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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rld 특파원 블로그] 기관지도 엇갈린 ‘애국주의 사상투쟁’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그 자매지인 환구시보가 애국주의 논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 17일 허베이성 KFC 매장에서 벌어진 시위가 발단이 됐다. 시민 수십명이 KFC 매장 입구를 봉쇄한 채 ‘미국·일본·한국·필리핀을 배척하자’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불매운동을 벌였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지난 8일 남중국해 영유권 재판에서 중국에 완패를 안긴 이후 자칭 애국주의자들이 처음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들의 행동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자 관영 신화통신이 19일 사설을 통해 “KFC에서 음식을 사 먹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은 자해에 가까운 비이성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환구시보는 이날 논평을 통해 “KFC 시위가 옳은 방식은 아니지만, 인민의 영토주권 수호 주장은 정당하다”고 되받아쳤다. 관영언론 간 논조가 엇갈리자 ‘맏형’ 격인 인민일보가 20일 “KFC 불매운동은 어리석은 애국”이라며 신화의 손을 들어줬다. 인민일보는 “다른 사람의 합법적 권익을 보장하지 않은 채 자기 권리만 주장하는 선동행위는 동포 간 투쟁으로 변질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인민일보는 2012년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조치 당시 자국민이 일제 자동차를 부순 사건을 상기시켰다. 환구시보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이들은 과거 발생한 차량 파손을 예로 들며 애국주의를 비웃고 있지만, 지금 중국 인민들은 진중하고 이성적으로 애국주의를 실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민일보를 겨냥한 논설이었다. 결국 이 논평은 지난 20일 오후 인터넷에서 삭제됐다. 관영매체 논평이 삭제된 것은 이례적이다. 환구시보는 21일 3차 논평을 냈다. 제목은 ‘애국과 급진적 언행을 확실히 분리하자’였다. 제목만 보면 인민일보에 굴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곳곳에 “애국주의에 대한 조소를 경계한다”며 발톱을 세웠다. 애국주의가 맹목적 국수주의로 변질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인민일보, 자발적 애국주의는 중화민족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환구시보. 두 이념지의 사상 투쟁에서 중국 공산당의 고민이 묻어난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中 누리꾼, “위안화가 세서 미안” ’대만에 사과 대회’ 반격

    中 누리꾼, “위안화가 세서 미안” ’대만에 사과 대회’ 반격

    최근 대만 누리꾼들 사이에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킨 ‘중국에 사과하기 대회’에 대한 중국 누리꾼들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중국 누리꾼들은 지난 17일 웨이보를 통해 ‘대만에 사과하기 대회’ 계정을 열고 “10배로 갚아주겠다”며 반격에 나섰다고 환구시보(环球时报)는 전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대만이 국제조직에 참가할 때마다 중국 눈치를 보게 해서 미안해”, “우리는 대만 섬만 원하지, 너희들은 원하지 않아, 미안해”, “대만 독립을 외치지만, 정작 무능력한 너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서 미안해”, “중국 정부가 대만 통신사기범들을 체포해 대만경제에 해를 입혀서 미안해", “대만에서 쓰는 국어와 민난어(闽南语), 번체자까지 모두 중국 것이라서 미안해”라는 등의 글을 연이어 올리고 있다. 앞서 대만의 사회운동가인 왕이카이는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중국에 사과하기 대회’ 계정을 열어, 유명 연예인들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때마다 머리 숙여 사과하는 관행을 꼬집었다. 올들어 일본 배우 미즈하라 키코에서부터 한국 걸그룹 멤버인 쯔위에 이르기 까지 중국인의 심기(?)를 건드린 유명 연예인들이 줄줄이 고개 숙여 중국에 사과했다. 최근에는 대만배우 다이리런이 중국 영화에 주연으로 캐스팅됐다가 중국내 반대여론에 밀려 하차했다. 다이리런이 반중국 성향을 지녔다는 이유였다. 해당 영화사는 “잘못된 사람을 캐스팅한 것을 사과한다”고 발표했고, 다이리런은 “(타이완)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사과했다. 이에 왕이카이는 “대만의 하늘이 맑아서 미안해”라며, 중국의 심각한 대기오염을 비꼬는 글로 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서 대만 누리꾼들은 “민주사회에 태어나 미안해”, “구글은 사용할 줄 아는데, 바이두는 사용할 줄 몰라 미안해”, “아이를 셋 낳아서(중국의 산아정책을 겨냥) 미안해”라고 올렸고, 해외 중국 여행객들의 추태를 비꼬아 “부페 접시에 새우를 가득 채우지 않아서 미안해. 난 다른 사람을 위해서 새우를 남겨 두거든”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최근 남중국해로 유발된 사태에 중국 인민일보가 ‘한 점도 작아질 수 없다’는 사진을 개재하자, 몽골인의 입장에서 “몽골, 한 점도 작아질 수 없다”는 사진을 패러디해 올리기도 했다. 이번 대회가 큰 반향을 불러오자, 왕이카이는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누리꾼들이 “중국에 사과하기 대회’를 사과하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양안간 ‘사과’를 빙자한 상호 비방전이 가열되면서 ‘인터넷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급진주의자들의 과격한 언쟁에 불과하며, 이성적인 소양이 부족하다”며, “'백치전쟁’을 치르고 있는 셈”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진=환구시보(环球时报)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구본영 칼럼] 중국은 통일 도우미일까, 걸림돌일까

    [구본영 칼럼] 중국은 통일 도우미일까, 걸림돌일까

    “잠자는 사자 중국을 깨우지 마라. 세계가 흔들린다.” 유럽을 석권했던 프랑스 나폴레옹 1세의 경고였다. 세계는 지금 잠자던 중화(中華)제국의 기지개에 아연 긴장하고 있다. 중화 패권주의는 얼마 전 남중국해에서 일단 제동이 걸렸다.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의 영유권을 부인하는 판결을 내리면서다. 물론 중국은 재판 결과에 불복을 선언했다. 필리핀·베트남 등 분쟁 중인 국가들로선 뾰족한 해법이 없어 미국만 쳐다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조차 일대일 견제가 버거운 모양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앞장서 인정하는 등 그가 즐기는 농구에서처럼 지역방어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야말로 어느새 팔뚝 힘을 키운 중국의 위세를 실감 중이다. 정부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주한 미군 배치를 결정하자 온 나라가 벌집을 건드린 꼴이다. 찬성론을 펴는 쪽에서 10가지 이유를 말하면 반대론자들도 그만큼의 근거를 댄다. 사드 레이더로 인한 전자파가 문제라고? 괌의 사드 기지에서 2013년부터 근무해 온 미군의 건강에 별 이상이 없는 걸 보면 일단 과도한 걱정으로 보인다. 역시 논란의 핵심은 중국 변수다. 배치에 찬성하는 쪽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순수 방어용임을 강조한다. 사드의 엑스밴드 레이더의 탐지 거리가 최대 800㎞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할 탄도미사일의 궤적은 그 범위 밖이란 게 그 근거다. 그럼에도 반대파들은 실효성 없이 중국만 자극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중국의 뺨을 때린) 사드 배치 결정이 북·중 관계의 강화 방향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라며 지레 켕겨 하는 듯한 관점이 그것이다. 전자는 미·중 패권 경쟁 국면에서 중국의 우려를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다. 중국도 사드 그 자체가 실질적 위협이 아니라는 걸 모를 리 없다. 다만, 한·미가 밀착하는 게 탐탁지 않을 뿐이다. 반면 후자는 남북 관계에 대한 중국의 긍정적 역할을 과대평가하는 격이다. 사드 배치로 중국이 북한의 후견국으로 ‘되돌아간다는’ 시각은 착시란 뜻에서다. 중국이 언제 북한을 포기했나. 중국이 한·일의 핵무장이나 군사력 강화라는 달갑지 않은 상황을 막기 위해 북핵을 반대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한 번도 대북 제재 국면에서 북한으로 열린 뒷문을 완전히 닫은 적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의 따가운 시선을 무릅쓰고 톈안먼 망루에 오르고 4조 3000억원을 들여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했다. 하지만 경북 성주로 사드 배치가 결정된 후 중국의 태도를 보라. 관영 환구시보는 ‘성주군 제재를 준비하고 미사일로 사드를 겨냥하라’는 위협적 사설을 실었다. 아무리 공을 들여도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북·중 관계의 본질이 그대로라면? “외적과 싸우는 데는 등신이지만, 우리끼리 싸우는 데는 귀신”이라고 탄식만 하고 있을 건가. 남중국해와 동아시아에서 미·중의 헤게머니 다툼이 본격화하는 요즘 우리의 갈 길은 분명하다. 통일한국이라는 중견국으로 발돋움하기까지 미국과의 동맹도 강화하고 중국과도 협력하는 ‘연미협중’(聯美協中)이 답이긴 하다. 그러나 통일 과정에서 중국이 우리 편을 들 것이란 희망은 그야말로 짝사랑일는지도 모르겠다. 사드에 대한 중국의 과민 반응이 새삼 그런 심증을 갖게 한다. 고구려를 자국의 지방 정권으로 편입하려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보면서 진작에 일본의 독도 야욕 못잖은 불길함을 감지했어야 했다. 우리의 외교적 역량에 따라 중국은 통일의 걸림돌이 될 수도, 도우미가 될 수도 있다. ‘먼 길을 가려면 부드러운 말(言)과 함께 큰 몽둥이도 들어야 한다.’ 국제정치에서 회자되는 서아프리카 속담이다. 그렇다면 굳이 거친 외교적 언사로 중국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군사주권까지 내려놓고 비위를 맞추면 중국이 우리를 도와줄 것이란 기대도 근거 없는 ‘소망적 사고’에 불과하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북한이 핵·미사일을 포기하거나, 통일이 되면 사드는 한반도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당당히 밝혀야 할 이유다.
  • ‘親北’ 라오스가 의장국인 ARF… 대북제재 공조 시험대

    의장성명에 ‘북핵 포함’ 쟁점 北 리용호 외무상 참석할 듯 2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 의지를 확인하는 시험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및 남중국해를 둘러싼 역내 갈등이 격화된 데다 ‘친북 국가’로 알려진 라오스가 의장국을 맡아 북핵 문제에 관한 강도 높은 의장 성명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외교부 관계자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ARF 의장 성명에 북핵 문제를 포함하는 것을 두고 “올해는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회원국 사이에서는 의장 성명의 1차 초안이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장 성명은 초안 회람 과정에서 회원국들이 내놓은 입장과 ARF 회의 당일 회원국 장관들의 발언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작성된다. 회원국 전체의 입장을 반영하는 합의 시스템이기 때문에 회원국 간 갈등이 첨예한 이슈는 포함되기가 힘들다. 즉 우리나라가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고강도 비난을 의장 성명에 넣으려 해도 북한의 반대 탓에 쉽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올해는 북한에 우호적인 라오스가 의장국을 맡아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성명 문안을 쓰는 게 의장국인데 의장국은 재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현실적으로 있다”면서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ARF에는 북한 리용호 외무상을 비롯, 6자 회담 당사국의 외교장관들이 모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각국 대표가 어떤 형태로 회담을 진행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남북, 북·미 간 대화가 중단된 상황에 리 외무상이 윤병세 외교부 장관 및 미국 존 케리 국무장관과 조우할지도 관심사다. 윤 장관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각국 장관들과 양자 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로 감정이 상한 중국 측과의 회담 개최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어떻게 될지 봐야 한다”면서 “양자회담 추진 여부를 내부적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서울광장] 중국판 쇼비니즘을 경계한다/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중국판 쇼비니즘을 경계한다/오일만 논설위원

    우려했던 일이다. 남중국해 영유권 중재 패소 이후 중국에서 부는 극단적 민족주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 랴오닝성 다롄시 지하철에서는 한 청년이 나이키 운동화를 신었다는 이유로 한간(漢奸·매국노)이란 욕설을 듣고, 탕산시의 한 KFC 점포 앞에선 중국 청년 수십 명이 불매운동에 나선 동영상이 나돌았다. 이런 불매 운동을 비판한 한 주민이 구타당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런 동영상들이 끊임없이 전파되는 곳이 작금의 중국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일제히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하는 글들을 쏟아내고 있다. 해방군보는 “외세가 침략해 오면 반드시 때려 줘야 하고, 그것도 완전히 부숴 놔야 한다”는 마오쩌둥 어록을 인용하는가 하면 중국군 관영 웨이보 싼젠커(三劍客)는 “남중국해 중재 판결 패소는 중화민족에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반(反)외세 분위기 고취가 한창이다. 이런 ‘중국판 쇼비니즘’은 1990년대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中國可以說不)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예견된 일이다. 1999년 나토군의 베오그라드 중국 대사관 오폭 사건이나 2005년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이미 파괴력을 과시했다. 아편전쟁 이후 100여년에 걸친 치욕을 자양분으로 삼아 중국이 세계 중심에 서야 한다는 중화 민족주의가 다시금 위세를 떨치는 중이다. 2016년 중국에서 부는 민족주의 바람은 과거와 달리 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호전적 민족주의를 외치는 세력들의 칼끝은 외세에 머물지 않고 공산당 정권도 삼킬 기세다. 중국 공산당 정권이 조금이라도 타협적 태도를 취하면 난리가 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마저 ‘시겁쟁이’(習軟蛋)라고 조롱한다. 중국의 통치자들은 1989년 톈안먼 사태를 겪으면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로 더이상 중국을 이끌 수 없음을 직감했다. 중국은 이때부터 사회주의 체제를 대신할 중화 민족주의 이론을 정교하게 다듬으면서 국가 통치 수단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죽은 공자를 부활시켜 국학 바람을 일으켰고 중화부흥을 기치로 강한 국가주의적 색채를 가미했다. 정치적으로는 신권위주의, 경제적으로는 자유주의, 문화적으로는 전통주의로 무장한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탄생한 것이다. 체제 결속이라는 정치적 목적에 유용한 수단이 됐지만 거꾸로 공산당 정권마저 거센 민족주의 파고를 통제하기 어려워졌다. 호전적 민족주의의 뿌리는 마오쩌둥에 맥이 닿는다. 중국인들은 미국과 소련에 맞서 당당하게 ‘노’라고 말한 마오를 그리워한다. ‘동풍이 서풍을 제압한다’(東風壓倒西風)는 문화대혁명 당시 슬로건이 지금 중국 곳곳에서 나부끼는 이유다. 대만 문제나 남중국해 분쟁 등 ‘핵심 이익’에 대해 유약한 태도를 보이는 순간 겁쟁이로 낙인찍히는 분위기다. 우리는 안타깝게도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의 배타적 민족주의와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다. 극우적 시각이 강한 환구시보는 최근 중국인 10명 중 9명이 한국 제재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무역 보복을 선동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이 한국을 통해 사드를 배치, 중국을 압박한다는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이에 질세라 한국 내에서도 반중(反中) 감정을 건드리는 정치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전직 국회의원이 사드 배치 찬반 토론 중 “20년 전 11억 중국 거지 떼들이 어디 겁도 없이, 우리 한국에”라고 발언하며 중국을 격렬하게 비난했다. 일부 네티즌들도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강경 대응에 맞불을 놓는 저속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국가 관계라는 것이 원래 냉정한 이성을 잃어버리는 순간 배타적 민족 감정이란 어두운 늪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우리는 군사 주권과 자위권 차원에서 사드 배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지만 중국은 미국의 대중(對中) 포위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하고 있다. 국익이란 측면에서 서로 시각차가 있을 수 있다는 열린 마음 없이 한·중 관계는 격렬한 쇼비니즘의 덫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수교 24년을 맞는 한·중 양국은 어렵게 쌓아 올린 공든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oilman@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금 사재기에 나선 중국의 다마들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금 사재기에 나선 중국의 다마들

     중국의 금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복부인 격인 ‘다마부대’가 주식시장을 떠나 금 사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이 올 상반기 동안 홍콩으로부터 수입한 금 규모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5.5배나 많은 458억 위안(약 7조 7550억 원)에 이른다고 홍콩 해관총서(세관)의 자료를 인용해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8일 보도했다. 이같은 규모는 같은 기간 중국의 전체 금 수입액 1730억 위안(29조 2920억 원) 가운데 25%를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전년 같은 기간의 경우 2.8% 늘어나는데 그쳤다.  중국이 홍콩에서 들여오는 금 수입 실적이 급증한 것은 다마부대가 미국의 금리인상 등 시장 불안 요인에 대비해 주식보다는 금을 집중적으로 매집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재스퍼 로 킹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CEO)는 “금값이 지난 3주간 6% 상승하는 등 올들어 28%나 올랐다”며 “중국의 다마 투자자들이 주요 금 구매자”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값 상승세가 연초부터 시작됐다”며 “미국 금리인상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 중국과 필리핀 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여러 가지 불확실성 등의 악재가 겹치는 바람에 금이 안전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금 매입이 위안화 가치 하락에 대비한 헤지(위험 회피)를 위한 목적도 있다. 위안화 가치는 미 달러화 대비 지난해 5% 절하된 데 이어 올들어 3% 이상 추가 절하됐다. 앞으로도 위안화 가치는 중국의 경기둔화 탓에 더 떨어질 전망이다. 특히 금은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도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물인 점도 다마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한다. 전란을 많이 겪은 중국인들은 긴급 상황에서 재빨리 챙길 수 있는 금붙이를 몸에 지니는 관습도 있다. 다마들의 금 투자는 시진핑(習近平) 정권 출범 이후 반부패운동과도 무관하지 않다. 중국 제일재경일보는 “중국 사법당국의 눈을 피해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키기 어렵게 되자 금을 사 모으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중국과 홍콩 간 금 거래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국경 간 선적 절차를 간소화할 방침인 까닭이다. 이에 따라 스위스와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금 거래업자들은 중국의 금 수요 증가를 고려해 홍콩에 전문업체를 설립하고 있으며 일부는 아시아 지역본부를 싱가포르에서 홍콩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다마부대의 투자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않다. 지난 2013년 4월 들어 국제 금가격이 떨어졌을 때 다마부대는 10일간 300t의 금을 집중 매집했다. 하지만 4월 12일 온스당 1550달러였던 금값이 3일만에 1321 달러, 다시 1100달러 아래로 곤두박질치며 다마들은 치명상을 입기도 했다. 당시 금 300t 매입을 기준으로 다마부대의 손실을 추정해본 결과 우리 돈 2조 5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렇지만 다마들은 금을 장기 투자종목으로 생각하는 까닭에 금 시세 등락에 크게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다. 지난 노동절 연휴 기간 10만 위안 어치의 금을 구매한 한 다마는 “20년이 지나도 금은 제값을 할 것”이라며 “급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금은 최고의 투자 종목”이라고 말했다.  <용어 설명> 다마(大媽)부대 한국의 ‘복부인’ 일본의 ‘와타나베부인에 해당하는 중국의 ‘아줌마부대’ 정도로 해석된다. 중국이 고도성장을 지속하면서 막강한 재력을 갖춘 40~50대 중년 여성들이 소비와 재테크 부문에서 중국 경제의 한 축으로 떠오르며 ‘다마부대’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중국 증시의 주력 투자자들인 이들이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위안화 가치 하락 등 경제환경이 악화되고 불확실해지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의 한 금 현물시장에 손수레를 끄는 중년 아줌마들이 몰려와 매입 시기를 저울질하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널리 알려졌다. 2013년 다마들이 국제 금시장에 ‘큰손’으로 등장하면서 ‘다마(dama)’가 미국 사전에 신조어로 등재되기도 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中, ‘엄마부대’ 등장…“美 KFC 먹지 말자”

    中, ‘엄마부대’ 등장…“美 KFC 먹지 말자”

    국제법정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부정하는 판결이 나온 이후 중국인들의 반(反)미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19일 오전 10시, 후난성(湖南省) 천저우시(郴州市)에 자리한 미국계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KFC 상점 앞에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를 손에 든 중년 여성 십 여명이 ‘반미(反美)’를 외치며 상점으로 진입하고자 하는 고객들을 가로막는 집단행동을 했다고 현지 유력언론지 봉황망(鳳凰網)이 보도했다. 일명 ‘엄마부대’로 불리는 십수 명의 중년 여성이 주축으로 된 해당 시민단체는 민족주의 성격이 강한 단체로 알려져 있다. 보도에 따르면 '엄마부대'는 앞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부정하는 판결이 나온 직후부터 지금껏 천저우시 일대의 KFC 매장을 순회하며 반미 운동을 지속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집단 움직임에 대해 엄마부대 측은 자신들의 집단 행동의 의도가 ‘애국운동’의 일환이라고 밝히며, “의식있는 중국인이라면 미국계 상점인 KFC와 맥도날드 등 일부 체인점에서 음식을 사먹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19일 현재 호남성 침주시 일대의 해당 프랜차이즈 매장은 전면 일시 휴업에 돌입한 상태다. 한편,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집단 행동이 미칠 국제적 관계의 악영향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중국사회과학원 중앙아시아연구소(中国社会科学院中亚研究所) 관계자는 “민중의 감정과 심리가 사회적으로 표출되는 상당한 경우가 한 국가의 정치적 안정성을 판단하는 척도”라면서 “실제로 특정 국가에 대한 민간 단체의 가치 판단과 집단 행동은 중국 사회가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표출되는 현상 중 하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이 같은 집단 행동이 특정 업체를 겨냥해 진행될 경우 국가 간 정치적 협상 과정에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한편, 이에 앞서 지난 14일 랴오닝성(遼寧省) 다롄(大連) 지하철 역사 내에서 미국의 나이키 사에서 제조한 운동화를 신었다는 이유로 다른 승객으로부터 '매국노'라는 욕설과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글·사진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시론] 동아시아 안보 소용돌이와 ‘한국 건너뛰기’/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론] 동아시아 안보 소용돌이와 ‘한국 건너뛰기’/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한도 참가자를 보낸 국제회의에 참여할 기회가 종종 있었다.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해 언급한 일본 학자에게 최고 존엄을 모독했다고 막말을 퍼붓던 1990년대 말 북측 참가자부터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주목받던 2000년대 중반 리영호(현 북한 외무상) 초대 주영대사, 그리고 지난 6월 반관·반민 동북아협력대화(NEACD)에 참가한 최선희 대표에 이르기까지 국제무대에서 북한은 점점 세련된 매너와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핵보유를 초래했다”는 말을 회의 때마다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들어야 하는 상황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포용과 강경 사이 어떠한 대북 정책을 펴든 상관없이, 그리고 중·러 대표가 다자간 해결을 강조해도 북측의 초점은 줄곧 북·미 양자 협상에 맞춰져 왔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와 평화협정 체결 후 비핵화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선조치 후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팽팽한 북·미 대립으로 인해 다자무대에서도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의 목소리가 주변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절감하는 것은 언제나 씁쓸하다. 필자는 이달 초 일본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열린 동아시아 안보에 관한 대중 포럼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미·일 동맹뿐 아니라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 문제를 논의하는 이 포럼의 청중은 일반 대중 및 학생들이었다. 발표 후 쏟아지는 질문의 대부분은 오키나와 미군기지, 미·일 동맹, 그리고 미·중 관계에 관한 것이었다. 물론 일본에서 개최된 포럼들이었고 제한된 질의응답 시간에 미국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싶은 일본인들이 일면 이해되기는 했다. 그러나 영토 및 역사 등과 관련한 한·일 관계에 대해 다소 ‘도발적인’ 문제 제기 및 제안을 했음에도 별다른 질문을 받지 못한 필자는 4대 강국에 둘러싸인 한국의 현주소에 대한 씁쓸함을 또 한 차례 실감했다. 남중국해 문제, 북한의 군사적 도발 위협,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한 대결 국면 등으로 동아시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그 핵심에 있는 미·중의 대립이 소위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빠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2400년 전 패권국 스파르타가 급부상하는 아테네와 벌였던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대해 기록한 바 있는데, 패권국과 신흥국의 충돌은 불가피한 함정인지 중국의 ‘중화민족 부흥’과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외교, 경제, 군사안보 등 곳곳에서 부딪치고 있다.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미국과 중국이 전례 없이 강력한 수준의 유엔 대북 제재 안에 합의하면서 일각에서는 북·중 관계의 결별 가능성까지 대두됐으나, 남중국해를 둘러싼 작금의 미·중 갈등이 양국의 북핵 공조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더욱이 한국의 사드 배치는 한·중 갈등뿐만 아니라 북·중·러 삼각관계 공고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인가. 이웃 강대국들의 결정을 기다리는 추종자가 아니라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이슈를 선점해 지역 리더 및 평화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대미 안보 의존이 아니라 사안별, 상황별로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과 연합을 만드는 유연하고 대담한 발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지당한 주장이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냉철한 국제관계에서 적극적인 미·중 균형 외교는 현명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혹여라도 미국이 한국을 믿을 만한 동맹으로 간주하지 않고 중국과의 역학 속에서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양자대화에 착수한다면? 중국이 한·미·일 공조 체제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 자신에게 손 흔드는 한국을 무시한다면? 중국은 한국이 미국, 일본과 함께 있을 때 그 전략적 효용성을 더 중시하는 것이 아닌지? 물론 한국이 동아시아 안보 소용돌이에서 호주가 지향하는 ‘중추적 국가’나 캐나다가 추구하는 ‘건설적 국가’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1990년대 말 미·중의 일본 경시와 지나쳐 버리기, 즉 ‘저팬 패싱’ 현상과 같이 미·중·일에 외교적으로 무시되는 ‘코리아 패싱’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부터 마련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인 대책은 아닐까.
  • [데스크 시각] 중국이 사드를 두려워하는 진짜 이유/이종락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중국이 사드를 두려워하는 진짜 이유/이종락 정치부장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갈등으로 온통 난리다. 정부가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발표한 뒤 정파와 이념에 따라 분열되고 대립 중이다. 이런 우리 내부 갈등보다도 장기적으로는 미국, 중국 등과 얽힌 지역적·외교적 갈등이 더 걱정거리다. 중국이 경제보복 등을 운운하며 사드 배치에 맞서고 있어 한국 내 ‘남남갈등’이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은 제822여단에 탐지거리 500㎞ 이상의 JY26 레이더를 배치해 한반도 서부 지역 등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다. 한반도와 인접한 지린(吉林), 산둥(山東), 랴오닝(遼寧)성에 중국 전략지원군 예하 3개 유도탄 여단의 둥펑(東風·DF) 계열 미사일 600여개를 배치 중이다. 중국은 고성능 레이더로 한반도 전역을 훤히 궤뚫어 보고 있다. 수백 개의 미사일로 우리나라를 겨누고 있는데 성주에 중대 규모의 사드 1개 포대 부대가 배치되는 것을 극렬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중국 고위 관계자는 최근 사드를 ‘목에 걸린 생선 가시’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중국의 속내를 알기 위해 중국을 잘 아는 지인들을 통해 몇 명의 중국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해 봤다. 익명을 요구한 이들은 사드 배치 문제는 군사적인 접근보다는 중국이 처한 외교·지형적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래야만 중국이 극렬하게 반발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먼저 지형학적 요소를 들여다봐야 한다. 중국은 국경을 둘러싸고 베트남부터 북한까지 14개 접경 국가가 있다. 이 중 러시아와 북한을 제외하곤 중국이 인접국들에 포위된 모양새다. 우리가 알기에는 중국이 최근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하면서 외교 관계에서 공세적으로 나온다고 여기고 있지만 중국의 생각은 정반대다. 최근 미국이 베트남, 미얀마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 봉쇄 정책을 펴고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5월 베트남을 방문해 무기 수출 금수 조치를 해제했다.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지난해 총선에서 승리하고 민주 정부가 들어선 미얀마도 미국과의 관계가 급속히 개선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 줘 중국의 고립은 더욱 심화됐다. 사드 레이더가 중국 본토를 겨냥하고 있다는 주장은 중국이 겉으로 내세우는 구실에 불과하다. 실제 중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한국이 사드 배치로 미·일 간 미사일방어(MD) 체계에 동참할 가능성 점차 높아진다는 점이다. 우리 외교 당국과 정치인들이 성주에 설치하는 레이더망이 600~800㎞에 불과해 산둥반도 극히 일부분과 겹친다는 얘기를 중국 측에 아무리 해 봤자 귀담아 들을 리 없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한국에 사드가 배치된다고 해서 무자비한 제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마저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정책이 더욱 공고화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보복을 기정사실화하고 과연 어떤 보복이 이뤄질까 보도하는 일부 언론의 행태는 참 바보 같은 짓이다. 오히려 이번 사드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봉쇄 정책을 두려워하는 중국을 설득해 미국, 중국과 이중적인 군사동맹 같은 우호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 외교 당국은 중국의 이런 상황을 잘 활용해 한반도에 드리워진 위기의 그림자를 조속히 걷어 내는 외교적인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jrlee@seoul.co.kr
  • 中해군 사열받는 美 해군 참모총장

    中해군 사열받는 美 해군 참모총장

    중국을 방문 중인 존 리처드슨(왼쪽 두 번째) 미 해군 참모총장이 18일 베이징 해군본부에서 우성리(세번째) 중국 해군 사령관의 영접을 받으며 사열하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자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는 상황에서 미·중 양국 군 고위 관계자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각자의 입장을 교환한 뒤 군사대결 분위기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EPA 연합뉴스
  • 北, 26일 아세안안보포럼 참석… 남북 외교전 정면 승부 펼칠 듯

    北, 26일 아세안안보포럼 참석… 남북 외교전 정면 승부 펼칠 듯

    北, ASEM 북핵 규탄 성명 반발 제11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가 마무리되면서 외교가의 시선은 오는 2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쏠리고 있다. 이번 ARF에는 북한 리용호 신임 외무상이 이끄는 북측 대표단의 참석이 확실시돼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남북 외교당국의 정면 승부가 벌어질 전망이다. 외교 소식통은 18일 “ARF를 앞두고 북측도 대표단이 묶을 숙소를 현지에 잡았다”면서 “리 외무상이 참석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라오스 비엔티안에서는 26일 ARF 외교장관회의에 앞서 이번 주말부터 외교 일정이 줄줄이 이어진다. 23일 아세안+3 고위급회의(SOM)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고위급회의를 시작으로 24, 25일에 참석국 간 양자 회담이 연쇄적으로 벌어진다. 26일에는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와 EAS 외교장관회의, ARF 외교장관회의가 연속해서 열린다. 최근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및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동북아의 긴장도가 높아졌지만 ASEM에서 중·러는 대북 제재 의지가 변함 없음을 재확인했다. 또 북핵 개발을 강력 규탄하는 의장 성명도 채택됐다. 이에 북측은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더욱 격화시키는 무분별한 처사”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ASEM과 달리 ARF에서는 이 같은 결과를 이끌어내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회원국이 된 2000년부터 매년 ARF에 대표단을 보내 우호적인 아세안 국가들을 대상으로 핵미사일 개발의 정당성을 강조해 왔다. 올해 회의는 뛰어난 영어 실력과 유연한 외교 스타일을 가졌다는 리 외무상의 데뷔 무대이기도 해 참석국들도 북한 대표단을 주목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북한은 최근 평양 주재 아세안 국가 대사들을 상대로 북핵, 사드, 인권 제재 등 현안에 대한 정세 설명회를 잇달아 여는 등 여론전을 펼쳐 왔다. 이 외교 소식통은 “친북 국가로 알려진 라오스가 ARF 의장국이라는 점도 당국으로서는 부담”이라면서 “의장 성명이 순조롭게 채택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한·미, 대북 압박 국제사회 공조 폭넓게 조율

    北 핵능력 고도화·사드 배치 등중·러 대북제재 협력 견인 논의 한국과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15일(현지시간) 미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만나 하반기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공조 제고 방안을 협의했다고 외교부가 17일 전했다. 양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이번 협의에서 “북핵·북한 문제 전반에 대해 상세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양측 대표는 최근 한반도 상황 전반에 관해 평가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반기 북핵 외교 방향을 폭넓게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북한이 지난 9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또다시 감행하고, 지난달 22일 무수단(화성10)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서 기술적 진전을 이루는 등 핵 능력 고도화를 계속하는 데 따른 대책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주한미군 배치 결정, 중국의 패소로 끝난 필리핀·중국의 남중국해 중재재판 결과 등으로 중국·러시아와의 대북제재 공조가 이완될 가능성에 대해 평가를 교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한·미는 “대북제재·압박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이끌어 내기 위한 관련국들과의 협력을 유지·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또 북한 비핵화가 양국뿐만 아니라 관련국들과 국제사회 전체의 공통 목표라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능력을 바탕으로 대북 억지력을 강화해 나가는 가운데 북한의 어떤 추가 도발에도 국제사회와의 공조하에 더욱 강력한 대응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남중국해, 사드 문제로 미·중을 축으로 한 역내 대립구도가 강화되는 중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제재 협조를 강력하게 견인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양측은 중·러를 포함한 관련국들이 집결하는 오는 26일 라오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 9월 중국 항저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에서의 대응 방향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아셈 정상회의 폐막…北핵개발, 국제테러 규탄성명 채택

    아셈 정상회의 폐막…北핵개발, 국제테러 규탄성명 채택

    지난 15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제11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아셈·ASEM)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규탄하고 국제 테러리즘을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아셈은 아시아와 유럽 간 관계 강화를 위한 지역간 협의체로, 51개 회원국과 유럽연합(EU)·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사무국 등 총 53곳이 참여하고 있다. 아셈은 지난 16일 정상회의의 막을 내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강력히 규탄하는 ‘의장성명’과 아셈의 미래 10년 청사진을 담은 ‘울란바토르 선언’, 극단적 테러리즘을 규탄하는 ‘국제테러리즘에 관한 성명’ 등 3개의 문서로 이번 정상회의 결과를 정리했다. 의장성명은 “정상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며 동북아 및 여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하는 북한의 핵, 여타 대량 살상무기 및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가장 강력한 용어(in the strongest terms)로 규탄한다”고 명시했다. 회의 개막에 앞서 지난 14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해안도시 니스에서 발생한 테러 소식이 전해지면서 극단적인 국제 테러리즘에 대한 공동 대응은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아셈 정상들은 ‘국제테러리즘에 관한 성명’을 통해 니스 트럭테러 사건 등 최근의 테러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테러 행위에 가장 강력하고 단호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도 강조했다. 이번 아셈의 주요 관심사는 최근 국제기구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문제 중재 판결이었다. 판결이 나온 지 나흘 만에 열린 이번 아셈은 예상대로 ’남중국해 격전장‘이 됐다. 일본을 비롯한 EU, 호주, 필리핀, 베트남 등의 지도자들은 아셈 및 사이드 미팅(분과별 회의)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중국에 이번 중재판결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러시아, 캄보디아 등 자국 입장을 지지하는 국가들과 손을 잡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신화통신은 리커창 중국 총리가 이날 아셈 비공식 회의에서 “남중국해 중재판결은 중국의 주권과 해양권리에 어떤 효력도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관련 성명에도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밖에도 아셈은 울란바토르 선언을 통해 아셈의 지난 20년간의 성과를 평가하고, 아셈의 미래 발전을 위한 프로세스 개선과 파트너십 강화, 가시적 성과 도출, 연계성 증진을 위한 실질협력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World 특파원 블로그] “중국, 조금도 작아질 수 없다” 판빙빙 등 스타들 포스팅 열풍

    [World 특파원 블로그] “중국, 조금도 작아질 수 없다” 판빙빙 등 스타들 포스팅 열풍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앞장 동참 안 하면 ‘무개념’ 찍혀 美·日 향한 적개심도 노출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모조리 ‘불법’으로 규정한 지난 12일 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중국 대륙과 남중국해의 암초들을 붉은 선으로 연결한 지도를 올렸다. 지도에는 ‘중국, 조금도 작아질 수 없다’(中國, 一点都不能少)’는 문구를 새겼다. 이후 중국 온라인에서는 ‘#一点都不能少#’ 물결이 일고 있다. ‘애국주의’에 불을 댕긴 건 슈퍼스타들이었다. 최고의 여배우로 꼽히는 판빙빙은 “이게 바로 중국이다! 조금도 작아질 수 없다”는 글과 함께 인민일보 웨이보를 포스팅했다. 류이페이, 황샤오밍, 야오천 등 300여 연예인들이 순식간에 포스팅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쓰에이’의 페이와 ‘에프엑스’의 빅토리아, ‘피에스타’의 차오루도 동참했다. 애국주의 포스팅에 동참하지 않으면 ‘무개념 연예인’으로 낙인 찍는 분위기다. 인민일보 포스팅에 동참한 누리꾼만 300만명이 넘는다. 누리꾼의 반응은 대략 두 가지다. 첫째, 국가에 대한 믿음이다. 외국 언론은 “중국 외교 역사상 최악의 굴욕”이라고 평가하지만, 자국의 허술했던 대응을 비판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불법 재판소의 쓰레기 판결문”이라고 일축한다. 판결을 반박한 2만자 분량의 국무원 백서가 인터넷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둘째, 미국과 일본에 대한 적개심과 자신감이다. 누리꾼들은 미국이 1986년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미국과 니카라과 간 분쟁 판결을 깡그리 무시한 사실을 상기하며 “너나 잘하라”라고 비난한다. 일본을 향해서는 “미국 뒤에 숨어서 약 올리지 말고 앞으로 나와 한판 뜨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남중국해에서만큼은 미국과 일본이 협공해도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하다. 인터넷 여론이라서 극단적인 걸까? 평소 말수가 적던 대학원생은 “모든 나라가 다 등을 돌려도 우린 눈 한 번 깜빡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교수는 “애국주의가 아직 인터넷 밖으로 뛰쳐나가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라고 했다. 14억 중국인의 심장이 애국주의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우려와 달리… 반덤핑 관세 낮춘 中

    한·미 당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역을 경북 성주군 일대로 확정하고 또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의 대립이 격화되는 등 최근 동북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우리 외교당국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측이 일부 우려와는 달리 우리 기업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 판정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를 부과했다. 당장 ‘제2 마늘파동’이 현실화되진 않은 것이지만 외교 당국은 추이를 계속 주시하고 있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14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제4차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에 참석해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부 부장관, 일본 스기야마 신스케 외무성 사무차관과 함께 외교 현안에 대한 3국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3국 차관들은 북핵 문제와 더불어 사드 배치 결정과 남중국해 갈등으로 커진 동북아의 긴장 상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협의가 끝나는 15일(한국시간) 오전쯤 하와이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연다. 임 차관은 이에 앞서 13일(현지시간)에는 한·일 외교차관회담, 한·미 외교차관회담도 별도로 개최했다. 특히 블링컨 부장관과의 회담에서는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임 차관은 이날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과도 만나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또 외교부에서 다자외교를 총괄하는 최종문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은 다음주 초 유엔을 방문한다.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고위급 각료 회의 참석과 더불어 대북 제재 이행 ‘중간 점검’ 차원에서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대표들을 두루 만날 계획이다. 유엔 대표부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한 안보리 대응 전략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최근 동북아를 둘러싼 G2(미·중)의 대결이 심화되자 균형외교 기조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대북 제재 공조의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이에 각종 외교 채널을 동원해 중국 측에 우리 입장을 설명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내부에서는 우리나라에 대한 ‘보복 여론’이 그치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중 간 통상이나 교류 부문에는 별다른 차질이 생기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날 외교부는 중국 상무부가 태광산업의 아크릴섬유에 대한 반덤핑 조사 최종판정에서 예비판정 당시보다 2.0% 포인트 낮은 4.1%의 반덤핑 관세 부과 판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7월부터 한국, 일본, 터키산 아크릴섬유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실시했다. 중국 정부는 일본 기업에는 약 16%, 터키 기업에는 8.2%의 관세율을 부과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태광산업에 대한 관세율은 다른 나라 기업들에 비해 양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 측의 경제 보복 가능성을 계속 주시하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고 전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포토]대만, 남중국해 타이핑다오로 해군함정 급파

    [포토]대만, 남중국해 타이핑다오로 해군함정 급파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13일(현지시간) 카오슝 항에서 디화함의 남중국해 출항을 앞두고 함상에 올라 병사들을 격려하고 있다. 차이 총통은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중재판결 직후 비상대책회의를 소집, 당초 일정보다 하루 앞당긴 이날 3800t급 해군호위함 디화함을 남중국해 타이핑다오로 급파했다. PCA의 판결로 현재 대만이 자연섬이라고 주장하며 실효지배 중인 남중국해 최대크기의 해양지형물 타이핑다오 영유권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할지 몰라 이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AP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남중국해 판결 반발 中 “전쟁 생각 없다”…무력시위는 계속

    남중국해 판결 반발 中 “전쟁 생각 없다”…무력시위는 계속

    국제법정이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을 기각한 후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남중국해에 전운이 감도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상이 없다”고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이 14일 보도했다. 보쉰은 중난하이(中南海·중국 지도부의 거처) 소식통들을 인용해 표면적으로는 남중국해에 전운이 감도는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은 전쟁을 일으킬 의사가 없다고 전했다. 중국 지도부가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 내용을 예견하고 남중국해의 중국화 전략인 ‘백년대계’를 마련했기 때문에 충동적인 조처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필리핀이 지난 2013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PCA에 제소했을 당시부터 유관 기관 회의를 지속적으로 열어 대응 방안을 강구해 왔고, 그 결과 ‘백년대계’가 마련됐다. ‘백년대계’는 해군력 강화와 함께 남중국해 도서에 주민 대량 이주,인공섬 조성지속, 관광 사업 활성화 등을 통한 실효 지배권 확대가 핵심 내용이다. 소식통들은 시진팡 주석이 ‘전쟁 발발 원흉’이라는 오명을 쓰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중국이 최근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 등 무력시위에 들어간 것은 민족주의 감정이 고조된 인민들의 정서를 달래기 위한 제스처라고 해명했다. PCA의 중재 판결 이후 남중국해에서는 중국과 일본, 필리핀 각국의 무력시위가 잇따랐다. 중국은 12일 남중국해에 052D형 이지스함 한 척을 추가배치하고 육상훈련에 돌입했다. 이어 13일 일본과 필리핀 해양당국은 필리핀 마닐라 앞바다에서 해상 합동훈련을 진행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경형 칼럼] 천둥치고 있는데 아웅다웅은 초라하다

    [이경형 칼럼] 천둥치고 있는데 아웅다웅은 초라하다

    동아시아가 미·중 간의 신냉전 패권 다툼으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가 지난 12일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과 관련, 필리핀의 손을 들어주었다. 중국은 판결 수용을 거부하고 이 지역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5일부터 남중국해의 파라셀제도에서 3개 주력 함대의 군함 100척, 전략폭격기를 포함한 항공병단, 잠수함 등을 동원해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여왔다. 미국은 남중국해 인근에 항공모함 2척을 투입해 함정과 전투기로 공중 방어 및 해상 정찰작전을 펴면서 중국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미국과 ‘군사 굴기’를 과시해온 중국이 일촉즉발의 대결 태세를 갖추고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 8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을 전후로 하여 동아시아 등에서 일어난 중요한 움직임을 복기해 보자. 지난 5일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훈련 돌입, 7일 미국이 북한 김정은을 인권유린 제재 대상으로 지정, 8일 한·미 양국의 사드 발표, 9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시험, 10일 일본 참의원선거에서 아베 정권의 개헌선 확보, 12일 헤이그 중재재판소의 판결, 13일엔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영국에서 EU 잔류를 주장했던 테리사 메이가 여성 총리로 취임했다. 일련의 사건은 연계성을 보이고 있다. 미·중의 남중국해 대결은 중국 포위전략을 구사하는 미국과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탈환하려는 중국의 ‘고래싸움’이다. 북한이 SLBM을 발사한 것은 ‘김정은 제재’에 반발하고 사드 레이더의 사각지대에서 미국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위다. 한·미·일은 북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직면해 있다. 중국은 북한을 ‘전략적 완충 자산’으로 여기고 러시아는 유럽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 나라’를 만들겠다는 아베의 개헌선 확보는 냉전시대의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구도를 촉진시킨다. 영국의 EU 탈퇴로 미국의 대유럽전략의 중심축은 흔들리고 있다. 유럽에서의 미국 주도권 약화를 초래한다. 미국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비중을 다소 줄이고, 그 줄인 만큼의 공백을 ‘한·미·일 3각 체제’의 공고화를 통해 메우려고 한다. 이런 냉엄한 국제 안보질서의 맥락에서 볼 때, 미국이 한·미방위조약에 의거해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겠다면 한국 정부로서는 막을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북한이 대놓고 핵 공갈을 치는 판국에 미국의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하지 않는 한, 최선의 방어전략은 고도별 다층 미사일로 요격하는 방법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북한은 연일 대남 위협을 계속하고 있고 5차 핵실험의 징후까지 포착된다. 사드 배치 문제는 고도의 국가 안보적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 사드 배치 발표는 국제적 민감성에 비추어 전략적 모호성 유지가 불가피했다. 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할 경우 수도권을 방어할 수 없는 약점이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수도권에 낮은 고도의 패트리엇 PAC3를 더 촘촘하게 배치하는 방식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 사드 배치에 거칠게 반발하고 있는 중국도 실질적으로 향후 한국이 미국과 일본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편입되는 것을 더 우려하고 있다. 지난 2월 미 케리 국무장관은 회견에서 “북에 핵 위협이 없다면 남한에 사드 배치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북핵 문제가 해소되면 사드도 철수할 수 있다는 말로 중국을 다독여야 한다. 동아시아에서 전개되고 있는 냉혹한 국제 정세를 판독하다 보면, 그동안 사드 배치 지역을 싸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결사반대’를 외치는 풍경은 초라해 보인다. 사드 배치를 빌미로 이념적 편 가르기가 다시 꿈틀대고 천문학적인 비용 분담 등 ‘사드 괴담’이 횡행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국가 공동체로서 기반이 참으로 취약하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한반도 주변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천둥은 치는데, 우물 안 개구리끼리 아웅다웅하는 것은 얼마나 답답한 노릇인가. khlee@seoul.co.kr
  • [씨줄날줄] 이준 열사와 상설중재재판소/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이준 열사와 상설중재재판소/강동형 논설위원

    ‘네덜란드 헤이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은 이준 열사다. 그는 1907년 7월 제2회 만국평화회의에 고종 황제의 명을 받고 이상설·이위종과 함께 네덜란드 헤이그에 도착했다. 그는 회의에 참석해 1905년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알리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이곳에서 불귀의 객이 됐다. 그는 일본 대표인 가토 다카아키가 고종 황제의 친임장이 위조됐다며 퇴장을 요구했고, 영국이 가세하는 바람에 회의 참석이 좌절됐다. 그는 이때 ‘선혈(鮮血)의 호소’라는 연설문을 낭독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헤이그에 묻혀 있던 그 유해는 1963년 고국의 품에 안겼다. 그의 죽음에 대해 과거에는 항의의 표시로 할복 자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통함이 원인이 된 악성종양으로 호텔방에서 쓸쓸히 숨을 거뒀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상설중재재판소(PCA)는 이 열사가 뜻을 이루지 못한 바로 그 회의에서 창설된 기구다. 1899년 열린 제1회 만국평화 회의에서 ‘국제 분쟁의 특정한 처리 방법을 위한 조약’이 체결되었고, 이 조약은 다시 2차 만국평화회의에서 ‘국제 분쟁의 평화적 처리 방법을 위한 조약’으로 수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PCA는 유엔기구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설립되면서 그 역할과 기능이 축소됐다. 그러나 국가 간의 분쟁만을 다루는 ICJ와 달리 국가와 개인 간의 분쟁도 처리한다. 이 재판소의 한계는 판결 결과를 지키지 않아도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PCA와 ICJ가 나란히 입주해 있는 건물을 ‘평화 궁전’(Peace Palace)이라고 부른다. 평화 궁전은 당시 국제평화재단을 설립한 미국의 철강재벌 앤드루 카네기의 지원으로 건립됐다. 건물 주변에 전 세계 197개국에서 보내온 돌을 전시한 공원이 조성돼 있고,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와 평화의 불꽃 등 평화를 주제로 한 각종 조형물을 설치해 관광 명소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만국평화회의의 산물로 탄생한 ‘PCA의 판결’이 평화를 가져오기는커녕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PCA가 그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역사적·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하자 중국은 판결 내용을 무시하며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예견됐던 일이지만 국제사회에서 힘이 곧 정의라는 현실을 접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 지역에서 패권 다툼을 하고 있는 미·중의 무력 충돌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중국이 영해라고 그어 놓은 9개의 선을 지도상에서 살펴보면 너무 과해 실소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중국은 실효지배를 하고 있고 강대국인 반면 PCA에 제소한 필리핀은 힘이 없다. 미국이 뒤를 받치고 있지만 애처로워 보인다. PCA가 제 역할을 할 그런 날은 올 것 같지 않다. 우리가 이준 열사의 분통함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PCA 판결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 [사설] 남중국해 충돌, 패권주의는 찬성할 수 없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 양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그제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삼았던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에 대해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하면서부터다. 중재재판소는 중국의 인공섬 건설도 불법이라고 못 박았다. 중국의 완패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남중국해 도서는 중국의 영토”라면서 “중재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불복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항행의 자유’를 내세워 해군과 공군 전력을 분쟁 해역에 투입해온 미국 측도 “국가 이익이 걸려 있는 만큼 눈감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대강의 형국이다. 이번 판결에 따라 남중국해 일대의 제해권을 차지하려는 미·중 간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만큼 새로운 접근과 함께 해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분쟁의 핵심은 남중국해 전체 해역의 90%를 포괄하는 U자 형태의 남해구단선에 대한 합법성 여부였다. 중국은 1953년 구단선을 지도에 표시한 뒤 선 안에 있는 섬·암초·산호초와 해역을 자국의 영토와 관할로 규정했다. 영유권을 위해 역사적 권원(權原)까지 내세웠다. 판결은 바로 2013년 1월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분쟁 소송을 제기한 결과다. 남해구단선의 합법성은 부인된 데다 9개의 해양 지형물도 섬이 아닌 암초·간조노출지로 판정됐다. 중국이 국제적 비난을 무릅쓰고 건설한 인공섬은 법적 지위는커녕 환경 파괴 행위라는 판단까지 받았다. 인공섬을 기점으로 한 12해리·배타적경제수역(EEZ) 200해리 주장도 헛된 일이 됐다. 국력이 약한 동남아 국가들을 힘으로 밀어붙인 중국으로서는 굴욕이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판결이 아시아의 안보 지형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미·중 관계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해양 강국을 꾀하던 중국은 제동이 걸린 반면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을 펴는 미국은 ‘항행의 자유’의 명분을 얻었다. 미국의 중국 저지인 셈이다. 미국은 석유를 비롯한 전략물자의 수송로이자 군사작전의 요충지인 남중국해를 중국의 영향권 아래 들어가는 것을 팔짱을 끼고만 있을 수 없었다. 중국의 판결에 대한 강력한 반발은 이해할 수도 있지만 군사력을 동원한 무력시위는 옳지 않다. 국제 질서를 깡그리 무시한 패권주의나 다름없어서다. 미국의 물리적 맞대응도 바람직하지 않다. 양국의 대승적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은 남중국해 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중 간의 대립인 탓이다.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해야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는 북핵과 관련된 협조가 더 확고해야 할 상황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마찰을 빚고 있다.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독도를 국제 분쟁 지역으로 몰아가려는 일본의 망동도 어느 때보다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정부는 고민이 깊을수록 국제법의 원칙에 입각해 신중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국익이 우선이지만 패권주의에는 찬성할 수 없다. 정부가 남중국해 분쟁 판결과 관련해 내놓은 ‘평화로운 해결’이라는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현명한 외교적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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