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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리뷰] ‘난 집에 있었지’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늘 그렇듯이, 늘 그래 왔듯이, 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어. 그리고 서서히 내려가면서 우리 집에서 멀어져 가는 전원 풍경을, 숲을 돌아 사라지는 길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지, 저기.” 여자의 독백은 시적이고 서정적이다. 그리고 길다. 듣고 있으면 가닥을 잡게끔 하는 암시가 놓여 있다. ‘아버지에게 쫓겨’난 ‘그 애’를 오랫동안 ‘당신들과 나, 우리 다섯’이 기다려 왔다. 여성이 늘 그랬듯이 ‘저녁마다, 문턱에서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어느 날, ‘그 애’는 돌아왔다. 그런데 명확하게 콕 찍지는 않는다. ‘그 애’가 남동생인 것은 확실한데, 독백하는 여자가 첫째인지 둘째인지, ‘당신들’이 누구이고, ‘그 애’는 왜 쫓겨났는지 알 수 없다. 그 의문은 가장 나이 많은 여자부터 가장 나이 어린 여자까지, 다섯 여자가 쏟아내는 대사를 단서로 관객이 채워 넣어야 한다. 프랑스 작가이자 연출가인 장뤼크 라갸르스 원작의 연극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는 시종 모호하다. 끊임없이 시적이고 추상적인 어휘를 반복하면서 생각을 유도한다. 라갸르스는 프랑스 창작극의 산실인 ‘열린극장’에서 한 달 동안 배우들을 보면서 작품을 썼고, 1994년에 낭독공연을 올렸다. 라갸르스가 에이즈로 사망한 2년 뒤인 1997년 스위스와 프랑스에서 공연하면서 그해 프랑스비평가협회가 선정한 불어창작극 중 최고작으로 뽑혔다. 극단 프랑코포니는 지난 3월, 카티 라팽(한국외국어대 교수) 연출로 이를 무대에 올렸다. 국립극장의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에 초청되면서 지난 18일부터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을 시작했다. 2시간에 가까운 공연에서 다섯 여자는 끊임없이 말을 뱉는다. ‘그 애’의 귀환이 다섯 여자의 오랜 침묵을 깨뜨리고, 여자들이 품었던 꿈과 욕망을 폭발시켰다. 아버지가 그를 내쫓은 일과 각자가 기억하는 그때의 상황, 그를 기다리면서 가진 희망과 자신의 삶을 되찾고 싶던 바람을 꺼내 보인다. 긴 독백과 짧은 대화를 퍼즐처럼 꿰어 맞춘 뒤에야 비로소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 애’가 왜 집에서 쫓겨나야 했는지 끝까지 말해 주지 않지만, 라갸르스가 성소수자였던 것에 덧대 보면 가족들이 그렇게 기다려 주길 바랐던 자신의 소망을 녹여 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작품에서 복잡한 것은 배우들의 대사뿐이다. 원형으로 세워 놓은 12개의 비닐 기둥, 그 외곽을 둘러 마치 빗물이 떨어진 듯 늘어 놓은 수백 개의 플라스틱 컵, 목마와 오르골, 의자 다섯 개로 2시간을 버틴다. 어쩌면 그래서 정적, 평온, 슬픔, 분노, 절망 등이 제대로 전달된다. 모호한 대사가 계속 반복된다는 점이 다소 지루할지도 모른다. 여배우 다섯 명이 더하거나 빠지지 않고, 긴 독백과 내면 연기를 소화하는 것이 버틸 만한 힘을 준다. 10월 7일까지. 3만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침수·정전·산사태·항공기 무더기 결항… 남해안 ‘패닉’

    침수·정전·산사태·항공기 무더기 결항… 남해안 ‘패닉’

    17일 경남 남해안으로 상륙해 내륙을 관통한 제16호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전국 곳곳에서 산사태와 침수, 도로통제, 정전 등의 피해가 잇따랐다. 부산·경남 일대의 낙동강 하류에는 6년 만에 홍수경보가 발령됐다. 낙동강 삼랑진 일대의 수위는 오후 한때 7m를 넘어 경보수위(7.8m)에 근접했고, 구포 일대는 4.5m의 수위를 보였다. 낙동강홍수통제소는 이날 오후 4시 30분을 기해 낙동강 삼랑진에 내려진 홍수주의보를 홍수경보로 대체했다. 이는 2006년 7월 18일과 19일 대구·경북 지역의 폭우로 낙동강 진동과 삼랑진에 홍수경보가 발령된 이후 6년 만이다. 낙동강홍수통제소 관계자는 “밤사이 상류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가 합쳐져 낙동강의 수위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낙동강 범람 우려 대책반 운영 이날 오후 1시 25분쯤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산리에서 산사태로 토사가 주택을 덮쳐 집 안에 있던 이모(53·여)씨가 매몰됐다가 1시간여 만에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경북 경주시 안강읍 대동리에서도 산사태로 무너져 내린 토사가 주택을 덮쳐 유모(29·여)씨와 유씨의 남동생 등 2명이 토사에 묻혔다가 2시간 만에 구조됐다. 경남 함양군 삼정리에서도 산사태로 무너져 내린 토사가 권모(40)씨 집을 덮쳤다. 권씨는 아내와 함께 대피해 피해를 입지 않았다. 경남 함양군 수동면과 거창군 남상면을 지나는 왕복 2차선 88고속도로 확장 구간 절개지 2곳에서 토사가 쏟아져 내려 경찰 순찰차와 승용차, 버스 등 차량 16대가 고립되거나 토사에 휩쓸렸다. 이 사고로 토사에 휩쓸린 차량(5대) 탑승객 5명이 찰과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오후 늦게까지 양방향 차량 통행이 중단됐다. 항공기 결항은 물론 해상교량 차량운행 통제와 KTX, 경전철 등의 감속 운행도 이어졌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동해남부선 사방∼안강역 구간에서 집중호우에 따른 선로 침수로 경주∼포항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경부고속선 울산∼부산 구간에서는 이날 오전 초속 30∼40m의 강풍이 불어 KTX 열차가 안전 매뉴얼에 따라 시속 170∼190㎞로 감속 운행하기도 했다. 전라선 여수엑스포역에서도 초속 38m 강풍으로 10시 여수발 용산행 KTX 704열차(승객 52명)가 25분 늦게 출발했다. 부산~김해 경전철은 태풍에 따른 경전철 운행통제 기준에 따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10분까지 운행을 중단했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이날 오전 목포 죽교동과 고하도를 잇는 목포대교, 여수시 남산동과 돌산도를 잇는 돌산대교, 여수시 수정동과 돌산도를 잇는 거북선대교, 고흥 도양면 용정리와 소록도를 잇는 소록대교, 소록도와 고흥 금산 신촌리를 잇는 거금대교 등 6개 해상교량의 차량 통행을 통제했다. 경남 거제와 부산을 잇는 거가대교와 남해군~사천시를 잇는 창선·삼천포대교, 창원시 성산구와 마산합포구를 잇는 마창대교도 오전 동안 차량 운행이 통제됐다. ●저지대 주민 긴급 대피령 부산·경남·전남 해안가 저지대 주민들에 대해 긴급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경북 성주군 성주읍 경산리·예산리 등 성주읍내 3개리 저지대 주택 300여 가구가 침수돼 주민들이 대피했다. 여수, 광양, 고흥 등 저지대 86가구가 침수돼 주민 207명이 대피했으며 울산 태화강 하류 둔치도 이날 오전 한때 완전히 물에 잠겼다. 여수와 광양에서는 농경지 300㏊가 침수됐다. 전국종합·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교제 반대 한다고… 여친 모녀 살해한 20대 검거

    경기 성남중원경찰서는 16일 오전 10시 53분쯤 중원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자신의 여자친구 박모(24)씨와 박씨의 어머니 문모(48)씨의 복부 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박모(24·무직)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범행 직후 112에 전화해 자수한 박씨는 경찰에서 “여자친구 어머니가 교제를 반대해 평소에 나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날 오전 7시쯤 술에 취해 여자친구 집에 찾아간 박씨는 “그만 오라.”는 여자친구의 남동생(23)과 말다툼한 뒤 돌아갔다가 근처 시장에서 소주 1병을 마시고 또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장충식기자 jjang@seou.co.kr
  • 간암 어머니에게 간 절반 이식한 ‘효녀 女軍’

    간암 어머니에게 간 절반 이식한 ‘효녀 女軍’

    여대 학군단(ROTC)에서 복무 중인 장교가 간암 진단을 받은 홀어머니에게 자신의 간을 절반 넘게 이식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성신여대 학군단 훈육관인 오윤정(33) 대위는 지난 7월 20여년 동안 B형 간염으로 고생하던 어머니(56)가 간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종양 부위를 절제해야 했지만 병원 측은 암세포 때문에 절제가 어렵다며 간 이식 수술을 권고했다. 오 대위는 간 제공을 자청해 지난 3일 서울대병원에서 7시간에 걸쳐 자신의 간 65%를 어머니에게 떼어 주는 대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모녀는 현재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오 대위는 2002년 아버지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언니와 남동생을 대신해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해 왔다. 수술 소식이 알려지자 주변에서는 “수술 뒤 군 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지만 오 대위는 “홀로 자식을 키우며 누구보다 고생이 많았던 어머니께 자식으로서 당연한 도리”라며 수술을 자원했다. 2004년 여군사관학교 49기로 입대한 오 대위는 초군반 과정을 전체 1등으로 마친 뒤 여군이 드문 보병 병과를 선택해 중대장으로 활약했다. 지난해부터 성신여대 학군단에서 사관 후보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오 대위의 수술 소식이 알려지자 학내에서도 지원이 잇따랐다. 오 대위에게 교육을 받은 성신여대 학군사관후보생 30명은 헌혈증 350장을 모아 오 대위에게 전달했고 성신여대 교직원들도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성신여대 학군단장인 구덕관 중령은 “오 대위는 사명감과 열정이 투철하고 근무 성과가 출중한 보기 드문 재원”이라고 평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아동·청소년 성폭행범 최고 무기징역刑

    아동·청소년 성폭행범 최고 무기징역刑

    아동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의 형량이 무기징역 등으로 대폭 강화된다. 또 음란물을 단순 소지만 해도 최고 1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여성가족부는 10일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와 피해자 지원 확대 등을 담은 성폭력 근절 대책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정 법률안은 올가을 정기국회에 제출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강간죄 형량은 현행 5년 이상 유기 징역에서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강화된다. 강제추행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3000만~5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게 된다. 여가부는 “술이나 약물에 따른 심신장애 상태에서의 범죄도 형량을 줄이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아동·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은 갖고 있기만 해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음란물 제작·수입·수출자는 5년에서 7년으로, 배포·상영자는 7년에서 10년으로 징역형이 강화된다.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범죄인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폐지된다.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과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도 피해자가 원하지 않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 성폭력 피해자 의료비 지원은 피해자 본인뿐 아니라 피해자 가족으로 확대되며, 의료비 지원 심의 절차도 폐지된다. 현재는 피해자 가족의 정서심리 치료비는 19세 미만의 피해자 부모 혹은 보호자였으나 앞으로는 성인을 포함한 모든 피해자 가족으로 확대된다. 지난 8월 충남 서산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르바이트 여대생 사건의 경우 미성년 남동생이 큰 충격을 받아 현재 심리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500만원 이상의 의료비도 지방자지단체의 심의 없이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여성폭력 피해자의 재활을 돕는 원스톱지원센터와 해바라기 여성·아동센터를 5곳 더 신설하고, 72명의 전문인력을 추가로 배치한다. 나주의 성폭력 피해 아동 사건의 경우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피해 지역에 없는데 지방에 전문의를 두는 것은 보건복지부와 협의해야 할 사항이라는 게 여가부의 설명이다. 김금래 여가부 장관은 “화학적 거세나 물리적 거세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자는 의견이지만 국민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성폭력 대책은 정부 부처 간의 이견 조율을 통해 예산 확보가 필요한 사안이라 기획재정부 등과 조율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10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성폭력 범죄 집중 수사와 함께 미제 성범죄 사건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김기용 경찰청장은 이날 “범죄 분위기를 조기에 제압하고 성폭력 사범을 근절하고자 성폭력 미제 사건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면서 “주요 성폭력 사건은 별도의 전담팀을 꾸려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7년부터 5년간 강간과 강제추행 등 범죄 발생 건수는 8만 1860건으로 이 가운데 피의자가 검거되지 않은 사건은 9189건에 달한다. 법무부가 밝힌 ‘2012 법무연감’에 따르면 2007년 출소한 성폭력범 5명 중 4명이 다시 범행을 저질러 다시 복역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창수·김정은기자 geo@seoul.co.kr
  • 웹툰에서 대박 터뜨린 생활만화 2종 발간

    웹툰에서 대박 터뜨린 생활만화 2종 발간

    웹툰에서 대박을 터뜨린 만화들이 그 여세를 몰아 종이책으로 묶어져 나오고 있다. 최근 포털사이트 다음의 ‘만화 속 세상’에 연재 중인 난다 작가의 ‘어쿠스틱 라이프’ 3권과 윤태호 작가의 ‘미생’(未生) 1·2권이 나왔다. 지방출신으로 서울에서 신혼생활을 하는 난다 부부의 알콩달콩한 신혼 이야기는 미혼여성들에게 결혼하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깜찍한 만화다. 대기업 회사원들의 애환을 그린 ‘미생’은 거의 완벽한 취재로 직장인들에게 절대공감을 일으키고 있다. 신간 출간에 맞춰 두 작가를 각각 인터뷰했다. ■신혼부부의 ‘깨알같은 즐거움’ 난다作 ‘어쿠스틱 라이프’ ‘깨알 같은 즐거움’이란 표현은 단어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 동그란 얼굴에 눈이라고는 두 점을 찍어 놓았는데, 희로애락이 모두 표현된다든지, 또 만화 옆의 대화들이 때론 두 눈을 비비고 들여다봐야 할 정도로 작은 글씨들이 깨알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폭소가 터져나온다든지 하는 상황이다. 난다(본명 김민설·31)의 ‘어쿠스틱 라이프’가 그러하다. 2010년 8월에 ‘만화 속 세상’에 등장한 ‘어쿠스틱 라이프’는 이제 시즌 4를 마치고 지난 8월부터 시즌 5에 접어들었다. ‘좋아요’가 평균 800회 정도에 ‘폭풍 댓글’이 장난이 아니다. 고정 등장인물은 단 세 명. 직업이 만화가인 초보 주부 난다와 게임 개발업체에서 일하며 신제품이 나오면 밤샘 줄서기도 마다하지 않는 통통한 남편 한군, 피부 가꾸기가 취미인 남동생 토깽이다. 생활에서 지지고 볶는 이야기가 옴니버스로 진행된다. 웹툰 애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인물은 난다보다도 남편이라는 것이 작가의 분석이다. 난다는 “만화를 본 사람은 남편을 궁금해한다. 토깽이 싱글이라서 인기가 있다. 독자들이 남편을 좋아하는 것은 제 시선이 투사된 인물이라서, 사랑스럽게 그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난다는 “원래 스토리 만화를 준비하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는데, 가벼운 소재로 그리던 생활만화가 먼저 (대박이) 터졌다.”면서 인기 비결에 대해 “사소한 일로 부부가 토라지거나, 치킨배달로 좋아하는 등 소소한 일들이 사람들에게도 늘 일어나는 일이라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5는 짧게 진행된다. 10월 20일 전후로 첫딸 출산일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즌 4, 5에는 임신부의 복잡한 감정 기복들이 소개되고 있다. 어쿠스틱 라이프가 끝날 수도 있고, 계속될 수도 있다. 난다는 “출산을 하고 복귀한다면 다른 작품으로 할 예정이다. 육아일기는 별로 원하지 않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월급·승진에 목맨 직장인 애환 윤태호作 ‘미생’ ‘미생’(未生)은 글자 그대로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이다. 바둑에서는 두 집이 나야 ‘완생’(完生)이라고 한다. 완전히 살아 있지 못했으니 상대로부터 늘 공격을 받을 여지가 많은 직장 초년생의 이야기다. 주인공 장그래는 열한 살에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들어가 프로기사만을 목표로 살았던 청년인데 입단에 실패한 뒤 회사에 들어가 평범한 삶을 시작한다. 검정고시 고졸인 장그래가 종합상사에 입사해 인턴사원을 거쳐, 정식사원증을 걸고 직장인의 삶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려 한다. 실제로 10급 정도의 실력을 갖춘 바둑 애호가인 작가 윤태호(49)가 바둑과 샐러리맨의 삶을 버무린 것이다. 장그래가 김 대리에게 묻는다. 회사원은 무엇으로 사느냐고. 그때 김 대리는 “월급과 승진이지 뭐.”라고 답한다. 작가 윤태호는 직장생활이 월급이나 승진이 아닌 직장생활 자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접근하고 있다. 실제 미생을 읽고 댓글을 다는 직장인들은 나만 하루하루가 힘든 것이 아니라는 점에, 회사는 선배와 후배·동료가 모두 합심해서 일하는 곳이라는 점에, 장그래를 보니 나는 오늘도 열심히 살지 않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스트레스를 날린다. 잠이 부족해 항상 눈이 빨간 일 중독자 오 과장이나, 그 오 과장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잘 받쳐주는 넉넉하고 실력 있는 김 대리를 보고 있으면 “사는 게 뭐 있어.” 하고 낙담하고 자포자기하던 마음을 추스르게 된다. 어느 직장인인들 알아주지 않는 괴로움이 없으며, 무능력을 자탄하고 험담과 권모술수의 장난질에 놀아나지 않겠는가 말이다. 미생 60회와 61회는 모든 직장인들의 괴로움인 고문관이 등장한다. 60회 댓글에는 그 고문관을 두고 “사무실 질량 보존의 법칙, one 사무실, one 또라이”라고 해서 작품만큼이나 공감을 일으키기도 했다. 윤태호는 작품 마감 때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잠을 잔다. 출판만화 버전으로 제작해서 그리고, 액자형태의 틀을 다 뜯어서 다시 웹툰 형식으로 올린다. 윤태호는 “´이끼´ 때 책으로 내놓고 나니 아쉬워서 이번에는 그렇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책 ‘미생’은 웹툰이 아니라 당초 출판만화용으로 그린 것처럼 보인다. 윤태호는 영화 ‘이끼’의 원작만화 작가로 미생을 “TV드라마로 만들자.”는 제작자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소리인생 60년’ 국악인 신영희씨

    [김문이 만난사람] ‘소리인생 60년’ 국악인 신영희씨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후회하지 않을까. 그게 처절하든 아니든 말이다. 그런데 후회라는 단어를 한 번도 떠올려 보지 않고 외길 인생을 꿋꿋하게 살아온 한 여인이 있다. 지난 18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토요일 오후였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신영희 국악 연습실’에서 20여명의 젊은 여인들이 목청을 가다듬고 있었다. ‘저 처량한 새 울어 울어, 평생 낭군을 못잊어 이팔 청춘 과부되어, 공방 적적 홀로 뚝~’ 가만히 들어 보니 새타령 가락이긴 한데 처음 듣는 가사내용이었다. 하지만 곱디고운 목소리에 내면 깊숙한 한이 곳곳에 서려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은 다름 아닌 새달 15, 16일 이틀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신영희 소리인생 60주년 콘서트’에 출연하는 사람들이다. 국악인 신영희(70)씨는 2002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50주년 기념공연을 한 이래 10년 만에 대형무대를 마련한다. 함께 연습 중인 신씨와 잠시 만났다. 방금 전 불렀던 노래에 대해 먼저 물었다. “조선 말기 5명창 중 한 사람으로 알려진 전설의 소리꾼 이동백 선생의 새타령입니다. 1900년 고종 황제 어전에서 판소리를 불러 통정대부(通政大夫)라는 벼슬을 얻었지요. ‘춘향가’, ‘적벽가’에도 뛰어났는데 특히 ‘새타령’은 독보적인 존재였습니다. 그의 새타령에는 온갖 상상의 새들이 다 등장합니다. 가사나 가락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소리 인생 60년을 맞는 감회가 남다를 터. 소감을 물었다. “세월이 무상하지요. 10살 때 소리를 시작했는데 벌써 많은 세월이 흘렀네요. 하지만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기 본분에 충실하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지요. 뒤돌아보니 그동안 고생도 있었지만 많은 제자를 길러낸 것을 가장 보람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60년 국악인생’ 처음으로 무대 올려 제자 자랑이 계속 이어진다. 지금까지 대통령상 수상자 8명, 국무총리상 수상자 20여명, 장관상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두룩하다며 웃는다. “저는 제자들에게 항상 주문하는 것이 있습니다. ‘먼저 인간이 돼라. 그 다음에 소리다’라고 말입니다. 소리가 조금 부족하면 연습해서 도달하면 되지만 인간이 안 되면 연습해도 소용이 없잖아요. 효제사상, 그러니까 덕을 갖추고 윗사람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하라고 늘 강조합니다. 이런 관계로 20년, 아니 30년된 제자들도 여럿 있지요.” 다시 공연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그러자 신씨는 “이상벽(방송인)이랑 누나 동생하며 지내는 사이인데 이상벽이가 그래요. ‘누나, 올해가 60주년인데 그냥 있으면 되겠습니까. 멋진 공연 한번 해 보시지요. 송해 선생님도 하는데 못할 게 뭐 있습니까’라고 해서 이번 무대를 마련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하여 이씨가 사회를 보고 친구인 배우 사미자, 김형자, 윤문식씨가 함께 출연한다. 한때 개그 프로그램에서 명콤비를 이루었던 ‘쓰리랑 부부’의 김미화와 김한국씨도 무대를 빛낸다. 김미화씨는 신씨의 딸과 오랜 친구이다. 신씨의 애제자 30여명도 함께 출연한다. 60주년인 만큼 퓨전 국악무대로 꾸민다. 1부에서는 신씨의 60년 일대기가 드라마 형식으로 펼쳐진다. 사미자, 김형자씨가 어머니 역할로 번갈아 출연하고 명창 김일구씨가 아버지 역할을 맡는다. 신씨의 제자 둘이 10~30대 연기를 하고 40대 이후 역할은 본인이 직접 맡는다. 2부에서는 쓰리랑 부부와 함께 흥겨운 마당놀이로 꾸며지며 옹헤야, 뱃노래, 새타령, 물레타령 등 신나는 노래를 직접 들려준다. “지난 60년 세월, 그러니까 제 인생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영민, 이주희 작가가 대본을 썼는데 그걸 읽고 세번이나 울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와 제가 소리하면서 고생했던 대목에서 울었지요. 이래저래 이번 무대에서 진정한 저의 모습을 보여 드리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목소리가 조금 잠긴 듯했다. 몸 상태를 물었더니 감기 기운이 있는 것 빼고는 컨디션이 좋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매일 아침 스트레칭을 하고 저녁에는 올림픽 공원에서 걷기 운동으로 컨디션을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신에게는 식지 않는 패기와 정열, 그리고 용기가 있으니 좋은 무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악은 내 팔자이자 생명 그 자체입니다. 다시 태어나도 국악을 할 것입니다. 국악이 서양음악에 비해 훌륭한 이유를 아시나요. 서양음악은 소프라노, 메조 소프라노, 바리톤, 테너 등으로 나눠 부르지만 국악은 이 모든 것을 함께 아우르며 고저 장단의 음을 다 소화해내지요. 외국에 공연가면 서양음악인들은 바로 이런 점을 매우 놀라워합니다.” 그가 국악을 하게 된 계기는 판소리 명인 아버지(신치선)의 영향을 받았다. 10살 때인 어느 날 아버지가 제자들을 가르치는데 가만히 들어 보니 제자들이 자신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고 소리를 배우겠다고 아버지한테 졸랐다. 그러나 아버지는 “여자로 태어났으니 살림이나 하라.”고 반대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어머니가 “노래 솜씨가 영 없는 것은 아니니 한번 가르쳐 보라.”고 설득해 그날부터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사실 저는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들은 것이 소리였습니다. 아버지는 소리를 한다는 것이 너무 힘드니까 반대하셨지요. 그렇게 시작된 것이 어느덧 60년이 됐네요.” 신씨가 16살 되던 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마저 병환으로 드러눕는 바람에 소녀 가장이 됐다. 고등학생인 오빠, 그리고 초등학생인 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 어린 나이에도 열심히 판소리를 했다. 권투를 하는 오빠와 공수도를 하는 남동생 사이에서 자라 자연스럽게 권투와 역기, 아령 등을 익힌 것도 이때였다. 이에 대해 신씨는 “대학에서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교육자로 살아가는 오빠를 볼 때마다 늘 자랑이고 보람을 느낀다.”고 술회했다. 고생했던 일도 기억한다. “15살 때인가 그래요.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어혈이 심하게 생겼습니다. 목과 배가 너무 아파 식초와 섞은 계란 흰자를 1년 넘게 먹으면서 견디기도 했지요. 좀 고생이 되더라도 후회하지 않고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소녀 가장이던 그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나중에 검정고시를 거쳐 동국대 대학원에서 무대예술을 전공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따라서 그가 출연하는 무대는 대부분 직접 무대감독과 안무까지 한다. 국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적은 “우리 국민들이 우리 것을 외면할 때, 남의 나라 음악을 추구할 때였다.”고 말한다.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국악 중의 꽃은 바로 소리입니다. 장단과 몸놀림까지 합쳐진 종합 예술이지요. 그런 자부심으로 1979년부터 유럽, 미국, 일본 등으로 해외공연을 다녔습니다. 특히 독일 공연 때 함성소리와 함께 기립박수를 받았던 일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우리의 판소리가 인간의 생명 그 자체임을 실감했지요.” ●“국민들이 국악 외면할 때 가장 힘들어” 우리 문화가 살아야 나라도 산다고 강조하는 그는 세 가지 실천 덕목을 지킨다. 음식을 손수 만들어 먹고, 꾸준한 운동으로 몸관리를 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항상 유지하는 것이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봉사활동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알고 보니 그는 1976년부터 교도소와 수녀원 등을 다니면서 36년째 매년 남 모르게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지난 6월에는 육군교도소와 영월교도소에서 1시간 넘게 공연을 했고 7월에는 나자로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국악하는 지인, 그리고 제자들과 함께 간다. 이럴 때면 좋은 쌀을 사다가 절편 등 직접 떡을 만든다. 대개 1시간 20분 정도 무료공연을 하는데 판소리와 가야금 병창 등을 곁들인다. 올가을에만 4곳에서 예정돼 있다. “제가 국악인의 딸로 태어나 국악인으로 사랑을 받았으니 당연히 사회에 봉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무대의 수익금도 봉사활동을 하는 데 쓰일 것입니다. 나이 70인 제가 늙지 않는 것도 이런 즐거움과 보람이 있기 때문이지요(웃음).” 선임기자 km@seoul.co.kr [신영희씨는] 박봉술·김소희 선생 등에 익혀… 판소리 준문화재 지정 1942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났다. 10살 때 판소리 명창인 아버지한테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16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마저 병환으로 드러눕는 바람에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판소리를 불러 오빠와 동생을 뒷바라지했다. 이후 안기선, 김준섭, 박봉술, 강도근, 김상룡, 김소희 선생한테 판소리를 익혔다. 197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김소희 선생 전수장학생에 선정됐다. 1976 중앙 국립창극단에 입단했으며 1992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춘향가) 준문화재 지정을 받았다. 검정고시를 거쳐 동국대 대학원에서 무대예술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한국 판소리보존회 이사와 원광대학교 국악학과 교수 등을 맡고 있다. 남원 춘향제 명창부 최우수상(1977)과 2005년 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 “알레포는 생지옥”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이 치열하게 교전하고 있는 알레포를 탈출한 이들이 “그곳은 생지옥”이라며 참상을 전했다. 시리아와 맞닿은 터키 국경 마을 부쿨메즈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2살 소녀 아야는 이틀 전 정부군의 무차별 포격으로 어머니와 생후 8개월인 남동생 무함마드, 그리고 자신의 오른쪽 눈을 잃었다고 AP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야의 아버지는 “밖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집에 포탄이 떨어졌다는 전화가 왔다.”며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아내와 아들이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들은 머리 일부가 날아갔고 아야는 (파편에) 다쳤다.”고 말했다. 그는 “알레포 전체가 파괴됐다.”고 비통해했다. 한 인권운동가는 “승용차 한 대에 8, 9명씩 타고 포격을 피해 달아나는 모습을 봤다.”며 “모든 주민들이 알레포를 떠나고 있다.”고 밝혔다. 30대 여성 림은 포격을 피해 사흘 동안 방 안에 숨어 있다가 간신히 인근 마을로 빠져나온 뒤 터키 국경을 넘었다. 림은 “알레포의 상황은 한마디로 끔찍하다.”고 말했다. 반군이 장악한 알레포 동부 시가지의 병원과 간이 치료소에는 1주일간 계속된 전투로 인해 사상자가 계속 늘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한 병원의 의료요원은 “사망자를 제외하고도 30~40명이 몰려드는 날들이 있으며, 며칠 전에는 30명 정도의 부상자와 20구가량의 시신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시신들의 절반이 크게 손상돼 신원을 파악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반정부단체인 시리아인권감시대는 시리아에서 30일 하루에만 민간인 30명을 포함해 40명이 피살됐다고 밝혔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 가진 전화 통화에서 “시리아의 정치적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올레 살해범’ 성폭행 시도중 살해 가능성

    ‘올레 살해범’ 성폭행 시도중 살해 가능성

    제주 올레길 여성 탐방객 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24일 피의자 강모(46·서귀포시)씨에 대해 살인 및 시체 유기, 시체 손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강씨의 범행 동기가 석연치 않다고 보고 강씨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이날 경찰 수사에 협조하기 위해 제주 올레 1코스를 잠정 폐쇄 조치했다. 경찰은 강씨가 자신을 성추행하는 것으로 오인하는 피해자 강씨를 우발적으로 목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성폭행을 위해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의 시신은 상의가 속옷까지 완전히 벗겨져 있고 청바지 등 하의는 육안으로 보기에는 손을 댄 흔적은 없었다.”며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반항하는 강씨를 살해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시신을 은폐하기 위해 옮기는 과정에서 상의가 벗겨졌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피의자 강씨가 피해자의 유류품을 버린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등을 중심으로 현장을 확인하며 피해자의 휴대전화 케이스 등 일부 유류품을 수거했다. 피해자 시신을 유기한 말미오름 대나무밭에서는 시신의 손목을 자르는 데 사용한 흉기를 수거했다. 한편 피의자 강씨는 제주에서 수산 관련 고교 졸업 후 10여년간 외항 선원으로 일했고 최근에는 특별한 일 없이 배를 타기로 하고 받은 선불금 등으로 동네 PC방을 드나들며 한게임(포커), 리니지 등 인터넷 게임을 하며 지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도박을 즐기다 빚을 진 강씨가 도박빚을 갚기 위해 2차례 강도 행각을 벌였고 성 관련 범죄 전과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복형제 등 11남매 가운데 열째인 강씨는 평소 형제 간 왕래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네 주민들은 “강씨의 아버지는 부인이 다섯 명이나 되는 등 가족 관계가 다소 복잡했다.”며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강씨가 혼자 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고 말했다. 강씨의 어머니(80)는 “아들이 15년 전쯤 원양어선을 타면서 고생해 번 돈을 내 암 수술비로 내놓는 등 효자 아들이었다.”면서 “아들이 몇 년 전 사업에 실패한 후 밖에는 자주 나가지도 않았는데 언제 집 밖에 나가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피해자 강씨의 남동생은 이날 올레길 폐쇄와 제주올레 관계자들이 유가족과 국민에게 직접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남동생은 “제주올레가 9시 넘어서 여럿이 올레길을 가라고 하는 것은 올레길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인정한 것으로 이걸 이제서야 알았다는 말이냐.”고 반문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주올레 등에 책임을 묻는 등 싸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이날 경찰 수사에 협조하기 위해 제주 올레 1코스를 잠정 폐쇄 조치 한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올레 코스 가운데 야산, 숲길, 곶자왈 등 취약 지역에 대한 안전시설 추가, 일정 기간 출입자제 유도, 올레 코스 조정, 폐쇄회로(CC)TV 설치 등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제주에서는 서귀포에 사는 여성 2명이 인신매매단에 납치됐다는 글이 인터넷과 트위터 등에 확산돼 경찰이 사실 확인에 나서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제주경찰청 사이버 수사대는 여성 2명 납치설은 사실무근이며 최초 유포자를 색출하기 위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치유’의 올레길 ‘공포’의 그림자

    ‘치유’의 올레길 ‘공포’의 그림자

    전국에 걷기 열풍을 몰고 온 제주 올레길에서 탐방객이 엽기적으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올레길 안전 문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제주도가 올레길 개설과 탐방객 유치에만 열을 올렸지 정작 안전 여행을 위한 장치에는 무관심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들어 홀로 올레길을 찾는 여성들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안전 대책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나왔던 상황이다. 지난 12일 혼자 제주 올레길에 나섰다가 실종된 뒤 살해된 강모(40·여·서울)씨의 가족들은 블로그에서 “제주에서 그렇게 홍보하는 올레길에 폐쇄회로(CC)TV 등 아무런 안전 장치가 없다. 단순히 길만 연결해 놨다고 올레길이 아니다. 여행자의 안전을 담보로 무슨 짓을 하신 건지요.”라고 분노했다. 강씨의 남동생은 “올레길을 이렇게 위험하게 만든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10년 11월에는 올레 16코스에서 한 여성이 실족 사고를 당한 뒤 사흘 만에 경찰에 구조되기도 했다. 또 수년 전에는 올레꾼들이 가장 많이 찾는 7코스에 바바리맨이 나타나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경찰에 정기 순찰을 요청한 적도 있다. 올레꾼들은 제주 올레길 해안 코스를 제외한 오름(기생화산)과 곶자왈 숲길 등이 연결되는 일부 코스가 안전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강씨가 실종된 1코스 말미오름과 14코스 저지 곶자왈, 17코스 무수천 숲길 등은 혼자 다니기에 불안하다는 것이다. 최모(38·대구 달서구)씨는 “올레길을 여행하면서 곶자왈과 오름을 낀 일부 숲길에서는 낯선 사람을 만나면 겁이 난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트위터 등에서도 “낯선 여행지에서 여행자에게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제주 올레길 보이콧하겠다.”며 안전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도와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뒤늦게 안전 대책을 세우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2007년 9월 올레 1코스가 개장될 때부터 올레길 개설과 관리는 제주올레가 맡고 있다. 도는 그동안 올레꾼들의 편의를 위해 안내소와 화장실 설치 등을 지원했지만 CCTV 등 탐방객의 안전을 위한 시설 등에는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다. 제주올레는 22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여성 혼자 올레길을 탐방하는 것은 자제해 달라.’는 글을 게재하고 주의를 당부했다. 제주올레 정지혜 홍보팀장은 “그동안 지역 경찰과 협약을 맺고 취약 지역 순찰 등을 실시해 왔다.”면서 “앞으로 여행객들의 안전에 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김의근 제주 국제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주변 경치만 내세우면서 올레길을 개설하다 보니 탐방객 안전 문제는 뒷전으로 밀린 감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주경찰청은 지난 20일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 입구 시외버스정류장 의자에서 발견된 절단된 오른쪽 손목이 강씨의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이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 강씨의 신체 일부는 예리한 흉기로 잘렸으며 강씨의 주민등록증 지문과 일치했다. 경찰은 강씨가 납치, 살해된 것으로 결론짓고 범행에 쓰인 흉기를 다루거나 범행이 이뤄진 시간 올레 1코스에 있었을 만한 용의자를 쫓고 있다. 21일 용의자 1명을 임의동행 형식으로 조사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女노숙인, 무당이 건넨 한약 먹고 갑자기

    女노숙인, 무당이 건넨 한약 먹고 갑자기

    서울경찰청은 노숙인 여성을 살해한 뒤 자신이 죽은 것처럼 사망신고, 34억여 원의 보험금을 타내려 한 무속인 안모(44·여)씨와 친언니(47), 안씨의 동거남 김모(41)씨, 보험설계사 최모(42·여)씨 등 4명을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안씨의 범행을 도운 남동생과 지인 2명,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준 의사 등 4명을 사기와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기도 평택에 원룸 건축에 투자했다가 실패, 수억 원의 빚을 진 안씨는 지난해 11월 S사와 D사에 모두 34억원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12월 30일 영등포역 일대에서 자신과 나이와 인상 등이 비슷한 발견, 강서구 화곡동 집으로 유인해 살해했다. 안씨는 한약에 미리 준비한 10일분의 수면제를 타서 먹게 했다.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위장한 것이다. 안씨는 친언니 등을 시켜 병원에서 자신의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았다. 노숙인의 시신을 화장, 임진강 인근에 뿌린 뒤 사망진단서를 근거로 보험사 2곳에 보험금 34억원을 신청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보험금 타려… 노숙인 살해뒤 ‘본인 사망’ 위장

    서울경찰청은 노숙인 여성을 살해한 뒤 자신이 죽은 것처럼 사망 신고를 한 뒤 34억여원의 보험금을 타내려 한 무속인 안모(44·여)씨와 친언니(47), 안씨의 동거남 김모(41)씨, 보험설계사 최모(42·여)씨 등 4명을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안씨의 범행을 도운 남동생과 지인 2명,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준 의사 등 4명을 사기와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기도 평택 원룸 건축에 투자했다가 실패, 수억원의 빚을 진 안씨는 지난해 11월 S사와 D사에 모두 34억원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12월 30일 영등포역 일대에서 자신과 나이와 인상 등이 비슷한 노숙인을 발견, 강서구 화곡동 집으로 유인해 살해했다. 안씨는 한약에 미리 준비한 10일분의 수면제를 타서 먹게 했다.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위장한 것이다. 안씨는 친언니 등을 시켜 병원에서 자신의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았다. 노숙인의 시신을 화장, 임진강 인근에 뿌린 뒤 사망진단서를 근거로 보험사 2곳에 보험금 34억원을 신청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의정부경전철 또 고장… 열흘간 세번 운행 중단

    경기 의정부경전철이 지난달 30일에 이어 주말인 7일과 8일 또다시 고장 등으로 운행이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특히 승객이 모두 승차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입문이 닫혀 6세 여자 어린이가 가족과 떨어져 혼자 전동차를 타고 출발한 사실도 뒤늦게 밝혀져 경전철 운행을 잠정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마저 제기되고 있다. 8일 의정부경전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5분 의정부에서 범골역으로 향하던 전동차가 갑자기 움직이지 않아 25분 동안 운행이 중단됐다. 의정부경전철 관계자는 “발곡역 방향 열차의 제동 장치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 운행 중이던 7편성(1편성당 차량 2대) 전동차 전체의 운행이 중단됐으며 비상 전동차를 투입해 11시 40분부터 운행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전날인 7일 오전 5시에는 탑석역에서 발곡역으로 출발하려던 첫 차의 제동 장치가 안 풀려 1시간여 동안 상·하행선의 모든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이 전동차는 첫차 운행 전 시험 운전 차량이라 승객은 타고 있지 않았다. 의정부경전철 관계자는 “사고가 나자 15개 모든 역사에 직원을 배치해 안내에 나섰으며 차량 제작사인 독일 지멘스사 관계자들과 원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오후 8시 48분에는 경전철 의정부역에서 한 취객이 출입문 비상 열림 손잡이를 조작해 전동차 9편성 전체의 운행이 중단됐었다. 같은 날 오후 6시 20분 경전철 의정부역에서 경기도청북부청사역으로 출발하는 전동차의 출입문이 일가족 3명이 모두 승차하지 않은 상태에서 닫혀 6세 여자 어린이가 엄마, 남동생과 떨어져 홀로 전동차를 타고 다음 역까지 갔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의정부경전철 차량 출입문은 16~30초가 지나면 자동으로 닫히도록 프로그램돼 있다. 시 관계자는 “개통 초기에 너무 자주 고장이 발생하는 반면 원인 조사는 늦어져 계속 운행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저축은행 비리조사] 박지원 역공세

    [저축은행 비리조사] 박지원 역공세

    지역구에 있는 보해저축은행 대표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4일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남동생인 박지만씨 부부에 대한 의혹을 재점화하는 것으로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에 맞불을 지폈다. 박 원내대표는 4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삼화저축은행 사건으로 구속돼 있는 신삼길 회장과 박 전 위원장의 동생인 박지만씨와 서향희 변호사가 관계가 있는 만큼 이런 부분들을 공개해야 한다.”며 “제 의혹도 있다면 다 파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자신의 트위터에 “보해저축은행에서 돈 받았다면 목포 역전에서 할복이라도 하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돈 받았다면 할복” 트위터 글 박 원내대표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전날 “필요하다면 청문회를 하고 국정조사도 해야 할 것”이라며 공세적 제안을 내놓은 데 대해서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역공세를 폈다. 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우리가 요구한 것이고 ‘필요하다면’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자신을 수사 선상에 두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대선 정국을 앞두고 박지원의 입을 막기 위해 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만씨의 저축은행 로비 연루 의혹은 지난해 6월 처음 제기된 뒤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았다. 박지만씨와 신 회장이 친구인 것으로 알려졌고, 부인인 서 변호사가 삼화저축은행 고문으로 활동했던 이력 등으로 의혹만 무성했다. 당시 박지만씨는 신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친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해명했고, 이에 대해 박 전 위원장도 “본인이 확실히 밝혔으니 그걸로 끝난 것이다.”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민주 “檢, 박근혜 동생 감싸기”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검찰의 저축은행 비리 수사는 박지원 원내대표가 아닌 박지만씨를 향해야 한다.”며 “검찰이 박지만씨 부부의 삼화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유가 박근혜 전 위원장이 동생을 일방적으로 감싸기 때문이라는 세간의 인식과 같다면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인 이재오 의원도 이날 “저축은행 사건은 서민들의 피눈물을 흘리게 한 권력형 부패”이며 “저축은행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전·현직 국회의원들은 돈을 되돌려주고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아들 치료비 마련위해 갓난 아기 판 10대 엄마

    아들 치료비 마련위해 갓난 아기 판 10대 엄마

    아들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기를 판 10대 엄마가 경찰에 붙잡혔다. 아르헨티나 지방도시 멘도사에서 태어난 지 이틀 된 아기를 매매한 19살 여자가 동생의 신고로 체포됐다고 현지 언론이 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여자는 5000페소(약 110만원)을 받고 아기를 팔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멘도사 경찰은 지난달 30일 저녁 인신매매에 대한 신고를 접수했다. 아기를 판 여자의 남동생이 “누나가 갓 태어난 아기를 팔았다.”고 고발했다. 경찰은 즉각 영장을 발부 받아 여자의 집을 수색했다. 집에선 여자가 아기를 팔고 받은 현금 5000페소가 발견됐다.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추가수사를 벌여 인신매매 중개인, 돈을 주고 아기를 산 부부 등을 속속 잡아들였다. 경찰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인신매매에 가담하진 않았지만 연관돼 있는 다른 인물들이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수사 결과 여자는 궁핍한 경제사정 때문에 아기를 팔았다. 아들이 질병을 앓고 있지만 치료비를 대지 못하자 있는 자식이나 제대로 키우자며 태어난 아기를 팔아넘겼다. 멘도사 사법부는 병원의 보호를 받고 있는 아기의 양육권을 여자의 삼촌에게 넘겨줄 예정이다. 사진=에스큐 임석훈 남미통신원juanlimmx@naver.com
  • [사건 Inside] (38) 한밤중 응급실 참사…그녀는 왜 사실혼 남편을 찔렀나

    [사건 Inside] (38) 한밤중 응급실 참사…그녀는 왜 사실혼 남편을 찔렀나

     지난 7일 밤 10시 30분쯤 경기도 일산의 한 공원. 산책을 즐기고 있던 주민들에게 갑자기 어디선가 찢어지는 고성이 들려왔다. 여름 밤의 여유를 방해받은 사람들은 일제히 눈살을 찌푸렸다.  큰소리는 부부로 보이는 2명의 남녀로부터 나오고 있었다. 그 옆에는 다른 젊은 남자가 유치원생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와 서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지나던 사람들이 그들의 다툼에 끼어들거나 끼어들고 싶은 마음이 생길 계제는 아니었다.  30여분이 지났을까, 공원에 외마디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잠시 후 공원 인근의 한 병원 응급실에 아까 여자와 싸우던 남자(41)가 목에 피를 흘리며 뛰어들어왔다. 남자의 왼쪽 목에는 날카로운 물건에 베인 상처가 나 있었다. 위중한 상태는 아니었다. 의료진은 상처부위를 지혈하고 응급처치를 했다.  얼마 후 아까 남자 앞에서 맞고함을 치던 여자(29)가 벌겋게 상기된 얼굴을 한채 응급실로 달려왔다. 누워있는 남자를 향해 달려간 여자는 들고 있던 흉기를 무자비하게 남자에게 휘둘렀다.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함께 온 다섯살짜리 딸이 “하지 말라.”며 울부짖었지만 여자는 이미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상태였다.  응급실은 순식간에 공포의 도가니로 변했다. 의료진이나 환자 누구도 손 쓸 겨를이 없었다. 남자는 그대로 절명했다.    ● 딸까지 낳아가며 6년을 살았는데…사실혼 부부의 비극  인쇄업을 하던 남자와 여자는 딸 하나를 둔 사실혼 관계의 동거인이었다. 12살 띠동갑 남녀는 2006년 처음 만나 한 살림을 차렸고 일주일에 2~3일 정도를 함께 지냈다.  “이제 우리 그만 만나자. 더는 힘들다.”  어느날 남자의 한마디가 파국을 불렀다. 혼인신고만 안했을 뿐 남편과 다름없었던 사람의 이별 요구였다. 매달리고 애걸했지만 남자의 반응은 싸늘했다.  곧이어 남자는 여자에게 다달이 건네던 생활비도 끊어버렸다. 직업이 없이 기초수급대상자 지원금 월 50만원과 남자의 지원으로 생활해 오던 여자는 생활 자체에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여자는 남자에게 만남을 요구했다. 살인이 일어난 바로 그날이었다. 여자는 이 자리에 남동생과 딸을 데려갔다. 혈육을 보면 남자가 마음을 돌릴 것으로 생각했던 것일까. 그러면서 흉기도 준비했다.  공원에서 두 사람의 다툼이 시작되자 동생은 조카를 데리고 자리를 피했다. 그 사이 여자가 흉기를 휘두르고 남자가 병원 응급실로 도망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여자의 1차 공격이 있은 후 동생은 흉기를 빼앗고 그를 편의점으로 데려갔다. 하지만 이미 누나는 감정의 통제선을 넘어선 상태였고, 동생이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응급실로 달려갔다.  ● 의문투성이 살인사건, 범행 동기를 풀 열쇠는…  여자는 마침 다른 사건 때문에 병원을 찾은 경찰에 바로 체포됐다. 경찰에서 여자는 “헤어지자고 말한 게 화가 나 일을 저질렀다.”고만 말하고 굳게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 때문에 6년동안 남편으로 여겨온 사람을 응급실까지 쫓아가 무참하게 살해할 수 있었을까.  여자는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각종 진술을 종합해 볼때 사건의 핵심은 어린 딸의 문제였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숨진 남자의 유족은 둘 사이에 딸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뿐 아니라 그것이 사실이 될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고 싶어했다. 유족은 “두 사람의 관계가 정말로 어떤 것이었는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아이가 친딸인지 어떻게 장담하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조사를 해본 결과 아이는 그들의 친딸이 맞다.”면서 “딸의 성도 남자의 성에서 따왔다.”고 말했다. 문제는 딸의 호적이 여자의 아버지, 즉 아이의 외할아버지 쪽에 등록돼 있었다는 것이다. 딸의 존재를 숨겼던 남자, 딸에게 법적인 아빠를 만들어주려는 여자. 두 사람이 끊임없이 이 문제로 충돌해왔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추측이다.  살인 혐의로 구속된 여자는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정에 나와서도 범행을 시인한 것 외에는 아무런 진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졸지에 부모를 모두 잃은 아이는 현재 여자의 가족이 데리고 있다. 충격에 빠진 남자의 가족은 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딸에게 정상적인 가정을 만들어주려던 빗나간 모정은 아이에게 끔찍한 기억만을 남긴 채 최악의 결과로 마무리됐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영화프리뷰] ‘리미트리스’

    [영화프리뷰] ‘리미트리스’

    에디 모라는 인생의 패배자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결혼했지만 곧 이혼을 당했고 직장에서도 해고당했다. 작가랍시고 끼적거리지만 단 한 문장도 완성하지 못한다. 급기야 애인에게도 버림받던 날 길을 걷다가 한때 마약 딜러였던 전처의 남동생을 만나 NZT란 알약을 건네받는다. 뇌의 기능을 100% 쓸 수 있도록 돕는 기적의 신약이란 게 처남의 설명. 한 알을 먹었을 뿐인데 십수 년 전 들었던 지식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이탈리아어에도 능통해진다. 안 써지던 소설도 일필휘지, 쭉쭉 써진다. 약이 더 필요해진 모라는 처남을 찾아가지만 이미 총을 맞고 숨진 터. 집 안을 샅샅이 뒤져 알약 한 봉지를 찾아내면서 모라의 인생은 롤러코스터를 탄다. ‘리미트리스’는 아일랜드 소설가 앨런 글린의 데뷔작 ‘더 다크 필드’(2001)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보통 사람들은 평생 자신의 뇌를 10%쯤 활용하고 아인슈타인이 15%를 활용했다고 한다. ‘리미트리스’는 두뇌의 100%를 쓸 수 있게 만드는 약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필립 K 딕 원작의 철학적 공상과학(SF)물과는 거리가 멀다. 만화적 발상에서 출발한 영화는 숨 쉴 틈 없이 빠른 전개와 경쾌한 편집으로 재미를 전달하려 애쓴다. 약물의 힘을 빌려 두뇌를 100% 활용하게 된 모라가 순식간에 외국어 서너 개를 익히고 피아노를 하루 만에 뚝딱 배운다든지, 주식 메커니즘을 꿰뚫고 인수 합병(M&A) 시장의 거물인 칼 밴 룬(로버트 드니로)의 마음을 사로잡는 중반까지는 제법 흥미진진하다. 평범한 고교생에서 하루아침에 슈퍼히어로가 된 ‘스파이더맨’ ‘크로니클’의 주인공을 보면서 관객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닐 버거 감독은 길을 잃은 듯 보인다. 두뇌의 활용 능력이 높아진다고 해서 육체적 능력까지 업그레이드된다는 발상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불량배들에게 포위당한 모라가 브루스 리 영화의 몇 장면과 격투기 중계 화면을 떠올리며 순식간에 상대를 때려눕히는 장면에 이르면 쓴웃음을 참기 어렵다. 모라가 특별한(?) 존재로 뒤바뀌는 결말은 만화적 발상의 화룡점정을 찍는다. ‘리미트리스’는 지난해 3월 북미 개봉 당시 ‘랭고’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등의 화제작을 따돌리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전 세계에서 제작비 2700만 달러의 6배에 육박하는 1억 6184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상당 부분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 배우로 꼽히는 브래들리 쿠퍼(에디 모라 역) 덕일 것이다. 한 편의 영화 안에서 백수 작가와 상원의원 후보자를 한결같이 매력적으로 그릴 수 있는 배우는 쿠퍼를 빼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반면 말년에 다작 배우가 된 로버트 드니로의 선구안은 다소 실망스럽다. 7월 12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시도 때도 없이 욱하는 내 안에 ‘그놈’이 산다

    독고단은 아이큐가 152이다. 천재적 두뇌와 피아니스트 뺨치는 피아노 연주실력을 갖췄다. 의붓아버지의 바이올린 줄을 훔쳐다가 치명적인 무기 아이템을 만들고 의붓남동생을 마구잡이로 팬다. 고등학교 1학년인데 180㎝에 115㎏의 거구다. 정신과로부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우울증, 게임중독중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독고단은 자신이 ADHD나 게임중독증 탓에 학교에서 말썽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그놈’이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그놈은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을 과격하게 행동하도록 하고 점점 자라 통제하기 어려워졌다. 성미에 맞지 않는 일이다 싶으면 물건을 때려부수거나 무례한 행동으로 학교 선생님이나 부모를 경기에 이르게 한다. 독고단이 문제가 아니라 ‘그 놈’이 문제다. 박선희의 장편소설 ‘그놈’(자음과 모음 펴냄)을 읽다 보면, 그놈은 독고단 속에서만 자라는 놈이 아니다. 우리의 ‘욱하는 성질머리’가 바로 그놈과 아주 똑같은 행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계 행성의 지위를 잃어버린 ‘명왕성 134340’처럼 우리는 자신의 좌표를 잃고, 이름을 잃고, 정글 속에서 홀로 살아가야 할까. 청소년 소설답지 않은 결론, 타협하지 않는 결론을 내주어 좋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동두천 조폭, 아내 숨지자 시신을 차에 싣더니…

    동두천 조폭, 아내 숨지자 시신을 차에 싣더니…

    보험금을 타내려고 아내와 남동생, 처남을 죽이고 내연녀의 남편까지 살해하려 한 인면수심의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은 1996년부터 10년 동안 친인척 3명을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해 보험금 20억원을 받아 가로챈 박모(46)씨와 박씨를 도운 손아래 동서 신모(41)씨, 내연녀 최모(41)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 동두천의 폭력배 출신인 박씨는 중고차 매매를 하던 1996년 사업자금과 조직 운영 자금이 떨어지자 범행을 계획했다. 박씨는 아내 김모(당시 29세)씨를 살해한 후 교통사고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내기로 하고 조직 후배 전모(36)씨에게 범행을 제의했다. 전씨는 그해 10월 6일 오후 8시쯤 경기 양주시의 한 주차장에서 박씨가 주변을 살피는 동안 김씨를 목졸라 살해했다. 박씨는 죽은 아내의 시체를 차에 싣고 주차장 인근 삼거리로 나가 전씨의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를 내 보험사로부터 1억 4500만원을 받아 냈다. 하나뿐인 친동생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1998년 7월 박씨는 자신이 보험금 수령자로 된 생명보험 3개를 동생(당시 28세) 명의로 가입했다. 당시 사채업을 하던 박씨는 “돈 받을 곳이 있다.”며 동생을 유인해 차 안에서 살해했다. 이어 맞은편 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을 들이받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으로 위장했다. 이 건으로 박씨는 6억원을 타냈다. 잠잠했던 살인은 재혼 후 다시 시작됐다. 1998년 재혼한 박씨는 2006년 4월 손아래 동서인 신씨와 짜고 처의 남동생 이모(당시 32세)씨를 살해해 보험금을 타냈다. 신씨가 수면제를 먹여 재운 이씨를 박씨가 둔기로 살해, 시체를 차에 싣고 경기 양주시 교외로 나가 교통사고로 위장했다. 이 건으로 박씨는 장모 명의로 몰래 들어 둔 3개 보험을 통해 12억 5000만원을 타내 이 중 1억 2000만원을 신씨에게 떼어 줬다. 박씨는 앞서 2006년 1월 같은 방법으로 내연녀 최씨의 남편 김모(41)씨를 교통사고를 가장해 살해하려다 충돌 직전 신씨가 마음을 바꿔 핸들을 꺾으면서 김씨는 목숨을 건졌다. 한편 1996년에 박씨의 첫 살인을 도운 박씨의 후배 전씨는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보험금에 눈멀어…아내·동생·처남 살해

    보험금을 타내려고 아내와 남동생, 처남을 살해한 뒤 내연녀의 남편까지 살해하려 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996년부터 10년 동안 가족 등 친·인척 3명을 죽이고 보험금 20억원을 받아 가로챈 박모(46)씨와 박씨를 도운 손아래 동서 신모(41), 내연녀 최모(41)씨 등 3명을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경기 동두천 지역의 폭력배 출신인 박씨는 중고차 매매를 하던 1996년 사업자금과 조직 운영 자금이 떨어지자 아내 김모(당시 29세)씨를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내기로 결심, 조직 후배 전모(36)씨에게 도와줄 것을 제의했다. 전씨는 같은 해 10월 6일 오후 8시쯤 경기 양주시의 한 주차장에서 박씨가 주변을 살피는 동안 김씨를 목 졸랐다. 박씨는 아내의 시신을 차에 싣고 주차장 인근 삼거리로 나가 전씨의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를 내 보험사로부터 1억 4500만원을 받았다. 하나뿐인 친동생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1998년 7월 박씨는 자신이 보험금 수령자로 된 생명보험 3개를 동생(당시 28세) 명의로 가입했다. 당시 사채업과 주점을 운영하던 박씨는 “돈 받을 곳이 있는데 같이 가자.”며 김포공항 부근으로 동생을 데려가 차 안에서 살해했다. 이어 맞은편 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을 들이받아 교통 사망사고로 꾸몄다. 박씨는 또다시 보험금 6억원을 손에 쥐었다. 잠잠했던 살인 행각은 재혼 뒤 다시 시작됐다. 1998년 재혼한 박씨는 2006년 4월 손아래 동서인 신씨와 공모, 처의 남동생 이모(당시 32세)씨를 살해하고 보험금을 타낼 계획으로 장모 명의의 통장 2개를 개설했다. 이어 신씨가 이씨에게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박씨가 둔기로 살해, 시신을 차에 싣고 가다가 경기 양주시 교외에서 교각에 충돌해 사망한 것으로 위장했다. 박씨는 장모 명의의 보험금 12억 5000만원을 받아 1억 2000만원을 신씨에게 줬다. 박씨는 앞서 2006년 1월 같은 방법으로 내연녀 최씨의 남편 김모(41)씨를 교통사고를 가장해 살해하려다 충돌 직전 신씨가 마음을 바꿔 핸들을 꺾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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