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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도급 거래 피해 막으려면 계약내용 등 문서로 남겨라”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하도급 거래에서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미리 계약과 작업지시, 수정사항 등을 반드시 문서로 남겨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이 하도급거래시 주의해야 할 10가지 예방법’을 소개했다. 예방법에 따르면 우선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은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원사업자가 계약서 없이 구두로 작업지시를 할 때 무조건 작업을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지시사항을 문의해 최대한 구체화한 뒤 이를 기재한 공문이나 팩스, 이메일 등을 확보한 뒤 원사업자에게 다시 발송하는 방식으로 증거를 남겨야 한다. 또한 하도급 계약을 할 때는 주요 내용을 확인해 목적물이나 납품일, 하도급 대금과 지급방법, 지급기일 등이 사실과 다르면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 만일 거부하면 그 내용을 서면으로 기재해 원사업자에게 발송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발주자나 원사업자와 대금의 직접지급 합의를 하기 전에 제3채권자의 가압류 등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발주자로부터 선급금을 받고도 하도급업체에 돈을 주지 않은 채 선급금 포기각서를 요구하면 그 부당함을 서면을 작성해 근거를 남긴다. 또한 건설공사가 도중에 추가됐어도 추가계약서나 작업지시서를 주지 않으면 작업물량이나 단가 등을 구체적으로 포함해 추가 소요금액을 문서로 통보하고 최소한 작업일지에 기록해둬야 한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사설] ‘개헌’ 벗은 정치권 FTA에 집중해야

    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개헌안 발의 의사를 거둬들였다. 이로써 지난 1월9일 노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로 시작된 개헌 정국은 석달여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개헌 필요성에 많은 국민이 공감한 데도 불구하고, 변변한 논의조차 없이 개헌 문제를 덮게 된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다만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등 정치권 전체가 18대 국회 초반에 개헌을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노 대통령이 이런 정치권 의사를 존중하고 수용함으로써 성숙한 타협의 문화를 이룬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우리는 많은 정치적 해석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안을 개헌 철회가 아니라 18대 국회 개헌 합의로 보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다. 진정한 개헌 논의 또한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각 정당은 연내 개헌이 대선을 겨냥한 것이라는 정략적 해석을 그만 접고, 이 시대에 부합하면서 새 시대를 준비할 헌법이 무엇인지 깊이 연구하고 준비해야 한다. 단지 18대 국회에서 개헌하겠다는 수준이 아니라 4년 연임제 등 대통령 임기를 포함한 구체적 개헌 방안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는 것이 당당한 자세일 것이다. 아울러 정치권은 이번에 보여준 대화와 타협의 자세를 한·미 FTA 대책 수립의 동력으로 삼기 바란다. 협상 결과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며 국민적 혼란을 부추기는 짓은 이제 그만 접어야 할 시점이다. 국회 비준을 앞두고 과연 이번 협상 결과가 21세기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디딤돌로 부족함이 없는지 검증하고, 개방에 따른 피해를 줄일 대책은 무엇인지 제대로 찾아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 FTA특위를 비롯, 정치권에 난립한 10여 가지 ‘검증기구’부터 정리해야 하겠다. 미국에선 이미 민간전문가 700여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면밀한 검증에 나섰다. 우리도 민간전문가, 정부, 정치권이 함께 참여하는 범국가적 검증기구를 구성해 실질적인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
  • [책꽂이]

    ●감각과 언어의 크레바스(방민호 지음, 서정시학 펴냄) “감각과 언어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크레바스가 있다. 언어는 감각을 완전히 재생해 낼 수가 없고 감각은 언어 바깥에 언제나 여분을 남긴다. 언어는 감각을 애타게 그리워하되 그 감각이라는 이름의 피안에 가 닿을 수 없는 영원한 나룻배 같은 것이다.” 인간의 감각과 언어 사이에 가로놓인 깊은 간극에 관한 저자(서울대 국문과 교수)의 사유가 담긴 평론집.‘지구는 연잎처럼 오무라들고 펴고’ ‘징후적으로 읽는 이상의 것’등 5부로 이뤄졌다.2만원.●과부마을 이야기(제임스 캐넌 지음, 이경아 옮김, 뿔 펴냄) 콜롬비아 출신 신예작가인 저자의 첫 장편소설. 산간마을 마리키타를 무대로 과부가 된 여자들이 자신들만의 새로운 사회를 건설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마리키타는 어느날 혁명을 꿈꾸는 마르크스주의 게릴라들이 남자들을 모조리 잡아가면서 여자들만 남게 된다. 작가는 혁명을 위해 전쟁을 벌이는 게릴라들의 이야기를 통해 남자들이 꿈꾸는 혁명이라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묻는다. 전2권, 각권 9000원.●꿀벌의 언어(이재룡 지음, 현대문학 펴냄) 누보로망 이후 신경향 소설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장 에슈노즈와 장 필립 투생 등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저자의 산문집. 저자는 “언어는 설득하지만 이미지는 유혹한다.”며 “문자를 통한 설득은 하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이나 지적 노력을 요구하는 피곤한 일이지만 이미지는 첫눈에 반하는 감미로운 눈요기”라고 말한다. 제목은 프랑스 평론가 롤랑 바르트가 언어의 실용적 기능을 지칭한 표현이다. 꿀벌도 소통하기 위한 실용적 언어를 갖지만 그런 꿀벌의 언어로는 예술적 차원의 묘사에 이를 수 없다는 것.1만원.●근대 극복의 이정표들(유희석 지음, 창비 펴냄) ‘민족문학 2세대’를 자처하는 저자의 첫 평론집. 저자는 이상·김수영·기형도 등에 덧씌워진 ‘모더니스트’라는 선입견을 제거, 시대와 감응하는 시인으로서의 그들의 면모를 되살려낸다. 윌리엄 워즈워스의 장시 ‘황폐한 농가(The Ruined Cottage)’에 대한 곡진한 비평문 ‘시의 드러남에 관하여’도 눈길을 끈다.1만 8000원.●천일의 유리(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문학동네 펴냄) 1967년 ‘여름의 흐름’으로 일본 문학사상 최연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가의 신작 장편. 인간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사물ㆍ동물ㆍ관념ㆍ감정 등 이 세계를 구성하는 1000개의 요소들의 시각을 빌려 그려낸 실험적 소설이다. 전2권, 각권 1만 1000원.
  • [북 리뷰] 자본주의와 자유/밀턴 프리드먼 지음

    “정부는 제발 가만히 있어라.” 케인스주의가 득세하던 1960년대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태동시킨 이른바 ‘시카고 학파’의 거두 밀턴 프리드먼은 이렇게 외쳤다. 지난해 11월 타계한 그는 ‘작은 정부론’의 기수였다.1956년 워바시 대학에서 한 그의 강연내용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와 자유’(밀턴 프리드먼 지음, 심준보·변동열 옮김, 청어람미디어 펴냄)가 또 다시 나왔다.1962년 첫 출간 당시부터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이 책은 그동안 18개 국어로 번역됐다. 시장자본주의 관련서적의 고전으로 꼽힌다. 당시 세계경제는 국가자본주의의 폐해로 곪아터질 지경이었던 것이다. 밀턴 프리드먼은 시카고 대학에서 제자들을 키우며 때를 기다렸다. 이때 양성된 ‘시카고 보이스’들은 세계 각국으로 돌아가 신자유주의를 외쳤다. 밀턴 프리드먼이 예견했던 바였지만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케인스 학파의 아성은 차츰 무너져갔다. 경기불황 등 병약한 경제에 대한 케인스식 처방은 좀체 먹히지 않았다. 미국의 레이건 정부와 영국의 대처 정부로 대표되는 ‘80년대’에 마침내 케인스학파는 두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 정부가 일일이 개입하기에는 시장의 덩치가 워낙 커졌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밀턴 프리드먼 이론의 정수가 고스란히 실려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연 정부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 살핀 후 이를 토대로 통화정책, 국제무역, 재정정책, 교육제도 차별, 독점 면허제도, 소득분배, 사회복지, 빈곤의 완화 등의 쟁점들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과 시장의 자유를 중시했던 자유시장경제의 수호자 밀턴 프리드먼이 주장한 바대로 세계 경제는 속속 신자유주의에 동참하고 있다.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시장의 자유와 확대를 주장했던 밀턴 프리드먼의 철학은 그러나 의문을 남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에도 여전한 국민적 저항은 도대체 무엇인가. 세계화에 발맞추어 무한 자유경쟁 체제로 돌입하는 것은 그의 주장대로 소비자, 즉 개인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것이 된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성급한 개방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부 산업의 도산이라는 결과는 또 무엇인가. 오늘날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줄기차게 외치는 주장들이 44년 전에 출간된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에서 그의 탁월한 전망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양극화 등 현대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는 밀턴 프리드먼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신자유주의 경제가 대세로 굳어진 지금, 이 책이 던지는 화두는 적지 않다.335쪽,1만 50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서비스시장 개방 논의조차 못해

    서비스시장 개방 논의조차 못해

    한국과 미국은 장장 14개월간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서로 필요로 하는 주요 쟁점에 대해 많은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협상 테이블에 올랐지만 양측이 서로 요구를 접거나 혹은 한쪽의 강한 반발로 절충점을 찾지 못해 협상에서 배제된 사안들도 상당수다. 우선 우리가 최대의 기대이익을 낳을 분야로 꼽았던 서비스 시장 개방은 양측의 강한 저항으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88개 업종과 미국의 19개 업종이 합의하에 협상 대상에서 빠졌다.‘덜 주고 덜 받기’식 딜이 이뤄질 전망이다. 교육 서비스의 경우 초ㆍ중등 교육은 애초부터 논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대학 영리법인 허용도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인터넷 원격 서비스도 제대로 된 논의로 이어지지 못했다. 특히 의사·간호사 등 전문직의 미국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필수적인 ‘전문직 비자 쿼터’ 문제도 우리측의 역점사항이었지만, 협상 테이블로 올리는 데 실패했다. 미국은 비자 문제가 의회의 권한임을 내세워 수용하지 않았다. 미국이 앞서 다른 국가들과 체결한 FTA 협정문에는 대부분 전문직 비자쿼터가 명시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이로써 전문직 서비스의 발전은 여전히 우리 힘으로 해결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우리가 핵심 목표로 내세웠던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도 수포로 돌아갔다.FTA 협상 대상에는 포함시키지 않고 나중에 다시 논의하는 ‘빌트 인(built-in:미합의 쟁점 추후 협상)’ 방식으로 타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우리측의 몇 안 되는 ‘공세 분야’였던 무역구제 분야도 무산됐다. 우리가 강하게 요구했던 ‘합의하에 반덤핑 조사 중지’,‘비합산 조치’ 등 6개항은 미국측의 ‘법개정 불가’ 방침에 막혀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관련 법 개정 없이 무역구제협력위원회를 설치하는 선으로 합의 수준을 낮췄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우리측 ‘아킬레스건’인 쌀은 미국이 우리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요구를 접으면서 개방 대상에서 제외됐다. 미국은 “장관급 협상에서 쌀 개방을 공식 요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다른 품목을 따내기 위한 ‘협상용 카드’에 불과했다. 서민들에게 관심이 높았던 전기·수도·가스 등 공공서비스의 시장 개방 문제도 협상 대상에서 빠졌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지방정부와 공기업 조달시장은 개방 예외로 하고, 미국의 주정부 조달시장도 개방 대상에서 빼기로 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20) 코끼리 넣는 냉장고 (하)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20) 코끼리 넣는 냉장고 (하)

    동물의 생식세포는 멸종위기의 동물을 복원하거나 인공수정 등을 통해 토종동물을 번식시키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자원이다. 이런 탓에 종보존팀은 냉동보관 중인 동물의 생식세포를 ‘신줏단지 모시듯’ 모신다. 하지만 사람도 아닌 야생동물의 정자와 난자를 얻는 것이 그리 쉬울까. 연구원들의 노력은 가히 눈물겨울 정도다. ●동물은 죽어 생식세포를 남긴다 동물의 정자를 채취하는 법은 크게 마사지법과 전기자극법, 사후채취법 등 3가지 정도로 나뉜다. 먼저 마사지법은 동물의 중요부위를 문질러주는 물리적(?) 자극을 통해 정자를 채취하는 전통요법이다. 지난해 인공수정을 통해 출산에 성공한 북한산 풍산개가 이 방법을 사용했다. 전기자극법은 약한 전류를 척추신경 등 특정부위에 흘려보내 정자를 받아내는 법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동물원측은 두 방법 모두 사용하기 꺼려한다. 정자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동물들이 받을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탓에 최근 동물원에서는 죽은 동물에서 생식세포를 꺼내는 사후 채취법을 주로 이용한다. 사후채취법은 기온이 높아 부패가 빨리 진행되는 여름보다는 겨울에 성공률이 높다. 겨울의 경우 최대 하루 내에 간단한 수술 등을 통해 건강한 정자와 난자를 채취할 수 있다. 동물원측은 “사람과 달리 동물은 죽기 전까지도 번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 죽은 사체에서도 건강한 생식세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눈물겨운 정자 수거작전 편법도 있다. 우리 바닥 등에 떨어진 동물 등의 정자를 수거하는 방법이다. 최근 ‘포르노를 보는 고릴라’로 소개한 바 있는 로랜드고릴라 ‘고리롱’(♂·1969년생·서울신문 1월5일자 보도)이나 침팬지, 개코원숭이 등은 민망스럽게도 가끔 우리 안에서 자위를 하는 일이 목격된다. 하긴 “영장류에선 어렵잖게 목격되는 일”이라고 하니 이상하게 여길 일은 아닌 듯하다. 특히 로랜드고릴라는 10억원을 호가하는 몸값이 비싼 놈이지만 아직 2세가 없다. 때문에 녀석이 자위를 하는 날이면 동물원은 바빠진다. 하지만 결과는 번번이 허탕. 온돌로 난방을 하는 탓에 바닥에 떨어진 정자는 금방 말라버리기 일쑤다. 정기적으로 하는 일도 아니라서 그 짓을 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다. 세계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은 이미 1975년부터 냉동동물원을 운영하며 400종 6800여 마리의 동물세포를 액화질소에 냉동보관하고 있다. 이웃 일본은 물론 다른 나라들도 자국의 동물 보존 등을 위해 투자를 넓히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멀기만 하다. 이달 초에는 국내 동물 인공수정 분야의 권위자로 꼽히는 모 연구원이 사표를 내고 학교로 떠났다. 국내에선 손가락 안에 꼽는 전문가지만 대공원에선 비정규직 신세를 면하지 못해서다. 종보존팀 관계자는 “현재로선 천연기념물 등 토종동물들이 죽는다 해도 생식세포를 채취할 수 있는 인력이 없는 처지”라면서 “자국의 생물이 소중한 자원으로 꼽히는 시대에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애로사항을 털어놓았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데스크시각] ‘참 나쁜’ 공무원/최광숙 공공정책부 차장

    “외환은행 매각에는 불가피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 후배들에게 선입견을 갖지 말고 감사에 임하라고 당부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아니더군요. 이렇게 기가막힐 정도로 사악하게 일 처리한 것은 처음 봅니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혹에 대해 감사를 벌였던 감사원의 한 관계자가 기자에게 털어놓은 얘기다. 그는 외환은행 매각에 관여했던, 일부 주역들을 향해 ‘사악한’ 공무원이라고 했다. 외환은행 매각의 비밀 ‘판도라 상자’를 열어 본 이들의 반응이 한결같다. 같은 공무원에게 쓰기에는 민망할 정도의 발언 수위라는 점도 놀랍다. 외환은행 매각 과정을 보면 정말 ‘교묘하게 진행됐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원이 이 일을 담당했던 변양호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변 국장은 2003년 2월24일 퇴임을 하루 앞둔 전윤철 당시 경제부총리의 비서관에게 이메일로 외환은행의 매각 관련,3쪽짜리 보고서를 보냈다. 이어 2003년 2월28일 취임한 지 하루밖에 안 된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에게 다시 1쪽짜리 보고서를 냈다. 감사원 관계자는 “내일이면 임기가 끝나 짐싸는 부총리의 비서관에게 이메일로 보고서를 보내는 이유가 뭡니까. 짐도 풀지 않은 새 부총리가 볼 때는 마치 전 정권에서 이미 추진돼 오던 일이기에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도록 한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전임자가 추진하던 일이라는 인상을 주는 수법을 잘 쓴다.”고 한 행정학과 교수의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물론 이는 일부 소수 공무원들에 해당되는 얘기일 것이다. 대다수 공직자들은 여전히 소명감을 갖고 묵묵히 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경부는 “외환은행 매각이 위기상황에서 벌어진 불가피한 정책 결정”이라고 항변한다. 과거의 정책 사안을 몇년이 지난 현재의 잣대로 평가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같은 재경부의 입장을 백번 감안하더라도 외환은행 매각은 아쉬움을 남긴다. 외환은행은 수출입은행 및 한국은행이 대주주로서 사실상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이다. 국민이 주인인 셈이다. 경영상황이 어려워 은행 매각이 불가피했더라도 왜 하필이면 단기차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넘겼어야 했냐는 의문에 재경부는 답변해야 한다. 은행 등 다른 전략적 투자자를 물색할 수도 있었지만 론스타 외에는 대안을 찾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것도 공정한 경쟁절차 없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불투명하게 추진됐는데도 말이다. 외형상 외환은행 매각 방침은 모든 행정절차를 밟아 추진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런 확신이 들지 않는다. 중요한 사안이라면 적어도 장관인 부총리의 최종 판단이 있어야 하는데 어느 곳에서도 부총리의 정책적 판단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은행이 위기 상황에서 매각됐다는 점도 쉽게 수긍이 되지 않는다. 재경부가 외환은행의 론스타 인수와 관련해 금감위에 예외승인을 적극 검토해 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낸,2003년 7월 당시 외환은행은 이미 회생의 날갯짓을 할 때다. 외환은행 위기의 주범으로 볼 수 있는 하이닉스 주가만 보더라도 그 해 3월 1000원대이던 주가가 7월 9000원대로 9배나 올랐다. 감사 결과를 보면 이때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은 “주가를 눌러라.”라는 지시를 했다. 하이닉스 주가 상승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사실 론스타는 임기말 정권 교체기에 어수선한 틈을 타 ‘구렁이 담넘어 가듯’ 추진된 정책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국가의 미래가 아닌, 나의 미래를 위해 정책을 추진하는 일은 없는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아야 할 때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주말탐방] 서울지방경찰청 CSI

    [주말탐방] 서울지방경찰청 CSI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한국판 CSI(과학수사대·Crime Scene Investigation)’로 화제를 모으며 지난달 1일 문을 연 서울지방경찰청 ‘다기능 현장증거분석실’이 과학 수사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개소한 지 한 달 남짓된 ‘다기능 현장증거 분석실’에 들어서자 분석 요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4900여만개의 지문이 입력된 지문 자동검색시스템과 수사 종합검색시스템, 족(足)윤적시스템, 컴퓨터 몽타주작성 시스템 등 22종류의 첨단장비들이 보는 이를 압도했다. 이곳에는 3개의 현장팀으로 나뉘어져 22명이 근무하고 있다. ●과학수사로 검거율 100%에 도전한다 8일 오전 3층에 있는 증거분석실에 들어서자 신재관(48·현장 1팀)경사가 광학현미경을 보며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미세 증거 분석에 몰두하고 있었다. 증거물은 며칠 전 은평구의 한 빌라에서 떨어져 숨진 20대 여인의 손톱에서 채취한 것. 신 경사는 “만약 죽기 전에 범인과 싸우거나 해서 신체 접촉이 있었다면 손톱에 상대의 피부나 입었던 옷의 섬유다발이 미세하나마 끼어있다. 이럴 경우 타살 가능성을 의심해 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성우(36·현장 1팀)경장은 국내·외에서 만들어진 신발 바닥 문양 1만 5000개가 입력돼 있는 족윤적시스템으로 종로구 다세대주택 도난사건 용의자의 족적을 찾느라 분주했다. 대낮에 창살을 절단기로 자르고 들어가 100만원어치를 훔친 범인이 남긴 유일한 단서는 신발 발자국뿐. 박 경장은 특수스티커로 채취한 발자국을 스캔해 컴퓨터에 입력한 뒤 비슷한 모양을 가진 운동화를 일일이 대조해 ‘N’사 브랜드의 조깅화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세상에 그 브랜드 운동화를 신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발자국으로 범인을 잡느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채취한 자료를 DB에 축적해놓으면 또다시 절도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운동화를 통해 두 사건의 연관성을 좀 더 쉽게 찾아낼 수 있죠.” 지문 감식만 24년을 해온 베테랑 김희숙(45·현장 2팀)경사도 지문 자동검색시스템의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김 경사는 “용의자로 추정되는 지문에 대한 상세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한 뒤 경찰청에 지문조회를 의뢰하면 전국민의 지문과 대조해 빠르면 10여분만에 용의자의 신원이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지문이 없는 경우는 DNA 정보를 찾는다. 지난해 10월 서울 상계동에서 발생한 술집 여주인 살인 사건에서는 범행 현장에 아무런 증거가 없어 현장 감식에 애를 먹었다. 다행히 범인이 먹고 버린 포도 껍질과 신발 자국을 찾아냈다. 포도 껍질은 증거물 건조기로 말려 DNA가 손상되지 않게 처리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하고, 발자국은 족윤적시스템으로 운동화를 확인해 범인을 찾아내는 데 단단히 한 몫을 했다. 김 경사는 “전에는 현장에서 혈액인지 페인트인지 여부를 알지 못했고,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했는지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없어 애를 먹었지만 이제는 현장키트를 통해 이를 즉시 확인한 뒤 국과수에 DNA분석 의뢰를 하게 됐다.”며 자랑했다. 폐쇄회로 TV(CCTV) 분석을 맡고 있는 김진수(37·현장 3팀)경사는 최근 강남지역에서 일어난 절도사건 용의자가 담긴 화면을 반복해서 돌려보고 있었다. 용의자가 승용차를 타고 범행지역을 빠져나가는 장면이 불법주차 단속 CCTV에 담겨 이를 토대로 차량번호를 확인하고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확보하려던 것. 하지만 CCTV와 차량의 거리가 멀어 차량 번호 파악이 쉽지는 않은 듯 그래픽 작업을 통해 번호를 복원해내려 애썼다. ●분석실의 자랑 ‘브레인스토밍’ 분석실을 열면서 과학수사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 첨단 혈액측정도구로 현장에서 혈흔을 채취한 뒤 30초면 ABO식 혈액형을 감식할 수 있다. 범죄수사 드라마에서나 보았던 자외선단파장 카메라로 어두운 곳의 지문과 발자국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증거물 건조기는 DNA 손상을 막아 범죄 은닉을 막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분석실의 또 다른 자랑은 ‘브레인스토밍’으로 불리는 수사통합자료시스템. 1964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수사기록 정보를 검색할 수 있어 발생 일시와 장소, 범죄유형, 수사결과 등 다양한 DB를 활용할 수 있다. 그동안 수십년 경력의 베테랑 형사들의 ‘감(感)’에만 의존해야 했던 갖가지 범행 패턴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또 여러 관할에 걸친 사건들을 온라인을 통해 서울 전 형사들이 함께 자료를 공유하고 ‘댓글’로 의견을 주고받아 수사방향 설정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분석실 한 쪽에서 꼼꼼하게 수사기록 DB를 작성하고 있던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가)’ 김윤희(30)경장은 범죄심리학 전공자로 지난해 과학수사대에 특채됐다. 김 경장은 “미제사건의 DB를 철저하게 분석해 데이터를 축적하다보면 나중에라도 유사 사건이 발생할 경우 동일범 소행 여부 등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죠. 이런 식으로 프로파일링 작업이 이어지면 수사가 미궁에 빠지는 일이 크게 줄어들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과학수사실장인 박동주(40)경감은 “모든 범죄는 반드시 흔적을 남기게 돼 있다.”면서 “과학수사를 통해 검거율 100%에 도전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교래(30)현장1팀장은 “과학수사 인력의 전문화를 위해 이공계 전공자에 대한 특채도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아직까지 미개척 분야인 만큼 도전 정신을 가진 젊은이들의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경찰이 본 미국 드라마 CSI 미국의 범죄수사 드라마 ‘CSI:과학수사대’ 시리즈는 전세계 과학수사대원들을 스타로 만들었다. 국내에서도 과학수사대원이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2위를 다투고 있고, 대원들이 ‘CSI’ 로고가 새겨진 작업복을 입고 현장에 나타나면 여학생들의 환호성이 이어진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원들은 자신들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미드’(미국드라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답변은 예상과 달리 부정적이었다. 지나치게 과장한 것도 문제지만 증거감식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해 범죄은닉 요령까지 일러주는 역효과를 내기 때문이란다. ●CSI는 만병통치약? 이 드라마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대중에게 ‘어떤 미제사건도 CSI의 손만 거치면 한 권의 완벽한 범죄시나리오로 재구성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 주었다는 것. 정교래 경위는 “실제로 미국에서는 배심원들이 ‘드라마에서 머리카락 하나만 있어도 범인을 찾던데 너희는 이렇게 단서가 많은데도 왜 범인을 못 잡느냐.’며 법정에서 과학수사대원에게 호통치는 경우가 다반사”라면서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인데 과학수사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커져버렸다.”고 꼬집었다.CCTV 분석을 담당하는 김진수 경사도 “각 경찰서에서 CCTV 차량 분석을 의뢰하면서 ‘드라마에서처럼 화면상의 극히 작은 일부분을 무한히 확대해 달라.’는 어이없는(?) 요구를 한다.”면서 “현재의 기술로는 CCTV에서 불과 10여m만 떨어져도 번호판 식별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범죄지능화에도 한 몫? 각종 현장증거 분석방법들을 상세히 설명해 일반인이 몰라도 되는 증거은닉 분야도 자연히 알게 된다는 점 또한 안타까워했다. 지문감식을 담당하는 김희숙 경사는 “계획적인 범죄의 경우 예전에는 지문만 지우고 달아났지만 최근에는 드라마 탓인지 현장에 조금이라도 단서가 될 만한 증거들은 모두 치우고 떠나는 예도 많다.”고 설명했다. 발자국 감식을 담당하는 박성우 경장도 “과학수사 요령 등을 설명하면 되레 이를 역이용해 수사를 방해하려는 이들이 생겨날까봐 걱정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과학수사의 중요성 알린 점은 인정 그렇지만 대중에게 현장 보존과 과학수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한 것은 높이 평가한다. 정 경위는 “드라마 덕분에 ‘현장의 먼지 하나, 흔적 하나도 범인을 잡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는 만큼 현장에 손대선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범행 현장 주변 사람들이 ‘재수없다.’며 경찰이 오기 전 현장을 청소하는 일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주민들에 의한 현장 훼손도 줄었다는 것이 정 경위의 설명이다. 글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영화 2편으로 본 인생사는 법

    새봄, 극장가를 감동으로 수놓을 유럽 영화 두 편이 관객을 찾는다. 스페인에서 안락사 논쟁을 일으켰던 실화 ‘씨 인사이드’와 냉혹한 동독 비밀경찰의 인간성 회복을 담고 있는 독일 영화 ‘타인의 삶’이다. 할리우드 대작도 아니고 화려한 톱스타가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낯설어하는 관객이 많을 듯하다. 하지만 일단 한번 보시라. 극장 문을 나설 때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곱씹게 될 터. 물론 재미는 기본이다.‘놓치면 후회한다.’는 상투적인 표현이 아깝지 않은 영화들이다. ■ 씨 인사이드 수심 낮은 바닷가에서 다이빙을 하다 목뼈가 부러진 뒤 26년간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 살아온 전신마비 환자 라몬 삼페드로. 그는 누군가의 손길 없이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다. 그는 “삶은 의무가 아닌 권리”라고 주장하며 권리를 잃어버린 삶을 ‘끝낼 권리’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다. 하지만 그의 안락사 청원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디 아더스’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은 스페인을 안락사 논쟁으로 들끓게 만든 실화를 통해 묻는다. ‘죽을 권리, 과연 인정해야 하는가?’ 감독은 라몬이 쓴 ‘지옥으로부터의 편지’를 읽고 매료돼 영화를 결정했다. 하지만 영화는 대놓고 어느 것도 선동하고 있지 않다. 그저 담담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라몬과 주변 인물들의 고통을 그려내고 있다. 사실 그는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 없는 것만 빼면 그리 불행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형수를 비롯한 가족의 헌신적인 돌봄을 받아왔고, 방향은 다르지만 그를 도우려는 변호사 훌리아와 이혼녀 리사의 사랑도 받고 있다. 형수의 말대로 그는 “이 집에서 사랑 빼곤 받은 게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남에게 의존해서 살 수밖에 없다면) 웃어서 우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뼈아픈 라몬의 말에서 그의 무거운 내면을 읽게 된다. 그가 가진 고통은 그의 판타지를 구현하는 환상적인 카메라 워킹을 통해 더욱 부각된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을 따라 유영하는 듯 담아낸 푸른 대지와 산, 바닷가…. 환상에서 깨어 옴짝달싹할 수 없는 그를 바라보는 건 절망이다. 관객은 어느새 죽음으로써 자유로워지고 싶은 그의 갈망을 이해하게 되고 그의 마지막 선택을 흐릿한 눈으로 받아들인다. 라몬 역을 맡아 눈부신 열연을 펼친 하비에르 바르뎀은 스페인의 국민배우.‘하몽하몽’ ‘당신의 다리 사이’ 등을 통해 ‘섹스 심볼’로 각인된 그의 변신이 놀랍다. 그는 이 영화로 제61회 베니스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오는 15일 개봉,15세 관람가. ■ 타인의 삶 누군가 당신의 삶에 현미경과 청진기를 들이댄다면, 거꾸로 당신이 누군가의 속내를 낱낱이 몰래 들여다볼 수 있다면. 대부분의 경우 당신과 누군가는 겉다르고 속다른 삶의 태도에 실망하고 냉소하게 될 것이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초원복국집 사건’이나 ‘엑스 파일’에서 드러난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대화 내용의 몰상식함을 기억한다면 말이다. 독일 영화 ‘타인의 삶’은 도청이라는 비인간적 행위를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성을 회복하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사랑도, 예술도 설 자리가 없었던 1984년 동독. 체제 유지를 위한 대민 도청이 상상을 초월하던 시절, 그 속에서 비밀경찰 비즐러는 피도 눈물도 없이 임무를 수행해온 기계적 인간이었다. 그에게 동독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과 그의 애인이자 인기 여배우 크리스타를 감시하라는 새로운 임무가 주어진다. 항상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니 그가 남은 물론 자신조차 사랑할 수 없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그런 그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에게 빠져들고 급기야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면서 남몰래 그들을 지켜주기에 이른다. 영화는 아무리 얼어붙은 시대라도 역시 사람만이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냉혈한에서 휴머니스트로 거듭나는 비즐러 역의 울리시 뮤흐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그는 시종일관 메마른 얼굴에 꿰뚫는 듯한 눈빛 하나로 비즐러의 차가운 내면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비즐러가 스승의 죽음을 애도하는 드라이만의 피아노 연주를 듣다가 표정없이 눈물만 떨구는 장면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많은 세월이 흐른 뒤 비즐러의 숨은 선행을 알게 된 드라이만. 그가 비즐러에게 뒤늦게 감사를 전달하는 마지막 반전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오는 22일 개봉,15세 관람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K리그 아시아 2연패 쏜다

    아시아 최고의 클럽팀을 가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가 7일 막을 올린다. 국내 K-리그에서는 지난해 정규리그와 FA컵 우승팀인 성남 일화와 전남 드래곤즈가 각각 베트남과 태국 팀을 상대로 이날 첫 경기를 치른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는 8강에 자동 진출한 상태. 특히 강호 호주의 AFC 가맹으로 이번 대회부터 2개 프로팀이 가세, 열기를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15개국 28개팀이 7개조로 나뉘어 5월23일까지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6경기씩을 치른 뒤, 조 1위만 8강에 진출한다. 성남은 이날 오후 7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베트남 V리그 우승팀 동탐롱안과 G조 1차전을 치른다. 포르투갈 출신의 엔리크 칼리스토 동탐롱안 감독은 6일 기자회견에서 “호찌민과 기온차가 무려 30도 이상 나지만 우리의 열정으로 한국 팬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것”이라고 밝혔다. 김학범 성남 감독은 “나중에 골 득실을 따져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다득점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F조에 속한 전남이 오후 8시 방콕 타이재패니스경기장에서 맞붙는 방콕대학FC는 이름만 ‘대학’이지 프로팀을 거친 만학도 위주로 꾸려진 데다 지난해 태국 리그를 제패한 팀으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방콕대학은 한달 전 국내 실업팀 할렐루야를 2-0으로 꺾은 적이 있다. 허정무 전남 감독은 “이름만 갖고 얕봐선 곤란하다. 이 경기를 치른 뒤 챔피언스리그 전체 목표를 설정하겠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경기 시간에 섭씨 36도까지 수은주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그라운드 상태가 매우 나빠 선수들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공원 전남 지원팀장은 “에어컨이 없어 선풍기로 땀을 식혀야 하는 등 경기장 시설이 형편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오세아니아를 버리고 AFC에 들어온 호주는 이번 대회 참가로 국내 리그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수 대다수가 유럽에서 뛰고 있는 호주 리그 최강팀 멜버른이 나오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성남과 함께 G조에 속한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는 이날 오후 7시30분 홈으로 중국 산둥 뤄넝을 불러들여 일전을 치른다. 지난해 호주 A리그 초대 챔피언인 시드니FC는 E조에 편성돼 인도네시아의 페르식 케드리를 비롯, 중국 상하이 선화, 일본 우라와 레즈 등과 8강 진출을 다툰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예수님은 일본여자와 살았다고

    예수님은 일본여자와 살았다고

    한 여름밤의 꿈 같은 이야기가 있다. 인류 구원의 은인으로 널리 숭앙받고 있는「예수·그리스도」가 일본을 두번이나 방문, 일본에서 살았으며, 십자가상에서 죽은「예수」는「예수」가 아니라 그와 쌍둥이 처럼 닮은 동생이다. 예수는 106세를 살고 일본에서 죽었으며, 일본과「유대아」사이를 오가는 동안에 인도에서 석가의 불교 정신도 닦았다는 등의 이야기가 아주 그럴 싸하게 그리고 신학자들의 증명까지 곁들여가면서 일본에 번지고 있다. 십자가(十字架) 부정설 나오자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은 5년전 미국의 신학자「스코필드」박사가「나자렛·예수」는 십자가상에서 죽지 않았다는 저서를 발표,「베스트·셀러」가 된 뒤 그 내용과 일본고대의 전설이 일치되는 점이 많다는데서 비롯된 것. 그는 책 속에서 어리석은「로마」인들이 십자가상의 처형과 부활을 꾸민 한「현인」의 꾀에 넘어가 속은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이 자체만으로도 큰 물의를 일으켰던 것인데, 이 저서를 모르는 일본 북부 주민들은 이와 유사한 전설을 알고 있으며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의「예수」에 관한 전설은「예수」의 소년시절과 성년시절 사이의 시간적인「갭」에서 시작된다. 이야기의 진원지는 일본 본토 북부지방「아오모리」현「미사와」남쪽 10「마일」지점에 있는「하지오네」마을이다. 예부터 성지(聖地)로 알려져 이 지방은 예로부터 성지로 알려진 곳이다. 언제부터 이 곳이 성지가 되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에「예수」가 왔다는 전설은 2천년 전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이에 의하면 예수는 해뜨는 나라 일본을 두번이나 방문한 것으로 되어있다. 이야기는「예수」가 21세때 일본에 왔으며 그의 목적은 물론 종교를 연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왜「예수」가 꼭 일본을 방문해야만했던가? 그것은 일본의「신도이즘」을 알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한다. 그리고「예수」는 일본에서 10년이상 머물렀으며 34세에「유대아」로 돌아갔지만「유대아」에서는 별로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로마」사람들은 그를 십자가에 못박아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예수」와 아주 쌍동이처럼 닮은 동생「이시키리사」를 잡아갔으며「예수」는 피신, 다시 일본으로 왔다는 것. 계속해서 이 전설은「예수」가 「하지오네」지방의「하다로」「하바기리」등 촌락을 다니며 설교를 했으며,「예수」의 유적으로 주장된 흔적이 이 지방 곳곳에 남아있다. 이 지방 동부에는「오니가추」라 불리는 성지가 있는데, 이는 거대한 이방인이 상륙한 곳이란 일본말이다. 그리고 이 전설은 또 「예수」가「미요꼬」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일본 처녀와 결혼했다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 난 세 아이의 첫 딸의 후예라고 주장하는「사와구찌」씨가 지금도 이 지방에 살고 있다. 중동의 풍습과 닮아 그는 일본인보다는「유대」인을 더 닮았다는 것이 보는 이의 인상이며, 가내 보물로 전해 내려오는「유대」의 휘장까지 갖고있다는 것. 아뭏든 전설은「예수」가 1백6세에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죽음을 했다는 것으로 끝나고 있다. 이 전설을 한층 신비스럽게 해주는 것은 이 지방 풍속이다. 이 지방 여인들은 중동에서의 습관처럼 얼굴에「베일」은 가리고 다니며 어린 아이의 머리에 재를 뿌리는 습관이 있다. 정확한 근거 없으나 이같은 전설은 많은 물의를 일으키고 또 침소봉대되어 전해지고 있는데「요꼬하마」신학교를 졸업한「기꾸·야마네」여사는 이 문제를 연구, 동방에서의 빛이란 책자를 내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녀가 내린 결론도「예수」가 일본에 왔다는 것. 그녀는 학문적으로 이를 연구, 이상의 사실을 구체적으로 정립시키고 있다. 물론 정확한 논거를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12세때「예수」가 진리를 찾아 부모를 떠나서부터 다시「유대아」로 돌아올 때까지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예수」가 집을 나온 것은 동방의「인도」에서 수도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 인도에서 그는 불교의 원조 석가의 수도방법을 배웠을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전설아닌 전설로서 이렇게해서「예수」의 일본방문 전설은 전설 아닌 전설처럼 그럴듯하게 새끼를 치며 번져가고 있는데, 그러면「예수」가 일본에서 죽었다면 그 무덤이 있을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남긴다. 그런데 이 전설은 거의 완전무결하게 의문을 하나도 남기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수상스러울 지경. 실제로 일본에는「예수」의 무덤으로 주장되는 무덤이 있으니 말이다. 이 지방의「신고」마을엔 불교사원이 있고 여기에「예수」의 무덤이란 무덤이 지금도 있다. 그러나 이 사실의 진위를 밝히는 것은 영원한 숙제라는 것. [선데이서울 70년 7월 12일호 제3권 28호 통권 제 93호]
  • [책꽂이]

    ●모파상의 행복(기 드 모파상 지음, 최내경 옮김, 대교베텔스만 펴냄) 1850년 프랑스 노르망디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모파상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친구인 플로베르로부터 문학수업을 받았다.19세기 프랑스 자연주의 문학에서 에밀 졸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파상. 그의 단편은 극적인 구성을 통해 강렬한 인상과 여운을 남긴다. 톨스토이가 극찬한 ‘단편소설의 대가´ 모파상의 단편선집.‘비곗덩어리’‘어떤 정열’‘몽생 미셸의 전설’ 등의 작품이 실렸다.8800원. ●원본 김소월 시집(김용직 지음, 깊은샘 펴냄) 맞춤법통일안이 나오기 전 옛 철자로 매문사에서 간행된 ‘진달래꽃’ 초간본 수록작 130여편을 원본 그대로 실었다. 저자(서울대 명예교수)는 “감미로운 애정시만 써온 것으로 알려진 소월의 시 중에는 민족의식이 내포된 것도 있다.”고 말한다. 한 예로 소월의 시 ‘왕십리’ 가운데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네/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라는 부분 중 마지막 행은 시인의 “식민지 상황에 대한 의식”을 보여준다는 것이다.1만 2000원. ●아침은 언제 오는가(이학규 지음, 정우봉 옮김, 태학사 펴냄) 낙하생(洛下生) 이학규는 정약용과 같은 남인계 실학파 문인으로, 두 집안은 대대로 혼인관계를 맺어 두터운 관계를 이뤘다.1801년 신유사옥이 일어나자 이학규는 외삼촌 이가환,9촌 숙부 이승훈, 인척 정약용 형제 등과 함께 감옥에 갇히게 됐다. 이학규는 경남 김해에서 32세부터 56세까지 24년 동안 유배생활을 했다. 이 산문집에는 그 때의 답답하고 울울한 심사와 삶에 대한 애상, 한아한 정취 등이 담겼다.‘태봉석(泰封石)으로 만든 붓걸이’‘금계(錦鷄)의 둥지’‘남포 유람기’ 등의 글이 실렸다.9000원. ●바람에 휘날리는 비밀 시트(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시공사 펴냄) 무쿠 하토주 아동문학상, 노마 아동문예상,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등을 수상한 저자가 성인을 대상으로 펴낸 소설집. 불상의 관능적 아름다움에 매료된 불상 복원가, 버려진 개를 보호하는 자원봉사자 주부 등 개성넘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하찮게 보이는 가치가 어떤 이들에겐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2006년 나오키상 수상작.1만 1000원.
  • [24일 TV 하이라이트]

    ●있을때 잘해(MBC 오전 7시50분) 진우 어머니의 점심식사 초대를 받은 순애는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여유있게 식사를 한다. 한편 영조의 의식불명 상태를 알게 된 유진은 곧장 영조한테로 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러고는 동규에게 영조의 과거가 담긴 서류를 건네주고, 영조가 사고를 낸 원인이 서류내용 때문일 수도 있다는 말을 남긴다.   ●사랑과 전쟁(KBS2 오후 11시5분) 불임으로 고생하던 선경과 규철 부부. 갖은 노력에도 애가 들어서지 않자 입양까지 고려하고 있을 무렵 남편의 아이를 가졌다며 윤미라는 여자가 집으로 찾아온다. 규철은 윤미와의 관계는 실수였으며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한다. 선경은 윤미가 아이를 낳을 때까지만 집에 데리고 있기로 하는데….   ●열아홉 순정(KBS1 오후 8시25분) 혜숙이 춤바람 났다는 윤정의 말을 들은 옥금은 충격을 받는다. 선화는 취직시켜준 답례로 동국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동국은 묘하게 설레는 느낌을 갖는다. 괜히 들떠 보이는 동국이 의심스러운 명혜는 동국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살펴본다. 한편 건형은 제대해 신형을 만나러 온다.   ●시네마 천국(EBS 오후 11시55분) ‘범죄의 재구성’의 노련한 사기꾼에서 ‘타짜’의 도박고수에 이르기까지 무심한 듯 태연해 보이는 표정과 엉뚱한 행동 뒤에 진정한 통찰력을 지닌 백윤식의 영화세계를 만난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또 다른 시선을 보내는 두 편의 영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감상한다.   ●신동엽의 있다! 없다?(SBS 오후 6시50분) 검은 비석에 새겨진 이름 네 글자 ‘순결바위’. 비석에는 ‘사생활이 순결하지 못한 사람은 들어갈 수 없다, 들어가면 바위가 오므라들어 나올 수 없다.’고 쓰여있다. 남녀의 순결을 시험하는 순결바위의 정체를 밝힌다.11월 넷째 주를 장식한 이 주의 뜨거운 사진 ‘털 없는 고양이’를 만나본다.   ●사이언스+(YTN 오후 1시40분) 예로부터 오늘날까지 우리나라의 인삼은 고려인삼으로 불리며 세계적으로 각광받을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그 이유는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많은 효능 때문이다. 인삼은 가공 방법에 따라 그 성분이 달라져 각 종류마다 성분의 차이를 나타낸다. 세계인의 웰빙 식품, 인삼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 소니·MS 게임기 매출 ‘극과 극’

    소니의 ‘PS3’는 밑지고,MS의 ‘X박스360’은 남긴다. 20일 EE타임스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의 분석 결과, 차세대 게임기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PS3)는 1대 팔 때마다 240∼300달러(22만∼28만원)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요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X박스360’은 1대당 76달러(약 7만 1000원)를 남기는 것으로 조사돼 대조를 이뤘다. 아이서플라이는 PS3의 대당 손실액이 게임기로서도 ‘주목할 만한 수준’이라며 소니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을 시사했다. 소니는 올해 말 일본과 미국에 공급하는 첫 물량을 400만대에서 200만대로 줄였다. 유럽 시장은 내년 3월로 출시를 미뤘다.MS는 PS3보다 1년가량 일찍 X박스360을 판매해 올 연말이면 전세계에 약 1000만대를 보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씨줄날줄] 자살예고/진경호 논설위원

    “선생님. 제발 저를 찾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잊지 말아주세요.” 일본 여류문학상 수상작가 이나바 마유미의 단편에서 절름발이 중학생 이토 다쿠로는 이지메(집단 괴롭힘)를 견디다 못해 가출한다. 그러곤 엄마와 선생님, 자기를 괴롭힌 가나이, 마쓰오카, 모치즈키, 야마다, 그리고 친구 미야모토에게 편지를 남긴다. 이지메가 너무 고통스러워 떠나지만 그런 자신을 절대 잊지는 말아달라고, 엄마와 선생님에게 눈물로 호소한다. 이토가 그 뒤 생을 어찌했는지는 모르겠으나 10년이 지난 지금 제2, 제3의 이토가 남긴 편지와 잇단 ‘이지메 자살’로 일본 열도가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7일 문부성에 자살을 예고하는 이지메 피해학생의 편지가 날아들고 닷새 뒤 사회 각계의 애끓는 호소에도 불구, 두 명의 중학생이 목숨을 끊었다. 교내 이지메 실태를 숨겼던 한 초등학교 교장도 목숨을 끊었다. 자살예고와 모방 자살이 연쇄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1968년 미국자살학협회를 세운 슈나이드먼은 “자살자의 80%는 죽기 전에 어떤 형태로든 그 신호(signal)를 보낸다.”고 했다. 다수의 자살이 실제로 죽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살려고 주변에 애타게 구원을 호소하는 몸짓인 것이다.‘생명의 전화’는 그 80%의 신호가 자기만의 공간, 즉 방이나 일기장, 홈피, 편지, 문자메시지 등에 남겨진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만 401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차지한 우리다. 적어도 그들의 80%,1만 1200명은 자살을 예고했고, 그런 그들에게 주변에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비극은 없었을 수 있다. 최근 고려대 행동과학연구소 주최 자살예방세미나에서 고려대 강선보 교수가 뉴욕의 한 여교사 얘기를 소개했다. 반 학생들에게 일일이 ‘당신은 내게 특별한 사람입니다’라는 리본을 달아주었고, 건너건너 전해진 그 파란리본이 자살을 결심한 한 아이를 살렸다. 자살관련 사이트만 270여개에 이르는 이 ‘자살 권하는 사회’에서 자살을 청소년 사망원인 1위에서 끌어내리려면 지금 당장 우리 가슴에 파란리본을 달고 ‘특별한 당신’을 찾아 나서야 한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儒林(732)-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13)

    儒林(732)-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13)

    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13) 마침내 주역을 통해 ‘군자유종(君子有終)’의 천기를 점지 받았으므로 제자들은 누구나 스승 퇴계가 곧 종언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실제로 이튿날인 12월8일. 퇴계의 병은 한층 더 위독해졌다. 이날 아침 퇴계는 이덕홍과 조카 영을 불러들였다. 두 사람이 퇴계의 침상 곁에 앉자 퇴계는 간신히 손을 들어 무엇인가를 가리키려 하였다. 그러나 온몸에서 힘이 모두 빠져나간 듯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보다 못한 조카 영이 퇴계의 얼굴에 바짝 귀를 들이대자 퇴계는 띄엄띄엄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저…매형에게…물을…주어라.” 퇴계의 임종을 기록하고 있는 수십 권의 책들은 퇴계의 이 말이 그가 생전에 남긴 최후의 유언으로 명기하고 있다. 그러므로 ‘매분에게 물을 주라.’는 말은 공식적인 퇴계의 마지막 유언인 것이다. 죽기 직전 자신의 머리맡을 지키던 매분에게 물을 주라는 퇴계의 유언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생전에 그토록 상사하던 매분이었으므로 살아있는 모든 생명에게 물을 주라는 퇴계의 유언은 이 세상에 모든 삼라만상이 너와 나의 대립관계가 아니라 둘이 아닌 하나라는 상생(相生)의 철학을 의미하고 있는 심오한 최후설인 것이다. 이러한 참군자 최후설은 세기의 철인이었던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유언을 떠올리게 한다. 비록 시대와 공간은 달라도 소크라테스와 퇴계는 궤변론이 팽배하던 어지러운 난세에 올바른 진리로 청년들을 일깨우던 세기적인 사상가. ‘아테네 청년을 부패시키고 새로운 신을 섬긴다.’는 죄명으로 독배를 마시고 죽게 된 소크라테스는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의 편안한 여행을 기원하는 기도’를 드린 다음 태연히 독약을 마신다. 이를 지켜보던 제자들이 모두 얼굴을 감싸고 통곡하기 시작하자 소크라테스는 묻는다. “웬 통곡 소리들인가. 이런 창피한 꼴을 보게 될까봐 아낙네들을 먼저 보냈거늘,‘사람은 마땅히 평화롭게 죽어야 한다.’고 나는 들었네. 그러니 부디 조용히 하고 꿋꿋하게 행동하게.” 감각이 사라지고 온몸이 뻣뻣해지며 죽어가던 소크라테스는 온몸을 덮었던 천을 벗기고 혼신의 힘을 다하여 역사상 유래가 없는 그 유명한 유언을 남긴다. “이보게 크리톤. 아스클레오피스에게 닭 한 마리를 빚졌다네. 자네가 잊지 말고 기억했다가 내 대신 갚아주시게나.” 진리의 철인이었던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유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아스클레오피스는 그리스인들의 의신(醫神). 뱀이 기어오르는 지팡이를 짚고 다녀서 오늘날에도 병원이나 약국에서 뱀의 지팡이로 상징되고 있는 문장은 바로 아스클레오피스를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 儒林(725)-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6)

    儒林(725)-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6)

    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6) 간신히 의관을 정제하고 나서 퇴계는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꼿꼿이 한 자세로 제자들을 맞았다. 제자들의 모습을 한참동안 일일이 돌아본 후 퇴계는 입을 열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평소 그릇된 견해를 가지고 제군들을 종일토록 가르친 것에 대해 미안한 생각을 금할 수가 없소.” 퇴계의 말은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그 짧은 말속에 퇴계가 하고자 하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음이었다. 생전에 8만의 경전을 설법하였으면서도 임종에 이르러서는 ‘나는 한마디도 설한 바가 없다.’고 말하였던 부처처럼 퇴계 역시 제자들에게 종일토록 가르쳤지만 그것은 모두 그릇된 견해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부처는 임종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유훈을 남긴다. “너희는 저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만을 의지하여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에 의지하여라. 이밖에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이 가르침대로 행동한 다음 설사 내게서 멀리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그는 항상 내 곁에 있어 나와 함께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모든 것은 덧없다. 게으르지 말고 정진하여라.” 제자들에게 남긴 퇴계의 마지막 유훈은 마치 부처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제자들에게 종일토록(평생토록) 가르쳤으나 이 역시 그릇된 견해였을지도 모르니, 오직 자신만의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에 의지하여 게으르지 말고 정진하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내용인 것이다. 이에 대해 임종을 지킨 이덕홍은 ‘간재문집’에서 스승의 장엄한 유언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12월4일. 스승께서 윗옷을 걸치게 한 다음 제자들과 영결하면서 말씀하셨다. ‘평소 그릇된 견해를 가지고 제군들과 종일토록 강론한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平時以謬見 與諸君講論 是亦不易事也)’” 제자들과의 영결을 마침으로써 모든 주위를 정리한 퇴계는 마침내 자신이 묻힐 수기(壽器)에 대하여 언급한다. 수기는 살아있을 때 미리 만들어 놓는 관을 가리키는 말로 퇴계는 자신이 죽은 후에 묻힐 관을 준비하라는 말을 함으로써 자신의 임종이 임박하였음을 예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퇴계는 자신의 수명이 마치 바람에 깜빡이는 촛불과도 같아 길어야 사흘이나 나흘 더 지탱하면 꺼져버릴 것을 잘 알고 있었던 듯 보인다. 이러한 사실 역시 ‘간재문집’에 기록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12월5일. 수기를 마련하라고 지시한 다음 제자들에게 3,4일 더 지탱하면 다행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날 조카 영에게 대간(臺諫)들이 을사위훈(乙巳僞勳)의 삭탈(削奪)을 청한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물으셨다. 영이 아직 윤허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하자 그 일이 끝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하면서 재삼 탄식하였다.”
  • 판사 집무실 출입자 명단 남긴다

    앞으로 변호사와 사건 당사자들의 서울중앙지법 판사실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서울중앙지법(법원장 이주흥)은 다음달 1일 법관 집무실에서의 면담 절차를 구체화한 새 ‘법관 면담 절차에 관한 내규’를 시행키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판사실을 방문하려면 원칙적으로 24시간 전까지 서면이나 전화로 방문신청을 하고 판사에게 허가를 받아야 한다. 친지나 친구 등이 사건과 관계없이 판사를 만날 때에도 ‘방문 예정자 명부’에 미리 이름을 올려야 한다. 갑자기 판사실에 들르게 될 때에도 방문대장을 작성토록 했다. 단 파산관재인·관리인·직무대행자·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취재 목적의 언론인은 새 내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당뇨병을 예방하려면 먹은 만큼 운동하라

    당뇨병을 예방하려면 먹은 만큼 운동하라

    글 김철환 인제대학원대학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요즈음 가까운 친척과 친구들, 그리고 직장 동료들 중에 당뇨병을 진단받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당뇨병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암, 에이즈, 비만, 흡연과 함께 21세기 최대의 질병으로 손꼽힌다. 현재 당뇨병 환자(세계)는 1억 7,000만 명이며 한 해 320만 명이 당뇨병으로 목숨을 잃는다. 한국의 당뇨병 환자도 약 1,0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그 중 반은 자신이 당뇨병 환자라는 사실도 알지 못한다. 당뇨병이 심하지 않을 때는 주관적인 증상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간 당뇨병에 의한 사망자가 94% 증가했는데 암으로 인한 사망자 증가율이 18%인 것에 비하면 당뇨병의 증가가 얼마나 급격한지 알 수 있다. 당뇨병은 핏속의 포도당 농도가 과도하게 올라가서 미세혈관과 대혈관의 문제를 일으키는 병이다. 당뇨병이 일으킨 작은 혈관의 문제는 망막질환, 신장질환, 신경염을 일으키는데 결국은 시력 상실, 만성신부전, 신경기능 상실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당뇨병을 일으킨 대혈관의 문제는 관상동맥질환, 뇌중풍, 사지혈관장애를 일으키는데 결국 사망이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당뇨병은 이런 주요 합병증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고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이 생기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핏속에 포도당을 처리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없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인슐린이 충분하기는 한데 이 인슐린이 작용하기 어려운 여건에 놓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당뇨병은 바로 후자가 원인이다. 인슐린의 저항성이 생기는 가장 흔한 것은 집안 내력의 유전적인 소인이고 그 다음으로 과식, 운동 부족, 비만,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이런 생활습관은 각종 암과 동맥경화, 고혈압 등 다른 성인병과도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당뇨병을 앓는 사람은 이런 질병이 동시다발로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병은 비만하고 운동을 하지 않는 생활습관 때문에 생기므로 생활습관병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적절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며, 커피는 설탕, 프림을 넣지 않고 마시는 습관을 가진 사람에게는 당뇨병 등 생활습관병이 드물다. 우리 몸에서 인슐린의 도움 없이 에너지를 쓰는 기관은 뇌와 운동할 때의 근육뿐이다. 특히 운동을 하면 인슐린의 수용성이 좋아지기 때문에 핏속의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 스트레스는 우리 몸의 카테콜라민이나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같은 스트레스에 대처해야 하는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는데 이는 혈당을 상승시키고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유전적인 결함은 아직 인간의 능력으로 교정할 수 없는 문제지만 후천적인 원인인 잘못된 생활습관은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했던가? 이 금언은 당뇨병을 예방하는 데도 매우 적절하다. 먹었으면 그 만큼 일로, 운동으로 써야 한다. 아울러 평범하지만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만이 당뇨병에 걸리지 않고 살 수 있는 비결이라는 점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월간 <삶과꿈> 2006.10 구독문의:02-319-3791
  • [토요영화]

    [토요영화]

    ●음란서생(캐치온 오후 2시10분) 화면 위에 생생한 색채감과 질감을 구현해 냈다는 점에서 한국영화의 또 다른 성취를 보여줬던 영화. 사대부 명문가의 자식인데다 글솜씨 하나 모자랄 것 없는 윤서(한석규)는 사헌부 고위직에까지 앉아 있지만, 정치 생각은 없다. 당파싸움에 멀쩡한 사람조차 병신되는 그 놈의 판에 무슨 미련 있으랴. 그러다 왕이 총애하는 후궁 정빈(김민정)의 명을 받아 어떤 사건 수사에 나서게 되고 이 와중에 도성 내에 음란서적을 유통시키는 황가(오달수)를 알게 된다. 이 때 받은 충격을 잊지 못한 윤서는 스스로 음란소설을 쓰게 되고, 반대 당파의 의금부 도사 광헌(이범수)도 끌어들여 삽화까지 그려넣는다. 이로써 가을에다 달까지 겹쳐 음란요상한 기운이 마구 샘솟는 ‘추월색(秋月色)’이라는 의문의 작가가, 그리고 그 작가가 썼다는 검은 계곡의 은밀한 이야기 ‘흑곡비사(黑谷秘事)’라는 전대미문의 베스트셀러가 탄생한다. 낙양의 지가를 올리던 흑곡비사의 명성은 정빈의 귀에까지 들어가는데…. 완벽에 가까운 의상·미술과 이를 뒷받침해주는 촬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즐겁게 해주고, 혀 짧은 소리 내는 배우가 득시글하는 판국에 한석규와 이범수의 풍성한 성량은 귀를 즐겁게 해주고,‘댓글’·‘동영상’·‘폐인’ 같은 요즘 인터넷 문화를 유머스럽게 녹여낸 재치는 머리를 즐겁게 해준다. 그러나 1000만명 시대를 연 사극영화 ‘왕의 남자’에 비해 드라마의 힘이 다소 모자란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는 후반부로 들어가면서 정빈과 윤서의 금지된 사랑이나, 왕(안내상)과 내시(김뢰하)와 정빈간에 성립하는 또 다른 물고 물리는 관계에 집중하는데 왠지 뜬금없이 겉도는 느낌이 강하다. 결정적인 대목은, 정말 음란하겠지 기대하는 시청자는 그 기대를 한참 낮춰야 한다는 점이다.2006년작,139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오르페브르36번가(KBS2 밤 12시25분) 지난 주 ‘늑대의 제국’에서부터 주말 안방을 찾고 있는 ‘KBS프리미어페스티벌’ 영화의 두번째 작품. 지난해 프랑스에서 흥행 1위를 차지했고, 베를린영화제에서도 호평받았다. 제랄르 드파르디유가 경찰서장이 될 욕심에 친구를 배신하는 악질 경찰 ‘클랑’을, 다니엘 오테유가 클랑 때문에 아내를 잃고 감옥에까지 갇히게 되는 형사 ‘레오’를 연기했다. 같은 사건을 수사하던 동지에서 점차 적으로 바뀌어가고, 또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이들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일품으로 꼽힌다.2004년작 1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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