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남산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 상생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 선량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 작심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 변신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183
  • ‘남산 3억원’ 재조사 본격 착수…檢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소환

    ‘남산 3억원’ 재조사 본격 착수…檢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소환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이 남산 3억원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신 전 사장 조사를 시작으로 ‘남산 3억원 사건’에 대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 노만석)이 11일 오전 신 전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는 앞서 법무부 산하 과거사위원회가 ‘남산 3억원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권고한 데에 따른 조치다. 앞서 과거사위는 신한금융 사건에 대해 검찰이 뇌물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정황 등을 파악하고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등 수뇌부에 대한 재수사를 권고했다.  ‘남산 3억원 사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식 직전인 2008년 라 전 회장이 이 전행장을 시켜 이 전 대통령 측근에게 현금 3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이다. 이 의혹은 2010년 신한금융그룹 경영권을 놓고 라 전 회장, 이 전 행장 측과 신 전 사장이 대립하면서 벌어진 신한금융 사건 수사 도중 알려졌다.  이날 조사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신 전 사장을) 고소인으로서 참고인 조사하는 것”이라며 “신 전 사장 조사 이후 나머지 전현직 임직원 10명에 대한 소환 일정 등도 조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다른 언어…닮은 우리

    다른 언어…닮은 우리

    각자 모국어로 전하는 대사, 서로 집중하게 해 日만화 ‘세일러문’·홍콩 액션·韓 박찬욱 영화 등 동아시아권 젊은이들의 시대적 관심사 통해 우산혁명·촛불집회 등 정치·사회적 경험도 닮아 “영어 안 써도 소통 가능”…내년 3개국서 초연지난 7일 서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 한국·홍콩·일본 3개 국적의 배우 6명이 무대에 올랐다. 배우들은 각자의 모국어로 대사를 말하고, 무대 뒤로 통역된 한국어·광둥어·일본어 대사가 보인다. 일부러 객석에 대사의 의미를 늦게 전달하려는 듯, 때로는 통역이 생략된 채 광둥어와 일본어 대사가 오가기도 한다. 이날 공연은 3국의 젊은 연극인들이 공동제작한 연극 ‘나와 세일러문의 지하철 여행’의 쇼케이스 무대였다. 2000년대 초부터 아시아권 연극인들의 협업 프로젝트는 있었다. 하지만 이들 작품에서 사용된 언어는 영어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와 세일러문의 지하철 여행’은 각자의 모국어를 있는 그대로 무대에 올리자는 역발상에서 시작됐다. 아시아인들끼리 굳이 영어를 쓰지 말고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다. 유럽에서 서로 다른 국적의 연극인들이 함께 작품을 만들 때 각자의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도 이 같은 기획의 배경이 됐다. 과거 국제 연극제 등에서 안면이 있었던 한국 연출가 이경성과 홍콩 연출가 겸 배우 윙 칭 얀 버디, 일본 극작가 겸 연출가 사토코 이치하라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손을 잡았다.“소리가 먼저 도착하고 의미는 나중에 도착한다.” 극이 시작되고 처음 나오는 이 대사는 서로의 모국어로 전하는 대사가 어떻게 객석에 전달돼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는지를 생각해보라는 화두와도 같다. 이 연출은 “만국공통어이기는 하지만 아시아 사람들끼리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뭔가 이상했다. 의사소통을 하면서 오히려 부대끼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상대 배우의 모국어를 들으면서 그 사람에게 집중하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 소통하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서로 다른 국적이지만, 적어도 동아시아 국가이기에 겪었던 비슷한 경험들은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1980년대생으로 동시대를 살아온 젊은이기도 한 이들은 어린 시절 일본 만화 ‘세일러문’이나 ‘슬램덩크’를 즐겨 봤고, 홍콩 액션영화나 한국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보고 배우의 꿈을 키우기도 했음을 알게 된다. 결과적으로 3국 연극인들은 3개의 다른 언어를 얘기할수록 오히려 서로의 공통점을 확인하게 된다. 이들이 겪은 정치·사회적 경험 또한 다르면서도 닮았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 직선제를 요구하는 2014년 홍콩 우산혁명은 한국의 2016년 광화문 촛불집회를, 동일본 대지진으로 친구를 잃었다는 일본 젊은이의 사연은 세월호 참사로 친구와 가족을 잃은 우리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의 후반부는 홍콩 우산혁명을 배우는 일종의 워크숍과도 같다. 우리가 보는 국제뉴스가 대부분 미국과 중국에 집중되다 보니 이번 작품을 본 관객들은 우산혁명과 같은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연출은 “객석에 홍콩, 중국 관객들도 있었는데 홍콩 관객은 우산혁명에 대한 얘기를 불편해하기도 했다”며 “입장을 바꿔 다른 나라 사람이 우리에게 세월호에 대한 얘기를 직접적으로 했을 때 느끼는 감정과도 같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작품에 참여한 한국 극단 ‘크리에이티브 VaQi’와 일본 극단 ‘Q’, 홍콩의 ‘아토크라이트’는 작품 수정을 거쳐 내년 3국에서 공식 초연 무대를 선보일 계획이다. 일본과 홍콩에서 공연될 때는 각국의 상황에 맞게 수정된 버전을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치하라 연출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일본인끼리도 함께 혁신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인 만큼 3국 연극인들이 정말 어려운 일에 도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성남산업진흥원-KAIST 7일 ‘2018년 협력사업 워크숍’

    성남산업진흥원-KAIST 7일 ‘2018년 협력사업 워크숍’

    성남산업진흥원은 7일 KAIST와 기업 간 교류 활성화와 협력사업의 성과 높이기 위해 정글on 라운지에서 ‘성남-KAIST 협력사업 워크숍’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날 워크숍에는 박희경 KAIST 연구부총장, 최경철 산학협력단장과 올 한 해 협력사업에 참여했던 기업, 학생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성남시는 4차 산업혁명 선도도시를 구현하기 위해 2017년 8월에 KAIST와 MOU를 체결하고, 11월 업무협약을 통해 성남산업진흥원과 KAIST 산학협력단, 전기및전자공학부가 협력하여 성남시 중소.벤처기업에게 인공지능 집중교육, EE Co-op 프로그램, K-Global 사업 등 다양한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행사는 2018년 한 해 동안 운영한 프로그램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시작으로 각 사업의 성과 및 차년도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참여기업의 소감을 듣는 간담회,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하고 교류하는 네트워킹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참여기업과 진흥원-KAIST 사업 담당자가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사업의 만족도와 개선사항 등을 확인하고 이를 반영하여 다음 사업을 운영할 예정이다. 장병화 원장은 “올해 7월 개소한 ‘차세대 ICT 연구센터?Branch Office’가 성남시 기업을 상시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거점 연구센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면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 KAIST와 함께 협력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박희경 연구부총장은 “K-Global 사업과 차세대 ICT 연구센터를 운영하여 많은 기업의 애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내년에도 다양한 지원을 발판삼아 성남시 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성남시 아시아실리콘밸리 프로젝트 본격 가동

    성남시 아시아실리콘밸리 프로젝트 본격 가동

    성남산업진흥원은 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킨스타워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판교2밸리 기업성장센터 입주기업지원과 인프라 강화를 위한 업무협력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판교2밸리는 43만402㎡(13만평) 규모로,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선도기술 분야의 약 750여개 기업과 4만 여명의 창의 인재들이 근무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혁신성장의 중심지로 조성되고 있다 또한 판교2밸리는 민선7기 성남시 핵심정책인 ‘아시아실리콘밸리 프로젝트’를 구현할 첫 번째 단지로 기업성장과 함께 주거, 교통, 문화 등 도시 인프라를 확충해야 하는 정책과제를 공공이 협력기반으로 지혜롭게 해결해야 할 곳이기도 하다. 진흥원과 LH공사는 이번 MOU 체결을 계기로 양 기관의 고유 역량과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여 판교2밸리 기업성장과 단지 활성화를 위해 상호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주요 협약내용은 ▲기업간 협력 및 교류가 가능한 오픈 스페이스 구축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투자 유치 환경 조성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단계별 기업지원 프로그램 제공 ▲글로벌 기업 육성을 위한 외부 협력체계 구축 ▲판교2밸리 전반의 주거, 교통, 문화, 어매니티의 확대와 강화를 위한 포괄적 협력 내용을 담고 있다. 장병화 성남산업진흥원 원장은 “성남은 판교3밸리까지 완성되면 첨단기술과 창의인재가 모이고, 창업과 기업성장이 역동적으로 일어나는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아시아의 실리콘밸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흑백TV 속 김일, 세상으로 나오다/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흑백TV 속 김일, 세상으로 나오다/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목멱산 꼭대기 팔각정을 오르내리던 ‘남산삭도(케이블카)’를 머리에 얹고 살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3호 터널이 뚫린 그 자리, 무성한 아카시아 숲을 헤치고 남산 허리까지 한달음에 올랐다. 쏟아지는 땀, 타들어 가던 목을 시원한 약수로 식히고 빨간 샐비어를 따 꿀물을 빨던 ‘국민학생’ 때다.저녁 8시, 산그늘이 6층짜리 시민아파트를 집어삼킬 즈음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아파트 복도를 몰려다녔다. 목적지는 1층에서 유일하게 ‘텔레비전’을 갖고 있던 104호 김 아무개집. 현관 앞 복도에 옹기종기 앉아 시선을 멀찌감치 안방 구석에 맞춘다. 독수리인지 뭔지 모를 양각이 새겨진 커다란 틀 속에서 천규덕과 김일이 한 조가 돼 ‘괘씸하고도 나쁜’ 일본 선수들을 상대로 태그매치를 벌인다. TV 수상기는 당시 시민아파트 꼬맹이들의 로망이었다. 어머니, 할머니가 즐겨 보시던 ‘전설의 고향’만큼이나 인기있던 프로는 단연 레슬링이었다. 천규덕의 득달같은 가라테촙이 일본 선수의 목에 꽂히면 꼬맹이들은 따라서 공중제비를 돌았다. 일본 선수의 깨물기 반칙에 머리가 터져 붕대를 칭칭 동여맨 김일의 박치기가 한 번, 두 번, 세 번까지 터지면 채널 쟁탈전 끝에 뒤로 물러나 앉은 할머니까지 거들며 복도가 떠나갈 듯 만세를 불러댔다. 넉넉하지 않고 고단했지만 흥겨운 남산 자락 서울의 한 동네 서민들의 여름 저녁 풍경이었다. ‘말죽거리 잔혹사’를 만들었던 영화감독 유하의 시에 등장하는 자이언트 바바, 안토니오 이노키, 김일, 천규덕 등 프로레슬러의 이름은 적어도 60년생들에게는 ‘추억’의 다른 이름이다. 같은 2004년 개봉한 또 다른 영화 ‘역도산’은 한국 레슬링의 스승으로 알려진 한국명 김신락을 다뤘는데, 여기에서 ‘박치기왕’ 김일은 후반부에 잠깐 나왔을 뿐이었다. 그랬던 김일이 2018년 12월이 돼서야 우리에게 다시 찾아왔다. 대한체육회가 5일 제7차 스포츠영웅 선정위원회에서 6명의 후보 가운데 김일과 김진호(56·한체대 교수·양궁)를 최종 선정해 발표했다. 두 사람은 선정위원회와 심사기자단의 업적평가(70%)와 국민지지도 조사(30%)를 통해 2차에 걸친 심사 끝에 후보에 올랐고, 선정위원 3분의2의 찬성으로 스포츠 영웅이 됐다. 김일이 선정된 것은 파격적이다. 그는 손기정을 비롯해 양정모, 차범근, 김연아 등 한국 체육을 대표하는 이들과 달리 엘리트의 범주에 속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로레슬링은 쇼’라는 폭로 이후 꾸준히 후보에 올랐지만 최종 심사에서 매번 탈락했다. 그러나 올해는 국민지지도 조사에서 최고 지지를 받았고, 선정위원회 및 심사기자단의 정량·정성 평가에서도 고득점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선수는 아니었지만 넉넉지 못하고 늘 어스름 저녁 같았던 1960~70년대를 살았던 서민들에게 삶의 비상구를 열어 주고 애환을 달래 준 진정한 영웅이었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김일은 지난 2006년 10월, 13년 동안 누워 있던 서울 중계동 을지병원 한 병실에서 77세로 눈을 감았다. 그의 태그매치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남산 꼬맹이들이 아직도 그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cbk91065@seoul.co.kr
  •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일본인들의 ‘경성 뉴타운’… 세월따라 주인 바뀐 ‘비극의 목격자’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일본인들의 ‘경성 뉴타운’… 세월따라 주인 바뀐 ‘비극의 목격자’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 투어’ 제31회 후암동(문화주택단지의 어제와 오늘) 편이 지난 1일 용산구 후암동 일대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역 5번 출구 연세재단 세브란스빌딩 앞에 집결한 참석자들은 ‘한국의 쉰들러’ 현봉학 박사 동상~남대문교회(서울미래유산)~남관왕묘 터~남산도서관(서울미래유산)~옛 미쓰비시경성합숙소(장우오피스텔)~옛 전생서 터(영락보린원)~문화주택 지월장(지월장 게스트하우스)~옛 조선은행 사택(한국은행 후암생활관)~성의사(서울미래유산)~옛 삼판소학교(삼광초등학교)~옛 경성 제2공립고등여학교와 수도여고(서울시교육청 시설관리본부)를 차례차례 둘러봤다.일제강점기 경성은 일본인을 위한, 일본인에 의한, 일본인의 도시였다. 연희전문 이순탁 교수는 동아일보 1927년 1월 5일자 기고문에서 “…경성은 조선의 중심이 아니라 게이조(경성의 일본식 발음)의 중심이며, 조선인의 경성이 아니라 일본인의 경성이다”고 선언했다. 당시 경성부 토지면적 약 1000만평 중 일본인 소유 토지가 164만평으로 조선인의 159만평을 앞섰다. 국공유지 440만평을 합치면 경성 토지 72%를 일본인이 보유하고 있었다. 보유 토지를 돈으로 환산하면 조선인은 879만원인데 반해 일본인은 78% 이상 높은 1566만원에 이르렀다. 1927년 12월 11일자 조선일보도 “값이 높은 중앙 번영지는 전부가 일본사람과 외국인이요, 조선사람은 모두 산 밑 움막살이 초가집이 대부분…”이라고 보도했다. 1920년 당시 인구분포는 조선인이 20만명이고, 일본인은 7만 6000명이었다. 일본인이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웃돌 정도였지만 경성 도심지의 토지와 집은 대부분 일본인 소유였다. 중외일보 1929년 11월 8일자에 따르면 “경성부민의 태반이 제 집을 가지지 못하고…조선인 측의 주택 문제는 일본인에 비하여 일층 심각한 형편이다”는 분석기사를 실었다. 당시 조선인 가구 4만 9000호(23만여명) 중 3만호가 월세 신세였다. 1895년 청일전쟁 승리 이후 한성부 남부 남산기슭에 자리잡았던 일본인들은 점차 진고개를 넘어서 서울역과 남대문로 일대까지 야금야금 점유공간을 넓혀갔다. 병탄 이후 충무로~필동~남대문로~후암동~용산 중심의 일본인 거주지를 청계천 이북 종로까지 확장해 나갔다. 1926년 조선총독부를 경복궁 안에 세우고 청운동과 효자동, 통의동과 동숭동, 명륜동 등 서울의 전통 주거지인 북촌과 동촌에 총독부와 경성부청, 동양척식회사, 식산은행, 경성제국대학 관사와 사택을 세웠다. 단순한 통치기구의 이전이 아니라 조선인의 북촌 축출과 일본인의 북촌 진입을 의미했다.적산가옥(敵産家屋)이란 일본인이 철수한 이후 정부에 귀속됐다가 일반에 불하된 주택이다. 일본인의 생활방식에 맞게 지은 일본식 주택 또는 서양식 문화주택이다. 일제는 서양식 주택을 집단적으로 지은 문화주택단지를 개발했다. 남대문 일대에서 후암동과 용산을 거쳐 영등포와 흑석동으로 나가는 축 선상과 광희문 밖 신당동을 지나 왕십리까지 뻗쳤다. 주로 경인선 철도와 전차 노선, 신작로를 따라 일본인 거주지가 형성된 것을 알 수 있다. 장소는 자연현상과 문화역사 그리고 환경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복합체이다. 사람의 행위와 의도가 이뤄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후암동은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일본인 거주지이다. 1900년 경인철도 개통과 1908년 일본군 용산 병영 건설 이후 최고급 주택단지로 군림했다. 광복 직후 유명인사들이 모여 사는 부촌이었다가 1970년 동부이촌동과 강남 개발 이후 거주민 교체를 겪었다. 1980년대 다세대, 연립주택단지로 주거형태가 바뀌었다. 거주자의 정치사회적 특성에 따라 주거공간의 변화가 극과 극으로 달라졌다. 일제는 뉴타운 개발계획에 따라 후암동에 거대 문화주택단지를 개발했고, 이어 왕십리와 보문동에도 새로운 단지를 세웠다. 후암동~용산과 신당동~왕십리를 연결하는 남산주회도로 공사가 1936년 시작돼 1939년 완공됐다. 현재의 삼각지역~약수역~보문동에 이르는 지하철 6호선 구간과 일치한다. 일본군 주둔지인 용산으로부터 이태원과 신당동, 왕십리, 신설동, 보문동 일대를 연결하는 거대한 동부 축 건설을 꾀했다. 두텁바위의 한자 표기인 후암동(厚巖洞)이라는 지명은 조선왕조실록 같은 공식 기록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1886년에 일본인이 제작한 ‘한성근방도’에 후암동이라는 지명과 이 일대의 구릉과 물길, 마을이 그려진 게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일제강점기까지 두텁바위라는 이름의 바위가 존재했다고 하나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없는 지명을 지어내지는 않았을 터이니 조선시대에도 후암동이라는 지명이 실재했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두꺼비바위(蟾巖)가 음운변화를 일으켜 두텁바위로 바뀌었다는 설이 있다. 이 동네에 살았던 실학자 안정복의 제자 황덕길(1750~1827)이 두꺼비바위에 대한 기록을 문집 ‘하려집’에 남겼다. 두텁바위 혹은 두꺼비바위라는 지명은 공식적으로 쓰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후암동 일대를 대표하는 지명은 본래 도동(桃洞)이었다. 실학자 성호 이익은 ‘성호전집’에서 봉숭아나무와 닥나무가 유명한 이 지역을 노래한 ‘도곡팔경’을 남겼다. 남관왕묘가 위치했던 도동은 1985년 후암동에 편입된 뒤 사라졌다.후암동은 남산의 남서쪽 산륵에 안겨 있다. 나라의 제사에 바칠 양과 염소 등을 기르고 공급하는 관청인 전생서의 목축장이었다. 1921년 조선은행(한국은행) 사택이 입주하면서 일본인 주거지역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해 1930년대 문화주택지로 전성기를 누렸다. 개항 이후 부설된 경인철도 남대문역(서울역)이 용산 일대를 가장 빠르게 도시화했다. 후암동의 총독부 관사와 조선은행 사택, 미쓰비시경성합숙소 그리고 단지형 고급 주거지는 서구식 삶을 지향하는 주택이었고, 선망의 대상이었다. 후암동은 남산의 조선신사와 용산의 군대가 지켜주는 신성하고 안전한 보금자리였다. 특히 신세이다이 주택지, 미요시와 주택지, 쓰루가오카 주택지 등 민간주택지들은 꿈의 집이었다. 소설이나 잡지, 신문기사를 통해 ‘빨간 기와 파란 기와의 문화주택들이 아름다운 색채로 늘어서 있는 동네’라고 묘사되곤 했다. 문화주택의 구조는 철근콘크리트 블록조였으며, 지붕은 평지붕에 아스팔트 방수처리가 됐고, 난방은 집마다 지하실에 전용보일러와 벽난로를 갖췄다. 세로로 긴 창문을 두고 남쪽에 발코니를 설치하는 등 구조, 의장, 설비 면에서 혁신적인 주택이었다. 온 동네에 도시가스가 공급되는 최고의 주택단지 옆에는 일본인들이 다니는 삼판소학교와 경성제2고등여학교, 용산고등학교가 위치했다. 지금 우리에게 후암동은 무엇인가. 후암동은 시대가 변할 때마다 거주자가 전원 교체된 곳이다. 조선시대 한가로운 목축 마을에서 일본인 고급주택단지로 바뀌었고, 광복 후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이었다가 1970년대 동부이촌동 및 강남 개발로 명성을 잃었다. 100년 만에 급격한 퇴락의 길을 걸었다. 후암동에 남아 있는 300여채의 문화주택은 근대주거사의 비극적 단면이자 우리에게 과제로 남겨진 유산이기도 하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원장 사진 문희일 연구위원 ●다음 일정: 서울의 문학4(박태원의 천변 풍경) ●일시: 12월 8일(토) 오전 10시~12시 ●집결장소: 1호선 종각역 5번 출구 ●신청·안내: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
  • [미래유산 톡톡] 도심 속 고딕양식 남대문교회…법복에 품격 입히는 성의사…100년 지식 창고 남산도서관

    [미래유산 톡톡] 도심 속 고딕양식 남대문교회…법복에 품격 입히는 성의사…100년 지식 창고 남산도서관

    지난 1일 답사단이 찾은 후암동의 서울미래유산은 남대문교회, 남산도서관, 성의사 등 3곳이다. 도심의 빌딩 숲 사이에 자리한 고딕 양식의 남대문교회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병원이었던 제중원 부설 교회에서 출발했다. 제중원을 운영했던 선교사들이 1904년에 세브란스 병원을 건립하고, 1910년엔 한옥 예배당으로 남대문교회를 세운 것이다. 1919년 3·1운동 당시 세브란스 병원에 근무하던 집사 이갑성이 기독교 대표로 33인에 참가해 옥고를 치렀다. 이갑성의 부탁으로 3·1운동의 현장을 사진과 기록으로 남기고 제암리 학살 사건을 해외에 알린 34번째 민족 대표 프랭크 W 스코필드의 장례식이 사회장으로 치러진 곳도 남대문교회였다. 6·25전쟁 중 전소됐지만, 1955년 교인들이 힘을 모아 현재의 위치에 완공했다. 석조 예배당인 남대문교회는 고려대학교 본관, 중앙고등학교 본관, 영락교회 등을 설계한 박동진의 작품이다.2022년이면 개관 100주년을 맞는 남산도서관은 1922년 명동 한성병원을 개수해 만든 경성부립도서관이 전신이다. 1927년 소공동으로 이전했다가 1964년 남산에 자리잡은 후 1965년 남산도서관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60석으로 첫 개관했던 도서관 규모도 1600석으로 확장됐다. 학습 환경이 열악했던 시절 남산도서관은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공간이었다. 당시 남산도서관 입장을 위해 개관 몇 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풍경은 낯설지 않았다. 성의사는 가운 제작 전문업체로 1953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외국 선교사들의 목회 가운 제작을 시작으로 한국 교회의 성장과 함께했으며, 전국 각 대학의 학위 가운도 공동 납품하고 있다. 성의사 제품은 까다로운 품질 평가에서도 인정받아 판사 가운과 검사 가운을 전량 공급하고 있다. 국내외 유명인들의 명예박사 학위 가운도 맞춤제작하는데 김대중 대통령 명예박사 가운도 이곳에서 제작했다. 정순희 해설자·‘표석을 따라 한성을 거닐다’ 공저자
  • [흥미진진 견문기] 모교 수도여고서 바라본 남산타워…30년을 거슬러 여고생 시절을 걷다

    [흥미진진 견문기] 모교 수도여고서 바라본 남산타워…30년을 거슬러 여고생 시절을 걷다

    미세먼지가 걷힌 상쾌한 겨울 아침, 후암동을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모교인 수도여고가 투어의 종착점이라 더욱 설렜다. 첫 번째 탐방지 남대문교회는 빌딩 숲 속에 숨어 있었다. 고풍스런 교회 앞에 찬송비가 눈에 띄었는데, 가곡 ‘오빠 생각’을 작곡한 박태준 박사가 이 교회 지휘자였단다. 교회를 지나 남산도서관으로 향했다. 1970~1980년대에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공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남산도서관 옥상정원에 오르니 후암동 일대가 눈앞에 펼쳐졌다. 정면엔 아스라이 관악산이 보였고, 오른쪽 끝에는 빌딩이 즐비했다. 왼쪽은 남산자락이 동네 안으로 쑥 들어와 야산을 이루고 있었다. 후암동은 그 속에 안겨 있는 형상이었다. 남산도서관에서 좁은 골목길을 내려와서 후암초등학교 밑에 위치한 영락보린원 앞에 머물렀다. 후암동 골목은 참 재미있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만한 고샅길은 차는 지나갈 수 없으나 두세 사람이 넉넉히 지나갈만한 골목길로 이어지고, 이내 다시 고샅길이 시작됐다. 그러다 차로를 만나기도 하고, 오거리나 삼거리를 만나기도 했다. 그런 길을 걸어 도착한 곳이 지월장이었다. 이곳에 남아 있는 유일한 일본 저택이라고 했다. 담 안 아름드리 단풍나무가 오랜 역사를 말해주는 듯했다. ‘감춰진 달을 가리키다’라는 옥호가 의미심장했다.서울미래유산인 성의사를 지나 길을 건너 삼광초등학교와 수도여고가 있는 또 다른 후암동으로 들어섰다. 재미있는 골목길은 여기서도 이어졌다. 후암초등학교 쪽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골목길이라면, 이곳은 평평한 골목길이었다. 삼광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남산타워가 잘 보였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 번쯤 들렀다 가는 남산타워가 이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는 늘 보는 풍경인 것이다. 나에게도 수도여고에서 보는 남산과 남산타워는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여고시절을 소환하는 특별한 곳으로 변해 있다. 오늘은 길을 걷는다기보다 시간을 걷는 기분이었다. 박정아 교육학 박사
  • 김정은, 경제건설 테마로 ‘KTX 투어’…제주 전격 방문 가능성도

    김정은, 경제건설 테마로 ‘KTX 투어’…제주 전격 방문 가능성도

    연내 온다면 18~23일 유력…靑 “주내 가닥” 서해 직항로 이용할 듯…육로도 배제못해 숙소는 김여정 묵었던 워커힐호텔 등 거론 ‘격’ 있고 경호 용이 삼청동 총리 공관 물망 金, KTX 타고 삼성·현대차 공장 등 시찰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예상 답방 시기와 답방 경로, 숙소, 행선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짧은 준비 기간 내에 경호와 의전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남한 방문이라는 상징성과 김 위원장의 관심사를 일정에 반영하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김 위원장이 연내 서울 답방을 결심한다면 시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7주기인 17일을 넘긴 18~23일 사이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12월 말에 접어들면 북한 노동당과 정부가 한 해를 정리하고 다음해 계획을 세우는 ‘총화’에 들어가고, 김 위원장도 신년사를 준비해야 하기에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4일 언론 인터뷰에서 “17일은 아버지 기일이기 때문에 못 움직이는 거고 그 행사 끝나고 나서 한 2, 3일 정도 다녀갈 수 있으리라고 (북측 정보 당국자가) 아마 귀띔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최근 언론에서 제기된 18~20일 답방설에 대해 국가정보원은 5일 국회 정보위에서 “17일이 김정일 위원장이 숨진 날이어서 (18~20일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청와대에선 이번주 안에 답방 시기의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답방 시 항공편을 이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동 시간이 짧고 성남공항에서 헬기를 이용하면 숙소로 직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용차로 판문점을 통해 답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비무장화가 이뤄진 상징성을 부각시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리고 보수단체가 시위를 벌일 시내를 관통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숙소로는 광진구 워커힐호텔이나 용산구 하얏트호텔, 중구 신라호텔 등이 거론된다. 워커힐호텔은 시내와 격리돼 있어 북측 인사들이 선호하며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김여정 노동당 1부부장도 이곳에 묵었다. 하지만 너무 외곽에 있어 김 위원장이 시내의 여러 일정을 소화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청와대 인근 국무총리 공관도 후보로 급부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리공관은 경호에 용이한 데다 김 위원장 숙소로서의 ‘격’도 갖추었고, 공관을 관리하는 상주 인원이 있어 숙소로 쓸 수 있는 여건이 좋다”고 했다. 현장 방문 일정은 김 위원장 관심사인 ‘경제 건설’ 테마로 짜여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이 KTX를 타보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KTX로 지방을 방문하는 일정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후보지로는 현대차 울산 공장과 삼성 기흥 공장이나 평택 공장, SK하이닉스 이천 공장 등이 꼽힌다.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 야경이 뛰어난 마리나베이샌즈를 찾았듯이 서울에서 남산타워나 롯데월드타워를 방문할 수도 있다. 제주도를 찾을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에게 한라산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특히 제주도는 김 위원장의 생모 고용희의 부친인 고경택의 고향이어서 외가의 고향을 전격적으로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의 15만 시민 앞에서 연설을 했듯이 김 위원장도 비슷한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 국회 연설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보수 야당의 반대가 변수다. 대학에서 젊은이들을 상대로 연설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등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선정

    한국연극평론가협회는 ‘2018 올해의 연극베스트3’를 선정해 3일 발표했다. 남산예술센터의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과 극단 ‘하땅세’의 ‘그때, 변홍례’, 두산아트센터의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 등 3편이다. 장강명 소설 원작의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해 평론가협회는 “각색 작업의 섬세함과 더불어 그것이 연극적으로 충분히 구현됐다는 점, 사회성 짙은 작품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온 연출이 한 걸음 더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때, 변홍례’는 “다양한 형식적 실험의 집합체”,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은 “원작자인 안톤 체호프의 장점이 살아 있고, 그것을 현재 우리 현실에 부합하도록 담아 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시상식은 17일 서울 대학로 상명대 문화예술대학원에서 진행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서울 사대문 안에선 시속 ‘5030’ 지켜라

    서울 사대문 안에선 시속 ‘5030’ 지켜라

    보행사망 비율도 평균보다 12%P 높아 市, 내년 개선공사 후 하반기 본격 단속 내년부터 서울 도심 사대문 안 자동차 최대 시속이 50㎞로 제한된다.서울시는 보행자 교통 사망사고를 줄이고 안전을 강화하고자 내년부터 사대문 안 자동차 제한속도를 간선도로는 시속 50㎞, 이면도로는 30㎞로 낮춘다고 2일 밝혔다. 기존 사대문 안 제한속도는 시속 60㎞였다. 이번 속도 제한은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이 추진하는 ‘안전속도 5030’ 사업에 따랐다. ‘안전속도 5030’이 대도시 도심지에서 전면 시행되는 것은 서울시가 처음이다. 시에 따르면 이번 전면 시행에 따라 사직로∼율곡로∼창경궁로∼대학로∼장충단로∼퇴계로∼통일로로 둘러싸인 사대문 안, 청계천로 전체구간(청계1가∼서울시설공단 교차로) 등 모두 41곳에서 제한 속도가 낮아진다. 시는 2016년부터 2년간 서울경찰청 주변, 북촌지구, 남산소월로, 구로G밸리, 방이동 일대에서 시범사업을 했고, 올 6월에는 종로의 통행속도를 시속 50㎞로 낮췄다. 시는 이번 조치가 사람이 먼저인 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매년 보행 중 교통사고로 숨지는 시민(200여명)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 시에 따르면 전체 면적의 1.2%에 그치는 사대문 안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전체의 4.1%에 달한다. 보행사망자 비율도 평균(57%)보다 높은 69%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주행속도가 시속 60㎞이면 보행자의 중상 가능성이 92.6%이지만 50㎞면 72.7%, 30㎞면 15.4%로 낮아진다. 시는 제도 시행에 앞서 내년 3월까지 제한속도를 나타내는 발광다이오드(LED) 표지, 노면 표시 등 교통안전시설 개선공사를 한다. 경찰 단속은 내년 하반기부터 이뤄진다. 경찰은 서울시 공사 완료 후 유예기간 3개월 동안 기존 제한속도 기준으로 단속하고, 이후부터 변경된 제한속도로 단속할 계획이다. 앞으로 시는 도시 일반도로 통행속도를 시속 50㎞ 이내로 규정하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 자동차전용도로를 제외한 서울시 모든 도로에 ‘안전속도 5030’을 적용할 방침이다. 시행규칙은 현재 입법예고된 상태다. 고홍석 시 도시교통본부장은 “도심 제한속도 하향사업을 통해 보행자와 교통 약자의 교통안전이 더욱 강화되고, ‘걷는 도시 서울’이 정착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연말엔 호텔 나들이 가볼까”… 이색 즐길거리 한판승부

    “연말엔 호텔 나들이 가볼까”… 이색 즐길거리 한판승부

    연말이 다가오면서 호텔업계에서 겨울 시즌을 겨냥한 프로그램을 앞세우며 손님몰이에 나섰다. 아이스링크, 크리스마스 이벤트 등 전통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을 앞세우거나 이색 액티비티를 내놓는 등 저마다 차별화된 전략으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은 서울 도심에 위치한 야외 아이스링크 중 가장 이른 날짜인 다음달 4일 아이스링크를 개장한다고 30일 밝혔다. 운영 날짜는 내년 2월 28일까지다. 매년 겨울 개장해 관광 명소로 자리잡은 그랜드 하얏트 서울 아이스링크는 약 300평 규모로 최대 150명의 고객을 수용할 수 있으며, 남산 중턱에 위치해 서울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보면서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연인의 프러포즈 이벤트나 아이들의 생일 파티 등 다양한 이벤트 장소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프러포즈 온 아이스’ 상품은 아이스링크 영업이 종류한 후 호텔 플로리스트가 준비한 부케와 샴페인, 케익, 얼음 위에 메시지를 띄울 수 있는 조명 및 음향효과, 아이스링크 1회 이용권 등이 포함돼 영화 같은 프러포즈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또 ‘키즈 버스데이 온 아이스’는 호텔 셰프가 준비한 24종의 메뉴와 음료, 풍선 및 파티 장식, 아이스링크 이용권 및 스케이트 대여권 등이 포함됐다.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시티는 고객이 미리 준비한 선물을 LEO 라운지에 맡기면 산타클로스가 예약된 시간에 객실로 직접 선물을 전달해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이 특별한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낙 낙 산타 커밍’ 이벤트를 진행한다. 또 다음달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그대로 구현한 국내 최대 규모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조성할 예정이다.켄싱턴 제주 호텔은 제주라는 지역적 특성을 적극 반영한 이색 겨울 액티비티를 내놨다. 대표적인 예가 ‘감귤 따기 체험’이다. 매주 월·수·금·일요일 오후 3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투숙객이 직접 감귤밭에서 감귤을 따먹어보고 직접 수확한 감귤을 1인당 1㎏까지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사진 전문가가 추천하는 제주의 겨울 사진 명소를 방문해 사진 촬영법을 배우고 직접 모델도 되어보는 ‘겨울 사진 투어’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옥상에 올라갈 때 이혼을 세일할 때 건네는 위로

    옥상에 올라갈 때 이혼을 세일할 때 건네는 위로

    옥상에서 만나요/정세랑 지음/창비/280쪽/1만 3000원멀리 마천루와 남산 타워를 배경으로 옥상 난간에 한 사람이 기대 서 있다. 책 표지 하나 가득 드넓게 펼쳐진 초록색 방수 페인트에서 막막함을 넘어 먹먹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그런데 어라? 반대편 난간, 그러니까 책 표지 뒷면에도 사람들이 있었다. 빼꼼히 고개를 내민 사람들 셋이.‘옥상에서 만나요’는 2013년 ‘이만큼 가까이’로 창비장편소설상을, 2017년 ‘피프티 피플’로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정세랑이 활동 8년 만에 선보이는 첫 번째 소설집이다. 2016년 발표 당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여성들의 뜨거운 공감을 얻었던 ‘웨딩드레스 44’ 등 단편 9편을 묶었다. 표제작 ‘옥상에서 만나요’의 ‘나’는 직장에서 부조리한 노동과 성희롱에 시달리며 늘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가장 친애하는 세 언니가 차례차례 결혼을 하고 회사를 뜬다. “셋 다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결혼해 버린 거야? 나 빼고 미팅이라도 나갔던 거야?” ‘나’의 볼멘소리에 돌아온 언니들의 답변은 뜻밖이었다.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주문서야.” 장희빈이 인현왕후를 저주할 때나 썼을 것 같은 그 이름도 거창한 ‘규중조녀비서’. 그런데 놀랍게도 그 조악해 뵈는 주문서가 ‘나’를 구했다. 언니들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핍진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따뜻한 양감 같은 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책이 품은 연대의 기운 때문이다. “내 후임으로 왔다는 너는, 아마도 그 옥상에 자주 가겠지”라며 자신이 앉아 울던 옥상 에어컨 실외기 밑에 ‘비서’와 편지를 넣어 두거나(‘옥상에서 만나요’), ‘돌연사맵’을 만들어 사랑하는 이의 돌연한 죽음 앞에서도 서로의 연대 지점을 찾는 식이다. (‘보늬’) 나의 힘겨움을 나의 것으로만 두거나 남 탓만 하지 않고, 다음에 오는 이는 덜 아프도록 배려하는 마음이 뭉클하다. “신선하고 경쾌한 상상력, 다정한 문장이 주는 ‘정확한’ 위로.” 책에 대한 출판사 측 설명이다. 맞다. 위로도 지점이 정확해야 위로가 된다. 뭉뚱그린 위로만큼 성가시게, 무성의하게 느껴지는 게 없다. 정확한 위로는 그만큼 상대방을 잘 알 때,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때 나오기 때문에 그만큼 귀하다. ‘이혼세일’에서 악마 같은 아들 둘을 키우다 안면 마비까지 온 지원에게 친구 이재는 말한다. “그러니까 애들 성격은 계속 변할 거야. 이대로 고정되지 않을 거야. 너는 게다가 보기 드물게 일관적인 양육자니까.”(216쪽) 그 말을 주문처럼 외던 지원은 이재가 결혼 생활의 물품을 처분하겠다며 연 ‘이혼세일’에 가기 전 다짐한다. “가서 무언가 근사한 말을 돌려줘야 했다. 주문 같은 말을.” 평범한 여성이 뱀파이어가 된다는 설정의 ‘영원히 77사이즈’나 남편이지만 좀 특이한 무엇이 등장하는 ‘옥상에서 만나요’에서 나타나는 정세랑식 상상력이 뜨악하거나 생뚱맞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위로가 필요한 그 부분을 ‘정확히’ 건드려 주기 때문에. 그럴 때 있잖은가. 일요일 밤에, 전통적인 클리셰로 ‘개콘’이 끝나고 ‘자면 출근’ 생각에 헛헛할 때. 그럴 때 펴들고 싶은 온기 어린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1등급 좌석에 탁 트인 시야… 역시 ‘회장님 차’

    1등급 좌석에 탁 트인 시야… 역시 ‘회장님 차’

    제네시스 G90이 공개됐다. 2015년 출시된 EQ900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현대차는 출시 행사장에서 G90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도록 뒷자리 ‘쇼퍼 서비스’를 제공했다. G90이 쇼퍼 드리븐차(전담기사가 주로 운전하는 차)인 만큼 뒷좌석에 앉아 차량의 안락함과 성능을 경험하라는 의미다. 쇼퍼 서비스 소요시간은 약 30분이었고, 남산 일대를 도는 총 9㎞ 거리로 진행됐다.●‘레스트’ 기능으로 더 넓어진 뒷좌석 기사 대각선 방향, 일명 오너 자리에 앉아 보면 이 차가 왜 ‘회장님 차’인지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뒷좌석 팔걸이에 있는 레스트 기능은 오로지 회장님 자리만을 위한 기능이다. 레스트 기능은 뒷좌석 탑승객이 좀더 넓은 공간과 편안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조수석 시트를 조절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레스트 버튼을 누르면 뒷좌석에서 원하는 만큼 바로 앞 조수석이 앞으로 밀려가고 완전히 접혀 전면 유리창이 다 보인다. 딱 한 자리에서만 느끼는 편안함이다. 고르지 못한 노면을 달려도 울퉁불퉁한 길에서 통통거리는 느낌이 적고 소음도 첨단 서스펜션 기술로 철저하게 차단됐다. 쿠션형 받침대인 헤드레스트도 편한 느낌을 준다. 2015년 출시된 EQ900에 없던 사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탈리아 다이나미카사의 고급 스웨이드로 시트 컬러와 맞춰 제작된 편안한 후석 목베개로 최상의 만족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시속 60~70㎞ 주행 때도 쏠림 거의 없어 정지 상태에서도 탑승자의 몸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 듯한 G90의 뒷좌석 시트는 주행 중에 진가를 발휘했다. 시속 60~70㎞로 달릴 때 뒷좌석에서 느껴지는 좌우 쏠림 현상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시트 감촉도 매우 좋다. 현대차는 G90의 천연 가죽시트에 적용된 소재를 기존 EQ900보다 한 단계 급을 올려 제작했다고 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뒷좌석에서 볼 수 있는 듀얼 모니터의 작동이 다소 불편해서다. 터치스크린으로 하거나 개별 조작을 할 수 있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듀얼 모니터 조작은 뒷좌석 중앙에 달린 컨트롤박스의 다이얼로만 가능하다. 휴대전화 무선충전 기능도 앞좌석에만 있었다. G90 판매 가격은 ▲3.8 럭셔리 7706만원, 프리미엄 럭셔리 9179만원, 프레스티지 1억 995만원 ▲3.3 터보 럭셔리 8099만원, 프리미엄 럭셔리 9571만원, 프레스티지 1억 1388만원 ▲5.0 프레스티지 1억 1878만원이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용산 마을기업 ‘후암동’ 브랜드 뜬다

    용산 마을기업 ‘후암동’ 브랜드 뜬다

    제품 로고 붙여… 일자리· 자부심 기대주민들에게 일자리를 퍼뜨리고 지역의 정체성을 풍요롭게 가꿔갈 로컬기업과 마을브랜드가 서울 후암동에서 움튼다. 용산구는 후암동주민센터가 내년부터 2021년까지 지역기업을 운영하고 마을브랜드 상품화에 나선다고 29일 밝혔다. 마을의 내력과 특성이 반영된 일자리가 지역의 경력단절여성이나 중장년층 주민들의 자아실현을 이루는 것은 물론 가정 내 소득도 높이고 마을에 대한 자부심도 다질 것으로 기대된다. 로컬기업 사업은 마을공방과 마을밥상 운영, 동네해설사 양성 등으로 추진된다. 마을공방은 마을에서 만들어지는 스웨터 등 가내 수공업 제품을 주민들이 함께 제작하고 판매하는 공간이다. 후암동은 해방촌과 함께 1970~1980년대 스웨터 생산지로 유명했다. 지금도 가내수공업으로 스웨터를 만드는 집이 많이 남아 있다.로컬기업은 마을 내 나무·가죽·도자기 공예 등의 판매자를 모집해 해당 제품도 공방에서 함께 판매한다. 제품에는 후암동 로고를 붙여 ‘브랜드’로 만들고 티셔츠, 모자, 에코백 등의 홍보 상품도 선보인다. 후암동 로고는 마을의 상징인 두텁바위와 남산을 형상화한 것으로 마을 토박이 고지영씨 등이 2016년 만들어 특허출원을 마쳤다. 한식과 양식을 아우르는 마을밥상 가게도 차린다. 도시락, 샐러드, 샌드위치, 이유식 등 특화 메뉴를 개발해 지역 내 상가나 카페 등에 납품할 계획이다. 사업을 주관하는 후암동주민센터 문인자 주무관은 “후암동 브랜드(BI)를 활용해 스웨터와 도시락 등 지역 특화 상품을 개발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수익이 다시 주민에게 돌아가는 순환형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인 로컬기업 설립과 운영은 2021년부터로 사회적기업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5만 고시생의 성지는 ‘인생 고시생’ 안식처 됐네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5만 고시생의 성지는 ‘인생 고시생’ 안식처 됐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30회 신림동(대학촌과 고시촌) 편이 지난 24일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대학교 정문을 출발한 참석자들은 서울대 관악캠퍼스 안 예술관(서울미래유산)과 규장각을 둘러본 뒤 캠퍼스를 빠져나와 첫눈이 제법 소담스레 쌓인 관악산 둘레길을 따라 걸었다. 또 서울미래유산이지만 지난해 폐차된 콜럼버스 스넥카와 폐가 일보 직전의 조각가 전뢰진 가옥에서 서울미래유산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해 생각을 나눴다.고시촌과 녹두거리, 지난해 조성한 민주열사 박종철 거리, 임대료를 견디지 못해 자리를 옮긴 사회과학 전문서점 ‘그날이 오면’에서 투어를 마무리했다. 1981년 이후로 가장 많은 양의 첫눈이 펑펑 쏟아진 날, 지하철 서울대입구역에서 서울대 정문까지 버스가 끊기는 바람에 출발 시간이 30분 지연됐다.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가 시작된 이래 첫 ‘천재지변’이 발생했지만 참가자들은 불평 없이 미끄러운 고갯길을 걸어서 올라왔다. 그리고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첫눈을 즐겼다. 관악산은 어떤 장소의 역사를 갖고 있을까. 서울을 정치·지리학적으로 설명할 때 역사도심은 한양도성이 에워싸는 내사산(內四山·백악산-인왕산-남산-낙산) 안쪽을 가리킨다. 도성 안에 내수(청계천)가 흐르고 외수(한강)가 도성 밖을 감싸고 있다. 도성 바깥의 북쪽 삼각산(해발 836m), 서쪽 덕양산(125m), 남쪽 관악산(629m), 동쪽 용마산(348m)을 외사산(外四山)이라고 부른다. 외사산은 내사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성저십리(성 밖 십리)와 외사산 영역은 다르다. 성 밖 십리의 북쪽은 비봉~정릉동, 동쪽은 미아리~용답동, 남쪽은 한강변, 서쪽은 역촌동~모래내를 이른다. 도성 밖 십리는 서울의 통치 영역인 반면 외사산은 경기도에 속했다. 한강 이북의 성 밖 십리와 외사산의 영역은 겹치는 곳이 많지만 한강 이남은 소외됐다. 서울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생산기지이자 문화적으로 서울권에 속하는 강남지역은 관악산 안쪽에 있으면서도 서울에 속하지 않았다. 서울의 풍수개념에서 삼각산은 백두산의 정기를 이어받은 조상산(祖上山)이요, 지리산에서부터 뻗어 오른 관악산은 임금이 아침마다 알현하는 조산(朝山)이었다. 서울의 남과 북을 잇는 축선(軸線)은 삼각산과 관악산 선상에 있다. 광화문네거리에서 보면 서울의 주산 백악산과 경복궁이 직선 라인에 있지 않은 걸 알 수 있다. 서울의 남북 간 축선은 삼각산~백악산~경복궁~숭례문~관악산으로 그어졌기 때문이다. 관악산 정상은 마치 큰 바위기둥을 세워 놓은 듯했다. ‘갓 모습의 산’이란 뜻의 ‘갓뫼’라고 부르고, 관악(冠岳)이라고 썼다. ‘벼슬 산’이라는 이름도 쓰였다. 조선 개국 초 무학대사는 관악산이 화산(火山)이고, 목멱산(남산)은 목산(木山)이어서 관악산 화기가 목멱산 나무를 불쏘시개 삼아 도시를 태운다고 예언했다. 정도전을 중심으로 한 신진사대부들은 관악산의 화기를 막고자 남대문(숭례문) 편액을 세로로 세워 부적을 삼았고, 남대문 앞에 남지(南池)라는 큰 연못을 파서 방화수를 채웠다. 불이 길을 따라 올라오지 못하도록 직선도로(세종대로)를 닦지 않고, 숭례문에서 지금의 남대문로를 따라 보신각까지 둘러간 뒤 운종가(종로)에서 꺾여 육조대로(광화문광장)에 이르도록 정(丁)자형 길을 닦았다. 그것도 모자라 지금의 광화문네거리에는 황토마루라는 낮은 언덕을 쌓아 관악산의 불길이 대궐에 미치지 못하게 막았다. 불을 먹고 산다는 상상 속 동물 해치 두 마리에게 광화문 앞을 지키게 했다. 모두 5겹의 방화장치를 할 정도로 관악산 화기를 두려워했다. 관악산 기슭 지금의 신림동, 봉천동과 금천구 시흥동 일대는 신라와 고려시대에는 금주, 조선시대엔 금천이라고 불렸다. 고려 강감찬 장군의 5대조 강여청이 터를 잡았으며, 부친 강궁진은 고려 창업과 후삼국 통일에 공을 세워 삼한벽상공신에 책봉됐다. 장군이 태어난 관악구 낙성대동 218의 14번지 생가 앞마당에 탄생기념 삼층석탑을 세울 정도의 떵떵거리는 호족이었다. 신림동(新林洞)이라는 지명은 경기도 시흥군 동면 신림리에서 비롯됐다. 서울대 캠퍼스 안 자하연이라는 연못은 의성 김씨가 모여 사는 자하동이라는 집성촌에서 따온 이름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야영장 등 군사시설로 썼고, 1963년 서울에 편입되면서 해방촌, 청계천, 이촌동, 대방동 등지에서 쫓겨난 판자촌 주민을 수용하는 철거민 정착촌을 형성했다. 1970년대까지 도시빈민의 무허가 건물이 난립하는 기반시설 부재의 우범지대였다. ‘돼지막’이라는 절간 분위기의 하숙방 몇 채가 고시촌의 원조이다. 1969년 서울대를 ‘한강 이남 수원 이북’으로 옮기는 관악캠퍼스 건립계획이 확정됐다. 태릉, 신갈 일대, 과천, 안양 등이 후보지 물망에 오른 끝에 관악컨트리클럽이 있던 골프장 용지가 낙점된 것이다. 일부에선 “서울대 종합화는 구실이고, 데모 막으려고 한곳에 모아놓은 것”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1975년 2월 28일 동숭동에서 관악산 중턱으로 옮긴 서울대의 시위와 저항정신은 1980~1990년대 민주화운동의 열풍으로 타올랐다. ‘관악산의 화염이 나라를 태울 것’이라던 무학대사의 예언이 들어맞은 셈이다. 서울대 정문과 신림동 일대를 중심으로 동맹휴업, 수업거부, 시위, 이념서클활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시인 김지하는 ‘숨죽여 흐느끼며/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타는 목마름으로/타는 목마름으로/민주주의여 만세’라고 노래했다.학사주점 ‘녹두집’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이용하는 주점, 인쇄소, 당구장, 서점, 사진관, 슈퍼 등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오늘날 유흥가로 바뀐 녹두거리다. 독재정권에 저항하던 젊은 지성의 의식화 공간이요, 은신처였으며, 화염병 제조 공장지대였다. 1987년 1월 14일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 끝에 숨진 박종철의 하숙집이 있던 골목이었다. 1980년대 말 고시학원이 등장하고, 사법고시를 통해 법조인을 대거 선발하던 1990년대가 되자 전국의 고시생이 신림동으로 모여들면서 신림동 고시촌은 전성기를 맞이했다. 녹두거리는 ‘녹두 베가스’로 불렸다. 녹두거리의 인문사회과학서점들은 서울대 학내 시위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 1980~1990년대 ‘그날이 오면’, ‘전야’, ‘열린글방’ 등은 녹두거리의 서점 트로이카로 꼽힌다. 주민의 절반 이상이 고시생이었고, 전국에서 몰려든 고시생 5만명이 북적거리던 호시절이었다. 흔히 신림동이라고 불리던 신림9동은 2013년 행정명이 바뀌면서 대학동이 됐다. 고시촌은 2008년 로스쿨 도입을 꼭짓점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고시생들은 떠나기 시작했고, 고시 특수 때 신축한 고시원과 원룸의 공실률은 40%를 넘어섰다. 수많은 서점, 헌책방, 복사집, 고시식당, PC방이 문을 닫았다. 그러나 관악구는 여전히 서울에서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동네다. 10집 중 3집 이상이 1인 가구다. 서울 전역의 고시원 6곳 중 1곳이 관악구에 있다. 고시생들이 떠난 자리에 공무원시험이나 국가고시 준비생, 외국인 유학생이나 취업자, 새내기 직장인, 일용직 노동자, 기초생활대상자들이 스며들었다. 집값이 싸고, 물가가 저렴하고, ‘혼밥 혼술’ 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창문이 없고, 발조차 뻗을 수 없는 1평짜리 고시원은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취약계층의 안식처로 풍속도가 변했다. 2018년 신림동 고시촌은 등껍데기가 없는 달팽이처럼 일정한 주거지가 없는 ‘민달팽이족’들이 잠시 머무는 밀실이다. 소설가 박민규는 단편 ‘갑을고시원 체류기’에서 “누구에게나 인생은 하나의 고시와 같은 것이 아닐까…인간은-누구나 밀실에서 살아간다. 그것은 고시를 패스하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다”고 고시촌 시대의 아픔과 자기성찰을 얘기했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원장 사진 문희일 연구위원 ●다음 일정 :후암동 (문화주택단지의 어제와 오늘) ●일시: 12월 1일(토) 오전 10시~낮 12시 30분 ●집결장소 : 지하철 1호선 서울역 5번 출구 연세재단 세브란스빌딩 앞 ●신청·안내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 (http://futureheritage.seoul.go.kr)
  • ‘민주화항쟁 성지’ 향린교회, 역사 속으로

    명동성당과 함께 1987년 민주화항쟁을 대표하는 명소인 향린교회(서울 을지로2가 164-11) 건물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27일 개신교계와 향린교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향린교회는 최근 재개발 시행사에 현 건물을 매각하고 다른 곳에 교회 건물을 세워 옮기기로 확정했다. 지난 5월 교회 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공동의회를 통해 교회 건물과 용지를 매각키로 한 결정에 따른 조치이다. 이에 따라 중구청에서 사업승인이 나면 본격적인 철거와 이주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향린교회는 민중신학자 안병무(1922-1996) 등 청년 12명을 중심으로 결성된 종교공동체가 1953년 5월 남산 기슭 고아원 터에 교회를 세운 게 시초다. 원래 특정 교파에 소속하지 않는 평신도 독립교회로 출발했다가 1959년 한국기독교장로회에 가입했다. 남대문시장이 있는 남창동으로 옮겼다가 1967년 지금 자리로 이전했다. 교회 종탑이나 십자가를 건물 바깥에 세우지 않는 것을 비롯해 예배실 천장을 낮추고 고딕창 등의 장식적 요소를 일절 쓰지 않는 교회로 유명하다. 특히 1987년 5월 종교계와 정치계, 학생운동조직 등 각계 인사들이 모여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국본)를 결성한 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국본은 민주화 세력을 결집시켜 그해 6월 항쟁을 주도적으로 이끈 조직이다. 향린교회는 조만간 신도와 목회자 등 교회 내부의 의견을 수렴해 4대문 안으로 이전 장소를 확정할 예정이다. 특히 민주화 운동 등 역사성을 고려해 교회 건물 일부를 살리면서 민주화운동 기념공원을 만드는 방법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오늘 오전까지 미세먼지 기승… 오후에 빠져나갈 듯

    오늘 오전까지 미세먼지 기승… 오후에 빠져나갈 듯

    전국적으로 초미세먼지(PM2.5) 수준이 ‘나쁨’ 상태를 보인 가운데 미세먼지(PM10)에 해당하는 중국발 황사까지 겹친 27일 마스크를 쓴 채 서울 중구 남산을 산책하는 한 시민 뒤로 내려다보이는 도심이 뿌옇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8시를 기해 시 전역에 미세먼지(PM-10) 주의보를 발령했다. 미세먼지 주의보는 미세먼지 시간 평균 농도가 150㎍/㎥ 이상이 2시간 지속될 때 발령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8일 오전까지는 남부지방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나지만 오후에는 북풍, 북동풍의 영향으로 미세먼지가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 [서울포토] ‘미세먼지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네’

    [서울포토] ‘미세먼지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네’

    27일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낮부터는 미세먼지에 해당하는 중국발 황사까지 겹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가 뿌옇다. 2018.11.27 최해국 선임기자seaworld@seoul.co.kr
  •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붉고 붉은 단풍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붉고 붉은 단풍

    식탁 위를 정리하다가 퇴적층에서 페이지 46~47이 열린 채 엎어져 있는― 이건 또 언제 읽다 둔 건지―‘디어 개츠비’를 발굴했다. 스콧 피츠제럴드와 맥스웰 퍼킨스가 작가와 출판 편집자로서 주고받은 편지들을 엮은 책이다.400페이지 넘게 남았지만, 여백이 많아서 호락호락해 보이기에 내친김에 마저 읽어 치우자고 앉았다. 이래서 또 청소 중단. ‘아름다운 전원 풍경 옆 잿더미 계곡의 묘사, 머틀의 아파트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와 사건, 개츠비의 집을 찾아오는 방문객들의 놀라운 목록 ― 한 사람을 유명하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에, 이 모든 슬픈 사건에 선생은 시공 속에 머물 한 자리를 내어주었습니다.’ ‘위대한 개츠비’ 초고를 검토한 뒤 편집자가 보낸 편지에서 옮겼다. 부러움으로 가슴 저린다. ‘이 모든 것에 선생은 시공 속에 머물 한 자리를 내어주었습니다’, 작가의 일생을 허망에서 건져줄 한 마디. 서사문학은 이 점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지. 시는… 글쎄… 바람 같지. ‘위대한 개츠비’는 아직 안 읽어 봤는데, 기회가 닿으면 위 편집자의 판단이 정확한지 확인해 보련다. 올해는 유독 단풍이 진하다. 단풍 든 남산은 진경, 가히 늦가을의 절세가인이라 할 만하다. 벌써 강추위가 오면 어쩌라는 거냐고 오도방정을 떨었던 게 달포 전인데, 이즈음 날씨는 은은하니 포근하다. 다행 또 다행. 미세먼지 경보인지 주의보가 내렸다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라는 친구 전화를 방금 받았다. 잊어버리지 말고 그래야지. 주말인 내일 아침에 입원, 다음주 화요일 수술에 대비해서 폐 기능 검사와 심장 기능 검사를 받는다. 감기라도 걸리면 곤란하다. 아, 입원 기간을 대비해서 왜 이렇게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은지. 우리 ‘보꼬’, 구강 치료 시작해야 하는데 나 없는 동안 밥이나 잘 먹을지…. 예주씨만 믿는다. 그래도 내가 인복이 많아서 다행. 여러 사람이 흔쾌히 응해 줘서 야옹이들 급식처도 한 군데 빼놓고 다 맡겼다. 이 와중에 언니가 걱정이다. 몇 해 전부터 건강검진받으라고 자기가 몇 번이나 당부했는데, 말 안 듣고 이 상황 만들었다고 펄펄 뛰겠지. 언니는 나보다 확실히 현명하지 않은 사람인데, 그런 거 같은데, 그대로 따르면 자다가도 떡이 생길 말을 종종 한다. 10년 전에도 언니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었다가 황당해졌었지. 버클리에서 주최하는 문학 행사로 미국에 갈 일이 있었다.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교통편은 서울~샌프란시스코 왕복 항공권이었다. 모처럼 미국에 간 김에 언니 집에 들르자고, 한 똑똑한 친구를 통해 미국 국내선 항공권을 인터넷 예매했다. 행사가 끝나고, 미국 국내선 이용해 언니네 가서 열흘 보내고 마지막 이틀을 뉴욕의 친구네서 지냈다. 남은 걱정은 오직 하나. 나 혼자 뉴욕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샌프란시스코공항에 내려서 서울 행 비행기로 갈아탈 수 있을까. 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그날 아침 친구가 뉴욕공항에 나를 내려 줬다. 공항 직원인 흑인 여성이 다가와 도와줘서 모든 게 수월했는데, 곧 그 여성이 난처한 얼굴을 했다. 영어를 통 못 하는 나도 실상을 알아채고 아연실색했다. 내 예약일이 5월 1일이었던 것. 그날은 4월 1일인데 말이다. 앞으로 일곱 시간 뒤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서울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말이다. 결국 그녀의 휴대폰을 빌려 친구에게 전화해서 되돌아오게 하고, 급히 뉴욕에서 서울 가는 편도 비행기표를 사게 됐다. 환율은 또 얼마나 높았던지. 거의 90만원 들었다. 아, 표를 진작 한 번만 들여다봤더라면. 그보다도 언니가 그 며칠 전부터 누누이 항공사에 전화해서 예약 확인하라고 했는데 넘겨 버린 것이다. 뭐 별일 있겠느냐고. 대개는 별일 없는데, 드물게는 별일이 크게 있더라. 조촐한 늦가을 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 ‘붉고 붉은 단풍/ 우수수 떨어져/나무 주위를/파닥거리며 돈다/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을/아는지 모르는지/유유히/어여쁨 뽐내며 파닥파닥/붉고 붉은 단풍/환희로 가득한 숲//가을바람에 흩날리는/붉고 붉은 단풍/가슴 저며라, 사람인 나는’ (황인숙의 ‘탱고’)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