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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로 해고되고 거리 시위에서도 쫓겨납니다”

    “코로나로 해고되고 거리 시위에서도 쫓겨납니다”

    노조 “코로나 빌미 하청 노동자 입막음” 구청 “감염병 재유행 위험… 농성 무관”코로나19로 정리해고된 아시아나항공의 하청업체 아시아나KO 노동자들이 회사에 항의하며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구청이 “감염병 확산 우려가 있다”면서 일대를 집회 금지 구역으로 지정했다. 노조는 “일자리를 잃은 것도 억울한데 시위 공간에서조차 쫓겨난다”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26일 종로구청 고시에 따르면 종로1~6가 주변 도로 및 인도, 대학로 일대, 구청 앞 교차로 주변 도로 등이 집회 제한 장소로 지정됐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집회 금지 장소 내에서 집회·시위 등을 하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에 종각역 인근 금호아시아나 종로사옥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는 아시아나KO 해고노동자 8명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코로나19를 빌미로 정부 당국이 하청노동자의 입을 틀어막는다”고 반발했다. 아시아나 항공기 청소 업무를 하던 이들은 지난 11일 사측의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이후 사옥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하청업체의 진짜 주인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책임지라”며 농성에 나선 뒤 줄곧 구청과 갈등을 빚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고용노동부는 노동자들과의 만남을 거부하고, 구청은 천막을 철거한다. 코로나19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건 되고, 이에 항의하는 건 안 되느냐”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구청은 지난 15, 18일 집회 신고가 된 지역인데도 천막을 강제 철거했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조연민 변호사는 “천막을 철거하려면 행정대집행법을 따라야 하는데 철거 당시 법적 근거가 도로법이었다”면서 “도로법은 특례조항이라 행정대집행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만 가능한 것인데 이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고 밝혔다.지난 24~25일 구청이 노조가 다시 설치한 천막에 노상 적치물 철거 계고장을 붙이고, 26일 아예 일대를 집회 금지 구역으로 지정하자 노조는 “재벌 비호를 위해 공권력을 남용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바뀌고 등교도 시작됐다. 구청이 집회 금지를 지정한 지역에 새로운 확진자가 나온 것도 아니다”라며 “느닷없는 집회 금지 통고는 결국 아시아나 하청노동자의 입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구청 관계자는 “이태원 클럽 관련 n차 확진자가 끊이지 않고, 관내 노인 인구 비율이 높아 코로나19의 재유행 위험이 있다고 보고 결정한 것”이라면서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조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남순건의 과학의 눈] 고래가 즐거워야 우리가 산다

    [남순건의 과학의 눈] 고래가 즐거워야 우리가 산다

    코로나19와 같은 엄청난 재앙을 세상 사람들 누구나 다 경험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사람 사는 방식이 달라졌다. 이 팬데믹의 경제적, 사회적 후유증에 대해서는 그 규모가 엄청날 것이라는 점만 확실할 뿐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어떻게 될지는 제대로 알 수 없다. 인류가 직면한 더 큰 재앙인 기후위기는 지금 잠시 잊혀진 듯하나 실상은 우리 코앞에 다가와 있다. 백신 개발 등으로 일단락될 수 있는 바이러스성 질병과는 달리 기후위기는 일단 시작되면 인류의 종말이 순식간에 오고 막을 방법도 없다. 그래서 정치, 종교, 과학계 지도자들이 입을 모아 걱정을 하는 문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기본적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을 줄여야 한다. 수억 년 전 땅속에 석유, 석탄으로 묻혀 있던 탄소를 태우면서 만들어 낸 인간의 과오를 불과 십 년 안에 되돌려야 하는 것이기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의 규모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나무를 베어 태양전지를 설치하는 탐욕스러운 방식은 제대로 된 탄소 포집 방법이 될 수 없다. 살펴보면 지상의 나무들만큼이나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은 전체 산소 발생량의 절반을 담당한다. 그럼 이들의 생장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큰고래들은 심해로 다이빙하는 습성이 있다. 다른 물고기들과는 달리 공기호흡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고래펌프’라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 고래들은 그 이동경로가 수천㎞에 달하기 때문에 해수의 수평이동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이에 따라 플랑크톤이 원하는 무기질이 대양에서 순환되게 한다. 그리고 비료처럼 질소 성분이 많은 배설물로 플랑크톤에 영양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기계로 해수를 순환시키려면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것인데, 수백만 마리의 고래가 이 역할을 하고 있다. 몸무게가 수십t씩 되는 고래 스스로도 엄청난 양의 탄소 덩어리로서 탄소를 포집한 상태고 나아가 이들의 사체는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기 때문에 자연스레 탄소 포집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래들의 개체수가 늘어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생각보다 쉽다. 인간이 이들에게 해 오던 못된 짓들만 멈추면 된다. 아직도 상업용 포경을 하는 국가들에 정치, 경제, 외교적 집단 압력을 행사해 이를 즉시 멈추게 하는 것이 첫 번째 일이다. 최근 들어 접하는 죽은 고래 뱃속에서 수십㎏의 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슬픈 뉴스가 시사하듯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및 빨대 그리고 포장재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이를 남용하는 국가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요즘 생활 속 거리두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식재료를 집으로 배달시킨다. 배송 업체별로 포장의 정도가 다른데 플라스틱 사용이 많은 업체는 그 행태를 바꾸도록 여론에서 지적해야 한다. 나아가 남녀노소 항상 지니고 다니는 물품에 장바구니를 포함시키는 캠페인도 있어야 한다. 다가오는 엄청난 재앙을 막기 위해 우리의 조력자 고래들이 즐거워하는 세상을 만들어 주자.
  • 이재명 측 ‘친형 강제입원 사건’ 관련 대법에 공개변론 신청

    이재명 측 ‘친형 강제입원 사건’ 관련 대법에 공개변론 신청

    “법적 쟁점 많고 사회적 의미 커 의견 청취 필요”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기소돼 대법원 판결을 앞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변호인이 대법원에 공개변론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공개변론은 대법원이 심리하는 사건 중에서 사회적 가치 판단과 직결된 주요 사건인 경우 해당 분야 전문가나 참고인의 의견을 듣는 것을 말한다. 이 지사는 선거 쟁점이었던 ‘친형 강제입원’에 관한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고 지난해 9월 상고했다. 2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지사의 법률 대리인인 나승철 변호사는 지난 22일 이 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심리 중인 대법원 제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에 공개변론을 신청했다. 나 변호사는 신청서에서 “이 사건은 중대한 헌법·법률적 쟁점이 있고 사회적 가치의 변화와 관련해서도 검사와 변호인들의 공개 변론과 함께 헌법학자, 정당, 유권자, 언론인 등 각계의 의견을 직접 청취할 필요성이 높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운동의 자유, 선거의 공정성, 언론의 자유, 죄형법정주의 원칙, 양심의 자유 등 다양하고 중대한 헌법 및 법률적 쟁점이 포함돼 있고 판결 결과에 따라 1300만 경기도민의 선거를 통한 정치적 결정이 부인될 가능성이 있는 등 매우 중요한 법적, 정치적, 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직자(당시 성남시장)의 적법한 공무집행(정신질환자에 대한 강제진단)도 그 대상이 ‘형님’이라는 이유로 비난받을 부도덕 행위가 된다는 취지에서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과 관련해 신분적 요소(형제 관계)가 법적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형사소송법 제390조는 대법원이 서면심리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필요한 경우에는 특정한 사항에 관해 변론을 열어 참고인의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종전 공개변론 사례를 보면 최근 가수 조영남씨의 ‘그림 대작’ 사건, 2016년 권선택 대전시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 2018년 여호와의 증인 신도의 병역법 위반 사건 등이 있다. 나 변호사는 항소심 판결의 문제점을 거듭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피고인은 당시 선거방송토론회에서 상대 후보가 직권을 남용해 불법 행위를 했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공격하자 이에 ‘적법한 직무행위’라고 반박했을 뿐 ‘지시’ 부분은 질문도 없었고 쟁점도 아니어서 말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원심은 지시 사실을 고의로 숨긴 것이고 사실을 왜곡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과 같다’고 판결했다”고 지적했다. 질문을 받지 않았고 공표할 의무도 없어서 ‘침묵’했을 뿐인데 침묵 자체가 허위사실을 공표한 행위가 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나 변호사는 “원심 판단은 불리한 진술 강요 금지, 최소 침해 원칙, 표현의 자유,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 평등권 등 헌법의 원칙과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또 “당선 무효에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고, 선거보전비용 38억원의 반환으로 전 재산이 몰수될 상황에서 ‘양형’에 대한 상고 불허는 평등권과 3심제로 재판받을 권리도 침해한다”는 논리도 폈다.앞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는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 부분이 유죄로 인정돼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공직선거법 250조 1항(허위사실공표죄)에 담긴 ‘행위’와 ‘공표’라는 용어의 정의가 모호해 헌법에 위배된다는 등의 취지로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제출했다. 이 지사에 대한 상고심 판결 일정은 선거법상 선고 시한(지난해 12월 5일)을 넘긴 상태다. 대법원 제2부는 지난해 11월 법리검토를 개시하고 올해 4월 13일 쟁점에 관한 논의에 들어갔으나 아직 위헌법률심판 제청 여부와 선고 일정을 결정하지 않았다. 이 지사 측은 이번 공개변론 신청과 관련해 “재판 일정 연기 등의 의도가 전혀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지사는 지난 2월 페이스북에 “대법원 재판을 두고 내가 지사직을 연명하려고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다거나 판결 지연으로 혜택을 누린다는 주장은 심히 모욕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In&Out] 의료용 대마 오남용 철저하게 관리해야/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In&Out] 의료용 대마 오남용 철저하게 관리해야/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평소 알고 지내던 중년 직장인은 위·대장 내시경을 받을 때 진행하는 수면마취가 기다려진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평상시 피곤했던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때 쓰이는 마취제가 우리가 언론을 통해 흔히 들어왔던 ‘프로포폴’, 다른 이름으로는 ‘우유주사’다. 당연히 의료 현장에서도 엄격한 관리하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향정신성의약품, 즉 ‘중독성 약물’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어느 순간 이런 ‘프로포폴’이나 ‘우유주사’ 등이 일상 속에서 상당히 친숙하게 느껴지게 됐다. 그나마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마약청정국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2015년 1만명을 넘어선 마약사범이 2017년에는 1만 5000명을 넘어서는 등 최근 수년 사이 마약사범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제 마약류 오남용 문제가 더이상 일부 유명 연예인들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의료용 대마’의 일부 의약품이 희귀·난치질환 환자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올바른 사용과 오남용 예방이 요구되는 상황인데, 일각에서는 ‘의료용 대마 전면 확대 및 합법화’와 ‘기호용 대마 허용’ 요구로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일부 대마 합법화 추진론자들은 서양의 대마 합법화 추세를 빗대어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양 특히 미국에서의 대마 합법화는 철저히 ‘돈의 논리’ 속에서 추진되었다. 대마산업계의 무차별적 이윤추구 마케팅과 대마 판매로 인한 세수증대를 노리는, 산업기반이 취약한 지역 주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2019년 현재 미국 내 10개주가 이미 대마초의 완전 합법화를 이룬 상태고 의료용 대마초 허용 주는 33개에 이르렀다. 의료용 대마초의 경우 불면, 스트레스 등 몇 가지 질문을 통한 형식적 진료 과정만 통하면 처방전 또는 아이디 카드를 받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끔찍한 사회적 공황 상태가 따르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특정 희귀·난치병에 대한 대마 성분 의약품의 처방을 허용하는 수준을 넘어 통증, 불면, 식욕부진 등 일반적 증상에 따라 다양한 의료용 대마를 허용한 미국에서 아동·청소년의 오남용 사고, 대마중독 교통사고와 사망 사건 및 대마초 의존 유병률이 증가되는 등 공중보건학적 폐해가 심각하게 보고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사례뿐만 아니라 최근 다양한 형태의 대마초를 유입하다 적발되는 국내 사례를 보면 이미 미국의 문제가 국내로까지 번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의 기호용 대마 합법화 논리에 대한 철저한 대응은 물론이고 이미 이용이 허가된 일부 대마 성분 의약품의 사용도 보다 철저하고 엄격한 수준으로 관리·감독하는 것이 최선이다.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핑계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도되고 있는 대마관련 상품 합법화 논의는 마땅히 재고되어야 한다.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70회] ‘강제징용 재상고심’ 외교부와의 협의 잘못이라면서도…재판 개입 의혹은 “기억 안 나”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70회] ‘강제징용 재상고심’ 외교부와의 협의 잘못이라면서도…재판 개입 의혹은 “기억 안 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의 재상고심 과정에서 외교부의 입장이 대법원에 전달될 수 있도록 법원행정처와 피고 측 대리인이었던 김앤장 법률사무소, 외교부 사이의 협의가 이뤄졌다고 전직 법원행정처 간부가 재확인했다. 다만 절차가 아닌 재판의 내용이나 시기, 방식 등 직접적인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선을 긋고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22일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의 69회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은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의 외교부 의견서 제출 관련 절차의 흐름이 행정처와 외교부, 김앤장 사이에 증인이 기조실장으로 오기 전에 협의돼 있었다고 생각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전 실장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이어 2015년 8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을 지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을 비롯해 여러 재판 개입에 관여한 의혹으로 기소돼 별도의 재판도 받고 있다. 일본 전범기업 측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파기환송된 2012년 대법원 판결을 뒤집기 위해 대법원의 재상고심 재판 과정에 개입했다는 게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임 전 차장의 주요 혐의다. 특히 행정처가 외교부의 의견이 대법원에 전달될 수 있도록 2015년 1월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해 ‘국가기관 등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를 신설했고 이후에도 임 전 차장이 김앤장에 의견서 제출을 독촉하고 초안을 검토하는 등 협의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과정 가운데 2015년 8~9월쯤 이 전 실장은 임 전 차장과 함께 당시 외교부 조태열 2차관과 김인철 국제법률국장을 만나 의견서 제출방식과 절차, 시기 등에 대해 논의했다는 게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이 전 실장은 이날 검찰의 주신문 과정에서 당시 외교부 관계자들을 만난 상황에 대해 “(임 전 차장으로부터) 외교부가 의견서 낼 기회를 달라고 했는데 아직도 제출하지 않는다는 정도의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전 차관이 “강제징용 사건의 의견서를 준비 중이고, 초안을 보낼 테니 봐달라”고 했고 이후 김 전 국장이 서초동에 찾아와 외교부가 작성한 의견서 초안을 건넸다고 말했다. 검찰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임 전 차장을 찾아갔을 때 임 전 차장이 연필로 외교부 의견서 초안을 수정하는 것을 봤다’고 했는데”라고 묻자 이 전 실장은 “내용은 모르고 오탈자랑 의견 한두 마디를 하신 듯 하다”고 답했다. 내용 자체를 고쳐준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외교부 의견 받아서 봐준 것…지금 생각해도 잘못” 이 전 실장은 지난해 4월 23일 임 전 차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렇게 말했다. “저도 판사로서 30년 가까이 일했다. 공개적으로 무슨 법정에서의 재판 과정에서 의견을 표출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재판 외 비공개적으로 만나서 (의견 교류를) 하는 것 아닌가. 규칙을 바꿔서 의견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행정처가 외교부와 만나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변명할 생각이 없다. 지금도 잘못됐다, 부적절하다 생각하고 있다 저는.” 이 증언에 대해 이날 다시 검찰이 묻자 이 전 실장은 “행정처가 사법행정 층면에서 임 전 차장이나 저나 그 당시에는 ‘이 정도는 봐줄 수 있지 않나’ 쉽게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말했다. 그러자 검찰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 이유가 원고와 피고, 당사자가 있는 민사소송에서 원고 몰래 행정처가 피고의 의견서를 검토한 것이 재판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아닌가“ 물었다. 이 전 실장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의견서 자체가 중립적인 거라 (피고의) 편든다고 생각을 안 했다. 국가와 관련된 문제니까 외교부가 의견서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저희가 외교부 의견서를 봐준 건 적절하지 않다고는 생각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실장과 임 전 차장은 2016년 9월 다시 외교부를 찾아 조 전 차관 등 외교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4월 임 전 차장 재판에서 이 전 실장은 “(누구 요청으로 만난 것인지는) 검찰 조사에서는 구체적으로 기억이 안 난다고 했는데 법원의 요청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고, 이날도 “그게 맞을 거고 의견서 제출을 임 전 차장이 독촉하는 의미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실장은 당시 임 전 차장이 “2012년 강제징용 사건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에 새로운 논의를 전개하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한데 그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를 활용해 정부가 강제징용 관련 여러 관점과 전후 배상처리 문제에 대한 외국의 사례를 제출해주면 결과는 장담하지 못해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려고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냐는 검찰의 질문에 선을 그었다. “그 부분은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제가 기억하는 것은 그 때 임 전 차장이 외교부 의견서 제출 문제를 조 전 차관이 (주 유엔대표부 대사로) 가기 전에 매듭짓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고 윤병세 당시 외교부 차관도 조 전 차관에게 ‘가기 전에 매듭짓고 가라’고 이야기하셨다고 조 전 차관이 이야기한 게 기억난다”면서 “전원합의체 부분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의견서 관련 절차나 실무적인 협의는 인정하면서도 재판에 직접 관여한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것으로 읽힌다.검찰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는 증인이 ‘기존 대법원 이후 재상고됐는데 시간이 오래 지나 갑자기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것도 이상하고 갑자기 판결을 선고하는 것도 이상해서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임 전 차장이 말한 게 아닌가 싶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며 전원합의체로 넘기는 방안을 임 전 차장이 외교부에 언급했는지를 두고 확인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전 실장은 “아니다. 추측해서 말한 것이고 의견서 제출을 이야기한 것은 기억나는데 나머지는 기억이 잘 없다”며 재판 관련 언급은 피했다. 당시 외교부 관계자들이 행정처로부터 전원합의체 회부 가능성에 대해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거듭 지적했지만 이 전 실장은 “(임 전 차장이 그런 말을 한 것은) 없었다”면서 “외교부에서는 전원합의체 회부를 그 당시 희망했지만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해서 외교부 국장이 저한테 물었던 게 아닌가 싶다는 것이다. 임 전 차장이 저한테 그 얘기를 안 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답한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라는 게 뭡니까?” (검찰) “검사님이 물어보신 그날 임 전 차장이 말한 게 아니라, (외교부에서 먼저 얘기를 들었다는) 그렇다는 겁니다.” (이 전 실장) “두루뭉술하게 말씀하지 마시고요. 전원합의체 회부를 추진하려고 한다는 말을 임 전 차장이 했습니까?” (검찰) “안 했다고 여러 번 말했습니다.” (이 전 실장) “그 근거로 ‘사실관계가 전원합의체 회부도 불확실하고 회부돼도 파기가 불확실해서 말을 안 했다’, 이게 증인의 근거라는 건데요. 그게 바로 임종헌이 전합 회부를 추진한다는 말을 안 했다는 것에 대한 증거가 안 되지 않냐는 겁니다. 불확실하긴 해도 추진한다는 것과 증인이 말한 사정, 회부나 파기가 불확실하다는 게 양립가능한 사실임에도 증인이 그런 식으로 말하고 있어서…” (검찰) “답변해도 될까요? 외교부 박모 국장이 전합 회부에 대해 말한 것을 보니까 생각나서 그렇게 말했다는 거고, 그걸 생각해보니 임 전 차장이 그렇게(전원합의체 회부를 추진하겠다는) 이야기를 안 했다고 생각이 든다는 겁니다.” (이 전 실장) 임 전 차장이 외교부에 먼저 전원합의체 회부를 추진하겠다고 말을 했는지를 놓고 검찰과 이 전 실장 사이의 설전이 벌어지자 재판부는 반복된 질문을 중단시켰다. ●전합 회부 추진·대법원장 임기 내 처리 등 언급했나 두고… ”안 했다, 기억 없다“ 검찰은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회동 자리에서 임 전 차장이 외교부에서 의견서 제출 절차 시그널을 받으면 피고 쪽 소송대리인으로부터 정부 의견 요청서를 전달받아서 절차대로 하면 일주일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말을 했던 게 맞느냐” 물었고 이 전 실장은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피고 측에서 정부 의견 요청서가 제출이 돼서 그것을 외교부에 전달하는 것은 주심 대법관의 권한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이 전 실장이 “그 땐, 전 뭐 별 생각 없었다”고 답하자 검찰은 이렇게 다시 물었다. “지금… 30년 이상 법관을 하고, 고위 법관을 지내신 분으로서 판단하시기에 이 부분에 있어 피고 측에서 뭔가를 서면을 내고 그걸 국가기관인 외교부에 전달하는 것, 그렇게 판단하는 건 누구의 권한입니까?” (검찰) “대법관이죠.” (이 전 실장) “누구 권한이라고요?” (재판장) “재판 관련 사안은 대법관님 권한 아닐까요.” (이 전 실장) “추가 질문입니다. 그렇다면 법조인인 제가 봐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주심의 권한이기 때문에 행정처 차장이 이런 말을 하려면 주심이랑 협의됐을 것으로 보이는데, 증인은 임 전 차장이 주심이랑 협의를 했나? 등의 생각은 안 해봤습니까?” (검찰) “그건 생각을 못했습니다. 제가 그냥 의견서 제출 과정에서 피고 측에서 내면 제출한다, 이런 정도만 생각했고 그런가보다 그랬고. 지금 돌이켜보면 부족하고 잘못한 것이 있다고 보입니다. 외교부에서 아까 말했지만 무턱대고 의견서를 내기 뭐하니까 그런가보다 생각했습니다.” (이 전 실장) 외교부에 의견서 제출을 서두르도록 한 임 전 차장의 발언을 두고도 이 전 실장의 진술이 엇갈렸다. 임 전 차장이 조 전 차관에게 의견서를 빨리 내라고 재촉한 것이 맞다면서도 재상고심 판결이 양 전 대법원장의 임기 중 처리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얘기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역시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해선 거리를 뒀다. 검찰은 “증인이 지난해 4월 임종헌 재판에 나와서 ‘피고인(임 전 차장)이 양승태 대법원장 임기 중 결론이 안 날 수도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실장은 이에 대해 “그 땐 ‘예’라고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정확한지 모르겠다. 얘기한 것 같기도 하고 안 한 것 같기도 하다”고 얼버무렸다. “‘4년 전 판결을 바로 뒤집기에는 적잖은 어려움이 있고 현 대법원장 임기 안에 결론이 안 날 수 있지만 외교부가 11월 초까지 의견서를 보내주면 최대한 처리하고자 한다는 내용이 이는데 임 전 차장이 이런 취지로 말한 게 맞는가” 검찰이 재차 물었다. 이 전 실장은 “기억이 안 난다”면서 “의견서 빨리 내달라고 한 건 맞는데 대법원장 임기 중 낼지, 뒤집기 어쩌고 이런 건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법정 진술과 이날 진술이 달라진 이유를 이 전 실장에게 물었다. 그는 “기억이라는 게 그 때 맞는지, 지금 맞는지 장담 못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진술도 맞는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이런 것에 대해서도 증인이 진술을 번복하면 증인을 어떻게 믿나”라고 검찰이 말하자 이 전 실장은 “재판부가 판단하겠죠”라며 짧게 답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오거돈 “피해자께 죄송… 귀가하면서 짤막한 입장표명

    오거돈 “피해자께 죄송… 귀가하면서 짤막한 입장표명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경찰에 출석해 피의자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면서 ‘ 죄송하다’는 짤막한 입장을 표명했다. 오 전 시장은 22일 오전부터 부산경찰청에서 약 13시간 피의자 조사를 받은 뒤 이날 오후 10시쯤 귀가했다. 남색 정장 차림에 마스크를 낀 오 전 시장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특히 피해자분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경찰 조사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그는 죄송하다는 말만 6번이나 되풀이 했다. .오 전 시장은 사퇴 시점을 조율했느냐는 질문에는 “죄송하다”고 말했고,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역시 “죄송하다고 몇번 말씀드렸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추가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질문에는 “그런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인한뒤 대기하던 차를 타고 떠났다. 오 전 시장은 이날 부산경찰청 10층 여성·청소년조사계와 지능범죄수사대 사무실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여직원 성추행 혐의와 지난해 또 다른 성추행 의혹,총선 전 사건 무마 시도(직권남용 혐의),성추행 무마 대가 일자리 청탁 의혹(직권남용 혐의),총선 전 성추행 은폐(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오 전 시장 측은 성추행 혐의의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법리 적용 등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오 전 시장을 추가로 소환 조사한 뒤 신병 처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경찰관계자는 “ 오 전시장이 변호인과 함께 성실히 조사에 임했으며 경찰이 접수한 고발사건과 각종 의혹에 대해 전반적이 조사을 했다”고 밝혔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오거돈 “피해자께 죄송…추가 성추행 의혹은 없어”

    오거돈 “피해자께 죄송…추가 성추행 의혹은 없어”

    부하 직원 성추행 혐의로 사퇴 29일 만에 부산경찰청에 출석해 피의자 조사를 받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22일 “부산시민 여러분께 실망을 끼치고 특히 피해자분께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13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나온 오 전 시장은 이날 오후 10시 부산경찰청 1층 출입구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에게 “경찰 조사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오 전 시장은 사퇴 시점을 조율했느냐는 질문에는 “죄송하다”고 말했고,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죄송하다고 몇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그는 추가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질문에는 “그런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한 뒤 대기하던 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지난달 23일 성추행 사실을 실토하며 시장직에서 물러난 오 전 시장은 경남 모처 등에서 칩거하며 사퇴 시기 조율 등 불거진 여러 의혹에도 침묵으로 일관해 비난 여론이 일었다. 이날 오전 8시 피의자 조사를 받으려고 경찰에 출석할 때도 부산경찰청 지하 주차장에서 화물용 승강기를 타고 몰래 올라간 것으로 확인돼 조사를 마친 뒤 별도 입장을 표명할지 관심을 모았다. 오 전 시장 측은 ‘더이상 숨지 말고 입장을 표명해달라’는 취재진 요청에 대해 조사 막바지까지 고민하다가 몇마디 말을 남겼다. 오 전 시장은 이날 부산경찰청 10층 여성·청소년조사계와 지능범죄수사대 사무실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조사 내용은 지난달 초 직원 성추행 혐의와 지난해 또 다른 성추행 의혹, 총선 전 사건 무마 시도(직권남용 혐의), 성추행 무마 대가 일자리 청탁 의혹(직권남용 혐의), 총선 전 성추행 은폐(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동안 시청 직원, 정무라인 등 참고인과 피해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달 성추행 혐의에 대해 상당한 증거를 확보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진술 내용을 검토한 경찰은 오 전 시장을 추가로 소환 조사한 뒤 신병 처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판깨스트] 유죄 확정된 한명숙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검찰개혁’ 압박 명분으로 통할까

    [판깨스트] 유죄 확정된 한명숙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검찰개혁’ 압박 명분으로 통할까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여권에서 한명숙(76)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법 수수 사건에 대한 재조사 요구가 잇따라 나오며 5년 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판결이 새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검찰의 ‘정치적 수사’의 결과로 한 전 총리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에서 수사 및 재조사를 해야한다는 주장을 여권에서 내놓으면서입니다. 이 같은 주장이 이미 확정된 판결을 뒤집으려는 거대 여당의 ‘정치적 의도’에 의구심과 비판이 맞서면서 당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움직임이 커졌습니다.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법 수수 사건은 건설업체인 한신건영 대표 한만호씨에게 한 전 총리가 2007년 3~9월 세 차례에 걸쳐 총 9억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20일 재판에 넘겨져 2015년 8월 20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건입니다. 한 전 총리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유죄로 뒤집혀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이 그대로 이어져 2015년 8월 24일 수감됐습니다. 최근 ‘뉴스타파’에서 한만호씨의 비망록을 공개하면서 수사 과정을 비롯해 이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재판 쟁점 ‘한만호 검찰 진술 신빙성’…1심 무죄→2심 유죄로 뒤집혀 재판에서 핵심 쟁점은 한씨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이었습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한 전 총리의 공소사실과 맞게 세 차례에 걸쳐 9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던 한씨가 돌연 2010년 12월 한 전 총리의 1심 재판 첫 증인신문에서부터 “돈을 주지 않았다”며 말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9억여원의 자금을 조성한 건 맞지만, 한 전 총리가 아니라 한 전 총리의 비서에게 빌려주거나 다른 로비 자금으로 쓰기 위한 돈이었다며 검찰에서의 진술이 허위였다고 한 것입니다. 한 전 총리는 당연히 돈을 받은 일이 없다고 극구 부인하던 상황에서 결정적인 직접증거인 한씨의 진술이 바뀌면서 한씨의 검찰에서의 진술이 얼마나 신빙성 있는가가 재판의 주요 쟁점이 됐습니다. 당시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우진)는 한씨의 법정 진술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한씨의 검찰 진술의 신빙성도 인정하기 어렵다며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반면 2심인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정형식)는 한씨의 1심 법정 진술에도 불구하고 검찰에서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고, 이 진술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통해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은 게 맞다며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당시 한신건영 경리부장으로 9억여원의 자금 조성에 관여한 정모씨 등 관련자들의 진술과 정씨가 비자금 사용 내역을 기록한 비자금장부, 계좌추적결과, 환전기록 등 객관적인 서류가 있는 데다 한 전 총리의 동생이 1억원짜리 수표를 사용한 사실과 나중에 한씨가 한 전 총리의 비서인 김모씨를 통해 2억원을 돌려받은 사실 등이 여러 정황에 의해 뒷받침된다는 것이었습니다.대법원에서는 2심에 이어 최종 유죄 판단이 확정됐습니다. 특히 세 차례 가운데 첫 번째 3억원(2007년 3월 31일~4월 초)에 대해서는 대법관 13명이 전원 유죄로 결론냈는데요. 한씨와 전혀 모르는 사이인 한 전 총리의 동생이 1억원짜리 수표를 사용했고 한신건영 부도 직후 한 전 총리가 한씨에게 2억원을 돌려준 사실 등이 객관적인 증거에 의해 확인됐다고 본 것입니다. 다만 나머지 6억원에 대해서는 5명의 대법관(이인복, 이상훈, 김용덕, 박보영, 김소영)이 무죄로 반대의견을 내며 약간 엇갈렸습니다. 당시 8명의 대법관들은 “한만호가 피고인 한명숙을 상대로 전혀 있지도 않은 허위 사실을 꾸며내거나 굳이 과장·왜곡해 모함한다는 것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면서 “또한 한만호가 어떠한 이익을 얻거나 곤란한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검찰에서 허위 또는 과장·왜곡된 진술을 한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 역시 특별히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 수사에서 다른 증거가 미리 있는 상태에서 한씨가 검사의 추궁을 받고 한 전 총리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시인한 게 아니라 한시가 먼저 검사에게 그런 진술을 한 뒤 자금 조성 내역과 일치하는 금융 자료나 영수증, 비자금장부 등이 확인됐다는 것입니다. 반면 5명의 대법관들은 2차(2007년 4월 30일~5월 초)·3차(2007년 8월 29일~9월 초) 6억여원에 대해서는 한씨의 검찰 진술을 경리부장 정씨의 진술 등만 갖고 뒷받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재심보다 재조사·검찰개혁에 무게…황희석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해야” 이처럼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난 판결을 여권이 다시 문제삼는 이유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옵니다. 특히 판결에 대한 불복 절차인 ‘재심’이 아닌 ‘재조사’를 촉구하는 여권 인사들의 발언을 통해 판결 자체를 뒤집으려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립니다.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확정 판결 이후에 새로운 증거가 있어야 재심 개시가 가능한데 ‘한만호 비망록’은 재판에서도 제출됐다고 하고, 검사의 직권남용이나 직무 관련 범죄 등의 형사소송법상 요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불투명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형사소송법 420조에 재심할 수 있는 요건이 7가지 명시돼 있는데, 검사나 판사의 직무상 범죄도 유죄로 확정 판결이 나야만 합니다. 새로운 증거도 면소 또는 공소기각 수준으로 사건을 뒤집을 수 있을 만한 것이어야 할 정도로 엄격한 요건이니 사실상 당장 재심절차를 통해 판결을 뒤집긴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권에서 촉구하는 ‘재조사’는 유죄 판결이 나오게 된 과정, 특히 검찰 수사를 다시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것으로도 읽힙니다. 따라서 여권이 한 전 총리의 사건을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 등 검찰개혁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포석이라는 데 의견이 모이는 분위깁니다. 한씨가 비망록에 남긴 내용 등을 근거로 검찰의 강압적 수사와 정치적 기소로 한 전 총리가 재판에 넘겨졌다는 것을 집중적으로 문제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한씨의 비망록을 언급하며 “의심스런 정황이 많다”면서 “해당 기관들이 한 번 더 조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기관’으로는 검찰과 법무부, 법원을 지목했는데요. 같은 당 박주민 최고위원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공수처가 설치되면 (한명숙 사건이) 수사 범위에 들어가는 건 맞다”면서 “공수처는 독립 기관이니 공수처 판단에 달린 문제”라고 주장하며 공수처에서 이 사건의 수사 과정을 들여다 봐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법무부 인권국장을 지낸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22일 페이스북에 “한 전 총리에 대한 뇌물수수 조작 의혹은 지난해 가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와 총선 직전 채널A와 검사장이 개입했던 사안, 즉 유시민 전 장관에 대한 금전제공 진술조작 시도와 정확히 맥을 같이 한다”면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황 최고위원은 검경 수사권의 조정 근거가 된 검찰청법 개정안 가운데 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에 한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문제 삼으며 “새롭게 수사권을 조정한 법으로도 검찰은 기존 수사권에 거의 아무런 손상을 입지 않고 핵심적인 권한을 고스란히 보유하고 있는 셈이고, 또 다른 한명숙, 제2, 제3의 조국과 유시민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도 강조하며 검찰의 수사권을 아예 없애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이처럼 여권의 화살이 검찰을 주로 향해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난해 8월 말부터 본격화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에서 비롯된 검찰의 수사 방식이나 관행에 대한 비판이 고조됐고 올해 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으로 여권에서는 검찰을 향해 더욱 날을 세운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여권의 핵심 원로 정치인인 한 전 총리 사건을 통해 검찰개혁의 명분을 더 굳히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르면 오는 7월 출범할 공수처의 수사대상으로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을 타깃으로 하고 수사과정에서 위법이 있었는지를 조사하는 자체도 검찰에겐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검찰의 수사방식을 문제삼아 검경 수사권 조정의 근거로 삼아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것 역시 검찰로선 매우 불만일 것입니다. 법조계에서도 결국 정치적 의도에서 ‘재조사’ 요구가 나오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심 사유 자체가 되지 않고 검찰이나 법관에 대한 직권남용을 적용하는 것도 이론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불가능한 걸 정치적 이유로 주장하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습니다. 검찰 간부 출신인 또 다른 변호사도 “여당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법치주의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수사팀을 비롯해 검찰도 당혹스러움을 보입니다. 한 전 총리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도 한씨가 70차례 조사를 받았다는 등 강압수사 의혹이 다뤄진 바 있고, ‘한만호 비망록’도 검찰이 증거로 제출했지만 법원에서 신빙성을 낮게 보고 배척한 증거라며 갑자기 이 사건이 다시 쟁점화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씨 비망록에 ‘6억원은 한명숙 전 총리가 아니라 친박계 다른 정치인에게 주었다’고 기재된 부분도 사실이 아니고 한씨는 검찰 수사에서 한 전 총리 외의 다른 정치인에게 금품을 줬다는 진술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한씨는 법정에서 허위 진술을 한 혐의(위증)로 추가로 재판에 넘겨져 2017년 5월 17일 징역 2년의 유죄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 전 총리가 봉하마을을 방문해 이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22일 알려졌습니다. 한 전 총리가 어떤 입장을 내놓는지에 따라 여권의 후속 조치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대법원에서 확정된 지 5년 만에 다시 실체적 진실을 두고 논란이 벌어진 이 사건이 당분간 검찰과 여권 사이의 긴장구도를 더욱 팽팽히 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시민단체 “정의연 후원금 모금 행위 중단하라” 법원에 가처분신청

    시민단체 “정의연 후원금 모금 행위 중단하라” 법원에 가처분신청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이사장을 지낸 위안부 운동단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관련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정의연의 후원금 모금 행위를 일시적으로 중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돈으로 류경식당 지배인을 후원하고 월북을 권유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고발도 이어졌다.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는 22일 정의연의 후원금 모금과 예산 집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법세련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연 및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의 의혹에 대해 사법절차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정의연의 후원금 모금 행위를 모두 중단할 것을 법원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직접 받는 금전적 지원이나 직원 급여 등 필수적 경비를 제외한 예산 집행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드러난 정의연의 비정상적인 예산 집행 의혹으로 정의연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무참히 무너졌다”면서 “정의연이 기부금과 성금 등을 할머니를 위해 쓸 것이라는 신뢰를 더는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한편 이날 윤 당선인 부부는 북한 류경식당 지배인과 일부 종업원에게 재월북을 권유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2016년 종업원 12명과 함께 집단 탈북한 류경식당 지배인 허강일씨는 전날 한 언론을 통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 A씨의 소개로 알게된 윤 당선인 부부에게 다시 북한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받았다고 밝혔다. 제안을 거절한 이후 A씨를 통해 정대협으로부터 매달 50만원씩 총 3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는 주장도 했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자유대한호국단은 이날 이러한 보도내용을 토대로 윤 당선인 부부와 A씨를 국가보안법상 탈출 교사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민변은 입장문을 통해 해당 의혹을 반박하며 “허위사실을 짜깁기해 진상규명이 필요한 사안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해당 사안(집단 탈북)이 국가기관의 위법한 권력남용과 이로 인한 중대한 개인의 인권침해라고 봐서 사건 발생 직후부터 법률지원 TF를 구성해 활동했지만 당사자 또는 관련자에 대해 생활지원금을 비롯한 금액을 지급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TF 소속 변호사 개인이 종업원들과 지배인으로부터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받고 주변 지인 도움을 받아 생활비에 보태쓰라며 개인적으로 금액을 지급했던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과정에서 당사자에게 재월북을 권유하거나 제안한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민변은 허씨에 대해 “스스로 언론에 밝힌 바와 같이 입국 전 국정원의 정보원 역할을 했고 지배인의 지위에서 종업원들의 ‘집단입국’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자”라며 “누구보다 이 사건에 큰 책임이 있음에도 해외망명으로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은 채 무책임한 언사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금융권 뇌물 수수 혐의’ 유재수 1심서 집행유예

    ‘금융권 뇌물 수수 혐의’ 유재수 1심서 집행유예

    벌금 9000만원…수수액 4221만원 추징법원 “비난할 수 있지만 액수 크지 않아”금융위원회에 재직하면서 금융업체 대표 등에게 수천만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유재수(56)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반복적으로 금품을 받긴 했으나 유 전 부시장이 뇌물을 준 사람들과 사적 친분관계가 있고 뇌물 액수도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손주철)는 21일 뇌물수수·수뢰 후 부정처사·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유 전 부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9000만원을 선고했다. 뇌물 수수액인 4221만원도 추징금으로 선고했다.재판부는 “피고인이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업체 운영자들에게 반복적으로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고인과 공여자들 사이에 사적 친분관계가 있었던 점 ▲개별 뇌물의 액수가 크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유 전 시장으로선 공여자들이 선의로 재산상 이익을 제공한다고 생각했을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 유씨는 2010∼2018년 투자업체나 신용정보·채권추심업체 대표 등 4명으로부터 금품과 이익을 수수하고 부정행위를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됐다.재판부는 유씨의 수뢰후부정처사 혐의는 무죄로 봤지만, 뇌물수수 혐의는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된다”며 상당 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유씨가 업체들로부터 동생 유모씨의 일자리와 고등학생 아들의 인턴십 기회 등을 제공받은 점은 “피고인이 유·무형의 이익을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씨가 동생을 취업시켜 준 자산운용사에 금융업체 제재 경감 효과가 있는 금융위원장 표창을 수여한 점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유씨 측 변호인은 “법원 판단을 존중하지만 유죄로 판단된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을 좀 더 규명해 항소할 계획”이라며 “(뇌물 수수에) 대가성이 없다는 입장은 그대로”라고 말했다.유 전 부시장의 비위 의혹에 대한 청와대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오거돈 전 부산시장, 경찰 비공개 출두…피의자 신분

    오거돈 전 부산시장, 경찰 비공개 출두…피의자 신분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 등을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사퇴 29일 만에 경찰에 출석했다. 부산경찰청은 오 전 시장이22일 오전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비공개 출두했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은 지난달 23일 부하직원 성추행 관련 사퇴 기자회견을 했으며, 시민단체는 오 전 시장을 고발했다. 경찰은 오 전 시장을 상대로 성추행 부분과 공직선거법위반,직권남용혐의 등 시민단체에서 고발한 내용과 그동안 제기된 의혹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오거돈 주내 소환

    여직원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발당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경찰 소환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부산지방경찰청은 오 전 시장을 이르면 이번 주말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오 전 시장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지난달 27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경찰 관계자는 “‘소환 조사 때 부산 시민에게 입장 표명을 해달라’는 부산경찰청 기자단 의견을 오 전 시장 측에 전달했으나 거부한다는 뜻을 알려 왔다”며 비공개 소환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오 전 시장을 상대로 성추행 부분과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 혐의 등 시민단체에서 고발한 내용, 그 밖에 그동안 제기된 의혹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한다. 특히 피해자와 합의한 공증서 내용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피해자 측은 지난달 초 오 전 시장의 당시 정무라인과 만나 총선 후인 4월 말까지 오 전 시장이 사퇴한다는 내용의 공증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 전 시장 측이 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지난 4·15 총선 후로 사퇴 시기를 조율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 주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오 전 시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시장 공용폰과 차량 블랙박스 등도 부산시로부터 건네받아 분석 작업을 벌였다. 피해자는 최근 경찰에서 피해 진술 조사를 받았다. 부산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피해자가 경찰 조사에서 오 전 시장을 엄벌에 처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제기한 오 전 시장 측의 또 다른 여성 공무원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도 해당 피해자를 상대로 조사가 이뤄졌다. 앞서 가세연은 2018년 지방선거 때 오 전 시장 선거 캠프에서 거액의 돈거래가 있었고 오 전 시장이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범죄 사건 부문에 대해서는 이미 받아 놓은 피해자 진술 등을 토대로 조사를 진행해 혐의 입증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면서 “사퇴 시기 조율 여부 등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박근혜 국정농단·특활비 파기환송심…檢 “사실관계 상당 확정” 35년 구형

    박근혜 국정농단·특활비 파기환송심…檢 “사실관계 상당 확정” 35년 구형

    박근혜(68)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및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관련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5년을 구형했다. 선고는 오는 7월 10일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오석준) 심리로 20일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에 대해 징역 25년에 벌금 300억원과 추징금 2억원을, 직권남용과 국고손실 등에 대해서는 징역 10년에 추징금 33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대법원 파기환송 등을 통해 사실관계가 상당 부분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69회] “‘물의야기’ 문책성 인사도 인사권자 재량…충격받았을 법관들에겐 사과”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69회] “‘물의야기’ 문책성 인사도 인사권자 재량…충격받았을 법관들에겐 사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불러 일으킨 ‘물의야기 법관’ 등 특정 법관들에 대한 인사 조치에 대법원장이 관여한 바 없다고 전직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주장했다. 특히 이 전직 간부는 “법관 인사는 인사권자의 재량”이라면서 “현직 대법원장도 징계에 의하지 않은 문책성 인사를 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하기도 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의 68회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강형주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이 먼저 특정 인사를 거론하면서 인사조치를 지시한 것을 직접 보거나 들은 적 있느냐”는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의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강 전 법원장은 2014년 8월부터 2015년 8월까지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내며 당시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과 함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들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인물 중 하나다. 이날로 세 번째 법정에 나와 증인신문을 가졌다. 2015년 법관 정기인사에서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이나 대법원의 입장과 배치되는 튀는 판결을 하는 판사들을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해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게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의 공소사실에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던 강 전 법원장도 공모자로 적시돼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증인신문을 통해 당시 법관 인사는 인사권을 가진 대법원장의 재량 범위 안에서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증인은 물의를 일으킨 법관에 대해선 인사에 부정적으로 반영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느냐”고 강 전 법원장에게 물었고 강 전 법원장은 “(인사에 부정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당연하다기 보다는 검토할 수 있겟다, 이 정도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징계를 받을 정도는 아니어도 ‘물의’를 일으킨 것으로 평가된 법관들에 대한 인사조치에 대해 강 전 법원장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하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그렇게 깊이 생각 안 한 것은 물의야기 법관에 대한 부정적 인사 반영이 과거부터 있어와서 특별히 안 한 것 아닌가“, “언행이나 근무자세에 문제가 있는 법관이 많아지면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판결 승복 여부로 이어지니까 인사에 반영해야 한다는 논의를 당시에 했었는가” 등의 질문으로 ‘물의야기 법관’에 대한 인사조치가 양 전 대법원장 시절에 특별하게 이뤄진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역설했다. 강 전 법원장은 “기억나지 않는다”고만 했다. ●“‘물의야기 법관’에 대한 문책성 인사도 인사권자 재량…적정 범위 안 벗어나”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증인은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에 적힌 (특정 법관들에 대한 인사 방안이) 1안, 2안 정도로 있는데 이는 절대적인 게 아니고 단지 예상가능한 안건이라고 검찰에서 진술했는데 기억하나” 물었고, 강 전 법원장은 “네”라고 답했다. “1안, 2안은 인사 초안 작성자들이 적어서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상급자들이 더 적절해 보이는 것을 택해서 정책결정을 하는데, 그렇게 택하는 권한이 있다고 생각했나”라는 물음에도 강 전 법원장은 “네”라고 답변했다. 변호인의 “피고인 양승태는 전달해 온 (인사조치) 안들 가운데 1안이 실무자들의 의견이라고 생각하고 대부분 존중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혹시 증인도 피고인 양승태가 처리한 그 방식에 대해 기억하는가“라는 물음에 강 전 법원장이 “직접 듣지 않아서 기억에 남아있는 건 없다”고 하자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은 다시 “혹시 증인은 처장이나 인사총괄심의관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대법원장이 실무자들의 의견과 달리 특정한 안을 고집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느냐”고 물었다. 강 전 법원장은 “기억에 없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이어 “어쨌든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인사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안들을, 적정 범위를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1안, 2안을 만들기 때문에 그 범위 안에서 인사권자가 어떤 안을 택하든 적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느냐”고 거듭 확인했다. 강 전 법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인사권자가 인사안을 택하는 것이) 재량범위 안에 속한다는 취지로 진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사법행정권을 벗어난 인사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징계 없는 ‘문책성 인사’했다고 생각“ 주장도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물의야기 법관’에 오른 특정 판사들에 대한 일부 문책성 인사조치에 대해서도 인사권자로서 대법원장의 재량이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물의야기 법관 중 박모 판사에 대한 인사조치 관련, 행정처장이나 대법원장이 특별히 문책을 강조한 것은 없다고 기억하시는 거죠?”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 “네.” (강 전 법원장) “피고인 양승태가 박모 판사 외에도 특정 법관에 대해 인사조치를 해야 한다고 한 적은 없다는 거죠?” (변호인) “기억이 없습니다.” (강 전 법원장) “김모 판사가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은 것과 관련해, 증인은 ‘본인이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인사조치도 인사권자의 재량’이라고 검찰에서 진술했는데 맞습니까?” (변호인) “네.” (강 전 법원장) “개별 법관이 희망임지가 아닌 곳에 배치받는 것도 불이익한 것으로 보는지에 대해 증인은 검찰에서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했지요?” (변호인) “검찰에서 그렇게 진술했습니다.” (강 전 법원장) “증인은 검찰에서 ‘문책성 인사도 인사권자의 재량에 속한다고 판단하고 현재의 대법원장 김명수도 징계에 의하지 않은 문책성 인사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인사권자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라고 진술하셨는데 사실입니까?” (변호인) “네. 그런데 제가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새삼스럽게 법정에서 다시 물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강 전 법원장) ●”정신 이상 소견받은 판사, 진심으로 걱정돼 관여한 것“ 2015년 4월 당시 인사총괄심의관이던 김연학 부장판사가 김모 인천지법 부장판사에 대해 정신의학과 교수에게 물어본 상황에 대해서도 질문이 이어졌다.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은 “김모 판사를 정신질환자로 몰아서 불이익을 가하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김연학 심의관에게 김모 판사가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보고 받고 인천지법에 전화해 잘 도와주라 했다”는 등의 강 전 법원장의 검찰에서의 진술을 법정에서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증인이 당시 인천지방법원장에게 전화한 것도 진심으로 김모 판사의 건강을 걱정해서인가” 물었고, 강 전 법원장도 그렇다고 답했다.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은 다시 한 번 “물의야기 법관과 관련한 증인의 검찰 진술을 보면 실제 전보조치 등이 이뤄졌다고 해도 그것이 인사권자의 재량 내지 권한 행사로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맞는가“라는 물음을 통해 강조했다. 강 전 법원장도 “네”라고 짤막하게 동의했다. 강 전 법원장은 2018년 11월 검찰 조사에서 “물의야기 법관으로 인사조치가 검토된 법관들과 관련해 당부당(옳고 그름)을 떠나 송구스럽가 생각한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법정에서 공개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에 대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인사조치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법관들이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사과한다는 취지인가” 물었다. 강 전 법원장이 “그렇다”고 하자 변호인은 “증인의 취지는 이와 같은 인사조치를 검토한 것 자체, 나아가 실제로 인사조치가 있었다 해도 그것이 위법한 행동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질문했다. 강 전 법원장은 “‘당부당을 떠나서’라는 게 포괄적인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동의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정경유착·사익추구” 검찰, 박근혜 국정농단 징역 35년 구형

    “정경유착·사익추구” 검찰, 박근혜 국정농단 징역 35년 구형

    검찰이 “우리 사회에 법치주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국정농단 사건과 국정원 특활비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3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0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오석준)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에 대해 징역 25년과 벌금 300억원, 추징금 2억원을 구형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0년과 추징금 33억원을 구형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는 2심에서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을, 특활비 사건으로는 2심에서 징역 5년과 추징금 27억원을 선고받았다. 이미 확정된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의 징역 2년을 더하면 총 형량은 32년이다. 대법원은 국정농단 사건과 특활비 사건의 2심 판결에서 일부 잘못된 부분이 있다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17년 10월 16일 이후 모든 재판을 보이콧해 온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국민의 대통령임에도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한을 자신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을 위한 사익추구 수단으로 사용했다”며 “청와대 안가라는 은밀한 공간에서 기업 총수들과 현안을 해결하며 정경유착을 보여줬고, 국민 공적권한을 사유화해 이에 적극 동조를 안 한 공무원들을 사직시키는 등 직업공무원제도를 형해화한 것으로 용인이 안 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원 특활비 관련 뇌물수수 등은 임명권자이자 지휘권자인 대통령과 자금의 은밀 운영이 허용되는 국정원장 사이에 이뤄진 내밀한 불법”이라며 “대통령과 국정원 사이 직무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피고인은 이런 잘못을 단 한순간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남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고, 사법절차도 부인하고 있다”며 “헌법 제11조 평등가치를 구현해 우리 사회에 법치주의가 살아있다는 것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뇌물과 문화계 블랙리스트, 직권남용 등에 관해 박 전 대통령이 창조경제와 문화스포츠지원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소신이 있어 기업들 출원을 받아 재단을 설립하고 중소기업을 추천받아 지원한 사실은 있다”며 “범죄사실에 고의나 인식이 없었고 공범에게 관련 지시를 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오는 7월10일 오후 2시40분에 선고를 진행하기로 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우한의 참상 고발해 “반역자” 몰린 팡팡의 일기 영역본 출간

    우한의 참상 고발해 “반역자” 몰린 팡팡의 일기 영역본 출간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장 먼저 외부 세계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됐던 중국 우한의 참상을 일기 형식으로 소셜미디어에 올린 중국 작가 팡팡(65)의 일기 영역본이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과 영국 서점가에 깔렸다고 영국 BBC가 18일 전했다. 본명이 왕팡인 그녀는 각종 상을 받으며 중국에서는 꽤나 알려진 작가로 우한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1월 말 우한이 느닷없이 봉쇄됐다. 다른 나라는 물론, 중국에서도 우한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관영 매체들을 통해선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해서 그녀가 다큐멘터리를 찍듯 매일 올리는 글은 중국에서도 수백만명이 읽을 정도로 우한 밖으로 전해지는 사실상 유일한 소식이었다. 그녀의 글이 사람들의 눈길을 붙들기 시작하자 출판사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었는데 미국 출판사 하퍼 콜린스가 번역 출간했다. 하지만 중국의 ‘국뽕’ 누리꾼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질병과 맞서싸우는 자신들의 치부를 바깥 세상에 알리는 팡팡이 곱게 비칠 리가 없었다. 그녀의 글은 정직했고 신랄했지만 중국을 망신 주느냐는 평가가 잇따랐고 반역자라는 오명까지 따라다녔다. 팡팡은 일기를 적기 시작하던 초반, 일상생활의 어려움부터 강요된 고립이 가져다주는 심리적 충격까지 모든 것을 적었다. 하퍼 콜린스는 그녀가 “우한에 살고 있는 수백만 주민의 두려움, 좌절, 분노, 희망을 들려줬다”며 “사회적 부정의, 권력 남용, 감염병 대처를 어렵게 만드는 다른 문제들을 드러내고 그 때문에 온라인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고 소개했다. 영국 일간 선데이 타임스에 보도된 칼럼에 따르면 그녀는 공항에 딸을 태우러 가는 중 본 일에 대해 아래처럼 적고 있다. “거리에 어떤 차도, 인적도 보이지가 않는다. 며칠 안에 패닉과 두려움이 이 도시에 최고 정점에 이르렀다. 우리 둘 모두 안면 가리개를 하고 있었다.” 역시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온라인판에 따르면 한 웨이보 이용자는 “이 나라는 당신과 같은 양심을 갖춘 작가들을 필요로 한다. 많은 공식 매체들은 신뢰를 잃어버렸다”고 적었다. 중국 누리꾼들은 국뽕 문화에 흠뻑 젖어 있어 팡팡의 지적과 고발을 못 견뎌 했다. 당국의 잘못을 지적하면 조국을 능욕하고 외부의 공격에 문을 열어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을 벗어나 거의 모든 대륙으로 감염병이 확산된 지금은 외부 세계의 비판이 더 거칠어졌고, 중국인들의 대응 역시 걷잡을 수 없어 졌다. 한 기사는 “그녀의 영역본이 나오면 중국의 적들에게 실탄들을 쥐어주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작가로서의 이름값을 이용해 먹고 심지어 조국의 비극을 장삿속으로 활용했다고 공격했다. 공교롭게도 미국과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코로나19 대응 책임을 둘러싸고 외교 전쟁을 벌이는 즈음에 미국 출판사가 영역본을 발간한 소식이 전해지면 그녀를 공격하는 누리꾼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미 팡팡에 대한 시각을 정리했다. 환구시보의 자매 영자지인 글로벌 타임스는 “외국 매체들이 부채질해 국제적으로 알려졌지만 많은 중국인들은 그 작가가 중국 인민의 노력을 허투로 만들려는 서방의 손쉬운 도구일 뿐이란 점을 알리는 경종”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그녀의 일기는 우한의 어두운 면만 드러내고, 지역 주민들이 해낸 노력과 온 나라가 보냈던 중국 전체로 확산하는 일을 막기 위해 벌인 주민들의 노력과 응원이 중국 전체로 퍼져나간 일은 눈감았다”고 개탄했다.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는 벌써 영역본을 받아 봤는지 “봉쇄 기간 그녀는 순종적으로 지냈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대범한 문장을 적었다”는 서평을, 공영방송 NPR은 일기에 대해 “76일의 우한 봉쇄 동안 사소하고, 비극적이며, 아둔한 삶의 기록”이라면서 영어로 옮기는 과정에 중국어 일기의 다차원적인 면모를 포착하는 데 실패한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아마존에도 부정적인 리뷰들이 적지 않다며 예를 들어 “완전 날조된 정보”란 글도 있었다고 BBC는 소개했다. 물론 온 세계가 주시하고 있던 그 도시에서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들여다보는 창이 됐다고 높이 평가하는 리뷰도 있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시론] 코로나 시대, 스포츠를 새롭게 상상하자/정윤수 스포츠평론가·성공회대 교수

    [시론] 코로나 시대, 스포츠를 새롭게 상상하자/정윤수 스포츠평론가·성공회대 교수

    ‘포스트 코로나’라는 말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이르다. ‘포스트’는 ‘이후’인데 코로나 사태는 현재진행형 아닌가. 전문가들은 한때 잠잠할 수는 있어도 쌀쌀한 계절이면 다시 엄습할 수 있다고 한다. 어쩌다 보니 겨울도 5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 이 짧은 시간 안에 인류가 코로나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을지, 전문가들은 여전히 걱정한다. 그러니 ‘포스트’라는 말을 서둘러 쓸 필요는 없다. 아직은 ‘코로나 시대’라고 해야 한다. 과도하게 겁을 먹자는 게 아니다. 불길한 묵시록적 수사를 남용해서도 안 된다. 철저하게 방역하고 저마다 긴장해야 한다. 정확하게 사태를 바라봐야 하며 수많은 현상들 중에서 중요한 사실들을 엄정하게 가려내야 한다. 이 점,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K 방역’ 이후 ‘K 스포츠’라는 말도 얼마간 들린다. 전 세계가 코로나로 인해 프로 스포츠는커녕 사회 활동을 사실상 멈춘 상태인데, 그에 비하면 우리는 방역에 상당히 성공했고 그리하여 비록 무관중이나마 세계 프로 스포츠의 양대 산맥인 야구와 축구를 개막했다. 이를 준비하고 나날이 전대미문의 상황에 대처하는 협회와 구단의 모든 관계자들은 격려받아 마땅하다. 우리 선수들로 인하여 세계인들이 잠시나마 즐거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일이다. 다만 이러한 풍경은 일시적이다. 학생들의 등교 여부가 약간의 충격에도 계속 미뤄지는 상황이므로, 무관중 경기가 어쩌면 장기화될 수 있다. 그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그야말로 전대미문, 지구 전역에서 이러한 상황을 겪어 본 일이 없으므로, 우리가 하는 일이 첫걸음이고 따라서 다른 나라에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니 당분간의 무관중 상황이 아니라 어쩌면 장기화될 수도 있는 사태에 대해 협회와 구단은 다각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여기에는 리그 관계자만이 아니라 방역 전문가는 물론이고 관리, 재무, 홍보 등 모든 전문가가 ‘중앙방역대책본부’와도 같은 수준으로 작동돼야 한다. 리그 전체 일정을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하고 틀림없이 발생하게 될 재무 리스크를 방어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소탐대실이 없어야 한다. 홍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기장 안팎의 모든 상황이 그대로 알려져야 하는가, 그 중 무엇이 홍보의 재료이며 그것은 어떤 언어로 전달돼야 하는가. 기존의 ‘보도자료’ 돌리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고 특정한 상황에서는 위험할 수도 있다. 게다가 현재 ‘K 스포츠’의 홍보 내용은 국외로까지 알려진다. 이때 어떤 상황을 어떤 언어로 어떻게 알려야 하는가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독일의 분데스리가도 16일 무관중으로 재개했고 차차 더 많은 나라에서 축구 리그가 다시 진행되면 초기의 ‘국뽕’ 효과는 사라질 것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말도 들려오는데 K 스포츠를 단순히 ‘알리는’ 기회로만 삼아서는 안 된다. 알리되 무엇을, 어떻게, 어떤 언어로? 여기에 홍보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하다. 선수 ‘관리’도 치밀해야 한다. 당장 심리 전문가가 일상적으로 선수들을 파악해야 한다. 스포츠심리학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듯이, 의기소침한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어떤 경우에는 잘해 보겠다고 과도하게 긴장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무관중 상황의 지속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과도한 긴장이나 불안, 필요 이상의 격정이나 갑작스런 침착함 등은 심리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모두 ‘특이 사항’이다. 잘해 보자고 파이팅만 외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니 제안하건대 모든 프로구단은 스포츠심리학자를 상시 배치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진천국가대표선수촌 등 모든 훈련 시설과 과정에 반드시 이러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좀더 폭넓게 생각해 보자. ‘코로나 시대’를 살게 된 우리는 어쩌면 기존 스포츠의 개념이나 역할, 그 의미를 새롭게 상상해야 할지도 모른다. 단순히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낙관과 의지가 아니라 코로나 시대 또는 그 이후, 생활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그때 스포츠는 기존의 ‘강한 체력’ 신드롬이나 ‘즐거운 구경거리’를 넘어서서 인간의 신체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수많은 개인들이 어떤 관계를 아름답게 다시 형성할 것인가에 중요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이를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그리고 수많은 학회와 전문가들이 중요한 의제로 삼아야 한다. 머지않아 닥칠, 아니 어쩌면 지금 눈앞에 닥친 문제인지도 모른다.
  • [사설] 화웨이발 미중 대충돌, 피해 최소화에 정부 적극 나서야

    미중 2차 무역전쟁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 있다”고 발언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의 특정 소프트웨어와 기술의 직접적 결과물인 반도체를 화웨이가 취득하는 것을 방지하는 수출규정 개정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상무부는 그제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제를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미국이 국가안보를 구실로 수출 규제 등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각에서 미중 관계를 두고 “1979년 수교 이후 최악”이라거나 “코로나발 신냉전의 개막”이라고 분석한다. 정부를 대변해 온 중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정신이 아니다. 중국은 애플, 퀄컴, 보잉 등의 미국 기업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에 포함할 준비가 됐다”며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미중의 갈등 심화는 팬데믹 이후 빠른 회복을 바라는 세계 경제에 악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전반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 화웨이에 대한 수출 규제는,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에도 불똥이 튈 것이 뻔하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자국서 생산된 반도체를 화웨이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했으나, 이번에 미국이 수출규정을 개정한다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화웨이에 특정 제품을 공급하려면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발원지를 둘러싼 미중의 갈등은 2차 미중 무역갈등으로 심화했지만, 이 갈등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끝나야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미중은 한국 수출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교역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양국의 갈등이 완화되기 전 7개월간의 수출 다변화 등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한미 동맹을 매개로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경제재제에 동참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배치로 중국의 경제보복을 이미 경험한 한국으로서는 대비책이 충분해야 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때 한중 협력을 이끌어 내면서 한미 동맹도 훼손하지 않는 묘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 신냉전에 가까운 미중의 갈등을 슬기롭게 대처할 위기대응 플랜을 세워야 한다. 한국 경제의 규모가 이제 새우등은 아니지만, 주요 2개국이 무역전쟁을 하면 피해는 불가피하다. 이런 미중의 갈등에 잘 대처하는 방법 중 하나는 “어느 강대국도 한국의 국익을 훼손할 수 없다”는 한국인들의 단합된 의식과 행동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고교 교사가 19세 어린 제자와 연인 관계였다고?

    고교 교사가 19세 어린 제자와 연인 관계였다고?

    연인 관계의 제자와 성적 행위를 한 교사를 파면한 것을 놓고 1심과 2심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파면조치가 “부당하다”고 했으나 2심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대전고법 행정1부(부장 문광섭)는 18일 교원 A(42)씨를 파면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제자를 상대로 성적 접촉행위를 한 것은 교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했다. 사회 통념상 파면 처분이 현저하게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비위를 저지른 교원이 교단에 다시 설 경우 학교 교육환경 저해와 교원 신뢰 저하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A씨는 부산의 한 고교 교사로 재직하던 2015년 가을부터 자신이 담임을 맡던 19세 어린 제자 B(당시 18세)양을 뒤에서 껴안고, 엉덩이를 툭툭 치고, 입을 맞추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2018년 입건됐으나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같은 해 학교법인 교원징계위원회는 ‘학생 보호와 생활지도 본분을 망각하고 성적 보호 대상인 제자를 상대로 이런 행위를 한 것은 교원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파면했다. 이에 A씨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이어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관할하는 대전지법에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의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연인이라도…법원 “19살차 제자 ‘스킨십’ 교사 파면 정당”

    연인이라도…법원 “19살차 제자 ‘스킨십’ 교사 파면 정당”

    “품위유지 의무 위반만으로 징계 사유”연인 관계인 제자와의 신체 접촉이 교사 파면 사유로 정당한가를 놓고 벌어진 재판에서 1심과 2심 판단이 엇갈렸다. 1심 법원은 파면을 취소해야 한다고 했지만, 항소심은 파면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A(42)씨는 부산의 한 고교 교사로 재직하던 2015년 가을 19살 차이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2018년 입건됐지만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같은 해 학교법인 교원징계위원회는 그를 파면했다. ‘학생 보호와 생활지도 본분을 망각한 채 성 보호 대상을 상대로 이런 행위를 해 교원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게 징계 사유였다. A씨는 “성추행 사실이 없고, 당시 연인 관계였으며, 합의 아래 성적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A씨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관할하는 대전지법에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행정3부(남동희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부산지검이 당시 사귀던 제자의 여러 진술을 토대로 A씨에게 증거 불충분에 따른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며 “연인 관계에 있거나 연인 관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스킨십한 게 인정된 점,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비위 정도에 차이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파면 처분은 지나치게 무겁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대전고법 행정1부(문광섭 수석부장판사)는 원심판결을 뒤집어 A씨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제자를 상대로 한 일련의 성적 접촉행위로 교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했다고 인정해야 한다”며 “검찰 불기소 결정을 이유로 징계 사유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파면 처분이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 같은 비위를 저지른 교원이 교단에 다시 설 경우 학교 교육환경 저해와 전체 교원 신뢰 저하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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