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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화제/‘F폭격기’ 공대 교수님 수강생 몰리는 까닭은

    취업난 때문에 후한 학점을 주는 게 미덕인 요즘 F학점을 ‘밥 먹듯’ 주는 교수가 있다. 광운대 전자통신공학과 민상원(사진·39) 교수는 지난 학기 수강학생들의 30%를 F학점 처리했다.별명이 ‘F폭격기’다.그런데도 민 교수의 강의는 유머가 넘치고 내용이 알차 학생들이 구름처럼 몰린다.이번 학기에는 ‘컴퓨터 네트워크’ 등 전공선택 과목만 2강좌 맡았는데도 학생들은 오히려 더 늘었다.지나치게 많은 학생 수 때문에 면학 분위기가 나빠질 것을 우려해 학생들에게 “내 강의는 ‘짠’ 학점에다 ‘리포트 중노동’”이라며 엄포를 놓아 수십명을 내쫓기도 했다. “F학점을 남발한다기보다 A학점에 인색한 것이죠.열심히 공부하라는 의도 외에 A를 받은 학생들은 제가 보증한다는 숨은 뜻도 있습니다.또 F를 받은 학생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지도교수로서 성공한 것이고요.” 민 교수의 강의가 처음부터 인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악명 높도록 ‘짠’ 학점 때문에 2년 전에는 수강생이 절대 평가 최소인원인 20명 아래로 뚝 떨어졌다.하지만 학생들 사이에 ‘알찬 강의’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수강생이 점점 불었다.강문원(22·전자통신공학과 3학년)씨는 “F를 많이 줘서 부담스럽지만 단편지식보다는 거시적인 안목을 길러주는 수업”이라면서 “잘 모르는 것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해 결국 기초부터 다 알 수 있게 하는 특유의 수업방식”이라고 말했다. 강의시간엔 폭소가 자주 터져 나온다.입담 좋은 민 교수는 ‘강의 시간에 최소 한 번은 크게 웃자.’는 신조로 수업한다.어려운 공학원리를 설명할 때 최근 유행하는 광고나 개그를 인용해 설명하기도 한다.한 개그 프로의 ‘우비삼남매’도 등장한다. 예비졸업생 가운데 F를 받아 한 학기를 더 다닌 학생이 매년 두세명씩은 있다.인정상 그냥 졸업시켜 주는 법은 없다.강의중 휴대전화가 울리면 무조건 F다.진동으로 울려도 마찬가지.1학기 수강생은 공휴일인 어린이날을 반납해야 한다.대학생은 어린이가 아니라며 5월5일 오후 5시5분에 중간고사를 치른다.써야 할 리포트도 많다.돌발질문을 받은 학생이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전체에게리포트가 부과된다.대신 수준있는 질문을 한 학생에게는 한 학점 올려주는 ‘당근’이 주어진다. 이공계의 위기에 대해 그는 “내가 수험생이면 이공계를 택하겠다.제조업 중심국가라 이공계 인력이 꼭 필요한데 지금처럼 지원자가 없다면 언젠가는 희소가치 때문에라도 제 값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 교수는 4.5만점에 4.43점을 기록,전체 차석으로 광운대를 졸업하고 지난 96년 KAIST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모교 교수로 임용된 것은 지난 99년.학부생활 4년 동안 아침 6시부터 낮 12시까지 공부했다는 그는 “뭔가 한 가지에 푹 빠지고 싶었다.”면서 “요즘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비전없이 대충 생활하는 것 같아 아쉬운데 자기 고유의 상품을 부단히 개발해야 ‘준비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유종기자 bell@
  • “北남편과 이혼시켜 주세요”/30대 탈북자 첫 이혼소송 北가정법 인정여부 관심

    탈북자가 재혼을 위해 북한에 있는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법원이 북한 가정법을 인정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지난 2001년 북한 주민이 남한에서 사망한 아버지의 호적에 입적시켜 달라며 낸 소송에 이어 국내법과 북한 민법의 효력 문제에 관한 두 번째 사례다.탈북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가족관계와 재산관계 등을 둘러싼 남북한 주민들의 소송이 본격적으로 제기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 7단독 정상규 판사는 “최근 30대 탈북여성이 ‘북한 배우자와 이혼하게 해달라.’며 이혼소송을 냈다.”고 10일 밝혔다.탈북자가 북한에 있는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재판부는 국내에서 북한 가정법을 인정할지 여부를 놓고 법무부·통일부·국가정보원에 의견조회를,학회에 법률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들은 국내에 들어오면 소정의 절차를 거쳐 호적을 취득하는데 이때 북한 배우자를 표시한다.이 때문에 재혼을 하려면 호적상 배우자를 제적해야 한다.이혼소송은 처음이지만 탈북자 수가 10월말 현재 3800명을 넘어서 비슷한 문제가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탈북자 5∼6명이 북측 배우자와 이혼하기 위해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이탈주민 법률지원변호인단에 법률상담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탈북자 강모(36)씨는 “함경북도에 살고 있는 남편 박모(36)씨를 부재자로 인정해 달라.”며 서울가정법원에 부재자청구 신청을 냈다.부재자청구는 배우자를 실종자로 처리해 달라는 것으로 이혼소송과 다르지만,재혼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앞서 북한 황해도에 거주하는 손모씨 등 남매 3명은 2001년 6월 6·25때 월남해 2000년에 사망한 아버지의 호적에 입적시켜 달라는 소송을 남측 변호사를 통해 서울 가정법원에 냈다. 정은주기자 ejung@
  • ‘호주제 멍에’ 남성들의 하소연/호주제 폐지 여성만의 문제라고?

    여성들만이 호주제 폐지를 원하는가. 아니다.남성들도 호주제 폐지를 원하는 사람들이 날로 늘고 있다.최근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8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51.6%가 호주제 폐지에 찬성했고,남성들은 39.1% 찬성했다.여성과 남성간 인식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남성 10명 가운데 4명이 찬성한 의견을 소수의견이라고 깎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더욱이 남성들의 찬성은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고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60∼70%의 남성들이 찬성할 만큼 젊은 층은 긍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왜 남성들이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는 호주제 폐지를 원하는가.한국가정법률상담소와 여성단체연합 등 여성·사회단체 상담창구에서 만난 남성들의 사례에서 그 의문을 풀어본다. ●영원한 이방인 김정호(35·가명)씨는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명절이 두렵다.”고 말했다.“내가 한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몇 년 후 어머니는 재혼하셨다.새 아버지와 어머니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면서 자랐지만 나는 아버지와 동생들과도 다른 내 성 때문에 늘 힘들었다.주위와 선생님들의 편견은 날 주눅들게 했다.지금 나는 행복한 가정을 꾸렸고,두 아이의 아빠가 됐지만 여전히 호주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면 집안의 남자들 중 나와 내 아이들만 성이 다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명절이 다가오면 학교다닐 때의 꿈을 꾸기도 한다.” 30년이 넘게 가족으로 살았지만 영원히 새아버지와는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없었다고 말하는 김씨는 자신을 ‘이방인’이라 말했다.동생들도 어머니가 낳았고 함께 자랐지만 벽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재혼가정의 재이혼은 초혼가정보다 훨씬 더 높아 60∼70%나 된다고 이혼상담소 자체통계는 밝히고 있다.또한 아이가 있는 20∼30대에서는 아이의 성 문제 때문에 동거중이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게 위험을 줄이는 결혼방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왜 아버지와 성이 다르냐?’는 질문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대를 잇기 위한’ 존재일 뿐 정호진(28·가명)씨는 4대 독자다.3대 독자로 딸만 내리 다섯을 낳은 그의 아버지는 ‘대를 잇지 못한 불효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50대 후반,외도로 그를 낳았다.그가 세 살 나던해 아버지는 돌아가셨고,그는 홀어머니 슬하에서 어렵게 자랐다.“이미 오래 전부터 누나들과 나는 가족이 아니다.아버지는 대를 이었으니 할 일을 다한 것인지 모르지만 나는 자라면서 내 존재에 대해 경멸감을 느꼈다.대를 잇는다는 절대적인 책임감은 호주제가 폐지된다면 없어질 것이다.나도 호주제의 피해자다.나도 호주제 폐지를 여성들만큼 바란다.” ●장남은 괴로워 윤경진(54·서울 마포구 서교동)씨는 어릴 때부터 6남매의 장남으로 동생들 뒤치다꺼리를 맡아왔다.“가난했던 시절이었고 장남이라면 누구나 힘든 부모님을 돕는 것이 당연했다.신혼시절 단칸방에서도 남동생을 데리고 있었고 자연히 아내와의 갈등도 많았다.그후로도 부부간의 문제는 대부분 장남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생긴 것들이었다.3살 아래 남동생은 참 자유롭고 재미있게 사는 것 같은데….나도 장남만 아니었으면 아내와의 사이도 지금과는 달랐을 것 같다.” 윤씨는 너무 미안해서 오히려 아내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선뜻 할 수 없었고,“가난한 집안,장남한테 시집올 때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쯤은 알지 않았느냐?”고 오히려 윽박지르며 살아왔다고 했다.“장남으로서의 책임,그것이 내 인생의 족쇄였다.사표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남성들도 자신을 호주제의 ‘피해자’라고 말하길 주저치 않았다.호주제가 결코 ‘기득권’이 아닌 ‘덫’이라 했다. ●버리고 싶은 姓 가정폭력으로 얼룩진 어린 시절을 떠올리기도 싫다는 김국호(25·가명·대학원생)씨는 “나를 정말 사랑하고 길러주신 어머니의 성을 따르지 못하고 이날 이때까지 고통만 준 아버지의 성을 따라야 하는 현실이 증오스럽다.더 이상 내 자신의 성을 경멸하지 않고 살고 싶다.호주제가 폐지되면 나는 이름도 새롭게 지어서 새 인생을 살고 싶다.그로 인해 겪는 불편은 감수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서성우(26·가명·회사원)씨는 이혼한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그동안 아버지는 단 한 번도 만난 적도 없었는데 여권발급을 받으면서,또한 이력서를 쓰면서 ‘호주’란에 아버지 이름을 써야 하는 사실의 불합리한 면을 깨달은 후 호주제 폐지를 찬성하게 됐다.“호적에 의하면 제 어머니는 낯선 여성이고 제게 동생이 둘이나 더 있더군요.저를 키워주신 어머니는 맨 뒤에 ‘이혼’이라고 나와 있고요.가족이란 같이 사는 사람인데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가족이고,내 어머니와는 같이 살고 있어도 남이라니….흔히 성을 뿌리라고 하는데 썩은 뿌리가 무슨 제구실을 할까.나는 뿌리를 모른다.연락 한 번 없고,연락할 길도 없는 뿌리가 무슨 뿌리인가.차라리 완벽하게 잘라내고 싶을 뿐입니다.” 서씨는 호주제 폐지로 가족이 해체되는 것이 아니라 호주제로 인해 자신의 가족이 해체된 현실을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소장은 “호주제의 피해자는 이혼이나 재혼 등 개인사를 숨기고 싶은 여성일 뿐이란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상담창구에서 호소하는 남성 피해자들을 만나는 것은 그리 드문 예가 아니다.”고 말했다. 허남주기자 hhj@
  • “일하지 않으면 먹지 말라는 가르침대로”11년째 택시 몰며 포교/ 부산 보광정사 지홍 스님

    ‘하루 일하지 않거든 하루 먹지 말라(一日不作 一日不食).’ 부산 금정구 금사동 보광정사 주지인지홍(51) 스님의 좌우명이다. 그에게는 택시 운전기사라는 또 다른 직업이 하나 있다.만 11년째 강산이 변한다는 적지 않은 세월을 애마(개인택시)와 함께 해왔다.한때 하루 4∼5시간씩 핸들을 잡았으나 최근에는 여기저기 오라는 데가 많아 하루 2∼3시간 정도 운전을 한다. 흔히 머리깎고 속세를 등진 대부분의 스님이 그러하듯 그에게도 절밥(?)을 먹기까지에는 남다른 아픈 사연이 있다. 울산 언양이 고향으로 6남매중 둘째였던 지홍 스님은 넉넉지 못한 살림살이 때문에 열네살 때 절에 들어왔다. “당시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중학교 진학은 엄두도 낼수 없었을 뿐 아니라 절에 가면 밥도 먹고 학교도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아버지 친구의 권유로 입산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어머니께서 옷이 떨어지면 기워 입으라고 대나무 꼬챙이에다 흰실과 검은실을 감아준 게 유산의 전부”였다고 말한 그는 어릴 때의 슬픈 기억을 지우기라도 하듯 단숨에앞에 놓인 녹차를 훌쩍 마셨다. 지홍 스님이 택시 운전을 하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사찰 운영경비 마련과 포교 활동 등을 위해 핸들을 잡게 됐다고 한다. 20여년 전 대학을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로 망자의 염을 해 모은 약간의 돈과 은행에서 융자를 받아 현재의 사찰 부지에 터전을 마련했다. 현재 절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 16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부모의 이혼 등 이런저런 이유로 이곳에 오게 된 아이들이다. 절이 문을 연 지 얼마 안됐을 때 부모가 이혼해 조카를 돌보고 있던 한 신도가 형편이 어려우니 절에서 맡아 달라고 부탁한 게 시초였다.이후 소문이 퍼지면서 점차 인원이 늘어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들에게 들어가는 학비 등 경비가 수월찮았다. 그러던 차에 택시기사를 하면 아이들 학비도 벌고 포교 활동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즉시 택시회사 문을 두드렸다. 신도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택시회사에 취직을 했으나 이마저 얼마 안돼 그만두었다.사납금을 맞추기 위해서는 하루 종일 핸들을 잡아야하고 일하는 동안에는 절 살림을 돌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결국 개인시간을 내기가 수월한 개인화물(용달차) 면허를 사 운행한 뒤에야 비로소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하게 됐다. 어린 나이 때부터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 온 지홍 스님은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있다.좌우명도 ‘일하지 않으면 먹지 말라.’는 것이다. “승려 노릇 제대로 해야 합니다.마냥 신도들에게만 의존해서는 안됩니다.승려가 되기 위해 수행할 때 하루라도 일하지 않으면 먹지 말라는 옛 큰스님의 가르침을 따를 뿐입니다.” 그는 승려가 된 후 뒤늦게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거쳐 서른둘의 나이에 동방불교대학을 졸업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말한 그는 속세로 지천명(知天命)인 오십이 넘었는데도 동국대 문화대학원 장례과에 다니는 등 만학도의 길을 계속 걷고 있다.스님은 장례문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지난 8월에는 사찰 경내에 장례예식장과 장례문화연구소를 설립,제례 방법 및 절차 등 장례문화에 대해 활발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누가 내 밥상을 차려주랴’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펴낸 지홍 스님이 속세인에게 마지막으로 던진 잠언 역시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이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 한국계 고홍주교수 예일법대 학장 선임

    한인 교포 2세가 세계 최고의 지성의 전당인 예일대 법대 수장이 됐다.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8년 국무부 인권 및 노동담당 차관보로 선임돼 미국 한인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고홍주(사진·48·미국명 해럴드 고) 예일대 법대 석좌교수가 주인공이다. 리처드 레빈 예일대 총장은 5일(현지시간) “인권 및 국제법 전문가인 고홍주 교수를 법대 신임 학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히며 고 교수에 대한 깊은 신임을 나타냈다.내년 7월부터 5년간 예일대 법대 학장을 맡게 된 고 교수는 “세계 최고의 법과대 학장에 임명된 것은 내 생애 최고의 영광”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1985년부터 예일대에서 국제법을 가르쳐온 고 교수가 이 대학 법대 학장이 된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국제 인권,국가 안보법,국제 경제법 등 각종 국제법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미국 최고의 학자이기 때문이다.또한 인권활동으로 받은 상만 20여개가 넘는 명망있는 인권학자이기도 하다.97년에는 미국 법률학회지가 뽑은 45세 이하 공공부문 법률가 45인에 꼽혔고 2000년에는 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아계 미국인 100명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됐다. 고 교수가 이민 2세로서 현재의 위치에 오른 데는 가풍의 영향이 컸다.장면(張勉) 정권 때 주미 한국대사관 외교관으로 근무하다 5·16 군사쿠데타가 발생하자 미국에 망명한 그의 부친 고(故) 고광림 박사는 새벽 2시에 6남매를 깨워 공부를 시켰을 정도로 교육열이 남달랐다.현재 예일대 동암문화연구소장으로 있는 그의 어머니 전혜성(74) 박사도 매일 저녁 책상 8개를 한 방에 놓고 온가족이 밤을 지새며 공부하도록 이끌었다.덕분에 그의 큰형 경주(50)씨가 하버드대 공공보건대학 부학장으로 재직하는 등 형제 모두가 명문대에서 주요 보직을 맡을 정도로 미국 주류사회에서도 손꼽히는 엘리트 집안으로 성장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
  • ‘주식회사 말聯’ CEO 마하티르 22년만에 은퇴

    사람을 고치던 의사였던 그는 낙후된 조국 말레이시아를 수술하고 싶었다.그에겐 무엇보다 확고한 비전과 열정이 있었다.이 두 가지를 무기로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22년간 말레이시아의 풍요를 일궈냈다. 아시아에서 선출직 지도자로서는 최장 기간 재임한 마하티르 총리가 31일 퇴임한다.지난 29일 그가 마지막 각료회의를 주재했을 때 일부 각료들은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국민들 사이에서 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지만 말레이시아를 살 만한 나라로 만들었다는 점에 있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는 일본을 모델로 근대화 작업에 매진했다.그의 통치하에 말레이시아는 고무와 주석을 팔던 나라에서 제조업 중심지로,아시아의 신흥 경제강국으로 탈바꿈했다.소득은 3배로 늘었다.때문에 일부에선 신격화에 가까울 정도로 추앙받는다.실제 그의 연설을 기초로 한 ‘총리의 사상’은 국립대 학생들의 필수 과목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발독재에는 많은 부작용이 뒤따랐다.국내 안팎에서 정치와 언론을 탄압하고 인권을 억압,사회·정치면에선 후진국으로 전락시켰다는 비난이 들끓었다.그는 30일 마지막 의회연설에서 너무 많은 자유는 무정부주의를 낳는다는 경고로,자신의 정치철학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제3세계를 대변하는 지도자로 대접받기도 한다.거침없는 독설로 서방세계를 몰아붙이기로 유명했다. 아시아적 가치를 내세우며 선진 서구사회에 기죽지 않는 그의 모습은 일부 아시아인들에게 카타르시스로 작용했다.1997년 금융위기 때 그는 아시아 위기가 조지 소로스와 같은 국제금융투기꾼들의 농간이라고 쏘아붙였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부국들의 음모’라며 코웃음으로 대응했다.최근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밀고당기는 입씨름을 벌여 역시 ‘세계적 독설가’임을 입증했다. 인도계 아버지와 말레이계 어머니 사이의 10남매중 막내로 태어난 마하티르는 1946년 21살의 나이에 통일말레이전국기구(UMNO)에 입당하면서 정치에 첫발을 내디뎠다. 말레이대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7년간 고향에서 개업의로 일했다.그러다 1964년 UMNO 의원에 선출됐으나 5년 뒤 압둘 라흐만 당시총리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토착 말레이계 사회를 무시하는 그의 처사를 비난한 뒤 출당됐다. 1972년 UMNO에 재입당한 그는 2년 뒤 의회 재선에 성공한 뒤 정치적으로 급성장,1978년 UMNO 부총재로 선출됐고 1981년 말레이시아의 4대 총리직에 올랐다. 최근 자신이 독재자라는 비난에 대해 그는 “나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아직 건강할 때 물러나는 독재자”라고 자랑스레 대꾸,마지막 화젯거리를 제공했다. 박상숙기자 alex@
  • 집중기획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 / (하)중학교 들어가기 전에 엄마라고 부르겠다는 이은숙 양

    험하고 힘든 세상이지만 우리 주위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도 많다.이 사회를 대신해 아무런 연고도 없이 위탁아동을 친자식처럼 거두어 키우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12월5일은 설희의 생일 김미심(金美心·37·여·서울 구로구 구로5동)·오진석(吳眞錫·38·목사)씨 부부는 부모없는 아이 3명을 데려다 키우고 있다.외동딸 하나(7)양을 두고 있지만 갈 곳 없는 김설희(7·유아원)양,신재민(8·신구로초등 2년)·강현호(12·신구로초등 5년)군을 대리양육하는 이른바 위탁가정이다. 설희는 지난해 11월,재민이는 98년 봄,현호는 지난해 10월 각각 데려와 주민등록에 얹었다.다행히 친딸 하나와는 친남매처럼 잘 지낸다. 설희의 부모는 이혼 후 각각 재혼했다.갓난애 적 사진이 있지만 부모의 얼굴은 기억 속에 희미하다. “오늘 이모에게 야단을 맞았다.엄마·아빠와 함께 살던 때가 그립다.하루빨리 벗어나고 싶다.두 달만 참으면 엄마가 데리러 온다고 했다.힘들어도 참아야지.” 어느 날 김씨는 우연히 현호의 일기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주위의 편견이 두려워 친딸보다 더 잘해줬는데….데리고 올 때를 생각하면 애가 이럴 수는 없는데….”잠깐이나마 후회스러운 마음이 스쳐갔다고 털어놓는다. 재민이는 조용한 성격이면서도 살갑게 다가온다고 했다.“엄마,설거지 도와드릴께요.”라고 말할 땐 가슴이 뭉클해 힘껏 안아주곤 한단다.처음엔 말도 붙이기 어려웠던 재민이는 초등학교 입학하고 나서 표정이 꽤 밝아져 김씨 부부의 마음을 홀가분하게 만들었다고 했다.고민을 덜어주려고 “이제부턴 엄마·아빠라고 불러라.”고 말한 뒤부터다.엄마·아빠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적 만족감을 얻었을 것이라고 김씨는 분석했다. 구로5동 강남교회 목사인 김씨의 남편 오씨는 “세 아이에게도 조부모 등 친인척이 있지만 이혼과 재혼을 거듭해 아이를 맡을 수 없는 가정”이라면서 “아이들 교육을 위해 성결대학에서 2년째 사회복지학 강의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가정위탁아동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중·장기 대책이 절실하다는 조언도 빠뜨리지 않았다.재민이는 아주 어릴 때 데리고와 어쩔수 없이 동사무소에 가정위탁아동으로 등록해 적은 돈이나마 지원받고 있다.그러나 설희와 현호는 언젠가 부모들이 데리러 올 것이라는 생각에 등록을 미루고 있다. 최근엔 마음을 바꿨다.자꾸 불안해져서다.아이들이 행여 뜻밖의 사고로 다치기라도 한다면 지금껏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뒷수습할 경제적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오씨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아 버티다 이마저 꽉 차는 바람에 얼마 전에는 교회 차량을 팔아 400만원을 마련했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오는 12월5일은 설희의 생일.이들 ‘사랑의 여섯 가족’은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얘기꽃을 피울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중학교 졸업 전 엄마라 부르겠어요 유기봉(55·아산시 도고면 봉농리)씨는 부모없는 이은숙(15·아산 도고중 2년)양을 두 살 때부터 데려다 수양딸처럼 키우고 있다.유씨는 미혼인 막내 아들(28),은숙이와 한 집에 산다.아들 2명은 결혼해 분가했다. 유씨는 은숙이를 2살 때 만났다.13년 전,유씨집에 세들어 살던 은숙이 아버지는 30대 초반의 목수였다.한집에 1년쯤 같이 살았을 때 부부싸움 끝에 엄마가 은숙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가버렸다.은숙이에게 외할머니 집에서의 생활은 악몽으로 남아 있다.은숙이는 “나만 집에 남기고 매일 외출하는 외할머니와 엄마가 미웠다.”고 말했다.외할머니 집에 온 지 10여일 후 엄마는 재혼하고 은숙이는 아빠 집으로 보내졌다. 딸이 다시 돌아오고 부인이 재혼했다는 얘기를 들은 은숙이 아버지는 목수일마저 팽개치고 술로 세월을 보냈다.급기야 딸이 초등학교 2학년 때 간암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당시 교통사고로 남편과 사별한 유씨는 초콜릿회사를 다니면서 어렵게 살았지만 은숙이를 받아들였다.졸지에 고아가 된 은숙이는 부모 없는 스트레스 탓인지 머리숱이 모두 빠지는 병을 앓았다.유씨는 매일 약을 사와 정성스럽게 돌봤다.그는 “너무 불쌍하고 속이 상해 은숙이를 부둥켜안고 울기도 숱하게 울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씨의 사랑 덕분에 은숙이는 밝게 자라주었다.성격이 밝아 친구가 많고 학교 성적도 좋은 편이다.은숙이는 아침 6시반에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수다를 떨며 등교한다.유씨는 “저것이 아니면 새벽 5시에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라며 애정어린 눈길을 보낸다. 유씨는 사춘기인 은숙이가 혹시 나쁜 길로 빠질까봐 걱정이다.어릴 적부터 친오빠처럼 은숙이를 챙겨준 유씨의 아들들도 요즘엔 신경을 더 쓴다.아주머니와 오빠들이 “아무 걱정 말고 공부만 신경써라.”라고 하지만 가끔은 부모없는 설움을 겪는다.은숙이는 “일부 친구 엄마가 ‘엄마없는 애’라고 깔봐 속상할 때가 많다.”고 했다. 유씨는 “남의 집 애를 3명이나 키웠지만 시집가니까 찾아오지도 않는다.”면서 “저것은 시집가면 찾아올라나 몰라.”라고 농담을 던졌다.은숙이는 “건축디자이너가 돼 남편,아줌마와 함께 살,잔디가 넓은 집을 짓고 싶다.지금은 부끄러워 아줌마를 엄마라고 못부르는데 중학교 졸업하기 전에 엄마라고 부르기로 다짐했다.”며 유씨의 손을 꼭 잡았다. 특별취재반 ■나현민 충남 가정위탁지원센터 팀장 “대화단절이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아이들에게는 가난 못지않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한국복지재단 충남가정위탁지원센터 나현민(羅賢民·30) 팀장은 “조부모와의 세대차가 너무 커 할머니·할아버지에게 맡겨진 위탁아동들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데가 없다.”며 “고민을 숨기면서 지내서인지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이가 많다.”고 말했다.핵가족시대여서 평소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살아오지 않은 점도 이런 현상을 부채질한다. 자녀를 규제하는 엄마·아빠가 없다 보니 절제력도 떨어진다.나 팀장은 “할머니·할아버지는 ‘어미·아비없이 크는 불쌍한 손자’로만 여겨 아이들에게 관대하다.”고 설명했다. 경제력 부재도 문제다.손자를 떠맡은 할머니·할아버지들은 대부분 남의 논밭을 부치거나 식당에 다니는 등 어렵게 살고 있다.위탁아동에 대한 지원이 현실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가정위탁지원센터에 맡겨 위탁아동을 돌보게 하고 있으나 시·도당 3명의 월급만 지원해 손이 모자란다.”며 세대간 단절을 막으려면 부모 나이의 후견인을 둬 그들의 고민을 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또 읍·면사무소에서 가정봉사자를 파견,할머니·할아버지를 도와 위탁아동을 돌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팀장은 “농어촌지역은 도시와 달리 친구 사이에 ‘왕따’가 심하지 않아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어린이들이 비행아동이 될 위험은 크지 않지만 농어촌도 가정해체가 가속화돼 위탁아동이 늘고 있는 만큼 사회적 관심과 보호가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가정위탁' 전문가 조언 전문가들은 가정위탁아동 문제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관심을 요구했다. 한국아동권리학회 이재연(李在然·53·여·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 회장은 “아동문제만은 아직 ‘인권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면서 “아동에 대한 정책의 방치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같은 약자층이지만 장애인,노인은 참정권 등을 통한 의사표시와 인권개선 요구가 가능하지만 아동에 대해서는 정부 등 사회적으로 보호의무가 있는 계층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현행 법률상 문제로는 협의이혼 때 양육자 지정 없이도 이혼이 가능하도록 한 허점을 꼽았다. 또 친부모 아닌 사람이 양육을 맡을 경우 ‘양육수당’의 현실화 등을 통해 정신적 부담에다 경제적 부담까지 떠안지 않도록 함으로써,아동이 정상적 여건 아래 자랄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단다. 이 회장은 “어릴 때부터 교육문제에 휘둘리는 등 우리 사회의 아동 방기(放棄)가 아동문제에 대한 무대책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면서 “가정위탁아동 문제는 국가의 총체적인 문제를 함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세경(朴世鏡·32·여) 책임연구원도 “가정위탁아동이 좋은 환경에서 생활해도 모자랄 판인데 새 삶을 꾸려나갈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를 위해 나쁜 결과가 빚어진다.”면서 이 회장과 의견을 같이했다. 우선 정부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위탁가정을 대상으로 의료보험 혜택이나 교육비 지급 등 충분한 지원책이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그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가정해체로 조부모가 친손자,손녀를 키울 경우 조부모에게 부모와똑같은 법률적 지위를 부여해 최상의 여건에서 결손아동을 보호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탁가정이 모여 경험을 공유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입양과는 달리 위탁받은 쪽이나 아동이 모두 친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함께 생활하는 게 보통이기 때문에 알맞은 관계설정이 절실하다는 점에서다.더 나아가서는 가정위탁아동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와 체계적인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별취재반
  • [오늘의 눈] 남북평화축전 유감

    남북 분단 이후 처음으로 지난 23∼27일 제주에서 열린 남북평화축전은 민족 동질성과 통일 가능성을 보여준 한마당 축제였다. 남북은 축구경기와 마라톤,태권도시범경기에서 그리고 씨름장과 그네뛰기,널뛰기에서 저마다의 기량을 선보였다.이봉주와 한봉실 ‘봉봉남매’의 우정의 레이스 등 제주는 지난 5일간 남북이 함께 흔드는 한반도기로 출렁였다. 그러나 실망스럽고 껄끄러웠던 점도 많았다. 기대를 모았던 북측 예술단과 취주악단의 불참으로 “반쪽짜리 축전”이라는 불만이 터졌고 행사시간이 자주 바뀌어 “함량미달 조직위”라는 지적도 많았다.더구나 남측 축전조직위원장인 김원웅 개혁국민정당 대표의 지역구인 대전 대덕구 주민 수십명이 환송만찬장 등 행사장 곳곳에서 보여 “축전을 빌미로 김 대표가 선거운동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들릴 정도였다. 특히 북측 참가단이 제주를 떠나던 27일은 껄끄러움과 실망의 압권이었다.남북 조직위는 새벽 1시부터 4시까지 심야회동을 갖고 남측이 행사참여를 조건으로 북측에 현금 100만달러현물 120만달러 등 220만달러 상당을 주기로 한 이면계약 이행을 놓고 옥신각신했다.북측은 ‘완전 이행’을 거듭 요구했고 남측은 예술단·취주악단 불참,주관 방송사 계약해지 등을 들어 ‘부분 이행’으로 맞섰다. 이 담판은 북측이 관광을 끝낸 오후 5시부터 1시간30분가량 재개됐으나 전금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다음부턴 북과 어떤 행사도 할 생각 말라.”며 자리를 박차는 것으로 일단락됐다.이로 인해 이날 오후 5시로 예정돼 있던 북측 출발은 오후 9시30분으로 변경됐고 급기야 순안공항의 기상악화로 자정께야 제주를 출발하는 촌극까지 빚어졌다. 통일은 가까운듯 하나 아직은 멀리 있는 것을 느끼게 한 안타까운 축전이었다. 김영주 전국부 부장급 chejukyj@
  • 집중기획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 / (중)관절염 앓는 할머니 돌보는 이금미양

    충남 천안시 풍세초등학교 6학년 이금미(12)양은 요즘 다리가 아픈 할머니를 볼 때마다 눈앞이 캄캄하다.관절염으로 병원에 다니고 있는 할머니(66)마저 몸을 가누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나 걱정돼서다.철없는 개구쟁이 동생 희응(10·풍세초 4년)이는 마냥 즐겁다는 표정이지만 금미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아빠 이어 할아버지도 하늘나라로… 금미가 할머니,동생과 함께 외로운 가족으로 살기는 올 3월부터다.소주공장을 다니다 다리를 다친 할아버지가 길가에서 휠체어를 타고 있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다. 금미는 4살때 부모와 헤어졌다.천안시내에서 살 적에 엄마는 아빠와 사소한 싸움 끝에 집을 나갔다.당시 아빠는 철물공장에 다녔고 동생은 두살배기였다.‘우유 사오겠다.’고 나간 뒤 엄마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아빠는 그 해 고혈압으로 숨졌다.할머니는 “며느리가 집을 나간 뒤 화병으로 죽었을 것”이라고 며느리를 탓했다. 집안은 풍비박산나고 금미는 동생과 함께 할아버지·할머니 손에 맡겨졌다.졸지에 손주들을 떠맡은 할아버지는 집 근처 소주공장에 다니다 6년 전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전세를 전전하다가 보상금으로 한시도 차 소리가 그치지 않는 지금의 10평도 안 되는 방 2개짜리 허름한 도로변 연립주택을 장만해 보금자리를 꾸몄다. 할머니는 “면에서 매달 얼마씩 나오고 있지만 자나깨나 ‘내가 죽으면 손주들은 앞으로 어떻게 사나.’하는 생각에 잠을 설친다.”고 말한다.할머니에게는 2남4녀의 자녀가 있다.금미 아빠는 맏아들이었다. 할머니는 “작은 아들은 알코올 중독자로 어디에 사는지 행방을 모르고,딸들도 형편이 딱해 도와달라는 말을 꺼내기조차 어렵다.”고 했다. ●가출한 엄마, 보고싶지 않아요 금미는 아침에 동생과 함께 400m쯤 떨어진 학교에 간다.학교생활이 재미있단다.친구들이 ‘아빠·엄마 없는 아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른바 ‘왕따’를 시키지는 않는다고 한다.시골 아이들이라 그렇게 영악하지 않아서 그런 듯했다. 하지만 가을운동회 때면 서럽다고 했다.금미는 “할머니가 오시지만 엄마·아빠와 함께 오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다.”고 얘기한다.또 엄마·아빠와 외식하러 가거나 동물원 구경을 가는 친구를 보면 무척 부럽다고 했다. 금미는 어린 남매를 두고 가출한 엄마가 처음에는 미웠지만 지금은 “밉지않다.보고 싶지도 않고 집에 돌아오기를 바라지도 않는다.”며 엄마에 대한 애증을 애써 감췄다. 아빠에 대해서는 “보고 싶다.”고 말한다.할머니는 “우리 손주들이 에미·애비가 없어서 주눅이 조금 들어 있지만 아직까지 삐딱하게 자라지 않아 다행”이라며 대견스러워했다.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사는 ‘가정위탁아동’들 가운데는 가출을 밥먹듯 하고 학교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불량한 친구들과 사귀며 물건을 훔치는 어린이들도 더러 있다.도시보다 덜 하지만 극단적으로 여자 아이가 돈을 벌려고 ‘원조교제’에 나서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금미 할머니와 달리 일부 할머니,할아버지는 손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식당 등에 나가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미취학 등 어린 아동에게는 정서불안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금미는 오후 3시나 5시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와 숙제를 하거나 컴퓨터를 한다. ●할머니마저 누우시면 어쩌나 걱정 “집에 있어도 심심하지 않다.”면서도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돈이 없어 마음껏 사먹지도 못하고 서점에서 읽고 싶은 책을 사기도 어렵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친구들이 다니는 학원은 금미에게는 엄두도 못낼 일이고 학습지 회사에서 무료로 보내주는 학습지로 혼자 공부하고 있다.동생 희응이도 마찬가지다.성적은 학년마다 한 반에 20여명밖에 안 되지만 “중간 정도”라며 웃는다. 학교 수업만 끝나면 친구들과 놀다 저녁에야 집에 들어오는 동생에 대해 금미는 “엄마·아빠 없이 커 가엽다.”며 제법 어른스럽게 말한다.금미는 돈을 벌면 동생에게 예쁜 옷과 맛있는 걸 사주고 싶단다.동생과 함께 여행을 가는 것도 소원이다. ●“가난한 아이들 가르치고파” 명절이나 아빠 제삿날이 되면 더욱 쓸쓸하다는 금미.할머니와 단촐히 지내는 아빠 제사 때면 “아빠가 더 보고싶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금미는 “할머니가 돌아가셔도 고아원은 절대 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장래 희망은 선생님,희응이는 경찰관이다.금미는 “우리처럼 가난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했고,희응이는 “힘이 없는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서”라며 웃었다. 특별취재반 ■정부 어떻게 관리하나 위탁아동 관련 업무는 보건복지부에서 맡고 있다.현재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이미 기초생활보장수급자(과거 생활보호대상자)로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친·인척에 맡겨진 아이나,남에게 맡겨진 아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위탁아동은 1명당 월 31만 4000원,2명일 경우 51만 9000원의 생계·주거비를 받는다.이와는 별도로 역시 1명당 월 6만 5000원의 양육보조금도 나온다. 또 대부분 의료급여 1종대상자로 건강보험을 이용할때 본인부담금이 없고,고등학교까지는 입학금과 수업료 등 교육비가 들지 않는다. 이같은 정부의 지원금은 위탁아동에게 지급되는 돈인 만큼 보호자인 할아버지 할머니나,친·인척의 경제적인 능력과는 관계가 없다. 정부도 그러나 이런 지원금이 충분치 않다는 것은 인정하고있다.생계·주거비나 교육·의료비 등은 최소한의 지원일 뿐 실제로 생활하는데 들어가는 돈은 이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예컨대 학원을 한번 보내려고 해도 그렇고,보험이 안 되는 의료비를 내야 할 경우 등 매달 수십만원의 돈이 추가로 들어가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때문에 앞으로 지원액을 늘리고,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또 위탁아동과 관련,아이들끼리만 사는 소년·소녀가장을 친척이든 남이든 일반가정에 위탁해 키우거나,국내·외 입양을 통해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데 대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이를 위해 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올해부터 처음으로 전국 16개 시·도에서 17개(경기도만 2곳)의 가정위탁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여기서는 혼자사는 소년·소녀 가장들을 일반가정에 위탁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선생님이 바라보는 아이들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최수민(12·6년)군은 전남 화순군에서도 벽지인 한천초등학교에 다닌다.전교생이라야 33명이고 이 가운데 부모의 사망,이혼,가출로 친조부나 외조부 밑에서 다니는 아이들이 6명이다. 담임 김병수(49) 선생님은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명랑하고 착하며 구김살이 없지만 한결같이 매사에 아주 소극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은 덜하지만 수민이처럼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겨울옷을 여름에도 입고 다닐 정도여서 정말 안쓰럽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하지만 자존심이 아주 강하다고 한다.그래서 자칫 ‘동정심’으로 비치지 않도록 요령있게 지도하는 게 교사의 첫번째 임무라고 귀띔한다. 집에서 돌보고 간섭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숙제를 해오지 않을 때가 많지만 마음이 상할까봐 엄하게 혼내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김 선생님은 “결손가정 어린이들은 돈 1만원이 없어 컴퓨터 워드 시험을 포기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그는 “이들에게 당장 시급한 것은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라면서 “나이 드신 분들이 무슨 수로 돈을 벌어 손자들에게 용돈을 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전남 신안군 자은초등학교명세환 교감은 “부모와 살지 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수업중 ‘아빠,엄마’라는 단어를 쓰기가 어렵다.”면서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들은 학습준비가 잘 안되고 있지만 기죽지 않도록 선생님들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 병천초등학교 봉성분교 한진희(31·여) 선생님은 “아이들이 내성적이고 주눅이 들어 있으며 자신감이 없어서인지 평범한 가정의 또래들에 비해 표현력이 떨어진다.”면서 “결석도 가끔 하는 등 학교오길 싫어한다.”고 말했다. 경북의 한 초등학교 최모(37) 선생님은 “정상적인 가정의 아이들은 사교육에 눌려 치일 정도인 반면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은 방치되다시피해 학습부진과 특기·적성개발에도 한계를 드러낸다.”고 전했다. 경북 군위군 G초등학교의 6학년 담임 박모(37) 선생님은 “칠순이 넘은 할머니가 돌보고 있는 김모(13)군의 일기장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많다.”며 김군의 일기 하나를 소개했다. “나는 세상에서 운동회 날이 가장 싫다.엄마가 만들어 준 맛있는 김밥도 못 먹고,아빠와손잡고 달릴 수도 없다.몸이 아픈 할머니는 온종일 눈물만 흘리셨다.할머니는 때론 엄마나 아빠가 된다.할머니가 돌아가시지 않길 매일 기도한다.” 박 선생님은 “김군은 1학기 전교 부회장으로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으나 뒷바라지가 안돼 학습능력이 좀 처진다.”며 주위의 따뜻한 사랑과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애태웠다. 특별취재반
  • 제주 남북 평화축전 폐막/ 한라 역전마라톤 추진 백두

    제주 민족통일평화체육문화축전이 2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폐막식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환송연을 끝으로 나흘간의 공식 일정을 끝냈다.북측 선수단은 27일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으로 떠난다. 폐막식에서 김원웅 남측 조직위 공동위원장과 김영대 북측 대표단장은 “남북 양측은 평화축전을 매년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며 “통일을 염원하는 의미에서 남북 마라토너들이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의 코스를 이어 달리는 역전 마라톤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남북 체육교류로는 서울과 평양에서 번갈아 치르는 경평축구와 통일농구 등이 있었으나 한반도 종단 마라톤이 거론되기는 처음이다. ●남북 마라톤 간판스타 ‘봉봉남매’ 이봉주(33)와 함봉실(29)이 ‘평화의 섬’ 제주도에서 우정의 동반 레이스를 펼쳤다.지난해 부산 아시안게임 남녀 마라톤 우승자인 이봉주와 함봉실은 이날 ‘남북평화기원 시민 마라톤’에서 함께 달렸다. 지난 8월 파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이후 두달 만에 함봉실과 재회한 이봉주는 “함께 달려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함봉실은 “이기고 지는 게 없다.남쪽 대표로 이봉주 선생이,조선의 대표로 내가 뛰어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며 감격해 했다. 함봉실은 여자부 하프마라톤에서 1시간15분52초의 기록으로 1위로 골인한 뒤 “내가 더 빨리 뛸수록 통일의 그날이 앞당겨질 것”이라며 “내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북과 남이 함께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때 시위를 벌여 북한측과 충돌을 빚었던 극우단체인 인터넷독립신문 대표 신혜식(35)씨와 민주참여연대네티즌 대표 이준호(32)씨가 25일 낮 12시쯤 제주종합경기장 수영장 남쪽 공터에서 자신들이 타고 온 렌터카 안에서 인공기를 소각하려다 경찰의 제지로 무산됐다.경찰은 이들이 인공기를 태우려 하자 차창을 옷으로 가려 노출을 막는 한편,이들이 갖고 있던 인공기 3장을 압수했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
  • [건강칼럼] 小食으로 아이 키우기

    남매를 키우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아빠가 한의사라 보약을 많이 먹여선지 애들이 건강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그러나 우리 애들은 보약은커녕 내 건강수칙을 지키느라 그 흔한 군것질 한번 못하고 자란다. 우리 부부는 지식과 성현들의 육아법을 망라해 나름의 ‘육아 원칙’을 마련했다.출생 후 만2세까지는 소식(小食)과 안아주지 않기,이후 만15세까지는 소식(小食)에다 과잉보호 안하기와 하루 1시간 이상 운동하고 공부는 2시간을 안넘기기 등이 그것이다.그중 소식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었다. 이 원칙에 따라 어려서부터 흔히 말하는 일일섭취 표준량보다 20% 정도 줄여 수유했다.갓 태어난 아이에게 적게 먹여 다른 애들보다 말라 보이니 할머니,할아버지를 비롯한 식구들은 “이 좋은 세상에 아이를 굶겨 키우다니…”라며 성화였다. 애들도 처음엔 배가 고픈지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자주 칭얼댔다.그러나 소식은 생후 4개월이 지나면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체중은 평균보다 2㎏ 정도 적었지만 키는 평균보다 3㎝가 더 컸고,밤 11시에수유하면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숙면을 취해 산후조리가 충분하지 못한 애엄마에게 큰 도움이 됐다. 아이들은 배가 불러도 스스로 먹기를 멈추지 않기 때문에 엄마가 수유량과 횟수를 조절하지 못하면 과식하기 쉽다.이런 경우에는 모유 먹는 시간을 미리 정해 놓고 5분씩 늘리거나 줄여 수유 간격을 3시간에 맞추는 것이 좋다.분유통에 기재돼 있는 기준량대로 먹이는 것도 과식이다.수유 간격은 3시간,횟수는 1일 6회 정도로 해서 분유통에 적힌 것보다 조금 적게 먹이는 것이 좋다. 두달 이상 과식이 계속되면 칼로리가 넘쳐 몸에 열이 많아지고,그 열이 잘 돌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지며 결국 감기 등 잦은 병치레로 이어진다.아이들,많이 먹어야 건강해진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양은 ‘적게’,사랑은 ‘풍성하게’ 주는 것이 자녀들을 잘 키우는 것이다. 이정언 도원아이한의원장
  • ‘봉봉남매’ 시민과 함께 뛴다/ 제주 민족평화축전 오늘 개막

    제주 민족평화축전의 개막을 하루 앞둔 22일 남측조직위(공동위원장 이연택 대한체육회장,김원웅 개혁당 의원)는 한라산 백록담에서 성화 채화식을 갖는 등 막바지 준비작업을 벌였다. 이 행사는 23일부터 27일까지 제주 일원에서 열린다.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북측 예술단과 취주악단의 방문이 취소된 데다 우익단체의 반북 돌출시위 등이 예상돼 조직위와 경찰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北대표단 숙소 주변 전경 집중배치 축전 경비를 맡은 제주경찰청은 지난 8월 대구유니버시아드 대회 당시 북측 대표단과 충돌을 빚은 우익단체 회원들이 이번 축전기간에도 비슷한 일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대책에 고심하고 있다. 제주도경 관계자는 “반핵반김청년본부 회원과 광주 모 교회 교인들이 반북 퍼포먼스와 차량 가두선전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전남·경남도경의 지원을 받아 행사장과 북한 대표단 숙소 주변에 전경 14개 중대 1400여명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개조 차량을 이용한 반북 가두방송에대해서는 자동차관리법을 적용,부두에서부터 차량 반입을 막을 계획이다.하지만 퍼포먼스나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이를 막을 근거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하지만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은 이 행사와 관련,전남과 경남 지역의 전경 1000여명을 배편으로 제주로 보냈다. ●北 체육단중심 184명만 참가 북측은 최근의 정세 악화를 이유로 예술단과 취주악단의 축전 불참을 최종적으로 공식 통보했다. 김원웅 공동위원장은 이날 제주체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측이 우리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 등 정세 악화 때문에 200여명의 예술단과 취주악단이 축전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최종 통지했다.”면서 “북측이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지난 8월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당시 불상사의 재발 방지와 극우단체 해체를 요구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측은 이번 축전에 체육단이 중심이 된 184명만 참석한다. ●이봉주·함봉실선수 동호인코스 출전 남북의 마라톤 영웅인 이봉주와 함봉실 선수가 오는 26일 축전 하프마라톤에 나란히 참가,제주 해안 코스를 달린다.이들은 선수가 아닌 일반 시민이 참가하는 ‘동호인 코스’에서 뛰게 된다. 조직위 관계자는 “당초 국정원측이 함봉실 선수에 대한 경호상의 이유로 난색을 표명했지만,일반 시민의 축전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봉봉 남매’가 동호인 코스에서 뛰게 됐다.”고 밝혔다. 제주 이세영 이두걸기자 sylee@
  • 사건 패트롤/ 무서운 10대 꽃뱀

    지난 13일 오전 8시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현금인출기 앞.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나모(20)씨가 회사원 조모(30)씨에게 “빨리 돈을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다.앳된 얼굴의 김모(14)양은 옆에서 망을 봤다. “어린 여학생이 좋다.”며 청소년 성매매를 시도했던 조씨는 나씨의 협박에 놀라 현금 100만원을 인출해 건넨 뒤 황급히 달아났다.‘남매’로 위장했던 이들은 “또 한 건 했다.”며 키득키득 웃었다.근처에 세워둔 그랜저XG 렌터카 안에서 기다리던 10∼20대 4명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17일 서울 중랑경찰서 강력3반에 붙잡혀온 간큰 ‘남자셋 여자셋’이 저지른 대담한 범죄행각의 한 단면이다.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이들은 지난달부터 서로 짜고 청소년 성매매를 미끼로 상대 남성을 협박해 300여만원을 뜯었다.‘건수’를 만들기 위해 철저하게 역할을 나눴다.맏언니격인 한모(17)양이 채팅사이트에 글을 올려 상대 남성을 물색하면 김모(16)군이 적당한 여관을 골랐다.제일 어린 김양과 정모(16)양은 청소년 성매매를 할 것처럼 속여 여관에 들어간뒤 몰래 나씨와 정모(21)씨에게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 바깥에서 기다리던 나씨 등이 여관문을 박차고 들어가 “내 동생과 뭐하는 짓이냐.경찰에 신고할 테니 망신 한번 당해보라.”고 악다구니를 썼다.화들짝 놀란 상대 남성을 렌터카에 태워 시내를 달리며 협박도 일삼았다.‘작전’이 실패해 실제로 성관계를 맺게 되면 나중에 따로 연락해 “임신했다.”며 돈을 뜯었다. 이들은 ‘합동작전’으로 돈을 갈취한 뒤에는 구로구 일대 PC방과 여관을 전전하며 시간을 보냈다.나씨는 “크게 한탕 벌어서 풍족하게 쓰자고 마음 먹었다.”면서 “하루에 1인당 30만∼40만원씩 버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담당 경찰관은 “이들은 경찰에 붙잡혀 와서도 잘못했다는 기미도 없이 농담만 주고 받았다.”면서 “자식이 몇 달씩 가출해도 찾지 않았던 부모들에게 계속 연락했지만 면회올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혀를 찼다. 경찰은 이날 이들에 대해 인질강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지연기자 anne02@
  • 독일통일 코믹하게 비틀어 볼까/24일 개봉 ‘굿바이 레닌’

    역사는 우리에게 각각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이 원리를 영화 ‘굿바이 레닌’(Good Bye,Lenin!)은 가족이란 미시 사회를 통해 코믹하게 풀어낸다. 24일 개봉하는 이 영화의 배경은 통일 전후의 독일.동독의 젊은이들은 시대적 대세를 인정한다.그러나 에리히 호네커 서기장으로 대변되는 공산당의 이념에 충실했던 기성세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굿바이 레닌’은 어머니와 남매 사이에 그 간극을 옮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며칠전 초등학교 선생님이자 열성 공산당원인 어머니 크리스티아네(카트린 사스)는 아들 알렉산더(다니엘 브뢸저)가 장벽을 넘어갈 자유를 달라며 시위하다 경찰에 끌려가는 장면을 목격하고 심장마비를 일으켜 혼수상태에 빠진다. 8개월 뒤 깨어났을 때 세상은 완전히 바뀌어 있다.이념보다는 자본의 논리가 탄탄하게 자리잡았다.호네커는 물러갔고 공산당이 통제하던 식품점은 대형 슈퍼로 둔갑했다.어머니가 조금만 흥분해도 생명이 위독할 것이라는 의사의 경고를 들은 알렉산더는 어머니에게 동독이승리한 세계를 보여주려고 ‘거짓 세상’을 만든다. 방을 동독 시절의 모습으로 돌려 놓고 어머니가 좋아하는 동독제 피클을 구하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져 빈병을 찾는다.학생을 매수해 동독시절의 혁명가를 부르게 하는 등 눈물겨운 노력을 하지만 허점이 없을 수 없다.맞은편 아파트에 대형 코카콜라 현수막이 등장하는 등 이상한 풍경이 조금씩 드러난다.알렉산더는 어머니의 믿음을 지속시키려고 직장 동료와 함께 동독의 발전과 서독의 붕괴를 담은 가짜 뉴스까지 제작한다.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은 잇따라 웃음을 주면서 자칫 무거워질수 있는 주제를 가볍고 경쾌하게 채색한다. 영화는 코믹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역사적 사건이 한 가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를 보여준다.신선하고 즐거운 거짓 뉴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로니컬하게도 동독이 추구한 이상 사회의 모델을 제시하면서 자본주의만이 최상의 모델은 아니라는 역설적 교훈도 암시한다.‘굿바이 레닌’은 말과 이미지,진실과 왜곡,크고 작은 위선들 사이에 앵글을 맞추면서 우리가 당연한 사실로 여겨오고 있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그것도 유쾌한 방식으로. 이종수기자
  • 산악가족 삼남매, 전국체전 동반 입상

    16일 전주에서 막을 내린 제84회 전국체육대회의 전시종목으로 치러진 산악 등반경기에서 삼남매가 모두 입상해 화제다.김자하(19·일산동고 3년),자비(16·일산동고 2년)군과 자인(15·여·일산동중 3년)양은 지난 12일 전북 군산 해망동 인공암벽에서 열린 산악 등반경기에서 사이좋게 메달을 따냈다. 자비군은 스포츠클라이밍 유학까지 다녀온 형 자하군에게 은메달을 떠넘기고 남고부 금메달을 차지했다.막내 자인양은 여중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들의 부모도 산악인.아버지 김학은(47)씨와 어머니 이승형(45)씨는 지난 1980년 암벽과 빙벽을 오르는 산악회에서 만나 결혼했다.어머니 이씨는 이번 체전에서 심판으로 활약했다. 삼남매 가운데 스포츠클라이밍에 가장 먼저 뛰어든 맏이 자하군은 지난 99년 입문 이듬해부터 각종 대회를 휩쓸었고,지난 8월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안챔피언십대회 정상에 올랐다.자비군도 형과 경쟁이라도 하듯 지난해 만14∼15세가 참가하는 아시아청소년대회 유스B에서 금메달을 땄고,이번 체전에서 형을 눌렀다.연약해 보이는 막내 자인양도 오빠들 못지않은 근성으로 2001년부터 국내 대회를 휩쓸었다. 전주 최병규기자 cbk91065@
  • 이재용씨에 특경가법 적용 검토/공소시효 3년 연장

    서울지검 특수2부(부장 채동욱)는 13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 재용씨에 대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고발사건에 대해 형법상 배임 혐의가 아닌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의 배임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상 배임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이 혐의를 적용할 경우 재용씨의 공소시효는 올해 말로 만료된다. 그러나 특경가법의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되면 공소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나 올해 안에 수사를 완료하지 않아도 된다.특경가법이 적용되려면 배임액(차익)이 5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저가발행에 따른 차익이 50억원 미만이면 현저한 저가발행으로 볼 수 없어 업무상 배임 혐의 적용 자체가 아예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용씨는 무혐의가 되든가 특경가법이 적용되든가,둘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검찰은 현재 배임액을 산정하기 위해 삼성 계열사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등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고발인인 전국 법학교수 43명은 지난 96년말 삼성에버랜드측이 전환사채를 재용씨 등 이 회장의 4남매에게 장당 7700원에 전체 발행 물량의 96%를 배정했지만 당시 에버랜드 주식의 실거래가격은 10만원대여서 재용씨 등이 거액의 차익을 얻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30대 부부의 결혼·이혼·불륜…/KBS2 새일일극 ‘나는 이혼하지 않는다’ 오늘 첫 방영

    이제 남편 혹은 아내의 외도는 더 이상 특별한 일탈이 아니다.적어도 요즘의 TV드라마에선 그렇다.13일 시작하는 KBS2 아침드라마 ‘나는 이혼하지 않는다’(홍영희 극본,전성홍 연출)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피아노학원을 하는 30대 중반의 영주(김현주)는 남매를 둔 평범한 주부다.결혼 전 순정을 바친 남자가 있었지만 부잣집 여자에게 빼앗기고,중매로 평범한 남자를 만나 결혼 십년째를 맞고 있다.그런데 바로 이웃에 자기를 버렸던 과거의 남자 송지석(강우석)이 이사를 오면서 영주의 인생은 뒤죽박죽이 된다. 영주의 남편 기범(이효정)은 정수기 회사 영업과장을 하다가 백수가 됐지만 가정은 남편 위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집안 일에는 관심도 없다.불륜 현장을 들키고도 아내의 경제적 무능력을 꼬투리 잡아 결코 이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치는 마초 같은 남편이다. 전업주부였던 영주는 이 때문에 적금을 해약하고 피아노 학원을 차려 인생의 변화를 모색한다. 지석네 부부도 겉과 속이 다르기는 마찬가지이다.지석의 아내 승혜(김정란)는 온실의화초처럼 자랐다.결혼도 아버지가 골라준 남자와 했다.그녀는 무미건조한 결혼생활에 활력을 찾겠다며 늘 다른 남자를 만난다.결혼과 사랑은 별개라는 그녀의 인생에서 이혼이란 있을 수 없다. 여기에 영주의 시누이인 정선(김경숙)도 남편의 늦바람에 속을 썩인다.온통 ‘바람난 가족’이다. 제작진은 “21세기를 살아가는 30대 부부들을 통해 결혼의 실상과 허상을 들여다보고,무너지는 가정을 일으키기 위한 해결점을 찾아보고자 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그러나 아침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불륜,외도를 지켜봐야 하는 주부들도 과연 그렇게 느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순녀기자 coral@
  • “매순간 산소같은 방송역할에 최선”EBS 이사장 오른 방송인 김세원

    이 순간 내가/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이 순간 내가 제 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9명 이사중 남자들 제치고 이사장에 EBS(교육방송) 이사장 김세원(58)씨를 인터뷰하면서 내내 무엇이 그를 이 자리에까지 이르게 했나 궁금했는데 말미에야 실마리가 풀리는 것 같았다.별 생각없이 어떤 시를 좋아하느냐고 물었는데,피천득의 ‘이 순간’을 암송했다. 김 이사장은 80년 초 MBC의 ‘FM 가정음악실’을 시작하면서 시를 한 편씩 읽었다고 했다.그 후 20여년간 방송에서 낭송한 시가 줄잡아 7300편.그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시가 ‘이 순간’이니 그의 마음이 오롯이 투영됐을 것이다.‘이 순간’에는 이 순간 살아 있음을 감사하고,삶을 즐기고,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지난달 25일 9명의 EBS 이사 중 호선(互選)을 통해 남성을 물리치고 이사장에 뽑힌 것도 그런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김 이사장은 한국외국어대 불어과 2학년 때인 1964년동양방송 성우 1기로 입사한 뒤 40년 동안 라디오 방송을 했다.70년대 ‘밤의 플랫폼’(동아방송) ‘안녕하세요 김세원이에요’(MBC)‘김세원의 영화음악실’(KBS),80년대 ‘FM 가정음악실’(MBC)을 거쳐 90년대부터 지난 5월까지 ‘노래의 날개 위에’(KBS)를 진행했다.그처럼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목소리 덕분.심야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저음이면서 정확하고,지적이면서 편안하고 감미롭다.그는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 “누군가가 ‘안개낀 날의 수은등 같은 목소리’라고 표현했는데 한동안 그대로 인용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웃었다. 그러나 오늘이 있기까지는 목소리뿐 아니라 ‘이 순간’을 사랑하며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바탕이 됐을 것이다.“항상 방송의 영향력을 생각했지요.당연한 얘기이지만,방송인으로서 청취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려고 노력했습니다.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정직하고자 했습니다.” 사회적 성취를 이룬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을 것이다. “저 때만 해도 여성들은 결혼만 하면 회사를 그만뒀습니다.이제 여성들도 못할 일이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후배들에게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부탁하고 싶어요.기회가 왔는데 준비가 없어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도 TV다큐 내레이션 맡아 김 이사장이 주목을 받는 것은 여성이기 때문만은 아니다.그의 아버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하고,임화의 시 ‘인민항쟁가’에 곡을 붙인 월북 음악가 김순남(1917∼1983)씨다.‘해방공간의 가장 탁월한 천재 음악가’인 그는 초등학교 교사 아내와 해방둥이인 두살배기 딸 김 이사장을 남겨두고 1948년 월북했다.그가 작곡한 노래는 88년 올림픽 때에야 해금됐다.그 후 그의 ‘자장가’는 신영옥·김신자가,‘산유화’는 조수미 등이 불러 널리 알려졌다. 그는 아버지의 부재를 언제 절실하게 느꼈을까.“6·25가 나서 엄마 손을 잡고 피란을 가는데,다른 애들은 아버지가 무동을 태워 가는 거예요.피란 시절,학교에 다닐 때도 선생님이 호구 조사를 하며 아버지가 돌아가셨는지,납치 또는 납북되셨는지 물었는데,‘지게꾼’이라거나 ’미국으로 유학가셨다.’고 했습니다.” 김 이사장은 연좌제에 대한 공포로 숨을 죽이며 살다가 88년 납·월북 예술인 작품 해금조치 이후 아버지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그 때 아버지 친구에게 들었던 말들이 지금도 뇌리에 각인돼 있다.“순남이는 예술가야.” “순남이는 불의를 보고는 못 참아.” 90년대 초에는 베이징을 여러차례 드나들었다.아버지의 교향악곡 악보를 찾기 위해서였다.김순남은 53년 모스크바 유학 중 소환당한 뒤 ‘사상문예투쟁’에 휘말려 숙청됐지만 김일성이 “재주가 아깝다.”며 처형은 하지 않아 주물공장 노동자 등으로 전전하며 작품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북에서 결혼도 했지만 여자 쪽에서 아이를 낳지 못해 사내 아이를 입양해 키운 것으로 전해들었다.김 이사장은 그 사내가 미공개 악보를 갖고 있을 것으로 보고 여러 경로를 통해 사본이나마 입수하려 했으나 허사였다. ●“40년 방송경험 살려 봉사할 것” 월북 예술가의 딸이 보는 북한은 어떨까.‘경계인’ 송두율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아버지는 자유주의자요,이상주의자인데 남에서는 좌익 음악가로 배척당하고 북에서는 부르주아 음악가로 숙청당했습니다.아버지는 정말 절망하셨을 거예요.90년대 초 모스크바에 갔을 때 처음으로 붉은 깃발을 봤는데 아버지를 기만한 깃발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났습니다.” 김 이사장은 햇볕정책,북한에 퍼준다는 주장 등에 대해서도 ‘노 아이디어’라고 했다.북한이 아버지를 홀대했고,아버지의 좌절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요즘도 TV 다큐 프로의 내레이션을 맡고 있는 현역인 그는 그간의 경험을 살려 봉사하고 싶다고 했다. “방송이 너무 오락성과 상업성에 치우쳐 있어요.방송의 역할을 새겨야 합니다.EBS가 대안 방송이 될 수 있습니다.산소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EBS의 1년 예산이 1000억원 정도인데 300억원만 수신료와 방송발전기금 등 공적 자금이고 700억원은 자체 광고수입입니다.전체 운영예산을 늘려야 할 뿐 아니라 공자금의 비율을 대폭 높여 공영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남편 강현두(66) 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월남한 집안.친어머니(82)를 모시고 산다.쌍둥이 남매(34) 중 아들은 영국에서 미디어 법을 공부하고 있고,일간지 기자인 딸은 해외연수 중인 언론인 가족이다. 황진선기자 jshwang@
  • 한가위 특집 / 볼만한 비디오

    직장인 A씨가 미리 그려보는 올 한가위 연휴 풍경.첫날엔 모처럼의 가족 해후가 주는 반가움에 여독이 절로 풀리는 것 같다.이튿날은 제사 준비하고 친지들 만나느라 분주할 것이고.차례가 끝나면 한숨 돌려 쌓인 회포를 풀고 고향 친구들과 소주 한잔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귀경이 눈앞.마음은 쉬었지만 인사하러 다니랴 술 마시랴 몸은 더 고달프기 십상.올 추석엔 차라리 가족이나 친척들이 옹기종기 모여 비디오를 보는게 어떨까? 나홀로 추석을 맞는 이들도 비디오를 벗삼아 ‘고요 속 풍요’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볼 만한 작품을 주제별로 소개한다. ●가족끼리 오순도순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 가족이 훈훈한 정이 담긴 영화를 함께 본다는 것은 적지않은 기쁨이다.이 경우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라면 할머니와 외손자가 티격태격하면서 쌓아가는 끈끈한 정을 담은 ‘집으로…’와,엄마를 찾아 가는 길손이와 감이 남매가 빚는 웃음과 눈물의 여행기를 그린 애니메이션 ‘오세암’이다.또 정신연령 7세 아버지가 딸의 양육권을 되찾으려고 눈물겹게 싸우는이야기를 다룬 ‘아이 엠 샘’,바람둥이 독신남과 홀 어머니 밑에 있는 12살 소년과의 우정을 통해 함께 사는 의미를 생각케 하는 ‘어바웃 어 보이’ 등은 어른 아이 모두 볼 만한 작품들이다.환상적인 마법학교로 초대하며 동심을 사로잡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비한 모험이 가득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웃집 토토로’,‘모노노케 히메’는 영화판 ‘스테디셀러’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다보면 화목함이 절로 찾아온다. ●뭐니뭐니해도 액션이지 그래도 연휴엔 잔잔함보다는 통쾌하고 시원한 장르로 일상에 찌든 심신을 달래야 한다고? 그러면 역시 청룽(成龍)으로 대변되는 액션물이 최고.‘샹하이 눈’에서의 화끈한 액션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킨 청룽이 영국과 청나라를 오가며 쿵후,펜싱,총격 등 다채로운 액션을 선보이는 ‘샹하이 나이츠’가 단연 눈에 들어온다. 전화박스라는 딱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지만 보이지 않는 저격수와의 숨가쁜 대결로 최고의 긴장감을 보여준 ‘폰 부스’,팬터지를가미한 색다른 액션 ‘반지의 제왕2:두 개의 탑’,지하철에서 긴박감 넘치는 액션을 보여준 한국형 블록버스터 ‘튜브’,최민수와 조재현의 카리스마 넘치는 무술대결로 화제가 된 ‘청풍명월’도 재미가 쏠쏠하다. ●그냥 웃으며 뒹굴기 대학내 에어로빅부 여학생들과 차력부 남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소재로 한 ‘색즉시공’,내가 살 곳 있는 현재 외에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는 현재가 있다면이라는 기발한 상상의 ‘역전에 산다’,돈봉투를 좋아하다 시골분교로 발령난 선생이 서울로 되돌아 오려고 발버둥치는 소동이 배꼽을 잡게하는 ‘선생 김봉두’,망가져서 더 떠버린 김하늘과 무뚝뚝한 매력의 권상우가 만나 선사하는 젊은 웃음이 담긴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은 만사 제쳐놓고 웃음에 빠지고 싶은 이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들이다.요란스러운 분위기 속에 여성·결혼·가족애 이야기를 위트있게 그린 ‘나의 그리스식 웨딩’,미워할 수 없는 백만장자 바람둥이 휴 그랜트와 말괄량이 변호사 샌드러 불럭이 벌이는 로맨틱 코미디 ‘투윅스 노티스’도 웃음 만들기에 한몫한다. ●예술영화에 푹 젖자 삭막한 일상에 부대끼느라 잊고있던 예술에 대한 갈증을 채우는 것은 어떨까.세 여인의 촘촘한 삶과 소리없이 다가온 일상의 위기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디 아워스’,니콜러스 케이지가 쌍둥이 시나리오 작가로 열연하면서 삶의 갈래길을 보여준 ‘어댑테이션’,흥행에선 참패했지만 대종상·부천영화제 등에서 잇단 수상으로 예술성을 공증받은 ‘지구를 지켜라!’가 주목할 만하다.내친김에 재출시된 명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고른다면 눈높이가 꽤 올라간다. 이종수기자 vielee@ (자료 제공:으뜸과 버금,영화마을)
  • 20·30代 이민 열병/코엑스 이민박람회 이틀새 1만5000명 몰려

    서울의 한 중소기업체에 다니는 오모(27)씨는 7일 오후 해외 이주·이민박람회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를 찾았다.캐나다 이민상담 부스에서 등록카드를 작성하던 오씨는 2년 전 취업준비생 시절의 악몽을 떠올리곤 쓴웃음을 지었다.명문 K대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졸업을 앞두고 대기업 10여곳에 입사원서를 냈지만 번번이 쓴잔만 마셨다.”고 말했다.동료들은 하나둘씩 대학원과 고시촌으로 떠났다.고민 끝에 친구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던 선박 관련 중소업체에 원서를 냈다.오씨는 “하루빨리 돈을 벌어 이 나라를 뜨고 싶은 생각뿐”이라고 털어놓았다. ●신청자 60%가 20·30대 20,30대 젊은층의 ‘엑소더스’ 물결이 거세다.6,7일 이틀간 한국전람 주최로 코엑스에서 열린 박람회에는 1만 5000여명의 이민 희망자들이 몰렸다.지난 3월 행사 때보다 4000여명이 늘었다.박람회장에 마련된 100여개의 부스는 이민자격과 수속방법,주택구입과 취업요령 등을 문의하는 예비 이민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주최측 관계자는 “30대가 대부분이지만 20대 희망자도예년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한 홈쇼핑회사가 90분간 실시한 캐나다 이민상품 판매에는 2935명의 신청자가 몰렸다.회사측은 신청자의 49.6%가 30대,10.8%가 20대라고 밝혔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올들어 8월 말까지 이민을 떠난 사람은 6934명.지난 6월에는 1173명으로 2001년 4월 이후 한달 최고치를 기록했다.외교부 관계자는 “최근 이민대행업체들의 문의가 부쩍 늘어 높아진 이민열기를 체감한다.”면서 “1년쯤 걸리는 이민절차를 감안하면 내년 하반기쯤 지금의 열풍이 통계로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취업,30대 자녀교육 이날 박람회를 찾은 20대와 30대의 이민 목적은 확연히 달랐다.30대는 자녀교육을,20대는 취업난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이민사유로 꼽았다. 컴퓨터엔지니어 윤정배(37)씨는 “어릴 때부터 막연히 이민을 꿈꿨지만 90년대 초반 기술이민 제도가 없어져 꿈을 접었다.”면서 “결혼한 뒤 자녀 교육문제 때문에 다시 이민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20대인 김선영(23·여·K대 불문과)·현호(21·D대 중국어과)씨 남매는 “취업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가족과 함께 캐나다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무슨 일을 하든 한국보다 나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박람회 참가업체인 MBC아카데미의 홍금희씨는 “투자이민이 대세일 때는 50,60대 재산가의 이민이 많았지만 독립이민이 생긴 90년대 말부터 경제난과 맞물려 20,30대 희망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한국전람이 지난달 31일부터 1주일간 이민 희망자 47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에서 2795명이 캐나다 이민을 희망했다.다음은 미국 2378명,호주 1721명,뉴질랜드 1192명,피지 364명 등의 순이었다. ●두뇌 유출 국가근간 흔들 수도 전문가들은 젊은층의 이민 바람을 세대의 특징과도 연관짓는다.문화평론가 정윤수씨는 “20대 후반,30대 초반 세대는 어학연수와 배낭여행 등 90년대 중반 세계화 물결의 혜택을 입고 자라난 세대”라면서 “모국에 대한 애착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바뀌는 이민을 어렵지 않게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일부에서는 젊은층의 ‘탈한국’ 열기를 크게 우려한다.이동연 문화사회연구소장은 “IT나 금융 등 첨단산업에 종사하는 고급두뇌의 유출은 국가경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사회문제”라고 지적했다.고려대 사회학과 조대엽 교수도 “20평대 아파트가 수억원을 호가하고 직장생활도 40세 이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염증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미래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려는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세영 김기용 홍희경기자 s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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