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평화공존」「하나의 조선」이 평행선/기조연설 남ㆍ북의 입장
◎선 신뢰구축이 긴장완화 첩경 강조 남/유엔 가입 등 긴급과제 다소 융통성 북/노 대통령 메시지가 돌파구 마련할지도
남북 쌍방은 17일 상오 평양에서 열린 제2차 남북총리회담 첫날 공개회의에서 각각 강영훈 총리와 연형묵 총리의 기조연설을 통해 지난 1차 서울회담에서 밝혔던 원칙과 제안들을 바탕으로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1시간40여분 동안 진행된 쌍방의 기조발언은 실체 인정을 통한 평화공존체제 구축과 「하나의 조선」정책 고수가 주조를 이뤘으며 이 부분에서 가장 현격한 의견차를 노정,회의가 끝난 뒤 남북 총리는 서로 악수도 교환하지 않는 등 2차 평양회담의 전망이 밝지 않음을 나타냈다.
우리측 강 총리는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 논리인 「하나의 조선」정책의 허구성과 1차 서울회담에서 북측이 제시했던 긴급과제 3개항의 부당성을 원칙론적 차원에서 조목조목 지적하는 등 시종 강한 톤으로 우리 입장을 전개했다. 강 총리는 특히 『북측이 남조선 혁명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대결정책을 계속 추구한다면 남북고위급회담의 진전을기대할 수 없으며 대결상태 해소와 화해협력도 이룩될 수 없다』며 북측의 「하나의 조선」정책 전환을 강력히 촉구했다.
강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과거 남북대화 과정에서 북측의 억지 주장을 가능한 한 받아들이던 입장에서 크게 선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고위급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의 뼈대를 바로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우리 체제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다시 말해 최근 일북 관계개선에서 나타나고 있는 북의 2개 조선 인정 정책으로의 전환조짐을 차제에 확인해본다는 것이다.
○유엔 가입 저지 총력
그러나 공식회의에서 우리측이 이같이 이례적인 강성발언을 피력한 것은 18일의 비공개회의에서 원칙면에서의 우위를 차지,대북 협상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측은 우리측의 상호실체 인정을 통한 평화공존체구축 주장은 두개의 조선을 고착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하나의 조선정책을 완강히 고수하는 입장을 보였다. 북한측이 일북 관계개선 등 대외 개방정책으로 전환하려는 기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이같이 대남 「하나의 조선」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아직 북측이 기본입장 전환의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는 데서 나온 것으로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연 총리는 1차 서울회담에서 3대 긴급과제를 총리회담의 선결조건이라고 주장했던 것과는 달리 이날 긴급과제의 하나인 유엔 가입문제를 빼고는 다소 신축적인 자세를 나타냈다. 북측이 실무접촉과 함께 총리회담에서 유엔 가입문제를 논의하고,총리회담에서 쌍방이 합의할 때까지 어느 일방도 유엔 가입을 하지 않는 등의 3개항의 새로운 안을 제시해온 것은 북측이 우리의 유엔 가입저지에 얼마나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느냐를 입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유엔 가입문제는 앞으로 총리회담의 지속 및 진전과 맞물려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북측은 우리측의 남북관계 기본합의서 제안을 거부하면서도 합의서의 일부 내용을 포함한 불가침선언을 채택하자고 주장,입장변화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리측도 북측의 3개 원칙을 수용,일부 내용을 개정한기본합의서를 제시했다. 북의 제안에서는 무력의 단계적 감축을 주장하고 있어 신뢰구축 선행이라는 우리측과는 입장을 달리하고 있으나 무력감축이 배제될 경우 이번 회담에서 합의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기본합의서 형식으로 될지 불가침선언 형식으로 될는지는 비공개회의에서 협의를 해 봐야겠지만 이번 회담에서 어느 정도의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내야겠다는 쌍방의 의견이 부합되면 이 부분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
○총리회담 희석 겨냥
연 총리는 이날 기조발언 처음과 끝부분에서 총리회담 의제를 정치ㆍ군사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등 3가지로 늘릴 것을 두 차례에 걸쳐 거듭 강조했으며 1차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교류협력보다는 정치군사적 대결상태 해소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측의 의제와 관련한 새로운 제의는 총리회담에서 그들이 선호하는 정치ㆍ군사적 문제를 중점 거론하고 총리회담의 초점을 흐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강 총리는 이날 새로 3개 당면과제를 제시하고 상당히 구체적인 통신ㆍ통상ㆍ통행의 3통협정안을 제시했다.최소한 비방 중상금지 선언이나 군사당국자간 직통전화 설치 정도는 합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측이 비공개회의에서 어떻게 나올는지가 2차 평양회담의 관건이라할 수 있다.
강 총리가 18일 하오 김일성 주석과의 면담에서 주고받을 대화내용과 김 주석에게 전할 노태우 대통령의 구두메시지,이에 대한 김 주석의 노 대통령에 대한 구두메시지 등은 공식적인 총리회담과는 별개로 첨예한 이견대립 부분을 좁힐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총리 기조연설 입장 대비표
●남한
▲관계개선 기본원칙
ㆍ「남북 관계개선을 위한 기본 합의서」 전문에 7ㆍ4남북공동성명의 정신을 수용
ㆍ상호체제 인정,존중 및 상대방 내정 불간섭
ㆍ범법자 석방문제는 내정간섭
ㆍ북측 보도매체의 공정성 필요
ㆍ「남조선 혁명」노선 포기
ㆍ남북간 물자교류와 경제협력 적극 추진
ㆍ60세 이상 이산가족 고향방문 우선 실현
▲중요제안
ㆍ남북 통행ㆍ통신 및 경제교류협력에 관한 제안(3통협정 구체적 제시)
ㆍ교류협력협의회와 정치군사협의회의 구성ㆍ운영
▲토의순서(1차 때와 통일)
선 다각적인 교류ㆍ협력 실시문제
▲제안 주요내용:통행협정(10개항)
ㆍ육로의 경우 장단과 판문점을 통과 지점으로 하고 경의선 철도와 문산,개성간 도로연결
ㆍ방문자에 대한 신변안전ㆍ무사귀환 보장
ㆍ남북통행위원회 설치 운영
ㆍ서울,평양,판문점에 공동연락사무소 설치,운영
▲제안 주요내용:통신협정(9개항)
ㆍ우편물 교환장소를 판문점으로 하고 주 1회 교환을 원칙으로 한다
ㆍ정치ㆍ군사적 목적 이용 금지
ㆍ남북통신위원회 설치,운영
ㆍ남북통신기술단 운영
▲제안 주요내용:통상협정(13개항)
ㆍ교환대상 품목은 상호보완원칙에 의해 선정
ㆍ교류물자 가격은 국제시장 가격을 고려,당사자간 합의에 의해 결정
ㆍ청산결제방식으로 거래
ㆍ스위스 프랑으로 결제
ㆍ비관세
ㆍ공동 대외진출과 협력사업 추진
ㆍ쌍방 부총리급을 위원장으로 한 남북경제협력공동위 설치운영
▲1차 때와 비교:남북관계 기본합의서
ㆍ1차 때와 동일,다만 전문에 북측 주장인 7ㆍ4공동성명 수용
▲1차 때와 비교:다각적인 교류협력 실시방안
ㆍ3통협정으로 세분화
▲1차 때와 비교:정치ㆍ군사적 신뢰구축 방안
ㆍ1차 때와 동일
▲1차 때와 비교:북측이 제시한 3대 선결과제
ㆍ1차 때와 마찬가지로 북측과의 합의도출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 피력
●북한
▲관계개선 기본원칙
ㆍ통일문제 해결에 철저한 주체 설정
ㆍ유럽식 신뢰구축방안과 독일식 통일과정 반대
ㆍ쌍방 모두 통일지향적 자세 견지
ㆍ상호불신에 대한 공동인식 필요
ㆍ정치 군사적 대결상태의 우선 해결
ㆍ통일문제 해결의 가깝고 합리적인 방도 모색
ㆍ단일제도에 의한 통일방안 반대
ㆍ자주ㆍ평화통일ㆍ민족대단결의 조국통일 3대 원칙 재확인
▲중요제안
ㆍ남북 불가침선언 초안
ㆍ유엔 가입과 관련한 3개항 제의
ㆍ의제토의를 「정치적 대결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 「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 「다방면적인 협력ㆍ교류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 등으로 3분화
▲토의순서(1차 때와 동일)
ㆍ선 정치ㆍ군사적 대결상태 해소문제(의제에 대한 일괄합의,동시집행원칙 새롭게 제시)
▲제안 주요내용:불가침선언 초안(7개항)
ㆍ무력 불사용 및 불침범
ㆍ분쟁의 대화,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
ㆍ불가침 경계선은 휴전협정 당시 군사분계선으로 한다
ㆍ군비경쟁 중지 및 무력의 단계적 감축
ㆍ쌍방군사 당국자간 직통전화설치 운영ㆍ통일실현 때까지 유효
▲제안 주요내용:유엔 가입관련 제의
ㆍ유엔 가입문제 해결 위한 공동노력
ㆍ합의도출까지 토의 계속
ㆍ합의 전에 어느 일방의 유엔 가입 반대
▲1차 때와 비교:남북관계 기본 합의서
ㆍ구체적으로 채택할 필요없고 불가침선언으로 대체
▲1차 때와 비교:다각적인 교류협력 실시방안
ㆍ1차 때와 동일,우선적으로 정치ㆍ군사문제 해결 주장
▲1차 때와 비교:정치ㆍ군사적 신뢰구축 방안
ㆍ1차 때와 동일
▲1차 때와 비교:북측이 제시한 3대 선결과제
ㆍ팀스피리트훈련:고위급회담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만이라도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수준으로 약간 후퇴(1차 때:앞으로 2∼3년 중지주장) 방북구속자 석방:1차 때와 동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