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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기 적극 사용’이라지만 현장에선 무용지물…비웃는 중국어선

    ‘총기 적극 사용’이라지만 현장에선 무용지물…비웃는 중국어선

    해양경찰이 중국의 불법 조업 어선을 엄단하기 위해 무기 사용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실제 현장에서도 이를 적용할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일 인천해경 고속단정이 중국 불법 어선과 충돌해 침몰했을 때 해경은 보유 무기를 적극 활용해 어선을 제압하는 강경책보다는 ‘전술상 후퇴’의 길을 택했다. 공격을 받고 고속단정이 침몰한 상황에서도 해경은 선체 직접 조준사격보다는 위협용으로 K1소총, K5권총, 40mm 다목적 발사기를 공중에 수십 발을 발사하고는 모함인 3005함으로 돌아왔다. 당시 주변에 중국어선 40척이 흩어져 있는 등 해경이 수적 열세인 상황에 놓였던 점을 고려하면 후퇴도 하나의 전술일 수 있지만 수적 열세일 때마다 후퇴 전술을 택한다면 ‘해상주권 수호’가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우려가 크다. 이주성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장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어선 폭력저항과 관련, “자제해왔던 무기 사용이라든가 여러 가지 특단의 방법을 통해서라도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경이 폭력 수단을 동원해 저항하는 중국어선에 무기 사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12월 이청호 경사 순직 사건 때에도 해경은 “단속 경찰관의 안전 확보를 위해 중국어선 접근 단계에서부터 총기를 적극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경의 총기 사용 가이드라인도 이청호 경사 사건을 계기로 더욱 강화됐지만 매뉴얼이 있어도 현장에서 총기를 실제로 활용하는 사례는 드물다.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대응하는 다른 국가의 대처방식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인도네시아 해군은 5월 남중국해와 맞닿아 있는 나투나 해역에서 조업 중인 중국 저인망 어선을 향해 발포한 뒤 어선과 선원 8명을 나포했고, 6월에도 같은 해역에서 단속에 저항하는 중국어선에 총격을 가했다. 아르헨티나 해군은 앞서 3월 중국 저인망 어선이 경고를 묵살하고 경비정을 들이받으려 하자 총격으로 선체에 구멍을 뚫어 침몰시켰다. 총기사용 매뉴얼을 만들어놓고도 현장에서 폭력저항 수위에 따른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해경 지휘부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해경 지휘부는 홍익태 해경본부장을 비롯해 경비함 근무 경력이나 함장 경험이 없는 간부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어 현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는다. 정부 주무 부처인 국민안전처 역시 해경정이 중국어선 공격을 받고 침몰했는데도 첫날 언론보도 통제에 신경을 쓰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등 비상사태 발생 때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혼동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해상치안기관인 해경이 외교 마찰 걱정 없이 현장에서 해상주권 수호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총기를 사용하겠다는 엄포만 놓고 실전에서는 퇴거 위주의 단속이 반복되다 보니 중국어선들도 해경의 단속을 비웃는 지경에 이르렀다. 해경 경비함이 나타나면 중국어선들은 각 어선을 줄로 묶는 ‘연환계’ 전법을 사용하며 도주한다. 중국어선 단속업무에 참여했던 한 해양경찰관은 “흔들리는 배 위에서 총기를 사용하는 것이 부담될 수 있지만 지휘관 지침이 명확하다면 현장 요원들은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 없이는 로보캅이 와도 얻어맞고 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부 해경단정 침몰에 항의…中어선 공격에도 해경 첨단무기 무용지물

    정부 해경단정 침몰에 항의…中어선 공격에도 해경 첨단무기 무용지물

    정부가 중국 어선이 불법조업 단속에 나선 해경 고속단정을 고의로 충돌해 침몰시킨 사건에 대해 지난 9일 중국 정부에 항의한 가운데, 최근 중국 어선의 폭력 수위가 높아지는데도 우리 해경은 첨단무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 요원이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위급한 순간에 처했을 때 해경 지휘부나 정부가 자위권 차원에서 총기·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이런 적극적인 대응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해경이 총기나 무기가 부족해 불법 중국 선원들에게 당하는 것은 아니다. 1500t급 이상 중대형 함정에는 20mm, 40mm 발칸포가 함포로 장착돼 있어 유사시에 선박 격침도 가능하다. 고속단정 1척에 편성되는 해상특수기동대 9명은 개인별로 K-5 권총, K-5실탄 10발을 보유하고 있다. 또 각 팀에는 20mm 발사기 2대와 고무탄 36발, 단발 다목적 발사기 2대와 40mm 스펀지탄 20개, 전자충격총 2개, 최루탄 8발 등 다양한 단속장비를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흉기 공격에 버티고 바다에 떨어져도 뜨는 부력 기능을 갖춘 방검복이 보급됐다. 그러나 첨단무기로 중무장해도 현장에서 총기나 무기를 실제로 활용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지난 7일 중국어선의 공격을 받아 해경 고속단정이 침몰한 상황임에도 해경은 보유 무기를 적극 활용해 어선을 제압하는 강경책보다는 ‘전술상 후퇴’의 길을 택했다. 당시 3005함 소속 고속단정1호(4.5t)는 중국어선에 들이받혀 침몰했고 조동수(50) 경위는 단정 침몰 직전 바다에 뛰어들어 간신히 구조됐다. 100t급 중국어선 2척과 고속단정이 헝클어져 있던 상황을 고려하면 해상 추락과 동시에 선박 스크루에 빨려 들어가 즉사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해경의 해상 총기사용 가이드라인에는 ‘선원이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단속경찰을 공격하거나, 2명 이상이 집단으로 폭행하는 등 정황이 급박해 총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의 방위나 진압할 방법이 없을 경우’ 개인화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신체 사격 땐 공중에 공포탄 1발을 발사한 후 대퇴부 이하를 조준해 실탄을 발사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해경 대원들은 명백한 공격을 받고도 선체 직접 조준사격보다는 위협용으로 K1소총, K5권총, 40mm 다목적 발사기를 공중에 수십 발을 발사하고는 모함인 3005함으로 돌아왔다.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대응하는 다른 국가의 대처방식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인도네시아 해군은 5월 남중국해와 맞닿아 있는 나투나 해역에서 조업 중인 중국 저인망 어선을 향해 발포한 뒤 어선과 선원 8명을 나포했고,6월에도 같은 해역에서 단속에 저항하는 중국어선에 총격을 가했다. 아르헨티나 해군은 앞서 3월 중국 저인망 어선이 경고를 묵살하고 경비정을 들이받으려 하자 총격으로 선체에 구멍을 뚫어 침몰시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두테르테 “도움주는 나라는 중국뿐”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비판하는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오는 18일부터 21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전통적 우방인 미국보다 중국을 먼저 찾는 그의 발걸음이 의미심장하다. 지난 6월 말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동안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 인접 아세안 국가만 찾았다. 아세안 이외 국가 방문은 중국이 처음이다. 환구시보 등은 9일 필리핀 언론을 인용해 “두테르테 대통령이 18일부터 중국을 방문해 20일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는다”면서 “이번 방문이 외교 교류의 최상급인 국빈 방문으로 격상돼 애초에 잡혔던 이틀간의 일정이 나흘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두테르테의 방문을 통해 필리핀은 중국으로부터 수백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할 것”이라면서 “철도, 전력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시설투자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테르테의 ‘반미친중’ 성향은 더 노골화되고 있다. 그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마약과의 전쟁에 도움을 주는 국가는 오직 중국뿐”이라고 치켜세웠다. 지난 4일 “마약 퇴치를 도와주기는커녕 처음으로 비판한 게 미국 국무부였다”며 “오바마 당신은 지옥에나 가라”며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악담을 퍼부은 것과 대조적이다.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4000여명이 사살됐다.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은 지난 7일 “필리핀군은 미국의 원조 없이도 운영할 수 있다”면서 “미군과의 남중국해 합동순찰 계획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합동순찰 중단은 두테르테가 “내 시절(임기)에 미국과 결별할지도 모른다”며 단교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이후 내놓은 첫 조치다. 한편, 두테르테는 중국 방문 이후 25일부터 27일까지 일본을 방문하고, 연말에 러시아를 찾을 계획이다. 미국 방문 계획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美와 점점 멀어지는 필리핀… “미군 주둔 백지화 검토”

    美와 점점 멀어지는 필리핀… “미군 주둔 백지화 검토”

    시진핑과는 곧 ‘경제협력’ 논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두고 우방인 미국과 갈등을 빚는 가운데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군의 필리핀 재주둔을 허용한 양국 간 협정을 폐기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두테르테는 이날 중부 바콜로드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미국과 필리핀 정부가 맺은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현지 일간 인콰이어러 등이 보도했다. 두테르테는 “EDCA는 공식 문서지만 필리핀 공화국 대통령의 서명이 없다”며 협정의 합법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EDCA는 2014년 4월 전임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 집권 시절 볼테르 가즈민 필리핀 국방장관과 필립 골드버그 주필리핀 미국대사의 서명으로 체결됐다. 두테르테는 이어 “협정을 재검토한 이후에도 우리가 대통령의 서명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미국이 서명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나는 미군에게 필리핀을 떠나도록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협정을 재고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리핀의 일부 전문가는 EDCA가 상원의 비준을 받지 않은 행정협정이기에 행정부 수장인 두테르테가 폐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현지 필리핀스타가 전했다. EDCA는 미국에 10년간 필리핀 군사기지의 접근과 이용을 허용하고 미군 배치 지역에 별도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협정이다. 앞서 미군은 1991년 필리핀 상원이 미군기지 조차기간 연장안을 부결해 이듬해 필리핀에서 철수했다. 미군은 EDCA 체결로 철수 24년 만에 필리핀에 중장기간 주둔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아키노 전 대통령은 EDCA에 따라 남중국해를 마주 보는 팔라완 섬의 안토니오 바티스타 공군기지 등 5개의 군사기지를 미군에 제공해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두테르테는 전임자와 달리 EDCA의 백지화를 시사하며 노골적인 반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두테르테는 오는 19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 등을 만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법과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서 두테르테는 지난달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정상회의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 중국 관계자에게 미국에 대한 불평을 하자 자신들이 필리핀을 돕겠다고 답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러시아와 중국에 친근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무자비한 마약전쟁, 필리핀 외교까지 흔들다

    무자비한 마약전쟁, 필리핀 외교까지 흔들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6월 30일 대통령 취임연설에서 “불법 마약이 개인과 가족 관계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지켜봐 왔다”며 “마약 등 범죄와의 전쟁을 가차없이 지속적으로 벌이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취임 전 “마약 범죄 용의자가 저항하면 총을 쏴도 좋다”고 발언해 ‘유혈 소탕’을 부추긴 바 있다. 두테르테 취임 70여일 뒤인 지난 11일 필리핀 정부는 3000여명의 마약 사범이 사살됐다고 공개하며 마약과의 전쟁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반면 미국, 유엔 등 서방국가와 국제기구는 마약 범죄 소탕 과정에서 ‘초법적 살인’이 저질러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두테르테에게 기본적 인권 보장을 압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두테르테는 “최후의 마약 밀매업자가 거리에서 사라질 때까지 수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할 것이며, 최후의 마약 제조업자가 죽임을 당할 때까지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 ‘무자비한 피의 소탕’을 예고했다. ●70일간 3000여명 사살… “작전 6개월 연장” 현지 언론 래플러는 필리핀 경찰청 자료를 인용해 7월 1일부터 지난 29일까지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마약 범죄 용의자 3509명이 사살됐다고 보도했다. 1276명은 경찰의 단속 현장에서 숨졌으며, 2233명은 자경단 등 괴한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틴 안다나르 대통령 공보실장은 지난 11일 “경찰의 마약 소탕전이 성공했다”고 평가하며 “경찰이 아닌 괴한이 용의자를 사살한 사건은 조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로널드 델라로사 경찰청장도 “마약과의 전쟁으로 불법 마약 공급이 90%까지 줄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의 유혈 소탕 작전으로 필리핀 사회에 공포가 만연해지면서 마약과 조금이라도 연루됐던 이들은 앞다퉈 자수하는 모습이다. 지난 26일 필리핀탐사보도센터는 7월 1일부터 8월 28일까지 약 두 달간 18세 미만 미성년자 마약 사범 2만 684명이 경찰에 자수했다고 보도했다. 자수한 미성년자 중 98.4%가 마약을 투약했으며, 나머지는 마약 판매와 운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경찰은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에 대해 범죄 경중에 따라 가족에게 인계하거나 소년원, 재활센터 등으로 보내고 있다. 또 필리핀 경찰은 관할 내에 있는 가정집을 방문해 마약 밀매와 연루됐는지 확인하고 마약 중독자에게 자수를 권고하는 ‘톡항’ 작전을 실시해 25일까지 72만여명의 자수를 이끌어 냈다. 이러한 성과에도 두테르테는 지난 18일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마약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지 몰랐다”면서 “모든 것을 깨끗이 정리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마약과의 전쟁을 6개월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 후 3~6개월 안에 마약 범죄를 뿌리 뽑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두테르테는 대선 기간 갖은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마약 범죄 근절을 공약해 광범위한 지지를 얻으며 당선됐다. 그는 필리핀 인구 1억명 중 370만명이 마약 중독자라며 국가가 ‘마약 위기’에 빠졌다고 규정했다. 필리핀 마약단속국은 2015년 전체 4만 2036개의 기초 행정구역 중 26.9%에 해당하는 1만 1321곳이 마약에 노출됐다고 발표했다. 마약단속국은 행정구역 내에 마약 중독자, 밀매업자, 제조업자, 마리화나 재배업자 등이 존재할 경우 그 행정구역은 ‘마약에 노출됐다’고 규정한다. 특히 수도 마닐라 내 기초 행정구역은 92%가 마약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는 2011년 필리핀의 16세 이상 64세 미만 국민 중 필로폰 오남용자는 2.1%로, 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샤부’라고 불리는 필로폰은 2015년 마약 중독자의 96.7%가 이용할 정도로 필리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마약이다. 일각에서는 필리핀의 마약 문제가 두테르테의 주장과는 달리 과장됐다는 반론도 나온다. 현지 언론 필리핀스타는 필리핀의 위험약물위원회와 유엔의 마약범죄국의 통계를 인용해 필리핀의 마약 오남용자 비율이 1.69~1.8% 수준이며 두테르테가 주장한 3.7%에 못 미친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인 5.2%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수치다. 아울러 처벌에만 의존하는 마약 정책은 마약 오남용을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앞서 태국의 탁신 친나왓 총리도 2003년 대대적인 마약과의 전쟁에 나서 1년간 마약 사범 7만 3231명을 체포하고 32만여명을 자수시키는 ‘인상적인’ 성과를 냈다. 탁신 전 총리의 당시 지지율도 90%로 수직 상승했다. 전쟁을 선포한 지 3개월 만에 2800여명이 사살되기도 했는데, 이 중 절반만 마약 범죄와 연루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태국서 실패한 정책… 재활·치료 없어 효과 의문 강력한 마약 범죄 소탕에 처음에는 마약 가격이 두 배로 치솟으면서 마약 소비가 잠시 주춤했으나 마약 수요는 줄어들지 않았다. 마약 중독자에 대한 치료와 재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자비한 마약 단속을 피하기 위해 마약 중독자들은 더욱 음지에 숨기 시작했고 비위생적인 마약 주사 등을 통해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기 시작했다. 결국 태국 정부는 탁신 전 총리의 마약 정책을 폐기했으며, 마약 중독자를 양지로 끌어내 재활시키기 위해 필로폰을 비범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필리핀도 72만여명에 달하는 자수한 마약 사범을 재활시켜 사회로 복귀하게 하는 시설과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타임은 전국적으로 정부의 승인을 받은 마약 재활센터가 매우 적어 고작 수천명의 중독자만을 수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감시설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마닐라의 라스피냐스 교도소의 경우 3㎡(약 0.9평)의 감방에서 50명의 수감자가 함께 지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타임은 전했다. 국제 비정부기구인 오픈소사이어티재단의 카시아 말리노우스카 글로벌 마약정책 프로그램 담당자는 “우리는 태국의 마약 정책이 얼마나 헛되고 파괴적이었는지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13년이 지난 지금 필리핀이 이러한 끔찍한 접근 방법을 다시 시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빈곤층, 밀매에 유입… 근본 대책은 빈부차 해소 두테르테가 마약과의 전쟁에 몰두하다 보니 빈곤 문제 해결과 같은 중요한 문제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지적했다. 필리핀은 2012년부터 연 6~7%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하루 1.25달러(약 1400원) 이하로 생활하는 빈곤선 이하의 인구 비율은 25~26% 선에서 요지부동이다. 특히 필리핀에서 많은 빈민이 소득을 올리기 위해 마약 밀매에 발을 들여놓고, 물질적·정신적 고통을 잊기 위해 마약에 빠져들고 있다. 이에 빈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마약 문제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미국과 ‘인권 마찰’… 중국·러시아에 접근 두테르테의 마약 정책은 외교안보 정책과 대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가 마약과의 전쟁을 두고 전통적 우방인 미국, 유럽연합(EU)과 충돌하자 이들과 거리를 두는 대신 중국, 러시아에 접근하는 모습이다. 두테르테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지역에서 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남중국해에서 미군과의 합동 군사훈련을 중단할 것을 선언한 반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구매하겠다고 말하며 ‘반미친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리처드 헤이다리안 필리핀 데라살레대 교수는 “필리핀이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과 소원해지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중국과의 협상에서 입지가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테르테가 중국과 가까워 보이지만 필리핀 마약 조직에는 콜롬비아 등 중남미뿐만 아니라 중국 폭력조직 삼합회도 활동하고 있어 언제든지 결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기존 엘리트 계층 출신이 아닌 두테르테는 마닐라에서 정치적 기반은 취약하지만 마약과의 전쟁을 통해 확보한 91%라는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다. 그는 최근 마약과의 전쟁을 조사하는 상원 법사위원회의 레일라 데 리마 위원장을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야당 자유당의 대통령 탄핵 시도를 폭로하면서 정국의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미국 컨설팅업체 테네오인텔리전스의 밥 헤레라 림 애널리스트는 “두테르테 정권의 국외 평판이 낮아져 해외 투자가 빠져나가고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두테르테 반대 세력이 집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두테르테 “미국과 군사훈련 중단”… 필리핀 외무부 진땀

    외무장관 “前정부·美 훈련 합의” 美국무 “통보 없어… 동맹 진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과 필리핀의 합동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양국 갈등이 동맹관계까지 흔들면서 미국의 중국 포위망에 균열이 생기게 됐다. 29일 필리핀 GMA 방송 등에 따르면 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방문 중인 두테르테는 전날 밤 교민들과의 간담회에서 “중국이 원하지 않는 ‘전쟁 게임’(합동 군사훈련)이 예정돼 있다”면서 “이번이 미국과 필리핀의 마지막 훈련이 될 것이다. 미국과의 방위조약을 존중하지만 중국이 필리핀과 미국의 합동해상 훈련을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마지막 훈련’이라고 언급한 것은 다음달 4~12일 필리핀에서 열리는 미·필리핀 연례 합동 상륙훈련(PHIBLEX)이다.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를 포함해 미군 1400여명과 필리핀군 500여명이 참가한다. 특히 이들은 중국과 필리핀 간 영유권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 스카보러암초(중국명 황옌다오,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와 가까운 샌안토니오에서 상륙훈련을 실시한다. 중국과 남중국해 군사충돌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테르테의 합동훈련 중단 발언 파문이 커지지 필리핀 외무부가 진화에 나섰다. 페르펙트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은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듣지 못했다”며 “합동군사 훈련은 전임 정부가 미국과 2017년까지 진행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두테르테는 지난 13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역에서 미국과 더이상 합동순찰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6개월 전인 지난 4월만 해도 9000여명의 병력이 참가해 군사훈련을 벌이며 양국 간 연대를 과시했던 미국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동남아 최대 우방인 필리핀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패권 확장을 저지하려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됐기 때문이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필리핀으로부터 (공식적으로) 훈련 중단에 대한 통보를 받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두 나라 간 동맹관계를 계속 진전시킬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두테르테의 이번 발언은 전임 정부까지 이어져 온 전통적 친미 외교노선을 근본부터 바꾸겠다는 생각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그는 미국과 필리핀이 1951년 체결한 상호방위조약에 대해서도 “필리핀이 공격받을 때 미국이 참전하려면 미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데 만일 의회가 승인을 해 주지 않으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겠느냐”며 미국 한계론을 밝히기도 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中 ‘항모 아버지’ 탄생 100주년 직접 챙긴 시진핑

    中 ‘항모 아버지’ 탄생 100주년 직접 챙긴 시진핑

    중국 인민해방군에는 ‘아버지’라고 불리는 두 영웅이 있다. ‘로켓의 아버지’(火箭之父)로 불리는 첸쉐썬(錢學森·1912~2009)과 ‘항공모함의 아버지’(航母之父)로 불리는 류화칭(劉華淸·1916~2011)이다. 류화칭은 대양해군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1970년대부터 항모 건조를 추진하다 중국 1호 항모인 랴오닝함이 완성되기 1년 전에 사망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 28일 류화칭 탄생 100주년 좌담회를 직접 주최했다. 집권 이후 시 주석이 전직 지도자 탄생 기념 좌담회를 주최한 것은 2013년 마오쩌둥(毛澤東) 탄생 120주년 기념일과 2014년 덩샤오핑(鄧小平) 탄생 110주년 기념일, 그리고 지난해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 탄생 100주년 기념일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신(習仲勳) 전 부총리 탄생 100주년 좌담회도 2013년에 열리기는 했으나, 시 주석은 가족 신분으로 참가했을 뿐 좌담회 주최자는 류옌둥(劉延東) 부총리였다. 국가 주석이 당의 전직 최고 지도자나 국가 원수가 아닌 해군 제독의 탄생 기념일에 직접 좌담회를 열어 중요 지침을 발표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인민일보가 29일 1면과 2면을 털어 발표한 시 주석의 좌담회 강연 내용을 보면 그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시 주석은 “류화칭 동지는 개혁·개방 이후 연안 방어 중심의 해군 역량을 대양해군으로 키웠으며, 무기의 질적 발전을 통해 해군 현대화의 초석을 다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류 동지는 난사(南沙·스프래틀리 군도) 투쟁을 처음으로 건의하고, 난사 융수자오(永暑礁·파이어리크로스 환초)에 해양 관찰대를 설치하는 임무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결국 류화칭의 뜻을 받들어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남중국해, 일본과 다투는 동중국해는 물론 인도양·태평양 등으로 작전 반경을 넓히는 대양해군 육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인민일보 사이트인 인민망은 이날 다롄에서 건조 중인 중국의 제2항모 모습도 공개했다. 항모의 사령탑인 함교(브리지)와 스키점프대식 갑판이 대부분 완성된 것으로 보였다. 군사전문가 차오웨이둥은 “연말이면 진수가 가능하다”면서 “최신형 위상배열 레이더가 장착되고 40~50대의 전투기를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최초의 항모인 랴오닝함은 우크라이나의 퇴역 항모를 개조한 것이라 현대전에서 활용하기엔 제약이 있다. 따라서 다롄에서 건조 중인 새 항모가 실질적인 1번 항모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에서는 3번 항모도 건조되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中 도발에… 대만·美 전투기까지 30여대 아찔한 대치

    대만해협 상공에서 중국, 대만, 미국 등의 전투기 30대 이상이 동시에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중국 전투기에는 미사일도 장착됐다. 20일 대만 상보(上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7시 10분쯤 수호이30 전투기와 젠11B 전투기, 훙6K 폭격기, 투135 정찰기, 조기 경보기, 공중 급유기 등 중국 군용기 10여 대가 대만 란위다오(蘭嶼島) 상공으로 빠르게 접근했다. 대만군 레이더 자료에 따르면 중국 전투기들은 광둥성 광저우 공군기지에서 발진했으며, 당시 남중국해역에서 펼쳐진 중·러 합동 훈련에 참가한 편대가 아닌 별도의 편대였다. 중국 전투기가 위협적으로 남하하자 대만 공군도 즉각 F16 전투기와 징궈호 전투기 등 16대를 출격시켰다. 당시 인근 해역에는 미군 이지스 구축함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쳤다. 중국 전투기가 구축함 쪽으로 다가오자 미군도 즉각 F15 전투기 8대와 RC135 정찰기 두 대를 출격시켜 공중 엄호에 나섰다. 란위다오 상공에서 순식간에 양안(중국과 대만)과 미국 전투기들이 서로 견제하는 위험한 국면이 연출된 것이다. 미국과 대만 전투기가 접근해 충돌 직전의 위기에 몰리자 중국 전투기는 급히 기수를 틀어 24해리 공역을 확보한 뒤 필리핀 북부 바시해협 쪽으로 빠져나갔다. 중국, 대만, 미국 전투기의 대치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린커우에 있는 해병대 기지를 방문하기 2시간 전에 발생했다고 상보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대만 공군 사령부는 “당일 중국 전투기가 대만해협 중간선 이남을 날아 서태평양 쪽으로 향하는 훈련을 펼쳤고, 대만군은 F16과 징궈호를 발진시켜 대응했다”면서 “미군 전투기는 근접 비행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국 공군은 “중국 전투기 편대가 바시해협 부근에서 훈련을 펼쳤다”면서 “이날 출격한 훙6K 폭격기에는 AKD20 순항미사일이 처음으로 탑재됐다”고 밝혔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기고] 상트페테르부르크 건설의 교훈/고명석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장

    [기고] 상트페테르부르크 건설의 교훈/고명석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장

    바다는 국부를 창출하는 통로이자 세계로 나아가는 창이다. 세계사를 통찰해 보면 바다를 통해 부국 의지와 노력을 기울였던 강국들이 많았다. 명나라 영락제 때 정화는 콜럼버스보다 앞선 1405년부터 28년 동안 일곱 차례에 걸쳐 항해를 했다. 그는 동남아시아와 인도양을 걸쳐 홍해와 아프리카 동해안까지 30여개국을 순방했다. 명나라는 국가적인 사업으로 바닷길을 개척해 세력을 확장했고 교류를 통해 개국의 자신감을 표현했다. 16세기 유럽에서 후진국이었던 영국이 세계적인 강국으로 가기까지 바다가 큰 역할을 했다. 여왕 엘리자베스 1세는 최강국이던 스페인과의 패권 다툼에서 해군력을 양성하는 데 진력했다. 함포 기술을 개발하고 해양 세력 양성에 사활을 걸어 마침내 스페인을 꺾고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메이지유신 전후 일본에서도 바다는 부국가도의 발판이었다. 쇄국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유일하게 외부에 통로를 열어 놓았던 곳이 가고시마의 인공 섬 데지마(出島)였다. 해군 양성에 박차를 가했던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성공적인 근대화를 이루었다. 바다를 이용한 부국 추진의 노력 중에서도 러시아는 극적이다. 러시아 수도는 서북쪽 끝단에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도시였다. 500개 다리로 연결된 ‘북방의 베니스’라 불리는 물의 도시다. 러시아를 유럽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개혁의 화신’ 표트르 대제의 꿈이 깃들어 있다. 20대의 젊은 러시아 황제는 신분을 숨기고 1697년 선진 문물을 공부하러 유럽으로 갔다. 그는 강력한 해양력을 만들어 흑해와 발트해 등 바다를 누비려는 야망으로 조선술에 관심이 많았다. 바다를 통해 조국의 융성을 꿈꾸었고, 대서양과 유럽으로 진출할 수 있는 지역을 찾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발트해 연안 네바강 입구에 자리잡고 있다. 표트르 대제는 스웨덴 땅으로 당시에는 늑대와 들짐승들만 살던 늪지대를 21년간의 전쟁을 통해 1703년 손에 넣었다. 그는 엄청난 반대와 수많은 희생을 치르면서도 황량한 늪지대에 도시를 건설했다. 완성된 이 도시가 후진국 러시아를 유럽 정치와 외교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강대국으로 성장하는 교두보가 됐다. 바다를 향한 표트르 대제의 꿈이 꿈으로 끝나지 않고, 러시아의 영광으로 실현됐다. 최근 해양을 둘러싼 주변국 정세를 보면 19세기 열강이 한반도를 노리던 제국주의 시대를 새삼 떠올리게 된다. 중국과 주변 5개국의 이해가 걸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상설중재재판소(PCA)는 지난 7월 중국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내려 필리핀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이를 공식적으로 무시하고 여전히 자국이 주장하는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을 강조하고 있다. 바다를 배경으로 ‘신약육강식의 시대’가 재현되고 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표트르 대제 시각에서 본다면 엄청난 행운과 기회다. 그가 해양 진출을 위해 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하고 수도까지 옮겼던 노력에 주목해야 한다. 영유권 분쟁을 둘러싼 비군사적 분쟁에 대비한 해양력의 강화가 절실하다. 바다를 둘러싸고 철저히 자국 이익을 추구하는 시대에 ‘정신적 갈라파고스’에 고착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 [글로벌 시대] 미국과 중국의 ‘따로 또 같이’/박한진 코트라 타이베이무역관장

    [글로벌 시대] 미국과 중국의 ‘따로 또 같이’/박한진 코트라 타이베이무역관장

    한국은 한·미 동맹으로 출발했다. 1992년 한·중 수교 후엔 새 친구가 생겼다. 세 나라는 복잡하게 얽힐 일이 없었다. 전략적으로 모순이 없었다. 그보다는 협력 잠재력이 큰 구조였다. 그 동인은 경제였다. 환상적인 가치 사슬이 작동했다. 한국은 중국에 원료를 수출했다. 중국은 완제품을 미국에 싸게 팔았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걱정을 덜었다. 한국과 중국은 수출주도형 경제를 키워 갔다. 중국은 번 돈으로 미 국채를 사 모았다. 덕분에 미국은 소비형 경제를 유지했다. 정치적으로도 박자가 맞았다. 미국은 국제 질서를 만들었다. 중국은 토를 달지 않았다. 순순히 받아들였다. 워싱턴 컨센서스가 곧 글로벌 컨센서스인 시기였다.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은 반드시 충돌한다.” 국제정치학계 대부로 알려진 미국인 한스 모겐소의 지적이다. 그의 세력 균형론 관점으로 본다면 이제 미국과 중국은 충돌하기 십상이다. 충돌엔 몇 가지 유형이 있을 수 있다. 설전(verbal war), 냉전(cold war), 열전(hot war) 등이다. 우선 설전. 두 나라는 날 선 공방의 연속이다. 무역불균형, 환율 조작 문제부터 남중국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까지 넓고도 깊다. 냉전 시대로 회귀할까. 그럴 것 같지 않다. 냉전의 상징은 이념의 대결이다. 미국과 중국은 더이상 이념으로 다투지 않는다. 냉전시대의 경제 시스템은 상호 배타적이었다. 지금 양국 경제는 상호 의존적이다. 열전은 무력 충돌이다. 미국이 군사력에서 절대적 우위인 만큼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렇다면 지루한 장맛비 같은 설전 모드 시나리오에 힘이 실린다. 시각을 좀 달리해 보자. 미국과 중국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양대 산맥이란 점이 같다. 각기 경제와 외교정책을 재조정하면서 공유이익이 커진 점도 같다. 닮아 가면서 협력하기도 하지만 마찰도 커지고 있다. 문화적·역사적으론 배경이 많이 달라 갈등 양상이다. 생각과 행동방식이 다르면 상식과 고정관념도 달라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인 기드온 래치먼이 그 차이를 멋지게 정리했다. 미국인의 사고 특성은 연속성인데 중국은 주기성이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로도 양국은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과 중국은 친구이자 적이다. ‘프레너미’(Frenemy, Friend+Enemy) 관계다. 국제관계로 보나 문화인류적으로 보나 그렇다. 한국은 두 나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당장 벗어나야 할 논리 두 가지가 있다. ‘미국과 중국 가운데 누가 이길까?’, ‘어느 편에 줄을 서야 할까?’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아니다. 양국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하는 경우다. 우리 모르게 말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 미국 경력자들은 미국 논리에 갇힌다. 중국 경험자들은 중국 논리에 빠지곤 한다. ‘워싱턴 스쿨’이니 ‘베이징 스쿨’이니 하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치 전문가는 정치의 눈으로만 본다. 경제 전문가는 경제만 보려 한다. 이렇게 해서는 미·중 관계를 제대로 볼 수 없다. 미국의 눈으로 중국을 보자. 중국의 눈으로 미국을 보자. 그래야 한반도 국운의 윤곽을 좌우할 그 관계를 잘 볼 수 있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싱크 탱크의 역할을 기대하는 이유다. 거기로 인재를 널리 불러 모으자. 그들이 홑눈 아닌 겹눈으로 세상을 보게 하자.
  • 두테르테 “민다나오 주둔 미군 떠나라”

    두테르테 “민다나오 주둔 미군 떠나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한 막말 파문 이후 정상회담을 거치며 가라앉는 듯하던 필리핀과 미국의 관계가 다시 경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국은 몇 달 전만 해도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중국에 맞서 연대를 과시했지만 마약과의 전쟁을 둘러싼 인권침해 문제로 냉기류가 지속되자 중국이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필리핀 남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특수부대의 철수를 요구했다고 AP 등이 13일 보도했다. 두테르테는 “민다나오 지역의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며 “미군이 철수하지 않으면 (반정부 이슬람 무장단체인) 아부 사야프 등의 손에 죽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는 “라오스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이런 방침을 발표할까 했으나 예의를 지켜 거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에르네스토 아벨라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자주 외교 정책지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다나오 지역은 필리핀 정부에 대항하는 이슬람 반군 단체의 활동이 활발한 곳으로, 미국은 2002년부터 특수부대원 1300여명을 군사지원단 명목으로 파견해 이슬람 반군 단체 소탕전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필리핀의 자주 노선은 미국에 반발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두테르테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마약 운반 혐의로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은 자국민의 사형집행을 용인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말 대통령에 취임한 두테르테는 그동안 미국의 안보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고 지난 8일 라오스에서 열린 미국·아세안 정상회의에 불참했다. 두테르테는 지난 6일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전날 두테르테가 막말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취소됐다. 이후 당일 저녁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 정상을 위한 만찬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과 잠시 만나 갈등설은 가라앉는 듯했다. 필리핀이 미국에 공공연하게 반감을 드러내면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확장을 저지하려던 미국도 복잡한 상황을 맞게 됐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필리핀으로부터 미군 철수에 대한 공식 요청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中·러시아 해군 남중국해서 첫 대규모 연합훈련

    中·러시아 해군 남중국해서 첫 대규모 연합훈련

    중국 해군 장병들이 지난 12일 광둥성 잔장항에 중국과 러시아의 해군 연합훈련에 동원된 러시아 군함이 도착하자 환영식을 열고 있다. 2012년부터 연례적으로 진행돼 온 양국의 해군 훈련은 올해 처음으로 남중국해에서 시행된다. 이날부터 19일까지 실시되는 훈련에는 러시아의 태평양함대 소속 군함들과 중국의 남해, 동해, 북해함대 소속 군함과 전투기 등이 동원된다. 잔장 신화 연합뉴스
  • 中·러시아 해군 남중국해서 첫 대규모 연합훈련

    中·러시아 해군 남중국해서 첫 대규모 연합훈련

    중국 해군 장병들이 지난 12일 광둥성 잔장항에 중국과 러시아의 해군 연합훈련에 동원된 러시아 군함이 도착하자 환영식을 열고 있다. 2012년부터 연례적으로 진행돼 온 양국의 해군 훈련은 올해 처음으로 남중국해에서 시행된다. 이날부터 19일까지 실시되는 훈련에는 러시아의 태평양함대 소속 군함들과 중국의 남해, 동해, 북해함대 소속 군함과 전투기 등이 동원된다. 잔장 신화 연합뉴스
  • 오바마 욕한 두테르테, “미국은 전투기만 팔고…”

    오바마 욕한 두테르테, “미국은 전투기만 팔고…”

    오바마를 비난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또다시 중국에는 호감을, 미국에는 반감을 드러냈다. 필리핀의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계기로 맹방이던 미국과 필리핀의 사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그 틈을 중국이 메우는 모양새다. 10일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인도네시아에서 필리핀 교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마약 중독자를 위한 재활센터 건설을 도와주고 있다”며 “관대한 중국에 고맙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는 지난 6월 말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이 “저항하는 마약 용의자를 사살해도 좋다”며 강력한 마약 단속을 주문한 이후 겁먹은 마약 사범의 자수 행렬로 기존 재활센터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추가 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여기에 중국이 자재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에 대해서는 “법의 원칙만 제시할 뿐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필리핀 마약 소탕전에 대해 인권 침해 문제를 제기하는 미국에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최근 라오스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기간에 두테르테 대통령을 만나 올바른 방법으로 범죄와 전쟁을 하라고 촉구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우리에게는 대화할지,싸울지 2가지 선택권만이 있다”며 “중국과 싸우면 살육이 벌어지기 때문에 대화를 해야지 대적할 수 없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의 필리핀 방위 지원에 대해서 “고맙다”면서도 미국이 더 잘할 수 있다고 비꼬았다. 그는 “미국은 필리핀에 FA-50 2대를 팔았을 뿐 전투기에서 발사할 미사일,실탄,기관포를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FA-50은 한국이 수출한 경공격기로,두테르테 대통령이 미국산으로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6월 당선인 시절 “베니그노 아키노 정부가 구매한 FA-50이 행사 축하비행에만 쓰인다”고 비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10일 귀국해 기자들에게 “필리핀은 독립적인 외교정책을 지향할 것”이라고 전임 정부가 고수한 친미,반중 외교노선의 변화를 강조했다.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적 패권 확장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과 방위협력을 강화해 온 필리핀은 정권 교체 이후 중국에 유화적인 태도로 급선회했다. 반면 미국과는 마약 용의자 즉결처형을 놓고 인권 갈등까지 빚어 양국 관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수면혁명(아리아나 허핑턴 지음, 정준희 옮김, 민음사 펴냄) 수면 박탈의 시대, 일에 매몰돼 소진되어 가는 현대인에게 ‘잠’의 중요성을 깨우치는 통찰을 담았다. 444쪽. 1만 6800원. 좋은 치과의사를 만나는 10가지 똑똑한 방법(사이토 마사토 지음, 조은아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좋은 치과의사와 나쁜 치과의사를 구별하는 법, 나이가 들어도 치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법 등에 대해 일본의 치과의사가 쓴 보고서. 224쪽. 1만 3000원. 프레너미(박한진·이우탁 지음, 틔움 펴냄) 사드, 남중국해 분쟁으로 드러난 미국과 중국의 욕망을 이해하며 우리의 대미·대중 전략을 풀어 썼다. 310쪽. 1만 7000원. 그 아이만의 단한사람(권영애 지음, 아름다운사람들 펴냄) 아이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또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양한 아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감동적으로 풀어냈다. 308쪽. 1만 5000원. 치병적곡(배형순 지음, 섬앤섬 펴냄) 문화관광해설사인 저자가 고구려인의 정신과 철학, 전쟁 이야기, 풍족한 생활상과 문화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224쪽. 1만 2500원. 조랑말과 나(홍그림 지음, 이야기꽃 펴냄) 함께 자라온 조랑말과 아이의 파란만장 여행기. 시련을 거쳐 더 단단해진 아이와 조랑말의 관계를 따뜻한 그림체로 표현했다. 44쪽. 1만 2000원.
  • 트럼프의 안보는 ‘强軍’

    트럼프의 안보는 ‘强軍’

    군비강화 등 정통 공화 노선… 재원 모호해 실효성엔 의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미국의 군사력을 강화해 ‘힘을 통한 평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과도한 군사비 지출에 반대하며 고립주의 노선을 견지해 온 트럼프가 공화당의 전통적 국방 중시 노선으로 돌아섰다는 평가지만 동맹국이 미국 군사력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어 방위비 분담금 압박은 지속될 전망이다. ●육군 현역 54만명으로 증원 주장 트럼프는 7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유세에서 “미국이 준비되지 않았을 때 위험이 가장 컸다”면서 “절대적으로 우월한 군사력을 통해 갈등을 피하고 방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AP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는 연설을 통해 47만 5000여명 수준인 현역 육군 병력을 2018년까지 45만명으로 줄이려는 오바마 정부를 비판하며 이를 오히려 54만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잠수함을 포함한 해군 함정도 70여척 늘려 350여척으로, 공군 전투기도 90여대 늘려 최소한 1200대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한 최첨단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개발하고 해군 순양함 22척에 대해 척당 2억 2000만 달러(약 2400억원)를 들여 개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퀘스터서 국방 제외해 비용 절감 연방정부의 재정 적자를 막기 위해 2013년 발동된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에서 국방 예산 항목은 제외하고 정부와 군의 관료주의를 개혁하면 재원을 마련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트럼프는 이와 함께 “대통령이 되면 국방부에 30일 이내에 이슬람국가(IS) 격퇴 방안을 마련토록 지시할 것”이라며 “합동참모본부에 사이버 방어 대책 마련도 주문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중 미국을 포함한 5개 국가만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내기로 한 약속을 지키고 있다”면서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을 늘리도록 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레이건 빼닮아… 보수 공략용인 듯 트럼프의 ‘힘을 통한 평화’ 공약은 냉전 말기인 1980년대 압도적 군사비 지출로 소련을 압박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노선과 유사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보수층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공약으로 풀이된다. 트럼프의 지지 기반인 군인 표심을 잡는 동시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안보 무능을 부각시키기 위한 행보다. 하지만 트럼프 안보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말대로 군사력을 증강하려면 매년 800억~900억 달러의 추가 재원이 필요한데도 구체성이 부족하다”면서 “시퀘스터 조치를 폐지하겠다는 약속도 지키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년 동안 미국의 한 해 군사비 지출은 5600억~6500억 달러를 넘나들어 세계 최고 수준이며 2위인 중국의 4~5배에 달한다. 트럼프의 안보 공약이 주목을 끄는 가운데 미 해군은 다음달 15일 한반도와 남중국해 분쟁에 대비해 건조 비용에만 44억 달러(4조 8100억원)가 투입된 차세대 구축함 ‘줌월트함’을 취역시킬 예정이라고 AP 등이 전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범죄와의 전쟁 올바르게 해야”

    “범죄와의 전쟁 올바르게 해야”

    필리핀 “양국 견고한 관계 확인” 두테르테 욕설에 친중 행보 탓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정상회담 대신 짧은 만남을 가졌다. 두 정상은 6~8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회담을 할 예정이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욕설을 하면서 취소된 바 있다.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은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두 정상이 만찬에 앞서 대기실에서 만났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만찬장에 들어가기 앞서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두 정상은 악수를 나누고 2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정상이 만찬장으로 다 떠날 때까지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야사이 장관은 “미국과 필리핀이 아주 견고하고 강한 관계라는 것을 보여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찰스 조 필리핀 외교부 대변인은 “두 정상의 만남은 상호 합의된 것”이라며 “그러나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8일 두테르테 대통령과 어떤 대화를 했느냐는 질문에 “범죄 조직이 하듯이 비열한 방법이 아니라 올바르게 범죄와 전쟁을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일침을 가했다고 AFP가 보도했다. 그는 또 “잘못된 방법으로 했을 때 무고한 사람이 다치고 의도하지 않은 많은 결과에 직면한다”고 덧붙였다. 만찬장 초미의 관심사는 오바마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대화를 나눌 것인가였다. 두 정상은 만찬에 앞서 가진 기념촬영에서 비교적 가까운 자리에 서 있었으나 악수조차 하지 않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5일 “오바마 대통령이 필리핀의 마약 용의자 사살 정책에 대해 묻는다면 개XX라고 욕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예정돼 있던 양국 정상회담이 취소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후 “개인적 공격으로 생각됐다면 사과한다”고 말했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거친 입뿐만 아니라 예측 불허의 행동도 미국에 큰 골칫거리라고 CNN은 지적했다. 미국은 필리핀 등 동남아 우방국과 함께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려 하지만 반미 감정을 갖고 있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친중 노선으로 선회하려는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의 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는 모습이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中은 ‘韓 국력·가치·매력’ 무시할 수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의 외교적 운명이 걸렸던 한반도 주변 4강(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외교를 마무리하고 9일 귀국길에 오른다. 이번 순방은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 입장을 밝힌 중국과 러시아 정상을 만나 담판을 짓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으로서는 외교적 긴장도 내지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했을 법하다. ●中 “한·중 협력 강화”가 가장 큰 성과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사드 배치에 반대해 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양국 간 협력 강화’ 목소리를 이끌어낸 것이다. 지난 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사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양국 관계의 발전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전면적인 경제적 보복이나 관계 단절 같은 파국은 원치 않는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왜 시 주석은 한국과의 파국을 피하고 싶었을까. 첫째, 한국의 국력과 가치 그리고 매력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인 한국과의 파국은 중국 경제에도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또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을 적으로 돌려세우면 동아시아에서 완전히 고립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일본과는 원래 사이가 안 좋고, 러시아는 협력상대이면서도 마냥 믿을 수는 없는 경쟁관계다. 북한이 우방이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세계적 ‘불량국가’인 북한과 친하다는 사실을 내심 창피하게 생각한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좀더 멀리 동남아에서도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으로 주변국들에 포위당한 형세다. 이런 처지에서 굳이 ‘매력국가’인 한국과 일부러 척을 져서 고립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사드가 북핵 방어용이라는 한국 정부의 논리를 정색하고 반박할 논리가 궁색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사드가 미국의 중국 견제용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지만, 북핵 위협에 대한 최소한의 자위적 조치라는 한국의 논리에 제대로 반박할 명분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실제 사석에서는 사드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한국 당국자들에게 “이해는 된다”며 공감을 표하는 중국 당국자들도 있다고 한다. 또 박 대통령이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가 불필요하다”고 밝힌 게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셋째,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중국에 들인 공(功) 덕택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지난해 외교적 리스크를 안고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해 천안문 망루에 오른 일로 중국에 빚을 안긴 측면이 있다. 중국 당국자들은 그 일에 대해 지금까지도 “고맙게 생각한다”는 얘기를 한다고 한다. 만일 박근혜 정부가 사드를 염두에 두고 미리 천안문 망루 외교를 펼친 것이라면 조선 중기 강홍립의 ‘균형·실리 외교’를 떠올릴 만큼 지능적인 전략이라 할 만하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 결과의 가장 큰 교훈은 우리 내면의 ‘중국 사대주의’에 대한 반성이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조치(사드 배치)마저도 중국의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하는 우리 일부의 ‘사대주의적 시각’이 보기 좋게 일격을 맞았다는 해석도 가능한 회담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일 정상 ‘군사정보보호협정’ 논의 한편 지난 7일 비엔티안에서 열린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이 8일 밝혔다. 조 대변인은 “한·일 간 정보공유 협력은 국회와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충분히 확보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신중하게 국민께서 생각하는 것을 보면서 판단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논의한 사실을 공식 인정하고 기본 방침을 밝힌 것은 기존 입장에서 일보 전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엔티안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 ‘시진핑-푸틴’ 브로맨스 남중국해 新밀월

    ‘시진핑-푸틴’ 브로맨스 남중국해 新밀월

    러 태평양함대 함정 편대 출항 中도 군함·잠수함 40여척 투입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밀월’ 관계를 심화시킨 중국과 러시아가 ‘글로벌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해군 합동 훈련을 실시한다. 중국 관영 인터넷매체 펑파이는 6일 러시아 언론을 인용해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함정 편대가 이미 광둥성 잔장(湛江)항으로 출항했다고 보도했다. 5척으로 편성된 전단은 오는 12일부터 19일까지 남중국해에서 실시되는 ‘해상연합 2016’ 작전에 참가한다. 전단은 우달로이급 미사일 구축함 두 척, 대형 상륙함 한 척, 예인선 한 척, 급유선으로 구성됐다. 배수량 6900t의 우달로이급 구축함은 최대 시속 65㎞, 작전 반경 1만 9400㎞로, 사거리 100㎞의 실렉스 대잠·대함미사일과 그리슨 함대공 미사일 등을 장착했다. 태평양함대 사령부는 “15일부터 19일 사이에 가장 격렬한 훈련이 실시될 것”이라면서 “방공, 대잠수함, 대함, 해병대 상륙 작전 등을 중국군과 함께 수행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 훈련에 군함과 잠수함 40여척을 투입할 예정이다. 중국 군사전문가 인줘짜이(尹卓在)는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에 출연해 “이번 훈련은 전역급 종합전투훈련으로 양국이 펼쳤던 공동 훈련 중 가장 규모가 크다”면서 “남중국해의 해역이 넓기 때문에 사정거리가 500㎞ 이상의 대함 미사일과 사거리 100~200㎞의 대공 미사일이 발사되며, 수심이 깊어 잠수함 작전도 대대적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2012년부터 매년 한 차례씩 해군 합동 훈련을 실시해 왔다. 첫해에는 중국 칭다오 부근 황해(서해)에서, 2013년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부근 동해에서, 2014년에는 중국 창장(長江) 부근 황해에서 훈련했다. 지난해 합동훈련은 1단계는 지중해에서, 2단계는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표트르대제만 부근 해역에서 진행됐다. 양국은 매년 지정학적 분쟁이 고조되는 지역을 골라 합동 훈련을 했는데, 이번에는 남중국해를 선택한 것이다. 이번 합동 훈련은 남중국해 분쟁에서 미국과 일본 및 아세안 각국에 협공을 당하는 중국을 러시아가 지원하는 성격이 강하다. 지난 5일 끝난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은 별도 기자회견에서 “합동 훈련은 러·중의 안보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러시아는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중재판결을 인정치 않는 중국의 입장을 지지한다”며 중국에 대해 대놓고 지원 사격을 했다. 시진핑(왼쪽) 주석은 정상회의 기간 내내 푸틴 대통령을 ‘제1 주빈’으로 각별하게 예우했다. 지난 4일 중·러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중국과 러시아는 상대 국가의 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지켜주려는 노력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사드 숨돌리자 남중국해… ‘균형외교’ 또 시험대에

    남중국해 영유권 최대 이슈로 美·日 vs 中·러 구도 공고화 박근혜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외교를 큰 무리 없이 마무리한 가운데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 관련 정상회의에서는 북핵과 더불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미 사드로 한 차례 정면충돌을 한 미·중 정상은 라오스에서 다시 남중국해 문제로 ‘2차 격돌’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간 균형외교를 표방한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곤혹스런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작지 않은 셈이다. 6일 박 대통령이 방문한 라오스 비엔티안에서는 사흘 일정으로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 다자 회의와 양자 회담이 이어지며 북핵과 테러 대응, 역내 경제·사회 통합 등을 논의한다. 특히 이번 회의는 지난 7월 중국과 필리핀 간 남중국해 중재판결 이후 아세안 정상들이 처음 모이는 자리다. 최근 중국과 대화에 나선 필리핀은 이 문제를 적극 거론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간 해양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날을 세워 온 미·일 정상은 강도 높게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는 리커창 중국 총리가 참석한다. 이미 미·중은 라오스에서 ‘우군 확보’를 위한 고강도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서 라오스를 첫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과 함께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경제·안보 지원 등을 약속하며 세력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세안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도 오는 11~14일 중국에서 열리는 중·아세안 엑스프와 비즈니스 투자 정상회의에 아세안 정상들을 초청하는 등 경제협력을 앞세워 아세안의 협조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G20의 ‘제1주빈’이었던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중국을 지지하는 등 ‘미·일 대 중·러’의 구도는 공고해지고 있다. 여기다 아세안 국가들까지 양 진영으로 갈라질 경우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며 중립을 내세운 우리 정부로서는 상당한 외교적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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