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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세 꿈많은 소녀, 24세 늘 웃던 외아들, 아내 앞에서, 미얀마의 별들

    14세 꿈많은 소녀, 24세 늘 웃던 외아들, 아내 앞에서, 미얀마의 별들

    미얀마에서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부르짖다 숨진 이는 700명을 넘는다. 가두 시위 도중은 물론 집에서 황망하게 숨을 거둔 이들도 적지 않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가 집계한 것인데 실제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12일(현지시간) 영국 BBC가 세 희생자 유족을 만나 그들이 평소 얼마나 민주주의를 갈망했는지와 목숨을 빼앗긴 경위, 사랑하는 이를 잃은 심 경 등을 들어봤다. 먼저 두 번째 도시 만달레이의 판 에이 피유(14). 틱톡에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을 여러 차례 올린 열정적인 민주화 운동가였다. 어머니 티다 산은 가두시위에 나가지 못하게 딸을 단속했다. 하지만 쿠데타 발발 이후 최악이었던 지난달 27일 어린이 11명 등 114명이 희생됐을 때 시위대원들이 군경에 쫓겨 집에 뛰어들자 문을 열어주다 흉탄에 스러졌다. 어머니는 “갑자기 넘어지길래 발을 헛디뎠나 생각했다. 그런데 등에 피가 보였다. 그제야 난 총에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버마어로 판은 꽃, 에이는 부드러운, 피유는 흰색을 가리킨다. 태어났을 때 너무 예뻐 보드라운 작은 꽃처럼 보였다고 해서 어머니는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했다. 집안일도 곧잘 도와주고 나중에 커서 고아원을 운영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었다. “그 아이가 없으면 내 인생이 가치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녀 대신 죽고만 싶다.” 누나가 황망하게 떠나자 남동생 믕 사이 사이(10)는 잠을 이루지 못하며 누이의 틱톡 동영상만 쳐다보는 등 감정적으로 유약한 상태라고 했다. 가족은 현재 다른 더 안 좋은 일이 벌어질까 두려워 거처를 옮겼다. 두 번째 카친주의 진 민 흐텟(24)은 집안의 막내 외아들이었다. 친구들을 무척 좋아해 무슨 일이든 친구들을 돕고 싶어 했다. 친구 코 사이는 “어떤 재정적 어려움이 닥치든 그녀석은 친구들에게 돈이나 무엇으로든 도움을 주고 싶어했다. 그는 착한 영혼을 지녔다. 늘 웃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시위대의 맨앞쪽에서 방패도 없이 다른 대원들을 보호하려 애쓰다 총탄을 맞았다. 어머니 다우 온 마는 아들이 총격에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병원에 달려갔는데 “유언을 듣고 싶었고 아들이 엄마라 부르는 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피가 사방에 있었다. 난 그아이를 볼 수도 없었다. 이미 너무 많은 피를 흘려 파리하고 몸이 차가웠다. 뭐라 말하겠는가? 잔인무도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들은 3년 동안 금 세공 일을 배우면서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어머니와 함께 요리를 만들어 대접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돈을 많이 벌면 어머니에게 집을 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생전 화를 내게 하거나 슬퍼하게 만들지도 않았던 아들이었다. 운명의 날, 그는 어머니에게 일하러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나갔다. 전날 밤 어머니가 다시는 시위 현장에 나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이었다. 아들이 너무나 시위에 나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가장 큰 도시 양곤 남쪽 다곤 마을에서 조용히 지내다 아내 앞에서 목숨을 잃은 모터사이클을 개조한 택시 운전사 헤인 흐텟 아웅이다. 지난 2월 28일 평소와 다름 없이 아내 마 진 마르와 함께 일을 마친 뒤 버스를 타고 시위를 하러 가던 중이었다. 버스가 멈추더니 총격전이 벌어진다며 승객들에게 내리라고 했다. 마 진 마르는 “도로를 건네는데 그가 총에 맞았다. 고통스러워 비명을 질렀다. 가슴에 피가 흥건했다. 난 구멍을 누르며 압박했다”고 말했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너무 늦었다. 동네 사람들을 모두 알던 그에 대해 아내는 “아주 소탈한 사람이었다. 평온하고 다른 사람에게 말을 많이 걸지도 않는 사람이었다. 틈이 나면 휴대전화 게임을 하곤 했다. 정직하게 일해 가족을 부양하는 일에만 골몰하던 사람이었다”고 돌아봤다. 부부는 5년 전 온라인 소개로 만나 결혼했다며 “우리는 어디를 가든 함께 했다. 그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마 진 마르는 쿠데타를 저지할 때까지 계속 시위에 나설 것이라면서 “(대의명분에) 목숨을 바친 이들의 가족들을 존경한다. 난 그들이 더욱 강해졌으면 좋겠다. 내 남편을 잃었기에 그들과 똑같은 슬픔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는 멈출 수 없다. 지금 물러설 수도 없다. 그렇게 하면 죽음 뿐이다.” 한편 전날 한 청년은 반어적 표현으로 “70일 동안 단지 700명 죽었다. 천천히 해라, 유엔. 우리는 아직 (죽을 사람이) 수백만 명 남아 있다”는 피켓을 들어 눈길을 끌었다. 앞서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미얀마 군부를 대상으로 한 제재 등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군부의 친구’로 꼽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버티고 있는 한 실현 가능성이 작은 것을 꼬집은 것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여기는 중국] 강제 이산가족 신세… “중국산 백신 먼저 맞겠다” 국민청원도

    [여기는 중국] 강제 이산가족 신세… “중국산 백신 먼저 맞겠다” 국민청원도

    # 경기도 광명시에 거주하는 30대 한국인 여성 차 모씨. 지난해 8월까지 한국인 남편과 함께 중국 상하이에 거주했던 차 씨는 출산을 위해 한국으로 귀국한 뒤 강제 이산가족 신세가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한중을 잇는 하늘길이 막히면서 출산 후 9개월이 지나도록 남편과 강제 이산가족이 된 상태다. 4월 현재 중국 정부는 취업을 목적으로 한 취업 비자와 사업 상의 목적으로 한 상무비자,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생 비자를 발급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이 경우 모두 당사자 개인에 대한 비자 발급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과 친지 등을 동반한 당사자 이외에게는 중국 입국 및 체류를 위한 비자 발급이 모두 중지된 상태다. 이와 관련,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강화를 위해 지난해 9월 이후 전세계 자국 공관에 비자 발급 대상자를 ‘중국 정부 기관의 초청장을 가진 본인으로 제한하고 가족은 대상 외로 하라’는 내용의 엄격한 조치를 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코로나19 발생 이후 한국과 중국 양국에서 각각 떨어져 지냈던 가족들은 사실상 장기간 만나지 못하고 이산가족이 된 상황이다. 차 씨도 이같은 경우다. 그는 “출산으로 남편과 이산가족으로 지낸 지 너무 오래 됐다”면서 “지난해 8월 출생한 아기는 중국에 있는 아빠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매일 아침마다 희망의 끈을 잡고 여기 저기 알아보고 있지만 가족 동반 비자 발급이 중지된 상태에서 아이를 혼자 키우는 것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급기야 지난 7일에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중국 가족동반 비자 발급 방안을 만들어달라’는 내용의 청원서가 올라왔다. ‘중국 가족 동반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 방안 좀 만들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청원서가 게시된 직후 12일 오후 6시 기준 총 617명이 참여한 상태다. 해당 청원서에는 중국 정부가 비자 발급 등의 조건으로 제시한 ‘중국산 백신’ 국내 도입에 대한 요구도 포함됐다. 실제로 지난달 15일 중국 정부는 자국산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외국인 비자 발급 간소화’ 정책을 밝힌 바 있다. 정책이 공개된 지난달 15일 당일 즉시 실행된 내용에는 취업이나 사업을 위해 중국을 방문하려는 외국인이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을 2회 접종하거나 비자 신청 14일 전에 1회를 맞았다면 중국 비자를 신청할 때 별도의 핵산 검사 증명서와 건강 및 여행기록 증명서 제출을 면제토록 했다. 특히 이 규정에 따르면 한중 양국에서 떨어져 지냈던 가족 방문 등 인도주의 목적의 방문에도 확대 적용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던 바 있다. 해당 규정으로 인해 특별한 목적이 없는 가족 방문을 위한 외국인의 경우에도 중국산 백신 접종만 증명한다면 누구나 비자 발급 간소화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중국산 백신이 일체 도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중국 또는 제3국에서 중국제 백신을 접종한 이들만 혜택이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이번에 제기된 청원서에는 ‘중국 백신을 맞더라도 하루 빨리 우리 가족 함께하고 싶어요’라면서 ‘중국 백신을 도입해서 원하는 사람은 맞을 수 있게 해 주거나, 아니면 중국과 협의 후 다른 방안이라도 만들어주세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청원서 게시자는 이어 ‘저 같이 생이별하고 그리움으로 지내는 가족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하루하루 그리움과 우울함 속에서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그날 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고 덧붙였다. 이 청원서에 대한 내용은 현재 중국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참여에 대한 격려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증오범죄 언급한 윤여정 “아카데미 참석하려는데 아들이 걱정”

    증오범죄 언급한 윤여정 “아카데미 참석하려는데 아들이 걱정”

    미 포브스 인터뷰…“공격받을까 아들이 염려”“결혼, 미국 이민, 이혼 경험에 성숙해졌다”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오스카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윤여정씨가 시상식 참석 계획을 밝히면서 미국에 사는 아들이 아시안계를 향한 증오범죄 우려 때문에 자신의 미국 방문을 걱정하고 있다고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윤여정씨는 12일(현지시간) 포브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제 두 아들은 한국계 미국인인데, 로스앤젤레스(LA)에 사는 아들이 오스카 시상식을 위해 미국에 가려는 나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 아들은 “길거리에서 어머니가 다칠 수도 있다. 어머니는 노인이라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들(증오범죄 가해자들)은 노인을 노리고 있다”고 염려한다면서 아들이 경호원 필요성까지 얘기했다고 전했다. 윤여정씨는 “아들은 내가 (증오범죄) 공격을 받을까봐 걱정하고 있다”면서 “이건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카데미는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씨와 ‘미나리’에 함께 출연한 한국배우 한예리씨에게 시상식 참석을 요청했고, 두 배우는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브스는 윤여정씨가 미국 배우조합(SAG) 여우조연상과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잇달아 수상하면서 오는 25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선두주자로서 빠르게 탄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최근 잇단 수상에 대해 윤여정씨는 “(‘미나리’에서) 한국어로 한국에서처럼 연기를 했을 뿐인데 미국 사람들로부터 이렇게 많은 평가를 받을 줄 기대도 못 했다”며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이어 “솔직히 저는 배우들 간의 경쟁을 좋아하지 않는다. 배우들은 영화마다 다른 역할을 연기하고 이것을 비교할 방법이 없다”며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5명 모두 사실상 승자”라고 강조했다. 윤여정씨는 결혼과 미국 이주, 이혼의 경험이 현재 자신을 키운 원동력이었다고 소개했다. 윤여정씨는 1970년대 배우 생활 첫 전성기를 구가하다가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10여년간 미국에서 살다가 이혼한 뒤 한국에서 다시 배우 생활을 시작했고, 대배우로 일어섰다. 그는 “과거 한국에선 결혼하면 특히 여배우의 경우 경력이 끝났다”면서 “나는 연기를 그만둘 생각이 없었지만, 주부가 됐고 그냥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이혼 경험에 대해서도 “그 당시만 해도 이혼은 주홍글씨 같았고, ‘고집 센 여자’라는 인식이 있었다”면서 “(이혼녀는) ‘남편에게 순종하고 결혼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어긴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는 텔레비전에 나오거나 일자리를 얻을 기회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끔찍한 시간이었다. 두 아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떤 역할이라도 맡으려 노력했고, 과거 한때 스타였을 때의 자존심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다”며 “그때부터 아주 성숙한 사람이 된 것 같다”고 회고했다.그는 “(저 이전에) 한국 영화 역사상 오스카 (연기상) 후보에 오른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슬프다”면서도 “저는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인생은 나쁘지 않으며 놀라움으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부고]

    ●김향례씨 별세 탁기형(전 한겨레 사진부장)씨 모친상 11일 건국대병원, 발인 13일 오전 10시 30분 (02)2030-7940 ●이종기(건설타임즈 회장)씨 별세 방선숙씨 남편상 이헌규(건설타임즈 부장)·헌관(정헌건설산업 기획이사)씨 부친상 김현씨 시부상 11일 이대서울병원, 발인 13일 오전 8시 30분 (02)6986-4453
  • “남편은 돈 빼앗고 연인 오나시스는 성 착취”…‘세기의 디바’ 칼라스, 참혹했던 무대 뒤의 삶

    “남편은 돈 빼앗고 연인 오나시스는 성 착취”…‘세기의 디바’ 칼라스, 참혹했던 무대 뒤의 삶

    세기의 디바로 알려진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과거 가족과 전남편에게서 끊임없이 이용당하고, 연인에게선 성 착취까지 시달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가디언의 주말판 옵서버는 11일(현지시간) 칼라스가 과거 비서와 친구들에게 보낸 미공개 편지와 일기 등을 통해 화려한 모습 뒤 그가 겪은 끔찍한 시련을 조명했다. 작가 린지 스펜스가 칼라스의 새로운 전기를 쓰면서 기록보관소에서 그간 출판되지 않은 문서들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스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칼라스는 생전 뛰어난 실력뿐 아니라 극적인 삶으로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949년 자신보다 27살이나 많은 건축업자 조반니 바티스타 메네기니와 결혼했는데, 자신의 돈을 탐하는 남편에 염증을 느끼다 그리스 출신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와 사랑에 빠졌다. 결국 긴 이혼 소송 끝에 오나시스와 함께하지만 그는 재클린 케네디와 결혼하며 칼라스를 버리게 된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서는 여성 편력이 심한 오나시스의 추악한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 오나시스는 칼라스와 함께하던 때도 케네디 등 여러 여성을 만났고, 정작 결혼 후에는 1년도 안 돼 칼라스를 다시 찾아 당시에도 논란이 됐다. 스펜스는 “칼라스와 오나시스가 만나던 1966년 무렵의 한 글에 오나시스가 성관계를 목적으로 칼라스에게 약을 먹인 방법을 기록한 내용이 나온다”며 “현재라면 데이트 강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편 메네기니 역시 의지하기는 어려웠다. 칼라스는 한 편지에서 “남편은 결혼 이후 모든 것을 자기 명의로 해 내 돈을 절반 넘게 빼앗았고, 여전히 나를 괴롭힌다”며 “그는 ‘비열한 놈’(louse)이다”라고 묘사했다. 칼라스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 부모에 대한 폭로도 나온다. 스펜스는 “칼라스는 유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전쟁 때 성매매를 했던 어머니가 자신을 나치 군인들에게 팔려고 했다는 내용도 있다”고 전했다. 나중에 칼라스가 유명해지자 어머니는 언론에 기삿거리를 팔면서 딸에게 입을 다물라고 했다고 한다. 아버지 역시 돈을 받아내려고 병원에서 죽어 가는 척하며 편지를 썼다. 스펜스는 “칼라스의 삶은 비극으로 가득했지만, 나는 그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은 오는 6월 출판된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얻어맞고 찾은 상담소 “남편에게 더 잘하세요”

    얻어맞고 찾은 상담소 “남편에게 더 잘하세요”

    17년. 40대 여성 A씨가 남편의 폭력을 견딘 시간이다. 남편은 결혼 후 A씨가 더 이상 승무원 일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남편의 강요로 전업주부로 살며 아이를 키운 A씨는 남편의 불합리한 요구가 있어도 한번도 ‘노(NO)’라고 할 수 없었다. 두려워서였다. 남편은 “너, 나 무시하냐. 더럽게 기분 나빠”라는 말을 버릇처럼 했다. 걸핏하면 머리채를 잡는 통에 머리카락이 무더기로 뽑혀나간 적도 셀 수 없을 정도다. 아이들이 보면 놀랄까 봐 얼른 쓸어담으며 수없이 되뇌었다. “애들을 위해 참자.” 12일 김홍미리 여성주의 연구 활동가가 쓴 이화여대 박사학위 논문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자기탈환 여정을 통해 본 사회관계규범의 재구성과 관계적 자율성 실천에 관한 연구’에 등장하는 사례다. 논문은 A씨를 포함해 가정폭력 가해자와의 분리기간이 3년 이상 된 피해여성 13명과 남편이 더 이상 폭력을 행사하지 않아 결혼 관계를 유지 중인 여성 1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남성이 75%를 차지하는 가정폭력 가해자들은 아내 위에 군림하려 한다. 아내가 자신의 뜻에 따라 움직이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한다.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라는 사회적인 인식은 남편의 폭력을 지속시킨다. 피해여성들이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요인들도 존재한다. 여성에게 이혼을 허락하지 않는 불평등한 젠더 규범과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문화가 대표적이다. 피해여성들은 상담소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이혼 절차를 밟는 등 여러 방법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40대 여성 B씨는 남편의 구타로 퍼렇게 든 멍을 발견한 지인으로부터 가정폭력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으라는 이야기를 듣고 상담소를 찾았다. 그런데 상담사는 B씨에게 “가끔 때리는 건 폭력이 아니에요. (남편에게) 조금 더 잘해주세요. 분위기가 이상하면 자리를 피하세요”라는 그릇된 진단을 제시했다. 30대 여성 C씨는 남편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 하지만 변호사와 경찰, 검찰, 법원은 ‘부부간에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성폭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C씨의 이혼소송을 맡은 판사는 판결문에 ‘결혼 사이를 유지하지 못할 만큼의 큰 이유라고 보기 어렵다’는 문구를 적었다. 김홍 활동가는 “물리적 구타를 통해 가정폭력을 입증하려는 통상적인 문화가 있다 보니 반대로 신체적 폭력이 심각하지 않은 여성들의 이혼 결정은 지지받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김홍 활동가는 “‘가정폭력은 안 된다’는 규범과 ‘이혼은 안 된다’는 규범 사이에서 여성들은 갈등하며 자녀에게 무엇이 이로운지를 판단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면서 “여성들의 경험을 통해 한국사회가 가정폭력 범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꿔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쓰레기집에 제 딸 버리고 도망간 구미 ○○○ 엄벌해야”

    “쓰레기집에 제 딸 버리고 도망간 구미 ○○○ 엄벌해야”

    ‘구미 3세 여아’를 빌라에 버려둔 채 이사를 가버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모(22·여)의 전 남편 A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김씨의 엄벌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전 남편 A씨는 ‘쓰레기집에 제 딸을 버리고 도망간 구미 ○○○의 엄벌을 청합니다’란 제목의 청원글에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보고 분노하는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다”면서 “김씨의 가방에서 모텔 영수증이 나와도 딸(숨진 아이)을 생각하면서 참았고, 신발장에서 임신테스트기 30개를 발견했을 때에도 용서했다. 사랑하는 아이가 저처럼 아빠나 엄마 없이 자라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딸을 옆에 재워둔 채 밤새 집을 나간 김씨를 뜬눈으로 기다리면서도 이 시간이 언젠간 지나갈 거라 믿었다”면서 “그런데 다음날 들어온 김씨가 ‘남자가 있다. 딸이 있다는 사실도 안다’고 해 ‘그 남자가 딸을 책임져 주겠다고 하더냐’고 물었더니 ‘그건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당시 “김씨에게 ‘엄마 될 자격 없으니까 나가라’고 말한 뒤 딸과 마지막 인사를 하게 하려 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딸이 엄마를 부르면서 달려가 안겼다”면서 “그 순간이 지금도 너무 원망스럽게 기억난다”고 회상했다.전 남편 A씨는 아이를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아빠가 돼야겠다고 다짐했고, 자신이 떳떳한 직장을 얻어 돈을 벌어 올 때까지만 김씨에게 잠시 아이를 키워달라고 부탁했다면서 당시 빌라 아래층에 김씨 부모(장인장모)도 거주하고 있어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그렇게 내린 결정이었지만 아이의 곁을 잠시 떠나 있던 두 달가량 A씨는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A씨는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김씨가 만나는 남자가 대기업을 다니며 돈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그 남자가 딸을 예뻐한다는 소식도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가 그 남자를 아빠로 알고 살아간다면 저는 너무 슬프겠지만 저처럼 무능력한 아빠보단 그 남자가 아이를 더 잘 먹이고 좋은 옷을 사 입힐 수 있겠지 싶었다”고 했다. 그는 “김씨는 제가 딸을 한번 보러 가겠다고 해도 답이 없었다. 이듬해 겨우 한두번 보러 갈 수 있었다”면서 “장인·장모가 돌봐주고 현 남편이 아껴줘 저 없이도 잘 지낸다는데 더 이상 제 자리는 없는 것 같았다”며 당시 심경을 밝혔다. A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본 뒤에야 당시 아이를 아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A씨는 “아이가 악취 나는 집에서 이불에 똥오줌을 싸며 고픈 배를 잡고 혼자 쓰러져 있었을 것을 생각하면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다”며 심적 고통을 표현했다. 그는 “그러다 김씨의 배가 점점 불러왔다고 해 시기를 계산해보니 집에서 제가 나가기도 전에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얼마나 그 남자 애를 갖고 싶었으면 수십 개의 임신테스트기를 사서 매일 임신을 체크했을까. 그렇게 갖고 싶던 애가 들어서고 배가 불러오니 제 딸아이는 점점 눈밖에 났나보다”라며 분노했다. 이어 “지난해 8월 그나마 평일 낮에라도 집에 가서 딸을 챙기는 것도 귀찮아진 김씨는 어느 날부턴가 빵 몇 조각과 우유 몇 개를 던져 놓고 다시는 그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다”면서 “새 아이를 곧 만나게 될 테니 현 아이는 보기 싫어진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그는 “며칠이 지나고 김씨는 딸이 굶어죽을 거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며 “비가 내리고 찌는 듯 더운 날이 지나갔던 8월, 먹을 것도 없고 옷에 똥오줌 묻혀가며 쓰레기더미에 기대 지쳐갔을 아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미칠 것만 같다. 저는 왜 아이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을까”라고 토로했다. 이어 “김씨는 희대의 악마이고 살인마”라며 “어떻게 새 남자와 신혼처럼 밤을 보내기 위해 그 꽃잎보다 고운 아이를 수백일 동안 혼자 내버려둘 수가 있나.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가 있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힘을 모아달라. 김씨가 살인에 응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재판부를 압박해달라”면서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온 귀 접힌 아이가 어딘가 살아있다면 찾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살인 및 아동복지법·아동수당법·영유아보육법 등 4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는 지난 9일 열린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당초 김씨는 숨진 아이의 친모로 알려졌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대검찰청의 유전자 검사 결과 자매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아이의 친모는 김씨의 어머니인 석모(48)씨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필립공 떠나보낸 찰스 英 왕세자 “디어 파파, 70년간 놀랍도록 헌신”

    필립공 떠나보낸 찰스 英 왕세자 “디어 파파, 70년간 놀랍도록 헌신”

    “‘사랑하는 아빠’(Dear papa)는 매우 특별한 분이었다. 우리 가족은 모든 것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 영국 왕위 계승 서열 1위 찰스 왕세자가 10일(현지시간) 전날 세상을 떠난 아버지 필립공을 기리는 추모 물결에 왕실을 대표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남색 양복을 입고 검은색 넥타이를 맨 찰스 왕세자는 하이그로브 저택 앞에서 촬영한 1분 30초짜리 영상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아버지는 지난 70년 동안 여왕, 가족, 국가 그리고 영연방 전체에 놀라울 만큼 헌신적으로 봉사했다. 그는 많은 사랑과 인정을 받은 인물이었다”며 “가족과 나는 아버지를 몹시 그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왕실 안팎에서는 100번째 생일을 두 달 앞두고 눈을 감은 필립공을 애도하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남편을 떠나보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이날 “내 삶에서 큰 공허함을 느낀다”고 했고, 차남 앤드루 왕자는 “우리는 국가의 할아버지를 잃었다.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슬퍼할 어머니에게 힘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앞서 9일 오전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BBC는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국가를 틀었고, 런던 중심가 피커딜리서커스의 대형 전광판에는 필립공의 사진이 24시간 걸렸다. 군은 런던,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웨일스 카디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와 해상에서 1분 간격으로 예포 41발을 발사하며 추모했고, 영국 정부는 장례식 다음날까지 조기를 게양하기로 했다. 장례식은 오는 17일 잉글랜드 버크셔주의 윈저성 세인트 조지 예배당에서 거행된다. 국장이 아닌 왕실장으로 치러지는 식은 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로 가족만 모이는 등 비교적 조촐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정부 지침에 따라 30명만 참석할 수 있고, 참석자 명단은 15일 공개된다. 보리스 존슨 총리도 왕실을 배려해 필립공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일반인 참배를 위해 유해를 공개하는 행사도 없다. 왕실에서 독립해 미국으로 떠난 뒤 지난달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왕실의 인종차별 의혹을 폭로하며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 온 손자 해리 왕자는 참석 의사를 밝혔다. 아내인 메건 마클은 임신 중이라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1947년 결혼한 필립공은 슬하에 찰스 왕세자를 포함해 자녀 4명과 윌리엄·해리 왕자 등 손주 8명, 증손주 10명을 뒀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부고]

    ●김희로(부산시민단체협의회 상임공동대표)씨 별세 곽은영씨 남편상 김원석(양산성당 주임신부)·원명(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씨 부친상 9일 부산성모병원, 장례미사 남천성당 12일 10시 (051)933-7480 ●두효순씨 별세 임대흥씨 부인상 임아영(경향신문 경제부 차장)·영주(광명 운산고 교사)씨 모친상 황경상(경향신문 콘텐츠전략팀장)씨 장모상 김민정씨 시모상 9일 이대서울병원, 발인 13일 오전 6시 30분 (02)6986-4457 ●엄주동(금융감독원 대구경북지원장)씨 별세 엄슬기(울산시 보건환경연구원)·윤정(서영이엔티)씨 부친상 11일 경북대병원, 발인 13일 오전 6시 (053)200-6464
  • “아빠 성 따라야 ‘정상가족’인가요? 비정상적 사회에 물음표 던진 것”

    “아빠 성 따라야 ‘정상가족’인가요? 비정상적 사회에 물음표 던진 것”

    헌재 본안 심사로 넘겨 사회변화 체감구시대적 관습 ‘정상가족 프레임‘ 타파‘부성 우선주의’ 폐지가 정상화 첫걸음 핏줄에 기초한 가족개념 성차별 방치혼인신고 때 자녀 성 결정하는 건 모순스웨덴 등 유럽은 부모 성 중 자유선택“우리 사회는 아버지와 어머니, 자식이 있는 가족의 형태를 법과 제도를 통해 ‘정상 가족’이라는 프레임으로 설정하고 있죠. 이는 미혼모·미혼부 가족을 ‘비정상 가족’으로 내몰고, 심지어 가족이 되고 싶어도 국가가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 동성부부 문제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가 목소리를 낸 궁극적인 목표는 구시대적 관습에 근거한 정상 가족 프레임을 해체하는 것입니다.”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1990년대생 이설아(27)·장동현(30)씨 부부가 마이크를 잡았다. 결혼식은 다음달 30일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할 예정이지만 결혼식에 앞서 지난해 12월 구청에서 혼인신고부터 먼저 하면서 법적 부부가 됐다. 그러나 이들은 혼인신고 과정에서 접한 제도의 부당함에 결국 헌재를 찾았고, 결혼 자금까지 털어 ‘부성(父姓) 우선주의’를 명시한 민법 제781조의 위헌 확인을 요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서울신문은 지난 8일 부부를 다시 만나 직접 목소리를 내게 된 배경과 이들이 꿈꾸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결혼 비용으로 헌법소원 낸 90년대생 부부 “이틀 전에 변호사님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우리 사건이 헌재 본안 심사로 넘어갔다고요. 사실 우리 부부와 변호사님도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설마 이게 본안으로 가겠어? 각하하겠지만 그래도 화두라도 던져 보자’면서 시작했거든요.” 남편 장씨는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기자회견 이후 헌법소원 청구사건 진행 상황을 전했다. 해당 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또 이런 내용을 기자회견까지 열어 밝혔음에도 애초 헌재가 부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이라는 기대는 없었다는 게 장씨의 설명이다. 장씨는 “헌재 재판관들이 이미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민법 781조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해 줄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정치권을 향해 입법을 촉구하기 위해 헌재를 찾은 것”이라면서 “헌재가 본안 사건으로 심사하기로 한 것만으로도 이미 우리 사회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체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5년 전문이 개정된 현행 민법 781조는 ‘자(子)는 부(父)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규정한 뒤, ‘부모가 혼인신고 시 모(母)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예외적 조항을 두고 있다. 예외 조항은 그해 헌재가 기존 민법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추가됐다. 하지만 장씨 부부는 이마저도 ‘혼인과 가족생활은 양성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고,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명시한 헌법 제36조 1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아내 이씨는 “자녀의 출생신고도 아닌 부부의 혼인신고 때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자녀의 성을 결정해야 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데, 이마저도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게 디폴트값(기본값)으로 되어 있고, 어머니의 성을 따르려면 별도의 협의서까지 작성해 구청에 내야 한다”면서 “미래의 자녀가 부모 중 누구의 성을 따를 것이냐는 문제에 앞서 사회적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통념에 반대되는 결정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자녀에게 제 성을 물려주는 방안을 남편에게 제안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아내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하면서 결혼식을 위해 모아둔 자금을 일반적인 결혼식이 아닌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에 써보자는 제안도 더했다. 독서모임에서 이씨를 만난 장씨는 “모임에서 대화를 나누는데 저와 지향점이 비슷하고 대화가 잘 통해 금방 가까워지게 됐다”면서 “결혼식도 비싼 돈 들여 식장을 빌려서 진행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 돈의 일부로 변호사를 선임해 같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분야를 위해 쓰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사건을 대리해 진행해 줄 변호사 역시 독서모임을 통해 만났고, 부부의 뜻에 공감한 변호사가 ‘비교적 싼 비용’에 수락해 주면서 더욱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기자회견 이후 부부에게는 “역시 너희들답다”라는 주변의 반응과 함께 응원과 지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고 한다. 이들은 “이럴 줄 알았으면 결혼식도 그냥 헌재 앞에서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하며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한국만 강하게 남은 ‘부계 중심 문화 제도’ 이씨 부부의 문제의식처럼 해외의 사례로 눈을 돌려 보면 한국만 유독 부계 중심 문화가 사회 제도에 여전히 남이 있음이 확인된다. 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에서는 자녀의 이름을 정할 때 부모 성 중 하나를 자유롭게 택할 수 있다. 자매에게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을 번갈아 부여하기도 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19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스웨덴 출신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가족도 이에 해당한다. 그레타는 아버지 스반테 툰베리의 성을 따르고, 그의 동생 베에타 에르만은 어머니 말레나 에르만의 성을 따르고 있다. 한국과 같은 유교 문화권인 중국과 일본도 한국보다는 자유롭게 자녀의 성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이와 관련해 헌재의 사건 심리와 별도로 국회에 계류 중인 ‘부성주의 폐지’ 법안 통과 여론전도 병행할 생각이다. 이씨는 “이미 국회에는 민법 781조의 부성 우선주의 원칙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지난해 8월 발의됐고, 그해 10월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차별 없이 성·본 쓰기 2법’을 발의했음에도 ‘시급한 민생법안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논의 자체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다양한 정의와 세대 규정을 쏟아내고 있는 ‘90년대생 부부’에게 세대론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20대 초반에 기성 정당 정치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이씨는 “기성 정치권과 언론의 관점으로 20~30대를 분석하고, 복잡다단해진 개인의 특성을 특정 성향으로 묶어 평가하는 일반화는 자칫 ‘20대 남성의 보수화’와 ‘20대 여성의 진보화’와 같은 왜곡된 성 대결 구도를 만들게 된다”고 경계했다. ●2030을 특정 성향으로 묶어 성대결 우려 장씨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누군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좌파냐 우파냐’, ‘운동권이냐 아니냐’ 등 너무 극명하고 단순한 프레임만 적용해 온 게 아닌가”라면서 “지금은 관점 자체가 완전히 변했다. 30대 남성이더라도 저처럼 스타트업 업계 종사자가 정치권에 바라는 정책과 대기업 사원이 바라는 정책은 다를 수밖에 없다. 정책과 제도 수요자의 관점은 급속하게 변해 가는데 공급자의 관점만 한 군데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장씨는 또 “소위 M·Z세대에 대한 많은 분석이 있지만 저는 ‘가치소비’라는 개념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자본주의 영역과 사회적 가치의 영역은 분리된 개념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이 세대들에서는 자신의 소비활동을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 분야와 방향에 맞게 하려는 행동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인디 문화·예술인을 후원하는 형식의 소셜플랫폼을 창업한 장씨는 가치소비를 위한 소셜플랫폼 창업도 구상하고 있다. 부부는 인터뷰 말미에 다시 한번 ‘정상 가족 프레임 타파’를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 법률과 제도에 남아 있는 ‘부성 우선주의’ 폐지가 정상 가족의 개념을 깨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씨는 “아버지나 어머니나 누군가의 성씨를 기준으로 하나의 가족을 개념화한다는 게 무의미한 시대가 됐다”면서 “누구누구 집안 사람, 이른바 핏줄에 기초한 폐쇄된 가족의 개념이 가정 내 성차별이나 폭력의 대물림 등을 방치해 온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자녀를 실제 양육하지도 않았고 사실상 가족이 아닌 사람이 민법상으로만 ‘출산한 어머니’라는 이유로 유산 일부를 가로채는 유명 연예인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이제는 단순히 법과 제도가 규정하는 가족, 특히 혈연주의에서 발생하는 부당함을 말할 수 있는 시대”라면서 “한 개인이 누군가의 성을 따라야 한다는 고정관념부터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반말하지 마세요” 편의점 종업원에 빵 집어던진 40대들

    “반말하지 마세요” 편의점 종업원에 빵 집어던진 40대들

    거듭된 반말에 항의하는 편의점 종업원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들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정성완 부장판사는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5)씨와 B(44)씨에게 각각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에서 물건을 계산하며 종업원 C(26)씨에게 “담아”라고 말했다. 이에 C씨가 “봉투가 필요하신가요?”라고 묻자 A씨는 “그럼 들고 가냐”며 다시 반말로 핀잔을 줬다. C씨는 A씨의 거듭된 반말에 “봉투가 필요하면 드리겠으니 반말은 하지 말아 달라”고 항의했고, 이에 격분한 A씨는 C씨를 계산대 밖으로 불러낸 뒤 욕설을 하며 계산 중이던 빵을 집어 C씨 얼굴에 던지는 등 행패를 부렸다. 이들의 소란은 A씨의 아내가 C씨에게 “반말할 수도 있지 않으냐”고 남편을 거들면서 더욱 커졌다. A씨 부부와 종업원 C씨의 언쟁을 지켜보던 A씨의 친구 B씨는 손바닥으로 C씨의 얼굴을 수차례 때리며 편의점 난동에 가담했다.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동종 범죄로 여러 차례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범행을 시인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등 사정을 종합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가정폭력 30대 체포 도중 심정지로 숨져…경찰 수사

    가정폭력으로 신고가 접수된 30대 남성이 체포 과정에서 저항을 하다가 돌연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원인 조사에 나섰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10분께쯤 수원시 팔달구 A(30대)씨의 아파트에서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는데 도와달라. 옆집에서 소음 신고한 것처럼 해서 출동해달라”는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술 취한 남편이 집기를 부수고 폭력을 행사한다는 내용의 신고였다.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결과 신고자는 A씨의 아내 B씨였다. 술에 취한 A씨가 집안 집기를 부수고 B씨 얼굴에 담뱃갑을 던지는 등 폭행했다며 A씨 몰래 112에 신고를 한 상황이었다. 경찰이 출동한 이후에도 A씨는 “왜 경찰이 끼어드느냐”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의 요청에 따라 경찰이 B씨와 아이를 보호시설로 분리 조치하려 하자 경찰관을 향해 집 안에 있던 화분을 집어 던지는 등 난동을 이어갔다. 이에 경찰은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적용, 저항하는 A씨의 팔을 뒤로 잡아 제압한 뒤 수갑을 채워 현행범 체포했다. 그런데 체포 직후 A씨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호흡을 하지 못하는 등 이상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경찰은 곧바로 119에 신고하고 구급대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A씨에게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오전 7시쯤 숨졌다. 검시 결과 A씨가 사망에 이를만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B씨를 통해 A씨가 평소 혈압약과 고지혈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사망에 이를만한 기저질환이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체포 과정의 적절성 여부는 경기남부경찰청 청문 감사실에서 맡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여왕 곁을 74년 지킨 필립공 별세에 “꽃 바치러 오지 말아달라”

    여왕 곁을 74년 지킨 필립공 별세에 “꽃 바치러 오지 말아달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남편 필립 공이 100세 생일을 두 달 정도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버킹엄궁에 몰려들고 있다. 여느 때 같으면 여왕의 곁을 73년 넘게 지킨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한 헌화 물결을 마다하지 않을텐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이라 버킹엄궁은 특별히 헌화를 사양하며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발표했다. 에든버러 공작인 필립 공이 9일(현지시간) 오전 사망했다는 소식이 정오쯤 알려지자 BBC는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국가를 틀었다. ITV도 오후 방송 일정을 모두 변경했다. 곧 버킹엄궁 밖에는 공식 발표문을 보려는 사람들이 줄을 짓기 시작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영국 왕실은 전통에 따라 버킹엄궁 문에 발표문을 붙여놓는다. 버킹엄궁에는 조기가 내걸렸고 사람들이 헌화하며 슬픔을 표했다. 왕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을까봐 발표문을 떼어내야 했다. 정부는 모이지 말라고 공식 권고문을 발표했고 말을 탄 경찰들은 버킹엄궁과 고인이 영면한 윈저궁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이지 않도록 경계했다. 런던 핌리코에서 자전거를 타고 꽃과 “편히 쉬세요”라고 적힌 메모를 두러 왔다는 리아 바르마는 BBC에 “우리나라에 큰 변화가 시작되는 것 같다. 필립 공 없이는 여왕이 더 다스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참고로 왕위 계승 서열은 부부의 맏아들 찰스(73) 왕세자가 1순위, 그의 맏아들 윌리엄(39) 왕자가 2순위, 그의 맏아들 조지(8) 왕자 순이다. 장례식도 예년에 견줘 아주 작은 규모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소탈한 성품이었던 필립 공은 조문객을 800명 정도로 추려놓고 있었는데 코로나19 방역 수칙은 30명 이상 모이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 왕실의 권위를 따질 때 수칙대로 하긴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800명을 고수하긴 어려워 왕실의 고민이 상당할 것 같다. 지난해 왕실과 결별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손자인 해리(37) 왕자가 귀국 채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의 아내 메간 마클은 출산을 앞둬 동행 여부가 불확실하다. 왕실의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해리 왕자는 할아버지와 아주 가까워 다른 이들과 서먹한 모습이 연출되더라도 장례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관측이다. 영국 정치권은 여야 구분 없이 한 목소리로 애도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여왕의 곁을 지킨 필립 공을 치하하면서 “비범한 삶을 살았다”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영국은 비범한 공복을 잃었다”며 “그는 2차 세계대전 때는 영국 해군으로서, 이후엔 에든버러 공작으로서 나라에 일생을 헌신했다”고 말했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수반도 “여왕과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보낸다”고 했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필립공이 여왕을 오랜 세월 놀랍고 꾸준하게 지지한 것으로 인정받아야 하지만 선견지명과 의지와 용기를 가진 사람으로서도 기억돼야 한다고 말했다.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도 필립 공을 만날 때면 인생을 즐기는 모습과 모든 배경과 계층의 사람들과도 소통하는 능력에 늘 놀랐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에서도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호주, 인도, 몰타 등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국가들이 주축을 이룬 영연방 회원국과 한때 한지붕 아래 살았던 유럽연합(EU)에서 애도의 메시지가 잇달았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우리가 다시는 볼 수 없을 세대를 구현”한 필립 공의 업적을 치켜세우며 “영연방 가족은 필립공을 잃은 슬픔과 그의 삶에 감사를 함께한다”고 말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뛰어난 군 복무 경력을 갖고 있으며 지역사회를 위해 선봉에 섰던 공의 영혼이 “평화롭게 잠들길 바란다”고 밝혔다. 로버트 아벨라 몰타 총리는 해군으로 복무했던 몰타를 고향으로 여기며 자주 찾았던 필립 공의 별세를 안타까워하며 “우리 국민은 항상 그를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매우 슬픈 날”이라며 “여왕 폐하와 왕실, 영국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조의를 표하고 싶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부 장관은 “조국을 위해 오래 봉사한” 필립 공의 빈 자리를 슬퍼하며 “왕실과 영연방 국민, 그리고 그를 끔찍이 사랑한 모든 사람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적었다. 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은 필립 공을 “오랫동안 우리 가족의 훌륭한 친구였다”고 기억하며 “조국을 향한 그의 봉사는 우리 모두에게 영감이 될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필립 공은 영국을 위엄있게 대표하며 군주에게 무한한 힘과 지지를 가져다줬다”며 “놀라운 삶”을 살다가 생을 마감한 공에게 경의를 표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여왕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겠다” 필립공의 70년 외조(종합)

    “여왕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겠다” 필립공의 70년 외조(종합)

    70여년간 여왕의 남편으로 살았던 필립공(에딘버러 공작)이 9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버킹엄궁은 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필립공이 이날 아침 윈저성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떴다고 밝혔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오는 6월 100세가 될 예정이었던 필립공은 지난해부터 윈저성에서 여왕과 함께 지내다 최근 감염증 치료를 위해 입원 후 심장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찰스 왕세자, 앤드루 왕자, 에드워드 왕자, 앤 공주 등 자녀 4명, 윌리엄 왕세손 등 손주 8명에 여러 증손주를 뒀다.● 서열 1위 공주와 만난 몰락한 왕손 필립공은 1921년 6월 10일 그리스 코르푸섬에서 그리스 앤드류 왕자의 늦둥이 외아들로 태어나 그리스와 덴마크 양국에서 모두 왕위 승계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큰 아버지가 군부에 그리스 왕좌를 빼앗기고 필립공의 가족도 영국 해군의 도움으로 겨우 탈출하게 됐다. 필립공은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 학교를 다니다 영국으로 옮겨 외가 친척들과 함께 지냈다.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어머니는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거의 만나지 못했고 아버지는 모나코로, 누나들은 모두 독일인과 결혼을 해서 떠났다. 필립공은 다시 독일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또 스코틀랜드의 기숙학교로 가는 등 불안정한 생활을 계속했다. 그 와중에 독일에 있던 누나와 조카가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여왕과 필립공의 사랑은 1939년 7월 다트머스 왕립해군학교에서 시작됐다. 아버지 조지 6세를 따라온 13세 공주는 잘생기고 활기찬 18세 필립공에게 반했다. 필립공은 졸업 후 영국 해군에 입대했지만 편지를 주고 받으며 애정을 키웠고 8년 만인 1947년 11월 20일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을 위해 그리스와 덴마크 왕위계승권을 포기했고 영국인으로 귀화했으며 성을 영국식으로 ‘마운트배튼’으로 바꾸고 성공회로 개종했다. 조지 6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1952년 2월 6일 엘리자베스 2세가 여왕에 즉위하면서 왕의 사위였던 필립공은 신분이 바뀌었다. 찰스 왕세자가 다이애나비와 결별하는 등 자녀들이 이혼하거나 구설에 휘말리고, 손자인 해리 왕자는 왕실을 뛰쳐나가는 등 바람 멎는 날이 없었지만 여왕 부부는 큰 분란 없이 지내왔다.● 은퇴까지 여왕 따라다닌 ‘외조의 왕’ 1997년 결혼 50주년 금혼식에서 필립공은 “내가 할 일은 첫째도, 둘째도, 그리고 마지막도 결코 여왕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필립공은 2017년 은퇴하기까지 여왕의 공식 행사를 따라 다니고 수백개 자선단체를 지원하며 외조에 힘썼다. 1999년 여왕 국빈 방한 때도 동행했고, 다이애나비 사망 때 어린 손자들을 보호하고 장례식 행렬에서 손자들과 함께 걸어주었다. 자신의 작위를 딴 ‘에딘버러 공작상’이라는 청소년 프로그램을 만들어 세계 100여개 나라에서 운영 중이고 환경운동에도 나섰다. 스포츠맨으로 유명한 그는 폴로 등 말을 타며 하는 운동을 즐겼고 항공기 조종 실력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97세에 운전을 하다가 전복사고가 나기도 했다.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속보] “평화롭게 떠났다” 엘리자베스 여왕 남편 별세

    [속보] “평화롭게 떠났다” 엘리자베스 여왕 남편 별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남편 필립공이 99세로 별세했다. 버킹엄궁은 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필립공이 이날 아침 윈저성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떴다고 밝혔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필립공은 최근 병원에 입원해서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구미 3세 여아 언니 “檢 공소사실 모두 인정” (종합)

    구미 3세 여아 언니 “檢 공소사실 모두 인정” (종합)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 피해 아이의 엄마로 알려졌다가 유전자 검사 결과 언니로 밝혀진 김모(22)씨가 검찰의 공소 사실에 대해 모두 인정했다. 사망 여아 언니 “모든 공소사실 인정” 9일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합의부 이윤호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첫 재판에서 김씨는 “여아 방치와 아동양육수당 부정 수령 등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20분쯤 경북 상주교도소에서 김천지원으로 호송된 김씨는 수의복을 입고 포승줄에 묶인채 버스에서 내렸다. 김씨는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은 채 법원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검찰 측이 “자신의 보호를 받는 피해자를 방임했고 음식물을 제공하지 않으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걸 알면서도 원룸에 홀로 내버려둬 기아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고도 아동양육수당 100만원을 부당하게 지급받았다”는 요지의 공소 사실에 대해 김씨는 “모두 인정한다”고 답했다. 이날 김씨 변호인 측은 정상참작을 위해 가족 탄원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으며, 검찰은 재범 위험성을 판단하기 위해 김씨에 대해 전자장치 부착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검찰 측은 “지난달 7일쯤 전자장치 부착을 위한 정신감정을 의뢰했는데 오는 23일쯤 의뢰서가 회신된다”고 말했다. 김씨에 대한 2차 공판은 오는 5월7일 오후 3시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숨진 여아 친모 남편, 경찰 수사 등에 강한 불신 이날 재판을 방청한 김씨의 아버지인 김모씨(60)는 경찰 수사 등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아버지 김씨는 “제 아내(유전자 검사 결과 김씨 모친이자 숨진 여아의 친모로 밝혀진 인물 석씨)는 애를 하나 밖에 낳지 않았는데, 경찰이 자꾸 DNA 검사다 뭐다 해서 애를 둘로 만들었지 않았느냐”며 경찰 수사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취재진이 “숨진 아이가 딸 김씨의 아이가 맞냐”고 묻자, 그는 “맞다. 나와 계속 살았는데 애를 낳았다면 내가 모를리 있겠느냐”고 말하며 “경찰이 아이를 두명으로 만들어 지금 그걸 찾겠다고 난리치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재판 후 취재진을 만난 김씨 측 변호사는 “숨진 아이를 방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것에 대해 피고인이 시인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애초에 살해의 의도를 가지고 그런 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숨진 여아 친모 “출산한 적 없다” 부인 앞서 지난 2월 10일 구미의 한 빌라에서 숨진 아이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이후 아이를 양육하던 살인 등의 혐의로 김씨를 구속, 검찰에 송치했다. 또한 경찰은 숨진 아이와 가족들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석씨(49)가 ‘친모’이고, ‘엄마’로 알려졌던 김씨가 ‘언니’임을 밝혀냈다. 경찰은 석씨가 자신이 낳은 아이를 딸 김씨가 낳은 아이와 바꿔치기한 것으로 보고 석씨를 미성년자 약취 유인 등의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그동안 석씨는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 유전자 검사 결과를 부인하며 검찰이 기소한 후에도 계속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세계 최초” 코로나 후유증 日여성, 남편·아들 폐 이식받았다

    “세계 최초” 코로나 후유증 日여성, 남편·아들 폐 이식받았다

    “코로나 환자에 생체 폐 이식 수술”순조롭게 회복하면 두달 후 퇴원“새로운 치료법·대상자 제한적” 일본에서 코로나19로 폐가 손상된 환자가 폐 이식 수술을 받았다고 아사히신문이 9일 보도했다.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폐 이식 수술을 받은 것은 세계 최초다. 일본 교토대 병원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양쪽 폐 기능을 거의 상실한 여성에게 남편과 아들이 기증한 폐의 일부를 이식하는 생체 수술을 전날 실시했다고 8일 발표했다. 이 여성은 순조롭게 회복하면 2개월 후에는 퇴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들이 제공한 오른쪽 폐 일부와 남편이 제공한 왼쪽 폐의 일부가 여성의 오른쪽 폐와 왼쪽 폐로서 각각 이식됐다. 이 여성은 작년 말 코로나19에 감염됐으며 호흡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해 인공심폐장치(에크모·ECMO)를 이용한 관리를 받았다. 여성은 코로나19로 인한 폐렴 후유증으로 양쪽 폐가 딱딱해지고 작아져 거의 기능하지 못하게 됐고, 3개월 이상 에크모에 의존해 목숨을 부지했다. 코로나19는 유전자 증폭(PCR) 검사에서는 음성으로 판정됐으나 폐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워 폐 이식이 없으면 목숨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뇌사자 폐 이식은 800일 넘게 기다려야 해서 실현이 불가능했지만, 남편과 아들이 자신의 폐 일부를 기증하겠다고 말했다. 수술은 호흡기 외과, 심혈관 외과, 마취과 등의 전문 의료진 약 30명이 협력한 가운데 10시간 57분에 걸쳐 실시됐다. 이 여성은 8일 현재 집중치료실에서 회복 중이다. 순조롭게 회복하면 2개월이 지나서 퇴원하고, 3개월 후에는 사회 복귀가 가능할 것이라고 병원 측은 전망했다.폐 기증한 남편과 아들, 모두 양호한 상태 폐를 기증한 남편과 아들의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술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폐 기능에 문제가 생긴 환자에 대한 세계 최초의 생체 폐 이식 수술이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후유증을 앓는 환자에 대해 폐 이식이 시행된 사례가 20∼40건에 달하지만 모두 뇌사자의 폐를 이식한 것이었다. 교토대병원은 생체 폐 이식이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중태에 빠진 환자에게 희망을 주는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폐 이외의 장기 기능에 문제가 없는 65세 미만 환자가 생체 폐 이식 대상이라고 병원은 밝혔다. 또 병원 측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에크모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 다수가 기초 질환이 있거나 폐 이외의 장기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 대상자 수는 제한된다고 덧붙였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연극 ‘완벽한 타인’ 캐스팅 공개…유연·장희진·양경원·박은석·이시언 등

    연극 ‘완벽한 타인’ 캐스팅 공개…유연·장희진·양경원·박은석·이시언 등

    다음달 18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하는 연극 ‘완벽한 타인’ 캐스팅이 공개됐다. 제작사 쇼노트는 ‘완벽한 타인’에 유연, 장희진, 양경원, 박은석 등이 출연한다고 9일 밝혔다. ‘완벽한 타인’은 이탈리아 출신 파올로 제네베제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영화는 이탈리아 박스오피스 흥행과 다비드 디 도나텔로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개봉 3년 만에 18개국에서 리메이크되어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영화’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2018년 영화 ‘완벽한 타인’으로 리메이크 개봉해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연극 무대로 옮겨지는 ‘완벽한 타인’은 주인공 7명이 함께 저녁식사를 즐기던 중 휴대전화 속 내용을 서로에게 모두 공유하는 게임으로 시작된다. 주인공들의 치밀한 심리전과 게임을 통해 하나씩 드러나는 비밀, 에측할 수 없는 전개가 무대 위 배우들의 생생하고 밀도감 있는 연기로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연극과 뮤지컬은 물론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며 개성을 선보인 배우들이 대거 무대에 오르며 깊은 연기로 더욱 더 긴장감 넘치는 심리전을 펼쳐낸다. 극 중 정신과 의사이자 딸 소피아와 갈등을 가진 아내 에바는 유연과 장희진이, 에바의 남편이자 성형외과 의사인 로코는 양경원과 박은석이 맡았고, 보수적인 남편과 시어머니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부 까를로타를 유지연과 정연이 연기한다. 까를로타의 남편이자 친구 페페와 심리전을 벌이는 변호사 렐레는 김재범, 박정복이 맡았다. 남편 코지모를 전적으로 믿고 사랑하는 아내 비앙카는 박소진과 임세미가, 친구들 앞에서도 비앙카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남편 코지모는 이시언과 성두섭이 연기한다. 이혼해서 혼자 살고 있지만 친구들에게 연인을 소개하지 않는 페페는 김설진과 임철수가 재치있는 연기로 반전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로코와 에바의 딸로 방황하는 시기를 겪는 소피아는 김채윤이 원 캐스트로 출연한다. 연극 ‘완벽한 타인’은 다음달 18일부터 8월 1일까지 공연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부고] 박희중씨 부친상, 이헌승씨 부인상, 이성재씨 장인상

    ■ 박희중(광주매일신문 문화체육부장)씨 부친상 △ 박광하씨 별세, 이춘씨 남편상, 박희중(광주매일신문 문화체육부장)·박요현·박희두씨 부친상, 8일 오후 11시, 화순 전남대병원 장례식장 1분향소, 발인 10일 오전 11시30분. 061-379-7434 ■ 이헌승(국민의힘 국회의원)씨 부인상 △ 김소라씨 별세, 이헌승(국민의힘 국회의원)씨 부인상, 8일, 서울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 하늘31호실, 발인 10일 오전. 02-2258-5940 ■ 이성재(현대해상화재보험 대표이사)씨 장인상 △ 최용철씨 별세, 최익규·최재희씨 부친상, 이성재(현대해상화재보험 대표이사)씨 장인상, 8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3호실, 발인 10일, 장지 국립괴산호국원. 02-3010-2000
  • 이혼했다며 스리랑카 미인대회 우승자 왕관 빼앗은 지난 우승자 체포

    이혼했다며 스리랑카 미인대회 우승자 왕관 빼앗은 지난 우승자 체포

    스리랑카 경찰이 미인선발대회 도중 우승자의 이혼 전력을 문제 삼아 왕관을 빼앗은 지난 대회 우승자를 8일(이하 현지시간) 체포했다가 풀어줬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지난 4일 밤 콜롬보의 한 극장에서 ‘미시즈 스리랑카 2020’ 대회 시상식 도중 우승자로 발표된 푸시피카 드 실바의 머리 위에 있던 왕관을 빼앗아 준우승자에게 제멋대로 넘긴 2019년 대회 우승자 캐롤린 주리가 왕관을 벗기는 것을 도와준 다른 모델 출라 파드멘드라와 함께 체포됐다. 경찰 대변인 아지스 로하나는 상해와 범죄 의도가 명백해 체포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이날 시나몬 가든스 경찰서에 출두해 체포된 뒤 보석으로 풀려나 오는 19일 콜롬보 행정법원에 출두할 예정이다. 당시 전국에 시상식이 생중계됐고 문제의 동영상은 지난 6일 BBC 등이 알려 세계인의 비웃음을 샀다. 주리는 드 실바의 왕관을 빼앗더니 “대회 규정에는 결혼했다가 이혼한 여성은 출전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그래서 난 왕관을 준우승자에게 넘기겠다”고 현직 총리의 부인을 비롯한 청중들에게 알렸다. 그러자 드 실바가 눈물을 글썽이며 퇴장했고, 그녀는 나중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머리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드 실바는 “이해할 수도 없고 모략적인” 대우를 받았다며 법적 조치를 밟겠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을 통해 “스리랑카에서는 나처럼 고통받는 수많은 싱글맘들이 있다. 왕관을 홀로 아이들을 기르느라 힘들어하는 싱글맘들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중에 남편과 별거 중이지만 이혼하지는 않아 대회 출전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대회를 개최한 챈디말 자야싱게는 6일 드 실바에게 왕관을 돌려줬으며 주리가 공개 사과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캐롤린 주리가 무대에서 추태를 부려 실망스럽다. 주최측은 이미 이 사안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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