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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잉락 친나왓의 운명/김종면 논설위원

    “기업은 일종의 국가다. 국가는 하나의 기업이다. 둘은 같다. 경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태국의 전 총리 탁신 친나왓(62)은 그런 소신대로 나라를 경영한 정치 비즈니스맨이었다. 그러니 국가와 자신의 사업을 혼동했다. 돈으로 권력을 얻고, 그 권력으로 다시 돈을 벌어들인 위험한 재벌정치가. 하지만 빈민과 농민층에겐 소외받는 대중을 일으켜준 영웅으로 통했다. 엘리트 경찰에서 동남아 최고의 통신재벌로, 총리에서 마침내 극좌 혁명가가 되기까지 극적인 삶을 산 그를 빼고 태국의 정치를 말하긴 어렵다. 태국의 현재 모순과 미래의 전망이 그의 한몸에 응축돼 있다. ‘탁신의 제국’ 태국에서 지금 거대한 정치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그제 치러진 총선거에서 탁신 전 총리의 막내 여동생 잉락 친나왓(44)이 이끄는 제1야당 푸어타이당이 승리, 태국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하지만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쫓겨난 탁신 전 총리가 남긴 부(負)의 유산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외신에선 잉락에게 온갖 달갑잖은 수식어를 갖다 붙인다. ‘탁신의 트로이 목마’ ‘탁신의 아바타’ ‘태국의 에바 페론’…. 이쯤 되면 ‘남매 총리’ 기록을 세운 잉락에겐 반면교사도 정면교사도 탁신일 수밖에 없다. 잉락은 과연 탁신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을까. 제2의 에바 페론 운운하는 불명예를 떨쳐버릴 수 있을까. 심각한 경제난에도 모든 농민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하겠다는 등 선심성 공약을 쏟아냈으니 뒷수습이 문제다. 1940년대 아르헨티나 후안 페론 대통령의 부인 에바 페론은 ‘포퓰리즘의 대명사’였다. 잉락이 에바의 길을 가느냐 않느냐는 전적으로 그의 몫이다. 에바와 잉락의 포퓰리즘은 뿌리가 다르다. 그런 만큼 전개 양상 또한 다를 수 있다. 가난한 농부의 사생아로 태어나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낸 에바의 포퓰리즘이 한맺힌 핏빛 포퓰리즘이라면, 유복한 가정의 유학파 잉락의 그것은 단순한 선거용 장밋빛 포퓰리즘일지 모른다. 1932년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이래 18차례나 군부에서 들고 일어난 ‘ 쿠데타의 나라’. 어렵사리 점화된 민주화의 기운이 또다시 압사당해선 안 된다. 태국의 민주주의가 홍등가에 넘실대는 화려한 불빛만큼이나 허황한 것이란 소리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탁시노믹스’(탁신경제) 향수 속에 봇물을 이룬 태국판 포퓰리즘을 보는 우리의 소회는 착잡하다. 포퓰리즘 망국론까지 나오는 대한민국 아닌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할 일이 아니다. 우리 얘기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 [5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오전 7시 50분) 조용하기만 한 시골 마을. 정적을 깨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당당히 트럭 한 대가 나타난다. 밭일하던 아낙부터 밥 짓던 할머니까지 만사 제쳐둔 마을 사람들이 트럭 주변으로 모여든다. 이 수상하기만 한 트럭은 바로 권재근·최예화 부부의 만물 이동 슈퍼다. 바쁜 동네 사람들은 물론 집 지키던 강아지들까지도 반갑게 다가온다. ●1대100(KBS2 밤 8시 50분) 최강 입담을 자랑하는 개그맨 박명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대표 나민오가 각각 1인에 도전한다. 연예인 퀴즈 군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고용 노동부, 노·사 관련 단체, 안전보건 관련 협회, 안전보건 관련 단체,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 안전보건 관계자, 안전보건학과 교수 및 학생, 그리고 53인의 예심 통과자들이 함께한다. ●몽땅 내 사랑(MBC 밤 7시 45분) 순덕과 옥엽은 우연히 연예기획사로부터 길거리 캐스팅 된다. 둘은 각자 장기를 내세워 오디션을 본다. 그런데 옥엽은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순덕은 합격한다. 한편 김 원장이 샛별을 과잉 보호하는 것을 보고 파파걸이라고 말하는 태풍. 샛별은 자신이 좋아하는 태풍이 놀리자 창피해하며 김 원장에게 화를 내고 만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 30분) 1년 365일, 하루도 눈물 마를 날 없는 울음 폭탄 지윤이가 떴다. 한번 울었다 하면 30분은 기본이다. 눈물, 콧물, 땀범벅이 되어도 지칠 줄 모르는 ‘눈물 에너자이저’다. 그런 지윤이와의 울음 전쟁에 엄마는 하루하루 지쳐만 간다. 그리고 전문가를 경악시킨 아이의 울음을 막기 위한 지윤 엄마의 대처법을 함께 만나본다. ●다큐프라임(EBS 밤 9시 50분) 초등학생 남매와 엄마가 일주일간 캄보디아 여행을 떠났다. 쉽고 편리하게 일정을 소화할 수 있도록 패키지 상품을 선택했다. 흔히 ‘최저가 패키지’로 고객들을 유혹하며 수많은 옵션 관광으로 후유증을 남기는 여느 상품과는 다른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현지에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확인할 수 있는 공정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인데. ●멜로다큐 가족(OBS 밤 11시) 마산에서 가장 오래됐지만 가장 돈을 못 버는 예식장이 있다. 그곳엔 45년 동안 무료 예식장을 운영해 온 백낙삼·최필순 부부가 산다. 다시 태어나도 서로를 택할 것임은 물론, 한날한시에 죽는 게 소원이다. 부부는 45년 동안 결혼식을 올리며 1만 5000쌍에게 아름다운 인연을 맺어주었다. 이렇게 50년째 신혼으로 살고 있는 부부를 만나본다.
  • 첫 女총리 축제전야? 군부의 쿠데타 전야?

    태국은 신데렐라와 쿠데타를 함께 맞이할 것인가. 3일 태국 총선에서 탁신 친나왓(61) 전 총리의 막내 여동생 잉락 친나왓(44)의 총리 당선이 유력한 가운데 집권세력인 군부가 이 결과를 수용할지 태국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녀가 탁신의 여동생이라는 점에서 5년 전 탁신을 쿠데타로 축출한 군부가 가만있겠느냐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쿠데타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태국 제1야당인 푸어타이당 후보로 나선 잉락은 정치 경험이 두 달도 채 안 되는 초보 정치인이지만 빼어난 외모에 대중친화적인 언변을 자랑한다. 오빠의 지지층인 빈민, 농민은 물론 중산층까지 아우르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아피싯 웨차치와 현 총리를 제친 상태다. 태국 치앙마이대학교에서 정치·행정학을 전공한 잉락은 미국 켄터키주립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부동산·통신회사 대표 등을 지냈다. 기업인 아누손 아몬찻과의 사이에 아들 1명을 두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 머물면서 재기를 노리고 있는 탁신 전 총리는 여러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푸어타이가 승리하더라도 2006년 쿠데타에 대한 복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군부에 화해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 프리드리히에버트재단 방콕 사무소의 마크 색서 소장은 “탁신은 푸어타이당의 승리와 함께 정치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반대세력인) 엘리트층과의 ‘그랜드바겐’을 준비하려는 양면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탁신 진영의 진화책에도 불구하고 태국 군부는 막판까지 잉락의 당선을 저지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쿠데타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을 일축하면서도 “푸어타이를 지지하는 것은 태국 왕정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잉락 총리’ 저지에 나섰다. 탁신 남매의 재산 은닉 혐의를 부각시키면서 잉락이 당선될 경우 자칫 총리직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지지층을 압박하고 있다. 5년 전 군부의 쿠데타 이후 태국과 관계가 틀어졌던 미국도 총선 향방에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 자칫 태국의 정국이 혼란으로 치달을 경우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자국의 동남아시아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부 당국자들이 물밑 외교채널을 통해 태국 정부와 군부에 총선 결과를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말한다] (11) 자살 같았던 사건의 진실

    [범죄는 흔적을 말한다] (11) 자살 같았던 사건의 진실

    “여기 방이동(서울 송파구)인데요, 노래방 문 좀 따주세요.” 2010년 9월 20일 밤 10시. 119신고센터에 20대 여성의 다급한 요청이 들어왔다. 닷새 전 노래방 문을 연다고 나간 A(당시 46세)씨를 애타게 찾던 첫째딸(당시 28세)의 목소리였다. 구조대가 급히 달려간 지하 노래방은 앞뒤로 굳게 철문이 닫혀 있었다. 119 대원이 한참을 씨름하던 잠금장치를 절단하고 문을 열자 고약한 냄새가 확 풍겼다. 뭔가 썩는 냄새였다. 노래방 주인 A씨가 가족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는 순간이었다. 자살이었다. 한눈에 들어온 현장은 그랬다. 시신이 누워 있던 노래방 내실 탁자에서는 유서가 담긴 흰 봉투와 먹다 남은 소주병 2개가 나왔다. A4 용지 2장 분량의 유서에는 구구하게 긴 사연이 담겨 있었다. 1년 전 남편 유산으로 시작한 노래방이 생각만큼 잘 안돼 속상하다는 이야기로 시작해 3남매가 엄마 마음을 몰라줘 섭섭했다는 사연, 자신은 재미있게 살지 못했지만 자식들은 서로 의지해 가며 정겹게 인생을 살라는 당부 등이 이어졌다. 노래방과 살던 집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숨겨놓은 통장은 어디에 있는지, 출금 비밀번호는무엇인지 등도 적혀 있었다.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로 인쇄돼 마지막에 도장까지 찍힌 유서는 남이 썼다고는 상상도 못할 만큼 세세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자살이라고밖에는”… 유서 2장과 소주병 A씨의 왼쪽에는 피묻은 칼이 놓여 있었다. 노래방 부엌에 있던 식칼이었다. 칼은 명치와 왼쪽 손목 2군데에 상처를 냈다. 치명상은 명치 쪽인 듯했다. 정황상으로 보면 A씨는 평소에 자살을 고민해 왔고, 결국 어느 날 노래방 문을 잠그고 술을 마신 뒤 1차로 손목을 2차례 긋고 나서 다시 명치 부위를 스스로 찌른 것으로 보였다. 자칫 억울하게 묻힐 뻔했던 A씨 피살의 한을 풀어 준 사람은 베테랑 형사였다. 자살 치고는 현장이나 시신이 지나치게 깔끔했다. A씨가 자살한 쪽방은 성인 2명 정도가 겨우 누워 잘 수 있는 크기. 그나마 가로로는 누울 공간조차 나오지 않을 만큼 좁은 방이었지만 벽에 피가 튄 흔적이 전혀 없었다. 바닥에 고여 있는 혈액의 양도 이상하리만큼 적었다. ●“최후 순간에는 주저하기 마련, 그러나…” 피해자의 몸에 난 상처도 주저흔(hesitation marks) 하나 없이 지나치게 깨끗했다. 주저흔이란 자살하려는 사람이 한번에 치명상을 만들지 못하고 여러 차례 자해한 흔적을 남기는 것을 말한다. 주로 치명상 주위에 생기는데 송곳에 찔린 듯한 작은 것부터 1~2㎝까지 많게는 수십개가 남기도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는 “사망자의 몸에 칼에 찔린 상처가 많고 외부로 흘러나온 혈액이 많으면 타살로 간주하기 쉽지만 자살인데도 그렇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흉기로 자살하려는 사람은 고통 없이 빨리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치명적인 곳을 못 찾거나 주저하게 돼 스스로 여러 곳에 상처를 입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 자녀도 “자살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A씨가 워낙 솔직하고 화통해 우울증이나 자살과는 거리가 먼 데다 유서도 어색하다고 했다. 유서에는 “내가 글씨를 잘 못써 PC방 점원에게 워드(워드프로세서)를 배웠는데, 유서 쓰는 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돼 있었다. 하지만 자녀들은 컴퓨터를 전혀 모르는 엄마가 어느 결에 워드를 배웠는지도 의문이고, 굳이 유서를 워드로 작성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유서 속 단어들이 평소 엄마의 말투와 전혀 달랐다. ●생활반응이 말해 주는 사건의 진실 A씨의 시신에 대해 부검 결정이 났다. 치명상은 가슴에 난 창상이었다. 찔린 곳은 한 곳이었지만 칼이 만든 상처의 끝부분이 묘하게 변해 있었다. 치명상을 입히려고 같은 곳을 정확하게 두 번 찔렀을 때에나 생기는 현상이다. 자살하는 사람이 스스로 치명상이 난 곳을 정교하게 찾아 두 번 칼을 찌를 리 없다. 자살 현장이 조작됐음을 말해주는 결정적인 증거는 시신 왼쪽 손목의 상처였다.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했다는 A씨의 상처에 ‘생활반응’(生活反應·특정 충격에 대해 살아 있는 몸이 보이는 반작용)이 나오지 않았다. 너무 적은 출혈량 등을 감안했을 때 살아있는 상태에서 손목을 그었다기보다는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만든 가짜 상처로 결론났다. 하지만 의문은 계속됐다. 범인이 누구이기에 통장 비밀번호는 물론이고 남의 가족사를 줄줄이 꿰고 있을까. 그렇다면 범인은 3남매 중 하나일까. 주변인물을 대상으로 수사가 시작됐다. 정작 범인 색출은 싱겁게 마무리됐다. 유서 봉투에서 둘째 딸(당시 25세)의 헤어진 동거남(당시 25세)의 지문이 나왔다. A씨 사망현장에 그가 있었다는 얘기다. 친척집에 숨어 있던 동거남은 순순히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그는 1년 넘게 A씨의 둘째딸과 동거를 해왔지만 최근 자주 다투면서 때리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사건이 나기 한달 전 동거녀가 가출하자 노래방에 찾아가 “딸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A씨에게 면박을 당한 뒤 모욕감에 범행을 결심했다. 그는 “결혼식은 못 치렀지만 1년 이상을 사위처럼 살면서 집안 대소사를 챙기고 상주 노릇까지 했는데 장모가 나에게 너무 모질게 대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

     “여기 방이동(서울 송파구)인데요, 노래방 문 좀 따주세요.”  지난해 9월 20일 밤 10시. 119신고센터에 20대 여성의 다급한 요청이 들어왔다. 닷새 전 노래방 문을 연다고 나간 A(당시 46세)씨를 애타게 찾던 첫째딸(당시 28세) 목소리였다. 구조대가 급히 달려간 지하 노래방은 앞뒤로 굳게 철문이 닫혀 있었다. 119 대원이 한참을 씨름하던 잠금장치를 절단하고 문을 열자 고약한 냄새가 확 풍겼다. 뭔가 썩는 냄새였다. 노래방 주인 A씨가 가족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는 순간이었다. ●“자살이라고밖에는” 유서 2장과 소주병  자살이었다. 한눈에 들어온 현장은 그랬다. 시신이 누워 있던 노래방 내실 탁자에서는 유서가 담긴 흰 봉투와 먹다 남은 소주병 2개가 나왔다. A4 용지 2장 분량의 유서에는 구구하게 긴 사연이 담겨 있었다. 1년 전 남편 유산으로 시작한 노래방이 생각만큼 잘 안돼 속상하다는 이야기로 시작해 3남매가 엄마 마음을 몰라줘 섭섭했다는 사연, 자신은 재미있게 살지 못했지만 자식들은 서로 의지해 가며 정겹게 인생을 살라는 당부 등이 이어졌다. 노래방과 살던 집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숨겨놓은 통장은 어디에 있는지, 출금 비밀번호는무엇인지 등도 적혀 있었다.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로 인쇄돼 마지막에 도장까지 찍힌 유서는 남이 썼다고는 상상도 못할 만큼 세세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A씨의 왼쪽에는 피묻은 칼이 놓여 있었다. 노래방 부엌에 있던 식칼이었다. 칼은 명치와 왼쪽 손목 2군데에 상처를 냈다. 치명상은 명치 쪽인 듯했다. 정황상으로 보면 A씨는 평소에 자살을 고민해 왔고, 결국 어느 날 노래방 문을 잠그고 술을 마신 뒤 1차로 손목을 2차례 긋고 나서 다시 명치 부위를 스스로 찌른 것으로 보였다. ●“누구라도 최후의 순간에는 주저하기 마련, 그러나…”  자칫 억울하게 묻힐 뻔했던 A씨 피살의 한을 풀어 준 사람은 베테랑 형사였다. 자살 치고는 현장이나 시신이 지나치게 깔끔했다. A씨가 자살한 쪽방은 성인 2명 정도가 겨우 누워 잘 수 있는 크기. 그나마 가로로는 누울 공간조차 나오지 않을 만큼 좁은 방이었지만 벽에 피가 튄 흔적이 전혀 없었다. 바닥에 고여 있는 혈액의 양도 이상하리만큼 적었다.  피해자의 몸에 난 상처도 주저흔(hesitation marks) 하나 없이 지나치게 깨끗했다. 주저흔이란 자살하려는 사람이 한번에 치명상을 만들지 못하고 여러 차례 자해한 흔적을 남기는 것을 말한다. 주로 치명상 주위에 생기는데 송곳에 찔린 듯한 작은 것부터 1~2㎝까지 많게는 수십개가 남기도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는 “사망자의 몸에 칼에 찔린 상처가 많고 외부로 흘러나온 혈액이 많으면 타살로 간주하기 쉽지만 자살인데도 그렇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흉기로 자살하려는 사람은 고통 없이 빨리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치명적인 곳을 못 찾거나 주저하게 돼 스스로 여러 곳에 상처를 입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 자녀도 “자살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A씨가 워낙 솔직하고 화통해 우울증이나 자살과는 거리가 먼 데다 유서도 어색하다고 했다. 유서에는 “내가 글씨를 잘 못써 PC방 점원에게 워드(워드프로세서)를 배웠는데, 유서 쓰는 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돼 있었다. 하지만 자녀들은 컴퓨터를 전혀 모르는 엄마가 어느 결에 워드를 배웠는지도 의문이고, 굳이 유서를 워드로 작성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유서 속 단어들이 평소 엄마의 말투와 전혀 달랐다. ●생활반응이 말해 주는 사건의 진실  A씨의 시신에 대해 부검 결정이 났다. 치명상은 가슴에 난 창상이었다. 찔린 곳은 한 곳이었지만 칼이 만든 상처의 끝부분이 묘하게 변해 있었다. 치명상을 입히려고 같은 곳을 정확하게 두 번 찔렀을 때에나 생기는 현상이다. 자살하는 사람이 스스로 치명상이 난 곳을 정교하게 찾아 두 번 칼을 꽂을 리 없다.  자살 현장이 조작됐음을 말해주는 결정적인 증거는 시신 왼쪽 손목의 상처였다.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했다는 A씨의 상처에 ‘생활반응’(生活反應·특정 충격에 대해 살아 있는 몸이 보이는 반작용)이 나오지 않았다. 너무 적은 출혈량 등을 감안했을 때 살아있는 상태에서 손목을 그었다기보다는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만든 가짜 상처로 결론났다.  하지만 의문은 계속됐다. 범인이 누구이기에 통장 비밀번호는 물론이고 남의 가족사를 줄줄이 꿰고 있을까. 그렇다면 범인은 3남매 중 하나일까. 주변인물을 대상으로 수사가 시작됐다. 정작 범인 색출은 싱겁게 마무리됐다. 유서 봉투에서 둘째 딸(당시 25세)의 헤어진 동거남(당시 25세)의 지문이 나왔다. A씨 사망현장에 그가 있었다는 얘기다. 친척집에 숨어 있던 동거남은 순순히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그는 1년 넘게 A씨의 둘째딸과 동거를 해왔지만 최근 자주 다투면서 때리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사건이 나기 한달 전 동거녀가 가출하자 노래방에 찾아가 “딸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A씨에게 면박을 당한 뒤 모욕감에 범행을 결심했다. 그는 “결혼식은 못 치렀지만 1년 이상을 사위처럼 살면서 집안 대소사를 챙기고 상주 노릇까지 했는데 장모가 나에게 너무 모질게 대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서울신문의 주간 기획물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큰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게재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 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할 땐 미제사건 2) 죽음의 성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 직전의 성적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오열했던 남편 부인을 독살하다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목 졸려 죽은 시신의 ‘마지막 증언’ 운전석 아내 목졸라 살해하고 차는 낭떠러지로… 5) 강간 후 살해된 성전환 여성 恨풀다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대변 속 100억분의 1g DNA 난관 속 사건 푼 ‘최후의 단서’ 7) 정관수술한 지능적인 연쇄성폭행범 ‘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8) 핏자국 속 엽기 살인범의 족보 혈흔 속 性염색체로 ‘악마의 姓’ 찾아내다 9)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10) 급성 수분중독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너무나 깨끗한 자살현장이 타살을 증명했다”-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호흡이 지목한 범인은 그의 아들이었다-화재사 속에 숨은 타살의 흔적찾기 13) 車운전석 그녀의 주먹쥔 양팔-‘에어컨은 억울했다’
  • 美 동화작가 “입양자녀 눈높이 맞춰 한국문화 소개”

    美 동화작가 “입양자녀 눈높이 맞춰 한국문화 소개”

    한국인 어린이 2명을 입양한 미국인 부모가 자녀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도록 돕기 위해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책을 펴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4월 ‘한국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책을 펴낸 17년 경력의 초등학교 교사 출신 앤 마틴 볼러(55).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인근에 사는 볼러는 한국에서 각각 생후 5개월 때 입양한 세라(19·여)와 제이컵(13)을 포함해 모두 5명의 자녀를 둔, 어린이 책을 쓰는 전업 작가다. 이 책은 볼러의 14번째 작품으로 총 64쪽 분량이다. 한국의 역사와 종교, 전래동화, 각종 놀이와 전래동요, 전통의상과 음식, 명절 풍습 등을 친근한 삽화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특히 제기나 연, 탈 등 놀이기구 만드는 법과 불고기와 김치, 김밥 등 한국 요리 조리법까지 수록하고 있어 친밀감을 더한다. 세밀한 기획과 친근한 삽화 등으로 완성도가 높아 아마존닷컴과 반스앤드노블 등 미국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에서 인기가 높다. 볼러는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세라와 제이컵을 입양할 때는 이미 3남매를 두고 있어 어떻게 길러야 할지 걱정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친구들이 눈과 머리카락이 왜 갈색 또는 검은색인지, 다른 동양계 아이들처럼 수학은 잘하는지 등을 묻는다는 세라의 말을 듣고 이들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는 세라와 제이컵이 김치와 젓가락 사용법 등 한국 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이런 것들을 알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책을 쓰게 됐다. 그래야만 아이들이 백인사회와 한국계 사회 모두에서 편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볼러는 두 아이들이 한국 문화에 친근해지고 한국에 대한 뿌리를 잃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한국의 친구들’이라는 주말학교에 보냈다. 이번 책을 기획한 2년 전부터는 한인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한국을 두 차례 방문했다. 이번 책은 미술에 관심이 많은 제이컵이 삽화에, 요리에 관심이 많은 세라가 한국 음식 부분 제작에 참여한 가족들의 공동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지금 대전청사에선…] 중기청, 기술창업 소설 낸 까닭은

    중소기업청이 이례적으로 ‘관’ 냄새를 뺀 유료 창업소설을 발간했고 한국철도시설공단(철도공단)은 고속철도 안전성 논란 속에 업체 간 ‘이전투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무원의 틀 깬 유료 창업서적 중소기업청이 청년 기술창업 매뉴얼 ‘넌 대리해, 난 사장할게’를 출간했다. 기술창업의 70% 이상이 이공계로 창업지식과 자신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이를 만회하는 방안을 담았다. 또 절차 위주로 구성돼 현실성이 떨어지고 이해가 힘들다는 기존 창업관련 서적의 문제점을 완전히 탈피했다. 집필은 창업 기업인과 교수, 공무원 등이 참여해 창업 과정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모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구성했다. 사이 좋은 남매 현우와 빛나, 여기에 창업을 꿈꾸는 빛나의 남자친구 병준이 함께 등장한다. 단계별 위험요소와 이에 대한 대처법을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알려주는 한편, 다양한 정보도 수록했다. 서승원 창업벤처국장은 “제대로 된 창업 길잡이를 만들자는 취지로 유료화(1만 5000원)했다.”면서 “인세는 청년 기업가 정신 확산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작은 일에도 깜짝 놀란 철도공단 경부고속철도의 안전성 문제가 대두된 가운데 시설주체인 철도공단에 초비상이 걸렸다. KTX 차량 문제에서 시작된 논란이 레일 체결장치와 선로전환기 등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로전환기는 잦은 고장 원인이 제품 문제인지, 시공 문제인지를 규명하지 못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공단은 “엄정한 과정을 거쳐 제품을 선정했다.”고 항변하고 있으나 제보가 잇따르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공단 관계자는 “호남고속철도와 수도권고속철도 사업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업체들이 마타도어 식으로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업계에서는 공단이 2009년 침목균열 사고 때처럼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분기기와 선로전환기를 ‘한국형’으로 재구성한 무모한(?) 도전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고속철도 관련 기술과 부품 국산화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겪는 과정”이라며 “공단은 문제가 제기되는 것 자체가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 첫 내한 강연 “집안일 노하우는 돈 버는 아이디어”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 첫 내한 강연 “집안일 노하우는 돈 버는 아이디어”

    “마흔이나 쉰 살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결코 늦은 때가 아닙니다. 저는 마흔 살에 ‘엔터테이닝’이란 첫 책을 썼고, 쉰 살에 잡지 ‘마사 스튜어트 리빙’을 창간했습니다.” ‘살림의 여왕’이라 불리며 전 세계 주부들에게 꿈을 제시한 미국인 마사 스튜어트(70)가 14일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에서 ‘슈퍼 토크-당신의 인생을 바꾸라’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폴란드계 이민자의 6남매 가운데 큰딸로 태어난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요리와 바느질에 대한 열정은 어머니로부터, 정원 일은 아버지로부터 배웠다고 한다. 스튜어트는 여러 직업을 거쳤다. 첫 번째 일은 대학 학비를 충당했던 모델 활동이었다. 모델 일로 자신감을 갖게 됐으며 대학을 졸업하고는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일했다. 육아를 위해 증권회사를 그만둔 스튜어트는 파이를 만들어 파는 출장 요리로 첫 사업을 시작했다. 이어 가정살림에 대한 지혜와 비법을 집대성한 잡지 ‘마사 스튜어트 리빙’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에미상을 여섯 차례나 받은 TV쇼를 시작할 때는 많은 이들이 잡지가 더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한다. “기우와 달리 잡지 구독자와 TV 시청자는 서로 달랐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고 스튜어트는 당시를 회고했다. 잡지 ‘마사 스튜어트 리빙’은 아이패드로 읽는 전자잡지로도 발행된다. 스튜어트는 “디지털은 미디어 환경을 바꾸고 있다. 앞으로 5년 안에 전자잡지냐, 종이잡지냐가 결정될 것”이라며 “나는 하루에 단지 5분만 트위터에 투자한다. 디지털 기술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료는 물론 페인트, 집까지 만들어내는 그는 ‘마사 스튜어트’라는 브랜드가 문화 차이에도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이유에 대해 “이웃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어느 날 ‘마사, 당신은 평범한 것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 집안일을 잡일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바꾸어 놓았소’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로는 주식 부당거래 때문에 5개월간 교도소에서 살았던 때를 떠올렸다. 하지만 마사 스튜어트 브랜드를 사랑하는 소비자들이 떠나지 않았기에 오히려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스튜어트는 강연회 청중의 대부분을 차지한 한국 여성들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믿는 것이 성공적인 사업가가 되는 길”이라며 “나는 여전히 정원 일을 하고 매일 새로운 책을 읽고 배운다. 사람들이 어떻게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느냐고 묻지만 나에겐 일이 곧 삶”이라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동대문구, 주거 불명자 9명 찾아 지원

    최근 ‘화장실 거주 3남매’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동 주민센터 복지 사각지대 조사팀에 의해 주거 불명자들이 무더기로 발굴됐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권자 선정과 긴급지원 대상에 오르게 됐다. 13일 동대문구에 따르면 전농1동 주민센터는 오는 15일까지를 ‘복지사각지대 제로 기간’으로 정하고 주민생활지원팀 7명과 통장, 직능단체 회원 등 조사팀을 운영하고 있다. 조사팀은 지난 8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청량리역 주변, 전농동 ‘588’ 일대, 쪽방촌, 공원 등을 대상으로 중점 순찰활동을 펼친 결과 폐지수거 차량에서 잠자는 남자 1명과 청량리역 주변과 여인숙에 기거하는 여자 2명 등 9명을 찾아냈다. 모두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서 제외된, 그야말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다. 주민센터는 지난 9일에는 주민자치위원회에서 후원한 여름 이불 20채를 쪽방촌 거주자들에게 제공했으며, 헌 이불 수거와 함께 집안의 묵은 때를 말끔히 제거하는 대청소와 소독작업을 벌였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기발한 상상력 뭔지 보여줄게”

    #퀴즈 : 1~3단계 힌트의 공통점은? 1단계 나홍진(추격자·황해), 원신연(구타유발자들·세븐데이즈), 박인제(모비딕), 윤종빈(비스티보이즈), 박정범(무산일기), 조성희(짐승의 끝) 2단계 비정성시,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희극지왕, 절대악몽, 4만번의 구타 3단계 10회째를 맞는 한국의 대표적인 단편영화제 1단계에서 눈치챘다면 대단한 영화광일 터. 걸작 반열에 오른 영화 제목을 빌리거나 재치있게 비튼 2단계에서는 외려 헷갈릴지도 모른다. 3단계에서도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한들 나무랄 일은 아니다. 정답은 ‘장르의 상상력전(展)’이란 부제가 붙은 미쟝센단편영화제(MSFF)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MSFF(대표 집행위원 류승완 감독)가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다. 비정성시(사회적 관점을 다룬 영화),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멜로), 희극지왕(코미디), 절대악몽(공포·판타지), 4만번의 구타(액션·스릴러)는 바로 MSFF의 5가지 경쟁 부문 이름이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62편의 단편이 각 부문별로 선보인다. 총 816편이 출품됐으니 13대1의 경쟁을 뚫은 셈이다. 비경쟁 부문도 시선이 간다. ‘MSFF 초이스(선택) 2002~2010’이란 제목 아래 역대 경쟁 부문 감독 542명의 투표로 선정된 10편의 작품과 맹수진·변성찬·신은실·안시환 4명의 영화평론가가 뽑은 10편이 각각 상영된다. 나홍진 감독의 ‘완벽한 도미요리’와 원신연 감독의 ‘빵과 우유’, 박인제 감독의 ‘여기가 끝이다’, 윤종빈 감독의 ‘남성의 증명’ 등 이미 상업영화 감독으로 입지를 굳힌 이들의 단편을 만날 수 있다. 조성희 감독이 연출한 ‘남매의 집’도 놓치기 아깝다. 1회 영화제(신재인 감독 ‘재능있는 소년 이준섭’) 이후 7년 만에 배출된 대상 작품이다. 최근 9년간의 장르별 최우수작품들(총 45편)도 다시 상영된다. 특히 ‘절대악몽’과 ‘4만번의 구타’ 부문 수상작들은 ‘심야의 절대구타’란 제목으로 밤 11시부터 상영된다.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오가는 배우의 작품을 모은 특별전도 마련됐다. 정유미가 출연한 ‘가족 같은 개, 개 같은 가족’을 비롯해 ‘티스토리’(배두나), ‘클로스 투 유’(정우성), ‘K&J 운명’(손병호), ‘히치하이킹’(이선균) 등을 볼 수 있다. 개·폐막식 6000원, 일반상영 5000원, 심야상영 1만원. 예매는 홈페이지(http://www.msff.or.kr/2011/index.asp)를 통해 가능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기획]최고경영자=②락희(樂喜)「그룹」구자경(具滋暻)씨

    [기획]최고경영자=②락희(樂喜)「그룹」구자경(具滋暻)씨

     「러키6」3대(代)의 우애(友愛)로 뭉친「러키·그룹」  푼돈 아껴쓰고 큰돈은 아낌없이 쓰라는 선대(先代)의 유훈(遺訓)이어  선대인 구인회(具仁會)씨가 6형제, 2대째인 자경(滋暻·54)씨도 6형제, 자경(滋暻)씨 역시 6남매를 두고 있으니 오늘의 락희(樂喜)「그룹」은「러키·6」3대의「러키·그룹」이라고 할만도 하다.  락희(樂喜)화학·금성(金星)사·반도(半島)상사와 호남(湖南)정유·호남(湖南)전력 등「러키」산하 20개 업체의 1년간 외형 거래액 총액은 9백억원. 하지만「러키」의 진짜 자본은 돈 아닌 우애(友愛)라는 것이 자경(滋暻)씨의 얘기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재벌 중 완전하게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재벌이 바로「러키·그룹」이다. 70년 1월 창업주이던 1대 총수 연암(蓮庵) 구인회(具仁會)씨가 작고하자 맏아들인 자경(滋暻)씨가 그 뒤를 이어 2대 회장에 취임함으로써「러키」의 세대교체는 창업 23년만에 이루어졌다. 『아버님이 돌아가시자 맡기는 맡아야 할텐데 그저 아득하기만 하더군요. 빚도 많고 할 일도 많은데 어떻게 요리해야 할 지 정말 몰랐어요』  자경(滋暻)씨는 제2대 회장에 취임한 뒤 1년 동안을『생애 중 가장 바빴고 1년 동안 정신이 없었던 해』라고 회고했다.  이 어려운 고비를 넘기는데 공헌한 것이 바로 구(具)씨 일가의 돈독한 우애(友愛)였다는 얘기다. 형님(仁會)은 돌아가셨지만 남은 5형제가 장조카 자경(滋暻)씨를 도와 뿌리 깊고 가지 많은「러키」를 흔들리지 않게 이끌어온 것.  비록 회장직은 장조카인 자경(滋暻)씨에게 넘어왔지만 자경(滋暻)씨의 다섯 삼촌들은「러키」안에 건재하다. 큰 삼촌인 철회(喆會)씨가「러키」운영위원회 의장으로 집안의 어른 겸 사업상 자경(滋暻)씨의 후광이 되어 주고 있으며 3째인 정회(貞會)씨는 금성(金星)전기, 5째 평회(平會)씨는 호남(湖南)정유, 6째 두회(斗會)씨는 범한(汎韓)화재를 맡고 있으며, 4째 태회(泰會)씨는 정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또 선대때부터 함께 일해 온 허준구(許準九·금성전선 사장)씨 허신구(許愼九·러키화학 사장) 형제와 먼 일가뻘인 하태(河泰·대한유조선 사장)씨, 하종배(河鍾培·국제신보 사장)씨가 있고 경영자로 모셔온 박승찬(朴勝璨·金星 사장) 이보형(李寶衡·汎韓해상화재보험 사장) 윤욱현(尹煜鉉·金星통신 사장)씨가 선대에 이어 계속「러키」의 주춧돌로 일해 오고 있다.  당초 자경(滋暻)씨가「러키」를 이어받을 때 항간에선 다섯 삼촌과 30여명이 넘는 사촌 등 방대한 가계(家系) 때문에 필경은 재산 싸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러나 이 예상은 3년이 지난 오늘 오히려 선대 때보다 더 굳은 단결력을 보임으로써 예상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아버님은 늘 가족간의 화목·우애를 제1로 삼으셨죠. 그 다음이 푼돈은 아껴쓰고 큰돈은 아낌없이 쓰라는 거였죠』  「러키」의 첫 출발은 1947년 부산에「러키」화학공업사를 세우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일본인이 남기고 간 적산(敵産)에 손을 대 돈을 벌었으나 인회(仁會)씨는 적산에 한번도 손댄 일이 없다는 것이 자랑이다.  「러키」가 본격적으로 자라나기 시작한 것은 6·25동란 중이던 1952년「러키」치약을 생산해 내면서부터 였다. 당시 미제「콜게이트」치약이 판을 치고 있던 국내시장에서「러키」치약은 싼 값으로 동네 구멍가게부터 파고들기 시작, 끝내는「콜게이트」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말았다.  「러키」의 2번째 큰 싸움은 외래품으로 충당해 오던 합성수지에 손을 댄 것. 여러 차례 합작투자의 유혹이 있었지만 이를 물리치고「홍콩」「마카오」등지서 화상(華商)들을 통해 들여오던 외제 합성수지를 쫓아내는 데 성공했다.  다음이 선풍기·「라디오」등 가전(家電)전기제품.「플래스틱」선풍기의 생산으로 일제 선풍기를 몰아냈고, 4·19 직후「외래품 판매금지법안」통과로 우리나라 각 가정에 금성사(金星社)「라디오」를 보급시키는데 성공했다.  한편 53년에 세워진 반도(半島)상사를 통한 수출입업은 계속되었으며, 62년 세워진 금성(金星)전선이 체신부에 납품된 전기 제품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여력을 몰아 해외에 진출하게 됐다.  한해 1천5백만달러를 차지하는「러키」수출고의 대부분은 금성(金星)전선의 제품. 통신기의 금형(金型)을 서독에 수출하는가 하면「브류셀」에 있는「나토」본부의 자동전자교환대는 모두 금성사(金星社) 제품. 또「프랑크푸르트」「멕시코」공항에는「러키」제품의 ESK자동전자교환대가 설치되어 있다.  67·68년에 세워진 호남(湖南)정유·호남(湖南)전력에 투자하는가 하면 이를 실어나를 대한유조선·범한(汎韓)해상보험도 인수했고 대한(大韓)전선과 합자로 한국(韓國)제련광업을 인수했다.  한편 부산 국제신보와 부산 MBC-TV·「라디오」도 인수, 문화사업에도 손을 댔다. 창업 23년만에 총 산하업체 20여개의「매머드」기업「러키·그룹」으로 성장한 것이다.  『50년 처음「러키」화학에 제가 평사원으로 입사했을 땐 종업원이 통틀어 60여명이었습니다. 지금은 2만명 가까운 대식구로 늘어났습니다만. 말단 직원과 함께 섞여 치약을 만들고「플래스틱」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러키」의 총수이지만 자경(滋暻)씨는「러키」입사후 만 12년만인 62년 겨우 전무 자리에 앉은, 지독히도 승진이 늦은 편이었다.  『실무를 알아야 한다는 선친의 뜻이었죠. 회사에선 평사원으로 일하고 가족 사이에 무슨 「트러블」이 생기면 가족대표란 뜻으로 꾸중은 혼자 들으며 자랐읍(습)니다』  자경(滋暻)씨는 경영합리화 과정에 선친과 함께 일해 오던「러키」의 노신(老臣)들을 자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지금 생각해도 가슴 아프다고 했다.  『이제「러키」는 국내시장보다 수출에 눈을 돌릴 겁니다.「플래스틱」제품의 경우 원료인 PVC만 충분하면 수출시장은 얼마든지 열려 있읍(습)니다. 그래서 75년께는 제품 생산만이던「러키」를 원료 생산에도 손대게 할 생각입니다』  자경(滋暻)씨는 또 회장직을 맡으면서부터「러키」총 재산의 40%를 들여 부친의 호를 딴 연암(蓮庵)문화재단을 세웠다.  연암(蓮庵)재단은 매년 서울대·고려대·연세대·부산대 등 4개 대학 공과계통 대학생 1백명에게 등록금 전액을 대어주는 한편 1년 6백만원의 연구비를 국내 과학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연암(蓮庵)재단은 지난 번 종합감사서 3·1문화재단과 더불어 가장 실적이 우수한 문화재단으로 뽑혔다.  지금까진 한해 4천5백만원의 예산을 써왔으나 올해부턴 7천만원을 쓸 수 있다는 얘기다.  「러키·그룹」은「매머드」기업답게 가족 또한「매머드·그룹」이다. 인회(仁會)씨 6형제 말고도 자경(滋暻)씨대에 벌써 4촌간이 30여명. 3대째 자녀들까지 합치면 1백여명이 넘는다. 이들「매머드」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일년에 단 두번뿐. 5월8일 어머니 날과 8월 초순 모든 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간때 뿐이다.  어머니 날이면 생존해 계신 자경(滋暻)씨 자당(慈堂)에게 모두 모이며 여름방학 땐 부산 교외 송정리(松汀里)에 있는 여름별장이 모두 모여드는 것.  형제간의 우애 못지않게 효성이 지극한 것도「러키」의 특징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이해타산이 빨라 깊은 맛이 없읍(습)니다. 젊은이에겐 사회 첫발이 가장 중요하고 일단 어느 분야에 투신하면 끈기가 있어야 합니다』  자경(滋暻)씨는「러키」의 젊은 사원들에게 새해부턴 대폭 승진의 기회를 열어주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예전엔「골프」나 낚시, 사냥을 자주 즐겼지만 지금은 워낙 바빠 전혀 못하는 형편. 그 대신 틈이 나면 젊은 사원들과 어울려 김치, 깍두기에 막걸리를 마시는 소박한 재벌 2세다. <昌> <구자경(具滋暻)씨 약력>  ▲1914년 4월24일=경남 진양군(현 진주시) 지수면 승내리 367의 2서 태어남  ▲1944년=진주중학교(5년제) 졸업  ▲1945년=진주사범학교 졸업  ▲1945년=부산공립사범학교 교사  ▲1950년=락희화학공업사 이사  ▲1959년=금성사 이사  ▲1962년=락희화학 전무이사  ▲1963년=부산시교위 위원  ▲1967년=대한상의 특별위원  ▲1968년=금성사 부사장  ▲1970년=락희그룹 제2대 회장,전경련 이사,연암문화재단 이사장,수출유공 동탑산업훈장  ▲1971년=부산문화TV 회장  ▲1972년=한국과학기술재단 이사 [선데이서울 73년 1월14일 제6권 2호 통권 제222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8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당시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 오바마, 아버지의 날 메시지 “아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 바로 부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아버지의 날’(6월 19일)을 앞두고 두 살 때 자신의 곁을 떠난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며 아이들과 함께 있어 주자는 간결하고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8일(현지시각) abc 방송에 따르면 그는 곧 발매될 ‘피플’지에 아버지 없이 자란 경험을 밝히면서 좋은 아버지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오바마의 아버지는 그를 재즈 콘서트에 데려가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농구공을 사줬지만 두 살 때 떠나버렸다. 이후 오바마 남매는 당찬 어머니와 정 많은 조부모의 손에 길러졌지만 항상 아버지의 부재를 느꼈다. 그런 그로서는 “자신의 인생에 아버지가 더 많이 남아 있었으면 어땠을까 궁금했다.”고 밝혔다. 오바마의 아버지는 케냐 출신의 경제학자인 버락 후세인 오바마 시니어다. 아버지라는 존재와 그 역할은 자신에게 너무나 소중하며, 같은 이유에서 자녀와 함께 있어 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런 오바마도 “말리아와 사샤가 어렸을 때 일 때문에 소홀히 했고 때로는 두 딸의 양육 책임을 아내 미셸에게 너무나 많이 지웠다.”고 반성했다. 지금도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그가 오랜 시간 경험을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좋은 아버지가 되려면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바로 부모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부고]

    ●김동식(예비역 육군 대령·전 동아콘크리트 이사)씨 별세 인상(김인상한의원 원장)씨 부친상 양치규(전 방위사업청장·예비역 육군 소장)박범용(서울기독대 교수)씨 장인상 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5시 30분 (02)3010-2232 ●맹중재(전 국립공업시험원 부이사관)씨 별세 근호(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 차장)석호(사업·전 한국무역협회 홍보실 과장)씨 부친상 최종우(사업)씨 장인상 7일 수원아주대병원, 발인 9일 오전 10시 (031)219-4116 ●나현철(중앙일보 경제부 차장)지홍(조선일보 경제부 기자)바로(한창호법률사무소 실장)씨 부친상 이용(내쇼날몰텍 부장)씨 장인상 한승주(국민일보 국제부 차장)최은경(일산 저동초 교사)씨 시부상 7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9일 오전 7시 30분 (02)2227-7587 ●박시현(자영업)시경(홍익노무법인 노무사)시춘(아이루브 대표)씨 부친상 배문환(하나은행 본부장)씨 장인상 7일 천안 단국대병원, 발인 9일 오전 8시 30분 (041)550-7185 ●김성택(동일기술공사 부장)성근(한길텔레콤 차장)성철(신진유압 과장)씨 부친상 한연석(신진유압 대표)강성수(전남매일 사회부장)씨 장인상 7일 광주 천지장례식장, 발인 9일 오전 8시 (062)670-0030~1 ●박형규(대우증권 리테일혁신TF팀 차장)형준(아주캐피탈 대리)유민(장덕고 교사)씨 부친상 나은주(은성글로벌상사)정진성(삼성카드)씨 장인상 7일 광주 대산장례식장, 발인 9일 오전 9시 30분 (062)368-5353 ●박평서(전 아남그룹 사장)씨 모친상 이성종(전 금산여중 교장)씨 장모상 6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9일 오전 8시 (02)2258-5957 ●이시홍(청원군청 사격팀 감독·충북사격연맹 전무이사)씨 별세 7일 청주성모병원, 발인 9일 오전 7시 (043)219-8536 ●전정희(농수축산신문 대표이사)씨 부친상 6일 강원 동해산재병원, 발인 8일 오전 9시 (033)535-3001 ●김용(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장)씨 별세 태욱(서울대 대학신문사)씨 부친상 김선필(미국 애틀랜타 한인교회 부목사)씨 장인상 5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9일 오전 7시 (02)2227-7547 ●유희주(잠실 동원공인중개사 대표)희창(코스맥스 기술연구원장)희경(우리교육원 대표)씨 모친상 박일혁(ROHM세미컨덕터코리아 부장)씨 장모상 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10시 (02)3010-2295 ●주성남(인천헤럴드 편집인)씨 부친상 6일 상계 백병원, 발인 8일 오전 8시 30분 (02)950-1492 ●이석연(전 전남대 사학과 교수)씨 별세 광혁(영국 셰필드대 교수)경화(전남대 사학과 연구교수)씨 부친상 7일 광주 첨단 보훈병원, 발인 9일 오전 9시 30분 (062)973-9162
  • [늙어가는 대한민국] “아기 울음소리 30여년째 뚝!… 57세가 우리 동네 막내”

    [늙어가는 대한민국] “아기 울음소리 30여년째 뚝!… 57세가 우리 동네 막내”

    지난 3일 오전 팔공산이 올려다보이는 경북 군위군 산성면 운산리. ‘늙은 군위’ 중에도 더 고령화된 마을이다. 한창 모내기철인데도 마을이 적막하다. 논에는 물론 사방을 둘러봐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마을에는 사람이 사는 집보다 빈집이 더 많다고 한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100여 가구가 대대로 벼농사를 지었던 이곳에 지금은 겨우 45가구의 주민 55명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그마저도 남편이나 아내와 사별한 뒤 혼자 사는 가구가 절반을 넘는다. 70대 이상 노인이 주민의 93%인 51명이나 된다. 주민들이 “젊은이”라고 부르는 50대와 60대는 2명씩, 달랑 4명뿐이다. 1930년대에 8남매 집안의 맏며느리로 이곳에 시집왔다는 박정생(85) 할머니는 “남편과 함께 5남매를 낳아 한때는 20명에 가까운 4대가 한가족을 이뤘지만 지금은 남편(87)과 단둘이서 살고 있다.”면서 “자식들은 물론 조카들도 모두 도시로 떠났다.”고 했다. 마을은 대구 등 인근 대도시에 개발 바람이 불면서 급속히 쇠잔해졌다. 집집마다 자식들을 도시로 유학 보내거나 공장에 취직시켰다. 가난을 대물림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에서다. 나이든 노인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등지면서 마을은 비어 갔다. 동네에 남은 노인들이 힘든 농사일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했고 빈집과 논밭이 묵어났다. 이병무(60) 이장은 “마을 농사는 나이가 어린 임철순(57)·이우환(58)씨가 품삯을 받고 도맡아 짓다시피 하고 있다.”면서 “그마저도 일손이 많이 가는 동네 밭 10만여㎡는 그대로 버려진 지 오래”라며 한숨지었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아기 울음소리도 끓긴 지 이미 오래다. 이돈식(79) 노인회장은 “동네에서 아기 출산은 30여년 전에 멈췄다.”면서 “그러니 인근에 산부인과 병원이 있을 리 없다.”고 했다. 마을을 지키고 있는 노인들은 대부분이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지만 병원에 간다는 것은 엄두조차 못 낸다. 버스를 타고 30~50㎞ 떨어진 읍소재지나 영천, 대구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던 마을 구판장은 20여년 전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 이장은 “동네가 이 모양인데 무슨 꿈과 희망이 있겠어.”라며 “아마 10년 후쯤에는 조상 대대로 살아온 마을이 통째로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개탄했다. 반면 같은 날 울산 북구의 현대자동차 공장 정문 앞에서는 자전거와 오토바이, 승용차를 탄 근로자들이 물결을 이루며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인근 효문공단과 매곡산업단지 등도 출근길 근로자로 북새통을 이뤘다. 근로자 김석현(38·북구 명촌동)씨는 “하이킹 복장에 자전거로 출근해 회사에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근무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1만여명 등 수만명의 직장인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북구의 아침은 어느 지역보다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1997년 7월 신설된 북구는 산업 기반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바탕으로 당시 인구 10만 1067명에서 지금은 17만여명으로 늘었다. 덕분에 북구의 생산 연령 인구는 전체 인구의 72%까지 늘어났다. 반면 고령 인구는 계속 줄면서 5.3%에 불과하다. 자동차와 금속기계, 기계부품 등 국가 기간산업의 공장 933곳이 ‘젊은 북구’를 주도하고 있다. 글 사진 군위 김상화·울산 박정훈기자 shkim@seoul.co.kr
  • 수교 121년만의 첫 한국계 주한 美대사 Sung Kim

    수교 121년만의 첫 한국계 주한 美대사 Sung Kim

    서재필이 갑신정변에 실패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시민권을 얻은 때가 1890년 6월 19일이다. 이로써 서재필은 첫 한국계 미국인이 됐다. 그로부터 121년 만에 한국계 미국인이 주한 미국대사에 내정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차기 주한 미국대사에 성김(51) 국무부 북핵 6자회담 특사를 내정하고 한국 정부에 아그레망(주재국 임명동의)을 요청한 것으로 지난 3일 확인됐다. 성김은 1970년대 중반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1980년 미국 시민권을 얻은 재미교포 1.5세다. 성김이 한국 정부의 임명동의에 이어 미 상원 인준을 통과해 8월쯤 22대 주한 미대사로 부임할 경우 1882년 양국 수교 이후 129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인과 똑같은 얼굴을 한 미국대사가 서울에 오는 셈이다. 성김의 한국 이름은 김성용이다. 1960년생인 그는 부촌인 서울 성북동에 살면서 은석초등학교 3학년까지 다녔고, 아버지를 따라 일본에 갔다가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갔다. 1994년 미국에서 작고한 그의 아버지 김재권씨는 1973년 일본에서 ‘김대중 납치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주일공사로 재직 중이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재권씨가 당시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성김 가족이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 간 것도 이 사건의 여파 탓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김대중 납치사건의 핵심인물인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은 자서전을 통해 김재권씨가 당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성김이 6자회담 특사로 임명됐을 때 김대중 전 대통령 진영에서는 내부적으로 적절성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김 전 대통령 자서전을 정리한 유시춘씨는 2009년 한 시사주간지 인터뷰에서 “성김이 당시 (납치)사건에 관여했던 김재권(일명 김기완) 주일공사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물론 미국대사관 관계자로부터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관련 내용을 자서전에 몇 줄 담을까 생각했는데 김 전 대통령이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도 말고, 쓰지도 말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성김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마당에 굳이 과거 아버지 얘기를 거론하는 것은 교포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고 유씨는 밝혔다. 충북 음성 출신의 김재권씨는 1958년 부산발 서울행 경비행기에 탔다가 탑승자 30여명과 함께 괴한에 의해 북한으로 납치된 뒤 20여 일 만에 판문점을 통해 송환됐다는 얘기도 있다. 성김은 또 방송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인기를 모은 가수 임재범씨와 사촌지간으로 알려졌다. 성김의 어머니 임현자씨가 임재범씨의 아버지 임택근(79) 전 MBC 전무와 남매지간이라는 것이다. 성김에겐 임재범이 외사촌 동생이고, 임재범에겐 성김이 고종사촌형인 셈이다. 청와대 정진석 정무수석과는 어릴 적부터 친구로 지내왔다. 성김 내정자가 어린 시절 성북동에 살 때부터 친구로 지냈고 그가 미국으로 간 뒤에도 꾸준히 교분을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성김이 결혼할 때는 부인과 어학연수원을 함께 다닌 정 수석이 함을 지기도 했다고 한다. 성김은 펜실베이니아대, 로욜라 로스쿨을 거쳐 로스앤젤레스 검찰청에서 검사 생활을 하다가 외교관으로 전직했다. 그는 2003년 주한 미대사관 1등 서기관으로 근무하면서 북한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후 6자회담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으며, 북한을 10차례 이상 방문했다. 2006년 주한 미대사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차관보에 의해 국무부 한국과장으로 발탁돼 전시전작통제권 전환, 북핵문제, 한국 대선 등의 업무를 처리했다. 2008년 상원 인준을 거쳐 ‘대사’(ambassador) 직함을 얻은 이후 6자회담 특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는 언론을 통해 한국민들에게 얼굴이 알려졌다. 그는 윗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인성의 소유자다. 성격이 온화하고 겸손하며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발언을 절제하고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등 자기관리에 철저하다. 성김이 조지 W 부시 정부 에 이어 오바마 정부에서도 고속 승진을 하는 것은 이 같은 장점 때문이다. 물론 북한 문제에 대한 그의 전문성도 신임을 받는 주요한 이유다.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대북정책 결정과정에서 성김에게 의존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그를 “성”이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한다고 한다. 성김은 한국어로 웬만한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원어민만큼의 완벽한 어휘는 구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북한과의 협상 등 공식석상에서는 영어를 쓴다. 그는 “한국말을 할 때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더 긴장이 된다.”고 말하곤 한다. 그는 2남 3녀 중 넷째다. 어머니는 LA에 살고 형제들도 모두 미국에서 변호사 등으로 활동한다. 성김은 이화여대 미대 출신 한국 여성과 결혼해 두 딸을 두고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성김은 누구] ▲1960년 서울 출생 ▲1975년 미국으로 이민 ▲펜실베이니아대, 로욜라 로스쿨 졸업 ▲로스앤젤레스 검사 ▲주한 미대사관 1등 서기관 ▲미 국무부 한국과장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미 국무부 대사 ▲북핵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
  • 실력파 무용수들의 1인 배틀 ‘2011 한팩 솔로이스트’

    실력파 무용수들의 1인 배틀 ‘2011 한팩 솔로이스트’

    “춤의 극치를 보여주겠다.” 오는 10~11일, 17~18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리는 ‘2011 한팩 솔로이스트’가 이를 악물고 내건 목표다. 한국공연예술센터가 주최하는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무용수 한 명의 춤 동작 그 자체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시도다. 그래서 대부분 ‘독무대’(솔로 공연)로 꾸몄고, 안무와 무용도 철저히 구분했다. 통상 창작물은 무용수가 안무와 무용을 겸하는 경우가 많지만 무용수의 표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안무와 춤을 아예 분리해버린 것이다. 다만, 여러 맛을 내기 위해 다양한 양념은 준비했다. ●실력파 안무가와의 만남이 궁금하다면… 우선 호흡이 척척 맞는 현대무용이 있다. 예효승(무용수)-알랭 프라텔(벨기에 안무가)은 ‘발자국’을 선보인다. 두 사람은 21세기 최고 현대무용단 중 하나로 꼽히는 벨기에 세드라베무용단 소속이다. 세드라베무용단은 월드투어 공연 중이다. 이번 솔로이스트 무대를 위해 예효승만 특별히 월드투어에서 제외했다. 프라텔 감독은 예효승과의 ‘전화 안무’를 통해 작품을 계속 가다듬고 있다. 이미 2002년 프랑스에서 호흡을 맞춘 적 있는 이경은(무용수)-안드레야 왐바(세네갈 안무가) 팀의 ‘다카르-서울 어크로스 더 스트리트’도 눈길을 끈다.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힘이 어떻게 어우러질지 관심이다. 2004년 이경은이 안무한 춤을 왐바가 춘 적 있으니 이번엔 역할이 뒤바뀐 셈이다. 장르를 섞어버린 팀도 있다. 김용걸과 김보람이 만난 ‘그 무엇을 위하여’이다. 김용걸은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활약하다가 귀국한 정통 발레리노다. 김보람은 방송 백댄서에서 출발, 강렬한 현대무용을 선보이는 안무가다. 둘의 색깔이 어떻게 섞여들지 궁금증이 쏠린다. 한국무용을 추는 김은희와 현대무용 안무가인 류석훈이 만난 ‘다시 길을 걷다’도 관심거리다. ●가족끼리 선보이는 듀엣공연도 기대 연이은 솔로 무대로 인한 관객의 ‘부담감’을 감안해 듀엣 공연도 준비했다. 가족이 출동하는 팀이 많아 이채롭다. 김재덕(현대무용)·재윤(발레) 형제는 ‘미러 룸’을, 이루다(발레)·루마(현대무용) 자매는 ‘비 트윈’을, 성현주(한국무용)·한철(현대무용) 남매는 ‘뷰 포인트’, 조연진(한국무용)·인호(한국무용) 남매는 ‘우린 잘 살고 있어요’를 각각 선보인다. (02)3668-0007.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여야 청문보고서 채택 입장

    여야 청문보고서 채택 입장

    23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5·6 개각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됐다. 청문경과보고서는 각 상임위를 거쳐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예정이다. 보고서 채택을 앞두고 여야의 입장은 크게 엇갈렸다. 여당은 전반적으로 장관 후보자들의 전문성과 도덕성에 흠결이 없다고 본 반면, 야당은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비리 5남매’의 의혹이 그대로 확인됐다며 부적격을 명시하거나 일부는 보고서 채택을 아예 거부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는 26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 5명의 장관 후보자들이 무난히 청문회를 통과할 것 같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야당은 자질, 정책 검증이 아니라 의혹 부풀리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장관 후보자의 쌀 직불금 수령 의혹에는 “농지를 실제 경작한 사실이 맞기 때문에 법적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유영숙 환경부장관 후보자의 소망교회 거액 기부 논란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다른 교회를 다닐 때도 십일조를 했다.”고 해명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MB노믹스’ 정책 실패 책임은 “일부 정책이 한나라당과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곤란하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유영숙·박재완·이채필(고용노동부)·권도엽(국토해양부) 후보자는 부적격을 명시하고, 서 농림부 장관 후보자는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서 후보자는 채택 불가로 결론 내렸다.”면서 “본인이 설계한 쌀 직불금 제도의 맹점을 악용, 경제적 이득을 취한 양심불량”이라고 비판했다. 유 후보자는 “소망교회 출신이란 것 외에 환경 전문성이 전혀 없는 사람이며 현 정부의 환경정책 인식이 얼마나 낮고 천박한지 보여 준다.”고 꼬집었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청문회는 실패한 정책의 변화를 주기 위한 건데 박 후보는 ‘강만수의 복사판’”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청문회를 한 권 후보와 이 후보는 각각 다운계약서·전관예우, 인사청탁·극우적 노동성향 등에서 부적격이라고 평가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50년 ‘인형과 춤을’… 현대인형극회 조용석 대표

    [김문이 만난사람] 50년 ‘인형과 춤을’… 현대인형극회 조용석 대표

    인형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언제 어디에서나 군말 없이 옆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마냥 친근하다. 남녀노소가 다 좋아하고 귀여워할 수밖에. 그렇다면 인형극은? 어린이만 좋아한다고? 무슨 말씀을…. 무대 위에 엿장수 사회자가 등장한다. 목소리가 특이하다. 사람이 아닌 인형이다. 사회자는 콘서트의 시작을 알린다. 북 치고 장구를 친다. 해금 소리로 애간장을 녹인다. 선녀춤, 부채춤을 우아하게 춘다. 우리 소리와 가락을 따라 가는 인형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사물놀이’로 한바탕 신명을 부르더니 ‘선녀와 나무꾼’으로 변신한다. 이내 여러 가지 감동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 ‘무표정의 표정’은 사람의 그것보다 더 진하게 다가온다. 말 없이 방황하는 인형은 외로운 인간의 모습 그 이상이다. 공연 막바지에 이르자 인형이 피리를 꺼내 들더니 구슬프게 불어댄다. ‘인형들의 콘서트’는 그렇게 끝나지만 객석에서는 기립 박수가 한동안 계속된다. 어른, 아이 가릴 것 없다. 국악 인형극 ‘덩덩쿵따쿵’에 나오는 장면이다. 조용석(64) 현대인형극회 대표는 그렇게 50년 동안 ‘인형과의 춤’을 추며 살아왔다. ‘국악 인형’뿐만 아니라 동·서양을 접목시킨 독특한 ‘줄 인형’ 기법으로 해외에서 오히려 더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1974년부터 16년 동안 TV 프로그램 ‘부리부리박사’에서 인형 제작 및 연기 지도를 맡아 인기를 끌었다. 또한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마스코트 ‘호돌이’ 제작을 비롯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스코트 ‘코비’, 1994년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하콘과 크리스틴’ 제작 및 총감독 등을 맡아 ‘인형의 마술사’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국내 인형극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린다. 그도 그럴 것이 조씨는 집안 내력부터 독특하다. 그가 중학교 때 큰형의 권유로 인형극계에 몸을 담을 무렵 둘째형, 셋째형, 누나 등 6남매가 모두 ‘현대인형극회’ 단원으로 가입했다. 지금은 조씨의 부인과 딸도 인형극을 함께 하고 있다. 이들 집안은 요즘 아주 각별하고 뜻깊은 해를 맞이하고 있다. 조씨가 인형극 인생 50년이라면 부인은 40년, 딸 윤진씨는 2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 100주년 기념회관 뒤뜰에서 조씨 부녀를 만났다. 그곳을 택한 까닭은 딸 윤진씨가 이날 프로인형극단 대표들을 상대로 워크숍 강의를 앞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등을 합하면 전국에 600여 개의 극단이 있다. 먼저 강의 내용을 물었다. 조씨가 딸을 보면서 대답했다. “20여 개 극단 대표들과 한 달에 한 번씩 워크숍 행사를 합니다. 우리 딸은 여기에서 ‘장대 인형’을 주제로 강의를 하지요.” 아버지가 가업을 잇는 딸을 대견스럽게 바라본다. 요즘 근황을 물었더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립국악원에서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에 ‘국악 인형극 떼루떼루’ 상설 공연을 하고 있다면서 관객은 유치원생에서부터 90세 노인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떼루떼루’는 가야금, 대금, 피리 등 국악기를 소재로 한 인형극으로 조씨가 예술감독을, 윤진씨가 연출을 맡고 있다. 이 인형극은 국악기에 대한 친숙함과 재미를 한껏 느끼게 해 준다. 윤진씨는 “5월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부산연극제 공연(3, 4일), 하이 서울 페스티벌 공연(7, 8일), 거창 문화센터 공연(11일) 등으로 매우 분주했다.”고 말했다. 윤진씨에게 공연 때 어머니도 함께 움직였느냐고 묻자 “숙명여대 평생교육원에서 인형극 강의를 하느라 멀리는 못 가신다.”고 하면서 “엄마는 2003년 실버 인형 극단을 창단해 실버 인형극의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라고 자랑했다. 조씨는 1972년 KBS 인형극회 시절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고 귀띔했다. 이쯤 해서 조씨에게 인형극과 인연을 맺은 사연을 물었다. “1961년의 일이지요. 당시 큰형이 신문기자셨는데 TV 방송에서 어린이 인형극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지요. 그래서 인형극단을 만들었고 저는 중1 때부터 극단에 참여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극단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셈이지요. 그러다가 KBS에서 생방송으로 인형극을 하게 됐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바가지와 창호지로 인형을 만들곤 했지요. 1968년 녹화 방송이 되면서 장대 인형 등으로 그 영역을 넓혔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6남매 식구가 다 참여하게 됐지요.” 당시 제작해 히트한 작품으로는 앞에서 언급한 ‘짱구박사’와 ‘부리부리박사’ 등이 있다. 30~40대 장년들에게는 추억의 인형극이기도 하다. 조씨는 큰형이 세상을 떠나자 1988년부터 현대인형극회 대표를 맡았고 이때부터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라는 성인 인형극장을 만들어 인형극 관객을 어린이에서 남녀노소로 확대시켰다. 2000년에는 부천시민회관 대극장 무대에서 ‘조용석의 줄 인형 콘서트’를 열어 관객을 어른들로만 꽉 채우는 기록도 세웠다. 소문이 나자 2002년 정동극장에서 초청공연을 하게 됐는데 홈페이지가 다운될 만큼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이때 인형 장치와 줄 장치 등에 대한 특허 작품 15개를 선보여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딸 윤진씨가 얘기한다. “줄 인형은 고난도의 기술입니다. 인형들이 춤을 추고 악기를 다루고, 사람처럼 흥에 겨워 저절로 움직이는 것처럼 드라마를 연출합니다. 저마다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인형들의 쇼는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마치 인형의 도시에 놀러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자랑이 이어졌다. 지난해 인형극의 고장이라고 하는 체코에서 최고 연기상을 수상해 동양에서도 훌륭한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을 세계에 입증했다. 인형극에서 한국보다 한 수 위라고 자랑하는 중국에서 초청 공연을 했을 때는 중국의 당 간부 위주로 객석이 채워졌는데, 중간중간에 많은 박수를 받을 정도였다. 윤진씨는 이어 “우리나라는 잦은 전쟁과 외세의 침략 등으로 인형극의 맥이 끊어져 인형이 소품처럼 취급되곤 했어요. 예를 들어 중국과 일본에서는 인형극을 높은 수준으로 여기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인형을 거칠게 막 흔들어 대면서 수준을 떨어뜨렸지요.”라면서 “줄 인형을 비롯해 장대 인형, 손 인형, 그림자 인형, 탈 인형 등은 아버지의 손에서 계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대부분 인형 박물관을 세워 관광 상품화하는데 반해 우리는 전시관조차 변변히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딸의 얘기를 듣던 아버지 조씨도 “우리는 가족 전체가 인형극을 함께 해 왔기 때문에 인형극과 관련된 자료들이 고스란히 이어져 올 수 있었다.”면서 “경기 김포의 한 창고에 수만 점의 인형을 보관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들을 모아 박물관을 짓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인형극을 통해 청소년들의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과거에는 TV에서 인형극을 방영했지만 지금은 폭력물이나 오락물에 밀려 거의 없어졌다는 아쉬움도 피력했다. 조씨가 자랑하는 ‘줄 인형 콘서트’만 해도 인형극을 사랑하는 팬들을 다시 불러 모으고자 작품당 최소 3000만원에서 1억원 가까이 투자할 만큼 열의를 보이고 있다. 인형들이 입을 의상은 물론 장구 등의 악기까지 특별 주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씨 가족은 얼마 전 SBS 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해 흥미진진한 고난도의 ‘줄 인형극’을 선보여 대중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조씨가 얘기한다. “군대 위문공연도 수차례 갔습니다. 처음에는 군인들이 무슨 인형극이냐고 했지만 나중에는 옆 부대, 또 그 옆 부대의 초청을 받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물론 교도소에도 여러 번 공연하러 갔다 왔지요. 인형극은 다양한 성인 음악 등을 잘 선택하고 시야를 넓히면 장르 개발이 무궁무진합니다. 수능시험이 끝난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주 좋아하더군요.” 인터뷰를 마치고 조씨는 딸과 함께 사진 촬영을 위해 동작을 취했다. 연인처럼 다정해 보였다. 윤진씨는 아버지보다 더 뛰어난 세계 최고의 인형극을 개발할 것이라며 활짝 웃는다. 편집위원 km@seoul.co.kr ■ 조용석 대표는…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만든 ‘인형의 마술사’ 1947년 황해도에서 태어났다. 1961년 중학생 때 현대인형극회에 입단했으며 1967년부터 KBS 인형극 프로그램에서 인형 제작과 연기를 시작했다. 1973년 현대인형극회 제작부장을 겸임하면서 KBS 연속 인형극 ‘짱구박사’(1973~1977), ‘부리부리박사’(1974~1980) 등에서 인형 제작 및 연기 지도를 했다. 또한 KBS ‘TV유치원 하나, 둘, 셋’(1981~1988), EBS ‘딩동댕 유치원’(1983~1996)의 제작 및 연기 총감독을 맡았다. 뿐만 아니라 1984년 LA올림픽 마스코트 ‘샘’과 1988년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를 제작해 국내외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아울러 서울랜드 마스코트인 ‘아롱이 다롱이’(1988)와 로보캅,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스코트 ‘코비’(1992),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하콘과 크리스틴’(1994) 등을 제작했다. 이 밖에 ‘꺼야꺼야 할꺼야’ ‘빨간 모자’ 등의 제작 연출을 맡아 150여 회 전국 순회공연을 했다. 주요 수상 경력으로는 한국방송 대상(1996), 제1회 어린이를 위한 올해의 좋은 공연(2001), ‘상하이 아트 페스티벌 스테이지 디자인과 퍼포먼스 어워드’(2009), 체코 프라하 인형극 축제 최고 연기상(2010), 고양 호수예술 축제 최우수상(2010) 등이다. 현재 ‘현대인형극회’ 대표를 맡고 있다. ■ 딸 윤진씨는… 극회 공연실장 맡아 아버지 이어 연출·강사로 활동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2년 성신여자대학 공예과를 졸업한 뒤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공연예술학과를 수료했다. 1995년 현대인형극회에 입단했다. 이후 인형극 무대 디자인 및 방송 캐릭터 디자인을 주로 했다. 2000년 서울 연극제에서 최초로 인형극을 출품했으며 탈인형 ‘빨간 모자’ 등 다수 작품의 연출을 맡았다. 또한 정동극장 제1회 공연예술제(2001), 타이완 가오슝 인형 축제 공식 초청 공연(2001), 연강홀 ‘띠용이와 떠나는 환경캠프’ 연출(2002), 국립국악원 ‘엿장수’ ‘사물놀이’ 연출(2002), 정동극장 ‘부르노의 그림일기’, ‘크리스마스 꿈’ 연출(2003), 이스라엘과 일본, 폴란드 인형극 초청 공연(2004) 등을 가졌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수원여대 유아교육과에서 인형극을 강의하고 있다. 이 밖에도 경기도 국악당 ‘덩덩쿵따쿵’, ‘피리 인형 떼루떼루’ 상설 인형극 연출을 맡았다. SBS 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해 ‘국악 인형극’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저서로는 ‘장대인형 제작법과 연기론’ ‘탈인형 제작법과 연기론’ 등이 있다. 현재는 현대인형극회 공연실장을 맡고 있으면서 인형극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 [정치 뉴스라인]

    정두언 “전대 불출마” 한나라당 소장파 당권 주자로 꼽혀 온 정두언 전 최고위원은 22일 “7월 4일 전당대회 지도부 경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전 최고위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소장파들이 당권 장악에만 열을 올린다.”는 친이(친이명박)계 구주류의 공격으로 힘이 빠진 쇄신론에 다시 불을 지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특히 “4·27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한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불출마하는 것이 책임 정치 구현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전 지도부였던 김무성·홍준표·나경원 의원의 출마 명분을 약화시켜 소장파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야당 따라하지 말고 중심을 갖고 가라.”고 당부한 데 대해 정 전 최고위원은 “우리의 목표는 야당과 달라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이라면서 “전 정권이 하려고 한 것 가운데 좋은 것은 우리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23일부터 인사청문회 국회는 23~26일 박병대 대법관 후보자와 5·6 개각에 따른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다. 23일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24일 유영숙 환경부 장관 후보자, 25일 박 대법관 후보자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26일 이채필 고용노동부·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 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22일 “(후보자들의) 능력과 자질을 엄정하게 검증하겠다. 여당이라고 해서 함부로 후보 감싸기를 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국무위원 후보자 5명과 관련,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비리 5남매’ 전원을 리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MB·박근혜 이번주 회동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이르면 이번 주중으로 회동을 가질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최근 대통령 특사로 유럽을 방문한 박 전 대표가 활동 결과를 보고하는 형식이지만 9개월 만에 이뤄지는 회동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쇄신 바람이 일고 있는 당내 문제가 주요 화두로 꼽힐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당 쇄신 방향과 관련해 계파정치 타파를 통한 당의 화합에 대해 인식을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회동에서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고, 이러한 기조가 재확인될 것으로 측근 의원들은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 역할론’에 더욱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4·27 재·보선 패배 이후 당 안팎에서 박 전 대표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이 대통령의 몫이라는 게 친박 의원들의 판단이다. 박 전 대표가 앞서 황우여 원내대표와의 만남에서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만큼 이 대통령과도 이러한 입장을 거듭 확인하면서 박 전 대표의 정치적 공간에 대한 논의가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 토지보상금 45억 때문에…

    토지보상금 45억 때문에…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토지보상금 45억원. 이 때문에 여섯 식구는 뿔뿔이 갈라섰고, 갈등의 끝은 법원이었다. 부인은 남편이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한정치산자로 선고해 달라고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수석부장 손왕석)는 19일 남편 최모(79)씨를 한정치산자로 선고해 달라며 부인 김모(77)씨가 낸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2007년 치매 초기 진단을 받고 2010년 5월부터 입원 치료를 받다가 그해 12월 퇴원했다. 그러나 치매가 불행의 시작은 아니었다. 2010년 초, 최씨 명의의 수도권 토지가 신도시에 수용되면서 약 45억원의 보상금이 나왔다. 최씨와 장남, 부인 김씨와 나머지 삼 남매가 편을 나눠 대립하기 시작했다. 부인 김씨는 법원에 남편을 한정치산자로 선고해 달라고 청구했다. 한정치산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는 법률행위를 할 수 없다. 현행법상 남편이 한정치산자로 선고되면 부인이 법정대리인을 맡아 재산을 관리한다. 김씨는 ‘남편의 치매 증상이 악화돼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장남이 재산을 독차지하려는 욕심으로 남편을 퇴원시켜 다른 가족들과의 접촉을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남편은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결여된 심신박약 상태에 있고, 장남이 이를 악용해 재산을 처분함으로써 가족들의 생활을 궁박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청구를 받아들여 최씨를 한정치산자로 선고했지만,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심문기일에 출석한 최씨를 심문한 결과 재판장의 질문을 정확히 파악해 답변을 하고, 자신의 재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등 판단 능력에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으며, 거동도 크게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치매 증상이 있긴 하지만 그리 심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어 “토지 보상금의 관리·사용에 대해 가족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이번 사건이 표면화된 것을 보면 최씨가 심신이 박약하다거나 재산 낭비로 생활을 궁박하게 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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