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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자회담 재개 ‘긍정적 → 부정적’

    6자회담 재개 ‘긍정적 → 부정적’

    북핵 6자회담 재개에 관한 한국과 미국의 자세가 하루 만에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낙하했다.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들에게 “6자회담이 올해 상반기 중에 재개되지 않는다고 장담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리고 몇시간 뒤 서울에 돌아와서는 “북한의 입장이나 언행에서 약간의 진전된 흐름이 엿보인다.”고 했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같은 날 베이징에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 사무특별대표와 만난 뒤 “우리는 모두 6자회담의 빠른 재개를 기대하고 있으며 유용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한결 밝은 표현을 내놓았다. 두 사람의 언급은 북한이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쪽으로 중재가 이뤄지고 있으며 공은 이제 한·미로 넘어갔다는 관측으로 연결됐다. 하지만 25일 서울을 방문한 보즈워스 대표와 위 본부장의 면담 직후 나온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의 설명은 차가웠다. 이 당국자는 “어제 위 본부장과 보즈워스 대표의 언급은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게 없으며, 발언이 와전됐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한번 공언한 정책은 잘 바꾸지 않는다.”면서 “여전히 제재의 모자를 쓰고는 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유엔 대북제재 해제 요구를 일단 접는 대신 평화협정 체결 논의를 개시하는 쪽으로 중국의 중재가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중국이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방미를 통한 북·미 추가대화를 미국에 제의했는지에 대해 “중국 측에서는 그런 기류가 강한 것 같다.”면서 “그러나 미국은 6자회담의 가시적 진전이 전제돼야 방미가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이 당국자의 설명을 정리하면, 남·북·미의 연쇄 방중에도 불구하고 결국 진전된 것은 없다는 얘기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한·미가 북측의 평화협정 체결 회담 제의를 시간끌기 전략으로 규정짓고 기존의 ‘숨통 조이기’ 전략을 당분간 더 진행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 당국자는 “비핵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6자회담이 재개돼야지 북한의 지연전술로 인해 재개되는 식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美 “원칙대로”… 北 고전적 수법 사전차단

    27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를 관통하는 큰 흐름은 ‘일관성’이다. 북한이 핵을 추구하면 할수록 더 강력한 제재를 받을 것이고, 포기하면 지원을 얻을 것이란 단순한 논리다. ●‘핵 추구 = 제재’ 일관성 유지 오바마 행정부의 북핵 정책은 그동안 이 틀을 벗어난 적이 없다. 지난해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특사가 방북을 전후해 던진 언급들, 그리고 워싱턴의 미 관리들이 수시로 밝힌 말들을 복기해 보면, 놀랄 만큼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우리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오바마의 지난해 언급들을 돌이켜 보면 체감할 수 있다. “규칙 위반에는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4월 장거리로켓 발사 이후)→“도발행위를 계속한다면 심각한 제재에 직면할 것”(6월 한·미 정상회담)→“북한이 의무를 다한다면 양국 간 평화의 길을 열 의사가 있다.”(9월 유엔총회 연설)→“북한이 구체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조치로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경제적 지원을 제공할 것”(11월 한·미 정상회담) 등이다. 민주당 출신의 이 흑인 대통령은 벼랑끝 전술, 성동격서(聲東擊西), 치고 빠지기 등으로 표현되는 북한의 고전적 수법에 좀처럼 장단을 맞출 의사가 없는 것 같다. 북한 입장에서는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보다 버거운 상대일 법하다. 부시는 북한을 “악의 축”, “무법정권”이라고 부르면서 마치 전쟁이라도 일으킬 것 처럼 엄포를 놓다가 임기 말엔 결국 대화의 손을 내미는 등 오락가락했다. 반면 오바마는 북한을 공연히 자극하는 말을 삼가면서 행동으로 서서히 숨통을 조이는 전법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핵 실험 직후 유엔을 통한 제재를 실제로 단행했고, 지난달에는 태국에서 북한제 무기를 압수함으로써 북한의 팔을 비틀었다. ●자극적인 말보다 행동으로 압박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고 남북정상회담 추진설이 힘을 받는 현 국면에서 오바마가 일관성의 원칙을 분명히 하고 나섬에 따라 북핵 당사국들의 계산법은 다시 복잡해졌다. 북한은 원활한 후계 작업을 위해 2012년까지 핵 보유를 통한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때까지 미국의 경제 제재를 버텨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명박 정부는 전임 정권과의 차별화가 긴요하지만 2012년 임기 내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지 모른다. 미국은 이란 핵 문제 때문에 북한에만 유화적으로 나갈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2012년 본격적인 재선 운동에 돌입해야 하는 오바마로서는 북핵 문제에서만이라도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남·북·미 3자가 모두 강(强)과 약(弱)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하는 구도에서 나온 이번 오바마의 발언은 미국이 강을 선뜻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계속 강을 밀어붙일지 약으로 선회할지 공은 이제 북으로 넘어간 그림이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국감 현장] 玄통일 “남·북·미·중 회담 현실적으로 어려워”

    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감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며 통일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최근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국회 정보위에서 ‘이산가족상봉에 상응하는 대북 지원 검토’ 의견을 밝힌 점을 상기시킨뒤 “통일부가 가만 있으니 정보를 담당하는 국정원장이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냐.”며 통일부의 소극적인 행보를 문제 삼았다. 송 의원은 남북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북핵 폐기를 확인한) 2007년 10·4 남북 정상선언의 이행을 북한에 적극 요구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현인택 장관은 “(원 원장의 발언은) 와전된 것으로 확인했다. 통일부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비켜갔다. 무소속 정동영 의원은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평양에서 ‘북·중 관계의 끊임없는 발전’을 말한 것은 유엔의 대북 제재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현 장관은 “대북 제재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국제정세가 변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 급물살에 누가 서 있느냐는 점에 대해서는 판단이 다르다.”고 이견을 보였다.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과 미·중이 참여하는 4자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현 장관은 “현재 남북 관계를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답했다.또 한나라당 정의화·황진하·윤상현 의원은 이산가족 상봉과 납북자·국군포로 상봉을 유도하기 위해 동·서독간 ‘정치범 석방거래’ 방식을 빌린 대북 현물 지원제도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시론] 클린턴방북 계기로 대북정책 전환을/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론] 클린턴방북 계기로 대북정책 전환을/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4일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다. 주된 목적은 두 명의 여기자 석방과 귀환이었지만 정치적 무게감을 가진 그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는 방북기간 중 가졌던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과 그것이 갖는 상징적 의미 때문이다. 양국이 당면한 현안문제에 대해 어떤 구체적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회동 자체가 향후 북·미관계의 진전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 북한으로서는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위신과 명분을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다소 조급하게 비쳐졌던 대미 압박 전략, 즉 위성발사와 핵실험을 통한 선제 압박 전략이 마침내 성공을 거뒀으리라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 외에 다른 뾰족한 대응카드가 없었던 미국으로서도 국면전환의 기회로 활용할 게 틀림없다. 오바마 집권초기 예상됐던 적극적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해법찾기의 대북정책 방향이 이번 클린턴 방북과 양자대화 모색으로 제대로 가닥을 잡은 듯 보인다. 집권초기의 정책검토 단계가 이제 끝났다는 말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클린턴 방북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측도 있다. 그러나 두 사람 회동 이후 북·미관계가 다시 노골적 대결국면을 강화한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어색한 상상이다. 경색국면에서 정치적 돌파구 역할을 하는 것이 최고위급 회동이다. 국제정치는 상징성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1994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과 김일성과의 회동이 가져왔던 결과를 재조명하면 더욱 그렇다. 더욱이 지금까지 북·미관계의 가장 큰 문제는 대화부재와 이로 인한 불신의 재생산구조였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오바마는 2000년 클린턴이 멈춰 섰던 그 지점에서 대북정책을 재개하려 할 것이다. 지난 8년 동안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0년 10월 북·미 공동코뮈니케의 내용을 다시 한 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안에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자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 원칙, 대북 인도주의 지원 등을 약속하고 있다. 한반도 정치적 구도의 거대한 지각 변동을 합의했던 것이다. 1970년대 중반 이래 미완의 과제였던 교차승인 완결의 시발점이며, 이를 통한 동북아 국제정치의 냉전적 판형의 변동은 오바마 행정부로서도 충분히 욕심을 낼 만한 정치적 성과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우리 정부에 있다.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과 어민 송환 문제를 우선 추진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그것에만 그칠 일이 아니다. 이번 기회를 대북정책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2000년 10월 상황을 상기해 보라. 6·15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고 우리 정부는 북·미관계 정상화를 지원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었다. 요컨대 냉전구도 타파를 위해 남·북·미 관계의 선순환구도가 작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대결중심의 인식이 지배적이다. 북한 당국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붕괴론의 전제 위에 서 있다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통미봉남 구도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대통령의 8·15 경축사가 정책전환의 계기가 돼야 한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6·15와 10·4 정상회담의 성과를 일정부분 인정한다는 요지의 발언이어야 한다. 이를 머뭇거린다면 북·미관계 진전에서 소외되기 십상이다. 그리되면 한·미관계조차 불편한 상황이 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으랴.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시론] 남·북·미 관계와 식량지원 딜레마/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시론] 남·북·미 관계와 식량지원 딜레마/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한국이 또 남·북·미 삼각관계의 딜레마에 빠졌다. 한 민족으로서 우리와 대화하고 도움을 요청해야 마땅한 북한이 미국만 상대한다. 최근 우리와 전략동맹을 확인한 미국은 북한의 ‘통미봉남’에 호응하듯 북한과 2단계 북핵 조치에 잠정 합의하고 식량지원에 나섰다. 삼각관계에서 남북만 단절된 형국이다. 국내에서 북한과 미국에 대하여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 당연하나, 북한의 거부로 그러지도 못하니 더욱 불편한 심정이다. 북한은 왜 우리의 도움을 거부하는가. 탈냉전기에 들어 국가위기, 체제위기, 정권위기의 복합적 위기에 빠진 북한은 북·미 관계 개선을 유일한 탈출구로 본다. 한국의 경제지원도 필요하지만 그것을 ‘트로이의 목마’로 보기 때문에 기회만 있으면 배제하려고 한다. 최근 논란이 된 북한의 우리 신정부 ‘길들이기’도 이런 차원에서 볼 수 있다. 사실 ‘길들이기’는 남한의 대북정책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고육책이다. 그런데 정치·외교·경제 역량, 모든 측면에서 열세한 북한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남한을 어떻게 길들인단 말인가. 북한이 ‘통미봉남’ 전략을 시도하나, 자신의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지원과 경협을 획득하기 위해 우리와 극단적인 대치사태는 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체제생존을 위해 핵개발 프로그램과 한국의 지원이 모두 필요하므로, 대남관계도 대치와 협력의 이중성을 유지할 것이다. 또 탈냉전기 생존전략으로 핵무장, 선군정치를 늦추지 않을 전망이다. 동시에 남북대화, 교류협력 확대, 인도적 지원 수용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물자를 확보할 것이다. 북한의 한국 거부 전략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를 희망적으로 보는 배경에는 북한의 극심한 식량난, 경제난과 높은 대외의존도가 있다. 북한의 경제와 식량 생산구조는 자생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식량문제만 보더라도 북한은 경제피폐로 인하여 자연통제 능력을 상실한 나머지 매년 가뭄 또는 홍수에 시달리게 되었다. 외부 지원 없이는 식량난 해소가 불가능하다. 북한의 연간 식량수요량은 최저 520만t에서 최대 650만t인데, 올해 공급은 350만t에서 최대 400만t에 불과하다고 한다. 국제사회도 북한에 대한 ‘지원 피로증’으로 지원을 줄이고 있다. 미국의 50만t 지원도 전년도 홍수로 인한 생산 감소분을 채우기에도 모자란다. 그렇다면 북한 식량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북한의 대남 비방이 고조되는 가운데 식량지원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다. 굶는 북한주민을 인질로 남한과 정치게임을 벌이는 북한당국과 신경전을 계속할 수도 없는 처지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북핵 불능화와 신고 조치가 완료되면 일단 식량지원의 필요조건이 충족된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식량 50만t과 비료 40만t을 무조건 지원할 수 없다. 대량지원은 남북대화 정상화, 이산가족상봉 재개, 모니터링 강화와 직간접으로 연계될 수밖에 없다. 당장 가능한 조치로 식량 10만∼20만t을 국제기구를 통해 지원하고 모니터링하는 방안이 있다.6월초 열릴 6자회담에서 북한 식량사정과 지원방안을 논의하고, 우리가 식량지원 방침을 밝히는 방법도 있다. 우리의 인도적 지원은 국제사회와 북한주민의 환영을 받을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북한주민을 인질로 한 북한당국의 대남 ‘길들이기’ 전략은 자신의 비도덕성을 재확인시켜줄 뿐이다. 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한·중·일 “정상회담 정례화”

    |싱가포르 박찬구특파원|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20일(한국시간) 원자바오 중국 총리,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와 양자·3자 연쇄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6자회담 진전과 한반도 평화체제 추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이 정상들은 상호협력 증진과 북핵 문제의 원만한 해결 등을 위해 한·중·일 연례 3자 정상회담을 갖기로 하고, 첫번째 회담을 향후 적절한 시기에 3국 내에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와는 별도로 연내 북핵 불능화와 신고 등 북핵 2단계 이행 상황과 불능화 이후 단계를 논의하기 위한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가 빠르면 오는 12월 초나 중순쯤 열릴 예정이다.●후쿠다 “북·일 현안 대화 해결” 노 대통령은 후쿠다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 “지난달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일 관계 정상화의 필요성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며 북핵 6자회담 진전과 동북아 긴장 완화에 북·일 관계 개선이 기여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이에 후쿠다 총리는 “북·일 대화를 통해 납치 문제, 과거 청산 문제 등 현안을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3자 회담에서 “중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해 남북 정상간 합의한 남·북·미·중 4자 정상선언에 포괄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날 3국 정상은 아세안+3 정상회의의 틀 속에서 진행돼 온 3국 정상회담을 앞으로는 별도의 행사로 도쿄나 베이징 등에서 연례적으로 돌아가면서 갖기로 했다.●징용 한인 유골 101위 내년 봉환 한편 후쿠다 총리는 회담에서 노 대통령에게 도쿄 소재 사찰 유텐지에 보관중인 한반도 출신 군인·군속 유골 1135위 가운데 남한 소속으로 밝혀진 704위 중 유족의 봉환의사를 확인한 101위를 빠르면 내년 1월 우선 봉환하겠다고 밝혔다.ckpark@seoul.co.kr
  • [2007 남북정상선언] 평화분야=‘대결서 평화의 바다로’

    [2007 남북정상선언] 평화분야=‘대결서 평화의 바다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07 남북정상선언은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 추진, 군사적 신뢰구축, 서해 공동어로수역 설치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각도의 방안을 담았다. 남북정상선언 8개항 가운데 남북간 신뢰 확대 및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4개항의 내용과 문제점, 추진과제 등을 짚어본다. 1. 불가침 준수·긴장완화 8개항의 본문 가운데 ‘평화’라는 이번 선언의 키워드를 압축적으로 담고 있는 부분이 3항이다. 특히 “한반도에서 어떤 전쟁도 반대하며 불가침 의무를 확고히 준수하기로 했다.”는 문장은 이번 선언이 근본적으로 ‘평화선언’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본 정신이 1991년 체결된 남북 기본합의서와 1992년 맺은 불가침 부속합의서를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시킨다. 사실상 사문화됐던 기본합의서를 갈등 해결의 가이드라인으로 부활시킴으로써 앞으로 제기될 군사적 현안들을 이에 준용해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목되는 부분은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기로 했다는 대목이다. 안보사안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군사적 방식’이 아닌 ‘경제’라는 우회로를 통해 접근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회생을 위해서는 남측과의 경협 확대가 필수적인 북측의 ‘약한 고리’를 파고 들어 서해 해상경계선 재설정을 집요하게 요구해 온 북측 군부의 반발을 무마시킬 차선책을 제시한 셈이다. 어쨌든 해주 직항로가 열려 해주에 경제특구가 개발되면 서해의 군사적 긴장 완화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역항이면서 군사 요충지인 해주항이 개방되면 서북 해역의 남북 군사력이 재배치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서해 충돌방지 등 군사적 긴장완화와 경협에 따른 군사보장조치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장관회담을 11월에 재개키로 합의한 점도 주목된다. 당초 기본합의서가 명시했던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재개하는 데 합의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있었지만, 남북이 직면한 군사 현안의 성격을 감안할 때 대장급이 참석하는 군사공동위보다 격이 높은 장관급회담을 여는 게 논의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2. 정전 종식·평화체제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4일 발표된 2007남북정상선언을 통해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2005년 북핵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 명시된 뒤 6자회담 과정에서 추진돼 온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남북 정상들이 처음으로 당사국임을 거론하며 주도적인 추진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 이어 2·13합의에 명시된 내용을 되풀이함으로써 남북 정상의 의지만 확인한 선언적 수준의 합의라는 지적도 있다. 통일연구원 허문영 실장은 “남북뿐 아니라 미·중 등 관련국간 합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추진 의사를 표명한 수준으로 봐야 한다.”며 “평화체제는 비핵화 이행 및 군사적 긴장 완화 등이 선행 조건이기 때문에 6자회담 진전 및 국방장관회담 성과 등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종전선언은 핵문제 해결과 연결된 것으로서 미국이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종전선언을 위한 정상회담이나 협의에 응하지 않기로 한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이 어려운 부분”이라며 “특히 1990년대 결렬됐던 4자(남·북·미·중)회담의 재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남북 당사자 원칙을 확인하고 미국과 중국이 보장한다.’는 원칙을 이끌어 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종전선언 추진 관련국을 그동안 알려진 4자로 명시하지 않고 3자(남·북·미) 또는 4자(남·북·미·중)로 언급한 것은 눈에 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중국을 당사국에 포함시키는 것에 거부감을 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3. 상호 존중·신뢰 구축 2007남북정상선언 가운데 남북간 신뢰 구축과 관련해 주목되는 대목은 ‘남북 정상의 수시 회동’과 남북총리회담 11월 서울 개최가 꼽힌다. 선언은 마지막 조항인 8항 말미에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정상들이 수시로 만나 현안 문제들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적시했다. 이를 두고 정상회담 정례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지어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라는 주장도 있다. 청와대도 “남북관계가 국가간 관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례화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는 북측 입장을 받아들여 수시로 만나자는 용어로 합의했을 뿐 사실상 정상회담의 정례화에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 시점이 특정되지 않은 ‘수시’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명시한 6·15공동선언보다도 후퇴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6·15공동선언에 ‘낮은 단계의 연방제’라는 통일방안이 언급된 반면 이번 정상선언에서는 ‘6·15선언을 구현’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들을 정비하고, 양측 의회 차원의 교류를 적극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남한의 국가보안법과 북한의 노동당 규약을 맞개정하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도 “남북간 교류 협력이 확대될수록 북한을 적으로 간주하는 국가보안법이 근본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남북간 대화채널을 한 단계씩 높인 것도 교류협력의 추진력을 한층 높일 전망이다. 선언은 차관급이 맡아왔던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를 부총리급 경제협력공동위원회로 격상시켰다. 또 장성급 회담과 별개로 국방장관회담을 개최키로 해 그 위상을 강화했다. 11월 서울에서 남북총리회담을 갖기로 한 것은 이번 정상선언의 합의사항을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하겠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4. 한반도 비핵화 4일 발표된 2007남북정상선언에서 비핵화 문제는 ‘남과 북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19공동성명’과 ‘2·13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하였다.’라는 문장 한 줄에 언급돼 있다. 최근 6자회담 제6차 2단계 회의에서 비핵화 2단계 로드맵 합의문이 채택되는 등 북핵 문제가 진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남북 정상의 언급에는 제한이 따랐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핵문제 해결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확인하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통일연구원 전성훈 연구위원은 “자세한 내용 없이 6자회담 이행을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만 재확인, 불확실성을 남겼다.”며 “최근 합의된 6자회담 2단계 로드맵이 구체성을 결여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입장 재확인이 향후 이행 여부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표현이 들어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합의 내용이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핵문제에 대해 원칙적인 수준에 머물러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의심하게 한다.”며 “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를 통한 경협을 선순환적으로 끌고 간다고 하지만 핵문제 의지는 강하게 확인되지 않은 반면 경협은 과도하게 많아 국제사회에 경협에 대한 명분을 어떻게 설명할지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측은 북측에 우호적인 현 상황이 핵문제 해결의 적기라는 점을 강조했다.”며 “정상회담 결과가 다시 6자회담 과정에 영향을 줘 남북관계 진전과 북핵문제 해결의 선순환적 구도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정책선거 원년으로]외교·안보·통일정책 분석

    [정책선거 원년으로]외교·안보·통일정책 분석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불과 4일 앞둔 시점에서 대선 후보들의 외교·안보·통일 정책이 어느 때보다 관심을 모은다. 정상회담이 끝나면 평화 무드가 대선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들이 제시하는 통일정책들은 쟁점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역대 대선에서는 대북정책이 그다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성급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통일 대통령’ 또는 ‘평화 대통령’을 내세운다. 하지만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들은 단편적일 뿐더러 외교·통일·국방정책 사이에 일관된 통치철학이나 전략기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통일의 철학을 찾아 보기 어렵거나 세부방안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이 후보들의 공약에 맞춰 대화와 개방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후보들은 거시적으로는 통일 대통령을 표방하고 있지만 미시적 접근 방법에서는 차이점을 찾을 수 있다. 먼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외교·안보·통일 정책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원칙 없는 퍼주기로 인한 실패’라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한·미 안보협력체제를 강화시켜 ‘힘에 바탕에 둔 대북정책’을 펴야 한다는 게 기조다. ●이명박, 북핵 해결 해법 결여 다음달 2일 열릴 2007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북핵문제가 최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하고, 북방한계선(NLL) 양보도 불가라는 입장이다.‘이명박 독트린’은 외교 및 대북정책으로 전략적 대북개방정책, 한·미동맹 강화, 아시아 외교 확대,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확대, 국가간 에너지협력 강화, 문화외교의 실현 등으로 요약된다. 이 후보는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과감한 대북지원을 통해 북한 경제를 10년 안에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북한과 ‘남북공동체실현을 위한 협의체’를 설치해서 이 구상을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의 공약은 북핵 해결 해법이 결여돼 있고, 북한을 지나치게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측면이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세 후보들의 외교안보 정책은 엇비슷하다. 손학규·정동영·이해찬 후보는 자신이 햇볕정책을 계승할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손 후보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정후보와 이 후보에 비해 온도차가 있다. 손 후보는 대선용 남북정상회담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손 후보는 지난해 북한 핵실험 이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에 북한 참여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이명박 후보의 외교정책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손·정·이 세후보 엇비슷… 실현가능성 의문 정 후보는 통일부 장관을 지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점을 들어 ‘개성동영’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고 있지만 개성공단은 1차 남북정상회담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연계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부딪힐 수 있다. 그는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대륙평화경제론’을 내세우고 있다. 정 후보는 ‘대륙평화경제론’, 남남사회 통합, 남북경제 통합, 동북아 미래통합 등 이른바 ‘3통 원칙’, 차기정부의 조속한 북핵해결, 남북평화협정과 평화체제 완결, 남북국가연합 성사 등 ‘3대 평화공약’을 내세운다. 또 서울-인천-개성 평화경제 복합특구 등 ‘5대 평화경제사업’을 핵심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손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은 ‘한반도 상생경제 10개년 계획’을 기본 틀로 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남북이 경제협력을 확대해 공동발전과 북방시장의 공동진출을 모색하자는 계획으로 국제협력, 경제특구 중심, 전략산업 육성 등을 중심추진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손 후보가 남북관계의 경제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 데 비해 이 후보는 평화체제 정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후보는 ‘한반도시대’를 열겠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경제공동체 구축, 한강-임진강-서해안 평화공동수역 조성,DMZ의 평화지대화 등을 중점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공약들은 북한의 호응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해외 파병과 관련해 손 후보와 이 후보가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정 후보는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대해서는 세 후보 모두 부정적 입장이나 상대적으로 이 후보의 목소리가 강하다. 주변국 외교와 관련, 대중국 외교는 세 후보 모두 강조하고 있지만 대일본 외교에 있어서 손 후보가 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권영길 “통일헌법 만들고 보안법 폐지하자”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 공약의 초점은 ‘통일’에 맞춰져 있다. 권 후보는 ‘평화와 통일의 한반도 시대’를 통일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권 후보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3단계 남북 공동조치를 제안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연합연방통일공화국 건설’을 제시하고 있다. 외교는 한·미동맹 최우선의 외교전략을 전면 개편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공언하고 있다. 통일을 국시로 하는 통일헌법을 만들고 국가보안법을 전면 폐지하자는 입장이다. 남북정상 핫라인 구축과 남·북·미·중 평화협정 체결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남북관계 공동조치 제안은 참여정부의 정책기조와 비슷하다. 이현출 국회 입법정보연구관
  • 부시 “한국전 종결, 北에 달렸다”

    부시 “한국전 종결, 北에 달렸다”

    |시드니 박찬구특파원|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7일 정상회담은 3주 앞으로 다가온 남북 정상회담과 북핵 6자 회담에 초점이 맞춰졌다. 회담의 골자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선순환과 이를 위한 남북정상회담의 역할에 양국 정상이 의견을 모았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핵 포기 결단을 평화체제 진전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공을 북한에 넘긴 것이다. 다음달 2∼4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노 대통령에게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전해 달라며 메시지도 전달했다. 한국전 종결의 열쇠는 북한이 쥐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남북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남북정상회담후 평화체제 급물살 탈듯 부시 대통령이 “6자회담 과정이 중요하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 대통령도 “비핵화가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 개시를 위해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이에 따라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진전과 평화체제 문제가 주요 의제로 거론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한·미 양국 정상회담의 핵심은 핵 폐기 절차와 맞추어 평화체제를 수립한다는 점에 의견을 모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북핵 2·13 합의 이후 핵시설 폐쇄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단 배치 등 핵폐기 과정에 이어 핵 불능화 과정에 들어가는 프로세스를 염두에 두고 가능한 한 빨리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과정을 시작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결단으로 핵 불능화 과정에 가속이 붙으면 그만큼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빨리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남북 정상회담이 당초 예정보다 늦어진 것이 결과적으로는 남북관계와 북핵 6자회담의 선순환 구조에 더 많은 동력을 제공하게 된 셈이다. 한·미 정상간 논의 내용은 전날 송민순 외교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논의해 각 정상에게 보고했으며, 양 정상이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서상 휴전서 평화체제로 가는 중” 회담 결과는 미국으로서는 북·미 관계 정상화를, 한국으로서는 남북과 북·미 관계의 조응을 기본 배경으로 깔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문서상의 휴전 체제를 끝내고 평화체제로 가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남·북·미와 함께 평화체제 관련 당사국인 중국도 한·미간 논의의 틀에 기본적인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중국도 한·미간 협의 내용에 동의하고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방북 가능성은 논의하기 이른 상황이라는 것이 정부측 기류다. ●노대통령 자이툰 주둔연장 부인 안해 이날 회담에서는 이라크 자이툰 부대의 주둔 연장 문제도 거론됐다. 부시 대통령이 ‘주둔 연장’을 간접 요청했고, 노 대통령은 “국회와 협의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이날 정상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임무 종결을 어떤 형식과 방법으로 할 것인지는 계속 검토하고 있다. 몇가지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 방향에 대해 국회에 보고하고 대화할 것”이라고 말해 ‘주둔 연장’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자이툰 부대의 조기 철군을 주장하는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ckpark@seoul.co.kr
  • [2차 남북정상회담] 한반도 평화체제 로드맵은

    [2차 남북정상회담] 한반도 평화체제 로드맵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8∼30일 평양에서 열리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함께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비핵화와 평화체제는 한 수레 두 바퀴다. 같이 굴러가는 것이다.”(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6자회담과 남북관계는 상호 연관을 갖고 서로 병존하는 것”(이재정 통일부 장관) 등 6자회담을 통한 비핵화와 남북대화 등을 통한 평화체제의 연관성이 강조돼 왔다. 그러나 비핵화가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는 다소 늦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6자회담을 통한 비핵화 2단계 논의가 본격화한 상황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켜 비핵화를 앞당기고 실질적인 평화체제 구축의 토대를 만들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그러나 비핵화 진전이 없는 평화체제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들의 속도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남북정상 평화선언 가능성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의지를 확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비핵화 이행은 6자회담 트랙에서, 특히 북·미 관계를 통해 추진할 사항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평화체제는 남북이 먼저 조율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두 정상은 평화체제를 위한 기본 요건인 종전선언의 전 단계로 평화선언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종전선언은 6·25전쟁 휴전협정 당사국인 남·북·미·중이 모여 조약적 효력을 갖는 공식 협정을 맺어야 하지만, 그 전에 남·북이 먼저 선언적 성격의 평화선언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 평화선언→종전선언→다자 평화협정 등을 통해 평화체제 구축의 토대를 닦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비핵화·평화체제 같이 속도내야 그러나 실질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비핵화 이행 및 군사적 완화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일연구원 박영호 실장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군사·안보적 차원의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동안 미진했다.”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런 의제들이 본격적으로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가 평화체제의 필수 조건임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모든 핵 포기’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핵화가 순조롭게 이뤄져야 북·미 관계 정상화도 이에 맞춰 진전을 이룰 수 있고,4자 정상회담에 대해 ‘시기상조론’을 펼치고 있는 미국을 평화협정에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6자회담 9·19공동성명과 2·13합의에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갖는다.’고 명시된 만큼,6자회담이 진전되면 당사국간 평화체제 구축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협력 등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 중 하나인 경제적 지원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에 맞춰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퍼주기식’ 지원이 이뤄진다면 6자회담 과정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이에 따라 평화체제 구축도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군비통제 및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문제 등도 평화체제 전환 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의제인 만큼 이번에 원칙적으로라도 다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한나라, 파격적 대북정책 ‘한반도 평화 비전’ 발표

    한나라당이 4일 서울·평양간 경제대표부 설치, 북한 방송·신문 전면 수용 등을 골자로 한 새로운 대북정책 ‘한반도 평화 비전’을 발표했다. 북핵문제 해결 가시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변화에 부응하는 한편 대선을 맞아 진보성향의 유권자를 고려한 시도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김용갑 김기춘 송영선 의원 등 당내 보수성향 의원들은 이에 반발해 정체성 논란도 제기할 전망이다. 한나라당 평화통일정책특위 위원장인 정형근 의원은 이날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정착 및 통일기반 구축 등 ‘평화 비전’ 7대 목표와 실천방안으로 비핵평화체제 착근, 경제공동체 형성 등 5대 중점과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실천방안으로 서울·평양간 ‘경제대표부’ 설치 및 경제협력관 상주계획이 포함됐다. 연 3만명 규모의 북한 산업연수생 도입, 서울∼신의주간 신(新)경의고속도로 건설, 김포∼순안간 남북 정기항공로 개설과 한강∼예성강, 한강∼임진강 뱃길 개설을 통한 ‘하늘길과 바닷길’을 연다는 계획도 있다. 특히 비핵평화체제 착근을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남북 정상회담 개최 및 남북 핵통제 공동위원회 재가동을 제안했다. 남·북·미·중 4자간 종전선언, 남북총리급 회담 정례화와 군축논의를 위한 남북한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마련 검토, 한·미 ‘신안보동맹’ 선언과 동북아 평화체제를 위한 다자안보협력체 구축을 제시했다. 나아가 남북한판 FTA를 추진하고 철원·파주 등에 개성공단형 ‘경제특구’, 속초·거진항을 ‘대북특구’, 금강산·설악산을 연계해 ‘관광특구’로 조성하는 북한 경제발전을 위한 종합계획 구상도 제시했다. 또한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을 위해 러시아 극동지역 가스전 한반도 연계사업과 한반도종단철도(TKR), 중국횡단철도(TCR도),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결하는 북한 철도 현대화 및 국제 철도 시스템 연계도 추진한다. 남북간 통행·통신 협력체제도 구축한다.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른 인적교류를 확대하고 남북간 자유왕래를 이산가족, 남북경제특구, 전면 자유왕래 등 단계별로 추진한다. 아울러 남북 국회회담 정례화와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남북 공동 프로젝트를 가동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방송·통신 부문도 개방해 우리가 먼저 북한의 방송과 신문을 전면 수용할 것을 제시했다. 남북한 유무선 통신도 개통하고 개성과 금강산에 인터넷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인도적 협력과 지원을 위해 북한의 300만명의 극빈계층에 연 15만톤의 쌀을 무상지원하고 그외에는 유상 차관 형태로 식량과 비료지원을 한다. 인권공동체 실현을 위한 실천방안으로는 분단 1세대 상호 고향방문을 추진하고 국군포로·납북자 송환시 현금 또는 현물 제공 및 비전향 장기수와의 맞교환도 검토한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북한인권침해 기록보존소를 설치하고 대북지원과 연계해 정치범 수용소 해체 등을 요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열린세상] 북핵 폐쇄 이후의 기회와 도전/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열린세상] 북핵 폐쇄 이후의 기회와 도전/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북핵 폐쇄를 두 달 이상 지체시켰던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계좌 송금문제가 곧 해결된다는 소식이다. 북한이 송금문제만 해결되면 2·13 합의를 이행하겠다고 수차례 확인하였던 만큼, 더 이상 ‘제2의 BDA 사건’ 없이 북핵시설이 폐쇄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검증 요원이 방북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병행하여 우리 정부가 중유 5만t을 북한에 제공하면, 비핵화 로드맵의 초기 이정표인 ‘폐쇄’ 단계가 완료된다. 폐쇄 조치는 북한 비핵화와 국제 비확산레짐 차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북한의 무기용 핵물질 생산을 중단시키고, 제네바합의 파기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의미가 있다.2002년 10월 북한의 비밀 농축우라늄 핵개발 때문에 제네바합의가 파기된 이후, 북한은 매년 핵무기 1개 분량의 플루토늄을 생산하여 핵사태를 지속적으로 악화시켜 왔다. 따라서 6자회담의 최우선 목표는 핵시설의 가동과 핵물질의 추가 생산을 중단시키는 것이었으며, 이번 폐쇄로 1차 목표를 달성한다. 다음, 이란의 핵활동을 견제하고 국제비확산체제를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국제정치에서 북핵과 이란핵문제는 소위 양대 핵문제로 알려져 있다. 북핵 폐쇄 이후 이란은 유일한 핵개발 의혹국이 되어 국제사회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게 되고, 가동 중인 핵농축시설에 대해 ‘북한식’ 폐쇄를 요구받게 될 것이다. 북핵 폐쇄 이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는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맞게 된다. 첫째, 무엇보다 북핵 폐쇄는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관계를 개선시키는 좋은 기회이다. 대북 식량지원의 재개도 한반도 긴장완화와 남북간 신뢰구축에 기여할 것이다. 정부는 최근 정체되었던 남북대화를 다시 활성화하고 미루었던 교류협력을 확대하여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 ‘폐쇄 후 평화’ 분위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둘째, 폐쇄 조치 이후 빠른 시일 내 열릴 6자 장관급회담은 6자회담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을 촉진하는 좋은 기회이다. 처음 열리는 역사적인 6자 장관급회담에서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에 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한다면, 향후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에 크게 기여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는 분위기 조성에도 기여하게 된다. 셋째, 폐쇄 이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평화포럼’을 가동하는 기회가 열린다.1990년대 후반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남·북·미·중 4자회담이 실패한 지 10년만에 열리는 귀한 기회이다. 평화포럼에서 연내 달성 가능한 단기적 목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목적과 원칙을 천명한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가능하다면 이 공동성명의 초기 이행조치를 실행하는 것이다. 한편,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 등 정전체제의 제도적 변화를 초래하는 조치는 중장기적 과제로 넘긴다. 그런데 남북대화와 경협 활성화,6자 장관급회담 개최와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의 진전, 그리고 한반도 평화포럼 가동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기회가 한시적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금년 후반부 들어 북핵 불능화에 대한 협상이 본격화되면서 북·미간 충돌이 재현되고 6자회담 프로세스가 또 정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불능화는 통상적인 비확산 용어가 아니고 합의된 정의도 없어 이행시한, 대상과 수준을 둘러싸고 6자회담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흔히 위기 이후에 기회가 온다고 한다. 지난 17년에 걸친 북핵협상에서 우리는 기회의 순간은 짧고, 위기가 반복된다는 교훈도 배웠다. 기회가 도래할 때 남북관계 개선,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에 최선을 다하고, 위기 시에는 상황을 관리하고 다음 기회를 준비하는 전략과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향후 몇 달간 열릴 ‘기회의 창(窓)’에 대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전봉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사설] 이해찬씨 방북결과 소상히 밝혀라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 결과를 둘러싼 억측이 분분하다. 청와대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대통령 특사설이 끊이질 않는다.DJ(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 일정에 합의했다는 관측도 있다.6월 중 부시 미 대통령이 참여하는 남·북·미 3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거론된다. 남북정상회담이든,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이든 그것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앞당기는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다만 유념할 점은 그 추진 과정이 투명하고 당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만이 소모적 갈등과 혼란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전 총리는 방북 결과를 소상하게 국민에게 밝힐 의무가 있다. 북측 인사들과의 논의 내용을 일부 공개했으나 실체가 모호하기 짝이 없다. 남북정상회담만 해도 그는 평양 방문 직후 “4월 이후 적절한 시기에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했으나 어제 귀국해서는 “전적으로 내 의견일 뿐”이라고 수위를 낮췄다. 회담 일정을 조율한 것인지, 회담을 제의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국외자처럼 전망을 해봤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국민을 우롱한다는 느낌마저 갖게 하는 발언이다. DJ 방북을 논의한 대목은 더욱 혼란스럽다. 정부와 사전에 조율한 것인지, 그렇다면 정부의 구상은 무엇인지, 반대로 조율하지 않았다면 이 전 총리는 무슨 자격으로 DJ 방북을 논의했고, 결과는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일각에선 남북대화의 주도권을 놓고 참여정부와 DJ측이 경쟁적 갈등을 빚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남북문제를 범여권 통합 등 국내 정치와 연결지어서는 안된다. 남북대화 추진의 신뢰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남남갈등을 부추김으로써 남북관계를 왜곡시키고 더 큰 부작용을 낳게 된다. 남북대화를 대선으로부터 떼어놓아야 한다. 무조건 발목을 잡아서도,‘깜짝쇼’로 재미 좀 보려 해서도 안된다. 정부가 먼저 유혹을 떨쳐내기 바란다.
  • [시론] 이라크戰 이후의 北核

    이라크전이 단기전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미군은 바그다드 공항을 장악하여 공중 보급로를 확보하였으며 시내 서부 지역에 교두보를 마련하고 본격적인 시가전을 앞두고 있다.물론 미군이 바그다드 전지역을 장악하더라도 게릴라전은 계속되어 연합군의 인명 피해는 늘어날 것이고,미국이 군정을 거쳐 과도정부를 세운다 하더라도 무력 전복 시도가 빈발할 것으로 보인다.그렇지만 대국적으로 볼 때 미국은 승리 일보 직전에 도달해 있다. 단기전으로의 전쟁 종결은 북핵문제 해결 구도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먼저 전쟁의 전개과정을 예의 주시하여온 김정일은 1993,94년 위기시 클린턴에게 통했던 벼랑끝 전술이 부시에게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고 오히려 위험하고 무모하다는 것을 재인식할 것이다.부시는 여세를 몰아 대북 압박 정책을 공세적으로 전개하고 싶겠으나 아프간전과 이라크전을 연속으로 치른 상황에서 재정과 국내 여론을 고려하여 양보를 접수할 여지는 남겨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상황의 전개 방향은 수세에 몰린 김정일의 선택에 좌우될 것이다.그가 북핵 포기를 결심하면 상황은 해결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나,모험주의를 고수한다면 급속히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다.특히 북한이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등 미국이 상정한 한계선을 넘는 무모한 조치를 취할 경우,북핵문제는 이라크전의 일단락 여부와 상관없이 세계의 주목을 끌면서 신속히 위기로 비화할 것이다. 우리는 침착한 마음가짐으로 현 위기를 국익 증진의 기회로 선용해야 한다.먼저 북한이 우라늄 고농축 방식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려면 적어도 1년이 소요되므로 재처리 가동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북핵문제는 북·미 양측간의 상호 불신에서 기인한 정치문제의 수준에 머물 것이기 때문에 외교적 해결 시간은 충분하다. 또한 양측의 문제 해결 의지가 부족하여 사태가 악화됐으나 북한의 요구는 체제 안전 보장에 그치고 있고,미국은 순서를 강조하지만 북한이 핵을 확실히 포기한다면 체제 보장과 경제 지원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먼저 우리는 양측간 긴장이 더 이상고조되지 않도록 북한을 설득하고,양측간 대화가 어떤 형태로든 재개되는 데 기여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것이 성공하면 미 국무부와 의회의 여야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핵포기와 체제보장 의사를 공동 선언함으로써 협상을 개시한다.우리는 미국의 주한미군의 부분감축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하여 한·미간 비대칭관계 조정과 남북한 군축 협상 개시의 계기로 삼되,미제2사단 총원의 후방 재배치는 미국에 대북 압박과 공세를 강화할 소지를 주어 남북 양측을 불안하게 하므로 적어도 북핵 문제 해결 때까지는 이를 보류하도록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남·북·미 3자간 협상이 개시되면 탈냉전의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상호안보 개념에 입각하여 북핵 포기와 철저한 검증 절차,북한 체제보장,주한미군 일부 감축과 연계한 남북한 군축 협상 개시,미사일 개발 보류와 일본의 대북 경협자금 지불,대북 에너지 및 경제지원 등을 포괄적으로 타결한다. 끝으로 동북아 6개국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중국,러시아,일본이 보장하는 남·북·미 3자 평화협정을체결하고,동북아 6자 안보협력기구를 창설하여 협정의 실행을 감독한다.이처럼 우리는 이번 위기를 선용하여 한·미동맹과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그리고 중층적 양자 안보협력 관계가 동시에 작동하는 동북아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홍 현 익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
  • 선택2002/TV합동토론

    ★부패.낡은정치 청산 3일 토론회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각각 비장의 카드인 ‘부패정권 청산론’과 ‘낡은 정치 청산론’으로 상대방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공격 받은 후보는 반박에 그치지 않고,즉각 상대방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며 역공을 취했다.이 때문에 반박과 재반박이 수차례 이어지면서 불꽃튀는 설전이 펼쳐졌다. 노 후보가 먼저 공격을 취했다.이 후보가 3김식 낡은 정치를 하고 있다는주장이었다. 노 후보는 “이 후보가 3김정치를 비판하면서 실제로는 1인정치와 가신·측근정치,지역주의 의존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며 “특히 이 후보 자신과 가족들이 이런저런 부정부패 혐의를 많이 받고 있는데 3김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판했다. 이에 이 후보는 “나는 3김과는 너무 다르다.그분들을 존경하긴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연계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그러면서 “오히려 노 후보는 후보가 된 직후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 시계까지 보여주면서 부산시장 후보를 내달라고 그랬지 않았느냐.또 김대중 대통령을 향해서는 ‘김대통령의 부채와 자산을 다 상속하겠다.’고 해놓고,부산에 가서는 ‘내가꾀가 있어서 부채는 빼고 자산만 상속했다.’고 그랬지 않았느냐.”고 역공을 폈다. 그러자 노 후보는 “얼마전 유력 일간지가 여론조사를 한 것을 봤는데,국민의 66%가 ‘이 후보가 3김과 같거나 더하다.’고 응답했다.”며 “이 후보가 뭐라고 말하더라도,국민들은 이 후보가 옛날정치와 너무 똑같다고 보고 있다.”고 재역공을 취했다. 이에 이 후보는 다시 “노 후보가 정몽준씨와의 후보 단일화를 여론조사로해서 그런지 매사를 그런 식으로 평가하는 것 같은데,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한다고 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 생각해보자.”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의 두 아들과 처조카 등 권력 실세가 비리에 연루된 지난 5년간을 다른 정권과 비교하기에는 너무 심각하다.”며 “노 후보가 권력실세인 동교동계의 뒷받침으로 장관과 후보까지 올랐는지 모르지만,권력부패의 실상은 정직하게 봐야 한다.”고 힐난했다. 이에 노 후보는 “나도 민주당원이어서 김 대통령의 과오에 책임이 없다고말할 염치는 없지만,이 후보가 나를 두고 부패와 연계돼 후보가 됐다거나 동교동의 힘으로 후보가 됐다고 하는 것은 전혀 근거없는 말”이라며 “내가당내 경선에 나왔을 때 동교동계가 밀지 않은 것은 천하가 알고 있다.”고받아쳤다. 이어 노 후보에 대한 이 후보의 본격적인 공격이 이어졌다.이 후보는 노 후보도 현 정권의 부패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노 후보를 향해 “이 정권 들어 대통령 아들까지 관련된 부정부패가 극성이어서 온 국민이 좌절했는데,그때 노 후보는 무엇을 했느냐.”고물었다. 이 후보는 특히 “대통령 아들 비리가 불거졌을 때 노 후보는 특검제에 반대했고,민주당내 정풍운동 때도 노 후보는 반대하면서 동교동계를 비호했다.”며 “그 덕에 장관까지 한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이에 노 후보는 “이 후보가 사실을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나는 특검제를 반대한 사실이 없고,내가 장관이 된 때는 정풍운동이 일어났을 때보다 1년이른 2000년이어서 말이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노 후보는 특히 “그러는 이 후보는 97년 총선 때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이 안기부예산 1200억원을 끌어다 선거자금으로 썼을 때 선거대책위원장을 했는데 그때 무엇을 했느냐. 또 김영삼(金泳三) 대통령 아들 김현철(金賢哲)씨가 구속됐을 때는 무엇을했느냐.”고 역공을 취했다.그러면서 “이 후보가 남을 나무랄 일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 후보의 반박이 계속됐다.그는 “지난 5년간 야당으로서 총풍·안풍·세풍·병풍 등 중상모략에 대해 충분히 조사받고 10만원짜리 계좌까지 추적당했다.”면서 “일부는 무효가 됐고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는데 무조건 덮어씌우면서 부정부패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변했다. 그러자 노 후보는 “이 후보의 동생이 재판받은 것은 사실이고,측근인 서상목(徐相穆) 의원도 재판받았다.”고 거듭 몰아세운 뒤 “이 후보 부인이 비자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수표와 어음번호까지 제시됐는데 검찰이 조사를 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후보는 “일부는 재판에서 무죄판결이 나고 다른 재판은 끝나지 않았는데 무조건 중상모략해서 재판에 가면 다 비리인가.”라고 거듭 항변했다. 두 후보의 공방을 보고 있던 권영길 후보는 “이 후보와 노 후보가 서로 ‘정치개혁’이란 토론주제와 관계없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제도적 개선방안을 국민에게 제시해줘야 한다.”고 양측을 힐책했다. 권 후보는 “두 후보가 부패정치를 심판하겠다고 하지만 한나라당은 ‘부패 원조당’이고 민주당은 ‘부패 신장개업당’이다.”고 싸잡아 비난한 뒤 “김현철씨가 돈을 더 받았는지,김홍업씨(김대중 대통령 아들)가 더 받았는지판단하기 어렵다.”고 비꼬았다. 권 후보는 이어 “부패한 부정축재 재산 몰수법을 만들고,부패연루 정치인을 공직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근본적 부패청산 방안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몰수하고 쳐내면 속시원하겠지만 몰수보다 부패를어떻게 막느냐가 중요하다.”고 답한 뒤 “하지만 부패를 청산하고 새로운출발을 만드는 틀에서 권 후보의 제안도 긍정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과거의 모든 부패재산을 몰수하는 것은 혼란을 빚을 우려가 있는 만큼,권력형 범죄에 대해 시효를 연장하거나 없애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공직선거 출마자에게 재산형성의 전 과정을 소명토록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상연 김미경기자 carlos@ ★북핵.남북문제 이날 TV합동토론회에서는 북핵개발 파문 등 남북관계 및 통일 문제가 이번대통령선거의 최대 현안이라는 것을 확인해주듯 세 후보는 뜨겁게 의견을 주고 받았다.후보간 일대일 토론에서도 가장 대치됐던 주제였다. 북핵 문제 해결방안,바람직한 통일방안,탈북·납북자 문제 등의 주제에서는 크게 봤을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민주노동당 권영길후보 사이에 팽팽한 의견의 대립선이 그어졌다.노 후보와 권 후보간에도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 후보는 ‘보수적’이라는 일부의 지적을 의식한 듯,구체적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시종 원론적이면서도 국민의 대세를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반면 노 후보는 보수층들이 우려하는 ‘급진적,반미’라는 이미지를 씻기 위해 안정감있는 모습을 보이려 했다. 권 후보는 “미국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면서 남북문제와 통일문제 등에 대한 진보적이고 자주적인 입장을 구체적으로 설득하는데 주력했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에 대해서는 세 후보 모두 공감했다. 구체적인방안으로는 이 후보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현금 지원은전면 중단해야 한다.대북지원을 계속한다면 무엇으로 북한에 핵무기 개발 포기를 강제할 수 있겠는가.”라며 경제적 압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노 후보는 “북핵개발 문제는 남북문제이기도 하지만 북미간에 풀어야할 문제가 있다.”면서 제네바 합의의 상호 위반 사실을 지적한 뒤 “대북지원을 비롯한 상호 교류협력 약속은 지켜가는 속에서 북핵개발 포기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끈질긴 대화와 평화적인 협상을 통한 처리를 강조한 권 후보는 “문제의 발단이 미국과 북한이 동시에 제네바 합의를 어겼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핵문제 발생의 책임이 북미에함께 있다고 말했다. 통일방안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김대중 정부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사실상 부정하면서 “이전 정부의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지지한다.”며 상호주의와 대북 검증의 필요성을 내세웠다. 반면 노 후보는 “화해와 협력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남북간에 상호주의와 검증을 앞세우는 것은 상호 신뢰를 축적하는데저해요소”라고 남북간 신뢰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권 후보 역시 “70만군대를 20만으로 감축하는 것과 남·북·미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 후보와 대립각을 세웠다. 박록삼기자 youngtan@ ★소파개정문제 반미 시위 확산과 함께 전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한 SOFA 개정 문제에 대해선 세 후보 모두 선명성 경쟁이라도 하듯,하나같이 개정을 역설했다. 따라서 SOFA 개정을 둘러싼 정책 차이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다만 주한미군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고 발생후 일관되게 시민단체들과 SOFA 개정운동을벌여온 민노당의 권 후보가 이·노 두후보에 대해 정책의 ‘순수성’ 공세를 폈고,두 후보는 “우리도 나름대로 했다.”며 방어했다. 권영길 후보는 “처음부터 부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전국 서명운동을 벌인 것은 민노당이었다.”면서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두 후보가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비난했다. 권 후보는 특별협정을 체결,미군에 제공되는 방위비 부담을 줄이고 임대계약을 맺어야 한다며 “SOFA의 모법인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회창 후보는 “권 후보가 침묵했다고 하는데 분명히,SOFA의 개정과 부시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요구해 왔다.”고 반박하고 부시 대통령이 한국민들에게 ‘직접’ 사과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이어 “우리나라의 외교 목표는국익과 국민의 안전이며,이를 위해선 어느 나라에 대해서건 얘기할 것은 얘기하고,따올 것은 따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후보 역시 “SOFA 개정에 대해 우리는 분명히 얘기해 왔다.”면서재판권 이양을 위한 국회의 SOFA 개정대책위에도 전체 34명 의원중 27명이민주당 소속의원이라고 맞받았다.그는 “SOFA를 비롯한,한·미 관계의 잘못은 과거 우리가 미국에 추종하고 비판없는 외교를 해 왔기 때문”이라면서“지난해 노근리 사건으로 주민들의 시위 때 이회창 후보가 반미라며 걱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이 후보를 공격했다. 권 후보는 세 후보가 함께 부시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SOFA 개정을 촉구하는 서명을 할 것을 즉석에서 제의하기도 했다.특히 노 후보에게 성명 채택을 거듭 요청했는데,노 후보는 “시민단체가 아닌,대통령 후보로서 성명 정치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중”이라면서 공세를 비켜갔다.한편 이회창 후보는 노 후보에 대해 과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다,최근 통일후에도 주둔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바뀐 배경을 추궁했다.노 후보는 “초선의원 때 남들과 어울려 성명을 냈다.”면서 “그후 점차 더 배우고,많은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니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것을알게 됐다.”며 판단잘못이었다고 해명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 ★도청의혹.검찰 독립 한나라당에 호재로 여겨졌던 국정원 도청의혹을,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적극적 자세로 맞받아쳤다. 노 후보는 우선 책임 논란에서 벗어나려 애썼다.그는 “실제로 도청 여부와주체에 대해 판단할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다만 한나라당이 선거때 (도청 의혹을) 내놓은 것을 보면 나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나를 돕는 사람들이 도청당한 걸 보면 나 역시 피해자인데,한나라당은 왜 피해자를공격하는지 의아스럽다.”고 비껴갔다.또한 “만약 한나라당에 대한 정치공작을 하기 위해 도청을 했다면 이회창 후보는 왜 도청하지 않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후보는 이어 “5년 전에도 공작기관 문서로 상대방을 공격한 전례가 있는 한나라당이 지저분한 물건을 자꾸 만들어내 선거판을 혼란스럽게 하고 비신사적인 게임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자료 공개와 함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에 이회창 후보는 “문제의 실질은 불법 도·감청 자체”라면서 어떻게정보가 나왔느냐고 따지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극장에 화재가 발생,‘불이 났다.’고 하는 사람에게 ‘극장에 표를 사가지고 들어갔느냐.’고 따지는 것과 같은 일”이라는 예도 들었다.이 후보는 자료공개와 관련,“검찰이 제대로 조사하게 되면 제보자에 대한 것도 공개할것”이라고 밝혔다. 민노당 권영길 후보는 “도청의 핵심은 2가지”라면서 “이회창 후보는 입수 경위를 밝히지 못한다면 정치공작이라고밖에 볼 수 없으며,도청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노무현 후보는 후보로서의 자격이 상실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동시에 공격했다. 한편 검찰독립 방안과 특검제 도입 등에 대해 이회창 후보는 “당선되면 내년 초 임시국회에서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검찰인사위원회를 구성,검사보직권 등 인사권을 검찰총장에게 주면 법 질서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아울러 특검상설화는 반대하나 한시적인 제도 도입에는 찬성하는 기존당론을 재확인했다. 노무현 후보는 “검찰이 지금부터 잘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면서 “검찰의 신뢰가 축적될 때까지는 특검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영길 후보는 “특검제에 대해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여야가 바뀔 때마다입장을 바꿔왔는데 그래서는 검찰 중립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꼬집은 뒤시민사회단체 참여 속에 검찰 중립화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이지운기자 jj@ ★후보단일화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는 후보단일화를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이후보는 그동안 한나라당이 불법이라고 주장해 왔던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대표간 후보단일화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려고 했다. 이회창 후보는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대표는 이념도 다르고 정치지향점도 다르다.”면서 포문을 열었다.그는 “최근 (후보단일화에 실패한)정몽준 대표도 ‘정책공조를 해야 한다.’고 적절한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노무현후보에게 단일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 대표와는 일반적인 정책에 관해 합의한바가 없다.”면서 “앞으로 조율을 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노 후보는“오히려 이 후보의 한나라당에 정책이 다른 사람들이 동거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역공을 폈다.한나라당에 개혁파와 보수파가 뒤섞여 있다는 점을지적한 셈이다. 이 후보는 대북정책과 의약분업,고교평준화 등 중요한 정책에서 노 후보와정 대표는 판이하게 다른데 어떻게 정책공조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점을 문제삼았다. 그는 “정 대표는 의약분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노 후보는 현행대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대비했다.이어 “정 대표는 고교평준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노 후보는 그렇지 않다.”면서 “이렇게 중요한정책이 다른데 정책공조가 되겠느냐.”고 공격했다. 노 후보도 물러서지 않고 재반박했다.그는 “정 대표와는 후보단일화와 관련해 아무런 밀약이 없다.”고 강조했다.그는 “5년 전 이 후보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조순(趙淳) 민주당 총재와 손잡고 한나라당을 만들 때 가족들이 나서서 합의하고 지분을 나누고,당권을 나눴다.”면서 “(하지만)정 대표와는 ‘잘하면 되겠구나.’하는 생각도 들고,정책도 얘기해 보자고 해서 단일화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과는 달리)갈라먹기의 약속이 없었다는 것만은 명백하다.”고 반격했다. 제3자적인 위치에 있는 권영길 후보는 “노 후보와 정 대표의 단일화는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고 이 후보쪽의 손을 들어주었다.권 후보는 “노 후보는 그동안 ‘단일화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거나 ‘대선에서 승리하지 않더라도 철학과 소신에 따라 하겠다.’고 말했지만,걸어온 길이 다른 정 대표와 어떻게 단일화가 이뤄졌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권 후보는 “정 대표는 재벌 2세인데 노 후보가 어떻게 후보단일화에 동의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곽태헌기자 tiger@ ★지역주의 청산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 문제에 대해선 세 후보 모두 남의 탓으로 돌렸다. 먼저 민노당 권영길 후보는 “지역주의에 대해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며 두 후보를 싸잡아 비난했다. 이어 “한나라당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먼저 당다운 당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한나라당 3역이 다 영남출신이고,국회 상임위원장 9명가운데 8명을 영남사람으로 하고 있는데 어떻게 지역탕평책을 말하겠느냐.”고 맹공을 퍼부었다. 노 후보에 대해서도 “김대중(金大中·DJ) 정권이 들어서서 편중인사로 지역감정이 불 붙은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지역주의 문제를 현 정부의 책임으로 돌렸다. 그는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 비호남 지역 출신을 많이 채용하는 등 탕평인사를 했다면 반(反)DJ 정서는 안 나타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나는 여섯번 선거에 출마해서 4번 떨어졌는데 모두다 지역주의에 저항하다가 떨어졌다.”면서 본인이 지역주의의 피해자임을강조했다. 노 후보는 또 “한나라당은 3당합당으로 호남을 고립시킨 당이고,이 후보는지난 98,99년 영남지역을 다니면서 지역주의를 많이 부추기지 않았느냐.”고 말하고 “지금도 (한나라당이) ‘노 후보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호남사람이다. 노 후보는 DJ의 양자다.’라고 하는 것은 지역주의로 재미를 보자는 것”이라며 이 후보에게 공세를 취했다. 지역주의 청산을 위한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기도 했다. 권 후보는 “중앙이 갖고 있는 재정권과 인사권을 지방에 이양시켜야 지방자치가 활성화된다.”면서 “정당명부제를 먼저 실시하는 것과 함께 중대선거구제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 후보는 “권 후보가 말하는 것이 일리가 있다.”고 전제한 뒤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인이 지역주의를 이용하는 것”이라며 “제도보다정치권에서 이를 악용해선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 후보는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것은) 역사와 국민에 대한 범죄”라고규정하고 “적어도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불신과 증오를 부추기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홍원상기자 wshong@
  • 장관급회담 성과·과제/ ‘核충돌’ 위기 北·美 대화 주선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용의’가 있다면,우리는 미국의 안보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가 돼 있다.” 지난 19일부터 23일 새벽까지 힘겹게 진행된 제8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남북한은 핵문제 해결의 ‘대화 해법’을 제시했다. 개성공단 건설 일정 제시 등 후속 합의 사항들도 아울러 만들어냈지만 초점은 단연 김영남(金永南) 상임위원장이 우리측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과의 면담에서 했다는 이 한마디에 모아져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대화하겠다.”는 입장에서 “철회할 용의가 있다면”으로 한발 물러섰다고 보고 있다.특히 미국과의 핵협상을 위한 모종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뜻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북측 의도를 충분히 검토,북·미 대화 중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비록 이번 회담에서 북측의 핵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과 제네바 핵합의준수 입장을 얻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북측의 이같은 언급은 한반도 핵긴장 상황의 국면 전환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점에서주목된다. 북측은 회담 내내 핵문제는 북·미간 문제임을 고수하다가,제1항에 ‘핵’이란 단어를 넣고 대화 해결을 명문화하는 데 동의했다.이는 핵을 둘러싼 북한과 국제사회의 긴장 구도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종석(李鍾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남북협상 테이블에서 핵문제를 거론하고 대화로 푼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남·북·미 대화에서 우리 정부의 입지강화에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핵개발 사실을 확인했는지,미측에 시인한 이유가 뭔지까지 우리측에 설명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정 장관은 “그 얘기는 안했다.”“‘위압적으로 나오니까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얘기했다.”며 명확한 언급을 회피했다. 그러나 “미국의 켈리 특사를 만난 자리에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했다는 제네바 합의 (파기 관련) 발언은 전달 과정에서 무언가 생략된 것 같다.”고 말해 정 장관과 김 상임위원장간의 50분간 면담에서 북한 핵과 관련한 깊숙한 이야기들이 오갔음을 시사했다. 비록 이번 회담이 핵문제에 집중되긴 했으나 남북한은 그동안 남북간 합의의 내실을 다지는 성과물을 만들어냈다.또 내년 1월 중순쯤 9차 장관급 회담을 서울에서 갖자는 데도 합의했다.이는 북측이 차기 정권과도 화해·협력의지를 갖고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오는 12월 대선이 치러진 뒤에 열리는 9차 장관급 회담은 차기 행정부의 의사가 반영된 회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
  • 남·북·미 관계-금강산 사업 ‘메가톤급 파장’

    현대가 북한에 비공식적으로 자금을 제공했다는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의 내용은 남북 및 북·미 관계와 금강산 관광개발 사업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보고서는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래리 닉슈 연구원 이름으로 25일 발표됐지만 부시 정부의 대북인식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특히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해 온 ‘햇볕정책’의 대표적 과실(果實)인금강산 개발사업에 대한 현대의 지원금이 북한의 무기구입에 이용된다는 부시 행정부의 인식은 북한에 대한 한·미간의시각차가 생각보다 훨씬 깊고 넓음을 반영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1994년 제네바에서 맺어진 북·미 핵합의에서부터 최근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정하는 데 빌미를 제공한 미사일 개발,김 대통령의 햇볕정책,한·미간 군사쟁점 등에 대한 부시행정부의 구체적인 입장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으나 보고서는 이 지지가 일부분에 국한된다고 지적했다.남북한 연결철도건설이나 임진강 유역의 홍수통제시스템 개발,한국 기업의대북 투자 등 경제적 측면에선 미국이 햇볕정책을 지지하지만 북한의 군사정책이나 테러세력과의 연관성 등 안보·외교적 측면에서 입장을 달리하고 있음을 명백히 했다. 경수로 지원과 관련해 부시 행정부 내부에서는 미래에 핵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과 함께 경수로 지원을 1기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정책은 북·미 대화가 지속되더라도 크게 바뀔 것같지는 않아 앞으로도 북·미 관계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할전망이다.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mip@
  • 한·미 정상회담/ 무엇을 남겼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0일정상회담에서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 및 대북정책 공조등을 재확인,지난달 29일 ‘악의 축’ 발언으로 불거진 한반도 정세의 난기류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핵심의제인 북·미 및 남북대화 재개 문제,북한 대량살상무기(WMD) 문제에 대한 협의 성과 및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부시대통령의 북한인식을 집중 분석한다. ■변치않는 부시의 북한관. 부시 미 대통령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후 모두 발언과 기자회견,도라산역 방문을 통해 북한 정권에 대한 인식이 철저함을 간명한 어법으로 재확인시켰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보편적 가치인 ‘자유’의 중요성을 10여 차례나 언급하며 김정일(金正日) 정권에 대한 강한 불신을 거듭 드러냈다. 부시 대통령은 도라산역 연설에서 “어떤 국가도 그 주민들에게 감옥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전제,북한 정권의 성격을 ‘독재’정권으로 규정했다. 부시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 과거처럼 ‘신뢰할 수없는 인물이다’는 식으로 직접 묘사를 하진않았다.대신“주민들의 굶주림을 방치하고 대량살상무기(WMD)를 만들고 있다.”면서 북한의 지도자로서 주민들에 대한 애정을가질 것을 주문했다.특히 회담후 전방 미군부대를 방문한자리에서는 “북한이 악이라는데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는 또 ‘악의 축’ 발언과 관련,“주민들의 굶주림을방치하는,외부와 단절된 정권에 우려를 갖고 있다.”며 구체적인 개념을 설명했다.특히 ‘악의 축'은 주민들을 굶주리게 하고 WMD를 개발하는 북한 정권을 겨냥했음을 분명히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대화를 하든,하지 않든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식량지원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해 북한정권과 주민에 대한 ‘이분법적 접근’ 방침을 천명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군사적인 대북공격 가능성은 배제했으나 정권과 인민을 분리해 ‘자유’를 거듭 언급한것은 북한정권에 대해 체제고수냐,개방이냐를 선택하라는강력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 ■대량살상·재래무기 문제. ‘대량살상무기 문제는 대화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 20일 정상회담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조지 부시미국 대통령은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문제가 대화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부시 대통령은“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면서 “미국은 평화적 해결을 원하고 있다.”고 대화해결 원칙을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제재를 가할 가능성을배제하는 것으로 ‘악의 축’ 발언으로 위기감이 고조됐던 한반도 정세가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김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탁월한 리더십 하에 대테러전쟁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높이 평가한다.”며 대테러 전쟁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재래식 무기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국방연구원 서주석(徐柱錫) 연구위원은 “재래식 무기에 대해선 한·미간 의견조율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기때문일 것”이라며 “차세대전투기(F-X)사업과 관련,F-15구매 문제는 프랑스 등 경쟁국들과의 관계도 있어 실무 차원에서 비공식적인 ‘협조 당부’정도의 언급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영우기자 anselmus@ ■남·북·미 대화 전망.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20일 “한국정부의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한다.”며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그러나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제재 가능성이 없어졌다고 해서 양국간 당장 가시적인 관계개선이 이뤄질 것으로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아직 햇볕정책을 수용하지 않고있다는 점에 실망했으며,이산가족 상봉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 전에는 그에 대한 생각을 바꿀 생각이 없다. ”고 잘라 말했다. 서동만(徐東晩·북한정치) 상지대 교수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협상에 나설 명분을 제공했지만,북한의체면을 살려주는 표현은 없었다.”면서 “이는 미국이 북한보다 이라크를 대테러 전쟁과 대량살상무기 확산 저지에우선 순위로 놓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김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다시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북한은 북·미관계 개선 여부를 놓고 또다시 ‘장고(長考)’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영우기자.
  • ‘김정일 답방여건’발언 배경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4일 북·러 정상회담에서 “서울 답방에는 여건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남북 및 북·미관계 등 한반도 정세가 당분간 경색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획기적 상황진전이 없다면 가까운 시일내 김위원장의 답방이 ‘물건너 가는 게 아니냐’는 성급한 해석도 나오고 있다.정부의 한 당국자가 7일 2차 남북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 “결정적 계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언급을 ‘한·미를 동시에겨냥한 발언’으로 분석했다.서울 답방의 ‘여건’을 충족하기 위해 한·미 양국이 북한에게 ‘성의’를 보여달라고촉구했다는 것이다. 부시 미 행정부에게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등에 대한검증 우선 정책과 클린턴 행정부 당시 북·미 공동선언의재검토 방침 등을 포기할 것을 요구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부시 행정부가 제네바 합의의 이행,북·미관계개선 등이 담긴 북미 공동선언을 사실상 폐기하고 대북 강경책으로 회귀한데 따른 불만이 담겨 있다.정부 당국자는“최소한 클린턴 행정부 당시 공동선언에서 미국이 천명한‘적대시 포기선언’을 부시 행정부가 명시적으로 확인하는 것을 ‘여건’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에는 북·미대화 경색에 대한 북한 입장 지지,김 위원장 답방을 둘러싼 한국내 여론 조율,적극적인 대북지원 등을 요청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문제는 대화재개 조건이나 의제를 둘러싼 북·미간 이견해소가 쉽지 않은 만큼 남북관계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점이다.외교부가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진 이후 당초 기자브리핑 시간을 지연시키며 관련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는 등 곤혹스런 모습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찬구기자 ckpark@. ■北·美대화 당사국 시각차. “북·미대화 재개의 ‘공’은 누가 쥐고 있나.”지난달남·북·미간 ‘하노이접촉’에 이은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방한,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러 등 최근 한반도 주변정세의 흐름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질문이다.북·미대화 재개의 ‘책임’을 놓고 당사국간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클린턴 행정부 당시 체결된 94년 제네바 합의와 지난해 10월 북·미 공동 코뮈니케의 바탕 위에서 북·미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원칙을 피력해 왔다. 반면 미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성실성이 입증되지 않은상황에서 과거 합의는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파월 장관도 지난달 27일 방한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낼)특단의 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경수로건설 지연에 따른 손실보상 등 북한의 요구를 일축했다. 북·미가 서로에게 ‘공’을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아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회담 비공식 접촉과 지난 4일 북·러간 ‘모스크바선언’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6일 지미 카터 전 미대통령에게 “북한이 원하는 것은 클린턴 행정부와의 합의에서 출발하자는 것”이라고 언급,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정부 당국자는 “북한 입장을 설명한 차원이 아니겠느냐”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의 처지를 ‘이해’하고 미국의 ‘성의’를 강조한 것으로,부시 행정부에 대한 메시지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때문에 이달말이나 내달초 도쿄(東京)에서 열릴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에서 한·미간 의견조율결과가 주목된다. 박찬구기자
  • 北·러 정상회담 / 남·북·미 대화 전망

    북한과 러시아의 ‘모스크바 공동선언’은 향후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임을 예고하고있다.시점이 언제가 되든 북한과 미국이 접점을 찾고 남북대화가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오랜 진통과 노력이 필요하리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북한과 러시아는 8개항의 공동선언에서 2항(북한 미사일 문제)과 7항(남북대화),8항(주한미군 철수) 등 3개항에 걸쳐한반도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그러나 독립국가의 자주권을강조한 1항이나 북한의 전력문제를 다룬 5항,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사업을 다룬 6항 등도 남한이나 미국을 직·간접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따라서 이번 공동성명은 미국과 남한에 대한 메시지인 셈이다. 주목되는 점은 이번 공동선언이 그동안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강경 입장을 대부분 담고 있다는 점이다.북한 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양측은 “조선은 조선의 자주권을 존중하는 어떤 국가에도 조선 미사일이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언했으며,러시아는 이런 입장을 환영했다”고 밝혔다.남북대화 문제를 다룬 7항에서도 북한은 ‘자주적 해결과 외세배격’을 강조했고,러시아는 이를 ‘존중’한다고 천명했다.8항에서는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가 한반도 평화의 선결과제라고강조했고,러시아는 이에 이해를 표명했다.반면에 공동선언은 북한의 과거핵 사찰 문제나 재래식 무기감축 등 미국의 관심사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이같은 공동선언의 내용은 그동안 북한이 미국측에 협상의전제 조건으로 제시해온 사항들이다.따라서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를 대미(對美) 외교의 ‘든든한 동조자’로 끌어낸 셈이다. 물론 북한과 러시아가 남북대화를 강조한 점이나,TSR 연결사업에 대한 합의 등을 들어 이번 성명이 남북대화 재개에청신호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이봉조(李鳳朝) 통일부통일정책실장은 “TSR연결사업 합의로 북한이 경의선 철도복원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남북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임성준(任晟準) 외교부 차관보도 “지난해북·러 공동선언과 비교해 대체적 기조는 유사하지만,러·북 양자 관계에 비중이 커진 것으로 보이고 긍정적인 변화가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대미 강경기조를 강화할 경우 북미대화 재개까지 상당기간의 긴장국면이 이어지고,이 과정에서 남북관계도 소강국면을 벗기 어려울 것이라는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나아가 러시아가 동북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경우 자칫 한반도가 주변국들의 각축장으로 변질되면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그동안의 논의가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진경호기자 ja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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