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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문스님이 들려주는 조선왕실 의궤 환수 뒷얘기

    경복궁에 자리 잡고 있는 국립고궁박물관. 이곳 2층에서는 ‘다시 찾은 조선왕실 의궤 특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7일부터 2월 5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에는 1922년 조선 총독부가 일본 궁내청에 기증한 뒤 89년 만에 돌아온 조선왕실의궤 81종 167책과 기타도서 69종 1038책 등 조선왕조 도서 150종 1205책이 처음으로 일반에게 공개됩니다. 추운 날씨에 평일인데도 전시실을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관람객들의 표정은 무척 진지합니다. 이토 히로부미 반출도서 앞에서는 안타까움과 안도가 섞인 한숨을 쉬기도 하고 규장각 내부를 재현해 놓은 전시실 앞에서는 방대한 책의 분량에 놀라기도 합니다. 조선왕실의궤가 돌아온 지 한 달 째 되는 5일에는 작지만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의궤를 환수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 사무처장 혜문스님과 관계자들이 직접 나와 관람객을 맞았습니다. 특히 혜문스님은 구수한 입담으로 의궤의 의미를 설명하고 반환과정에 있었던 뒷얘기를 들려줘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왕실의궤는 우리 민족의 정통성을 설명해 주는 궁중 의식과 행사 등을 볼 수 있는 ‘타임캡슐’이라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이뤄진 의궤 귀환의 의미는 더욱 큽니다. 조선왕실의궤의 환수와 전시가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재를 되찾을 수 있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글 / 이호준 선임기자 sagang@seoul.co.kr 영상 / 장고봉PD goboy@seoul.co.kr
  • 홍명보호 새해 첫 훈련 “가자! 런던”

    홍명보호 새해 첫 훈련 “가자! 런던”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7회 연속 본선 진출을 위한 담금질을 시작했다. 영하의 차가운 날씨에도 5일 오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된 홍정호(제주), 윤빛가람(성남),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등 24명의 대표팀 선수들은 공을 차며 몸을 푼 뒤 4팀으로 나눠 패싱 게임을 하는 데 열중했다. 이날 선수들은 태국 방콕에서 15일 개막하는 킹스컵 국제친선축구대회 참가를 앞두고 일본 오키나와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위해 소집됐다. 올해 첫 훈련에 임한 선수들은 올림픽 본선 진출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지 밝은 표정으로 공을 찼고 그라운드에선 간간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다음달 5일 사우디아라비아, 22일 오만과 런던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4, 5차 원정경기를 앞두고 있는 대표팀은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킹스컵 대회에 참가한다. 대표팀은 최종예선 2승1무(승점 7)로 A조 1위를 달리고 있고, 오만(1승1무1패, 승점 4)과 카타르(3무, 승점 3), 사우디아라비아(1무2패, 승점 1)가 그 뒤를 쫓고 있다. 남은 세 경기 가운데 다음달 두 차례 원정경기에서 1승1무만 거두면 본선행이 유력하다. 홍 감독은 “아직 결정된 게 없고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 변화를 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오키나와에선 컨디션을 조절하고, 킹스컵에선 경기력과 조직력을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동원(선덜랜드), 구자철(볼프스부르크) 등 해외파 차출에 대해선 “유럽축구에선 올림픽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마지막 경기가 어떤 상황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가능성은 열어두겠다.”고 말했다. 이어 “메달은 중요하지 않다. 그동안 준비한 목표를 거두는 것이 중요할 뿐”이라고 단언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경기도 갈 만한 눈썰매장 5곳

    겨울철 야외놀이 하면 눈썰매다. 새하얀 눈썰매장과 타고 내려갈 수 있는 튜브만 있다면 어린이들에게는 천국이 따로 없다. 자녀와 함께하는 부모들도 일상에서 벗어나 겨울을 온전히 즐기는 기회다. 경기관광공사는 도내 대표적인 썰매 여행지를 4일 소개했다. ●가평 자라섬 씽씽 겨울 축제 눈썰매장 경춘선을 타고 50분만 달리면 겨울 눈 체험을 만끽할 수 있다. ‘가평 자라섬 씽씽 겨울축제장’(1월 6~29일)에 있는 눈썰매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가능하다. 50인승 초대형 송어 썰매타기 이벤트, 빙상 자전거 썰매, 시베리안 허스키 썰매, 옛날썰매 등도 즐길 수 있다. (031)580-2507. ●포천 백운 동장군 축제 눈썰매장 포천 동장군축제(12월 31일~1월 29일)는 매년 1월 한 달간 포천 백운계곡관광지 일대에서 개최된다. 축제장에는 계곡 눈을 이용한 눈썰매장이 설치됐다. 썰매도 일반 플라스틱 썰매가 아닌 튜브를 이용하고 있어 계곡에 쌓인 눈을 타고 내려오는 기분을 한층 더 만끽할 수 있다. 은송어 낚시, 얼음궁전체험, 얼음팽이치기, 모닥불 체험도 즐길 수 있다. (031)535-7142. ●웅진플레이도시 눈썰매장 매섭게 추운 날씨에 아이와 밖에 나가는 게 부담스럽다면 실내에서 눈썰매를 즐길 수도 있다. 실내에 조성된 부천의 웅진플레이도시 눈썰매장은 레일이 따로 있어 옆 사람과 부딪칠 염려가 없다. 직선코스 4라인, 곡선코스 2라인으로 3인용 튜브 썰매를 타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다. 1577-5773. ●수원화성 얼음 썰매장 수원화성행궁 앞 광장에서도 다음 달 10일까지 얼음 썰매를 탈 수 있다. 연날리기와 팽이치기, 굴렁쇠 등 전통놀이도 즐길 수 있어 교육 효과도 있다. 즐거운 놀이를 하다 춥고 지친다면 인근 수원화성 박물관을 둘러보면 제격이다. (031)251-4435, 4425. ●양주 씽씽 얼음 썰매장 양주 소방서에서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개장한 양주씽씽무료 얼음 썰매장은 양주역 뒤 휴면농지에 펼쳐져 있다. 썰매도 무료로 대여해 주고 소방관들이 안전요원 역할도 한다. 썰매장 안에는 불우이웃 돕기 모금함이 있어 방학 때 아이들과 신나게 즐기고 뜻깊은 일도 할 수 있다. (031)849-8312.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이달 강추위 자주 온다

    4일에도 찬 대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대체로 맑은 가운데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9도까지 뚝 떨어지겠다. 특히 3일 서울을 비롯해 제주도 산간, 전북·충남 지역 등에 눈이 내리면서 도로에 쌓인 눈이 얼어붙어 도로가 빙판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적으로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5도에서 영하 2도, 낮 최고기온은 영하 3도에서 영상 4도를 기록하겠다. 기상청은 “4일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이겠다.”면서 “강원 북부 내륙과 산간에 이어 경기 북동부, 충북 북부, 경북 내륙 등지에 한파주의보가 발효됐다.”고 3일 밝혔다. 충남 공주와 전북 고창 등 일부 지역엔 이날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 기상청은 또 이달 말까지 기온이 크게 떨어지고 기온의 변동 폭이 큰 날이 많아 한파가 자주 오겠다고 내다봤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美 대선 레이스 개막… 첫 코커스 아이오와 현장을 가다

    美 대선 레이스 개막… 첫 코커스 아이오와 현장을 가다

    2일 오전 11시쯤(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국제공항. 워싱턴DC발 비행기가 연착하는 바람에 기자는 디모인행 비행기를 갈아탈 시간이 빠듯했다. 헐레벌떡 긴 환승로를 달려 겨우 탑승 마감 시간에 비행기에 올랐을 때 CNN 인기 앵커 앤더슨 쿠퍼가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탑승객 거의 전부가 낯익은 방송기자와 미국 내외 언론인들인 듯했다.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의 첫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리는 아이오와주 디모인에 미국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그런데 막상 디모인에 도착하고 보니 거리는 예상과 달리 한산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차를 타고 달리는 동안 선거를 알리는 현수막이나 푯말 등을 한 개도 발견하지 못했다. 새해 연휴 마지막 날이라 거리엔 행인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도심에 있는 공화당 경선 여론조사 지지율 선두주자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선거사무실에 들어서자 뜨거운 열기가 전해졌다. 벽에 롬니 지지 구호가 온통 닥지닥지 붙어 있고 먹다 남은 피자가 한쪽 테이블에 놓여 있는 등 선거사무실 특유의 어수선한 풍경이었다. 그곳에서 한 중년 남성이 서서 목청을 높이고 있었고, 20여명은 주의 깊게 경청하고 있었다. 그 남성은 롬니의 측근인 짐 탤런트(미주리) 전 연방 상원의원, 경청자들은 롬니의 선거운동 자원봉사자들이었다. 탤런트 전 의원이 “이 나라를 변화시키는 일은 여러분 손에 달렸다. 막판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경선 투표 등록자 명단을 쥐고 전화기 앞에 앉아 있던 자원봉사자 폴 에릭슨(50)은 “여기에 있는 자원봉사자들은 오늘 2000여명의 투표 등록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내일 투표에서 롬니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면서 “휴일이라 집에 있는 사람들이 많아 전화 선거운동에는 더 유리하다.”며 밝게 웃었다. 그는 “내가 전화한 유권자 중에는 귀찮게 한다며 고성과 함께 전화를 끊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마음을 못 정하고 있었는데 알려 줘서 고맙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고 했다. 탤런트 전 상원의원은 “2008년 경선에서도 롬니 후보를 도왔는데, 올해는 4년 전보다 지지세가 더 강한 느낌”이라며 “아이오와에서 승리할 것을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말했다. 롬니의 사무실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컨벤션센터에 도착하자 주변 길가에 방송용 중계차량이 벌써 줄지어 정차해 있었다. 3일 밤 코커스 투표 결과가 발표되는 이곳 내부에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언론이 자리를 잡고 결판의 날을 준비 중이었다. 인근 식당 종업원 제시카 하워드는 “며칠 전부터 손님이 평소보다 2배 정도 늘었다.”고 말해 ‘첫 코커스’ 특수를 확인시켰다. 그러나 식당 앞에서 만난 시민 제임스 슈밋은 “디모인에서 코커스가 열린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몇 시에 하는지 정확한 내용은 잘 모른다.”고 말해 어디까지나 공화당 지지자들의 축제라는 점을 떠올리게 했다. 거리로 다시 나섰을 때 추운 날씨임에도 “코커스를 점령하라.”(Occupy Caucus)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시위대 10여명이 눈에 들어왔다. 이날 도심에서 본 거의 유일한 행인들이었다. 디모인(아이오와)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코커스-당원만 투표권 부여 / ●프라이머리-당원과 일반유권자 함께]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은 주별로 코커스와 프라이머리 둘 중 하나의 방식을 채택한다. 코커스는 당원에게만 투표 자격을 주지만, 프라이머리는 당원뿐만 아니라 일반 유권자들도 신청만 하면 투표권을 준다. 코커스가 광범위한 민심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프라이머리를 채택하는 주가 느는 추세다. 프라이머리는 각 선거구의 학교나 체육관, 공공기관 등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비밀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일반 선거와 비슷하다. 반면 코커스는 독특하다. 코커스에 참여하는 당원은 투표일에 그 지역 코커스 회의의 토론에 참여한 뒤 투표해야 한다. 각 후보의 공약, 비전이나 본선 승리 가능성 등을 놓고 토론하는 이 회의는 짧게는 몇분 만에, 길게는 몇 시간 만에 끝나는데 최근엔 저녁 7시쯤 시작해 2시간 안에 종료되는 추세다.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조나단은 악플러!/윤숙희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조나단은 악플러!/윤숙희

    - 노래 연습이나 더 하고 와라. 하긴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노래 실력이 늘 리 없지. ㅋㅋㅋ. 조나단이 되면 나는 용감해진다. 두려운 게 없다. 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처럼 인터넷이란 바다를 날아다니며 거침없이 행동한다. 부끄러워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인터넷에선 최고 멋진 아이로 변신한다. 긁적긁적 긁적긁적. 몸을 긁으며 가수 미라클 기사에 댓글을 달던 나는 효진이가 떠올랐다. 자기 미니 홈피에 미라클 자료가 많다며 보러 오라고 자랑하던 효진이. 나는 효진이의 미니 홈피에 접속했다. 홈피를 예쁘게 꾸며놓아서 그런지 방문자 수가 많다. 미라클과 관련된 사진과 음악파일도 잔뜩 올라와 있다. 이곳저곳을 살피던 나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최효진’이라고 쓴 글귀를 보자,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우웩!’이라는 댓글과 함께 토하는 이모티콘을 달았다. 가슴속에 꾹꾹 누르고 있던 것이 튀어나온 느낌이다. 그러나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내 댓글이 지워졌다. - 헐, 너네 집에는 거울도 없음? 효진이가 지금 미니 홈피에 들어와 있나 보다. 내가 글을 올리기가 무섭게 또 지워졌다. 지우면 지울수록 더 하고 싶어졌다. - 완전 밥맛!! 그러자 효진이가 내 글 밑에 댓글을 달았다. - 조나단, 나한테 감정 있니? - ㄴㄴ. - 혹시 너 미동초 다니니? - ㄴㄴ. 시치미를 떼고 계속 댓글을 달고 있을 때였다. “종일 컴퓨터만 할 거니? 밖에 나가서 산책 좀 하고 와.” 뒤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토피에 맑은 공기를 쐬야 낫는다는 둥,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둥, 인스턴트식품 먹지 말라는 둥. 엄마의 잔소리는 애국가 4절보다 길다. 나는 마지못해 일어났다. 컴퓨터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엄마의 잔소리를 피하는 게 우선이다. 날씨가 좋아도 딱히 갈 데가 없다. 함께 놀 친구도 없다. 아파트 단지를 세 바퀴째 빙빙 돌고 있을 때였다. 106동에서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아이가 나왔다. 앗, 효진이다. 효진이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줄 미처 몰랐다. 나는 재빨리 커다란 나무 뒤로 숨었다. 효진이는 나를 보지 못한 듯 그냥 지나치더니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올라탔다. 일요일에도 학원에 가나 보다. 지금이 기회다. 나는 부리나케 집으로 뛰어 들어왔다. 컴퓨터를 틀자마자 효진이의 미니 홈피에 접속했다. 대놓고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후다닥 썼다. - 왕재수!!! 한 시간쯤 지났을까? 영어숙제를 끝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효진이의 미니 홈피에 들어갔다. 아직 효진이가 학원에서 돌아오지 않았나 보다. 내가 쓴 글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런데 내가 쓴 글 밑에 댓글이 두 개나 달려 있다. - 왕재수 때문에 짜증나 -_- - ㅇㅇ 왕재수가 우리 반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 누굴까? 누가 이런 댓글을 달았을까? 내가 알기로 효진이를 싫어하는 아이는 우리 반에 없다. 다들 쉬는 시간이면 효진이와 친하고 싶어 효진이에게 몰려들었고, 효진이의 눈에 들려고 주위를 빙빙 돌았다. 나도 그랬다. 그 애의 하얗고 매끄러운 피부에 끌려 가까이 다가갔었다. “어머, 네 얼굴 왜 그래? 옮는 피부병 아니니?” 귓가에 효진이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던 그 애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효진이를 더 골려주고 싶었다. 효진이의 사진 밑에다가 분홍돼지 사진을 스캔해서 올렸다. ‘효진이의 진짜 모습’이라는 글과 함께. 내가 사진을 올리기가 무섭게 접속한 아이들이 주렁주렁 댓글을 달았다. - ㅋㅋㅋ. 공주병 환자가 사실은 돼지였네. 핑크돼지! - 핑크돼지가 돼지 콜레라를 퍼뜨리고 있다!! - 더러운 바이러스 덩어리는 지구를 떠나라~ ‘어라? 얘네들 봐라. 얘네들도 나처럼 효진이한테 당했었나?’ 더듬이를 세운 곤충처럼 눈치만 보던 아이들이 갑자기 효진이에게 달려들자, 컴퓨터를 떠날 수가 없다. 수시로 효진이의 미니 홈피를 들락거리며 댓글을 확인했다. 댓글이 늘어날수록 아이들은 거칠어졌다. 욕을 하기도 했다. 이상하다. 그런 댓글을 보고 있으려니 처음엔 시원했지만, 긁으면 긁을수록 따가워지는 내 피부처럼 마음이 따가웠다. 다음날, 황사가 찾아왔다. 올해 들어 최악의 황사란다. 뿌연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교실로 들어서자 아이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앨리스가 누구니, 카멜레온이 누구니 하는 소리도 들렸다. ‘조나단은 누굴까?’ 하는 말에 몸이 얼음처럼 굳었다. “네 닉네임이 뭐야?” 효진이의 짝 선화였다. 당황한 내가 더듬거렸다. “왜··· 왜?” “네가 혹시 카멜레온 아니니?” “아, 아니.” ‘더러운 바이러스 덩어리는 지구를 떠나라’라고 했던 앨리스를 떠올리며 나도 선화에게 물었다. “네가 앨리스 아냐?” “말도 안 돼. 내가 왜 앨리스야?” 선화가 핏대를 올리며 말했다. 아이들은 모두들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이 아이들도 나처럼 컴퓨터만 틀면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건가?’ 그때 경쾌하고 맑은 목소리가 문 앞에서 들려왔다. “얘들아, 안녕?”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본 순간, 모여 있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장난기 많은 남자 아이들은 꿀꿀꿀 하며 돼지 흉내를 내기도 했다. “무슨 재미있는 일 있어?” 레이스 달린 분홍 원피스를 나풀거리며 효진이가 다가왔다. 두근두근. 효진이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아무것도 아냐. 너 노을 들어봤니?” 선화가 재빨리 효진이를 데리고 자리에 앉더니 미라클 이야기를 꺼냈다. 이내 둘은 엠피쓰리로 미라클의 노래를 들으며 까르륵거렸다. 그런데 첫째시간이 끝나고 난 뒤였다. 뿌연 창밖을 내다보며 참을 수 없는 가려움에 목덜미를 벅벅 긁고 있을 때였다. 화장실 갔던 효진이가 눈이 퉁퉁 부은 채 교실로 들어섰다. 울었는지 눈동자가 뻘겠다. ‘드디어 미니 홈피에 쓰여 있는 댓글들을 보았구나!’ 뜨끔했다. 가려운 목덜미보다 가슴이 더 뜨끔했다. 거기 쓴 댓글들을 모두 내가 쓴 것마냥 가슴이 두 방망이질 쳤다. 효진이는 의자에 앉자마자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미라클 팬클럽 회장한테 문자 왔는데, 미라클 언니가 잠적했대. 자살했을지도 모른대.” 효진이는 옆에 있는 선화를 껴안고 교실이 떠나가도록 울음을 터뜨렸다. 수업시간 내내 엎드려 있던 효진이는 조퇴를 하고 집으로 일찍 가버렸다. 마음이 무거웠다. 어떻게 하루가 지났는지 모르겠다.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미라클, ‘모두들 안녕’이라는 유서 남기고 잠적!’ ‘미라클을 벼랑 끝으로 내몬 건 바로 악플!’ 포털 사이트를 도배하듯 미라클에 대한 기사가 잔뜩 올라와 있다. 미라클이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그 원인이 평소에 시달리던 악플이라는 글을 보자 가슴이 벌렁거렸다. 그런데 기사 밑에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무서운 댓글이 달려 있다. - 차라리 잘됐다. 죽어라 죽어! 소름이 쫙 하고 끼쳤다. 뾰족한 칼에 찔린 것처럼 온몸이 화끈거렸다. ‘어떻게 이렇게 심한 글을 쓸 수 있지?’ 불현듯 효진이가 생각났다. 나는 급히 효진이의 미니 홈피로 이동했다. 지워졌다. 악플들이 싹 지워졌다. 악플뿐만이 아니라 미니 홈피에 있던 글이며 사진이 모두 지워졌다. 대신 ‘모두들 안녕!’이라고 쓴 글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귓가에 효진이가 배경음악으로 깔아놓은 ‘노을’이 점점 크게 들렸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미라클이 죽으면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울먹이던 효진이가 떠올랐다. 어쩌면 어쩌면······. 불길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피어올랐다. 나는 부리나케 밖으로 뛰어나갔다. 황사바람을 뚫고 달리고 또 달렸다 ‘효진이가 위험해. 효진이를 찾아야 해!’ 단숨에 106동 앞까지 달려왔다. 막상 효진이의 집 앞까지 왔지만, 호수를 몰라 주위를 빙빙 돌았다. 한참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뿌연 황사 사이로 레이스 달린 분홍 원피스가 보였다. 효진이다. 효진이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다. 한 손에는 ‘언니 돌아와요!’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아프다고 조퇴하고 가더니 미라클을 응원하고 오나 보다. ‘휴, 다행이다. 효진이가 무사해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효진이가 다가왔다. “내가 악플을 당해보니까 미라클 언니가 얼마나 괴로웠을지 이해가 돼. 아이들이 왜 나한테 악플을 다는 걸까?” 갑작스러운 효진이의 질문에 더듬거렸다. “그, 그건······ 잘 생각해봐. 아이들이 왜 그런지.” 발그레해진 얼굴로 효진이의 눈을 피한 채 돌아섰다. 황급히 걷고 있는데, 뒤에서 효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조나단!” 흠칫 놀라 발을 멈추었다. 내가 조나단인 걸 어떻게 알았을까? “내 예감이 맞았어. 네가 조나단 맞지?” 효진이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확신에 찬 말투로 몰아붙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니? 내 홈피에 들어와 악플을 달다니, 너무한 거 아냐? 너 때문에 지금 내가 얼마나 마음 아픈 줄 알아? 넌 정말 비겁한 애야.” 효진이의 말에 화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네가 먼저 상처줬잖아.” “내가 언제?” “전학 온 첫날부터 날 전염병환자 보듯 했잖아. 네 눈길이, 네 행동이 날 얼마나 힘들게 했는 줄 알아? 악플보다 더 고통스러웠다구!” “야, 그건······.” 당혹스러워하는 효진이를 남겨두고 달렸다. 효진이가 따라오며 ‘조해윤’ 하고 불렀지만,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달리다 생각했다. 그동안 내가 조나단 뒤에 숨어서 했던 일들을. 장난으로 시작했지만 그것은 결코 장난이 아니었다. 효진이의 말처럼 비겁한 행동이었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트니 팬들의 응원에 감동한 미라클이 다시 복귀했다는 기사가 떴다.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댓글을 달았다. - 언니가 돌아와서 기뻐요. 언니 힘내세요! 이상하다. 내가 쓴 댓글을 보고 있으니 오히려 내가 힘이 나는 것 같다. 마음도 한결 편안했다. 그때 누군가가 내가 쓴 글 밑에 댓글을 달았다. - 조나단, 너도 미라클 팬이었구나? 반가워  핑크공주라는 닉네임을 본 순간, 단박에 효진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무시하고 다른 사이트로 이동하려는데 댓글이 또 달렸다. - 내일도 황사온대. 학교 올 때 마스크 쓰고 와  어라? 얘 좀 보게. 웬일로 내 걱정을 다하네. 모니터를 물끄러미 보고 있던 나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지금 효진이가 사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 조나단, 전학 왔을 때보다 요즘 피부가 많이 좋아졌더라! 새로 달린 효진이의 글을 보자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머뭇거리던 나는 드디어 댓글을 달았다. - 핑크공주, 오늘 입은 분홍 원피스 예쁘더라. 넌 분홍색이 잘 어울려. 모니터 앞에 앉아서 웃고 있을 효진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내가 웃고 있듯 그 애도 지금 웃고 있을 것이다. 그날 밤, 조나단이라는 갈매기는 인터넷이란 바다를 그 어느 때보다 멋지고 용감하게 날아다녔다.
  • 푸아그라 파는 식당이 러 시위 거점?

    푸아그라 파는 식당이 러 시위 거점?

    와인과 푸아그라가 넘쳐나는 프랑스 식당이 러시아 혁명의 이색 거점이 되고 있다. 중년의 가장들과 프라다 백을 든 주부들, 예술 애호가들이 모여 러시아 지도부에 대한 분노와 고급 와인에 대한 애정을 공유하는 곳, 바로 모스크바 니키츠키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 ‘장 자크 루소의 친구들’이다. ‘장 자크’(Zhan-Zhak)라고 쓰인 이 식당의 붉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시위대는 ‘반군의 피난처’로 넘어오는 것과 같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부정선거 논란으로 지난달 촉발된 러시아 반정부 시위의 주요 세력이 고소득 중산층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풍경이다. 지난달 24일 혹독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운집한 모스크바 시위대 10만명 가운데는 은행가, 올리가르히(신흥 재벌)의 부인, 저명한 언론인 등 전체 소득 분포에서 상위 20% 안에 드는 ‘신중산층’도 포함돼 있었다. 시위가 ‘만족한 자들의 혁명’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대통령으로 재임(2000~2008년)하던 지난 8여년간 소득 상승에 만족하며 살던 이들이 갑자기 돌변한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해 총선이 투표조작 등 파행으로 치닫자,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가 허락없이 이용당한 데 대한 분노와 이를 다시 되찾고자 하는 염원이 맞물린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장 자크’ 레스토랑의 단골인 유명 라디오 진행자 티혼 자드코(24)는 “우리는 조직화된 정치 세력은 아니지만, 지난달 두 차례의 대규모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시위 주동자이자 야당 야블로코의 당수인 일리야 야신도 이곳을 자주 찾는 인사 중 하나다. 하지만 비난도 따른다. 러시아 국영방송 ‘러시아 투데이’의 방송국장 마가리타 시모얀은 지난달 TV토론에서 “그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장 자크 등 러시아 국민과 상관없는 ‘그들만의 세계’에서 논쟁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나눔정신’ 실천하는 기업] 현대모비스

    [‘나눔정신’ 실천하는 기업]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어린이 교통안전 전도사로 나섰다. 어린이 안전을 위해 투명우산 보급을 시작한 것이다. 대중과의 접점이 크지 않은 B2B(기업 간 거래) 기업은 사회공헌 아이템을 찾기가 쉽지 않고, 사회공헌 활동으로 얻어지는 홍보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자동차부품 전문 기업이라는 업종 특성을 살려 ‘어린이 교통안전’과 ‘과학 영재 육성’이라는 특화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비나 눈이 올 때 어린이가 처할 수 있는 각종 위험 상황을 고려해 경량 알루미늄과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을 소재로 한 가볍고 튼튼한 우산을 만들었다. 야간이나 흐린 날씨에는 우산이 불빛을 반사해 운전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했으며 손잡이엔 비상용 호루라기를 달아 위급 상황을 주변에 알릴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산 10만여개와 교통안전 교육용 CD를 전국 223개 초등학교 1~3학년 어린이들에게 보급했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조성한 ‘키즈 오토파크’ 역시 ‘어린이 교통안전’을 주제로 한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이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서울시 등이 협력해 2009년 5월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에 개장한 ‘키즈 오토파크’는 3000㎡ 부지에 오토 가상체험시설, 면허시험장, 오토 부스 등 다양한 교육시설과 각종 부대시설 등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 어린이 교통안전교육 시설이다. 또 제조기업으로서 이공계 기피 현상 개선과 과학 영재 육성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기술연구소, 울산공장, 천안공장 등 지방사업장 인근의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주니어공학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 ‘1사 1촌 운동’뿐 아니라 전국 소재 사회복지시설과의 자매결연을 통해 위문품과 연탄 등 각종 생필품을 전달하고 자원봉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알찬 방학을 위한 두가지 초대] 오페라 세계 빠져볼까

    추운 날씨에 한없이 게을러지고만 싶은 겨울방학, 아름다운 오페라 선율로 훈훈한 감성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 강동구는 새해 1월 5일 천호동 구민회관 대강당에서 개최하는 새해 첫 강동목요예술무대를 ‘청소년 교과서 음악회-오페라 이야기’로 꾸몄다고 27일 밝혔다. 오페라 콘서트 형식을 빌린 무대에서 중·고등학생들이 어렵게 느끼는 오페라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교과서에 나오는 친근한 작품을 중심으로 레퍼토리를 구성했다. 모차르트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피가로의 결혼’ 중 ‘더 이상 날지 못하리’, ‘사랑한다 말해줘요’ 등으로 무대를 연다. 또 조수미의 ‘밤의 여왕 아리아’로 친숙한 모차르트의 최후 작품 ‘마술피리’, 오페라의 교과서라 불리는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중 ‘남 몰래 흐르는 눈물’ 등 귀에 익은 작품들이 차례로 자리를 빛낸다. 강동필하모닉오페라단 고제형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소프라노 권성순, 문성원, 테너 이정환, 바리톤 양진원, 박경종 등 성악가 5명이 출연해 노래와 연기를 선보인다. 이번 무대는 지난 8월 무대를 장식한 ‘청소년 교과서 음악회-오페라 이야기’에 이은 두 번째 교과서 오페라 공연이다. 강동구는 청소년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교과서에 등장하는 친숙한 클래식, 오페라 작품으로 꾸민 음악회를 방학에 맞춰 개최하고 있다. 중·고등학생뿐 아니라 만 7세 이상 취학 아동이면 관람이 가능하다. 강동문화포털 사이트(culture.gangdong.go.kr)에서 예약하거나 현장을 방문해 미리 예약해야 한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온난화 위기 직면한 ‘북극곰 수도’ 처칠

    온난화 위기 직면한 ‘북극곰 수도’ 처칠

    인구 800여 명의 작은 마을, 처칠. 그곳에 1000여 마리의 북극곰이 산다. 캐나다의 처칠은 사람보다 곰이 많은 북극곰의 최대 서식지이다. 인근 와프스크 국립공원에서 봄과 여름을 난 북극곰들은 얼음이 어는 시기인 11월 초, 이곳으로 모여들어 바다가 얼기를 기다린다. 북극곰에게 처칠은 북극으로 이동하는 길목의 대합실과도 같은 곳이다. 북극곰의 이동을 보려고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은 이곳을 ‘전 세계 북극곰의 수도’라 부른다. 28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영되는 환경스페셜 ‘북극곰, 얼음 위를 걷고 싶다’ 편에선 지구 온난화 등 생존의 문제에 직면한 북극곰에 대해 조명한다. 온난화는 북극곰들을 생사의 기로에 서게 만들었다. 따뜻해진 날씨로 인해 처칠 앞 바다는 겨울에 늦게 얼고 봄에 일찍 녹는다. 보통 물개가 주식인 북극곰은 물개가 숨을 쉬기 위해 얼음 위로 올라올 때 사냥을 한다. 얼음이 얼지 않으면 사냥을 할 수 없는 것. 처칠 앞바다가 한 달 이상 늦게 어는 바람에 북극곰도 그만큼 더 굶어야 한다. 이로 말미암아 북극곰의 영양상태가 악화되고 개체 수도 점점 줄고 있다. 굶주린 북극곰이 먹이를 찾아 마을로 출몰하면서, 주민들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밤에 유리창을 깨기도 하고 썰매 개 사료를 뒤지기도 한다. 주민과 북극곰 모두의 안전을 위해 특별히 개발된 것이 있다. 북극곰 감시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 1967년 처칠과 매니토바주(州)가 함께 만든 것으로 마을에 자주 출몰하는 곰들을 시설에 수용했다가 얼음이 얼면 이동시켜 주는 프로그램이다. 북극곰이 창문을 두드리는 것에 익숙해진 주민들은 북극곰이 보이는 즉시 신고 다이얼을 돌린다. 사람과 북극곰의 안전한 공존이 이루어진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 주변의 얼음바다는 3~14% 감소됐고, 결빙시기 또한 점점 짧아지고 있다. 북극곰 보호단체인 ‘북극곰 인터내셔널’(PBI)은 현재의 온난화 속도대로라면 2050년엔 처칠의 북극곰이 멸종할 것이라 보고 있다. 온난화의 첫 시험대에 오른 북극곰의 수도 처칠, 이제 기후변화는 북극곰의 생존을 결정짓는 열쇠가 되었다. 과연 2050년 이후에도 북극곰은 평화롭게 얼음 위를 걷고 있을 것인가.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울산 앞바다 어선 침몰 1명 숨지고 10명 실종

    울산 앞바다에서 기상악화로 어선이 침몰해 11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26일 오전 2시 2분쯤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 동쪽 24㎞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부산선적 139t급 트롤어선 ‘739건아호’가 침몰했다. 사고 어선은 부산 건아수산 소속으로 지난 25일 오후 3시 30분 부산 남항에서 출항했다. 울산해양경찰서는 사고 접수 후 긴급 출동해 선원 14명 가운데 기관장 황모(48)·김모(49)씨와 선원 김모(46)씨 등 3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원 권종석(53)씨는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고, 선장 신철(61)씨와 선원 등 10명은 실종됐다. 기관장 황씨는 “기관실에 갑자기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왔고 배가 기울어 조명탄을 쐈다.”면서 “배에서 뛰어내린 뒤 나무를 잡고 있었고, 인근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다른 어선이 조명탄을 보고 와서 구해줬다.”고 말했다. 해경은 사고 어선이 풍랑주의보 상황에서 출항했다가 바다 날씨가 갑자기 나빠지면서 큰 파도를 만나 침몰한 것으로 추정했다. 해경은 인근 해역의 경비함정을 모두 투입하고 해군 및 공군과 함께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있지만, 높은 파도와 궂은 날씨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음은 실종자 명단이다. ▲선장 신철 ▲오상태(58) ▲박춘호(52) ▲김삼(51) ▲김동섭(45) ▲정창용(47) ▲김웅수(47) ▲정진운(47) ▲김춘용(46) ▲하한식(42)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길섶에서] 휴대전화/곽태헌 논설위원

    기계·기구를 다루는 데 친숙하지도 않고, 별 관심도 없다. 요즘 인기가 있는 다기능의 휴대전화도 나에게는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아직도 구형 휴대전화를 이용하고 있지만 불편한 것은 없다. 그런데 며칠 전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았다.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기초적인 용도로만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수준이지만 없으니 불안했다. 특별히 올 전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받아야 할 문자메시지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랬다. 휴대전화 중독 증후군 환자도 아닌데 점심 직전 집사람이 휴대전화를 가져오기까지 3시간 정도 불안하게 보냈다. 부재 중 걸려온 전화는 한 건이었고, 문자메시지도 회사를 그만둔 선배로부터 온 것을 비롯해 몇 건 되지 않았다. 몇 시간 휴대전화가 없었어도 문제될 게 없었는데도, 추운 날씨에 집사람에게 휴대전화를 가져오라고 한 게 미안했다. 미국에는 TV 안 보는 날도 있는데, 휴대전화 없는 날도 1년 중 하루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 심장 혈관 막혀… 30분 넘는 흉통 위험신호

    심근경색의 원인은 대부분 관상동맥경화증이며, 위험인자로는 고혈압·흡연·당뇨병·고지혈증·비만 등이 꼽힌다. 관상동맥에 경화현상이 생겨 70%가량 막히면 협심증이 오고, 이어 혈관이 완전히 막히면 심근경색증이 유발된다. 대표적인 증상은 흉통이다. 호흡곤란·구역·발한·심계항진 등이 동반되기도 하는 흉통은 최소한 30분 이상 지속되며, 통증은 점차 팔이나 목, 등 쪽으로 퍼진다. 노약자에게서는 호흡곤란·혼돈·기절·복통 등 비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환자의 25% 정도는 증상 없이 발생해 더 무섭다. 이런 심근경색이 아침에 잘 생기는 것은 호르몬의 일종인 카테콜아민 수치 상승과 혈소판 응집이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시각이다. 심근경색증은 임상증상과 심전도 소견 및 혈청효소의 상승 등으로 진단한다. 심전도에서 환자의 20% 정도는 정상으로 나타나는데, 이때는 심초음파로 심기능과 심근벽의 운동장애를 관찰해 진단한다. 심근경색의 치료는 시간이 생명이다. 치료를 위해서는 산소 공급과 함께 니트로글리세린, 진통제 모르핀과 헤파린·베타차단제·ACE억제제 등을 사용하며, 특히 막힌 혈관을 뚫기 위해 혈전용해제를 투여하거나 혈관성형술 또는 관동맥우회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글리코프로틴 억제제나 혈관을 넓혀주는 스텐트시술의 임상 결과가 좋은 편이다. 치료 방법은 환자 상태나 주치의에 따라 다르지만 어느 경우든 최단시간에 막힌 혈관을 뚫어줘야 생명도 구하고 후유증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심근경색에 뒤따르는 부정맥이 위험한데, 병원 도착 전에 숨지는 환자의 60%가 부정맥의 일종인 심실세동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혈관계 질환의 무서움은 돌연사로 이어진다는 점 때문이다. 추운 날씨는 말초혈관을 자극해 심장에 과부하가 걸리게 하고, 이는 급성 심근경색증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심근경색을 예방하려면 먼저 과음과 흡연을 피해야 한다. 과음은 혈압변동 폭을 넓힐 뿐 아니라 관상동맥에 경련이 일어나면서 발생하는 변이형 협심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흡연은 동맥 속 지질 등이 응집돼 만들어진 경화반을 파열시켜 급성 심근경색증을 유발하는 매우 위험한 인자다. 이런 겨울에는 걷기나 조깅·수영 등 유산소운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는 게 좋다. 노약자들은 아침·저녁보다 기온차가 적은 낮시간에 운동을 하며, 운동 전후에 스트레칭으로 충분히 몸을 덥혀줘야 한다. 또 실외운동을 할 때는 방한복은 물론 모자, 마스크 등으로 보온을 잘 해야 혈관 수축에 따른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6) 천안 母 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34) 하얀 피부와 사후강직이 일러준 토막살인의 진실 전철역 화장실에 유기된 30대女의 시신
  • 몽유병 걸린 여성, 혼자 호수 들어가 ‘익사’

    몽유병 걸린 여성, 혼자 호수 들어가 ‘익사’

    미국 뉴저지주에 사는 한 여성이 몽유병으로 호수에 빠져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새벽 샤를린 페레로(55)가 감쪽같이 자택에서 사라졌다. 집에는 외부 침입 흔적이나 도난당한 물건도 없었으며 평상시 쓰던 물건 그대로 인채 사람만 사라진 상황. 실종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지 경찰은 하루가 지나 인근 뉴튼 호수에 빠져 익사한 페레로를 발견했다. 경찰 수사결과 페레로는 심각한 몽유병 환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웃주민인 테레사 세리니는 “10일 전에도 우리집에 와 현관문을 두드린 적이 있었는데 다음날 이같은 사실을 페레로가 전혀 기억하지 못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수면 전문가인 게리 자미트 박사도 “몽유병 환자는 깊은 잠에 빠진 상태에서도 심지어 복잡한 일들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페레로의 직장 동료는 “만약 그녀가 몽유병으로 호수에 들어갔다면 바로 깨어났을 것” 이라며 “새벽 2시 추운 날씨에 맨발로 밖에 나갈 수 있겠나?”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현지 경찰은 페레로가 심각한 몽유병 환자였다는 증언을 참고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호수에 빠져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나는 산타다”…크리스마스 감동 이벤트

     “산타할아버지에게 받은 선물 엄마 드릴거에요. 지난 엄마 생일 때 아무것도 못 해드렸거든요.”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에 있는 한 교회에서 만난 초등학교 3학년 지용운(9·서울 미동초등학교 3학년)군은 품에 선물을 안고 웃으며 말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 23일, 이 교회에는 산타 옷을 입은 고등학생 24명이 찾아왔다. 산타의 등장에 아이들은 소리치며 반겼다. 아이들은 신기 한 듯 이리저리 쳐다보다 풀어놓은 선물 보따리에 이내 좋아했다. 참석한 자원봉사자들은 각자 준비해온 율동과 마술 등으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조금 서툰 진행이었지만 아이들 표정에는 흥겨움이 가득하다. 여기에 이들은 각자 조금씩 모은 돈으로 아이들에게 선물도 했다. 이채영(7·서울 미동초등학교 1학년)양은 “재밌는 공연도 보고, 선물도 받아 기분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자칭 국가인증산타라고 말하는 이들. 과연 이들에겐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같은 날 오후 5시. 영하의 찬 온도에 칼바람이 매섭게 불던 지난 23일 서울역사박물관 앞마당 에서는 고등학생부터 직장인, 주부에 이르기까지 나눔의 뜻을 모은 35개팀 1004명의 산타들이 모였다. 산타복장을 한 이들은 평소 준비한 율동을 다 같이 하며 추위를 녹였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과 같은 상황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것이다.  한국청소년재단이 주관하고, 서울시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이하는 ‘사랑의 몰래 산타 대작전’이다. 이 행사는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오늘의 행사가 있기까지 몰래 산타들은 자비를 들여 직접 선물을 구매했다. 또한, 2개월 전부터 서울역 플래시몹을 거쳐 오리엔테이션과 장기자랑 연습을 위한 산타학교에 참석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산타로 참석한 직장인 조광현(27)씨는 “아이들에게 완벽한 산타가 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고,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다는 임혜진(25)씨는 “날씨가 조금 추운데 많이 함께해서 기쁘고,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빨리 행복해 하는 아이들을 보고 싶다.”면서 신나는 표정을 감추질 못했다.  한편, 이날 출정식에는 영화배우 박중훈씨와 전직 농구선수 한기범씨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출정식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도 산타복을 입고 소외계층을 방문해 나눔의 열기를 더했다. 한국청소년재단은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에 걸쳐 산타 1004명을 포함한 자원봉사자 1112명이 소외계층 가정 636곳에 나눔 봉사를 했다고 밝혔다. 성민수PD globalsms@seoul.co.kr
  • [김정일 사망 이후] 北측 초병 평소보다 2~3배 늘어 개성공단 물자차량 南으로 南으로

    [김정일 사망 이후] 北측 초병 평소보다 2~3배 늘어 개성공단 물자차량 南으로 南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 사흘이 지난 22일 휴전선 일대는 겉으로는 평온했지만 긴장감은 곳곳에서 감지됐다. ●우리軍 “北움직임 포착 안돼” 이날 서부전선 비무장지대 내의 북한 측 213민경초소(GP)에는 평소 2, 3명보다 많은 7, 8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우리 측 보도진들이 건너편 육군전진부대 도라전망대에 몰려들어 취재에 열을 올리자 2명은 밖으로 나와 계속 동태를 관측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초소 뒤로는 널어놓은 빨래들이 보였고 밥을 지으려고 불을 피웠는지 연기가 계속 올라왔다. 도라전망대 왼편으로 보이는 개성공단은 평온한 모습이었다. 개성공단과 이어진 도로에서는 북한에서 만들어진 물건을 실어나르는 차량들이 계속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여 김 위원장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은 정상적으로 조업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남북한의 긴장감이 높아졌지만 도라전망대에는 40여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우리 군의 설명을 듣고 북한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정신없었다. 이들이 내려가자 바로 다른 중국인 관광객 일행이 몰려 왔다. 민경초소 부근 위장마을인 기정동마을에는 158m 높이의 철탑에 가로 30m, 세로 15m인 인공기가 김 위원장의 사망 발표 뒤 평소보다 5m쯤 낮게 게양돼 있었다. 일부에서는 북한 주민들이 추모를 위해 마을 회관 등으로 모여드는 모습이 관측되기도 했지만 이날 기정동마을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마을 외곽에서 도로 청소를 위해 한 사람이 연신 큰 빗자루 쓸고 있었을 뿐이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만 보였을 뿐 주민들이 단체로 이동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기정동마을에도 저녁 무렵이 되자 난방 등을 위한 연기가 하나둘씩 올라왔다. ●北주민 마을회관 이동 관측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도 긴장감이 흘렀다. 김 위원장의 사망 이후 높아진 관심에 이날 내외신 기자 90여명이 몰려 취재를 하자 북한군 초병은 자신들이 담당하는 판문각 앞에서 취재진을 망원경으로 계속 관찰했다.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군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경비담당 부대 병력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위원장 사망 발표 직전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부터 북한 전군(全軍)에 훈련을 중지하고 즉각 소속 부대로 복귀하라는 내용의 ‘김정은 대장 명령 1호’가 하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한군은 이 명령에 의해 현재 훈련을 전면 중지하고 최전방 말단 부대까지 조기를 걸고 김 위원장을 추모하고 있다. 휴전선을 두고 북한병사들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 군의 병사들은 차분하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전진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사망 이후에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적 관측활동과 경계근무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현재 북한군 전방부대에서 특별한 군사적 움직임은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셔먼 한미사령관 JSA 방문 또 이날 공동경비구역에는 제임스 셔먼 한미연합사령관이 방문해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군의 동향과 한·미 양국 군의 경계태세 등을 확인했다. 미군 관계자는 “김 위원장 사망 때문이 아니라 정기적인 방문”이라며 “보고를 듣고 장병들을 격려했다.”고 밝혔다. 셔먼 사령관은 김 위원장 사망 발표가 난 19일에는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해 한·미 간의 정보 공유를 강화하기로 했다. 북녘을 한눈에 바라다볼 수 있는 임진각과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등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평소처럼 시민들이 나왔다. 이들은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의 정세변화에 대해 우려와 함께 기대를 걸기도 했다. 실향민 이모씨는 “김 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은이 너무 어려서 걱정”이라며 “경색된 남북 관계가 하루빨리 정상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파주·판문점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일일 산타’ 깜짝 변신 소외가정에 웃음 배달

    ‘일일 산타’ 깜짝 변신 소외가정에 웃음 배달

    22일 오후 2시 30분 성동구 행당동 원모(11·초등학교 3년)군의 집. 원군과 3급 지적장애인 아버지, 할머니가 살고 있는 반지하 단칸방에는 선물보따리를 맨 산타클로스의 깜짝 방문에 모처럼 환한 웃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원군의 집을 방문한 사람들은 성동구청 직장동호회 ‘하하호호 봉사단’으로 연말연시를 앞두고 지역 저소득층 가정의 어린이들을 위해 일일 산타로 변신한 것이다. 직원들이 캐럴을 부르며 보따리에서 꺼낸 장난감을 받자 원군은 “산타할아버지 고맙습니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겨울 내복을 건네받은 아버지와 할머니도 연신 고마움을 표시했다. ●캐럴·율동·마술쇼 등 선봬 봉사단은 이어 초콜릿 케이크의 초에 불을 붙였다. 공연이 뒤따랐다. 원군은 직원들과 캐럴, 율동, 마술쇼 공연을 함께 하며 즐거워했다. 공연 뒤 함께 사진을 찍은 뒤 즉석에서 전달하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가족들은 “추운 날씨에 너무 고맙다.”며 또 한번 고개를 숙였다. 회원들은 선물 준비와 함께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관련 단체에서 일일 산타교육도 받았다. 동호회장을 맡고 있는 오경희 민원여권과장은 “웃음 봉사를 하는 단체인데 연말연시를 쓸쓸하게 보낼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각박한 사회생활 속에서 점점 마음의 여유를 잃어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오히려 사랑과 따뜻함을 남긴 뜻 깊은 행사였다.”고 말했다. ●조손가정 방문 장난감 등 선물 직원들은 곧 인근 할머니와 함께 단둘이 살고 있는 조손가정의 어린이와 미혼모 가정 어린이의 집에도 찾아가 내복과 장난감 등을 선물했다. 성동구 ‘사랑의 몰래 산타’ 준비위원회도 24일 오후 4시부터 저소득 가정과 한부모·조손가정 30가구를 방문해 사랑을 배달할 예정이다. 고재득 구청장은 직원들의 훈훈한 이웃사랑 소식을 귀띔받고 “직장 동호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모범 사례”라며 “구청에서도 어려운 이웃들에게 연말연시를 외롭지 않게 보내도록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평화비 철거? 日 몰염치 철거하라”… 분노 더한 1001번째 수요시위

    “평화비 철거? 日 몰염치 철거하라”… 분노 더한 1001번째 수요시위

    “일본 정부는 평화비 철거를 요구하는 몰염치를 거둬라.” 21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1001회 정기 수요시위가 열렸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정기적인 시위였지만, 피해 할머니들의 분노는 더 크게 울려퍼졌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최근 한·일 정상회담에서 지난 14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건립한 소녀 형상의 ‘위안부 평화비’를 철거하라며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기증한 ‘희망 승합차’를 타고 시위에 참여한 김복동(85)·길원옥(84)씨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영하의 추운 날씨 속, 내리는 눈을 맞으며 한목소리로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죄를 거듭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길 할머니가 주도해 “바위처럼 살아가 보자 모진 비바람이 몰아친대도…”라고 시작하는 노래 ‘바위처럼’을 함께 불렀다. 빨간 산타 모자를 쓴 피해 할머니들은 ‘산타 할머니’가 돼 시위 참가자들에게 선물을 나눠 주기도 했다. 정대협 직원들은 직접 만든 덧신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증정하기도 했다. 캐럴인 ‘창밖을 보라’를 ‘전쟁은 안돼’로 개사해 부르며 참혹한 전쟁의 기억을 되새기기도 했다. 성탄절을 앞둔 이날, 평화비의 머리에는 빨간 털모자가 씌워졌고, 목에는 두툼한 목도리가 둘렸다. 무릎에는 빨간 담요가 덮였고 시려 보이는 발에도 덧신이 신겨졌다. 곁에는 빨간 모자를 쓴 작은 눈사람 인형이 놓여 소녀의 외로움을 달랬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주말까지 강추위 하루종일 冬冬冬

    ‘동지’(冬至)인 22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7도까지 떨어지는 등 전국적으로 강추위가 닥칠 전망이다. 게다가 강한 바람까지 불어 체감 온도는 영하 10도를 밑돌겠다. 이번 추위는 크리스마스인 25일까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2일 전국이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대체로 맑고 추운 날씨가 될 것이라고 21일 예보했다. 22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0도~영상 1도, 낮 최고기온은 영하 5도~영상 4도다. 서해안과 제주에는 1~3㎝가량의 눈이 내리는 곳도 있겠다. 23일에는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1도, 낮 최고기온이 영하 4도로 남해안 일부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이 하루 종일 영하권에 들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추위는 강한 바람을 동반해 체감 온도는 이보다 3~5도 정도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의 체감기온은 22일 영하 13도, 23일은 영하 15도에 이르겠다. 올 크리스마스에는 서울에서 눈을 보기가 힘들 전망이다. 기상청은 23일 밤부터 24일 새벽에 대전, 충남, 호남을 중심으로 눈발이 날리겠지만, 서울·경기 지역은 눈이 내릴 확률이 30% 정도라고 내다봤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배추보다 오이가 더 비싸… 작년의 4배

    채소류 가격이 전반적으로 안정세이지만 유독 오이값만 지난해보다 배 이상 뛰면서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오이 한 개가 배추 한 통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다. 20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최근 오이 한 개(취청·150g)의 가격은 1500원대로 배추 한 포기(3㎏·980원)보다 비싸다. 롯데마트에서 오이가 배추보다 값이 더 나가기는 처음이다. 작년 이맘때 배추 가격(2980원)이 오이(750원)보다 무려 4배 가까이 비쌌던 것과 비교하면 오이 가격 상승은 더욱 눈에 띈다. 오이값은 9월 추석 명절 이후 1000원선에 형성됐다가 10월 540원까지 내렸지만 이내 반등해 지난달 말에는 1630원까지 치솟았다. 이마트에서도 취청오이 가격은 1440원으로 작년(740원)의 두배 정도로 올랐고, 특히 백오이는 5개 묶음이 3380원까지 뛰었다. 이달 이마트 채소 매출은 지난해보다 5.7% 신장했지만 오이는 매출이 8.3% 줄었다. 오이 가격이 뛰는 이유는 오이가 열매를 맺고 생육할 때 온도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늦가을에 비가 자주 내리는 등 흐린 날씨가 이어지면서 남부 지방 일조량이 부족해져 열매 수가 줄어든 데다 최근에는 갑자기 기온이 낮아지면서 생육이 잘 되지 않았다. 또 비닐하우스 난방에 사용되는 경유 가격이 최근 작년보다 20% 이상 뛰어 재배 원가가 상승한 탓도 있다. 대형 마트 관계자는 “겨울 배추는 주산지인 해남 등 전남의 배추 면적이 40% 이상 늘어나 당분간 과다 공급이 계속되고, 오이는 변덕스러운 날씨로 인해 피해가 바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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