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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진이’ ‘이순신’ 재단장 무대

    폐쇄적인 봉건주의 유교사회에서 남성보다 더 자유로운 삶을불꽃처럼 살다간 예기(藝妓) 황진이. 임진왜란 당시 뛰어난전술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용맹으로 조국을 구한 성웅충무공 이순신(1545-98). 황진이의 출생·사망년도는 알 수없지만 화담 서경덕(1489-1546)을 유혹했다 하니 이순신보다는 30∼40세 정도 위인 셈이다. 한 세대의 시차를 두고 큰 족적을 남긴 두 인물의 삶을 그린창작오페라 ‘황진이’와 ‘이순신’이 나란히 국내 무대에오른다.두 작품 모두 해외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서양의 음악적 논리와 건축미 속에 동양의 색깔을앉혀 한국 전통음악을 세계 음악언어로 격상시킨 한국오페라단의 작품.지난 99년 초연 이후 지난해 한·중 수교 8주년기념 베이징 공연과 지난달 2002 월드컵 공동개최 기념 일본공연에서 열광적인 찬사를 받았다. 이 오페라는 총4막으로 구성됐다.중종 때 개성 황진사의 서녀(庶女)로 태어난 황진이는 시재(詩才)에 뛰어났고 용모도출중했으나 가문과 출신을 중시하는 관습의 벽을 뛰어넘을수없었다. 15세 때 이웃집 총각이 그녀를 짝사랑하다 상사병으로 죽은것을 계기로 운명을 예감하고 자유롭게 살겠다며 기적에 이름을 올린다. 명월이가 돼 수령 벽계수, 대승 지족선사,학자서화담, 명창 이사종 등 당대 명인들과 교류하고 사랑하면서불후의 작품들을 남긴다. 황진이의 시조를 서양 오페라의 아리아 대신 사용했고,바라춤 학춤 기생무 북춤 등 한국 고전무를 대거 삽입해 총체적인 한국 미의 극치를 보여준다.6월 13∼16일 오후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02)587-1950.구상 원작,영화감독이장호 연출,이영조 작곡.황진이 역에 김유섭 신지화 더블캐스팅. 충무공이 조정의 모함을 받고 갈등하는 대목에서장렬한 최후를 맞기까지를 총4막에 담은 성곡오페라단의 이탈리아어 작품. 지난 98년 충무공 순국 400주년을 기념해 충남 아산 현충사등에서 초연된 뒤 지난해 이탈리아의 로마 오페라극장에 진출,갈채를 받았다.당초 이탈리아의 니콜로 이유콜라노가 5음계 중심으로 작곡했으나 절정에 도달하는 과정이 소멸되는현상이 나타나 지난해 주세페 마주카와 니콜라 사말레가 7음계 중심으로 개작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순신을 흠모한 나머지 일본 장수 고니시의 사랑을 뿌리쳐 그의 칼에 숨진 기생 초월의 아리아가 추가됐고 음정 등을 일부 수정,한국 정서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극적 전환 효과도 살릴 수 있도록 보완했다.강강수월래 승전무 화관무 등에는 한국의 전통리듬이 사용된다. 6월 8∼10일 오후7시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연출 장수동,이순신 역에 박치원 강신모. 김주혁기자 jhkm@
  • ‘소리바다’ 법이냐 현실이냐

    인터넷 음악파일 공유사이트인 ‘소리바다’ 저작권 침해 고소 사건의 처리를 놓고 검찰이 법과 현실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현행 법규상으로는 처벌이 불가피하지만 처벌에 따른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검찰은 고소인인 음반산업협회측과 피고소인인 소리바다측의 합의가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보고 내심 바라고있다.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마저도 어려워 검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이 소리바다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것은 지난 1월. 5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광범위한 수사와 법리 검토를 해왔다.고소·피고소인측과 ‘비공식 토론회’도 갖고,소리바다 회원의 이메일 진술도 들었다. 이번 결정이 PC를 통한 저작권 침해 사례에 대한 형사 판단의 선례를 남긴다는 점과 산업계와 문화계 등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 처벌 근거는 있다.저작권법에 저작권자의 승낙 없이 저작물을 ‘전송’하는 행위도 저작권 침해 행위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소리바다가 등장한 뒤 음반 판매량이 감소하는 등 고소인측 주장도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때문에 일단 불법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소리바다 기소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섣불리 결정을 했을 경우,국익에 미칠영향도 생각해야 하지만 불법 상태를 무한정 끌고 갈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
  • 연극 리뷰/ ‘버자이너 모놀로그’

    흔히 여성의 성(性)은 신비로움과 호기심의 영역으로 여겨진다.그러나 당사자인 여성들에겐 기억조차 하기 싫은 폭력과 수치의 대상이기도 하다. 지난 18일부터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려진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이혜경 연출)는 이같은 여성의 성이 더이상 금기와 터부의 대상이 아님을 선언하는 작품이다. 세명의 여성(김지숙 예지원 이경미)이 차례로 등장,마이크를 앞에 두고 자신들의 속 이야기를 해나가는 형식이 특이하다.특별한 무대장치나 동작도 없이 1시간40분동안 나이든 여성,젊은 여성,기혼여성,미혼여성,레즈비언,대학교수,배우,기업 전문가 등 다양한 부류의 여성이 겪었던 성 경험들이 여과없는 독백으로 이어질 뿐이다. “내가 그말을 하는 이유는 그 말이 입에 올려서는 안되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나는 언젠가 그 말이 부끄럽지도 않고 또 죄의식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때가 오기를 바라기때문에 입밖에 내어 말하기로 했습니다.”성기는 불결한 것으로 교육받고 살아온 미국의 어느 중산층 중년여성의 비탄조 독백이 연극의 시작이다.이어지는독백 속에 여성에 대한 폭력,여성끼리의 사랑,출산에 얽힌 내밀한 경험들이 전해진다. “난 질을 사랑해.그래서 난 여자가 좋아.”“여자만 질을 갖고 있거든.수많은 여자들이 자신을 흥분시키고 오르가즘을 느끼게 해 달라고 날 찾아와.”“당신이 늙은이한테거시기 얘기를 하게 만들었다구.사실 당신이 내가 이 이야기를 털어놓는 첫번째 사람이야.그런데 기분이 훨씬 좋네. 고마워.”매회 공연장을 가득 메우는 관객의 80%는 여성이다.극이진행되면서 무대위의 배우가 던지는 솔직한 질문에 관객의 반응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주저없이 터져나온다.“만일 당신의 성기가 옷을 입는다면 어떤 옷을 입을까요?”이 질문에 무대 위로 서슴없이 올라 답변하는 관객의 말속에서 연극의 기획의도가 훤히 들여다 보인다. 그러나 연극을 보다 보면 조금은 반복되는 여성의 독백이식상하게도 느껴진다.첫 경험 때 스스로 모욕감에 떨었던빈민 여성의 추억이나 중년부인의 성적 수치심 등…. 극중 일관되게 폭로성으로 치닫다가 “출산 이전의 질에대한 나의 이해가 경이로운 무엇이었다면 출산 이후에 태어난 아이를 본 이후 여성의 질에 대한 나의 경이는 숭배로 바뀌었다”는 마지막 독백이 여성 고유의 자기존재를확인하지만 극의 의도마저 흐리는 아쉬움을 남긴다. 김성호기자
  • 복지부직원 징계 최소화할듯

    감사원의 건강보험 재정 운용실태 감사 심의확정이 당초21일에서 이번 주말로 늦춰지면서 실무자 징계수위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보건복지부의 반발이 만만찮아 징계대상자 범위와 수준이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실무자를 징계하지 말자는 쪽으로 의견을모아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감사위원회 연기배경 차흥봉(車興奉) 전 복지부장관의책임과 실무책임자의 징계문제 논란 때문이다.이종남(李種南)감사원장은 “이달말에 발표할 복지부의 종합대책안에도움을 주기 위해 서둘렀으나 위원들이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해 연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무장관 고발 감사원은 차 전 장관의 법적 책임은 위원회에서 결정될 사안이라는 원론적 입장이다.그러나 고발은어렵다는 것이 곳곳에서 감지된다.이 원장은 “차 전 장관의 업무 수행과정에서의 잘잘못은 위원회에서 논의는 거치겠지만 심의를 며칠 앞둔 지금까지 논의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다른 고위 간부들도 정무직인 장관의경우명백한 잘못이 없으면 고발할 수 없다는 신중한 태도다.‘허위보고’에 대한 명백한 사실확인이 안되면 고발이어렵다는 것이다.다만 여론이 안 좋은 점이 막판에 고발로 돌아설 여지도 남긴다. ■실무자급 징계 감사원이 밝힌 실무진 징계대상자는 8명이지만 실제는 최소한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감사원고위 관계자는 “명백한 자료왜곡과 직무태만 등이 밝혀진 간부만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관계자는 일부 정치권에서 실무진 징계 반대의견이 나온 것과 관련,“감사원의 업무는 법원처럼 독립된 기관으로,외부에서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해 원칙에 따른 결정을 강조했다. ■민주당내 논란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이 실무자 징계에 반대하면서 ‘당의 정치적 책임’ 인정을 거론했다.노무현(盧武鉉)상임고문도 ‘정치적 조치’를 촉구했다.복지부 실무자만 문책했을 때의 여론악화를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기홍기자
  • 60만년 시간 담긴 ‘고고학적 기상도’

    서양화가 임근우(43)의 작업에서 ‘고고학’은 알파요 오메가다.고고학이 없으면 그의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지난 90년대부터 고고학 작업을 해온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은 꼭 발굴현장을 찾는다.시대의 단층을 체험하기 위해서다.한켜 한켜 지층에 쌓인 시간의 깊이에 전율하며 그는 그것을 화폭에 옮긴다.고생대의생물체에서 고대 왕관,접시,모자,알듯 모를듯한 기호에 이르기까지 그의 화면에 담긴 형상들은 모두 끝없는 고고학적 탐험의 결실이다. 28일부터 4월6일까지 서울 관훈동 갤러리 사비나에서 열리는 ‘임근우:COSMOS-고고학적 기상도(전곡 604002년)’전은 작가의 이러한 작품세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암호 같은 제목부터 해독해야 한다.‘전곡’(국가사적 268호)은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에 있는 국내 최고의 구석기 유적지로 약 30만년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604002년은 전곡 유적지의 역사인 과거로의 30만년과 지금까지의 2001년,앞으로의 2001년,그리고 다시 30만년을 합해 만들어낸 기호다.또 ‘COSMOS’는억겁의 시간을 초월하는 우주적 이치를 드러낸다는 의미에서 붙인 말이다.작가는 이같은 상징성을 토대로 60만년이라는 긴 시간을 하나의 화면에 압축,자신만의 고고학적 기상도를 그려냈다. 작가가 주로 이용하는 것은 ‘파브리아노’라는 동판화지를 이용한 판화기법.캔버스에 투명 바인더로 두 세차례 밑칠을 한다.그리고 그 위에 동판화지나 실크스크린 판화지를 붙여 색을 입힌다.작품 성격에 따라 판화지를 송곳으로긁어내거나 찢기도 한다. 작가가 판화기법을 즐겨 사용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눌러 찍어내는 행위에는 시간과 시대의 지층을 쌓아간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작가는이렇듯 이 시대의 화석을 남긴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든다.그 작품은 과거와 현재,미래로의 시간여행을 떠나는 타임머신의 역할을 한다.때로는 시간을 묻어두는 타임캡슐의구실도 한다. ‘지금까지와 지금으로부터의 이음새’라 붙여진 전시의 부제는 그런 점에서 적절하다. 작품세계가 색다르듯 임근우의 작가적 이력 또한 특이하다.그는 대학(충남대)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했다.그러나 건축학이라는 학문이 ‘중력’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함을깨닫고 중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회화로 방향을 틀었다.나이 서른에 홍익대 서양화과에 다시 입학한 것이다.그는 지금도 예술만이 중력을 초월할 수 있다고 믿는다.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형상들이 무중력 속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전시 개막일인 28일 오후6시에는작가와 서울국제인형극제 하영훈 감독이 펼치는 퍼포먼스‘신문지의 고고학적 시간여행’이 마련된다.(02)736-4371. 김종면기자 jmkim@
  • 연극 리뷰/ ‘에쿠우스’

    ‘아는만큼 보이는 연극’‘관객의 수준만큼 즐길 수 있는무대’…. 연극 에쿠우스는 원작이 가진 함의 자체가 복잡해 연출자와 무대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랄 수 있다. 주인공 앨런이 말 일곱마리의 눈을 찌른 사건을 풀어나가는 줄거리를 축으로 현대 산업사회에 던져진 인간의 내면적 고통과,종교와 현실간의 방황,한 가정의 갈등,소년의 성적 성장 등 극에 담긴 메시지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난해한 레퍼토리다. 간단히 보면 앨런이 말의 눈을 찌른 동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밝히는 정도로만 감상해도 나름대로 재미를 찾을 수 있지만,이면에 감춰진 의도는 결코 간단치 않아 무대장면마다 연출의 힘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작품으로 꼽힌다. 그런 점에서 극단 실험극장이 야심을 갖고 지난 9일부터 예술의전당 토월무대에 올리고 있는 ‘에쿠우스’는 개막 전부터 연극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공연이다. 우선 작품의 중심에 있는 의사 다이사트(박정자)와 판사 헤스턴(한명구)역의 성(性)바꾸기와 주인공 앨런 역의 신인 배우(최광일)캐스팅이 주목받았고,무엇보다 소극장에서 중형극장으로의 진출이 과감한 시도로 기대돼 왔다. 고정적으로 남성이 맡아온 의사 다이사트 역을 흔쾌하게 맡은 박정자의 묵직한 연기는 사건의 동기를 풀어나가는 중심으로서 성공했다는 느낌이다.그러나 다이사트에 앨런을 넘긴 헤스턴 판사의 위치가 다소 약해져 역할 비중에 비해 근본적인 문제풀이 과정에서 소외된 아쉬움을 남긴다. 말의 눈을 찌른 앨런의 행동을 둘러싼 복잡한 동기가 여러인물을 통해 설득되지만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리기엔 명쾌하지 못한 흐름이다.여기에 무대와 객석의 거리감도 극복해야할 과제로 남는다.등장인물들이 토해내는 대사의 섬세함과힘은 중형극장 무대의 분위기와 힘엔 미치지 못했다.물론 공연을 더해가면서 부분부분 개선을 했지만 연출자의 원래 의도가 십분 이해되기엔 조금 모자랐다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실험의 성과는 여러가지를 들 수있을 것 같다.최초로 시도한 배역의 성 바꾸기가 주인공 앨런과의 대화 측면에서 자연스럽고 더 호소력있게 비쳐진 점이나,마굿간에서 앨런과 그의 애인 질이 벌이는 정사 장면이 완전 나체로 진행됐음에도 결코 외설적으로 비치지 않은 점들이 그것이다. 김성호기자 kimus@
  • 법원 인사제도 내부서 비판 ‘화살’

    판사와 법원 직원 등 법원 인사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좌진수(左眞守) 판사는 지난달 사직하면서 법원 내부통신망에 판사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직인사를 남겼다. 좌판사는 “첫 근무지가 지방인 판사는 서울에 발령을 받으려면 수도권에서 시작한 판사보다 두배가 넘는 7∼8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법연수원 성적이 첫 근무지를 결정짓고 첫 근무지가 다음 인사에도 영향을 줘 결국 사법연수원 성적이 평생따라다니는 꼴”이라면서 “개인의 적성이나 희망 등을 고려하지 않는 인사가 성숙한 조직사회에서 아직도 가능한지 의심스럽다”고 반문했다. 또 정기인사 때 외에는 사직서를 접수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개인의 기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그는 “법원에대한 애정과 자부심으로 글을 남긴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좌판사는 사법연수원 19기로 광주지법 순천지원을 거쳐 평택지원에서 근무했다. 법원 직원은 인사 발령이 지나치게 늦다고 비판했다. 서울지법 서부지원의 한 직원은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글을 통해 “현재와 같은 인사로는 민원인들에게 친절히 대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이 직원은 “인사 때마다 최종 보직인사가 1∼2일 전에 결정나서 업무처리에도 미숙하고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도 늘어 민원인들에게도 친절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느 조직보다도 법원 인사는 예측가능성이 높고 객관적”이라면서 “성적 외에는 다른객관적인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잘못하면 편의적 인사나 정실인사라는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
  • 냉전시대 그 암울한 초상

    통일의 미래를 전망하기에 앞서 탈분단시대를 바라보고 그보다 먼저냉전시대를 돌아보자.문예진흥원이 기획한 ‘선샤인(Sunshine)-남북을 비추는 세 가지 시선’전이 전하는 메시지다.26일부터 2박3일간남북이산가족 3차상봉이 예정된 가운데 5일부터 24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미술공간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민감한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일단 관심을 끈다. 초대작가는 박찬경,장영혜,솔룬 호아즈 등 3명.박찬경은 사진 슬라이드와 스틸사진 작품으로 ‘세트’를 만들어 내놓는다.슬라이드는 북한의 조선영화촬영소에 있는 서울거리 세트와 남한의 모의 시가지 전투훈련장 세트,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판문점 세트 등으로 구성됐다.스틸사진에는 전후 서울의 폐허화한 모습이 담겼다. 작가는 남북한 문화의 이질성과 동질성을 비교해본다는 취지에서 이작품을 만들었다.장영혜는 비디오 애니메이션 작업 ‘향수’를 통해교련복 등으로 상징되는 박정희 시대의 모습을 반추한다.또 호주작가솔룬 호아즈는 ‘서울일기’와 ‘평양일기’라는 다큐멘터리 작품으로 남북의 상이한 정치적 입장과 제도적 장치들을 파헤친다. 그러나 전시작의 상당수는 ‘미디어-시티 서울 2000’전 등을 통해이미 소개된 것들이어서 아쉬움을 남긴다. 최근 끝난 광화문갤러리의 ‘서울의 화두는 평양’전에 이어 열리는이번 전시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으려는 미술적 움직임” 정도의평가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02)7604-500. 김종면기자
  • 화폭에 담은 천혜의 비경

    봄이면 수만 마리의 괭이갈매기가 날고,여름에는 오징어잡이 어선의집어등으로 대낮보다 밝은 밤이 펼쳐지는 섬. 가을에는 물골 억새밭이 은빛 장관을 이루고,겨울에는 유별나게 내리는 눈과 함께 한 해를마무리 짓는 섬. 동쪽바다 끄트머리에 솟아오른 땅 독도다.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아름다운 섬이지만 한편으론 일본의 끊임없는 침입을 견뎌내야 했던 수난의 섬이요 민족 자존의 섬이기도 하다.독도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진정한 독도사랑의 길은 무엇인가. 독도 그림을 통해 그 해법을 찾아보는 뜻깊은 기획전이 열리고 있어눈길을 끈다. 서울 태평로 서울갤러리 1·2전시실에 마련된 ‘독도사랑’전.대한매일신보사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이 전시에는‘독도소견’‘구불상(九不像)-독도’‘독도만다라’‘독도일우’ ‘린(隣)-독도사랑’등 갖가지 제목의 독도 그림 30여점이 나와 있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라는 두 개의 큰 섬과,파도와 태풍의 침식작용으로 생겨난 60여개의 바위로 구성돼 있다.섬을 둘러싼 해안은 성냥개비를 포개어 놓은 듯한 현무암 주상절리(柱狀節理) 절벽이 절경을 이룬다.작가들은 독도의 빛나는 자연풍광을 사실적으로 혹은 상징적으로 그렸다. 그러나 이번 독도작품전에는 독도의 사람이야기가 빠져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독도를 자연섬으로 인정받도록 하기 위해 숙소를 짓고 식수를 찾고 나무를 심는 독도지킴이들의 독도 사랑이야기 같은 것을화폭에 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2월4일까지.(02)2000-9737. 김종면기자
  • 현대전자 자구안…반도체外 사업 분리·매각

    현대전자가 반도체를 뺀 모든 사업부문과 재산을 정리한다.직원의 4분의 1을 줄이고,1조원 규모의 비영업 자산을 매각한다.위기론을 잠재우기 위한 자구노력의 일환이다.시장의 반응이 주목된다. ■“부채상환 문제없다” 현대전자 박종섭(朴宗燮) 사장은 17일 서울영동사옥에서 자구계획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현대전자의 구조조정 자문회사인 미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제프리 셰이퍼 부회장이 배석했다.박 사장은 “가용현금 2조원을 확보하고,산업은행의 회사채인수에 따른 2조9,000억원,신디케이트론 4,000억원 등 5조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면 올해 안에 갚아야 하는 5조3,000억원을 충분히상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만 남긴다 현대전자는 통신·LCD·경영지원그룹 등 반도체를제외한 모든 사업부문을 분사하거나 매각,아웃소싱하기로 했다. 현대오토넷·현대이미지퀘스트·현대유니콘스야구단 등 자회사도 매각한다.온세통신·신세기통신 등 4,000억원의 유가증권과 이천 폐수처리시설·영동사옥 등 6,000억원 규모의 시설 및 부동산도 국내·외에판다. ■현대와 인연 끊는다 현대상선과 정몽헌(鄭夢憲) 회장 등 현대관련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을 모두 매각,상반기 안에 계열분리를 끝내기로 했다.이를 위해 오는 3월 회사이름도 바꾼다.사명변경에는 1억원 정도가 들 것이라고 박 사장은 설명했다. ■인력 4분의 1 감축 사업 및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현재 2만2,000명인 임직원을 상반기 안에 1만7,000명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감축규모는 임원 30%,직원 25%다.정리해고 형태가 아니라 분사 등을 통해자연스럽게 떼내겠다는 것이다. ■주변상황이 관건 이번 자구안은 지난해 11월23일 발표한 1차 경영개선안에서 크게 진전된 것이 없다.회사측은 “이미 할 수 있는 모든조치를 강구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는 시장의 평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구노력의 성사여부는 주변상황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분석이다.우선 2조원으로 잡은 올 영업이익의 달성여부도 국제 반도체 시황에 달려 있다.지난해의 경우 현대전자 매출의 82%를 D램이 차지했다.그러나 상반기 이전에 D램 값이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는 점외에는 올해 시황을 점치기는 극히 힘든 상황이다.최악의 경우,영업이익이 1조원대에 머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산매각도 현대전자와 계열사 주식이 모두 저평가돼 있어 주식시장이 나아지지 않는 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특히 현대상선의 경우현재 시가대로 현대전자 지분을 팔 경우 4,0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보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균기자 windsea@
  • KBS2 ‘도전!‘ 엽기에 대한 과욕 몰상식 탐험대

    다양한 모험을 통해 지구촌 곳곳의 삶과 문화를 보여준다는 의도로기획된 KBS2 ‘도전! 지구탐험대’.일요일 오전 온가족과 함께 둘러앉아 프로를 보노라면 ‘저런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하는 신기함과 함께 주어진 환경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감동적이다.특히 보도듣도 못한 오지를 TV로나마 대리체험할 수 있다는 점은 96년이 프로가 시작된 이래 꾸준한 인기를 이끈 원동력. 그러나 14일 ‘사라진 문명의 땅,아타카마사막’편은 문화체험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기괴한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제작진들의 강박관념과 과잉의욕만이 난무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 같다. 탤런트 이진우씨가 출연한 이날 방송분에서 칠레 북부의 아타카마 사막을 종단하던 이씨가 고대 인디오들의 무덤과 그 속에 보존된 미라를 마구 파헤치는 장면이 여과없이 전파를 탔다.동행한 외국인들이이씨를 붙잡고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흙속에 묻혀 있던 토기 조각을꺼내는 상식 밖의 행동을 보여줬다.심지어 스튜디오에 나와서도 그는 “미라를 가져오려고 했는데,그러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또한 먹을 것이 완전히 떨어진 극한상황이 아니었는데도 ‘라마’라는 동물을 잡아 가죽을 벗기는 잔인한 장면은 연출성이 농후했다. 방송이 나가자 KBS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다른 나라의 유적에 무지막지하게 손을 대는 행위는 도적질이자 나라망신”“우리 조상의 무덤을 그렇게 훼손했다면 어떻겠는가”등 수십건의 항의가 쏟아졌다. ‘도전!…’은 지난 99년 탤런트 김성찬이 촬영중 말라리아에 감염돼 숨지는 등 아슬아슬한 안전사고가 빈발해 비판을 샀던 프로.그러나한편으로는 출연자의 험난한 체험을 통해 세계문화를 현장감있게 배운다는 점에서 13~14%를 넘나드는 시청률과 함께 호평을 받아왔다. 그런 점에서 ‘사라진 문명의 땅,아타카마사막’편은 아쉬움을 남긴다.출연자의 소양부족 쯤으로 치부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문제의 장면들이 편집과정에서도 걸러지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제작진들의연출 자세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시청자들이 바라는 문화체험은 미라를 파헤치거나,야생동물을 잡아먹는 기괴한 볼거리 차원이 아니다.“오지탐험의 목적은 다른 문화를이해하고,우리 삶과 문화를 반성하는 데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프로는 점점 선정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삶과 문화에 대한 깊이와 배려는 없고,해냈다는 것만이 전부입니다” 한 네티즌의 따끔한 충고를 제작진은 새겨 들어야 한다. 허윤주기자 rara@
  • 대한매일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광어(II)

    나는 처음으로 행운아라는 생각을 했다.나는 당신에게서 들려오는 대금 소리를 들었다.당신의 시커먼 자궁 속으로 지나는 바람이 보였다. 당신은 당신의 지나간 봄날에 대해서 이야기했다.당신이 춘천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이다.나는 당신에게 괜찮다고 말했다. 이제당신에게는 내가 있으니 괜찮다고 말이다.아무렴 당신은 아무 걱정없다.당신이 내 머리를 쓸어 내린다.고개를 들어보니 당신이 나를 보고 있다.당신의 알몸이 그리워진다. “새끼삼촌.” 당신은 나를 삼촌이라 부른다.나는 당신의 삼촌일 수 있다.그런 관계는 세상에 흔하고 흔한 일이 아닌가.하지만 그 보다도 당신이 내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혹시 당신이 내 이름을 알지못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한다.나는 이름을 알려준 적이 없었던가 후회한다. “일어날 수 있겠어요?”“괜찮아.삼촌,나 물.”주위를 살펴보지만 물이 없다.나는 밖으로 나간다.203호 문을 보니아까 보았던 흥부의 박 같은 배가 생각난다.기억나지 않았던 휘파람가락이 생각난다.간호원에게 물을 청하자 뽀로통하더니 플라스틱 컵에 물 한 잔을 가져다준다.그것을 받아들고 가다가 먼저 한 모금 마셔본다.물이 시원하지 않아서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나는 물을 벌컥들이켜고 밖으로 생수를 사러 나갔다 온다.사온 생수를 플라스틱 컵에 부어 한 모금 마셔본다.플라스틱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물이 시원하다.들어와서 당신에게 물을 건네자 당신은 물을 마시면서 눈을 크게 한 번 뜬다.컵 속의 물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이 깊다. “삼촌,나 이제 여기 나갈래.”“갑갑해서? 그렇게 해요.병원비 내고 올 테니 잠깐 기다려요.”나는 오늘 사장에게 가불한 월급으로 병원비를 치르고,아직 이십여만원이 남는다.당신에게 뭐라도 먹이고 싶어진다.당신을 데리고 나는 택시를 탄다.당신과 내가 처음 갔던 여관으로 간다.205호에 들어간다.옆방 203호를 보니 아까 보았던 흥부의 박 같은 배가 생각난다.205호로 들어가자마자 당신은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든다.당신은 몸이 아픈 것인지 아니면 마음이 아픈 것인지 궁금하다.그것이야 어쨌든 나는 당신으로 인해 마음이 아프다.당신에게뭐라도 좀 먹이고 싶어진다.당신을 재우고서 나는 문을 잠그고 여관 밖으로 나온다.수족관 속의 물이 생각났던 것이다.물을 갈아줄 때가 되었다. 사장님은 내가 어디에 간 것인지 궁금해 할 것이다.사장님과 사모님은 당신이 병원에 간 것을 모르고 있다.아직 당신의 배속에 아이가있다고 생각한다.당신,당신의 몸값은 팔백 만원이라고 했다.그것도밑진 장사라고 했다. 나는 버스를 타고 횟집으로 간다.한 낮인데도 가게 안은 어둡다.창밖으로 보이는 호수의 수면이 잔잔하다.호수는 아무 문제없어 보인다.담배를 하나 물고 수족관 안을 들여다본다.수족관은 여전히 물 떨어지는 소리로 요란하다.이 놈들도 시끄러움을 알까 궁금하다.혹시 떨어지는 물소리 때문에 오래 살지 못하는 것은 아닐지 궁금해진다.당신,당신은 팔백 만원이 필요하다.아니 나는 팔백 만원이 필요하다.통장에 있는 삼백여 만원이 생각난다.물을 갈아줘야 하는데 나는 망설이고 있다. 수족관을 보니 우럭 한 마리가 균형을 잃고 어항 안을 뱅글뱅글 돌고 있다.아침에 건져 올렸던 놈이 틀림없다.나는 뜰채를 들고 우럭을건져 올린다.우럭은 아직 죽지 않았다.입을 동그랗게 크게 벌리고 몸을 뒤튼다.하지만 이놈의 펄떡거림에는 힘이 없다.나는 면장갑도 끼지 않고 놈을 회친다.놈이 죽기 전에 회를 치려는 것이다.꼬리를 자르고,머리 부분을 칼등이 두꺼운 통칼로 썩둑 자르고 회를 친다.이제 우럭은 죽었다.놈의 피가 도마 위에 흥건해진다.나는 칼질을 서두른다.놈의 비늘 때문에 자꾸 손이 미끄러진다.등선을 따라 가시가 돋아 있는 뾰족한 지느러미를 자르고,그 사이로 칼을 집어넣는다.칼이 미끄러지며 내 검지 손가락을 벤다.우럭의 피와 내 손가락의 피를 구분할 수 없지만 나는 아무 걱정 없다.나는 칼을 놓고 수족관 안을 본다.여전히 광어는 죽은 척,모른 척 엎드려 있다.나는 피가 흐르는 손가락으로 행주를 쥐고,수족관을 보다가 머리와 꼬리가 없는,우럭의 몸통 토막을 들고 어항으로 다가간다.나는 오백 만원이 필요하다.토막낸 우럭을 수족관 속으로 집어넣는다.토막낸 우럭은 서서히 피를 뿌리며 가라앉는다.물 속으로 시뻘건 안개가 피어오른다.광어의 등위로 우럭은 가라앉지만 그 놈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혹시 당신은 잠에서 깨어 배고픈 배를 움켜쥐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수족관 안의 물은 다시 아래에서 솟구치고 시뻘건 안개는 걷힌다.우럭의 몸통은 광어와 같이 죽은 척,모른 척 움직임이 없다.나는 호주머니에서전표 한 장을 꺼내어 본다.도광일,그가 아이의 아버지가 확실한지는모른다.그렇지만 나는 오백 만원이 필요하다.당신은 알지 못 할 것이다.내게서 미묘한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나는 전표를호주머니에 구겨 넣고 쌀 한 줌을 물에 담가 놓는다. 물차가 도착했다.고기들을 도매로 파는 사람들이 도착했다.그들은 바닷물을 차에 싣고 다니며 물을 갈아준다.이러고 보면 세상의 물은 돌고 돈다.나는 고기를 받지 않고 물만 간다.그들 중에 늙수그레한 사람이 우럭 토막을 보고 내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나는 수족관 속의 물을 빼다가 멈추고,머리를 긁적인다.사람들은 내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묻는 말에 대답을 피할 때면 나를 아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그는 더 이상내게 묻지 않는다.수족관 속의 물이 완전히 빠졌다. 물 빠진 수족관 속의 펄떡거림이 장관이다.광어는 죽은 척,모른 척하지 않는다.수족관 밖으로 튀어 오르는 놈도 있다.토막낸 우럭 몸통만이 가만히 있다.나는 물차에 호스를 꽂고 입으로 호스를 빨아들인다. 당신이 잠에서 깨어났을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진다.물이 호스를 따라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물이 몇 미터 앞까지 올라온 소리가 들린다.나는 바닷물 한 모금을 내장 속으로 밀어 넣는다.물이 어항 속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어항 속으로 물이 가득 채워지고 광어는 다시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린다.물이 아래에서 위로 솟구친다.나는 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와 버스를 탄다.버스는 잔잔한 호수를 끼고 시내로 향한다.아무렴 나는 아무 걱정 없다. 나는 도청 문 앞에서 잠시 망설인다.나는 당신을 보지 않고서 이곳으로 온 것을 후회한다.도광일,그는 도시계획국장이다.수위가 친절하게 그가 있는 곳을 알려준다.당신은 알지 못 할 것이다.내게서 미묘한감정이 교차하고 있는 것을 말이다. “도광일씨 되시죠? 저......‘환희’에서 왔습니다.” “어디에서 왔다고?”그는 키가 작고 깡마른 체구였으나 배만 볼록 나와 어쩐지 맘에 들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그는 나보다 키가 작았지만 그의 눈은 나를 굽어보고 있었다.나는 그의 눈을 피하지 않는다. “‘환희’를 모르십니까?”나는 호주머니에서 구겨진 전표를 꺼내 그에게 보여준다. “그래서? 가을에나 와봐.지금 내가 삼백이 어딨어?”그가 돌아서서 가려는 것을 나는 붙잡는다.당신에게 뭐라도 먹이고싶어진다.나는 조급해진다. “지금 주셔야 하겠습니다.” “뭐? 이거 미친놈 아냐? 당장 내가 삼백이 어딨어? 이자식아.다음에 오라니까”그의 언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스 정이 선생님 아이를 임신했습니다.” “뭐라고? 이거 순 또라이 새끼아냐?”. 그의 음성은 가라앉았지만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나는 담배를 입에 물고 그를 굽어본다.그가 내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목을,그리고 가슴을 보다가 다시 눈을 본다. “그런데 이새꺄,니가 그년 배를 까봤냐? 그 애가 나하고 닯았든?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얘기야.지금? 난 그년 얼굴도 기억이 안 나는데. .....”그는 말끝을 흐리고,나는 담뱃불을 비벼 끄며 그의 말을 자른다.나는 그를 굽어본다. “선생님이 오늘 주셔야 할 돈은 오백 만원입니다.삼백이 아니고 말입니다.선생님도 아이를 낳는 것에는 반대하실 것 아닙니까.물론 선생님 부인께서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나는 내가 할 말만 하고 돌아서서 도청을 나온다.그가 나를 부르는소리가 들린다.나는 걸음을 바삐 걸어 택시를 잡아타고 여관으로 간다. 침대 위의 당신은 여전히 잠을 잔다.죽은 척 엎드려 있는 광어같이말이다.나는 당신을 여러 번 소리내어 불러보지만,당신은 모른 척 잠을 잔다.나는 밖으로 나온다.당신에게 뭐라도 먹이고 싶어진다.나는여관 앞의 전화부스에서 도광일에게 전화를 건다.그는 나인지 알고전화를 받지 않고,여자 직원이 받는다.나는 그녀에게 계좌 번호와 시간과 도광일의 집 앞에 있다는 메모를 남긴다.전화를 끊고 횟집으로간다.나는 아무 걱정 없다.나는 횟집에서 다시 도광일에게 전화를 건다.이번엔 그가 받는다. “기회는 오늘 하루뿐입니다.오늘 돈을 주셔야 합니다.꼭 부탁 드립니다.” 수화기 저쪽에서는 아무 말이 없다.옆자리의 사람들 때문인 것 같다. “다 알아들으신 걸로 알고 전화 끊겠습니다.” 나는 전화를 끊고 죽을 끓인다.물에 불은 쌀을 건져내어 절구에 넣고 공이로 곱게 빻는다.생각보다 쌀이 충분히 붇지를 않았다.도광일이돈을 주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혹시 사모님에게 전화를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일이 잘못되면,일단 삼백 만원을 가지고 사모님에게 사정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물을 넉넉히 넣고 약한 불로 죽을 끓인다.하얀 죽 위에 무엇을 조금 넣을까 생각하다가 그만둔다.대신에 양념장을 만든다.부추를 잘게 썰어 간장에 넣고 참기름도 넣는다.나는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와서 도청 앞의 은행으로 간다.불을 너무 세게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통장에 도광일의 돈은 들어와있지 않다.나는 다시 도광일에게 전화를 한다.입 밖으로 욕이 튀어나온다.나는 그의 부인에게 알릴 생각이 없는데,그가 그것을 눈치챘는지 걱정된다.그는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다.죽이 다 타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나는 시계를 본다.은행 문 닫을 시간이 얼마 남지않아 나는 초조해진다.나는 그에게 삼십 분의 시간을 주며 삼백 만원만 요구하고 전화를 끊는다.삼십 분이면 하얀 죽이 새까맣게 될지도모를 일이다.당신은 잠에서 깨어났는지 궁금하다.육백 만원을 사모님에게 드리면 당신을 ‘환희’에서 놓아줄지 걱정이다.도광일이 들어온다.나는 화장실로 숨는다.변기에 앉아 담배를 한 대 피워 문다.하얀 죽이 타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진다.당신이보고 싶어진다.계좌로 그는 이백 만원을 입금했다.나는 오백 만원이있다.이것이면 당신이 내게로 오는 것이 자유로울지 가늠해보지만 확신이 서지 않는다.나는 다시 도광일에게 전화를 하지는 않는다.사모님에게 전화를 해보니 그녀는 아직 도광일에게 내가 술값을 받아낸일을 모르는 모양이다.전화를 끊고 전표를 찢어 버린다.미스 정이 임신한 아이가 내 아이라는 생각이 든다.돈의 무게가 그것을 결정하는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자유롭지는않다.당신은 모를 것이다.내게서미묘한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나는 좋은 아버지가 될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나는 서둘러 횟집으로 간다. 죽은 타지 않았다.오히려 더 끓여야 할 것 같다.나는 하얀 죽을 주걱으로 휘휘 저으며 끓인다.죽이 걸쭉해질 때까지 끓인다.나는 다 끓인 죽을 보온병에 담고 그릇을 챙겨 여관으로 간다.병원 갈 때 불었던휘파람이 나온다.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당신은 언제 잠에서 깨었는지,일어나 앉아 TV를 보고 있다. “일어나 있어도 돼요? 누워있지 않고.”“삼촌,고마워.그치만 삼촌이 이렇게 신경 쓸 필요까지는 없는데.” “제가 아니면 누가 미스 정을 돌봐요? 배고프지 않아요? 죽을 좀 쑤어 왔는데.”나는 죽을 그릇에 담아 그녀에게 준다.당신은 죽을 보며 웃는 것도같다.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삼촌,담배 있어? 나 하나만 줘.”“죽을 좀 먹지 그래요.몸이 안 좋은데.”“담배 피우고 먹을게.”나는 당신에게 담뱃불을 붙여 준다.당신이 담배를 피우는 동안 나는방안을 살핀다.휴지통에 처박힌 광어를 본다.살아있을 것 같은 광어를 본다. “징그러워서 버렸어.”“괜찮아요.저는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묻지도 않고 가져온 제가 잘못이죠.”당신은 죽을 먹는다.양념장을 섞어서 맛있게 먹는다. “오늘 도광일을 만났어요. “누구? 그게 누군데?”“그 있잖아요.가게 가끔 오는 도청에 다니는 공무원 있잖아요.키 작고,깡마르고 배만 볼록 나온 사람,생각 안 나요?”“아,그 사람 이름이 도광일이야? 그런데 그 사람을 왜?”“돈이 필요해서요.미스 정이 환희에 빚진 거 갚으려고......” 당신은 숟가락을 놓고 나를 본다.당신 눈은 슬프지 않다.아무래도 당신이 임신한 아이의 아버지는 나였던 것 같다.이제야 확신이 든다.당신이 병원에 가도록 내버려 둔 게 후회된다. “그 사람한테 왜 돈을 꾸어?”“돈을 꾼 게 아니고,도광일이 아이의 아버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되기도 하고,환희에 빚 진 술값도 있고 해서......”“그럼 그 인간한테 돈을 뜯으러 갔다는 얘기야? 그 인간이 순순히돈을 내줘?” “네.그런데 다 받지는 못했어요.오 백 만원을 달라고 했는데...... ”“오 백?”나는 통장을 꺼내 당신에게 보여준다.비밀번호도 알려준다.당신과 나는 이제 춘천을 떠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사모님에게 내일 당장 돈을 주고 떠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이백 만원밖에 안 줬어요.내 돈 삼백 만원하고 합치면,그것으로 내일 사모님에게 사정할 테니까.미스 정은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요.죽도 마저 먹고.”나는 놀라는 당신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당신은 믿을 수 없는 모양이다.춘천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당신은 내 얼굴과 통장을번갈아 보다가 자리에 돌아눕는다.나는 당신의 뒷모습을 본다.나는당신의 엉덩이 사이에 묻어있는 얼룩을 본다.나는 옷을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나는 당신의 옆자리에 가서 눕는다.당신의 알몸이그리워진다.당신의 머리에 코를 갔다대고 나는 당신의 냄새를 맡는다.나는 두 번째로 행운아라는 생각이 든다.속으로 휘파람을 분다.나는 당신의 연한 화장품 냄새를 맡으며 잠이 든다. 방안이 깜깜하다.나는 잠에서 깼지만 일어나 앉지는 않는다.당신이자리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나도잠에서 깨었다.방안에는 창 밖의 가로등에 비친 당신의 형체만 있다.나는 모른 척,이마에 팔을 얹고 당신을 본다.당신은 무엇인가 망설이는 듯하다.당신은 우두커니 서서,움직이지 않고 나를 본다.내가 수족관 안의 광어를 보듯 당신은 나를 본다.당신은 소리가 나지 않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광어가 죽기 전에 내뱉는 가냘픈 바람 소리가 당신을 따라 나간다.당신은 당신의 오백 만원이 들어있는 통장만 들고 밖으로 나갔다.나를 깨우지 않고 말이다.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여진다.어머니가 나를 버리던날이 기억나는 것도 같다.처음 왔었던 춘천이 기억나는 것 같다.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이 빠져나간 문만 바라본다.얼굴 없는어머니가 불쑥 들어올 것 같다.나는 일어나 불을 켜고 시계를 본다. 서울로 가는 막차가 있을지 궁금하다.나는 휴지통에 처박힌 광어를본다.언제 죽었는지 들키지 않았던 광어를 본다.벌써 당신이 보고 싶어진다. 나는 광어를 꺼내어 우물우물 씹기 시작한다. 백가흠
  • 남북관계 ‘離散서 經協시대로’

    4차 장관급 평양회담은 남북관계 무게중심이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에서 경제협력으로 옮겨간 기점이라는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그 출발은 경제협력추진위원회 구성이며 26일 평양 첫 회담 결과가향후 남북관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7일 이번 회담이 “실행과 실천에 거보를 내디뎠다”고 높이 평가했다.교류협력의 본격궤도에 올랐다는 해석도 곁들였다.북측이 느닷없이 전력지원을 들고 나왔지만 경협추진위에서포괄 논의키로 함으로써 우리측 의도대로 북측을 제도적 경협의 장으로 끌어 들였다. 그러나 이번에 보여줬듯 북측이 전력지원에 집착하면 남북관계가 어려워질 수 있는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북쪽 지역에 발전소건설’이든 ‘여유전력 송·배전’이든 우리 호주머니에서 수천억원이 나가는 전력지원에 IMF 때와 비슷한 위축감을 느끼고 있는 국민들의 반응도 썩 좋지 않다. 한나라당도 ‘반대’의견을 밝히고 있어 대북 추가지원을 둘러싼 ‘남남(南南)갈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그래서 남한 경제가 어렵다는점을 우리측 대표단이 북측에 이해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이 합의했으면서도 실천하지 못한 이산가족 생사확인·서신교환 등 새해 상반기 주요 일정은 대부분 합의됐다. 내년의 남북관계 진전 체감속도가 올해보다 다소 느리다고 느껴질 수 있어도 큰 틀로 볼 때 남북관계는 정상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다만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위한 면회소 설치문제는 공동보도문에 담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추후 이산가족 문제를 논의할 3차 적십자 회담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장재언(張在彦) 조선적십자 중앙위원장은 “남북화해의 걸림돌은 제거해야 한다”며 장충식(張忠植) 총재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국회의 ‘납북자·국군포로 송환촉구 결의안’도 북측이수령을 거부했다. 남측 수석대표 박재규(朴在圭) 통일부장관은 서울 귀환후 “북측에당당하게 임했다”며 “앞으로 ‘퍼준다’ ‘끌려다닌다’는 식의 비난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경하기자 lark3@
  • 대출금 3개월 연체땐 신용불량자

    내년부터 은행대출금,카드론 및 할부금융 대금 등을 3개월 이상 연체하면 무조건 ‘불량거래자’로 몰린다. 금융계와 은행연합회는 1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신용정보관리규약개정안을 마련,내년 1월2일부터 시행에 들어간고 밝혔다. 개정 규약에 따르면 현재 연체금액과 기간에 따라 주의·황색·적색거래처 등으로 나누어 등록하던 신용불량자를 하나로 통합, 일정기간연체가 일어날 경우 액수와 상관없이 무조건 신용불량자로 등록한다. 국내외 대출금,카드론대금,5만원 이상의 신용카드 대금,할부금융대금은 3개월 이상 연체시,개인주택자금 대출금은 9개월 이상 연체시신용불량자로 등록한다.어음은 1개월 이상 미결제했을 때부터 신용불량자가 된다. 연체금을 갚을 경우 신용불량기록은 바로 해지되더라도기록 보존기간은 신용불량자로 등록됐던 기간에 따라 조정된다. 6개월 미만 등록됐던 경우는 기록을 1년간 보존하고,6개월∼1년은 2년,1년 넘게 등록됐던 경우는 3년간 기록을 남긴다.또 연체를 본인이 아닌 보증인이 갚거나 금융기관의 강제회수,손실처리,양도 등에 의해해소할 경우는 기록 보존기간을 1년씩 더 연장한다. 주현진기자 jhj@
  • 佛·스웨덴 방사능 폐기물 처리시설 현지 르포

    [슐렝듀이(프랑스) 포스마크(스웨덴) 함혜리특파원]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원자력 발전은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원으로 꼽힌다.하지만 인간이 삶의 흔적으로 쓰레기를 배출하듯 원전은 방사성폐기물이라는 ‘골치거리’를 남긴다. 방사성폐기물이란 규정치 이상방사능에 오염된 물질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권고기준에 따라 특별관리해야 한다.프랑스와 스웨덴이 원자력을 에너지원으로 삼기로 정책선택을 한 것은 두차례 석유파동을 겪은 뒤다.이들 국가는 원전건설과 병행, 방사성폐기물의 영구처분장을 지었다.주변지역 주민들의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오랜 기간 협의과정을 거쳤음은 물론이다. 폐기물 처분장 건설 이후에는 철저한 관리와 투명성으로 지역주민들의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파리에서 동남쪽으로 180㎞ 떨어진 슐렝듀이읍은 내세울만한 지역특산품이나 눈길을 끄는 관광자원도 없는 평범한 농촌이다.주민 250명에 불과한 이 마을은 인구밀도가 낮고 점토층과 모래가 반복되는지질구조로 프랑스에서 유일무이한 ‘자원’을 갖게 됐다.바로 로브방사성 폐기물처분장이다. 프랑스는 원자력 발전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현재 프랑스 전역에 총 58기의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으며 전체 사용전력의 77%를 원전이 공급한다. 92년부터 운영에 들어간 로브 방사성 폐기물처분장은 프랑스 전역에서 배출되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영구보관한다.69년부터 운영된 쉘부르 인근의 라망쉬 처분장은 94년 용량포화로 폐쇄됐다. 로브의 부지면적은 95㏊(약 30만평)지만 순수 처분부지는 30㏊.라망쉬 처분장과 마찬가지로 천층(淺層)처분방식이다.폐기물과 콘크리트로 채워진 드럼을 콘크리트 구조물에 쌓고 그 사이를 다시 자갈과 콘크리트로 메운 뒤 흙을 덮는 방식이다. 슐렝듀이마을 인근의 브렌르샤토역에서 실려 오거나 육로를 통해 옮겨지는 폐기물 드럼에는 모두바코드가 적혀있다.영구처분되기 전 컴퓨터가 바코드를 읽어 언제 어디에서 발생한,어떤 폐기물인지를 입력한다.총 처분용량 100만㎥(약500만드럼)인 이곳은 현재 12% 가량 채워진 상태다. 폐기물처리를 전담하는 ANDRA(국립방사성폐기물관리청)의 국제협력관 자크 탕브리니씨는 “반감기가 짧은 중·저준위 폐기물을 3단계의보호막으로 차단,안전에 이상이 없다”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평가하기 위해 연간 1만7,000여종 이상의 환경시료 분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분석 결과는 가감없이 공개된다. 스웨덴은 독특하게 방사성폐기물을 해저동굴에 보관하고 있다.11기의 원전이 운영되면서 총 발전량의 47%를 원전이 공급한다.2010년까지 발생예상 폐기물은 20만㎥.그 중 약 90%를 차지하는 중·저준위폐기물을 스톡홀름에서 200㎞ 북쪽에 있는 발틱해 연안의 포스마크원전부지내의 해저동굴처분장(SFR)에 영구처분한다. 보 케마르크 SFR소장은 “500년 후면 방사능이 암반에 흡수돼 안전한 상태가 된다”며 “발틱해 아래의 암반은 단단하고 지하수 흐름이거의 없으며 한번 저장하고 나면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해저동굴방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수면으로부터 15m 아래에 있는 동굴의 총 연장은 4.5㎞.S자형으로뚫린 동굴의 진입로는 대형 버스가 들어갈 정도로 높고 크게뚫려 있다.처분용량은 6만㎥(30만드럼). 스웨덴에서 방사성 폐기물은 반드시 배로 운반하도록 돼 있다.선편으로 전용항구에 도착한 폐기물은 검사 및 분류과정을 거쳐 특수차량에 의해 지하 작업동굴로 운반된 뒤 영구 보관된다.모든 작업이 자동으로 진행돼 근무인원은 15명에 불과하다.케마르크 소장은 “배로 운반하는 이유는 편리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주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세계에서 유일한 관광자원이 된 SFR은 1년에 2만명의 방문객을 맞고 있다. *달만뉴 “사고나도 다 공개해 안심하고 삽니다”. 슐렝듀이 마을 읍장 필립 달만뉴씨(38)는 “전문가들이 제대로 관리하고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마다 할 이유가 없다”며 폐기물 처분장이 동네에 있는 데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했다.그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원자력은 필수적이며,누군가는폐기물을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치가 결정됐을 당시 주민반대는 없었나 물론 있었다.나도 반대했다.시위원회가 정확한 정보도 없이,어떠한 약속도 받지 않은 채 유치를 결정했기 때문인데 많은 농민들이 경작지가 오염되지 않을까 두려워했다.주민투표 결과 85%가 반대했지만 공청회와 설명회 등을 거쳐3개월 뒤 실시된 재투표에서는 20%대로 낮아졌다. ANDRA측은 슐렝듀이의 숲 지역을 이용해 건설할 계획이라고 설명해주민들을 안심시켰다.지역사회의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운영이후 안전관리에 대한 감시는 폐기물처분장 운영기관인 ANDRA와 주민 사이에 정보전달위원회가 있다.정보전달위원회는 환경에 대한 연구 분석결과 등을 수시로 알려주고 경미한 사고라도 즉시 주민에게 알려준다. 또 슐렝듀이를 비롯,인근 21개 마을 대표들로 구성된 협의체가 민간연구소에 의뢰,정기적으로 별도의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있다.1년에한차례 지역주민을 위해 시설을 공개하고 의뢰하면 언제든지 방문할수 있다. ◆처분장 유치의 경제적 기여도는 우리 마을은 작다.연간예산이 26만프랑(3,860만원)에 불과했지만 처분장 유치 이후 ANDRA의 세금납부등으로 연간 예산이 800만∼1,000만프랑으로 늘었다.철도터미널,시멘트공장 외에 학교,교회,마을회관도 새로 들어섰다.신규 유입인구도증가했고 주민들 삶의 질도 높아졌다.폐기물처분장의 종업원 150명중 60%가 지역주민일 정도로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 ◆한국 지자체에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은 안정적인 에너지수급을 위해원자력은 필요하며,폐기물은 불가피하다.자연상태로 방치하는 것보다는 안전한 시설에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홍보할 필요가있다.단,정확한 전문지식을 전달해야 한다. *우리나라 건설계획 현황. 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원자력 1호기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운전 중인 원전은 모두 16기.원자력은 우리가 쓰는 전력의 40%를 공급할 정도로 주 에너지원이 됐지만 원자력 이용에 따른 방사성폐기물의 안전관리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폐기장 건설부지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80년대 말부터 방사성폐기물 종합관리시설을 건설하려 했지만 영덕·영월·울진(86∼89년) 안면도(90년) 장안·울진(93∼94년)굴업도(94∼95년) 등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마다 주민반발 등으로부지확보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2월까지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방사성폐기물 종합관리시설 부지를 공모하고 있다.이같이 방침을 변경한 것은과거 예에 비춰볼 때 지역주민과 협의없이는 사업추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자율적으로 폐기물 관리시설을 유치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2,500억원의 지원금 지급도 약속했다.그러나 아직 유치를 자원한 곳은 없다. 고준위폐기물로 분류되는 사용 후 연료는 현재 원전 부지내 수조 속에 보관 중이다.원전 작업복이나 작업도구 등 중·저준위 폐기물은철제 드럼 속에 넣어져 시멘트로 고화처리된 뒤 원전 부지내 저장시설에 임시로 저장관리되고 있다.이밖에 전국의 병원,연구기관,산업체등 1,500여개 방사성 동위원소 이용기관에서 발생되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대전의 한전 원자력환경기술원 저장시설에서 보관 중이다.임시 저장관리되고 있는 방사성폐기물의 누적 발생량은 99년말 현재 200ℓ기준 5만9,000여드럼에 이른다.대부분이 원전 발생 폐기물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원전부지내 임시 저장시설은 2008년부터 포화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그 이전에 적어도 10만드럼 규모의 중·저준위폐기물 처분시설을 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유치공모를 통해 60만평 규모의 부지가 확보되면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시설과 사용후 연료 중간저장시설 등이 들어서게 된다. 함혜리기자
  • [대한광장] 명분론에 집착 말아라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일컫던 현대의 경영권다툼이 급기야는 현대건설의 유동성위기로 이어지면서 현대건설의 처리방향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당초 ‘신규자금 지원 불가’라는 원칙적 처리방침을 고수하던 정부 당국의 강경한 입장이 다소 유연해지면서 시장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자구책 마련을 전제로 원만한 해결 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가는 듯 싶다. 현재 우리의 어려운 경제상황에 비추어 볼 때 동아건설·대우자동차 부도에 이어 현대건설마저 잘못될 경우 경제전반에 미치는 파장이감내하기 쉽지 않으리라는 판단에 따른 정책방향의 선회가 아닌가 생각된다.현재 현대건설이 겪는 어려움이 일시적 유동성 문제인지 아니면 더 깊은 구조적 문제에 있는지에 대하여는 채권은행단이 판단할문제이지만 실제로 이만한 기업이 퇴출당하면 우리경제가 국내외에서 겪게 될 충격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측이 마련해 내놓은 자구내용은 상당부분 이미 계열분리됐거나 분리될 것으로 예정된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측의 지원을 전제로 구성됐다.현대건설을 살리려면 그 방법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판단해서인지 당국도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이들이 ‘알아서 요령껏’지원해 주기를 은근히 종용하는 눈치다. 그렇다면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정부가 왜 그렇게 계열분리를 서둘러 강요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아마도 전후사정을 충분히 고려치 않고 계열분리를 통한 경제력 집중완화와 경쟁촉진이라는 명분에만 집착한 결정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러나 실제로 계열분리된 기업에 대하여는 종전의 계열기업에 대한 책임분담을 회피하는 합법적인 면죄부를 주는 결과만이 초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또 동일계열이라 하더라도 계열사간의 지원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계열외 회사에 대해 지원을 요구하거나 기대한다는 것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결국 정씨일가가 공동 부담하여 해결될 수 있던 문제가 국민 부담으로 귀결되는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해소하는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되어버린 것이다.당장은 공적자금 투입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 같아 다행으로 여기지만 족벌경영 체제 타파를 외치던 정부가 문제해결을 위하여 가족기업에 의존하는 행태를 보여준 것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그럴 바에는 차라리 계열분리를 차후로 미루고 계열주의 책임원칙을 강조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금년 하반기 들어 내년 초 시행될 예금부분보장 문제로 논쟁이 분분했다.정부에서는 시장기능을 통한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일관된 추진,도덕적 해이의 방지 등을 내세워 당초 방침대로 예금부분보장제 강행을 공언했고 금융계에서는 여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당분간전액보장제를 유지해 주도록 요구했다.결국은 예금부분보장제를 당초예정대로 시행하되 보장한도를 크게 확대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그러나 실상을 알고 보면 앞으로 금융산업 구조조정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추가퇴출은 없다고 정부가 약속한 이상 예금보험은 부분보장이건 전액보장이건 실제로 가동될 일이 없어진 것이며,정부는 불필요한 명분에만 사로잡혀 무의미한 논쟁에 지나친 에너지를 허비한 셈이되었다.정부로서는 당분간 금융기관 퇴출이 없을것이므로 그동안은예금보장제 자체가 무의미함을 분명히 밝히고 부분보장제 논의를 초기에 가라앉히는 대신,오히려 금융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의약분업정책 역시 정부가 지나치게 이상과 명분에 집착해 국민 전체에 엄청난 부담과 불편을 야기하고도 실제 효과를 높이지 못한 사례라 할 것이다. 연전에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공자님이 물려주신 명분론이라는 비효율적인 굴레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만이 보다 실용적이고 시장에서효과를 거두는 정책을 가능케 하는 길이 될 것이다. 진 영 욱 한화경제연구원장
  • 판화가 이철수 작품전

    판화가 이철수(46)가 5년만에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인다.22일부터 12월 16일까지 서울 관훈동 학고재화랑과 소격동 아트스페이스서울에서 개인전을 갖는 것.1980년대 초 ‘판화운동’으로 미술활동을 시작한 이철수는 80년대 말 충북 제천 박달재에 정착,밭을 갈며 목판을새기는 농부 목판화가가 됐다.90년대부터는 선(禪)과 일상을 소재로한 ‘새도 무게가 있습니다’‘산벚나무 꽃피었는데’‘마른풀의 노래’ 등의 전시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판화세계를 보여줬다.이번전시 제목은 ‘이렇게 좋은 날’로 잡았다.제목이 암시하듯 세상을보다 맑고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려는 작가의 노력이 담겼다.작가는 ‘이철수식 선화(禪畵)’를 통해 우리를 고요한 청정의 세계로 이끈다. 이철수식 선화는 시서화가 한데 어우러지는 문인화의 형식을 판화에 도입한 것이 특징.선화의 색채를 띠면서도 고답적이지 않다.현대인의 의표를 찌르는 그의 작품에는 시대를 바라보는 눈과 정신이 살아있다.관조의 미학이 자리잡고 있다.새 순,지는 낙엽,지는 해 등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지만 놓치기 쉬운 작은 것들을 그는 그림으로 남긴다.이번 전시에는 64폭 병풍 한 점을 포함해 모두 130여점의 작품이 나온다.(02)739-4937김종면기자
  • 검찰, 밤 늦게까지 표결향방에 촉각

    검찰총장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17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에는 밤늦게까지 긴장감이 감돌았다.대검과 서울지검의 검사들은퇴근을 하지 않고 TV를 지켜보면서 국회의 표결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검 간부들은 수시로 바뀌는 국회 상황에 관심을 쏟느라 일손을 거의 놓은채 어수선한 분위기속에 하루를 보냈다.대검의 한 검사는 “정치권이 검찰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마음대로 탄핵할 수 있는선례를 남긴다면 검찰의 정치 중립성 확보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용(朴舜用)총장은 오후 7시쯤 “집으로 간다”며 퇴근길에 올랐고 신승남(愼承男) 대검차장은 이보다 앞서 오후 6시20분쯤 청사를떠났다.박총장은 사진기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포즈를 취해주는 등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늦은 밤까지 자리를 지키던 서울지검의 고위 간부는 “검찰에 대한정치권의 탄핵이 도대체 법률적 근거가 있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한 부장 검사는 “선거 수사마다 검찰의 중립성을 문제 삼는다면 어떻게 제대로 된 수사를 하겠느냐”면서 “이제 정치권에서도 검찰을 흔들기 보다는 공정수사를 하도록 도와줘야할 때”라고 밝혔다. 박총장은 평소보다 늦은 이날 오전 9시44분쯤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로 출근했다.박총장은 “강원도에 눈이 많이왔다더라”면서 “이렇게 환영해주는 것을 보니 좋은 일이 있을 모양이죠”하며 가벼운 농담을 건넸다. 박 총장과 신승남(愼承男) 대검 차장은 이날 김각영(金珏泳) 서울지검장의 정례 업무보고를 제외하고는 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다. 일부 소장 검사들은 “정치권이 더이상 검찰을 흔들어대지 못하도록‘특단의 대책’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영화(林榮和) 변호사는 “수뇌부에 대한 탄핵소추가 앞으로 사정수사를 벌일때 더욱 엄정히 하라는 채찍질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홍환 이상록 장택동기자 stinger@
  • 화제의 공무원 2제

    *영등포署 윤시영서장. 서울 영등포경찰서 윤시영(尹時榮)서장이 지난달 초 서장실 소속일반직원 2명과 운전담당 의경 1명,여비서 1명 등 4명중 운전의경을뺀 나머지 인원을 모두 업무부서로 발령내 화제다.업무부서의 부족한일손을 메우기 위해서다. 영등포경찰서는 국회와 여야 정당,한국노총,민주노총 등을 관할한다. 특히 여의도는 각종 집회나 시위가 많은 곳이어서 경비 부담이 많은편이다. 일선 경찰서는 서장실에 여비서를 포함해 보통 2∼3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하지만 영등포경찰서는 각종 집회와 시위가 많아 서장이 항상 3∼4개의 무전기로 상황보고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보조 직원도 1명 더 많았었다. 윤 서장은 서장실 인원을 줄인 뒤 집회나 시위 현장에 갈 때는 서장실 전화를 아예 경무계로 돌려놓는다.경무계 직원은 전화가 오면 휴대폰으로 연락하거나 메모를 남긴다. 서장실 인원을 줄인 뒤에는 운전 의경이 운전 외에도 전화받기,차서비스 등의 비서 일까지 하고 있다. 윤 서장은 “처음 서장실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남자 직원이 차를나르는 모습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기도 했지만 참을 만하다”면서 “일선 부서는 직원이 부족해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데 서장실에 불필요하게 많은 사람을 잡아두면 되겠냐”고 반문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 *9급출신 첫 사무관 오른 朴英子씨. 우리 철도 역사 101년 만에 철도청에서 내부승진 여성 사무관이 탄생했다. 철도청이 9일 발표한 5급 일반 승진자 73명 가운데 기획예산과 6급주사 박영자(朴英子·38)씨가 ‘홍일점’으로 포함됐다. 철도청에는 현재 5급이상 여성 공무원은 행시출신 사무관 2명이 있을 뿐 내부승진 사무관 자리는 100여년 동안 여성이 전무한 ‘금녀(禁女)구역’ 이었다. 이는 대부분의 철도 업무가 건설·토목,기관차 운전,보선,정비 등 여성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분야가 많기 때문이다. 박씨는 지난 81년 총무처 9급으로 공직에 들어와 같은 해 8월 청량리기관차사무소에서 철도청과 인연을 맺었다.이번 승진은 공무원 입문 19년 2개월 만에 이룬 것이다. 주위에서는 그녀가 지난 95년부터5년여 동안 기획예산과에서 근무하면서 예산편성,국정감사 준비 등어려운 업무를 맡아와 남자직원을 능가하는 업무능력과 성실성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박씨는 “여성들도 얼마든지 남성 못지않게 일할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여성의 진출이 늘어나는 만큼 철도분야에서도 여성들의 진출이 늘었으면 한다”고 승진소감을 밝혔다. 대전 최용규기자 ykchoi@
  • ‘미디어 아트’ 전용공간 국내 첫선

    60년대 후반 전위예술가들에 의해 처음 시도된 미디어 아트는 이제새로운 예술의 영역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됐다.그것은 더이상 ‘비주류 예술’이 아니다.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특히 지난 10년간 미디어 아트에 유례없는 호황을 안겨줬다.세계 주요 미술관들은 앞다퉈미디어 작가들의 전시회를 연다.국제 비엔날레에서 이들이 갖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미국의 실리콘 밸리나 보스톤 근처에 있는 미술학교가 새로운 명문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현대미술에서 미디어아트의 영역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시사한다. 미디어 아트가 요즘 우리에게도 단연 화제다.그 기폭제가 된 것은국제 미디어 종합축제인 ‘미디어시티 서울 2000’의 개최다.서울 종로구 신문로 경희궁 근린공원내 시립박물관과 시립미술관,600년 기념관,그리고 시내 지하철역과 전광판 등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 축제는광주비엔날레에 버금가는 대형 국제미술행사다.당초 31일까지 예정된전시기간을 11월 15일까지 연장키로 검토할 만큼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하루 평균 관람객은5,000명 안팎.지난 9월 2일 개막한 이래 지금까지 11만여명이 전시장을 찾았다.이와 관련,박규형전시팀장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미디어 아트에 대해 처음엔 사람들이 막연히 부담을 느꼈지만 흥미로운 상상력의 현장이라는 입소문이퍼지면서 뒤늦게 관람객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시립박물관에 마련된 본전시 ‘미디어 아트 2000’이다.백남준,빌 비올라,매튜 바니,게리 힐,댄 그레이엄,브루스 나우만,비토 아콘치,로리 앤더슨,스티브 매퀸,토니 오슬러,로즈마리 트로켈,김영진,이불 등 45명의 국내외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작품을 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백남준의 신작 ‘시장’과 마주친다.재래시장 싸구려 좌판의 모습을 콜라주로 표현한 비디오 설치작품으로 트로트 메들리가 흥겨움을 자아내는 가운데 인형,팬티 등이 오브제로 사용됐다.역동적인 시장 이미지들을 통해 서울의 활력과 속도감을 느끼게 한다는 평이 있는 반면 ‘심오한 키치’라는 말도 듣는다.센터피스로 내세우기엔 좀 소박한 느낌이 들지만 이른바 ‘2류문화’만이줄 수 있는 편안함이 있어 반갑다. 빌 비올라는 철학적이고 시적인 작업으로 각광받는 미국작가다.출품작 ‘인사’는 세 여인이 인사를 나누는 45초동안의 장면을 10분에걸쳐 느린 속도로 보여준다.16세기 초에 그려진 야코포 카루치 다 폰토르모의 매너리즘 회화 ‘성모 마리아의 방문’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만남과 인사,대화의 연속동작이 아주 미세하게 표현돼 있다. 미디어 아트 제2세대에 속하는 미국작가 댄 그레이엄과 브루스 나우만의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댄 그레이엄은 동양의 음양세계를 상징하는 태극무늬 형태의 환경구조물을,브루스 나우만은 그의 초기 작업에흔히 나오는 폐쇄공포증의 체험을 관객에게 강요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지난해 미디어 작가로는 더글러스 고든에 이어 두번째로 터너상을 받은 영국작가 스티브 맥퀸의 작품 ‘캐치(catch)’에도 눈길이 쏠린다.역사를 가로지르는 독특한 시간개념과 설화적 분위기의 시적 영상이 돋보이는 영국의 여성작가 타치타 딘의 16㎜ 흑백필름작업‘사운드 미러’ 역시 놓칠 수 없는작품.소리를 비춰주는 거울이란뜻의 사운드 미러는 20세기 초 레이다가 발명되기전 영국에서 쓰였던 소리탐지기구다. ‘미디어 아트 2000’은 첨단 미디어 보다는 ‘고전적인’ 비디오설치를 중심으로 꾸며졌다.최신 경향의 웹아트나 디지털 사진 등을찾아볼 수 없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미디어시티 서울 2000’ 축제는 여느 비엔날레와는 달리 여러 대상과 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일종의 놀이형 교육 프로그램인 ‘디지털 앨리스’와 청소년을 주요 대상으로 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가 그것이다.그러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첨단미디어 원리를 체험하는 학습장이라기 보다는 미디어 여흥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고급 전자오락실 같은 느낌이 강하다. 아날로그적 감수성으로 ‘디지털 유토피아’의 세계를 이해하기란쉬운 일이 아니다.이번의 ‘미디어시티 서울 2000’행사는 무엇보다낮설게 다가오는 미디어 아트의 개념을 일반에 소개한다는 데 의의가있다. 또한 우리 미디어 아트의 현주소를 되돌아 보고 미래를 전망해볼 수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02)398-0202,www.mediaseoul.org김종면기자 j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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