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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 때문에…] 어제도… 오늘도… 雨중충한 하늘

    햇빛보다 비나 구름을 보는 날이 훨씬 많다. 서울 지역의 경우, 이달 들어 큰 비는 없었지만 간간이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비가 오지 않은 날은 단 하루뿐이었다. 무려 16일간 비가 쏟아진 것이다. 게다가 비가 내리지 않을 때도 구름이 잔뜩 꼈다. ●중부·호남·충청지역은 수증기 통로 기상청은 이에 대해 “예년과 다르게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를 덮지 못하면서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고 17일 설명했다. 흐리고 비가 자주 내리는 원인이 북태평양 고기압의 발달 형태가 평년과 크게 차이가 난다는 말이다. 8월이면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전체에 걸쳐 발달해 햇볕이 내리쬐다 소나기를 퍼붓는 날씨가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올해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영남지방에만 머물고 있다. 진기범 기상청 예보국장은 “북태평양고기압이 남북으로 발달하면서 우리나라 전체를 덮지 못하고 있는 데다 서쪽에는 작지 않은 규모의 고기압이 위치해 우리나라 서쪽지역이 두 고기압 사이에 끼인 형태가 됐다.”면서 “결국 중부와 호남, 충청지역이 수증기의 통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진 국장은 “대기 중에 수증기가 가득찬 상태라 해를 보기 힘들고 비도 언제 어떻게 내릴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관측했다. ●서울·수도권 일조량 평년의 53% 그쳐 궂은 날이 잦아지면서 일조량은 예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달부터 지난 15일까지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일조량은 평년의 53%인 120시간이다. 충청과 강원의 일조량도 140시간으로 평년의 58%에 그쳤다. 반면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권에 들어 있는 영남지방의 일조량은 200시간을 넘기며 평년의 78~93% 수준에 달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예년보다 기온이 낮고 일조량이 부족, 어업과 농업수확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비 때문에…] 올 추석 차례상엔 ‘햅쌀’이 없다

    올 추석 차례상에서는 햅쌀로 지은 밥을 구경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여름철 내내 비가 내려 벼 생육이 극히 부진한 데다 이번 추석이 빨리 돌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집중호우 피해가 컸던 중부권이 문제다. ●출수기 지연… 새달 돼야 벼베기 가능 17일 충북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시·군 현지조사 결과 벼 이삭이 나오는 출수기가 3일가량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도내 재배면적의 8.5%를 차지하는 조생종 벼베기는 다음 달 중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지역에서 가장 먼저 모를 내고 벼 수확을 하는 양구군도 올해 비가 많이 내리면서 출수기가 2~3일 지연되고 있다. 양구군에선 보통 8월 20일쯤 벼 베기가 시작됐지만 올해는 다음 달이 돼야 벼베기가 가능할 것으로 농민들은 예상하고 있다. 강릉, 고성 등 동해안 지역은 생육이 7일 이상 늦어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양구읍 학조리에서 3만 3000여㎡의 벼를 재배하는 박모씨는 “6월에 20일 가까이 비가 내렸고, 장마가 물러간 7월 하순에도 연일 비가 오더니 최근까지도 햇볕이 비치는 날이 거의 없다.”고 푸념했다. 수도권과 강원, 충청지방 일조량은 지난해보다 10~44% 감소했다. 충남 보령지역의 경우 7월 한 달간 일조량이 지난해(151시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83.8시간을 기록했다. ●예년보다 절기 빨라 햅쌀출하 불가능 이런 상황에서 예년에 비해 올해 절기가 열흘가량 빨라져 추석 햅쌀 출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이 때문에 햅쌀 가격의 일시적인 상승까지 우려되고 있다. 일부 농협은 벼가 100% 익지 않더라도 추석 대목을 겨냥해 조기 수확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김기원 충북도 농산지원과장은 “예년 날씨에는 추석이 빨라져도 조생종 햅쌀을 볼 수 있었다.”면서 “추석 전까지 비가 계속 온다면 수확이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대구세계육상 D-9] 베켈레, 이번에 1만m 5연패 이룰까

    [대구세계육상 D-9] 베켈레, 이번에 1만m 5연패 이룰까

    세계육상선수권 1만m에서 케네니사 베켈레(29·에티오피아)를 꺾을 선수가 있을까. 베켈레가 대구에 온다. 로이터 통신은 17일 “베켈레의 매니저 조스 헤르멘이 베켈레의 대구행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헤르멘은 “베켈레는 대구에서 달릴 것이다. 훈련이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베켈레는 세계선수권 1만m 5연패를 노린다.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몇 년 동안 국제대회에서 베켈레를 이긴 경쟁자는 아무도 없었다. ‘장거리의 우사인 볼트’ ‘장거리의 황제’란 별명은 괜한 말이 아니다. 베켈레는 2003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1만m에서 첫 금메달을 땄다. 이후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휩쓸었다. 탄탄대로였다. 그런데 2005년 위기가 찾아왔다. 그해 1월 중거리 선수였던 약혼자가 훈련 도중 눈앞에서 숨을 거뒀다. 심장마비였다. 이후 몇 차례 대회에서 우승을 못 했다. 몸과 마음이 엉망이었다. 그러나 세계선수권 때부터 컨디션을 회복했다. 2005년 핀란드 헬싱키 세계선수권에서 1만m 세계기록(26분 17초 53)을 작성하면서 왕의 귀환을 알렸다. 2007년 베를린, 2009년 핀란드 세계선수권에서도 모두 우승했다. 현재 5000m 세계기록(12분 31초 35)과 1만m 세계기록은 모두 베켈레가 세웠다. 2009년 세계선수권 뒤엔 마라톤으로 종목을 전환했다. 자신의 우상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의 길을 따랐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장딴지 근육이 파열됐다. 지난 시즌 내내 공식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베켈레가 트랙 종목 역사상 첫 세계선수권 5연패를 달성하려면 1년이 넘는 공백기를 극복해내야 한다. 헤르멘은 “베켈레의 몸 상태는 완벽하지만 공백 기간이 길어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고 했다. 경쟁자는 어린 케냐 선수들이다. 비탄 카로키(21·27분 13초 67), 폴 키픈케취 타누이(21·27분 18분 58초), 마르틴 이룬쿠(22·27분 23초 85) 등이 올 시즌 최고 1~3위 기록을 가지고 있다. 베켈레의 최고 기록과는 50여초 차이 나지만 모두 발전 속도가 빠르다. 대구의 더운 날씨와 낯선 환경을 생각하면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베켈레가 부상 공백을 딛고 대구 대회에서 5연패를 달성할 수 있을까. 결과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도돌이표 코스… 선수엔 ‘독’ 관중엔 ‘꿀’

    도돌이표 코스… 선수엔 ‘독’ 관중엔 ‘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은 마라톤으로 시작해 마라톤으로 끝난다. 오는 27일 오전 9시 여자가 스타트를 끊고, 새달 4일 오전 9시 남자가 대미를 장식한다. 기원전 490년 그리스의 승전보를 알리기 위해 휘디피데스라는 병사가 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 달린 것이 시초라지만 42.195㎞는 선수라도 웬만한 정신력으로는 완주하기 힘든 ‘위대한’ 종목이다. 두 시간 넘는 레이스라 자칫 지루하게 느끼기 쉽지만 알고 보면 재밌다. 이번 대회 마라톤의 관전 포인트는 뭘까. ●코스 코스는 변형 루프코스(도돌이표 코스)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출발해 청구네거리~수성네거리~두산오거리~수성못~반월당네거리를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오는 15㎞ 구간을 두 바퀴 돌고, 같은 구간을 단축해 12.195㎞를 더 달려 순위를 가린다. 관중은 선수들을 무려 세번이나 응원할 수 있다. 팬 입장에서는 흥미로울 수 있지만 사실 선수들에게는 ‘독’이다. 같은 코스를 반복해 뛰는 선수들은 생소한 코스를 새롭게 뛰는 것보다 더 심한 스트레스를 느낀다. 출발점을 지날 때마다 순간순간 포기하고 싶은 욕구를 견뎌내야 한다. 레이스가 치러질 코스는 경사가 심하지 않고 평탄하다. 그러나 이것도 주의해야 한다. 황영조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경보 기술위원장은 “쉬운 코스에서는 선수들이 오버페이스를 범하기 쉽다. 극한의 체력을 요구하는 특성상 페이스 조절은 레이스 성패와 직결된다.”고 경고했다. ●폭염 대구의 더운 날씨는 유명하다. 높은 기온과 낮은 습도, 게다가 후끈 달궈진 아스팔트를 뛰기 때문에 체감하는 더위는 상상 이상이다. 지난 12일 실전코스에서 훈련을 마친 마라톤 대표팀은 ‘폭염’에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황 위원장도 “무더위가 변수가 될 것 같다. 오사카 대회처럼 기권자도 꽤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07년 오사카 대회 때 마라톤은 ‘혹서(酷暑)의 서바이벌 레이스’로 불렸다. 조직위에서는 더위를 식혀줄 안개 샤워구간을 10m 정도 마련했지만 소용없었다. 피니시 지점의 기온은 33도로 역대 최고였다. 참가자 85명 중 무려 28명이 중도 기권했다. 루크 키베트(케냐)는 2시간 15분 59초로 우승했지만 이는 1983년부터 개최된 세계육상대회 사상 최악의 1위 기록이었다. 당시 박주영-김영춘-이명승으로 구성된 무명(?)의 한국팀은 완주를 한 덕분에 단체전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국팀 응원하는 ‘내 팀’이 있으면 보는 재미는 곱절이 된다. 한국선수 중 가장 좋은 기록(2시간 8분 30초)을 보유한 지영준이 불참하지만, 정진혁(최고기록 2시간 9분 28초)·김민(2시간 13분 11초·이상 건국대), 황준현(2시간 10분 43초·코오롱) 등 5명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세계 정상권과는 기록 격차가 있지만 메달 획득 가능성이 없진 않다. 개인전도 가능하고 특히 단체전은 기대할 만하다. 나라별 출전선수 5명 가운데 기록이 좋은 상위 3명의 성적을 합산, 순위를 매기는 번외종목이다. 2007년 오사카 은메달을 딴 경험도 있다. 정윤희(2시간 32분 09초)·최보라(2시간 34분 13초)·박정숙(2시간 36분 11초·대구은행) 등으로 구성된 여자팀도 단체전 시상대에 서는 게 목표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농산물이 물가폭등 주범 몰려 억울… 비중 8.8%뿐인데”

    “농산물이 물가폭등 주범 몰려 억울… 비중 8.8%뿐인데”

    “농산물 가격의 폭등만 이야기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농산물 가격은 하루하루 변동성이 크고 전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8%로 적기 때문에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내린 품목도 있는데 오른 품목만 강조하는 바람에 농민들의 불만도 크다고 전했다. 지난 11일 정부과천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서 장관은 통계청에서 농산물 물가를 조사할 때 상(上)·중(中)·하(下)품에 대한 기준이 없는 점을 꼬집었다. 일반 국민들은 대부분 중품을 쓰기 때문에 통계청의 물가조사 기준도 이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이후 주말마다 농정 현장을 돌아다녔는데, 현장 건의에 대한 검토 사례는. -태풍·우박 등으로 보험 보장범위가 한정돼 있는 사과에 대한 재해보험을 모든 재해에 대해 보장받을 수 있도록 확대해 달라는 건의가 있었다. 앞으로는 사과·배·단감 등 5개 품목에 대해 대부분의 재해를 보장하는 종합위험방식으로 시행령 개정작업이 진행 중이다. 저온 피해라든가 기습강우 등에 대한 재해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4.7%인데 주로 농산물 가격 상승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농산물 값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2% 올라 다른 품목보다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농산물이 전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8%다. 특히 상추값은 최근에 많이 떨어졌다. 농산물은 하루하루 변동폭이 크다. 물가를 상품 중심으로 잡는 경향이 있어 통계청에 농수산식품 분야 물가 통계 기준의 전면 재검토를 요청했다. 일반 소비자들은 상품보다 중품을 주로 쓰는데 통계청에는 그런 기준이 없다. 구체적인 물가지수 기준을 검토하기 위해 농촌경제연구원에서 소비자들의 농수산식품 소비행태를 조사 중이다. 중품을 기준으로 하면 공급량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물가는 덜 오르게 된다. 다음 주말쯤 결과가 나올 것이다. →산지 쌀값이 높아졌는데, 향후 쌀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대책은. -통계청에서 작년도 생산량을 429만t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도정수율(벼의 무게에 대한 도정된 백미의 백분율)이 평년에는 72%인데, 지난해에는 날씨가 좋지 않아 70%밖에 안 나왔다. 실제 쌀 생산량은 420만t 정도밖에 안 된 거고, 그래서 쌀값이 올라간 것이다. 유통구조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 →기획재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할당관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농식품부는 관련 산업을 살려야 된다며 종종 맞선다. 농민과 소비자에 대한 배려는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나. -생산자가 지속가능한 농업을 할 수 있는 선에서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 또 우리 농산물 값이 외국산보다 월등하게 높으면 안 사먹는다. 소비자가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기 위해 농가에서 안전하고 위생적인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해야 한다. →유통구조를 선진화하기 위한 투자가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배춧값 중 유통마진이 우리나라는 70%이고, 일본은 85%다. 일본은 배추를 현장에서 다듬어 포장한 뒤 냉장차에 실어 배달하는 시스템이라 유통마진이 더 높다. 우리도 이런 방식으로 하면 유통마진이 더 늘어난다. 쌀 유통마진도 우리나라는 22.1%, 일본이 22.4%, 미국은 59.2%다. 정부는 민간이 취하는 유통마진을 농협을 통해 낮추도록 애쓰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통마진이 정확하게 안 나타난다. -그래서 올해 유통량의 15%에 불과한 농협의 직거래 물량을 2015년까지 50%로 늘리고 농업인 정례 직거래 장터와 사이버거래소 거래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달 중 ‘농산물 소매유통 효율화 태스크포스’를 구성, 도매 이후의 유통경로 추적 및 비용 감축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농협과 현지 상인들이 충돌 없이 같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유럽연합(EU) FTA 타결로 농축산 분야에 피해가 우려되는데, 이에 대한 추가 대책은. -지난 5일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을 재실시해 여·야·정 협의체에 보고했다. 앞으로 15년 동안 누계 피해규모가 2007년 분석 때의 10조 5000억원에서 12조 7000억원으로 2조 2000억원 늘어났다. 오는 19일에 열리는 여·야·정 협의체 회의 때 보완대책의 기본 방향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시설 현대화와 관련해 마늘과 양파는 기계화되면 10년 정도 후에 경쟁력이 있다고 하는데. -마늘과 양파의 파종·수확이 100% 기계화된다면 당장 내년에도 수출품목으로 개방할 수 있다. 논농사는 농약도 뿌려야 되고 제초제도 줘야 하지만, 마늘과 양파는 겨울 작물이라 해동기 때 농약 한번 뿌려주면 끝이다. 농촌진흥청에서 2017년까지 파종·수확을 70% 기계화하겠다고 해서 100% 기계화하도록 지시했다. 전경하·황비웅기자 lark3@seoul.co.kr ■ 서규용 장관은 ▲1948년 충북 청주 출생 ▲고려대 농학과 졸업 ▲기술고시 8회 ▲농림부 식량생산국장, 농림부 차관보, 농촌진흥청장(2001년 4월~2002년 2월), 농림부 차관(2002년 2~7월), 한국농어민신문 사장(2006년 7월~2008년 2월)
  •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인가, 이타적인 동물인가.’  이 질문에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흔히 인간은 이기적이면서 이타적이기도 한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 현대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은 ‘순수하게’ 이기적인 동물이다. 1976년 영국에서 출간된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옥스퍼드대 교수의 이 이론은 여전히 생물학계의 주류로 각광받고 있다. 도킨스의 이론은 결코 이해하기 쉬운 내용은 아니다.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이자 기계’ 정도로 요약된다. 모든 생명체가 자기 보존의 원칙이라는 한 가지 목적만을 갖고 있으며 유전자는 이에 맞춰 프로그램돼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흔히 인간을 동물과 다르게 하는, 남을 위한 희생정신과 이타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타성은 수많은 학자들이 진화생물학을 반박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이번 주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 & What)에서는 ‘인간의 이타성’에 대한 공개재판을 열었다. 피고석에는 역사상 가장 ‘이타적인 과학자’로 꼽히는 러시아의 식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1887~1943)가 앉았다.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를 떠돌며 종자를 모았지만, 정작 본인은 감옥에서 굶어죽은 비극의 주인공이다. 인간의 근원에 대한 왕성한 탐구욕을 보여 온 영화 ‘혹성탈출’ 속 원숭이들의 영웅 시저가 검사로 나서 바빌로프의 이타적 유전자를 기소했다. 바빌로프의 변호는 그의 후계자로 평가받는 ‘녹색혁명의 아버지’ 노먼 빈센트 볼로그(1914~2009)가 맡았다. 시저 니콜라이 바빌로프. 1887년 모스크바 출생. 작물학자이자 식물유전학자, 수집가, 탐험가. 맞는가? 바빌로프그렇다. 시저법정에 섰는데도 전혀 낯설어하지 않는다. 보통 피고인석에 서게 되면 죄를 지은 사람이나 아닌 사람이나 모두 긴장한 모습이게 마련인데. 바빌로프 2년 정도 수용소와 법정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때보다는 오히려 분위기나 의자가 편하다. 시저당신이 왜 여기에 불려 왔는지 죄목을 알고 있나. 바빌로프잘 모르겠다. 시저당신은 유전자의 법칙을 거스른 혐의를 받고 있다. 현대 진화생물학의 핵심 토대인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따르면 유전자는 오로지 생존만을 생각한다. 그런데 당신의 일생은 이 이론으로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 자리의 배심원 앞에서 그걸 입증해 보이겠다. 당신의 집안은 꽤 부잣집이었다. 당신의 부모는 당신이 섬유공장을 물려받기를 원했는데 왜 따르지 않았나. 바빌로프우리 가족이 부유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난 세 명의 형제들을 어려서 병으로 잃었다. 그 때문에 나를 포함한 나머지 형제들은 당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던 과학과 의학을 통해 이 같은 불행을 없앨 수 있다고 믿었다. 누나 둘은 의사와 세균학자, 형은 물리학자, 난 식물학자가 됐다. 시저다른 형제들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데 왜 당신은 식물학인가. 당시에는 식물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별 의미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바빌로프사실 의사가 될지 식물학자가 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학 입학 직전 러시아에 최악의 흉년이 닥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 시저당신 자신을 위해서였다면 분명 의사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 아니었나. 잘살고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식량을 걱정해서 식물학자가 됐다는 사실부터 아이러니하다. 과학적 발견으로 인류의 고통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자만에 빠져 있었던 것 아닌가. 바빌로프그게 나의 가장 큰 희망이었다. 난 새로운 발견을 할 때마다 ‘이 발견을 어떻게 농사에 활용할 수 있을까.’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또 작물의 질병과 전염병 때문에 생겨나는 기아, 사망, 이주, 사회불안을 막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시저그래서 결국 당신은 가족조차 버리고 먼 길을 떠났다. 1916년에 처음 파미르 고원으로 ‘페르시아 밀’을 찾아 떠난 이후 1933년까지 115차례나 소위 ‘종자찾기 여행’을 했다. 첫 여행을 떠날 때는 신혼이었고, 아들이 태어났는데 안아 줄 시간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게 말이 되나. 도대체 얼마나 숭고한 여행이었기에 가족도 팽개쳤던 건가. 바빌로프작물이 지닌 질병면역력을 찾기 위해 지구상에 어떤 식물이 오랫동안 살아남았는지를 알고자 했다. 농작물이 잘 자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다. 날씨의 영향도 있고, 병충해가 생겨서 순식간에 초토화되는 일도 많다. 무엇보다 인간이 생산성이 높다거나 하는 이유로 한 가지 작물에만 집착하면 그 작물에 병충해가 생길 경우 모두 굶어 죽게 마련이다. 하지만 다양한 생물을 키울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더위에 강한 작물, 추위에 강한 작물, 생산성은 낮은 대신에 병충해에 강한 작물을 적절하게 섞어서 키운다면 어떤 경우에도 기아를 면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작물의 근원을 찾아야했다. 밀, 벼, 콩 등이 처음 태어난 곳을 찾는다면 그곳에서 가장 강하게 자란 품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시저그래서 도대체 품종을 얼마나 모은 것인가. 바빌로프정확하지는 않지만 5대륙을 모두 돌면서 나와 동료들이 모은 종자와 덩이줄기가 14만 8000개에서 17만 5000개 정도 될 거다. 당연히 모두 땅에 심는 순간 자랄 수 있는 발아 가능한 종자들이었다. 시저그동안에 당신은 이혼도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인류를 구한다는 목표 아래 결국 가족을 잃은 건데, 만족하나. 바빌로프아내 에카테리나와 아들 올레그에게는 미안하지만, 난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종자여행을 위해서 말을 배울 시간도 부족했다. 시저전 세계를 돌아다녔는데, 몇 개 국어나 할 수 있나. 바빌로프러시아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라틴어는 기본이고 에티오피아 공용어인 암하라어나 페르시아어까지 배웠다. 땅과 씨앗의 진정한 주인은 농부들이고, 종자에 대해서는 그들이 가장 잘 안다. 그들의 말로 대화하는 것이 종자여행의 핵심이었다. 시저다시 말하자면 당신은 오로지 씨앗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떠돌았고, 그 결과 가족을 잃었다. 심지어 국가도 당신을 인정하지 않았다. 러시아에 식량이 부족해지자 스탈린 체제의 농업학자들은 당신이 지나치게 많은 종자를 가져와 방치했기 때문에 식량정책이 실패했다고 주장하면서 가뒀다. 재판에서 총살형을 선고받았고, 물론 다행히 집행되지는 않았지만 결국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식량을 모은 당신이 감옥에서 굶어 죽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잖은가. 당신은 뭘 위해 일한 건가.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면, 당신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것 아닌가. 심지어 당신의 제자들은 연구소의 종자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다가 세계대전 중에 봉쇄된 도시에서 굶어 죽었다. 이 또한 당신의 책임 아닌가. 바빌로프…. 볼로그바빌로프의 성과가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에 대해서는 그 뒤를 이었던 내가 좀 더 보충하고 싶다. 병충해에 강하고, 식량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것이 당신의 목표였다. 맞는가. 바빌로프그렇다. 그것만이 인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볼로그현재 러시아의 경작지 80%에서 바빌로프가 세운 연구소의 종자에서 개발된 품종을 키우고 있다. 불과 80년이 지나지 않아 수천년을 내려온 농업의 뿌리를 바꾼 거다. 종류는 1000가지가 넘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생물다양성은 지금 이 순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화두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화학비료를 뿌리고, 병충해를 막기 위해 농약을 살포한 덕분에 땅은 피폐해졌고 새로운 병충해에 인간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결국 식물학자와 농업학자들은 80년 전 바빌로프가 주장했던 생물다양성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시저바빌로프의 노력들이 실제로 인류가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것인가. 볼로그나 역시 바빌로프의 여행에서 연구의 기본을 얻었다. 밀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가 결국 밀의 근원을 찾기 시작했고, 병충해에 강한 앉은뱅이 밀을 얻었다. 이 밀이 인도와 파키스탄의 10억명이 넘는 사람들을 기아에서 구했다. 시저그 덕분에 당신은 197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평생 아쉬움 없이 연구를 하고 영광을 누렸다. 그런데 바빌로프는 결국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희생만 한 것 아닌가. 여러 가지 정황상 바빌로프의 유전자는 유죄가 분명하다. 볼로그시저 당신은 ‘이기적 유전자’의 가장 큰 함정에 빠져 있다. 바빌로프가 이타적이냐 하는 질문에 당신은 ‘그렇다.’라고 대답하겠지만 실제로는 바빌로프야말로 가장 이기적인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이기적인 유전자를 주장하는 유전자 설계론의 핵심은 유전자가 자신이 속한 종이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유전자를 위해 행동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행위를 하는 이타주의자들은 결국에는 생존을 위해 교묘하게 이타성으로 위장된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바빌로프는 자기 자신이나 가족의 이익을 위하는 대신 인류라는 종의 생존을 위해 철저하게 프로그램된 유전자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가족까지 버릴 수 있는 이타성이 바로 지독한 이기적 유전자의 증거다. 오히려 바빌로프야말로 ‘이기적 유전자’ 그 자체가 아닌가. 바빌로프이기적 유전자니 이타적 유전자니 하는 부분은 잘 모르겠다. 난 그냥 내 머리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 죽는 순간까지 내가 모은 종자들에 대해 걱정했는데, 그 덕분에 인류가 기아에서 조금이나마 해방됐다니 기쁘다는 생각뿐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게리 폴 나브한·강경이/아카이브)  이타적 유전자(매트 리들리·신좌섭/사이언스북스)  이타적 과학자(프란츠 부케티츠·도복선/서해문집)  기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스코트 킬맨·이순주/에이지21)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이상임/을유문화사)  생각의 역사2(피터 왓슨·이광일/들녘)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의 얘기 들어보니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 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러시아 식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가 밝힌 유전자의 비밀
  • DMZ에 울린 평화의 하모니

    DMZ에 울린 평화의 하모니

    ●궂은 날씨에도 관객 1만여명 모여 15일 오후 7시 경기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대공연장. 잔뜩 찌푸린 날씨에도 1만여명(주최 측 추산)의 관객이 모여들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해묵은 증오를 풀어 보려는 취지로 만들어진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와 전설적인 지휘자 대니얼 바렌보임(69)을 보기 위해서였다. 앙숙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물론, 레바논·이란·이집트 등 서로 피를 흘렸던 나라의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교향악단이 세계에서 군사적 긴장이 가장 높은 분단의 최전방에 선다는 상징성 때문에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콘서트 레퍼토리는 인류애와 인간해방의 염원을 담은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 일촉즉발의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한복판에서 공연을 했던 행동하는 예술인 바렌보임으로선 대화의 문을 걸어잠근 남측 정부와 비무장지대(DMZ) 너머 북녘까지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23분 늦은 시작·매미소리 등 1~3악장은 산만 예정된 시각을 23분 넘겨 바렌보임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10~12일, 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베토벤 교향곡 전곡연주회와 마찬가지로 젊은 연주자로 짜인 웨스트이스턴 디반의 연주력은 기복이 있었다. 이날도 1~3악장에서 조금씩 흔들렸다. 매미와 아기 울음소리, 휴대전화 울림까지 겹쳐 관객과 연주자의 집중력도 흩뜨러트렸다. 나흘간 베토벤의 교향곡 전곡을 연주한 피로감이 겹쳐서인지 내한공연 첫날(10일) 누구보다 포디엄(지휘대)을 폭넓게 활용하는 등 역동적인 지휘와 커튼콜 이후 관객에게 꽃다발 포장지를 던져주는 등 장난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던 바렌보임도 지쳐 보였다. ●조수미 등 독창, 웅장한 곡해석과 ‘감동의 4악장’ 하지만 어둠이 짙게 깔리고서 시작된 4악장부터 오케스트라는 흠잡을 구석이 없는 앙상블로 뽐냈다. 마지막 힘을 쏟아낸 바렌보임의 지휘와 그만의 남성적이고 웅장한 해석이 빛을 발휘했다. 바리톤 함석헌과 소프라노 조수미 등 독창자 4명의 빼어난 노래와 연합합창단(국립합창단·고양시립합창단·서울 모테트합창단)의 웅장한 하모니도 감동을 더했다. 다만 4악중 중반부에 소리가 잦아들었다가 테너 박지민의 독창으로 이어지는 부분에 터져나온 박수로 흐름이 끊긴 것은 아쉬운 대목. 그렇더라도 “음악이 당장 전쟁을 멈추게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서로에 대한 관심을 끌게 할 수는 있다.”는 바렌보임의 말이 조금은 와 닿는 여름밤이었다. 파주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무덤 유실된 공동묘지에 순국비 세워

    무덤 유실된 공동묘지에 순국비 세워

    이범진은 1895년 러시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 3개국 주재 공사로 임명되었다. 그는 1901년 러시아 상주 공사로 임명되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오기 전에는 주로 파리에 머물며 활동했다. 이 시기 이범진이 러시아에 올 때 그가 숙소 겸 임시 사무소로 활용했던 곳이 바로 모스크바 역사 옆에 붙어 있는 옥탸브리스카야 호텔이다. 이 호텔은 1851년 모스크바와 페테르부르크 사이의 철도교통이 시작되면서 차르의 명에 따라 건설된 것인데, 처음에는 즈나멘스카야 호텔로 불리다 19세기 후반에는 세베르나야 혹은 볼샤야 세베르나야 호텔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리고 다시 러시아 혁명 이후 1930년에 옥탸브리스카야 호텔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 호텔 앞에는 원형의 봉기광장이 있고 넵스키 대로를 통해 예르미타시(동궁)로 이어진다. ●공사시절 푸시킨 살던 거리에서 살아 이범진은 1901년 6월경 페테르부르크로 와서 상주공사직을 수행했는데 이때 세묘놉스카야 거리 11번지에서 잠시 체류하다 1901년 11월 이후로는 판텔레이몬스카야 거리 5번지에서 살았다. 이곳에 공사관을 설치하고 1905년 6월까지 근무했던 것이다. 이 건물 3층 6호와 7호에 공사관이 위치했다. 우리 정부는 이 건물 1층 벽면에 ‘이 건물에서는 1901년부터 1905년까지 이범진 러시아 주재 대한제국 초대 상주공사가 집무하셨습니다.’라는 내용의 현판을 부착했다. 이 거리는 지금 페스텔랴 거리로 이름이 바뀌었다. 러시아의 대문호 푸시킨도 이곳에서 1833~34년 가족과 함께 살았다. 푸시킨은 이 집에서 ‘어부와 물고기 이야기’ ‘청동의 기사’ ‘푸가초프 반란사’ ‘안젤로’ 등의 작품을 완성했다. 이범진 공사도 때때로 이 정원을 거닐며 깊은 사색에 잠겼을 것이다. 1905년 6월 공사관이 폐쇄된 후 이범진은 노바야 데레브냐의 체르노레첸스카야 거리 5번지로 옮겨 살았다. 이곳은 당시 목재로 지은 별장들이 많던 교외인데 이범진은 방 6개가 달린 2층 집에서 비서들과 함께 살았다. 당시 페테르부르크 신문 기사에 의하면 이범진은 이웃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그가 외출하려고 나갈 때면 사람들이 몰려와서 “왕자님, 조선 왕자님” 하며 인사를 했다고 한다. 그는 1911년 1월 13일 12시 거실 천장의 전등에 밧줄을 달고 목매 자살했다. 이범진이 순국한 집은 체르노레첸스카야 거리 5번지와 란스코예 도로 5번지가 만나는 지점에 있었는데 오래전에 도시 개발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러시아 정부, 장례식 때 황족 대우 이범진의 시신은 페트로파블롭스카야 병원으로 옮겨져 영안실에 안장되었다. 현재 리바 톨스토고 거리 5번지에 위치한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의과대학 병원의 제5병동(외래환자진료병동)이 바로 이 병원이다. 1911년 1월 21일 영안실 예배당에서 이범진의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이날은 유독 날씨가 추웠고 눈도 많이 내렸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이범진의 관은 6마리의 말이 이끄는 흰 마차에 실려 핀란드역까지 옮겨지고 이후 운구 열차로 운반되었다. 러시아 정부가 이 마차를 제공한 것은 그에게 황족의 대우를 해준 것이다. 시신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의 파로골로보 구역에 있는 우스펜스코예 공동묘지에 묻혔다. 이 묘지는 1950년대에 세비르노예(북부) 공동묘지로 명칭이 바뀌었다. 그의 묘지는 루터파 신도들의 매장 구역에 있었지만 오랜 세월 여러 차례에 걸친 묘지 정리 과정에서 유실됐다. 지난 2002년 우리 정부는 이범진 공사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여 이 묘지에 이범진 공사 순국비를 세워 고혼을 위로하고 있다. 전현수 교수
  • [굿모닝 닥터] 소변이 이상해

    처음 만난 그 20대 여성 환자는 불편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며칠 전부터 소변을 볼 때 찌릿거리는 느낌이 들고, 소변을 본 뒤에도 시원하지 않으며, 그러다가 소변에서 피까지 섞여 나오더라며 증상을 말했다. 증상도 그렇지만 소변검사 결과도 전형적인 방광염이었다. 해부학적으로 요도가 짧은 여성은 남성에 비해 확실히 방광염의 발병 빈도가 높다. 원인은 성관계나 생식기 위생관리, 비데 등이 꼽힌다. 일단 감염되면 배뇨통·빈뇨·잔뇨감·혈뇨 등의 증상을 보이며, 방치하면 염증이 콩팥까지 확산되는데 이를 신우신염이라고 부른다. 방광염이 신우신염으로 발전하면 전신적인 발열과 함께 신장이 위치한 옆구리에 통증이 나타나며, 심하면 패혈증까지 유발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가장 일반적인 치료는 항생제 복용이다. 방광염의 원인균은 대부분 대장균이어서 대체로 항생제가 잘 듣는 편이다. 이 환자도 이런 경우였다. 보통은 항생제를 2~3일만 복용해도 증상이 빠르게 호전되는데, 사실 방광염 치료의 함정이 여기에 있다. 많은 환자들이 이 상태에서 투약을 중단해 스스로 재앙을 만드는 것. 이 경우 십중팔구 재발하는데, 재발이 반복되면 세균이 내성이 생겨 최악의 경우 마땅한 항생제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만큼 임의로 투약을 중단하거나 정확한 검진 없이 항생제를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나 요즘처럼 날씨가 덥고 습한 여름에는 방광염의 발병 빈도가 높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방광염을 예방하려면 성관계 직후에 소변을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또 생식기 주변을 항상 청결하게 관리하며, 여성의 경우 가능한 한 비데를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증상이 나타났을 때 머뭇거리지 말고 비뇨기과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늦을수록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이형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 고흥 천체투영관 12일 개관

    고흥 천체투영관 12일 개관

    여성가족부가 국립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에 세운 천체투영관이 12일 개관한다. 직경 15m 알루미늄 돔 스크린과 6대의 투영기를 갖춘 98석 규모의 투영실과 3단 개폐 슬라이딩 루프가 설치된 보조 관측실 ‘하늘전망대’가 있는 천체투영관 건립에는 정부 예산 27억원이 투입됐다. 천체투영관에서는 날씨와 시간, 계절에 관계없이 보고싶은 날짜를 입력하면 그날 밤하늘의 별자리 모습 등이 그대로 재현된다. 여성가족부 청소년활동진흥과 양현순 사무관은 “천체투영관 개관으로 우주항공 체험은 물론이고 별의 생성, 소멸, 우주의 기원 등 전반적인 천체 교육이 한자리에서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계란’ 너마저 오르냐

    최근 계란값이 크게 오르면서 서민 가계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10일 대한양계협회는 지난해 8월 개당 122원이던 계란(특란) 가격은 이달 현재 169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8.5%나 올랐다고 밝혔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소매가격(30개, 특란)도 지난해 8월 4380원에서 현재 5950원으로 35.8%가량 상승했다. 개당으로 환산하면 198원 수준이다. 주요 대형마트들은 이른 추석을 앞두고 최근 도매가격 상승세를 반영해 11~12일쯤 계란 소매가격을 10%가량 추가로 인상할 계획이다. ●AI로 산란닭 줄어… 폭우·폭염 일조 이처럼 계란값이 오르는 이유는 지난해 말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로 올해 초 150만 마리 이상의 산란계(産卵鷄·산란기에 있는 닭)가 매몰처분되면서 산란계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란계를 생산하는 닭(산란종계)도 지난해 AI 여파로 개체수가 지난해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결국 병아리를 제때 양계장에 입식하지 못한 것이 계란 생산 감소로 이어졌다. 특히 나이가 많은 닭들이 30%가량 늘어난 것이 계란의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또 최근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이어지는 날씨도 계란값 상승에 일조했다. 기상악화로 산란계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계란의 껍질이 얇아져 계란의 세균 감염, 유통기한 단축, 이동 시 파손 등의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고등어값 하락… 태풍 영향 인상 우려 반면 고등어값은 내리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시장에 방출한 정부 비축 고등어와 최근 연근해산 고등어 어획 증가로 고등어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하지만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연근해 고등어 조업이 중단됐고, 또 달이 뜨는 시기(13~18일)에는 조업을 하지 않아 19일까지 생산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향후 가격불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는 정부 비축 고등어 중 도매시장용 158t을 다음 주부터 2주에 걸쳐 집중 공급할 계획이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태풍 ‘무이파’ 휩쓴 서·남해안… 인명·재산 피해 속출

    태풍 ‘무이파’ 휩쓴 서·남해안… 인명·재산 피해 속출

    서해상으로 북상하던 제9호 태풍 무이파가 8일 밤 늦게 세력이 약해진 채 한반도를 벗어났다. 하지만 한반도는 태풍의 영향 탓에 9일에도 전국적으로 흐린 날씨가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8일 “태풍은 계속 북진해 요동반도 부근에 상륙한 뒤 북북동진해 9일 오후부터 밤 사이에 태풍의 성질을 잃고 온대성 저기압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그러나 태풍은 예상보다는 약했지만 전국적으로 인명 피해와 함께 크고 작은 생채기를 남겼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광주·전남과 부산, 충북 지역의 피해가 컸다. 8일 새벽까지만 해도 중심기압 975헥토파스칼에 최대 풍속 34m를 유지하던 태풍은 약화돼 이날 오후 4시쯤 중소형 태풍으로 바뀌었다. 태풍이 서해상에 진입하면서 항공기와 여객선의 결항이 잇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전남도에 따르면 태풍으로 부산, 전남 등지서 5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전남 여수·광양·해남·신안 등에서는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광양 백운산 일대에서는 피서객 19명이 고립됐다가 2시간 만에 구조됐다. 양식장과 과수원도 초토화됐다.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로 완도, 진도, 신안, 장흥 등 서남해안 양식장이 치명상을 입었다. 순천과 보성에서는 논밭 341㏊가 침수됐으며 13㏊ 규모 논에서 키우던 조생종 벼가 쓰러졌다. 전남 곳곳에서 비닐하우스 382개 동 18만여㎡가 파손됐으며 무안에서는 2000㎡에 달하는 인삼 재배시설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시설물 파손과 침수, 정전도 잇따랐다. 지난해 태풍 곤파스와 지난 6월 태풍 메아리로 유실됐던 국토 최서남단 신안군 가거도 방파제는 64t짜리 테트라포드 2000여개가 유실됐다. 이 방파제는 밀물 때에 맞춰 불어닥친 초속 40m 이상 강풍에 480m 가운데 200여m가 파손 또는 유실돼 200억원 이상의 피해가 났다. 낙뢰로 인해 현대자동차 울산 1, 4공장의 생산라인이 10여분간 멈춰서는 등 정전 사고도 잇따랐으며 광주·전남서만 15만여 가구에서 일시적인 정전 사고가 발생했다. 전남 최종필·서울 김동현기자 choijp@seoul.co.kr
  • [길섶에서] 맨발걷기/최용규 논설위원

    ‘문경이라. 그래! 아이와 함께 새재(조령)를 걷자.’ 여름 휴가지가 대야산 휴양림으로 정해졌을 때 참 잘됐다 싶었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旨亨)과 문경새재 흙길을 걷는 모습을 상상하면 할수록 즐거웠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2일 오후 조령관(3관문). 몇 발짝을 떼자 신작로 흙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런데 아이의 표정이 밝지 않다. 궂은 날씨 탓인지 숙소로 어서 돌아갔으면 하는 눈치다. 아침밥을 시원찮게 먹은 아이다. “저 밑에 내려가면 음식점이 있는데 거기서 점심 먹자.”고 꼬드겼다. 맨발이 한 둘이 아니다. “밥 먹고 우리도 맨발로 걸을까?” 응답이 없다. 식사 후 아내가 맨발걷기를 제안했다. 뜻밖이다. “지형아 신 벗고 걸어봐 얼른…” 아이는 좀처럼 신을 벗지 않는다. 득달같이 볶아대자 울기 일보직전이다. 그러던 아이가 신을 벗겠단다. 표정은 영 아니다. 집으로 돌아와 물었다. 왜 그랬어? “맨발로 흙길 걷는 것은 처음이야.” 나는 흙구덩이에서 컸지만 아이는 생소했던 거다. 최용규 논설위원 ykchoi@seoul.co.kr
  • “폭우·태풍 조심하세요” 요즘 트위터 최고 유행어

    무더위는 간데없고 비바람이 치는 날씨가 잦자 트위터에서는 ‘태풍 조심하세요.’, ‘오늘도 비 신경 쓰세요.’라는 등이 인사말로 자리 잡았다. 기록적인 집중호우에 이어 태풍까지 덮친 데 이은 사회 현상이다. 8월 초순에서 중순은 휴가 절정기다. 대학생들은 끼리끼리 엠티를 가는 때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민들은 궂은 날씨에 언제 휴가를 가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대학생 정모(22)씨는 “동아리에서 7월 말에 엠티를 간 뒤 8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로 했는데, 날씨가 언제 좋아질지 몰라 엠티를 마냥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강석중(29)씨도 “지인이 제주도로 휴가를 갔다가 태풍 때문에 공항에 발이 묶여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이번 주말에 휴가를 가려고 했는데 고민”이라며 답답해했다. 최근 폭우를 실시간으로 중계해 위력을 과시했던 트위터는 태풍에 대한 걱정으로 시끌벅적하다. 태풍의 위치가 나타난 위성 사진과 피해 상황 등은 실시간으로 전파되고 있다. “태풍 조심하세요.”는 아예 유행어가 돼 버렸다. .제주에 사는 정지혜(25·여)씨는 “7일 하루 동안 트위터로 ‘태풍 조심하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10건 넘게 받았다.”고 소개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독거노인 사랑잇기] 노인이 행복한 사회 (10)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말벗’ 봉사

    [독거노인 사랑잇기] 노인이 행복한 사회 (10)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말벗’ 봉사

    “안녕하세요. 할머니.” “아이고, 그래. 그쪽도 잘 지내셨지요?” “밤새 잘 주무셨어요?” “잘 잤지, 방금 운동 갔다가 와서 누웠어. 근데 어지러워. 왜 그럴까.” “오늘 드실 약 잘 드셨어요?” “약은 먹었는데, 어지럽네.” “날씨가 더워서 그런 것 같아요. 오늘은 쉬시고 오후까지 어지러우면 근처 병원에 한번 다녀오세요. 참, 막내딸네는 다녀오셨어요?” “그럼, 갔다 왔지. 어제 저녁 늦게 왔어.” “할머니 잘 쉬시고, 주말 잘 보내세요. 제게 재밌는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요.” “그래요. 항상 염려해줘서 고마워요.” 누군가 두 사람의 대화를 듣는다면 손녀와 할머니의 대화로 착각할 수도 있다. 이 대화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담사와 독거노인이 주고받는 안부 통화 내용이다. 자신이 맡은 업무를 하면서 독거노인의 건강을 가족처럼 챙기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심평원 상담사들은 자발적으로 이들 독거노인과 가족의 연을 맺고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상담사들 자발적 실천… 봉사분야 다양 심평원 콜센터 상담사는 50명. 각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54명의 독거노인에게 안심콜서비스 전화를 한다. 일주일에 두 번이지만 노인들의 반응은 뜨겁다. 정완순 심평원 고객센터 차장은 “서초구에 사는 노인이라고 해서 모든 노인이 부유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복지단체의 추천을 받아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 지속적으로 안부전화를 해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노인은 모두 75세 이상의 고령인 데다 일부 노인은 지병이 있어 집 밖을 나서는 것조차 어렵다고 호소한다. 집 안에서만 주로 지내는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서적인 위로다. 가끔씩 노인들이 금품을 노린 사기전화로 오해해 냉대하는 사례도 있지만 상담사들은 웃음을 잃지 않고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노인들을 대하고 있다. 정 차장은 ”외로우니까 누군가 연락해주는 것을 너무나 반기는 어르신이 많지만 어떨 때는 사기전화로 의심해서 냉대를 받을 때도 있다.”면서 “하지만 꾸준히 연락하면 마음을 열고 전화를 기다리게 된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마음을 열고 시시콜콜 여러 얘기를 늘어놓으면 지루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상담사들은 노인들의 대화를 더 기다린다고 했다. 특히 건강보험 심사를 담당하는 심평원은 의료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노인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해주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지난 6월 27일에는 창립기념일을 앞두고 독거노인 가정에 쌀 10㎏과 라면 1박스씩을 전달하는 행사를 가졌다. 서초구는 물론 인천과 경기 성남, 고양까지 직접 찾아가 44가구에 식료품을 전달했다. 본래 인근 지역 노인들을 초청해 본원 지하식당에서 잔치를 가질 계획이었지만 많은 노인들이 거동이 불편하다는 점을 감안한 행사였다. 노인이 집을 비운 곳도 찾아가 이웃을 통해 식료품을 전달하도록 조치했다. 당시 쌀을 받은 김모(76) 할머니는 “우리네가 뭘 해준 것도 없는데 이렇게 고생스럽게 찾아다니면서 도와주니 감격스러울 따름”이라면서 “누군가 나를 돕는다는 생각을 하면 외로움이 훨훨 날아가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심평원은 독거노인 방문과 별도로 다양한 노인 돕기 행사를 펼치며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올 1월에는 설 명절을 앞두고 서울지역 쪽방촌 노인 300여명에게 내복과 쌀을 전달했고, 최근에는 서울노인복지센터에 신입사원이 방문해 2000여명의 노인에게 구두닦이와 배식, 안경세척 등의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또 인턴직원들은 노인들을 위해 7000개의 만두를 빚어 대접하는 행사를 가졌다. 노인들이 어려워하는 손발톱깎기 봉사활동도 진행했다. 모두 보건복지부에서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과 맞물려 지역 주민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낸 사업이다. 지난해 겨울에는 강남구 구룡마을을 방문해 연탄 2000장과 쌀·라면 등의 생필품을 전달했다. 당시 행사에는 여느 봉사행사와 마찬가지로 강윤구 심평원장이 직접 참여해 쌀과 라면을 함께 나르며 땀을 흘렸다. 일부 직원들은 일회성 행사로 끝낼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을 청하기도 했다. 공공기관으로 평소에도 대민 서비스에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특히 봉사활동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이 좋았다. 당시 봉사단에 참여한 김옥봉 심평원 기획예산부 차장은 “봉사활동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더 열심히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의료 강점 살려 봉사분야 확대할 것” 심평원은 방문행사와 함께 향후 1~2년 내에 두배로 확장하는 콜센터를 활용해 안심콜서비스 사업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상담사들을 늘려 업무부담을 줄이고, 일부는 노인 봉사에 집중하도록 돕는다는 계획도 세웠다. 김충렬 심평원 고객지원실장은 “독거노인은 생활의 문제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대화할 상대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라면서 “특히 심평원에는 간호사 등 전문인력이 많기 때문에 단순히 ‘병원에 가보시라’는 말 이상의 도움도 드릴 수 있다.”고 소개했다. 심평원의 사회공헌활동은 독거노인 돕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중점 사업은 희귀난치병 어린이 돕기. 희귀난치병 어린이에게 치료비와 격려금을 지원함으로써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다. 심평봉사단은 한 해 1000명이 넘는 직원이 5000시간 가까이 봉사활동을 펼쳐 대표적인 사내 봉사단체로 남았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美뉴스에 ‘근육질 남성 기상캐스터’ 등장 화제

    美뉴스에 ‘근육질 남성 기상캐스터’ 등장 화제

    ”미녀 기상캐스터는 가라!” 미국의 한 지방 방송에 우람한 근육질의 남성 기상캐스터가 등장해 화제에 올랐다. 남성 기상캐스터는 국내에도 있으나 긴머리 스타일에 터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기상캐스터는 보기 드문 장면. 이 방송은 오리건주 KOIN-TV에서 중계됐으며 화제의 기상 캐스터는 유명 이탈리아 모델 파비오다. 파비오는 유명화장품 회사의 모델로도 알려져 있으며 고정적으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방송에서 파비오는 여유있고 자신감있는 표정으로 날씨를 중계한다. 특히 “날씨가 자신의 피부처럼 화창하다.” 는 등 지역 날씨를 설명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했다. 지난달 말 유튜브에 올려진 이 영상을 지켜본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겁다. 대체로 파비오를 놀리는 댓글이었으나 여성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14) 공무원 노조 어제와 오늘

    [테마로 본 공직사회] (14) 공무원 노조 어제와 오늘

    지난 7월부터 민간기업은 복수노조 시대에 돌입했다. 하지만 공무원 사회는 6년 전부터 사실상 복수노조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대한민국공무원노조총연맹(공노총), 전국시도교육청노조 등 합법노조 소속 공무원 16만 4000여명에 법외노조인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소속 공무원이 11만여명이 있다. 공무원 노조의 전신인 직장협의회 시절부터 2006년 공무원노조 합법화를 거쳐 6급 이하 실무직 공무원들이 가입대상인 공무원 노조활동을 통해 공직사회 변화를 짚어 본다. # 장면1. 지난해 3월 21일 오후 서울대학교 노천극장. 500여명의 공무원들이 모였다. 모자를 푹 뒤집어쓴 이들이 많다. 모자로도 모자라 마스크까지 쓰며 꼭꼭 가렸다. 초봄 쌀쌀한 날씨 탓을 하기에는 너무 싸매고 있었다. 통합전공노 출범식 자리였다. 법외 노조라 신분이 드러날 경우 예상되는 불이익을 막기 위한 나름의 자구책이었다. 출범식 장소도 경찰의 원천봉쇄로 급히 바뀌었다. 제도권 바깥에서 활동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움이 많은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장면2. 지난 4일 오후 정부중앙청사 18층에 있는 행정안전부 노사협력담당관실은 분주했다. 맹형규 장관에게 ‘2차 노사 상생협력 선언’ 관련내용을 보고하고 선언문을 다듬기 위해서였다. 행안부는 정부를 대표한 공무원노조의 협상 파트너다. 당초 1차 ‘청렴실천 및 상생협력선언’ 1주년인 지난달 말 내놓기로 했으나 집중호우 등으로 미뤄졌다. 2차 선언은 1노조 1협력사업을 통해 미혼모·새터민·다문화 가정 등 소외되기 쉬운 시민들과 직접 소통, 봉사하는 내용을 담는다고 귀띔했다. 제도권 내에서도 얼마든지 정부와 노조, 국민이 ‘윈-윈-윈’할 수 있다고 말한다. ●노조 모태는 98년 설립한 직장협의회 공무원노조의 역사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공무원직장협의회 설립법이 만들어지면서 1999년 1월 각 기관별로 공무원 직장협의회가 나왔다. 직협은 공무원노조의 모태이자 산파라 할 수 있다. 직협이 노조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2002년 3월부터다. 당시 두 개의 법외노조가 나왔다. 하나는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발전연구회(전공연)이 이름을 바꾼 대한민국공무원노조총연맹(공노총)이다. 또 하나는 전공연에서 탈퇴한 공무원들이 만든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전공련)이 출범시킨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다. 두 노조는 2006년 공무원노동조합법이 시행돼 합법노조와 법외노조로 운명을 달리한다면서 공노총은 합법노조로, 전공노는 법외노조로 남아 있다. 이후 법외노조인 전공노는 2005년 11월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였고, 정부는 400여명 넘게 해고하고, 1000여명을 징계했다. 전공노 조직은 심각한 내상을 입고 분열되는 내홍을 겪었다. 법외노조인 전공노는 빼더라도 지난 2월까지 고용노동부 집계 공무원 노조 설립 현황을 보면 공무원노조총연맹, 행정부공무원노조,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조, 전국광역자치단체공무원노조연맹, 전국통합기능직노조, 중앙행정기관공무원노조 등 다양하다. 약 30만명에 이르는 전체 가입대상 공무원 가운데 16만 4100여명이 합법적인 노조원으로 가입해 있다. 올해는 합법노조 출범 6년째가 되는 해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공직사회는 적지 않게 변했다. 우선 노조는 2007년 12월 처음으로 정부와 교섭 협약을 체결했다. 2008년 5월에는 5급 이상(60세)과 달리 57세이던 6급 이하의 정년을 늘려 일원화하기로 정부와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해 9월에는 공무원연금제도를 개선하는 데 합의했다. 기능직공무원이 일반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도 텄다. 노조가 가져온 큰 성과 중의 하나다. ●노동조건 개선·대국민 서비스 ‘UP’ 지난해 7월에는 맹형규 행안부 장관과 ‘청렴실천 및 노사 상생 협력 선언’도 맺었다. 상징적이나마 ▲공무원노조의 정치적 중립과 법령 준수 ▲정부의 불합리한 행정관행과 차별적인 각종 제도 개선 노력 ▲근무환경과 복지 개선을 위한 노조 요구 반영 등을 담았다. 노조와 정부는 내친김에 이달 말쯤 2차 상생협력 선언을 추진하고 있다. 황동준 행안부 노사협력담당 총괄팀장은 “기능직의 일반직 전환이나 정년 연장 등 노조와 대화를 나누며 개선된 부분들이 많다.”면서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공무원복무규정이나 관련법 등에 의한 징계 등은 불가피하겠지만 정부가 노조의 존재를 무시하거나 탄압한다는 것은 실제와 안 맞다.”고 노조와 정부가 ‘윈-윈’할 수 있음을 역설했다. ●국민이 체감할 만한 제도적 변화 긴요 정의용 공노총 위원장은 “사실 논의에만 그친 채 실천이 없거나 노사 상생에 역행하는 모습이 가끔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와 정부 모두, 존재 이유가 국민 봉사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만큼 정부와 협력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들 눈에는 공무원 노조의 활약상이 여전히 미흡하다. 최근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등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비리 사실에서 드러났듯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내부의 자정이나 감시자 역할은 쉬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노조가입 대상인 일반 공무원들도 노조가 구체적인 제도의 변화를 이끌지 못한 점을 아쉬워한다. 법외노조인 조창형 전공노 대변인은 “공무원 노조가 태동한 이유는 공직사회에 만연된 잘못된 관행을 없애고 내부감시자로서 행정 비리를 감시하겠다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면서 “아직 국민으로부터 공무원노조 덕분에 공직사회가 달라졌다거나 공무원노조가 있어 공무원이 예전과 다르다는 식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있음을 뼈아프게 생각한다.”고 자성했다. 최장윤 공노총 정책국장은 “그동안 기관장이나 상급자들이 실무자들을 아랫사람 부리듯이 하곤 했는데 그런 식의 비인격적인 대우가 줄어든 점이 가장 큰 변화”라면서도 “임금협상이 불가능하고, 어지간한 제도의 변화는 모두 예산과 관련된 부분이라는 이유로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체감할 만한 제도적 변화가 없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유럽 간다던 매킬로이 “미국 갈래”

    유럽프로골프투어의 샛별로 떠오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종전의 입장을 번복하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정식 멤버가 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매킬로이는 4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대회 1라운드를 앞두고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의 파이어스톤 골프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PGA 투어 멤버가 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고 몇 명의 PGA 투어 관계자들에게도 이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지난해 5월 퀘일할로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PGA 투어 멤버가 될 수 있었지만 유럽투어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그가 올 시즌 중반을 넘어선 시점에 PGA 투어 멤버가 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은 US오픈에서 우승하고도 브리티시오픈에선 초라한 성적을 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매킬로이는 “지난달 열린 브리티시오픈에서와 같은 날씨에서는 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면서 “(미국의) 퀘일할로, 애크런, 메모리얼 같은 코스에서 경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거주할 집을 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바캉스 특집] 롯데백화점

    [바캉스 특집]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는 7일까지 7층 행사장에서 ‘수영복 특집전’이 진행된다. 아레나 등 유명 브랜드 수영복을 50% 할인, 남녀 수영복을 3만 3000~9만 5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본점 영플라자에서는 11일까지 디키즈, 테이트, 잭앤질 등 6개 브랜드가 참여하는 ‘영 바캉스룩 인기상품전’이 열린다. 티셔츠가 1만 5000원, 반바지가 3만 9000원이다. 건대 스타시티점에서도 7일까지 2층 행사장에서 ‘여름 특집 반팔, 반바지 대전’이 열린다. 흄, TBJ, 크리스 크리스티, 엠폴햄, 팀스폴햄, 티니위니의 제품을 50% 할인된 가격에 마련할 수 있다. 안양점에서는 7일까지 1층 행사장에서 셀린, 게스, 비비안웨스트우드, 모스키노의 선글라스를 20~40% 저렴하게 살 수 있다. 게스 선글라스 9만 9000원, 비비안웨스트우드 제품이 18만 5000원이다. 더운 날씨를 피해 가족 단위 고객의 방문이 많은 점을 고려해 점별로 다양한 이벤트도 열린다. 일산점은 옥상 생태공원에서 아이들을 위해 꼬마기차와 레일을 설치하고 31일까지 운행한다. 청량리점 갤러리에서는 18일까지 녹색환경체험전이 열린다. 재활용품을 활용해 만든 작품들은 물론 환경을 주제로 한 단편영화 및 애니메이션도 감상할 수 있다. 환경과 관련한 재미있는 게임도 마련해 놓고 있어 아이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미역 수확 한창… 오지 섬마을 이야기

    미역 수확 한창… 오지 섬마을 이야기

    160여개의 섬이 바다 위에 흩뿌려진 전남 조도면. 맹골군도는 그 숱한 섬 중에서도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다. 지도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든 오지 섬마을이다. 맹골죽도, 맹골도, 맹골곽도 등 세 개의 섬이 하나를 이루고 있는 마을엔 작은 구멍가게 하나 없고, 평소엔 할머니 몇 분만이 산다고 알려져 있다. 7일 밤 10시 35분 KBS 2TV에서 방영되는 ‘다큐 3일’은 오지 섬마을 사람들에게 찾아온 여름 이야기를 전한다. 1년에 한번 맹골죽도와 맹골곽도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섬 둘레 갯바위에서 자라나는 자연산 미역을 뜯기 위해 뭍으로 나갔던 마을 주민들이 돌아오는 것이다. 날씨만 좋다면 하루에 100만원 어치 정도의 미역을 거둘 수 있어 미역 수확이 한 해 농사나 다름없다. 두 섬에서 여름 한철 생산해내는 미역의 양은 약 40톤. 죽도는 조그마한 배를 타고 나가 미역을 뜯고, 곽도는 헤엄쳐서 미역을 뜯어 온다. 채취하는 방법은 조금 다르지만 공통점은 있다. 한집에 두명씩 작업을 나가고 수확한 미역은 똑같은 분량으로 나누는 철저한 공동 작업이라는 것이다. 섬을 지키는 할머니들에게는 한 해 수입이고, 여름에만 들어오는 자식들에겐 짭짤한 부수입이 되는 미역. 그 질기고 억센 줄기로 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주고 있다. 1년 만에 부모, 형제가 만나고 일가친척과 이웃이 만나는 여름이다. 이 두 섬에서 미역철은 명절이나 다름없다. 올해는 30년 만에 고향 섬으로 돌아온 사람도 있다. 박병익(48)씨가 주인공으로 섬에서는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 열다섯살 때 집을 나갔다. 그는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을 세번이나 보내고 늙은 어머니가 계신 집을 찾았다. 어머니의 뒤를 이어 고향 섬에서 노후를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는 박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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