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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악구 “고시촌 퇴폐업소 꼼짝마”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찾던 당구장, 만화방들은 이미 상당수 사라진 지 오래. 대신에 ‘키스방’ ‘섹시방’ 등 듣기조차 거북한 유사퇴폐 업소들이 골목마다 즐비하게 늘어서 호객 행위가 한창이다.신림동(현 대학동)의 고시촌에서 젊은 고시생들이 한 손에 법전과 수험서를 든 채 거리낌없이 이들 업소를 찾는 모습을 보면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관악구가 관악경찰서, 관악소방서와 함께 수험 준비 지역으로서의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고시촌 지역에 대해 대대적인 정화 작업에 나섰다. 24일 지역기관장 및 민간단체장 등 20여명과 함께 치안협의회를 열고 신림동 고시촌 지역의 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지역내 퇴폐업소 등에 대한 합동단속 실시 ▲성매매업소의 건물주 처벌과 수익금 몰수 ▲고시촌 면학분위기 조성 방안 마련 등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이를 위해 관악구는 일년에 두 차례씩 지역상인과 고시 준비생들과 만나 고시촌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한 의견을 직접 듣기로 했다.6월 기준 고시촌으로 불리는 대학동 일대에서 영업 중인 성매매업소만 17개에 이른다. 간판을 걸지 않고 은밀하게 영업하는 업소는 그 수조차 셀 수 없을 정도. 이미 5~6년 전부터 고시촌의 퇴폐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지만, 구와 경찰서 등은 이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온 것이 사실. 결국 30년 넘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던 수험지역의 명성을 이어왔던 이곳은 현재 수험생 수가 이전(4만여명)의 절반가량인 2만 5000명 수준으로 급격하게 줄어 고시촌의 ‘생존’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박용래 구청장 권한대행은 “새로 구정 업무를 맡은 만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각오로 고시촌 정화작업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신문산업의 위기와 상업적 재미/김성애 경희대 대학원보 편집장

    [옴부즈맨 칼럼]신문산업의 위기와 상업적 재미/김성애 경희대 대학원보 편집장

    왜 사람들이 점점 신문을 읽지 않는가? 다양한 분석들이 있겠지만 그중 한 가지는 재미가 없어서다. 흔히 신문의 위기를 젊은 영상세대들의 탓으로 돌리곤 하는데 재미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이 어디 젊은이들만의 것이겠는가. 특파원 칼럼 “美의회 신문산업 구하기 잘 될까”(5월9일자)에서, 기자는 신문위기의 극복방안으로 탐사보도의 강화를 들었다. 당위적이고 공감이 가는 대안이다. 그런데 문제는 탐사보도도 재미가 없으면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 신문들은 너무 엘리트적이다. 그래서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일반 서민들은 검찰총장의 사퇴보다 내 남편의 조기퇴직에, 경제엘리트들의 난해한 경제전망보다 난전 상인들의 체감경기에 더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서울신문은 ‘20&30’, ‘5080’등의 기획연재를 통해 각 세대별 고민과 이슈들을 풀어내고 독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기사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보도기사는 여전히 아쉽다. “지방상권 몰락…반값도 못 받는 대형상가”(6월12일자)는 속타는 건물주들의 인터뷰 하나 없이 급락하는 건물매매가만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지표·체감물가 따로 왜”(6월4일자)에서는 난전의 공기를 호흡하며 쓴 인터뷰 하나 없이 체감경기를 논했다. 다음으로 뒤집어 보는 맛이 없는 신문은 재미가 없다. 서울신문은 ‘2009 녹색성장 비전’을 통해 세계적 트렌드라 할 수 있는 녹색성장의 방책들을 연재중이다. 1면 전체를 할애한 캠페인 광고도 눈에 띄었다. “지자체도 녹색성장 체제로”(6월2일자)에서는 어느 지자체가 몇 명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녹색성장 교육을 할 것인지를 나열하고 있었다. 그사이 “또 다른 탐욕 ‘그린 버블’의 서곡인가”(6월13일자)라는 칼럼은 유행처럼 번져가는 녹색 바람에 새로운 방점을 찍었다. 녹색성장이 금융버블을 잠식시키기 위한 또 다른 버블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녹색성장의 이면을 뒤집어보는 통찰이 날카로웠다. 사안을 뒤집어 보는 혜안을 가지려면 저널리스트에게 전율할 만한 통찰력과 진정성 있는 관찰력이 필요하다. 일례로, 세계가 녹색성장에 빠져 있을 때 에티오피아에는 녹색기아로 불리는 아이들이 있다. 언소주가 불매운동을 벌일 때 정작 적자위기에 처한 진보지들의 구독운동은 쉽사리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물체가 그림자를 가지는 것처럼 모든 세상사는 이면이 있다. 독자들은 그 이면을 보고 싶어 한다. 마지막으로 현상만 나열하는 기사는 허탈한 웃음만 남긴다. “청년 백수, 이래서 힘들다”(6월21일자)에선 청년백수들의 애환들이 소개됐다. 하지만 ‘백수’라는 타이틀이 젊은이들의 수치심과 연관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런 이야기들을 넋두리처럼 소개하는 데 그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저널리스트 바바라 에렌라이히가 미국 내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을 체험하면서 ‘빈곤의 경제’를 저술한 것은, 단지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그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녀는 빈곤을 야기하는 구조적 문제와 사회적 모순 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그 원인을 분명히 적시했다. 그 점에서 위의 기사는 백수들의 삶을 그저 개인적 차원에서 전시하고 있어 허탈한 웃음만 짓게 만든다. 일각에선 신문교육(NIE)를 통해 청소년들의 신문 가독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재미가 없어서 공부를 안 하는 사람은 있어도 방법을 몰라 안 하는 사람은 적다. 따라서 신문의 위기에 대한 원인과 해법 역시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 재미있게 쓰면, 독자들은 얼마든지 재미있게 읽을 마음이 있다. 김성애 경희대 대학원보 편집장
  • [연극리뷰] ‘하얀 앵두’

    [연극리뷰] ‘하얀 앵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죽는다. 천년만년 살 것처럼 안달하지만 인간의 삶은 길어야 100년이다. 꽃도, 나무도, 동물도 제게 주어진 시간만큼만 살아낼 뿐이다. 하지만 죽음이 곧 소멸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한낱 미물인 삼엽충이 화석으로 남아 5억년의 시간을 견디듯 사람은 자식을 낳아 대를 물리고 꽃은 씨앗을 남긴다. 연극 ‘하얀 앵두’(배삼식 작, 김동현 연출)는 강원도 영월에 요양 온 가족과 이웃의 일상에서 이러한 소멸과 탄생의 순환을 세밀하게 짚어낸다. 하얀 앵두가 있던 할아버지의 정원을 추억하는 반아산과 그의 아내와 딸, 화석 채집을 위해 반아산의 집에 묵고 있는 고고학자 권오평과 조교 이소영, 그리고 이웃 노인 곽지복이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서로의 삶에 깊이 개입하면서 애틋한 인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따듯하고 정겹다. 이야기 자체의 순환 구조도 재밌다. 작품의 주요 모티프인 삼엽충 화석은 반아산의 애견 원백이가 발견한 것을 권오평이 갖고 있다가 반아산의 아내에게 선물로 건네지고, 이를 다시 곽지복 노인이 빌려갔다가 잃어버리게 된다. 삼엽충은 권오평에게 5억년 시간의 무게를 알려주는 시계이고, 반아산의 아내에겐 커피 콩을 닮은 코피 루왁이며, 곽지복 노인에겐 조급증을 치료해 주는 약이다. 늙은 수캐 원백이가 곽지복 노인의 어린 암캐를 넘본 사건을 웃어넘겼던 아산이 고등학생인 딸과 결혼하겠다고 찾아온 나이 많은 교사를 보고 불같이 화를 내는 대목은 돌고 도는 인생사의 순환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 ‘몸떼이 가진 것드른 마카 설웁재. 마카 설워서 이래 서루 만내가지고 찌지구 뽁구 지라 발과이 하는 기래.’ 곽지복 노인의 대사는 언제 소멸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몸부림치는 이들에 대한 따뜻한 위로이다. 7월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3만원. (02)708-5001.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같은 원작 다른 느낌의 뮤지컬 2편] 사춘기

    [같은 원작 다른 느낌의 뮤지컬 2편] 사춘기

    서울 명동 해치홀에서 공연 중인 창작뮤지컬 ‘사춘기’(이희준 각색, 김운기 연출)는 ‘스프링 어웨이크닝’과 원작은 같지만 느낌은 전혀 다르다. 지난해 초연 당시 히트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명성에 무임승차하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지만 일단 공연을 보고 나면 이 작품의 시작과 끝이 ‘스프링 어웨이크닝’과 무관하게 이뤄졌다는 점에 공감하게 된다. ‘사춘기’는 프랑크 베데킨트의 희곡이 제시한 강렬한 문제의식과 캐릭터만 남겨두고 구체적인 사건 전개와 갈등 요소 등은 한국 상황에 맞게 재창작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성에 눈뜨는 청소년의 충동적 욕망을 중요하게 다룬 반면 ‘사춘기’는 입시 강박, 가족 불화, 인터넷 중독 등을 비중있게 다룬다. 성애 묘사도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상징적으로 처리했다. 귀에 착착 감기는 음악과 생동감 넘치는 안무도 좋다. 초연에 비해 이번 공연은 한결 정리되고, 세련돼졌다. 세트 없이 조명과 영상으로만 처리한 무대는 간결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텅 빈 무대를 채우는 건 오승준(영민), 에녹(선규) 등 성장 가능성 높은 젊은 배우들의 땀과 열정이다. 공연은 무기한. 2만 5000~3만 5000원. (02)751-9607.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블러드’ 주연 전지현 “죽을 만큼 힘들었어요”

    ‘블러드’ 주연 전지현 “죽을 만큼 힘들었어요”

    빨간 앵둣빛. 비단 입술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톡톡 튀는 말솜씨도, 부쩍 성숙해진 생각도 뙤약볕 아래 영그는 앵두를 연상하게 한다. 무엇보다 새로 들고온 신작 ‘블러드’가 핏빛처럼 강렬한 인상을 던져준다. 4일 ‘블러드’ 언론시사회 직후 서울 용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지현(28)은 자리에 앉자마자 “영화 어떠셨어요?”라는 물음부터 던졌다. “조금 잔인했다.”고 답하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빙그레 웃는다. “대작영화다 보니 상업적인 부분도 배제할 수 없는 거잖아요. 강조할 부분을 확실히 강조한 거죠. 장르가 판타지라는 점도 감안해주세요.” 주연다운 책임감이 말투에서 묻어났다. 그의 말대로 영화 ‘블러드’는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다. 원작은 ‘공각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블러드 더 뱀파이어’. 프랑스·홍콩·일본의 합작으로 5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는 지난달 29일 일본 개봉을 시작으로 점차 개봉국가 수를 늘려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는 11일 개봉한다. 전지현이 맡은 배역은 16세 뱀파이어 헌터 ‘사야’다. 인간과 뱀파이어의 혼혈인 사야는 아버지를 죽인 뱀파이어 수장 ‘오니겐’(코유키)을 죽이는 것이 일생일대의 목표다. “처음 영화 출연을 결정하게 된 것도 사야의 매력 때문이었어요. 정체성이라는 원초적 갈등으로 고뇌하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끌리는 느낌이 들었죠. 교복 입고 칼을 휘두르는 모습도 너무 멋졌고요.” 2006년 말부터 2007년 상반기까지 진행된 촬영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에서 한달, 중국에서 서너달 가까이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됐기에 오래 해외에 머무르면서 향수병을 앓아야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생애 첫 액션 연기. 촬영에 앞서 3개월 동안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연마했음에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죽을 만큼 힘들었다. 심지어 골목에서 미군 장교의 딸을 구해내는 장면은 한달 내내 밤에 비를 맞으면서 찍어야했다. 어느 날은 와이어 액션신을 찍다 크레인에 세게 부딪히고는 서러움에 엉엉 울기도 했다. “정신적·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다시는 액션영화 안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죠. 제 말을 들은 원규 무술감독님은 ‘이연걸, 성룡도 다 그렇게 말했지만 계속하더라.’며 웃으셨죠. 하지만 감독님도 나중에는 ‘이렇게 힘들었던 적은 처음이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고생한 덕분에 화면 속 공중 날기, 180도 회전 발차기, 나무 거꾸로 매달리기 등은 진짜 뱀파이어마냥 자유자재다. 액션에 집중했지만, 감정 연기도 놓치지 않았다. 메가폰을 잡은 프랑스 출신 크리스 나흔 감독이 강조한 것도 ‘눈빛’이었다. “‘블러드’를 찍기 전에는 최초로 감정 연기를 하는 액션배우가 되겠다고까지 생각했어요. 순진한 생각이었죠. 발차기 한번 하면 ‘컷’ 되는 식으로 기존 연기와는 많이 달랐어요. 하지만 촬영이 A·B 팀으로 나뉘어 각각 드라마·액션을 담당했기 때문에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상호보완이 됐어요.” 영어 대사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부담감에 목소리가 양처럼 떨렸다. 하지만 부끄러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결과, 한달쯤 지나자 익숙해졌다. 그는 “영어도 액션도 못했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으니 한 틀을 깨고 나온 거라고 생각해요.”라며 감회에 젖었다. 다국적 합작 영화에 한국 여배우로서는 사실상 처음으로 원톱 출연한 것도 의미가 크다. 외견상 화제가 된 것 외에도 배우로서 연기폭을 넓히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한국에서와 달리 나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마치 하얀 백지가 된 느낌이랄까. 감독님도 저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서 기존 이미지보다는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의 색깔을 더 많이 입히신 것 같아요.” 영화는 엔딩에서 속편을 암시하는 여운을 남긴다. 시사회 뒤 열린 간담회에서 제작자 빌 콩은 “‘블러드’는 처음부터 3부작으로 기획한 영화다. 충분히 후속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속편을 찍는다면 주연으로 전지현 아닌 다른 배우는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지현은 “그만큼 말씀해주시는데, 속편이 나온다면 또 출연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이제 데뷔 13년차. 2001년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스타급 배우로 급부상했지만 이후 작품들이 흥행에 부진하면서 ‘CF 스타로 안주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조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한 여유가 느껴졌다. “경력에 비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은 반성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제가 앞으로 더 잘 해낼 거라고 믿어요. 내면의 깊이, 감정의 폭이 넓어질 거란 생각이 들면서 절로 자신감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나이 드는 게 두렵다기보다는 설레고 기대돼요.” ‘관객을 끄는 힘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는 전지현. 그의 꿈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아마도 빨간 앵둣빛이지 않을까. 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영화 ‘블러드’ 전지현, “액션 배우로 돌아 왔어요”

    빨간 앵둣빛. 비단 입술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톡톡 튀는 말솜씨도, 부쩍 성숙해진 생각도 뙤약볕 아래 영그는 앵두를 연상하게 한다. 무엇보다 새로 들고온 신작 ‘블러드’가 핏빛처럼 강렬한 인상을 던져준다. 4일 ‘블러드’ 언론시사회 직후 서울 용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지현(28)은 자리에 앉자마자 “영화 어떠셨어요?”라는 물음부터 던졌다. “조금 잔인했다.”고 답하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빙그레 웃는다. “대작영화다 보니 상업적인 부분도 배제할 수 없는 거잖아요. 강조할 부분을 확실히 강조한 거죠. 장르가 판타지라는 점도 감안해주세요.” 주연다운 책임감이 말투에서 묻어났다. 그의 말대로 영화 ‘블러드’는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다. 원작은 ‘공각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블러드 더 뱀파이어’. 프랑스·홍콩·일본의 합작으로 5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는 지난달 29일 일본 개봉을 시작으로 점차 개봉국가 수를 늘려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는 11일 개봉한다. 전지현이 맡은 배역은 16세 뱀파이어 헌터 ‘사야’다. 인간과 뱀파이어의 혼혈인 사야는 아버지를 죽인 뱀파이어 수장 ‘오니겐’(코유키)을 죽이는 것이 일생일대의 목표다. “처음 영화 출연을 결정하게 된 것도 사야의 매력 때문이었어요. 정체성이라는 원초적 갈등으로 고뇌하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끌리는 느낌이 들었죠. 교복 입고 칼을 휘두르는 모습도 너무 멋졌고요.” 2006년 말부터 2007년 상반기까지 진행된 촬영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에서 한달, 중국에서 서너달 가까이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됐기에 오래 해외에 머무르면서 향수병을 앓아야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생애 첫 액션 연기. 촬영에 앞서 3개월 동안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연마했음에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죽을 만큼 힘들었다. 심지어 골목에서 미군 장교의 딸을 구해내는 장면은 한달 내내 밤에 비를 맞으면서 찍어야했다. 어느 날은 와이어 액션신을 찍다 크레인에 세게 부딪히고는 서러움에 엉엉 울기도 했다. “정신적·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다시는 액션영화 안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죠. 제 말을 들은 원규 무술감독님은 ‘이연걸, 성룡도 다 그렇게 말했지만 계속하더라.’며 웃으셨죠. 하지만 감독님도 나중에는 ‘이렇게 힘들었던 적은 처음이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고생한 덕분에 화면 속 공중 날기, 180도 회전 발차기, 나무 거꾸로 매달리기 등은 진짜 뱀파이어마냥 자유자재다. 액션에 집중했지만, 감정 연기도 놓치지 않았다. 메가폰을 잡은 프랑스 출신 크리스 나흔 감독이 강조한 것도 ‘눈빛’이었다. “‘블러드’를 찍기 전에는 최초로 감정 연기를 하는 액션배우가 되겠다고까지 생각했어요. 순진한 생각이었죠. 발차기 한번 하면 ‘컷’ 되는 식으로 기존 연기와는 많이 달랐어요. 하지만 촬영이 A·B 팀으로 나뉘어 각각 드라마·액션을 담당했기 때문에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상호보완이 됐어요.” 영어 대사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부담감에 목소리가 양처럼 떨렸다. 하지만 부끄러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결과, 한달쯤 지나자 익숙해졌다. 그는 “영어도 액션도 못했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으니 한 틀을 깨고 나온 거라고 생각해요.”라며 감회에 젖었다. 다국적 합작 영화에 한국 여배우로서는 사실상 처음으로 원톱 출연한 것도 의미가 크다. 외견상 화제가 된 것 외에도 배우로서 연기폭을 넓히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한국에서와 달리 나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마치 하얀 백지가 된 느낌이랄까. 감독님도 저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서 기존 이미지보다는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의 색깔을 더 많이 입히신 것 같아요.” 영화는 엔딩에서 속편을 암시하는 여운을 남긴다. 시사회 뒤 열린 간담회에서 제작자 빌 콩은 “‘블러드’는 처음부터 3부작으로 기획한 영화다. 충분히 후속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속편을 찍는다면 주연으로 전지현 아닌 다른 배우는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지현은 “그만큼 말씀해주시는데, 속편이 나온다면 또 출연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이제 데뷔 13년차. 2001년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스타급 배우로 급부상했지만 이후 작품들이 흥행에 부진하면서 ‘CF 스타로 안주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조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한 여유가 느껴졌다. “경력에 비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은 반성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제가 앞으로 더 잘 해낼 거라고 믿어요. 내면의 깊이, 감정의 폭이 넓어질 거란 생각이 들면서 절로 자신감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나이 드는 게 두렵다기보다는 설레고 기대돼요.” ‘관객을 끄는 힘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는 전지현. 그의 꿈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아마도 빨간 앵둣빛이지 않을까. 글 / 서울신문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신림동 달동네 역사로 남긴다

    신림동 달동네 역사로 남긴다

    ‘달동네’의 대명사인 서울 관악구 옛 신림동 지역에 재개발 이전의 모습을 담은 박물관이 들어선다. 관악구는 지난해 4월 사업계획이 고시된 신림동 재정비촉진지구(신림뉴타운)에 조성되는 큰소리공원(6936㎡)에 ‘신림동 달동네’의 탄생 및 변천사를 담은 역사박물관을 조성한다고 26일 밝혔다. 신림동(현 삼성동) 일대는 1975년 서울대가 관악구로 이전하면서 급속히 도시화가 진행됐다. 그동안 고도성장 과정에서 소외된 서민의 삶과 애환을 대변하는 지역으로, 지금도 여러 영화 및 드라마, 소설 등에서 배경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현재 이 지역은 교육·시니어·아동복지 등 3가지 분야로 특화돼 뉴타운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달동네는 완전히 사라진다. 관악구는 이 지역의 역사적 보존가치가 높다고 판단, 지역의 변천사를 담은 사진, 도면, 동영상을 확보하는 ‘과거의 흔적 조성사업’을 펼쳐 신림동 관련 기초 자료를 박물관에 영구보존할 방침이다. 구는 또 지역의 대표 하천인 도림천의 변천과정을 담은 ‘도림천 변천사 설명 조형물’도 설치한다. 2001년 기록적인 폭우로 대참사를 겪은 내용도 소개될 예정이다. 2013년 생태하천 복원공사가 마무리되면 이곳은 지역 주민 여가생활의 중심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불교 사찰인 호압사(14세기말 창건) 등 지역의 주요 문화유산을 소개하고 주요 지명의 유래를 설명하는 조형물도 곳곳에 세운다. 주민들에게 관악구의 역사성을 꼼꼼하게 알려 나가겠다는 게 구의 방안이다. 박용래 구청장 권한대행은 “과거의 흔적 조성사업은 지역 주민들의 오랜 추억과 삶의 애환이 담긴 옛 모습과 흔적 등 역사를 보존해 지역의 정체성을 높이고 세대간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25일 TV 하이라이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계절에 상관없이 차고 저린 손발. 특히 중년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손발 저림은 말초신경장애에서부터 중풍, 디스크, 당뇨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손발 저림에 대해 한의학적으로 접근하여 증상 별 원인을 짚어보고, 그에 따른 치료법과 예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45분) 성형외과 의사에서 대학총장으로 변신한 함기선. 스타 성형의에서 교육자로 전업한 이유, 평생 모은 재산을 학교설립에 쏟았을 때 보였던 아내의 반응 등 대학을 설립하기까지의 에피소드를 들어본다. 언청이 수술에 대한 남다른 노력, 의사시절 ‘페이스 오프’ 수술을 집도했던 특별한 경험도 들어본다. ●선덕여왕(MBC 오후 9시55분) 진흥대제가 북한산에 올라 신라를 한눈에 바라본다. 미실은 백제의 자객들이 진흥왕을 공격하는 것을 막아낸다. 하지만 진흥은 피를 토하며 명운이 다함을 깨닫고 미실에게 유훈을 남긴다. 진흥왕은 따로 근위 화랑 설원랑에게도 미실을 죽이라 밀지를 내리지만 미실은 진흥의 죽음을 감지하고 반격을 가하는데…. ●자명고(SBS 오후 9시55분) 송매설수는 모진 진통끝에 왕자를 낳고 탯줄을 손수 끊겠다며 검을 가져 오라고 명한다. 대무신왕은 암담한 표정을 짓고 화가 난 송수지련은 화병을 던져 박살낸다. 갓 태어난 왕자를 데리고 대무신왕에게 간 송매설수는 검을 건네며 고구려의 왕자로 인정할 수 없다면 폐하의 손으로 아이를 죽여달라고 말한다. ●60분 부모(EBS 오전 10시) 전교 부회장을 맡고 있는 5학년 헌준이. ‘엄친아’로 불릴 만해 엄마는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나름대로 걱정이 있다고 한다. 성적은 잘 나오는 편이지만 도무지 공부는 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과 무뚝뚝하고 말 없는 성격. 헌준이의 하루를 살펴보고, 헌준이에게 맞는 올바른 학습법을 알아본다. ●세계 세계인<관광 천국 남아공 ‘에코 투어’>(YTN 오전 10시30분) 아프리카에서 가장 편리한 교통환경, 숙박시설, 그리고 원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유명한 야생공원과 멋진 해변까지 관광객을 위한 모든 것을 갖춘 나라 남아프리카 공화국. 환경 친화적인 관광 활성화를 목표로 노력하는 남아프리카 속으로 들어가 본다.
  • [우리 동네 이야기] 다 같이 돌자 차 동네 한 바퀴!

    [우리 동네 이야기] 다 같이 돌자 차 동네 한 바퀴!

    산 사이 작은 들과 작은 강과 마을이 겨울 달빛 속에 그만그만하게 가만히 있는 곳 사람들이 그렇게 거기 오래오래 논과 밭과 함께 가난하게 삽니다. 김용택, <섬진강> 중에서 지리산 뭉툭한 산허리를 휘감고 도는 섬진강, 씽씽 달리는 승용차보다 털털거리는 경운기 소리가 더 어울리는 고샅길, 숨 한 번 고르고 잠시 쉬었다 가는 깔끄막, 그 언저리에 차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을이 있다. 문득 흘러들어온 이방인에게도 따뜻한 차 한 잔 우려 건네는 마음 좋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집집마다 건네는 흔한 차 대접의 호사를 모두 누리려면 미리 배를 든든히 채워 두고 갈 일이다. 하동군 화개면 용강리, 화개장터에서 마을버스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신작로를 기준으로 차 시배지와 쌍계사, 용강마을이 서로 마주하고 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는 신라 흥덕왕 3년, 당시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대렴이 차나무 종자를 가져와 쌍계사 주변에 처음 차를 심은 차 시배지로 기록되어 있다. 이렇게 시작된 자생차밭은 화개 지역에만 350ha에 이르니 면적만으로 따지면 전남 보성보다 넓다. 지천이 차밭이고, 차밭이 지천인 이곳은 명실상부 차 동네이다. 용강리를 가득 메운 다향삼매에 빠져 길을 걷다보니 어느덧 하루해가 뉘엿뉘엿 저문다. 지리산이 품은 사람들 용강에서의 아침은 등산으로 시작됐다. 아침 산행에 동행한 이는 남난희(52) 씨다. 한때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성 산악인으로 명성을 날리며 산을 오르던 그녀는, 지금은 아들과 함께 지리산 화개골에서 차와 된장을 만들며 소박하고 여유롭게 살고 있다. 알피니스트로서의 산이 도전의 대상이었다면, 지금의 산은 자신의 품 안에 생활의 터전을 내준 삶의 공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산을 버리니 산을 얻었다”는 그녀의 말은 오랜 여운을 남긴다. 산행은 불일평전을 거쳐 불일암과 불일폭포로 이어졌다. 자생차의 고장답게 등산로 주위로 키 작은 차들이 자라고 있다.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지 않은 말 그대로 자생차는 가지를 치지 않아 새순은 얼마 되지 않고 묵은 잎만 커다랗게 잘 자란다고 한다. 불일암에서 108배를 마친 우리는 내려오는 길에 불일산장에 들러 잠시 몸을 쉬었다. 가파른 산비탈에 자리 잡은 불일평전(平田; 높은 곳에 있는 평평한 땅)에는 작은 산장과 함께 돌탑 무더기와 차밭이 조성되어 있다. 이곳의 차밭은 30여 년 전 산장을 지은 故 변규하 선생이 조성한 것이다. 지리산의 정기를 머금은 차나무는 군침이 돌기에 충분했다. 남난희 씨는 이곳 차밭에 새순이 올라오면 산을 오르내리는 것도 잊고 하루 종일 찻잎을 따기도 한다. “산의 정기를 받아 자라서인지, 이곳의 차는 서툰 제 솜씨에도 특별한 향과 맛이 다관 안에서 피어납니다.” 남난희 씨의 말이다. 좋은 차밭이 있는 곳에 향기로운 차 한 잔이 빠질 수 있을까. 산장 안에 마련된 작은 다실 겸 서재는 이곳을 찾는 사람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쉼의 공간이다. 맑은 공기와 함께 향긋한 차 한 잔이라니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차와 더불어 사는 사람들 좁은 계단식 차밭과 차밭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앉아 있는 집이 사람 사는 동네임을 짐작케 할 뿐, 움직임도 소리도 없다. 산행으로 노곤해진 몸을 잠시 쉴 겸 남난희 씨의 집에서 자연 밥상으로 요기를 하고 그녀가 덖은 차를 맛볼 수 있었다. “처음 차를 덖을 때는 만드는 방법을 몰라 맨땅에 가마솥을 걸고 차를 덖기 시작했어요. 땅에 걸어두었으니 엉거주춤한 자세로 차를 덖었죠. 이마며 등이며 온통 땀이 범벅이고, 뿌연 먼지는 올라오고, 솥은 얇아서 차는 타고 딱 죽을 맛이더라고요. 이놈의 차는 누가 이렇게 만들기 시작했는지 부아가 나기도 했어요. 그래서 솥 밑에 진흙을 덧대기도 하고…, 정말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갖은 고생 끝에 만들어진 차는 제대로 덖이지 않아도 뿌듯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처음 성취했을 때의 뿌듯함, 그것은 차의 질과는 상관없었다. ‘부르릉’ 정적을 깨고 빨간 헬멧을 쓴 우체부 아저씨가 들어온다. 자연스레 찻자리는 세 명이 함께한다. 화개면 토박이인 장영철(44) 씨는 생업인 우편집배원 일 말고 차도 만들고 있다. 자신이 마실거리를 자급자족하는 정도라지만 어릴 적부터 차와 함께 살아온 그에게는 차사랑이 자연스레 묻어난다. 장영철 씨로부터 어릴 적부터 보아온, 지금 그가 만들고 있는 발효차 제다법을 듣는다. “발효차는 세작이 아닌 중작을 이용, 솥에 덖지 않고 찻잎을 햇볕에 말리는 시들리기를 먼저 합니다. 햇볕이 많이 드는 오전 11시경부터 오후 1시경에 말리는데 이때 제대로 시들리지 않으면 찻잎이 청동구리빛(붉은색)이 아닌 뿌옇게 변합니다. 시들리기가 끝나면 바로 멍석에 놓고 비비는데 이때 덖음차보다 더 많이 비비고 털고 말리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이때도 시간에 따라 찻잎의 색이 변하는데 차를 우릴 때 맑은 탕색을 얻기 위해서는 손을 바지런히 움직이고, 차를 털어 말릴 때 찻잎이 포개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모든 과정이 끝나면 자루에 넣어 흙방에 2~3년 동안 숙성시킵니다.” 계곡 바닥 돌 위에 쌓인 가랑잎을 건져 물에 달여 마시기도 했다는 그의 차사랑은 참말 유별나다. 하지만 장영철 씨와 남난희 씨는 자신이 만드는 차의 제다법을 이야기하면서도 조심스럽다. 자칫 자신이 만드는 차가 최고의 차라고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차 동네 사람답게 서로가 서로의 차를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투기식으로 이루어지는 차 농사에는 걱정의 말을 더한다. “사람들의 차 관심이 높아지고, 곳곳의 논밭이 차밭으로 바뀌고 있어요. 이곳뿐 아니라 지역 특산물이 성행하고 있는 곳은 모두 마찬가지일 겁니다. 돈이 되는 농사만 선택하게 되니 걱정이에요.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남난희 씨의 말이다. 장영철 씨는 제대로 된 발효차가 아닌 편법을 이용, 발효차를 만드는 일부 사람들에게 쓴 소리도 한다. “발효차를 만드는 사람들 중 일부는 비닐에 넣어 차를 발효시킨다고 합니다. 그건 발효가 아닌 띄우는 겁니다. 이런 차는 먹었을 때 매스꺼움을 느낍니다. 일부 비양심적인 사람들의 행동이 대다수의 차농들과 우리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줍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남난희 씨의 집을 나와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조용한 마을 분위기와는 달리 회관 안에는 삼삼오오 모인 노인들로 북적인다. 점에 10원 하는 화투놀이가 한창이다. 마을회관은 심심풀이 화투놀이와 함께 주전부리와 담소가 있는 곳이다. 문득 들이닥친 기자는 어느새 점 10원 화투판을 벌이는 마을 어른들을 잡으러 온 경찰이 되었다. 모두 징역 갈지 모른다는 농으로 화답하자 이내 데면데면함은 어데 가고 찐 밤과 떡이 상에 오른다. 노인들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이곳에 지금처럼 차 농사가 시작된 것은 20~30여 년 전이라고 한다. 그 전에는 모두 야생의 차나무에서 아무렇게나 훑은 찻잎을 고뿔에 걸렸을 때 마시거나 피부병이 났을 때 몸에 바르는 약으로 여겼다. “그 전에는 이만큼 잭살나무(차나무)가 번성할 줄 몰랐제. 산에 드문드문 있는 게 전부였당게. 어릴 적부터 잭살나무 가지를 손가락 사이에 넣고 쭉쭉 훑어다 똘배(돌배)랑 같이 가마솥에 푹푹 끓여서 마시곤 했제. 시한(겨울)에 고뿔에 걸려도 그것만 마시면 뚝 떨어졌당게.” 이동문 할아버지의 말이다. 박상감 할머니는 “잭살나무 열매를 따 돌절구에 찧고, 그것을 가마솥에 쪄서 기름을 짜 머릿기름이나 지짐이를 부치는 데도 사용했지. 그뿐인감. 옛날에 약이 어딨당가, 헌데나 몸이 간지러울 때도 잭살나무 잎을 삶아서 그 물을 바르면 간지럼증도 낳고 피부병도 낳았지”라고 떠올린다. 주전부리를 먹으며 마을 어른들과 즐거운 대화가 오가던 중 따뜻한 차가 나온다. 발효차다. 생각해 보니 이곳에 와서 마신 차가 모두 발효차이다. 겨울에는 발효차가 제일이라고들 말하지만 그 이유가 궁금하다. “처음 난 잎하고 세작, 중작 대부분 죄다 내다 팔아. 그러다 보니 내가 먹을 건 태반 뻣센 잎이라 발효차를 많이 만들어. 뻣센 잎은 발효차가 더 맛나당게. 뭐 나 먹을 거로 녹차도 조금 만드는디, 그래도 아무 때나 먹을라면 발효차가 제일이지. 세작·중작은 비싼게 팔아야 하고. 근디 요새는 하도 차농사를 많이 하다 보니께 값이 많이 떨어졌당게. 우전의 경우 온종일 두 명이 따야 1kg을 따는디, 그전에는 그것이 6~7만 원이었는디, 지금은 5만 원 조금 더 돼. 그러니 어디 품삯 무서워서 놉(인부)을 부리것능가. 그나마 돈을 조금 만지는 것이 세작·중작인디, 그것도 힘들어. 놉이 있어야 말이제. 다 같은 시기에 차를 따니 서울에서도 불러오고 진주에서도 불러오고. 그래서 차 딸 때는 송장도 일어나서 차를 따야 한다는 말도 있당게.” 이귀례 할머니의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사는 공간, 자신의 품을 기꺼이 내준 자연. 자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자연의 것을 얻어 살고, 또 그곳에서 아픔을 다독이고, 잠시 빌린 것이기에 다시 돌려주는 것이 당연한 삶이라고 받아들인다. 그 동네에 차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 글 임종관 ·사진 월간 《다도》 찾아가는 방법 승용차 호남고속도로 전주 나들목 ⇒ 88고속도로 ⇒ 지리산 나들목 ⇒ 구례 ⇒ 화개 ⇒ 용강리(쌍계사)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장수 나들목 ⇒ 88고속도로 ⇒ 지리산 나들목 ⇒ 구례 ⇒ 화개 ⇒ 용강리(쌍계사) 대중교통 서울 남부터미널, 부산 사상시외버스터미널, 광주 유스퀘어(구 광천터미널), 서울 용산역 관광안내 전화 055-880-2114
  • “첫 사극 내 연기인생의 좋은 자극제”

    “첫 사극 내 연기인생의 좋은 자극제”

    “‘선덕여왕’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예요.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인간 내면의 근원적 욕망, 사랑, 우정, 분노 등 다양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라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한 점이 많을 거예요.”(고현정) MBC가 창사 48주년 특별기획으로 대하사극 ‘선덕여왕’(김영현·박상연 극본, 김근홍·박홍균 연출)을 5월 말부터 방송한다. KBS ‘천추태후’, SBS ‘자명고’에 이어 올해 지상파 3사가 마련한 여걸 사극의 마지막 주자라 관심이 쏠린다. ‘선덕여왕’에서는 덕만공주(훗날 선덕여왕) 역의 이요원 외에도 ‘팜므파탈’ 미실 역의 고현정이 극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20년에 가까운 연기 경력에서 사극은 처음인 고현정은 “머리에 쓰는 가체의 무게가 엄청나 그 위력을 실감하는 것을 비롯해 세트, 분장, 조명, 복식, 대사 톤 등 정말 새롭고 신선한 작업과 경험을 하는 기분”이라면서 “배우 입장에서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은 의지를 불태우게 하는 좋은 자극제가 된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선덕여왕의 정적인 미실은 여러 왕들을 거쳐가며 7세기 신라 왕실을 쥐고 흔드는 인물이다. 고현정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어떤 사람이든 시대에 이름을 남긴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면서 “최고 권좌, 권력의 무서운 쟁투와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은 특히 여성에게는 엄청나게 힘들고 외롭고 처절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한 과정 속에서 미실은 참 많이 외롭고 고독한 사람이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한편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바깥 환경에 늘 긴장하고 두려움을 가진 여린 여자였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작품을 집필하는 김영현 작가와는 2007년 MBC ‘히트’에서의 인연도 있다. 그는 “많은 이야기를 사전에 나눈 것은 아니지만 ‘히트’가 끝날 즈음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들었다.”면서 “김 작가와 그의 작품들을 많이 좋아하기 때문에 믿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현정은 “작가가 대본을 공감할 수 있게 써주고, 현장 스태프들도 밤을 지새우는 등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하는 좋은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에 기대가 많이 되는 작품”이라면서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은 한편으론 편안함을 안겨 주지만 또 한편으론 긴장감이 들게 하는 양면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와인 톡톡] 아이돌 취기에서 깬 ‘클릭비’ 오종혁

    [와인 톡톡] 아이돌 취기에서 깬 ‘클릭비’ 오종혁

    오종혁, 아이돌의 취기에서 깨어나다요즘 연예계에서 스타의 인기는 광속(光速)으로 흘러 다닌다. 이런 시대에 오종혁이라는 이름이 대중의 뇌리에서 흐릿해져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그 이름은 찬란하게 빛났다. 당시는 클릭비가 절정의 인기를 구가할 때였다. SS501의 김현중이 요즘 그렇듯, 그는 가장 주목받는 아이돌 스타 가운데 하나였다. 긴 머리와 여자보다 예쁜 얼굴, 그리고 얼굴과는 딴판인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소녀들은 열광했다. 그와 열애설이 불거졌던 한 슈퍼모델이 순식간에 100만 안티 팬을 얻었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그가 돌아왔다. 솔로로 독립한 후 두 번째 앨범을 들고. 방송을 비롯한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새 앨범과 음악을 얘기하는 중이다. 그러나 기자가 꽃미남의 본류이자 원조 아이돌 격인 그를 만나려는 이유는 정작 딴 데 있다. 한 때 최고의 아이돌은 어떻게 인기의 취기에서 깨어나는가? 취기에서 깨고도 일상적인 자신의 삶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 그것이 궁금해서였다. 이런 껄끄러운 질문을 준비해두고 솔직한 답변을 기대하면서, 와인 한 잔 안 할 수야 없는 노릇이다. 와인 한 병을 미리 준비해두고 그를 기다렸다.오종혁을 만나기로 한 곳은 서울 홍대 앞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 가브리엘’. 정확히 약속 시간에 맞춰 그가 나타났다. 오전 11시. 여느 연예인처럼 한 시간쯤은 늦을 것이라던 예상이 빗나갔다. 초대형 밴도 없었다. 그저 수수한 승합차 한대가 전부였다. 이렇게 격식을 따지지 않는다면 의외로 솔직한 답변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당초 예상처럼 취기가 오를수록, 아이돌의 숙취 해소기는 속도를 더했다.-와인 좋아해요? “술을 종류별로 다 마시는 편이지만 와인은 별로 안 좋아했어요. 쿨케이(가수) 형이 저를 와인에 입문하게 했죠. 처음엔 달콤한 모스카토 다스티 류를 마셔보라고 권하더군요. 레드와인에서는 상한 것 같은 맛이 나서 싫었고. 그렇게 해서 화이트 와인 마시다 보니까 레드를 마시고 싶어지더군요. 예전에는 빌라엠을 많이 마셨는데 이젠 그건 졸업했어요. 사실 전 소주를 좋아하는데, 쿨케이 형이 자꾸 와인을 마시자고 해서…”-오늘 와인(빌라 마르티스 랑게 2005)은 어때요? “과일 향이 짙어서 너무 좋은데요. 요즘 바빠서 술을 잘 못 마셨거든요. 가장 최근에 마신 게 올해 초 쿨케이 형이랑 더네임 형이랑 와인 마신 거예요. 화이트랑 레드랑 섞어서 한 다섯 병 마셨어요. 하하하.”-요즘 방송 활동은 거의 안하고 있죠? “지난해 10월부터 뮤지컬만 계속 했어요. 앙드레김 선생님 쇼에 몇 번 섰고요. 여성의류 쇼핑몰도 열었어요. ‘미스터마돈나’라고.”-쇼핑몰을 한다고요? “음…왠지 쇼핑몰이라고 하면 연예인들이 막장에 가서 하는 일이라는 느낌이 있잖아요. 그래서 저도 그 전에는 생각도 안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남으니까, 게다가 쉬지 않고 계속 뭔가를 하고 싶더라고요. 그러느라 요즘은 하루에 서너 시간 밖에 못자요.”-소위 얼굴 마담 아니에요? 직접 하는 거 맞아요? “논현동 집 근처에 사무실이 있고요, 직원은 네 명이에요. 물건 하러 동대문도 직접 다니고요. 동대문 도매시장에선 연예인이라고 잘 봐주는 것도 없어요. 연예인들이 쇼핑몰을 하도 많이 하니까. 열심히 거래하고 실적이 좋은 쇼핑몰이라는 인식도 심어줘야 해요. 안 그러면 물건도 안줘요.”-가수 활동은 안 할 거예요? “앨범 나온 지 일주일 정도 됐으니 이제 활동을 해야죠. 가요 순위 프로에도 나가야할 거구요. 사실 앨범은 작년에 녹음을 끝낸 건데요. 이래저래 미뤄져서 이제야 나왔죠. 겨울 보고 제작한 앨범인데. 휘성형이 작사해 준 곡도 있고. 더네임 형이 작곡해 준 곡도 있습니다. 전 이번에 작사나 작곡에 참여를 안 해서, 음원 매출이 발생해도 수입은 별로 없어요.”-군대 가기 전 마지막 앨범인가요? “그렇죠. 그런데 아직 영장도 안 나왔어요. 올 하반기쯤 나올 것 같아요. 왜 벌써 가냐고 그러는 분들도 계신데요, 추잡하게 미뤄본다고 해도 어차피 내년 중반은 못 넘겨요(웃음). 군대 간다고 하니까 걱정하시는 분들 많은데요. 전 피하고 싶지는 않아요. 당연히 갔다 오는 거죠.”-군대 갔다 오면 나이도 너무 많아질 거고, 걱정 안 되세요? 대신 대학에 갈 수도 있을텐데. “하긴 제가 아직 정상 궤도에 있는 연예인이 아니라 그런 면에서 좀 조급하긴 해요. 인기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군대를 가야, 다녀와서도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대학에 가는 걸 그런 식으로 이용하고 싶진 않아요. 군대 갔다 와서는 뮤지컬에 전념하고 싶은데, 뮤지컬 배우나 가수가 꼭 대학을 나와야할 필요는 없는 것 같고. 서태지씨도 고등학교 자퇴하시고도 잘 활동하시잖아요.”-(화들짝 놀라)뮤지컬에 전념한다고요? “올 8월이면 저도 이제 연예계 10년차예요. 험한 꼴도 많이 봤고, 안 좋은 일도 많이 당했죠. 수준 이하의 대접이랄까, 그런 것도 받아봤고. 그런 모든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던 게 다 뮤지컬 덕분이에요. 그곳에 있는 많은 분들이 저를 다독여주시고 따뜻하게 감싸주셨죠. 최선을 다하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몸소 보여주기도 하셨어요.”-아이돌과 뮤지컬이라, 얼핏 어색하게 느껴지는 조합인데요? “저도 처음 뮤지컬을 시작할 때는 거의 패닉(panic) 상태였어요.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조연급 배우들 회당 3만원씩 받으면서도, 새벽부터 밤까지 땀 흘리며 연습하고, 그러면서도 행복해하는 모습 보면서 많은 걸 느꼈죠. 연습 끝나고 땀에 전 상태로 만원씩 돈 걷어서 맥주 한잔 마시고…(잠깐 감상에 젖었다가) 아이돌로 주목받던 때에는 절대 알 수 없었던 소소한 행복과 값진 보람이었던 거죠. 뮤지컬은 정말 뭐랄까, 따뜻한 느낌이예요.”-화려했던 아이돌 시절이 그립진 않아요? “클릭비 시절에는 앨범 하나가 끝날 때, 아쉽다는 느낌보다는 ‘어휴, 이제 하나 끝났네’ 하면서 빨리 놀고 싶고 쉬고 싶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뮤지컬은 이번에 ‘온에어 시즌2’ 지방공연 끝났을 때 마지막 공연에서 펑펑 울었어요. 이제 세상 어디에도 이 공연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너무 아쉽고 슬픈 거예요.”-앞으로 연예계 활동을 계속 할 텐데, 연예인으로 사는 게 부담스러우세요? “사주를 봤더니 제가 연예인 사주가 아니래요. 그렇다고 공부도 싫은데(웃음). 저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성격인가 봐요. 어릴 적에는 그래도 쾌활한 성격이었는데. 클릭비 해체되면서 안 좋은 일을 많이 겪어서 그런지, 이젠 그게 잘 안되네요. 즐기면서 해야 무슨 일을 해도 잘 될 텐데 말이에요. 그런 면에서 (김)건모 형이나 (김)창완 선배님을 보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그만큼 이뤄 놓으셨기 때문에 그렇게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주실 수 있는 거겠지만요.”-클릭비 해체되고 나서 도대체 무슨 일을 겪은 거에요? “(김)상혁군이 무너질 때(음주운전 사건으로) 한 명이라도 자리를 잡고 있었다면 팀이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지지는 않았을 텐데. 정신 좀 차리고 열심히 할 걸, 후회도 했죠. 스케줄 잡히면 저는 우선 볼멘소리부터 했는데. 그때 상혁군이 참고 열심히 잘해줬어요.”-경제적으로도 많이 힘들었겠네요? 수입이 거의 없었죠? “그때 제가 저지른 잘못이 아닌데도 사람들이 다 저를 피하더라고요. 주변에 그렇게 사람이 많았는데, 인기 떨어지고 팀이 해체되고 그러니까, 그 많던 사람들이 다 떨어져 나갔어요. 돈 벌이가 없어서 모르는 사람 결혼식에 가서 축가 부르고 50만원, 100만원씩 벌기도 했어요. 천원이 없어서 밖에 나가질 못했던 적도 있고. 찜질방에서 6개월간 먹고 자고 한 적도 있어요.”-집이 서울이잖아요? 부모님께 손 벌리면 되지 않아요? “8년 동안 가수 생활한 아들이 천 원 한 장이 없다는 말을 어떻게 부모님한테 해요. 게다가 저희 부모님은 클래식 하던 분이라 아들이 대중음악 한다는 걸 못마땅해 하셨어요.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신세 지기도 눈치 보였고. 사기도 몇 번 당했어요. 포장마차를 하기로 했는데 동업자가 돈을 갖고 도망가 버렸죠. 그 빚 갚느라고 차도 팔고 월세 밀려서 쫓겨나고. 그런 일이 계속되다 보니까 여자친구는 별 일 아닌데도 헤어지자고 하고. 배우기 싫었는데도 배우게 됐어요. 인생이란 걸요. 사람은 계속 일을 해야 된다. 돈이 많지 않으니까 한심한 사람 취급을 받더라고요. 제가 너무 세파에 찌들었나요?”-그렇게 힘든 경험을 하셨으니까, 아는 동생이나 나중에 낳은 아들이 연예인 한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못하겠군요? “제가 중3때 연습생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 놓았어요.어차피 말린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대신 할 거면 단단히 하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힘든 일이 많겠지만, 마음 약해지지 말고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말라고요. 시간이 지나면 또 잊혀지니까 게을리 하지 말라는 말도. ”-그 얘기 들으니까 자살한 연예인들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아, 그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물론 목숨을 버리면 자기 자신은 편해지겠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해결될 수도 있는 게 사람 일인데. 그 사람도 나름대로 힘들었으니까 그랬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뭐라고 답을 못 드리겠어요.” * 마르께시 디 그레시, 랑게 로쏘 ‘빌라 마르티스’ (Marchesi di Gresy, Langhe Rosso ‘Villa Martis’) 마르께시 디 그레시(Marchesi di Gresy) 와이너리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랑게(Langhe)와 몽페라토(Monferrato)지역 내 세 개의 포도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피에몬떼 지역에서 질좋은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상적인 남향의 포도원 입지와 비옥한 토양, 그리고 재배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조합이 최상의 떼루아를 형성하고 있어 최고의 와인을 위한 우수한 포도가 만들어 지고 있다. 오종혁과 함께한 와인 ‘빌라 마르티스(Villa Martis)’는 이 와이너리의 대중적 라인으로 바르베라 60%와 네비올로 40%를 블렌딩한 DOC 등급이다. 맑고 깨끗한 색을 가지고 있고, 바르베라의 거친 맛이 독특한 여운을 남긴다. 그윽한 딸기향과 잘 익은 오렌지의 느낌처럼 싱그러운 산미, 그리고 길게 이어지는 뒷맛이 고급스러운 와인이다. 2005년 빈티지는 시중에서 6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으며 와인만 마실 때 보다 음식과 함께할 때 더 좋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서울신문NTN 이여영 기자 yiyoyong@seoulntn.com / 사진=유혜정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첫 사극 고현정 ‘선덕여왕’ 포스터 공개

    첫 사극 고현정 ‘선덕여왕’ 포스터 공개

    배우 고현정이 5월 말 방송되는 MBC 새 수목드라마 ‘선덕여왕’(극본 김영현 박상연ㆍ 연출 박홍균 김근홍)에서 미실 역을 맡게 된 소감과 함께 포스터 사진을 공개했다. 얼마 전 고현정은 경기도 용인 드라마 세트장에서 반나절 동안 진행된 포스터 촬영에서 신라시대 왕실 여인의 다양한 복식을 뽐냈다. 고현정은 170cm가 넘는 키에 화려한 왕실 복식을 갖춰 입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다음은 고현정이 제작진과 가진 일문일답. - 20여년 연기 생활에서 사극에 첫 도전하는 소감은? 사극은 정말 처음이다. 세트, 분장, 조명, 복식, 대사 톤 등 정말 새롭고 신선한 작업과 경험을 하는 기분이다. 특히 머리에 쓰는 가체는 무게가 엄청나 그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분장하는데도 3-4시간은 기본으로 걸릴 정도로 이전 촬영준비와 다른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 아직은 이전과 다른 환경의 촬영장이라 힘들지만 곧 익숙해지리라 믿고 있다. 배우입장에서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은 의지를 불태우게 하는 좋은 자극제도 된다는 점에서 매력 있다. - ‘팜므파탈’ 미실 역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가? 어떤 사람이든 시대에 이름을 남긴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최고 권좌, 권력의 무서운 쟁투와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은 특히 여성에게 엄청나게 힘들고 외롭고 처절한 일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미실은 참 많이 외롭고 고독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 상대 배우들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면? 무엇보다 연기를 잘하는 많은 선후배 분들이 대거 참여한 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대작이다 보니 준비하는데 어려운 점도 많겠지만, 즐겁게 웃으면서 다치지 않고 끝까지 작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선덕여왕’을 기대하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선덕여왕’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리라 생각한다. 시대만 다를 뿐 시대불변의 변하지 않는 사람들 내면의 근원적 욕망, 사랑, 우정, 분노 등 다양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라서 공감할 수 있는 점이 많을 거란 생각을 한다. 기대 많이 해주시고 열심히 촬영해 좋은 작품으로 만나도록 하겠다. (사진제공=MBC)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거대한 기계같은 다듬이질 소리… 가엾은 아낙네 밤낮없이 힘든 일”

    “거대한 기계같은 다듬이질 소리… 가엾은 아낙네 밤낮없이 힘든 일”

    “조선에서 지내는 첫날 밤은 여행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땅이나 이웃집에서 울려나오는 듯싶다가 이윽고 다른 초가지붕 밑으로 멀어지는가 하면 또다시 돌아와 사방에서 울려퍼진다.”(62쪽) 벽안의 이방인에게 구한말 조선은 집집마다 울리는 다듬이질 소리의 강렬한 청각적 자극으로 먼저 다가왔다. “거대한 기계가 돌아가는 듯”한 소음에 불과했던 다듬이질 소리는 그러나 수년간 체류하면서 조선 여성의 가혹한 노동 현실을 실감케 하는 안타까움의 소리로 바뀌었다. “그칠 줄 모르는 맹렬한 발굽 소리 같다. 나는 이 가엾은 아낙네들이 밤낮없이 이렇게 힘든 일을 해야 하는 현실에 얼마나 못마땅해 했던가.”(261쪽) 프랑스 고고학자 에밀 부르다레가 1904년 출간한 조선 체류기 ‘대한제국 최후의 숨결’(정진국 옮김, 글항아리 펴냄)이 처음으로 국내에 번역 소개됐다. 원제가 ‘대한제국에서(En Coree)’인 이 책은 20세기 프랑스에서 출판된 조선 관련서 가운데 가장 널리 읽힌 책으로 꼽힌다. ●잔칫날 풍경·죄수 이송 등 생생히 묘사 에밀 부르다레는 1901년부터 1904년까지 조선 광산 및 철도 개발과 관련한 기술 자문역으로 대한제국에 머물면서 구한말 문화와 풍속, 일상생활 등을 세밀하게 기록했다. 밤마다 도시 전체에 퍼지는 다듬이질 소리를 비롯해 전차를 타고 교외로 놀러 나가는 젊은이들의 활기찬 모습, 잔칫날 풍경, 죄수 이송, 술 마시고 취한 사람들의 모습 등 비극적 격동기에서도 각자의 일상을 사는 각계각층 조선인들의 현실을 마치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묘사했다. 협률사 내부 구조와 공연 레퍼토리에 관한 글과 고종 황제를 알현하는 과정을 빠짐없이 기록한 대목은 자료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낯선 타국의 관찰기 성격이 강하지만 고고학자로서의 학구적 열의가 느껴지는 내용도 상당수 있다. 북방의 고인돌에 관심이 많아서 개성을 여행할 때 가는 마을마다 고인돌에 대해 묻고, 강화도 전등사에선 귀중한 고문서들이 허술하게 관리되는 현실을 목격하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식탐 강한 민족·시어머니의 나라 폄하 외국인이 쓴 조선에 관한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조선을 근대화의 대상으로 보고, 부정적으로 묘사한 부분도 적지 않다. ‘민중을 지배하는 귀신들’이란 표현으로 무속 신앙에 대한 경멸을 나타내는가 하면, 조선인을 식탐이 강한 민족으로 묘사하고,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위세를 떨치는 ‘시어머니의 나라’라고 폄하했다. 하지만 그가 책 말미에 적은 결론은 조선에 대한 애정과 반제국주의적 시각을 보여준다. “지금 모든 사람에게 진보에 대한 욕구가 있다. 최근 몇 년간 황제께서 보여준 기백 덕분이기도 하다. 이 풍부한 자연에서 행복과 독립을 보장받아야 하고, 그 민중의 따뜻한 정과 선의는 모든 이의 공감을 얻을 테니까.” (373쪽) 1만 65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日팬 인터뷰] 김정훈, 열광하는 이유 “동안외모에 브레인스타”

    [日팬 인터뷰] 김정훈, 열광하는 이유 “동안외모에 브레인스타”

    김정훈(29)의 입대 현장 만큼 많은 해외팬 인파가 몰려든 경우도 드물었다. 이토록 많은 해외 팬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8일 김정훈은 일본, 중국 등에서 건너 온 약 500여명의 해외팬들의 배웅을 받으며 어떤 한류스타 보다 화려한 입소식을 치뤘다. 김정훈은 지난 3년간 일본에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치다 갑작스레 입대를 발표한 케이스다. 때문에 현장에 모인 팬들도 약 80-90% 이상이 해외팬에 해당돼 경호원들은 현장 통제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김정훈을 보기 위해 일본 도쿄에서 4일 전(지난 24일)부터 한국에 건너왔다.”고 밝힌 ‘김정훈 일본 공식 팬클럽’ 회원 16명을 취재했다. 그들은 “김정훈을 2006년작 MBC 드라마 ‘궁’을 통해 알게 됐다.”고 밝히며 그의 3대 매력으로 동안 외모, 달콤한 목소리, 브레인 스타인 점을 꼽았다. [ 다음은 일본 팬 16명과 가진 일문일답 ] - 일본 어디에서 언제 왔는가? 16명 중 일부는 도쿄, 일부는 후쿠오카 출신이며 김정훈의 입대 모습을 보기 위해 지난 24일 밤 비행기로 한국에 도착했다. 오늘 입대 현장에는 오전 9시 반에 도착했다. - 입대 현장에 나온 심정이 어떤가? 슬프고 2년 동안 (김정훈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 일본에서 김정훈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서인가? 2006년 한국 드라마인 ‘궁’을 통해서다. 김정훈은 이 드라마로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 일본인들은 김정훈의 어떤 매력에 열광하는가? 첫 번째 귀엽고 동안인 외모다. 특히 큰 눈망울이 예쁘다. 두 번째 목소리다. 달콤한 목소리가 노래 부를 때 더욱 듣기 좋다. 세번째 브레인 연예인이라는 점이다. 그는 일본 방송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스마트 스타’로 인정받았다. - 예전 일본에서 김정훈을 만난 적이 있는가? 콘서트와 팬미팅 등을 통해 6번이나 만나봤다. 그는 일본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 김정훈은 데뷔 초 UN으로 활동했다. 아는가? 당연히 알고 있다. 같은 멤버였던 최정원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는가? 30대에서 40대까지 있다. 일본에서는 주부 층이 드라마를 즐겨 보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연령대가 높긴 하지만 부끄럽지 않다. - 마지막으로 김정훈에게 한 마디 남긴다면? 2년 뒤에도 오직 김정훈을 기다리겠다. 슬프지만 돌아와서 더 좋은 활동을 보여줄꺼라 믿는다. 일본에서 다시 활짝 웃는 모습의 김정훈을 보길 바란다. 한편 김정훈은 28일 오후 1시 30분 경기도 의정부시 용현동 306보충대에 입소해 2년 간 현역으로 군복무에 임하게 됐다. 지난 2000년 최정원과 함께 2인조 보컬 그룹 UN을 결성해 5년간 가수로 활동한 김정훈은 이후 연기자로 변신,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영역을 넓혔다. 입대 직전까지 한일을 오가며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했던 그는 입대 후 빈 자리를 솔로 앨범과 영화로 대신한다. 오는 6월 부터 일본에서 싱글 앨범 2장과 정규 앨범 1장 등 총 3장의 음반이 발표될 예정이며 국내에도 싱글 앨범이 공개된다. 영화에서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김정훈은 입대 전 한일합작 영화 ‘카페 서울’의 촬영을 마쳤으며 이 작품은 오는 7월 일본 전역에 개봉된다. 국내에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서울신문NTN(의정부 경기도)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m / 사진 = 한윤종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이보다 더 기발할 수 있을까? 아이디어 광고

    이보다 더 기발할 수 있을까? 아이디어 광고

    이보다 더 기발할 수 있을까? 단순히 상품의 효능을 설명하는데 그쳤던 과거의 광고와는 달리 최근에는 톡톡튀는 아이디어와 신선한 카피의 광고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상품의 이미지를 지면이나 화면으로 보이는데 그치지 않고 일상 속으로 직접 파고든 기발한 광고들은 높은 완성도와 함께 깊은 인상을 남긴다. ‘쿱스’(Coops)라는 페인트 브랜드의 한 옥외 광고는 페인트 통이 넘어져 흐르는 모습을 건물 전면을 이용해 담아냈다. 페인트가 흘러 지상의 주차장과 자동차까지 덮어버린 이 광고는 해외 여러 언론에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독일의 한 취업전문 회사는 커피 자판기나 무인 서류 출력기 옆에 독특한 사진을 배치했다. ‘Life’s too Short for the wrong job!“(재미없는 일을 하기엔 삶은 너무 짧다)라는 카피와 함께 등장한 이 광고는 좁고 답답한 사무실이 아닌 ‘좋은’ 일자리를 소개하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기발하게 표현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가정용품 제조업체 ‘프록터앤드갬블’(The Procter & Gamble Company)은 거대한 빗을 이용해 광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실타래처럼 얽인 전선 사이의 대형 빗은 마치 심하게 엉킨 머리카락에 걸려있는 이미지를 연상시키며 흥미를 유발한다. 독일의 파스타 재료 업체 ‘몬도 파스타’(Mondo pasta)는 항구에 정박한 선박을 이용해 기발한 광고를 제작했는데, 바로 파스타를 선박과 항구를 연결하는 밧줄로 표현한 것. 이 광고는 칸 광고제 아웃도어 부문 대상을 노렸을 만큼 기발한 광고로 꼽힌다. 사진=위부터 ‘쿱스’ 페인트, 독일 취업전문 업체, ‘프록터앤드갬블’ 빗, ‘몬도 파스타’ 광고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열린세상] G20 정상회담 이후의 쟁점과 과제 /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G20 정상회담 이후의 쟁점과 과제 /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

    세계경제의 85%를 담당하는 20개 국가 정상들이 지난 2일 런던에서 국제금융위기에 대한 공동 대응방안에 합의했다. 핵심은 글로벌 금융규제 강화와 경기부양이다. 금융규제 강화 방안은 헤지펀드 등 전체 금융기관 감독을 담당할 금융안정위원회 설립, 조세피난처 블랙리스트 발표, 왜곡된 평가로 무용론이 제기된 신용평가기관의 등록의무제 도입, 1조 1000억달러 규모로 국제통화기금 등의 재정 확충과 재정지원 금융기관 경영진에 대한 보상체계 개편 등이다. 경기부양책은 보호무역주의 반대, 2010년까지 5조달러의 재정지출과 경제난이 심각한 개도국과 동유럽 국가 지원을 포함한다. 각국의 여론은 대체로 긍정적이고 증권시장은 폭등했다. 규제강화가 국제금융시스템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와 1930년대 같은 대공황은 피하게 됐다는 안도감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쟁점과 과제가 남아있다. 금융기관의 최저자기자본비율 인상은 건전성 회복의 핵심이자 경영진 보상체계 개선의 지름길이다. 이 비율을 낮게 유지한 것이 고배당과 고성과급의 근거인 동시에 부실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기관의 대출회수나 추가대출 회피를 우려해 경기회복 시까지 유예됐다. 그때까지라도 재원을 확충해 대출을 하겠다는 은행을 선별해 지원하는 것은 물론 지불불능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재정지원의 대가로 주식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이 강력히 요구했던 국제통화질서의 개편도 쟁점이다. 무역과 재정의 이중적자 누적과 대규모 발권으로 달러화가 전과 같은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타협안으로 달러, 유로, 엔, 인민화폐, 루블 등을 묶은 새로운 세계통화를 만드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화폐의 경제적 가치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국제정치경제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추가 경기부양을 개별국가의 판단에 맡긴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국제적 조율이 없으면 이웃국가의 경기부양책에 편승하고 자국의 노력은 최소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경기부양책을 지구온난화 방지 등 글로벌 과제와 연계하기도 어려워진다. 이번 합의가 세계경제 위기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제한적이다. 정상회담 전에 세계생산의 4% 이상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이 집행되기 시작해 경기전환의 가능성을 높이고는 있다. 하지만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이 소비를 억제하고 저축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국, 독일, 한국 등 미국 소비시장에 특화된 경제구조를 가진 국가들이 자국의 내수확대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세계경기 회복의 관건이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합의된 5조달러가 계획대로 집행될 경우 빨라야 내년에야 국제경기가 바닥을 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금융시장 개혁방안은 국제적 구속력이 없어 각국의 법과 제도에 반영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설득 등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미국 정부가 금융기관 경영진의 보상체계 개편에 대한 월스트리트의 저항 등으로 머뭇거리고 있다. 요컨대 이번 합의는 단기성과보다는 세계경제의 핵심국가들이 합의를 통해 위기대응책을 신속히 제시하는 능력을 보여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효과가 더 크다. 신뢰 회복을 구체적인 효과로 전환하기 위한 조건은 각국의 조속한 합의이행이다. OECD가 정상회담 직후에 조세피난처 관련 블랙리스트를 발표한 것은 긍정적인 징후다. 한국 정부도 투자와 무역에 더해 금융도 보호무역 저지대상에 포함시킨 성과를 디딤돌로 삼아, 차기 의장국으로서 합의이행에 솔선수범해 국제공조를 주도해야 할 터다. 자본대비 대출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현실을 극복하고, 내수를 강화해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변화시켜 금융과 실물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물론 고용문제도 조속히 해결해내는 것이 관건이다. 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
  • [백남준 추모제] 백남준이 남긴 선물

    [백남준 추모제] 백남준이 남긴 선물

    지난 1월 29일은 힘없는 나라의 백성의 한 사람으로 태어나 격동의 20세기를 온몸으로 살다간 세기의 대예술가 백남준이 소천(召天)한 지 3년째 되는 날이다. 백남준에게 역사는 조이스의 말처럼 내가 깨어나길 원하는 악몽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여느 때와 다르게 전시실 안에 조용히 분향소를 차려놓고 국화와 향으로 참배객을 맞았다. ‘무량광명’ ‘무량수명’이라는 아미타불을 상징하는 글귀를 그의 영정 양 옆에 배치하니 모양이 제대로 나왔다. 굿을 하거나 어떤 퍼포먼스도 생략하였다. 미망인도 조카도 공식 초청하지 않았다. 단지 조촐한 분향소를 차리면서, <백남준의 선물 1>이라는 국제세미나 개최 사실을 알렸고, 참석을 희망하는 분들을 위해 사전 예약을 홈페이지에 당부하였다. 2월 3일은 세미나의 프레 오픈 형식으로, 백남준의 가장 절친한 친구 중의 한 명인 마리 바우어마이스터 여사를 초청하여 특별 강연을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가졌다. 이틀간 세미나는 매우 진지하고 열띤 분위기에서 개최되었고, 발표와 토론 속에서 수차례 감동적인 분위기가 터져 나왔다. 그렇다면 백남준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이고 얼마만큼 중요한 인물일까? 84년 2천 4백만 시청자들에게 공연된 <굿모닝 미스터 오엘>의 제작을 위해 34년 만에 금의환향을 한 백남준에게 기다리고 있던 것은 공희에 대한 고마움이 아니라 교환과 투자 대상으로서의 그의 비디오 조각품과 명성에 대한 과도한 선전과 집착이었다. 백남준은 신기한 발명가나 재능 있는 예술가가 아니라 세상 이치를 깨우친 도인처럼, 심지어 세계의 비밀을 알고 있는 외계인처럼 어느 날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믿음이 급속도로 희박해져 가는 현대 사회의 거친 정신적 퇴락 과정 속에서, 그는 어떠한 영웅, 천재, 교조, 지배자의 언술이 아니라 자유와 창조의 과업을 성취해 가는 열정적인 유목자로서, 또한 지혜와 유머로 충만한 ‘초인’으로 우리에게 온 것이다. 청년 시절 한때 심취했던 쇤베르크의 <달에 홀린 광대>처럼, 그는 공모와 협잡과 경쟁에 물든 시스템 속에서 허름하고 바보스런 단순성으로 사람들을 편하게 대했다. 심지어 남이 자신을 속이는 것에조차 개의치 않았다. 니체의 가르침처럼 거침없음과 어리석음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진정 우리가 빠뜨리고 있는 것은 보다 정확한, 보다 많은 소통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는 그것을 이미 너무 많이 갖고 있다) 차라리 생성하고 있을지 모르는 것에 대한, 그것이 우리 자신 속에서 현실화 되는 특이한 시간과 논리에 대한, 그리고 우리들 서로간의 관계에 대한 보다 견실한 믿음의 문제이다. 그 점에 있어 불교는 백남준에게 있어 최상의 깨달음을 제공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첫 전시(1963)가 비디오 아트를 개시하는 역사적인 기념비가 된다는 것을 명석한 청년 백남준은 알았을 것이다. 13대의 TV 모니터의 영상 화면을 조작하는 발상과 매체 혁신 속에는 중요한 사실을 포함하고 있다. 바보상자가 참여적 성격을 띠면서 인상적인 반기술 오브제로 전환되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잘려진 검은 소머리를 전시장 바깥 입구에 걸어 입장객에게 일대 정신적 충격을 가했다. 게다가 서양 고전 음악과 현대 음악의 종주국인 독일 국민들 앞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거침없이 부숴버리는 행위를 했다. 이런 일련의 행위 속에는 현대 문명에 억눌린 야생적 사고(Cahier Savage)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내재해 있다. 서구식 근대화, 계몽주의 교육의 추방, 억압해 온 우연과 생명의 법칙을 현대인의 생각과 정서, 일상 안으로 다시 끌어들여 예기치 않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시도이다. 따라서 상극적인 것들 간의 수평적 결합은 평생에 걸친 그의 작업의 모티프였다. 현대의 신화론자인 백남준에게 있어 인간적인 것, 자연적인 것, 기계적인 것이 혼융을 이루고 있는 점에서 그는 요즘 어법으로 말해 상호학제적 ‘통섭’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테크놀로지를 다루는 방식도 그것을 해석이나 분석 도구로 사용하기보다는 심리적 정서적 감응에 호응하는 인간적 속성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것은 지구의 위성인 달에서 영감을 얻으며, 그것을 대신하는 인공위성을 이용해 새로운 예술을 시도하는 것이다. 1969년 우주비행사가 달에서 생생한 영상을 보내온 바로 그날은 공교롭게도 백 선생이 출생한 날이기도 하다. 전 인류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TV를 지켜본 바로 그날, 백은 달(위성) 시대의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단지 꿈이 아니라 현실화할 생각을 했을 것이다. 백남준은 달(태음)이 쌍어궁(물고기좌)에 진입하는 타이밍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요한 달밤에 강에 달빛이 가득 드리워지는 이미지는 세종대왕이 죽은 왕후를 그리워하며, 아들(세자)에게 시를 짓게 해 부인에게 바친 <월인천강지곡>을 떠올린다. 부처의 사랑과 자비가 온 세상에 가득함을 비유한 노래다. 달은 청정한 마음, 불성을 의미한다. 백남준의 널리 알려진 <TV 부처>에서 TV 모니터의 표면은 쉼없이 흐르는 물과 같다. 전기의 생명선이 강물의 흐름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고요한 강물 위로 비춰진 달의 형상처럼 부처의 모습이 은은하게(그는 은은함을 좋아했다) 모니터의 표면에 달처럼 둥실 떠오른다. “달은 인류 최초의 TV”라는 백남준의 멋진 표현처럼 석기 시대를 거슬러 인류의 먼 기억을 어떻게 현재화 할 것인가의 문제 설정은 창조적 감응의 세계로 통하는 신화적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수상기가 없는 빈 TV 케이스에 촛불을 켜놓은 그의 작품은 한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동안 인간이 영토와 공간의 확장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온 태양 중심의 문명이 퇴조하고, 이제 새로운 영적, 우주적 질서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는 영적인 소통, 본성의 것, 파동의 것, 음적인 것에로의 이동을 말해주며, 전 지구적인 문화 변동의 새로운 움직임 속에서 백남준 선생은 가난하고 힘겹게 살아온 백성들 모두에게 신이 내린 큰 선물이라 생각한다. 지나간 20세기 예술의 지성사가 전위 예술의 그루였던 마르셀 뒤샹의 것이었다면, 21세기는 뒤샹의 바깥 세계로 통하는 출구를 만들어낸 백남준의 세기가 되어야 한다. 그는 태양이 달을 보러 물고기궁으로 들어서는 그 시간에, 태양의 문명이 사그라지는 긴 그늘의 시작점에 먼 타향 마이애미 하늘 아래에서 지상에서의 삶을 마감했다. 한국 나이로 74세. 그가 떠난 자리에는 선생이 남기고 간 말, “내일,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라는 희망과 예견의 메시지가 마음 속에 긴 여운을 남긴다. 글 이영철 백남준아트센터 초대관장
  • ‘유사 제목’에 빠진 가요계…장르별 新트렌드

    ‘유사 제목’에 빠진 가요계…장르별 新트렌드

    8282(다비치)-쏘리쏘리(슈퍼주니어), 왜 전화했어(신혜성)-전화 한번 못하니(왁스), 사고치고 싶어(이불)-사고쳤어요(다비치), 딱이야(성진우)-대박이야(대성) 최근 가요계는 유사한 곡목(曲目)들의 홍수로, ‘쌍쌍파티’에 빠졌다. 4월 둘째 주 상위권 차트에 이름을 올린 가요 곡목들을 살펴보면 마치 대화라도 나누는 듯 흡사한 느낌을 받는다. 심지어 두 곡을 하나로 연결시킨다 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정도다. 이러한 현상은 댄스, 발라드, 트로트 등 장르별로 나눴을 때 더욱 뚜렷한 경계선을 보인다.이에 가요 전문가들은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곡임을 감안해 볼 때, 누가 누구의 곡명을 모방했다고 단정짓긴 어렵다.”며 “그보단 최근 가요계에 정착된 ‘곡명 짓기의 한 트렌드’로 분석하는 것이 맞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가요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해 이 시대의 가요들이 비슷한 곡명으로 장르별 특성을 띄게 된 이유를 짚어봤다. ◇ 댄스곡 新 트렌드 “짧고 강하게, 중독성 공략” 댄스 장르의 곡명은 다섯 음절 내, 반복 어구의 사용을 특징으로 한다. 이는 ‘중독성’에 승부수를 걸고 있는 최근 댄스곡의 흐름과도 맞물린다. 실제로 최근 10위권 내 인기를 얻었던 댄스곡들은 이를 철칙처럼 지켜냈다. 이번주 가요 차트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다비치의 ‘8282’와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 외에도 소녀시대의 ‘Gee’, 애프터스쿨의 ‘AH’, 카라의 ‘HONEY’ 등은 길어야 서너 음절을 넘어가지 않는다. 한 대형 음반사의 기획을 맡고 있는 이창진 씨는 “댄스곡의 경우, 가장 짧고 강한 임팩트를 심어줄 수 있는 제목이 필수”라며 “댄스곡의 특성상 후렴구에 반복되는 후크 부분이 강조될 수 있는 곡명이 우선시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듣기 쉽고 편안한 이지 리스닝(Easy listeng)곡들이 더러 인기를 얻으면서 곡명 역시 최대한 간소화 시키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 발라드 新 트렌드 “호기심 자극, 긴 여운” 댄스곡과 달리 발라드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 후 긴 여운을 남기는 곡명이 선호되고 있다. 또한 전화, 이별 후 감정, 연애소설 등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봤을 법한 일상적이고 소소한 소재들이 부각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과 에이트의 ‘심장이 없어’를 탄생시킨 인기 프로듀서 방시혁 씨는 일전의 인터뷰에서 “앞선 곡목들의 경우, 제목이 다소 ‘세다, 강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노하우를 공개했다. 그는 “‘총 맞은 것처럼’의 원제는 ‘구멍난 가슴’ 였지만, 이별 후 밀려온 엄청난 슬픔을 표현하기엔 역부족이라 판단했다.”며 “솔직하면서 강한 느낌의 제목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뿐만 아니라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공감대를 형성해 긴 여운을 남긴다.”고 설명했다. ◇ 트로트 新 트렌드 “의성어·의태어로 감칠맛 살려” 흔히 트로트 장르의 가요는 두 가지 특성이 뚜렷한 곡명을 지닌다. 바로 의성어·의태어 인용하거나 ‘~야’ 등 특정 어미를 고집해 감칠맛을 살린다는 것. 짜라자짜(주현미·서현), 빠라삐리뽀(성일), 짠짜라(장윤정), 샤방샤방(박현빈) 등이 전자의 예라면 대박이야(대성), 딱이야(성진우), 자기야(박주희), 당신이 최고야(박영남)등은 ‘~야’로 마무리 되는 트로트형 곡목짓기의 원칙을 지켜낸 사례라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음악평론가 이인중 씨는 “트로트는 현대 가요 중 가장 오랜 세월을 거쳐 온 만큼 쉽게 트렌드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연유로는 “최근들어 신세대까지 트로트 소비층이 넓어지기는 했으나, 이 또한 본래 트로트가 지니고 있는 고유의 맛깔스러움에 매료된 이들이기 때문에 트로트 장르는 더더욱 비슷한 곡목들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伊여진 공포속 정부 ‘지진 예측 묵살’ 도마에

    伊여진 공포속 정부 ‘지진 예측 묵살’ 도마에

    6일(이하 현지시간) 발생한 강진으로 이탈리아가 ‘아비규환’에 빠져 있다. 사망자는 200여명을 넘어섰고 4000여명의 대원들이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피해 규모가 예상보다 큰 탓에 구조작업은 순탄치 않다. 이 가운데 정부가 한 지진 예측을 묵살해 참사를 초래했다는 의견이 제기돼 논란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수개월내 추가 지진 경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립핵물리학 연구소의 지진학자인 조아키노 줄리아니가 최근 기체 가운데 가장 무거운 물질로 알려진 ‘라돈’의 방출량 변화를 통해 지진발생을 예측, 정부에 알렸지만 공포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묵살당했다. 통신은 “사회불안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경찰에 고발되고. 웹사이트에 올려 놓은 연구 결과물까지 강제로 삭제당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줄리아니의 경고는 과학적 근거를 결여하고 있었다.”고 해명했으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지진의 예측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사히 신문도 아베 가쓰유키 도쿄대학 지진학 명예교수의 말을 인용, “라돈과 지진의 관계는 예부터 지적되고 있다.”면서도 “아직 메커니즘이 해명되지 않았다. 우연히 맞았을 뿐 실증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서 앞으로 수개월 내에 추가 지진이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AFP통신은 북아일랜드 얼스터 대학의 존 매클로스키 교수의 말을 인용, “이 지역이 복잡한 지질 구조를 지니고 있어 큰 규모의 추가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진으로 유적지 ‘잿더미’ 7일 AFP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중부 아브루치 주(州)의 중세 산간도시 라퀼라 시(市) 인근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지금까지 207명이 목숨을 잃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아직 15명의 실종자가 있으며 1000여명에 달하는 부상자 가운데 100명 이상이 중상”이라고 밝혔다. 사고 현장에는 7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1만여채의 건물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신원 파악이 어려운 외국인 이민자들이 몰려 살고 있어 희생자 집계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진도 계속되고 있다. 현지 ANSA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30분 이 지역에서 리히터 규모 4.7의 지진이 발생, 이미 전날 강진으로 파괴된 일부 건물들이 완전히 붕괴됐다고 전했다. 이 지역은 전날 강진이 발생한 이래 280여 차례의 여진이 발생, 주민들의 불안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 중세의 유산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라퀼라 지역의 지진으로 주요 유적지도 한 순간에 무너져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16세기 성 안에 건설된 아브루초 국립박물관의 상황도 우려되고 있다. 현재 추가 붕괴 위험으로 박물관 접근이 어려워 문화재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정부는 작품 보호를 위해 전국의 유적 관리 전문가들을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영화로 본 사별의 아픔 치유하는 두가지 방식

    영화로 본 사별의 아픔 치유하는 두가지 방식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리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공기처럼 머물던 존재가 저세상으로 떠나버렸을 때 상실의 충격, 부재의 슬픔은 어떻게 견뎌내야 하는 걸까. 영화 ‘여름의 조각들’(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수입 판씨네마)과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감독 도리스 되리, 수입 영화사 진진)은 어머니 혹은 아내의 죽음과 남은 가족들의 아픔을 그린 수작들이다. 잔잔한 화법과 아름다운 영상은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사별의 기억을 따사롭게 은유한다. 26일 정식 개봉하는 ‘여름의 조각들’은 쥘리에트 비노슈의 방한 소식으로 국내 관객에게 먼저 다가왔다. 무용 공연차 한국을 찾은 비노슈는 지난 18일 ‘여름의 조각들’ 시사회에 참석해 “즉흥적 순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즐겁고 가족적인 분위기로 촬영했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영화는 아버지의 별세 이후 홀로 고향집을 지키던 어머니 엘렌(에디트 스코브)이 갑자기 죽음을 맞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유품과 집을 정리해야 하는 세 남매는 의견 차이로 갈등을 겪는다. 생전에 어머니는 친척이기도 한 유명 화가 폴 베르니에의 작품을 비롯해 거장들의 예술 작품들을 다수 간직하고 있었다. 맏아들 프레데릭(샤를르 베를랭)은 그것들을 고스란히 유지하길 바라지만, 둘째 아드리엔(쥘리에트 비노슈)과 막내 제레미(제레미 레니에)는 팔 것을 주장한다. 디자이너인 아드리엔은 해외 활동이 많고, 제레미는 중국에서 시작한 일로 목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랑해, 파리’, ‘그들 각자의 영화관’의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여름의 조각들’은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20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영화다. 이 사실이 말해주듯, 카메라가 엘렌의 집을 비출 때 관객들은 극장에 앉아서 오르세 미술관의 작품을 만끽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인상파 카밀 코로의 수채화, 상징주의 오딜롱 르동의 패널화, 에드가 드가의 부서진 조각상, 그리고 아르누보식 디자이너인 루이 마조렐의 가구 등 19~20세기 대표작이 스크린을 장식한다. 돋보이는 점은 변치 않는 예술의 가치처럼, 사후에도 가슴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어머니의 존재를 잘 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돌아가신 뒤에야 알게 된 어머니의 비밀스러운 사랑, 할머니와의 추억을 양분삼아 성장하게 될 손자·손녀의 모습 등이 양파껍질 벗기듯 겹겹의 여운을 남긴다. 시간이 지나 미술관에서 어머니의 유품들을 접할 때, 샘솟는 그리움에 울컥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큰 공감을 자아낸다. 실제로 촬영 들어가기 직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아사야스 감독은 시나리오를 다시 수정하면서 진정성을 더하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한편,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은 ‘파니 핑크’, ‘내 남자의 유통기한’으로 여성의 심리를 유쾌하게 들려줬던 독일 도리스 되리 감독이 사별의 아픔과 치유를 진지한 필치로 그려낸 작품이다. 트루디(한넬로르 엘스너)는 남편 루디(엘마 웨퍼)가 시한부 인생이란 사실을 알게 되지만, 루디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대신 함께 자식들의 집으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숨을 거두는 쪽은 오히려 트루디다. 홀로 남게 된 루디는 뒤늦게야 아내의 빈자리에 몸서리를 친다. 젊은 시절 부토(일본 현대무용) 댄서가 되고 싶어했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전업주부로 살아야 했던 아내의 덧없는 꿈을 루디는 대신 찾아나선다. 그가 발길을 향한 곳은 일본. 낯선 이국땅에서 만난 홈리스 소녀의 부토 댄스에서 아내의 흔적을 느끼는 모습이 가슴시리게 다가온다. 가부장적이었던 남자가 아내의 죽음을 겪은 뒤 ‘세상에서 가장 여리고 애틋한 존재’로 거듭나는 여정이 섬세하게 담겼다. 지난달 19일 5개 상영관에서 소규모 개봉한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은 높은 좌석점유율과 뜨거운 호평으로 한 달만에 상영관이 두 배로 늘었다. 현재 서울 소격동 씨네코드 선재와 CGV 8곳(압구정·상암·오리·서면·목동·왕십리·일산·동수원)에서 만날 수 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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