 방문한 손님들이 단골로 들러 외부에도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측은 옥류관 수석요리사가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직접 만든 평양냉면을 남측 평화의 집 만찬장 식탁에 공수해 화제가 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리용호에 서류봉투 건넨 미 대표단, 북·미 물밑 협상 진전될까

    리용호에 서류봉투 건넨 미 대표단, 북·미 물밑 협상 진전될까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의 마지막 날인 4일 리용호 북 외무상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회담장에서 만났다. 다자 회담이 열린 엑스포 컨벤션 센터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웃으며 먼저 다가갔고 리 외무상도 웃으며 악수를 했다. 또 미국 대표단의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는 리 외무상에게 무엇인가 설명하며 얇은 회색 서류봉투을 전달했다. 북·미 외교장관회담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양측이 비핵화 협상을 본격 재개하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회의 시작 기념촬영 순서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리 외무상의 등을 두드리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리 외무상이 성 김 대사가 전한 서류를 받은 뒤 자리에 앉아 확인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성 김 대사가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의제 실무팀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이 서류가 향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후속협상과 관련된 자료가 아니겠냐는 추정이 나온다. 미국 측의 새로운 제안이 담겼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실제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ARF 본회의 일정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비핵화를 위한 시간표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약속한 만큼 몇 주, 혹은 몇 달 내에 상당한 진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또 북 비핵화 논의가 교착 상태임에도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 비핵화 약속을 완수할 것으로 낙관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종전선언 채택을, 미국은 북핵 신고서 제출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최근 북핵 협상은 교착 국면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북·미 간 후속 협상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 이행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말하는 것에 대해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북측의 유해송환이나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2차 서신 등 북·미 간 소통 상황을 전체적으로 감안해 나온 평가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지난 1일(미국 현지 시간)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교착 국면을 다시 한번 ‘톱다운’(최정상 합의 후 실무 회담)으로 돌파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리 외무상은 이번 싱가포르 체류 기간에 중국을 포함해 아세안 국가 및 뉴질랜드 등과 양자 외교장관회담을 갖었지만, 한·미·일과는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대신 환영 만찬 및 다자 회담 계기에 비공식적인 만남을 진행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전날 환영 만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우해 솔직한 대화를 꽤 오래 나누었다’는 취지로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리 외무상은 남한이 요청한 남북 외교장관회담 제의에 대해 ‘응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거부의 뜻을 전했다. 남북이 ARF에서 양자 회담을 갖은 것은 2007년이 마지막이다. 리 외무상은 만찬장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도 만났다. 싱가포르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北 싱가포르 광폭외교, 공식 비핵화 논의엔 ‘조용’

    北 싱가포르 광폭외교, 공식 비핵화 논의엔 ‘조용’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포럼(ARF)에 참석 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아세안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양자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있지만,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서는 아직 이렇다할 행보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리 외무상은 싱가포르에 입국한 지난 3일 중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을 포함해 7개국과 양자 회담을 갖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ARF에서 중국, 러시아, 필리핀 등 단 3개국과 양자 회담을 한 것과 비교하면 하루만에 2배가 넘는 회담을 연 것이다. 4일 오전에는 필리핀과 양자 회담을 열었고, 오후에도 뉴질랜드와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핵·미사일 개발하면서 군사긴장이 높아졌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으로 비핵화 이슈가 진전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남북과 동시수교국인 아세안 10개국도 지난해까지는 북한과의 관계가 다소 불편했지만 올해 들어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리 외무상은 남한이 요청한 남북 외교장관회담 제의에 대해 ‘응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거부의 뜻을 전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전날 환영 만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우해 솔직한 대화를 꽤 오래 나누었다’는 취지로 당시 상황을 전했지만 공식 만남은 불발됐다. 남북이 ARF에서 양자 회담을 갖은 것은 2007년이 마지막이다. 미국 역시 북측에 양자 장관회담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은 아직 답변을 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식 대화는 가능하지만 공식 회담이 열릴 지는 미지수다. 또 리 외무상은 비핵화 협상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도 아직까지 일체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북한의 태도는 최근의 비핵화 논의의 교착 상태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미 행정부는 3일(현지시간) 대북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은행 1곳과 중국과 북한의 법인 등 북한 연관 ‘유령회사’ 2곳, 북한인 1명에 대한 독자제재를 가했다. 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연일 현지에서 대북 제재 공조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 북한은 종전선언 채택을, 미국은 먼저 북핵시설 신고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전통적 우호국이었던 아세안 10개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대북제재 완화, 경협, 조기 종전선언 등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는데 주력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매체를 통해 최근 남한에도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 등을 드러내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남한과 비공식 만남까지 피하지는 않은 것을 볼 때 북·미 간에도 물밑 협상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외무상은 전날 만찬장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도 만났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 비핵화 약속을 완수할 것으로 여전히 낙관한다”며 “북한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비핵화를 위한 시간표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싱가포르서 벌어진 ‘대북 제재 공방’

    싱가포르서 벌어진 ‘대북 제재 공방’

    폼페이오 “북비핵화 낙관”, 대북 제재는 연일 강조 왕이 “비핵화에 따라 대북 제재 새롭게 다시 생각돼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해진) 시간표 내에 북한 비핵화가 이뤄질 것으로 낙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북한에 대한 외교·경제 제재 유지를 요구하며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을 준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 이행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대북 제재는 굳게 유지돼야 한다는 의미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에도 아세안 국가들과 양자 회담을 갖고 이들 국가의 엄격한 대북 제재 이행을 촉구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이어갔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북한과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가 회복되면서 제재 강도가 완화될 가능성을 차단하려하는 의도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저녁에 진행된 환영 만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미국은 대북제재가 지난해 핵·미사일을 개발하며 군사적 긴장을 높였던 북한이 대화로 전향하도록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또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수단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북 경제성장률은 전년 대비 3.5% 감소했으며, 이는 소위 ‘고난의 행군’(1995~1997년) 이후 20년만에 최저치다. 하지만 최근 외신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 등이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석유 정제제품을 밀수출하고 있다는 등의 보도가 잇따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2일 기사에서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제재에도 북한 근로자들의 입국과 신규 고용허가를 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행정부는 3일(현지시간) 대북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은행 1곳과 중국과 북한의 법인 등 북한 연관 ‘유령회사’ 2곳, 북한인 1명에 대한 독자제재를 가했다. 반면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서해위성발사대 폐쇄 등 그간의 비핵화 조치들에 따라 대북 제재가 완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리용호 북 외무상은 아세안 국가들과 양자 외교장관회담에서 제재 완화 조치에 대한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외무상은 북핵 위기가 고조된 지난해 회담에서는 총 3개국과 회담하는데 그쳤지만 올해는 지난 3일 하루에만 7개국과 회담을 갖었다. 북 매체들은 최근 들어 남한의 대북 제재 공조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1일 개인필명의 칼럼에서 “개성공업지구 폐쇄나 금강산 관광 중단에 대한 수습책은 입 밖에 낼 엄두조차 못하고 도리어 외세에 편승해 제재·압박 목록에 새로운 것을 덧올려 놓은 형편”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북한의 입장을 지원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서 당연히 새롭게 다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양측은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있을 때까지는 대북제재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동시에 남북교류에 필요한 일부 제재 예외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한은 싱가포르에서 북에 남북 외교장관회담 개최 의사를 전달했지만 전날 북측 리 외무상은 “응할 입장이 아니다”고 답했다. 싱가포르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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