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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평창 이후’ 평화, 대화 분위기 이어가려면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이 며칠 남지 않았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의 특사 파견과 북한의 올림픽 참가로 조성된 남북 대화와 화해 분위기가 평창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평창 이후 한반도 상황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패럴림픽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올림픽이 막을 내리는 순간 한반도는 다시 대립과 긴장의 현실 앞에 서게 된다. 한·미 군 당국은 올림픽 이후로 연기했던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를 시사했다. 미국은 ‘최대 압박과 관여’라는 기존 입장에 따라 대북 독자 제재에 나설 공산이 크다. 북한이 평안북도 영변 핵단지에 건설 중인 실험용 경수로 가동이 임박했다는 분석도 긴장을 더하는 요인이다. 북한과 미국이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남북 대화가 북·미 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큰 상황에서 드러난 지난 10일로 예정됐던 북·미 회담이 북한의 취소로 막판에 무산된 사실은 북·미 대화 재개까지 갈 길이 멀다는 현실을 다시 한번 보여 준다. 미 백악관 부통령실 관계자들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한국에 왔을 때 북한과의 회담 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2시간 전 북한의 취소로 불발됐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어제 보도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도 “펜스 부통령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강조할 기회로 삼으려 했으나 북한이 이 기회를 잡는 데 실패했다”며 WP 보도 내용을 확인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어떤 형식으로든 북·미 대화를 기대했던 우리로서는 남·북·미 간에 물밑에서 긴박하게 조율했던 북·미 대화가 성사 직전에 무산돼 더욱 안타깝다. 북·미 청와대 회담의 무산 배경과 향후 북·미 간 탐색 차원의 대화에 미칠 영향, 북·미 대화를 위한 한국 정부의 역할 등을 냉정하게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이 북·미 대화 무산을 이례적으로 확인한 것은 북·미 대화가 불발될 경우 그 책임을 북한에 돌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한 ‘최대의 압박’ 정책의 명분을 확보하려는 계산도 했을 수 있다. 치열한 기싸움이 한창인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야 할 외교전의 시한은 3월 말까지다. 우리 정부 ‘중재 외교’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한 것 말고 핵·미사일 문제에서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한·미 훈련 재개는 당연하다. 한·미 연합훈련을 북·미 대화 재개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싶겠지만 확고한 원칙을 천명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이와 함께 특사 파견을 포함해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고문에게 우리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는 등 전방위 외교적 노력이 절실하다.
  • [열린세상] 남·북·미·중의 정중동/손기웅 통일연구원장

    [열린세상] 남·북·미·중의 정중동/손기웅 통일연구원장

    한·미, 한·중 정상회담이 끝나고 한반도 정세는 숨 고르기 국면이다. 각자의 셈법으로 회담을 평가하고 지켜보면서 향후 정책과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한·미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동맹 그리고 유사 시 한반도 방위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점,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공언하여 북·미 회담이 재개될 경우 핵 폐기가 아니라 핵 동결이 중심 의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점, 북한 인권 문제를 강하게 거론해 대북 제재와 함께 김정은을 더욱 압박해 변화를 추동해 내고자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나온 ‘3불 정책’은 한·미·중의 체면을 모두 살리면서 문제를 풀어 가는 실마리가 됐다. 중국도 사드 철수가 가능하지 않다는 한국 내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 추가로 배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만족해야 했다. 더불어 MD 체제 편입과 한·미·일 군사동맹에 대한 우리의 소극적 입장도 중국의 이해에 부합했다. 한편 우리 역시 사드 추가 배치가 국내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고 미국도 마찬가지다. MD 체제 편입과 한·미·일 군사동맹화가 미국의 희망이긴 하지만, 미국 역시 부정적인 우리의 국내 정서를 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사드가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한·미는 협력할 수밖에 없고, 군사동맹 관계를 형성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미·일의 군사적 협력은 강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점이 핵 강대국이면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고 NPT 체제의 중심국이자 6자회담의 당사국들인 미국, 중국, 러시아가 동시에 하나의 목소리로 북한에 완전한 핵 폐기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에 본질적인 문제가 아닌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한·미·중 간에 이견이 생기면서 비핵 전열이 엉켜 버렸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중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가닥을 잡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후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중국의 대북 경제제재 강화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북한의 셈법은 다를 것이다. 북·미 대화를 위한 물밑 접촉과 상관없이, 혹은 중국의 ‘쌍중단’과 ‘쌍궤병행’ 제안을 받아들여 대화를 시작하더라도 북한은 핵무기 기술의 고도화와 핵무기 체계 완성을 지속할 것이다. 핵 보유국으로서 핵 폐기가 아닌 군비 통제를 주제로 미국 및 국제사회와 대화하고자 할 것이며, 거래비용을 최대한 높이고자 할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우리가 전 세계를 향해 잘 차린 무대를 북한은 돈 한 푼 안 들이고 평화 공세의 일환으로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올림픽에 참여하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과의 대화 기회로 삼음과 동시에 국제사회에 자신의 입장과 정책을 홍보할 것이다. 정중동(靜中動)의 상황은 돌아보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기회다. 정상회담의 과정에서 불거진 ‘균형외교’가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기계론적 균형자 역할론은 아닐 것이다.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면서 군사동맹 관계에 있는 미국의 협의와 지지를 바탕에 두는 대중 접근임과 동시에 국가 이익을 최대한 반영하는 ‘현실정치’여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대화의 원칙을 평창동계올림픽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동계올림픽은 평화올림픽이 돼야 함과 동시에 양자 및 다자적 남북 대화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필요하다면 참가하는 북한에 대한 물질적 지원도 고려돼야 한다. 참가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는 국제사회의 일반 원칙을 남북 관계에 고수하기보다 북한의 참가를 남북 간 대화와 교류협력의 물꼬로 활용하는 것이, 그들이 어떠한 목적으로 내려오든 간에 그들에게 우리 사회를 보여 주는 것이 더 큰 국가 이익이다. 제재와 대화, 억제와 협력의 양면 전략이 외교, 안보, 대북·통일정책의 중심으로 뿌리내려야 한다. 그것의 전제조건을 재확인하고 창조적으로 실천하려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정중동의 시기다.
  • 새 정부 첫 남북 ‘반민반관’ 접촉

    文캠프 자문 신봉길 교수도 포함…남북 탐색 차원 대화 있을지 주목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 개선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가 스톡홀름에서 남·북·미·중 전문가가 참석하는 ‘1.5트랙’(반민반관) 성격의 비공개 포럼을 개최한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 연구소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남북과 미국·중국 쪽 전문가와 정부 인사들이 참석하는 포럼을 진행했다. 우리 측에서는 신봉길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등이, 북한에서는 외무성 산하 군축·평화연구소 인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쪽에서는 중앙정보국(CIA) 출신 수미 테리 전 백악관 보좌관과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등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교수가 대선 기간 문재인 캠프 외교 분야 자문그룹인 ‘국민 아그레망’ 소속으로 활동한 만큼, 새 정부 들어 처음 열린 이번 반민반관 성격의 접촉에서 남북 간 탐색 차원의 대화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 소식통은 “연구소가 해마다 개최해 온 행사들과 특별히 다를 것은 없다”면서도 “시점상 북한이 한국 정부 입장을 탐색해 보려 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민간 주도의 남북 접촉 및 협력을 점진적으로 늘려 가려 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 통일부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이하 남측위)의 대북접촉 신청을 승인했다. ISDP는 지난해 12월에도 스톡홀름에서 남북과 중국, 일본 싱크탱크와 정부기관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2015년 2월에도 당시 신봉길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 등 우리 측 인사와 북한 외무성 산하 군축·평화연구소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한반도 관련 토론회를 가졌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문재인 정부, 판문점 연락사무소 정상화 추진…1년 3개월째 중단 상태

    문재인 정부, 판문점 연락사무소 정상화 추진…1년 3개월째 중단 상태

    문재인 정부가 판문점 연락사무소 정상화를 추진할 전망이다. 판문점 연락사무소는 지난해 2월 개성공단과 함께 가동이 중단돼 1년 3개월째 남북 간 직통 채널이 단절된 상태다.대선 기간 문재인 캠프의 외교특보를 맡아 통일분야 공약에 관여한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대외부총장은 17일 연합뉴스를 통해 “남북대화 복원은 판문점 연락사무소의 정상화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곧 이와 관련한 새 정부의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 부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 후보로도 거론되는 인물이다. 1971년 판문점에 처음으로 남북 간 직통전화가 설치된 뒤 북한은 지난해까지 여섯 차례 직통전화를 차단했다. 1976년 8월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과 2010년 5월 천안함 폭침에 따른 우리 정부의 5·24 대북제재 조치 등 남북관계가 악화했을 때 짧게는 4개월에서 길게는 4년까지 직통 전화채널이 단절됐다. 양 부총장은 지난 16일 정부 정책브리핑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단절했기 때문에 북한 스스로 복원을 요청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지나친 수동적 자세”라며 “우리가 먼저 6.15 및 10.4 정상선언의 정신에 입각해 상호 체제 존중의 메시지를 보내고, 북한이 판문점 연락사무소의 정상화로 화답하는 것이 현실적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험통화가 이루어지고 전통문이 오고 가면서 실무접촉·고위급회담으로 발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양 부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평화로운 한반도 구상’으로 요약하며 “전쟁의 두려움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한반도 정세변화에 속도와 폭을 조절해 나가겠다는 유연성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논의를 6자 회담의 틀 속에서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가칭 ‘한반도 평화포럼’이나, 6자 회담 틀 밖의 가칭 ‘비핵·평화위원회’에서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 부총장은 “북핵 문제와 남북문제의 접근은 정책적으로 분리하고, 전략적으로 연계하는 것이 현실적 방식”이라며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하더라도 비정치적 대화와 교류를 지속하면서 대화의 속도와 교류의 폭을 조절하는 것이 전략적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총과 칼은 평화를 지킬 수는 있어도 만들 수는 없다”며 “대화와 교류협력은 신뢰를 쌓으면서 평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뉴스 분석] 같은 듯 다른 ‘평화협정’ 카드… 남·북·미·중 출구전략 찾을까

    中, 美 ‘亞 재균형전략’ 약화 포석 北은 핵보유국 지위 보장 노려 비핵화 무게 韓·美, 다소 입장차 미·중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합의를 즈음해 재등장한 평화협정 주장이 계속해서 동북아 외교가를 맴돌고 있다. 안보리 결의가 임박하며 중국이 제재 국면 이후 ‘출구 전략’ 차원에서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카드를 꾸준히 들이미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한·미와 북·중이 이에 대해 같은 듯 또 조금씩 다른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추후 이들의 입장이 어떻게 조율될지 주목된다. 최근 평화협정 주장은 중국이 가장 적극적이다. 중국은 지난 17일 왕이 외교부장이 비핵화·평화협정 병행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래 여러 계기로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방한 중인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29일 윤병세 외교장관,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전날에 이어 이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중국의 주장은 북한에 동조한 면이 강하지만 또 다소 결이 다르다. 중국은 6자 회담 의장국으로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 영향력을 강화하고 또 평화협정을 통해 미국을 견제한다는 의도가 짙다. 평화협정에는 주한미군 철수가 얽혀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반면 ‘핵·경제 병진 노선’을 천명한 북한은 평화협정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는 물론 ‘핵보유국’ 지위를 보장받으려는 심산이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미국이 계속 부당한 조건을 내세워 평화협정 체결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일 체제의 북한은 평화체제와 비핵화의 동시 이행을 주장했지만 김정은은 핵보유를 전제로 군비 경쟁 축소를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모든 대화는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북한이 4차 핵실험까지 감행한 상황에 사실상 남북 대화의 가능성은 전무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와 입장을 같이했던 미국이 최근 미묘한 입장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말 북한과 비공식 평화협정 교섭을 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비핵화 의제를 포함하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평화협정을 강조한 중국과 달리 비핵화에 무게를 둔 것이지만 우리 정부와도 다소 입장 차가 나타난 것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평화협정에 대한 이 같은 이견들이 조율되는 과정에 제재 국면 이후 출구전략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이 강조점은 다르지만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공히 언급한 데서 볼 때 ‘물밑 교감’이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당장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외교적 수사’일 수 있지만 3월 말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 채널 대화가 이뤄지면 방안이 구체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우리는 지속적으로 제재를 한다는 것이지만 미·중이 출구전략 차원에서 동시에 평화협정을 부각시키면 언젠가는 대화국면으로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 외교안보 당국의 보다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대목이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김정은, 노동당 70년 축하할 뭔가 원한다”

    “김정은, 노동당 70년 축하할 뭔가 원한다”

    “북한의 행동을 미국과 한국의 정책 렌즈를 통해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분석보다는 북한 내부의 이유를 봐야 한다.” 2012년 1월 서방 언론사 중 처음으로 AP통신 북한 평양지국장을 지낸 진 리는 30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단독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2세인 그는 2008년 AP통신 서울지국장을 맡아 평양지국 개설을 주도하면서 북한 문제를 취재해 왔다. 리 전 지국장은 최근 타결된 남북 고위급 접촉에 대해 “남북이 다시 대화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북한 리더 김정은은 여전히 그의 권력 기반을 공고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그는 자국민에게 자신이 남한과 역사적 데탕트(긴장 완화)를 협상할 능력이 있는 정치인일 뿐만 아니라 외부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지킬 수 있는 장군임을 보여 주기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현재 남북 간 긴장과 화해는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당 70주년 기념식에 반영될 것”이라며 “김정은은 축하할 무엇인가를 원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리 전 지국장은 “미국과 한국 정부는 이(북한 내부 상황)를 이해하면서 양국 국민에게 북한으로부터의 어떤 도발에도 굳건히 대응할 것임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며 “한·미 정부는 북한의 군사 및 핵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면서도 북한에 능숙하게 관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과 평화롭게 지내고자 한다면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리 전 지국장은 지난해 AP를 떠나 지난달까지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9월부터 연세대 국제학부에서 북한 관련 강의를 한다. 다음은 리 전 지국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 최근 남북 고위급 접촉이 타결됐다. 남·북·미 관계 전망은. -남북이 다시 대화를 하는 것은 긍적적 신호다. 안보 위협이 없다면 북한을 무시해도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북한은 핵무기 추구를 헌법에 명시했고, 매우 실질적으로 핵확산 위협을 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행동을 미국 또는 한국의 정책 렌즈를 통해 보곤 한다. 그러나 북한이 화해의 손길을 확대하는 것 뿐 아니라 이웃국가들에 도발하는 데는 자국 내부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리더 김정은은 여전히 그의 권력 기반을 공고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는 자국민들에게 자신이 남한과 역사적 데탕트(긴장 완화)를 협상할 능력이 있는 정치인일 뿐 아니라 외부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지킬 수 있는 장군임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현재 (남북 간) 긴장과 화해는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당 70주년 기념식에 반영될 것이다. 북한의 리더십(김정은)은 축하할 무엇인가를 원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 정부는 이(북한 내부 상황)를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 국민들에게 북한으로부터의 어떤 도발에도 굳건히 대응할 것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미 정부는 북한의 군사 및 핵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면서도 북한에 능숙하게 관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 미국 언론 최초 평양지국장을 역임했다. 어떤 경험이었나. -(2008년) AP 서울지국장으로서 일을 시작한 첫날, 나의 우선순위 업무가 평양에 AP 사무실을 여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놀라 말문이 막혔다. 미국 기자는 극소수만 북한에 들어가는 것이 허용됐기에 그 곳에 사무실을 여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과제로 보였다. 그러나 AP 최초의 한국계 미국인 지국장이자 북한이 함께 일할 수 있겠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나는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사람’이었다. 그 일은, 주변의 많은 압력과 비판 속에 내가 맡았던 가장 힘든 과제였다. 그러나 외국 기자들에게 가장 척박한 언론 환경으로 알려진 나라에 미국 언론사 최초로 사무실을 열었다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했다는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나는 우리가 밖으로부터 아는 것을 북한 내부로부터 보도한 것을 통해 보완할 수 있도록 미래의 언론인들이 북한 땅을 직접 밟을 수 있는 길을 닦았기를 바란다. 북한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겪은 경험은 나에게 ‘선전’과 ‘극장’으로부터 벗어난 북한과 북한 사람들을 보는 기회를 제공했고, 일상생활을 사는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북한인을 알게 했다. 그들은 힘든 경제적·정치적 상황에서, 그리고 정부가 그들을 둘러싸고 빠르게 변하는 세계로부터 위협을 받는다고 느끼는 나라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는 강인한 사람들이다. 북한 사람들과 평화롭게 지내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면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이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언론인 출신 북한 전문가로서 계획과 포부는. -북한에 대한 여러 글을 쓰고 있는데 책으로도 펴내고 싶다. 지난 몇 년 간 사진작가들과 인스타그래머들이 우리가 북한 내부의 삶을 엿볼 수 있도록 많은 일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북한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전하고 북한에 대한 통찰력과 역사, 맥락을 제공하는 글을 통해 독자들과 시청자들이 북한을 잠깐 보는 수준에서 벗어나도록 할 때가 왔다. 북한에 있는 동안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동 등 내가 배운 것을 나누고 싶다. 강연과 사진, 비디오, 글을 통해 정책 입안자들 및 대중과 이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을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9월 2일부터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학부에서 북한에 대한 미디어 연구 수업을 가르친다. 미래의 정책 입안자들과 외교관들, 정부 관리들, 국제 구호원들, 사업가들, 그리고 언론인들이 북한처럼 폐쇄된 나라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흐리는 선전과 정치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미래 세대 리더들이 북한에 대한 정보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연세대 학생들과 사진·기사를 공유하고, 공유한 정보와 도구들로 그들이 나아가는 것을 보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다. 다양한 배경과 관점을 가진 학생들이 북한에 대한 정보를 흡수하고 퍼뜨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창의적이고, 지략이 넘치고, 적극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전 정신을 심어주고자 한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김관진·리수용 美로… 꽉 막힌 남북 돌파구 열리나

    김관진·리수용 美로… 꽉 막힌 남북 돌파구 열리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미국 방문이 주목받는 것은 남북과 미국 간의 3차원 대화가 미국을 무대로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김 실장의 방미에 즈음해 북한 외무상(외교부 장관)도 15년 만에 미국을 방문, 남북 고위 당국자의 연이은 ‘방미 이벤트’가 9월에 이뤄진다. 미국으로서도 이 자리가 필요하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이 4차 핵실험 등과 같은 고강도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관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이라크 공습을 계기로 중간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북핵 등의 도발 위험성을 낮춰야 하는 백악관이 중간선거를 계기로 대북 라인을 재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교·경제적으로 봉쇄를 돌파해야 하는 북과 남북 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남, 상황을 관리해야 하는 미국 간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시점에 ‘장소’가 제공되는 등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순서상으로는 한·미 간의 1차 조율이 가장 앞설 가능성이 높다. 리수용 북한 외무상과 미국 간 접촉 가능성에 대비해 주요 이해관계를 조정, 점검하는 자리가 필요하기도 하다. 한 주요 외교 관계자는 이날 “논의할 현안이 많다”고 말했다. 한·미 당국은 북핵 문제와 대북 제재 등 의제에 대해 논의하며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요구하는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조율할 수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 재연기 문제, 일본의 집단자위권 결정과 관련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문제 등 동아시아를 둘러싼 안보 논의도 필수 논의 사항이다. 뒤이을 리 외무상의 방미는 북·미 관계에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리 외무상은 유엔 기조연설을 북핵과 관련된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해 북한의 입장을 밝히는 장으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막후 채널이 가동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조우 여부도 관심이다. 이후에는 한국과 미국의 연쇄 접촉이 준비돼 있다. 한·미 양국은 연쇄적으로 고위급 외교안보 협의를 진행, 북한·북핵 문제와 동맹 현안에 대한 조율을 이어 갈 예정이다. 오는 10월에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한·미안보협의회(SCM)차 워싱턴을 찾는다. 이어 외교·국방장관 간 협의체인 ‘한·미 2+2 회담’ 개최도 추진 중이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방북’ 류전민, 이례적 서울 직행… 6자 재개 구체적 메시지 전하나

    ‘방북’ 류전민, 이례적 서울 직행… 6자 재개 구체적 메시지 전하나

    지난 17일부터 중국 외교부 대표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 중인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이 방북 직후 한국을 방문해 주목된다. 미·중 외교수장 간 북한 비핵화 방안이 논의된 시점에서 중국 고위 인사가 방북 행보 후 서울을 찾는 건 이례적이다. 북핵 대화 재개를 둘러싼 구체적인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19일 “류 부부장이 방북 후 곧바로 한국을 방문한다”며 “북·중 간 논의된 현안을 우리 측에 설명하는 전략적 소통 차원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20일 오전까지 북한에 체류하는 류 부부장은 당일 오후 방한하기로 했다. 한·중 및 북·중 양자 관계를 다루는 류 부부장은 22일까지 서울에서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와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우리 측 외교·안보라인과 회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류 부부장의 방북 행보는 지난 14일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간 논의된 북한 비핵화 방안과 맞물려 있다는 관측이다. 케리 장관은 방중 때 북핵 문제와 관련, “사안의 긴급성을 고려해 앞으로 진지한 대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류 부부장이 북한에 미·중 양국 방안을 전달하고, 북·중 간 협의된 사안을 토대로 우리 측과 6자회담 재개 조건을 조율하는 수순이라는 시각도 있다. 케리 장관의 동북아 순방과 류 부부장의 방북을 매개로 남·북·미·중 간 ‘북핵 4각 협의’가 이뤄지는 셈이다. 류 부부장이 남북 고위급 접촉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과 만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남북 관계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중국 외교부가 이날 공개한 방북 결과 자료에 따르면 류 부부장은 북한에 “중국은 한반도에서 난이 일어나거나 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김대중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 주도적 추진 박재규 前 통일장관에게 들어본 ‘김정은 체제 2년’

    [김문이 만난사람] 김대중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 주도적 추진 박재규 前 통일장관에게 들어본 ‘김정은 체제 2년’

    지난 12일 북한의 사실상 2인자였던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세계의 이목이 북한으로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젊은 지도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거침없는 행보를 지켜보며 앞으로의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도 장성택의 처형이 북한을 새로운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 북한에서 대규모 숙청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북한에서 일어날 후폭풍과 남북 관계, 나아가 북·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지 2년을 맞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최근 인민군 설계연구소와 마식령 스키장 등 각종 위락시설을 돌아보며 장성택 처형이라는 ‘큰 사건’을 마무리하고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했듯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대한 실적 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평양발 소식은 북한이라는 특수체제로 인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혼돈’과 ‘혼란’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김정은 체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이고 그에 따른 남북 관계는 향후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박재규(경남대 총장) 전 통일부장관을 만났다. 박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 때 남북정상회담을 주도적으로 추진했고 남북장관급회담 남측수석대표, 대통령자문 통일고문 등을 지낸 바 있어 누구보다도 북한 권력층의 내부 사정과 한반도 주변 정세에 밝은 인물로 꼽힌다. 먼저 장성택 처형과 관련된 얘기부터 나왔다. →북한은 지난 8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통해 장성택을 실각시킨 지 4일 만인 12일 장성택을 신속히 처형했습니다.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영도체계 확립’을 부각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를 계기로 장성택 관련 당·정·군 인맥은 물론이고 전반적으로 정풍과 인사쇄신의 숙청작업이 대대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정은 체제에서의 ‘유일영도’를 거부하는 자는 처벌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 것이지요. 다시 말해 최고 영도자에 대한 도전은 반드시 처벌된다는 것을 신속한 진행으로 대내외에 알림으로써 처형에 대한 정당성 확보 및 1인 절대 지배체제의 확립을 도모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장성택의 죄목을 보면 ‘국가전복’ 혐의가 있습니다. 이는 장성택이 쿠데타 등 정변을 일으키려 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12월 8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지목한 ‘반당·반혁명 종파행위’보다 더 무거운 ‘국가전복 음모’로 최고 권력 찬탈을 기도했다는 것이 국가안전보위부 특별 군사재판 판결 내용입니다. 즉 국가전복 음모를 위해 ‘불순 이색분자’ 등을 주요 직책으로 끌어들여 무리를 규합했으며, 장성택의 우상화를 꾀했고 당의 방침보다 장성택의 말을 더 중시해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불복하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하고 있지요. 이렇게 구체적 죄목으로 볼 때 이는 1인 영도체제에 반하는 것으로 북한의 정치체제 현실에서는 수용되기 어려운 것입니다. →장성택 처형이 북한 내부 정치체제의 안정과 경제개발 추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며, 대남 및 대외 관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장성택 제거 이후 그동안 경제개발의 여러 부문에서 추진해 오던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핵 문제 등의 걸림돌로 외자유치 및 대외 경제협력이 순조롭지 못한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정치적 숙청의 회오리는 경제개발 추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대외관계 또한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정치적 문제 해결에 주력할 것이며 내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되면 대외적인 상황과 연계해 출로를 마련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내부 정치적 변화와 무관하게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대외·대남 관계에서 의외로 유연한 자세와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장성택 처형이 부인 김경희 비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지요. -장성택의 숙청에도 불구하고 김경희는 ‘백두혈통’인 김일성의 딸이라는 점에서 위상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김 비서는 최근 건강도 좋지 않아 조용히 지낼 것으로 보입니다. 김경희와 장성택 사이에 외동딸이 있었으나 프랑스 유학 도중이던 2006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총장은 아마 유일한 혈육인 딸이 살아 있었다면 장성택과 김경희 사이가 멀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총장은 또 장성택과는 몇 차례 만난 인연도 있다. 이와 관련, 2005년 남북정상회담 5주기 행사차 방북했을 때 박 총장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장성택 선생은 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웃으면서 “(2002년 경제시찰단 당시) 남쪽에 내려갔을 때 폭탄주를 많이 마셔서 건강이 안 좋아 휴양차 보냈다. 건강이 회복되고 있으니 곧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몇 개월 후 장성택은 다시 당으로 복귀했다. →김 제1위원장이 권력을 세습한 지 2년이 됩니다. 그동안 북한에서 진행된 ‘김정은 체제’ 구축 과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김정일에 비해 짧은 후계 구축 기간과 준비 기간을 감안하면 2년 만에 ‘김정은 유일 영도체계’가 비교적 순탄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판단됩니다. 후계 권력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데에는 중국의 협력과 김정은 후견 세력(김경희, 장성택, 최룡해 등)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미 아버지 김정일이 2009년부터 차분하게 권력세습과 관련한 갖가지 준비를 철저히 했고 아버지 사망 이후 신속하게 최고 영도자로서 모든 권력의 지위를 승계했지요. 장성택 숙청을 계기로 이제 당·정·군에 대한 ‘김정은 리더십’의 홀로서기가 가능해졌습니다. 앞으로 수령의 권위에 대한 도전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엘리트들의 수직적 균열 가능성은 낮지만 급격한 권력 엘리트의 부침으로 인한 엘리트 집단 간 수평적 균열 가능성은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김 제1위원장의 최우선 관심사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한마디로 말해 ‘유일영도체계’ 구축과 경제건설입니다. 이는 절대권력을 유지하고 군사적 대결 태세와 함께 경제강국을 통해 체제의 생존을 보장받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한 해 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경제재건 및 인민경제 향상에 주력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단기적인 체제의 안정과 장기 집권의 토대를 구축하고 경제난 해결을 위해 경제 분야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입니다. →각종 위락시설 및 마식령 스키장, 세포등판 건설 등이 북한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를 하는지요. -북한이 처한 현실, 즉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외자유치의 한계, 단기적으로 주민생활 향상 효과를 보여줘야 하는 현실적 조건 등을 고려한 조치로 생각됩니다.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을 통해 뭔가 달라졌다는 변화를 구체적·체험적으로 느끼게 해준다는 차원에서 각종 위락시설을 건설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일 시대에 비해 김정은 시대 들어 경제적·정치적 측면에서 북한의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김정은 체제의 안정과 국제사회 고립에서의 탈출, 경제난 해소 등을 위해서는 중국의 지원이 필수적인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국제사회의 제재와 남북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북·중 협력관계를 통해 각 분야에서 출로를 모색하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요. →미국이 북한의 선행조치를 강조하는 등 6자회담 재개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앞으로 북핵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는지요.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국가 기본전략으로 채택해 ‘핵·경제 건설 병진 노선’에 따라 핵 개발을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는 한편 체제안정 보장 및 경제지원을 위해 미국 등을 향해 협상을 꾸준히 요구하겠지요. 핵 보유를 선언한 북한과의 대화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우선돼야 합니다. 6자 회담 재개를 놓고 남·북·미·중 간 각축이 심할 것으로 보이며 북한의 내부 정세도 중요한 변화의 요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새로운 한 해가 밝아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 및 발전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남북 상호간의 신뢰 형성은 ‘과정’이 필요한 것이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북아 안보 구도 및 환경의 변화로 주변국들 간 이해와 대립 경쟁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볼 때 남북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요. 박근혜 정부는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긴 안목을 갖고 원칙을 유지하면서 유연한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인도적 사업, 민간차원의 교류활동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김정은 정권은 핵개발에만 의존해 경제문제를 풀려고 하지 말고 비핵화의 방향에서 체제안정 및 경제회복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관련국들의 협력 없이 ‘핵·경제 건설 병진 노선’은 성공할 수 없거든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요즘 근황을 물었더니 “김 제1위원장이 ‘큰일’을 저질러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습니다. 여러 군데 특강을 가야 하고 간담회에 참석하는 일이 많아졌네요”라며 웃는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박재규 前 장관은 1944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났다. 미국 페어레이디킨슨대 정치학과 졸업(1967년), 미국 뉴욕시립대 대학원 졸업(1969년), 경희대 정치학박사(1974년) 등을 거쳤다. 이후 경남대 교수(1973∼1985년), 경남대 총장(1986~1999년), 한국대학총장협회장(1997~1999년), 통일부 장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1999~2001년),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장(2000년), 남북장관급 남측수석대표(2000~2001년), 대통령자문 통일고문(2006, 2008, 2011~2013년), 윤이상평화재단 이사장(2005~2009년), 동북아대학총장협회 이사장(2003~2010년) 등을 역임한 뒤 현재 경남대 총장을 비롯해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 위원, 육군사관학교 자문위원, 주한 미군사령관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상훈으로는 미국 뉴욕 언론연구위원회 공로상(1980년), 미국 클린턴 대통령 세계 체육지도자상(1996년), 제1회 한반도평화상(2004년), 아름다운얼굴 교육인상(2004년), 대한민국 녹색 경영인 대상(2010년, 교육부문) 등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북한사회의 구조적 분석(1972년), 북한평론(1975년), 북한정치론(1984년), 북한의 신외교와 생존전략(1997년), 북한의 딜레마와 미래(2011년) 등이 있다.
  •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남·북·미·중+유엔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남·북·미·중+유엔

    6자회담은 실패했는가. 그렇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이라는 목표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2003년 8월 27일 6자회담이 시작된 이후 북한은 오히려 핵과 미사일 능력을 확충했고, 결국 ‘핵 보유국’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전직 국무부 부장관은 공개적으로, 한국의 전 외교부 장관은 반공개적으로 6자회담의 실패를 선언했다. 6자회담은 완전한 실패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동북아 평화·안보 협력의 장(場)을 열었다는 상징적 의미는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은 6자회담을 동북아 안보 포럼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6자회담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북한과 중국은 계속되길 바랄 것이다. 6자회담은 북한에 더없이 좋은 외교적 놀이터였다. 중국은 의장국 칭호를 부여받고 동북아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과시할 수 있었다. 러시아도 6자회담에 참여하면서 동북아의 ‘플레이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왔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다르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고, 상당한 사전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회담 재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편으로는 6자회담이라는 비효율적이고, 무기력한 틀을 바꿔보려는 시도도 있다. 지난 2월 워싱턴에서 미 국무부의 한반도 문제 당국자를 만났다. “정말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라면, 뭔가 새로운 해법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좀 거칠고, 집요하게 물었다. 그 당국자는 조심스럽게 “6자회담을 대체할 또 다른(another), 비슷한(similar) 포맷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 만난 한 싱크탱크의 부소장은 그 포맷이 “남·북·미·중과 유엔이 참가하는 5자회담”이라면서 “한반도 평화협정을 논의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 5자회담이 가능할까. 최근 미국 측 고위 외교소식통에게 확인질문을 던졌다. 다소 부정적이었다. 우선 러시아와 일본에 “나가달라”고 하기가 외교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 또 유엔이 참가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반문이었다. 이 소식통은 6자회담 내에서 다양한 논의의 조합들을 만드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내에서도 6자회담에 대한 입장은 정리되지 않은 것 같다. 박근혜 정부가 6자회담을 포기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 그러나 현 정부의 국정과제를 보면 “한·미·중 3자 전략대화를 가동해 북핵 문제 해결의 추동력으로 활용하고 유엔,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확대한다”는 부분이 들어 있다. 남·북·미·중+유엔 구상과 궤를 같이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한계에 이른 6자회담의 대안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남북이 합의한 최고의 성공 프로젝트로 꼽혀왔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이라는 굴욕을 당한 이명박 정부도 개성공단만큼은 건드리지 못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이 폐쇄돼도 문제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개성공단이 아니라 개성공단보다 더 큰 그림을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6자회담도 마찬가지다. 회담 재개 자체는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 또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역대 모든 정부가 그런 구상을 해왔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는 6·15 정상회담 등을 통해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켰지만, 주변국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미·중·일·러 모두가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원했다. 박근혜 정부는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핵무장한 북한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관련국 전체에 확산돼 있다. 국내적으로도 ‘원칙 있는’ 대북정책이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 정부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보 구도를 주도적으로 바꿀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온 것이다.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박근혜 정부는 그런 의지와 역량을 갖고 있을까? dawn@seoul.co.kr
  • [정전협정 60년] “남북 신뢰회복 속 평화체제 장기전략 필요”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인 올해 평화협정 체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올 초부터 정전협정 백지화를 공언했고, 노동신문도 최근까지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자고 시종일관 주장하고 있다. 한반도 전문가들도 한반도 정세의 핵심 구조에 불안정한 정전체제가 작동하고 있는 만큼 평화협정 논의가 활발해질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평화협정 담론 자체는 새롭지 않다. 박정희 정부 때 남북 불가침협정 체결이 제안됐고, 북한은 반복적으로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강조해 왔다. 1996년에는 김영삼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4자회담(남·북·미·중)을 제안해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예비회담과 본회담이 반복됐지만 성과 없이 결렬됐다. 2005년 6자회담국이 합의한 9·19 공동성명에도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포함됐지만 북한의 핵개발 가속화로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은 조지 부시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의제화했고,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에 종전선언 논의가 포함되기도 했다. 닭(북한 비핵화)이 먼저냐, 달걀(평화협정)이 먼저냐는 식의 논의 구조도 되풀이되고 있다. 북한은 정전체제의 평화협정 전환을 비핵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고, 한·미는 북한의 선(先)비핵화 조치가 평화 논의의 전제 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평화협정 담론이 겉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체로 남북관계 진전이 향후 평화 논의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정전체제의 안정적 변화→종전선언 등 과도적 조치→교차 불가침 조약 체결→평화협정 체결이라는 4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서 교수는 “남북 모두 상호 불신이 깊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드러내는 등 평화 논의를 위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며 “당사자인 남북 간 신뢰 형성이 일차적 과제이지만 적대적인 분단 체제를 유지하면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평화체제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평화체제로 가는 중간 단계로, 전쟁의 완전 중단인 한반도 종전선언을 통해 정전 관리체제를 종전 관리체제로 전환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정전협정 60년] 종전 직후부터 협상…양측 입장따라 합의·결렬 되풀이

    [정전협정 60년] 종전 직후부터 협상…양측 입장따라 합의·결렬 되풀이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보장하기 위해 쌍방 군 사령관은 각국 정부에 정전협정이 조인되고, 효력을 발생한 후 3개월 내에 대표를 파견해 쌍방의 한급 높은 정치회의를 소집하고 한국으로부터의 모든 외국군의 철거 및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 문제들을 협의할 것을 이에 건의한다’(정전협정 제60항)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는 60년전 총성이 멈춘 직후 시작됐다. 1954년 4월 26일부터 6월 15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정치회담에서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논의했지만, 유엔군 측과 공산군 측의 첨예한 입장 차로 성과 없이 종료됐다. 이후 1950~1980년대 남북 대치 상황에서 평화체제 논의가 끼어들 틈은 없었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에 ‘통일은 서로 상대방을 반대하는 무력행사에 의거하지 않고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하여야 한다’는 문구 정도만 포함됐다. 남북은 1989년 2월부터 남북 고위급회담을 준비하는 예비회담을 진행했다. 예비회담은 8차에 걸친 협상 끝에 1990년 7월 고위급회담 개최를 합의했다. 1992년 2월 18~21일 평양에서 개최된 제6차 고위급회담에서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 제5조는 ‘남과 북은 현 정전상태를 남북 사이의 공고한 평화상태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며 이러한 평화 상태가 이룩될 때까지 현 군사정전협정을 준수한다’고 합의했다. 남북이 처음 정전상태의 평화상태로의 전환을 공식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1991~1996년 북한은 공산군 측 군사정전위와 중립국감독위 대표들을 철수시키면서 정전체제를 와해시키는 조치들을 취했다. 1996년 4월 제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빌 클린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할 4자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1997년 12월부터 1999년 8월까지 6차례 남·북·미·중 4자회담이 열려 한반도 평화 체제와 긴장 완화를 협의했지만 합의 없이 결렬되고 말았다. 북한 측이 주한미군 철수를 의제로 설정할 것과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고집한 탓이다. 2002년 10월 2차 북핵 위기가 불거지면서 남·북·미·중·일·러 6자회담이 시작됐다. 2005년 9월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폐기해 한반도 비핵화를 이룩하기로 합의한 9·19공동성명과 성명의 1단계 조치에 합의한 2·13합의를 통해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시기에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을 합의했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마지막으로 언급된 것은 최근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2007년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다. 10·4선언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한다’고 뜻을 모았다.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회의록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김 위웡장에게 “남북 주도하에 통일지향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이를 위해 북·미 관계 정상화와 남북 군사적 신뢰구축을 통한 냉전체제 종식과 핵문제 해결이라는 두 가지 큰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0년간의 남북 회담 가운데 가장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평화체제를 언급한 입장표명이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데스크 시각] 베이징, 랜초미라지, 판문점… 그리고 서울, 평양/박홍환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베이징, 랜초미라지, 판문점… 그리고 서울, 평양/박홍환 정치부장

    중국 베이징에서 미세하게 포착된 한반도 정세의 변화 징후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또렷해지고 있다. 지난달 말 베이징 북·중 접촉, 그리고 7~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 휴양지에서의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9일 판문점 남북 접촉을 거치면서 불과 20일도 안 되는 사이에 한반도 정세는 대치 국면에서 대화 모드로 급격히 바뀌었다. 남과 북의 실무 당국자가 활짝 웃으며 악수를 주고받는 모습은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세계의 ‘분쟁 리포터’들이 서울에 몰려들어 당장이라도 로켓포가 떨어질 듯 호들갑을 떨던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 그 어떤 드라마에도 이 같은 극적인 반전은 없을 듯하다. 하지만 ‘반전 시나리오’는 이미 우리 주변에 준비돼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연초 가장 큰 관심은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그리고 북한까지 한반도 관련국들에 예외 없이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 가져올 한반도 정세의 변화 가능성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밀접한 스테이크홀더(이해당사자)인 남·북·미·중 4개국에 의해 만들어질 ‘새 판’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기억이 새롭다. 앙시앵레짐(옛 체제)과의 작별이라고나 할까. 새로운 리더십은 누구라도 자신만의 독자적 색깔을 과시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기도 했다. 물론 당시 한반도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에 착수했고, 북한은 이에 반발해 핵무기를 거론하며 더 큰 위협을 장담했다. 그리고는 마침내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거침없었다. 변화에 대한 기대는 신기루처럼 원래부터 허상인 듯했다. 하지만 모르고 있던 사이에 변화의 싹은 이미 자라고 있었다. 무엇보다 북한의 가장 큰 후원자였던 중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권력을 완전히 이양받은 3월 이후 대북 정책의 ‘출구전략’을 모색했다. 특사 파견 요청을 무시하면서 북한을 애태우더니 관영 매체를 동원해 북한의 무모함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는 ‘북핵 공조’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과 ‘신형 대국관계’를 구축하려는 시 주석으로서는 미국과의 대결보다는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달 22일 베이징에 등장한 김 제1위원장 특사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표정은 기대에 차 있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떠들썩하게 최룡해의 방중을 보도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 지방출장에서 돌아온 시 주석을 어렵게 면담한 최룡해는 밤 비행기에 노구를 싣고 평양으로 조용히 돌아갔다. 돌이켜보면 결국 이 지점이 한반도 정세 변화의 출발점이었던 셈이다. 랜초미라지에서의 미·중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고립무원’ 상황을 눈치챈 북한은 결국 대화 테이블로 돌아왔다. 박근혜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베이징에서 시작된 변화의 바람은 저 멀리 미국 랜초미라지를 돌아 판문점까지 도달했다. 이제부터는 오롯이 우리 몫이다. 그 바람이 12~13일 서울을 거쳐 평양까지 당도할 수 있도록 이제는 우리가 큰 날개를 펴야 할 때이다. stinger@seoul.co.kr
  • [사설] 오바마 2기 한반도 체제 변화 우리가 주도해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성공은 큰 틀에서 미국의 대외정책 연속성을 담보한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일로 평가된다. 다만 동북아를 중심으로 한 오바마 2기 4년의 대외환경이 내년에 출범할 우리의 차기 정부와 한·미 동맹의 장래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는 점에서 면밀한 대응이 요구되는 게 현실이다. 당장 차기 정부와 오바마 2기 행정부는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을 계기로 한반도 안보협력의 새 틀을 짜야 한다. 최근 수개월째 이어져 온 한미연합사령부 존폐 논란이 말해주듯 34년째 유지돼 온 연합사 중심의 작전·지휘·군수 편제를 재편하는 일은 결코 섣불리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전격 해체하든, 핵심 기능을 담당할 미니 연합사를 새로 조직하든 한 치의 안보 공백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추진돼야 한다. 대북 정책은 한·미 새 행정부에 더 큰 도전이다. 김정은 체제의 안착 여부가 가려질 향후 3~4년간 북한은 그 어느 때보다 격변의 시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양국이 급변사태를 포함한 북한의 체제 변화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가 향후 한반도의 명운을 가를 공산이 크다. 4년 전 취임 때 대북 유화정책을 펴들었던 오바마는 달라지지 않는 북한의 모습을 보면서 강경노선 쪽으로 돌아섰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는 가시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더 이상 대화는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반면 오늘 출범하는 중국의 시진핑 당총서기 체제의 5기 지도부는 북한과의 정치경제적 거리를 한층 좁혀 나갈 전망이다. 남·북·미·중 4각 체제의 새 틀을 짜는 시점에 우리가 주도적 외교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면 자칫 미·중의 아시아 패권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한반도가 외세에 의해 휘둘리는 과거의 불행을 되풀이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박근혜·민주통합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저마다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쏟아내며 남북관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제 아무리 건설적이라 해도 대외 개방을 두려워하는 북한이 외면하면 그만이고, 따라서 미·중을 여하히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남북관계 개선에 힘쓰는 한편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치밀한 균형 외교를 전개함으로써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주도해 나가는 외교역량을 갖춰야 한다. 고조되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흐름에 적극 대응하는 일도 중요하다. 애플과의 특허전에서 삼성에 참패를 안겨준 미 법원의 결정이나 현대·기아차 연비 표시 시정 요구 등 이미 미국 시장의 한국 견제는 노골화되기 시작했다. 원화 절상과 함께 빨간불이 켜진 수출전선에도 대선주자들이 눈을 돌려야 한다.
  • [여야 대선주자들의 8·15] 野, 독도·위안부 강경메시지… 민심 보듬기

    [여야 대선주자들의 8·15] 野, 독도·위안부 강경메시지… 민심 보듬기

    민주통합당 대선경선 후보들은 15일 광복절을 맞아 독도·위안부 문제에 대해 저마다 강경한 메시지를 쏟아내며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으로 공분한 민심 끌어안기에 주력했다. 문재인(얼굴 왼쪽) 후보는 이날 주한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에 참석, “과거사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일본의 전범기업들이 한국에서 공사를 수주하지도, 정부 조달에 참여하지도 못하게 전범기업의 한국 내 입찰제한 지침을 제대로 만들고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위안부 문제에 우리 정부는 제대로 따지지 못했다.”면서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 약탈해 간 문화재 반환도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했다. ●“위안부 문제 타협 없다” 김두관 후보는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위안부 피해자 생활쉼터 ‘나눔의 집’을 찾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그는 “이렇게 후보가 되어서야 찾아뵌 것을 너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대통령이 되면 위안부와 일제 강제징용, 원폭피해 등 일본과의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 8·15메시지를 통해 집권 1년차부터 헌법개정에 착수, 남북화해협력 정신을 헌법에 포함시키고, 통일부를 대북교류 지원부서로 바꿔 지방자치단체의 대북교류를 전면 자유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가운데) 후보는 “일본군 중위 다카키 마사오였던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 박근혜”라며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경선후보를 겨냥했다. 그는 이날 전남 해남 옥매산 정상에 일본이 민족 정기를 끊기 위해 박아놓은 쇠말뚝 앞에 서서 이같이 말한 뒤 “박근혜 후보는 민족적으로 역사적으로 대통령은커녕 후보가 될 자격도 없다.”고 공격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반일감정에 편승해서는 안 된다. 독도 문제는 일본보다 더 차분하고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박준영 “DJ 햇볕정책 계승자” 손학규(오른쪽) 후보는 서울 효창동 백범 김구 선생의 묘역을 찾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의 관계가 적대관계가 됐다.”며 “대선을 맞아 남북 관계의 대전환을 이뤄야 하고 2013년을 남북통일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영 후보는 전남도청 김대중 강당에서 열린 제6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서울-평양-워싱턴 연락대표부’ 설치와 남·북·미·중 4개국 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하며 자신이 DJ의 햇볕정책 계승자임을 강조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北 리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방미

    북한의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오는 17~20일 미국 조지아대에서 열리는 민간 학술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초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던 원동연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은 미국 측으로부터 비자를 받았으나 불참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3일 “박한식 조지아대 교수가 ‘남·북·미 3자의 트랙 2’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준비 중이며 북한 측에서는 리 부위원장이 참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한편 세미나에는 우리 측에서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 문정인 연세대 교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등 여야 정치인과 학자, 미국 측에서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대사 등 한반도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북한, 안 망한다 북핵 포기 안해…中, 北 안 버린다”

    “북한, 안 망한다 북핵 포기 안해…中, 北 안 버린다”

    “북한은 붕괴하지 않을 것이며,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 중국은 북한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2003년 초부터 2005년 초까지 북핵 6자회담 초대 수석대표를 맡았던 이수혁 전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최근 펴낸 저서 ‘북한은 현실이다’(21세기 북스)에서 전제한 세 가지 가설이다. 이 전 차관보는 “이들 가설은 미래까지 지속되면 안 된다는 의미의 반어적이고 역설적인 것이지만 그동안 체험한 우리 민족의 거대한 벽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북한 문제를 이념이나 감정의 문제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근본적인 체제 전환을 이룰 수 있는 외교정책과 대북정책의 묘수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통일한국 실현에 대한 확신과 당위, 추진력이 조화된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분단 이데올로기를 이해하고, 깊은 정치철학과 뚜렷한 역사인식으로 무장된 지도자가 출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핵문제 전문가인 이 전 차관보가 제시한 정책 제언은 다음과 같다. 그는 “북한 내부 정세, 미·중의 세계적 힘의 변화, 남·북·미·중 4개국 간 상호 관계의 변화, 북한의 대남 군사 도발, 북핵 문제의 진전, 통일 전망 등 여섯 가지 한반도 핵심 관심사를 면밀히 관찰해 대응해야 한다.”며 “평화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 불용, 북핵 불용, 국내 문제 불간섭 등 세 가지 원칙을 확인하고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결연한 자위권 행사, 북핵 문제의 근본적 접근, 가치 공유와 공동체 실현 등 3개 전략 및 한·미 동맹 유지, 한·중 관계 강화, 남북 교류 발전 등 3개 실천사항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오늘의 눈] 6자회담 워킹그룹 활용하자/김미경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6자회담 워킹그룹 활용하자/김미경 정치부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9일 외교통상부 업무보고에서 “내년에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폐기를 반드시 이끌어내야 한다.”며 6자회담에 힘을 실었다. 특히 “6자회담을 통해서 하지만, 남북이 협상을 통해 핵을 폐기하는 데 대한민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6자회담과 남북대화에 부정적이었던 이 대통령의 달라진 발언은, 다음 달 19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개되고 있는 6자회담 외교전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당장 남북대화에 나서기는 어렵지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라는 장을 활용해 남북이 협상함으로써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남북관계와 6자회담은 그동안 선순환적으로 진행된 사례가 많다. 지난 2007년 6자회담 ‘2·13합의’에 이어 ‘10·3합의’가 나왔을 때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려 남북관계가 6자회담을 떠받쳤다. 6자회담 속 남북과 북·미 접촉은 진통 속에서도 회담 진전의 윤활유 역할을 했다. 그러나 기존 틀로 돌아가는 6자회담은 남·북·미 간 아무리 협상을 해도 북한이 달라지지 않는 한 진전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미 등은 이미 ‘회담 재개를 위한 회담’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렇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이 강조한 것 처럼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김일성 주석의 유훈인 비핵화를 결심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 2007년 ‘2·13합의’를 보면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 경제·에너지 협력,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등을 협의하는 워킹그룹이 설치돼 있다. 6자회담이 당장 열리기 어렵다면 경제·에너지 협력 워킹그룹 의장국인 대한민국이 나서 3자, 4자, 5자 접촉을 통해서라도 비핵화와 대북 지원, 평화체제 등을 협의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chaplin7@seoul.co.kr
  • “분단의 상처 한땀한땀 꿰매는 중”

    “분단의 상처 한땀한땀 꿰매는 중”

    천안함 사태 이후 냉각됐던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 조짐이 보인다. 양측 정부의 이산가족상봉 재개 논의 소식은 모처럼 반가웠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 예정자의 34%가 이미 사망했다는 보도에 반가움이 줄어들었다. 한 달 평균 250명 가까이 세상을 등지고 있다고 하니 안타깝다. 한반도가 반으로 갈라진 지 60년. 가고 싶은 고향 땅과 그리운 가족을 끝내 다시 보지 못하고 세상을 등지는 실향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는 마치 우리 민족의 통일에 대한 염원이 희미해지고 있음을 꼬집는 것처럼 들려 가슴 한쪽이 뜨끔하다. 서울과 평양은 자동차로 한 시간도 못 되는 거리에 있지만 심리적 거리는 더욱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 북녘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이 하나둘씩 사라진다는 것은 그들의 절절한 목소리를 들을 기회를 잃어버린다는 것과 같다. 애끓는 절규가 없으니 젊은 세대들이 통일에 대한 염원과 당위성을 가지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는 요즘 일부 젊은이들은 통일을 귀찮은 짐으로 여기기도 한다. 통일세 문제가 나왔을 때의 반응만 봐도 그렇다. 현실 가능한 대북지원책은 제쳐 두고 통일세를 불쑥 꺼낸 정부의 처사가 거북했기 때문이라지만, 이 문제가 언제 다시 나오든 심리적 저항감을 누그러뜨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갈라진 땅이, 사람이 반드시 하나가 돼야 한다는 진지한 ‘발성’(發聲)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은 그런 까닭에 더욱 심장한 의미를 가진다. 성공한 재미 한인 의사이면서 통일운동가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오인동(71) 박사가 쓴 두 권의 책에는 그러한 목소리가 실려 있다. 나란히 출간돼 더욱 눈길을 끄는 ‘평양에 두고 온 수술가방’(창비 펴냄)과 ‘통일의 날이 참다운 광복의 날이다’(솔문 펴냄)는 남북문제와 통일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저명한 정형외과 의사인 저자는 황해도 옹진 출신으로 가톨릭 의대를 졸업하고 1970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인공고관절수술법 개발과 고관절기 고안으로 11종의 발명특허를 획득하고 수차례 학술상을 받은 그가 남북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는 1992년 재미한인의사회 대표단으로 북녘 땅을 처음 밟으면서. ‘평양에 두고 온 수술가방’은 그의 네 차례에 걸친 생생한 방북기다.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지난 6월까지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지켜본 북한과 그곳 사람들의 변화상, 소통에 대한 희망과 통일에 대한 깨달음 등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 놓고 있다. 그가 전해 주는 북한 이야기는 우리가 여전히 막연하게 품고 있는 편견을 깨뜨리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그도 시작은 어려웠다. 북한의 의료실태 파악을 위해 처음 북녘 의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는 답답한 마음에 분통을 터뜨리고 만다. “저는 여러분들과 함께 의학을 얘기하러 온 사람이지 여러분들의 의술을 훔치러 온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미국 CIA 지시를 받고 온 사람도, 남한의 안기부 끄나풀로 온 사람도 아닙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럴 수가 있습니까?” 화끈하고 솔직한 그의 면모는 마음의 장벽을 걷어내게 했다. 17년 만에 다시 만난 그때 그 의사들과 의기투합해 첫 합동 수술을 집도한 저자의 감격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같은 말을 하면서 의학 용어가 서로 달라 어려움을 겪는 대목에선 분단의 골이 더이상 깊어져서는 안 되겠다는 자성이 저절로 들게 한다. “북한 방문 뒤 통일의 상대방인 북녘은 미국과 적대관계이고, 남녘은 미국과 동맹이라는 이 묘한 삼각관계, 그 속에서 어리석게 희생되고 있는 우리 민족의 참담함이 실질적으로 보였다.” 이 같은 자각은 밀려드는 환자 보기에도 벅찰 저자가 “분단의 시원과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모국의 근현대사를 다시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 의사이자 통일운동가로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다시 정립한 그는 1997년 뜻을 같이하는 동포들과 ‘Korea-2000’이라는 통일연구 모임까지 만들었다. 그는 통일에 대한 한민족의 견해를 알리기 위해 왕성한 기고 활동을 펼쳤다.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노틸러스 등 미국 유력 매체가 그의 글을 실었고 지지했다. 이뿐 아니다. 1998년 남북한 양측 정부에 통일정책건의서를 보내기도 했고, 클린턴 정부는 물론 오바마 정부에도 정책 건의서를 전달하는 등 조국 통일을 위해 쉬지 않고 달렸다. ‘통일의 날이 참다운 광복의 날이다’는 그동안 발표했던 논문과 칼럼을 묶어 낸 책이다. 그의 견해는 서재에서 나 홀로 형성된 것이 아니다. 북한을 방문하면서 만난 여러 고위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 남한의 정부 관계자, 지식인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객관적 타당성을 지니려고 노력했다. 미국 여권을 소지한 한인이자 남·북·미 3국 사이에 낀 운동가인 그가 한반도 바깥에서 바라본 남북문제에 대한 애정 어린 제언은 잔잔한 감동까지 일으킨다. 각 1만 5000원, 1만 8000원.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6자회담 재개 ‘긍정적 → 부정적’

    6자회담 재개 ‘긍정적 → 부정적’

    북핵 6자회담 재개에 관한 한국과 미국의 자세가 하루 만에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낙하했다.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들에게 “6자회담이 올해 상반기 중에 재개되지 않는다고 장담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리고 몇시간 뒤 서울에 돌아와서는 “북한의 입장이나 언행에서 약간의 진전된 흐름이 엿보인다.”고 했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같은 날 베이징에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 사무특별대표와 만난 뒤 “우리는 모두 6자회담의 빠른 재개를 기대하고 있으며 유용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한결 밝은 표현을 내놓았다. 두 사람의 언급은 북한이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쪽으로 중재가 이뤄지고 있으며 공은 이제 한·미로 넘어갔다는 관측으로 연결됐다. 하지만 25일 서울을 방문한 보즈워스 대표와 위 본부장의 면담 직후 나온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의 설명은 차가웠다. 이 당국자는 “어제 위 본부장과 보즈워스 대표의 언급은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게 없으며, 발언이 와전됐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한번 공언한 정책은 잘 바꾸지 않는다.”면서 “여전히 제재의 모자를 쓰고는 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유엔 대북제재 해제 요구를 일단 접는 대신 평화협정 체결 논의를 개시하는 쪽으로 중국의 중재가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중국이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방미를 통한 북·미 추가대화를 미국에 제의했는지에 대해 “중국 측에서는 그런 기류가 강한 것 같다.”면서 “그러나 미국은 6자회담의 가시적 진전이 전제돼야 방미가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이 당국자의 설명을 정리하면, 남·북·미의 연쇄 방중에도 불구하고 결국 진전된 것은 없다는 얘기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한·미가 북측의 평화협정 체결 회담 제의를 시간끌기 전략으로 규정짓고 기존의 ‘숨통 조이기’ 전략을 당분간 더 진행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 당국자는 “비핵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6자회담이 재개돼야지 북한의 지연전술로 인해 재개되는 식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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