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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의환향’ 박인비

    “이렇게 많은 환영을 받으며 들어온 적이 없었어요. 새로운 경험이네요” ‘골프 여왕’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금의환향했다.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박인비는 아랫입술이 튼 채 다소 피곤한 모습이었지만 여유로운 미소는 잃지 않았다. 그는 “얼떨떨하고 당황되지만 많은 환영과 응원을 받아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앞두고 잠시 귀국한 박인비는 최근 컨디션이 떨어진 것 같다는 염려를 의식한 듯 “미국에서도 워낙 많이 주목을 받아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서 “US여자오픈 때 컨디션이 100%였다면 지금은 80% 정도“라고 설명했다. 박인비는 그러나 “몸은 피곤하지만 경기력까지 떨어진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브리티시여자오픈 대회장인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장에 대한 은근한 자신감도 숨기지 않았다. 박인비는 “세인트 앤드루스는 페어웨이가 넓고 날씨가 안 좋을 때가 많다”면서 “세팅이 어렵고 이변이 많은 곳”이라고 설명한 뒤 “제 샷이 바람을 뚫는 스피드가 좋아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는 강하다고 생각한다. 자연과 날씨에 맞춰나가겠다”고 자신감과 아울러 각오를 다졌다. “최근 전체적인 샷과 퍼트에서 날카로움이 다소 떨어졌다. 이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대비책도 밝혔다. ‘메이저대회 4연승’ 도전을 앞두고 자신에 쏠린 관심과 부담감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좋아하는 골프를 직업으로 삼은 만큼 감당해야 할 일”이라면서 “제가 잘쳐서 많이 봐주시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당초 올해 목표치보다 200% 이상 잘하고 있다. 메이저대회 우승을 더 못해도 만족한다”면서도 “브리티시여자오픈은 기대에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인비는 25일 제주에서 삼다수 맥주 출시 기념 행사에 참석하고 이후 이틀 동안 공식 행사 없이 개인 일정을 소화한 뒤 28일 브리티시 여자오픈이 열리는 스코틀랜드로 떠난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중국통신]골프장서 ‘벼락’ 맞은 男, 생명 위험

    [중국통신]골프장서 ‘벼락’ 맞은 男, 생명 위험

    마른 하늘에 친 날벼락을 맞고 한 남성이 중퇴에 빠지는 웃지 못할 사고가 일어났다. 광저우르바오(廣州日報) 22일 보도에 따르면 올해 44세의 정(鄭)씨는 라운딩을 즐기기 위해 21일 친구 3명과 함께 둥관(東莞)시 모 골프장을 찾았다가 봉변을 당했다. 자신의 차례가 되어 공을 치기 직전 골프채를 들었을 찰나 갑자기 날벼락이 치면서 그의 골프채에 적중, 전류가 체내로 흘러들어가며 전신에 화상을 입은 것. 같이 있던 캐디 및 친구들은 “입고 있던 옷이 조각 나고 피부 여러곳에 화상을 입었으며 호흡과 심장박동이 멈춰 급히 병원으로 후송했다”며 당시의 위급함을 설명했다. 이 날 하루 비가 오락가락하는 흐린 날씨였으나 정씨 등이 골프장을 찾았을 때는 아직 비가 내리기 전이라 이 같은 사고가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목격자들은 진술했다. 한편 정씨는 병원에서 치료 중이나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광저우르바오 캡처 중국통신원 홍진형 agatha_hong@aol.com
  • 프랑스 순례마을 보행기-순례는 안단테

    프랑스 순례마을 보행기-순례는 안단테

    Pilgrimage 길 위를 걷는 자에게 서두름은 독이 될 뿐이다. 순례자임을 표시하는 가리비 하나 달고 마음을 의지할 지팡이 하나 짚고 걸음을 내딛는다. 느릿하게 울리는 프랑스 순례마을 보행기步行記. 순례가 범람하는 시대에 길을 나서다 분명한 건 ‘철학’도 유행을 탄다는 점이다. 많이 생산하고 빨리 소비하는 게 절대적 선으로 여겨졌던 세상에 반기를 드는 가치들이 출현하고 있다. 버리고 줄이고 좁히고 늦추겠노라고 선언한 사람들은 웰빙을 부르짖고 로하스, 다운시프트 같은 삶의 방식을 발 빠르게 차용했다. 그에 따라 여행 철학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정복한 나라 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성공한 해외여행이라고 자부했던 때도 있다. 밤낮없이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하는 여행에서 이제는 되도록 천천히, 느리게 여행하자 한다. 때마침 ‘걷기 여행’은 강력한 트렌드가 되었고 ‘산티아고 순례길’은 맞춤형 소비재가 되어 빠르게 소모돼 갔다. ‘그럴듯한 새로움’을 갈구하는 콘텐츠 시장에서 순례는 구미 당기는 소재였으리. 서점에 넘쳐나는 순례 에세이들, 열흘짜리 순례길 맛보기 여행상품까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민첩한 유행 앞에 순례의 본래 의미나 목적은 사장된 듯했다. 그래서였나. 내 딴에 순례란 단지 시대의 산물에 불과할 뿐이고 유행이 식으면 그 다음 주자에게 자리를 넘겨주어야 할 위태로운 ‘전염’이라 취급했으니. 이제야 심성이 삐딱한 여행자였노라고 인정해야 할 듯하다. 한 해 몇천명의 순례자들이 거쳐 가는 프랑스 남부 미디피레네Midi-Pyrenees 순례길에서 길의 매력에 전염되다 못해 여행 후 강력한 후유증까지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이번 여행기는 기도문이 될 것 같다. 나처럼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에만 있는 줄 알았던 여행자가 있다면 그 오만으로부터 얼른 구원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가리. 말뿐인 순례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나는 ‘순례’를 알지 못했다. 그 길 위를 걷기 전까지 말이다. ▶미디피레네 Midi-Pyrenees 프랑스, 안도라공국, 스페인에 걸쳐 있는 피레네산맥 일부 지역에 위치한 프랑스 남서부 주. 주도인 툴루즈Toulouse는 파리에서 남쪽으로 680km 떨어져 있다. 프랑스에서 만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사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수만 갈래다.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른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야고보St.James. 그가 묻힌 스페인의 갈리시아 지방 수도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대성당에 이르는 모든 길은 순례길이다. 야고보를 찾아가는 길에는 축복과 기쁨보다는 성자를 향한 연민과 참회가 가득하다. 성자를 지키지 못한 신도들의 원죄가 깊고도 깊기 때문이리라. 야고보는 예수 사후 이스라엘에서 참수를 당했는데 신도들은 성자의 억울한 죽음을 맞고도 그의 시체조차 찾지 못했다. 유해를 싣고 스페인으로 향하던 배가 난파된 것. 9세기 들어서야 발견된 그의 시체는 그간의 험난한 여정을 증명하듯 노오란색 가리비가 다닥다닥 붙은 채였다고 한다. 뒤늦게 야고보의 묘지 위에 성당을 짓고 증축을 거듭해 산티아고를 조성했다. 그들이 성지를 세우는 것만으로 미안한 감정을 달랬다면 오늘날의 순례길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다. 성직자와 신자들은 단지 그의 묘를 참배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가리비를 머리에 달고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성 야고보처럼 길을 나섰다. 아무리 구불구불한들, 제 아무리 험준하다 한들 당신이 걸음을 내딛으면 나만의 참회와 구원이 담긴 길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알고 보면 ‘산티아고 순례길’이 일반인에게까지 유명세를 떨친 건 최근의 일. 파울로 코엘료가 <순례자>를 집필하면서 전세계적인 열풍을 낳은 산티아고 순례길은 제주 올레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올레가 ‘휴식’이라는 이미지와 맞물린다면 산티아고 순례길은 ‘고난’으로 수렴된다. 현재 유럽에는 12갈래의 대표적인 순례길이 있는데 순례자 10명 중 8명은 일부러 프랑스 남부서부터 일정을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는 험준한 길을 택한다. 놀멍쉬멍 걷든 지팡이를 짚고 걷든 ‘걷는다’는 행위는 동양과 서양 어디서든 구도의 길과 이어지나 보다. 고단한 순례자의 안식처 콩크Conques 모든 순례길은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로 통칭되는데 프랑스 남부도시 생장 피드 포르에서 출발해 스페인 북부를 횡단하는 루트가 가장 유서 깊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걸은 길은 프랑스 남부 도시 르 퓌Le Puy에서 출발해 미디피레네주의 유명 순례도시를 관통하는 구간의 일부였다. 나를 포함해 미국, 라트비아, 중국, 크로아티아, 캐나다 등 각국에서 온 순례자들을 이끌 가이드는 러시아계 프랑스인인 엘리나. 말 그대로 다국적 ‘순례단’인 우리는 미팅 포인트였던 툴루즈Toulouse에서 그녀를 보자마자 속사포같이 질문을 쏟아낸다. ‘예순이 넘은 내가 걸을 수 있는 길이냐, 하루에 몇 시간을 걷는 거냐, 너무 힘들면 도중에 포기해도 되냐’라는 질문에 엘리나는 빙긋 웃으면서 답했다. “마음을 먹은 성직자들은 이 길을 무릎으로 기어 올라간답니다.” 차분한 한마디였지만 ‘엄살떨지 마시오’라는 엄포가 분명했다. 동행인이 있어도 또 가이드가 붙는다 해도 긴장되는 초행길이었다. 사람들의 경직된 표정을 읽었는지 엘리나는 이 길을 가는 데 있어 꼭 경건한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일러준다. 단지 마주치게 될 프랑스의 대자연, 봄과 여름 사이를 가르는 바람, 작은 마을들과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즐기라 했다. ‘순례’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에 짓눌렸는데 어느덧 경직된 마음이 사르륵 녹아내린 건 헤픈 성격보다는 ‘끝내줬던’ 날씨에 책임이 있으리. 미디피레네를 횡단하는 갸론Garon강에서 첫 번째 목적지 콩크Conques까지 3시간 가량 차로 이동하는 동안 첩첩산중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건 바로 건축자재였다. 주변에 암석으로 된 산이 없는 탓에 갸론강에서 길어 올린 붉은 모래를 이용해 벽돌을 구워 건물을 올리고 길을 닦은 툴루즈와는 달리 암회색 집들이 눈에 띈다. 언덕 위 석회석을 이용해 튼튼히 쌓아올린 건물이 모여 있는 작은 마을 앞에 일행을 태운 차가 멈췄다. 콩크는 불어로 조개를 뜻하는데 마을 전체가 조개껍데기를 엎어놓은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 겨우내 잠잠했던 콩크는 4월 부활절과 함께 모여드는 순례자들로 다시금 활기를 찾는다. 중세 순례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산티아고를 찾아가는 길목길목에는 순례자를 위한 마을이 조성됐고 콩크도 그 마을 중 하나다. 각 순례 도시는 종교적인 기능과 생활적인 기능 모두를 담당했다. 전망이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교회나 수도원이 들어서 있다. 매일 평균 8시간 동안 길을 걷는 순례자가 안락한 밤을 지새울 수 있도록 숙박업소가 등장했고 그들을 치료하기 위한 병원이 갖춰졌다. 90가구가 전부인 이 작은 마을에 한 해 3만명의 순례자들이 모여든다. 기사들도 말 위에서 내려와 걸어야 했을 만큼 좁은 골목길, 손으로 일일이 쪼개 얹은 기왓장은 천년 동안 고단한 순례자를 반겨 왔다. 느린 걸음으로 한 시간이면 돌아보는 마을이지만 세계 각국에서 출발한 순례자에게 콩크는 없는 것 빼고 다 갖춘 마을일 거다. 작디작은 마을에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켜켜이 앉은 시간이 스쳐갔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a 12사도 중 한 사람인 성 야고보의 순교지라는 게 정설. 산티아고는 야고보의 스페인식 발음이며 콤포스텔라는 ‘별의 들판’이라는 뜻의 라틴어campus stellae에서 유래했다. 예루살렘·로마에 이은 유럽 3대 순례지의 하나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을 비롯해 성당·교회·대학 등 중세의 건물이 남아있어 번영했던 때를 보여준다. 척박한 땅에서 드리는 기도 로카마도르 Rocamadour 순백의 도시가 언덕 끄트머리에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한계령 뺨을 칠 정도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거슬러 올라가고 나니 로카마도르Rocamadour가 드라마틱하게 등장했다. 촉박한 일정이었지만 잠깐 머뭄의 시간을 갖는 데 일행 모두가 동의했다. 마을 입구를 2km 앞두고 멀찌감치 떨어져 하염없이 마을을 바라본다. 오체투지로 순례길에 나선 성직자들은 물론이고 순례로서 죗값을 치르던 이들까지 바로 이 자리에 서서 마을을 굽어보고 한시름 놓았을 게 틀림없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덕에 자꾸 발걸음이 늦춰진다. 이 마을은 석회질이 다량 포함된 토질 덕분인지 유난히 흰 빛을 뽐낸다. 석회바위산 꼭대기에 이 같은 마을을 만들려면 평지보다 몇 배 노동력이 투입됐을 텐데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입지였다. 듣자하니 이 ‘석회’가 바로 순례마을의 비밀을 푸는 열쇠였다. 6만년 전 이 일대가 바다 밑에서 융기하며 바다생물이 퇴적된 땅이 드러났다. 토양의 주성분은 석회석과 같은 탄산칼슘. 하지만 물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토질 탓에 나무를 심어도 과실이 나지 않고 곡식을 심어도 추수할 수 없는 척박한 땅이 돼 버렸다. 성직자들은 아무도 살지 않는 땅, 조용히 명상할 수 있는 이곳에 주목했다. 12세기부터 도시를 일궈 한때는 8,000명 가까이 머무는 ‘기도하는 마을’을 만든 것이다. 지금은 800명 규모로 축소됐지만 한 해 방문객만 100만명에 이르는 관광지다. 가장 유명한 순례마을 중 하나였던 로카마도르는 악명 높은 곳이기도 했다. 삶이 고단한 자들은 유복한 내세를 보장받기 위해, 범죄자들은 죄를 용서받기 위해, 어떤 이들은 기적을 간구하기 위해 마을의 맨 꼭대기 성당을 찾았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찾는 구원을 얻고자 필시 223개의 계단을 오르는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어떤 성직자는 구불구불한 14개의 고갯길을 택해 무릎으로 오르기도 했다. 모든 고통을 감내할 수 있었던 건 성당 내 위치한 ‘검은 성모상’을 알현하기 위함이었다. 106년 기적을 행했다는 검은 성모상은 시간이 흐르며 자연적으로 검게 변했다고 하는데 프랑스 내 많은 검은 성모가 있지만 로카마도르 것을 제외하고는 일부러 페인트를 칠한 것도 많다 한다. 가끔 아무도 치지 않는 종이 울리는 건 이 성모의 힘이라고 로카마도르 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다. 두런두런 얽힌 로카마도르 이야기를 들으며 223개의 계단을 올랐다. 로카마도르 터가 머언 옛날 바다 아래 잠겼던 땅임을 증명하듯 계단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화석이 박혀 있다. 아름다운 길이지만 시간이 흘렀어도 악명은 여전했다. 최영미 시인은 아침마다 내뱉는 마른 기침으로 살아있음을 느꼈다고 하는데 나 역시 고통으로 생이 자각되긴 마찬가지였으니. 건조한 모래바람이 호흡기를 훅 틀어막고 심장은 튀어나올 듯 펌프질을 해댔다. 온몸의 기관들이 벌떡 잠에서 깼을 무렵에야 검은 성모의 성당 앞에 겨우 발을 디뎠다. 언덕 꼭대기에는 대성당 외에도 자연 동굴을 활용해 만든 예배당이 있었는데 건조한 기후 탓인지 외벽에는 13세기에 그려진 벽화가 그대로 남아있다. 럭비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미디피레네 사람들을 위한 럭비의 신 예배당도 갖추고 있다. 엄숙하게만 보인 순례 마을의 귀여운 재치라고나 할까. 다시 떠나는 길 오슈Auch 마지막 행선지 오슈Auch에 도착하기 전 프랑스에서 가장 작은 마을이라 알려진 라르상글Larressingle에 들렀다. 목적은 라르상글에 있는 교회에서 순례자들에게 찍어 주는 도장을 받기 위해서였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순례자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는데 각 순례 마을은 이들 여권에 방문자임을 증명해 주는 도장을 찍어 준다. 그러나 한때 주교가 거주할 정도로 큰 마을이었던 라르상글에는 을씨년스런 바람이 불었다. 교회 역시 군데군데 파손된 흔적이 역력했고 벽에는 커다란 엑스 표시가 낙인처럼 찍혀 있었다. 엑스 표시는 ‘팔렸음’을 뜻하는 표식이란다. 20세기 병적으로 ‘프랑스’적인 것에 탐닉한 미국인들은 오벨리스크를 유럽으로 옮긴 로마인처럼 프랑스의 와인이나 예술품뿐만 아니라 건물을 통째로 뜯어 부지런히 신대륙으로 날랐다. 혁명정부 이후 나폴레옹 제정이 들어서면서 교회는 더 이상 경배의 대상이 아니었다. 군자금을 충당하려는 약탈자들이 전국의 교회로 몰려들면서 온전히 제 모습을 보존하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 당시 프랑스인에게 교회를 뜯어 파는 일은 아무런 죄책감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왠지 교회 내부에 바깥보다 더 추운 공기가 도는 것 같다. 별 기대 없이 여권을 대고 한 켠에 마련된 도장을 꾸욱 눌러 보는데 선명한 글씨가 찍혀 나온다. 한동안 이용하지 않았다면 잉크가 말랐을 게 분명하지만 도장은 아직 촉촉했다. 분명 바로 얼마 전 순례자가 이곳을 지나갔다는 뜻이기도 했다. 반가운 마음에 길을 재촉했다. 순례자의 행선지가 우리와 같다면 길 위에 마주칠 것이다. 한걸음에 달려 오솔길 위를 걷고 있는 두 명의 사내를 발견했다. 우리는 같은 길을 걷는 길 위의 동지였으므로 안면몰수하고 둘을 잡아 세웠다. 순례에 나선 지 한 달이 넘었다는 미국인 칼과 브라이언트는 40년지기 친구사이. 군에서 제대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먼저 걸었던 칼이 브라이언트를 끈질기게 설득해 성사된 여행이라고 한다. “부인과 자녀 모두 미쳤다고 했지만 친구 녀석 믿고 한번 와보기로 했지.” 결국 브라이언트는 ‘해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보스에게 장기 휴가를 얻는 데 성공해 길에 나섰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가장 오래된 도장을 찍었다는 그는 여정이 빼곡히 담긴 여권을 자랑한다. 남이 보지 않을 땐 꼭 붙어 걷던 두 사람에게 어깨동무를 요청하니 쑥스럽다며 발을 뺀다. 나머지 여정도 건강하게 마무리짓길 바라며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우리대로 오슈에 다달았다. 오슈라는 도시명은 아우구스투스에서 유래했는데 이곳은 중세 유명한 종교도시였다. 도시 어디에서나 고딕양식의 오슈대성당Auch Cathedral이 시선에 걸린다. 성당 내부는 26m 높이로 프랑스에서 가장 큰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 있다. 해마다 5월이면 오르간축제가 펼쳐지고 6월부터 8월까지 매주 일요일에는 무료 콘서트가 열린다. 가장 좋은 것, 귀한 것을 집약해 천국에서의 행복한 나날을 암시하고자 했던 의도대로 교회 내부는 화려했다. 믿음을 확인한 순례자는 교회를 빙 한 바퀴 돌아보고 다시 길을 나서야 하는 동력을 얻는다. 오늘날 프랑스의 순례 마을과 관련 건물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 많은데 단지 시간이 오래 되어서라거나 보존이 잘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차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믿음의 힘만으로 수천명의 사람들이 같은 길을 걸었던 장면은 그 당시에도 장관이었을 테니. 반면 기독교가 쇠락하고 신보다 인간이 앞서던 시대가 도래하고 또 부르주아 혁명이 일어나면서 순례길이 쇠퇴해 갔다는 점도 유럽인의 역사가 이 길 위에 오롯이 반영되는 것 같다. 다시 성찰의 기회를 물색하던 현대인에게 조용히 길을 내준 사람들 덕분에 순례마을은 박제된 박물관이 아닌 삶과 역사의 교차점에 서 있다. 그리고 내 삶의 좌표는 그 어디쯤엔가 찍혀 있다. 글·사진 양보라 기자 취재협조 프랑스관광청 kr.rendezvousenfrance.com 02-776-9142 ▶travie info 어디서 출발하면 좋을까 출발점을 선택하는 건 순례자의 몫이다. 프랑스길Camino Frances을 걷는다면 파리, 르퓌Le Puy, 아를Arle, 생장St. Jean Pied de Port이 관문지다. 특히 생장에서 산티아고까지 800km에 이르는 코스에 70%의 순례자가 모인다고 한다. 미디피레네 코스를 걷고 싶다면 주도 툴루즈Toulous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무엇을 준비할까 가리비와 나무 지팡이를 든 순례자의 초라한 행색도 시간이 흐르며 변모됐다. 기본적인 아웃도어 트레킹 물품을 준비하자. 편한 신발, 스틱, 수통 등을 챙기자. 빗물로 인해 무릎 아래 부분이나 등산화가 젖는 것을 방지하는 스패츠도 유용하다. 유럽의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비하려면 우비는 필수다. 어디서 먹고 씻고 잘까 일단 먹는 것은 알아서. 순례자 전용 숙소인 알베르게에서 조리도 가능하다. 알베르게는 도미토리 형식의 유스호스텔이라 보면 되는데 순례길 전역에 분포해 있다. 위생상태는 천차만별. 때로는 침대 진드기에 역습을 당할 수도 있다. 다음 순례자를 위해 한 곳에 오래 머물 수 없다. 다만 몸이 아픈 경우는 예외다.
  •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4) 진화하는 한국의 ‘산림 치유’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4) 진화하는 한국의 ‘산림 치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지난 2일 오전 국립산음자연휴양림에 조성된 치유의 숲에는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맨발에, 하얀 비옷을 입은 40~60대 남녀가 산림치유 운영요원의 설명에 맞춰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따라했다. 궂은 날씨에 여러 가지 불편함이 있었지만 참가자들의 얼굴은 어린 아이들처럼 밝고 활기가 넘쳤다. 이날 산음휴양림의 숲 치유에는 양평의 교회에서 신도 12명이 참가했다. 건강증진센터에서 신체 상태를 점검한 참가자들이 숲에 들어가려면 무조건 신발을 벗어야 한다. 발바닥으로 오감을 깨우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산길을 오르자마자 운영요원의 무시무시한(?) 소리가 날아든다. “맨발로 걷는데 아프거나 몸이 흔들리는 것은 건강이 흔들린다는 징조입니다.” 순간 울퉁불퉁한 숲길을 힘겹게 오르며 고통스러워하던 참가자들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숲 스트레칭에서도 동작마다 경고가 끊이질 않았다. 양손을 교차해 안으로 돌리는 동작이 안 되는 참가자에게 ‘오십견 주의보’가 내려졌다. 갑상선을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에 손바닥을 비빈 후 턱에 손을 대는 동작을 열심히 따라 한다. 김선묵 치유요원이 참가자들을 낙엽송 앞에 세우더니 체질이 ‘소음인’인 사람을 찾았다. 중국에서 중의학을 공부한 김 치유요원이 사상체질과 숲 치유를 접목한, 산음휴양림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기체조 프로그램이다. 소음인이라는 50대 여성은 설명에 맞춰 비옷을 입은 채 낙엽송에 다리를 올리고 엉덩이를 드는 체질별 나무군락 치유활동을 체험했다. 위와 장 계통이 안 좋은 소음인에게 기운이 단단한 낙엽송은 궁합이 좋다. 기관지와 폐 계통이 약해 호흡기 질환을 앓는 태음인에게는 함박꽃나무의 향기를 맡는 아로마테라피를 권했다. 함박꽃나무는 신이화(辛夷花)로 불리는데 예부터 코질환에 대표적인 한방약제로 사용됐다. 산음에서는 치유요원 5명이 배치돼 있는데 명상과 소리·놀이·자연공예 등 전공이 다르다. 숲길걷기 등 공통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전체 프로그램을 경험하려면 최소 다섯 번은 찾아야 한다. 치유요원들은 “귀찮고 불편하지만 비 오는 날 숲 치유 효과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숲 치유 프로그램을 처음 경험했다는 장미경(60·여·경기 양평군 단월면)씨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개운해지는 느낌”이라며 “숲을 걷는 것이 막연히 좋다고 생각했는데 효과를 알고 걸으니 유용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는 자녀 등을 불러 가족이 함께 오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치유의 숲’은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향기, 경관 등 산림에 다양한 요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조성한 숲이다. 국내 치유의 숲은 산음을 비롯해 강원 횡성의 숲체원, 전남 장성의 편백숲 등 국유림 3곳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장흥 편백숲 우드랜드’ 등 4곳이다. 치유의 숲에는 산림치유사가 반드시 배치돼야 하는데 오는 8월 첫 자격시험을 앞두고 있다. 산음휴양림은 국내 산림치유의 ‘발상지’와 같은 곳이다. 2009년 치유 프로그램을 시작한 첫해 1067명이 찾았다. 그 후 매년 증가해 지난해는 2만 247명, 올해 6월 현재 1만 1129명이 방문했다. 휴양림은 매주 화요일에 휴장하지만 숲 치유 프로그램은 연중무휴로 진행된다. 치유숲길 5개 구간이 조성됐고 노약자와 휠체어 사용자가 숲을 둘러볼 수 있도록 경사도를 낮춘 목재데크도 설치했다. 산음에서는 최근 공동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경기도 소방공무원과 사회복지공무원을 대상으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소방공무원은 우울증과 스트레스 장애가 심한 직원들을 우선해 1회 60명씩, 1년에 6회(2박 3일 코스)를 진행한다. 사회복지사는 1회 60명씩, 1년에 5회(1박 2일) 실시할 계획이다. 김명혜 산음휴양림 치유요원은 “숲길을 걷는 것도 좋지만 치유요원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했을 때 효과가 높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횡성의 숲체원 내에는 북부지방산림청이 운영하는 ‘포레스트 힐링센터’가 2011년 8월 문을 열었다. 힐링센터는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부터 연중무휴로 운영하는데 입소문이 퍼지면서 올해 참가자가 2500명에 달한다. 건강측정으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은 다른 치유의 숲과 비슷하다. 기본 3시간 중 2시간은 숲에서 몸 살리는 체조와 명상, 숲길 걷기 등으로 구성했다. 고교 생물교사로 퇴직한 이상수(62) 치유요원은 마사이 워킹과 웃음, 복식호흡 등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와 맨발로 걷는 오감 체험을 안내한다. 이씨는 “숲 치유 프로그램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진행해야 한다”면서 “일률적인 매뉴얼을 적용하기보다는 각 지역의 환경적 특성을 반영한 자체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숲길 체험 후에는 센터로 옮겨 수 치유와 열 치유를 체험한다. 수 치유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효과를 고려한 것으로 무릎 높이로 채운 물속에 다리를 담그고 휴식을 취한다. 수 치유를 통해 심신이 안정되면 열 치유실로 옮겨 편백나무 목침을 베고 15분간 누워 온몸에 편안함을 불어넣는다. 이후 2~3분간 수 치유를 받는 것으로 프로그램은 마무리된다. 힐링 프로그램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치유 전문 시설로 계획돼 일부 제한이 뒤따른다. 체험 확산을 위해 한 사람이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치료 목적이 아닌 건강한 사람의 건강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홀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은 참여할 수 없다. 프로그램 유료화의 필요성도 대두됐다. 무료로 운영되면서 예약 및 취소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예약 후 불참하는가 하면 집중도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북부지방청 관계자는 “힐링센터 활용 및 치유 효과 확산을 위해 산림교육을 진행하는 숲체원에 운영을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유럽 배낭여행-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유럽 배낭여행-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는지 배낭 멘 여행길에선 낯모르는 이와 “안녕” 하고 입만 벙긋하는 인사만으로도 말꼬리가 길어진다. 어디서 왔는지 이름이 뭔지 아주 사소한 호감부터 “너 지금 행복하니?” 선문답 같은 대화에 이르기까지. 나는 꿈꾸듯 거닐며 수많은 이방인들과 옷깃 스치는 인연을 맺었다. 이를테면 옷깃스침 동행이랄까. 유럽 땅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나는 마냥 행복했다가 돌연 쓸쓸해지고 그지없이 황홀했다가 못내 아쉬워 어쩔 줄 모르는 순간순간을 맞이한다. about ‘동행’ 본 기사는 SJR EUROPE에서 론칭한 ‘동행’ 상품을 따라 여행한 기록이다. 3월27일부터 4월12일까지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로마에 이르기까지 총 6개국 18개 도시를 탐방했다. tip 1 동행 상품가 외에 옵션투어 비용, 식비, 자유 여행을 하면서 지출한 교통비와 각종 입장료 등 15박 17일의 현지에서 지출한 여행경비는 120만원 남짓. 기념품 구입 또는 개인 쇼핑 품목이 많을 경우에는 더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tip 2 파리의 라스파일 시장과 몽파르나스 묘지, 뮌헨의 영국정원과 슈바빙, 프라하의 카프카 뮤지엄, 비엔나의 레오폴드 뮤지엄, 베네치아의 리도섬과 부라노섬 등은 기본 투어가 아닌 자유 시간을 활용해 여행했다. 기본 투어에 해당하는 파리, 프라하, 비엔나, 베네치아, 로마 등의 주요 도시 투어 역시 일부 구간 동행 후 자유로이 움직였고, 옵션 투어 가운데 바티칸 시국은 개별적으로 방문했다. France Mont Saint Michel, Paris 파리에서 지도 없이 걷기 기어코 파리. 파리는 독보적이다. 자정 가까이 늦은 밤에 도착한 파리였지만 여행에 앞서 만난 선배의 말이 실감이 됐다. “아마도 네 마음과 부단히 싸우는 여행이 될 거야.” 어디부터 갈까, 뭐부터 할까, 마음은 급한데 결정은 못하고, 그럼에도 파리에서는 어느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여행은 이튿날 아침부터 시작됐다. 파리 몽파르나스 타워 가까이에 위치한 호텔Campanile Maine Montparnasse 로비에서 15박 17일간의 동행들과 만났다. 며칠 전에 도착해 이미 파리에 푹 빠진 이도, 스페인이며 어디며 이제 막 국경을 넘어온 이도 있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동행을 태운 버스는 파리를 조금 아껴두고 4시간여를 달려 프랑스의 끄트머리 몽생미셸Mont Saint Michel에 닿았다. 성 미카엘 대천사의 신성한 산성, 몽생미셸은 노르망디Normandie 해변에 떠 있는 아주 작은 바위섬이자 중세로부터 오랜 역사를 이어온 수도원이다. 일대는 드넓은 갯벌이다. 바닷일을 하던 사람들은 이 바위섬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다. 워낙에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밀물썰물의 간격이 짧아 많은 이들이 휩쓸려 버린 탓에 ‘몽통브mont tombe’, ‘무덤 산’이란 고약한 별칭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러던 8세기 초반의 어느 날, 인근 아브랑쉬Avranches 지역 오베르St. Aubert 대주교의 꿈에 성 미카엘이 나타나 예배당을 세울 것을 명령했고, 그후 서서히 모습을 달리한다. 14세기 백년전쟁 때에는 전투 요새로, 18세기 대혁명 시절에는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오늘 내가 마주한 몽생미셸은 고되고 혼란스러운 노르망디의 역사가 쓸려가고 다시금 수많은 순례자와 여행자들이 밀려오는 축복의 성지다. 그 물살에 실려 동화 속 풍경처럼 아른거리는 몽생미셸 속으로 들어간다. 바위섬 꼭대기의 수도원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은 좁고 가파르지만 저마다의 특색을 살린 호텔과 기념품 가게를 눈으로 즐기고, 입으로는 짧은 물때를 맞추기 위해 빠르고 간편하게 요리하고 먹을 수 있는 이곳의 대표음식 오믈렛과 사과 파이, 발효주 시드르Cidre 등을 즐긴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들어선 수도원에서 갯벌 뒤로 어디서부터가 바닷물인지 모를 그저 눈부신 노르망디 해안을 실눈으로 조망한다. 드디어 정말, 파리의 아침이다. 알람이 울리기 전 진작에 일어나 부산을 떨었다. 조식 서비스를 마다하고 향한 곳은 ‘카페 드 플로르Cafe de Floer.’ 카페 홀을 등지고 바깥 거리 쪽 테라스 좌석에 앉아 에스프레소와 크루아상으로 파리지엔의 밥상을 받아든다. 그러나 난 이따금씩 꿈꿨다. 저마다의 삶을 일구고 있는 파리지엔들마저 도시의 풍경으로 소비되는 파리에서 보들레르가 말한 ‘플라뇌르flaneur’, 이 도시의 산보객이 되는 순간을. 개인의 삶과 분리하여 도시 자체를 관찰하고 감상하는 한가한 무리가 되는 것이야말로 파리를 가장 파리답게 소비하는 방법이 아닐까. 자리를 털고 일어났지만, 카페 드 플로르에서 몇 발짝 나가지 못하고 바로 옆 서점에서 발길을 멈춘다. 막 문을 여는 참이다. 출근하는 서점 직원들을 따라 들어가 바바리코트 차림의 백발 할아버지들과 책 구경을 한다. 파리를 담은 사진집 몇 권을 골랐다. 그리고 다시 감이 이끄는 대로 걷다 ‘라스파일 시장Marche Biologique Raspail’에 이른다. 화요일과 금요일이면 우리의 오일장처럼, 라스파일 도로변에 장이 선단다. 일요일에는 파리 근교에서 재배하는 유기농 식재료를 사고파는 유기농마켓이 열린다. 운이 좋다. 마침 장날이다. “봉쥬르.” 늘어선 가판 너머에서 들려오는 싱싱한 인사와 한 손에는 애견, 다른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든 동네 할머니와의 연속된 조우. 그리고 갖가지 방식으로 조리한 올리브를 맛보기로 건네는 손길까지 의도치 않게 살가운 일상을 공유한다. 예상치 못했던 진짜 파리지엔의 모습.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몽파르나스 묘지Montparnasse Cemetery에는 안내지도를 들고 명망가들의 묘를 찾는 이들이 꽤 많다. 시장에서 산 빨간 딸기를 베어 먹으며 보들레르 묘 앞에 마주앉은 나는 잠시 시간여행자로 전환된다. 아, 파리에서의 3일은 턱없이 짧다. 나는 파리를 빠르게 읽기로 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튈르리 정원과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개선문까지 쉬지 않고 걸었다. 그 긴긴 길 위엔 셀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많은 의자가 줄지어 있고 그 위로 걸음을 멈춘 사람들이 기대어 있었다. 그날 밤, 중세 파리 투어를 했던 동행 몇몇이 해질녘 몽마르트르에서의 낭만을 안주 삼아 조촐한 와인 파티를 열고 있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가는 것만으로도 이유가 되는 장소가 있다. 지칠 대로 지쳤지만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다음날, 동행들로부터 귀동냥한 정보를 중얼거리며 뤽상부르 공원Le Jardin du Luxembourg에서 아침 산책을 했다. 오늘 역시 조식 서비스 대신에 공원의 작은 카페테리아에서 크레이프와 커피로 덜 깬 잠을 달랜다. 조깅하는 파리지엔과 이른 아침부터 가이드 뒤를 쫓는 단체여행객들을 번갈아 바라봤다. 까짓것 부지런해져 보지 뭐. 반의반, 그 일부만이라도 보겠다고 오르세 미술관Musee d’Orsay으로 갔다. 역시나 나의 관심사는 미술작품보단 ‘오르세’라는 공간과 그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므로 두어 시간이면 될 거라는 건방진 생각이 있었다. 말도 안 된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오르세는 물론 파리를 소화해 낼 방법이 없다. 그냥 넋 놓기로 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난 몽마르트르Montmartre 언덕 한가운데서 본의 아니게 낯선 구경꾼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몽마르트르의 예술가에게 초상을 맡기고 싶었지만 여유가 없었다. 붓 대신 가위를 들고 2~3분 만에 옆모습 실루엣을 종이에 오려 준다는 거리 예술가 앞에 앉았다. 대개 어린 아이들이 재미 삼아 하는 것 같았다. 관심의 대상이 나인지 예술가의 손놀림인지 모르겠더라.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민망함을 누르는 동안에 완성된 나의 실루엣. 하나도 안 닮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탐이 나는 파리에서 마지막은 바토 무슈Bateaux Mouches 위에서의 센강 유랑이다. 저마다의 파리를 즐긴 동행들이 하나둘 선착장으로 모여 이야기를 쏟아낸다. 듣는 이는 드물다. 알알이 불씨 오른 에펠탑이 가까워진다. 탄성이나 호들갑 없이 오히려 조용해진다. 파리의 밤이 강물 따라 흘러간다. ▶travie info 동행 프로그램은 여행하는 도시 가운데 주요 도시에서 지식 가이드를 제공한다. 프랑스에서는 몽생미셸과 옹플뢰르 1일 투어를 기본 일정에 포함하고 있고 파리에서는 2가지의 옵션 투어가 준비되어 있다. 옵션 투어는 물론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지식 가이드 투어에도 강제사항은 없다. 개인의 여행 기호를 존중하여 얼마든 자유 여행이 가능하다. route 1. 루브르 박물관+중세 파리투어 샹젤리제 거리→개선문→루브르박물관→중식→시테섬→노트르담성당→최고재판소→콩시에르쥬리→시청사→퐁피두센터→사요궁전(에펠탑 조망) route 2. 오르세 미술관+파리 인상파 투어 오르세 미술관→로댕미술관 정원→몽마르트르 언덕(성심성당, 예술인의 광장, 피카소의 작업실, 물랭루즈(조망))→개선문(샹젤리제) Switzerland Interaken,Luzern,Mürren,Mürren 만년설 위로 반짝이던 하루 파리 유랑을 끝낸 동행들이 모두 버스에 올랐다. 꼬박 8~9시간 몸을 구겨 잠을 청해야 한다. 다들 오랜 시간의 쪽잠이 불편하지만 어느 정도 긴장이 풀려서인지 금세 잠에 빠진다. 조금 깊이 잠들었다 깨어났다.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는데 여전히 낯선 도로 위다. 예상치 못한 거센 눈발로 좀더 안전한 길을 찾아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다행이다. 이번 여정은 이 야간이동을 시작으로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프라하까지 여정의 절반 이상을 이 버스 한 대로 움직인다. 유럽 배낭인데 유레일이 아니고 버스라니 처음엔 갸웃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도시간 이동에 소비되는 시간과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어 나로선 반가운 일이다. 예상보다 한두 시간 늦었지만 무사히 인터라켄이다. 도시락으로 요기한 동행 대부분이 ‘Top of Europe’ 융프라우에 오를 채비를 한다. 꼭 1년 만에 다시 찾은 인터라켄에서 나는 과감히 융프라우를 포기했다. 이미 올랐다는 것이 큰 이유였지만 파리 파노라마가 가시기 전 유럽의 지붕 아래서 그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지난 여행에서 아쉽게 놓쳤던 청정마을 뮈렌Murren 행 기차에 올랐다. 기착지 라우터브루넨Lauterbrunnen에서 케이블카로 갈아타기 전 마을의 작은 카페에 들러 따뜻한 홈메이드 스프 한 그릇을 먹었다. 얼마나 내렸는지 눈에 파묻힌 것만 같은 집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뮈렌에서 단출한 워킹화에 의지하여 곧 미끄러질 듯 뒤뚱거리며 걷는다. 날쌔게 지나가는 스키어들은 물론 눈썰매 힘껏 지치는 어린 아이들도 탄탄한 기운을 뿜어낸다. 변덕스런 날씨로 여행자 애태우기 일쑤인 그날의 융프라우는 다행히 쾌청했다고 동행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하산했다. 오늘은 다들 세상 모르고 잠이 들겠지. 하얀 솜사탕처럼 멀리 뭉게뭉게 겹쳐 있는 알프스 산맥의 품속에서 그만큼 달달한 꿈을 꾸면서. 이른 아침인데 하늘을 나는 사람들이 보인다. 알프스 높은 곳 어디에선가 발을 뗐을 패러글라이더들이 드문드문. 지천이 눈꽃, 상고대로 뒤덮인 산길을 지나 어느새 루체른Luzern이다. 호반 위로 얌전히 뻗은 카펠교Kapellbrucke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스위스의 고즈넉함을 맛본다. Germany Füssen, Munich 찰나지만 더없이 벅찬 순간 몇 시간 후 국경을 넘어 독일 퓌센Fussen에 도착했다. 오후 4시 전후인데 벌써 어둑하니 날씨가 궂다. 저 멀리 노이슈반슈타인 성Schloss Neuschwanstein이 보인다.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동화 속 모습이다. 디즈니랜드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상당수 장면의 배경이니 말이다. 성의 일부가 보수공사 중인 데다 성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다는 마리엔 다리는 기상악화로 출입이 통제된 상황이라 아랫마을에서 성의 초입까지 짧은 산책으로 만족하고 서둘러 뮌헨으로 방향을 틀었다. 늦은 밤에 도착한 뮌헨Munich은 몹시 차분했다. 물론 호프브로이하우스Hofbrauhaus는 달랐다. 동행들과 우르르 몰려간 호프브로이하우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맥주홀답게 사람도, 맥주도, 열기도 거품이 일 듯 넘쳐났다. 뮌헨에선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동행들이 삼삼오오 빈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파리에서의 3박 4일이 짧다 투덜댄 것이 무안할 정도로 뮌헨에선 아주 잠시 머물렀다. 그래도 슈바빙Schwabing과 영국정원Englischer Garten만은 양보할 수 없었다. 감수성 예민하던 시기에 읽었던 책의 잔상 때문이었을 게다. 이젠 어떤 내용이었는지 줄거리조차 생각나지 않는데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렸던 슈바빙과 영국정원의 모습만은 또렷했다. 오스트리아로 출발하기 전, 자유로운 3시간이 주어졌다. 호텔 리셉션에서 지도 한 장과 함께 효율적인 동선을 추천받아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곧 멎을 것처럼 숨이 찼음에도 자전거와 유모차가 차례로 엇갈려 지나가고 오리와 거위가 벤치를 돌며 길동무 해주는 영국정원에서 더 깊이 차가운 공기를 들이킨다. 그리곤 지그재그로 훑어 내려간 슈바빙. 짧아서 아쉬웠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호하다. 전혀. 그곳에 내가 존재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벅차기만 한 걸. 찰나일지라도. 다시 올라탄 동행 버스, 차창에 스치는 풍경은 눈 깜빡일 때마다 영화 스틸 컷이 된다. 할슈타트로 가는 길이다. 휴대전화로 알림 메시지가 계속 들어온다. 네트워크 설정을 알리는 메시지. 버스가 조금만 방향을 바꾸어도 네트워크 설정이 달라진다. 독일 통신망을 잡았다가 오스트리아 통신망을 잡았다가. 이윽고 조용해졌다 싶었을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그곳, 할슈타트 끄트머리에 있었다. Austria Hallstatt, Salzburg, Vienna 유럽의 작은 마을들을 가다 여전히 하얀빛을 발하는 눈이 마을을 살포시 덮고 있다. 그만치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친다.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상쾌하면서 동시에 차분해지는 기분. 깜빡 졸다 깨나니 어느새 할슈타트Hallstatt 호수다. 할슈타트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와 잘츠부르크 사이에 있다. 할슈타트를 포함하여 이 일대를 보통 잘츠카머구트Salzkammergut라고 부른다. 크고 작은 호수를 끼고 있는 이곳의 작은 마을들은 알프스 아래 투명한 빛을 머금고 있다. 모두 자석에 이끌리듯 호숫가로 내달린다. 공기 중엔 감탄만이 존재한다. 떠나오기 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부터 모차르트, 클림트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의 훈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궁금했던 것은 그들이 태동한 마을, 도시, 공간 그 자체였다. 할슈타트에서는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시간과 이후 잠깐의 산책이 허락됐다. 호수 가장자리 꽤 경사진 산자락을 타고 올라가는 할슈타트의 집들. 집 위에 집, 그 위에 다시 집이 층층이 피라미드를 이룬다. 그런 까닭에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비탈 아래 집의 다락방 또는 굴뚝과 눈이 마주친다. 집 앞 정원, 뒤뜰은 물론이고 담장, 벽면, 창틀에 이르기까지 매일매일 부지런히 쓸고 닦고 손질하는 정성이 느껴진다. 골목길에 맞닿은 벽면에 벤치를 놓은 집들이 많다. 허락 없이 잠시 엉덩이를 붙인다. 등허리를 기대고 가만히 마을을 관찰한다. 굴뚝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자 허기가 밀려온다. 이미 때는 놓쳤고 아쉬운 대로 가까운 카페에 들어가 투박한 파운드케이크 한 조각과 핫초코 한 잔을 주문한다. 할슈타트의 강렬함을 뒤로하고 동행 버스는 잘츠부르크Salzburg에 도착했다. 재빠르게 캐리어를 호텔 방에 밀어두고 저녁나절 동행의 지식 가이드를 따라 나선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었던 미라벨 정원Mirabell garten을 지나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게트라이데 거리Getreidegasse까지 단숨에 잘츠부르크 구시가를 가로지른다. 슈니첼과 비엔나커피를 차례로 맛보며 오스트리아 스타일의 만찬을 가져볼까 잠시 고민. 하지만 생선요리를 판매하는 이곳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몇 가지 요리를 포장하고 기차역 안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슈니첼과 케이크, 과일 그리고 와인까지 푸짐하게 장을 본다. 호텔 방 안에 차려낸 배낭여행자의 잘츠부르크식 만찬에 흡족해하며 여행 친구들과 꽤 긴 수다를 늘어놓는다. Czech 에곤 실레 그리고 카프카 할슈타트와 마찬가지로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Cesky Krumlov는 좁다란 골목골목으로 이어진다. 이곳에 와서 알게 된 재미난 사실 하나. 모차르트 엄마 그리고 에곤 실레 엄마의 고향이 각각 할슈타트와 체스키 크룸로프라는 것. 처음엔 웃어넘겼는데 그게 아니다. 두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굉장한 포인트. 특히나 엄마의 고향 체스키를 무척이나 사랑했던 에곤 실레Egon Schiele는 한동안 이곳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한다. 체스키를 표현한 작품도 상당수.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터 눈에 익은 에곤 실레의 초상과 작품으로 디자인한 전시 포스터들이 벽을 도배하고 있다. 마을에는 그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미술관The Egon Schiele Art Centrum도 있다. 굴라쉬 브런치를 즐긴 다음 그가 걸었을 법한 골목을 따라 크룸로프 성으로 향했다. 성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는 동안 자주 걸음을 멈췄다. 가파르기도 했지만 시야가 트이는 성벽길에 접어들자 체스키 크룸로프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성벽 아래로 흐르는 강물은 그 너머의 마을 가장자리를 둥그스름하게 에두르고 그 안쪽에 중세의 시간을 간직한 집들이 소복히 모여 있다. 을씨년스러운 날씨임에도 마을엔 아늑한 기운이 유유히 흘렀다. 그리고 프라하Prague는 역시나 아름다웠다. 바츨라프 광장에서부터 화약탑, 천문시계, 카렐교까지 프라하 구시가를 동행 매니저의 꼼꼼한 가이드를 따라 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렐교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쁜 연인들을 뒤로하고 다리 난간에 바싹 붙어 프라하 성을 바라본다. 카렐교 건너의 펍에서 벨벳 맥주 한 잔. 부드러운 벨벳 거품이 입술에 닿자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그러나 그 기쁨은 스쳐 지나갈 뿐이었나. 잔이 빌 때쯤 이제 돌아갈 날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셈하게 된다. 달게 자고 일어난 프라하의 아침은 지난밤만큼 아름다웠다. 성비투스성당, 황금소로가 이웃하고 있는 프라하 성 일대를 함께 둘러보는 동행 가이드 투어 이후엔 홀로 프라하 시가지를 쏘다녔다. 가능하면 외면하고 싶었음에도 끝내 제 발로 찾아갔다, 카프카Franz Kafka를. 마냥 들뜨고 신나게 보내도 아쉬움 가득할 여행길에서 가슴 철렁할 것이 분명한데도 어느새 나는 카프카 뮤지엄Franz Kafka Museum 속을 헤매고 있었다. “이곳은 도시가 아닙니다. 꺼져 가는 꿈과 열정의 울퉁불퉁한 자갈밭으로 뒤덮인 시간이라는 태양의 갈라진 바닥을-잠수종 속에서처럼-우리는 걸어가는 것입니다. 이곳은 재미있는 곳이긴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곳입니다.” -프란츠 카프카, 구스타프 야노우호의 <카프카의 대화> 인용문 中 카프카가 남긴 기록을 보는 사이 낭만적이기만 했던 프라하는 한순간에 반전된다. 숨이 턱 막힌다. 달달한 체코 전통빵 뜨르들로Trdlo를 뜯어먹으며 어지러운 마음을 다스린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곧 프라하를 떠난다. 숨 가쁘게 도착한 다음 여정은 비엔나Vienna.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오스트리아에서 꼭 맛보아야 한다는 슈니첼과 비엔나커피를 에곤 실레와 맞바꾸고 나는 다시금 배고픈 여행자가 된다. 레오폴드 미술관Leopold Museum에서 만난 에곤 실레. 체스키 크룸로프의 풍경을 담은 작품 앞에 섰다. 에곤 실레의 체스키는 내 기억 속의 그곳보다 훨씬 어둡고 울적했지만 나로선 참 반가운 장면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체코, 다시 오스트리아로. 공간이 다르고 에곤 실레와 나 사이의 시간 또한 다르지만 그 사이를 연결하는 풍경이 있고 그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이 여행의 순간에 감사한다. ITALY Vaticano,Rome,Veneziam,Sorrento,Sorrento,Sorrento 냉정해질 수 없는 이탈리아 여행 오늘 나는 생애 첫 야간열차를 경험한다. 비엔나에서 베네치아까지. 꼬박 12시간이 지나면 그토록 원했던 베네치아에 닿는다. 이번 동행길에서 가장 기대한 곳 중 하나가 베네치아다. 6개의 간이침대가 세 개씩 양 벽면을 의지해 층을 이룬 열차 칸은 비좁았다. 부피 큰 캐리어는 침대 아래 보관함에 들어가지 않아 양쪽 침대 사이에 나란히 줄지어 세웠다. 그 위로 다시 작은 짐들을 포갠다. 이제 열차 칸의 여섯 명은 발 디딜 공간 하나 없이 밤을 달린다. 열악했지만 싫지만은 않았다. 누군가 이야기했다. 이 모든 것이 야간열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고. 처음으로 부모님이 아닌 친구와 단둘이 감행했던 여행이 떠올랐다.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여 두근두근했던 그 느낌. 한참 줄을 서 겨우 고양이 세수를 했다. 슈니첼 한 덩이를 패티로 넣은 버거와 커피 한 병. 자정 가까이 돼서 맛보는 제대로 된 첫 끼니다. 꿀맛. 푸르렀다. 물이 곧 땅인 베네치아Venezia에서는 모든 것이 맑고 푸르렀다. 동행들과 베네치아 본섬 투어에 나섰다. 떠밀리듯 걸을 수밖에 없을 만큼 본섬엔 여행자들로 가득했다. 그 북적임이 베네치아를 더욱 활기 넘치게, 역동적으로 만들어 준다. 그 물결을 따라 조금 멀리 나가 보자. 배에 올랐다. 리도 섬Lido으로 가는 배다. 매년 가을, 베니스영화제가 열리는 아름다운 섬 리도의 4월은 따사로웠다. 흐드러진 벚꽃과 나뭇가지마다 터져 나온 초록 잎사귀들로 봄기운이 물씬했다. 한편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세계의 끝은 낮고도 깊어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었다. 고요하고 평화롭게 반짝이는 해변에서 태양 빛을 그대로 흡수한다. 허리춤에도 못 미치는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바다 가까이 다가간 아빠, 양동이와 집게를 들고 바닷가의 쓰레기를 줍는 할아버지, 파도를 마주하고 앉아 무심한 얼굴로 사과를 베어 문 젊은 연인. 영화와도 같은 삶의 순간들이다. 리도에서 배를 두 번 갈아타고 도착한 부라노 섬Burano은 색색이 선명했다. 바다로 이어지는 좁은 수로에 데칼코마니 풍경을 찍어내는 부라노의 색채는 바다로 나간 이들이 짙은 안개 속에서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집집마다 알록달록 칠을 한 것이 오늘날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예쁘다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곳. 거품이 절반이나 되는 폭신한 카푸치노 한 잔을 들고 본섬으로 돌아가는 배에 오른다. 안녕, 부라노. 안녕, 베네치아.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베네치아의 축복 속에 헤엄치던 나는 어느새 피렌체Firenze 산타마리오 델 피오레 대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 한 마디로 두오모Duomo 꼭대기에 올라 있었다. 두말 할 것 없이 <냉정과 열정 사이>를 곱씹으면서. 찰나에도 시작과 끝은 있다. 조금씩 여행의 끝이 보인다. 동행의 마지막, 종착역은 로마 떼르미니. 악명 높은 떼르미니역 플랫폼에 내리는 순간부터 동행들 사이에 긴장감이 맴돈다. 마지막 여행지니 모두들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추억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게지. 주변을 살피고 짐 가방 단속도 단단히 한다. 이제 로마Rome의 법을 따를 시간이다. 이튿날 아침, 로마의 여인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날름날름 맛있게 먹었던 영화 <로마의 휴일>의 촬영지인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을 시작으로 트레비 분수, 베네치아 광장, 판테온, 나보나 광장까지 세상 모든 길이 통한다는 로마의 중심을 통과한다. 촌스럽게 무슨 동전 던지기를 하냐고 피식 비웃었던 나는 어둔 밤 조명 밝힌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 앞에서 슬그머니 동전을 꺼내들었고, 칠칠치 못하게 거리에서 무슨 젤라또를 날름거리냐고 흉봤던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맛있다는 젤라또 가게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로마 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테베레강 건너 트라스테베레Trastevere 마을에 이르러서야 느긋한 한때를 보낸다. 중세로부터 이어진,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서민지구라고 했다. 꼭 유명한 집이 아니라도 동네 어귀 작은 카페며 레스토랑 어디엘 들어가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커피와 피자를 맛볼 수 있는 마을이다. 웬만한 부침개보다 훨씬 큰 피자 한 판도 머릿수대로 주문하는 것을, 뜨거운 태양 아래 마시는 와인 또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들 틈에서 매끄러운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를 훅 들이킨다. 산타 마리아 인 트라스테베레 성당과 노천카페가 테두리를 만들고 있는 광장으로 포근한 햇살이 쏟아진다. 조바심쟁이가 모처럼 너그러워진다. 버스 차창 밖으로 나폴리 항을 곁눈질한 끝에 도착한 폼페이Pompeii에서는 그 폐허 위로 핀 들꽃처럼 가슴 뛰는 생명력을, 아말피 코스트Amalfi Coast를 신나게 달려 도착한 쏘렌토Sorrento에서는 나른해서 더 달콤한 지중해 마을의 여유로움을 삼킨다. 꿈은 아니겠지. 마지막은 아니겠지. 바티칸에서 뜻밖에도 새로이 선출된 교황님의 알현식을 마주하기도 했으니 이번 여행, 정말 제대로다. 떼르미니역에서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Leonardo Express 열차를 타고 도착한 로마 피우미치노공항.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노트북 전원을 켠다. 사진 폴더 안에 새로이 추가된 이미지 파일만 3,000장. 힘들었던 기억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순간순간이 애틋하게만 기억되는 동행. 나는 지금 또다시, 더없이, 여행을 안달하고 있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SJR EUROPE www.sjreurope.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삽자루의 유럽 ‘동행’ 15박 16일 2013년 SJR EUROPE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배낭여행. 파리에서 시작하여 로마에서 끝나는 15박 16일의 여행 프로그램으로 항공권은 개인의 기호와 예산에 맞게 선택, 자연스럽게 동행 일정 전후로 자신만의 여행 일정을 추가할 수 있다. 일정 내내 전문 지식 가이드 출신의 인솔자가 동행하여 주요 도시에서는 무료 가이드 투어를 제공하는 한편 여행자 스스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여행 정보와 노하우는 물론 충분한 자유 일정을 지원한다. 함께하는 낭만과 혼자만의 자유로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동행의 가장 큰 매력. 몽생미셸과 옹플뢰르, 퓌센, 할슈타트, 체스키 등 자유 여행에서는 가기 힘든 유럽의 소도시를 경유하는 것도 동행 상품의 차별화 포인트. 더욱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여행자를 위해 남부지중해 투어, 바티칸 투어 등 다양한 옵션 투어도 마련해 두었다. 유럽 여행이 처음인 여행자 또는 안전과 도시간 이동에 부담을 느끼는 여행자에게 아주 적합한 상품이다.
  • 국제화 등 견해차 좁혔지만 재발방지책 이견 여전

    국제화 등 견해차 좁혔지만 재발방지책 이견 여전

    남북한은 22일 개성공단에서 제5차 당국 간 실무회담을 열고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문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수정안과 재수정안을 주고받는 등 조율을 시도했지만, 결국 재발방지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양측은 25일 6차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일부 협의가 진전된 부분도 있었지만 좀 더 조율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재발방지 부분에 대한 입장 차가 가장 크다. 우리측은 재발방지 보장을 위해 북측의 확고한 약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은 이날 제도적 보호장치 문제를 논의할 별도의 기구를 마련할지를 놓고도 논의를 진행했다. 김 단장은 “이 문제는 제도적 보상장치 항목에 포함할 수도 있고 따로 갈 수도 있다”며 “어떤 기구가 필요한지, 어떤 내용을 할 것인지 (북측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전에만 두 차례 전체회의를 여는 등 남북은 2~4차 회담에서 ‘밀린 진도’를 서둘렀다. 오전 10시 제1차 전체회의에서 남측은 지난 3차 회담(15일)에서 북측이 제시한 합의서에 대한 수정안을 내놓았다. 낮 12시부터 열린 2차 전체회의에서 북측은 재수정안을 제시했다. 오후 3시 30분부터 김 단장과 북측 단장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총국 부총국장이 머리를 맞댔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김 단장은 회담 전망과 관련, “9부 능선을 넘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남북이 국제화 문제 등 일부 항목에서는 견해차를 좁혔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장을 둘러싸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6차 회담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회담은 출발 전부터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남측 대표단이 북측 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하자 북측 관계자들은 소지한 책도 검색하는 등 한층 강화된 형태의 짐 검사를 했다. 회담에 앞서 박 부총국장이 먼저 “날씨가 점점 어두워지는데 회담을 잘해서 어둠을 걷어내자”고 건넸다. 이에 김 단장은 “장마도 있지만 때가 되면 맑은 하늘 아래 곡식이 익는 철이 올 때가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회담에 앞선 모두 발언에서 김 단장과 박 부총국장은 선문답처럼 날씨에 빗댄 입씨름을 했다. 개성공동취재단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오바마 “美 정당방위법 재검토 필요”

    오바마 “美 정당방위법 재검토 필요”

    미국 전역에서 20일(현지시간) 흑인 10대 소년을 사살한 히스패닉계 백인 조지 지머먼의 무죄 평결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뉴욕과 워싱턴DC, 마이애미,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뉴올리언스, 내슈빌, 보스턴 등 도시 100여곳에서 이번 평결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흑인이 다수를 차지한 시위대는 지머먼에 의해 피살된 트레이번 마틴과 유족에게 지지를 표명하면서 지머먼을 ‘증오범죄’ 혐의로 기소하고 정당방위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트레이번에게 정의를’이라고 명명된 이번 시위는 유명 흑인 인권운동가인 앨 샤프턴 목사가 이끄는 인권단체 내셔널액션네트워크(NAN)가 주도했다. 이날 뉴욕시민 2000여명이 뉴욕경찰청 앞에 모여 시위할 때 유명 팝스타 제이지와 비욘세 부부도 모습을 드러냈다. 집회에 참석한 마틴의 어머니 샤브리나 풀턴은 “오늘은 내 아들의 일이었지만, 내일은 여러분의 자식이 같은 일을 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샤프턴 목사도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정당방위법 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 청사 앞 광장에선 500여명이 모여 “정의는 없다, 평화도 없다”라고 외쳤다. 애틀랜타주와 캔자스주 위치타 등지에서도 수백명이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서 법원 청사 앞에 모여 지머먼의 기소를 촉구했다. 이날 시위는 전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흑인들과의 인종적 유대감을 표시한 발언에 힘입어 한층 더 뜨거워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이 나라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 중 백화점에서 쇼핑하다가 보안 요원들이 뒤따라 오는 것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나 역시 그중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많은 흑인이 이번 사건으로 큰 고통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면서 미국의 정당방위법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두고 찬성과 비판이 맞서는 등 논란이 빚어졌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대통령다운 연설을 한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칭송했으나, 보수성향의 블로거 댄 리엘은 오바마 대통령이 군 최고사령관(Commander-in-Chief)인 점에 빗대 “미 역사상 최초의 인종차별 최고사령관(the first Racist in Chief)”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퀸즈랜드 Wildlife Encounter

    퀸즈랜드 Wildlife Encounter

    QUEENSLAND Wildlife Encounter 반짝이는 해변이자 자연과 문명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꿈의 휴양지, 골드코스트. 골드코스트는 오직 해변이며 휴양지라는 여행자의 편견을 잠시 내려 놓으면 퀸즐랜드를 너머 호주를 대표하는 골드코스트의 자연이 보인다. 자연이 선물하는 예기치 않은 만남이 있기에 더욱 아름다운 골드코스트로 떠난다. ●Zoo 바람직하고 착하게 Q1빌딩의 스카이포인트에 오르면 서퍼스 파라다이스Surfers Paradise에서 힌터랜드Hinterland까지 골드코스트의 구석구석이 눈에 들어온다. 스카이포인트의 풍경은 속삭인다. 내기하듯 내달려 끝내 수평선에서 마주한 바다와 하늘은 물론 강을 감싸고 푸르게 피어난 숲 모두가 골드코스트의 한 부분이라고. 솔직히 말해 내게 골드코스트는 서퍼스 파라다이스였다. 서퍼스 파라다이스는 말 그대로 서퍼스 파라다이스였다. 해변을 수놓은 마천루 아래 강렬한 태양과 높은 파도를 즐기는 서퍼들은 이미 서퍼스 파라다이스라는 ‘이름’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골드코스트가 사방으로 펼쳐지는 스카이포인트의 230m 상공에 오르면 ‘골드코스트는 서퍼스 파라다이스’라는 공식이 애초에 틀렸음을 알게 된다. 골드코스트에는 서퍼스 파라다이스만이 아니라 수많은 지역이 존재하니 말이다. 지역적으로 분류하자면 서퍼스 파라다이스는 중부 골드코스트에 해당한다. 골드코스트의 중심인 이곳에서 남과 북으로, 또는 내륙의 힌터랜드 방면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고층 빌딩은 자취를 감춘다. 서퍼스 파라다이스에서 남쪽으로 불과 17km 거리에 자리한 ‘커럼빈 야생동물 공원’도 그런 곳이다. 마치 원래부터 존재했던 자연의 일부인 양 공원은 숲 속에 파묻혀 있다. 커럼빈 야생동물 공원은 유칼리나무와 열대우림이 감싸안고 있다. 숲은 애초에 자생했지만 지금은 사람의 손을 빌어 푸르게 유지된다. 기업의 후원으로 심은 가녀린 나무는 몇 년이면 제법 모양새를 갖추고 코알라의 먹이가 되거나 안식처가 된다. 커럼빈에서 후원은 이처럼 중요하다. 입장료 등의 수익과 더불어 개인과 기업의 후원은 모두 동물을 위해 쓰인다. 커럼빈이 자랑하는 야생동물 병원만 봐도 알 수 있다. 최첨단 장비도 한몫을 하지만 병원은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무리 없이 돌아간다. 작은 도움들이 모여 벌써 7,000마리가 넘는 야생동물이 치료를 받고 새 생명을 얻었다. ‘동물의 보호와 번식, 연구를 꾀하고 일반인에게는 관람을 통하여 동물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동물에 대한 애호 정신을 기른다.’ 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이 만든 커럼빈 야생동물 공원은 ‘사전적인’ 동물원의 의미를 바람직하고 착하게 실천하고 있다. 어차피 동물원에서 살아야 할 운명이라면 동물들도 커럼빈과 같은 곳을 희망하지 않을까 싶다. 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편견이 동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은 다반사다. 커럼빈의 오스트레일리아나 쇼Australiana Show. 큰 구렁이와 발이 달린 특이한 호주 뱀이 등장했다. 다소 징그러운 겉보기와는 달리 순한 파충류 아이들이다. 공연에서는 뱀 등 파충류가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한다. 지레 겁을 먹은 사람들이 그들을 죽이고 본다니 커럼빈에서 외치는 “제발 내버려 둬Leave it alone!”는 쇼가 아니라 동물들의 생존 문제다. 1년에 평균 4명. 상어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의 수다. 한번에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재난 영화 속의 상어와 실제 상어는 다르다. 약육강식의 논리에 맞게 상어는 자신보다 약한 물개나 물고기를 잡아먹고 산다. 사람은 고사하고 빠르게 헤엄칠 수 있는 건강한 물고기조차 절대 상어의 밥이 되지 않는다. 하여 씨월드 상어만Shark Bay에서는 작은 물고기와 커다란 상어들이 유유히 함께 노닌다. 요리조리 빠르게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는 절대 상어 밥이 될 수 없기에 상어 밥은 다이버들이 따로 챙긴다고 한다. 커럼빈 야생동물 공원의 바람직하고 착한 기운이 해양 테마파크인 씨월드에도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다. 씨월드에서는 펭귄, 북극곰, 상어, 돌고래 등과의 만남을 기뻐하는 작은 행동 하나도 해양 동식물을 보호하고 아끼는 태도의 바탕이 된다고 믿는다. 비영리 단체인 씨월드 연구구조재단을 후원하며 해양 생물 구조와 해양 환경 보존에 힘쓰는 까닭도 다름 아니다. ▶travie info 스카이포인트Skypoint 서퍼스 파라다이스의 Q1빌딩 77층에 자리한 전망대다. Q1은 거주 빌딩으로는 세계에서 5번째 높이인 322.5m.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면 42.7초 만에 230m 높이의 전망대에 닿는다. 전망대 유리창 너머로는 360도로 펼쳐지는 골드코스트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 내에 카페와 레스토랑이 자리하며, 스카이포인트 등반 등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다. 주소 Level 77, Q1 Building, 3/3003 Surfers Paradise Boulevard, Surfers Paradise 관람시간 일~목요일 오전 7시30분~오후 8시30분, 금~토요일 오전 7시30분~밤 11시30분 문의 07-5582-2700 www.skypoint.com.au 커럼빈 야생동물 공원Currumbin Wildlife Sanctuary 27ha의 숲 속에 자리한 야생동물 공원으로 캥거루, 코알라, 악어 등 호주의 야생동물을 가까이에서 보거나 만질 수 있다. 오전 8시부터 야생 잉꼬새 먹이 주기, 캥거루 먹이 주기, 맹금류 공연, 오스트레일라나 쇼, 원주민 공연 등이 이어진다. 주소 28 Tomewin Street, Currumbin 관람시간 오전 8시~오후 5시 문의 07-5534-0803 www.cws.org.au 씨월드Sea World 호주 최고의 해양 테마파크다. 펭귄, 북극곰, 상어 등 다양한 해양 동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매진 돌고래 공연이 유명하다. 공원 내에 씨월드 리조트를 비롯해 워터파크 시설을 갖추고 있다. 주소 Seaworld Drive, The Spit, Gold Coast 관람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 문의 07-5588-2222 www.myfun.com.au ●Sea 자연의 모습 그대로 서퍼스 파라다이스에서 6km. 메인 비치의 마리나 미라지에서 보트를 타고 점핀핀 바Jumpinpin Bar로 간다. 바닷길의 규정 속도를 준수하며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달리는 보트는 소버린 섬Sovereign Island을 지나 사우스 스트래드브로크 섬South Stradbroke Island의 최상단으로 향한다. 보트나 제트 스키를 이용하지 않고는 접근이 어려운 점핀핀 바는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는 물 반, 고기 반의 낚시 포인트다. 물고기 낚시에는 새를 따를 수 없는 법. 누가 먼저 자리를 차지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점핀핀에서는 펠리컨과 사람이 함께 낚시를 즐긴다. 북부 골드코스트에 해당하는 이곳에는 섬과 섬이 어지러이 널려 있다. 섬으로의 접근은 육지보다 수월하지 않은 덕분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남았다. 맹그로브숲은 조금씩 천천히 물을 정화하고 그 물에는 다양한 어종의 물고기와 더불어 거북이와 돌고래가 산다. 썰물 때 거북이와 돌고래를 보는 일은 참 쉽다. 바로 옆에서 떼를 지어 다니는 모습만 기대하지 않는다면 동물원에서 거북이와 돌고래를 보는 것만큼 쉽다. 섬에 보금자리를 튼 독수리와 물수리가 바다 위를 비행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눈이 아닌 몸으로 섬을 즐기려면 보트에서 내려야 한다. 사우스 스트래드브로크 섬에는 맥라렌 랜딩 리조트McLaren’s Landing Resort 등 몇 군데의 랜딩 포인트가 자리했다. 리조트에는 다이버들과 투어 여행자들을 위한 레스토랑과 제트스키, 카약, 세그웨이, 농구 등 액티비티 시설이 마련돼 있다. 사우스 스트래드브로크 섬을 구석구석 돌아보려면 4WD 아일랜드 에코 투어가 제격이다. 사륜구동 지프를 타고 섬 반대쪽 해변으로 가는 투어로 샌드 보딩이 포함된다. 차는 뱅크셔 나무와 고사리가 우거진 숲 사이 모랫길을 달린다. 불쑥불쑥 나타나는 왈라비 덕분에 몇 번은 차를 세우게 되는 길이다. 반대쪽 해변에는 곱고 흰 모래사장을 지닌 22km의 해변이 펼쳐진다. 섬의 시작과 끝이 시야에 담기지 않는 해변은 광활한 태평양이 껴안았다. 저 멀리 서퍼스 파라다이스의 마천루도 한눈에 들어온다. ▶travie info 에코 익스트림Eco Extreme 스피드와 쾌적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에코1 보트를 타고 인근 바다와 섬의 생태를 관찰하는 투어다. 마리나 미라지에서 출발한 보트는 사우스 스트래드브로크 섬의 최상단에 자리한 점핀핀 바까지 간다. 사우스 스트래드브로크 섬의 맥라렌 랜딩 리조트에 내려서는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주소 Mariners Cove(D-Arm), Seaworld Drive, Main Beach 문의 0447-620-271 www.ecoextreme.com.au ●Forest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하는 메인 비치, 서퍼스 파라다이스, 브로드 비치, 커럼빈 등…. 골드코스트의 해변은 이름을 달리하며 남과 북으로 이어진다. 이 길을 오가다 보면 마치 골드코스트가 해안 도시인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내륙으로 가는 서쪽 길로 접어들면 이러한 사실은 금세 잊힌다. 이 산 너머에 진정 바다가 있었던가! 서퍼스 파라다이스에서 서쪽으로 35km를 달리면 노스 탬보린North Tamborine이다. 차로 불과 30분 거리에 자리한 산 동네는 바닷가 동네보다 6~7도 정도 기온이 낮다. 사람들은 전망 좋은 산 위에 집을 짓고 레스토랑, 카페, 와이너리, 브루어리, 갤러리, 웨딩 가든 등을 차려 놓았다. 이들이 모여 있는 노스 탬보린의 갤러리 워크Gallery Walk에는 바닷가와는 또 다른 정취의 골드코스트가 존재한다. 오렐리 산장으로 가려면 탬보린 마운틴을 지나 서쪽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서퍼스 파라다이스에서 차로 곧장 달려 1시간 30분 거리라지만 탬보린 마운틴의 갤러리 워크에서 이미 1시간을 써 버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노스 탬보린에서 탬보린 마운틴 로드를 따라 내려와 자리한 카눈그라Canungra의 길 위에서 여행자들은 또 시간을 보낸다. 산그늘 아래 녹색 평원을 펼쳐 놓은 개인 목장과 와이너리는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딱 필요한 만큼의 시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카눈그라 타운의 풍경도 아늑하다. 이제 래밍턴 국립공원까지는 35km가 남았다. 오렐리 산장이 가까워질수록 초원은 사라진다. 숲 속에 난 외길은 하늘을 뒤덮은 열대우림으로 어둠에 휩싸였다. 래밍턴 국립공원 그린 마운틴 구역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10분을 더 달리면 오렐리 산장. 탬보린 마운틴을 지나 래밍턴 국립공원의 오렐리 산장으로 가려면 공식적으로는 1시간 30분, 실제로는 4시간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 래밍턴 국립공원Lamington National Park은 호주에서 가장 큰 열대우림이다.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된 숲길만 160km에 이른다니 그 규모는 감히 상상조차 힘들다. 거대한 숲은 500여 개의 폭포를 품었으며, 200여 종에 이르는 새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오렐리 가족들은 이 열대우림을 개발해 산장을 짓고 손님을 맞았다. 1926년부터 시작했으니 90년이 다 돼 가는 일이다. 수영장과 스파 등의 부대시설이 마련돼 있지만 오렐리를 찾는 이들은 숲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길 원한다. 숲은 낮이 다르고 또 밤이 달라 하루를 묵어 가며 낮과 밤을 모두 만끽해야 속살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하루보다는 이틀, 이틀보다는 사흘이 낫다. 글렌Glen Threlfo이 오렐리에서 32년간 가이드를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하는 숲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렐리의 하루는 하여 조금 일찍 시작된다. 산안개가 희미하게 솟아오르는 오전 6시45분, 오렐리 산장 인근 숲으로 ‘버드 워크Early Morning Bird Walk’를 떠난다.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은 새 모이를 손에 쥐고 숲으로 향한다. 새의 지저귐을 쫓아 옮기는 발걸음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버드 워크는 조류 전문가인 마크 컬튼Mark Culleton이 이끈다. 새의 습성을 잘 아는 그를 따르면 4~5종의 새는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낮 시간의 그는 ‘야생동물과의 만남Wildlife Encounter’이라는 프로그램 또한 진행한다. 올빼미, 포섬, 점박이 퀄 등 퀸즐랜드의 야생동물을 직접 보고 배우며 이해의 폭을 넓힌다. 오렐리의 자랑인 ‘트리 톱 워크Tree Top Walk’도 반드시 걸어 봐야 한다. 1986년에 세계 최초로 트리 톱 워크를 만든 이래 남미, 북미 열대우림 트리 톱 워크의 모델이 됐다. 오렐리의 트리 톱 워크는 9개의 출렁다리가 열대우림 한가운데를 연결한다. 두 층으로 이뤄진 나무 꼭대기 전망대는 사다리로 오를 수 있는데, 상층 전망대의 높이는 무려 30m에 이른다. 직각에 가까운 사다리를 기어올라야 하니 나무 꼭대기에서 열대우림을 굽어보는 기회는 강심장을 지닌 이들만의 특권이라 하겠다. 어둠이 내린 숲은 또 다른 풍경을 펼쳐 놓기에 오렐리의 하루 또한 조금 늦게 끝난다. 어둠을 뚫고 10분가량을 달린 사륜구동 버스가 인근 숲으로 향한다. 버스가 멈춰 선 숲 입구 풀밭에는 패디 멜론Paddy Melon 무리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가까이 다가서면 숲 속으로 몸을 숨기는, 야생의 패디 멜론이다. 작은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숲 속으로 들어간다. 어둠은 나를 삼키고 발자국 소리만을 남긴다. 그렇게 내가 사라진 숲에서 나는 자연의 일부가, 한낱 소리가 된다. 숲의 어둠은 좀체 적응이 안 된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이 어둠 속에서 작은 벌레가 내는 빛은 인공의 조명보다 밝다. 개똥벌레가 점점이 박힌 까만 절벽은 별이 내려앉은 밤하늘, 숲이 이룬 작은 우주다. 이 작은 우주에는 새 생명이 자라난다. 절벽 바위 틈, 다이아몬드 목걸이마냥 알알이 열린 개똥벌레의 유충은 1년 후면 숲의 우주를 빛내는 별이 될 테다.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취재협조 퀸즐랜드관광청 www.queensland.or.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info 오렐리O’Reillys 오렐리의 숲을 제대로 즐기려면 오렐리 산장에서 하루 이상 묵어가는 게 좋다. 오렐리의 로고로 사용되는 리젠트 바우어새의 이름을 딴 48개의 바우어 산장이 숲 속에 자리했다. 오렐리의 산장은 일반적으로 욕실이 딸린 2~3개의 룸과 거실, 완벽한 주방 시설을 갖춘 부엌, 바비큐 시설과 테이블이 있는 발코니로 구성된다. 붙박이 세탁기까지 꼼꼼하게 갖춰 놓았으니 시설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다. 주소 Lamington National Park Road, Canungra, Beaudesert 문의 07-5544-0644 www.oreillys.com.au 오렐리 와이너리O’Reilly’s Canungra Valley Vineyards 골드코스트 힌터랜드의 카눈그라 밸리에 자리한 와이너리로 오렐리 산장과 더불어 즐기기에 좋다. 직접 생산한 와인을 구입하거나 테이스팅할 수 있다. 와인 테이스팅은 오후 4시30분까지 가능하며 비용은 3달러. 5가지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주소 Lamington National Park Road, Canungra Valley 문의 07-5543-4011 www.oreillys.com.au ▶travel info Queensland [Restaurant] ●골드코스트 오메로스 브로스Omeros Bros 메인 비치의 마리나 미라지에 자리한 해산물 레스토랑. 다수의 기관과 매체에서 베스트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항구를 조망할 수 있는 실외와 정갈하게 꾸민 실내에 좌석이 마련돼 있다. 마리나 미라지 내에 자리한 글래스 다이닝 & 라운지 바와 맥스 브레너 초콜릿 바도 인기다. 주소 Marina Mirage, Seaworld Drive, Main Beach 문의 07-5591-7222 www.omerosbros.com 바자 레스토랑Bazaar Restaurant QT 골드코스트 호텔에 자리한 뷔페 레스토랑이다. 오픈된 주방에서 어떤 재료를 사용해 어떤 요리가 탄생하는지 눈으로 보고 즐길 수 있다. 신선한 해산물 요리부터 아시안 요리, 즉석 딤섬 요리 등 메뉴도 풍성해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킨다. 20여 가지에 이르는 디저트 메뉴 역시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주소 QT Gold Coast Hotel, Cnr Gold Coast Highway & Staghorn Ave, Surfers Paradise 문의 07-5584-1200 www.qtgoldcoast.com.au 갤러리 카페The Gallery Cafe 노스 탬보린의 갤러리 워크에 자리한 카페 겸 레스토랑이다. 나무로 마감한 깔끔한 실내와 탬보린 마운틴의 정취가 살아 있는 야외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진하게 로스팅한 롱블랙과 직접 구운 폭신폭신한 스콘이 아주 잘 어울린다. 주소 112 Long Road, Eagle Heights 문의 07-5545-2222 치앙마이 타이 레스토랑Chiangmai Thai Restaurant 크라운 타워 리조트 안에 자리한 태국 요리 전문점. 식사 시간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몰려든다. 때문에 실내는 다소 소란스러운 편. 중국 스타일이 가미된 요리는 태국 전통의 맛과는 거리가 있지만 골드코스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태국 레스토랑임에는 틀림없다. 주소 5-19 Palm Avenue, Surfers Paradise 문의 07-5526-8859 ●브리즈번 조지스 파라곤George’s Paragon 브리즈번 강을 조망하며 해산물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 바닷가재, 새우, 게, 오징어, 굴 등 해산물과 디저트용 과일을 한 접시에 선보이는 ‘씨푸드 플래터Seafood Platter’가 추천 메뉴다. 양이 어마어마해 2~3명 즐기기에 충분하다. 점심시간이나 이른 저녁에 찾으면 반값으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주소 Level 1, Eagle Street Pier, Eagle Street, Brisbane 문의 07-3211-8111 www.georgesparagon.com 젤리피시Jellyfish 스토리 브리지Story Bridge가 내려다보이는 브리즈번 강 워터프론트에 자리한 레스토랑이다. 생선 요리가 주 메뉴로 재료에 따라 구이, 튀김, 조림 등으로 조리법을 달리한다. 식사 시간에는 늘 붐비는 편. 예약을 하고 찾는 게 좋으며, 요리가 나오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주소 Boardwalk Level, Riverside Centre, 123 Eagle Street, Brisbane 문의 07-3220-2202 www.jellyfishrestaurant.com.au [Hotel] ●골드코스트 서퍼스 파라다이스 메리어트Surfers Paradise Marriott 골드코스트에서도 유일하게 해수 라군을 갖춘 리조트. 호텔 내 해수 라군에서 스노클링을 즐기며 형형색색의 열대어를 관찰할 수 있으며, 오전 9시30분에는 열대어 먹이 주기 시간도 마련된다. 해수 라군 주변에는 일반 수영장이 하나 더 자리했다. 리조트 건물은 28층 높이로 총 객실 수는 329개다. 일부 객실 발코니에서는 서퍼스 파라다이스, 네랑 강, 호텔 해수 라군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주소 158 Ferny Avenue, Surfers Paradise 문의 07-5592-9800 www.surfersparadisemarriott.com.au ●브리즈번 브리즈번 트레이더스 호텔Brisbane Traders Hotel 장거리 버스와 기차, 시내버스, 시티 트레인 등이 정차하는 브리즈번 트랜짓 센터와 인접한 호텔이다. 걸어서 10분 이내에 브리즈번 CBD, 퀸스트리트 몰 등이 자리해 편리하다. 브리즈번 공항과는 15km 거리다. 5개 타입의 191개의 객실을 선보이는데 대부분이 디럭스 타입이다. 객실은 비교적 넓은 편에 속한다. 주소 159 Roma Street, Brisbane 문의 3238-222 www.shangri-la.com/kr/brisbane/traders ▶travie info 항공 대한항공에서 인천-브리즈번 직항편을 주 4회 운항한다. 인천에서는 월, 수, 금, 토요일 오후 8시5분, 브리즈번에서는 화, 목, 토, 일요일 오전 8시25분에 출발한다. 브리즈번에서 골드코스트까지는 차로 1시간가량 걸린다. 시차 한국보다 1시간 빠르다. 날씨 태양의 주州로 불리기도 하는 퀸즐랜드답게 연중 300일 이상 맑은 날이 지속되며 온난한 기후를 유지한다. 골드코스트의 6~8월 겨울 기온은 섭씨 11~21도 정도다. 전압 240/250V, 50HZ. 한국의 전기 제품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3핀 코드라 어댑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와이파이·데이터 일부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무료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하다. 데이터를 구입하면 장소에 관계없이 스마트폰 3G 사용이 가능하다. 15일간 무제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 30달러. 국제전화 250분과 500MB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상품도 30달러다. 한국은 국제전화 가능 국가에 포함되지만 실제 연결이 잘 안 된다. 대신 호주 내에서 전화를 사용할 일이 많다면 전화와 데이터가 결합된 상품이 낫다. 공항이나 핸드폰 대리점에서 구입 가능하며 심 카드를 교체해 준다.
  • 응답하라, 노르웨이 2013

    응답하라, 노르웨이 2013

    대자연 속 일상을 누리는 시간 응답하라,노르웨이 2013 산이 깊다는 역사학자 유홍준의 표현은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다. 노르웨이의 피오르는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산세가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바닷물과 거의 직각을 이루며 굽이굽이 이어졌다. 그리고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산속 작은 마을에는 사찰 대신 작은 교회가 어김없이 서 있었다. 신의 작품 앞에서 신음만 번지는 인간은 몸과 마음으로 자연의 위로를 받아들였다. FIORD 피오르 몸과 마음이 깨어나다 두어 해 연속 어렵게 만든 휴가를 서운하게 마쳤다. 무슨 영문인지 세계적인 도시에서 내도록 하품을 하며 멍하니 서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 멋진 상징물 앞에서도 시큰둥하고 줄이 긴 전시장에선 기다릴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여행에 관한 한 공항부터 조증에 걸린 양 들뜨는 사람에겐 퍽 당황스러운 증상이었다. 뜬금없이 지난 기억을 떠올리는 건 그에 대한 진단을 이곳 노르웨이 피오르에서 내리게 된 탓이다. 출발 전 과로나 장거리 비행, 빡빡한 현지 스케줄 등 조건은 다를 게 없는데 현장을 대하는 마음과 정신이 놀랍도록 명료하다. 그러니까 여행도 인연 못잖게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한 법이다. 이제 와 돌이켜보니 전후 사정은 생각도 않고 무리해 대도시를 찾은 게 화근이었던 듯하다. 노르웨이는 복지와 행복지수, 국민소득 등의 선두주자로 대단히 익숙한 이름이지만 여행지로 따지자면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심리적 거리감이 느껴지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 국민이 아는 노르웨이어가 있다. 지리 시험 주관식 문제의 정답으로 꼭 한번은 등장했던 바로 그 이름 ‘피오르fjord’가 노르웨이 단어다. 그러니까 노르웨이로 향한다는 건 사전적 정의 그대로 ‘빙하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골짜기에 바닷물이 들어와서 생긴 좁고 기다란 만’을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수도 오슬로부터 북단의 트론하임까지 노르웨이에는 수많은 피오르가 존재한다. 그 어디를 택하더라도 후회 없는 여정을 보장하지만 굳이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송네피오르Sognefjord나 하당에르피오르Hardangerfjord를 추천한다. 피오르에 몸을 맡기다 미르달Myrdal역에서 플램Flam행 열차에 탑승했다. 산악 지역 주민들의 이동을 돕기 위해 건설된 이 철로는 무려 20년의 공사 기간이 소요된 것으로 유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미르달에서 플램까지 거리는 20km에 불과하지만 해발 차가 860m에 달한다. 과장을 보태면 굽이굽이 산세를 거의 수직으로 내려가는 셈이다. 각종 매체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찻길이라 찬사를 보낸 곳답게 열차 밖으로 펼쳐지는 풍광이 가히 환상적이다. 기차는 숱한 터널을 지나며 지그재그로 회전하느라 천천히 달리는 데 비해 객차 안 다국적 승객들은 왼쪽과 오른쪽 창문을 오가느라 분주하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도 카메라를 내려놓지 못하는 승객들을 위해 중간에 5분간 정차 구간이 있다. 해발 699m 청명한 쿄스포센Kjosfossen폭포 앞에서 잠시 내려 선 여행자들은 감탄사를 내려놓고 깊은 숨을 들이쉬며 찰나의 여운을 만끽한다. 해발 2m 플램역에 도착하면 지나온 풍경이 꿈이었나 싶게 몽환적이다. 기차역에서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고풍스런 건물이 프레타임Fretheim호텔로 플램 철도와 더불어 플램의 상징이 되는 곳이다. 인구 500명 남짓의 이 조그만 마을로 유럽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찾아오는 까닭은 바로 피오르의 비경을 목도할 수 있는 ‘피오르 사파리’를 경험하기 위해서다. 19세기 말에 지어진 프레타임 호텔은 피오르를 찾아오는 여행자와 함께 성장해 현재는 전통과 모던 객실 중에서 선택해 머물 수 있다. 객실 번호 대신 노르웨이의 대표적 이름이 붙은 전통 객실이든, 비스듬한 삼각 지붕이 매력적인 모던 객실이든 플램 특유의 푸근함만은 다르지 않다. 전통을 중시하는 마을답게 노르웨이 고어古語를 포함한 독특한 책을 소장한 자체 도서관을 운영하며, 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훈제용 스모킹룸이 남아있는 것도 흥미롭다. 이제 드디어 피오르에 몸을 맡길 차례다. 구명조끼를 겸하는 큼직한 방한복을 입고 배에 오르는 마음이 자못 두근거린다. 놀랍도록 잔잔한 물 위로 미끄러지듯 배가 나아가면 좌우로 우뚝 솟은 절벽의 단면이 펼쳐진다. 배가 속도를 높일수록 절벽과 천연 스키 슬로프, 순도 백프로의 폭포와 알록달록한 마을, 뾰족한 첨탑이 있는 교회 등이 다가왔다가 뒤편으로 멀어진다. 머리 위에는 천사의 머리띠마냥 구름이 살포시 걸려 있고 산봉우리 하나를 지나면 또 다른 봉우리들이 배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플램에서 출발한 배가 닿는 이곳은 풍광이 특히 빼어난 네뢰피오르와 아울란피오르로 노르웨이 최대 피오르인 송네피오르의 지류다. 물 위를 날 듯 달리노라면 서울에서 가져온 문젯거리들은 어느새 툭툭 바다 밑으로 털어 버리게 된다. 피오르 여행의 최고 시즌으로 꼽히는 7월과 8월 사이에는 보다 다양한 피오르 사파리 구간과 하이킹 코스가 열리므로 원하는 루트를 선택해 즐기는 호사도 부릴 수 있다. 육지에 발을 딛고 다시 펼쳐 본 노르웨이의 지도는 배를 타기 전과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이처럼 노르웨이의 주인공은 단연 대자연이다. 하지만 이 자연이 위대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건 평생을 살아온 자신의 조국을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애인 보듯 사랑하며 가꾸는 노르웨이 사람들 덕분일 게다. 보기에 따라선 더없이 척박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면서 동시에 즐기고 또 사랑하는 노르웨이 사람들로 인해 노르웨이는 오늘도 반짝반짝 빛난다. 일상이 풍요로운 노르웨이의 도시들 노르웨이의 대자연에서 가슴 속 고민들을 툭툭 털어냈다면 이제 발길은 사람의 흔적을 찾아 도시로 향할 차례다. 불황에 허덕이는 이웃 유로존과 달리 보편적 복지와 호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노르웨이의 도시들 속으로 들어가 보자. OSLO 오슬로 불황을 잊은 노르웨이의 심장 오슬로는 노르웨이 제1의 도시이자 수도지만 숨 막히는 인파나 위압적인 마천루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파리의 에펠탑이나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런던의 빅벤 같은 상징물로 연결되는 장소나 건축물도 없다. 그래서 순위 놀이에 익숙한 관광객들은 오슬로의 지도를 펼치고 잠시 머뭇거린다. 그런 서열을 매기기에 오슬로는 지극히 수평적인 도시다. 효과적인 마케팅 기법은 아닐지 모르겠으나 현지인의 삶에 관심이 많은 여행자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300개가 넘는 호수와 200여 개의 공원이 있는 오슬로에서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찾는 것은 무의미한 일 같다. 그래서 오래도록 오슬로는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도시로 유럽 전역에 알려져 왔다. 한데 최근 몇년 사이 오슬로는 이런 자연 위에 예술적 색채를 깊게 덧입고 있다. 오슬로 시정부가 펴낸 2013년 가이드북에서 안내하는 52개의 어트랙션 중 대부분이 ‘뮤지엄’ 등 예술의 꼬리표를 달고 있는 것만 봐도 이들이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인구 50만의 작은 도시 규모를 생각해 보면 대단한 비율이다. 게다가 시 전역에 흩어져 있는 이런 예술 공간은 여행자만을 위한 관광 명소가 아니라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공간이다. 매일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일상에 여행자가 슬쩍 발을 들여놓는 셈이라고 할까. 실제로 만만찮은 무게의 예술가들이 이곳 오슬로를 배경으로 삶과 예술을 고민했다. 화가 에드바드 뭉크Edvard Munch와 조각가 구스타프 비겔란드Gustav Vigeland 그리고 극작가 헨리크 입센Henrik Ibsen 등이 대표적이다. 특별히 올해는 뭉크 탄생 150주년으로 오슬로 전역이 떠들썩하다. 이를 기념해 뭉크박물관과 국립박물관은 특별전 준비가 한창이다. 유년시절부터 성인이 된 이후까지 어머니와 형제들의 죽음을 차례로 지켜봐야 했던 뭉크는 불안과 고독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격렬한 색감과 왜곡된 형태로 표현해냈다. 6월2일부터 시작된 뭉크 특별전은 1903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 작품은 국립박물관에서, 이후 작품은 뭉크 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특별전은 오는 10월13일까지 계속된다. 오슬로의 햇살을 만끽하기 가장 좋은 곳은 도심의 북서쪽에 위치한 비겔란 조각 공원이다. 로댕의 영향을 받았지만 특유의 섬세함으로 인간의 고뇌를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 그의 작품 200여 점이 정문에서 후문까지 길 양옆으로 늘어서 있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주제로 작업한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탑 모양의 ‘모노리스Monolith’. 제작 기간이 13년이나 걸린 것으로 전해지는 이 대작은 121명의 남녀노소가 위로 올라가려 애쓰는 모습이다. 태어나 성장하고 늙어 가는 인생을 표현했다고 해석하기도 하는데 어찌 되었든 조급증에 지친 사람이라면 이 앞에서 잠시 서성이게 될 것이다. 이 공원에서 시선과 마음을 훔치는 것은 비단 비겔란의 작품뿐이 아니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이곳에선 오슬로 시민들의 행복한 일상을 쉽게 엿볼 수 있다. 2008년 개장한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는 노르웨이에서 드물게 호들갑스런 화제를 낳았던 곳이다. 설계자 스뇌에타의 유명세나 고가의 대리석과 화강암, 세계 최고 수준의 음향 시설 등 호사스런 부연 설명은 차치하더라도 노르웨이의 상징인 피오르를 형상화한 구조는 이방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비스듬한 경사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지붕 위에 서게 되는 독특한 구조의 오페라하우스는 유리 안으로 들여다보이는 내부 시설만큼 바다를 향한 전망도 아름답다. 여름 기운이 더 완연해지면 오슬로 시민들은 이곳에서 피크닉을 즐기며 발레와 오페라 등을 만끽할 게다. 오페라하우스 인근인 오슬로 중앙역에서 왕궁에 이르는 칼 요한슨 거리가 오슬로 최대 번화가다. 이 번화가를 중심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식이 열리는 시청사와 수상 만찬이 열리는 그랜드 호텔, 그리고 국회의사당과 오슬로 대성당, 국립극장, 입센 뮤지엄 등이 조밀하게 자리하고 있다. 매년 12월이면 이 조용한 도시는 노벨평화상 수상식으로 소란스러워진다. 헛갈리는 이들을 위해 잠시 짚고 넘어가자면 평화상을 제외한 여타의 노벨상 시상식은 모두 스웨덴에서 거행된다. 오직 노벨 평화상만 이곳 오슬로에서 진행된다. 그 까닭을 두고는 설이 분분한데, 이유야 어찌 되었든 매년 세계 평화에 공헌한 이들을 맞이하는 것은 분명 가슴 벅찬 일일 게다. 그래도 명색이 수도인데 조금은 더 왁자한 자극을 원한다면 도심 북동쪽에 위치한 마탈렌Mathallen을 추천한다. 마탈렌은 건축자재 공장과 타이어 공장을 거친 뒤 방치되었던 낡은 건물을 레노베이션해 음식 백화점으로 살려낸 ‘잇플레이스’다. 3층 구조물인데 1층에 30여 개 상점이 오밀조밀 모여 있고 2·3층은 테두리에만 독특한 성격의 업장을 배치했다. 산업시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나 다채로운 음식의 변주를 보고 있노라면 흡사 뉴욕의 첼시 마켓이 떠오른다. 각각의 가게들은 좋은 품질의 식재료와 음식을 판매한다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또 요리강습과 실습, 푸드 페어 등 음식에 관한 다양한 행사도 진행 중이다. 공원에서, 뮤지엄에서, 레스토랑에서 마주친 오슬로 시민들이 빠뜨리지 않고 언급한 몇 개의 단어가 있다. 가족, 자연, 오늘 그리고 행복. 너무 당연해서 자주 잊고 사는 그것들에 콕콕 방점을 찍는 이 현명한 도시. 우리가 오슬로를 여행할 때 놓지 말아야 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BERGEN 베르겐 과거의 영화는 지금도 계속된다 세상 어디나 있는 라이벌 도시는 이곳 노르웨이에도 있다. 오슬로보다 먼저 수도였던 노르웨이 제2의 도시 베르겐. 도시 면적은 비슷하지만 인구로 보면 오슬로의 절반 규모인데도 베르겐 사람들은 오슬로를 마치 철없이 혈기 넘치는 어린 동생 보듯 한다. 상주인구가 25만에 불과한 이 작은 도시는 그러나 연중 문화 행사가 빼곡해 유럽 전역에서 밀려드는 문화 탐욕가들로 넘쳐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매년 5월 말 열리는 ‘국제 페스티벌’로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노르웨이 최대 문화 축제다. 노르웨이 국왕이 참석해 개막 테이프를 자르는 이 축제를 직접 즐기기 위해서는 적어도 반년 전에 호텔을 예약해야 할 정도란다. 실제로 이곳은 14~16세기 런던, 브뤼헤 등과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한자 동맹의 주요 거점이자 북유럽 최대의 물류 무역항이었다. 특히 대구와 소금 거래로 유명세를 떨쳤는데, 당시 이곳에서 거래되는 물량이 북유럽 최고였다니 베르게너의 자부심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선원과 상인으로 넘쳐나는 왁자한 부둣가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브리겐Bryggen, 삼각형의 뾰족한 지붕이 열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사실 본래의 목조 건축들은 수차례의 화재로 소실과 복원을 반복했다. 특히 1702년 대화제로 일대는 완전히 잿더미가 되었는데, 20세기 들어 사료를 바탕으로 세심하게 복원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브리겐은 1979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며 과거 말린 대구를 보관하던 창고 자리는 현재 다양한 예술가들의 공방과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동화 같은 브리겐의 예쁜 정면 얼굴을 볼 수 있는 곳은 항구 건너편 어시장이다. 시장이라고 부르지만 세련된 건물 안에 자리한 쾌적한 공간이다. 바닷가재와 대구, 캐비아까지 다양한 해산물이 요리하기 좋게 손질되어 있다. 해산물뿐 아니라 질 좋은 노르웨이 치즈와 버터, 수공예품도 판매한다. 또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따뜻하고 고소한 생선스프와 짭조름한 생선튀김도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이 도도한 도시는 어느 계절에 방문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기억을 안고 돌아갈 수 있겠다. 연중 270일이나 비가 내리는 이 도시는 하루에도 먹구름이 끼었다가 햇살이 반짝였다가 우박이 내렸다가 다시 청명하게 개는 변덕스런 일기를 선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잦은 비 덕분에 베르겐은 청정한 노르웨이에서도 유난히 깨끗한 도시로 명성이 높다. 이 깨끗한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보려면 플뢰엔FlØyen 산 전망대에 오르면 된다. 산의 경사면을 따라 놓인 레일 위를 날아오르듯 부드럽게 이동하는 푸니쿨라Funicular에 몸을 실으면 약 7분여 만에 320m 높이 정상에 다다른다. 탁 트인 전망대의 시야는 그야말로 ‘파노라마 뷰’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듯하다. 호수와 항구, 피오르와 도심이 한데 어우러진 베르겐의 모습이 그야말로 거칠 것 없이 펼쳐진다. 오슬로에 에드바드 뭉크가 있다면 베르겐에는 에드바드 그리그Edvard Grieg가 있다. 물론 이런 이분법적인 구분은 바람직하지 않다. 뭉크 역시 이곳 베르겐에서 상당 부분 영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며, 그리그가 베르겐을 떠나 있었던 시간도 제법 길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르겐에서 그리그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그는 누구보다 노르웨이적 색채가 짙은 음악가로 명성이 높은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페르귄트 모음곡’ 중 ‘솔베이지의 노래’를 들어 보면 당시 식민 상황이던 조국에 대한 그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리그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원하는 만큼 음악을 공부하고 작업하면서 오페라 가수였던 아내 니나와 평생을 해로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남모를 아픔이 있었으니 어린 딸을 잃고 그 아이를 평생 그리워하며 살았다. 그리그 부부가 30대 중반부터 여름철에 지냈던 생가가 바로 베르겐 외곽에 있는 트롤하우겐이다. 북유럽에서 요정을 가리키는 ‘트롤하우겐’은 노르웨이 사람으로는 눈에 띄게 단신이었던 그리그의 별명이기도 했는데, 그의 집이 지금도 요정의 정원으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그리그 부부가 합장된 묘가 있는 이곳에는 그들이 사용했던 스타인웨이 피아노와 악보, 편지, 초상화 등의 흔적이 남아있다. 집에서 바다로 스무 걸음쯤 내려간 곳에 한 사람이 간신히 들어갈 만한 작은 오두막이 하나 있는데 바로 복원한 그리그의 작곡실이다. 그리그는 바다로 향한 창문을 중심으로 피아노와 책상, 오선지와 펜 등 최소한의 물건을 비치해 두고 곡을 썼다. 그리그 사후 이 작곡실을 복원할 때 전해지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아내 니나에게 최종 점검을 받는 중에 니나가 갑자기 집으로 뛰어가더니 두꺼운 악보집을 가져다 피아노 의자에 놓았다고 한다. 이것 없이 그리그의 작곡실은 완성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153cm의 단신이었던 그리그는 피아노를 칠 때 두꺼운 악보집을 깔고 앉아야 편하게 건반을 두드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작곡실과 함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을 갖춘 200석 규모의 콘서트홀이 자리하고 있다. 자연과 예술이 이렇게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곳에서 어떤 음악이 울려 퍼진들 감동적이지 않을까. 글 Travie writer 김정은 사진 Travie writer 김정은, 트래비CB, 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 노르웨이관광청 www.visitnorway.com ▶travie info 항공 현재 우리나라에서 노르웨이까지 직항 정규 노선은 없다. 핀에어, KLM 등 주요 유럽 항공사가 1회 경유로 오슬로와 베르겐을 당일 연결한다. 언어 공용어는 노르웨이어지만 노르웨이 사람들은 1~2개의 외국어에 익숙하다. 영어가 가능한 여행자라면 노르웨이에서 언어 때문에 불편을 겪을 일은 거의 없다. 전기 220V이며 한국과 플러그 모양도 동일하다. 화폐 노르웨이 크로네Krone를 사용하며 공식적인 표기는 NOK이나 줄여서 kr로 표기한다. 1크로네가 약 200원 정도. 유로존이 아닌 만큼 유로화는 거의 통용되지 않는다. 여행자가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상당히 비싼 편이라 카페에서 마신 커피 한 잔이 약 1만2,000원, 편의점에서 구입한 생수 한 병이 약 6,000원이었다. 날씨 백야가 시작되는 6월부터 10월 초까지는 날씨가 화창하고 청명해 그야말로 노르웨이 여행의 황금시즌이라 할 만하다. 오슬로의 7월 평균 낮 최고기온은 21.5도. 음식 바이킹의 후예답게 생선을 즐겨 먹는데 식탁에 자주 오르는 메뉴가 대구와 청어, 연어 등이다. 이와 더불어 빵과 감자의 소비량이 높다. 농지 비율이 낮기 때문에 야채나 과일의 생산량이 미미한 대신 목축업이 발달해 버터와 치즈 등 유제품의 품질이 좋다.
  • 스위스 알프스 그 너른 품에 안기다

    스위스 알프스 그 너른 품에 안기다

    그곳에 산이 있었기에 오르다가 놀고 먹고 쉬었다. 닮은 듯 다른 산들의 풍경을 만끽하면서 치즈도 만들어 보고, 3,100m 산꼭대기에 자리한 호텔에서 하룻밤 묵어 보기도 했다. 알프스가 줄 수 있는 모든 선물을 받아 누린 시간이었다. 도전자유여행 38탄 유기웅(29세·건설사 근무) 오직 여행을 위해 2주 연속 휴가를 쓸 수 있는 직장을 구했으며, 남미의 파타고니아부터 북극권의 아이슬란드까지 여행하며 사진을 찍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여행 중증 환자(?)다. 그의 여권에는 이미 스위스 도장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대학 시절, 스치듯 배낭여행으로 들른 스위스 여행에는 여전한 갈증이 남아 있었고, 세계 5대 미봉 중 하나인 마테호른을 가까이서 보고픈 욕망은 가시질 않았다. 열차시간표를 일일이 출력해 올 정도로 이번 여행에 열정을 보인 그는 올 여름 2주 휴가를 싹둑 잘라 스위스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여행지 스위스 여행기간 2013년 5월23~27일(4박6일) 항공편 터키항공(이스탄불 경유) 여행조건 당첨자는 내일투어 ‘스위스 금까기’ 상품으로 여행을 떠났으며, <트래비> 기자가 직접 동행 취재했다. 금까기 상품 내역에 해당하는 왕복항공권 및 호텔 숙박비 등을 제외한 개인 지출 비용은 독자가 개별 부담했으며, 일부는 스위스관광청의 협조를 받아 진행됐다. 스위스 금까기 상품가 129만원부터 포함내역 유럽 왕복항공권, 투어리스트급 호텔 및 조식, 스위스 플렉시 패스 3일 2등석 세이버, <스위스로 가출하기>, 1억원 여행자 보험, 기내용 슬리퍼, 네임태그·여권커버, 각종 면세점 할인쿠폰, ‘융프라요흐/티틀리스’ 할인 쿠폰 불포함내역 현지생활비, 유류할증료 및 세금 예약 및 문의 02-6262-5353 www.naeiltour.co.kr 가장 쉬운 알프스 공략법 Luzern루체른 취리히공항에 착륙하자마자 기차를 타고 루체른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알프스 산악 체험’. 이번 여행의 주제는 ‘산’이었기에 필라투스, 리기, 티틀리스 등 유명한 산들이 기다리고 있는 스위스 중부 지역으로 가기 위한 거점으로 루체른이 제격인 까닭이었다. Rigi리기 메인코스만큼 배부른 애피타이저 “루체른은 한국인 여행객들에겐 필수 코스 같은 데죠. 대학 시절, 배낭여행을 왔을 때도 카펠교, 무제크 성벽, 빈사의 사자상 등을 둘러봤던 기억이 납니다.” 루체른은 크게 변한 게 없었다. 특히 구시가지는 중세시대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1,300년에 세워졌다는 카펠교도 튼튼하게 루체른 호수 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가벼운 도시 산책을 하던 기웅은 몸이 근질근질했다. 3,000m가 넘는 산들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모든 신경이 ‘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추웠던 날씨에 옷을 너무 얇게 가져온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루체른 구시가지의 상점들을 둘러보았다. 그러더니 기웅은 “사실 전 도시형 여행자는 아니에요”라고 커밍아웃을 했고, “시간이 충분할 것 같은데 리기Rigi 산을 다녀오면 어떨까요?”라며 태블릿PC에 담아 온 시간표를 내밀었다. 리기는 루체른에서 유람선과 산악열차를 타고 1,800m 산 정상까지 왕복 3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는 산으로 필라투스와의 경쟁에서 우리의 간택(?)을 받은 것이다. 기차역 바로 선착장에서 배에 올라탔다. 루체른이 스위스의 모든 매력을 응축하고 있는 도시라는 사실은 유람선에 올라 호수 위를 가르면서 더 명징하게 확인됐다. 갈색 지붕의 중세 건물들이 시선에서 점점 멀어져 가면서 만년설에 뒤덮인 산들과 짙푸른 루체른 호수 위를 유유히 가르는 배는 사람들을 낙원으로 인도했다. 산과 호수를 타고 온 시원한 바람으로 장시간 비행의 피로가 한순간 사라졌음은 물론이다. 기웅은 일일이 지도를 확인해가며 “저기 도시 뒤편에 보이는 바위산이 ‘악마의 산’이라 불리는 필라투스고, 남쪽에 좌우로 길게 뻗은 설산이 티틀리스에요. 리기는 작은 언덕을 돌아가야 보일 것 같아요”라고 루체른을 둘러싼 산들에 대해 브리핑을 해줬다. 그리곤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으니 맑을 때 최대한 사진을 찍어둬야 한다며, 셔터를 누르기에 바빴다. 루체른 호수를 유유히 흐르던 배가 40분만에 비츠나우Vitznau에 정박하자 대부분의 여행객은 하선했다. 해발 1,800m, 리기산 꼭대기로 가는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산악열차를 타기 위함이었다. 14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열차는 가파른 산길을 천천히 그러나 능숙하게 타고 올라갔다. 종착역인 리기 쿨름Rigi Kulm에 이를 때 즈음, 모든 계절을 품고 있는 산의 위용이 드러났다. 아직도 남아 있는 눈의 흔적과 노란 야생화, 그리고 산 아래 너른 호수와 마을들의 풍경은 비현실적으로, 그러나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 연신 탄성을 내지르던 기웅은 “리기가 산들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겠어요. 빨리 꼭대기로 올라가시죠”라며 서둘렀다. 눈이 얕게 쌓인 리기산 정상에서는 북쪽으로 평야지대와 남쪽의 3,000m급 고봉들을 파노라마로 볼 수 있었다. 오히려 높은 산, 안쪽으로 들어간 풍경보다 스위스다운 풍경을 감상하기에는 더 훌륭하게 느껴지는 경관이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칼트바트Kaltbad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웨지스Weggis에 내렸다. 기차, 케이블카, 유람선까지 1분 1초도 어긋남이 없는 스위스의 다양한 교통수단에 감탄하며 루체른행 배편에서 스치듯 지나간 감동을 돌이켰다. 1,800m라는 높이 때문에 앞으로 볼 산들의 애피타이저 정도로 생각했는데, 메인코스를 소화시킬 수 있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충분히 배부른 풍경이었다. 리기산 가는 법 리기산의 가장 큰 매력은 스위스패스만 있으면 무료로 유람선, 산악열차, 케이블카 등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해 여행할 수 있다는 점.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티켓을 별도로 구매하면 왕복 30CHF이다. www.rigi.ch ▶travie info 스위스패스 스위스 내의 열차, 버스, 유람선 등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만능열쇠로 2인 이상, 5인 이하에게 할인해 주는 세이버 패스, 1달 이내에 날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플렉시패스 등이 있다. 470개 박물관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주요 관광열차와 케이블카를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이등석 4일권은 272CHF(스위스프랑), 일등석 4일권은 435CHF이다. 한국에서는 가까운 여행사에서 구매할 수 있다. www.swisstravelsystem.com Titlis티틀리스 뜻밖의 눈 천지를 마주하다 낌새가 좋지 않았다. 루체른에서부터 가는 빗발이 날리더니 티틀리스Titlis산의 베이스캠프인 엥겔베르그Engelberg에 도착할 저녁 무렵에는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엥겔베르그에서도 가장 전망이 좋다는 테라스 호텔에 여장을 풀고, 다음날 맑게 갠 하늘을 간절히 바라며 스위스에서의 첫날밤을 마무리했다. 이른 아침, 티틀리스 산이 손에 잡힐 듯한 풍경을 기대하며 창을 열었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새하얀 눈 천지였다. 기웅은 티틀리스 꼭대기에서는 아무것도 못 보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했다. 이제야 고백하지만 스위스가 다섯 번째인 기자는 처음으로 내리는 눈, 그러니까 산꼭대기 만년설이 아닌 동화 같은 주택 지붕 위에 차곡차곡 쌓이는 눈을 ‘실시간’으로 보고 싶었고 엥겔베르그에서야 그 풍경을 맞딱드리게 된 것이다. 늦봄, ‘천사의 마을’이란 뜻의 엥겔베르그에 비로소 날개 단 천사가 강림할 것만 같았다. 호텔에서 약 15분을 걸어 케이블카 탑승역으로 향했다. 6명까지 탈 수 있는 소형 케이블카를 타고, 트뤼브제Trubsee에서 회전식 곤돌라로 갈아타자 어느새 산 정상에 다다랐다. 갈수록 굵어지는 눈발 때문에 장엄한 풍경은 포기해야 했지만 여름을 코앞에 둔 계절에 눈천지를 볼 수 있는 우연이야말로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냐며 이 순간을 만끽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5월 말 이 정도의 폭설은 스위스에서도 25년 만이었다고 한다. 산 정상에는 즐길거리가 많았다. 스위스 중부 최대의 스키 목적지답게 매년 10월부터 5월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빙하공원에서는 눈썰매 등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고 얼음동굴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올해는 티틀리스 케이블카 100주년을 맞아 흔들다리 클리프워크Cliff Walk가 선을 보여 다리 위에서 아찔한 절벽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곧잘 티틀리스와 융프라우를 비교하곤 하는데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회전식 곤돌라를 타고 순식간에 3,000m급 산 정상에 올라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티틀리스의 매력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애초 목표로 했던 산 중턱에서의 야생화길 산책이나 트뤼브제 호수에서의 조각배 노 젓기 체험 등을 못한 아쉬움은 다시 티틀리스를 찾아와야 할 명분으로 남겨두었다. 티틀리스 로테어 엥겔베르그에서 티틀리스까지 운행하는 케이블카로 트뤼브제에서 회전식 곤돌라로 갈아탄다. 왕복 케이블카 요금은 86CHF, 스위스패스 소지시 50% 할인된다. 엥겔베르그에 위치한 테라스 호텔은 티틀리스 케이블카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www.titlis.ch ▶travie info 패스트 배기지Fast Baggage 여행 중 이동이 많은 여행객은 짐 걱정을 내려놓아도 된다. 패스트 배기지Fast Baggage 서비스를 이용하면 46개 역에서 짐을 따로 부치고 24시간 내에, 이르면 오전 9시 전에 부쳐 오후 6시 전에 받을 수도 있다. 요금은 짐 한 개당 22CHF. 철도청 사이트에서 배송 가능한 역을 확인할 수 있다. www.sbb.ch 스위스의 진짜 시골 Emmental에멘탈 우리는 에멘탈Emmental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치즈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스위스인들과 가장 보통의 스위스를 체험할 수 있었다. 그 여운은 스펙터클한 알프스의 풍경보다 깊고 진했다. Cheese치즈 스위스 명품 치즈를 만들어 보다 엥겔베르그에서 열차를 타고 부르크도르프Burgdorf 역에 도착해 471번 버스를 타고 에멘탈 치즈공장으로 향했다. 엠메Emme 계곡 일대를 일컫는 에멘탈 지역에는 약 150개의 소규모 치즈공방에서 치즈를 생산한다고 하는데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융단 같은 구릉지대에 치즈의 공급원(?)인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그뤼에르 치즈와 함께 스위스를 대표하는 에멘탈 치즈는 엄격하게 품질이 관리되고 있는데 무엇보다 신선한 풀과 건초만을 먹은 건강한 소들이 명품 치즈의 근간이 된다고 한다. 물론 치즈 제조과정에서 어떠한 인공적인 요소도 가미하지 않는 전통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치즈 공방은 크게 두 개의 관람장소로 나뉘어 있는데 전통방식의 제조소는 1750년부터 이어져 온 제작방식을 재현한다. 커다란 냄비에 우유를 담고 장작불을 지펴 32도로 가열해 박테리아를 제거하고, 다시 45도의 열로 40분간 가열하면 우유는 뿌연 물 같은 유장과 반고체 형태로 응고된 치즈로 분리된다. 커드Curd라 불리는 이 반고체의 치즈를 틀에 넣어 36시간 동안 소금물에 담갔다가 다시 물에 담근 후, 최소한 4달 이상 숙성시키면 고소한 치즈로 완성되는 것이다. 에멘탈 치즈는 최소 4달 숙성을 기본으로, 1년에서 최대 3년까지 숙성시키며 맛을 다양화하고 있다. 물론 3년 동안 치즈 덩어리를 방치하는 건 아니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키우듯 이틀에 한 번씩 뒤집어 주며 골고루 건조되고 그 안에서 영양분이 자라나도록 관리를 해줘야만 한다. 현대식 제조공장에서는 다양한 치즈를 맛보며 숙성과정도 볼 수 있었다. 현대식은 보다 많은 양의 치즈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방편일 뿐 제조방식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에멘탈 치즈는 온도를 계속 바꿔주며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기포가 발생해 구멍이 뽕뽕 뚫려 있다. 치즈 덩어리를 위에서 아래로 잘랐을 때 5개 정도의 구멍이 있어야 이상적이라고 한다. 바로 이 숙성 방식이 일정한 저온으로 숙성시키는 그뤼에르 치즈와의 결정적인 차이점으로, 에멘탈은 그뤼에르 치즈에 비해 덜 짜고 고소한 맛으로 대중적인 명품 치즈로 꼽힌다. 치즈 제조공장 스위스의 대표적인 명품 치즈인 에멘탈 치즈의 제작과정을 볼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치즈를 판매도 하며, 레스토랑에서는 치즈요리를 즐길 수도 있다. 베이커리 벡Beck에서는 다채로운 빵, 제과류를 구입할 수 있다.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가이드 투어는 최대 30명까지 130CHF에 이용할 수 있다. www.showdairy.ch 에멘탈 치즈공방에서는 18세기식 전통 치즈 제조법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에멘탈 치즈는 구멍이 송송 뚫려 있다. 온도를 바꿔주는 건조법으로 기포가 발생하는 까닭이다 Farm House팜하우스소 젖짜고 말 밥 주고 ‘리얼’ 농촌체험 에멘탈에서 치즈공장만 구경하고 떠나기는 뭔가 허전해 가장 평범한 스위스 시골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팜하우스Farm House를 찾아갔다. 부르크도르프Burgdorf 기차역에서 468번 버스를 타고 치에켈레이Zielgelei 정거장에 내려 야트막한 언덕길을 따라 15분쯤 걸어갔더니 가축 냄새가 물씬 풍기는 농장, 발음도 어려운 배트빌Battwil이 나타났다. 기웅은 조금은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정말 여기가 맞아요? 여기서 뭘 하라는 거죠?” 농장 안 쪽, 몇 채의 농가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더니 수줍은 미소를 띈 주인 아주머니가 손을 흔들며 반겨 주었다. 영낙 없는 시골 큰엄마의 행색 그대로였다. “찾아오느라 고생했지? 자, 농장에 왔으니 무얼 하고 싶은지 말해 봐. 아, 먼저 잠자리를 봐야겠구나.” (그녀는 아들뻘 되는 동양 청년들을 ‘아들처럼’ 편하고 정겹게 대했다) 외양간과 바로 연결된 침실은 한국의 시골 헛간과 다르지 않았고, 서울서 나고 자란 기웅은 적잖이 당황했다. 그런데 날씨가 우릴 구해(?) 주었다. “지금은 너무 추워서 여기서 자는 건 곤란할 것 같은데 조금 더 편안한 숙소가 있으니 거기서 자는 게 어때?” 그렇게 기웅과 기자는 다행히도 웬만한 게스트하우스보다 깔끔한 숙소에 묵게 됐다. 아줌마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농장 주변을 산책했다. 푸른 밀밭과 소 떼들을 위한 목초지, 그리고 멀리 부르크도르프 성과 교회가 어우러진 풍경이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저녁 식사를 위해 집으로 돌아와 부엌을 ‘기습’했다. 스위스의 가정집에서 밥 짓는 풍경이 궁금했던 까닭이다. 라클렛 치즈와 감자 요리, 화이트와인 소스를 곁들인 돼지고기까지. 성찬이 준비되고 있었다. 스위스 전통 빵인 초프Zopf와 통밀빵까지. 입이 쩍 벌어진 우리를 본 엘리자베스는 “아이고, 나는 요리를 잘 못하는 편이야”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그날 밤 우리는 여정 중 최고의 만찬을 즐겼고, 진한 치즈향에 적응한 기웅은 라클렛을 쉼없이 흡입했다. 식사를 하면서 아줌마의 수다를 듣는 것도 남다른 재미였다. 한국에 짧게나마 유학을 했던 딸 이야기부터 왜 에멘탈 지역 유제품의 질이 훌륭한지까지. 자식 자랑, 동물 자랑이 멈추지 않았다. 5성급 호텔, 미슐랭스타 식당에서도 누릴 수 없는 흥미롭고 배부른 밤이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농장에서는 알람이 필요 없었다. 엘리자베스는 “아침에 소 젖을 짜보고 싶으면 7시에는 일어나야 해”라고 했는데 그보다 일찍 닭이 울어 주었다. 외양간에는 건장한 체격의 아들이 열심히 소 젖을 짜고 있었고, 아버지는 퇴비를 긁어모으고 있었다. 소 20마리로부터 매일 아침 채취한 500~700리터의 우유는 바로바로 낙농회사에 납품된다고 한다. 관광객을 위해 볼거리로 소를 키우고 젖 짜기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은 없었으나 신선한 우유가 생산되는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설마 이렇게 짠 젖을 바로 마시는 건 아니죠?” 기웅의 질문에 엘리자베스는 “물론 바로 마시지. 5도로 저온 보관을 하는 것 외에는 어떠한 가공과정도 필요가 없는 건 그만큼 우유가 신선하고 품질이 좋기 때문이지”라고 설명을 하더니 스위스의 우유회사 에미Emmi로부터 받은 품질 평가서, 우유 판매 내역서 등을 직접 보여줬다. 엘리자베스의 설명은 이어졌다. 스위스의 유제품이 훌륭한 건 소규모 농장들이 소를 약 20마리씩 정성 들여 키우고, 신선한 풀만 먹이기 때문이고, 수천마리 소를 한번에 키우는 미국이나 뉴질랜드에서는 절대 우유를 바로 마실 수 없다며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냈다. 어쨌든 그렇게 한 마리, 한 마리 이름 붙여가며 정성 들여 돌본 소들이 공급해 준 그날 아침의 우유는 단연 최고였다. 소 젖 짜기를 구경한 뒤, 동물농장을 차례로 돌아봤다. 말들에게는 건초더미를 아침식사로 챙겨 주었고, 새끼 염소들에게는 사료를 직접 먹여 줬다. 간단한 아침 노동(?)을 마친 뒤 고대하던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메뉴는 간단했다. 삶은 달걀, 커피, 우유, 어젯밤에 구운 빵, 햄, 치즈. 어떤 호텔이나 가정집에서도 맛볼 수 있는 평범한 아침식사였지만 재료의 질과 신선도는 비교할 수 없었다. 사소한 잼과 사과주스까지 모두 농장에서 나온 재료로 엘리자베스가 손수 만든 음식들은 이른 아침부터 두 남정네의 혀끝을 황홀경으로 몰아넣었다. “자, 이제 아침을 먹었으니 소화를 좀 시켜야겠지?” 또 어떤 일감이 기다리나 했더니만 나귀를 태워 주겠단다. 마침 주말을 맞아 큰딸과 친구들이 나귀를 타기 위해 놀러왔는데 우리도 끼워주겠다는 것이었다. 나귀의 털을 골라 주며 정겹게 대화를 나누던 그녀들은 익숙하게 나귀를 몰았다. 말에 비해 온순한 나귀의 승차감은 페라리가 부럽지 않았고, 조금 더 높은 눈으로 굽어본 에멘탈의 아침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미녀들이 나귀를 몰아 준 탓일까? 서울 총각 기웅의 입은 귀에 걸려 내려오지 않았고, 그는 여행을 마칠 때까지 에멘탈에서의 경험을 되새김질하며 행복해했다. 팜하우스Farmhouse 에멘탈, 부르크도르프 지역에는 잠자리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약 10개의 팜하우스가 있다. 이번에 독자가 머문 베트빌Battwil 농장은 특별히 당나귀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신선한 목장 우유와 식사도 일품이다. 헛간에서의 1박은 25CHF이다. www.bauernhof-baettwil.ch 에멘탈 지역의 한 농가에서 하룻밤 머물렀다. 젖소, 염소, 양, 당나귀, 말, 돼지, 닭, 오리 등등 농장 주인은 일일이 손을 꼽아가며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있는지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말그대로 동물농장이었다. 농장에서 맛본 스위스 가정의 가장 평범한 두끼 식사는 이번 여정 중 단연 최고였다. 모든 재료는 농장에서 바로 공수했으니 그 신선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travie info 스위스 여행의 필수 어플┃SBB 스위스철도청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1분 1초도 어긋남이 없는 스위스의 모든 교통 정보를 담고 있다. 환승 시간, 도보 이동시간까지 정확하게 계산해 준다. 네트워크 되는 곳에서만 검색이 된다. 웹사이트 www.sbb.ch도 유용하다. Swiss Hike 스위스의 주요 하이킹 코스를 상세히 안내해 주는 앱으로, 한번 다운 받아놓으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번에 여행한 대부분의 하이킹 코스도 포함돼 있다. 거친 산 속 호젓한 휴식 Valais발레 다음 목적지는 스위스 남부에 위치한 산악지역 발레주Valis. 마테호른의 관문도시인 체르마트Zermatt로 가기 전, 온천마을 로이커바트Leukerbad에 서 몸을 녹였다. Leukerbad로이커바트 스트레스가 금지된 물의 나라 굽이굽이 거친 바위산을 버스를 타고 오르면서 마주한 풍광은 이전의 산들과는 또 달랐다. 스위스 최대의 와인 생산지인 발레에는 계단식 포도농장이 가파른 비탈을 덮고 있었다. 로이커바트에 도착하자 뾰족뾰족한 형상이 거칠어 보이는 바위산이 마을을 굽어보고 있었다. 기웅은 역시나 산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내며 가이드에게 “케이블카를 타면 저 봉우리까지 갈 수 있는 거죠? 어서 구름이 걷혀야 기막힌 풍경을 볼 수 있을 텐데”라고 묻자 가이드는 “너무 서두르지 마. 로이커바트에서 스트레스는 금지돼 있거든”이라고 눙을 쳤다. 로마시대부터 온천 휴양지로 명성을 떨친 로이커바트에서 제대로 온천을 만끽하려면 몸을 조금 피곤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하여 우리는 가벼운 하이킹에 도전하기로 했다. 소담스러운 샬레식 주택들이 줄지어 있는 마을을 지나 온천물이 솟아나는 온천협곡Thermal Canyon을 걸었다. 이곳에서 하루에만 3,900만 리터의 온천물이 솟아난다고 하니 예로부터 괴테, 마크 트웨인, 레닌 등등 유명인들이 이곳에서 뜨끈한 온천수에 몸을 녹였다 갔다는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다음엔 겜미패스Gemmi Pass로 향했다. 그런데 옅은 구름과 눈발 때문에 스위스에서도 가장 험하다는 트레킹 코스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러나 이곳은 스위스가 아니었던가. 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2,350m에 달하는 전망대로 순간이동을 감행했다. 1200년경에 개통된 겜미패스는 발레주와 베른Bern주를 연결하는 통상의 길로 모파상과 셜록 홈즈의 작품 속에도 등장할 정도로 악명이 높다. 수직에 가까운 암벽에 지그재그로 난 길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리는 이 길은 하이킹 마니아라면 도전해 볼 만한 코스다. 40년 전 눈으로 온천욕을 즐기다 이제 온천을 즐길 시간. 부르거바트Burgerbad와 알펜테름Alpentherme이 양대 온천으로 꼽히는데 부르거바트는 워터파크 형태로 가족여행객들이 즐기기 좋고, 알펜테름은 사우나, 스파 등이 있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성격이 달랐다. 알펜테름은 실내와 노천 풀장으로 크게 나뉘어 있었다. 기웅은 웅장한 산세를 감상하며 온천을 즐기기 좋은 노천 풀장으로 바로 향했다. 궂은 날씨는 온천에서는 색다른 재미로 다가왔다. 그러니까 머리 위에는 눈에 소복이 쌓이고 물에 담긴 몸은 뜨끈뜨끈 녹아내리는 기분이 오묘했다. 온천수는 40년 전에 내린 눈이 지하 500m까지 스며들어가 다시 끓어오른 물이라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70년대에 로이커바트를 적신 눈으로 목욕을 한 것이었다. 온천에는 발레식 사우나도 있었다. 말로만 듣던 ‘전라’로 입장해야 하는 사우나였다. 기웅은 사우나 입구에서 “진짜 다 벗어야 하는 거에요?”라고 쭈뼛거리고 있는데 웬걸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니는 것을 보고는 안도하며 어색하게 사우나와 냉탕을 오갔다. 분명 한국의 온천에 비하면 자극적이지는 않았으나 칼슘, 나트륨, 철분 등 130가지 성분이 담겨 있는 로이커바트의 온천수와 충격적인 사우나는 그날 밤 우리에게 가장 달고 깊은 잠을 허락했다. 로이커바트 추천 온천┃부르거바트Burgerbad 온도별로 10개의 풀장으로 이뤄진 가족형 온천시설이다. 미끄럼틀, 마사지풀 등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으며 사우나와 수영장도 있다. 3시간 이용권은 23CHF, 하루 이용권은 29CHF. www.burgerbad.ch 알펜테름Alpentherme 부르거바트에 비해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랑한다. 사우나는 전라로 입장하며, 로만-아이리시 스파와 테라피 시설도 있다. 사우나까지 이용할 수 있는 5시간 이용권은 39CHF. 하루 이용권은 53CHF. www.alpentherme.ch 겜미 케이블카 로이커바트와 겜미패스를 연결하는 케이블카로,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왕복 32CHF, 스위스패스 소지시 50% 할인된다. www.gemmi.ch Zermatt체르마트 스위스 산악 체험의 클라이맥스 로이커바트에서 체르마트로 가는 아침, 날이 맑게 갰다. 온천으로 재충전을 한 탓일까, 기다리던 마테호른을 만날 순간이 다가와서일까. 기웅은 어느 때보다 들떠 있었고 열차가 체르마트에 접근할수록 바쁘게 차창을 좌우로 오가며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체르마트 역에서 내려 마을 안쪽으로 조금 걸어 들어갔을 때 북쪽으로 마테호른이 그 환한 얼굴을 드러냈다. 완벽하게 푸른 하늘, 초록색 옷을 갈아입고 있는 산과 오래된 샬레식 주택들이 조화를 이룬 풍경에 화룡점정으로 뾰족한 마테호른이 더해지니 완벽한 한 폭의 그림이 만들어졌고 기웅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먹먹한 표정을 띄고 있었다. “저 봉우리 하나를 보려고 이곳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를 알겠어요.” 며칠 전 내린 눈 때문에 산 중턱의 트레킹 코스는 폐쇄돼 있었다. 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퓨리Furi역에서 다시 체르마트로 내려오는 길을 걷기로 했다. 체르마트 관광청 직원이 추천한 레스토랑 레마모트Les Marmottes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하며 퐁뒤와 스위스 전통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웠다. 다양한 스위스 치즈와 화이트와인을 팔팔 끓여 빵을 찍어 먹는 스위스 전통식을 이처럼 찬란한 풍경 아래서 즐길 수 있다는 건 행운이었다. 체르마트로 향하는 내리막길에는 오래된 목조 건물들과 양떼들, 야생화가 만발해 있었다. 마테호른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고르너그라트Gonergrat 열차에 올라탔다. 스위스 최초의 톱니바퀴식 산악열차는 느긋하게 산을 밟아 올라갔다. 기차가 방향을 꺾을 때마다 다른 각도의 마테호른이 보였고, 수목한계선을 넘어선 뒤로는 순백의 눈천지가 펼쳐졌고, 눈 위에는 동물 발자국만이 희미했다. 마침내 고르너그라트 정상에 위치한 정거장에 도착했다. 막차여서인지 인적이 드물었다. 굳이 막차를 탄 까닭은 산 정상에 있는 고르너그라트 3100 쿨름 호텔Kulm Hotel에 묵기 위함이었다. 해발 3,100m. 스위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호텔은 지어진 지 1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사위가 어둑해진 밤, 식당에 모인 여행객들은 마치 성지순례자처럼 창밖 풍경을 조용히 감상하며 경건하게 저녁식사를 즐겼다. 객실에 침을 풀고 창을 열었다. 마테호른 봉우리가 정면으로 한눈에 들어왔다. 저녁과 아침, 두 차례의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기웅은 넋을 놓고 봉우리를 바라다봤다.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다시 해가 뜨면서 달라지는 그 기묘한 색을 보면서 오랫동안 간절히 바라온 풍경을 가슴 속에 깊이깊이 새겼다. 3100 쿨름호텔 고르너그라트 1907년에 개장한 호텔로 스위스에서 최고 높이에 위치한 숙소다. 호텔이 위치한 전망대에서는 29개의 4,000m급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이 봉우리들의 높이로 객실 번호를 매겼다. 풍광만큼 수준 높은 식사를 제공한다. 건물 위쪽의 돔은 천문 관측을 위한 용도로 쓰인다. www.gornergrat-kulm.ch 고르너그라트열차Gornergratbahn 해발 1,620m의 마을 체르마트에서 해발 3,089m의 고르너그라트까지 운행하는 톱니바퀴 산악열차다. 중간에 리펠알프Riffelalp, 리펠베르그Riffelberg 등의 역에서 하차하면 다양한 하이킹 코스를 소화할 수 있다. 체르마트 기차역 바로 앞에 탑승장이 있다. 왕복 요금은 82CHF, 스위스패스 소지시 50% 할인된다. www.gornergratbahn.ch 해발 3,100m에 위치한 고르너그라트 쿨름호텔의 창밖 풍경. 별빛 쏟아지는 밤하늘과 마테호른의 기막힌 장관을 넋 놓고 바라봤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내일투어 02-6262-5353 www.naeiltour.co.kr, 스위스관광청 www.Myswitzerland.com ●Swiss Review 풍경에 취하고 맛에 홀린 시간 5월의 스위스를, 그것도 ‘공짜로’ 다녀올 수 있다는 전화를 받고부터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특히 ‘알프스의 산 속 체험’을 테마로 했던 만큼 더욱 들뜨고 설레었다. 파라마운트 영화사와 토블론Toblerone 초콜릿의 상징인 마테호른을 마주하던 순간은 감탄의 연속이었다. 특히 고르너그라트의 정상에 자리한 ‘3100 호텔’에서의 밤은 영영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침대에 누워 고개만 돌리면 손에 잡힐 듯 마테호른이 보였고, 주변은 온통 만년설로 뒤덮여 있어 마치 우주의 어딘가에 와 있는 것만 같았다. 마테호른에 비하면 초라할지 몰라도 도착하는 순간 힐링을 느끼게 해준 리기산은 왜 ‘산의 여왕’이라 불리는지 알 만한 풍경을 선사해 주었다. 한국 여행자들에게 생소한 로이커바트에서 노천 온천을 즐기고, 예상치 못한 남녀 혼욕을 해본 것도 민망하면서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탈리아의 토스카나를 연상시키는 에멘탈 지역은 압도적인 위용은 없었지만 잔상이 오래 남는 곳이었다. 특히 팜하우스는 지금껏 수많은 나라를 여행해본 경험 중 가장 이색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라클렛을 비롯한 전통 스위스 식사와 신선한 치즈와 빵 등은 단연코 ‘생애 최고의 한 끼’였다고 할 것이다. 여행 기회를 선물해 준 내일투어와 <트래비>, 갑작스런 휴가를 허락해 주신 회사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 도전자유여행 38탄 참가자 유기웅
  • “교관, 학생들 물에 빠지자 구조 않고 호각만 불었다”

    “교관, 학생들 물에 빠지자 구조 않고 호각만 불었다”

    전통 명문인 충남 공주사대부고 학생들이 ‘해병대 체험활동’을 떠난 것은 지난 17일이었다. 남자 4개반, 여자 2개반 2학년 198명과 인솔 교사 7명은 학교에서 관광버스 6대에 나눠 타고 오후 1시쯤 충남 태안군 안면읍 창기리에 있는 민간 유스호스텔에 도착했다. 빡빡한 학교 공부에 지쳤던 학생들은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를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것도 잠시, 곧바로 제식훈련을 받아야 했다. PT체조 등이 이어졌다. 낯설고 힘든 체험이었지만 교관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저녁을 먹고는 대강당에 모여 해병대 활동 영상을 보고 오후 11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인 18일에는 오전 7시에 일어나 체조와 높이 10m에서 내려오는 줄타기 체험을 했다. 점심을 먹은 뒤 드디어 보트를 타고 바닷물을 가르는 래프팅을 시작했다. 몹시 더운 날씨에도 학생들은 즐거운 표정이었다. 10여명씩 노를 저어 무동력 고무보트를 타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보트가 8척밖에 없어 컨디션이 좋지 않은 학생을 제외하고 90명씩 조를 짰다. 교관으로부터 노를 젓는 방법 등을 간단히 배웠다. 사고를 당한 이병학(17)군 등 90명은 20분간 교관의 인솔 아래 바닷물 위에서 노를 저어 나가는 과정을 반복했다. 래프팅이 끝나자 이군 등은 구명조끼를 벗고 다음 조의 래프팅이 끝날 때까지 백사장에 앉아 기다렸다. 사고가 발생한 것은 오후 4시 50분쯤이었다. 교관 김모씨와 이모씨가 바닷물 속에서 “야, 들어와”라고 외쳤다. 군기가 잡힌 데다 날이 더워 90명 대부분이 바닷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모두 조끼를 벗은 상태였다. 10명씩 줄을 맞춰 바다로 들어갔다. 앞줄 학생들이 가슴 가까이 물속에 잠겼을 때 높이 1m 가까운 파도가 덮쳤다. 썰물도 밀물도 아닌 때였지만, 이와는 상관없이 악명이 높아 조끼를 입지 않으면 물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곳이다. 교관은 이 규정을 깔아뭉갰다. 두 교관 모두 해병대 출신일 뿐 자격증이나 캠프 경험이 없는 ‘초짜’였다. 거센 파도가 덮친 뒤 앞줄에 있던 학생 23명은 목까지 물이 차올라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물에 들어간 지 10분 안팎에 벌어진 참극이었다. 사고가 나자 교관 김씨 등이 래프팅 중이던 다른 교관 3명을 불렀다. 허우적거리던 18명은 동료 학생들과 교관에 의해 구조됐으나 5명은 물에 잠겼다. 태안해경은 “바닷속 깊은 웅덩이인 ‘물골’에 빠진 것 같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교관이 당황했는지 친구들을 구하지 않고 호각만 불어대면서 빨리 나오라고만 재촉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당시 인솔 교사들은 학생과 격리돼 해변에서 100m쯤 떨어진 유스호스텔 휴게실에 있었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실종된 학생들을 찾다가 허사로 끝나자 사고 발생 30여분이 지난 오후 5시 34분 해경에 구조를 요청했다. 이때부터 본격 수색작업이 펼쳐졌으나 금세 날이 어두워져 순조롭게 진척되지 않았다. 공주사대부고는 지난해 서울대 18명, 의대·한의대 27명, 연·고대 39명, 경찰대 4명 등의 합격생을 배출했다. 충남과 전국에서 절반씩 신입생을 모집하기 때문에 제주에서도 지원한다. 명문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먼 곳까지 와 청운의 꿈을 꾸던 학생들이 리더십을 심어준다는 해병대 캠프의 안전불감증 탓에 꽃을 피우기도 전에 시들고 말았다. 태안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포토 갤러리] 얼음 파는 기름집

    [포토 갤러리] 얼음 파는 기름집

    후텁지근한 더위와 장맛비가 오락가락한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보광동 거리에서 우산을 쥐고 종종걸음 치는 어린이가 얼음과 난방용 기름을 함께 파는 가게 옆을 황급히 지나치고 있다. 더위에도 살얼음에도 모두 수익을 올릴 것 같은 가게이지만, 주인도 손님도 보이지 않고 잡초 속에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아이가 장맛비에 쫓기듯, 얼음 파는 기름집도 계속되는 불경기와 들쭉날쭉한 날씨로 시름에 내몰린 듯하다. 장마가 그치면 얼음집의 문이 열릴까.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 7일 이후 12일간 비를 맞았다. 이달 들어 18일까지 중부지역의 평균 강수량은 279.2㎜로 평년(184.3㎜)에 비해 44% 늘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브리티시오픈] 바람아, 탱크를 밀어라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대회인 브리티시오픈이 18일 청명한 날씨 속에 스코틀랜드 뮤어필드 링크스에서 막을 올렸다. 올해로 142번째. 2002년 대회 이후 11년 만에 다시 뮤어필드로 돌아온 올해 브리티시오픈은 당초 링크스 코스의 특성상 변덕스럽고 궂은 날씨가 예상됐지만 대회 첫날은 맑은 하늘 위로 선수들의 티샷이 솟아올랐다. 코스는 7192야드에 파71로 세팅됐다. 첫 번째 티샷은 오후 2시 32분(이하 한국시간) 피터 시니어(호주)가 날렸다. 뮤어필드 코스는 브리티시오픈이 열리는 장소 가운데 페어웨이가 가장 평평하고 ‘블라인드홀’이 없어 비교적 쉬운 편이지만, 그렇다고 156명 모두에게 만만한 코스는 아니었다. 밤 10시 30분 현재 잭 존슨(미국)이 15번홀(파4)까지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4개를 뽑아내 6언더파로 단독 선두를 달렸다. 1라운드 18개홀을 모두 마친 선수 가운데는 라파엘 카브레라 베요(스페인)가 4언더파 67타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오후 3시 38분 1라운드를 출발한 최경주(43·SK텔레콤)는 5오버파 76타로 부진한 첫날을 보냈다. 전반 9개 홀에서 버디 1개와 보기 3개로 버텼지만 후반에 3타를 더 잃고 중하위권으로 밀려났다. 1라운드 성적은 버디 3개와 보기 6개, 더블보기 1개였다. 한국 선수 중에는 김경태(27·신한금융그룹)가 같은 시간 11번홀(파4)까지 2오버파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상금 순위로 티켓을 얻어 처음 대회에 출전한 김형성(33·현대하이스코)은 전반 9개홀 1언더파로 잘 버티다 후반 들어 10번(파4), 13번(파3)홀 트리플 보기와 14번홀(파4) 보기를 쏟아내는 바람에 순식간에 6오버파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김경태도 전반홀을 1언더파로 잘 막았지만 후반에 접어들자마자 두 홀에서 3타를 까먹은 게 아쉬웠다. 다섯 번째 메이저 우승컵 사냥에 나선 필 미켈슨(미국)은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69타의 준수한 타수로 첫 라운드를 마쳐 공동 7위권에 포진했다. 미켈슨은 아직 유럽대회에서 메이저 우승컵을 수확한 적이 없다. 그러나 미켈슨과 라운드를 동반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같은 시간 8오버파 79타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공동 120위로 밀려 컷 탈락을 걱정하게 됐다. 매킬로이는 버디는 2개에 그치고 더블보기 2개와 보기는 무려 6개나 쏟아냈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코카콜라, 미국에서도 찬밥신세 왜?

    세계 최대 음료업체인 코카콜라가 안방인 미국 시장의 매출 부진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탄산음료가 비만의 ‘주적’으로 떠오른 여파로 분석된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소재 코카콜라 본사는 유럽과 북미 지역의 기상악화로 지난 2분기 전체 영업이익이 4% 감소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하지만 유럽의 실적 부진에도 국외 매출은 오히려 1% 증가했다. 아시아와 중동·아프리카 등 신흥경제국들의 매출 호조가 손실을 메웠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미 시장이다. 2분기 이 지역 전체 매출은 1% 감소했고, 특히 주력상품인 탄산음료 매출은 4%나 줄었다. 게리 패이야드 코카콜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CNBC방송에 출연, “사람들은 날씨가 춥고 습하면 탄산음료를 덜 마신다”면서 “(북미권 2분기 매출 부진은) 날씨 탓이 크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정말로 날씨 문제를 거론하고 싶지 않지만 (이번 매출 감소는) 상당 부분 날씨 탓이었다”면서 “음료 산업을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코카콜라가 ‘날씨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카콜라의 탄산음료 매출은 지난 세 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고, 그때마다 회사는 기상악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주장을 폈다. 미국에서 유독 탄산음료 판매가 부진한 데는 건강에 대한 불안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무타르 켄트 코카콜라 사장도 실적을 발표하면서 비만 문제는 거론하지 않고 기후여건, 세계경기 침체를 매출 부진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켄트 사장은 “각종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언급, 비만 요인도 작용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탄산음료에 포함된 당분이 비만, 당뇨 등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는 가운데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와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 등은 탄산음료 덜 마시기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뉴욕시는 블룸버그 시장의 주도로 지난 3월12일부터 식당과 극장에서 대용량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시켰다. 이에 따라 뉴욕시내의 식당과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점, 극장, 공연장, 구내식당 등에서는 16온스(약 470㎖) 이상 초대형 가당음료는 구입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뉴욕주 법원은 판매금지 조치가 독단적이라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지만 뉴욕시가 이에 항소해 최종 판단을 남겨두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코카콜라는 최근 음료회사로는 처음으로 탄산음료의 위험성을 알리는 공익 광고를 시작하고, 저칼로리 천연 감미료를 사용하는 음료 개발에 주력하는 등 다방면에서 이미지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또 스포츠음료와 생수, 과일 주스 등의 비탄산 음료의 비중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2분기 실적 발표 후 이날 오전 현재 코카콜라 주가는 2% 하락했다. 코카콜라 측은 하반기에 날씨가 안정을 찾으면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입장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안전 미준수 업체 영업정지 등 행정처벌 방침

    서울시가 동작구 노량진동 상수관로 공사장 수몰사고와 관련해 상수도사업본부와 공사참여 업체 등을 감사키로 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먼저 상수도사업본부에 대해 설계 변경 여부와 업체 선정 과정, 공사 과정 등 모든 사항에 대한 경위 파악에 나섰다. 사고 원인과 책임 규명을 위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상수도사업본부를 우선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시공사·감리사·하도급 업체에 대해서도 감사할 계획이다. 감리업체의 관리·감독 부실, 시공업체나 하도급업체의 안전수칙 미준수 등이 드러나면 영업정지나 입찰참가 제한 등의 행정처벌을 내릴 방침이다. 특히 관급공사의 하도급 문제점을 집중 점검해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또 날씨 등 기상과 주변 상황을 통합 예측해 공사 중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매뉴얼도 만들기로 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꽃멸치 뛰노는 ‘천년의 섬’ 제주 비양도

    꽃멸치 뛰노는 ‘천년의 섬’ 제주 비양도

    제주를 방문할 때면 늘 가봐야겠다고 곱씹던 섬이 있습니다. 여름이면 앞바다에서 꽃멸치가 뛰어논다는 섬, 비양도입니다. 섬은 멀지 않습니다. 협재나 금능 해수욕장에서 손 뻗으면 닿을 거리입니다. 한데 섬에 오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루 세 차례 오가는 도선은 바람 많은 날이면 결항되기 일쑤지요. 뭍의 사람들이 제주 한번 가기가 어디 쉬운가요. 어쩌다 제주를 찾더라도 날씨가 ‘비협조적’이면 비양도의 겉모습만 보다 돌아와야 합니다. 이런저런 불편을 감안하더라도 비양도는 한 번쯤 다녀올 만한 섬입니다. 크기도 작아 세 시간이면 넉넉히 돌아볼 수 있지요.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제주 여행길에 비양도행 도선에 몸을 싣게 된다면 당신은 정말 ‘운수 좋은 날’ 만난 겁니다. 붉은 등대 너머 한라산이 이채롭다. 너른 치마 펼쳐 제주 전체를 감싼 듯하다. 한림항을 나선 도선에서 마주한 풍경이다. 이처럼 제주 밖에서 제주를 볼 때면 여기저기 바삐 제주를 돌아봐야 한다는 강박이 가슴에서 밀려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비양도에 가까워질수록 바닷물은 연둣빛을 띠기 시작한다. 그 예쁜 바다에서 꽃멸치가 뛰어논다. 제주 사람들이 ‘꽃멜’이라 부르는 바로 그 녀석이다. 꽃멸치의 공식 이름은 샛줄멸이다. 몸통에 은백색 가로띠가 있어서다. 주민들의 생각은 약간 다르다. 몸통 옆에 코발트빛 측선이 있어서 ‘꽃멸치’라 부른다는 거다. 이 측선은 보는 각도에 따라 보랏빛을 띠기도 한다. 사람이 정한 이름이 무엇이건 꽃멸치가 여느 멸치에 견줘 훨씬 화사한 외모를 가졌다는 건 분명하다. 꽃멸치는 출몰 양태가 빙어와 닮았다. 단지 들고 나는 계절이 다를 뿐이다. 빙어가 겨울철 아주 잠깐 제 몸맛을 일러주고 홀연히 사라지듯 꽃멸치도 6월 말께 비양도 연안에 나타나서는 8월 초순께 홀연히 사라진다. 맛 또한 이때가 최고다. 산란기에 접어들어 몸에 기름이 오르기 때문이다. 꽃멸치 포획은 지난 30년 동안 금지됐었다. 어족자원 보호와 해녀조업 안전사고 예방 등이 취지다. 그게 지난해 한시적으로 풀렸다. 영세어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서다. 꽃멸치는 일반 멸치에 견줘 10배 이상 비싼 값에 팔린다. 수요에 견줘 잡히는 양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이 ‘금’멸치가 알을 낳기 위해 비양도 연안으로 올라오는 여름철에만 허가받은 어민들에게 조업이 허용된다. 꽃멸치는 주로 ‘멜젓’ 담글 때 요긴하게 쓰인다. 회무침이나 조림, 국 등으로도 먹는다. 한 입 베어 물면 비릿한 향이 입 안에 파란을 일으킨다. 꽃멸치를 길러 낸 바다의 향이다. 꽃멸치로 배를 채웠다면 이제 섬을 한 바퀴 돌아볼 차례다. 비양도는 해저 화산폭발로 형성된 섬이 아니다. 제주 본섬의 여러 오름들처럼 뭍에서 형성됐다. 그러다 수천년 전 해수면 상승으로 제주 본토와 분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인적 드문 일주도로를 따라 섬을 돌아보는 재미가 각별하다. 무엇보다 ‘화산섬’ 제주의 본연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좋다. 일주도로 길이는 채 3㎞가 못 된다. 느릿느릿 걸어도 1시간 30분이면 돌아볼 수 있다. 비양도엔 화산폭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일주도로 곳곳에 화산탄과 분석구, 화산송이 등이 널렸다. 섬 어디로 시선을 돌려도 검거나 붉은 암석들뿐이다. 그 화산쇄설물들을 뿜어낸 곳이 비양도 쌍분화구다. 한라산의 기생화산 가운데 분화구가 두 개인 곳은 비양도가 유일하다. 아울러 국내에서 유일하게 화산활동 시기가 기록으로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게 고려 목종 때인 1002년과 1007년이다. 2002년부터 비양도를 ‘천년의 섬’이라 부르고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화산활동은 비양도에 여러 가지 독특한 풍경들을 선물로 남겼다. 대표적인 게 용암기종(천연기념물 제 439호)이다. 높이 3m짜리 ‘애기 업은 돌’(負兒石)을 중심으로 반경 20m 안에 형성된 현무암군을 일컫는다. ‘애기 업은 돌’은 현무암 굴뚝이라고 보면 알기 쉽다. 용암 내부의 가스와 수증기 등이 밖으로 배출되면서 형성된다. 이 돌을 처음 보는 사람은 반드시 그 앞에 가서 절을 해야 한다거나, 아기 갖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소원을 들어준다는 등의 전설도 전해 온다. 용암기종 인근의 펄랑못도 특이하다. 바닷물이 드나들며 만든 염습지다. 작은 섬의 습지치고는 제법 규모가 크다. 내친 걸음 비양봉(114m)까지는 다녀오시라. 그리 높지 않은 봉우리지만 사방에 거칠 게 없어 제법 장쾌한 풍경을 선사한다. 정상엔 낡은 등대가 서 있다. 원래 흰빛이었을 등대는 여기저기 금이 가고, 빛깔도 거무튀튀하게 변했다. 오랜 세월 눈, 비 맞은 흔적이 켜켜이 쌓인 게다. 예서 맞는 풍경이 빼어나다. 에메랄드 물빛을 가진 협재 해수욕장이며, 한라산과 그 아래 늘어선 오름들이 절경을 펼쳐낸다. 비양봉까지는 왕복 40분 정도 걸린다. 등산로에 뱀이 가끔 출몰하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보다 짜릿한 프로그램을 찾는다면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에 주목하는 게 좋겠다. 지난 14일 개관 1주년을 맞아 한결 진화된 체험 프로그램들을 선보였다. 퍼뜩 눈에 띄는 것은 씨워크(Sea-walk) 프로그램이다. 일반인이 전문 아쿠아리스트처럼 메인 수조 ‘제주의 바다’에 들어가 물고기들과 노니는 프로그램이다. 3680㎥ 크기의 거대한 수조에서 50여종 5000여 마리의 물고기들과 함께 유영을 한다는 건 정말 감동적인 경험이다. 수조 밖의 사람들과 눈이 마주칠 때면 서로 손을 흔들기도 하는데, 꼭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체험자와 강사는 1대1로 잠수 체험에 나선다. 잠수 관련 기본 교육은 입수 전 전담 강사에게 받는다. 산소통과 마스크, 다이빙복 등 전문 장비도 업체 측에서 제공한다. 체험은 교육을 포함해 2시간 정도 이뤄진다. 최대 8.5m까지 잠수할 수 있다. 그리 깊지 않은 곳에서 짧은 시간 이뤄지는 잠수 체험이어서 체력적인 부담은 크지 않다. 하지만 체험 뒤엔 반드시 안정을 취하는 게 좋다. 체험은 하루 네 차례 진행된다. 가격은 13만 9000원이다. ‘VIP 투어’도 마련됐다. 물에 들어가지 않고 큰돌고래 등 해양동물들과 직접 교감할 수 있는 생태교육 프로그램이다. 먹이를 주거나 몸을 쓰다듬는 등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체험시간은 2시간이다. 오전 10시 10분, 낮 12시 25분, 오후 2시 25분과 4시 25분에 각각 진행된다. 참가비는 6만원이다. 두 체험 프로그램 모두 입장권이 포함된 가격이다. 홈페이지(www.aquaplaner.co.kr/jeju)와 전화(064-780-0900)로 예약해야 한다. 메인 수조에선 매일 네 차례 해녀 물질 공연이 열린다. 현역 해녀들이 출연해 해산물 채취 과정 등을 재연하며 제주 해녀의 삶과 애환을 그려 낸다. 한화 메디컬 센터도 문을 열었다. 해양동물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시설이다. 수의사와 어류질병관리사 등이 해양생물구조TFT팀과 함께 해양생물의 구조와 치료를 체계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개관 1주년 기념 이벤트도 진행한다. 동남아왕복항공권 등 푸짐한 경품을 준비했다. 글 사진 제주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가는 길:한림항에서 비양도까지 하루 세 차례 도선이 오간다. 오전 9시와 낮 12시, 오후 3시다. 비양도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도선은 비양도에 승객을 내려주고 곧바로 한림항으로 돌아온다. 선비는 어른 왕복 6000원이다. (064) 796-7522. 비양도 선착장 초입의 구멍가게에서 자전거를 빌려준다. 1시간 5000원. ▶맛집:비양도 호돌이식당의 보말죽이 유명하다. 다만 맛에 대한 호불호는 사람마다 편차가 크다. 주변 식당에서도 보말죽을 맛볼 수 있다. 꽃멸치 회무침은 2만원, 국은 7000원 정도 받는다. ▶잘 곳:섬 내 몇몇 집에서 민박을 운영한다. 3만~7만원까지 다양하다. 고순애 어촌계장 (064)796-0460.
  • 시속 1200km…머스크 회장 ‘슈퍼 트레인’ 개발 계획

    시속 1200km…머스크 회장 ‘슈퍼 트레인’ 개발 계획

    무려 1,200km를 넘는 속도로 달리는 ‘슈퍼 트레인’이 개발될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이 계획은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이자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도 유명한 엘론 머스크(41) 회장이 추진 중이다.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 창업자 머스크 회장은 15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다음달 12일 ‘하이퍼루프 슈퍼 트레인’(hyperloop super train)의 청사진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 회장은 이 글에서 슈퍼 트레인이 승객들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LA(약 611km 거리)까지 단 30분 만에 운송할 수 있다는 것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머스크 회장의 과거 언급에 비추어 이 슈퍼 트레인이 공기의 흐름을 이용하는 기송관 혹은 전자기 케이블 시스템을 사용해 약 1200km/h의 속도로 진공 터널을 통과하는 미래형 교통수단으로 추측하고 있다. 머스크 회장이 처음 이 프로젝트를 언급한 것은 지난해 7월 한 IT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다. 당시 머스크 회장은 “이 열차는 절대 충돌사고가 나지 않으며 날씨에도 영향받지 않는다” 면서 “태양열을 사용해 친환경적이고 건설 비용도 고속열차보다 싸다”고 주장했다. 한편 머스크 회장은 공상과학을 현실화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인터넷 전자 결제 시스템 업체 ‘페이팔’을 창업해 큰 돈을 벌었으며 현재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로도 일하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바람을 지배하는 자 ‘클라레 저그’ 품는다

    바람을 지배하는 자 ‘클라레 저그’ 품는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대회 브리티시오픈이 142번째 ‘클라레 저그’의 주인을 찾는다. 18일 밤부터 나흘 동안 스코틀랜드 뮤어필드 골프장에서 열리는 대회는 첫 오픈대회라는 자존심 때문에 공식 명칭도 대명사격인 ‘디 오픈’이다. 디 오픈은 늘 해변을 끼고 도는 자연 그대로의 링크스코스에 열린다. 총상금 525만 파운드(약 89억원)가 걸린 올해 대회에서 우승자는 95만 4000파운드(약 16억 2000만원)의 상금과 함께 은으로 만든 술주전자인 클라레 저그를 챙기게 된다. 대회장인 뮤어필드(파71·7192야드)는 첫 대회인 1892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16차례 브리티시오픈을 유치했다. 가장 최근 대회가 2002년. 올해는 파71로 세팅된 데다 전장이 지난 대회보다 185야드나 늘었다. 페어웨이는 다른 코스들과 달리 평평한 편이지만 무릎 높이의 길고 질긴 러프, 홀당 평균 6~7개나 널려 있는 어른 키 깊이의 ‘항아리 벙커’가 골퍼들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공을 러프로 보내기만 하면 한 타를 까먹는 건 각오해야 하고, 깊은 벙커에 빠지면 턱이 덜 높은 뒤나 옆으로 공을 빼내야 할 경우도 있다. 가장 큰 적은 변화무쌍한 날씨다. 뮤어필드의 날씨에 대해 ‘골프의 전설’ 잭 니클로스(미국)는 “보시는 대로”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말이 필요 없다는 얘기다. 거친 데다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바람에 맞서 어떻게 샷을 조절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말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선수들은 기껏해야 연속 2개홀에서 같은 풍향을 경험할 수 있을 뿐, 매홀 방향이 다른 바람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승 후보 1순위는 역시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다. 2006년 로열리버풀코스에서 우승할 때까지 3차례나 디 오픈 정상에 섰다. 그러나 4번째 클라레 저그, 15번째 메이저 우승컵을 수집하기엔 최근 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다. 지난달 US오픈에서 왼쪽 팔꿈치 부상 탓에 약 1개월간 치료와 재활에 전념했다. 분명 악재다. 더욱이 2002년 뮤어필드는 우즈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는 디 오픈 3라운드에서 10오버파 81타의 참사를 당했다. 앞서 열린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연달아 제패, ‘그랜드슬램’의 꿈을 키워가고 있었지만 결국 3연승의 꿈을 접었다. 우즈가 18홀에서 10오버파 81타로 망가진 것은 이때가 유일하다. 반면, 156명 가운데 어니 엘스는 뮤어필드가 반갑다. 우즈가 고전했던 2002년 대회 연장전 끝에 두 번째 우승을 움켜쥔 주인공이다. ‘레프티’ 필 미켈슨(미국)도 후보 대열에서 빠지지 않는다. 4개 모은 메이저 우승컵 중 유럽에서 수확한 게 아직 없다. 그러나 지난주 전초전으로 열린 스코틀랜드오픈에서 우승, 이번에야말로 ‘유럽 징크스’를 깨뜨리겠다는 각오다. 한국(계) 선수 5명도 샷을 벼른다. 최경주(43·SK텔레콤)를 비롯해 양용은(41·KB금융그룹), 재미동포 존 허(23), 김경태(27·신한금융그룹), 김형성(33·현대하이스코) 등이다. 김형성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상금 랭킹 덕에 출전 자격을 얻었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수도권 16일까지 최대 150㎜ 더 올 듯

    서울, 경기와 강원 지역에 지난 12일 낮부터 50~200㎜의 많은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진 반면 남부지역에는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계속되는 ‘반쪽 장마’가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대륙성 고기압에 막혀 있고, 남쪽으로는 오키나와 해상에서 발생한 태풍이 밀어올린 북태평양 고기압에 막혀 남하하지 못한 영향이라고 기상청은 분석했다. 14일 기상청에 따르면 12~13일 이틀 동안 서울의 강수량은 239㎜에 달했고 낮 최고기온은 각각 24.3도, 25.6도였다. 같은 기간 인천의 강수량은 178.3㎜였고 경기 수원은 95.5㎜, 강원 원주는 59㎜를 기록했다. 그러나 남부지역에는 폭염이 이어졌다. 12~13일의 낮 최고기온이 울산은 33.6도와 34.4도, 대구는 33.4도와 34.5도, 경남 함양은 각각 31.7도, 35.1도를 기록하는 등 연일 30도를 웃돌았다. 중부와 남부지역의 날씨가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현상은 한반도 남쪽을 통과해 중국을 강타한 제7호 태풍 ‘솔릭’이 북태평양 고기압을 밀어 올려 장마전선이 남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한반도 북쪽에는 차고 건조한 대륙성 고기압, 남쪽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이 사이에 낀 장마전선이 중북부지역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하게 된 것이다. 기상청은 중부지역 내에서도 지역별로 강수 편차가 큰 이유는 장마전선 상에서 강하게 발달한 비구름대의 폭이 좁아 일부 지역에 강수량이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장마는 대체로 낮보다는 밤부터 새벽 사이에 비를 많이 뿌리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공기의 온도 차가 클수록 장맛비가 강해지는 속성상 밤이 되면 지면의 열기가 식어 더 차가워진 공기가 상층의 따뜻한 공기와 만나면서 온도 차가 커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상청은 16일까지 서울, 경기, 강원, 서해 5도 등에는 50~100㎜, 서울·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 지역 중북부에서 많은 곳은 150㎜ 이상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충청과 남부지역, 제주 산간에는 20~60㎜, 울릉도·독도에는 5~2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드레스 코드·수영장 공연… 쇼케이스는 진화 중

    드레스 코드·수영장 공연… 쇼케이스는 진화 중

    ‘더 튀게, 더 독특하게’ 대중문화 현장에 이색 쇼케이스 열풍이 불어닥쳤다. 해외 진출을 앞둔 가수들이 현지 관계자들에게 프로모션 차원에서 진행하던 쇼케이스가 최근 영화, TV 등으로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쇼케이스를 업계 관계자에게만 선보이던 것도 옛말이다. 이제는 일반 네티즌들까지 ‘공략’하는 수단으로 쇼케이스가 문화시장의 새로운 마케팅 기법으로 떠올랐다. “콘텐츠 생산자가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고 대중은 빠르고 자세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여름 성수기를 코앞에 둔 영화계는 쇼케이스 경쟁이 특히나 치열하다. 요즘 영화가의 쇼케이스는 철저히 관객 중심의 이벤트다. 보통 개봉 5~7주 전 배우와 팬들 간 스킨십을 강화하고 영화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올여름 최고 기대작인 ‘설국열차’는 영화의 첫 공식 행사로 온라인 쇼케이스를 선택했다. 지난 4일 밤 9시 서울 시내 한 극장에서 진행된 행사에는 봉준호 감독, 주연배우 송강호 등이 출연해 인터뷰와 영화 촬영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는 그대로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실시간 중계됐고 6만 5000여명의 네티즌이 시청했다. ‘설국열차’의 홍보 관계자는 “영화에 대한 국내외 관계자 및 관객들의 궁금증이 많아 감독이 직접 소통하는 자리가 필요했다”면서 “특히 해외팬들의 관심도 끌 수 있게 온라인 쇼케이스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병헌 주연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레드: 더 레전드’도 이색 쇼케이스를 열었다. 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호텔 클럽에는 붉은색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 쇼케이스의 드레스 코드는 영화제목을 딴 ‘레드’. 주인공 이병헌도 빨간 정장을 차려입었고 관객들을 대상으로 베스트 드레서도 뽑았다. 이병헌의 레드 카펫 행사에 이어 힙합 듀오 배치기의 콘서트가 이어졌고 관객들은 출연 배우들의 얼굴이 그려진 가면을 쓰고 파티를 즐겼다. 지난 10일 오후 홍대의 한 클럽에는 배우 하정우와 가수 캐스커가 등장했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의 쇼케이스 현장은 영화 제목처럼 라이브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영화 소개와 배우 인터뷰가 끝난 뒤 음악을 담당한 혼성듀오 캐스커가 영화의 메인 테마곡을 공개했다. 배우도 보고 콘서트도 즐길 수 있는 쇼케이스에 200여명의 관객들이 몰렸다. 톱스타를 옆에서 직접 보는 즐거움도 크다. 하정우는 “오늘은 넥타이를 풀고 편안히 같이 즐기자”며 예비 관객들을 반겼다. 최근 이색 쇼케이스 덕을 톡톡히 본 영화는 ‘감시자들’이다. 영화에서 신입 여경찰로 나오는 한효주는 경찰청에서 열린 쇼케이스와 시사회에 참석해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스스로 경찰 제복을 입겠다는 열의까지 보였다. 같은 시간 여성팬이 많은 정우성은 여대에서, 2PM의 이준호는 시내 모 극장에서 팬미팅 형식으로 각각 ‘맞춤형 쇼케이스’를 열었다. 영화 쇼케이스의 관건은 얼마나 자연스럽게 작품의 콘셉트를 부각시키는가이다. 장혁·수애 주연의 재난 영화 ‘감기’는 바이러스로 한 도시가 폐쇄되는 극의 설정대로 폐쇄된 느낌의 컨테이너 박스형 공연장에서 쇼케이스를 연다는 복안이다. 영화홍보사의 한 관계자는 “주로 배우들의 팬클럽이나 파워블로거들을 대상으로 쇼케이스 관객을 모집하는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입소문 효과가 큰 편”이라면서 “주연 배우들의 팬서비스 정도에 따라 홍보 효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쇼케이스 ‘역사’가 상대적으로 긴 가요계는 한층 더 전문적이다. 3~4년 전부터 컴백을 앞둔 아이돌 그룹들은 신곡과 퍼포먼스를 보여 주는 쇼케이스를 애용하고 있다. 인터넷 음원 사이트들은 아예 쇼케이스를 경쟁적으로 생중계까지 하고 있다. 최근 신보를 발표한 가수 존박은 컴백을 앞두고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의 한 카페에서 쇼케이스를 열었다. 한 벽면 전체가 CD로 가득 채워진 아늑한 공간에서 50여명의 관객들은 따끈따끈한 신곡을 접한 뒤 가수의 즉석 사인 혜택도 누렸다. 이날 쇼케이스는 음원 사이트 멜론 TV를 통해 공개됐다. 걸그룹 걸스데이는 지난달 무더운 날씨에 맞춰 수영장에서 쇼케이스를 열었고, 군인 팬들이 많은 걸그룹 나인뮤지스는 군부대에서 쇼케이스를 개최해 화제를 모았다.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는 헬기로 하루에 전국 5개 도시를 돌며 쇼케이스를 열기도 했다. 3년 만에 컴백하는 가수 이정현은 오는 22일 극장에서 쇼케이스를 연다. 신곡 소개뿐만 아니라 박찬욱·박찬경 감독이 참여한 타이틀곡의 뮤직비디오에 초점을 맞춘다. 평소 방송활동을 잘 하지 않는 가수들에게는 쇼케이스의 의미가 훨씬 더 커진다. 지난 4월 조용필이 생애 처음 열었던 19집 앨범 ‘헬로’ 프리미어 쇼케이스는 네이버로 생중계돼 25만명이 시청했다. 이 중 70%는 모바일 유저였다. 2집 앨범을 내는 JYJ의 준수도 15일 멜론TV를 통해 쇼케이스를 생중계한다. 소속사 측은 “방송 출연 대신 공연에 주력하는 준수에게 쇼케이스는 사활을 걸 만큼 중요한 이벤트”라고 말했다. 네이버 뮤직의 한 관계자는 “쇼케이스 생중계는 시간과 형식의 제약 없이 가수의 신곡을 전부 다 들려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면서 “앞으로 인디밴드의 쇼케이스도 적극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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