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칼럼] 민족사의 새 지평 연 2000년
새 천년의 첫해 2000년은 지난 반세기 동안 불신과 반목,대립으로점철됐던 민족사를 화해와 협력,그리고 상생(相生)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시킨 역사적인 의미를 남긴 한해였다.분단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 채택,장관급회담과 국방장관회담 등 다양한 당국간 회담 및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등 대북정책의 획기적인성과들은 먼 훗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초석으로 기록될 것이다.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평양 방문으로 이뤄진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의 역사적인 첫 남북 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이 남북한 새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북 장관급회담 4회,국방장관회담 1회,외무장관회담 1회,경제협력 실무 접촉 2회,군사 실무회담 2회 등 올해 개최된 각종 남북 대화는 지난 1990년대 초 고위급회담 이래 최대 규모였다.또 두 차례실시된 이산가족 교환 방문은 온갖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의 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다.시드니올림픽 개막식 공동 입장과 남북경협 제도화 장치를 위한 투자보장,이중과세 방지 등 4개 합의서 타결역시 실질적 차원의 성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올해 남북 교역은 사상 처음으로 4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올 남북 경협은 남북이 공존공생할 수 있는 기본 토대를확고히 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남북관계의 발전은 국민의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온 대북포용정책에 북측 또한 나름대로 실리주의로 호응함에 따라 이루어진것이다.특히 남북의 두 정상이 직접 서명,발표한 6·15공동선언은 조항 하나하나의 세세한 해석을 둘러싸고 양측의 입장 차이가 있을 수있지만 과거 남북 기본합의서와 달리 실천성을 담보하고 있다.또 남북 정상회담 전후에 실현된 김정일 위원장의 비공식 중국 방문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조명록(趙明祿)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미국 방문 및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방북 등으로 대변되는 북한의 국제사회 진입 노력은 향후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여 주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남북 두 정상이 물꼬를 튼 남북관계 진전은 양측 모두가 아직은 조심스레 가꿔 나가야 할 과제를 안고있다. 올해 남북관계는 최근 몇가지 돌출사태가 발생하고 남쪽의 경제적 어려움이 겹치면서 다소 주춤거리고 있고,일부 혼선이 빚어지고있다. 그동안 남북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산가족의 생사·주소 확인및 서신 교환, 경제시찰단과 한라산관광단 방문,김영남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 서울 방문 등의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
4차 장관급회담에서 북측이 내년 초까지 50만㎾의 전력 지원을 요청한 것도 남북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북 전력 지원문제는 일방적으로 퍼주기만 한다는 일부의 비판과 어려운 경제 사정 등을 감안할 때 국민적 동의를 얻는 데 부담이 되고있는 것이 사실이다.50만㎾ 전력 지원 비용이 7,00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는 면에서 실제 전력 지원까지는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더욱이 북측이 한적 총재의 월간지 인터뷰 내용이나 우리 국방백서의‘주적’표현 등을 놓고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은 남북관계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지못하다는 판단이다.
한편 북·미관계가 한반도 평화 정착 과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공화당 행정부 출범이 자칫 한반도의 화해 협력과 평화 정착 움직임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북이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켰으면 한다.
남북한은 제4차 장관급회담에서 형성된 불신과 오해를 불식시키고대화 저해 요인을 제거해서 새해에는 한 차원 높은 교류,협력관계를이루어 나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장청수 객원논설위원 c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