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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상반기 유통업계 키워드는 ‘CHANGE’

    롯데마트는 10일 올해 상반기 유통업계 키워드로 ‘체인지’(CHANGE)를 꼽았다고 밝혔다. 이는 ‘상생’(Co-work), ‘가치소비 증가’(Heal-being), ‘이상기후’(Abnormal Climate), ‘새정부 출범’(New Government), ‘해외 수입 상품’(Global), ‘에너지 절감’(Energy) 등의 영문 앞글자를 조합한 것이다. 상반기 남양유업 파문 등으로 ‘갑을 관계’가 이슈로 떠오르자 상당수 업체들이 계약서에 갑을 표시를 없앴다. 경기 불황 속에서 건강을 생각하는 웰빙과 심신을 치유하려는 힐링을 강조한 소비가 두드러졌다. 지난달까지 일반 간장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줄어든 반면 ‘저염간장’ 판매는 150% 늘었고 천연조미료도 5배 넘는 신장세를 보인 게 대표적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소비변화도 지속됐다. 4월까지 추위가 이어지다 갑자기 더위가 찾아오며 봄철 의류 매출은 꺾이고 여름 상품은 때이른 호조를 보였다. 새 정부 출범으로 물가안정이 과제로 떠오르면서 유통구조 혁신이 화두로 부상했으며, 유통업체들은 물가를 잡기 위한 방편으로 해외 직소싱과 병행수입 강화에 주력했다. 또한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되면서 유통업계 전반에서 에너지 절감 노력이 펼쳐지고 있으며 가정용 절전 상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글로벌 시대] 갑을 없는 세상, 가능한 걸까/이명신 월드비전 동해종합사회복지관장

    [글로벌 시대] 갑을 없는 세상, 가능한 걸까/이명신 월드비전 동해종합사회복지관장

    지난 5월은 남양유업 영업사원 욕설사건 때문에 불거지기 시작한 갑을의 문제가 신문지면을 도배했다. 알려진 대기업과 영업점, 대기업과 영세업자의 불합리하고 부도덕한 관계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은 경제 분야뿐 아니라 전 분야에서 갑을 관계로 엮여 있기 때문이다. 갑을은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나아가 국제적으로도 존재한다. 국내에서 관심을 둘 대상들이 있다. 우선 다문화가정이다. 지난해 전국의 다문화가족은 26만 6547가구로 추정된다. 이들은 언어와 문화적 차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사회와 이웃의 불편한 시선도 이들을 힘들게 한다. 그리고 2만 5000여명으로 추산되는 새터민들. 북한이탈주민 중 남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59.7%, 여성은 44.4%에 불과하다. 새터민들은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 등 커다란 개인적 변화를 경험하고 남북한의 이질적인 문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또 각종 사회적 편견으로 이중 삼중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2012년 6월 기준 국내에 상주하는 15세 이상 외국인은 111만 4000명이다. 이 중 취업자가 79만 1000명으로 상당수는 힘든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단순근로자들이다. 이들에 대한 각종 차별과 착취 등 인권침해에 대한 개선이 절대 필요하다. 국제사회에서 을 중의 을은 나라와 삶의 터전을 잃고 누군가의 절대적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는 난민들일 것이다. 2011년 발행된 유엔난민기구(UNHCR)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난민은 1054만명이고 자국 내 실향민이나 무국적자 등을 포함하면 3392만명에 이른다. 정치나 종교적 이유 등으로 고국에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관심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이다. 아무런 힘이 없는 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을 도와주려는 비정부기구(NGO)나 국제기구조차도 갑이요 자신들은 을이다. 그래서 절대 약자인 을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NGO나 국제기구 스스로 만들어 지키려고 노력한다. 저개발국가의 입장에서 갑은 공여국이다. 한국도 이제 공여국이 되었다. 도움을 받던 수혜국에서 공여국 즉 을에서 갑이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혹은 국가적으로 갑을이 존재하지만 그 입장이 영원하지는 않다. 어제의 갑이 오늘 을이 되기도 하고 어제의 을이 오늘 갑이 되기도 한다. 개인이나 단체나 국가는 모두 갑이 존재 이유인 것처럼 갑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온갖 부정과 부패가 난무하고 폭력과 불법이 성행한다. 온 세상이 갑이 되려고 자행하는 불의 앞에 힘없는 사람들과 국가는 속수무책이다. 갑이 누리고자 하는 탐욕 앞에 약자들은 존재감을 잃는다. 인류역사와 더불어 시작된 갑을. 갑을 없는 세상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고 체념할 수는 없다. 사회복지는 궁극적으로 인간 존엄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으며, 국제개발협력도 공여국과 수혜국의 관계에서 동반자 관점으로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개인이든 국가든 글로벌시대의 리더는 결국 갑의 위치에 있을 때 권한을 행사하기에 앞서 을의 고달픔과 연약함을 대변해 주는 자다. 갑을의 상생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중대한 과제다. 을이 존중받고 보호받는 사회. 불가능해 보이지만 대한민국은 이 꿈을 현실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어 본다.
  • [서울광장] ‘약한 자의 슬픔’ 되새김 않으려면/구본영 논설실장

    [서울광장] ‘약한 자의 슬픔’ 되새김 않으려면/구본영 논설실장

    최근 한 전통주 업체의 대리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어느 프랜차이즈 편의점 가맹점주도 뒤를 이었다. 독일 시인 에리히 캐스트너가 “요람과 무덤/그 사이에는/고통이 있었다”고 했던가. 사회적 약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여간 안타깝지 않다. 인생의 ‘판도라 상자’에 희망은 남아 있다는데 그 끈을 놓지 않으면 좋으련만…. 착하디착한 고아 처녀는 권문세가의 가정교사로 들어간 뒤 집주인에게 정조를 유린당한다. 이후 그녀는 재판에서 패소한 충격으로 요강에다 핏덩이를 낙태하고는 통한의 눈물을 흘린다. 김동인의 오래된 소설 ‘약한 자의 슬픔’의 줄거리다. 이렇듯 어느 시대에서든 힘없는 ‘을’의 삶은 고달프기 마련이다. 재력과 권력을 가진 ‘갑’에 비해 더 많은 설움을 겪어야 하지 않는가. 6월 국회에서 갑을 간 불공정 거래를 막거나, 상생을 이끄는 법안이 홍수를 이룰 참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대리점 거래 공정화 법안(일명 남양유업방지법) 등을 여야가 앞다퉈 내놓고 있다. 경제민주화 바람과 함께 왜곡된 ‘갑을 문화’가 필연적으로 개선되는 수순이라면 반길 일이다. 입법으로 강제하든, 가진 자의 온정에 힘입든 간에 말이다. 그러나 정글의 법칙이 통용되는 국제사회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그럴싸한 외교적 수사가 춤을 추지만 약육강식의 원리가 지배하는 본질은 그대로인 까닭이다. 유럽연합(EU)과 중국의 최근 무역분쟁은 극명한 사례다. EU의 중심국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중국 리커창 총리를 만나 “독일의 영향력을 이용해서라도 중국 제품에 대한 EU의 보복관세를 막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대처 전 영국 총리와 함께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그녀조차 자동차 브랜드 BMW 등 독일 수출기업들에는 ‘큰손’인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고 만 꼴이다. 얼마 전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의 방미를 다룬 외신이 시선을 확 끌어당겼다. 사회주의체제의 군사독재로 국제제재를 받던 미얀마의 최고지도자를 미국이 47년 만에 공식 초청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세인 대통령이 대한항공 편으로, 양곤~인천~덜레스 노선을 이용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미얀마가 은둔의 굴레를 벗고 개혁·개방 노선을 취하긴 했지만 아직은 국적기를 살 돈도, 미국행 직항로도 없는 남루한 형편임을 말해주는 삽화다. 하긴 19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방미 여정은 훨씬 참담했다. 당시 세계 최빈국의 지도자였던 그는 일본 도쿄~앵커리지~시애틀~시카고를 경유해 사흘 만에 워싱턴에 도착했다. 중간에 미군 수송기까지 얻어 타야 했다. ‘파김치 상태’로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만난 그가 한국의 경제개발을 위한 차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 차관을 줄 수 없다”는 극히 사무적인 답변이었다. 며칠 전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와 과거사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 필자가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 등 일본 정계 지도자들의 잇단 위안부 망언 등에 대해 지적하자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일본 국민 다수의 인식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일 미군에 성매매를 권장하는 등 좌충우돌하던 하시모토가 위안부 할머니들이 아닌, 강대국인 미국 정부에만 사과한 데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일찍이 도산 안창호는 일제 치하의 동포들에게 “힘을 기르자”고 호소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5세대 지도부의 중화굴기(中華堀起) 행보나 일본 지도자들의 국수주의 퍼레이드를 보면서 도산의 가르침이 새삼 와 닿는다. 우리가 미·중 혹은 중·일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국력을 더 키우고 국격을 높이는 것 말고 다른 무슨 대안이 있겠는가. 그러려면 우리 내부의 ‘갑을’이 소이(小異)를 버리고 대동(大同)을 추구하도록 이참에 상생의 갑을 관계를 확실히 정착시켜야 할 듯싶다. kby7@seoul.co.kr
  • 새누리 ‘창조경제·일자리’ vs 민주 ‘을 지키기’ 입법 대결

    새누리 ‘창조경제·일자리’ vs 민주 ‘을 지키기’ 입법 대결

    여야는 3일부터 한 달여 동안 열리는 6월 임시국회를 맞아 일자리창출, 경제민주화, 노동 관련 법안 등의 처리를 놓고 ‘입법 혈투’를 예고하고 있다. 여야는 이번 임시국회 의사 일정을 비교적 순조롭게 합의한 듯 보이지만, 나름대로 곳곳에서 서로 다른 스타일의 두뇌 싸움을 치열하게 펼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내내 진주의료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자는 민주당의 요구에 반대의 뜻을 내비쳐 오다 지난달 31일 양당 원내대표 간 막판 조율 과정에서 국정조사를 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새누리당은 이 즈음 최대 이슈였던 진주의료원에 야당으로 하여금 초점을 맞추게 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주력 중인 ‘창조경제’ 등에 대한 공격을 막아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가계부채·가습기 및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한 청문회와 국정원 정치개입·남양유업에 대한 국정조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6월 임시국회 개원에 합의하지 않겠다”고 해 오다 ‘가계부채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 하나만으로도 협상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한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가맹점 관련 법안이 이미 다수 발의돼 있고, 사실 가습기 문제는 제정법이다 보니 공청회를 열어 해결해 나가는 것이 낫겠다고 이미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정치 개입 국정조사와 윤 전 대변인 청문회에 대해서는 “수사 결과를 보고….”라며 한 발 물러섰다. 이런 민주당의 협상 스타일은 “협상 목표를 숨기고 일단 과도한 것을 요구한 뒤 차례로 양보하면서 상대방이 자신의 본래 목표를 양보할 확률이 높아지게 한다”는 이른바 ‘미끼 전술’과 유사하다. 한편 새누리당은 창조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두고 111개 중점 법안을 선정했고, 민주당은 ‘을(乙)의 눈물 닦아주기’에 초점을 맞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통과에 주력하기로 했다. 2일 새누리당이 선정한 111개 중점 법안에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보통신기술(ICT) 특별법 등 ‘창조경제 활성화’ 법안이 대거 포함됐다. 이달 초에 김기현 의원이 대표 발의할 예정인 ICT 특별법은 정보통신 진흥 추진 체계 구축, 소프트웨어 산업·디지털콘텐츠 진흥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을 통해 정부·공공기관이 연구·개발(R&D) 예산의 일정 비율 이상을 중소기업에 의무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일자리 창출 법안도 중점 법안으로 선정됐다. 전하진 의원이 지난달 대표발의한 중소기업 창업 지원법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소셜네트워크 기반으로 불특정 다수로부터 온라인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 방식인 ‘크라우드 펀딩’ 제도 도입 등을 담고 있다. 또한 당은 벤처기업의 간이합병 요건을 완화하고 스톡옵션 부여 대상을 확대하는 벤처기업육성법도 의원입법으로 발의할 예정이다. 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적 제도 정비도 간과하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하고 근로시간 특례제도 정비를 다루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중점 처리법안에 포함됐다. 또한 스펙을 초월한 채용시스템 정착을 위한 고용정책기본법과 고용·국가자격 부여 시 이유 없는 학력차별을 금지하고 학력을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리구제를 위한 학력차별금지법도 우선순위에 놓기로 했다. ‘을(乙)을 위한 정당’을 전면에 내세운 민주당은 이날 정책간담회를 연달아 개최하며 임시국회 막바지 점검에 들어갔다. ‘을(乙)지키기 경제민주화 추진위원회’는 이날 남양유업방지법 등을 포함한 16대 핵심 입법과제를 발표했다. 당은 임시국회 3대 목표를 ▲을의 눈물 닦아주기 ▲기득권 내려놓기 ▲검찰개혁과 사법정의 실현으로 삼고 분야별 우선 처리 법률안을 선정했다. 우선 을의 눈물을 닦아 주는 법안으로 선정된 34개 법안에는 경제민주화 관련법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 중에서도 가맹점 본사의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는 가맹거래사업 공정화법(프랜차이즈법),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법안,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담은 공정거래법 등은 핵심 법안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이 법안들이 재계 반발 및 여야 이견 차로 지난 4월 임시국회 때 처리되지 못하고 6월로 이월됐다면서 이번 회기 내에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 밖에 지방의료원을 폐업할 때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협의를 거치도록 한 ‘진주의료원법’ 처리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정치쇄신 법안들로는 국회의원 겸직 금지와 연금폐지, 국회 폭력의 처벌 강화, 인사청문제도 개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4개 법안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검찰개혁 법안으로는 상설특검 도입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강제 납부를 위한 법안 등을 선정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지금&여기] 공정위의 밀어내기 딜레마/김양진 경제부 기자

    [지금&여기] 공정위의 밀어내기 딜레마/김양진 경제부 기자

    남양유업의 밀어내기(강매) 사건 처리를 놓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통 2~3개월이면 처리하던 신고사건을 5개월째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이달엔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공약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상정된 국회가 열리기 때문에 사건 처리가 7월 이후로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류업계 등 타 업계에서도 이른바 ‘갑(甲)의 횡포’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민적 공감대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사건 처리에 유리한 상황이 조성된 것 같지만 공정위의 속사정은 복잡하다. ‘을’(乙)의 울분을 풀어주는 화끈한 처벌을 하고 싶어도 현행 법령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밀어내기가 정말 나쁜 행동인 건 맞는데 법 적용할 땐 좀 다르다.”, “밀어내기에 순기능도 있다.”, “갑을이 같이 살아야지, 갑이 죽으면 을도 죽을 수도 있다.” 최근 공정위 고위 관계자들이 고민 끝에 털어놓은 말들이다. 대리점주는 밀어내기를 불법행위라고 받아들이지만 본사는 경쟁 촉진을 통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사실 밀어내기를 통해 제품의 소비자가격이 낮아지기도 한다. 이런 관점이 반영된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서울고등법원 판결이다. 2007년 1월 현대차의 대리점 밀어내기에 대해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5억원을 부과했지만 법원이 이를 뒤집었다. “현대차가 대리점 퇴출이나 경쟁력 약화를 목적으로 한 행동은 아니다”라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위법성을 밝혀내야 하는 공정위가 부담을 느낄 만하다. 문제는 공정위 스스로 딜레마를 연출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갑과 을 모두를 위한 공정성을 회복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을의 울분이 쏟아지는 상황이라 ‘(경제민주화) 속도를 조절하자는 것이냐’는 논란이 일었다. 의도치 않게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는 대기업 본사의 횡포를 근절하기 어려우니 특별법 등을 만들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이 힘을 받게 됐다.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공정거래법 1조의 첫 구절이다. 정밀한 법 적용도 중요하지만 왜 공정위가 설립됐는지, 또 국민이 어떤 기대를 걸고 있는지 되짚어 봐야 할 때다. ky0295@seoul.co.kr
  • 김한길 “장외정치인이 못할 일 해낼 수 있어”

    김한길 “장외정치인이 못할 일 해낼 수 있어”

    민주당은 6월 임시 국회를 앞두고 주요 입법 과제를 논의하고 당내 화합을 다지기 위해 31일 경기 양평군의 한 연수원에서 1박 2일 워크숍을 했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워크숍에서 한 인사말에서 “민주당은 127명의 국회의원을 가진 정당”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안철수 세력’에 대한 견제구를 날렸다. 김 대표는 “장외 세력 정치인들로서는 도저히 못 해내는 일, 입법정치를 통해 을을 위한 정치,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치를 해낼 수 있는 것이 우리들”이라면서 “‘해내는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은 여러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각오와 실천에 달렸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전날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안철수 신당은 진행되는 과정에서 많은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127명이 남아 있기 때문에 민주당은 여전히 희망이 있고 부활과 소생의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 운영 전략을 논의하는 시간을 갖고 ▲기득권 내려놓기 ▲을의 눈물 닦아 주기 ▲검찰 개혁과 사법 정의 실현 등을 임시국회의 목표로 삼았다. 우선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는 ‘남양유업 방지법’,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 학교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전환법 등 34개를 선정했다. 정치 쇄신 법안으로는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업무 금지법, 국회의원 연금 폐지법, 인사청문제도 개선법, 국회 폭력 행위 근절법을 꼽았다. 아울러 ‘소통과 결속’을 주제로 5시간에 걸쳐 3분씩 자기 소개와 함께 동료 의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시간 등을 가졌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乙의 자살’ 부른 CU…회장의 사과는 없었다

    ‘乙의 자살’ 부른 CU…회장의 사과는 없었다

    가맹점주의 잇따른 자살과 회사 측의 자살 점주 사망 진단서 변조 논란에 휩싸인 BGF리테일은 일단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기자회견장에 고액의 배당을 받는 오너인 홍석조 회장은 나오지 않아 남양유업 때처럼 진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3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나온 BGF리테일의 박재구 사장은 “최근 가맹점주가 유명을 달리한 것에 대해 유가족에게 위로와 사과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점주 자살 직후 사망진단서를 변조해 언론에 배포한 의혹도 사실임을 시인했다. 박 사장은 “해당 사안에 대해 서둘러 입장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업무 처리로 깊은 상심을 안겨 드린 데 대해 머리 숙여 깊이 사과한다”고 전했다. CU는 폐점 시기를 놓고 갈등을 빚다 지난 17일 자살한 점주의 사망진단서를 변조, 사망 원인이 자살이 아니라 지병 때문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는 “이번 사태로 인한 어떤 질책도 달게 받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유가족 입장을 고려해 모든 일을 신중하게 결정하고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참여연대가 BGF리테일을 사문서 위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과 관련, “잘못을 모두 인정하는 만큼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재발방지 대책도 내놨다. CU는 점포수 중심의 확장 정책을 포기하고 수익성 위주의 질적 확장 정책을 택할 방침이다. 상생협력실을 개설, 사장이 실장을 겸해 점포 애로사항을 우선 해결하고 분쟁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또 자율분쟁센터와 상생펀드를 운영하고 자녀 학자금을 지원하는 등 가맹점과의 상생책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에도 홍 회장이 회견장에 나오지 않아 질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회장도 마음은 같이 가고 있다”며 “그러나 회사 경영을 책임진 사장인 내가 나오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짧게 답했다. 홍 회장은 2007년 취임 이후 작년까지 200억원이 넘는 배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동안 꿈쩍도 않다가 피해 점주들이 홍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문제가 확산되자 뒤늦게 회견을 마련한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쏟아졌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역외탈세 전격 세무조사 착수] 사정기관, 경제민주화 전방위 압박

    [역외탈세 전격 세무조사 착수] 사정기관, 경제민주화 전방위 압박

    재계에 대한 경제민주화 압박이 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검찰·고용노동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불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남양유업 욕설 파문, CJ그룹 해외비자금 조성 의혹 등 재계의 탈법 행위가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정부의 움직임에 여론이 힘을 실어 주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주무부처 격인 공정위는 최근 직권조사를 부쩍 늘렸다. 직권조사란 피해 당사자의 신고 없이 자체적으로 불공정 행위가 의심되는 사업장을 조사하는 것이다. 공정위의 올 1~4월 직권조사 착수 건수는 모두 33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4건)보다 48.7% 늘었다. 이 기간 동안 피해자 신고접수가 오히려 소폭(1599→1528건) 줄었다는 점, 2~3월 위원장 공백으로 업무추진이 어려웠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 강도는 훨씬 세다. 이 중 부당 하도급거래 관련 직권조사는 17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5건)에 비해 3배 이상으로 늘었다. 공정위는 하반기부터 하도급 거래 관련 서면조사를 지난해 6만건에서 10만건으로 확대한다. 공정위는 재벌조사를 전담하는 ‘조사국’을 신설해 조사강도를 높일 예정이다. 국세청은 400여명의 인력을 추가 투입해 대기업 세무조사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한국GM, 국민은행, SC은행, 교보증권, 인천공항공사, KT&G, 롯데호텔, 코오롱, 동아제약 등에 대한 세무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검찰은 이달에만 남양유업, 삼성물산 등 4대강 관련 건설업체, CJ그룹 등 굴지의 대기업을 압수수색했다. 금융조세조사부·증권범죄합수단 등에서 진행 중인 수사까지 합치면 업체 수는 30개가 넘는다. 고용부는 이달 중순부터 현대제철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또 서울지방노동청은 노조에 대한 불법 사찰과 노조 설립 방해 등의 혐의로 이마트 경영진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방위적 경제민주화 공약 실천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속적이면서도 일관된 집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통해 재벌들에게 지속적이고 일관된 메시지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러려면 다른 영역에서도 상호보완할 수 있도록 경제 컨트롤타워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김혜수 “미스 김다운 철두철미 연기 기대해도 좋겠습니다만”

    김혜수 “미스 김다운 철두철미 연기 기대해도 좋겠습니다만”

    “‘미스 김’은 정말 완성도 높은 캐릭터였어요. 제가 그런 역할을 맡을 수 있었다는 건 행운이었죠.” 지난 21일 종영된 KBS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미스 김’으로 열연한 배우 김혜수(43)는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27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 ‘직장의 신’ 스태프들과 1박 2일 MT, 영화 ‘관상’ 포스터 촬영 등이 이어져 한숨 돌릴 틈도 없었다”고 웃었다. 그런데도 신기한 건 피곤한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는 대목이었다. 역시 그는 드라마 밖에서도 여전히 ‘철두철미한’ 미스 김이었다. ‘직장의 신’은 김혜수의 독특한 말투(“그건 제 업무가 아닙니다만”)와 기상천외한 에피소드(탬버린 연주, 홈쇼핑 내복모델, 메주쇼 등)들로 방영 내내 연일 포털사이트들을 달궜다. 그를 일컬어 ‘코믹연기에 신들렸다’는 찬사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스스로는 코미디를 염두에 두고 연기한 게 아니란다.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가 어떻게 하면 미스 김다울까, 그것만 생각했어요. 자발적으로 계약직 인생을 사는 미스 김은 우리가 익히 봐왔던 모습이 아니죠. 그런데 그게 재밌어 보였나 봐요.” 실제로 시청자들을 배꼽잡게 만든 장면들도 “미스 김다운 모습”을 최대한 살리려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탬버린을 치고 청소를 하고 타자를 치는 일은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에요. 하지만 미스 김은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해 현란한 손짓으로 일을 완성하기 때문에 ‘저 정도면 수당을 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던 거죠.” 회식 자리에서 현란한 탬버린 연주로 수당을 받아내는 장면을 위해 그는 한국과 일본의 ‘탬버린 달인’을 참조하고 탬버린을 발목에 두드리며 연습하다 피멍이 들기도 했다. 홈쇼핑 내복모델 장면에서는 미스 김이 어떻게든 시선을 끌어 내복을 완판해야 했으므로 “독보적인 워킹과 유연성”을 보여야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무대가 좁아서 고민하다가 나온 동작이 바로 ‘내복쇼’였다. ‘직장의 신’은 엄밀히 시청률로만 따졌을 때 크게 성공한 작품은 아니었다. 방영 당시 방송 3사 월화드라마 중 시청률은 2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드라마가 그려낸 직장에서의 갑을관계, 계약직의 서러움, 사내 정치 등의 코드에 시청자들이 즉각즉각 반응하면서 연일 화제가 됐다. 때마침 ‘라면상무’ 사건,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사건 등 잇따라 터진 사회적 이슈 사건들도 드라마가 주목받는 데 한몫했다. 시청자들이 계약직이면서 ‘슈퍼갑’인 미스 김에 환호하는 한편으로 현실의 맨얼굴을 돌아보게 된 것. “좀처럼 다루기 힘든 강력하고 굵직한 메시지를 가벼운 방식으로 터치한 드라마였어요. 그러나 핵심을 비켜가지는 않았죠. 그런 드라마의 매력에 제가 이끌렸던 거였죠.” 당분간 ‘미스 김’은 배우 김혜수의 또다른 이름이 될 듯하다. 강렬한 캐릭터가 차기작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는 그다. “굳이 미스 김을 뛰어넘어야 된다는 생각이 없어요. 제 연기 인생에 있어 지금 이 순간이 전부는 아니거든요.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하든 최선을 다해 치열하게 임하면 그뿐이니까요.”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甲 제재 강도 높이자 vs 乙 신고 문턱 낮추자… 다른 듯 닮은 여야

    甲 제재 강도 높이자 vs 乙 신고 문턱 낮추자… 다른 듯 닮은 여야

    ‘남양유업 사건’을 통해 갑을(甲乙) 관계의 문제점이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면서 정치권이 ‘갑을관계법’ 입법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다. 여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행위 조사와 제재가 유명무실하고, 지나치게 갑 친화적인 법 체계라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고 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 이종훈 의원이 대표 발의 예정인 ‘갑을관계 민주화법’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 도입을 통해 을의 피해 구제 수단을 강화하도록 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을 지키기 경제민주화 추진위’ 공동 명의로 발의 예정인 ‘을지로법’은 공정위의 권한을 지자체로 분산해 을의 신고를 용이하게 하고 공정위의 업무 과중을 분산해 제재 실효성을 높이도록 했다. 다만, 당내 의견을 합치하는 과정과 여야 간 이견 조율까지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새누리당 경실모 회원들이 준비 중인 ‘갑을관계 민주화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을(乙)의 실질적 피해구제 방안을 모색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대표 발의자인 이종훈 의원은 “슈퍼갑인 공정위와 갑인 대기업, 대형로펌이 유착해 을의 피해 구제를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바꿔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의 핵심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강도를 높이고, 을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집단소송제를 도입해 갑(甲)인 대기업과 대형로펌에 맞서 을인 영업점이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집단으로 소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담합·재판매가격유지(공급가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 강요)에만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기로 했었다. 법안은 이를 갑을 관계에 따른 불공정거래행위 전반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다만 아직 당내에서는 이견이 적지 않다. 갑을 간 계약 형태가 같은 업종·업태 내에서도 다른 점 등 현실 적용 전에 정비해야 할 것이 많다는 의견 등이 제시된다. 갑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피해자인 을이 직접 보상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현재 국가가 징수하는 과징금의 형태를 바꿔 피해를 당한 약자에게 실질적 보상이 되도록 했다. 일반적인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서는 손해액의 3배를, 악의적·반복적인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서는 10배를 부과하도록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액수를 10배 부과하는 부분에는 재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조정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사인의 행위금지청구제도와 고발인의 공정위 결정 불복 기회를 부여하는 내용 등도 포함하고 있다. 사인의 행위금지청구제도는 불공정행위 피해자가 공정위가 아닌 법원에 직접 소송하거나 가처분 신청 등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민주당 ‘을(乙) 지키기 경제민주화 추진위’가 전원 공동 명의로 발의키로 한 ‘을지로(을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법’은 상위법 성격인 공정거래법이 아닌 하위법에 해당하는 가맹사업법-하도급법-대규모유통법(갑을관계 3법) 개정안이다. 새누리당 경실모가 공정위와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견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공정위의 업무 과중으로 독점적 권한이 제대로 행사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려 하고 있다. 우선 공정위의 불공정행위 적발률을 높이기 위해 을의 신고 문턱을 낮추었다. 대표 발의자인 민병두 의원은 “불공정거래행위를 사전에 예방하려면 제3자인 공정위가 일상적인 조사와 감시가 가능해야 하는데, 프랜차이즈 20만개·대리점 80만개를 공정위 직원 10명 미만이 감당해야 한다”며 현실적 한계를 꼬집었다. 법안은 공정위의 업무과다와 인력부족에 대한 해결책으로 공정위의 독점적 권한인 ▲조사권 ▲고발요청권 ▲조정권(공정거래조정원 업무)을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장에게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등은 을이 신고·제보하기 위한 ‘심리적·물리적’ 거리가 가장 가깝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정위 사무소는 서울(수도권)과 부산(경남권), 대구(경북권), 광주(호남권), 대전(충청권) 등 5개에 불과하다. 민 의원은 “제주도민이 본사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신고하려면 비행기 타고 광주 또는 부산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지난 21일 발의한 ‘남양유업 방지법(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대리점거래에 국한해 불공정거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특화된 법안으로 ▲정보공개서 제공 의무화▲ 표준대리점계약서 사용 권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관존민비서 싹튼 ‘甲乙문화’ 그 고질병에 대한 해법찾기

    ‘갑을’ 파문으로 연일 온나라가 떠들썩하다. 갑의 횡포에 억눌려 ‘찍’ 소리조차 내지 못했던 을의 참담한 현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국땅에서 살아가는 이라면 어지간한 ‘갑질’쯤은 능히 예상할 수도 있다. ‘적당히 떡값도 오갔을 테고, 잔술 깨나 얻어 마셨겠지. 힘 센 갑이면 좀 더 나갔을 수도 있겠고….’ 대략 이 정도가 보편적인 한국인이 추정하는 ‘상식’ 수준의 갑을관계 아닐까. 한데 드러난 건 이런 상식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었다. 주류업체의 밀어내기로 대리점주가 목숨을 끊었고, 한 편의점 가맹점주의 남편은 본사 직원 앞에서 약을 먹고 숨을 거뒀다. ‘밀어내기’란 용어가 화장실 밖에서도 통용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번에야 알게 된 사람도 많았을 게다. 사실 갑을관계는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역학현상이다. 한데 왜 유독 한국에서만 ‘노예관계’ 수준으로 심하게 굴절된 걸까.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지은 ‘갑과 을의 나라’(인물과사상사 펴냄)는 대기업 간부의 여승무원 폭행 사건, 남양유업 직원의 폭언 사태로 불거진 우리 사회의 ‘갑을문화’의 기원을 짚어 해법을 제시한 책이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정수리가 뜨거워질 정도로 구체적인 사례들이 책의 절반 가까이 채워진다. 강 교수는 갑을문화가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관존민비(官尊民卑) 인식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관이 민을 지배하는 문화가 대기업의 중소기업 지배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갑을문화로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을 위에 군림하는 맛’이라는 인정욕구는 한국인 다수의 삶의 기본 문법으로 자리 잡았고, 이젠 “만인이 만인을 뜯어먹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뼛속까지 파고든 갑을문화는 브로커라는 사생아를 낳았다. 갑과 을을 이어주는 어두운 존재다. 예전엔 법조, 입시, 병무 등 특정 분야에서만 활동했지만 이젠 일반인의 사생활 영역에까지 침투했다. 브로커가 우후죽순처럼 전방위로 번져가는 건 결국 사회 시스템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브로커들은 선물과 뇌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갑을문화는 더욱 단단히 사회 전체에 뿌리를 내렸다. 갑을문화를 종식시킬 돌파구는 없을까. 강 교수가 제시한 건 ‘을의 반란’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시위다. 평소 삶은 개인주의적으로 살되 사회 문제는 집단주의적으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단 ‘을의 반란’은 ‘증오의 이용’을 넘어 ‘증오의 종언’을 향해야 한다. 강 교수는 “시위가 권력자와 언론의 주목을 받는 데 몰두하면 시위의 참뜻이 죽고 말 것”이라며 “더 많은 참여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시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1만 3000원.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씨줄날줄] 갑을(甲乙)의 역설/문소영 논설위원

    ‘라면 상무’라는 신조어를 만든 포스코 계열사 임원의 ‘갑(甲)질’과 남양유업 직원의 막말 파문에 이어 50대 주차 직원을 폭행한 ‘빵 회장’ 사건 등이 연달아 폭로되자, 정의로운 소비자들은 을(乙)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을을 보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생 을로 사는 서민들의 억울함과 분함이 깔려 있을 것이다. ‘갑의 횡포’를 응징하겠다는 시민이나 소비자들의 행동은 남양유업과 배상면주가의 제품은 끊으면 되니 상대적으로 쉬운 일로 비쳐졌다. 커피믹스도 ‘김태희 대신 김연아’를 사고, 집배달 우유의 제품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남양유업 주가는 내려갔다. 4월 30일 117만 5000원으로 최고가를 찍던 주가가 주르륵 미끄러져 23일 94만원대까지 떨어졌다. 2001년 수입산을 자국산으로 위장해 판매하다 적발됐던 일본 최대 식품회사 유키지루시 유업이 불매운동으로 회사 문을 닫았던 사례를 떠올릴 정도였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22일 남양유업 현직 대리점주 1000여명이 새로운 협의체를 구성하고 ‘살려 달라’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불매운동으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들 1000여명을 위해 응징을 철회해야 할까. 현재 남양유업 불매운동은 남양유업으로 상징되는 대기업의 부당한 밀어내기식 영업과 뒷돈 등 불공정 관행을 시민들이 개선하려는 보기 드문 시도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솜방망이 처벌로 다스리기 일쑤인 게 본사와 대리점, 대기업과 하청기업, 프랜차이즈 본점과 가맹점 등 사이의 불공정 관행이다. 남양유업은 ‘재수 없게 됐다’며 한국의 불매운동이 늘 그렇듯이 시간이 흐르면 유야무야될 것을 기대할 수도 있겠다. 사실 그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여기서 멈출 순 없다. 이참에 대기업의 못된 버릇을 제대로 고쳐 놓아야 앞으로 자영업자들이 먹고살 수 있다. 짧은 기간에 대리점 매출이 40~50% 하락했다면, 대리점주들이 아니라 본사가 먼저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고 화해의 악수를 청해야 했다. 대기업이 배짱을 부리며 갑질을 하는 것 같아 입맛이 쓰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라는 화두에 맞춰 검찰이 수사의 속도를 더 내길 희망한다. 갑·을(甲·乙)의 한자는 갑옷과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를 뜻한다. 하지만 사주팔자를 따지는 명리학에서 갑은 하늘로 쭉쭉 몸을 뻗는 커다란 나무를 말하고, 을은 풀이나 넝쿨을 말한다. 혼자 몸을 가누기 어려운 을은 갑을 타고 올라가 생존한다. 을도 살리는 제대로 된 갑을 기대한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대리점協 “밀어내기 피해 변상·분쟁조정위 설치를”

    대리점協 “밀어내기 피해 변상·분쟁조정위 설치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국민 여러분과 대리점주의 심려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진상조사하고 철저한 준법 시스템을 마련하겠습니다.” “남양유업은 위기 모면식의 대처를 그만두고 경제 민주화의 초석이 될 수 있는 모범기업으로 다시 태어나 주십시오.” 물량 밀어내기와 영업직원의 막말 등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남양유업이 21일 대리점주협의회와 제1차 단체교섭을 했다. 민주당 경제민주화추진위원회 중재로 마련된 자리다. 이날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교섭에는 김웅 남양유업 대표와 이창섭 대리점주협의회 회장, 우원식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을’(乙) 지키기 경제민주화추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참석했다. 우 의원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대리점주 결성체가 을의 굴레를 벗고 밀어내기·부당 강매·뇌물 요구 등에 대한 책임있는 대책을 요구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교섭에서 대리점주협의회는 ▲발주 시스템인 팜스21(PAMS21) 개선 및 현직 대리점주 협의회 가입 제재 금지 ▲물량 밀어내기 등으로 인한 피해 변상 ▲부당 계약 해지된 대리점주 영업권 회복 ▲개별 대리점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대리점 계약 존속 보장 등을 촉구했다. 양측은 1차 교섭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24일 2차 교섭부터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이른바 ‘남양유업 방지법’으로 불리는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본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행위를 막고, 본사가 물량 밀어내기 등을 했을 때는 대리점사업자가 입은 피해의 3배 이내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밀어내기 파문’ 남양유업 매출 급감

    ‘밀어내기(강매)’와 폭언 논란을 빚은 남양유업의 제품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조직적인 불매운동의 영향과 더불어 소비자들이 스스로 남양의 기업문화에 실망한 나머지 제품 구매를 외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A 대형마트에서는 이달 들어 15일까지 남양유업의 흰 우유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7%, 요구르트 매출은 34.7% 감소했다. 특히 액상 요구르트의 경우 매출이 22.9% 줄어든 가운데, 임원진의 대국민 사과 직전인 지난 8일 이후 최근까지의 판매율에서 남양유업이 한국야쿠르트에 1위 자리를 내준 것으로 분석됐다. B 대형마트에선 4일부터 15일까지 남양유업 제품의 전체 매출이 12.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 하락률은 유제품 14.3%, 분유 9.6%, 커피 17.5% 등이다. 반면 같은 기간에 경쟁사인 매일유업의 전체 매출은 2.1% 늘면서 남양유업의 부진에 따른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점주들이 동반 불매운동을 예고한 편의점에서도 불매운동의 여파로 매출감소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C 편의점의 일별 매출을 2주 전과 비교한 결과, 남양유업의 매출은 논란 이후 8일까지 큰 변동 없이 유지되다가 대국민 사과가 나온 9일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후 10일 7.8%, 11일 3.2%, 12일 10.9% 등 매출이 줄었고, 14일에도 남양유업 제품의 매출은 9.9% 감소했다. 반면 매일유업 매출은 10일 1.7%, 11일 15.6%, 14일 14.9% 등 증가하면서 대조를 보였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배상면주가 대리점주 자살로 본 주류업계 실태

    전통주 형제기업으로 유명한 국순당과 배상면주가가 나란히 불공정 행위로 비난을 받고 있다. 형이 경영하는 회사가 올 초 당국의 제재를 받은 데 이어 동생 회사에서는 대리점주가 자살을 했다. 두 곳 모두 판매목표를 할당하고 강제하는 이른바 ‘밀어내기’가 문제가 됐다. 배상면주가의 대리점주 이모(4 4)씨는 지난 14일 오후 인천 부평동의 대리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본사의 제품 강매와 빚 독촉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공정위는 배상면주가에 대해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배상면주가의 배영호 대표는 국순당 창업주인 배상면 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국순당은 현재 첫째 아들인 배중호 대표가 이끌고 있다. 국순당은 백세주, 배상면주가는 산사춘 등을 앞세워 각각 전통주 시장에서 1위와 2위를 달리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국순당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원의 제재를 받았다. 국순당은 2009년 도매점과 물품 공급 계약을 맺으며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주류 업계는 밀어내기 관행이 다른 업종보다도 특히 심한 편이다. 제조사가 직접 팔지 않고 주류 유통면허를 갖고 있는 도매상이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실적을 합산하는 월말이면 도매상에 술을 그냥 보내거나 잘 안 팔리는 술을 억지로 떠안기는 행위가 많다. 공정위의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제도상의 결함이 이번 사건의 또 다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기준은 담합의 경우 관련 매출액의 최대 10%이지만 밀어내기 등 불공정 거래 행위는 2%에 그친다. 밀어내기는 담합 등 명백하게 관련 산업의 경쟁을 막는 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재 수위가 약하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합법적인 밀어내기는 경쟁 촉진과 가격 인하 등의 효과를 가져오지만 최근 남양유업이나 배상면주가 등의 사례로 볼 때 부작용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라면서 “밀어내기 등에 대한 제재수위 강화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물타기/이소영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4년

    [옴부즈맨 칼럼] 물타기/이소영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4년

    ‘물타기’라는 말이 있다. 주식시장에서 매입한 주식이 하락했을 때 해당 주식을 저가로 사들여 매입평균단가를 낮추는 투자법을 일컫는 것으로, 같은 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손해와 이득을 평균함으로써 손해의 위험을 낮추는 것이다. 이 용어는 주식시장이 아닌 사회 전반에서도 흔히 쓰이는데, 논란이 되는 사안의 다른 면을 부각시키거나 반대 쟁점을 내세움으로써 논란의 농도를 낮추고자 할 때 주로 사용된다. 이때의 ‘물타기’는 대부분 부정적으로 사용되는데, 주식에서의 물타기는 개인의 손익에만 영향을 주지만, 사회에서의 물타기는 공동체 전체의 손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보도에 있어서 물타기는 매우 조심해야 할 지점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사안에서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를 파악해야 하며,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그 중요한 부분을 놓쳐 버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안에 천착하기보다 이면에 숨겨진 구조적 문제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여객기의 ‘라면 상무’ 사건이나 남양유업 녹취록을 통해 단순히 개인을 도덕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그 속에 내재한 우리 사회의 갑을 구조를 파악하는 것, ‘손님은 왕이다’의 허구나 업계의 오랜 밀어내기 관행을 이끌어내는 것, 이런 것이 아마도 언론이 물타기를 피하면서도 사안에 다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이것은 ‘규탄’과 ‘고발’의 차이라고도 설명할 수 있겠다. 규탄은 주로 한 대상을 겨냥한 것으로, 논란의 중심은 지탄받고 있는 행위를 한 인물이 된다. 이 경우 개인의 행동 궤적이나 발언 등이 중요한 단서가 되며, 사건은 개인이 단죄받거나 잊힘으로써 해결된다. 반면 고발은 어떤 원칙과 기준에 어긋난 사안이 대상이 된다. 이것이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점이나 숨겨진 사실이다. 고발에서는 행위의 은폐와 그 악영향이 주목받으며, 고발당한 행위에 대한 수정과 보완의 방법이 논의됨으로써 사건이 해소된다. 규탄의 작업도 중요한 것이지만, 언론의 사회적 역할은 고발에 더 가까운 셈이다. 요즘 뉴스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혼잡스럽다. 방미 중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한 기사 때문이다. 역대 최악의 스캔들이라고 할 만한 이 사건에도 한숨이 나오지만, 더욱 걱정이 되는 것은 이 사건이 고발로 나아가지 못하고 규탄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신문 곳곳에서 윤 전 대변인의 말, 시간대별 상황과 같은 자극적인 요소만을 다룰 때 ‘툭 쳤을 뿐’이라는 말에 담긴 잘못된 인식이나 고위 공직자의 윤리 부분은 자리할 공간이 없어진다. 이것이 물타기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고발과 규탄 사이의 균형을 잡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물론 나라를 대표하는 역할로 미국에 나가 추문을 일으킨 것은 규탄받아 마땅한 일이다. 변명들이 속속들이 거짓으로 밝혀지는 상황 역시 알려져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우리가 진정 단죄하고 개선해 가야 할 부분이 과연 지금 보도되고 있는 것뿐인지 역시 고민해야 할 중요한 부분임에 틀림없다. 이런 주장도 하나의 ‘물타기’로 들릴 수 있겠다. 하지만 ‘노팬티’ 여부와 이러한 주장 중 어떤 것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지를 고민해 본다면, 답은 쉽게 나올 것이다.
  • ‘횡포 甲’ 징벌적 손해배상제 추진

    국회가 영업점포를 상대로 한 대기업의 ‘밀어내기’ 등 불공정 거래를 개선하기 위한 입법에 본격 착수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에게 실질적 보상을 해주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최근 남양유업 본사 직원이 대리점 직원에게 폭언을 일삼은 내용이 공개돼 ‘갑(甲)의 횡포’ 문제가 대두되면서 관련 법안도 ‘남양유업 방지법’으로 불린다.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으로 구성된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은 14일 국회에서 ‘대기업·영업점 간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갖고 불공정한 갑을 관계 개선을 위한 5대 조치를 제시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집단소송제 도입, 사인(私人·개인 또는 사적 법인)의 행위금지 청구제도 도입,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에 대한 고발인(신고인)의 불복 기회 부여, 내부 고발자 보호 및 보상 강화 등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종훈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담기로 했다. 이 의원은 “공정위가 대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해도 신고자에게는 아무런 보상이나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면서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배상액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사회적 정의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어 “창조경제는 대기업과 영업점 간 착취적 관계가 유지되는 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실모는 남양유업 사태에서 드러난 대표적인 불공정 거래 사례로 제품을 과도하게 떠넘기는 ‘밀어내기’를 비롯해 ‘금품요구’, ‘유통기한 임박상품 보내기’, 재계약 해지 압박, 증거은폐·데이터 조작 등을 꼽았다. 이날 간담회는 갑에 대한 을(乙)의 성토장이었다. 이창섭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장은 “경제정의에 역행하는 악덕 대기업의 횡포에 힘 없는 서민들은 억울함조차 하소연할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서울광장] ‘윤창중’에 담긴 아비튀스(Habitus)/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윤창중’에 담긴 아비튀스(Habitus)/진경호 논설위원

    젊고 잘생긴 존 F 케네디는 섹스 중독자였다. 윌리엄 라이딩스 2세 등은 저서 ‘위대한 대통령, 끔찍한 대통령’을 통해 케네디가 아름다운 아내 재클린을 곁에 두고도 수백명의 여성들과 관계를 가졌다고 썼다. 심지어 마피아의 여자를 건드렸다가 대통령 신분에 갱단의 협박을 받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후임 린든 존슨 대통령도 만만치 않았던 듯하다. 백악관 직원들 가운데서 ‘섹스 파트너’를 간택했고, 이들 중 5명이 그의 ‘애첩’으로 지냈다고 한다. 빌 클린턴의 르윈스키 스캔들은 이런 백악관의 ‘전통과 문화’를 뿌리로 두고 있다. ‘여자들과 시간을 보내다 남는 시간에 총리를 한다’는 이탈리아 전 총리 베를루스코니에까지 생각이 미치면, 최고권력의 성추문은 미국을 넘어 서구 전반의 전통인가도 싶다. 국가 정상의 성추문이 차고 넘치는 나라들이고, 이로 인해 물러난 정상이 없는 나라들이다. 정상외교 현장에서의 성추문이라는 희대의 사건을 일으킨 청와대 전 대변인 윤창중이 ‘문화적 차이’를 언급했다. “문화적 차이로 인해 그 가이드에게 제가 상처를 입혔다면 거듭 이해해 달라”고 했다. TV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의 이 한마디로 한국은 엉덩이를 콱 움켜쥐는 걸 허리를 턱 친다고 표현하는 나라, 젊은 여성을 위로하고 격려할 때는 엉덩이를 콱 움켜쥐는 나라가 됐다. 자기가 무슨 옷을 걸치고 있었는지조차 분간 못하는 인사의 불민한 언사에 피가 거꾸로 솟는다. 적어도 성추문 대통령을 단 한명도 갖고 있지 않은 나라이건만, 대체 미국과 어떤 문화적 차이를 안고 있다고 온 국민의 양식까지 팔아넘겨 가며 제 살 구멍을 찾는지 며칠 밤낮을 보내고도 분이 삭질 않는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도록 태어난 사람은 없다. 고급문화를 누릴 만한 환경 속에서 자랐기에 클래식을 즐기게 됐을 뿐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갈파한 ‘아비튀스’(Habitus)의 개념이다. 사회 구조와 그 안에서의 계급적 지위에 의해 개인의 문화적 취향과 소비 성향 등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 엇비슷한 사회적 지위나 교육 환경, 재산 등을 지닌 사람들이 공유하게 되는 집합적 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이 바로 아비튀스다. 윤창중은 제 부끄러움을 덮으려 ‘성 문화의 차이’를 들먹였겠으나, 부르디외가 윤창중을 봤다면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아비튀스, 경조부박한 계급 문화의 차이를 찾아냈을 것이다. 비행기 여승무원에게 행패를 부린 ‘라면상무’, 아버지뻘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일삼은 남양유업 영업대리, 주차 시비 끝에 호텔 지배인을 폭행한 제과업체 회장에게서 묻어나는 우리 사회의 비루한 갑을(甲乙) 문화의 단면을, 한 줌의 권력에 취해 제 본분을 망각한 윤창중에게서도 목도했을 것이다. 거친 표현으로 남을 공격하던 ‘논객’(이라고 동의하진 않지만)에게 어느날 돌연 날아든 보은(報恩)의 완장을 주체하지 못한, 아비튀스의 혼란에 빠진 윤창중을 봤을 듯싶다. 윤창중의 혼란은 그의 행동 궤적 전반에서 드러난다. 많은 증언에 따르면 청와대에서 그는 다른 ‘완장’들과 섞이지 못했다. 기자들로부터 외면당했고,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날아간 워싱턴에서도 겉돌았다. 힘은 뻗치는데 이를 알아주는 사람도, 받아주는 사람도 없으니 전화 한 통으로 움직일 수 있는 나이 어린 여성인턴을 불러 호텔 술집을 찾는 초라한 대변인을 택했다. 부산스럽다. 윤창중의 든든한 백이 돼 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비난이 그칠 줄 모른다. 지휘책임을 가린다, 공직기강을 다잡는다 하며 출구 찾기에도 여념이 없다. 필요한 일들이고, 거쳐야 할 고통이다. 그러나 한두 명 내치고, 정상외교 매뉴얼을 새로 갖춘들 제2, 제3의 윤창중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어 보인다. 비루한 갑(甲)의 횡포에 허덕이는 오늘의 빈약한 사회적 자본을 그냥 놔두고는 말이다. 윤창중은 문화적 차이를 제대로 보여줬다. jade@seoul.co.kr
  • 갑의 횡포 어디까지…배상면주가 ‘밀어내기’에 네티즌 분노

    갑의 횡포 어디까지…배상면주가 ‘밀어내기’에 네티즌 분노

    남양유업 사태에 이어 전통주 제조업체인 배상면주가의 ‘밀어내기’로 대리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드러나자 네티즌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2시 40분쯤 인천 부평동 배상면주가 부평지역 대리점 창고에서 점장 이모(44)씨가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연탄을 피워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이씨가 달력 4장의 뒷면에 적은 유서도 발견됐다. 유서에는 “남양은 빙산의 일각. 현금 5000만원을 주고 시작한 이 시장은 개판이었다. 본사 묵인의 사기였다”면서 “밀어내기? 많이 당했다. 살아남기 위해 행사를 많이 했다. 그러나 남는 건 여전한 밀어내기. 권리금을 생각했다”고 적혀있었다. 이씨가 본사로부터 빚 독촉과 밀어내기로 매우 고통스러워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배상면주가 측은 “밀어내기나 빚 독촉은 없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배상면주가 블로그 등에 항의 글을 잇따라 올리며 비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갑의 횡포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를 표한다”면서 “우리 술이 언제부터 살인 도구가 되었나. 이런 상황에서 ‘우리 술’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자체가 모순인 것 같다. 남양유업과 함께 평생 불매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은 “사람이 먼저인 회사는 없는 건가”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본사서 대리점 물량 조작 의혹 집중 추궁

    남양유업의 ‘부당 밀어내기’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해 논란을 빚은 남양유업 전 영업사원 이모(35)씨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또 지난 13일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에서 추가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 대리점주 공모씨 등 고소인과 남양유업 관계자 등 피고소인을 차례로 불러 조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곽규택)는 14일 욕설 파문의 당사자 이씨와 대리점주 김모(53)씨를 불러 욕설을 하게 된 경위, 당시 상황, 밀어내기 진위 등을 집중 추궁했다. 남양유업의 횡포가 알려지게 된 ‘욕설 파문’은 이씨가 김씨에게 욕설을 퍼붓는 음성 파일이 지난 4일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2분 45초 분량의 파일에는 “죽기 싫으면 받으라고요. 끊어 빨리. 받아. 물건 못 받겠다는 그 따위 소리하지 말고”, “(물건을 받을 상황이 안 된다면) 버리든가 그럼. 버려”, “개XX” 등의 통화 내용이 담겨 있다. 남양유업은 하루 만인 5일 공식 사과문을 냈지만 밀어내기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비난이 폭주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남양유업이 본사 차원에서 대리점 업주들의 주문 물량을 멋대로 부풀려 기재했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밀어내기 물량을 반품하지 못하도록 업주들에게 마이너스 통장과 연계된 자동이체계좌(CMS)에 가입하게 하거나 사측이 통보한 신용카드를 만들게 해 물품 대금을 강제로 청구했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 리베이트를 착복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지난 13일 피해자 협의회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 경영진과 지점 4곳의 영업직원 등 25명을 추가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이 남양유업에 판매 여직원의 파견을 요청해 그 인건비를 남양유업에 전가하고 남양유업은 이 인건비의 65%를 대리점에 전가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고발인 조사 등 기초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홍 회장과 김웅 대표이사 등 남양유업 경영진의 소환 시기를 조율할 방침이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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